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여행/읽기, 쓰기'에 해당되는 글 60건

  1. 2022.02.07 사진의 용도 - 아니 에르노 마크 마리 1984books 2018 e-book
  2. 2018.10.31 우리는 독서모임에서 읽기 쓰기 책쓰기를 합니다 - 남낙현 더블:엔 2018 03800
  3. 2018.07.04 쇼펜하우어 문장론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훈출판사 2005 03850
  4. 2016.08.29 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북하우스 2016 03810
  5. 2016.08.25 책은 도끼다 - 박웅현 북하우스 2011 03810
  6. 2016.08.11 청춘의 독서 - 유시민 웅진지식하우스 2009 03810
  7. 2016.07.21 표현의 기술 - 유시민 정훈이 생각의길 2016 03800
  8. 2016.07.18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 생각의길 2015 04800
  9. 2016.03.24 소설처럼 - 다니엘 페나크 문학과 지성사 2004 04860
  10. 2016.03.21 칼 같은 글쓰기 - 아니 에르노 문학동네 2005 03860
  11. 2015.12.14 책인시공 - 정수복 문학동네 2013 03810 1
  12. 2015.10.12 서민적 글쓰기 - 서민 생각정원 2015 03800
  13. 2015.10.08 헤밍웨이의 작가 수업 - 아널드 새뮤얼슨 문학동네 2015 03840
  14. 2015.09.01 작가수업 - 도러시아 브랜디 공존 2010 03840
  15. 2015.08.18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 이만교 그린비 2009 03800
  16. 2015.08.10 빵굽는 타자기 - 폴 오스터 열린책들 2000 03840
  17. 2015.07.29 서평 글쓰기 특강(생각 정리의 기술) - 김민영 황선애 북바이북 2015 03800 1
  18. 2015.07.18 작가의 공간 - 에릭 메이젤 심플라이프 2014 03840
  19. 2015.07.12 마흔의 글쓰기 - 명로진 위너스북 2013 13800
  20. 2015.07.08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 장석주 중앙북스 2015 03800
  21. 2014.12.19 마흔의 서재 - 장석주 한빛비즈 2012 13320
  22. 2014.12.08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 임승수 한빛비즈 2014 13800
  23. 2013.01.02 거장처럼 써라 (下) - 윌리엄 케인 이론과실천 2011 03800
  24. 2012.12.26 거장처럼 써라 (上) - 윌리엄 케인 이론과실천 2011 03800
  25. 2012.12.19 호모부커스2.0 - 이권우외24 그린비 2009 44800
  26. 2012.12.07 글쓰기 만보 - 안정효 모멘토 2006 03810 1
  27. 2012.11.29 하버드 글쓰기 강의(下) - 바버라 베이그 에쎄 2011 03800
  28. 2012.11.27 슈퍼라이터 - 이지상외4 시공사 2009 14980
  29. 2012.11.24 하버드 글쓰기 강의(上) - 바버라 베이그 에쎄 2011 03800
  30. 2012.11.03 혼자 책 읽는 시간 - 니나 상코비치 웅진씽크빅 2012 03840 2




글쓰기, 그것은 하나가 되었다가 또다시 분리되는 행위다. 가끔 두렵기도 하다. 글이라는 자신의 공간을 내놓는 일은 자신의 성기를 내놓는 것보다 더 폭력적이다. .. 단어와 문장을 견고하게, 꿈쩍이지 않는 문단을 만드는 것.

나는 삶이 글의 ‘소재’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글을 위한 ‘미지의 기획’을 원한다.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라는 이 생각은 형식조차도 실제 내 삶에 의해 부여된 텍스트를 의미한다. 나는 우리가 쓰고 있는 이 글을 절대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삶으로부터 나왔다. 다수의 조각들로 이뤄진-그것 자체도 아직은 알 수 없는 M의 글의 조각들에 의해 부서지게 되겠지만- 사진으로 쓴 글 역시 마찬가지로 다른 무엇보다 이 현실을 담은 ‘최소한의 이야기를 만드는’ 기회를 내게 준다.

뇌로 즐기지 못하는 사람은 어쩌면 진짜 쾌락을 모를 수도 있다.

우리는 ‘순간’에 머무른다.

M의책을 펼쳤다가, 젊은 여자가 어린아이와 나이든 여자와 함께 있는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 젊은 여자가 그의 전 부인이란 것을 깨닫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관계 초반에 M은 그녀에 대해 “몸은 예쁜데 얼굴은 그저 그렇다”라고 말했었다. 이 사진들 앞에서 내 첫 번째 반응은 승리감이었다. 그녀의 코, 턱, 디테일한 부분들을 살피며 말했다. “그런데 이 여자 못생겼잖아!” 그리고 그 여자를 완벽한 이미지로 만들어내서 스스로 열등감을 느낀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 뒤로는 슬픔이 나를 사로잡았다. 내게 최악은 이런 못생긴 여자를 M이 사랑했다는 사실이었다. 내게는 그녀를 향한 그의 사랑이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나는 차라리 그녀가 아름다웠으면 했다. 그 여자를 향한 그의 애착이 평범하면서도 객관적인, 외모라는 이유로 설명될 수 있을 테니까.
나는 감정의 언어를 ‘믿으면서’ 사용할 줄을 모른다. 시도를 해봤지만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내가 아는 것은 사물의 언어, 물질적인 흔적의 언어, 가시적인 언어다. (그 언어들을 단어로, 추상적인 것으로 바꾸는 것을 멈추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사진을 바라보고 묘사하는 것이 그의 사랑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이 아니라, 명백한 것들 앞에서, 사진을 구성하는 물질적인 증거 앞에서, 내가 절대 답을 찾을 수 없는 ‘그는 나를 사랑할까?’’라는 질문을 피하는 방법인 것 같다.


-옮긴이의 말
생(生)을 위해 싸워나가는 사람(아니 에르노), 연인이 치러내는 전투를 통해 죽음을 배우는 사람(마크 마리), 우리는 그들이 무음으로 주고받은 대화를, 비밀스러운 몸짓들을, 어느 날 아침, 행위가 지나가고 폐허처럼 남겨진 것들을 담은 사진 속에서 알아차린다. 이곳에서 지난밤의 사랑과 욕망은 중요치 않다. 결국에는 사라지고 말 모든 것들을 최선을 다해 붙잡는 그들의 ‘시도’만이 의미를 갖게 될 뿐이다. 그리고 우리 역시 지극히 사적이고 은밀한 그들의 계획에 동참하고 만다. 육체가 빠져나간 이 에로틱한 공연의 관객으로서, 글로 쓰인 사진을 눈과 손으로 더듬으면서, 살과 뼈가 없이 이뤄지는 에로스를 받아들이면서, 단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시간을,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사진으로, 글로 뛰어넘기를 어느덧 소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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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데 있어 너무 소심하고 까다롭게 고민하지 말라. 모든 인생은 실험이다. 더 ㅁ낳이 실험할수록 더 나아진다. - 랄프 왈도 에머슨


에린 시노웨이와 메릴 미도우가 쓴 <하워드의 선물> '전환점이란 지금가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보라는 일종의 신호인 셈이야.'  26


율곡 이이는 "공부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누구나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97


'양질전환(量質轉化 헤아릴양 바탕질 구를전 될화)의 법칙'이란 게 있다. 양이 증가하면 질의 변화도 가져온다는 말이다.  119


아무리 감추려 해도 글은 그 사람을 닮아 있다. 사람과 글이 어떻게 닮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사람 안에서 나온 것인데.  147


책쓰기의 관점은 읽기, 쓰기에서의 관점과는 다르다는 걸 사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사과 한 알은 자연의 수많은 변화 속에서 만들어진다. 이때 사과를 바라보는 전혀 다른 두 가지 시선이 있다. 

'농부의 시선과 소비자의 시선.'

농부는 사과가 열매를 맺고 익어가기까지 과정을 함께힌다. 벌들이 꽃가루를 퍼트려 수분을 돕고 열매를 맺게 해준다. 병충해에 견디고 비바람을 이기며 사과는 자란다. 농부는 수고를 아끼지 않고 맛있는 사과를 생산해낸다. 소비자는 탐스럽게 잘 익은 사과를 고르는 데 집중한다. 이처럼 생산자와 소비자가 바라보는 시선은 전혀 다르다. 

책쓰기는 독자의 시선이 아닌 창조적 행위를 하는 생산자의 시선으로 하는 작업이다. 책쓰기를 통해 한 가지 명확히 깨달은 게 있다.  

책을 쓴다는 건 독자를 향해 내가 경험하고 깨달은 것을 적는 작업에서 시작된다.  175-176


<논어> "애태우지 않으면 알려주지 않는다."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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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 깊이 생각하기


사색은 주관적 깨달음이다 - 아무리 그 수가 많더라도 제대로 정리해놓지 않으면 장서의 효용가치는 기대할 수 없다. 반대로 그 수는 적더라도 완벽하게 정리해놓은 장서는 많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식도 이와 마찬가지다. 많은 지시을 섭렵해도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면 그 가치는 불분명해지고, 양적으로는 조금 부족해 보여도 자신의 주관적인 이성을 통해 여러번 고찰한 결과라면 매우 소중한 지적 자신이 될 수 있다.

습득을 통해 얻어진 진리는 다른 여러 가지 지식과 결합시켜 비교할 필요가 있으며, 이 같은 절차를 거쳐야만 비로소 완전한 의미에서 자신의 것이 된다. 그리고 완전하게 내 것이된 지식을 원하는 사상에 맞게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사상은 주관적인 논리와 스스로 터득한 지식을 기초로 세워지는 건축물이다. 알기 위해서는 물론 배워야 한다. 그러나 안다는 것과 여러 조건을 통해 스스로 깨달은 것은 엄연히 다르다. 앎은 깨닫기 위한 조건에 불과하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와 학습은 객관적인 앎이다. 그리고 독서와 학습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사색은 주관적인 깨달음이다.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고, 누구나 공부할 수 있지만, 누구나 이를 통해 사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색은 바람이 불면 더욱 거세지는 불길처럼 외부 조건에 의해 조성된다. 이 조건은 객관적인 형태와 주관적인 형태로 나뉘는데, 주관적인 조건은 개인적인 능력, 즉 타고난 두뇌를 뜻한다. 반면에 객관적인 조건은 사색의 호흡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공기처럼 인체의 호흡에 필요한 여러 물질들, 즉 학습이라든가 독서, 외국어 구사 능력 등이다. 11-12


사색적인 두뇌와 독서적인 두뇌 - 인간의 정신은 외부로부터 강압적으로 주입되는 강요에 쉽게 굴복될 만큼 나약한 면이 있다. 14


스스로 이해하는 힘 - 책을 통해 경험한 타인의 사상은 타인이 먹다 남은 찌꺼기, 즉 타인이 벗어 던진 헌옷에 지나지 않는다. 15


스스로 사색하는 사람 - 독서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사색의 대용품에 지나지 않는다. 독서는 사상을 유도하는 역할로 충분하다... 독서는 사상의 분출이 잠시 두절되었을 때 이를 만회하기 위한 휴식으로 사용해야 한다. ..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나만의 고유한 사색에 의해 어떤 진리에 도달했다면, 비록 그 내용이 앞서 다른 책에 기재되었을지라도 타인의 사상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체험이라는 점이다. ..

괴테가 남긴 다음과 같은 격언. ‘그대의 조상이 남긴 유물을 그대 스스로의 힘으로 획득하라.’ 16-18


사색하는 인생은 남다르다 - 독서로 삶을 허비하는 것은 여행 안내서를 통해 어떤 지방의 풍속에 정통해지는 여행 안내인의 삶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여행 안내인들은 그 지방의 풍물과 역사를 빠짐없이 알고 있지만 정작 그곳의 토지가 어떤 상태인지, 봄에는 어떤 꽃이 피는지, 겨울이 되면 눈은 얼마나 오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사색하는 인생은 이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들은 자신의 두 발로 그 지역을 직접 여행한 사람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런 사람만이 지역의 진정한 특색에 대해 말할 수 있고, 환경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 22


책상머리 바보 - 우리가 어떤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 누구나 이 문제를 타파하고야 말겠다는 결심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과연 어떻게 풀어야 할지 그 해답을 얻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결심은 의지의 역할이기에 누구나 가능하지만, 이 같은 결심을 인도하는 사색은 문제를 해결하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명령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억지로 생각한다고 해서 무조건 사색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같은 생각의 파편들이 자연스레 심오한 사색으로 발전하기를 조용히 기다릴 뿐이다. 더구나 이런 마음가짐은 뜻하지 않게 찾아오므로 항상 마음을 비우고, 되도록 의지에서 멀어질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쳤을 때 비로소 성숙한 사색이 잉태되고, 그 결과 고유한 사상이 결실을 맺게 된다. 25-26


스스로 결정하는 힘 - 진정한 사색자는 군주와 비슷하다. 그는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독립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자신의 위에 서려는 모든 자들을 인정하지 않는다. 모든 판단을 군주가 결정하듯 자신의 절대적인 권력에 의해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은 오직 자기 자신만이 기준이 될 수 있다. 군주가 타인의 명령을 승인하지 않는 것처럼 사색자는 권윌르 인정하지 않으며, 스스로 참된 진리를 확인하는 것 외에는 그 어떤 결과도 승인하지 않는다. 31-32


권위를 앞세우는 사람 - 세상의 보통 사람들은 어려운 문제와 맞닥뜨리게 되면 권위 있는 말을 인용하고 싶어한다. 그들은 자신의 이해력과 통찰력을 활요하는 대신 타인이 남긴 침전물을 동원하고, 이를 자기 생각보다 더욱 확신한다. 물론 동원하고 싶어도 최소한의 능력조차 부족해 결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짓눌리는 자들도 많다. 이런 자들의 수는 어마어마하다. 세네카의 말처럼 “사람들은 판단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믿고 싶어한다.”

그러므로 어떤 논쟁을 하게 되었을 때 그들이 주로 선택하는 무기는 권위이다. 그들은 수집한 여러 가지 권위를 무기로 선택한 후 서로 싸움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다가 이런 싸움에 말려든 자가 자신의 근거나 논리를 무기로 삼은 후 자력으로 대항하더라도 권위에 취한 그들을 일깨우지 못한다.

이 같은 자체적인 논증에 대항하는 그들은 비유컨대 죽지 않는 지그프리트(게르만 민족의 영웅전설 가운데서 가장 빛나는 영웅 중의 영웅)로서 사고불능, 판단불능에 빠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그들은 타인의 자발적인 논리를 인정하지 않으며, 오직 사라진 자들이 남겨둔 권위만을 유일한 논거로 여기게 된다. 34



글쓰기와 문체 ; 자신의 사색을 녹여서 쓰기



독서 ; 생각하며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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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 독서는 나만의 해석이다


- <문장론 >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독서에 관하여> 마르셀 프루스트



'다독(多讀 많을다 읽을독)은 인간의 정신에서 탄력을 빼앗는 일종의 자해(自害 스스로자 해칠해)다. 압력이 너무 높아도 용수철은 탄력을 잃는다.' ..

쇼펜하우어는 무분별한 지식으로 생각할 여력이 없어지는 사람의 모습을 용수철로 표현한 게 아닌가 싶어요. 읽기만 하지 말고 읽은 걸 느껴야 합니다.  17-18


'진정 스스로 사색하는 자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그 소재를 현실세계에서 찾아야 한다. 그런데 독서는 어디까지나 작가에 의해 가공된, 인공적인 현실이다.'

즉, 내가 경험한 것으로부터 나만의 지혜를 찾아야 하는데, 남 얘기나 내가 직접 보지 않은 것에서 내 것을 찾는다는 말입니다. .. 독서가 내 주변의 제대로 봐야 할 것들을 보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까닭에서 쇼펜하우어는 독서를 반대합니다.  18-19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을 빌려 지금 내가 있는 곳으 살피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겠다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 읽기가 내 생활에 들어와야 합니다. 쇼펜하우어도 아마 이런 부분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책을 읽지 말라고 반문한 게 아닐까요?  19


'많은 지식을 섭렵해도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면 그 가치는 불분명해지고, 양적으로는 조금 부족해 보여도 자신의 주관적인 이성을 통해 여러 번 고찰한 결과라면 매우 소중한 지적 자산이 될 수 있다.' ..

'호학심사 심지기의(好學深思 心知基意 좋을호 배울학 깊을심 생각할사 마음심 알지 터기 뜻의), 즐겨 배우고 깊이 생각해서 마음으로 그 뜻을 안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우리에게는 심사, 깊이 생각함이 빠져 있는 듯합니다.  20


'알기 위해서는 물론 배워야 한다. 그러나 안다는 것과 여러 조건을 통해 스스로 깨달은 것은 엄연히 다르다. 앎은 깨닫기 위한 조건에 불과하다.'

내가 안 것을 깨닫기 위해서 '학(學 배울학)'도 필요하고 '호학(好學 좋을호 배울학)'도 필요합니다... 우리 내부에서는 바깥에서 들어온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읗 해야 합니다.

나만의 단어를 만들어야 합니다.  21


최근에 자주하는 생각인데 지혜란 것은 크고 넓은 것, 많이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한 움큼인 것 같아요.  22


'독서와 학습은 객관적인 앎이다. (중략) 사색은 주관적인 깨달음이다.'

책에 쓰여 있는 것은 객관적인 앎입니다. 사색은 주관적인 깨달음인거죠. 이게 지식과 지혜의 차이 같아요. 독서는 주관적인 깨달음을 지향해야 합니다.  22


'나만의 고유한 사색에 의해 어떤 진리에 도달했으면, 비록 그 내용이 앞서 다른 책에 기재되었을지라도 타인의 사상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체험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색을 통해 기대하는 결과는 단순히 산 정사엥 도달했다는 물리적 결과만이 아니라 정상에 도달하는 동안 겪었던 체험도 포함되어 있다.'  23


'그대의 조상이 남긴 유물을 그대 스스로의 힘으로 획득하라.'  24


언제까지 읽기를 끝내야지 하고 목표를 정하지 마시고, 얼마만큼 내 것으로 만들 것인지에 방점을 찍으셨으면 합니다.  24


'읽기 쉽고 정확하게 이해되는 문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주장하고 싶은 사상을 소유'해야 한다.'

너무나 상식적인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게 없이 원고지 12매를 채우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25


'학식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쉽게 말하고, 학식이 부족할수록 더욱 어렵게 말한다.'  26


'"...(상략) 보는 법을 배우라!" 바로 그 순간 작가는 모습을 감춘다. 바로 이것이 독서의 가치이자 한계이다. 시작임에 불과한 것을 마치 규범인 것으로 여기는 것은 독서에 지나치게 큰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독서는 정신적인 삶의 도입부에 있다. 독서는 그러한 삶에 안내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구성하지는 않는다.'

나와 다른 영혼이 개입하도록 허용하되, 그때 들어온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어내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28


책을 통해 알았으면 그것을 내 삶을 변화시키는 연료로 써야 하는 것이고, 삶에서 앎을 행하면서 바꿔나가야 된다는 말입니다. ..

알랭 드 보통도 비슷한 얘기를 했어요. "모든 독자는 자기가 읽은 책의 저자다."  29


책이 중요한 이유는 새로운 시선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33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말재주와 옷뿐인, 예술가인 체하는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만 조화로운 비율을 한 대상을 찾는다. 하지만 진정한 예술가에게는 주변의 모든 것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작은 근육 하나조차 의미를 가진다.'

주변의 것을 아름답게 보는 시선, 예술의 역할이기도 해요.  38


처음 보는 사람한텐 정말 엄청난 물건인 거죠. 그러나 익숙한 우리에겐 그것이 전혀 새롭지 않아요. 흥미도 없고요. 관습 안에 갇혀 아름다움이 약해진겁니다. 그걸 일깨워주는 것이 예술이고 독서라는 게 프루스트의 이야기죠.  40





2강 관찰과 사유의 힘에 대하여


- <곽재구의 포구 기행> <길귀신의 노래>  곽재구

  <시를 어루만지다> 김사인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법인


'나란히 누워 서로의 살갗을 부비는 집들, 담장들, 빤히 들여다보이는 이웃들의 꿈, 가난, 숨결들.'

별 볼일 없는 풍경, 그것을 주목하는 힘. 그게 삶의 지혜이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이자, 시인의 재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문장이에요.  53-54


'짧은 길을 긴 시간을 들여 여행한 사람은 경험상 행복한 사람입니다.' ..

짧은 길을 긴 시간을 들여서 여행하려고 노력하는 것, 많이 보려고 하지 말고 자세히 보려고 하는 것이 중요해요. 책 읽는 것도 마찬가지 같아요. 제가 다독 콤플렉스를 버리자고 자주 말하는데요. 자랑하려고 많이 읽는 게 핵심이 아니죠. 얼마나 체화했느냐, 얼마나 내 인생에 좋은 영향을 미쳤느냐 이런 것들이 중요합니다.  57


우리의 삶은 모호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명료한 답을 원해요..."어떠한 일반론도 각자 삶의 특수성 앞에서는 무력하다"  61

'한국의 나폴리 ..(중략).. 이런 비유 당신도 좋아하나요. 소박하고 따뜻하고 성실한 자신의 무엇인가를 바보스럽게 위축시키는..'

우리가 무심히 쓰는 말들이죠. 들을 때마다 어딘가 좀 불편한, 한국의 스티브 잡스, 한국의 빌 게이츠, 한국의 누구누구, 이런 표현 속에는 언급하고 있는 그 개인의 존재감에 대한 배려가 없는것 같아요.  63


'살아 있음이란 내게 햇살을 드에 얹고 흙냄새를 맡으며 터벅터벅 걷는 일입니다.'

이 글을 보고 저는 '나이가 한 살 더 든다는 건, 봄을 한 번 더 본다는 것'이라고 썼습니다.  66


거듭 말하지만 많이 읽는 것보다 제대로 읽는 게 저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71


'시를 쓰고 읽기 위해서는 개념의 운용 능력보다는 실물적 상상력의 운용 능력이, 공감과 일치의 능력이 더 긴요하게 연습되어야 한다.'

개념을 운용하는 능력은 법전 해석이나 논리적인 이야기에서는 중요하겠죠. 철학에서는 아주 엄밀하게 중요하겠죠. 철학에서는 이런 실물적 상상력은 배제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학은요, 실물적 상상을 해야 하고, 정서적 공감을 하며, 거기에 내 마음을 일치시키는 능력이 있어야 해요.  73


문학에 임하는 상상력은 이러한 표피적 사실 진술에 잘 만족하지 못한다. 그날 새벽 이순신의 조반상 위에는 어떤 음식이 올랐는지, 그의 심경이 어떠했을 것인지, 그날 바다 빛깔은 어땠는지, 세수는 제대로 했을 것인지, 옷차림은 어땠을 것인지, 방문을 나서는 그의 수염발이 동짓달의 바닷바람에 어떻게 쓸렸을 것인지, 휘하 병사들 하나 하나는 그 심경과 얼굴 표정이 어땠을 것인지 등등 까지를 궁금해한다.

쉽게 말해 4D 영화입니다. 시를 4D로 읽으라는 거예요. 2D로 읽지 말고 문장을 일으켜 세워서 바람도 느끼고, 물방울 튀는 것도 느끼면서 읽으라는 거죠.  74


법정스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지식은 밖에서 들어오지만 지혜는 안에서 우러나온다고요. 사유하는 시간을 갖기 않으면 내 안에서 자생적으로 우러나오는 것들을 못 건져냅니다.  84


'목표가 곧 인생의 목적이고 꿈이라고 착각하는 세상.'

'수행은 늘 깨어 있는 삶을 사는 일이다. 깨어 있다는 것은 늘 자신을 성찰하고 생각을 높이며 끊임없이 성숙시키는 것이다. 성찰은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살피는 것이다. 사색은 사물과 일에서 참되고 깊은 의미를 찾는 일이다.'  86


'달은 어디에나 있지만 보려는 사람에게만 뜬다.'

친구가 되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조지아 오키프의 말처럼, 노력해야 해요.  89






3강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미성의 시간이다 


-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레프 톨스토이

  <미크로메가스,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볼테르



'세상사에 시선이 따뜻한 사람이 시인이다. 

시를 안 써도 시인이다.'  97


토스토이는 작품마다 자신이 살던 시대의 흐름, 당대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등장인물들을 통해 투영해놨습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 스토리 중심으로 보기보다는 문장을 구석구석 살피며 작가가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 하며 읽습니다.  102


'인간이란 흐르는 강물과 같다.'

저는 '사람은 물이다'라는 얘기를 자주 합니다. 사람은 고여 있지 않죠.  103


'식사를 준비하고 집을 청소하고 빨래를 하고

 일상적 노도을 무시하고서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

알랭드 보통은 "우리는 아이를 위해 빵에 버터를 바르고 이부자리를 펴는 것이 경이로운 일임을 잊어버린다"고 말했습니다. 행복은 거기 있는 건데 말이죠.  104


'육체노동이 정신적인 삶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은 정반대이다.

  육체노동을 할 때만이 지적이고 영적인 삶이 가능하다.'

그래서 몸을 번잡하게 만들어야 해요. 잘 살려면 몸을 번잡하게 하고 마음을 평화롭게 해야 합니다.  109


'다른 사람에게서 배운 진리는 그저 몸에 살짝 붙어 있는 데 그치지만 스스로 발견한 진리는 몸의 진정한 일부가 된다.'  117





4강 시대를 바꾼 질문, 시대를 품은 미술


- <1417년, 근대의 탄생> 스티븐 그린블랫

  <시대를 훔친 미술> 이진숙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에게 끊임없이 토론을 요청하며 질문을 던졌어요.  144


오직 하나만의 목적을 위해 질문을 내려놓은 시대, 중세와 닮아 있지 않나요?  146


불교에서 수행의 최종 목적은 황새잉 아니라 멸(滅 멸망할멸)이랍니다. 다시는 무엇으로도 태어나지 않는 것이죠. 더 좋은 무엇으로 태어나도 연(緣 인연연)은 필시 생길 따름이고 그러면 삶은 또 다시 무거워질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영원히 태어나지 않는게 목적이랍니다.  149


'모두들 기성 제도와 관습, 관행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기에 새로워져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이것에 예술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친부살해의 욕망입니다. 자기 아버지를 죽여야 하는 거예요. 자기 아버지를 죽여야 비로소 새로운 가치가 태어나는 거니까요.  173


시대가 너무 물질적인 가치만 따르며 가다 보니까 나는 다른 길을 찾겠어 한 거죠. 또 다시 친부살해이지요.

'미래를 얻기 위해서 현실과는 단절이 필수적이다. 추상은 구상의 억압과 배제 위에서 탄생한다.'

추상은 두 가지예요. 구상이 비구상화 되는 추상이 있고 시작부터 완전한 추사으로 출발하는 추상이 있어요.  174





5강 희망을 극복한 자유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기행문


- <스페인 기행> <영국 기행> <카잔차키스의 천상의 두 나라>(<일본 중국 기행>개정판) 니코스 카잔차키스


소재보다는 그 소재를 해석해내는 카잔차키스의 역량을 높이 봤스빈다. 카잔차키스의 기행문을 읽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이 그 부분입니다. 여행지 자체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여행지를 소재로 한 작가의 생각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말이죠. .. 

카잔차키스의 기행문은 '대상에 대한 저자의 사색'이 주제가 됩니다. ..

카잔차키스의 기행문은 '어떻게 삶을 대할 것인가?'라는 한 가지 방향으로 흐릅니다. 그는 온몸이 촉수인 사람으로 살고 싶었습니다. 순간순간 예민하고 싶어 했죠. 

'나는 그런 영혼이오. 세계를 만지는 촉수가 다섯 개 달린 덧없는 동물.'  182-183


왜 온몸이 촉수인 삶을 살아야 할까요?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어디에도 완벽한 것은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현명하게 사는 방법은 그 순간을 온전하게 사는 것뿐이죠.  184


'행복은 하늘이나 땅의 딸이 아니라 인간의 딸이다.'

행복은 어디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니므로 우리가 찾아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장자 얘기를 하나 인용해요.

'하늘 아래에는 가을의 작은 나뭇잎 이상 위대한 것은 없다!'

이것은 소재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입니다.  185


'보고 듣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서둘러서는 안 된다. 서두르면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듣지 못할 것이다.'

한 사물을 오랫동안 바라보면 영혼이 훈련이 된 사람들은 그 한 장면을 보고도 그 장면 속에서 많으 이야기들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반면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여러 나라르 다녔다 할지라도 아무것도보지 않은 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작가는 속도에 대한 이야기를 한 다음에 이런 말을 합니다.

'나는 성급함과 초조함과 서두름을 극복했다.'

'예술품의 완전한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예술품이 태어난 나무와 물과 언덕 사이에서 그것을 보아야 한다.'  188


아무런 감정도 없고 깊은 접촉도 없이 세상을 냉담한 시선으로 보는 영혼에게는 '객관적인' 진리 - 그것은 얼마나 하찬ㅎ은 것인가! - 만이 존재할 뿐이다. 고통스럽게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은 신비로운 교접을 통해 자신이 보는 풍경과, 마주치는 사람과, 선택하는 사건과 소통한다. 따라서 모든 완벽한 여행자는 항상 자신이 여행하는 나라를 창조하는 것이다.'

풍경들을 객관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들어가서 온전히 느껴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만의 여행을 할 수 있어요. ..내가 읽고 내 속에서 해석되어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되면 비로소 그때에 좋은 책이 되겠지요. 

모두 똑같은 여행은 없습니다.  189


'다른 사람들 앞에서 미소를 지으며 서 있게나.

자신 앞에서는 엄격한 얼굴로 서 있게나.

절망적인 상황에서는 용감하게 서 있게나.

일상 생활에서는 기분 좋은 얼굴을 하게나.

사람들이 자네를 칭찬할 때면 무심하게나.

사람들이 자네는 야유할 때면 꼼짝도 하지 말게나.'  189-191



인류사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나예요.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내 인생이니까 그런 겁니다. 세상의 모든 잘난 것들도 내 안의 입법자와 협의해서 동의가 되면 그때 받아들이는 거예요.  197


'사람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가 읽는 대목의 의미를 알고 싶다면 오직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단단하든 부드럽든 단어들의 껍질을 깨고, 그 단어 속으로 들어가 그곳에 응축되어 있는 의미가 자신의 가슴속에서 폭발하게끔 해야 하는 것이다. 작가의 기술이란 인간의 정수를 알파벳 문자들에 압축해 넣는 마술,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독자의 기술은 그 마술적 장치들을 열고 그 속에 갇혀 있는 뜨거운 불이나 부드러운 숨결을 느끼는 것이다.'

김사인 선생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작가는 인간의 정수라 할 만한 무언가를 몇 개의 알파벳 속에 집어넣었어요. 그걸 우리가 제대로 읽으려면 그 문자를 풀어야 해요. 봉인을 해제해야 합니다. 이것은 문장을 일으켜 세운다는 것과 같은 의미죠.  202-203


'나는 이 세상에 왔던 것에 만족합니다. 내가 무수한 고난을 겪었음에, 중대한 실수들을 저질렀음에, 만족합니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겠지만, 실수를 했다고 해도 결과를 받아들이며 다시 살아가죠. 아모르 파티(Amor fati)입니다.  203


'순간이 온전하기 위해서는 

그 순간이 완벽해야 한다.

부족함 없어야 하고 바라는 게 없어야 한다.

모든 희망의 극복이 필요하다.'

언젠가 노트에 적어놓은 메모입니다.  210






6강 장막을 걷고 소설을 만나는 길


- <커튼> 밀란 쿤데라


밀란 쿤데라는 들라크루아의 유명한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예로 드는데요. 그 그림은 철저한 해석입니다. 들라크루아가 생각한 자유의 여신의 이데아를 그려놓은 작품이죠.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이 유명한 그림은 들라크루아가 선해석의 커튼에 있는 장면을 그대로 베낀 것이다. 바리케이드 위에서 한 젊은 여자가 심각한 얼굴로 가슴을 드러내놓고 겁을 주고 있다. 그 여자 옆에는 권총 한 자루를 손에 쥔 코흘리개가 있다.'

쿤데라가 보기에 이 그림은 키치의 전형입니다. 자유의 여신이 깃발을 들고 있는 바로 옆을 보세요. 옆에서 죽어가는 살마들의 비명소리나 피비린내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자유의 여신의 가슴은 전쟁터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깨끗하잖아요. 이런 것들이 전부 키치인 거예요. 쿤데라는 이렇게 말을 잇습니다. 

'내가 이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렇다고 이 그림이 명화의 대열에서 제외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226-228











''말 그대로의' 역사, 즉 인류의 역사는 이제는 없는 것들, 직접적으로 우리의 삶에 참여하지 않는 것들의 역사다. 예술의 역사는 가치의 역사이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 항상 현존하는 것, 항상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의 역사다. ..'

마차를 생각해보세요. 요즘 누가 마차를 타요. 없어졌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지금 우리는 아직도 몬테베르디라는 16세기의 작곡가도 만나고 스트라빈스키라는 20세기의 작곡가도 만나고 있어요. 이들은 각자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만약 진보의 역사를 잣대로 두고 판단한다면 몬케베르디의 음악은 없어졌어야죠. 과학이 추구하는 것이 '더 나은(better)'의 세계라면 예술이 추구하는 것은 '다른(different)'의 세계입니다. 남들과 어떻게 다를 것이냐.  234-235


키치는 앞에서도 언급했는데요, 다시 말하자면 편집입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겠다는 겆. 로맨티스트는 모두 키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로맨티스트는 어떤 상황이든 낭만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이거든요. 지극히 주관적이죠. 로맨틱한 상황에 방귀 냄새가 나서 되겠어요? 로맨틱한 사람은 그 순간 농담을 던지면 뺨을 때리겠죠. 정신 못 차린다고 말입니다. 그렇지 때문에 재치라는 것이 매 순간 좋기만 한건 아니에요.  241


'그러나 몽상은 그만! 우리 모두는 출생의 날짜와 장소에 절망적으로 못박혀 있다. 우리의 '자아'는 우리 삶의 구체적이고 유일한 상황을 벗어나서 생각할 수 없으며, 이러한 상황에서만 그리고 그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처한 조건을 벗어나서 우리의 자아를 생각할 수 없어요. 상황이 중요한 거죠. 내가 어느 나라에서, 어느 시대에 태어나, 어떤 상황 속에 살고 있느냐에 못 박혀 있는 겁니다. 이런 것들을 주목한 사람이 프란츠 카프카입니다. 카프카는 이 사람이 귀족이든 아니든, 성격이 좋든 그렇지 ㅇ낳든,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고 당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소설을 씁니다. <성>과 같은 소설이 그렇습니다.  252-253



니체가 이런 말을 했죠.

'16세기에 교회의 타락이 가장 덜한 곳은 독일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바로 그곳에서 종교개혁이 일어났음을 지적한다. 오직 "타락의 초기에만 타락을 참을 수 없다고 느끼기"때문이다.'

이탈리아의 교회가 더 많이 타락했지만 독일에서 종교개혁이 일어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거죠. 타락이 몸에 배면 익숙해지고 무뎌지게 되거든요.  

'카프카 시대의 관료주의는 오늘날과 비교할 때 순진한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카프파는 관료주의의 끔찍함을 간파했고 그 후로 관료주의는 일상적이 되어 이제는 아무도 과심을 갖지 않는다.'

카프카가 그 시대의 관료주의를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초기 관료주의의 끔찍한 모습을 예민하게 감지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현실이 전혀 부끄러움 없이 되풀이된다면, 그 반복되는 현실에 직면한 사상은 결국 언제나 입을 다물게 되는 법이다.'

이게 참 무서운 것 같아요. 조심해야 할 거고요. 예를 들어서 약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들이 이 사회에 계속 존재하고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런 문제들에 무덤덤해지는 거죠. 우리는 아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들이지만, 제3자의 시선에서 잡히는 문제들도 분명히 있죠. 시스템의 사회, 관료주의적 사회는 익명성의 시대로 이어집니다.

'예전에 우리 부모들이 휴가를 떠날 때면 기차가 출발하기 십 분 전에 역에서 표를 샀다. 그들은 시골 호텔에 묵었고 마지막 낳 주인에게 현금으로 숙박료를 지불했다. 그들은 아직 슈티프터의 세상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휴가는 다른 세상에서 일어난다.'

오늘날 그런 시대는 끝났죠. 나의 휴가는 다른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우리가 먹는 고기를 생각해보세요. 옛날에는 내가 먹는 고기가 어디서 온 건지 다 알고 먹었는데 지금은 모르죠. 익명성의 시대니까요.

'에어프랑스의 관리들과 노조 관리들 사이에 일어났던 분쟁이 파업으로 이어진다. 전화를 수없이 돌리고 난 후에야 에어프랑스에서 한마디 사과도 없이(K에게 사과를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행정은 예의범절 저 너머에 있다.)환불을 받고, 기차표를 산다.'

이게 상황입니다. 누구를 욕하겠어요. 시스템 때문에 어쩔 수없는 거잖아요. 내가 에어프랑스 티켓을 샀으니 비행기를 타고 가는 건 내 권리예요. 그런데 내가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노조 문제가 생겼대요. 이때 나의 민원을 접수한 창구의 사람들은 나에게 미안해 하지 않아요. 그저 환불해주겠다고 간단히 말할 뿐이죠. 이런 얘기들이 이미 카프카의 소설에서 K를 둘러싼 상황을 통해 묘사되면서 예측됐던 것이죠.  254-256


익명성뿐만이 아닙니다. 자유의 개념도 예외 없이 바뀌었죠.

'자유의 개념. 측량사 K에게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기관은 없다. 그러나 정말로 완전히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을까? 모든 권리를 가진 시민이라 해도, 가장 가까운 자기의 환경, 자기 집 밑에 지어진 주차장과 창문 바로 맞은편에서 웅웅거리는 확성기를 과연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그의 자유는 무한하지만 그만큼 무력하다.'

지금 우리의 모습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행동을 금지하는 기관은 없어요. 그러나 우리는 정말 자유로워졌나요? 사생활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법으로 사생활을 보장받고 있어요. 그러나 SNS를 통해 우리의 모든 것이 기록되고 있지 않나요? 진짜 사생활이 있는 건가요? 무력할 수밖에 없죠. 이런 시대로 들어섰어요. 시간의 개념도 변화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의 개념. 한 인간이 다른 인간과 대립할 때는 동등한 시간 두 개가 대립한다. 덧없는 인생의 제한된 시간 두 개.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사람 대 사람으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과 맞닥뜨린다. 젊음도, 노화도, 피곤도, 죽음도 모르는 존재. 인간의 시간을 초월하는 존재. 인간과 행정은 서로 다른 시간을 산다.'

지난겨울 폭설로 무더기 결항이 된 제주공항 사태 때처럼 책임지는 사람 없이 개인이 바로 행정이라는 거대한 시스템과 맞닥뜨리는 거예요. 결국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요.

'측량 기사 K를 짓누르는 것은 잔인성이 아니라 성의 비인간적 시간이다. 인간은 면담을 요청하고 성은 그것을 뒤로 미룬다. 소송은 길어지고 삶은 끝이 난다.'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가 겪는 일들이에요. 모험도 개념이 바뀌었답니다. 그 옛날의 모험은 내가 모험을 떠나겠어 하고 결심하면서 시작이 되었는데요.

'모험의 개념. 예전에 이 단어는 자유와 마찬가지로 삶에 대한 찬미를 나타냈다. 개인의 용감한 결정으로 자유롭고 확고한, 놀라운 일련의 사건이 시작되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들은 지금 모험의 길에 올랐습니다. 그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시민이 됐어요. 그 사람드의 성격이나 성향이 바뀌었습니까? 아닙니다. 이것은 상황입니다. 모험에 들어선 것은 그 사람의 의지인가요? 상황 때문이잖아요. 어쩔 수 없는 상황, 그것은 존재론적으로 돈키호테의 모험과는 전혀 다르죠. 그렇다면 그 모험은 특정한 누군가에게만 찾아오는 일입니까? 아니죠.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지만 나에게도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어요. 어쩔 수 없는 그 상황이 우리에게도 생긱고 나면 우리의 삶 역시 완전히 바뀔 겁니다. 이런 시대에 대한 이야기들은 <커튼>에 들어 있어요.

'싸움의 개념 역시 모험과 비슷하다. (중략) 몸 대 몸의 싸움은 없다. 보험, 사회보장, 상업조합, 법원, 국세청, 경찰, 도청, 시청, 우리의 적에게는 몸이 없다.'

어느 순간 다 우리의 적이 될 수 있는 것들이죠.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적이 될 수 있죠.

'그 모든 소동 후에 K는 지쳐서 죽는다.'

K에 우리 이름을 대입하면 딱 들어맞을 것 같지 않으십니까? 대단한 통찰이에요. 이게 바로 카프카입니다. 놀라울 정도로 지금 우리들이 사는 시대와 꼭 들어맞습니다. 시대를 앞서 읽은 소설이네요.  256-258






7강 소설이 말하는 우리들의 마술 같은 삶


- <콜레라 시대의 사랑>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한밤의 아이들> 살만 루슈디







8강 나만을 위한 괴테의 선물, 파우스트


- <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라.'

방황하지 않는다는 건 노력하지 않는 거죠. 삶을 향한 어떤 노력들과 그로 인한 방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풀어가야 하는지, 이 한 문장에 잘 나와 있어요.  329


'그러면 고서(古書 옛고 글서)들이 신성한 샘물과 같아서,

 그걸 한 모금 마시면 갈증을 영원히 진정시켜준단 말인가?

 그것이 자네 자신의 영혼에서 솟아나지 않는다면,

 결코 상쾌한 마음을 얻지는 못할 것일세.'

체화되지 않는 지식들은 무용합니다. 좀 더 자세히 들어가볼까요? 고서에 적힌 훌륭한 말들이 신성한 샘물처럼 여겨지겠지만 그것들이 갈증을 영원히 진정시켜줄 순 없습니다. 그 말이 내 내면 속에서 영혼속에서 계속해서 솟아나야만 갈증이 가랑앉겠죠. 책을 읽었으면 그걸 내 것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겁니다.  333


'그러나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지 않는다면,

 결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할걸세.'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노자가 말했죠. 진실한 말에는 꾸밈이 없고, 꾸미는 말에는 진실이 없다고요. 이걸 <파우스트> 버전으로 볼까요?

'이성이 있고 올바른 생각만 있으면,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연설은 저절로 나오는 법일세.

 자네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진지하다면, 

 말마디를 꾸미려고 애쓸 필요가 있겠는가?'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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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 울림의 공유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개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 1904년 1월, 카프카, [저자의 말] <변신> 중에서 


인간에게는 공유의 본능이 있다. 울림을 공유하고 싶다.



1강 시작은 울림이다


- 이철수 <산벚나무, 꽃피었는데-이철수 신작 판과 100선전>

  이철수 <마른풀의 노래>

  이철수 <이렇게 좋은 날>

  최인훈 전집 1

  이오덕 <나도 쓸모 있을걸>



저는 여느 독서가들과 비교했을 때 독서량이 평균에 미치지 못할 겁니다. 매번 읽은 책들을 메모해놓는데, 통계를 내보면 일 년에 읽는 책이 서른 권에서 마흔 권 사이입니다. 한 달에 세 권 정도 읽는 건데 독서량이 많은 건 절대 아니죠. 대신 저는 책을 깊이 읽는 편입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꼭꼭 눌러 읽습니다. 여기 제가 써놓은 것들을 프린트해왔습니다. 

우선 저는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좋은 부분들, 감동받은 부분들에 줄을 치고, 한 권의 책 읽기가 끝나면 따로 옮겨놓는 작업을 합니다. 이 강의의 목표는 이런 방식의 책 읽기를 통해 제가 느낀 '울림'을 여러분께 전달하는 것입니다.  14


'땅콩을 거두었다

덜 익은 놈일수록 줄기를 놓지 않는다

덜된 놈! 덜떨어진 놈!'


이 한 줄만으로도 덜된다는 게 이런 얘기구나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익으면 떨어지는데, 익지 않아 '덜 떨어진다'는 겁니다. 이 한 줄이 자연 현상이 인간사로 넘어오는 순간입니다. 현기증 나는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그냥 자연현상인데 순식간에 사람의 것으로 이입이 됩니다.

이철수는 또 저에게 동양철학과 서양철학, 동양의 삶의 태도와 서양의 삶의 태도를 가장 극명하게 비교하게 해주었는데요, 그것은 역시 판화 [가을사과]에 쓴 한 줄의 글이었습니다.


'사과가 떨어졌다

만유인력 때문이란다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과가 떨어진 걸 만유인력 때문이라고 기거이 과학적으로 밝혀내고야 마는 것은 서양의 장점입니다. 그리고 동양의 장점은 때가 되어서 떨어지는 걸 왜 안달복달 난리들이야 하며 자연을 아우르는 철학입니다... 서양의 장점이 가져다준 문명적인 혜택, 충분히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의 자연적 재앙도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이제 자연현상을 '때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파악하는 동양의 지예가 다시 힘을 발휘해야 할 때가 되었구나 생각합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런 것이 통찰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저에게 창의력이 무엇이냐고 자주 묻는데, 저는 이런 통찰이 창의력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사과를 많이 봤지만, 뉴턴이나 이철수와 같은 생각은 한 번도 못해봤습니다. 같은 것을 보고 다른 것을 생각할 줄 아는 것이 이 사람의 힘인 것이죠.  22-23


소설가 김훈에 따르면 글쓰기는 자연현상에 대한 인문적인 말 걸기라고 합니다. 자연은 자연이고 인간의 글은 인문(人文)이잖아요. 그런데 자연을 해석하려고 인문이 노력을 하는 겁니다. 쉽지 않죠? 조금 설명을 덧붙인다면, 

'산에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예전에는 김소월의 [산유화]라는 시를 좋은 줄 모르고 들었습니다. '그게 뭐야, 당연히 산에 꽃이 피지 뭐'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김훈이 이렇게 안내해줬습니다. "이 노래는 말을 걸수 없는 자연을 향해 기어이 말을 걸어야 하는 인간의 슬픔과 그리움의 노래로 나는 들린다"라고 말이죠. 멋진 걸 보고 '우와'라는 표현밖에 못 하는 사람과 다르게 그들은 기어이 말을 걸고 싶은 인문적인 갈증이 있는 것입니다.  25


'깊은데 

 마음을 열고 들으면

 개가 짖어도 

 법문이다' - [개소리] 전문 26


어른들은 .. '지식'으로 세상을 봅니다.

아이들이 .. '감성'으로 본 겁니다.  36


'시골집 선반 위에

 메주가 달렸다.

 메주는 간장, 된장이 되려고

 몸에 곰팡이가 

 피어도 가만히 있는데,

 우리 사람들은

 메주의 고마움도 모르고

 못난 사람들만 보면

 메주라고 한다.' - 부산 감전국교 6년 이경애, [메주]


'껌은 빳빳하지요.

 그러나 입속에 넣으면

 사르르 녹지요.

 아무리 나쁜 사람도

 껌과 같지요.


 모두가 나쁜 사람이라고 

 팽개쳐버려도

 누군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감싸 주면

 껌과 같이 사르르 녹겠지요.

 딱딱한 마음이

 껌과 같이 되겠지요.' - 부산 감전국교 6년 김경숙 [껌 같은 사람]  39-40


사람은 물입니다. 조용한 데 이르면 조용히 흐르고, 돌을 만나면 피해가고, 폭포를 만나면 떨어지고, 규정된 성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톨스토이 소설에 악당이 없다..  40


창의성과 아이디어의 바탕이 되는 것은 '일상'입니다. 일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고, 대처 능력이 커지는 것이죠. 

요즘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고수들이 일상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구나 싶습니다. 박재삼이, 존 러스킨이, 헬렌 켈러가 같은 생각을 했어요. 사과가 떨어져 있는 걸 본 최초의 사람이 뉴턴이 아니잖아요. 사과는 늘 떨어져 있지만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은 겁니다. 상황에 대한 다른 시선, 절박함이 사과를 보고 이론을 정리하게 했죠. 답은 일상 속에 있습니다. 나한테 모든 것들이 말을 걸고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 들을 마음이 없죠. 그런데 들을 마음이 생겼다면, 그 사람은 창의적인 사람입니다.  45



행복은 지금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삶은 순간의 합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삶을 레이스로 생각합니다.  46


레이스가 된 삶은 피폐하기 이를 데 없죠. 왜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그래서 저는 순간순간 행복을 찾아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행복은 삶을 풍요롭게 해줍니다. 그러나 풍요롭기 위해서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같은 것을 보고 얼마만큼 감상할 수 있느냐에 따라 풍요와 빈곤이 나뉩니다. 그러니까 삶의 풍요는 감상의 폭이지요.  47


중요한 것은 휘슬러의 <화가의 어머니>를 보면서 소름이 돋으려면 훈련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이 "문화미와 예술미는 훈련한 만큼 보인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47-49


시이불견 청이불문(視而不見 聽而不聞 볼시 말이을이 아닐불 볼견 들을청 말이을이 아닐불 들을문). 제가 좋아하는 말입니다. 시청은 흘려 보고 듣는 것이고 견문은 깊이 보고 듣는 거죠. 비발디의 [사계]를 들으면서 그저 지겹다고 하는 것은 시청을 하는 것이고요, 사계의 한 대목에서 소름이 돋는 건 견문이 된 거죠. [모나리자] 앞에서 '얼른 사진 찍고 가자'는 시청이 된 거고요, 휘슬러 [화가의 어머니]에 얼어붙은 건 견문을 한 거죠. 어떻게 하면 흘려보지 않고 제대로 볼 수 있는가가 저에게는 풍요로운 삶이냐 아니냐를 나누는 겁니다. 존 러스킨은 "당신이 보고 난 것을 말로 다 표현해보라"라고 했습니다. 나뭇잎을 봤다면, 나뭇잎의 균형감각이 어떻게 되어 있고, 앞뒷면의 촉감이 어떻게 다르고, 끝부분은 어떤 모양이고, 햇살이 떨어진 각도에 따라 나뭇잎의 색깔이 어떻게 다른지 볼 줄 알면 창의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했습니다.  49-50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51





2강 김훈의 힘, 들여다보기


- <자전거 여행>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자전거 여행2>

  <개-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화장]<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바다의 기별>


구어가 곧 문어(文語 글월문 말씀어)라는 겁니다. 말로 나오는 문장을 그냥 받아적으면 글로 쓸 수 있는 정도입니다.

김훈의 특징은 사실적인 글쓰기를 한다는 겁니다.  59


'탐사취재' 

정밀탐사 ...

김훈의 글은 형용사나 부사를 별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객관적인 사실만 불러내서 정서를 전달하는데, 생각보다 그 힘이 굉장히 큽니다.  60


김훈은 무엇을 보든 천천히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64


'디자인은 단순한 멋 부리기가 아니다.

 디자인은 깊은 생각의 반영이고

 공간에 대한 배려다.'  68


니코스 카잔차키스도 그의 소설 속 주인공인 조르바를 통해 "그에게 두려웟던 것은 낯선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이었다"라고 얘기합니다. 우리는 익숙한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있습니다. 익숙한 것 속에 정말 좋은 것들이 주변에 있고, 끊임없이 말을 거는데 듣지 못한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90


'식물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나무밑동에서 살아 있는 부분은 지름의 10분의 1정도에 해당하느 바깥쪽이고, 그 안쪽은 대부분 생명의 기능을 소멸한 상태라고 한다. 동심원의 중심부는 물기가 닿지 않아 무기물로 변해 있고, 이 중심부는 나무가 사는 일에 간여하지 않는다. 이 중심부는 무위와 적막의 나라인데 이 무위의 중심이 나무의 전 존재를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버티어준다.'

지금 생명활동에는 아무런 관여를 하고 있지 않지만, 중심부가 있지 않으면 나무가 서 있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92


<바다의 기별>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내가 쓴 장편소설 <칼의 노래> 첫 문장은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입니다. (...) 나는 처음에 이것을 "꽃은 피었다"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있다가 담배를 한 갑 피면서 고민고민 끝에 "꽃이 피었다"라고 고쳐놨어요. 그러면 "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는 어떻게 다른가. 이것은 하늘과 당의 차이가 있습니다. "꽃이 피었다"는 꽃이 핀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한 언어입니다. "꽃은 피었다"는 꽃이 피었다는 객관적 사실에 그것을 들여다보는 자의 주관적 정서를 섞어 넣은 것이죠. "꽃이 피었다"는 사실의 세계를 진술한 언어이고, "꽃은 피었다"는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진술한 언어입니다. 이것을 구별하지 못하면 나의 문장과 서술은 몽매해집니다.'  93


'보편적 죽음이 개별적 죽음을 설명하거나 위로하지는 못한다.'

왜군들은 군인으로 오지만 죽을 때는 개인으로 죽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왜군들이 올 때는 군인이라는 집단명사로 옵니다. 나라를 위해서, 국가의 명예를 위해서 오는데 죽을 때는 일본 군인으로 죽는 게 아니라 가족과 헤어져 외롭고 고통스러운 슬픈 개인으로 죽습니다. 죽음은 전부 개별적이라는 이야기죠. 보편적 죽음이 개별적 죽음을 설명할 수 없어요. 그리고 위로할 수도 없고요. 그래서

'인간은 보편적 죽음 속에서, 그 보편서오가는 사소한 관련도 없이 혼자서 죽는 것이다. 모든 죽음은 끝끝태 개별적이다. 다들 죽지만 다들 혼자서 저 자신의 죽음을 죽어야 하는 것이다.'

맞아요. [화장]에 아무리 사랑을 해도 아픔은 전이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픔도 개별적이에요. 냉정하지만 사실이죠. 아무리 자식이 아프다고 해도, 아파하는 걸 보면서 마음이 아플 뿐이지 그 아픔을 진짜 느낄 수는 없어요. 철저히 개별적인 객체입니다. 평소에 너무 아프거나 추해서 의도적으로 보려 하지 않는 것들을 김훈은 날것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렇게 각성과 새로운 시선을 전져주죠. 김훈은 말합니다.

'나는 사실만을 가지런하게 챙기는 문장이 마음에 듭니다.'  96-97





3강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통찰


- <불안>

  <우리는 사랑일까>

  <동물원에 가기>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개정판으로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우리 모두는 불충분한 자료에 기초해서 사랑에 빠지며, 우리의 무지를 욕망으로 보충한다.'

사실 상대에 대한 전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사랑에 빠지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대상이 있으면 그 사람의 어떤 한 면을 봅니다. 말 한마디의 한 컷, 그 사람이 나에게 얘기했던 한순간만 보고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 예쁘다, 멋지다. 매력적이고 좋다고 생각한 뒤 나머지 부분은 다 상상으로 채우죠. 그 상상은 나의 욕망으로 채워집니다.  105


우리는 워홀이 통조림에 했던 발견을 자신에게 해주는 사람을 사랑하게 됩니다. 아마 통조림은 워홀을 사랑하고 평생의 연인으로 삼을 겁니다. 눈물을 흘릴지도 몰라요. 자기를 그렇게 아름답게 봐준 사람이 처음이니까요. 아무도 자기를 중요하게 혹은 예쁘게 안 봐줬어요. 그런데 워홀은 '너 대단히 예쁘다'라고 끌어서 액자 속에 걸어놓아줬어요.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얘기예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상대가 다른 누구도 주목해주지 않았던 어떤 부분을 주목해주거나 다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던 진가를 알아줬을 때 사랑에 빠진다는 거죠. 그걸 연결해서 알랭 드 보통은 워홀이 물감으로 한 일과 사라의 유사점에 대해 또 하나의 이야기를 합니다.

'워홀이 물감으로 한 일과, 오랫동안 있는 줄도 몰랐던, 

코나 손의 점들을 애인이 칭찬해주는 일은 비슷하지 않을까?

애인이 "당신처럼 사랑스런 손목/사마귀/속눈썹/발톱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거 알아? 라고 속삭이는 것과 예술가가 

수프 통조림이나 세제 상자의 미적인 성질을 드러내는 것은 구조적으로 같은 과정이 아닐까?'

대단한 통찰이죠? 우리가 사람에게 하는 것이나 예술가들이 사물에 하는 것이 같은 과정이라는 메시지가 이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또 공감할 만한 건 사랑이라는 게임에서 드러나는 '권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보통 권력이라는 건 '뭔가 할 수 있는 힘'입니다. 그런데 사랑이란 게임에서만큼은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는 것', 그게 권력입니다. 만약에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데, 둘 중 영화를 보고 싶거나 여행을 가고 싶거나 뭘 더 하고 싶은 쪽이 상대를 더 사랑한다는 겁니다. 사실 덜 사랑하는 쪽은 상관이 없는 거죠. "하고 싶은 거 해, 뭘 하든 상관 없어"라고 적당히 무관심한 듯 물러서서 아무 의견을 내지 않아요. 그래서 사랑에서의 권력은 무엇을 할 수 있는 느엵이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것이 능력이라는 뜻입니다.

'다른 영역에서와는 달리, 사랑에서는 상대에게 아무 의도도 없고, 바라는 것도 구하는 것도 없는 사람이 강자다.'  115-116


옛날에는 시인을 볼 견(見 볼견)자를 써서 견자(見者 볼견 사람자)라고 했다죠. 들여다보는 사람, 삶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들이 못보는 것을 발견하는 사람이 바로 시인이라는 뜻일 겁니다.  123


카프카가 한 말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냐.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129


책을 많이 읽고 인문적인 소양을 갖춘 사람들은 촉수가 민감해지죠.  130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에 존 러스킨의 "말로 그림을 그려보라"라는 말을 인용했는데요. 그런 것이죠. 말로 그림을 그리듯 자세히 볼 줄 알아야 합니다.  134





5강 햇살의 철학, 지중해의 문학


- 김화영 <행복의 충격-지중해, 내 푸른 영혼> <바람을 담는 집>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김화영 예술기행>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천상의 두 나라>

  로버트 카플란 <지중해 오디세이>

  알베르 카뮈 <이방인>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장 그르니에 <섬>

  릴케 <말테의 수기>


영혼을 구원한다는 이유로 신부가 당신을 위해서 기도하겠다고 하자 뫼르소는 처음으로 불같이 화를 내며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너는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으니, 살아 있는 것에 대한 확신조차 너에게는 없지 않느냐? 나는 보기에는 맨주먹 같을지 모르나 나에게는 확신이 있어.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한 확신.'  217





6강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키치의 세계는 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보기 때문이죠. 체제가 다를 뿐 모든 세계에 키치가 존재하는 겁니다. 작가는 키치에 의해 유발된 느낌은 가장 많은 사람들에 의해 공감될 수 있어야만 하기 때문에 과감한 짓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

'그녀는 일생 동안 자신의 적은 키치라고 단언했었다. 그러나 그녀 자신조차도 자신의 존재 깊숙한 곳에 키치를 품고 살았던 것을 아닐까? (...) 텔레비전의 멜로드라마 속에서 배은망덕한 딸이 버림받은 아버지를 품 안에 껴안는 모습이나 행복한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의 창문이 황혼 속에서 반짝이는 것을 보면, 그녀는 두 눈이 축축해지는 것을 느꼈다.'  266





7강 불안과 외로움에서 당신을 지켜주리니, 안나 카레니나


-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1,2,3


'기계적 인문'. 기계적 인문은 제가 만든 말인데, 땅에 발을 디딘 현실적인 인문학이 아니라 기계적으로 이론만 가지고 사회를 파악하려고 하는 인문을 말합니다. 기계적인 인문을 하는 사람들은 현실과 부딪혀 문제를 풀지 않아요. 책으로만 배운 인문은 민중의 해방을 위해 민중을 교육시켜야해요. 그런데 민중이 일을 해야 하니 일을 하게 둬요. 그리고 밤늦게 일이 다 끝난 후 학습을 시켜요. 그 학습은 민중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시간 투자이기 때문에 절대 빠져서도 안 돼요. 그러니까 잠을 못 자게 하고, 술 한 잔도 정신이 흐트러져 안 된다고 금지하는 거예요. 민중은 그게 싫어요. 사실 그들은 대단한 미래를 바라지도 않아요. 현재도 충분히 행복하니까요.  286






8강 삶의 속도를 늦추고 바라보다


- 법정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손철주 <인생이 그림 같다-미술에 홀리느 손철주 미셀러니>(<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재출간)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미술이야기>

  오주석 <한국의 미 특강> ㅡ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2 권 <그림 속에 노닐다>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프리초프 카프라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한형조 <붓다의 치명적 농담>



'뼈빠지는 수고를 감당하는 나의 삶도 남이 보면 풍경이다.'

모든 삶이 그 사람한테는 감당하기 힘든 것이지만 멀리서 보면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죠. 그러고 보니까 모든 근경은 전쟁이고, 모든 원경은 풍경 같습니다.  322-323


벗나무 아래 엄숙할 것 없는 문명사. 자연사보다 결코 대단할 것 없는 문명사. 예술을 한 번도 동경한 적 없는 자연.  327


'형상이 드러나지 않은 여백을 바라보는 것은 아무것도 보지 않는 것과는 다르다. 거기에는 마치 위대한 음악의 중간에 침묵의 몇 초를 기다리는 순간과 같은 마음 졸임이 있는 까닭이다.'

'침묵의 위대함은 앞뒤의 음향이 만든다. 그림 속 여백의 의미심장함은 주위의 형상이 조성한다.'  329


'예술의 격조란 정확히 감상자의 수준과 자세만큼 올라간다.'  334


우리는 책에 대한 긍정적인 편견이 있습니다. 책이면 다 좋다는 편견이죠. 하지만 읽는 시간이 아까운 글들도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점수의 삶의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돈오하려면 깨달음을 줄 만한 좋은 책들을 찾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45


호학심사 심지기의(好學深思 心知基意 좋을호 배울학 깊을심 생각할사 마음심 알지 터기 뜻의), 즐겨 배우고 깊이 생각해서 마음으로 그 뜻을 안다는 뜻입니다. 비단 책뿐 아니라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촉수를 모두 열어놓으면 풍요롭고 행복한 인생을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행복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잔디이론으로 봅니다. 저쪽 잔디가 더 푸르네, 저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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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리영희 선생은 말한다. 진실, 진리, 끝없는 성찰, 그리고 인식과 삶을 일치시키려는 신념과 지조. 진리를 위해 고난을 감수하는 용기. 지식인은 이런 것들과 더불어 산다.  47-48



우리 모두는 갖가지 편견과 고정관념을 지니고 산다. 이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모든 종류의 통념이 논리적, 경험적으로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일일이 시험하고 검토할 수 없는 일이기에, 많은 경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관념과 사고방식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나는 맬서스와 얼마나 다른가. 내가 옳다고 믿는 것, 내 신념을 받치고 있는 수많은 통념들 가운데 그릇된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없을 것인가? ..

<인구론>과 맬서스는 금이 간 거울이다. 내 생각도 그릇된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일그러져 있지 않은지 경계하면서, 거기에 나를 비추어 본다. 생각은 때로 감옥이 될 수 있다!  90-91



배불리 먹고 편안하게 지내기만 하면서 배우지 않으면 백성은 짐승에 가까워지므로...  126



마르크스는 사회를 "대립하는 계급의 통일"로 보았다. 그의 세계에는 언제나 투쟁이 진행 중이며 혁명이 준비되고 있다. 그는 부르주아 독재를 타도하는 프롤레타리아트의 계급 혁명이 필연적이며 그것이 역사의 진보라고 믿었다. 세계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변혁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마르크스가 혁명의 소용돌이에 몸소 뛰어든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베블런의 세계는 유한계급과 생산계급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러나 그의 세계는 매우 안정되어 있다. 여기서는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다. 인습과 제도의 진화가 있을 뿐이다. 보수성은 지배계급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보편적 특성이다. 유한계급의 규범과 생활양식은 모든 사람의 삶을 지배하는 명예로운 표준으로 통용된다. 하층계급은 유한계급을 타도하기보다 그 일원이 되기를 원하며 그들을 흉내 내려고 애쓴다. 사회와 인간을 이렇게 보면 세상의 소란에 신경 쓰지 않고 이방인으로 살다 가는 쪽이 자연스럽다.  238-239


폭력이 '무지'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무지'란 "처지를 바꾸어놓고 생각해보는 능력의 전적인 결여"를 의미한다.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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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은 .. 자본주의와 제국주의가 인간의 자유와 사회의 정의를 파괴한다고 믿었고, 모든 유형의 집단주의와 전체주의를 악으로 규정했습니다.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에서) 글 쓰는 이유를 네 가지로 나누었는데요. 뜻은 그대로 전하되 표현은 제 취향에 맞게 바꾸어 보겠습니다.

첫째는 자기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욕망입니다. 

둘째는 의미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학적 열정'입니다. 자신이 보고 느낀 세상의 아름다움을 글로 표현하고 싶어 하며,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험을 글에 담아 타인과 나누려고 한다는 것이죠. 

셋째는 역사에 무엇인가 남기려는 충동입니다. 자기가 발견한 사실과 진실을 기록해 후세에 남기려고 하는 욕구는 영원한 것에 대한 갈망과 관계가 있습니다. 

넷째는 정치적인 목적입니다. 여기서 정치적인 목적이란 '세상을 더 좋게 바꾸는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입니다.  17-18


사람은 무엇을 글로 쓸까요? 

우리는 내면에 지닌 생각과 감정을 글로 씁니다.  39


글쓰는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답게 글을 쓸 수 있습니다.  42


글 쓰는 사람은 관념에 속박당하기 쉽습니다.  44


글 쓰는 사람이 미학적 열정을 자유롭게 발현하려면 어떤 도그마에도 예속되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게 믿기 때문에 저는 어떤 '주의'가 아니라 '옳은 것'과 '선한 것', 그리고 '아름다운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직관의 힘에 의지합니다.  50-52


예술적으로 쓰고 싶다면 자유롭게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정해진 도그마보다 자기 자신의 눈과 생각, 마음과 감정을 믿는 게 현명합니다.  60


저는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문제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65


'완벽하고 치열한 무플'로 대응하는 것이 저의 '민간요법'입니다. 악플러와 싸우지 마십시오. 달래려 하지도 마십시오. 눈길을 주지 마십시오. 극복하려고 하지도 마십시오. 싸울 가치가 없고, 달랠 수 없으며, 눈길을 줄 이유도 없고, 극복할 수도 없으니까요. 'X무시'가 최선의 대처법입니다.

악플은 그 대상이 된 사람의 잘못이 아니며 그 사람이 해결해야 할 문제도 아닙니다. 악플을 쓴 사람의 내면이 얼마나 남루하며 황폐한지 보여 주는 증거일 뿐이에요.  74


악플 다는 사람을 미워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나쁜 사람만 악플을 다는 게 아니니까요. 다른 사람 처지에서 생각해 보는 태도가 없으면 악하지 않은 사람도 악플을 답니다. 해결해야 할 갈등이 있는데도 소통이 잘 되지 않아 감정이 격해질 때도 그렇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악플은 소통을 가로막는 원인인 동시에 소통이 막혀서 생긴 결과이기도 합니다.  82


우리는 남들이 주는 것을 안 받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마음도 살펴서 받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83


비정상적인 악플과 정상적인 비판 글을 구별하는 기준은 근거가 있는지 여부 하나뿐입니다.

표현이 거칠고 어조가 아무리 격렬하다고 해도 일정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어떤 주장을 한다면 악플이 아닙니다.  88


틀린 주장이라고 해서 악플이 되는 건 아니에요...

우리는 절대 진리를 알지 못합니다. 다만 알려고 노력할 뿐이지요.  89


말이 도무지 통하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제 대답은 내버려 두라는 겁니다. ...

사람은 스스로 바꾸고 싶을 때만 생각을 바꿉니다.  95


도대체 뭘 할 수 있을까요? 대화하는 것뿐입니다. 강요하지 말고, 바꾸려 하지 말고, 이기려고 하지 말고, 무시하지도 말고, 그 사람의 견해는 그것대로 존중하면서 그와는 다른 견해를 말과 글로 이야기하면 됩니다.  96


말로든 글로든, 싸워서 이기려고 하지는 맙시다.  97


상대방이 토론하다 말고 화를 내면 한발 물러서는 게 좋습니다. 화를 내는 것은 논리적으로 흔들린다는 증거입니다.  98


소수의 사악함보다 다수의 어리석음이 사회악을 부르는 때가 더 많습니다.  101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바꾸려면 우리 자신이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덜 어리석어져야 합니다.  102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대답할 수 없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대답할 수 있습니다. 글 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대답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다운 글을 쓸 수 있으니까요.

나는 누구인가? 이름을 묻는 게 아닙니다. '나'라는 철학적 자아의 특성이 무엇인지 묻는 겁니다. 인간 일반의 본성 위에 그 어떤 '자기만의 것'을 세웠는지 말하라는 것이죠.  106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식한다고 해서 정체성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잇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내 것 아닌 게 많거든요. 내가 가진 생각과 감정, 세계관과 인생관은 모두 내가 오감을 동원해서 스스로 경험하고 깨달은 것인가? 자문(自問 스스로자 물을문)해 보면 아니란 것을 바로 알게 됩니다. 우리들 각자의 정신세계에는 문명이 생긴 후 수천 년 동안 철학자와 과학자, 지식인들이 창조한 지식과 정보와 이론의 조각들이 무수히 박혀 있습니다.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것을 '문화유전자(밈, memo)'라고 했습니다.  106-107


나는 누구인가? 이것은 인문학의 중심을 꿰뚫는 질문입니다. 제대로 살아가려면 끊임없이 내가 누구인지 물어야 하고, 일시적이라 할지라도 어떤 대답을 찾아야 합니다.  108


쓰고 싶고 또 의미도 있다 싶은 주제를 찾으면 관련 자료를 읽으면서 글을 구상합니다. 초고는 빠른 속도로 씁니다. 문장의 멋보다는 내용을 채우는 데 초점을 두고 쓰기 때문에 초고의 상태가 좋을 리 없죠. 초고가 다 되면 그때부터는 횟집 주방장이 칼을 벼리는 것처럼 내용과 문장을 다음어 나갑니다.  130


베스트셀러 글을 쓰려면... 문장 쓰는 기술이 첫 번째 조건입니다. 좋은 문장으로 표현한 생각과 감정이 훌륭해야 합니다. 두 번째 조건입니다. ...

세 번째 요소는 감정 이입입니다. 독자가 쉽게 이해하고 깊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써야 한다는 것이죠.  131-132


글로 타인의 공감을 일으키려면 쓰는 사람이 독자에게 감정을 이입해야 합니다. 자신이 쓴 글을 타인의 눈으로 살펴보면서 읽는 이가 쉽고 명확하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지 점검해 보는 것이죠.  135


독자가 깊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글을 쓰려면 두 가지가 있어야 합니다. 첫째는 그렇게 쓰려는 의지, 둘째는 그렇게 쓸 수 있는 능력입니다.  137


감정 이입을 하기 좋게 글을 쓰는 능력에 대해서 말해 보겠습니다. 일반적 원리는 저도 모릅니다. 제가 쓰는 방법을 말씀드릴 테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첫째, 텍스트 자체만 읽어도 뜻을 알 수 있도록 씁니다.

둘째, 텍스트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데 필요한 콘텍스트를 텍스트 안에 심어 둡니다.  140-141


길든 짧든, 텍스트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콘텍스트(context)를 파악해야 합니다.

콘텍스트는 텍스트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환경, 배경, 조건, 사실, 관계, 맥락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콘텍스트를 '문맥'이라 옮기는 분들도 있는데 문맥은 의미가 너무 좁습니다. 텍스트와 쌍을 이루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여기서는 콘텍스트라는 말을 그대로 쓰기로 하겠습니다.

글은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문자 텍스트입니다. 그런데 독자는 나와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내가 쓴 텍스트를 나와 똑같이 해석한다는 보장이 전혀 없습니다. 내가 글에 담은 생각과 감정을 독자도 똑같이 읽어 가도록 하려면 그에 필요한 콘텍스트를 함께 담아야 합니다. 글쓴이가 독자에게 해석의 자유를 무제한 허용하는 문학 글쓰기라면 그렇게 할 필요가 없겠지만, 정보 교환과 소통, 공감을 목표로 하는 생활 글쓰기와 논리 글쓰기라면 그렇게 써야만 제대로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42-143


마크 트웨인의 말로는 딱 맞는 표현과 대충 어울리는 표현은 반딧불과 번개만큼 차이가 크다니까, 퇴고는 정말 중요한 작업이에요.  151


책을 많이 읽는 데 집착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단 한 권을 읽더라도 책 속으로 젖어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남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이해하지도 못할 책, 읽어도 공감이 일어나지 않는 책을 굳이 붙들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161-162


독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공감할 수 없는 책은 올라갈 길이 없는 산과 같습니다. 아무리 대단하고 아름다워도 소용이 없습니다. 길이 있다고 해도 너무 크고 높은 산은 오르기 어렵습니다. 히말라야 봉우리를 아무나 오를 수는 없어요.  162


'배우는 책 읽기'를 넘어 '느끼는 책 읽기'에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169


중요한 문장을 남의 글에서 통째로 가져온 경우에 인용 표시를 하는 정도면 충분해요. 각주나 후주로 출처를 밝히는 것이죠. 원문 그대로 인용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자료를 요약해서 한 문장이나 한 단락을 썼을 때는 참고한 자료가 무엇인지 밝혀 두는 게 좋습니다.  182


<국가란 무엇인가>는 제 자신이 국가의 본질과 진화 과정을 알고 싶어서 공부하면서 썼죠. 국회도서관에서 국가론 관련 책을 검색해서 100권 넘게 빌렸습니다. 하나씩 읽으면서 흥미로운 대목마다 색종이를 붙여 표시했어요. 하나라도 색종이가 붙은 책은 따로 추려서 표시한 대목들을 발췌했습니다. 발췌한 인용문을 큰 주제로 나누어 관련성이 있는 것끼리 묶은 다음 작은 주제로 또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책의 목차를 만들었고, 엮어 놓은 인용문 사이를 헤집고 다니면서 제 생각을 보태 본문을 썼지요.  192-193


사람 따라 책 따라 자료를 찾고 활용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뚜렷한 목표와 방향을 정하고 써야 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어떤 글을 쓰든, 자료를 찾기 전에 먼저 질문을 만들어야 합니다. 질문을 잘 만들면 글은 이미 절반은 완성한 거나 다름없어요.  194


비평다운 비평은 아래 네 가지 조건을 갖추면 된다고 저는 생각.

1) 무엇에 관한 글인지 주제가 분명하다.

2) 필요한 정보를 적절한 논리적 맥락으로 말이 되게 엮었다. 

3) 주제와 무관한 것을 끌어들이거나 엉뚱한 곳으로 가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했다.

4) 꼭 맞는 단어와 표현, 자연스럽고 쉬운 문장으로 주장을 명확하게 전달했다.  205-206


저는 서평이라면 두 가지를 반드시 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에 대한 '객관적 정보'와 비평하는 사람의 '주관적 해석'입니다.

서평은 책 자체를 정확하게 소개해야 합니다. 누가 무엇에 관해 쓴 책이며 그 특성은 어떠한지, 책에 대한 핵심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216


일단 어떤 책인지 최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소개해야 읽는 이가 관심을 갖게 됩니다.

서평은 또한 책을 읽은 소감, 해석, 평가를 담아야 합니다. 그게 없으면 책 소개일 뿐 서평은 아닙니다.  218


글을 잘 쓰려면 문장 쓰는 기술, 글로 표현할 정보, 지식, 논리, 생각, 감정 등의 내용, 그리고 독자의 감정 이입을 끌어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어느 것이 제일 중요할까요? 독자의 감정 이입을 끌어내는 능력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글쓰는 기술은 외모입니다. 롱다니, 브이라인, 에스라인, 빨래판 복근 같은 것이죠. 내용은 사람이 가진 것이에요. 체력, 돈, 재능, 지식입니다. 감정 이입 능력은 성격, 마음씨, 인생관이라고 할 수 있죠. 사람들은 흔히 외모를 부러워하고 돈과 지식을 선망하지만 행복한 삶을 사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성격과 마음씨와 인생관입니다.  231


일상적으로 쓰는 글은 무엇보다 '유머코드'를 살려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려면 자신부터 행복해야 합니다.  232


거듭 말씀드리지만 글쓰기는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자기표현은 강제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 표현하고 싶어야 잘 표현할 수 있습니다.  250




정훈이의 '표현의 기술'


어릴 때부터 저는 놀이를 통해 상상훈련을 했습니다. 습관적으로 말이죠.  279


상상은 무한한 자유를 누린다는 거 다들 동의하실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적 통념으로 자기검열을 하면서 스스로 그 자유를 억압합니다.

자랄 때 늘 듣던 '쓸데없는 생각 말고 공부해라.'처럼 현실적인 생각이 상상을 억압하기도 합니다.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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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은 논리적 글쓰기 일반론이다...

논리적인 글은 구조와 특성이 모두 같다.  11


두려움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쓰기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12


생각과 느낌을 소리로 표현하면 말이 되고 문자로 표현하면 글이 된다. 생각이 곧 말이고, 말이 곧 글이다. 생각과 감정, 말과 글은 하나로 얽혀 있다. 그렇지만 근본은 생각이다. 논증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주는 글을 쓰고 싶다면 무엇보다 생각을 바르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 논리 글쓰기를 잘하려면 먼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18


논증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려면 꼭 지켜야 하는 규칙 세 가지를 먼저 소개하겠다.

첫째,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19


논리학이나 수학에는 공리(公理 공변될공 다스릴리, axiom)라는 것이 있다. 증명하지 않고도 참이라고 인정하는 명제가 공리다. 유클리드기하학의 평행선 공리가 널리 알려진 사례다. 글을 쓸 때는 사실을 수학의 공리처럼 대해야 한다. 증명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사실로 인정받지 못한 주장은 반드시 그 타당성을 논증해야 한다. 사실과 주장을 엄격하게 구별하고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27


논증 없는 주장으로는 타인의 생각과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설득과 공감은 고사하고 기본적 소통과 교감도 하기 어렵다.  ...

우리는 오랜 세월 논증 없는 주장이 활개 치는 세상에서 살았다. 사실과 논리에 입각해 합리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목소리 크고 힘센 쪽이 이기는 현실에 익숙하다. ...

부모들은 꼬박꼬박 어른한테 말대꾸한다며 논리적인 주장을 펴는 자녀를 혼냈다. 교사와 교수는 질문하는 학생을 귀찮게 여기거나 구박했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다. 그래서 논리적인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이다.  31-32



글을 쓸 때는 주제에 집중해야 한다...

이 규칙을 지키려면 무엇보다 주관적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자기의 감저엥 대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제어하고 관리할 수는 있다.  37


냉정한 태도로 글을 써야 한다. 자기 자신의 감정까지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해야 한다.

말과 글로 논증하고 토론할 때 지켜야 할 규칙을 이해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그 규칙을 지키면서 글을 쓰는 것은 훨씬 어렵다.  45


글쓰기를 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텍스트 발췌 요약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61


글쓰기에는 철칙(鐵則 쇠철 법칙칙)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어도 글을 잘 쓰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많이 읽지 않고도 잘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축구나 수영이 그런 것처럼 글도 근육이 있어야 쓴다. 글쓰기 근육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쓰는 것이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그래서 '철칙'이다.  62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거의 100% 발췌 요약'이었다. ...

어떤 텍스트를 요약하려면 가장 중요한 정보를 담은 부분을 먼저 가려내야 한다. 효과적으로 요약하려면 정확하게 발췌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63


내가 남의 말을 경청하고 바르게 이해해야, 남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남들이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다면, 내가 먼저 남이 쓴 글을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65


논리글.. 우선 쉽게 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동의할 근거가 있는 글이어야 한다. 

이렇게 글을 쓰려면 네 가지에 유념해야 한다.

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둘째, 그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넷째,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74-75


어떻게 하면 훌륭한 글을 쓸 수 있을까? 

첫째는 텍스트 독해, 둘째는 텍스트 요약, 셋째는 사유와 토론이다.  77


논리적인 글을 잘 쓰려면 주제와 관련되어 있는 중요한 사실과 정보를 최대한 많이 그리고 정확하게 알아야 하며, 그것을 적절한 논리적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78


글은 지식과 철학을 자랑하려고 쓰는게 아니다. 내면을 표현하고 타인과 교감하려고 쓰는 것이다.  91


독해력과 언어 구사 능력을 기르려면 책 읽기를 즐겨야 한다. 책에서 우리는 지식을 얻는다. 일상생활의 범위에서 벗어나 추상적, 논리적 사유를 하는 데 필요한 개념을 익히며, 여러 개념을 연결하는 논리적 상관관계를 배운다. 하지만 독서도 억지로 하면 좋지 않다.  123


독해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텍스트는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문제점과 한계까지 탐색하면서 읽어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면 그 문제점과 한계가 어디서 왔는지도 추론해볼 수 있다.  132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글로 쓰라고 하면 더 어려워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견해를 세우는 데 꼭 필요한 개념과 어휘를 몰라서 그런 경우가 많다. 뭘 몰라서 말도 못 하고 글도 못 쓰는 것이다. '침묵은 금'이라는 격언이 늘 타당한 것은 아니다. 적절한 때 꼭 필요한 말만 하려고 일부러 침묵을 지키는 것은 현명한 행동이지만 뭘 몰라서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무는 것은 그렇지 않다. 모든 침묵을 다 금으로 대접하면 무지가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135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고르는 기준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인간, 사회, 문화, 역사, 생명, 자연, 우주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개념과 지식을 담은 책이다. 이러한 책을 읽어야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지시고가 어휘를 배울 수 있으며 독해력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둘째는 정확하고 바른 문장을 구사한 책이다. 이런 책을 읽어야 자기의 생각을 효과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문장 구사 능력을 키울 수 있다. 한국인이 쓴 것이든 외국 도서를 번역한 것이든 다르지 않다.

셋째는 지적 긴장과 흥미를 일으키는 책이다. 이런 책이라야 즐겁게 읽을 수 있고 논리의 힘과 멋을 느낄 수 있다. 좋은 문장에 훌륭한 내용이 담긴 책을 즐거운 마음으로 읽으면 지식과 어휘와 문장과 논리 구사 능력을 한꺼번에 얻게 된다.  136-137


논리적 글쓰기를 하려면 추상적 개념을 담은 어휘를 많이 알고 명료한 문장을 쓸 줄 알아야 한다. 추상적 개념을 익히려면 문학작품만이 아니라 인문학과 자연과학 교양서도 많이 읽어야 한다.  140


훌륭한 글을 쓰고 싶다면 훌륭하게 쓰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못난 글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만 하면 된다.  168


잘 쓴 글은 말하듯 자연스러운 글이다.  195


글은 단문이 좋다..

길어도 주어와 술어가 하나씩만 있으면 단문이다. 문장 하나에 뜻을 하나만 담으면 저절로 단문이 된다.  199


단문이 복문보다 훌륭하거나 아름다워서 단문을 쓰라는 것이 아니다. 뜻을 분명하게 전하는 데 편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문은 복문보다 쓰기가 쉽다. 주술 관계가 하나뿐이어서 문장이 꼬일 위험이 없다.  202


단문 쓰기만큼 중요한 것이 어휘 선택이다. ..

어휘가 부족하면 같은 단어와 표현을 반복해서 쓸 수밖에 없다.  204


무엇보다 뜻이 두루뭉수리 불분명해서 아무 곳에나 넣어도 되는 단어는 쓰지 말아야 한다.  205


딱 맞는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면 아무 데나 넣어도 대충 뜻이 통할 것 같은 단어라도 넣어야 한다. 어휘를 많이 알아도 정확한 언어로 생각하는 습관이 되어 있지 않으면 그럴 수 있다.  209


글을 쓰면서 그때그때 딱 맞는 단어와 표현을 찾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다. 뜻은 비슷한데 느낌이 다른 말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똑같은 단어도 다른 말과 어울리면 조금은 다른 맛과 색을 낸다. 이런 것을 뭉뚱그려 '어감(語感 말씀어 느낄감)', 외래어로는 '뉘앙스(nuance);라고 한다. 토박이말로 표현하자면 '말의 맛' '색깔' '분위기' '결' '무늬' 정도가 되겠다.  210


'모양'은 겉으로 보는 생김새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 뜻이 있는 단어는 '모양' 말고도 많다. '모습' '자태' '꼴' '꼬락서니' '몰골' 같은 말이다. 느낌이 좋은 순서로 배열하면 자태-모습-모양-꼴-꼬락서니-몰골이 된다. 이 여섯 단어를 잘 어울리는 다른 단어와 묶어보자. 천사처럼 고운 자태, 사나이다운 모습, 여러 가지 모양, 지저분한 꼴, 한심한 꼬락서니, 비참만 몰골, 이렇게 된다. 서로 무늬가 잘 어울리는 또는 궁합이 맞는 조합이다. 이렇게 어울리는 단어를 조합해 뜻을 정확하게 표현하면 좋은 문장이 된다.  210-211


우리는 어휘의 무늬 또는 뉘앙스를 특별히 배우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말을 익힐 때 문장 안에서 단어를 익혔기 때문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표현을 만나면 저절로 어색한 느낌을 받는다. 어색하게 들리는 말은 사람들이 쓰지 않는 말이다. 그런 말은 나도 쓰지 않는게 현명하다.  211-212


스물일곱 살부터 서른 살이 될 때까지 2년 남짓, 나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글을 썼다. 작은 스프링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뇌리를 스치는 모든 생각을 적으려고 노력했다. 완전한 문장을 만들지는 않고 중요한 단어만 적었다. 나중에 메모를 보면서 그때 생각했던 것을 재생했다.  224


티끌은 모아봐야 티끌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하지만 글쓰기는 그렇지 않다. 글쓰기는 티끌 모아 태산이 맞다. 하루 30분 정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수첩에 글을 쓴다고 생각해보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매주 엿새를 그렇게 하면 180분, 세 시간이 된다. 한 달이면 열 두 시간이다. 1년을 하면 150시간이 넘는다. 이렇게 3년을 하면 초등학생 수준에서 대학생 수준으로 글솜씨가 좋아진다.  228


글쓰기 훈련을 하는 사람은 분량을 엄격하게 정해두고 글을 쓰는 게 좋다. 그렇게 해야 압축의 미학과 경제적 효율성을 갖춘 글을 연습할 수 있다.  234


짧은 글을 쓰려면 정보와 논리를 압축하는 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압축 기술은 두 가지다.

첫째, 문장을 되도록 짧고 간단하게 쓴다.

둘째, 군더더기를 없앤다.  236


글을 압축하려면 단문을 기본으로 하고 특별한 경우에 복문을 쓴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뜻과 느낌을 강하고 확실하고 깊게 전하려면 복문을 써야 한다는 판단이 들때만 복문을 쓰는 것이다. 간단한 원칙이지만 해보면 금방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군더더기를 없애는 것이다. 문장의 군더더기란 무엇이며 군더더기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간단하다. 없애버려도 뜻을 전하는 데 큰 지장이 없으면 군더더기다. 문장의 군더더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접속사(문장부사), 둘째는 관형사와 부사, 셋째는 여러 단어로 이루어져 있지만 관형어나 부사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문장 성분이다.  237


부사와 관형사도 적게 쓸수록 좋다. 이미 완성된 문장이라도 반드시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문장 요소가 있으면 과감하게 빼야 한다.  239


내 글이 왜 쉬울까?

어려운 용어를 쓰고 복잡한 문제를 다루어도 독자가 쉽다고 느낄 수 있도록 써서 그런 것이다. 나는 주제에 대해 특별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살마도 주의 깊게 읽기만 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끔 텍스트를 쓴다. ...

다른 정보가 없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텍스트를 쓰려면 철저하게 독자를 존중해야 한다.  244



우리는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로 인생을 채운다. 내면에 잇는 생각, 감정, 욕망을 제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삶이 답답해진다. 각자의 내면에 무엇이 있으며 또 어떻게 그것을 표현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인생이 달라진다.  257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다. 표현할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260


사람은 무엇인가 표현할 것이 있으면 글을 쓰고 싶어진다. 내면에 어떤 가치 있는 것을 가진 사람은 그것을 글로 표현해 타인의 마음을 움직인다.  263


써야 해서 쓰는 글을 잘 쓰려고 노력하면 쓰고 싶어 쓰는 글도 잘 쓸 수 있으며 그 역(逆 거스를역)도 성립한다.

기술만으로는 훌륭한 글을 쓰지 못한다. 글 쓰는 방법으ㄹ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내면에 표현할 가치가 있는 생각과 감정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훌륭한 생각을 하고 사람다운 감정을 느끼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그런 삶과 어울리는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무엇이 내게 이로운지 생각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해야 한다. 때로는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원칙에 따라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264


자기를 표현하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생각과 감정을, 욕망과 충동을, 기대와 소망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표현해서 타인과 교감할 때 우리는 기쁨과 성취감을 느낀다.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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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을 때, 우리는 얼마나 훌륭한 교사였던가!  23


아이들의 정신을 마비시키는 소소한 오락거리들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학교의 탓이 크다. 일관성 없는 독서 지도, 시대착오적인 교과 과정, 교사들의 자질 부족, 시설의 낙후성, 도서관의 부족.

턱없이 부족한 문화부 예산!..  35


우리들의 대화는 이러했다. 그것은 세태의 어둠을 밝혀줄 언어의 영원한 승리이자, 말하지 않음으로써 그 이상의 것을 말하고 있는 금과옥조와도 같은 침묵이었다. 늘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온갖 정보에 귀를 기울이는 만큼, 우리는 결코 이 시대에 기만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전 세계가 우리의 말에 담겨 있으며, 온 세상이 우리의 침묵으로 밝혀진다. 우리는 현명하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는 현명함을 열렬히 사랑한다.

그런데 대화를 마치고 나서도 어렴풋이 남아 있는 이 우울함은 무슨 까닭일까? 손님들이 가고 집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건만 한밤중까지 이어지는 이 침묵은? 단지 설거지 걱정 때문일까? 게다가... 저녁 모임을 마치고 수십 킬로를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우리의 친구들에게도 똑같은 침묵이 이어진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흠뻑 취해 있던 그 현명함의 열기는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신호등 앞에 멈춰 서 있는 차 속의 부부는 아무런 말이 없다. 그 침묵은 마치 간밤의 취기가 서서히 가시는 떨떠름한 뒷맛처럼, 혹은 마취가 풀려날 때의 감각처럼, 의식이 깨어나면서 조금씩 제 자신으로 돌아오는 바로 그 느낌 같다. 말하자면 그것은 우리가 한 대화 속에 진정한 우리는 없었음을 어렴풋이 느끼는 고통스런 자각인 것이다. 우리는 거기 없어싿. 거기엔 우리를 제외한 모든 것이 다 있었으며, 논지 또한 확고했으나 - 게다가 그 논지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가 주장한 바가 전적으로 옳았음에도 불구하고 -, 우리는 거기 없었다. 의심할 나위 없이 현명함이라는 자기 최면을 부단히 연마하느라 또 하루 저녁을 탕진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며 우리는 서서히 우리 자신에게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우리의 속마음은 조금 전 식탁에 둘러앉아 하던 이야기들과는 너무도 딴판이었다. 핏발을 세워가며 독서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정작 우리의 마음은 제 방에 틀어박혀 책이라곤 한 줄도 읽지 않는 아이의 언저리만 맴돌고 있었다. 아이로 하여금 책읽기를 싫어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불가피한 시대적 요인들을 이것저것 늘어놓으면서도, 여전히 우리와 아이를 갈라놓는 책이라는 장벽을 넘지 못해 전전긍긍할 뿐이었다. 줄곧 책에 관해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오로지 아이만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36-37


갖은 노력을 다했다. 시대를 규탄하고, 텔레비전을 고발하면서... 필경 또 텔레비전 끄는 것도 잊은 채.

너무도 '비주얼'한 20세기라는 시대 탓인가? 그렇다면 19세기는 너무 묘사적이라고 할 참인가? 또 18세기는 너무 합리적이고, 17세기는 너무 고전적이라고? 16세기는 너무 르네상스적이고, 푸슈킨은 너무 러시아적이고 소포클레스는 너무 한물 갔다고? 마치 사람과 책의 관계가 소원해지기까지 수 세기가 필요했다는 소리 같다...

일단 지적 항해의 첫발을 내딛고 나면, 아무일도 없었던 듯 예전처럼 돌아올 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리 억제된 즐거움일지라도, 모든 독서에는 의당 읽기의 즐거움이 자리한다.  51-52


아이가 고작 몇 개의 단어에 흥미를 보인다고 하여 마치 당장 온갖 책을 섭렵할 수 있게 된 듯 착각에 빠졌던 것은 아닐까? 걸음마를 익히고 말을 배우듯, 책 읽는 습관도 때가 되면 저절로 익히리라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56


아이가 맨 먼저 배우는 것은 책읽기가 아니라, 책 읽는 시늉일 뿐이다.  57


아이에게는 저마다 책읽기를 체득해나가는 자신만의 리듬이 있다. 때론 그 리듬에 엄청난 가속이 붙기도 하고, 느닷없이 퇴보하기도 한다. 아이가 책을 읽고 싶어 안달을 하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포식 뒤의 식곤증처럼 오랜 휴지기가 이어지기도 한다.  60-61


'교육자'를 자처하지만, 실은 우리는 아이에게 성마르게 빚 독촉을 해대는 '고리대금업자'와 다를 바가 없다. 말하자면 얄팍한 '지식'을 밑천 삼아, 서푼어치의 '지식'을 꿔주고 이자를 요구하는 격이다. 되돌려주어야만 한다. 아무런 조건없이, 될수록 빨리! 그렇지 않으면 누구보다 바로 우리 자신부터 의심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61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은, '좋아하는 마음'에 뭔가 손상을 입었다는 의미에서 참으로 적절한 표현인 듯하다.  62


어른들은 읽기를 익히게 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하는데에만 열을 올린다. 그럴듯한 공부방을 꾸며주고, 독서 카드를 만들고, 출판사를 무색케 할 만큼 온갖 전집류로 도배를 한다. 참 딱한 노릇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는데도 까맣게 잊고 있으니 말이다. 요는 아이에게 배움에 대한 갈망을 갖게 하는 일이다. 우선 아이에게 배우고 싶다는 열망을 심어준 다음 책상을 마련해주어도 줄 일이다. 그제서야 어른들이 동원하는 온갖 방법이 제구실을 할 것이다. 

당장의 흥미, 이것만이 아이를 가장 확실하고 지속적으로 이끌어갈 유일한 동인이다.  66-67


'조급하게 얻으려고 서두르지 않는 것이 곧 가장 확실하고 빠르게 얻는 길이다.' 루소  67


아이는 누구나 훌륭한 독자가 될 자질을 타고난다. 그리고 주위의 어른들이 몇 가지 지침만 잊지 않는다면 아이는 언제까지고 훌륭한 독자가 될 것이다. 우선은 어른들이 자신의 능력만을 내세우려 들기보다는, 아이에게 열정을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무조건 암기와 복습만을 강요할 게 아니라, 배우고자 하는 아이의 열의를 북돋워주어야 할 것이다. 모퉁이에 서서 아이가 도착하기만 기다릴 게 아니라, 아이와 함께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볼 일이다. 어떻게든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들기보다는, 기꺼이 아이에게 저녁 시간을 내어주어야 한다. 미래를 담보로 아이에게 으름장을 놓기보다는 아이의 현재가 한껏 펼쳐질 수 있도록 마음 써야 한다. 한때틑 아이의 더없는 즐거움이었던 일이 결코 마지못해 하는 고역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자면 아이가 그 즐거움을 맘껏 누릴 수 있도록 기다리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적어도 아이 스스로가 그 즐거움을 의무로 사목자 할 때까지는 말이다.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의무란 모든 교양이나 문화 수업이 그렇듯 무상성을 전제로 한다. 그렇게 해서 어른들 자신도 그 무상의 즐거움에 다시금 새롭게 잠겨볼 일이다.  69-70




"여러분 스스로 경험에서 우러난 예증을 드시오"  94


다들 한결같은 의견이라는 건 어쨌든 맥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101


학교는 능력과 기능만을 필요로 한다. 

삶은 다른 곳에 있다.  102


요즘의 우리들은 책을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책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설파한다. 때로는 주석자, 해석가, 분석가, 비평가, 전기 작가, 해설자를 두루 자처하여 이루 다 할 수 없는 극진한 찬사로 작품의 위대함을 증언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작품들은 말이 없다. 워낙 우리의 역량이 차고 넘치다 보니, 어느샌가 우리의 말이 책 속의 말을 대신하게 된 것이다.  124




책읽기의 즐거움이란 결코 멀리 있지 않았다. 다만 읽어도 모를까 봐 지레 겁을 먹었던 그 말 못할 두려움으로 인해 줄곧 사춘기 아이들의 기억 저편에 묻혀 있었을 뿐이다.

아이들은 이를테면 소설이란 무엇보다 하나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소설은 '소설처럼' 읽혀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말해 소설 읽기란 무엇보다 이야기를 원하는 우리의 갈구를 채우는 일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151


책을 읽어주는 선생님의 목소리 덕분에 다시 '글'과 친숙해지고,..

소설이 주는 진정한 즐거움은 작가와 나 사이에 형성된느 그 역설적인 친밀감을 발견하는 데 있다.  155


혼자만의 책읽기에 친숙해지려면, 읽어봤자 이해할 수 없으리란 강박증 말고도 또 다른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즉 시간에 대한 공포감 말이다.  156


책 읽을 시간이 고민이라면 그만큼 책을 읽을 마음이 없다는 말이다. 책 읽을 시간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생활은 독서를 가로막는 끝없는 장애물이다.  159


책 읽는 시간은 언제나 훔친 시간이다..

굳이 말하자면, 살아가기 위해 치러야 하는 의무의 시간들에서이다.  160


프랑스에서는 '읽다'를 속된 말로 '꼼짝없이 매였다'고 한다.  162


아이들이 자연스레 책읽기에 길들게 하려면 단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즉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163


일단 책과 가까워지면 그때부터 아이들은 스스로 길을 찾아나설 것이다.  164





무엇을 어떻게 읽든... - 침해할 수 없는 독자의 권리


1 책을 읽지 않을 권리


2 건너뛰며 읽을 권리


3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좋은 책들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좋은 책들이 책장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동안 나이를 먹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다. 그 책들을 읽어도 좋을 만큼 충분히 성숙했다고 여겨질 때, 우리는 다시 한 번 새로이 시도를 한다.  205


4 책을 다시 읽을 권리

다시 읽는다는 건 아무런 이유도, 조건도 따르지 않는 무상의 행위일 뿐이다. 우리는 그저 반복하여 읽는 즐거움, 다시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리려고, 친밀감을 새삼 확인하려고 다시 읽는다.  207


5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감상과 선전성을 적당히 버무려 장사를 하려 드는 유의 문학이 존재한다. 나는 이를 '산업 문학'이라 부르려 한다. 말하자면 세간의 화제로부터 온갖 소재를 그러모아 시류에 편승하는 세태 소설을 만들어내는 문학이다...

정해진 틀에 자 맞추어져 덩달아 우리들까지도 그 틀에 가두고자 하는, 오로지 '즐기기 위해 만드어진' 일회용 문학이다.  209


6 보바리즘을 누릴 권리 - 책을 통해서 전염되는 병

'보바리즘'이란 뭉뚱그려 얘기하자면 '오로지 감각만의 절대적이고 즉각적인 충족감'에 다름 아니다. 즉 상상이 극에 달해 온 신경이 떨려오고 심장이 달아오르며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출되는 가운데 주인공의 세계에 완전 동화되어, 어처구니없게도 대뇌마저 (잠시나마) 일상과 소설의 세계를 혼동하기에 이르는...

독자라면 누구나 처음 한동안은 빠져들기 마련인.

더없이 감미로운 경험인 것이다.  212


자기 나름대로 독서의 한 단계를 거치고 있는 아이에게 억지로 다른 책을 쥐어준다는 것은 우리 자신들이 겪었던 성장기로 부인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며, 이는 결국 아이와 우리 사이에 깊은 단절을 가져올 뿐이다.  213


보바리즘은 세상 누구나가 공유할 수 있는 지극히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다른 사람의 보바리즘만을 맹렬히 몰아 세운다. 청소년들의 형편없는 독서 수준을 개탄하면서도, 정작 우리 자신은 텔레지번에 자주 나오는 인기 작가를 맹종하다가 유행히 바뀌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작가에 대해서 핏발을 세우기가 일쑤다.  214


7 아무 데서나 읽을 권리


8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9 소리내어 읽을 권리


10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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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척점, 더 정확히 말해 정반대의 극(極 다할극)은 자주 우리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기에 우리는 세상과 우리네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때, 우리와 유사한 것보다는 다른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체념한 채 타인의 모습에 비친 자기 자신의 반영 외에는 아무것도 찾지 않고, 타인과 나를 동일시하면서만 살고 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하나의 공통된 세계를 이해할 때 더 많은 것을 배우는 것은, 벼랑 끝에서 포기 직전까지 어렵사리 자신의 연구를 밀고 갈 때보다 남들이 벌인 탐구를 관찰할 때가 아니던가. 독서가 우리에게 자양분을 제공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이다. 독서는 고통을 주는 굴곡 많은 글쓰기 과정에서 우리를 구해주고, 계속 나아갈 힘을 실어준다. - 프레데리크 이브 자네(FYJ)  5-6


AE : 내겐 두 가지 형태의 글쓰기가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미리 계획된 텍스트들이 있고, 여기에는 [밖에서 쓰는 일기]와 [외적인 삶]도 포함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와 병행하여 오래전부터 행해온 잡다한 형태의 일기 쓰기가 있는데, 1982년 이래로 나는 내면일기와는 별도로 '글쓰기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이것은 내가 글을 쓰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문제와 의혹을 담는 일기로, 난 이것을 생략된 문장과 약자로, 이를테면 흘려쓰고 있습니다. 내 머릿속엣 이 두 형태의 글쓰기 방식은 조금은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문학과 삶, 총체와 미완 사이의 대립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용과 수동성의 대립이라고도 할 수 있겠고요.  31


AE :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와 <탐닉>, 이렇게 단 두 권의 내면일기만을 출판했어요. 이 일기들은 모두 십 년 전에 씌어졌고, 실제로 그 기간에 살았던 삶은 이미 각각 <어떤 여자>와 <단순한 열정>이라는 자전적 이야기의 대상이 되었지요. 이 두 가지 상황- 십년이라는 유예기간과 그 기간에 상응하는 책의 존재 -가운데, 후자가 일기를 출판하도록 부추긴 좀 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유예기간도 중요하겠죠. 그 세월이 내가 나의 일기를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볼 수 있게 해주었으니까요.  50


AE : 내 작업방식은 주로 기억에 근거합니다. 글을 쓰는 동안, 기억은 끊임없이 재구성해야 할 요소들을 환기시킵니다.... 나는 '보고' '듣지' 않고는 글을 쓸 수 없어요. 그런데 내게 그것은 '다시 보기'이며 '다시 듣기'를 의미합니다.  53


FYJ : 당신은 다른 형태의 글쓰기를 추구함으로써 상당히 멀리까지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이젠 당신이 소설이라는 형태로 되돌아가는 것은 전적으로 불가능해 보입니다. 20세기에 소설 형식이 극한까지 가버린 이 시점에서, 나와 마찬가지로 당신도 소설이라는 형태의 퇴락을 인정하는지요? 

AE : '소설'과 관련지어, 항상 자신의 입장을 정해야 하는 건가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소설이라고 부르는 것은 더이상 나의 지평 위에 있지 않습니다. ...

문학 교과서에서나 대학 입학 자격시험이나 중등교사 자격 시험의 문학 시험문제에서는 마치 '소설'이 하나의 본질인양, '예를 들면서' 소설에 관해 논술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책에 관해 빈번하게 벌어지는 대담에서 '소설'이라는 단어는 점점 더 확장된 의미를 지니면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거의 히스테릭한 태도로 '허구'를 옹호하는 자들도 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결국 품질인증표라고 할 수 있는 장르는 아무런 중요성도 지니지 않습니다. 모두 그것을 잘 알고 있어요. 강렬한 감동을 주고, 생각이나 꿈 혹은 욕망을 열어주고, 때로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책들이 있을 뿐입니다. 루소의 <고백록>,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브르통의 <나자>, 카프카의 <소송>,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이 애초에 인증표를 달고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지만, 설사 그랬다손 치더라도 그것을 상실해버린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72-74

AE : 내가 나라는 개인의 암흑지대에 마침 별 관심이 없어서인지, 정신분석은 나와는 언제나 무관했습니다. 점처럼 고립된 몇몇 발견들이 내게 뭘 해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그것들로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글쓰기에서 그것들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느냐는 말이죠. 독자들 가운데, 글을 쓰는 것 특히 자전적 글쓰기를 행하는 것이 정신 분석을 실천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는 믿음을 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내가 보기에 그것은 어떤 허망한 욕심이나 오해인 것 같아요. 자신의 문제로부터 전적으로 혼자서 스스로 해방될 수 있으리라는 착각, 그리고 그와 동시에 타인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열망, 즉 어떤 심리적-상징적 복권에 당첨되었으면 좋겠다는 욕심, 뭐 그런 것 말이죠. 그건 오해예요. 글쓰기가 깊숙이 감춰진 무엇을 다시 찾으러 나서는 것이며 정신분석의 치료과정과 유사한 것이라고 믿는 거니까요. 나는 글을 씀으로써 내 모든 지식뿐 아니라 교양, 기억 등이 모두 연루된 어떤 작업을 통해, 외양을 넘어서는 나 자신을 세상에 투사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련의 작업은 하나의 텍스트로, 따라서 타인들에게로 귀착되지요. 그들의 수가 얼마나 되는냐 하는 것은 내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작업'과는 완전히 반대됩니다. 내가 어떤 것에서 치유되어야 한다면, 내게 그 치유는 오직 언어에 대한 작업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전달하는 작업, 즉 하나의 텍스트를 타인에게 증여하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타인이 그것을 받아들이든 거부하든 상관없습니다.

물론 정신분석이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넓히는데 기여한 내용-그것은 정말 엄청나지요-에 관해서나, 문학에 접근할 때 그것을 사용하는 것에 관해서는 어떤 형태로도 비난할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정신분석은 때때로 경찰처럼 구는 구석이 좀 있지요. 무슨 일이 있엉도 자가의 심리적 구성 요소들을 낱낱이 적발해내고야 말리라는 의지를 품고, 텍스트의 고백을 마치 피고인의 진술인 양 몰아가잖아요. 그러고는 이 모든 게 바로 이것 때문이고, 난 이걸 다 알고 있지! 하는 식이에요. 이땐 실망스러워요. ...

이따금 나는 아도르노처럼 생각한답니다. 그는 <미니마 모랄리아>에서, 정신분석이 개인 실존의 고통스러운 비밀들을 의례적인 진부함으로 만들어버린다고 말한 바 있지요.  78-80


AE : 대게 글쓰기 과정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어느 순간, 어떤 충동이 일어나 몇 페이지를 쓰도록 나 자신을 부추깁니다. 하지만 난 그 글에 아무런 목적도 부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 페이지들이 어떤 특정 텍스트의 도입부로 예정되어 있지는 않죠. 그 다음엔 멈춰요.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는 그 조각을 한동안 보류시켜 둡니다. 그러는 사이 계획은 좀 더 선명해지면서, 말하자면 그 조각에 악착같이 매달리게 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그 조각은 그 계획 속에서 결정적 요소로 부각되기에 이릅니다. 이런식의 설명이 좀 추상적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내 책들이 각각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을 떠올릴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각 텍스트에 대한 구상(난 이것을 욕망이라고 말하겠어요)속에는 그러니까 각 텍스트에 대한 욕망 속에는 어쨌든 매번 차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183


FYJ : 글쓰기 작업의 구체적인 정황을 요약해보지요. 당신은 문단과 문장의 삭제와 덧쓰기, 첨가와 제거를 통해 일을 진행합니다. 어쨌든 덧쓰고 지우는 작업이 유사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당신의 모든 텍스트에 적용되는 항구적 필요성에 부응한다면, 그 작업의 성격에 어떤 유형의 관념을 부여할 수 있을까요? 당신은 무엇을 지우고 무엇을 첨가합니까?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그 작업을 합니까? 당신은 버전마다 '원고지 철'을 바꾸는 작가들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작업을 하는것 같은데요...

AE : 내 원고들은 마치 패치워크 같아요. 갈수록 더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원고가 씌어진 종이 위에는 단어들 위나 행간 혹은 여백에 각기 다른 색의 사인펜이나 검은 연필로 덧쓴 자국들로 온통 뒤범벅된 몇 개의 문단이 씌어 있어요. 그 문단들의 자리는 아직 결정되지 않아서, 그것드로가 연관지어 참조해야 할 페이지 번확 표기되어 있지요. 예를 들어 10번 종이에는 10-2, 10-3 혹은 10-4 같은 식으로 종이들이 와서 붙을 수 있어요. 하지만 아직 그 이상의 것을 시도해본 적은 없어요. 그리고 아주 최근에는 포스트잇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잘 떨어지기 때문에 크게 신뢰하는 편은 아닙니다. 난 모든 것을 간직하고 싶거든요. 어느 날은 마음에 들지 않던 것이 그 이튿날에는 다시 좋게 느껴질 때도 있기 때문이죠.

이 모든 것은 계획, 즉 계획을 구성하는 데 내가 몰입했을때 내가 글을 쓰는 방식이죠. 한편으로는 아주 천천히 나아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순간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언제든 일상적 삶에서 내게 다가오는 것들을 끊임없이 첨가하고 끌어들이는 식이죠. 삭제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마지막 단계에서 컴퓨터로 텍스트를 정리할 때는 많은 부분을 삭제합니다. 칠 년 전가지는 타자기를 사용했는데, 그때는 아무래도 정정하거나 수정하는 빈도에 한계가 있었죠. 텍스트가 인쇄되었을 때, 내 원고를 다시 보게 되었을 때, 종종 내가 이러저러한 것을 왜 지웠는지 스스로 물어본답니다. 그런데 그걸 설명할 수가 없어요. 수사본 연구가들이라면 과연 설명할 수 있을지 나로서는 의심스럽습니다. 텍스트를 매만지는 최종 단계에서, 나는 일종의 필연성에 따라 작업합니다. 하지만 일단 책이 완성되고 출판되면 그 필연성은 상실되고 말지요. 텍스트는 그 총체 속에서 하나의 자율적 생명체처럼 고려되어야 합니다. 텍스트는 내가 글을 쓰는 동안에는 나와 한몸이지만, 결국 내 밖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제거된 어떤 부분들에 대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일것입니다.  190-192


FYJ : 글을 쓴다는 것은 당신에게, 프루스트가 말했던 것처럼, "체험된 유일한 삶"이 되는 것입니까?

AE : 프루스트는 "진정한 삶, 마침내 '발견되고 해명된' 삶. 따라서 실제로 체험된 유일하게 진정한 삶. 그것은 문학이다"라고 명시했습니다. 난 "발견되고 해명된 삶"이라는 이 말을 강조하고 싶어요. 내 느낌에 이 말이 핵심인 것 같아요. 혹 글쓰기가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다면, 난 이렇게 말하겠어요. 말, 여행, 광경 등, 그 어떤 수단으로도 발견할 수 없는 것을 글로 쓰면서 발견하는 것. 숙고 또한 홀로는 그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글쓰기 이전에는 현장에 없던 것을 발견하는 것, 바로 거기에 글쓰기의 희열이 있습니다. 글쓰기가 무엇을 다가오게 하고 도래하게 하는지는 결코 미리 알 수 없어요. 그러니 글쓰기에는 공포 또한 도사리고 있는 것이지요.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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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권리 장전 


양심과 사상의 자유라는 인간 기본권의 밑바닥에는 책을 읽을 자유와 권리가 깔려 있다. 독서할 권리, 그것은 양도할 수 없고 박탈할 수도 없는 신성불가침한 인간의 기본권이다. 인간의 자유를 침해하고 억압하는 독재정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유로운 독서의 권리를 박탈해왔다. 학교와 가정은 그런 독재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자유로운 책 읽기를 방해하고 특정의 책 읽기를 강요해왔다. 이에 신성불가침한 독자의 권리를 천명하는 독자 권리 장전을 선포함으로써 독자의 권리에 대한 일체의 간섭과 규제를 배제하고자 한다.


1. 책을 읽을 권리

인간은 나이, 성별, 종교, 국적에 관계없이 읽고 싶은 책을 마음놓고 읽을 권리를 갖는다. 누구에게나 글을 배우고 책을 읽을 권리, 언제 어디에서라도 책을 읽을 권리가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과 사회단체 들은 공공도서관을 만들어 누구라도 원하는 책을 읽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2.책을 읽지 않을 권리

모든 독자는 아무리 강요해도 읽고 싶지 않으면 읽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 책을 읽으면 삶이 바르고 풍부해진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그러나 봉인이 원하지 않을 때 강요해서 책을 읽게 할 수는 없다. 그건 성인만이 아니라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어떤 교육적 목적을 제시하더라도 강요와 강압이 있어서는 안된다. 다만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바탕으로 특정의 책을 읽으라는 권유는 허용할 수 있다.


3. 어디에서라도 책을 읽을 권리

모든 독자는 책을 읽을 마음이 생기면 집 안팎 어디엣라도 책을 읽을 권리를 갖는다. 서재나 도서관의 책상 앞만이 아니라 침대, 식탁, 거실, 복도, 화장실, 공원, 수영장, 운동장, 음식점, 길거리, 기차, 비행기, 배, 버스, 지하철, 교도소, 병원, 내무반 등 어디라도 독서의 장소로 허락되어야 한다.


4. 언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누구라도 독자가 책을 읽는 시간을 제한할 수 없다. 새벽, 아침, 낮, 저녁, 밤, 늦은 밤 언제라도 책을 읽을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학교 기숙사, 교도소 감방, 군대 내무반, 병원 병실 등의 경우 소등 시간은 지켜져야 하지만, 기관의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는다면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를 따로 마련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5. 책을 중간중간 건너뛰며 읽을 권리

모든 독자는 책이 지루하면 중간중간 읽지 않고 넘어갈 권리를 갖는다. 누구라도 독자에게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다 읽으라고 강요할 수 없다. 저자가 쓰고 싶은 것을 자기 방식대로 쓸 권리를 갖듯이 독자는 읽고 싶은 것을 자기 방식대로 읽을 권리를 갖는다. 지루한 책을 무턱대로 차례대로 다 읽으라고 강요할 권리는 교사와 부모 누구에게도 허용되지 않는다.


6.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모든 독자는 책을 끝까지 읽지 않고 중도에 덮어버릴 권리를 갖는다. 재미없는 책을 끝까지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정신적 고문에 해당한다. 세상의 모든 고문이 즉시 사라져야 한다면 중도에 읽고 싶지 않게 된 책을 끝까지 읽으라는 강요도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7. 다시 읽을 권리

모든 독자는 한번 읽은 책을 마음이 내키면 다시 읽을 권리르 갖는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은 것은 인간 본연의 특성이다. 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처음 읽었을 때 재미있었거나 무언가 마음에 남긴 것이 있어서 다시 읽고 싶은 책이 있다. 그런 책은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되풀이해서 읽을 권리가 있다.


8.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모든 독자는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이라면 무엇이든 다 읽을 권리를 갖는다. 사랑의 대상이나 결혼 상대를 본인이 선정해야 하듯이 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본인의 동의 없는 강제결혼이나 강요된 중매결혼이 인권침해이듯이 어떤 책을 읽으라고 강요도 인권침해에 해당된다. 어떤 책을 나쁜 책이라고 규정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못 읽게 하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은 없다. 세상에 좋은 책과 나쁜 책을 가를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그 판단은 성인 각자에게 맡겨야 한다.


9. 많은 사람이 읽는 책을 읽지 않을 권리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필독서가 되어서 많은 살마이 읽는 책을 꼭 읽을 필요는 없다. 누구라도 그런 책을 읽지 않았다고 무시당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유행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관심에 따라 스스로 원하는 다양한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도록 장려하는 분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10. 책에 대한 검열에 저항할 권리

누구라도, 어떤 이유에서라도 어떤 책이 위험하다거나 불온하다는 이유로 책을 감추거나 훼손하거나 폐기해서는 절대 안 된다. 세상의 독자들은 국가권력이나 학교체제 또는 부모들이 책을 검열하고 압수하고 폐기처분하는 일에 분연히 저항할 정당한 권리를 갖는다.


11. 책의 즐거움에 탐닉할 권리

모든 독자는 책이 주는 즉각적이고 감각적인 즐거움에 중독될 권리를 갖는다. 책에 탐닉하거나 중독되는 일을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과 같은 것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책 읽기는 인간의 행위 가운데 가장 높은 문명의 단계이다. 그러므로 책 중독은 그 자체로 최대한 권장되어야 할 중독이다. 그로 인해 학업이나 사업상의 문제가 발생 한다 해도 그 권리는 절대 억압할 수 없다.  


12. 책의 아무 곳이나 펼쳐 읽을 권리

모든 독자는 책을 처음부터 읽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 책을 꼭 처음부터 읽으라고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독자는 책을 아무데나 펴서 읽다가 처음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도중에 그만둘 수도 있다. 책 중간의 삽화나 사진에 관심이 간다면 그것만 보고 책을 덮을 권리도 주어진다.


13. 반짝 독서를 할 권리

모든 독자는 단 몇 분간이라도 책의 어느 구절을 군데군데 읽을 권리를 갖는다. 책은 집과 같다. 집을 살 때는 예외지만 어느 집을 방문할 때 그 집을 속속들이 다 들여다보지는 않는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없을 때는 더욱 그렇다. 포도밭에 들어가 마음 가는 대로 손 가는 대로 포도알을 따먹듯이, 모든 독자에게는 우연히 책을 펼쳤을 때 눈에 들어오는 구절만 읽을 권리가 있다.


14. 소리내서 읽을 권리

모든 독자는 원할 때면 언제나 책을 낭독할 권리를 갖는다. 오늘날 소음은 공해의 하나다. 그러나 책 읽는 소리를 자동차 엔진 소리와 동이랗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초등학교 저학년만이 아니라 대학생이나 최고 수준의 학자라도 때로 소리내서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그럴 권리를 최대한으로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다만 타인의 조용히 있을 권리와 충돌할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조정될 필요가 있다.


15. 다른 일을 하면서 책을 읽을 권리

모든 독자는 독서와 다른 일을 동시에 할 권리를 갖느다. 모든 독자는 독서에만 몰두할 권리를 갖듯이 다른 일과 동시에 독서할 권리도 누린다. 방에 CD플레이어를 틀어놓거나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볼 권리는 물론, 집이나 식당에서 혼자 식사할 경우 식탁 한편에 책을 펴놓고 읽을 권리가 있다. 길을 걸어가면서 책을 읽는 것도 허용되지만 그럴 경우 독자는 충돌사고에 주의할 의무가 있다.


16. 읽은 책에 대해 말하지 않을 권리

모든 독자는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해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 모든 인간은 자기 의견을 말할 권리와 더불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 묵비권은 독후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고 난 소감을 말하라고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글로 쓰는 독후감은 말할 것도 없고 말로 하는 독후감의 경우에도 묵비권은 최대한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17. 책을 쓸 권리

모든 독자는 어떤 내용 어떤 형식으로라도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글로 써 책으로 펴낼 권리를 누리나. 어느 누구도 어떤 이유에서라도 책을 쓸 권리를 막을 수 없다. 가족과 학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누구라도 책을 읽고 쓸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이 쓴 책을 출판하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


==> 위의 독자 권리 장전은 앞으로 모든 독자의 의견을 고려하고 충분히 토론한 후에 확정되어야 할 시안으로서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낙이 <소설처럼>에서 초안한 '독자의 절대적 권리 선언'을 보완한 내용입니다.  9-17




읽지 않고 놓아둔 한 권의 책은 종이 뭉치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책을 펴들고 읽는 순간 책은 살아 움직이며 읽는 이에게 말을 건넨다. 그러므로 양서예찬은 곧 독서예찬이 된다. 책 읽기의 즐거움에 대한 예찬은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는다.  19


송나라의 문인 장횡거는 "책은 이 마음을 지켜준다. 잠시라도 그것을 놓으면 그만큼 덕성이 풀어진다"며 독서를 예찬했고 14세기 일본의 선승 요시다 겐코는 "혼자 등불 아래에서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전혀 모르는 옛날 사람들을 벗삼는 일이야말로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이다"라고 독서의 즐거움을 고백했다. 벼슬자리를 마다하고 낙향한 퇴계 이황은 새벽에 일어나 향을 피우고 조용히 앉아 하루종일 책을 읽는 일로 인생의 후반기를 보냈다. 보길도에서 귀양살이하던 윤선도가 물, 돌, 소나무, 대나무, 달을 자신의 다섯 친구라고 노래했지만, 정작 사랑방에 홀로 앉아 책을 읽을 때는 "내 벗이 몇인고 하니 책뿐인가 하노라"라고 읊었을 것이다.  20



책은 생각의 집이다. 우리는 집을 짓듯이 '책을 짓는다'라고 말한다. 책을 쓴 사람을 지은이라고 말한다. 책은 지은이가 생각으로 지은, 생각이 사는 집이다.  46


시간이 없어서 독서를 못하는 게 아니라 책 읽는 습관이 몸에 붙어 있지 않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는 것이다. 독서하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은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독서할 시간을 만들어낸다.  64


책을 읽으려면 시간의 여유에 앞서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퇴계 이황은 벼슬길에서 빠져나와 은거하며 서재의 벽에 "번거로움에서 벗어나는 데는 고요함만한 것이 없고, 졸렬함을 벗어나는 데는 부지런함만한 것이 없다"는 구절을 써붙이고 끊임없는 독서에 매진 했다.

책을 읽으려면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고요한 마음을 마련해야 한다.  65


너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잘 생각하고 잘 말하고 잘 쓰기 위해서는 평소에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특정 주제에 대한 수많은 사실을 모아 질서 있게 배열하면서 조리 있고 정연한 논리를 전개하는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논리적 사고력이 생기고,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시나 아름다운 문장으로 쓰인 소설을 읽다보면 저절로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하기와 글쓰기를 배우게 된다. 

그러나 그건 독서를 하다보면 부차적으로 얻게 되는 결과물이지 결코 독서의 목표가 될 수 없다. 독서의 중요성은 그런 실용적 목적을 넘어서, 세상을 넓고 깊게 보고 자신의 삶을 고귀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방법을 터득하는 데 있다.  74-75


독서가 주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은 나이들면서 할 일이 없어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88




한 사람의 서재에 진열된 책들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 니콜 라피에르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타인의 눈을 피해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157


도서관은 미술과, 박물관과 더불어 범속한 일상사와 이해갈등으로 점철된 먼지 나고 시끄러운 현실 세계로부터 떨어져나와 다른 세계로 날아갈 수 있는 자기 완결적 공간이다. 읽고 싶은 좋은 책으로 가득찬 도서관은 언제나 벅찬 기대와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갈 수 있는 열락의 공간이다.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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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글을 잘 쓸 의지가 얼마나 있느냐는 것이다.  11



<추락>(존 맥스웰 쿠체 저)의 서평에는 이런 게 나온다 

"아니 근데 이 책 띠지에 '김혜수가 읽고 있는 책'이란 건 대체 무슨 의미지?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유경의 글을 읽으면서 난 감상문이 꼭 책의 핵심을 건드릴 필요는 없다는 것을 느꼈다. 줄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대목이라 할지라도 자기의 경험과 느낌을 담아 넣으면 그게 바로 멋진 감상문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5-26



에밀 졸라

1894년, 프랑스 군이 발칵 뒤집힌다. 간첩이 쓴 문건이 발견된 것, 문건에서 간첩은 자신의 암호명을 'D'라고 표기했다. 명색이 간첩인데 설마 진짜 이니셜을 썼겠냐만, 프랑스 군은 포병 대위였던 드레퓌스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꼭 이니셜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시 유럽을 지배하던 반유대주의 광풍도 유대인인 드레퓌스가 간첩으로 몰린 이유였다. 결국 그는 반역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외딴 섬에서 유배생활을 한다.

더 어이없는 일은 그 후 벌어진다. 프랑스 중령이 또 다른 간첩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레퓌스가 무죄이며 진짜 범인은 에스테라지 중령이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 싫었던 프랑스 군은 계속 드레퓌스를 범인으로 몰아간다.

그냥 그렇게 끝날 뻔했던 이 사건에 반전이 생긴 건,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Emile Zola)가 신문에 쓴 글 한 편 때문이었다.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의 이 글은 드레퓌스 사건이 부당하게 처리됐음을 대통령에게 알리는 내용이다. 글 한 편이 세상을 바꾼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이 글을 자세히 분석해보자.


협박 - 뭔가를 요구할 때 어느 정도 협박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대놓고 "너를 가만두지 않겠다."라고 협박하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 경찰과 군대 같은 물리적 수단을 장악한 대통령이 그런 말에 꿈쩍이나 하겠는가. 좀 뜬금없지만 태종의 예를 들어보자. 태종은 사냥 중 말에서 떨어지자 "사관이 알게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태종실록>에는 태종이 그런 지시를 내렸다는 말까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는데, 모든 것을 다 가진 한 나라의 통치자가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마도 자신이 역사에 부끌럽게 남겨지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두려움을 간파한 졸라는 드레퓌스 사건으로 프랑스의 정의가 땅에 떨어졌다고 개탄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역사는 이 같은 사회적 죄악이 저질러진 것이 귀하의 통치 기간 중이었음을 기록할 것입니다."


회유 - 졸라가 요구하는 것은 어찌됐든 드레퓌스가 재심을 받는 것이었다. 상대의 마음을 바꾸게 하려면 무작정 협박하거나 초통만 쳐서는 안 된다. 그래서 회유가 필요하다. 이럴 때 이런 말이 흔히 씅니다. "너 원래 그런 사람 아니잖아?", "이건 너답지 않아." 졸라는 대통령을 이렇게 회유한다. 

"저는 각하가 이 죄악을 모르고 있음을 확신합니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각하 이외에 그 누가 이 전범의 악의적인 죄상을 파헤칠 수 있겠습니까?"


호통 - 뭔가를 얻어내려는 글은 마냥 부드럽기만 해서도 안 된다. 내지를 때 내지르는 것이야말로 좋은 글이 가져야 할 필수요건이다. 그 호통이 특정인을 향할 때, 그들의 간담은 서늘해진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는 한 명 한 명 거론하며 그들의 죄상을 언급한다. "변호사, 너는 성의 없는 판결로 한 명을 죽음으로 몰았다. 의사, 너는 오진으로 더 살 수 있던 환자를 죽였다... 훈남, 넌 여자를 이용하다 버림으로써 그녀를 죽게 만들었다."와 마찬가지로, 드레퓌스 사건에서 졸라는 정의가 유린된 대목을 자세하게 지적한 뒤 다음과 같이 호통친다. 

"나는 뒤파티 중령을 고발합니다... 자신의 사악한 행위를 계속해서 은폐햇음을 고발합니다. 

나는 메르시에 장군을 고발합니다.. 사상 최대의 죄악에 그가 공모자로 끼어들었음을 고발합니다.

나는 비오 장군을 고발합니다.. 파렴치한 죄와 정의 모독죄를 자진해서 저질렀음을 고발합니다.

나는... 3인의 필적 전문가를 고발합니다.. 거짓이며 가짜 보고서를 작성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는 국방부를 고발합니다. 여론을 오도하고..

나는 마지막으로 첫 번째 군사법정을 고발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고발한다'는 신문에 실린 글이고, 신문에서 아무리 고발한다고 외쳐봤자 법적 구속력은 전혀 없다. 만일 졸라의 글쓰기 방식 대신 '뒤파티 중령은 사악한 행위를 계속 은폐했습니다. 메르시에 장군은 공모했습니다.' 하는 평범한 방식이었다면 글의 위력은 반감됐을 것이다.


마무리 - 좋은 글은 멋진 마무리로 완성된다. 드레퓌스 사건의 재심을 요구한 이 글은 어떻게 맺는 게 가장 효과적일까? 보통 사람이라면 "대통령님, 제가 지금까지 말씀드린 점을 헤아려서 꼭 진실을 규명해주십시오."라고 쓰는 게 고작일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문호 졸라는 달랐다. 그는 마지막까지 폼을 잡는다.

"그처럼 많은 것을 지탱해왔고 행복에의 권리를 소유하고 있는 인류의 이름에 대한 지극한 정열만이 내가 가지고 있는 전부입니다. 나의 불타는 항의는 내 영혼의 외침일 뿐입니다. 이 외침으로 인해 내가 법정으로 끌려간다 해도 나는 그것을 감수하겠습니다. 다만 청천 백일하에서 나를 심문하도록 하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인류의 이름에 대한 지극한 정열', '영혼의 외침' 같은 표현은 속된 말로 오글거리지만, 글 앞부분이 워낙 힘이 있으니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 글을 쓴 이후 졸라는 반유대 정서에 찌든 세력들 때문에 도망치는 신세가 되기도 했지만, 드레퓌스는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복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에밀 졸라는 이 글로 지식인의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29-33



우리가 살아가는 데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는 분야라면 어느 정도의 이해는 필요하다.  88



가수 신승훈이 라디오에 나와서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그는 시상이 떠오를 때마다 장소가 어디든 메모하고 녹음한다고 한다. 한번은 약속이 있어 버스에 탔는데 갑자기 리듬이 떠올라 그대로 버스에서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근처 공중전화를 찾아 자신의 무선호출기에 녹음했다고 한다. 시상이란 게 잠깐 떠올랐다 사라지는 것이니, 예술가라면 그런 식으로 호출기에 녹음하는 작업이 필요할 법했다.

시상이란 금방 나타났다 사라지면, 한번 사라지고 난 뒤에는 다시 떠올리기 어렵다. 시상이 떠오른다면 재빨리 노트와 연필을 꺼내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바쁠 때는 간단한 얼개만 써놔도 되지만, 시간이 충분하다면 글 한 편을 모두 써버리는 게 좋다. 의욕이 있을 때 좋은 글이 나올 확률이 훤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럴 시간이 어디 있냐고 하겠지만, 자투리 시간은 의외로 많다.  125



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체가 화려한가'가 아니라, 글에 '자기 생각을 담고 있는가'다.  139



글이란 독자와 대화하며 독자를 설득하는 수단인데, 자기 생각이 없는데 어떻게 대화와 설득이 가능하겟는가? 원칙상 자기 생각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 경험을 두루 해보는 것이다...

경험이 많으면 자기 생각이 만들어지고, 자기 생각이 있으면 글쓰기도 잘한다. 하지만 삶이란 유한한 법이고, 온갖 경험을 하기는 불가능하다. 글을 잘 쓸 정도로 여러 경험을 하려면 최소한 일흔까지는 살아야 하는데, 그때쯤엔 펜을 들 힘이 달린다. 그래서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함으로써 주인공의 경험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통로다.  40



글을 써본 이들은 알겠지만, 글을 쓰는 건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다.  144



내가 보기에 글 쓴느 데 필요한 인내심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다. 책을 읽는 데는 어느 정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고, 그 집중력을 300쪽이 넘게 밀고 나가야 한 구너을 다 읽게 되니까 인내심이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개인적으로 고전을 권하고 싶다.  145



글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독특한 관점, 남이 다 하는 얘기를 굳이 또 할 필요는 없다.  161



내가 생각한 쉬운 글쓰기의 요령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해 못하는 얘기는 아예 꺼내지 말자. 자기도 잘 모르는 얘기를 하면 글이 어려워진다...

모르는 얘기는 쓰지 말자. 그 대목이 글에 꼭 필요하다 해도 다른 내용으로 대체하든지, 자기가 이해한 부분만 써야 한다.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쓰면 글이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길.

둘째, 문장은 짧을수록 좋다.

셋째, 적절한 비유를 활용하자.

넷째, 대화체를 이용하자. 문어체보다는 구어체가 훨씬 더 잘 읽힌 다는 점을 감안하면, 핵심적인 내용을 대화체로 하는 것이 글을 쉽게 만드는 원동력임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다섯째, 흥미를 유발하는 이야기를 쓰자.  169-174



원래 허구인 소설을 쓰는 경우가 아니라면 솔직한 글을 쓰자. 체면 때문이든 뭐든, 불리한 대목을 어설프게 포장한 글은 아무런 동정이나 감동도 주지 못한다.  183



글을 쓸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재료 모으기'다. 

남들이 다 아는 사실을 가지고 글을 쓰면 재미가 떨어지므로, 자료조사를 통해 생소한 하지만 흥미를 가질 만한 일들을 집어넣어 글을 풍부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184



글을 쓸 때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재료와 관저이다. 재료는 많이 모을수록 좋고,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글에 생동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 재료를 모으기 귀찮다면 기존 재료를 가지고 관점을 바꿔서 쓰는 방법도 있다.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려면 한 사건을 가지고 여러 관점으로 글을 써보는 연습을 하라. 그러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191-192



결론 부분에서 신경 써야 할 점은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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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앤 다비의 서문 

"작가에 관해 글을 쓰는 작가는 화가를 그리는 화가만큼이나 흥미롭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마에스트로에게  7



헤밍웨이와 절친한 친구들의 말과 아버지에 관해 내가 아는 것을 종합해보면, 이 두 사나이는 정녕 두려움을 몰랐고 끝없이 관대했으며 엄청난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들은 뭐든 기막히게 빨리 터득했고, 결코 사춘기의 열정을 잃는 법이 없었다. 그 둘은 똑같이 모순적인 행동을 했고, 여자에 관해선 양면적인 태도를 보였고, 친구관계가 변덕스러웠다. 언어를 무기로 사용할 경우에는 무자비하고 심술궂기도 했다. 모든 이에게 그러지는 않았지만 많은 이에게 그랬다.

둘 중 누구도 멍청이, 사기꾼, 지식인, 정치가 혹은 그 밖의 다른 사람들이 읊어대는 쓸데없는 장황한 얘기를 쉽사리 용납하지 않았다. 내가 발견한 가장 명백한 그들의 공통적인 기질은 어떤 비평가가 헤밍웨이의 "중대한 결함"이라고 지적한 그 "가학적인 농담"이었다. 이 가혹함의 정도는 대상이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이유에 얼마나 가까운가에 달린 듯했다. [마에스트로를 위한 모놀로그]에 묘사된 아버지만큼 그 지점에 근접한 사람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35년 10월 헤밍웨이가 막상 다음과 같이 썼을 때 아버지는 헤밍웨이가 자기를 알아봐주었다고 기뻐했다.

'그 친구는 뛰어난 파수꾼인데다 선상에서 일할 때나 글을 쓸 때나 열성적이었지만 바다에서는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민첩해야 할 때 굼떴고, 이따금 두 발과 두 팔 대신 발만 네 개인 듯했다. 흥분하면 긴장했고, 뱃멀미는 구제불능이었고, 일을 시키면 촌놈 같은 반감을 품었다. 그래도 시간만 넉넉하게 주면 늘 기꺼운 마음으로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바이올린을 켤 줄 알아서 우리는 그를 마에스트로라고 불렀는데, 그 별명은 결국 마이스로 길이가 줄었다. 바람이 한바탕 몰아치기만 해도 그는 사지의 균형을 잃고 버둥거렸기 때문에 한번은 동승한 당신네 통신원이 그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마이스, 자네는 확실히 무지하게 대단한 작가가 될 걸세. 다른 일엔 눈곱만큼도 쓸모가 없으니까."

반면 그 친구의 글쓰기는 착실하게 향상했다. 언젠가는 작가가 될 만한 그릇이었다. 그렇다 해도 고약한 성미가 불끈불끈 삐져나오는 당신네 통신원이 작가 지망생을 일손으로 배에 태우거나, 쿠바고 다른 어떤 해안에서고 글쓰기에 관해 질의응답하면서 또다른 여름을 보내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다. 필라호에 승선하고 싶다는 작가 지망생이 있거든 여자로 해주시길. 아주 예쁘면 좋겠고, 샴페인 챙겨오는걸 잊지 않도록 해주시길.'  13-15


그의 <횡단여행>(<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첫 부분)을 읽은 상태였다. 이 단편소설은 내게 그 작가를 만나기 위해 3200여 킬로미터를 여행해야겠다는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혹 일이 잘 풀리면 그가 몇 분만이라도 틈을 내어 글쓰기에 대해 얘기해줄 수도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은 것이다.  19


목적지에 다가갈수록 헤밍웨이를 만나는 일이 점점 어리석게만 느껴졌다. 만나면 뭐라고 하지? "저기, 안녕하세요?" 그러면 그가 뭐라고 할까? "썩 꺼져!"? 그는 나 같은 부랑자들을 피해 키웨스트처럼 외딴 곳을 택했을 것이다. 운이 트여 그를 만난다고 해도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연기가 펄펄 나는 화차 지붕에 앉아 여행을 하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21-22


"대학은 다녔나?" E.H. 가 물었다.

"미네소타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하긴 했는데 영문학 점수는 늘 형편없었습니다."

"좋은 징조군. 대학에서 학점을 잘 따는 친구들은 대개 흉내쟁이들이지. 자기만의 것을 쓰는 법을 터득하지 못해. 그럴 가망도 없고"  28


"글쓰기에서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절대로 한 번에 너무 많이 쓰지 말라는 걸세."

"절대 샘이 마를 때까지 자기를 펌프질 해서는 안 돼. 내일을 위해 조금은 남겨둬야 하네. 멈춰야 하는 시점을 아는 게 핵심이야. 쓸 말이 바닥날 때까지 버티지 않도록 하게. 글이 술술 풀려 얘기가 재미있는 지점에 이르고 그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감이 오면 바로 그때 멈춰야 하네. 그러고는 원고를 그냥 놔두고 생각을 끄게나. 나머지는 자네의 잠재의식한테 맡겨둬. 다음날 아침 잠을 푹 자서 기분이 상쾌해지거든 그 전날 쓰던 것을 다시 쓰도록 하게. 그럼 그 재미있는 지점에 다다를 거고 또 다음 장면이 예측되겠지. 그 지점에서 계속 전진해. 그러다가 또다른 재미의 정점에서 멈추는 거야. 그런 식으로 써나가면 탈고했을 때 자네의 글은 재미있는 부분들로 가득할 것이고, 장편을 쓸 때도 절대 막히는 일 없이 얘기를 재미있게 꾸려갈 수 있다네. 매일같이 출발점으로 되돌아가 전부 다시 쓰게. 얘기가 지나치게 길어진다 싶으면 쓰기 전에 바로 앞 두세 장 정도를 되짚어 읽어본 후에 시작하게. 그리고 최소한 1주일에 한 번은 처음으로 돌아가는 거야. 이야기는 그런 식으로 한 덩어리가 되는 거라네. 검토할 때 잘라버릴 만한 건 모조리 잘라버리게. 무얼 내팽개쳐야 할 지 아는 게 핵심이야. 잘하고 있는지 여부는 뭘 버리느냐에 달려 있다네. 다른 작가가 쓰더라도 정말 재미있겠구나 싶은 걸 내버릴 수 있다면 잘하고 있는 걸세."

헤밍웨이는 이미 내 작업에 개인적인 관심이 있고 힘껏 돕고 싶다는 듯 힘주어 말했다.

"글을 쓰는 데에 기계적인 부분이 많다고 낙담하지 말게. 원래 그런 거야. 누구도 벗어날 수 없어. <무기여 잘 있거라>의 시작 부분을 적어도 쉰번은 다시 썼다네. 철저하게 손을 보아야 해. 무얼 쓰든 초고는 일고의 가치도 없어. 처음 쓰기 시작할 때 자네는 온통 흥분되겠지만 독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해. 하지만 작업 요령을 터득하고 난 후에는 독자에게 모든 걸 전달해서 예전에 읽어본 얘기가 아니라 자기에게 실제 일어난 일처럼 기억하게 하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해. 이게 글쓰기를 평가하는 진정한 시금석이라네. 그리되면 독자는 흥분해도 자넨 아무렇지도 않아. 그저 힘든 일의 연속이야. 잘 쓸수록 힘들어져. 오늘 쓴 이야기는 어제 쓴 것보다 나아야 하니까. 세상에서 가장 고달픈 짓이지. 쓰는 일 말고도 하고 싶고 더 잘할 수 있는 게 수두룩하지만, 펜을 놓고 있을 때는 기분이 더러워져. 내가 가진 재능을 썩힌다는 생각이 들거든."

"그리고 말일세." 그가 말을 이었다. "모르는 건 쓸 수 없어. 순전히 상상에 의존하는 건 시(詩 시시)야. 공간과 인물들을 철저히 파악해야 하네. 그러지 않으면 얘기가 진공 속에서 벌어지게 되지. 창작은 써가면서 하는 걸세. 그날의 글쓰기를 끝낼 즈음에는 그다음 이야기가 어찌 펼쳐질지 알겠지만 그 이야기 다음에 벌어질 일까진 알 수 없기 때문에 이야기가 어찌 끝날지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네."

"애초에 아무런 플롯도 없이 이야기를 쓴다는 말인가요?"

"최고의 이야기는 그렇게 쓰이는 걸세. 좋은 얘깃거리가 있다면 서슴지 말고 써. 그런 건 앉은자리에서 단숨에 해치우는 거야. 하지만 최고의 이야기는 하루하루를 겪으면서 만들어지는 거라네. 그런 걸 쓰는 건 뼈빠지는 일이지만 그게 쓰는 사람한테나 읽는 사람한테나 훨씬 흥미진진하지. 이야기가 어찌 끝날지 쓰는 사람이 모르는데 독자가 어찌 알수 있겠나?"

"또하나." 그가 말을 이어갔다. "절대로 살아 있는 작가들과 경쟁하지 말게. 그들이 훌륭한 작가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으니까.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죽은 작가들과 겨루게. 그들을 따돌릴 수 있다면 잘하고 있다고 여겨도 무방해. 좋은 작품이란 작품은 몽땅 읽어둬야 해. 그래야 이제껏 어떤것들이 쓰였는지 알 수 있을 테니. 자네의 얘깃거리가 누가 이미 다룬 것이라면 그보다 더 잘 쓰지 않는 한 자네의 이야기는 초라할 뿐이야. 어떤 예술에서고 낫게 만들 수 있다면 뭐든 훔쳐도 괜찮아. 단, 언제나 아래가 아니라 위를 지향해야 해. 그리고 남을 흉내내지 말게. 문체란 망이야, 작가가 어떤 사실을 진술할 때 드러나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어색함이라네. 자기만의 문체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만일 남들처럼 쓰려고 한다면 자기만의 어색함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의 어색함도 아울러 갖게 돼. 즐겨 읽는 작가라도 있나?"  31-33


"말히긴 좀 그러네만, 자넨 진지한 것 같아." 마침내 E.H.가 입을 열었다." 진지함은 작가가 꼭 갖춰야 할 덕목이지. 일류로 쓴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일이고, 상상력을 발휘해 쓴다는 건 예술의 최고봉이라네. 또하나 갖춰야 할 게 있는데 그건 재능일세. 죽었다 깨도 소설을 쓸 수 없는 사람이 있지. 소설에 소질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면 무슨 일을 하겠나?"

"모르겠습니다. 자기한테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는 어떻게 아나요?"

"알 수 없지. 몇 해를 써본 후에야 나타나기도 하니까. 여하튼 소질만 있다면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야. 내가 자네에게 줄 수 있는 딱 한가지 충고는 꾸준히 쓰라는 걸세. 물론 지독하게 고된 짓이지. 내가 글을 써서 돈을 버는 건 펜을 들고 해적질을 일삼기 때문이야. 내 경우 단편 열 개를 써봤자 그중 하나 정도만 쓸 만할 뿐 나머지 아홉은 버린다네. 그런데 편집자들이 내 작품을 원하면 나는 그네들을 그걸 놓고 경매를 벌여야 하는 처지에 몰아넣고는 그 열 개를 모두 살 만한 가격으로 그 하나의 값을 치르겠다고 나올 때까지 양쪽을 부추긴다네. 그럼 그자들은 질투심에 불타 내가 와서 해결해주기만을 바라게 되지. 자네가 글을 쓴다고 하면 너도나도 행운을 빌어주겠지만, 자네가 잘나간다 싶으면 잡아먹지 못해 안달일걸세. 정상에 무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좋은 작품을 쓰는 거야."

"상상력은요?" 내가 물었다. "창작할 수 없을 땐 어떡하죠?"

"창작이란 꾸준히 써나가며 터득하는 거야."

"애초부터 깜깜해도 말입니까?"

"이따금씩은."

"여쭙고 싶은 것이 또 있습니다. 저는 혼자 지내는 걸 무척 좋아해요. 주변에 사람들이 늘 북적대는 걸 못 견딥니다. 그게 작가에게 나쁜 건 아닌지 궁금합니다."

"그렇지 않아. 그래야 사람들을 만났을 때 감수성이 더욱 예민해지지. 나도 지난가을 아프리카로 떠날 무렵엔 인간이라는 족속에 진절머리가나 누구도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네. 기억해두게, 자네가 어떤 사람인가가 아니라 자네가 어떤 일을 하는가가 중요한 거야. 자네 어머니께선 다르겠지만 자네가 죽든 살든 누구도 신경쓰지 않아. 개인으로서 자네는 아무것도 아닌 거야. 자네한테 무슨 일이 생기든 아무도 관심 없어. 자네가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으로 들어가야 해."

"작년에 몇 달을 서부지역에서 차를 얻어 타고 화물열차를 무임승차하며 보냈습니다. 부랑아처럼 쏘다니는 게 작가에게 유익한 경험이 될까요?" 

"그렇고말고. 나도 마음은 굴뚝같지만 아내와 가족에 매인 몸이라서, 하지만 자신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사시사철 돌아다닐 필요는 없다네. 한곳에 진득하게 머물면서 그곳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어야 해. 불결한 임시 천막촌에서도 괜찮은 걸 건질 수 있어야 하네. <허클베리 핀>은 읽어봤나?"

"옛날에요."

"다시 한번 꼭 읽어보게. 미국인이 이제껏 쓴 책 중 최고야. 허크가 도둑맞은 검둥이를 되찾는 부분까지는, 미국문학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지. 스티븐 크레인의 <블루 호텔>은 읽어봤나?"

"아니요."

"모름지기 작가라면 교육의 일부로서 꼭 읽어둬야 할 책들을 적었다네." 그가 아래의 목록을 건네며 말했다.



스티븐 크레인 - 블루 호텔, 오픈 보트


보바리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더블린 사람들 - 제임스 조이스

적과 흑 - 스탕달

(인간의 굴레 - 서머싯 몸)

안나 카레리나 -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 톨스토이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 - 토마스 만

환호와 작별 - 조지 무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도스토옙스키

옥스퍼드 영시집

거대한 방 - E.E. 커밍스

폭풍의 언덕 - 에밀리 브론테

저 멀리 그 옛날에 - W.H. 허드슨

아메리칸 - 헨리 제임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이 책들을 읽지 않았다면 교육을 받았다고 할 수 없지. 서로 다른 글쓰기의 전형을 대표하는 것들이네. 어떠 ㄴ것은 따분하고, 어떤 것은 영감을 주고, 또 어떤 것은 무척 아름답게 쓰여 글을 쓴다는 게 절망적인 일처럼 여겨질 걸세.  34-37


"바닷물 색깔이 왜 가지각색이죠?"

"바닥 때문이지. 짙은 보랏빛이 도는 부분은 해초가 있어서 그렇다네. 산호초가 자라는 곳은 초록빛이야. 모래가 깔린 드라이록스 근처에서는 누런 빛을 볼 수 있을 걸세. 바다에 나와 있으면 눈 훈련에 좋아."  59


".. 글쓰는 법을 터득해야 해. 처음 써본 이야기가 팔린다는 건 작가에게 벌어질 수 있는 가장 큰 불행이라네. 똥 같은 걸 팔게 되면 똥 같은 걸 계속 쓰게 돼. 행여 글이 나아진다 해도 독자들은 언제나 첫인상으로 그 작가를 기억하지."  71


".. 보낸 원고가 퇴짜를 맞는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러려니 하는 거야. 남들과 다르게 쓰면 잡지사 사무실에 있는 친구들은 자네가 훌륭한지 알아보지 못해. 다른 이가 진가를 발견해야 그때서야 비로소 눈을 뜨지. 형편없는 건 아무리 써서 보내봤자 어김없이 되돌아오지만, 제대로 쓴 걸 꾸준히 우편으로 보내다보면 언젠가는 사겠다는 작자가 나타나게 되어 있어. 처음 쓴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야. 그래서 배워야 한다는 걸세..."  72


".. 독자들은 좋은 이야기를 알아보지만 편집자들은 아이냐. 색다른 이야기를 보내면 편집자들은 그 가치를 못 알아봐. 이야기만 훌륭하다면 반송되어 오더라도 거들떠보지 마. 그냥 계속 보내. 좋은 이야기라면 알아보는 편집자가 있을 거야. 한 명이 알아보면 나머지도 알아보기 마련이지.. "  85


".. 어떻게 쓰는지 배우려거든 신문 잡지 쪽 글을 많이 써봐야 해. 머리를 유연하게 하고 언어를 지배하는 힘을 길러주거든. 그러고는 매일 연습하는 거야. 날마다 본 것을 독자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묘사해봐. 그러다보면 그게 종이 위에서 살아 움직일 거야. 플로베르가 모파상한테 그렇게 글쓰기를 가르쳤지. 뭐든 묘사해봐. 선착장에 서 있는 자동차, 만류나 거친 바다에 쏟아지는 스콜도 좋고, 감정을 집중하려고 노력해.. "  87


"하루에 몇 단어나 쓰세요?" 바다로 나간 어느 날 오후 내가 E.H.에게 물었다. 

"대중없다네." 그가 말했다. "많이 쓸 때도 있고 한 자도 못 쓰는 날도 있지."

"버나드 쇼는 작가가 되고 싶다면 적어도 하루에 1000단어는 써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건 너무 많아. 무지하게 잘 써지는 날에야 1000단어도 쓸 수는 있지. 하지만 그런 식으로 계속 자네를 펌프질 해대면 밑천이 바짝 말라 똥 같은 거나 쓰게 돼. 하루에 500단어를 쓴다고 해도 그걸 전부 실어줄 출판없자는 없어. 1년이면 18만 단어, 소설 두 권 분량이거든. 그리해보려고 시도해본 적 있나?"

"없습니다. 해보곤 싶은데 해보려고 할 때마다 불가능한 일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난 말일세, 글을 쓰려고 앉을 때마다 지독한 무력감에 빠져든다네. 글을 쓰는 건 힘든 일이야.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지. 세상에 못해먹을 짓이야. 쉽다면 개나 소나 다 하겠지. 그냥 앉아서 한편 써 보내면 돈이 굴러들어오는 게 아닐세. 그네들이 거액을 지불하는 이유는 딱 하나야. 그런 고된 짓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지."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뭐죠?"

"신나는 얘깃거리를 갖고 재미있게 만드는 거야 누군들 못하겠나. 비결은 수수한 얘깃거리를 가지고 재미있게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거야.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신나는 얘깃거리를 다루는 것은 식은 죽 먹기지."

"최고의 이야기는 개인적인 경험이 바탕이 되나요?"

"아니야, 최고의 이야기는 꾸며내는 거라네. 액션을 꾸며낼 수 있어야 해. 소설이 될 만한 일을 실제 삶에서 벌일 수 있는 사람은 고작 열에 하나 정도야. 자네가 자네를 소재로 쓰면 그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죽는 거야. 하지만 다른 사람에 대해 쓰면 천 번을 죽고도 계속 쓸 수 있지. 자네가 아는 사람을 하나 골라 그의 나이와 전력을 바꾸고 그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나라로 그를 옮겨놓게. 그래도 그는 실존 인물인 거야. 그를 재미있는 상황에 던져놓고 액션을 만들어내, 꾸며내는 요령만 터득하면 소설은 얼마든지 쓸 수 있다네.

좋은 얘깃거리다 싶으면 주저하지 말고 써. 가슴속에 있는 걸 전부 털어놔. 그게 한 번 자리잡고 앉았을 때 쓸 수 있는 분량이야. 그러고 보니 생각나네. 언젠가 하루에 단편 두 개를 쓴 적이 있지. 한 편을 쓰기 시작해 탈고하고 났는데도 여전히 기분이 좋아서 한 편을 더 썼어. 

그렇게 한 편을 쓴 다음에는 원고를 두 주 정도 치워둬. 그러고 나서 다시 읽어보면 독자의 입장에서 보는 눈이 생긴다네. 싹수가 보이지 않는 건 포기해야 해. 쓴 걸 치워두었다가 다시 돌아가 독자의 관점에서 읽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어."  114-116


"지금 자네한테 필요한 건 눈을 이용해서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법을 배우는 거야. 그래야 쓸 때 그것들을 고스란히 나타낼 수 있어. 어떤 하나를 다른 것과 비교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네. 같은 것은 없기 때문이지. 모든 것이 고유하다네...

절대적인 글쓰기라는 게 있지. 그걸 가르쳐주면 나주엥 자네 나름의 스타일을 계발할 수 있을 거야."  116-117


짧은 문장을 써야 할 때가 있지만 때를 가려 쓸 줄 알아야 해. 짧은 문장을 빈번하게 사용하는 건 단조로운 기계망치질 같아서 독자를 피곤하게 해...

모름지기 작가는 상이한 두 성격이 있어야 해. 인간으로서 자네는 천하의 개망나니일 수도 있고 사람을 증오하고 비난하고 다음번 만났을 때 놈의 대갈통을 총알로 날려버릴 수 있겠지만, 작가로서 자네는 누구에 대해 쓰기 전에 그 사람을 철저하게 있는 그대로 보고 그 사람의 관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자네의 사사로운 반응을 섞지 않고 그 사람을 정확하게 드러내는 요령을 터득해야 해.  120


나는 난생처음 도보로 외국 도시를 여행할 때 느끼는 걷잡을 수 없는 흥분에 사로잡혔다.  137


정오쯤 되자 우리는 초록빛 해안을 따라 수킬로미터 내려와 있었고, 모로캐슬의 탑이 우리가 볼 수 있는 유일한 아바나의 풍경이 되었다. 코히마르라는 작은 어촌을 지나 아담한 바쿠라나오 만 맞은편에 다다르자 E.H.가 카를로스에게 해변 쪽으로 배를 돌리라고 했다. 

"저기가 되놈들을 내려놓은 만이라네." E.H.가 <횡단여행>과 관련된 이야기를 내게 했다.

그 단편을 읽은 게 아득하게 느껴졌다. 미니애폴리스에서 살던 때였다. 작가가 되어보겠다고 아침에 눈을 뜨고부터 저녁에 녹초가 될 때까지 써댔는데 이야기에서 열기가 빠진 다음 읽어보면 악취가 풍겼다. 우울증이 발작처럼 엄습할 때면 주섬주섬 책을 읽었다. 대부분 성에 차지 않았다. 현대 작가들에게서 뭘 배울 게 있으려나 하고 잡지를 뒤적여 보았지만 그들은 더 형편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이 단편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그것과 다른 것들의 차이는 낮과 밤의 차이만큼이나 컸다. 나는 우아한 문구들과 억지로 짜맞춘 플롯에 신물이 나 있었는데, 마침내 억센 고기잡이의 말투로 쓰인, 내가 그때까지 읽어본 것들 중 가장 수긍이 가는 이야기를 발견한 것이다. 뭘 어떻게 했기에 이야기가 그토록 멋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게 바로 내가 쓰고 싶은 방식이었다! 나 말고도 같은 걸 원하는 사람이 수천 명 더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채 말이다. 나는 그가 현존 작가라는 걸 알았고, 그가 내게 이야기를 쓸 때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귀띔이라도 해주었으면 했다. 만일 그 단편 밑에깔린 예술적인 그 무엇을 그에게서 배워 깨우칠 수만 있다면 내게도 아직 가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불과 석 달 전의 일이었다. 그러던 내가 지금 그의 요트에서 그와 낚시를 하면서 그가 쓴 단편소설 속의 어부가 되놈의 목을 으드득 소리가 날 때까지 졸랐다는 그 작은 만을 향하고 있었다.

"이 해안을 꽤 잘 아시겠어요." 내가 말했다.

"무얼 쓰려거든 사전에 그것에 대해 알아둬야 해." E.H.가 말했다. "이야기를 쓰려면 배경과 등장인물이 있어야 하지. 그것들은 완전히 꿰고 그것들이 벌일 만한 일을 생각해둬야 해. 우선 흥미로운 상황을 설정하고 그런 다음 액션을 만들어내. 그러면 이야기는 저절로 써지게 돼 있어."

"쓰기 시작할 때 플롯은 아예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입니까?"

"그렇다네. 배경과 인물만 있으면 돼."

"아무 플롯이 없는데 쓰는 게 소설이 될지 어떻게 알죠?"

"알다마다. 아는 소재만 있으면 이야기는 나오는 걸세. 하지만 바다는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가장 힘든 곳이지. 10년을 나와 있어도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게 바다야. 육지에서 전쟁이 터지면 달라. 전쟁터에 석 달만 나가 있으면 장편소설을 하나 건질 수 있지."  155-157


E.H.는 낚시질 중에는 절대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일일 수도 있었지만 그는 거대한 놈이 나타날 때를 대비해 빈틈없는 준비 태세를 갖추고자 했다.  160


"자네나 나나 또같은 걸 보지. 무엇을 본다는 것과 그것에 대해 쓴다는 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네. 누군들 못 보겠나. 그러나 있는 그대로 보고 벌어진 그대로 쓸 수 있어야 모름지기 작가라고 할 수 있지..."  174


"소설을 쓰기 위해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은 무엇이죠?"

"전쟁. 전쟁은 많은 위대한 작가들을 탄생시켰지. 혹은 불행한 유년 시절. 실연. 남에게 벌어지는 나쁜 일이 작가에겐 거반 다 좋은 일이야. 그리고 마흔이면 사람들은 실수하기 시작하지만 작가의 정신은 명료해진다네."  176



"죽도록 하고 싶다면 마음을 굳게 먹어야지."  312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에서 살아보는 것이 최선인가요?"

"어떤 자옷에 관해 그곳에서 멀어지기 전에 쓰는 건 금물이야. 떨어져 있어야 균형 잡힌 시각이 생기거든. 무엇을 본 직후에는 그걸 사진처럼 묘사해서 정확하게 드러낼 수 있어. 좋은 훈련이지. 그러나 그건 창작이 아니야."

"써가면서 사건을 만들어내는 게 소설이라면 벌어질 일의 내용은 어떻게 결정하죠?"

"열댓 개의 흥미로운 가능성 중에 필연적인 하나를 골라야지."

"그게 형편없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건 어떻게 알죠?"

"마음속의 어떤 소리가 일러준다네. 판단이 경계선에 걸리면 다른 사람한테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 보통은 구분할 수 있어."  313-314


"소박한 낱말이 언제나 최선이라네."  314


"쓰고 싶은 마음은 정말 굴뚝같아요. 노력도 하고요. 그런데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정말 고된 짓이지. 자네는 그걸 이제 막 발견하기 시작한 거야. 글이 나아질수록 더 힘겨워져. 자네에게 필요한 건 매일 조금씩 연습하는 거야. 하루에 적어도 250단어는 쓸 수 있어야 해. 그 정도면 충분해. 그렇게만 써도 1년이면 소설 두 권 분량이야. 중요한 건 지속적으로 눈과 귀를 사용 하는 거야. 부두 위에 보이는 사람들을 전부 관찰하게나. 요트들이 들어온거든 그 소유주들과 승무원들도 관찰하고, 그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해서 그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게. 그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뿐만 아니라 각 단어를 어떻게 말하는지 기억해두게. 자네는 자아에 대해 감수성이 예민해. 그건 꼭 피요한 자질 중 하나지. 그러나 타인에 대해서도 감수성이 예민해야 하네.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방식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을 알 수 있어야 해. 계속 노력하면 계발되는 능력이라네. 누구도 자네가 겪는 고난 따위엔 관심 없어. 자신이 겪은 고생담을 늘어놓는다면 지독하게 따분한 놈으로 전락하고 말아. 자네가 누구고, 어떤 사람이고, 자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든 사람들은 눈곱만큼도 신경쓰지 않아. 자네 자신은 잊어버리고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피게."

"쿠바를 소재로 소설을 쓸 수 없다면 제가 쓸 만한 것은 뭐죠?"

"내 장사 구역이니 넘보지 말라는 게 아닐세. 그저 자네가 소설을 쓸 만큼 쿠바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야. 소설에서는 뭘 쓰지 않고 내버려두느냐가 중요하다네. 10분의 9는 수면 밑에 있어야 해. 그게 이야기에 품격을 주는 거야.."  314-315



"자네가 꼭 극복해야 하는 건 낙심하는 일이야." 그가 말했다. "자네에겐 육체적인 담력이 있어. 하지만 그건 겁먹기 전까지 누구나 있는 거지. 자네한테 필요한 건 정신적인 담력을 키우는 일이야. 훨씬 어려워. 하늘이 무너져도 낙심하지 말게! 산문을 쓰는 건 세사에서 가장 힘든 일이야...

한 번에 몇 주 동안 써지지 않을 때가 있을 거야. 그런 일이 벌어지더라도 낙심하지 말게. 세상 그 어떤 작가라도 써지지 않을 때가 있어. 자연스러운 일이야. 그러려니 하게. 기력이 빠지거든 자네가 본 것들을 빈틈없이 써보게나. 그것들이 종이 위에서 꿈틀거려 독자들이 그것들을 볼 수 있도록. 사람들이 으레 하는 말이 아니라,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떻게 말하는지, 목소리의 높낮이, 말하는 표정, 두드러진 이목구비 등에 주목하게. 그런 것들이 글을 생동감 있게 하는 거라네. 그러니 독자가 정확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쓰는 연습을 하게. 그러고는 독자가 공감하길 바라는 감정이 무언지 파악하려고 힘쓰는 거야. 난 그런 식으로 글 쓰는 법을 터득했다네.

자네가 쓴 기사류 글들은 눈에 좋은 훈련이었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게 글쓰기에 대한 참된 시각을 자네한테 선사한 거라네. 이제 이 여행길로 북쪽으로 올라가다보면 쓰고 싶은 이야기에 대한 어떤 실마리가 떠오를 수도 있을 걸세. 전에 떠돌이 생활 때 본걸 전부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걸 보게 될 거야. 지벵 도착하고 나서 소설이 써지지 않거든 밖으로 나가 뭐든 보고 그걸 종이 위에 살아 움직이게 만들어. 사람들한테 말을 걸어서 그들이 말하는 걸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써. 그러면 자네의 마음도 자동으로 대화를 들으려고 집중할 걸세. 귀를 잘 발달시키면 마음이 체를 치듯 움직여 써먹지 못할 것은 잊어버리게 되어 있어. 좋은 글을 읽어서 좋은 감식력을 키우게.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라네...

하늘이 무너져도 낙심하지 말고 걱정하지 말게. 자네 글에 대해 절대 걱정하지 말게. 그러면 진이 빠지고 무기력해져. 운동을 많이 하면서 건강을 유지하게. 그게 제일 중요해."  318-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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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독창성은 새로운 방법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에서 나온다. - 이디스 워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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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의 늪에 빠져 고전 중인 작가든, 아직 시작하지 않은 작가든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비법'이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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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진정한 독창성은 오로지 자기 안에서만 나올 수 있다고 거듭 역설한다.  13

                                  1980년 10월 25일 존 가드너




내가 이 책을 쓰는 목적은 자신의 양식과 지성을 믿는 사람들이 문장과 단락의 구조를 익히도록 하고, 글을 쓰기로 결심한 순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써야 하는 의무를 독자에게 진다는 점을 깨닫도록 하고, (영어)산문의 거장들을 공부할 기회를 갖도록 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부단히 매진해 나가려면 반드시 필요한 기준을 스스로 세우도록 하는 데 있다.  28


글을 잘 쓴다는 것과 작가가 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39


작가는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자발성과 아이처럼 예민한 감수성과 화가 못지않게 '순수한 시각'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참신하고 신속하게 반응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환경도 마치 처음 대하는 환경처럼 대한다...

작가는 아리스토텔레스가 2천년 전에 말한 '사물의 연관관계'에 늘 주목한다. 이런 신선한 시각이야말로 작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재능이다.  41


작가가 성공을 거두려면 위에서 말한 특징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가 또 있다. 다름 아니라 어른스러움과 분별력과 절제와 공평함이다.  42


침묵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57


오래된 습관일수록 끈질기고 질투가 심하다. 미리 선전포고를 할 경우 오래된 습관은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교묘한 설득력을 앞세워 맞서려 든다. 그런가 하면 너무 철저하게 공격할 경우에는 복수를 해온다. 하루나 이틀쯤 노력이 기가 막히게 먹히고 나서 우리는 새로운 방법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온갖 이유나, 이런저런 오래된 습관과 보조를 맞추면서 변화를 꾀해야 하거나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 온갖 이유를 들이댄다. 그러다 결국에는 새로운 충고가 아무 소용이 엇어지게 도니다. 대신 시도는 좋았지만 실패했다는 생각이 고개를 쳐든다. 그 이유는 계획이 자신에게 맞는지 아닌지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기력이고 목적 의식이고 모두 써버리기 때문이다.  70


글을 쓰려면 길들지 않는 근육을 써야 할 뿐만 아니라 고독과 칩거를 감수해야 한다.  78


무의식의 비옥한 자양분이 주는 혜택을 온전히 누리려면 무의식이 기선을 잡았을 때 힘들이지 않고 쉽게 글을 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러한 방법을 터득하려면 평소보다 30분이나 한 시간 일찍 일어나는 것이 가장 좋다. 일어나자마자 말을 하거나, 조간 신문을 읽거나, 전날 밤 치워두었던 책을 집어들지 말고 글을 쓰기 시작하라.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아무 내용이나 쓰라. 기억할 수 있다면 간밤에 꾼 꿈도 좋고, 전날 했던 활동도 좋고, (실제든 상상의 산물이든) 대화도 좋고, 양심의 성찰도 좋다. 어떤 종류든 상관없으니 이른 아침의 공상을 비판의 시각을 들이대지 않고 빨리 쓰는 것이 관건이다. 글의 우수성이나 궁극적인 가치는 아직 중요하지 않다. 나중에는 이러한 내용 속에서 기대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게 되겠지만 지금 단계에서 일차 목적은 불후의 명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헛소리만 아니면 되는 글을 쓰는 데 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행동을 기록하면서 수면 상태와 깨어 있는 상태의 중간 지대에서 쉽게 글을 쓸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문단이 일정한 틀 없이 중구난방으로 흐르든, 생각이 모호하거나 터무니없든 훈련의 성패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비평 능력일랑 모두 잊어버리라. 일부러 보여주지 않는 이상 무엇을 쓰든 그 글을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에 주목하라. 각자의 편리에 따라 침대에 앉아 공책에 글을 써도 상관없다. 이 기간에 타자기 사용법을 배울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비는 시간만큼, 또는 충분히 썼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가능한 한 오래 쓰는 것이 좋다.  

다음날 아침 전날 써놓은 글을 다시 읽지 말고 시작하라. 글을 다 쓸 때까지는 읽기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훈련의 효과는 나중에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지금은 그저 훈련에만 충실하라.  79-81


마음을 정했으면 하고 싶은 일이 있든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든 상관없이 그 시간은 반드시 비워두어야 한다.  85


4시에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으면 4시에 꼭 글을 써야 한다! 변명은 있을 수 없다. 4시에 대화에 깊이 빠져 있다면 양해를 구하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빚을 졌으면 갚아야 한다. 자신에게 한 약속도 물릴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아침에 글을 쓸 때처럼 소재는 아무것이든 상관없다. 말이 되든 되지 않든 오행시든 무운시든 무조건 쓰라.  86


이른 아침에 글을 쓰는 훈련과 아무 때고 글을 쓰는 훈련은 글을 자유자재로 거침없이 쓸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88


모방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취향과 장점을 최대한 빨리 찾아내는 것이다. 습관을 들이는 이 기간에 써놓은 글에는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한 실험 재료가 들어 있다. 자리에 앉아 맨 처음 떠오르는 것들을 쓸 때 대체로 무엇을 쓰는가? 이제 자신이 쓴 글을 마치 낯선 사람의 작품을 읽듯 읽어나가면서 이 낯선 작가의 취향과 장점은 무엇인지 살펴보라.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선입견은 모두 한쪽으로 치워두라. 지금까지 붙들고 있었던 야망이나 희망이나 두려움이 있다면 모두 잊고 이 낯선 작가가 조언을 청해온다면 그에게 가장 잘 맞는 분야는 무엇이라고 말해줄지 생각해보라.

그 동안 써둔 그렝서 발견되는 반복, 거듭 나타나는 생각, 자주 나오는 산문 형식이 실마리를 제시해줄 것이다. 그런 요소들은 그대의 타고난 재능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줄 것이다. 그대의 장점을 더욱 갈고 닦는 것은 좋지만 자신은 오로지 한 가지 유형의 글만 쓸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유형의 글은 그만큼 잘 쓰지 못랄 것이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하지만 이 검토를 통해, 가장 풍성하고 가장 쉽게 흘러나오는 그대의 재능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93-94


의심스러운 점은 뭐든 하나도 빼놓지 말고 따져보아야 한다. 짧은 평서문을 너무 많이 사용하거나 감탄 부호를 남발하지는 않는가? 표현이 미사여구로 흐르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지나치게 간결하지는 않은가? 말을 너무 아껴서 감동적인 장면을 너무 빨리 지나가는 바람에 그대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독자가 놓칠 위험은 없는가? 신빙성이 떨어질 정도로 과장에 치우치지는 않는가? 그렇다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말 수가 적은 작가는 앨저넌 찰스 스윈번(1837~1909, 영국의 시인겸 평론가)이나 토머스 칼라일(1975~1881, 영국의 사상가 겸 작가)처럼 근엄하기보다 화려한 말솜씨를 자랑하는 작가의 작품을 읽는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감정에 지나치게 호소하는 작가에게는 그 반대의 충고가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18세기 영국의 작가들이나 윌리엄 딘 하월스(1837~1920, 미국의 소설가 겸 평론가), 윌라 캐더(1873~1947, 미국 소설가), 아그네스 레플리어(1855~1950, 미국 수필가) 같은 작가를 읽어보라. 단조로운 문체 때문에 고민이라면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1874~1936, 영국의 소설가 겸 평론가)의 소설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제안에는 거의 끝이 없지만 자신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해 자신에게 가장 좋은 약을 처방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처방전을 찾았다면 겸허하게 읽으면서 자신과는 정반대의 성향을 보이는 작가들의 장점을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체를 단련하는 동안에는 스스로에게 사정을 봐주어선 안 된다. 관심이 끌리는 책은 철저히 멀리해야 한다.  105-106


다음으로 전날 저녁의 상황이 아침의 글쓰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봐야 한다. 활동을 많이 한 날 다음에 좋은 글이 나오는가, 아니면 조용하게 지낸 날 다음에 좋은 글이 나오는가? 글이 쉽게 써졌다면 일찍 잠자리에 들고 난 다음인가, 아니면 짧게 자고 난 다음인가? 친구들을 만나는 것과 다음날 아침의 글쓰기가 활기를 띠거나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 사이에 어떤 연관관계가 있지는 않은가? 극장이나 미술 전시회, 무용 발표회에 갔다오고 나서 그 이튿날 아침의 글쓰기는 어땠는가? 이런 점에 유의하면서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도록 노력하라  106


다음으로 일상의 규칙에 주목해야 한다. 대부분의 작가는 기분 전환을 위해 가끔 쉬면서 단순하고도 건강한 일상을 꾸려나갈 때 크게 발전한다. 여기서 다루는 내용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어떤 음식이 자신에게 맞고 어떤 음식을 멀리해야 할지와 같은 사안들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생 글을 쓰며 살 생각이라면 자극제에 계속 기대지 않고도 일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적절하게 사용해도 되는 자극제가 있는 반면, 완전히 끊어야 하는 자극제도 있다. 일을 몰아서 하는 습관은 좋지 않다. 꾸준하고 착실하게 흐름을 타면서 생산성을 고르게 유지해야 한다. 그럴 경우 가끔 평균 수준을 훨씬 웃도는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하지만 생산성이 평균 이하로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두세 달에 한 번, 아니면 적어도 일 년에 두 번은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평가해야 한다.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 풍작을 거두려면 이러한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을 평가할 때는 기질적인 면이 일상의 행동에 너무 많이 관여하게 내버려두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야 한다. 냉정하고 공정하게 처신해야 하는 상황에서 감정에 치우쳐 제멋대로 굴지는 않는가? 욱하는 기질이나 질투심, 쉽게 낙담하는 성격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지는 않은가? 차분히 생각해보면 문제점이 뚜렷이 보이기 마련이다. 질투, 낙심, 분노는 글이 흘러나오는 샘을 오염시킬 뿐이다. 좋은 글을 쓰려면 한시라도 빨리 오염 요인을 찾아 흔적조차 남지 않게 완전히 없애야 한다.

자신을 평가할 때는 철저해야 한다. 자신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은 그저 '잘'의 수준이 아니라 '아주 잘' 이루어져야 한다. 스스로 엄격하면서 공정해야 한다. 터무니없는 비난은 근거 없는 자화자찬만큼이나 나쁘다. 자신이 잘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점을 인정하고 더 잘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격려해야 한다. 잘하는 일을 기준 삼아 다른 데서도 그와 똑같은 수준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107-108


작가가 되는 데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을 단순히 오락거리가 아니라 본보기로 바라보는 경향이 어느 정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효과를 얻으려면 자신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책을 읽어야 한다.  112


작가 입장에서 책을 읽는 법을 터득하려면 처음에는 뭐든 두 번 읽는 길밖에 없다...

다 읽었으면 당분간 책을 한쪽으로 치워두고 연필과 메모장을 꺼내라.  

우선 방금 읽은 책의 개요를 짤막하게 작성하라. 마음에 들었는지 아닌지, 믿음이 갔는지 아닌지, 마음에 들었던 부분과 그렇지 않았던 부분은 무엇인지에 비추어 대강의 판단을 내리라. (나중에는 도덕적 판단도 내릴 수 있겠지만 지금의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진술 내용을 계속 늘려나가라. 책이 마음에 들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에 대한 대답이 처음에는 모호하더라도 기죽지 말라. 책을 다시 읽어보면 그러한 반응의 원인을 찾게 될 것이다. 책 내용 가운데 더러는 훌륭해 보였던 반면 나머지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였다면 작가가 언제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되짚어보라. 등장인물들이 한결같은 솜씨로 그려졌는가, 형편없이 그려졌는가, 아니면 어쩌다 가끔만 일관성 있게 그려졌는가? 이렇게 느낀 이유를 알겠는가?

특별히 마음에 남는 장면이 있는가? 만약 있다면 그 이유가 장면 처리가 뛰어났기 때문인가, 아니면 어이없게도 좋은 기회를 놓쳤기 때문인가?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의 관심을 끌었던 구절이 있는가? 대화가 자연스러운가, 아니면 틀에 박혀 있는가? 만약 후자라면 그런 딱딱한 형식이 작가의 의도 때문인가, 아니면 작가의 능력 부족 때문인가?  113-114


처음부터 다시 천천히 꼼꼼하게 읽어나가면서 분명해 보이는 대답을 찾는 대로 메모장에 기록하라. 특별히 잘 처리된 구절을 발견하거나, 작가는 솜씨 있게 다루고 있지만 자신이 다루기에는 어려울 것 같은 소재가 눈에 띄면 표시해두라. 이렇게 해두면 나중에 다시 읽을 때 그 부분을 좀더 심도 있게 분석해 본보기로 활용할 수 있다.  115


비판 어린 시선으로 책을 읽을 때 얻을 수 있는 자극과 유익함은 끝이 없다. 온 신경을 집중하고 읽어야 한다. 작가가 강조하고자 하는 대목에서 책의 호흡이 빨라지는지 느려지는지에 주목하라. 작가가 버릇처럼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훈련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아니면 너무나 명백히 그 작가만의 것이라 구조를 배워 봐야 헛수고에 그칠지 결정해야 한다. 장면이 바뀔 경우 등장인물이나 시간의 흐름은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관심의 중심이 어느 한 인물에 이어 다른 인물에게 옮겨 갈 때마다 어휘와 강조점도 달라지는가? 작가가 모든 일에 개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가. 아니면 특정 등장인물의 의식을 따라가는 가운데 그 인물이 보기에 분명한 것만 말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가? 아니면 처음에는 이 사람, 다음에는 저 사람, 그 다음에는 또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글을 쓰는가? 대비는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가?  116


이런 식으로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다 보면 배울만한 점들이 눈에 띌 것이다. 다른 작가의 작품을 활용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두 번은 읽어야 한다.  117


기술적 장점은 얼마든지 모방할 수 있으며, 돌아오는 이득도 아주 크다. 단락이 길든 짧든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그 어떤 기술보다 훨씬 더 나아 보이는 기술이 눈에 띈다면 자리에 앉아 그 기술을 배우라. 

기술을 공부할 때는 본보기로 삼은 책이나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공부할 때보다 훨씬 더 주의를 기울여아 한다. 단어를 하나하나 찢어발기듯 그 단락을 철저히 분석하라.  121


당연하게만 여기지 않는다면 약국 진열창도, 우리를 일터로 데려다주는 버스도, 북적이는 지하철도 도원경처럼 신기해 보일 수 있다. 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거리를 지날 때 15분만 시간을 내서 눈에 띄는 사물 하나하나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듯 자신에게 말해보라. 버스는 겉이 무슨 색깔인가?(단지 녹색이나 빨간색이 아니라 샐비어 색이나 올리브 그린, 자주색이나 주홍색처럼 구체적으로.) 입구는 어디인가? 차장과 운전사가 따로 있는가, 아니면 한 사람이 차장 겸 운전사 역할을 모두 하고 있는가? 버스 내부, 예를 들어 벽, 바닥, 좌석, 광고 포스터는 무슨 색깔인가? 좌석은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가? 맞은편에 누가 앉아 있는가? 옆사람들은 어떤 옷차림을 하고 있는가, 서 있는가, 앉아 있는가, 독서를 하고 있는가, 아니면 졸고 있는가? 어떤 소리가 들리는가, 어떤 냄새가 나는가, 손잡이 가죽이나 스쳐 지나가는 외투 자락의 느낌은 어떤가? 잠시후 집중력이 떨어지겠지만 장면이 바뀔 때마다 집중력을 다시 회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음으로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을 관찰하라. 어디서 탔으며, 행선지는 어디일 것 같은가? 얼굴, 태도, 옷차림에서 그 사람에 대해 무엇을 짐작할 수 있는가? 고향은 어디일 것 같은가?(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집 <월요일 또는 화요일(Monday or Tuesday)>에 수록된 단편 [쓰지 않은 소설(Unwritten Novel)] 을 참조하라.)  132-133


정말로 글을 쓰고 싶다면 이런 간단하고 사소한 훈련이 크게 도움이 된다...

물론 알맞은 표현이 쉽게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지 그 이유 때문에 새로운 느낌에 딱 어울리는 단어를 찾는 작업을 포기해선 안 된다. 올바른 표현을 찾으려 끈질기게 노력하다 보면 정말 필요할 때 바로 이거다 싶은 문구가 저절로 생각날 것이다.  134-135


이런 식으로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곧 아침에 쓰는 글이 전보다 더 원숙하고 수준이 높아졌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매일 새로운 소재를 쉽게 발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음속에 숨어 있는 기억을 불러낼 수 있다. 새로운 사실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신의 본성 깊숙이 내려가 감각과 경험, 지나간 기쁨과 슬픔, 자신의 기억 깊은 곳에 자리하는 옛 시절과 완전히 잊고 지냈던 일화를 남김없이 끄집어 낸다.  135


그 동안의 경험을 들어 오늘의 신념이 내일의 신념이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확신하며 자신을 송두리째 내던지길 망설이는 초보 작가가 너무나 흔하다. 이런 초보 작가는 일종의 주문 같은 것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는 궁극적인 지혜가 저절로 모습을 드러내주길 기다리다가 그 시기가 너무 늦어지면 자신은 글을 쓰긴 글렀나 보다고 지레 판단해버린다. 이러한 기다림이 (가끔 그렇듯이) 단지 글쓰기를 막연히 미루는 신경과민성 핑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어려움으로 작용할 경우 그는 전력투구하지 않고 건성으로 반쯤 이야기를 쓰다가 거기서 그치고 만다.

이런 작가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혼자만 그런 일을 겪는게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143



- 신을 믿는가? 믿는다면 어떤 측면에서?(영국 소설가 토머스 하디(1840~1928)의 '불멸의 수호신'(<테스>중에서)이라는 측면에서, 아니면 H. G. 웰스의 '현현하는 신'이라는 측면에서?)

- 자유 의지를 믿는가, 아니면 결정론자인가?(예술가가 결정론자라는 생각은 너무도 모순이라 상상하기가 어렵다 하더라도.)

- 남자를 좋아하는가? 아니면 여자? 아니면 어린아이?

-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 낭만적인 사랑은 미망이자 올가미라고 생각하는가?

- "백 년이 지나도 모두 똑같을 것이다."라는 말을 심오한 진리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얄팍한 속임수라고 생각하는가?

-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은 무엇인가? 또 가장 큰 불행은? 


이런 굵직한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목한다면 중요한 사안을 다루는 소설을 쓸 준비가 아직 안 된 상태다.  150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여가 활동을 찾으려면 직접 실험해보는 길밖에 없다. 하지만 끝내야 할 작품이 있을 때는 책이나 연극이나 영화는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책이나 연극의 내용이 좋을수록 정신이 흐트러질 뿐만 아니라 실제로 기분이 변해 생각이 바뀐 상태에서 다시 글을 쓰게 된다.  155


열정이 넘치는 작가만이 '기분 전환'이라는 매혹적인 이름으로 부를 자격이 있다. 그리고 성공한 작가일수록 작가로서 스스로에 대해 말할 때 좋은 책을 들고 구석을 찾는다는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성공한 작가들은 책 읽기를 좋아한다.(사실 모든 작가는 먹는 것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아무리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그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정신을 깨어 있게 하는 것은 말 없는 활동이라는 사실을 이미 깨달았다.  156-157


다른 사람의 문체에 얼마나 쉽게 빠질 수 있는지 예를 통해 알아보자. 어조와 문체에서 강한 개성을 자랑하는 작가를 한 명 고르라...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라면 누구든 상관없다. 피로가 약간 느껴지면서 처음의 관심이 시들해질 때까지 그 작가의 작품을 읽어라. 이제 책을 한쪽으로 치워놓고 아무 주제든 글을 몇 쪽 쓰라. 그런 다음 그 글과 아침에 쓴 글을 비교해보라. 필시 그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마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이 고른 작가의 방향대로 강조저모가 어조를 바꾸었을 것이다. 패러디의 의도가 전혀 없었고, 심지어는 되도록 독자적으로 글을 쓰려고 했는데도 너무나 비슷해서 어처구니가 없을 때도 더러 있다.  161-162


무엇보다도 자신만의 문제, 자신만의 주제, 자신만의 어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162


천재(여기서 '천재'는 '비범한 사람'이 아니라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는 의미-옮긴이)의 뿌리는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 안에 있다.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천재를 갈고 닦는다고 해서 위대한 예술 작품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재능은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며, 의식의 영역 바깥에 기원을 두고 있다.  174


무의식을 흐릿학 우중충하고 형체도 없는 개념들이 어지럽게 떠다니는 지옥의 변방쯤으로 여겨선 곤란하다. 오히려 그 반대로 무의식은 형식에 민감하다. 뮤의식은 우리의 이성보다 유형, 양상, 목적을 훨씬 더 빨리 포착해낸다. 하지만 무의식의 활동이 너무 왕성할 경우에는 경로에서 이탈할 수도 있으므로 늘 조심해야 한다. 무의식이 제시하는 자료가 감당 못할 정도로 넘쳐나지 않도록 늘 올바른 방향을 잡아주고 통제해야 한다. 하지만 글을 잘 쓰려면 당면한 지식의 문지방 뒤에 자리하는 우리 본성의 거대하고 강력한 이 부분과 타협해야 한다.  176


계획하고 있는 작품의 형식과 주제를 결정하는 것은 무의식이며, 무의식에 의지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다면 훨씬 더 훌륭하고 확실한 결실을 거두게 될 것이다. 그러려면 무의식의 활동에 시도 때도 없이 간섭해선 안 된다.  177


진정한 천재는 자신이 어떻게 일하는지 미처 깨닫지 못한채로 평생을 살아간다.  177


재능이라는 자원은 그 양이 아무리 미미하다 하더라도 평생을 가도 다 쓸 수 없을 만큼 충만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고난 재능을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시대와 인종을 초월해 위대한 사람들은, 마치 처음부터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그야말로 순수한 재능을 타고나기라도 한 듯 너무나 위대해서 편의상 우리가 '천재'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삶과 예술 작업에서 나머지 인간들보다 그러한 기능을 좀더 자유롭게 발휘했을 뿐이다.  181-182


어떤 면에서 작가는 요행을 통해서든 오랜 모색을 통해서든 가벼운 상태의 최면에 스스로 빠져든다. 최면 상태에서도 관심은 여전히 유지되지만 그저 유지될 뿐이다. 굳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이때 작가는 마음의 수면 저 뒤편에 너무 깊이 가라앉아 있어(스스로에 대한 성찰이 마침내 자신을 일깨우지 않는 한) 뭔가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자신의 이야기가 하나의 통합된 작업 속으로 녹아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185


집중해서 생각하려면 몸을 움직여선 안 된다. 사람들은 생각을 집중할 때 기껏해야 가볍고 기계적인 일만 한다. 행동에 들어가게 하려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야 한다.

주기성을 띠면서 단조롭고 말 없는 활동이 바로 거기에 해당한다...

몸을 가만히 놔두듯 마음을 가만히 놔두는 법을 익히라.  188-189


이런 방법을 사용해보라. 즉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회색 고무공처럼 단순한 물체를 선택하라.(밝은 색깔의 물체나 눈에 확 띄는 물체는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공을 잡고 가만히 들여다보라. 공에 관심을 집중하고 마음이 어지럽게 돌아다닐 때마다 마음을 다독여 차분히 지정시키라. 한동안 그 물체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라. 눈을 감고 계속 공만 생각하라. 그러고 나서는 그 단순한 생각마저 마음에서 빠져나가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마음이 가는 대로 그저 지켜보면서 거침없이 질주하도록 내러려두라. 머잖아 마음이 점차 차분해질 것이다. 서두르지 말라. 완전히 차분해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아마 충분히 고요한 상태에 이를 것이다.  191




옮긴이의 말

도러시아 브랜디의 <작가 수업>이 처음 출간된 연도는 1934년이다. 그 후 한때 절판됐다가 1981년에 다시 빛을 보게 됐다.  206


브랜디는 그 비결을 터득하려면 먼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참 모습과 마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려면 글쓰기 기교를 둘러싼 잡다한 방법론이나 다른 사람들의 평가는 물론 스스로를 판단하려는 경향도 한동안 멀찍이 치워두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의 안팎을 끊임없이 들락거리며 이런저런 정보를 실어나르는 의식에 연연하지 말고 가공하기전의 다이아몬드 원석처럼 자신의 참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무의식과 친해져야 한다.  

그렇게 자신의 무의식과 친해지면서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속속들이 파악했을 때 비로소 생산성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의지대로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브랜디도 이 점을 인정한다.  207-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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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으로 내세운 의식적 꿈과 실질적으로 욕망하는 자신의 무의식적 꿈은 전혀 딴판일 수도 있다.  20


우리는 수시로 자기 자신이 의식적으로 표방하는 꿈과 무의식적으로 욕망하는 실질적 내용이 같은지 다른지를 점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스스로 속고 속이는 기만을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여기며 살게 된다.  21


성철은 동정일여, 몽중일려, 숙면일여가 되어야 실제 견성이란다.

'불교에서 수행하여 공부하는 단계를 보면, 첫째 동정일여(動靜一如 움직일동 고요할정 한일 같을여) 즉 일상생활에서 가고 오고 할 때나 가만히 있을 때나 말을 하거나 안 하거나, 변함 없이 공부가 되어야 합니다. 여여불변(如如不變 같을여 아닐불 변할변)하여야 합니다.

동정일여가 되어도 잠이 들어 꿈을 꾸면 공부는 없어지고 꿈속에서 딴짓하며 놀고 있는데, 꿈에서도 일여한 것을 몽중일여(夢中一如 꿈몽 가운데중 한일 같은여)라 합니다.

몽중일여가 되어도 앞에서 말했듯이 잠이 깊이 들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잠이 푹 들었을 때도 여여한 것을 숙면일여(熟眠一如 익을숙 쉴면 한일 같을여)라 합니다.

숙면이여가 되어도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더욱 나아가야 합니다. 백척간두(百尺竿頭 일백백 자척 장대간 머리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된다 말입니다. 그리하여 깨쳐야만 그것이 실제 견성입니다.' (성철의 <자기를 바로 봅시다> 127쪽)  23


흔히 사람들은 다른 사람드에게 나쁜 의도로 거짓말하거나사기를 치지 않으면 자신은 정직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자부한다. 일반적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무릇 필부필녀가 아닌 예술가 혹은 자유인으로 살아가려면, 다른 사람들에게 나쁜 의도로 거짓말하거나 사기를 치기 이전에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하거나 사기를 치고 있지나 않은지 스스로 점검해 보아야 한다. 

이 점이야말로 타인들과 적당히 얽혀 만수산 드렁칡처럼 살아가려는 '일반인'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살아가려는 '예술인/자유인'의 중요한 변별점이 아닐까 싶다(글쓰기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모든 사람은 창의적 탐색을 시작한 예술가이자 자유인이어야 한다). 일반 필부필녀에겐 타자와의 무난한 관계가 매우 중요핟다. 그래서 그들에게 정직과 부정을 가르는 잣대는 '타자에게 피해를 주었느냐, 아니냐'이다. 그들은 타자의 이해로써 나의 행동을 조절하며 살아간다. 소위 타자의 욕망을 내면화하면서 살기.

그렇다 보니 매우 도덕적인 규율들 가령, 도둑질하지 마라, 거짓말하지 마라, 사기치지 마라, 강간하지 마라 등과 같은 규율을 우선 중시한다. 그런데 이들 도덕적 규율이란, 말이 좋아서 윤리적 도덕적 규율일 뿐, 알고보면 죄수들 혹은 범법자들이나 주입받을 만한 규율들 아닌가? 도둑질하고 싶은 인간, 거짓말하고 싶은 인간, 사기치거나 강간하고 싶은 인간, 다시 말해 죄수의 감수성이 몸 안에 들끓는 인간들에게나 강요할 만한 규율이 아닌가?

이렇듯 우리 일반 시민들의 도덕적 기준이란, 가령 푸코의 '팬옵티콘'이 적절하게 보여 주듯, 죄인의 감수성을 기초로 세워진 규율이다. 반대로 자유를 꿈꾸는 예술가는, 앞서 김수영의 시세계에서 보았듯, 자기 내면의 정직을 우선시한다. '일반인'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 시선을 중시하며 살아가지만, '예술가'는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스스로의 시선과 생각을 중시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이것이 내가 <구름의 파수병>에서 "만약에 나라는 사람을 유심히 들여다본다고 하자/ 그러면 나는 내가 시와는 반역된 생화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라는 구절을 접하며 받은 충격이었다. 

자기 내면의 정직을 우선시하게 되면, 역설적이게도 윤리적 도덕적 차원의 선택에 앞서 자신의 욕망에 먼저 충실해질 수밖에 없다. '타자적 욕망을 내면화하면서 살기' 보다는 자기 안의 꿈틀거리는 욕망을 먼저 인정하고 존중하게 된다. 물론 도덕이나 윤리를 중시하기도 하지만, 그조차 자신의 욕망일 경우게 중시한다.  31-32


'도덕적 정직'은 행동 결과와 타자의 평가를 중시한다. 하지만 '실질적 정직'은 행동 과정의 실질적 내용을 중시한다. 자기 마음결에 교차하는 여러 다양한 이질적 느낌들 모두를 중시한다. 이러한 실질적 정직을 견지해야만, 도덕적 도그마에 갇히지 앟고 비로소 풍요로운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34


살아 있는 글쓰기 또한 실질적 정직을 통해서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산문이란, 말그대로, 풀어헤치는 방식의 글이다.

실질적 정직의 자세를 유지하면, 특별히 공부나 지식이 대단치 않더라도 그리고 경험이나 재능이 유별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개성적인 목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자기 자신의 실질적 느낌과 기분, 감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만의 개성을 확보할 수 있다.  35


나는 과연 정말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하루의 계획표를 짜고 있는가.  41


꿈꾸는 사람은 반드시 변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미미하게라도 자신이 꿈꾸는 방향으로 변하지 않을 수 없다.

전념.  43


대부분이 여러 가지 형태의 의식과 무의식의 꿈으로 소망이 분산 되어 있고, 분산되어 있는 비율에 맞게 각각의 꿈들이 그 나름대로 성취되고 있는 식이다. 커피 마시고 싶은 꿈+데이트 하고 싶은 꿈+취업하고 싶은 꿈+친구 만나고 싶은 꿈... 그렇다면 세상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실질적 꿈은 이미 모두 실질적으로 이루어져 잇는, 참으로 놀랍고도 아름다운, 꿈이 이루어져야 할 세상이 아니라 꿈이 이루어지고 있는, 기이한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47




그냥 자기 자신의 느낌을 일단은 느낀 그대로 솔직하고 정직하게 옮겨야 한다.  51


창조적인 글쓰기를 하려면 일단 섬세하고 민감한 감각, 낌새, 눈치만으로 문제를 간파하고 파고들어야 한다. 관련 담론은 다만 참조만 해야 한다.  60


살아오는 동안 나의 느낌은 언제나 옳았다. 다만 그 느낌을 다루는 나의 방법이 적절치 못하거나 서툴렀을 뿐이다.  61


우리의 말실수가 종종 무의식적 욕망을 드러내듯, 글쓰기로 나타난 문제점은 글 쓰던 순간의 자기 모습을 속절없을 만큼 정확하게 드러내 준다. 이들 문제점은 모두 감추고 해결해야 할 자신의 결점으로 느껴지지만, 그러나 바로 그러한 결점 속에 자신의 장점과 잠재성이 내재해 있다는 점에서 드러내 놓고 살펴야 한다.  67



최근에 자신이 읽은 책들 중에 감동을 받고 밑줄을 그어 둔 문장이 있으면 그 문장을 재삼 음미해 보자. 그 문장의 어떤 부분이 내 마음과 공명을 일으켜 나로 하여금 밑줄을 긋게 만들었을 것이므로, 내가 우선 읽어야 할 줄탁의 인연이 되어 줄 '씨앗 도서'를 찾는 그 문장 속에 들어 있을 것이 틀림없다. 

씨앗 도서 지도를 만드는 가장 간단하고 손쉬운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최근 자신이 가장 즐겁고 유익하게 경험한 '씨앗 도서'를 가운데 놓자. 그리고 그 '씨앗 도서'의 이웃 책들을 찾아가 보자. 일단 해당 저자의 다른 책들이 그 책의 가까운 이웃일 것이다. 그리고 그 책과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같은 분야의 책들이 그 책과 가까운 또 다른 이웃일 것이다. 또한 그 책이 참고하거나 언급한 다른 책이나 작가가 있다면 그 책들 또한 이웃 책이다.  87


'씨앗 도서' 혹은 '씨앗 문장'을 몸과 마음에 심어 두는 첫번째 방법은 씨앗 표시를 해두는 일이다. 즉 공명이 우리는 문장에 밑줄을 긋는 일일 것이다. 

일독하고 나면 이렇게 표시해 둔 부분만을 , 재독한다. 이때 따라 써 두면 더욱 좋을 것이다. 따라 쓰기에는 너무 많은 분량일 경우엔 다만 눈을 감고 소리 내어 문장을 읽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재독과 따라 쓰기 외에 밑줄 부분을 묵상하는 방법도 있다. 문장을 읽은 다음 침묵의 상태로 연상되는 이미지나 이야기, 변형 문장, 궁극적 의미 등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96


책을 읽을 때는 언제나 책을 그만 접고 많은 생각에 잠기는 상황과 맞닥뜨리기를 원해야 한다. 

알고 보면 우리가 작가가 되려고 하는 이유 역시 마음의 순간적 공명에서 비롯되었다...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들은 묵상을 통해 비슷한 새로운 문장으로 변주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씨앗 문장을 인용하지 않은 채로, 씨앗 문장과 같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구절을 만들어 보거나, 이미지나 사건을 만들어 보는 것도 글쓰기 훈련의 한 방법이다.  97


재독, 따라 쓰기, 묵상, 변주 외에 아예 '씨앗 문장'을 암송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98


독서는 양적 문제가 아니다.

질이 아니라 양에 치우치는 독서라면 그만 멈추는 것이 더 낫다.  100


독서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자신에게 적합한 책을 스스로 찾는 것이다. 최대한 방대한 자료조사를 한 뒤, 숙고와 발품과 비용을 아끼지 말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줄탁 인연의 '씨앗 도서'를 찾되, 이 모든 과정으 ㄹ스스로 이끌어 가야 한다.  100-101


미리 정해 놓은 진리란 있을 수 없다.  104


모든 이론이란, 다만 보다 보편적이고 평균적인 통계를 바탕으로 만든 일종의 가설일 뿐이다. 그것이 아무리 훌륭한 이론일지라도 그것을 권위로 삼아서 글쓰기 방법을 탐색하는 것은 신발에 발을 맞추려는 것만큼 어리석다. 더구나창조적 행위인 글쓰기에 있어서 일반적이고 표준적인 잣대란 있을 수 없다.  109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베란다로 나간다. 유리창을 덮고 있는 하늘색 버티칼을 벗기고 그리고, 아주 잠깐 유리문을 열고 창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데 이것은 나의 오래된 습관이다.


①은 앞서 말한 대로 생략가능하고, ②와 ⑥은 지나치게 강조되어 있는 부분으로, 각각 '먼저'와 '잠깐' 정도로만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제일 먼저'라고 말하면 너무 서두르는 느낌이 들고, '아주 잠깐' 역시 순간적으로 매우 빠르게 벌어지는 사건처럼 연상되기 때문이다. ③은 '가리고 있는'이라고 해야 알맞고, ④는 불필요하다. ⑤는 떼어 낸다는 뜻에 가까우므로 '젖히고'가 적절하다. ⑦은 앞서 지적한 대로 '창을 열고' 정도가 알맞고, ⑧은 '살펴보는데' 정도의 표현이 보다 타당하다.  126


언어적 감수성이란, 언어가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감서오가 상상력을 뜻한다.  129


언어적 감수성을 키우는 데 다른 지름길은 없다. 우선은 언어와 가깝게 지내야 한다. 또한 언어를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사랑하게 되면, 그 대상의 여러 가지 모습에 대해 다른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수성을 얻게 되듯이, 우리가 언어를 가까이 대하고 사랑하면, 그 과정을 통해 언어에 대한 남다른 풍요로운 감성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139



일상언어는 언제나 화자와 청자 간의 직접적인 접촉성, 지시성, 상호관계성 속에서 사용된다. 화자와 청자가 상황을 함께 공유하며 얼굴을 맞대로 있는 것이다. 

언어 외에 독특한 음색이나 억양과 같은 자기만의 만투를 사용하는가 하면 의당 눈빛, 제스터, 손짓 발짓의 바디랭귀지 등을 함께 동원한다. 

덕분에 '그것', '사랑' 등과 같은 추상적인 언어를 구사해도 청자는 눈치껏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다.

반면에 글재주가 필요한 출판언어에서는 직접적인 접촉성이나 지시성, 화자와 청자 간 상호관계성이 모두 박탈당한다. 저자와 독자는 직접 접촉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시성은 모호해져서 텍스트 위를 미끄러지며 떠돈다. 관계성은 사라지고, 독자의 적극적인 상상력만이 긴요해진다. 출판언어에서는 오로지 언어 그 자체가 전부다.  145


일상언어와 출판언어는 모양은 같지만 울림은 판이하다. 20%의 일상 언어와달라, 출판에서 쓰는 언어는 100% 언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일상언어를 글쓰기에 그대로 사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상언어는 일상을 매끄럽게 영위하기 위해 언어를 관용적, 관습적, 상투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출판언어에서 그대로 쓰면 독자는 지루해하거나 고루해하거나 아예 공감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일상어를 우선적으로 경계해야 한다.  152


글을 쓸 때는 보다 명료하게 표현되는 순간까지 문장을 풀어서 정확하게 서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을 쓸 때는 일상에서처럼 애매한 어휘나 문장으로 대충 넘어가지 말아야 하며, 뿐만 아니라 보다 명확하게 서술하려는 노력을 통해 화자나 인물의 특성이 보다 명징하게 살아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확인시켜 준다. 우리가 언어를 섬세하고 정확하게 사용하려고 하면 할수록, 언어는 우리에게 보다 섬세하고 정확한 인물과 상황과 인식을 답례로서 선물한다. 마치 화가와 붓이 함께 그림을 그리듯, 연주가와 악기가 함께 연주를 하듯, 글쓰기란 작가와 언어가 공동으로 함께 도모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160-161


문장을 대충대충 넘어가지 않고, 보다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진술하려고 애를 쓰게 되면 그러한 긴장을 통해 다루고자 하는 내용이 보다 명료해지고 생생해진다.  162


고급 식당에서의 식사가 마냥 즐거운 것만도 아니고 가난이 마냥 괴로운 것만도 아니듯, 경험한 사실보다는 그것을 겪는 화자나 인물의 정서 및 느낌 같은 실질적 내용이 중요하다. 우리가 다루려는 것은 단순한 표면적 사실이 아니라 그 사실을 겪는 심층적 진실이다. 따라서 모든 경험 사실은 실질적 내용에 의해 재편집할 필요가 있다.  

가량 '그가 그녀에게 장갑을 빌려 주었다'는 똑같은 경험사실을 글로 쓸때조차 주체에 맞게 전혀 다른 정서 느낌 기분 분위기 등의 실질적 내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보기 33>

① 호감을 갖고 있는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운을 표현하고 싶을 때

 → 나는 장갑을 벗어 그녀에게 주었다. 날씨가 제법 쌀쌀했지만, 그러나 구태여 장갑을 껴야 할 만큼 추운 날씨는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굳이 그렇게 했고, 그녀 역시 거절하지 않았다.


② 불편한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운을 표현하고 싶을 때

 → 준석은 장갑을 벗어 그녀에게 주었다. 날씨가 제법 쌀쌀했지만, 그러나 구태여 장갑을 껴야 할 만큼 주운 날시는 아니었다. 그녀가 괜찮다며 사양했지만, 그러나 준석은 굳이 고집을 부렸다. 그녀는 준석의 그러한 친절이 불편했다. 막상 껴 보니 따뜻하긴 했지만 돌려주기 위해 다시 만나야 할 걱정부터 앞섰다. 그러한 그녀 심사를 눈치 챘는지 돌려주지 않아도 돼요. 라고 준석이 말했다. 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처지에 함부로 베푸는 남자의 친절은, 무뚝뚝한 남자들의 침묵 못지않게 그녀로서는 불편했다.


①과②가 모두 준석이 그녀에게 장갑을 빌려 준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읽어 보면 두 사람의 정서와 관계가 판이하다. 줄거리나 사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주제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서술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인물, 장갑, 빌려 주는 행위 모두가 경험하지 않은 일이어도 무방하다. 

이러한 설정이 주제에 알맞으면 얼마든지 거기에 맞게 만들 필요가 있다. 이렇게 상상으로 만들어 냄으로써 위의 이야기는 사실이라기보다 허구이지만, 그러나 주제에 걸맞은 허구여서 한결 리얼하게 읽힌다.  166-168


형식적 측면에서 보자면 교정 작업은 크게 세 가지뿐이다.

① 빼기     ② 보태기     ③ 다듬기

① 주제에 걸맞지 않거나 가독성을 떨어트리는 불필요한 군더더기 부분을 제거하고, ② 너무 생략되었거나 보충해야 할 내용을 더해 준 다음, ③ 표현이나 내용이 애매하거나 부적절할 경우 명료하고 정확하게 다듬는다. 이러한 교정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잣대가 바로 '일상언어를 출판언어로 옮겨 놓기'(구어체를 문어채로 옮겨 놓기)라는 사실.


이제까지 지적한 내용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상 수다 수준의 문장을 구사하면 애매하거나 과장되게 느껴지고 독자들은 화자에 대한 신뢰감을 잃는다.

둘째, 일상에서 아무렇게나 즐겨 사용하는 간투사, 관용구, 관습어, 상투적 문장을 그대로 사용하면 의미의 명료성과 진실성이 떨어지면서 효율적 의미 전달도 불가능해지며 독자들은 긴장감을 잃는다.

셋째, 아무렇게나 대충 넘어가 버리면 그만큼 의미가 불충분해지고 독다들 역시 초점 흐린 렌즈로 찍은 사진을 보듯이 읽게 된다.

넷째, 화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면, 문장은 그만큼 거칠어지거나 꼬이거나 불필요하게 복잡한 구조를 갖게 된다.

다섯째, 보다 정확하고 세밀한 언어 문장을 구사하려고 노력하면, 언어 문장은 이러한 노력에 대한 답례로서 보다 명확하고 풍요로운 형상이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여섯째,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옮겨 놓기보다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에 맞게 경험과 기억을 재편집하고 허구화해야만 리얼리티가 더 강렬해진다.


결국 글쓰기는 자신이 경험하거나 상상한 것을 그대로 옮겨 적는 과정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신의 경험이나 상상을 오로지 언어를 통해 보다 명료하고 정확하게 표현하도록 애써야 하는 과정이다. 그러다 보면 처음 쓰고자 한 경허모가 상상을, 언어가 보다 명료하고 정확한 내용으로 허구화하여 떠올리도록 도와준다. 글쓰기는 이처럼 인간과 언어의 상호협력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게 되면 글을 쓰기 전에 떠올린 내용보다 글을 쓰고 난 뒤의 내용이 한결 명징하고 풍요로워진다. 심지어는 이러한 글쓰기 과정을 통해 처음 떠올린 것과는 전혀 판이하게 다른, 그렇지만 한결 더 나은 사유나 상상이 가능해지는 즐거움을 누릴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는 내가 언어라는 도구를 마음껏 사용하는 것이라기보다, 언어를 최대한 존중하는 과정을 통해, 언어와 내가 함께 서로를 돕는 평등한 협력의 과정이다. 땅에 삽질할 때조차 삽의 생김새와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면 힘만 들고 아무런 효과도 발생하지 않듯, 글쓴이는 언어의 생김새와 특성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수소와 산소의 결합이 물이라고 하는 독특한 물질을 만들어 내듯이, 단지 문장과 문장의 연쇄가 아니라 결합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감동과 의미가 담겨 있는 독특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다.  168-169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내용과 작가가 표현한 문장, 즉 독자가 읽은 문장, 그리고 독자가 해석한 내용 사이에느 ㄴ언제나 틈이 있다. 따라서 겉멋을 부리기보다는 먼저 정확하고 세밀한 서술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생각과 문장이 합치되어야 한다. 자신이 의도한 내용과 독자가 읽게 될 내용이 일치하도록 글을 써야 한다. 적어도 '자신이 표현하고자 한 내용'과 '자신이 언어로 표현한 내용'은 같아야 한다.  173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과 원고지에 표현된 내용을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작가인 동시에 독자 입장에서, 표현된 문장의 의미를 읽어 낼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 사건, 인물 등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동화되어야만,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진의에 충실할 수 있다.  177


작가는 결코 어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글을 쓸 수가 없다. 미리 객괒적 거리를 두게 되면 가리감 그 자체가 하나의 가치 판단으로 읽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작가는 언제나 일정한 각도와 방향을 갖고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철학이나 논설, 과학 논문조차 마찬가지다.

모든 글은 일정한 초점과 논의 방향을 전제해야 비로소 전개가 가능해진다. 문학작품인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178-179



<보기 40>

ⓐ 그녀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쭉쭉 빵빵해. 세다가 돈도 꽤 잘 벌어.

ⓑ 그녀는 어디를 가든 주변의 이목을 끌 만큼 아름다운 편이다. 동네 슈퍼에 잠깐 나온 듯한 허름하고 편한 평상복 차림을 즐겨 입지만 그러한 차림보차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감추지는 못했다. 게다가 취향 때문이라면 모를까, 가격 때문에 쇼핑을 주저하지는 않을 만큼 부유했다. 

ⓒ 아름다운 외모와 넉넉한 경제적 현편에도 불구하고 무엇이든 겁부터 내고 두려워하는 그녀의 성격은, 그녀의 행동을 매우 편협하게 할 뿐만 아니라, 처신의 폭이 언제나 제한되면서 업무에 치여 신경질적인 박봉의 샐러리맨보다 더 옹졸한 생각 속에 갇히게 했다.


ⓐ, ⓑ, ⓒ 모두 동일한 인물 '그녀'를 묘사한 문장이다. 전달하는 기본 메시지(예쁜 얼굴, 좋은 몸매, 부유한 경제 사정)는 동일하다. 이렇듯 주인공은 동일한데, 주인공을 서술하는 방식, 주인공에 대해 말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즉 화자는 서로 다르다. 특히 ⓒ에서는 아예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 외모보다도 성격에 초점을 두어 서술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는 단순하게 즉물적으로 외모만 중시하는 화자, ⓑ는 외모를 중시하되 정확한 관찰력을 갖춘 화자, ⓒ는 외모보다도 외모와 성격 간의 간극을 문제 삼는 화자이다. 결국 ⓐ, ⓑ, ⓒ 모두 주인공 모습과 동시에 화자의 정체성 역시도 드러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화자(話者)는 이렇듯 말하는 방식으로서 존재한다. 마치 부족한 부분이 많은 사람에 대해서 얘기하더라도, 아니 그런 사람에 대해 말할 때일수록 사려 깊게 말을 하면, 도리어 말하는 그 사람의 품위가 달라 보이듯, 이야기 주인공과 이야기 화자는 명백하게 구분된다. 

이것은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일테면 ①"나는 막내여서 장난기가 많아"라고 말한 경우와 ②"나는 막내로 자란 때문인지 장난기가 많은 편이야"라고 말하는 경우, ③"평소 막내는 장난기가 심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조차 단지 막내여서 저럴까 싶을 만큼 나의 장난기는 유다른 편이지"라고 말한 경우, 화자는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①의 화자보다는 ②의 화자가 더 신중하게 사고하는 듯이 읽히고, ③의 화자는 같은 사건을 회고해도 한결 익살스럽게 서술할 듯한 기대감을 준다.

'주인공-되기'는 말 그대로 작가가 주인공 인물에 감정이입 혹은 동일화하여 주인공 특유의 표정, 성격, 행동, 대사 등을 나타내는 경우를 일컫는다. 하지만 1인칭 주인공 시점과 같이 주인공이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에조차 '주인공-되기'만으로는 글쓰기가 이루어질 수 없다. 주인공의 모습, 심리, 행동, 결과 등을 서술하는 화자가 동시에 존재해야 한다. 

주인공 외에 주인공의 모습을 설명하는 화자의 목소리가 언제나 필요하기 때문에, '주인공-되기'는 언제나 '화자-되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주인공-되기'는 '화자-되기'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는 마치, 어떻게 말할지를 결정하지 못한 경험은 그 경험 내용이 아무리 생생하더라도 입밖에 내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183-185



<보기 41>

ⓐ 나는 다시는 그를 만나지 않을 거야!

ⓑ 나는 다시는 그를 만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자 웃음보다 한숨이 나왔다.

ⓒ 나는 다시는 그를 만나지 않기로 단단히 결심했다. 하지만 이내 단단히 결심해야 할 만큼 이미 마음을 빼앗긴 사실 또한 인정해야 했다.

ⓓ 나는 다시는 그를 만나지 않기로 결심했지만, 한순간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스스로에 대한 조소 또한 감추지 못했다. 급기야 핸드폰을 내팽개치기는 했지만 행여 손상이 갈까 봐 이불 위에 던지곤 이내 다시 신호를 제대로 받는지 확인부터 해보았다.

ⓔ 나는 다시는 그를 만나지 않기로 결심했지만, 다시는 그를 만나지 않기로 결심하고도 한순간도 핸드폰을 손에서 떼지 않았을뿐더러, 혹시나 핸드폰이 꺼져 있는 것은 아닐까 수시로 폴더를 열어 확인해 보앗다. 그러곤 그때마다 어디 한번 연락해 봐라, 내가 받나! 하고 투덜거렸지만, 다만 어째 한번 연락도 오지 않나, 하고 속상해서 내보는 신경질일 뿐이었다.


ⓐ의 문장은 단호한 결심이 주인공 목소리를 통해 직접적으로 제시되고 있으므로, '주인공-되기'라 할 만하다. 그에 비해 ⓑ는 주인공의 결심 및 결심과는 상이한 심리상태가 함께 제시되고 있는 '주인공-되기'이고 ⓒ는 주인공의 결심 및 심리, 자기 성찰까지 진행하고 있어서 더욱 강렬한 '주인공-되기'이지만, 어쨌든 ⓑ와ⓒ 모두 특정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화자-되기'가 함께 수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주인공 및 화자 되기'로 볼 수 있다.

ⓓ는 주인공의 결심 및 심리, 행동 등을 자세히 제시하는 동시에, 주인공의 모순된 처신을 관찰하는 화자의 시점이 한결 강하게 제시된다는 점에서 ⓑ나 ⓒ보다 한결 강하게 '주인공 및 화자 되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역시 한결 강한 '주인공 및 화자 되기'라고 할 수 있는데, 일정한 문구를 반복하는 화자 특유의 어투와 리듬감이 한결 강하게 인물의 행동을 희화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화자-되기'가 앞서의 경우들보다 한결 더 강화된 문장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주인공-되기'와 '화자-되기'가 동시에 이루어질 때만 글쓰기는 가능해진다. 글쓰기는 언제나 '주인공 및 화자 되기'인 것이다. 그러나 글을 쓰기까지의 과정으로 보자면 '주인공-되기', '주인공 및 화자 되기'로 나뉠 수 있다. 적어도 글쓰는 창작자의 내면적 경험 층위에서는 세 가지의 구분이 가능하다. '주인공-되기'는 하나의 인물이 되는 것이고, '화자-되기'는 그 주인공에 대해 서술하는 관점과 태도이다. 그리고 '주인공 및 화자 되기'는 하나의 인물이자 동시에 그에 대한 나름의 인식과 관점을 갖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창작자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글쓰기란 마치 삶에서 한 사람의 주인공으로 사는 동시에, 그러한 자신의 장단점을 인식하고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 보다 바람직하고 자유로운 인물로 성장하는 과정과 흡사하다.  185-186



<보기 42>

ⓐ 배고파 죽겠어.

ⓑ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돌이라도 삼킬 것 같았어.

ⓒ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돌멩이라도 입에 넣고 빨아서 생기는 침이라도 삼켜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

ⓓ 저 돌멩이 꼭 송편처럼 생겼네.


ⓐ, ⓑ, ⓒ, ⓓ 모두 공복 상태를 전달하고 있다. 네 경우 모두 허기진 상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의 경우 사실 전달만 행해지고 있으며, 그에비해 ⓑ는 돌이라도 삼킬 것만 같은 과장된 심정을 통해 보다 강렬하게 공복감을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돌이라도 삼킬 것 같다'는 비유는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다소 상투적인 비유에 속한다. 따라서 강도가 다소 상쇄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표현보다는 ⓒ처럼 보다 참신하게 서술하는 것이 한결 효과적이다.

반면 ⓓ는 단순한 비유에 불과하지만 돌멩이조차 먹을 것으로만 보이는 심경의 전달을 통해 공복감을 한결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현재 시제로만 보면, 의당 ⓓ의 인물이 가장 강렬한 공복감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데, 이는 ⓐ나 ⓑ와 달리 ⓓ의 문장이 공복감이 심한 사람이나 느끼는 환각 상태의 말투나 감성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보다는 ⓑ가. ⓑ보다는 ⓒ와 ⓓ가 더욱 강도 높은 '주인공-되기'를 성취하고 있다. ⓒ는 '주인공 및 화자 되기'에 성공하고 있고, ⓓ는 강렬하게 '주인공-되기'를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190-191


'주인공 및 화자 되기'를 성공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어떤 문제나 사건에 대해 남다르게 깊이 고민하는 자기만의 시점(視點)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주제나 이야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고 고민하고 있고, 절실히 겪은 소재나 이야기, 자신에게 가장 절박하고 절급한 이야기를 꺼내 놓는 방법밖에 없다. 스스로의 싸움에 정직해지는 수밖에 없다.  205


대중들에 의해 자주 사용되는 관습어와 상투구일수록 본연의 뜻에서 한참이나 멀어지고 오염된 언어인 것이다. 언어 의미의 오염은 관습어나 관용어, 상투구뿐 아니라 과다하게 사용되는 언어라면 결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사람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어휘일수록 도리어 가장 모호해지고 식상해지면서 오염된 언어가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언어가 자신 본래의 순연한 뜻을 잃고 너무 광범위하게 쓰이면서 모호해지고 무디어지고 애매해지는 것, 그리하여 본연의 의미망이 너무 광범위해지는 현상을 의미론적 관점에서 보자면 '언어의 타락'이라 일컬을 만하다.  209


관습어, 관용어, 상투구, 유행어, 사용빈도수가 높은 어휘 등은 모두 오염과 타락이 심한 어휘들이어서, 바람직한 글쓰기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지양되어야 할 것들이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욕망이지만, 사람들을 일상에서 언어를 쉽고 간소하고 편리하게만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기만의 개성이 돋보이는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의당 이러한 시대적 통념으로부터 자유롭게 벗어나 자기만의 개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해야 하는데, 이러한 노력은 먼저 위에서 언급한 일상인들의 언어습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210


글쓰기란, '기성질서, 기성언어, 인상언어'와는 또 다르게 감각하고 사유하고 상상하는 사람들의 언어작업이어서, 내적 치유의 작업이자 사회운동의 전위가 된다. 또한 다르게 언어행위를 한다는 것은, 우선 기성 문법을 충분히 익히면서, 동시에 더듬거리듯 비틀고 분절하고 절합하여 새로운 변형문법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므로, 단순한 분리와 대립을 너머 포월과 탈주까지 가능하다. 

무엇보다 기성질서에 익숙한 대다수 사람들 혹은 기성질서를 답습해 온 자신의 대다수 시간들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글쓰기는 적극적으로 소수자가 되는 길이고, 창작언어로서 소수언어를 구사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234-235


우리는 온전히 자유롭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성질서 혹은 주류문법이 일정 방향으로 의미화하고 계열화한 코드들을 따라 살아간다. 우리의 평소 직업 선택이나 배우자 선택뿐 아니라, 우리의 감각과 사유와 상상 모두가, 대개 이들 기성코드에 속수무책으로 포획되기 일쑤다. 그러면서 우리의 언어 역시 일상적, 상투적, 감상적, 통념적, 관습적, 기성적 언어에 매몰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실질적 정직과 명철한 성찰과 지금 여기의 주시를 통해 창출해낸, 낯설지만 새로운, 보다 정확하고 풍요로운 감각과 사유와 상상을 통해, 새로운 언어문법을 구사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창조적 글쓰기가 가능해진다. 따라서 동일한 언어권 안에서, 심지어 동일한 자신의 언어 안에서, 마치 이방인의 외국어같이 더듬거려 가며 즐거이 새로운 감각, 새로운 사유, 새로운 상상의 언어문법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창조가 가능할 때 비로소 우리는 소수자가 되고 우리의 문장은 소수언어가 된다. 이때 소수 / 다수의 구분은, 양적 가늠이 아니라 언어를 다루는 방식에 의한 구분이다.

양적 소수자(여성, 장애인, 소수인종, 빈민층) 중에도 다수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으며, 또한 양적으로 소수만 사용하는 언어(사투리, 은어, 특정집단이나 소수민족 언어)라고 해서 소수언어인 것은 아니다. 소수언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기성언어와 주류문법으로부터 벗어나거나 가로지르거나 비틀거나 전복하면서 새롭게 변형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만의 낯설고도 새로운 감각, 사유, 상상의 문장 즉 창작언어를 만들어야 한다. 글쓰기 영역에 있어서는, 스스로 창작언어를 구사할 때만이 진정으로 소수자이다.

이렇게 창작언어를 구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강력한 내적 실질적 정직을 통한 끝없는 자기 감각과 인식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약자들의 모양새가 아니라, 도리어 강자의 특징이다. 니체의 구분처럼, 고귀하고 자유로운 자로서, 무엇보다 스스로 가치를 결정하는 자이며, 가치를 창조하는 자로서의 강자다.

'고귀한 부류의 인간은 스스로를 가치 결정하는 자라고 느낀다. 그에게는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 그는 "나에게 해로운 것은 그 자체로 해로운 것이다"라고 판단한다. 그는 대체로 자신을 사물에 처음으로 영예를 부여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그는 가치를 창조하는 자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선악의 저편> 276쪽)  236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감상적, 도식적, 윤리적, 일상적, 상투적, 통념적 언어질서에 복종하는 글쓰기는 약자의 글쓰기다. 반면 스스로의 감각과 사유와 상상을 생성해 내고 즐기며 기성문법을 넘어서는 새롭고 낯선 소수언어를 만드는 자가 비로소 작가고 예술가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란 언제나 소수언어로서의 창작 언어를 탄생시키는 일이다. 창작 언어를 탄생시키는 일이란, 기성질서와 언어보다 더 강해지고 넉넉해진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창작언어는 자연스레 글쓴이의 개성이 묻어나는 언어이고 저항의 언어이고 전복의 언어이고 강자의 언어이고 난장(亂場 어지러울난, 마당장)의 언어다.  238


플롯에 대해 가장 널리 인용되는설명은 포스터가 밝힌 스토리와 플롯의 비교구절이다. 그의 <소설의 이해>를 보면

''스토리'는 '시간의 연속에 따라 정리된 사건의 서술'.

 '플롯'은 '역시 사건의 서술이지만 인과관계를 강조하는 서술''

이 구절 때문에 흔히들 플롯을 '인과관계를 짜는 것'이라 오해하며, 매우 거친 인과관계를 설정해 놓곤 한다. 가령, 어렸을 때 술꾼 아버지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남자 주인공의 성격이 난폭하다고 설명을 한다거나, 고생하며 자라서 성격이 어둡다거나 하는 설명들을 단다. 하지만 이 같은 설정은 지나치게 기계론적이어서 언제나 역설적이며 역동적 존재인 인간을 설명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술꾼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 역시 술꾼일수도 있지만, 도리어 술을 삼갈 수도 있다. 고생하며 자라서 성격이 어두울 수도 있지만 적극적일 수도 있다. 플롯에서 인과란 기계적 인과론과는 무관하며, 차라리 내용 및 주제의 일관성을 의미한다. 

플롯을 설명한 부분을 좀 더 정확하게 인용해 보자.

''왕이 죽자 왕비도 죽었다' 이것은 스토리이다. '왕이 죽자 슬픔을 못 이겨 왕비도 죽었다.' 이것은 플롯이다. 시간의 연속이 보존되고 있지만 인과감이 거기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또 '왕비가 죽었다. 사인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더니 왕이 죽은 슬픔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것은 신비를 안고 있는 플롯이며 고도의 발전이 가능한 형식이다.'

작가 입장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스토리와 플롯의 차이보다, '신비를 안고 있는 플롯이며 고도의 발전이 가능한 형식' 부분이다. 시간 순서의 '스토리'를 인과관계로 연결시켜 놓으면 '플롯'이 되지만, 그러나 그렇게 한다고 해서 '발전이 가능한 형식의 플롯'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발전 가능한 형식으로서의 플롯이다.  


ⓐ 왕이 죽자 왕비도 죽었다.(이야기)

ⓑ 왕이 죽자 슬픔을 못 이겨 왕비도 죽었다.(플롯)

ⓒ 왕비가 죽었다. 사인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더니 왕이 죽은 슬픔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발전 가능한 형식의 플롯)

ⓐ는 다만 사건이 일어난 것을 시간 순서대로 기술하고 있다. 그레 비해 ⓑ는 두 사건에 인과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에 이르면 '사인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더니... 발혀졌다' 식의 복문구조를 첨가함으로써 의문과 미스터리를 암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하여 '신비를 안은 보다 발전한 형식의 플롯'이 되었다. 이처럼 '스토리'가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기록하는 방법이라면, '발달된 형식으로서의 플롯'은 말하고자 하는 의도나 주제에 부합하는 사건 내용 중심으로 짜임새 있게 서술하는 방식이다.

포스터의 설명은 아리스토텔레시의 <시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시학>에서 플롯에 대해 언급한 부분만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보기 61>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의 결합, 즉 플롯이다.(6장)... 전체는 시초와 중간과 종말을 가지고 있다. 시초는 그 자체가 필연적으로 다른 것 다음에 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 다음에 다른 것이 존재하거나 생성되는 성질의 것이다. 반대로 종말은 그 자체가 필연적으로 또는 대개 다른 것 다음에 존재하고, 그것 다음에는 다른 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성질의 것이다. 중간은 그 자체가 다른 것 다음에 존재하고, 또 그것 다음에 다른 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플롯을 훌륭하게 구성하려면 아무 데서나 시작하거나 끝내서는 안 된다. 앞서 말한 원칙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 왜냐하면 아름다움은 크기와 질서에 있기 때문이다. (7장) ... 플롯의 통일은 어떤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듯이 한 사람을 취급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수히 많은 사건이 한 사람에게 일어나는데 그중에는 통일을 이룰 수 없는 것도 있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행동이라 하더라도 하나의 통일된 행동을 이룰 수 없는 것이 허다하다. ... 그 [호메로스]는 <오디세이아>를 쓸때 주인공에게 일어난 사건을 모두 취급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오디세우스가 파르나소스 산에서 부상당한 일이라든지, 출전 소집을 받았을 때 광증(狂症 미칠광 병증세증)을 가장한 사건은 취급하지 않았다. 그것은 두 사건 사이에 필연적 또는 개연적 인과관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대신 그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은 통일성이 있는 행동을 주제로 하여 <오디세이아>를 구성했던 것이다. (8장) ... 단순한 플롯과 행동 중에서 최악의 것은 삽화적인 것이다. 나는 여러 가지 삽화들이 상호간에 개연적 또는 필연적 인과관계도 없이 잇달아 일어날 때, 이를 삽화적 플롯이라고 부른다. (9장) ... 행동이 앞서 규정한 바와 같이, 연속성과 통일성을 가지고 진행된다 하더라도, 주인공의 운명의 변화가 급전이나 발견 없이 이루어질 때 나는 이를 단순한 행동이라 부르고, 주인공의 운명의 변화가 급전이나 발견, 또는 이 양자를 다 수반하여 이루어질 때 복잡한 행동이라 부른다. 그런데 급전이나 발견은 플롯의 구성 그 자체로부터 발생해야만 하므로, 선행 사건의 필연적 또는 개연적 결과라야 한다. 한 사건이 다른 사건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것과, 다른 사건에 '이어서' 일어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11장)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강조한 부분에서 보듯, 플롯은 단순히 사건들 간 인과성으로 인해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필연성, 개연성, 통일성 등을 통해 구성하는 것이다. 스토리가 플롯이 되려면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기보다는 인과적으로 구성하되, 단순히 '원인+결과'의 논리적 인과보다는 하나의 인관된 통일성 있는 주제를 바탕으로, 즉 유기적 짜임새로 서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44-247



실제로 일어난 일인 듯이 글을 쓸 수는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놓을 수는 없다. 재현은 불가능하다. 다만 구현(具顯 갖출구 나타날현)을 추구할 수 있을 뿐이다.

말하고자 하는 의도나 주제에 맞게끔 그려 내는 구현적 글쓰기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247


어떤 작가에게 독특하고 강렬한 경험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좋은 글감이 되겠지만. 그에게 독특하고 강렬한 주제의식이 없다면 글은 기껏해야 기록에 그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작가에게 독특하고 강렬한 주제의식만 있다면 그는 그에 걸맞은 경험을 얼마든지 창조할 수 있다. 경험 중심으로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실제 경험만이 글감으로 사용되지만, 주제 중심으로 글을 쓴느 사람에게는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것 외에 주변 사람들의 경험이나 책이나 텔레빚너에서 접한 경험까지도, 그리고 상상해 본 경험까지도 주제에 걸맞기만 하면 변용해서 사용할 수가 있기에 무한한 글감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254



하나의 줄거리로 이어지는 이야기 연쇄를 '환유'라 하고, 의미 혹은 주제가 중첩되어 있는 경우를 '은유'라고 일컫는다. 기호학적 관점으로 볼 때 문학작품이란 환유의 연쇄축과 은유의 중첩축이 각각 씨줄과 날줄로 엮여져 있는 모양에 불과하다.  254-255



작품 속에서 은유의 축은 동일한 의미군에 속하는 내용들이 반복, 변주 되면서 중첩적으로 만들어진다. 이렇듯 반복되어 나타나는 동일한 또는 유사한 낱말, 문구, 내용으로서 작품에 쓰인 최소 의미 단위를 일컬어 모티프(motif)라 한다. 주제와 관련되어 작품 속에 처음 나타나는 사건의 시발 부분을 '발단 모티프'라 정의할 수 있다.  259-260


플롯은 이야기를 구성하는 형식이며, 문장은 플롯으 ㄹ통해 사건의 줄거리를 쫓아가는 환유와 사건의 의미가 반복, 변주되는 은유을 날줄과 씨줄로 삼아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작품의 분석 과정이 창작 방법일 수는 없다. 작품을 환유와 은유로 나누어 분석하는 방법은 작가의 창작 방법이 아니라, 독자 혹은 비평가의 감상 및 분석 방법이다.  261


친구들 세 명이 동해로 여행간 이야기를 글로 쓴다고 치자.

'우리 셋은 동해로 갔다'라고 쓸 수 있다. '희영과 준석, 그리고 나는 동해로 갔다'라고 쓸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준석 그리고 희영과 함께, 나는 동해로 갔다'라고 쓸 수도 있다. 또 얼마든지 다른 서서루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작가는 실로 무수한 서술 방식 주에서 단 하나의 방식을 택해야 하는데, 이 하나의 방식이란 결국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와 주제에 걸맞은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결국 자신만의 문제의식, 강렬한 주제의식 없이는 첫 문장조차 쓸 수 없는 것이다.  262


창작 과정과 관련해서는 차라리 '구현하고자 하는 강렬한 문제의식'과 '정밀한 언어기술 능력', 이 두가지 요소가 필수적이고, 두 가지 요소만 갖추면 충분하다...

머리로 대충의 얼개를 짤 수는 있어도 어휘, 어순, 길이 등등을 하나하나 정교하게 선택할 수는 없다...

결국 자신의 전 감각을 동원하여 온몸으로, 온몸으로, 온몸으로, 자신의 중심 혹은 바깥까지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263



창작을 하려면 마땅히 새로운 미지를 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창작은 이제까지는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므로 마땅히 자기만의 개성, 실험, 모험을 추구하는 자세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글쓰기는 외로운 작업이다. 그리고 그만큼 자유롭다.  266


글쓰기의 발원지는 침묵이다. 다만 삶을 살아가는 중에, 고요히 침묵하는주엥, 그렇다고 해서 다만 말 없는 상태가 아니라 차차 수많은 말이 마음속에서 웅성거리며 쌓여 들끓는 침묵 속에서 비로소 언어는 태어난다. 문득 무엇인가 쓰고 싶어지는 욕망이 생겨난다. 이렇게 생겨나는 글쓰기의 가장 우선적인 형태는 낙서나 메모다. 

낙서나 메모는 한 개 이상의 단어로 가능하다. 그래서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의당 낙서와 메모로부터 출발한다. 아무렇게나 적어도 되는 낙서는, 아무렇게나 적어도 되기 때문에 대개 화장실 낙서처럼 비속하고 조잡하지만, 그만큼 솔직해질 수 있는 기회이고, 솔직해지면서 자기 무의식 속에 숨어 있는 뜻밖의 이질적 자신과 대면할 수 있는 단초이기도 하다.

거기에 비해 메모는 우리 의식에서 끝없이 피어오르는 수많은 망상 중에서 가치 있다고 판단되는 정보나 아이디어들을 적어 두는 글쓰기이다. 인간의 의식은 끝없이 망상을 펼친다. 그리고 거기에 집착한다. 망상 주엥는 근거 없는 연상이어서 참으로 망상에 불과한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때로 멋진 사유나 영감으로 치닫는 아이디어도 있다. "쉴 새 없이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망상의 새를 막을 수 는 없지만 그 새가 머리에 둥지를 트는 것은 막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메모와 글쓰기를 통해 때로 멋진 새를 잡을 수도 있다!

낙서와 메모, 더 나아가 낙서 같은 메모, 메모 같은 낙서를 평소 꾸준히 활용해야 한다. 자유로운 글쓰기를 하려면, 그 어떤 금기도 깨고 낙서로 마구 배설을 해보거나, 메모로써 목표를 분명하게 해두거나, 아이디어나 친구의 재치 있는 농담, 문화 정보 등을 놓치지 않고 메모해 두는 것에서부터 먼저 부지런해야 한다.  269


우리가 일상에서 관습적으로 넘어가는 문제들, 대충 뭉뚱그려 생각하는 문제들, 혹은 순간적인 불편, 짜증, 고통 정도로만 여기며 스쳐 지나가는 문제들, 혹은 너무 두렵거나 난해하거나 복잡해서 마주하지 않던 문제들을 언어로 촘촘히 풀어헤침으로써, 그 문제들이나 감정들 속에 숨어 있던 실질적 진실을 발견하고, 사유하고, 상상하는 것이 '산문'이고, 이러한 행위 정신을 '산문정신'이라 부를 수 있다.  277


① 산문정신은 이런저런 일상의 느낌을 보다 정직하게, 보다 또렷하게, 보다 깊이있게, 보다 다양하게 들여다보려는 노력으로부터 시작된다.

자기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통념이나 관습과는 또 다른 여러 이질적인 느낌들을 감지하는 실질적 정직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면, 무엇이든 매력적인 글감이 될 수 있다...

평소 일반인들이 통념적, 관습적 차원에서 일상을 뭉뚱그려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글쓰기를 시작한 사람은 모든 것을 마치 난생 처음 보는 것처럼 실질적 차원에서 정직하게 들여다보려 애쓰는 사람이며, 이러한 실질적 직시를 통해 통념적으로 여겨 왔던 일상이나 관점과는 다른 진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278-279


② 실질적 정직으로서의 산문정신은, 근대적 글쓰기에서 가장 중시하는 글쓰기 자세다.

근대란 신(神)이나 도리[道]와 같은 중세의 보편원리로부터 벗어나 인간의 주체적 관점에서 세상을 직시하려는 노력이었다. 데카르트는 <방법서설>에서 다음과 같은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는 내가 명증적으로 참되다고 안 것 외에는 어떤 것도 참된 것으로서 받아들이지 않을 것, 즉 속단과 편견을 조심하여 피할 것, 그리고 의심할 여지가 조금도 없을 정도로 아주 명석하게 또 아주 판명(判明 판단할판 밝을명)하게 내 정신에 나타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내 판단 속에 넣지 않을 것.

둘째는 내가 검토할 난제의 하나하나를 될 수 있는 대로 그것들을 가장 잘 해결하기에 필요한 만큼의 소부분으로 나눌 것.

셋째는 내 생각들을 순서를 따라 이끌어 나아가되, 가장 단순하고 가장 알기 쉬운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꼐단을 올라가듯 조금씩 위로 올라가, 가장 복잡한 것들의 인식에까지 이를 것. 그리고 자연대로는 피차 아무런 순서도 없는 것들 간에도 순서가 있는 듯이 단정하고 나아갈 것.

그리고 끝으로,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한 매거(枚擧 낱매 들거)와 전체에 걸친 통관(通觀 통할통 볼관)을 어디서나 행할 것.

기하학자들이 그들의 가장 어려운 증명에 도달하기 위하여 늘 사용하는 아주 단순하고 쉬운, 저 추리의 긴 연쇄는 나에게 다음과 같은 것을 상상하는 기회를 주엇다. 즉, 인간이 알 수 있는 모든 것은 이와 똑같은 모양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릭 참이 아닌 어느 것도 참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으며, 또 어떤 것을 다른 어떤 것에서 연역할 때에 언제나 올바른 순서를 지키기만 하면, 아무리 멀다 해도 마침내 도달하지 못할 것이 없고, 아무리 숨겨 있다 해도 찾아낼 수 없는 것이 없다는것. 그리고 나는 어느 것부터 시작할 것인가를 찾는 데 있어 많은 고생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가장 단순하고 가장 알기 쉬운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데카르트 <방법서설> 1983 20쪽)  279-280


산문정신은 정직하게, 혹은 정확하게, 혹은 면밀하게, 혹은 또렷하게, 혹은 진지하게, 혹은 통렬하게 바라보는 글쓰기 방식이다. 이러한 '바라봄'은 의당 관습적, 일상적, 통념적 질서 등과 마찰을 겪기 때문에 갈등을 만들어 내고 문제의식을 만들어 내고 비로소 새로운 주제의식을 만들어 낸다.  283



사생글은 사람이나 사건, 사물을 눈앞에서 보면서 그림 그리듯이 쓰는 글을 뜻한다. 주로 처음 글쓰기를 배우는 초등학생들에게 장려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매우 초보적인 습작 훈련 방법이다. 하지만 대상을 눈앞에서 꼼꼼히 바라보며 그림 그리듯이 글을 쓰는 방식은 앞서 언급한 '실질적 정직', '방법적 성찰', '위파사나의 주시'등의 태도와도 맥상통한다.

그런 점에서 사생글은 일반인들도 글감이 막혀 있을 때 연습 삼아 써 볼만하다. 억지로라도, 사생을 하다 보면 자신이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장면이나 문장을 발견하기도 하고, 막혀 버렸던 글감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매일 일정한 글쓰기 훈련을 하고 싶은 학생이나 글감이 떨어져서 한 줄도 쓰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강력하게 권고하는 글쓰기 방식이다.  284


사생글은 대상을 면밀하게 주시하는 습관을 키우는 동시에, 새롭게 인식하는 문장 혹은 글감을 찾게 해준다.  287



산문이란, 일상 너머 진실을 주시, 성찰하여 풀어쓰는 글이다. 단지 운문에 반하는 개념이어서, 따로 익혀야 할 장르규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통념적 수준을 넘어서는 새로운 상상력을 담은 문장이 펼쳐지는 순간, 산문쓰기는 가능해진다.  292



산문은 면밀하게 풀었는 작업이므로 우선은 무엇보다 문장이 정확해야 하고 전하고자 하는 정보나 의미를 명료하게 담고 있어야 한다...

산문 문장은 기존 인식과는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밖에 없고, 기존 인식을 해체, 분절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낯설게 바라보는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 방법으로 비유와 서술을 들 수 있다. 비유는 자신이 다루고자 하는 대상을 낯설고 이질적인 비교를 통해 명징하게 서술하는 방식이다.  321


비유는 실질적 느낌을 명징한 이미지로 전달할 때 효과적이다. 압축적이어서 시적 묘사에 즐겨 사용된다. 반면에 대상을 그대로 풀어쓸 때는 말 그대로, '그대로 풀어서 서술'해야 하는데, 무작정 서술하기만 할 경우, 자칫 문장이 늘어지면서 산만해질 우려가 있다. 이때는 대구 및 대구의 변조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보기 82> 대구의 일례들

ⓐ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희다.

ⓑ 하늘은 대숲 위로 더욱 높고 푸른데, 강물은 하늘 속 구름을 받아 더욱 깊고 푸르다.

ⓒ 이마에 닿는 볕은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따뜻한데, 어개로 파고드는 바람은 팔짱을 끼며 움츠리고 싶을 만큼 쌀쌀했다.

ⓓ 그 도서관엔 비록 내가 읽을 만한 책은 없었지만 혼자 골똘히 생각에 잠길 편안함이 있었다.

ⓔ 선한 행위란 승화된 나쁜 행위이며, 나쁜 행위란 다듬어지지 않고 어리석은 선한 행위이다.


인식 대상을 둘 이상으로 나누고 그들의 공통저모가 차이점을 비교하듯이 서술하는 문장 방식은, 풀어헤치면서도 일관되게 엮어 나가는 가장 기본적인 기술 방식일 것이다. 이러한 대구 문장 혹은 분석 인식은 사물을 보다 촘촘히 나누어 설명할 수 있게끔 해주며, 대상을 단순하게 바라보지 않고 복수적으로 바라보게끔 해준다.  324



단락 = 주제문장 + 구체적 뒷받침문장

단락의 단위는 주제다. 하나의 단락엔 하나의 주제가 담겨야 효율적이며, 특히 그 주제를 뒷받침하는 문장들이 반드시 보태져야 한다.  327


뒷받침문장은 구체적인 관찰, 일례 제시, 에피소드와 사건 등으로 이루어진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대상을 실질적으로 주시하지 않는 한, 만들어지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거꾸로 실질적 정직이 자세로 주시하는 한 자연스럽게 덧보태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329


마치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다만 선물만으로 자기 진심을 전달해야 할 경우와 같다. 상대방은 선물 자체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것이다. 따라서 선물 고르기와 포자에 온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글 역시도 그 자체로 완결되어야 한다. 내용 자체로서 유기적 완결미를 이루면 좋은데, 이것이 용이하지 않을 때 글을 완결짓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는 장르규칙을 따르는 것이다. 글쓰기는 각 장르에 맞춰 일정한 규칙이 암암리에 만들어져 있는데, 이러한 장르규칙은 매듭을 깨끗이 할 수 있는 포장기술과 같아서, 글쓰기를 한결 쉽게 해준다. 

르포나 기사 같은 기록문일 경우 기본적인 장르규칙은 육하원칙이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에 맞추어 글을 쓰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하지만 단지 기록 이상의 의미를 담은 생활글을 쓰고자 할때는 일기문, 기행문, 서간문 양식을 차용하는 것이 알맞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무척이나 단순하고 사소한 사건들의 연속이지만, 살펴보면 수많은 인연과 관점에 따라, 문제의식에 따라, 아주 사소한 물건이나 사건일지라도 언제나 n개의 의미를 띤다.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 한일 곧즉 많을다)이어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어떤한 각도에서 얘기해야 할지 언제나 헷갈리고 어지럽기 마련이다. 

일기문, 기행문, 서간문은 이러한 복잡다단한 일상 상황을 효과적으로 일정하게 분절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다. 먼저 일기문은 시간을 분절한다. 시간을 하루 단위로 분절하여 글을 쓰는 것이다. 기행문은 공간을 분절한다. 공간을 인물의 장소 이동에 맞춰 분절하여 글을 쓴다. 서간문은 인간에 의해 분절된다. 수신자, 발신자의 성격과 관계에 따라 다룰 내용을 가늠한다.


<보기 90> 일기문, 기행문, 서간문의 장르규칙

ⓐ 일기문(시간의 흐름에 따라)

  ① 시작 : 오늘에 대한 정보들(날씨, 분위기, 특징, 전날과 비교등)

  ② 중간 : 오늘의 핵심 사건(오늘 있었던 가장 핵심 사건들의 계열화)

  ③ 끝 : 오늘의 의미(오늘 사건의 의미 및 내일에 대한 결심등)


ⓑ 기행문(공간의 이동에 따라)

  ① 시작 : 공간 이동의 동기, 사연, 기대

  ② 중간 : 장소 이동에 따른 정보, 관찰, 사건, 느낌, 회상

  ③ 끝 : 공간 이동이 끝나고 남는 느낌, 반성, 또 다른 계획


ⓒ 서간문(인간 - 수신자와 발신자 - 에 따라)

  ① 시작 : 수신자에 대한 인사, 회고, 안부, 발신자의 근황

  ② 중간 : 수신자와 발신자의 관계, 정보, 갈등, 용건 등

  ③ 끝 : 수신자에 대한 인사, 기대, 혹은 첨언 등


일기문, 기행문, 서간문 양식은 우리의 생활을 분절하여 다루는 가장 기본적인 내적 장르라 할 수 있다. 평소 일기나 편지는 실용적으로 활용되는 방식이지만, 생활 수단으로서의 글쓰기와 무관하게, 자신이 다루고자 하는 사건 내용을 적절히 부각시킬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응용해도 좋을 글쓰기 양식이다.  333-334



서사적 글쓰기는 생활글과 달리 단지 생활 내용에 한정을 두지 않고, 자아와 세계 간의 대립, 갈등을 다루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341


일기문, 기행문, 서간문이 각각 '하루치의 시간', '한 번의 여행', '한 명의 수신자'에게 한정하여 서술하는 반면, 서사적 글쓰기의 구성 단위는 대립, 갈등이어서, 대립, 갈등의 길이에 따라 얼마든지 더 많은 시간, 공간, 인물을 다룰 수 있다. 다루고자 하는 하나의 대립, 갈등이 아직 끝나지 않는 한, 시공간과 인물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342


표면 사건보다 실질적으로 겪은 내적 갈등이 더 강할 때, 경험 내용보다 실질적 갈등의 깊이와 폭이 더 강하게 들끓을 때, 경험한 사실보다 내적 주제의식이 더 강렬해질 때, 우리는 경험 사실 그대로 기록하기보다는, 허구적 장치를 본능적으로 동원하여 보다 극적으로 이야기하게 된다. 이 지점부터 사실이나 경험의 기록을 넘어서는, 문제, 갈등, 주제에 걸맞은 허구적 글쓰기, 서사적 창작이 가능해진다.  343



에필로그 - 본질적 감수성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다만 적극적인 좌충우돌의 방황과 온몸으로으 탐색을 멈추지 말아야 하며, 또한 그 자체를 즐겨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하고, 그럼에도 좋은 글이 쉽게 나와 주지는 않지만, 또 다시 열심히 읽고, 계속해서 써 보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한편으로 두루 학인들을 만나 배우고, 격정적 열애나 혼자만의 칩거를 해보기도 하고, 혹은 힘겹고 고된 경험을 해보거나 현실참여를 하는 등과 같은, 글쓰기 훈련의 가장 기초적이고도 정석에 가까운 방법들을 통해, 자기 삶에 대한 강도 높은 애정을 꾸준히 실천하는 길밖에 없다.  363


문제는 천천히 운전하는 것과 여유있게 운전하는 것, 신속하게 운전하는 것과 조급하게 운전하는 것, 열심히 읽는 것과 초조하게 읽는 것, 깐깐하게 공부하는 것과 소심하게 공부하는 것. 치열하게 쓰는 것과 욕심을 부려 쓰는 것,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과 고지식하게 고민하는 것, 자부심을 갖고 행동하는 것과 자만심을 갖고 행동하는 것, 게으르게 시간을 지체하는 것과 여유롭게 때를 기다리는 것... 등을 나누어 분별하기가 좀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호흡지간(呼吸之間 부를호 숨들이쉴흡 갈지 사이간)에 생사가 갈린다고 했다. 숨 한 번 돌리자 사랑이 욕정으로 바뀌는가 하면 욕심이 노력으로 바뀌기도 한다. 숨 한번 돌리는 사이에 무욕이 게으름으로 변하느낙 하면 순정이 맹목으로 변하기도 한다...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참으로 많은 학생들이, 그리고 나 자신조차도 참으로 자주, '열심히'와 '조급히'를 혼동하고, '최선을 다해'와 '욕심을 다해'를 혼동한다. '자기만의 생각'과 '자기만의 고집'을 혼동하고 '독창적인 글쓰기'와 '독선적인 글쓰기'를 혼동한다. '고독한 창작생활'과 '고립된 창작생활'을 혼동한다.  365


좋은 글은 좋은 글대로 기쁘지만, 그렇지 못한 글은 그렇지 못한 대로 스스로에게 무척이나 의미심장한 거울이다. 글쓴이의 느낌만 좋으면 그만인 상태에서 읽는 이의 공감 상태로 옮겨 가는 과정이 글쓰기지만, 읽는 이가 공감하든 않든 정직하고 치열한 글쓰기는 글쓴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든 도움이 된다는 의미에서 좋은 글일 수밖에 없다.

자기 글에 대해 일희일비할 것도 없다. 아니 얼마든지 일희일비해도 좋다. 적극적으로 일희일비할수록 좋고, 스스로 더욱 강렬하게 일희일비하고 싶어진다.  367


독창성에도 불구하고 사사로운 소유에 갇히지 않고, 누구나 공감하고 공명하게 만드는, 무한히 열린 힘이 들어 있다. 

이러한 힘이 내재하지 않는 글쓰기는 죽은 글쓰기다. 단지 사적인 이야기여서도 곤란하고, 일반진리를 떠벌이는 글 또한 곤란하다. 사사로운 욕심이 있어야 하지만, 마침내는 누구나 공감하는 열린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는 또한 사사로운 개인으로 출발하여 누구나 공감하고 공명하는 열린 개인으로 접속하는 과정이 틀림없다.  369


다소 심하게 억압되거나 투사되거나 고착된 사람에게는 다독, 다작, 다상량의 글쓰기 공부가 소용없다. 아무리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해도, 그러한 공부 과정이 자기 확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자의식이나 욕심만 강화하는 방식으로 소유, 고착되어 버린다. 안타깝게도(아니, 다행스럽게도) 이런 폐쇄적 욕심에 갇힌 글은 끝내 꽃을 피우지 못한다...

이러한 왜곡과 고착은, 자의식이나 욕심이 유달리 심한 사람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정도의 차이가 잇지만, 나름의 왜곡과 고착으로 인해 책을 읽어도 있는 그대로 읽지 못하고, 글을 써도 쓰고 싶은 그대로 쓰지를 못하고, 생각을 해도 겪은 그대로 생각하지를 못한다.  370


이제라도 시작하는 모든 행동은 언제나 가장 빠른 행동이기에, 행동은 또한 언제나 즐거울 수밖에 없다. 변화를 꿈꾸는 사람에게 모든 행동은, 언제나 가장 빠른 미래이기에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혼자 외로이 여행을 떠나고, 어제와는 달리 진지하게 사람을 만나고, 미칠 듯이 자신을 볶아 대고, 술에 만취해서 자기안의 또 다른 자신을 끄집어내 보는, 일체의 행동들이 즐거울 수밖에 없고 짜릿할 수밖에 없다. 마치 최선의 지름길을 알고 시작하는 탐험가처럼, 자기 행동이 가장 빠른 길임을 확신하고 있으니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무엇인가를 후회한다는 것은, 혹은 무엇인가를 아쉬워한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사실 지금, 여기 현실에 대해서 결핍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보다 더 나은 현실을 욕망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보다 더 나은 현실을 욕망하기 때문에 지금, 여기의 현실의 무언가가 결핍된 듯이 느껴지는 것일 뿐이다. 그런 점엣 무엇인가를 후회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아쉬워할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욕망하는 힘이 잉여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어서, 후회와 아쉽움은, 욕망과 희망의 첫 느낌일 뿐 절망할 근거가 될 수 없다.  383


모든 행동은 그것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서는 늦지 않습니다. 언제나 후회만이 늦을 뿐, 행동은 결코 늦지 않습니다.  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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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 나는 손대는 일마다 실패하는 참담한 시기를 겪었다. 결혼은 이혼으로 끝났고, 글쓰는 일은 수렁에 빠졌으며, 특히 돈 문제에 짓눌려 허덕였다. 이따금 돈이 떨어지거나 어쩌다 한번 허리띠를 졸라맨 정도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 노상 쩔쩔맸고, 거의 숨막힐 지경이었다. 영혼까지 더럽히는 이 궁핍 때문에 나는 끝없는 공황 상태에 빠져 있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다. 모두가 내 불찰이었다. 나와 돈의 관계는 늘 삐걱거렸고, 애매모호했고, 모순된 충동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문제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내 꿈은 처음부터 오직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나는 열예닐곱 살때 이미 그것을 알았고, 글만 써서 먹고 살 수 있으리라는 허황한 생각에 빠진 적도 없었다. 의사나 경찰관이 되는 것은 하나의 <진로 결정>이지만,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 글쓰는 것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평생 동안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 신들의 호의를 얻지 못하면(거기에마 ㄴ매달려 살아가는 자들에게 재앙이 있을진저), 글만 써서는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 비바람을 막아 줄 방 한칸 없이 떠돌다가 굶어 죽지 않으려면, 일찌감치 작가가 되기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이해했고 각오도되어 있었으니까. 불만은 없었다. 그 점에서는 정말 운이 좋았다. 물질적으로 특별히 원하는 것도 없었고, 내 앞에 가난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겁먹지 않았다.내가 원한 것은 재능-나는 이것이 내 안에 있다고 느꼈다-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그것뿐이었다. 

작가들은 대부분 이중 생활을 하고 있다. 생계에 필요한 돈은 본업으로 벌고, 남는 시간을 최대한 쪼개어 글을 쓴다.  5-6



내가 원한 것은 새로운 경험이엇다. 

이런 저런 일들을 경험하면서 되도록 많은 것을 탐색하고 싶었다.

나는 원기 왕성했고, 머리는 착상으로 가득 차서 터질 것만 같았고, 발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서 근질거렸다. 세상이 얼마나 넓은가를 생각하면, 안전한 곳에 편안히 들어앉아 있을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8



나는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은 풍족한 편이어서, 이 세상의 대다수 사람을 괴롭히는 빈곤과 박탈감은 한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다. 배를 곯아 본 적도, 추위에 떨어 본 적도 없다. 가진 것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느껴보지 못했다. 안전은 처음부터 보장된 것이었지만, 그렇게 안락하고 풍족한 가정인데도 돈으 ㄴ끊이없는 화제 거리였고 걱정 거리였다. 부모님은 대공황을 겪은 분들이어서, 그 어려운 시절을 결코 잊지 못했다.  9



이 세상은 돈이 말한다. 돈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돈의 주장에 따르면, 인생의 언어를 배울 수 있다.  13



미국 생활의 건전한 외양과 지루할 정도의 엄격함은 허울좋은 속임수, 선전용 허세에 불과했다. 사실을 조사하기 시작하자마자 온갖 모순이 거품처럼 표면으로 떠오르고, 만연해 있는 위선이 드러나고, 사물을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금전 추구는 공정함과는 아무 관계도 없었다. 그것을 추동하는 엔진은 <나만을 위해서>라는 사회적 원칙이다...

돈은 세상을 승자와 패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누었다. 이런 구분이 승자에게는 더없이 좋지만, 패자는 어떻게 될까? 내가 입수한 증거에 따르면, 패자들은 버림받고 잊혀질 운명이었다. 딱히지만, 그들은 진보를 방해하는 걸림돌이었다.  16



그곳에는 들어가기도 전에 나와 버렸다. 실업계에는 아예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 나는 열 살 때 이미 결심했다.  17


나는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것은 고등 학교 졸업이 나한테 별 의미가 없었다는 증거다. 급우들이 사각모에 가운을 입고 졸업장을 받고 있을때, 나는 이미 대서양 너머에 가 있었다. 학교에서는 내가 일찍 졸업하는 것을 특별히 허락해 주었다. 나는 6월 초에 뉴욕을 떠나는 배표를 샀다. 그동안 저축해 둔 돈은 몽땅 그 여행 경비로 쓰였다. 정확한 액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생일 선물로 받은 돈, 졸업 기념으로 받은 돈, 성년식 때 받은 돈, 여름 방학 때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을 모두 합치면 1천 5백 달러쯤 되었다. 당시는 <하루 5달러로 유럽을 관광할 수 있는> 시대엿다. 아껴 쓰면 실제로 그게 가능했다. 나는 파리에서 하룻밤 숙박비가 7프랑(1달러 40센트)인 호텔에 한 달 넘게 투숙했다. 그리고 이탈리아와 스페인과 아일랜드를 여행했다. 두 달 반 사이에 체중이 10킬로그램 가까이 줄었다.  25-26



파리에서는 별난 사람들을 몇 명 만나기도 햇지만, 여행 중에는 대개 나 혼자 지냈다. 때로는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릴 만큼 외롭게 지냈다. 그 열여덟 살의 소년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아무도 모른다. 나는 나 자신에게도 수수께끼다. 마음속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나는 중량이 없는, 핏발선 눈을 가진 생물이다. 내면에서는 절망적인 격동이 파도처럼 굽이치고, 견해나 태도가 갑자기 정반대로 바뀌고, 걸핏하면 기절하고, 상상력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경향을 가진 좀 실성한 생물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올바로 접근하면, 나는 솔직하고 매력적이고 사교적인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마음의 문을 닫고, 존재하지도 않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 나는 내 존재를 믿었지만, 나 자신을 신뢰하지는 않았다. 나는 대범하면서도 소심하고, 재빠르면서도 굼뜨고, 순진하면서도 충동적이었다. 말하자면 모순이라는 정령에게 바쳐진 걸어다니는 기념비, 살아 숨쉬는 기념비였다. 내인 생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인데, 나는 벌써 두 방향으로 동시에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남보다 갑절은 노력해야 할 터였다.  26-27



책 속에 파묻혀 지낸 2년 동안 오나전히 새로운 세계가 내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왔고, 인생을 바꾸어 놓는 새로운 피가 수혈되어 혈애그이 성분까지 달라졌다...

책을 읽지 않으면 목숨이 꺼지기라도 할 듯, 필사적으로 책을 읽었다.  40



저한테는 강의 수준이 너무 낮습니다. 프랑스 어는 벌써 다 알고 있다고요. 그런데 왜 거꾸로 돌아가야 합니까? 그는 딱 잘라 말했다. 그게 규정이고 방침이니까....

그게 방침이라면 그만두겠습니다. 연수도 그만두겠어요. 대학도 그만두고, 전부 다 그만두겠습니다.  41



미친 짓이었다. 학위를 따고 못 따고는 걱정하지 않았지만, 대학을 등지면 자동적으로 징집 유예 자격을 잃게 될 터였다....

그런데도 나는 고집스럽게 대학을 그만두었다.  42



아들놈이 태어났다. 다니엘이 세사엥 나오는 것을 본 순간은 최고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것은 굉장한 사건이었다. 그 작은 몸뚱이를 보고 털썩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 작은 몸뚱이를 품에 안았을 때에도, 나는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 내가 하나로 존재하던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넘어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가 되는 것은 그 과도(過渡 지날과 건널도)의 경계선이었다. 청년기와 성인기 사이에 서 있는 거대한 벽이었다. 나는 이제 영원히 벽 너머에 있었다.

벽 너머에 있는 것이 나는 기뻤다. 감정적으로, 정신적으로, 심지어는 육체적으로도 다른 곳에는 있고 싶지 않았다. 이 새로운 곳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일은 무엇인든 기꺼이 해낼 각오가 되어 있었다.  144



다른 일을 할 시간은 전혀 없었다. 과거에는 그래도 날마다 두어 시간 정도는 나 자신을 위해 남겨둘 수 있었다. 낮에는 돈벌이를 위해 일하고, 밤에는 글을 쓰거나 구상을 하면서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돈이 더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나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내 일을 못하는 날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루, 다음에는 이틀, 다음에는 일주일 동안 일을 빼먹었다. 얼마 후에는 작가로서의 리듬을 잃어버렸다.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겨우 찾아냈다 해도, 너무 긴장해ㅐ서 글이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 몇 달이 지났건만, 내가 펜으로 건드린 종이는 되다 파지(破紙 깨뜨릴파 종이지)가 되어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145



1980년 말이나 1981년 초에, 나는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사람한테서 전화를 받았다. 친구의 친구였는데, 그를 만난 것이 8년이나 9년 전이어서,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는 그가 누군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는 출판사를 차릴 계획이라면서, 혹시 쓸 만한 원고를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의 말로는, 흔해빠진 소규모 출판사가 아니라 진자 사업, 다시 말해서 <영리 기업>이 되리라는 거였다. 그래요? 나는 침실 벽장에 처박아둔 비닐 봉지를 떠올리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마침 갖고 있는 원고가 당신한테 맞을지도 모르겠구뇽. 내가 탐정소설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는 원고를 읽어보고 싶다고 말했고, 나는 원고를 복사해서 그 주가 지나기 전에 우송했다. 뜻밖에도 원고는 그의 마음에 들었다. 그보다 더 뜻밖이었던 것은, 그가 내친 김에 원고를 출판하고 싶다고 나선 것이었다.

물론 나는 기뻤다. 기쁘고 즐거웠지만, 일말의 불안도 없지 않았다. 일이 너무 잘 풀리는 것 같아서, 이게 정말인가 하는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책을 출판하는 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고, 그래서 어딘가에 함정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그가 어퍼 웻스트 사이드에 있는 아파트를 사무실로 쓰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내가 우편으로 받은 계약서는 진짜 계약서였다. 대충 훑어보고 조건이 그런 대로 괜찮다는 판단이서자,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물론 선수금은 한푼도 없었지만, 책이 한 권이라도 팔리면 인세가 들어올 터였다. 갓 출범한 신생 출판사는 그렇게 하는 것이 상례인가 보다고 생각했다. 하기야 투자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다 할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는 처지도 아니기 때문에, 없는 돈을 내줄 수는 없을 터였다. 그의 출판사는 물론 <영리 기업>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언젠가는 그런 기업이 될 거라고 그는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내가 뭔데 그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겠는가?

그는 아홉 달 뒤에 간신히 책 한 권-그것도 페이버백 복각본-을 세상에 내놓았지만, 내 소설을 출판하는 일은 2년 동안이나 지지부진했다. 마침내 책이 나왔을 때는 배급업자를 잃은 뒤였고, 자금도 한푼 남아 있지 않았다. 어느 면에서 보든 출판업자로서 그는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집적 뉴욕 시내를 돌아다니며 서점 두어군데에 책 몇 부를 배본했지만, 나머지는 골판지 상자 속에 남은 채 브루클린 어딘가에 있는 창고 바닥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그 책들은 아직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온 이상,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노력해서, 결말이 어떻게 나는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이미 <출판>되었기 때문에 하드커버로 다시 내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관심을 가져 줄 만한 페이퍼백 출판사는 아직 남아 있었다. 그런 출판사들에게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은채 내 소설을 버리고 떠날 마음은 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에이전트를 찾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제대로 찾아냈다. 그녀는 내 소설을 <에어번 북스>의 편집자에게 보냈고, 사흘 뒤에 채택되었다. 만사가 그런 식으로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그들은 선수금으로 2천 달러를 제시했고, 나는 거기에 동의했다. 실랑이도 없었고, 흥정도 없었고, 속셈을 감춘 협상도 없었다. 나는 자존심을 되찾은 기분이어서, 시시콜콜한 것은 더 이상 개의치 않았다. 원래의 출판업자와 (계약대로) 선수금을 나누자 내게는 1천 달러가 남았다. 여기서 에이전트 수수료 10%를 빼고 나니, 결국 내 손에 쥐어진 돈은 단돈 9백 달러였다.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쓴다는 건 그런 것이다. 헐값에 팔아 치운다는 건 그런 것이다.  169-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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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서평, 책을 가장 잘 기억하는 방법

생각이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상태입니다. 글이나 말로 구체화하기 전에는 그 정체를 알 수 없습니다.  5


서평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읽은 책을 기억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책을 좀 더 깊이 읽게 되고, 나의 생각과 더 가까이 마주하게 됩니다. 이 과정이 개인적인 독후감에 머무르지 않고 독자를 생각하는 서평으로 나아갈 때, 또 하나의 이유가 덧붙여집니다. 바로 소통입니다.  6-7




①어떤 책을 ②어떻게 읽었고, ③왜 처천하는지, 이 세 곡짓점을 정리했다면 서평으로서의 조건을 갖춘 셈입니다.  14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듯 책을 읽는 겁니다. 일종의 훑어보기랄까요. 당연히 읽고 나면 남는 게 적겠지요.  20


한나 아렌트가 말한 '무사유의 죄'  21


주입식 교육, 인터넷에서의 편의적 읽기에 길들여진 성인에게 주체적 공부와 글쓰기는 거쳐야 할 숙제입니다.  22


메이지 대학교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1분 감각>에서

'세상에는 무리해서 끝가지 책을 읽고도 그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것은 출력을 전제로 입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방식이라면 아무리 입력해도 좀처럼 몸에 익지 않을 것이다. 출력을 하려면 입력과 동시에 가공을 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들을 때도 그것을 제삼자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을 전제로 듣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키워드와 핵심에 집중해서 들을 수 있다. 입력할 때 어떻게 출력할지도 의식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25


과식하듯 이것저것 들춰보고 다 읽은 듯한 착각에 빠져봤자 3일을 못 갑니다.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체화하기 위해서도 토존과 서평은 필수 입니다. 생각을 진지하게 정리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37


<기다림>의 작가 하진은 명문장가로 유명합니다. 중국인임에도 완벽한 영문소설을 쓰는 작가죠. 퓰리처상을 받은 그의 문장은 담백하며 유려합니다. 어느날, 우연히 하진의 작품을 담당했던 편집자를 만났습니다. 그의 팬이라는 제게 편집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 문장을 100번쯤 고친다고 합니다." 순간, 아찔했습니다. 하진의 치열한 태도에 반하고 만 것입니다. 타고난 재능이 아닌 꾸준한 퇴고로 완성한 문장이니까요. 마치 수행자처럼 자기 문장을 고치는 작가의 얼굴을 떠올리니 뭉클했습니다.  43






책은 최소 두 번은 정성 들여 읽어야 합니다. 1차 독서 후엔 밑줄과 표시를 따로 빼서 정리합니다. 필사나 발췌 연습이 되겠지요. 

1차 독서 후에는 '조사'단계로 들어갑니다. 무엇을 조사할까요? 그렇죠. 이 작품의 배경, 작가 연구, 작품 해석, 언론이나 일반 독자의 서평을 살펴보는 과정입니다. 물론, 조사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나름대로 해석해보려 했는데 관련 자료와 리뷰에 휘둘린다면 조사 결과를 생략해도 됩니다. 하지만, 다른 리뷰를 보고 오히려 보는 관점이 넓어졌다면 조사 과정을 거쳐야겠지요. 다른 글을 읽으면서도 나의 감각을 깨워야 합니다. 내 생각을 단단히 곧추세우는 파수꾼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 다시 책을 펼 차례입니다. 다시 편 책의 상태는 어떨까요? 1차 독서할 때 밑줄 긋거나 표시하거나 메모한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요. 자칫 그 부분만 대충 읽게 될 수 있어요. 이땐, 표시한 부분을 다시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책의 핵심적인 내용인지 집필 의도가 잘 반영된 부분인지, 아니면 내 생각을 잘 표현한 구절인지 객관적으로 봐야 합니다. 또한 표시하지 않은 부분을 더 깊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 밑줄을 치거나 표시를 하지 않은 경우는 공감을 하지 못했거나 어려워서 넘어가게 되니까요. 내가 알지 못하거나 불편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꼼꼼히 2차 독서를 하면서, 빠른 독자는 서평의 얼개를 짜기도 합니다. 그게 어려운 분들은 2차 독서에서 발견한 이 책의 주요 키워드 혹은 내 서평에 담고자 하는 주제 키워드를 찾으시면 됩니다.  46-47



독일에서 아이를 키우며 그곳의 교육 현장을 몸소 경험한 박성숙의 이야기도 귀 기울여 들을 만합니다. <꼴찌도 행복한 교실>을 보면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작문 수업이 이루어지고, 단순한 이야기 짓기에서 시작해 학년이 올라갈수록 작품 분석과 비평까지 수업에서 배운다고 합니다. 교사들은 꼼꼼하게 과제를 첨삭하고 평을 달아주며 채점을 하고, 아이들은 체계적으로 글쓰기를 연습하고 훈련한 후 대학 시험에 임한다고 합니다.  56


독해 능력은 모든 지적 활동의 출발점입니다.  59


일본의 독서가 다치바나 다카시는 객관적인 정보를 주는 것이 서평의 목적이라고 말합니다. 한국의 대표적 인터넷 서평꾼 로쟈 이현우도 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객관적인 서평 쓰기를 지향합니다. 이밖에도 신문 매체에 실리는 저널리즘적 서평도 대체로 객관성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북섹션에서 볼 수 있는 서평은 다양한 형태를 띱니다. 한 문단 내용 요약 소개부터 필자의 생각이나 관점이 드러나는 칼럼형 서평까지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62


서평의 3분의 2는 객관적 정보, 나머지 3분의 1은 주관적 평가가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우선 서평에서는 책에 대한 정보를 스토리텔링하듯 요약 정리하면 되고, 그 다음에 책에 대한 평가를 덧붙이면 됩니다.  

쉽고 명쾌하게 쓰면 됩니다.  63


글쓰기에도 경험과 훈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줄리아 카메론은 <아티스트 웨이>에서 아침마다 일어나 손이 움직이는 대로 글을 써보라고 권합니다. '모닝 페이지'라고 부르는 이 방법은 글쓰기의 두려움을 없애주고, 자신 속에 잠재된 창의력을 일깨우기도 하지만 글 자체를 더 나아지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77


독후 활동이 부재한 상황에서 읽은 책은 자신의 사고와 성찰의 영양분이 되지 못할 채 지식의 창고에 무질서하게 쌓여가기만 한 것입니다.  83


책을 읽는 목적은 다양합니다. 실용적인 목적으로 정보를 취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책을 읽는 목적은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사고를 확장시키고,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이같은 목적은 결국 책을 읽고 사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유의 순간을 붙잡는 것이 바로 독후 활동입니다.  87


책이나 작가, 독자, 주인공을 데려와 '그들의 언어'로 말을 건네는 것이 바로 서평입니다.  93




서평을 쓰는 이유는 자기 관점을 정리하기 위해서입니다. 보통 서평과 관점의 관계는 세 가지로 추릴 수 있습니다. 첫째, 뚜렷한 관점으로 서평을 쓰는 경우. 둘째, 서평을 쓰면서 관점이 정리되는 경우. 셋째, 모호한 관점으로 마무리하는 경우 등입니다. 셋 다 나름의 소득이 있습니다.  99


<인간이 그리는 무늬>의 저자 최진석 교수는 '인문적 통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도대체 인문적 통찰을 하는 관건은 뭐냐? '자기가 자기로 존재하는 일'입니다. 이념이나 가치관이나 신념을 뚫고 이 세계가 자기 스스로 우뚝 서는 일, 이것이 바로 인문적 통찰을 얻는 중요한 기반입니다."  102



'나의 서평은 신변잡기적인 내용은 거의 없으며, 책의 내용에 관한 정보만을 채워 넣는다. 쓸데없는 것은 생략하고, 유효한 정보만을 압축하여 넣는다. 그 책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 읽을 가치가 있다면 어떤 점에서 가치가 있는가 하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요약과 인용을 통해 책 자체로 말한다. 나는 서평을 쓸 때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의 몇 배나 되는 노력을, 소개하려는 책을 고르고 요약하고 인용하는 과정에 쏟아붓는다. 목표는 그 책을 읽고 싶다는 기분이 들게 하여, 펼쳐보도록 하는 데 있다. 사야겠다는 기분까지는 들게 하지 목하더라도 어떤 책인가를 알려주어, 생각지도 못한 지식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고, 지적 우주를 확대해가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책을 읽는 즐거움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오호라' 하며 마음속에서 놀라움의 탄성을 지를 수 있게 하는 한 구절을 만났을 때의 기쁨이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136-137



서평 쓰기의 팁


① 책 내용을 '전부' 요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라. 

②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 정하라. 할 이야기가 명쾌하지 않은 서평은 단숨에 읽히지 않는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장황한 서평'은 고역이다.

③ 서평 쓰기 전에 밑그림 그리는 작업 즉, 구조 짜는 과정을 거쳐라.

④ 구조를 짜면서 '주제'가 살아 있는지 점검하라. 여기서 말하는 주제는 책의 주제가 아니라 서평의 '주제'다. 왜 이 서평을 쓰는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스스로를 설득시키지 못하면, 독자를 설득하지 못한다.

⑤ 서평의 '제목'에는 하고 싶은 말, 즉 주제가 드러나면 좋다.

⑥ 좋은 글은 고속도로처럼 빠르다. 중간에 '턱턱' 걸리거나, 장황하면 좋은 글이 아니다.  144-145



서평 구조 짜는 법

① 책을 읽은 후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

② 생각의 시간을 통해, 서평에 '무엇을 담고 싶은지' 정리한다.

③ 서평에 담고 싶은 키워드를 백지에 정리해본다.

④ 이 중 가장 하고 싶은 말 '한 가지'를 고른다. 나머지 키워드는 과감하게 '축소'한다.

⑤ 몇 단락으로 쓸 것인지, 단락 구성은 어떤 순서로 할 것인지 계획한다.

⑥ 단락 순서가'유기적으로' '매끄럽게' '단숨에' 연결되는지 살펴본다. 

⑦ 만들어 놓은 '구조'가 서평을 통해 하고 싶은 말, 즉 '주제'를 잘 전달하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145-146



퇴고란 글을 더 좋게 만드는 일입니다. 한 번에 좋은 글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글쟁이들도, 작가들도 초고는 '쓰레기'라고 말할 정도로 퇴고는 필수 불가결합니다.  179


퇴고를 잘하기 위해 중요한 또 한 가지 조건은 글을 보는 안목을 높이는 일입니다.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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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집도하는 외과 의사와 마찬가지로 글을 쓰는 사람의 목표는 오로지 '집중'하는 것이다.  17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책은 바로 '단순함(simplicity)'이다. 약간의 고요함과 약간의 체계, 그리고 약간의 경외심이 필요할 뿐이다.  18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언제 어디서건, 아끼는 펜이 있건 없건 글을 쓸 수는 있다. 하지만 다음의 기본적인 조건만큼은 인정하고 넘어가자. 

'의자, 테이블, 닫힌 문, 컴퓨터 혹은 노트, 약간의 경외심, 창문을 가릴 커튼, 가볍게 흥분한 두뇌'  21


적당한 모든 공간에서, 그리고 적당하지 않을 것 같은 공간에서도 글을 써보라.  29



일부 시간은 형편없는 글일지언정 반드시 글을 써라.  43


글쓰기는 생각하기, 느끼기, 그리고 갈겨쓰기에 관한 것이며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서도 충분히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  53


당신은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린다. 하지만 기다리는 건 꽤나 위험할 수 있다.  62


작가에게 기다림이란 위험하고 치명적인 게임이다. 그러나 기다리지 말고 다음과 같은 규칙을 따라보면 어떨까?

네 시간에 한 번씩, 말하자면 약 먹을 시간이 되면 꼬박꼬박 약을 챙겨 먹듯이, 오전 8시와 정오와 오후 4시와 저녁 8시에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자.

"지금 내가 처한 바로 이 상황에서, 15분 동안 글을 쓸 수 있을까?"

만약 대답이 "아니오"라면 왜 안된다는 대답을 했는지 자신에게 설명해보라. 만약 대답이 "그렇다"이긴 한데 글쓰기를 시작하고 있지 않다면 왜 글을 쓸 수 있는데도 쓰고 있지 않은지 물어야 한다. 대답이 "그렇다"이고 글을 쓰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솔직히 물어보자. "만약 이런 식의 실험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정말 이 시간에 글을 쓰고 있었을까?"

이 실험을 시도한 사람들은 입을 모아 다음처럼 말한다.

"그렇다고 네 시간에 한 번씩 꼭 글을 쓰지는 않았어요. 솔직히 너무 인위적이고 강압적이잖아요. 제 하루 일과나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이루기 힘든 일이죠. 하지만 글쓰기를 더 많이 의식하긴 했어요. 그래서 이 시간제 글쓰기 활동을 하지 않았던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그 전보다는 더 많이 쓰게 되는것 같아요."  62-63


지금 비록 다리미판을 꺼내고 인터넷 뱅킹으로 고지서들을 처리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항상 글쓰기를 내 마음의 가장 앞이나 중심으로 꺼내놓고 있으면 글을 써야 한다는 목적의식을 유지할 수 있다.  63


짧지만 규칙적인 글쓰기 시간을 정해놓으면 어찌 되었건 그 시간에는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이 찾아오고 내면과 대화를 하게 된다.

글쓰기에 대해서 아예 생각하지 않는 것보다는 당연히, 몇 배나 낫다.

소설가인 조안은 말한다. 

"글을 쓰겠다는 목적의식을 계속 품고 있으면 글쓰기가 생활 전면에 더 자주 등장하게 되죠. 하루에도 몇 번씩 다음 문단을 고민하고 틈틈이 머릿속으로 글을 다듬고 내 소설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생각합니다. 이런 규칙적인 '목적의식 인식하기'는 자유로이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고, 실제로 글을 쓰고, 또 글을 계속해서 쓸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65


우리는 삶이 아무 의미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흘러가기를 원하지 않는다. 스피드가 문제가 아니다. 시간도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삶의 질이다. 

글쓰기 공간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꿈을 꼭 붙잡고 글쓰기에 전념하면 시간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74


스승과 제자가 길을 걷고 있었다. 걸어가다 수심이 깊고 빠른 냇가 앞에 다다랐을 때 한 아름다운 여인이 서 있었다. 치마를 적시기 싫어서였는지 오도 가도 못하고 있던 그녀는 스승에게 자신을 안고 냇가를 건너달라고 부탁했다. 제자는 그들의 그욕주의적인 신조에 따라 스승이 당연히 안 된다고 말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스승은 그녀를 안아서 건네주었다. 스승과 제자는 가던 길을 계속 갔고 제자는 스승이 여자를 안았다는 사실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부러움마저 잃었다. 사원에 돌아오고 나서 제자는 스스엥게 따져 물었다.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지요? 우리는 여자를 만져서도 안 되잖습니까!"

스승은 순진하게 웃어 보였다.

"너는 아직까지 그 여자 생각을 하고 있느냐? 나는 아까 강둑에서 그 여자를 내려주고 왔다. 너는 지금가지 그 여자를 계속 안고 다니고 있구나?"  105


쓸데 없는 잡념에 지배되지 않은 자유로운 뉴런은 차분히 다른 일에 할애할 수 있는 뉴런이다. 모든 뉴런을 다시 돌아오게 하자. 그렇게 하면 우리에겐 침묵의 시간, 실존하는 시간, 상상력이 자유롭게 비상하는 마음의 공간이 생긴다. 

너무 많은 뉴런을 도둑질 당한 사람은 엄밀히 말하면 이곳에 실재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106


창조적 마음챙김.

당신이 케이크를 먹고 있다고 치자. 이때 마음챙김의 목표는 오로지 케이크 먹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반면 창조적 마음챙김의 목표는 케이크 먹는 일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소설을 계속 쓰는 것이다. 케이크 먹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가 아니라는 뜻이다.  120-121


자아는 지속적으로 성숙시키지 않는다면 퇴행하게 되어 있다. 우울증이 더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중독이 승리하기 시작하며 상상력은 시들시들해지고 결과물은 줄어들고 소외감은 커지고 절망이 깊어진다.  157



그곳이 당신에게 의미가 있다면, 그곳에서 머물고, 앉아 있고, 바라보고, 걷고, 글을 쓰는 상상이 당신 마음을 휘젓는다면 그곳이 바로 글을 쓰기 위해서 꼭 가야 하는 장소이다.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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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무렵의 우리들은 잊은 것이 많다. 우리의 시간, 우리의 추억, 우리의 꿈, 모두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리는 그저 하루하루 허덕이며 살 뿐이다. 상처를 입으며 버틸 뿐이다. 문제는 상처를 입고서도 상처를 입었는지 모른 채 살아가는 것이다.  12


글을 쓰자. 글쓰기는 당신이 잊은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당신의 상처가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글쓰기는 당신이 잊어버린 시간들을 알려준다.  13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과 일대일로 만나는 행위다.  26


내 마음과 이야기하는 방법으로 글씨기만 한 것이 없다.  28


부딪히면서 배워요. 배운다는 건 그런 거예요. 온몸을 내던지는 것. (오소의 외 <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41



바르게 글을 쓰기 위한 기본 실천 사항

1. Cut : 문장 자르기 - 긴 문장 쓰기 말 것.

2. Easy : 쉬운 말 쓰기 - 어려운 어휘, 난해한 수식을 피할 것.

3. Read : 소리 내서 읽어 보기 - 읽을 때 자연스럽지 못한 표현을 지울 것.

4. Rewrite : 고쳐 쓰기 - 잘 썼다고 생각이 들 때도 반드시 다시 써볼 것.  94



사실 글을 쓴다는 행위는 곧 사전을 찾는 행위다.  109


스토리, 즉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있어야 한다.

1. 사건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즉,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

2. 앞 사건에 대하여 뒤의 사건이 일어난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즉,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3. 결말이 있어야 한다. 즉, 글쓴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야 한다.  142


스토리텔링 글쓰기를 잘하기 위한 왕도는 없다. 좋은 연습 방법 중 하나는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쇼핑몰, 고궁, 뒷골목에서 찍은 사진 파일들을 출력해놓고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12장의 사진으로 이야기 한 편을 만들어보고, 24, 36장의 사진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보라. 저 위의 원칙을 염두에 두고 말이다.(142 페이지의 원칙)  143-144


우리가 글을 쓰기 위해선 글의 재료가 있어야 한다. 글 재료는 오랜 시간 동안의 자료 찾기에서 나온다. 자료 찾기는 연구, 관찰, 사색의 총합이다.  145


무조건 자료를 많이 찾는다고 좋은 게 아니다. 자기만의 잣대, 룰이 있어야 하며 그 룰을 찾기 위해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149


아무 종이나 한 장 펼쳐놓고 자신의 프로필을 써보자. 내가 책을 내서 그 책에 넣을 프로필을 쓴다고 가정하고.  150


자신의 프로필을 써보면 많은 걸 깨닫게 된다. 내가 이렇게 보잘것 없는 사람인가? 내가 이렇게 내세울 게 없는 사람인가? 나는 뭐하며 살았나?...  151


쓰려면 생각해야 한다. 쓰려면 관찰해야 한다. 내 괴로움에 대해 쓰려면 그 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대신에 내 눈앞에 갖다놓고 요모조모 뜯어봐야 한다. 일이 이러저러하게 되어서 내가 이렇게까지 되었다고 쓰려니 저절로 인과관계, 개연성을 따지게 되었다. '가만있자, 이건 좀 오버인데? 응? 이건 그거랑 아무 상관없는 일이잖아.'

글을 쓰면서 자신이 객관화되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자기에 대해 글을 쓰면 자기를 바라보게 된다. 바라보면 보인다.  170


글을 쓰면 다른 사람도 바라보게 된다. 보여야 쓸 수 있다. 가족도 바라보고 친구도 바라본다. 주변 사람들을 가만히 관찰하다 보면 그들이 좀 더 입체적으로 보인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왜 그런 어이없는 말로 사람 염장을 지르는지, 왜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나를 복장터지게 하는지 그 사람을 총체적으로 바라보고 느끼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상처도 덜 받는다.  171


글쓰기는 내가 살아버린 인생, 살고 있는 인생에 의미를 준다.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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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했었다. 

실패했었다.

상관없다. 다시 시도하라.

더 잘 실패하라. -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 1906~1989)





스티븐 킹(Stephen King, 1947~)은 이렇게 단언한다. " 책을 별로 안 읽는 (더러는 전혀 안 읽는) 사람들이 글을 쓰겠다면서 남들이 자기 글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로 터무니없는 일이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은 글을 쓸 시간도 (그리고 연장도) 없는 사람이다."  15


책 읽기는 이해와 공감의 능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글쓰기의 동기는 자기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그것을 자극하고 촉발하는 것은 다양한 책 읽기이다.  16


읽기와 쓰기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둘은 하나이다. 혹은 왕성한 책읽기는 글쓰기의 최소 원칙이다.  17


일관된 '맥락'에 따라 책을 골라 읽는 습관을 체득.

맥락의 독서는 보다 높은 차원의 책읽기 방법으로, 두서없이 아무 책이나 읽는 게 아니라 이 책과 저 책의 연관성 아래 책을 읽는 것을 뜻한다.  18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따져 묻고, 자의식에 대한 투명한 인식에 이른 사람만이 글을 쓸 수 있다.  19


책을 읽는 동안 이야기들은 우리 안으로 스며들어온다. 그렇게 우리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온 이야기의 힘에 의해 망각되었던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여기서 기억이란 바로 삶의 다른 이름이다.

책 속의 이야기들이 우리 삶에 겹쳐질수록 우리 경험의 시공은 무한대로 확장된다.  24-25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Pascal Quignard, 1948~)는 이렇게 말한다. "그 선택은 오히려 틈새와 주름들 안에, 즉 고독, 망각들, 시간의 경계, 열정적인 생활 태도, 응달 지역, 사슴의 뿔, 상아 페이퍼 나이프들 안에 칩거하고자 한다. 그 선택은 오로지 자신들에게만 속하는, 짧지만 수많은 삶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도서관을 설립한다." (<은밀한 생> 217쪽)

그렇다. 책읽기에 빠져든 사람들은 고독 속에 칩거하며 저마다 '하나의 도서관'을 설립한 자들이다.  25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1884~1962) 의 <꿈꿀 권리> 는 그의 미술론을 모은 책으로 예술 작품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29


바슐라르에 따르면, 예술가란 빈둥거리다가 벼락같이 영감이 올 때만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 아니다. 예술가란 하루도 쉬지 않고 "인내와 열광의 불가사의한 피륙"을 빈틈없이 직조해내는 사람이다.  33


닥치는 대로, 손에 걸리는 대로, 가리지 않고, 게걸스럽게, 순서와 체계도 없이 책에 빠져들었던 독서 체험을 해보지 않은 작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모든 작가들은 작품을 쓰기 이전에 남보다 책을 많이 읽는 다독가들이었다." (정수복의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 190쪽)  34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도 예술가들에게 있어 '굶주림은 좋은 훈련'이라는 말을 남겼다. "굶주림에 지나치게 연연하지않도록 스스로를 더욱 통제할 필요가 있다. 굶주림은 좋은 훈련이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사람들이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당신은 그들보다 앞서 있다. 그래 맞다. 지금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앞서 있기 때문에 제때 끼니도 떼우지 못할 형편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거리가 좀 좁혀져도 나쁠 것 같진 않다." (헤밍웨이의 글쓰기> 96쪽)  46


작가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굶주림을 견뎌라! 그것을 딛고 넘어서야만 비로소 작가의 길이 열린다.  49


미국의 농부이자 작가인 웬델 베리(Wendell Berry, 1934~)가 쓴 <시인이 되는 법>이라는 시의 첫 행은 "앉을 자리를 만들어라."이고, 두 번째 행은 "앉아라. 침묵하라."이다. 

글을 쓸 때 오롯한 고립과 고독은 필수 조건이다.  50


<글 잘 쓰는 기술>이라는 책에서 말하는 작가와 고양이의 닮은 점들이다.

1. 계속 집중한다.

2. 신비주의를 고수한다.

3. 조용히 사냥한다(즉 기록한다).

4. 독립적이다.

5. 가만히 말없이 오랜 시간을 버틴다.  51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면 가혹한 풍랑이 자신만을 피해 가는 행운을 기대해서도 안 된다. 그보다는 웬만한 풍랑에도 끄떡도 하지 않을 단단한 체력과 강인한 심잘을 갖기를 바랄 일이다.  53


인생이란 길을 걷다보면 우회하거나 옆길로 새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때론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방황은 성숙에 이르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59


당신의 목적지가 저 멀리 있고, 더러는 거기에 도달하는 게 불가능해 보일지 모른다 해도, 멈추지 말라. 계속 걷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목적지에 도착할 때가 오는 법이다. 다만 계속 걸어가는 법을 잊지 말길 바란다.  60


영국의 실존주의 비평가 겸 작가인 콜린 윌슨(Colin Wilson, 1931~2013)은 자기가 환자라는 사실을 문득 깨달은 자,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유일한 살마을 가리켜 '아웃사이더'라고 불렀다. '다른 시각에서, 너무 많이, 너무 깊이 세상을 보는' 아웃사이더가 되는 것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의이와 진실한 삶을 찾는 탐구의 시작점이라고 말이다.  62


먼저 재능이 있어야만 한다. 그것도 많이. 키플링의 재능 같은 것이 필요하다. 그 다음에는 훈련이다. 플로베르가 했던 것처럼 부단히 훈련을 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파리에서 사용하는 미터 기준처럼 변하지 않는 절대 양심과 작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가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작가는 지적이고 이해관계를 초월한 공평무사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남아야 한다. 한 사람의 작가 안에 있는 이 모든 자질을 끌어내어 그를 압박하는 모든 세력을 통과하게 하라. 작가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살아남아 자신의 글을 끝내는 것이다.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헤밍웨이의 글쓰기> 16-17쪽)  65


작가로 태어나는게 아니라 작가로 키워진다는 말이 더 적절하다.  66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은 쓸 수 없는 100가지 이유를 대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변명하지 않는다. 오직 묵묵히 쓸 뿐이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모든 것은 글을 통해 말하라. 그리고 학습과 훈련을 게을리하지 말라.  67


독일 철학자 니콜라이 하르트만(Nicolai Hartmann, 1882~1950)의 주장처럼 천재의 독창성은 본질적으로 '보는 방식'에 나타난다. 사물이건 경험이건 새롭게 보아야 새롭게 인지된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낯선 시선으로 한번 바라보라!

쓰려고 하는 대상에 대해 오래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만 한 편의 글이 나온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아를 세상에 드러내는 일인 동시에 자아로부터 벗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편향이나 왜곡 없이 더 많이 사랑하라!  

'작가들의 미덕은 그들(선배 작가들)을 모방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비굴하게 저지르는 짓을 절대 하지 않는 데 있다. 그들은 세상을 자기만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자신의 누넹 비친 세상을 글로 옮겨놓는다. 그들의 작품이 솔직하고 활기가 넘치는 이유는 그 어떤 편향이나 왜곡 없이 개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도러시아 브랜디의 <작가 수업> 141쪽)  70


글을 쓰는 사람에게 필요한 또 다른 덕목은 창의성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거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익숙한 현실을 낯설고 신기한 곳으로 생생하게 그려내라.

가장 나쁜 것은 관습적 사고에 기대는 것이다. 관습적 사고에 빠진 사람은 구태의연한 발상과 상투적 언어들을 쏟아낸다.

다르게 보기, 엉뚱하게 보기, 낯설게 보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려면 먼저 다양한 책읽기와 다양한 경험을 통한 폭넓은 정보의 감각 입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71


정보의 양과 창의성의 질은 대치으로 맞물려 있다. 학습을 통해 더 많은 인지적 정보를 습득하고, 이것이 쌓여 임계치를 넘어설 때 비로소 정보는 질적 전환을 이루고 여기서 양지르이 창의성이 출현하게 되는 것이다.  72


글쓰기의 1차 재료는 작가 자신의 경험이다. 특히 실패와 시련과 같은 경험이야말로 스스로를 담금질하는데 좋은 도구가 된다. 삶의 경험들이 들려주는 내밀한 목소리와 뜻밖의 직관, 찰나의 번쩍임에 주의를 기울여보라.  74


글쓰기에서 경험이란 "자기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그것에 관여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75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는 '경험이 삶이고, 삶이 곧 문학'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진정한 삶, 마침내 '발견되고 해명된' 삶, 따라서 실제로 체험된 유일하게 진정한 삶, 그것은 문학이다." 아니 에르노 역시 이말에 동의하며 "말, 여행, 광경 등, 그 어떤 수단으로도 발견할 수 없는 것을 글로 쓰면서 발견하는 것. 숙고 또한 홀로는 그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글쓰기 이전에는 현장에 없던 것을 발견하는 것. 바로 거기에 글쓰기의 희열이 있습니다." (아니 에르노의 <칼 같은 글쓰기> 200쪽)  75-76


글쓰기는 한마디로 '웃으면서 하는 전쟁'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치르는 피와 종이와의 전쟁. 그 전쟁이란 곧 작가로서 관습적인 상상력과 사유에서 벗어나 진정한 독창성을 얻기 위한 투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최후의 일전을 치르러 가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추상 개념들과 관념들을 무작정 따라가지 말라는 것이다. 그보다는 구체적 경험에 귀를 기울여라.  77


<창의적인 글쓰기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보면 "당신의 무의식이 하루 1,000자(사실 분량이야 어느 정도이든 큰 상관은 없다) 쓰기에 익숙해지면 백지의 공포는 크게 수그러들 것이다. 규칙적인 글쓰기는 무에서 무언가를 생산해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어도 첫날이 지난 후에는 말이다."  79-80


글이 형편없고 엉망이라고 느껴질 때조차 계속 해서 써나가라. 멈추지 않고 꺠속 써나가기, 이게 백지의 공포를 넘어서는 방법이다.  81


나탈리 골드버그(Natalic Goldberg, 1948~)는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서 "손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당신은 당신 인생의 모든 면모를 기록하고 심장부로 뚫고 들어가도록 손을 계속 움직여야 한다."라고 말한다. 골드버그가 제안하는 글쓰기 연습의 지침은 다음과 같다.

1. 손을 계속 움직여라. 

2. 마음 닿는 대로 써라.

3. 보다 구체적으로 써라.

4. 지나치게 생각하지 말라.

5. 구두점과 문법은 나중에 걱정하라.

6. 당신은 최악의 쓰레기라도 쓸 자유가 있다.

7. 급소를 찔러라.  81-82


문장을 어렵게 써서는 안 된다. 꼬아서도 안 된다. 어렴풋하게 써서도 안 된다. 단도직입적으로 사실들을 투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에두르지 말고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풀어놓아야 한다.  95


문장에서 형용사나 부사를 피하라! 접속사도 빼버려라! 그것들은 마음에 쓸데없는 근심과 허위의식이 있음을 드러내는 일일 뿐이다. 생략해도 문장의 의미가 달라지지 않는 것들은 굳이 없어도 그만인 잉여이다. 97


글쓰기는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올리듯이 문자을 만들어 쌓는 것이다. 문장을 만드는 벽돌이란 곧 생각의 조각들이다. 이 생각의 구조적 배열을 통해 하나의 문장이 탄생한다. 매혹적인 문장은 구조화가 잘된 생각이 매끄러운 언어로 표현될 때 나온다. 즉 문장을 이루는 언어의 선택과 배열에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질서가 있어야 한다. 그 완벽한 질서는 바로 영감과 명확한 사고에서 나온다.  99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졸작이라도 '쓸 수 있는 용기'이다. 졸작은 누구나 쓸 수 있지 않은가. 그러니 써라,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101


문장은 간결할수록 좋아진다. 거기에 '힘'을 불어넣으면 문장에 생기가 돈다. 그런 문장을 만드는 '힘'은 진실에서 나온다.  102


작가의 삶은 흔히 ' 기다림'의 연속이라고 한다. 무언가를 쓰는 것에 앞서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독서와 발견의 시간을 통해 본질을 통찰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한 알의 씨앗이 발아되기 위해 기다려야 하듯이. 하나의 문장, 하나의 아이디어가 착상되길 기다려야 한다. 

그 다음은 착란의 시간이 필요하다. 불행과 농담이 뒤섞이고, 처억과 망각이 삼투하면서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그 어지럽고 어수선한 시간들을 견뎌야 한다.  111


글쓰기는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노동이다.

글쓰기는 몸을 써서 하는 육체노동이다!  115


여행을 떠나라! '이곳'이 아니라면 어디라도 좋다. 떠나보면 알게 된다. 여행이 곧 글쓰기임을.

여행과 글쓰기는 어디서 출발하는지는 분명히 알 수 있지만, 어디에 도착할지는 가봐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125


여행의 첫 번째 소득은 습관화된 삶의 양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낯섦 때문에 영감이라는 불꽃이 켜질 것이다. 더불어 익숙한 관습적 이해와 사유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사고나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러니 길 잃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길을 잃었다면, 오히려 그것을 세계의 또 다른 측면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라. 현명한 여행자는 모든 사물을 마치 세상을 처음 만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다.  127


여행은 세계라는 책을 펼쳐서 읽는 것이다. 즉 책읽기란, '떠나지 않고 하는 여행'이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 1802~1885)는 "독서가 여행이고, 여행이 독서다."라고 말한다.

"글쓰기와 여행은 언제나 서로를 잡는다. 이 둘은 모두 상상 세계를 향해 떠날 준비를 마쳤거나 모든 가능한 세계를 이미 탐험한 이들, 그러니까 '다른 곳을 열망한 이들'의 부름에 대한 대답인 것이다." (장 피에르 나디르 도미니크 외드의 <여행 정신> 112쪽)  128


쓰다 보면 안다, 무엇이 부족한가를. 부족한 것을 알면 그걸 채우면 된다.  133


모든 글에는 필적(筆跡 붓 필,발자국 적)이 남듯이 당신이 쓴 글에도 문체라는 내면의 필적이 남는다. 똑같은 필적이 없듯이 똑같은 문체란 없다. 물론 필적을 위조하듯이 남의 문체를 흉내 낼 수는 있다. 그것은 위조에 지나지 않는다.  135


문체란 자기만의 어조, 자기만의 리듬, 자기만의 스타일이 드러나는 문장의 특색이다.  136


자신만의 문체를 갖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열심히 읽어야 한다.  137


좋은 글을 찾아보라. 좋은 글은 글쓴이의 의도가 명쾌하게 드러난 문장으로 이루어진다. 좋은 글들을 찾아 읽고 정확한 낱말과 문법에 맞는 문장을 쓰는 연습을 하라. 그 한 가지 방법은 글을 필사하는 것이다.  138


좋은 문체는 사유와 감각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정확한 문장에서 비롯된다.  141


쓴다는 것은 제 삶의 공백을 글쓰기라는 노동으로 채워나가는 일이다.

왜 사람들은 쓰질 못하는 걸까? 그건 어쩌면 다른 사람이 저를 대단한 사람, 유식한 사람, 좋은 사람, 혹은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으로 알아주기를 바라는 기대를 깨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144


뭐가 있는 체 해도 아는 체 해도 안 된다. 감정을 조작하지 말고, 보고 듣고 느낀 바대로 담백하게 쓸 줄 알아야 한다. 솔직하게 쓰는 것이 바로 재능이다.  145


무의식으로 하여금 쓰게 하고, 의식으로 하여금 고치게 하는 것.

'쓰다'라는 동사는 작가들이 따라야 할 궁극의 도(道)이다. 결국 다소 뻔뻔스러울 정도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 진실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용기, 쓰고야 말겠다는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자신의 글을 쓴다. 저를 드러내지 못하고, 진실을 감추는 자는 영원히 글을 쓸 수가 없다.  149


작가들은 자기 작업의 결과물에 항상 만족하지 못한다.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쓰고, 또 쓰고, 앞에 쓴 것들을 지우고 다시 고쳐 쓰는 일은 형벌과도 같다. 작가들은 썼다 지우고 다시 썼다 지우는 일을 반복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언제나 다시 시도한다.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위대한 실패를 하기 위해서.  152


"나는 일단 어떤 작품을 시작하면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도중에 멈추거나 속도를 늦추는 일이 없다. 날마나 꼬박꼬박 쓰지 않으면 마음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생기를 잃기 시작한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186 쪽)  153


글쓰기는 더도 덜도 아닌 육체적 행위이다. 몸안에 있는 것들을 몸을 통해 펼쳐내는 것, 이것이 글쓰기이다. 이말인즉슨 글을 쓰기 위해서는 몸을 글쓰기에 잘 맞게 '포맷'해야 한다는 뜻이다.  

몸으로 쓴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첫째, 말 그대로 몸을 사용 한다는 것이다.  

둘째, 몸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몸으로 겪은 것들,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은 것들, 즉 몸에 입력된 감각들로 글을 쓰는 것이다.  156-157


한 편의 시, 한 편의 소설은 감동을 통해 인간의 기쁨과 슬픔과 고통에 공감하고, 새로운 사유로 읶느다. 즉 무엇이 인간을 억압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것인지에 대한 인식론적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183


문학은 지식을 주입하지 않고 향유로 독자를 이끈다. 문학은 세상의 대의들과 강령들을 외치지 않고 다만 있는 그것, 즉 삶과 세계를, 혹은 있을 수 있는 형태로 제시하고 보여준다. 현실을 깐깐하게 따지고, 양심에 따라 고발하고, 모두가 대의라고 믿고 따르는 것을 의심하고 물음을 던진다.  186


미국의 지성이자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수전 손택은 이렇게 말한다. "따라서 문학은 (여기서 저는 단순히 그렇다고 설명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래야 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자의식이고, 회의고, 양심의 거릮미이고, 깐깐함입니다. 또한 (이번에도 역시 그럴 뿐 아니라 그래야 한다는 뜻입니다) 노래고, 자발성이고, 찬미고, 환희입니다."  187


김연수는 소설을 쓸 때 생각이 아니라 감각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소설은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만질 수 있는 단어들로 문장을 쓰는 일이다. 생각이 아니라 감각이 필요하다." (<소설가의 일> 217쪽)  190


헤밍웨이는 "만일 작가가 관찰하는 것을 멈춘다면 그는 끝장난 것이지요."

<파리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작가에게 가장 근본적인 재능은 '빌어먹을 상황들을 발견하는 장치'라고 꼽았던 그는 "글쓰기가 항상 힘들고 종종 불가능했었다."라고 고백했다. 세계적인 작가에게조차 글을 쓴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던 셈이다.  209


소설은 간 길이 아니라 가야 할 길에 대한 선험적 검증이다. 이미 지나온 길을 시시콜콜하게 적는 것은 역사이다. 소설은 역사가 아니라 역사의 여백을 탐색하는 자리이다. 역사가 소설이 되려면 상상과 허구가 섞여야 한다. 지나온 길이 지나갈 길이 되어야 소설이 되는 것이다. 역사 소설은 단순히 지나온 과거나 역사의 재현이 아니라 진실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그것을 다시 보기한 것이다.  227


고양이들은 계파나 조직 따위를 만들 줄도 모르고 항상 독립적으로 생활하는데, 이것이 작가의 개인주의적 성향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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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책을 읽는 행위는 인풋(input)이고, 책을 써내는 ㅇ리은 아웃풋(output)이다. 인풋의 밀도가 촘촘해야만 아웃풋도 좋아 진다. 당연한 일이다.


철학자 키에르케고르 선생님의 말처럼 "인생은 뒤돌아볼 대 비로소 이해되지만, 우리는 앞을 향해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다." 바로 그런 까닭에서 나이가 들수록 서재는 인생에서 중요성이 더 커진다. 책은 인생을 돌아보고 곰곰이 씹어보는 데 유용하지만, 그보다 앞을 향해 살아가는 지침을 구하고 예지력을 키우는 데 더 쓸모가 있다.  


더 자주 책을 읽어라. 더 자주 웃어라. 더 자주 사랑하라.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이 남아 있다는 것, 아직 삶에 채워넣어야 할 것이 존재한다는 건 스트레스가 아니라 축복이다... 중요한 건 살아야 할 이유와 보람이다.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와 보람을 찾는 일에 노력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늙을 시간이 없다.  - 가와기타 요시노리 <마흔 살의 철학>  15-16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 결정해야 한다. 그것 없이는 도무지 살 수 없는 것들. 그게 남겨야 할 짐들이다. 짐을 가볍게 하라!

'짐을 가볍게 한다는 것은 제 손으로 삶을 정돈한다는 것, 외적 혼란으로부터 탈출한다는 것, 삶의 주된 목저고가 무관한 많은 소유물을 포기하는 것'(<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이다.

"여행의 이익은 단지 전혀 보지 못했던 것을 처음 보는 데 있는 게 아니고 오히려 평소 낯익은 것,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던 것에 경이를 느끼고 새롭게 다시 보는 데 있다... 여행하는 사람은 행하는 자가 아니라 보는 사람인 것이다. 이와 같이 순수하게 관상적으로 됨으로써 평소 이미 알고 있는 것, 자명한 것이라고 전제하던 것에 대해서 우리는 새롭게 경이감을 느끼거나 호기심을 느낀다. 여행이 경험이며, 교육인 것도 이 때문이다.  - 미키 키요시 <어느 철학자가 보낸 편지>  19


오로지 사람만이 경이를 느낀다. 더 많은 경이를 느끼는 사람이 더 풍요롭게 사는 사람이다. 경이는 예민한 감응력이 있을 때 일어나는 마음의 파동이다.  20


공자는 네 가지를 끊었다고 했다. 억측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고루하지 않고, 아집을 버렸다.  26


청나라 초기의 문장가 장조(張潮)는 "하루의 계획으로 파초를 심고, 한 해의 계획으로 대나무를 심고, 십 년의 계획으로 버들을 심고, 백 년의 계획으로 소나무를 심는다."고 햇다. 시 쓰기는 파초를 심는 것이고, 책 읽기는 백 년의 계획으로 소나무를 심는 것에 견줄 수 있겠다.  34


지켜지지 않은 것, 수정해야 하는 것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과감하게 인생의 초안을 수정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마음 안에 새 꿈을 써 붙여야 한다.

비움은 마음에 채운 욕심을 버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36


인류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다 이기주의가 숨어 있다. 나와 남은 불이(不二)이다.

비우려는 자는 먼저 맹목적인 탐욕을 버려야 하고 자발적 가는에 처하는 실천이 따라야 한다.  37


즐거움은 물질에 있지 않고 우리 마음에 있다.  39


쉼은 빈둥거림이 아니다. 자신의 내면과 만나는 바쁜 시간이다.  41


오스트리아 사회학자 헬가 노보트니는 "휴식은 나와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 사이의 일치를 뜻한다"라고 말한다. 덜 바빠야 더 행복하다.  42


'발터 벤야민은 깊은 심심함을 "경험의 알을 품고 있는 새"라고 부른 바 있다. 잠이 육체적 이완의 정점이라면 깊은 심심함은 정신적 이완의 정점이다...'  - 한병철 <피로사회>


'많은 사람이 물질적인 부를 자기 인생의 반영이자 자신이 존재하는 증거라고 여긴다. 이들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자신의 정체서오가 이미지를 자기가 소유한 것과 연결짓는다. 더 많이 소유할수록 더 안심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게 탐욕의 대상이 된다.'  - 도미니크 로로 <심플하게 산다>  55


'삶의 본질은 물건을 통해 구현되지 않는다. 필요 이상의 것을 절제하는 미니멀리스트(Minimalist)가 되려면 정신적이고 지적인 짐 가방을 꾸릴 줄 알아야 한다. 많이 소유하지 않으면 실제로 삶의 질이 개선된다.'  - 도미니크 로로 <심플하게 산다>  58


시골에 들어온 첫 해에 나는 마당에서 내려다보이는 금광호수의 물을 날마다 바라보았다. 물은 언제나 물로써 변화가 없었다. 나는 그 변화 없음을 지루함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변화 없음 속에서 번득이는 변화들을 보았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바람이 물을 밀면서 나아가고, 바람이 없는 날에 물은 잔잔했다. 물을 바라보면서 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내 마음을 들여다 보았다. 마음 안에 있는 마음을 분별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있는 그대로 보라! 무분별의 분별 속에 있을 때 내려다보는 물은 평화롭고 고요했다. 마찬가지로 마음도 커다란 모름 속의 앎으로 오롯할 때 평화롭고 고요했다.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지도 않고 더 나쁜 사람이 되고자 하지도 않았다. 본디 그러함 속에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두고자 애썼을 뿐이다.  76


더러는 읽은 것들이 걸을 때 새로워진다. 사유와 산책은 한짝이다. 걷는 사람은 대개는 사유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사람의 걷는 모습에서도 마음은 작열한다.  77


시골집에서 혼자 밥을 끓이고 사는 내게 사람들은 외롭지 않은가라는 물음을 자주 던진다. 외롭지는 않다. 읽어야 할 많은 책들, 듣고 싶은 음악들, 산책한느 길들, 그리고 숙고해야 할 인생의 후반부가 오롯하게 남아 있다.  79


시인 릴케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한 가지다. 고독, 위대한 내면의 고독 말이다. 몇 시간이고 아무도 만나지 않고 자신 속에 머무를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혼자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일이다.  82


자발적으로 선택한 고독은 일상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심리적 피난처"를 찾는 일이다. 대개 작가나 예술가들이 창작을 위해 스스로 고립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내 고독을 추구한다. 이때 고독은 "위안과 새로운 활력, 내적 평온"이라는 선물을 준다. 명상, 휴식, 기도와 같은 황동도 고독을 동반한다. 이때 고독은 일상의 번잡함에 매여 지친 영혼을 다래고 내적인 여유와 평화를 가져다준다.

또 다른 고독으로 사회적 고독과 감정적 고독이 있다. 고독은 사회적 고립과 정서적 고립이 합쳐져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83-84


고독은 그 본질에서 혼자 있는 능력이다. 혼자 있는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혼자 있는 능력은 귀중한 자원이다. 혼자 있을 때 사람들은 내면 가장 깊은 곳의 느낌과 접촉하고, 상실을 받아들이고, 생각을 정리하고, 태도를 바꾼다."(<고독의 위로>) 창의성의 발현과 개인 자아의 발달은 자기 내면을 돌아보는 혼자 있는 능력 속에서 길러진다.

자발적 고독은 욕망과 두려움의 지배에서 벗어나 심ㄹ리적 평형 속에서 안정된 인격을 갖춘 사람들의 태도이다.  85


"고독을 회피하는 것은 나 자신을 회피하는 것"(<고독의 심리학>?. 차라리 고독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즐기는 태도를 배우라. 고독을 즐기고 그것을 긍정적 에너지로 바꾸려면 먼저 있는 그대로의 고독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질 것, 타인에게 의존하지 말 것,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낼 것, 철저하게 자기 자신이 될 것 등이 필요하다.

고독은 질병이 아니다. 고독은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적 시간을 선물로 마련한다.  86



잘 살기 위한 바탕은 끊임없이 '생각함'이다. 늘 새롭게 생각함 속에서 좋은 삶이 나온다.  101


양적 조건이 충족된 다음에야 질적 전환이 일어난다.  102


'융통성, 판단력, 비전이 탁월한 학습 주도형 인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첫 번째, 지식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베이스캠프가 낮으면 산 정상에 도달하는 게 더 힘들죠. 집효한 학습으로 지식의 총량이 많아지면, 즉 판단력의 기준 바탕이 높아지면 삶의 예측은 더 정확해집니다.

두 번째, 질문을 품어서 성장시켜야 합니다. 질문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죠. 예부터 선사들이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도를 깨치기 위해서는 의심 덩어리가 커야 하고, 강렬한 내적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의심 덩어리를 함부로 노출한다든지 간단히 해결했을 때는 공부, 학습의 동력을 잃어버립니다. 그런 질문은 만들기도 어려우며 한번 얻은 질문은 적어도 5년, 10년 이상 내적으로 질문의 강도를 높여서 학습의 추진력으로 삼아야 합니다. 질문의 힘으로 대상을 보기 시작하면 결국 그 질문이 스스로 답을 찾죠.

세 번째, 학문에 미쳐야 합니다. 어느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미친 듯이 몰아붙여야 하는 겁니다. 보통은 5년, 좀 더 어려운 분야는 10년 단위로 계획하여 스스로 각 분야를 조망할 만큼 학습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예술이 되었든 철학이 되었든 자연과학이 되었든 어떤 분야를 5년, 10년씩 완결하여 50년 공부할 것 같으면 적어도 다섯 가지 이상의 다른 분야를 섭렵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가 중요합니다. 학습의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자연과학 대 인문과학의 비율을 7 대 3 정도로 만들어야 합니다. 자연과학은 수학을 바탕으로 하는 학문입니다. 수학이라는 것은 숫자를 헤아리는 데서 출발하죠. 우리는 수 개념을 본능적으로 파악합니다. 뇌의 진화 덕분이죠. 자연과학은 40대가 되기 전에 공부해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시작할 수 없습니다. 철학이나 문학 같은 분야는 나이가 들어서도 등단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미분, 적분, 일반상대성이론을 6, 70 먹은 노인이 취미로 공부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을 겁니다.

다섯 번째, 목표량이 중요합니다. 임계치를 넘어서면 양은 질로 바뀝니다. 그 임계치를 책으로 치면 3천 권 정도 될 것입니다. 자연과학 대 인문과학, 7 대 3으로 해서요. 50대가 될 때까지 3천 권 정도 집요하게 읽다보면 정보가 서로 링크 되면서 정보들 사이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양이 질로 바뀌는 거죠. 그리고 좋은 정보와 좋은 책을 구별할 수 있을 때부터 학습에 가속이 붙습니다.' - 박문호 <뇌, 생각의 출현>  103-104


책을 읽는 행위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프로세스에 의지하는 게 아니라 후천적인 학습과 훈련의 결과로 이루어진다. 책을 읽으려면 "주의와 기억 그리고 시각, 청각, 언어 프로세스"(<책 읽는 뇌>)를 작동하면서, '나'라는 존재 지평을 넘어가야 한다.  117-118


책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주의, 지각, 개념, 언어 및 운동의 프로세스로 이루어진" 인지 수준(cognitive level)에서 "언어 정보와 개념 정보를 모두 연결한 뒤 당신은 각자의 배경 지식과 관여(engagement)에 기반을 두고 나름대로 고유한 추론과 가설을 생성"(<책 읽는 뇌>)해야만 한다. 뇌의 뉴런 회로들을 책을 읽기에 필요한 수준으로 최적화시켜야만 한다. 한 마디로 책 읽는 뇌로 포맷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한 쪽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118


반가통(半可通 반 반, 옳을 가, 통할 통)이 사물의 이치를 어렴풋하게 깨닫는 세계라면, 전가통(全可通 온전할 전)은 사람이 깨치고 알아야 할 사물의 이치와 앎들을 분명하게 추구하는 세계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는 반가통만으로 통용되는 사회이다.  125


비움은 내 안의 것을 덜어냄이지만, 덜어낸 것을 남에게 베풀 때 더욱 빛난다. 비움의 능동적 실천이야말로 저를 고귀하게 한다.  163



천재란 뇌 속에 보다 많은 지식이 아니라 보다 큰 느낌의 세계를 갖고 있는 살마을 가리킨다.  174


깊이 생각함 없이 사는 것은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의 문자를 모른체 사는 것과 같다. 생각의 문맹자들은 의외로 많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즉물적인 삶을 산다. 그들은 먹고 사는 것이나 돈되는 것의 밖에 있는 일들에 대해서 무관심하다. 모란과 작약은 왜 봄마다 꽃을 피우는 것인지, 파도는 왜 왔다가 돌아가는지, 달은 왜 커졌다가 다시 작아지는지, 지구의 자전축은 왜 항상 태양계의 공전 궤도면에 대해 23.5도의 각도를 유지하는지에 대해 무관심하고 냉담하다. 그들은 오로지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 즉 주식, 부동산, 음식, 쾌락에 함몰되어 있다. 왜 그럴까. 미래가 중요하지 않기 땜누이 아니라 미래를 보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일이 지나치게 버겁거나 영혼에 음악이 없을 때 우리는 미래를 회피한다.  175


우리는 사색 속에 자신을 누일 수 있어야 한다. 사색은 삶의 수평을 맞추며 우리를 내적 평형으로 이끌고 우리 안에서 새로운 것이 태어나게 한다.  176


사색이란 마음, 의식, 생각의 작동이다.

사색의 기반은 고요함. 177


정말 게으름이 나쁘기만 한 것일까? 나는 이런 생각들이 공리주의적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퍼뜨린 게으름에 대한 일종의 편견이라고 여긴다....

게으름에도 분명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부분이 있다. 게으름은 일손을 놓고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게으름은 자기를 비우고 자기를 무(無) 속에 방임하는 시간이다. 

우리가 타고난 바 자유를 누리고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천천히 되새겨보는 느림 속의 자기 방기가 바로 게으름이다.  202


'말하자면, 게으르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 내버려둔다는 것이다. 그것은 슬기로움이나 너그러움의 한 형태다. 물러났다가 세상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이렇나 삶의 방식은 한가로이 거닐기, 남의 말 들어주기, 꿈꾸기, 글쓰기 따위처럼 사람들이 별로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버려진 순간에 깃들어 있다.  - 피에르 쌍소 외 <게으름의 즐거움>  203


쓰기 위해 일하고 일하다 보니 쓰지 못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라.

일하지 않는 시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의 가치를 발견하라.  205



나날의 욕구와 필요에만 갇혀 있는 사람은 오로지 자신에게 고립되어 있는 사람이다. 대개는 편협한 세계관에 갇힌 사람들이고 그들의 자아는 단단하게 개별적인 껍데기 속에 웅크리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에너지를 다만 성욕과 식욕과 사치스런 생활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데 써버린다. 금욕과 고행의 가치에 대해 전혀 모르며 그렇기 때문에 탐욕에 쉽게 빠지는데, 그것은 곧 자아가 타락했다는 증거이다.

나와 너는 연결된 존대이다. 더불어 소통하고 함게 살도록 태어난 존재들이기 때문에 나와 네가 마음을 닫고 불통한다면, 그런 세계가 잇다면 그곳이 바로 지옥이다. 나의 행복이 너의 불행을 담보해야만 한다면 나는타자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 아니 소규모의 끔찍한 재앙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재앙이 되지 않으려면, 한 시인의 어법을 빌려 나는 너에게 가서 꽃이 되어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꽃이 되려면 마음을 열고 소통해야 한다. 마음을 열지 않고, 손을 잡고 나란이 걷지 않는다면, 우리는 겨울의 추위와 잿빛 하늘 아래서 저마나 신음하다가 죽을 것이다. 우리가 마음을 열ㄹ고 손을 잡아야만 비로소, 봄은 온다.  240


사람은 낱낱으로 분리되어 '자기성'에 갇힌 섬이 아니다. 살마은 '자기성'에 갇힌 존재이면서 동시에 숱한 타자들과 연루되고 그 연관성에 놓인 맥락에서 산다. 산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으로 연결된 이 세계 안에서 산다는 뜻이다.

나 아닌 타인을 향해, 세계를 향해 열린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한다. 어떻게?

타인을 '영접'하고 '환대'함으로써. 타자의 필요와 욕망에 반응하고 그것을 내 것으로 감응할 수 있는 능력이 좋은 사람됨의 증표이다.  241


''배움'은 외면을 가리키며 사물을 알아가는 것을 뜻한다. 반면 '생각'은 내면을 말하며 이치를 깨닫는 것을 의미한다. 밖으로는 배움을 추구하고 안으로는 성창하는 것, 인생의 길을 걸을 때도 이 두 가지가 반드시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 동리자 엮음 <논어의 인생박물지>  256


진실이란 무엇인가? 진실이란 잇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이다.  261



즐풍목우 - 바람으로 머리를 빗고, 빗물로 목욕한다는 말.  273


장자는 칠원리(漆園吏 옻 칠, 동산 원, 아전 리)라는 말단 관식에 종사하면서 초야에 은둔하여 가는을 낙으로 삼고 살았던 철학자이다.  275


'잔꾀를 부리는 사람은 불성실하게 되고 모든 일에서 지름길을 찾고자 하며 그 어떤 고생도 하려 하지 않는다. 어떤 일을 끝까지 견지하지 못하는 사람도 이와 비슷하다. 그들은 의지가 박약하기 때문에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수 없다. 한편으로는 향락을 누리고자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도를 닦고자 하며 본인은 두 가지 모두 잘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결국은 향락도 도 닦기도 모두 실패한다.  - 자오유얼 <인생사계>  301


'과대망상에 빠진 만물박사, 거드름쟁이, 헛똑똑이, 이것이 인간의 현 모습이다. 우리는 이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살마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도시에 외톨이이기도 하다. 전쟁꾼이면서 평화중재자이고, 베풀면서 빼앗아 가고, 파괴하면서 재건하고, 풍요 속에 있으면서 빈곤하고, 행복하면서도 절망하고, 구도자이면서 찾기를 단념한 이가 바로 우리 자신이다. 또 호기심이 많지만 발견의 기쁨을 상실한 자, 단 몇 시간 내에 아름다운 지구 전체를 활활 타오르며 폭발하는 지옥의 불덩어리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지구를 살아 있게 하고 삶에 필수적인 것들을 지구로부터 야금야금 빼앗아 가는 유일한 존재가 우리 인간이다.'  - 게랄트 휘터 <우리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  30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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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저자와 독자의 두뇌를 이어주는 끈이다. 책을 통해 저자의 두뇌 속 경험이 독자의 두뇌 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래서 잘 쓴 책은 독자의 두뇌를 크게 뒤흔든다.  40


사실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먼저 말씀드리자면 너무 많은 책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글 쓰는 것 자체가 업인 작가분들은 경우가 다르겠지만, 그냥 자기의 경험을 남기고 싶은 살마이 내 얘기를 반드시 책이라는 형태로 써야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자기의 추억을 남기고 싶으면 블로그를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책이 될 만한 내용이 명확하게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과시욕이나, 이런 것도 해봤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생각으로는 책이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굳이 말씀드리자면 저희 아버지께서 저에게 해주신 조언을 그대로 전해 드리고 싶어요. 솔직하고 진정성 있게 쓰는 것.(<3650일, 하드코어 세계일주>저자 고은초 인터뷰)  45


아르바이트로 보습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칠 때, 같은 학원의 나이 지긋한 문학 선생님께 상담을 받았다. 

"제가 머릿속에 생각은 많은데 막상 글을 쓰면 분량이 너무 적습니다. 솔직히 머릿속에는 이런저런 멋진 아이디어가 넘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솟아오르는 거 같은데 왜 글은 다섯 줄을 못 넘을까요?"

"승수 씨, 머릿속에 쓸 거리가 많은데 글이 안 나오는 것이 아니에요. 승수 씨가 글로 쓸 수 있는 딱 그만큼만 머릿속에 들어 있는겁니다."  47


글의 재료는 '경험'이다. 고로 글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경험의 부재에 있다.  49


'당신은 책이 나올 만한 삶을 살고 있는가?'

글은 '살아지는' 삶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삶에서 나온다는 것을 명심하라.  53


상상 가능한, 아니 상상을 초월하는 거의 모든 소재가 책이 된다.

글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것들.

첫째, 자기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인문사회 편집자로서 최고의 실력자로 꼽히는 한 편집자와 만나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유행에 상관없이 누가 뭐라 하든 자기 관심사를 가지고 얘기하는 사람은 결국 주위에 사람이 모입니다."

둘째, 자기만의 관점과 시각이 있어야 한다.  55-58


독자가 왜 돈을 내고 내 책을 사야 하는가? 이 질문에 확실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당신이 쓰는 원고가 책이 될 수 있다. 책의 콘셉트가 좋다는 말은 독자가 그 책을 살 이유가 확실하다는 뜻이다.  62-63



인터뷰 - 은수연 <눈물도 짗을 만나면 반짝인다> 저자

<죽음의 수용소에서>에 이런 얘기가 나와요. '감정, 고통스러운 감정은 우리가 그것을 명확하고 확실하게 묘사하는 바로 그 순간에 고통이기를 멈춘다.'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69

"저는 책을 쓰라고 하고 싶지는 않아요. 글을 쓰라고 하고 싶어요...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나의 삶을 정리하고 그냥 계속 글을 쓰다 보면 그 글이 묶여 책이 되더라고요.  73



글을 쓴다는 것을 그저 자신의 생각을 문자로 표현하는 것으로만 이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런 사람들 대부분이 글을 쓰면서 똥을 싼다. 글을 써야지 왜 배설을 하는가.  78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 필요한 것, 그것은 바로 '존중과 겸손'이다. 독자를 대하는 저자의 태도가 바로 그래야 한다.  92


책 작업할 때마다 출판사는 대체적으로 20자 원고지 1,000매 분량의 원고를 요구한다.  118


보통 A4 용지 1장에 원고지 8장 분량이 들어가니 원고지 1,000장은 A4 용지로 치자면 125장 내외가 된다.  119


원고지 1,000장이라는 거대한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설계도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목차다.  120


대부분의 경우 책을 쓰기 전에 목차부터 짜는 것이 좋다. 목차를 제대로 짜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글을 쓰다 보면 책의 균형이 개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특히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121


A4 용지 4장 쓰는 비법.

첫째, 글의 재료를 늘어놓아라.

주제와 관련해 당신이 쓸 수있는 가능한 모든 재료를 늘어놓으시라. 

둘째, 글을 꼭 도입부부터 써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라.

카레라이스를 하는데 꼭 당근 먼저 깍아놓을 필요가 있는가?  122-124


'30초 안에 소설을 잘 쓰는 법을 가르쳐 드리죠. '봄'에 대해 쓰고 싶다면 이번 봄에 무엇을 느꼈는지 말하지 말고 무슨 일을 했는지 말하세요. '사랑'에 대해 쓰지 말고 사랑할 때 연인과 함게 걸었던 길, 먹었던 음식, 봤던 영화에 대해 쓰세요. 감정은 절대로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세요. 전달되는 건 오직 우리가 형식적이라고 부를 만한 것뿐이에요. 이러한 사실을 이해한다면 앞으로는 봄에 시간을 내 특정한 꽅을 보러 다니고 애인과 함께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그 맛이 어땠는지, 그날의 날씨는 어땠는지를 기억하려 애쓰세요. 강의끝.' - 김연수 <우리가 보낸 순간> 중에서  158


슬픔을 표현하려면 슬펐던 경험을 '디테일'을 살려 자세히 써야 한다..

사람이란 존재는 오감을 통해 세상의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통해 감정의 변화를 겪는다. 그렇다면 내 글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내 글로 내가 본 것을 생생하게 보여줘야 한다. 내가 냄새 맡은 것을 냄새 맡게 해줘야 한다. 내가 느낀 촉감을 최대한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 그래서 글쓰기는 테크닉이 아니다. 글쓰기란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다.  159


올바른 사회질서란 뭐고, 알맞은 사회적 성장은 뭐냐? 1906년에, 훗날 스탠퍼드에서 교육대 학장이 도니 엘우드 커벌리가 대답을 내놓았다. 학교는 공장이어야 된다는 것이다. "그 공장에서는 원료인 학생들을 주무르고 틀에 부어 최종 생산물로 빚어내게 될 것이다.(중략) (학생들) 백 명 가운데 아흔아홉 명은 자동인형이고, 정해준 길로 주의를 기울여 걸어들어 가고, 정해준 관행을 주의해서 따른다. 이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라 효과적인 교육의 결과이다 그 교육이란, 전문용어로 정의하면, 개체의 포섭이다."  172


과연 '개성'이란 무엇인가? 그저 남과 다른 것 정도를 개성이라고 짐작하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개성은 무엇인가? 그것은 '관점의 전환'에서 나온다.  174


개성이란 '사회화'와 '교육'을 통해 사건과 사물 및 현상을 한쪽 방향에서만 보도록 길들여진 상태, 바로 그것을 뛰어넘는 것이다.  175



인터뷰 - 김상태 <엉터리 사학자 가짜 고대사>저자

인생에서 자신의 책을 쓰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우선 완성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완성해보면 다릅니다. 달라요. 그리고 냉정하게 출판사 열 군데 백 군데에 돌려야 합니다. 그리고 출판사한테 모욕받는 겁니다. 기꺼이요. 그리고 또 쓰는 거죠. 하하하.

이게 자신감이죠. 솔직히 모욕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모욕받는 것은 대중들이 일상을 살아나가는 방법이에요. 바람이 불면 풀이 눕듯 대중은 눕는 거죠. 성숙한 대중은 모욕받는 것에 능란합니다. 회사 가면 모욕당하잖아요. 그러면서도 일 잘하거든요. 스트레스는 좀 받겠지만요. 자신감이란 건 뭐냐면 '모욕할 테면 해보라'는 자세예요. 이런 태도가 생기는 것을 지배자들은 제일 무서워해요. 모욕하는데 기가 안 죽거든요. 황석영 같은 대가가 원고를 쓰면 다들 빌면서 원고를 달라고 하겠죠. 대중이 원고를 쓰면 누가 예뻐하겠어요?

목표를 정확하게 설정하고, 자신의 역량을 명확하게 판단하고, 완성시키고, 그 다음에 책으로 안 나오면 그냥 원고를 베개로 베고 자는 겁니다. 기꺼이 모욕당하고 모욕당하는 것을 즐겨야죠. 출판사에 보낼 때 이메일로 보내는데 돈도 안 들잖아요? 막 보내요. 그래도 끝까지 연락이 안 오면, 뭐 딴 거 쓰는 거죠. 하하하. 자신감이 있어야 돼요. 깡다구 말이에요. 뭐 안 되면 그만이잖아요."  200-201

"제트가기 하늘을 지나가면 뒤에 연기가 남잖아요? 활동가는 지나가면 알 수 없는 흔적이 남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에리히 프롬이 그런 얘기를 했어요. 감정적 지식이 아닌 것은 지식이 아니라고요. 단순히 알기만 했다고 사람이 변하지는 않잖아요... 사람은 논리로 설득되지 않아요. 지나갔을 때 흔적이 남는 사람, 그런 사람이 변화를 일으키는 겁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데 자신감 있게 살아가는 모든 살마들이 활동가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들은 지나가면 흔적이 있어요. 영향을 주겠다. 어쩌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끊임없이 사는 거예요. 계속해서, 자기가 생각하기에 의미 있고 재미있는 것을 흥미롭게 열심히 생산하는 겁니다. 책을 쓰는 일 역시 흔적을 남기는 것이죠. 그리고 책이라는 흔적은 동시대에만 남는 것도 아닙니다." 203-204


글솜씨를 키우는 8가지 요령

글 솜씨는 단시일에 비약적으로 늘지 않는다. 꾸준히 쓰는 것 외에 다른 왕도는 없다. 

- 짧은 문장이 바람직하다.

- 주어와 서술어는 호응해야 한다.

'내 목표는 우리 회사에서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리려고 한다.'

'내 목표'가 도대체 누구이기에 '나'를 제치고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리려 한단 말인가. 다음과 같이 고쳐야 한다.

'내 목표는 우리 회사에서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리는 것이다.'

주어-서술어뿐만 아니라 목적어-서술어도 맞춰야 한다. 이런 문장은 어떤가? 

'겨울철에는 가습기나 빨래를 널어 실내 습도를 조절해야 한다.' 

빨래만 널면 됐지, 가습기까지 너는 것은 좀 곤란하지 않은가. 이렇게 수정해야 한다.

'겨울철에는 가습기를 틀거나 빨래를 널어 실내 습도를 조절해야 한다.'

- 수동태보다 능동태가 좋다. 

'맥주는 보리로 만들어진다' 

많은 사람이 이 문장을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 문장은 '맥주는 보리로 만든다'로 바꾸는 것이 훨씬 더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대학 전공을 결정할 때는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번잡스럽게 '신중한 선택이 요구될'것까지도 없다. 다음과 같이 바꾸자. '대학 전공을 결정할 때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이런 경우는 어떨까?

'무상의료, 무상교육 같은 복지정택이 수립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수동태로 쓸 것인가? 이렇게 바꾸자.

'무상의료, 무상교육 같은 복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 지시어를 남용하지 마라.

'그는 그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그녀에게 말했다.'

동생은 형이 자기 아내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형수에게 알렸다는 뜻인가? 이런 '막장' 문장은 의외로 흔하다. 지시어 남용은 뻥 뚫린 고속도로를 놔두고 일부러 좁고 구불구불한 길로 돌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바꿔야 한다.

'이몽룡은 변학도가 춘향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월매에게 말했다.'

- 단락은 글의 호흡이다.

- 접속사는 글의 윤활유

- 궁극의 비법, 소리 내서 읽기

인간의 문명 진화 과정을 보면 문자 언어보다 음성 언어가 먼저 등장했다. 

문자 언어는 우리가 사용하는 음성 언어를 시각화한 것이다. 때문에 소리 내어 읽었을 때 자연스러운 글이 좋은 글이다.   205-225



인터뷰 - 권미경 편집자 

"비슷비슷한 원고를 주시는 분들의 가장 큰 공통점이 있어요. 별로 자기 점검을 안 한다는 거예요."  243

수많은 투고자들이 다들 자기 이야기 하는 데만 바쁠 뿐, 정작 책을 내줄 출판사가 어떤 원고를 요구하는지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244



인터뷰 - 이원석 <거대한 사기극> 저자

"대중은 일반적으로 현재 주어진 사회 속, 그러니까 현실 속에서만 살아갑니다. 마르쿠제가 얘기했던 1차원적 사회인 거죠. 그 속에서 남들을 기준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남들이 좋아하는 대학, 남들이 좋아하는 직정을 추구하게 되죠. 우리 집이 강남에 있으면 자랑스럽고 평수가 50평이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요. 저는 한국 사회에서 대중들의 '욕망'이 바뀌기를 바랍니다. 입맛이 달라져서 맵지 않고 짜지 않고 달지 않은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욕망이 달라져서 큰 평수, 많은 배기량, 좋은 학벌 같은 것에 휘둘리지 ㅇ낳을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시간이라는 테스트를 거쳐 살아남은 고전은 현 사회를 넘어서는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 스스로를 점검해졸 수 있게 만듭니다. 

인문고전을 열심히 읽으면 우리의 입맛과 욕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그것이 사회를 바꾸는 첫 발걸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다음은 사람들끼리 연대를 해야 합니다. 혼자만 인문고전 읽고만다면 의미가 없어요."  284-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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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포크너 - <성역><음향과 분노><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포크너는 모든 이야기꾼들에게 도움이 될 세 가지 황금률을 제시한다.

첫째, 등장인물 창조를 하나의 장사 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 작가는 등장인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이야기 전개에 따라 인문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등장인물에 대한 윤곽이 머릿속에 대충 잡힌 다음에는 그들 스스로 나아가도록 내버려둘 필요도 있다. 포크터는 "일단 등장인물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들은... 순식간에 튀어나간다. 작가는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제때 받아 적기 위해 전력으로 질주해 그들을 뒤쫓는다... 이야기의 주도권은 그들이 쥐고 잇다... 작가는 그저 그들을 따라 다니며 받아 적을 뿐이다." 라고 말했다.

둘째, 관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훌륭한 등장인물은 입체적이고 진짜 살아 있는 인물처럼 보인다. 그들은 스스로 일어서서 영향력을 발휘한 수 있다."라고 포크너는 말했다. 그런 인물을 만들려면 사람을 관찰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서로 어울리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포크너가 말했듯이 "대화를 쓰는 법을 배우는 길은 딱 한 가지뿐이다.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 귀를 기울여라."

마지막으로, 상상력과 함께 자신의 영감을 믿고 따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상상력에 관한 포크너의 조언은 뇌의 시각적 본질과 이미지가 무의식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현대의 우뇌식 사고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내 경우, 이야기는 하나의 아이디어나 기억 혹은 머릿속에 떠오른 하나의 그림에서 출발한다.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사실 별것 아니다. 그런 아이디어나 기억, 그림이 떠오르는 순간까지 나아갈 수 잇는지, 왜 그런 생각이 떠올랐고 그로 인해 어떤 사건이 뒤따라올지 설명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다 쓴 것이나 마찬가지다."  219


포크너는 등장인물과 더불어 주제도 작가의 또 다른 '장사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포크너는 버지니아 대학에서 두 학기 동안 교내 상주 작가로 머물렀다. 수업 시간 도중 포크너는 주제와 관련하여 한 학생의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메시지는 결국 장인이 사용하는 도구 가운데 하나입니다. 미사여구나 구두점, 그런 것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종종 자신을 목수에, 그리고 작가라는 직업은 닭장을 만드는 일에 비유하며 자신을 낮췄다. 목수처럼 기술을 익히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하고, 일정 기간 동안 도제 생활을 거쳐야 하며, 장사 수단을 터득하려면 수많은 공부와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작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220




어니스트 헤밍웨이 - <노인과 바다><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헤밍웽이가 미국 산문체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작가.

대부분의 비평가가 동의하는 헤밍웨이 문체의 특징은 네 가지다. 짧은 문장, 종속절을 거의 보기 힘든 문장, 형용사나 부사 대신 명사와 동사에 의존하는 문장, (일부에서는 남용이라고 부를 만큼) '그리고(and)'라는 단어의 지나친 사용.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빠진게 있다. 헤밍웨이는 전통적인 구조적 요소들과 등장인물 개발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226


헤밍웨이는 문장을 짧게 썼다. 

가장 큰 이유는 표현의 정확함 때문이다.  228

문장을 짧게 썼던 또 다른 이유는 극적 효과를 위해서였다.  229


헤밍웨이 문체의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빠른 문장의 속도다. 문장의 속도란 소리를 내어 읽든 속으로 읽든 문장이 읽히는 속도를 말한다. 

헤밍웨이가 문장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법은 무엇인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더 쉽게 읽히기 위해 더 짧은 단어를 사용했다. 둘째, 쉼표를 생략했다.  230


헤밍웨이는 단순한 앵글로 색슨 계열의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물론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 용어나 일반적으로 잘 쓰이지 않는 단어도 거리낌 없이 사용하지만 대개는 구어(口語)중에서 가장 쉬운 단어를 선택한다.  233


단순한 어휘를 사용하면 가독성이 크게 높아진다.  234


세부묘사나 색깔을 사용할 때는 사람의 머리가 동시에 여러 가지에 집중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 한 장면을 생동감 넘치게 만들 때 집중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 한 장면을 생동감 넘치게 만들 때 세부묘사는 서너 가지로 제한하는 게 좋다. 나머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겨라.가끔은 주저하지 말고 특정 분야의 전문 용어를 사용하라.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단어라도 상관없다. 끝으로 색깔을 자유롭게 사용해보라. 한 가지 색깔을 반복하거나 서로 다른 두 가지 색깔을 대비시키면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236


글을 쓰다 말고 한 발 물러서서 자신이 써놓은 글을 바라 본 적이 있는가? 얼마나 자주 그래봤는가? 실제로 물리적 거리를 두고 자신이 써놓은 글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묻고 있다. 당연히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왜 그래야 하죠? 그렇게 떨어져서 보면 글씨가 너무 작아서 제대로 읽을 수도 없지 않나요?"

페이지의 전체적인 모습을 살펴보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헤밍웨이의 작업 비밀 중 하나였다. 그는 빼곡하게 글이 들어찬 문단을 싫어했다. 그래서 문단이 옆으로 퍼지면서 뚱뚱해진다. 싶으면 슬쩍 대화를 끼워 넣어 여백을 만들었다. 그가 특히 즐겨 쓴 방법은 두 인물이 짧은 대화를 주고받게 한 것이다.  240


의식적으로 페이지 모습을 다듬어라. 비교적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기법이다.  242


우선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에 어울릴 만한 인물을 몇 명 떠올린다. 그 다음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그들의 특징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해보라. 목소리의 특징이라든가 눈썹의 모양이라든가 친구와 대화를 나눌 대 의자에 파묻혀 이쓴 독특한 자세 같은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이제 그 인물이 이야기와 어떻게 섞일지, 이야기 속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묘사해보라. 인물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 장면이라면 당신의 모델이 실제 생활에서는 그런 일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기억을 떠올려보라. 이런 과정을 통해 등장인물을 생생함과 생명력을 얻게 될 것이다. 오로지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캐릭터는 절대로 그런 생명력을 내뿜을 수 없다. 

오로지 상상으로만 만들어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쓰기 마라. 현실에서 알고 있는 사람들을 토대로 인물을 만들어라. 그렇게하면 현실과 멀리 떨어진 곳을 흐르고 있던 당신의 이야기가 마침내 살아 솟구쳐 오를 것이다. 

때로는 하나의 등장인물을 만드릭 위해 두 사람 이상을 모델로 삼을 수도 있다. 헤밍웨이가 즐겨 사용하 방법이기도 하다.  245-246


헤밍웨이의 소설은 도입부보다 결말이 훨씬 인상적이다.  

소설의 성공 여부는 무엇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가? 결말이다. 대개의 경우 결말이 소설의 성패를 좌우한다. 헤밍웨이 소설의 결말은 거의 항상 중요한 의미로 가득 차 있다.  247


마지막 장면을 상징적 의미로 채우고 최후의 사건에 대한 전조를 미리 깔아놓는다면 당신도 헤밍웨이와 같은 결말을 얻을 수 있다. 독자에게 미묘한 암시를 흘려 결말을 예고하라. 최후의 사건에 대해 주변 인물의 반응을 보여주고 중심 인물에게 깨달음을 주어 결말을 강조하라. 보편적이거나 영적인 표현을 통해 인생의 깊은 의미를 찾아내어 결론을 강화하라. 상징을 사용할 수도 있다. 상징을 사용할 때는 처음부터 심어두거나 <킬리만자로의 눈>의 하이애나처럼 결말에 이르기 전 여러 차례 언급하는 것이 좋다. 이런 장치를 통해 결말은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니고 독자에게는 더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될 것이다.  248-249




마거릿 미첼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줄거리는 비틀기와 반전의 연속이다. 비틀기와 반전은 독자가 이야기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만든다.

줄거리가 비틀린 첫 번째 이유는 미첼이 만든 등장인물들이 예측 불허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줄거리 비틀기는 제법 긴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극적 긴장감을 상승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56


그녀는 어떤 방법으로 독자를 매혹할 수 있었을까?

첫째, 심리적 거리를 조절하낟. 미첼은 심리적 거리를 좁히며 여주인공에게 가까이 다가갈 때 강렬한 느낌이 실린 언어를 사용한다. 이 언어가 독자의 가슴에 울려 퍼진다. 둘째, 자신의 작품이 독자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 생각하면서 장면을 구성한다. 이는 심리적으로 독자의 감성에 호소한다.  259


천천히, 단계적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느낌표와 함께 등장인물에 다가감으로써 치밀한 계산 아래 심리적 거리를 조절한다. 서두르거나 갑작스럽지 않다.  262


독자를 매혹시키는 미첼의 또 다른 방법은 독자로 하여금 앞으로 벌어질 사건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다.  263


미첼은 설득력 있는 소설의 배경을 만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발을 다쳐 꼼짝 못하는 동안 미첼은 남북전쟁과 관련되 자료를 닥치는 대로 읽었다. 덕분에 미첼은 마치 직접 그곳에서 전쟁의 황폐함을 겪는 사람처럼 생생하게 조지아 주를 묘사할 수 있었다. 미첼은 전쟁이라는 거대한 화폭 위에 인간 드라마와 사랑, 결혼과 아이 양육 같은 문제를 펼쳐 보인다. 이는 전쟁 자체보다 더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다.

우선 전쟁 장면을 묘사한 뒤 등장인물을 그 그림 속에 집어넣는다. 그런 다음 화가처럼 인물을 풍경의 전경(全景)에 놓고 묘사한다.  266


소설 작업의 많은 부분은 언어가 아니라 시각적인 특성에 의존한다. 글쓰기는 그림 그리는 작업과 비슷하다.  268




이언 플레밍 - <카지노로얄><죽느냐 사느냐>등 제임스본드 시리즈 12권

플레밍의 소설이 성공을 거둔 비결 가운데 서스펜스와 흥미진진한 소재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흔히 무시되고 넘어가지만 그의 천재성이 발휘된 또 다른 분야가 있다. 바로 호화로운 삶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능력이다. 플레밍은 정확한 세부묘사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세부묘사를 통해 감각적 쾌락만을 삶의 목표로 삼고 살아가는 인간 군상과 세상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한마디로 그는 사치와 향락을 추구하는 작가였다.  292


기교를 적절히 활용하면 당신도 플레밍처럼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작가가 될 수 있다. 

 - 음식을 자세하게 묘사하라. 단, '고급' 음식이어야 한다.

 - 등장인물에게 많은 술을 마시게 하라. 단, '고급' 술이어야 한다.

 - 멋있는 옷에 대해 감각적으로 자세하게 묘사하라.

 - 등장인물이 편안하게 쉬면서 마음것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줘라.

 - 간간이 성적인 것을 빗대어 묘사하거나 언급하라.

 - 특정 브랜드나 고급 차량, 이국적 장소를 언급하라.  295




J.D. 샐린저 - <호밀밭의 파수꾼><프래니와 주이>

샐린저는 글을 쓰는 분명한 '목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318


샐린저의 작품에서는 등장인물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샐린저처럼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필수적이다. 첫째, 샐린저의 등장인물들처럼 유별난 구석을 가진 인물이어야 하고 검증을 거친 인물이어야 한다. 둘째, 그들이 누구이고 소설 속에 있는 그들의 모습을 떠올려보기 위해 등장인물의 정체성과 성격,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자료 조사가 필요하다.  321-322


호젓함과 고립은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허락해준다.  327


놀라움은 신중하게 계획되고 전체 이야기와 적절하게 통합되었을 때 최고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놀라움을 통해 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있느냐 없느냐는 '씨뿌리기(planting)'에 달려 있다. '씨뿌리기'는 나중에 벌어질 행동이나 사건으로 인한 결과를 이야기의 초반부에 의도적으로 흘려놓는 것을 가리킨다.  330


의미 있는 충격이야말로 좋은 문학작품을 읽는 기쁨 중 하나이다.  331




레이 브래드버리 - <무언가 위험한 것이 다가오고 있다><화씨451>

브래드버리는 시를 읽고 직접 써보는 것이 더 나은 문장가가 되는데 도움이 된다 믿는다.  334


"매일 시를 읽어라. 시는 속이 꽉 찬 은유이며 직유다. 은유는 일본의 종이꽃처럼 활짝 피어오르며 거대한 형태를 드러낸다."고 브래드 버리는 조언한다.  335


브래드버리도 다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초고를 쓸 때는 머리에서 나오는 것을 걸러내지 않고 최대한 빨리 쓰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겹쳐 쓰기를 한다. 나중에 수정할 때 자랄내고 편집할 요량으로 문장이나 대화마다 다양한 대안을 적어놓는 것이다.  337


소설 한 권 분량의 원고를 1년 동안 묵혀 두고 쳐다보지 않는 것이다. 1년 후 다시 꺼내서 읽어보면 마치 다른 사람이 쓴 글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이런 과정은 작품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이 방법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특히 여러 개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작가에겐 가장 적합한 방법이다. 한 작품이 완성되면 다른 작품으로 바꾸고, 그 작품이 완성되면 책상에 넣어두었던 첫 번째 작품으로 돌아가 작업을 하라.

그는 수정을 할 때 한 페이지에서 적어도 한 단어는 바꾸겠다는 의도로 원고를 훑어본다. "내 최종 원고는 항상 수정 작업에서 트집 잡을 것들이 있는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본 결과물이다. 나는 한 페이지에서 적어도 한 단어는 바꾸려고 한다. 그렇게 원고를 훑어본 다음 모든 단어가 완벽하다고 생각되면 비로소 출판사에 보낸다."  339-340


단짝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첫 번째 이유는 두 인물을 비교하여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한 소년만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할 때보다 더 심보 깊은 인물 묘사가 가능해진다. 

두 번째 이유는 첫 번째 이유와 정반대다. 매우 미세한 두 인물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등장인물의 미세한 심리적 차이를 드러낼 수 있다.  343




스티븐 킹 - <샤이닝><미저리><쿠조>

아주 간단히 말하면 서스펜스란 독자가 미래에 벌어질 어떤 사건을 기대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독자가 불안감을 갖게 하려고 애쓴다. 때로는 단순히 독자가 간절한 기대와 호기심을 갖고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학수고대하게끔 만드는 것을 서스펜스라 부르기도 한다. 의미상으로는 그렇겠지만, 스티븐 킹의 서스펜스는 약간 다르다. 킹의 서스펜스는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독자가 '걱정'하게 만드는 데서 형성된다. 말하자면 킹의 서스펜스는 누넹 잘 띄는 송곳 같다. 그것은 셰익스피어의 단순한 호기심도 아니고 제인 오스틴의 기대감과도 다르다. 키의 서스펜스에 빠져든 독자는 손톱을 물어뜯고 식은땀을 흘리며 가슴이 쿵쾅거릴 정도로 심한 근심에 휩싸인다.

이야기에서 서스펜스의 중요성은 백번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거의 모든 독자들이 서스펜스를 '즐기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410


서스펜스는 잠재적으로 위험에 처한 등장인물에게 독자의 고나심을 유도하는 기능도 한다.  413


스티븐 킹의 작푸을 분석해보면 서스펜스를 만들 때 항상 세 단계로 구성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단계에서 킹은 독자가 궁금해 하거나 염려하는 일이 조만간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언급이나 단서를 흘린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일어날지도 모르는 '그 일'을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언급한다. 

세 번째 단계에 이르면 킹은 이야기의 전개상 공포가 최고조에 달하는 지점에서 서스펜스를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킹의 소설에서 서스펜스는 주로 독자들을 걱정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기억해두기 바란다. 쉽게 말해 킹은 등장인물에게 뭔가 안 좋은 일이 벌어지리라는 예감 때문에 독자가 불안해하길 원한다  414




글을 마치며

모방은 고대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기법이었다. 실제로 고대 로마나 그리스의 거의 모든 작가들은 글을 쓸 때 공공연히 이전의 작품을 모방했다. 로마의 가장 대표적인 수사학자였던 퀸틸리아누스는 진심으로 모방을 장려했다. 현대의 어느 역사가는 모방에 대한 퀸틸리아누스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이 가르침은 오늘날의 작가들이 뒤 기울여야 한다. 

'진정한 모방이란 단순한 베끼기가 아니다. 훌륭한 모방은 원작의 정신적 밑바탕에서부터 단어, 편집, 태도, 주제 선택에 이르기까지 앞선 세대의 작가들이 지닌 훌륭한 점을 통틀어 이해하는 것을 뜻한다. 단 하나의 작품을 모델로 삼아 글자 하나, 표현 하나까지 똑같이 흉내 내는 것은 창조적 모방이 아니라 표절이며 맹종이다. 작가는 다른 방식으로 무언가 더 나은 것을 보여주거나 더 낫진 않더라도 나름 훌륭한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해, 모델로 삼고 있는 작품의 정신을 내 것으로 만들어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야 한다.'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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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것도 모방이다.  13

이들이 위대해질 수 있었던 비결을 배우는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독창적인 문체와 목소리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15




오노레 드 발자크처럼 써라 - <고리오 영감><외제니 그랑데>

글이 어떤 리듬을 타고 흘러갈 수 있도록 작가가 할 수 잇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당신의 글이 독자의 귀에 음악처럼 들릴 수 있을 때까지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19


때로는 서툰 문체도 시간이 지나며넛 나아진다. 많이 쓸수록 잘 쓰게 되는 것은 명백한 진리다. 

뭐든지 블로그에 올려라.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런 방법으로도 글쓰기 실력은 분명히 향상된다.

우리가 발자크에게서 배울 수 있는 점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가능한 한 많이 써라.  22


글에 힘을 싣고 싶다면 발자크처럼 감정을 표현하는 수식어구를 집어넣어라.  23


발자크의 첫 번째 조언은 수식어구는 반드시 감정을 묘사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정의 격해질수록 수식어구의 효과도 더욱 강력해진다.  26


등장인물이 강렬한 감정에 휩싸일 때 수식어구는 생기를 불어넣고 잔잔하던 이야기에 확실한 재미를 준다. 

이야기에 속도가 붙고 등장인물이 분노, 교만, 자만, 갈망, 사랑, 시기, 증오와 그 밖의 중요하고 강렬한 감정에 휩싸이기 시작하는 순간이 오면 잠잠하던 이야기의 돛을 뒤집을 바람과 독자를 위한 수식어구를 아끼지 말고 사용해야 한다.

스스로 독창적인 수식어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27


발자크는 자신을 외부세계와 격리시키고 창작에만 전념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블라인드를 친 방에서 살았던 것이고, 또 하나는 모두 잠든 한밤중에 작업을 한 것이다.  28


요컨대 작가로 성공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바로 사람들로부터의 격리와 집중이다.  29


오늘날 대부분의 편집자들은 작가들에게 자세한 설명보다는 날카로운 직관과 통찰을 기대한다.  37




찰스 디킨스처럼 써라 - <황폐한 집><돔비와 아들><데이비드 코퍼필드><위대한 유산>

셰익스피어 이래 디킨스만큼 많은 캐릭터를 창조한 작가는 없다. 

셰익스피어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음악을 연상시키는 리드미컬한 언어로 독자를 사로잡았다.  40


디킨스는 인물을 다채롭게 묘사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람들을 관찰햇다.  41


식상한 것에 안주하지 마라. 상상력을 끝까지 밀고 나가라. 특히 유머를 잃지 말고 터무니없는 상상과 풍자를 활용하라. 자신이 만든 인물을 조롱하고 익살맞으며 아이러니한 별칭을 붙여라. 그들을 엉뚱한 방식으로 묘사하라. 그러면 독자도 당신의 장난에 맞장구를 치며 즐길 것이다.  42


갈등하는 캐릭터를 만드는 디킨스의 비결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풍자와 외양 묘사, 그 밖의 다른 점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 인물을 그려낸다. 

인물 묘사는 짧을수록 좋다.  44


머릿속에 떠오르는 엉뚱한 단상들을 끝까지 발전시켜 보는 방법이있다. 등장인물을 과장해보고 풍자적인 말투를 사용해보라.  46


등장인물의 감정을 만들려면 작가 자신이 먼저 그 감정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주저 말고 자신의 추억을 이용하라.  48


주류 소설에서 미스터리 기법을 활용하려면 작가는 이야기의 일부를 독자가 모르게 숨겨두어야 한다. 그런 다음 작가는 전지전능한 신이 되어 정보를 찔끔찔끔 흘려야 한다. 꼭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50




허먼 멜빌처럼 써라 - <모비딕><타이피족><마디>

시처럼 아름다운 소설을 쓰고 싶다면 멜빌의 소설보다 훌륭한 스승은 없다.  53


멜빌과 같은 시적 문체를 쓰려면 우선 시인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인가? 물론 아니다. 소리와 감각에 반응하는 어느 정도의 예술적 감성만 있으면 충분하다.  58


멜빌은 상징을 사용하는 법을 공부하기에 좋은 작가다.  61


작가라면 독창성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기초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6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 <백치><죄와벌><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지하로부터의수기>

구체적으로 그가 사용하는 방법은, 우선 장면을 설정하고 A라는 인물의 마음속으로 침투한 다음 B라는 인물의 마음속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72


전환은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라면 누구나 터득해야 하는 필수적 기교다.  76


'나는 내가 가장 먼저 도착하리라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누가 먼저 도착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도착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나는 파티가 열리는 방을 찾지도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많은 말을 하지 않고도 장면 전환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졌다. 우리는 어느새 앞 장의 마지막 장면과는 다른 장소에 와 있다. 특히 도스토예프스키가 화자의 의식을 통해 우리를 새로운 장소로 데려왔음에 주목하자. 이로써 독자는 물리적 묘사와 사실상 최소한으로 사용되고 그보다는 주인공의 감정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세련된 테크닉)  77


명심할 것. 장면 전환은 빨라야 한다. 그리고 단순히 장소를 이동하는 데 그치지 말고 정서적 요소를 보태가. 기왕이면 주인공이나 주요 등장인물의 정서적 요소를 보태라. 기왕이면 주인공이나 주요 등장인물의 정서적 요소가 좋다.  79


그는 1인칭 화자가 등장할 때 종종 화자 스스로 자신의 병약함이나 노쇠함, 나약함 등을 인정하게 한다. 

'나는 병자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다. 나는 남의 호감을 사지 못하는 인간이다. 이것은 아무래도 간장이 나쁘기 때문인 것 같다. 하기는 나 자신의 병에 관해선 아무것도 아는 게 없을 뿐 아니라 내 몸의 어디가 나쁜지 그것조차 확실히는 모르고 있다. 나는 의학이나 의사를 존경하고는 있지만 치료라는 걸 받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여태까지 받아본 적도 없다. 게다가 나는 극단적인 미신가이다. 여태까지 받아본 적도 없다. 게다가 나는 극단적인 미신가이다. 이를테면 의학 따위를 존경할 만큼 미신가란 말이다.(나는 미신가가 되지 않아도 될 만큼은 충분한 교육을 받았지만 그래도 역시 미신가이다.) 좋다. 오기로라도 의사의 치료 같은 건 받지 않을 작정이다.'

스스로 문제가 많은 인간임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는 이 인물에 대해 거부감보다 호기심이 더 커진다.  80-81


깔끔하게 정돈도니 산문이 아니라 실제로 말을 하는 듯한 글을 통해 독자와 자연스럽게 친해진다. 한 평론가는 '화자의 태도는 독자와 직접 대화를 주고받는 느낌까지 주고, 화자가 사용하는 단어와 문법에서는 문어(文語)보다는 즉흥적인 구어(口語)가 더 쉽게 연상된다. 문장과 단락은 제대로 된 문법을 비켜가기 일쑤며 균형 감각도 찾아보기 힘들다.'  82


도스토예프스키는 등장인물을 묘사할 때 인물의 개성을 확실히 드러낸다. "드미트리 표도로비치는 보통 키에 호감이 가는 용모를 지닌 스물여덟 살의 청년이었지만 나이보다 더 늙어 보였다."  83


도스토예프스키는 좀 더 효과적이고 감동적인 인물 묘사를 위해 묘사에 감정을 집어넣었다. 

외모와 인물의 의미도 연결시킨다. "외모상의 자세한 특징 하나하나가 단지 그 인물의 외형 묘사를 위해서만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외모는 은연중에 드러나는 내적, 정신적 세계를 상징한다."  86


외모를 묘사할 때 감정과 상징적 의미를 첨가하는 그의 방법을 모방하라.  88




이디스 워튼 - <이선 프롬><순수의 시대><아이들>

크리스토퍼 릭스도 지적했지만 밥 딜런 콘서트에 갈 수 없는 유일한 사람은 밥 딜런뿐이다. 그가 객석에 앉아 있다면 콘서트는 열릴 수 없을 테니까. 마찬가지로(그리고 슬프게도) 작가는 순수하게 독서를 즐길 수 없는 유일한 사람일 것이다. 비평가 해럴드 블룸이 한 말을 바꿔 말하자면, 모든 위대한 작가는 오직 자기 자신을 읽을 수 있을 뿐이다. 작가는 무언가를 읽을 때 항상 작가로서 읽는다는 이야기다. 분석하고 조사하고 당신의 배를 아프게 만든 다른 작가의 비밀을 파헤치느라 순수한 독서의 기쁨을 누리는 일은 불가능하다. 

작가가 짊어진 이러한 저주는 반대로 작가의 가장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  124




서머싯 몸 - <인간의 굴레><달과 6펜스><면도날>

등장인물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목표는 서로 대조적인 성격을 지닌 인물을 균형 있게 등장시키는 것이다.  132


가장 소홀히 다뤄지고 있는 기교 중의 하나가 빠르고 느린 장의 교차 편집이다.

극적인 행동이 중심이 되는 장과 설명이 중심이 되는 장을 번갈아 배치할 때 독자의 즐거움은 두세 배 늘어난다.  134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 속으로 등장인물을 밀어 넣는 방법이 이야기를 진전시키는 한 방법이라면, 미래에 벌어질 사건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광고'하여 독자의 기대를 부풀리는 것은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진행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다.  138


몸의 두 가지 기법은 독자의 관심을 붙잡아두면서 이야기를 전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첫 번째 기법, 등장인물을 난처한 상황에 몰아 넣고 어려운 결정을 요구하면서 등장인물에게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고르게 해야 한다. 그 결정은 등장인물의 인생을 바꾸어놓을 만큼 까다롭고 힘든 결정이어야 한다.  139


등장인물이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은 무의미하다. 그들의 어깨 위에 선택이라는 무거운 짐을 올려놓고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는 결정을 요구하라. 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서 비롯된 새로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독자는 흥미롭게 지켜볼 것이다.  140


당연한 얘기지만 개인의 경험을 작품에 이용할 때 그 경험과 관련된 실존 인물이 글 속에 묘사된 인물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눈치 채면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걸어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그들의 눈을 속이려면 두 명의 실제 인물을 한 사람의 가상의 인물 속에 섞어놓거나 직업이나 장소를 바꿔줄 수도 있다.  145


언젠가 몸은 젊은 작가들에게 이런 충고를 했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인생의 모든 우여곡절을 겪어 봐야 한다. 우여곡절은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찾아오지 않는다. 밖으로 나가서 찾아라. 때로 정강이가 까질 수도 있지만, 밖으로 나가서 찾아라. 때로 정강이가 까질 수도 있지만, 그런 경험을 언젠가는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몸이 서른 편의 편의 희곡을 포함하여 엄청난 분량의 작품을 쏟아낼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수 많은 인생 경험과 매일매일의 규칙적인 글쓰기가 있었다.  146


자각로서 몸의 생활이 우리에게 전하는 가르침은 두 가지다. 첫째, 규칙적으로 글을 써야 한다. 그것이 더 많은 글과 더 성공적인 작품을 쓸 수 있는 지름길이다. 둘째, 개인의 경험을 작품 속에 녹여야 한다. 그러려면 피상적인 인생을 뛰어넘어 다양한 인간관계를 진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한 경험을 해본 것만으로도 당신의 작품에 그 경험들이 반영될 수 있다.  147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 - <유인원 타잔><화성의 공주><금성의 해적>

버로스는 최대한의 재미를 주기 위해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완급 조절을 하려 버로스의 방법을 귀담아 둘 만하다.

첫째, 서머싯 몸을 이야기할 때 이미 살펴봤듯이 버로스도 빠르게 전개되는 장면이 끝난 후 잠시 한숨을 돌리며 극적인 휴식을 취했다. '극적인 휴식 혹은 극적 대비'는 효과적인 완급 조절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과의 차이점이라면 버로스는 속도를 줄이는 대신 지금까지 진행하던 줄거리에서 그에 못지않게 흥미진진한 새로운 줄거리로 이동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장면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 방법이 가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시점은 장과 장이 바뀔 때다  155


두 번째 방법은 문학작품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방법으로 어떤 특정 부분에서 행동의 속도를 올렸다가 그 다음에 속도를 늦추고 숨을 고르는 방법이다.  156


갈등은 이야기를 진전시키는 엔진이다.  160




프란츠 카프카 - <심판><성><변신>

애초에 카프카가 <변신>을 쓴 의도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166


다른 작가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모방을 통해 다른 작가로부터 '한 가지 좋은 점'을 배울 수 있고, 나머지는 자신에게 맞게 변형시키고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고대의 수사학자들이 항상 최고를 모방해야 한다고 믿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모방은 위대한 작가보다 나아지고 마침내 그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183




D.H. 로렌스 - <채털리 부인의 연인><사랑에 빠진 여인들><아들과 연인>

로렌스는 '올바른 형식이란 게 뭔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사람에 대해 직관적으로 파악한 것을 글로 옮길 줄 아는 남다른 능력이 있었다. 이 두 가지 조건, 즉 정확한 형식과 날카로운 직관은 좋은 대화를 쓰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로렌스의 방법을 이해하면 초보 작가들조차도 생생하고 지적인 대화를 쓰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가장 먼저 익혀야 할 것은 물론 정확한 형식이다.  187


'그는 그녀의 파란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꽃처럼 아름다운 그녀의 눈동자가 활짝 열려 있었다. 그 벌거벗은 눈동자 속에 그 남자가 담겨 있었다. 그 눈동자는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무지개 같았다. 마치 찢어진 필름처럼, 그러나 왠지 침울해 보이기도 했다. 물에 뜬 기름처럼.'

로렌스는 눈종자와 얼굴과 감정을 묘사하는 적절한 단어를 기가 막히게 찾아낼 줄 안다.  189


작가는 자신의 상징을 찾아내야 한다.  199


상징이란 사람이나 장소, 사건이 문자 그대로의 의미 이상을 지니는 것을 말한다. 상징은 더 큰 개념과 가치를 가리킨다. 따라서 작품에 무게를 더하고 더 풍부하고 진지한 느낌을 준다. 독자는 종종 상징이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주제를 구현하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상징이 주제와 잘 섞인 작품은 독자를 더 만족시키며 더 문학적인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자연의 삶을 상징하는 사냥터 관리인의 숲과 무기력한 삶을 상징하는 대저택이 없었어도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 그토록 강렬한 인상을 주는 소설이 되었을지 의문이다. 이 작품에서는 산업화하는 세계도 훌륭한 상징이다. 상징의 의미가 분명하지 않을 때 로렌스는 독자에게 직접 메시지를 주입한다. 채털리 부인은 남편의 '추악하로 산업적인' 탄광 때문에 세상이 망가졌다고 비난한다. "사람들한테서 자연의 삶과 인간다움을 빼앗아간 게 누군데요? 사람들에게 이 산업사회의 공포를 가져다준 게 누구죠?"

주저 말고 가끔은 독자의 옆구리를 쿡 찔러라. 그렇게 해서라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등장인물이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놓게 하라. 작품에 등장하는 상징을 그 열변 속에 포함시켜라.  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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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것을 최고로 치는 세태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건만, 기죽지 않고 책 읽으며 당당하게 살아온 삶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5

책을 읽어 오지 않았던 이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개종하여 채그이 세계에 입문할 터입니다. 이토록 지극하고 그윽한, 책에 대한 찬양을 듣고 오찌 책을 읽지 않으려 하겠습니까. 책을 좋아하긴 하는데 아직 남에게 내세울 만큼 읽지 못했다 자책하는 분들에게는 이 책이 훌륭한 내비게애션이 될 터입니다. 책을 정복하는 흥미롭고 다양한 길을 친절하게 일러주니 말입니다.  6

우리 사회가 책 읽는 공동체가 되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야 진짜 책읽기의 달인입니다.  7



책머리에

포드주의 체제에서는 표준화된 공부가 사회적 자본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탈 포드주의 시대에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은 사회가 시켜 주는 표준화된 공부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찾아가는 독서인 셈이다.  13

<88만원 세대>가 변화된 경제체제의 실체를 드러내고 나서 독서의 중요성을 말했다는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서둘러 말하자면, 88만원 세대에서 탈출하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해서 그러하다.  15

'사오정' 신세.. 유쾌한 말은 아니지만, 이제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런데 읽는 책이 그저 재미잇고 감동적이고 도움 되고 실용적이면 소용없다. 은밀히, 그러나 거대하게 변화하는 세계를 꿰뚫어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귀띔해 주는 책을 읽어야 한다. 바른 길이 결국 지름길이다. 

에둘러 가는 듯싶지만 그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17-18


누가 감히 책을 속(俗 풍속 속)된 것이라 말하는가. 책은 우리를 성(聖 성스러울 성)의 세계로 이끄는 전령이다. 그러니, 책을 읽는 행위는 기도하는 것과 같을지니, 보라, 한 명민한 화가는 책 읽는 소녀의 모습을 이토록 경건하게 그려내지 않았던가. 묵상하며 책 읽는 자, 어린아이처럼 책 읽는 자. 

순결한 마음으로 책 읽는 자. 홀연히 나타난 참되고 거룩한 세계를 볼지니!





'15분 토막 독서', 직장인 호모 부커스의 책읽기 - 안광복

나에게는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생활이 허락되지 않았다. 할 수 없는 일은 더 하고 싶은 법, 책보고싶은 욕망은 이내 틈새를 찾아냈다. 지하철에서 


책읽기는 말라가는 영혼을 위해 내가 찾았던 최초의 해법이다.

자기관리 잘하는 이들에게는 억지가 없다. 그들은 자기 마음의 결을 따라갈 줄 알기 때문이다. 밀어붙이지 말고 가슴이 원하는 대로하라.  23



책 읽는 자유에 빠져 - 이종환

나는 '나만의 철학을 갖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36

철학 없이 사는 사람은 없으니까.

책에는 저자의 철학이 담겨 있게 마련이다

타인의 생각들을 받아들여 나의 생각에 융합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만의 철학이 이루어진다. 나의 주체성이 확고해진다면 더 이상 외부조건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가 없다.  37


책, 가장 강력한 호주머니 - 권혜린

소중한 사람을 잃을 때나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할 때, 절망 때문에 마음이 않아누운 상태에서도 나는 끊임없이 책을 읽었다. 인심이나 사회가 변하는 동안에도 책은 자기의 생각을 담은 채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며 한결같은 믿음을 주었다. 책을 읽으며 그렇게 책을 닮은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48

혼자 책을 읽는 모습은 홀로 아름답다. 그리고 함께 책을 읽는 모습은 아름다움을 넘어 호주머니에 서로의 손을 넣어 주는 것처럼 참으로 따뜻해 보인다.  50

우리는 물론 계속해서 무언가를 읽고, 말하고, 쓰고 있다. 시험을 통한 평가 방식에는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이와 같은 과정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성찰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자리 잡고 있는 실용서와 처세술 책, 논술 교재들은 비슷한 내용을 다른 말로 포장하여 읽는 이에게 떠먹여준다. 사람들은 스스로 사고하지 않은 채 이 것을 허겁지걱ㅂ 받아먹으면서 무언가 달라질 것을 기대하지만, 이미 너무나 많은 이들이 그 책을 읽고 똑같이 따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법만 달라질 뿐 인격이나 사고 등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그러나 나를 성장시키는 책들은 확실하고 단순한 기술로 처세하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아니라 오히려 복잡하게 고민하면서 어떻게 처세할지 모르도록 만들어 준다. 세부적인 방법을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렇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삶을 읽는 것이기에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제대로 책을 읽어야 한다. 스스로 사고하면서 온전한 내 자신으로 살아가려는 삶과 책은 결코 동떨어질 수 없다.  51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속의 송곳'인데 주머니 속에 넣은 뾰족한 송곳은 가만히 있어도 그 끝이 주머니를 뚫고 나온다는 뜻이다. 이는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스스로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마천의 <사기> 중 [평원군전]에는 "평원권이 말하기를 모름지기 현사(賢士)가 세상에 처함에는 송곳이 주머니 속에 있는 거소가 같아 곧 그 인격이 알려지게 도니다"라고 나와 있다. 우리 시대의 현사는 책을 읽는 사람이다. 뚫고 나올 호주머니가 없다면 송곳의 뾰족함도 보지 못할 것이니, 책은 곧 나의 능력과 재주를 발견하게 해주는 매개체가 된다. 책이라는 호주머니를 갖고 있다면 인격과 사고라는 송곳이 뾰족해져 결국 주머니를 뚫고 나의 밖으로 빠져나올 것이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않고 뭉툭한 송곳을 갈면서 힘을 기르면 된다. 아니, 책을 읽는 동안 저절로 그 힘은 길러질 것이다.  53



책을 펴는 곳에...

스승이 없다 말하지 말라. 책에서 찾으면 많은 스승이 있을 것이다. 벗이 없다 말하지 말라. 조용히 책을 펼치면 그곳에 벗이 있을 것이다. - 이선 <지호집>



책읽기, 세상으로 나가는 길 - 박은희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이 독서는 그 자체로 이미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 

과거의 역사 속에서 치열한 삶을 살다 간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또는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지만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지를 공유하면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내가 경험하는 것만을 기계적으로 되풀이하는 것만큼 지루하고 불행한 삶도 없다.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 다양한 삶,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이것들을 아우르는 공통점을 발견하는 것이 바로 독서의 즐거움이다.  84-85

교육만큼 훌륭한 훈련도 없다. 습관은 교육에서 비롯된다.

독서가 수단이 되어도 좋은 유일한 경우는 소통을 위한 독서였을 때이다.  87


우물 안 개구리가 드넓은 바다를 꿈꾸다 - 곽동운

독서의 대가들은 독서를 할 때 편견 없이 읽는 듯싶었다. 그들은 책을 읽으며 작자의 의중까지도 읽어 내는 듯싶었다. 책벌레들의 독서습성.  92

모든 것을 담고 있으려면 당연히 아래에 있어야 한다. 

세한고절(歲寒孤節)이나 아취고절(雅趣孤節)이란 말으 되뇌며 위로만 향했던 책읽기에서 벗어나니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 

바다에 도달하려면 아래로 내려가야 하니깐.  94


책은 영향소 - 임진옥

사람에게 필요한 6대 영양소

탄수화물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주로 사람이 필요한 에너지를 내를 데에 쓰이고 간혹 에너지를 내고 남은 것은 몸에 축적된다. 어린 시절부터 접하는 동화책과 위인전, 자서전은 탄수화물과 같다.  96

지방은 탄수화무로가 단백질보다 약 두 배의 열량을 내고 영양을 저장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소이다.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은 책에서의 지방이라고 할 수 있다.  97

단백질은 생체를 구성하고 신진대사에 관여한다. 책의 종류 중에서 단백질의 기능을 하는 것은 전공도서이다.  98

물은 우리 몸의 약 70%를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사람들은 다른 영양송에 비해 물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우리가 물을 쉽게 여기듯 신문도 대부분 날짜가 지나면 버려질 종잇조각쯤으로 여긴다. 이런 면에서 신문은 물과 같다.  99

비타민은 지용성 비타민과 수용성 비타민으로 분류되는데, 소량으로 몸의 여러 기능을 조절한다. 쓰이고 남은 비타민은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체외로 배출되기 때문에 한번에 많이 섭취하는 것은 효과가 없고 대신 일정한 양을 꾸준히 섭취해야 한다. 사전은 비타민 같은 역할을 한다.

무기질은 종류가 매우 많다. 미량으로도 몸의 생리적 기능에 도움을 주지만, 부족할 때 결핍증이 생긴다. 나는 무기질이 '다양한 독서'의 기능을 잘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101

책은 영양소와 같이 각각 꼭 필요한 기능이 있다.  


세상을 바꾸는, 생계형 책읽기 - 강양구

"지금 여러분의 책상을 한구석에 붙여 놓고, 글을 쓰려고 그 자리에 앉을 때마다 책상을 방 한복판에 놓지 않은 이유를 상기하도록 하자. 인생은 예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스티븐 킹)  117

생계형 책읽기의 첫번째 원칙은 '다독'이다.

책을 읽을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특정 분야의 서지에 일가견이 있는 '고수'를 파악해 두라!

<자유시장의 정치> 이 책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네 나라의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의 형성 과정을 추적, 비교하면서 답을 찾아나간다.

신문, 잡지에 실린 좋은 서평을 활용하라.  118-120

생계형 책읽기의 두번째 원칙은 '잡식'이다. 

미리 책 읽는 순서를 정해 놓고, 가능한 한 그것을 자신에게 강제하라!

어휘력, 문장력을 가르는 데 잘 쓴 소설과 같은 문학 작품을 읽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한국 사회의 여러가지 문제를 다룬 책 중에서 최고의 책 중 하나로 꼽을 만한 발레리 줄레조의 <아파트 공화국>은 일본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와 일촌 관계이다.

알베르트 망구엘은 <독서의 역사>에서 아르헨티나으 ㅣ작가 에스트라다의 말을 인용해 "책을 읽으며 그전에 다른 책을 읽었을 때를 회상하고 서로 비교하면서 그때의 감정을 불러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세련된 형태의 간통"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121-125

생계형 책읽기의 마지막 원칙은 '수다'이다.

책읽기는 책을 덮는 순간이 아니라, 읽었던 것을 '서로' 공유함으로써 끝난다.  125



책 읽기는 열매다.

책읽기는 열매다. 한 시인의 말대로 대추 한 알 저절로 붉어질 리 없다. 그 안에 태풍, 천둥, 벼락 몇 개 있어야 하는 법이다. 우리가 변화하고 성장하려면 무수한 책읽기를 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야 삶이 어찌 영글 수 있겠는가. 상처받을 적마다 읽어야 한다. 외로워질 때마다 읽어야 한다. 우쭐해지면 읽어야 한다. 그러므로 책읽기는 빛이다. 영글어지되 홀로 뽐내지 아니하고, 그늘지고 어두운 곳을 비추려 하기 때문이다. 익어 저절로 빛나는 탐스러운 열매, 그것이 바로 책읽기가 지향하는 바이다. 나를 성숙케 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124



생각하고 기록하기

"학자가 글을 읽으면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으니, 생각을 하면 얻어지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지 못하게 된다. 또 생각이 있으면 기록을 하지 않을 수 없으니, 기록을 하면 남게 되고 기록하지 않으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각하여 기록하고 또 생각하여 연구를 거듭하면 식견과 사려가 자라나서 언행이 통달하게 되는 것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식견과 사려가 없어져서 언행이 막히게 되는 것이지, 비록 얻었다 하더라도 반드시 잃게 되는 것이다." - 윤휴 <백호전서>  131



넘나들기, 혹은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감자줄기를 뽑아들다 - 최은희

'어떻게 살아야 하죠?' '어떻게 하면 요리를 잘할 수 있나요?' 역시 모든 '어떻게'에는 고통과 노동이 수반된다. 솔직히 '어떻게 책을 읽으라'는 사용설명서가 존재할 수는 없다. 물론 이미 그 한계를 넘어 본 사람으로서의 생생한 경험담이 있을 뿐이다. 책읽기의 재미를 알아가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기꺼이 진정으로 책읽기를 즐기기 위해 어떠한 고통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허나 너무 겁먹지는 마시기를, 그 고통을 넘어 책읽기를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누릴 벗이 당신과 함께라면 말이다.  159


호락하지 않은 예비승무원의 호락호락한 책읽기 - 하은혜

UN교육과정 스텝을 지원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다. 그때 면접관이셨던 교수님은 "나는 하루에 책을 적어도 한 권 그리고 세 권까지 꼭 읽어요. 그렇다면, 한 달에는 거의 백 권의 책을 읽죠."  192


지글지글 보글보글, 맛있는 책 레시피 - 이선영

책읽기에는 얼마나 많은 양의 책을 읽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책을 어떻게 제대로 읽었냐는 것이다  199

독서는 감기약처럼 바로바로 효과를 보여 주지 않는다. 인내심을 갖고 한권 한권의 책을 읽으면서 효과적인 독서법을 실천하며 기다려야 한다. 이것이 쌓이고 쌓이면 내 눈에서 그 효과가 빛을 발할 날이 올 것이다. 그러니 책이 전해 주는 많은 지식들을 하나씩 발견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기다려 보자.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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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날마다, 꾸준히 - 이것이 글쓰기의 세 가지 원칙이다.  19


능력 대신 요령을 익히면, 그만큼 손해를 본다. 손해를 보는 듯싶지만 남의 일까지 대신 다 하는 사람은 능력 또한 남의 몫까지 얻는다. 그러니까 손해를 봐야 손해를 안 본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미련하게 힘든 글쓰기가 요령 좋은 글쓰기를 이긴다.  21


번역을 가르칠 때 나는 학생들에게 처음 몇 달 동안 그들이 써놓은 글에서 '있었다'와 '것'과 '수'라는 단어를 모조리 없애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시킨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그 세 단어를 문장에서 너무 자주 사용한다. 믿어지지 않으면 지금까지 써놓은 일기에서, '있었다'와 '것'과 '수'에 모두 빨간 줄을 쳐보기 바란다. 자신이 쓴 글뿐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쓴 비소설류의 모든 글이 비슷한 지경이다.  24-25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싸우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구경을 하고 있다. 그래서 길이 꽉 막혀 있다. 신경질이 난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려대고 있다. 한 청년이 디카로 이 장면을 찍고 있다.'      ===>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싸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구경한다. 그래서 길이 꽉 막혔다. 신경질이 난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려댄다. 한 청년이 디카로 이 장면을 촬영한다.'

모든 표현의 공통분모인 '있다'를 없애버리면 '본다'와 '간다'와 '한다'와' 온다'가 되어, 모든 단어가 갑자기 다양한 모습을 저마다 뽐낸다. '있다'는 여드름처럼 모조리 짜버려도 손해 볼 일이 별로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문장을 다듬을 만한 자신감과 용기가 없어서, 긴 문장이 유식하다는 착각에 빠져, '간다'를 '가고있다'라고만 해서도 안심하지 못하여, '가고 있는 것이다'라고까지 한다.  26


'것' 또한 '있다'나 마찬가지로 자신감의 부족 때문에 남용되는 단어이다. 

"집으로 오고 있었던 것이다." 라는 표현을 놓고 생각해보자. 앞에서 살펴보았지만, '있다'는 맹장을 잘라내거나 썩은 이를 뽑듯이 그냥 없애버리면 된다. 그러면 "집으로 왔던 것이다."가 된다. 그리고 '것'도 가차없이 자르고는 "집으로 왔다."라고만 하더라도 작품 전체의 흐름에는 별로 방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진행의 과정이 훼손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있다'를 없애면서 '진행'상태를 살려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예 문장을 새로 써라. "집으로 오던 길이었다."라고 말이다.  29-30


"몸에 좋은 것이 시장에서 잘 팔린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것이다."라는 문장에서는 '것'을 다른 단어로 바꿔 넣는 차원에서 머무르지 말고, "몸에 좋다 하면 무엇이나 다 잘 팔린다."라고 문장 전체를 아예 새로 쓰라는 뜻이다.  30


'있다'와 '것'과 더불어 단어 '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글쓰기에서 '3적(三敵)'으로 꼽힌다.

"누전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라거나 "광우병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라거나, "유대가 깨져 파탄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같은 경우가 그러하다. 영어에 중독된 귀에 자칫 'can(be)'으로 들리는 이런 표현은 "누전을 일으키기도 합니다."라거나 "광우병에 걸릴지도 모릅니다." 또는 "파탕을 가져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라는 식으로 표현을 다양화하면, 우리말 같지 않은 어색함이 사라지고 훨씬 자연스럽게 들린다.  31


나는 글쓰기를 하면, 한 단락이 끝날 때마다 읽어보고는, 중복된 어미와 토씨를 일일이 걸러내어 고쳐놓는다.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던 동료에게서"라는 문장으로 시작했지만, '직장에서'와 '동료에게서'의 중복된 어미가 눈에 거슬렸고, 그래서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던 동료로부터"라고 고쳐놓았다.

"나는 가는 길에"를 "나는 가던 길에"로, "좋은 사람은"을 "훌륭한 사람은"으로,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많은 사람이 모인다"로, "그렇게 말하고 싶고"는 "그렇게 말하고 싶으며"로, "그러는 너희는 누구냐?"는 "너희들 왜 그러느냐?"로, "그러니까 어떨까"는 "그러니까 어떨지"로, "그래서 가서 보니"는 "그래서 가봤더니"라는 식으로 표현을 바꿔가며 변화를 준다.

그러고는 한 쪽(page)이나 한 장(章)의 글이 끝나면 한눈에 들어오는 지면에서 반복된 같은 단어들을 찾아내어 고치는 기계적인 작업을 다시 거친다. 물론 운을 맞추거나 두운(頭韻)을 살리기 위해, 그리고 문장의 율동과 강조를 도모하기 위해 일부러 같은 단어를 반복하기도 하지만, 우발적인 반복은 가능하면 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단어 하나를 바꾸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전체 문장을 아예 새로 쓰기도 한다.  36-37


특히 여성의 경우, '바라다'와 '바람'을 '바래다'와 '바램'이라고 잘못쓰는 습성과 더불어, '같아요'라는 막연한 표현이 말하기와 쓰기에서 가장 자주 발견되는 흠집 가운데 하나이다. 심지어는 "나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라는 표현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자신이 느끼는 기분조차도 잘 모르겟다는 듯한 말투이다. 이렇게 무엇인가 비슷하다 마는 '같아요' 어족(語族)은 참으로 정신이 나가고 없는 것 같아서, 맥이 빠지는 것 같기도 하고 기운이 빠직는 것 같은 것 같기도 하다.  38


45년 전 대학생이던 시절 처음 영어로 창작 공부를 시작한 무렵에 나는 루돌프 플레시의 <잘 읽히는 글쓰기(The Art of Readable Writing)>에서 정말로 놀랍고도 기막힌 교훈을 발견했다. 그것은 자신이 써놓은 글에서 '그리고(and)'라는 접속사를 모조리 제거하라는 가르침이었다. 그러고는 '그래서(so)'와 '하지만(but)' 역시 없애라고 했다. 그렇게 하더라도 전혀 글의 흐름이 막히지 않으리라고 했다. 막히기는 커녕 오히려 청소를 끝낸 하수구처럼 모든 문장이 맑은 물소리를 내며 잘 흐르리라는 얘기였다.

'그러부터(henceforth)'나 '그러므로(therefore)' 따위의 단어로 앞 문장과 뒷 문장을 연결 지으려고 애쓰지 말라는 충고도 했다. 두 개의 문장을 이어주는 그런 지저분한 단어들은 없애야 하는데, 정 없애기가 어려우면 '그렇기 때문에(because)' 를 '그래서(foe)' 로 바꾸는 등 글자 수를 하나라도 적은 것으로 바꾸라고 했다.  42


'그래서 나는 학교로 갔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을 만났다. 그러고는 우리들은 같이 어울려 영화 얘기를 했다. 그런 얘기가 너무나 재미있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두 시간 동안이나 영화 얘기를 했고, 그러다 보니 한두 명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까닭에 자리를 떴다. 그래서 나머지 우리들만 빵집으로 가서 하던 얘기를 계속했다.'       ======>         '나는 학교로 갔다. 아이들을 만났다. 우리들은 같이 어울려 영화 얘기를 햇다. 너무나 재미있어 우리들은 두 시간 동안이나 영화 얘기를 했고, 한두 명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자리를 떴다. 나머지 몇 사람만 빵집으로 가서 얘기를 계속했다.'  43-44


명사와 동사를 누에 잘 띄게 전진 배치한다. 동사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움직임은 정력의 증거이다. 

무리가 가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 부사는 형용사로 바꾸고, 형용사는 가능하면 동사로 바꿔본다. "그는 태만하게 근무한다"보다 "그는 일솜씨가 게으르다"가 조금쯤은 힘이 있어 보이고, "휘청거리며 걷는다"보다는 "휘청거린다"가 강하다. "빠르게 말한다"보다는 "말이 빠르다"가 의미의 전달 속도가 빠르고, "많은 눈이 내렸다"보다는 "눈이 쏟아졌다" 또는 "눈보라가 휘몰아쳤다"는 표현이 훨씬 생동한다.  52-53


2003년 국립국어연구원이 148만 4,463개의 단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조사(助詞) 가운데 '의'가 가장 높은 빈도수(7만 2,437)를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의'를 가운데 걸고 양쪽에 두 글자씩 균형을 잡으면 사람들은 퍽 안도감을 느끼는 모양이어서 '거리의 악사' , '사막의 기적' , '고성의 검호' , '살인의 추억' 그리고 '제목의 선택'같은 안전한 제목을 즐겨 붙인다. 이것이 어느 한 작품의 제목으로서 홀로 나타나면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 책에서처럼 수많은 소제목이 나타나는 경우라면, 일부러 신경을 쓰지 않았다가는 자칫 천편일률적인 인상을 주기가 십상이어서, '무엇의 무엇'은 '있을 수 있는 것' 못지 않게 경계의 대상이 된다.  70-71


독후감 쓰기

남의 글을 먼저 읽고 나서 그 내용을 소재로 삼아 나의 글을 쓰는 행위, 이것을 사람들은 '독후감 쓰기'라고 한다. 그것은 눈으로 읽어서 지식과 정보를 입력시킨 다음, 머리를 써서 스스로 지혜를 창조하는 훈련이다.  107


1. 우선 글을 읽은 다음 내용에 알맞는 제목을 스스로 붙인다. 제목 붙이기에 대한 보충 설명은 작품에 뒤이어서 분석과 검토를 거친 다음에 수록했다. 

2. 소설에 등장하는 낱단어들 가운데 좋아 보이는 단어와 문장의 목록을 만든다. '있을 수 있는 것'이 과연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를 찾아보고, 그 세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어떻게 글을 쓰는 일이 가능한지를 확인하기 바란다. 남의 글을 그대로 베끼는 것도 때로는 좋은 훈련이 된다. 좋은 작품에 등장하는 멋지거나 아름다운 단어는 일부러 머릿속에 담어두었다가 나중에 자신이 쓰는 글에 실제로 사용하는 연습도 창조적인 글쓰기에 크게 도움이 된다.

다만, 같은 단어를 너무 자주 반복해서 사용하면 안 된다. 몇 개의 단어만 머리에 담아두고 자꾸 거내 쓰면 단연히 진부한 글이 되니까. 수많은 단어를 계속해서 머리에 담어 널고, 샘물을 퍼내서 마시듯 계속 퍼내야 한다. 샘물은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고, 오히려 자꾸 퍼내야 물이 썩지 않고 맑아진다.

3. 작가가 구성해 놓은 단락들이 저마다 완전하고 독립된 단위를 구성하는지 검토해보고, 꼭 고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나름대로 고쳐본다. 단락은 길이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기승전결의 단위로 글뭉치를 묶어내는 훈련을 쌓는다. 

4. 하나의 단락 안에서 또는 앞 단락이 다음 단락과 이어지면서 어떤 인과법칙이 작용하는지, 인과의 흐름이 유연한지 어떤지 살펴본다. 두 주인공의 심리가 서로 어떻게 작용하고 반작용을 일으키는지도 비평가의 안목에서 살펴본다.

5. 작품을 다 읽고 난 다음에는 두 주인공의 성격을 참조하여 스스로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내는 과제를 풀어야 하니까, 두 사람의 꼼꼼히 분석하여 대비하기 바란다.  108-109



작가는 언제 어떤 작품을 쓰게 될지 잘 모른다. 일단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고 나면 언제 어디서 어떤 자료를 필요로 할지 모르고, 그래서 아무리 평화 시라고 해도 나는 모든 글쓰기 전쟁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해놓는다. 전쟁, 그렇다. 좀 험악하게 비유하자면, 작가의 삶은 다른 모든 경쟁적인 직업인의 삶이나 마찬가지로 하나의 전쟁이고, 하나하나의 작품은 저마다 한 차례 전투여서, 여러 전투에 대비한 갖가지 전략과 전술을 포괄하는 전체적인 전쟁 계획이 필요하다.  300


여러 개의 서류철에 따로따로 나눠서 관리하는 그 줄거리들은 관련된 상황과 해석 방법, 주제, 인물 설정, 절묘한 표현, 상큼한 단어 따위가 생각날 때마다 쪽지가 하나 둘 늘어가고, 저마다 여러 명의 아들딸처럼 동시에 성장을 계속한다. 참고가 될 만한 영화나 책, 잡지나 신문에 실린 기사와 논문도 닥치는 대로 모아들인다. 

처음에는 무계획적으로 진행되던 자료 수집은 작품이 인물소설이냐 아니면 상황소설이냐, 또는 기둥줄거리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그에 필요한 본격적인 형태로 수집 방법이 바뀐다.  301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준비가 이루어지면, 나는 그동안 모아놓은 모든 곤련 자료를 꺼내 바구니에 담아놓고, 다시 정리하여 제1장에 들어갈 쪽지들만 따로 뽑아낸다. 그러고는 쪽지들을 가지고 그림 맞추기를 하듯, 제1장에서 벌이질 상황의 기승전결을 연결시킨다. 이렇게 순서대로 모든 쪽지를 작은 책처럼 배열한 다음, 나는 낚시를 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낚시를 가는 까닭은, 물가에 나가 앉아 휴식을 취하는 동안 가장 생산적인 일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리 고기가 잘 잡힌다고 해도 사람이 많은 곳에는 자리를 잡지 않는다. 입질이 없더라도 혼자 조용히 앉아, 서울로 돌아가서 써야 할 글에 대한 구상을 하고 싶어서이다. 앞으로 한 주일 동안 써야 할 부분의 상황과 인물 설정, 대화 따위를 생각하다가, 좋은 표현이나 단어, 새로 첨가할 내용 따위가 생각나면 다시 쪽지에 적어 호주머니에 자꾸자꾸 쑤셔 넣는다.  

돌아와 월요일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면, 그날의 작업을 오전에 대부분 끝내고 틈이 날 때마다 동네 뒷산으로 올라간다. 다시 낚시를 하기 위해서이다.

사람들은 글쓰기에 구상할 시간을 따로 마련하지 않고, 책상에 앉은 다음부터 상상을 하려고 한다.

과제가 주어지면 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구상을 위한 산책부터 나가보라. 줄거리가 안 풀려 답답해지는 글 막힘 상황(writer;s block)이 닥치면, 조바심을 할 필요가 없다. 다른 모든 일이나 마찬가지로, 이것도 시간이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309-310


글쓰기에는 손이 쉬는 동안 머리가 열심히 일한다. 물질적으로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동안 가장 많은 정신적인 생산이 이루어진다.  312


글쓰기는 서둘러서 좋을 일이 하나도 없다.  313


새로운 경험의 폭을 얿히기 위해서 작가는 눈과 귀를 발달시켜 남이 못보는 사물의 측면을 관찰하고, 타인들의 얘기를 들으면 내용뿐 아니라 화법도 분석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관찰은 의도적인 경험이다. 작가는 똑같은 경험을 관찰하더라도 타인들과 다른 방법으로 그것을 표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작가에게는 자신의 삶 자체가 밑천이다. 삶은 경험이요 교육이며, 훈련이고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317


쪽지는 좋거나 멋진 어떤 생각이 날 때마다, 길을 가다 걸음을 멈추고라도, 즉시 적어두는 습관이 좋다.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머릿속에 담아두려고 하면 자칫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일단 입 안에 들어간 밥을 삼켜야 다시 한 숟가락 더 퍼 넣을 자리가 생겨나듯, 머릿속에 담아둔 내용이 자꾸 뱅뱅 돌면서 제자리걸음을 하면, 한두 가지 먼저 떠오른 생각들이 자꾸만 발에 걸려 더 이상 새로운 구상이 전진하거나 발전하지 못한다.  318


정답에 집착하는 습성이 무개성을 낳는다. 글쓰기는 글을 쓰는 사람의 마음대로이다.  319


진부함은 중독의 한 가지 증상이다.  321


정말로 어휘가 풍부한 사람은 갖가지 쉬운 단어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생동감이 넘치는 문장을 만들 줄 안다.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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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독자 생각하기

  11장 재료 개발을 위한 도구 .. 210

  12장 독자와의 관계 .. 232

  13장 이야기 들려주기 .. 259

  14장 목소리 .. 281

  15장 말에 관한 몇 가지 생각 .. 293

4부 의무적 글쓰기

  16장 그것을 써야 하나요? .. 302

  17장 글로 옮기기 .. 312

5부 궤도 유지

  18장 작가의 길을 따라가기 .. 360



정보 조각이나 관찰한 것, 상상한 것, 아이디어 등등 내가 노트에 모은 재료라면 무엇이든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를 즐긴다. 마치 땅에 뿌린 씨를 생각하는 농부의 심정과 같다. 하지만 모든 씨가 싹이 트는 것은 아니므로 많은 씨를 뿌릴 필요가 있다. 싹이 튼다고 모두가 완전한 열매로 잘 자라는 것 또한 아니다. 아주 작은 식물도 자라기 위해서는 햇빛과 물을 필요로 하듯이. 이 훈련 역시 가볍게 출발할 때라도 능력 개발을 위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법이다.  211


글쓰기는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치우는 작업이 아니라 단계저긍로 일어나는 하나의 과정. 직업 작가는 이것을 알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글을 얻기 전에 많은 초고를 쓰는 것이 보통이다.  212


자료를 모은 다음 해야 할 단계는 수집한 자료 전체에서 필요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며-사용하고 싶은 특정 자료를 결정하는 것- 그밖에 생각나는 것이 또 없는지 살피는 것이다. 바로 이때가 선택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기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단계에서 계속 내용을 발전시키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나 정보, 이미지 같은 자료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213


다음 훈련은 여러분이 모은 재료와 구조적인 관계를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라 할 수 있다. 전체를 연습해보고 자신에게 잘 들어맞는 것이 있으면 계속 활용하라.

1. 선택

수집한 자료를 판단을 배제하고 읽을 때는 다음 두 가지를 한다. 첫째, 단어나 구절, 아이디어, 이미지, 정보 조각 등 어떤 것이든 눈에 띄는 것에 표시를 한다. 뭔가 힘이 담긴 것으로 보이거나 자신을 향해 "나야 나! 나를 써먹어!" 하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찾아라. 둘째, 자신이 쓴것을 읽을 때 마음에 떠오르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이미지를 주목하고 그것을 적는다.(원한다면 노트의 여백이나 다음 페이지에 적어도 좋다.) 이어 2~3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연습을 하면서 무엇을 주목했는가? 이 재료를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아이디어가 있는가?

2. 질문 

수집한 재료에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주제에 관해 모은 것은 모두 읽어본다. 선택 연습을 했다면 추가한 새 자료도 읽어본다. 이번에는 재료를 호기심과 연관시켜본다. 이때 마음에 떠오르는 모든 질문의 목록을 작성한다. 이 질문은 재료 자체와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할머니의 눈은 무슨 색깔이었지?' '왜 앨버트 삼ㅌ촌은 고양이를 호수에 던졌을까?'하는 것들이다. 또 이런 질문은 재료를 발전시키고 싶은 방법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호수를 더 자세하게 묘사할 필요가 있을까?' 라든가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할까?' 하는 것들이다. 어쨌든 계속 펜을 놀린다. 질문을 제기하기 위해 자신의 호기심과 작가로서의 직관을 믿어라.

질문 목록을 작성했다면 잠시 긴장을 풀고 휴식한 다음 다시 목록으로 눈을 돌려 재미잇어 보이거나 도움이 될 것 같은 질문에 표시를 한다. 그런 다음 그중 한두 개를 골라 프리라이팅 기술을 활요해 대답을 시도한다.

3. 초점찾기

이 훈련을 하다 보면 자신이 실제로 무엇을 쓰고 있는지 깨닫기도 한다. 작가들이 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자신의 초점을 발견한다는 말이다. 때로 초점을 깨닫는 순간은 한 가지 주제를 너무 광범위하게 다룰 때 찾아오기도 한다. 이때 여러분은 그 주제의 특정 부분을 중점적으로 탐험하고 싶어질 것이다. 때로는 자신이 쓴 글이 원하는 주제와 전혀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 초점을 깨닫기도 한다. 예를 들면 여러분이 어린 시절의 승마 경험에 대해 쓰고 있는데 실제로 쓰고자 했던 것은 승마를 가르쳐준 여자에 관한 글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는 말이다. 

자신의 재료에 대해 '틀'을 짜는 것도 초점을 발견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이를테면 어떤 그림에 대한 틀이 떠올랐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그틀 속에 들어갈 재료를 선택해야 한다. 그 틀에 어울리지 않는 재료는 버려야 한다. 초점을 발견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글을 쓰면서 자신을 향해 초점을 말하는 것이 있다. 가령 '내가 여기서 실제로 쓰고자 하는 것은...'이라는 말을 마친 다음. '이 글은 내가 실제로 초점을 맞추려고 하는 내용인가? 이 주제는 내 준비 상태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폭이 넓거나 좁은 것은 아닌가?'하고 자신에게 물어본다. 어떤 주제라도 다양한 재료가 수없이 나올 수 있고 각각의 초점도 다를 수 있다.

4. 그림 그리기 

수집한 재료에 상상력을 불러올 수도 있다. 작업할 일정한 재료를 선택한 다음 자신이 모아둔 서로 다른 재료에 대해 마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 마음속에서 그것들을 가공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그 재료가 사람이든 장소든 어떤 사건이든 아마 상상력은 그것에 대해 좀더 자세한 그림을 그려줄 수 있을 것이다. 또 실험 삼아 순서를 바꿔가며 주변의 이미지들을 마음속에서 이리저리 옮길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씨앗'이 되는 이미지나 정보 조각을 하나 골라, 마음속에서 거기에 더 많은 그림을 입히고 때로는 완전한 이야기로 꾸미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전체적인 글을 그려보기 위해 마음의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능력을 활용할 수도 있다. 어쩌면 작가로서의 직관이 현재 글쓰기의 시작이나 끝에 와 있다고 말해주는 핵심 이미지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또 자신의 글이 취하고 싶은 일정한 현태를 마음속에서 보게 될 것이다. 시각적인 상상이 뛰어나다면 글이 완성되었을 때 취하고 싶은 형태를 미리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그림 훈련을 마친 뒤에는 발견한 것을 기록한다.

5. 장르에 관한 고려

재료를 골라 이것을 장르라고 하는 다양한 현태의 글에 활용할 수 있다. 장르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픽션과 논픽션으로 대별된다. 모든 장르에는 하위 장르가 있다. 예를 들면 애정물과 추리물은 픽션의 하위 장르다. 재료를 어떤 장르에 사용할지 아는 것은 자신의 글에 초점을 맞추고 그 글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자신에게 물어보라. '내가 모은 이 재료로 무엇을 쓰고 싶은가? 시(詩)인가, 기사(記事)인가 아니면 소설인가?' 

필요하다면 재료에 대고 직접 물어볼 수도 있다. 노트에 프리라이팅을 활용해 이 물음에 대답해보라. '이 재료는 어떤 글이 되고 싶어할까?' 이에 대한 정답은 따로 없다. 그러므로 자신이 지닌 작가로서의 직관을 믿어야 한다. 아니면 재료 스스로 '나는 ...이 되고 싶다'는 식으로 물음에 답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재료가 여러분에게 낯선 장르의 형태를 취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는 해당 장르에 대해 더 학습할 필요가 있다. 장르에 대한 책을 읽어보라. 특정 장르에 대한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을 찾거나 좋은 교사를 찾으면 된다. 그리고 언제나 여러분은 작가로서 수업 중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재료가 단편소설이 되고 싶어하는데 단편소설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면 망설이지 말고 단편소설을 써보라. 이것이 배우는 최선의 방법이다. 좋은 소설을 쓰려고 고생하는 대신, 소설 장르에 대해 또 작가로서의 자신에 대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나쁜 소설을 쓰는 기회를 스스로 허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6. 학습

아마 여러분은 자기 자신에게(또는 재료에 대고) '이 글을 쓰기 위해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하고 묻고 싶을지 모른다. 다른 질문으로는 '이 글은 내가 무엇을 하기를 바라는가?' 하는 물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 다음 다시 몇 분간 시간을 들여 프리라이팅으로 답변을 해본다. 그러면 아마 외부 모으기의 형태로 정보를 추가로 모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 자신이 쓴 것에 대해 상상력을 동원해 더 많은 그림을 그리게 할 수도 있다. 어쩌면 대화를 쓰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냥 앉아서 초고를 쓸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7. 계획

꼐획을 짜느냐 안 짜느냐가 문제다. 일부 작가는 글쓰기의 계획을 세우는 것을 싫어한다. 이들은 인물이나 배경에 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자리에 앉아서 쓰기 시작한다. 또 다른 작가는 자신이 쓰는 모든 글마다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글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정확히 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방법을 절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테면 전체적인 계획을 세운 다음 각각의 장은 나름대로의 방향을 향하도록 하거나, 글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에 대해 아무런 생각 없이 시작했다가 일단 형태가 눈에 들어오면 틀을 짜는 것이다. 자신과 자신의 글에 어떤 방법이 더 적합한지 알아보기 위해 계획 있는 글쓰기 종류에 따라서는 글의 '지도 그리기' 기술이 유용할 때가 많다. 또 '단계2 :과제의 계획을 짜라'를 참고할 수도 있다.

8. 시간의 투자

글쓰기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매우 쉽지만-작가의 능력을 활용하는 훈련을 하다 보면 어디서나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그렇다고 이 모든 아이디어를 글로 쓸 준비가 된 것은 아니다. 

일정한 재료를 발전시키는 데 평생의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재료를 모으고 상호작용하고 선택하는 과정은 수없이 반복할 수 있고 또 이따금 반복해야 하는 과정이다. 그 이유는 바로 자기 자신의 재료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일이야말로 글쓰기 과정의 중심을 차지하며, 사실상 글쓰기 작업의 핵심에 대해당하기 때문이다.

나는 영감이란 그것을 위한 준비가 갖추어졌을 때 찾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준비를 위한 방법의 하나가 자신의 재료를 철저히 아는 것이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생각날 때 적어야 한다. 항상 조그만 수첩을 휴대하고 방마다 펜과 메모지를 비치해두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9. 재료의 체계화

체계화를 위한 이 일이 글쓰기와 상관없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말을 종이로 옮기는 것이 아니므로-사실 이 작업은 작가가 하는 일 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10. 연결 

한 편의 글을 발전시키는 과정에는 세 가지 주된 행동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모은 자료를 한곳으로 취합하는 과정(이후에도 계속 모으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자료를 선택하는 과정, 성택한 자료를 서로 연결하는 과정이 그것이다.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서로 조화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제기할 필요가 있다.

어떤 점에서 글쓰기는 조각 깁기(sewing patchwork)와 같다. 다양한 곳에서 재료 조각을 모으고 이것들을 전체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11. 제로 드래프트 써보기

모으기를 중지하고 초안을 쓸 준비가 되는 시점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문제에 관한 한 자신이 지닌 작가의 직관을 믿어라.

제로 드래프트 쓰기는 수집한 재료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선택한 모든 것을 단일한 글로 옮기는 과정이다. 

제로 드래프트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수집한 모든 재료를 인쇄한 다음 가위로 간직하고 싶은 부분을 오려내어 종이 여백에 테이프로 붙인다.(노트를 사용하는 경우 해당 부분을 찢어내고 싶지 않다면 복사를 하면 된다.) 오리고 붙이는 과정을 컴퓨터의 새문서에서 할 수도 있으며 가위질과 컴퓨터를 함께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런 다음 선택한 모든 재료를 검토화하면서 제로 드래프트 재료를 모아 자리에 앉아 프리라이팅으로 초안을 쓴다. 이때 글의 구성이나 어휘 선택에 고심할 필요는 없다. 오려내고 붙인 다음 원한다면 나머지 부분을 프리라이팅 해도 된다.

제로 드래프트를 시작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지만 목표는 단 한 가지, 한 공간에서 사용하고 싶은 모든 재료를 모아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214-224



연습 : 자기 자신의 제로 드래프트를 만들어라

위에서 대강 윤곽이 잡힌 초안(밑그림) 기술을 활용해서(또는 여러분 자신이 선택해서) 모으기와 발전 훈련으로 수집한 모든 자료를 자세히 읽어본 다음 제로 드래프트로 사용한다. 어휘가 아니라 내용에 집중하라.

이것을 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눈에 띄는가? 잘 진행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적어본다. 이 기술을 다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225



연습 : 초안을 시도하라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만큼 초안에서 잠시 물러나 있다가 다시 보면 신성한 시각으로 초안을 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볼 때 그 글이 최종적인 초안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제로 드래프트는 자신이 어떤 자료를 모았고 그 자료에 무엇이 빠졌는지 확인하는데 도움을 주는 단순한 도구일 뿐이다. 그러므로 어떤 어휘를 선택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 대신 편안한 마음으로 단순하게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어휘를 통해서 어휘가 제공하는 이미지와 정보, 아이디어를 살표본다. 나처럼 자료 조각을 블록쌓기로 생각하고 선택과 정리를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의 초안을 읽을 때(이것을 한 번 이상 할 수 있다) 거기 그대로 있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주목한다. 이 말은 '그래, 호수에 대한 이 묘사가 필요해'라든가 '맞아! 이것이 요점이야'하는 식으로 작가의 직과닝 말하도록 한다. 그리고 무엇이 빠져쓴지, 어떤 정보를 더 모아야 할지 주목하라. 또는 상상하거나 생각을 모아보라. 제로 드래프트처럼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른 훈련을 한두 번 시도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생각을 마치면 잠시 시간을 들여 이 재료로 다음에 무엇을 할 필요가 있는지 적어본다. 그런 다음 휴식을 취하거나 산택을 나가 잠재의식이 이 초안에 대한 활동을 할 시간을 준다. 다음에 무엇을 할지에 대해 잠재의식에서 새로운 재료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을 알면 여러분은 놀랄 것이다. 잊지 않고 그것을 적는다.  226


진정한 선택은 글의 통일성을 유지하게 하는 핵심 부분이다. 

글쓰기의 실질적인 핵심은 글을 쓰는 과정의 단계마다 선택을 하는 일이다.  228


두 가지 핵심 질문에 답해보라. 

'이 글은 실제로 무엇에 관한 것인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이 물음이 중요한 이유는 어떤 장르의 글이든(아마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글은 제외도리지도 모른다) 통일성과 일관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재료는 여러분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서로 조화되어야 한다.  229


'한 편의 글을 창작하는 데 좌절하지 않는다면 어떤 의미에서 여러분은 배운다고 볼 수 없다.' 글쓰기의 상당 부분은 문제 해결의 과정이다. 그리고 이 해결 방법을 익히는 유일한 길은 훈련뿐이다. 무넺 해결을 시도해보고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보라. 자주 휴식을 취함으로써 잠재 읫기이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부여하라.  231


'언제쯤이면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글을 읽을 것으로 예상하는가?' '그때의 기분은 어떨 것 같은가?'

우리가 독자에 대해 갖는 느낌은 복합적일 수 있다. 독자는 우리에게 한편으로는 위협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공포감을 주기도 한다. 우리는 독자의 경멸이나 판단, 비평을 두려워하맂 모른다. 우리의 글에 대한 것뿐아니라 우리 자신에 대한 인갅거인 평가까지도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에게는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깃거리가 있다.  233


가장 기본적인 의미에서 공적인 글쓰기란 우리가 다른 사람과 공유하려고 하는 글쓰기이며, 우리 자신의 눈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읽히게 될 글을 쓰는 것을 말한다.  235


독자가 작가로서의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는 두 가지를 생각 할 수 있다. 하나는 우리가 글을 쓸 때 독자(청중)가 우리에게 주는 효과이고, 또 하나는 우리가 독자에게 글로 주고 싶어하는 효과가 있다.  236


독자에 대한 권리 되찾기

다음에 예시한 재료가 이 훈련에 대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며 동시에 자신의 글을 발전시키는 데 다른 사람을 활용하는 법도 보여줄 것이다.

1. 시간을 들여라

작가-독자의 관계는 다른 관계와 다를 것이 없으며 여기서 자신이 힘이 없다고 느끼면 제대로 소통할 수가 없다. 

훌륭한 작가가 되려면 소유권 의식이 필요하다. 훌륭한 작가는 독자와의 관계에서 권리를 느낀다. 훌륭한 작가는 자신에게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의식한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그 말을 전달해서 독자의 마음에 그 말이 살아 움직이게 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안다. 이런 자신감을 얻으려면 많은 학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여러분도 시간을 투자해서 필요로 하는 자신감을 확보해야 한다.

2. 작가의 능력을 개발하라

상상력, 호기심, 관찰력이 강화될수록 쓸 거리도 더 많아지고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할 말도 더 많아질 것이다. 

3. 자신의 글을 공유하라

4. 독자와 자연스러운 관꼐를 확립하라

독자를 위하는 것보다 독자를 향한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때로 자기 자신을 재교육할 필요가 있다.  

'독자는 당신의 머릿속을 모른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독자는 세상 밖 어딘가에 있는 별개의 사람이다. 작가-독자의 자연스러운 관계를 되살리기 위해 여러분이 먼저 해야 할 일은 독자가 자기 자신과 분리된 존재라는 느낌을 발전시키는 일이다. 한편으로 자기 자신을 독자로 생각할 필요도 있다. 여러분은 채을 읽을 때 작가가 여러분에게 해야 할 말이 무엇인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할 가능성이 많다. 작가의 말을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고서도 쉽게 전달되기를 바랄 것이다. 바로 이런 태도가 정확하게 독자가 여러분의 글을 읽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독자는 평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힘들이지 않고도 여러분의 말을 이해하기를 바란다. 

자신이 할 말을 소통시키는 것, 다른 사람에게 명쾌하게 전달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은 분명하게 설명했다고 생각하는데도 독자는 혼란을 느끼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할 수 있다. 독자를 분명하게 이해시키는 법을 배우는 것이 작가가되는 또는 훌륭한 작가가 되는 중요한 비결이며 글쓰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5. 독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독자를 향해 써라

실제로 독자를 향해 말을 한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 사적인 글쓰기와 초점화된 프리라이팅이 '종이에 대고 생각하기'와 같은 것이라면 이 새로운 훈련은 '종이에 대고 말하기'라고 할 수 있다.

여러분이 그 사람이라고 상상하라. 자신이 쓴 것을 들고 마치 전혀 보지 못한 것처럼 천천히 읽어본다.

자신의 글을 읽을 때 나올 수 있는 생각은 '이 글은 잘 쓴 거야? 못 쓴 거야?'가 아니라 '내가 하는 말을 다른 사람이 이해할까? 내 생각을 분명히 밝혔나?'하는 것이다.

6.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데 실제 독자를 활용하라

독자에게 구체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질문의 예를 들어보면

 - 이 글에게 당신 눈에 띄는 것은 무엇인가?(단어나 이미지 느낌, 아이디어가 이에 해당될 수 있다.)

 - 내가 하는 말에서 무엇을 들었는가?(여러분이 전달하려고 하는 것에서 독자는 무슨 생각을 떠올렸는지 말하게 한다.)

 - 아직 질문할 것이 남았는가?

 - 더 필요한 것(또는 필요 없는 것)이 있는가?

 - 혼란스러운 곳이 있는가?

 - 이 글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독자가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들을 때 자신이 의도한 것을 설명하거나 자신이 쓴 말을 옹호하지 않는 것이 필수적이다.

설명이나 옹호를 하면 독자는 입을 다물 것이다.

독자는 단순하게 '이것이 내가 받은 느낌이다. 이 대목이 나는 혼란스럽다;고 말할 뿐이다. 자신의 생각을 버리고 그저 들어보는 것이다.

7. 자신의 목표를 생각하라

좋은 글은 독자의 내면에서 살아 움직인다.

종이를 보면서 다으므이 질문에 대해 성찰할 시간을 갖는다. 여러분은 이 글로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싶은가? 이 글을 읽은 독자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가?(독자를 웃기고 싶은가? 울리고 싶은가? 아니면 공포를 떨게 하고 싶은가?) 이런 효과를 자아내기 위해 자신의 글에 어떤 것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글을 쓸 때 목표를 염두에 둔다.  241-258



자신의 생각을 독자에게 제공하는 법

1. 다른 살마과 공유하고 싶은 글이 있을 때 이 글을 선물로 생각하라. 다른 사람에게 제공할 것이 있다고 할 때 정확하게 그것은 무엇인가? 박진감 넘치는 줄거리 인가? 일정한 주제에 대한 통찰인가? 특정 시간과 공간을 환기시키는 것인가? 자신의 소설이나 시, 수필이 다른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2. 이 선물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생일선물을 줄 때 받는 사람의 기호를 생각하듯이-93세가 된 메리 할머니가 정말 비디오게임을 좋아할까?-이 특별한 글을 좋아할 사람을 생각할 수 있다.

3. 이런 사람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어린이를 위한 글을 쓰고 있다면 아마 동네 초등학교를 찾아가 아이들 앞에서 자신의 글을 읽어줄 수 있을 것이다. 추리소설을 쓰고 있다면 추리소설 애독자 중에서 기꺼이 자신의 글을 읽어줄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정한 주제에 대한 글을 쓴다면 해당 주제에 대한 온라인 동호회를 찾아 회원 중에 자신의 글을 기꺼이 읽어줄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4. 이들 독자가 그 많은 질문에 대답할 시간이 없다면 단순하게 한 가지만 물어보라. "이 글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가?"  256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하는 자연스러운 욕구를 해소하면서 글쓰기 연습을 하게 된다.  259


종이 위에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자신의 독자와 더불어 편안한 상태에서 훈련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독자를 위해서보다는 독자를 향해서 글쓰기 연습을 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훈련은 자신의 재료를 정리하는 데도 도움을 줌으로써 독자는 이야기를 이해하게 되고 여러분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독자에게 영향을 주기도 한다.  260


제시하는 여섯 가지 접근 방법으로 이야기를 찾아내 들려주는 실험을 해보라. 

1. 구전되는 이야기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찾고 샅샅이 안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반복해서 읽는다. 이제 마음속으로 이야기의 내용을 상상하면서 일어난 사건을 그려보라. 준비가 되었으면 열심히 귀 기울여 듣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전한다고 상상하면서 자리에 앉아 자신의 말로 이야기를 종이에 옮긴다. 어휘가 아니라 이야기의 내용에 집중하라.(어디까지나 이것은 훈련이다.)

2. 구술역사 자료

구술역사는 실제로 역사 현장에 있었거나 그 사실을 증언하는 사람들이 다시 자세하게 들려주는 것이다.

구술역사에 나오는 이야기를 여러분 자신의 말로 다시 들려줘보라.

이야기 중에 몇 가지 재료를 선택해 그것을 새로이 조합해 독립된 이야기로 꾸밀 수 있을 것이다.

3.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

작가 중에는 이야기를 위한 아이디어나 재료를 뉴스보도에서 얻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눈길을 끄는 이야기나 에피소드를 찾아보라.

4. 잡담과 흘려들은 이야기

모은 재료를 점검하고 마음에 끌리는 것이 있으면 자세한 내용을 기록한다. 그리고 이 내용들을 한데 모아서 하나의 이야기로 꾸미고 가상의 청취자를 향해 노트에 옮기는 것이다.

5. 장소와 사물

사람만 이야기를 지닌 것은 아니다. 자연현상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6. 내면의 이야기

'나는 ~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로 시작되는 문장을 가능한 한 많이 써본다.

원한다면 내부의 이야기 재료를 모으기 위해 다음의 훈련을 활용할 수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이에 대한 답을 적어보라.

 - 여러분이 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을 때 누가 머리에 떠오르는가? 실제 사람인가? 좋아하는 사람인가? 미워하는 사람인가? 상상 속의 사람인가? 누구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 어떤 장소가 생각나는가? 실제의 장소인가? 상상 속의 장소인가? 시골인가? 풍경인가? 집인가? 거리인가? 밤인가?

 - 어떤 물건이 떠오르는가? 좋아하는 장난감인가? 오랫동안 함께 지낸 물건인가? 자연 속의 사물인가? 가상의 대상인가?

 - 어떤 장면, 어떤 순간이 머리에 떠오르는가?

 -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는가?

 - 들어본 이야기 중에 애착이 가는 것이 있는가?  261-266


 

연습 :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계속 귀기울이기

직업적인 작가는 일종의 이야기 본능을 발달시켰기 때문에 이야기를 위한 아이디어가 바닥나는 법이 없다. 이들은 자신에 관한 것만을 쓰는 것이 아니다. 사실 평범한 한 개인의 삶이 재미있으면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직업적인 작가는 주변 세상에 긑없이 관심을 돌린다. 이들은 마주치는 사물에 주목하고 누군가가 하는 말에 늘 귀를 기울인다. 이드르이 이야기 본능은 '흠, 여기 이야깃거리가 있군' 하고 중얼거린다.

구전된 이야기든 마주치는 사람들이 들려준 이야기든 이야깃거리를 들으려고 바깥세상을 향해 귀를 활짝 열수록 여러분의 이야기 본능은 힘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노트에 이야깃거리나 아이디어를 적는 습관을 들인다면 여러분도 머지않아 쓰고 싶은 이야기에 활용할 수 있는 다채로운 재료창고를 갖게 될 것이다.  267



연습 : 다듬는 과정

이야기를 위한 아이디어 몇 가지를 브레인스토밍한다. 또는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노트를 훑어본다. 그 가운데 하나를 고른다. 이야기를 위한 재료를 모으기 시작한다. 내부 모으기로 시작하라. 여기에는 자신이 기억하거나 만들어낸 모든 세부 내용이 포함된다. 그런 다음(원한다면 나중에) 이 목록을 두 차례 정밀하게 점검한다. 첫 번째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 사용하고 싶은 항목에 표시를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적는다. 두 번째는 목록을 쭉 훑어보면서 호기심이 이는 항목이 있는지 확인하고 의문 나는 것이 있으면 적는다. 그런 다음 생각해보라. 여러분은 이야기를 들려주기 전에 의 의문에 대한 답을 원하는가?(선택한 이야기가 아주 단순하다면 의문은 없을 수도 있다.) 외부 모으기를 할 필요가 있다면 - 관찰이나 조사 - 그렇게 하라.

재료 검토를 위해 상상력과 잠재의식을 활용하라. 이야기를 쓰기 전에 잠시 재료를 맛있게 끓이고 싶을지도 모른다.

이제 다음의 물음들을 생각해본다.

누가 이야기를 들려주는가? 자신일 수도 잇고 다른 사람일 수도 있으며 자신이 창작한 인물일 수도 있다.

누구에게 들려주는가? 실제 인물(친구 또는 자녀 중에서)을 고를 수도 있고 안전한 가상의 독자를 상상하면서 인물을 창작해낼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이 인물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상상력을 동원한다.

왜 들려주는가? 특정 인물을 상대로 이야기를 할 때 이야기꾼의 목표는 무엇인가? 청취자의 마음속에 어떤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싶은가?

이제 상상으로 이야기꾼이 되어본다. 자신이 선택한 잴로 돌아가 들려줄 이야기로 유용해 보이는 것을 무엇이든 선택하라.(이 훈련을 하면서 '사실'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사실을 바꿔가며 자신이 원하는대로 꾸며도 상관없다) 쓸모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으면 새 재료로 추가한다. 이 재료를 활용할 때 원하는 순서를 작은 목록으로 만들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 그런 다음 자신이 선택한 청취자와 함께 있다고 상상하며 계속 이야기꾼의 역할을 유지한다. 될 수 있는 대로 계속 펜을 놀리면서 종이에 대고 청취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똑같은 이야기라도 다른 사람을 이야기꾼으로 등장시킬 수도 있고 청취자를 바꿀 수도 있다. 또 이 두가지를 동시에 하면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 이렇게 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주목하라. 다양한 관점을 시도하면서 이야기를 즐기고 싶다면 제임스 모쳇의 탁월한 평론집 <관점(Point of View:An Anthology of Short Stories)>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 책은 이미 출판된 단편소설을 조명하며 관점에 여러 변화를 주는 기법을 분석하고 있다.  269-270


작가 제인 욜런은 "무엇보다 독자의 관심을 끝까지 잡아끄는 것은 해피엔딩에 대한 기대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이야기 자체의 해결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여행의 과정이지 목적지가 아니다."  271



연습 : 이야기의 이동

자신이 읽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을 빌려오든 아니면 스스로 만들어낼 인물이든 한 인물을 골라서 이 사람을 위해 간단한 이야기 상활을 써보낟. 상황을 묘사하는 데 두게 개의 문장만 사용하라. 이제 이 인물에게 일어나는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이 인물이 일으키는 사건을 적어보라. 이때도 두 세 개의 문장만을 사용한다. 이어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해본다. 필요하다면 이야기가 멈출 때까지 이 문답을 계속한다.  273



연습 : 계획을 짜고 싶다면

이야기를 정의하자면 일련의 사건이 연결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건을 조심스럽게 계획하고 싶다면 여기 한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이야기에 관한 자신의 아이디어 중 하나를 고른다. 될 수 있는 대로 계속 펜을 놀리면서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사건의 목록을 작성한다. 각각의 사건을 현재시제를 사용해 짤막한 문장으로 써본다. 아직 순서를 정할 필요는 없다. 단어 선택에 고심할 필요도 없다. 사건 하나하나를 새 줄에 쓰되 사건 사이는 한 줄씩 건너뛴다. 이야기에 들어가야 할 사건에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고쳐 쓴다. 

2. 이제 사건의 목록을 쭉 읽어보고 포함하고 싶은 것을 선택한다. 사건이 너무 많은가? 아니면 너무 적은가?

3. 이제 이 사건들을 이해하기 쉽도록 순서를 정리해서 이야기를 쓰기 위한 계획을 짠다.  275



연습 : 이야기의 전개

다음으로 이야기 계획에 대한 대안을 하나 소개한다. 

1. 한 명 이상의 인물을 선택해서 상황 속에 투입시킨다.

2. 다음에 일어날 일은 무엇인가? 인물이 결정을 하거나 행동을 하든가 아니면 외부의 사건이나 강제적인 방해 세력이 등장한다.

3. 그 결과 인물은 새로운 상황을 맞는다. 그 인물은 그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4.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5. 이런 움직임이 상황에서 사건으로 또는 새로운 상황에 대한 반으응로 계속 유지된다. 줄거리가 궤도를 찾았는가? 줄거리가 끝나는 지점은 어디인가?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쓸 때 무엇이 눈에 띄는가?  276


'다음에 이어질 내용을 이앻하려면 독자에게 먼저 무엇을 제공할 필요가 있을까? 두 번째는 무엇을 제공해야 할까? 세번째는?  278


독자에게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자신의 의도대로 독자의 마음이 움직이도록 재료의 순서를 정하는 일에 익숙해지려면 상당한 훈련이 필요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는 이런 기술을 어떻게 발휘하는지 연구해보라.  279


'말하고자 하는 것'과 말은 실제로 글 쓰기에서 음과 양의 양면성을 지닌다. 글쓰기란 내용과 말 사이에서 추는 춤과 같다. 하고 싶은 말이 이끌때도 있고 말이 이끌 때도 있다. 진정한 글쓰기의 기교는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배울 때는 두 가지 분리해서 연습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295


사실 창조적 기능은 적용 번위가 굉장히 넓다. 창조적 기능은 여러분이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갖든 그에 관한 아이디어를 기꺼이 제공할 것이다.  306



글로 옮기기 - 글쓰기 과정에 관한 단계적 안내

새로 소개하는 7단계의 접근 방법은 습관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인내가 필요하다.

이 접근 방법을 시도할 때는 하나하나 노트에 적거나 메모하며 천천히 해야 한다. 시간을 두고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확인하라. 

그리고 어떤 부분은 당장 잘될 수도 있지만 또 어떤 부분은 습관을 들이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이 책이 제공하는 것은 도구이지 규칙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라.  314


단계1 : 자신의 과제를 파악하라

의무적 글쓰기는 다른 누군가가 요구한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작하기 전에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완벽하게 파악해야 한다.  

여러분은 무엇에 대해 쓸 것인지, 주제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자기 자신의 주제를 선택하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는 논스톱 쓰기를 활용해서 마음속에 떠오르는 주제에 관한 모든 아이디어 목록을 작성하라. 검열하지 마라. 적어도 10분간은 펜을 계속 놀린다. 그런 다음 다시 목록을 읽어보고 가장 흥미로워 보이는 주제에 표시를 한다.(생각난 주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이 연습을 반복한다.)

가능한 주제를 결정할 때 자신이 고른 것이 쓸 수 있는 것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첫째, 자신이 흥미를 느낄 수 잇는 주제라야 한다. 흥미가 없다면 조사를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에너지를 쏟는 것이 어려워진다. 

  둘째, 주제의 범위가 넓지 않아야 적당한 지면에 지적 능력을 집중할 수가 있다. 경험이 없는 사람은 주제의 범위를 너무 넓게 잡을 때가 있다. 때로는 15쪽도 채우려면 너무 많아 보일 때가 있지만 글쓰기 과정이 수월해진다면 이 정도 지면에 할 말을 찾아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셋째, 주어진 기간에 주제에 대한 재료를 충분히 찾아야 한다. 

  넷째,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러분의 주제가 과제를 충족시켜야 한다.  316-318


단계2 : 과제의 계획을 짜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모든 것을 목록으로 작성한다. 모든 행위나 단계는 이 과제에 부합되어야 한다. 가능하면 특수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항목별 순수는 걱정할 것이 없다. 생각이 막히면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과제의 원활한 진행을 상상해본다. 또는 목록에 적힌 각 항목을 보면서 자신에게 '이 부분을 좀더 세분화할 수 있을까?'하고 물어본다.


글쓰기 과제의 시작을 미루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필요호 하는 모든 자료를 읽고 조사를 마칠 때까지는 아무것도 쓸 수 없다는 신화에 사로잡혀 있다. 이들은 글쓰기에서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놓치고 있다. 말하자면 글쓰기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찾게 해주고, 하고 싶은 말을 발견하는데 도움을 주는 매우 고귀한 도구의 하나라는 사실이다.  318-321


단계3 : 내용을 발전시켜라

내부모으기 -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찾아내기 위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초점화된 프리라이팅 - 초점화된 프리라이팅을 활용해서(주제에 관심을 집중하는 동안 계속 펜을 놀리면서) 주제와 관련 있는 것은 머릿속에서 모두 끄집어내어 적어본다. 이 주제와 관련해 이미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에 관해 어떤 정보를 갖고 있는가? 조사를 하면서 찾아낸 것에 어떤 기대를 하는가? 주제에 관해 어떤 의문이 드는가? 이 주제를 쓰고 싶게 하는 경험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목록작성 - 단어 한 마디든 완전한 생각이든 각 항목은 계속 새 줄에 써야 한다.

지도 그리기 - 한가운데 작은 원을 그리고 원 안에 주제를 적어본다. 그리고 중심 원에서 한 줄 씩 가지를 쳐서 모으기를 할 때마다 각 줄에 새 항목을 기입한다. 

이미 적은 것과 관련돼 보이는 것이 새로 생각나면 기존의 줄에 새로 가지를 쳐서 거기에 새로운 생각을 적는다.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직관에 따라 가지를 친다.

지도 그리기가 특별히 도움이 되는 까닭은 이 방법으로 전체 과제의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주제를 너무 넓게 잡아서 초점을 좀더 좁힐 필요는 없는지 확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 서로 다른 부분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확인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상호작용 - 잠시 다음 질문에 잡을 적어본다. '이 과제의 다음 단계를 위해 무엇을 할 필요가 있는가?'

외부모으기 - 외부모으기를 할 때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수집한 자료가 자신의 일부가 되도록 시간과 정력을 쏟아야 한다는 점이다. 의무적 글쓰기으 제1규칙이 '자신의 과제를 안다'는 것이라면 이어 제2규칙은 '자신의 재료를 안다'는 것이 될 것이다. 내 경험으로 보면 사람들이 흔히 학술논문을 작성하거나 직장에서 복잡한 글쓰기 과제가 주어질 때 걱정하는 것은 글을 조합할 능력이 없어서라기보다 재료 관리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료의 소화 - 재료를 소화하는 데 도움을 받으려면 기사나 책 한 장(章)을 읽고난 다음 이에 대해 프리라이팅을 하라. 프리라이팅은 별개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야 한다. 첫째 부분에서는 그 부분에서 얻은 중요한 정보 또는 작가가 하는 말을 적는다. 명확하게 이해한 것을 적고 이해하지 못한 것도 적는다. 질문도 적는다. 둘째 부분에서는 작가가 한 말에 대한 자신의 지적 반응을 적는다. 이를테면 여러분은 작가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말에 동의하는가? 동의하지 않는가?(자신의 감정적인 반응도 같이 적을 수 있다. 이런 반응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찾는 데 도우밍 된다.) 읽을 필요가 있는 장이나 부분에서 이 연습을 반복한다.

이 프리라이팅 연습의 두 부분을 따로따로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돌아보기 - 돌아볼 때는 평범한 언어를 사용하라. 

잠재의식을 활용하라 - 시간을 들여 잠재의식이 자신의 재료에 대한 활동을 하도록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상호작용 - 지금까지 자신이 쓴 것을 전부 읽어보고 다음 두 가지를 하라. 눈에 띄는 것은 무엇인든 표시를 한다. 그리고 머릿속에 아이디어나 질문이 새로 떠오르면 무엇이든 적는다. 이것을 할 때 자신의 글을 고치거나 편집하지 않는 것이 필수적이다. 

쭉 읽어보고 자신이 쓴 것과 교감을 하면서 상호작용을 한 뒤 '여기서 내가 실제로 하려고 하는 말은..'이라는 글을 쓰고 이 문장을 완성한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온다면 궤도를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321-335


단계4 : 제로 드래프트를 써라

제로 드래프트는 초고를 작성하기 전에 쓰는 초안이다.

제로 드래프트의 주목적은 이미 확보한 자료는 무엇이고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확인하는 데 도움을 받는 것이다.

제로 드래프트의 구성을 마치면 프린트를 해서 읽어본다. 이 글이 이해가 되는가? 포함할 것과 뺄 것을 결정한 선택이 마음에 드는가? 그리고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보라. '내가 하려고 하는 말은 무엇인가?' 과제의 다음 단계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이 물음에 대해 잠재의식이 활동하게 하려면 잠시 쉴 필요가 있다. 산책을 나가거나 휴식을 취하라.  336-339


단계5 : 청중과 목표를 고려하라

 - 여러분은 누구를 상대로 글을 쓰는가? 될 수 있는 한 자세하게 자신의 독자에 대해 진술해보라.

 - 독자는 여러분의 주제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 독자는 여러분의 주제에 대해 무엇을 알기 원하는가? 또 무엇을 알 필요가 있는가?

 - 독자의 의문은 무엇일 것 같은가?

 -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글에 포함해야 할 것은 무엇이며 독자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는 것은 무엇인가?  340-343


단계6 : 전달하라

단계7 : 명확하게 하라

글쓰기 과정 자체와 마찬가지로 교정은 한꺼번에 하는 것보다 단계적으로 할 때 훨씬 더 능률이 오르는 법이다. 

교정할 때 큰 도움이 되는 방법 한 가지는 자신의 글과 얼마 동안 거리를 둔 다음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다.

자신의 글로 돌아올 때는 새로운 눈으로 검토할 수 있는 상상의 안경을 써라.

자신을 향해 '이 글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전하고 있는가? 혹시 빠트린 것은 없는가?'라고 물어보라.  350-351



글쓰기 과정에 대한 이 유형이 복잡해서 약간 겁이 날 수도 있겠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이 방법을 택하기 바란다. 

특정 글쓰기에 모든 단계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 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접근 방법을 고정된 규칙이 아니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 모음으로 보기 바란다.  356



작가의 길을 간다는 것은, 이 책에서 내가 분명히 밝혔기를 바라지만, 배우는 사림이 되는 것이다.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두 가지, 글을 쓰려는 욕구와 기꺼이 자신의 기술을 익히고 개발하는 과정에 시간과 정력을 쏟으려는 자세만 있으면 된다.  362


현실적인 문제는 간단하다.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소비하고 싶은가에 달린 것이다. 자신이 글쓰기 연습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면 그대로 시행하라.  364


훈련을 하다 보면 뒤에 가서 달라질 수도 있다.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물음은 '글쓰기가 여러분의 인생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기 바라는가?' 일 것이다.

시작은 소박하게 하라. 일주일에 한 두 번, 한 번에 10분 정도 글쓰기 연습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글쓰기를 소화하는 데 전적으로 매달려야 한다.  367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여행 그 자체다.  368


완전한 글을 쓰는 데 집착하지 마라. 자신이 쓴 글이 만족스럽지 못해도 실망할 필요가 없다. 이때는 자신에게 '여기서 나는 무엇을 배웠는가? 여기서 배운 것을 다른 글쓰기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물음을 제기하라. '지금 배울 필요가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주기적으로 던지면서 작가로서의 직관을 연마해야 한다. 글쓰기는 복합적인 기술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배울 것이 너무도 많다. 서두르지 말고 자신의 속도를 유지하라.  369


습작에 매진한다는 것은 훈련과 학습에 자아를 아낌없이 던지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사랑이다.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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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석 - 용기가 없다면 가슴 시린 만남도 없다


비단 사진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치의 기본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다. 어떤 일을 하든지 먼저 상대에게 예의를 갖추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다가간다면 얼마나 바람직한 세상이 되겠는가.  18


작가의 진실이 반영되지 못한 사진은 설령 시선을 사로잡는 특정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한다.  19


'시선을 끄는 힘이 있는가'. 사진이란 보여주는 행위의 일종이므로, 시선을 끌지 못하는 사진은 솔직히 재미가 없다.  30


막상 여행을 다니다보면 그렇게 감동적인 장면들이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을 담는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나는 내 안의 존재를 통해 세상을 달리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안의 존재, 그것을 위해서 바로 당신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31


내게 사진을 찍는 법에 대해 물어오는 많은 이들에게 나는 이렇게 얘기한다. "노세요!"

영화, 뮤지컬, 오페라, 회화, 조각, 무용, 음악 할 것 없이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경험하다 보면 그러한 것들이 바로 당신 안에서 하나의 존재를 이루게 된다. 세상을 보다 더 독특하고 진지하게 바라볼 수 이는 시각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32


남들이 쉽게 지나쳐 버리는 곳에서 당신만의 시각으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길 바란다. 작은 것의 몸짓에 시선을 주고 바람의 흐름에 온몸의 감각을 맡겨라. 사람들의 변하하는 표정을 애정 있게 바라보고 당신 자신의 감각을 신뢰한다면 당신의 여행 사진은 분명 근사할 것이다.  35


되지도 않는 영어보다는 당당한 표정과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입보다는 몸으로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41


현지의 음식을 먹는 것으로부터 여행의 시작이 이루어진다. 함께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현지인들과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 중요한 방법.  49


여행을 하며 사진을 찍는 이들 대부분은 사람이나 사물을 먼발치에서 바라볼 것이다. 객관적인 풍경, 객관적인 사람들과의 밋밋한 관계 속에서 재밌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리 없다. 용기를 내어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단순한 관람자가 아닌 그들 삶 속의 일부가 되어 여행을 할 수 있다. 여행이 현지인들과 함께 하는 삶이 되고 생활이 되어야, 애틋하고 정겨우며 감동어린 이야기들을 배낭에 가득 담아 올 수 있다. 풍경 밖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갈 때에야 비로소 구태의연한 미사야구들을 버리고 진솔한 이야기들을 써내려 갈 수 있는 것이다.  

당신만의 에피소드가 없는 여행이란 얼마나 지루할지 생각해 보라.  60


그들의 삶 속으로 당당하게 들어가는 가슴 뜨거운 여행자가 되어보자.  61


여행의 카테고리는 국가별로 너무 세분화 하는 것보다는 당신만의 느낌으로 묶어서 운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카테고리는 일목여연하면서도 심플하게 만들어 놓는 것이, 당신 스스로 집중하기에도 좋을 것이고 보는 이들에게도 강하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70


업로드를 꾸준하게 하라.

매일 고정적으로 피딩타임을 정하고 먹이를 던져 주듯 포스팅을 던져라.  71


문답 

생업이나 학업을 중단하고 1년 정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돌아온 후가 걱정이다.

- 결심했다면 실행에 옮겨야 하지 않을까?  82

라스트 코멘트

- 용기 있게떠나지 않는 자에겐 가슴 시린 만남도 없다. 그리고 망설이는 삶은 언제나 그 자리일 뿐이다. 머무름과 떠남이, 만남과 헤어짐이 그리고 들숨과 날숨이 공존하며 새로운 감동으로 펼쳐질 여행과 어여쁜 사람들 속에서 거침없이 방랑하길 바란다.  83




조현숙 - 찍지도, 그리지도, 쓰지도 말아라


모든 도시에는 고유한 소리가 있다. 혼잡한 시장 사진을 보면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음이 생각나고, 기차 사진을 보면 단잠을 깨우던 행상인의 소리가 그립다. 그래서 여행지에서 내가 머물렀던 도시, 그 공간의 소리들을 녹음한다.


스캔하라, 온몸으로

기억이란, 본인이 경험하고 목격한 것이 어떠한 형태로 잘 간직되엇다가 나타난다. 이때 주관적인 의식과 객관적인 상황이 어우러져 본인이 기억하고싶은 것만 기억할 수도 잇고,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부각되기도, 그렇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과감히 생략되기도 한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 그 부분적인 기억마저도 흐릿해진다. 그나마 며칠이 지나서라도 기록을 해두어 사진 한 장 없는 5년이 지난 지금, 저 글을 보며 그날을 기억하게 된다. 기록은 기억에 의존하게 되고, 그 기록은 다시금 기억을 새롭게 한다. 그렇다면, 기억과 기록은 무엇이 먼저라고, 무엇이 무엇을 지배한다고 말할 수 없게,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얽혀있는 것이 아닐까. 기억이 없으면 기록도 없고, 기록이 없으면 훗날의 기억도 없으니 말이다.  108


요즘은 해외여행이라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닌 세상이다. 쓸 만큼의 돈, 머물 만큼의 시간, 떠날 만큼의 용기만 있다면 누구라도,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니까.  144


여행과 책 작업을 병행하면서 나는 노하우란 대단하고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여행하면서 길들여지면 좋은 , 작고 사소한 습관들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각자 도움이 될 만한 여행습관이 몸에 잘 배어있으면 일과 여행을 어느 정도 균형 있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습관도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에서 우리나는 것이지만.  145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


단 두 줄의 글귀가 나를 감전시켰다. 좀처럼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신호등이 초록불로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모른다.

뭘 몰랐던 스무살 때 정한 전공 하나로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재미없는 일인가부터 시작해서 내 인생에 이것 말고 다른 것은 없는가. 내가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행동하고 살아가는 것이 더 멋있는 어른이 아닐까. 이런 의혹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불현듯 미끄러져 들어오곤 했다.  161


인생의 방향을 찾느라 고민하는 삶은 얼마나 위태로울지 생각하니 심히 걱정스러웠다. 아, 20대의 고민은 30대가 되어도 끝나지 않은 것이다.

여행이 깊어질수록 분명해지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아파트 평수나 연봉이 아니라 매 순간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일에 가치를 두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선명해졌다. 사람들이 정한 시간표에 꼭 맞춰 살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직업이 되는 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기 시작할 때 이미 내 발은 그 길로 접어들공 있었다.  163


문답

여행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 무언가를 보고 느꼈을 때 메모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자리에서 문장을 쓰긴 어렵지만 몇 가지 기억하고 싶은  키워드라도 꼭 메모를 해서, 시간이 지난 뒤 그 메모를 보고 그때의 느낌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67


생업이나 학업을 중단하고 1년 정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돌아온 후가 걱정이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까지 걱정이 된다. 그러나 사표를 내기 전에 한 가지만 생각해보자. 떠나려고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단순한 일상에 대한 일탈인지, 아니면 여행작가로 본격적으로 나서볼 생각인지, 또는 그 어떠한 이유인지, 떠나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진다면 그만큼 걱정도 줄어들지 않을까. 아무튼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길을 선택하든 본인이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것이 가장 후회를 줄이는 방법이라는 것.  168




박동식 - 초점이 흐린 백 장의 사진은 스타일이다 


여행기에 생명감이 있어야 한다. 여행기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중요한 장치 중에 하나는 현장성이다. 여행기는 순수한 창작물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이나 취재를 바탕으로 쓰는 원고이기 때문이다. 그 현장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충실한 메모가 중요하다. 하루 일과 후에 쓰는 일기도 중요하지만 어떤 단상이 떠올랐을 때 곧바로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놓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178


가장 중요한 것은 '더듬이'일 것이다. 같은 상황을 경험하고도 누구는 아무런 동요 없이 지나치기도 하지만 더듬이가 발달된 사람이라면 많은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180


삶이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과거나 현재가 아니라 미래다. 현재 처해 있는 역경이 아무리 힘든 것이라고 해도 내일은 오늘과 다를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이 잇다면 오늘을 사는 것이 그리 힘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일에 대한 확신이 클수록 오늘의 버거움쯤은 웃으면서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을 행복하게 살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안락함을 영위하면서도 다가올 내일에 대한 불안 때문에 괴로워하고 좌절한다.  222


문답

여행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가 중요하며 그것ㅇㄹ 전달하려 애쓴다.  241


생업이나 학업을 중단하고 1년 정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돌아온 후가 걱정이다.

- 안정적인 월급이 필요하다면 휴가 때 며칠의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만족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당신의 유전자 어딘가에 여행 없이는 살 수 없는 간절함이 숨어 있다면 안정적인 월급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1년간 세계 일주를 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그들이 여행에서 돌아와 굶어죽엇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어찌해서둔 길은 있다. 오히려 떠나고 싶어도 경비가 없어 떠나지 못하는 것이 더 원통한 일이다.  242


넘치는 열정으로 여행작가의 길에 접어들었으나. 재능이 부족하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면

- 재능은 노력하면 키워진다. 게으르지만 않다면 당신은 분명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243




정기범 - 가이드북에도 블록버스터가 있다


가이드북은 한 도시에 적어도 3개월 이상 머물거나 아예 오랜 세월동안 거주하는 열정 넘치는 사람들이 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264


좋은 사진을 찍는 데 정해진 규칙 따위는 없다. 사진을 잘 찍고 싶다면 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주변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들을 기록해보길 바란다. 하지만 마구 셔터를 눌러대기보다는 좀 더 공을 들여 찍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 생각 없이 셔터를 난사한다면 일 년, 아니 십 년이 지나도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우연히 스쳐가는 피사체에 한 걸음 더 다가가서 찍는 부지런함이 있어야 생동감 있는 사진을 찍어낼 수 있다.

여행사진은 다큐멘터리적인 요소가 강하다. 자연이 풍경이나 인물의 일상을 바탕으로 나 자신의 시간을 기념하는 '사실적인 기록'이다. 처음부터 너무 멋진 사진을 기대하기 보다는 일상의 소소함을 기록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셔터를 누르다 보면 의외로 좋은 결과물을 얻을 때가 많다. 한 장소에서 오랜 시간 기다려서 찍은 사진,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순간을 맹수처럼 따라가듯 찍은 사진, 맛있는 음식을 열 배쯤 더 맛있게 보이도록 찍은 사진... 이런 사진을 ㅉ기기 원하는 마음 자체가 당신을 멋진 작가의 길로 이끌어 줄 것이다.  288-289


문답

생업이나 학업을 중단하고 1년 정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돌아온 후가 걱정이다.

- 아무것도 확실한 것은 없다. 다음이 걱정이라면 장기간의 여행을 평생 떠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먹고 살 방법 없이 무작정 여행을 떠나는 것도 문제지만 다음 일이 걱정돼서 여행을 못 떠나는 것도 재미없는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 앞에 기회는 늘 있다. 그 기회가 나를 끌어당기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기회를 끌어가면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 일만 하는 사람은 삶의 노예가 아닐까. 쉴 줄 아는 능력을 여행을 통해 실현하면 분명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도저노가 에너지가 충만해질 것이다.  306




이지상 - 절실함이 가슴에 닿을 때까지


'어떻게 해야 여행작가가 되는가'라는 질문 이전에, 먼저 자신에게 물어야 하는 것이 있다. 정말 미치도록 여행이 좋은가, 정말 글을 쓰지 않으면 '환장'하게쓴ㄴ가, 정말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인생의 한 부분을 뚝 떼어 바칠 수 있겠는가? 그런 열정, 그런 끼가 있다면 방법은 저절로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며 그 누구도 앞날은 예측할 수 없다. 안정과 자유로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전략' 혹은 '테크닉' 마인드로 접근하면 이런 길은 쉽게 답니 보이지 않는다. 다만, 미치도록 좋아서, 대책 없이 열정 하나만으로 뛰어들어 온몸을 훨훨 불사르는 사람의 눈에는 미처 예상치 못한 길이 보인다. 그게 오묘한 인생의 이치인 것 같다. 

결국 전략보다 뜻이요, 테크닉보다 열정이다.  329-330


여행기를 내는 방법 몇 가지를 귀띔한다.

첫 번째, 자기 스스로 '기획'을 해서 쓰는 것(여기서 말하는 기획이란 '여행'이 아니라 '글쓰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나는 대개 이 방법을 썼다.).

어떤 지역의 여행기든 '압축'해야만 한다. 먼저 특정한 주제와 목적, 그리고 대상 독자층을 분명하게 인식한 후, 거기에 맞게 기억을 살리고 자료를 보충해가며 원고를 써야한다. 원고를 다 쓰면 자기 원고와 색깔이 맞는 출판사 목록을 써야 한다. 원고를 다 쓰면 자기 원고와 색깔이 맞는 출판사 목록을 작성한 후, 3~$개씩 그룹을 지어 메일로 보낸다.

A4 용지 1~2장 정도의 분량으로 기획 의도, 내용, 목차, 대상 독차층, 자신에 대한 소개등을 정리한다. 이렇게 작성한 '기획서'와 본문의 일부분을 메일로 보낸다.

두 번째 방법은 원고를 쓰기 전에 먼저 기획서를 만들어 출판사에 알리는 것.

세 번째는 자신의 경험을 블로그, 홈페이지 혹은 여행 카페등에 먼저 올리는 것.

네 번째는 먼저 출판사와 기획한 후 여행을 떠나는 것.

어느 정도 검증된 여행작가일 때 해당되는 케이스로, 출판 기획자와 주제, 여정 등을 어느 정도 미리 정한 후 취재를 한다.  333-336


경험을 편집하라 - 자기 경험을 무작정 모두 옮겨서는 안 되고 먹적에 맞춰 편집해야 된다는 것이다.  336


메모는 또다른 여행의 길 - 여행을 조항한다고 여행에 대한 글이 저절로 써지는 것은 아니다. 여행과 글쓰기는 다른 영역의 행위다. 여행작가가 되려면 여행은 물론 글쓰기 또한 지독하게 좋아해야 한다. 나의 일기장에는 현장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와 함께 주관적인 감정, 사유, 현실 정보들이 다양하게 담겨져 있다.  342


거짓과 과장은 피하되, 글 쓰는 과정에서 피어오르는 약간의 감성과 자유로운 창의성은 양념처럼 허용하기로 했다.  345


"우선 써라. 글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쓰는 것이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은 손가락이다."  351


그렇게 쓰고 난 후에 읽어보면 버릴 게 상당히 많아지거나, 아예 싹 다 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352


나는 여전히 어떤 그링 좋은가,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을 모른다. 그러나 고민하다보면, 그 고민 자체가 익은 열매 떨어지듯이 툭 떨어질 때가 있다. 그 순간 바쁜 머리가 고개를 숙이고 뜨거운 가슴의 열기가 솟구친다. 그 기운으로 글을 쓴다.

그런데 그게 한 번에 되지는 않는다.

'버려짐'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그 '버려지는 것'들이야말로 불쏘시개가 되어 가슴의 열기를 서서히 지피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지런해야 한다. 부지런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355

한 길에서 프로로서 생존한다는 것은 더 어려운 길이다. 세상에 진입하기 위해서 수많은 문턱과 장벽들을 넘고, 재투자와 자기 성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362


자신의 길을 선택했다면 그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 외에 세상을 잘 살아가는 방법은 없다. 또한 행복으로 가는 길도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자신이 개척하는 것이다. 길 없는 길을 만들어가는 길, 거기에 짜릿한 기쁨이 있다.  364


인간은 의미를 찾는 동물이다. 마음이 괴로울 때, 앞날이 막막할 때, 혹은 과거가 후회될 때 나는 자꾸자꾸 의미를 생산한다. 그 의미를 토앻 후회스럽던 과거가 보람 있는 과거로 변하고 막막하던 미래가 밝고 희망찬 미래로 변한다. 또한 흔들리는 현재가 기쁘게 다가오기도 한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고, 미래를 알 수도 없지만 의미의 세계에서는 얼마든지 과거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인간은 보잘 것 없지만 위대하기도 하다. 선한 생각, 선한 의미를 계속해서 생산해내면 자신의 삶이 그렇게 변해간다고 나는 믿는다.  369


솔직히 한 길을 오래 가는 데 있어 재미는 일시적이다.  370


문답

초보자가가 여행기를 쓸 때 피해야 할 것

- 자기의 경험을 다 쓰려고 하지 말라. 여행기는 자신의 일기장을 옮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일기장이라는 재료를 바탕으로 하나의 집을 짓는 것이다.  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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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책을 시작하며 .. 8

1부 시작하기

  1장 습작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가? ..22

  2장 여행 떠나기 .. 48

  3장 내용에 관한 생각 일깨우기:기초훈련 .. 55

2부 작가의 역량

  4장 창조력 .. 92

  5장 기억과 전문 지식 .. 108

  6장 관찰력 .. 121

  7장 상상력 .. 142

  8장 잠재의식 .. 168

  9장 호기심 .. 177

  10장 셜록 홈스의 글쓰기 학교 .. 203


하버드 글쓰기 강의 (下) 보러가기 


책을 시작하며

이 책은 그 흔한 출판 전략 하나 일러주지 않고 독자의 심리를 깊이 파고드는 기술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글 쓰는 데 필요한 문법도 가르쳐주지 않고, 어떻게 하면 불티나게 잘 팔리는 베스트 셀러 소설을 쓸 수 있는지 그 방법 역시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 대신 이 책은 글을 쓰는 모든 작가에게 꼭 필요한, 가장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기술을 어덯게 하면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또한 작가라는 사람들은 글을 쓸 때 아무 거리낌 없이 그저 쓰기부터 시작하는지 아니면 글을 쓰는 내내 보통 사람처럼 답답함을 느끼거나 혼란을 겪는지 그런저런 것들을 함께 보여줄 것이다.  8-9


글을 쓰는 데에는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첫째, 글을 쓰려면 한 편의 글에 담길 내용을 찾아내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주제를 찾아내고, 주제에 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발견하는 능력이 없으면 글을 쓸 수 없지 때문이다.

둘째,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독자를 헤아리는 능력이 필요하다. 

셋째, 글을 쓰려면 자신이 소통을 위해 다루고자 하는 장르나 형식에 관해 알 필요가 있다. 

넷째, 글을 쓰려면 내 마음속 생각을 독자의 마음속에 집어넣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10-11


그런 지식을 타고나는 작가는 없다. 종이 위의 소통을 위해 필요한 기술은 기본적으로 학습된 기술이다.  11



습작은 타격 연습이나 악보 연습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반복적인 행동이다.

습작이 단지 맹목적인 반복이란 뜻은 아니다. 훌륭한 야구선수라면 타격 훈련을 할 때 무작정 방망이를 반복해서 휘두르기만 하지는 않는다. 타격을 할 땐 한 순간에 온 정신을 한데 모은다. 한 예로 방망이를 휘두르는 순간, 방망이를 잡은 손에 온 정신을 집중한다. 또 공을 치는 순간, 공을 바라보는 눈에 온 정신을 집중할 수도 있다. 종이에 글을 쓰는 것 역시 한 순간, 한 가지 대상에 온 정신을 집중하는 행위다. 바로 이것이 글쓰기으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27


습작을 시작할 때면 자기도 모르게 학창 시절의 사고방식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모든 것을 '올바로' 했는지 알고 싶어한다.  28

'이 글은 지난번 것처럼 좋지는 않아. 더 이상 그런 글을 쓸 수는 없을것 같아'하고 생각하게 된다.

습작할 때 마음속으로 평가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30


훈련은 학습을 위한 도구다.

평가하는 태도를 버려라. 그 대신 '이렇게 쓰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군' 하는 식으로 자신에게 속삭이는 것이다.  33


습작은 놀이 같은 것이다.

훈련을 할 때 놀이처럼 하기 위해서는 발견을 통해 배우는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 

스스로 다음번에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찾아내게 될 것이다.  34


무엇이든 상관없이 계속 펜으로 끼적거리는 것이다. 이 말은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이며, 앞으로 돌아가 단어에 밑줄을 긋거나 단어를 고치거나 바꾸지 않는다는 뜻이다.  35


프리라이팅(freewriting) - 10분 동안 작가가 되는 훈련을 한다는 것.

이제 몇 분의 시간을 더 들여-자신이 원하는 만큼-종이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과연 이 훈련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스스로 골라 쓴 어휘를 볼 때 무엇이 눈에 띄는가? 어떻게 그 단어가 생각났는가? 글을 쓸 때 마음속의 어떤 생각에 주목했는가?  36


훈련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흔히 글을 쓸 때 마음을 편히 먹었다고 주장한다. 어떤 사람은 글을 쓰면서 새로운 생각이 끊임없이 떠오르는 것에 놀랐다고 말하기도 한다. 때로는 한동안 생각해두었던 것에 깊이 빠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사람도 있다.  37


창조적인 기능은 누구에게나 있다.  39

훈련의 요점은 연습 자체에 있지 즉각적인 결과에 있지 않다.  40



프리라이팅을 위한 지침

- 무슨 일이 있어도 적어도 10분 동안은 계속 펜을 놀려라. 시계를 보지 말고 대신 자명종이나 스톱워치를 활용하라.

- 멈추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도 이 욕구에 따르면 안 된다. 말하고 싶은 것이 생각날 때까지 똑같은 것을 반복하더라도 끝까지 멈추지 말고 펜을 놀려라. 쓰는 도중에 다른 표현이 생각나도 먼저 쓴 것에 줄을 긋거나 편집하지 마라.

- 어디까지나 사적인 일이라는 생각을 분명히 하라. 무엇을 쓰고 싶든지 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 원한다면 한 가지 주제로 시작할 수 있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그리고 한 가지 주제로 시작했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주제로 바꿀 수 있다. 다만 계속 펜을 놀려라. 순서나 단어 선책, 문법의 정확성에 관해서는 걱정하지 마라. 이것을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원하지 않는 부분에서 생각이 뱅뱅 맴돌 때는 방향을 바꿔라. 이 훈련의 주제는 여러분 자신이다.

- 이 글에 대해 아무런 기대를 하지 마라.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 상관도 없다. '이번에는 어떤 아이디어나 이미지가 떠오를지 궁금하다'는 태도만 유지하라.

-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과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종이에 옮겨라. 마음속에 '이건 끔찍해! 무슨 생각이 나든 그걸 쓸 수 있을 것 같아?'라든가 '와우, 대단한데! 곧 스티븐 킹 같은 자가가 될거야'하는 목소리가 들리더라도 무조건 무시하라. 계속 펜만 움직여라.

- 처음에는 자신이 쓴 것을 읽어보지 않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 읽고 싶어도 잠시 기다리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행여 읽더라도 너그러운 자세로 읽어라. 편집하거나 비평하지 마라. 단지 종이 위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만 주목하라.  43-44



기초 훈련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단순하다.  46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즉 "재능이란 다른 사람에게만 있다고 생각하는 가정, 그런 생각이야말로 자신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글쓰기 능력이 있다.  50


습작을 위한 준비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기 바란다. 먼저 다음 질문에 답해보라. 여러분은 어느 시간대에 에너지가 가장 충만한가? 여러분은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고 싶은가 아니면 원할때면 아무 때나 쓰고 싶은가? 혹시 이 두 가지 경우 모두에 해당되는가?

이제 여러분의 이상적인 글쓰기 장소를 상상해보라. 그곳은 어디인가? 하루 중 어느 시간대에 그곳을 이용하는가? 그곳은 어떻게 생겼는가? 그곳에서는 어떤 소리가 들리는가? 당신이 거기서 보거나 냄새 맡거나 만지는 것은 무엇인가? 당신은 어떤 옷을 입었는가? 혼자 있는가 아니면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가? 무릎에서 고양이가 자고 있는가? 발치에 개가 누워 있는가? 그곳은 조용한가 아니면 음악이 들리는가? 음악이 있다면 어떤 음악인가? 당신 주위에 있는 이 모든 것은 편안한 느낌을 주는가 아니면 어떤 영감을 불러일으키는가?

이 모든 것을 마음속에 담고 그것을 그림으로 바꾸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52-53


어떻게 하면 가장 편안한 환경을 만들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른 조명이나 다른 의자, 다른 배치로 실험하고 싶을 수도 있다. 꼭 이런 형태는 아니겠지만 사실 글쓰기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육체적인 활동이다. 육체적으로 편안할 때 글쓰기에 더 많은 힘과 정력을 쏟을 수 있다.

단지 펜과 종이만 준비하고... 시작해 보는 것이다.  54



작가의 정신 : 내용에 관한 생각과 기교에 관한 생각

내용에 관한 생각이란 무엇인가? 글로 쓸 생각과 활용할 재료를 찾아내는 작가의 정신과 관련한 부분이다. 내용에 관한 생각을 잘 단련한, 노련한 작가는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정보, 장면, 이야기, 인물, 세부적인 묘사 같은 내용을 잘 포착해 독자의 관심을 이끌어낼 줄 안다.

기교에 관한 생각이란 무엇인가? 말해야 할 내용을 전달하는 작가의 정신과 관련한 부분이다. 기교적인 생각은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큰 기교, 예를 들어 소설을 어떻게 쓸 것인가 또는 기명 칼럼은 어떠해야 하는가 따위이고, 또 하나는 작은 기교, 이를테면 어휘를 선택해서 그것을 문장과 문단에 조합하는 기교다.

각각의 부분을 잘 익히기 위해서는 둘을 분리해서 훈련하는 것이 좋다.  58


프리라이팅의 진정한 목적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번째 목적은 내용에 관한 생각과 친숙해지고 그 생각을 다루는 법을 익히는 데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두번째 목적은 규칙적인 훈련으로 내용에 관한 생각을 강화해서-특정한 정신의 근육을 단련하는 것-재료 제공을 원활하게 하자는 것이다. 

어휘보다 재료에 집중하는 훈련을 하면 할수록 말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는 것도 그만큼 더 쉬워질 것이다. 

이 훈련을 꾸준히 한다면 자신이 불러낸 재료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라도 결국에는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64



자료 없이 글을 쓸 수없는 사람은 없다.

풍부한 재료.. 재료가 풍부하다면 그 많은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66


자료 모으기에는 내부 모으기와 외부 모으기 두 가지가 있다.

내부 모으기란 자기 마음속에 있는 재료를 모으는 것이다. 여러분의 경험과 생각, 꿈, 읽은 책, 시청한 영화를 불러 모으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 머릿속에 저장된 것을 떠올린다고 보면 된다.

외부 모으기는 자기 주변에서 불러 모으는 것이다. 읽기로 마음먹은 책이나 관심 있는 것에 대한 조사, 우연히 듣게 된 대화 같은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록하는 일임을 명심하라.  67


사실상 자료를 모으는 순간에 그 자료가 훗날 소용이 될지. 안 될지 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저 자신의 직관을 믿고 뭔가 매혹적이거나 중요하다고 여겨지면 그것을 적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여러분은 필경 그 느낌을 잊고  말 것이다.   69



연습 : 프리라이팅에서 모으기

온힘을 내용에 집중해서 프리라이팅을 많이 하다 보면 싫증이 날 수도 있다. 이때는 원한다면 자신이 쓴 것을 훑어보고 눈에 띄는 대목에 표시를 할 수도 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전체 구절 등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뭐든지 표시를 한다. 컴퓨터로 프리라이팅 연습을 했다면 새 문서를 열고 표시한 모든글을 붗이기 하면 된다. 펜과 종이를 사용했을 경우에는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요절에 동그라미를 친다든가 해서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표시를 하면 된다. 원한다면 또한 표시한 자료를 새로 작성해 컴퓨터에 자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여러분은 작가의 또 다른 필수적 훈련인 새로운 차우너의 모으기를 경험해볼 기회를 자기 자신에게 부여한 것이다.  72



나는 학생들에게 분명히 말한다. 많은 독서를 하지 않고서는 작가가, 또는 유능한 작가가 될 수 없다고.

여러분은 작가로서 독서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이 말의 뜻은, 가장 중요하고 우선되는 것으로서 즐거움을 위해 독서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74


어떤 것으든 좋으면 읽는 것이다.

기쁨을 위한 독서를 한다면 무의식중에 작가의 문체자 기술을 흡수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책을 읽을 때 자기 자신을 사로잡는 것에 주목하라.  75


책읽기는 그 어떤 행위보다도 내용에 관한 생각을 키워줄 것이다.  78


연습 : 내용에 관한 생각과 더불어 하는 책읽기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이나 시, 수필을 읽어라(어떤 종류의 글을 좋아하든). 이제 그 글의 내용을 생각해 보고 마음에 떠오르는 것을 적어보라.

이 작가는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가?(예를 들면 어떤 인물이나 사건, 어떤 상세한 묘사, 어떤 아이디어를 사용했는가?) 이 재료의 무엇이 마음에 드는가? 작가는 이 재료를 어떻게 얻었다고 생각하는가? 작가가 이 특정한 재료를 사용한 까닭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79



습작을 할 때 일어나는 멋진 일 중 하나는 이 훈련이 작가로서의 자신을 아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여기서 쓰는 글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완전히 개인적인 것이어서 글을 쓸 때 마음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주목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은 단순히 종이에 단어를 나열하는 훈련으로 자신이 매우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훈련을 할 때 머릿속에서 어떤 커다란 목소리가 '훈련을 방해한다는 것도 알 것이다. 바로 '어떻게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라거나 '어쨌든 프리라이팅이라는 이 한심한 훈련을 왜 하는 거야?' 같은 목소리들 말이다. 또는 글쓰기를 할 때 아침 일찍 쓰거나 라디오를 켜고 쓰거나 조용한 데서 쓰는 것이 더 좋다는 여러 가지 사실도 알게 될 것이다. 또는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바라보는 거라든가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 것 역시 좋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노트보다는 컴퓨터로 쓰는 것이 더 낫다는 거라든가 자신의 내용에 관한 생각이 더 이상 써줄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주제들로 꽉 차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처럼 글쓰기와 작가로서의 자신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것은 한도 끝도 없다. 무엇보다 실습 작가가 되려면 배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81


작가가 되기를 원한다면 또는 훌륭한 작가가 되기를 원한다면 배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말은 자신에게 시간을 제공하여 배울 기회를 허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82


자신의 습작을 돌아볼 때 평가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는 것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주요한 것은 자신이 하지 못한 것에초점을 맞추기 보다, 또 그 이상 성취하지 못한 자신을 비판하기보다 훈련 중에 자신이 성취한 것을 주목하고 그 진가를 아는 것이다. 자기가 해낸것, 자기가 배운 것에 주목하고 제대로 인식할 때만이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고, 그것은 우리의 일부가 된다. 바로 이것이 피상적이 아닌, 깊은 의미에서의 진정한 배움이다.  83-84



연습 : 자신의 글쓰기 돌아보기

이 연습은 프리라이팅 훈련처럼 한다. 10분간 또는 그 이상 계속 펜을 놀리는 것이다. 글을 쓰며 지난 몇 주간 글쓰기를 하는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반성해본다. 

자신의 글쓰기 내용이나 자기 자신의 내부에서 또는 이 두 가지 모두에게 무엇을 주목했는가?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훈련 중에 무엇이 도움이 되었나? 또는 무엇이 도움이 되지 않았는가? 다음 단계로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이든 생각나는 것을 적어보라.

자신을 돌아볼 때에는 평가의 생각은 멀리한 채 습작을 하고 또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주목하고 어떤 칭찬이나 비난을 배재한 상채에서 단순하게 그 일을 적는다. 아마 여러분은 스스로 이런 물음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이 훈련은 나에게 무엇을 가르치는가? 나는 글쓰기에 대해서 또는 작가로서의 나 자신이ㅔ 대해서 무엇을 배우는가? 다음 단계의 글쓰기로 나가고 싶거나 나갈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부분은 어디인가? 오늘 작가로서의 나의 직관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렇게 하면 자신이 배운 것을 의식하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그러면 이 여행의 어느 지점까지 왔는지 또 다음 단계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자신의 훈련을 돌아본다면 '작가의 직관'으로 자신의 생각을 듣는 데 도움이 된다. 작가의 직관이란 보통 의식적인 생각보다 작가로서 발전하는 데 필요한 거을 더 잘 아는 내면의 목소리다.  85-86


나는 작가가 되는 데 재능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끝없이 초보자의 자세를 유지하면서- 기꺼이 배우는 사람이 되겠다는 자세라고 굳게 믿는다. 

배움을 돌아보는 훈련이 글을 쓰는 나 자신을 마치 어린애처럼 생각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어린아이가 자라고 발전하는 데 필요한 것은 비판이나 지나친 칭찬이 아니라 격려와 지원이다. 

자신을 돌아보는 훈련은 특정 주체에 대한 글쓰기를 계획할 때에도 큰 도움이 된다. 때로 어떻게 자신을 돌아볼지 성찰하고, 특정 문제에 관해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놀라운 통찰과 해결방법을 찾기도 한다.  87



연습 목록을 관리하는 법

연습하고 싶은 목록을 작성한다면 훈련 시간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1.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지금 하고 싶은 연습은 무엇인가?"라고 자신에게 물어보면서 훈련 돌아보기를 연습한다.

2. 연습하고 싶은 것 서너 가지를 골라서 목록으로 작성한다.

3. 이 목록을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는다. 컴퓨터에 자장하거나 노트 맨 앞쪽 계획표에 붙일 수 있다.

4. 글쓰기를 할 시간이 조금이라도 잇다면 -단 10분이라도- 이 목록에 적힌 훈련 한 가지를 골라서 한다. 

5. 새 훈련을 시작하면서 친숙한 것을 반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될 때에는 목록을 다시 작성한다.  89



창조적이란 말은 ... 나 자신이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거나 상상하지 목한 것을 찾아낸다는 뜻이다.  93


글쓰기에서의 창조력이란 (또는 다른 행위에서도) 이보다는 재료를 모으고 모은 재료의 '조각'을 선택하고 각 조각을 서로 연결하는 과정을 말한다. 우리의 내용에 관한 생각을 많은 재료로 채우지 않는 한 우리는 창조적일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재료를 모으는 훈련에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다.  94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찾는다는 것은 작가가 되기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자신의 주제는 어떻게 찾아내는가?

1. 질문을 제기하라. - 창조적인 기능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거기서 들리는 대답을 적음으로써 주제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 시작에 필요한 몇 가지 질문을 예시해보겠다. 이 연습이 마음에 든다면 자신만의 주제를 편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대답이 들릴 때에는 계속 펜을 놀린다. 첫 질문으로 시작하되 싫증이 날 때까지 이 물음에 매달리고 나서 다음번 물음으로 넘어간다. 쓰려고 할 때 뭔가 들리는 소리가 있으면 10분 정도 지날 때까지 편한 마음으로 소리를 듣는다. 이런 질문에 대해서는 딱히 정답이 없다. 어쩌면 조잉 위로 옮겨지는 글을 보고 깜짝 놀랄 수 있다. 동시에 자신이 원하지 않는 영역을 참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간단히 방향만 바꾸면 된다. 원한다면 그때그때 다른 질문을 선태갛고 대답하면서 이 훈련을 한 번 이상 하도록 한다. 

 -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가?

 - 최근에 어떤 생각을 했는가?

 - 계속 마음을 사로잡은 생각은 무엇인가?

 - 고민거리가 있는가?

 - 무엇에 관심이 있는가?

 - 무엇을 아는가?

 - 확고한 의견을 지닌 주제가 있는가? 그렇다면 그 의견은 무엇인가?

 - 마음속에 담아둔 장소나 사람이 있는가? 그 장소는 어디고 그 사람은 누구인가?

 -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 과정이 끝나면 자신이 쓴 것을 읽어보고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는 주제로 보이는 것에 동그라미를 치거나 밑줄을 긋는다.

2. 노트를 활용하라. - 작가노트를 활용한다면 노트가 쓸 거리에 관해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해줄 것이다. 가끔씩 거기에 기록된 내용을 훑어보고 '이것에 대해 더 쓰고 싶어'하고 생각나는 항목이나 구절이 있으며 옆에 체크를 해둔다. 간혹 그 중요성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이 어떤 특정 주제에 관해 반복해서 써왔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도 있다. "나는 정말 산에 관심이 많군"이라거나 "할머니에 대한 글을 많이 쓰고 있다. 계속 쓰고 싶은 생각이 든다"하는 식으로 두드러진 주제가 나오면 이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주제로 쓰고 싶다고 생각되는 것을 적어본다.  95-97


글쓰기란 하나의 과정이다. 이것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단번에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97


초첨화된 프리라이팅  99



연습 : 내부 모으기를 하기 위한 초점화된 프리라이팅

앞서 연습한 '자신의 주제를 찾아라'에서 찾아낸 주제 하나를 고른다. 이것을 새 페이지의 맨 위에 기록한다. 프리라이팅 기초훈련처럼 초점화된 프리라이팅도 아주 간단하다. 적어도 10분간 계속 쓰고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한 아무도 이 글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또 훈련을 하면서 지금 쓰는 것이 완성된 글도 아니요 초고도 아니라는 시실을 염두에 둔다. 그러므로 서론, 본론, 결론 같은 것은 필요 없다. 글의 구성에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이 글을 이해할 필요도 없다. 여러분이 지금 하는 것은 자신의 내부에서 지금 자신의 주제가 될 것을 모으는 일이다. 정보 조각이라든가 이야깃거리, 사람, 이미지, 아이디어, 어휘, 구절, 질문 등 어떤 것이라도 좋다. 내부 모으기는 수년간 창고 깊숙이 처박아놓고 열어보지 않은 상자를 들여다보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 사용하고 싶은 주제를 당장 성택하지는 않는다. 단지 거기에 뭐가 들었는지 알아보는 거이다. 마음속에 떠오른 것을 검열하려고 하면 안 된다. 그것이 자신의 주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면-아무리 낯설고 연결고리가 미약해 보이더라도-노트에 적는다. 생각이 또렷하지 않을 때에는 뭔가 말할 생각이 날 때까지 단어 하나나 구절 하나를 계속 반복한다. 

'어디든지 제한 없이 가는' 기초적인 프리라이팅과 초점화된 프리라이팅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이 차이는 창조적 기능에 제공할 방이 몇 개나 되는가와 관꼐가 있다. '제한 없이 가는' 프리라이팅으로는 자신의 창조적 기능이 어디든 향할 수 있다. 초점화된 프리라이팅을 할 때에는 활도을 펼칠 특정 공간을 제공하고-자신이 선택한 주제 영역-그곳에 머무르도록 한다. 여러분이 지금쯤은 알고 있을 창조적 기능은 이곳저곳 거침없이 뛰어다니면서 제 맘대로 놀고 제 맘대로 돌아다니는 길들이지 않은 강아지와 같다. 따라서 여러분은 자신의 창조적 기능이 마치 강아지처럼 지정해준 '뜰'을 벗어나서 밖으로 나가고 싶어한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때로 창조적 기능이 이렇게 할 때에는 여러분이 지정해준 것과는 다른 주제에 대해 놀라운 아이디어를 줄 때도 있다. 이런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면 노트 여백에 아이디어를 적거나 한 줄 띄고서 아이디어를 적기도 하고, 아니면 몇 줄 건너뛰고 적도록 한다. 그런 다음에는 곧장 선택 주제에 대한 프리라이팅으로 다시 돌아가면 된다. 하지만 때로는 창조적 기능이 갈팡질팡하며 주제와는 아무 상관없는 방향으로 이끌 때도 있다. 그렇다고 다른 주제에 대해 신통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저녁 식사로 무엇을 먹을까 하는 생각이나 잡다한 공상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창조적 기능을 달래며 살며시 주제로 돌려 놓으면 된다. 마음이 주제를 벗어날 때에는 "그래, 잘했어"라고 일단 쓴다. "저녁식사는 생선요리가 좋겠어. 하지만 지금은 할머니에 관한 얘기를 쓰려고 했잖아. 할머니에 관해 말하고 싶은 것이 또 뭐가 있지?..."하는 식으로 주제로 돌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성급하게 주제를 벗어났다는 판단을 내리면 안 된다. 때로 창조적 기능은 가치 잇는 통찰이나 정보 조각으로 안내하기까지 구불구불한 긴 경로를 거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저녁 식사로 생선요리'라는 생각이 생선을 잡아 요리하는 할머니의 모습 같은, 평소 같으면 찾아낼 수도 없는 놀라운 기억을 되살려줄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서든 적어도 10분간은 계속 펜을 놀려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그런 다음 이 연습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잠시 돌아보는 것이다. 이 연습을 했을 때 무엇이 눈에 띄는가? '제한 없이 가는' 프리라치팅 기초훈련보다 '초점을 맞춘' 프리라이팅이 더 어려웠는가? 아니면 더 쉬웠는가?

이 연습이 마음에 든다면 잘 보이는 노트 한쪽에 쓰기 목록을 기록할 수도 있다. 그러면 다음 기회에 글쓰기를 하려고 자리에 앉았을 때 이 목록에서 하나를 골라 초점화된 프리라이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100-102


어떤 성과보다는 훈련 자체에 몰두할 때 재료를 탐사하는 데 있어 완벽한 자유를 맛볼 수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대로 그 재료를 가지고 즐기면 된다.  106


완성된 글을 시도하기 전에 될 수 있으면 많은 재료를 모을 것을 권한다.  107



연습 : 질문하기

재미있게 재료를 기억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더라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 아주 유용한 재료로 들어가는 문이 열릴 수도 있다. 아래의 질문을 자신에게 제기하면서 답을 적어보거나 자신만의 질문을 해보라. 첫 번째 질문에 답을 적으면서 쓰기를 시작한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때까지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한 가지 질문이 여러분의 마음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 때에는 반드시 원하는 만큼 그 방향을 유지하라.

 - 어떤 재로를 기억에 담아두는가? 기억이 일종의 배낭이라면 거기서 어떤 재료를 꺼내고 싶은가?

마음에 어떤 장소가 들어 있는가? 좋아하는 곳인가? 아니면 차라리 잊고 싶은 곳인가? 도시나 집, 방 같은 곳인가? 아니면 산이나 숲, 은밀한 상상속의 장소인가?

 - 기억에 어떤 사람들이 들어 있는가? 기억하고 싶은 사람인가? 당신을 귀찮게 따라다니는 사람인가? 책이나 영화에서 본 인물인가? 만나고 싶은 유명 인사인가?

 - 마음속에 특별한 장면이나 기념품이 들어 있는가? (내가 ~~ 할 때)

 - 기억에 어떤 이야기가 들어 있는가? 그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을 아는가? 그 사람은 무슨 일을 했는가?

 - 즐겨 떠올리는 기억이 있는가? 아니면 별로 없는가?

 - 과거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충분한 문답을 했다는 생각이 들면 아무 때나 편하게 중단하라.  110-111



연습 : '나는 ~~을 기억한다'

'나는 ~~을 기억한다'는 말로 프리라이팅 훈련을 시작한다. 한 가지 기억에 대해 싫증이 날 때까지 쓴다. 그러다 생각이 막히면 '나는 ~~을 기억한다'는 말을 다시 쓴다. 훈련 시간이 끝날 때까지 이것을 반복한다. 

단순히 '나는 ~~을 기억한다'는 말로 문장을 끝낼 수도 있다. 그런 다음 구체적인 기억으로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이 끝날 때까지 계속 반복해서 이것만 쓸 수도 있다.  111



연습 : 사진 활용하기

과거의 기억이나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 또는 기념품을 꺼내서 훈련하는 동안 앞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그 사진이나 기념품에 대해 생각나는 것을 적어본다. 원한다면 각 대상에 목소리를 주어 대상이 여러분을 향해 말하게 할 수도 있다.


연습 : 기억을 활용해 모으기

앞의 연습에서 쓴 것을 모두 읽어본다. 눈에 띄는 것은 모두 표시한다. 이제 여러분이 표시한 항목 중에서 탐사하고 싶은 주제를 선택하라. 그 주제를 새 페이지의 맨 위에 써본다.

이제 지난 장에서 설명한 초점화된 프리라이팅을 활용하여 선택한 주제에 대해 10분간 쓴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기억하는 사람이나 장소, 경허에 대해 세부적인 내요을 모으려고 노력하라. 그때는 하루 중 어느 때였나?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고 있었나? 그들은 무엇을 했거나 또는 말했는가?

이 기억훈련을 할 때 사람들은 때로 자신의 기억이 '올바른' 것인지 걱정한다. 수업 중에 한 학생이 이렇게 물었다. "내가 기억하는 내용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과 똑같다고 확신해야 합니까?" 그러자 다른 학생은 또 이렇게 물었다. "저도 계속 그런 생각이 들어요. 같은 경험을 한 다른 사람도 저와 똑같이 기억할까요?" 그러면서 덧붙였다. "이런 생각이 들면 아치 '삭제 버튼'처럼 쓴 것을 지우게 되거든요."

지금 하는 것은 노트에 기억을 모으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하라. 그것을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잘 알다시피 기억이라는 것은 주관적이고 불명확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라. 일어난 사실을 있느 그대로 기억하지 못한다고 잡아갈 '기억의 경찰'은 없다. 토론 수업 중 한 여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기억은 꿈과 같은 특성이 있어요. 팬웨이 파크 경기장에서 본 할렘 글로브트로터(Haelem Glibtrotter, 농구경기와 연극, 코미디를 섞어 관중에게 보여주는 농구단)의 농구경기를 쓰려고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잘 쓸 수가 없는 거예요. 머릿속에는 야구의 3루 베이스라인에서 휘날리는 분필가루만 또렷하게 보였거든요." 여러분이 언젠가 회고록을 발간하기로 결심했다면 여러분의 소재가 기억에 의존한 경험일 뿐 입증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분명히 밝힐 수 있을 것이다.  112-113


"마음속에 모든 재료가 잇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주장하는 학생들에게 나는 이렇게 답한다. "우리가 성인이 된 후 20~30년이 넘는 세월을 살면서 말할 거리를 엄청나게 모으지 않고서는 이 지구상에서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기억은 글쓰기 재료를 위한 거대한 원천이다.  114


작가의 꿈을 키우는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이 아는 것을 쓰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아는 것은 자신의 경험이나 감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기억은 자기 자신의 삶에 관한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는 또 다른 재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내가 한층 더 재미있는 것이라고 표현하곤 하는 이 재료는 바로 우리의 전문적인 지식이다.  115



연습 : 무엇을 아는가?

"여러분이 아는 것은 무엇입니까?" 나는 때로 학생들에게 묻는다. "혹시 증권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나요? 또는 알려지지 않은 르네상스 화가에 관해서는 알고 있나요? 백파이프 연주법을 아나요? 악기의 역사에 담겨 있는 많은 이야기라든가 야구 팬으로서 여러분이 응원하는 팀의 수많은 기록을 아나요?"

10분 정도 시간을 들여 자신이 아는 것을 모두 목록으로 작성해보라.(이런 전문 지식 영역은 꼭 학술적인 주제이거나 '중요한' 주제일 필요는 없다. 여러분은 10대를 양육하는 문제에 관해 아는 것이 있는가? 또는 바(bar) 관리 방법을 아는가? 이런 것들을 목록으로 작성해보라.) 프리라이팅 훈련을 할 때처럼 마음을 편히 먹고 생각나는 것을 검열하려고 하지 마라. 생각이 막히면 그냥 '나는 ~~을 안다' 또는 '나는 ~~하는 법을 안다' 하는 식으로 쓰면서 문장을 완성한다. 생각이 나지 않ㅇ르 때 물결 표시를 채울 필요는 없다. 계속 펜을 놀려라.  116



연습 : 전문 지식을 활용해 모으기

목록을 모두 읽어보면서 눈에 띄는 항목에 표시를 한다. 그중 한 가지 주제를 골라서 노트의 새로운 페이지의 맨 위에 쓴다. 이제 초점화된 프리라이팅 기술을 활용하여 지금 선택한 주제에 관해 생각나는 것은 모두 페이지에 모은다.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어도 뭔가 새로운 것이 생각날 때까지 쉬지 않고 펜을 놀린다. 주제에 대한 지식 사이사이에 빈틈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제2부 '작가의 역량'의 제9장 '오기심'에서는 더 많은 재료를 모으는 데 도움이 되는 주제에 관해 더 잘 알려면 어떤게 필요한지 알아볼 것이다.  117


아는 것을 진지하게 살펴보라. 그것이 엄청난 재료를 제공해 줄 것이다.  119



내부 모으기를 활용하여 재료 모으는 법

 - 자신의 노트를 쭉 훑어본다. 또는 작가의 역량을 발휘해서 주제가 될 만한 목록을 나열해 본다.

 - 목록을 읽어보고 눈에 띄는 항목에 표시를 한다.

 - 표시된 항ㅁ고에서 하나를 골라 그 주제를 새 페이지의 맨 위에 적는다.

 - 초점화된 프리라이팅 기술을 활용하여 지금 이 주제에 관해 생각나는 것을 모두 적는다.

 - 이것은 완성된 글을 쓰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라. 여러분은 단순히 재료를 제공하느 ㄴ내용에 관한 새악에 용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어떤 조각을 사용할 것인지는 이후에 결정할 수 있다. 

 - 모으기 훈련을 많이 할수록 내용에 관한 생각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120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고 주목하는 관찰력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지니는 인간 본래의 능력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관찰력을 별로 사용하지 않아 이 기능이 퇴화된 사람들이 많다. 그렇더라도 관찰력은 훈련으로 언제든지 다시 소생시킬 수 있는 기능이다.  122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주목하기만 하면 된다. 오늘 본 구름의 모습은 무엇을 닮았나? 지하철에서 옆에 앉은 사람은 어떤 옷을 입었는가? 기차의 소음은 얼마나 시끄러운가? 샌드위치는 맛이 어떤가?

관찰은 판단이 아니다.

관찰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첫 단계는 속도를 낮추는 것이다.  123


외부 모으기는 작가가 해야 할 또 다른 필수 훈련이다. 외부 모으기에는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사람들의 관찰력을 단련시켜주고 써야 할 것에 관한 아이디어와 단편적인 대화, 이미지, 세부 묘사 등 글쓰기에 사용할 재료 또한 제공해준다.  125


특수한 관찰력을 발달시키려면, 할 수 있는 한, 완전히 현재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지능이나 기억력 대신 감각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오로지 감각만을 유지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126



연습 : 감각을 사용하라

노트와 펜을 준비하고 20분 정도 앉아 있을 만한 곳을 찾아보라. 원한다면 집안이라도 상관없다. 하지만 카페라든가 공원 벤치, 즐겨 찻는 강변의 어느 한 곳 등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이다. 이국적인 나비나 식물을 채집하기 위해 야생의 자연을 찾아나서는 과학 탐험가처럼 자신이 탐험여행을 한다고 상상할 수도 잇다. 하지만 여러분이 하는 이 탐험은 단순히 노트에 탐험한 것을 기록하기 위해, 감각으로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므로 집으로 표본을 가지고 올 수는 없다.

장소가 정해지면 그곳을 앉아 관찰하라. 사람에게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오감이 있다는 사실을 염두게 둔다.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감각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나무를 본다면 가까이 다가간 다음 어떤 느낌인지 알아보기 위해 손가락으로 나무 껍질을 만져 볼 수 있다. 또 나무 냄새를 맡아보기 위해 나무에 코를 대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가지를 꺾어 맛을 보면 안 될 것이다. 또 이와는 달리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면 커피의 맛은 확실히 모을 수 있는 세부적인 감각이 될 것이다. 

'완벽하게' 관찰하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때의 관찰이 흔히 하는 행동이 아니라면 처음에는 어렵게 생각될 수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이것은 단순한 훈련이라는 것을 염두에 인내를 가지고 자신의 관찰 기능을 단련하면 된다. 훈련을 하면서 발생하는 일의 하나는 세부적인 감각이 제공하는 것을 여러분이 배우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여러분은 세부적인 색깔과 빛, 모양, 틀, 크기, 거리, 동작과 시각적 구조에 대해 눈이 제공하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또 귀는 소리의 강약과 거칠고 부드러움, 속도, 지속 기간, 리듬, 음의 고저처럼 소리의 질을 주목한다. 손가락과 피부는 무엇보다 대상의 따뜻함과 차가움 같은 구조를 알아낸다. 코와 입은 단막과 쓴맛, 열기와 냉기 같은 질적 특성을 알기 위해 흔히 협동작용을 할 때가 많다.

훈련을 하는 동안 통일성 있는 문장과 문단을 구성하려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하게 재료를 모을 뿐이다. 그것도 오직 자신의 외부에서 모으는 것이다.

정확한 어휘를 찾는 일로 고심하지 마라. 어떤 단어가 생각나든 관찰한 것을 적으면 된다. 문장을 쓰려 하지 말고 그저 세부적인 것을 수집하라. 지금 무엇을 관찰하는가? 될 수 있는 한 특별하고 세부적인 관찰을 시도하라. 또 지금 판단을 하는 게 아니라 관찰을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그러므로 '못생긴 게'라든가 '짜증스러운 소리'같은 말을 썼다면 '못샌긴'과 '짜증스러운'이라는 단어가 판단이 개입된 표현이라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마음속에 그런 판단을 내리게 한 개와 소리의 특성을 찾아보라. 그 개가 긴 몸에 다리와 머리는 작고 침을 입 밖으로 흘리고 있는가? 소리는 끊임없이 날카로운 기계음향을 내고 있는가?

이 훈련을 적어도 20분 가량 했다면(원한다면 그 이상) 그만 멈추고 휴식한다. 

이 외부 모으기 훈련을 하면서 수집한 것은 모두 잠재적으로 언젠가 여러분이 한 편의 글을 쓸 때 필요로 하게 될지 모르는 재료들이다. 하지만 여러분이 모으기 참험을 하면서 수집한 세부 묘사가 언제쯤 한 편의 시나 소설, 수필에 꼭 필요한 재료가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127-129



연습 : 기억 속의 관찰

기억 목록에서 하나를 고른다. 정신을 내부로 집중해서 장소나 사람,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가 본다. 그런 다음 앞선 훈련에서 한 것처럼 세부적인 감각을 모으기 위해 관찰력을 활용한다.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감각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세부적인 감각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모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모을 때까지 마음속에 그려진 그림과 노트 사이를 계속 왕래한다.  131


'블랑시는 추한 옷을 입었다.' .. 옷에 관해 말한 것이지 옷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블랑시는 오렌지색 바탕에 빨강과 노랑 점이 박힌 옷을 입고 있었다.' 또는 '블랑시는 오렌지색 바탕에 빨강과 노랑 점이 박힌 아주 추한 옷을 입고 있었다.'

세부 묘사를 활용해 독자의 마음에 생생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문장(몇몇 이미지나 시 한 줄)을 한두 개 만들어보라.  132


다양한 세부 묘사로 실험해보라. 시각적인 묘사뿐 아니라 촉각이나 청각, 후각의 묘사를 시도해보는 것이다.  133


한 편의 연설이나 글에서 소통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정보, 특수한 사례, 특후한 세부 묘사처럼 특수성이 필요하다. 

특수성을 얻기 위해서는 관찰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다. 특수성은 기억에서 나올 수도 잇고 상상력 또는 책읽기, 자신이 수집한 장소에서 나올 수도 있다.  134



연습 : 특수성의 시선

'그것은 아주 좋은 영화였다' 또는 '파티는 즐거웠다'하는 식으로 될 수 있으면 보편적인 서술을 많이 써본다. 적어도 열 개 정도는 써보라. 그리고 자신을 다른 사람이라고 상상하면서 이것을 큰 소리로 읽어본다. 무엇이 눈에 띄는가? 상상 속의 청취자처럼 거의 자기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의심스러울 것이다.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이야?' 보편적인 진술은 흔히 공허한 진술이다. 글을 읽어보다도 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보편적인 진술을 하나씩 골라서 무엇이든 적절해 보이는 세부 묘사를 동원해 특수한 진술로 다듬어보라. '그것은 아주 좋은 영화엿다. 두 번의 자동차 추격 장면과 세 차례의 살인사건이 들어갔다.'(이러면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는가? 보편적인 진술을 좀더 특수하게 다듬을 때 작가가 말하려는 것을 독자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보편적인 진술은 독자에게 의미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다.)

큰 소리로 먼저 보편적인 진술을 읽어보고 이어 특수한 진술을 읽어보라. 차이를 느낄 수 있는가?

창조적인 글, 업무적인 글, 학술적인 글을 막론하고 어떤 종류의 글이라 하더라도 특수성에 기초할 필요가 있다. 무심결에 하는 대화에서도, 특히 아는 사람과 이야기할 때에는 보편적인 진술을 피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어휘의 의미는 목소리의 음조나 몸짓으로 강조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글쓰기에서 우리가 전달하는 것은 마르이 내용이 전부다.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논쟁을 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자 할 때에는 보편적인 진술만 할 수는 없다. 보편적인 말은 독자의 마음에 아무런 인상도 주지 못하고 그냥 사라져버릴 것이다. 예를 들든가 통계를 제시하든가 일화를 들러줌으로써 자신이 의미하는 것을 독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무엇이든 특수한 것을 시도하라.  135-136



연습 : 세부적인 감각으로 피르라이팅하기

자신의 주변세계 또는 기억에서 세부적인 감각을 모은다. 아니면 이미 모아 놓은 것을 적은 노트를 훑어본다. 눈에 띄는 것이 있으면 표시를 하고 현재 시점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추가한다. 이어 프리라이팅을 하면서-초점을 맞춘것이든 '초점을 맞추지 않은 것'이든 원하는 대로- 이 세부 묘사를 가지고 창조적 기능을 발휘하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기억이든 상상의 세계든 아니면 내면의 성찰이든 원하는 것이 어떤 방향이든 한 발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해 이 세부 묘사를 스프링보드처럼 활용하라.  139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라!" 관찰훈련에 몰두한다면 그 길은 관찰이 가능한 곳으로 여러분을 잘 이끌어줄 것이며, 글쓰기와 일상생활 두 가지에서 모두 풍요로워지게 해줄 것이다.  140



관찰하는 법 : 기초훈련

 - 생활의 속도를 줄여라. 마음을 편하게 먹고 심호흡을 한다. 숨을 쉴 때마다 마음을 어수선하게 하는 정신적인 잡담을 잊어버려라.

 - 이제 머릿속의 생각을 벗어나 관심을 외부세계로 돌린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동물이든 자신의 주변세계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다.

 - 한 번에 한 가지 감각을 사용하면서 관찰을 위해 선택한 것에 대하여 어던 세부 내용을 모을 수 있는지 확인한다.

 - 관찰을 할 때 판단을 내리지 말고 색깔이나 소리 같은 세부적인 감각을 주목한다.

 - 세부적인 감각에 어울리는 정확한 어휘를 고르려고 애쓰지 마라. 관찰 행위에만 정신을 집중하라. 어휘를 찾는 대신 더 가까이 다가가 관찰하라. 

 - 원한다면 이런 세부적인 내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노트에 모은다.  141


사람들은 상상력이 단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거나 환상을 창조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상상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아니다. 상상력은 감각세계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마음속에 그림으로 그려주는 정신적인 기능이다.  143


많은 사람들은 상상력을 활용하고 단련하는 데 시간을 별로 들이지 않는다. 

외부 대상에 관심을 돌리지 않으면 우리의 두뇌에는 감각적인 이미지가 새겨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상상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다른 이유는 일상의 여러 가지 활동으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을 하면서 상상력을 단련하거나 발전시킬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145-146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은 자신의 명저 <동물과의 대화(Animals in Transation)>에서 1960년대 미국 정부의 행정 계획을 언급하면서 가축을 공격하는 치명적인 벌레를 효과적으로 퇴치한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어 그랜딘은 오늘날에는 이런 행정이 매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요즘 정부 당국에서 근무하는 관리들이 대개 대학을 나오기는 했지만, 육류를 포장하는 공장 같은 곳에서 일하면서 혼자 전체를 관리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리들은 자신의 감각으로 동물을 아는 것이 아니라 동물에 관한 추상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그랜딘은 말한다. 그랜딘은 한 술 더 떠서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상황에 빠져 '추상화'되었다는 진단까지 내린다. 여기서 그랜딘이 말하는 의미는 사람들 대부분이 현실세계를 직접 알기보다 주변세계에 관한 자신의 아이디어에 매몰되었다는 말이다.  147


상상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는 대부분 교묘하게 짜인 가공된 이미지로 끊임없이 우리를 폭격하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광고판이나 잡지에 쏟아붓는 각종 광고와 빠르게 움직이는 텔레비전과 영화의 이미지를 보면 그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149


상상력을 단련시키려면 먼저 상상력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므로 나는 가능하면 대중매체 이미지의 무차별적인 습격에서 여러분 자신을 보호하라고 권하고 싶다. 텔레지번을 보는 습관을 버려라. 영화감상도 제한해야 한다. 사교계 동정을 다루는 잡지도 구독을 아예 끊거나 줄여라. 인터넷 브라우저의 이미지도 차단하라. 

대중매체 이미지로부터 여러분의 정신을 해방시키면 자신의 상상력을 갈고닦을 시간이 주어질 것이다.  151



연습 : 시각적인 상상력 활용하기

눈을 감는다. 머릿속에 백지 한 장을 떠올린다. 이제 검은 줄로 그 종이에 네모 칸을 그려보라. 정확하게 네모를 그리려고 애쓸 것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러면 네모 안을 빨강으로 채운다. 잘되는가? 이제 색깔을 초록으로 바꿔보라. 이어 노랑으로 바꾼다. 

노랑을 유지한 상태로 네모를 원으로 바꾼다. 원의 색깔을 파랑으로 바꿔보라. 이어 어떤 형태든 색깔을 파랑과 노랑으로 채운다. 

다음에는 그 상태에서 다시 네모로 형태를 바꿔보라. 그런 다음 다시 네모 칸을 비우고 백지으 이미지를 지운다. 그리고 눈을 떠보라.

어떻게 되었는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이 연습을 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상상력을 활용한 것이며 눈앞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특정 색깔을 칠하는 것이 더 수비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상관없다. 이 연습을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 또 이 연습이 어려워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 연습을 규칙적으로 자주 하다보면 여러분의 상상력은 어렵지 않게 되살아날 것이다.  154



연습 : 다른 감각 사용하기

우리가 이미지를 시각적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는 해도 사실 어떤 감각이든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발휘한다. 훌륭한 요리사는 음식 성분의 맛을 상상할 수 있으며, 음악가는 소리를 상상하기도 한다. 여러분도 훈련을 거쳐 이런 특면의 상상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

- 소리

고요한 상태를 상상해본다. 이 상태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를 상상해보라. 그리고 이 소리를 개가 짖는 소리로 바꿔본다. 다시 이 소리를 지우고 흐르는 물소리로 바꾼다. 물소리를 누군가 노래 부르는 소리로 바꿔보라. 그리고 다시 고요한 상태로 돌아온다. 눈을 떠보라. 이 연습은 어떤가?

- 촉감

이제 꽃잎을 만진다고 상상해보라. 손가락 끝으로 꽃잎을 느껴본다. 그 느낌을 주목하라. 이제 그 이미지를 지우고 두꺼운 털실로 만든 뭔가를 만지는 이미지로 바꾼다.그리고 그 늒미을 지우고 이번에는 얼음조각처럼 차가운 것을 만지는 이미지로 들어가보라. 얼음이 녹으면 녹은 물을 덥혀보라. 그리고 상상으로 그 물이 피부에 닿는 감각을 느껴본다. 이 느낌이 어떤지 주목해본다. 그 이미지를 지우고 나무로 만든 물건을 만진다고 상상해보라. 다시 이미지를 지우고 눈을 뜬다. 어떻게 되었는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 냄새 

눈을 감는다. 비누 향기를 상상해본다. 이 이미지를 나무가 타는 냄새로 바꾸고 이어 다시 자동차 배기가스로 바꿔본다. 이제 여러분이 좋아하는 꽃 향기로 냄새를 바꾸고 다시 좋아하는 음식 냄새로 바꿔본다. 이 연습을 하면서 무엇을 주목했는가?

- 맛

스크램블드에그의 맛(구조를 포함해서)을 상상해보라. 아몬드나 초콜릿, 커피와 차, 무엇이든 여러분이 좋아하는 음식을 상상해보라. 어떠면 특정 감각에서 상상력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원한다면 약한 감각을 강화할 수도 있다. 관찰하는 동안-또는 실생활에서-여러분의 감각이 말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 사물을 바라보면서 똑바로 보는 연습을 하라. 좀더 가까이 보라. 그런 다음 눈을 감고 상상 속에서 재창조할 수 있는 것을 주목하라. 마음속 아미지에 만족할 때까지 관찰과 상상을 계속 왕복한다. 다른 감각도 이렇게 연습할 수 있다.  155-156



연습 : 말 없이 상상하라

상상력으 활용하는 연습을 하면서 말이 필요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사실 상상력을 훈련할 때에는 이미지에 관한 말이 아니라 이미지 자체를 만드는데 관심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연습을 하다보면 나중에 가서 정신적인 이미지를 말로 바꾸는 데 시간을 들이고 싶을 수도 잇다. 하지만 지금은 상상력을 활요하고 강화하는 데만 정신을 집중하라.

원할 때에는 언제든지 상상력을 활용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그저 편한 마음으로 눈을 감고 상상력으로 그림을 그리기만 하면 된다. 그림은 자신이 원하는 어떤 방향에서도 찾아올 수 있다. 개읹거인 경험이라든가 곤찰에서 그림을 그릴 수도 잇고 책읽기에서도 그릴 수 있다. 자신이 훈련 중임을 명심하라. 마음속에 원하지 않는 이미지가 그려지면 단순하게 털어버리면 그만이다. 처음에는 이웃집 고양이처럼 간단한 이미지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마음속에 그림을 그리고 여러 가지 감각으로 그 그림을 참험해보라. 그림에 관한 말을 찾으려고 하지 마라. 단지 상상력으로 점점 더 이미질르 자세하게 그리려고 해보라. 햇빛이 고양이의 털 하나하나를 비추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가? 털의 빛깔은 제각기 다른가? 고양이를 쓰다듬는다고 상상해보라. 느낌이 어떤가? 고양이가 기분이 좋아 가르랑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원한다면 간단한 그림으로 잠시 연습을 해본 다음 하나를 골라서 상상력으로 좀더 자세한 그림을 그려보든가 아니면 다른 대상으로 바꾸든가 아니면 배경그림으로 그려보라. 그리고 단 한 번에 상사으로 얼마나 자세하게 그릴 수 있는지 확인해보라. 일단 정적인 이미지로 마음이 편안했다면 이제 마음속의 그림이 어떻게든 움직이는 상상을 해본다.(고양이가 개에게 쫓기는 상상을 할 수 있는가?)

이런 식으로 상상력 훈련을 많이 할수록 상상력은 더 강화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원할 때마다 언제라도 이미지를 그릴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굳이 이미지에 관한 말을 찾아내려고 애쓰지 않을 때 상상력 훈련이 주는 이점이 또 있다. 이 훈련은 정신적인 안정과 긴장 해소 상태를 읶르어내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157-158



연습 : 모으기와 그림 그리기

상상력의 활용으로 일단 마음이 안정되었다면 상상력이 제공하는 것을 노트에 적으면서 모으기 훈련을 추가할 수 있다. 자신이 관찰할 것 또는 기억에서 모은 재료를 되돌아보면서 상상력 훈련에 사용하고 싶은 것을 고른다. 지금은 간단한 것이 좋다. 경험 전체가 아니라 간단한 장소나 사람, 짦은 순간이면 된다. 

이제 상상력을 활용해서 자신을 그 장소나 사람, 순간에 투입한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상상 속에서 그 사람이나 장소, 순간을 재창조한다. 그리고 밖에서 외부 모으기를 할 때처럼 특수한 세부 내용의 중요성을 기억하면서 세부적인 감각을 가능한 한 만힝 적어본다. 그리고 상사에서 본 것과 기록한 것을 계속 왕복한다. 어희 사용에 집중하기보다는 좀더 명확한 이미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상상력을 홛대하는 데 정신을 집중하라.

지금 여기서 모은 것은 관찰훈련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세부적인 감각이다. 하지만 주변 세계에서 모으는 대신 상상력으로 모은 것이다(기억력이나 관찰력과 협동으로)

이제 모은 것을 훑어보고 상상 속의 그림을 노트에 말로 표현하려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세부적인 것들을 몇 개 골라본다. 필요한 언어를 찾아낼 수 없을것 같으면 정확한 말을 골르려고 애쓰기보다 마음속 그림을 좀더 명확하게 그릴 수 있는지 확인해보라.

어떤가? 여러분이 연습한 과정을 주목해보라. 처음에는 마음속에 그림을 그리고, 이어 가능한 많은 세붖거인 내용을 모은 다음, 그것들 중에서 자신의 것을 표현하기 위해 하나를 선택했다. 아마 이 훈련을 반복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움직이는 사람(동물이나 사물)을 그려본다. 세부적인 감각을 모은 다음 그중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골라 그림을 말로 표현해본다.  158-159



연습 : 그림을 위한 독서

사람들은 학교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읽으라고 배웠고, 또 읽은 것을 분석하는 것도 배웠다. 하지만 상상력을 활용하는 것은 배우지 못했다. 러시아 출신의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코넬대학에서 문학 강의를 할 때 학자로서가 아니라 작가로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래서 기말고사를 치를 때면 "<안나 카레리나>에 나오는 기차의 좌석은 무슨 색깔이었는가?"와 같은 질문을 했다. 나보코프가 원한 것은 학생들이 그들 자신의 상상력으로 작가의 글에 참여하는 것이엇다. 현역 작가로서 나보코프는 학생들이 단순한 분석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책을 읽을 때 제대로 책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날 이렇게 감성적인 방식으로 문학을 가르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은 범죄나 다름없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여러분 스스로 이런 방식으로 문학을 이해하는 것이 쉽다는 점이다. 아마 여러분은 벌써 대부분 이렇게 책읽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훈련이 여기에 이삳. 독서를 할 때에는 책에서 나온 말이 상상 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하라. 그리고 그 글이 마음속에서 감각적인 그림을 그리는지 확인하라. 생생한 그림을 그리는 구절을 찾으면 어떻게 작가가 그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 파악해본다. 작가는 어떤 종류의 세부적인 감각을 사용했는가? 어떤 순서로 사용했는가? 아마 여러분은 그 구절을 모방하는 글을 쓰고 싶을지도 모른다.(원한다면 소설이나 시, 연극을 테이프나 CD로 들으면서 자신의 상상력을 단련할 수 있다.)  161-162



상상하는 법 : 기초훈련 

1. 몸의 긴장을 푼다.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심호흡을 하라. 숨을 쉬면서 마음의 긴장을 완전히 풀고 다른 생각을 떨쳐버린다. 

2. 작가의 능력을 발휘해서 노트에 적은 재료를 읽어본다. 상상하고 싶은 것을 목록으로 작성하라. 한 사람이나 한 장소, 한 가지 사물처럼 간단하게 시작하라. 훗날 전체적인 장면을 상상하는 연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3. 목록을 검토하면서 눈에 띄는 항목에 표시를 하라. 하나를 골라서 새로운 페이지의 맨 위에 써본다.

4. 이제 눈을 감고 선택한 주제를 상상하라. 필요한 감각을 모두 동원해서 그 주제가 마음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한다. 가능하면 그 이미지를 자세하게 만들어본다. 그리고 원한다면 그 그림을 다듬거나 자세하게 묘사할 수 있는 다른 재료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5. 정적인 이미지로 시작하라. - 예를들어 한 사람의 모습이 어떤지와 같은 - 이어 원한다면 그 이미지에 동작을 입혀본다. 그 사람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6. 원한다면 자신에게 떠오른 상상르 자세하게 적어본다. 생각이 막히면 적당한 말을 찾아내려고 고심하지 마라. 대신 눈을 감고 그 그림을 다시 떠올리면 된다.  163



연습 : 만들어내기

1. 가고 싶은 장소를 상상해본다. 실제로 가본 곳이 아니라 상상력으로 꾸며낸 장소여야 한다. 그곳의 감각적인 세부 내용을 상상하기 위해 협동가능을 활용한다. 상상한 것을 적어보라. 상상의 내용과 토느 사이를 계속 왕복하면서 마음에 드는 세부 내용을 골라 노트에 그 장소를 묘사한다. 이것은 상상력과 창조적 기능이 협동작용을 하는 하나의 예다. 저장된 이미지를 불러 모은 다음 새로운 방식으로 그것들을 조합한다. 어쩌면 나뭇잎이 자줏빛으로 조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분의 상상력이 나무와 나뭇잎, 자주색에 익숙해 있지 않다면 이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2. 개를 상상해보라. 뼈다귀를 먹는 개를 상상한다. 그리고 거리를 건너가는 상상을 한다. 거리의 모습은 어떤가? 거기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가? 이제 개가 달리는 상상을 한다. 개가 거리를 따라 내려가며 사람들 사이를 빠져 나가더니 차를 뛰어넘는다고 상상해보라. 이제는 버스도 뛰어넘는다. 집도 뛰어넘고 10층짜리 건물도 뛰어넘는다. 

이렇게 상상하는 것이 어려운가? 대부분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의 상상력과 창조력은 아마 수월하게 협동하여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상상력과 창조력이 결합한 힘은 먼저 우리 마음속에서 발휘도리 수 있고, 자신이 원한다면 이전에는 결코 존재하지 않던 것을 노트로 옮길 수도 있다. 자신이 선택한 사람이나 동물, 사물과 함께 이 연습을 다시 해보고 이어서 거기에 원하는 동작을 입혀보라. 마음속에 한 사람의 입술이 미소로 움직이는 동작을 볼 수 있는가? 강도 사건의 현장에서 도망치는 차 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

3. 현실 속에 잇는 것이든 만들어낸 것이든 사람이나 장소, 사물 주에서 하나를 고른다. 상상력을 활용해서 그 대상을 그려보고 세부적인 내용을 모은다. 이어 상상력을 동원해 자신을 그 사람(또는 장소나 사물)의 내부로 집어넣고 말하게 한다. 그 대상은 주변세계에서 무엇을 주목하는가? 그 대상은 무엇을 보고 들으며 무엇을 만지는가? 그 대상은 이밖에 무슨 할 말이 있는가?

4. 대화 중인 두 사람을 상상한다. 이들이 주고받는 말을 듣는 상상을 하면서 청중의 이미지를 만드는 연습을 하라. 원한다면 그들의 말을 적어볼 수도 있다.

상상력과 창조력이 협동하는 이 훈련이 재미있다면 자기 자신만의 새로운 상상을 만들어보라.  165-166


시인 A. E. 하우스만은 시를 위한 재료를 마음에 채운 뒤 나무 밑으로 가서 낮잠을 자곤 했다. 그리고 나무 밑에서 잠을 깬 뒤에 보면 마음속에 시가 완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존 업다이크는 글을 쓰던 서재를 자주 비운 채 정원으로 나가 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그때 그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보고 가족들이 집안일을 부탁하자. 업다이크는 "지금은 일하는 중이라 안 돼"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소설가 루이스 브롬필드는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는 중에 잠재의식을 단련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앗따. 브롬필드는 "아침에 잠을 깨보면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던 기법이나 구성, 등장인물의 문제가 잠을 자는 동안에 완벽하게 해결된 경우가 아주 많았다."라고 말햇다. 이런 작가들은 창조적 기능의 활동적 리듬과 수동적 리듬을 활용하는 법을 알았으며, 의식과 무의식 두 가지를 활용하는 법도 알았다고 볼 수 있다. 

잠재의식이 여러분에게 선물을 안겨주기를 바란다면 먼저 잠재의식으로 뭔가를 불어넣어야 한다. 잠재의식은 원활한 활동을 위해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유력한 방법의 하나는 작가 능력의 일부나 전부를 활용해서 재료를 모으는 일이다.  171-172


연습 : 관찰에 관해 곰곰이 생각하기

밖으로 나가 관찰훈련을 한 다음 관찰한 것에 대해 여러분의 잠재의식이 숙고해볼 시간을 준다. 또는 기억훈련이나 상상룬련을 한 다음 잠시 쉬었다가 무엇이 떠오르는지 살펴보라. 잠재의식이 여러분에게 제공하는 것을 적는다.



연습 : 수용 상태로 들어가기

주제를 하나 고른다. 주제에 대한 재료를 모으기 위해 초점을 맞춘 프리라이팅을 활용해 적어도 10분간 쓴다. (어느 것이든 여러분이 선택한 작가의 능력을 활용한다) 이렇게 하면 여러분의 잠재의식은 여러분이 이 주제에 대한 재료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다음 자리에 눕거나 산책을 나가거나 집안일을 하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정신이 수용 상태에 들도록 한다. 잠재 읫기이 뭔가 새로운 재료나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그것을 적는다.



연습 : 꾸물대는 습관을 활용하라

여러분이 글쓰기에 대해 꾸물대는 성향이라면 이렇게 하라. 재료 모으기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이 고른 주제에 대해 프리라이팅을 조금 해본다. 그 주제를 고르게 한 자신의 경험에 관해 쓰고, 그 주제에 관해 의문 나는 것을 쓰고, 어떻게 그 주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써본다. 펜을 계속 놀리기만 한다면 무엇을 쓰든 상관없다. 이렇게 '너절한' 글쓰기로 잠재의식을 위한 준비를 하면서 홍차를 만들거나 집 앞 공원에 다녀와도 좋다. 꾸물대면서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 그러다가 어느 한순간 여러분의 머릿속에 어떤 아이디어가 번쩍 하고 떠오르는 것을 알고는 놀라운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다.  174



궁금한 일이 있을 때, 답을 알 수 없어 질문을 할 때, 여러분은 작가의 또 다른 능력인 호기심을 훈련하는 거나 마찬가디다. 

호기심은 욕구에서 나온다.  178



연습 : 호기심을 깨워라 

몇 분간 시간을 들여 여러분이 관심을 갖거나 호기심을 느끼는 모든 것을 목록으로 작성해본다. 계속 펜을 놀리다. 여러분은 무엇을 알고 싶은가? 또는 무엇을 더 알고 싶은가? 작성을 마치면 목록을 쭉 훑어보고 당장 눈에 띄는 항목들을 고른다. 이 가운데 어떤 항목이라도 쓰고 싶은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억나는 것이나 관찰한 것에 호기심을 품으면 잠재적인 주제를 찾을 수 있고, 이미 쓰기 시작한 주제에 대해서도 더 많은 재료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관찰 참험' 주엥 거리예술가가 횃불로 곡예를 부리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장면을 보며넛 여러분의 호기심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저렇게 하면 위험하지 않을까?' , '어떻게 저런 묘기를 부리지?' , '무엇 때문에 저런 위험한 곡예를 하고 싶어할까?' 

그러면 그것들을 적어보는 것이다 아마 이런 의문이 여러분을 소설이나 시, 기사 거리로 이끌어줄지도 모른다.  180


자신의 호기심을 믿는 법을 배워라. 

사물에 대해 의문을 품고 그 궁금증을 써보라.  181



연습 : 내부 모으기로 자신의 주제를 탐험하라

더 알고 싶은 주제가 생각날 때 첫 번째 할 일은 무엇일까? 아마 여러분은 그것에 대한 재료를 찾아 탐험을 싲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첫걸음의 방향을 바꿔, 그 주제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밝히는 일이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을 연습하려면 자신의 관심 사항을 적은 목록에서 하나를 고른다. 그런 다음 적어도 10분간 이 주제에 대해 내부 모으기를 하라(초점화된 프리라이팅 기술을 활용). 예를 들면 그 주제에 대해 여러분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 주제에 대해 어떤 경험이 있는가? 그 주제에 관한 생각이나 의견은 무엇인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서 그 주제에 대한 자신의 의문은 무엇인가? 무엇을 알고 싶은가? 등등.

기억이나 관찰력, 상상력을 활용해 자신이 수집한 재료에 대해 호기심을 발동하게 할 수 있다. 기억으로 이 훈련을 하려면, 기억을 활용해 초점화된 프리라이틴을 한 것 중 하나를 읽는다. 오직 자신이 쓴 것에 대해서만 호기심을 돌린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의문을 모두 적어보라. 자신이 관찰한 것 또는 상상력에서 나온 재료에 호기심을 돌리고 싶을 때에도 똑같이 한다. 흥미를 느끼는 주제에 대해 처음 초점화된 프리라이팅을 한 뒤에는 이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일반적으로 여러분의 주제는 어떻게든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때는 호기심을 활용하는 것이 발전을 위한 유력한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재료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다 보면 그 다음에느 ㄴ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할 지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단 재료에 대한 의문이 생긴 다움에는 그 의문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해 답을 할 필요가 있다.

여러분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작가가 자신의 할머니에 대한 재료를 모으고 '왜 할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셨을까?'하는 의문을 품었다면, 이 작가는 자신의 경험이나 회상에서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작가는 그 재료를 활용해서 소설의 인물을 창조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인물 설정에 도움이 되는 대답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물론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할 때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는 외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182-183


연구 조사는 개개인의 목적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학술적 훈련 과정이기 때문에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것은 참으로 비극적인 일이다. 왜냐하면 알고 싶은 것을 조사하는 일이야말로 인생의 커다란 즐거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185


연구조사는 외부 모으기의 다른 이름으로서 관찰력보다는 호기심에 이끌릴 때가 많다. 그리고 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하고 싶기 때문에 무언가를 찾고 있다면 이 조사는 짜릿한 모험이 될 것이다.  186



연습 : 외부 모으기로 자신으 주제를 탐험하라

좀더 알고 싶은 주제를 골라서 의문 나는 것을 모은다. 이어서 의문 사항들을 하나하나 검토하면서 어떻게 답을 구할지 생각해 본다. 여러분의 의문은 백과 사전이나 온라인 검색에서 해당 주제를 찾으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탐험이 필요한 좀더 폭넓은 의문인가? 가능한 탐사 자원을 생각해보라. 필요한 답을 어디서 찾고 싶은가? 아마 여러분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답을 구하기 시작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할머니에 관한 정보나 생각이 어머니에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어머니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의문 나는 것을 미리 적은 다음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할 때는 미리 인터뷰 연습을 하고 싶을지 모른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생활에 관한 것이든 아니면 정보를 공유하거나 전문적인 의견을 나누는 것이든 자신에 관해 말하기를 즐긴다. 대다수의 논픽션 책은 적어도 얼마간은 인터뷰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소설을 쓰는 사람도 인터뷰를 할 수 있다. 내가 아는 어떠 ㄴ소설가는 자신이 쓰는 작품의 주인공을 수의사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소설가는 수의사에 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인물 설정에 필요한 재료를 모으기 위해 어떤 수의사를 찾아가 그와 인터뷰를 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존 그리샴은 재료 모으는 일은 질색이라고 주장했지만 그 역시 변호사와 인터뷰를 해서 작품을 위한 재료를 수집하기도 했다.  187



연습 : 지식을 넓히기 위해 인터뷰를 활용하라

이 훈련을 하려면 파트너가 필요하다. 인터뷰에서 여러분은 질문자 역할을 하고 다른 한 사람은 답변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 차례 연습을 하고 나면 역할을 바꿔서 한다. 답변하게 될 사람은 자신이 아는 몇몇 주제를 골라서 파트너에게 이 주제 목록을 보여준다. 답변자는 원하는 목록에서 어떤 주제를 배울지 결정하고 '나는 이 주제에 대해 무엇을 알고 싶은가?'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런 다음, 잠시 인터뷰의 질문 내용을 적는다. 이 질문을 길잡이 삼아, 파트너에게 다시 인터뷰를 하면서 그 질문에 대한 파트너의 대답을 적고 또 관심 분야에 관해 파트너가 말하는 것도 적는다.

인터뷰는 단순히 정중한 대화가 아니다. 그것은 호기심을 활용하는 훈련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능숙하게 진행하는 살마은 분명한 '예' '아니오'라는 대답을 포함해서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답변자가 자세히 대답하도록 유도하려고 애쓴다. 또 인터뷰 진행자는 가능한 한 많은 재료를 모으려고 한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인터뷰 진행자라면 답변자의 대답을 들으면서 계속 호기심이 발동할 것이다. 답변자가 새롭게 의문을 주는 말을 할 때에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질문해야 한다. 물로 ㄴ상대가 명확하게 밝히길 꺼리는 화제로 답변자를 몰아붙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분은 계속 관심을 유지하면서 인터뷰 도중이나 다른 시간에 더 많은 질문을 해서 관심을 보여주면 된다.

이 훈련을 더 하고 싶다면 여러분이 모은 재료를 쭉 읽어보고 새로 의문이 드는 것을 적는다. 호기심이 충족될 때까지 더 많은 질문을 하고 더 많은 대답을 구하라. 이 훈련이 마음에 든다면 또 다른 인터뷰 상대를 찾고 싶을 것이다.  188-189


학습여행의 첫 단계는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어떤 책을 읽어야하지?' 또는 '자료가 너무 많아!'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발견해나가는 과정이 즐겁다면(결국 이것이 진정한 학습의 전부다) 처음의 혼란을 견디고 학습여행을 계속할 것을 권한다. 

학습여행 중에는 도보여행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한 번에 한 발짝씩만 뗄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자신만의 독립된 학습여행을 한다면 여러분은 다음에 무엇을 배울 필요가 있는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학습해본 경험이 한 번도 없다면 처음에 여러분은 선택 방향이 너무도 다양한 탓에 움츠러들 수도 있다. 이때 글쓰기가 여러 갈래 중에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며 자신만의 길을 밟도록 해줄 것이다.  192-193


지금은 노트를 컴퓨터 파일로 보관한다. 따라서 노트에 스크랩할 때마다 타자를 치는 시간을 들인다.

인용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구절을 한 자 한 자 그대로 따올 때는 옮겨온 구절에 인용 부호를 찍어야 한다. 자신의 글에 해당 정보를 집어 넣을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이든 그 구절이 들어간 해당 저서나 기사의 페이지를 밝혀야 한다.  194



연습 : 글쓰기로 배우기

글쓰기는 학습에 훨씬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렇게 해보라. 자신으 주제에 대해 일정한 정보를 모았다면 방금 배운 것을 프리라이팅 한다. 프리라이팅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 이미 주목한 정보는 어떤 것이든 반복하고 요약하면서 학습한 모든 것을 적는다. 그런 다음 배운 것을 음미한다. 방금 배운것에 관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적어라.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는가? 학습한 다른 재료와 더불어 이 정보는 자신으 주제에 꼭 들어맞는가? 학습한 다른 재료와 더불어 이 정보는 자신의 주제에 꼭 들어맞는가? 여러분이 품은 새로운 의문은 무엇인가? 이런 식의 성찰은 그 원자료에서 진정 무엇을 얻엇는지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단순하게 인용할 수 없게 되어 있는 재료를 하나로 묶는 데도 도움을 준다. 또 단순하게 인용할 수 없게 되어 있는 재료를 하나로 묶는 데도 도움을 준다. 그리고 다음 단계는 어디로 향할 필요가 있는지, 자신은 어느 방향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195



연습 : 잠재의식으로 불러 모으기

일단 일정한 외부 모으기를 하고 이에 대해 (원할 경우) 일정한 성찰을 했다면 이 재료에 대해 작업을 하도록 잠재의식에 시간을 부여하라. 사실 여러분은 자신이 수집한 것에 대한 탐사를 시작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잠시 쉬면서 잠재의식이 수집한 것에 대해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 다음 그 주제에 대해 초점화된 프리라이팅을 한다. 아마 여러분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 알고 깜짝 놀랄 것이다.  196



연습 : 상상력으로 불러 모으기

여러분은 또 이 학습과정에 상상력을 불러들이고 싶을지 모른다. 처음에는 학습 도구로서의 상상력을 활용하는 것이 어쩌면 낯선 느낌을 줄 것이다. 상상력은 지적 능력을 선호하는 교육 풍토에서 추방되어 왔다. 지적 능력은 인간의 유용한 일종의 지식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므로 주제에 관해 일정한 조사를 마친 뒤에는 자신이 학습한 것에 대해 단순히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길을 찾을 수 있는지 확인하라. 예를 들어 남극 대륙에 관해 읽은 것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여러분은 모든 감각을 동원해 남극이 어떤 곳인지 상상할 수 있는가? 또 섀클턴이나 아문센처럼 초기의 남극 탐험가들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 상상할 수 있는가? 아니면 과학 탐사를 위해 펭귄에게 표식을 다는 일이 어떤 것인지 상상할 수 있는가? 그 느낌을 적을 때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싶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추위를 느끼게 해줄 묘사를 해보라. 아니면 탐험가에 관한 이야기를 쓰든가 펭귄의 표식을 바착하는 느낌이 어떤지 써보라.

이런 식으로 상상력과 호기심을 결합하면 자신의 주제를 학습하는 데 학술적인 접근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다채로운 결과를 안겨줄 것이다.  197



연습 : 자신이 배운 것을 공유하라

자신만의 주제를 만드는 또 하나의 방법은 다른 사람들-친구나 친구의 자녀들-에게 자신이 배운 것을 말하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뭔가를 설명해야 할 때는 자기 혼자 힘으로 그것을 명확하게 들려줘야 한다.(아인슈타인은 '당신이 아는 것을 다섯 살배기 아이에게 설명할 수 없다면 실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아마 자신이 아는 것을 가르칠 기회도 생길 것이다. 한 가지 주제를 배울 때 가르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배우는 것이 모험적일 때는 배우는 내용에 흥이 나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자신으 배움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진다. 이런 기회를 모색하라. 어쩌면 초등학교나 교회, 노숙자 합숙소에서 자신으 주제에 대해 자발적으로 말하고 싶어질지 모른다.

또한 글쓰기를 활용해 자신이 모은 자료뿐 아니라 자신의 학습과정에 대해서도 성찰할 수 있다. 여러분의 학습여행은 얼마나 진행되었는가? 다음 단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읽고 싶은 책이나 탐험하고 싶은 주제의 특정 부분에 대해 간단한 목록을 만들고 싶은가? 이렇게 성찰할 시간을 가질 때 진정으로 자신만의 배움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자신만의 학습 계획을 짤 수 있고 원할 때는 이 과정을 아무 때나 바꿀 수 있다.  198



연구조사를 위한 조언

- 연구조사는 낯선 영역으로 들어가는 여행이다. 출발할 때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언제나 좋은 생각이다. 자신의 주제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밝혀내고 싶은 것을 분명히 하려면 내부 모으기를 활용하라.

- 여행 계획을 미리 자세하게 짜는 사람이라면 이 조사여행을 위해서도 같은 계획을 짜고 싶을 것이다. 이 여행이 아니라 자신만의 여해을 떠나고 싶다면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 길을 찾아도 좋다.

- 이 여행에서 어디로 향할 것인지, 도움이 되는 책이나 웹사이트를 참고하는 것도 좋다. 이렇게 하면 이미 조사한 자료를 다시 찾는 시간 낭비를 막아준다.

- 이 탐사여행이 일정한 장소를 방문하거나 사람들과 대화하는 형태가 아니라면 여러분은 기록된 원자료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이때 그 정보가 믿을 만한 것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저자의 자격증이나 전문적인 식견을 확인하라. 그 책에서 저자가 이용한 자료의 출초를 확인하라. 연구조사를 많이 할수록 해당 저자가 제대로 알고 하는 말인지 더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다. 

- 자료의 신뢰성을 확인하는 또 다른 방법은 동네 도서관의 유능한 사서와 친해지는 것이다.  199


학습여행은 본질상 언제나 능동적인 학습이다.

능동적인 학습자가 되면 자신의 글쓰기에 변화를 줄 수 있고 개인적인 경험의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로 시야가 넓어지기도 한다.  201


열정적인 학습에 참여할 때는 - 사랑할 때의 정열과 마찬가지로 - 자신이 진정 살아 있다는 느낌으로 진한 흥분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자신과 타인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을 스스로를 느낌으로써 흥분을 맛볼 수 있다. 사랑의 감정은 지속적이지 않다. 반면 작가로서의 여러분은 평생 열정적인 학습자가 될 수 있다.  202


홈스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지만 자신으 임무에 도움이 될 만한 분야를 스스로 공부했다. 화학실험을 하는 가 하면 발자국에 관한 공부를 열심히 했다. 파이프와 시가, 파이프용 담배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연구를 했다. 그결과 홈스는 사건 현장에 남겨진 재의 의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홈스는 사람과 사물에 관한 정보를 냉혹할 정도로 수집했으며 그의 거실에는 개인의 백과사전이나 다름없는 자료의 보고(寶庫 보배 보. 창고 고)가 있었다.  204



연습 : 셜록 홈스가 되라-자신의 모든 능력을 활용하라

일정한 장소에서 관찰하는 것으로 훈련을 시작한다.(관찰 내용을 노트에 적는다) 이어 노트를 보며 생각하라. 여러분의 관찰은 관찰한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예를 들어 거리를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을 관찰햇다면 여러분은 그 사람이 몹시 급하거나 약속 시간에 늦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관찰했든 이에 대해 말해줄 정보를 기억이나 전문 지식에서 찾아보라. 또 계속 호기심을 발동하게 한다. 관찰한 것에 대해 마음에 어떤 의문들이 드는가? 그 의문들에 대한 답을 어떻게 할 것인가?(아마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보앗다면 아직도 금연을 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고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질 수도 있다.) 또 관찰한 것에 대해 상상력을 동원할 수도 있다. 여러분의 상상력은 수집한 세부 재료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일단 이런 식으로 여러 기능을 결합해 본 뒤에 잠시 잠재의식이 활동하게 하라. 편한 마음으로 쉬면서 여러분이 제공한 모든 재료를 수용할 기회를 잠재의식에 주는 것이다. 그런 다음 노트로 눈을 돌려 뭔가를 적으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하라. 글쓰기는 어떤 방향이라도 상관없다. 그리고 탐험하고 싶은 특별한 방향에 관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계속 그 방향의 글쓰기를 한다. 여기서의 목표는 완성된 글쓰기 재료를 찾는 것이 아니라-이런 생각이 들어도-여러분이 지닌 여러 개의 작가 능력을 결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206-207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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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처럼, 재앙처럼 충격을 주는 책, 깊이 슬프게 만드는 책,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숲속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자살처럼 충격을 주는 책이 필요하다.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프란츠 카프카가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언제나처럼, 즐거움과 도피를 위해 읽었다. 하지만 이제는 잊기 위해서도 읽는다. 반 시간만이라도 언니가 겪고 있는 현실을 잊기 위해 읽었다. 언니는 담도암 진단을 받았다. 암은 무자비하고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고통과 함께 무력감, 공포감이 뒤따랐다.  17



말은 살아 있고 문학은 도피가 된다. 그것은 삶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삶 속으로 들어가는 도피이다. - 시릴 코널리<조용하지 않은 무덤>



내 경우는 갈수록 더 커지는 질문이 있었다. 

나는 왜 살아갈 자격을 가졌는가? 언니가 죽었고 나는 살아 있다. 삶의 카드는 왜 내게 주어졌으며, 난 이걸로 뭘 해야 하는가?

달아나기를 멈추어야 했다. 끊임없는 활동 속에서 이런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동작을 멈추고 시간을 들여 둘로 나뉜 나를 다시 합쳐야 했다. 

도피하기 위해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도피하기 위해 읽는 것이다. 20세기의 작가이자 평론가인 시릴 코널리는 "말은 살아 있고 문학은 도피가 된다. 그것은 삶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삶 속으로 들어가는 도피이다"라고 말했다. 내가 책을 활용하고 싶었던 방식이 바로 이것이었다. 살으로 되돌아가는 도피 말이다. 나는 책에 풍덩 빠졌다가 다시 온전해져 나타나고 싶었다.  35


나는 공책을 갖고 다니면서 내 생각들을 끼적거리기 시작했다... 난 교외의 이웃들을 염탐하기보다는 내 생각을 공책에 쓰는 편에 더 흥미가 있었으니까.  37


나는 독서를 하나의 규율로 정해두려고 한다. 독서에는 즐거움도 있는 줄은 알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어떤 일정에 맞출 필요가 있다. 그렇게 몰두하지 않으면 삶의 다른 부분들이 슬금슬금 침범해 들어와 시간을 훔쳐 가버릴 수 있다. 읽고 싶은 만큼 읽지 못할 수도 있고, 필요한 만큼 충분히 읽지 못할 수도 있다. 책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으면 도피는 불가능하다. 청소해야할 먼지라든가 개켜야 할 옷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우유도 사야 하고 저역 식사도 마련해야 하며 설거지도 해야 한다. 하지만 1년 동안은 그런 일이 절대로 나를 방해하지 못한다. 나는 1년 동안 달리지도 않고 계획도 세우지 않고 가족도 돌보지 않으려고 한다. 1년 동안 '.... 하지 않기'를 하려 한다. 걱정하지 않기, 규제하지 않기, 돈을 벌지 않기. 물로 ㄴ우리 가족은 다른 수입원을 가질 수도 있지만, 워낙 오랫동안 한 사람의 수입으로만 살아왔으니 한 해 더 그렇게 해도 괜찮을 것이다. 가외의 지출은 뒤로 미루고 지금 가진 것으로 지낼 것이다.  43


내 계획에 따르면 매일 책 한 권씩 읽는다는 프로젝트는 마흔 여섯 살 생일에 시작된다. 그날 첫째 권을 읽고 다음 날 첫 서평을 쓴다. 한 해 동아느이 계획은 단순했다. 어떤 저자의 책도 한 권 이상은 일지 않는다. 이미 읽은 책은 읽지 않는다. 읽은 책에 대해서는 모두 서평을 쓴다. 새 책, 새 저자의 책을 읽는다. 좋아하는 작가의 옛날 책을 읽는다. 예를 들면 <전쟁과 평화>는 안 되겠지만 톨스토이의 최후작인 <위조 쿠폰>은 읽을 수 있다. 할 수만 있다면 언니와 내가 함께 읽을 만한 책이라면 좋겠다. 함께 이야기하고, 논의하고, 동의했을 법한 책이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매일 책을 읽히기 위해 얼마나 열심인지 알 것이다. 그런 열성이야 당연히 좋지만, 어른들에게는 왜 매일 읽으라고 닦달하지 않는가? 왜 어른들에게는 매일 책 읽기를 권장하지 않는가?  44


사람들은 여기서 지금 살아간다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종종 이야기한다. 어린아이들이 과거나 장래에 대한 걱정으로 주저 앉지 않고 즐거운 순간을 누리는 것을 부러워한다.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을 회상하고 다시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경험, 이미 살아본 삶이다. 한순간을 다시 살아내는 능력이 우리에게 힘을 준다. 종으로서 인간의 생존은 기억하는 이 능력에 달려 있다(어떤 나무 열매는 먹지 말 것, 이빨 가진 큰 동물에게는 접근하지 말 것, 불에 가까이 다가가기는 하되 건드리지 는 말 것등등). 하지만 우리 내면의 자아의 생존 역시 기억데 달려 있다.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왜 예리한 후각을 가졌겠는가?  55


병이 위중하면서도, 자신도 조만간 죽으리라는 것을 확신하면서도 언니는 자신은 자살 충동을, 스스로 생명을 끊게 만드는 우울함에 대한 완전한 굴복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어찌 절망으로 끝내는 걸까?"

그녀가 옳았다. 절망에게 해줄 대답은 항상 있다. 장래에있을 아름다움에 대한 약속이 그것이다. 과거에 아름다움을 보았고 느꼈기 때문에 나는 그것이 또 오리라는 것을 안다.  62-63


뒤를 돌아보면 내 현재 삶의 전체가 보인다. 지금 있는 곳에 오기 위해 무엇이 필요했는지, 아직 내 앞에 남은 삶에서 무엇을 갖고 싶은지를 보여준다. 큰 그림, 넓은 전망. 내가 무엇을 기억하는지 알기 위해 뒤를 돌아봄으로써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게 된다.  64


'뒤돌아 보기'는 지혜를 얻어서 앞으로 나아가게 해준다. 나도 나의 한 해를 계속할 것이다. 현재의 독서, 과거의 기억, 미래의 지혜이다.  65


나는 내가 찾은 모든 행복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75


슬픔을 진정시키는 유일한 향유는 기억이다. 누군가를 죽음으로 잃는 고통을 덜어주는 유일한 진통제는 죽기 전에 존재했던 삶을 인정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기억한다고 해서 문자 그대로 그들이 되돌아오지 않고, 또 너무 일찍 죽은 사람에게 그들이 잃은 삶의 가능성을 모두 보상해주기에는 불충분하다. 하지만 기억은 회복력의 몸뚱이 주위에 구축되는 뼈대이다....

삶의 진실은 죽음의 불가피성으로써가 아니라 우리가 살았다는 경이에 의해 입증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과거로부터 삶의 기억하는 것이 점점 더 그 진실을 승인한다. 내가 자랄 때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행복을 찾지 마라. 삶 그 자체가 행복이다." 그의 말뜻을 이해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살아온 삶의 가치, 산다는 것의 순전한 가치가 그것이다.  100



누군가의 어깨에 일단 올라앉은 죄책감은 쉽게 떨쳐지지 않는다.  - 마틴 코릭 <우연히>



<우연히>의 첫머리에는 다음의 물음을 던진다. "이해하는 데 관심이 없다면 소설의 주제는 뭔가? 그저 시간 때우기 용인가?" 하지만 그는 대답을 이미 알고 있다. 위대한 문학의 목적은 숨겨진 것을 드러내고 어둠 속에 있는 것에 빛을 비추는 것이다.  118


우리가 좋아하여 읽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 어떤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 책이 우리 자신의 어떤 면모를 진정으로 나타내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131



한 권을 끝내기 싫어 가슴이 찢어진 적이 있는가? 마지막 페이지가 덮이고 한참 뒤까지도 계속 당신의 귀에서 속삭이고 있는 그런 작가가 있었는가?  - 엘리자베스 매과이어 <열린문>



아버지가 하신 말씀. "삶에서 행복을 찾지 말아라. 삶 그 자체가 행복이거든."  146


감옥을 방문한 동안 그랜트는 제퍼슨이 대모에게 말하는 것을 듣는다. "상관없어요... 아무것도 상관없다고요." 

대모는 대답한다. "내게는 상관있어, 제퍼슨... 넌 내게는 중요한 사람이야."

넌 내게는 중요한 사람이야. 이 말을 읽으면서 나는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이게 바로 사랑의 핵심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중요해지는 것. 다른 모든 존재 중에서 내게 중요한 하나의 존재. 뭔가 개인적이고 특별한 어떤 것을 한 인물이 설명해줄 수 있다. 우리는 변해도 상관없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제각기 고유한 방식으로 사랑받는다. 

한 사람에 대한 욕망은 그 고유한 평가와 그에 대한 필요를 느끼는 것과는 다르며, 애정과도 다르다. 욕망은 커졌다가 시들고, 애정은 오랜 헌신이 없어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넌 내게 중요해"라는 것은 긴 기다림이 받아들여지고, 그것은 기꺼이 받아들여진다는 뜻이다. 나는 지금부터 쭉 너를 데려가고, 안아주고, 갈채를 보낼 것이다. 너는 내게 의지할 수 있다. 너를 보살피기 위해 내가 여기 있을 것이다. 네가 가고 난 뒤에도 난 여기서 너를 기억할 것이다.  163-164


잊힌다는 것은 용서받는다는 뜻이 아니라 어떤 교훈도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172


온갖 종류의 인간의 경험을 목격한다는 것은 세계를 이해하는 데만이 아니라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게 무엇이 중요한지 규정하는 것, 누가 중요하고 왜 중요한지를 규정하는 데 그것은 필요하다.  177


독서를 통해 나는 삶이란 고통이 고르지도 않고 무한정 부담을 져야 하는 것임을 발견했다. 비극은 제멋대로, 불공정하게 떠안겨진다. 편안한 시간이 오리라고 약속했지만 거짓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힘든 시간을 견뎌낼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어떤 나쁜 일이 오더라도 그것이 부담은 될 수 있겠지만 올가미는 아닐 것이다. 책은 삶을, 내 삶을 거울처럼 반영한다. 이제 나는 내게 일어났던 모든 나쁘고 슬픈 일들, 내가 책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들이 모두 인간의 회복 능력의 대가이자 증거하는 사실을 이해한다. 

상상한 것이든 실제의 것이든, 경험의 가치는 우리가 어떻게 살지, 어떻게 살지 않을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 상이한 개릭터들과 그들의 선택이 낳는 결과에 대해 읽으면서 나는 나 자신이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삶의 슬픔과 기쁨을 영위하는 새롭고도 분명한 방식을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178


욕구는 어디에서 오는가? 내가 읽고 있던 책에 따르면 그것은 신체적, 정신적인 자극의 여러 지점에서 온다. 말은 가슴을 쓰다듬는 손길만큼이나 확실하게 열정을 휘저어놓는다. 하지만 욕구를 붙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욕구는 두 사람 사이의 사랑에서 오며, 두 사람 사이의 연대를 복구시키기도 한다.  201


언니를 기억함으로써 나는 가장 지독한 죽음에도 저항하는 보증서를 쥐고 있는 셈이다. 그녀의 재미있는 행동을 기억하면서 웃고, 친절함을 생각하면서 미소짓고, 내일과 앞으로의 나날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기억이 있는 곳에 진공은 없다.  210


인간은 희망과 사랑이 있는 곳에서 성장한다.  217


최악이 아니라 최선의 것을 보라는 것이다. 실망에 맞서는 회복력을 가지라는 것이다.  221


언제든 좋다. 무엇이든 좋다. 모든 게 다 좋다. 

내 반응은 내게 달려 있다. 적절한 종결이란 삶이 그에게 무엇을 주는가가 아니라 삶이 주는 것을 그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삶이 빼앗아가는 것에 관해서는 뭐라고 해야 하나? 언니를 잃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갈까. 그 반응 역시 전적으로 내게 달려 있다.  246


우리는 질서를 발견할 수 있고, 또 발견한다. 책에서든 친구에게서든 가족에게서든 아니면 믿음에서든 말이다. 질서는 우리가 우리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의해 규정된다. 질서는 삶이 제시하는 것에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의해 창조된다. 질서는 모든 물음에 답이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서 발견 된다.  247


저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사람들을 서로 나누는 분열에 다리를 놓아주는 친절함이라는 점에서는 모두 비슷하다.  256



무슨 책이든 읽으라. 그것을 다시 집어들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면 그렇게 하라.  - 닉 혼비 <집안일과 더러움의 대결>



매일의 책을 읽는 것은 항상 기쁨이었다. 독서의 한 해 내내 하루도 아픈 적이 없었다. 즐거움에 흠뻑 젖은 덕분에 면역성이 생겼다.  259


톨스토이는 이렇게 썼다. "삶의 유일한 의미는 인류에게 봉사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삶의 한 가지 사실이라는 것,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이며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사실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남는 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해주는 것들이다.  278


책을 통해 나는 내 삶의 모든 아름다운 순간들과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붙잡고 있는 방법을 배웠다. 

나 자신과 주위 사람을 용서하는 법을 배웠고, 그들의 '힘든 짐'이 그저 지나가기를 애쓰도록 말이다.  279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을 치료해줄 수 있는 약은 없다. 또 있어서도 안 된다. 슬픔은 질병도 아니고 감염도 아니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대해 있을 수 있는 유일한 반응이며, 우리가 삶 그 자체를, 그 모든 경이와 전율과 아름다움과 만족감을 얼마나 귀중하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긍정이다. 슬픔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은 살아가는 것이다.  280


"우리는 경이감 속에서 살고, 열정과 염려의 순환 속에서 타오른다." 나는 시인 캐럴린 키저의 이 말이 맞는다는 것을 안다.  281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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