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별아의 <가미가제 독고다이>를 읽고 저자의 책을 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계획을 수정하여 선택한 책이다.

대체 실제 인물을 소설로 옮겨 놓은 것은 어떻게 접근했을까 생각하며 책을 들었다.
책을 보기전에 검색을 해보지 않는 편이다. 이 책은 접근방식이 궁금하여 살짝 검색을 해보았다. 
저자는 이미 백범일기를 읽는 사람도, 읽지 않은 사람도 읽을 수 있도록 집필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읽으면서 생각한 점은 이미 읽은 사람들이 더 이해하기가 수월하리라 생각을 하였다.(이 생각은 중반부분 이전에 하던 생각이고, 중반 이후에는 그러한 생각을 할 수 없었다.)

한국사람이라면 백범 김구선생을 모를 수 있을까..
누구나 최소한 여러번은 들었을 이름이다. 그래서 한국사람에게는 매우 친근한 사람이다. 그러나 백범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한 사람중에 하나이다.

이 책은 백범선생의 일생을 '슬픔'이란 단어로 연결하여 전개하였다.
소설이지만 사실적인 내용이다. 실제일어났던 일이기에 이것을 소설화 시키는 것보다는 소설적 표현을 빌려와 서술했다고 하는게 더 어울릴까..

목차에서는 '이륙'에서 시작하여 '착륙'으로 마친다.
즉 해방이 되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국내로 들어오기 위한 항공기로 시작하여 국내로 들어오는 것으로 마친다.
그간 백범 선생의 회고처럼 전개되는 각 장들은 '냉혹한슬픔, 쓰라린 슬픔, 아련한 슬픔, 슬픈 밥, 자욱한 슬픔, 고독한 슬픔, 뜨거운 슬픔, 흐르는 슬픔, 거룩한 슬픔, 슬픔의 축제'

왜 우리의 역사는 슬픔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을까....ㅡ.ㅜ
내용중에 '침략자 일본도 밉지만 조국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팔아먹은 조상들이 더 미웠습니다. 그러하기에 우리만은 못난 조상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자손들에게는 절대로 이런 고생을 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또다시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 피눈물을 삼키며 투쟁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쓰라린 아픔의 시절 일제강점기 동안 우리의 선조들은 말로는 다 못할 고통을 겪었다. 그것은 표현에서처럼 조국을 귀히 여기고 후손을 위하는 것 보다는 현재의 자신만의 이익을 바라본 조상들이 있었기에 그러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이렇게 생활하게 된것은 그렇지 않은 그리 많지 않은 조상들이 있었기에 .. 그들의 자신의 모든것을 버리고 고통과 인내와 끈기가 우리에게 그나마 지금의 모습을 가지게 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가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느낌을 뜨거운 눈물을 아련한 아픔을 주었다.
오랜만에 백범 선생을 마음에 새겨본다.. 무거운 마음으로 울컥하는 마음으로..


스승은 말씀하셨다. 나라가 망할 때 망하더라도 백성들이 의로써 힘껏 싸우다가 힘이 다하여 망하는 것은 거룩한 것이요, 사분오열하여 제각각 외국에 아첨하고 동포와 다투어 망하는 것은 더럽게 망하는 것이라고,,  41

양반의 자식은 고양이 새끼요 상놈의 자식은 돼지 새끼라, 고양이는 크면서 고와지고 돼지는 클수록 추물이 된다지만, 돼지 새끼가 호랑이로 자라지 말란 법이 어디 있으랴? 암만, 어느 구름에서 비가 올지는 지켜봐야 알지!  57
신분제는 왕조를 뒷받침하는 가장 근본적인 체계였다. 그리고 과거는 이러한 신분제를 정당한 명분으로 유지하는 선발의 수단이었다.....   십만 냥을 상납하면 대과 급제란다. 명주 한 필에 권문제가의 추천편지 한통, 수청기생을 밀어넣어주면 진사 급제는 따놓은 당상이란다. 글을 모라도 된단다. 돈만 많으면 장땡이란다. 하하, 우습다. 배알이 뒤틀리도록 우습다.  58

믿음으로 큰 아이는 두려움을 모른다.  60
동학당이 되어도, 살안자에 탈옥수, 땡땡이중이 되어도 나를 맞는 아버지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남들이 나를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상관없었다.  62
옛 시에서 부모란 목숨이 붙어 있는 동안은 자식의 몸을 대신하길 바라고, 죽은 뒤에는 혼령이 되어서라도 자식의 몸을 지키길 바라는 존재라고 했던가.  66

스스로 높아지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그것은 자기가 가진 것을 버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
꿰어찬 주머니의 금덩이를 동멩이로 여겨 풀어놓고서야 가볍게 솟구칠 수 있는 법이었다.  67

백범(白凡), 가장 천한 신분인 백정이자 가장 평범한 사내인 범부로서 그보다 더 낮아질 수 없었으므로,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드높은 꿈을 꾸었으므로...  68

나는 대단한 신동도 천재도 아니었다. 못난 생김만큼 타고난 재주도 허름했다. 하지만 외워 기억하고 익혀 풀어내는 일에는 자신이 있었다. 남들이 열을 할 때 나는 백을 하고, 남들이 백을 한다면 나는 천만을 할 테니까.  82

두 분의 귀한 스승 - 안태훈 진사, 고능선 선생
사람이 자기를 알기도 쉽지 않거늘, 하물며 남을 어찌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꾸준히 성현의 말씀을 쫓아 그 발자취를 밟아가도록 하게. 자네가 진정으로 마음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그 마음을 곧추세워 끊임없이 고치며 나아가게. 지금까지 길을 잘못 들어 실패와 곤란을 경험했더라도 상심하지 말게.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요, 고민은 즐거움의 뿌리라네.
진정한 스승은 삶을 가르친다. 나는 재능보다는 그 재능을 바르게 쓰는 의리를, 사업의 성취보다는 그것이 정당한가를 판단해 실행하고 계속하는 근기를 배웠다.  84

잘나고 똑똑한 사람만 선생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자란 사람도 가르칠 수 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나눌 수 있다. 그러니 배우려는 자라면 누구라도 학생이 될 수 있다.  85

조금이라도 긴장이 풀렬 게을러진다 싶으면 서대문감옥에서 맞았던 그 새벽을 돌이켰다. 높들이 밤새워 일하고 있다. 온힘을 다해 조지고 지르며 제 나라를 위한 사무에 충실하고 있다. 남의 나라를 송두리째 삼킨 놈들이 그러할진대 망국민인 나는 어찌해야 하겠는가? 잠을 줄이고 시각을 쪼개서라도 놈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하지 않겠는가? 슬렁슬렁 대충해서는 안된다.  130

동학군에서 무례하게 군다는 비난을 받는 선비들을 직접 만나 군의 기율을 세우는 법을 얻었고, 스승에게서 사업을 함께하기에 앞서 사람됨을 먼저 살피는 방법을 배웠다. 서대문감옥에서는 죄수들을 상대로 인격을 평가하는 훈련을 했고, 그곳에서 만난 불한당의 괴수 김진사에게서 비밀결사의 동지를 구하는 법을 얻었다. 임시정부의 경무국장 시절에도 사람공부는 끝이 없었다.  168

사람의 문제에는 법칙이 없다.  168

믿음은 텅 빈 것이다. 여분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믿음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것은 오직 더 큰 믿음뿐이다. 어떤 손해를 보고 어떤 위해를 당할지라도, 나는 이런 천성을 평생 고치지 않을 작정이었다.  169

사람은 지극히 약한 존재다. 옆 사람이 흔들리면 부지중에 따라 흔들린다. 하지만 사람이란 약하고도 강한 존재다. 선봉에 선 누군가의 의로운 인도가 흔들리던 이들을 곧추세운다. 힘없고 억눌린 자들에게 희생은 희망이다. 죽음이야말로 불멸의 약속이다.  181

동경의거... 이봉창이 꺼져가던 잉걸불을 풀무질했다. 절망 속에 고립되어 있던 젊은이들이 하나둘 임시정부의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일제 총독부가 규정한 '불령선인 제1호'인 내게 어찌하면 더 불온하고 속속들이 불량할 수 있는가를 물어왔다. 내게는 돈이 없었다. 대단한 병력도 없었다. 하지만 싸우는 데 꼭 필요한 한 가지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 한없이 약하고도 더없이 강한, 나의 유일한 무기는 사람이었다.  182

다른 존재와 구별하라고 지어진 것이 이름이지만, 여러츠으이 삶만큼이나 나는 다양한 이름을 지녀왔다. 동학에 입문하면서 아버지가 지어준 창암이라는 이름을 창수로 바꿨다. 출가해서는 원종이라는 법명을 받았고, 삼남을 방랑하면서는 김두래라고 자처하였다. 연하 김구(金龜)에서 백범 김구(金九)가 된 것은 서대문감옥의 쇠창살 속이었고, 백정선이라는 이름으로 이봉창을 사지로 떠나보냈다. 그리고 쫓기는 몸이 되어 떠도는 지금, 나는 장진구(張震球), 중국인으로 가장한 장쩐치우였다.  200

피부라도 고우면 미모는 아니더라도 박색은 면할 텐데, 사춘기의 아들이 책망하며 엉두덜대는 소리를 듣고 어머니는 아예 한술 더 떴다. 호랑이보다 오랑캐보다 더 무서운 게 두창인데, 그깟 얼굴 좀 얽은게 무슨 대수냐? 그리고 네 못난 얼굴을 보는 사람이 괴롭지, 달고 다니면서 보지도 못하는 네가 괴로울 게 무엇이더냐?(곽낙원 여사)
아무튼 어머니에게 맞대들어서 한 번도 본전치기를 해본 적이 없다.  230

'어비, 자꾸 울면 에비가 와서 업어간다!'
'말썽 피우고 떼를 쓰면 에비에게 잡혀간다!'
두려움이 두려움을 가르친다. 아이들에게 무슨 일인가를 하지 못하게 하려고 어른들은 세상에도 없는 무서운 것을 지어낸다. 고작 울음을 그치고 성가시게 보채는 것을 막기 위해 현실에 없는 가상의 공포를 만들어 낸다. 두려움까지도 물려받는 것이다. 어머니는 내가 어려서부터 무서운 것도 모르고 아픈 줄도 모르는 별종이었다고 근댔지만, 나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아이가 아니었다. 어머니는 내가 어렸을 때 에비, 이것이 무섭고 저것이 겁나다 장난으로나마 으른 적이 없었다. 뱀이며 박쥐며 문둥이 따위에 놀라 호들갑을 떠는 어머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어머니는 <삼국지>의 맹장 조자룡 마냥 작은 몸 전체가 담(膽) 덩어리였다. 단단하고 옹골찬 여장부였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어머니의 아들은 헛것에 질려 뒷걸음치지 않았다. 온몸을 밀어 그것을 깨부수고 나갔다. 나는 다만 두려움 없는 어머니의 두려움 모르는 아들이었다.  237-238

어머니는 타고나길 좋은 학생이었다. 자기가 배운 알량한 지식으로 삶을 재단하지 않고 자신의 삶으로부터 끊임없이 배웠다.  240

옛사람들은 자식을 기르는 일을 연날리기 같다고 하였다 .연을 띄울 때는 무작정 잡아당기거나 허투루 풀어서는 안 된다. 연을 키우는 것은 하늘이다. 바람의 흐름으로 하늘의 호흡을 읽는다. 연줄에 돌가루와 아교를 먹여 끊어지거나 엉키지 않게 다독이고, 때로 얼레를 감아 팽팽히 당기고 때로 느슨히 풀어야 한다. 하지만 연날리기의 알속은 언젠가 그 연을 하늘로 놓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까마득한 점이 되어 날아오르도록, 미련을 버리고 연줄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나를 위해 나를 버렸다. 자식을 햔항 고집스럽고 끈질긴 집착을 끊고, 자유롭게 하늘을 쏘도록 풀어주었다.  241

어머니는 작고 못난 여인이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지혜로 세상을 넉넉히 품었다. 어머니는 못 배워 무식한 여인이었다. 그러나 원칙을 모르면서도 올곧았고 맹세 없이도 굳건했다.  249

누구도 이완용보다 현실적일 수 없고, 안중근만큼 비현실적일 수 없다. 그리하여 나는 바보를 자처했다. 처음부터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는 따지지 않았다. 오직 정도냐 사도냐를 기준으로 삼았다.  265

침략자 일본도 밉지만 조국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팔아먹은 조상들이 더 미웠습니다. 그러하기에 우리만은 못난 조상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자손들에게는 절대로 이런 고생을 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또다시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 피눈물을 삼키며 투쟁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268-269

이십육 년의 세월이 그렇게 흘러 백범 김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되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백범 김구가 되었다 . 그리하여 아무리 초라한 개인이 되어도 김구는 담담하고 의연하였다. 지나온 길들이 갈 길을 이끌 것이다. 민족과 민중 앞에 그를 바칠 일밖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284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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