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믿고 있을 뿐 진리는 아닌, 상식이라 여겼던 것이 '어리석음'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많다.  6



옛사람들으 '감정'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감정은 감추고 눌러야 하는 것이었다.  25


'감정 노동'에 바져든다. 속마음을 감춘 채 상냥하고 친절하게 상대를 대한다.  30


잘 모르는 사람들과 계속 마주쳐야 하니, 언제나 '알맞은'감정 상태로 상대를 대하는 것이다.  31



"별로 일하지도 않으면서 음식만 많이 먹으면 욕정만 살아납니다... 농부들은 흑빵과 크바스(호밀로 만든 맥주), 양파를 먹습니다. 이 정도만 먹고도 농부는 생기 넘치게 일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습니까? 저마다 800그램이 넘는 쇠고기와 새고기 그리고 열량 넘치는 음식을 먹어 댑니다. 그게 다 어디로 가겠습니까? 정욕만 만들어 내겠지요."

톨스토이의 소설 <크로이처 소나타>에 나오는 구절이다.  38


'효과적으로 욕망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가장 근본적인 것들부터 다스려야 한다. 그러니까 복잡한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보다 근원적인 욕망부터 다스려야 한다는 뜻이다. 복답한 욕망이란 몸을 꾸미는 것, 스포츠, 오락, 호기심 등등이다. 근본적인 욕망이란 식탐, 게으름 그리고 정욕이다. 지나치게 많이 먹는 인간은 게으름과 싸워 이길 수 없다. 엄청나게 먹어 대면서 게으르기까지 한 사람은 정욕에 맞서지 못한다. 따라서 도덕적이 되려면 식탐부터 이겨 내야 한다. 즉 절식(節食 마디 절, 밥 식)이야말로 절제의 첫걸음이다. - 톨스토이 <첫걸음>에서  38-39


1870년에는 교육법에 의해 의무 교육이 늘어났다. 이때부터 부모에게 자식은 짐이 되었다. 권리는 줄고 의무만 잔뜩 짊어지게 된 것이다. 부모라는 자리가 인생의 무덤처럼 여겨졌다.  44


순결을 강조하는 사회일수록 출산율은 높게 마련이다. 정절 의무에 큰 가치를 두는 이슬람교나 가톨릭 문홪권에서는 다산이 일반적이다.

자유연애를 앞세우는 사회일수록 아이 갖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널리 퍼진다.  46


왜 가족이 사라지고 있을까? 사회학자 엘리자베스 벡 게른스하임(Elizabeth Beck Gernsheim)은 그 이유를 간단하게 풀어 준다. 가족을 꾸리는 일이 경제적으로 손해인 탓이란다.  53


사람들은 예전엔 가족에게서 얻던 것을 이젠 국가에 바라며, 가족에게 했던 헌신을 사회에 해야 한다고 여긴다.  55


독재자는 결코 국민들을 여유로운 상태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 전쟁 준비, 사회 기반 시설 건설 등의 이유로 항상 국가 경제를 쪼들리게 한다. 그러고는 배고픈 시민들에게 큰 시혜라도 베푸는 양 복지 예산을 풀어 놓곤 한다. 자기 말에 꼼짝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57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일단 집중력을 잃고 산만해지면 다시 그 일에 집중하기까지 25분 남짓이 걸린단다.  59


깊은 행복감을 느끼려면 끈기있게 집중할 줄 알아야 한다.

집중력이 부족한 이들에게는 오랜 노력을 이어 가게 만드는 꿈이 없다.

'프리터(Freeter)'란 '허드렛일로 생활비를 벌고 게임이나 하며 하루를 때우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61




미셸 푸코에 따르면, 감시 기술이 좋아질 때 공개 처형은 줄어든다.  81


권력자들은 사람들을 조금씩 서서히 길들여 나간다.

권력자들은 생활을 잘게 쪼갠다. "무단 횡단하지 말라", "세금을 제때 내라", "아무 데서나 소리 지르지 말라" 등 각각의 규칙에는 그것을 지키지 않았을 때 받아야 할 벌칙이 따른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규칙들이 모여 때로는 개인을 옴짝달싹 못하게 묶는다.

지켜야 할 규칙이 세세하게 조개져 있으면 불만을 터뜨리기 어렵다.

보통 사람의 생활을 잘게 쪼개어 길들이려면 감시도 철저해야 한다. 내가 무단 횡단을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른다면 어떻게 나를 처벌하겠는가? 그래서 권력자들은 감시 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킨다. 정치학자 렉 휘태커(Reg Whitaker)에 따르면, 감시는 더 철저한 감시를 부르게 마련이다.  82


역사상 우리 시대만큼 감시가 철저한 때는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의 표정은 그다지 어둡지 않다. 렉 휘태커는 그 까닭을 "우리 스스로 감시당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데서 찾는다. CCTV 카메라는 대부분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설치된다. 더 안전하게 길거리를 다니고 싶어서다. 돈을 빌리고 갚는 일이 전산으로 처리되면 나의 금융 거래가 모두 기록으로 남는다. 이는 곧 권력자들이 작정만 하면 나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전산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얻는 편리함이 만만찮은 까닭이다.  83


CCTV 카메라는 권력자들의 자못을 잡아내는 데도 요긴하게 쓰인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무리 힘센 사람도 눈치를 보며 살 수밖에 없다...결국 우리는, 권력자들은 시민을 감시하고 시민은 권력자를 감시하는 '거울 같은 세상'에서 사는 셈이다.  85




절대 가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서로 다른 견해를 하나로 통일하는 일이 간단했다.  89


기계는 효율적으로 작동하여 최고의 효과를 내면 그것으로 충분하지만, 인간 사회는 제대로 기능하는 것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합리적 절차는 풍요롭고 투명하며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 준다. 그러나 절대 가치가 제공해 주던 '삶의 의미'는 채워 주지 못하는 듯하다.  93




상업이 지배하는 세상은 '타인 지향형(other directed type)' 사회다.  111


상업이 중시되는 시대에는 모든 것이 흔들리고 변화한다. 이익을 남기려면 세상의 변화를 잘 읽고 따라가야 한다. 그러나 시대를 여는 사람의 모습은 오히려 정반대다. 자기만의 소신과 믿음으로 새로운 길을 연다.  112




간디는 공장에서 만든 옷은 일부러 입지 않았다.

공장의 기계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곧이어 자유를 잃게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성장을 중시하는 경제는 만족할 줄 모른다.  182




사회학자 이반 일리히(Ivan Illich)는 학교가 필요한 이유를 삐딱하게 일러 준다. 학교는 한마디로 '주제 파악'을 하게 만드는 곳이다. 사회에는 잘나가는 이도 있고,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만약 어떤 이가 잘난 부모 덕분에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더구나 가난하고 힘없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하지만 "네가 공부를 못해서 지지리 궁상으로 살게 되었다."라고 하면 어떨까? 경쟁에서 진 겨로가이니 마지못해 받아들이게 마련이다. 학교는 이렇게 세상의 '신분'을 굳혀 나간다. 

학교는 사람들이 차별을 쉽게 받아들이게끔 이끈다.  207


이제 학교는 공부보다 '생활하는 곳'으로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교육 기능은 오히려 학교 밖에서 기대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졌다. 학원에 기대는 이들도 셀 수 없이 많다. '평생 교육'에 대한 강조도 마찬가지다. 그 이면에는 학교보다는 기업과 사회에서 이뤄지는 교육을 더 중시하는 마음이 숨어 있지 않을까?  208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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