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서문
우리는 만족스럽지도 않은 생활을 하면서 너무 많은 석탄과 기름을 소비해 대기를 온실가스로 채우고 있다. 신나게 즐기지도 못하면서 우리가 사는 곳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7
이런 위기는 현재를 다시 점검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나처럼 노 임팩트 맨이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더 나은 생활 방식을 찾는 일에 여러분도 동참해주었으면 좋겠다. 8
추천사 - 대도시 한복판에서 지구를 위해 산 사람의 놀라운 이야기(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김종남)
지구환경에 영향을 주는 어떤 선책도 거부하겠다고 굳게 결심하고 가족을 설득한 글쓴이도 1년의 실험적 삶을 통해서 도저히 목표에 도달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음을 고백한다. 10
일상적인 삶의 방식을 조금만 바꾸면 이상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
'노 임팩트 맨'에 도전할 것인가 아니면 '어 리틀(a little) 임팩트 맨'으로 만족할 것인가 하는 선택이 남아 있다. 8
(경제가 살기 위해 우리는 소비해야 한다. 그렇게 할때 기업은 제품을 만들게 되고 그렇게 하기 위해 고용을 유지ㅡ 증가시키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 논리가 정말 논리적인가? 이것이 답인가?)
사실 나는 가끔 세상을 바꾸려고 애를 쓰기는 했지만, 생각해보면 나의 정치적 견해로 미셸(저자의 부인) 같은 다른 사람을 바꾸려고 한 경우는 너무 많았던 반면 나를 바꾸려고 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나는 남의 잘못을 꾸짖으면 내가 고결해진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21
내가 세계문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어찌되었건 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이게 과연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일까? 이런 상태를 나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절망하면서 절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내가 신물이 난 건 세상이 아니었다. 나 자신이었다. 편안하고 느긋하게 무기력한 척하는 내 모습이었다.
내가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까? 나 같은 사람은 세상에 기여할 수 없는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게으르거나 겁이 많아서 시도초자 하지 않는 걸까? 26
다른 사람들을 바꾸고 싶어하면서 거울을 들여다 볼 마음은 없거나, 아니면 들여다보지도 못하는 것과 다름없다 29
내가 처한 난감한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선문답이 있다. 오래전 중국에서 남천선사의 절로 흘러들어간 길 잃은 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는 어떨 때는 동관에 거처하는 선승들의 무릎에 누웠고, 또 어떨 때는 서관에 거처하는 선승들의 무릎에 누웠다. 그런데 선승들은 이 고양이를 함께 잘 돌보지 못하고 서로를 질투하기에 이르렀다.
"우리가 너희보다 더 사랑하니 이 고양이는 우리와 함께 지내야 한다."
"무슨 소리, 우리가 고양이 기르는 법을 더 잘 알고 있으니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한다!"
하루는 선승들이 명상을 하는 선방 한가운데에서 말다툼이 벌어졌다. 결국 남천선사가 선방으로 들이닥쳤다. 그는 고양이를 집어 그 목에 칼을 겨누고 말했다."너희들, 이 고양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한마디로 말할 수 있으면 내가 이 고양이를 살려둘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죽일 것이다."
남천은 선승들을 시험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정말로 고양이를 사랑했을까, 아니면 그저 상대방을 이기고 싶을 따름이었을까? 고양이의 목숨을 정말로 책임질 마음이 있었을까, 아니면 싸움에 너무 정신이 팔려서 통제가 되지 않았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슨 말을 하거나 행동을 보인 선승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들 상대방이 틀렸다는 걸 입증할 방법만 열심히 연구했다. 그래서 남천은 고양이의 목을 땄다. 30
마이너스 임팩트 + 플러스 임팩트 = 노 임팩트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늘려 서로 상쇄할 수 있을까? 적어도 1년 동안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을 더 많이 하면서 살 수 있을까? 33
나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뒤로 달라진 게 너무 많다. 사고방식, 직업, 인간관계, 육아, 결혼생활 35
말을 하기는 쉽지만 실천은 말보다 훨씬 어렵다. 39
나는 환경 전문가로 변신한 다음 내가 터득한 지식을 활용할 생각이 아니었다. 우리 별의 응급상황을 어떻게 처리할지 아무것도 모르는 바닥에서부터 시작해 더듬더듬 앞으로 걸어갈 생각이었다. 내가 어떤 사실들을 깨닫게 되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내가 어떤 식으로 진화하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42
친환경적으로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믿을 만한 로드맵이 없다는 것이다.
과대광고의 미로 속에서 헤매느라 골머리를 앓느니 차라리 그 미로 밖으로 기어나오는게 간단하지 않을까? 친환경적으로 사는 비결은 어쩌면 '다른'제품을 선택하는 게 아니었다. 적어도 낭비벽이 있는 미국과 서유럽 국민들 입장에서는 '적은'제품을 선택하는 게 관건이었다. 43
<도덕경> '만족할 줄 아는 자는 부유하다.' 44
우리 별의 원금이 아니라 배당금으로 사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요람에서 요람으로>의 저자 윌리엄 맥도너와 미하엘 브라운가르트의 말에 따르면, 메노미니족은 수목으로 뒤덮인 고향땅에서 오랫동안 나무를 베어 내다팔았다. 1870년에 메노미니 족이 9510헥타르의 땅에 보유한 입목은 13억 보드피트(목재의 용적 단위, 1보드푸트가 1 제곱피트에 두께 1인치이다)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들이 벌채한 양은 그 숫자의 거의 두 배에 해당되는 22억 5천만 보드피트였다.
나무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일부 대규모 목재회사의 '완전벌채'방식을 도입했다면 메노미니 족의 땅에는 숲에서 사는 야생생물은 물론이고 나무도 한 그루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땅에는 현재 1870년보다 많은 17억 보드피트의 입목이 있고, 숲 속 생태계도 잘 유지되고 있다. 메노미니 족이 튼튼한 어미나무는 건드리지 않고 동물들이 살 수 있게 나무 우시부분은 충분히 남겨둔 채 약한 나무만 베어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맥도너와 브라운가르트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의 요구사항만 내세우기보다 숲에서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노 임팩트 실험을 통해 구현하고 싶은 철학이었다. 47-48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의 친구였고 입양으로 맺어진 삼촌과 고모 들에게 절약 정신은 환경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과 그 인생에 결부된 모든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데서 싹튼 것이었다. 59
'생활수준이 높은'것이 삶의 질이 높은 것과 일맥상통하느냐.. 62
이론상으로는 이런 테이크아웃 음식 덕분에 내 몸과 우리 가족을 챙기는 데 드는 시간이 줄어들어 여유가 더 많아져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우리 집에서는 생활이 편리해지면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지는 게 아니다. 일할 시간이 많아지는 것이다. 결국에는 우리 모두 이 '편리함'을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하루에 열두 시간씩 허리가 부러져라 일을 하고 있다. 64
우리가 잘 살기 위해 이 모든 편의용품의 비용을 치루고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 모든 편의용품의 비용을 치르고 일을 하기 위해 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66
어렸을 때는 절약을 강조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가르침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이러면 안 된다. 저러면 안 된다. 무엇 때문에 그래야하는 걸까? 믿음을 위해? 독실해지기 위해? 하지만 낭비하지 말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두 분의 마음가짐은-대공황 시대의 발상이건 아니건 간에-석양이나 다람쥐를 감상하는 여유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쓰레기 앞에 앉아 있으면 바닥 위로 펼쳐진 나의 삶이 보이고, 어느 고고학자가 앞으로 천년 뒤에 나의 삶을 연구할 때 어떤 걸 보게 될지 내 눈에 보이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생명이 생명을 낳고 죽음이 죽음을 낳는다면 쓰레기가 쓰레기를 낳는 걸까? 만약 내 삶이 쓰레기를 낳는다면 그건 내 삶이 어떻다는 뜻일까? 자원을 낭비하는 게 인생을 낭비하는 증거일까? 67
그리스도교의 10계명과 비슷한 불교의 오계에 얽힌 이야기다.
어느 선사가 바깥 나무 밑에 앉아 명상을 하는데, 제자 한 명이 우물에서 물을 뜨려고 커다란 항아리를 들고 지나갔다. 항아리를 채운 제자는 온 길을 되짚어 황급히 선사 옆을 지나가며 사방으로 물을 흘렸다.
"네 이 녀석!" 선사가 나무 밑에서 외쳤다. "그 물을 왜 죽이고 있느냐?"
여기에서 어떤 단어를 선택했는지가 중요하다. 선사의 말은 제자가 나무를 죽이지 말라는 모세의 가르침이 그렇듯 살생을 넘어 과소비와 파괴로까지 확대되는 데 1계의 정신을 어기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불필요하게 과소비하고 파괴하다니 제자가 삶에 정성을 다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과소비는 제자가 어떤 식으로 사는지를 좀더 심층적으로 알려주는 지표였다. 어쩌면 그도 나처럼 다람쥐와 석양이 주는 기쁨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어째서 지금 여기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더 걱정하느냐고, 선사는 그렇게 물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째서 지금 하는 일보다 앞으로 하게 될 일을 더 걱정하느냐고, 어째서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느냐고, 어째서 지금 이 순간을 낭비하고 있느냐고, 어째서 진정 인생을 낭비하고 있느냐고. 70-71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종이 식탁보와 파티용 모자 그리고 서류용지와 인쇄용지를 소비하는 속도에 맞추느라 1분마다 풋볼 경기장 아홉개에 해당되는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베어내고 있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첫째가 화석연료 사용이고, 둘째가 삼림파괴다.
편리하지도 않은 편의용품을 사느라 우리 별의 자원을 닥치는 대로 소모하고 있다는 사실의 상징이었다. 75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일랜드. 방그라데시, 타이완 우간다, 탄자니아에서는 이미 비닐봉지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사용을 규제해 실질적으로 자취를 감추게 만들었다. 80
바다 1.6제곱킬로미터당 4만 6천 조각의 플라스틱이 떠다니고 있다고 유엔환경계획에서 보고했다.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160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태평양 한복판으로 나서면 쓰레기들이 둥둥 떠다니며 소용돌이치는 곳이 나오는데, 그 크기가 미국 본토의 두 배이다.
무게로 따졌을 때 수중생물의 여섯 배에 달하는 플라스틱이 떠다니고 있다. 81
수백 년 동안 숲을 관리하면서 메노미니 족도 숱하게 이런 일을 겪었을 것이다. 더 있었으면 싶지만 참아야 했을 때, 충분해도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때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무를 너무 많이 베어버렸다면 무슨 수로 목재산업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내가 유혹이 느껴질 때마다 무너지면 이번 실험에서 무얼 배울 수 있을까? 91
인도의 대서사시 <바가바드 기타>에는 '실천은 그 결과가 아니라 그 자체로 올바른 것이니라. 그대는 실천의 결과를 목적으로 삼지 말 것이며, 나태에 심취하지도 말라.' 다른 말로하면 그냥 저지르라는 뜻! 98
바뀌어야 할 게 인간의 천성이건 산업 시스템이건, 지구를 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내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내가 시도할 마음이 있느냐는 것이다. 99
대도시에서 상업화되고 자동화되고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기반시설을 가능한 한 이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길을 걷거나 계단을 오르지 않고 움직이는 기계를 이용하는 것이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까? 상업화된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는 데에도 일말의 장점이 있지 않을까? 110
기후학자들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은 상태로 너무 오래 지속되면 기온이 지나치게 상승해서 지구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달라질 거라고 입을 모은다.
대기 100만 그램당 이산화탄소의 양이 350그램을 넘기면 안 되는 것이다. 핸슨은 "문명이 발달하고 비슷하게 보존하고 싶으면" 이산화탄소의 양을 그 이하로 낮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벌써 387피피엠이다. 게다가 해마다 2피피엠씩 높아지고 있다. 115
"남들을 너 대신 희생시킬 거면 이 노 임팩트 어쩌고를 뭐하러 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어머니가 말한다.
"하지만 여행을 못 하는 사람은 저예...."
"그 때문에 속상해지는 사람은 나잖니." 117
아이는 다시 쇠사슬을 밀어 앞뒤로 흔든 다음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밀었다. 나는 얼른 공원으로 달려가 재미있게 놀고 싶었다. 나는 한참이 지난 뒤에야 이자벨라가 이미 재미있게 놀로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나는 몇 살부터 내가 어디 있느냐보다 어디로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을까? 언제부터 무얼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끝맺음이라고 믿기 시작했을까? 아이들에게 잘 사는 법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 아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우리가 없애지 않도록 조심하기만 하면 된다. 123
효율성의 참뜻에 얽힌 이야기 하나.
애수에 젖은 분위기로 유명했던 커트 보네거트의 두번째 부인이 어느날 팩스 기계를 사면 우체국에서 줄을 설 필요가 없다고 그에게 말했다.(이메일이 등장하기 이전의 일이었다) 보네커트는 반기를 들었고, 이런 글을 남겼다.
"빈둥거리는 게 인생의 목적이니 남들이 뭐라 하건 상관하면 안 된다."
효율성의 참뜻에 얽힌 이야기 둘.
커트 보네거트는 또 이런 글을 남겼다.
"인생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얼마 전에 [아들] 마크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 아이가 하는 말. '아빠, 우리는 뭐가 됐든 함께 헤쳐나가자고 태어난 거예요.'" 127
나는 처음에 '내 집 앞길을 깨끗하게' 정신으로 시작했다. 이 말은 곧, 남의 일에 정말 끼어들고 싶어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지금 남들을 비판하는게 아니다. 정말로 나만 비판하는게 아니다. 정말로 나만 비판하는 것다. 나는 왜 이것밖에 못 할까? 하느님, 도와주소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시에 마음의 평화를 누릴 방법은 없을까? 151
새 아이폰이나 평면 텔레비전이나 버뮤다 행 여행티켓이나 기타 오락거리를 손에 넣을 방법을 연구하는 것보다 이런 고민을 하는게 더 힘들다. 예를 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 인생의 목적은 무엇일까 하는 것들 말이다.
내가 보기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민을 외면하고 싶어한다. 158
악순환. 우리는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으려고 죽도록 일을 하지만, 그 물건을 만드는 과정이 우리 별을 파괴해 우울해지고, 그러면 기분전환이 될 만한 물건을 사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에 매달리게 된다. 195
세속적인 물건을 소유하는 것 자체보다 그것을 어떻게 쓰고 악용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 였다.
석가모니가 금욕에 대해 한 말 : "속세를 포기한 사람이 피해야 할 양극단이 있느니라. 이것이 무엇이겠느냐?" 한쪽은 쾌감과 욕망만 좇는 쾌락주의이다. 다른 한쪽은 금욕이라는 고행을 통해 속세를 거부하는 것이다. 석가모니는 이 양극단 사이에 중용이 있다고 한다. 203
산업자본가들은 사람들의 욕구가 충분히 충족되면 모든 공장이 조만간 문을 닫아야 되는 게 아닌지 걱정하게 되었다.
그들이 내놓은 해법은? 의도적인 노화였다. 제조업자들은 제품의 수명을 교묘하게 줄일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 또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반복 소비를 조장한 것이다.
산업자본가들은 예전만 해도 종이접시나 면도날 정도에 불과했던 일회용품을 모든 분야로 확대시켰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됐다.
우리 별의 자원이 무궁무진한 것처럼 느껴졌던 당시에는 이것이 상식적인 일이었다. 그때 우리 사회는 자연을 마음대로 주무르는데 넋이 팔려 과학기술과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더 나은 삶을 보장할 것이라고 상상했다.
하지만 인구가 많아지고 산업이 성장하자 어느새 버려진 유독물질 때문에 모든 강들이 오염되고, 이산화탄소가 대기를 가득 채우고, 우리별이 지치기 시작했다. 205
이제는 바꿔야 한다. 206
소수에게 사치품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을 공급하는 쪽으로 노동력을 활용하면 수요가 급감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쓰는 자원을 바꾸는 게 아니라 적게 쓰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었다. 207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들을 이해하려고 수많은 이야기를 읽는다.
우리가 이렇게 읽어대는 것은 해답을 모르는, '허공에 떠 있는'상태를 인정하기만 하면 된다는 걸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또 어떤 선사는 나에게 말하길 모른다는 사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것이 수련의 전부라고 했다. 219
어찌할 바 모르는 옆 사람을 꽉 붙잡고, 헤쳐나갈 수 있도록 서로 돕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다. 220
어디에선가 내가 읽거나 듣기로는 랍비도 하루의 10%를 정원 손질과 설거지와 요리와 일상적인 일에 써야 된다고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래야 머리를 박차고 나와 구체적으로 현실에 뛰어들 수 있다. 226
알고 보니 우리 사회는 친환경적으로 선택할 여지가 많지 않았다. 241
내가 메이어에게 반전운동을 벌인 지 35년째인데 왜 포기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선배 눈에는 안 보이는지 몰라도 아직도 전쟁이 끊이지 않잖아요."
메이어가 대답한다.
"세상이 달라질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포기했지. 그게 내 천성이니 세상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받아들였어. 나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이니까." 245
가장 힘든 일은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나를 타성에서 끌어내 다르게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248
우리는 미국과 서유럽의 일부 국민들이 적게 쓰는 방법을 고민하는 한편으로 남반구의 국민들이 더 많이 누릴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나는 전기를 끊고 나서 문제를 해결할때 고려해야 할 부분이 두 가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첫번째로는 만족스러운 삶이 무엇인지-어떤 종류의 자원이 얼마만큼 있어야 행복해지는지-고민해야 한다. 두번째로는 서양의 기준에서 보았을 때 자원 절약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있는 그 수준까지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친환경적으로 접근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257
훌륭한 수돗물이 있고 수원이 비교적 풍부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운이 좋은 나라인데, 사기업에서 생산하는 생수를 마심으로써 그들의 손에 이 나라의 운명을 맡기고 있다. 264
나는 여러 단체에서 자원활동을 하면서 환경운동은 적게 쓰는 운동이 아니라 더 많이 베푸는 운동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배를 쑥 집어 넣는 운동이 아니라 가슴을 내놓는 운동이다. 환경운동의 대상을 환경이 아니다. 인간이다. 인간을 위해 더 나은 미래상을 제시하기 위한 운동이다.
'대안적인 대중교통'의 폴 스틸리 화이트 소장은, 차를 줄여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무를 더 많이 심고, 밖에서 노는 아이들과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들을 늘리고, 스스로 표현하길 '살 만한 거리'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줄이는 게 아니라 늘리는 게 그의 꿈이다.
'로어 이스트 사이드 환경센터'의 크리스틴 다츠-로메로 회장은 나에게 물건을 버리지 말고 계속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해 보라고 한다. 그녀는 쓰레기가 제로인 세상, 즉 똑같은 것을 몇 번씩 짓거나 사지 않아도 되는 재료를 이용해 에너지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271
사회운동단체에서 자원활동을 하며 그 어느 때보다 책임감을 느낀다. 나도 기여하고 싶은데, 프로젝트가 끝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내 모습이 한편으로는 부끄럽다.
쓰레기를 만들거나 새 물건을 사거나 먼 곳에서 생산된 테이크 아웃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여행을 못하는 것은 지긋지긋하다. 전기를 안 쓰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해가 짧아지니 태양전지판으로는 부족해 밤에 책을 읽거나 작업 분량을 늘릴 수가 없다. 어떤 주에는 4일 연속으로 비가 오는 바람에 전기 없이도 산 적도 있다.
나는 혼란스럽다.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고 부끄럽다. 272
문제는 자원을 사용할 것인지 여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지이다. 우리는 삶을 개선하는 데 자원을 쓰고 있을까? 아니면 낭비하고 있을까? 내 인생 자체가 자원이다. 273
우리에게 맡겨진 일은 간단하다.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면 된다. 역설적으로, 내가 무슨 일을 하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남에게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히게 된다. 이익단체들에게는 자본이 힘이지만, 우리에게는 사람이 힘이다.
그런데 내가 앞으로 방향을 모색하고,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이해하며, 인생이라는 미래 프로젝트의 행로를 결정하려고 노력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진다. 275
나는 이 프로젝트가 나의 깨달음을 표현하는 도구였음을 이제야 알아차린다.
이 세상에 나의 절망이나 너의 절망은 없다. 우리의 절망만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잊어버린다. 우리 모두 잊어버린다. 280
아이의 무덤가에서 비디오게임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더 많이 갖지 못한걸 아쉬워하게 될까?
나는 딱 한 가지를 아쉬워할 것 같다. 더 사랑하지 못한 것, 더 사랑하지 못하고, 재물과 성공에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 인생은 너무나 짧고 금세 끝이 난다. 그 인생을 무엇을 위해 쓸 것인가? 281
애니 레너드도 온라인 비디오 <물건 이야기>에서 '우리는 일을 하고, 가끔은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해서 새로 산 소파에 털썩 쓰러져 텔레비전을 보는데, 광고에서 "너는 글러먹었다"고 하기 때문에 마트에 가서 기분전환용으로 물건을 사고, 얼마 전에 산 물건 대금을 치러야 하니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하고, 집에 돌아오면 더 피곤해서 소파에 앉아 더 열심히 텔레비전에 매달리는데, 텔레비전에서는 다시 마트에 가라고 부추기니 일-텔레비전-소비로 이루어진 어이없는 다람쥐 쳇 바퀴를 돌고 있다. 그냥 멈추면 되는데 말이다.'
그냥 멈추면 된다. 286
어쩌면 우리가 지구의 위기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애니 레너드가 말한 것처럼 그냥 멈추지 못하는 것은-대부분 선진국의 편안한 생활에 젖어 현실에 안주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287
내말은. 제발 잠에서 깨어 적극적으로 결정을 내리자는 뜻이다. 결정은 우리가 내려야 한다. 우리 몫이다. 정부의 몫이 아니다. 대기업의 몫도 아니다. 우리 몫이다.
얼마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평화를 실현하고 싶으면 나부터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 한다.
흔히 마음이 평화로우면 사람이 평화로워진다고 한다. 평화로운 사람이 평화로운 가정을 일군다. 평화로운 가정이 평화로운 마을을 만든다. 평화로운 마을이 평화로운 나라를 만든다. 평화로운 나라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든다.
이게 무슨 뜻일까? 세상을 바꾸고 싶으면 나부터 바뀌어야 된다는 뜻이다. 289
우리는 발전적이고 배포가 커야 한다. 재생에너지 생산과 친환경적인 과학기술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할애해야 하는것도 맞다. 하지만 과학기술을 발전과 연결짓는 발상은 200년 묵은 것이다. 배포가 큰 발상이 아니다. 그리고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발전도 아니다. 그럴 게 아니라 우리는 어떤 게 행복한 삶인지 파악한 다음 거기에 맞춰 사회와 과학기술 체제를 개조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사회기술적 설계라고 한다. 292
환경운동 내에서도 개인적인 실천과 집단적인 실천의 장단점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007년에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톰 프리드먼은 개인적인 실천에 대해 이렇게 썼다.
"전등을 바꿀 수는 있다. 차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지도자를 바꾸지 않으면 개인적인 실천은 디 테니가 말한 '개인적인 도덕성'을 표현하는 것에 불과하다."
한편 <뉴스위크>의 기사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버락 오바마는 친환경적인 선택에 대한 브라이언 윌리엄스의 질문에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답답해하며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사실 우리 집의 그 빌어먹을 전구를 바꾼다고 지구온난화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집단적인 조치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나는 노 임팩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내내 이 비슷한 비난을 들었다. 일개 개인이 어떤 영향을 미칠수 있겠느냐고 말이다. 물론 그 사람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주변사람들에게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 중 어느 누가 능력과 노력을 다해 소신을 펼치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나 로버트 케네디나 베티 프리던이나 넬슨 만델라가 될 수 있을지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293
도미노로 도미노 형상을 일으키려면 우리들 하나하나가 줄을 맞춰서 연쇄반응이 일어나도록 만들어야 한다. 물론 기후변화에 다 같이 대처해야 한다고 한 프리드먼과 오바마의 말은 맞다. 친환경적인 기반시설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규제를 통해 기업의 남용을 막아야 한다. 이런 것들은 개별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정치에 참여해 정치인들에게 이런 쪽으로 압력을 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집단적인 실천과 개인적인 실천을 상호 배타적이거나 심지어 서로 별개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을 뿐더러 위험한 발상이다. 사회의 변화방식과, 시민들의 책임감과,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우리의 역량을 무시한 발상이다. 집단적인 실천은 개인적인 실천의 집합체에 불과하다. 그리고 개인적인 실천은 집단적인 실천에 대한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이 두 가지는 함께 움직인다. 294
개인적인 실천과 집단적인 실천을 놓고 쓸데없는 논쟁을 벌일 게 아니라 '참여하는 시민의식'과 같은 포괄적인 단어로 뭉뚱그려 함께 홍보하면 어떨까? 295
냉장고는 다시 쓰기 시작했지만, 별도로 있던 냉동고는 쓰지 않는다. 식기세척기는 1년 동안 쓰지 않았더니 고장이 났는데, 새것으로 바꾸지 않았다. 에어컨을 치워버려서 여름 내내 땀을 뻘뻘 흘리지만 계속 그렇게 지낼 생각이다. 라디에이터는 계속 꺼놓고 있다. 텔레비전은 없지만 어쩌다 한 번 컴퓨터로 이자벨라(저자의 딸)에게영화를 보여주기는 한다. 유리병을 들고 다니며 커피와 물을 마시는데 쓰고, 거의 대부분의 경우 자전거로 이동한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 1년에 열 번쯤 택시를 탔고, 비가 오면 지하철을 탄다.
머리는 여전히 베이킨 소다로 감고 있고, 베이킹 소다를 탈취제로도 활용하고 있다. 로션과 비누도 유독물질을 넣지 않고 집에서 만든다. 고기는 지금도 먹지 않는다. 그런데 슬프게도 이제 세 돌 반이 된 이자벨라가 화를 내며 이제는 채식주의자가 싫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자기도 고기를 먹고 싶다고 했다.
"고기가 동물인 건 아니?" 내가 물었다.
"네."
"그러니까 고기를 먹으면 동물을 먹는 거야, 그렇지?"
"알아요. 동물 먹고 싶어요."이자벨라가 말했다.
그래서 이번 추수감사절에 미셸과 나는 이자벨라에게 친구 루비 네 집에서 칠면조 고기를 먹어도 좋다고 허락한다. 정작 칠면조 고기가 나왔는데, 이자벨라는 한 입 먹더니 싫다고 했다. 치즈를 달라고 했다. 298
노 임팩트 실험을 마치고 남은 여러 가지 고민 중에서 가장 큰 고민은 이것이다. 어떻게 하면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인류의 멸종을 막을 수 있을까? 내 말이 섬득하게 들리겠지만, 여러분도 과학 자료들을 읽어보면 기후 문제가 언론에서 떠드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던진 질문에 대답하자면 내가 생각하기에 그 방법을 완벽하게 아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이 문제를 정부에 온전히 맡길 수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리 모두 총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력을 기울이기 전에 먼저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게 된 것이야말로 프로젝트의 가장 큰 수확이다. 299
나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계속 기울이고 있다.
나는 순교자가 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심사숙고해가며 살 것이다.
내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고민에만 집착했다. 나는 1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고민인지 깨달았다. 내가 시도하려는 사람인지 아닌지 고민해야 맞는 일이다. 300
부록 - 당신도 세상에 기여할 수 있다.
기다리면 안 된다.
우리는 각자의 환경과 능력에 따라 해야 할 역할이 있다. 304
살아가면서 기부나 투표 말고, 세상을 뒤흔들지는 못하더라도 현실적이고 특별하며(그리고 상징적이며) 뭐가 되었건 나름의 보상이 따르는 그런 일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면 육식을 포기하면 탄소 배출량을 4분의 1이나 줄일 수 있다. 안식일을 지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일주일에 하루씩 경제활동을 완전히 금하고 쇼핑도, 운전도, 전기 사용도 자제하는 것이다. 아니면 직접 먹거리를 길러보는 것도 좋다고 한다. 306
정신과 의사들이 말하길 인간의 가치관을 바꾸려면 태도를 바꾸어야 된다고 한다.
먼저 태도를 바꾸게 만들면 생각과 가치관은 저절로 바뀐다.
따라서 지구를 구해야 한다고 사람들을 설득하면 안 된다. 스스로 나서도록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나선 사람들은 결국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310
'밑줄여행 > 인문, 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금술사(Alchemist) -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1(1988) 03890 (0) | 2012.04.23 |
---|---|
순례자(O Diario de um Mago) -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6(1987) 03890 (0) | 2012.04.22 |
스콧 니어링 자서전 - 스콧 니어링 실천문학사 2000 03840 (0) | 2012.04.11 |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포리스트 카터 아름드리미디어 1996 03840 (1) | 2012.03.25 |
우리는 사랑일까(The romantic movement) - 알랭 드 보통 은행나무 2005 03840 (0) | 2012.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