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여일 동안 일본 작가들의 추리소설과 제일교포 작가들의 책을 몇 권 읽었다.
일본은 출판 강국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장르문학까지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을 보면 한국은 분명 배워야 할것이 많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된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전문적인 추리소설 분야는 없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 분야의 소설이 매우 발달되어 있다.
물론 이 책들을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본격 추리소설(수수께끼 같은 사건을 탐정처럼 풀어나가서 결과를 만들어 내는)물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만 존재하는 사회파 추리소설(사회적인 문제점들을 꼬집으면서 추리소설을 진행함으로 사건에 대한 조사를 차호 찾아다니면서 서서히 실체를 풀어나가는)은 사회의 문제점을 적확하게 꼬집어 냄으로 생각해야만 함을 강조하고 있다.
몇 권을 소개하면 


시미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은 일본에서 신본격파 추리소설 장르를 일으켜 내었던 책이다.
미라타와가 냉소적으로 사건을 추리하고 유추하여 사건을 해결하는데, 다섯 명으로 여섯 시체를 만들어낸 기발한 내용은 '소년탐정 김전일'의 육각촌 살인사건에서 패러디를 할 정도였다.














시마다 소지의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는 요시키 시리즈 중에 한 권인데, 사회파 소설로 일본이 묵과하고 있는 일제강점기에 고통받은 한인들을 생각해보지 않고서 미래만 바라보는 것은 문제를 감추는 것일뿐 진정한 해결이 아니라는 메세지를 던지고 있다.
노인이 기발한 발상을 한것이라기 보다는 그의 한이 발상으로 연결되어 하늘을 움직였으리라 짐작해 보게 된다.
작가는 마지막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던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당신은 양초를 많이 갖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건 왜였지?"
"노숙할 때 제일 필요한 것은 불이니까...전부터 모으고 있었습니다."
"노숙을 하면서 동생과 함께 한국에 돌아가기 위해서였나?"
그가 천천히 끄덕였다.
"한국에, 고향에 돌아가고 싶나?"
그러자 노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눈물이 후드득 흘러넘치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격렬하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렇게 돌아가고 싶나....."
요시키는 가슴이 무척 아렸다. 그러나 동생의 원한을 풀기 위해 그는 지금까지 일본에 머물렀던 것이다.
"고향에는 .... 아내가 있습니다."
속삭이듯이 그는 말을 계속했다. 아내가 있던 것인가! 요시키는 다시 충격을 느꼈다.
"저는 이제 됐습니다..... 하지만 사할린에 저 같은 사람이 아직 많이 있습니다."
.
.

요시키는 유치장을 나가 담당자에게 잠금장치를 걸게 하고 의자를 3층 복도 구석에 돌려 놓았다. 그리고 철창 너머러 여태영을 바라보았다. 여태영은 얼굴을 들지 않은 채 가만히 바닥을 보고 있었다. 요시키는 그가 얼굴을 들기를 잠시 기다렸지만 그럴 것 같지 않아서 이렇게 말했다.
"지독한 꼴을 당하게 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리고 유치장 앞에서 깊숙이 머리를 숙였다. 노인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보이지는 않았다.  506-507


"세상은 너 따위가 머릿속에서 짜 맞추는 스토리대로 돌아가지 않아. 바보는 바보, 범죄자는 범죄자다. 쓰레기는 쓰레기라고. 이번 일로 잘 알았겠지?"
요시키는 주임을 쫓아가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어깨를 잡아 자신 쪽으로 돌려 멱살을 잡고 주임의 등을 시멘트벽에 확 밀쳤다. 계단 전체가 쿵 하고 진동했다.
주임의 겁먹은 눈이 요시키를 째려보고 있었다. 그는 몸을 허우적거리며 외쳤다. 
"이 자식, 평생 형사 짓이나 해먹고 살아라!"
"상관없어."
요시키는 나직이 대답했다.
"나는 누구에게도 으스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어떤 깡패 자식에게 평생 존댓말을 해도 상관없고,  권력지향 따위 요만큼도 없는 평화주의자다. 하지만 이렇게 온순한 나를 때때로 당신같은 남자가 광포하게 만들어. 당신은 이 사건이 문지 알고 있나? 이 사건이 일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고나 있느냔 말이다! 아직도 치매 걸린 노인이 소비세의 의미를 몰라서 발작적으로 여주인을 죽인 사건이라 생각하겠지."
요시키는 입술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노인에 대한 자신의 무력함이 사무쳐 있었던 것이다.
"공부하지 않고, 일하려고 하지 않고, 추적하려고 하지 않는 그런 놈드링 꼭 우쭐거리며 타인을 경멸하려 들지,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서. 하고 싶으면 해라, 나는 상관없으니까. 그러나 그 처사만은 참을 수 없어! 나를 바보라 부르는 건 상관없다. 하지만 그 노인을 쓰레기라 부르며 이 이상 힘들게 하는건 참을 수 없어. 가만히 놔둘 수 없단 말이다!"
주임을 노려보니 그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나는 바보겠지. 언제나 돈 한 푼 되지 않는 일에 힘이나 쓰고, 뻐겨도 되는 녀석 앞에서 자신을 낮추고, 가장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인간에게 호통을 치지. 그러나 이 성격은 고칠 수 없어. 틀렸다고 생각하면 경시총감에게라도 확실하게 말해준다. 아무리 나쁜 패를 뽑아도 내 신념대로 갈 수밖에 없어. 당신에게 알아달라고는 안해. 그러나 그냥 놔둬. 내 바람은 단하나, 내 보잘 것 없는 인생에서 만나는 일에 대해 백은 백이고 흑은 흑이라고 말하며 죽어가고 싶어. 다만 그뿐이다. 방해하지마."  509-510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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