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에 해당되는 글 96건

  1. 2012.07.28 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고진하의 우파니샤드 기행) - 고진하 비채 2009 03810
  2. 2012.07.17 헬로 인도(Hello India):세번째 인도 그리고 첫사랑 - 강래우 에디터 2007 03810
  3. 2012.07.15 아름다운 거짓말 - 인도를 생각하는 예술인모임 애플북 2008 03810
  4. 2012.07.12 두근 두근 내인생 - 김애란 창비 2011 03810
  5. 2012.06.15 떠나는 자만이 인도를 꿈꿀 수 있다 - 임헌갑 경당 2001 03810 1
  6. 2012.05.06 칼의 노래 2 - 김훈 생각의나무 2001 03810
  7. 2012.05.06 칼의 노래 1- 김훈 생각의나무 2001 03810 1
  8. 2012.04.16 노 임팩트 맨 - 콜린 베번 북하우스 2010 03810 1
  9. 2012.04.05 취서만필(醉書漫筆) - 장석주 평단 2009 03810
  10. 2012.01.23 정조 치세어록 - 안대회 푸르메 2011 03810 1
  11. 2012.01.08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 김혜남 중앙M&B 2002 03810
  12. 2011.10.16 내 머리 사용법 - 정철 리더스북 2009 03810
  13. 2011.09.23 전방위 글쓰기 - 김봉석 바다출판사 2008 03810
  14. 2011.09.11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류시화엮음 오래된미래 2005 03810 2
  15. 2011.09.09 어른으로 산다는 것 - 김혜남 갤리온 2006 03810
  16. 2011.09.04 백범 - 김별아 이룸 2008 03810
  17. 2011.09.03 가미가제 독고다이 - 김별아 해냄 2010 03810 1
  18. 2011.08.30 공부도둑 - 장회익 생각의나무 2008 03810
  19. 2011.07.22 고전, 끝나지 않는 울림 - 정진홍 도서출판 강 2003 03810
  20. 2011.07.03 책 읽어주는 남편 - 허정도 예담 2009 03810
  21. 2011.06.12 책여행책(Book Travel Book) - 박준 웅진윙스 2010 03810
  22. 2011.06.09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 박준 웅진윙스 2008 03810
  23. 2011.06.04 on the Road 카오산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 박준 넥서스books 2006 03810
  24. 2011.06.02 그남자의 비블리오필리 - 허연 해냄 2008 03810
  25. 2011.05.29 그건, 사랑이었네 - 한비야 푸른숲 2009 03810
  26. 2011.05.16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1, 2 - 김형경 푸른숲 2006 03810
  27. 2011.05.02 80만원으로 세계여행 - 정상근 두리미디어 2008 03810
  28. 2011.05.01 지리산 행복학교 - 공지영 오픈하우스 2010 03810
  29. 2011.04.25 책, 세상을 훔치다 - 반칠환 평단 2006 03810
  30. 2011.04.19 길 위의 인문학 - 구효서외 경향미디어 2011 13840




인도 여행이 내 인생의 한 변곡점이 될 줄은 몰랐다.  6


인도의 신화와 종교, 사원, 자연, 그리고 사람들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 인도의 영성이랄까 그 뿌리를 더듬어보고 싶었다.  7


'우파니샤드'란 말에는 '가까이' '아래로' '앉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니까 우파니샤드는 스승이 아끼는 제자를 무릎이 닿도록 가까이 앉히고 은밀히 전해주는 지혜인 것이다.  10


인도의 4대 성지 가운데 하나인 오리사 주의 푸리. 오리사 주는 유난히 힌두교 사원이 많이 '인도의 영혼'으로 불린다.  20


인도의 신들은 사람들의 삶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그들 삶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29


인도의 신들은 대체로 두 종류로 구분된다. 베다(힌두교 법전)에 나오는 신들과 힌두교의 브라흐만의 신들이 그것이다.

베다에 나오는 신들은 자연의 힘을 의인화한 신으로, 태양신 수리아, 바람의 신 바유, 불의신 아그니등 자연이 곧 신으로 숭배된다.

한편 브라흐만의 신들은 <우파니샤드>가 확립되면서 베다시대의 자연신을 대히한 힌두교 신들이다.

물론 <우파니샤드>는 철학적 성격이 강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실재인 브라흐만을 우주와 존재의 궁극적 원리로 인식한다. 따라서 브라흐만은 노자가 말하는 도(道)처럼 비인격적인 존재이다.  30


브라흐만은 산스크리트어로 '넓게 퍼져 있다'는 뜻이다.  34


가난한 농사꾼의 집안에서 태어난 카틱에게 "당신은 행복하오?" 하고 물었다.

"집에는 닷새쯤 먹을 수 있는 쌀과 감자가 있답니다. 그리고 아내는 매일 아침 숲에서 땔감을 구해다가 차를 끓여 줍니다. 아내가 끓여주는 차는 아주 맛있습니다. 그걸로 나는 만족합니다."

주어진 여건을 달게 받아들이는 자족의 품성이 넉넉히 몸에 배어 있는 듯 싶었다.  55-56


소리'아움 또는 옴'(AUM, Om이라고도 말해진다)은 우주의 신성한 원음으로 여겨진다.  63


우파니샤드의 현자는 브라흐만을 '존재' '지성' '무한'이라고 일러준다.

첫째로 브라흐만은 불변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세상의 변하는 것들과 구별된다. 모든 피조물들에게는 '변화의 낙인'이 찍혀있다. 따라서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소위 변화를 겪는 것들은 지본재이고 불변하는 브라흐만은 존재인 것이다.

둘째로 브라흐만은 정신의 영역에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물질적인 것들과 구별된다. 따라서 물질적인 것은 비지성이고, 브라흐만은 지성이라는 것이다. 즉. 브라흐만은 앎의 대상이 아니라 앎의 근거이므로 참된 지성이라는 것이다.

셋째로 브라흐만은 불멸이기 때문에 소멸할 것들과는 구별된다. 따라서 소멸할 것들은 유한이고 불멸의 신비인 브라흐만은 무한이다. 브라흐만은 태어남도 죽음도 여읜 존재이며, 유한한 인간이 갇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존재이기에 무한이라 일컬어지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본질적 속성에 '희열'을 덧붙이기도 한다. 브라흐만은 절대적 기쁨인 '희열'의 존재이기도 한 것이다.  65


사람이 주인이 아니라 금화가 주인이 된 세상에서는 값없는 것들의 고마움을 모른다. 본말이 뒤집혀, 오로지 돈을 주인으로 섬기는 세상에선 값없는 것들의 소중함을 쉽게 망각한다. 쓸모는 오직 돈으로 환산된다. 돈이 안 되는 것은 쓸모없는 것이 된다.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진정 쓸모 있는 것임을 모른다.  76-77


눈을 감고 자리를 틀고 앉아서도 질주 하듯이 살아간다. 그렇게 미친 경주마처럼 질주하고 질주한 결과는 무엇이던가.  78

밥벌이에 급급해 코끝의 숨을 잊고 산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79


숨이 인간의 육신을 지배하듯이 아트만은 인간의 생명을 존재하게 하는 어떤 불변의 원리이다. 숨이 끊어져 육신이 불에 태워져도 사라지지 않는 불멸의 영혼이 곧 아트만이다.  82


우파니샤드가 제시하는 아트만이라는 개념은 자기 바깥에서 삶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던 사람들의 시선을 자기 내면으로 향하도록 만든다.  86


우리가 '내가 아트만이다'라는 놀라운 신비를 깨닫게 되면 만물이 소중해진다고 한다.  87


"강들이 흘러흘러 바다에 도달하면 '강'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바다와 하나가 되듯 진리를 알게 된 사람은 '이름'과 '형태'의 구속에서 풀려나 신성한 푸루사에 도달하게 되리라." - 문다카 우파니샤드


<이샤 우파니샤드>는 세상을 '변하는 것들'이라 묘사하는데, 사실 산스크리트어로 '세상'이란 말 자체가 '변화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영속하는 것이 없으며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127


인도의 대표적인 신 시바는 '춤추는 자들의왕(나타라자)'이라고도 불린다.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시바상은 한쪽 다리를 쳐들고 다른 쪽 다리로는 악마의 머리를 밟고 있다. 네 개의 손 중 하나는 보호의 몸짓을 하고, 다른 손으로는 들어 올린 발을 가리키며, 또 다른 손에는 창조물의 심장 고동을 재기 위한 북을 들고, 마지막 한 손에는 분리의 횃불을 들고 있다. 춤추는 자들의 왕 나타라자의 춤은 정신적 재생과 신과의 합일에서 오는 황홀을 상징한다고 한다.  135


"나 이외에 아무도 없는데 도대체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두려움이 있을 이유가 무엇인가. 두려움이란 다른 존재에 대해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의 감정은 '나' 이외에 타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두려움은 항상 그 무엇에 대한 두려움이다.  154


나 역시 젊은 날 구도자 행색을 하고 살아 왔지만, 솔직히 말하면 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반쪽이었다. 신을 사랑하노라 하면서도 그 쏠쏠한 세상 재미에 언제나 한쪽 발을 걸치고 살아왔다. 그런 나에게 인도에서 만난 빈털터리 수행자들의 모습은 충격과 도전으로 다가왔다.  

나는 무엇을 제대로 버린 적이 있던가. 버리기는커녕 무얼 쌓으려고만 하지 않았던가.  168


힌두교인들은 인생의 단계를 성실히 실천하고 살아야 이상적인 삶이라 생각한다.

첫 단계는 학생기(學生期, 1~25세)로 금욕과 학습의 기간이다. 이 시기에는 경전(베다)을 공부하고 카스트의 구성원으로서 각자 해야 할 의무를 익히는 데 전념한다.

둘째 단계는 가주기(家住期, 26~50세)로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가족의 부양을 위해 전념하는 기간이다.

셋째 단꼐는 임서기(林棲期, 51~75세)로 앞의 두 단계를 통해 이룬 경제적 기반과 가업을 후손에게 물려주고 숲으로 들어가 명상에 임하는 시기이다.

마지막 단계는 유행기(遊行期, 76~100세)로 숲에서 나와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세상을 주유하는 시기이다. 이때는 탁발이 주요 생계수단이 되며, 세상의 모든 애착을 던져버리고, 지금까지 자기가 배우고 명상한 내용들을 현실 속에서 다시 몸으로 확인하는 단계이다. 이 인생의 네 단계는 인간이 점차 세속의 오염을 씻고 자신의 영적인 본향에 적합하게 되는 과정들을 나타낸다.(라다크리슈난)  169


사람들은 포식으로 자기 몸을 괴롭힐 줄은 알면서도 자기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금식은 하려 하지 않는다.  174


몇 차례의 여행, 짧은 식견으로 인도라는 거대한 나라를 규정하고 판단하고 싶지 않았다. 넓게 둘러보고,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할 것 같았다. 사랑하면 보인다고 했으니 더 깊이 사랑해야 할 것 같았다.  213


기원전 1000년경에 씌어진 힌두 경전 <리그베다>에는 인간의 계급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에 대ㅐㅎ 인간의 신체에 비유하여 기록되어 있다. 태초에 우주의 보질을 상징하는 신 푸루사가 죽으면서 인간을 창조했는데, 푸루사의 입에서 사제 계급인 브라만이 나왔고, 파에서는 군인계급인 크샤트리아가, 허벅지에서는 상인계급인 바이샤가, 두 발에서는 노예계급인 수드라가 생겨났다고 한다. 상체로 올라갈수록 신분이 높고 하체로 내려갈수록 신분이 낮아진다. 소위 사성제라 부르는 것이다.

이 사성제에도 들지 못한 아웃카스트가 있는데, 그들이 바로 가장 밑바닥에 속하는 불가촉천민들이다. 이 불가촉천민의 수는 인도 인구의 16%인 1억 650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무려 3500년 동안 짐승 취급을 받으며 살아온 것이다.  234


'진실한 마음으로 진리를 찾으려는 사람은 카르마나 윤회 이론을 배우는데 시간을 소비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자기를 변형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따름이다.' 위대한 구루인 바바 하리다스의 말  247


빛을 비추는 건 태양의 자연스런 존재 방식이다. 그러나 자기 본성에서 멀어진 인간은 그렇지 못하다. '참자아'를 망각한 인간은 자기 행위의 결과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선을 행할 때도 행위 뒤의 결과를 생각한다. 은행에 예치한 돈이 있으면 돌아올 이자를 계산하듯이, 우리의 행위가 가져올 열매를 기대한다는 말이다.

사랑할 때도 손익을 따지고 남을 도울 때도 돌아올 보상을 계산한다. 행위의 순수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순수성을 잃어버린 사랑은 소유욕에 불과하다. 순수성을 상실한 자선은 자기 이름을 세상에 드러내려는 욕심에 불과할 뿐이다.  269


행위의 결과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은 행위 그 자체가 되라는 것이다.  270


해 지는 광경의 아름다움이나 산의 아름다움 앞에 잠시 멈춰 서서 '아!'하고 감탄하는 이는 벌써 신의 일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우파니샤드의 현자는 말했다.  279


'코함'이란 산스크리트어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뜻이다.  283


자신의 본질을  망각한 사람은 '나는 누구인가?'를 거듭해서 물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물론 세상에는 이런 물음조차 지니지 않고 사는 사람이 더 많다.  284


세속적인 것들과의 동일시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는 '나'는 누구일까?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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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인도야?"

나 역시도 자신에게 같은 질문을 덜졌지만 만족할 만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내가 인도로 떠나는 데 그럴싸한 이유는 없었다.

'손에서 나비가 나오는 수도승이 살고 있고, 전생을 볼 수도 있고, 코끼리도 탈 수 있는 나라.' 내가 읽어온 책에서 묘사된 인도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나라였고, 그 축제의 무대가 되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자소였다.

유치하리만치 1차원적이었지만, 난 그렇게 인도로 향했다.


인도와의 첫 만남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코를 찌르다 못해 머리까지 띵한 악취, 숨쉬기조차 버거운 더위와 습도에 벌써부터 내 몸은 인도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information 

뭄바이는 인구 1400만 명에 인도 100대 기업 가운데 52개의 본부가 자리잡고 있다.

동시에 이곳에는 아시아 최악의 슬럼가가 공존하고 있다. 인구의 60% 이상이 집 없이 거리를 떠돈다.



그들의 눈빛은 그저 시간은 물 흐르듯 흘러가는 것에 불과하다는 듯 고요했다. 억지로 잡으려 하지도 않고 억지로 거스르려고 하지도 않는 듯했다.  


고아의 석양이 그렇게 멋지다던데


인도에서는 전기를 아껴 쓰는 탓에 해가 떨어지면 이내 암흑천지로 변한다.  


인도에서 혼자 밤거리를 걷는 건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지.


인도는 막연하게 생각하고 여행할 수 있는 호락호락한 나라는 아니었다.


"우리는 삶이 우리에게 주는 거친 파도들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것을 멋지게 타는 법을 배울 수는 있다." <미래에서 온 편지>에서


나는 인도를 위해 나의 처녀성을 바쳤다. 얼마나 많은 준비와 설레는 가슴을 안고 한국을 떠나왔는데... 그런데 돌아온 것은 아름다움이나 감동은 커녕 끝없는 슬픔과 배신감. 그리고 거센 파도가 주는 아픔이었다.  


신은 내 스스로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까지 그 답을 주지 않았다.


아이들에게는 상처에 바를 약도 필요하고, 먹을 음식도 필요하고, 잠자리도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필요한 건 사람의 손길과 사랑이었던 것이다.


사랑이고, 희망이고, 절망이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잔뜩 늘여와 봤자 어차피 그것은 가진 자만 말할 수 있는 오만이었고, 내가 아이들에게 해준 것도,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인도를 갈 때마다 잠깐이라도 그 학교에 들러서 아이들을 안아주고 손잡아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언제나 불행과 행복은 같은 선상에 존재하는 것 같다. 마치 세상의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그 힘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힌두교는 인도인 모두를 위한 종교가 아니다. 절대적으로 기득권만을 위한 종교이다. 


인도에서는 쉽게 감성적으로 변하고 쉽게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경험상 그럴 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인도의 약탈자들이었다.  


우다이푸르 - 인도인들은 이 도시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아름다운 도시'라며 매번 허풍을 떨어댔다.

인공호수 피촐라 호수에는 아침마다 꿈에서나 봄직한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꾸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꾸어주는 것이다." - 아나톨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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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록이지만 무엇보다 살의 기록이기도 하다.

과거의 삶을 진정으로 신기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여행은 자신의 삶을 신기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4


여행의 가장 큰 재미는 사람을 만나는데 있다. 역사를 만나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이고, 문화를 만나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5



델리는, 그 지리적인 중요성으로 중세 인도의 5왕조(노예왕조 1206~90, 할지왕조 1290~1320, 투글루크왕조 1320

~1413, 사이이드왕조 1414~51, 로디왕조 1451~1526)의 주요 거점이었다.

1526ㄴ녀 무굴제국의 창건자인 바부르에 의해 멸망한 이후에도 델리의 영화는 계속되었다. 

황금의 삼각형이라고 불리는 델리-아그라-자이푸르의 화려한 건축과 미술은 거의가 무굴제국 시대의 산물이다.  11


바부르는 아그라로 진주해 아람박이라는 정원을 만들었다.  13


초대 황제 바부르는 정원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의 아들인 2대 황제인 후마윤은 당시의 문화선진국이었던 페르시아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무굴-사라세닉 건축의 기반을 만들었다.  15-16


아우랑제브 황제가 죽은 뒤 궁정문화의 중심은, 델리에서 러크나우와 하이데라바드의 궁정으로 서서히 옮겨가게 되면서 델리는 잠시 그 영화를 잃는다.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다'라고 말한 것은 라캉이었다.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시선을 느끼면서 그 시선에 부합하려 할 때 생긴다.  27


"스승이시여, 어찌하여 이곳에서 열반에 드시려 하시옵니까?"

석가모니는 "여래가 태어난 곳은 북쪽의 룸비니이고, 깨달음을 얻은 곳은 동쪽의 보드가야니라. 최초의 설법지는 서쪽의 사르나트이다. 이 세곳의 중간에 쿠쉬나가르가 있다...."  57


증오에는 이유나 반항이 없었다.

그것은 앞뒤가 꽉 막힌 고무 호스안에서 점점 압력이 높아지는 물줄기와도 같았다.


'학대당하고, 맞고, 우는 아이가 이 지상에 단 한 명이라도 남아 있다면, 어른들의 이유 때문에 학대당해야 하는 아이가 이 지상에 단 한 명이라도 남아 있다면, 난 절대로 신을 인정할 수 없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187


인도에 살면서 여러 가지 이해하기 힘든 일을 많이 본다. 다 이해할수도 없고 이해 목할 일도 아니기에, 그냥 색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202


20세기의 대표적인 종교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신비주의를 낮은 형태의 신비주의와 높은 형태의 신비주의로 구분하고 있는데, 그가 말하는 낮은 형태의 신비주의란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이고 기적적인 힘을 통해 믿기 어려운 놀라운 일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리키는데요. 우리가 신비주의를 떠올릴 때 곧 바로 '비의적'이거나 '마술적'인 분위기를 연상하게 되는 것도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이지요.

그 반면 높은 형태의 신비주의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지점은 진리에 대한 순수직관, 다시말하면 자기 자신을 절대자 혹은 그러한 섭리와 흐름에 온전히 내맡겨 완전한 합일을 이루는 상태라지요. 가장 깊이 잇는 자기의 존재를 완전히 구현한 상태 말이지요. 그래서 인도 종교의 기배적인 특징은 해탈의 투구에 있고 인도인들은 고통스러운 현실의 삶을 초월하여 절대적이고 영원한 자유를 꿈꾼하도 합니다.

비단 인도뿐만 아니라 유럽의 신비주의 그리고 불교나 기독교, 이슬람 혹은 민중신앙에서 말하는 신비주의는 신과의 몰아적인 친교를 통해 그 신과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믿음과 관계있다지요.  212-213


최근의 젊은 시인들 중에는 희곡을 써 보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들 역시 미지의 참험가들처럼 시 자체가 아니라 시적인 어떤 기미를 찾아 경계를 넘나드는 멀고도 긴 여행길에 나선 거겠지요.

수백 개의 언어가 동시에 사용되는 인도는 하나의 국가가 아닌 큰 대륙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극과 극을 오가는 모순 된 세계가 마구 섞여 있는 땅이기도 하지요. 벌레 한 마리도 함부로 죽이지 않는 자이나교의 교리 한편에 종교 갈등으로 인간 폭력이 만연하고 있고, "세계가 한 가족"이라는 <베다>의 구절과는 상관없이 사우너에 드나들 자유마저 제한된 최하틍계급인 불가촉천민이 버젓이 존재하며 그러면서도 세계 최대의 의회 민주국가로 손꼽는 곳이 인도입니다. 국민들의 대부분은 여전히 궁색한 가난의 때를 벗지 못했지만, 국가 자체로 보자면 이미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고 핵실험에도 성공했으며 IT산업 최강국으로 초국가주의적인 정보망을 가진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 혼재의 땅에 이슬람 신비주의인 수피즘과 힌두교의 대중 신앙운동인 박티 사상이, 마더 테레사의 캘커타 거리와 달라이라마의 다름살라 망명정가 함께 공존하고 나란히 숨을 쉬고 있습니다.  237-238


암베르 카르는 독립 인도의 초대 법무장관으로 불가촉천민의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 초안을 작성하였다. 힌두 민족주의와 카스트 제도 안에서 불가촉천민을 바라봤던 간디와 그 자신이 불가촉천민 출신으로 마르크시즘에 기대고 있던 암베드 카르는 인도 독립 과정에서 많은 갈등을 겪어야 했다. 인도 밖에서는 간디가 더 유명하지만, 인도에서는 암베드 카르에 대한 외경심이 강해 오히려 간디보다 더 많은 동상이 있다고 한다.  245


박티 요가는 우리에게 '포기하라'고 말하지 않고 오직 '사랑하라'고 말합니다.  274



여행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얘기하는 것, 그들의 모습을 내 눈으로 바라보고 내 모습을 그들이 바라보는 것. 그러면서 그곳의 풍경들과 삶들과 내가 대화하는 것이리라.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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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오지 않은 미래와 겪지 못한 과거가 마주본다. 그리고 서로에게 묻는다. 

열일곱은 부모가 되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서른넷은 자식을 잃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아버지가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나는 큰 소리로 답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버지가 묻는다.

더 나은 것이 많은데, 왜 당신이냐고.

나는 수줍어 조그맣게 말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나를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아버지가 운다.

이것은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다.  7


지금도 드센 성격이 남아 있긴 하지만, 어머니의 말씨가 풀죽은 듯 순해진 건 세상이 남아 있긴 하지만, 어머니의 말씨가 풀죽은 듯 순해진 건 세상이 '시발'로만 해결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은 순간부인 듯하다.  13


아버지는 숙맥이 맞았지만 무모하고 모험심 강한 숙맥, 말하지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숙맥이었다.  15


책은.... 읽으려다 이내 때려치웠다. 어떤 상황에서건 태아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된다는 거였다.  35


"어... 나는. 애가 꿈이 있는 아이였음 좋겠어. 너는?"

어머니가 서글서글한 눈망울에 기대를 한껏 담아 말했다.

"음.... 나는 얘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아이였으면 좋겠어."

아버지가 피식 웃으며 어머니를 나무랐다. 

"야, 그거 쉬운일 아니다."

어머니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

"왜? 아기들한테는 그것만큼 쉬운 일이 없을걸? 그리고 우기가 그렇게 만들면 되잖아."  36


"생각해보니까 말이야."

"응."

"뭘 잘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말이야."

"응."

"건강하지만 했으면 좋겠다."

어머니는 잠시 눈을 굴렸다. 그러곤 너무 차분해서 어딘가 슬프게 들리기까지 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거면 되겠다."  37


나의 늙음은 텅 빈 노화였다.  53


두 사람은 배워야 할 게 많았다. 한 존재를 먹이는 법, 재우는 법, 씻기는 법, 그리고 이해하는 법까지 ... 마치 내가 아닌 자기들이 태어난 양,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하나하나 깨우쳐가야했다.  60


'사람들은 왜 아이를 낳을까?' ...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 ...

자기가 보지 못하 ㄴ자기를 다시 보는 것, 부모가 됨으로써 한번 더 자식이 되는것. 사람들이 자식을 낳는 이유는 그 때문이지 않을까?  79-80


"이런 말 하긴 좀 뭣한데, 세상엔 자기 부모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 효도하는 살마들도 많아."  90


"그럼 얼마 동안 아팠던 거지?' 

"음, 십사년요."

"그래, 십사년."

"......."

"근데 그동안 씩씩하게 정말 잘 견뎌왔지? 지금도 포기 않고 이렇게 검사받고 있지? 다른 사람들은 편도선 하나만 부어도 얼마나 지랄발광을 하는데. 매일매일, 십사년. 우린 대단한 일을 한 거야. 그러니까...."

"네"

어머니가 목소리를 낮추며 부드럽게 말했다.

"천천히 걸어도 돼."  101


내가 새끼 노릇 하느라 티를 안 내서 그렇지, 내 어휘가 얼마나 풍부하고 내 문장이 얼마나 유려한지 알면 두 분 모두 깜짝 놀랄 터였다.  107


'데인 것처럼...' 맞아. '늙음'에 데인 것처럼 놀랐다고 했어요.

"저는 잘 이해가 안돼요."

"뭐가?"

"나이 든 사람 피부에 탄력이 없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잖아요."

"그렇지."

"머리가 세는 것도, 이가 빠지고, 눈이 나빠지고, 주름이 느는것도,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잖아요."

"그래."

"그런데 그렇게 좋아했다면서, 그 짧은 접촉 한번에, 마치 늙음이 자기에게 옮기라도 할 것처럼, 그렇게 정색하고 돌아설 정도면, 그 여자가 상상한 늙음이란 대체 어떤 거였을까요?"  134-135


너무 빨리 먹은 시간들이 네 속에 가득 구겨져 있다고.  183


"제가 저번에 물어봤거든요? 형! 형은 오토바이 탈 때 무슨 생각해요?하고."

"어."

"그랬더니 '아무생각안해' 그러더라고요."

"거봐라! 쯧쯧..."

"그래서 왜요? 하고 물었더니, 그 형이 비장하게 답하더라고요."

"뭐라고?"

"생각하면 죽으니까....하고."

"허, 참!"  206-207


궁금한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물어보는 습관이 든 거였다. 지금이 아니면 다신 물어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조금 더 성급해지고 경솔해져도 좋을 것 같았다. 특히 상대가 장씨 할아버지 같은 분이라면 더할나위없이 좋았다. 그게 정답은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대답 속엔 누군가의 삶이 배어 있게 마련이고, 단지 그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당신들의 시간을 조금 나눠갖는 기분이었다.  208


'죽음'보다 나쁜 건 '늙음'이다.  211


둘 중 하나를 선택했으면서 아무것도 안 가진 척하는 것도 기만일 수 있다고..  215


엄마와 밥을 먹으며 티브이를 보던 일상적인 풍경이야. 그때 우리는 '이웃에게 희망을'이란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어. 근데 엄마가 숟가락으로 국을 뜨다 말고 갑자기 그런말을 하더라?

저 사람들이 저렇게 된 데는 아무 이유도 없는 것 같지 않으냐고. 나는 영문을 모른채 가만 고개를 끄덕였지. 그랬더니 엄마가 그렇다면 우리 식구한테도 아무 이유 없이. 또 근거없이 저런 일이 생길 수도 있는거 아니냐고 하더라. 자긴 그게 너무 불안하다고.  216


어쨌든 내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게 나를 두근대게 해.  272


"그럼 현미경으로 찍은 눈 결정 모양도 봤어요?"

"그럼."

"나는 그게 참 이상했는데."

"뭐가?"

"뭐하러 그렇게 아름답나."

"...."

"어차피 눈에 보이지도 않고 땅에 닿자마자 금방 사라질 텐데."  287


"넌 입버릇처럼 항상 네가 늙었다고 말하지. 그렇지만 그걸 선택 할 수 있다고 믿는 거, 그게 바로 네 나이야. 질문 자체를 잘못하는 나이, 나는 아무것도 안 고를 거야. 세상에 그럴 수 있는 부모는 없어."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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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너무 힘겨울 때면 니감보드 가트 화장터로 가서 죽은 자가 불길에 휩싸이는 것을 지켜보고, 그의 가족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한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된다. 그런 다음에는 집으로 돌아와 위스키를 두어 잔 털어넣는다. 델리에선 죽으모가 술이 인생을 살 만하게 해준다. - 쿠시완트 싱


오늘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왜 나는 거리의 친구들과 먼저 우정을 나누게 되는가.

그렇다 인도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가족을 이끌고 아무데서나 노숙하는 걸인과 그들이 갈겨 놓은 배설물에 먼저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의 더러운 손을 기꺼이 잡아 주고 입맞출 줄 알아야 한다. 그들의 가난까지도 포용하는 넉넉함이 필요한 것이다.  29


여기에선 아무도 걸인들에게 손가락질을 하지 않는다. 관리에겐 관리의 생활이 있고, 경찰에겐 걸인의 생활이 있다. 그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타인의 생활을 침범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묵묵히 수긍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34


다질링의 한 게스트 하우스의 노트에는 '여행이란 정말로 깊은 병이지. 한국으로 돌아가기도 전에 벌써 다시 나올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야.. 인도 전역을 돌아볼 마음이라면 남인도의 마하발리푸람이란 곳을 권하고 싶다... 라자스탄 주의 명물 우다이푸르는 만약 혼자라면 가지 않는 게 좋아. 로맨틱이라는 칼에 찔려 영원히 숨쉬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61


떠나야 했다. 길을 나선 여행자들에게 특정한 지역에 대한 집착이야말로 얼마나 불경스럽고 위험 천만한 일인가. 그것은 그 동안 많은 여인들을 만나고, 사랑하고, 열병에 걸렸다가 빠져나오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이치이기도 했다.  66


인도인들의 '예'와 '아니오'는 몸짓만 보고는 잘 구별 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예'를 뜻할 때 고개를 옆으로 살짝 흔드는데,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그것을 '아니오'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순간의 표정과 '아체'라는 말에 귀를 기울이면 대체로 큰 어려움은 없다.  80


샨티 샨티 - 산스크리트어로 '온 우주와 그대에게 평화가 깃들이기를!'  90


어떤 의미에서 여행자들은 모두 바람둥이다. 그들은 특정한 장소에 안주하지 못하고 쉽게 실증내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머물던 장소로부터 계속 떠나는 거지. 한 여자에게 만족하거나 안주하지 못하고 떠나는것과 여행자들의 심리가 유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건 여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91


나는 지금 무엇 때문에 길을 가고 있는가, 어디로 가는 것인가...  100


워낙 많은 여행자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바라나시엔 이들을 노리는 폭력 조직이 생겨났고 간혹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는 모양이었다.  106


청년은 설명을 했다. 화장이 끝나려면 세 시간이 걸리며, 드문 일이지만 장작 값이 모자라는 가난한 사람은 중간에 강으로 던져지기도 한다. 코브라에게 물려 죽은 사람은 화장하지 않는다. 코브라는 신성한 동물이어서 이미 신의 축복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두나 깨달은 사람도 화장을 시키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산과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도 화장을 하지 않은 채 돌에 매달아 갠지스게 그녕 수장시킨다. 그래서 강엔 아이나 태우다 만 시체가 간혹 떠다니기도 한다.  109-110


바라나시는 여행자들의 섣부른 해석을 용납하지 않는다. 해석이 아니라 겸손하게 수용하는 것만이 여행자들의 몫인 것이다.  116


불현듯 부다가야에 이어 다시 회의가 일었다. 인도가 아닌 나 자신에 대한 회의였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갈기를 세우고 미친 시간들 속으로 달려가고 있는가. 나는 무엇이고, 여기는 또 어디인가. 나는 지금 왜 여기에 있는가.  148


인도를 암울하게 만드는 슬픔의 근원은 3천년 전, 아리아인들이 만든 카스트에서 기인한다. 종교 의례를 담당하는 사제 계급인 브라만, 정치와 군사를 담당하는 왕족 및 무사 계급인 크샤트리아, 상공업 활동에 종사하는 평민인 바이샤, 그 밑의 노예 계급에 속하는 수드라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른바 접촉불가 천민으로 분류되는 하리잔이라는 불가촉천민.  180


힌두교도들의 신앙심은 확실히 남다른 데가 있었다. 그들은 현세보다는 내세의 삶을 위해 사는 것처럼 보였다.  200

평생 동안, 단 한 번 이라도 방문할 수 있다면 힌두교인들에겐 최고의 기쁨이 되는 리시케시, 고단한 인연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열망으로 죽기 위해 찾아가는 도시가 바라나시라면, 이곳 리시케시는 마음의 평화를 얻고 깨닫기 위해 방랑하는 성자인 사두들의 고향이었다.  202


여행은 때로 위험을 동반하는 모험이었다. 모험이 수반되지 않은 여행이란 사막처럼 지루하고 건조해서 별다른 감동도 없을 것이었다.  259


요이치와의 재담은 언제나 즐거웠다.. 내 별명을 가르쳐 줄까? 쓸모 없는 인간, 그것이 내 별명이다. 미국 친구가 공부하는 것 외엔 아무런 실용성이 없는 사람이라며 붙여 주었다. 나는 그 별명이 마음에 든다. 그럴듯하지 않니?  261


요즘 젊은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이다. 그들은 돈보다 정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른다.  264


길을 나선 나그네에겐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 게 상책이었다.  267


길을 끌어당기지 말고 다만 너의 길을 가라. 그러면 길이 네게로 올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물을 의식 속으로 끌어들이지 말고 그 품에 안겨라. 그것이 진정한 나그네의 길이다.  309


호텔이나 열차도 고급일수록 먼저 만원이 됩니다. 그것은 외국인들 때문이 아닙니다. 빈곤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가은 자리에 앉는 것도 불결하다고 생각하는 고매한 인격을 지닌 기득권층 때문이지요. 그래서 인도의 물가는 싸도 싼 것이 아니며 비싸도 비싼 것이 아닙니다. 어디에 기준을 두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개념이 달라집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여행자들의 소비 패턴도 다양하게 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333-334


현대 사회는 너무 복잡해서 집중이 어려운 시대이다. 그래서 정적인 명상으로는 목적을 이루기가 어렵다. 참선은 유럽인들에게 잘 맞지 않는다. 그래서 오쇼가 현대 시대에 맞는 새로운 명상법을 개발한 것이다.  421


문명은 신과 사제들에 의해 움직여 왔다. 그러나 사제는 신을 팔아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도덕이나 하나님을 구실로 민중을 지배하는 정치가들의 역할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의 내면은 도덕에 지배당하기 쉽다. 사제는 그들보다 더 교활하다. 사람으로 하여금 도덕을 구실로 죄책감을 느끼게 한 다음 정신적 노예로 길들이는 것이다.  427

진정으로 깨달은 사람이 되면 정치나 사제, 종교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에 이 해결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권력을 원하는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질병을 앓거나 열등감을 가진 자이기 때문이다.  428

당신이 의자에 앉아 글을 쓰는 행위도 명상이 될 수 있다. 그 참맛을 알면 모든 게 명상이 될 수 있다. 삶 자체가 명상이다.  429


사람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을 동반한 여행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519


길에서 태어나 길을 가다가 길에서 죽는 게 인생인 바에야 어느 길에서 고꾸라지든 그게 무슨 대수란 말인가. 여행을 중단하고 돌아가 본들 거기도 또한 길이 아니던가.  521


나는 노트를 펴들고 남인도를 찾을 경우 다시 들러야 할 곳으로 고아와 함피에 이어 귈론을 적어 넣었다.  522


정말로 나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인가. 닷새를 꼬박 굶고도 짐을 꾸리는 내 가슴은 신천지 첸나이에 대한 기대로 두근거리고 있었다. 아, 길에 미친 나그네여. 무엇이 이토록 아픈 몸을 이끌고 그대를 길 떠나게 하는가.  557


짐은 자유로운 삶의 훼방꾼일 뿐이다.  599

우정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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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희망을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언어로 개념화되는 어떠한 미래도생각하지 않았다. 희망은 멀어서 보이지 않았고, 희망 없는 세상에서 죽음 또한 멀어서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았지만, 살아 있는 나에게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만은 의심할 수 없이 분명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날들이 힘겹게 겨우겨우 흘러갔다. 저녁이면 먼 섬들 사이로 저무는 햇살에 갯고랑 물비늘이 반짝였고, 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소멸하는 날들은 기진맥진했다.  31


육군이 수로를 따라 내려올 리는 없겠지만, 내려오지 않을 리도 또한 없었다. 길은 항상 임자가 따로 없는 것이어서, 영산간은 내륙의 적을 겨누는 나의 물길일 수도 있었다.  34


적의 살기가 제풀에 흩어질 때 나는 함대를 집중했다. 적이 항로를 오인해서 길 물목으로 들어설 때 나는 집중했다. 함대를 몰아적을 물목 안으로 깊숙이 밀어넣었다. 좁은 물목 안에서 적의 종심은 길어졌다. 거북선 한 척이 그 종심을 깊이 찔렀다. 돌격장이 거북선을 지휘했다. 거북선은 적의 종심을 따라 깊이 찔러 들어가면서 양쪽의 적의 대열을 좌충우돌로 휘저었다. 적의 대열은 흐느적거렸고 지휘 체계는 작동되지 않았다. 나는 집중된 선두로 돌아선 적의 후미부터 잡아나갔다. 서너 척의 화력을 적의 한 척에 온전히 집중시켜 가며 한 척씩 잡아나갔다.

삶은 집중 속에 있는 것도 아니었고 분산 속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모르기는 하되, 삶은 그 전환 속에 있을 것이었다.  58


달려드는 적 앞에서 나의 함대는 수없이 진을 바꾸어가며 펼치고 오므렸고 모이고 흩어졌다. 대장선이 후미에 있을 때 이물 너머로 바라보면 함대는 적과 마주잡고 쉴새없이 너울거리며 춤을 추는 무도자처럼 보였다.

나를 이동시키면서 고정된 적을 조준하는 일은 어려웠고 나를 고정시키고 이동하는 적을 조준하기도 어려웠다. 나를 이동시키면서 이동하는 적을 조준하기는 더욱 어려웠으나, 모든 유효한 조준은 이동과 이동 사이에서만 이루어졌다. 내가 적을 조준하는 자리는 적이 나를 조준하는 표적이었다. 함대가 이동할 때, 적을 겨누는 나의 조준선은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회전했다.  59


나는 임진년 5월 4일 새벽에 여수 전라 좌수영에서 판옥전선 24척으로 발진했다. 협선 15척과 어선 46척이 뒤따랐다. 기나긴 전쟁의 시작이었다. 나는 해전 경험이 없었다. 장졸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적이 들어온 포구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나는 보이지 않는 적을 찾아서 동진했다. 나는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어떻게 싸워야 하는 것인지를 알지 못했다. 그때 나는 다만 적이 깊숙이 다가왔으므로 나아갔다. 함대는 해안과 섬 사이의 협애 수로를 따라 항진했다.  62-63


병들고 다친 자들은 귀향시키고 나머지는 우수영으로 보내 협선의 격군들로 배치했다. 검불처럼 앙상한 노인들이었다. 나의 노와 적의 노를 번갈아가며 저어야 하는 백성을 생각하면서, 나는 머리의 비듬을 긁었다. 나는 찬 청정수를 마시고 싶었다. 조선인 포로 1천여 명은 적의 순천 요새에 전진배치되어 있었다. 나는 적에게 둘러싸였고 백성들에게 둘러싸였다. 바다에는 지나간 것드르이 흔적이 없었다. 붙잡힌 백성들을 앞세우고, 적은 또 다가오고 있었다.  91


도요토미는 죽기 전에 조선 철병을 명했고, 그의 철수 명령은 이미 조선에 파병된 적의 장수들에게 전달되었다.  148

그가 조선에 출병한 깊은 뜻은 천하를 가지런히 하기 위한 것이었다.  149


나는 대장선 갑판에 무릎을 꿇었다. 나는 빌었다. 무엇을 향해 빌었는지, 나는 빌고 있었다. 바다는 문득 고요했다.

이제 죽기를 원하나이다. 하오나 이 원수를 갚게 하소서.  190-191



칼에 새긴 길 -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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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확실한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았으므로, 헛것인지 실체인지 알 수가 없었다. 모든 헛것들은 실체의 옷을 입고 모든 실체들은 헛것의 옷을 입고 있는 모양이었다.  44


나는 못대가리 하나 걸질 것 없는 텅 빈 바다와 목 잘린 시체가 썩어가는 연안을 생각했다. 나는 먼 섬들에서 오르던 적의 봉화를 생각했고, 불타버린 한산 통제영을 생각했다. 물러설 자리 없는 자의 편안함이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사지(死地)에서는 본래 살길이 없었다. 그러자 몸의 깊은 곳이 자꾸 뜨거워져 갔다. 성욕 같기도 하고, 배고픔 같기도 한 것이 자꾸만 내 속에서 끓어 올랐다.  58


임금은 수군이 외롭고 의지할 데 없으니 해전을 포기하고 장졸을 인솔해서 육지로 올라가 도원수부의 육군과 합치라는 것이었다. 나를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한 지 며칠 후에 임금은 또 그런 유시를 내려보냈다. 임금은 적이 두려웠고, 그 적과 맞서는 수군 통제사가 두려웠던 모양이었다. 그것이 임금의 싸움이었다.  82


....이제 수군을 폐하시면, 전하의 적들은 서해를 따라 충청 해안을 거쳐서 한강으로 들어가 전하에게로 갈 것이므로, 신은 멀리서 이것을 염려하는 바입니다. 수군이 비록 외롭다 하나 이제 신에게 오히려 전선 열두 척이 있사온즉.... 

그리고 나는 한 줄을 더 써서 글을 마쳤다.

.... 신의 몸이 죽지 않고 살아 있는 한에는 적들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83


오늘밤 전 함대는 발진하아.

장졸들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나는 다시 말했다.

"사지에서는 살 길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아마도 살길이다. 살 길과 죽을 길이 다르지 않다. 너희는 마땅히 알라."

전율이 장졸들의 얼어붙은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전율에 나는 안도했다. 그날 밤 나는 전선 12척과 군사를 우수영으로 옮겼다. 그리고 전선의 고물에 백성들의 어선 30척을 밧줄로 매달아 함께 옮겼다. 새벽에 군관들을 풀어서 우수영 주변과 갯가의 백성들을 산 위로 소개시켰다. 해남 쪽에서 넘어온 피난민들이 섞여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이 늙은이와 부녀자들이었다. 백성들을 쓰러져 뒹굴며 울부짖었다. 이부자리를 등에 멘 백성들은 개와 닭은 끌고 통곡하면서 산 위로 올랐다. 수영 마당 안까지 백성들이 몰려왔다.

"나으리, 이제 또 산 위로 가라 하시니, 짐승이 아니고서야 어찌 산 위에서 살 수 있겠소이까? 차라리 저희들을 다 죽여주시오. 나라의 칼을 찬 장수가 어찌 이러실 수가 있소. 나라의 칼로 백성을 지키지 못할진대 나라의 칼로 다 죽여주시오."

늙은 농부는 울면서 그렇게 말햇다. 내 마음속에 몇 방울의 눈물이 고여왔다. 나는 겨우 말했다. 거짓말이 되더라도 나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칼 찬 자의 죄가 실로 크다. 내 이번 싸움에서 기필코 이길 것이니 그때 너희들은 마을로 돌아오라."  86


"아무런 방책이 없다. 일자진뿐이다. 열두 척으로는 다른 진법이 없다."  88

"밝은 날 명량에서 일자진으로 적을 맞겠다."

"적의 선두를 부수면서, 물살이 바뀌기를 기다려라. 지휘 체계가 무너지면 적은 삼백 척이 아니라, 다만 삼백 개의 한 척일 뿐이다. 이제 돌아가 쉬어라."  89


적은 십렬종대의 이동 대열로 다가왔다. 

적의 배들은 갑판 위 누각에 울긋불긋한 칠을 했고, 이물과 고물에 금박을 입혔다. 철렁거리며 다가오는 적의 이물에서 대낮의 햇빛은 번쩍거렸다. 적의 대열은 찬란했다. 알 수 없는 적의의 신들이 살고 있는 무수한 신전(神殿)들이 몰려오는것 같았다.  96

적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깃발들의 함성으로 다가왔다. 그 깃발 위 허공으로 적의 살기는 무지개처럼 펼쳐졌다. 바람의 흐름이 끊어질 때마다 우수영 쪽 산꼭대기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울부짖는 피난민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몸이 불에 타틀어가는 자들의 울음처럼, 그 울음은 맹렬했고 다급했다.

정오무렵

적의 제1열과 제2열이 합쳐지면서, 양쪽으로 날개를 벌리기 시작했다. 

물은 적의 편이었다. 적은 휩쓸듯이 달려들었다. 감당할 수 없는 적의 힘이 내 몸에 느껴졌다. 나는 뼈마디가 으스러지듯이 아팠다.  97


일자진 뒤쪽으로 임하도 쪽 바다는 갑자기 넓어진다. 거기서, 다시 넓어지는 적의 날개를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었다. 물러설 자리는 넓었지만, 물러서서 살 자리는 없었다. 적의 선두의 날개가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왔다.  98

북서 밀물은 기세를 죽이기 시작햇다. 양쪽 연안으로 밀려났던 와류들이 가운데로 다시 몰리면서 물결은 낮아졌다. 이물 쪽 기둥에 몸을 묶은 적병들이 이쪽을 향해 조총을 겨누고 있었다. 또 한 번의 역류를 앞둔 바다는 문득 호수처럼 고요해졌다. 그 적막속에 바다는 다시 밀물에서 썰물로 뒤바뀌는 존망의 격랑을 예비하고 있었다. 이제 밀어붙일 것이었다.

"닦아라. 적의 제일열을 부수라."

쇠나팔이 길게 울렸다. 대장선에서 화살이 나르고 화포가 터졌다. 적들이 함성을 질렀다. 적이 날개가 점점 좁혀졌다. 총탄이 무더기로 쏟아져왔다.

"더욱 닦아라."

함대는 따라오지 않았다. 중군장 김응함과 거제 현령 안위는 두마장 정도 뒤로 물러서서 다만 고요한 바다에 떠 있었다. 노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베어야 했으나 배를 돌릴 수 없었다. 적의 날개는 연안 쪽에서 빠르게 좁혀들고 있었다. 초요기(招搖旗)를 세웠다. 김응함이 겨우 다가왔다. 김응함이 내 배로 건너왔다. 김응함의 배 좌현에서 적탄에 맞은 사부 2명이 물 속으로 고꾸라졌다. 나는 김응함의 목게 칼을 들이댔다.

"응함아, 여기는 사지다. 내 칼에 죽느니 나아가서 적의 칼에 죽어라."  99


제 배로 건너간 김응함은 격군을 질타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안위가 다가왔다. 대장선으로 건너와서 안위는 갑판에 꿇어앉았다. 나는 말했다.

"안위야. 너를 죽여서 길을 열겠다. 네가 군법에 죽겠느냐? 물러서면 살 듯싶으냐?"

안위가 몸을 떨었다. 안위는 제 배로 건너갔다. 안위의 배가 앞으로 나아갔다.  100


군량은 명량에서 깨어진 적선에 올라가 빼앗은 쌍이었다. 모두가 적들에게 빼앗긴 연안 백생들의 쌀이었다. 내가 적을 죽이면 적은 백성을 죽였고 적이 나를 죽인다면 백성들은 더욱 죽어나갈 것이었는데, 그 백성들의 쌀을 뺏고 빼앗아 적과내가 나누어 먹고 있었다. 나의 적은 백성의 적이었고, 나는 적의 적이었는데, 백성들의 곡식을 나와 나의 적이 먹고 있었다.  108

장졸들을 모아놓고 무기를 점검했다. 썩은 창자루를 갈아 끼우고 쇠갈고리의 낡은 줄을 바꾸도록 했다. 명량에서 돌아온 배들은 이음새가 어긋났고, 틈새에 벌레가 먹었다. 노 구멍이 문드러진 배들도 있었다. 배들을 묶어놓고 선실안에서 연기를 피워 벌레를 잡았다. 벌어진 틈새에 나무 심을 넣었다. 개먹은 노 구멍 둘레에 쇠를 박았고 이 빠진 노 끝에 구리 버선을 씌웠다. 저녁때 백성들이 버린 밭에 월동 무씨 다섯 되를 뿌렸다.  108-109


나는 개별적인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온 바다를 송장이 뒤덮어도, 그 많은 죽음들이 개별적인 죽음을 설명하거나 위로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나는 여가자 죽으면 어디가 먼저 썩을 것인지를 생각했다. 나는 그 썩음에 손댈 수 없을 것 같았다. 죽은 자는 나의 편도 아니고 적도 아니었다. 모든 죽은 자는 모든 산 자의 적인 듯도 싶었다. 내 몸은 여진의 죽은 몸 앞에 작게 움츠러들었다.

나는 죽은 여진에게 울음 같은 성욕을 느꼈다. 세상은 칼로써 막아낼 수 없고 칼로써 헤쳐나갈 수 없는 곳이었다. 칼이 닿지 않고 화살이 미치지 못하는 저쪽에서, 세상은 뒤채이며 무너져갔고, 죽어서 돌아서는 자들 앞에서 칼은 속수무책이었다. 목숨을 벨 수는 있지만 죽음을 벨 수는 없었다.  114


죽을 때, 적들은 다들 각자 죽었을 것이다. 적선이 깨어지고 불타서 기울 때 물로 뛰어든 적병들이 모두 적의 깃발 아래에서 익명의 죽음을 죽었다. 하더라도, 죽어서 물 위에 뜬 그들의 죽음은 저마다의 죽음처럼 보였다. 적어도, 널빤지에 매달려서 덤벼들다가 내 부하들의 창검과 화살을 받는 순간부터 숨이 끊어질 때까지 그들의 살아 있는 몸의 고통과 무서움은 각자의 몫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각자의 몫들은 똑같은 고통과 똑같은 무서움이엇다 하더라도, 서로 소통될 수 없는 저마다의 몫이었을 것이다. 저마다의 끝은 적막했고, 적막한 끝들이 끝나서 쓰레기로 바다를 덮었다. 그 소통되지 않는 고통과 무서움의 운명 위에서, 혹시라도 칼을 버리고 적과 화해할 수도 있을 테지만 죽음은 끝내 소통되지 않는 각자의 몫이었고 나는 여전히 적의 적이었으며 이 쓰레기의 바다 위에서 나는 칼을 차고 있어야 했다. 죽이되, 죽음을 벨 수 있는 칼이 나에게는 없엇다. 나의 연안은 이승의 바다였다.  123-124


면사첩을 받던 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나는 '면사' 두 글자를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죄가 없다는 것도 아니고 죄를 사면해 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다만 죽이지는 않겠다는 것이었다.

면사첩 위 시렁에서 내 환도 두 자루는 나를 베는 임금의 칼처럼 보였다.

내가 임김의 칼에 죽으면 적은 임금에게도 갈 것이었고 내가 적의 칼에 죽어도 적은 임금에게도 갈 것이었다. 적의 칼과 임금의 칼 사이에서 바다는 아득히 넓었고 나는 몸 둘 곳 없었다.  129 


배는 살아 있는 생선과 같다. 전선과 어선이 같고, 판옥선(板屋船)과 협선(浹船)이 매한가지다. 생선의 몸이 물을 읽듯이 배는 물을 읽고, 물을 받아내면서 나아간다. 여울을 거스를 때 생선이 때때로 몸통 전체를 뒤틀며 물에 저항하듯이, 배도 몸통 전체를 뒤틀며 파도와 파도 사이를 빠져나간다. 물에 맞서는 배의 저항은 물에 순응하기 위한 저항이다. 배는 생선과 같다. 배가 물을 거스르지만, 배는 물에 오래 맞설 수 없고, 물을 끝끝내 거절하지 못한다. 명량의 역류를 거슬러 나아갈 때도, 배를 띄워주는 것은 물이었고 배를 나아가게 하는 것도 물이엇다. 생선의 지느러미가 물살의 힘과 각도를 감지하듯이 노를 잡은 격군들의 팔이 물살의 힘과 속도와 방향을 감지한다. 장수의 몸이 격군의 몸을 느끼고, 노 잡은 격군의 몸이 물을 느껴서, 배를 사람의 몸의 일부로써 역류를 헤치고 나아간다. 배는 생선과도 같고 사람의 몸과도 같다. 물 속을 긁어서 밀쳐내야 나아갈 수 있지만, 물이 밀어주어야만 물을 따라 나아갈 수 있다. 싸움은 세상과 맞서는 몸의 일이다. 몸이 물에 포개져야만 나아가고 물러서고 돌아서고 펼치고 오므릴 수가 있고, 몸이 칼에 포개져야만 베고 찌를 수가 있다. 배와 몸과 칼과 생선이 다르지 않다.  143


임진년의 싸움은 힘겨웠고 정유년의 싸움은 다급했다. 모든 싸움에 대한 기억은 늘 막연하고 몽롱했다. 싸움은 싸움마다 개별적인 것이어서, 새로운 싸움을 시작할 때마다 그 싸움이 나에게는 모두 첫 번째 싸움이었다. 지금 명량 쌍무에 대한 기억도 꿈속처럼 흐릿하다. 닥쳐올 싸움은 지나간 모든 싸움과 전혀 다른 낯선 싸움이었다. 싸움은 싸울수록 경험되지 않았고, 지나간 모든 싸움은 닥쳐올 모든 싸움 앞에서 무효였다.  155


"너희가 백성으로서 어찌 싸우는 수군을 따라나서느냐?"

노인이 반울음으로 대답했다.

"나으리, 이제 우수영을 버리시면 적은 곧 들이닥치리다. 백성이 수군을 따라가지 않으면 적을 따라가리이까? 수군 또한 백성의 자식이 아니고 무엇이오? 애 아들놈 조카놈들도 임진년 싸움에서 다 죽었소."

노인의 울음이 아긍로 바뀌어갔다. 통곡하는 어선과 뗏목들이 대장선 둘레를 에워쌌다. 대장선에 부딪힌 어선들이 뒤집힐 듯 출렁거렸다.  162-163

나를 죽이면 나를 살릴 수 없기 때문에 임금은 나를 풀어준것 같았다. 그러므로 나를 살려준 것은 결국은 적이었다. 살아서, 나는 다시 나를 살려준 적 앞으로 나아갔다. 세상은 뒤엉켜 있었다. 그 뒤엉킴은 말을 걸어볼 수 없이 무내용했다.  181




내 작품을 말하다.

나는 세상의 모멸과 치욕을 살아 있는 몸으로 감당해내면서, 이 알 수 없는 무의미와 끝까지 싸우는 한 사내의 운명에 관하여 말하고 싶었다. 희망을 말하지 않고, 희망을 세우지 않고, 가짜 희망에 기대지 않고, 희망 없는 세계를 희망 없이 돌파하는 그 사내의 슬픔과 고난 속에서 경험되지 않은 새로운 희망의 싹이 돋아나기를 나는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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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

우리는 만족스럽지도 않은 생활을 하면서 너무 많은 석탄과 기름을 소비해 대기를 온실가스로 채우고 있다. 신나게 즐기지도 못하면서 우리가 사는 곳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7

이런 위기는 현재를 다시 점검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나처럼 노 임팩트 맨이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더 나은 생활 방식을 찾는 일에 여러분도 동참해주었으면 좋겠다.  8


추천사 - 대도시 한복판에서 지구를 위해 산 사람의 놀라운 이야기(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김종남)

지구환경에 영향을 주는 어떤 선책도 거부하겠다고 굳게 결심하고 가족을 설득한 글쓴이도 1년의 실험적 삶을 통해서 도저히 목표에 도달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음을 고백한다.  10

일상적인 삶의 방식을 조금만 바꾸면 이상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

'노 임팩트 맨'에 도전할 것인가 아니면 '어 리틀(a little) 임팩트 맨'으로 만족할 것인가 하는 선택이 남아 있다.  8

(경제가 살기 위해 우리는 소비해야 한다. 그렇게 할때 기업은 제품을 만들게 되고 그렇게 하기 위해 고용을 유지ㅡ 증가시키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 논리가 정말 논리적인가? 이것이 답인가?)



사실 나는 가끔 세상을 바꾸려고 애를 쓰기는 했지만, 생각해보면 나의 정치적 견해로 미셸(저자의 부인) 같은 다른 사람을 바꾸려고 한 경우는 너무 많았던 반면 나를 바꾸려고 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나는 남의 잘못을 꾸짖으면 내가 고결해진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21

내가 세계문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어찌되었건 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이게 과연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일까? 이런 상태를 나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절망하면서 절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내가 신물이 난 건 세상이 아니었다. 나 자신이었다. 편안하고 느긋하게 무기력한 척하는 내 모습이었다.

내가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까? 나 같은 사람은 세상에 기여할 수 없는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게으르거나 겁이 많아서 시도초자 하지 않는 걸까?  26

다른 사람들을 바꾸고 싶어하면서 거울을 들여다 볼 마음은 없거나, 아니면 들여다보지도 못하는 것과 다름없다  29

내가 처한 난감한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선문답이 있다. 오래전 중국에서 남천선사의 절로 흘러들어간 길 잃은 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는 어떨 때는 동관에 거처하는 선승들의 무릎에 누웠고, 또 어떨 때는 서관에 거처하는 선승들의 무릎에 누웠다. 그런데 선승들은 이 고양이를 함께 잘 돌보지 못하고 서로를 질투하기에 이르렀다.

"우리가 너희보다 더 사랑하니 이 고양이는 우리와 함께 지내야 한다."

"무슨 소리, 우리가 고양이 기르는 법을 더 잘 알고 있으니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한다!"

하루는 선승들이 명상을 하는 선방 한가운데에서 말다툼이 벌어졌다. 결국 남천선사가 선방으로 들이닥쳤다. 그는 고양이를 집어 그 목에 칼을 겨누고 말했다."너희들, 이 고양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한마디로 말할 수 있으면 내가 이 고양이를 살려둘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죽일 것이다."

남천은 선승들을 시험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정말로 고양이를 사랑했을까, 아니면 그저 상대방을 이기고 싶을 따름이었을까? 고양이의 목숨을 정말로 책임질 마음이 있었을까, 아니면 싸움에 너무 정신이 팔려서 통제가 되지 않았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슨 말을 하거나 행동을 보인 선승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들 상대방이 틀렸다는 걸 입증할 방법만 열심히 연구했다. 그래서 남천은 고양이의 목을 땄다.  30

마이너스 임팩트 + 플러스 임팩트 = 노 임팩트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늘려 서로 상쇄할 수 있을까? 적어도 1년 동안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을 더 많이 하면서 살 수 있을까?  33

나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뒤로 달라진 게 너무 많다. 사고방식, 직업, 인간관계, 육아, 결혼생활  35


말을 하기는 쉽지만 실천은 말보다 훨씬 어렵다.  39

나는 환경 전문가로 변신한 다음 내가 터득한 지식을 활용할 생각이 아니었다. 우리 별의 응급상황을 어떻게 처리할지 아무것도 모르는 바닥에서부터 시작해 더듬더듬 앞으로 걸어갈 생각이었다. 내가 어떤 사실들을 깨닫게 되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내가 어떤 식으로 진화하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42

친환경적으로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믿을 만한 로드맵이 없다는 것이다.

과대광고의 미로 속에서 헤매느라 골머리를 앓느니 차라리 그 미로 밖으로 기어나오는게 간단하지 않을까? 친환경적으로 사는 비결은 어쩌면 '다른'제품을 선택하는 게 아니었다. 적어도 낭비벽이 있는 미국과 서유럽 국민들 입장에서는 '적은'제품을 선택하는 게 관건이었다.  43

<도덕경> '만족할 줄 아는 자는 부유하다.'  44

우리 별의 원금이 아니라 배당금으로 사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요람에서 요람으로>의 저자 윌리엄 맥도너와 미하엘 브라운가르트의 말에 따르면, 메노미니족은 수목으로 뒤덮인 고향땅에서 오랫동안 나무를 베어 내다팔았다. 1870년에 메노미니 족이 9510헥타르의 땅에 보유한 입목은 13억 보드피트(목재의 용적 단위, 1보드푸트가 1 제곱피트에 두께 1인치이다)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들이 벌채한 양은 그 숫자의 거의 두 배에 해당되는 22억 5천만 보드피트였다. 

나무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일부 대규모 목재회사의 '완전벌채'방식을 도입했다면 메노미니 족의 땅에는 숲에서 사는 야생생물은 물론이고 나무도 한 그루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땅에는 현재 1870년보다 많은 17억 보드피트의 입목이 있고, 숲 속 생태계도 잘 유지되고 있다. 메노미니 족이 튼튼한 어미나무는 건드리지 않고 동물들이 살 수 있게 나무 우시부분은 충분히 남겨둔 채 약한 나무만 베어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맥도너와 브라운가르트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의 요구사항만 내세우기보다 숲에서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노 임팩트 실험을 통해 구현하고 싶은 철학이었다.  47-48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의 친구였고 입양으로 맺어진 삼촌과 고모 들에게 절약 정신은 환경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과 그 인생에 결부된 모든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데서 싹튼 것이었다.  59

'생활수준이 높은'것이 삶의 질이 높은 것과 일맥상통하느냐..  62

이론상으로는 이런 테이크아웃 음식 덕분에 내 몸과 우리 가족을 챙기는 데 드는 시간이 줄어들어 여유가 더 많아져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우리 집에서는 생활이 편리해지면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지는 게 아니다. 일할 시간이 많아지는 것이다. 결국에는 우리 모두 이 '편리함'을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하루에 열두 시간씩 허리가 부러져라 일을 하고 있다.  64

우리가 잘 살기 위해 이 모든 편의용품의 비용을 치루고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 모든 편의용품의 비용을 치르고 일을 하기 위해 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66

어렸을 때는 절약을 강조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가르침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이러면 안 된다. 저러면 안 된다. 무엇 때문에 그래야하는 걸까? 믿음을 위해? 독실해지기 위해? 하지만 낭비하지 말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두 분의 마음가짐은-대공황 시대의 발상이건 아니건 간에-석양이나 다람쥐를 감상하는 여유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쓰레기 앞에 앉아 있으면 바닥 위로 펼쳐진 나의 삶이 보이고, 어느 고고학자가 앞으로 천년 뒤에 나의 삶을 연구할 때 어떤 걸 보게 될지 내 눈에 보이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생명이 생명을 낳고 죽음이 죽음을 낳는다면 쓰레기가 쓰레기를 낳는 걸까? 만약 내 삶이 쓰레기를 낳는다면 그건 내 삶이 어떻다는 뜻일까? 자원을 낭비하는 게 인생을 낭비하는 증거일까?  67

그리스도교의 10계명과 비슷한 불교의 오계에 얽힌 이야기다.

어느 선사가 바깥 나무 밑에 앉아 명상을 하는데, 제자 한 명이 우물에서 물을 뜨려고 커다란 항아리를 들고 지나갔다. 항아리를 채운 제자는 온 길을 되짚어 황급히 선사 옆을 지나가며 사방으로 물을 흘렸다. 

"네 이 녀석!" 선사가 나무 밑에서 외쳤다. "그 물을 왜 죽이고 있느냐?"

여기에서 어떤 단어를 선택했는지가 중요하다. 선사의 말은 제자가 나무를 죽이지 말라는 모세의 가르침이 그렇듯 살생을 넘어 과소비와 파괴로까지 확대되는 데 1계의 정신을 어기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불필요하게 과소비하고 파괴하다니 제자가 삶에 정성을 다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과소비는 제자가 어떤 식으로 사는지를 좀더 심층적으로 알려주는 지표였다. 어쩌면 그도 나처럼 다람쥐와 석양이 주는 기쁨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어째서 지금 여기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더 걱정하느냐고, 선사는 그렇게 물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째서 지금 하는 일보다 앞으로 하게 될 일을 더 걱정하느냐고, 어째서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느냐고, 어째서 지금 이 순간을 낭비하고 있느냐고, 어째서 진정 인생을 낭비하고 있느냐고.  70-71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종이 식탁보와 파티용 모자 그리고 서류용지와 인쇄용지를 소비하는 속도에 맞추느라 1분마다 풋볼 경기장 아홉개에 해당되는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베어내고 있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첫째가 화석연료 사용이고, 둘째가 삼림파괴다.

편리하지도 않은 편의용품을 사느라 우리 별의 자원을 닥치는 대로 소모하고 있다는 사실의 상징이었다.  75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일랜드. 방그라데시, 타이완 우간다, 탄자니아에서는 이미 비닐봉지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사용을 규제해 실질적으로 자취를 감추게 만들었다.  80

바다 1.6제곱킬로미터당 4만 6천 조각의 플라스틱이 떠다니고 있다고 유엔환경계획에서 보고했다.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160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태평양 한복판으로 나서면 쓰레기들이 둥둥 떠다니며 소용돌이치는 곳이 나오는데, 그 크기가 미국 본토의 두 배이다.  

무게로 따졌을 때 수중생물의 여섯 배에 달하는 플라스틱이 떠다니고 있다.  81

수백 년 동안 숲을 관리하면서 메노미니 족도 숱하게 이런 일을 겪었을 것이다. 더 있었으면 싶지만 참아야 했을 때, 충분해도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때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무를 너무 많이 베어버렸다면 무슨 수로 목재산업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내가 유혹이 느껴질 때마다 무너지면 이번 실험에서 무얼 배울 수 있을까?  91

인도의 대서사시 <바가바드 기타>에는 '실천은 그 결과가 아니라 그 자체로 올바른 것이니라. 그대는 실천의 결과를 목적으로 삼지 말 것이며, 나태에 심취하지도 말라.' 다른 말로하면 그냥 저지르라는 뜻!  98

바뀌어야 할 게 인간의 천성이건 산업 시스템이건, 지구를 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내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내가 시도할 마음이 있느냐는 것이다.  99


대도시에서 상업화되고 자동화되고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기반시설을 가능한 한 이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길을 걷거나 계단을 오르지 않고 움직이는 기계를 이용하는 것이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까? 상업화된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는 데에도 일말의 장점이 있지 않을까?  110

기후학자들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은 상태로 너무 오래 지속되면 기온이 지나치게 상승해서 지구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달라질 거라고 입을 모은다. 

대기 100만 그램당 이산화탄소의 양이 350그램을 넘기면 안 되는 것이다. 핸슨은 "문명이 발달하고 비슷하게 보존하고 싶으면" 이산화탄소의 양을 그 이하로 낮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벌써 387피피엠이다. 게다가 해마다 2피피엠씩 높아지고 있다.  115

"남들을 너 대신 희생시킬 거면 이 노 임팩트 어쩌고를 뭐하러 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어머니가 말한다.

"하지만 여행을 못 하는 사람은 저예...."

"그 때문에 속상해지는 사람은 나잖니."  117

아이는 다시 쇠사슬을 밀어 앞뒤로 흔든 다음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밀었다. 나는 얼른 공원으로 달려가 재미있게 놀고 싶었다. 나는 한참이 지난 뒤에야 이자벨라가 이미 재미있게 놀로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나는 몇 살부터 내가 어디 있느냐보다 어디로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을까? 언제부터 무얼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끝맺음이라고 믿기 시작했을까? 아이들에게 잘 사는 법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 아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우리가 없애지 않도록 조심하기만 하면 된다.  123

효율성의 참뜻에 얽힌 이야기 하나.

애수에 젖은 분위기로 유명했던 커트 보네거트의 두번째 부인이 어느날 팩스 기계를 사면 우체국에서 줄을 설 필요가 없다고 그에게 말했다.(이메일이 등장하기 이전의 일이었다) 보네커트는 반기를 들었고, 이런 글을 남겼다.

"빈둥거리는 게 인생의 목적이니 남들이 뭐라 하건 상관하면 안 된다."

효율성의 참뜻에 얽힌 이야기 둘.

커트 보네거트는 또 이런 글을 남겼다. 

"인생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얼마 전에 [아들] 마크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 아이가 하는 말. '아빠, 우리는 뭐가 됐든 함께 헤쳐나가자고 태어난 거예요.'"  127


나는 처음에 '내 집 앞길을 깨끗하게' 정신으로 시작했다. 이 말은 곧, 남의 일에 정말 끼어들고 싶어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지금 남들을 비판하는게 아니다. 정말로 나만 비판하는게 아니다. 정말로 나만 비판하는 것다. 나는 왜 이것밖에 못 할까? 하느님, 도와주소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시에 마음의 평화를 누릴 방법은 없을까?  151

새 아이폰이나 평면 텔레비전이나 버뮤다 행 여행티켓이나 기타 오락거리를 손에 넣을 방법을 연구하는 것보다 이런 고민을 하는게 더 힘들다. 예를 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 인생의 목적은 무엇일까 하는 것들 말이다.

내가 보기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민을 외면하고 싶어한다.  158


악순환. 우리는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으려고 죽도록 일을 하지만, 그 물건을 만드는 과정이 우리 별을 파괴해 우울해지고, 그러면 기분전환이 될 만한 물건을 사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에 매달리게 된다.  195

세속적인 물건을 소유하는 것 자체보다 그것을 어떻게 쓰고 악용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 였다.

석가모니가 금욕에 대해 한 말 : "속세를 포기한 사람이 피해야 할 양극단이 있느니라. 이것이 무엇이겠느냐?" 한쪽은 쾌감과 욕망만 좇는 쾌락주의이다. 다른 한쪽은 금욕이라는 고행을 통해 속세를 거부하는 것이다. 석가모니는 이 양극단 사이에 중용이 있다고 한다.  203

산업자본가들은 사람들의 욕구가 충분히 충족되면 모든 공장이 조만간 문을 닫아야 되는 게 아닌지 걱정하게 되었다. 

그들이 내놓은 해법은? 의도적인 노화였다. 제조업자들은 제품의 수명을 교묘하게 줄일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 또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반복 소비를 조장한 것이다.

산업자본가들은 예전만 해도 종이접시나 면도날 정도에 불과했던 일회용품을 모든 분야로 확대시켰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됐다.

우리 별의 자원이 무궁무진한 것처럼 느껴졌던 당시에는 이것이 상식적인 일이었다. 그때 우리 사회는 자연을 마음대로 주무르는데 넋이 팔려 과학기술과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더 나은 삶을 보장할 것이라고 상상했다. 

하지만 인구가 많아지고 산업이 성장하자 어느새 버려진 유독물질 때문에 모든 강들이 오염되고, 이산화탄소가 대기를 가득 채우고, 우리별이 지치기 시작했다.  205

이제는 바꿔야 한다.  206

소수에게 사치품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을 공급하는 쪽으로 노동력을 활용하면 수요가 급감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쓰는 자원을 바꾸는 게 아니라 적게 쓰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었다.  207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들을 이해하려고 수많은 이야기를 읽는다. 

우리가 이렇게 읽어대는 것은 해답을 모르는, '허공에 떠 있는'상태를 인정하기만 하면 된다는 걸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또 어떤 선사는 나에게 말하길 모른다는 사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것이 수련의 전부라고 했다.  219

어찌할 바 모르는 옆 사람을 꽉 붙잡고, 헤쳐나갈 수 있도록 서로 돕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다.  220


어디에선가 내가 읽거나 듣기로는 랍비도 하루의 10%를 정원 손질과 설거지와 요리와 일상적인 일에 써야 된다고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래야 머리를 박차고 나와 구체적으로 현실에 뛰어들 수 있다.  226

알고 보니 우리 사회는 친환경적으로 선택할 여지가 많지 않았다.  241

내가 메이어에게 반전운동을 벌인 지 35년째인데 왜 포기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선배 눈에는 안 보이는지 몰라도 아직도 전쟁이 끊이지 않잖아요."

메이어가 대답한다.

"세상이 달라질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포기했지. 그게 내 천성이니 세상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받아들였어. 나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이니까."  245

가장 힘든 일은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나를 타성에서 끌어내 다르게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248

우리는 미국과 서유럽의 일부 국민들이 적게 쓰는 방법을 고민하는 한편으로 남반구의 국민들이 더 많이 누릴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나는 전기를 끊고 나서 문제를 해결할때 고려해야 할 부분이 두 가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첫번째로는 만족스러운 삶이 무엇인지-어떤 종류의 자원이 얼마만큼 있어야 행복해지는지-고민해야 한다. 두번째로는 서양의 기준에서 보았을 때 자원 절약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있는 그 수준까지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친환경적으로 접근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257


훌륭한 수돗물이 있고 수원이 비교적 풍부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운이 좋은 나라인데, 사기업에서 생산하는 생수를 마심으로써 그들의 손에 이 나라의 운명을 맡기고 있다.  264

나는 여러 단체에서 자원활동을 하면서 환경운동은 적게 쓰는 운동이 아니라 더 많이 베푸는 운동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배를 쑥 집어 넣는 운동이 아니라 가슴을 내놓는 운동이다. 환경운동의 대상을 환경이 아니다. 인간이다. 인간을 위해 더 나은 미래상을 제시하기 위한 운동이다.

'대안적인 대중교통'의 폴 스틸리 화이트 소장은, 차를 줄여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무를 더 많이 심고, 밖에서 노는 아이들과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들을 늘리고, 스스로 표현하길 '살 만한 거리'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줄이는 게 아니라 늘리는 게 그의 꿈이다. 

'로어 이스트 사이드 환경센터'의 크리스틴 다츠-로메로 회장은 나에게 물건을 버리지 말고 계속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해 보라고 한다. 그녀는 쓰레기가 제로인 세상, 즉 똑같은 것을 몇 번씩 짓거나 사지 않아도 되는 재료를 이용해 에너지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271

사회운동단체에서 자원활동을 하며 그 어느 때보다 책임감을 느낀다. 나도 기여하고 싶은데, 프로젝트가 끝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내 모습이 한편으로는 부끄럽다.

쓰레기를 만들거나 새 물건을 사거나 먼 곳에서 생산된 테이크 아웃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여행을 못하는 것은 지긋지긋하다. 전기를 안 쓰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해가 짧아지니 태양전지판으로는 부족해 밤에 책을 읽거나 작업 분량을 늘릴 수가 없다. 어떤 주에는 4일 연속으로 비가 오는 바람에 전기 없이도 산 적도 있다.

나는 혼란스럽다.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고 부끄럽다.  272

문제는 자원을 사용할 것인지 여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지이다. 우리는 삶을 개선하는 데 자원을 쓰고 있을까? 아니면 낭비하고 있을까? 내 인생 자체가 자원이다.  273

우리에게 맡겨진 일은 간단하다.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면 된다. 역설적으로, 내가 무슨 일을 하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남에게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히게 된다. 이익단체들에게는 자본이 힘이지만, 우리에게는 사람이 힘이다.

그런데 내가 앞으로 방향을 모색하고,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이해하며, 인생이라는 미래 프로젝트의 행로를 결정하려고 노력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진다.  275

나는 이 프로젝트가 나의 깨달음을 표현하는 도구였음을 이제야 알아차린다.

이 세상에 나의 절망이나 너의 절망은 없다. 우리의 절망만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잊어버린다. 우리 모두 잊어버린다.  280

아이의 무덤가에서 비디오게임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더 많이 갖지 못한걸 아쉬워하게 될까? 

나는 딱 한 가지를 아쉬워할 것 같다. 더 사랑하지 못한 것, 더 사랑하지 못하고, 재물과 성공에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 인생은 너무나 짧고 금세 끝이 난다. 그 인생을 무엇을 위해 쓸 것인가?  281


애니 레너드도 온라인 비디오 <물건 이야기>에서 '우리는 일을 하고, 가끔은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해서 새로 산 소파에 털썩 쓰러져 텔레비전을 보는데, 광고에서 "너는 글러먹었다"고 하기 때문에 마트에 가서 기분전환용으로 물건을 사고, 얼마 전에 산 물건 대금을 치러야 하니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하고, 집에 돌아오면 더 피곤해서 소파에 앉아 더 열심히 텔레비전에 매달리는데, 텔레비전에서는 다시 마트에 가라고 부추기니 일-텔레비전-소비로 이루어진 어이없는 다람쥐 쳇 바퀴를 돌고 있다. 그냥 멈추면 되는데 말이다.' 

그냥 멈추면 된다.  286

어쩌면 우리가 지구의 위기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애니 레너드가 말한 것처럼 그냥 멈추지 못하는 것은-대부분 선진국의 편안한 생활에 젖어 현실에 안주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287

내말은. 제발 잠에서 깨어 적극적으로 결정을 내리자는 뜻이다. 결정은 우리가 내려야 한다. 우리 몫이다. 정부의 몫이 아니다. 대기업의 몫도 아니다. 우리 몫이다.

얼마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평화를 실현하고 싶으면 나부터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 한다. 

흔히 마음이 평화로우면 사람이 평화로워진다고 한다. 평화로운 사람이 평화로운 가정을 일군다. 평화로운 가정이 평화로운 마을을 만든다. 평화로운 마을이 평화로운 나라를 만든다. 평화로운 나라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든다.

이게 무슨 뜻일까? 세상을 바꾸고 싶으면 나부터 바뀌어야 된다는 뜻이다.  289

우리는 발전적이고 배포가 커야 한다. 재생에너지 생산과 친환경적인 과학기술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할애해야 하는것도 맞다. 하지만 과학기술을 발전과 연결짓는 발상은 200년 묵은 것이다. 배포가 큰 발상이 아니다. 그리고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발전도 아니다. 그럴 게 아니라 우리는 어떤 게 행복한 삶인지 파악한 다음 거기에 맞춰 사회와 과학기술 체제를 개조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사회기술적 설계라고 한다.  292

환경운동 내에서도 개인적인 실천과 집단적인 실천의 장단점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007년에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톰 프리드먼은 개인적인 실천에 대해 이렇게 썼다.

"전등을 바꿀 수는 있다. 차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지도자를 바꾸지 않으면 개인적인 실천은 디 테니가 말한 '개인적인 도덕성'을 표현하는 것에 불과하다."

한편 <뉴스위크>의 기사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버락 오바마는 친환경적인 선택에 대한 브라이언 윌리엄스의 질문에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답답해하며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사실 우리 집의 그 빌어먹을 전구를 바꾼다고 지구온난화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집단적인 조치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나는 노 임팩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내내 이 비슷한 비난을 들었다. 일개 개인이 어떤 영향을 미칠수 있겠느냐고 말이다. 물론 그 사람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주변사람들에게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 중 어느 누가 능력과 노력을 다해 소신을 펼치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나 로버트 케네디나 베티 프리던이나 넬슨 만델라가 될 수 있을지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293

도미노로 도미노 형상을 일으키려면 우리들 하나하나가 줄을 맞춰서 연쇄반응이 일어나도록 만들어야 한다. 물론 기후변화에 다 같이 대처해야 한다고 한 프리드먼과 오바마의 말은 맞다. 친환경적인 기반시설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규제를 통해 기업의 남용을 막아야 한다. 이런 것들은 개별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정치에 참여해 정치인들에게 이런 쪽으로 압력을 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집단적인 실천과 개인적인 실천을 상호 배타적이거나 심지어 서로 별개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을 뿐더러 위험한 발상이다. 사회의 변화방식과, 시민들의 책임감과,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우리의 역량을 무시한 발상이다. 집단적인 실천은 개인적인 실천의 집합체에 불과하다. 그리고 개인적인 실천은 집단적인 실천에 대한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이 두 가지는 함께 움직인다.  294

개인적인 실천과 집단적인 실천을 놓고 쓸데없는 논쟁을 벌일 게 아니라 '참여하는 시민의식'과 같은 포괄적인 단어로 뭉뚱그려 함께 홍보하면 어떨까?  295

냉장고는 다시 쓰기 시작했지만, 별도로 있던 냉동고는 쓰지 않는다. 식기세척기는 1년 동안 쓰지 않았더니 고장이 났는데, 새것으로 바꾸지 않았다. 에어컨을 치워버려서 여름 내내 땀을 뻘뻘 흘리지만 계속 그렇게 지낼 생각이다. 라디에이터는 계속 꺼놓고 있다. 텔레비전은 없지만 어쩌다 한 번 컴퓨터로 이자벨라(저자의 딸)에게영화를 보여주기는 한다. 유리병을 들고 다니며 커피와 물을 마시는데 쓰고, 거의 대부분의 경우 자전거로 이동한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 1년에 열 번쯤 택시를 탔고, 비가 오면 지하철을 탄다. 

머리는 여전히 베이킨 소다로 감고 있고, 베이킹 소다를 탈취제로도 활용하고 있다. 로션과 비누도 유독물질을 넣지 않고 집에서 만든다. 고기는 지금도 먹지 않는다. 그런데 슬프게도 이제 세 돌 반이 된 이자벨라가 화를 내며 이제는 채식주의자가 싫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자기도 고기를 먹고 싶다고 했다. 

"고기가 동물인 건 아니?" 내가 물었다.

"네."

"그러니까 고기를 먹으면 동물을 먹는 거야, 그렇지?"

"알아요. 동물 먹고 싶어요."이자벨라가 말했다.

그래서 이번 추수감사절에 미셸과 나는 이자벨라에게 친구 루비 네 집에서 칠면조 고기를 먹어도 좋다고 허락한다. 정작 칠면조 고기가 나왔는데, 이자벨라는 한 입 먹더니 싫다고 했다. 치즈를 달라고 했다.  298

노 임팩트 실험을 마치고 남은 여러 가지 고민 중에서 가장 큰 고민은 이것이다. 어떻게 하면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인류의 멸종을 막을 수 있을까? 내 말이 섬득하게 들리겠지만, 여러분도 과학 자료들을 읽어보면 기후 문제가 언론에서 떠드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던진 질문에 대답하자면 내가 생각하기에 그 방법을 완벽하게 아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이 문제를 정부에 온전히 맡길 수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리 모두 총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력을 기울이기 전에 먼저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게 된 것이야말로 프로젝트의 가장 큰 수확이다.  299

나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계속 기울이고 있다.

나는 순교자가 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심사숙고해가며 살 것이다.

내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고민에만 집착했다. 나는 1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고민인지 깨달았다. 내가 시도하려는 사람인지 아닌지 고민해야 맞는 일이다.  300



부록 - 당신도 세상에 기여할 수 있다.

기다리면 안 된다.

우리는 각자의 환경과 능력에 따라 해야 할 역할이 있다.  304

살아가면서 기부나 투표 말고, 세상을 뒤흔들지는 못하더라도 현실적이고 특별하며(그리고 상징적이며) 뭐가 되었건 나름의 보상이 따르는 그런 일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면 육식을 포기하면 탄소 배출량을 4분의 1이나 줄일 수 있다. 안식일을 지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일주일에 하루씩 경제활동을 완전히 금하고 쇼핑도, 운전도, 전기 사용도 자제하는 것이다. 아니면 직접 먹거리를 길러보는 것도 좋다고 한다.  306

정신과 의사들이 말하길 인간의 가치관을 바꾸려면 태도를 바꾸어야 된다고 한다. 

먼저 태도를 바꾸게 만들면 생각과 가치관은 저절로 바뀐다.

따라서 지구를 구해야 한다고 사람들을 설득하면 안 된다. 스스로 나서도록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나선 사람들은 결국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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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재산이며 건물이며 토지와 같다 - 로자 룩셈부르크


'젊은 남자의 냄새에서 육체적 행복을 느낍니다.' - <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백영미 옮김 작가정신 2004

감각 지각이 없다면 이 세계는 무미건조한 회색빛 감옥이나 화산재로 뒤덮인 황무지나 다름없을 것이다.  14

눈과 귀와 혀와 살갗을 즐겁게 하는 이 모든 대상 세계의 물질들을 감각적으로 향유함으로써 사람은 비로소 개별 존재로 거듭나며 자기 삶을 산다.  15


'모든 성스러운 장소에는 침묵이 있다' - <침묵예찬> 마르크 드 스케트 김화영옮김 형대문학 2007

문명사회란 대체로 소란스럽다.

문명사회란 갖가지 소움들을 만드는 사회다.

사람들 대부분은 소움 속에서 태어나 그 속에서 살다가 죽는다.

소움은 선(腺), 내장, 심장, 혈관 같은 신체의 내부기관에 영향을 미친다. 지속적인 소움에 노출된 사람은 혈액순환, 심장체계, 선 분비에 장애를 겪는다. 초저주파음과 초음파들도 불안, 두통, 이명 등을 유발하며, 소음이 일으키는 피자극성, 공격서으 초조감을 오래 방치하면 정신분열증이나 편집증 환자가 될 수도 있다. 소움은 청각만이 아니라 몸 전체를 집요하게 위협한다. 소음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소움의 토대 위에 세워진 문명사회의 음모다.  17

소음고해에 무감각해진 그들은 텔레비전이 '기총소사하듯' 타타타타타 끝없이 쏟아내는 소음 속에서 휴식을 취한다. 어쩌면 도시인들은 항구적 난청자일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소리의 부재상태를 견디지 못한다. 주위가 조용하면 그들은 안절부절못하며 심적 동요를 감추지 못한다.  18

문명사회에서 침묵은 오로지 소수자의 것이다.  19

말 속에도 침묵이 깃든다. 말들은 그 내부에 긴 침묵과 짧은 침묵을 갖고 있다. 건성으로 듣는 사람들은 소리만 듣지만, 깊이 경청하는 사람들은 말 속에 숨은 침묵에 귀를 기울인다.

책을 읽을 때 집중하면 할수록 주변의 소음을 잠재우는 힘은 강력해진다. 

무엇보다도 책 자체에 깃든 침묵, 문체상의 침묵을 눈여겨볼 수 있다. "생략법의 글쓰기, 불명확한 재현, 단속적인 대화체, 그리고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말없음표"등은 가장 흔한 침묵의 양태들이다. 말줄임표는 통사적 망설임, 판단유보의 기호다. 군데군데 배치되어 있는 그 침묵들은 독자들을 책 속으로 끌어들이고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읽히는 침묵, 그것은 음향적 현실에 겹쳐지는 하나의 부ㅈ제., 자아에 대한 성찰과 세계 인식의 장소다."  20


'죽음은 죽은 자와 관련된 산 자의 문제다.' - <애도> 베레나 카스트 채기화옮김 궁리 2007

죽음이란 무엇인가? 철학자 레비나스는 죽음을 존재가 "할 수 있음을 더이상 할 수 없음"의 상태라고 말한다.  22

죽음은 개체적 현존을 잃는 생물학적 사건이다. 아무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태어나는 순간에 이미 사람의 시간은 죽음을 향해 움직인다. 사람은 상하는 존재인데, 그 사유를 통해 원자와 무한한 것들을 분류한다.  23

죽음은 그 죽음을 겪은 당사자의 문제이기보다는 죽은 자와 관련된 자의 문제다. 

정당한 애도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 인해 빚어진 상실반응과 병적 슬픔, 그 위기들에서 벗어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애도자의 상실 반응은 일차적으로 삶과 운명의 불가해성에 부딪치며 일어난다. "애도자는 대부분 과거에 몰입하고, 그럼으로써 당연히 한층 더 현실세계에서 소외도니다." 특히나 죽은 자와 심리적, 실제적으로 깊은 공생 관계에 있었다면 그 상실은 '내면의 커다란 공동'과 '전체 인격의 분열'을 가져올 만큼 큰 충격을 불러일으킨다. 많은 애도자들은 의미 존재 신 인간에 대한 총체적인 의심에 빠지고, 더는 살아야 할 이유들을 찾지 못한 채 허우적이게 된다. 세상에서 저 혼자만 고립되었다는 느낌에 빠져들며 소외 속으로 표류하는 애도자들이 겪는 "자기감의 손상"은 매우 심각하다. 따라서 그들이 비정상적인 무의미함 불안 분노에서 벗어나 다시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삶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애도의 과정을 밟도록 이끌어야 한다.  25

죽은 자가 떠난다고 혼자 남는 것이 아니다. 죽은 자는 이미 우리의 일부가 되고, 죽은 자의 애도도 새로운 삶을 만드는 기회다. 그러니 이별함을 넘어서서 상실과 변화를 견디는 내면의 힘을 키워야 한다. 그것은 '자신을 지지하고 수용하는 환경을 자기 인격을 절충하는 그 무엇으로 내재화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우리는 날마다 조금ㅆ기 죽는다. 오늘의 삶은 내일을 살기 위해 죽음에 지불하는 대가다. 그게 사실이라면 죽음이 넘실대는 세계 속에서 매일 '세상에 먹히고 낡아'지며 죽을 준비르 하고 사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  26

'사람은 정말 혼자 살 수 있을까?' - <덧없는 행복> 츠베탕 토도로프 고봉만옮김 문학과지성사 2006

카프카는 말한다. "만약 우리가 읽고 있는 책이 정수리를 내려치는 타격으로 우리를 깨우지 않는다면, 그걸 무엇 때문에 읽어야 하겠어?" 그렇다. "우리 내부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책"만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나는 부지런히 책을 구해 읽었으니, 이것은 책으로 유폐하는 것이요. 책으로 망명하는 것이고, 책속의 위리안치였다.  38

뼛속까지 파고드는 정한, 급하게 처리해야 할 아무 업무도 없는 그런 오롯한 자유, 손발을 부지런히 움직여 나를 조각조각 쪼개 분주함 속에 흩뿌리지 않아도 되는 오직 나만을 위해 쓸 수 있는 집중력 속에서 책을 읽는 일은 행복했다. 그 행복이 덧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다른 무엇과 바꾸고 싶지 않았다.  39

루소 철학에서 '현대성'을 엿보려는 프랑스의 구조주의 비평가 츠베탕 토도로프의 안내로 루소 철학의 ㄹ오솔길을 돌아 나왔다. 토도로프는 루소의 사상을 해석하고 재구성하면서 많은 것들을 버리고 오늘에 맞는 것만을 취한다.  41

루소는 늘 혼자이길 바라고, 오롯한 자기 속에서 세계 전체를 향유하길 바랐다. 재미있는 사실은 정작 루소는 은자로 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역시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으며 살고 싶어했던 것이다. 루소는 사람이 불완전하고, 그 불완전성 때문에 '나약한' 존재라고 보았다. 

우리가 누리는, 혹은 누리고 싶어하는 행복은 우리를 가깝고 먼 데서 동심원처럼 두르고 있는 타인들에게서 나온다. 나의 현존과 행복에는 전적으로 타인이 필요하고, 우연적일 수밖에 없는 까닭에 덧없다.  42


'걷기는 산이 사람에게 내린 선물이다' - <걷기의 철학> 크리스토프 라무르 고아침옮김 개마고원 2007

걷는다는 것은 육체로 된 삶을 되돌려받는 것이다. 더 많이 자연과 접촉하며 자연과 닿은 감각의 접점에서 일어나는 기쁨과 쾌락들을 제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이다.

걷기는 고독한 행위다.  44

걷기의 진정한 기쁨을 느끼려면 혼자 걸어야 한다. 혼자 걸으며 세계의 침묵을 음미해 보아야 한다.

혼자 걸을 때 자연은 우리에게 말하기보다 겨청하는 자질을 더 키우게 한다.  45

걷기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예기치 않은 만남들, 아울러 돌연한 기후 변화, 즉 돌풍, 폭풍우, 첫눈과의 만남을 예비한다. 

걷기는 우연의 경험들을 선물로 준다.  46

걷기에 태만해짐으로써 우리는 구체적인 세계와의 감각적인 교섭이 크게 줄어들었다.

걷기와 사유하기는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걷는 동안 우리는 주변의 사물과 풍경을 바라보고 저절로 사유에 빠져든다. 느리게 걸을 때 '나'와 세상은 사용과 소유의 관계가 아니라 평등한 관계 속에서 감각적 교섭을 한다. '나'의 시선이 자연 속으로 뻗어가고, 자연은 '나'의 안으로 들어온다. 이 상호교섭에서 사유의 씨앗들이 뿌려지고 이것들이 발아해서 싹을 내민다.  47

걷기는 신이 사람에게 내린 공짜 선물이다. 걷기는 근육을 강화시키고 무와 공허 속에서 헤매는 나약한 정신을 굳세게 세운다. 걷기는 생명의 근본됨을 깨닫게 하고, 세계를 몸의 범주 안으로 불러들인다. 걸을 때 불행과 두려움이 작아지고 기쁨과 뜻은 크고 굳세진다면 왜 굳이 걷지 않겠는가?  48


'옷과 함께 시작한 인생, 옷과 함께 끝난다' - <나를 벗겨줘> 카트란 주베르, 사라스탠 이승우 옮김 은행나무 2007

이 책은 옷이란 무엇인가라는 도발적인 물음에 대한 응답이다.  49

제 방에서 혼자 있을 때는 벌거벗고 있어도 괜찮지만 바깥(사회)으로 나올 때는 옷을 입어야 한다. 자연과 본능은 문명 세계 안에서는 숨기고 가려져야 하는 그 무엇이다. 사람을 사회적 존재로 규정할 때, 그 본질은 옷을 입은 존재들이라는 뜻이다.  50

속옷, 특히 팬티는 여성에게 옷차림의 시작이자 기본이다. 이것을 벗는다는 건 어떤의미가 있을까? 한 여성이 미술과에서 검정 정장 아래 감춰져 있는 제 팬티를 남몰래 벗고 돌아다닌다. 여자는 "모든(몸의) 감각(이) 완전히 깨어" 있는 상태에서 이상한 흥분과 함께 마음이 심하게 동요하는 기분을 만끽한다. "이날 이후, 기회가 생길 때마다 나는 같은 전략을 사용했다. 지루한 점심 약속, 너무도 심각한 모임, 길어지곤 하는 칵테일파티 등에서 슬쩍 팬티를 벗고 나를 둘러싼 세상이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남 몰래 팬티를 벗어던진 여자가 누리는 심리적 해방감에는 성적 판타지도 얼마간은 섞여 있을 터다. 저자들은 팬티를 벗는 것은 관습의 금기에서 자유롭게 된다는 것, 자아의 성장으로 나아간다는 것, 특히 "세상과의 관계를 형성시켜온 모성애적 금지사항"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51

사람들은 옷차림이 저마다 독특한 심미 취향이나 개성을 드러낸다고 생각하지만 대개는 사회가 관습으로 혀용하는 한계 안에서 서로 모방하거나 그 모방에서 벗어나려는 몸짓에 지나지 않느나.

인류의 복장사는 최초의 인류가 금지된 선악과를 따먹은 뒤 낙원에서 추방되자 마자 나뭇잎으로 제 몸을 가린 데서부터 시작한다. 몸은 수치스러운 것, 가려야 마땅한 무엇이라는 인식이 옷이라는 필요를 만든 것이다. 그 뒤로 옷은 수많은 금기와 위반 사이의 이항대립을 하며 끝없이 진화해온다.  52


'나는 쇠고기 앞에서 왜 구역질이 날까?' - <육식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신현승옮김 시공사 2002

나는 우리 식탁에 올라올 값싼 미국산 쇠고기가 얼마나 많은 호르몬과 살충제 따위의 화학물질로 오염되고, 그 운송과 도축 과정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자비하며 반생명적인지를,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가 위생적인 검역을 거쳤을 것이란 믿음이 그릇된 환상이라는 걸 깨달았다. 리프킨은 축산업자들은 정상 사료에 톱밥, 닭장이나 돼지우리의 분뇨, 산업 오수와 기름 등을 섞고, 조만간 시멘트 가루도 사료첨가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면 비용을 줄이고, 소들의 체중으 ㄹ더 빨리 불려 비싸게 팔 수 있기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느슨해진 위생 검역기준은 질병으로 폐기되거나 가축용 사료로 쓰일 고기조차 소비자용으로 미국 농무부(USDA)의 승인 도장을 받게 한다. 그 결과 미국산 쇠고기는 디스토마, 농양, 낭충증 등 더러운 질병에 감염된 고깃덩이라도 겉 보기에 멀쩡하면 합법적으로 위생 포장육으로 가공된다.

한미 FTA의 체결이 미래 한국 경제의 살 길이라는 논리와 이것을 지지하는 자들이 제입맛에 맞는 것만 제시하는 통계자료들의 연막 아래에 다수의 한국인들에게 재앙이 되고 말 그 욕망의 추악함은 숨는다.  63

쇠고기는 우리 입맛을 바꾸어 놓을 것이고.. 그 대가들은 과도한 동물성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지속적으로 삼켜 생긴 비만과 심장병, 유방암, 당뇨병, 뇌졸증과 같은 '풍요의 질병'들이다. 막대한 곡물 사료로 생산한 쇠고기는 "불에 찬 삼림, 침식된 방목지, 황폐해진 경작지, 말라붙은 강이나 개울을 희생시키고 수백만 톤의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메탄을 허공에 배출시킨 결과"다.  64

육식의 중단은 고름 "비육자오가 도살장에서의 고통과 모욕"에서, 그리고 "뿔 제거, 거세, 발정 억제, 호르몬 주입, 항생제 가다 복용, 살충제 살포, 자동화된 도살장의 해체 공정에서의 무의미한 죽음"에서 해방시키는 "상징적 실천적의미를 지닌 인도적인 행위"다.  65


'우리는 브랜드 제품을 쓰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 닐 부어맨, 최기철 윤성호옮김 미래의 창 2007

로고가 말하는 진실은 무엇인가? 우리가 자발적으로 기업의 로고를 달고 다니는 그 자리는 옛날 노예뜰이 누군가가 제 소유주임을 증명하는 기호나 글자 같은 것이 새겨져 있던 자리다. 노예 상인들은 노예의 이마나 가슴팍에 불로 달군 쇠로 낙인을 찍었다. 비싼 돈을 주고 사서 자랑스럽게 쓰는 브랜드는 그것이 곧 우리의 소유주임을 증명하는 우리 신체에 찍힌 낙인과 다르지 않다.

제품 광고는 교묘한 방법으로 우리의 욕망과 기호들의 내용을 결정하고, 결국은 우리의 의견과 관습을 지배한다. 광고들은 우리가 특정한 브랜드의 제품을 씀으로써 자아 성취와 성공과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설득한다.  69

닐 부어맨은 블내드 제품들을 공개적으로 불사른 뒤 브랜드가 없는 아주 값싼 제품들을 사 쓰며 불편하게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가 버린 것은 쇼핑의 쾌감과 명품 소유에서 오는 헛된 만족감이다.

이 책이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료하다. 덜 쓰고 덜 일하라는 것, 그리고 소비주의에 굴종하지 말고, 온전한 자기 삶을 살리는 것이다.  71


'양심적 병역거부자 혹은 가혹한 편견' - <평화의 얼굴> 김두식 교양인 2007

<평화의 얼굴>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책이다. 이 놀랍도록 진지하고 감동적인 책을 서가에서 다시 꺼내 읽는다. 이 책은 총을 들지 않을 자유와 양심의 명령에 따를 수 있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에 대한 시종일관 뜨거운 옹호로 읽는 이의 가슴을 시리게 한다.  73

양심적 병역거부는 이미 일제시대 때인 1939년에 여호와의 증인인 옥응련과 최용원 등이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해서 처벌을 받았다. 천황에 대한 충성서약을 거부하고, 전쟁에 나가 총으 ㄹ들고 싸우는 것을 거부하고 감옥으로 갔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 대부분은 안식교의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다.  74

미국과 영국은 징병제가 없지만, 헌법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다. 아예 징병제를 실시하지 않는 나라들이 70여 개국이고, 독익, 덴마크, 오스트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노르웨이, 핀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에스토니아, 폴란드, 헝가리, 키프로스, 브라질 등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나라다. 그리스는 민간 대체복무를, 러시아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헌법으로 인정한다. 쿠바는 청소년 노동부대를 대안으로 따르게 하고, 타이완도 2000년도부터 대체복무를 허용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장 가혹하게, 가장 많은 병역거부자들을 감옥에 가둬 온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말하는 김두식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니다.  75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병역"문제만이 아니라 누구나 양심에 따라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인간의 기본권 확대에 대한 시금석이다. 

소수자의 인권을 지키고 그것을 키우는 일에 반대하고 불관용한다면, 그것은 우리 자신의 권리에 대한 포기가 될 수 있다. 그것은 타자의 권리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누리고 지켜야 할 권리인 까닭이다.  77


'일본을 타자의 시선으로 분석하다' - <국화와 칼> 루스 베네딕트 김윤식오인석옮김 을유문화사 1974

일본인은 처음부터 일본인으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어린 시절의 훈육에 의해서 일본인으로 가공된다. 훈육은 본서을 억압하고 타자(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자기 수련들로 채워진다. 그래서 본성(본마음)위에 여러 번 덧칠되어 만들어진 가공된 인격이 나타난다. 일본인의 예의바름은 옷칠과 같이 가공된 인격의 표현이다. 그드르이 이중적인 태도들은 본마음과 가공된 인격 사이의 균열에서 나온다 "그들은 그들 마음속에 숨을 죽이고 있는 반항심에 두려움을 품고, 궅으로 부드러운 태도를 가장하여 그것을 숨긴다. 그들은 때때로 그들의 진짜 감정을 의식하는 것으 방지하기 위하여 쓸데없는 일에 몰두한다. 그들은 훈련에 의해 매우게 된, 그들에게는 실제로 전혀 무의미한 일상적 일을 단지 기계적으로 수행한다." 일본인의 이중성은 비난받아야 할 패덕이 아니다. 그것은 타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을 명예로 알고 그에 따라 훈육된 결과물이고 시네으 표면에 각인된 관습이다.

'국화'와 '칼'이라는 비대칭적인 은유는 일본인의 이중적 인격을 잘 드러낸다.  80-81


'우리 시대에 필요한 의인 한 사람' - <스콧 니어린 자서전> 스콧 니어링 김라합옮김 실천문학사 2000

스콧 니어링은 타고난 비순응주의자로, 반자본주의, 친사회주의,ㅡ 반전, 친평화의 길을 걸어간 반전운동가, 평화주의자, 저술가, 채식주의자로 살았던 사람이다.

헬렌 니어링(스콧 니어링의 아내)이 쓴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에서 "간소하고 질서 있는 생활을 할 것, 미리 계획을 세울 것, 일관성을 유지할 것, 꼭 필요하지 않을 일을 멀리할 것, 되도록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할 것, 그날그날 자연과 사람 사이의 가치 있는 만남을 이루어가고, 노동으로 생계를 세울 것, 자료를 모으고 체계를 세울 것, 연구에 온 힘을 쏟고 접촉을 유지할 것, 원초적이고 우주적인 힘에 대한 이해를 넓힐 것, 계속해서 배우고 익혀 점차 통일되고 원만하며, 균형잡힌 인격체를 완성할 것"을 인생 목표로 삼고 자기 길을 걸어간다..."  86-87

우리에게 권고하는 삶의 방식은 

1. 어떤 일이 일어나도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라.

2.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라.

3.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4. 집, 식사, 옷차림을 간소하게 하고 번잡스러움을 피하라.

5. 날마나 자연과 만나고 발 밑에 땅을 느껴라.

6. 농장일 또는 산책과 같이 힘든 일을 하면서 몸을 움직여라.

7. 근심을 떨치고, 하루하루씩 살아라.

8. 날마나 다른 사람과 무엇인가 나누라. 혼자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무엇인가를 주고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를 도와라.

9. 삶과 세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라. 할 수 있는 한 생활에서 유머를 찾아라.

10. 모든 것에 내재해 있는 하나의 생명을 관찰하라.

11. 모든 피조물에 애정을 가져라.  88-89


'눈물로 읽은 홀로코스트의 대서사시' - <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 레비 이현경옮김 돌베개 2007

수용소에서 수인들의 평균 수명은 고작 3개월이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프리모 레비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다.  127

한 열차로 이송된 포로들은 분리작업을 거치는데, 유용한 노동력으로 분류된 100명 남짓의 사람은 살아남고, 다른 쪽으로 분류된 500여 명이 훨씬 넘은 사람들은 이틀 후까지 단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다.  128

나치의 수용소는 절멸의 수용소요, 살아 있는 사람이 가는 연옥이다. 수백만의 유대인을 그 연옥에 가두고 죽인 히틀러와 그의 수하들은 말들을 바꿈으로써 저들이 하는 짓의 비열함을 가린다. 학살은 최종 해결책으로, 강제 이송느 이동으로, 가스실 살해는 특별처리로, 말 바꾸기는 그 행위의 더러움과 최악을 가리려는 상징 조작이다. 가족, 집, 자신의 오래된 습관, 옷, 신발, 이름, 심지어는 머리카락까지 다 빼앗긴 채 누더기를 걸치고 유령처럼 서 있는 사람들. 가혹한 노동과 굶주림과 질변과 피로, 그리고 학대와 수모에 지틴 그들은 이제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존엄성이나 이성적인 판단력도 잃고 오로지 고통과 앙상한 생물학적 욕구만 남은 짐승이고 벌레들이다.  129

'우리가 노예일지라도, 아무런 권리가 없을지라도, 갖은 수모를 겪고 죽을 것이 확실할지라도, 우리에게 한 가지 능력만은 남아 있다. 마지막 남은 것이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 지켜내야 한다. 그 능력이란 바로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내일 살아남을 기약기 없기에 '내일 아침'이라는 말이 금기어가 된 이 연옥에서 청결엣 대한 ㅇㄱ구는 뜻없는 사치가 아닐까. 그는 '수용소는 우리를 동물로 격하시키는 거대한 장치이기 때문에,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동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몸 씻기는 사치가 아니라 사람다움을 말살하려는 자들의 음모에 저항하는 행위다.  130

안타깝게도 프리모 레비는 1987년 4월 11일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프리모 레비는 죽기 한 해 전에 '우리는 어떤 근본적인 뜻밖의 사건을 집단적으로 목격했다. 뜻밖이기 때문에, 아무도 그것을 예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근본적인 것이다... 과거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러므로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131


'질서, 균형, 비율, 우아함이 한데 어우러진 건축은 교향악이다' - <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정영목옮김 이레 2007

보통의 책을 읽을 때 오는 기쁨과 보람들은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독창성, 해석의 도발성과 신랄함, 문학적 수사의 뛰어남, 핵심을 찌르는 점잖은 유머들에서 비롯된다.  140

보톤은 집이 기억과 이상의 저장소라고 말한다. 삶이 피할 수 없는 고난이며 저주받은 시간이라면 집은 그 고난에 대한 따뜻한 보상이며 저주받은 시간들에 대한 위로다.  141


'작고 단순한 클립도 사색의 대상으로 부족함이 없다' - <사물들과 철학하기> 로제 폴 드루아 박선주옮김 동문선 2005

사람들은 사물들 속에서 태어나고 이것들 사이에서 살다가 죽는다. 사람은 평생을 사물 사용자로 산다. 사물에 대한 사유는 어느 순간 그것의 사용자에 대한 사유로 이동한다. 그 이동은 기발하면서도 유쾌하다. 산다는 것은 사물 사용자로 산다는 뜻이다. 사람은 사물을 만들고, 그것들과 함께 살아간다. 사물들의 소리없는 혼합속에서 우리는 숨쉬며 살아간다. 우리가 죽는다는 것은 사물 사용자로서 그 의무를 다했다는 뜻이다.  199


'공항과 기차역에서 이방인을 만나다' - <다른곳에서 사유하자> 니콜 라피에르 이세진옮김 푸른숲 2007

낯익은 것들은 편안하다. 그 편함에 길들여지면 편한 것을 규준으로 옳고 그름을 분별화는 편협함게 빠지기 십상이다. 편협함에 사로잡힌 자는 자기 지역의 관습과 체험을 우상으로 섬긴다. 그러면 차이에 대한 열린 마음을 잃고 폐쇄적인 지역주의자가 될 수 있다. 몽테뉴는 그런 사람을 이렇게 꼬집는다. "저마다 자기의 관습이 아닌 것을 야만이라 부른다. 우리는 자기가 사는 고장의 풍습이나 견해에서 얻은 사례나 관념만이 오로지 진리나 이성의 규볌인 것처럼 생각한다." 모험과 변화를 거부하는 정주(定住)는 폐쇄, 범주, 분류, 위계, 배열의 관념 속에 자기를 가둔다. 어차피 현대사회는 안주를 쉽게 허락하지 않느다. 세계는 점점 더 이곳저곳을 떠돌며 사는 운명으로 우리를 밀고 나간다. 이미 정주의 역학보다는 이동, 이주, 이산, 망명, 유배 들에서 비롯된 전환적 사고가 오늘의 삶을 만드는 더 중요한 조건이다.  206


'삶의 무게, 그것은 무거울까 가벼울까?' - <무거움과 가벼움에 관한 철학> 베르트랑 베르줄리 백선희옮김 개마고원 2008

예술의 가치를 판단할 때 그 척도의 하나가 깊이의 있음과 없음이다. 무엇이 깊이인지에 대해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는 어렵다. "모든 것이 깊이를 통해 정의되기에 그 무엇도 깊이를 정의내릴 수 없다. 따라서 깊이는 정의 내리는 것이 불가능하며, 삶이 품은 무한의 내면에서 말을 한다."

무거움과 가벼움은 어느 한쪽만으로 완전하지 않다. 둘은 조화와 균형 속에서 빛난다. 무거움이 사물의 깊이와 정신의 진지함이라는 미덕으로 찬미된다면, 가벼움은 사물의 높이와 정신의 자유라는 미덕으로 찬미되어야 한다. 슬픔은 무겁고 웃음은 가볍다. 땅은 무겁고 하늘은 가볍다. 몸은 무겁고 영혼은 가볍다.  212

가벼움은 세상의 균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가벼움을 잃을 때 마음은 침울해지고 세상은 칙칙해진다.  213

마냥 가벼운 것이 아니고 무거움을 이상으로 품은 가벼움, 혹은 마냥 무거운 것이 아니고 가벼움을 이상으로 품은 무거움, 경쾌하게 진지해지기. 현실은 그 모순형용이 아타나는 지점이다.  214

잘 살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기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하고, 끝없이 성찰해야 한다.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자기 안에 빠져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바로 거기에 가벼움의 힘이 있다. 무거움과 단절할 줄 아는 힘이다. 가벼움이 가벼울 때 무거움도 깊어진다." 무거움의 반동은 가벼움을 , 가벼움의 반동은 무거움을 부른다. 존재의 위대함에 다가가는 길은 가벼움도 아니요 모거움도 아니고, 깊이와 높이 사이에 걸쳐져 있는, 무거운 가벼움, 혹은 가벼운 무거움의 길이다.  215


'정주민이 아니라 유목민으로 살아라!' - <천개의 고원>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김재인옮김 새물결 2001

세계는 거대한 사막이고 책은 오아시스다. 나는 오아시스를 찾아 사막을 횡단하는 여행자다. "책에는 대상도 두체도 없다. 책은 갖가지 형식을 부여받은 질료들과 매우 다양한 날짜와 속도들로 이루어져 있다. 책이 어떤 주체의 것이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이 질료의 구실과 이 질료의 관계들의 외부성을 무시하게 된다. 지질학적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사람들은 선한 신을 꾸며낸다. 다른 모든 것들처럼 책에도 분절선, 분할선, 지층, 영토성 등이 있다. 하지만 책에는 도주선, 탈영토화운동, 지각변동 운동들도 있다. 이 선들을 좇는 흐름이 갖는 서로 다른 속도들 때문에, 책은 상대적으로 느려지고 엉겨 붙거나 아니면 반대로 가속되거나 단절된다. 이 모든 것들. 즉 선들과 측정 가능한 속도들이 하나의 배치물을 구성한다. 책은 그러한 배치물이며, 그렇기에 특정한 누군가의 것이 될 수 없다. 책은 하나의 다양체이다." 책은 동일성이 아니라 차이의 들판으로 나가게 만들며, 있음을 넘어서서 생성으로 나를 이끈다. 책은 혈통 모델이 아니라 이질성의 집합체인 반(反)계보로 나를 이끌어 나의 내면 형질을 바꾸고 새로운 세계와 접속하게 하고 끊임없이 재배치한다. "책은 세계의 탈영토화를 확실하게 해주지만 세계는 책을 재영토화하며, 다시 책은 스스로 세계 안에서 탈영토화된다." 나는 하나의 지층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책과 더불어 탈영토화하고, 세계에 의해 재영토화했다가, 다시 책과 더불어 탈영토화하는 존재다.  217


''앎의 거인'으로 추앙받는 다치바나 다카시' - <피가 되고 살이되는 500권,피도 살도 안되는 100권> 다치바나 다카시 박성관옮김 청어람미디어 2008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왜 시간이 없을까?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많은 시간을 별 소용이 없는 걱정을 하는 데 써버린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늘 시간이 없다.

사람들은 제 삶의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낸다. 그러고는 항상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더 단순하게 살라. 삶을 단순화시키면 자기를 위해 쓸 수 있는 더 많은 시간들을 찾아낼 것이다.  272

책은 인류 문화사 안에서 최고의 발명품이다. 문화는 그 본질에서 놀이다. 책을 미친듯이 읽는 행위가 앎에 대한 욕구와 상관이 있다면, 책에 몰입하는 행위는 놀이의 즐거움 속에서 자아를 구속하는 현실의 모든 제약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해방과 자유에 대한 꿈과 상관이 있을 것이다.  274

그 역시 젊은 시절 미혹과 방황을 거듭하다가 책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275


'글쓰기는 지도 없이 떠나는 새로운 여행'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권진욱옮김 한문화 2000 

나탈리 골드버그는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서 글쓰기를 "매번 지도 없이 떠나는 새로운 여행"이라고 한다. 팔다리가 튼튼한 사람이면 누구나 걸을 수 있듯이 몸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글을 쓸 수가 있다. "언어가 배꼽에서부터 올라오는 것을 느끼라. 머리를 위 속으로 끌어내리고 소화시키라. 당신 육체가 양분을 빨아들이도록 내버려두라. 인내심을 가지고 한결같은 균형을 유지하라. 생각이라는 단계 밑에 있는 무의식의 세계속으로 당신의 핏줄 속으로 글쓰기를 삼키라."  283

글쓰기는 자기를 표현하는 일이자 수행이다.

"만약 당신 몸이 진정으로 글쓰기에 실려 있다면, 거기에는 글을 쓰는 사람도 없고, 펜도 없고, 생각도 없다. 모든 것은 사라지고, 오직 글 쓰는 행위만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글이 글을 쓰도록 하라. 당신은 사라진다."

글쓰기를 방해하는 첫 번째 장벽은 망설임과 근거없는 두려움이다. 사람들은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로 재능이 없다거나 시간이 없다고 변명하지만 그 본질은 두려움이다. 그 장벽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결코 글을 쓸 수가 없다. 이 두려움은 얕은 앎과 이성에서 나온다. 

망설임과 두려움을 넘어서서 곧바로 글쓰기의 심장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게 용기다. 글을 쓰는 데 필요한 것은 지식이나 영감이 아니라 제 자신의 실체를 똑바로 볼 수 있는 용기다.

두번째 장벽은 게으름이다. 글을 쓰려면 해야 될 일들이 마구 떠올라 마음을 흐트러뜨린다. 진실은 내 앞에 널린 일들이란 진짜 해야 될 일들이 아니고, 글쓰기에서 도망가려는 마음이 만든 핑곗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골드버그는 "바보가 되어 시작하라. 고통에 울부짖는 짐승처럼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시작하라." 

글쓰기의 또 다른 장벽은 내면의 검열관이다. 이 검열관은 끊임없이 글쓰기에 끼어들어 온갖 잔소리를 하고 간섭을 한다. 이 검열관은 결국 글쓰기의 의욕을 꺾고 글쓰기를 포기하게 만든다. 그 장벽을 넘어서는 방법은 내면의 검열관이 가진 눈과 입을 막아버리는 일이다. 이 내면의 검열관이 간섭하게 놔두지 마라. 그를 내면에서 쫓아내버려라. 너무 잘 쓰려고 하지도 마라. 뭔가를 쓰려고 하면 마음에 길이 열린다. 두려움을 버리고 그 길을 걸어가면 된다. 멈추지 말아야 한다.

"뼛속까지 내려가 자기 마음의 본질적인 외침을 적어내라!"  285-286


'햄릿을 읽지 않고도 그 잡품을 말할 수 있는가' -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피에르 바야르 김병욱옮김 여름언덕 2008

문명사회에서 책을 읽지 않는 일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며, 타인에게 어떤 책들을 읽지 않았다는 고백은 마치 고해성사에 견줄 만한 무의식적 죄책감을 수반한다.  287

이 책은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해 말하는 사술을 가르치거나 비독서를 권장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바잘적 책읽기를 장려하고, 독서와 비독서 사이의 불확실한 경계, 책을 읽는다는 것의 진정한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혀준다.

한 권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책에 관한 총체적 시각을 갖고, 책과 책 사이의 소통과 연결선들을 하는 것이다. 교양은 책을 읽어내는 능력과 책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 전체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줄 안다는 것, 즉 그것들이 하나의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각각의 요소를 다른 요소들과의 관계 속에 놓을 수 있다는 것"에서 길러진다.  288


'먼 나라, 아름다운 도시와 사랑에 빠지다' - <도시의 기억> 고종석 개마고원 2008

나라 밖 도시들을 스치면서 그 영혼과 눈이 맞아 나눈 연애의 기억들, 그 소통과 교감의 기억들, 종종 자유를 넘어 방종으로 치닫는 향연들 속에서 이루어진 여러 겹의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에세이다.  349

거기에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그 시간의 두께는 아무문제가 아니다. 사랑은 단 한순간, 하루만에도 싹트고 열매를 맺는다.  351


'우리 삶은 가보지 않은 길이 이끌고 간다' - <열대 오지에서 보낸 한 달 안식월> 김수영글 박병혁사진 황소자리 2008

이 책은 필리핀 오지에서 보낸 한 달의 기록이다.

이 책은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여정의 기록이며, '나'를 묶고 있는 것들에서 자유를 찾으려는 분투기, 상처받은 내면을 치유하고 회복으로 나아가는 자기고백서다.  360



- 나의 독서편력기

책과 친해지고, 책을 잘 읽을 수 있는 나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먼저 책에 몰입한다.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책에 흠뻑 빠져든다. 몰입을 통해서 마침내 책과 하나가 되면 마치 무릉도원에 든 듯 행복해진다.

둘째, 책읽는 즐거움 그 자체를 소중하게 여긴다. 책읽기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한다면 지속하기 어렵다. 

셋째, 책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읽어야 할 책들을 꼼꼼하게 고르고 그것들을 사들인다. 책들을 고르는 과정에서 이미 책읽기는 시작한다. 

넷째, 읽은 책들을 다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읽은 것들을 다 기억할 수도 없을뿐더러 기억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기억은 상상력을 한정하지만, 망각은 무한상상력의 텃밭을 일구는 쟁기다. 그런 까닭에 망각은 풍요화로 나아가는 길이다.  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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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하면 떠오르는 왕들 중에 단연 으뜸은 세종 영조 정조 임금이다. 
물론 조선을 건국한 태조도 있고 여러 왕들이 있지만 조선시대에서 가장 태평 선대한 시절로 꼽는다. 특히 전기에는 세종, 후기에는 영조의 기반을 바탕으로 정조 임금이 부흥시대를 열었다.
한국의 사극에서도 세종과 정조 임금을 바탕으로 하는 드라마도 있다.
그만큼 시대를 대표하는 왕이었으며, 어질고 바름의 본을 세운 왕이다.

개인적으로는 세종의 이야기는 어린시절에 많이 접하게 되었고, 정조는 성장하여서 많이 접하게 되었다. 
그래서 정조 임금에 대한 책을 더 많이 본 기억이 있다.
이산(李祘)의 어린 시절은 참 불행하였다.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할아버지의 혹독한 가르침 그에 더해 반대 세력의 암살까지도 경험하게 되며, 죽지 않으려 늦게까지 책을 볼 수 밖에 없는 시절도 경험하였다.
그렇게 어려운 성장과정 속에서 책을 좋아하기도 하였고, 책을 볼 수 밖에 없기도 하였다.
그러한 과정이 그를 더욱 성장 시켰고, 그것이 치세를 하는 밑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저자는 정조만큼 글을 많이 쓴 왕은 세상에 없을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그렇듯이 정조는 자신의 생각들을 직접 글로 표현하고 편지도 많이 썼으며 많은 사람들과 학문을 논하고 백성들을 직접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것들을 유지 할 수 있었다.

정조 임금은 진정한 아비의 마음으로 나라를 돌보기 위해 애를 썼다. 책을 통해서도 그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마음은 결국은 통한다는 점을 세삼 강조하고 있다.
책을 통해 임금 정조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면서 그와 더 가까워 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글머리에
정조가 돌아간 이후 사람들은 그가 통치한 시대를 건릉성제(健陵盛際, 건릉은 정조의 왕릉 이름이고 성제는 융성한 시대라는 뜻)로 불러 조선 후기의 태평성대로 추억하였다.  8
왕조가 사라진 지금까지도 호감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국왕이 바로 정조대왕이다. 그와 대결할 만한 국왕으로는 오직 세종이 있어 전기의 세종, 후기의 정조를 서로 짝을 이뤄 성군(聖君)으로 추앙을 받고 있다.  9
한국의 역대 통치자 가운데 글을 가장 많이 쓴 사람이 바로 정조다. 
정조처럼 글을 많이 쓴 통치자는 세계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  10
정조는 글과 말이란 수단을 활용하여 사색당파로, 지역 간 이해관계로, 신분의 차별로 조각난 나라를 슬기롭게 통치하였다. 정조는 신하들이나 백성들로 하여금 국왕이 우리를 사랑하고 보호한다는 믿음을 심어주었고, 한 가지 재능만 갖고 있어도 국왕은 자기를 인정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하였다. 자신이 능력을 갖추지 못해서 그렇지 능력만 갖춘다면 우리 대왕은 자기를 등용하리라고 기대하였다. 건릉 성제의 백성들은 계층과 지역을 떠나 우리는 소외되지 앟았다는 느낌을 가졌었다.  15-16

1장 나라의 근간이 되는 힘, 공부
분발하여 끼니도 잊은 채 즐길 일을 찾았다면, 그 무엇인들 도(道)에 들어가는 길이 아니겠습니까. 허나 그중에서 스스로 터득한다는 자득(自得)이란 두 글자가 특히나 절실합니다. 이유인즉, 독서에도 법칙이 잇고, 도를 보는 데도 기술이 있어섭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깊이 연구하여 대상에 정신을 몰두하면 자연히 대상을 정확하게 꿰뚫어볼 때가 생기니 이것이 이른바 자득이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24
"마음에 드는 경치 좋은 곳을 얻어서 세상의 잡다한 일이 닿지 않게 하여 잡다한 생각을 말끔히 씻어버린다. 방 한 칸을 깨끗이 치우고서 자유롭게 생각하며 마음 내키는 대로 경사(經史)를 논한 서적을 읽는다면 참으로 즐거운 일이겠다."  27
(학문과 독서에 취미를 가진 군주였기 때문에 빈말로 보이지 않는다.)  29
학문을 하는 것은 마치 일백층 높이의 보탑(寶塔)에 오르는 것과 같다. 한 층 한 층 따라 올라가면 남에게 묻지 않아도 저절로 꼭대기에 도달할 수 있다.  30
정조는 생애 처음 접하는 가르침에서 '올바른 말을 듣고 올바른 일을 보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고 했다. 제 아무리 위대한 성인의 자질을 소유한 사람이라도 교육의 근본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 정조의 생각이었다.  38

3장 임금의 길
"내가 초계문신 제도를 처음 시행한 뜻은 신하들의 학업을 권장하려는 데 있다. 내가 몸소 앞정서서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많은 문신들을 부지런히 배우도록 유도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나는 습성이 본래 이런 일을 좋아한다. 종일토록 뽑아서 기록해도 피곤한 줄을 모르겠다."  85-86
학문에 힘쓰고 태평한 정치를 이루려는 것만은 작은 완성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더욱 힘써 정진하면서도 늘 부족함을 탄식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리라."  89
임금된 자의 도량은 .. '나'라는 한 글자를 버리고, 꺼리지 않고 말하도록 문호를 넓게 열어 숨김이 없는 말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남의 결점까지 산의 숲처럼 숨겨주고, 더러운 것까지 강과 바다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들이 가슴속에 쌓아둔 것을 남김없이 털어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마치 강에서 떼 지어 물을 마실 때 제각기 양껏 마시도록 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107
성(城)이란 옛 사람들이 갑작스런 난리에 대비하려는 목적에서 쌓은 것이다. 그러나 민심을 껴안는 것은 무형(無形)의 성이다. 3천 명이 한마음이었기에 주나라 무왕(武王)은 성을 쌓아 흥했고, 장성(長城)을 만 리나 쌓아 난을 대비했으나 진시황은 그 때문에 망했다. 명철한 제왕들이 하나같이 무형의 성을 앞세우고 유형의 성을 뒤로 돌린 진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16

4장 인재에 대하여
군주가 인재를 쓰고자 할 땐 제 아무리 작은 재간을 가졌어도 버려도 좋은 만한 사람은 없다. 흠결이 있는 큰 인물과 장점이 있는 작은 인물까지 다 거두고 끌어안아, 포용하고 양성하는 나의 무리 속으로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누군들 버리고, 누군들 쓰지 못하겠는가? 그러나 가르쳐도 따르지 않고 이끌어도 따르지 않는다면, 이들이 개과천선하면 다시 기용하고 그렇지 못하면 그만이다.  128

5장 나라를 다스리는 법
이치를 따질 때에는 반드시 깊이 생각하고 힘써 탐구하여야 한다. 의심할 것이 더이상 없는 곳에서 의심을 일으키고, 의심을 일으킨 곳에서 또 다시 의심을 일으켜 더이상 의심할 것이 없는 완전한 지경에 바짝 다가서야 비로소 시원스럽게 깨달았다고 말할 수 있다. 옥사(獄事)를 판결하는 일도 이와 같다. 정황이나 법조문에서 털끝만큼도 의심을 일으킬 만한 거리가 없다고 해도 의심할 것이 더이상 없는 곳에서 또 의심을 일으켜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더 이상 의심할 것이 없는 완전한 지경에 도달한 뒤에라야 비로소 판결을 내릴 수 있다. 이렇게 확대해 나간다면 잘못 처리한 사건이 드물 것이다.  166
(의심할 것이 더 이상 없는 곳에서 다시 의심을 일으키라는 구절은 정조가 사건을 처리할 때 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통치기간 25년 동안 이를 실천하기 위해 부단히 애쓴 결과가 바로 <심리록>(<홍재전서>중 권135 이하의 전국의 중죄인들에 대한 판례 모음집)에 보인다.  168

6장 신하에게 이르는 말
하지 않는 것이 있어야 사람은 기어코 큰일을 해내는 법이다. 이것이 면전에서 잘못을 따지는 사람 가운데서 절의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를 찾는 이유이다. 오늘날의 사대부 가운데 '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유소불위(有所不爲) 네 글자를 부적처럼 차고 다니는 자가 있다면 반드시 의지할 말한 신하가 될 것이다.  197
(유소불위(有所不爲)란 말은 본래 공자와 맹자가 한 말이다. 무엇을 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을 하는 자는 사리사욕을 챙기거나 파렴치한 짓거리를 행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큰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에 따르는 명예와 지위가 주어지기 때문에 구차하게 제 몫을 챙기지 않는 금도가 있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정조는 신하들에게 이 같은 태도를 요구했다. "사대부는 하지 않는 것이 있어야 국사를 행할 수 있다"고도 했고, "하지 않는 것이 있어야 능히 하는 것이 있고, 하지 않으려는 것이 있어야 비로소 하려는 것이 있다" 고도 했다. 고위직을 맡은 자가 권력을 이용해 비리를 저지르는 행위를 염려하고 미워하고 금지하려는 강한 의도를 엿볼 수 있다.)  198
대개 인정이란 조금만 편안하면 소홀해지기 쉽다. 옛 말에 '척박한 땅의 백성은 부지런하고 기름진 땅의 백성은 게으르다'고 했는데, 나는 '풍년든 해의 백성은 게으르다'로 말하겠다. 저 어리석은 사람들이 부지런한 것이 이롭고 게으른 것이 해롭다는 것을 어떻게 알겠는가? 어떻게 권하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205
세상 고금(古今)의 일들은 서로 다른 것으로 보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그 이면에는 서로 비슷한 데가 없을 수 없다. 사람의 천성과 감정이 같기 때문이고, 시대의 흐름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추세가 대충 비슷하기 때문이다.  208
남들은 다들 재주 탓을 하는데 나는 재주보다 의지가 문제라고 본다. 의지만 확고하면 재주는 뒤따라오기 마련이다. 정녕 힘껏 노력한다면 왜 옛 사람을 못 따라가겠는가? 인생을 즐기는데 빠져 학업을 폐하고, 일을 남에게 떠넘기고서 편한 것만 추구하면서 걸핏하면 재주가 없다고 핑계를 댄다.  211
봄에 만물이 처음 소생할 때에는 지극한 이치를 볼 수 있다. 꽃봉오리가 아직 맺히지 않아 빛깔과 형상이 다 갖추어지지 않았으나 생명의 의지는 그래도 그 속에 들어 있다. 우리 사람으로 치자면 감정이 아직 움직이지 않았을 때이다. 꽃잎이 비로소 열리면 홍색과 자줏빛이 나뉘어 나무마다 각각의 꽃을 피운다. 사람으로 치자면 마음이 움직인 뒤의 기상이다. 안개가 꽃을 뒤덮어 꽃이 안개 속에 있을 때 안개 밖에서 꽃을 보면 희미하여 분간할 수가 없다. 그러나 바짝 다가서서 보면 또렷하게 꽃이 보인다. 안개가 걷히고 꽃이 드러나면 꽃은 본래 그 자리에서 잔과 다름없이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서 비록 세상의 때가 묻어 더럽혀졌다고 해도 본성 자체에는 회복될 가능성이 있음을 알 수 있지 않은가? 멀리서 온갖 꽃들이 피고 질 때 가까이 마음에서는 고요하게 느낌이 인다. 어디를 가든 이러한 이치가 아님이 없다니, 모름지기 몸소 깨달아야 한다.  219
무릇 정치는 분발함을 앞세우고 학문은 용맹정진함을 귀하게 여긴다. 정치를 하자면 분발한 뒤에야 융성한 교화를 이룰 수 있고, 학문을 하자면 용감하게 정진한 다음에야 인재를 양성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근세 이후로는 고식적인 태도가 습관으로 굳어졌다. 정치하는 자는 모두 늘어지고 게을러져 문제가 생기면 임시방편으로 틀어막느라고 세월만 보내고, 학문하는 자는 자포자기에 안주하여 그렇저럭 시간만 보낸다. 생각의 틀이 구차하여 크고 장구한 계획이 없고, 기상이 나약하여 분발하고 추진하는 의지가 부족하다.  221
이러고서 어떻게 융성한 시대를 만들고 인재를 양성하는 효과를 바라겠는가? 
벌떡 일어나 해볼 생각은 하지 않고 홀로 궁벽한 집에서 비탄만 내뱉고 있으니 학문이 흥성하지 않는다.  222

7장 공정한 나라를 위함
정조는 늘 자신의 나라를 위기에 처한 나라라고 보았다. 개혁하지 않으면 위기에 봉착할 나라라고 분석하여 위기를 극복할 대책을 내어놓으라고 늘 신하를 채근했다.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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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전문가들의 책은 여러권 읽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의 책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종종 읽을 것이다.
그러면서 나를 찾아가는 분석적인 측면에서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여러권 읽게 되면서 공통적으로 언급한 부면들이 꽤 있다. 그런것이 분명 우리에게 많이 필요한 부면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사랑'에 대해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집필된 책이다.
우리는 이성을 만나고 헤어지는 횟수가 늘면서 자신도 모르게 방어벽을 치게 된다.
처음 좋아했던 사람에게 너무 빠져 있다가 헤어나오는게 너무 힘들고 많은 것을 잃게 되고, 그 다음 또 그 다음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사랑에 대해 두려움과 일정 선을 유지하려는 방어벽을 띄게 된다.
이것은 자신이 알지만 자신도 모르게 치게 되는 방어벽이다.
그렇기에 사랑의 감정은 있으나 더 이상 마음을 주지 않음으로 헤어질 것을 대비하고 있게 된다. 그러다 보면 그것이 장애가 되어 상대는 떠나가는 상황을 만들게 되고 그러한 반복에 의해 사랑을 믿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그러한 경험들을 통해 사랑을 더욱 성숙하게 만들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그렇게 되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다.
사랑에 대한 불신은 사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가깝지만 가깝지 않은 그러한 사람으로 변해 버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사랑의 감정 따위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그냥 살아간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 신이 있다면 신이 준 능력이고 자연발생적이라면 본능적인 인간의 탐구는 이성에 대한 갈망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되는 어쩌면 불행한 어쩌면 서글픈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는 그러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각자가 판단할 몫이겠지만 나는 좋은 일이라 생각지 않는 부류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서양의 분석철학이 무조건 옳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들의 한계를 동양에서 찾지 않을 테니까. 
우리의 생활방식이 너무 서양화 되면서 비만인구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감정 상태의 혼돈도 엄청나다. 
그렇기에 서양식 분석 철학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자신의 감정상태를 철저하게 관찰해 보면서 자신이 지금 어느 지점에서 있으며 헤매고 있는 건지 평안함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알게 됨으로 막연함이 사라지는데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사랑... 평생 풀어도 다 풀지 못하는 것이겠지만 지금보다는 더 많이 풀어내는데 도움을 받게 된다면 조금 더 불안함을 떨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프롤로그
우리의 마음속엔 저마다 지워지지 않는 한 아이가 살고 있다... 어린아이의 시선과 두려움과 공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아이.
그 아이의 불안을 잠재우는 길은 성장을 멈추어 버린 그 아이에게 다시금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사랑은 바로 그 아이를 성장시키 수 있는 좋은 기회다.  5
안타깝게도 요즘 사람들은 지독한 외로움으로 사랑을 절실히 원하면서도, 사랑을 두려워한다. 사랑이란 감정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상처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친밀해지는 것조차 두려운 것이다
상처를 두려워하면 사랑을 할 수가 없다.  10

1. 사랑을 시험하는 것들
운명(Destiny)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종종 사랑을 과거의 문이 쾅 닫히며 항상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24
프로이트는 낭만적인 사랑이나 성인의 모든 인간 관계는 이전 감정의 재편집이며, 아이가 생후 초기 어머니와 가졌던 유대감과 나중에 에디푸스 갈등과 관련된 아버지에게 느꼈던 감정의 재현이 바로 사랑의 끌림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그러므로 프로이트에게 '모든 사랑은 재발견'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사랑은 무의식의 운명이다.  25
짝을 잘 만난 경우는 상대방이 가진 자질을 올바로 파악한 것이다. 반면 실패한 '필(feel)'은 외모나 분위기로 상대의 모든 부분을 혼자 유추하여 자기 내부에 있는 어떤 대상을 다짜고짜 투사시켜 받는 느낌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26
옥타비오 파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랑이란 존재의 위험과 불행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지도, 죽음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해 주지도 않지만, 인간에게 시간을 확장시켜 줄 수 있는 힘을 가진 실존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사랑안에서는 몇 분이 몇 세기로 바뀌고 그 질량을 측정할 수 없게 되면서 인간은 찬나나마 죽음의 질병에 대한 잠정적 치유책을 발견 할 수 있게 된다. 사랑은 인간에게 이처럼 잠정적이나마 존재론적 구원을 베풀어 주기에 사랑은 지구사에서 축복받은 자가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에 가장 근접해 있는 것이 된다.'  
그렇게 때문에 사랑은 비록 상처를 받을지라도 하는 게 낫다. 
'운명적인 만남'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다만 무의식이 어떤 사람을 선택하느냐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임을 말이다.
모든 사랑의 감정은 진실하다. 다만 첫눈에 반한 사랑에 대한 과대 포장은 당신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30

사랑(Love)
혹시 사랑의 장애물로 사랑 그 자체를 생각해 본 적이 잇는지. 사랑이 힘들면 힘들수록 우리가 유일하게 믿고 기대게 되는것이 바로 사랑이지만 사랑은 결코 믿을 만한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이 사랑을 시험하게 만든다. 그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슬픔과 외로움, 미움을 동반하기 때문에 빋어지는 현상이다.  36
사랑이라는 것은 성인으로서 새로운 사람을 찾아 떠나는 여행의 시작,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것은 곧 내가 과거에 사랑했더 부모나 가족과의 결별을 뜻하기 때문에 슬플 수 밖에 없다. 그러한 슬픔은 사랑으로 인해 생겨나지만 사랑이 결코 채워 주지 못한다.
가슴 한쪽엔 언제나 설명할 수 없는 외로움과 소외감이 메아리를 울리고 있다.  37
나와 다른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사랑해 주는 상대에 대해 깊은 감사를 느끼면서 비로소 사랑은 성숙해지고 더욱 깊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리됨을 견디지 못하고 부정하면, 상대에게 매달리고 끊임없이 확인을 요구하며, 서로를 피로와 혐오 속에 몰아 넣을 수도 있다.  38
슬픔과 미움과 외로움과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사랑을 하기 위해선 그 친구들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40

섹스(Sex)
요즘 사람들은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 한다. 상처받을까 봐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때그때 자신들의 감정에 따라 관계를 맺는다.  47
성과 사랑을 분리하는 사람들에게 상대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 상대반은 자신의 쾌락을 충족시키는 도구일 뿐이다.
결코 채워지지 않는 굶주림처럼 끝없이 자신의 쾌락을 추구하게 된다.  48
정상적인 여성들도 50% 정도는 성교 행위만으로는 오르가슴에 이르지 못한다.  49
에로틱한 욕동은 정신분석학적으로 볼 때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즐거움을 추구한다.
둘째, 사랑하는 사람이 성적으로 흥분하고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것을 보며, 자신이 마치 그가 된 듯 상대와 동일시함으로써 합치감의 희열을 강화하는 것이다.
셋째, 성의 에디푸스적 구조에서 유래된 금기를 극복하는, 일종의 반란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51
밀접하게 친밀해진다는 것은 서로의 내부에 있는 원초적 욕망이나 공격성이 변형되거나 승화되지 않은 채 그대로 상대를 향해 달려나갈 수 잇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러므로 섹스에서 서로의 경계를 지켜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섹스에의 강렬한 충동을 성적인 유희로 바꾸어 줄 수 있는 부드러움이 필수가 된다.  52
결론적으로 섹스의 위험성을 막아 줄 수 있는 것은 사랑뿐이다.  53
육체적인 사랑은 열정적인 사랑과 분명히 다르다.  54
사랑이 없으면 서로가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고 그들의 관계는 소유와 집착과 파괴로 바뀌어 버린다.  56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한닥 해서 인간 본연의 고독이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섹스가 가진 모순 때문이다.
자기의 확고한 경계를 의식하고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함과 동시에, 반면 자기를 초월하여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로 합쳐지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57
사랑이 두려워 섹스만 하고 싶은, 섹스를 통해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그러나 내 존재조차 버거워 결국 섹스도 사랑도 떠나게 되는 그들의 초라한 모습.  58

21세기(The 21 century)
넘쳐나는 자극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우리의 마음은 자신의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고 순간순간의 욕구 충족을 좇게 한다. 모든 것 -우리의 정신조차도- 은 파편화해 총체선과 통합성을 잃어버리고 그저 순간마다 각자의 '전체적 자기(whole self)'가 아닌 '부분적 자기(part self)'로 관계할 뿐이다. 
'마리보적 존재(marivaudian being)' 매순간 새롭게 태어나는 과거도 미래도 없는 인간으로서, 역사를 가지지 않는다.  63
아이들은 열등하고 무기력한 진짜 자기 모습을 감추려 하고, 없어도 있는 듯이 위자을 하고, 못하는 것도 잘하는 양 으스댄다. 그리고 점점 성장해 감에 따라 무기력하고 약한 자기의 모습을 방어하기 위한 고도의 기술들을 발달시키는데, 이것이 몸에 익은 '과대 자기'의 모습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자기 과시적인 만족은 실체가 없는 거품 같은 것, 물속에 비친 자기 환영과 같은 것이다.  64
자신만의 성을 높이 쌓고, 이상적으로 보이는 관계를 유지하는 자신에게 만족하며, 메아리 없는 세상에서 숨죽이고 사는 나르시시스트들, 그들이 하는 사랑의 특징은 감각적이고, 순간적이며, '감정이 배제된 성'이 사랑을 대치한다.
그들은 '자기 이상(ego-ideal)'을 상대에게 투사시켜 그 사람을 사랑함으로써 자기의 이상이 실현되는 듯한 착각을 즐긴다. 즉 상대를 온전히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 속에 투사된 자기의 이상을 사랑하는 것이다.  65
순전히 성을 위해 존중되는 성은 미래에 대한 모든 관계를 상실하고 영속적인 관계에 대한 어떤 희망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오히려 역으로 영속적인 관계에 대한 두려움만을 가져올 뿐이다.  67
병적인 자기 과대가 발달한 그들에게 가장 참을 수 없는 고통은 자신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상처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헤어질 때 슬픔을 느끼기보다는 아예 자신의 감정을 거두어 버리고 아무 일도 없던 듯이 쉽게 돌아서선 곧 다른 대상을 찾아 나선다.  69

결혼(Marriage)
최초의 열정과 사랑을 관계의 핵심으로 여기는 사람드은 결국 환멸을 느끼거나 이혼하기 쉽다는 연구 결과.
미네소타 대학의 사회 심리학자 엘렌 버셰이드는 열정적인 사랑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면 관계가 파탄에 이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버트랜드 러셀도 낭만적인 사랑을 찬양하면서도 그것이 행복하고 안정된 결혼 생활의 토대가 될 수 없다고 믿었다.  77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잘못된 오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낭만적 사랑은 결혼이라는 마차를 이끄는 첫 부분일 뿐임을 명심하고, 결혼 생활의 문제를 모두 낭만적인 사랑이 식었기 때문이라고 돌리는 태도부터 버려야 하는 것이다.  79
보통 사람들은 사랑하면 으레 '사랑에 빠지는 것(falling in live)'만을 떠올린다.
사랑에 빠져 있는 것이 사랑의 전부는 아니다. 사랑은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사랑을 하는 것(being)'을 거쳐 '사랑에 머무는 것(sraying in love)'이란 단계에 이르는 과정을 거친다.
'사랑을 하는 것'은 사라에 빠진 연인들이 각자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틀고, 자기의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서서히 맞추어 가는 것을 말한다.
'사랑에 머무는' 상태는 그들의 사랑하느 관계가 외부 세계와 격리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견디어 나가는 단계다.
어쩌면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사라에 머무는 것이다.  80
애정 어린 결합은 사랑의 열정이 희미해진 후 남게 된다.  81
사랑에 머물면서 그들은 같이 인생을 걸어가는 상대방을 소중히 하고, 그와의 경험을 소중히 한다. 충절의 표현이다.
라쉬 교수는 사라에 머물면서 서로가 이러한 애정으로 결합되는 것을 '차가운 세상에 있는 천국'이라 표현했다.
최적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각자의 자율성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도 둘만의 결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의 연인들에게 최적의 거리감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그것은 텅 빈 느낌 없이 주기적으로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이요, 서로의 친밀감 안에서 자신을 열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82
열정적인 관계는 부부 사이에도 각자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계속해서 피어날 수 있다. 우선 둘 사이에 서로 열정적인 사라에 빠지겠다는 합의가 암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 사람만의 노력은 둘 사이에 더 큰 상처만을 남기기 십상이다.  84


2. 그래도 의심이 풀리지 않는다면 문제는 당시에게 있다
'기억'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사실 열 사람이 어떤 사건을 동시에 목격한다 해도, 그들이 사건에 대해 말하는 느낌은 모두 다르다. 왜냐하면 기억이라는 것은 그것이 저장될 당시의 그대로가 아닐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기억 속에 저장될 때, 그것은 그 본질과는 조금 다르게 변형되어 저장되는 경우가 많다.  91
기억은 주관적이며, 기억하는 사람의 마음 상태와 무의식적 소망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  92
남녀가 사랑을 할 때는 두 사람의 성별만 다른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인간이 만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혀 다른 두 인간이 만나 사랑을 느끼게 되면, 사랑이라는 감정의 재료를 사용하여 그들이 만들 수 있는 사랑의 모습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97
우리가 사라을 할 때 빠지는 대부분의 오류는 상대를 자신의 기준과 시각에서 해석하려는 데서 시작된다. 자싱이 가진 가치 기준을 가지고 상대의 태도와 감정을 재단한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항상 상대편이나 외부적인 환경에서 찾게 된다.
실제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겪게 되는 갈등의 원인 대부분은 나로부터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단지, 그 갈등의 원인이 자신의 무의식에 있는 경우엔 자기 자신조차 그것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98

사랑없이는 단 하루도 견디지 못하는 당신에게
사랑 중독증...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사라에 의존하게 되는 것.  102
사랑 중독즈에 빠진 사람들은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졌다가, 곧 그 사랑이 식어지면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나는 것을 반복한다.  
반복될 수록 자신감은 더 없어져 가고 그러한 불안감 때문에 더욱더 다른 사람의 사랑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된다.  103
사랑 중독증을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필요한 관심과 애정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104
진정한 사랑이란 서로의 영역을 지키면서 상대를 받아들이고, 서로를 맞추어 가며, 그 안에서 자신과 상대를 발견하고 같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다.  105

상대를 있는 그대로 못 보는 당신에게
피그말리온식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는 한마디로 자신이 창조한 상대를 독점하고 지배하려 하는 데에 있다.
조작할 수 없는 것을 조작하려 하고, 강압할 수 없는 것을 강압하려고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을 타락시키게 될 것이다. 상대방을 지치게 하는 것은 물론 자신 또한 상대를 자꾸만 의심하게 될 테니까.  113
어쩌면 피그말리온은 어떤 사랑에서든 일반적으로 조금씩은 발견되는 얼굴일는지 모른다.  114

희생만이 기쁜이 되는 당신에게
어떻게 보면 '준다'는 행위는 내 자시에게 나를 과시할 수 있고, 그러면서 내가 살아 있음을 생생하게 확인시켜 주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것이다. 사랑을 통해 내가 가진 무언가를 내주는 경험을 한다는 건 아주 뜻깊은 일이다.  118
마조히즘이라 불리는 '피학적인 사랑'
이런 타입의 사람들은 자신을 처벌하고 싶은 무의식적인 욕구 때문에 자기를 완전히 상대에게 내어주어 상대로 하여금 자신을 학대하게끔 유도한다. 노예같이 상대에게 예속되면서 절망적인 사랑으로 치닫는 것이다.  120
왜 학대받는 관계를 참고 견딘 것일까? 이것은 부모로부터 거절당한 어린 시절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대인 관계의 결함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함의 가장 큰 원인은 다름 아닌 죄책감이다.  123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기으 모든 것을 내어주는 희생만을 기쁨으로 아는 당신, 혹시 당신은 열등감이나 박탈감을 숨기려고, 사랑을 가장하여 상대 속으로 들어가려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랑의 목적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합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합치를 위해서는 자신의 일부를 포기하고 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상대에게 예속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125

그래도 의심이 풀리지 않는다면 문제는 당신에게 있다
'사랑을 못하는 것은 사랑을 할 만한 상대가 안 나타나서다.'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혹시 당신이 기다리는 그 누군가가 캐럴이나, 마술적인 상대가 아니었는지 묵고 싶다.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그 누구를 만나도 만족하지 못하고 내 반쪽은 따로 있을 거라고 의심할 것이다.
사랑의 마술은 마술적인 상대를 만나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인간은 모두 나처럼 외롭고 약한 존재이다.  131

당신이 사랑을 밀어내 버리는 방식
방어 기제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일종의 정신 역동인데, 사람은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방어 기제를 쓴다.  136
독립적인 사람은 상당히 의존적인 배우자를 선택하기 쉽다. 왜냐하면 자신이 과거에 억압하던 의존 욕구를 재경험을 통해 충족시키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 되면 다시 자신의 세계에서 의존적인 배우자를 쫓아내려 한다.  141
누구나 방어 기제를 사용한다. 문제는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하느냐에 있다. 만약 당신이 돌이켜 보건대 사랑을 함에 있어 과다한 방어 기제의 사용으로 사랑을 그르쳐 왔다면, 그리고 매번 같은 태도를 반복해 왔다면 그것은 위험 수위일지 모른다.  142


3. 사랑을 하려거든 사랑할 수 있는 능력부터 키워라
어쩌면 당신은 사랑 불능자 일지도 모른다
'사랑 불능자?'
미국의 정신 분석가 컨버그에 따르면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크게 세 유형으로 나눈다.(두 가지만 다룬다)
첫 번째 유형은 내게 없는 걸 가지고 있는 상대를 시기하고, 상대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사랑에 빠지기 힘든 사람들 이다. 이들에게 사랑은 그 시작도 물론 어렵지만 설령 사랑이 진행된다 해도 자기 자신에 도취되어 있어 순탄하지 않은 길을 걷게 된다. '자기애적 인격장애'는 바로 이러한 인격적 결함을 병적으로 가진 사람들의 장애를 지칭하는 말이다.  147-148
두 번째 유형은 자아가 탄탄하지 않아서 상당히 충동적이고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다. '경계성 인격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은 항상 자기 자신을 채워 줄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데, 이들의 문제는 가까워지는 것, 즉 친밀감을 견디지 못하는 데 있다.  150
사랑 불능은 치유될 수 있다.  152
필요한 것은 사랑을 하기 위한 당신의 노력이다.  153

상처없는 사랑이란 없다
소모적인 싸움은 갈등을 본질적으로 해결해 주지 못한다. 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이러한 싸움을 '진짜 갈등'을 회피하기 위한 불필요한 노력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진짜 갈등은 그들이 속해 있는 내적 현실의 깊은 차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162
아무리 서로 사랑하는 사이일지라도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동안 알게 모르게 서로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서로 도움은 안 돼도 사랑은 할 수 있다며 갈등을 회피해선 안 된다. 그러면 오히려 서로의 상처만 깊어질 따름이다.  166

사랑을 하려거든 사랑할 수 있는 능력부터 키워라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상대와 내가 분리된 존재임을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상대가 내 속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나와 분리된 아주 독립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해 주는 그에게 어찌 감사한 마음이 안 들겠는가.  170
'사랑받는 능력은 사랑할 수 있는 능력과 비례하지 않을까?'
사랑받는 능력은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당신에게 사랑을 하려거든 사랑할 수 있는 능력부터 키우라고 말하고 싶다.  173
사랑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모든 탓을 상대에게 돌리지 않고, 그 전에 나를 한 번 돌아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은 성숙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성숙을 이끄는 성숙 과정의 한 기능이기도 하다.  174

소홀히 넘겨 버리는, 그러나 아주 중요한 문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어린 왕자와 여우의 대화에서 여우는 왕자에게 '특별한 관계'를 원한다면 '내가 너를 신뢰 할 수있도록 해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성간의 사랑 역시 서로 다른 둘이 만나 관계를 발전시킨다는 면에서 그것과 다르지 않다.  183
자신과 상대에게 믿음을 주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의 사랑이 괴로워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신뢰가 부족한 사람들이 사랑을 할 때 나타나는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상대와의 '공감'을 못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공감 대신 '동정'을 한다. 상대의 감정으로 들어가 아예 하나가 되어 버림으로써 자기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공감은 상대의 감정을 함께 공유하지 만 다시 자기 자신을 되찾는다. 그래서 상대의 감정에 같이 휩쓸리지 않고, 그 감정에 대해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184
그러나 무엇보다 신뢰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친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데 있다.  185

정신분석에서 배우는 사랑의 지혜
오래된 연인드의 특징 하나. 자신이 사랑하는 이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문제는 그것이 더 이상 알게 없다, 혹은 익숙해지니까 식상하고 지루하다는 생각과 연결된다는 데에 있다.
'사라을 통해 내가 결국 나중에서야 깨달은 건 너와 나는 타인이라는 사실이다'
언젠가 이런 문구를 읽으면서 나는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사랑할 때 되새겨야 할 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190
무굴 사랑한다는 것은 함께 하는 것이다. 그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같이 느끼고 기뻐하고 슬퍼하며 서로를 깊게 받아들이는 과정, 그 과정에서 연인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치유와 성숙의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다.  197

사랑하는 능력을 키우는 네 가지 방법
어쨌든 중요한 건 있는 그대로, 거짓됨이 없는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데미안이 말했던가.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4
첫째, 과거를 재구성하라
자신이 늘 구박만 받았다고 생각하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되살리면서 굉장히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 냈다. 엄마와 아빠가 자신을 많이 사랑했지만,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서툴렀다는 것. 엄마 입장이 되어 보고, 아빠 입장이 되어 보니 부모가 애초부터 자신을 미워하고 상처를 주려고 한 게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결국 그때 그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봄으로써 부모에 대한 분노를 거둘 수 있었다.  205
둘째, 분노를 두려워하지 말라
붐노를 너무 자주 폭발시키는 사람만큼이나 전혀 분노할 줄 모르는 사람도 문제다.  206
마음속에 분노를 담아 두지 말자. 상대에게 자신이 느끼는 불만을 털어놓는 걸 두려워해선 안 된다. 내가 느끼는 그대로를 상대에게 전달했을 때, 나는 또 한 번 자유로워진다. 그것이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이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더 이상 아닌 것처럼 가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분노를 적절하게 터뜨릴 줄 안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다.  208
셋째, 'all good, all bad'에서 벗어나라.
'all good, all bad'에서 벗어난다는 것의 의미는 좋고 싫은 감정을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는 걸 의미한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점만큼이나 나쁜 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타인을 장단점이 혼재한 인간으로 보지 못한다.  
'all good, all bad' 태도를 고치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속을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9
넷째, 'So, it's me'
'그래, 그것이 바로 나다(So, it's me)'
자기 자신의 상처까지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으로부터 담담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210
프로이트는 정상의 기준을 '약간의 히스테리(a little hysteric), 약간의 편집증(a little paranoid), 약간의 강박(a little obsessive)을 가진 것'이라 했다. 이것은 곧 어떤 사람도 이런 것들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왜 모든 사람이 성숙한 사랑을 해야 하는가? 왜 모든 사람이 열정적인 사랑을 해야 하는가? 어떤 모습이든 그 안에서 행복할 수 있고 편안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된 거다.  211

죽음보다 더한 고통, 실연은 이렇게 떠나보내라
실연의 산을 무사히 넘은 사람은 이제 다른 산을 잘 오를 수 있는 체력을 갖게 되고, 산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게 됨으로써 다음 산행에서 위험을 피할 수 있으며, 어떤 산이 오를 만한 가치가 있는지, 또 진정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여력을 가진다. 그리고 실연의 산 정상에서 인생의 깊은 의미를 깨달아 다음 산행을 더욱 의미 있게 계획하기도 한다. 문제는 인생을 살면서 가끔 마주칠 수 있는 이 산행에서 어떤 것을 배우며 얻어 가느냐 하는 것이다.  214
실연의 과정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고통은 아무에게도 버여 주지 않던 자신의 깊은 내면을 상대에게 보여 주었다는 사실이다.  215


4. 사랑을 온몸으로 껴안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자유롭다
당신도 혹시 첫사랑을 찾고 있는가?
아마도 첫사랑은 우리가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대상을 사랑하는 것이기에, 애태우던 기억이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게 아닐까.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228
첫사랑은 우리가 간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기억인지 모른다. 동시에 첫사랑은 성장이라는 여행길에서 우리가 성인의 사랑으로 진입하기 위해 지나쳐야 한 땅이며, 우리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는 영토이기도 하다.  231
첫사랑, 그것은 쉽게 이루어질 수 없기에 우리에게 계속 꿈으로 남으며, 메마르고 냉혹한 현실 속에서 우리의 마른 목을 적혀 주어 다시 힘을 내게 만드는 오아시스가 된다.  232

플라토닉 러브가 반쪽짜리 사랑인 이유
플라토닉 러브의 개념이 지금처럼 자리잡힌 것은 중세 시대에 이르러서였다. 금욕 주의로 점철되어 있던 그때 '플라토닉 러브'는 순서한 정신적 사랑만을 강조하는 최고의 이상적인 사랑의 형태로 추앙받았다.  233
그런데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젊은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데 왜 굳이 육체적인 면을 무시하고 정신적인 사랑만을 고집해야 하는지.  234
사랑이란 '에로스(욕망)'와 '프시케(영혼)'가 총체적으로 결합된 상태다. 사랑에 있어서 이 두 가지 측면은 어느 한 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이 중요하다. 정서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합쳐진다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황홀한 경험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236
나는 플라토닉 러브를 현실의 사랑이라기보다는 꿈속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사랑의 가장 높은 단계라고 말하는 데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플라토닉 러브는 이상화한상대를 향한 사랑이며,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자신이 보고 싶은 측면만을 동경하고 갈망함이며, 성적인 것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억압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238

에디푸스 콤플렉스가 사랑에 미치는 영향
에디푸스 콤플렉스를 잘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이 보이는 대표적인 사랑의 유형이 바로 삼각관계 안에서만 사랑을 느끼는 경우다.  245

사랑 없이는 정말 살 수 없는 걸까?
사람은 사랑이 있어야만 제대로 태어나고 자랄 수 있는 운명을 지녔다. 그리고 사랑은 인간을 동물과 구분지어 주는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사람은 사랑을 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남자든, 여자든, 가족이든 혹은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든, 아니면 예술이나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든.... 결국 어떤 형태로든 모두 사랑을 하고 사는 것이다.  256

사랑을 온몸으로 껴안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자유롭다
현명한 선택의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결국 자신이 가장 만족스러운 길을 가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자신이 감당할 자신이 없는 선택은 곧 자기 파괴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든지 책임의 문제는 따른다. 책임에 대한 마음의 준비 없이 취하는 선택은 성숙한 판단이라고 하기 어렵다. 때로는 그 선택으로 인해 자신에게 돌아오는 처벌도 달게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사랑이 강렬한 만큼, 그 고통도 그만큼 따르는 것이다 생각하면서...  267
비가 오면 지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으세요. 그럼 아마 그 바람은 서서히 잦아들지 않을까요?
웃는 건 바보스럽게 보일 위험이 있다. 
눈물을 흘리는 건 감상적인 사람으로 보일 위험이 있다.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건 남의 일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 
감정을 드러내는 건 자신의 참 모습을 들킬 위험이 있다. 
대중 앞에서 자신의 기획과 꿈을 발표하는 건 그것들을 잃을 위험이 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되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고,
산다는 건 죽을 지도 모를 위험이 있다.
희망을 갖는다는 건 정말에 빠질 위험이 있으며,
시도를 하는 건 실패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위험에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된다.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일은
아무런 위험에도 뛰어들지 않으려는 것이니까.

아무런 위험에도 뛰어들지 않는 사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가질 수 없으며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다.
그는 고통과 슬픔을 피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는 배울 수 없고, 
느낄 수 없고, 
달라질 수 없으며
성장할 수 없다.

자신의 두려움에 갇힌 그는 노예와 다를 바 없다.
그의 자유는 '갇힌 자유'다.

위험에 뛰어드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자유롭다.
                                                                          - 작자미상  268-269
사랑은 우리를 더 힘들게 만들지도 모른다. 더 이상 사릉으로 인해 상처를 입지 않으려면, 역설적이지만 상처를 오픈하고 사랑을 온몸으로 껴안아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원하는 자유를 얻게 되지 않을까?  269
사랑을 온몸으로 껴안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자유롭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의 삶의 목표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나에게 허락된 삶의 마지막까지, 나는 노력할 것이다. 후회 없이 사랑하고, 사랑받다 갈 수 있도록...  270



김혜남의 정신분석 카페
마음의 키를 재는 척도, 사랑
마음의 키는 언제까지 자랄까? 
최근의 정신분석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죽을 때까지 성숙하고, 그가 처한 환경이나 사회적 요구에 따라 적응하고 성장한다고 한다.  257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좌절을 견디는 능력, 적어도 타인과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능력이 있음을 말해 준다. 사랑을 마음의 키를 재는 척도라고 말할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258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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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정확히 보여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카피라이터 답다고 해야 할까.. 
생각을 뒤집게도 생각을 해보게도 생각을 깊게도 한다.
저자는 책을 '한 번에 다 읽지 말라.'고 한다.
이유는 재밌기에 재미에만 빠져 의미를 놓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의 말대로 재밌다. 글이 심플하면서도 깊이도 있고 사고의 전환도 되면서 읽혀 내려간다.
한 번에 다 읽지 말라는 그 말은 자신감에서 나온것이라 느껴진다.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하는 책이다.
내용은 짧지만 긴 여운.. 그리고 긴 생각을 하게만드는 마력도 있는듯 하다.

혹자는 재미는 있지만 다 아는 이야기를 다른 예를 든 것 뿐이라 생각할 지 모르나... 결코 쉽게 나오는 표현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카피라이터니까' 란 생각이 들 수 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되지 않고 그의 생각의 방식을 따라가다보면 누구나 독특한 발상이 나오게 되고 공감을 일으킬 것이라 생각이 된다.



인생을 조금 다르게 만져보고, 조금 다르게 뜯어 보고, 조금 다르게 굴려보고, 조금 더 깊이 가슴에 넣어보고, 조금 더 멀리 떨어져 다시 보고 하면서 신나게 노는 책입니다.
재미에만 빠지지 마시고 의미에도 빠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4


ONE.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지름길 
A지점에서 B지점을 거치지 않고 C지점으로 곧바로 가는 길.
B지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Bird(자유로운 새), Beach(탁 트인 해변), Bread(맛있는 빵), Beauty(아름다운 여인) 모두 다 포기해야 하는 길. 즉, 빠르다는 것은 놓치는 게 있음을 알려주는 길.  12

내가 접었지만 내가 접지 않은
종이학을 접었다. 날씬하게 잘 접었다. 그런데 누가 접은 거냐고 묻는다면 내가 접었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내가 접은 것은 없다. 내가 접은 종이학도 나 혼자 접은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나무를 심었을 것이고, 누군가가 그 나무에 물을 뿌렸을 것이고, 누군가가 그 나무를 베었을 것이고, 누군가가 그 나무로 종이를 만들었을 것이고, 누군가가 그 종이를 나에게 가져다 줬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나에게 종이학 접는 법을 가르쳐 줬을 것이고, 누군가는 나에게 종이학 접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을 소개해 줬을 것이고, 누군가는 나에게 종이학 접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을 소개해 준 사람을 소개해 줬을 것이다. 천 번을 접는다 해도 나 혼자 접은 종이학은 없다. 내 손을 잠시 만난 종이학이 있을 뿐.  15

몸이 마음에게
나는 조금 더 움직일 테니...... 너는 그만 좀 움직여.  23

문제와 답
열 개의 단어가 있습니다. 이중 나머지 단어와 관련 없는 단어 하나를 찾아보세요. 
치과, 이빨, 잇몸, 스케일링, 충치, 치약, 서울역, 칫솔, 사랑니, 틀니 이상입니다. 어려운가요? 어렵지 는 않지만 왜지 당신이 생각한 답이 정답은 아닐 것 같은가요? 그게 정답이라면 이런 문제를 냈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정답은 서울역입니다.
당신이 생각한 답과 같은 서울역입니다.
세상 모든 문제는 답을 몰라서 못 푸는 게 아니라, 자신 없어 하거나 주저하다가 못 푸는 것이지요. 지금 당신이 안고 있는 크고 작은 문제들, 당신이 알고 있는 답 그대로 행동하시면 다 풀 수 있습니다. 돌아가거나 비켜가려 하지만 않는다면.  24

서산에지는 해를 끄집어 올리는 방법
조용히 앉아 열 시간을 기다린다. 
그리고 동족으로 돌아앉는다.  29

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
택시 운잔사에게 기사님 운전 참 잘하시네요. 라고 말하면, 그때부터 그 기사는 운전을 잘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은 빠르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입에게 나를 자랑하는 일을 시키지 마시고 남을 칭찬하는 일을 시키십시오. 그것이 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입니다. 내 자랑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면 어떻게 하느냐고요? 근질거리면 그냥 긁어주십시오. 내 자랑은 남의 입이 해줄 것입니다.  31

경력의 반대말
경력을 거꾸로 읽어 보세요.
그냥 얻어지는 경력은 없습니다.  34

진자 불쌍한 사람
못 먹는 사람, 못 입는 사람, 못 자는 사람, 못 보는 사람 그리고 못 잊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그렇게 불쌍한 사람이 아닙니다. 진짜 불쌍한 사람은 이런 사람들입니다.
더 먹으려는 사람, 더 입으려는 사람, 더 자려는 사람, 더 보려는 사람 그리고 잊을 추억도 없는 사람.  36

글자 하나의 요술
구두는 그냥 구두입니다. 빨간 구두, 노란 구두 다 그냥 구두입니다. 굽이 높은 구두, 낮은 구두 다 그냥 구두입니다. 그러나 구두 앞에 새 라는 글자 하나가 붙으면 그것은 더 이상 구두가 아닙니다. 설렘입니다. 새집, 새차, 새옷... 어떤 물건도 새 라는 글자 하나만 붙이면 요술처럼 설렘으로 바뀌고 맙니다.
헌 구두에 설렘이 없듯 헌 생각에도 설렘이 없습니다. 설렘이 없다는 것은 의욕도 희망도 미래도 없다는 뜻입니다. 당신의 생각 앞에도 새 라는 글자 하나를 붙여 요술을 부려 보세요. 무겁던 생각이 새처럼 가볍게 날아오를지도 모릅니다.  38

답다
조용필답다. 열정적이라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서태지답다. 새로움이라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신해철답다. 날카로움이라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윤도현답다. 믿음직이라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김장훈답다. 따뜻함이라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당신의 이름 뒤에도 답다를 붙여보세요. 떠오르는 그림이 있나요?  없다면 다행입니다.
지우고 그리는 것보다 백지 위에 그리는 것이 훨씬 쉬우니까요. 
자, 오늘부터 세상에 하나뿐인 그림을 그려가는 겁니다. 
당신답게.  41


TWO. 그래도 사랑을 해야 하는 이유
유효기간
빵이나 우유는 물론 운전면허증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신용카드나 할인쿠폰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그러나 지갑 속 주민등록증에는 유효기간이 없다.
유효기간이 지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뜻이다.  45

사랑의 모순
사랑에 눈을 뜨면 
사랑에 눈이 먼다.  51

외로움
외로운 것보다 더 외로운 것은 외로움을 들키는 것이다.  55

가까워 진다는 것
산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산에 올라 산을 다시 보면 아름답지 않은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예전에는 아름다웠던 사람이 더 이상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면 당신과 그 사람의 거리가 그만큼 가까워졌기 때문입니다.
가까워지면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기 대문입니다.
가끔은 몇 걸음 물러나 그 사람을 다시 보십시오.
처음 그 사람을 만나 눈을 떼지 못했던 그 만큼의 거리에서.  57

뒷모습
뒷모습이 슬퍼 보이는 사람은 슬픈 거다.
뒷모습은 거짓말을 못한다.  60

이혼하는 사람들을 위한 변명
이혼으로 갈라서는 사람들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뚜렷한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성격문제, 아니었습니다.
경제문제, 아니었습니다.
자녀문제,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결혼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결혼이 만듭니다. 이혼만 야단치지 마십시오.  66

마음
사람에서 몸을 뺀 나머지.
몸보다 가벼워 자주 흔들리고, 몸보다 약해서 병치레도 잦다.
그러나 몸은 일생 동안 마음을 부러워한다.
몸이 할 수 있는 사랑은 마음이 할 수 있는 사랑의 1%도 안 되니까.  69

카사노바의 실수
카사노바의 실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사랑을 사랑했다는 것이다.  74

사과를 깎을 때
칼을 든 손의 손놀림도 중요하지만 사과를 든 손의 손놀림도 똑같이 중요하다. 
사랑은 이렇게 오른손과 왼손이 조화롭게 움직이며 사과를 깎는 것과 같다.
어느 한 손이라도 엇박자로 움직이면 칼에 손을 베어 사과에 피멍이 들고 만다.
피를 본 후에 사과하는 것은 사과에 대한 예의도 사랑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76

사랑이 뒤집히는 이유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함께 가는 길에는 과속방지용 턱이 없다.  77

뱃살 빼는 법
뱃살이 잡히면? 키스를 하세요. 숨이 막힐 때까지 뜨거운 키스를 하세요. 키스를 하는 동안엔 아무것도 먹을 수 없으니까요.
미성년자가 뱃살이 잡히면? 라면, 떡볶이, 순대 먹지 말고 나이를 먹으세요. 하루 빨리 어른이 되어 뜨거운 키스를 하세요.
키스를 했는데도 뱃살이 잡히면?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사랑하며 살 수만 있다면 뱃살 따위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78

사람과 산의 대화
사람이 산에게 말했습니다. 
늘 그자리에 있어줘서 고마워, 다 받아줘서 고마워. 묵묵히 내 얘기를 들어줘서 고마워.
산이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찾아와줘서 고마워. 외로움에 떨지 않게 해줘서 고마워. 솔직한 얘기를 들려줘서 고마워.
고마움은 전염됩니다.  83


THREE.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
없음과 있음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는 위험하지 않다.
달릴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위험한 건 브레이크를 믿는 자동차.
있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만든다.  92

은행을 터는 또 하나의 방법
용기 없는 은행 강도는 은행 문을 과감하게 열지 못한다.
그렇다고 그가 영원히 은행을 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용기 있는 은행 강도가 은행을 털고 나오는 순간 그를 털면 된다.
물론 용기 있는 강도가 언제 은행을 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밤낮 없이 은행 문 앞에 서있을 수 있는 끈기만 있다면 
은행을 털지 않고도 은행을 털 수 있는 것이다.
용기 있는 자만이 세상을 얻는다는 가르침은 틀렸다. 끈기가 용기를 이길 수도 있다.  93

썩지 않기
땀에는 소금기가 있다. 그래서 땀은 썩지 않는다. 
그래서 땀을 흘리는 사람은 썩지 않는다.
그러나 남이 흘린 땀을 가로채려고 
침만 흘리는 사람은 결국 썩고 만다.
침에는 소금기가 없다.  96

깨끗한 손톰을 갖는법
손톰에게 힘든 일을 시키지 않고 피아노 치고 기타 치며 빈둥빈둥 놀게 한다.
틀렸습니다.
하루에 한 번씩 네일아트 찾아가
매니큐어 칠해주면 왕비마마 모시듯 관리한다.
역시 틀렸습니다.
깨끗한 손톱을 갖고 싶으면 손톰에게 일을 시키십시오.
머리를 감으면 손톱은 저절로 깨끗해집니다.
설거지를 하면 손톱은 저절로 깨끗해집니다.
깨끗한 손톱을 갖는 법과 깨끗한 정신을 갖는 법은 같습니다.  97

문제를 미리 가르쳐 주는 시험
죽어서 하늘나라에 가면 하느님이 뭐라고 묻는지 아십니까.
후회없이 살았는가?
문제를 알았다면 지금부터라도 모범답안을 만들어 보십시오.  98

우산이 허락한 자유
우산을 들면 손 하나가 사라진다.
우산을 들지 않은 손으로 가방도 들어야 하고 
뒷주머니에서 지갑도 꺼내야 하고
길을 묻는 사람에게 길도 가르쳐주어야 한다.
하지만 우산을 던져버리면
자유롭던 나머지 손 하나까지 사라진다.
두 손을 모두 비를 막는 데 써야 한다.
느긋하던 두 발까지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인생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불편들이 
어쩌면 우리를 자유롭게 해 주는지도 모른다.  100

술자리에서 손해보지 않는 법
남들이 술 집을 고를 때 그냥 씩 웃는다. 둘러보면 대한민국 순집들 다 거기서 거기다.
남들이 안주를 고르면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내 입에 꼭 맞는 안주는 그 집에 없다.
남들이 원 샷 할 때 잔을 꺾어 마신다. 용감하다고 술이 더 맛있어지는건 아니다.
남들이 안주 두 점 집을 때 한 점 집는다. 뱃살에게 물어보면 오히려 칭찬 받을 일이다.
남들이 꺼낸 화제를 거부하지 않는다. 이유 없이 술자리에 끼어드는 화제는 없다.
남들이 두 마디 할 때 한 마디 한다. 입이 하는 실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남들이 구두끈을 맬 때 먼저 계산한다. 다음엔 그들이 알아서 계산하게 되어 있다.  102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것
놀이터의 아이들은 그냥 노는 게 아니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인생을 배운다.
그네에 홀로 앉아 독립을 배운다.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며 겸손을 배운다.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용기를 배운다.
모래로 지은 밥을 나눠먹으며 믿음을 배운다.
놀이터는 어른들에게도 개방되어야 한다.  103

로또의 가르침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이 로또 사러가다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것을 아십니까? 압니다. 
그런데 왜 로또를 사십니까? 제 인생에 실패를 몰랐습니다. 그게 오히려 불안하고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패배하는 법, 좌절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걸 돈을 버려가면서까지 꼭 배워햐 합니까? 돈을 버려 인생을 배울 수 있다면 그걸로 그 돈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생을 대하는 겸손하고 진지한 자세에 고개가 숙여지는군요. 그래서 패배하는 법, 좌절하는 법을 다 배우셨습니까? 다 배웠습니다.
그런데 왜 또 로또를 사십니까? 패배와 좌절도 습관이 된다는 것을 미처 몰랐습니다.  104

직업병을 예방하려면
+를 보여줬습니다.
수학자는 덧셈이라고 했습니다. 목사는 십자가라고 했습니다. 교통경찰은 사거리라고 했습니다. 산부인과 의사는 배꼽이라고 했습니다. 총잡이는 가늠자라고 했습니다. 김밥 아줌마는 나무젓가락이라고 했습니다. 농부는 허수아비라고 했습니다. 스위스 대통령은 국기라고 했습니다. 간호사는 적십자라고 했고, 약사는 녹십자라고 했습니다.
직업이 편견을 만듭니다. 편견이라는 직업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마음은 집에 두고 몸만 출근하십시오.  107

지갑과 인생
용돈에는 두 종류가 있다.
주는 것과 드리는 것.
주는 것은 갈수록 늘어나고
드리는 것은 갈수록 줄어든다.
지갑 속에 인생이 있다.  108

후회를 허락하지 않는 행위
도둑질을 했다. 후회했다.
싸움을 했다. 후회했다.
과음을 했다. 후회했다.
이혼을 했다. 후회했다.
친구를 버렸다. 후회했다.
선생님을 속였다. 후회했다.
그럴 수 있는 일들입니다.
후회하면 용서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그러나 후회를 허락하지 않는 단 하나의 행위가 있습니다.
자살했다. 후회했다.... 아직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111

옐로 카드 쓰는 법
심판은 스포츠에만 있는게 아닙니다.
인생이라는 경기에도 심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선수 따로 심판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 자신이 선수 겸 심판입니다.
이기기 위해서 반칙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면
내가 나에게 옐로카드를 꺼낼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에게 옐로카드를 꺼낼 줄 아는 사람은
죽는 날까지 레드카드를 받지 않습니다.  113

헤어질 준비
아들이 엄마의 등을 밀어줄 만큼 자라면 더 이상 여탕에 데려갈 수 없습니다.
아들의 손을 너무 꽉 쥐지 마세요.  114

숲을 보라
빨주노초파남보를 확인하려 하는 사람은 
무지개를 보지 못한다.
도레미파솔라시를 구분하려 하는 사람은 
음악에 빠지지 못한다.
태정태세문단세만 외우려고 하는 사람은 
역사를 만나지 못한다.  116

세상에서 가장 서툰 꼼수
꼼수를 써서 이겼다. 이런 사람은 있습니다.
그러나 꼼수를 써서 이기고 또 이기고 또 이기도 또 이기고 또 이겼다. 이런 사람은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이겼노라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세상에서 가장 서툰 꼼수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 세 번 통하는 꼼수는 없습니다.  117

9회말
당신은 9회 말 투아웃에 역전홈런을 꿈꾼다.
그래서 9회가 오기 전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그래야 9회 말에 모든 힘을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야 9회 말에 모든 힘을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야 9회 말이 더 짜릿하고 통쾌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말이다.
야구도 인생도 7회 콜드게임으로 끝날 수 있거든. 지금 서 있는 타석에서 최선을 다해보는 게 어때?  119

인생 한 그릇
국 따로 밥 따로 따로국밥.
말아먹으면 그냥 먹는 사람이 부럽고. 그냥 먹으면 말아먹는 사람이 부럽고.
그러나 한 그릇 다 비우고 나면 똑같고.
인생이라는 식당은 다 그런 것을. 사람이라는 손님은 다 그런 것을.
국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퇴장하는 것을.
앞에 앉은 사람 부러워하지도 말고 옆에 앉은 사람 간섭하지도 말고
여유 있거든 그 사람 국밥 값이나 계산해주게.  120


FOUR.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어라.
여행
빈틈없는 계획이 섰니?
그럼 가지마.
여행은 틈을 만나러 가는 거야.  125

시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두 가지
되돌리고 싶다.
되돌릴 수 없다.  130

오늘 할일은 내일로 미루어라
성공하면 싶다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어라.
오늘은 어제 매듭짓지 못한 일을 하라.
성공하고 싶다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어라.
오늘은 어제 대충 매듭지은 일을 다시 하라.
성공하고 싶다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어라.
그러나 모레로 미루지는 마라.  131

당신곁에 자판이 있다면
'행'이라는 글자를 영문 자판으로 놓고 쳐보세요.
god
행복도 행운도 불행도 다행도 모두 신의 뜻이랍니다.
행복을 능력이라며 너무 크게 웃지도 말고 
불행을 무능이라며 너무 슬피 울지도 마세요.
차분하게 신의 다음 뜻을 기다려 보세요.  134

두 번 읽어야 하는 글
물은 한 곳에만 머물지 않는다. 쉬지 않고 흐른다.
내가 상류에 있든 하류에 있든 언젠가는 내게도 물에 적실 기회가 온다.
흐르는 물을 쫓아 다니지 말고 지금 그 자리에서 물이 내게 흘러올 때를 기다려라. 
그리고 내게 도착한 물이 나를 떠날 때는 붙잡으려 하지 마라.
물은 붙잡는다고 붙잡아지는 게 아니다.
바다로 가고,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고, 비가 되어 다시 내게 온다.
여기까지, 물을 돈으로 바꿔 다시 읽어 보십시오.  135

인생 9단이 되는 법
1. 던지지 않는다.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순간에도 돌을 던지지 마세요. 인생이라는 바둑판은 한없이 넓어, 돌을 아무리 멀리 던져도 바둑판 위에 떨어지고 맙니다. 그 돌 하나가 인생을 그르치는 돌이킬 수 없는 악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2. 느리게 놓는다.
돌을 들기 전에 차 한잔 마시고, 돌을 놓기 전에 차 한잔 더 마시고, 돌을 놓은 후에 차 한잔 더 마시세요. 인생이라는 바둑은 한 수 놓는데 1년 걸린다 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습니다. 인생엔 초읽기가 없으니 시간패도 없습니다.  137

책을 제대로 읽는방법
책을 읽다 잠시 읽기를 멈춰야 할 때, 당신은 어디까지 읽었는지 어떻게 표시합니까. 책갈피를 끼워둡니까, 책장을 접어둡니까. 아니면 책을 편친 상태로 뒤집어둡니까.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고 그냥 책을 덮는 것입니다.
책을 끝까지 다 읽었을 때처럼.
얼마 후 당신은 다시 책을 펼칩니다. 어디까지 읽었더라 하면서 뒤적거리다보면 읽기 싫어도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어야 합니다. 다시 읽다보면 내가 얼마나 건성으로 책을 읽었는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전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내 인생을 바꿔줄 문장 하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한 번 쓱 읽으면 그날로 책장이라는 무덤에 묻히는책, 다시 꺼내들기 어렵다면 한 번 읽을 때 두 번 읽으십시오.  142

더치페이
더치페이는 사람 냄새가 나지 않아서 싫은가?
그럼 자네가 계산하게.  143

올림픽 후유증
올림픽 수영 종목은 금메달이 무려 마흔네 개다.
수영 하나만 잘하면 44관왕이 될 수도 있다.
몇 종목 더 만들어 아예 100관왕을 채우지 그랬을까.
바닷물 100미터도 만들고, 얕은 물 100미터도 만들고, 빗속에서 100미터도 만들고, 얼음 깨며 100미터도 만들고, 심야 100미터도 만들고, 식후 100미터도 만들고, 두 팔 묶고 100미터도 만들고, 정장차림 100미터도 만들고, 다 벗고 100미터도 만들고,....
웃지 마라 육상, 너도 마찬가지다. 단지 남보다 조금 빠르다는 이유로 금메달을 수십 개씩 모겡 걸어주는 수영과 육상. 너희 둘 때문에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다니는 조급증 환자들이 병원을 나와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것이다.  146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대답
아무거나 먹겠습니다.
아무거나 보겠습니다.
아무거나 읽겠습니다.
아무거나 입겠습니다.
아무거나 듣겠습니다.
인생에서 꼭 이게 아니면 안 되는 게 있을까요? 아무거나 라고 하면 안 되는 게 과연 있을까요?
있다면 아무거나 말을 해보세요. 금방 떠오르지는 않지만 아무거나 라는 말은 왜지 무책임해 보인다고요?
혹시 여유 있고 넉넉해 보이지는 않나요?
혹시 자유롭고 편안해 보이지는 않나요?
오늘 하루 딱 세 번만 아무거나 라고 대답해 보세요.
내일부턴 혈압약을 끊게 될지도 모릅니다.  147

여유
숭늉에는 있고 생수에는 없는 것.
연극에는 있고 영화에는 없는 것.
편지에는 있고 전화에는 없는 것.
달력에는 있고 시계에는 없는 것.
바다에는 있고 강물에는 없는 것.
내가 숭늉인지 생수인지 잠시 생각해 보는 사람에겐 있고
쫓기듯 다음 글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에겐 없는 것.  149

삶의 속도
속도를 너무 늦춘 독수리는 먹이에게 피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 사흘도 못가 굶어죽고 만다.
속도를 너무 높인 모기는 먹이를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어 사흘도 못 가 굶어죽고 만다.
독수리는 독수리의 속도.
모기는 모기의 속도.
나는 내 속도.  151

억지로는 배려가 아닙니다. 책에게도 사람에게도.  152


FIVE. 4인용 식탁에서 다섯 사람이 밥 먹는 법.
우리
'나'가 모이면 우리가 되는 게 아니라
'나'를 버려야 우리가 된다.  156

권투가 인생에게
권투는 외로운 게임.
비상구 없는 네모난 공간 위에 두 사람만 뎅그러니 놓여있는 외로운 게임.
마우스피스를 입에 물고 있어 이제 그만하자고 말할 수도 없는 지독하게 외로운 게임.
외로움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상대를 껴안는 것.
주먹을 날려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가슴을 던져 상대를 껴안는 것.
상대를 쓰러뜨리면 혼자 남게 되니까.
더 외로워지니까.  162

초등학생에게 맨 먼저 가르쳐야 할 것
덧셈은 욕심.
뺄셈은 낭비.
곱셈은 과욕.
나눗셈은 사랑.
초등학생에게 맨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은 덧셈이 아니라 나눗셈이다.
나눗셈은 어려워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많이 해보지 않아서 어려운 것이다.  164

모나리자의 슬픔
다빈치 선생님. 선생님은 왜 제게 다리를 그려주지 않으셨나요? 걸을 수 없는 저는 무려 500년을 차디찬 벽에 붙어 움직일 수 없었답니다. 사람의 따뜻한 체온이 그리웠습니다. 하지만 제 몸에 닿는 건 늘 싸늘한 벽의 체온 뿐이었답니다.
다리를 주셨다면 저는 지금 매달려 있는 벽에서 딱 한 두 걸음만 앞으로 걸어 나갔을 겁니다. 그리고 '손대지 마시오'라고 적힌 글씨들을 깨끗이 지워버렸을 겁니다. 사람의 체온이, 사람의 손길이 그리운 저에게 '손대지 마시오'는 세상 어떤 형벌보다 가혹한 한 마디 였으니까요.  166

섬에게 배우는 사랑법
섬은 외롭지 않습니다.
조용한 사랑을 하고 있어 외로워 보이는 것입니다.
파도가 철썩철썩 그의 몸을 때려도 
갈매기가 끼룩끼룩 그의 마음을 흔들어도 섬은 수면 아래에서 건너편 섬의 손을 꼭 잡고 있습니다.
사람도 한 점 섬입니다. 손이 둘씩이나 있는.  168

나이를 먹지 않는 동물
나이를 먹지 않는 유일한 동물.
그의 이름은 친구다.  169

혼자 놀기의 달인에게
거실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만화를 본다.
휴대폰을 열고 게임기능을 찾아 버튼을 눌러댄다.
거울을 보며 1초에 한 번씩 표정을 바꿔본다.
혼자 노는 방법으로 흔히 선택되는 이런 것들은 엄격한 의미로는 혼자 놀기가 아닙니다. 
만화책과 놀기, 휴대폰과 놀기, 거울과 놀기입니다.
하루 종일 고개 들고 하늘만 바라본다. 구름과 놀기.
눈감고 잘 나가던 시절을 회상한다. 과거와 놀기.
누워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방바닥과 놀기.
완벽한 의미의 혼자 놀기란 없어 보입니다.
혼자 놀기가 없다면 혼자 살기는 더욱 없겠지요.  170

말이 안 되는 말
어제는 강남에서 새로운 엄마를 사귀었고, 오늘은 신촌에서 새로운 아들을 사귀었다.
말이 됩니까? 말이 안 됩니다.
그래서 가족은 너무 너무 너무 소중합니다.  172

눈물을 흘리는 사람에게
눈물을 흘리는 사람에게 손수건을 건네는 것은 바보짓이다.
눈물은 눈이 흘리는 게 아니라 가슴이 흘리는 것이다.
가슴 속을 닦아주는 손수건이 없다면 말없이 꼭 안아줘야 한다.
그 사람의 가슴이 따뜻해질 때까지 내 가슴을 빌려줘야 한다.  175

몸이 곡선인 이유
오른손으로 왼손등에서부터 왼팔, 어깨, 가슴, 허리, 허벅지, 무릎, 종아리, 발뒤꿈치까지 긴 선을 긋듯 만져 내려가 보게요.
천천히 만져 내려가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날카로운 곳이 만져진다면 그곳에서 손을 멈추세요. 당신의 오른손은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발뒤꿈치까지 내려가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사람의 몸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부드러운 곡선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아무리 꽉 껴안아도 찔리거나 아프거나 상처가 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176

사람인의 다른 뜻
사람 인은 참을 인입니다. 고통을 인내(忍耐)할 줄 알아야 사람입니다.
사람 인은 인할 인입니다. 인연(因緣)을 쉽게 버리지 않아야 사람입니다.
사람 인은 어질 인입니다. 약자에게 인자(仁慈)한 사람이 사람입니다.
사람 인은 알 인입니다. 상대를 인정(認定)할 줄 알아야 사람입니다.  177

박지성이 가르쳐 준것
영국에게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아주 일부.
우리에게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거의 전부.
둘 사이엔 큰 차이가 있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한 목소리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응원한다.
박지성이라는 작은 공감 때문이다. 작은 공감이 큰 차이를 축구공 차듯 차버렸기 때문이다. 박지성이 가르쳐 준 것은 축구가 아니라, 공감이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180

제목
당신의 글 읽는 습관을 저는 잘 압니다. 제목 먼저 힐끗 보고 끌리면 그 글을 읽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리시죠? 책을 고를 때도 제목에 끌려다니시죠?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도 제목이 그저 그런 글은 그냥 건너뛰셨죠? 이 글은 제목이 제목인지라 무슨 얘기일까 해서 여기까지 읽어 내려오고 있죠?
아니, 제가 당신의 글 읽는 취향 가지고 간섭하거나 시비 걸 생각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 신린 글, 교과서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줘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그래 왔던 것처럼 제목부터 살피고 읽고 싶은 글만 읽어주시면 됩니다. 사실 제목이 중요하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거든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사람은 그렇게 읽지 마라는 겁니다. 사람의 제목인 이름이나 사람의 부제인 하는 일과 사는 곳만 보고 그 사람의 내용은 대략 이러겠지 하고 추측하지 말라는 겁니다. 사람의 제목과 부제는 그 사람의 껍질이니까요. 귤껍질 한 입 씹어보고 귤 맛이 거칠다고 말하면 안 되니까요.  180

사람으로 산다는 것
물은 0도에서 100도까지 물이다.
사람은 36도에서 37도까지만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으로 사는 것은 물로 사는 것보다 백배쯤 어렵다. 물처럼 차가워졌다 뜨거워졌다. 체온의 변화가 심한 사람은, 물처럼 담는 그릇에 따라 그때그때 모습이 달라지는 사람은, 사람으로 사는 게 아니라 물로 사는 것이다. 언젠가는 수증기가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185

4인용 식탁에서 다섯사람이 밥먹는 법
1. 한 사람은 서서 먹는다.
2. 네 사람이 먹고 난 후에 한 사람이 먹는다.
3. 4인용 식탁을 5인용 식탁으로 교체한 후에 다 같이 먹는다.
4. 다섯 사람 다 바닥에 내려와 먹는다.
5. 다 굶는다.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4번과 5번입니다.
먼저 4번. 식탁의 자존심이 상할지 모르지만 식탁을 포기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다리가 튼튼한 사람이나 조금 덜 배고픈 사람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방법, 즉 시간을 놓치는 방법 역시 찬성할 수 없습니다. 사람을 놓쳐서도 안 되고 시간을 놓쳐서도 안 되는 것이 인생입니다. 약간의편안함이나 약간의 우월감을 놓지 않으려다 더 중요한 것들을 놓아버리지 마십시오.
그리고 5번. 이 방법은 다섯 사람을 따끔하게 꾸짖는 방법입니다. 그들은 생각없이 쌀을 씻었고, 생각 없이 불을 피웠고, 생각 없이 국을 끓였습니다. 밥 하는 시간 다음에 운명적으로 닥치게 될 밥 먹는 시간에 대해 모두가 모른 척 한 것입니다. 어떻게든 먹게 되겠지. 이런 안이한 생각이 이런 난처한 상황으로 이어진것입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5인용 식탁이 있는 집으로 갔어야 했습니다. 아니면 한 사람을 초대하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않는 사람들은 한끼쯤 굶어도 됩니다.  187


SIX. 터널 속에 홀로 선 당신에게
웃는다
거칠고 어둡고 답답한 이 세상에서 밀려 나지도 상처 받지도 쓰러지지도 않고 꿋꿋하게 내길을 걸으며 살아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

달과 손가락
달을 보라는데 손가락을 왜 보십니까?
손가락을 보지 않고는 손가락 끝에 붙어있는 달을 볼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목표는 달인데 손가락을 너무 오래 보고 있으니 답답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정확하게 읽지 않으면 달이 아니라 별을 보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달이라는 목표보다 손가락이라는 방향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194

사람과 동물의 차이
생각할 줄 알고,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줄 알고, 이런 저런사회를 만들 줄 안다는것마으로 사람과 동물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기 않다. 사람과 동물의 진짜 차이는 하하하 그리고 라라라. 웃을 줄 안다는 것과 노래할 줄 안다는 것. 사람답게 살고 싶으면 웃자. 웃으며 노래하자. 이런 노래는 어떤가. 사랑과 믿음과 소망과 웃음 중에 그 중에 제일은 웃음이라.  197

주인공이 아닐지라도
별책부록을 보려고 잡지를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디처트를 맛보려고 코스요리를 시키는 사람도 있습니다.
치어리더를 보려고 야구장을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이들을 만나려고 서태지를 듣는 사람도 있습니다.
남보다 조금 뒤에 서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조금식 앞으로 옮기는 기쁨은 뒤에 선 사람들의 몫입니다.  200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
세상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을 한 가지만 찾아보세요.
답을 찾지 못했다면 그것이 정답입니다.
당신이라면 쓸모없는 것을 만들었겠습니까?
이제 조금 더 쉬운 문제입니다.
세상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을 한 사람만 찾아보세요.
그렇습니다. 당신은 없어서는 안 될 사람입니다.  205

종점에서 울고 있는 사람에게
내리면 종점이지만 내리지 않으면 출발 점입니다.
끝은 시작입니다.  206

당신의 두번째 이름
김광훈, 임정화, 김나영, 이현일. 누군지 아세요? 
올림필 역도와 유도, 배드민턴에서 아깝게 4위를 한 사람들입니다.
메달 권 진입에 실패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봅시다. 세계에서 4위. 60억 중에 네 번째.
기억해줄만 하지 않습니까?
박수쳐줄만 하지 않습니까?
조금 전에 한 말을 정정합니다.
이들은 메달 권 진입에 실패한 사람들이 아니라 세계 4강 진입에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당시느이 손바닥을 그토록 아프게 했던 2002년 히딩크처럼.
인생이라는 경기에서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당신.
당신의 두 번째 이름도 김광훈, 임정화, 김나영, 이현일 중 하나입니다.  207

모기의 무게
모기가 저울 위에 앉으면 저울은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저울에게 모기의 무게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 모기가 역기 위에 앉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천하의 장미란도 역기의 무게에 더해진 모기의 무게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무게란 그런 것이다. 짐이란 그런 것이다.
당신이라는 짐은 누구를 짓누르고 있는지 내려다보라.
가벼운 짐은 없다.  208

하늘을 보는 사람들
한 살마이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본다. 마주오던 사람이 따라서 하늘을 본다. 또 한사람이 하늘을 본다. 또 한사람이 하늘을 본다. 길을 가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본다. 맨 처음 하늘을 본 사람은 이미 그곳에 없다.
우리는 가끔 왜 하늘을 봐야하는지도 모르면서 하늘을 본다. 남들이 다 보니까. 동전은 땅에 떨어져 있는데.  209

벼룩에게 해서는 안되는말
높이뛰기는 그만하면 됐다.
이제부터 투포환 연습이다.
불가능은 없다는 나폴레옹의 말을 빌려 벼룩을 곤란하게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벼룩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면 사람에게도 하지 마십시오. 세상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사람보다 나폴레옹을 흉내 내다 쓰러진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212

8자의 의미
가로로 자르면 0.
타고난 팔자란 없다는 뜻.
세로로 자르면 3.
누구에게나 세 번의 기회는 온다는 뜻.
눕히면 무한대. 
그래서 당신의 성공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뜻.  213

만리 장성의 과거
중국이 자랑하는 만리장성도 한때는 돌멩이였다.
당신이 지금 발끝에 차이는 돌멩이 신세라면 당신은 말리장성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216

흐린날의 끝말잇기
끝말잇기 해볼까요?
위기! 기권! 죄송합니다. 빵점입니다.
위기! 기회! 잘했습니다. 만점입니다.  217

될 수 있는가? 되고 깊은가?
원고지 앞에서 글에 취해 담배 대신 연필을 입에 문 적이 있으세요?
입에 문 연필에 라이터를 갖다 대고 불을 켜본 적 있으세요?
이싿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작가가 될 자질이 너무 충분합니다.
축구경기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혼자말로 중계를 한 적 있으세요?
옆 사람을 해설자로 착각해 느닷없는 질문을 던진 적 있으세요?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캐스터가 될 자질이 너무 충분합니다.
될 수 있는가? 라고 묻기 전에 되고 싶은가? 라고 먼저 물어보세요.
되고 싶은 사람은, 간절히 되고 싶은 사람은, 됩니다.  218


SEVEN. 우리의 머리가 아픈이유
불면증에 시달리지 않는법
잠이 올 때 잔다.  223

지는 꽃이 슬픈게 아니라
꽃이 졌다.
바람이 이겼다. 계절이 이겼다. 중력이 이겼다. 나의 무관심이 이겼다.
진 것은 꽃 한 송이인데, 이긴 자는 늘 이렇게 많다.
진 꽃을 다시 짓밟는 세상이 슬프다. 
이긴 자들이 다 갖는 세상이 슬프다.  225

뇌진탕
우리는 배고픈 줄은 알아도 뇌고픈 줄은 잘 모른다. 그래서 밥에 수입의 9할을 쓰고 책에는 1할도 쓰지 않는다. 
그러다 뇌가 허기를 견디지 못해 뇌진탕을 일으키면, 그제야 부랴부랴 지출습관을 바꾼다. 그렇다고 수입의 9할을 책에 쓰는 것은 아니다. 약에 쓴다.  226

짜장면과 자장면
짜장면이 아니라 자장면이 맞답니다. 그런데 자장면 하면 짜장면 맛이 나지 않습니다.
짜, 라는 경음을 동원해야 제 맛이 납니다. 그래도 자장면이 맞다면 그렇게 불러야겠지요. 입맛과 말맛을 다 포기해야 겠지요.
문제는 짜장면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짜파게티도 자파게티로 바뀌어야 합니다. 짜짜로니도 자자로니로 바뀌어야 합니다. 짜장밥도 힘 빼고 자장밥이라 불러줘야 합니다.
세상 모든 것들은 이처럼 얼키설키 얽혀있어서 나 하나 바뀌는 걸로 끝나는 일은 없습니다.
세상이 너무 복잡해졌다고 짜증내지 마십시오.
짜증이란 말도 곧 자증으로 바뀔지 모르니까요.  228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라고 툭 던지는 질문에, 지난주에 동대문에 갔던 일이 잘 안 풀려서 오늘 오후 세 시쯤 다시 가야하는데 요즘 관절이 좋지 않아 2호선에서 1호선으로 바꿔 타는 일이 걱정입니다 라고 대답한다면, 대답을 듣는 상대의 표정은 일그러진다.
표정이 일그러진 이유는 안녕하세요? 에 붙은 물음표가 가짜이기 때문이다. 궁금해 하지 않는 안녕하세요?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 안녕하세요? 에 너무 적극적이나 당신의 관절에 관심이 없다. 안녕하세요? 라고 물으면 그냥 안녕하세요? 라고 받은 질문을 되돌려주며 스쳐 지나가야 한다. 그것이 오늘의 인사법이다.
대신,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를 앞세우며 지독한 외로움이 찾아올 테니, 외로울 준비는 미리 해두는 게 좋다.  230

호랑이에게 물려가면서 하는 공부
호랑이게게 물려갈 때, 우리 엄마가 기다린다고 애원하지 마세요.
호랑이는 눈빛 한 번 흔들리지 않고 이렇게 대답할 테니까요.
배고픈 우리 아이도 기다린단다.
내겐 더 없이 절절한 얘기도 상대의 가슴을 흔들지 않으면 지나가는 바람 소리에 불과합니다. 차라리 나는 불량식품입니다 라고 말을 하거나, 크게 키우려면 어릴 때부터 자립심을 길러줘야 한다고 말을 하세요. 내 입이 하고 싶은 얘기가 아니라 상대의 귀가 듣고 싶은 얘기를 해야 들립니다. 호랑이게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는 말은 호랑이 측에서 흘린 말입니다.  231

책을 읽는 첫번째 이유
말이 많은 사람의 장점은 아는 것이 많다는 것을 세상에 알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말이 많은 사람의 단점은 아는 것은 많은 데 정확히 아는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을 세상에 들키고 만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왜 그토록 책을 읽으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책 속에 엄청난 지혜가 들어있어서가 아닙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말을 내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지금 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232

눈이 하는 짓
먼지떨리로 먼지를 털면 먼지가 사라집니까?
아닙니다.
먼지는 공기 속에 숨어 있다 입을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갑니다.
눈은 조금 편안해지겠지만 폐는 많이 불편해지고 맙니다.
눈이 하는 짓이란 게 늘 이렇습니다.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더 큰 문제를 만들고 맙니다.
보이는 것만 보는 것은 보지 않겠다는 뜻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35

정리와 정돈
정신없이어질러놓은방을방주인이아닌사람이치우는것은잘정돈된방을정신없이뒤집어놓는것과같다아무리쓰레기같은방일지라도방주인은무질서속에나름의질서를만들어둔다당신의눈에그질서가보이지않는다고해서그것을무질서라고결론짓는것은정말무질서한생각이다남의방함부로정돈해주지말고남의생각함부로정리해주지마라.  239

붙어 있어야 할 것과 붙지 말아야 할 것
치마와 바람이 붙으면 한 아이의 교육이 무너지고 만다.
결혼과 조건이 붙으면 한 연인의 사랑이 무너지고 만다.
음주와 운전이 붙으면 한 가족의 행복이 무너지고 만다.
정치와 경제가 붙으면 한 나라의 미래가 무너지고 만다.
사랑과 한다가 붙어 있지 않으면 세상이 무너지고 만다.  245

끝까지 가 봤더니
죽어라 공부시켜서? 특목고 보냈지. 
그래서 보내면? 축하인사 받지. 
그래서 받으면? 우쭐해지지. 
그래서 우쭐해지면? 더 죽어라 시켜야 겠다는 다짐을 하지.
그래서 하면? 서울대 보내지.
그래서 보내면? 축하인사 받지.
그래서 받으면? 출세 길이 열리지. 
그래서 열리면? 좋은 직장 잡지.
그래서 잡으면? 예쁜 신부, 똑똑한 신랑 얻지.
그래서 얻으면? 머리 좋고 예쁜 아이 낳지. 
그래서 낳으면? 공부시키지. 
그래? 결국 공부시키기 위해서 공부시키는 거였구나. 끝까지 가 봤더니 아무것도 없구나.  248

오늘 지구에 종말이 온다면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온다 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그에게 오늘이 지구의 종말이라고 알려주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어제 심은 사과나무에게 무책임을 사과하고 싶습니다.  249

정년퇴직때까지 살아남는 법
책상서랍에 숨어 있는 편지봉투를 모조리 쓸어다 휴지통에 던져버리십시오. 직장인은 누구나 편지봉투만 보면 사표 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답니다. 이건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강물만 보면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던져 버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존심. 편지봉투를 휴지통에 던질 때 자존심이라는 놈도 잘 구겨서 던져버리십시오. 휴지통이 차 넘칠수록 당신의 정년퇴직은 안전하게 보장될 것입니다.
물론 한 가지 작은 문제는 있습니다. 그건 자존심 다 던져버린 사람들만 우글대는 당신의 회사가 당신의 정년까지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251

바보들의 공통점
낙서 한 줄 없는 깨끗한 담벼락에 낙서를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담벼락 주인이 낙서금지라고 쓰고 나면, 그때부터 담벼락은 온 동네 낙서판이 되고 만다.
바보들의 공통점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문제에 대해 너무 진지하게 고민한다는 것이다.  253

욕심많은 타잔이야기
타잔은 정글 속에서 선악과를 발견했고 이를 원숭이 몰래 혼자 먹어치운 것이 분명해. 그게 아니라면 혼자만 팬티라는 문명을 두르고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가 없어.
그리고 혼자 먹어치운 그 선악과 때문에 동물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게 분명해. 그게 아니라면 동물의 왕국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어.
문제는 따돌림을 견디지 못한 타잔이 정글을 탈출했다는 거야. 그게 아니라면 뭐든 혼자 먹어치우려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 갑자기 늘어난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어.  257

수건 출신의 성직자
걸레. 자신의 몸을 더렵혀 가며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수건 출신의 성직자. 한 때는 귀부인의 얼굴 근처에서 놀았지만 '내가 왕년에'라는 말을 결코 입에 담지 않는 겸손함이 고개를 숙이게 한다. 특히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는 격언은 쉽게 별절하지 않는 그의 인격을 잘 말해 준다.
그러나 사람들은 흠 잡을 데 없는 그의 인격에 존경 대신 질투를 표한다. 몸 한 구석에 남아 있는 속리산 관광기념이라는 문신을 지적하며, 주위에 혐오감을 준다는 구실로 대중목욕탕 출입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결례다.  258

하느님이 내려 보낸 천사
주는 대로 받아먹고, 아무 곳에서나 누워 자고, 더럽다고 욕해도 화내지 않고, 죽어서도 온몸을 다 바치고, 이빨 발톱 다 뜯어봐도 다른 동물에게 위협을 주는 날카로운 무기는 찾아볼 수 없고....
돼지는 하느님이 땅에 내려 보낸 천사임에 틀림없다. 천사가 아니라면 사람들이 꿈속에서까지 그토록 그를 만나고 싶어 할 리가 없다. 천사가 아니라면 사람들이 그를 닮은 저금통을 신앙처럼 모시고 살 리가 없다. 더 이상 사람 어깨에 날래 두 장 붙여놓고 천사하고 우기지 말자. 그건 우기는 게 아니라 웃기는 거다. 우리 사람들, 그동안 하느님을 충분히 웃겼다.  260

다름을 만났을 때
파리에겐 똥이 향기롭다. 왜냐고 묻지 마라. 그게 파리다.
파리는 똥보다 꽃이 향기롭다고 주장하는 우리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는다.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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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라는 표현에 호기심이 생겼다. 
글을 쓰는데 전방위적으로 쓸 수 있다는것은 그만큼 많이 알고 더 많이 조사하고 공부할 때나 가능할 텐데, 저자는 얼마나 다방면에 관심과 지식을 가지고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표지의 날개에 제일먼저 눈이 간다.(개인적으로 보통은 목차를 먼저 본다.)
대중문화 평론, 영화 평론, 만화 평론, 신문잡지사 기자, 칼럼연재.. 상상마당 '전방위 글쓰기' 강의..등
다방면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듯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 강의를 하는 사람이니 혹 내용이 관념적이지는 않을까?
딱딱하게 원론적인 내용을 나열한건 아닐까?
강의를 하고 있으니 생색을 내기 위한 교재로써의 출판을 한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내용을 읽으면서 그런 의구심들은 사라져 갔다.
우리가 글을 쓰는 써야 하는 이유들 부터 시작하여 글쓰기의 기본기에 충실할 것 또한 기본적으로 일반인들이 글을 쓰는데 있어서 어떻게 배열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들을 예시로써 설명으로써 전개해 나갔다. 
뒤로 갈수록 압축해서 써내려가면서 밑줄그을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물론 좋은 의미로써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의미로써도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든 글을 쓰게 되어 있고, 써나가고 있다.
예전에는 특정 사람들만이 글을 게시하였으나 지금은 매체의 발전으로 누구나 쉽게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의 질은 높아지기는 커녕, 더 낮아진 듯한 느낌을 받는것은 왜 일까?
저자도 언급한 기본적인 글쓰기를 모르기 때문이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볼 수 있다. 
글이란 것은 주관적이지 않을수 없지만, 좀더 객관적으로 좀더 정의롭게 좀더 올바르게 쓴다면 그 글은 호소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왕 글을 쓴다면 좀더 확고한 내용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것이 좋지 않을까...!!
(ㅎ 물론 이 블로그도 소통이라는 면에서는 멀지만... 그렇다고 소통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

내용에서 다치바나 다카시에 대한 내용들이 여러번 언급되는 게 그의 놀라운 글쓰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의 책을 몇 권을 읽어보았긴 하지만.. 매우 다방면의 글을 쓴 사람이었다.
그가 새로운 분야의 글을 쓸 때, 관련 자료들의 방대한 양을 섭렵하고 정리하여 준 전문가 이상의 지식을 가지고 글을 쓰는 모습에 본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우리가 보이는 것을 넘어서 이면의 본질을 꿰뚫기 위해서 해야하는 노력은 분명 필요할 것이다.


글쓰기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다.  12
글쓰기를 통해서 모든 이가 창작자인 동시에 주체적인 소비자, 대중이 되는 창조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13

우리가 글을 쓰는 몇 가지 이유
 - 글쓰기는 소통이다. 
 - 글쓰기는 세계의 재창조이다.
 - 글쓰기는 노동이다. 

글쓰기의 필수 교양 세 가지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이다.
첫째, 철학적 사고는 글쓰기의 토대다.
이 세상에서 보편적이고 타당한 진리란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이다.  35
     경험적 사고 -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서 보편적인 진리를 깨닫는 과정.
     연역적 사고 - 보편적인 진리를 탐구하면서 구체적인 현실에 적용하는 방법.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도 문제지만, 숲의 전체적인 모양만 보고 그 안을 들여다보지 않는 것 역시 잘못이다. 일반적인 사고의 소유자라면 경험과 논리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철학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도 결국은 자기 나름의 보편타당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37
즉 자신의 세계관을 정립하기 위하여 철학 공부를하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필요한 것은, 일상생활에서 철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38
철학을 공부하고 자신의 세계관을 만드는것이 필요한 이유는 각각의 개인이 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행동과 글 자체가 바뀌기 때문이다.  39

둘째, 경제를 알아야 리얼한 글쓰기가 가능하다.
현실을 똑바로 보기 위해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것이 바로 철학과 경제학이었다. 
작가들은 세상이 요동치는 현장에서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의 물적 구조를 이루는 경제를 보는 눈도 있어야 한다.  42
모든 것에는 경제가 개입되어 있다.  43
기본적인 경제학 지식을 쌓아 두고, 평소 경제 뉴스를 귀담아듣거나 신문의 국제정치면을 꼼꼼하게 읽는 것 정도로 충분하다.  44

셋째,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덤은 글쓰기의 자양분이다.
역사는 언제나 현재에 의해 재해석되기 마련이다. E. H. 카가 말한 것처럼 역사는 현재와의 대화다. 즉 현재의 관점이나 시대정신에 따라 과거의 역사가 재해석되거나 새로벡 조명된다. 그리고 역사를 통해서 현재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된다. 
과거를 통해서 현재가 만들어진 것이고, 과거의 일들은 현재와 미래에 계속해서 반복된다.  45
현재를 아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역사를 통해서 현재를 반추하는 것이다.
자기 나름의 시각을 갖고 역사가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이해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46
중요한 것은 자신의 관점에 따라 역사를 해석하더라도, 사실 그 자체를 존중하는 것이다.  47

창조적 글쓰기의 원동력, 나만의 세계관
첫째, 내가 바라보는 세계가 곧 나다.
글쓰기는 남의 생각이나 행동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과 행동에 따라 창조되는 것이다. 나의 세계관, 나의 철학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글이 나올 수 없다.  51
인간은 필연적을 환경의 산물이고 주변에서 영향을 받는다. 즉 이 세계에서 자유로운 인간은 어디에도 없다. 무엇인가를 배우고,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세계관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이 자기만의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된다. 내가 바라보는 세계가 있어야만, 또 그것이 절실해야만 나의 글쓰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57

둘째, 모든 것은 변한다. 세계관도 변한다.
자신의 세계관을 확립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한 번 완성한 세계관을 바꾸지 않고 일생을 살아가는 것은 대개 미련한 사람이 할 짓이다. 
정말로 인생관이 확 바뀔 정도로 거대한 경험을 하지 않는 이상, 성인이 된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방식이 완전히 바뀌는 일이란 많지 않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58
세계관이 변화하는 것은 결코 창피하거나 어리석은 일이 아니다. 바뀐 세상을 분석하고 자신의 찰학을 정립하는 것은, 살아 있는 인간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62

셋째, 나의 세계를 표현하는 글쓰기
 - 일기 쓰기
일기의 역할은 매일같이 반복되는 하루에서 나에게 의미있는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 그리고 나의 하루 행동에서 되짚어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떠올리는 것.  64
 - 목적이 분명한 편지 쓰기
일기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라면 편지는 '타인에게 나를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66
일기를 제외한 모든 글은 대상이 누구이고 그들에게 무엇을 알리거나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쓰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일기가 글쓰기의 기본을 다져 준다면, 편지는 글쓰기의 모든 것을 알려 준다고 할 수 있다.  67

아는 만큼 쓴다, 풍요로운 글씨를 위한 다독(
多讀)첫째, 다치바나 다카시에게 배우는 독서 훈련
다치바나 다카시의 어떤 책을 읽든, 그 안에서 엄청난 양의 정보는 물론이고 그것들을 통해서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혜안을 발견할 수 있다. 
다카시는 어떤 분야에 대한 취재나 대담을 요청받았을 때 그 분야에 관한 책을 적어도 열 권 이상은 읽는다고, 그리고 책을 써야 한다면 대형 책꽂이 한 개 반의 부피와 맞먹는 양의 책을 읽는다고. 그렇게 해서 읽은 책과 나오는 책의 비율을 따진다면 약 100 대 1 정도라고 한다.  69
1인 미디어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주관에 따라 세계를 해석하여 전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주장만 있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뒷받침할 수많은 정보가 있어야만 한다. 올바른 입장만으로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치바나 다카시의 독서법에서 배워야 할것은 엄청난 정보량이다. 어떤 분야에 대해 관심이 생긴다면 그 분야에 대해 파고들어야 한다. 시작은 언제나 독서다.  71

둘째, 글쓰기는 독서에서 시작된다.
책을 읽는 주된 이유는 지식을 얻기 위해서다. 
독서는 좋아하는 작가를 따라 글쓰기를 배우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73
교양만 갖고 모든 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되도록 많이 읽고 즐기는 것이 필요하다.  76

생각이 담긴 글쓰기
첫째, 문장은 육하원칙의 기본부터 시작하라.
글을 잘 쓰고 싶다면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좋다.  98
육하원칙에 의거하여 기사를 쓰는 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 보통 사람들이 쓴 글을 보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육하원칙이다.
머릿속의 이야기를 옮기는 데만 급급하여, 자신의 글이 독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는 별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99

둘째, 모든 것은 인상에서 시작한다.
내면의 분석 없이 단지 표피만을 놓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 
인상이란 것은 무엇일까? 나는 내가 본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할 때,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나 느낌을 먼저 말한다.  102
인상비편은 아니지만 '인상'이 중요한 이유는, 어떤 작품이나 대상, 사건을 접했을 때 가장 큰 울림을 던져 주기 때문이다.
인상을 받는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자신이 받은 인상에서 출발해 다양한 것을 채워 가는 과정이 바로 글쓰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103

셋째, 인상적인 무엇인가를 발견하면 글을 쓰기 위한 테마와 아이디어가 나온다.

넷째, 인상을 논리적으로 풀어낸다. 


비평이란 사실 별것 아니다. 어떤 작품, 어떤 대상의 속성을 따지고 가리는 것이 바로 비평인 것이다.  113

글을 쓰는 사람은 세상의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글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깨달을 수 있다.  125

문학 작품을 분석할 때 가장 쉽게 쓰이는 것은 내용과 형식이다. 
내용은 이야기와 주제이고, 형식을 플롯이나 문제로 볼 수있다.  131

영화 비평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영화를 들여다보는 자신만의 눈이다.
약간의 통찰력과 지식만 있다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읽어 내려면 작품 내면을 파고 들어야 한다.  146

대중문화는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그에 대한 글을 쓰려면 사람들이 어떤 대중문화에 매혹되는지, 어떤 대중문화가 그들을 사로잡는지 살펴봐야 하낟. 그것이 곧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가장 노골적인 무의식일 수 있다. 어쨌거나 문화상품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그 의미를 분석해야 한다.  161

TV에는 저속한 개그 프로와 버라이어티 쇼도 있지만 동시에 다양한 다큐멘터리와 토론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편견만 없애면 개그와 버라이어티 쇼에서도 얼마든지 요긴한 내용을 배울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일방적인 배척이 아니라 적절한 분석을 통해 그 의미를 읽어 내는 일이다.  162

에세이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가장 쉬운 글인 동시에 가장 위험한 글이기도 하다. 흔히 에세이를 작가의 영혼이 그대로 내비치는 글이라고 한다. 아무리 포장하고 감추려고 애를 써도 에세이에는 모든 것이 내비친다. 안이 텅 빈 사람이 쓴 에세이는 공허해 질 수밖에 없다. '내'가 흔들리면 에세이도 흔들린다. 그러니 에세이는 가장 신중하게 써야 할 글이다.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나'를 반성하는 마음가짐으로 써야 할 글이다.
에세이는 쉬운 글이기도 하다. 그냥 진솔하게 쓰기만 하면 안에 있는 것들이 투영된다. 차분하게, 정직하게 글을 쓴 사람에게 에세이는 출발점이자 끝이 되는 글이다.  203


지속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단지 자리에 앉아서 글을 쓰는 것만이 아니라 제대로 글을 쓰기 위해서는 평소에 많은 것을 경험하고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에는 동인이 필요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든가, 장기적인 목적으로 글쓰기를 지향한다든가 등의 목적 말이다. 혹은 단지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싶다든가, 뭔가 상업적인 목적이 있다든가 등의 부정적인 욕망일지라도 상관없다. 글을 쓰기 위해 투자해야 할 에너지와 시간 등을 생각한다면, 어떤 식으로건 동인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저에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그 동인을 찾는 것이다.
가볍게 동인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즐거운 취미생활이나 오락도 삶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211
중요한 것은 쓰는 일을 취미로 삼는 일이다. 글쓰기가 취미로 정착되기만 한다면 그 다음은 느긋하게 생각해도 된다.
누구나 시작은 비슷하지만, 꾸준하게 글을 쓴다는 것은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다. 
글을 쓰겠다고 생각했다면, 글로 세상에 무엇을 알리거나 소통하겠다고 생각했다면 일관성이 필요하다. 
많이 생각하고 많이 읽고 그리고 꾸준하게 쓰는 것, 그것이야말로 글쓰기의 정도다.  212




일상에서 철학을 다듬어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것을 회의(懷疑)하는 것이다. 일본의 작가 기리노 나쓰오가 대학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회의하라'였다고 한다. 세상의 일반적인 상식을 의심해 보고, 공식적으로 발표된 모든 것을 뒤집어 보고, 두 눈에 보이는 것의이면을 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남이 보여 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뒤집어 보고 파고들어 집적 확인해 보는 것. 그것이 세상의 본질을 보는 유일한 방법이다.  41

비슷한 관련서를 몇 권씩 읽으면서 하나의 주장에만 빠지지 말고,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무리해서 읽지 말고, 메모를 하고 싶다면 일단 다 읽은 다음에 시도하고, 주석과 색인도 주의 깊게 읽고, 책을 읽으면서 그 정보와 논리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라.  77

가장 쉬운 방법은 내 기억에 강하게 남은 무엇인가에 대해, 쓰는 것이다. 왜 기억에 남게 되었는지 그 이유만 찾아가도 한 편의 글이 나온다. 제일 좋은 방법은 메모다. 뭔가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하는 것이다.  101

중요한 것은 새롭게 발굴하는 일 이상으로 기존의 것들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일이다. 
남들이 아직 이야기하지 않은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아이디어이고, 그것이 바로 좋은 글의 요건이다.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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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당신이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고, 
자신의 가슴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꿈을 간직하고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
 
당신의 이야기가 진실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자기 자신에게는 진실할 수 있는가
배신했다는 주위의 비난을 견디더라도
자신의 영혼을 배신하지 않을 수 있는가 알고 싶다.

어떤 것이 예쁘지 않더라도 당신이
그것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가
그것이 거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더 큰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당신이 누구를 알고 있고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당신이 슬픔과 절망의 밤을 지샌 뒤
지치고 뼛속까지 멍든 밤이 지난 뒤
자리를 떨치고 일어날 수 있는가 알고 싶다.

....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그때 왜
저 사람은 거짓말을 너무 좋아해.
저 사람과는 결별해야겠어.
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
나의 수많은 거짓말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저 사람은 남을 너무 미워해.
저 사람과는 헤어져야겠어.
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
내가 수많은 사람을 미워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저 사람은 너무 교만해.
그러니까 저 사람과 그만 만나야지.
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
나의 교만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저 사람은 너무 이해심이 없어.
그러니까 저 사람과 작별해야지.
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
내가 남을 이해하지 못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이 사람은 이래서, 
저 사람은 저래서 하며
모두 내 마음에서 떠나보냈는데
이젠 이곳에 나 홀로 남았네.
김남기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만족해 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랜터 윌슨 스미스

나는 배웠다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임을.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에 달린 일.

나는 배웠다.
내가 아무리 마음을 쏟아 다른 사람을 돌보아도
그들은 때로 보답도 반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임을.

삶은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곁에 있는가에 달려 있음을 나는 배웠다.
우리의 매력이라는 것은 15분을 넘지 못하고
그 다음은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함을.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보다는 
나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함을 나는 배웠다.
삶은 무슨 사건이 일어나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일어난 사건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달린 것임을.

또 나는 배웠다.
무엇을 아무리 얇게 베어 낸다 해도
거기에는 언제나 양면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 놓아야 함을 나는 배웠다.
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 시간이 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므로.

두 사람이 서로 다툰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지 않는게 아님을 나는 배웠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 다투지 않는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는게 아니라는 것도.
두 사람이 한 가지 사물을 바라보면서도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를 수 있음을.

나는 배웠다.
나에게도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타인에 대해 몰인정하고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음을.
내가 바라는 방식대로 나를 사랑해 주지 않는다 해서
내 전부를 다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나는 배웠다.
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 하더라도 이 세상은
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것과
내가 믿는 것을 위해 내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
이 두 가지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나는 배웠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받는 것을.
트라피스트 수도회 중신으로 예수의 작은 형제회를 설립한 샤를르 드 푸코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많은 이들이 자신의 시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막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오르텅스 블루
파리 지하철 공사에서 공모한 시 콩쿠르에서 8천 편의 응모작 중 1등 당선된 시


농담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이문재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이것이 그 놀이의 규칙이다.
당신에게는 육체가 주어질 것이다.
좋든 싫든 당신은 그 육체를 
이번 생 동안 갖고 다닐 것이다.

당신은 삶이라는 학교에 등록할 것이다.
수업 시간이 하루 스물네 시간인 학교에.
당신은 그 수업을 좋아할 수도 있고
쓸모없거나 어리석은 것이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히 배우지 못하면 같은 수업이 반복될 것이다.
그런 후에 다음 과정으로 나아갈 것이다.
당신이 살아 있는 한 수업은 계속되리라.

당신은 경험을 통해 배우리라.
실패는 없다. 오직 배움만이 있을 뿐.
실패한 경험은 성공한 경험만큼
똑같이 중요한 과정이므로.

'이곳'보다 더 나은 '그곳'은 없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당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어떤 삶으 만들어 나갈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다.
필요한 해답은 모두 자신 안에 있다.

그리고 태어나는 순간
당신은 이 모든 규칙을 잊을 것이다.
체리 카터 스코트


여행
...
...
나는 알았다. 삶은 단순히 생존한 것 이상임을.
나의 성공은 도착이 아니라 그 여정에 있음을.
낸시 함멜


내가 알고 있는 것
내가 무엇을 행하고 있는지
나는 알고 있는가.
내가 나를 소유하는 순간은
숨을 들이마시는 동안인가,
아니면 내쉬는 동안인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다음에 무엇을 쓸지
연필이 알고 있는 정도,
또는 다음에 어디로 갈지
그 연필심이 짐작하는 정도.
잘랄루딘 루미


 세상의 미친 자들
세상의 미친 자들에게 붙여지는 이름이 있다.
현실 부적응자,
반항아,
문제아,
부적함 판정을 받은 자.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자들,
이들은 규칙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현상 유지를 별로 존중하지 않는다.

당신은 그들의 말을 인용할 수 있고,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들을 칭찬하거나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 대해 당신이 할 수 없는 단 한 가지는 
그들을 무시하는 일.
왜냐하면 그들은 사물을 바꿔 놓기 때문이다.

그들은 발명하고, 상상하고, 치료한다.
탐험하고, 창조하고, 영감을 불어넣는다.
그들은 인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어쩌면 그들은 미쳐야만 하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 어떻게 텅 빈 화폭에서 그름을 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침묵 속에 앉아
결코 씌어진 적이 없는 노래를 들을 수 있겠는가.
또는 붉은 행성들을 응시하면서
우주 정거장을 떠올릴 수 있겠는가.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미치광이라 부르지만,
우리는 그들을 천재라 부른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미친 사람들만이
결국 세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어느 고등학교 교사가 썼다고 전해지는 이 시는
애플 컴튜너 사의 텔레비전 광고에 사용되었다.


뒤에야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상시의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았네.
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날의 언어가 소란스러웠음을 알았네.
일을 돌아본 뒤에야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냈음을 알았네.
문을 닫아건 뒤에야 앞서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네.
욕심을 줄인 뒤에야 이전의 잘못이 많았음을 알았네.
마음을 쏟은 뒤에야 평소에 마음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네.
중국 명나라 문인 진계유


옳은 말
제발 내가 그것을 극복했는지 묻지 말아 주세요.
난 그것을 영원히 극복하지 못할 테니까요.
지금 그가 있는 곳이 이곳보다 더 낫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는 지금 내 곁에 없으니까요.
더 이상 그가 고통받지 않을 거라고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가 고통받았다고 난 생각한 적이 없으니까요.
내가 느끼는 것을 당신도 알고 있다고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당신 또한 아이를 잃었다면 모를까요.
내게 아픔에서 회복되기를 빈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잃은 슬픔은 병이 아니니까요/
내가 적어도 그와 함께 많은 해들을 보냈다고는 말하지 말아주세요.
당신은, 당신의 아이가 몇 살에 죽어야 한다는 건가요?
내게 다만 당신이 내 아이를 기억하고 있다고만 말해 주세요.
만일 당신이 그를 잊지 않았다면.
신은 인간에게 극복할 수 있는 만큼의 형벌만 내린다고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다만 내게 가슴이 아프다고만 말해 주세요.
내가 내 아리에 대해 말할 수 있도록 단지 들어만 주세요.
그리고 내 아이를 잊지 말아 주세요.
제발 내가 마음껏 울도록 
지금은 다만 나를 내버려둬 주세요.
(아이를 읽은 엄마의 시)
리타 모란


진정한 여행
....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나짐 히크메트, 감옥에서 쓴 시


신과의 인터뷰
어느 날 나는 신과 인터뷰하는 꿈을 꾸었다.
신이 말했다.
'그래, 나를 인터뷰하고 싶다구?'
내가 말했다.
'네, 시간이 있으시다면.'

신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의 시간은 영원, 
내게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무슨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가?'

내가 물었다.
'인간에게는 가장 놀라운 점이 무엇인가요?'

신이 대답했다.
'어린 시절이 지루하다고 서둘러 어른이 되는 것
그리고는 다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기를 갈망하는것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잃어버리는 것
그리고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돈을 다 잃는 것

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를 놓쳐 버리는 것
그리하여 결국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지 못하는 것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
그리고는 결코 살아 본 적이 없는 듯 무의미하게 죽는 것'

신이 나의 손을 잡았다.
우리는 잠시 침묵에 잠겼다.
그런 다음 내가 겸허하게 말했다.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자식들에게 그 밖에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신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내가 이곳에 있음을 기억하기를.
언제나, 모든 방식으로'
작자미상


또 다른 충고들
고통에 찬 당팽이를 보게 되거든 충고하려 들지 말라.
그 스스로 고통에서 벗어나올 것이다.
너의 충고는 그를 화나게 하거나 상처 입게 만들 것이다.
하늘의 선반 위로 제자리에 있지 않은 별을 보게 되거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라.
풀과 돌, 새와 바람, 그리고 대지 위의 모든 것들처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시계추에게 달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 말라.
너의 말이 그의 마음을 상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너의 문제들을 가지고 
너의 개를 귀찮게 하지 말라.
그는 그만의 문제들을 가지고 있으니까.
장 루슬로


힘과 용기의 차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부드러워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힘이
방어 자세를 버리기 위해서는 용기가

이기기 위해서는 힘이
져주기 위해서는 용기가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의문을 갖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힘이 
전체의 뜻에 따르지 않기 위해서는 용기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끼기 위해서는 힘이
자신의 고통과 마주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학대를 견디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그것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홀로 서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누군가에게 기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힘이
사랑받기 위해서는 용기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힘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데이비드 그리피스



....
당신의 가슴속에 온 세상을 담고 싶다고 말하지 말라.
다만 당신이 상처를 받고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 두려웠을 때
어떻게 자신을 버리지 않고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르는 일로부터 드을 돌렸는가 말해 달라.

....

영웅적인 행동을 한 전사 같은 이야기는 충분히 들었다.
하지만 벽에 부딪쳤을 때 당신이 어떻게 무너져 내렸는가,
당신의 힘만으론 도저히 넘을 수 없었던 벽에 부딪쳤을 때
무엇이 당신을 벽 건너편으로 데려갔는가를 
내게 말해 달라,
무엇이 자신의 연약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었는가를.
....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삶을 하나의 무늬로 바라보라 - 류시화
시는 인간 영혼의 자연스런 목소리다.
그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삶을 멈추고 듣는 것'이 곧 시다.  138

5백년 전 북인도 바라나시 갠지스 강변에 살았던 시인 까비르는 '죽기 전에 아무리 많은 책을 읽을지라도 이 한 단어를 알지 못하면 그는 아직 진정한 인간이 아니다. 그 단어는 사랑이다.'라고 말했다.  139

자비의 어원은 '함께 상처를 나눈다.'는 뜻이다.  140

상처는 치유될 수 있다. 왜냐하면 상처받는 것은 영혼이 아니라 감정이기 때문이다.
힌두교도들은 영혼을 '가슴 안의 가슴'이라고 표현한다.  141

좋은 시는 어느날 문득 자신과 세상을 보는 방식을 새롭게 한다.  142

이 삶 속에 태어났다면, 당신은 거친 세파를 견딜 각오를 해야만 한다. 온갖 불필요한 충고와 소음을 들을 각오를 해야만 한다. 수많은 병고와 사건이 밀려오리라. 그것이 삶이다. 하지만 더불어 자신의 존재를 지켜낼 만반의 준비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사랑이 당신을 정화하리라는 것도. 사랑은 '당신은 누구예요?' 하고 물을 때 '나는 당신입니다.'라고 대답해야 문이 열린다.(이븐 하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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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의 진실을 알고 이해하고 싶어 하지만 반면 그것을 피하고 싶어하는 욕구도 갖고 있다. 그런데 과거에 슬프고 괴로운 기억이 있는 경우 사람들은 대부분 진실을 회피하며 침묵해 버린다. 그러나 침묵은 상처를 치유하기는 커녕 마음속 상처 입은 아이의 분노만을 키운다.... 마음껏 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프롤로그에서 한 저자의 표현이다.

근래 꽤나 많이 알려지고 있는 '독서치료', '자가치유' 의 리스트에 있는 도서이기도 하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는 이 시대에 많은 사람들과 원활한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감정을 이해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공감을 하기에 앞서 그것을 잘 하기 위해서는 우선은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감정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남을 어찌 알겠는가...!!
그리고 남을 어찌 알겠는가...!!

저자는 어른으로 산다는것의 의미를 자신의 내면 아이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그들의 상처를 알아주고 울어버림으로 떨쳐버리면서 성장시키는 과정과 방법들을 알려 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무석 교수나 김형경씨..., 외국에서 빅터 프랭클 박사같은 많은 사람들이 정신치료와 자가치유의 필요성에 대해 많이 독려한다.
책을 통해 우리의 어린아이가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것이라 생각한다.

 
1부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 내 뜻대로 안 되는 세상
세상은 나에게 먹은 밥값을 하듯 나잇값을 하라고 독촉한다.  17
내가 먹고 싶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세월은 자기 멋대로 내 안에 들어와 놓고 이제 그 값을 내라고 나를 옥죈다.  18
우리는 흔히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고, 어른은 어른다워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 둘을 가르는 가장 큰 기준은 자기중심적인가, 현실 중심적인가하는 행동방식에 있다. 다시 말하면 쾌락원칙에 따라 행동하면 아이이고, 현실원칙에 따라 행동하면 어른이다.  18
어른이 되는 순간부터 우리에게는 많은 규제가 뒤따른다.... 세상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하면서도 모든 것에 조건을 단다.... 도대체 어른이라는 게 뭘까?  20

감정이 메마른 게 아니라 감정이 두려워 억누르고 있는 상태.  25
이솝우화에서 포도를 따먹으려다 실패한 여우가 '저따위 신 포도를 누가 먹어'라며 도아서는 것과 같다. .. 권태다. 권태는 우리의 이상이 너무 높을 때 생기는 감정이다.   26
인생의 가장 중요한 진리를 놓치고 있다. 행복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오며, 아주 작은 일에 웃고 울 수 있는 사람이 인생을 더 풍요롭고 재미있게 만든다는 사실을.
만약 당신이 사는것에 별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모든 일이 심드렁하게만 여겨진다면 한번쯤 자신의 마음속을 가만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내가 인생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화려하게 성공해서 남들에게 갈채를 받는 것만이 기쁨이라고 생각하은 것은 아닌지...  26-27

우리의 무의식은 서로 사랑한다면 완벽하게 일치하여 조금도 차이가 없기를 바란다. 그래서 아주 가까운 관계일수록 별것 아닌 일로 목숨 걸고 싸운다.  30
그러므로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과 살아가기. 그것은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즐기는 것이다.  31

자아가 약해진 상태.  35
우리나라처럼 집단문화가 발달한 사회에서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창피당하고 쫓겨나는 것에 대한 공포가 크다.  35
아무리 불안해도 죽지는 않는다. 
불안의 근원은 분명 우리의 마음속에 있으며, 그것을 알아내는 것만으로도 불안은 줄어들 수 있다.  36
불안은 두려워하지 않는것, 그것이 불안을 달래는 첫 번째 발걸음이다.  37

우리는 아주 어릴 적 엄마 품에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으며 엄마와 하나인 듯한 느낌을 가졌었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이 느낌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불꽃처럼 다시 살아난다.  39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을 보고 상대가 실망하고 떠나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41
상대를 배려하면 우리는 내 안의 공격성이 상대에게 직접적으로 치닫는 것을 조절하게 된다.  42

사회심리학자 엘렌 버셰이드는 열정적인 사랑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면 결혼이 파탄에 이르기 쉽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결혼을 했는데도 낭만적인 사랑 타령을 하고 있으면 그만큼 이혼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44
결혼 생활의 양식이 어떻게 변하든 여자와 남자는 서로에게 기뻐하는 것만큼 서로에게 계속 실망할 것이다.  45
결혼은 본질적으로 비극적인 관계다.  
만약 늘 행복하다고 말하는 부부가 있다면 그들은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미움이 없는 사랑은 없다. 좀더 유쾌하게 미워할 수 있다면 더 나은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46

포기란 때로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자신의 능력이나 자격마저 내던져 버리는 것을 뜻하지만, 체념은 자신은 버리지 않고 자신이 잃어버린 것만을 깨끗하게 단념하는 것을 의미한다.  50-51
이제껏 내가 살아온 방식과 내가 추구해 온 것들이 좋은 의도와 선한 측면도 많았지만, 그 위에 욕심과 집착, 시기심과 경쟁심이 덕지덕지 앉아 있었음도 새로이 알게 되었다. ...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받아들인 다음에야 비로소 겸손해진다는 것을, 체념은 영혼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을...  52-53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모든 것은, 그것이 고통이든 기쁨이든 우리에게 뭔가를 말해 준다. 물론 우리가 그것을 들으려 한다면 말이다.  53


2부 혹시 당신도 어른으로 사는게 두려운가?
복잡한 걸 싫어하고 책임지는 걸 싫어하며,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어른아이(Man child)'라고 부른다....'피터 팬 신드롬'
현대판 피터 팬은 대부분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자라고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서 많이 보인다.  59

피터 팬 신드롬의 특징  61-67
  1. 무책임하다. 
  2. 불안하고 외롭다.(막연한 불안감과 깊은 외로움)
  3.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4.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다.(자기 모습과 사랑에 빠진 나르시소스와 닮아 있다.)
  5. 환상과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 한다.
  6. 맹목적인 이상화를 추구한다.
  7. 자신에 대한 확고한 정체성이 없다. 
피터 팬 신드롬은 197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 어른들의 사회에 끼어 들지 못하는 수많은 '어른아이'가 생겨나면서 전 세계적인 사회문제로 발전했다. 이는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서로 믿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개인의 무력감 등 현대 사회의 특성들이 모여 생긴 것이라 할 수 있다.  68
현대판 피터 팬들이 우울증에 바지게 되는 것은 결국 그 자신도 젊음과 귀염성을 잃게 되고, 스스로의 삶을 책임질 수밖에 없는 냉엄한 현실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70

영원한 젊음의 세계인 네버랜드로 가는 방법이 있다면 파우스트처럼 영혼을 팔아서라도 가고 싶은 게 당연한 심리다.
그러나 영혼을 파는 것은 내 모든 감정과 사고능력과 기억들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기억을 잃어버리면 과거도 미래도 사라진다.... 어쩌면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일 수도 있다.  73-74

'출생의 충격'...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산다는 것은 내게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과정, 혹은 스스로 체념해야 하는 고통들로 점철된다.... 그러고 보면 삶은 상실에서 시작해 상실로 끝난다.  75
인류학자인 어니스트 베커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사용한다. 자신만의 재능을 살리고, 남들과 다른 존재로서의 자신을 만들고, 자신의 기호를 넓히고 발달시키며, 삶의 실망스러운 것들을 견디는 법을 배우고, 성숙하고 단련되어, 마침내는 동물의 상태를 초월하여 위엄과 존엄성을 지닌 자연의 유일한 존재로서 우뚝 선다. 이처럼 고귀한 개인이 되기 위해 60여 년 동안 믿을 수 없는 고난과 노력을 다한 뒤에는, 죽을 수밖에 없다."  78
인생이라는 상실의 강...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그 경험으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배우느냐에 따라 우리에게 미소를 지을 수도 있고 외면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상실은 새로운 만남과 출발을 의미하기도 한다.  79

우리의 마음속에 상처받은 아이가 살고 있다.  81
인생이란 평생을 걸려 '나'라는 집을 짓는 과정과도 같다.  82
기초 공사가 잘못된 집을 고치려면 돈과 노력이 많이 드는 것처럼, 우리의 삶 또한 초기에 잘못 된 것을 고치려면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제는 상처 없는 삶은 없다는 데 있다.  83
과거를 떠나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전에 먼저 울음을 참고 있던 아이가 마음껏 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어디가 아팠는지 아이가 말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과거의 상처가 아무는데 필요한 제2의 성장통을 겪는다. 이것은 어떤 특정 시기에만 올 수 이쓴 것은 아니다.  85

정신분석가 비온은, 사람에게는 자신이 경험한 것의 진실을 알고 이해하고 싶은 욕구와 그것을 알고 싶지 않고 피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과거를 추억하면서도 한편 과거의 상처들에 침묵하려고도 하는 것이다.  90
마음의 고통을 씻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내 마음을 열 수 있어야 한다.  91
마음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면 먼저 과거와 만나 과거와 화해해야 한다.  92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나지는 않았다. 태어난 것은 내 뜻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생명을 얻고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행복해지길 원한다.  95
행복은 오히려 덜어냄으로써 찾아온다.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욕심을 덜어내는 것. 나에 대한 지나친 이상화를 포기하는 것, 세상은 이래야 하고 나는 이래야 된다는 규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그것이 바로 있는 그대로의 나와 세상을 똑바로 보고, 내 인생의 주인이 되며 그 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95
어른이 된다는 것을 결코 슬픈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인생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과정이며,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삶을 깊게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96
성장의 목적은 바로 우리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배우는 데 있다.  96

마르셀 프루스트는 "슬픔을 이겨낸 뒤에는 관념이 찾아온다. 슬픔이 관념으로 바뀔 때, 우리의 심장을 후벼 파는 슬픔은 그 힘의 일부를 상실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 자체는 비록 순간적이라 해도 약간의 즐거움을 내뿜게 된다."
애도란 슬픔이요 고통이지만, 떠나보냄이자 동시에 새로운 만남이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다리이며, 떠나보낸 것들이 내 안에 내면화되어 나의 정신과 사고를 형성해 가는 작업장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애도할 수 있는 능력이 꼭 필요하다.  104

아이가 말을 못하는게 아니라,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106
가만히 있어도 주위 어른들이 자신의 표정을 읽고 척척 다 해주는데 굳이 말하거나 소리 내어 울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이 아이처럼 모든 것이 충족되는 상황에서는 아이 스스로 어떤 것이든 배우고 경험할 필요가 없어진다.  107
상흔을 통해 우리의 한계를 깨닫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게 되며, 세상을 배우고 인생을 이해하게 된다.  107
상처 없는 삶은 앞에서 소개한 아이처럼 우리의 사고능력을 마비시키고 성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여 오히려 불구자로 만들 수 있다. 
우리가 견딜 수 있는 범위 안에서의 상처는 오히려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108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것도 우리 자신이요, 상처를 통해 강해지는 것도 바로 자신이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도 자신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가 무엇을 듣고 싶어 하며 무엇을 원하는가에 달려 있다.  111


3부 제2의 성장통을 겪고 있다면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  115
21세기는 당장 내일 세상이 어떻헤 변할지 예측하기 힘든 시대다. 날마다 새로운 지식이 엄청나게 쏟아지며 그것을 누가 먼저 쥐느냐가 성공을 좌우한다. 그러다 보니 어른들이 알고 있던 과거의 지식과 정보들은 쓸모없어서 버려야 할 것으로 취급받기 일쑤다. 심지어 빨리 과거를 잊어버리고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라는 압력을 받는다. 앞서가기는 커녕 뒤쳐지지 않으려면 말이다. 그런 가운데 어른들의 지혜와 삶의 경험까지도 무시당하는 게 현실이다.  119

당신을 알고 있는 사람들 중 30%가 당신을 좋아하고, 50%가 당신을 보통으로 생각하고, 20%가 당신을 싫어한다면 대성공이다. 그리고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이 부족하거나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의 성격과 가치관이 맞지 않을 뿐이다. 당신이 모든 사람들을 다 좋아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123
사람들은 대부분 이기적이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다른 사람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모두들 자기 일에 몰두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래서 아주 이상한 일을 목격해도 3일 정도만 지나면 그 일을 까마득히 잊어버린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실수를 했더라도 그것을 두고두고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가끔의 실수는 당신을 더욱 인간적으로 느끼게 하고 친근하게 만든다.  124
당신 인생의 주인은 바로 당신 자신이다.  125

부모는 자신들이 보고 싶은 아들의 모습만을 보려고 했다. 그는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자신은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거짓 자아(false self)'를 발달시켰고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가볍게 행동하고 가벼운 관계만을 쫓아왔다. 외롭고 상처받기 쉬운 그의 '참 자아(true self)'를 마음 깊이 숨겨 둔 채 말이다.  128
상처입기 두려워 진지한 관계가 싫다며 애써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무엇보다 당신에게 필요한 건 당신의 참 자아와 마주할 용기다. '내가 많이 외롭고 사랑을 바라던 아이였구나'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사랑받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 그냥 솔직해지는 것이다.  
당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살펴보고,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라.  129

과거의 기억에서 오는 분노는 만족을 모르고 끝없이 파괴하려 드는 속성이 있다.  133
과거에 대한 분노를 해결하는 것이 결코 모든 것을 다 용서하라는 말은 아니다. 단지 세삿에는 불합리하고 이해하지 못할 일도 일어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134

당신의 느낌에 집중하라. 무언가를 느끼고 싶다면 세상으로 뛰어들어가 온몸으로 부딪혀 보라. 138

인터넷 같은 가상세계에 빠진 사람들은 현실 속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현실감'이라고 부르는 것은 좌절을 통해 얻어진다. 아무리 소망한다고 해도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실제적으로 따뜻해지지도, 편안해지지도, 배부르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우리는 좌절하게 되고 현실이 어떤지를 알게 된다.  141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기다려야 한다. 그 기다림의 시간동안 많은 일을 만나고 더 넓은 어른들의 세상과 부딪히게 된다. 그 속에서 좌절과 실망도 경험하고,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으며, 어른들이 그다지 힘이 센 것도 뭐든지 할 수있는 살마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무거운 현실의 짐들을 등에 짊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주어진 현실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지혜와 기술을 익히는것이다.  144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 꿈과 현실 사이의 차이를 인정하고 고통을 이겨내는 것이다.
아무리 어른으로서의 지혜와 힘을 가져도, 또 어른으로서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 있다 해도, 진정으로 '건강한 어른'은 가끔 어린아이로 되돌아 갈 수 있어야 한다. 
건강한 어른은 떠날 수도 있고 혼자 남겨질 수도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드로가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사랑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기댈 수 있어야 한다. 
건강한 어른은 자신이 사랑스럽고 가치 있으며 성실하다고 느낀다. 어떤 상황에 있든 늘 흔들리지 않을 자아 정체성이 있음을 믿는다. 
다양한 세상 경험을 거치면서 여러 각도에서 인생을 폭넓게 바라본다. 또한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것도 중요한 지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145
건강한 어른은 양심과 죄책감을 느끼고, 후회하는 능력과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다. 
원하는 것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배우며, 이룰 수 없는 것은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안다.
건강한 어른은 인생이란 완벽하지 않으며, 사람은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국, 세상은 내가 바라는 대로 움직인다는 어린시절의 전지전능함을 포기해 가는 과정이다.  146
성장한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며, 현실과 부딪치면서 이러한 꿈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하나씩 하나씩 경험하고, 포기하면서 꿈과 현실 사이의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이다.  147


4부 슬픔 앞에서는 굳이 어른인 척하지 마라.
죽은 사람을 따라 자살을 하는 사람들, 살아 있으되 마치 죽은 것처럼 사는 사람들, 더 이상의 이별이 두려워 이별을 할 수 없게 된 사람들, 그들은 모두 애도를 못하는 사람들이다. 떠나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잃어버린 것은 떠나간 그 사람이나 대상이 아니라 혼자서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없었던 자기 자신인 경우가 많다.  161

장례식을 떠들썩하게 하는 것도 바로 이 이별 예식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164

슬픔을 나누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저 곁에 같이 있어 주면 된다. 곁에서 손을 꼭 잡아 주면 된다. 울고 있는 사람을 가만히 안아 주고 등을 토닥여 주면 된다. 그렇게 같이 슬퍼해 주면 된다. 
슬픔 안에서 굳이 어른인 척하지 말자. 어릴 적에 우리가 울고 있으면 어른들은 "많이 아프니?"라는 말보다 "뚝 그치지 못해?", "울면 못 써" 라는 말을 먼저 했다. 우리는 슬픔은 감출 줄 알아야지 그걸 다 드러내면 나약하고 못난 사람이라고 배우며 자란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괜히 씩씩하게 잘 견디는 척하지 말자. 그럴수록 내 마음의 상처만 깊어질 뿐이다.  172

잊고 싶어도 잘 잊혀지지 않는 게 있다. 그럴 때는 억지로 잊으려 애쓰기보다는 오히려 잃어버린 사람에 대해 회상하는 게 더 좋다. 사진이나 초상화, 일기장 등을 펼쳐 보면서 떠나가 버린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 그가 실제로 살아 있었음을 확인시켜 준다. 그리고 실제로 그가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위로하고 안심시킨다.  177

슬픔은 이겨야 할 감정이 아니라 우리가 온몸으로 감당하면서 흘러가게 해야 할 삶의 하나의 조건인 셈이다.
어쩌면 머무는 것은 슬픔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다.  180


5부 정신분석에서 배우는 나이 듦의 지혜
영국 시인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에서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마음이다.
장미 빛 두 뺨 앵두 같은 입술,
탄력 잇는 두 다리가 곧 젊음은 아니다.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시들지 않는 열정이 곧 젊음이다.  186
미국의 작가이자 문화평론가인 수잔 손탁은 
"대부분의 남성은 늙어간다는 것을 후회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은 늙어가는 것을 더 고통스럽고 어쩌면 수치스럽게 느낀다. 나이 든다는 것이 남성들에게는 인간이기 때문에 겪어야 할 운명이다. 그러나 여성들에게 나이 든다는 것은 운명만은 아니다. 그것은 여자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188
나이가 들면서 내적 성숙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는 과거에 이루지 못한 것을 다시 시작하느라 분주한 사람들은 적극적이고 활력 잇는 삶을 산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이것이 지나칠 경우 치러야 할 대가가 커진다. 늙어가는 자신을 부정하느라 자신을 소진시켜 버리는 아이러니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잃어버린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무척이나 힘들다. 그러나 다시 찾을 수 없는 것에 매달리다 보면 결국 더 많은 것을 잃게 된다. 내가 의미 있게 써야 할 시간, 내가 더 사랑해야 할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까지도.  191

남녀 사이의 사랑처럼 부모 자식 사이의 사랑 역시 사랑과 미움이라는 양면성을 가진다.  1945
사람이 성장하려면 어느 정도의 결핍과 좌절을 경험해야 한다. 결핍되고 상실한 것을 스스로 찾아 메우려는 노력이 바로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이다. 부모가 모든 것을 다 충족시켜 주면 아이는 성장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부모가 아이에게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좌절을 주면 아이는 서서히 좌절을 견디는 법을 배워 나가고, 현실감을 얻게 되며,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러면서 한 살마의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196

아이가 나와는 다른 독립된 인간이며, 언젠가 내 품을 떠날 존재인 줄 알면서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혼자 설 수 있는 법을 가르쳐야 할 시간에 아이와 제대로 떨어지는 법을 몰라 부모와 아이 모두 상처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이를 떠나보낸다는 것은 결국 아이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선택할 권리가 있음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  200

늙어간다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신체적 기능을 상실해 가는 데 있다. 
자신이 가진 결함을 분명히 알지만 그러한 결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선다.  207
늙는다는 것의 두 번째 문제는 노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다.
늙는다는 것의 세 번째 문제는 직작으로부터의 은퇴다.  208
노인은 결코 '끝나 버린 존재'가 아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순간순간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는다. 
우리는 늙어서도 변할 수 있다.  209-210

좀더 유쾌하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자기를 초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나 이외의 남에게 관심을 갖고 이 세상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것을 말한다. 이는 다른 사람들의 기쁨을 내 기쁨처럼 느낄 수 있는 능력이며, 나의 흥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들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며, 비록 내가 살 세상은 아니지 만 다음 세대를 위해 미래에 투자할 수 잇는 능력을 말한다.  213
중요한 것은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한다.  215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다. 삶이라는 긴 여행의 끝이며, 그동안 누려온 모든 기쁨과 행복의 끝임과 동시에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모든 고통과 슬픔의 끝이다.  
죽음은 두려움이다. 내가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혼자서 죽음의 고통과 외로움을 견뎌내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데 대한 두려움이다.  216
죽음은 가르침이다. 그것은 남은 시간도 별로 없는데 비로소 왜,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가르쳐 주는 잔인한 스승이다.
죽음은 이어짐이다. 그것은 내가 차지하고 있던 공간을 다음 사람에게 넘겨 줌으로써 세상이란 이 공간을 영속시키는 자연의 확고한 의지요, 무한한 자비로움이다.  217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바로 순간순간의 삶 속에 있다.  222
죽음은 끝이 아니라 삶의 연속된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죽어가는 나에게 '사랑한다'라고 속삭여 줄 사람과 내가 '사랑한다'라고 작별의 인사를 나눌 사람이 있다면 죽음은 끝이 아니라 오히려 내 인생을 최종적으로 완성시키는 과정이 될 것이다.  223

학창시절의 친구들 :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친구를 통해 내 안의 충동적이고 위험한 에너지를 완화시키고 해소하며 승화시키는 법을 배움으로써 나와 남을 파괴하는 불상사를 막게 된다.
청소년기에 친구는 힘들고 충격적인 일들을 함께 극복해 나가는 동반자 역할을 한다.  225
우리는 친구라는 거울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자아 존중감을 쌓아 나간다. 친구는 나의 일부분인 것처럼 '보조자아' 역할을 한다.
비슷한 옷을 입고 혹은 비슷하게 머리를 물들이고 쌍둥이처럼 꼭 붙어 다니는 '베스트 프랜드'는 서로의 자아를 강화시켜 주는 서로의 보조자이다.  226
어른이 된 후의 친구들 : 어른이 되고 나서 만나는 친구들은 내 자유 의사에 따라 내가 선택한 친구들이다. 그래서 이때의 우정은 기본적으로 자유를 토대로 자라난다.  226
아무리 어른이 되었다 할지라도 인간은 모두 삶 앞에서 무력한 존재이기 때문에 내 삶의 무게를 함게 나눌 친구가 꼭 필요하다.  227
친구는 공허함에 시달리는 나의 삶을 긍정해 주고 나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 준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방향을 모색할 때 기꺼이 동반자가 되어 준다.  228
인디언 속담 중에 '친구는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는 말이 있다.  228
이해인 수녀의 시 <벗에게>
울고 싶다고 했을 때 충분히 거두어 줄 수 있고
네가 기뻐할 때 진심으로 기뻐해 줄 수 있는 친구이고 싶다.

비록 외모가 초라해도 
눈부신 내면을 아껴줄 수 있는 친구이고 싶다.

'안녕'이란 말 한마디가 너와 나에게는 섭섭하지 않을
그런 친구이고 싶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배려해 주는 것. 모든 관계에는 때가 있고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 우정에 대한 지나친 이상을 버리는 것. 이 모든 것을 배우고 난 뒤에야 우리는 비로소 서로에게 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
친구는 나를 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  229


6부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기억하라.
우리는 자존심에 상처입을 때 분노한다. 또 신체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부당한 손상을 입을 때, 불공평하다고 느낄 때, 무엇보다도 절실히 원하던 것을 얻지 못했을 때 분노한다. 그렇기에 분노는 어디에나 있다. 삶은 상실과 결핍과 부재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으며, 세상은 이기적인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고, 삶은 공평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236
용서는 결국 상대도 나와 똑같은 어쩔 수 없는 인간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비록 내 마음속에 미움의 찌꺼기는 남을지라도 나의 정신적인 에너지를 나의 행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237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루게릭병으로 죽어가던 모리 교수가 미치에게 남긴 말.
"우리가 용서해야 할 사람은 타인만이 아니라네, 미치. 우리 자신도 용서할 수 있어야 해. 여러 가지 이유로 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도 용서해야 하네. 일이 이리저리하게 되지 않았다고 탓할 수만은 없지. 나 같은 상황에 빠지면 그런 태도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네. 나는 언제나 '연구를 더 많이 했으면 좋았을 텐데' 또 '책을 더 많이 썼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했네. 그 생각 때문에 나 자신을 질타하곤 했어. 이제와 돌이켜보면 그런 질타가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알겠어. 화해하게. 자기 자신과 주위의 모두와.... 자신을 용서하고 그리고 타인을 용서하게. 시간을 끌지 말게, 미치. 누구나 나처럼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야. 누구나 다 이런 행운을 누리는 게 아니지."  238-239

때로는 우리가 상대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오히려 상대에게 상처가 되기도 한다. 내 딴에는 사랑으로 한 행동이 배우자나 가족, 친구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241
프랑스의 한 사회학자는 '사람은 어떠한 증오나 분노 혹은 상처를 주려는 의도가 없이 단지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이런 어쩔 수 없는 상처로부터 서로를 보호하려면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고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공감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슬픔이나 기쁨을 같이 느끼고 그 감정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게 된다는 뜻이다.
공감은 삼차원적인 감정이다.  242

유머는 단순한 웃음 이상의 것이다. 유머는 인생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온다.
유머는 인간에게 있는 불합리한 부분들을 이해하는 태도다.  245
자신과 세상에 대해 너그럽고 유머러스한 태도를 가지려면 먼저 심리적으로 안정돼 있어야 한다. 스스로를 길들일 수 있고 좌절을 견딜 수 있는 힘도 있어야 한다. 
모순과 상실을 잘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자아의 힘이 있어야 자신의 충동과 좌절을 그리고 희망과 절망을 인정할 수 있고, 그러한 고통의 쓴맛을 유머를 통해 줄 일 수 있게 된다.  246
'인간에게 가장 큰 재앙은 죽음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내면에서 죽어가는 것들이다.'라고 한 슈바이처.
웃음을 잃어버리면 감정적인 여유마저 잃게 된다. 건강한 어른으로 살아가려면 유머를 사용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247
유머러스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248

놀 수 없는 사람은 불행하다. 그는 더 이상 아픙로 나아가지 못화고 자기 자신 안에 갇혀 있는 사람이다. 그는 인생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를 놓쳐 버린 사람이ㅏㄷ. 그리고 결국 나중에는 웃음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252

어른들은 어른으로서 어른 다워야 한다는 명제에 스스로 갇혀 있다. 그래서 어른들은 자신의 판타지를 유치한 것으로 생각하여 창피하게 여기거나, 두렵고 위험한 것으로 생각하여 꼭꼭 숨겨 둘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어른들이야 말로 판타지가 필요하다.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참고 인내해야 할 일이 더 많고, 생활 속에서 겪어야 하는 갈등과 좌절이 더 많으며, 살면서 잃어버리는 게 더 많다. 그런데 이러한 갈등이나 상실의 고통을 풀 수 있는 방법이 벼로 없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판타지다.  256

자기만의 방에서 홀로 있는 시간을 갖는 것. 그것은 커다란 상실에 직면했을 때 꼭 필요한 일이다. 혼자 조용히 슬픔에 빠져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혼자 슬퍼하는 동안 마음은 과거의 기억을 정리하고, 자신이 맞이한 상실의 의미를 파악하며, 떠나간 대상을 마음속에 영원히 담아 두는 작업을 하게 된다. 실연을 당했거나 사별한 사람들이 한동안 방안에서 나오지 않고 폐인 같은 몰골로 누워만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고 나면 사람들은 대부분 그 슬픔을 잘 추스르고 일어나 더욱 성숙해진 모습으로 다시 자신의 길을 가기 시작한다.
혼자 있는 것이 두려워 슬픔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고, 금방 새로운 사람을 찾아 나서거나 재빨리 다른 일에 몰두해 버리면 오히려 슬픔은 더 길어진다.
평소에도 혼자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쏟아져 들어온 자극이 순간적인 감각이나 느낌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사고로 발전되려면 그것들을 생각하고 정히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258
이런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인생을 좀더 폭넓고 깊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역사를 가진 의미 있는 인간으로 미래를 향해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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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의 <가미가제 독고다이>를 읽고 저자의 책을 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계획을 수정하여 선택한 책이다.

대체 실제 인물을 소설로 옮겨 놓은 것은 어떻게 접근했을까 생각하며 책을 들었다.
책을 보기전에 검색을 해보지 않는 편이다. 이 책은 접근방식이 궁금하여 살짝 검색을 해보았다. 
저자는 이미 백범일기를 읽는 사람도, 읽지 않은 사람도 읽을 수 있도록 집필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읽으면서 생각한 점은 이미 읽은 사람들이 더 이해하기가 수월하리라 생각을 하였다.(이 생각은 중반부분 이전에 하던 생각이고, 중반 이후에는 그러한 생각을 할 수 없었다.)

한국사람이라면 백범 김구선생을 모를 수 있을까..
누구나 최소한 여러번은 들었을 이름이다. 그래서 한국사람에게는 매우 친근한 사람이다. 그러나 백범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한 사람중에 하나이다.

이 책은 백범선생의 일생을 '슬픔'이란 단어로 연결하여 전개하였다.
소설이지만 사실적인 내용이다. 실제일어났던 일이기에 이것을 소설화 시키는 것보다는 소설적 표현을 빌려와 서술했다고 하는게 더 어울릴까..

목차에서는 '이륙'에서 시작하여 '착륙'으로 마친다.
즉 해방이 되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국내로 들어오기 위한 항공기로 시작하여 국내로 들어오는 것으로 마친다.
그간 백범 선생의 회고처럼 전개되는 각 장들은 '냉혹한슬픔, 쓰라린 슬픔, 아련한 슬픔, 슬픈 밥, 자욱한 슬픔, 고독한 슬픔, 뜨거운 슬픔, 흐르는 슬픔, 거룩한 슬픔, 슬픔의 축제'

왜 우리의 역사는 슬픔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을까....ㅡ.ㅜ
내용중에 '침략자 일본도 밉지만 조국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팔아먹은 조상들이 더 미웠습니다. 그러하기에 우리만은 못난 조상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자손들에게는 절대로 이런 고생을 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또다시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 피눈물을 삼키며 투쟁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쓰라린 아픔의 시절 일제강점기 동안 우리의 선조들은 말로는 다 못할 고통을 겪었다. 그것은 표현에서처럼 조국을 귀히 여기고 후손을 위하는 것 보다는 현재의 자신만의 이익을 바라본 조상들이 있었기에 그러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이렇게 생활하게 된것은 그렇지 않은 그리 많지 않은 조상들이 있었기에 .. 그들의 자신의 모든것을 버리고 고통과 인내와 끈기가 우리에게 그나마 지금의 모습을 가지게 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가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느낌을 뜨거운 눈물을 아련한 아픔을 주었다.
오랜만에 백범 선생을 마음에 새겨본다.. 무거운 마음으로 울컥하는 마음으로..


스승은 말씀하셨다. 나라가 망할 때 망하더라도 백성들이 의로써 힘껏 싸우다가 힘이 다하여 망하는 것은 거룩한 것이요, 사분오열하여 제각각 외국에 아첨하고 동포와 다투어 망하는 것은 더럽게 망하는 것이라고,,  41

양반의 자식은 고양이 새끼요 상놈의 자식은 돼지 새끼라, 고양이는 크면서 고와지고 돼지는 클수록 추물이 된다지만, 돼지 새끼가 호랑이로 자라지 말란 법이 어디 있으랴? 암만, 어느 구름에서 비가 올지는 지켜봐야 알지!  57
신분제는 왕조를 뒷받침하는 가장 근본적인 체계였다. 그리고 과거는 이러한 신분제를 정당한 명분으로 유지하는 선발의 수단이었다.....   십만 냥을 상납하면 대과 급제란다. 명주 한 필에 권문제가의 추천편지 한통, 수청기생을 밀어넣어주면 진사 급제는 따놓은 당상이란다. 글을 모라도 된단다. 돈만 많으면 장땡이란다. 하하, 우습다. 배알이 뒤틀리도록 우습다.  58

믿음으로 큰 아이는 두려움을 모른다.  60
동학당이 되어도, 살안자에 탈옥수, 땡땡이중이 되어도 나를 맞는 아버지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남들이 나를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상관없었다.  62
옛 시에서 부모란 목숨이 붙어 있는 동안은 자식의 몸을 대신하길 바라고, 죽은 뒤에는 혼령이 되어서라도 자식의 몸을 지키길 바라는 존재라고 했던가.  66

스스로 높아지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그것은 자기가 가진 것을 버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
꿰어찬 주머니의 금덩이를 동멩이로 여겨 풀어놓고서야 가볍게 솟구칠 수 있는 법이었다.  67

백범(白凡), 가장 천한 신분인 백정이자 가장 평범한 사내인 범부로서 그보다 더 낮아질 수 없었으므로,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드높은 꿈을 꾸었으므로...  68

나는 대단한 신동도 천재도 아니었다. 못난 생김만큼 타고난 재주도 허름했다. 하지만 외워 기억하고 익혀 풀어내는 일에는 자신이 있었다. 남들이 열을 할 때 나는 백을 하고, 남들이 백을 한다면 나는 천만을 할 테니까.  82

두 분의 귀한 스승 - 안태훈 진사, 고능선 선생
사람이 자기를 알기도 쉽지 않거늘, 하물며 남을 어찌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꾸준히 성현의 말씀을 쫓아 그 발자취를 밟아가도록 하게. 자네가 진정으로 마음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그 마음을 곧추세워 끊임없이 고치며 나아가게. 지금까지 길을 잘못 들어 실패와 곤란을 경험했더라도 상심하지 말게.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요, 고민은 즐거움의 뿌리라네.
진정한 스승은 삶을 가르친다. 나는 재능보다는 그 재능을 바르게 쓰는 의리를, 사업의 성취보다는 그것이 정당한가를 판단해 실행하고 계속하는 근기를 배웠다.  84

잘나고 똑똑한 사람만 선생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자란 사람도 가르칠 수 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나눌 수 있다. 그러니 배우려는 자라면 누구라도 학생이 될 수 있다.  85

조금이라도 긴장이 풀렬 게을러진다 싶으면 서대문감옥에서 맞았던 그 새벽을 돌이켰다. 높들이 밤새워 일하고 있다. 온힘을 다해 조지고 지르며 제 나라를 위한 사무에 충실하고 있다. 남의 나라를 송두리째 삼킨 놈들이 그러할진대 망국민인 나는 어찌해야 하겠는가? 잠을 줄이고 시각을 쪼개서라도 놈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하지 않겠는가? 슬렁슬렁 대충해서는 안된다.  130

동학군에서 무례하게 군다는 비난을 받는 선비들을 직접 만나 군의 기율을 세우는 법을 얻었고, 스승에게서 사업을 함께하기에 앞서 사람됨을 먼저 살피는 방법을 배웠다. 서대문감옥에서는 죄수들을 상대로 인격을 평가하는 훈련을 했고, 그곳에서 만난 불한당의 괴수 김진사에게서 비밀결사의 동지를 구하는 법을 얻었다. 임시정부의 경무국장 시절에도 사람공부는 끝이 없었다.  168

사람의 문제에는 법칙이 없다.  168

믿음은 텅 빈 것이다. 여분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믿음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것은 오직 더 큰 믿음뿐이다. 어떤 손해를 보고 어떤 위해를 당할지라도, 나는 이런 천성을 평생 고치지 않을 작정이었다.  169

사람은 지극히 약한 존재다. 옆 사람이 흔들리면 부지중에 따라 흔들린다. 하지만 사람이란 약하고도 강한 존재다. 선봉에 선 누군가의 의로운 인도가 흔들리던 이들을 곧추세운다. 힘없고 억눌린 자들에게 희생은 희망이다. 죽음이야말로 불멸의 약속이다.  181

동경의거... 이봉창이 꺼져가던 잉걸불을 풀무질했다. 절망 속에 고립되어 있던 젊은이들이 하나둘 임시정부의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일제 총독부가 규정한 '불령선인 제1호'인 내게 어찌하면 더 불온하고 속속들이 불량할 수 있는가를 물어왔다. 내게는 돈이 없었다. 대단한 병력도 없었다. 하지만 싸우는 데 꼭 필요한 한 가지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 한없이 약하고도 더없이 강한, 나의 유일한 무기는 사람이었다.  182

다른 존재와 구별하라고 지어진 것이 이름이지만, 여러츠으이 삶만큼이나 나는 다양한 이름을 지녀왔다. 동학에 입문하면서 아버지가 지어준 창암이라는 이름을 창수로 바꿨다. 출가해서는 원종이라는 법명을 받았고, 삼남을 방랑하면서는 김두래라고 자처하였다. 연하 김구(金龜)에서 백범 김구(金九)가 된 것은 서대문감옥의 쇠창살 속이었고, 백정선이라는 이름으로 이봉창을 사지로 떠나보냈다. 그리고 쫓기는 몸이 되어 떠도는 지금, 나는 장진구(張震球), 중국인으로 가장한 장쩐치우였다.  200

피부라도 고우면 미모는 아니더라도 박색은 면할 텐데, 사춘기의 아들이 책망하며 엉두덜대는 소리를 듣고 어머니는 아예 한술 더 떴다. 호랑이보다 오랑캐보다 더 무서운 게 두창인데, 그깟 얼굴 좀 얽은게 무슨 대수냐? 그리고 네 못난 얼굴을 보는 사람이 괴롭지, 달고 다니면서 보지도 못하는 네가 괴로울 게 무엇이더냐?(곽낙원 여사)
아무튼 어머니에게 맞대들어서 한 번도 본전치기를 해본 적이 없다.  230

'어비, 자꾸 울면 에비가 와서 업어간다!'
'말썽 피우고 떼를 쓰면 에비에게 잡혀간다!'
두려움이 두려움을 가르친다. 아이들에게 무슨 일인가를 하지 못하게 하려고 어른들은 세상에도 없는 무서운 것을 지어낸다. 고작 울음을 그치고 성가시게 보채는 것을 막기 위해 현실에 없는 가상의 공포를 만들어 낸다. 두려움까지도 물려받는 것이다. 어머니는 내가 어려서부터 무서운 것도 모르고 아픈 줄도 모르는 별종이었다고 근댔지만, 나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아이가 아니었다. 어머니는 내가 어렸을 때 에비, 이것이 무섭고 저것이 겁나다 장난으로나마 으른 적이 없었다. 뱀이며 박쥐며 문둥이 따위에 놀라 호들갑을 떠는 어머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어머니는 <삼국지>의 맹장 조자룡 마냥 작은 몸 전체가 담(膽) 덩어리였다. 단단하고 옹골찬 여장부였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어머니의 아들은 헛것에 질려 뒷걸음치지 않았다. 온몸을 밀어 그것을 깨부수고 나갔다. 나는 다만 두려움 없는 어머니의 두려움 모르는 아들이었다.  237-238

어머니는 타고나길 좋은 학생이었다. 자기가 배운 알량한 지식으로 삶을 재단하지 않고 자신의 삶으로부터 끊임없이 배웠다.  240

옛사람들은 자식을 기르는 일을 연날리기 같다고 하였다 .연을 띄울 때는 무작정 잡아당기거나 허투루 풀어서는 안 된다. 연을 키우는 것은 하늘이다. 바람의 흐름으로 하늘의 호흡을 읽는다. 연줄에 돌가루와 아교를 먹여 끊어지거나 엉키지 않게 다독이고, 때로 얼레를 감아 팽팽히 당기고 때로 느슨히 풀어야 한다. 하지만 연날리기의 알속은 언젠가 그 연을 하늘로 놓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까마득한 점이 되어 날아오르도록, 미련을 버리고 연줄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나를 위해 나를 버렸다. 자식을 햔항 고집스럽고 끈질긴 집착을 끊고, 자유롭게 하늘을 쏘도록 풀어주었다.  241

어머니는 작고 못난 여인이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지혜로 세상을 넉넉히 품었다. 어머니는 못 배워 무식한 여인이었다. 그러나 원칙을 모르면서도 올곧았고 맹세 없이도 굳건했다.  249

누구도 이완용보다 현실적일 수 없고, 안중근만큼 비현실적일 수 없다. 그리하여 나는 바보를 자처했다. 처음부터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는 따지지 않았다. 오직 정도냐 사도냐를 기준으로 삼았다.  265

침략자 일본도 밉지만 조국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팔아먹은 조상들이 더 미웠습니다. 그러하기에 우리만은 못난 조상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자손들에게는 절대로 이런 고생을 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또다시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 피눈물을 삼키며 투쟁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268-269

이십육 년의 세월이 그렇게 흘러 백범 김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되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백범 김구가 되었다 . 그리하여 아무리 초라한 개인이 되어도 김구는 담담하고 의연하였다. 지나온 길들이 갈 길을 이끌 것이다. 민족과 민중 앞에 그를 바칠 일밖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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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를 배경으로 아들이 할아버지 대 부터의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소설이다.
친할아버지인 쇠날이 할아버지의 어린시절로 시작하여 증조할아버지의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같은 백정마을에서 잘나가는 올미 할머니가 고사리캐러갔다가 양반자제들에게 집단 겁탈을 당한후 어린시절 소꿉친구였던 할아버지와 어쩔수 없이 결혼하면서 쇠날이 할아버지는 집안의 가업이던 소잡이를 잘 하게 되고, 첫 아들로 태어난 아버지는 모습이 할아버지와 달랐지만 할아버지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자라게 된다. 
그런 아버지는 수근대는 소리와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친아버지는 따로 있을것이란 생각을 늘 갖게 되고 임종을 눈앞에 둔 어머니 앞에서 친아버지가 누군지를 묻는 불효까지 하면서도 아버지는 끝까지 자신의 현실을 믿지 못해 집을 나가게 되고..
철저히 돈을 벌기위해 친일까지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돈을 모으니 가문을 사고 집안을 바꾸기 위해 신여성과 결혼을 한다. 그렇게 소설의 나(윤식)는 태어나는데, 나는 형이 있고 형은 언제나 따뜻하게 동생을 보살핀다. 

사랑으로도 살기 힘든데 사랑없이 조건을 가지고 한 결혼은 늘 화목한 가정이라는 연극을 하게 되고, 연극속에서 미치지 않을 수 있었던건 언제나 형(경식) 덕분이었다.
그런 형이 일본 유학을 하고 집으로 온후로는 독립을 위한 주의자가 되어 다른사람이 되는 것을 보게 되고 결국 형은 형무소에 들어가고, 형을 면회가는 날 형을 사모하는 이쁘지도 않고 집안도 좋지 않은 현옥을 만나 첫눈에 반하게 된다.

지금까지 한량으로 살던 나는 진정한 마음으로 하는 사랑을 알게 되고 형을 핑계로 1년을 넘게 만나면서 그녀에 대한 순정을 키워나간다.
어느날 형은 결국 사상을 바꿔 전향(지금까지 가족임을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는데, 아버지는 친아버지이나 친어머니는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하면서 풀려나고 그런 형과 아버지는 친일 연설을 하다가 결국은 일본인들에 의해 입대를 강요받는다.
그 무렵 현옥은 아버지의 노름빛을 탕감하는 조건으로 일본공장으로 간다는데, 신청서는 여성 정신대 지원서.

결국 나는 형이 아닌 현옥을 위해 형대신 입대를 자청하고, 형에게는 현옥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방법은 빛을 탕감해주고 형과 결혼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말을 남긴다.
입대전 현옥과의 마지막 만남에서 그는 새 고무신을 선물한다. 그리고 현옥은 그에게 날카로운 첫 키스를 선물한다. 
그리고 그는 삶에 대한 의지를 태우며 살아돌아오리라 각오하게 된다. 

자신의 가슴으로 하는 사랑을 위해 죽음을 선택한 나는 아버지가 일본에게 바치는 비행기의 조종사가 되기 위해 육군 조종사 훈련을 받게 되는데, 혹독한 훈련에 많은 수가 죽거나 자살하지만 나는 특유의 적응력으로 그 조직에서 튀지 않으면서 적응해 나가게 된다....그리고 살아야 한다는 의무때문에 라도...
전세는 바뀌어 일본은 다급해 지고 결국 조종수들은 천황을 위한 가미가제로 개죽음을 당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이미 전쟁을 통해 실력있는 조종수들은 남아있지 않고 훈련중인 나를 포함한 동료들은 하나하나 자살특공대로 죽어나가고 피하다피하다 결국은 나도 출병하게 된다. 
나는 3조.. 1조가 날아오르고, 뒤이어 2조가 날아오른다.. 이제 3조..
그런데 2조 비행기 한대가 진로를 바꿔 격납고로 향하고 활주로의 모든 것들을 폭파시키게 된다.
출병직전 폭발을 피해 달려... 결국 주인공이 나 즉 윤식은 살아난다.

출병전날 소모품으로 전락한 인간이 되기 싫다던 동료의 희생으로 살아난다.
그리고 소설은 끝이난다.


할아버지는 집단성폭행을 당한 할머니와 결혼하면서 순정을 다했지만 할머니는 이쁘고 생각도 깊은 자신이 놀림만받던 할아버지와 어쩔수 없이 결혼하면서 자신의 희망과 삶을 포기하게 된다.
아버지는 혈통을 바꾸기 위해 교육을 많이받은 좋은 집안의 어머니와 결혼하였으나, 가난에 찌들렸던 어머니는 가난의 탈출구로 아버지를 선택하고 둘은 모종의 협약관계가 되어, 좋은 가정인척 연기만 하는 삶에 의미가 없는 생을 살아간다.
그런 선조들의 모습을 바라고 자란 윤식은 전쟁에서 살아돌아와서 현옥을 보살피는 내용이 이어졌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윤식은 연극속에서 사는 자신의 삶 때문에라도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별다른 삶의 이유 없이 살아가던 그가 사람들을 통해 순간순간 느껴지는 본심들을 통해 '성악설'을 믿지 않게 된건 왜일까...

소설을 통해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보게 되고, 지나온 역사를 통해 한국인의 감정과 삶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해 보게 된다.


진정한 위협은 가까운데 있다. 모두에게 익숙한 것, 익숙하여 방심하는 것이 더 무서운 법이다.  26
양갓집 여자들이 목숨보다 더 중시한다는 정조라는 것이 죽음과 맞바꿀 만한 가치가 있는가는 아무래도 의심쩍었다.  28

아버지는 조선어를 말할 때 일부러 서투른 척 더듬거렸다. 허울로나마 일본어를 하는 조선인보다는 조선어를 할 줄 아는 일본인 취급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69
돈에는 피가 흐르지 않는다. 민족도 계급도 없다.  79
아버지는 지금껏 인생에서 '진짜'를 찾아 헤매었다. 진짜 아버지, 진짜 양갓집 규수, 진짜 부와 명예와 권력.... 하지만 진짜를 찾아 헤매는 아버지는 가짜였다. 그래서 아버지가 '진짜'를 찾아다닌 여정은 다만 자신이 얼마나 '가짜'인가를 증명하고 다닌것에 불과했다.  144
아버지는 자신의 실수에 대한 후회와, 형사 나카무라에 대한 당혹감과, 난생처음 경험한 돈의 무력함에 대한 실망감을 뒤섞어 ... 162

경성역이라면 으레 흰 빵과 샐러드 접시가 즐비한 양식당 경성역 그릴과 갓 볶은 커피 맛이 좋은 티-룸과 일등석 객실 의자의 푹신한 쿠션만이 떠올랐다. 그런데 현옥을 따라 약현고개를 오르며 나는 주변에 펼쳐진 풍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최신식 모던 건물인 경성 역사의 코앞에 이처럼 지저분하고 초라하고 궁핍한 빈촌이 있으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던 것이다.  177
구질구질한 건 딱 질색이었다. 비참한 모습 앞에서는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편이 나았다. 내일이 아니었다. 남의 삶이었다. 싫다. 정말 싫다! 그런데도 입안에서 들끓는 악다구니를 차마 내뱉지 못한 채 나는 난전에 걸터앉아 현옥이 사주는 돼지죽 같은 밥을 꾸역꾸역 퍼 먹고 있었다.  177

또 하나의 진리를 새롭게 배웠다. 사랑은 어찌해도 계획적일 수 없다.  194

미치지 않기 위해 웃기도 하지만 울 수 없어서 웃기도 한다.  198

"끔찍해요, 전쟁이란 거...."
조선인들을 빈사지경으로 몰아붙이는 공출과 징용, 날로 늘어나는 군수 공장과 인력 차출, 하루에 2합 3작으로 제한된 식량 배급... 하지만 국방 헌금을 열심히 내는 친일파 아버지를 둔 덕택에 그 모두가 딴 세상 이야기 같기만 한 나로서는 그저 현옥이 무언가를 안타까워한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며 비탈땅에 늘어선 헐벗은 나무들을 멀거니 바라볼 뿐이었다.  224

뽀얀 피부야 수형 생활에 망가졌다 해도 깎은 듯한 이목구비와 가지런한 치열은 그대로인데 미소만은 주위를 다 환하게 하던 예전의 그것이 아니었다. 푸른 죄수복 대신 빳빳하게 다린 새 와이셔츠를 입었는데도 왜지 후줄근했다. 상처의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텁수룩하게 자랐던 수염도 깔끔히 면도했지만 산뜻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229

본능에 솔직한 건 죄가 아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그걸 속이려다가 죄를 짓는다.  262

나는 본래 '최선'이라는 걸 모르는 인간이다. '대충'이나 '그럭저럭'이 전부인 인생에서 무슨 일에도 최선을 다해본 경험이 없다. 그런데 막상 겪어보니 '최선'을 다하는것도 제법 할 만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미련도 후회도 없었다.  264

어떻게 삶의 욕망을 움켜잡고 앙버티는 사람이 죽음의 문전을 서성이는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  266

새 고무신 한 켤레....  272
현옥이 읽어보라며 권해준 한용운이라는 땡중 출신 시인의 시집에서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274
현옥과의 잛은 입맞춤은 날카오웠다. 달콤한 독침에 쏘인 듯 아프고 황홀했다. 내 첫 키스의 추억은 그러하였다.  275

"윤식아....!"
"날 용서해 줄 수 있니?"
"용서 같은 거 할 일이 뭐 있어요?"
".... 고맙다."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꿀꺽 삼킨 말은. 어머니가 진정으로 용서를 구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바로 어머니 자신이라는 말이었다.  279

현옥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는 순간 갑자기 삶과 죽음에 대한 분별심이 솟구쳤다. 죽기 싫어졌다. 맹렬하게 살고 싶어졌다. 나 자신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삶의 의지가 퐁퐁 샘솟았다. 물론 현옥을 위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은 변함없었다.  283

죽겠노라 자청하여 죽으로 가는 마당에 돌연 죽기 싫어진 것 역시 현옥 때문이었다. 그녀는 어머니와 아버지와 형과 요네하치와 친구들이 하나같이 숨 쉬는 송장으로 취급하는 나를 살아 있는 사람으로 보아준 세상의 단 한 사람이었다.  284

당신은 우연의 운명을 믿느냐고.. 나는 믿는다고 했다.  303

"너의 마차를 별에 걸어라!"  
".....초월주의자 에머슨의 말이지. 현실의 노예가 되지 말고 드높은 이상을 추구하라고! 하지만 비이성적인 광기가 뒤덮인 세상에서 이상 따윈 기대할 수 없지. 소모품으로 전락한 인간이 출구가 없는 곳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희생뿐이야. 누군가 자기희생을 해야만 죽음의 사실을 끊을 수 있어. 비록 그 과정이 비극일지라도, 결과는 조금이나마 이상에 가까워지겠지..."  358


작가의 말
비극이다. 우리 근현대사를 쓴다는 것 자체가 거대한 비극에 맞대면하여 슬픔을 감내하는 일이다. 하지만 비장하고 엄숙한 방식만으론 그 비극 속에서도 징그럽도록 끈질기게 존재했던 삶을 온전히 그려낼 수 없다. 기실 소수의 큰 사람을 제외한 평범한 인간들의 삶이란 너덜너덜한 일상을 가까스로 짜깁기한 남루한 누더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362
이 소설은 '역사'가 아닌 '시대'를 쓰기 위한 첫 시도다.  363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 표지의 그림은 책의 표지와 같은 그림인데도 보면서 주인공의 달관한 표정이 가슴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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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생명을 주장한 장회익 교수의 공부에 대한 이야기였다.
장회익 교수를 알게된건 인문학콘서트에서 였다.
당시 온생명, 낱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논리적으로 타당한 표현이며, 우리에게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었다.

이번에 장회익 교수가 2008년에 자신의 공부하는 삶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다시금 공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2011년에 출간된 공부의 즐거움이란 도서역시도 조만간 읽어볼 계획을 한다.


"예나 지금이나 학문한다는 사람치고 학문 같은 학문 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나요? 다들 옛사람들 말이나 되뇌고 있지."  28

"삼씨도 삼밭에 떨어지면 인삼이 되지만 더 척박한 산에 떨어지면 산삼이 된다는 거 명심해 두어라."  48
"인삼밭에 들어가 주는 대로 받아 먹고 자란 희멀건 인삼뿌리가 되고 싶으냐, 아니면 빈 산속에 들어가 먹을 거 제 손으로 챙겨 먹은 산삼뿌리가 되고 싶으냐?"  91

사실 무엇이든지 지나치게 하고 나면 비록 당시에는 느끼지 못하지만 무의식중에 피로를 느껴 싫은 감정이 몸에 베어들게 된다. 반대로 즐겁게 하던 일은 그만둔 뒤에도 오랫동안 그 즐거웠던 감정이 그 일과 연과되어 자기도 모르게 몸속 어디에 배어 있게된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당시 책 몇 쪽을 더 읽느냐 덜 읽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읽음에 대한 내 감정을 어느 쪽으로 간직 하느냐 하는 데에 있다. 즐거운 감정을 불어넣게 되면 당장 다음번에 또 읽을 생각이 나게 할 뿐 아니라 두고두고 그 내용이 내 기억 속에 즐겁게 부각될 것이고, 우선 좀 재미있다 하여 무리해서 지치게 만들면 지친 몸이 이걸 기억하였다가 자기도 모르게 싫은 감정을 불어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아버지가 비교적 딱딱한 과학책과 수학택을 붙들고 씨름하면서 나름대로 터득해낸 지혜가 아닌가 생각한다.  71

옛 선비인 사숙재(私淑齋) 강희맹(姜希孟, 1424~1483) 선생이 쓴 [도자설(盜子設)]에, 그가 아들을 훈계하려고 쓴 글 다섯 편 가운데 하나의 개략을 말하면.. '도둑질을 업으로 삼는 아비와 아들이 있었다. 어느날 밤 아비 도둑은 아들을 데리고 어느 부잣집에 들어갔다. 아들을 보물창고로 들어가게 하고는 아들이 보물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을 때쯤 밖에서 문을 닫고 자물쇠를 건 다음 주인이 들을 수 있게 자물통을 흔들어댔다. 주인이 달려와 쫓아가다가 돌아보니 창고 자물쇠는 그대로 잠겨 있었다. 주인은 방으로 되돌아갔지만 아들 도둑은 창고에 갇힌 채 빠져나올 방도가 없었다.
그래서 손톰으로 박박 쥐가 문짝을 긁는 소리를 냈다. 주인이 소리를 듣고 "창고 속에 쥐가 들었나보군, 물건을 망치겠다. 쫓아버려야지." 하고는 등불을 들고 나와 자물쇠를 열고 살펴보려는 순간 아들 도둑이 쏜살같이 빠져나와 달아났다. 주인집 식구들이 모두 나와 쫓아오자 그는 연못가에서 큰 돌을 들어 못에 빠뜨렸다. 사람들이 "도둑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고 하며 그곳을 살피는 동안 그는 얼른 뒤로 숨어 그 집을 빠져나갔다. 
집에 돌아온 아들은 아비에게 "새나 짐승도 제 새끼를 보홓라 줄 아는데 제가 무슨 큰 잘못을 했다고 이렇게 욕을 보이십니까?" 하며 원망했다. 그러자 아비 도둑이 말했다.
"남에게 배운 것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지만 스스로 터득한 것은 그 응용이 무궁한 법이다. 더구나 곤궁하고 어려운 일은 사람의 심지를 굳게 하고 솜씨를 원숙하게 만드는 법이다. 네가 창고에 갇히고 다급하게 쫓기지 않았던들 어떻게 쥐가 긁은 시늉을 내고 못에 돌을 던지는 꾀를 냈겠느냐. 이제 지혜의 샘이 트였으니 다시는 큰 어려움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제 천하의 독보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후에 과연 그는 천하제일의 도둑이 되었다.  85-86

120% 이해하라고 했다. 여기서 120%라는 것은 저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20%까지 더 얹어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자기가 주체가 되어 학습해야 한다는것으로, 이후 내 학습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161

독자적 학습습관  164

학문의 요체는 자유이다. 생각의 실마리가 그 어떤 구애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펼쳐져야 하고, 성취나 보상 따위의 생각은 끼어들 틈이 없어야 한다. 물론 좋은 책을 읽고 새로운 정보를 얻으며 동료 혹은 스승, 제자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람이 어떻게 자연스런 성취감이나 보상 심리를 피해가겠는가? 이들이 모두 갖추어진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자유로운 사색의 펼침인 만큼 일것이 방해를 받는다면 이미 죽은 학문이나 다름없다.  190

나는 처음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가만히 눈을 감고 내가 정말 물리학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한번 깊이 되살펴봤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대로라면 그저 교재에 나와 있는 것을 내가 몇 시간 먼저 읽고 그 내용을 뇌까릴 참이엇다. '이것은 아니다. 적어도 내 입으로 강의할 때에는 교과서와 무관하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내뱉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곧 물리학 그 자체에 대한 내 나름의 정리작업에 들어갔다. 이것은 물론 교과서에 없는 것을 가르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먼저 그 내용을 알고 마치 내가 교과서의 저자나 되는 양 그 내용을 내가 내 언어로 재구성하여 가르치자는 것이었다. 이것은 그때까지 내가 주로 받아왔던 '교과서에 읜존한 평면적 교육'에 대한 반발이기도 했다. 만족스럽지 않은 교육을 받은 사람은 자기가 교육자 자리에 설때 그와 반대되는 교육방식을 택하게 된다.  193-194
여기서 내가 제일 먼저 착수한 작업은 물리학 전체를 한눈에 내다볼 수 있는 통합적 시각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결코 '수준 높은' 책을 읽어서는 되지 않는다. 많은 곁가지를 걷어내어 굵은 줄거리만 명료하게 연결된, 그러면서도 되도록 평이하게 서술된 책을 구해야 한다.  194

자기가 현재 알고 있는 수준에 맞추어 자기가 알고 싶은 것을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서술한 책이 가장 좋은 책이다. 
학문하는 사람은 이런 점에서 '책 냄새'를 잘 맡을 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한 것이 다 아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아는 것은 다시 음미하여 더 깊은 이해를 도모하는 것이 모르는 것을 보고 알려고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195

되새김질  196

스님 방에서 받은 '깨달음' 수업...
"혹시, 깨달음을 얻을 말씀을 들을 수 있을까 해서 찾아뵈었습니다."
"깨달음을 얻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지요."
"그게 무엇인지요?"
"하나는 즉석에서 깨닫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조금씩 학습해가며 깨닫는 방법이지요. 어느 쪽을 말해드릴까요?"
...
"즉석에서 깨닫는 방법을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훌쩍 일어서시더니 선반 위에서 먼지떨이 같이 생긴 막대를 하나 꺼내들고는 예고도 없이 우리들 머리를 한 대씩 세차게 내려치는 것이었다. 얼떨결에 한 댔기 얻어맞고 얼얼해 하고 있는데 스님이 우리 앞에 몸을 곧추세우고 앉더니 조용히 말하셨다.
"좀 깨달아지는 것이 있습니까?" ...  198

이후에 알게 된 일이지만 스님이 말해주려 했던 두 길은 불가에서 말하는 이른바 돈오(頓悟)와 점오(漸悟)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우리에게 그 중 한가지인 돈오(頓悟)의 방법을 알려주려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막대로 내려치는 의외의 상황을 조성함으로써 돈오, 즉 순간적으로 깨달음에 이르게 하려는 것이었는데, 내공이 별로 없었던 우리가 그날 이를 통해 깨우침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던 것이다.  199

사람이 사물을 이해한다는 것은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된다는것을 의미한다. 그 한 요소가 '이해의 틀'이고 다른 한 요소가 이 틀에 담길 '내용'이다. 우리가 오감이나 언어 등으로 그 어떤 정보를 입수하게 되면 이것은 곧 기왕에 형성된 이해의 틀 안에서 검토되어 적절한 위치를 배정받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해의 틀 안에서 '내용'이 자리잡게 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때 만일 이해의 틀이 너무 협소하여 이 정보를 합당하게 정리하지 못할 상황이 되면 우리 사고는 다시 이 이해의 틀 자체를 넓히려고 노력하게 된다. 틀을 키우지 않고는 사물을 더는 의미를 지닌 형태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 틀 자체를 의식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오직 틀 안에 정리된 내용만을 의식할 뿐이다. 
그러므로 두뇌에서는 내용을 합당하게 담아낼 여러 새로운 틀이 시도되지만 이것 또한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다. 오직 우연히 어떤 틀이 구성되어 이 안에서 새로 입수된 정보와 함께 기왕에 있던 내용이 산뜻하게 새로 정리될 때 우리는 이것을 의식하게 되며, 이렇게 정리된 내용이 기왕에 이해했던 내용과 크게 달라질 때 우리는 이것을 '깨달음'이라 부르게 된다.
이것은 대체로 내가 이해한 깨달음의 구조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깨달음을 돈오라고 해야 할까 혹은 점오라고 해야 할까? 이것은 아마도 이해의 바탕이 되는 틀이 중간에서 작은 변화를 겪지 않고 한꺼번에 크게 바뀌느냐 아니면 중간에 여러 변화를 겪어 최종단계에 이르느냐에 달렸을 것이다.
지금까지 자리를 잡지 못하고 헤매던 수많은 정보나 의문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이해의 틀 속에서 어느 순간 확연히 그 의미를 드러내게 될 때 이를 돈오라 할 수 있을 것이고, 중간 중간에 비교적 소폭의 여러 변화를 겪으며 이해의 폭을 점차 넓혀 나가다가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그 모든 것이 분명해질 때 이를 점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이해의 틀이 연속적인 변화를 허용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불가에서 말하는 깨달음이 어떠한 것인지 분명히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불가의 깨달음이 어떠한 형태를 지녀야 할지에 대해 감히 뭐라고 말 할 수 없다.
하지만 학문, 특히 과학이라는 과정을 거쳐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 대해서는 그 간의 경험을 통해 몇 가지 이야기할 수 있다. 굳이 돈오-점오의 틀을 빌려 말한다면, 그간 많은 사람은 과학에서의 깨달음을 점오에 해당한다고 보아온 듯하다. 새로운 지식은 기왕의 지식 위에 차곡차곡 쌓여 그 폭과 깊이가 넓어지고 깊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토마스 쿤(Thomas Kuhn)이 등장하면서 과학에서 중요한 깨달음은 오히려 돈오에 가깝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혁명적인 새 아이디어는 기존의 틀에서는 전혀 수용할 수 없고, 이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이해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쿤의 이러한 이론은 한 개인이 겪게 되는 지적 편력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과학이 역사적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을 주로 서술한 것이지만, 과학을 수행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개개의 과학자들이므로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실제로 나 자신이 과학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경험을 해왔으며, 따라서 과학을 하는 데서도 돈오에 해당하는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내 경우에는 단 한 번의 깨우침으로 앎의 모든 내용이 선명해지는 경험을 얻지는 못했으며, 과학에 관한 한 어느 누구도 이러한 깨우침에 이르렀다는 말을 들어본 일이 없다. 오히려 과학에서의 깨달음은 작은 규모의 깨달음을 여러번 거쳐가면서 점진적으로 전체를 파악하게 되는 성격을 지닌다고 보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과학에서의 깨달음은 결국 '작은 돈오로 구성되는 하나의 큰 점오'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서는 우선 물음을 던지는 일이 필요하다. 물음이라는 것이 꼭 명시적 질문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마음 한구석 그 어딘가 답답함을 느끼거나 찜찜함을 느끼는 형태로 오기도 한다. 이것이 이미 해명을 요구하는 마음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며, 이렇게 요구된 해명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문득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200-202

그런데 참 이상스러운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이 의문투성이이면서도 실제로는 이러한 물음을 별로 던지지 않고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202
실제 깨달음에 이르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둘째 치고 우선 여기에 적합한 물음을 가지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203

제도권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는 끝내 이해가 무엇인지 모르고 지나는 경우가 많다. 학습과정에서 우선 '수용부터 해놓을 것'이 강요되자 수용부터 했다가 끝내 재음미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기 때문이다.  207

내가 외국 유학을 위해 학교를 선정한 기준은 다른 사람들과 많이 달랐다. 나는 대도시 대신 소도시를 택했고, 경쟁이 높은 곳보다는 경쟁이 낮은 곳을 택했으며, 주변의 사회문화적 여건보다 자연환경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나는 처음부터 학교에 이끌려 공부하겠다는 생각보다는 학교가 나에게 좀더 조용히 그리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공부할 수 있게 허용해 주기만을 바랐다.
이러할 경우 당연히 명성이 그리 높지 않은 학교가 될 가능성이 컸지만 나는 그것에 별로 개의치 않았다. 학교의 명성에 기대어 혹은 학교의 권위에 이끌려 이를 좀더 유리한 진출의 발판으로 삼을 생각은 처음부터 아예 없었다. 학교가 나에게 공부할 기회만 제공해준다면 내 힘으로 역량을 키우고 내 역량을 바탕으로 활동하면 되지 그 이상 바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내 생애에서 오직 한 번, 이른바 명문이라는 학교에 들어가 보았지만 그것이 내게 해준 것은 별로 없지 않은가?  227

제도권 학계의 평가 잣대에 나를 맞추기보다는 내 가치기준에 따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나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가장 잘 위하는 일이라는 게 내 생각이고, 이를 위해 내 활동의 방향을 잡아왔다.  271

실제로 경쟁대상이 되는 것은 학문이 아니라 학문 성취에 부수되는 영예와 보상이다. 그 무엇을 '누가' 했느냐를 중시하는 풍토에서 그 '누가'를 빼앗겼다는 아쉬움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것은 원칙적으로 학문과는 무관한 일이다. 오히려 학문을 타락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제사에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젯밥에 마음을 두는 것이다.... 현대문명의 위기가 학문의 부족에서 온 것이 아니라 타락한 학문의 만연에서 온다는 사실을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한다.  274

학문이야말로 인류 공유의 자산이지 어느 국가의 것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국가의 생존이 아니라 인류 그리고 생명 전체의 생존이다.  275

다른 한편 이른바 '자기와의 경쟁'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부단히 자기를 넘어서는 싸움을 해야 하며 이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 또한 경쟁이니 싸움이니 하는 관념에 지나치게 묶여 있는 데서 나오는 언사이다. 왜 자기가 최선을 다하면 될 일을 굳이 경쟁이니 싸움이니 하는 언사를 동원해서 표현해야 하는가? 이는 이를 통해 경쟁심리, 싸움심리를 최대한 동원해서 있는 모든 힘을 짜내게 하자는 취지로 읽힌다. 그러나 이것 또한 학문에 대해서는 현명하지 못한 자세이다. 학문은 필생의 과제이지 결코 단기적으로 무리한 힘을 동원해 이루어 낼 일이 아니다. 학문이 곧 삶이 되어야 하는데, 삶 자체를 항상 싸움으로만 생각하고서야 어떻게 원한만 삶이 이루어지겠는가?
흔히 야생은 무자비한 경쟁의 세계로 묘사되지만 사실 야생에서는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어진 여건과 조화를 이루어나갈 분 경쟁을 위한 경쟁은 하지 않는다. 야생의 세계에는 '길들여진 경쟁'이 없다. 강아지나 야생동물을 길들이는 과정을 생각해보라. 하나같이 미끼를 활용하고 경쟁을 조장한다.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쟁 학습에 길들여진 학자들이 다시 경쟁 연구를 해나가는 것이 제도권 학계의 이지러진 모습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인정받으려고 서로 물고 뜯는다. 아직 정신적으로 미숙한 어린 단계에서 학습을 조장하기 위해 일정 범위 안에서 이러한 방식을 사용할 수는 있다. 인간이 지닌 원초적 경쟁심리와 보상심리를 교육적으로 활용하여 어려운 고비를 쉽게 넘어가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것은 성인의 단계. 심지어 사후까지 연장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추한 일이다. 학문은 어디까지나 그 자체가 보상이다. 배우는 즐거움, 아는 즐거움이 우리를 이끌어가는 것이며, 이것이 인류 문명에 어떤 기능을 할지가 작업선정의 기준이어야 하는 것이다. 야생에서 경쟁에 덜 길들여지고 인위적인 미끼에 덜 물든 자세가 그래서 소중하다.  275-276

학문은 말하자면 일생을 두고 오르는 등산길이다. 빨리 올라가 멋진 조망을 보고 남이 오르지 못한 새 봉우리에 첫발을 디뎠다는 영예를 누리고 싶은 마음이 어찌 없겠는가? 그러나 이것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길게 보면 이것은 곧 자신의 잠재력을 소진시켜 더는 진전을 어렵게 하고, 성급한 나머지 발을 잘못 디뎌 다칠 위험을 가중시킨다. 오직 자기 몸과 학무느이 세계를 하나로 조화시켜 그 안에서 지속적인 즐거움을 찾아나가는 길만이 장기적인 성취를 가능케 하며, 설혹 특별한 성취가 없더라도 그 삶 자체로 값지다.  289

스승의 손가락을 보지 마라
가르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보상은 자기 자신이 깨달음에 다가갈 좋은 여건에 놓인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책을 읽거나 깨달음에 다가갈 좋은 여건에 놓인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들으면 그 무엇을 '알게' 된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경우 그것은 착각이다. 그 착각은 스승(또는 책)의 말과 스승(또는 책)에 대한 신뢰에서 온다. 그 말을 알아듣고 그 말을 기억하면 그것으로 안다고 생각하며, 스승(또는 책)에 대한 신뢰를 통해 스스로 검증해 보지 않고도 그 말이 옳을 것이라고 믿어버린다.
그러나 이것은 '달을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스스의 손가락만 보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손가락의 방향만 기억하면서 마치 달을 본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자기가 막상 가르치는 자리에 서게 될 때, 즉 자기가 직접 손가락질을 해야 할 때 비로소 정말 허둥지둥 달을 살피게 된다. 그러니까 많은 경우 가르치는 자리에 서보지 않으면 진정한 앎에 이르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293

물론 사이비 교사도 많다. 이들은 스스의 손가락질만 기억하고 있다가 자기도 같은 손가락질만 하는 사람들이다. 사실 우리 주위에 달은 보지도 않고 손가락질만 하는 교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294

우리가 학문의 내용을 제대로 알고 보면 훨씬 가깝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교사는 이 길을 찾아내어 그곳으로 학생을 안내해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그 학문 내용을 입체적으로 훤히 꿰뚫어 알 필요가 있다. 이 앎은 처음 발견자가 우연히 알고 찾아낸 것을 훨씬 능가할 수 있고, 또 그렇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295-296

옛사람들이 "백번 들은 것이 한 번 본 것만 못하다"고 했다지만 사실은 "백번 본 것이 한 번 깨달은 것만 못하다"고 해야 한다. 오히려 격언을 뒤집어 "백번 본 것이 한 번 듣는 것만 못하다"는 말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사실 현대문명의 위기는 바로 깨달음의 위기이기도 하다. 현대문명의 위험은 과학이 제공해 주는 깨달음을 외면하고 과학이 제공해주는 힘, 곧 그 기술적 능력만을 받아들여 개체로서 인간 안에 각인된 눈먼 본능만을 끝없이 만족시키려는 데서 오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위험의 고리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 작업은 자신들이 얼마나 어리석을 수 있는지를 아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334-335

"공부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이냐? 너무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바른 공부를 해나가기 바란다."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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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렸다. 그래서 내용을 보지도 않고 골랐다. 물론 도서관이니까...
고전.. 많은 사람들이 열망하지만, 열망하는 만큼 봐지지는 않는 책이 아닐까 싶다.
정보 홍수의 시대에 넘쳐나는 정보와 매일매일 새로이 출판되는 지식의 책들..
우리는 이 속에서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매우 버거울 정도이다.

우리는 농경시대로 시작하여 산업혁명을 거쳐 서비스산업에서 정보화 사회, 그리고 이제는 창조적인 상상력의 시대에 와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정보화 사회라고 생각하는것이다.
정보화 시대는 이미 수년전에 마감하였다.
어느 정보학자에 의하면 2014년쯤에는 어느시점에서의 정보의 2배가 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그 날로부터 80여일 후 라고 한다.
정보의 양은 범람하고 있다. 그것들에서 우리가 찾아야 하는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가꾸어 새로운 자신만의 독창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지금 우리시대의 요구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의 책 읽기는 정말 예전으로 돌아가야 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고전은 길고 긴 시간동안 살아남아 있는 만큼 세대를 아울러 시대에 맞는 생각꺼리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정보에 힘겹게 따라갈때 깊은 지혜를 깨달을 수 있는 책이 더욱 필요한 건 아닐까...!!

이 책은 그런 생각에서 많이 접하지 못하지만 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고전이라는 단어에 끌려 골랐다.
종교학자의 고전읽기는 다분히 종교적인 색깔을 띠고 있기도 하지만, 저자의 생각들을 엮어놓은 부분들에서 다시읽기를 통해 자신이 더욱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였다.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하는 나에게 '되읽음'이라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책이라면 어느것이든 되읽음이 필요하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 책이 고전이라면 더욱 깊이 있을 것이다.

책은 8가지의 책의 되읽기를 통해 저자의 생각들이 정리되어 있다.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
일연 <삼국유사>
허먼 멜빌 <모비 딕>
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
귀스타브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세르반테스 <돈 키호테>
노신 <아Q정전>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0년, 20년, 어느것은 40년의 간격을 두고 되읽은 것이었는데, 그것은 실은 '되읽음'이 아니었습니다. 역설적인 말입니다만 그것은 '되읽은 처음 읽음'이었습니다. 작품도 저도 모두 '이전의 작품. 이전의 나'가 아니었습니다.
회상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난 과거를 지금 이 자리에 현존하게 하면서 그것을 새로운 처음이게 한다는 회상에 대한 존재론적 서술이 그대로 낯설지 않은 내 삶의 현실로 다가온 것입니다.  10
어떤 이야기가 '처음 읽기'와 '한 번 읽기'를 넘어 '되읽기'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권위를 확보하고, 그로부터 경전이 출현한다는 사실.  11

경험은 만남에서 비롯합니다. 그런데 만남은 지녀지기도 하고 스쳐 지나가기도 합니다. 지녀지는 것은 경험으로 남지만 스친 것은 사라집니다. 그것은 만남이되 만남이 아니고 맙니다. 그런데 알 수 없습니다. 사라짐이 결코 무화(無化)일 수 없다는 사실을 터득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지 않은 듯합니다. 우리는 흔히 그러한 일을 겪습니다. 언젠가 겪었던 것 같은 일을 지금 다시 겪는다고 느끼는 일은 누구나 당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이 막연한 '그럴 것 같음'이 아니라 분명한 '그러함'이라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25

책의 평가도 보는 이의 자리에 따라 높낮이와 무게가 서로 다릅니다.  69
삶이 '지금 여기'로 점철된 지평을 넘어서 지금 여기에 담을 수 없는 이상스러움에 담기기까지, 그렇다는 것이 기이하지 않을 때까지, 우리는 실은 역사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다. 역사를 역사이게 한 뿌리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96
사람들은 '큰 것'을 동경한다. 그러나 막상 커 빼어나게 되면 한 없이 외롭다. 짝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인류의 '이야기'속에는 이렇듯 '거인(巨人)' 또는 '거녀(巨女)'의 이야기가 어디, 어느 때나 자리잡고 있다. 무릇  사람들은 누구나 짝할 이가 없을 만큼 자기 나름의 빼어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믿기 때문일까?  99

고전을 권하는 것만으로도 '얻는 것'이 적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나 압니다. 그리고 쉽게 살면 편한데 누가 마다하겠습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읽은 이들'이 고전을 '고전 읽기의 문화 틀'에 담지 않으려는 것은 그 고전들이 별로 귀하지 않음을 그분들이 '드디어' 터득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그분들이 저어하고 삼가는 것은 글의 숨쉽이 당위성으로 단단해진 권위의 벽 안에 갇혀 자칫 사람들이 '질식할 책'을만날지도 모른다는 사려 깊음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읽은 이는 고전 읽기를 고백의 언어'에 담지만 '읽지 않은 듯한 이는 그것을 인식의 언어'에 담는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125
우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 추억 앞에서조차 현존하지 못하는 말과 글의 얄팍함을 말해야 하는가? 아니면, 마로가 글이 감당할 수 없는 추억의 무게를 말해야 하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그 어떤 흔적도 없이 오로지 생을 지탱하려다 '흩날리는 물방울'로 사라져도 행복한 자의 뿌듯함을 말해야 하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경이에 가득 찬 일' 과 '깊은 추억'이란 내 생에 속에 전혀 없었노라고 말해야 하는것인가?  152

범죄가 누구나 범할 수 있는 것이듯 참회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범죄를 누구나 미워하듯이 참회를 누구나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범죄자의 참회에 대한 분노는 이른바 의로운 자의 일상이다. 이것은 참 슬픈 그림이다.  199
잔인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잔인하게 잔인해야 잔인해진다.  201

책을 쓴 사람은 그 모델이 있든 엇든 이러한 이야기를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절실한 동기가 있어 이 책을 썼을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소재가 시시하다고 이 책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209

그녀는 헤어진 레옹을 다시 만난다. 그리고 다시 몸과 모음을 태운다. 그러나 그 만남 역시 불꽃이 남겨 놓은 재임에는 아무 다름이 없다. 마지막 남은 일은 자신에게 스스로 '최면(催眠)'을 거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를 사랑하고 있어"라고.
욕망은 그러한 것인가? 기대와 절망을 넘나들면서 그녀는 여전히 완벽하게 욕망을 충족시켜줄 사람을 기다린다. 미소 뒤에 숨은 권태의 하품, 환희와 그 뒤에 이어지는 저주, 쾌락을 뒤쫓는 혐오, 황홀한 입맞춤이 끝나면 더 커지는 실현될 수 없는 관능, 그런 것에 대한 분명한 인식. 그러나 그녀는 달라지지 않는다.
욕망은, 일탈한 욕망은, 그런 것일까?
그녀는 그것도 모르지 않는다. 뒤에 그녀는 결혼 생활의 진부함을 간통 속에서도 그대로 발견하고 이렇게 말한다. "이러한 행복의 저속함에 굴욕을 느끼지만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음' 인간이 발언할 수 있는 마지막 정직. 욕망은 그 정직함 속에서 배태되고 또 소멸한다. 모든 도덕은 그 '어쩔 수 없음'의 정직을 억제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245
삶은 산문적 현실에 담기는 것이지 시적 진실에 담기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얼마나 전자를 견딜 수 없으면 후자로 채색하여 대강 보아 넘기려는 것일까? 그러나 끝내 간과되지 않는 현실, 웃고 끝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자신을 끝내 속일 수 없었던 정직을 '절망적'으로 웃는 일밖에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248

어쩌겠는가? 보고 싶은 대로 세상을 보는 사람 앞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말은 "그저 마음대로 생각하십쇼" 뿐인 것을! 그런데 세상에는 그러한 사람이 너무 많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그저 마음대로 생각하라고 말하면서 산다. 우리는 모두 타인에게는 산초 빤사이고 자신에게는 돈 키호테이다.  287
'날조한 망상'을 현실로 생각하는 것처럼 현실적인 일이 또 어디 있을까? 현실에 대한 상상적 인식처럼 정직한 것이 또 어디 있을까? 
돈 키호테는 현실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다. 다만 '망상이 만든 현실'을 '상상이 만든 현실'을 정직하게 자신의 현실이라고 여겼을 뿐이다.  288
돈 키호테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를 자기의 심장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것은 세상에는 때로 돈 키호테와 같은 행운아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를 그러한 행운아가 되도록 하는 산초 같은 종자도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행운아가 '돈 키호테이기 때문에'산초가 있었다는 사실은 잊고 있다.  292

노예 근성은 꿇어앉는 것이다. 설 수 없는데 서라고 하는 명령 앞에서는 누구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노예 근성은 불가항력이다. 힘 앞에서는.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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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 '읽어주는'이라는 책이 여러권 있는것으로 안다.
시리즈 처럼 보일수도 있겠으나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에 읽어주는 이가 있으면 설명적인 이해가 있기에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것과도 거리가 좀 있다. 

이 책을 알게 된건 저자의 강연회를 통해서다. 얼핏 지나가다 들었을 법한 제목이긴 한데,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던 제목이다.
강연을 통해 저자와 책이 어떻게 나온것인지를 알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부인의 질병인 눈주위의 '안부대상포진'... 고통스러워 하던 부인을 위해 '그냥' 읽어줄까? 로 시작된 책 읽어주기.
아내의 고통도 조금은 덜어주는 듯한 표정을 보면서 계속 읽어주어야 겠다는 생각.
눈으로 읽을때보다는 시간이 배로 걸리긴 하나 편안히 들어주는 사람이 있고, 경청해 주는 사람을 위해 감정도 썩어보고 내용중에 서로간의 지나온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깃거리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감사.

현대의 화두 중 하나인 '소통' 
30년이나 함께 살아온 부부로써 소통의 연결이 없는 시기에 소통의 고리가 되어주는 내용들을 함께 읽어가며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가는 모습이 정답고 아름다워 보인다.
내용중에는 나오지 않지만 읽어준다는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분명 저자에게는 그러한 특성적인 부면도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내용중에는 자신이 듣는 것은 정말 못하겠더라고 한다. 5분, 10분이면 잠에 빠져든다고..

부부가 공감하며 서로를 이야기하며 성찰해 나가고 이해해 나가는 시간은 평생을 투자해도 모자르지 않을 것이란 막연한 생각이 든다.
정말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일 듯하다.
저자의 강연에서도 강력한 추천이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서 같은 책을 함께 읽어나가는 것'이다.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서 다른 책을 읽으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서 같은 책을 따로 읽어도 서로 다른 내용을 보게 된다.
같은 시간에 다른 자리에서 같은 책을 읽어도 순간의 생각들은 나눌 수 없다.
결국 저자는 자신이 했던 방법으로 두 사람이 또는 여러사람이 모여 함께 읽어나갈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순간 순간 드는 생각들을 서로 공유하다보면 평화와 화해와 편안함이 생기게 된다고 한다.

저자는 2011년 현재 5년이 넘게 함께 읽어가고 있다고 한다. 
참 끈질기다. 분명 사회생활을 하면 여러가지 이유로 어려운 상황이 생길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어져 온 것은 그의 끈기도 있었겠지만 내가 생각이 드는 것은 그만큼 좋은 것이 더 컸을 거라는 점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인 부면을 가지고 있기에 재밌거나 이득이 없으면 오래 하기 힘들어 한다. 
부부가 함께 긴 시간동안 할 수 있었다면 분명 더 큰 즐거움과 만족이 있었을 것이다.
꼭 부부가 아니어도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해보는 시간들을 가지고 싶다.


들어가는 글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느끼고 얻은 것들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적고자 노력했습니다.  10
책을 함께 읽고 들으면서 산다는 것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습니다.  11

설흔과 박현찬의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아내에게 뭔가 기쁜 일을 해주고 있다는 우쭐한 마음에 더욱 열심히 읽었습니다. 조금 더 멋있게 읽어보려고 목소리를 차분하게 깔기도 했고, 발음을 똑똑히 하기 위해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할 수 있는 힘껏 분위기를 잡았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아내의 얼굴을 힐끗 보았습니다. 표정은 여전히 맑고 잔잔했습니다. 그렇게 하기를 여러 번, 책 읽는 시간이 길었으니 아내의 얼굴을 쳐다본 횟수도 꽤 여러번이었을 겁니다.
그러다 한순간, 지난 세월 내가 아내에게 해준 것이 무엇이었던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내 가슴이 먹먹해지며 스스로 부끄러웠습니다. 나는 아내에게, 아내는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18
'좋은 글을 쓰고 싶으면 좋은 글을 읽어라. 읽되 푹 젖도록 정밀히 읽어라. 모든 사물을 관찰하고 통찰하라. 원칙을 지키지만 적절히 변통하라. 자신의 의중을 정확히 전달하라. 양쪽을 고려하되 새로운 시각을 창출하라. 사마천처럼 분발심을 기억하라.'
평범한 주장이 아니냐 반문할지 모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0
'자기만 알고 남들이 모르는 것이 이명(鳴)이고, 자기만 모르고 남들이 다 아는 것이 코골이다. 둘 다 잘못된 것이다. 이명을 가진 이나 코를 고는 이나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러니 글을 아무리 잘 썼다 해도 그 뜻이 제대로 전달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글은 내 생각을 다른 이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무릎을 탁 쳤습니다. 글쓰기의 요령을 알았기 때문이 아니라 삶의 방법을 깨우쳤기 때문입니다.
소통...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온갖 다툼과 갈등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22
박제가가 지문에게 "이는 살에서 생기는가, 옷에서 생기는가?"질문하자, 지문이 황희 정승의 말을 빌려 대답한다.
'무릇 이는 살이 없으면 생길 수 없고 옷이 없으면 붙어 있지 못하는 법, 이는 옷과 살을 떠나 있는 것도 아니고 꼭 옷과 살에 붙어 있는 것도 아니니, 바로 옷과 살 '사이'에서 생긴다고 해야 겠지요.' 

'사이'라는 개념으로 양분 논리를 뛰어넘을 것을 당부하는 부분입니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하는 이분법적인 논리에서 저지른 수많은 오류들이 있었습니다.  23
그저 습관처럼 책장을 넘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용을 잊어버린 채 또 다른 책을 집어들곤 했습니다. 몇 권이나 읽었는지가 무슨 대수라고.... 책 읽기가 헌혈도 아닌데 말입니다.  24
대상포진은 어릴 때 수두를 앓았던 사람의 몸에 바이러스가 남았다가 다시 일으키는 질환이랍니다. 한 번 걸렸던 사람은 평생 다시 걸리지 않는다 하니 딱 한 번 아내에게 찾아온 기회를 우리 부부가 잘 살린 셈입니다.  25

신경숙의 <리진>
리진은 조선 말기의 궁중 무희로 서양으로 건너간 최초의 조선 여인입니다.  28
같은 책이라도 읽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감동이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우리 부부에게는 이 책이 '사람과의 만남'이라는 평범한 삶의 과정을 묵직하게 내밀었습니다.  34
유랑걸식으로 행색이 말이 아닌 강연이 블랑 신부를 따라 서씨의 집에 온 첫날, 서씨가 강연을 씻기기 위해 큰솥에 물을 부어 데우는 동안, 리진은 강연을 피해 몸을 숨겼습니다. 그런 리진에게 서씨가 묻습니다.
"싫으냐?"
".... 더러워요."
"더러운 건 씻으면 되는 것이지."
"......"
"씻어서 깨끗해지는 건 더러운 게 아니다. 그냥 뭐가 묻은 것이야. 누더기를 입은 사람을 더럽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더러운 게 아니라 가난한 것이지. 가난한 것은 그 사람 허물이 아니다."
"......"
"하지만 마음이 더러워지면 씻을 수가 없는 법이다. 그것은 죄가 되지."  36-37
많이 배운 사람들이 대접받는 세상입니다. 많이 배워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배운 지식을 어디에 어떻게 이용하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단지 얼마나 많이 배웠느냐를 따지는 잣대만 있습니다. 
많이 가진 사람들이 대접받는 세상입니다. 어떻게 벌어서 많이 가지게 되었는지는 묻지도 않고 개같이 벌더라도 정승같이 쓰면 된다는 말로 모든 것을 묵인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은 재산은 끝내 개같이 쓸 수밖에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말입니다.
이런 세상에 "몸이 더러운 건 씻으면 되지만 마음이 더러우면 씻을 수 없다. 그것은 죄다"라고 한 서씨의 말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남보다 앞서기만 하면 선(善)이 되고 마는 세태를 향한 작가의 한탄으로 들렸습니다.  37

조두진의 <능소화>
1998년 4월, 경북 안동에서 한 장의 편지가 발굴되었습니다. 고성 이씨 이응태의 부인, 원이 엄마가 서른한 살 젊은 나이에 떠난 남편을 그리며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 짚신과 함께 넣어둔 편지입니다. 이 편지가 작가 조두진의 문학적 상상혁이라는 날개를 달고 소설로 재탄생되었습니다.  38
능소화는 잎 떨어지는 덩굴나무로 잠이나 나무에 붙어 자랍니다. 깔때기 모양을 한 꽅은 7, 89월 한여름에 피는데, 화려하고 진한 주황색이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시들기도 전에 송이재 떨어지면서 처연한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꽃입니다.  39

원이 아바님께 
병슐 뉴월 초하룻날 
집에서 

자내 샹해 날드려 닐오되 
둘히 머리 셰도록 사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엇디하야 나를 두고 자내 몬져 가시노 
날하고 자식하며 뉘긔 걸하야 
엇디하야 살라하야 
다 더디고 자내 몬져 가시는고 

자내 날 향해 마음을 엇디 가지며 
나는 자내 향해 마음을 엇디 가지런고 
매양 자내드려 내 닐오되 
한데 누어 새기보소 
남도 우리같이 서로 어엿비 녀겨 사랑호리 
남도 우리 같은가 하야 
자내드러 닐렀더니 
엇디 그런 일을 생각지 아녀 
나를 버리고 몬져 가시난고 

자내 여히고 아무려 
내 살 셰 업스니 
수이 자내한테 가고져 하니 
날 데려가소 
자내 향해 마음을 차승(此乘)니 
찾즐리 업스니 
아마래 션운 뜻이 가이 업스니 
이 내 안밖은 어데다가 두고 
자식 데리고 자내를 그려 살려뇨 하노

이따 이 내 유묵(遺墨) 보시고 
내 꿈에 자셰 와 니르소 
내 꿈에 이 보신 말 자세 듣고져 하야 
이리 써녔네 
자셰 보시고 날드려 니르소 

자내 내 밴 자식 나거든 
보고 사뢸 일하고 그리 가시지 
밴 자식 놓거든 누를 
아바 하라 하시논고 

아무리 한들 내 안 같을까 
이런 텬디(天地)같은 한(恨)이라 
하늘아래 또 이실가 

자내는 한갓 그리 가 겨실 뿐이거니와 
아무려 한들 내 안 같이 셜울가 
그지 그지 끝이 업서 
다 못 써 대강만 적네 
이 유무(遺墨) 자셰 보시고 
내 꿈에 자셰히 뵈고 
자셰 니르소 
나는 다만 자내 보려 믿고있뇌 
이따 몰래 뵈쇼셔 
하 
그지 그지 업서 
이만 적소이다 


원이 아바님께
병술(1586)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 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 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사랑도 '쿨'하게 생각하는 우리 시대 메마른 가슴을 눈물짓게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였습니다.  41
책을 함께 읽기 시작한 뒤 아내와의 관계가 더욱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책이 우리 부부를 잇는 새로운 매개 역할을 해준 덕도 있겠지만 함게 있는 시간이 늘었고, 무엇보다 듣는 사람과 읽는 사람 모두 상대방을 배려하기 때문일 겁니다.  46
<능소화>의 4백년 전 사랑이야기가 우리의 청춘을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우리 두 사람이 어디서 어떻게 만났고 왜 서로를 선택하여 그렇게 사랑하게 됐는지, 잊고 살았던 '우리의 시작'을 회상했습니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을 탄 것 같았습니다. 
좋은 음식은 한 시간, 좋은 차는 할 달, 좋은 집은 일 년, 좋은 사람은 평생이 즐겁다고 합니다.  47
'... 처음 당신이 우리 집 담 너머에 핀 소화를 보고 저를 알아보셨듯, 이제 제 무덤에 핀 능소화를 보고 저인 줄 알아주세요. 우리는 만났고 헤어지지 않았습니다.'  48

존 우드의 <히말라야 도서관>
저자 존 우드(John Wood)는 네팔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3천여 개의 도서관을 짓고 150만 권의 책을 기증한 자선사업가입니다. .. 성공 가도를 달리던 한 남자가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한 뒤, 모든 부와 명예를 아낌없이 내던지고 자신의 이상을 실현한 열정적인 고백입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촉망받는 임원이었습니다. 30대에 중국지사 서열 2위에 오르는 주목을 받았습니다.  52
네팔의 한 숙소에서 디네슈라는 교육재정 담당관을 우연히 만난 존 우드는 한 학교를 방문하면서 삶의 전환기를 맞습니다.
존 우드는 시설과 책이 부족해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고, 그 아이들을 위해 교실을 짓고 책을 선사하는 일이 수백만 달러짜리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보다 훨씬 보람 있고 가치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54
존 우드의 아버지는 '얘야, 네 인생을 만족시킬 단 한 사람은 너 자신뿐이다. 엄마와 나를 기쁘게 만들려 애쓰지 마라. 오직 너 자신에게만 질문하고 대답하도록 해라.'
"지금은 누군가를 위해 일하기보다는 너 자신을 위해 일할 때가 된 거야"라고 격려하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습니다. 평범하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아버지였습니다. 
친구 마이크의 진정한 우정도 돋보였습니다. 퇴사 문제를 놓고 고민하는 우드에게 마이크는 최고의 답을 줍니다. 
'반창고를 떼어내는 두 가지 방법이 있지. 천천히 고통스럽게, 또는 빠르고 고통스럽게, 어떻게 할 거냐는 너의 선택이야.'  55
<히말라야 도서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교욱 기회사 상대적으로 적은 여자아이들에게 우선적으로 장학금을 지원하겠다는 존 우드의 원칙이었습니다. 그는 남자 아이들과 달리 여자아이가 배움의 기회를 얻을 때, 그 가족은 물론, 다음 세대에까지 교육의 효과가 이어진다고 믿었습니다. 존 우드의 이러한 판단은 옳았습니다. 그리고 우드의 지원 덕분에 어린 나이에 공부를 그만두고 시집을 가거나, 돈 때문에 사창가로 팔려가야 했던 많은 여자아이들을 구해낼 수 있었습니다.  58
아이들은 어머니의 말투, 어머니의 행동, 어머니의 식습관, 심지어 가치관까지도 대부분 어머니를 닮습니다. 회수 이남에 심은 귤은 달콤한 맛이 나지만 회수 이북에 심은 귤은 작고 떫고 시고 써서 먹을 수 없게 된다는 중국 고사처럼, 환경이 사람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59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
말만 들어도 가슴 저리게 하는 당신, 나의 아버지입니다.
결혼 하기 전날, 아버지가 내게 한 말씀 주셨습니다. 
"장가 들면 부인에게 말을 높여라."
"......?"
"반말하면 욕하기 쉽고 욕하면 손 가기 쉬우니 처음부터 말을 높여라."
"아, 예..."
나도 아이들에게 똑 같은 말을 해줄 생각입니다.  63
가장 뭉클했던 대목은, 아버지 없이 살아가야 할 아들과 딸에게 마음쓰는 부분이었습니다. 책의 곳곳에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게 된 아버지로서의 고통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절절하게 배어납니다. 
그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 어떤 것도 살아서 곁을 지켜주는 부모를 대실할 수 없다는 것을.
포시는 자신이 사랑했던 조카 로라와 크리스에게 이런 부탁을 합니다.
'내가 죽고 나면 주말마다 우리 아이들을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무엇이든 함께 해달라고, 생각나는 대로, 재미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 그리고 내가 얼마나 살아남으려고 열심히 싸웠는지도 아이들에게 설명해주었으면 한다. 나는 내가 받을 수 있는 가장 강한 치료에 동의했다. 아이드로가 가능한 한 길게 같이 있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세 아이에게 당부합니다.
'얘들아, 아버지가 너희들이 무엇이 되기 바랐는지 알려고 하지 마라. 나는 너희들이 되고 싶은 것이면 그게 무엇이든, 바로 그것을 이루기를 바랄 뿐이다.'  68
포시는 재이를 무대 위로 불러냈고 그녀가 걸어 나왔습니다. 억누를 수 없는 충동에 휩싸인 채.
'우리는 서로 끌어안은 채 키스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입술에, 그러고는 볼에. 청중은 계속해서 박수를 보냈다. 우리에게도 박수소리가 들렸지만 마치 그들이 여기 말고 어디 먼 곳에 있는 듯이 여겨졌다. 서로에게 안겨 있던 그 순간, 재이가 무언가 내 귀에 속삭였다. "제발 죽지 말아요."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대사였다. 하지만 그게 그녀가 한 말이었다. 나는 그저 그녀를 더 세게 껴안을 뿐이었다.'  69-70

황석영의 <바리데기>
통일문학을 모색해 온 작가 황석영의 장편소설입니다.
이 책의 주제는 갈등하는 세계가 만들어낸 '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9
'수많은 도시드로가 찬란한 불빝들과 넘텨나는 사람들의 활기를 보면서, 우리가 그렇게 굶주리며 죽어가고 있었을 때 이들 모두가 우리를 버렸고 모른 척한 것에 섭섭하고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81

법정의 <아름다운 마무리>
산다는 것은 등수를 가리는 운동경기가 아닙니다. 일등만능과 강자독식은 정글에나 있지, 사람으로서 취할 법칙은 아닙니다. 은메달 받는 선수보다 동메달 받는 선수가 더 환하게 웃는 까닭은 벼랑 끝에 서본 사람만이 진정한 기쁨을 알기 때문입니다.  86
'지난날 어렵게 살아온 시절에는 남이 무엇을 가졌다고 해서 그렇게 기가 죽거나 불안해하지는 않았다.... 물질적으로는 비교적 풍요롭게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의 구성원들이 종종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평온하고 느긋한 환경에서도 이따금 삶에 대한 회의에 빠진다. 
부는 욕구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차지하거나 얻을 수 없는 것을 가지려 할 때 우리는 가난해진다. 그러나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한다면 실제로 소유한 것이 적더라도 안으로 넉넉해질 수 있다.'
'한 해가 다 지나도록 손대지 않고 쓰지 않는 물건이 쌓여 있다면 그것은 내게 소용없는 것들이니 아낌없이 새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대목을 읽으면서는, 우리 부부에게도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많음을 생각하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머쓱하게 바라보았습니다.  88

고혜정의 <친정엄마>
활자로 되살아난 독특한 저자의 입담에 웃음을 참지 못하다가도, 어느새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가슴 뭉클한 책입니다.
'너는 모를 것이다. 엄마 맘을, 너도 나중에 새끼 나서 키워봐. 그때 엄마 생각 날 것인 게. 나, 너 서울로 올라간 후로는 한 번도 니가 좋아허는 반찬은 안 히먹었어야. 내 새끼 좋아허는 거, 차마 내 새끼 빼놓고 못 먹겄대. 나, 너 서울 올라간 후로는 내 손으로 한 번도 과일 안 사먹었어야. 너랑 같이 먹을 라고. 새끼는 다 그런 것이다.... 나도 다 안다. 엄마의 마음...'  97
나무가 가만히 있고자 해도 바람이 그냥 두지 않고,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려 했으나 부모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98
중고생 시절, 어머니는 수많은 날들을 버스 정류장 옆 전봇대 밑에 서서 귀가 하는 막내딸을 기다렸습니다.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추운 날에는 겉옷을 들고 기다렸습니다. 집이 정류장에서 멀지도 않은데 어머니는 무거운 책가 방 이리 내라며 언제나 대신 들어주셨답니다. 
겨울에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막내딸의 얼음장 같은 두 손을 어머니의 가슴 생살에 품어 녹여주었습니다. 그럴때마다 아내는 어머니가 마뜩찮고 불편했답니다. 세월이 흘러 아내도 딸아이를 키우면서 옛날의 그 어머니처럼 꽁꽁 언 딸의 손을 가슴 생살에 넣었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빼낸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 얼음 같은 손을 미동도 않고 생살에 품었다니..."  100
아낌없이 준다. 가슴이 먹먹하다. 억장이 무너진다... 왜 우리의 어머니들은 한결같이 이런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요.  103
'그때는 몰랐다.
 아버지가 이렇게 그리울 줄...
 그때는 몰랐다.
 아버지가 이렇게 나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주신 것을...
 그리고 ... 그때는 정말 몰랐다.
 내가 ... 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나는 내가 아버지를 미워하는 줄로만 알았다.
 나는 내가 아버지를 싫어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추억도 그리움도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아버지에게 사랑받으며 컸는지 알게 되었고,
 내가 얼마나 아버지를 의지하며 좋아했는지 알게 되었다...'  104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
현기영 선생이 자신의 유년기 추억을 더듬어가며 쓴 소설.  122
책을 읽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상징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23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 나의 얼굴은 점점 내 방에 걸린 아버지의 영정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그러니까 내 얼굴이 영정 속의 아버지를 닮아간다는 것은 그 다음의 죽음은 내 차례라는 뜻이기도 하다.'  129

김남희의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4>
장작불을 지핀 식당의 난로 옆에 앉아 저녁 식사를 기다리며 <간디 자서전>을 읽었다는 그 넉넉함은 또 얼마나 부럽던지요.  135
세계를 누비는 이 당찬 여인이 스스로를 왜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럽다'고 했는지 책을 읽고서야 알았습니다. 그녀 역시 여자였습니다. 작은 일에도 안절부절 못하고 한없이 나약했으며 때로는 섬세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사람을 믿고 자연을 믿었습니다.  136
나도 저자처럼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안나푸르나의 베이스캠프 테라스에서 빛나는 만년설산을 바라보며 천계의 여유를 만끽하고 싶었습니다.  137

공지영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프랑스의 법률가이자 정치가이면서 식도락가로 더 유명한 브리야 사바랭(Brillat-Savarin)은 '먹는 즐거움'과 '식탁의 즐거움'을 구분했습니다. 식욕이 충족될 때 느끼는 실질적인 즐거움이자, 인간이 동물과 공유하는 감각이 '먹는 즐거움'인 반면 '식탁의 즐거움'은 오직 인간만이 누리는 고유한 것으로, 대화를 통해 서로 교감하면서 즐거움을 한껏 나누는 감각이라고 했습니다.  144
작가는 자의식은 없고 타인의 눈초리만 살피는 데 급급한 딸 위녕에게 '해방되라'고 충고합니다.
"나는 이제 피고석을 떠나겠어! 오늘부터 내 배심원들 다 해고야." 거리낌없이 나뭇가지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자유로워지라고 공지영, 아니 우리들의 어머니가 당부합니다.  147
'위녕, 너는 아직 젊고 많은 날들이 남아 있단다. 그것을 믿어라... 네가 달리고 있을 대에도 설사, 네가 멈추어 울고 서 있을 때에도 나는 너를 응원할 거야.'  149
공지영은 '쿨한 사람이란 정신적으로 결함이 많은 사람들일 뿐'이라고 치부합니다. 나도 작가와 똑같이 생각합니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쿨'하게 잘라버릴 수 있을 만큼 가볍고 시시한 것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사랑하는 젊은 남녀가 흔한 말로 '쿨'하게 헤어질 수 있었다면, 그때까지 둘이 나누었던 사랑은 가짜입니다. 헛것을 쥐고서 그것이 사랑이고 진실인 것처럼 스스로는 속여 왔음을 '쿨'이 입증한 것입니다. 남녀 간의 사랑이란 '쿨'하게 단박에 끊어버릴 수 없는 고래 심줄같이 질기고 질긴 인연입니다.  150

김병종의 <라틴 화첩기행>
서울대 미대 김병종 교수가 남미대륙을 샅샅이 훑으면서 받았던 감동을 글과 그림으로 엮은 책입니다.  157
'쿠바의 아이들은 말레콘 너머 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자라고, 말레콘에서 사랑의 언어를 속삭이며 청년기를 보내고, 손자 손녀의 손을 잡고 말레콘에서 노년을 맞을 것이다. 싯다르타의 뱃사공 바스데바가 자신은 강에서 모든 것을 배웠다고 한것처럼.'  159

마이클 폴란의 <잡식동물의 딜레마>
미국 버클리에 있는 캘리포니아대학교 저널리즘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저자 마이클 폴란(Michael Pollan)은 '우리가 저녁 식사로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진지하고도 통찰력 있는 답변을 제시합니다.  167
저자 자신이 미국의 식품 생산과정을 몸소 체험한 뒤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밝히고, 특정한 음식과 맛에 대한 취향이 우리의 입맛을 길들이는 현상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밝혀줍니다.  168
폴란은 자본주의 논리에 망가지고 있는 우리의 먹을거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것을 권합니다. 음식을 입에 넣기 전에 그것의 생산과정과 이동경로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170
유배중인 다산이 양계를 갓 시작한 아들 학유를 가르친 정신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인용해 봅니다.
'양계에도 품위 있는 것과 비천한 것,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의 차이가 있다. 농서를 잘 읽어서 좋은 방법을 골라 시험해 보아라. 색깔을 나누어 길러도 보고, 닭이 앉는 홰를 다르게도 만들어 보면서 다른 집보다 살지고 알을 잘 낳을 수 있도록 길러야 한다. ... 이(利)만 보고 의(義)를 보지 못하며, 가축을 기를 줄만 알지 그 취미를 모르면, 이는 못난 사람들이 하는 양계다.'  171
'주택 풀장의 물을 하루에 한 번씩 갈아가며 사용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물 한 동이를 얻기 위해 어린아이들이 몇 시간씩 물을 길러가야 하는 나라가 있다. 하루 한 끼 먹을 식량이 없어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너무 많이 먹어 성인병이 국가적 위기로 선포되는 나라가 있다. 오페라와 교향악단의 향긋한 분위기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잇는가 하면 어디서 폭탄이 날아올까 두려워 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도 있다.'
너무 배부르게, 너무 많은 것을 낭비하며 사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지금가지 이룬 것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우애와 평화를 누리며 살 수 있을 텐데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174-175
이 책이 진자 전하고 자 하는 메시지는 식탁의 즐거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음식 맛은 오로지 앎을 통해서 깊어지는 즐거움이기 때문입니다.  175

힐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
 그는 1965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태어났습니다. 지금은 유연난민국에서 NGO활동을 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연을 쫓는 아이>는 아프가니스탄 사람이 쓴 최초의 영어소설입니다.  180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를 꼽으라면 그것은 화해와 평화일 것입니다. 전쟁. 어떤 말로도 합리화할 수 없는 그것은 힘센 자의 교만과 힘없는 자의 절망이 이루어낸 지옥입니다.  165

강판권의 <나무열전>  

특이한 책입니다. 식물서도, 인문서도, 한문서도 아니면서 세 가지를 전부 담고 있는 책이니 말입니다.  188
흔히들 나무의 상대어로 '꽃'을 듭니다만 실제 나무의 상대어는 '풀'이라고 정리해 줍니다. 꽃은 나무에도 있고, 풀에도 있지만 스스로 존재할 수는 없으니 '꽃 심기'라는 말은 애당초 성립될 수 없는 말이라고 합니다.  189
저자는 자신이 한자를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학습이든 한자를 이해해야 수준 높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190

안대회의 <조선의 프로페셔널>
인물평전입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지금까지 역사의 주목을 받지 못한 인물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204
이들 열 명이 걸어간 길은 각각 달랐지만 같은 것도 있었습니다. 자신이 최고라는 자부심과 자존심, 궁지에 몰릴수록 더욱 강하게 엉겨 붙는 오기만큼은 열 명 모두가 똑같았습니다.
연봉의 액수로 프로의 가치가 평가되는 현실입니다만 이들이 추구한 삶의 방식이 나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거웠습니다.  206
위대한 첼로 연주가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가 95세 되던 해, 근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요즈음도 하루에 여섯 시간씩 연습합니다."
이미 세계 최고의 첼로 주자가 되었지만 그는 그때까지도 날마나 조금씩 연주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으며, 그 사실이 자신을 매우 행복하게 해준다고 했습니다. 
젊다는 것은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 쓸 수 있는 시간이 조금 적다고 해서 일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평생을 걸고 자신의 길을 걷는 삶이 진정한 프로페셔널이라면, 삶은 누리는 것이 아니라 소모하는 것이 아닐런지요.  210

조정래의 <오 하느님>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프랑스 노르망디의 해안에서 종군기자의 카메라에 잡힌 빛바랜 흑배가진 한 장. 미군 포로가 되어 조사를 받는 그는 독일 나치군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동양인입니다. 그는 바로 조선 사람이었습니다.
사진의 주인공은 일본군에 징집되었다가 1939년 만주 국경 분쟁 시 소련군에 체포되어 붉은군에 편입되었고, 다시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나치군복을 입고 대서양 방어선에 강제로 투입된, 기구한 운명의 조선인 사내였습니다. 신의주 출신의 '양경종'이라는 인물로 전쟁이 끝난 뒤 포로수용소에서 석방되어 미국으로 이민, 그곳에서 편안하게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주장도 있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한국문학의 거장 조정래가 '나치군복을 입고 있는 한국 사람'의 수수께끼를 <오 하느님>이라는 소설로 풀어 엮었습니다.  217
어느 비평가의 말처럼, 그들은 역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그 자리에 있었으나 역사가 그들을 위해 허락해준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219
이 책을 다 쓴 뒤에 그가 남긴 말이 무겁습니다.
'인간이란 무엇일까.
 사림이란 과연 믿을 수 있는 존재일까.
 사람과 짐승의 차이는 무엇일까...'  221

김구의 <백범일지>
으레 허물은 덮고 좋은 것은 과장하기 일수인데 백범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담담하고 때로는 격렬하게 쓰인 책 내용의 가장 큰 흐름은 내면의 진정성이었습니다.  224
백범에게도 스승이 있었습니다. 고능선 선생입니다.
'고 선생이 나를 겪어보시고 가장 큰 결점으로 생각한 것이 과단력 부족인 듯했다. 항상 무슨 일이나 밝히 보고 잘 판단하여 놓고도 실행의 첫 출발점이 되는 과단성이 없으면 다 쓸데 없다는 말을 하시면서 '가지 잡고 나무를 오르는 것은 기이한 일이 아니나 병랑에 매달려 잡은 손을 놓는 것이 가히 장부로다'라는 구절을 힘 있게 설명해 주었다.'  225
백범은 일본헌병들이 자시의 자백을 받아내겠다는 목표로 밤잠도 자지 않고 침략국 헌병직무에 충실한 모습을 보며 자괴감으로 통한의 눈물을 삼켰습니다.
'나는 평소에 무슨 일이든지 성심껏 보거니 하는 자신도 있었다. 그러나 나라를 남에게 먹히지 않게 구원하겠다는 내가, 남의 나라를 한꺼번에 삼키고 되씹는 저 왜구와 같이 밤을 새워 일 한 적이 몇 번이었는가? 스스로 물어보니, 온몸이 바늘방석에 누운 듯이 고통스런 와중에도, 내가 과연 망국노(亡國奴)의 근성이 있지 않은가 하여 부끄러운 눈물이 눈시울에 가득 찼다.'  227

김훈의 <강산무진>
이름 없는 생명은 세상에 없다면서 '이름 모른다고 싸잡아 잡초가 부르면, 우리는 잡놈이 된다'던 등산 친구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237
여덟 편의 소설 모두 등장하는 인물들의 전문적인 직업세계를 사실적이고도 정밀하게 묘사한 점이 돋보입니다.  239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렵혀지지 않는 연꽅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숫타니타파>중에서'  242


마치는 글
좋은 책을 읽으면 그 책 내용이 자신의 삶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책은 그저 책일 뿐 나의 모습은 아직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책을 재미로만 읽는 데서 한발 나아가 삶의 변화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읽는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을 통해 마음이 정갈해짐을 더러 느꼈고, 책에 젖어 행복했음은 자신 있게 고백할 수 있습니다.  245
막상 글을 써보니 겉핥기로 읽은 책이 많았음을 알게 되었고 차분하게 내용을 음미하면서 깊이 읽는 버릇도 생겼습니다.
책 읽는 즐거움, 책을 통한 교감, 이만한 재기아 또 어디 있겠습니까...!!  246





지금은 길을 헤매고 있지만 내일이면 찾겠지. 내가 아직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해?
p.s. 물론 사랑하고 있지.  
-미국 전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부인 낸시 레이건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21

제 주위엔 저를 보호하는 튼튼한 벽이 있습니다. 당신이 제게 해주신 말들로 쌓여진 벽이지요.  - M.C. 데이비즈  30

별이 불이 아닌지 의심이 간다. 태양이 움직이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 진실이 거짓말인지 의심이 간다. 하지만 내가 사랑한다는 사실은 의심이가지 않는다. 사랑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본다. - 셰익스피어  42

우리가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 얼마나 좋으냐. 우리가 서로에게 속해 있다는 것, 얼마나 아름다우냐! - 레오 브로만  53

어떤 이는 우리 가슴속에 잠시 머물렀다가 발자국을 남긴다. 하여 우리는 이전의 우리가 아니다. - 모우스  76

생각해보면 내게는 길만이 길이 아니고 내가 만난 모든 사람이 길이었다. - 신경림, <길 이야기>중에서  91

엄마는 날마다 나에게 전화해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한테 전화했었니?" 내가 아니라고 대답하면 "바쁘지 않으면 내가 살아있는 동안 전화해주렴"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전화를 끊으셨다. - 에이미 봄벡  101

지상에서 천국을 찾지 못한 자는 하늘에서도 천국을 찾지 못한다. 우리가 어디로 가든 간에 천사들이 우리 옆집을 빌리기 때문이다. 에밀리 디킨슨  161

이룰 수 없는 꿈을 이루는 것, 싸울 수 없는 적과 싸우는 것, 참을 수엇는 슬픔을 견디는 것, 용감한 사람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가보는 것, 닿을 수 없는 별에 이르는 것, 이것이 나의 순례라오. 그 별을 따라가는것이 나의 길이라고. 아무리 희망이 없을 지라도, 아무리 멀리 있을지라도 -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중에서  207

모든 사람은 삶에서 바로 '그 사람'을 만난다. 그러나 단지 몇 사람만이 그를 제때에 알아볼 뿐이다. - G. 카우스  231

옛날이 좋다고들 하지만 오늘이 더 좋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내일이 다가옵니다. 우리들의 가장 위대한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습니다. - 험프리, <가장 위대한 노래> 중에서  236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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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도서관에서 만났다. 그래서 사진에서 보이는 띠가 없었다. 
이 책의 이름만 보고서는 <책여행책>.. 막연히 여행을 자극하는 책들의 소개쯤으로 생각을 하였다.
이전의 책들인 <On the Road> 나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는 타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터뷰 집이었기에 이번엔 책들과의 만남을 전제로 하는 책이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하였다.
그러니 <책, 여행책>이라고 해석을 한것이다. 
책을 펼치고 나서야 내 생각은 착각일 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책여행'과 '여행책'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었고, 두 파트를 이어놓은 제목이었던 것이다.

신선했다. 막연한 생각을 넘어선 이유때문일지도 모르고, 표지의 흔들의자 때문일지도 모르며, 여행과 관련한 내용이 담겨있지만 사진이라곤 한 장도 없는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책의 부제처럼 '휴가없이 떠나는 어느 완벽한 세계일주에 관하여'..
매우 많은 사람들은 여행을 꿈꾸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힌다.
사실대로 표현하면 현실이라는 울타리에 자신을 가둔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시간이 있어야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여행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나 해외로는..
여행은 정말 시간이 있어야 갈 수 있는걸까?
개인적인 경험으로 비추면 아니였다. 여행은 시간을 내서 가는 것이었다. 배낭여행을 자주 가보기 전에는 가려할때마다 무언가의 발목을 잡는 일들이 있었던것 같고, 그때마다 어느정도 무시하고 떠나면 발목 잡을 것 같던 것들은 홀연히 사라졌었다.
 
이 책은 저자가 읽은 책을 통해 관심이 생기거나 알게 된 곳들을 가게 된다. 2부에서는 여행책이다. 말그대로 자신의 여행지중에 특정 지역들에대한 언급인데 개인적인 경험들을 통해 알게되고 느끼던 감정들을 풀어 놓았다.
매우 읽기 쉽게 그러면서도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게..

어쩌면 '여행'이라는 단어가 사람들마다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러한 생각이 다시금 들기도 하였다.
저자가 언급한 지역중에 내가 가본곳과 동일한 지역에 대한 글을 읽을때는 공통적으로 가진 느낌과 전혀 다른 느낌이 공존하고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있듯이, 그래서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할 것이다. 또한 가치기준의 차이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환경의 차이도 있을것이다. ..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는 있을것이고...
그래서 서로다른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책을 통해 새로운 것의 발견이 이루어지기도 하는것이라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행은 무엇일까?
여행은...


떠.나.고.싶.다. ... 아무 목적 없이 유랑 같은 여행을 하던 시절에는 목적을 가진 여행을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책을 쓰기 위한 여행을 하다 보니 다시 유랑의 시절이 그리워 졌다.  7
책여행은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 산책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며 '여행자'로서만이 아니라 삶을 가꾸는 '창조자'로 살아보는 일이다. 사실이건 몽상이건 이런 여행을 통해 세계와 좀더 가까워진다면, 다른 삶을 보면서 내가 되고 싶은 존재에 근접해간다면, 세상에 이만한 여행은 없다.
세계는 책으로 통하지 않던가. 책 속에 길이 있으니 안락의자에 앉아서도 떠날 수 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세상은 한 권의 책,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을 뿐"이라고 했다. 여행은 책을 읽는 일이다. 여행을 하지 않고 책을 읽지 않으면 세계의 한 구석만을 맴돌 뿐이다. 그럼 나는 지금 세계의 몇 페이지를 읽고 있을까.  9-10

우리는 참 모범적으로, 스탠더드하게 살아간다. 그렇게 살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만 한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지만, 의문이 든다. 스탠더드라... 왜 그렇게 살아야 하지? 사실 '스탠더드하게 산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눈총받기 싫으니 남들과 비슷하게, 똑같이 살려고 하는 것일 뿐!
한국에서 스탠더드는 모범으로 간주되는지 모르겠으나, 스탠더드는 모범이 아니다. 호텔의 객실 등급에서도 스탠더드는 최하위아닌가.  24

내 생각에 여행은 철학보다 몽상에 가깝다. 몽상가가 세계를 꿈꾸는 동안 철학자는 방 안에서 세계를 꿈꾸어야 할 이유에 대해 숙고한다. 물론 숙고도 필요하다. 하지만 난 그런 시간을 이미 너무 많이 보냈다. 그러니 지금은 부지런히 몽상가의 꿈을 꾸는 게 유익하다. 의외로 세상엔 몽상가가 많지 않다.  30
누군가는 "여행을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으며 일상에서 벗어나는 충동 외에 여행의 목적은 없다"고 한다.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여행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변하는 건 아니다. 일상과 마찬가지로 여행도 '만들어가야'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변화는 자연스레 오지만, 그건 어떤 여행을 했는가에 달려 있다. 진짜 변화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온다.  37

지하철 바뱅역 바로 앞, 몽파르나스대로와 바뱅거리가 만나는 코너에 카페 셀렉트가 있다. 1925년에 문을 열었으니 85년 된 카페다...  40
나이 지긋한 웨이터가 어디서 왔느냐고 묻더니 엽서를 한 장 가져다 준다. 셀렉트의 기념엽서다. 그에게 이곳에서 일한 지 얼마나 됐느냐고 물으니 10년째란다. 10년이란 말에 깜짝 놀라는 나를 보고 그가 말한다. 
"나뿐만이 아니에요. 저기 저 친구는 13년, 바에 있는 필립은 36년째 일하고 있어요. 카페에도 '영혼'이란 게 있죠. 셀렉트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  43
아침 7시 네온사인에 불을 밝히며 셀렉트가 문을 열면, 그때부터 카페로 와 몇 시간씩 글을 쓰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일광욕도 한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집에 세들어 사는 파리 사람들에게 카페는 집 다음으로 중요하다. ..  45

내가 인도에 다녀와 인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면, 인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고 인도를 비난하지만, 정작 인도는 죄가 없다. 
내가 그랬듯 사람들은 모두 자기의 경험만 가지고 인도를 멋대로 재단한다. 
인도를 여행한다는 건 엄청나게 불편하고, 심지어 무정부주의적인 혼란을 경험하는 일이다. 인도의 혼란은 가공할 만하다. 극단적으로 이그저틱(exotic)하다. 인도에 가면 지겹게 듣게 되는 말, "이것이 바로 인도다(This is India)!"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를 속이거나 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니 화를 내거나 흥분할 필요 없다. 무슨 일이 생겨도 그저 "캬(그게 뭐냐)?" 하고 빈정 담아 한소리 해주거나 "앗차(좋아)!"하고 한마디 하고 잊으면 그만이다.  61
받아들이지 못하면 인도를 떠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인도에서는 그저 경험할 뿐이다. 카오스와 아나키즘적 정신을 경험하는 게 인도 여행의 백미다. 인도에서 봐야 할 것은 온갖 '혼란'이다.  63

여행은 일상과 일탈의 경계를 미묘하게 드러낸다. 일상은 일탈을 꿈꾸고, 일탈은 일상을 꿈꾼다.
누구나 일탈을 꿈꾸지만 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몸도 마음도 무겁다.  66
"여행을 왜 하세요?"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었나요?" 종종 받는 질문이다. 표현은 완곡하지만 실제로는 "도대체 뭐가 있기에 그렇게 오랜 시간 떠돌아다녔느냐"는 의문이다. 난 되묻는다. "여행을 해본 적이 있나요?"  71

처음엔 시간을 구별하려고 애썼다. 하루에는 아침과 저녁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게 없어져 버리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조바심을 냈다. 하지만 열차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달릴 뿐이다. 시간은 구분되지 않는다. 어느 순간 체념에 빠진다. 기차의 흔들림, 소음마저도 시베리아 탓이려니....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는 건 차창 밖 빈 공간에 시간 밖으로 떠난 내 이야기를 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내게도 '새로운 시간'이 필요하다.  90

누군가 글을 쓰고 싶은데 밥벌이를 걱정하면 '일단 쓰는 게 먼저'라고 말한다. 무슨 일을 하는 데 신중한 것보다는 '그냥 하는 게' 언제나 유익하다. 세상에는 팔리건 안 팔리건 무조건 써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런 사람들은 대개 성공한다.  94
<보헤미안의 샌프란시스코>는 한가지 답을 준다. '삶을 오랫동안 생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감정적으로나 존재적으로 그 지지기반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그 한 가지 방법은 보헤미안의 국제도로 위에 있는 한 정거장에 내려서 그 도시에 머물며 글을 쓰는 것이다. 이를테면 바르셀로나 또는 프라하의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산책하다가 가끔씩 발길을 멈추고 글을 쓰는 삶의 방식, 그렇게 글 쓰는 인생을 축복하는 것이다.  95

독일에서 영화 공부를 한 몽골 여자 감독이 만든 <황구의 동굴>이란 영황에서 여섯 살 여자아이가 할머니에게 묻는다.
"할머니, 제가 다음 생에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나요?"
할머니는 그저 웃기만 한다. 그러고는 쌀을 한 줌 쥐더니 똑바로 세운 바늘 위로 떨어뜨린다. 펑펑 눈이 쏟아지듯 쌀알이 무수히 떨어져내린다. 쌀알들과 바늘은 아주 가까이 있지만 만나지 못한다. 
"잘 만나지 못하는 구나."
할머니는 다시 쌀을 한 줌 집어 뿌리고 또 뿌린다. 하지만 바늘 끝에는 쌀알이 머물지 못한다.
"다음 생에 사람으로 태어나기란 쌀알이 바늘 끝에 얹히는 것만큼이나 어렵단다. 얘야. 그래서 사람으로 살고 잇는 지금의 삶이 그토록 소중한 거란다."  116
"옴마니밧메훔, 옴마니밧메훔(모든 사람은 연꽃 위의 보석입니다. 모든 사람은 연꽃 위의 보석입니다.)"  116

알랭 드 보통은 레이크디스트릭트를 여행하면서 이렇게 썼다.
'도시의 떠들썩한 세상의 차량들 한가운데서 마음이 헛헛해지거나 수심에 잠기게 될 때, 우리 역시 자연을 여행할 때 만났던 이미지들, 냇가의 나무들이나 호숫가에 펼쳐진 수선화들에 의지하며, 그 덕분에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의 힘들을 약간은 무디게 할 수 있다.'  125

"왜 하필 그곳에 가려고 하죠?"
"스페인까지 가서 한 달 동안 걷기만 한다고요?"
산티아고에 간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물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는 그들에게 흔쾌히 해줄 답이 없어 난감했다. 산티아고를 절반쯤 걸었을까, 길 위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나서야 알았다. 그토록 한심한 행색으로 왜 그 길을 걷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을. 하지만 카미노에서는 왜 걷는지를 아는 것보다는 그저 앞으로 걸어가는 게 중요했다. '엘 부르고 라네로'의 대피소 벽에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순례자여, 당신이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곧 길이다. 당신의 발걸음, 그것이 카미노다.'
나는 카미노에서 현재를 살았다. 하루하루를 어제와 다르게 보낸 그 시간은 모험이었다.
나는 내가 세운 계획대로 카미노를 걸으려 했고, 그러지 못할 때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이었다.  136
카미노에서 걷는 속도를 늦추자 오히려 서두를 때보다 더 많이 걸었고 불안도 줄어들었다. 
나는 정신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이곳에 왔다. 하지만 내가 잊고 있는 게 있었다. 성장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 그것은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의 무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138
카미노는 가르쳐주었다. 실망을 하더라도 집착하지 말며, 현재를 누리되 집착하지 말라고.  139

여행은 아름답다. 여행은 두렵다. 여행은 설렌다....
청춘은 아름답다. 청춘은 두렵다. 청춘은 설렌다....
헤어지고 다시 만나지 못해도 괜찮다. 어차피 구하고 싶은 걸 구할 수 없는 게 청춘이다. 방황을 아름답다고 용인하는 대가다. 청춘을 소유할 순 없다. 그래서 아름답다. 마치 흘러간 여행처럼....  
중년의 남자는 청춘을 그리워하고, 청춘만 되찾으면 될 것 같은 생각에 빠져든다. 하지만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눈물 없이 그 시절을 살아낼 수 있을까? 다시 아프고, 다시 눈물이 흐르고... 아물어갈 것이다. 청춘은 방황이니까.
우리는 다시 못 볼 길을 떠난 것이다. 일회용 카메라를 든 나이 많은 남자는 그걸 안다. 그의 사진이 무언가를 움켜잡고 있지 않은 이유다.<청춘·길> 
'우리가 떠나온 세계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간다. 몇 광년이 걸리는 여행에서는 우리가 떠나온 세계가 우리보다 빨리 늙어버리기 때문에 그 세계를 다시 찾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라오스에는 "씨윗 코 펜법 니(사는게 그런거야, chivit ko pen bep ni)"라는 말이 있다. 머나먼 여행을 떠나면서 친구에게 남기는 말이다. 우리는 어쩌면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우리는 출발할 때 이미 알고 있었다.'  146-147

"그래그래, 그게 세상이야. 맙소사! 그게 세상이야! 길이 있는 한 계속 어디든 갈 수 있어. 정말 굉장해! 맙소사! 너무 굉장하다고! 우리는 계속 달리는 거야!  155
나는 늘 자유를 꿈꾼다. 하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고, 매번 어디로 가야 할지 재기만 한다. 그렇게 신중한 나는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는 걸까?  157

알래스카에선 우리도 언젠가는 자연의 일부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며, 그렇기에 슬픈 일이 닥쳐도 자연을 보면서 견딜 수 있다고 했다.  177
변해가는 생활 속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 자기들이 누구인지를 항상 가르쳐주는 것이 있다. 에스키모들에게는 그것이 바로 고래잡이다.  178
알래스카에서 시간은 서울에서 보다 더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순간순간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의식하게 된 탓이다. 알래스카에 빠지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생명에게 살날은 얼마 남지 않았고, 나도 예외는 아니라는....그러니 인디언섬머처럼 투명하게 살고 싶다는.... 물망초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말아요(forget me not)'  179

일곱 살 때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를 절게 되고, 열여덟 살 때 교통사고로 척추와 골반이 부러진 프리다의 불행만을 떠올리고 있는 거라면, "그렇게 슬퍼하지 않아도 돼요."라고 말해주고 싶다. 프리다에 대해 말할 때 '그림으로 고통을 승화시켰다'는 식의 말이 상투적인 것처럼, 그녀가 당한 사고만으로 그녀를 불행한 여인으로 만드는 것은 당치 않다. 프리다는 한술 더 떠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나 때문에 눈물을 흘리나? 교통사고나 디에고의 외도로 인한 고통이 내 삶의 전부는 아니야. 기쁨과 절망이 공존하긴 했지만 나는 원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았어. 내가 당신보다 불행할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야.  184-185

내 앞에 놓인 길만 보면 가슴이 설레고, 그 길로 가야만 할 것 같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불쑥불쑥 그럴 때가 잇다. 하지만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고, 조그만 집을 짓고, 거실의 통창과 테라스 너머 산과 들이 보이는 곳에서 낚시를 하고, 채소를 키우고, 글을 쓰며 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햇살이 따스한 날엔 바람을 맞을 수 있는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도시락을 들고 피크닉을 가면 좋겠다. 돈이 필요하다면 방을 두 개쯤 더 만들어 게스트하우스처럼 손님을 맞으며 살면 되지 않을까?  200
한국을 떠나야만 여행을 하는것이 아닌 것처럼 길은 집 밖에만 있지 않다. 길에는 시작과 끝이 있을까?  201


여행을 하는 데 나이는 상과없지만, 무엇을 느끼는가는 나이에 따라 다르다. 지금 여행을 하는 느낌과 스물일곱 살때 여행을 하는 느낌은 다르다. 스물일곱에 '청춘의 여행'을 한다면 이제는 '마흔의 여행'을 한다.
나는 이제 전보다 여행을 더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무엇을 봐야겠다고, 어디에 가야겠다고 안달하는 게 덜해졌다. 무엇을 보지 못하면 다음에 와야지, 사진을 찍지 못하면 마음에 담아야지, 순순히 수긍한다. 여행을 가서까지 속을 태우며 조급하게 굴 이유는 없다. 안달은 한국에서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길 위에서 지금 이 시간을 즐기려 한다.  334
배낭여행은 대개 청춘의 전유물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배낭여행은 중장년 여행자들에게 더 잘 어울리는지도 모른다. 낯선 세상을 받아들이는 깊이가 오로지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할 순 없지만, 여행을 하면서 다른 세상을 대하는 시선만은 연륜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흔의 여행'이 좋다.  335
청춘의 시절에는 원하는 대로 여행을 즐겨라. 원하는 모든 것을 시도하라. 때로는 가이드북의 정형보다는 방종이 더 유익하다. 청춘에겐 더욱 그렇다.  337

<여기에 사는 즐거움>에서 '지구를 제집처럼 돌아다니며 목숨을 걸고 배우는 것도 의미 있는 삶의 방식의 하나다. 하지만 그런 삶을 대다수인 우리가, 더욱이 일생 동안 계속할 수는 없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 배움과 동경의 여행은 끝나고, 여기에 사는 게 시작된다. 여기에 산다고 하는 것은 인생여행의 참다운 시작이다.'
동시에 여기에 산다는 것은 '여기에 사는 슬픔과 괴로움'을 받아 안는 일이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은 가엾고 불쌍한지 모른다.
'여기에 산다고 하는 것은 호화로운 즐거움을 찾는 게 아니다. 그런 즐거움이 있어도 물론 나쁘지 않다. 그러나 내게는 일상 속에서 계속 되는 즐거움이야말로 가장 좋다.
좋은 땔감을 때면 자연스레 불길도 좋다. 좋은 기분으로 불을 때면 저절로 좋은 불길이 생긴다. 그날은 손수 골라온 좋은 땔감으로, 그리고 좋은 기분으로 불을 지폈기 때문에 흔히 볼 수 없는 불길이 조용히 타올랐다. 겨우 목욕물을 데우는 일뿐이기는 하지만, 그런 불을 바라보고 잇으면 인생은 완벽하고 무엇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듯 느껴지곤 한다.'  348-349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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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책 <On the Road>를 통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카오산 로드의 인터뷰를 통해 자유로운 영혼에 대한 갈망이 더욱 증폭되는 기운과 여행자들의 철학적인 사고에 대해 공감하며 저자의 책을 더 읽고 싶어졌다.

이 책은 온더로드와는 인터뷰집이라는 공통점은 가지고 있으나, 인터뷰 대상자들의 선택이 다르다는 점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손을 잡으며 웃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한것처럼, 캄보디아의 빈민가에서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인터뷰한 내용이다.

NGO단체를 이용했든 그렇지 않았든 간에 그들은 그들의 재능을 아낌없이 발휘하면서도 보람과 즐거움과 만족을 ... 그것들을 통해 행복감을 영위하고 있었다.

개인적인 기억을 더듬어 봐도 나의것을 누군가에게 기분 좋게 나누어 준다는 것은 보통의 즐거움과는 분명히 달랐다.
동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칸트는 타인을 도울 의무를 인식하고 그에 따라 행동했다면, 거기서 쾌락을 느낀다고 해서 도덕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꼭 이런 철학적인 표현이 아니더라도 진정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다른이들에게 보이려고 하는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나온 인물들은 그러했다. 
그들이 캄보디아로 간 동기가 어떠하든 간에 그들은 그곳에서 자신을 나누어 주면서도 더 많이 얻고 있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이것을 알수 있으려면 자신이 직접 이러한 일들을 해보게 되면 알 수 있다. 꼭 이런 오지가 아니더라도 한국 내에서도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활동을 진정으로 해본다면 이들이 느끼는 복잡 미묘하면서도 통쾌한 기분을 알게 될 것이다.

사실 이런 표현보다는 꼭 하고 싶은 표현은 '정말 한 번 해봐라. 당신이 삶을 대하는 방식은 분명히 틀려질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잘 안되는 이유는 이러한 경험들에서 분명히 알게 될 수 있다. ..'

내용을 읽으면서 가슴뭉클한 내용들도 있었고, 웃음을 짓게 하는 내용들도 있었다. 분명한 사실 하나는 이들의 삶에 대한 만족감을 전달 받았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나에게 만족감이 전염되는 느낌이 든다. 


프롤로그 - 마음으로 여행을 떠난다.

나에게 캄보디아 여행은 내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On the Road>가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여행의 꿈’을 이야기 했다면, <네 멋대로 행복하라>는 일상에서 나를 지키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열정을 말했다. 이제 세 번째 책에서는, 나를 부인하듯 잠시 내려놓고 누군가의 손을 잡으며 웃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9

사람들은 대개 나의 감정, 나의 욕망, 나의 관계 위주의 삶을 산다. 세상은 ‘나’만 생각하며 살라고 부추긴다. 아무래도 나, 나의 욕망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어쩌면 벗어날 수 없는 게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바로 그 욕망 때문에 살아가면서 자신의 길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10

남을 돌보는 일이 자아를 찾아가는 길일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을 통해 알았다. 이들은 남을 돕는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 대신 평범하고 단순한 삶을 산다. 그런데 풍성하다. “남을 돕는다고 하지만 실은 내가 얻는 게 더 많다.”면서, “여기서 사는 게 괴로웠다면 진작 한국으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말한다. 12



1부
어느날, 캄보디아라는 간이역에 내렸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가난한 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간다. 그 무더운 나라에서 냉장고 없이도 잘 산다. 냉정고는 없지만 냉장고를 꼭 가져야 한다는 생각도 없다. 그들은 냉장고가 없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냉정고가 있으면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다고 말하면, 음식은 매일 필요한 만큼만 사다 먹으면 되지, 왜 오래 보관하느냐고 되묻는다. 39



2부
길 위의 또 다른 여행자들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 박경미(28)

(한국에서는 섬유회사 디자이너로 일했다. 지금은 코이카 단원으로, 프놈펜에서 세 시간 정도 떨어진 캄퐁치낭 주립직업훈련원에서 봉제를 가르친다. 국외자원봉사가 꿈이었지만 캄보다이가 어떤 나라인지 전혀 모르고 온 탓에 처음에는 적응을 못해 울기도 많이 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요즘은 회사 가기 싫다고 고민하는 동생에게 캄보디아에 한번 와보라고 권한다.)

“까미, 요즘 밥은 뭐 해먹어?” 아, 경미라는 발음이 어려워서 까미라고 불러요. “물은 꼭 끓여먹어!” 물 사서 먹는지 모르거든요. “까미, 넌 외국인이니까 이렇게 힘든 일 안 봤지? 까미, 우리 도와주러 왔는데 빨래까지 하면 힘들잖아. 빨래도 내가 해줄게.” 세탁기 있는 줄도 몰라요. 54

내가 여기서 알게 된 것 중 가장 큰 건 마음이에요. 난 한국에서 27년을 살았지만 내가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게 고마운 적이 없었어요. 여기서 아이들과 지내면서 내가 자꾸자꾸 순수해지고 어떨 때는 좀 바보가 되는 것도 같고 어려지는 것 같기도 해요. 57

사람들은 항상 “써바이 써바이” 해요. 써바이는 행복하다. 즐겁다는 말이에요. 58


시간아, 넌 가라 - 백지윤(29)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대학 1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다. 때로는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과외를 하고 학원에서 일했다. 자신이 돈 버는 기계로 느껴지던 어느 날, 그녀는 캄보디아로 도망쳤다. 한국에서는 가족과 함께 있어도 외로웠는데 이곳에 와서는 오히려 덜 외롭다고 한다. 코이카 단원으로, 프놈펜의 놈대학에서 2년째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어를 왜 배우려고 하느냐니까 취직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대요. 그런 말을 하는 눈빛이 당당했어요. 가난한 나라 학생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어요. 그런데 아니에요. 당당하고 꾸밈없이 말해요. 74

난 시간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남과 비교해서 늦는다는 것도, 비슷하게 추구하는 가치가 있어야 비교가 가능한데 난 그런 게 없어요. 78

사람들은 나누는 것을 어렵게 생각한다. - 내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부담스러운 건데, 나는 내가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내가 내주는 만큼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을 여기서 찾고 싶은 것뿐이에요. 78

한국에서 내가 제일 좋아한 말이 ‘괜찮다’였어요. 힘든 일이 있으면 친구한테 전화해서 ‘괜찮다’는 말 세 번만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진짜 괜찮은 게 뭔지 알았어요. 날씨가 더워도, 아프고 돈이 없어도, 사람들이 약속을 어겨도 다 괜찮아요. 전에는 괜찮아지고 싶어서 괜찮다는 말을 했다면, 지금은 괜찮아서 괜찮다고 말해요. 무엇을 해도 다 괜찮은 내가 됐어요. 80


내가 천사? 천사가 다 죽었다! - 이기원(33)

(이기원을 소개해준 사람은 반농담조로 그가 조폭 같은 사람이라 했다. 공고를 졸업하고 술집 기도, 단란주점 주방장, 티켓다방 꼬마사장을 거친 이력 때문일까? 이곳에서 그는 무대포 같은 사람으로 통하는 듯하다. 그는 프놈펜 빈민가 아이들에게 2년 6개월째 점심 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3년째 빈민가에서 구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완전 자갈밭 인생을 살던 자신이 캄보디아 와서 인생 폈다고 한다.)

슴봉짬.. 여기 사람들도 무섭다고 못가는 동네에요. 낮에는 매춘, 밤에는 마약거래. 범죄자들도 동네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잡지를 못해요. 아이들이 비둘기를 괴롭히고 있더라고요. 비둘기는 아파서 발버둥치는데 아이들은 웃고 있어요. 한쪽에서는 아빠가 아이를 발고 때리고, 그게 뭐예요. 부끄러웠어요. 아이들한테 밥을 나눠주고 앉아 있는데 그냥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동안 우울증 비슷한 게 누르고 있던게 뻥 뚫리는 느낌이랄까..

기도를 하면서 눈물 콧물 흘리고 있는데 누가 내 얼굴을 만져요. 웬 꼬마애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눈물을 닦아주는 거예요. 눈이 마주쳤는데 그애가 울더라고요. 아니, 이 새끼가 왜 우나? 나야 내 인생이 한심히야 울지만 넌 왜 우니? 말은 안 통하지만, “삼촌이 다시 올게. 다시 오고 싶다. 너 보러 꼭 올게.” 그랬어요. 90

내가 밥 줘야 할 것 같아서 줄 뿐이에요. 아이들이니까. 마빡이처럼 아무 의미 없어요. 밥 주는 것에 거창한 의미부여 안해요. 97

여기 온지 서너 달 지났을 때 슴봉짬 빈민가 철거를 앞두고 매일 가구 수 체크하러 다녔는데 아이들이 항상 따라다녔어요.

그날도 ‘마약동네’지나 ‘사탕수수동네’ 지나 ‘매춘동네’ 지나서 ‘전과자동네’를 지나가는데. 어떤 남자가 칼을 들고 서 있어요. 마약에 취한 것 같은데 갑자기 나한테로 달려오지 뭐예요.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도망갈 생각도 못하고 서 있는데,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세요? 아이들이 막아서는 거예요. 나를 자기들 몸으로 에워싸고, 그 위로 다른 아이들이 손을 뻗어 공간을 만들면서. 어떤 아이는 달려오는 남자의 다리를 잡고 늘어졌어요. 칼 무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전에 총으로 위협당한 적도 있지만, 그것과는 달랐어요.

그날 많이 울었어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죠. 그게 내가 여기 존재하는 이유인지도 몰라요. 그 후로는 아이들한테 90도로 인사했어요. 내가 밥을 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밥을 드시러 오는 거에요. 100

팔 부러진 아이들 당장 깁스 하고 꿰매주는 일만 필요한 아니에요. 손톱 깎아주고, 안아주고, 바라봐주고, 손잡고 가는 것도 큰 힘이돼요. 뭔가 대단한 일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수십 가지 일 중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돼요. 사람들은 대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밥 주는 것만 봉사가 아니에요. 아이들 손잡고 쎄쎄쎄 하는 것도 꼭 필요한 봉사예요. 106


쵸코파이 실종사건 - 한정민(37)

(미국으로 유학가 3년 8개월을 살았고, 귀국 후 회사를 다니다 어느 날 갑자기 캄보디아로 왔다. 캄보디아에서 우연히 아내를 만나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연애를 하다가 결혼했다. 현지인들과 한집에서 먹고 자고 일하며 산다. 먹고 살 것 없는 가난한 시골마을에 염색한 실을 줘 베를 짜게 하고, 다시 그 베를 사다 옷을 만들어 판다. 타케오 지방의 트나웃마을 88가구가 그와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주는 게 아니고 나눠요. 주는 게 상대방 마음에 상관없이 내것을 던져주는 거라면, 나누는 것은 마음이 오가는 커뮤니케이션이죠.  115
현재 나누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나누지 않을 가능성이 커요. 그래서 지금 나누려고 해요.  116
어떤 사람에게는 살면서 누릴 수 있는 것 다 누리고 많이 쓰고 즐겁게 지내는 게 최선의 삶일 거예요. 그렇게 살기 위해서 돈을 버는 게 옳은 일이겠죠. 하지만 그것만이 삶의 전부가 아닐지도 몰라요.  117
한국에서는 버스가 있으니까 버스타고 다니지만, 그게 감사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잖아요. 한국에 있으면 너무 많은 것을 누리기 때문에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여기 와서는 아주 특별하게 느껴져요.  121

치과 의사 부부의 전재산은 달랑 천 만원 - 최정규(40)
(스물아홉게 한국을 떠나 러시아로 갔다. 최사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그만두고 1년정도 놀다 오려고 떠난 여행이었다. 러시아로 떠나는 날 공항에서 우연히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그녀와 함께 모스크바에서 언어를 배우고 치대를 다니며 8년을 지낸 후 베트남을 거쳐 캄보디아로 와 3년을 살았다. 캄보디아에서는 무료진료를 한다. '치과 의사 아빠'가 아닌 '무료진료하는 아빠'덕분에,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다는 딸 솔빈이는 국제학교에 가지 못하고 학력인정도 안 되는 학원에 다닌다.)
친구들은 이렇게 사는거 보고 뭐라고 하나? 내가 있어서 재미있지 않을까요? 다 똑같이 살면 재미없잖아요.  129
지금도 거리에 나가보면 신발 신지 않은 애들많잔아요. 발이 성할 리가 없죠. 퉁퉁 부어 있어요. 옷도 제대로 안 입었고, 처음 왔을 때는 그런 거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났어요. 그런데 지금은 안 그래요. 이 사람들도 우리처럼 사랑하고 미워하고 다 느끼며 살아요. 자전거 하나 사면 우리가 자동차 산 것처럼 좋아하죠. 우리와 단순하게 비교할 수 없어요. 분명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면은 있지만,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완전히 불행하다고 할 수는 없어요. 어떨 때는 내가 더 불행해요.  131
일을 하려는데 진료실이 없었어요. 친구들한테 부탁했더니 고등학교, 대학교, 고향 친구들이 만들어줬어요. 내가 가진 것 없어도 하려고 하니까 돈이 생기더라고요. 나 쓸 데 쓰고 남은 돈으로 좋은 일 할 수 있으면 좋겠죠.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돈을 1억 원쯤 가지고 있어도, 10억 원이 내 손에 있어도 지금 못하면 나중에도 못한다고.  133
무료진료를 하고 있지만 무슨 대단한 마음 갖고 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해요.  134
캄보디아 아이들 보면 밝다니까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 그렇게 밝은 이유가 뭐겠어요? 그래도 행복할 수 있으니까. 캄보디아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데 내가 행복하지 못하다면 말이 안 되는 거죠.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은 이미 다 갖고 있어요. 내가 만족하지 못하고, 내가 기뻐하지 못하고, 내가 즐겁지 못하고, 지금보다 더 가져야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신이 인간을 잘못 만든 거지. 
캄보디아 아이들은 행복이 물질에 있지 않다는 확실한 증거죠.  138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면 돼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이 뒤죽박죽되어 있을 때, 지금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묻고 계속 그 길을 선택해 나가는 거죠. 
그렇게 살아왔나? 언제나 잘 선택하면 내가 도사게요?(웃음) 지금은 그 길을 연습하고 있어요.  139
이제와 생각해보면 내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정성을 쏟은 그 시간이 다른 시간보다 훨씬 풍요롭게 남아 있어요. 효과나 결과, 인풋-아웃풋으로 생각하면 낭비해버린 시간이겠지만, 사실은 안 그래요. 그래서 취미생활이랑 똑같아요. 내가 기타를 치는 건 가수가 되려는게 아니고 그냥 그 자체가 좋아서 치는 거잖아요. 그런 시간이 인생을 풍요롭게 하잖아요.  141-142

삶을 가리고 있던 안개가 걷혔다 - 양영란(32)
(캄보디아에 오기 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일했다. 시골에서 태어난 그녀가 대학에 입학한 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대출받아 공부를 했고, 졸업 후 일을 하며 학비를 갚았다. 집과 직장만 오가며 살던 그녀가 어느날 돌연 캄보디아로 와 지낸 게 벌 써 3년이 넘었다. 캄보디아 남부 해안도시 시아누크빌에 있는 라이프대학 간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라지만, 기숙사의 좁은 방 하나를 다른 두 사람과 함께 쓰고 있다.)
그들도 나름대로 자기들 삶이 있어요. 가난해서 불편하지만 불행한 건 아닌지도 몰라요.  152
어렸을 때 집안형편이 어려워서 오빠들이 공부를 못했어요. 오빠가 나더러 그러더라고요. "우리집도 살기 힘든데 뭘 남들까지 도와주느냐?" 그렇지만 나누면서 살면 더 행복하고, 자기 것에 집착하고 더 가지려고 하면 힘들어져요. 오히려 나누는게 행복의 비결 아닐까 싶어요.  157

우물 파주고 받는 바나나가 백만 원보다 좋다 - 김형기(48)
(프놈펜의 패스트푸드점 럭키버거에서 슬리퍼를 끌고 나온 그를 처음 만나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었다. 그는 대학시절 수원교도소에 1년간 수감되기도 한 운동권 출신 목사다. 한국에서의 안락한 생활이 '과연 예수를 따라가는 건가' 고민하다가 캄보디아로 와 우물을파고 있다. 부모가 에이즈에 걸렸거나, 부모가 없는 아이 10여 명을 데려와 보살핀다. 1년 8개월째 이곳에 살고 있다.)
어떤 종류의 즐거움일까? 그냥 좋아요. 설명하기 힘들어요. 우물 파주고 받는 바나나 하나가 백만 원보다 좋아요. 사람들이 깨끗한 물 쓰며 깔깔대는 모습 보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174
자기게 어디있어요? 모두 빈 몸으로 와서 빈 몸으로 가는데.... 내가 무슨 희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베풀려고 온게 아니고 일을 하러 온 거거든요. 
개인적인 변화라면 어떤게 있나? 삶을 더 긍정적으로 보게 됐어요. 난 이 사람들보다는 많은 걸 받아왔으니까 감사해야 할 삶이었는데 불평불만만 하고 살아온 거 아닌가? 
모든 일에는 두 가지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는 항상 나쁜 생각만 하죠. 다른 면을 보는 게 중요해요. 그렇게 생각하면 딛고 일어설 수 있어요.  176

살면서 한 번은 좋은 일 해야지 - 여인찬(55)
(한국에서 25년간 회사를 다니다 명퇴하고 캄보디아에 왔다. 아내는 공무원이고, 아들은 뉴욕에 산다. 회사를 그만두고 외국에서 사업을 하려다가 우연히 코이카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캄포트의 주립직업 훈련원에서 자동차정비를 가르친다. 처음 현지인 집에서 홈스테이할 때는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돌아가고 싶었는데, 그 고비를 넘기자 느긋해졌다. 자기가 아는 걸 열심히 전해주기만 하면 되니 마음이 편할 수 밖에 없단다.)
한국어를 6개월 정도 가르쳤는데, 숙제를 내면요! 우리는 숙제 내주면 다는 못해도 조금이라도 하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여기 학생들은 하나도 안 해와요. 왜 안 해왔냐고 물어보면, "로볼!" 바쁘대요. 바빠서 못했대요. 뭐가 그렇게 바쁘냐고 물으면, 집에 가서 밥 먹고 얘기하고 잠자고 그러면 시간이 없대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스무 명 중 한두 명은 잘하는데 나머지는 안 해요. 우리는 목적이 있으면 이루려고 하는 의욕 같은 게 있잖아요. 학교에 일부러 나와서 공부하는건데 악착같이 배우려고 하는게 없어요.  185

네 인생에 소중한 시간이 될거야 - 안연지(25)
(친구들은 종종 간호사 월급이 많다고 부러워했지만 정작 그녀는 그게 좋은 줄 몰랐단다. 숨 쉴 틈 없이 스트레스 받아가며 일해야 했다. 어느 날 문득 자기가 변해가는 걸 느끼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마음이 편하고 즐거울 텐데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프놈펜에서 차로 몉 시간 떨어진 프레이벵이라는 아주 작은 마을에 살면서 시골마을 사람들을 돌보도 있다.)
이들에게 행복의 기준은 무엇일까? 삶을 즐기는 것 아닐까요? 우리는 뭘 해야 한다는 강박이 심하잖아요. 이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요.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인정하고 상관하지 않는달까. 욕심이 없고 뭘 해야겠다는 삶의 목표 같은 것도 없어요. 그런 걸 많이 생각히지 않기 때문에 없어도 행복한 거 아닐까요?  204

틀에 박힌 삶을 살지 않아도 되겠구나 - 위호성(33)
(군의관으로 복무하는 대신 '국제협력의사'로 캄보디아에 왔다.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처럼 듣기에도 참편해 보이는 보직을 마다한 셈이다. 그가 속해 있던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 중 이런 선택을 한 살마은 하나도 없다. 4개월 된 갓난아기를 데리고 캄보디아로 간다 하니 모두가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는 이곳에 왔기에 대부분의 의사들이 가는 길로 자신도 꼭 가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 와서 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알게 됐어요. 내가 너무 좁게 살았구나. 다른 세상도 있구나. 비교가 많이 되면서 시각이 넓어지더라고요. 
전에는 내가 갈길이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유니세프 같은 NGO에서 일하는 의사도 있고, 항공의학을 하는 의사도 있어요. 제3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병원을 짓는데 어떤 병원이 좋은지 수요조사 하는 의사도 있고요. 이런 건 한국에서 늘 똑같은 친구들과 있으면 전혀 들을 수 없는 얘기거든요.  215
모든 힘을 다해서 모든 사랑을 주는 것만이 봉사하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마다 한계가 있어요. 그 한계를 넘으면 만용이 되더라고요. 분명히 남을 돕고 있는데 즐겁지가 않은 거예요. 내가 진심으로 하는게 아니니 즐거울 수가 없죠.
자기 한계 안에서 도와줄 수 있으면 그게 건전한 봉사하고 생각해요.  217
어느날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발견했어요. '정당한 삶의 목적이 없다면, 내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건 세상에 이름을 날리건 진정한 성공에 이를 수 없다.' 이 구절을 보고 내 인생의 목적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인생이라는 긴 시간으로 봤을 때는 일등을 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아요.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과 천천히 걸어서 완주하는 것에도 인생의 목적이 있다고 생각해요. 혼자 뛰기보다는 함께 손잡고 걸어가자, 다짐하죠.  219

난 여기서 필요한 존재다 - 김우정(55)
(20년 동안 몸이 아파도 진료를 한 시간도 빼먹지 않을 만큼 열심히 일했다. 4년 전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이곳에 와 며칠 동안 무료진료를 하고 돌아갔다. 숙제하듯 다녀간 캄보디아였는데, 그 후로 이상하게 자꾸 캄보디아가 생각났다. 마치 무슨 연애라도 빠진 것 같았다고. 만으로 쉰넷, 한국에서 의사로 안락하게 살던 그가 캄보디아에 와 연 무료병원에는 새벽 6시부터 환자들이 줄을 선다.)
난, 한국보다는 여기가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요. 처음에 와서 환자를 보는데 아내가 그래요. 뭐가 그렇게 좋으냐고. 난 몰랐는데, 환자를 보면서 너무 좋아한대요. 나중에 내 사진을 찍어 보여주는데, 난 내가 그렇게 웃고 있는지 몰랐어요.  235
연봉 1억이 넘는 사람도, 남들 보기에는 엄청나게 잘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자기가 잘 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행복해하지 않아요. 돈을 버는 것도 힘들고 중요한 문제지만, 돈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 문제도 많이 배우고 생가해야 할 문제인것 같아요.  239

언제 또 이런 날이 있을까 - 오수현(27)
(사범대를 졸업했지만 취업도 안 되고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았다. 무언지도 알 수 없는 것에 속박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을 깨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우연히 코이카를 알게 됐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캄보디아로 도망쳣다. 프놈펜의 산토목중학교에서 체육을 가르치는데, 어느새 이곳에서 지낸지 2년이 흘렀다.)
나는 여기서 내가 하는 일이 하나의 일상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주는 거야, 베푸는 거야, 이런 생각 안 해요. 난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를테면 내가 가진 10달러 가지고 뭘 사주는 것만이 봉사가 아니라 내 행동을 보여주는 것도 봉사가 돼요. 학교에서 아이들은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려요. 하지만 난 항상 쓰레기통에 버려요. 내 생활을 보여주는 거예요. 외국인이니까 학생들 눈에 띄겠죠. 저 선생님은 꼭 쓰레기통에 버리네, 꼭 비누로 손을 씻네, 물을 쓰고 수도꼭지를 잠그네. 난 평소처럼 생활하는 거지만, 계속 그런 행동을 보여주면 교육이 돼요. 무슨 교육 차트를 만들어서 하는 게 아니라, 내 행동을 보여주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깨닫게 하는 것, 이것도 봉사라고 생각해요. 내가 도구가 될 수도 있어요.  254-255
여기 와서 나를 잘 가꾸고 만족하며 사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내가 마음이 허해서 계속 다른 것을 쫓아다녔어요. 학생 때는 편했는데 졸업하면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돼버렸고, 자기관리도 제대로 못해 부족한 게 많아서 새로운 길을 찾는 게 힘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만족해요. 그게 나도 신통해요. 2년 동안 난 내가 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워가요. 급하지 않아서 생기는 여유가 마음을 편하게 하고 남들에게도 전해져요.  258

에필로그 - 바쁜 마음을 조금 쉬어가도 되지 않을까
캄보디아는 가난 속에 환희를 지녔다. 이상한 나라다. 캄보디아의 많은 사람은 가난하기에 힘겹게 살지만 잘 받아들이고 잘 견뎌낸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웃는다. TV가 없으니 자기들의 삶과 비교할 다른 삶의 기준도 없다. 그들에게는 전기도 수도도 화장실도 없이 사는 게 자연스럽다.
삶이 힘겨울 때 캄보디아에 한번 가 본다면, 전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올 것이다. 한국에서 사는게 어렵다 해도 그 힘겨운 삶마저 감사하게 될 것이다.  261
같이 살아가는 것만큼 큰 사랑은 없을 것이다.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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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 로드' 말만 들어도 흥분 되는 단어이다.
배낭여행 아니 책 내용에서 나온 표현대로 라면 자유여행을 해보거나 해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거의 알고 있는 카오산 로드.

흥분과 설레임이 있는 곳이다. 물론 번잡하다 태국같지 않다. 시끄럽다. 비싸졌다.. 등 많은 말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카오산 로드는 배낭여행자들의 안식처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나 장기여행장들의 시작점이기도 하고 마침표를 찍는 곳이기도 하며, 짧게 방콕을 여행하기 위해 머무는 사람들의 정보이용처로도 사용되며 교환의 장소로도 사용되고 있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카오산 로드는 3번 정도 가보았다. 
첫 배낭여행의 설렘을 카오산 로드에서 경험했다. 벌써 10년이 넘어섰는데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장기여행을 위해 들렸던 적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2009년에 들렀던것 같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10여일을 여행할때 카오산로드에서 있었다. 
2009년에 들렀을때 홍익인간은 공사중이었다. 완전 리모델링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의 생각은 내년쯤에 다시와서 바뀐 홍익인간을 가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2011년인 지금까지 태국은 들리지 못하고 있다.

카오산 은 배낭여행자들의 도시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의미있는 곳이다. 디디엠옆 건물 변호사의 집엔 자동차가 6대 있었다. 정말 우연찮게 그 집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박물관에 무료로 들어가서는 전문 가이드에게 하나하나 설명도 들을 수 있었고, 시체 박물관가는 길에 길을 물어보면서 알게된 간호사를 통해 시내 구경도 했었고, ...
참 많은 추억이 깃들여 있는 곳인데... (아 이곳들은 방콕 시내이기도 하네...아무튼 카오산 로드에서의 하나하나는 즐거움의 시작이다.)
카오산 로드 하니 절로 흥분이 되어 주절주절대로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것마저도 즐겁다... ^^

이 책은 저자가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방송국의 이벤트로 다큐를 제작하기 위해 인터뷰를 하고 그것을 책으로 발간했는데, 대체로 장기여행자들과 인터뷰를 한 내용들이 실려있다.
책 날개에 '살다보면 어느 순간 누구에세나 여행이 필요한 시간이 온다 무엇인가 참을 수 없을 때 단 며칠도 좋으니 여행을 떠나보라 망설일 이유는 없다. 자기 자신을 믿고 배만을 싸면 모든 일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라는 표현이 있다.

'여행'... 이 단어는 참 많은 것을 담고 있지 않을까..
여행을 한 마디로 정의 내리라고 하면 사람들마다 다른 이유들로 정의가 내려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의에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넣는 표현이나 느낌은 아마도 '행복'이라 생각한다.
여행은 늘 행복을 찾게 만들어 준다.
고생은 고생대로 즐거움은 즐거움대로 황당함은 황당함대로 화가남은 화남대로 ... 모든 경험이 기억이 추억이... 행복감을 주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단어는 '나를 찾다'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행은 사실 자기 자신과의 만남의 시간을 제공해 준다. 많은 장기여행자들은 그렇게 표현한다. 책에서도 행복과 자아에 대한 표현들이 많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도 여행지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 해보면 자아에 대한 표현들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여행에서 늘 무언가 많이도 끄적거렸다.
그 내용들이 아직도 차곡차곡 쌓여 있는데, 매우 드물게 한번씩 열어볼 기회가 있으면, 거기에는 나와 내가 대화를 나누는 느낌을 갖게 하는 내용들이 많이 들어 있는것을 발견한다.

여행... 떠남.. 돌아옴.. 
여행은 어딘가에 가서만이 할 수 있는건 아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블로그 이름을 그렇게 지었기도 하다.
삶 자체가 하나의 여정이고 여행이기도 하다. 
책의 내용들에서도 내가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겹쳐지는 내용들이 참 많았다. 
그래서 더 생각도 해보게 되고 카오산 로드의 추억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며 떠나야만 될 강렬한 이유를 또 하나 어깨에 올리게 한다. 
분명 올해 말에는 꼭 시간을 비우리라... 개인적인 다짐을 한다.
그 사이는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는 안타까움은 참 슬픈 현실이지만 연말에 떠난다는 설레임으로 극복한다.
그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라 생활을 즐겁게해주는 활력소이다....^^

<on the Road>는 평범한 일상에 지쳐 여행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6
왜 여행을 떠났고, 여행을 하면서 어떤 즐거운 일들이 있었고,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꿈꾸듯 들려주는 이야기다.  9
여행이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그건 돈과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다. 단지 여행하는 법을 잘 몰라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25







4년간 꿈꾸고 준비한 세계여행 - 심재동(34), 임정희(30)
언제부터인가 매일 실실거리고 다녀요. 여행을 하는 게 즐겁기 때문인것 같아요. 생각할 시간, 두 사람이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 좋아요. 시간이 여유로우니 불 필요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고, 예전에는 바빠서 미뤄두었던 생각들을 많이 해요.  37
원래 돈에 대한 집착이 없는 편인데 여행하면서 더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여기서 바가지 쓰면 막 안타까워하는 건 있지만 큰돈 벌어서 부귀영화를 누려야겠다는 생각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요.  40
물욕이 점점 없어지는게 한국 사회에서 마이너스일지 모르겠지만 내 삶에는 굉장히 플러스가 되고 있다고 느껴요.  41




여행은 나의 꿈이다
 - 윤지현(32)
2년간 해외여행을 했다고 하면 으레 몇천만 원은 썼을 거라 생각해서 돈이 그렇게 많냐고 물어요.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살면서 물질에 집착하고 갖고 싶은 거 다 가지려 하면 돈이 많이 들잖아요. 그렇데 거기서 한 걸음만 벗어나도 사는 데 돈 그렇게 안 들거든요. 여행도 마찬가지예요. 항상 새로운 것만 찾고, 꼭 좋은 데서 자고 먹고 하면 당연히 돈 많이 들죠. 대신 현지 음식에 잘 적응하고 허름한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잘 자면 돈 많이 안들어요.  61
어디에서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건 없겠죠. 그러면 여행을 다니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어디에서나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을 배워가는 게 여행이니까.  63
<달과 6펜스>를 보니까 이런 대목이 있어요. 자기가 살아야 할 곳에서 태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을 찾아 여행을 하는 거라고...  65
제일 많이 바뀐 점은 그거다. 여행을 하다보니 내가 좋아졌어요. 그리고 사는 게 전보다 조금 더 즐거워졌어요.  66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또 얼마나 많은 거리를 걸어야 할까.
좀 떨린다. 다시 여행을 시작하는 기분이다. 
나는.... 이렇게 내 길을 만든다.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샨티 샨티(평화 평화)....   69

 
태국 시골에 온 맥도날드 소녀
- 루시 놀란(17, 미국)
루시의 부모는 함께 세계여행을 떠났고, 루시에게 많은 것을 보고 들으면서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무엇을 하라고 말하는 대신 많은 것을 보여주고 루시가 직접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78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시니컬 커플 - 코베 윈스(23, 벨기에), 키티 히터나흐(24, 벨기에)
여행을 하면 인생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게 되고, 또 이런 경험은 내 안의 불쾌한 잡념들을 모두 깨끗하게 없애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경험하자는 것이 여행 중에 찾은 내 모습이야.  
'Go With the flow' 모든 것을 흘러가는 대로 두고 따르라...  103





여자 혼자라서 힘든건 없다 - 문윤경(26)

경치는 볼 때는 좋다가도 금방 잊어버리는데 사람들은 계속 그리워지는 것 같아요.  123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었어
- 안야 로터스(38, 독일)
가끔 그런 회으가 들곤 해.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하지만 그런 불안과 혼란은 내 안에서 스스로 생기는 건 아니야. 여행을 마치고 독일에 돌아간 다음 도대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묻는 사람들 때문에 생기지. 그런데 그런 문제를 그다지 걱정하지는 않아. 그건 사람들이 내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일 뿐이니까. 나는 나 자신을 믿어. 전과는 다른 모습이겠지만 돌아가야 할 때가 오면 언제든지 돌아갈 거야.  140



우린 항상 볶음밥만 먹어요
- 김민효(23), 김수영(21), 김민겸(18)
고등학생 민겸이 몇 개월 동안 여행을 간다고 하자 선생님들은 모두 반대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말고 '그냥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민겸이 여행 가는 걸 권하셨다. 세상 보는 눈을 키우고 잘못한 점도 생각해보라고 하셨단다.  153





이제 일하는게 그리워
- 요나스 테일러(28, 독일)
평소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여행 중에라도 꼭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 낯선 경험이 여행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것 같거든.  170
나를 숨길 필요 없이 솔직해질 수 있는 게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우리 각자가 쓰고 있는 마스크를 과감히 벗어버릴 수 있다는 것... 어차피 모두가 서로에게 이방인이니까.  174
여행을 하면서 가슴 깊이 느낀 게 바로 그거야. 내가 사는 곳이 얼마나 좋은지... 
온갖 경치 좋은 곳들을 둘러봐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더 깊어지는 것 같아. 막상 그곳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말이야.  176
여행을 통해 난 스슷로 행복해질 수 잇는 방법을 알게 됐어. 그것은 조용히 나를 돌아볼 시간을 갖는 거였어.  178


쉰이 넘어 배낭 메고 떠난 여행
- 김선우(57), 서명희(55)
난생처음 가본 곳에서는 우리 몸의 모든 감각이 활짝 열린다. 이런 게 배낭여행이다. 배낭여행을 젊은 사람만 한다는 건 오해다. 그런 편견은 주로 젊은 사람들이 배낭여행을 하고 이들의 여행 스타일이 배낭여행의 전부인 것처럼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은 배낭여행을 큰돈 들이지 않고 하는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배낭여행은 가난한 나라로 가는 여행이 아니다. 여행의 한 가지 스타일일 뿐이다. 꼭 배낭을 메고 가야 배낭여행인 것도 아니다. 슈트케이스보다는 어깨에 메는 배낭이 자유롭고 편하기에 배낭을 선호하는 것뿐이다. 이런 의미에서는 배낭여행이라는 말보다 자유여행이란 말이 더 적당하다. 
배낭여행을 패키지 여행과 구별되게 하는 건 여행 일정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점이다. 오늘 어디 가서 무엇을 하고 어디에서 잠을 잘지 내가 스스로 결정한다. 가이드와 함께 전용차량을 타고 다같이 몰려다니는 패키지 여행과 다르게 배낭여행은 나를 낯선 사람들 속으로 던져버린다.  182-183







내 멋대로 산다 - 디미트리스 찰코스(30, 그리스)

내가 모르는 나를 보고 싶었을 뿐 - 캐런 샤피르(25, 이스라엘)

여행을 할 때마다 시작과 끝은 항상 같은 질문의 반복이야. 내가 왜 여행을 하고 있을까...
여행은 자유로워지길 바라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닐까? 얼마 동안만이라도 일이나 공부 등에서 벗어나 무엇이든지 시도해보고 내키는 대로 움직일 수 있으니까 말이야.  224
여행을 하면 좀 더 나은 인생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내가 있어야 할 집과 일을 떠나 세계를 누비며 자유를 만끽하다보면 세상이 다 내것 같은 생각이 들지. 자신에 대해 더 큰 만족감을 갖고 그처럼 여행의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것 자체가 여행의 의미라고 생각해.  230

학교를 자퇴하고 인도로 간 여고생
- 이산하(17)
학교를 그만두고 여행 중이라는 얘기가 좀 놀라운데... 모르겠어요. 나는 나에게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래서 떠난 것 뿐이거든요.  238
이우고등학교를 선택했어요. 대안학교인데, 내가 생각하는 삶의 방향에 이 학교가 잘 맞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내 생각과 너무 달랐어요. 학교가 나빴던 게 아니라... 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239
1~2년 늦게 대학 가는 게 뭐가 문제죠? 인생은 길게 봐야 돼요. 중요한 건 햇수가 아니라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에요.  240









사는 데 많은게 필요한 건 아니다
- 트레이시아 버튼(27, 자메이카)
여행은 나의 교만을 버리게 만들었고 내가 누구인지도 생각하게 했어.  260
사람들은 돈과 거창한 것에만 마음을 뺏기고 있어. 큰 집, 큰 차, 많은 돈... 작은 집에서 몸이 필요로 하는 만큼만 먹어도 부족할 게 없는데 말이야. 생각해봐. 우리는 너무 많은 걸 먹잖아. 모든 것이 지나치잖아.
난 단순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 가진 것 없이 단순하게 살면서도 늘 미소 짓는 사람들처럼 살고 싶어. 그들은 나로 하여금 겸손하게 만들어. 
책으로 알 수도 있겠지만 그건 직접 보는 것과 달라.  262
여행은 내가 세상에 어떤 모습으로 나설지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만들었어. 
내가 나인 게 미안하지 않고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어. 여행을 하면서 사회가 날 어떻게 볼까 고민하는 대신 좀더 나를 인정하게 됐다고 할까...  263
어디를 가든 난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편이야. 사람들과 얘기를 하는 건 그 나라를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몰라. 
앙코르 와트가 몇 년에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할까? 누가 짓기 시작해서 언제 완성했는지 그런게 정말 중요할까?  269

이메일은 어떻게 하는 거죠? - 중선스님(42)

길위의 시간이 남긴것
- 박준(38)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한 친구는 말한다. "여행은 새로운 뭔가를 시도하는 거야. 내가 만들어가는 거지."
'이게 내 길이야(That's my way)'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길 위에서 다른 세상을 보는 건 우리의 삶을 좀더 풍요롭고 여유 있게 만든다. 나는 길 위에서 언제나 살아 있음을 느낀다.  293
낯선 세계에 온몸을 던져놓는 일은 늘 흥미진진했다. 대단한 일들이 생겨서가 아니다. 익숙하지 않은 거리를 걷는 게 좋았고 작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좋았다. 쓸쓸함마저도 좋았다. 그것은 자유였다.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자유일지라도 그 짧은 시간이 주는 기쁨은 언제나 나를 유혹했다. 여행의 즐거움이란 그런 것이었다.  301

에필로그
여행의 매혹이란 여행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선 인생의 매혹이다.
어떤 사람들은 여행이 참을 수 없는 유혹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행이 중독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중독은 겸손을 배운다는 여행의 의미에 어긋난다.  315
여행을 하면서 우리가 버리는 건 일상이 아니라 욕심일지도 모른다.  316
살다보면 어느 순간 누구에게나 여행이 필요한 시간이 온다. 무엇인가 참을 수 없을 때, 단 며칠도 좋고 장기라면 더더욱 좋다. 망설일 이유는 없다. '돌아와서 무엇을 할까?'라는 근심 대신 자기 자신을 믿고 배낭을 싸면 모든 일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망성이지 마라.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면 어떤가? 내 자리가 어디 그것 하나뿐일까? 중요한 건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319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할 필요도 없다. 어쩔 수가 없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다. 내가 문제의 빌미를 제공했고 내가 외국인이란 사실을 여유 있게 받아들이는 수밖에. 웃으며 털어버리는 방법밖에 없다. 그 여행이 준 경험은 오로지 당신의 것이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그 모든 경험은 소중할 수 있다.
여행을 한다고 바로 무언가가 남는건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여행하던 날들을 되돌아보면, 낯선 거리를 헤매고 다니던 시간은 평생 웃음 지을 수 있는 기억이 된다.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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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답을 책에서 구하다'라는 부제의 이 책은 우연히 발견되었다.
그리고 차례를 보면서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몇 개의 내용을 후다닥 읽어보면서 재미를 느꼈다.
이제까지 저자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책의 뒤에 유명한 소설가 조정래씨와 공지영씨의 짧은 글이 담겨있다.
유명한 사람인가보다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책을 집게 되기도 한다.

이유야 어떻든 이 책은 즐겁게 읽었다.
우선은 저자의 다방면의 책읽기가 고스란히 담긴 가운데 쉽게도 읽히지만 생각할꺼리들을 많이 담고 있으며 주제들의 연결이 잘 되어있어 도움도 되었다.

저자의 분야별 독서가 담겨 있는 것이 가장 부러웠다. 부러우면 지는거라는데.. 이런 부러움은 지더라도 가지는게 좋지 않을까...!!

개인적인 경험으로 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만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좋아하는 분야 외에는 관심도 없었고, 그러니 근처에 가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글을 읽다가 보면 어느시점부터 다른 분야의 제목들과 내용들이 눈에 들어온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추천이나 인용한 부분들을 통해 눈에 들어오는데, 그렇게 되면서 관심을 갖게 된다. 분명한 것은 그 전에도 이러한 추천들이 있었지만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다는 것이다.
이것은 수 차례의 반복을 통하고, 관심분야의 내용들에 통찰력을 가져갈때쯤 보이는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조금의 영역 확장은 이후로 지속적으로 번져 나가게 되면서 영역으로의 확장을 이루어 낸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 책의 저자는 매우 대단할 수 밖에 없다.
그의 관심분야가 나처럼 하나로 시작하든 두 세 가지이상으로 시작하든 정말 많은 분야의 독서를 이루어 냈기에 부럽다.
그 영역으로의 확장은 물론 누구나 처음부터 할 수 있다. 나역시도 그렇다.
다만 그렇게 하지 않는것이 문제고 누구나 처음 접하는 것은 생소하고 딱딱하고 지루하다. 특히나 책으로 접한다면 더욱 그럴것이다.
그렇기에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인내심과 내것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와 지그시 바라봐 주는 여유라고 표현할까..^^

그런 다양한 분야의 독서가 저자의 내용 구성에 어우러져서 다양한 관점에서 내용의 연결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재밌었다.
태극기의 디자인 내용이나 그녀의 문신 역사의 물줄기 라이벌 순순한 호기심 아버지 술잔..등 내용들의 연결은 나에게 즐거움과 다양한 분야의 합일점을 찾는 통찰력에 자극을 주었다.

또 다른 한 가지 생각은 
사람들이 책을 고를때를 생각해 보면 책의 제목을 보면서 흥미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서점에서 사람들을 보면 지나면서 책의 제목들을 보고 관심을 느끼면 저자를 보고 책을 주루룩 훑어보게 되는 것을 많이 본다.
그렇게 좋은 책을 만나는 즐거움은 나역시도 종종하기도 한다.
또는 매체들을 통해 추천 신간들을 참고하여 서점에서 찾아내서 훑어보는 것이다. 
또는 서점의 입구에서 늘 볼 수 있는 베스트셀러 목록들을 통해 책을 찾아 읽어 보는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들은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어차피 읽는 책 좋은 책을 읽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좋은 책을 찾는것은 늘 숙제이기도 하다.
책을 읽다가 보면 저자들이 인용한 책이나 소개하는 책들이 있다.
관심을 느끼는 책들은 따로 기록을 해 둔다. 
그리고 정말 관심가는 책 한 두 권은 보고 싶어지는 책이 있다.
그렇게 책들을 기록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소개하거나 인용하는 책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는 책이라면 그리고 그 사람들이 책을 쓰는 사람이라면 분명 좋은 책일 확률이 크지 않겠는가...
물론 단편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어쩌면 이렇게 책을 고르는 것은 좋은 책을 만날 확률을 높이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기록들을 하면서 반복되이 언급되는 책은 관심 분야가 아니라도 읽어보는데, 이렇게도 분야의 확장을 이루어 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체크해본 도서들..

체 게바라 평전
허균, 최후의 19일
공산당선언
타이쿤 - 신화가 된 기업가들
디아스포라 기행
군중심리
스키너의 심리상자열기
알자지라
유교, 아시아의 힘
천만불짜리 아이디어
나의 아빠 닥터 푸르니에
목수아버지
마릴린먼로 My story
세상을 유혹한 여자 마릴린 먼로
쾌락의 옹호
행복의 역사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
나이들어가는 것의 아름다움
유혹의 심리학
사기
플루타크 영웅전
영웅 격정사
이것이 인간인가
아름다운 응급실
유혹, 아름답고 잔혹한 본능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마리 앙투아 네트
독살의 세계사
로마 황제의 발견
비잔티움 연대기
컬쳐코드

꽤 되는 양의 도서들 중에 이미 읽은 책도 있고 읽지 않은 채도 있으며, 몇 번 읽은 책도 있다.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책들이고, 이 책들을 통해 영역의 확장을 이루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모두 읽을지 아닐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반복되는 책이 있다면 결국은 읽게 될 것이고, 그러면 그 책과의 인연또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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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워낙 유명한 사람이다. 
한국 젊은 여성들이 가장 닮고 싶은 사람에도 선정되었었다는 이야기도 들은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책을 여러권 읽으면서 인상적인 내용들에 좋은 느낌을 가졌는데, 최근에 알게된 것은 저자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꽤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이유로 좋아할 수도 있고,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을것이다.
그건 개인적인 생각일것이고, 한비야씨가 한국에 그리고 나눔과 봉사와 희생에 대해 영향을 지대하게 미친것은 사실이다.
그녀를 볼 기회도 있었고, 강의를 들을 기회도 있었다.
공통적으로 가졌던 생각은 긍정적이고 활발한 에너지가 전염된다는 것이다.
특히나 젊은 사람들에게 방황하는 시절에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은 너무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저자가 살아온 삶이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며, 저자의 특성이 잘 맞아덜어지기도 하였을 것이고, 여건도 그에 맞게 흘러 가지 않았겠는가..
한 사람으로 태어나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존중받아야 하고 어쩌면 존경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호불호(好不好)는 개인적인 취향이나, 우리의 여건에서 생각을받아버리는 삶에서 생각을 하는 삶으로의 전환적인 면에서 우리는 한비야라는 사람에게서 많은 것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저자의 다른 책이나 강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중 하나는 오지에서 만난 의사와의 대화이다.
찾아보면 이름을 알 수 있겠으나 게으름에 생략하고 (혹 알고 싶으신 분은 직접 찾아보기 바란다.^^) 도착해서 들리는 소문은 너무 잘생기고 멋진 사람이라는 소문이었으나, 기대하고 만난자리에서 외모를 보고는 대실망을 하였다.
그러나 그와 이야기에서 그녀는 그에게 반했다.
자신의 능력을 돈 버는 것에만 쓰기에는 너무 아깝고, 중요한 것은 그가 하는 봉사가 '가슴을 뛰게한다'는 표현.
나 역시도 가슴뛰는 것을 기억해내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우리는 자기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왜 안되는 이유만 생각하고 있을까?.....


예전에는 잘 못 걷는 사람들에게 내 보조에 맞추라고 채근했지만 이제는 내가 그들에게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고 있다.  29

세상에는 계획과 열정과 노력만으로 안 되는 일도 많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루는 24시간뿐이고 에너지와 돈도 한정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가장 하고 싶은 일에 자신이 갖고 있는 자우너을 총동원하여 집중한다면 적어도 그 일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36

내가 정말 무섭고 두려워 하는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후지게 나이 먹는 것이다.  39

어렸을 때 칭찬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자기의 뜻을 거침없이 펼 확률이 높다고 했다.
칭찬을 받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의 행복 지수가 훨씬 높아진다.  63


왜 일이 이렇게 안 풀리나, 아무리 열심히 해도 왜 난 만날 이 모양일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일게 바로 나를 단련하는 과정일 거라고 여기면 된다.  88

천길 벼랑 끝 100미터 전, 
하느님이 날 밀어내신다. 나를 긴장시키려고 그러시나?
10미터 전, 계속 미러내신다. 이제 곧 그만두시겠지.
1미터 전, 더 나아갈 데가 없는데 설마 더 미시진 않을 거야.
벼랑 끝. 아니야, 하느님이 날 벼랑 아래로 떨어뜨릴 리가 없어. 
내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너무나 잘 아실 테니까.
그러나, 하느님은
벼랑 끝자락에 간신히 서 있는 나를 아래로 밀어내셨다.
....
그때야 알았다.
나에게 날개가 있다는 것을.
 89

가능하면 개인적인 생각은 넣지 않으려 하지만... 이 책 92페이지에 이런 기록을 해놓았었네..
'목표가 아니라면, 경험에 목을 매라.'

지금 이 순간 망설이고 흔들린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기를 바란다. 무엇보다도 그 방향으로 첫걸음을 떼었느냐가 중요하다.  92
비틀거리지 않는 젊음은 젊음도 아니다.  93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는가? ... 만회할 시간과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94

무엇을 하기에 늦었다고 생각하는가? 내 경험상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 늦게라도 시작하는 편이 백배, 천배 낫다. 시도해보지 않는다면 성공할 기회는 0%이다.  95

"두드려라, 열릴 때까지."  104

불평이나 푸념이나 하소연을 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한번 솔직히 물어보자.  정말 당신은 끝까지 문을 두드렸는가?  105

좀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나의 몸부림.
첫 번째,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 삼다(三多)에 더불어 나는 다록(多錄)을 추가하고 싶다.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잘 기록해놓는 일 말이다. 나는 또렷한 기억보다 희미한 연필 자국이 낫다고 확신하는 사람이다. 기억은 지나면 뼈대만 남기지만 기록은 감정까지 고스란히 남긴다.  111
두 번째, 몰두이다.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내가 가진 경험과 에너지와 시간을 글에만 몰아주어야 한다.  112
세 번째, 글 쓰기 전에 먼저 말로 해보기다.  114 
네 번째, 마감 시간 딱 맞추기와 퇴고다.  115


책을 통하지 않고 어떻게 개미와 우주인, 천 년 전 사람들과 천 년 후의 사람들을 만나고, 또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녹아 들어가고, 그들의 머릿속을 낱낱이 분석할 수 있단 말인가? 책 읽는 재미를 알고 난 후부터 정말이지 나는 심심하다는 단어를 모르고 살고 있다. 거대한 호수에 빨대를 꽂고 있는 듯 세상의 지헤와 지식과 이야기에 목마르지 않게 살고 있다.  164

무엇이든 자신이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만들어놓고 가는 것
당신이 이곳에 살다 간 덕분에 
단 한 사람의 삶이라도 더 풍요로워지는 것
이것이 바로 성공이다.

이런 성공이라면, 나도 꼭 하고 싶다.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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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다. 그러나 소설은 아니기도 하다.
읽으면서 느낀 생각이다.
소설은 우리에게 일어날법한 내용을 쓰기에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으나, 작가는 내용에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사실을 기록해 두었기에 그렇게 느꼈다.
우리의 내면의 심리에서 사랑을 바르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쉬움을 채우기 위한 방편으로 선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사랑을 어떻게 선택할까?
아니 우리는 사랑을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는 이별에 대한 자세를 어떻게 가지고 있는걸까?
진정 '쿨~~'한 사랑과 이별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나는 아직도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1

작가의 말

나는 아직도 사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만큼 살면서 내가 터득한 게 하나 있다면 어떤 실수든 어떤 시행착오든 일단 저질러놓고 보는 게 낫다는 것뿐이다. 앞으로도 삶은 반복되는 실수와 시행착오로 이어질 것이다. 문제는 그 경험들을 통해 무엇을 배우는가 하는 일일 것이다.

지적인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오류는, 대화가 통하는 여자를 만났으면 한다는 것, 그 소망에는 여성과 진지한 토론을 하거나 논쟁이 붙게 되면, 여자가 귀찮게 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인혜) 51

인혜의 마음속에서도 무엇인가 가열되는 것 같았다. 바람같이 떠도는 어두움이, 어깨를 무겁게 하는 외로움이,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도 채워지지 않는 내부가.... 52-53

"프로이트도, 타인의 무의식을 그토록이나 열심히 분석하는 자신의 무의식에 대해서는 몰랐습니다." 81

"등산할 때 해발 오백미터짜리 산도 오르려면 숨이 가쁘고 힘들어요. 그렇지만 히말라야 산도 비행기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무것도 아니죠. 한발 물러나서 보면 그래요."

어떤 사건을 기억해내고, 그 기억에 얽혀 있는 슬픔이나 분노의 감정을 체험하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으면 그것과 관련된 억압이나 신경증은 해소된다는 것이다. 83

세진은 '나는 그동안 잘 살아왔다. 내 문제를 다 알고 있고 그것을 잘 극복하면서 살았다.'는 생각을 하였으나 그는 정신분석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이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간다. 85

"영 세부터 삼 세까지 모든 것이 결정됩니다. 그 시기에 엄마가 기르지 않은 아이는 정신병자가 될 확률이 높다." 100

"이삼 세 때는 자아와 소유욕, 집착이 생기는 건데...." 101

"저는 목숨을 걸고 감정을 표현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걸 드러내야 해요." 119

세 개의 비커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비커 안의 빈 공간에 점을 찍기 시작했다. 첫 번째 비커에는 드문드문 열 개 안팎의 점을 찍었다. 두 번째 비커에는 첫 번째 것보다 세 배쯤 많은 점을 찍었다. 그것이 마음속에 앙금이 많은 사람과 덜한 사람의 차이겠구나, 생각하는데 세 번째 비커는 완연히 다른 그림이었다. 비커 밑바닥 4분의 1쯤 되는 지점에 가로로 선을 그은 다음 그 아래쪽에만 서른 개쯤 되는 점을 찍었다.

"이런 겁니다. 이게 몸을 아프게 하고......"

면담자는 세 번째 비커 아래쪽에 계속 점을 찍으며 말했다. 무의식의 영역에 억압해둔 마음의 앙듬들이 거기 있었다. 비커 위쪽 한 점 티끌도 없는 맑은 공간이 내 의식의 영역, 그동안 내가 잘해왔다고 믿어 온 마음 상태일 것이다. 그는 비커 위쪽, 한 덤 티끌도 없는 맑은 공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게 사기죠. 세상은 멋진 거짓말입니다." 120-121

불행한 결혼 한가운데 있을 때, 홀로 외로운 시간들을 견딜 때, 다른 사람을 만나면 모든게 달라질 거라 믿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을 만나서 그와 전인적인 관계를 맺고, 정서가 고양되고 영혼이 성장하고, 그리하여 다른 관문을 지나면 곧바로 유토피아가 펼쳐지는, 그런 사랑의 환상을 꿈꾸었다.(인혜) 180

내 인간관계라는 것은 늘 상대방이 더 적극적으로 챙기는 관계만이 남는다.(세진) 198

어느 정신 분석의의 책에서 읽은 구절이 떠올랐다. '나는 내가 잠정적으로 가지지 않은 문제를 가진 환자를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그의 책에는 정상이라는 단어마다 특별히 따옴표가 되어 있었다. 그런 용어란 실재가 아니라 이상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었다. 215

통제하지 못하는 성욕 때문에 인생을 망치는 사람을 많이 봤거든요. 그렇지만 성욕이 없는 것도 문제라는 걸 깨달았죠. 성욕도 식욕이나 수면욕처럼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며 보살피고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것을요. 216

면담 초기부터, 면담자가 꾸준히 해온 작업이란 내 앞에서 동전을 뒤집어 보이는 일이었다. 218

"사오십 대의 육체 속에 이십 대와 같은 열정을 담고, 이십 대처럼 사랑을 찾아다니며 살수 있는가.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요."

"박세진 씨는 그렇게 되라고 해도 못 돼요... 내가 자기를 야하고 뻔번스럽게 만들어 주겠어요." 219

"제가 달라질 수 있나요?"

"아니죠. 인산은 변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오 퍼센트예요. 그렇지만 오 퍼센트만 달라져도 살기가 한결 수월하죠." 231

프로이트나 융의 정신 분석 방법이 중세의 신들림을 해결하는 방법과 같다는 말뜻이 이해되었다. 구명 시식이 고도의 정신 집중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무의식을 끌어내고 단숨에 억압된 감정을 표출시키는 것이라면 정신 분석은 천천히 오랜 시간을 들여 무의식을 끌어올리고 아주 조금씩 억압을 풀어내는 작업이구나 싶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법사가 말한 수행이나 인도 요기들의 명상도 혼자 하는 자기 정신 분석 작업이 아닐까 싶었다. 245

물건을 사면서 나는 애정의 대용품을 구하고 있었던 거지.(세진) 265

"분명한 정신 영역의 장애인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치료하려 애쓰지 않는다는 점이야. 두통이나 감기에는 금방 약국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인생 전체를 망치는 마음의 병은 왜 그냥 방치하는지 모르겠어."(세진)

"결핍이 욕망을 낳고, 욕망이 행위를 낳는다잖아. 인간에게는 결핍이 곧 성취동기이고, 생존 욕구이며, 추진력 아니니? 네가 말한 무의식의 구멍, 그것이 있기 때문에 삶에 추진력이 생기는 거 아닐까?"(세진) 268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2

몸은 내가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표현하고 있었다. 기억나는 일이 없는게 아니라 말하기가 고통스럽다는 뜻일 것이다. 19

운전하면서 혼자 있게 되자 알 수 없는 이유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면담자가 내 정서의 어떤 부분을 건드린 듯한데 그게 어느 지점인지 알 수 없었다. 무언가, 분노와 비슷한 감정이 끓고 있었다. 21

동전의 양면론에 입각할 때, 파괴의 타나토스는 창조의 에로스와 한 몸일 것이다. 파괴 당하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은 곧 사랑을 두려워한다는 의미였다.

나는 전 생애에 걸쳐 나를 방어하기 위해 죽을 힘을 써왔을 뿐이었다. 완강한 자의식, 고착된 통념, 반듯한 일상, 폐허처럼 우뚝한 기억, 그 어느 것 하나 허물지 못했을 것이다.

"대체 제가 이렇게까지 된 이유가 뭐예요?"

"인큐베이트 시기가 없었어요. 숙성기에 부모나 오빠, 애인이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그것이 전혀 없었어요." 41

"서른다섯을 넘긴 독신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독신이어도 섹스 파트너가 있다면 얘기가 다르고." 42

아기에게 상처 주는 젊은 엄마들을 보고 있으면 그것이 바로 그 여성의 상처구나 싶었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식을 사랑할 줄 모르고, 부모에 대한 분노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식에게 분노를 투사하고 있는 게 읽혔다. 46

그때 그때 처리하지 못한 분노가 누적되어 지금 한꺼번에 터지는구나. 내면에 억압된 뜨겁고 딱딱한 분노의 덩어리, 내 몸을 아프게 했던 덩어리가 바로 이거였구나.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노이로제라는 말뜻이 이거였구나. 58

동전의 양면론은 얼마나 정확한가. 노출증 환자의 무의식에 있는 진정한 욕망은 관음증이고, 자살자의 내밀한 욕망은 누군가에 대한 살해 욕망이다. 59

어떤 여자가 지하철에서 자신을 성추행한 남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남자를 '그분'이라고 지칭하더라는 얘기...

내 인생에서 최대의 과오는 분노하고 싸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거였음을 요즈음에야 깨달았어. 80

마음속에서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거품들이 잘 잦아들지 않았다. 눈을 감은 채 인혜는 하나씩 따져 보았다. 부글거리는 거품의 실체에 대해서. 밤에 불러낸 사실 때문에? 양해 없이 목적지도 밝히지 않은채 일방적으로 달리는 태도 때문에? 세진에 대해 지속되어온 불편함과 분노의 연장에서? 알 수 없었다. 그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쩌면 인혜 자신의 문제임에 분명했다.

인혜는 요즈음 삶에 제동이 걸린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진퇴양난 암중모색이라고 표현하기는 해도 이렇게 구체적으로 난관을 느끼기는 처음이었다. 무엇을 해도 마음이 가볍지 않았고, 삶이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 없었고, 어떤 일을 끝내도 성취감이 없었다. 호박 음료 광고는 대박이었다. 광고 자체에 대한 호감도 높았고 음료 시장 점유율도 신기록을 갱신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인혜에게는 기쁨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은혜가 짐작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진웅이었다. 연애가 이토록 심각하게 후유증을 남기는 일도 오랜만이었고 자신의 연애가 소모적인 것이 아니었나 짚어본 것도 처음이었다. 83-84

"나도 오래 분노 상태에 있다 보니 분노에 몇 가지 법칙이있다는 것을 알았어. 분노의 질량 불변의 법칙, 분노의 거울 법칙, 분노의 시루떡 법칙, 분노의 카멜레온 법칙. 나는 그것들을 분노의 사대법칙이라고 이름 지었는데, 그 법칙의 이름들도 그냥 내 멋대로 붙인 거야. 이 법칙은 인간의 다른 감정들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 같아."

유년기 때 아기가 필요로 하는 사랑이 없었거나, 있더라도 왜곡되게 전달되었을 때, 아기에게 분노의 감정이 형성된다고 해.

억압된 적개심은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영원히 죽지 않는 식물 뿌리처럼 늘 새로운 잎과 꽃을 피워내는 것 같아. 무의식이 의식보다 더 힘이세고, 삶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건 이미 그쪽 학계의 정설이야.

분노의 시루떡 법칙.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분노들은 인강의 무의식 속에 시루떡 모야으로 켜켜이 쌓여 있다는 뜻이야. 어떤 문제로 인해 화가 날 때 보면, 당면한 문제로 인해 나는 화와, 시루떡처럼 쌓인 저 무의식이 자극받아 나는 화가 서로 다른 것 같아. 네가 아까 말했듯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더 많이 화내는 거, 그때는 무의식의 분노가 자극받았기 때문이라고 보면 될 거야.

분노의 거울 법칙이란 일종의 투사 현상이야. 네가 만약 누군가의 어떤 점이 못마땅하거나 화가 난다면, 네 속에도 그것과 똑같은 요소가 있다고 보면 틀림없어. 꿈에도 자각하지 못하고 죽어도 인정하기 싫을지 몰라도 그건 틀림없는 현상이야.

분노의 카멜레온 현상. 그것은 분노가 여러 가지 다른 얼굴로 나타난거야. 너 최근에 우울하다고 했지? 그게 바로 네가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이야.

다변이나 자폐증, 과식증이나 거식증, 자잘한 자기 파괴 행위부터 자살충동까지, 그 모든 것이 분노의 가면들이야.

"분노가 왜 그런 가면을 쓰니?"

"분노를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야." 126-129

우울증의 가장 강한 특징은 직접 화를 내지 못하는 무능력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여성은 화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또는 화를 낼 수 있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우울증에 걸린다. 자신이 분노를 느끼고 표현할 능력이 있다고 진정으로 믿지 않는다면, 태울 연료도 없고 진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없다. 결과적으로 자기의 개인적인 힘을 경험하려면, 영구적이고도 무의식적인 분노와의 관계를 끊는것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과정은 우선 분노를 인식해야만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수동적인 동시에 공격적인 적개심을 특징적으로 갖게 된다.

'우리 속에 숨어 있는 힘' 130

"자리(自利)라는 말이 있어요. 스스로 수행하여 자기를 위하는 이익을 얻는다. 자기를 위하여 불법을 닦는다. 그런 뜻이에요. 먼저 나를 위해 불법을 닦고, 그 다음에 타인을 위해 그것을 써야 한다는 겁니다." 139

"자연스럽게 되어야 해요. 자연스럽게 거기에 도달해야 해요." 145

선생님이 제게 해온 작업이 동전뒤집기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정신 분석학 용어로는 양가감정, 혹은 감정의 양극성이라 하더군요. 반대 감정 병존 현상이라고 서술된 것도 보았구요." 152

그동안 타인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고 비판했던 모든 일들이 우스워졌다. 결국 내 얘기를 했을 뿐이었구나... 모성 부족, 자기중심성, 질투심, 그 모든 것이 고스란히 내 안에 있는 것들이었다. 앞으로는 누구에 대해서도 비판하거나 평가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비판받지 않으려거든 비판하지 말라는 성경 구절이나, 분별심을 경계하는 불교적 가치관의 심리적 본질이 비로소 짚였다. 167

한 번씩 사랑을 잃을 때마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유행가처럼 중얼거리기도 했다. 203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덩치 크고 체력 좋은 남자들은 팔굽혀 펴기하듯 섹스를 하고, 섬약하고 마른 남자들은 감각적으로 섹스를 해요. 내성적인 남자들의 섹스가 더 폭발적이고 외향적인 남자들은 의외로 싱겁기 짝이 없을 때가 많아요." 236

정신분석학에서는 어떤 사실에 대해서든 더 과도하게 반응하는 지점을 콤플렉스라고 해요. 241

페르소나는 배우가 자신의 역할을 청중에게 나타내기 위해 쓰던 가면을 일컫는 말이다. 같은 의미로 페르소나는 인간이 자기가 아닌 다른 어떤 것으로 나타내 보이기 위해 사용하는 가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많은 역할을 하고, 그 역할과 타인들의 요구에 맞추어 어떤 행동이나 태도를 취한다. 실제로 현대 생활의 복잡한 사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페르소나가 유용하며 필수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페르소나는 매우 해로울 수도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그 페르소나가 진정한 자기의 본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믿는다면 그는 역할자 자체가 되어 버린다. 그러면 그 사람의 자아는 오직 페르소나와만 동일시되어 성격의 다른 국면들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하게 도니다. 그 사람은 결국 진정한 자기로부터 소외도어 팽창한 페르소나와 축소된 다른 성격의 국면들 사이에서 긴장을 초래하게 된다. 이 현상은 심리적 건강을 방해한다. 252

융은 건강한 사람은 자기가 연기하고 잇다는 것을 아는데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가 연기하는 것이 곧 자기라고 믿는다고 기술하고 있다. 252

물론 모든 역할이 다 속임수이다. 건강한 사람과 건강하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건강한 사람은 타인을 속이는데 반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 자신마저 속인다는 점이다. 253

사랑과, 사랑처럼 보이는 것들의 차이. 272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 책의 논점은 나쁜 여자란 남성 중심 사회가 만들어놓은 규범으로 잴때 나뿐 여자여서, 그런 여성들이 오히려 욕망에 솔직하고, 목표를 향해 성실하고, 건강한 자기중심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276

"생의 비밀은 자기를 아는 데 있습니다." 283

"모든 게 마음의 문제예요." 286

우리는 죽을 때까지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동시에 죽는 법도 배워야 한다. -스콧 펙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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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다.
여행관련 책을 읽은것도 오랜만이고, 이 책을 다시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책이 출간된 해에 읽었고, 다시 읽게 되었다.
우연하게 이 책이 소장되는 일이 생겨서 다시금 읽었다.
여행 무지 좋아한다.
저자처럼 배낭여행을 좋아한다. 워킹은 하지 못했지만 배낭여행으로 1년을 다니기도 하였다.
다녀본 나라를 세어보니 17개국 정도가 된다. 여러번 갔던 나라도 있었다.
그렇기에 여행관련 도서를 보면 재미보다, 지난추억보다 당장 떠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간만에 밤잠을 설칠것 같다.

여행이 주는것은 좋은 경치 좋은 사람들 새로운 문화와 음식 추억들을 주지만, 그것들 보다 더 큰것은 여행은 나에게 세상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을 키워주었다.  
그래서 여행은 중독된다.
지금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중독자들이 그렇듯이 힘이 없고 마음이 안잡힌다.
불쑥 땡처리라도 뒤져서 짧게나마 다녀 오게 된다.
그럴때면 또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은 .. 아쉬움..
그 아쉬움은 유유자적하게 그들에게 흡수되지 못하는 아쉬움에 더 긴 여행을 꿈꾸게 된다.
여행은 일단 질러야 한다.
저자처럼 무모하리만치 질러보지 않으면 처음가는 사람에게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게 마련이다.
우리는 무엇을 하든 해보지 않은것에는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일단 해보면 두려워할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여행도 그렇다.

떠나지 전에는 가지말아야 할, 가면 안될 이유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며, 그렇게 되면 압도되어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저자도 표현하였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면 여행이 결코 걱정하는 만큼, 걱정해주는 여러 사람들의 생각만큼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위중인 시위대 옆에서 구경을 하였던 그 시간에도 나는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고, 새로운 구경거리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 시위는 대치하다가 부딪히기도 하였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 한다고 여행이 결코 위험이 없는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긴장은 필요로 한다.
또한 정보를 필요로 한다.
정보가 있는만큼 여행은 더 즐겁고 알차고 비용절감을 시켜 준다.
또한 막연한 두려움도 막아준다.
이글을 쓰는 지금 벽에 걸린 세계지도에 계속 눈이 간다.....


일단 가 보고 안 되면 다시 돌아오면 된다! 경험상 보건대 무모함의 결실은 대개 달콤했다.  15

심장이 고동친다.  22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제대로 공부하고 떠나면 그만큼 시야가 넓어져 얻고 돌아오는 게 많다.  76

여행은 빈손으로 떠나도 돌아올 때는 항상 큰 보물을 얻어 온다.  78

눈에 보이는 표면적 사실만이 강력한 진실이 되고 마는 현대 문명권 사람들에게 갠지스 강은 타지마할처럼 심미안을 만족시켜 주진 않는다.... 여행에 있어 눈을 여는 것보다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한 건 이 때문이다.  88

인도를 일주일 다녀오면 블로그 하나를 만들고 한달을 다녀오면 책 한 권을 쓰지만, 1년을 다녀오면 인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게 된다. 인도는 그만큼 다양함이 존재하는 곳이다. 깊이를 알 수 없기에 더욱 매력적인 땅.  119

여행 안내서에 안 나와 있으면 어떤가, 길을 좀 잃으면 또 어떤가. 다시는 못 올 수도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한순간 한순간이 소중하지 않을까?  153

여행을 떠나면 매일 매일의 일상이 새로움의 연속이다.  158

잘 못 자고 잘 못 먹어도 상관없다. 하루 종일 걷는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다. 하지만 꼭 하고 싶은 것, 하지 않으면 후회로 남을 것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  163

여행은 만남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공간을 여행하지만 서로 다른 추억을 만든다. 각 사람들의 추억은 '뜻밖의 인연'으로 다르게 적히는 것이다.  219

길 떠날 채비 중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은 선입견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색안경을 벗으면 여행은 새로운 발견연속이다.  279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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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씨의 글을 많이 읽은 편이 아니다.
공지영씨에게 기대치를 가진 사람들이 꽤 많은것 같다. 최근 공지영씨의 책을 몇 권 읽었고, 그 책에 대한 느낌들을 들어보면 이유가 어떻든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작가의 글을 많이 읽어본 편이 아닌 사람으로써는 별 기대치가 크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재미있게 읽었고, 책은 휴식같은 시간을 주었다.
꼭 지리산에만 이런 산 사람들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산을 많이 타는 편은 아니지만 몇 개의 산을 다녀보면서 그 산의 품에 안겨 사는 사람들이 늘 있었던것 같다.
기억에 많이 남는 산 중에 하나인 주왕산에서도 산 중턱에서 자신만의 삶을 사는 사람이 있었고, 강원도 에도 많았고, 속리산 내장산 등등 가본 산들에는 그곳의 지킴이라 일컷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서 자연과 함께 자연처럼 살고 있었다.
산에 들어오기전 어떠한 삶을 살았든 산에 들어오고는 그는 자연을 닮은 사람이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저자가 기술한 책에 나오는 인물들 역시 한편의 다큐멘터리와 시트콤을 뒤섞은듯한 내용들이 종종 '풋'하는 웃음을 짓게 하며 여유로운 모습과 즐거운 상상을 하게 해 주었다.

많은 사람들은 노후의 삶을 귀농이든 전원주택이든 자연에 가까이 있기를 원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꼭 노후에만 자연을 가까이 할 필요가 없을 듯 하기도 하다.
물론 삶이 우리를 옥죄고 살아가기 위해 도시의 생활을 하면서 등산을 가거나 여가시간을 통해 자연을 벗 삼는 것도 좋다.
그리고 이들의 삶도 좋다.
꼭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것이라 표현하지 못할것이다. 책 내용중에도 나오듯이 중요한것이 하나만이 아닐것이다.
이 책은 유유자적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동경도 하고 지금의 삶에서 생각을 더해 보게도 하였다.
특히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길들여져가고 있는 성공, 최고의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이 참 좋았다.
혹자는 소유가 의미없다는 말에 그들은 성공해 보았기에 그런말을 하는것이기에 성공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성공하여 그렇게 되어봐야 한다는 말을 할 수 도 있겠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많은 수가 소유의 무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는 것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행복을 추구하지만 실제로 순간의 행복조차 많이 느끼기 어려운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행복을 어디에서 찾을지도 모르고 있지는 않을까.
세상의 조종은 우리가 결코 행복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사람마다의 행복의 기준은 차이가 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자신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것은, 시간은, 대상은, 마음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 모두 행복하다고 표현하기는 힘들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그들을 지켜보는 제3자가 보았을때는 그 보다는 행복해 보이기에 행복학교라고 이름을 지을수 있지 않을까.
나도 3자 이기에 그들은 행복해 보인다.

우리는 선택의 삶을 살아간다. 선택에는 항상 희생이 따른다. 이들의 선택은 내가 하는 선택보다는 훨씬 희생을 많이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행복하지 않다는 말은 하지 못하리라.
그들의 단편적인 일상만 보는것이지만 그들은 분명 나보다는 더 많은 만족을 하면서 사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이 부럽냐고 물으면 솔직히 반반이지만 부러운 생각이  조금 더 많기는 하다.
그리고 나 역시 이런 삶을 동경해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혹여 잠시의 미소와 휴식이 되었으면 한다. 그들이 거기서 어떻게 돈 없이도 잘, 그것도 아주 잘, 살고 노는지 저와 함께 지켜보시기를. 어쩌면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이 우리에게 다가올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15

도시의 잘 나간다는 직장을 다니다가 어느 날, "내가 왜 여기서 이렇게 살고 있나?" 생각했고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너무도 쉬운 깨달음"을 얻고 산골로 들어왔다는 버들치 시인.  24

얼굴도 마음도 키도 피부도 모두 다른 우리를 똑같은 인간으로 찍어내기 위해 혈안이 된 도시에서 그 누구도 아니고 오로지 내 자신이 되고자 하는 싸움은 사실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치열하고 힘겨운 전쟁이다.  26

"노고단 산장에 처음 가서 내가 호롱불을 만들어 현관에 달아놨어요. 근데 작은 호롱불빛이 말이야. 멀리 화엄사 입구에서도 보여, 등불이라는 게 그렇더라고. 어둠 속에서 헤매던 사람들이 그걸 보고 찾아오는 거야. 길게 밝혀 준다고 그걸 장명등()이라고 하지."  58

"인생은 뭘 끊고 그러는 게 아니야. 뭐든 끊어지면 죽는 거야......그저 줄여나가야지."  65

"어떻게 장작은 패놓았어? 이제 곧 추워질 텐데" 하면 "거 아주 추워지면 걱정을 해도 되는 걸 왜 오늘같이 좋은 가을, 좋은 거 보기도 아까운 때에 그런 걱정을 하고 지랄이니?" 한다. 이럴 때 내가 수많은 책에서 배운 요지 "즉 오늘 이 순간을 살라"를 듣는 것 같아 그가 정말이지 약간 도사 같다.  66

"장가는 왜 안 갔어?" 하고 물으면 "돈 벌기 싫어서!"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그이지만 (최도사)  68
돈 없이 살때는 정말 아무것도 필요 없었는데 요즘 1년에 돈 1백이라도 생기니 왜 이렇게 필요한 게 많은지 몰라.  69

"보수가 뭔 줄 아니? 잘못된 거 수리하는 게 보수야. 진보는 뭔줄 아니? 다른 사람보다 진짜 보수가 진보야."  75

"새한테는 한 달만 정성 들이면 평생 내 말 잘 들어. 그런데 마누라는 1년 내내 잘해줘봤자 버릇만 나빠지지."  89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해서 다른 하나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야.  148

"여보, 당신은 노후 걱정 안 돼?"
"뭐하러 그런 걱정을 해? 노후를 안 오게 하면 돼."  305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뒤척이기 싫어 나는 도시를 떠났다.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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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첵, 세상을 탐하다>를 읽었었다. 그러면서 이 책을 다시금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었는데, 이제서야 다시금 펴게 되었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도서로 두 책의 스타일은 틀리다. '탐하다'는 책벌레들로 선정된 사람들이 간략히 자신의 생각을 적은 책이고, 이 책 '훔치다'는 인터뷰어가 인터뷰이를 만나서 그들이 생각하는 책과 도움을 주었던 책들 그리고 근황들에 대해 적은 글이다.
그러고 보면 책 제목에서 그 성향이 확연히 구분된다.
책을 탐하는것은 본인이 스스로 하는 과정이고, 훔치는 것은 상대의 책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려는 시도일 것이다.

나는 왜 이 책 두권을 연결하여 보려 했는지 생각해 본다. 
나는 각계각층에서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차지한 그들에게서 쉽게 영향을 받고자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책과 그들에게 영향을 준 책들을 통해 내가 읽어 나가야 할 책의 길들을 점검하고 수정 보완하려 했으리라 생각을 해본다.
굳이 그렇게 해야 할까?
평상시 나의 생각은 틀렸었다.
책은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순간 분야의 확장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다시 확장으로 이루어지면서 통합적인 사고의 과정들을 겪게 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렇다면 평상시의 생각과 책을 읽으려한 생각은 위배되는 생각이다.
어쩌면 나는 그 인고의 과정에서 조금은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을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지름길이 있을까.. 
사고의 깊이는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어느 정도로 하느냐에 따라 정해질 것인데도 불구하고,, 지름길을 찾는 나 자신을 보면 이해가 되면서도 한심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어느 책이든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질높은 책은 더 많은 도움을 준다. 아직은 질높은 책만을 골라내는 능력이 없다. 
그렇기에 이들에게서 질높은 책들을 추천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더 넓어 지기는 하나....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바로잡아 본다.
질 높은 책을 골라 내는 능력역시도 자신의 경험치가 쌓여야 나오게 된다고, 그러니 훔치려 말고 도움을 약간만 받고 알아 나가자고,,,
결국은 타협을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 이미 읽어버린것을 어쩌랴.. 
새롭게 보고 싶은 책들도 생기고.. 인고의 과정을 계속해 나가리라.


책 머리에 - 바위도 독서를 한다.
독서는 궁극 너(대상 세계)에게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찾아가는 독도법'인 셈이다.
이 책은 교보문고에서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펴내는 월간 <사람과 책>에 2004년 7월부터 2006년 1월까지 연재한 <나의 서가 이야기>를 모은 인터뷰 글들이다.
나는 이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독서는 골방에서 하지만 얼마나 강렬하게 세상과 소통하는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광대한 독서로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 영문학자 장영희
아무리 어려운 전공 분야일지라도 비전공자도 알아들을 수 있게 써야 한다는 것이죠.  19
'모비 딕'은 우리 뒤에 숨어서 야비하게 우리의 영혼을 꼭두각시로 만드는 알지 못할 힘을 상징해요.  21
독서란 대리 경험이에요. 작중 인물들을 통해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공감하게 되죠. 저에게 독서는 세상과 연결하는 통로였어요. 저의 인간성을 구축해주었죠.... 독서 자체가 제 삶의 기본이 되었어요.  22

책에서 길어 올린 행복을 배달하는 사람 아침편지 문화재단 이사장 고도원
아버님은 책이 손에거 안 떨어지는 분이었습니다. 어머니와 부부싸움을 하면서까지 책을 사서 모으기도 하셨지요. 중학교 때 아버님께 매를 맞아가면서 읽은 책들이 제 독서의 시작이었습니다.
독서는 밥과 똑같아요. 어제 먹은 좋은 밥 한 그릇이 평생을 보장못합니다. 다시 또 맛있는 밥을 먹어야 합니다. 정신도 마찬가지입니다. 때가 되면 읽어줘야 합니다. 책은 사람을 촉촉하게 해줍니다. 촉촉해야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넉넉하고 맑아질 수 있습니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원한다면 끼니끼니 밥 먹듯 책을 읽어야 합니다.
독서를 통하여 물줄기를 발견하고, 샘을 파고, 샘물을 길어 올리는 즐거움.
그가 궁극 바라는 바 또한 독자들이 저마다의 울 안에 자신만의 우물을 갖게 되는 것일 터이다.  35

시를 짓듯 카메라로 세상을 담다 사진가 김홍희
용서하면 삼류로 떨어지죠. 추호도 용서가 안 되는 자기 기준이 있어야 해요. 그 기준이 어디서 나오냐면 그 기준을 바로 '나'예요.
'나'의 기준은 지식의 힘이죠. 지식이란 이미 증명된, 누구나 용인하는 동족 코드죠. 그것을 바탕으로 사진을 골라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남이 이해할 수 없는 자기 위안에 그치고 말죠. 그러나 동족 코드만 있으면 찬박해지고 그 너머 나만의 무엇이 있어야 합니다.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말로 표상해낼 수 있는 도는 항구불변한 본연의 도가 아니고, 이름지어 부를 수 있는 이름은 참다운 실재의 이름이 아니다. <노자>)의 무언가 있어야 하죠.  44

책을 벗 삼아 세상을 노래하는 가수 김창완
삶에 가장 영향을 준 책을 세권만 꼽으면..
먼저 G. 레이코프와 M. 존슨의 공저 <삶으로서의 은유> - 나는 늘 사물의 본질에 다가갈수록 모호해지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었어요.그 책을 통해서 우리는 본질을 은유적으로 파악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깨우침은 제가 많은 예술잘품들을 만날 수 있게 하는 통로가 되었지요.
두 번째로는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의 따뜻했던 날들> - 이 책은 인디언들의 지혜가 담긴 이야기들인데요, 비단 인디언들뿐만 아니라 스러지는 모든 것들에 대한 애정을 갖게 만들어주었죠.
세 번째로는 생땍쥐베리의 <어린왕자> - 진짜 행복하게 해주는 책이에요.

책이 다리 놓은 미술과의 만남 화가 김점선
열심히 책을 읽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내게 아주 훌륭한 스승이 있었다면 책을 안 읽어도 되었을 거예요. 그렇지만 내겐 그런 스승이 없으니 책을 읽어야 했어요. 책은 가장 훌륭한 인류애의 발현입니다. 보도 듣도 못한 사람에게 자기 지식의 정수를 전하는 거잖아요. 독서는 혼자서는 절대로 넘을 수 없는 벽을 깨어줍니다.  71

세계를 아우르는 한국의 대표 지성 문학평론가 이어령
언론인이자 작가인 오효진은 '우리는 5,000년 역사상 이렇게 괴물처럼 괴력을 가진 창조적 인물을 가져본 적이없다'고 했는가 하면, 작가 이병주는 '이런 인물이 태어났기 때문에 우리나라엔 운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극소수의 인물 가운데 그가 끼인다.'고 했다.  78
요즘 유행하는 독서 지도에 대해서 한마디 하자면, 나는 어린이들에게 다이제스트본을 읽히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아요. 모짜르트는 너댓 살 때 본격적인 피아노 교향곡을 치고 작곡도 하고 그랬지요. 천재는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고급 정보도 소화할 수 있어요. 내용이려우면 상상하게 됩니다. 나는 내가 지닌 독창성과 상상력의 원천은 어려운 책들을 읽으면서 모르는 부분을 끊임없이 메우려는 것에서 생겨났다고 봅니다. 또 억지로 세운 독서 계획보다는 즐거움 속에서 가리지 않고 책을 읽도록 해야 합니다. 책은 악서와 양서가 없어요. 읽는 사람이 양인이 있고 악인이 있을 뿐이지.
독서란 한마디로 산소입니다. 독서를 안 하는 사람은 하느님이 주신 풍부한 산소를 마시지 않고 숨을 안 쉬겠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정치인이나 경제인이 경제인이 책을 읽지 않는다면 그 삶의 불행이 아니라 그 사회의 불행입니다.  85

책 향기 가득한 사유와 묵상의 공간, 수졸재 시인 장석주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작은 도서관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책들은 서가에서 흘러넘쳐 탁자 위로, 바닥으로 덤블링을 하다가 인기척을 느끼자 '그대로 멈춰라'가 된 듯하다.   92
그의 하루 일과는 매일 책 읽고, 산책하고, 글 쓰고, 이것이 제 삶의 패턴입니다. 저녁 아홉 시나 열 시쯤 자고 새벽 네시에 일어나죠, 이때부터 점심때까지는 거의 매일 글을 씁니다. 오후에는 명상을 하고 다시 책을 읽고요. 보통 하루 한 권 정도 읽습니다.
하루 한 권이면 일 년에 365권이다. 놀라운 독서량이다. 이 정도면 국내 최정상급의 독서가가 아닐까 싶다고 말하자 그도 '그럴 것'이라고 답한다.  95
독서의 즐거움은 장대높이뛰기 선수가 한 경지를 넘은 느낌, 눈이 번쩍뜨이는 느낌이 듭니다.  99

독서 전도사로 나선 바람의 딸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한비야
육체가 매일매일 밥을 먹듯이 책은 정신의 에너지를 제공해 줍니다. 자기와 비슷한 생각으로부터는 격려를, 다른 생각으로부터는 도전을 받지요.  106

만화를 창작하는 진지한 놀이터 만화가 홍승우
잠이 올 때 불을 끄기 싫으면 책으로 얼굴을 덮기도 하지요. 또 책 모서리로 이도 쑤시고 발톱 밑을 긁을 때 쓰기도 해요. 저는 좋아하는 책이라면 잘 모셔두는 것보다 너덜너덜해지도록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가 제 책을 화장실에 두고 본다고 이야기하면 제일 기분이 좋아요. 그만큼 편하게 생각하는 거잖아요.  119

책에서 피어나는 건축적 상상력 건축인 김진애
책을 읽으면 점점 의문이 선명해져요. 물론 해답을 찾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여러 분야의 책을 읽다보면 내가 갖고 있던 이런 과점을 다르게 볼 수도 있구나 하는 점들을 발견하게 되죠.
의문이 선명해지면 고정불변의 답이 한 가지가 아니라 다양한 관점의 움직이는 답들을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이다.  135

독서 영재 푸름이 아빠의 책사랑 자녀사랑 푸름이닷컴 대표 최희수
푸름이 독서 발달 4단계
1단계(0세~12개월)는 책과 친숙해지는 시기입니다. 입으로 빨고, 물고, 찢고, 집어던지면서 책과 친해져요.
2단계(12개월~18개월)는 그림책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시기입니다. 사물 인지를 많이 시켜주는 게 중요해요. 
3단계(18개월~36개월)는 동화책을 읽어주고 한글을 깨우치게 하는 시기입니다.
4단계(36개월~50개월)는 독립적으로 책을 읽어야 할 시기입니다.  144
어린 시절의 6개월은 성인의 10년에 맞먹습니다. 한글을 일찍 배워서 독립하면 엄청나게 지식 습득의 속도가 빨라집니다. 또 한글 독립을 하면 독서 환경만 조성해주고 부모는 부모대로 자기 일을 할 수가 있습니다.  147
아이들은 태어나서 6개월까지 안대로 눈을 가리면 영원히 시력을 잃습니다. 언어도 36개월까지만 안 가르치면 습득이 불가능합니다.
지성은 책으로 키우고 감성은 칭찬과 놀이와 스킨십으로 키웁니다.(배려 깊은 사랑)
충분한 사랑과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자란 아이는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이 받은 사랑을 부모와 사회에 환원하게 된단다. 아이가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따돌림당하거나 하는 것은 가정에서 배려 깊은 사랑을 받지 못했지 때문이라고.  148

일본 문학을 우리말로 풀어내는 즐거운 지성 번역문학가 김난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다는 것이 굉장히 언어의 폭을 좁히고 있어요. 무조건 '어려운 말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몰라도연스럽게 넘어가거나 문맥을 이해할 수도 있는데 말이죠.  161
어렵고 낯선 단어는 그것과의 접촉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지 회피하는 게 능사가 아닌 것이다. '어린이의 눈높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혹 '어른의 선입견'은 아닌지 숙고할 만한 일이라 생각된다.  163

소박한 서가에서 광활한 문화를 꿈꾸는 돈키호테 서울문화재단 대표 유인촌
가장 영향을 미친 책을 한 권 꼽으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이룩할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이건 요즘 젊은이들에게도 굉장히 음미할 만한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172
꼭 어려운 책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읽고 있는 바로 그 책 속에 보물이 있습니다. 책읽기는 보물을 발견해내는 즐거움입니다.  175

책을 통한 자기설득 파워 앵커 백지연
초등학교 때는 아버지께서 사다 주신 50여 권의 위인전집을 거의 다 읽었어요.
처음 독서의 영향인지 그이는 소설을 잘 읽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소설보다는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사람들의 다큐멘터리를 읽는데 좋단다.  183

근육과 땀의 문학 작가 유용주
저는 촌놈으로 자란 게 최고로 풍요로움 문학적 자산입니다. 우리나라 최고 산골 중 하나인 전북 장수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6년을 마쳤습니다. 곰과 오소리가 어슬렁거리고, 꿩이 푸드득 나는 곳에서, 뱀을 잡아 어깨에 두르며, 눈 떠서 눈 감고 잘 때까지 헤집고 다녔습니다. 내 문학은 그 열두 살 동안 생성되었습니다. 그때 배운 것들이 통째로 나오고평생을 갑니다. 그리고 이 돈암시장에서 또 7년을 일했지요. 그것이 내 문학의 뿌리입니다.  198

일상의 축제를 꿈꾸며 화가 황주리
저는 삶이 대부분의 일상과 짧은 축제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돌, 백일, 생일, 결혼식 등 각종 기념일들이 짧은 축제라면 나머지 시간들을 일상들이지요. 짧은 축제를 즐기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길고 지루한 일상을 들어올리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소하고 익숙해서 놓쳐버리기 쉬운 일상의 순간들을 포착해서 그림으로 형상화하고 있어요.  208

독서는 내 영화의 자양 영화감독 박찬욱
독서가 영화에 미친 영향이 있다면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있지요. 
그 책에는 복수 이야기가 지닌 매력이 다 들어 있지요. 주인공이 감옥헤서 만난 신부에게서 모든 지식을 전수받고, 그의 시신과 바꿔치기가 되어서 탈옥을 하죠. 그 책에서 느낀 배신과 감금과 복수의 감동은 오래도록 제 가슴속에 남아 있다가 제 작품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어요.
나는 그가 만든 복수 3부작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등을 떠올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223-224

책을 통해 웃음과 사회의 봉우리에 오르다 개그맨 김미화
그는 '책과 거리가 멀었던 전력'을 숨기지 않는다. 그 솔직함과 당당함이 바로 김미화다. '산과 들을 뛰어다녔다'는 말에서 은근한 동류의 의식마저 든다. 산골 촌놈인 나도 책보다 산과 들의 문자를 먼저 배웠다. 자연은 수천만 권의 장서를 갖춘 서가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책갈피며, 햇살 번뜩이는 계곡의 물비늘 문장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인간의 서적이야 가장 나중에 읽어도 좋을 것들인지도 모른다. 산에 사는 새들조차 실로 엄청난 독서가들이다.
정작 독서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 것은 개그맨이 되고 나서였어요. 저는 그리도 꿈꾸던 내가 되어서 자부심이 대단했는데, 사람들은 코미디를 저질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좀더 깊이 있는 연기를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233
영상은 흘러가지만 글은 깊이 새겨볼 수 있지요. 문자는 더뎌도 '느림의 미학'을 깨닫게 해주죠.  235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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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실이나 소식 따위를 알아내기 위하여 사람이나 장소를 찾아감', '명승고적 따위를 구경하기 위하여 찾아감'으로 해석된다.
첫 번째 의미에서 나오는 '알아내다'라는 동사는 '방법이나 수단을 써서 모르던 것을 알 수 있게 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 읽은 <길 위의 인문학>은 2010년 대한민국에 인문학 부흥을 위해 이루어진 탐방으로 이루어진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다.
작년 한해 많은 도서관들에서 인문학을 위한 문화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보고 몇번 가보기도 하였다.
우리가 앉아서 글로 보거나 때로는 직접 다녀온 사람들의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사진으로나마 보는 것과 직접 탐방을 다녀오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몸소 참관하며 느낄 수 있었다.

우선 글이나 사진은 여운을 주는데 한계가 있었다.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보지 않고는 제대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또한 표현한다고 해도 그것에는 한계가 있다. 사람마다의 관점이 틀리기에 본인만이 느끼는 감정과 본인만이 사물을 바라보는 초점이 틀리기에 나와 다른이들의 관심 대상은 조금씩은 차이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전체적인 영상은 자신이 직접 눈으로 주위 환경을 같이 둘러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꽤 크다고 생각된다.
여러가지가 많이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현장의 생생함이 아닐까 한다.
직접 눈으로 하나하나 관찰하고 당시의 감정을 전달 받아보고 구석구석을 눈으로 살핀다는 즐거움과 감동은 체험에 의해서 나온다고 생각을 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 ?'는 질문을 받으면 늘 답하는 말이 '여행입니다'라고 하는데, 그래서 블로그 이름에도 여행이라는 표현을 넣고 있다.
여행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을 할 정도로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다.
참 많이도 다녔다. 한국의 구석구석을 다니고 해외 배낭여행도 다니면서 많은 만남들을 가지면서 나는 성장에 큰 도움을 받게 되었다.
만남이라는 표현은 대게 사람들과의 만남만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만남이 꼭 사람만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만남은 꼭 살아있는 생명체에게만 국한하기에는 그 단어가 아깝다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내가 볼 수 있는 모든 것중에 내가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면 모두 만남이지 않을까...
때로는 사람이기도 하고, 동물이기도 하고, 건물이기도 하고, 제품이기도 하고, 자연이기도 한... 그러한 만남들... 
나의 생각을 자극해 주기도 하고 깨달음을 주기도 하는 만남들은 나의 스승이 되어 왔다.

각설하고 책을 읽으며 나는 지나온 탐방을 되새기기도 했으며, 참 많이 돌아다녔다고 생각을 했지만 아직도 모르는 곳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탐방들도 있었다.
이 책은 2부로 나뉘는데, 1부는 사람의 자취를 따라 떠나는 탐방이고, 2부는 역사의 흔적을 따라 떠나는 탐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 12개의 탐방이 나오는 데, 내가 이전에 탐방이든 그냥 여행이든 가본 곳들은 6군데 였다. (퇴계의 도산서원, 강진의 다산초당과 백련사, 허균과 허난설헌이 있던곳, 강화도, 강릉, 서울성곽)
되새기며 그 당시를 떠올려 보는 즐거움 내 머리속에 남아 있던 영상을 떠올리는 즐거움, 그리고 새로운 곳을 탐방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서두에서 언급하였듯이 가보지 못한 곳을 읽을때는 뭔가 아쉬운 생각들이 드는것이 이것을 글로만 읽게 되니 감흥이 떨어지는 느낌을 가졌다고나 할까..
그래서 올해 2군데 정도는 가 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프롤로그에서 인문학 부흥의 목적이 나와 있었는데, 그 표현들이 진정 오늘에 더욱 절실함을 느끼게 한다.
'노인(路人)'이라는 옛말이 있다. 그야말로 나와 관계없이 무심코 길 위를 스쳐지나가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노인'은 옛말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말이다. '노인'은 지금 더 많이 존재할지 모른다. 바쁘고 쪼들린 일상생활, 그 속에서 일상화된 무관심과 무감동은 현대판 '노인'을 양산하고 있다.  4
'길 위의 인문학'은 인간과 인간,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와의 교감을 활성화해, '노인(路人)'을 해방시키고 그들 사이를 소통시켜주는 신선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길 위의 인문학'은 내부로부터의 위기를 해소하려는 시도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5

이 표현들처럼 우리는 변화되는 현실의 속도에 맞춰가려다 보니 참 바쁘다. 
빌게이츠는 '생각의 속도'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속도를 강조하기도 하고, 앨빈토플러 역시도 '부의 미래'에서 속도를 강조하기도 하였다.
지난 몇 백년동안의 변화의 양보다, 최근 10년의 변화의 양이 훨씬 크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해보지 않기에 마냥 변화의 속도에 따라가느라 똥줄이 타고 있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사람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없다는 표현처럼 우리가 흐름에 따라만 가다보니 실제 중요한 사유의 과정은 자신의 삶에서 빠져 버리고 있는 현실이다.
좋은 소식을 대중매체를 통해 들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좋은 소식이라고 하면 스포츠 선수들의 활약상이나 될까...
우리는 너무 외부의 것들에 치우쳐 따라만 가는 어찌보면 노예가 되어 가는 지도 모른다.
자신의 내면의 소리는 늘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외부의 환경때문에 그것을 듣지 못할 때가 많다. 내면의 소리를 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한가지 방법은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우리는 여유가 너무 없는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의 '나'도 여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그래서 2010년은 인문학의 부흥을 가지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정진홍씨는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의 서두에서 이렇게 표현하였는데, 참 오래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다.
'인문학은 언제나 있어 왔다. 근래 인문학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는데, 이것이 단순히 유행만을 가지고 사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걱정을 한다.'는 내용이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이런 의미를 가지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우리에게 인문학은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고 교감하기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이것이 한때의 유행으로 간다면 우리는 정말 속도에 미쳐가는 삶을,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야 할 지도 모른다.

이처럼 인문학은 계속 우리의 삶에서 지표가 되어 주는 역할을 할 것인다.
인문학을 바라보는 시선을, 인문학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책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책중의 하나가 아닐까..!!


답사한 사람들은 '잘 몰랐던 선인들의 인간적 면모를 알게 되어 더욱 재미있고 유일하다'거나, '한 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돌아온 느낌', '살아 숨 쉬는 교육', '드라마보다 더 생생한 우리 조상의 문화유산 현장을 확인하는 자리'라고 했다. 
인문학을 통해 대중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삶의 '재미와 유익'으로 요약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6
감동과 느낌이 있을 때만이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성찰로 나아간다. '감동과 느낌'의 인문학은 일방적이고 교화적인 것이 아니라 쌍방향적이며, 가르치고 배우는 자가 서로 소통하는 친화적인 인문학이 되어야 가능하다.
인문학은 문학·역사·철학을 중심으로 인간의 감성과 이성의 본질을 탐구하거나, 그로부터 이뤄진 인간세계를 분석해 미래의 보다 나은로운 삶을 추구함으로써 현재의 인간과 세계에 정신적인 풍요와 여유로움을 제공하는 학문 분야이다.  7
대중들은 좀 더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피부에 와 닿는 인문학을 요구한다.  8

인문학은 인간을 탐구대상으로 한다. 그러기에 도덕적이고 철학적이며 종교적이고, 미학적이며 역사적인 자기 성찰의 경험으로 표출된다.  17
<자성록>은 퇴계 선생의 덕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저술이다. 많은 편지 가운데 자신의 사상적 원숙기라고 할 수 있는 58세 때 22통을 직접 엮은 <자성록>은 ... 내용상으로는 유교의 핵심을 체계적으로 담고 있으면서, 유교의 공부론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24
퇴계의 학문은 '위기지학(爲己之學)'을 기본으로 한다. '자신을 위한 공부'를 중심 내용으로 인격함양을 위한 수양과 더불어 사회생활을 위한 올바른 도리와 질서를 탐구하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을 강조한다. 자기의 재능과 본분을 알고 그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자기 공부라 할 수 있다. 나아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함께 나누는 공부이다. 이것은 유교의 전통인 수기치인의 학문이다.  25
'사람은 사람답기 위해서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
'어떻게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가?' 등 공부를 향한 반성과 열정이 오롯이 담겨 있다.  26
학문(學問)은 결국 '배우고 묻는 행위' 자체라고 할 수 있다.  27
편지가 사무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이 녹아 있는 진솔한 것이라면, 그 실천까지도 담보해야 한다는 것이 퇴계의 생각이다.  29
책을 읽되 마음을 괴롭힐 정도로는 하지 마세요. 많이 읽는 것은 아주 좋지 않습니다. 마음 내키는 대로 그 맛을 즐기고, 이치를 탐구하는 것도 일상생활의 평이하고 명백한 곳에서 간파해 숙달해야 합니다. 이미 아는것을 바탕으로 마음껏 음미하게요. 그리하여 염두에 두는 것도 아니요, 염두에 두지 않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잊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꾸준히 계속하면 저절로 자세히 이해하게 되어 얻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너무 집착하거나 마음이 거기에 얽매여 빠른 효과를 거우려고 해서는 더욱 안 됩니다.  34
퇴계는 일상생활에서 마음의 병통이 일어나는 것은 억지로 서둘러서 무엇인가를 빨리 이루려고 하는 행위 때문에 병통이 일어난다는 
것이라 했다.  36
<맹자>에 나오는 '알묘조장(揠苗助長)' - 식물은 적절한 환경 조건에 따라 일정한 기간이 지나야 그에 맞게 자란다. 싹이 자라서 알곡으로 익을 때까지 자라나는 데는 점진적인 시간이 요구된다. 이렇게 볼 때 인간이 얼마나 지혜롭지 못하고 어리석은지, 어쩌면 우리의삶은 어리석음의 바다와도 같다.
21세기 현재에도 이런 일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속성교육, 조기교육, 모든 게 빨리빨리 공부이다. 게다가 선행학습에 이르기까지두가 알묘조장이다. 인간을 마주하고 있는 건, 다양한 스펙트럼의 스트레스성 질병이다. 무엇이 그리 급한가? 물론 빨리해야 할 일도 있다. 그것은 그 상황에 따라 적절히 하면 도니다. 그런데 천천히 해야 할 일을 빨리하면 남는 것은 생명력의 상실일 뿐이다. 갓 태어난 어린아이가 빨리 자라지 않는다고 사지를 당겨서 늘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런데 현대인은 바쁘다는 핑계로 상당수가 알묘조장의삶을 살고 있다.  38
공부에서 마음의 변, 즉 일상생황에서 스트레스를 없애는 방법은 현대적으로 말하면 휴식과 여가를 즐기며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함양은 쉽게 얘기하면 '마음으로 무젖게 해 기르는 일'이고  체찰은 '몸으로 살피는 일'이다.  39

지리산은 두류산, 방장산, 방호산 등 여러 이름을 갖고 있다. 
'두류산(頭流山)'은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에서 뻗어 내려 웅거한 산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방장산(方丈山)'은 신선이 사는 산으로, 중국 전설 속 삼신산의 하나이다. 방장산은 방호산(方壺山)이라고도 한다.  51
남명은 덕산에 들어가 새집을 짖고 '산천재(山天齋)'라 했다. '산천'이라는 말은 <주역>에서 대축괘(大畜卦)에서 따온 것이다. 대축괘는 산(山)과 천(天)이 합한 괘로, 괘사(卦辭)에 "강건하고 독실하고 휘광(輝光)해 날마다 그 덕을 새롭게 한다"고 했다.
남명이 덕산으로 들어간 궁극적인 이유는 자신을 더 강건하고 독실하고 빛나게 갈고닦아 날마나 그 덕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 였던 것이다.  62
덕천서원은 남명이 별세한 뒤에 후인들이 그 학덕을 기리기 위해세운 학교이다.
남명을 모신 서원의 이름을 경의당이라고 한 것은 후인들이 남명 학문의 핵심을 경의로 드러내기 위해 붙인 것이다.
남명학은 한마디로 경의(敬義)로 일컬어 졌다.
경(敬)이란, 공경(恭敬) 또는 외경(畏敬)이다. 몸과 마음가짐을 가지런히 정돈하고 엄숙하게 하는 것, 마음이 다른데로 흩어지지 않게 한결같이 유지해 나가는 것, 마음을 거두어들여 달아나지 않게 하는 것, 마음을 항상 깨어 있게 하는 것이다.  71
경(敬)은 공경의 차원을 넘어 하늘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의(義)는 어떤 일이 닥쳤을 때, 그 일을 처리하는 기준이다. 경은 내면의 마음을 긴장상태로 유지하는 것이고, 의는 밖으로 일을 처리 할 때의 척도이다. 
의는 박으로 일을 조처하는 것이기 때문에 늘 실천적인 것과 연계된다. 
개인적 실천과 사회적 실천에 모두 행위의 준거가 될 수 있는 것이 의이다.  72

추사는 "내가 '오만한 천재'였다는 그 시각은 하나만 알고 열을 모르는 유치한 시각일세. 천재라는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미안하지만 나는 천재가 아닐세. 흔히 추사를 명필이라 말하고, 추사의 글씨를 천재의 글씨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것은 실없고 허랑한 소리네. 이 세상에는 하늘에서 타고난 천재는 없네. 내 평생, 붓글씨를 쓰기 위해 먹을 갈고 또 간 까닭으로 닳아져서 밑구멍이 뚫어진 벼루가 몇 번째인 줄 아는가. 추사라는 한 남자가 평생 글씨를 써오면서, 닳아져 못 쓰게 되어 버린 몽당붓이 몇 백 자루나 되는 줄 아는가? 천재는 없고 신을 향한 도전이 있을 뿐이네. 사람은 남자이건 여자이건 내 손으로 세사을 바꾸어놓겠다는 의지와 열정을 가져야 하는 법일세.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물의 흐름, 바람의 흐름을 바꾼다는 것이고, 세상르 비추는 햇살의 색깔을 바꾼하는 것이네. 검게 보이던 세상을 밝고 희게 보이게 한다는 것이고, 무지갯살을 일어나게 하여 더욱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는 것이네. 그 짓을 나는 경전 읽기와 글씨 쓰기로 해온 것이네."  86
"사람들의 광기를 아는가. 사람들의 작은 광기는 사냥을 하고, 큰 광기는 전쟁을 일으키네... 모든 스포츠는 광기 어린 경기들일세. 그것의 역사는 로마의 원형 경기장에서 벌어진 죄수들의 검투, 노예 출신 장사와 황소와의 경기에서부터 시작되었네... 내가 살았던 조선조 후기의 그 정국은 광기 어린 탄핵 열풍으로 들끓고 있었네..."  92
"...'추사체'라는 것은 일부러 남과 달리 독특하게, 기괴하고 고졸하게 쓴 글씨라는 것입니까?"  96
"오천 권 이상의 책을 읽음으로써 내 머릿속에 형성된 서권기(書卷氣)와 문자향(文字香), 하늘과 땅으로부터 얻은 영삼을 가지고, 벼루 열개를 구멍내고 천 자루의 붓을 몽당붓으로 만드는 미치광이같이 꾸준하게 연습을 한 사람만이 먹물 속에 숨어 있는 글씨를 꺼내놓을 수 있는 법이네. 말하자면, 머리에 들어간 수많은 책 기운이 글씨로 나타난 것이야."  97
"요즘 사람들이 자식 교육시키는 데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내가 쓴 '인재설(人才說)'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쓴 바 있네. '모든 사람이 아이였을 적에는 대개 총명한데, 이름을 기록할 줄 알만 하면 아비와 스승이 '경전의 주석'과 '과거시험에 응시할 자들을 위해 모아놓은 어려운 어구풀이'들만을 읽힘으로써 그 아이를 미혹시키는 바람에, 종횡무진하고 끝없이 광대한 고인들의 글을 읽지 못하고 혼탁한 흙먼지를 퍼먹음으로써 다시는 그 머리가 맑아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넓디 넓은 세상 속에서, 우리 후세들의 영혼이 너무 가볍게 단세포화 하는 것을 경계한 것이네."  103
"왜 추사에 집착하는가."
"추사와 그의 시대를 읽어 보면, 아주 슬프고 절망적인 현실과 광기 어린 삶을 만나게 됩니다. 청나라로부터 근대문명을 받아들여 개혁하려는 북학파인 추사를, 지긋지긋하게 탄핵하고 공격해 죽이려 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그들은 오늘날 이 땅의 어떤 거대한 보수집단하고 같습니다. 역사는 반복됩니다. 저는 '추사와 그의 시대 이야기'를 통해 그 반복되는 슬픈 일을 나 스스로 각성하고 경계하고 싶었습니다."  104

다산이 말하는 4가지 의로움이란 담백한 생각, 장중한 외모, 과묵한 말, 무거운 몸가짐을 가리킨다.
'생각은 담백해야 한다. 담백하지 않음이 있거든 서둘러 이를 맑게 해야 한다. 외모는 장중해야 한다. 장중하지 않음이 있거든 빨리 단속해야 한다. 말은 과묵해야 한다. 과묵하지 않음이 있어면 거둘러 멈춰야 한다. 동작은 무거워야 한다. 무겁지 않음이 있으면 재빨리 더디게 해야 한다. 이에 그 방에 이름을 붙여 사의재라 했다. 마땅하다(宜)는 것은 의롭다(義)는 뜻이다. 의로움으로 통제한다는 의미다. .. 스스로 방성하기를 바란 것이다.' -사의재기(四宜齎記)  108
내가 산석(황상의 아명)에게 문사 공부할 것을 권했다. 산석은 머뭇머뭇 하더니 부끄러운 빛으로 사양하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세 가지 병통이 있습니다. 첫째는 둔한 것이요, 둘째는 막힌것이며, 셋째는 답답한 것입니다." 내가 말했다. "배우는 사람에게 큰 병통이 세 가지 있는데, 네게는 그것이 없구나. 첫째, 외우는 데 민첩하면 그 폐단이 소홀한 데 있다. 둘째로 글짓기에 날래면 그 폐단은 들뜨는 데 있지. 셋째, 깨달음이 재빠르면 그 폐단은 거친 데 있다. 대저 둔한데도 천착하는 사람은 그 구멍이 넓어지고, 막혔다가 뚫리게 되면 그 흐름이 성대해지며, 답답한데도 연마하는 사람은 그 빛이 반짝이게 도니다. 천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뚫는 것은? 부지런히 해야 한다. 연마하는 것은 어떻게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네가 어떻게 부지런히 해야 할까?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아야 한다."  109

허난설헌의 <곡자(哭子)> 
지난해에 귀여운 딸을 잃었더니 
이번 해엔 사랑하는 아들마저 잃었네.
가슴 메어지도다, 광릉의 흙이여
작은 무덤을 나란히 마주 세웠네.
......
응당 언니 아우의 혼들이 알아
밤마다 서로 손잡고 놀아라.  158
허난설헌은 '삼한(三恨)', 곧 '세 가지 한탄'을 노래했다.
첫째는 조선에서 태어난 것이요, 둘째는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요, 셋째는 남편과 금실이 좋지 못한 것이라 한다. 첫째는 바로 그녀가 시재를 널리 뽐낼 수 없는 좁은 풍토를 안타까워한 것이고, 둘째는 남성으로 태어나 마음껏 삶을 노래하지 못한 것을 뜻하는 것이다. 셋째는 그녀의 남편이 나이가 들어가는데 더욱 방탕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었음을 말한다.  159
그녀는 많은 한과 원망을 가슴 가득히 안고, 스물 일곱의 나이에 죽었다.  160

1636년의 병자호란(丙子胡亂)은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병자호란은 17세기 초, 동아시아의 역사적 전환기에 우리의 대응이 적절치 못했기 때문에 초래된 국난이었다. 사람들은 남한산성에서 병자호란을 떠올린다.  212
국난(國難)의 실상과 고통의 전모,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인물들의 행적을 살펴봄으로써 오늘의 우리를 돌아보는 거울로 삼고자 한다.  213
병자호란은 불과 2개월여의 짧은 전쟁이었지만 그것이 남긴 정신적 충격은 임진왜란보다 더 컸다.
조선은 과연 이 전쟁을 피할 수 없었는가?
조선의 관인들이 보여준 태도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척화 - 주화의 논쟁만 뜨거웠지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어지는 통신 체계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224
청군의 침략이 시작되었을 때 고의 지휘관들이 보여주었던 태도 역시 심각했다.
도원수 김자점은 청군의 침입 상황을 회피하고 도주했다. 때문에 인조와 도성 백성들은 피난할 시간적 여유조차 가질 수 없었다.
검찰사 김경징의 직우 유기는 '천혜의 요새'라는 것만 믿고 청군의 상륙 작전에 대비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조선 조정은 병자호란에서 별다른 교훈을 얻지 못한 듯하다.
수많은 생령(生靈)을 도탄에 빠뜨렸던 김자점은 별다른 처벌조차 받지 않고 인조 말년에 영의정까지 올랐다. 척화 - 주화 논쟁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만 가열되었을 뿐 전쟁을 초래한 원인에 대한 냉철한 반추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고, 고위 공직자들이 책임을 방기했음에도 그에 대한 교정과 반성이 제대로 이워지지 않았다. 그에 따른 피해는 온전히 하층 백성들에게 전가되었던 것은 병자호란에서 무엇보다 되새겨 봐야 할 교훈이 아닐 수 없다.  225
변자호란을 통해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정보 파악의 태만과 실패', '공직자들의 책임 방기와 단죄 결여'를 우선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보다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할 교훈은 동아시아 역사 속에서 '한반도의 약체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일정한 수준의 힘과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외교'란 결국 허망한 것이다.  227

초당순두부
                              이홍섭

순두부 같은 밤이 온다.
모질게 마음 먹어도
나는 늘 초당 바닷가에 서 있다.

친구들은 모두 서울로 떠나고
바다 소나무에 기대어
꾸역꾸역 토하던 청춘의 여름밤

푸른 혀로도
끝내 닿을 수 없었던 그 많은 눈보라

모두부 같은 마음도, 모두부를 자르는 마음도
다 부질없다 부질없다고 되뇌는
서울의 밤

멀리서, 새벽길을 더듬으며
순두부 끓는 냄새가 온다.      238



길을 길이라 말하면 늘 그러한, 꼭 같은 길이 아니요

이름을 이름이라 하면 늘 그러한, 꼭 같은 이름이 아니로다.

이름이 없는 것, 그것은 하늘과 딸이 처음 열리는 상황이요

이름이 있는 것, 그것은 모든 것의 바탕이라네.

늘 하고자 함이 없으며, 그 묘함을 보고

늘 하고자 함이 있으면, 그 한계를 보네.

이 둘은 근원적으로 같은 것

나와서 이름을 달리했을 뿐이라네.

같은 것을 일러 가물거린다고 하고

가물거리고 또 가물거리는것, 

그건, 모든 묘함이 나오는 문이로세.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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