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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2012.10.29 다르게 시작하고픈 욕망 서른 여행 - 한지은 청어람 2010 038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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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2012.09.17 아름다운 파괴 - 이거룡 한길사 2010(2000) 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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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2012.04.26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21. 2012.04.25 브리다 - 파울로 코엘료
  22. 2012.04.25 브리다(Brida) -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10(1990) 03890
  23. 2012.04.16 노 임팩트 맨 - 콜린 베번 북하우스 2010 038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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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2012.03.22 내 책은 하루 한 뼘씩 자란다 - 양정훈
  29. 2012.03.10 생산적 책읽기 두번째 이야기 - 안상헌
  30. 2011.09.21 리딩으로 리드하라 - 이지성 문학동네 2010 03320 1


인간이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와, 실제로 어떻게 살고 있느가 하는 문제느 ㄴ매우 거리가 멀다. 그렇기에 인간이 어떻게 살 것인가만 논하고, 실제 인간이 사는 양상을 직시하지 않는 자는 현재 가진 것을 보전하는 것은 고사하고, 모든 것을 상실하여 파멸로 향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무슨 일이든지 선(善 착할선)을 행하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는 자는 나쁜 인간들 속에서도 파멸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기 몸을 보전하고자 하는 군주(지도자)는 나쁜 자가 되는 것을 배워야 하며, 더욱이 그것을 필요에 따라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기술도 터득해야 한다. - 군주론  27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신의에 어긋나는 행위도 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자비심을 버려야 할 때도 있다. 인간성을 한쪽에 밀쳐놓고, 깊은 신앙심도 부득이 잊어야 하는 경우가 많은 법이다.

그러므로 군주에게는 운명의 풍향과 사태의 변화에 따라 그에 적합한 대응 방법이 요구되는 것이다. - 군주론  34


구대 로마인은 분쟁에 대처할 때 현명한 군주라면 누구나 해야 할 행동을 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눈앞의 분쟁 해결에만 도움이 되는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 

장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대책도 잊지 않았던 것이다. 로마인은 모든 노력을 다 기울여 그것이 아직도 싹에 지나지 않을 때 따버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장래에 일어날 수 있는 분쟁도 싹일 때 잘라버리면 대책이 용이해진다. 치료도 효력을 보려면 '늦기 전에'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군주론  43


새 질서를 확립하려는 자가 자기 힘으로 하려는가, 아니면 남의 도움을 기대하고 있는가로 나뉠 수밖에 없다

남의 도움을 기대하는 경우는 실행 과정에서 반드시 장해가 생겨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자기 힘으로 하려는 자는 도중에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을 타고 넘어 나아갈 수 있다.

따라서 무장한 예언자는 승리할 수 있고, 준비 없는 자는 멸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군주론  45


교묘한 사용법이라는 것은 자기의 처지를 지키기 위해 한 번은 사용하되 그후에는 그것을 깨끗이 그만두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돌리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서툰 사용법이란 처음에는 잔혹함을 조금씩 드러내다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만두기는 커녕 차츰 더 잔혹의 정도를 불려나가는 방법이다. 

전자는 성공하고, 후자는 파멸을 피할 수 없다. - 군주론  50


군주는 '짜다'는 평판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 '악덕'은 자기 금고를 바닥내는 일이없고, 그렇다고 약탈자가 되지도 않으며, 또한 통치를 계속해나가는 데 필요한 '악덕'이기 때문이다. - 군주론  56


그러나 만일 누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카이사르가 대범했기 때문에 제국을 획득할 수 있지 않았느냐고. 또 그뿐 아니라 대범함으로써 성공한 사람이 많지 않느냐고.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이미 획득한 자인가, 아니면 획득하고 있는 자인가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 것이라고,

이에 획득한 자의 경우, 대범하면 해를 부른다. 

그러나 획득하고 있는 중이라면 대범하다고 생각하게 할 필요가 있다. 카이사르의 경우는 제국을 획득하고 있었던 중에 속한다. 그러나 그도 그후에 계속 살아 있었고, 획득한 후에도 그전과 다름없이 계속 대범했다면 제국을 파괴했을 것이 틀림없다. - 군주론  57


잔혹하더라도 서툴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 군주론  58


증오는 국민의 소유물에 손을 댔을 때 생기는 것이므로, 그것을 하지 않으면 피하기는 쉽다. 동서고금에 인간이라는 것은 자기 물건과 명예만 빼앗기지 않으면 의외로 불만 없이 살아가는 법이다. 

경멸은 군주가 변덕스럽고 경박하며 여성적이고 소심하며 결단력이 없을 때 국민의 마음속에 싹튼다...

군주 된 자는 자기가 하는 일이 위대하고 용감하며, 진지하고 확고한 의지에 입각해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 군주론  62


군주는, 새로 군주가 된 자는 특히 그 지위를 획득할 때 적으로 보이던 자가 원래 자기 편이었던 자보다 유용할 때가 많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적으로 간주되던 자들은 그런 평판을 지우고 싶은 생각으로 군주를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원래 한 편으로 여겨지던 자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유용한 점으로 말한다면, 왕왕 전부터 한 편이었던 자보다 지난날 적이었던 자가 더 유익한 경우가 적지 않다. - 군주론  64


인간의 두뇌에 세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을 외워두면 좋다. 

첫째 두뇌는 자기 힘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

둘째 두뇌는 남이 이해한 것을 감별할 수 있는 것.

셋째 것은 자기 힘으로 이해도 못하고, 남이 이해한 것을 감별도 못하는 것.

첫째 두뇌가 가장 좋고, 둘째 것이 그 뒤에 오며, 제3의 것은 '뇌'를 무능의 '능(能 능할능)'자로 바꾸어놓아도 무방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첫재 두뇌의 수가 제일 적은 것이 현실이므로, 측근을 잘 고르느냐의 여부는 사람 위에 서는 자로서 더없이 중요한 일이다. - 군주론  71-72


군주된 자는 언제나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만, 그것은 자기가 바랄 때여야 하고, 조언자가 바랄 때에 해서는 안 된다. ..

동시에 군주는 도량이 큰 질문자여야 하며, 남의 의견에 참을성 있게 귀를 기울여주는 인물이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조언자들이 마음속에 있는 의견을 다 털어놓지 않으면, 불쾌한 태도를 보일 필요도 있다...

총명한 군주이기에 조언자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 군주론  75


군주된 자가 위대한 일을 하고 싶으면, 사람을 농락하는 수법, 곧 권모술수를 배울 필요가 있다. 그런 수법을 습득해야 할 필요성은 군주국뿐만 아니라 공화국의 경우에 더욱 커진다. - 정략론  84


고대 로마의 공화제에서는 다른 공화국에 비해 자국의 공로자에 대해 보답하는 것을 잊지 않는 평이었지만, 군의 지휘관이 실책을 했을 경우에도 특히 온정어린 처우를 해주었다.

지휘관이 저지른 죄가 고의에 의한 거이라도 인간적으로 다루어서 처벌했고 무지에 의한 것일 때도 처벌은 고사하고 상까지 주었다.

로마인들은 이 같은 방법을 당연한 일로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일군의 지휘관쯤 되면 임무에 전념하 수 있는 정신 상태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어렵기 이를 데 없는 군 지휘의 사업을 맡은 자가 그 밖의 잡다한 걱정으로 마음이 편치 않아서야 아무리 유능한 지휘관이라도 빛나는 전과를 올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앋. - 정략론  92


지도자 없는 군중은 아무 가치도 없는 존재나 다름없다. - 정략론  96


사려 깊은 무장은 부하 장병들을 부득불 싸우지 않을 수 없는 상태에 몰아넣는다. 

동시에 적에 대해서는 부득불 싸워야 하는 상태에 될 수 있는 대로 몰아넣지 않는 계책을 강구한다.

옛 장군들은 인간의 의욕이라는 것이 필요에 쫓겨야 비로소 충분히 발휘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폐쇄할 수 있는 통로도 적을 위해 일부러 열어놓기도 하고, 아군의 퇴로가 될 만한 길을 폐쇄시키곤 했다. - 정략론  102


뛰어난 지휘관이라면 다음과 같은 것을 실행해야 한다. 

첫째, 적이 상상도 못할 새로운 작전을 생각해낼 것.

둘째, 적장이 생각해낼 법한 작전을 간파하고, 그것이 무위로 끝나도록 대비할 것. - 정략론  103


무언가를 성취하고 싶은 자는 그것이 큰 사업일수록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와 자기가 그 속에서 일해야하는 상황을 숙지하여 스스로를 그것에 맞추지 않으면 안 된다.

시대와 상황에 합치시키기를 게을리하거나 타고난 성격 탓으로 아무리 해도 그런 일에 서툰 사람은 평생을 불행 속에 보내야 하며 완수하고자 한 일도 이룩하지 못하고 끝나게 마련이다.

이와는 반대로, 상황을 철저히 알고 시대의 흐름을 탈 수 있는 사람은 바라는 일도 달성할 수 있다. - 정략론  109


시대의 흐름을 깨닫고 그에 맞게 탈피할 능력을 가진 인물이 극히 드문 것도 사실이다. 그 까닭은 다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사람은 타고난 성격에 어긋나는 일을 좀처럼하지 못한다는 것. 

둘째는, 그때까지의 방법으로 내내 잘해온 사람에게 지금부터는 그것과 다른 방법이 적합하다고 납득시킨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

그리하여 시대는 자꾸만 변하는데, 인간의 방식은 여전하다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 정략론  112


군주는 민중이 무슨 과오를 범하더라도 불평할 수 없다.

왜냐하면 민중이 저지른 과오는 통치자 쪽의 태만에서 나온 것이거나 아니면 통치자가 저지른 것을 그들이 답습한 데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리비우스는 말하고 있다.

"대중은 언제나 정치하는 자를 모방한다."

로렌초 데 메디치도 같은 의견이었던 모양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있다.

"군주가 하는 일을 대중도 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시선은 언제나 통치자를 향하기 때문이다." - 정략론  122


종교나 국가를 오래 유지하고 싶으면, 몇 번이고 본래 모습으로 복귀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개혁이 요구되는 것인데, 자연스럽게 제도가 개혁되면 가장 이상적이다.

또한 어떤 계기로 개혁의 필요에 눈을 떠서 그것에 손을 대는 경우도 그것은 오래 간다. 다시 말해 분명한 것은 아무런 손도 쓰지 않고 방치해두는 나라는 단명으로 끝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개혁의 필요성은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한 것인데,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유익한 까닭은 어떤 형태든 공동체인 이상 초창기에는 반드시 무언가 우수한 점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장점이 있었기에 오늘의 융성을 이룰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세월은 당초에 있었던 장점도 마멸시켜버리게 마련이다. 마멸되는 대로 방치해두면 마지막에는 죽음에 이른다. - 정략론  135


고대에는 어째서 질서가 유지되었고, 현대 (16세기)에는 어째서 무질서가 지배하는가.

그 이유를 해명하라면 이 또한 간단하다. 모든 것은, 옛날에는 자유인이었던 것이 지금은 노예생활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자유로이 살 수 있는 나라에서는 사회 전체가 번영을 누린다는 것이 역사가 보여주는 진실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결혼을 피하는 경향도 없었고, 재산이 감소될 우려 없이 자손을 늘릴 수 있어서 인구가 불어났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자유로운 사회에 살고 있고, 재능만 있으면 지도자계급에 속할 수도 있다고 믿었기에 자식이 태어나는 것을 기뻐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식들의 양육에도 힘을 쏟을 수 있었다. 이런 나라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부(富 부자주)의 증대가 계속된다. 사람들이 부를 늘리면 늘릴수록 그것을 향유하는 기쁨도 늘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자유경쟁의 원리가 지배한다. 사적인 이익과 공적인 이익이 모두 지극히 자연스러운 형태로 추구된다. 결과는 양쪽의 번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 정략론  139


중상이 활개를 치는 것은 고발이라는 형식이 별로 사용되지 않는 경우이거나, 아니면 그 공동체 안에 고발을 받아들일 체제가 마련되지 않은 경우이다.

그러므로 시민에게 아무 두려움 없이 고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동시에 중상하는 자는 엄벌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 정략론  143-144


민중은 선정(善政 착할선 정사정)만 베풀어주면 특별히 자유 같은 것을 바라거나 구하지도 않는다. - 정략론  145


로마의 예가 말해주듯 청빈이 부유보다 훨씬 더 공동체의 이익이 되는 것의 예를 들자면 한이 없을 정도이다. 청빈을 존중하는 기풍이 국가와 도시와 모든 인간 공동체에 영예를 준 데 반해, 부를 추구한 폭주는 그것들의 쇠퇴를 도왔을 뿐이다. - 정략론  150


시민 사이에 평등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공화재가 성립될 수 없고, 평등이 존재하는 나라에서는 군주제가 성립될 수 없다. - 피렌체공화국의 앞날에 대한 메디치가의 질문에 대하여  152


욕망이 이름을 만드는 것이지, 이름이 욕망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 정략론  154


자유로운 투표로 주어진 권력이라도 공화제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보장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권력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하고 그것을 항상 관리할 수 있는 제도를 정비해둘 것.

둘째, 권력은 반드시 일정 기간에 한해서 주어질 것. - 정략론  158-159


민중의 찬동을 얻는 데는 어떤 방법이 쉽고 어떤 방법이 어려운지 여기서 생각해보고 싶다. 쉬운 것은 다음과 같은 방법이다. 

곧 그들에게 이렇게 하면 '덕'을 보고, 저렇게 하면 손해를 본다고 구체적으로 설득하느 것이다.

또는 이렇게 하면 용감해보이지만, 다른 방법으로는 겁쟁이이고 비열해 보일 것이라고 일러주는 것이다.

설령 배후에 어떤 곤란이 기다리고 있건, 또 얼마나 큰 희생을 치르건 간에 표면상으로 훌륭해 보이는 일이면 민중을 설득하기란 어렵지 않다. 

반대로 아무리 유익한 정책이라도 표면상 손해를 볼것 같다든지 겉보기에 신통하지 않을 때는 민중의 찬동을 얻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 정략론  167


민중은 무리를 지으면 대담한 행동으로 나오고 개인일 때는 겁쟁이가 된다. - 정략론  169


민중만큼 경박하고 일관성이 없는 존재도 드물다는 것은 리비우스의 평가인데, 다른 많은 역사가들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정말이지 역사상 그들의 행동을 보면, 민중은 누군가를 사형시켜놓고는 바로 후회하며 눈물을 흘리는 경우와 줄곧 만나게 된다.

이에 대해 리비우스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가 죽고 그가 가져다 준 위협이 사라지자마자 민중은 회한에 잠겨 눈물을 흘리며 그를 그리워했다."

또 히에론의 조카 히에로니무스가 죽은 뒤 시라쿠사에서 일어난 사건에 언급하여 다음과 같이 쓰기도 했다.

"비굴한 노예가 아니면 오만한 주인, 이것이 민중의 본질이다." - 정략론  172


약체 국가는 언젠 우유부단하다. 그리고 결단을 꾸물거리면, 이 또한 언제나 해롭다. 이에 대해서는 내가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결단력 없는 살마들이 아무리 진지하게 협의해봐야 거기서 나오는 결론은 언제나 모호하므로, 그 결론은 언제나 별로 소용이 없다. 

그리고 우유부단 못지않게 장시간의 토의 끝에 나오는 너무 늦은 결론 역시 해롭기는 마찬가지이다. - 정략론  179


약체의 공화국에 나타나는 가장 나쁜 경향은 무슨 일에나 우유부단하다는 것이다...

우유부단한 공화국은 밖에서 압력이라도 받지 않는 한 좋은 방책을 수립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라가 약하다는 데에 조금이라도 불안을 느끼면 그것을 결행할 기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 정략론  180


어려운 시대에는 참된 역량을 갖춘 인물이 활약하지만, 태평스런 세상에서는 풍족한 재물을 가진 자나 문벌의 뒷받침을 받는 자가 제세상을 누리게 된다. 출중한 큰 인물은 국가가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시대에는 냉대를 받기 일쑤이다. 왜냐하면 그의 역량이면 당연히 주어져야 할 지위와 명성을 사람들의 시기심이 빼앗아버리기 때문이다. - 정략론  186


출중한 인물은 운이 좋거나 나쁘거나 항상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 운명이 변전해도 그들은 의연한 정신을 지속하므로 남의 눈에는 운명도 그들에게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

교육이 올바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운에 끌려다니기 쉬운 성격이 된다. 반대로 그것이 올바로 이루어져 있으면 역경에도 동하지 않는 인간이 된다.

왜냐하면 교육은 인간 사회를 알도록 가르쳐주는 것이므로, 그 변전이 얼마나 심한가를 이해할 수 있게되고, 교육 여하에 관계없이 동하지 않는 성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 정략론  206-207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자는 무엇보다도 먼저 준비에 전념할 필요가 있다.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준비를 시작해서는 이미 늦다. 행운이 미소짓기 전에 준비를 갖추어놓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만 게을리하지 않고 해두면, 좋은 기회가 찾아오자마자 즉각 움켜잡을 수 있다. 좋은 기회는 당장 붙잡지 않으면 달아나게 마련이다. - 전략론  209


인간이란 어려움이 조금이라도 예상되는 사업에는 언제나 반대한다. - 군주론  243


어떤 인물을 평가할 때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은 그가 어떤 사람들과 사귀고 있는지 보는 것이다. 

친하게 사귀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되기 때문이다. - 정략론  252


정말로 서글픈 현실이지만, 인간은 권력을 가지면 가질수록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이 서툴기만 하여 그것으로 점점 더 남이 참기 어려운 존재가 된다. - 피렌체사  256


중간 정도의 승리로 만족하는 자는 언제나 승자로 있게 될 것이다. 

반대로 압승하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는 자는 흔히 함정에 빠지게 된다. - 피렌체사  257


누구나 되도록이면 쉽게 일을 처리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같은 일이라도 쉽게 실현할 수 있는 사람과 무척 고생을 하지 않으면 실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뉘는 것도 사실이다.

그 원인은 미리 되어 있는 준비를, 찾아온 기회에 투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판별하는 판단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나 전력투구를 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때 판단력의 좋고 나쁨이 그 사람의 인생이 순조롭게 나아가는냐, 아니면 매우 고생에 찬 것이 되느냐의 갈림길이 된다고 생각한다. - 전략론  260


군 지휘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상상력이라고 대답하겠다. 

하기야 이 자질의 중요성은 군 지휘관에만 한한 것이 아니다. 어떤 직업이나 상상력 없이 그 길에서 대성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전략론  261


보카치오가 <데카메론>에서 말한, "무엇을 한 후에 후회하는 편이,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한마디 말일세. - 편지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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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 네 멋대로 해라 (청소년 인권)


'지랄 총량의 법칙' 

모든 인간에게는 일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법칙입니다. 어떤 사람은 그 정해진 양을 사춘기에 다 써버리고, 어떤 사람은 나중에 늦바람이 나서 그 양을 소비하기도 하는데, 어쨋거나 죽기 전까진 반드시 그 양을 다 쓰게 되어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18


착각할 수 있는 나이에는 착각을 하면 됩니다. 그 착각에 너무 깊이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헤어나올 때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면 됩니다. 그러다가 인생이 늦어진다면? 늦어지면 됩니다. 10대나 20대에는 인생이 남들보다 3~4년 늦어지면 큰일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지나고 보면 몇년 빠르고 늦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시기마다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리 딸만은 그런 과정을 생략하기를 바라는 것은 이상한 욕심입니다. 청소년기에 그런 미망(迷妄 미혹할미 망령망)의 시기를 보내지 않고는 성숙이 있을 수 없으니까요.  24-25


교육을 위한 제약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제약은 필요최소한도에 그쳐야 합니다...

불과 30년 전까지 우리나라는 길 가는 멀쩡한 어른들의 머리를 자르고 미니스커트의 길이를 쟀습니다. 그때는 그게 모두 정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50




2장 - 왜 이렇게 불편할까? (성소수자 인권)  


'다름'에서 온 것입니다.  59


내가 그렇게 살 필요는 없지만, 다른 형태의 사랑이 존재함을 최소한 이해는 해야 합니다.  65


특별한 논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주장 중에 논리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는 까닭입니다. 동성애자를 차별하려면 우선 어떤 사랑(예컨대 이성애)이 다른 사랑(예컨대 동성애)보다 더 우월하고 가치있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그런 차이는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그 증명도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동성애자 차별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주로 내세우는 것은 가정의 가치입니다.  70


동성애자들은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쾌락만을 추구한다는 편견도 있습니다.  71


동성애는 일종의 질병이기 때문에 치료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오랜 세월 서구사회를 지배해왔습니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징벌로 AIDS라는 치명적인 질병이 생겨났다는 믿음도 동성애 반대의 유력한 근거가 됩니다.  72


어디까지나 혼인과 가족생활은 오직 양성 사이에서만 보장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헌법은 국민에게 보장된 권리와 제도의 최소한의 규정한 것이지, 최대한을 규정한 것이 아닙니다.  73


결국 동성애자들에게 이성애자와 동일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내가 싫어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그것은 비윤리적이며, 따라서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76


동성이냐 이성이냐를 떠나서 관계 자체가 지니는 보편성과 개별관계의 특수성을 관조하게 되는 것입니다.  81


순전히 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도 동성애자들이 받고 있는 제도적, 법률적 차별의 장벽은 앞으로 점점 무너져갈 것이 분명합니다. 차별할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우리 마음의 장벽입니다.  87


그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는 것이 바로 인권의 황금률입니다.  88




3장 - 뺨따귀로 사랑 표현하기 (여성과 폭력) 


명절 때 잠깐씩 부엌 근처에 어슬렁거리기만 해도 저는 천하에 없는 좋은 남편이 됩니다. 그러나 명절 내내 부엌을 지키는 어머니와 아내의 노동은 언제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작은 차이 같지만, 우리 사회에 뿌리박은 이런 고정관념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이 땅에서 남자로 태어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특권입니다.  94


우리는 어려서부터 남을 존중하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107


평등권 확보라는 기존의 노력을 계속하되, 여성 개인이 자기 색깔을 찾아가는 다양한 노력도 인정할 필요가 있겠지요.  117




4장 - 공주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까? (장애인 인권) 


장애인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것도 결국은 권력의 문제, 철학의 문제입니다...

장애용어는 고정불변이 아니라 장애에 관한 인식의 변화에 따라 계속 바뀌는 것입니다.  147


우리나라에서는 유전자검사를 흔히 '기형아'검사하고 부릅니다. 마치 '장애인'과 구분되는, '기형아'라고 하는 범주가 따로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기형'은 장애를 그야말로 기형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 둘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는 없습니다.  153-154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한계를 느끼는 것은 근본적으로 장애인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편견 때문입니다. 

불가능성 패러다임에 기초한 교육과 근로기회의 박탈이 오히려 장애인들을 일하지 못하는 무능력자로 만들어버린 것뿐입니다.  161




5장 - 한국의 <빌리 엘리어트>는 언제 나올까? (노동자의 차별과 단결) 


노조원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노조가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고, 노조지도부가 '귀족'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이 급증한 후에는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노조의 단결뿐입니다. 그래서 헌법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돈도 권력도 없는 노동자들이 노조까지 잃게 되면 그의 신분은 노조원에서 노예로 급락합니다. 일단 한번 추락하고 나면 다시 노조원의 지위를 회복하기란 너무도 힘이 듭니다. 영국은 그렇게 노동자들이 다시는 목소리를 회복할 수 없었던 좋은 예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영국의 보수당 정권과 보수언론은 1984~85년의 탄광노조 파업에 대해 '폭력이 난무하고,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며, 불명료한 선동구호만 넘쳐서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미지를 심어왔습니다. 이 파억이야말로 '영국병'을 상징하는 노조지도자 스카길의 무리수였고, 새처 총리가 이를 과감하게 진압함으로써 영국병을 치유하는 데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그대로 한국까지 전해져 지금도 마치 불변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빌리 엘리어트>나 <브래스트 오프>는 이런 일방적인 선전을 되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합니다.  178-179


지능적인 공격  179


어차피 사람들은 진실에는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180


1980년대 후반부터 대법원은 기업이 경영상의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음을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회사 마음대로 아무 때나 정리해고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해고를 하지 않으면 기업 경영이 위태로울 정도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존재하고, 회사는 해고 회피를 위한 노력을 다했어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정리기준에 따라 해고대상자를 선별해야 하고, 해고에 앞서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통지를 하고 이들과 성실한 협의를 거쳐야 합니다. 이런 요건들은 1996년 날치기로 통과된 노동법 개정에 의해 근로기준법 안에 수용되었습니다. 겉으로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처럼 보이지만, 해고 자유의 원칙으로 넘어가기 위한 우회로에 불과했습니다.  184


기간제노동자의 고용기간이 2년을 넘게 되면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도록 의무화하여 노동자를 보호하려고 했더니, 기업들은 2년동안 부려먹은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대신 아예 2년이 되기 전에 잘라버리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186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마저 귀찮아지자 기업들은 '파견근로자제도'라는 편법을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187


우리나라에서도 대기업 노조와 소규모 노조, 남성과 여성,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갈라 자기들끼리 싸우게 하는 '이로제로(以勞制勞 써이 일할로 억제할제 일할로)'정책이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 것입니다.  191




6장 - 1년에 600명의 청년들이 교도소에 가는 나라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종교란 매우 비정상적이지만, 동시에 언제나 인간의 삶과 동행해온 일상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209


헌법이 보장하는 여러 기본권 중에서 종교의 자유가 특별히 더 중요한 이유도 바로 이 '비정상성'에 있습니다. 종교의 자유는 외형적으로 가장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의 자유를 보장한 것입니다. 보면 볼수록 이상한 사람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기로 한 것이 근대헌법의 가장 위대한 결단입니다.  210




7장 - 영화 화면을 자르는 사람들 (검열과 표현의 자유) 


시대의 억압이 도피를, 도피는 중독을 낳습니다.  242


지금 대한민국에는 제한상영관이 하나도 없습니다. 

네가 성인이든 아니든 간에 제한상영가 영화를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영화는 등급을 받아야 하고, 그중의 어떤 영화는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는데, 대한민국에는 현재 제한상영가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게 사전검열이 아니라면 세상에 사전검열이란 어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요.  248


무엇보다 사전검열을 통해 사회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릴 때가 되었습니다.  251


음란물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길은 그런 수준 낮은 작품들을 구매하지 않는 튼튼한 청소년들을 길러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252


미국은 영화의 역사만큼 오래된 검열의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등장할 때부터 영화는 시나 소설 같은 예술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일종의 비즈니스로 취급되었습니다.  253


영화등급에 대해 사람들은 흔히 '누군가 알아서 잘 매기고 있겠지' 생각하고 아무 의심 없이 그 등급을 받아들입니다. 

인간세상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듯이 영화등급 역시 논리의 문제라기보다는 권력의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아서 잘하겠지' 생각하고 마음을 놓는 순간, 권력의 오남용이 시작됩니다. 당장 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어떻게 남의 일까지 신경쓰나 생각하고 자꾸 넘어가다보면, 어느새 그 일이 내 문제로 바뀌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지만, 그때는 이미 늦지요. 내 문제에 대해 남들이 외면하는 것을 보고 뒤늦게 가슴을 쳐보아도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인권감수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누가' 그 일을 하고 있는지 늘 주목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261


부모들은 무조건적인 금지가 아니라, 아이가 던지는 질문들에 정직하게 답변할 마음의 준비부터 갖추어야 합니다.  273




8장 - 누가 앵무새를 죽였는가? (인종차별의 문제) 


소설 속에서 애티커스 핀치가 딸에게 주는 가르침의 핵심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기 전에는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292




9장 - 그냥 다 죽이면 간단하지 않나요? (차별의 종착역, 제노싸이드) 


우리는 수만명이 폭격으로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별로 충격을 받지 않습니다. 제노싸이드로 부르려면 최소한 100만명쯤은 죽어야 어디 가서 명함을 내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폴란드 출신 유대인으로 국제법 전문가였던 라파엘 렘킨(1900~59)이 처음 만들어 끈질긴 노력 끝에 유엔 제노싸이드 범죄방지 및 처벌에 관한 협약에 포함시킨 정의에 따르면, 제노싸이드는 "민족, 종족, 인종, 종교집단의 전체 또는 일부를 파괴할 의도로 범해지는 모든 행위"를 의미합니다.  332


제노싸이드가 되기 위해 반드시 '민족, 종족, 인종, 종교집단의 전체 또는 일부를 파괴할 의도'가 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 의도를 입증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대량학살이 존재한다면 바로 그게 제노싸이드라고 보는 게 오히려 합리적인 설명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폭격에 대해 그렇게 관대하고 둔감한 이유는 그게 얼마나 무서운지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333


<살인의 추억>이나 <추격자>에서 연쇄살인 피해자가 늘어날 때마다 공포에 몸을 떨면서도,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10만명이든 100만명이든 일종의 숫자놀음으로 받아들이는 게 우리들입니다.  334


약자와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는 그런 숨겨진 비밀은 영웅을 탄생시키는 원동력입니다.  335


국가는 언제든지 괴물로 변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

국가는 우리에게 국방, 교육, 사회보장, 치안, 사법 등을 제공하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국가를 고마운 존재로만 생각하고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곳에서 인권의 유린이 시작됩니다.  349


우리의 벌거벗은 모습을 혼자 훔쳐본 권력자는 스스로를 '전능한 하나님'으로 착각하게 되고, 한번 맛들인 그 놀라운 정보의 노예가 되기 마련입니다...

우리 모두의 삶에는 은밀하게 감춰져야 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권력에 위협이 되는 사람들의 사생활을 알 수 있는 손쉬운 기회를 훨씬 더 많이 갖게 되었습니다. 권력자가 그런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끊임없이 감시해야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351


괴물이 된 국가씨스템을 움직이는 데는 많은 악마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한두명의 악마와 수많은 평범한 복종자들이 있으면 충분합니다.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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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독창성은 새로운 방법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에서 나온다. - 이디스 워턴



추천사

침체의 늪에 빠져 고전 중인 작가든, 아직 시작하지 않은 작가든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비법'이다.  9


그녀는 줄곧 작가의 생각과 마음에 초점을 맞춘다.  12


그녀는 진정한 독창성은 오로지 자기 안에서만 나올 수 있다고 거듭 역설한다.  13

                                  1980년 10월 25일 존 가드너




내가 이 책을 쓰는 목적은 자신의 양식과 지성을 믿는 사람들이 문장과 단락의 구조를 익히도록 하고, 글을 쓰기로 결심한 순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써야 하는 의무를 독자에게 진다는 점을 깨닫도록 하고, (영어)산문의 거장들을 공부할 기회를 갖도록 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부단히 매진해 나가려면 반드시 필요한 기준을 스스로 세우도록 하는 데 있다.  28


글을 잘 쓴다는 것과 작가가 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39


작가는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자발성과 아이처럼 예민한 감수성과 화가 못지않게 '순수한 시각'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참신하고 신속하게 반응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환경도 마치 처음 대하는 환경처럼 대한다...

작가는 아리스토텔레스가 2천년 전에 말한 '사물의 연관관계'에 늘 주목한다. 이런 신선한 시각이야말로 작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재능이다.  41


작가가 성공을 거두려면 위에서 말한 특징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가 또 있다. 다름 아니라 어른스러움과 분별력과 절제와 공평함이다.  42


침묵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57


오래된 습관일수록 끈질기고 질투가 심하다. 미리 선전포고를 할 경우 오래된 습관은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교묘한 설득력을 앞세워 맞서려 든다. 그런가 하면 너무 철저하게 공격할 경우에는 복수를 해온다. 하루나 이틀쯤 노력이 기가 막히게 먹히고 나서 우리는 새로운 방법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온갖 이유나, 이런저런 오래된 습관과 보조를 맞추면서 변화를 꾀해야 하거나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 온갖 이유를 들이댄다. 그러다 결국에는 새로운 충고가 아무 소용이 엇어지게 도니다. 대신 시도는 좋았지만 실패했다는 생각이 고개를 쳐든다. 그 이유는 계획이 자신에게 맞는지 아닌지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기력이고 목적 의식이고 모두 써버리기 때문이다.  70


글을 쓰려면 길들지 않는 근육을 써야 할 뿐만 아니라 고독과 칩거를 감수해야 한다.  78


무의식의 비옥한 자양분이 주는 혜택을 온전히 누리려면 무의식이 기선을 잡았을 때 힘들이지 않고 쉽게 글을 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러한 방법을 터득하려면 평소보다 30분이나 한 시간 일찍 일어나는 것이 가장 좋다. 일어나자마자 말을 하거나, 조간 신문을 읽거나, 전날 밤 치워두었던 책을 집어들지 말고 글을 쓰기 시작하라.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아무 내용이나 쓰라. 기억할 수 있다면 간밤에 꾼 꿈도 좋고, 전날 했던 활동도 좋고, (실제든 상상의 산물이든) 대화도 좋고, 양심의 성찰도 좋다. 어떤 종류든 상관없으니 이른 아침의 공상을 비판의 시각을 들이대지 않고 빨리 쓰는 것이 관건이다. 글의 우수성이나 궁극적인 가치는 아직 중요하지 않다. 나중에는 이러한 내용 속에서 기대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게 되겠지만 지금 단계에서 일차 목적은 불후의 명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헛소리만 아니면 되는 글을 쓰는 데 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행동을 기록하면서 수면 상태와 깨어 있는 상태의 중간 지대에서 쉽게 글을 쓸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문단이 일정한 틀 없이 중구난방으로 흐르든, 생각이 모호하거나 터무니없든 훈련의 성패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비평 능력일랑 모두 잊어버리라. 일부러 보여주지 않는 이상 무엇을 쓰든 그 글을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에 주목하라. 각자의 편리에 따라 침대에 앉아 공책에 글을 써도 상관없다. 이 기간에 타자기 사용법을 배울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비는 시간만큼, 또는 충분히 썼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가능한 한 오래 쓰는 것이 좋다.  

다음날 아침 전날 써놓은 글을 다시 읽지 말고 시작하라. 글을 다 쓸 때까지는 읽기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훈련의 효과는 나중에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지금은 그저 훈련에만 충실하라.  79-81


마음을 정했으면 하고 싶은 일이 있든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든 상관없이 그 시간은 반드시 비워두어야 한다.  85


4시에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으면 4시에 꼭 글을 써야 한다! 변명은 있을 수 없다. 4시에 대화에 깊이 빠져 있다면 양해를 구하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빚을 졌으면 갚아야 한다. 자신에게 한 약속도 물릴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아침에 글을 쓸 때처럼 소재는 아무것이든 상관없다. 말이 되든 되지 않든 오행시든 무운시든 무조건 쓰라.  86


이른 아침에 글을 쓰는 훈련과 아무 때고 글을 쓰는 훈련은 글을 자유자재로 거침없이 쓸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88


모방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취향과 장점을 최대한 빨리 찾아내는 것이다. 습관을 들이는 이 기간에 써놓은 글에는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한 실험 재료가 들어 있다. 자리에 앉아 맨 처음 떠오르는 것들을 쓸 때 대체로 무엇을 쓰는가? 이제 자신이 쓴 글을 마치 낯선 사람의 작품을 읽듯 읽어나가면서 이 낯선 작가의 취향과 장점은 무엇인지 살펴보라.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선입견은 모두 한쪽으로 치워두라. 지금까지 붙들고 있었던 야망이나 희망이나 두려움이 있다면 모두 잊고 이 낯선 작가가 조언을 청해온다면 그에게 가장 잘 맞는 분야는 무엇이라고 말해줄지 생각해보라.

그 동안 써둔 그렝서 발견되는 반복, 거듭 나타나는 생각, 자주 나오는 산문 형식이 실마리를 제시해줄 것이다. 그런 요소들은 그대의 타고난 재능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줄 것이다. 그대의 장점을 더욱 갈고 닦는 것은 좋지만 자신은 오로지 한 가지 유형의 글만 쓸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유형의 글은 그만큼 잘 쓰지 못랄 것이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하지만 이 검토를 통해, 가장 풍성하고 가장 쉽게 흘러나오는 그대의 재능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93-94


의심스러운 점은 뭐든 하나도 빼놓지 말고 따져보아야 한다. 짧은 평서문을 너무 많이 사용하거나 감탄 부호를 남발하지는 않는가? 표현이 미사여구로 흐르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지나치게 간결하지는 않은가? 말을 너무 아껴서 감동적인 장면을 너무 빨리 지나가는 바람에 그대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독자가 놓칠 위험은 없는가? 신빙성이 떨어질 정도로 과장에 치우치지는 않는가? 그렇다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말 수가 적은 작가는 앨저넌 찰스 스윈번(1837~1909, 영국의 시인겸 평론가)이나 토머스 칼라일(1975~1881, 영국의 사상가 겸 작가)처럼 근엄하기보다 화려한 말솜씨를 자랑하는 작가의 작품을 읽는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감정에 지나치게 호소하는 작가에게는 그 반대의 충고가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18세기 영국의 작가들이나 윌리엄 딘 하월스(1837~1920, 미국의 소설가 겸 평론가), 윌라 캐더(1873~1947, 미국 소설가), 아그네스 레플리어(1855~1950, 미국 수필가) 같은 작가를 읽어보라. 단조로운 문체 때문에 고민이라면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1874~1936, 영국의 소설가 겸 평론가)의 소설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제안에는 거의 끝이 없지만 자신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해 자신에게 가장 좋은 약을 처방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처방전을 찾았다면 겸허하게 읽으면서 자신과는 정반대의 성향을 보이는 작가들의 장점을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체를 단련하는 동안에는 스스로에게 사정을 봐주어선 안 된다. 관심이 끌리는 책은 철저히 멀리해야 한다.  105-106


다음으로 전날 저녁의 상황이 아침의 글쓰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봐야 한다. 활동을 많이 한 날 다음에 좋은 글이 나오는가, 아니면 조용하게 지낸 날 다음에 좋은 글이 나오는가? 글이 쉽게 써졌다면 일찍 잠자리에 들고 난 다음인가, 아니면 짧게 자고 난 다음인가? 친구들을 만나는 것과 다음날 아침의 글쓰기가 활기를 띠거나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 사이에 어떤 연관관계가 있지는 않은가? 극장이나 미술 전시회, 무용 발표회에 갔다오고 나서 그 이튿날 아침의 글쓰기는 어땠는가? 이런 점에 유의하면서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도록 노력하라  106


다음으로 일상의 규칙에 주목해야 한다. 대부분의 작가는 기분 전환을 위해 가끔 쉬면서 단순하고도 건강한 일상을 꾸려나갈 때 크게 발전한다. 여기서 다루는 내용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어떤 음식이 자신에게 맞고 어떤 음식을 멀리해야 할지와 같은 사안들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생 글을 쓰며 살 생각이라면 자극제에 계속 기대지 않고도 일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적절하게 사용해도 되는 자극제가 있는 반면, 완전히 끊어야 하는 자극제도 있다. 일을 몰아서 하는 습관은 좋지 않다. 꾸준하고 착실하게 흐름을 타면서 생산성을 고르게 유지해야 한다. 그럴 경우 가끔 평균 수준을 훨씬 웃도는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하지만 생산성이 평균 이하로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두세 달에 한 번, 아니면 적어도 일 년에 두 번은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평가해야 한다.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 풍작을 거두려면 이러한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을 평가할 때는 기질적인 면이 일상의 행동에 너무 많이 관여하게 내버려두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야 한다. 냉정하고 공정하게 처신해야 하는 상황에서 감정에 치우쳐 제멋대로 굴지는 않는가? 욱하는 기질이나 질투심, 쉽게 낙담하는 성격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지는 않은가? 차분히 생각해보면 문제점이 뚜렷이 보이기 마련이다. 질투, 낙심, 분노는 글이 흘러나오는 샘을 오염시킬 뿐이다. 좋은 글을 쓰려면 한시라도 빨리 오염 요인을 찾아 흔적조차 남지 않게 완전히 없애야 한다.

자신을 평가할 때는 철저해야 한다. 자신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은 그저 '잘'의 수준이 아니라 '아주 잘' 이루어져야 한다. 스스로 엄격하면서 공정해야 한다. 터무니없는 비난은 근거 없는 자화자찬만큼이나 나쁘다. 자신이 잘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점을 인정하고 더 잘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격려해야 한다. 잘하는 일을 기준 삼아 다른 데서도 그와 똑같은 수준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107-108


작가가 되는 데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을 단순히 오락거리가 아니라 본보기로 바라보는 경향이 어느 정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효과를 얻으려면 자신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책을 읽어야 한다.  112


작가 입장에서 책을 읽는 법을 터득하려면 처음에는 뭐든 두 번 읽는 길밖에 없다...

다 읽었으면 당분간 책을 한쪽으로 치워두고 연필과 메모장을 꺼내라.  

우선 방금 읽은 책의 개요를 짤막하게 작성하라. 마음에 들었는지 아닌지, 믿음이 갔는지 아닌지, 마음에 들었던 부분과 그렇지 않았던 부분은 무엇인지에 비추어 대강의 판단을 내리라. (나중에는 도덕적 판단도 내릴 수 있겠지만 지금의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진술 내용을 계속 늘려나가라. 책이 마음에 들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에 대한 대답이 처음에는 모호하더라도 기죽지 말라. 책을 다시 읽어보면 그러한 반응의 원인을 찾게 될 것이다. 책 내용 가운데 더러는 훌륭해 보였던 반면 나머지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였다면 작가가 언제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되짚어보라. 등장인물들이 한결같은 솜씨로 그려졌는가, 형편없이 그려졌는가, 아니면 어쩌다 가끔만 일관성 있게 그려졌는가? 이렇게 느낀 이유를 알겠는가?

특별히 마음에 남는 장면이 있는가? 만약 있다면 그 이유가 장면 처리가 뛰어났기 때문인가, 아니면 어이없게도 좋은 기회를 놓쳤기 때문인가?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의 관심을 끌었던 구절이 있는가? 대화가 자연스러운가, 아니면 틀에 박혀 있는가? 만약 후자라면 그런 딱딱한 형식이 작가의 의도 때문인가, 아니면 작가의 능력 부족 때문인가?  113-114


처음부터 다시 천천히 꼼꼼하게 읽어나가면서 분명해 보이는 대답을 찾는 대로 메모장에 기록하라. 특별히 잘 처리된 구절을 발견하거나, 작가는 솜씨 있게 다루고 있지만 자신이 다루기에는 어려울 것 같은 소재가 눈에 띄면 표시해두라. 이렇게 해두면 나중에 다시 읽을 때 그 부분을 좀더 심도 있게 분석해 본보기로 활용할 수 있다.  115


비판 어린 시선으로 책을 읽을 때 얻을 수 있는 자극과 유익함은 끝이 없다. 온 신경을 집중하고 읽어야 한다. 작가가 강조하고자 하는 대목에서 책의 호흡이 빨라지는지 느려지는지에 주목하라. 작가가 버릇처럼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훈련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아니면 너무나 명백히 그 작가만의 것이라 구조를 배워 봐야 헛수고에 그칠지 결정해야 한다. 장면이 바뀔 경우 등장인물이나 시간의 흐름은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관심의 중심이 어느 한 인물에 이어 다른 인물에게 옮겨 갈 때마다 어휘와 강조점도 달라지는가? 작가가 모든 일에 개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가. 아니면 특정 등장인물의 의식을 따라가는 가운데 그 인물이 보기에 분명한 것만 말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가? 아니면 처음에는 이 사람, 다음에는 저 사람, 그 다음에는 또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글을 쓰는가? 대비는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가?  116


이런 식으로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다 보면 배울만한 점들이 눈에 띌 것이다. 다른 작가의 작품을 활용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두 번은 읽어야 한다.  117


기술적 장점은 얼마든지 모방할 수 있으며, 돌아오는 이득도 아주 크다. 단락이 길든 짧든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그 어떤 기술보다 훨씬 더 나아 보이는 기술이 눈에 띈다면 자리에 앉아 그 기술을 배우라. 

기술을 공부할 때는 본보기로 삼은 책이나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공부할 때보다 훨씬 더 주의를 기울여아 한다. 단어를 하나하나 찢어발기듯 그 단락을 철저히 분석하라.  121


당연하게만 여기지 않는다면 약국 진열창도, 우리를 일터로 데려다주는 버스도, 북적이는 지하철도 도원경처럼 신기해 보일 수 있다. 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거리를 지날 때 15분만 시간을 내서 눈에 띄는 사물 하나하나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듯 자신에게 말해보라. 버스는 겉이 무슨 색깔인가?(단지 녹색이나 빨간색이 아니라 샐비어 색이나 올리브 그린, 자주색이나 주홍색처럼 구체적으로.) 입구는 어디인가? 차장과 운전사가 따로 있는가, 아니면 한 사람이 차장 겸 운전사 역할을 모두 하고 있는가? 버스 내부, 예를 들어 벽, 바닥, 좌석, 광고 포스터는 무슨 색깔인가? 좌석은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가? 맞은편에 누가 앉아 있는가? 옆사람들은 어떤 옷차림을 하고 있는가, 서 있는가, 앉아 있는가, 독서를 하고 있는가, 아니면 졸고 있는가? 어떤 소리가 들리는가, 어떤 냄새가 나는가, 손잡이 가죽이나 스쳐 지나가는 외투 자락의 느낌은 어떤가? 잠시후 집중력이 떨어지겠지만 장면이 바뀔 때마다 집중력을 다시 회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음으로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을 관찰하라. 어디서 탔으며, 행선지는 어디일 것 같은가? 얼굴, 태도, 옷차림에서 그 사람에 대해 무엇을 짐작할 수 있는가? 고향은 어디일 것 같은가?(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집 <월요일 또는 화요일(Monday or Tuesday)>에 수록된 단편 [쓰지 않은 소설(Unwritten Novel)] 을 참조하라.)  132-133


정말로 글을 쓰고 싶다면 이런 간단하고 사소한 훈련이 크게 도움이 된다...

물론 알맞은 표현이 쉽게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지 그 이유 때문에 새로운 느낌에 딱 어울리는 단어를 찾는 작업을 포기해선 안 된다. 올바른 표현을 찾으려 끈질기게 노력하다 보면 정말 필요할 때 바로 이거다 싶은 문구가 저절로 생각날 것이다.  134-135


이런 식으로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곧 아침에 쓰는 글이 전보다 더 원숙하고 수준이 높아졌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매일 새로운 소재를 쉽게 발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음속에 숨어 있는 기억을 불러낼 수 있다. 새로운 사실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신의 본성 깊숙이 내려가 감각과 경험, 지나간 기쁨과 슬픔, 자신의 기억 깊은 곳에 자리하는 옛 시절과 완전히 잊고 지냈던 일화를 남김없이 끄집어 낸다.  135


그 동안의 경험을 들어 오늘의 신념이 내일의 신념이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확신하며 자신을 송두리째 내던지길 망설이는 초보 작가가 너무나 흔하다. 이런 초보 작가는 일종의 주문 같은 것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는 궁극적인 지혜가 저절로 모습을 드러내주길 기다리다가 그 시기가 너무 늦어지면 자신은 글을 쓰긴 글렀나 보다고 지레 판단해버린다. 이러한 기다림이 (가끔 그렇듯이) 단지 글쓰기를 막연히 미루는 신경과민성 핑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어려움으로 작용할 경우 그는 전력투구하지 않고 건성으로 반쯤 이야기를 쓰다가 거기서 그치고 만다.

이런 작가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혼자만 그런 일을 겪는게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143



- 신을 믿는가? 믿는다면 어떤 측면에서?(영국 소설가 토머스 하디(1840~1928)의 '불멸의 수호신'(<테스>중에서)이라는 측면에서, 아니면 H. G. 웰스의 '현현하는 신'이라는 측면에서?)

- 자유 의지를 믿는가, 아니면 결정론자인가?(예술가가 결정론자라는 생각은 너무도 모순이라 상상하기가 어렵다 하더라도.)

- 남자를 좋아하는가? 아니면 여자? 아니면 어린아이?

-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 낭만적인 사랑은 미망이자 올가미라고 생각하는가?

- "백 년이 지나도 모두 똑같을 것이다."라는 말을 심오한 진리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얄팍한 속임수라고 생각하는가?

-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은 무엇인가? 또 가장 큰 불행은? 


이런 굵직한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목한다면 중요한 사안을 다루는 소설을 쓸 준비가 아직 안 된 상태다.  150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여가 활동을 찾으려면 직접 실험해보는 길밖에 없다. 하지만 끝내야 할 작품이 있을 때는 책이나 연극이나 영화는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책이나 연극의 내용이 좋을수록 정신이 흐트러질 뿐만 아니라 실제로 기분이 변해 생각이 바뀐 상태에서 다시 글을 쓰게 된다.  155


열정이 넘치는 작가만이 '기분 전환'이라는 매혹적인 이름으로 부를 자격이 있다. 그리고 성공한 작가일수록 작가로서 스스로에 대해 말할 때 좋은 책을 들고 구석을 찾는다는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성공한 작가들은 책 읽기를 좋아한다.(사실 모든 작가는 먹는 것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아무리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그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정신을 깨어 있게 하는 것은 말 없는 활동이라는 사실을 이미 깨달았다.  156-157


다른 사람의 문체에 얼마나 쉽게 빠질 수 있는지 예를 통해 알아보자. 어조와 문체에서 강한 개성을 자랑하는 작가를 한 명 고르라...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라면 누구든 상관없다. 피로가 약간 느껴지면서 처음의 관심이 시들해질 때까지 그 작가의 작품을 읽어라. 이제 책을 한쪽으로 치워놓고 아무 주제든 글을 몇 쪽 쓰라. 그런 다음 그 글과 아침에 쓴 글을 비교해보라. 필시 그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마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이 고른 작가의 방향대로 강조저모가 어조를 바꾸었을 것이다. 패러디의 의도가 전혀 없었고, 심지어는 되도록 독자적으로 글을 쓰려고 했는데도 너무나 비슷해서 어처구니가 없을 때도 더러 있다.  161-162


무엇보다도 자신만의 문제, 자신만의 주제, 자신만의 어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162


천재(여기서 '천재'는 '비범한 사람'이 아니라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는 의미-옮긴이)의 뿌리는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 안에 있다.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천재를 갈고 닦는다고 해서 위대한 예술 작품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재능은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며, 의식의 영역 바깥에 기원을 두고 있다.  174


무의식을 흐릿학 우중충하고 형체도 없는 개념들이 어지럽게 떠다니는 지옥의 변방쯤으로 여겨선 곤란하다. 오히려 그 반대로 무의식은 형식에 민감하다. 뮤의식은 우리의 이성보다 유형, 양상, 목적을 훨씬 더 빨리 포착해낸다. 하지만 무의식의 활동이 너무 왕성할 경우에는 경로에서 이탈할 수도 있으므로 늘 조심해야 한다. 무의식이 제시하는 자료가 감당 못할 정도로 넘쳐나지 않도록 늘 올바른 방향을 잡아주고 통제해야 한다. 하지만 글을 잘 쓰려면 당면한 지식의 문지방 뒤에 자리하는 우리 본성의 거대하고 강력한 이 부분과 타협해야 한다.  176


계획하고 있는 작품의 형식과 주제를 결정하는 것은 무의식이며, 무의식에 의지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다면 훨씬 더 훌륭하고 확실한 결실을 거두게 될 것이다. 그러려면 무의식의 활동에 시도 때도 없이 간섭해선 안 된다.  177


진정한 천재는 자신이 어떻게 일하는지 미처 깨닫지 못한채로 평생을 살아간다.  177


재능이라는 자원은 그 양이 아무리 미미하다 하더라도 평생을 가도 다 쓸 수 없을 만큼 충만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고난 재능을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시대와 인종을 초월해 위대한 사람들은, 마치 처음부터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그야말로 순수한 재능을 타고나기라도 한 듯 너무나 위대해서 편의상 우리가 '천재'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삶과 예술 작업에서 나머지 인간들보다 그러한 기능을 좀더 자유롭게 발휘했을 뿐이다.  181-182


어떤 면에서 작가는 요행을 통해서든 오랜 모색을 통해서든 가벼운 상태의 최면에 스스로 빠져든다. 최면 상태에서도 관심은 여전히 유지되지만 그저 유지될 뿐이다. 굳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이때 작가는 마음의 수면 저 뒤편에 너무 깊이 가라앉아 있어(스스로에 대한 성찰이 마침내 자신을 일깨우지 않는 한) 뭔가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자신의 이야기가 하나의 통합된 작업 속으로 녹아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185


집중해서 생각하려면 몸을 움직여선 안 된다. 사람들은 생각을 집중할 때 기껏해야 가볍고 기계적인 일만 한다. 행동에 들어가게 하려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야 한다.

주기성을 띠면서 단조롭고 말 없는 활동이 바로 거기에 해당한다...

몸을 가만히 놔두듯 마음을 가만히 놔두는 법을 익히라.  188-189


이런 방법을 사용해보라. 즉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회색 고무공처럼 단순한 물체를 선택하라.(밝은 색깔의 물체나 눈에 확 띄는 물체는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공을 잡고 가만히 들여다보라. 공에 관심을 집중하고 마음이 어지럽게 돌아다닐 때마다 마음을 다독여 차분히 지정시키라. 한동안 그 물체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라. 눈을 감고 계속 공만 생각하라. 그러고 나서는 그 단순한 생각마저 마음에서 빠져나가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마음이 가는 대로 그저 지켜보면서 거침없이 질주하도록 내러려두라. 머잖아 마음이 점차 차분해질 것이다. 서두르지 말라. 완전히 차분해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아마 충분히 고요한 상태에 이를 것이다.  191




옮긴이의 말

도러시아 브랜디의 <작가 수업>이 처음 출간된 연도는 1934년이다. 그 후 한때 절판됐다가 1981년에 다시 빛을 보게 됐다.  206


브랜디는 그 비결을 터득하려면 먼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참 모습과 마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려면 글쓰기 기교를 둘러싼 잡다한 방법론이나 다른 사람들의 평가는 물론 스스로를 판단하려는 경향도 한동안 멀찍이 치워두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의 안팎을 끊임없이 들락거리며 이런저런 정보를 실어나르는 의식에 연연하지 말고 가공하기전의 다이아몬드 원석처럼 자신의 참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무의식과 친해져야 한다.  

그렇게 자신의 무의식과 친해지면서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속속들이 파악했을 때 비로소 생산성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의지대로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브랜디도 이 점을 인정한다.  207-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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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았을 때 종교, 그러니까 관념론을 사상적 기반으로 삼았던사람들이 지배층, 곧 보수적인 사람들이었다면, 유물론적 관점을 기반으로 삼았던 사람들은 진보적인 사람들이었습니다.  36


유물론자들은 항상 물질세계 및 현실세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가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유행을 선도할 것이고, 관념론자들은 자신들이 가진 관념이라는 틀에다가 현실을 끼워 맞춰서 세상을 바라볼 테니 유행에 뒤처지고 낡은 것을 고수하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겠군요.  38


개인의 읫기이 모든 것의 근원이라고 보는 견해를 '주관적 관념론'이라고 합니다. 반면 플라톤의 이데아나 기독교의 신처럼 초개인적이고 초감각적인 정신적 실재를 가정하여 모든 것의 근원으로 삼는 견해를 '객관적 관념론'이라고 하고요.  40


형이상학적 세계관의 중요한 특징 하나는 세상을 고정불변의 것으로 본다는 점입니다. 어떤 변하지 않는 틀을 설정하고, 그것에 맞춰 세상을 파악하는 것이지요.  49


변증법적 세계관은 세상을 고정불변의 것이 아닌,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으로 파악합니다.  50


헤겔이 변증법을 연구하면서 쓴 '모순'


'모순'이 변화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사실.

어떤 현상에서 모순과 갈등의 구조를 파악해내는 것이 중요.

그래야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변화와 발전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을 테니까.  55



양적 변화가 특정 정도를 넘어서면 질적 변화를 일으킨다.

'양질 전화의 법칙'은 모순에 따른 변화와 발전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는지를 보여주는 법칙입니다. 모순에 따른 변화 발전은 아무렇게나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양적 변화가 계속 축적되다가 임계점에 다다르면 질적 변화가 일어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이야기입니다.  73


양적 변화는 질적 변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디고 느리게 보이며, 연속해서 일어납니다. 반면에 질적 변화는 상대적으로 변화가 급격하고 불연속적으로 일어납니다.  77


부정변증법. '변증법적 부정'이란 사물이나 현상의 발전 과정에서 낡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낡은 것이 새로운 것의 의해서 '부정'되는 것.  80

새로운 것이라는 게, 기존의 낡은 것과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생판 다른 것은 아닙니다.  81


사물이나 현상이 변증법적으로 발전한다는 것은 낮은 단계로부터 높은 단계로,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발전한다는 의미입니다.  83


연속된 부정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변증법적으로 변화 발전, 곧 진보하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 부정이라는 단어를 되풀이 쓴 것이지요.  84



변증법적 유물론에서는, 진리란 인간이 절대로 파악할 수 없는 피안(彼岸 저 피, 언덕 안)의 세계에 존재한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상대적 진리란 절대적 진리의 일부 측면이락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이론과 실천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면서 우리는 절대적 진리를 조금씩 더 알게 되는 것이지요.  123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  132



사회의 구성원이 함께 공유하게 되는 의식을 '사회적 의식'이라고 합니다. 사회 구성원의 상당수가 '사회적 의식'을 공유하게 되는 까닭은 그들이 놓인 환경이 같기 때문입니다.  135


'존재'가 원인이고 '의식'이 결과인 이상, 역사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면 '의식'의 배후에 작용하는 '존재' 양식을 파악하는 것이 주요한 과제가 됩니다.  144


설명을 듣지 않으면 서로 이해하지 못할 만큼, 인간은 다양한 존재 양식에서 살고 있고요. 고온 건조한 기후와 물이 부족한 토양에 산다는 것이 티베트 사람들에게는 '존재'양식입니다. 이러한 존재 양식이 그들에게 조장이라는 풍습, 그러니까 새에게 인간의 시신을 내어주자는 '의식'을 형성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멕시코의 마야인들이 옥수수 신을 최고신으로 섬긴 이유는 그들의 주식이 옥수수이기 때문입니다.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마야인들의 '존재'양식은, 옥수수 신이 최고신이라는 '의식'을 낳았습니다.  145


물고기가 많이 잡힌다든지, 바람이 많이 분다든지, 주변에 강이 흘러서 토지가 비옥하다든지, 비가 많이 온다든지, 주변에 철광석이 많다든지, 아무튼 우리 의식에 영향을 끼칠 만한 존재 양식의 요소들은 참으로 많고도 다양합니다.  146


역사 유물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변수들 가운데 역사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요인을 찾아내서, 거기서 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역사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요소가 무엇인가요? 

그것은 '생산력'과 '생산관계'입니다.  148-149


'생산력'과 '생산관계'는 인류의 역사를 통해 이러한 생산 활동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는지 설명하는 개념들입니다.

인간이 자연을 자신의 의지에 따라 변형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생산력'이라고 합니다.  150


생산력 = 노동력 + 생산수단


노동하는 능력이 바로 '노동력'입니다.

필요한 원료와 시설이 '생산수단'입니다.


생산수단 = 노동대상 + 노동수당


기계는 노동수단이고 원료는 노동대상.  151-152


생산관계란, 인간 사회에서 생산 활동이 이루어질 때 사람과 사람이 맺는 관계를 말합니다.  152


생산관계를 가르는 기준은 생산수단을 누가 소유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154


한 사회의 생산력과 생산관계를 통틀어서 그 사회의 '생산양식'이라고 합니다. 


생산양식 = 생산력 + 생산관계  157


변화의 결정적인 원인은 새로운 생산력과 낡은 생산관계 사이의 모순이었고요.  160


생산력이 발전하면 낡은 생산관계를 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161


생산력과 생산관계가 함께 통일되어 존재하면서 생산양식을 형성합니다. 이렇게 생산력과 생산관계는 한 사회에 생산양식의 구성요소로서 함께 존재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그 사이에서 모순이 생겨납니다. 

'대립물의 통일과 투쟁의 법칙'  162


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로 바뀌는 시기를 우리는 역사에서 '혁명'이라고 부르지요.  163


지금 전 세계에 물자는 넘치고 있어요.

'공황'이 일어나는 순간 그 넘쳐나는 상품들이 팔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171


'생산의 사회적 성격과 소유의 사적(私的 사사로울 사, 과녁 적) 성격 사이의 모순'에서, '생산의 사회적 성격'은 생산력과 관련이 있고 '소유의 사적 성격'은 생산과계와 관련이 있는데요. 

생산이 사회적 성격을 띈다는 것.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생산 활동이 이미 개인의 차원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죠. 곧 생산의 사회적 성격이 강해진 것입니다.

소유 형태는 거의 완전히 개인적인 형태, 곧 사적 소유가 주를 이룹니다.  172-173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모순이 변화 발전을 거쳐 새로운 공산주의 사회로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생산력의 사회적 성격이 생산관계의 사회적 성격과 맞아떨어져서 공황이라는 파괴적 현상이 없어지고, 자본가가 노동자를 저임금으로 착취하는 일도 없어질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182



'토대(base)'와 '상부구조(superstructure)'


어떤 사회의 '토대'란 그 사회의 생간관계 총체를 말합니다.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나 봉건적 생산 관계등을 떠올리면 됩니다.  189


상부구조란 것은, 앞서 얘기한 그 사회의 '토대'위에 서 있는 정치적, 도덕적, 예술적, 종교적, 철학적 견해 및 그에 상응하는 기관이나 조직 등을 말합니다.  190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라는 경제적 '토대'가 수많은 '상부구조'들을 낳고 있어요. 농노처럼 토지와 신분제에 얽매이지 앟은 자유로운 노동자들이 필요했던 자본가들은 개인의 신체적 자유를 보장하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생산수단을 자본가 개인의 소유로 단단히 보장하기 위해서 사유재산 보호를 보장하는 법률이 생겼고요. 이런 법들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라는 경제적 '토대'에 기반을 둔 상부구조인 것이죠.  191


제가 어느 책에선가 읽은 재미있는 예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던 서양 사람들이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을 찾아가서 지능 검사를 했다고 합니다. 서양 사람들은 부족 사람들 각각에게 검사 용지를 하나씩 나눠주면서 각자 개별적을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원주민들은 문제지를 놓고 다 함께 모여서 토론을 하지 뭡니까. 서양 사람은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다가가, 각자가 따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랬더니 권주민들은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고 합니다.

'문제가 있으면 함께 의논해서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왜 자꾸 각자가 따로 해결하라고 하는지 모르겠군요.'

이 원주민들에게는 문제를 각자가 따로 해결한다는 상황 자체가 전혀 생소할 뿐더러 이해도 되지 않앗습니다. 이 원주민 부족으로 대표될 수 있는 '원시공동체 사회'에서는 부족의 구성원들이 함께 도와가면서 생활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생존' 자체가 위험해집니다. 수렵이나 채집 활동을 통해 먹을거리를 마련하고 아이들을 돌보며 맹수나 다른 부족과 싸워가며 '생존'하려면 함께 똘똘 뭉쳐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했습니다. 그렇게 공동체 생활을 잘해야 '생존'할 가능성이 높은 게임의 법칙이 있는 곳이 원시공동체 사회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들에게는 '생존' 자체가 '함께 도와가면서 사는' 삶이 될 수밖에 없죠. 그런 원시공동체 사회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와 같은 '이기심'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얻은 지시고가 정보를 빨리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자신이 구한 먹을거리도 함게 나눠 먹는 것이 상식입니다. '이기심'은 그 사회에서는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195-196


자본주의 '게임의 법칙'. 더럽고 아니꼽더라도 자신의 노동력을 자본가에게 판매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공장이나 토지, 원료, 기계 등 이른바 '생산수단'이 자본가들의 손에 있기 때문이지요. 노동자는 노동력밖에 가진 것이 없습니다.

자신이 살아가는 도안 필요한 모든 것을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히 '이기심'만이 자신을 구원할 수 있습니다.  197


자본주의 사회 -> 모든 것이 상품으로 된 사회.  200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우리가 살아온 과거를 알아야 우리의 혀재를 판단할 수 있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죠.  204


새로운 토대가 낡은 상부 구조를 바꾸기도 하지만, 반대로 낡은 상부구조가 적극적으로 새로운 토대를 거부할 수도 있다.  207



계급이란 것을 들여다보면, 생산수단을 소유한 지배계급과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피지배계급 간에는 착취와 피착취의 관계가 형성됩니다.

착취가 존재하는 사회에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싱이 있습니다. 바로 빈부 격차지요.  

구조적으로 착취가 일어난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 하면, 빼앗는 사람은 늘 빼앗고, 빼앗기는 사람은 늘 빼앗긴다는 것입니다.  214


전 세계에서 수많은 농민이 봉건 지주에 맞서 봉기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동학농민운동도 그렇고, <삼국지>에 나오는 황건적의 난도 같은 맥락입니다.  221


계급 투쟁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사회를 변혁하는 근본 동력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계급투쟁이라고 하면 사회에 혼란을 조성하는 것으로만 새악하지요. 하지만 착취계급에 대한 피착취계급의 투쟁은 항상 새로운 사회를 여는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근대 자본주의 혁명이었던 프랑스 혁명이 성공한 이유는 수많은 농민이 봉건적 질서를 해체하는 데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223


지배계급은 불안정한 상황을 억누르고 지배 체제를 계속 유지해야만 자신들의 부를 지킬 수 있겠지요. 화가 난 노예들을 억누르지 못한다면 노예주들은 권력을 잃고 말 테니 말이에요.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국가'입니다. 마르크스는 국가를,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을 지배하기 위한 기구, 지배계급의 권력기구로 보았습니다.

지배계급은 생산수단을 독점적으로 소유합니다. 그러한 경제적인 권력으 가지고 잇기 때문에 피지배계급을 예속시킬 수 있죠. 하지만 그 사이에는 계급투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항상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배계급은 피지배계급의 저항을 억누르고 계속 복종시키기 위해 조직된 힘이 필요합니다. 군대나 경찰, 법원, 감옥같이 조직된 폭력기구가 필요하다는 말이죠. 이러한 국가의 폭력은 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그래서 군대와 경찰은 폭력을 합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지만, 사회의 나머지 성원들이 행사하는 폭력은 불법 행위가 됩니다. 이런 폭력기구들의 조직을 통해서 지배계급은 피지배계급을 정치적을 지배합니다. 생산수단을 독점적으로 소유하면서 경제적으로 지배하고, 국가기구를 통해 폭력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면서 정치적으로 지배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발생은 계급 사회의 발생과 맞물려 있습니다. 국가라는 것이 계급 억압 기구이기 때문에 계급의 존재 자체가 국가라는 기구가 존재하기 이한 전제 조건인 셈이죠.  225-226


우리는 국가가 사회의 전체 세력을 중립적으로 대변한다고 생각하도록 배워왔습니다. 누구에게나 보편타당한 법률이 제정되고, 그 법에 따라 국가가 운영된다고요.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227


혁명은 지배계급의 교체를 의미하기 때문에 많은 변화가 뒤따릅니다.  237


진짜 민주주의가 실현되려면 민중이 국가주권과 생산수단을 틀어쥐어야 한다. 그래야 진짜 그 사회의 주인이 될 수 있다.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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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위험에 노출된다. 그는 어느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그런 상황에 저절로 면역이 되는 건 아니었다.  57


그들을 만나게 한 우연..

샘은 평상시 퇴근할 때 절대로 타임스퀘어 쪽으로 가지 않았다. 줄리에트 역시 갑자기 외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상황이 맞물리며 결국 그들은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타임스퀘어 쪽으로 가게 만든 순간적인 변덕에 감사하면서 인생이란 정말로 신비롭고 오묘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우연이 아니었다면 도대체 무엇이 그런 상황을 감쪽같이 연출해낼 수 있단 말인가? 일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존재를 뒤흔드는 건 바로 작은 모래 알갱이일지도 모른다.  98


무엇 때문에 우리는 삶에 집착할까? 무엇 때문에 우리는 행운을 바라는 걸까? 수없이 벌어지는 일들 속에서 우리의 자유의지는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걸까? 삶의 게임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운명일까?  226


사람들은 왜 겉모습이 아름다우면 마음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왜 모두가 젊고 날씬해지고 싶어 안달하는 시대에 살고 있을까? 어느 시기가 지나면 모두 부질없이 사라지고 말 가치인데도.  227


인생에서 내가 배운것, 

그걸 몇 마디로 말하자면 다음과 같네.

누군가가 날 사랑해주는 날, 그 날은 날씨가 아주 좋아!

나는 미보다 더 멋진 표현을 모른다네. 날씨가 정말 좋아! - 장 가뱅이 부른 노래 <난 이제 알아> 중에서  239



우리의 역사는 바로 그 1초에서 비롯되었죠.  243


내가 이 삶을 축복한다면, 그것은 그대가 있기 때문이다. - 크리스티앙 보뱅  282



마약 앞에서는 누구나 똑같다. 처음에는 허세를 부리며 자존심을 내세우지만 결코 금단 증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서서히 약에 중독되고 나면 하나같이 자존심과 수치심을 내팽개쳐버리고 요구하는 대로 따를 준비를 갖춘 채 그의 아파트 문을 두드리게 되어 있었다.  302


과연 인간의 삶은 하나의 합목적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의 삶이란 단지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불과한 것일까? 그리고 죽음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죽음이란 단지 또 다른 삶, 우리 모두가 가게 될 저 세계를 향한 통로를 열어주는 의미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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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산다는 것은 

자국을 남기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흔적을 남기고 

떠나는 것이다.  26



[사랑해야 길이다]

길은 마음으로 걸어줄 때 살아난다.

온몸으로 속삭일 때 살아난다.

진정 사랑으로 보즘을 때 행복하다.

보아도 보지 못하고,

지나가도 돌아보지 못했다면

걸었다 할 수 없다.

사랑해야 길이다.  32



[잊어버림]

나를 잊고, 

너를 잊고,

모든 것을 잊게 만드는 길.

오늘,

이런 길을 달리고 싶다.  42



[여행중독]

여행이 중독이듯 길도 중독이다.

빠지면 헤어날 수 없다.

여행은 나를 찾아가는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는지

지독하게 묻고 답하는

나에게로 떠나는 것이 여행이고 길이다.  54



[욕심 없는 길]

마키아벨리가 편지를 쓰고 싶은 이유는

미친 사랑도 아니고 그저 안개 때문이었다.

안개 때문에 젖어들었던 상념이고, 

그 상념의 불꽃과 향기를 보듬었을 뿐이다.

안개의 길은 전부가 아닌 조금만 보개 한다.

눈보다는 마음이 먼저 보게 하는 길이다.

조금씩 천천히 밟아가야 하는 욕심 없는 길이다.  87



둘이 걷는 길은 혼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외로움을 떨쳐낼 수 있고 혼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물리적인 난관들이 극복될 수 있는 길이다. .. 그러나 둘이 걷는 길은 장점과 강점만큼이나 단점도 많고 약점도 많다. 시간이 갈수록 의견 충돌은 피할 수 없고 여독이 쌓일수록 감정의 골은 심연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둘이 걷는 길은 문제와 난관을 전제로 하거나 이미 어느 쪽이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양보와 희생을 대전제로 하고 떠나는 길이다.  99



삶은 여행이다. 스쳐가는 여행이기에 한 번쯤 색다르게 살아보는 삶도 가능하다. 단 한 번뿐이었지만 정말 그때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추억할만큼.  101



[당신 때문에 빛난다]

당신의 눈이 되어 당신의 마음이 되어

당신의 자리를 따라 간다.

당신이 흐르는 대로 나도 따라 흐르고,

당신이 버리는 대로 나도 따라 버린다.

아직 남은 빛처럼 아직 남은 사랑에 행복하고 

아직 남은 온기처럼 아직 남은 시간에 고맙다.

행복은 내일 또다시 떠오른 태양 때문에 빛나고 

내일 또다시 찾아오는 당신 때문에 빛난다.  109



[그립다]

길을 떠나도 길이 그립고 

길을 잊어도 길이 그립다.

혼자 걸어도 길이 그립고

둘이 걸어도 길이 그립다.  119



[길은 이어진다]

생각은 생각으로 이어지고,

마음은 마음으로 이어지고,

고독은 고독으로 이어지고,

사람은 사람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길은 길로 이어진다.  120



[오래 사랑하려면]

오래 사랑하려면

오래 같이 있어야 한다.

오래 사랑하려면

오래 붙어 있어야 한다.

길은 단 한 번도 떨어져 있은 적이 없다.  123



[세상에서 가장..]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사랑을 얻는 일.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사랑을 지키는 일.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

사랑이 식는일(내가 보기에는 '사랑이 식기 직전')  133



[친구]

삶의 친구란

사이좋은 사람이 아니라

어디든 함께 떠날 수 있는 

거울 같은 사람이다.

만날 때마다 항상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먼 길까지 오래

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134



모든 인생도 여행도 공짜는 없다. 떠날 수 있는 사람은 무언가를 버렸기에 떠날 수 있고, 무엇 하나를 감내하기에 떠날 수 있다. 인생이나 여행에서 누구나 길을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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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도시가 아니었다. 결국 문제는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였다.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에서 행복할 수 없다면 세상 그 어느 곳을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과정은 고독하고 피로했다.

헛헛함

행복의 반대말

낯설게 보기

탈도시적

라디오를 들으며 연필을 깎을 때면 참 행복했다.

온기




인생이란 어느 한 순간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다림이며, 가장 나다운 나와 만나는 먼 여정임을 이해했다.  37


자제의 윤리가 깊숙이 내면화된 남자..

"상대의 호의를 잘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봐. 잘 받는 사람이 잘 줄 수도 있는거야."

상대를 위한 배려라고 새악했으나 그건 표면적인 명분일 뿐, 실상은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나 자신에 대한 배려가 더 우선은 아니었을까. 자립심을 바루히해 내 일을 스스로 처리하고 싶어 했으나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타인의 힘을 빌리는 달콤함을 맛본 뒤 의존적이 되지 않을까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그것은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고질병 가운데 하나였다. 아니,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해야 했던 운명의 소유자가 가지게 마련인 방어 심리였을지도.

이 도시에는 그런 믿음을 강화시키기에 충분한 잔혹한 사례들이 얼마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가, 안심하고 감사히 호의를 받아들였더니 결국 자신을 이용하기 위한 의도였음을 아게 된다거나, 진심에서 우라넌 도움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그 일로 뒷말을 듣게 된다거나..  42-45


"그거 알아요? 정말 뭔가에 정신을 쏟으면 눈물이 나는 거? 슬퍼서도 아니고 서러워서도 아니고 그냥 눈물이 나요."

나는 다만 한 사람이 뭔가에 몰두한 끝에 흘리는 눈물에 대해서, 그 맑고 투명한 힘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을 뿐이다. 초라한 시작을 두려워하지 않고 눈물 나도록 힘이 솟게 하는 뭔가를 찾는 사람드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었을 뿐이다.  52-54


스승의 죽비가 계속 어깨를 내리친다. 

"우리가 괴로운 것은 의식(생각)과 감정(마음)의 모순 때문입니다."

"생각과 마음이 싸우면 대부분 마음이 이깁니다. 승률 90% 이상이죠. 백만 대군과 싸우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바로 자신의 마음과 싸워 이기는 것입니다. 절에 가면 대웅전이 있죠. 그건 자신의 마음과 싸워 이긴 큰 영웅을 모신 곳이란 뜻입니다. 좋고 싫음에 따라 움직이면서 우린 거기에 온갖 핑계를 다 갖다 붙입니다. 일생이 '핑계 찾아 삼만리'입니다. 해탈이란 좋고 싫음의 놀음에서 벗어나 좋아도 안 할 수 있고, 싫어도 가볍게 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인이 되는 것입니다."  57-60


우리에겐 누구나 사랑 받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이런 마음이 일어나는 자체는 탓할 일도, 억지로 가라앉힐 일도 아니고 그저 자연스러운 욕망일 뿐이다. 다만 사랑 받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때, '아, 내 마음이 이렇구나'하고 알아채는 일이 중요할 뿐이다. 알아채는 순간, 욕망은 더 이상 강렬하게 우리를 지배하지 못한다. 

나의 스승은 말씀하셨다. 

"사랑 받는 것을 내 삶의 중심으로 두면 힘들어집니다. 우리는 사랑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사랑 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합니다. 사랑 받고자 할 때 문제가 생깁니다. 연인 사이에 흔히 '넌 내 거야' 하고 말하죠. 그러면 그 사람이 내 것이 되는 게 아니라, 내가 그 사람 것이 됩니다. 내 행복이 그 사람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죠. 그 사람의 한 마디, 몸짓 하나에 내 행과 불행이 좌우되기에 내가 내 인새으이 주인이 되지 못합니다. '내가 널 이렇게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너도 날 사랑해야 돼.' 이건 거래고 흥정이지 진정한 사랑은 아닙니다. 그래서 사랑 받으려 하면 괴로움이 생겨날 뿐입니다. 반면 사랑하려 하면 충만이 옵니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으로 바로 서기 때문이죠."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 설레며 사랑에 빠졌던 날들은 진정 천국의 시간일 것이다. 그 사랑이 좌절과 환면, 허망함을 안겨 주었다 하더라도 천국의 시간이 주는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자신을 투명하게 들여다보게 만드는 그 아찔하고 뼈아픈 각성의 순간조차 사랑이 아니라면 체험하기 힘든 소중한 기회이니까.

오직 사랑만이 이 세상에서 가장 힘센 카르마와 에고를 녹일 수 있다. 사랑은 정성이며, 절로 춤추게 하는 리듬, 영혼의 타악기를 울리는 손가락 끝마디이다. 

종교를 가지거나 명상을 하고, 온 세계를 헤매고 다녀도 내려놓기 힘든 것이 인간의 에고이다. 그런데 사랑에 빠진 순간 우린 광복보다 빠른 속도로 자신을 내려놓는다. 누군가를 자신보다 더 아끼고 사랑할 수 있게 되며, 세상을 향해 마음의 빗장을 모두 열어 젖힌다. 사랑이 아니라면 일어날 수 없는 기적이다. 기적이 일어났던 순간, 우린 미이 천국을 맛본 것이다.  68-70


크리스토퍼 듀드니가 쓴 <밤으로의 여행>에 쥐를 세 집단으로 나눠 실험한 얘기가 나와요. 쥐들을 24시간 불을 켜 둔 집단, 낮에만 불을 켜고 밤에는 깜깜한 곳에 둔 집단, 낮에는 불을 켜 두고 밤에는 아주 적은 양의 불빛만 새어 들어오게 한 집단으로 나눠 살게 했대요. 결과가 어땠을까요. 밤 동안 극소량의 빛에 노출된 쥐들과 밤새 환히 켜진 불에 노출된 쥐들의 몸 안에서 똑같은 수준으로 종양이 자랐다고 해요. 요약하자면 어스름한 빛마저 몸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거예요.  83


애초부터 옳고 그름은 없었다. 

'지불책우(智不責愚)' - 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을 꾸짖지 않는다.  101


자발적 빈곤은 한없이 아름다운 말이지만 해가 갈수록 '자발적'이 맞는지 자신이 없어진다. 

도시가 추구하는 욕망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자발적'이라는 청렴한 수식어는 곧바로 무능으로 대치된다.

스승이 답했다.

"청빈과 극빈의 차이가 무엇인지 압니까? 스스로 그 길을 택해 검소하게 살면 청빈입니다. 극빈은 내 욕망은 그렇지 않은데 할 수 없어서 그렇게 사는 것입니다. 돈에 대한 조급함에 사로잡히면 반드시 실수를 하게 됩니다. 당장 다음 끼니를 걱정할 만큼 가난하거나 큰 병에 걸렸거나 문맹이 아니라면, 그 이상은 더 잘 먹고, 더 건강하고, 더 많이 가지고 싶은 욕심 때문에 괴로운 것입니다. 남과 비교해 얻는 고통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습니다. 약이 없습니다. 이것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악한 생각입니다."  110-111


누가 그랬던가. 여행과 생활은 연애와 결혼의 차이 같다고, 막상 그 나라에 터를 잡고 산다면 다르겠지만 여행이었기에, 여행자였기에 우리는 얻뜻 새로운 세상을 보았거나 봐싿고 생각한다. 그것은 분명 다른 세계였다고 여긴다.  116


엄마가 말했다.

"해가 지면 그날 하루는 무사히 보낸 거다. 엄마, 아버지도 사는 게 무섭던 때가 있었단다. 그래도 서산으로 해만 꼴딱 넘어가면 안심을 했느니라. 아, 오늘도 무사히 넘겼구나 하고. 그러니 해 넘어갈 때까지만 잘 버텨라. 그러면 다 괜찮다."

그 밤에 엄마가 속으로만 삭인 뒷말이 있었다.

'그러다 새벽이 오면 또 하루가 시작되는 게 몸서리쳐지게 무서웠단다.' 

그 말까지 더해야 진실이 완성되지만 엄마는 차마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새벽이 되면 절로 느낄 것이므로, 당장 그 순간 자식에게 필요한 것은 기운을 북돋아 주는 말이란 걸 알기에.  123


"야야, 눈이 게으른 거란다."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벽에 부딪쳐 그만 포기하고 싶어질 때면 엄마의 어록을 떠올린다.

게으른 눈에 속으면 안 된다는 것을, 사람의 눈은 어리석기 짝이 없어서 해야 할 일 전부를, 인생 전체를 돌아보며 겁먹기 쉽다는 것을, 엄마는 말했다. 오직 지금 내딛는 한걸음, 손에 집히는 잡초 하나부터 시작하면 어느새 넓은 콩밭은 말끔해 진다고 반드시 끝이 있다고.  124


명상이란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일에서 시작된다.

알아 차리는 순간 화는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143


사랑이 무슨 죄니. 사랑이 약한 게 아니라 사람 마음이 약한 거지. 사랑은 있어."

그러니까 애당초 잘못은 우리가 사랑해 대해 품는 수많은 환상과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이다. 사랑은 있는데, 사람이 변한다는 거다. 그 동안 애꿎은 '사랑'만 쥐 잡듯 자아 온 셈이다.  155


사랑하고 있는 사람의 귀는 아무리 낮은 소리라도 다 알아듣는다. - 셰익스피어

어떻게 딴 생각을 하지 않고, 온 마음을 다해 상대의 말을 들을 수 있었을까?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어떻게 모든 것을 내보일수 있었을까?

바로 '처음' 만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이와 나 사이에는 과거에 쌓아 둔 '인과'가 없었다. 사소한 오해를 빚었던 일도, 기쁨을 나눴던 기억도 없는 백지 상태의 인연. 마음의 열림과 기적 같은 소통이 가능했던건 바로 그 때문이었다. 순조로운 의사소통을 막는 첫걸음은 과거의 기억에 있다. 그래서 가장 가까이에서 오랜 시간 동안 봐 온 가족과 오히려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오늘 내가 만나는 모든 인연을 지상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대하기란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과 소통하는 일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마음속에 '내가 옳다'는 생각이 가득 차 있기에 자연스럽게 상대의 말은 내 마음속에 닿기도 전에 부정되고 만다.

스승은 말했다.

"혹시 마음속에 상대를 바꾸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 건 아닌가요? 자기 자신 이외에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 삶은 치유가 되고 있는 것인지도 몰라요. 내가 문제를 해결해 줘야겠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저 조용히 들어주세요. 그리고 본인이 직접 도움을 요청하면 그때 도와주세요."

내 잣대로 미리 재단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내가 옳다는 생각도 소통을 막지만, 내가 틀렸다는 생각도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아니다. 미안해 하는 마음은 오히려 상대르 원망하는 깊은 속내를 감추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진면목을 발견하고 나의 옳음을 내려놓으면 가벼워지기에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사라진다. 미안한 마음은 지금 그대로의 상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이 미처 채우지 못한 욕심일 수 있다.

지혜로운 스승들은 상대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들 때는 진참회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진참회란 '내가 문제였어'라고 건성으로 결론 맺는것이 아니라 세상에 옳고 그른 일이란 없음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170-176


누구나 평생에 걸쳐 자기 부모를 넘어서기 위해 애쓰며 살게 마련이다.  193


진정한 부란 죽음이 빼앗아갈 수 없는 것들을 이르는 말이다. 타인에게 베푼 친절, 관대함, 나눔, 용서, 배려... 내가 티베트를 그처럼 좋아하고 그드르이 운명에 아파했던 것도 진정한 성공과 부가 무엇인지 아는 문화를 지녔기 때문이었다. 

구제프의 수도원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걸려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와 불편한 관계가 남아 있다면 돌아가라."  201


살아 보니 행복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것이었다.

행복에 관한 한, 우리는 일용직 신세였다. 비정규직이었다.

내일 몫까지 미리 쌓아 두기 힘든 것, 그게 행복이었다.  203


중독과 몰입의 차이는 무엇일까. 

중독인지 몰입인지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 둘 다 엄청난 시간과 사랑을 요구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이게 없으면 내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설명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드는 점도 닮았다. 그러나 중독과 몰입의 차이는 '자신에 대한 사랑'이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에 있지 않을까. 어떤 일에 지독하게 빠져 있는 자신이 밉고 죄책감이 든다면 중독이다. 그 일을 함으로써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며 내면의 자부심이 커진다면 몰입니다. 왜냐하면 중독은 결국 자신의 실체를 잊기 위한 몸부림이며, 올바로 사랑을 쏟아야 할 대상에게서 거부당하고 상처 받은 마음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중독이 치명적인 것은 물리적인 파괴의 속성 때문이다. 몸 어디 한 군데가 손상된 뒤에야 간신히 벗어날 수 있는 것, 그게 중독이다.

정말 미스테리하고 약 오르는 진실 하나는 좋은 습관은 쉽게 중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64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심장에서 울리는 소리를 따라 길을 떠난다. 그러나 진정 성숙한 여행자는 돌아와서 자기 발밑의 장미 한 송이를 더욱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보다 멋진 사람은 굳이 떠나지 않고도 일상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내면의 여행자이다. 혹여 장미가 아니라 패랭이꽃이나 작은 들풀인들 어떤가.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발밑을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일이다.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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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낯설고 혹독한 길을 떠날 수 있는 건 그 길 위에서 나를 닮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인지도 모르고, 때로는 많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나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이기도 하다. 그러니 어떻게 남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바로 그것이 길 위에서의 마법이다.  37


난 인적 없는 그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아마 내가 이곳에 살고 있다 해도 나 역시 이 길을 지루하다고 생각하고는 가지 않았겠지. 하지만 난 지금 여행중이니까 세상의 그 어떤 길이라도 새롭고 흥미가 있어.

내가 이제까지 걸어본 적 없는 이 길을 그리고 앞으로도 걸을 일 없는 이 길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며 걷는 거지. 마치 나의 길이라도 되는 듯이, 내가 처음 발견한 길이라도 되는 듯이 말이지.

길에서 산들바람을 만났고 네가 남기고 간 타이어 자국도 발견했으며 그리고 누군가 버리고 간 장갑 한짝도 찾아냈어.

이게 여행인지도 몰라. 그래서 꽤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여기까지 온 것인지도 몰라.  54


"솔직히 나도 예전에는 젊을 땐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네. 그래서 나도 자네 나이 때는 나이를 잊을 만큼 열심히 일을 했지. 그때는 일이 내 존재의 이유였고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지. 하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 내가 만약 시간을 되돌려 자네 같은 나이로 돌아간다면 난 일을 열심히 하기보단 내 자신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겠다고 말이지. 바빴고 열심이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거 같다. 안정적이긴 하지만 그에 비해 추억이 없다네. 내가 기억하는 내 30대는 그저 밤을 새고 일을 하는 것밖에는 없었어. 물론 그 시절 난 여행을 떠나 더 많은 것을 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지. 하지만 눈 앞에 쌓여 있는 일들 때문에 그러지 못했어. 내가 은퇴를 하자마자 그렇게 원하던 여행을 시작했을 때 알았지. 내가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자네 같은 젊은이들이 여행에서 느끼는 것을 똑같이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온실 유리창으로 물방울 하나가 타고 흘러내렸다.

"젊음이 뭔지 아나? 젊음은 불안이야. 막 병에서 따라낸 붉고 찬란한 와인처럼, 그러니까 언제 어떻게 넘쳐 흘러버릴지 모르는 와인 잔에 가득찬 와인처럼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또 한편으론 불안한 거야. 하지만 젊음은 용기라네. 그리고 낭비이지. 비행기가 멀리 가기 위해서는 많은 기름을 소비해야 하고 대가가 필요한 거지. 자네 같은 젊은이들한테 필요한건 불안이라는 연료라네."  59-61


왼손을 못 쓰든, 자다가 자기도 모르게 부스러기를 흘리며 먹든 모든 것이 익숙해지는 순간 더 이상 그건 별스러운 것이 아닌 '일부'가 되는지도 모른다. 그 일부를 데리고 살면서 행복해 할 수 있느냐, 그럴 수 없느냐의 문제 역시 이번 여행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142


우리는 말할 수 있을까? 좋아하지만 전혀 돈을 벌 수 없는 일을, 좋아하지만 남들이 전혀 인정해주지 않는 일을 당당히 직업이라며 말할 수 있을까? 잘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 돈을 벌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일을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그 진심의 정도를 가지고 있는지의 문제.

"뭐 하세요?" 누군가가 그렇게 묻는다. 그때는 '사랑하고 좋아하느 ㄴ일'을 말하면 되는 것인데 왜 유도 우리나라에서는 사랑하는 일과 직업의 거리가 그렇게 멀단 말인가. 잠깐 한 번만 나에게 더 물어보자. 일단 정말 사랑하는 일이 있긴 있는가?  146


허황된 꿈들은 사라지면서 아무도 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대신 눈치를 보며 좀 더 실제적인 '계획'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너나 할 것 없이 우리의 계획들은 대부분 비슷했다.

안정왼 직장을 갖는 것, 좋은 상대를 만나 결혼을 하는 것, 둘이 열심히 돈을 모아 집과 차를 사고 가끔은 무리해서 여행을 가기도 하고 아이를 갖고 그들을 남들보다 우월하게 키우거나 공격으로부터 큰 상처를 입지 않게 범퍼를 착용시켜 키우는 것... '난 꼭 그렇지만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한 시절, 나에게 열등감을 주기도 하고 내게 영감을 주며 멘토이기도 햇던 나의 친구들은 거의 모두 이렇게 살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가 어쩌다 만나도 아무도 꿈에 대해 이야기하면 안 된다. 그것은 상대를 공격하는 일이거나, 스스로 민망해지는 일이므로.

자신들의 직장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부동산과 주식 투자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고 아이들의 교육 이야기를 나눈다. 이제 그 누구도 우리가 좋아햇던 음악과 가슴에 꽂혔던 책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다. 저마다 다른 강가의 돌들도 세월이 흘러 바람에 풍화되고 물살에 깎여 결국 모두 맨질맨질한 둥근 돌멩이가 되듯. 

우리가 사는 굴레가 우리가 받은 교육이 그리고 먹고 살아야 하는 생존의 문제가 우릴 뭉툭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마치 우리는 잘 드는 칼로 잘려진 사과인지도 모른다. 똑같은 모양으로 잘려져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라는 큰 접시에 담겨 탁자 위에 놓여 있는 것이다. 아마 나는 잘못 깎인 사과의 한 조각일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접시에 담기지 못하고 아직 도마 위에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신은 우리 모두를 저마다 다르게 만들었노라고 자부하시지만 우린 모두가 이토록 똑같은 자세로 개헤엄을 치고 있으니 참 우리도 대단하다. 

그렇기에 난 지금 이렇게 미친 듯이 불안하면서도 여전히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아 늦잠을 자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어나서 한 길밖에 없는 종류의 삶에 몸을 담글 수는 없을 테니.  157-159


말끔히 잊은 것 같다가도 잊히지 않는 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162


항상 사랑은 그런 법 아니겠어? 너무 가까워지면 감정이 엉켜버리고 그렇다고 너무 거리를 두면 팽팽해서 끊어지는 것처럼 말이지. 그러니깐 가능하다면 우리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자.

지금 우리가 못할 건 아무것도 없어.

우리에게는 어떻게 가야 완벽한 사랑에 도달할 수 있는지 표시된 지도 따윈 없으니깐.  169-170


오랫동안 서로를 좋은 기억 속에 가두기로 약속하자.

사람이라는 건 기억으로 살아가는 것일 테고 꾸준히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사랑한 거나 마찬가지일 테니깐.

우리가 함께한 순간은 세월이 될 거야.

지금에도 또 먼 훗날에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건 지나간 시간들일 거야. 

기억이 많을수록 잘 살게 돼 있다는 걸 나는 믿어. 나이가 들면서는 현실을 지탱하는 저울보다 기억을 지탱하는 저울이 말을 더 잘 듣게 돼 있거든.  171


우리는 누구나 한 번 더 태어날 수 있다.  180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한 사람에게는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 있게 마련이다. 비록 남은 10%밖에 이해하지 못해도 자신에게만은 절절하고, 생각할수록 정신이 번쩍 드는 시점이 있게 마련이다. 

내가 다시 태어난 해는?

그리고 당신이 다시 태어난 해는?  181


그녀는 프랑스인이었고, 이름은 마리였습니다. 예순여덟의 건강한 여성이었습니다.

"나한테 여행은 단순히 풍경과 문화를 접하는 게 아녜요. 여행은 인생의 커다란 한 부분이에요. 인생을 행복하게, 윤기 나게 하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게 아니라 여행은 내 눈동자고 피부이고 손가락이에요. 그리고 여행은, 즐거운 일도 많았고 힘든 일도 많았던 내 인생의 바퀴를 좀더 풍요롭게 굴러가게 해주는 추억들이에요."  224


우리의 여생을 버티게 해줄 추억의 보관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25


침묵은 단순히 말을 안 하는 게 아니고 잠시 동안 스스로 세상과 멀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254


여행은 해프닝의 연속이라는 것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여행은 대본 없는 드라마고 결말이 나지 않는 연재만화 같다. 우리 모두 여행이라는 드라마와 만화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물론 여행 안에서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몇몇 부분도 꽤 있겠지만 대부분은 의도하지 않았는데 밀물에 쓸려 나도 모르는 곳으로 흘러가버리듯 여행이라는 운명에 휩쓸려 전혀 예상 밖의 일들을 경험할 것이다. 우리가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지 모르므로 그저 운명이라는 배의 키를 꽉 쥐고 가능한 한 최악까지 가지 않길 바라며 기도를 하는 편이 더 현명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래서 더 여행이 진해지는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제어할 수 없다는 것...  280


찐따 같이 나온 사진이 더 기억에 오래 남는 것처럼 아주 제대로 진상을 떤 여행이 시간이 아무리 가도 더 선명할 테고, 친구들도 그 모든 바보 같은 짓과 말도 안 되는 여행담들을 더 사랑하며 기다릴 것이다.

그러려면 우리는 배워야 할 것이다. 그냥 지금을 인정하고 조용히 받아들이는 방법을, 그리고 그걸 제대로 엄청나게 즐기는 방법을... 그러면 결국 여행은 어떤 식으로든 재미있어지는 것다. 물론 그땐 죽을 만큼 힘들다 해도 말이다.  281


히피로 살며 유럽을 돌아다닌 20대. 알콜 중독과 무기력함에 빠져 지냈던 30대. 가족을 이루고 새 인생을 시작한 40대. 특별한 일 없이 고요하기만 했던 50대. 정원을 가꾸기 시작한 60대. 그리고 마치 20대처럼 다시 길을 떠나기 시작한 지금...  304


"자네도 알게 된 거야. 나이가 들게 되면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안정이라는 건 없다는 걸. 열심히 일을 하고 있건 가족을 가지고 있건 그리고 돈이 많이 있건 모두가 결국엔 불안하지. 우리는 가진 걸 잃을까봐 언제나 불안하고 정말 잘 살고 있는지 의심하고, 그래서 오히려 별로 가진 게 없는 것이 더 행복한 인생인지 모른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까지도 하질 않나?"

"하지만.. 대부분 안정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직장과 가족을 가느리고 열심히 살아가잔항요."

그는 내 말을 듣고 한 박자 쉬더니 다시 걸으며 말했다.

"그렇지. 어떠면 그게 인생인지 모르지. 하지만 나는 이런 식으로 사는것에 불만이 없네. 비록 나쁜 일이 더 많은 인생이었지만 만약 다시 태어난다 해도 이렇게 살고 싶네."  305



우리에게 충분한 시간은 없다.

나는 계호기 같은 걸 미리 세우는 인간은 아니다. 그리고 솔직히 당장 뭘 하고 싶은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나는 철부지 어른이다. 하지만 나는 그게 개의치 않았다. 나의 이런 삶을... 이렇게 살아왔더도 세상은 가끔씩 내게 약간의 기회를 주었다. 

물론 나는 그런 기회가 올 때마다 지금은 적당한 타이밍이 아니야 하며,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미뤄 뒀었다. 대신 나는 언제나 내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더 많은 걸 보기 위해 더 멀리 가길 원했고 그럴 때마다 무작정 길을 나섰다. 

그런데 오늘밤 그 주정뱅이는 내게 시간이 얼마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하는 의사의 말처럼 절망적으로 들렸다. 이제까지 나에게있어 시간은 계절이 변하는 것, 나이가 드는 것을 의미했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가보고 싶은 것도 많고 마난고 싶은 사람들도 많으며, 쓰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리고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도 많다. 그러기엔 시간이 문제였다.

그래, 성공이라는 것도 해보고 싶다. 엔진소리가 죽이는 잘 나가는 까만 차도 갖고 싶고, 서울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집에 살면서 예쁜 화병처럼 근사한 여자도 만나고 싶다. 그리고 특별해지고 싶었다. 그런 게 있어야 한다면, 나도 그런 것을 소망하고 바라고도 싶다.

그런데 정말 그 주정뱅이의 말처럼 우리에겐 충분한 시간이라곤 없는지도 모른다. 성공 때문에 허비해버리기에는, 정말 시간이란 건 충분히 않을지 모른다. 아니념 내게 시간이 없다고 저주를 퍼붓 듯 말하고 곯아떨어진 주정뱅이를 흠씬 두들겨팼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나쁜 놈!!  342


중요한 건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거지. 중요한 건 보이지 않지만 속에 잇는것. 그래, 우리의 마음 색깔 같은 거.

검은 해변의 꽃처럼 우린 지금 아무것도 아니고 언제나 자주 불안해하지만, 우리가 우너하는 걸 하겠다는 단단한 마음과 진심이 있다면 우리는 결국 그걸 하게 될 거야. 시간이 좀 걸릴지 모르지만...  345


30살, 미국을 여행할 때의 나였다면 분명 매일 눈물을 흘리며 참담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겠지만 33살이 된 지금 나는 더 이상 낯선 길 위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내 앞에 일어나는 일들과 모든 순간을 이제는 내 여행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여행 역시 그 누구도 내게 강요한 적 없고 내가 이 여행을 통해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나거나 인생을 바꿔버릴 만큼의 깨달음을 얻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저 가드를 올리고 언제낙 찾아올지 모르는 마지막 카운터 한 방을 노리는 복서처럼 나는 내 페이스대로 움직였다. 

조급하지 않았다. 겨울은 여전히 끝날 생각이 없었고, 날 기다리는 사람도 그리고 내가 가야할 특별한 장소도 없었으니까. 그동안 가지고 있던, 더 많이 보고 더 멀리 가는것, 그리고 누구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는 것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346




우린 태어날 때부터 두 다리를 가지고 태어났으니 떠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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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과도, 미래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초선의 선택이라는 믿음이 저에겐 있었습니다. 그러니 '미래에 후회하게 도리 것인가'와 상관없이 바로 지금,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 '긴여행'이라는 선택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떠나는 자가 될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15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피천득 옮김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은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기에 인하여 긑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로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19



"힘들지 않나요?" 그에게 물었다

"이젠 습관이 되어 괜찮아요." 그가 대답했다.

이 험한 길이 습관이 되어 힘들지 않을 정도가 되기까지 그는 얼마나 여러번 이 길을 오르고 올랐을까?  40


세상에는 참으로 멋진 장소가 많다.  멋진 장소를 만나는 것, 여행을 떠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멋진 장소보다 멋진 사람들이 조금 더 많은 것 같다.  48


하지만 어찌 보면 다행스러워. 쉽게 잊는다는 거, 망각한다는 거. 잊을 수 있으니까 다시 찾을 수 있는 거잖아. 망각했으니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잖아.  85


여행하면서 깨닫게 된 진실 한 가지는 힘든 언덕길을 오르면 멋진 풍경이 보답으로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87


"I'm a student od life, Forever."  102


사랑이란 그런 게 아닐까. 나의 무릎 한쪽을 선뜻 내어주는 것. 곁에 있어주는 것. '쉿'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가는 것. 그래서 계속 꿈을 꿀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  112


지금이 아니면 안 되거든.  120


혼자 떠나는 여행. 그것은 혼자만의 여행이자, 동시에 혼자만의 여행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행이란, 여행하는 그 순간으로 끝나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오묘한 시간이다.  187


여행자의 마음을 끄는 곳은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곳이다. 물론 여기에는 조건이 있는데, 동네가 작아야 하고, 구름이 예뻐야 하고, 몇 시간씩 앉아 있을 수 있는 카페가 있어야 한다. 중국의 따리가 그랬고, 베트남의 호이안이 그랬고, 라오스의 방비엥이 그랬으며, 여기 태국의 빠이가 그렇다.  197


느림은 좋은 것이다. 별 것 아닌, 반복되는 일상에 행복은 녹아든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느림 앞에서 전전긍긍해한다.  202


느림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불행하게 살기로 선택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203


비록 누군가에겐 별 볼일 없을지라도, 나에겐 '다시 찾고 싶은'곳. 세상에는 분명 그런 곳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내겐 있었다.  223


여행이 보여주는 나.  241


생각해봐. 그들이 타지마할을 완성하고 잘린 손으로 집에 돌아갔을 때, 그들의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의 기분이 어떠했을지를..  249


여행길에선 돈이 있더라도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렇다고 불행하지는 않았다. 올히려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다. 다만 약간 불편할 뿐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불행한 이유는 가지지 못해서가 아니라, 가지지 못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마음 때문인지도 모른다.  266


여행이란, 이제까지는 당연했던 것들이 오늘은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는 것, 나와는 다른 낯선 것을 인정하게 하는, 바로 그런 것.  293


"기억할 추억이 잇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309


여행에는 정답이 없다. 아니 모두가 정답이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최고의 장소이고, 내가 지금 만나는 사람이 최고의 사람이라 믿으면 된다. 그럼 나는 지금 최고의 여행을 하고 있는 게 된다. 다른 이의 여행 역시 정답이다. 나와는 다른 스타일의 여행을 하는 사람일지라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분명 나름의 이유나 의미가 있을 테니까. 

그래도 누군가 '여행 고수'에 대한 정의를 내려 보라면, 글쎄...  진정한 내 안의 소리를 아는 것, 그 소리를 따라가는 게 아닐까 싶다. 그것이 가능해지는 날, 그때가 비로소 길 위에서의 이 여정을 끝낼 때일 테니 말이다.  322-323


"지루한 것과 평화로운 건 다른 거야. 이곳에서 몇십 년을 살았지만 단 한 번도 지루했던 적은 없었어. 정말이야."  328


마음이 원하는 여행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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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번 힘이 되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열정이란 말에는 한 철 태양이 머물다 지나간 들판의 냄새가 있고, 이른 새벽 푸석푸석한 이마를 쓸어올리며 무언가를 끼적이는 청년의 눈빛이 스며 있고, 언제인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타고 떠날 수 있는 보너스 항공권 한 장에 들어 있는 울렁거림이 있다. 열정은 그런 것이다. 그걸 모르면 숨이 막힐 것 같은 어둠에 놓여 있는 상태가 되고, 그걸 갖지 아니하면 신발을 신지 않은 채 낯선 도시에 그 암담함과 다르지 않다. 

사랑의 열정이 그러했고 청춘의 열정이 그러했고 먼 곳을 향한 열정이 그러했듯 가지고 있는 자와 가지고 있지 않은 자가 확연히 구분되는 그런것. 이를테면 열정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넌 자와 건너지 않은 자로 비유되고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강물에 몸을 던져 물살을 타고 먼길을 떠난 자와 아직 채 강물에 발을 담그지 않은 자, 그 둘로 비유된다. 열정은 건너는 것이 아니라, 몸을 맡겨 흐르는 것이다.



사랑의 시작은 그래요. 어떤 이상적인 호감의 대상이 한번 내 눈을 망쳐놓은 이후로, 자꾸 내 눈은 그 사람을 찾기 위해 그 사람 주변을 맴돌아요. 한 번 본게 다이넫 내 눈은 몹쓸 것으로 중독도니 무엇처럼 그 한 사람으로 내 눈을 축축하게 만들지 않으면 눈이 바싹 말라비틀어질 것 같은 거죠.


청춘에 있어서 만큼 사용법이란 없다. 

주저하면 청춘이 아니다. 생각의 벽 안쪽에 갇혀 지내는 것도 청춘이 아니다. 괜히 자기 자신을 탓하거나 그도 아니면 남을 탓하는 것도 청춘의 임무가 아니다. 청춘은 운동장이다. 눈길 줄 데가 많은 번화가이며 마음 들떠 어쩔 줄 모르는 소풍날이다. 

하지만 청춘은 방해받는 것 투성이다. '하지 말라

'는 말들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야 함으로 느낄 수도, 만날 수도, 가질 수도 없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느껴야 하는 것, 만나야 하는 것, 사력을 다해 가져야 하는 것, 그래서 반드시 행복해야 하는 것, 그것이 청춘이다.  

청춘은 한 뼘 차이인지도 모른다. 그 사람과 내가 맞지 않았던 것도, 그 사람과 내가 인연으로 스치지 못했던 것도 그 한 뼘 차이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청춘의 모두는 한 뼘과 연관되어 있으며 겨우, 그 한 뼘 때문에 대부분의 결과는 좋지 않다.

청춘은 예민하되 청춘은 복잡하지 않다. 그렇다고 대단하지도 않다.



나는 여행하면서 이런 것들을 챙겨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여전히 신기하다.

 - 트렁크 가득한 책(게다가 그걸 다 읽고 버리고 가는 사람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 평소 즐겨 먹는 원두커피

 - 두춤한 일기장

 - 잠옷

 - 애인.



네 손을 잡는 순간 갑자기 모든 게 괜찮아진다.



사랑해라. 시간이 없다. 사랑을 자꾸 벽에다가 걸어두지만 말고 만지고, 입고 그리고 얼굴에 문대라.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으며, 내릴 곳을 몰라 종점까지가게 된다 할지라도 아무 보상이 없으며 오히려 핑계를 준비하는 당신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사랑해라. 정각에 도착한 그 사랑에 늦으면 안 된다.

사랑은 그런 의미에서 기차다. 함께 타지 않으면 같은 풍경을 나란히 볼 수 없는 것. 나란히 표를 끊지 않으면 따로 앉을 수밖에 없는 것. 서로 마음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같은 역에 내릴 수도 없는 것. 그 후로 영원히 영영 어긋나고 마는것.

만약 당신이 그리 할 수만 있다면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우주를 바라보는 방법을 익히게 될 것이다. 그러다 어쩌면, 세상을 껴안다가 문득 그를 껴안고, 당신 자신을 껴안는 착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 기분에 울컥해지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사랑은 아무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당신에게 많은 걸 쏟아놓을 것이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세상을 원하는 색으로 물들이는 기적을 당신은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동전을 듬뿍 넣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해도 당신 사랑이다. 너무 아끼는 책을 보며 넘기다가, 그만 책자이 찢어져 난감한 상황이 찾아와도 그건 당신의 사랑이다. 누군가 발로 찬 축구공에 밝은 하늘이 쨍하고 깨져버린다 해도, 새로 산 옷에서 상표를 떼어내다가 옷 한 귀퉁이가 찢어져버린다 해도 그럴 리 없겠지만 사랑으로 인해 다 휩쓸려 잃는다 해도 당신 사랑이다. 내 것이라는데,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이라는데 다 걸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무엇때문에 난 사랑하지 못하는가, 하고 함부로 생각하지 마라. 그건 당신이 살랑을 '누구나, 언제나 하는 흔한 것' 가운데 하나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왜 나는, 잘하는 것 하나 없으면서 사랑조차도 못하는가, 하고 자신을 못마땅해하지 마라. 그건 당신이 사랑을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흔한 것도 의무도 아닌 바로 당신, 자신이다. 

사랑해라,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잃어온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사랑해라, 사랑하고 있을 때만 당신은 비로소 당신이며, 아름다운 유일한 한 사람이다.



"다음 사람을 위하여"

계속해서 감사는 박자를 맞춰 감사를 부를 것이다.



춤을 추어도 혼자는 추지 말고 아픔과 함께 추어라. 대신 얼마나 힘이 됐는지 아픔은 모르게 하라.



거대한 어항 같은 도시 안에서 물기 없는 호흡을 하고 있을 때,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지 않은 누군가와 떠들고 있을 때, 문득 나를 에워싸고 있는 많은 것들을 놓고 싶을 때, 깊은 밤 잠에서 깨어 통장 잔액 확인을 하고 있을 때, 죽집에 들어가 죽 한 그릇 시켜놓고 기다리다 주인이 가져다준 신문 첫 장을 외면하고 싶을 때, 허파로 숨을 쉬어야 하는 고래가 아플 적에 친구 고래가 아픈 고래를 수면까지 밀어올려서 숨을 쉬게 해준다는 얘길 들었을 때, 웅크린 채로 먼 길 가는 달팽이의 축축한 행로를 지켜보고 있을 때, 아무도 없는 밤바다에 알몸을 담그고 누워도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없을 때, 어쩌면 이 세상은 남자오 ㅏ여자뿐일지도 모른다는 억지스러운 논리와 세상 모든 이야기가 남자와 여자에 관해 이야기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해야 할 때, 기다리는 것이 희망인 줄 정확히 알면서도 희망이 도착하기도 전에 지쳐 버리는 군중들 속에서도, 한낮인데도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어둠이 찾아왔을 때, 그렇게 한낮이 무거웠을 때, 달큼한 바람이 불고 몸이 뜨거워지고 그래서 눈을 감고 싶을 때, 뭔가 가득 채워놓은 것이 쓰러져 엎어졌을 때, 이사 후, 아무렇게나 기대 놓은 그림을 누군가가 말을 해줘서야 바로잡고 있을 때, 정이 들어버려서 마음이 통해버려서 달빛 아래 각자 다른 길로 헤어지고 싶지 않을 때, 문득 뚜렷한 이유도 대상도 없이 무작정 고마울 때, 보름달 주기를 따라 피었다 졌다를 반복하던 마당의 꽃들이 어느 순간 돌아가야 할 때가 됐다고 말할 때, 다시 또 누군가를 영영 볼 수 없을 것 같을 때.



교감일거라 생각한다.

낯선 곳으로 여해을 갔을 때 제대로 말이 통하지 않을 때, 그럴 땐 똑같이 생긴 뭔가를 두 개 산 다음 그중 하나에 마음을 담아서 건네면 된다. 환하게 웃으면서 그러면 된다.



좋은 풍경 앞에서 한참 동안 머물다 가는 새가 있어. 그 새는 좋은 풍경을 가슴에 넣어두고 살다가 살다가 짝을 만나면 그 좋은 풍경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일생을 살다 살다 죽어가지. 아름답지만 조금은 슬픈 얘기.



말하세요. 누구든 붙잡고 그걸 이야기하세요. 누가 없으면 혼자서 이야기 하세요. 자신을 힘들게 하는 문제들을, 현상들을요. 말하지 않아서 병이 됩니다. 말하지 않아서 고통스러운 겁니다.



영원히 바뀌지 않을 주소.



기약없이 떠나왔으니 조금 막막한 것도, 하루하루의 시간이 피 마르듯 아깝게 느껴지는 것도, 돈이 다 떨어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혼자 이국의 바닷가에서 울적해하기보다는 웃을 수 있는 일을 먼저 생각하자고 씁쓸히 마음을 먹는 일도, 떠나는 일은 점퍼의 지퍼 같은 것이어서 지퍼를 채우기만 하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아해. 그리고 눈이 내리고 내리고 쌓이고 또 쌓이는 밤,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는 '당신하고 같이 왔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면서 술이나 사러 나갈까 하며 벗어놓은 양말을 신는 걸 좋아해. 



'돈 없어도 대차게 살자' 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살던 시절이 있었는데, 돈이 없는데 어떻게 대차게 살겠어. 난 왜 그랬는지 모르게 그렇게 한 거야.

내가 갖고 싶은 CD에 붙은 바코드를 떼어버리고 옆에 놓인 싸구려 CD에 붙은 바코드를 붙여서 계산대로 간 거지 그러니까 86프랑짜리를 68프랑에 사기 위해 귀찮게 깎거나 하지 않았어도 됐던 거야. 계산까지 다 했어. 내가 특별 할인시켜놓은 가격으로.....



먼 훗날은 그냥 멀리에 있는 줄만 알았어요. 근데 벌써 여기까지 와버렸잖아요.



상대를 일방적으로 생각하지 않기 위한 방법은, 완전히 이해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됐다면 아무리 늦었다 해도,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그건 분명 사랑인 거다.  



시시한 게 싫다고 시시하지 않은 걸 찾아 떠나는 사람 뒷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시시해요?

처음에 시시하지 않을 것 같아 시작했는데 시작하고 보면 시시해요. 사랑은, 너무 많은 불안을 주고받았고, 너무 많이 충분하려 했고 너무 많은 보상을 요구했고, 그래서 하중을 견디기 못해요. 그래서 시시해요, 사랑은.



습관처럼 다닌다. 습관처럼 여행을 다니려고 한다. 여행을 다니는 습관만큼 내가 사람을 믿는 건 사람한테 열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으로부터 받을 게 있다는 확신에 기대는 바람에 나는 자주 사람에 의해 당하고 패한다...

그렇다고 항상 당하는 쪽인 나 같은 이에게 쓸쓸함만 남는 건 아니다. 고맙게도 쓸쓸하면 할수록 다시 사람을 떠올리며 사람의 풍경 안으로 걸어갈 힘이 생긴다.



한번 사람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여행은 끝이다. 그만큼 자유롭지도 못할 뿐더러 기회도 적기 마련, 세상에 하나뿐이라고 생각한 친구를 믿은 적 있으나 그는 나를 믿어주지 않았고, 한 사람을 믿은 적 있으나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믿음이 아닌 듯하였다. 그 울림은 더 장황해져서 다른 사람에게 믿음을 옮겨가면 그뿐이었다. 내가 사람에게 함부로 대했던 시절이 분명 있었기에 당함으로써 배우는 것이라 자위하면 되는 것.  



간혹 사람들은 묻는다. 왜 그렇게 다녀야만 하냐고, 피의 문제라고 대답도 했다가 결핍의 문제라고도 했다가 나도 잘 모른다, 라고 대답을 해왔다. 상상력을 위해서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폼 잡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아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다. 

상상력이 부족해서 더 가난한 시대에, 사람들은 함부로 남을 이야기할 때만 상상력을 동원한다. 그 뻔한 상상력만으론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걸 모르고 살고 있는 눈치다.

진정으로 남의 입장이 되어보기 위해서, 낯선 공간으로 끌려들어가기 위해서, 그렇게 먹먹해지고 막막해져서 조금 나은 상상력의 밑천을 짊어지고 돌아오기 위해 나는 먼 길에 머무르기를 좋아한다.



양과 맛을 넘어서지 않는 행복.



대상을 향해 직진하는 편인가. 목적을 향해 내 모든 살아있는 감각들을 작동시키는 편인가. 나는 이런 질문들 앞에서 비교적 '그런 편'이라고 말할 것 같다. '비교적'이라는 꼬리를 단 것은 대상과 목적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중심'이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겪고, 무엇을 이해하는지의 핵심은 항상 '중심'에 있다.



눈을 감더라도 마음을 감아선 안 되리라.



사람의 인연이란 건 대단하다. 그것은 쉬운 것이 아니며, 알려 해도 알 길이 없는 것이며 그래서 묘한 것이다.



언제나 한 가지 대답이면 된다. 닥치는대로.. / 될 대로 되라 / 난 겁내지 않는다 / 이것도 운명이다. 이 모든 걸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존재한다. 라틴어 '케 세라 세라(Que Sers Sers).'

내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는 두 가지 정도가 있을 듯. 세세하게 일일이 신경 쓰고,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 사는 사람. 그냥 뭉툭하게, 되는대로 터벅터벅 살아가는 사람. 자잘한 신경을 많이 쓰고, 꼼꼼이 계획을 세워서 사는 사람이라도 모두 잘 살고, 모든 일이 잘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그 반대, 조금 심드렁하게 , 또는 대충대충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잘 살지 못하리란 법도 없는 듯.

멋있는 사람은 아무렇게나 살아도 멋있다. 안 씻는 사람 안 씽어도 멋있다. 일생 정리정돈 못하는 사람은 그게 멋이다. 아등바등 살아가는 너 같은 사람은 그것도 그대로 멋이다.

솔직히, 가끔은 못하는 것이기에 꿈꾼다. 씩씩하게, 몫하는 거지만 대범하게, 자신 없지만 통 크게. 말 그대로 케 세라 세라(Que Sers Sers), 그렇게.

'너처럼 대충대충 사는 놈이 왜 많은 사람들을 잃는 거냐?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하기 때문이야.  



우리가 오늘을 살면서 하루하루의 가치가 형편없다고 생각된는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많은 곳을 다니면서 그냥 다닌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쉬임 없이 써야만 했던 것이 살기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시간을 때우기 위안 것이었는지 또는 존재의 한 방식이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 분명하지 않음이 슬프기까지 하다. 하지만 열정이 아니고는 그럴 수도 없었을 터, 분명 나에겐 열정이 있었고 아직도 열정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이제 그 열정을 쓰게 된다면 끼적이고 쓰고 하는 일이 아닌, 또 사진을 찍는 일도 아닌, 더 다니는 일에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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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여행을 한다.

자의든 타의든 꺾이는 법부터 배우는 청춘들에게, 얼마든지 즐겁게 살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88만 원 세대로 원한다면 충분히 글로벌 세대로 살아갈 수 있다고, 단, 자유와 불안은 한 세트라는 것만 받아들인다면 말이다.

 


내가 나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던 건 여행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하나 밖에 없었다.  14


자리를 잡고 나면 그때 충분히 할 수 있는 거라고, 돈이 있으면 언제든지 여행은 할 수 있는 거라고, 그럴싸하게 들렸다.  19


정말로 중요한 건, 누구든 원한다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 여행에 정해진 규칙 같은 건 없다는 것, 누가 뭐래도 여행은 모험이라는 것!  40


똑같은 옷을 맞춰 입고 똑같은 가이드북을 손에 쥐어야 길을 나설 수 있는 건 아니다.  41


젊게 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해, 몸이든 마음이든, 그래야 젊게 늙을 수 있는 거야.  58


멋지게 늙는 사람들을 볼 때면 얼굴의 표정이 다르다.  60


다른 누군가가 나의 꿈을 알아줄 리 없다. 어차피 우리는 누구나 저마다의 세상을 사니까.  81


누구나 페이지를 넘겨야 하는 게 관건은 아니다. 그럼에도 넘길 떼가되면 과감하게 넘긴 사람에게선 일종의 자신감이 묻어나온다.


'a place close to your heart!'

"무슨 뜻이야?"

"누가 뭐래도 너의 심장이 닿는 곳이 최고야. 장소든 사람이든!"

나의 심장이 닿는 곳이라? 따지고 보면 모든 건 내 안에 다 있다. 모른 척하거나 헷갈리는 척하거나, 그렇게 애써 부정하려 해서 그렇지 답은 모두 내 안에 있다.  92


좋은 추억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의 얼굴에 표정을 심어주는 것.  99


자신만의 속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길 위의 사람들은 모두들 조바심을 냈다. 처음이란 늘 애틋한 법, 순례자들은 처음 함께 걷던 동료들을 잃어버릴까봐 부지런히 재촉한다. 사람들은 실상 지는 것보다 홀로 남겨지는 걸 더 두려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카미노를 찾을 때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고자 한다. 하지만 카미노는 끊임없이 말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속도라고, 한계를 극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계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처음에는 좀 생뚱하다. 우리는 늘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듣고 자랐으니까, 거기다 우리는 뭉쳐야 산다. 라고 배운 단일민족의 자손들이 아니던가.  125


"우리 여행자들은 인도에서 5루피 10루피 사기 당했다고 난리를 피우지만, 실생활에서는 더 큰 사기를 당하고 있어. 인도 사람들 사기 치는 건 순진해서 금방 눈에 잡히는데 사회가 우리를 조종하는 건 너무 교묘해서 우리가 알아채기 힘들 뿐이야."


시작은 거기부터다. 코카콜라와 펩시를 선택의 자유, 문화의 다양성이라고 빋는 것,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자본은 우리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는 척 하지만 실상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의식을 소비에 집중시키기 위해 존재할 뿐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현대 사회에서는 광고가 빅브라더의 텔레스크린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끊임없이 노출되는 광고는 우리에게 타인의 욕구를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인간의 욕구는 소비 하나로 통일되고, '소중한 나'를 위해 우리는 우아한 백화점에서 지갑을 연다. 그 대가로 장시간의 노동을 인간의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187-189


'관건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 뛰지 않는 것, 속지 않는 것, 찬찬히 들여다보고, 행동하는 것, 피곤하게 살기는, 놈들도 마찬가지다. 속지 않고 즐겁게 사는 일만이, 우리의 관건이다.'  박인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189


일상의 억숙한 것들은 마치 정답인 척 굴러온다. 그저 익숙하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하지만 실상 그것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사실일 뿐, 진실도 아니고 정답은 더더욱 아니다. 모든 건 그저 하나의 사실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202


실상 프랑스 사람들은 프렌치 키스를 모르고 비엔나에는 비엔나 소시지도, 비엔나 커피도 없다. 꿈꾸는 건 자유지만 거기에 그게 없다고 화내면 곤란하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해서 상대도 나를 사랑해야 하는 게 아닌 것처럼, 누구도 나의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

어쩌면 장소는 우리의 영원한 짝사랑인지도 모른다.  223


아무것도 깨달은 게 없어도, 무언가 커다란 교훈을 얻지 않아도, 다행히 여행의 순간은 늘 기억으로 남아준다. 기억으로 남아있는 한 추억은 언제든지 내몫으로 돌아온다. 설혹 불쾌했던 감정일지라도 인간은 지나간 시간에는 관대한 법, 인간은 기억을 추억으로 바꾸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초조해 말라. 그저 기억에 시간을 달라.  254


사진보다 오래 남는 건 몸에 새겨진 여행의 기억이다.  257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이 세상에는 애시 당초 '보통 사람'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따지고 보면 세상 사람 모두 저마다 대단하고, 또 어떤 의미에서는 아무도 대단하지 않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보는 삶이란, 동그란 지구를 네모난 종이에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다. 누군가 부정한다고, 몰라준다고 해서 없어지는 건 아니다. 조금 다른 방향으로 밀려날 뿐 엄연히 그곳에 존재한다. 중요하지 않다고 해서 소중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272-273


여행에 매료되었던 건 새로움 때문이었다. 일상의 많은 것들은 원래 그랬다는 이유로 나의 의식을 제한한다. 사람들도 마찬가지, 그저 익숙하다는 이유로 나를 아는 척하고 내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변해주길 기대한다. 여행은 그런 익숙한 관계로부터의 일탈이었다. 똑같은 모습에서 벗어난 해방감, 일탈감이 주는 짜릿함. 그런데 여행도 하다 보니 또다시 의식은 우르르 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제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내가 체화하지 못하면 관념에 불과할 뿐이다. 갇혀 있던 한 세상을 깨고 나왔는데 또다시 갖힌 기분이랄까.  287


여행에서 배운 게 아무리 많아도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속도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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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길은 내게 잃은 만큼 얻고 버린 만큼 채워진다는 것을, 늘 선택을 강요받고 올바른 선택인지 아닌지 조바심 냈던 삶에 '정답'이란 없음을 가르쳐 주었다. 


작은 배낭 하나로 충분했던 그나르이 여행은 내게 사는 데 필요한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제일 먼저 일깨워주었다. 여행을 하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앟았던 생각은 '너무 많이 가졌다'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살아가는지, 그리고 집과 방을 채우고 있는 대다수의 물건들이 얼마나 쓸모없는 것인지를 말이다. 내 몸의 일부마냥 끌어안고 다녔던 배낭도, 그 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수많은 물건들도 사실은 전혀 쓸모없는, 지금 당장 버려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물건이었음을 깨달으며 적지 않은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없으면 큰 일 날 줄 알았던 전기, 물 같은 것들도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졌다.

그런 생활이 익숙해지니 자연적으로 행복의 기준도 바뀌었다. 여행 전에는지는 대개 갖고 싶었던 물건을 손에 쥐게 되었을 때 행복했었다. 행복의 유효기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사고 싶고 갖고 싶은 것은 넘쳐났으므로 돈만 있으면 언제든 행복할 수 있었다. 그러니 행복은 자연스럽게 돈과 연결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행복해지고 싶다는 것은 돈이 많았으면 좋게싿는 얘기였고,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행복해지고 싶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여행을 마치고 난 후의 나는 더 이상 돈과 물질에 얽매이지 않았다. 나 스스로에게서 행복을 찾는 법, 무언가를 굳이 소유하지 앟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고 돌아오니 그런 것들이 얼마나 하찮고 쓸데없는 시간 낭비엿는지 수도 없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31-32


여행은 내게.. 비워내지 못하면 새로운 것을 채워 넣을 수 없다는 것, 나는 비우고 버리는 연습이 많이 필요한 어리석고 나약한 인간이었다는 것도 깨닫게 해주었다.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 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법, 어딘가로 떠나지 않아도 여행할 수 있는 법, 삶에 대한 의지, 좋은 친구들, 가족의 소중함, 사랑, 삶의 가치 등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아직은 알지 못하는 수많은 것들이 시간이 흘러 어떤 형태로 내게 가르침을 줄는지도 기대된다. 

여행 중엔 많은 것을 잃고 또 많은 것을 얻는다. 잃는 것 중에 절반 이상이 살면서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지만 얻는 것 중에 거의 대부분은 살면서 힘이 될 만한 것들이다.  33


Q. 하던 일을 접고 훌쩍 떠났을 때 두려움은 없었나요? 돌아온 뒤의 불안함 같은 거?

A. 있었죠. 그러나 그때는 떠나고 싶다는 목마름이 더 커서 두려움이나 불안함이 그리 크게 느껴지진 않앗어요.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긍정의 자기합리화였을 수도 있겠지요.

Q. 후회하지 않아요? 그때 떠나지 않으면 포기하지 않아도 될 것들에 대해.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똑같은 결정을 할 수 있을까요?

A. 그다지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포기하로 할 만한 게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포기했다고 한다면,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왔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아요.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저는 똑같은 결정을 할 것 같아요.

Q. 스물아홉은 긴 여행을 떠나기엔 너무 늦은 나이 아닐까요?

A. 하고 싶은 때가 할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해요. 떠나지 못하는 건 아마 떠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닐까요? 이것 때문에 안 되고 저것 때문에 안 되는 건 순전히 자기가 만든 룰이잖아요.  39


이제 여행을 시작한 지 겨우 3일이 지났다. '어디서 잘지, 무엇을 먹을지, 어디로 갈지'만을 생각하며 정신없이 돌아다니니 정작 내가 왜 이곳으로 떠나왔는지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떠남의 갈증이 해소되고 나니 또 다른 허무함이 찾아왔다. 그저 '떠나라'는 마음속의 외침에 충실하고 싶었지만 여행으로 인해 많은 것들을 놓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은 항상 나를 괴롭혔다. 게다가 이곳 인도는 자꾸만 나를 지치고 힘들게 만들어싿. 맘 편하자고 여행을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 답답한 생활을 도저히 즐길 수가 없었다.  63


바쉬쉿(vashisht)은 마날리에서 4km정도 떨어진 유황 온천으로 유명한 작은 마을이다.

인도 여인들은 탕 안에서 머리를 감고 때를 밀고 세수를 하고 이를 닦았다. 탕속의 물로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나는 아직 탕 속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몸을 꿈쩍할 수가 없었다.

'겨우 며칠 안 씻는다고 죽지는 않는다.'고 위로하며...

탕속의 풍경은 며친 전과 다르지 않았다. 달라져 잇는건 오로지 나 자신뿐이었다.

옷을 벗고 탕 속에 들어갔다.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던 이 낯선 풍경이 몸에 찬기가 덜어질수록 서서히 익숙해져갔다.

이제는 물에 뭐가 섞여 있는지, 깨끗한지 아닌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저 따뜻한 물이 끊임없이 나온다는 사실이 고맙고 또 고마웠다.  68-73


'아, 드디어 서른이다.'

뭔가 달라진 공기를 느껴보려 폐 깊숙이 숨을 들이켜 봤지만 별다를 게 없었다. 어제도 그제도 똑같앗던 공기였고 일상적인 아침이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다자고짜 서른이 주는 의미에만 매달려 있던 내가 아무런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왜 그렇게 그 나이에 집착했던 걸까. 무작정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걸까, 특별한 서른을 맞이하겠다며 떠나온 나는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서른이 되면 무언가가, 정말 막연히 그 무언가가 달라져 있을 거란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다.

스스로가 변하거나 노력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85


평범한 일상들이 길 위에선 조금 더 특별해지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렇게 여행을 좋아하는 걸까? 지티고 힘들기만 했던 일상을 떠나 그것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일이였는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고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일, 그것 또한 여행의 몫이리라.  90


푸쉬카르에서 머문 3일 동안 내가 한 일이라고는 걷고, 카트에 앉아 책을 읽고, 공연을 보고 일몰을 본 게 전부다. 무언가에 쫓기듯 이동했던 인도에서 처음 맛보는 휴식다운 휴식이었다. 급할 게 뭐가 있다고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그렇게 떠돌았던 걸까. 인도가 싫고 인도사람이 싫다며 투덜거리기만 했던 내게 '생각했던 것처럼 행복한 여행이 아니어서 싫고, 좋은 것만 기대했던 네가 싫었던 것은 아니었나?' 되물었다.  97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나의 일상에서 다른 사람들의 일상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굳이 남의 일상에 들어와서 무언가를 느끼고 감동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닐 테다. 다시 내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그들과 함께 했던 또 다른 일상을 추억하며 행복에 젖는 것, 여행자의 몫은 여기까지가 아닐까.  125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매한가지다. 단지 생김새가 다르고 풍습과 문화가 다르다며 신기하게만 생각하고, 특이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 막연하게 기대했던 내 바보 같은 생각이 문제였다.  186


햇살이 눈부셔 눈을 감고 있던 그때, 바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곧이어 발끝을 간질이는 바다 소리가 들리고 자갈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들렸다. 멀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이파리 소리와 풀벌레 소리도 들려왔다. 순간 생각지도 못했던 소리들에 놀라 눈을 번쩍 뜨고 주위를 둘러봤다. 소음에 익숙했던 내 귀가 처음으로 자연의 소리를 감지했던 것이다.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었다. 여전히 작은 해변에 누워 있는 내가 전부였다. 이렇게 큰 소리를 지금껏 왜 듣지 못했던 것일까. 

나는 다시 누워 눈을 감앗다. 그리고 자연이 내는 경이로운 소리들을 마음으로 끌어당겼다. 파도를 생각하면 그 소리만 크게 들렸고, 바람을 생각하면 파도 소리가 페이드아웃 되고 바람 소리만 다가왔다.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내가 무언가를 듣고자 하면 들렸고 듣길 원하지 않으면 또 들리지 않게 됐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텅 빈 상태가 됐다. 무중력 공간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기분, 이런 게 자유가 아닐까 싶은 편안함을 느꼈다.  200-203


자연이 주는 넉넉한 풍요로움을 감사히 받아들이고 다음 세대도 이 축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 어쩌면 그것은 여행자로서 제일 먼저 깨닫고 실천해야 할 일일는지 모른다.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여행자는 물론, 인생이라는 여행길을 걸으며 지구에 잠시 머물다 가는 우리 모두에게도.  212


인도에서도 네팔에서도 태국에서도 보았고 우리의 시골에서도 본 풍경들이지만 캄보디아의 풍경은 유독 슬퍼 보였다. 유난히 붉은 길, 그 길 위에 맥없이 떨어지던 붉은 태양. 마른 먼저를 피워내며 달리는 차에서 바라 본 불투명한 풍경들이 마치 오래된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았다. 아주 슬프고 가슴 아픈 영화의 한 장면. 가끔씩 울컥 쏟아져 나오려는 눈물을 참아 내느라 여러 번 거친 호흡을 걸러 냈지만 주책없게 한두 방울이 흘러 나왔다.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는 부쩍 눈물이 잦아졌다. 절대로 남들 앞에선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내가 인도사람들과 싸웠다고, 파도소리가 너무 아름답다고, 붉은 흙길이 슬프다고 사람들이 보거나 멀거나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으니 나도 내가 어색해 죽을 지경이었다. 약해 보이면 안된다고 그래서 남의 입에 오르내리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옭아매던 동아줄이 여행을 하는 동안 어느샌가 느슨하게 풀어져버린 것 같았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참고 견디고 다지며 살아왔던가. 힘들고 냉정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하나씩 쌓아올린 벽, 그것이 나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보호가 아니라 고립, 스스로를 가둬놓은 꼴이 되어버렸다.  222-22


세상 어디에도 슬픔만 존재하는 곳은 없다. 행복만 존재하는 곳도, 눈물만 존재하는 곳도 없다. 이렇게 적당히 고통과 상처가 눈물과 환희로 얼기설기 어우러지며 둥글게 굴러가는 것이다. 사람 사는 건 어디건 닮아 있다. 다시 한 번 그 모습을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놓여진다.  241-242


집에 도착해 내 방에 들어섰을 때 깔끔하게 정리된 침대와 깨끗한 이불을 보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매일 같이 잠자리를 구하느라 힘들게 걸었던 시간들과 더러운 시트에 우비를 깔고 자던 기억, 벼룩이 옮아 고생했던 기억들이 스쳐지나갔다. 이제 더 이상 고생스럽게 잠자리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갈아입을 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이번엔 단정하게 접힌 깨끗한 수건들과 커다란 통으로 가득 채워 잇는 샴푸와 린스를 보고 또 가슴이 먹먹해져 버렸다. 매일 빨아 써야 하고 가끔 물이 안 나와 그냥 냄새나는 채로 말려서 써야했던 한 개의 수건, 불량식품처럼 줄줄이 매달려 있어 하나씩 잘라 썼던 일회용 샴푸, 돈 아끼느라 8개월 동안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린스, 이 모든 것이 너무 감격스러우면서 한편으로는 사치인 듯 느껴져 불편한 마음마저 들었다. 

물론 편리하기는 했다. 전기는 항상 연결되어 잇었고 언제든지 수도꼭지를 틀면 시원한 물이 쏟아져 내렸다. 수건은 넉넉했고 샴푸와 린스도 항상 가득차 있었다. 그런 일차원적인 문제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마냥 고맙기는 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당장 없어진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나는 엄마에게 그리고 가족들, 친구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엄마, 우린 너무 많은 것을 가졌어. 우리가 살면서 필요한 건 이렇게 많지가 않다고!" "동생아, 양치할 땐 물을 잠가라. 지구 반대편에선 물이 부족해 죽어가는 어린이들도 있다." "친구야, 또 뭘 산거야? 너 죽을 때 그거 다 짊어지고 갈래?"

그러나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물을 틀어놓고 양치를 하고 린스를 듬뿍 짜서 머리를 헹궜다. 다 먹지도 않은 찌개를 지겹다며 다른 것을 끊여 달라 잔소리를 하고 옷을 사야 된다고, 상한 머리칼을 다듬어야 된다고 엄마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편리한 생활은 그렇지 않은 생활보다 적응하기가 더 쉽고 빨랐다.  301-302


물질과의 여행이 아니었다. 마음과의 여행에 필요한 물건은 그리 많지가 않다. 나는 여행을 떠나고서야 그것들을 느낀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꽤 많은 곳을 여행했고 가볍게 짐 꾸리는 데 도가 텄다고 생각했는데 장기 여행을 준비하며 나는 너무 많은 것들을 잊고 있었다.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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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같은 건 하지 말자.

그런 거 안 했어도 우린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잖아.

최선을 다하지도 말자.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매일매일 죽을힘을 다해 달리려니까 다리에 쥐난다.

지치려고 그런다.

조금은 적당히

조금은 대충대충

좀 걸어 보는 건 어떨까.

걸으며 주위도 돌아보고 그러자.  36


솔직하게 인정하자.

현실은 언제나 당신이 기대하는 것보다 엉망이고, 당신이 아무리 극진하게 살아도 당신의 생은 여전히 고달프고, 게다가 나아질 기미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떠나간 사랑이 돌아올 확률은 아파트 당첨 확률보다 낮다는 사실. 당신은 아파하고 슬퍼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이 지난한 생을 견뎌 내고, 살아 내는 까닭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식 하나쯤은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가장 흔하면서 손쉬운 방법이 아마도 여행일 테고, 그래서 당신은 여행을 작심하고 그 순간, 가장 먼저 바다를 떠올릴 테지. 눈부신 햇살, 광폭한 파도, 끊어질 듯 이어지는 아득한 수평선, 그 너머에서 불어오는 차갑고 짠 바람, 포구에 배어 이쓴 비릿한 생선 냄새, 그곳에서 뒹구는 사람들의 악다구니... 당신의 생이 잊고 있었던, 그래서 갈망했던, 촉각과 후각과 미각, 시각, 청각에 대한 몸서리치는 형용사들이 생생하게 우글거리는 바다. 그곳에서는 적어도 당신이 살아있고, 살아가고 있고, 또 살아가야 함을 어렴춧하게나마 깨닫고 확인할 수 있을 테니.

지금 당신은 겨울 바다에 가려 한다. 바다에서 꽁치 한 봉지를 사서 내일 아침은 따뜻한 쌀밥과 노릇하게 구운 꽁치를 식탁에 올리자. 당신은 먼 길을 달려 바다까지 왔으니까. 지금까지 그렇저럭 살아 냈으니까. 적어도 당신에게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꽁치 살을 바르며 이렇게 생각하자.

떠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며 꽁치를 구워 먹을 수도 있는 것, 그게 우리 삶의 리얼리티라고.

맹목적이고 본능적이고 속물적인 것. 그게 살이라고...

당신은 지금 피식, 웃음이 나오려 한다.  62, 65


우리가 여행을 감행하기 위해 거창하고 명확한 명분을 만들 이유는 없다. 여행이란 하루키가 말했듯, 그 남자 혹은 그 여자가 가방을 들고 표를 사서 어디로든 가는 것이고, 타인을 납득시켜야 할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사랑은 어쩌면 여행을 닮았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명확한 목적과 이유를 모른다. 단지 당신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104


나를 포함해서 제발 서른 넘은 인간들이여, 벤츠도 좋고 아이팟도 좋고 아르마니도 좋고 루이뷔통도 좋다. 그런거에 열광한다고 아무도 당신을 비난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차피 속물이니까. 그래도 이 세계를 조금 더 평화롭고 유쾌하게 만들 이데올로기 하나쯤은 가지고 살자. 그리고 그 이데올로기를 지키기 위해 하루에 1분 정도는 고민하자. 지금 이 순간, 며칠 전 지독한 몸살을 앓으며 본 어느 다큐멘터리가 떠오른다.  

무너져 내리는 빙하를 바라보던 북극곰의 절망적인 눈빛 말이다.  145


여행에 대한 몇 가지 서툰 잠언

 - 우리가 경험하는 여행은 논픽션이지만 우리가 추억하는 여행은 픽션이다.

 - 우리의 여행이 서사를 장착할 필요는 없다. 교훈적일 필요는 더더욱 없다. 그건 각설탕 같은 것이다. 넣어도 그만 안 넣어도 그만이다. 우리의 여행은 단지 생의 체온을 조금 높이는 정도면 충분하다. 

 - '즐기고 탐닉하라.' 이것이 여행자의 첫 번째 행동 강령이다.

 - 누구나 자기만의 환살을 좇아 여행을 떠난다. 어떤 이는 환상을 깨기도 하고 어떤 이는 환상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어떤 것이 옳다고는 할 수 없다. 여행은 순전히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 여행을 즐겁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외로움과 친구가 되는 것이다.

 - 여행은 언제나 실패다. 성공적인 여행은 없다. 우리는 실패를 경험하기 위해 기꺼이 여행을 떠난다.

이번 여행을 통해 당신이 긍정을 배웠으면 좋겠다.  206-207


여행의 정석 : 가장 빠른 달팽이처럼.  208


여행작가의 책무 - 모든 여행은 아름답다. 아름다워야 한다. 현실의 반대말은 비현실이 아니라 여행이다. 여행작가는 긇게 믿어야 하며, 여행작가의 가장 소중한 책무는 여행에 대한 로망을 최선을 다해 보여주는 것이다. 전쟁터 같은 현실에서 독자를 피신시키는 것이다. 세상은 더 이상 외롭지 않고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지평선 너머에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방법을 찾는 것은 커다란 배낭을 지고 두 발로 뚜벅뚜적 걸어 지평선을 넘어가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을, 사진과 글로 보여 주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216


모든 사물은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사진을 찍지 말고 대화를 하려고 해라.

겁먹지 마라.

상대방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당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

방법이 아니라 방식이 문제다.

당신의 찍는 방법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당신의 보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  222


훌륭한 여행이란 어떤 것일까요? 그런게 있을까요? 단지 취향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은 그냥 여행이지 '훌륭한' 여행이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여행보다는 좀 더 사려 깊은 여행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247


사랑에 관해 우리는 필사적이어야 한다고 썼다가

이내 생활에 관해 우리는 좀 더 필사적이어야 한다고 고친다.  280


일을 하면 할수록

철학과 스타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철학과 나만의 스타일을 지닐 것.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

이제 그럴 때가 됐다.  288


서른과 마흔사이 -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나이.

새로운 직장을 위해 이력서를 쓰기가 쑥스러운 나이.

자신이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나이.

혼자서 영화관 가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나이.

따뜻한 공기가 빠져 가는 벌룬처럼 서서히 추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나이.

로맨틱 코미디가 재미없어지는 나이.

차라리 판타지가 재미있어지는 나이.

영화는 단지 영화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되는 나이.

기율과 위계 의식과 연대 의식, 이런 것들에 대해 서서히 신경을 쓰게 되는 나이.

도대체 어찌할 수 없는 편견이 서서히 쌓여 가는 나이.

하지만 상대방의 편견을 존중하기는 어려운 나이.

일상을 뒤엎는 전폭적인 모험을 감행하기에도,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도 이른 어정쩡한 나이.

파격이 아니라 품격이, 파행이 아니라 고행이 필요한 나이.

음악, 미술, 사진, 문학, 패션, 음식의 취향이 자신을 말해 주는 나이.

죽음이란 게 그저 육체의 한 현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

자신이 지워지지 않는 얼룩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나이.

그래서 약간 우울해지는 나이.

뭔가 필요한 자질구레한 것이 많아지는 나이.

그리고 그것들의 가격이 점점 비싸지기 시작하는 나이.

서른과 마흔 사이

혼자 남겨지는 건 아직도 두려운 나이.  292-293


나이가 든다는 건 .... 자주 아픈 게 아니라, 아픈게 회복되는 시간이 더디다.  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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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교통질서는 인도 도시들에 비하면 양반 중의 양반임을 확인할 수 있다. 교통질서와 관련해 인도 도시는 카오스 그 자체다.  21


인도인들은 끼어들기의 명수다.

경적도 어디서나 시끄럽게 빵빵 울려댄다. 트럭 등 인도 자동차 뒤에는 '앞지르려면 경적을 울려달라(Please blow horn)'는 문구가 적혀 있다.  22

근본적인 이유는 남보다 빨리 가고자 하는 기본 욕구 때문이다.

한마디로 남보다 앞서가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몸에 배어 있다.

새치기를 하고도 미안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연시한다. 새치기를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만, 지적당했다고 해서 줄 뒤로 돌아가지 않는다. "알았다"며 그냥 그대로 서 있는 경우가 많다.

공무원들의 부정부패가 심한 것도 생존본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24

인도인들의 '소탐대실' 상관습도 마찬가지다. 인도인들은 '한 달 뒤의 닭 한 마리보다 당장의 달걀 1개'를 선호하는 편이다. 

인도인들의 말 잘 하고 남 앞에 나서기 좋아하는 속성도 생존본능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있다.

인도인들은 말을 잘 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듯 하지만 남의 말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남의 잘못을 말로써 지적하고 남 앞에 나서 무수한 다중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25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인도인들은 갈등이 있어도 좀처럼 큰소리를 내거나 멱살 잡고 싸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도 운전사들은 서로 먼저 가려고 아무 때나 들이밀고 새치기도 잘 하지만 남이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앞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면 상대에게 스스럼없이 양보한다.  27


뭄바이(옛 봄베이)의 다라비(Dharavi) 슬럼가는 아시아 최대로 알려져 있다.  31


인도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 법인장은 필자와의 만남에서 인도 경제의 급등세를 보며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인도 국민의 평균 소득도 낮고 대도시 길거리에 사람드르이 행색은 누추해 한심해 보이지요. 그러나 인도는 지금 금융, 산업 등 경제가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지요. 이런 추세로 가면 우리가 조만간 인도를 상전으로 모시게 될 날이 올 것입니다."  87


인도에 가면 출신에 관계없이 서로 잘 어울려 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도시에선 서로 다른 카스트 간 결혼도 점증하는 추세고, 부모들도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과거에는 하위 카스트가 상위 카스트와 식사를 하거나 함께 앉는 것이 철저히 금지됐으나 요즘은 식당에서 밥도 같이 먹고, 버스나 기차도 함께 탄다. 대중 사회가 되다 보니 타인의 카스트를 알 수도 없고,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145


하위 카스트가 상층 카스트가 되려는 노력이 있는가 하면, 최근에는 상층 카스트가 하층 카스트화하려는 움직임도 강하다. 정부가 하층 카스트에 부여하는 혜택 때문이다.

대도시에선 카스트 대신 교육과 실력, 경제적 능력이 가장 중요한 파워로 등장했다. 그래서 요즘 인도 사람들은 "돈이 카스트다", "교육이 카스트다"라고 말한다. 아무리 높은 카스트로 태어났다고 해도 교육을 못 받고 돈이 없으면 하위 계층으로 전락한다.  146


브라만 중에 기도를 해주고 일어서는 노인이 있었다. 기도를 바치는데 매우 힘들어했다. 80세는 족히 넘어 보이는 그 노인에게 굳이 이런 일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다음과 같이 대답이 돌아왔다.

"내 나이 올해 81세인데, 늙어서 나도 이 일을 더 이상 안 했으면 하지요. 그런데 아들이 2명이나 있는데도 애들이 나 하나 부양을 못해요. 살아가기 위해선 이 일을 계속 할 수밖에 없지요."

다른 힌두교 사원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사원의 후문에는 브라만들이 늘어서 사람들에게 잔돈이 있으면 달라고 구걸했다. 어떤 브라만은 일자리를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요리사, 심지어 시체를 화장할 때 쓰는 장작 나르는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간청했다. 이런 일은 불가촉천민 등 최하층 카스트가 하는 일인 데도 말이다.  162


인도 시골에서는 여전히 카스트가 힘을 발휘하는 곳이 많다.  165


인도에서 20년 가까이 생활한 프랑스 언론인 프랑수와 고티에(Francois Gautier)는 오늘날 브라만의 추락한 위상을 실감나게 전해준다. 그는 2006년 '브라만은 현대의 달리트인가'란 글에서 "오늘날 브라만들의 지위는 불가촉천민인 달리트 못지않게 추락했다"고 강조했다. 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통적인 달리트 직업인 화장실 청소부나 인력거꾼 일을 하는 브라만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델리 공중화장실 청소부의 50%가 브라만이고, 델리 파텔 나가르 지역 인력거꾼의 거의 절반이 브라만이었다. 뿐만 아니라 힌두교의 성지로 유명한 바라나시의 인력거 꾼 대부분도 브라만이다.

또 한ㄸ 카슈미르 판디트라고 존경을 받던 카슈미르 꼐곡의 4만여 브라만들은 지금 슬럼가에서 근근이 살고 있고, 인도 남부 안드라 프라데시주 가정 청소부와 식모의 75%가 브라만이다. 상당수의 브라만들이 오늘날 불가촉천민 못지않은 하층 계층으로 전락한 것이다. 

'브라만의 나라' 인도에서 특권 계급 브라만의 해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67-168


평소 온순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것 같은 인도인들이 어떤 계기가 있으면 폭발해 군중 폭력을 자주 야기한다. 군중의 힘으로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를 '정의를 위한 군중폭력(Mob Justice)'이라고 부른다.   185


인도에서 군중 폭력이 만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민들이 경찰이나 주 정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움을 요청해도 경찰 등 당국이 신속히 대응하지 않는 탓이 크다. 그래서 자신의 안전이나 재산은 자신들이 지킨다는 자위 의식이 지나치게 강화됐다. 인도인들이 군중 폭력에 휩쓸리는 또 다른 주요 이유는 그들의 욕구가 평소 크게 억눌려 있기 때문이다. 

한 유명한 심리학자는 이렇게 분석했다. "인도의 많은 대중들은 신분이나 재력, 권력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억눌려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계기에 의해 불만을 표출할 기회가 생기면 순간적으로 군중심리에 의해 폭력에 쉽게 가담합니다. 이 때 군중들은 사건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게 누구든 평소 억눌린 자신들의 욕구를 분출시킬 대상이 필요한 것이죠."

셋째, 군중 폭력에 가담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점도 군중 폭력을 조장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군중들이 폭력을 행사해도 경찰이나 정부는 이들 군중을 엄벌하지 않았다. 그저 '사소한' 경범죄로 처리한다. 기소해도 하지 않고 관용을 베푸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니 폭력에 가담한 군중들은 죄의식 없이 다시금 폭력에 휩싸인다.  186-187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마티야 센(Amartya Sen) 하버드대 교수는 해결책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현재의 인도 법률체계와 경찰 조직은 일반 국민들에게 많은 좌절감을 줍니다. 이런 좌절감을 줄이기 위해선 공정성과 정의에 바탕을 둔 법률적, 사회적 개혁을 실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도 국민들의 특징이었던 비폭력과 온건함을 회복시킬 수 있는지 여부는 인도 정부의 개혁 의지와 실천에 달려있다고 할 것입니다."  191


술 마시는 인도인들이 실제로 그렇게 많을까 하고 의문을 가질지 모른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정말 많은 인도인들이 음주를 즐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주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인도인 수는 2억 명이 넘는다. 이 숫자는 해마다 약 20%씩 늘고 있다. 음주를 즐기는 2억명 가운데 여성은 20% 정도인 4,000만 명에 이른다. 

마시는 술 종류는 주로 맥주나 위스키, 럼주 등이다. 2008년 인도에서 판매된 맥주는 자그마치 3억 박스가 넘는다. 위스키는 9,000만 박스가 팔렸다. 한 박스당 12병이 들었으니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다.  194-195


인도는 세계에서 선천성면역결핍증(AIDS) 환자가 가장 많은 나라 가운데 하나지만, 매춘 시설이나 매춘 인력은 거의 전무한 편이다. 아주 없지는 않지만, 우리 나라나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 비하면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213


카마수트라는 4세기경에 산스크리트어로 쓰여진 성애(性愛)에 대한 경전이자 교과서다. 성애의 기교, 소녀와의 교접(交接), 나애의 의무, 남의 아내와의 통정(通精), 유녀(遊女), 미약(媚藥)등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 일반시민을 성지식(性知識)의 경여에서 오는 위험으로부터 구하고자 하는 책이다. 카마수트라는 섹스가 모든 인간이 경험하는 강력한 욕망으로 이를 통해 깨달음에 도달 할 수 있다고까지 설파했다. 카마수트라는 불교문화와 함께 중국에 전해졌고, 이는 유명한 소녀경(素女經)의 원조가 되었다. 또 카마수트라는 유럽에도 흘러 들어가 서구 사회에 성의 혁명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인류의 성 지식을 고양시킨 성에 대한 바이블이라 불릴 만하다.  217


과거 힌두교에선 섹스의 자유분방함을 강조했다.  219


인도에서 언제부터 섹스에 대한 이런 자유스런 분위기가 바뀌었을까. 그것은 영국의 식민지를 거치면서부터다. 영국이 인도를 통치하게 되는 17세기 영국의 통치 왕조는 빅토리아 왕이었다. 이때 유럽은 프로테스탄트가 기세를 떨칠때였다. 

성을 자유분방한 것으로 여기는 힌두교는 사회 도덕을 훼손하는 하위 종교라고 비난 받았다. 

영국의 끊임없는 힌두교 비난에 힌두교 지도자들의 성에 대한 생각도 빠르게 보수화됐다.  220


인도인 개인들의 섹스 생활은 어떨까? 

개인들의 성생활은 매우 적극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최대 콘좀회사인 듀렉스(Durex)가 전 세계 26개국 2만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섹스생활 만족도에 대한 글로벌 서베이' 결과다. 이에 따르면 인도 도시인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인 섹스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인들은 파트너와의 섹스 대화도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공개적으로 한다고 조사됐다. 

예를 들어 인도 도시인들의 4명 중 3명(74%)은 침실에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섹스 방법 등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눈다. 이에 비해 세계 평군은 58%, 영국은 49%에 그쳤다. 특히 인도인들의 3분의 2(68%)는 자신들의 섹스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답변했다. 반면 영국인이나 프랑스인들의 섹스 만족도는 각각 38%, 36%에 불과했다.

주목되는 사실은 인도인들이 다양한 기교와 형태의 섹스를 즐긴다는 점이다. 인도인드르이 63%는 체위나 성생활 만족을 위해 섹스 기구나 섹스 인형 등 다양한 형태의 섹스를 즐긴다고 답변했다. 인도인처럼 다양한 섹스를 즐긴다고 답변한 영국인은 47%, 일본인들은 단지 9%에 그쳤다. 게다가 인도인들은 앞으로 만족한 성생활을 위해 인터넷 정보를 활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인도인들의 부부 간 정절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았다. 인도인드르이 평생 섹스 파트너 수는 3명에 그친데 반해 영국인들은 16명이었고, 전 세계 평균은 13명이었다. 부부간 섹스 횟수도 세계적이었다. 하루에 1회 이상 성관계를 갖는 '변강쇠&옹녀'족들이 10%나 됐고, 80%가 1주일에 2~3회 이상 섹스를 갖는다고 답변했다. 이 통계만보면 인도는 부부 섹스의 세계챔피언 감이라 할만하다.

부부 정절도와 관련해 인도 중산층은 매우 높지만 상류층은 그렇지 않다는 소문도 많다. 필자가 만난 많은 인도인들이 이를 지적했다. 예를 들어 상류층들이 주로 드나드는 고급호텔 등에서 상류층 간의 혼회 정사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정확한 실태는 잘 모르겠으나, 실제로 인도 언론에서도 상류층 간의 불륜 사례가 종종 보도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인도인들은 비록 혼회정사나 매춘 등에선 매우 보수적이지만, 자신의 침실에서만큼은 세계 최첨단이다. 부부간 섹스에서 카마수트라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221-223


인도의 교육 특징은 소수만을 선택해 키우는 엘리트 교육 방식이다.  226


인도 엘리트 교육은 교육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보다 두뇌에 혜택을 주는 정책이었다. 고등교육의 기회는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소수 학생들에게만 주어졌다. 선택 받은 이들 소수에게는 거의 무료로 교육했다. 장학금을 주어 돈 걱정 없이 공부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런 정책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인도 엘리트 교육은 어릴 적부터 이루어진다. 인도 학교는 공립학교(Goverment or State Schools), 사립학교(Private Schools), 준(準) 사립학교(Deemed Private Schools) 등 3개로 나뉜다. 공립학교는 약 70% 정도로 다수를 차지하나 교육의 질은 상당히 낮다. 교사 숫자가 많이 부족하고, 설사 교사가 있더라도 수업을 빼먹은 교사가 많다고 한다. 시설도 열악하지 짝이 없다.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임에도 불구하고 교육 서비스 질이 형편없어 경제적 능력이 있는 부모들은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낸다. 

인도 엘리트들의 산실인 사립학교는 등록금이 공립학교에 비해 매우 비싸다. 우리 돈으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 만 원에 이르는 기부금을 내기도 한다. 입학 경쟁률도 아주 치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내기 위해 안달한다. 사립학교에 다녀야 부모 위신도 서고, 자녀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도 사립학교는 초등학교가 따로 있는게 아니라 보통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함께 붙어 있다. 단지 몇 학년인가로 초등학생인지 중학생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준 사립학교는 민간에서 설립했으나 재정이 어려워 연방정부 혹은 주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학교를 말한다. 준 사립학교는 정부의 지원과 그에 따른 간섭을 받긴 하지만 정부 간섭은 많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사립학교와 준 사립학교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0% 정도다.  228-230


인도 사립학교는 수업을 대개 영어로 한다. 영어는 인도에서 성공을 위한 필수 언어처럼 여겨진다. 영어를 확실히 배울 수 있고, 교육의 질도 뛰어나 인도 사립학교 졸업자들은 인도 국내 유명대학은 물론 미국 유럽 등 구미 저명대학에도 많이 입학한다. 

인도 경제가 발전하고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사립학교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고 있다. 경제적으로 하류 계층에서 신흥 중산층으로 편입된 부모들도 자녀들을 사립학교에 보내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기존 사립학교보다 학비가 저렴한 신흥 사립학교도 급증하는 추세다. 신흥 사립학교 중에는 시설이 공립학교보다도 못한 곳도 적지 않다. 그러나 비록 시설은 떨어진다고 해도 교사의 숫자가 많고 교사들의 열의가 강해 교육의 품질은 공립학교보다 우수하다.  

사립학교를 졸업한 엘리트들은 국내 혹은 해외 명문대학에 진학한다. 인도 내에 대학은 2007년 현재 371개가 있다. 

인도 명문대학은 대개 국립이다. 인도공과대학교(IIT), 인도경영대학원(IIM), 인도의과대학교(AIMS), 국립면역학대학교(NII) 등 인도 정부가 최고 전문 인력을 키우기 위해 설립한 대학은 물론 델리대학교와 뭄바이대학교,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콜카타대학교, 푸네대학교 등 많은 대학이 국립니다.  230-231


열악한 시설에도 불구하고 인도 대학이 명성을 가진 이유는 우수한 학생과 교수들 덕분이다.  233


인도 엘리트 교육의 어두운 이면을 간과해선 안 된다. 엘리트 교육에만 치중한 결과 국민 전반의 교육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인도느 대학입학 비율이 10%에 불과하고, 문맹률도 30%선으로 여전히 매우 높다.

요즘도 인도에는 초등학교조차 마치지 못하는 어린이가 많다. 의무교육임에도 불구하고 6~14세 어린이의 70% 만이 학교에 다니는 걸로 추산된다.  234 


인도인들은 어떻게 해서 영어를 잘하게 됐을까?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충분한 대답은 아니다. 

2000년 초반만 하더라도 영어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비율은 5%가 채 안 됐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영어 인구가 10%(약 1억 2,000만명)가까이 급증했다고 할다.  238

인도의 주요 영어교육 기관은 외국인 학교(설립자가 외국인인 학교)와 사립학교다. 이들 학교는 대부분 유치원 때부터 모든 과목을 영어로만 가르친다.  239


인도 지식인 사회에서 혹시라도 영어를 못하면 왕따를 당한다.  241


간디는 독립운동 기간 동안 산업화를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반대했다. 산업화를 반대했다니,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산업화는 인간에게 저주가 될 것이다."(<젊은 인도> 1931년)

"산업화는 농촌 사회에 치열한 경쟁을 초래하기 때문에 반드시 농촌 사람들에 대한 착취로 귀결될 것이다.")<하리잔> 1936년)

간디가 산업화에 반대한 이유는 인간의 이상적 삶의 형태가 목가적 시골생활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영구구 식민 정부는 인도를 산업화시키겠다고 선전했지만, 산업화의 이익은 대부분 영국 자본가들에게 돌아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를 직접 목격한 간디로선 산업화를 저지하고 반대하는 것이 당연했다.  245-246


간디의 산업화, 도시화, 서구문물에 대한 반대가 종합적으로 나타난 산물이 유명한 스와데시(Swadeshi)운동이다.

영국 상품을 배척하는 국산품 애용운동.

영국에서 기계로 만들어진 값싸고 대량생산된 직물들이 인도에 홍수처럼 들이닥치자 농촌 지역 직물장인들은 일자리를 잃고, 마을경제는 수렁에 빠졌다. 간디는 농촌의 가내 직물업이 다시 소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간디의 반(反) 산업화, 반 테크놀로지, 반 도시화, 반 외국상품 운동은 인도인들을 자각시키고, 독립을 달성하는 큰 힘이 되었다.  247


네루 총리는 경제 발전 측면에서 인도 사회에 간디보다 더한 부정적 유산을 남겼다.  248

임기 4년인 총리직을 그는 장장 17년간이나 수행했다. 물론 국민의 신임을 바탕으로 한 합법적인 재직이었다.

네루는 인도를 종교적으로 세속주의(世俗主義),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경제적으로 사회주의 체제로 이끌었다. 세속주의란 기구나 관습들이 종교나 종교적 믿음으로부터 분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인간 활동이나 정치적인 의사결정이 종교에 의해 간섭 받기보다는 객관적인 증거와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택한 것은 그가 어릴 적부터 영국에 유학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당연하게 생각된다. 영국에서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를 충분히 맛보았기 때문이다.

네루는 인도의 전통적 자영업자와 고리대금업자인 바니아들의 탐욕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며 "사회주의가 이들의 탐욕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늘날 인도에서 돈과 돈 버는 것에 대해 경시하는 풍조가 존재하는 현상은 상당 부분 네루 책임이다.

네루의 이상적 국가 경제상(像)은 자립경제였다. 그는 인도가 충분히 자립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간디가 매달렸던 자립경제, 즉 스와데시를 네루는 국가 정책으로 추진한다.

자립경제를 이루기 위해 네루 정부는 또 국영 제철소와 알루미늄 제련소, 대형 수력발전 댐 건설 등 중공업 육성에 몰두했다. 그는 심지어 핵무기 개발에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 같은 중공업 육성이 인도의 국력과 산업 발전상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사업은 대부분 큰 적자를 내고 소중한 국가 재정을 축냈다. 당시 인도는 극심한 빈곤, 높은 문맹률, 만연한 질병 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네루 정부는 이들 시급한 문제는 제쳐둔 채 너무 큰 사업에만 매달렸다.

사회주의 경제를 신봉한 네루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기업과 산업에 대한 정부 통제란 형태로 나타났다.

간디의 후계자였던 네루의 인도 농촌에 대한 해법은 간디와 비슷했다. 네루는 간디의 "농촌이 인도 사회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정책을 통해 충실히 수행했다. 

인도의 위대한 지도자 간디와 네루의 긍정적 업적은 지대하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듯이 이들이 남긴 부정적 유산 역시 적지 않다.  249-253


1966년 인도는 제1차 외환위기를 겪는다.  254

1991년 제2차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치명적 타격을 받는다.

자립경제란 자존심은 만신창이가 됐다. 제2차 외환위기를 계기로 인도는 자립경제정책을 벗어 던지고 개방적 시장경제로 대전환을 시도한다. 네루 이후 40년간 이어져온 스와데시와의 결별이었다.

아직도 인도 엘리트 사이에선 간디와 네루의 유산이 깊게 남아 있다. 이들은 시장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언제든 뛰어나와 간디-네루 철학의 부활을 시도할 세력들이다.  255


한국인들의 인도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접촉하는 사람들이 주로 하층민이기 때문인 이유도 크다.  285


인도인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인도에 산 기간이 짧은 사람일수록 더 강하다. 이헌 부정적 관념은 한국에서부터 싹 텄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인도에 가기 전 읽은 인도인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쓰인 책이나 얘기를 듣고 그런 생각을 갖게 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후 인도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발생하면 '그렇군. 인도인들은 소문대로 역시 문제군'이라고 단정하고 자신의 고정관념을 강화한다.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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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마음으로 못 갈 곳이 없다고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마음은 갈 수 있는 곳만 갑니다. 우리의 생각이라는 게 그래요. 마음은 생각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합니다.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을 꿈꾸는 우리로서는 거의 전적으로 마음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마음이란 이렇듯 한정되고 갇혀 있습니다. 한번 만들어진 관념은 자동적으로 자기방어 메커니즘으로 작용합니다. 되짚어 보는 걸 싫어합니다. 기분 나빠해요. 따지고 보면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가두는 것이지만, 우리는 흔히 스스로가 만든 관념의 장막 속으로 들어가 안주하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우선은 편안하기 때문입니다.  9


지금까지 우리가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믿었던 관념들을 한번쯤 되짚어보자는 것이 나의 의도였습니다.  10



나는 여러분이 틀레 박힌 교양인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에너지가 충만한 원시인이 되기를 원합니다. 교양은 인간을 나약하게 만드는 맹점을 안고 있습니다. 문명은 자칫 나른해지기 쉬운 법이거든요. 정상적인 사람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일탈을 꿈꾸는 괴짜가 되기를 원합니다.

일상은 일탈을 위하여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16


나는 가장 '나'다울 때 세계적인 인물이 됩니다.  17


우연은 그냥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연은 묻고 또 묻는 사람에게 그야말로 우연히 일어납니다. 준비한 사람에게만 의미있는 우연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극히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생각되었던 것들에 대해 묻고 또 묻다보면, 문득 관념의 틀에서 벗어나 있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18


힌두교는 인도인의 삶 자체라 할 수 있어요.  27

여러 세대를 통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형성되어 온 종교입니다. 자연발생적인 종교라 할 수 있지요.  27

공통 경전이 없습니다.  29

힌두교인들은 포교나 개종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은 진리에 대한 이들의 독특한 사유방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진리는 하나지만 여기에 이르는 길은 여럿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인도인드르이 뿌리 깊은 생각입니다. 진리가 유일하다고 해서 여기에 이르는 길조차도 유일한 건 아닙니다.  30


고대 인도에 어떤 왕이 있었습니다. 좀 괴짜였던 것 같아요. 하루는 왕이 신하에게 명해서 성안에 살고 있는 모든 소경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코끼리 한 마리를 데려다 놓고 소경들이 만져보게 했지요. 각기 다른 부위를 만져본 소경들은 당연히 다른 말을 햇습니다. 머리를 만져본 소경은 뭐라 했겠어요? "코끼리가 마치 항아리 같다"고 했어요. 그러자 귀를 만져본 소경은 "무슨 소리냐, 코끼리는 부채 같다"고 했지요. 배를 만져본 소경은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코끼리는 벽 같다"고 했지요. 결과는 어떻게 되었어요? 서로 의견이 다르니까 다투게 되었지요? 코끼리라는 하나의 실체를 놓고 자기가 만져본 부위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코끼리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소경들의 잘못은 코끼리 그 자체를 잘못 안 게 아닙니다. 다만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이 부분적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것입니다. 그게 잘못이지요? 자기가 안 지식은 전체 코끼리에 대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것을 몰랐기 때문에 서로 다툴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분을 부분으로 알때, 그것은 전체를 바르게 알 수 있는 바른 지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분을 전체로 착각하게 되면, 소경의 지식처럼 그것은 완전히 그릇된 지식이 되고 말아요. 코낄리는 기둥과 같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 말이지만, 코끼리의 일부인 다리는 마치 기둥과 같다고 말하는 것은 코끼리에 대한 바른 지식이 됩니다.  31-32


무엇을 종교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다르지만, 내가 보기에 종교는 우선 무엇보다도 깊이를 추구하는 영역이 아닌가 합니다. 일상적인 삶의 표면을 따라 이리저리 부유하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안으로 침잠해가는, 깊이에로의 추구가 곧 종교 아닌가 합니다. 폭보다는 깊이가 훨씬 중요하지요.  32


종교는 없는 것처럼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능하면 종교를 잊어버리고 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종교는 이성으로 따져서 아는 것이라기보다는 체험으로 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34



한 주간 별일 없었어요? 별일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사실 늘 별일이고 별일이어야 합니다. 

'별일 없는 삶'은 '별 볼 일 없는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별일이라는 게 뭡니까? 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서양의 어느 철학자가 누구도 같은 강물을 건널 수 없다고 한 것처럼, 우리가 건너는 삶이라는 상물은 순간순간 처음이고 별일입니다. 삶은 늘 처음일 때 최고일 수 있어요. 알다시피 최초는 최고와 통하거든요.  45


아름다움이라는 것도 변화에 대한 감정입니다. 변화가 없다면 아름다움도 없습니다. 몸이든 마음이든, 심지어 자연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한 모습이라면 아름답지 않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다면, 그는 생명 없는 아파트나 다름없어요. 끝장입니다. 생명이 있다는 건 변한다는 것입니다. 늘 새롭다는 것입니다. 늘 새로울 때 사람이든 삶이든 의미를 지닐 수 있습니다.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48-49


인도 사회는 전반적으로 나와 다른 것에 대하여 유연해요.  51


다른 것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될 때, 자유가 있습니다.  53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구호가 혹 각자의 개성은 무시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잇습니다. 

사회적인 차원이든 종교적인 차원이든, 어떤 경우에도 통일은 절대 무차별의 하나가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건 죽음입니다. 의미 있는 통일은 다양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하나 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화라는 표현이 오하려 적합할 수 있지요. 조화라는 게 뭡니까? 붉은색 일색이라면, 노란색 일색이라면 무슨 조화가 있고 아름다움이 있겠어요? 파란색도 있고 노란색도 있고, 하다못해 흰색이라도 섞여야 조화라는 것이 의미를 지니고 아름다움도 생겨나는 법입니다. 모두가 똑같다면 조화도 없고 다름다움도 없습니다. 변화가 없다면 생명 있는 유기체라 할 수 없는 것처럼, 차이가 없다면 조화도 아름다움도 있을 수 없습니다.

인도가 수천 년의 역사를 통해 자기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고스란히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나'와 다른 것에 대한 유연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6-57


어떤 문화든 그 구성요소의 다양함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미 생명을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보아도 괜찮습니다.

너와 나의 하나 됨을 추구하기 이전에, 우선 너와 나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너와 나의 하나 됨은 아무런 의미도 지닐 수 없어요.  57


유행(fashion)이라는 말의 일차적인 뉘앙스는 틀을 깨는 자유입니다.

그러나 요즘 우리에게 유행은 어떻습니까? 그것은 일종의 구속이며 병입니다. 주체는 없고 추종적으로 따라가기만 하는 수요자만 있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은 유행이라는 옷을 입고 얼른 대중 속으로 숨어버려요. 그러고는 익명성이 주는 편안함을 즐기지요. 그러나 유행이란 으레 문득 왔다가 문득 가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익명성에 의지한 편안함이라는 것도 당연히 잠깐일 수밖에 없어요. 대중 속에 숨는가 싶으면, 이미 그들은 또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저만큼 가고 있어요. 나의 익명성은 금방 사라지고 말지요. 그러면 다시 허겁지겁 따라갈 수밖에 없어요. 따라 가기의 악순환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요즘 우리 주변에서 보는 유행이라는 것은 일종의 병이라고 해도 무방해요. 따라하지 않고는 못 견디게 만드는 편집증입니다. 그것은 남과 다른 것이 두려운 공포증이지요. 우리 사회가 유행이라는 중병을 앓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유행이라는 말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획일적인 사고방식에 있어요. 판에 박힌 저울대의 눈목으로 모든 사람을 저울질하고, 이 저울대에 맞지 않으면 낙오자로 소외되는 우리 사회의 통념이 문제지요.  59-60


여러분 중에 한 번쯤 체념 안 해본 사람은 없겠지요? 의식하든 않든 여러분 아니 정도면 누구나 체념해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물론 체념의 순간을 지켜본 사람은 드물 겁니다. 사실 중요한 건 그건데, 내 마음에 어떤 감정 혹은 상태가 일어났을 때 가만히 지켜보는 것, 그게 명상입니다. 명상은 거창한게 아니지요. 내 마음의 변화를, 일렁거림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 그게 명상이지요. 어떤 감정이 일어날 때 그걸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지켜보는 것입니다. 그 순간에 놀라운 에너지가 일어납니다.

우리의 감정은 잡아두는 순간, 에너지로 변합니다.

체념의 순간을 지켜본 적이 있습니까? 내가 체념할 때, 나의 마음을 지켜본 적이 있어요? 체념의 순간에 언뜻 편안함이 있습니다. 체념이란 분명히 내가 바라는 게 아닌데, 그런데도 체념하고 나면 오히려 속이 후련해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66


실로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있어요. 차라리 포기하고 체념해버리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67


모든 체념이 다 의미 있는 초월로 통할 리는 없습니다.

체념이 의미 있으려면 우선 가능한 것에 대한 체념이어야 합니다. 다시말해서 자발적인 체념만이 의미를 지닙니다. 그걸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포기하는 것, 그게 체념입니다. 언젠가 신문에서 본 이야기입니다. 미국에서 있었던 일인데, 여자 태권도 올림픽 출전자를 뽑는 시합이 있었지요. 이때 재미동포 출신 여자 선수가 결승전에서 부상당한 자기 동료와의 시합을 기권한 적이 있습니다. 평소의 실력으로 볼 때 자신보다는 부상당한 동료가 올림픽에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게 바로 포기지요. 의미 있는 체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석녀(石女)가 "나는 아이 낳는 것 포기했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석녀가 아이 낳는 것은 아예 가능성이 막혀 있기 때문입니다. 가능성이 없으면 욕망이 일어날 리가 없고, 일어나지 않은 욕망에 대한 체념 혹은 포기라는 것은 한 마디로 웃기는 일입니다.

우선 가능성이 있어야, 그래야 욕망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흔히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게 욕망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게 않습니다. 욕망이라는 건 그냥 일어나는 게 아니거든요. 가능성이 있을 때 일어납니다. 아예 가능성이 없으면 기대하는 마음도 전혀 일어나지 않아요. 가능성이 없으면 아무런 욕망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정말 외로운 사람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것과 같아요.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은 함께 해 줄 사람이 있는데 지금 그렇지 않을 때, 누군가가 와 줄 사람이 있는데 오지 않을 때, 그때 느끼는 감정입니다. 참으로 '올이도 갈 이도 없는'(날 찾아올 사람도 내가 찾아갈 사람도 없는) 사람은 오히려 외로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외로움은 '부재(不在)'를 통하여 '존재(存在)'를 인식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사랑이란 것도 바로 이런 감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이별을 통하여 느끼잖아요?  68-69

가능한 것을 포기할 때, 에너지가 일어납니다.  69


일어난 욕망의 결과는 결국 기쁨이냐 또는 열 받는 거냐, 이 두 가지 중에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길게 보면 기쁨이나 노여움은 욕망의 결과라기 보다는 연속입니다. 문제는 기쁨이나 노여움이 일어났을 때, 그때 어떻게 할 거냐 하는 겁니다. 이때 포기가 필요합니다. 체념이 필요해요. 여기서 체념이라는 것, 혹은 포기하는 것은 일어난 감정을 잡아둔다는 것입니다. 일어난 감정을 잡아둘 때, 증폭도니 에너지가 일어나요. 예를 들면 생각해 봅시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남모르는 선행을 했을 때, 그 일을 두고 동네 방네 떠들고 다닌다면 어떻겠어요? 일시적으로는 우쭐해질 수 있겠지만 뒤끝은 허전할 겁니다. 허전하다는 것은 에너지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버렸다는 것입니다. 기쁨은 가슴속에 묻어둘 때, 더합니다. 기쁨은 내 안에 가두어둘 때, 오히려 새끼를 치고 자라나는 것입니다. 오래 잡아둘수록 기쁨은 배가합니다. 씨앗을 땅에 묻어 둔다고 그게 어디 갑니까? 때가 되면 싹을 틔우고 더 많은 열매를 맺는 것처럼, 감정을 잡아 갈무리할 줄 알아야 합니다.  71-72


일어난 감정을 잡아 두었을 때, 그 뒤끝을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가능한 것대 대한 체념이 모두 의미 있는 체념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잡아둔 데 대한 애프터 서비스라고나 할까요. 그래요 자신이 그 감정에 솔직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래야 자발적인 체념이었는가를 알 수 있어요. 그 뒤끝에 후회가 따르는 체념은 초월이 아니라 단지 일시적인 도피라 할 수 있습니다. 도피는 도피일 뿐이지요. 문제의 해결은 아닙니다.  72-73


추억을 먹고 사는 사람이 자신을 과거에 가두는 것처럼, 꿈을 먹고 사는 사람은 미래에 자신을 가둡니다.  84


업과 윤회는 하나의 믿음이 지니는 두 측면이라 할 수 있지요.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이 둘은 불가분의 관계를 지닙니다. 업은 윤회로 설명될 수 있고, 윤회는 업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업의 다른 말이 윤회라면, 윤회의 다른 말은 업입니다.  86


<우파니샤드>는 인도의 여러 경전들 가운데 가장 철학적인 경전으로 꼽힙니다.  89


업설이나 윤회설은 숙명론이 아닙니다. 업의 자기책임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또한 그 이면에는 항상 업의 초월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힌두교는 '구제(救濟)의 도(道)라 할 수 없어요. 모든 행위는 업을 남긴다고 가르치지만, 또한 어떤 행위는 이미 쌓은 업을 삭감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오히려 여기에 핵심이 있습니다.  96


참으로 건강한 사람은 건강문제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건강한 것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건강하지 못할 때, 거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마음공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마음이 비뚫어지고 황폐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우리가 육체적으로도 건강하지 못하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마치 눈에 벼이 났을 때 눈을 의식하게 되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이 잘못되고 몸이 병들었기 때문에 마음공부에 대한 관심이나 건강에 대한 욕구가 부쩍 늘어났다 이겁니다. 여러분은 어때요? 건강합니까?  107-110


요가는 넓은 의미에서 길(道)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좀더 설명하자면, 해탈 또는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요가라고 합니다. 

요가라는 말의 어원을 따지자면, 이 말은 원래 '결합하다' '멍에를 매다'라는 의미의 범어 동사 '유즈(yuj)'라는 말에서 온 것입니다. 그러니까 요가라는 것은 '결합' 또는 '멍에를 매는 것'이라는 문자적인 의미를 지니는 셈입니다. 그러면 뭘 결합하느냐? 우선 몸과 마음을 결합하여 하나 되게 하는 것이며, 나아가 몸과 마음이 하나 된 개체가 궁극적 실재와 하나 되는 것, 그게 요가입니다. 그렇다면 결합이란 무엇이냐, 그건 자유를 의미합니다. 

합일은 완성이며 자유입니다. 유기적인 관계에 있어야 할 두 부분이 따로 노는 것, 그것은 갈등이며 구속이지요. 이에 비하여 합일은 자유라 할 수 있어요. 몸 따로 마음따로 논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한마디로 괴롭습니다.

하나로 결합되어 합일될 때 자유가 있습니다. 자유는 기쁨입니다. 해탈은 다른 말로 자유라 할 수 있지요.

자유라는 건 늘 피 냄새를 풍기는 인내를 요구하는 구석이 있지만, 그 끝에는 기쁨이 있어요.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건 자유가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유란 하나 됨에 있지요. 둘이 하나로 합일될 때, 거기에 자유가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사람들 사이에서의 자유란 조화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왜 섹스에 몰두하게 되는지 알아요? 비록 짧은 순간이지만, 두 사람의 영혼이 하나로 녹아 합일하는 체험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에 일상 속에서는 쉽게 체험되지 않는 자유가 일어납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조화란 쉽지가 않아요.

인위적으로 만들어가는 조화한 언제나 '투쟁'이 요구되는 법입니다. 그래서 고대의 서양 철학자 중에 여러분이 잘 아는 헤라클레이토스라는 사람은 '투쟁은 조화'라고 했습니다. 서로 다른 두 요소가 만나서 하나 되어 조화를 이루고 자유를 누린다는 것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의미에서든 투쟁을 통하여 가능할 수 있습니다.  110-112


투쟁의 과저을 거친 평화야말로 진정한 자유를 약속합니다 숱하게 싸우고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둘은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때 그 둘 사이에 자유가 있습니다. 의리라는 것도 생기고 어지간한 일로는 서로 갈라서지 않는 법입니다. 이런 관계에서는 설사 쌍욕을 듣는다 해도 웃고 넘어갈 수 있지만, 그저 그런 사이에서는 당장 안색이 변할 것입니다. 거기에 자유는 없습니다.  113


인도에서 요가의 역사는 무지 무지 길어요. 심지어 기원전 3000년경 인더스 문명 유적에서 출토되는 인장에서도 요가 자세를 취한 수행자를 볼 수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닙니다. 

장구한 역사를 통하여 힌두교의 각 종파는 각기 제 나름대로 다양한 요가 전통을 발전시켜왔습니다. 

그러던 중에 빠딴잘리(Patanjali)라는 성자가 요가를 일목요연한 체계로 정리하고 <요가 스뜨라>라는 문헌을 남겼습니다.  115


<요가 수뜨라>에 소개된 내용을 중심으로 요가 수행의 8단계를 살펴보겠습니다. 대개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요가는 다리를 꼬고 앉는 것으로 시작하는 게 아닙니다. 


우선 첫 번째 단계로 윤리적인 준비단계(禁戒,Yama)가 요구됩니다. 윤리적으로 준비되지 못한 사람은 요가를 닦을 자격이 없다는 겁니다. 이 단계에서는 우리가 생활 속에서 금해야 할 다섯 가지, 즉 살생하지 말 것, 거짓말하지 말 것, 남의 것을 춤치지 말 것, 음란에 빠지지 말 것, 불필요한 소유를 탐하지 말 것 등이 강조됩니다. 이 첫 단계의 다섯 가지 계율은 요가 수행체계가 불교나 자이나교와 상당히 밀접한 관련 속에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불교의 경우오ㅓ 마찬가지로 요가에서도 오계 중에 가장 핵심적인 것은 역시 불살생입니다. 불살생은 모든 계율 중의 으뜸이라 할 것입니다. 


요가의 두 번째 단계는 내외의 청정, 시니에게의 헌신 등이 적극적으로 권장되는 단계(勸戒, niyama)입니다. 이 단계 역시 윤리적인 준비단계라 할 수 있지만, 첫 번째 단계가 주로 금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두 번째 단꼐는 일종의 권장사항이라 할 수 있지요. 적극적으로 행해야 하는 덕목들입니다. 알다시피 윤리라는 것은 주변 환경고 나의 조화를 추구하는 과정입니다. 윤리 규볌이라는 것은 나와 주변 사람들이 서로 이해의 지평을 맞추어 가는 과정에서 지켜야 하는 룰입니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피차 괴롭습니다. 설사 법적으로 강제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윤리 규범은 은연중에 우리를 강제하는 힘을 지닙니다. 물론 요가는 윤리적인 차원에 머물지는 않습니다. 결국 그 너머로 깨고 나아가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초윤리적이라 할 수 있지만, 초윤리는 결코 윤리를 무시하라는게 아닙니다. 윤리적인 단계를 딛고 넘어서야 합니다.


세 번째 단꼐는 어떤 요가 자세를 취할 것인가를 익히는 좌법(坐法, asana)의 단계입니다. 여기서부터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요가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가 요가하면 흔히 결가부좌를 틀고 앉은 비쩍 마른 수행자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사실 요가의 여러 단계 중에서 가장 힘들고 중요한 단계가 바로 이 좌법의 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가장 긴 시간을 투자해서 익혀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지요. <요가 수뜨라>에는 수많은 좌법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경전에서는 원래 8만 4천 가지의 좌법이 있었는데 오늘날에는 84가지 정도가 전해질 뿐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빠딴잘리는 이상적인 요가의 자세로 적합할 수 있는 기준을 두 가지 들고 있습니다. 우선 요가 자세는 편안해야 하고, 또한 오래 지속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 기준에 부합되는 가장 중요한 자세가 바로 결가부좌입니다. 결가부좌 알지요? 어른들은 양반다리라고 하고 아이들은 아빠 다리라고 부르는 그 자세가 바로 가장 대표적인 요가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각기 특수한 목적에 따라 여거 가지 자세들이 응용될 수 잇습니다. 경전에서는 이상적인 자세로 권장되지만, 체형에 따라 불가능한 자세도 있을 수 있지요.


네 번째 단계는 호흡조절(調息, Pranayama)입니다. 이 단꼐는 앞의 좌법과 함께 하타요가(hatha-yoga)에서 가장 핵심을 이루는 부분입니다. 요가 수행자가 윤리적인 준비를 하고 좌법을 익히는 것을 결국 우리의 마음을 잠잠하게 하기 위한 것인데, 호흡조절이야말로 마음을 가라앉히는 핵심 중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호흡은 마음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마음이 급해질 때 저절로 숨이 거칠어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급해진 마음을 진정시키려 할 때는 요가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심호흡을 합니다. 숨을 깊이 들이마셔 아랫배까지 밀어 넣었다가 천천히 밷으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진정됩니다. 

이와 같이 호흡은 마음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하여 호흡을 연구하고 제어하는 것이 필수적인 게 당연하지요. 호흡법을 익히는 것도 무척 긴 시간을 요하는 어려운 과정입니다. 우리는 대개 요가에서 가르치는 호흡법과 정반대의 호흡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숨을 들이쉴 때는 배가 들어가고 숨을 내쉴 때는 오히려 배가 나오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들숨과 날숨만 있을 뿐 멎는 숨이 거의 없다는 것도 마찬가지 예입니다.

호흡은 마음작용과 관련해서 중요할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명과도 직결됩니다. 한두 주일쯤 밥 안 먹는다고 해서 죽지는 않잖아요? 며칠 동안 잠 안 잔다고 죽나요? 그러나 단 몇 분만 숨을 못 쉬면 죽습니다. 그만큼 호흡은 우리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육체적인 건강을 위하여 단전호흡을 하고 복식호흡이 권장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건강하려면 밥 잘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숨을 잘 쉬어야 합니다. 그러면 건강할 수 있어요. 중국에서 양생법(養生法)의 하나로 널리 행해지는 기공법도 요가만큼 오랜 역사를 지닙니다.


요가의 다섯 번째 단계는 수행자가 자신의 감관을 제어하는 단계(制感, pratyahara)입니다. 방금 마차의 비유에서 이미 말한 것처럼, 인간의 감관 또는 욕망은 말과 같습니다. 길이든 아니든 갈 수만 있다면 어디든지 내달리는 것이 말입니다. 오죽하면 고삐 풀린 망아지라는 말이 있겠어요? 우리의 감관이라는 것도 이와 같아요. 대상이 있으면 곧장 쫓아갑니다. 늘 바깥으로 향해 있는 것이 감관이지요. 제감은 이와 같이 바깥으로만 내닫는 감관을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마치 거북이 사지를 두꺼운 갑 속으로 끌어들이듯이 바깥을 지향하느 감관들을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욕망은 제어될 때 새로운 차원의 에너지로 승화될 수 있어요. 사실 모든 감정이 그래요. 사람의 깊고 얕음은 결국 일어난 감정을 어떻게 잡아 두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기쁘다고 떠벌려 버리면 남는 건 허전함이지요? 그러나 기쁨을 꾹 눌러 뱃속 깊이 넣어 두면 두 배 세 배로 새끼를 칩니다. 어떤 감정이 일어난다는 것은 씨앗이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씨앗을 땅 위 환한 곳에 보기 좋게 전시해 두면 싹이 트나요? 싹은커녕 말라 버리잖아요? 씨앗은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 묻어 두어야 싹을 틔우고 몇 갑절의 열매를 맺는 겁니다. 우리의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어나면, 일단 어두운 곳에 묻어둘 필요가 있어요. 묻어 둔다고 그게 어디 가나요? 기쁨을 가슴속에 간직해 둔다고, 보이는 곳에 떠벌리지 않는다고 없어지나요? 그렇지 않잖아요? 마치 묻어 둔 씨앗이 저절로 싹을 틔우듯이 우리의 감정이라는 것도 잘 묻어 두면 저절로 싹을 틔우고 새로운 차원의 에너지로 승화될 수 있어요. 마치 한 톨의 씨앗이 싹이 되고 꽃이 되고 열매가 되는 과정에서 그 본래의 차원이 달라지는 것처럼 우리의 감정이라는 것도 묻어 두면, 잡아 두면 새로운 차우너의 에너지로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쁨이라는 감정뿐만 아니라 슬픔이나 노여움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어난 감정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일단 잡아 두면 우리에게 득이 되는 에너지로 변합니다.

감정이란 일단 일어나면, 억누른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억누를수록 오히려 맹렬하게 덤비는 것이 사람의 감정이잖아요? 억누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걸 조용히 지켜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일어난 감정을 일단 잡아 두고 지켜볼 수만 있다면, 그 다음은 저절로 해결되게 되어 있어요. 애게 일어난 감정을 내가 가만히 지켜본다는 것, 물론 그건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게 가능해져야 비로소 우리가 내면의 깊이로 침잠할 수 있는 준비운동이 끝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준지 과정이 끝나면, 다음 단꼐부터는 수행의 중점이 정신적인 영역으로 옮겨갑니다.

여섯 번째 단계인 집지(執持, dharana)는 한정된 심적 영역에 마음을 한정시키는 것입니다. 마음은 오관의 배후에 있는 내적 감관입니다. 마음이 감관에서 떨어져 있으면, 설사 눈이 보고 있다 해도 보는 것이 아니며, 귀가 듣고 있다 해도 듣는 게 아닙니다. 마음이 따라가지 앟으면 설사 감관이 대상을 향해 있다 해도 인식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바로 앞 단계에서 감관을 거두어들인다는 것은 결국 우리의 마음이 감관과 분리될 때 완전해진다고 볼 수 있지요.

피상적인 표면을 따라 부유하는 일상적인 삶 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하나의 대상에 머물지 않습니다. 마치 나비가 이 꽃 저 꽅을 분주히 옮겨 다니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이런저런 대상들을 끊임없이 옮겨 다닙니다. 집지의 목적은 마음을 지속적으로 한 대상에 집중하도록 하며, 다른 대상으로 옮겨갈 때는 재빨리 원래의 대상으로 되돌려 놓는 것입니다. 이동과 방해의 빈도가 낮을수록 집지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지요.


일곱 번째 단계는 정려(靜慮, dhyana)입니다. 범어로는 이 단계를 디야나(dhyana)라고 하는데, 흔히 불교에서 사용되는 선(禪)이라는 말은 바로 디야나에 대한 한자어입니다. 정려는 우리의 마음이 선택된 한 대상을 향하여 아무런 장애 없이 흐르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마음을 더욱 내면으로 거두어들여 한 대상에 대해서만 유지시킴으로써 집지의 단계에서 정려의 단계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좀더 상세하게 살펴볼까요?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일상적인 삶 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분주하게 이리저리 움직입니다. 한 대상에 대하여 단 몇 초도 지속되지 않습니다. 여러분, 지금 당장 눈을 감고 스스로의 마음을 한번 지켜봐 보세요. 어때요? 숱한 대상들이 왔다 갔다 하지요? 친구 얼굴도 떠오르고, 지난번에 갔던 호프집 맥주잔도 떠오르고, 있다가 점심시간에 만나야 할 사람도 떠오르고, 아무튼 온갖 대상들이 왔다가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비하여 집지의 단꼐에서는 그 이동의 빈도가 낮아집니다. 잠잠해진다 이겁니다. 잠잠해지는 정도가 점점 깊어져서 정려의 단계에서는 마음이 더 이상 대상을 옮겨 다니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여 우리의 마음이 오직 한 대상만 그 내용으로 지닌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도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가변적이며, 대상의 범위 내에서 이동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요가의 마지막 단계는 삼매(三昧, Samadhi)입니다. 이 말도 우리가 생활 속에서 자주 쓰는 말이지요? 독서삼매니 삼매경에 빠졌다느니 하잖아요? 원래 범어로는 사마디(samadhi)라는 말인데, 한문으로 음역되는 과정에서 삼매가 된 것입니다. <요가 수뜨라>에서는 이 단계를 "선정이 한결같은 상태에 있어서, 그 대상만이 빛나고 자기 자신은 없어진 것같이 되었을 때"라고 합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요? 아마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을 것입니다. 당연합니다. 정려의 단계도 그렇거니와 삼매는 사실 말로 설명되는 세계, 혹은 우리의 이성이 논리적으로 분석해 낼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삼매는 이해의 대상이 되는 지식이 아니라 깨달아 알아야 하는, 증득(證得)해야 하는 언표불가능의 세계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삼매의 단계에서는 수행자의 자아의식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정려의 단계에서는 비록 마음이 오직 하나의 대상에 머물러 있다 할지라도 여전히 자아의식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것이 수행자 자신과 대상을 가로막는 장애로 작용할 수 있지만 삼매의 단계로 진전되면 이러한 장애가 완전히 제거된다는 것입니다. <요가 수뜨라>에 따르면, 삼매의 상태에서 수행자는 고차적인 직과을 얻습니다. 이러한 직관은 우리가 두뇌에 한정된 사고에서 벗어나는 완전히 새로운 경지라 할 수 있지요. 이때 수행자는 명상의 대상이 지니는 깊고 오묘한 의미를 파악하게 됩니다. 이름과 모양을 갖추고 나타난 세계의 본질을 여실히 들여다볼 수 ㅣ있게 되는 것입니다.  116-125


요가는 반드시 스승이 필요합니다.  125


생각해 보면, 요즘 우리의 삶은 지나치게 분주합니다.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관조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드물어요.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나 가능할까? 왜 웃어요? 사실 똥을 눌 때 우리의 의식이 맑아져요. 그래서 옛날 어른들이 화장실이야말로 깊은 생각을 하기에 적합한 곳이라고 했습니다. 절에서는 화장실을 해우소(解憂所)라고 합니다. 겉모습이 아무리 하려하면 뭐합니까? 내면의 뜰이 황폐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돌아서면 허전한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게으를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바깥일에 분주하지 않을 권리가 있어요. 대게 사람들은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스스로 그 여유를 포기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바빠도 가끔은 자신의 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잇습니다. 삼식대가 되고 사십대가 되면 이미 늦습니다. 누구나 바깥일에 '게으를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 봅시다.  125-126


후기 힌두교(7~8세기경)의 딴뜨라 전통에 이르면, 남자와 여자의 구분이 단지 상대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인ㅅ기이 뚜렷해집니다. 높이 평가할만한 통찰입니다. 딴뜨라(tantra)는 힌두교의 꽃이라 할 수 있지요. 특히 인산의 성(性)에 관한 이해라는 측면에서, 딴뜨라는 그 이전과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차원이 전혀 달라요. 인도사회에서 여자의 지위가 급상승하는 것도 이 시기라 볼 수 있습니다.

여자는 여자이기 이전에 인간입니다. 남자도 마찬가지지요. 남녀의 구분은 마치 칼로 두부 자르듯 그렇게 나눌 수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지요.   137-138


칼 융에 따르면 인간의 에고(ego)는 아니무스(animus 男)와 아니마(anima, 女) 모두를 지닙니다.  138

지금까지 우리는 이 점을 무시해왔지요. 남자는 남자고 여자는 여자라고 가르쳤습니다.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가능항 한 남자 속에 있는 여자는 무시되고 억눌려왔습니다. 

여자 속의 남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도 사람들은 이상적인 인간상은 우리와 달라요. 남녀가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루고 남편과 아내가 조화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우선 한 개체 속에 있는 남성과 여성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합니다. 남녀 양성을 동시에 구유(具有)한 인간이야말로 조화롭고 이상적인 인간입니다.  140


딴뜨라 전통에서 섹스는 합일을 의미합니다. 합일은 완성이지요. 섹스는 몸을 매개로 남녀의 벽을 허무는 작업입니다. 마침내 너도 없고 나도 없는 무(無)로 떨어지는 순간, 그게 일어납니다. '나'의 상실을 통하여 무한을 체험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러한 합일은 적어도 누적된 상호 교감의 끝에서나 이루어질 수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인도 전통에서 남녀의 합일은 좀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한 개체로서의 남자와 한 개체로서의 여자의 합일이 아니라, 한 개체 속에 있는 남성과 여성의 합일입니다. 각 개인은 우주를 축소한 소우주이기 때문에 갈등과 부조화의 궁극적인 해소는 오직 각 개인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는게 딴뜨라의 가르침입니다. 성교는 자기 속에 잠자고 있는 다른 성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지요.  143-144


아무튼 정신적인 기쁨이든 육체적인 쾌락이든 우선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하여 '너'에게서 혹은 어떤 대상 속에서 '나'혹은 나의 생각과 동질적인 것을 발견하게 될 때 기쁨이나 쾌락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쁨이나 쾌락의 대상은 지극히 주관적인 측면을 지닙니다. 사람은 누구나 동질감을 느끼는 대상에 끌립니다.  144


우선 서로 끌리는 감정이 있어야 합니다 끌린다는 것은 동질감을 느낀다는 것이고, 끌리는 둘의 자연스런 만남을 통하여 합일이 있을 수 있어요. 합일은 절대로 강제적으로 일어날 수 없습니다. 자연스럽고 자발적이어야 합니다.  145


우빠니샤드에서는 이른바 브라흐만과 아뜨만의 합일을 해탈이라고 합니다.

원래 그 둘은 하나였는데, 시작 모를 무지 때문에 마치 분리된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 윤회 속의 인간이지요. 또한 수행을 통하여 그 본래의 상태를 깨닫는 것이 해탈이며 완성됩니다.  146


우빠니샤드의 범아일여(梵我一如)는 딴뜨라에서 남녀의 성교로 나타나는 셈이지요.  147


한 사람 속에 여자와 남자가 조화를 이룰 때 균형 잡힌 인간이 되는 것처럼, 한 사람 속에 이성과 감성은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지요. 사실 지극히 이성적인 사람만이 지극히 감성적일 수 있습니다. 한 개인 속에서 그 둘은 변증법적인 발전을 한다고 볼 수 있지요.  148


전통적으로 인도 사람들은 몸과 마음을 연속체로 봅니다. 몸 따로 마음 따로가 아닙니다. 외적인 마음이 몸이고 내적인 몸이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우빠니샤드에서는 인간을 다섯 겹(kosa)의 동심원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제일 바깥에는 '음식으로 된 나'(annamayakosa)가 있어요. 이것은 물질적인 몸이라 할 수 있는데, 외부 세계의 물질적인 대상들을 경험하고 향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 안쪽에 '생기로 된 나'(pranamayakosa)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일반적으로 호흡과 신경계통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지요. 다시 그 안쪽에 '의근(意根)으로 된 나'(manomayakosa)가 있고 이보다 내밀한 곳에 '식(識)으로 된 나'(vijnanamayakosa)가 있습니다. 이 두 겹은 우리가 흔히 마음이라고 부르는 층입니다. 그리고 가장 안쪽에 '환희로 된 나'(anandamayakosa)가 있어요. 환희로 된 나의 본질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소 엇갈립니다. 인간의 참된 자아 그 자체라고 보는 견해와, 단지 자아를 둘러싸고 있는 껍질에 불과하는 견해로 양분됩니다. 

아무튼 이 다섯 겹은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우빠니샤드의 인간 이해는 서양의 심신 이원론과 완전히 달라요. 다시 말하여 가장 바깥에 있는 물질적인 몸은 의식 또는 더 나아가서 자아 그 자체와 연속적이라는 것입니다. 몸에는 마음이 반영되어 있어요. 몸에는 마음이 스며있다는 것입니다. 기분이 나쁘면 얼굴에 나타나잖아요? 몸에는 그 사람의 내적인 의식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몸은 그 사람의 내적인 성향과 수준에 대한 외적인 표현으로 간주될 수 있지요. 인도 사람들의 사고로 보면 음식으로 된 나로부터 적어도 식으로 된 나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심신은 본질적으로 동일해요. 모두가 물질적입니다. 이 문제는 좀 복잡하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물질적인 몸이든 마음이든 모두 쁘라끄리띠라느 근본물질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물질적인 몸과 마음의 차이는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얼마다 더 미세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가 하는 상대적인 차이에 불과합니다.

몸이 마음과 별개가 아니라 연속적인 것으로 파악될 때, 몸은 비로소 그 본래의 의미를 지닐 수 있습니다. 몸은 부정되고 배척되어야 할 '똥통'이 아니라, 그것은 거룩함에 이르는 사다리가 되요. 요가가 의미를 지니는 것도 몸과 마음이 연속적이기 때문입니다.  168-170


몸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는 양면성을 지닌다고 봐요. 그 자체로는 부정적인 것도 아니고 긍정적인 것도 아닙니다. 그것을 어떻게 굴리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전혀 달라질 수 없어요.  172


대개 사람들은 힌두교 하면 요가와 명상 또는 초월과 신비주의를 생각하기 쉽지만, 따지고 보면 힌두교만큼 현실을 중요시하는 종교도 없어요. 궁극적으로 해탈을 추구하지만, 해탈이란 반드시 죽어서 이루는 게 아닙니다. 몸을 가진 산 사람도 얼마든지 해탈을 얻을 수 있다고 봐요. 또한 해탈의 추구는 철저하게 세속의 삶을 터전으로 합니다. 청빈을 권하는 종교도 아닙니다. 어느 기간까지는 돈을 벌고 경제적인 기반을 다지는 과정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물론 그것은 궁극적으로 버리기 위한 것이지만 말입니다. 인간의 적나라한 욕망을 모른 체 하지도 않아요.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대를 잇는 과정을 통하여 지지고 볶고 싸우는 감정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체험하라 합니다. 그 속에서 욕망의 실체를 지켜보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욕망르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 속에서 욕망을 초월하는 방법을 가르쳐요.

이와 같이 힌두교가 세속의 삶ㅇ르 부정하지 않ㅇ르 뿐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해탈에 이르는 사다리로 이해하는 것은, 몸과 마음을 연속적인 것으로 보는 사고방식과 관련을 지닙니다.

체화된 삶  172


힌두교의 입장에서 볼 때, 몸은 윤회의 결과인 동시에 윤회의 원인이 됩니다. 윤회의 원인은 업 때문인데, 업은 체화된 인간의 행위에 그 원인이 있어요. 

요즘 우리 주변에 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로 이해될 수 잇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억눌렸던 것의 반발이라는 측면도 있고, 알량한 장삿속이 이를 부추기는 점도 있겠어요. 그러나 어떤 점에서 보면, 몸이 뜨는 중요한 이유는 현재 우리의 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몸이라는 것은 그것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 동안에는 의식되지 않습니다.  173


사람의 이름은 평새을 함께 하는 것이지만, 정작 자기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결정됩니다.  176


이름은 단지 부르자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를 책임지자고 있는 것입니다.  180


몸이 마음을 따라가기도 하지만, 마음이 몸을 따라가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둘 중에서 마음이 먼저라 해야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마치 닭과 꼐란의 관계처럼 아주 모호한 구석이 있어요. 따지고 보면 몸과 마음이 따로 있는 게 아니지요.

가장 바깥에 있는 마음이 몸이고 가장 안에 있는 몸이 마음이라 할 수 있거든요.  186


어둠이라는 말이 지나치게 부정적인 의미로만 사용되는 것처럼, 맹목이라는 말도 이유없이 푸대접을 받는 게 아닌가 합니다.

순수한 행위는 맹목적입니다. 맹목적인 행위만이 순순할 수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사랑이든 우정이든 목적이 들면 이미 사랑도 아니고 우정도 아닙니다. 다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비즈니스가 있을 뿐이지요. 사고파는 거래가 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사랑은 맹목적이어야 해요. 특히 남녀 간의 사랑은 그래요. 남녀 간의 사랑은 모든 사랑의 뿌리지요. 눈멀고 귀먹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은 다만 맹목적일 때 이해를 따지지 않는 불가사의를 만들어요. 어머니의 사랑이 고귀하다 하는 것도 그런 이유지요. 그것은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는 맹목적인 사랑이기 때문에 순수하고 고귀한 것입니다.  199-200


생각해 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터부시해 온 맹목은 느낌 또는 감정에 대한 맹목이ㅏㄹ 할 수 있어요. 다시 말하여 흔히 우리가 맹목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할 때, 그것은 감정이나 느낌에 따라 움직일 것이 아니라 이성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였어요. 좀더 정확히 말한다면, 맹목적이지 말라는 말은 이성에 대한 맹목적인 추구를 의미했지요. 그런데도 우리는 이성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을 맹목적인 것이라고 말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은 합리적이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200


만일 느낌에 대한 맹목이 위험을 내포한다면, 극서은 순수와 통하기 때문입니다. 순수한 것은 이미 더럽혀진 것보다 오염되기 쉬워요. 사람이 순수하면 이용당하기 쉽고 물건이 순수하면 사용하기 쉽지요. 이렇게 보면, 느낌에 대한 맹목은 위험하긴 하지만 맹목적인 것 그 자체가 부정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느낌이나 감정에 대한 맹목적인 수용을 무조건 비난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것이 교묘히 이용되고 악용되는 사회가 오히려 문제지요.  201


가능한 것데 대한 체념이 가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맹목은 목적을 잃어버리지 않을 때 가치 있는 맹목일 수 있어요. 목적을 잊어야 맹목적일 수 있는 반면에 목적일 잃어버린다면 이미 그것은 가치 있는 맹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목적을 잃어버린 맹목, 나를 잃어버린 맹목의 가장 분명한 징후는, 내가 그것을 그만두고자 했을 때 그만 둘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나를 잃어버린 맹목은 끊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끊지 못하는 것이지요. 빠져든다는 징후는 후회가 일어나는 것, 후회가 점점 깊어진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미 주객이 뒤바뀐 것이지요. 사람은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술이 사람을 마시는 것이지요.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불가항력적으로 끌려가고 있다면 이미 그것은 나를 잃어버린 것입니다. 나를 잃어버린 맹목의 깊이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입니다. 본질로 향하는 방향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맹목은 깊이에의 추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 종교가 중요하고 사랑이 중요하다면, 그것은 맹목적인 사랑이 혹은 맹목적인 종교가 우리를 내면의 깊이로 침잠하게 하기 때문이지요. 종교를 인간의 궁극적인 관심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종교보다 강한 것이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종교나 사랑은 일상사의 표면에 부유하는 이런저런 사실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깊이로 침잠하는 것이지요. 폭보다는 깊이가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203


우리 사회에 맹목적인 것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우리의 삶이 그만큼 얕고 허전해졌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203-204


자신의 삶 속에 적어도 한 가지는 맹목적인 게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사랑이든 종교든, 또는 다른 무엇이든, 우리의 삶 속에는 목적을 잊어버리고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맹목적인 한 구석이 있어야 합니다. 맹목은 우리에게 남아 있는, 그래도 사람은 순수하다는, 순수할 수 있다는 최후의 흔적이 아닐까 합니다. 만일 우리에게 맹목의 불씨가 꺼지고 없다면, 그것은 이미 우리가 참으로 희구하는 목적지에 이를 가능성은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4


콩나물은 부드러운 만큼 아주 민감해요. 물을 자주 주지 않으면 금방 잔 뿌리가 많아져서 못쓰게 됩니다. 통상 검은 보자기로 시루를 덮어 두는데, 깜박 잊고 그냥 두면 한나절이 지나지 않아서 콩나물 머리가 금방 푸르게 변해요. 보기 흉해지지요. 

미미한 빛이라도 받으면 콩나물은 금방 변해요.

학생들을 가르치고 키우는 것도 콩나물을 키우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내면의 개안(開眼)은 그래요. 시루에 놓인 콩나물이 하루에 몇 번씩 주는 물을 먹고 자라는 것처럼, 콩나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물이 꼭 필요한 것처럼, 여러분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나 책에서 얻는 지식이 꼭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콩나물은 절대로 물을 껴안고 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콩나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물이 꼭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물이 콩나물 사이로 설렁설렁 지나가게 만들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콩나물이 물을 안고 있다면, 금방 썩어버립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주는 지식을 안고 있으면 여러분 자신이 썩어버려요. 

적어도 인간의 내적인 성장을 염두에 둔 지식은 그렇습니다. 콩나물의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어요. 아무리 아까워도 그냥 설렁설렁 지나가게 내버려둘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콩나물 사이로 물이 설렁설렁 지나기지만 때가 되면 자라 있는 것처럼, 여러분도 그렇게 자라는 것입니다.

마치 콩나물이 자신의 성장을 위하여 물이 지나가는 그 순간에 충실하듯, 여러분도 순간순간의 느낌에 충실하라는 말이었습니다. 변화는 순간이지만, 그 과정은 언제나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207-209


인도 사람들은 세계의 역사를 순환론적인 입장에서 파악하고 있는데, 이 순환의 주기라는 것이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길어요.

흔히 우리가 무지무지 긴 시간을 나타내기 위하여 사용하는 '겁(劫)'이라는 말 알지요? 이 말은 원래 '깔파(kalpa)'라는 범어의 한역(漢譯)입니다.

인도 사람들의 시간관에 따르면, 1겁은 우주의 생성, 유지, 파괴가 일어나는 한 주기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기간은 86억 4천만 년입니다. 그야말로 겁나게 긴 시간이지요? 우리 인간에게는 겁나게 긴 이 1겁은 브라흐마(Brahma)라는 창조신의 입장에서는 단지 하루에 불과합니다. 브라흐마는 하루를 1겁으로 하는 백 년을 삽니다. 우리의 시간 개념으로는 실로 황당하게 들리는 이야기라 할 수 있지만, 인도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이와 같은 우주적인 시간이 흐르고 있어요.  216-217


내가 보기에 인도의 가장 큰 매력은 느리게 변한다는 것입니다.  233


네 단계의 삶을 통하여 부와 욕망 그리고 자기 본래의 의무를 실현함으로써 결국 해탈을 이루자는 것이 삶의 가장 중요한 목적입니다.

첫 단계(學生期, 1~25세)는 금욕과 학습의 기간이라 할 수 있느넫, 이 기간 동안에는 경전(베다)를 공부하고 카스트의 구성원으로서 각자가 해야 할 의무를 익히는 데 전념합니다. 남녀의 성적인 접촉을 금하는 금욕이 강조되는 기간이지요.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는 단계(家住期, 26~50세)로 접어듭니다. 결혼은 남녀가 정신적 육체적인 사랑을 하고, 이를 통하여 희로애락의 온갖 감정들을 체험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물론 자식을 낳고 대를 잇는 것도 중요해요.

세 번째 단계(林捿期, 51~75세)는 앞의 두 단계를 통하여 이룬 경제적인 기반과 가업을 후손에게 물려주고 숲으로 들어가 명상에 임하는 단계입니다. 손자가 생기거나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해지면' 대개 이 단계가 시작된다고 봅니다.

마지막 단계(遊行期, 75~100세)는 숲에서 나와 운수(雲水)의 길을 떠나는 시기가 됩니다. 이때는 탁발이 주요 생계수단이 되지요. 모든 집착을 떨쳐버리고 세상을 주유하며 지금까지 자신이 배우고 명상한 내용들을 현실 속에서 다시 몸으로 확인하는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 있눈 유행자(遊行者)를 흔히 산야신(Sannyasin)이라 부릅니다. 산야신은 스스로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 사람입니다. 포기한 자라 할 수 있지요.

힌두교인이라면 누구나 산야신이 되기를 원합니다. 겱구에는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기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현실적인 삶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삶은 그 너머의 무엇을 가리키는, 그 너머의 어디엔가 도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이들에게 종교가 곧 삶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를 지닙니다. 삶은 그야말로 철저하게 '자기초월적 상징체계'라 할 수 있어요. 결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그것은 강을 건너기 위한 뗏목에 불과한 것이며,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지나지 않아요.

그렇다고 해서 현실적인 삶이 무의미하다는 건 아닙니다. 무소유의 삶을 사는 산야신이 되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지만, 이들은 부(富)와 몸의 욕망을 삶 속에서 이루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으로 봅니다. 인생의 네 단계 중에서 두 번째 단계는 실상 여기이ㅔ 전념하는 단계라 할 수 있어요.  237-238


욕망은 피하고 억제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바르게 시현될 때 비로소 해결된다고 보는 것이 힌두교의 입장이라면, 불교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욕망에 대해서 부정적입니다.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43


옥상에 있는 물탱크는 물이 가득 차면 저절로 스위치가 올라가서 더 이상 물을 받아들이지 않지만, 욕망은 달라요. 어느 정도 차면 '그만'하고 자동스위치가 켜지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욕망은 양적으로 채워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채워도 채워도 '더 채워라'하는 것이 욕망이거든요.  244


정신적인 추구는 분명히 어느 정도의 물질적인 성취를 필요로 합니다.

힌두교의 이상적인 삶의 네 단계가 시사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입니다. 해탈이라는 고도의 정신적인 욕구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제적인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246


인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의 네 단계가 오늘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포기의 철학'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삶을 통하여 애써 샇아 올리지만, 그것은 결국 버리기 위하여 있다는 것을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가진 자만이 벌리 수 있지만, 버리지 앟는 한 가진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 각자의 고통이나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이라는 것은 결국 버리지 못하는 자들의 고통이며, 또한 포기하지 못하는 사회의 병통이라 할 것입니다. 일찍이 니체가 경고한 것처럼, 물질의 풍요가 지니는 의미를 곡해하는 한 우리는 '가축 무리의 푸른 목장의 행목'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249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누구나 자기 본래의 의무를 지니는데, 각자의 의무는 그가 전생에 쌓은 업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봅니다.

자억자득(自業自得)이라는 업의 논리에서 보면, 카스트에 따른 의무의 차별은 전혀 불평등이 아닙니다. 다시 말하여 전생에 아주 못된 짓을 많이한 사람이나 선한 행위를 많이 한 사람이나 이생에서 마찬가지로 잘 먹고 잘 산다면 오히려 그것은 불평등이라는 논리가 성립됩니다.  250-251


법 앞에 평등 또는 신 앞에 평등은 '업 앞에 평등'이라는 말로 대체되는 셈이지요.  251


인도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각 개인에게 주어지는 본래의 의무를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그 의무의 실천은 아주 중요시합니다.

의무의 실천이 강조되는 것은 그것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인 해탈과 직결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힌두교인이 인생에서 이루어야 할 목표는 의무의 실천, 부, 욕망의 실현, 해탈 이 네 가지 입니다.

따라서 의무의 실천은 자기의 해탈을 위하여 필수적인 권리이며, 나아가서는 신성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따라서 인도 사람들에게 의무는 기피하고 싶은 부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의 존재 자체의 해방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253-254


알다시피 인도는 편안하게 아름다운 곳을 관광하는 데가 아닙니다. 그런 목적이라면 가까운 방콕이나 홍콩이 훨씬 낫지요. 싼 맛에 인도를 여행하려는 것이라면, 차라리 동네 커피숍이 싸고 편할지도 모릅니다. 인도 여행은 적어도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인도 여행은 그 자체로 하나의 고행이지요. 고정관념은 깨부수는 고행이라 할 만합니다. 인도 여행은 계획이 엉망으로 헐클어질수록 오히려 성공적일 수 있습니다. 계획된 시간에 계획된 루트를 따라 비행기로 혹은 기차로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면, 단체 관광이라면 또 모를까 그것은 이미 인도 여행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발길 닿는대로 차편이 허락하는 대로 기차가 가능하면 기차를 타고 버스가 가능하면 버스를 타야 합니다. 이것저것 따져서는 여행이 불가능하지요. 무작정 떠날 필요가 있습니다. 

누구의 말처럼 자신과 다른 이들을 개선하고자 떠나는 사람은 철학자지만, 호기심이라 불리는 맹목적 충동에 따라 이 나라 저 나라를 찾는 자는 방랑자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인도 여행은 목적을 생각하며 떠나는 철학자보다는 차라리 맹목적인 충동에 충실한 방랑자에 어울리는 여행입니다.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그런 여행이 어울리는 곳이 인도라 할 것입니다.

때로는 아무런 예약 없이 삼등칸 기차를 타고, 발 들일 틈 없이 빼곡히 들어앉은 맨발의 사람들 틈에 끼여 함께 짜이를 마시며 그들의 체념과 기다림과 담배연기를 공유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됩니다. 밤기차에 시달리며, 때로는 화장실 입구 통로까지 밀려나와 쭈그려 앉은 채 밤을 새더라도, 그러는 가운데 한 가닥이나마 허망 분별과 이별할 수 있다면, 고정관념에 찌든 나의 현존을 직시할 수만 있다면, 그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겠지요. 고생을 무릅쓰고라도 길을 떠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인도 여행이 우리에게 의미를 지니는 것은 오히려 충격과 당혹감입니다. 굳이 이해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느낌이 있으면 그것으로 여행은 성공입니다. 충격이 있다면 대성공이지요. 느낌이 일어날 때, 충격으로 몸을 떨 때, 이에 반응하는 나를 내가 지켜보는 것, 그것입니다. 느낌에 충실한 것, 그것으로 여행은 이미 명상일 수 있습니다. 

외부 세계와 나의 내면이 직선으로 대면했을 때 문득 일어나는 충격, 이에 대한 싱싱한 의문에 충실한 것, 그리고 마침내는 내가 내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 서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도 여해에서 잊어버리되 잃어버리지는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262-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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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를 읽으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 갇혀 있는 인간의 삶 저 너머에 있는 무한히 넓은 세상으로 흥미로운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신화 속에는 우주 만물의 생성원리에 대한 의문과, 인간의 힘으로는 알 수 없는 영원한 세계와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에 대한 즐거운 상상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8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인도인들에게 민화를 그리는 일은 신을 명상하고 신에게 기도를 바치는 하나의 의식으로 여겨집니다.  10




베다 신화에서는 주로 자연물을 숭배하여 신격화했는데, 불의 신 아그니, 태양의 신 수리야, 새벽의 여신 우샤스, 천지를 유지하는 신 바루나 등이 찬양되었고, 아그니, 인드라, 수리야는 베다의 삼신으로 알려져 있다.

힌두교의 삼식으로는 창조의 신 브라마, 보호의 신 비슈누, 파괴의 신 시바가 있다.  18


라마

<라마야나>는 인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이야기로 아요지아의 왕자 라마와 그의 사랑하는 아내 시타가 그 주인공이다. 

<라마야나>는 효성과 복조으 용기와 힘, 인내와 희생, 단결과 충성, 그리고 우애와 우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라마를 도와서 시타를 구해주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39

오늘날에도 수많은 인도인들은 매년 빛의 축제인 디왈리 기간 동안 라마와 시타의 승리의 귀환을 기념하기 위해 집안 곳곳에 촛불을 밝힌다.

부모의 말에 순종하는 착한 아들 라마, 남편에게 순종하며 자신의 순결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락슈마나, 정의를 지키기 위해 불의에 대항해 싸우는 원숭이 하누만 등이 등장한다.  57


크리슈나

크리슈나는 '검은' 또는 '구름처럼 어두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59


시바

몸에는 화려한 의상 대신 호랑이 가죽을 걸치고, 목에는 해골목걸이를 걸고 다니며, 머리에는 늘 치명적인 독을 지닌 코브라를 두르고 화장터에서 일하는 천민들과 친하게 지내기 때문에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신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모든 신들이 힘을 합쳐도 그를 당해낼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신이다.  71

시바는 힌두교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 가운데 인도인들의 사랑과 경배를 가장 많이 받는 신 가운데 하나이다.  73


가네샤

그는 '장애물의 제거자'이다. 그래서 인도인들이 크거나 작은 문제 또는 어려움이 있을 때 그에게 의지한다.

무엇보다 가네샤는 지혜의 신이다.  90


두르가

인도에서는 9월에서 10월 사이에 '두르가 푸자'축제가 열린다. 벵골, 비하르, 오리사 등에서 나흘간 열리는 이 축제는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연례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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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저자
칩 히스 지음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 2010-04-09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작은 손짓 하나로 놀라운 결과를 만드는 '스위치'의 비밀!스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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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생각만으로 끝나기에 자기계발서들은 늘 인기를 끌고 있을 것이다.
노력이 필요한건 알지만 정말 쉬운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며 자기위안을 하는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옳은 일을 선택하기 보다는 쉬운것을 선택하기가 쉽다. 
옳은 것을 선택하면 연습이 필요하고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때문이다.
시작도 해보기 전에 안될 이유들이 무성하게 자란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들이 하는 말에서 벗어나는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자기계발서이기도 하지만, 조직운영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심리서이기도 하다.
어떤 측면에서 접근하냐에 따라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있는데, 이 책은 여러 방면에서 접근을 함으로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도 심리적인 면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자기 계발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선택할 수 있도록 폭을 열어 둔듯하다.
저자들 역시 조직행동론 교수이며 리더십연구를하고 기업교육을 시키고 있다.
또한 내용에서는 심리학자들이 쓴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이쯤되면 한번쯤 읽고 싶은 생각이 드는가?

당신은 자기계발서를 왜 읽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스스로 구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누군가는 계발서는 불가능을 가능한것처럼 조장하는 책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들은 한번씩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고자 해서 읽는 다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들은 계발서만큼 좋은 책도 드물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당신의 이유도 중요할 것이다.
시류에 흘려 그냥 동참해 본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계발서를 읽거든 '그 책이 나에게 무엇을 주었는지' 곰곰이 생각하고 여건이 된다면 기록해 보라.
그렇게 한다면 계발서를 읽는 자신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기계발서는 꽤나 읽어보았다. 그리고 좋은 책의 부류에 넣는 사람이기도 하다.
한때는 열심히 독파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자주 읽지는 않는다.
독서모임이나 매우 관심을 가져야 할 때 아니면 손을 대지 않는 편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계발서는 매우 좋은 교과서이자 자습서라고 생각한다.
물론 계발서중에는 조잡하게 엮은 책들도 꽤나 많다. 하지만 좋은 계발서들도 많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선 교과서인 이유는 인간의 선천적(?)인 게으름과 안일하게 살고자 하는 욕망을 잘 지적하고 있으며,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면에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자습서인 이유는 우선 자신이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좀더 세세한 내용들이 자신에게 적용해 볼 수 있게 하며, 생각을 자극해 주기도 한다.
또한 방법서들이 있기에 그 방법들에서 내가 한번쯤 해보고 싶은것들이 있게 되고, 직접 해보면서 좌절하기도 하지만 때론 꽤나 유용한 것을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주 있는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물론 책은 편협하게 한 가지 부류만 읽으면 우물안 개구리가 되어 버릴 수 있다.
그렇기에 다방면의 책을 읽기를 권하고 싶다.
물론 자신이 자주 보는 분야가 있긴하겠지만, 때때로 정해두고는 가지치기를 해 나가는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럼 어떻게 가지치기를 하느냐고?
그건 일차로 책을 어느정도 이상 읽게 되면 자연스럽게 되는 행동이다.
어느정도인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누군가는 200권도 안 읽으니 가지치기가 되더라고 하고, 어떤이든 300권정도 넘어가니 되더라고 하고, 어떤 이든 500권..어떤이는 1000권...
사람에 따라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경영서들로 시작하였다. 한 300-400권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계발서들에도 손이갔다. 그 당시 운영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도 했다... 그리고 500권 정도 넘어가지 가지치기를 하였던것 같다.. 
현재는 도서관의 다양한 분류의 책들에 손을 대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읽으면 읽을 수록 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더 잘 알게 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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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ZONE

저자
차동엽 지음
출판사
여백 | 2010-11-15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바보처럼 꿈꾸고, 바보처럼 상상하며, 바보처럼 모험하라!무지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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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zone 은 새 책 코너에서 보았다. 그리고 어느 사이트에서 서평이벤트한다고도 본 적이 있다. 
무지개원리의 저자인 차동엽 신부의 책이기도 한데, 자꾸 이 책을 접하게 되면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도서관에 비치되면 한번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나 도서목록에는 올려 놓지않고 있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이 얼마전 어느 모임에서 나의 품에 들어왔다. 
참 신기하게 들어왔다.
하지만 읽어야 할 목록들이 밀려 있어서 뒤로 제쳐 두고 있었는데, 어제(2011년 1월 4일)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있는 교보문고에서 계발서 인기도서에 1위로 올라 있는것을 보고 두껍지 않은 책이니 읽어보자는 생각을 하고는 ... 읽게되었다.

바보의 영역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바보의 정의는 어떻게 하는것이 옳을까?
지금 우리에게 바보의 의미는 무엇이라 하는것이 좋을것인가/

이 책은 그러한 질문에 답을 해 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계발서의 함정이나 단편적이고 막연한 조장이라는 표현을 하는것을 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자기계발도서를 1000권 넘게 읽어 보았다.
그 많은 도서들의 내용이 얼마나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
얼마나 많은 내용들이 머릿속에 남아 있는가?  라는 질문에 애써 답변하라면 얼마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해 보라고 하면 첫번째로는 의식의 변화라고 표현하고 싶다.
계발서들은 삶의 의미를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의식을 가지게끔 도와주는 효과가 있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의식이 있지만 패배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의욕이 없는 사람에게는 많은 이들의 실 생활을 접하면서 의욕을 가지게끔 해주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생각의 가지라고 표현하고 싶다.
계발서들을 많이 읽어가면서 몇가지의 부류로 나누게 되었는데, 우선 인문고전들을 많이 읽은 사람들의 책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책, 그리고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책과 조합하여 나온책... 등으로 구분해 보았는데, 나에게는 결국 인문고전에 더욱 생각이 꽂히게끔 해준 부류에 계발서들이 포함된다. 그렇기에 생각의 가지들을 새로이 뻗어가게 해주는 역학을 하였다.
이렇게 말하면 혹자는 애둘러 왔다고 할 수도 있다. 맞는 표현이다. 하지만 계발서들의 장점이 이러한 것들만이 있는것이 아니기에 굳이 애둘러 왔다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ㅎㅎ 혼자만의 착각일지라도...

두서없는 서두가 진행되었는데, 책으로 돌아오면 .. 개인적으로 이 책의 첫 장들에서 나는 큰 매혹을 느꼈다. 
첫 장의 첫 내용은 노자의 표현인 '대지약우(大智若愚)'로 시작한다. '큰 지혜는 어리석음과 같다.' 임팩트 있게 들어갔다. 임팩트로 인해 잡은 손을 놓지 않고 모두 읽어버렸다.
간결한 내용으로 전개하면서 여러 내용들을 넘나들면서 내용을 전개하며, 앞서 언급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찾아 낼 수 있었다.
재미있었다. 간결하였다. 임팩트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내용들이다. 그렇기에 좀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계발서들을 보면 정말 하나같이 거기서 거기를 말하기도 한다. 
그러면 왜 그렇게도 같은 말을 서로 다른 표현들을 해대는것일까?
계발이란것에 아주 많은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것을 하든지 맥은 상통하다는 이야기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많은 도서를 읽을 필요가 없기도 하다.
개인적으론 무지하기에 많이 읽는것을 선택하였다. 한 권을 읽어도 잘근잘근 씹어먹을 수 있다면 좋을것이다. 사람마다 통하는 사람이 있고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듯이 .. 어쩌면 나는 나와 잘 통하는 계발서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헐~~ 아직도 못찾았다는건가??  결론을 말하면, 찾았다..그것도 꽤나 오래전에 
그러면 왜 계속찾으려 하는가? 글쎄...굳이 표현하자면 더 잘 통하는 책이있을 수도 있을것이고 내 뒤통수를 때려주는 책도 나올것이기에 ...친구가 단 한명 두명뿐일 필요가 있는건 아니지 않는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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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콘서트

저자
김경동 지음
출판사
이숲 | 2010-01-1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우리 시대 대표 학자들, 인문학을 말하다!한국정책방송 KTV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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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대한민국은 인문학 바람을 일으켰다. 
시간이 흐를 수록 사람들은 시류에 흘러 가면서 자신의 생각을 잃어가고 있기에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어느 학자의 말처럼 '인문학은 늘 있어 왔던 것인데.. 지금 이것이 하나의 유행으로 번져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노파심이 든다.
인문학은 우리에게 지식의 깊이와 지혜와 창의성을 길러 준다.
현상이 아니라 이면의 진실을 볼 수 있는 힘을 준다. 
자신의 확고하지만 융통성 있는 확신을 준다. 
이 책에서도 그러한 내용들이 가득했다.
개인적으론 과학 분야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던 편인데, 출연진들에 의해 재밌는 내용들을 알게 되었고,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의 만남으로 인해 더큰 시너지가 발생하게 되며, 핵심은 일맥상통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KTV 한국정책방송에서 '인문학열전'이란 프로그램으로 사회의 저명인들과 함께 인터뷰를 한 내용을 정리해 놓은 책이다.
나는 책을 먼저 보았다.. 
그리고 읽으면서 TV내용을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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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저자
고미숙 지음
출판사
그린비 | 2010-09-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돈과 삶이 함께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없을까?'앎과 삶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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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자의 책은 그린비 인문학 프로젝트에서 이미 2권(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을 통해 만나보았다. 
2권 모두 흥미롭게 읽었다.
그래서 이 책 역시 고민하지 않고 읽었다.
개인적인결론을 먼저 말하면 앞의 2권을 통한 기대치가 있어서 였는지는 몰라도 좀 미흡하였다고 생각한다.

호모 코뮤니타스는 경제학 서적이 아니다 그렇기에 방법론을 따질 수는 없다. 
그런면에서 좋았다.
하지만 카오스 경제학의 표현을 사용하며 증여에 대해서 강조를 한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명확한 설명이 있었으면 했다.
돈의 시대에서 돈의 달인이 되는 방법에 대해 논한다는것이 참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좀더 명확하게 다양한 측면에서의 제시가 있었으면 했다.(물론 내생각..^^)

저자는 분명 돈의 가치에 대해서 우리가 빠지지 않아야 할 함정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 준다.
도한 돈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논한다.
개인적으론 위에서 말한것처럼 앞선 2권에비해서는 미흡한 감이 있긴하지만 또다른 생각들을 자극하는 면에서는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젊은이 들에게 돈보다 더 중요한것, 그리고 돈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두어야 하는지에대해서 적절한 지적을 해주는 면에서 좋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한방주의, 많을 수록 좋다는 신 자유주의에 대한 정확한 지적을 통해 우리에게 생각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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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다

저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0-10-2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당신은 이번 생에서 무엇을 찾고 있나요?연금술사로 세계적인 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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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기록 보기


마녀, 마법사 

중세시대에서나 등장하던 단어이며, 현대에서는 '마녀사냥'이란 특수단어가, 판타지 소설등에서나 사용되는 단어이다.

판타지적 요소를 통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저자는 수행중에 알게 된 한 여성의 경험을 통해 영감을 받고 내용을 집필했다고 한다.

다양성의 시대에 한 측면에서는 마녀, 마법사 같은 단어들이 자신에게 적용된다고도 생각을 한다.

그것이 어떠한가를 떠나 우리는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그 자체에 존중심을 가지리라.


우리가 지금 시점에서의 나이가 어떠하든 우리는 자신을 찾는 과정에 대해 늦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아직 어리다고 생각지 않나?"

"저는 스물한 살이에요." 브리다가 대답했다. "지금 발레를 배우겠다고 나서면, 한물간 취급을 받을 나이일걸요." 

책의 표현처럼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 시기는 달라진다. 

무언가를 시작할때 우리는 잡념에 사로잡혀 안되는 이유들을 찾게된다. 그때마다 늘 등장하는것이 지금은 좀 늦은감이 든다는 것이다.

이 생각은 매우 크게 작용하여 우리가 정말 늦은 것이 되게 만들어 버린다. 


"감정은 야수와 같아서, 그것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과연 늦었을까? '늦었다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것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그것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잡념들을 이겨낼 지혜로운 용기 뿐이다. 


"삶이란 이런 것일세." 마스터가 말했다. "실수의 연속이지. 수백만년 동안 세포는 정확히 똑같은 방법으로 번식해왔어. 그런데 그중 딱 하나가 실수를 저질러서 그 끝없는 반복 속에 변화가 생겨난 것이야."

"실수가 세상이 움직이도록 추동한 거야." 마스터가 말했다. "실수를 결코 두려워하지 말게."  

우리가 믿음과 지혜로운 용기를 가지고 해야 하는 것은 경험이다. 실수이든 성공이든 그것은 해 보았을 때만 알게 되는 결과인 것이다.

어떤 결과가 되었든 무언가에 대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자신의 과정이며, 자신을 찾아가는 자신의 여정이기 때문이다.


"절대 부끄러워하지 마시게." 그가 계속 말을 이었다. "생이 그대에게 주는 것은 모두 받아들이고, 그대 앞에 놓인 잔은 모두 마시게. 포도주란 모두 맛보아야 하는 것이지. 어떤 것은 한모금만 마시고, 또 어떤 것은 병째 마셔야 하네." 

"그걸 제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맛으로. 나쁜 와인을 맛본 사람만이 좋은 와인의 맛을 아는 법이지."

우리는 가능하면 맛이 있는 집을 찾게 된다.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경험해 봐야 하는것이지 않겠는가?

광고에 현혹되어 가보니 그집이 광고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 광고에 현혹되든 아니든 실제 해봐야지만 알 수 있는 것은 해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브리다는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밟았다. 그것이 어떠한 결과이든 그것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용기를 가지고 있었기에 그것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에게 사실이 아니라 진실이기에 저자는 그것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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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에는 다음과 같은 작자 미상의 글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의 삶에서 두 가지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합니다. 건물을 세우거나, 혹은 정원을 일구거나. 건물을 세우는 사람들은 그 일에 몇 년이라는 세월을 바치기도 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그 일을 끝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일을 마치는 순간, 그는 자신이 쌓아올린 벽 안에 갇히게 됩니다. 건물을 세우는 일이 끝나면, 그 삶은 의미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원을 일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몰아치는폭풍우와 쓶임없이 변화하는 계절에 맞서 늘 고생하고 쉴 틈이 없습니다. 하지만 건물과는 달리 정원은 결코 성장을 멈추지 않습니다. 또한 정원은 그것을 일구는 사람의 관심을 요구하는 동시에 그의 삶에 위대한 모험이 함께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정원을 일구는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봅니다. 그들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식물 한 포기 한 포기의 역사 속에 온 세상의 성장이 깃들어 있음을.  16-17


"그러기에는 아직 어리다고 생각지 않나?"

"저는 스물한 살이에요." 브리다가 대답했다. "지금 발레를 배우겠다고 나서면, 한물간 취급을 받을 나이일걸요."  24

"일단 길을 발견하게 되면 두려워해선 안 되네. 실수를 감당할 용기도 필요해. 실망과 패배감, 좌절은 신께서 길을 드러내 보이는 데 사용하는 도구일세."  33

"밤은 하루의 일부에 불과하단다."

빛의 보호를 받고 있음을 느끼듯이, 어둠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41

믿음은 오로지 사람들이 믿기 때문에 존재한다. 기적이, 설명이 불가능함에도 그것을 믿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것처럼.  42

놀라운 일도 아니죠. 인간의 하루하루가 어두운 밤인걸요. 일분 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라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가잖아요. 신뢰하기 때문이에요.

아니 어쩌면, 일 분 후의 다음 순간이 품고 있는 비의를 지각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그걸 깨달았음을 아는 것이었다.

인생의 매 순간이 믿음의 행위임을 아는 것.  44

지혜의 길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거라고요.  49


재능은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히 않다.  55

"모든 사람은 한 가지씩 재능을 갖고 있어. 하지만 어떤 이들은 재능을 개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반면, 어떤 이들은 애초부터 현격히 발달된 재능을 지니고 태어나지.  84

인간은 생의 어느 순간, 짧은 순간이나마 자신의 소울메이트와 함께 해야 신과의 합일에 도달할 수 있어.  89

당신이 경험한 감정을 설명하려고 애쓰지 마. 모든 감정을 강렬하게 살아봐. 그리고 당신이 느끼는 감정을 신께서 주신 선물처럼 고이 간직하는 거야.  121

뭔가를 알고 싶으면 그 안에 푹 빠져보도록 해  134

제일 나쁜 것은 자신이 그 길을 제대로 선택했는지 평생 의심하며 그 길을 가는 것이었다.  135

"얘야, 이 세상에 완전히 잘못된 것 없단다." 아버지는 말했다. "멈춰서 잇는 시계조차 하루에 두 번은 시간이 맞잖니."  137

그녀는 무언가를 바라보며 가만있을 때마다. 해야 할 일과 만나야 할 사람을 내동댕이텨준 채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언제나 좀더 효과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아직도 배울 게 너무 많았다.  140

옷은 항상 감정을 물질로 변화시키지. 옷은 눈에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잇는 다리 중 하나야. 심지어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는데 결국 당신에게 와서 해를 입히는 옷들도 있지.

당신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은 옷들은 갖다버려. 나머지 옷들은 돌아가면서 입도록 하고, 지속적으로 토양을 갈아엎고, 물결에 거품이 일게 하고, 감정을 움직임 속에 두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야. 온 우주는 움직이고 있어. 그러니 우리도 가만히 정체되어 있으면 안 되는 거야.  183

변화가 없는 지식은 지혜가 아니야.

"이 힘은 대부분의 마녀들과 몇몇 특별한 여자들 사이에서 늘 저주받은 힘이었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은 이 힘에 대해 아고 있지. 그리고 우리 여자들은 우리 자신이 이 비밀의 위대한 수호자임을 알고 있고, 이 힘 때문에 우리는 위험하고 험난한 세상을 헤매며 살아가는 벌을 받았어. 왜냐하면 우리가 붇돋운 이 힘은, 어떤 곳에서는 혐오스럽게 여겨지거든. 부지불식간이라도 일단 그 힘을 접하게 되면 평생 그것에 결속되어 살게 되지. 그 힘의 주인이 되거나 노예로 사는거야. 그것을 신비로운 힘으로 변형시키거나, 혹은 그 엄청남을 의식조차 하지 못한 채 사용하게 되는 거지. 그 힘은 우리를 둘러싼 만물에 깃들어 있고, 평범한 사람들의 누넹 보이는 세계와 신비주의자들의 보이지 않는 세계 모두에 존재하고 있어. 그 힘은 학살될 수도, 모욕당할 수도, 숨겨질 수도, 심지어 부정될 수도 있어. 수년간 잠들어 있을 수도, 어느 구석엔가 처박혀 잊힐 수도 있어. 인류는 그 힘을 가지고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지. 오직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그것은 이 힘을 깨닫게 되는 순간, 인간은 평생 그것을 절대로 잊을 수 없다는 거야."

"그러니까 그 힘이 뭔데요?"

"계속 그렇게 어리석은 질문 하지 마." 위카가 대답했다. "나는 당신이 그게 무너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브리다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섹스였다.  189-190

"남자든 여자든 섹스의 힘에는 지극히 위약해. 왜냐하면, 섹스에서는 쾌락이나 두려움이나 모두 똑같이 중요 하거든."

"왜 쾌락과 두려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걸까요?

드디어 브리다는 대답할 가치가 있는 질문을 한 것이었다. 

"섹스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알고 있거든. 자신이 통제력을 잃어야만 그 절정에 이를 수 있는 경이로운 현상을 앞에 두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누군가와 한 침대에 들어갈 때, 우리는 육체뿐 아니라 우리의 전 존재와 교감하도록 허락하는 거야. 우리와는 별개로 생명의 그 순수한 힘들은 서로 소통을 하고, 그리고나면 우리가 누구인지 숨길 수가 없게 되지.

자기 자신에 대해 품고 있는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아. 아무리 멋진 가면을 쓰든, 제아무리 똑똑한 대답을 하든, 그럴싸한 변명을 하든,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섹스를 할때는 상대를 속이기가 어려워, 각자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게 되기 때문이지."  191-192

감정은 야생마와도 같아,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달라고 떼를 썼다. 브리다는 그것이 제풀에 지칠 때까지 한참동안 제멋대로 날뛰도록 내버려두었다. 감정은 그녀가 그와 사랑에 빠진다면 그날 오후가 얼마나 근사해질지 이야기했다. 사랑에 빠지면 모든 것을 배울 수 있고, 감히 생각지 못한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랑이야말로 모든 신비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197

섹스를 위해 침대로 향할 때는 오직 사랑, 그리고 제대로 작동하는 오감만 가지도록 하게. 그래야만 신과의 소통을 경험할 수 있어.  208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답을 찾는 것이 아니야. 받아들이는 거지. 그러면 삶은 훨씬 강렬해지고 환희로 가득 차게 돼. 삶의 매 순간순간에, 우리가 내디디는 발걸음 하나하나에 우리 개인을 넘어서는 훨씬 커다란 의미가 담겨 있다는 걸 이해하기 때문이지. 우리는 시간과 공간 어딘가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 우리가 여기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그것으로 족해.

우리는 믿음을 갖고 어두운 밤 속으로 침잠하고, 고대 연금술사들이 '자아의 신화'라 부르는 것을 완수하고, 우리가 받아들이든 말든 늘 우리를 이끌어주는 손이 있음을 믿고 매 순간 우리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는 거지."  232


감정이란 야수와 같아서, 그것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했다.  247


살아가면서 중요한 한 가지를 찾았다고 해서 그 때문에 다른 중요한 것들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  278


저는 죽음이 두렵습니다. 하지만 삶을 낭비하는 것은 더욱 두렵습니다. 우리의 이해를 넘어서는 것들을 담고 있기에 저는 사랑이 두렵습니다. 사랑은 그토록 밝게 빛나지만, 그것이 던지는 그림자가 저를 두렵게 합니다.  284


한동안 브리다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표지도 발견할 수 없었다. 대답은 그곳에, 그녀 앞에 있었다. 대답은 십자가에 못 박힌 남자였다. 그는 자기 역할을 다했고, 각자가 자기 역할을 다하면 아무도 더는 고통받지 않으리라는 것을 몸소 세상에 보여주고 있었다.

꿈을 위해 싸울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모든 인간을 위해, 그가 이미 고통받았기 때문이었다.  285


계속 하나가 되려면, 가끔은 상대방의 현에 발을 내디뎌야 했다.  291


"인간은 동굴에 거주하던 시절부터 축제를 열었네." 마스터가 대답했다. "축제는 우리가 아는 최초의 집단 제의야. 그리고 태양 전승은 오늘날까지 그것이 생생하게 이어져내려오게 하는 책임을 맡았어. 좋은 파티는 참석한 이들의 부정적인 파동을 정화해주지. 하지만 그렇게 되게 하는 건 쉽제 않은 일이야. 불청객 몇 사람만 있어도 즐거운 분위기는 쉽사리 깨지니까. 그런 이들은 자신들이 다른 이들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쉽사리 만족하지도 않아. 다른 이드로가 하나가 되지 못하니까 그곳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여기지. 결국 그들은 대개 다른 이들과 교감을 이루는 데 성공한 이들로부터 내몰린 나쁜 영(靈)의 찌꺼기를 짊어진 채 자리를 뜨게 되지.

명심하게. 신께 이르는 으뜸가는 길은 기도이고, 그 다음은 즐거움이라는 것을."  301


"그대는 그대의 길과 마주하고 있잖나. 그런 용기를 지닌 사람은 극히 드물지. 사람들은 자신의 길이 아닌 길을 걷길 더 좋아하거든.

모든 이들은 자기 재능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보려고 하지 않아. 그대는 자신의 재능을 받아들였네. 자신의 재능을 만난다는 것은 세상과 만난다는 의미인 게야."  332


"삶이란 이런 것일세." 마스터가 말했다. "실수의 연속이지. 수백만년 동안 세포는 정확히 똑같은 방법으로 번식해왔어. 그런데 그중 딱 하나가 실수를 저질러서 그 끝없는 반복 속에 변화가 생겨난 것이야."

브리다는 경이로움에 넋을 잃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는지는 묻지도 않았다. 들리는 것은 마스터의 목소리뿐이었고, 떠오르는 것은 밀밭에서 시작했던 그 여행과 아주 비슷하다는 생각뿐이었다. 

"실수가 세상이 움직이도록 추동한 거야." 마스터가 말했다. "실수를 결코 두려워하지 말게."  333


"절대 부끄러워하지 마시게." 그가 계속 말을 이었다. "생이 그대에게 주는 것은 모두 받아들이고, 그대 앞에 놓인 잔은 모두 마시게. 포도주란 모두 맛보아야 하는 것이지. 어떤 것은 한모금만 마시고, 또 어떤 것은 병째 마셔야 하네." 

"그걸 제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맛으로. 나쁜 와인을 맛본 사람만이 좋은 와인의 맛을 아는 법이지."  336


"그대는 받아들여졌네. 그대의 길이 평화의 순간에는 평화롭게를, 전투의 순간에는 전투가 되기를. 그리고 절대로 두 순간을 혼동하지 말기를."  337


당신은 내가 고독했던 시절에는 희망이었고, 의심했던 순간들에는 고통이었고, 믿음의 순간에는 확신이었어.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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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

우리는 만족스럽지도 않은 생활을 하면서 너무 많은 석탄과 기름을 소비해 대기를 온실가스로 채우고 있다. 신나게 즐기지도 못하면서 우리가 사는 곳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7

이런 위기는 현재를 다시 점검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나처럼 노 임팩트 맨이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더 나은 생활 방식을 찾는 일에 여러분도 동참해주었으면 좋겠다.  8


추천사 - 대도시 한복판에서 지구를 위해 산 사람의 놀라운 이야기(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김종남)

지구환경에 영향을 주는 어떤 선책도 거부하겠다고 굳게 결심하고 가족을 설득한 글쓴이도 1년의 실험적 삶을 통해서 도저히 목표에 도달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음을 고백한다.  10

일상적인 삶의 방식을 조금만 바꾸면 이상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

'노 임팩트 맨'에 도전할 것인가 아니면 '어 리틀(a little) 임팩트 맨'으로 만족할 것인가 하는 선택이 남아 있다.  8

(경제가 살기 위해 우리는 소비해야 한다. 그렇게 할때 기업은 제품을 만들게 되고 그렇게 하기 위해 고용을 유지ㅡ 증가시키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 논리가 정말 논리적인가? 이것이 답인가?)



사실 나는 가끔 세상을 바꾸려고 애를 쓰기는 했지만, 생각해보면 나의 정치적 견해로 미셸(저자의 부인) 같은 다른 사람을 바꾸려고 한 경우는 너무 많았던 반면 나를 바꾸려고 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나는 남의 잘못을 꾸짖으면 내가 고결해진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21

내가 세계문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어찌되었건 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이게 과연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일까? 이런 상태를 나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절망하면서 절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내가 신물이 난 건 세상이 아니었다. 나 자신이었다. 편안하고 느긋하게 무기력한 척하는 내 모습이었다.

내가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까? 나 같은 사람은 세상에 기여할 수 없는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게으르거나 겁이 많아서 시도초자 하지 않는 걸까?  26

다른 사람들을 바꾸고 싶어하면서 거울을 들여다 볼 마음은 없거나, 아니면 들여다보지도 못하는 것과 다름없다  29

내가 처한 난감한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선문답이 있다. 오래전 중국에서 남천선사의 절로 흘러들어간 길 잃은 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는 어떨 때는 동관에 거처하는 선승들의 무릎에 누웠고, 또 어떨 때는 서관에 거처하는 선승들의 무릎에 누웠다. 그런데 선승들은 이 고양이를 함께 잘 돌보지 못하고 서로를 질투하기에 이르렀다.

"우리가 너희보다 더 사랑하니 이 고양이는 우리와 함께 지내야 한다."

"무슨 소리, 우리가 고양이 기르는 법을 더 잘 알고 있으니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한다!"

하루는 선승들이 명상을 하는 선방 한가운데에서 말다툼이 벌어졌다. 결국 남천선사가 선방으로 들이닥쳤다. 그는 고양이를 집어 그 목에 칼을 겨누고 말했다."너희들, 이 고양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한마디로 말할 수 있으면 내가 이 고양이를 살려둘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죽일 것이다."

남천은 선승들을 시험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정말로 고양이를 사랑했을까, 아니면 그저 상대방을 이기고 싶을 따름이었을까? 고양이의 목숨을 정말로 책임질 마음이 있었을까, 아니면 싸움에 너무 정신이 팔려서 통제가 되지 않았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슨 말을 하거나 행동을 보인 선승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들 상대방이 틀렸다는 걸 입증할 방법만 열심히 연구했다. 그래서 남천은 고양이의 목을 땄다.  30

마이너스 임팩트 + 플러스 임팩트 = 노 임팩트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늘려 서로 상쇄할 수 있을까? 적어도 1년 동안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을 더 많이 하면서 살 수 있을까?  33

나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뒤로 달라진 게 너무 많다. 사고방식, 직업, 인간관계, 육아, 결혼생활  35


말을 하기는 쉽지만 실천은 말보다 훨씬 어렵다.  39

나는 환경 전문가로 변신한 다음 내가 터득한 지식을 활용할 생각이 아니었다. 우리 별의 응급상황을 어떻게 처리할지 아무것도 모르는 바닥에서부터 시작해 더듬더듬 앞으로 걸어갈 생각이었다. 내가 어떤 사실들을 깨닫게 되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내가 어떤 식으로 진화하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42

친환경적으로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믿을 만한 로드맵이 없다는 것이다.

과대광고의 미로 속에서 헤매느라 골머리를 앓느니 차라리 그 미로 밖으로 기어나오는게 간단하지 않을까? 친환경적으로 사는 비결은 어쩌면 '다른'제품을 선택하는 게 아니었다. 적어도 낭비벽이 있는 미국과 서유럽 국민들 입장에서는 '적은'제품을 선택하는 게 관건이었다.  43

<도덕경> '만족할 줄 아는 자는 부유하다.'  44

우리 별의 원금이 아니라 배당금으로 사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요람에서 요람으로>의 저자 윌리엄 맥도너와 미하엘 브라운가르트의 말에 따르면, 메노미니족은 수목으로 뒤덮인 고향땅에서 오랫동안 나무를 베어 내다팔았다. 1870년에 메노미니 족이 9510헥타르의 땅에 보유한 입목은 13억 보드피트(목재의 용적 단위, 1보드푸트가 1 제곱피트에 두께 1인치이다)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들이 벌채한 양은 그 숫자의 거의 두 배에 해당되는 22억 5천만 보드피트였다. 

나무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일부 대규모 목재회사의 '완전벌채'방식을 도입했다면 메노미니 족의 땅에는 숲에서 사는 야생생물은 물론이고 나무도 한 그루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땅에는 현재 1870년보다 많은 17억 보드피트의 입목이 있고, 숲 속 생태계도 잘 유지되고 있다. 메노미니 족이 튼튼한 어미나무는 건드리지 않고 동물들이 살 수 있게 나무 우시부분은 충분히 남겨둔 채 약한 나무만 베어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맥도너와 브라운가르트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의 요구사항만 내세우기보다 숲에서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노 임팩트 실험을 통해 구현하고 싶은 철학이었다.  47-48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의 친구였고 입양으로 맺어진 삼촌과 고모 들에게 절약 정신은 환경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과 그 인생에 결부된 모든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데서 싹튼 것이었다.  59

'생활수준이 높은'것이 삶의 질이 높은 것과 일맥상통하느냐..  62

이론상으로는 이런 테이크아웃 음식 덕분에 내 몸과 우리 가족을 챙기는 데 드는 시간이 줄어들어 여유가 더 많아져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우리 집에서는 생활이 편리해지면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지는 게 아니다. 일할 시간이 많아지는 것이다. 결국에는 우리 모두 이 '편리함'을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하루에 열두 시간씩 허리가 부러져라 일을 하고 있다.  64

우리가 잘 살기 위해 이 모든 편의용품의 비용을 치루고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 모든 편의용품의 비용을 치르고 일을 하기 위해 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66

어렸을 때는 절약을 강조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가르침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이러면 안 된다. 저러면 안 된다. 무엇 때문에 그래야하는 걸까? 믿음을 위해? 독실해지기 위해? 하지만 낭비하지 말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두 분의 마음가짐은-대공황 시대의 발상이건 아니건 간에-석양이나 다람쥐를 감상하는 여유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쓰레기 앞에 앉아 있으면 바닥 위로 펼쳐진 나의 삶이 보이고, 어느 고고학자가 앞으로 천년 뒤에 나의 삶을 연구할 때 어떤 걸 보게 될지 내 눈에 보이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생명이 생명을 낳고 죽음이 죽음을 낳는다면 쓰레기가 쓰레기를 낳는 걸까? 만약 내 삶이 쓰레기를 낳는다면 그건 내 삶이 어떻다는 뜻일까? 자원을 낭비하는 게 인생을 낭비하는 증거일까?  67

그리스도교의 10계명과 비슷한 불교의 오계에 얽힌 이야기다.

어느 선사가 바깥 나무 밑에 앉아 명상을 하는데, 제자 한 명이 우물에서 물을 뜨려고 커다란 항아리를 들고 지나갔다. 항아리를 채운 제자는 온 길을 되짚어 황급히 선사 옆을 지나가며 사방으로 물을 흘렸다. 

"네 이 녀석!" 선사가 나무 밑에서 외쳤다. "그 물을 왜 죽이고 있느냐?"

여기에서 어떤 단어를 선택했는지가 중요하다. 선사의 말은 제자가 나무를 죽이지 말라는 모세의 가르침이 그렇듯 살생을 넘어 과소비와 파괴로까지 확대되는 데 1계의 정신을 어기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불필요하게 과소비하고 파괴하다니 제자가 삶에 정성을 다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과소비는 제자가 어떤 식으로 사는지를 좀더 심층적으로 알려주는 지표였다. 어쩌면 그도 나처럼 다람쥐와 석양이 주는 기쁨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어째서 지금 여기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더 걱정하느냐고, 선사는 그렇게 물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째서 지금 하는 일보다 앞으로 하게 될 일을 더 걱정하느냐고, 어째서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느냐고, 어째서 지금 이 순간을 낭비하고 있느냐고, 어째서 진정 인생을 낭비하고 있느냐고.  70-71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종이 식탁보와 파티용 모자 그리고 서류용지와 인쇄용지를 소비하는 속도에 맞추느라 1분마다 풋볼 경기장 아홉개에 해당되는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베어내고 있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첫째가 화석연료 사용이고, 둘째가 삼림파괴다.

편리하지도 않은 편의용품을 사느라 우리 별의 자원을 닥치는 대로 소모하고 있다는 사실의 상징이었다.  75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일랜드. 방그라데시, 타이완 우간다, 탄자니아에서는 이미 비닐봉지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사용을 규제해 실질적으로 자취를 감추게 만들었다.  80

바다 1.6제곱킬로미터당 4만 6천 조각의 플라스틱이 떠다니고 있다고 유엔환경계획에서 보고했다.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160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태평양 한복판으로 나서면 쓰레기들이 둥둥 떠다니며 소용돌이치는 곳이 나오는데, 그 크기가 미국 본토의 두 배이다.  

무게로 따졌을 때 수중생물의 여섯 배에 달하는 플라스틱이 떠다니고 있다.  81

수백 년 동안 숲을 관리하면서 메노미니 족도 숱하게 이런 일을 겪었을 것이다. 더 있었으면 싶지만 참아야 했을 때, 충분해도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때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무를 너무 많이 베어버렸다면 무슨 수로 목재산업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내가 유혹이 느껴질 때마다 무너지면 이번 실험에서 무얼 배울 수 있을까?  91

인도의 대서사시 <바가바드 기타>에는 '실천은 그 결과가 아니라 그 자체로 올바른 것이니라. 그대는 실천의 결과를 목적으로 삼지 말 것이며, 나태에 심취하지도 말라.' 다른 말로하면 그냥 저지르라는 뜻!  98

바뀌어야 할 게 인간의 천성이건 산업 시스템이건, 지구를 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내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내가 시도할 마음이 있느냐는 것이다.  99


대도시에서 상업화되고 자동화되고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기반시설을 가능한 한 이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길을 걷거나 계단을 오르지 않고 움직이는 기계를 이용하는 것이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까? 상업화된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는 데에도 일말의 장점이 있지 않을까?  110

기후학자들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은 상태로 너무 오래 지속되면 기온이 지나치게 상승해서 지구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달라질 거라고 입을 모은다. 

대기 100만 그램당 이산화탄소의 양이 350그램을 넘기면 안 되는 것이다. 핸슨은 "문명이 발달하고 비슷하게 보존하고 싶으면" 이산화탄소의 양을 그 이하로 낮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벌써 387피피엠이다. 게다가 해마다 2피피엠씩 높아지고 있다.  115

"남들을 너 대신 희생시킬 거면 이 노 임팩트 어쩌고를 뭐하러 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어머니가 말한다.

"하지만 여행을 못 하는 사람은 저예...."

"그 때문에 속상해지는 사람은 나잖니."  117

아이는 다시 쇠사슬을 밀어 앞뒤로 흔든 다음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밀었다. 나는 얼른 공원으로 달려가 재미있게 놀고 싶었다. 나는 한참이 지난 뒤에야 이자벨라가 이미 재미있게 놀로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나는 몇 살부터 내가 어디 있느냐보다 어디로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을까? 언제부터 무얼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끝맺음이라고 믿기 시작했을까? 아이들에게 잘 사는 법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 아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우리가 없애지 않도록 조심하기만 하면 된다.  123

효율성의 참뜻에 얽힌 이야기 하나.

애수에 젖은 분위기로 유명했던 커트 보네거트의 두번째 부인이 어느날 팩스 기계를 사면 우체국에서 줄을 설 필요가 없다고 그에게 말했다.(이메일이 등장하기 이전의 일이었다) 보네커트는 반기를 들었고, 이런 글을 남겼다.

"빈둥거리는 게 인생의 목적이니 남들이 뭐라 하건 상관하면 안 된다."

효율성의 참뜻에 얽힌 이야기 둘.

커트 보네거트는 또 이런 글을 남겼다. 

"인생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얼마 전에 [아들] 마크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 아이가 하는 말. '아빠, 우리는 뭐가 됐든 함께 헤쳐나가자고 태어난 거예요.'"  127


나는 처음에 '내 집 앞길을 깨끗하게' 정신으로 시작했다. 이 말은 곧, 남의 일에 정말 끼어들고 싶어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지금 남들을 비판하는게 아니다. 정말로 나만 비판하는게 아니다. 정말로 나만 비판하는 것다. 나는 왜 이것밖에 못 할까? 하느님, 도와주소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시에 마음의 평화를 누릴 방법은 없을까?  151

새 아이폰이나 평면 텔레비전이나 버뮤다 행 여행티켓이나 기타 오락거리를 손에 넣을 방법을 연구하는 것보다 이런 고민을 하는게 더 힘들다. 예를 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 인생의 목적은 무엇일까 하는 것들 말이다.

내가 보기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민을 외면하고 싶어한다.  158


악순환. 우리는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으려고 죽도록 일을 하지만, 그 물건을 만드는 과정이 우리 별을 파괴해 우울해지고, 그러면 기분전환이 될 만한 물건을 사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에 매달리게 된다.  195

세속적인 물건을 소유하는 것 자체보다 그것을 어떻게 쓰고 악용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 였다.

석가모니가 금욕에 대해 한 말 : "속세를 포기한 사람이 피해야 할 양극단이 있느니라. 이것이 무엇이겠느냐?" 한쪽은 쾌감과 욕망만 좇는 쾌락주의이다. 다른 한쪽은 금욕이라는 고행을 통해 속세를 거부하는 것이다. 석가모니는 이 양극단 사이에 중용이 있다고 한다.  203

산업자본가들은 사람들의 욕구가 충분히 충족되면 모든 공장이 조만간 문을 닫아야 되는 게 아닌지 걱정하게 되었다. 

그들이 내놓은 해법은? 의도적인 노화였다. 제조업자들은 제품의 수명을 교묘하게 줄일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 또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반복 소비를 조장한 것이다.

산업자본가들은 예전만 해도 종이접시나 면도날 정도에 불과했던 일회용품을 모든 분야로 확대시켰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됐다.

우리 별의 자원이 무궁무진한 것처럼 느껴졌던 당시에는 이것이 상식적인 일이었다. 그때 우리 사회는 자연을 마음대로 주무르는데 넋이 팔려 과학기술과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더 나은 삶을 보장할 것이라고 상상했다. 

하지만 인구가 많아지고 산업이 성장하자 어느새 버려진 유독물질 때문에 모든 강들이 오염되고, 이산화탄소가 대기를 가득 채우고, 우리별이 지치기 시작했다.  205

이제는 바꿔야 한다.  206

소수에게 사치품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을 공급하는 쪽으로 노동력을 활용하면 수요가 급감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쓰는 자원을 바꾸는 게 아니라 적게 쓰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었다.  207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들을 이해하려고 수많은 이야기를 읽는다. 

우리가 이렇게 읽어대는 것은 해답을 모르는, '허공에 떠 있는'상태를 인정하기만 하면 된다는 걸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또 어떤 선사는 나에게 말하길 모른다는 사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것이 수련의 전부라고 했다.  219

어찌할 바 모르는 옆 사람을 꽉 붙잡고, 헤쳐나갈 수 있도록 서로 돕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다.  220


어디에선가 내가 읽거나 듣기로는 랍비도 하루의 10%를 정원 손질과 설거지와 요리와 일상적인 일에 써야 된다고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래야 머리를 박차고 나와 구체적으로 현실에 뛰어들 수 있다.  226

알고 보니 우리 사회는 친환경적으로 선택할 여지가 많지 않았다.  241

내가 메이어에게 반전운동을 벌인 지 35년째인데 왜 포기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선배 눈에는 안 보이는지 몰라도 아직도 전쟁이 끊이지 않잖아요."

메이어가 대답한다.

"세상이 달라질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포기했지. 그게 내 천성이니 세상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받아들였어. 나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이니까."  245

가장 힘든 일은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나를 타성에서 끌어내 다르게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248

우리는 미국과 서유럽의 일부 국민들이 적게 쓰는 방법을 고민하는 한편으로 남반구의 국민들이 더 많이 누릴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나는 전기를 끊고 나서 문제를 해결할때 고려해야 할 부분이 두 가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첫번째로는 만족스러운 삶이 무엇인지-어떤 종류의 자원이 얼마만큼 있어야 행복해지는지-고민해야 한다. 두번째로는 서양의 기준에서 보았을 때 자원 절약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있는 그 수준까지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친환경적으로 접근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257


훌륭한 수돗물이 있고 수원이 비교적 풍부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운이 좋은 나라인데, 사기업에서 생산하는 생수를 마심으로써 그들의 손에 이 나라의 운명을 맡기고 있다.  264

나는 여러 단체에서 자원활동을 하면서 환경운동은 적게 쓰는 운동이 아니라 더 많이 베푸는 운동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배를 쑥 집어 넣는 운동이 아니라 가슴을 내놓는 운동이다. 환경운동의 대상을 환경이 아니다. 인간이다. 인간을 위해 더 나은 미래상을 제시하기 위한 운동이다.

'대안적인 대중교통'의 폴 스틸리 화이트 소장은, 차를 줄여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무를 더 많이 심고, 밖에서 노는 아이들과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들을 늘리고, 스스로 표현하길 '살 만한 거리'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줄이는 게 아니라 늘리는 게 그의 꿈이다. 

'로어 이스트 사이드 환경센터'의 크리스틴 다츠-로메로 회장은 나에게 물건을 버리지 말고 계속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해 보라고 한다. 그녀는 쓰레기가 제로인 세상, 즉 똑같은 것을 몇 번씩 짓거나 사지 않아도 되는 재료를 이용해 에너지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271

사회운동단체에서 자원활동을 하며 그 어느 때보다 책임감을 느낀다. 나도 기여하고 싶은데, 프로젝트가 끝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내 모습이 한편으로는 부끄럽다.

쓰레기를 만들거나 새 물건을 사거나 먼 곳에서 생산된 테이크 아웃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여행을 못하는 것은 지긋지긋하다. 전기를 안 쓰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해가 짧아지니 태양전지판으로는 부족해 밤에 책을 읽거나 작업 분량을 늘릴 수가 없다. 어떤 주에는 4일 연속으로 비가 오는 바람에 전기 없이도 산 적도 있다.

나는 혼란스럽다.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고 부끄럽다.  272

문제는 자원을 사용할 것인지 여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지이다. 우리는 삶을 개선하는 데 자원을 쓰고 있을까? 아니면 낭비하고 있을까? 내 인생 자체가 자원이다.  273

우리에게 맡겨진 일은 간단하다.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면 된다. 역설적으로, 내가 무슨 일을 하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남에게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히게 된다. 이익단체들에게는 자본이 힘이지만, 우리에게는 사람이 힘이다.

그런데 내가 앞으로 방향을 모색하고,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이해하며, 인생이라는 미래 프로젝트의 행로를 결정하려고 노력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진다.  275

나는 이 프로젝트가 나의 깨달음을 표현하는 도구였음을 이제야 알아차린다.

이 세상에 나의 절망이나 너의 절망은 없다. 우리의 절망만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잊어버린다. 우리 모두 잊어버린다.  280

아이의 무덤가에서 비디오게임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더 많이 갖지 못한걸 아쉬워하게 될까? 

나는 딱 한 가지를 아쉬워할 것 같다. 더 사랑하지 못한 것, 더 사랑하지 못하고, 재물과 성공에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 인생은 너무나 짧고 금세 끝이 난다. 그 인생을 무엇을 위해 쓸 것인가?  281


애니 레너드도 온라인 비디오 <물건 이야기>에서 '우리는 일을 하고, 가끔은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해서 새로 산 소파에 털썩 쓰러져 텔레비전을 보는데, 광고에서 "너는 글러먹었다"고 하기 때문에 마트에 가서 기분전환용으로 물건을 사고, 얼마 전에 산 물건 대금을 치러야 하니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하고, 집에 돌아오면 더 피곤해서 소파에 앉아 더 열심히 텔레비전에 매달리는데, 텔레비전에서는 다시 마트에 가라고 부추기니 일-텔레비전-소비로 이루어진 어이없는 다람쥐 쳇 바퀴를 돌고 있다. 그냥 멈추면 되는데 말이다.' 

그냥 멈추면 된다.  286

어쩌면 우리가 지구의 위기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애니 레너드가 말한 것처럼 그냥 멈추지 못하는 것은-대부분 선진국의 편안한 생활에 젖어 현실에 안주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287

내말은. 제발 잠에서 깨어 적극적으로 결정을 내리자는 뜻이다. 결정은 우리가 내려야 한다. 우리 몫이다. 정부의 몫이 아니다. 대기업의 몫도 아니다. 우리 몫이다.

얼마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평화를 실현하고 싶으면 나부터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 한다. 

흔히 마음이 평화로우면 사람이 평화로워진다고 한다. 평화로운 사람이 평화로운 가정을 일군다. 평화로운 가정이 평화로운 마을을 만든다. 평화로운 마을이 평화로운 나라를 만든다. 평화로운 나라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든다.

이게 무슨 뜻일까? 세상을 바꾸고 싶으면 나부터 바뀌어야 된다는 뜻이다.  289

우리는 발전적이고 배포가 커야 한다. 재생에너지 생산과 친환경적인 과학기술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할애해야 하는것도 맞다. 하지만 과학기술을 발전과 연결짓는 발상은 200년 묵은 것이다. 배포가 큰 발상이 아니다. 그리고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발전도 아니다. 그럴 게 아니라 우리는 어떤 게 행복한 삶인지 파악한 다음 거기에 맞춰 사회와 과학기술 체제를 개조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사회기술적 설계라고 한다.  292

환경운동 내에서도 개인적인 실천과 집단적인 실천의 장단점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007년에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톰 프리드먼은 개인적인 실천에 대해 이렇게 썼다.

"전등을 바꿀 수는 있다. 차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지도자를 바꾸지 않으면 개인적인 실천은 디 테니가 말한 '개인적인 도덕성'을 표현하는 것에 불과하다."

한편 <뉴스위크>의 기사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버락 오바마는 친환경적인 선택에 대한 브라이언 윌리엄스의 질문에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답답해하며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사실 우리 집의 그 빌어먹을 전구를 바꾼다고 지구온난화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집단적인 조치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나는 노 임팩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내내 이 비슷한 비난을 들었다. 일개 개인이 어떤 영향을 미칠수 있겠느냐고 말이다. 물론 그 사람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주변사람들에게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 중 어느 누가 능력과 노력을 다해 소신을 펼치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나 로버트 케네디나 베티 프리던이나 넬슨 만델라가 될 수 있을지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293

도미노로 도미노 형상을 일으키려면 우리들 하나하나가 줄을 맞춰서 연쇄반응이 일어나도록 만들어야 한다. 물론 기후변화에 다 같이 대처해야 한다고 한 프리드먼과 오바마의 말은 맞다. 친환경적인 기반시설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규제를 통해 기업의 남용을 막아야 한다. 이런 것들은 개별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정치에 참여해 정치인들에게 이런 쪽으로 압력을 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집단적인 실천과 개인적인 실천을 상호 배타적이거나 심지어 서로 별개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을 뿐더러 위험한 발상이다. 사회의 변화방식과, 시민들의 책임감과,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우리의 역량을 무시한 발상이다. 집단적인 실천은 개인적인 실천의 집합체에 불과하다. 그리고 개인적인 실천은 집단적인 실천에 대한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이 두 가지는 함께 움직인다.  294

개인적인 실천과 집단적인 실천을 놓고 쓸데없는 논쟁을 벌일 게 아니라 '참여하는 시민의식'과 같은 포괄적인 단어로 뭉뚱그려 함께 홍보하면 어떨까?  295

냉장고는 다시 쓰기 시작했지만, 별도로 있던 냉동고는 쓰지 않는다. 식기세척기는 1년 동안 쓰지 않았더니 고장이 났는데, 새것으로 바꾸지 않았다. 에어컨을 치워버려서 여름 내내 땀을 뻘뻘 흘리지만 계속 그렇게 지낼 생각이다. 라디에이터는 계속 꺼놓고 있다. 텔레비전은 없지만 어쩌다 한 번 컴퓨터로 이자벨라(저자의 딸)에게영화를 보여주기는 한다. 유리병을 들고 다니며 커피와 물을 마시는데 쓰고, 거의 대부분의 경우 자전거로 이동한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 1년에 열 번쯤 택시를 탔고, 비가 오면 지하철을 탄다. 

머리는 여전히 베이킨 소다로 감고 있고, 베이킹 소다를 탈취제로도 활용하고 있다. 로션과 비누도 유독물질을 넣지 않고 집에서 만든다. 고기는 지금도 먹지 않는다. 그런데 슬프게도 이제 세 돌 반이 된 이자벨라가 화를 내며 이제는 채식주의자가 싫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자기도 고기를 먹고 싶다고 했다. 

"고기가 동물인 건 아니?" 내가 물었다.

"네."

"그러니까 고기를 먹으면 동물을 먹는 거야, 그렇지?"

"알아요. 동물 먹고 싶어요."이자벨라가 말했다.

그래서 이번 추수감사절에 미셸과 나는 이자벨라에게 친구 루비 네 집에서 칠면조 고기를 먹어도 좋다고 허락한다. 정작 칠면조 고기가 나왔는데, 이자벨라는 한 입 먹더니 싫다고 했다. 치즈를 달라고 했다.  298

노 임팩트 실험을 마치고 남은 여러 가지 고민 중에서 가장 큰 고민은 이것이다. 어떻게 하면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인류의 멸종을 막을 수 있을까? 내 말이 섬득하게 들리겠지만, 여러분도 과학 자료들을 읽어보면 기후 문제가 언론에서 떠드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던진 질문에 대답하자면 내가 생각하기에 그 방법을 완벽하게 아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이 문제를 정부에 온전히 맡길 수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리 모두 총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력을 기울이기 전에 먼저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게 된 것이야말로 프로젝트의 가장 큰 수확이다.  299

나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계속 기울이고 있다.

나는 순교자가 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심사숙고해가며 살 것이다.

내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고민에만 집착했다. 나는 1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고민인지 깨달았다. 내가 시도하려는 사람인지 아닌지 고민해야 맞는 일이다.  300



부록 - 당신도 세상에 기여할 수 있다.

기다리면 안 된다.

우리는 각자의 환경과 능력에 따라 해야 할 역할이 있다.  304

살아가면서 기부나 투표 말고, 세상을 뒤흔들지는 못하더라도 현실적이고 특별하며(그리고 상징적이며) 뭐가 되었건 나름의 보상이 따르는 그런 일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면 육식을 포기하면 탄소 배출량을 4분의 1이나 줄일 수 있다. 안식일을 지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일주일에 하루씩 경제활동을 완전히 금하고 쇼핑도, 운전도, 전기 사용도 자제하는 것이다. 아니면 직접 먹거리를 길러보는 것도 좋다고 한다.  306

정신과 의사들이 말하길 인간의 가치관을 바꾸려면 태도를 바꾸어야 된다고 한다. 

먼저 태도를 바꾸게 만들면 생각과 가치관은 저절로 바뀐다.

따라서 지구를 구해야 한다고 사람들을 설득하면 안 된다. 스스로 나서도록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나선 사람들은 결국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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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두드림 콘서트

저자
유재원 지음
출판사
한국경제신문사 | 2010-06-1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인문학에서 삶의 지혜를 찾는다! 인문학과 문화, 예술의 영역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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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고 쉽게 읽히는 인문학 책이다.
사람과 음악과 미술과 문학과 소통이라는 다섯가지 화두를 두고 총 15가지 내용의 글을 전개해 나갔다. 그러기에 한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이라기보다는 인문에 대한 여러가지 분야를 즐겁게 접할 수 있게 한 책이라 평하고 싶다.

하나의 분야에 깊은 내용은 아니지만 대충알고 있던 내용이나 전혀 몰랐던 지식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 주었고 거기에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내용들에 대해 다시금 정리해 줌으로 인문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라면 쉽게 접근하게 해준다.
그러기에 제목에서 '두드림'이라는 표현은 꽤나 잘 표현된 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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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독서법

저자
최진 지음
출판사
지식의숲 | 2010-07-0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대한민국의 지도자로 만든 그들의 독서 습관!이승만 전 대통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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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으로 이끄는 책읽기의 즐거움 대통령의 독서법 


이 책은 저자가 초대 대통령부터 현재의 대통령까지 그들의 독서방법을 조사하고 분석하여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환경에 의해서 읽은 대통령도 있었고,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읽은 대통령도 있었고, 독서 자체에 즐거움을 가진 대통령도 있었고, 살아남기 위해 읽은 대통령도 있었다.

물론 책의 내용중에는 독서법에 대해 잘 알려지지않은 대통령도 있었다.
이럴땐 저자가 가능한대로 추측하여 기록해 두기도 하였다.

다독 정독 숙독 낭독 속독 통독 묵독 난독 발췌독 음독 ... 독서의 방법도 다양하다.
대통령들 역시 다양한 독서방법을 사용한 것을 보면서 그들의 독서방법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독서법마다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며, 책을 깊이 많이 읽은 역대 대통령들의 내용에서 많은 자극도 받게 되었다.

저자의 표현처럼 대통령의 독서법은 정상에 오른 사람의 독서법이기도 하다. 
그들의 독서방법들을 알게 되고 그들의 고독이나 아픔을 통해서 아직도 나는 너무 편하게 지내고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다. 그의 환경과 경험과 생각과 읽은 책으로 인해 운명은 늘 바뀌어 간다. 우리는 읽은대로 만들어진다는 말처럼 자신의 환경이나 상태에 맞는 책들을 읽어나가며 스스로를 가꾸어 나갈 필요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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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마치 나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상대방이 나에게 집중할 때, 나도 무한한 감동을 받는다.  98

무관심한 청취는 사람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99


잘못된 청취 방법들 

1. 듣기를 거부하는 경우

2. 듣는 척 하는 경우

3.  인내심없이 듣는 경우 - 생각할 시간을 주지않고 얼어붙이는것. 많은 시간 빼앗기지 않으려할 때 결론을 내어버리는 것.

4. 이해심없이 듣는 경우

5. 적절한 반응없이 듣는 경우  111


경청의 자세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고 있음을 보여라.

확실히 알기 위해 들었던 말을 다시 확인하라.

때로 대화 주제에 관련된 부차적인 질문을 던져보라.

그러나 증명이나 근거를 요구하는 말은 삼가야 한다.

대화 흐름에 방해를 하지 말고 도중에 절대로 끼어들지 마라.

말과 말 사이에 흐르는 침묵의 행간을 주목하고 존중하라.

상대방이 당신을 믿고 한 말에 대해서 반드시 신뢰감을 지켜주라.

                                        - 제프리에미 <성공은 20대에 결정된다>  131


올바른 경청자가 되기 위한 4가지 단계

1. 자기 자신의 세계로부터 벗어나기 -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에 갇혀 있지 말라.

                                     나의 가치관, 관점을 밀쳐두라. 그러면 들어라.

2. 상대방의 세계로 들어가기 - 그의 감정, 느낌에 집중하여 반응을 보이라.

3. 상대방이 가장 어려워하는 감정을 분별하라.

4.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어라. - 때론 단순한 감탄사로 때로 상대의 느낌을 느낀대로..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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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버리기 연습

저자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출판사
21세기북스 | 2010-09-10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생각병을 치유하다!일본 쓰키요미지 주지 스님으로 일반인을 위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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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기록 보기


'생각의 잡음을 침묵시키자' 이 책의 핵심이다.
현대인들은 오만가지 생각들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렇기에 정작 필요한 생각들을 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잡다한 생각들을 하지 않고 오감으로 느끼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에 마음을 두게 하자고 한다.
책을 읽어보면 당연한 말들이 참 많이 들어 있다. 그런데도 식상하지 않다.
왜냐하면 당연하면서도 우리는 늘 고민하고 있지 않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평범한 사람이 아닌 종교인이라서 그럴까..?
쉽게 읽히지만 생각은 해야 하는 책이다.
우리는 지금 자기 자신의 내면을 보기 위해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감정을 느끼는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나 한국사람은 참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기에 더욱 자신의 내면 상태가 어떠한지에 대해서 스스로 찾아보아야 하는 숙제가 있다.

자신이 화를 내면서도 왜 화를 내고 있는지에 대해 알고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 시키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물론 그럴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책임이 상대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의 내면상태를 잘 몰라서 오는 잘못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서양은 오래전부터 심리학에 깊은 연구를 하면서 살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긴 했지만 지금은 많이 발전되어 있어 자신의 심리적인 상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상을 알고 있는 상태이다. 그렇기에 우리보다는 상대를 인정하기가 편하다.

하지만 우리는 심적 공양은 많이 하였으나 세분화해서 자신의 내면을 분류해 보는 부면에서는 부족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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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은하루한뼘씩자란다
카테고리 자기계발 > 성공/처세
지은이 양정훈 (왕의서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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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 보고는 '책을 쓰는 방법을 다룬 책인가' 생각하며 책을 들었다. 그리고 표지 상단에 독서법이란것을 보았다.
'어라!! 읽기법 도서구나!' 생각하며 왜 저자는 이런 제목을 정한것일까 궁금했다.
책을 읽고난 지금 책을 읽는것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내가 얼마나 성장하는가가 중요하기에 이러한 제목을 붙인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책을 통해 신선한 질문들의 답을 찾아보려는 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프롤로그에서 공병호의 [미래 인재의 조건]을 언급하며 '자기계발 실태 조사'결과를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질문) 자기계발을 하는 주요 방법은? (2개 이내로 선택)
① 독서                                    : 1,698면 (77.64%)
② 온라인 강좌                          :    552명 (25.24%)
③ 세미나, 강연회 등 부정기모임  :    579명 (26.47%)
④ 대학원 진학                          :    173명  (7.91%)
⑤ 영어 및 중국어 학원               :    301명 (13.76%)
⑥  전문 분야 학원 수강              :    162명  (7.41%)

2천 여명의 성공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의 결과다. 독서의 필요성으로 정말 확실한 표현이라 생각이 든다.

저자는 독서법에 관한 내용을 다루며 여러가지 책이나 유명인의 말을 인용을 하는데, 책을 소설형식으로 구성하여 읽기편하며 쉽게 적응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였다.

아래는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표현 체크를 한 내용들이다.

똑같은 빛인데 평범하게 비추면 결고 종이를 태울 수 없지만 돋보기를 사용하려 빛을 모으면 태울 수 있듯이, 우리는 인생이나 청춘을 표현할 때 '불살라본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집중해서 에너지를 모르지 않으면 불이 붙기 어렵겠지요

책은 지은이 생각 반, 독자들 생각 반이 합쳐질 때 새로운 의미가 생겨난다고 합니다.

자발적 시행착오를 해보기 바란다.

오늘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 마크 트웨인

지금 같은 더위를 우리가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맞이할 수 잇을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사람은 세 가지를 많이 만나야 하는데, 그게 바로 책, 여행, 사람이다. - 정운찬 전서울대교수

창의적 책 읽기의 3단계가 있다.
1단계는 많이 읽고 많이 기억해라.
2단계는 적게 읽고 많이 생각해라.
3단계는 적게 읽고 많이 쓰라 이다.

책 한 권을 읽으셨다면 자신이 처한 문제를 책의 내용으로 해결하는 습관을 들이셔야 합니다.

진정한 성공의 의미란 다음과 같다. 지금 다른 곳에서 살고 싶은가?  지금 이 일 말고 하고 싶은 다른 일이 있는가?   이 두 가지질문에 NO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성공한 것이다.

세상에 급한 일이란 없다. 단 일을 급할 수밖에 없게 몰아가는 어리석은 사람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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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책읽기두번째이야기
카테고리 인문 > 독서/글쓰기
지은이 안상헌 (북포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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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보다 두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 생각하던 여러가지들과의 연결을 시켜 볼 수 있었던 것이 많았다..
책을 읽는것이 자신에게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어떠한 의미로 남게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더깊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기도 하다..
좋은 기운을 얻을 수 있었으며 저자의 삶 자체에서 나만의 방식을 생성시키는 계기고 되었다.
기술서 같지만 기술서가 이닌 인문학적인 면과 기술적인 면과 문학적인 면까지도 다루면서 자신의 지식의 발전의 길을 알리기도 하였다.
충분히 사람을 매료시키는 책이었다.
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기술서로 읽어보자 했던 책이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며 여러가지의 길을 알게도 하였다..


저자가 말하고자 한것 무엇일까?
한가지만 말하라면 무엇을 말해야 할까?
나는 개인적으로 ... 책은 책으로서의 존재 가치와 그것을 보는 개인의 존재가치가 뒤섞여 무언가를 탄생시키는 것에서 의미를 찾아가자 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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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경험한 인문 고전 독서와 저자가 조사한 인문고전에 관한 방대한 자료들을 토대로 하나의 인문고전 독서방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가지는 지적 수준의 힘은 인문고전 독서에 목을 맨 사람들이 어떠한 사람들인지를 통해 드러나있다.
철학자들이야 당연히 그렇다 치고 경제인 교육인 학자 군인 일반인들이 인문고전을 통해 리더가 될 수 있었던 점들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교육 현실이 언제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해 인상적으로 적고 있다.
우리가 경험한 교육현실 그리고 지금 학생들이 되풀이하고 있는 교육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해 서술하면서 지금 우리가 기대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또한 금융, 경제, 기업인들 중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인문고전을 탐독하는 사람들이라는것, 음악, 미술계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사람들은 인문고전을 읽어왔다는 사실은 우리에 절실하게 인문고전이 필요함을 인식하게 한다.
지금의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은 철학에서 시작되었다. 그렇기에 본질을 이해하고 거인의 어깨위에 있기 위해서는 인문고전이 체계적으로 우리 내면에 스며들어 동화될 때 새로운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인문고전 독서 방법에 관한 7가지가 나온다.
이것은 다만 읽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기 보다는 정말 왜 필요한지에 대해 자각하고 그것을 내것으로 만들어 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지나온 한국사회에서 선비들이 하던 공부이다. 그것이 세계를 만들어낸 위인들이 하던 공부이다.



인문고전 독서는 두뇌에 특별한 기쁨을 가져다준다. 물론 처음에는 고되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고 어렵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이해하지 못해 진도가 일주일 또는 한 달씩 늦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어느 지점을 넘기면 고통은 기쁨으로 변한다.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온 천재들이 쓴 문장 뒤에 숨은 이치를 깨닫는 순간 두뇌는 지적 쾌감의 정점을 경험하고, 그 맛에 중독된다. 그리고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뻔한 꿈밖에 꿀 줄 모르고 평범한 생각밖에 할 줄 모르던 두뇌가 인문고전 저자들처럼 혁명적으로 꿈꾸고 천재적으로 사고하는 두뇌로 바뀌기 시작한다.  20
세상에는 두 종류의 책이 있다. 고전(古典)과 비고전(非古典). 고전은 짧게는 100~200년 이상, 길게는 1,000~2,000년 이상 살아남은 책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천재들의 저작이다.
생각해보라. 만일 앞으로 10년 동안 노벨상 수상자들에게 매일 두 시간 이상 개인지도를 받는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22

미국 '그레이트 북스 재단'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인문고전 독서 프로그램 및 독서 토론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28
세인트 존스 대학은 4년 내내 인문고전 100권을 읽고 토론하고 에세이를 쓰는 게 교육과정의 전부다. 
조지 와이드 대학의 주 교육과정은 멘토와 함께 인문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다. 
예일 대학은 '디렉티드 스터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교수가 강의를 하고 두번은 학생들끼리 세미나를 하는 프로그램.  30
어느 날 갑자기 우리나라 대학가에서 인문고전 독서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인문고전을 원서로 일그라는 숙제를 내주던 교수도, 신입생에게 플라톤과 공자를 권하던 선배도, 뭐가 뭔지 모르면서도 죽어라 인문고전을 읽던 학생도 다 사라져 버렸다.
대신 그 자리에 베스트셀러를 읽으라는 숙제를 내주는 교수, 신입생에게 재테크 서적을 권하는 선배, 무협판타지 소설을 애독하는 학생들이 들어섰다.  33
두뇌의 수준은 그가 읽는 책의 수준과 같다고 할 수 있다.  35

스파르타는 왜 강한 육체만 추구한 국가로 알려졌던 걸까? 플라톤은 <프로타고라스>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 그들이 뛰어난 이유가 상세히 밝혀지면 모든 사람이 지혜를 갖추려 애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9

일제는 프러시아 즉 독일에서 시작된,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학교제도를 그대로 수입해서 당시 식민통치하에 있던 우리나라에 이식했다. 일제를 패망시킨 미국은 영국의 공립학교 교육제도를 기반으로 한 자국의 공립학교 교육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했다. 쉽게 말해서 당신이 받은 학교 교육과 지금 우리나라 십대들이 받고 있는 학교 교육은 직업 군인과 공장 노동자를 생산하는게 목적이었던 교육 시스템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혹시라도 이 말을 인정하기 어렵다면 다음 사실을 한 번 생각해보라.
  - 군대의 상관은 부하들에게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리고 부하들은 그 명령을 기계처럼 수행한다.
  - 공장의 장은 휘하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작업지시를 내리고 노동자들은 그 지시를 기계처럼 수행한다.
  - 우리나라 교사는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고 학생들은 그 지식을 기계처럼 암기한다.
서당 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중고 합쳐서 무려 12녀이나 교육을 받고도 지적이고 창의력 넘치는 인재가 되기는 커녕 좀 심하게 말하면 바보가 되어 사회에 나온다. 대학에 입학해서 다시 4년을 배우고 대학원까지 졸업해도 마찬가지다. 당당히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지식인이 되기는 커녕 제 앞길 하나도 헤쳐나가지 못하는 무능력한 존재로 전락하기 일쑤다. 도대체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왜 우리나라 학생들은 배우면 배울수록 무능력한 사람이 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의 공교육이 시키는 일밖에 할 줄 모르는 바보를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 시스템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65-66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인문고전 저자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실시한 교육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이 아니라 스승과 제자가 깊은 대화를 통해 지혜와 진리를 터득하고 발견해가는 교육이다.  67

아무리 많은 지식을 축적한다 한들 백과사전은 될 수 있을지언정 천재는 될 수 없다. 천재는 지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71
인문고전을 읽고서 변화하기를 바란다면.. 전쟁을 치러야 한다. 다름 아닌 자기 자신과 말이다. 
과거의 자신을 죽이는 처절한 자기 투쟁이 뒤따르지 않는 인문고전 독서는 지식의 축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누누이 말하지만 지식은 인간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삶의 근본적인 변화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가 있을 때 생겨난다.  77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투자자들의 삶을 조사해보면 1) 독서광이다., 2) 최고 수준의 인문고전 독서가다. 라는 공통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34

베스트셀러는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책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이 베스트셀러 또한 감동과 지식은 줄 수 있으되 지혜는 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137
그렇다면 인문고전을 열심히 읽기만 하면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 아니다. 지혜는 책 속에 있지 않다. 지혜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 한다.
치열한 철학고전 독서를 통해 두뇌 속에 '철학하는 세포'를 만든 뒤, 본질을 꿰뚫는 사람.  138

돈 없고, 능력 없고, 배경 없는 사람일수록 인문고전을 치열하게 읽어야 한다.  185

인문고전 앞에서 나 자신을 내려놓고 눈과 귀와 마음을 오직 천재들의 목소리에 맞추자, 즉 인문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천재의 두뇌에 직접 접속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이를 실천하자 돌덩이 같던 두뇌가 정말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194
나는 인문고전을 읽으면서 내가 '바보'라는 사실을 알았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지극히 당연한 생각일 수 있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한 것이니 말이다. 나 역시 그런 함정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독파하는 인문고전이 늘어나면서 저절로 사라졌다.  195
인문고전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두 가지 있다. 간절함과 사랑이다. 
인문고전을 읽을 때 글자만 읽어서는 안 된다. 그 내용만 이해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단면적인 책 읽기에 불과하다. 그 단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입체적인 독서로 넘어가야 한다. 진정한 독서는 인문고전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문장 뒤에 숨어 있는 천재의 정신을 만나는 것이다. 그 사실을 잘 이해해야 한다. 깨달음이 있는 책 읽기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그런 독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온 마음을 다해 발버둥 치다보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천재의 정신에 근접한 독서는 할 수 있다. 
사랑이 간절함보다 훨씬 중요하다. 사랑은 곧 인문고전 독서의 목적과 관계된다. "나는 왜 인문고전을 읽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천재가 되기 위해서, 창조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서, 업무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회사를 잘 경영하기 위해서, 부자가 되기 위해서 등등. 그렇다면 왜 천재가 되어야 하고, 왜 창조적인 사고를 해야 하고, 왜 업무능력을 높여야 하고, 왜 회사를 잘 경영해야 하고, 왜 부자가 되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한 유일무이한 답은 '사랑'이어야 한다.
내 경우를 예로들면, 인문고전을 읽다가 좌절감을 느낄 때마다 인문고전을 읽는 궁극적인 목적에 대해 자주 묵상했다.  199-200

가슴으로 하는 독서의 세계  204

해설서는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시기는 인문고전 독서를 시작하고 최소 3년, 최고 10년이 흐른 뒤가 적당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207
철학고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필사했고, 문학고전은 가슴에 와닿는 부분만 필사했다. 역사고전은 한 권도 필사하지 않았다. 철학고전 중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따로 출력해서 주머니나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꺼내 소리내어 읽었다. 이해가 될 때까지 그렇게 했다. 물론 내 수준의 이해였지만 말이다.  210


리딩으로 리드하라 1. 온 마음으로 사랑하라.
세종대왕의 인문고전 독서법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치열함으로 요약된다. 그의 독서법은 백독백습(百讀百習) 즉 100번 읽고 100번 필사하는 것이었다.  237
세종은 무엇보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최고가 되지 못하면 백성들에게 최고의 정치를 베풀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최고가 되지 못하면 신하들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았다. 그래서 세종은 먼저 자신을, 다음으로 신하들을 그토록 뜨거운 독서의 장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238
세종은 당시 사대부들을 비판하면서 "오늘날 선비들은 말로만 경학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치를 궁극하게 밝히고 마음을 바르게 한 선비가 있다는 것은 여태껏 들어본 적이 없다. 너희 선비들은 매일 경학을 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왜 진짜 선비가 없는 것이냐!" 라고 했다.  239
내가 생각하는 인문고전 독서법의 핵심은 천재들의 '마음'을 아는 것이다.

리딩으로 리드하라 2. 맹수처럼 덤벼들어라.
진짜공부(인문고전 독서).
'읽었다' 라기보다는 '먹어치웠다'.  243

리딩으로 리드하라 3.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인식하라.

리딩으로 리드하라 4. 위편삼절(韋編三絶), 책이 닳도록 읽고 또 읽어라.

리딩으로 리드하라 5. 연애편지를 쓰듯 필사하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표시를 하거나 밑줄을 그으면서 책 한 권을 다 읽은 뒤 옮겨 적는 것, 중요한 부분을 발견하는 즉시 옮겨 적는 것 그리고 초서(抄書)[초록(抄錄)이라고도 한다] 세 가지가 있다.
초서란 인문고전에서 중요한 부분을 뽑아서 옮겨 적은 뒤 이를 주제별로 분류, 편집해서 책으로 만드는 것인데, 조선의 천재들이 취한 기본적인 인문고전 독서법이었다.  253
진정한 필사는 종이 위에 베껴 쓰는 것이 아니라 영혼 속에 새겨넣는 것이리라.  255
암송은 천재들이 즐겨 사용한 독서법이다.  256

리딩으로 리드하라 6. 통(通)할 때까지 사색하라.
낮은 수준의 인문고전 독서에는 사색이 없다. 오히려 사색을 억압하고 소멸하려고 한다.  260
서애 류성룡은 "다섯 수레의 책을 술술 암송하면서도 그 의미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가. 사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양의 천재들은 하나같이 진정한 인문고전 독서는 사색에 있고, 사색이 빠진 인문고전 독서는 헛것이요 가짜라고 강조했다.  261
프랜시스 베이컨은 "독서는 오로지 사색하고 연구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사색을 기록하는 방법은 
  1)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따로 준비한 종이나 노트에 즉시 적는다.
  2)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책의 여백에 즉시 적는다.
  3) 책 한 장(章) 또는 책 전체를 읽고 사색한 뒤 그것을 독후감식으로 적는다. 
이 세 가지가 대표적이다.  270

리딩으로 리드하라 7.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라.
인간의 뇌는 무엇인가를 읽고 쓰고 암송할 때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 읽고 쓰고 암송하는 뇌의 사진을 그렇지 않은 뇌의 사진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전자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신피질의 활동이 급격하게 증가하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인간이 깊은 사색에 잠길 때 뇌에서는 전혀 다른 뇌파가 나온다. 아인슈타인이 사고실험에 몰두하고 있을 때, 동양 최고 수준의 바둑 명인이 바둑을 두고 있을 때, 전설적인 명상가가 깊은 명상에 빠져들었을 때 나오는 바로 그 뇌파가 나온다. 인문고전을 읽고 필사하고 암송하고 사색할 때만 그러는 게 아니다. 베스트셀러는 물론이고 신문 사설을 읽고 필사하고 암송하고 사색할 때도 뇌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특별한 뇌파가 나온다. 그런데 인문고전을 읽고 사색하느 수준을 넘어서 인문고전의 저자와 정신적으로 하나가 되어 그의 모든 생각과 마음을 두루 깨닫는 경지에 도달하면 그 사람의 뇌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뇌의 모든 신경세포와 신경회로가 일순 눈부신 빛에 감싸여 전혀 다른 형태로 재탄생하고 재배열되지 않을까? 그리하여 그 사람의 두뇌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사고를 하는 위인의 뇌로 기적처럼 변화하는 게 아닐까?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를 연구하면서 그런 생각을 종종하곤 했다.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는 그 정도로 신비롭고 경이로운 면이 있다.  279-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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