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하면 가장 먼저 떠 오르는 것은 '책'이다.
어느 작가는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다'라 하였다.
잘하는것이 별 없는 나에게는 책을 읽는것이 그나마 그럭저럭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깊이 읽는 수준은 안되지만 말이다.
책을 읽는 것은 활자를 눈으로 읽어내어,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하고 글쓴이의 뜻을 간파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책을 읽는 목적과도 관련이 있는데 책을 읽는 이유는 사람마다의 이유를 가질 수 있겠지만, 목적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알아가는 것'이라 표현하고 싶다.
공부와 중복되는 의미는 있지만, 동일하지는 않다. 중1 수학 1단원의 집합이란 단원에서 '교집합'을 배운다. 교집합은 서로 다른 집합(집단)속에서 동일한 것도 있고, 동일하지 않은 것도 있을 때 구분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공부와 읽기에는 알아가는 것이라는 동일함도 있지만, 그 깊이의 차이가 있다.
이것으로 순서를 따진다면 공부는 읽기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정도라고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
읽기라고 하면, 책과 함께 떠올릴 수 있는 것이 그림과 사진이 아닐까.
이것은 전시장에서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온 엄마가 아이에게 '이 그림은 누구의 작품이며, 무엇무엇을 의미하는 거란다'하며 주입하는 의미가 아니다.
눈으로 보고, 느낌을 떠올려보는 작업. 관찰해보기도 하고, 초점을 흐려보기도 하고, 자신의 경험에 떠오르는 이미지와 붙여보는 그런 느낌을 가지는 것이다.
이런 의미로 그림을 또는 사진을 읽어간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런 의미들에서 여행 역시도 읽기의 작업을 하는 것이라 하고 싶다.
책을 읽고, 그림을 읽고(사실 그림을 읽는것이라기 보다는 느끼는 것이라 표현해야 하겠지만) 하듯이 여행도 읽어나가는(느껴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정답이 있는것이 아니라, 보고 생각하고 이해하고 관찰하고 해석하고 느껴보고 알아가며 경험하는 것. 그러면서 자신의 답도 생각해 보고 다른이들과의 차이도 살펴볼 수 있는 그런 시간.
이런 여행은 접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이 알아가는 목적을 포함하듯, 여행도 그렇게 알아가는 것이란 생각.
접하는 방법도 여러가지 이겠지만 단순하게 알아가기 보다는 좀 더 깊이 알아가는 과정이고 싶다. 그럼 이것은 공부에 더 가깝지 않냐고?
여행자는 오래 머물러도, 노력을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이방인이기에 공부보다는 읽기에 가까울거란 생각이다.
여행은 그런것이 아닐까.
어떻게 알아가는가에 대해서는 각자의 몫이다.
나는 현지인들과 함께 지내보는 것을 추구한다.
위험부담이 있긴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위험하지 않은 순간이 얼마나 될까? 단순히 고향이 아닌 타지이니까 위험함을 더 느끼는 것일 뿐이라란 생각을 하며, 그들과 이야기해 보고, 함께 해보는 것. 그들의 문화에 가까이 스며들어 보려는 노력. 그들을 공부하기 보다는 그들을 읽어보려는 노력이라 생각하며, 그들에게 마음을 열어 보는것. 웃기게도 현실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꼭 떠나서야 그렇게 하는 모습이 우스운일이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생각으로 돌아와서도 자동으로 닫히는 마음을 조금씩 열어가려는 노력까지도.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라는 표현처럼 사람을 알아봐야 내가 얼마나 알겠는가?
그렇기에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나는 여행을 읽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