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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12 시작과 유지 .. 영화<타인의 취향> 도서<마지막 한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아도르노와 김우창의 예술문화론>
  2. 2012.12.30 (이외수의 사랑법) 사랑외전 - 이외수 해냄 2012 5
  3. 2012.12.27 여행의 순간 - 윤경희 앨리스 2009 03980
  4. 2012.12.25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달 2012 03810
  5. 2012.12.24 끌림 - 이병률 달 2010 03810
  6. 2012.12.23 여행 .. 사용설명서
  7. 2012.12.21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여행의 기술 - 카트린 파시히, 알렉스 숄츠 김영사 2011 03800
  8. 2012.12.19 호모부커스2.0 - 이권우외24 그린비 2009 44800
  9. 2012.11.27 슈퍼라이터 - 이지상외4 시공사 2009 14980
  10. 2012.11.22 여행 .. 만남 1
  11. 2012.11.19 동화독법 - 김민웅 이봄 2012 03810
  12. 2012.11.09 생활여행자 - 유성용 갤리온 2008 03810
  13. 2012.11.05 사랑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소담출판사 2005 04830 2
  14. 2012.10.26 이어지는 여행...
  15. 2012.10.05 인도 바로보기 - 고홍근 최종찬 네모북스 2006 03320 2
  16. 2012.10.03 슬픔이 주는 기쁨 - 알랭 드 보통 청미래 2012 03840
  17. 2012.09.07 인도방랑 - 후지와라 신야 작가정신 2009 03830
  18. 2012.08.19 이야기 인도사 - 김형준 청아출판사 2006 04900
  19. 2012.08.18 신들의 땅에서 찾은 행복 한 줌 - 문윤정 바움 2006 03810
  20. 2012.08.04 인도오지기행 - 조현 한겨레출판사 2008
  21. 2012.07.15 아름다운 거짓말 - 인도를 생각하는 예술인모임 애플북 2008 03810
  22. 2012.04.29 고독하고 허무한데 우리의 자화상이라 더 슬픈.. <수레바퀴 아래서>
  23. 2012.04.23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24. 2012.04.20 카사노바의 실수
  25. 2012.04.17 Love & Free 러브앤프리 - 다카하시 아유무
  26. 2012.04.07 지식의 단련법 - 다치바나 다카시 청어람미디어 2009(1984) 03800 1
  27. 2012.03.31 생각 버리기 연습 - 코이케 류노스케
  28. 2012.03.30 청춘표류(靑春漂流) - 다치바나 다카시
  29. 2012.03.28 소셜 애니멀 - 데이비드 브룩스

우리는 자신과 동일시 되기 전에는 배척하려는 마음이 있다. 꼭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자신과 틀린것에 특히 배척하려는 의지를 무의식적으로 가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익숙하지 않기에 때론 너무 어색하기에 일단 한걸음 물러서게 된다. 그것이 물리적이든 심적이든 말이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는 사람은 자신의 스타일과 대조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가지지 않는것에 대한 호기심이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게 한다. 

앞서 말한 두 가지의 경우가 혼재하는 경우도 있다. 



영화<타인의 취향>에서 인물들의 애정도가 그렇게 그려지고 있다. 생각보다 애정을 쉽게 형성하기도, 참 어렵게 형성하기도, 결국 형성되지 않기도 한다. 

정진홍씨는 자신을 위해 산티아고 길을 걷고 쓴 책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에서 사랑은 평등하지 않다고 표현한다. '본래 사랑은 평등하지 않다. 꼭 균형이 맞지도 않다. 왠지 기우뚱한 것처럼 보이기 일쑤인 것이 사랑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도 밑질 것 없어 보이는 사이는 사랑이 아니다. 그건 자칙 거래다. 둘 사이가 어느 쪽으론가 기울어야 사랑이다. 기우는 쪽으로 사랑은 흐른다.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사랑하는 쪽에서 사랑받는 쪽으로, 한쪽에서 또다른 한쪽으로 그렇게 기울며 흐르는 게 사랑이다. 하지만 항상 한쪽으로만 기울지 않는다. 살다보면 기우는 방향이 정반대로 바뀌기도 한다. 마치 바람이 이리저리 불듯이 말이다! 그러면서 '기우뚱한 균형'을 잡아가는 것! 그것이 사랑 아닐까 싶다.'



먼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평등하지 않다. 기울어짐 점점 균형점에 이르다가 때때로 시소처럼 이쪽으로 저쪽으로 기울어져 가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지속되어 갈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논리적이지 않다. 감성적이고 감정적이다. 그렇기에 이해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예술문화론>에서는 '참된 합리성이란 것은 대상의 보이는 면 뿐아니라 보이지 않는 면도, 드러난 것뿐만 아니라 숨겨진 것도 포용하고자 할때 마련된다. 이것이 변증법의 의미다'라고 한다.

변증법적으로 볼때 애정관계는 지극히 합리적인 것이 된다. 사람과의 애정은 보이는것 보이지 않는것을 아우를 수 있어야 지속적인 관계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는 상대의 보이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보이지 않는것에 더 빠져들고, 그 이후 실망으로 이루어진다. 그 속에서 드러난것과 드러나지 않는 것을 모두 포용할 때 지속적인 애정은 이어질것이다.


다시 <타인의 취향>으로 돌아가 보면, 주인공 카스텔라(장-피에르 바크리)는 영어과외선생으로 왔었던 클라라(안느 알바로)의 연극하는 모습을 보며 클라라에게 반해 결국은 부인인 안젤리크(크리스티안 밀레)를 떠나게 된다. 

영화에서 카스텔라는 늘 부인의 기호를 존중하는 듯했으나 결국은 그것이 싫다고 화를 내게 된다. 안젤리크는 자신을 배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누가 잘못이었나를 떠나 두 사람은 부부로서 서로의 생각과 감정에 대한 솔직한 소통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었을 것이다. 

다시말해 애정의 시작은 다름과 차이의 호기심일 수 있으나 지속은 솔직한 소통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것 마저도 드러내 서로가 교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것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지 않을까...

시작과 유지는 그 만큼의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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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오늘 사랑을 굶지는 않으셨나요



다른 건 몰라도 사랑만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입니다.

진심으로 나를 사랑한다면 아프지도 않게 하고 슬프지도 않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사랑은 상대로부터 비롯되는 생로병사, 희로애락 모두를 아무 불평 없이 굳게 끌어안는 것입니다.

그대가 아침 잠에서 깨었을 때, 그대를 버리고 멀리 떠나간 사람이 다시 돌아와 그윽한 눈길로 그대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무슨 말을 하실 건가요.  14


진실로 사랑을 아는 자가 되고 싶다면 버림받은 것들에게 간직되어 있는 아름다움부터 눈여겨볼 줄 알아야 합니다.  17


그대 가슴에 꽃이 피지 않았다면 온 세상에 꽃이 핀다고 해도 아직 진정한 봄은 아닙니다.  25


비록 입에 풀칠을 못 하는 한이 있더라고, 남에게 웃음을 주는 인생이 되어야지, 남에게 웃음거리가 되는 인생이 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오래 머물러 있어야 할 것들은 일직 우리 곁을 떠나버리고, 일찍 우리 곁을 떠나버려야 할 것들은 오래 우리 곁에 머물러 있습니다. 싫다고 다 버릴 수도 없고 좋다고 다 가질 수도 없겠지요. 그저 존버정신 하나로 이 겨울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겠습니다.  27


오솔길이 굽었다고 길옆에서 자라는 전나무까지 굽었던가요. 세상이 썩어 문드러졌다고 그대까지 썩어 문드러질 수는 없지요. 흐린 세상도 한순간이요 쓰린 인생도 한순간, 결국 언젠가는 평온하고 맑은 세상이 오고야 말겠지요. 그때까지 우리 함께 굳세게 존버.  30


집중력은 체내에 축적된 지방질을 분해하는 효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에 몰두해 있는 인간의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길쌈이나 가사에 몰두해 있는 여자의 모습, 노동이나 사무에 몰두해 있는 남자의 모습이 사랑을 촉발시킵니다.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가족과의 약속을 잘 지키고 가족과의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세상과의 약속도 잘 지킵니다. 사정이 어떠하더라도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상대편에게는 결례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가급적이면 약속을 하지 않습니다.

먼지는 날개가 없어도 어디든 자유롭게 날아다닙니다. 어쩌면 한 점의 먼지가 수십억 년 전에는 태산보다 큰 산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 먼지는 일체를 버리고 오직 한 점 먼지로만 남아 있습니다. 살다 보면 가벼움이 거룩함이 될 때도 있습니다.  37-38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랫말을 믿지 말라. 그대는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사랑 주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다.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랫말에 수없이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41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놀고 싶을 때 놉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이지요. 잊고 싶을 때 잊고 보고 죽고 싶을 때 죽지는 못합니다. 혼자서도 할 수 없는 일들이지요.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여, 사랑하며 삽시다.  49


물속에서 피는 수련은, 한자로 물 수 자를 써서 수련(水蓮)이라고 쓰지 않고 졸음 수 자를 써서 수련(睡蓮)이라고 씁니다. 의외지요. 동틀 무렵에 피어서 해질 무렵에 잠든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미녀는 잠꾸러기라는 말은 수련을 보고 지어낸 말이 아닐까요. 영어로는 물백합(water lily). 꽃말은 청순한 마음이라고 합니다.

마음이 울적해질 때마다 거울을 보세요. 그리고 거울 속에 있는 자기에게 다정한 목소리를 속삭여주세요. 아직 절망할때는 아니다. 존버.  53


미혼남녀의 사랑을 위한 힌트-여자는 자기를 예뻐해 주는 남자에게 목숨을 바치고 남자는 자기의 능력을 인정해 주는 여자에게 목숨을 바친다.

그대가 남자라면, 여자와 사진을 찍을 때, 한 족장 정도 카메라 쪽으로 얼굴을 내밀고 찍는 센스를 발휘합시다. 혹시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는 남자분 계신가요.

그대가 여자일 경우에는 명심하십시오. 사랑은 반드시 백마 탄 왕자와 함께 오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말을 끄는 마부와 함께 오기도 합니다. 오, 알흠다운 사랑!  59-60


남자들이 어망에 들어 있는 물고기에게는 떡밥을 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는 여자들에게 묻겠습니다. 남편 집에 놔둔 채 요란하게 치장한 모습으로 외출하는 건 어망에 들어 있는 물고기에게 떡밥 안 주는 심리와 어떻게 다른가요.

사랑은 김태희하고 나하고 누가 더 예쁘냐고 물어보지 않는 것. 하지만 열 번을 물어도 그때마다, 니가 더 예뻐, 라고 대답해 주는 것.

꿈속에서 당신의 애인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잠을 깨니, 당신의 애인이 머리맡에 앉아 근심어린 표정으로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사랑해"라는 말을 제외하고 제일 먼저 해주고 싶은 말은?

권장 답안 - 이 개새퀴.  63


흙 한 사발과 금 한 사발 중에서 어느 쪽이 더 가치가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흙 한 줌이 더 가치가 있다고 대답하겠습니다. 그러나 어느 쪽을 가지겠느냐고 물으신다면 당연히 금 한 사발을 가지겠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  64


진실로 위장이 허기진 사람은 먹이를 대상으로 초근목피를 가리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진실로 영혼이 허기진 사람은 사랑을 대상으로 우수마발을 가리지 않습니다.  66


2교시 수업 끝나자마자 도시락을 까먹는 녀석을, 참을성 없는 놈이라고 욕하지 마십시오. 녀석이 아침을 거르고 등교를 했다면 욕한 그대가 나쁜 놈이 되고 맙니다. 언제나 속단은 금물입니다. 급히 먹는 밥이 대개 소화불량을 초래해서 복통을 일으키는 법입니다.  73


그대 안에 천사가 거하지 않는데 어디 가서 천사를 찾겠습니까.  74


일어서십시오. 태어나자마자 헤엄치는 물고기를 있어도 태어나자마나 걷는 인간은 없습니다. 걷기를 배울 때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이 넘어져야 했던가요. 실패의 아픔을 모르는 자 성공의 기쁨도 모르나니, 오늘의 실패를 디딤돌로 내일 기필코 성공에 이르도록 힘쓰십시오.

비관론자들은 또 하루가 간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또 하루가 가는 것이 아니라 또 하루가 오는 것입니다. 모든 하루는 그대를 위해 부여되는 하루라는 이름의 희망이요 기회입니다. 제가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만 부디 아름답고 요긴하게 쓰시기 바랍니다.

세상이 아무리 썩어 문드러져도, 양심을 더럽히지 않고, 초연하게 살아가시는 당신을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  80


불행을 예약한 여자-자기를 죽도록 좋아하는 남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기가 죽도록 좋아하는 남자에게만 목을 매는 여자.

가문, 학벌, 직업, 외모, 연봉-그런 것들 때문에 결혼을 하는 사람들은 있어도 그런 것들 때문에 사랑을 느끼는 사람들은 드물다. 느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짝퉁이다.  84


예술을 모른다고 크게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모르면서 비난하는 것은 분명 꼴불견에 해당합니다. 물론 예술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요.  89


당신이 투명인간으로 변했습니다.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이외수의 지극히 현실적인 답안-거울 보기.  94


가슴에도 씨앗을 뿌립시다. 꿈이 될 수 있는 씨앗, 꽃이 될 수 있는 씨앗, 열매가 될 수 있는 씨앗, 그런 씨앗들을 뿌립시다. 하지만 가슴이 척박하면 어떤 씨앗도 발아하지 않습니다. 가슴을 적시기에는 사랑이 제일, 받기만 하지 말고 주기도 합시다.  96


지갑에 돈 마르는 것 걱정하는 사람은 많아도 가슴에 정 마르는 것 걱정하는 사람은 드물지요. 그럴수록 인생은 삭막해집니다. 가슴에 꽃밭이 있어도 수시로 물을 주지 않으면 꽃들이 말라 죽고 말지요. 작고 하찮은 것들에게도 사랑의 눈길을 보내면서 삽시다.  99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마음속에 자리하지 머릿속에 자리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어떤 대상을 소유하고 싶을 때 머리가 앞서지요. 하지만 내가 대상을 소유하고 싶도록 만들지 말고 대상이 나를 소유하고 싶도록 만드는 일이 중요합니다. 세상만사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육체적인 사랑이 아니라 정신적인 사랑이라면 편애를 제외한 모든 사랑은 무죄입니다.  100


제도적 교육을 통해서 가르치는 정답들은 대부분 남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경험과 연구를 거쳐 얻어낸 성과들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그것은 당신 소유의 진리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경험과 연구를 거쳐 체득 산출한 당신 소유의 진리를 제시하는 일이다.  105


나태는 무능을 부르고 무능은 빈곤을 부릅니다. 무능과 나태와 빈곤을 모두 겸비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시기와 불평과 욕설밖에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는 거울이 없습니다. 그래서 한사코 남의 결점만 물고 늘어집니다.

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가족이 나를 적으로 대할 때, 또는 내가 가족의 적이 되어 있음을 자각할 때, 인생이 외롭고 슬퍼집니다.  107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을 얻기 위해 살아갑니다. 하지만 행복의 주체인 마음은 등한시하고 행복의 걸림돌인 물질에만 천착하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의식주만 해결되면 그다음부터는 물질에 대한 욕망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지요.  108


저는 곱하기, 더하기, 나누기, 빼기만 아는 정도로도 평생을 불편 없이 살았습니다. 심지어는 그것들조차 계산이 틀릴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가끔 계산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계산하고 사는 사람보다 편하고 행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른다는 사실은 죄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죄를 불러오는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하나님께서 제게 너무 많은 재능을 주셨다고 부러워하십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재능은 가난과 열등, 두 가지뿐입니다. 저는 그 두 가지를 극복하기 위해 날마다 진저리처지는 노력을 거듭했지만, 그분들 눈에는 결과만 보였겠지요.  110


날개를 움직이지 않고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는 새가 어디 있으며 지느러미를 움직이지 않고 멀리까지 헤엄칠 수 있는 물고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수로하지 않고 얻으려는 자 도둑의 심보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끼니를 거르고 살더라도 불로소득을 꿈꾸지는 않겠습니다.  111


당신도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축복으로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재앙으로 생각하시나요. 축복으로 생각하신다면 그 대표적인 이유는 무엇이며 재앙으로 생각하신다면 그 대표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114


작가가 되려면 먼저 잠부터 극복하라. 하다못해 좀도둑도 투철한 직업정신 하나로 날밤을 하얗게 세우는데 명색이 작가지망생이라는 작자가 초저녁부터 꾸벅꾸벅 졸고 잇다니, 좀도둑 보기가 부끄럽지 않은가.  115


일부 작가지망생들은 괜찮은 소재 하나를 붙잡게 되면 처음에는 열정과 의욕이 넘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얼마 못 가서 무력감에 빠져버린다. 예술이 뛰어난 재능의 소산이 아니라 뛰어난 정신의 소산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겪게 되는 현상이다.  

철저하게 미쳐라. 내가 쓰면서 감동받지 못한 부분은 독자들은 읽으면서 감동받지 못한다.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미친놈 소리를 들을 때까지 미쳐라.  116


감성마을 밤하늘에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별이 총총합니다. 바람이 심하게 불면 마당 가득 떨어지기도 합니다. 가끔 주워서 목걸이를 만들어 아내에게 걸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이아를 좋아하는 아내의 눈에는 안 보인답니다. 뭐, 어쩔 수가 없지요.

아내가 하늘의 별을 따달라고 하면, 닥쳐, 니가 따, 이 따위 소리를 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 지금 사다리를 구해 보고 있는 중이야, 정도의 성의라도 보여야 합니다. 가정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전적으로 남편에게 있습니다. 물론 아내들의 주장에 의하면.  117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 마이 있지요. 하지만 남들에게 부러움을 사는 존재들은 대개 남다른 열정과 노력을 쏟아붓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부러우면 지는 게 아니라 따라 하지 못하면 지는 게 아닐까요.  121


육신의 양식인 밥은 먹으면서 정신의 양식인 책은 안 읽는 분들이 많습니다. 밥은 안 먹으면 죽습니다. 그러나 책을 안 읽는다고 죽지는 않습니다. 살기는 삽니다. 다만 영혼이 죽은 채로 살아갈 뿐이지요.  122


어떤 경우에도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는 규칙과 어떤 경우에도 주인의 명령을 어기면 안 된다는 규칙을 프로그램으로 간직하고 있는 로봇에게 주인이 한 사람을 지목해서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로봇의 예상행동은?  125


음식의 차이는 문화의 차이로 보아야 합니다. 어떤 나라 사람에게는 구토감을 불러일으키는 음식이 어떤 나라에서는 귀한 손님께 대접하는 특별음식이 되기도 합니다. 그 나라의 역사와 전통과 자연을 모르면서 음식을 비난하는 것은 몰지각한 소치입니다. 

음식에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맛이 나지 않습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런 감동이나 의미를 맛볼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정성은 잘 만들겠다거나 잘 쓰겠다는 욕심이 아닙니다. 바로 먹는 이와 읽는 이에 대한 사랑입니다.  128


향기 있는 미끼 아래 반드시 죽는 고기가 있다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노력하지 않고 얻어지는 재물이나 영달은 모두 향기 있는 미끼일 가능성이 큽니다. 덥석 물었다가는 어망 속으로 직행할지도 모릅니다. 무엇이 그대의 행복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133


익명으로 글을 쓸 때,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마음은 보입니다. 얼굴이 못생긴 건 성격으로 얼마든지 가릴 수 있지만, 마음 비뚤어진 건 무엇으로도 가릴 수 없습니다. 마음이 더러운데 인생인들 깨끗하겠습니까. 그래서 공부 중에 가장 큰 공부가 마음공부지요.

뛰면 벼룩이요 날면 파리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무엇을 해도 호감이 안 가는 사람을 표현할 때 쓰는 말입니다. 뛰면 우사인 볼트요 날면 이신바예바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뛰면 벼룩이요 날면 파리는 되지 않도록 마음공부 열심히 하겠습니다.  135


공처럼 둥근 물체가 아니면 보는 각도에 따라 형태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며 물체가 아닌 이념이라면 더욱 다를 수밖에 없겠지요. 저도 다양성은 인정하겠습니다. 그러나 곧 다양성이 정당성은 아니라는 견해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137


대부분의 기계는 쇳덩어리입니다. 하지만 인도 출신의 과학자 찬드라 보스에 의하면 쇳덩어리도 기억과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다정다감하게 대해 주세요. 그러면 말썽을 잘 일으키지 않습니다. 하물며 사람이야 오죽하겠습니까.  143


불의를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자신의 비굴을 부끄럽게 생각지 않는 사람은 정의를 논할 자격이 없습니다. 불의에 대한 침묵에 불의에 대한 동조에 가깝습니다. 반성치 않는 불의에 용서나 자비를 남용하는 것은 불의를 부채질하는 소치가 다름이 없습니다.  145


아는 것이 힘이라는 속담이 있는가 하면, 모르는 게 약이라는 속담도 있다. 어느 한쪽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느 한쪽도 영원불변하는 진리는 아니다. 한세상 살다 보면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으니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써먹으라는 조상들의 배려.  149


경험이 모두 지혜가 되지는 않습니다. 잘못에 대한 반성과 개선에 대한 의지가 지혜를 숙성시킵니다. 자기 점검이 없는 경험은 두뇌 속에 그저 단순한 기억으로 축적될 뿐이지요.  151


사람의 가치를 잴 수 있는 계측기는 아직 발명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서푼어치도 못 되는 안목으로 뻑하면 남을 재단하고 비난을 일삼는 부류들이 있습니다. 자기들이 저급하고 무가치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려서 어떤 이득을 얻어내겠다는 뜻일까요.  155


세속적인 잣대와 안목을 버리지 못하는 살마들은 흔히 진짜에게는 경계심을 보내고 가짜에게는 신뢰감을 보내는 오류를 범합니다. 당신이 만약 진짜라면 이런 경우 어떤 태도를 보이시겠습니까.  157


글에 담긴 메시지나 행간에 담긴 상징적 의미, 함축선 따위는 등한시하고 말꼬리나 잡고 늘어지는 마구간 출신 논객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들의 논조는 언제나 조소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조소에 어설픈 애국심까지 처발라져 있으면 주접이 솜털까지 오그라들게 만들지요.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면서 쾌감을 얻는 행위를 영웅심리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분들이 계시지요. 하지만 그건 영웅심리가 아니라 졸개 심리입니다. 약자를 괴롭히는 영웅은 없습니다. 진정한 영웅은 약자를 구하는 일에 자신의 힘을 씁니다.  158-159


야외에서 가마솥 걸어놓고 돼지고기에 시래기국 끓여 먹던 맛과 운치를, 어찌 휴대용 가스버너와 코펠 따위로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오늘날에 이르러 편리함은 얻었으되 정겨움을 잃었으니, 세상이 마냥 좋아졌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서양은 철학이든 예술이든 옛 사조의 반동에 의해 새 사조가 탄생합니다. 하지만 동양은 온고이지신에 의해서 새 사조가 태어납니다. 별다른 숙고 없이 서양의 풍조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미풍양속까지를 사라져버리게 만드는 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161


진정한 종교는 사랑을 가르칩니다. 그러나 실천할 수 없는 사랑은 때로 방관보다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종교든 사랑을 실천한답시고 전쟁을 불사하기도 합니다. 나의 희생은 꺼리면서 타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종교는 지구상에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165


세상을 다 버린다 해도 너를 버릴 수는 없어. 막장 드라마에나 등장할 법한 대사이지요. 하지만 내가 말하는 쪽이라면 닭살이 돋아도, 내가 듣는 쪽이라면 새살이 돋을 것 같은 대사입니다. 그래서 특히 아줌마들이 채녈을 못 바꾸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진심으로 사랑을 하는데 유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까.  169


물질적으로는 풍족한데 정신적으로는 빈곤하다면 그것은 불행입니다. 단지 그대의 가치관을 수정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불행을 행복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인생에도 온실형과 잡초형이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밑바닥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온실형보다는 잡초형에 가깝습니다. 물론 빛깔도 향기도 잡초형이 강하지요. 벌나비가 많이 날아오는 것은 당연지사. 플라스틱 가화(假花)와는 비교치 마시기를.

지금이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미래가 있습니다. 오늘은 어제와 똑같이 살지만 않는다면, 내일은 달라질 수밖에 없겠지요. 그대의 내일이 아름답기를 빕니다. 그대의 내일이 행복하기를 빕니다.  172


내게 만약 딸이 있었다면, 금고를 못 가진 남자에게는 시집을 가더라도, 서재를 못 가진 남자에게는 시집을 가지 말라고 조언했을 것이다.

사랑에 조건이 붙는 순간,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거래다.

인생 중에서도 가장 비참한 인생은 밥을 굶는 인생과 사랑을 굶는 인생이다.  175


젊은이들은 대개 자기가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삽니다. 그들은 때로 자신의 천금 겉은 시간들을 허영이나 쾌락으로 낭비해 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젊어서 실력 연마를 게을리하면 늙어서 행인 1, 2로 전락하게 됩니다. 그때는 역전도 없습니다.  187-188


집필실에 습도계를 비치하지 않았을때는, 건조하면 건조한 대로, 눅눅하면 눅눅한 대로 불평 없이 살았습니다. 그런데 습도계를 비치한 뒤로 목구멍이 칼칼하다. 콧구멍이 당긴다. 유난을 떨어대는 상황들이 발생합니다. 하나의 물건에는 하나의 근심도 따라옵니다.  201


돈보다 중요한 것이 앎이고 앎보다 중요한 것은 깨달음입니다.  216


시간이 달콤합니다.  220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대 기도하겠습니다. 노력도 하지 않고 모든 일상을 '해주십시오'로 일관한다면, 인생을 통째로 거저 먹겠다는 심보 같아서 왠지 저 자신이 한심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기도하기 전에 피눈물 나게 노력하는 모습부터 보여드리겠습니다.  228


아주 가끔은 제 공식 홈페이지 대문에 큼지막한 글씨로 '애인구함'이라는 팻말을 내걸고 싶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습니다. 그냥 지독하게 외롭다는 뜻입니다. 

무심코 차를 마셨는데 써늘하게 식어 있었습니다. 맛대가리 없다는 생각보다 울컥 외로움이 먼저 사무쳤습니다. 혀로부터 느끼는 외로움이라니, 참 지랄 같지 않습니까.  235


예전에 나는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랭이가 찢어진다'라는 속담의 모순에 대해 지적한 적이 있다. 가랭이가 찢어진다니 웃기지 마라. 뱁새도 명색이 새다. 날개가 있다. 왜 걸어서 황새를 따라가냐. 푸헐, 뱁새 너무 깔보기 어어없기.

인생은 창조다. 그래서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는다.  239


정신적 빈곤도 우울증을 부르는 요인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정신적 빈곤을 물질적 풍요로 해소하려는 분들이 계십니다. 명품 핸드백을 걸친다고 텅빈 영혼의 허기가 충족될까요. 자연과 예술과 사랑을 강추합니다. 가끔은 이외수의 책들도 읽어주소서.  252


무가치한 일에 목숨을 걸고 부모와 가족까지 곤궁에 몰아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책을 많이 읽지 않았거나 읽었더라도 건성으로 읽은 사람들입니다. 이 말에 발끈하시는 분들도 역시 마찬가지.

나쁜 짓을 하고 자기 혼자 욕먹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대개 주변 사람들 역시 도매금으로 욕을 먹게 됩니다. 세상을 망치는 대부분의 인간들은 배려를 모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요. 그러니 사랑인들 기대할 수가 있겠습니까.

사랑을 해본 적인 없는 사람은 시간의 실체를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입니다.

누군가에게 가위나 칼 따위를 건넬 때 자루가 자기 쪽을 향하게 하고 날이 상대편을 향하게 하는 사람이라면 배려 따위를 기대하지 마십시오. 그 정도는 굳이 교육을 받거나 수행을 거치지 않아도 터득되는 소양이 아니겠습니까.

나 때문에 남이 수고하면 미안해지는 것이 당연지사입니다. 그런데 전혀 미안해 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른바 '나뿐인 사람들'이지요.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은 남을 사랑할 줄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설마 당신의 애인이 그렇지는 않겠지요.  259


평생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사람에게는 늙어 죽을 때까지 만족이 오지 않습니다. 평생 타인을 위해 헌신하며 사는 사람은 늙어 죽을 때까지 크게 부족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진정한 행복을 나만을 생각할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생각할 때 생기는 것입니다.  260

 

글쓰기에 필요한 그대의 감정지수와 문장력, 그리고 집중력을 높이고 싶다면 날마다 연애편지를 쓰세요. 반드시 이성에게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예수님이나 부처님, 은백양나무나 며느리밥풀꽃, 모두 괜찮습니다. 사랑은 글을 숙성시키는 특급 발효제입니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반복해서 듣고 있습니다. 일흔 즈음에 들어도 가슴이 아릴 것 같은 노래입니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라는 끝 소절을 '매일 사랑하며 살고 있구나'로 개사해 부를 수 있는 인생이기를 빌어봅니다.  265-266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 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열받았을 때는 웃지 말아야 합니다. 열받았을 때 웃으면 비웃음으로 보일 가능성이 짙기 때문입니다. 교훈도 때와 장소에 따라 이용가치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살면서 수시로 자각하게 됩니다. 나는 받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주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구나. 저만 그건 것이 아니라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 사실을 망각하고 삽니다. 그래서 불평불만, 근심걱정이 끊이지 않는 거지요.

어릴 때는 아무도 사람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불혹의 나이로 접어들면서 더러 세상에는 무시해야 할 살마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순을 넘긴 지금은 비로소 통감합니다. 무시하는 놈도 무시당하는 놈도 결국은 외로울 뿐이라는 사실을.  269


그대가 미신처럼 신봉했던 사랑이 한낱 발정에 근거한 육체적 목마름이 아님을 명확하게 증명할 방법이 있는가. 없다. 그것은 인생을 처참하게 말아먹은 다음에야 명확하게 증명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271


저는 나이 들수록 시름시름 기력이 떨어지는데 고독은 아무리 나이 들어도 독야청청합니다.  277


당신은 나이만큼의 글자수로 자신의 심경을 토로할 수가 있습니다.  279


수험생들은 대개 시험 보는 날 아침 죽을 먹지 않습니다. 죽을 쑬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지요. 하지만 우리 차남은 수능 보는 날 죽을 먹고 시험장으로 갔습니다. 식은 죽 먹듯이 쉽게 치르겠다는 의도였습니다. 물론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매사가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282


누나가 의상실을 차렸습니다. 상호는 '희망 의상실'. 그런데 장난기가 발동해서 간판의 글자들을 그대로 두고 띄어쓰기만 바꾸어보았습니다. '희망의 상실.' 띄어쓰기가 왜 중요한지 이제 아셨지요. 눈치 못 채셨으면 난독증입니다.  283


어떤 분이 제게 물었습니다. 왜 당신은 여러 책에서 같은 소리를 반복하시나요. 제가 대답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반복합니다. 그가 다시 반문했습니다. 당신이 술 마시고 같은 소리 하시는 것도 중요해서인가요. 제가 대답했습니다. 그건 제가 실성했다는 뜻입니다.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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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을 때는 풍경을 한 컷에 모두 담는 것보단 내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조각 내는 것이 좋다. 이런 식으로 풍경이나 사람을 분절, 확대, 축소하면 결과물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좋다.  63


눈빛과 몸짓, 문장이 아닌 단어로도 이렇게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다..  67


도시 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취향이 생활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구경하는 것이다.  87


복잡하고, 물가는 비싸고, 날씨는 만날 변덕이지만, 느긋한 자세로 매일을 즐기는 런던 사람들의 태도는 조급한 여행자를 방심하게 만든다. 샅샅이 이 도시를 훑고 다닐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 것이다. 덕분에 나도 런던에서 천천히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105


낡아도, 좁아도, 불편해도 상관 없는 게 세상엔 참 많다.  133


여행은 기본적으로 방랑이다. 혹은 방황일 수도 있다. 내가 정한 목적지 같은 건 막상 그날의 기분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고, 계획이 어긋나면 방랑이 시작도니다. 새로운 길, 낯선 곳을 기꺼이 받아들이면 방랑이고, 어쩐지 내키지 않아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헤매는 방황을 하게 되면 집에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에 간절해진다. 그럴 때 여행의 긴장과 피로를 온전히 털어낼 수 있는 곳은 호텔의 작은 방이다.  146-147


'언젠가 다시 오게 되면...'

여행지에서 떠올리는 가장 부질없는 가정 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이런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여행은 일상이 아닐 때, 가장 특별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여행 안에도 일상은 존재하지만, '그때 거기에 내가 있었던' 순간은 유일한 것으로 저장될 때 좀더 빛난다.  164


뉴욕엣 가장 많이 본 것은, 아마도 '열정'이었던 것 같다. 행동으로 자신의 열정을 내보이는 다종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 매순간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사람들이 저마다 이토록 다르고 이토록 열정이 넘치다니, 어리둥절할 정도로 강렬한 에너지가 여기저기서 흘러 넘쳤다. 이방인의 눈에는 쌀쌀맏아 보이는 표정 안쪽에서조차 뭔가에 취한 열정이 느껴졌다. 원하는 대로 살기 위해 투신하고 헌신하는 사람들 사이에 느릿하게 걷고 있자니 간혹 뜻 모를 압박이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그보단 그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어쨌든 독신인구가 많은 도시답게, 혼자 걸어도 전혀 외롭지 않다는 것도 참 좋았다. 걸으면서 많은 살마들을 만났다. 혼자 다섯 마리의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남자, '트릭 오어 트리트'를 외치던 할로윈 데이의 아이들, 윌리엄스버그 거리의 힙스터들, 거리에서 핫도그로 점심을 해결하는 이들, 좁은 집에서 뛰쳐나와 카페와 공원에서일을 하는 사람들,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이 동경하는 건 어쩌면 뉴욕이 아니라, 뉴욕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아닐까 싶었다.  182-183


에코 투어리즘

지역의 문화, 역사, 고유의 자원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여행을 뜻하는데, 이런 태도를 통해 여행지의 자연과 주민들 사이를 흐르는 시간을 존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에코 투어리즘의 개념에서 마음에 드는 건. '시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여행자는 늘 바삐 움직이고, 서둘러 스쳐 지나간다. 짧은 여정을 충일하게 채워야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카페는 누구든 느리게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도시에서 여행자의 시간이 아닌,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같은 속도로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다.  203


뉴욕은... 트렌드에 민감하면서 동시에 오래되고 낡은 것들을 그대로 껴안고 있다.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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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빈 새장을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그 안에 뭔가를 담게 된다.



내 심장이 끄덕끄덕했다.


일상에서는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게 시간이지만 여행을 떠나서의 시간은 순순히 내 말을 따라준다. 사실 여행을 떠나 있을 때 우리가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 쪽이질 않은가.



생각하기만 하여도 저절로 눈이 감겨지는 이 장면들을 나는 어쩌면 끝까지 가지고 가리라. 

그렇게 나는 열일곱과 열덟, 필름 같은 소년의 껍질을 벗고 있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나를 사랑하느냐'고 묻는 건 사랑이 어디론가 숨어버려서 보이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걸 만지고 싶어서일 텐데. 그걸 붙들고 놓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그냥 만지고 싶은 걸 텐데. 갖자는 것도, 삼켜버리는 것도 아닌, 그냥 만지고 싶은것.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넘쳐 보이지만, 지금 당장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금이 가 보인다. 넘치는 것은 사랑 때문이며 금이 간 것도 사랑 때문일 텐데 그 차이는 적도와 북극 만큼의 거리다.  



할아버지가 사시미를 준비할 때, 할아버지의 손놀림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다소 걱정하는 듯이 또 행복하게 바라보는 할머니의 다소곳하면서도 정중한 모습. 아, 어떻게 저렇게 고요하고도 벅차게 한 사람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나이가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듯..



난로에 보리차가 끓고 있는 냄새나 나무 타는 냄새, 아이의 몸에 풍기는 이런저런 냄새나 갑작스런 방문을 의식해 오분 동안 급히 치운 듯한 친구 집엣 나는 생활의 냄개, 게를 찌는 찜통 연기의 냄새나 어느 냉장고에 붙여놓은 오래된 글씨의 냄새,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집 안에 가득한 빈집의 냄새와 트렁크를 열었을 대 어렴풋이 풍기는 그곳의 마루 냄새. 아, 지금과는 다르게 화학적인 것에 얌전하게 반응하는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살았을까.  



세상 그 어떤 시간보다도,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시간이 좋다.



언젠가는 그 길에서

갔던 길을 다시 가고 싶을 때가 있지.

누가 봐도 그 길은 영 아닌데

다시 가보고 싶은 길.

그 길에서 나는 나를 조금 잃었고

그 길에서 헤맸고 추웠는데, 

긴 한숨 뒤, 얼마 뒤에 결국

그 길을 다시 가고 있는 거지.

아예 길이 아닌 길을 다시 가야 할 때도 있어.

지름길 같아 보이긴 하지만 가시덤불로 빽빽한 길이었고

오히려 돌고 돌아 가야 하는 정반대의 길이었는데

그 길밖엔, 다른 길은 길이 아닌 길.



앞을 볼 수 있다면 뭘 제일 먼저 하고 싶어요?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일일 것만 같은 나는 그에게 서슴없이 묻는다.

"남의 물건을 훔치고 싶어요, 그 기분을 알고 싶어요."

아, 남모르게는 절대 할 수 없는 일. 앞을 볼 수 없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훔치는 일이겠구나.



아, 이 순간, 나는 이 순간을 가만히 붙들고만 있고 싶다.



나와 상관없는 일은 보이지 않고, 내가 필요로 하는 색만 보인다. 우리가 분홍색을 알아볼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그걸 원하고 있을 때만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누구나 살고 있지만 누구나 살아 있다고 느끼기 어려운 것처럼.



문득, 아니 오래전부터 난 참 사랑을 못하는 사람이란 생각을 하곤 한다. 아무리 목숨을 걸어도 걸어지지 않는, 일종의 그런 운명 같다. 이래서 사람이 안 되는 것도 같고 아무도 나를 사랑할 것 같지 않으며 사랑이 와도 바람만큼만 느끼는 것. 그래서 내 사랑은 혼자 하는 사라이다. 사랑은 순례의 길과도 같아서 그 길을 통해 자기가 완성되어야 한다는 이기적인 속성이 있다. 아니 그 속성만 있다. 그 속성으로 구원받고자 함이 사랑이라면, 사랑한다는 말은 대단한 말이 아니라 구원받겠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함께 앉아 김밥을 먹다가 당신이 골라놓은 당근을 먹는 일, 잡채를 먹다가도 당신이 골라놓은 당근을 먹는 일, 그 일은 당신을 구해주는 일 같지만 나 자신을 구원하는 일과도 통한다. 타인을 돕는 것으로도 자신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인류는 오래전부터 믿어왔다.



당신이 좋다, 라는 말은 당신의 색깔이 좋다는 말이며, 당신의 색깔로 옮아가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당신 색깔이 맘에 들지 않는다, 라는 말은 무의식적으로 했을 경우, 당신과 나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지켜야 하는 사이라는 사실과 내 전부를 보이지 않겠다는 결정을 동시에 통보하는 것이다. 색깔이 먼저인 적은 없다. 누군가가 싫어하는 색깔의 옷을 입고 있다고해서 그를 무조건 싫어할 수 없듯이 서로가 서로의 마음에 어떤 색으로 비치느냐에 따라 내가 아무리 싫어하는 색깔의 옷을 입었더라도 그 기준은 희생될 수 있으며 보정될 수 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데는 방향이 문제인 적은 잇어도 색깔이 문제일 수는 없다.(자주 방향과 색깔이 혼동되는 건 사실이다.)

어떤 카페가 좋아 자주 드나들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카페 기둥이 흰색 페인트를, 화장실 문에 흰색 페인트를 칠해놓은 게 마음에 들었던 거다. 사실 그 색이 좋아 카페의 분위기가 좋고 심지어 커피맛도, 주인장의 얼굴까지도 좋다고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아주 사소한 부분들을 쌓아가는 것이다.

고로 당신이 좋다, 라는 말은 당신이 무슨 색인지 알고 싶다는 말이며 그 색깔을 나에게 조금이나마 나눠달라는 말이다. 그 색에 섞이겠다는 말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당신 목에 두른 스카프 색깔이 그게 뭐냐고 말하지 않는다.

한 여자를 알았다. 나는 그녀가 빨간색인 줄 알고 좋아했는데 그녀는 파란색이었다. 정반대의 색을 가지고 있어서 한순간 주춤 물러서기까지 했다. 그럴 경우, 내가 그쪽으로 옮겨가는 수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얼마를 더 만났더니 그녀는 차라리 흰색이었다.

나는 그녀를 흰색으로 이해하기로 마음을 먹고 그녀에게 줄 흰 꽃을 준비했다. 흰 이 꽃이 당신을 닮은 거 같아서 샀다고 했다. 초여름날, 보리수꽃을 내밀면서 내가 뱉은 말은 내 감정의 전부이면서 진실이었다.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대상은 색이 없어지고 오히려 지워져 창백해진다.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사랑의 감정으로 대상은 참을 수 없이 완벽해지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불행의 기준은 같지만 행복의 기준은 변질되어 있다. 그저그런 불행에 우린 죽지 않지만 그저그런 행복에조차 도달하지 않으면 우리는 불행하다. 우리는 죽는다.

높은 것, 아름다운 것, 벅찬 것, 기쁜 것, 영원한 것, 그것들을 모른 체하지 않으며, 그 방향으로 조금식 조금식 움직이는 사람에게 바퀴는 굴려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세상을 놀래키 수는 없다.

아무도 나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없다면 그것은 이미 실패한 삶, 세상이 나를 등졌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충분히 망친 삶.

내가 하지 않았던 일들의 길고 긴 목록을 하나씩 지워나가면서 뭔가를 저지르기 시작한다면 사람들은 나를 향해 돌아설 것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을 걸어올 것이다.



그토록 많은 나라들을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 것은 돌아보면 실로 기적에 가까운 일인 것 같다. 도대체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지,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듣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 그 어떤 말도 들린다. 겨우 아는 몇 개 안 되는 단어를 동원하거나, 소통이 어려울까 마음을 다해 섬세한 몸짓으로 말을 걸면 거의 모든 사람들은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에 마치 불꽃이 튀는 것 같다. 절대로 말이 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의 마음의 문이 열리고 마침내 뜻밖의 말들이 섞인다. 우리가 누군가 한 사람을 알고 사랑하게 되는 것도 결국은 이 작은 불꽃에 의해서일 것이다. 그 작은 불꽃을 오래 꺼뜨리지 않는 일일 것이다.

이제 몸짓 언어의 벽은 넘은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다른 나라 말을 잘하고 싶다. 사람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려면 통역 따위의 번거로움은 없어야 한다. 사랑도 마찬가지.



자신이 채워진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려면 공항에 가보면 된다. 공항에 앉아 미소 지을 일들이 떠오르거나 괜히 힘이 차오르는 사람이 있고, 한없이 자신이 초라해 보이거나 마음이 어두워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공항에 가지 않는 나에게 세상은 아무것도 보여줄 게 없다. 세상의 경계에 서보지 않은 나에게, 세상은 아무것도 가져다줄 게 없다.



짐만 가지고 떠남은 떠남이 아니다. 최소한의 감정의 재료를 함께 가져 간다면 그 어느 곳에도 새로운 인생의 조각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휑한 빈자리에 사랑한 존재를 이식해 넣은 것이다.



"진주는 외롭다는데..."

"선생님, 그러면 진주 말고 다른 거 하세요."

당신은 진주를 택했고 나는 가만히 옆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다 내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선생님, 그 반지 끼고 외로우면 어쩌시려구요?"

"외로운 게 뭐가 대수라고. 외로우면 좀 어때. 외로워봤자지."

그래, 외로워봤자다. 외로움은 다가 아니더라.

언젠가 당신에게 불쑥 물었다. 그런저런 말들이 지나간 후였다.

"선생님. 어떻게 사셨어요?"

많은 사람들, 당신이 살아온 시간들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묻고자 했을 그 고통의 날들과 관련하는 당신 남편과 당신의 아들... 당신의 인생 젙체에 대한 안부였다. 

"견뎠지. 뭘 어떻게 살았겠어..."

부러 냉정하게 자신을 누르는 음성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모른다. 쉬운 것은 겨우 알 수 있을지라도 어려운 것은 모른다. 어쩌면 쉬운 것도 어려운 것도 자기 소관이 아니므로, 모르고 있는 것조차 모른다.



마을은 백 년이 지나도 자신들만의 속도와 온도를 유지하면서 살 것만 같은데.



사는 데 있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것이지만 그것을 알기에 사랑은 얼마나 보이지 않으며 얼마나 만질 수 없으며 또 얼마나 지나치는가. 보지 못하고 만지지 못하고 지나치는 한 사랑은 없다. 당장 오지 않는 것은 영원히 오지 않는 이치다. 당장 없는 것은 영원히 없을 수도 있으므로.

그렇더라도 사랑이 없다고 말하지는 말라. 사랑은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불안해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고 믿으려는 것이다. 사랑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지는 걸 못 견뎌하는 것이다. 사랑이 변했다, 고 믿는 건 익숙함조차 오래 유지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뿐이다. 사랑은 있다. 사랑이 없다면 세상도 없는 것이며 나도 이 세상에 오지 않은 것이며 결국 살고 있는 것도 아니질 않은가.

그렇다고 사랑만이 제일이라고 생각하지도 말라. 사랑은 한다고 해서 다가 아니라 사랑할 때의 행복을 밖으로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상태가 사람을 키운다. 애써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넘치는 상태만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하여금 인간을 어려운 일에 빠지게 하는 일, 그것은 산이 하는 일이다. 그 어려움으로 하여 인간을 자라게 하는 것이 신이 존재하는 구실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랑이라는 어려운 고통을 겪어야만 행복으로 건너갈 자격을 얻는다. 

신이 어떤한 장난을 친대도 사랑을 피할 길은 없다. 그냥도 오고 닥치기도 하는 것이고 누구 말대로 교통사고처럼도 오는 것이다. 사랑은, 신이 보내는 신호다. 사람은 떠나도 사랑은 남게 한다. 그것도 신이 하는 일이다. 죽도록 죽을 것 같아도 사랑은 남아 사람을 살게 한다.

그래, 사랑을 하자. 사랑을 하더라도 옆에 없는 사람처럼 사랑하자. 옆에 없는 사람처럼 사랑하는 일, 그것은 사랑의 끝이다. 완성이다. 

인간적으로 우리 사랑을 하자. 인간의 모든 여행은 사랑을 여행하는 것이다. 사람은 사랑 안에서 여행하게 되어 있다. 사랑을 떠났다가 사랑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사랑은 삶도 전부도 아니다. 사랑은 여행이다. 사랑은 여행일 때만 삶에서 유효하다.



하루 한 번쯤

처음 영화관에 가본것처럼 어두워져라. 곯아버린 연필심처럼 하루 한 번쯤 가벼워라. 하루 한 번쯤, 보냈다는데 오지 않은 그 사람의 편지처럼 울어라. 다시 태어난다 해도 당신밖에는 없을 것처럼 좋아해라.

누구도 이기지 마라, 누구도 넘어뜨리지 마라. 하루 한 번 문신을 지워낼 드싱 힘을 들여 안 좋은 일을 지워라. 양팔이 넘칠 것처럼 하루 한 번 다 가져라, 세상 모두 내 것인 양 행동하라.

하루 한 번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앉으라, 내가 못하는 것들을 펼쳐놓아라. 먼지가 되어 바닥에 있어보라. 하루에 한 번 겨울 텐트에서 두 손으로 감싼 국물처럼 따뜻하라.

어머니가 내 뒷모습을 바라보는 만큼 애틋하라. 하루 한 번 내 자신이 귀하다고 느껴라. 좋은 것을 바라지 말고 원하는 것을 바라라. 옆에 없는 것처럼 그 한 사람을 크게 사랑하라.



순간일 수도 있지만 영원일 수도 있는 것이고, 영원도 어느 한순간 토막이 나기도 하려니 그렇게 지금 당장 마음가는 대로만 마음을 다하면 되는 것 아닌가. 말이 안 통하는 거야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과도 마찬가지. 사랑이 삐그덕대는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 사랑하는 연인들이 낼 수 있는 불의 밝기를 사랑이라는 집에 잘 사용하는 것, 그것만이 사랑이다.



세상 끝 어딘가에 사랑이 있어 전속력으로 갔다가 사랑을 거두고 다시 세상의 끝으로 돌아오느라 더 이상 힘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 : 우리는 그것을 이별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하나에 모든 힘을 다 소진했을 때 그것을 또한 사랑이라 부른다.  



사실 나이 든다는 게 괜찮을 때도 있더라구요. 묵직해져서 덜 흔들리고 덜 뒤돌아보고.

아주 오래전 어디선가 읽은 글 같은데 누구의 글인지 기억이 나질 않네요. 나이들어 각자 혼자가 되어 만난 어느 연인의 이야기입니다. 어디선가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조금식 조금씩 좋아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처음으로 남자의 집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됩니다. 낯선 곳에서 잠을 잔 여자는 아침에 도착한 신문 떨어지는 소리에 잠이 깬 뒤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살며시 일어나 거실에서 신문을 가져다 신문을 보기 시작하는데 신문 넘기는 소리에 남자가 깰까봐 여자가 화분 옆에 놓인 분무기를 가져다가 신문 위에 뿌립니다. 곤히 자고 있는 사람에게 신문 넘기는 소리는 굉장히 크게 들리겠죠. 얼마 후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가 신문에 물을 뿌리며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있는 여자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보고는 그렇게 묻습니다. 

"당신, 그런 걸 어디에서 배웠소?"

"나이 먹다보니 그냥 알게 되었어요."

알게 되는 것도, 알아가는 것도 나이가 하는 일, 맞습니다.



나이만 잇고, 나이 없는 사람이 되기는 싫다

나이 든다는 것은 넓이를 얼마나 소유했느냐가 아니라 넓이를 어떻게 채우는 일이냐의 문제일 텐데 나이로 인해 약자가 되거나 나이로 인해 쓸쓸로 몰리기는 싫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이가 들어도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문장처럼 늘 이 정도로만 생각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우리는 시작에 머물러 있을 뿐, 충분히 먹은 것도 마신 것도 사랑한 것도, 아직 충분히 살아본 것도 아닌 상태였다.'



가까이서 보는 환한 달은 참으로 사람 코끝을 시큰하게 한다. 누가 내 감정을 터뜨리기 위해 손을 뻗는 것 같은, 무언가 나를 일으키기 위해 네어지를 보낼 때의 기운 같은 것들.



후배 부부는 파리 근교에 위치한 집에 살면서 맹인안내견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나는 아침과 저녁 두 번의 산책을 시켜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아침이 되면 촬영을 나가기 전에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숲길에 나가 산책을 시켰다. 종일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돌아온 저녁에는 원고를 손보았다. 저녁 싟를 마친 후나 잠들기 전에 개를 데리고 나가 산책을 했다. 이 주일 동안은 거의 이런 일들의 반복이었다.

어느덧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가 되었다. 개와 마지막으로 따뜻한 인사를 나눴다. 주인이 돌아오면 내가 해주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보살펴줄 것이었다. 내가 떠난 다음 날인가, 후배 부부는 돌아왔고 며칠 후, 전화 통화를 하면서 개의 안부를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개가 말 잘 들었지요?"

"그럼, 너무 착해서 아무 문제 없었어."

"근데 선배 가고 돌아와 보니 마루에다 먹은 걸 토해놨더라구요. 챙겨준 사료는 건드리지도 않았구요."

"아니, 왜? 나 있을 땐 아무렇지 않았는데, 어디 아픈 거야?"

"아뇨, 선배 여기 올 때 큰 여행가방 가지고 왔을 꺼 아니에요? 떠날 때는 큰 여행가방 들고 나가셨을 거구요. 개가 여행가방에 민감해요. 정들었는데 떠나는 걸 알고 마음이 많이 안 좋았나봐요."

아, 이별이었구나.

나는 돌아와 정신없이 일에 매달리느라 한 번도 뒷일을 생각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별이 아팠구나. 미안하다. 나, 이토록 텁텁하게 살아서, 정말 미안하다. 음식을 만들면서도 음식에다 감정을 담는 것인데 하물며 나라는 사람, 이렇게 모른 척 뻣뻣하게 살아가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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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번 힘이 되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열정이란 말에는 한 철 태양이 머물다 지나간 들판의 냄새가 있고, 이른 새벽 푸석푸석한 이마를 쓸어올리며 무언가를 끼적이는 청년의 눈빛이 스며 있고, 언제인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타고 떠날 수 있는 보너스 항공권 한 장에 들어 있는 울렁거림이 있다. 열정은 그런 것이다. 그걸 모르면 숨이 막힐 것 같은 어둠에 놓여 있는 상태가 되고, 그걸 갖지 아니하면 신발을 신지 않은 채 낯선 도시에 그 암담함과 다르지 않다. 

사랑의 열정이 그러했고 청춘의 열정이 그러했고 먼 곳을 향한 열정이 그러했듯 가지고 있는 자와 가지고 있지 않은 자가 확연히 구분되는 그런것. 이를테면 열정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넌 자와 건너지 않은 자로 비유되고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강물에 몸을 던져 물살을 타고 먼길을 떠난 자와 아직 채 강물에 발을 담그지 않은 자, 그 둘로 비유된다. 열정은 건너는 것이 아니라, 몸을 맡겨 흐르는 것이다.



사랑의 시작은 그래요. 어떤 이상적인 호감의 대상이 한번 내 눈을 망쳐놓은 이후로, 자꾸 내 눈은 그 사람을 찾기 위해 그 사람 주변을 맴돌아요. 한 번 본게 다이넫 내 눈은 몹쓸 것으로 중독도니 무엇처럼 그 한 사람으로 내 눈을 축축하게 만들지 않으면 눈이 바싹 말라비틀어질 것 같은 거죠.


청춘에 있어서 만큼 사용법이란 없다. 

주저하면 청춘이 아니다. 생각의 벽 안쪽에 갇혀 지내는 것도 청춘이 아니다. 괜히 자기 자신을 탓하거나 그도 아니면 남을 탓하는 것도 청춘의 임무가 아니다. 청춘은 운동장이다. 눈길 줄 데가 많은 번화가이며 마음 들떠 어쩔 줄 모르는 소풍날이다. 

하지만 청춘은 방해받는 것 투성이다. '하지 말라

'는 말들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야 함으로 느낄 수도, 만날 수도, 가질 수도 없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느껴야 하는 것, 만나야 하는 것, 사력을 다해 가져야 하는 것, 그래서 반드시 행복해야 하는 것, 그것이 청춘이다.  

청춘은 한 뼘 차이인지도 모른다. 그 사람과 내가 맞지 않았던 것도, 그 사람과 내가 인연으로 스치지 못했던 것도 그 한 뼘 차이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청춘의 모두는 한 뼘과 연관되어 있으며 겨우, 그 한 뼘 때문에 대부분의 결과는 좋지 않다.

청춘은 예민하되 청춘은 복잡하지 않다. 그렇다고 대단하지도 않다.



나는 여행하면서 이런 것들을 챙겨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여전히 신기하다.

 - 트렁크 가득한 책(게다가 그걸 다 읽고 버리고 가는 사람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 평소 즐겨 먹는 원두커피

 - 두춤한 일기장

 - 잠옷

 - 애인.



네 손을 잡는 순간 갑자기 모든 게 괜찮아진다.



사랑해라. 시간이 없다. 사랑을 자꾸 벽에다가 걸어두지만 말고 만지고, 입고 그리고 얼굴에 문대라.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으며, 내릴 곳을 몰라 종점까지가게 된다 할지라도 아무 보상이 없으며 오히려 핑계를 준비하는 당신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사랑해라. 정각에 도착한 그 사랑에 늦으면 안 된다.

사랑은 그런 의미에서 기차다. 함께 타지 않으면 같은 풍경을 나란히 볼 수 없는 것. 나란히 표를 끊지 않으면 따로 앉을 수밖에 없는 것. 서로 마음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같은 역에 내릴 수도 없는 것. 그 후로 영원히 영영 어긋나고 마는것.

만약 당신이 그리 할 수만 있다면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우주를 바라보는 방법을 익히게 될 것이다. 그러다 어쩌면, 세상을 껴안다가 문득 그를 껴안고, 당신 자신을 껴안는 착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 기분에 울컥해지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사랑은 아무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당신에게 많은 걸 쏟아놓을 것이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세상을 원하는 색으로 물들이는 기적을 당신은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동전을 듬뿍 넣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해도 당신 사랑이다. 너무 아끼는 책을 보며 넘기다가, 그만 책자이 찢어져 난감한 상황이 찾아와도 그건 당신의 사랑이다. 누군가 발로 찬 축구공에 밝은 하늘이 쨍하고 깨져버린다 해도, 새로 산 옷에서 상표를 떼어내다가 옷 한 귀퉁이가 찢어져버린다 해도 그럴 리 없겠지만 사랑으로 인해 다 휩쓸려 잃는다 해도 당신 사랑이다. 내 것이라는데,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이라는데 다 걸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무엇때문에 난 사랑하지 못하는가, 하고 함부로 생각하지 마라. 그건 당신이 살랑을 '누구나, 언제나 하는 흔한 것' 가운데 하나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왜 나는, 잘하는 것 하나 없으면서 사랑조차도 못하는가, 하고 자신을 못마땅해하지 마라. 그건 당신이 사랑을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흔한 것도 의무도 아닌 바로 당신, 자신이다. 

사랑해라,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잃어온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사랑해라, 사랑하고 있을 때만 당신은 비로소 당신이며, 아름다운 유일한 한 사람이다.



"다음 사람을 위하여"

계속해서 감사는 박자를 맞춰 감사를 부를 것이다.



춤을 추어도 혼자는 추지 말고 아픔과 함께 추어라. 대신 얼마나 힘이 됐는지 아픔은 모르게 하라.



거대한 어항 같은 도시 안에서 물기 없는 호흡을 하고 있을 때,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지 않은 누군가와 떠들고 있을 때, 문득 나를 에워싸고 있는 많은 것들을 놓고 싶을 때, 깊은 밤 잠에서 깨어 통장 잔액 확인을 하고 있을 때, 죽집에 들어가 죽 한 그릇 시켜놓고 기다리다 주인이 가져다준 신문 첫 장을 외면하고 싶을 때, 허파로 숨을 쉬어야 하는 고래가 아플 적에 친구 고래가 아픈 고래를 수면까지 밀어올려서 숨을 쉬게 해준다는 얘길 들었을 때, 웅크린 채로 먼 길 가는 달팽이의 축축한 행로를 지켜보고 있을 때, 아무도 없는 밤바다에 알몸을 담그고 누워도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없을 때, 어쩌면 이 세상은 남자오 ㅏ여자뿐일지도 모른다는 억지스러운 논리와 세상 모든 이야기가 남자와 여자에 관해 이야기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해야 할 때, 기다리는 것이 희망인 줄 정확히 알면서도 희망이 도착하기도 전에 지쳐 버리는 군중들 속에서도, 한낮인데도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어둠이 찾아왔을 때, 그렇게 한낮이 무거웠을 때, 달큼한 바람이 불고 몸이 뜨거워지고 그래서 눈을 감고 싶을 때, 뭔가 가득 채워놓은 것이 쓰러져 엎어졌을 때, 이사 후, 아무렇게나 기대 놓은 그림을 누군가가 말을 해줘서야 바로잡고 있을 때, 정이 들어버려서 마음이 통해버려서 달빛 아래 각자 다른 길로 헤어지고 싶지 않을 때, 문득 뚜렷한 이유도 대상도 없이 무작정 고마울 때, 보름달 주기를 따라 피었다 졌다를 반복하던 마당의 꽃들이 어느 순간 돌아가야 할 때가 됐다고 말할 때, 다시 또 누군가를 영영 볼 수 없을 것 같을 때.



교감일거라 생각한다.

낯선 곳으로 여해을 갔을 때 제대로 말이 통하지 않을 때, 그럴 땐 똑같이 생긴 뭔가를 두 개 산 다음 그중 하나에 마음을 담아서 건네면 된다. 환하게 웃으면서 그러면 된다.



좋은 풍경 앞에서 한참 동안 머물다 가는 새가 있어. 그 새는 좋은 풍경을 가슴에 넣어두고 살다가 살다가 짝을 만나면 그 좋은 풍경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일생을 살다 살다 죽어가지. 아름답지만 조금은 슬픈 얘기.



말하세요. 누구든 붙잡고 그걸 이야기하세요. 누가 없으면 혼자서 이야기 하세요. 자신을 힘들게 하는 문제들을, 현상들을요. 말하지 않아서 병이 됩니다. 말하지 않아서 고통스러운 겁니다.



영원히 바뀌지 않을 주소.



기약없이 떠나왔으니 조금 막막한 것도, 하루하루의 시간이 피 마르듯 아깝게 느껴지는 것도, 돈이 다 떨어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혼자 이국의 바닷가에서 울적해하기보다는 웃을 수 있는 일을 먼저 생각하자고 씁쓸히 마음을 먹는 일도, 떠나는 일은 점퍼의 지퍼 같은 것이어서 지퍼를 채우기만 하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아해. 그리고 눈이 내리고 내리고 쌓이고 또 쌓이는 밤,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는 '당신하고 같이 왔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면서 술이나 사러 나갈까 하며 벗어놓은 양말을 신는 걸 좋아해. 



'돈 없어도 대차게 살자' 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살던 시절이 있었는데, 돈이 없는데 어떻게 대차게 살겠어. 난 왜 그랬는지 모르게 그렇게 한 거야.

내가 갖고 싶은 CD에 붙은 바코드를 떼어버리고 옆에 놓인 싸구려 CD에 붙은 바코드를 붙여서 계산대로 간 거지 그러니까 86프랑짜리를 68프랑에 사기 위해 귀찮게 깎거나 하지 않았어도 됐던 거야. 계산까지 다 했어. 내가 특별 할인시켜놓은 가격으로.....



먼 훗날은 그냥 멀리에 있는 줄만 알았어요. 근데 벌써 여기까지 와버렸잖아요.



상대를 일방적으로 생각하지 않기 위한 방법은, 완전히 이해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됐다면 아무리 늦었다 해도,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그건 분명 사랑인 거다.  



시시한 게 싫다고 시시하지 않은 걸 찾아 떠나는 사람 뒷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시시해요?

처음에 시시하지 않을 것 같아 시작했는데 시작하고 보면 시시해요. 사랑은, 너무 많은 불안을 주고받았고, 너무 많이 충분하려 했고 너무 많은 보상을 요구했고, 그래서 하중을 견디기 못해요. 그래서 시시해요, 사랑은.



습관처럼 다닌다. 습관처럼 여행을 다니려고 한다. 여행을 다니는 습관만큼 내가 사람을 믿는 건 사람한테 열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으로부터 받을 게 있다는 확신에 기대는 바람에 나는 자주 사람에 의해 당하고 패한다...

그렇다고 항상 당하는 쪽인 나 같은 이에게 쓸쓸함만 남는 건 아니다. 고맙게도 쓸쓸하면 할수록 다시 사람을 떠올리며 사람의 풍경 안으로 걸어갈 힘이 생긴다.



한번 사람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여행은 끝이다. 그만큼 자유롭지도 못할 뿐더러 기회도 적기 마련, 세상에 하나뿐이라고 생각한 친구를 믿은 적 있으나 그는 나를 믿어주지 않았고, 한 사람을 믿은 적 있으나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믿음이 아닌 듯하였다. 그 울림은 더 장황해져서 다른 사람에게 믿음을 옮겨가면 그뿐이었다. 내가 사람에게 함부로 대했던 시절이 분명 있었기에 당함으로써 배우는 것이라 자위하면 되는 것.  



간혹 사람들은 묻는다. 왜 그렇게 다녀야만 하냐고, 피의 문제라고 대답도 했다가 결핍의 문제라고도 했다가 나도 잘 모른다, 라고 대답을 해왔다. 상상력을 위해서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폼 잡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아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다. 

상상력이 부족해서 더 가난한 시대에, 사람들은 함부로 남을 이야기할 때만 상상력을 동원한다. 그 뻔한 상상력만으론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걸 모르고 살고 있는 눈치다.

진정으로 남의 입장이 되어보기 위해서, 낯선 공간으로 끌려들어가기 위해서, 그렇게 먹먹해지고 막막해져서 조금 나은 상상력의 밑천을 짊어지고 돌아오기 위해 나는 먼 길에 머무르기를 좋아한다.



양과 맛을 넘어서지 않는 행복.



대상을 향해 직진하는 편인가. 목적을 향해 내 모든 살아있는 감각들을 작동시키는 편인가. 나는 이런 질문들 앞에서 비교적 '그런 편'이라고 말할 것 같다. '비교적'이라는 꼬리를 단 것은 대상과 목적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중심'이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겪고, 무엇을 이해하는지의 핵심은 항상 '중심'에 있다.



눈을 감더라도 마음을 감아선 안 되리라.



사람의 인연이란 건 대단하다. 그것은 쉬운 것이 아니며, 알려 해도 알 길이 없는 것이며 그래서 묘한 것이다.



언제나 한 가지 대답이면 된다. 닥치는대로.. / 될 대로 되라 / 난 겁내지 않는다 / 이것도 운명이다. 이 모든 걸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존재한다. 라틴어 '케 세라 세라(Que Sers Sers).'

내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는 두 가지 정도가 있을 듯. 세세하게 일일이 신경 쓰고,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 사는 사람. 그냥 뭉툭하게, 되는대로 터벅터벅 살아가는 사람. 자잘한 신경을 많이 쓰고, 꼼꼼이 계획을 세워서 사는 사람이라도 모두 잘 살고, 모든 일이 잘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그 반대, 조금 심드렁하게 , 또는 대충대충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잘 살지 못하리란 법도 없는 듯.

멋있는 사람은 아무렇게나 살아도 멋있다. 안 씻는 사람 안 씽어도 멋있다. 일생 정리정돈 못하는 사람은 그게 멋이다. 아등바등 살아가는 너 같은 사람은 그것도 그대로 멋이다.

솔직히, 가끔은 못하는 것이기에 꿈꾼다. 씩씩하게, 몫하는 거지만 대범하게, 자신 없지만 통 크게. 말 그대로 케 세라 세라(Que Sers Sers), 그렇게.

'너처럼 대충대충 사는 놈이 왜 많은 사람들을 잃는 거냐?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하기 때문이야.  



우리가 오늘을 살면서 하루하루의 가치가 형편없다고 생각된는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많은 곳을 다니면서 그냥 다닌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쉬임 없이 써야만 했던 것이 살기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시간을 때우기 위안 것이었는지 또는 존재의 한 방식이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 분명하지 않음이 슬프기까지 하다. 하지만 열정이 아니고는 그럴 수도 없었을 터, 분명 나에겐 열정이 있었고 아직도 열정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이제 그 열정을 쓰게 된다면 끼적이고 쓰고 하는 일이 아닌, 또 사진을 찍는 일도 아닌, 더 다니는 일에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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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사에서 한국 사람들은 제품을 구입하고 제품설명서나 사용설명서를 읽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꽤 오래전에 읽었기에 그 사이 설명서를 읽는 사람의 수가 증가했으리라 생각은 해본다. 그렇다고 읽는 이들이 급등한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래들어 전자제품 A/S를 받기위해 센터에 방문했던 적이 있다. 기사분에게 설명을 하고 수리를 맡긴후, 그리 복잡한 수리가 아니기에 앞에 앉아서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궁금한 것들을 질문을 하니 종일 사람들 상대하느라 지쳤을만도한데 친절하게 답을 해주고 이해를 위한 보충설명까지도 해준다. 그러면서 "고객분들께서 사용설명서만 읽어보셔도 번거롭게 이곳을 찾지 않으셔도 될텐데.."하면서 말끝을 흐린다. 왠지 뜨끔한 순간이다. 

"미안합니다...ㅎㅎ"

"아닙니다. 고객님께서 그러시다는건 아니구요. 그만큼 기본 사용 미숙으로 고장나는 물건이 많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되려 기사분이 자신이 말을 잘못한듯 미안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한국 사람들이 참 설명서 안 읽는 민족인가봐요. 그죠?"

기사님이 답한다. " 예, 좀 그러신분들이 많은것 같아요. 어떻게 아세요?"

"예전에 그런 기사를 본 기억이 나네요. 책도 안 읽는 나라라고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설명서를 읽겠어요..ㅎㅎ"(안 읽는게 잘못이라는 건 아니다. 다만 설명서 안읽는 사람들이 많은것 같다는 뉘앙스를 위해 한 표현일뿐이다. 오해마시길...ㅎ)


여행을 위해 가이드북을 읽어보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가이드 북은 일종의 여행설명서이다. 

블로그나 카페들을 통해 최신정보를 알 수 있다. 이것 역시 설명서이다. 

현지에서 만나는 여행자들과 현지인들은 좋은 가이드가 되기도 한다. 이것 역시 설명서다.

때때로 현지의 안내소는 지역을 설명하는 팜플렛이 매우 유용한 설명서이고, 안내소 직원 역시 좋은 설명서이다.

숙소에서 앞전 사용자가 남겨둔 메모나, 숙소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좋은 설명서이다.

유적지나 관광지 입구에 있는 안내판들도 좋은 설명서다.

그 고장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특히, 세월의 시간을 오래 보낸분들은 매우 좋은 설명서이다. (무슨 사람이 글이냐 책이냐 왜 설명서라고 하는냐 하는 의문을 가지시진 않겠지만, 혹시나 모르니 덧붙이자면 다만 그들의 표현이 좋은 설명서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니 곡해 마시라.)

여행중에 모르는 것이 생기면 지나가는 누구에게 물어도 좋은 설명서가 된다.(물론 그 사람이 알고 있을때 말이다.)


설명서가 안읽히는 나라 사람이라서 그런건 아닐것인데 우리내는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데 소심한 편이다. 동양적 사고에 의해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틀이 있어서일까. 

우리내와는 다르게 서양인들은 참 쉽게도 잘 물어보고 부탁도 한다. 매우 쿨하다. 들어주면 좋고 거절당해도 괜찮다. 

어쩌면 여행을 두려워하거나 조심스러워 하는 사람은 이런 이유가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혹 이런 분들을 위해 한 마디하면 위에서 사용설명서의 종류를 여러가지 적어보았다. 그것들을 보고 생각해보시라. 여행에서는 사용설명서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두려움보다는 여러 종류의 설명서가 있음에 안도의 마음을 가지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물론 이런 말에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근데 어떤 말로도 그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여행에서는 다양한 설명서가 있기에 어떻게든 우리는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모든 설명서를 다 읽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신에 맞게 바꿔가면서 선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어떤 설명서도 필요없는 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보이는 설명서는 여행을 위한 설명서이다. 

 


책 제목중에 <인생사용설명서>라는 이름이 있다. 그표현처럼 여행은 자신에게 자신의 인생에 대한 설명서가 된다. 여행은 떠남이고 만남이며 접점이다. 물리적인 의미이기도 하지만, 세 단어 앞에 '나'라는 글자를 붙여도 된다. 나에게서 떠남이고 나와의 만남이고 나와 만나는 접점이다. 여행을 통해 많은 이들이 기존의 자신을 떠나 새로운 환경속에서 자신을 만나고 그 만나는 접점 즉 이전 환경의 나와 새로운 환경에서의 나의 접점들속에서 자신을 위한 생각들을 아니 자신을 위한 단상들을 떠올린다.

그렇게 늘 익숙해져서 멈추어있던 뇌의 어느 부분들을 자극하여 좀더 나은 '나'를 만드는 시간을 가진다. 

이런 것들이 모여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에 대한 설명서의 두깨를 줄이기도 늘이기도 해나간다. 

여행.. 그것은 자신의 인생을 좀더 자기에게 맞는 설명서를 만들어가는 시간이다. 

너무 거창한가?  그리 거창할게 없는데 표현하다보니 미숙해서 그렇게 보이게 된건지도 모르겠다. 

여행은 성장시키는 것이니가 성장한 만큼 내 인생 설명서가 변경, 발전, 창조되어 가니까.. 그렇게 여행은 설명서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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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는 것쯤 아무 문제가 아니다

빌터너: 고장난 나침반을 가지고 도대체 어떻게 항해를 한단 말이야?

깁  스: 그래. 이 나침반은 북쪽을 가리키지 않아. 그런데 우리가 북쪽을 찾는 것도 아니잖아?   -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중  9



사람들은 '길 잃기'를 두려워한다.

사람들은 아직도 여행을 떠나기 전 '길 잃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어떻게 하면 이를 피할 수 있는지 정보를 교환한다. 사람들은 '길을 잃는 것'에 대해 긴장하고 두려워한다.

길을 잃었다는 상황 때문에 생긴 결과는 아니다. 길을 잃은 상황을 스스로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10


- 길을 잃는 것은 시간을 절약해준다


- 길을 잃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현대인에게 모험을 즐긴다는 것은 값비싼 취미다. 그리고 세계화로 인해 이제 세계 어느 나라로 여행을 가든 ... 자기 나라와 다를 것이 없다. 게다가 인터넷을 통해 낯선 여행지에서 필요한 모든 정보들을 미리 찾아보고 정리할 수 있다. 모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피해 모험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오지로 떠나는 것이다.  12

다른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모험을 하고 싶은 순가, 지도나 여행 안내 책자, 그 밖에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길을 나서는 것이다. 이것은 시간과 돈을 절약하면서도 제대로 된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13


- 길을 잃는 것은 휴가다

사람들이 휴가 주에도 왜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는 분분하다. 1년 중 비록 며칠일지라도 시간이라는 코르셋을 벗어던지는 것은 힘들다. 갑자기 주어진 자유에 겁을 먹게 되는 걸까? 여행사의 문제일까?  14


- 길을 잃어야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지도를 들고 여행하는 사람은 대부분의 시간을 지도를 보는 데 쏟는다. 하지만 지도 없이 여행을 떠난 사람은 주변 풍경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진귀한 동물도 더 자주 만날 것이고, 오래된 성곽의 흔적도, 수정처럼 맑은 못하는 주변 지역을 확대경으로 살피듯, 세밀화를 보듯 관찰하게 된다.  15


- 내비게이션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길을 잃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길을 잃더라도 '패닉에 빠지지 않을까'이다.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미 그 해결책을 알고 있다

격투기를 하는 사람이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은 낙법, 바로 넘어지기 기술이다. 카약을 타는 사람은 거친 물살을 헤쳐 나가거나 피하는 방법 대신, 카약이 뒤집어졌을 때 몸의 균형을 바로 잡는 기술을 제일 먼저 연습한다. 같은 이유로 방향 감각을 잃었을 때는 당황하지 않고 방향 감각을 찾는 법을 연습하면 된다.  17-18


길을 잃어서 죽는 일은 없다.  18


본능을 믿고 몸을 맡기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본성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감각적이어서, 위기의 상황에 맞닥뜨리면 숨겨두었던 구체적이고 세세한 방향 찾기 능력을 마음껏 발휘한다. 이런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겸손해지고 현실적이며 독단적이지 않는 세계상을 열게 된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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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것을 최고로 치는 세태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건만, 기죽지 않고 책 읽으며 당당하게 살아온 삶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5

책을 읽어 오지 않았던 이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개종하여 채그이 세계에 입문할 터입니다. 이토록 지극하고 그윽한, 책에 대한 찬양을 듣고 오찌 책을 읽지 않으려 하겠습니까. 책을 좋아하긴 하는데 아직 남에게 내세울 만큼 읽지 못했다 자책하는 분들에게는 이 책이 훌륭한 내비게애션이 될 터입니다. 책을 정복하는 흥미롭고 다양한 길을 친절하게 일러주니 말입니다.  6

우리 사회가 책 읽는 공동체가 되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야 진짜 책읽기의 달인입니다.  7



책머리에

포드주의 체제에서는 표준화된 공부가 사회적 자본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탈 포드주의 시대에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은 사회가 시켜 주는 표준화된 공부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찾아가는 독서인 셈이다.  13

<88만원 세대>가 변화된 경제체제의 실체를 드러내고 나서 독서의 중요성을 말했다는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서둘러 말하자면, 88만원 세대에서 탈출하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해서 그러하다.  15

'사오정' 신세.. 유쾌한 말은 아니지만, 이제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런데 읽는 책이 그저 재미잇고 감동적이고 도움 되고 실용적이면 소용없다. 은밀히, 그러나 거대하게 변화하는 세계를 꿰뚫어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귀띔해 주는 책을 읽어야 한다. 바른 길이 결국 지름길이다. 

에둘러 가는 듯싶지만 그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17-18


누가 감히 책을 속(俗 풍속 속)된 것이라 말하는가. 책은 우리를 성(聖 성스러울 성)의 세계로 이끄는 전령이다. 그러니, 책을 읽는 행위는 기도하는 것과 같을지니, 보라, 한 명민한 화가는 책 읽는 소녀의 모습을 이토록 경건하게 그려내지 않았던가. 묵상하며 책 읽는 자, 어린아이처럼 책 읽는 자. 

순결한 마음으로 책 읽는 자. 홀연히 나타난 참되고 거룩한 세계를 볼지니!





'15분 토막 독서', 직장인 호모 부커스의 책읽기 - 안광복

나에게는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생활이 허락되지 않았다. 할 수 없는 일은 더 하고 싶은 법, 책보고싶은 욕망은 이내 틈새를 찾아냈다. 지하철에서 


책읽기는 말라가는 영혼을 위해 내가 찾았던 최초의 해법이다.

자기관리 잘하는 이들에게는 억지가 없다. 그들은 자기 마음의 결을 따라갈 줄 알기 때문이다. 밀어붙이지 말고 가슴이 원하는 대로하라.  23



책 읽는 자유에 빠져 - 이종환

나는 '나만의 철학을 갖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36

철학 없이 사는 사람은 없으니까.

책에는 저자의 철학이 담겨 있게 마련이다

타인의 생각들을 받아들여 나의 생각에 융합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만의 철학이 이루어진다. 나의 주체성이 확고해진다면 더 이상 외부조건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가 없다.  37


책, 가장 강력한 호주머니 - 권혜린

소중한 사람을 잃을 때나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할 때, 절망 때문에 마음이 않아누운 상태에서도 나는 끊임없이 책을 읽었다. 인심이나 사회가 변하는 동안에도 책은 자기의 생각을 담은 채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며 한결같은 믿음을 주었다. 책을 읽으며 그렇게 책을 닮은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48

혼자 책을 읽는 모습은 홀로 아름답다. 그리고 함께 책을 읽는 모습은 아름다움을 넘어 호주머니에 서로의 손을 넣어 주는 것처럼 참으로 따뜻해 보인다.  50

우리는 물론 계속해서 무언가를 읽고, 말하고, 쓰고 있다. 시험을 통한 평가 방식에는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이와 같은 과정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성찰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자리 잡고 있는 실용서와 처세술 책, 논술 교재들은 비슷한 내용을 다른 말로 포장하여 읽는 이에게 떠먹여준다. 사람들은 스스로 사고하지 않은 채 이 것을 허겁지걱ㅂ 받아먹으면서 무언가 달라질 것을 기대하지만, 이미 너무나 많은 이들이 그 책을 읽고 똑같이 따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법만 달라질 뿐 인격이나 사고 등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그러나 나를 성장시키는 책들은 확실하고 단순한 기술로 처세하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아니라 오히려 복잡하게 고민하면서 어떻게 처세할지 모르도록 만들어 준다. 세부적인 방법을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렇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삶을 읽는 것이기에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제대로 책을 읽어야 한다. 스스로 사고하면서 온전한 내 자신으로 살아가려는 삶과 책은 결코 동떨어질 수 없다.  51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속의 송곳'인데 주머니 속에 넣은 뾰족한 송곳은 가만히 있어도 그 끝이 주머니를 뚫고 나온다는 뜻이다. 이는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스스로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마천의 <사기> 중 [평원군전]에는 "평원권이 말하기를 모름지기 현사(賢士)가 세상에 처함에는 송곳이 주머니 속에 있는 거소가 같아 곧 그 인격이 알려지게 도니다"라고 나와 있다. 우리 시대의 현사는 책을 읽는 사람이다. 뚫고 나올 호주머니가 없다면 송곳의 뾰족함도 보지 못할 것이니, 책은 곧 나의 능력과 재주를 발견하게 해주는 매개체가 된다. 책이라는 호주머니를 갖고 있다면 인격과 사고라는 송곳이 뾰족해져 결국 주머니를 뚫고 나의 밖으로 빠져나올 것이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않고 뭉툭한 송곳을 갈면서 힘을 기르면 된다. 아니, 책을 읽는 동안 저절로 그 힘은 길러질 것이다.  53



책을 펴는 곳에...

스승이 없다 말하지 말라. 책에서 찾으면 많은 스승이 있을 것이다. 벗이 없다 말하지 말라. 조용히 책을 펼치면 그곳에 벗이 있을 것이다. - 이선 <지호집>



책읽기, 세상으로 나가는 길 - 박은희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이 독서는 그 자체로 이미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 

과거의 역사 속에서 치열한 삶을 살다 간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또는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지만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지를 공유하면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내가 경험하는 것만을 기계적으로 되풀이하는 것만큼 지루하고 불행한 삶도 없다.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 다양한 삶,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이것들을 아우르는 공통점을 발견하는 것이 바로 독서의 즐거움이다.  84-85

교육만큼 훌륭한 훈련도 없다. 습관은 교육에서 비롯된다.

독서가 수단이 되어도 좋은 유일한 경우는 소통을 위한 독서였을 때이다.  87


우물 안 개구리가 드넓은 바다를 꿈꾸다 - 곽동운

독서의 대가들은 독서를 할 때 편견 없이 읽는 듯싶었다. 그들은 책을 읽으며 작자의 의중까지도 읽어 내는 듯싶었다. 책벌레들의 독서습성.  92

모든 것을 담고 있으려면 당연히 아래에 있어야 한다. 

세한고절(歲寒孤節)이나 아취고절(雅趣孤節)이란 말으 되뇌며 위로만 향했던 책읽기에서 벗어나니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 

바다에 도달하려면 아래로 내려가야 하니깐.  94


책은 영향소 - 임진옥

사람에게 필요한 6대 영양소

탄수화물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주로 사람이 필요한 에너지를 내를 데에 쓰이고 간혹 에너지를 내고 남은 것은 몸에 축적된다. 어린 시절부터 접하는 동화책과 위인전, 자서전은 탄수화물과 같다.  96

지방은 탄수화무로가 단백질보다 약 두 배의 열량을 내고 영양을 저장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소이다.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은 책에서의 지방이라고 할 수 있다.  97

단백질은 생체를 구성하고 신진대사에 관여한다. 책의 종류 중에서 단백질의 기능을 하는 것은 전공도서이다.  98

물은 우리 몸의 약 70%를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사람들은 다른 영양송에 비해 물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우리가 물을 쉽게 여기듯 신문도 대부분 날짜가 지나면 버려질 종잇조각쯤으로 여긴다. 이런 면에서 신문은 물과 같다.  99

비타민은 지용성 비타민과 수용성 비타민으로 분류되는데, 소량으로 몸의 여러 기능을 조절한다. 쓰이고 남은 비타민은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체외로 배출되기 때문에 한번에 많이 섭취하는 것은 효과가 없고 대신 일정한 양을 꾸준히 섭취해야 한다. 사전은 비타민 같은 역할을 한다.

무기질은 종류가 매우 많다. 미량으로도 몸의 생리적 기능에 도움을 주지만, 부족할 때 결핍증이 생긴다. 나는 무기질이 '다양한 독서'의 기능을 잘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101

책은 영양소와 같이 각각 꼭 필요한 기능이 있다.  


세상을 바꾸는, 생계형 책읽기 - 강양구

"지금 여러분의 책상을 한구석에 붙여 놓고, 글을 쓰려고 그 자리에 앉을 때마다 책상을 방 한복판에 놓지 않은 이유를 상기하도록 하자. 인생은 예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스티븐 킹)  117

생계형 책읽기의 첫번째 원칙은 '다독'이다.

책을 읽을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특정 분야의 서지에 일가견이 있는 '고수'를 파악해 두라!

<자유시장의 정치> 이 책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네 나라의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의 형성 과정을 추적, 비교하면서 답을 찾아나간다.

신문, 잡지에 실린 좋은 서평을 활용하라.  118-120

생계형 책읽기의 두번째 원칙은 '잡식'이다. 

미리 책 읽는 순서를 정해 놓고, 가능한 한 그것을 자신에게 강제하라!

어휘력, 문장력을 가르는 데 잘 쓴 소설과 같은 문학 작품을 읽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한국 사회의 여러가지 문제를 다룬 책 중에서 최고의 책 중 하나로 꼽을 만한 발레리 줄레조의 <아파트 공화국>은 일본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와 일촌 관계이다.

알베르트 망구엘은 <독서의 역사>에서 아르헨티나으 ㅣ작가 에스트라다의 말을 인용해 "책을 읽으며 그전에 다른 책을 읽었을 때를 회상하고 서로 비교하면서 그때의 감정을 불러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세련된 형태의 간통"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121-125

생계형 책읽기의 마지막 원칙은 '수다'이다.

책읽기는 책을 덮는 순간이 아니라, 읽었던 것을 '서로' 공유함으로써 끝난다.  125



책 읽기는 열매다.

책읽기는 열매다. 한 시인의 말대로 대추 한 알 저절로 붉어질 리 없다. 그 안에 태풍, 천둥, 벼락 몇 개 있어야 하는 법이다. 우리가 변화하고 성장하려면 무수한 책읽기를 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야 삶이 어찌 영글 수 있겠는가. 상처받을 적마다 읽어야 한다. 외로워질 때마다 읽어야 한다. 우쭐해지면 읽어야 한다. 그러므로 책읽기는 빛이다. 영글어지되 홀로 뽐내지 아니하고, 그늘지고 어두운 곳을 비추려 하기 때문이다. 익어 저절로 빛나는 탐스러운 열매, 그것이 바로 책읽기가 지향하는 바이다. 나를 성숙케 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124



생각하고 기록하기

"학자가 글을 읽으면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으니, 생각을 하면 얻어지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지 못하게 된다. 또 생각이 있으면 기록을 하지 않을 수 없으니, 기록을 하면 남게 되고 기록하지 않으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각하여 기록하고 또 생각하여 연구를 거듭하면 식견과 사려가 자라나서 언행이 통달하게 되는 것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식견과 사려가 없어져서 언행이 막히게 되는 것이지, 비록 얻었다 하더라도 반드시 잃게 되는 것이다." - 윤휴 <백호전서>  131



넘나들기, 혹은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감자줄기를 뽑아들다 - 최은희

'어떻게 살아야 하죠?' '어떻게 하면 요리를 잘할 수 있나요?' 역시 모든 '어떻게'에는 고통과 노동이 수반된다. 솔직히 '어떻게 책을 읽으라'는 사용설명서가 존재할 수는 없다. 물론 이미 그 한계를 넘어 본 사람으로서의 생생한 경험담이 있을 뿐이다. 책읽기의 재미를 알아가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기꺼이 진정으로 책읽기를 즐기기 위해 어떠한 고통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허나 너무 겁먹지는 마시기를, 그 고통을 넘어 책읽기를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누릴 벗이 당신과 함께라면 말이다.  159


호락하지 않은 예비승무원의 호락호락한 책읽기 - 하은혜

UN교육과정 스텝을 지원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다. 그때 면접관이셨던 교수님은 "나는 하루에 책을 적어도 한 권 그리고 세 권까지 꼭 읽어요. 그렇다면, 한 달에는 거의 백 권의 책을 읽죠."  192


지글지글 보글보글, 맛있는 책 레시피 - 이선영

책읽기에는 얼마나 많은 양의 책을 읽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책을 어떻게 제대로 읽었냐는 것이다  199

독서는 감기약처럼 바로바로 효과를 보여 주지 않는다. 인내심을 갖고 한권 한권의 책을 읽으면서 효과적인 독서법을 실천하며 기다려야 한다. 이것이 쌓이고 쌓이면 내 눈에서 그 효과가 빛을 발할 날이 올 것이다. 그러니 책이 전해 주는 많은 지식들을 하나씩 발견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기다려 보자.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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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석 - 용기가 없다면 가슴 시린 만남도 없다


비단 사진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치의 기본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다. 어떤 일을 하든지 먼저 상대에게 예의를 갖추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다가간다면 얼마나 바람직한 세상이 되겠는가.  18


작가의 진실이 반영되지 못한 사진은 설령 시선을 사로잡는 특정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한다.  19


'시선을 끄는 힘이 있는가'. 사진이란 보여주는 행위의 일종이므로, 시선을 끌지 못하는 사진은 솔직히 재미가 없다.  30


막상 여행을 다니다보면 그렇게 감동적인 장면들이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을 담는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나는 내 안의 존재를 통해 세상을 달리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안의 존재, 그것을 위해서 바로 당신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31


내게 사진을 찍는 법에 대해 물어오는 많은 이들에게 나는 이렇게 얘기한다. "노세요!"

영화, 뮤지컬, 오페라, 회화, 조각, 무용, 음악 할 것 없이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경험하다 보면 그러한 것들이 바로 당신 안에서 하나의 존재를 이루게 된다. 세상을 보다 더 독특하고 진지하게 바라볼 수 이는 시각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32


남들이 쉽게 지나쳐 버리는 곳에서 당신만의 시각으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길 바란다. 작은 것의 몸짓에 시선을 주고 바람의 흐름에 온몸의 감각을 맡겨라. 사람들의 변하하는 표정을 애정 있게 바라보고 당신 자신의 감각을 신뢰한다면 당신의 여행 사진은 분명 근사할 것이다.  35


되지도 않는 영어보다는 당당한 표정과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입보다는 몸으로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41


현지의 음식을 먹는 것으로부터 여행의 시작이 이루어진다. 함께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현지인들과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 중요한 방법.  49


여행을 하며 사진을 찍는 이들 대부분은 사람이나 사물을 먼발치에서 바라볼 것이다. 객관적인 풍경, 객관적인 사람들과의 밋밋한 관계 속에서 재밌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리 없다. 용기를 내어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단순한 관람자가 아닌 그들 삶 속의 일부가 되어 여행을 할 수 있다. 여행이 현지인들과 함께 하는 삶이 되고 생활이 되어야, 애틋하고 정겨우며 감동어린 이야기들을 배낭에 가득 담아 올 수 있다. 풍경 밖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갈 때에야 비로소 구태의연한 미사야구들을 버리고 진솔한 이야기들을 써내려 갈 수 있는 것이다.  

당신만의 에피소드가 없는 여행이란 얼마나 지루할지 생각해 보라.  60


그들의 삶 속으로 당당하게 들어가는 가슴 뜨거운 여행자가 되어보자.  61


여행의 카테고리는 국가별로 너무 세분화 하는 것보다는 당신만의 느낌으로 묶어서 운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카테고리는 일목여연하면서도 심플하게 만들어 놓는 것이, 당신 스스로 집중하기에도 좋을 것이고 보는 이들에게도 강하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70


업로드를 꾸준하게 하라.

매일 고정적으로 피딩타임을 정하고 먹이를 던져 주듯 포스팅을 던져라.  71


문답 

생업이나 학업을 중단하고 1년 정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돌아온 후가 걱정이다.

- 결심했다면 실행에 옮겨야 하지 않을까?  82

라스트 코멘트

- 용기 있게떠나지 않는 자에겐 가슴 시린 만남도 없다. 그리고 망설이는 삶은 언제나 그 자리일 뿐이다. 머무름과 떠남이, 만남과 헤어짐이 그리고 들숨과 날숨이 공존하며 새로운 감동으로 펼쳐질 여행과 어여쁜 사람들 속에서 거침없이 방랑하길 바란다.  83




조현숙 - 찍지도, 그리지도, 쓰지도 말아라


모든 도시에는 고유한 소리가 있다. 혼잡한 시장 사진을 보면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음이 생각나고, 기차 사진을 보면 단잠을 깨우던 행상인의 소리가 그립다. 그래서 여행지에서 내가 머물렀던 도시, 그 공간의 소리들을 녹음한다.


스캔하라, 온몸으로

기억이란, 본인이 경험하고 목격한 것이 어떠한 형태로 잘 간직되엇다가 나타난다. 이때 주관적인 의식과 객관적인 상황이 어우러져 본인이 기억하고싶은 것만 기억할 수도 잇고,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부각되기도, 그렇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과감히 생략되기도 한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 그 부분적인 기억마저도 흐릿해진다. 그나마 며칠이 지나서라도 기록을 해두어 사진 한 장 없는 5년이 지난 지금, 저 글을 보며 그날을 기억하게 된다. 기록은 기억에 의존하게 되고, 그 기록은 다시금 기억을 새롭게 한다. 그렇다면, 기억과 기록은 무엇이 먼저라고, 무엇이 무엇을 지배한다고 말할 수 없게,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얽혀있는 것이 아닐까. 기억이 없으면 기록도 없고, 기록이 없으면 훗날의 기억도 없으니 말이다.  108


요즘은 해외여행이라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닌 세상이다. 쓸 만큼의 돈, 머물 만큼의 시간, 떠날 만큼의 용기만 있다면 누구라도,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니까.  144


여행과 책 작업을 병행하면서 나는 노하우란 대단하고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여행하면서 길들여지면 좋은 , 작고 사소한 습관들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각자 도움이 될 만한 여행습관이 몸에 잘 배어있으면 일과 여행을 어느 정도 균형 있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습관도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에서 우리나는 것이지만.  145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


단 두 줄의 글귀가 나를 감전시켰다. 좀처럼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신호등이 초록불로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모른다.

뭘 몰랐던 스무살 때 정한 전공 하나로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재미없는 일인가부터 시작해서 내 인생에 이것 말고 다른 것은 없는가. 내가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행동하고 살아가는 것이 더 멋있는 어른이 아닐까. 이런 의혹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불현듯 미끄러져 들어오곤 했다.  161


인생의 방향을 찾느라 고민하는 삶은 얼마나 위태로울지 생각하니 심히 걱정스러웠다. 아, 20대의 고민은 30대가 되어도 끝나지 않은 것이다.

여행이 깊어질수록 분명해지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아파트 평수나 연봉이 아니라 매 순간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일에 가치를 두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선명해졌다. 사람들이 정한 시간표에 꼭 맞춰 살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직업이 되는 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기 시작할 때 이미 내 발은 그 길로 접어들공 있었다.  163


문답

여행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 무언가를 보고 느꼈을 때 메모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자리에서 문장을 쓰긴 어렵지만 몇 가지 기억하고 싶은  키워드라도 꼭 메모를 해서, 시간이 지난 뒤 그 메모를 보고 그때의 느낌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67


생업이나 학업을 중단하고 1년 정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돌아온 후가 걱정이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까지 걱정이 된다. 그러나 사표를 내기 전에 한 가지만 생각해보자. 떠나려고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단순한 일상에 대한 일탈인지, 아니면 여행작가로 본격적으로 나서볼 생각인지, 또는 그 어떠한 이유인지, 떠나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진다면 그만큼 걱정도 줄어들지 않을까. 아무튼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길을 선택하든 본인이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것이 가장 후회를 줄이는 방법이라는 것.  168




박동식 - 초점이 흐린 백 장의 사진은 스타일이다 


여행기에 생명감이 있어야 한다. 여행기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중요한 장치 중에 하나는 현장성이다. 여행기는 순수한 창작물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이나 취재를 바탕으로 쓰는 원고이기 때문이다. 그 현장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충실한 메모가 중요하다. 하루 일과 후에 쓰는 일기도 중요하지만 어떤 단상이 떠올랐을 때 곧바로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놓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178


가장 중요한 것은 '더듬이'일 것이다. 같은 상황을 경험하고도 누구는 아무런 동요 없이 지나치기도 하지만 더듬이가 발달된 사람이라면 많은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180


삶이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과거나 현재가 아니라 미래다. 현재 처해 있는 역경이 아무리 힘든 것이라고 해도 내일은 오늘과 다를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이 잇다면 오늘을 사는 것이 그리 힘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일에 대한 확신이 클수록 오늘의 버거움쯤은 웃으면서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을 행복하게 살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안락함을 영위하면서도 다가올 내일에 대한 불안 때문에 괴로워하고 좌절한다.  222


문답

여행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가 중요하며 그것ㅇㄹ 전달하려 애쓴다.  241


생업이나 학업을 중단하고 1년 정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돌아온 후가 걱정이다.

- 안정적인 월급이 필요하다면 휴가 때 며칠의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만족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당신의 유전자 어딘가에 여행 없이는 살 수 없는 간절함이 숨어 있다면 안정적인 월급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1년간 세계 일주를 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그들이 여행에서 돌아와 굶어죽엇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어찌해서둔 길은 있다. 오히려 떠나고 싶어도 경비가 없어 떠나지 못하는 것이 더 원통한 일이다.  242


넘치는 열정으로 여행작가의 길에 접어들었으나. 재능이 부족하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면

- 재능은 노력하면 키워진다. 게으르지만 않다면 당신은 분명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243




정기범 - 가이드북에도 블록버스터가 있다


가이드북은 한 도시에 적어도 3개월 이상 머물거나 아예 오랜 세월동안 거주하는 열정 넘치는 사람들이 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264


좋은 사진을 찍는 데 정해진 규칙 따위는 없다. 사진을 잘 찍고 싶다면 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주변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들을 기록해보길 바란다. 하지만 마구 셔터를 눌러대기보다는 좀 더 공을 들여 찍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 생각 없이 셔터를 난사한다면 일 년, 아니 십 년이 지나도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우연히 스쳐가는 피사체에 한 걸음 더 다가가서 찍는 부지런함이 있어야 생동감 있는 사진을 찍어낼 수 있다.

여행사진은 다큐멘터리적인 요소가 강하다. 자연이 풍경이나 인물의 일상을 바탕으로 나 자신의 시간을 기념하는 '사실적인 기록'이다. 처음부터 너무 멋진 사진을 기대하기 보다는 일상의 소소함을 기록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셔터를 누르다 보면 의외로 좋은 결과물을 얻을 때가 많다. 한 장소에서 오랜 시간 기다려서 찍은 사진,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순간을 맹수처럼 따라가듯 찍은 사진, 맛있는 음식을 열 배쯤 더 맛있게 보이도록 찍은 사진... 이런 사진을 ㅉ기기 원하는 마음 자체가 당신을 멋진 작가의 길로 이끌어 줄 것이다.  288-289


문답

생업이나 학업을 중단하고 1년 정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돌아온 후가 걱정이다.

- 아무것도 확실한 것은 없다. 다음이 걱정이라면 장기간의 여행을 평생 떠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먹고 살 방법 없이 무작정 여행을 떠나는 것도 문제지만 다음 일이 걱정돼서 여행을 못 떠나는 것도 재미없는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 앞에 기회는 늘 있다. 그 기회가 나를 끌어당기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기회를 끌어가면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 일만 하는 사람은 삶의 노예가 아닐까. 쉴 줄 아는 능력을 여행을 통해 실현하면 분명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도저노가 에너지가 충만해질 것이다.  306




이지상 - 절실함이 가슴에 닿을 때까지


'어떻게 해야 여행작가가 되는가'라는 질문 이전에, 먼저 자신에게 물어야 하는 것이 있다. 정말 미치도록 여행이 좋은가, 정말 글을 쓰지 않으면 '환장'하게쓴ㄴ가, 정말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인생의 한 부분을 뚝 떼어 바칠 수 있겠는가? 그런 열정, 그런 끼가 있다면 방법은 저절로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며 그 누구도 앞날은 예측할 수 없다. 안정과 자유로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전략' 혹은 '테크닉' 마인드로 접근하면 이런 길은 쉽게 답니 보이지 않는다. 다만, 미치도록 좋아서, 대책 없이 열정 하나만으로 뛰어들어 온몸을 훨훨 불사르는 사람의 눈에는 미처 예상치 못한 길이 보인다. 그게 오묘한 인생의 이치인 것 같다. 

결국 전략보다 뜻이요, 테크닉보다 열정이다.  329-330


여행기를 내는 방법 몇 가지를 귀띔한다.

첫 번째, 자기 스스로 '기획'을 해서 쓰는 것(여기서 말하는 기획이란 '여행'이 아니라 '글쓰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나는 대개 이 방법을 썼다.).

어떤 지역의 여행기든 '압축'해야만 한다. 먼저 특정한 주제와 목적, 그리고 대상 독자층을 분명하게 인식한 후, 거기에 맞게 기억을 살리고 자료를 보충해가며 원고를 써야한다. 원고를 다 쓰면 자기 원고와 색깔이 맞는 출판사 목록을 써야 한다. 원고를 다 쓰면 자기 원고와 색깔이 맞는 출판사 목록을 작성한 후, 3~$개씩 그룹을 지어 메일로 보낸다.

A4 용지 1~2장 정도의 분량으로 기획 의도, 내용, 목차, 대상 독차층, 자신에 대한 소개등을 정리한다. 이렇게 작성한 '기획서'와 본문의 일부분을 메일로 보낸다.

두 번째 방법은 원고를 쓰기 전에 먼저 기획서를 만들어 출판사에 알리는 것.

세 번째는 자신의 경험을 블로그, 홈페이지 혹은 여행 카페등에 먼저 올리는 것.

네 번째는 먼저 출판사와 기획한 후 여행을 떠나는 것.

어느 정도 검증된 여행작가일 때 해당되는 케이스로, 출판 기획자와 주제, 여정 등을 어느 정도 미리 정한 후 취재를 한다.  333-336


경험을 편집하라 - 자기 경험을 무작정 모두 옮겨서는 안 되고 먹적에 맞춰 편집해야 된다는 것이다.  336


메모는 또다른 여행의 길 - 여행을 조항한다고 여행에 대한 글이 저절로 써지는 것은 아니다. 여행과 글쓰기는 다른 영역의 행위다. 여행작가가 되려면 여행은 물론 글쓰기 또한 지독하게 좋아해야 한다. 나의 일기장에는 현장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와 함께 주관적인 감정, 사유, 현실 정보들이 다양하게 담겨져 있다.  342


거짓과 과장은 피하되, 글 쓰는 과정에서 피어오르는 약간의 감성과 자유로운 창의성은 양념처럼 허용하기로 했다.  345


"우선 써라. 글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쓰는 것이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은 손가락이다."  351


그렇게 쓰고 난 후에 읽어보면 버릴 게 상당히 많아지거나, 아예 싹 다 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352


나는 여전히 어떤 그링 좋은가,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을 모른다. 그러나 고민하다보면, 그 고민 자체가 익은 열매 떨어지듯이 툭 떨어질 때가 있다. 그 순간 바쁜 머리가 고개를 숙이고 뜨거운 가슴의 열기가 솟구친다. 그 기운으로 글을 쓴다.

그런데 그게 한 번에 되지는 않는다.

'버려짐'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그 '버려지는 것'들이야말로 불쏘시개가 되어 가슴의 열기를 서서히 지피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지런해야 한다. 부지런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355

한 길에서 프로로서 생존한다는 것은 더 어려운 길이다. 세상에 진입하기 위해서 수많은 문턱과 장벽들을 넘고, 재투자와 자기 성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362


자신의 길을 선택했다면 그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 외에 세상을 잘 살아가는 방법은 없다. 또한 행복으로 가는 길도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자신이 개척하는 것이다. 길 없는 길을 만들어가는 길, 거기에 짜릿한 기쁨이 있다.  364


인간은 의미를 찾는 동물이다. 마음이 괴로울 때, 앞날이 막막할 때, 혹은 과거가 후회될 때 나는 자꾸자꾸 의미를 생산한다. 그 의미를 토앻 후회스럽던 과거가 보람 있는 과거로 변하고 막막하던 미래가 밝고 희망찬 미래로 변한다. 또한 흔들리는 현재가 기쁘게 다가오기도 한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고, 미래를 알 수도 없지만 의미의 세계에서는 얼마든지 과거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인간은 보잘 것 없지만 위대하기도 하다. 선한 생각, 선한 의미를 계속해서 생산해내면 자신의 삶이 그렇게 변해간다고 나는 믿는다.  369


솔직히 한 길을 오래 가는 데 있어 재미는 일시적이다.  370


문답

초보자가가 여행기를 쓸 때 피해야 할 것

- 자기의 경험을 다 쓰려고 하지 말라. 여행기는 자신의 일기장을 옮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일기장이라는 재료를 바탕으로 하나의 집을 짓는 것이다.  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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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만남

여행밑줄 2012. 11. 22. 13:07

어떤 여행을 하든 만남의 연속이다. 그리고 '여행 좀 해봤다'는 사람들은 누구나 인정하고 공감하는 단어가 '만남'이다.

어떤 만남들이 있는가?

당연히 만남하면 여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인데. 이런 질문을 하다니... 

글을 시작하면서 나역시 사람과의 만남을 생각하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람과의 만남만 만남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 여러가지의 만남이 있음을 정리해 보고자 하는 질문을 해본다.


우리의 인상 생활에서도 숱한 만남의 연속이다. 생활은 선택의 연속이란 표현처럼, 만남의 연속도 되지 않는가.

선택을 한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의 접점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 접점이 만남의 순간이다.

이처럼 우리의 여행은 익숙한 만남들에 더해 새로운 만남들의 시간이다.

새로운 건물과의 만남, 새로운 숲과의 만남, 새로운 나무, 새로운 카페, 새로운 교토으 새로운 시장, 새로운 과이르 새로운 숙소, 새로운 침대, 새로운 욕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것들과의 향연이다.

이처럼 만남의 순간들이 여행에서도 이루어진다. 그 만남들은 때론 스쳐지나가기도하고, 감탄을 주기도하고, 때론 실망을 주기도하고, 때론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가장 큰 기억을 남기는 만남은 어떤 만남일까?

누구나 공감하듯 사람과의 만남일 것이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가장 생생한 것이 사람과의 만남이었다. 그렇다고 좋은 기억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여행자들을 노리는 사기꾼들은 어디나 존재한다. 소매치기도 존재하며, 비싼값을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것조차 시간이 흐르면 하나의 추억으로 자리한다. 

힘들때, 도와주었던 사람, 헤매일때 길을 함께 해준 사람, 처음봤음에도 초대하고 방을 내어주던 사람, 여행자로 만나 이야기가 통해 함께 여행을 다닌사람, 힘든삶을 살지만 여행하느라 고생한다며 음료하나를 건네던 사람, 배낭이 무거워 보인다며 함께 들어주던 사람, 가던 길을 멈추어준 사람.. 이러한 사람과의 만남은 풍경보다 더 갚진 기억으로 자리잡는다.



어느 시골 마을 궂이 숙소를 잡아 돈쓰지 말고 자신의 집에서 편하게 쉬라던 노부부는 두분의 일주일치는 되어보이는 음식들을 내어주시고, 통하지 않는 언어였지만 눈빛과 마음으로 충분한 교감을 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시골 마을에서는 이제 갓 스무살이 된 아가씨가 집으로 초대하여 가족을 소개시켜주고 잠잘방을 제공해 주었다. 다음날은 조부모님들의 집으로 다니면서 인사시키고, 가옥들을 둘어볼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하였다.(혹 이성적으로 접근한것이란 생각이 든다면, 그것이 아님을 밝힌다. 그녀는 이미 남자친구도 있었고 영어를 배울 필요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순수한 마음을 보여준것이다.)

처음보는 낯선 이방인을 위해 일가족이 모두 모여 파티아닌 파티를 열어 주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이틀동안 잠을 자지 못하고 이동하여 피곤이 온 몸을 휘감고 있을때, 그들의 피로회복제 한병을 건네던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아이의 눈빛도 잊혀지지 않는다.


숱한 사람들과의 기억들은 잊히지 않는다. 

그 만남의 접점에서 정이 나왔고, 정이 나오는 그 지점이 여행자에게 하나의 축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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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아침이 서서히 깨어나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살아가는 시대입니다. 꽃들이 노래하는 계절의 아름다움도 자칫 놓치고, 속도의 원리에만 몸을 맡기며 주마간산(走馬看山)의 경험에 만족하고 마는 현실이 되었어요. 보다 정밀해진 액정화면에 고정시킨 시선으로 세상의 정보를 모두 알았다고 착각하는 기술사회의 우화가 우리의 머리를 녹슬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9



<미운 오리 새끼> - 미운 오리 새끼의 자존감 회복을 위하여


"아, 이런 저기 가장 큰 알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구나. 도대체 얼마나 걸려야 되는 거지? 다시 알을 품는 건 너무 지쳐."

마침 그곳에 들른 어느 읅은 오리가 "잘 되가나?"하고 물었습니다.

"한 녀석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도대체가 알에서 깨어 나오질 않네요...."

오리보다 큰 존재는 오리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려야 알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세상에 대한 풍자죠.  20


"이거 아무래도 칠면조 알 같지 않아? 나도 예전에 한번 속은적 있지. 알에서 깨어 나온 뒤, 물속에 들어가질 못하더라고. 이거, 이거 칠면조 알 확실히 맞아. 이 알은 그냥 내버려 두고 다른 오리 새끼들 헤엄이나 가르치는 게 낫지. 쯧쯧."

출생 이전부터 미운 오리 새끼는 세상의 편견과 몰이해의 시선에 놓여 있는 겁니다. 살기도 더 오래 살고 경험도 많은 늙은 오리가 아직 깨지 않은 알을 칠면조 알이라고 단정한 것은 잘못이지만 오리 알이 아니라고 본 것은 결국 맞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런데 이 늙은 오리가 알고 있는 큰 알은 칠면조 알 외에는 없군요. 자기가 알고 있는 경험만이 답입니다. 오리들의 세계에서 제 아무리 노련한 존재라고 하더라도 넘지 못하고 있는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21-22


"야, 이게 뭐야? 형편없이 못생긴 녀석이잖아. 이거 참을 수가 없군."

"그만 둬! 이 애를 좀 가만히 내버려둘 수 없어? 남들에게 어떤 짓도 하지 않았잖아?"

"무슨 소리야? 이 녀석은 오리치고는 너무 크잖아? 게다가 괴상하게 생겼고 말이야. 그러니까 혼 좀 나봐야 해."

"다른 오리 새끼들은 참 예쁘더군, 그런데 저 녀석은 영 틀렸어. 아예 다시 좀 제대로 만들어 낳아 보지 그래."

마침내 미운 오리 새끼에 대한 집단적인 따돌림과 괴롭힘이 시작된 것이지요. 생긴 모습이 다르다는 거시 하나로 내몰릴 지경이 된 것인데, 오리 공동체에서 가장 권위 있다는 늙은 오리마저도 미운 오리 새끼의 존재를 정면으로 부인합니다. 오리 세계에서 오리라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된 데에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핍박의 대상이 된 거예요.  26


"다른 오리 새끼들이 더 예뻐. 그냥 집에나 잘 가시게. 그리고 가다가 혹시 뱀장어 머리라도 보거든 내게로 가져와."

이 늙은 오리가 권위를 독점하고 있는 오리 세계는 앍은 생각에 사로잡힌 노욕에 빠진 자들이 지배하는 현실을 상징하는 거죠. 낡고 욕심 많은 자들이 기존질서를 움켜쥐고 있는 겁니다. 이런 곳이 스스로 변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27


애초에 백조로 태어난 것을 몰랐고, 세상 또한 알아보지 못했을 뿐입니다.

시골 농장에서만 지냈다면 미운 오리 새끼는 계속 그 좁은 세계에 갇혀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농장을 감연힌 탈출햇씁니다.

수많은 위기의 순간을 통과하면서 미운 오리 새끼는 어느새 훌륭한 백조로 성장해 있었던 겁니다. 

안데르센은 우리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내면의 백조를 떠올리라고 격려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뭐라던 자신이 백조임을 발견하라고 응원합니다.  49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 새끼>에는 몇 가지 짚고 넘어갔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첫째, 오리와 백조에게 신분차이가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자기와 다르게 생긴 오리를 못살게 구는 오리드의 고정관념이 가한 폭력과 배타의식을 분명하게 고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백조의 특권적 위상을 설정해놓은 거예요.

이는 백조로 태어나지 못한 존재에게 본질적 절망과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백조의 세계에서 환영받는 것 외에는 행복한 길이 없다는 식의 결론은 승자 위주의 논리이자, 자칫 오리들에게는 제 아무리 노력해도 영원한 패배가 있을 뿐이라는 판결을 내리는 셈이됩니다.  

둘째, 엄마 오리에 대해서. 미운 오리 새끼를 알에서 깨어나게 해주고 세상에 대한 첫 가르침을 주었으며, 나중에야 결국 손을 놓아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남들의 비난과 공격 앞에서 자신을 강력하게 엄호해준 엄마 오리 아니었나요?

자신이 백조라는 것을 깨우치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렸어야 할 존재는 이 엄마 오리가 아니었을까요?

셋째, 자신이 백조가 되었다는 것만으로 그저 행복합니다. 그간의 고생을 떠올려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습니다. 그러나 그가 백조가 되었다 해도 뱀장어 머리를 놓고 싸움 박질하는 닭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고루한 사고방식에 매여 자기와 조금 다르다 싶으면 배타적으로 대하는 집단들이 아직도 누군가를 괴롭히고 있으며, 사냥꾼의 총과 사냥개는 늘 겨냥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 대해 미운 오리 새끼는 자신이 겪었던 일들이 다른 누구에게도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하게 열망되면 좋았을 텐데, 자기가 백조인 것을 확인한 것으로 이런 문제들은 모두 다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넷째, 성장과정에는 의식의 발전이 어느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가 관심 갖는 것은 오직 하나, 자기가 못생긴 오리라는 낙인에서 벗어나는 일뿐입니다. 도망나올때 그는 깊은 열등감에 사로잡힌 상태였습니다.

이 피해의식은 나중에도 지속되면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가운데 극복되기보다는 사실상 더욱 예민해 지고 말앗습니다.  50-54



<솔로몬의 지혜> - 솔로몬의 지혜가 생명의 정치로이어지기 위해


솔로몬은 "이 아이는 저 여자의 아이다."라고 하지 않았스니다. 누구의 아아인가가 초점이 아닙니다. 누구에게 속하는 소유권인가의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저 여자의 아이다."라는 말 속에는 여자가 중심이 되고 아이는 그 소유물이 되는 관계가 만들어지기 때문이에요. 서로 '자기 아들'이라고 했던 걸 떠올리면 솔로몬은 이러한 논리를 깨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대신 솔로몬은 "저 여자가 그 아이의 어머니이다."라고 했습니다. '그 아이의 어머니'가 과연 누구인가각 초점입니다. '그 아이의 어머니'라는 표현은 엄마에 대한 아이의 소유권을 확정짓는 어법이 아니지요. '그 아이의 어머니'라는 말은, 그 아이에게 어머니가 누구인지를 분명히 하는 의미입니다.

여자들은 애초에 아이에 대한 소유권의 문제를 들고 나왔는데 솔로몬은 생명의 문제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운 겁니다. 이는 소유와 생명이 댈힙하는 상황에서, 생명을 선택하는 이에게 소유가 저절로 따라붙게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이 사건의 진상을 놓고 추리로 현장을 재구성해서 진상을 밝힘으로써 최종 판결을 내릴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설사 아이가 친엄마가 아닌 여인에게 돌아간다 하더라도 생명의 가치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여인이 엄마가 되는 쪽이 그렇지 않은 쪽보다 당연히 낫다는 것은 달리 거론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겠지요.

그래서 솔로몬이 그의 법정에 등장시킨 칼은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명을 살려내기 위한 수단으로 변모한 것입니다. 칼은 사용하기에 따라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니, 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칼의 주인이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인 것이지요.

바로 여기에 이 사건의 결정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솔로몬 체제의 전격적인 변화가 이 사건을 통해 예고된 것이었고, 이제 사람들은 창녀처럼 신분이 미천한 존재의 문제조차도 생명의 원리에 의해 해결되는 것을 목격하게 된 것입니다. 이 재판은 신분이 무엇이든 간에 상관없이 최고 권력자에게 하소연할 수 있는 문이 활짝 열려 있을 뿐만 아니라, 해결의 기준도 '생명'임을 말해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 지금까지 칼로 피를 흘리며 권력을 잡앗던 솔로몬의 과거와 결별하는 이정표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솔로몬 체제가 무엇을 가장 존귀하게 여기고 어떻게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인 겁니다.  107-109


거울은 단지 유리로 만든 거울만 있지 않습니다. 진짜 거울은 우리의 마음과 영혼에 있답니다. 자기만이 볼 수 있는 거울이죠. 그래서 그건 깨지지 않는 거울입니다. 진정한 지혜는 바로 이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투명하게 보는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생명의 가치를 가장 존귀하게 여기는 지혜 말이지요.  117



<인어공주> - 인어공주여, 공기의 딸로 태어나라


인어공주가 두 다리를 억기 위해 마녀를 찾아갔다고 할 때 이 '다리'는 남자의 다리와는 달리 여성의 '바기나(vagina, 질)'에 대한 대체어입니다. 그런데 이런 단어를 여성이 이야기하는 것은 쉬운 일도 아니고 불순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여자로서 언급하기 부끄러운 단어이고 음탕한 것으로 오인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인어공주>의 작가 안데르센은 그 단어를 마녀가 먼저 꺼내도록 합니다. 인어공주 자신이 바라는 것을 스스로 말하지 않도록 해준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두 다리가 합쳐 만들어지는 중심에 존재하는 '바기나'에 대해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자칫 '마녀'로 지탄받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헤어나올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 뛰어드는 것이며 물뱀으로 상징되는 악과 두꺼비로 상징되는 저주를 온몸으로 받아 살아야 하는 고통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건 지옥인 거지요.

실제 역사에서 무수한 여성들이 그런 마녀사냥의 지옥 같은 화염에 희생당했습니다. 뛰어난 미모의 여성들은 그 미 자체가 악마의 유혹이라고 지목받아 불태우지기도 했어요. 남자들이 집중하는 욕망의 대상을 제거함으로써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잔혹한 일이었지요.  158-159


인어공주의 내면을 더듬어 내려가보면 당대의 종교관, 성에 대한 인식, 여성의 주체성 등 여러 가지 주제와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성적 생명력에 충실한 여성이 되려면 마치 마녀의 문을 통과하는 것 같은 공포와 고통을 이겨내는 용기가 요구되었던 것이지요.  160


이웃나라 공주에게...

'아, 당신이군요! 내가 해안가에서 죽은 시체처럼 누워 있을 때 나를 구해준 사람이!'

바닷가에 왕자가 쓰러져 있었을 때 한 무리의 소녀들이 나왔던 장소를 '교회인지 수도원인지 확실하지 않은 건물'이라고 표현했던 까닭을 이제 여기서 알게 됩니다. 교회인지 수도원인지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고 성전까지 추가해서 작가는 인어공주의 사랑을 빼앗아가는 여인과 그 여인을 길러낸 질서를 언급햇던 것이죠. 그것이 <인어공주> 이야기에 교회나 성전, 수도원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에로스적 생명력에 대한 교회 또는 종교의 억압 또는 엄격한 기준으로 말미암아 그걸 내놓고 표현할 수 있는 목소리를 잃은 존재들에 대한 작가의 공감과 동정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거지요.  171


'자신의 생명이 끝나는 마지막 날 밤을 생각했습니다. 지상의 인간 세계에 와 살면서 자신이 잃어버린 많은 것들이 하나씩 둘 씩 마음을 스쳐 지나가고 있습니다.'

성숙한 여인으로서 사랑하는 남자와 하나가 되어 기쁨을 느끼려 했던 그녀는 자신의 사랑에 목숨까지 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과 시도는 당대의 종교와 관념에서 벗어난 것이었습니다. 사랑과 성의 욕망을 표현하는 목소리는 여자로서 내면 안 되는 것이었어요. 그건 침묵해야 할 것이었지요. 아니 침묵 당했습니다. 더군다가 나살ㅇ하는 상대는 눈동자로 말하는 진실의 목소리는 들을 줄 몰랐습니다. 이런 현실의 거대한 벽 앞에서 인어공주의 사랑은 좌절당합니다. 

왕자는 결국 이웃나라의 권력과 동맹을 맺었고 동일한 계급과 결혼했으며 바로 자기 눈앞에 있는 사랑의 진실보다는 잘못된 자기 기준을 고집하고 말았습니다.  174


이야기는 결혼에 대한 당시 기득권 질서의 위선과 기만을 폭로하고 있기도 합니다. 말로는 사랑한다면서 정작 결혼은 다른 기준을 세워 선택해버리는 현실에 대한 분노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175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고 여겼을 때, 그래서 울며 슬퍼하는 일에 몰두해버릴 때 우리가 바라는 변화의 시간은 더 연장된답니다. 그런 때일지라도 미소로 기쁨을 만들어내는 노력을 기울이면 '그날'은 속히 온다는군요. 300년에서 1년씩 빠지면서 말이지요.

진정한 사랑, 지고한 사랑,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은 결코 물거품이 되지 않습니다. 소리 없는 소리를 알아듣는 우리의 귀가 열리는 날, 사랑의 눈빛을 알아보는 우리 눈이 뜨이는 날, 대지에 차오른 공기 방울들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환히 보게 될 것입니다. 늘 행복한 기운과 선한 미소로 마음을 채워 가노라면 영원한 생명을 살게 된다고...  187



<토끼전> - 간을 놓고 다녀야 하는 토끼들을 위하여


여기서 동해 용왕은 누굴 빗대고 있는 걸까요? 동쪽 나라는 조선이라는 걸 알기 어렵지 않고, 그에 더해 왕이 불치의 병석에 있는 것은 조선이 깊은 병에 걸려 있음을 말해줍니다. 그러니 <토끼전>은 용을 상징으로 삼는 당대 최고 권력자를 처음부터 조롱하는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지요. 다른 나라드에 비해 혼자 뒤쳐져 있는 것입니다.  193-194


'나 같은 미력한 자를 좋은 곳에 천거하니 감격이 이루 말할 데가 없으나 수궁에 들어가서 벼슬이 그리 쉽겠소이까?'

토끼는 아무것도 모르는 산간의 힘없는 민초가 아니라, 세상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아 출세하지 못한 초라한 서생(書生)입니다.   208-209


''요놈 인제야 속았구나,' 하고 흔쾌히 대답하기를... 밝은 임금이 신하를 가리고 어진 신하가 임금을 가리나니 우리 대왕께서는 마음이 성실하시고 문무를 겸비하셨는데 한 가지 능력과 한 가지 재주가 있는 선비라도 벼슬직책을 맡기시고 닭처럼 울고 개처럼 도적질 하는 자라도 버리지 않으시니 나처럼 재주 없는 인물도 벼슬이 주부 일품 자링 외람되게 있거늘, 하물며 그대같이 고명한 자격이야 들어가면 수군절도사는 떼놓은 당상(堂上)이지 어디 가겠나? 토끼 가문에 중시조 되기는 염려가 조금도 없을 터라.'  209


토끼는 용궁의 안락과 권세에 취해 제 간을 내주는 줄도 모르고 사는 자드로가 구별되는 존재입니다. 의식의 각성이 있는 거지요. 그래서 그는 이 모든 욕망과 허세와 권력에 줄을 대고 있는 대열에서 과감히 이탈해 버립니다. 그렇게 되자 용궁은 자기 간이라도 내놓을 자를 모아들이는 일에 실패하고 맙니다.

토끼처럼 이탈하는 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래서 용궁의 실패가 쌓이면 쌓일수록 세상은 좋아집니다. 병든 권력이 스스로 그렇게 병들다가 무너지면 민초들의 삶은 희망을 얻게 될 테니까요. 토끼전은 그런 사대부 지식인들의 용궁 이탈을 촉구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가 토끼를 살린 것에는 바로 그 탈출의 길을 여는 시나리오가 깔려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215


용궁으로부터 토끼가 생환(生還)해온 것만으로 이 <토끼전>의 이야기가 막을 내리지 않는 점에 <토끼전>의 의미가 주목됩니다. 생환은 새로운 시작의 조건일 뿐이지요. 그가 돌아온 현실에서 다시 마주할 새로운 도전 역시 이겨내야, 살아 돌아온 것이 비로소 가치를 갖게 될 겁니다. 

험난한 세상입니다. 하지만 바위 틈 하나 정도만 있으면 됩니다. 포기하지 않고 낙담하지 않으면 되는 거지요. 아무것도 아닌 듯해도 '조금씩' 밀고 나가면 그 바위틈은 어느새 난공불락(難攻不落)의 견고한 요새가 될 수 있습니다.  225



<이솝우화>

'우화'는 듣는 사람이 그 뜻을 바로 다 알게 하지 않습니다. 말하고 싶은 걸 슬쩍 돌려 표현하지요. 이야기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겁니다. 대체 뭘 이야기하려는 거야? 하는 궁금증을 품게 해서 추리와 상상력을 자극하니 재미도 있고, 그러는 가운데 교묘하게 풍자하고 비판합니다. 

그런 까닭에 우화는 다양한 해석의 문을 열어놓지요.  229-230


우선 이솝에 대해 잠시 살펴보지요. 그는 기원전 620년경에 그리스의 어느 도시 국가, 또는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30


우리는 이솝이 노예로 팔려 다니느라 본의 아니게 많은 여행을 했고 그런 경험으로 인해 여러 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풍부하게 접할 수 있던 것이 아닐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솝에 대해서는 역사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헤로도토스가 기원전 425년경에 저술한 <역사>라는 책을 통해 거론할 정도였으니, 그는 이미 고대 문명 세계에서 유명세를 떨친 존재였다고 하겠습니다.  231


[개미와 베짱이]

'개미와 베짱이' 개인적인 성실과 게으름의 대조하는 주제 이전에 일하는 자들의 권리를 엄호하는 내용이 될 수 있습니다.  235


'일에 몰두하고 있던 개미들은 '원칙적으로는 이러면 안 되는데..'하면서 잠시 일손을 멈추고는 베짱이에게 물었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합니다. '중단 없는 노동'이지요. 이 중단 할 수 없는 노동이 강제화된 것이어도, 자발적인 의지가 작용한 것이어도 문제입니다. 휴식의 가치나 타인의 호소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인 거지요.  236


이곳은 누군가의 빈궁한 사정에 대해 눈을 돌릴 겨를이 없는 사회입니다. 원칙이 이렇게 정해진 곳에서는 아무리 사정이 딱해도 인정이라는 것은 통하지 않습니다. 일에만 미쳐서 사랑, 관심, 동정 같은 영혼의 힘을 잃어버리고 만 사회인 거예요. 인간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걸 멈춘 곳입니다. 이런 데서 살면 기쁠 것 같은가요?

오늘날 자본주의가 치닫고 있는 현실을 이 우화와 대조해서 읽어나가면, 이 이야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어느새 우리 모두 일개미로 변해 있지는 않은지요.  237


[양치기 소년과 늑대]

만일 이 이야기의 적용 범위를 넓혀 본다면 어떨까요? 양들을 돌보는 책임, 즉 그 국가나 사회 구성원의 안전을 책임진 권력자들이 하는 거짓말의 경우말이지요. 

그러면 이 이야기는 권력자가, 있지도 않은 늑대의 출몰과 같이 적의 공격이 임박했다면서 공포를 조장해 사람들의 충성심을 시험한다든지 자기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비상체제를 가동시키려 들면 결국 실패한다는 경고로 읽힐 수 있습니다. 처음 몇 차례는 거짓말에 속을 수 있지만, 정작 위기가 왔을 때에는 더 큰 문제가 생기고 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요?  246


이 우화는 권력의 거짓말이 공동체 내부의 신뢰와 결속을 붕괴시키고 권력 자체에 대한 민심의 이반과 함께, 결과적으로 늑대에 의한 양들의 희생을 마을이 황폐해지는 것을 무섭게 보여줍니다.

공포를 꾸며 기존의 권력을 강화하고 유지하려는 모든 시도에 대한 조롱과 경고입니다.  247


양치기 소년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네, 양을 잘 지키고 돌보는 것입니다. 

사태가 다급해서 어쩔 수 없다면 모르겠지만, 어른도 상대하기 힘든 늑대를 소년 혼자서 물리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248


늑대와 관련해서 이 소년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그렇지요. 양치기 소년은 일종의 경보장치입니다. 경보가 울리면 그 다음 행동은 마을사람들의 몫입니다. 그렇다면 소년이 두 번째 거짓말을 했을 때, 마을사람들은 무엇을 알게 되었을까요? 소년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 양들은 여전히 안전하다는 것, 자기들이 속았다는 것 등등이겠지요. 그런데 아까 소년의 역할은 경보장치라고 했으니, 이 점을 주목한다면 마을 사람들은 무엇을 알아차렸어야 했을까요? 당연히 경보장치가 고장났다는 사실이겠지요. 

말하자면 들판의 양들에게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마을 사람들이 그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방법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이건 매우 심각한 사태입니다. 늑대가 정말 나타났을 때, 경보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양들의 희생은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했나요? '뭐야, 저 녀석'하고 소년의 거짓말만 문제 삼고 다들 집으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뭐가 해결되지요? '아무 일도 안 일어났잖아? 에잇. 저 녀석, 나쁜 놈이로구나, 어디 두 번 다시 우리가 속나봐라.' 이러면서 욕하고 끝낼 일이냐는 겁니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경보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입니다. 소년의 거짓말이 두 번째 확인됐을 때, 무슨 일이 이루어져야 했나요? 마을의 공동 대책이 숙외되고, 구체적인 방법이 준비되어야 하는 거지요. 그래야만 양들을 지켜낼 수 있는 겁니다. '경보 장치 작동+마을의 대응=양들의 안전'. 이런 공식이 성립해야 하는 것이예요. 그러니 경보장치 작동에 문제가 생긴 걸 알았다면 그 다음엔 마응ㄹ 사람들의 판단과 대응이 보다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늑대가 나타났을 때 이를 퇴치하는 것은 소년이 아니라 결국 마을사람들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우화 속의 마을 사람들은 아무런 논의도 하지 않았습니다. 경보장치 작동 이상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전혀 없었어요. 왜 그랬을까요? 양들의 생명에 최우선의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일 관심이 있었다면, 모두 모여 '이거 어떻게 해야하지?' 하고 회의를 하고 결론을 내렸을 겁니다. 따라서 양들의 비극에는 양치기 소년의 책임이 분명하게 있지만, 마을 사람들도 책임에서 완전히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했던 겁니까?

적어도 마을사람들은 망가진 경보장치를 고치든지 아니면 다른 것으로 바꾸든지 또는 갈아치운다고 해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으니까,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제3의 대안을 마련해야지요. 이른바 '플랜B'라는 것 말입니다.

따라서 이 이야기에 대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해석에는 마을 공동체의 책임을 묻는 질문이 빠져 있습니다. 그저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만 비난하고 나면 '상황종료!'되는 식입니다. 늑대에게 죽임을 당하고 있던 양들은 피를 흘리면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요? '양치기 소년만 문제냐? 그럼 마을사람들아, 당신들은 뭐했는데?' 마을 사람들이 뭔가 조처를 미리 취해놓았더라면, 양치기 소년의 입 하나에 양들의 운명이 좌우되진 않았을 거예요.

양치기 소년 한 명에게 늑대의 출현에 대한 정보가 독점되는 것도 매우 취약한 구조입니다. 한 사람 또는 소수에 의존하느 체제는 위기관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공동체 전체의 감시, 견제, 또는 대안 마련이 없으면, 소수가 쥐고 있는 정보에 마을 전체가 휘둘릴 수 있는 겁니다. 소년이 늑대야 하고 외치니까 온 마을이 소동에 휩싸였잖아요. 정보의 정확도를 점검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거예요. 따라서 마을 전체의 자발적이고도 주체적인 논의와 대응책 강구가 양들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근본입니다. 

소년의 거짓말이 드러나고 양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게 된 바로 그 시점은 정치사회적으로 보자면, 이 마을의 참여 민주주의가 바로 서고, 마을 주민 각자가 모두 책임 있는 주체로 나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늑대에 의한 양들의 희생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생각과 의지가 있는 마을과 없는 마을에서의 양들의 운명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이 차이를 제대로만 파악하면, 반복되는 기만에 맞서 대책 마련에 나서는 마을 공동체가 시작될 수 있을 겁니다. '양치기 소년과 늑대'가 바로 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우화로 읽힌다면, 마을사람들이 책임 있는 주인으로 나서는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 권력은 이 우화를 금서 목록에 집어넣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사는 고장 난 경보장치를 고치는 것을 개혁이라 하고, 교체하거나 제3의 대안을 실현하는 것을 혁명이라고 부릅니다. 마을 주민들의 주체적인 각성이 그런 변화르 가져오지요. 늑대로부터 힘없는 양들을 지켜내는 근본은 그로써 이루어집니다. 

'목동의 거짓을 알았으니 이제 우리는 양들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바로 이 질문을 던질 때 이 우화는 우리에게 보다 많은 것을 알려주지 않을까요?  249-254


[사자 가죽을 쓴 당나귀]

'그렇게 하고 돌아다니니 사람들이나 동물들 모두가 다 사자인 줄로 알고 벌벌 떨었어요. 멀리서 나타나기만 해도 줄행랑을 치기에 바빴습니다.'  262


예상대로, 속은 당나귀인데도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 다 사자의 겉가죽만 보고 공포에 질려 죽자 살자 도망했습니다. 살아있을 때 사자가 준 그 정신적 충격과 상처가 이리도 큰 것입니다. 살았느닞 죽었는지 분간을 못하는 거지요. 그 움직임이 사자인지 당나귀인지조차 구별하지 못하잖아요. 사자 가죽을 뒤집어 썼다고 당나귀가 사자 걸음을 하기란 쉽지 않았겠지요? 

그런데도 모두가 이 허위를 꿰뚫어 보지 못합니다. 사자가 통치했던 시대의 공포와 사유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은 이리도 간단치 않습니다. 껍데기와 진실이 분명하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입니다.

사자가 죽어 그 가죽이 길에 떨어진 상황은 사자의 폭력이 모든 것을 결정했던 시대가 이제 사라졌음을 말해줍니다. 그런데도 동물들과 사람들은 여전히 그 시대의 그림자 안에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폭력의 트라우마입니다. 걸핏하면 사자 밥이었던 자가 사자 행세를 해도 그걸 알아보지 못하는 현실이 이 우화에서 가감 없이 드러나는 거지요. 

사자 가죽을 쓴 당나귀를 사자로 여기는 시대는 진실에 눈멀어 있습니다. 역사는 이미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는데오, 여전히 과거의 잔상이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빈다. 당나귀의 정체를 대뜸 알아보고, '아니 요놈이!'하고 통찰해내는 시대야말로 제대로 된 시대입니다. 그렇지 않았기이ㅔ 당나귀는 위장술의 위력을 알게 됩니다.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263-264


'"이런 이런, 이거 나제 아닌가? 당나귀 친구, 방금 그 소리를 못들었다면 나도 깜빡 속아 자네를 무서워했겠는걸?" 

당나귀가 여우의 말에 흠칫 놀라서 아차!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당나귀는 여우를 보고 히죽 웃었습니다. 민망하고 겸연쩍었던 거지요. 눈치빠른 여우가 당나귀는 잽싸게 한눈을 찡긋 감아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손을 내밀어 여우와 당나귀는 손뼉을 짝! 소리나게 마주쳤습니다. 하이 파이브!

그러자 둘이는 이내 허리를 부여잡고 함께 껄껄 거렸습니다. 그 바람에 뒤집어쓰고 있던 사자가죽이 훌렁 뒤로 벗겨지면서 당나귀 머리가 불쑥, 하고 튀어나오지 않았겠어요.

지나가던 다람쥐가 깜짝 놀란 눈으로 이 광경을 쳐다보다가 하도 우스워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다음날 아침, 사자 가죽을 쓴 당나귀 등에는 여우와 다람쥐가 올라타고 숲 속으로 행차했습니다. 모든 동물들이 여우와 다람쥐에게도 머리를 조아리며 벌벌 떨었답니다.'  265-266



<헨젤과 그레텔> - 인생의 숲에서 실종당한 헬젤과 그레텔을 위해


그림 형제는 나무꾼의 아내를 아이들의 친엄마라고 했다가 판본을 바꾸면서 새엄마로 수정합니다.  275


이는 중세 유럽의 민중들이 겪었던 절박한 현실이었습니다. 친부모가 먹고 살 길이 없어 자기 아이들을 내다버리는 것은 그다지 예외적인 일은 아니었던 거지요.  276


'일어나, 이 뼛속까지 게으른 것들아, 이제 우리는 나무하러 숲에 갈 거다.'(꼭두새벽에..)

그 시간에 깨우면서 게으르다는 말도 안 되는 비난을 쏟아내는군요. 강자들의 논리입니다.  280


'오리야, 오리야, 작고 귀여운 오리야.

여기 그레텔과 헨젤이 있단다.

강을 건너갈 쪽배도 없고 다리도 없어.

여기 와서 우리를 태워주지 않을래?'

그러자 놀랍게도 오리가 반응을 보입니다. 그레텔은 '너 이리 와!;가 아니라, 오리의 주체적 판단과 선택방식을 존중합니다. 그레텔은 정신적 교감을 우선시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던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오리를 타고 강을 건너는 과정엣 두남매가 사뭇 차이를 보입니다.

'헨젤은 오리 등에 올라타고는 그레텔에게 자기 뒤에 타라고 손짓 합니다.'  

말하자면, '야, 타!' 한 거죠. 이에 그레텔은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아냐, 오빠. 그렇게 하면 오리에게는 너무 힘겨워, 오리가 우리를 한 번에 한 사람씩 태워 강을 건너게 해.'

그토록 위급하고 험한 상황을 겪었는데도 그레텔의 마음은 거칠어지지 않았습니다. 상대의 처지를 먼저 생각하는 거죠. 상대를 도구화하거나 이용하는 데 익숙한 이에게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한 사려 깊음입니다.

그레텔은 위기를 이겨낸 지혜와 용기만이 아니라, 공감의 능력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공감'이란 상대의 마음속에 들어가 그 마음을 함께 느끼고 나누는 정신적 광채라고 할 수 있어요.

오늘날 이 공감 능력은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자기 잘난 척하고 똑똑한 척 하는 세상에서 다른 존재의 마음과 만날 수 있는 사람만이 세사으이 희망이 되기 때문이지요. 만사에 남을 이용하려 들기만 하는 시대에 이런 공감 능력은 우리의 인간성을 회복시켜주는 바탕입니다.  299-300




<바보 이반> - 땀 흘려 일한 자, 손에 물집 잡힌 자의 우선적 권리


원래는 '바보 이반과 그의 두 형인 무사 세묜, 배불뚝이 타라스 그리고 벙어리 누이 말라니야, 그리고 늙은 악마와 세 새끼 마귀이야기'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요. 

첫 대목은 이반의 집안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옛날 어느 왕국에 부유한 농부가 살 고 있었는데 세 아들과 딸 하나가 있었습니다.

무사 세묜은 황제에 충성하러 전쟁에 나갔고 배불뚝이 타라스는 장사하러 도시로 상인을 찾아갔습니다. 바보 이반은 누이와 함께 집에 남아 허리가 휘도록 일하고 있었지요.'  310


세묜과 타라스는 각기 푸념합니다.

'"난 왕국을 얻어 잘 살고 있다. 다만 문제는 병사들을 먹일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나는 돈은 산더미처럼 벌어요. 걱정거리 하나는 돈을 지킥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사실 이들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넘쳐나서 문제였던 것이지요. 그 넘쳐나는 것을 감당하려면 더 많은 군사와 더 많은 자본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국가는 이런 과정을 거쳐 군사력과 재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킵니다. 약한 나라를 짓밟는 부국강병(富國强兵)의 논리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323


세묜이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 이렇게 하자. 넌 내게 병사들을 먹일 돈을 줘. 그러면 네게 왕국의 반과 네 돈을 지킬 병사들을 줄게."'

타라스가 동의했습니다. 그리하여 둘은 왕국과 돈, 병사를 나눠 갖고 둘 다 부유한 황제가 되었답니다. 

한낱 무사였던 세묜과 배불뚝이 장사꾼이엇던 타라스는 모두 황제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권력과 재력이 동맹을 맺고 거대한 제국이 된 거죠. 인류의 역사에서는 바로 이러한 제국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약한 나라들을 식민지로 삼았습니다. 톨스토이는 이런 제국의 폭력과 탐욕에 평생 반대했던 것입니다.  325-326


이반은 병에 걸려 아픈 사람을 신분이나 계급으로 분류하거나 따지지 않습니다. 

이반은 아픈 현실 그 자체에 마음을 쏟았던 것.  328


'"폐하는 황제이십니다!" 라고 했더니 이반은 "그래서? 황제도 먹고 살아야 해."라고 딱 부러지게 말했더랍니다.'

이반의 나라는 자신이 먹을 것을 자신이 일해서 만들어내는 노동의 가치가 존귀하게 여겨지는 사회입니다.  331


노동하는 이의 권리가 우선으로 보장되는 나라인 거지요. 이 작품을 쓴 톨스토이는 성서에서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성서에 기록된 사도 바울의 고백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세상의 어리석은 것을 택하셨으며, 강한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세상의 약한 것을 택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에서 비천한 것과 멸시받는 것을 택하셨으니, 곧 잘났다고 하는 것들을 없애시려고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택하셨습니다.'(고린도 전서 1:27-28)  341




<심청전> -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를 돌려보내노라


심청의 아버지, 봉사 심학규는 '본래는 대대로 높은 벼슬을 지낸 집안 '잠영거족(簪纓巨族)' 출신으로...'

'잠영거족'이란 여자는 머리에 단정하게 비녀를 꽂고(비녀 잠 簪) 남자는 갓을 쓴(갓끈 영 纓) 그럴 듯한 양반집을 말합니다.  408


심청이가 한 말을 다시 주목해봅시다.

'"내 과연 물에 빠진 청이오. 청이 살았으니 어서 눈을 뜨시고 딸의 얼굴을 보옵소서."'

심청이는 자기가 다름 아닌 심봉사의 딸이라는 것만 알린 것이 아닙니다. 물에 빠졌던 자기가 살아 있으니 어서 눈을 뜨라고 한 겁니다. 그래서 그 얼굴을 보라 합니다. 오랜 세월 감겨 있던, 또는 감고 있던 눈을 똑ㄸ고히 뜨고 마주하라는 것입니다.

뭘 마주하라는 거지요? 자기 이득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현실, 그리고 그 현실에 얽혀 희생당했던 목숨, 그 목숨이 이렇게 생생하게 살아났음을 똑똑히 보라는 것 아닙니까?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세상은 결코 하늘의 뜻이 아님을 보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자기는 지금 아버지 앞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희생의 악순환이 멈춘 놀라운 현실에 눈뜨라는 겁니다.  439




에필로그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에 담겨 있을지 모를 고정관념을 교정해보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고정관념은 때로 폭력이 되어, 세상을 공평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일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 함석헌 선생님은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나라가 산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은 언제나 옳다고 여겨집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갖지 못하면 그런 사회와 나라는 편견과 선입견 또는 세뇌된 지식으로 가득차, 자신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길을 모색하고 선택하는 일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하고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들 속에서도 새로운 생각의 단서를 발견하는 것은 내 안에 존재하고 있는 "사유의 촛대"에 불을 켜는 일입니다.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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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장! 이놈의 피리가 또 막혔어요. 여름밤은 너무 짧은데 말이에요.

- 넌 집에 안 가니?

- 아저씨는 여기서 뭐 해요?

- 기다려.

- 누굴요?

- 나도 몰라. 오지 않을 사람 같아.

- 한가한 사람이군요.

- 아니, 나는 바빠, 열심히 기다리고 있거든.

- 열심히 기다리는 건 좋은 기다림이 아니에요.

- 왜?

- 기다림은 의지와 결심으로 하는 일이 아니거든요. 기다릴 것들은 당신의 바깥에 있어요. 당신에게 누군가 필요하다면 부디 아무도 기다리지 말아요.

- 저런, 네 말대로라면 공연히 무덤가의 꽃들만 시들었구나.

- 저 시든 꽃들요? 그건 다만 이 여름의 마지막 장미일 뿐이에요. 누굴 위해 피어난건 아니죠. 여기 있는 것들은 더 이상 자신을 말하지 않아요. 그래서 홀로라는 말을 모른답니다. 이제 그만 이야기 할래요. 난 다시 피리를 불 거예요.  59-60



그래도 떠난 애인에게서 배운 말을 그대가 내게 하고, 나도 나의 떠난 애인에게서 배운 말을 그대에게 하지. 내가 그대를 떠나면 그대가 나에게 배운 사랑의 말을 나의 새 애인에게 건네고, 지구의 사랑은 아무래도 그렇게 현명해지고 있는 거지. 오랜 세월 세상의 광물과 다 접톡해서 현명해진 지하수처럼.

그래서 말이지, 나는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기보다는 그대에게 배울, 내 새 사랑의 말을 생각해 보는 밤이고 싶어.

사랑이 밀려오면 평온의 휴식은 끝나고, 나는 이내 가난해져 다시 또 길을 잃고.  102



순정이란 것은 자고로 연약한 마음이 아니라, 들끓는 닫힌 욕망의 체계이다. 순정은 사랑하는 그 사람에 대한 극진함의 탈을 쓰고 있지만, 실은 제 속의 이유로 그 사람을 독점하려는 욕망이다. 심지어는 그 욕망이 저지당하고 명백하게 그 끝을 보았을 때조차, 남자는 저 홀로 상처를 끌어안고 사랑의 끝을 모른 척하며, 여전히 제 속에 갇혀 사랑을 고수한다. 상대도 없고, 자신의 무너짐도 없이 오직 거울 속에 갇혀 홀로 사랑하는 일.

남자들아, 함부로 제 속에서 순정을 길어올리지 마라. 순정은, 이토록 사랑과 상처 사이에 기생하며 꿈틀대는 그대의 증상에 다름 아니니, 증상으로나마 제 욕망을 누리려는 마음은 더없이 쓸쓸한 것이다.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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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같은 하늘 아래에서 그녀와 같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면 하는 생각으로 비행기를 탔다.  6


어째서 홍이의 외로움을 좀 더 이해해주지 못했을까. 어째서 그녀 입장에 서서 생각할 수 없었을까.  8


첫눈에 웃는 모습이 예쁜 사람이라고 느꼈다.  12


언제나 첫인상만큼 믿지 못할 것도 없다.  13


마음의 문을 닫고 고집스럽게 칸나를 원망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홍이의 존재는 정말이지 내게 성모 그 자체였다.  30


한마디 말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그러나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던 탓에 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자라고 말았다.  36


시집을 발견한 나는 엎드려 별 생각 없이 책장을 펼쳤다. 읽기 위해서라기보다 거기서 홍이의 흔적을 찾기라도 하는 것처럼.  47


둘 사이에는 한 장의 천도, 둘 사이의 가르는 문도, 세상을 차단하는 높은 벽도, 끝없는 국경선도 없었다.  67


바다가 보고 싶다고 떼를 쓰는 저녁이면 대개 혼자서 몰래 울었다. 

"같이 있는데 뭐가 쓸쓸해?"

나는 그녀가 몰래 울 때마다 그렇게 물었다. 홍이는 눈물을 감추며 쓸쓸해서 그런 거 아니야. 하고 말했지만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77


"글쎄, 엄마가 일본 사람하고는 결혼 못한다잖아."

그래도 그때가 우리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132


사소한 한마디, 별 뜻 없이 한 말이 그 틈에 커다란 균열을 만들어 버리는 일이 있다. 그러나 그 순간에는 아무도 그것이 심각한 줄을 모른다. 병을 앓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161


"일본도 마찬가지야! 나도 케이크만 시킬 때가 있다고!"

"누가 준고 생각을 물었어? 난 일반적으로 말해서 한국과 일본은 문화가 다르다고 한 것뿐이야."

"그렇지만 네가 문제를 비약시키잖아. 케이크와 음료가..."

우리는 녹초가 될 때까지 그런 바보스런 논쟁을 되풀이하다 결국엔 등을 돌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홍이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준고, 부탁이야. 내게 다정하게 대해 줘. 부탁이니 무조건 날 지켜 줘. 준고, 부탁이야. 무슨 일이든 내 편만 들어 줘'

그런데도 나는 홍이의 고독한 마음을 받아 주기는 커녕 내치려 했다. 왜 홍이가 조바심을 내는지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했다면, 홍이가 마리코와 싸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빵집 마리코 탓이 아니었다. 그건 전부 내 탓이었다.  173


"잘못했다고 하면 되잖아. 사과하면 누가 벌이라도 줘? 너희 일본 사람들은 어째서 그런 말 한마디를 못하는 거야?"  178


"엄마가 왜 일본 사람하고 결혼 못하게 하는지 겨우 알 것 같아.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내가 말했었지. 기억 나? 나는 외국 사람하고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그런데 어째서 무책임하게 결혼하자는 말을 했어? 나를 외톨이로 내버려 둘 거면서. 제대로 사과도 안할 거면서."  179


나는 칸나 덕분에 확실히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다.  203


만약 내가 이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하고 레코드 가게를 나오며 생각한다. 나는 일본을 미워했을까, 아니면 일본인과 사이좋게 지내려 했을까.  224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과 같은 입장에 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이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죠. 상대방의 마음을 제멋대로 거짓으로 꾸미는 게 보통이에요.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240


"난 그때 너와 함께 달렸어야 했다. 난 너에 대해 뭐든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가장 중요한 것을 알지 못했던 거야. 내가 생각이 모자랐어."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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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여행...

여행밑줄 2012. 10. 26. 23:57

왜 그랬을까? 

나는 왜 그들의 삶을 바라보려 한 것일까..


우선은 여행지에서 여행자들과 있는것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한 나라에 방문했는데 여러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과 교류하면 훨씬 다양함을 경험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만큼 방문한 나라에는 신경이 덜 쓰이는 느낌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방문한 나라의 이모저모를 경험해 보고 싶었다.

물론 솔직히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할 정도까지가 아니었던 상황이었고, 그들의 말을 제대로 못 알아 들으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두려움움이 거리감을 두는데 한몫한것도 사실이다.

지금이야 말을 좀 덜 알아먹어도 눈치로 알고 그들과 소통하는데 두려움따윈 개나줘버리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고 영어가 일취월장하여 막힘없이 술~ 술~ 나온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막연한 두려움은 떨쳐 버린 정도다.


남들과는 다른 여행을 경험하는게 좋았다. 그래서 남들이 가지 않는, 가이드북에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 그런 곳에 들어가 보는것이 필요해 보였다. 어디서 튀어 나온 자신감으로 그랬을까? 무식한게 용감한 것이었다. 



조심해야 하는것은 알고 있으나 조심성보다는 막연한 호기심이 더 강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까..

그렇게 그들의 삶에 한 발 더 들여 보고 싶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잠시 지나가는 여행자가 다 알 수는 없기에, 그들을 인정하는 면에서는 더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람은 일대일로 만나면 다 좋다고 했던가. 그렇게 조용히 찾아가는 곳에서는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이용당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만 언뜻 떠오르는 기억이 없는것을 보면 미미한 사건이었으리라.

그들도 자주 볼 수 없는 외국인의 방문에 놀라워하고 수줍어 하였다. 그래서 더 관대했던 기억들만 남아있다. (옆의 사진처럼.. 낯선 이방인에게 아낌없이 베풀어 주었다. 집엣 키우는 것을 마시게 하려고 따려는 모습이다.)


이런곳은 당연히 알려진 경관이나 화려한 문화를 보지는 못한다. 하지만 사람사는 곳은 다 같다는 말처럼 (이럴때 사용하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곳들에도 있을건 있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하지만 기대를 하지 않으면 없는게 없었다. 

소도시, 아니 소도시라 표현하기도 어려운 그렇다고 시골이라고도 말하기 어려운 곳이고 알려진 곳도 아니었으나 거기에도 클럽이 있고, 마트가 있고, 카라오케도 있다. 물론 그곳에서 우호적인 몇몇과 친구아닌 친구가 되어 분위기가 만들어져 클럽에 들어가 보기도 하였다. 

그곳에서만 있는 독특한 클럽문화라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그리고 세 시간 넘게 똑같은 비트로만(트랜스음악) 틀어 놓은 그런 클럽이지만 있을건 다 있었다. (클럽을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이곳의 클럽은 어떨까하는 궁금증이 컸다.) 



낯선사람을 경계하거나 이용해먹으려는 사람들보다는 그들도 호기심이 발동하여 꽤나 따뜻하게 대해주는 경우가 훨씬 많다.

우리는 국내에서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경험에 의해서나 교육에 의해서 이겠지만 '않는다'기 보다는 '못한다'.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그렇지만 외국인에게는 왠지 마음이 쉽게 열리는 경우가 있다. 물론 영어로 물어보면 긴장부터 되긴한다.. 하지만 가능한한 도와주려는 마음을 더 쉽게 가진다.


그들도 그랬다. 긴장을 되고 낯설기도 하지만, 마음을 쉽게 열어 주었다. 일단 그들의 홈그라운드니까.

그렇기에 이들에게 더 다가서고 싶은 마음이 끌린다. 서로 이방인이기에 마음의 문을 조금은 더 열었다. 그리고 나는 이들의 생활에 흡수되어 보고 싶었다. 기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그들과 마음을 주고 받고 싶었다. 

적어도 내 마음만은 남겨두고 돌아오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이들의 삶으로 다가서는 여행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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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글 

'인도'라는 국가의 명칭이 우리에게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명칭의 친숙함만큼 인도의 실상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사람들은 흔히 용어가 친숙하면 그것에 포함된 의미도 모두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우리가 인도를 잘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쉬운 것은 아닐까.

인도는 국토의 크기가 남한의 33배이고 인구는 22배에 달한다. 국경선의 길이가 14,103km, 해안선이 7,000km인 무척 큰 나라이다. 4개 주요인종이 살고 있으며 사용되고 있는 언어만 해도 300개가 넘고 있다. 우리가 세계지도를 펼쳐 놓고 '여기서부터 저기까지가 인도야'라고 지리적 한계는 말할 수 있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관습과 문화를 쉽게 단정 짓기는 어렵다. 바꿔 말한다면, 인도와 인도인을 '이것이다'라고 정의하는 것보다는 '이것은 아니다'라고 정의하는 것이 쉬울 정도로 복합적이고 다양한 나라이다.

따라서 인도를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대체적인 윤곽만을 파악하는 것도 한국인의 입장에서 결코 용이하지 않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정말 엄청나게, 예측 불가능하게 다르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인도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방법'보다는 '인도를 바로 볼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다.  


'인도를 바로 볼 수 있는 자세'는 자기중심적인 시각이 아니라 폭넓고 포용성 있는 문화적 상대 주의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인도의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1년 동안의 강우량이 6월에서 9월 사이에 집중된다. 따라서 이 3개월 동안의 강우량에 의해서 농작물을 비롯한 기타 산업의 성태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우량이 너무 적을 경우에는 기근이 엄습하게 되고 너무 많은 경우에는 수백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하게 되는 홍수의 피해를 입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상 몬순은 지난 수천 년 동안 인도인들의 삶과 생활을 지배해 왔다. 비가 적당히 내리면  한 해 동안의 안락한 생활이 보장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도인들이 숙명론적인 인생관을 가지게 된 데는 이 몬순의 영향이 매우 크다.  23


돼지의 경우 인도에서는 우리에 가두지 않고 방복하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배회하는 것이 자주 눈에 띈다. 돼지들의 자유를 위해 방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에 방목할 뿐이다. 새의 경우에도 먹을 수 있거나 판매의 대상이 되는 것들이 자유롭게 노래를 부르고 이쓴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 두어야 한다. 한마디로 인도인들은 동물을 사랑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는다. 다만 무관심할 뿐이다.

자연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는 동물들을 보고 싶다면 인도 여행의 테마를 동물보호구역으로 잡아보는 것도 무척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100개 이상의 국립공원 등에는 숙박시설 등이 그런대로 갖추어져 있고, 최근에는 각 주정부가 관광수입 확대를 위해 각종 편의시설과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있으므로 생생한 동물의 세계를 직접 볼 수 있다.  27


인도의 북서부 지역에 위치한 뻔잡(Punjab)사람은 신체 건장하고 용감하며 실질적이고 기계에 잘 적응한다. 또 북동부의 벵갈(Bengal)사람은 지적으로 우수하고 흥분하기 쉬우며 예술적 감정이 풍부하다. 남동부의 첸나이(Chennai)사람들은 보수적이고 종교적이지만 간혹 과학적 재질을 나타내기도 한다. 

지역 주민 간의 기질상의 차이는 무척 뚜렷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31


현재(2006년) 인도의 인구밀도는 제곱킬로미터당 324명으로 남한의 인구밀도 419.3명에 비하면 훨씬 낮은 편이다.  32


언어가 많은 인도에 정작 국어가 없다. 다만 공용어가 있을 따름이다. 

공용어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중앙정부의 공용어로 힌디어이며 부공용어로 영어가 쓰인다. 

다른 하나는 주(州)의 공용어이다. 주의 공용어는 각 주에서 결정한다.  36


일반적으로 종교는 교권체계의 유무에 따라 조직 종교와 비조직 종교로 분류된다. 조직 종교의 대표적인 예는 카톨릭교회로서 교황을 정점으로 교회의 운영과 교리의 해석 등 종교적 업무가 처리된다. 하지만 조직 종교는 신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신자들의 신앙이 일상생활과는 분리된다는 단점도 있다.

비조직 종교의 예로는 힌두교와 이슬람교를 들 수 있다. 이들 종교에서는 교회라는 조직이 존재하지 않고 각지에 산재해 있는 사제들이 독립적인 현태로 신자들을 관리한다. 비조직 종교는 무척 산만하고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신자들의 신앙이 일상생활에 곧장 연결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비조직 종교인 힌두교는 인도 사회의 일상생활에 깊이 침투해 있다. 인도의 사회제도와 문화, 그리고 예술의 대부분은 힌두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개인의 사회적 정체성 형성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것도 힌두교이다. 따라서 힌두교를 이해하지 못하면 인도와 인도인을 전혀 이애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5


힌두교는 궁극적으로 '범아일여(梵我一如)', 즉 내 자신이 신과 하나 되는 것을 추구하라고 가르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52


신과 인간의 관계라는 궁극적인 문제가... 끝없는 사유와 자기개발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힌두교는 보고 있다.

힌두교의 철학적 사유는 이 '고통'에 대한 진상의 해명으로 일관하여 왔을 뿐만 아니라 이 고통스러운 세계에서 벗어나는 것을 궁극적 목적으로 삼아 왔다.  53


인도에는 다양한 종교 집단들이 있지만 종파주의의 중심이 되는 것은 힌두와 무슬림이다.  66


1954년 이래 인도에서는 37시간에 1번꼴로 종파폭동이 발생하였고, 30,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살해당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폭동에 참여하여 살상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67


인도에서 전통적으로 카스트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되오온 것은 바르나(varna)와 자띠(jati)이다.

바르나는 카스트를 광범위하게 구분하는 인종적, 문화적인 분류이고, 자띠는 카스트를 기능적, 지역적, 혈연적으로 분류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브라흐만, 끄샤뜨리야, 바이샤, 슈드라의 네가지 바르나와 약 3,000개의 자띠가 있다.  70


인도인들은 긍정의 뜻을 나타낼 때 고개를 우리처럼 앞뒤로 끄덕이지 않는다. 고개를 좌우 어느 쪽이든 한쪽으로 갸우뚱하는 것이 긍정의 표시이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인도인들이 자주 입에 담는 것은 'No problem!'이다  202


'너희들이 사용하는 No problem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이냐?'

한 인도인 친구는 '확실하게 답변을 할 수 없을 때 No problem을 사용한다'라고 답했고 다른 친구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 꼭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렇게 해보자'라는 뜻으로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이 표현을 즐겨 사용하는 것이다.  203


인도 중앙정부는 도시를 인구의 크기로는 여섯 등급으로 분류하고, 인구 10만 명 이상인 1급은 'city'라고 부르고, 그 이하는 'Town'이라고 부른다.  221


2001년 기준으로 1급 도시 중 가장 인구가 많은 곳은 뭄바이로서 1,636만 명, 그 다음인 꼴까따는 1,321만 명이고, 수도인 델리에는 약1279만 명이 거주한다.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도시는 1971년의 9개에서 1991년에는 23개로, 그리고 2001년에는 35개로 증가하고 있다.  221-222


인도 도시 중 상당수는 영국 식민지 시절 착취의 거점으로 형성되었고, 이 부류에 속하는 도시들을 '식민지형 도시'라고 부른다. 즉, 식민지를 유지하는 군사 행정의 중심지였던 델리, 유럽과 연결되는 식민지 최대의 상공업도시 뭄바이, 황마와 차의 수출항이었던 꼴까따, 면화의 수출항이었던 첸나이 등이 대표적인 예들이다. 이 식민지형 도시외에도 전통적으로 종교의 중심지였던 바라나시 등의 종교도시, 자이뿌르와 같은 성채도시 또 빠뜨나처럼 고대왕궁의 수도였던 도시들도 있다. 하지만 정치 사회 산업의 중심지 역할은 식민지형 도시들이 맡고 있다.

독립 이후에도 새로운 도시들이 태어났다. 산업발전에 의해 형성된 이 도시들은 현재 IT산업의 중심지인 방갈로르, 공업도시 란치, 독립 후 오리사주의 주도로 등장한 부바네슈와르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벵갈로르는 최근 5년간 연 평균 40만 명씩 인구가 증가하는 급성장을 보이고 있다.  222


힌두교의 생각에 따르면 우주는 시작도 끝도 없는 시간 속에서 창조와 파괴를 거듭하고 있다. 이 우주의 창조와 파괴를 주관하는 브라흐마의 하루는 낮과 밤 두 개의 깔빠(Kalpa:불교의 검에 해당함)로 이루어진다.

하나의 깔빠는 인간의 기준으로 43억 2천만 년에 해당된다.  240


인도인과 약속을 하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 늦게 나타나는 것은 보통이고, 하루 뒤에 나타나는 일도 잇다. "왜 이렇게 늦었냐?"고 물으면 공통적으로 "시간은 무한한 것 아니냐. 기다린다는 것은 만남을 위한 기대감이다. 그 기쁨을 네게 하루 더 준 것이다. 시계라는 것을 신처럼 받들지 말아라. 그것은 인간이 스스로를 속박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등의 설교를 들을 수도 있다.

기차도 버스도 한 두 시간 늦게 출발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249


인도 음식은 기본적으로 남부에서는 쌀밥, 북부에서는 밀가루로 만든 인도식 빵 로띠(roti)가 주식이고, 그 외에 콩으로 만든 달(daal), 야채 요리인 사브지(sabzi), 그리고 걸쭉한 과일야채 소스인 짜뜨니(catni) 등이 반찬으로 첨가된다.


음식에 사용되는 향신료는 3,000여 가지에 달한다.  252


3,000여 가지에 달하는 인도의 향신료 중 절대다수가 우리들로서는 구경은 커녕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것들이다. 특히 어떤 향신료는 화장품 냄새가 나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휘발유 맛이 나는 것도 있다.  253


35도가 넘는 더위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환경에 사는 인도인들로서는 가능한 한 자극적인 맛을 개발하여 체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인도인들의 향신료에 대한 집착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  254


인도에서 고기(meat)라고 부르는 것은 대개 염소, 양, 닭의 고기를 뜻한다

신선한 해산물을 질길 수 있는 곳은 해안선 지역에 한정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서해안의 뭄바이에서 께랄라주에 이르는 해안지역으로, 아라비아 해에서 나오는 풍부하고 다양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다.

이 지역에 가는 사람에게 꼭 권하고 싶은 것은 새우커리이다. 

생선으로서는 스내퍼라는 우리의 옥돔과 비슷한 것이 있는데, 튀긴 것을 주문하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257


고기나 생선류는 가능한 한 크고 좋은 식당에서 먹는 것이 안전하고, 의심스러운 곳에서는 채식으로 만족하는 것이 안전하다.  258


커리라는 말 자체는 인도음식에 들어가는 다양한 향신료들을 표현하기 위해 영국인들이 만든 단어에 불과하다.

인도식 요리법에는 가장 중요한 향신료, 즉 기본적인 향신료가 25가지 있는데 그것들이 합쳐져 우리가 아는 커리의 맛을 내는 것이다.  265


중소 도시에서도 중국음식점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269

버스를 식당차로 개조하여 하는 중국집도 있으니 그곳을 이용해도 된다. 뜨뜻한 국물로 속을 풀 수 있는 유일한 곳도 중국집이다. '핫 앤 싸워 숲(Hot and Sour soup)' 또는 '완탕숲(Wantang soup)'이 좋다.  270


도시에서 가장 좋은 호텔의 커피숍으로 가면 수프나 샐러드를 시키면 빵과 버터, 잼이 더불어 나온다. 빵도 한 두 조각 주는 것이 아니라 아예 바구니 채로 나온다. 가격도 절대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다.  272


인도에서는 아프더라도 함부로 주사를 맞아서는 안 된다. 현대적이고 치료비가 비쌍 병원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주사기를 중기 소독하여 사용하거나, 한 번 사용한 주사기를 그저 깨끗한 물에 씻어 재사용하는 병원이 많다.

참고로 인도에는 570만여 명의 AIDS 보균자가 있으며, 그 중에서 75%가 남인도에 거주한다.  277


적리(이질의 한 종류임, 국내에서는 법정 전염병이고 발열, 복통, 혈액이 섞인 설사를 일으킨다. 세균이 입을 통해 전염된다.)의 위험성을 적게 하는 방법은 첫째, 생야채를 먹지 않는 것. 둘째, 체면 불구하고 야채를 생수로 씻어 먹는 것이다. 꼭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은 적리에 걸렸을 경우 즉시 병원에 가야한다는 것이다. 주사기를 가져갔을 경우에는 주사도 맞고, 안 가져갔을 경우에는 약만 처방해 달라고 하면 된다.

적리는 인도의 풍토병이기 때문에 치료약도 발전해 있으므로 치로만 받으면 금방 낫는다. 정로환으로 버텨보려 하다가 생명에 위협이 올 수도 있다.  278


가장 중요한 것은 인도가 볼결하다고 불평을 할 것이 아니라 '나도 같이 더러워지지'하는 생각을 갖는 것이 생존의 조건이다. 왜냐하면 인도에 가서 마시는 공기, 밟는 땅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오물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아무리 혼자 깨끗한 척 하더라도 진흙탕에서 헤엄치면서 진흙을 몸에 안 묻힐는 격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286


인도에 가면 여러 가지 황당한 일들을 당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자주 일어나는 일은 택시 등의 교통수단 운존기사들의 외국인에 대한 바가지 씌우기이다. 어느 나라 사람이건 마찬가지겟지만 다른 사람에게 속는다는 것은 무척 불쾌한 일이다. 그러나 인도에서 바가지 요금 대문에 택시기사를 상대로 길거리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싸우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뿐이다. 다른 나라의 여행객들, 예를 들어 일본인이나 미국인들은 대부분의 경우 요구하는 대로 돈을 줘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인도에 대해서 사전지식이 없어서 바보처럼 속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인도여행 붐이 일어난 것은 불과 10년이 약간 넘었지만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에는 수십 년 전부터 인도에 관심이 많았으며 그만큼 정보나 여행안내서도 풍부하다. 인도인들의 행태에 대해 우리보다 많은 사전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음엗 그렇게 무심한 듯이 행동하는 것이다. 그것은 여행에 대한 인식 자체가 우리와는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행동이다. 그들은 여행에서 즐기는 것에 우선적인 가치를 둔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한 불쾌한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하므로 모르는 척 속아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행을 단순히 '즐기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은 놀기 좋아하는 민족이었다. 19세기 말 우리나라에 거주했던 선교사들의 기록을 보면 구경거리나 놀거리만 생기면 산점주인은 상점 문을 닫고 대장장이는 하던 일을 팽개치고 그 장소로 달려갔다고 한다. 어떤 면으로 보면 여유 있는 자세를 가졌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노는 데도 여행하는 데도 목적이 있어야 하는 풍조가 생겨났다. 

배낭여행을 다녀온 학생에게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배웠나?'고 물어야만 훌륭한 교수이지, '잘 놀다 왔어?'하고 물으면 학생에겐 관심이 없는 교수가 된다. 또 학생 입장에서도 '이번 여행에서 나는 무엇을 배웠고, 이것을 내 장래를 위해 이렇게 사용하겠다'고 대답해야만 성숙하고 미래가 밝은 학생으로 주위에서 인정을 받는다. 그저 '재미있었어요'하고 대답하면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인간으로 취급당한다.  305-306


'투입=산출'이라는 기계적 사고는 '즐기기 위한 여행'을 '투쟁을 위한 여행'으로 변형시킨다.


인도 전체 사회가 보다 세련되어지고 합리화되어야만 해결되는 일이지 우리가 목청을 높인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이다.  307


인도에 가면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고 분통이 터지는 일을 많이 당하게 된다. 또 인도인들의 뻔뻔스러움과 교활함, 그리고 말 바꾸기 등은 가증스러움을 넘어 인간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도인들의 이런 행태가 우리의 행동을 정당화시키는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잘 알다시피 인도는 오래전에 고도의 문명을 발전시켰다. 문명이란 인간의 삶을 제도화시킨다는 측면도 가지고 있지만 그 제도를 파괴하려는 시도도 끊임없이 존재해 왔다. 이것은 법률이 세분화되고 구체화되면 그 법망을 피하려는 시도도 교묘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의 논리이다. 다시 말해 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의 순박함을 상실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염증을 느끼는 인도인드르이 행태를 '좋다 또는 나쁘다'라는 가치판단을 내리기전에 이것도 인도문화의 한 부분이라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한다.  308


사실상 인도는 우리가 상실했거나 상실해 가고 있는 많은 것을 지금도 보존하고 있다. 이것을 흔히 '췬성'이라는 말로도 표현하지만 우리에게 향수를 느끼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6.25때 배곯았던 이야기를 눈물을 흘리면서도 즐겁게 이야기하는 심리와 유사한 것이다. 단, 그 사람들에게 그 당시와 똑같은 환경에서 다시 살라고 하면 그렇게 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낭만주의는 이런 면에서 현실을 호도하고 잘못된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인도도 우리처럼 '기쁠 때는 웃고 슬플 때는 우는, 보통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317


인도에 오는 우리 여행객들 중 시내버스를 타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왜 아직 차장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 말에는 우리처럼 승객이 요금함에 돈을 넣게 하면 될 텐데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운영하다니 인도가 한심하다는 오만함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인도의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승객의 안전을 확보하고 더불어 실업자를 구제할 수 있다는 합리적 측면을 우리 여행객들은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318


'우리 눈 속의 들조'인 졸부적 오만함에서 비롯되는 즉흥적 속단을 버리고 '왜?'라고 묻는 겸손함과 탐구심을 갖는다면 인도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319




부록

'Water Purification Tablet' 을 약국에서 구입하여 한 알을 1리터의 물에 넣고 30분 뒤에 먹으면 안전하지만 물맛은 수영장 물맛이다.  332


인도에의는 님부(Nimbu)라고 부르는 탁구공보다 약간 작은 노란색의 레몬이 있다. 큰 레몬에 비해 비타민 C의 함량이 100배, 강력한 살균력, 그리고 해열작용을 한다. 따라서 아침 식사 후와 저녁식사 후, 님부 반 개를 물 한 컵에 짜서 먹으면 피로회복에 큰 효과가 있고, 약간 불결하게 조리된 음식에도 뿌려 먹으면 살균작용도 한다. 또 갑자기 열이 나지만 병원에 곧 갈 형편이 되지 못할 때에는 님부를 몸에 바르면 열이 내려가기도 한다.  335


인도를 여행하면 흔히 두 가지 점을 느끼게 된다.

첫 번째는 '인도가 너무 좋다'라는 것이다. 이때 자기가 인도를 좋다고 느끼는 이유를 아주 정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아. 인도가 아니라 다른 나라로 여행을 했다고 해도 좋지 않았을까? 외국여행이란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므로 일단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뜨면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한다'가 아니라 '오늘은 뭐하고 놀지?'가 되니 행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인도가 좋다'라고 느낀다면 그 이유를 명확히 찾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둘째, 인도는 우리나라와 많은 면에서 다르고 또 많은 면에서 불편하다. 느려 터진 인도인들의 일 처리 솜씨, 불결한 환경,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상인, 끝없이 달려드는 거지와 사기꾼들 등으로 짜증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화를 낸다거나 싸움을 한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 특히 싸움의 경우에는 세계 어느 나라 경찰이든 자국인의 편을 들게 되어 있으므로 이쪽에서 아주 심각하고 명백한 피해를 받지 않았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우리에게 불리하다.  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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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책장에 책들이 들어가고 싶어한다. 그런데 책장은 시위를 벌인다. 근래에 나오는 책장은 속은 비었을지 몰라도 일단은 보기에 두껍다. 몸통도 뼈대도 모두 두꺼워서 책을 꽂아도 든든하게 버틸것 같이 보인다. 

근데 집에 있는 책장은 다들 오래된 것들이라 몸통은 작지 않지만 뼈대가 다들 얇다. 그래도 책을 가지런히 꽂아두면 보기 좋다. 하지만 책을 가지런히만 꽂아둘 수가 없다. 윗칸과 아랫칸 사이 비는 공간에 책을 쌓아서 넣는다. 보기 좋게 색상도 좀 맞추고 꽂아 두었던 책들은 이미 무너졌다. 높이가 비슷한 것들끼리 짝을 지어서 꽂고 쌓아야 더 많이 들어간다. 

빈곳없이 쌓아넣었다. 모두 채우고 나서 보니 책장이 그리 크지 않게 여겨진다.('너 책 많다는걸 은근히 말하고 싶은거냐?'는 말이 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미리 말해두면 그리 많지 않다. 혹 책이 많다고 해서 그 사람이 똑똑하거나 지혜로워진다면 빚을 내서라고 책을 쌓아 둘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건 누구나 알고 이 글을 보는 사람이라면 더 잘 알고 있을게다. 그러니 지금 나는 책이 많고 적음을 이야기 하고 싶은게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시길...)

이러고 나니 시간이 갈 수록 책장이 수평이 아니라 아래로 볼록해져 가는것 같다. 책장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그럼 책장을 사면 되지 않냐고? 그렇지 그러면 되는거다. 그런데 이상하게 책장 사는데 드는 돈을 너무 아까워 한다. 그렇다고 돌아다니며 버린 물건 줍는 스타일도 아닌데... 이상하게 책장은 누가 버린게 있으면 주워오고 싶다. 아니 실제로 주워 온것도 있다. 

물론 나름대로 기준을 두고, 기준에 맞는 책장일때만 들고 온다. 오래되든 아니든 일단 외관상에 깨끗해 보이는것으로 주워온다. 쉽게말해 중고 가구점에서 팔만해 보이는 책장일때 들고오는 거다. 그럼 누가 버리겠느냐.. 희안하게 나는 그런 책장을 주워와서 깨끗이 닦아서 쓰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도 길을 다닐때 종종 쳐다 본다. 

부디 돈 많은 분들이 자주 버려주셨으면 하는 바램으로..


현재 책장이 모자란다. 그래서 읽어야 하는 책들은 그냥 한켠에 쌓아두고 있다.

그런데 하필 그녀석들이 책상 옆쪽으로 벽에 붙어 쌓여있다. 거기에 놓을 수 밖에 없어서 그랬는데 책상에 앉으면 그녀석들이 자꾸 쳐다 보면서 있다. 그리고 책상 위 책들의 반대편에는 컴퓨터가 있기도 하다. 책상에 앉으면 양쪽에서 유혹의 신호를 마구 보내는데 나는 매번 컴퓨터의 유혹에 더 잘 넘어가버린다. 컴퓨터를 끄고 책상에서 일어나면 책들이 나를 쳐다 보고있다는 사실에 뜨끔한다. 그래서 최근에 카페나 도서관을 자주 다녔다. 책들과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

한날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좀이 쑤실때쯤 서가를 돌아다니면서 책을 구경하다가 이 책을 잡게 되었다. 저자의 책들을 꽤나 읽어본것 같은데 이 책은 눈에 익은 이름이긴 한데 읽은 기억이 나질 않는것도 같아서 펼쳤다. 

옮긴이의 표현에 의하면 '펭귄출판사가 창립 7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한 문인들의 책'이란다.

이 표현은 분명 본 기억이 있다. 시리즈로 또 내는것인가 싶어서 목차를 본다. 흠... 분명 이 내용들은 읽은 것 같다. 

저자의 책이 오래전에 나왔다 해도 나는 그리 오래전에 저자의 책을 읽지 않았기에 도서관내의 컴퓨터로 블로그에 접속해서 제목을 검색해 보았다. 그런데 책의 제목은 나오질 않지만 다른 이름의 책이 나온다. <동물원에 가기>이다. 

클릭을 해보니 목차가 같다. 근데 출판사와 출판연도가 다르다. 아... 그랬구나! 나는 이 책을 이미 읽어보았다. 내용은 같으나 제목이 다른 당연히 출판사가 다르고 아마도 옮긴이도 다를 것이다. 


한국에서 저자의 책이 얼마나 인기가 있기에 이렇게도 여러번 출판을 하는걸까 생각해 본다.

저자의 책 중에 이 책이 아닌 다른 책도 한 권 더 본 적이 있다. 

일전에 한번 내용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키스하기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이란 제목과 <너를 사랑한다는 건>이다.

내가 아는 것은 이정도 이다. 또 다른 책들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출판사와 옮긴이 그리고 출판 연도가 다르기에 한글판의 표현이 조금씩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치만 나는 그 정도까지 내용을 보는 실력이 있지 않기에 똑같게만 보인다..표현 하나하나의 차이와 감정과 느낌을 알 수 있는 해안을 가져야지 알 수 있을 텐데....ㅎ


원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위의 동일한 저자의 다른 제목의 번역서라는 이야기인데, 왜 관련 없는 서론을 길게 뺐을까하는 의문이 나도 든다.

근데 이 책을 보게되면서 글을 올리려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글로 표현해 보았다. 

책을 검색해서 내용이나 감상을 보고자 하셨다면 죄송하다. 


사실 많지 않은 책장에 빼곡히 쌓아둔 책 중에 이런 책들이 몇 권 있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던것 같다.

무슨 제목이든 책을 읽었다는게 중요한 것일 수도 있고, 어느 번역자의 책을 읽었는냐가 중요할 수도 있고, 언제 읽었느냐가 중요할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상황에서 읽었느냐가 중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 다빼고 그냥 없는 살림에 책장이 책들을 모두 품을 수 없는 상태의 나에게 동일한 내용의 책이 여러권있는게 어찌보면 부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슬픔이 주는 기쁨>과 <동물원에 가기>는 동일한 저자의 동일한 내용의 옮긴이와 출판사와 출판연도가 다른 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나의 밑줄이 보고 싶으신 분은 <동물원에 가기> 제목을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다.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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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때마다 나 자신과 내가 배워온 세계의 허위가 보였다.


그러나 나는 다른 좋은 것도 보았다. 거대한 바냔나무에 깃들인 숱한 삶을 보았다. 그 뒤로 솟아오르는 거대한 비구름을 보았다 인간들에게 덤벼드는 사나운 코끼리를 보았다. '코끼리'를 정복한 기품 있는 소년을 보았다. 코끼리와 소년을 감싸 안은 높다란 '숲'을 보았다. 

세계는 좋았다. 대지와 바람은 거칠었다. 꽃과 나비는 아름다웠다.


나는 걸었다. 

만나는 사람들은 슬프도록 못나고 어리석었다. 

만나는 사람들은 비참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우스꽝스러웠다. 

만나는 사람들은 경쾌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화려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고귀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거칠었다.

세계는 좋았다.


'여행'은 무언의 바이블이었다.

'자연'은 도덕이었다.

'침묵'은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침묵에서 나온 '말'이 나를 사로잡았다.

좋게도 나쁘게도, 모든 것은 좋았다.

나는 모든 것을 관찰했다.

그리고 내 몸에 그것을 옮겨 적어보았다.


<인도방랑>은 내가 스물넷의 나이에 대학을 뛰쳐나와 세계 방랑길에 오른 최초의 여행 기록이다. 일본에서는 1972년, 그러니까 꽤 오래전에 출간되었다.  15


저 인도의 자연을 접한다는 건 평온을 얻는 게 아니라 반대로 엄청나게 아나키적 정신이 되어가는 겁니다. 인도의 자연을 모방하면 인간 사회의 관리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버리지요. 사실은 대단히 위험한 겁니다.  36


유유상종이란 말을 하는데 여행이 바로 그런 겁니다. 시시한 여행을 할 때는 시시한 사람을 사귀지요. 얽매인 데 없이 좋은 여행을 할 때는 열에 여덟아홉 정도로 격이 높은 사람을 사귀게 됩니다. 나는 최고의 인간을 만나진 못했는지 몰라요. 하지만 높은 인격의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 곧 좋은 여행은 아닙니다. 더없이 시시한 녀석부터 차원 높은 사람까지, 오히려 여행 중에 얼마나 다양하게 만났느냐가 중요하지요. 그것이 여행의 풍성함이라고 생각합니다.  37


명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겁니다.  48


화장하는 광경을 이십 일쯤 내리 촬영한 적이 있습니다. 불타고 있는 시신 근처에 가면 불길 때문에 엄청나게 뜨거워요. 나중에 보면 눈썹이 고불고불 그슬려 있기도 해요. 광각 카메라를 들고 머리 같은 게 불타오르는 곳으로 다가갑니다. 연기 속으로 들어가지요. 그렇게 이십 일쯤 기나면 시신 냄새가 몸에 배어버립니다.... 사진을 찍는 것과는 관계없이 모르는 사이에 죽음의 냄새가 들러붙어버립니다. 그런 것도 하나의 명상이지요. 모르는 사이에 한다는 게 좋아요.  49


오랜 여행은 여자와 음식을 좋아하지 않으면 못할 것 같아요. 그런 실감을 근거로 추측해보면 그토록 오랜 세월 여행을 한 마르코 폴로는 분명 호색한이었을 거라고, 친구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말을 들은 친구가 마르코 폴로에 관한 역사 기록을 살펴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실이었어요. 베네치아에서 창부와 싸움을 벌여 재판에 부쳐지자 마지못해 국외로 도망쳤다는 겁니다. 호색한이었던 까닭에 그런 위대한 여행이 가능햇다고 할 수 있어요. 역시 마르코 폴로의 여행은 정통이었던 거지요.(웃음)  62

  

질문 : 후지와라 씨의 사진에는 분명 사물이 찍혀 있지만, 그게 자신의 눈 속 스크린과 바깥 세계의 피사체가 이중으로 찍혀 있는 느낌을 줍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카메라를 사용하는데 어떻게 그런 사진이 찍히는 건가요?

--> 보통은 오른쪽 눈으로 찍는 게 표준입니다. 카메라 역시 그렇게 설계되어 있어서 왼쪽 눈으로 찍으면 와인딩 레버가 얼굴에 부딪히게 되지요. 그런데 나는 철저히 왼쪽 눈입니다. 처음부터..  74



비르바탈은 여름굴만 한 크기에 껍질이 플라스틱처럼 단단하고 매끈하다. 속에는 형태가 분명치 않은 끈적끈적한 주황색 과육이 들어차 있는데, 이것이 설사나 그 밖의 위장병에 직방이다.  125


인도에 온 히피는 처음부터 생각하고 화내고 고민하기를 포기한 채 바람에 나불거리는 꽃잎처럼 인도 곳곳을 떠돌아다니고 있다. 그것은 흡사 울음을 그친 아이가 바람에 눈물이 마르는 것이 기분 좋아 까불며 뛰어다니는 모습 같다.  161


화장터를 이르는 말 .. 일본어는 가소바, 영어는 크리머토리, 힌디어는 스마산.

힌디어는 그 말소리에서 오는 느낌이 실로 상스럽다. 

앗차(좋아)

나힝(아니오)

다히(요구르트)

짤로 짤로(가자 가자, 비켜 비켜)

싸합(선생님, 어르신).  188


<인도방랑>은 열에 들떴던 내 젊은 날의 부끄러운 첫 기록이다.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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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중국과 더불어 동양의 역사와 사상 및 문화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낟. 그렇기 때문에 동양, 특히 서남아시아의 역사와 문화는 인도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인더스 문명은 기원전 3000년경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고대 이집트나 아시리아 그리고 바빌로니아의 문명과 거의 동시대에 발전된 문명으로 볼 수 있다.  49



베다 시대

아리아인은 원래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 남부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 살다가 대략 세 갈래로 민족의 이동을 시작했다. 그 중 일부는 유럽으로 이동하여 유럽 아리아인이, 그리고 일부는 페르시아 지방으로 들어가 페르시아 아리아인이 되었으며 나머지는 인도로 들어와 인도 아리아인이 되었다.


베다 시대에 이르면 사회적으로 다양한 도시 국가들이 형성되고 사상적으로 종래의 브라흐마니즘을 넘어 <우파니샤드>와 같은 정통 사상이 그리고 슈라마니즘이라하는 비정통 사상이 함께 나타났다.


베다 문화는 인도뿐만 아니라 세계의 종교와 철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61


<리그베다>는 신들에 대한 찬가의 모음으로 신이 제사장에 등장하도록 청하는 승려들이 부르는 노래이다.

<사마베다>는 <리그베다>에서 뽑아낸 노래 가운데 일정한 선율로 노래를 부르는 승려들의 노래모음이다. 

<야주르베다>는 희생제 의식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그 업무를 담당하는 승려들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아타르바베다>는 주문과 마법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브라흐마나스>는 다양한 희생제 및 제사의식에 필요한 방법과 규칙을

<아라냐카>는 진리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사색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인도 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우파니샤드>는 <아라냐카>의 철학적 사상을 더욱 발전시키는 한편 인간의 궁극적 목적인 해탈과 깨달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64-65


전기 베다 시대가 아리아인의 인도 침입을 통한 이주 및 초기 정착 시기라고 한다면 후기 베다 시대(기원전 1000~기원전 600년)는 인도에서의 영역 확장을 통한 아리아인의 본격적인 정착 시기이다.  85


결혼 역시 오직 같은 카스트 안에서만 가능하며 남자보다도 여자의 경우 자신보다 낮은 계급과 결혼하면 모든 사회적 지위와 권리를 박탈당할 뿐만 아니라 그 집단에서 추방되었다. 반대로 남자의 경우에는 자신보다 낮은 계급의 여자와 결혼할 수 있었다.  92



엄격한 결혼의 제한은 맨 처음 아리아인과 비아리아인 간의 혼혈을 방지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후대로 갈수록 혼혈 현상이 심화되면서 카스트 제도는 더욱 복잡하고 다양한 직업에 의한 세습 및 신분 제도로 변질되었다.


인생의 시기를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각각의 시기에 인간들이 행해야 할 의무를 결정했다.

아슈마라라고 불리는 이러한 시기 구분은 인생의 시기를 대략 100년으로 간주하여 각각 25년식의 네 단계로 나누었다.

첫 번째 25년의 시기는 스승 밑에서 베다 및 삶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 학습기이다. 이 시기에는 스승과 함께 생활하면서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인생 전반에 대한 지식과 제식 그리고 사회인으로서의 의무 등을 배운다.

학습기를 무사히 마친 학생은

두 번째 단계로 이제 집으로 돌아가 결혼을 하고 자신의 가정을 꾸려 나가는 가정생활기로 들어간다. 이 단계에서는 결혼을 통한 자손의 출생과 같은 개인적인 임무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자신이 행해야 할 여러 가지 공공의 의무도 함께 수행한다.

그리하여 대략 50세 정도가 되어 자식들도 무사히 출가시키고 또한 사회적인 의무도 어느 정도 완수하고 나면 

세 번째 단계인 은둔기에 들어간다. 은둔기는 부인과 함께 숲속으로 은퇴하여 사회적인 모든 의무를 벗어나 높은 진리를 추구하는 일종의 종교적 수행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은둔기를 넘어서면 남은 인생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혹은 자신이 깨달은 진리와 함께 홀로 방랑의 길을 떠돌아다니는 유랑기에 접어든다. 유랑기에는 말 그대로 철저하게 무소유의 자유를 누리면서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난 그 상태대로 영혼의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상징한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 시기가 되면 성스러운 어머니의 강, 갠지스로 가서 이 생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한 뒤 그녀의 품에 안긴 체 다음 생을 위한 긴 휴식에 들어가거나 깨달음을 얻어 고통스런 세계로의 방랑을 멈춘 채 영원한 행복에 안주한다.  93-94


처음 두 단계에서는 주로 세속적인 요소를, 나머지 두 단계는 탈세속적이고 정신적인 면을 갖는다. 생의 네 가지 덕목이 된다.

물질적인 재물을 의미하는 아르타(Artha), 성적 욕망을 포함한 사랑을 뜻하는 카마(Kama), 도덕 윤리적 법칙과 규칙을 의미하는 다르마(Dharma), 최상의 진리에 대한 깨달음 또는 해탈을 의미하는 모크샤(Moksa)로 이루어진다. 

이 가운데 아르타, 카마, 다르마는 생의 네 단계 가운데 주로 전반부의 두 시기에 행해지는 부분이며 모크샤는 후반부의 시기에 지켜야 할 일종의 의무이다.  94


후기 베다 시대에는 급변하는 사회적 변화만큼 종교나 철학과 같은 사상 분야에 있어서도 괄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났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인도 사상의 많은 부분이 바로 이 시기에 형성된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99


전체적으로 후기 베다 시대의 전반기에는 제식주의가 형성되었고 후반기에는 <우파니샤드>의 철학적인 사색이 태동함으로써 오늘날의 힌두이즘을 낳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후기 베다 시대의 인도 사회는 부족국가의 틀을 벗어나 통일된 왕조를 형성하기 시작한 일종의 격동기이다.  102



비베다시대

기원전 6세기 전후의 시기.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부분의 중요한 철학, 종교적 운동이 나타난 것이 바로 이 시기이다. 

그리스에서는 헤라클레이토스, 파르메니데스를 거쳐 소크라테스로 이어지는 철학적 사색이, 페르시아에서는 조로아스터교가 그리고 중국에서는 유가의 시조인 공자와 도가 사상의 노자가 등장했다.


전통에 대한 비판과 거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종교가 바로 불교와 자이나교이다. 실제로 인도의 사상이 보다 철학적이고 이성적인 사색의 틀을 갖추게 된 것도 불교와 자이나교의 영향이다.

인도의 철학과 사상의 근간인 <우파니샤드> 역시 이 시기에 나타나기 시작한 겻으로 브라흐만 자체의 자기 반성적 요소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107


아지비카 학파는 반브라흐마니즘을 주장. 모든 존재의 행위는 인간 스스로 혹은 절대자에 의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본성적으로 이미 결정되어 있다고 보았다.

차르바카 학파는 가치론적인 면에서는 모든 존재가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한 어떠한 경우에도 미래란 불가능하며 오직 현재, 지금 이 순간만 사실로 존재할 뿐이기 때문에 도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도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현실의 감각적 쾌락만이 인간 삶의 최고 목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110


자이나교는 마하비라라고 불리는 한 위대한 인물의 깨달음에서 비롯된 종교이다.  117

자이나교는 생명 있는 존재를 해치지 말 것, 거짓말을 하지말 것,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지 말 것, 사유재산을 소유하지 말것, 금욕을 지킬 것 등 다섯 가지 기본적인 계율을 가르쳤다.

불살생 또는 불상해의 계율을 가장 강조했다. 

후에 자이나교는 오직 흰색 옷만 입는 백의파와 어떠한 옷도 걸치지 않는 나의행파로 나뉜다.  119


자이나교는 신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그를 자아(Jiva)보다 낮은 위치에 두었다.

자신이 전생에 쌓은 업에 의하여 현생의 삶이 결정되기 때문에 누구든 전생에 쌓은 카르마를 보다 빨리 해소하고 현생에서 더 이상 카르마를 쌓지 않는다면 모두 다 해찰이 가능하다고 마하비라는 주장했다. 그는 또한 제사의식이나 희생제와 같은 행위는 절대로 해탈에 도움을 줄 수 없으며 오직 올바른 지식과 올바른 행위ㅏ 그리고 올바른 믿음만이 진정한 깨달음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121


고타마 싯다르타극 기원전 6세기경 지금의 네팔 지역에 있던 조그만 왕국(일종의 공화국) 카필라바스투의 왕자로 태어났다.  122

35살에 보리수 아래서 완전한 깨달음을 얻어 드이어 붓다(깨달은 자)가 된 고타마는 베나레스 근처의 사르나트(녹야원)에서 처음 설법.

쿠시나가르에서 80세를 일기로 열반에 들었다. 붓다의 가르침은 아소카 왕의 전폭적인 도움을 받아 인도 전역(

붓다의 입멸 후 200여 년이 지난 뒤)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나가 오늘날의 세계종교로까지 성장했다.  125


붓다의 사색은 기본적으로 모든 것은 괴로움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모든 인간들이 현실적으로 겪고 있는 고통과 그에대한 구체적인 해결에 관심을 집중했다. 사성제(四聖諦), 삼법인(三法印), 연기설(緣起設)등으로 일컬어지는 붓다의 근본 사상은 바로이러한 토대 위에서 형성되었다. 

그렇다면 고통과 괴로움은 왜 발생하는가?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욕망 때문이라고 말한다.  126


붓다의 관점에서 보면 자신의 괴로움을 해결하기 위하여 자기가 아닌 다른 존재에 의지하거나 그의 도움을 받으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팔정도라는 8가지 올바른 실행방법.

인간은 무엇보다도 먼저 올바로 볼(正見)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올바로 생각(正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를 토대로 올바른 말(正言)과 행위(正行, 正業)를 함으로써 올바른 생활(正命)을 영위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올바른 노력(正精進)과 올바른 마음가짐(正念) 그리고 올바른 정신집중(正定)이 필수적이다.  127


개혁적인 성향의 브라흐만 사제들은 그간의 폐단을 직시하고는 문제점을 개혁하기 시작했다. 

<우파니샤드>는 종래의 제식 주의를 비판 혹은 수정하면서 한편으로는 슈라마니즘으로 대변되는 비정통 사사의 요소를 접합시킨 독특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 결과 <우파니샤드>는 브라흐만과 아트만의 합일이라는 인도만의 독특한 사상을 낳았다.  130-131


이와는 달리 불교는 종래의 지방어를 통한 가르침을 포기하는 대신 지성인들의 표준어인 산스크리어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기원후 1세기경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대승불교 운동은 붓다를 깨달은 사람에서 점차 신격화하는 형태를 취함으로 절대신에 의존하는 브라흐마니즘과 유사한 종교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그리고 왕과 상인 계급의 재정적 도움으로 매우 크게 성장했다. 그럼으로 승려들 각자는 일반인을 위한 대중적 노력보다 붓다가 거부했던 형이상학적인 논의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비 시작했다.  131


불교의 전통에 의하면 아소카가 전적으로 불교에 귀의하여 힘이 아닌 법에 의한 통치를 펴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다름아닌 칼링가 전투였다.  150

전 인도를 그의 지배하에 두게 되었다는 만족감에 그는 만명에 웃음을 가득 띄운 채 자신이 이룩한 위대한 과업을 다시 한 번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적들의 시체가 널브러진 싸움판 속을 유유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별안간 그의 가슴에 알 수 없는 두려움과 회의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피를 쏟으며 신음하고, 찢겨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을 바라보면서 아소카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채 몸을 숙였다. 

"보라! 이처럼 죽어 나자빠진 수많은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이렇게 자신들의 목숨을 바쳤을까? 정의, 진리, 법, 과연 어느 것이 그들의 목숨을 이렇게 내던질 수 있게 만들었을까? 그래, 적어도 군인들은 자신들의 의무 때문에 이렇게 목숨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고 치자. 하지만 여기 그들보다 더 많은 브라흐만 사제와 불교 승려들을 포함한 수행자들 그리고 일반인들은 어떠했을까? 그들은 분노한 병사들의 눈먼 칼과 창끝에 아무런 이유 없이 목숨을 잃어버리지 않았는가? 그렇게 이름없이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은 전쟁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거나 알 필요조차 없다. 그들의 눈에 비친 전쟁은 위정자들이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한 한 가지 방편일 뿐이다. 자신들이 벌인 전쟁에 대해 위정자들은 겉으로는 정의와 법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소수 권력가들의 끝없는 욕심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아무것도 모르는 백성들은 일상 생활뿐만 아니라 심지어 전쟁의 와중에도 오직 생존만이 목적이며 그것을 위해 평생을 몸부림칠 뿐이다."  152


비무에 다음과 같은 심정을 토로했다.

"... 칼링가를 정복하면서 나는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브라흐만 사제들, 슈라만 수행자들 그리고 스승의 말에 복종하면서 올바르게 행동하고 가족과 친구와 친지들 그 밖의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대하던 민간인들까지 이유없이 죽거나 부상당해 고통받는 모습을 바라보던 나의 가슴에는 정말 온통 후외와 슬픔밖에 남지 않았다... 앞으로 나는 오직 진리에 맞는 법만을 실천하고 가르칠 것이다..."

이후 불교에 귀의한 아소카는 참다운 법과 정의에 의한 정치를 펼쳐 나가기 시작했다.

스스로 불교도가 된 아소카는 그럼에도 다른 종교를 배척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함께 인정하면서 타종교에 대한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53-154


아소카 왕이 불교를 국교로 채택한 이면에는 브라흐만 사제 계급으로부터 완전한 정치적 독립을 이루려는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강력한 무기와 군대를 바탕으로 한 힘의 정치가 아니라 참다운 사랑과 자비에 근거한 아소카의 정치는 이전의 인도 역사뿐만 아니라 이후의 역사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예라고 할 수 있다.  155


카니슈카 왕은 쿠샨 왕조의 가장 위대한 왕으로 그의 치제 기간 중에 쿠샨 왕국은 가장 크게 번성했다.  162

쿠샨 왕조는 비록 인도에서 북부 지역의 지배에 그쳤음에도 인도의 역사상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165


찬드라굽타 1세는 장자가 아니라 가장 유능한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에 따라 왕위를 이어받은 사람이 바로 사무드라 굽타(340~380년)이다.

'인도의 나폴레옹'이라고 불릴 정도로 커다란 야망을 가지고 있던 사무드라굽타는 계속되는 전쟁에서 연승 행진을 거듭했다.

포로로 잡은 왕들 가운데 그의 위세에 굴복하여 기꺼이 충성을 맹세하는 자들에게는 영토를 합병하는 대신 조공을 받는 것으로 만족했다.  172

인도 전역에 걸쳐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사무드라굽타였지만 직접적인 통치는 주로 갠지스 강 유역과 힌두스탄 평야에 한정되었다. 그 이유는 아직 왕조의 기초가 확고하지 못하여 거대한 영토를 직접 다스리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173


사무드라굽타는 직접 정복하지 않은 지역의 여러 왕국들과도 상당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등 주변 국가와 평화적인 외교 정책을 펴나갔다.  174


찬드라굽타 2세는 데바굽타(신의 굽타), 데바라자(신의 왕), 데바스리(신성한 존재)라고 불리는 한편 스스로는 위대한 통치자를 상징하느 비크라마디티야(무예와 용맹의 태양)라고 불렀다. 그는 부왕과 마찬가지로 유능하고 뛰어난 통치자인 동시에 용감한 정복자였다. 그는 결혼을 통한 평화적인 방법과 군사력 두 가지를 모두 활용하여 부왕으로부터 물려받은 광활한 영토를 더욱 넓히는 데 힘썼다.  175

찬드라굽타 2세 때 굽타 왕조는 최전성기를 맞이했다.  177


굽타 왕조 시대는 인도 역사상 황금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엄격한 왕정 제도가 확립되었고 중앙과 지방의 행정 조직도 상당히 유기적으로 체계화되어 있었다. 정치적 안정은 상업의 발전과 더불어 문학, 예술, 종교, 건축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절정을 이루었다.

그러나 굽타 왕조의 지배력이 직접적을 영향을 미친 곳은 북인도 지역에 한정되었다.   183-184


굽타 왕조는 인도 사회에 몇 가지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첫째는 굽타 왕조 시대에 브라흐마니즘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힌두이즘의 형태로 부활되었고, 둘째는 이민족의 유입이 보다 활발했으며, 셋째는 무역과 상업의 발달로 인해 전체적인 경제 수준이 크게 향상되었다. 이 세 가지 요인은 부와 재력을 바탕으로 한 상인 계급의 지위를 신장시켰으며 인도 문화의 발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187


굽타 왕조에서는 종래의 베다 중심의 브라흐마니즘을 보다 세속적인 종교의 형태로 변화시키면서 오늘날의 힌두이즘이라고 하는 인도 고유의 종교, 철학 사상을 발전시켰다. 힌두이즘에서는 우주의 창조주로서 브라흐마, 우주의 유지자인 비슈누 그리고 파괴자인 시바의 세 신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그 신들은 하나의 초월적이고 절대적인 신의 세 가지 표현이라는 삼신일체 신앙을 갖는다. 

시대와 상황 그리고 그를 예배하는 사람들의 바람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그의 모습을 지상에 드러내는데 이것을 아바타라(화신)라고 말한다.  188


바가바타 종교는 <바가바드 기타>에 나타난 크리슈나의 가르침을 근거로 한다. 원래<바가바드 기타>는 <마하바라타>라는 인도의 대서사시 가운데 일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마하바라타>는 <라마야나>와 함께 인도의 2대 서사시로 그리스의 위대한 작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ㅔ이>에 버금가는 작풉은로 평가 받는다.  200


굽타 왕조 시대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만큼 문학과 예술 방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룬 시기였다.

산스크리트어가 국가적인 언어가 되고, 인도의 2대 서사시 <라마야나>와 <바가바드 기타>가 오늘날의 형태로 완성되기도 했다.  207


예술 방면에서도 화폐, 동굴 사원과 벽화, 테라코타와 바위에 새겨진 다양한 그림등이 대표적이며 특히 탑 , 수도원 등 건축물에서도 뛰어난 솜씨를 발휘했다.  211


인도에서의 철학과 종교의 목적은 해탈의 추구에 있다.  221


종교적인 부분으로는 삼신일체(트리무르티)라는 힌두교의 독특한 신관이 이 시기에 확립되었다. 즉 힌두교는 우주를 창조하는 브라흐마, 창조된 우주를 유지하고 관장하는 비슈누 그리고 파괴를 담당하는 시바, 삼신일체의 교리를 형성했다.

이 가운데 비슈누 신을 섬기는 바이슈나비즘은 주로 북인도 지방의 대중적인 종교가 되었으며 시바 신을 믿는 쉐이비즘은 남인도 지방에서 널리 성행했다.  223


인도 철학은 크게 베다의 권위를 인정하는 정통 철학(아스티카)과 베다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비정통 철학(나스티카)으로 구별된다. 이 가운데 정통철학은 다시 베다에 직접적으로 근거를 둔 미맘사와 베단타 철학 그리고 실제로 베다가 아닌 다른 독립된 근거를 가지고는 있지만 베다의 권위를 인정하느 상키야, 요가, 느야야, 바이쉐쉬카 철학으로 나뉜다.

이에 반해 비정통철학은 불교와 자이나교 그리고 차르바카라는 유물론 계통의 철학으로 전체적으로 슈라마니즘의 전통을 잇고 있다. 슈라마니즘은 대체로 아리아인의 인도 침입 이전부터 존재했던 금욕주의 혹은 고행주의에 기원을 두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상키야, 요가의 사상과도 연관을 맺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정통의 육파철학이 체계화되고 브라흐마니즘이 새롭게 힌두이즘으로 변모하면서 힌두교와 불교의 논쟁도 이전보다 훨씬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224


남인도 지역은 적어도 마우리아 왕조의 통일국가 이전까지는, 북인도 지역이 아리아인 문화가 중심인데 비해 주로 드라비다인 계통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다.  235


인도 무굴 제국은 우즈베크 공화국에서 태어난 바부르로부터 시작했다. 1483년 2월 우즈베크의 시르 강 상류 지역에 위치한 페르가나에서 태어났다. 그는 티무르의 5대 손이며 어머니는 칭기즈칸의 15대 손이었다.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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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이 만나는 접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면, 

어느 시공간에서 벌어진 일들이 하나하나의 점이 되어

생에 대한 흔적이 한 장의 점묘화(點描畵)로 완성되는 것이다.

우리의 영혼 또한 한 장의 점묘화가 아닐까.



델리 


양개 선사에게 한 스님이 물었다. "뱀이 개구리를 잡아 먹으려 하고 있을 때 개구리를 구해줘야 합니까, 가만히 내버려둬야 합니까?"

"구해준다면 도를 보지 못하게 되고, 구해주지 않는다면 생명을 저버리는 일이 될 것이다."  15


여행자 숙소가 몰려 있다는 파르간지의 메인 바자르(시장)을 찾았다.  16

시크교도들은 힌두교 전통을 따르면서도 카스트의 차별과 모든 의식을 무시하고, 이슬람의 유일신 사상을 강조해 우상숭배를 금하고 있다. 그들은 경전인 <그란트(Granth)>를 구루로 삼아 날마다 암송한다.  21


인도의 명동이라고 할 수 있는 코넛 플레이스는 내가 생각한 인도와는 달랐다. 빌딩들이 숲을 이루고 있고, 대형 백화점도 있었다. 쇼핑몰답게 밖에서 봐도 조명의 화려함이 극에 달했다.  26


가네샤는 고난과 재난을 없애는 신으로 숭배되고 있으며, 가게나 버스의 앞유리에는 락슈미 여신의 사진과 함께 가네샤의 사진이 부착되어 있다.

인도의 신들을 알면 인도의 문화를 알게 되고, 그 사람들의 생활방식도 이해하게 된다.  30-31


<바가바드기타>는 인도 문학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마하바라타>의 한 부분이다.  44



아그라


<우파니샤드>에 '우유는 그 안에 소리를 갖고 있어 마시는 사람에게 좋은 소리를 내게 한다'고 쓰여 있다.


타지마할의 입장료로 가난한 인도를 먹여살린다고 한다. 외국 관광객은 950루피, 인도 사람은 15루피.  53

안으로 들어가면 곽을 둘러싼 대리석 판으로 외어 있는 흰 격자창살이 보인다. 격자창살 위는 영원히 지지 않는 튤립이나 작은 꽃들로 장식되어 있다. 여러가지 보석으로 상감한 이 꽅들은 화병에 꽂혀 있으니 샤 자한은 날마다 부인에게 꽃을 바치고 싶었던 것이다. 

영묘 건물은 세 겹의 벽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나는 이곳에서 죽은 영혼 마저 자기 곁을 떠날 수 없게 세 겹의 벽 속에 가두어버린 한 남자의 소유욕을 보았다. 다음 생에 또다시 만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왕의 애끓는 사랑이 느껴진다.


달밤에 왕이 여인과 산책하는 그림을 보면, 그 주변의 사물들까지 자세히 화푝에 옮겨놓았기에 두 사람이 나누는 농밀한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질 정도다. 한 가지 재미있느 사실은 이집트의 그림들처럼 사람들의 얼굴을 대부분 측면으로 그려놓았다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사람을 측면으로 그린 이유가 정면 모습을 그리기 어려워서였다고..  54-55


아그라 성의 왕의 알현장은 하얀 대리석으로 되어 있고 그 앞에는 깊은 우물이 있다. 그 우물은 식수 공급을 위한 것이 아니라 처형을 위한 곳이다.  56


아버지를 유폐시키고 형제들을 모두 죽이고 왕이 된 아우랑제브는 왕좌에 오르면서 엄격한 고행에 전념했다. 생명이 있는 것은 먹지 않았고 야채와 과일 졸임만 먹었다. 또한 자주 단식을 행했고 아그라에서 큰 혜성이 나타났을 때는 소량의 물과 기장으로 만든 빵만 먹었는데, 자칫 죽을 뻔하기도 했다고 한다. 아우랑제브는 호랑이 가죽 하나만 덮고 땅 위에서 잠잤다고 전할 만큼 금욕적인 생활을 햇다. 그런 금욕적인 생활로 자신의 죄가 씻어지리라 생각했을까? 이러한 인간의 이중성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57-58



파테푸르시크리


무굴 제국의 악바르는 8백여 명의 여인들로 채워진 아방궁을 지녔음에도 자신의 뒤를 이을 아들이 없었다. 아들이 없던 악바르 대왕은 이슬람 수피성자 셰이크 살림 치스티를 찾아가 아들을 점지해달라고 부탁했다. 래서 그는 성자로부터 아들을 갖게 되리라는 예언을 받는다. 성자의 예언대로 1569년 시크리 근방에서 아들 자한기르가 태어나자 크게 기뻐한 악바르 대왕은 황량하게 버려진 억덕이었던 이곳에 도시를 건설할 계획을 세운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파테푸르 시크리로, 14년간 무굴 제국의 수도였다. 악바르 대왕은 인도의 여러 종교를 아우르는 통치철학을 갖고 있었는데, 파테푸르 시크리는 힌두와 이슬람 양식이 혼합되어 있다. 악바르는 자신의 무덤을 살아 있을 때부터 조성하기 시작했는데, 들어가는 네 개의 문마다 힌두, 기독교, 이슬람 등의 양식을 상징해 세웠다고 하니, 그가 각 민족과 여러 종교의 화합을 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자신의 색깔을 죽인다는 것, 그것을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67-68


악바르 왕이 아홉 개 보석 중 하나로 꼽는 비르발 재상을 위해 지은 건물이 있다. 일설에 의하면, 악바르 왕은 글자를 모르는 문맹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혜로운 비르발 재상을 항상 옆에 두고 모든 일을 의논했는지도 모른다. 악바르 왕과 비르발 재상 사이에는 수많은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71

 

파테푸르 시크리의 왕궁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72



오르차


오르차는 인도의 비경 중 하나다. 이곳은 폐허가 된 낡은 성을 보러 오기보다는 작은 마을의 고즈넉함과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75


자한기르 성은 비밀통로가 많아 자칫하면 길을 잃을 정도로 미로다.  77



카주라호

남녀의 교합상을 미투나 상어라고 하는데, 카주라호 사원 외벽에는 온통 미투나상이 조각되어 있다.  85


신은 왜 이런 미투나 상이 필요했을까? 

우리의 거친 에너지를 명상과 기도를 통해 맑은 기운으로 승화시키듯, 탄트라에서는 우리의 에너지를 성행위를 통해 깨달음의 에너지로 변형하려는 것이다. 두 개의 육체를 통한 만남은 깊은 영적 결합으로 승화되어야 하고 궁극에는 빛으로 변형되어 신비의 절정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86  


자이나교에서는 무소유를 철저히 지키기 위해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앟고 나체로 수행하기도 한다.  91



바라나시


인도에는 여러 들급의 기차가 있다. 가장 빠르고 시설이 좋은 초특급열차와 특급열차가 있다. 특급열차에도 여섯 등급이 잇어 일등칸부터 삼등칸에는 에어컨이 설치 되어 있다. 배낭여행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특급열차 SL(Sleeper Class) 객실에는 에어컨은 없지만 가격이 저렴한데다 각 칸마다 양쪽으로 세 개의 침대가 있어 장거리 여행을 하는 데 별다른 불편이 없었다.  99


사두들은 죽으면 화장을 하지 않고 오렌지색 천으로 감아 수장시킨다고 한다.  106


아씨 가트에서 가까운 힌두 대학에 갔다. 규모가 워낙 커 걸어서는 다 둘러보지도 못할 정도다  110


저녁 6시가 되면 날마나 갠지스 강변에서 신을 위한 푸자가 행해진다.  112


두르가 사원은 시바의 부인인 두르가 여신을 모신 곳으로, '원숭이 사원'이라 부르기도 한다.  116


바랏트 마타 사원은 영국 식민지 통치 아래서 독립 그리고 종교적인 갈등과 빈부의 격차를 넘어 한 민족으로서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네루가 세웠다.  116


아소카 왕은 최초로 인도의 통일을 완성시킨 왕이며, 인도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지도자 중 한 사람이다. <삼국유사>에는 아육왕이라고 기록.


사르나트 박물관은 작지만 볼 만한 것들이 많았다.  120



라즈기르


인도에서도 몇 개밖에 없다는 온천장.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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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아래의 표지와 제목은 다르나 내용에 있어서는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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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록이지만 무엇보다 살의 기록이기도 하다.

과거의 삶을 진정으로 신기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여행은 자신의 삶을 신기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4


여행의 가장 큰 재미는 사람을 만나는데 있다. 역사를 만나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이고, 문화를 만나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5



델리는, 그 지리적인 중요성으로 중세 인도의 5왕조(노예왕조 1206~90, 할지왕조 1290~1320, 투글루크왕조 1320

~1413, 사이이드왕조 1414~51, 로디왕조 1451~1526)의 주요 거점이었다.

1526ㄴ녀 무굴제국의 창건자인 바부르에 의해 멸망한 이후에도 델리의 영화는 계속되었다. 

황금의 삼각형이라고 불리는 델리-아그라-자이푸르의 화려한 건축과 미술은 거의가 무굴제국 시대의 산물이다.  11


바부르는 아그라로 진주해 아람박이라는 정원을 만들었다.  13


초대 황제 바부르는 정원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의 아들인 2대 황제인 후마윤은 당시의 문화선진국이었던 페르시아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무굴-사라세닉 건축의 기반을 만들었다.  15-16


아우랑제브 황제가 죽은 뒤 궁정문화의 중심은, 델리에서 러크나우와 하이데라바드의 궁정으로 서서히 옮겨가게 되면서 델리는 잠시 그 영화를 잃는다.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다'라고 말한 것은 라캉이었다.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시선을 느끼면서 그 시선에 부합하려 할 때 생긴다.  27


"스승이시여, 어찌하여 이곳에서 열반에 드시려 하시옵니까?"

석가모니는 "여래가 태어난 곳은 북쪽의 룸비니이고, 깨달음을 얻은 곳은 동쪽의 보드가야니라. 최초의 설법지는 서쪽의 사르나트이다. 이 세곳의 중간에 쿠쉬나가르가 있다...."  57


증오에는 이유나 반항이 없었다.

그것은 앞뒤가 꽉 막힌 고무 호스안에서 점점 압력이 높아지는 물줄기와도 같았다.


'학대당하고, 맞고, 우는 아이가 이 지상에 단 한 명이라도 남아 있다면, 어른들의 이유 때문에 학대당해야 하는 아이가 이 지상에 단 한 명이라도 남아 있다면, 난 절대로 신을 인정할 수 없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187


인도에 살면서 여러 가지 이해하기 힘든 일을 많이 본다. 다 이해할수도 없고 이해 목할 일도 아니기에, 그냥 색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202


20세기의 대표적인 종교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신비주의를 낮은 형태의 신비주의와 높은 형태의 신비주의로 구분하고 있는데, 그가 말하는 낮은 형태의 신비주의란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이고 기적적인 힘을 통해 믿기 어려운 놀라운 일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리키는데요. 우리가 신비주의를 떠올릴 때 곧 바로 '비의적'이거나 '마술적'인 분위기를 연상하게 되는 것도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이지요.

그 반면 높은 형태의 신비주의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지점은 진리에 대한 순수직관, 다시말하면 자기 자신을 절대자 혹은 그러한 섭리와 흐름에 온전히 내맡겨 완전한 합일을 이루는 상태라지요. 가장 깊이 잇는 자기의 존재를 완전히 구현한 상태 말이지요. 그래서 인도 종교의 기배적인 특징은 해탈의 투구에 있고 인도인들은 고통스러운 현실의 삶을 초월하여 절대적이고 영원한 자유를 꿈꾼하도 합니다.

비단 인도뿐만 아니라 유럽의 신비주의 그리고 불교나 기독교, 이슬람 혹은 민중신앙에서 말하는 신비주의는 신과의 몰아적인 친교를 통해 그 신과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믿음과 관계있다지요.  212-213


최근의 젊은 시인들 중에는 희곡을 써 보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들 역시 미지의 참험가들처럼 시 자체가 아니라 시적인 어떤 기미를 찾아 경계를 넘나드는 멀고도 긴 여행길에 나선 거겠지요.

수백 개의 언어가 동시에 사용되는 인도는 하나의 국가가 아닌 큰 대륙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극과 극을 오가는 모순 된 세계가 마구 섞여 있는 땅이기도 하지요. 벌레 한 마리도 함부로 죽이지 않는 자이나교의 교리 한편에 종교 갈등으로 인간 폭력이 만연하고 있고, "세계가 한 가족"이라는 <베다>의 구절과는 상관없이 사우너에 드나들 자유마저 제한된 최하틍계급인 불가촉천민이 버젓이 존재하며 그러면서도 세계 최대의 의회 민주국가로 손꼽는 곳이 인도입니다. 국민들의 대부분은 여전히 궁색한 가난의 때를 벗지 못했지만, 국가 자체로 보자면 이미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고 핵실험에도 성공했으며 IT산업 최강국으로 초국가주의적인 정보망을 가진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 혼재의 땅에 이슬람 신비주의인 수피즘과 힌두교의 대중 신앙운동인 박티 사상이, 마더 테레사의 캘커타 거리와 달라이라마의 다름살라 망명정가 함께 공존하고 나란히 숨을 쉬고 있습니다.  237-238


암베르 카르는 독립 인도의 초대 법무장관으로 불가촉천민의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 초안을 작성하였다. 힌두 민족주의와 카스트 제도 안에서 불가촉천민을 바라봤던 간디와 그 자신이 불가촉천민 출신으로 마르크시즘에 기대고 있던 암베드 카르는 인도 독립 과정에서 많은 갈등을 겪어야 했다. 인도 밖에서는 간디가 더 유명하지만, 인도에서는 암베드 카르에 대한 외경심이 강해 오히려 간디보다 더 많은 동상이 있다고 한다.  245


박티 요가는 우리에게 '포기하라'고 말하지 않고 오직 '사랑하라'고 말합니다.  274



여행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얘기하는 것, 그들의 모습을 내 눈으로 바라보고 내 모습을 그들이 바라보는 것. 그러면서 그곳의 풍경들과 삶들과 내가 대화하는 것이리라.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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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저자
헤르만 헤세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9-0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저자의 자전소설. 슈바츠발트라는 작은 마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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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기벤라트라는 우리의 아버지를 보았고, 기벤라트라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버지 기벤라트는 지극히 평범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버지상이다. 

아들 기벤라트는 우리의 어린 시절을 꽤나 닮아있는 모습이다.


분위기는 내내 고독하다.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의 내면의 변화에 대해 따라가며 뭔가 주눅들어 있는듯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로 주위의 기대에 발맞추어가는 모습. 

친구에 영향을 받는 모습. 그러면서 거기에서 위안을 얻어가는 모습. 

여인을 알아가면서 그의 심적인 두근거림, 기분좋은 불안과 즐거움과 가슴뒤며 기다려기는 그 감정에 같이 따라가다가 ..

순간 사라지는 여인을 통해 더 큰 공허함을 느끼게 되는 모습.


자신도 모른채 무의식에서는 고민을 하며 그것이 몸을 야위게 만들어 가고, 그것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며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는 주위의 모습에 맞추어 가는 모습.

그곳에서도 만족되지 않아 술을 마시고 길가에 누워 자신의 무기력감에 노래를 중얼거리며 흐느끼는 모습..


무언가 오늘날의 젊은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수레바퀴를 끌고 가는 우리가 아닌 신자유주의적 세계속에서 무한경쟁만이 살아남는다고 세뇌받으며 무엇인가 하지 못하면 죽는줄 아는 수레바퀴 아래에서 고통만 받아가야 하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유행어처럼 1등이 아니면 안되는 듯한 승자독식 사회에서 살아남아야만 한다는 쫓김..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조차 생각하지 못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에 허무하지만 슬픔을 간진한 책이다.


옮긴이는 '왜 한스는 스스로 죽음을 택해야만 했는가! 어째서 그는 힘겨운 파멸의 길을 걸어가야만 했는가! 무엇 때문에 그는 <수레바퀴 아래서> 신음해야만 했는가! 과연 한스가 짊어졌던 수레바퀴의 의미는 무엇인가!

어쩌면 우리는 수레를 끌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운명을 짊어진 수레바퀴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생각을 해볼것을 권한다.


지금 우리 자신의 수레바퀴는 무엇일까... 

읽을 때 보다 읽고나서, 읽고 나서 보다 시간이 더 흐른뒤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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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저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1-12-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987년 출간이후 전세계 120여 개국에서 변역되어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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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주인공의 이름이다. 

저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통해 자신의 업을 바꾸어 첫번째 책인 <순례자> 를 쓰고 다음으로 이 책을 썼다. 

한국에서는 연금술사가 가장 먼저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다.  

한국에서뿐 아니라 120여개국에 번역되어 2,000만부가 팔린 책이다.

참 많이도 들어보았고, 인용된 곳도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별 관심이 없었던 이유는 자기계발서라고만 생각했기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개인적으로 계발서를 천여권을 넘게 읽었기에 다른 분야를 읽고자 했기에...)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소설의 형식을 띄고는 있으나 읽으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계발서'구나 싶은 것이다. 

물론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서는 여러권을 읽고 난 후 이기에 저자의 깊이에 대해 의심은 전혀 없다.(연금술사 순례자 브리다 11분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연금술사 보다 순례자 순례자 보다 11분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있는 시점이다.



다시 돌아와서 이 책은 산티아고(주인공)는 보물을 찾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모험들을 통해 그의 경험을 쌓아가고 그것에서 배우고 자신의 내적 성장을 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우리는 목표가 있을때 삶을 융성하게 만들 확률이 높음을 알고 있다.

경험이 가치는 어떠한 이론보다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경험에서 무언가를 배울때 자신의 성장이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한 경험은 실천하는 자신을 가질 때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진실이지만, 그렇게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러한 사실 역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그것을 알리고 있다고 생각 한다.

그것은 무엇일까...?

책을 통해 느낄 수 있기를... 


사실 생각을 정리하여 글을 올리면 글은 더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답을 모두가 인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는 말처럼...

중요한 사실은 스스로 경험하고 느끼는 것에서 발견되어야만 진정한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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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의 실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사랑을 사랑했다는 것이다.


사랑이란?   함께있는것, 같은곳을 보는것, 함께라는 것, 특별한 관심을 가진것, 갖고 싶은것, ....

어떠한 표현으로도 사랑을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건 그만큼 단순한것이 아니라는 뜻이기에..


어쩌면 카사노바는 그것을 고민하다 '사랑'이라는 것과 사랑에 빠진건지도 모른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닌 사랑 자체을 사랑한다는것은 이상하지만, 이상한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사랑에 대한 기분과 느낌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그는 그것에 심취해 버린걸지도 모른다.


사랑을 사랑하는것이 잘못인가?

잘못이라기 보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뭔가가 있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사람을 사랑하는데 사랑을 사랑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인다. 진정 이상한 것이기도 하다.

사람과 사랑은 틀리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과연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이기에 ...





사랑은 느낌이고 감정이며, 공상이다. 

그것으로 우리는 평온함을 애정을 애틋함을 즐거움을 느낀다. 물론 부정적인 것들도 열거하기 힘들만큼 많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그래서 좋은 것이다.

사랑은 받는것이기도 하지만, 주는 것이기도 하다. 

주었는데 내가 더 좋은것. 그것이 사랑이다.


통상적으로 사랑을 4가지로 분류한다. 

그 중에서도 이성간의 사랑을 가장 먼저 떠 올린다.

문제는 그 사랑이 크게 나누어서 4가지 라는것이지 그 이상의 종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카사노바의 사랑에 대한 사랑은 이해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다름일 뿐이다.



무슨 횡설수설인가 싶은가? 

사실 사랑은 자신을 이렇게 만드는것이 정상이다. 그렇기에 기쁘고 즐겁기도 하지만 고통도 따라 오게 되는것이다.

사랑은 만병통치가 아니다. 하지만 열정적인 사랑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일지 모른다. 

사람을 사랑하든 사랑을 사랑하든... 열정은 자신을 살아 숨쉬게 하는 원동력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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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 FREE(러브앤프리)

저자
다카하시 아유무 지음
출판사
동아시아 | 2002-08-01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8월 3일부터 31일까지 구매하신 분들 중 1분을 추첨해 40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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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자유..
그의 삶이 존경스럽다.
동경의 대상이기에 그럴까?
나는 이 책을 다른 사람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사실 별 관심이 없었다.
허나...
페이지가 없었다.
일단 글이 작았다.
사진이 있었다.
여행기 였다.
표지의 아이가 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나는 저자의 자유에 대해 알고 싶었다.

결론을 말한다면 나는 아직도 그의 자유를 해석해 내지 못했다.
(누군가는 무슨소리냐..책에 뭍어나는데..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책을 읽어가며 .. 시적인 표현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는것을 느꼈다.
참고로 나는 시를 잘 읽는 편이 아니다.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실용주의, 현실주의를 주장하는 부류에 가깝다.
그러기에 이 책은 꽤나 흥미로웠다.
짧지만 강렬하게 나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기에 그렇다.
지금까지 길게 살아온것은 아니지만 그간 좋아하는 책도 있었고, 매우 좋아하는 책도 있었고, 싫어 하는 책도 있었고, 별것없는 주제에 감히 판단하여 증오하는 책도 있었고, 사랑하는 책도 있었으며, 매우 사랑하는 책도 있었다...
이 책은 .... 매우 좋아하는 책과 사랑하는 책의 사이라고 하고 싶다.. 
이렇게 부류를 나누지 못한 책이 없었던것 같다.

'여행은 걸어다니며 하는 독서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다.'
그럼 .. 여행기를 다룬 책은 무엇이라 표현해야 하나.... 

엄마야.... 그래서 이렇게... 분류가 안되나? 

아무튼 나는 이 책을 사랑하고 싶다.. 사랑의 책은 아니라 평하면서도.. 사랑하고 싶다.
아직 깨닫지 못한 그의 자유와 그 현재의 사랑.. 그리고 감성...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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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주제든 최적의 일반론이란 존재치 않는다.  10

기본적으로는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다고 해도, 쓸데없는 시행착오는 가능한 한 피하는 편이 좋다. 그 때문에 타인의 경험을 배우는게 자주 도움이 되는 것이다.  12

속독에 필요한 것은 오로지 정신의 집중뿐이다. 그 이외에 어떤 훈련도 필요치 않다.  15


입력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출력의 목적이 분명하여 그 목적을 만족시키기 위한 입력이라는 점이 확실한 경우, 둘째는 입력을 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등은 전혀 생각지 않고 그저 즐겁게 입력하는 경우, 이렇게 두 가지다. 

'출력선행형'과 '입력선행형'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지적생산형'과 '지적생활형'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전자의 경우 입력은 수단이고, 후자의 경우는 입력 그 자체가 목적이다.  18

어디가 필요하고 어디가 불필요한가를 어떻게 분간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인식해두는 일이다. 목차, 작은 표제, 색인만을 활용해도 대체적인 감을 얻을 수 있다.  20


목적 없는 스크랩은 그만둬라

나중에 자신이 다시 한 번 입력할 가능성이 없는 정보는 보존해 두어봤자 의미가 없다. 미래의 출력(넓은 의미의 출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수준의 출력도 포함된다)에 도움이 될 성싶지 않은 정보 같은 것도 보존해둘 의미가 없다.  36

목적이 확실한 경우에도, 그 목적에 비추어볼 때 기사를 스크랩해두는 것이 가장 유효한 방법인지 아닌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37


분류는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독자적인 분류법을 고안하는 게 제일 좋다.  42

새로운 분류항목을 생각해 내려고 할 때는 기존의 분류항목과 동일한 평면에 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분류라는 것은 대체로 하나의 평면에 주목하여 그 평면을 분할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새로운 분류를 생각한다는 것은 눈앞의 대상을 기존의 분류평면과는 다른 평면 위에서 새로이 포착해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47

사고의 유연선을 기르는 데 좋은 훈련으로는 인간을 둘로 분할하는 기준을 잇달아 생각해보는 방법이 있다.  48

 

개인으로서 해야 할 정보정리는 어디까지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따위의 일은 하면 할수록 어리석은 짓이다.  87


입문서의 선택법

서점에서 원하는 분야의 서가 앞에 서면 책을 한 권 한 권 꺼내보는 것이 좋다. 목차를 슬쩍 보고 서문을 휘리릭 훑고 본문을 훌훌 넘겨가면서 군데군데 발췌해서 읽는다. 권말의 참고문헌, 색인, 후기 등을 훑어본다. 발행연월일과 지금까지 몇 판을 찍어왔는지, 그리고 저자약력 등도 봐둔다. 이만한 절차만으로도 자꾸 하다벼면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97

좋은 입문서는 다음의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첫째, 읽기 쉽고 알기 쉬울 것.

둘째, 그 세계의 전체상을 적확히 전해줄 것.

셋째, 기초개념 기초적 방법론 등이 깔끔하게 정리 및 세지되어 있을 것.

넷째, 장차 중급, 상급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공부해가면 되는지, 무엇을 읽으면 되는 지가 제시되어 있을 것 등이다.

입문서는 한 권만이 아니라 몇 권은 사는 편이 좋다.  98


선을 그을 때 자기 나름대로 몇 종류의 선을 긋는 방법과 선을 그은 페이지의 여백 부분에 붙이는 부호 등을 고안하여, 중요도를 구별하고 의미부여 등도 해두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해두면 두 번째 읽게 될때나 나중에 필요한 대목을 참조할 때 편리하다. 좀 더 확실한 기억을 남겨두고 싶을 때는 표지(겉표지든 속표지든)의 속지에 페이지와 사항을 간단히 메모해두는 것도 좋다.  103



인터뷰 취재란 한마디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문제가 정확히 설정되면 반은 답을 찾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흔히들 말한다. 인터뷰에서도 뭘 들어야 하는지 이해하고 이싿면 반은 알아낸 것과 마찬가지다.

자신이 무엇을 들어야 하는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이다.  122

"어떻습니까?"

"느끼신 바를 좀....."

이라고 질문을 하기만 하면 상대가 뭔가 정리된 의견을 당연히 지껄여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어수룩한 저널리스트가 너무나도 많은 것이다.  123


너무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질문할 때는 반드시 그 문제에 대해 자신도 질문을 받고 있는 것이다.  125

구체적으로 말하면 첫째, 알려고 하는 것이 어떤 사실에 대한 것인가, 아니면 사실 이외의 것, 예컨대 상대의 의견이나 판단 같은 것인가를 구별하는 게 중요하다.

사실을 알려고 할 경우, 그것이 객관적 사실인가, 아니면 주관적이고 내적인 사실인가를 구별한다. 심경이나 심정 같은 것은 후자에 해당한다.

객관적 사실은 나아가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한다. 역사적, 경험적 사실이든가 아니면 보편적, 추상적 사실이다. 기억과 지식이라고 분류해도 좋다.

범주를 구별해둘 필요가 있다.  126


질문 메모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상대방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언제라도 잽싸게 참조할 수 있도록 만든다. 예컨대 별지로 갖고 있든가, 노트나 메모장의 첫 페이지 등 언제나 넘겨볼 수 있는 곳에 개재해 둔다. 그렇지만 가능한 한 보이지 않는 편이 좋다. 질문요강은 최대한 머릿속에 주입해 넣어둔다. 그리고 임기응변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준비한 질문항목을 순차적으로 소화해나간다.  127


첫째는 준비, 둘째는 상상력

반복하지만 좋은 질문을 하룻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인터뷰의 성패가 50% 이상 결정된다. 과연  어떻게 하면 좋은 질문을 할 수 있을까.

첫째는 준비, 둘째는 상상력이다.

준비는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다. 준비란 자신이 듣고자 하는 것에 관한 예비지식을 얻는 것, 그리고 자신이 듣고 싶은 내용을 머릿속에서 정리해 메모를 해두는 것이다. 특별한 예비지식을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 메모도 작성해두는 게 좋다. 특히 역사적 사실 관계에 대해 인터부할 때는 관련 사실의 시간적 선후 관계가 확실히 정리된 연표 같은 것을 작성해두는 게 필수다. 연표를 만들어보면 기존의 지식에서는 어디가 누락되어 있는지가 드러난다. 

상상력은 '사실적 상상력'과 '논리적 상상력'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가 흔히 말하는 상상력이고 후자는 내가 만든 용어다. 사실적 상상력은 역사적, 경험적 사실을 물을 때 특히 중요하다. 처음에 질문 요강을 만들 때가 아니라 그 요강에 입각하여 구체적 질문을 거듭해가는 과정에서 상상력이 중요하다.

역사적 사실(넓은 의미에서 과거에 일어난 일 모두)을 물을 때 필요한 기초적 사실 관계는 누구라도 알 수 있게 5W1H(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형식으로 요약할 수 있다. 누구라도 형시적으로는 그런 질문을 할 것이다. 그렇지만 5W1H의 하나하나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으로 사실을 끌어내어 깊이 파고들 수 있느냐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어디서 차이가 생기는가 하면 바로 질문자의 상상력에 의해서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피상적인 답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보다 구체적인 디테일을 요구하며 질무넹 질문을 거듭한다. 하지만 상상력이 결핍된 사람은 상대의 피상적인 답변에 만족하여 그 이상의 물음이 나오지 않는다.  131-132


체험적 사실인가, 전달이나 추측인가

역사적 사실 관계에 대해 인터뷰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그 사람이 직접 체험한 사실과 단순한 전달 내지는 추측을 구별하는 것이다.  132


논리적 상상력

논리적 상상력이라는 것은 사실들을 연결하는 논리를 찾아내는 능력, 혹은 다른 사람의 추론을 듣고 거기에서 논리적 결함을 발견하는 능력이다. 생각을 조리 있게 하는 능력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상상력이 결여된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사실을 이야기할 때도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둟린 이야기밖에는 할 수 없듯이, 논리적 상상력이 결여된 사람은 허점투성이의 논리밖에는 전개하지 못한다. 그리고 논리적 상상력이 결핍된 질문자는 그 결핍을 찾아내지 못한다.

그래서 논리적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면, 전혀 논리가 서지 않는 대화를 나누고는 서로 만족하며 끝난다. 그것이 개인적 대화에 그친다면 제3자가 크게 불평을 늘어놓을 이유도 없지만 전문적인 인터뷰라면 완전히 낙제점이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인터뷰어라면 상대에게 논리적 상상력이 결여된 경우에도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또 던져서 상대가 조금이라도 조리 있는 얘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만 그 경우 과잉유도에 의해 상대의 본의가 아닌 것을 내뱉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또한 상대방의 논리에 허점이 없나, 지나치게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이치만을 앞세워 따져 묻는 것도 좋지 않다. 일상언어의 세계에서 논리학적 엄밀성을 가지고 이야기의 논리를 추적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조리 있는 이야기라면 논리 전개의 절차 같은 것은 다소 뛰어넘어도 전혀 문제가 안 되며 보통 그렇게들 뛰어넘는다. 그런 것은 논리의 결여가 아니다. 논리의 결여라는 것으 ㄴ본질적으로 이야기의 조리가 서 있지 않은 경우를 가리킨다. 어떤 전제로부터 유도될 수 없는 결론을 억지로 유도해버리는 식의 논법이다.

논리 전개를 다소간 뛰어넘은 것인지 아니면 논리의 결여인지는 논리적 상상력이 결여된 사람에게는 좀처럼 분간이 잘 안되는 문제다. 전자라면 생략화법이지만, 후자는 만약 악의적인 것이라면 궤변이요, 선의에서 나온 것이라면 오류다. 양자는 엄밀하게 구별되어야만 하는데 그게 그리 간단치가 않다. 구변이 좋은 사람이 수비게 남을 구워삶을 수 있는 것은 교묘하게 전자와 후자를 슬쩍 바꿔치기 하기 때문이다. 정치가는 특히 이런 데 능한 사람들이다.  136-137

(거짓 논리를 간파하기 위해 논리학을 조금 공부해보면 도움이 된다)


실례를 범하는 게 아닐까 너무 걱정한 나머지, 묻고 싶은 것도 묻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의미가 없다. 아무리 묻기 어려운 것이라도 묻고 싶은 것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야 한다. 에두른 표현은 삼가는게 좋다. 에둘러 표현했을 경우, 쌍방이 서로 질문을 다른 뜻으로 해석한 채 이야기가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중함을 잃어선 안 된다. '정중하게 정곡을!'이 가장 좋다. 경험을 쌓지 않으면 안 된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이해될 때까지 묻는다.  140

부끄럽더라도 모르는 것은 잘 모른다고 말하고 그 자리에서 묻는 편이 좋다. 게다가 그런 부분을 따져 물었을 때, 의외로 이야기가 재미있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일도 종종 생긴다. 알은 체를 하면 그런 발전 가능성을 죽여 버릴 수도 있다.

또한 보충취재는 귀찮아하지 말고 몇 번이고 해야 한다.

누두든 한 번의 인터뷰로 완벽한 취재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

좋은 이야기를 듣기 위한 조건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 녀석은 이야기를 나눠볼 만한 놈이군, 하는 생각을 상대방이 갖게 만드는 것이다. "이야기를 나눠볼 만한 놈"이란 이야기가 통하는 상대라는 말이다. 지적으로 이야기가 통하기 위해서는 이쪽이 충분한 예비지식과 이해력을 갖추고 있다는 느낌을 상대방이 갖게 해야 한다. 정서적으로 이야기가 통하기 위해서는 '내 기분을 잘 알아주는군' 하는 느낌을 상대방이 갖게 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녀석이군'하는 마음을 먹게 해야 한다.  141-142


출력 중에서도 주로 글쓰기에 관해서다.

'입력과 출력 사이'라는 제목으로 오로지 '사이'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까 구상하기도 했다.  

   입력        - 사이 -     출력

원재료 공급 - 공정 - 상품출하  144

가장 중요한 부분, 즉 머릿속의 발효 과정, 머릿속에서 생각이 정리되어가는 과정 그 자체에 대해서는 어떤 방법론도 없다.  146


어떻게 하면 좋은 문장을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무의식의 능력을 고양시킬 수 있을까?

가능한 한 양질의 입력을 가능한 한 다량으로 해주어야 한다. 그 이외의 수단은 아무것도 없다.

좋은 문장을 쓰고 싶으면 가능한 한 좋은 문장을 가능한 한 많이 읽어야 한다. 그 이외에 왕도는 없다. 문장을 쓰는 방식에 대해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  153-154

좋은 문장을 즐기면서 읽는 게 최고다. 

어떤 게 좋은 문장인지 스스로는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좋은 문장에 대한 고정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많이 읽어가는 중에 판단 기준이 저절로 높아져 갈 것이다.  154


실용적인 주의를 한 가지 상기시켜 두자면, 문장을 쓰면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집요할 정도로자기 머릿속에서 반복하여 새로 읽어보는 것이다. 실용적인 주의는 이것 하나로 충분하다.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다면 매끄러워질 때까지 손을 본다. 손을 보는 가운데 머리가 혼란스러워져서 무엇이 좋을지 자신도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일이 간혹 생긴다. 그럴 때는 과감히 쳐내는 방향으로 손을 댄다. 매끄럽지 않은 부분은 반드시 긴 문장이다. 그러니 우선 수식어(수식어구)를 덜어내고 연문(連文), 복문은 단문화 하여, 가능한 한 단순하고 짧은 문장으로 만들어본다. 그래도 매끄럽게 읽히지 않으면 문장구조를 바꿔본다. 구체적으로 주어를 바꿔본다. 주어를 바꾸면 문장 전체가 바뀌지 않을 수 없다. 주어를 바꾸자마자 지금까지의 신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문장이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일이 흔히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동사적 표현의 문장은 명사적 표현으로, 명사적 표현의 문장은 도앗적 표현으로 바꿔보는 것이다. 어절이든, 구절이든, 문장 전체든 아무거나 좋다. 어떤 문장의 어떤 부분이라도 이렇게 바꿔쓰기가 가능하다.  155


예컨대 요 앞에 쓴 문장 말미의 '바꿔쓰기가 가능하다'라는 명사적 표현 부분은 '바꿔쓸 수 있다'라는 동사적 표현으로 바꿀 수 있다. 이 바꿔쓰기는 조금 훈련을 하면 누구라도 할 수 있게 된다. 어떤 문장이라도 괜찮으니 그 문장의 명사적 표현 부분을 동사적 표현으로, 동사적 표현 부분을 명사적 표현으로 전부 바꿔 써보는 연습을 해보시라. 

혹은 주어를 전부 변경해보는 연습도 해본다. 그러한 연습을 해보면 어떤 문장이라도 다양한 바꿔쓰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장을 바꿔써도 매끄럽게 읽히지 않으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을 과감히 전문 삭제해 버린다. 그러면 그대로 뒷문장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면서 전체가 산뜻해지는 일이 자주 있다.  156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재료를 정리하여 콘티를 짜서 그 콘티대로 글을 쓸 수 있다면 그편이 틀림없이 좋을 것이다. 다만 말이 그렇지 실제로는 콘티를 제대로 못 짜서 아무리 여러번 애를 써도 잘 안 된다든가, 콘티를 짜봤자 아무리해도 펜이 그대로 움직여주질 않는 습성을 가진 사람은 나 말고도 적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사람에게는 굳이 콘티에 구애받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161

헌데 콘티가 없는 경우에는 과연 무엇을 의지처로 삼아 쓰는 걸까. 내 경우는 흐름이다. 흐름을 따라가며 쓴다.  162

콘티를 짠다는 것은 말하자면 집필 전에 미리 흐름을 짜는 것이다. 콘티를 짜지 않고 흐름에 맡겨 써간다는 것은 쓰면서 시행착오를 의지처 삼아 단락마다 콘티를 모색해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163


내 경우에도 전혀 아무것도 없이 글을 쓰는 일은 거의 없다. 보통은 간단한 메모를 사전에 한다. 메모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현재 가지고 있는 재료를 잊지 않기 위해서고, 또 하나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반짝 아이디어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169


콘티 없이 글을 쓸 경우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이 바로 '재료 메모'다. 쓰기 시작하기 전에 다시 한번 모은 재료들을 훑어본다. 그때 미리 준비해둔 메모를 본다. 이것이 '재료 메모'다.

재료를 메모하기 위해서는 메모 내용을 최대한 잘라내야 한다. 문장을 써서는 안 된다. 단어를 쓰든가 기껏 길어야 어절까지가 고작이다. 한 단어 한 단어에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담는다.  174

메모의 메모를 작성한다. 

메모의 메모를 작성해도 여전히 양이 너무 많을 것 같으면, 이번에는 메모의 메모를 다시 읽고 메모의 메모의 메모를 작성해보면 어떨까.  175

서두를 어떻게 쓸지는 아무리 고뇌해도 부족하지 않다.  176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재료를 새로 모아보는 것도 좋다.

시간적 여유가 없으면 근본적으로 발상을 바꿔보는 것이 좋다.  177

좋은 차트를 그리는 게 그리 간단치는 않다. 첫째, 모은 재료를 개념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한다는 게 좀체 쉽지가 않다. 다음으로 컨셉트와 컨셉트 사이의 착종된 연관 관계를 발견하고 그걸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또 어렵다. 이것 또한 일단 그려보는 게 좋다. 그러보면 자기 생각의 결함을 눈으로 볼 수 있다. 몇 번이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보다 좋은 차트를 작성해갈 수밖에 없다.  190




문체는 개성이다. 어딘가에서 읽은 듯한 스타일의 문장밖에 쓸 수 없는 사람은 개성을 아직 확립하지 못했든가, 개성을 상실해버였든가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문제는 만들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ㅏ. 자연스레 현성되는 것이다. 나도 젊었을 때는 의식적으로 다양한 스타일로 써본 일이 있다. 다양한 저술가의 스타일을 흉내 내 써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당 최 내 몸에 붙질 않았다. 결국 어떤 문체로 쓸지를 완전히 망각해버리고자연체로 썼을 때 그 사람의 문체가 태어나는 것이다.  192

문체는 물론 중요한 것이지만문학작품이 아니라면 문체에 너무 마음을 쓰는 것은그다지 권장할 일이 못된다. 문체는 옷이다. 문체에 의해 표면을 장식할 수는 있어도 실질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자신의 문체에 대해 방황하는 동안은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것이 좋겠다.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으면 사라은 좀체 납득하지 않는 법이다.  193

문체에서 또 하나 말해두어야 할 것은 독자에게 아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독자에게 아첨하는 것은 문장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 흔히 사로잡히기 쉬운 유혹이다. 왜 그렇게 되느냐하면 필요 이상으로 독자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독자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은 텔레비전 시스템 저편에 있는 시청자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텔레비전 카메라를 향하여 만인을 향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바로 그와 같은 심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195


설명 미숙의 근본원인을 살펴보면 대체로 설명 순서가 잘못된 경우가 많다. 설명 순서를 바꾸기만 해도 명료해지는 예가 많다. 그러면 올바른 설명 순서는 어떠해야 할까? 그것을 생각하기 위해서는 모름지기 설명이란 어떠한 프로세스인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202

논리학에서 말하는 '충족이유율'이 만족되었는가를 확인하라는 말이다. 어떤 것을 말하기 위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제시되었는지를 보라는 것이다. 그걸 확인하는 좋은 방법은, 자신이 누군가와 한 창 논쟁을 하고 있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빈틈이 있으면 내 쪽의 어떤 약한 부분이라도 상대방이 물고 늘어질 것이라 가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가정하고 나서 자신이 쓴 것을 새로 읽어보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내가 저쪽 논쟁 상대라는 생각으로 다시 읽어보라는 말이다.  203


회의정신이 필요하다. 저널리스트 등과 같이 정보를 취급하기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은 직업적 회의정신이 몸에 배지 않으면 안 된다.  208

확인이 되기 전까지는 그것이 미확인 정보임을 잊지 말고 그에 걸맞은 처리를 하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은 쉽사기 믿어버린다. 믿고 싶은 거라면 마확인 정보라도 그만 진실이라고 믿고 만다. 역으로 믿고 싶지 않은 것은 어떻게든 그 정보가 진실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으려 한다. 누구라도 그러한 편견으로부터 100% 자유롭긴 어렵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에 딱 들어맞는 미확인 정보를 얻었을 때야말로 안전한 확증을 잊지 말자, 라고 평소부터 자신에게 타일러두는 것 말고 다른 예방법은 없다.  209

어쨌거나 어떤 정보든 수용하기 전에 반드시 음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과를 사기 전에 혹시나 상한 사과가 아닐까, 누구나 조금은 살펴보듯이, 정보도 받아들이기 전에 상한 것이 아닌지 좀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정보 음미의 기본은 그 정보의 출처를 생각하는 일이다. 

그 정보를 그 정보 제공자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오리지널 정보원으로부터 그 정보 제공자에게 정보가 흘러들기까지의 프로세스 전체를 상상한다든가, 따져 묻는다든가 해서 그 프로세스에 뭔가 의심쩍은 부분은 없는지, 정보전달 과정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숙고해본다.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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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버리기 연습

저자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출판사
21세기북스 | 2010-09-10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생각병을 치유하다!일본 쓰키요미지 주지 스님으로 일반인을 위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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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기록 보기


'생각의 잡음을 침묵시키자' 이 책의 핵심이다.
현대인들은 오만가지 생각들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렇기에 정작 필요한 생각들을 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잡다한 생각들을 하지 않고 오감으로 느끼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에 마음을 두게 하자고 한다.
책을 읽어보면 당연한 말들이 참 많이 들어 있다. 그런데도 식상하지 않다.
왜냐하면 당연하면서도 우리는 늘 고민하고 있지 않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평범한 사람이 아닌 종교인이라서 그럴까..?
쉽게 읽히지만 생각은 해야 하는 책이다.
우리는 지금 자기 자신의 내면을 보기 위해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감정을 느끼는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나 한국사람은 참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기에 더욱 자신의 내면 상태가 어떠한지에 대해서 스스로 찾아보아야 하는 숙제가 있다.

자신이 화를 내면서도 왜 화를 내고 있는지에 대해 알고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 시키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물론 그럴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책임이 상대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의 내면상태를 잘 몰라서 오는 잘못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서양은 오래전부터 심리학에 깊은 연구를 하면서 살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긴 했지만 지금은 많이 발전되어 있어 자신의 심리적인 상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상을 알고 있는 상태이다. 그렇기에 우리보다는 상대를 인정하기가 편하다.

하지만 우리는 심적 공양은 많이 하였으나 세분화해서 자신의 내면을 분류해 보는 부면에서는 부족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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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표류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출판사
예문 | 2005-03-0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일본의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가 직접 만나 취재한 11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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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날 저자의 책을 모두 검색하여 훑어보았다. 그러면서 먼저 볼 책을 선별하여 정리해 두었다.

그러고 얼마후 우연하게도 저자의 책 세 권이 수중에 들어왔다. 

이 책은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서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책의 제목이 떠올랐다.


저자는 젊은 사람들을 가볍고 대세에 순응적이고 적당주의적인 모습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나, 일 년여 동안 11명의 젊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좋아하는 일에 빠져 있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걱정이 기우였다고 하였다. 

물론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세상의 성공에 초점을 두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어쩌면 지금의 세상적인 눈으로 보았을 때 독특한 1%의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대다수의 젊은 사람들은 이들과는 정 반대의 삶을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결국 이 책은 그런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대세순응적인 삶이 자신의 삶이라 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을 통해서 자신의 설 자리를 찾아보자는 의도일 것이다.


청춘의 시작은 대충 감이온다. 하지만 청춘의 끝은 어디쯤일까?

저자는 그것의 정의가 어렵다고 하면서도 조심스럽게 30대까지로 정의내린다. 공자의 표현을 빌려 '40에 들어서는 불혹'즉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는 것이다.


백세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현대에 40대도 청춘이 아닐까.. 굳이 미혹되지 안는다고 청춘이 아니라 표현하기 어려울 것 같다. 

어쩌면 청춘의 범주를 긋는 것이 무의미 할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표현을 빌어 보자면 '망설임과 방황은 청춘의 특징이자 특권이다.'

'인생에서 가장 큰 회한은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인생을 살아가지 못할 때 생긴다.'

그렇다. 망설임은 언제나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 보고 싶은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삶이 가장 큰 회한이라는 말처럼 청춘이라는 표현의 정의보다는 자신의 삶을 꾸려나감에 있어서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생각해 보는 삶이 더 중요할 것이다.


저자의 표현중에 '수수께끼의 공백시대'이 있다.

청춘이란 언젠가는 오게될 출범을 준비해 놓는 시간이란 것이다. 즉 '하려는 의지'가 필요한 시기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 나는 출범을 준비하는 청춘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된다.


인터뷰에 나온 청춘들의 공통점은 저자의 표현으로는  '내가 만난 이들은 이상하게도 모두 열등생들이었다.'이다.

그에 더해 내가 드는 공통점은 그들은 모두 열악한 조건을 열악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사회가 알아주건 아니건 상관하지 않았기에 열악한 조건을 가지고 그에 맞추어 살아가면서 경험을 축적하고 체화해 나갔다는 점이다. 

이것은 자신이 하려고 했든 하지 않았든 관계없이 그들 자신의 열정을 믿고 나아갔다는 점이다. 

자신이 자신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무언가를 할때 가장 크게 작용하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지금의 나는 30대이다. 

내가 하는 것에 확신을 가지지만 문득문득 불안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불학실한 미래이기에 불안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이들도 분명 그러한 생각들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들을 믿고 나아갔다는 사실은 분명 우리가 깊게 생각해야 할 부면이라 생각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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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애니멀

저자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출판사
흐름출판 | 2011-12-15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관계가 사람을 창조한다!사랑과 성공, 성격을 결정짓는 관계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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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기록 보기


아마존 42주 연속 베스트 셀러인 책이라 한다. 10년쯤 전에 한국에서도 반향을 일으킨 '보보스'라는 표현으로 책을 내었던 저자이다.

지인의 추천을 통해 접하게 되고, 책을 읽었다.

첫 번째 눈에 띈것은 앞서 언급한 '보보스'의 저자이라는 점과 심리학적인 접근을 통해 일생을 관찰해 본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두 번째로는 책의 두께이다. 

세 번째는 책의 색이다. 무슨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표지의 색이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나의 무의식속에 색이 긍정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책은 '무의식'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지에 대해 책 전체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그러한 무의식은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데, 우리는 학교에서 배운 첫 번째 교육기관인 가정내에서 형성된 관계를 통해 어린시절의 무의식 생성과, 성장해 가면서 두 번째의 교육기관인 학교를 통해 배움과 소통으로 형성된 무의식이 사람의 일생을 통해 나타나게 되고, 성인기의 생활속에서 추구하는 대부분의 생각을 좌우하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점을 방대한 심리학적 자료와 소설적인 전개 방식으로 서술하였다.

에리카와 해럴드라는 두 주인공이 태어나면서 부터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의 환경과 교육이 성인이되어 가는 그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사회 생활에서 어떻게 나타나게 되며, 그들의 자의식이 어떤 작용을 통해 전개되어가는지에 많은 심리학자와 철학자들의 표현을 통해 서술한다.

또한 그들이 서로다른 환경과 가치관속에서 일을 통해 만나게 되고 사랑하고 결혼하게 되는 과정에서 사람의 사랑이 어떤 작용들을 해 주는지.

사회생활에서 열정이 나타나는 방식, 노인기에 그들의 심리적인 상태와 해럴드의 죽음까지를 그려내면서 인간이 무의식을 통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으며, 관계의 소통이 사람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개인적으로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 일일이 수를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심리학 서적들을 꽤나 읽었다.  

이 책은 방대한 자료를 통해 서술하였기에 낯 익은 표현들이 많이 있었다. 

이러한 내용을 꾸미면서 소설형식을 빌리지 않았다면 매우 딱딱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인데 그렇더라도 내용은 매우 흥미로웠을 거라 생각된다. 책의 판매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다소 딱딱한 내용을 소설형식으로 인생전체를 다루어 줌으로 독자에게 가까이 그리고 따라가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해 주고 있다.


우리는 흔히 이성을 보려할 때 그의 부모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사랑에 눈이 멀면 잘 보이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부모를 만나고 그들의 생활을 보게 되면 이성이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지 짐작할 수 있고, 실제로 그 범주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이 점을 보더라도 어린 시절의 환경은 한 사람의 거의 모든 일생을 통해 나타나게 된다는 사실이다.

학자들의 표현에 의하면 어린아이들은 4살 이전에 태도를 거의 습득하게 되고, 초등학교 입학전에 부모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줄때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두뇌의 발달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 말을 들어서 일까 .. 관찰해 보면 분명 틀리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태도를 보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최소한 어린시절에 그들이 부모와의 교류가 많았는지 적었는지는 알 수 있다.

책의 내용에서도 해럴드는 여유있는 집안에서 부모와의 소중한 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그들의 관심과 보살핌이 훌륭한 교육이 되었던 시절을 보낸다. 

그에 반해 에리카는 관심과 돌봄을 거의 받지 못한 유년시절을 가졌다.

누가 옳고 그른가의 판단은 뒤로하고, 그들의 성인기의 전반에서 심리적 안정감과 평정은 틀리게 작동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해럴드는 학교에서 좋은 교사를 만나게 됨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체계적인 방법을 알게 되지만, 에리카는 반대였다.

물론 에리카가 무기력한 삶을 살지는 않았다.(여기서 생각해 볼 점이.. 우리의 현실에서 에리카와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자라온 사람들의 대다수는 무력감에 휩싸여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기대하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스스로 삶을 꾸려가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성공에의 열망이 있었다.


성인이 된 그들이 에리카의 사업아이템으로 만나고 사랑을 하게 되고 함께 하면서 사업을 운영하고 환경의 변화로 사업을 접게 되어 가는 과정에서도 우리가 사랑을 하게 되는 부면에서 생각하게 될 점을 생각해 보게 된다.

그들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만나 살아가게 되면서 공통된 목표가 있음으로 크게 틀어지지 않았던것 같다. 또한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다.

에리카는 사업을 접고, 회사를 들어가면서 회사의 엘리트들의 사고와 생활에서 잘 못된 부면들을 관찰하게 되는 점들은 책에서 언급되지는 않지만 해럴드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을거라는 생각을 한다.

책에서는 도덕관념은 교육이 아니라 사람의 본성에 내재되어 있다고 하였지만, 개인적으론 그렇기도 하지만 해럴드와의 생활에서 해럴드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운 부면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무의식의 장점과 단점을 언급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좋은 작용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부면들이 많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스스로가 장점을 극대화하기위해 조심해야할 부면들을 점검하고 성장시켜 나갈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학자들에 따르면 어린 시절 좋지 않은 영향을 많이 받고 자라 성인이 되어도 많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좋은 스승관계를 통해 그는 발전하고 안정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스승의 관계로는 친구도 있으며 선생도 있고, 선배나 이성일 수 도 있다. 그리고 자신의 자녀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인간의 본성이 좋고 나쁨을 떠나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인생의 어느 시점이든 성장 발전의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누구나 좋은 삶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계몽주의와 영국 계몽주의의 차이를 언급하면서 우리에게 이성과 열정이 있으며 그것을 변화 발전하려는 의지는 무의식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저자는 전반적으로 교육을 통해 인간은 발전 가능하다는 심리학자들의 의견에 동의 한다.

물론 자신이 본성이 정해져 있기에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이 책의 내용들이 꽤나 불편해 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본성이 있는 반면에 교육을 통해 변화 발전의 가능성도 열어둔다면, 적어도 50:50정도의 비중을 둔다면 이 책은 심리학적인 관점에서의 인간의 환경과 교육이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해럴드의 죽음으로 끝난다. 그 전에 해럴드는 삶을 마무리하면서 4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다.

인간이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들이며,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만 하는 것들이다.

자신의 깊이, 무엇을 남기는지, 세상을 초월해보았는지, 그리고 깊은 사랑을 해보았는지..

인생을 마감하는 나이가 아니라 이런 질문들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삶을 통해 진지하게 늘 고민해 보아야 할 부면이라 생각이 든다.


책의 내용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가공의 인물이 살아가면서 접하게 되는 많은 것들이 내면에 남아 어떻게 작용하게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공감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그들의 희로애락을 통해 과학적으로 밝혀진 내용들의 작용을 관찰해 보라고는 하지만 결코 쉽게만 생각하고 넘어갈 부면들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삶은 진지하고 충실하기를 원한다. 그러면서도 즐거움과 행복을 추구하고자 한다.

그럴때 무엇이 나에게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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