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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3.07.04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 정진홍 문학동네 2012 03320
  3. 2012.12.25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달 2012 03810
  4. 2012.11.23 굿빠이 여행자 마을(GoodPAI Traveler's Village) - 이민우 북노마드 2011 03810
  5. 2012.11.08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3 03860
  6. 2012.11.06 오 자히르 -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5 03980
  7. 2012.10.19 사랑의 기초_연인들 - 정이현 문학동네 2012 04810 2
  8. 2012.09.02 악마와 미스프랭(The devil and Miss Prym) -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3 03890
  9. 2012.08.23 로맨틱 인디아 - 채유희 문학동네 2008 03980
  10. 2012.08.07 슬럼독 밀리어네어 - 비카스 스와루프 문학동네 2007 03840
  11. 2012.05.05 우리의 배움은 어디서든 이루어진다..다만 자신이 의지를 가질때 <흐르는 강물처럼>
  12. 2012.05.04 흐르는 강물처럼 -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8 03890
  13. 2012.05.03 불과 11분을 위해 우리는 사랑을 찾는것이 아니다 .. <11분>
  14. 2012.05.02 자신의 삶에 대한 몫이 있을까..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15. 2012.05.01 11분(Eleven Minutes) -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4 03890
  16. 2012.04.25 브리다 - 파울로 코엘료
  17. 2012.04.25 브리다(Brida) -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10(1990) 03890
  18. 2012.04.23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19. 2012.04.23 연금술사(Alchemist) -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1(1988) 03890
  20. 2012.04.22 순례자(O Diario de um Mago) -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6(1987) 03890
  21. 2011.09.21 리딩으로 리드하라 - 이지성 문학동네 2010 03320 1


역자서문 


에셀의 현실주의는.. 절망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신, 현실이 허락하는 저항의 방식을 찾아내서 밀고 간다.  16


저자의 평생 사명은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어머니로부터의 과제였다.  17


이젠 누구도 개인의 행복을 해방과 승리의 '그날'이 온 뒤에 누려야 할 열매로 밀쳐두고, 대의를 위한 행군에 투신해야 한다고 말하진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운동의 경건주의는 운동가의 삶이 연인의 달콤한 살내음에 대한 열정과 뒤섞일 수는 없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개인의 일상에서 누리는 희열은 내비치지 말아야 할 금기로 가두고 있다.  19


세계 인권 선언 내용


나이가 주는 특권


나는 우리 세대가 건설하고자 했던 보다 나은 세상과 그 세상의 주춧돌로 삼은 자유와 정의의 가치를 새롭게 일깨우고, 북아프리카의 독재자들이나 산업화된 국가들의 불완전한 민주주의가 그런 가치를 어떻게 조롱했는지를 지적하면서 독자들에게 분노할 것을 요구했다.  27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거부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며, 분노의 당위를 호소하는 격렬한 메시지의 전파자로서.. 나는 유럽 전역을 휩쓸고 다녔다.  28


내가 살아온 삶은 오늘날 내가 누리는 이 순간을 정당화하는가? 이 책을 탄생시킨 것은 바로 이 질문이었다.  28


저항하라, 그것이 창조다. 창조하라, 그것이 곧 저항이다.  32


지난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판단하고 체념해버렸다. 권력을 쥐기 전에는 모이는 것조차 불가능한 야당 인사들이건, 이미 진 싸움이라 판단해 포기한 채로 위험한 권력이 쟁취한 승리에 무저항으로 일관하는 무리이건 말이다. 그들에겐 늘 부족한 자질이 있는데, 그것은 인간을 존엄한 존재루 구별짓는 일이다.  37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란 곧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모든 것이다. 이는 종종 모종의 술책에 의해 이질적인 것에 대한 거부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그 누구도 위엄을 덜 갖춘 존재로 하등하게 취급될 수는 없다. 그런 취급 자체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분노하는 것이야말로 정당한 행동이다.

이것은 양심의 문제다.  38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양심 교육이다. 

어느 날 장클로드 카리에르가 나에게 인간의 선의와 본성에 대해 장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허망한 일인지를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루소의 자연주의라는 신화가 사람들로 하여금 원하는 방식대로 행하면 만사가 형통할 것이고, 도덕적 타락의 원천, 즉 사회의 권력구조는 저절로 제거될 것이라 믿게 만든다고 여겼다.  39


현대 민주주의는 특권층의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해 탄생한 법이 다수의 진정한 희생자들을 초래하였을 때, 이들의 실존적 요구에 대해서는 무감하게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열의를 갖고 비판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러지 않는 경향이 있다.  41


슬로베니아의 대통령 밀란 쿠찬은 카를 마르크스가 했던 이 말을 즐겨 인용했다. "자연과 인간 사이에 벌어지는 이 갈등에서 우리는 어느 쪽이 유죄인지 잘 알고 있다."  43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거부하는 일은 첫걸음에 불과하다. 우리는 반드시 정신의 진보를 따라야 하며, 창조적인 사고로 고취된 현실공동체의 각성을 향해 진화해가야 한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변화에 대한 불안, 하이데거가 말한 것처럼 장차 다가오는 것을 두 팔 벌려 끌어안지 못하게 하는 망설임만이 우리를 여전히 보수적이고 소심한 부정(否定 아닐 부, 정할 정)속에 가둘 뿐이다.  44


과학자와 정치가. 이들 사이에 장사꾼이 끼어들어 상호 간에 득이 되는 비전을 제시한다면, 오늘날 과학의 역할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유명한 경구 하나를 인용하겠다. "양심 없는 과학, 인간을 소외시키는 과학은 과학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의 과학화가 인간을 소외시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이 가진 희망을 사라지게 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46


나노 기술이 불러올 미래에 대해 들을 때면, 나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노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지난 30년간 금융 경제가 지배해온 사고 방식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으며, 불행하게도 이번에는 과학의 탈을 쓴 새로운 형태로 연장되고 있는 것만 같다...

나는 정부가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분야, 특히 과학적인 발견을 실용화하는 공공 투자의 방향성에 대한 공개 토론이 부재한다는 사실을 통탄한다.  47


삶, 죽음, 도덕, 사랑, 증오는 모두 '양(量)적 지배'를 비켜 간다.

바로 여기에 예술의 우월함이 잇다. 초월적 본성을 지닌 시, 현실을 정화해 표현하는 연극, 그리고 상상을 영상으로 전환하는 꿈 같은 연출 방식의 영화, 특히 이 모든 영역을 총괄하는 소설이 그렇다. 소설은 사회과학, 심리학, 사회학보다 훨씬 더 멀리 나아간다. 소설은 구체적인 인간 존재들을 그들의 주관성 속에, 그들이 속한 사회적 그룹 속에 놓고 무대 위에 세운다.  51


메를로퐁티는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확고한 반(反)데카르트주의자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고백한 바 있다. "인간은 육체와 정신을 분리할 수 없는 합성체이다."  52


나는 에드가 모랭이 주장했듯 근본적으로는 모든 것이 다 개혁되어야 한다고 본다. 경직되고 관료화된 행정과 조직들, 경제와 재정 구조, 분배체계만이 개혁의 대상인 것은 아니다. 모든것, 식량, 소비를 비롯한 이 모든 개혁은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상호 연대적이기도 하다.  56


교육개혁이 반드시 더해져야 한다. 교육개혁 없이는 다른 개혁들도 불가능할 뿐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59


장클로드 카리에르는 "희망은 우리의 적이다"라고 한 <바가바드기타>의 경구를 따를 것을 권한다.  60


투키디데스가 한 말도 생각해 보자. 그는 단호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자유롭거나." 이 말은 자유란 끊임없는 투쟁이 동반될 때 주어지는 권리임을 의미한다.  

소박한 차원일지라도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61


<분노하라>에서, 나는 분노와 희망을 마주 놓을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분노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만드는 방법일 수도 있다. 물론 분노 안에는 희망의 가능성 혹은 소위 말하는 '앙가주망'의 가능성이 있다. 그것이 바로 슬로터다이크가 말한 '훈련' 혹은 '고행'이다. 고행은 중요한 몇 가지에 자신을 집중시키기 위해 불필요한 것들을 많이 포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런 방법을 통해 당장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방법을 통해 받아들여지고 내면에서 소화되고 천천히 흡수되면서 결국 해결책을 도출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62


외부의 도움을 바라며 초월적이고 초자연적인 힘의 도래를 기대하는 순간, 우리는 싸움에서 진다.  63


나는 "분노하라"고 말했다. 내가 미래 세대에세 전해주고 싶은 더 근본적인 메시지는 용기와 회복탄련성(resilience)다. 베르나노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이다. 그리고 가장 고차원적인 희망은 극복된 절망이다."  64


어리석고 우스꽝스럽고 건강하지 못한 수천 가지의 분노가 존재한다. 

분노는 하나의 명백한 의도와 연결될 때만 가치를 발휘한다.  65


나는 <분노하라>의 몇몇 구절을 통해, 비폭력은 우리가 갈등의 원인들을 제거하고자 할 때 취해야 할 정치적 노선이며 필수불가결한 전략이라는 사실을 말하려 했다.

그럴 때, 분노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분노는 우리를 자각하게 해주고, 의식을 일깨우고, 체념한 사람을 무관심에서 빠져나오게 하고, 좌절로부터 걸어나와 우리의 마음을 자극하는 일에 맞서 저항하고 싸우는 일이 가능하다고 믿게 해준다. 그러나 이것은 생각의 첫 단계, 붉은 신호등, '길의 시작'에 불과하다.  66


분명한 것은 불확실한 희망뿐일지라도 확신을 갖고 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71




측은지심의 힘


지난 10년간 전 지구적 차원에서 중요한 화두로 대두된 '소유욕(libido possidend)' '지배욕(libido dominandi)'. 75-76


이 두 가지 욕망에 대항하여 나는 측은지심(compassion)을 제안한다. 측은지심은 연민(sympathie)보다 더 너그러운 감정이며, 그것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동정(pitie)보다 덜 불쾌한 감정이다.  76


'바꾼다는 것'은 실은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기 위해 우리가 축적한 경험 속에서 좋은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측은지심 속에는 함께하려는 의지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집약되어 있다. 

측은지심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 사회를 바꾸는 데 사회 구성원들의 단단한 의지와 끈끈한 연대보다 더 큰 동력은 없다.  77


상호의존은 다양한 독립체들이 그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나가며 서로에게 지나치게 관여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유연한 개념이다.  80


슬로터다이크는 청소년에 대한 교육을 되살려야 한다고 믿는다.

칸트가 말했듯 우리는 단지 좋은 의도만을 가지고 도덕적인 행동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덕망 있는 행동은 우리로 하여금 어려운 것과 쉬운 것을 함께 경험하게 하는 '아비투스(Habitus, Habit-습관에서 비롯된 말)' 안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자아를 초월하는 용기'이다. 이것은 자기 자신마저 초월해, 행동하기를 단념하지 않는 것이다. 각자가 더 높이 올라갈 의지를 북돋는 것이다 .권력이나 소유, 야망을 향해서가 아니라, 도덕적인 아름다움을 향해서.  83-84


"어떻게 길을 바꿀 것인가?" 측은지심은 여기서 독특한 자리를 차지한다.  89


결과적으로 보면, 가장 잘 구축된 것들은 언제나 일탈에서 시작되었다.

"문제는 오늘 이 자리에서 현실주의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현실주의자라니, 얼마나 꿈같은 생각인가." 이렇게 말한 사람은 베르나르 그뢰투이젠이다.

불가능한 유토피아에 대해 비판하는데 그쳐서는 안 되고 유토피아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야 하며, 현실주의에 대한 비판 또한 필요하다.  90


에드가 모랭이 그의 저서와 발언을 통해 줄기차게 말해온 탈바꿈(metamorphose)의 사상. 탈바꿈, 그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동시에 다른 것이 되는 것이다.  91


내가 여기서 말하는 핵심적인 주장은 현재의 모습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완전히 탈바꿈시키자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측은지심의 힘이 그렇게 되도록 우리를 부추긴다. 그 안에 내포된 사랑으로.  92




사랑을 사랑하라, 감탄에 감탄하라.


감탄은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하고 내게 활력을 더하는 요소였다. 그러므로 나는 모든 교육자들에게 일찌감치 아이들에게 감탄하는 훈련을 시킬 것을 권유한다.  95


우리는 결코 충분히 사랑하지 못한다. 특히 충분히 '잘' 사랑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 삶의 단계들에 잊히지 않는 흔적을 남긴 것은 사랑받았던 기억보다 사랑했던 기억이었다.  106




다중 정체성의 시학


진실을 진실로서 인정하는 것, 동시에 실수를 인정하는 것, 순응하지 않고 반대편으로 살아가는 것, 모든 방법을 통해 모든 것을 느끼는 일은 결국 모든 것에 대한 지성을 갖는 일이다. - 페르난두 페소아, <뱀의 길>중에서  142


정체성, 그것은 서류에 찍힌 도장일 뿐이었다.  150


영화는 실제 우리 모습에 대한 변장이다.

우리는 무엇으로 이루어진 존재인가? 

우리는 모순의 시대를 살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나라간의 거리는 좁혀졌고 국경은 경제통합으로 인해 사라졌으나, 개인화된 이 세계에서 각 개인이 차지하는 자리는 불안정하기만 하다. 민족적, 종교적 혹은 문화적 공동체의 전통적인 고리가 와해되고, 가족을 포함한 집단이 약화되는 현실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모순 그 자체다. 전통과 종교들이 강제하는 그 모든 억압적 순응주의 속에서 개인이 자유를 누린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수많은 살마들이 나날이 더 거대해지고 낯설어지는 세계 속에서 외롭다고 느끼지 앟고 위험을 느끼지 않는 것 또한 어려운 일다. 바로 여기서 정체성을 단순화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다.  151-152


우리가 어떤 개인적인 자유를 갖는지, 우리가 어떤 독창성을 요구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153


어느날 어머니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행복해야 한다. 그리고 네가 누리는 그 행복을 네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퍼뜨려야 한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김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전할 수 있으며, 더불어 행복한 삶을 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우리가 의지를 가지고 끌어당겨올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 아니면 우연히 다가오는 것인가? 어쩌면 나는 내가 대단히 운좋은 사람이라는걸 이미 깨닫고, 내 인생의 몇몇 단계에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넌 행운이 따르잖아. 자, 가봐. 넌 뭔가 해낼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적도 매우 많았다. 내 삶을 성공의 연속으로만 간주하는 것은 곤란하다. 나는 아주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내 전기를 자세히 훑어본다면, 거기에서 아주 작은 몇 개의 성공과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실패를 발견할 거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실패들이 나를 좌절하게 만들도록 결코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 실패들은 내게는 더 멀리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로 보였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회복탄력성이, 즉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다시 길을 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결국 좋은 인생이란 우리가 축적해온 그 모든 실패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믿음을 갖는 인생이라고. 그리고 이 믿음은 시적 상상력이 우리를 풍부하게 지탱해줄 때 훨씬 더 강해진다고. 살면서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일들, 그리고 너무나도 지겨울때가 있는 일상 옆에는 언제나 예술이라는, 시라는 피난처가 있다.  161-162


사회학자 마르셀 모스가 정의한 기부에 관한 이야기에 귀기울려보면 좋을 것 같다. 모스는 기부의 진정한 의미를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보상으로 기부를 불러일으키는 것, 즉 '기부에 대한 보상으로 기부를 받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서로가 가진 것들을 기부하면서 더욱 조화로워질 수 있다. 나는 '조화'라는 단어를 강조하고 싶다. 인구가 점점 더 많아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가 점점 원자화되고, 조화로운 공동의 삶을 산다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사회에서, 조화에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기 때문이다.  163


여기에서 작품이라는 개념은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다. 개개인에게 자신의 삶은 하나의 작품일 수 있다. 혹은 개개인은 타인들을 위해 존재할 하나의 작품을 완성시키는 작업자일 수도 있다. 바로 이러한 움직임이 우리들 각자의 삶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나는 목격한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다음의 커다란 두 가지 위험에 의해 억제될 수 있다. 기존의 것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모든 목소리를 질식시키는 정치적 억압, 그리고 타인에게서 발현되는 창조성에 대한 질투심에서 비롯된 냉소주의가 그것이다.  164


대립관계에 있는 것들도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인간은 다양한 열정과 모순되는 여러 가지 충동들 속에서 성장하고 단련된다. 나는 인간이란 내적, 외적 반대에 끊임없이 부딪히면서도, 그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는 지점에서 대립되는 것들로부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166


철학은 관찰한다.  166


우리에겐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가 우리의 용기를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지 아는 것 또한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이다. 내가 보기에 문제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방관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어려움들은 극복할 수 없는 것이 아니며 우리에겐 충분히 사용하지 않은 에너지가 아직 남아 았다는 사실을, 아직은 너무 멀게만 보이는 가치들에 대한 열망이 우리 안에 들끓고 있음을 스스로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만일 우리가 불가능을 가능이라고 여긴다면, 그곳에 다다를 수 있다고 믿고 충분한 힘이 있다고 느낀다면 우리는 조화를 이룰 수 있다.  167


쉽게 말해 도덕은 공적인 것이고 윤리는 개인적인 것이다.

윤리는 주어진 상황과 관련하여 정의된다. 이것은 일정한 순간에 행한 일정한 행동과 관련된 것이다.  170


윤리는 우리의 현실적인 반응에 근거한다. 이 반응들은 개인의 이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171




참여하는 법을 배우자


우리 늙은이들이 여러분에게 참여하라고 요구할 때, 나는 우선 우리 사회의 작동방식을 통해 이루어진 변화들 가운데, 시민들의 크고 작은 참여 없이 얻어진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싶다.  180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는 다양한 의지를 가진 그룹들이 하나의 점으로 모여드는 현상이다. 이들이 진보를 일궈낸다. 어떤 그룹들은 다른 그룹들보다 더 잘 조직되어 있다. 지금 여러분에게 가장 신뢰를 주는 집단을 찾아라. 그리고 그들에게 당신의 에너지와 역동성을 보태라. 그렇게 해서 한탄스러운 현재의 상ㅇ태를 뒤흔들어놓는 데 힘을 더하라.  181


지도자란,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모든 사람들이 처해 있는 시대의 의미를 밝혀줄 줄 아는 사람이다. 즉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거기에 해답이 되는 요소를 제시해야 한다.  182


우리는 사회참여를 할 때, 삶의 행복을 누린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 어떤 참여도 하지 않고, 홀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187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그리고 시민이라는 세 개의 축이 그럭저럭 균형을 이루는 삼각구도 안에서 정부도, 경제권력도 풀지 못한 방정식을 풀 근원적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시민들이다. 시민들이 정치권력의 포로가 되고 정치권력은 경제권력의 노예가 되어버린 상황에서도 시민은 현실적으로 유일한 지렛대이며 시스템의 중심이다. 시민들만이 자신들의 기질에 따라 투쟁에 나설 수가 있다. 그들이 자신들에게 가해진 정치권력, 경제권력의 억압에 반응하는 것만으로도, 자신들이 지닌 권력을 새롭게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공공투쟁의 근본 토대를 재구축하기에 충분하다. 이들은 라 보에티(프랑스의 법률가, 철학자. 18세기 프랑스의 운동과 혁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책 <자발적 복종>을 썼다.)가 말한 것처럼 스스로가 원해서 자신을 지배하는 권력에 복종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의 복종이 자발적이라는 것'을 잘 안다. 이후 가능해지는 이성적 추론의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시민을 상위에 놓기 위해 이 삼각구도를 전복시킨다. 시민들에게 적용되는 권력이 그들 자신을 위해 쓰이도록 노력한다. 바로 이런 이성적 추론이 나로 하여금 오래된 개념인 '분노'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만든 것이다.  192


분노한다는 것은 '긍지를 되찾겠다'는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존엄성이라는 개념이 '분노'의 뿌리인 셈이다. 분노하는 자는 자신이 존엄성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의식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분노라는 행위는 기억을 재정립시킨다. 

그러나 분노는 훨씬 더 멀리까지 나아간다. 원한, 화 같은 비교적 고결하지 못한 일차적 동기에서 투쟁, 정치참여 같은 고결한 행위로까지 나아간다. 이렇듯 분노가 정치적 연금술이나 대변혁과도 비슷하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193


어쩌면 내가 나이 때문에 이렇게 초연해졌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우리 모두가 가능한 한 덜 소유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꼭 필요한 것들을 충족할 만큼만 소유하면 된다. 우리는 비범함 존재일 필요는 없지만, 일단 강하고 모두를 위해 필요한 존재여야 한다.  197


앙드레 고르의 저서 <노동의 변신>은 내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결국 우리는 인간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인간은 노동을 해야만 하는, 노동으로 사는 동물인가? 아니면 즐거움을 누려야 하고, 사랑해야 하고, 생각해야 하고, 또다른 뭔가를 해야만 하는 동물인가? 현실적으로 인간은 이 모든 것을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서로 다소 모순되어 보이지만 피할 수 없는 이 모든 활동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배치해야 할까?  199


60억의 인구가 유럽인의 방식으로 살아가려면 두 개의 지구가 필요하고, 미국인의 방식으로 살아가려면 다섯 개의 지구가 필요하다고 한다. 한마디로 말해 수학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버틸 수 없는 상황이다.  201


단순명료함(simplicite)은 단순화하는것(simplisme)과는 분명 다르다.  206




민주주의 - 모든 프로그램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가난을 줄이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특권에서 소외된 자들이 행복한 국민이 되게 하는 것. 바로 그것이 민주주의가 기울여야 할 노력이며, 요즘 더이상 행해지지 않는 노력이기도 하다.  232


"민주주의의 정확한 의미는 대체 무엇인가?"

페터 슬로터다이크는 한 인터뷰에서 민주주의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할 바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평등해지기보다 특혜를 누리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하찮은 평등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관심이 없다. 모든 사람에게 특혜를 줄 수 있는 기술을 발명한다면 완벽한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233


모든 사람에게 모든 기회를 제공한다는 야심을 가지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다가 결국에는 전체주의자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종종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특히 피하기 힘든 함정이 있다. 바로 보수적인 신자유주의의 함정이다.  234




움직이지 않는 것은 흩어지고 움직이는 것은 지속된다


진정한 현실주의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능한 행동을 실행하게 하는 것이지, 정해진 한계를 체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246


장클로드 카리에르는 시바교의 성가로 쓰이는 서기 5세기 혹은 6세기의 아름다운 시 한 구절을 인용한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흩어지고 움직이는 것은 지속된다."  258


에른스트 윙거는 저서 <반란의 조약>에서 고통받는 세계 속에서는 개인의 평정이 유지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59


행동하려 한다면 매우 구체적이어야 한다. 우리가 가진 모든 힘을 집중시켜야 하고,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하며, 논리를 발전시켜야 한다. 의지를 행동으로 끌어내기 위해 분노가 필요하고, 의식을 평정해야 한다.  259-260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에서 비폭력 저항을 유지시킨 거의 유일한 지도자이다.  260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했다. "사람은 자유롭게 태어난다. 그러고는 곳곳에서 쇠사슬에 묶이고 만다."  263





Attristez-vous!(슬퍼하라!) 

스테판 에셀의 죽음 이후 프랑스인들이 트위터에 일제히 올린 추모 메시지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 내용


스테판 에셀의 <참여하라> 내용


스테판 에셀의 <정신의 진보를 위하여>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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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도전은 산소다!

마음의 비계


'래디컬'하다고 하면 '급진적'이란 의미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래디컬'의 라틴어적 본래 의미는 '뿌리를 건드린다'는 뜻이다. 뿌리를 건드리면 아프다. 하지만 정신차려서 자신을 직시하고 자기 실존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더 먼 길을 제대로 가려면 오히려 어느 정도의 정지와 멈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은 몸이 먼저 늙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늙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의 건강검진은 받아도 마음의 건강검진은 받아볼 생각조차 안 한다.


인생의 산소는 크고 작은 도전에서 나온다. 도전하면 스스로 삶의 산소를 만들 수 있다. 삶의 산소가 있으면 그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호흡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자기 걸음으로 갈 수 있고 진짜 자기 삶을 살 수 있다. 그게 애써 도전해야 하는 이유다.


도전하는 만큼 삶은 달라진다. 시들해가던 중년의 사내가 '산티아고 가는 길' 900여 킬로미터를 걷고 와서 다시 도전을 말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5-9



떠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어디로 어떻게 떠날지는 정하지 못했다. 그저 떠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엇다. 이 '무작정'이란 게 무서운거다. 스스로를 백지상태로 만들어놓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후 차츰 무엇을 향해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 문득 떠오른 것이 '산티아고 가는 길'이었다. 언젠가 스쳐지나가듯 본 책을 통해 천 년 넘게 사람들이 걸어간 순례길이라는 것 정도만 알았지 그 길에 대한 정보 역시 말 그대로 백지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그 백지상태라는 것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앞고 가는 길은 재미없다. 모르고 가서 부딪치는 것이 진짜다.

그냥 '뚝' 끊고 떠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18



덜어내고 털어내고 비워낸다 해서 

사람이 가져야 할 멋을 잃게 되거나 

삶의 맛이 없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람의 멋, 삶의 맛은 '채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되레 '비움'에서 오기 때문이다.  21



털어야 할 대목에서 털지 못하면 우리네 인생배낭은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차버린다.

우리 인생길이 힘겨운 진짜 이유는 그런 잡동사니를 버리지 않고 인생배낭에 꾸역꾸역 구겨넣은 채 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미련, 후회, 회한, 미움, 증오, 시기 등의 찌꺼기 같은 잡동사니를 버리고 소망, 꿈, 도전, 화해, 사랑, 모험을 담아 자기의 인생배낭을 다시 꾸려야 하지 않겠나.  23


일단 짐을 덜어내기로 마음을 고쳐먹으면,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가를 치열하리만큼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비로소 깨닫게 된다. 진짜 꼭 필요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24


장 지오노가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 말했듯이 "사람은 희망을 가져야만 일할 수 있다." 

자기 안의 또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희망이 있을 때 그래서 '어제와 다른 나', '오늘과 다른 내일'을 만들 희망에 차 있을 때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  45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가 걸어온 길은 결코 잘 닦인 아스팔트길이 아니었다. 자갈밭 아니면 진창길이었다.  57


인생은 화살표만 따라가는 길이 결코 아니다. 대개의 인생길 위에는 화살표도 없고 그것을 표시해주는 지도도 없다. 오직 내 안의 자기만의 방향감각만을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뿐이다. 바로 그 자기만의 방향감각이 곧 내 안의 나침반인 셈이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 돈키호테  87



인생은 때로 미쳐야 해. 우리는 너무 안 미치는 게 탈이야.  89


지미 카터는 "인생이란 점점 확대되는 것이지 축소되는 것이 아니다."  97


내버려둔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많은 경우에 사람들이 쓸데없이 분주한 것은 내버려두기를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쓸데없이 분주한 까닭 뒤에는 어김없이 '불안'이란 것이 도사리고 있다. 자기 안의 불안을 떨치려고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태반니다. 스스로를 내버려둘 수 있다는 것은 적어도 그 불안에서 한 발 비켜 있을 때 가능하다. 아니 그 불안에서 벗어나 있을 때 비로소 내버려두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애일(愛日)'이란 말이 머리에 스쳤다. 사랑'애(愛)' 날'일(日)', 말 그대로 '하루하루를 아끼고 사랑하라'는 의미가 담긴 말이다. 본래는 늙은 부모가 오래오래 사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정말이지 남은 하루하루가 아깝다는 뜻을 담아 '애일'이라 한 것이지만 오늘에 와서는 하루 하루 지나는 그 시간이 참으로 아까우니 제대로 시간을 잘 쓰라는 뜻으로 더 많이 통한다.  122


감동은 작은 데서 나오나 세상을 움직일 만큼 커진다.



한쪽에서 또다른 한쪽으로 

기울며 흐르는 게 사랑이다

'기우뚱한 균형'을 잡아가는 것 

그것이 사랑 아닐까 싶다.  137


본래 사랑은 평등하지 않다. 꼭 균형이 맞지도 않다. 왠지 기우뚱한 것처럼 보이기 일수인 것이 사랑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도 밑질 것 없어 보이는 사이는 사랑이 아니다. 그건 자칫 거래다. 둘 사이가 어느 쪽으론가 기울어야 사랑이다. 기우는 쪽으로 사랑은 흐른다. 

살다보면 기우는 방향이 정반대로 바뀌기도 한다. 

그러면서 '기우뚱한 균형'을 잡아가는 것! 그것이 사랑 아닐까 싶다.  139-140


음식은 사람과 사람을 자연스럽게 이이주고 통하게 만든다.  153


우리는 늘 착각한다.  181



인생 레이스는 속도 경재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는 것이다.  


인생 레이스의 7가지 원칙

제1원칙은 '자기 페이스를 잃지 말라'는 것이다. 살아오면서 그 누구나 인생 레이스에 임하는 나름의 주법 혹은 보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떤 이는 보폭을 크게 하며 초반부터 전력 질주를 한다. 옆에 있는 사람들도 덩달이 속도를 낸다. 하지만 그 중 8할은 중도에서 주저앉는다. 자기 페이스를 잃었기 때문이다. 주법 혹은 보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주법 혹은 보법이든 최고의 인생 레이스를 펼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는 것'이다.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는다는 것은 오버 페이스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페이스가 뭔지조차 모르고 인생 레이스에 임하낟. 자기 강점이 무너지, 자신의 최고 속도는 얼마인지, 자신의 지구력은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한다. 그런 가운데 옆에서 보폭을 넓혀 빨리 달려나가면 엉겹결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죽자살자 따라붙는다. 그러곤 팔진해 풀썩 주저앉기 일쑤다. 그러니 인생 레이스의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는 것이다. 산티아고 가는 길을 겆는 것에서도 마찬가지다.

인생 레이스의 제2원칙은 '구간기록을 체크하라'는 것이다. 인생 레이스는 길다. 결코 짧지 않다. 한숨에 달려갈 길이 아니다. 레이스 전체를 머릿속에 큰 그림으로 그릴 필요는 잇지만 정작 뛰거나 걸을때는 전체 구간을 토막내서 한 구간 한 구간씩 차근차근 나아간다는 기분으로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 속에서 지레 주눅 들고 힘겨워하며 또다디 포기하고 싶은 심정에 풀썩 주저앉기 십상히다. 그래서 인생 레이스엔 스스로 구간 설정을 할 필요가 있다. 사람과 형편에 누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그 구간에서 펼친 레이스의 기록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왜 하냐고? 미래를 위해서다! 그 기록에는 성취와 성공만이 아니라 실수와 실패도 담겨 있기 마련이다. 성취와 성공의 기록은 뿌듯한 것이지만 정작 인생 레이스를 펼친 기억이 아니라 실수하고 실패했던 것의 아픈 교훈들이다. 그 실수와 실패의 아픈 경험들을 기억하고 기록해야 미래를 대비하고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 레이스의 제3원칙은 '이미 지난 레이스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인생 레이스를 펼치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경험하는 것이 있다. 이미 지난 구간의 레이스에 집착하면 지금 하는 레이스를 망친다는 사실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시선은 앞을 보면서 정작 생각은 발뒤꿈치에 잡혀 있다면 제대로 나아갈 수 없다. 앞서 달린 구간기록을 체크하는 것은 과거에 연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늘 그리고 미래에 더 잘 뛰기 위해서다. 그러니 이미 지난 레이스에 집착하지 마라. 지금 하고 있는 레이스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나아갈 수 있고 또 이길 수 있다.

인생 레이스의 제4원칙은 '길가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라'는 것이다. 인생 레이스를 펼치다보면 연도에 선 사람들의 시선을 벗어나기 어렵다. 다름아닌 내 주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때론 그들의 관심과 격려, 박수와 환호 그리고 미소와 칭찬이 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반대로 손가락질을 받거나 야유와 험담을 들을 수도 있다. 그래서 자칫 길가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다보면 오버 페이스를 하거나 아예 발이 꼬여 넘어지기 쉽다. 그러니 레이스를 펼칠 때는 길가의 시선과 주위의 시선을 넘어서야 한다. 너무 의식하지 마라. 아니 그 시선으로부터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라. 그래야 제대로 뛸 수 있다.

인생 레이스의 제5원칙은 '가장 소중한 것을 위해 레이스를 펼치라'는 것이다. 인생 레이스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지금 왜 이렇게 힘들여서 뛰고 걸으며 가고 있는 거지?'하는 회의가 갑자기 봇물 터지듯 몰려올 때가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그때를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자신이 가장 소중한 것을 위해 이 인생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확인시키는 것이다. 아무리 힘든 레이스에서도 가장 소중한 것을 생각하면 결코 포기할 수 없다. 그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는 인생 레이스를 뛰는 각자의 사람들이 잘 안다. 아니 느낀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다. 가족이다. 아이들과 아내다. 

인생 레이스의 제6원칙은 '상대를 보지 말고 목표를 보고 나아가라'는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의 레이스를 알 것이다. 빠른 토끼가 느린 거북이에게 진 이유는 간단하다. 거북이는 산등성이의 깃발, 곧 목표만을 보고 나아갔고 토끼는 상대인 거북이만 보고 뛰었기 때문이다. 토끼는 빨리 내달렸지만 어느 지점에 가서 뒤처져 오는 거북이를 보고는 풀섶에 들어가 잤다. 물론 잘 수도 있다. 하지만 토끼는 어디를 가겠다는 목표보다 뒤에 오는 상대인 거북이만 본 것이다. 반면에 거북이는 느렸지만 계속 전진했다. 풀섶에서 자고 있는 토끼도 힐끗 봤다. 하지만 거북이는 상대인 토끼를 보고 멈추지 않았다. 그는 상등성이의 깃발, 곧 목표를 보고 계속 나아갔다. '상대'를 보는 사람이 '목표'를 보는 사람을 이길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인생 레이스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기는 사람은 목표를 보고 나아가는 사람이지 상대만 보고 멈추는 사람이 아니다.  

인생 레이스의 제7원칙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달리라'는 것이다. 제아무리 훌륭한 주법과 보법을 구사하고, 구간기록이 좋으지라도 결승점에 골인하지 않으면 모든 게 허사다. 그래서 최고의 인생 레이스는 완주(完走)하는 것이다. 기록이 좀 나빠도 괜찮다. 어차피 빠르나 늦으나 그것은 기록일 뿐이고 인생 대사엔 별 상관 없는 일이다. 기록상 1등이든 꼴등이든 인생의 마지막 종착점에서는 똑같다. 적어도 인생 레이스를 완주한 사람들은 모두 뭔가를 이뤄낸 것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그러니 속도상의 빠름과 느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포기했느냐 오나주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어던 경우에도 포기하지 마라.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끝까지 가라. 그게 인생 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인생 레이스는 속도 경쟁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산티아고 가는 길은 인생 레이스를 닮았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와 마찬가지로 인생 사에서도 남보다 빨리 가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10년 빨리 출세하면 10년 빨리 놀게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자기 페이스를 알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다. 느리면 어떠하랴. 그것이 자기 걸음이라면 느린 것이 아니라 적당한 거다. 남들이 한 달에 걷는다는 길을 나는 두 달 걸려 걷는다. 하지만 그 느림 속에서 나는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행복했다. 그러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 아닐까. 인생사도 마찬가지다. 애써 서두르지 마라. 자기만의 속도, 자기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라. 그리고 때로 멈출지언정 결코 포기하지는 마라. 그 걸음으로 꾸준히 가는 거다. 그게 자달 중요하고 제일 무서운 거다.  189-193



나는 탭을 열어 글을 쓰면서 나도 모르게 하염없이 눈물을 떨구었다. 얼굴은 탭으로 가렸지만 바닥에 떨어지는 눈물은 가릴 수 없었다. 바닥에 한 방울, 두 방울 눈물이 떨어지는 것을 감출 수도 멈출 수도 없었다. 그때였다. 옆 테이블에 있던 알랭이 내게 다가왔다. 그러곤 여전히 울고 있던 나를 한껏 껴안아 주었다. 아무 말없이...

그러면서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 누구나 힘든 거야. 하지만 괜찮아. 괜찮다구. 그냥 울고 싶을 때 울어. 남 신경 쓰지 말고." 나는 그때 확실히 느꼈다. 그도 아프다는 것을, 아니 아파봤다는 것을. 아파보지 않고는 그렇게 남의 아픔을 감싸 안을 수 없다. 아마 그도 아파봤고 울어봤기에 나를 감싸 안아 가슴 깊이 포옹해줄 수 있었던 것일 게다. 그의 지중해의 미풍 같은 미소는 그런 아픔을 모두 견뎌낸 삶의 증표였으리라.  240-241



어딘가를 둘러보고 다녀본 것은 여행(旅行)이다. 어딘가를 걸어보고 느겨본 것은 기행(紀行)이다. 하지만 그 여행과 기행을 역사 속에 담그고 시대 속에 아우르며 오늘 나의 현존 가운데 재위치시키는 것은 '생(生)의 철학'이다. 고로 이 책은 나의 철학이다. 길을 걸으며 길 위에서 녹여낸 내 생의 철학이다.  258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라."는 스콧 니어링의 좌우며도 내려노흔 삶에 걸맞다. 

노자는 그릇을 비워야 쓸모가 있다고 했다. 자고로 비워야 채울 수 있는 법이다.  271



자고로 큰 지혜는 멈춤을 알고, 작은 지식은 계략을 안다 했다.  274


'멈춤을 안다'는 뜻의 한자어 '지지(知止)'  277


'눈물의 무게'가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내 삶의 무게였다.  287


헤르만 헤세의 시 중에 <혼자>라는 시가 있다.

세상에는 

크고 작은 길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도착지는 모두가 같다.

말을 타고 갈 수도 있고, 차로 갈 수도 있고, 

둘이서 아니면 셋이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  291



"근데 왜 아빠는 그 길을 걸으려고 하는 건데?"

"어제와 다른 나를 만나고 또 어제와 다른 나를 새롭게 만들고 싶어서"다. 

'어제와 다른 나'는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다른 내일'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그것은 날마다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날마다 차이를 만들면 언젠가는 그것이 진짜 '다름'이 된다. 그 다름은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다.  292



법정스님은 어느 해인가 길상사 봄 법화에서 행한 법문 중에서 "천지간에 꽃이지만 꽃구경만 하지 말고 나 자신은 어떤 꽃을 피우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아야 한다."

꽃을 피운다는 것은 생식과 생명 황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꽃을 피움으로써 식물은 자기 생명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 꽃은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은 생존을 위한 진한 몸부림의 소산이다. 꽃이 피어야 그 안에 있는 암술과 수술의 수정이 가능하고 씨라는 자손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꽃을 피우느냐 못 피우느냐는 멋부리는 감상이 아니라 살아남느냐 죽어 사라지느냐의 절박한 실존의 문제인 셈이다.  



목표지향적인 것이 아니라 그 궤적 속에서 깊이를 느끼고 그 둘레를 더듬는 의미지향적인 일이어야 마땅하다.  

 

산티아고로 가는 길 위에서 속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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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빈 새장을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그 안에 뭔가를 담게 된다.



내 심장이 끄덕끄덕했다.


일상에서는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게 시간이지만 여행을 떠나서의 시간은 순순히 내 말을 따라준다. 사실 여행을 떠나 있을 때 우리가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 쪽이질 않은가.



생각하기만 하여도 저절로 눈이 감겨지는 이 장면들을 나는 어쩌면 끝까지 가지고 가리라. 

그렇게 나는 열일곱과 열덟, 필름 같은 소년의 껍질을 벗고 있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나를 사랑하느냐'고 묻는 건 사랑이 어디론가 숨어버려서 보이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걸 만지고 싶어서일 텐데. 그걸 붙들고 놓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그냥 만지고 싶은 걸 텐데. 갖자는 것도, 삼켜버리는 것도 아닌, 그냥 만지고 싶은것.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넘쳐 보이지만, 지금 당장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금이 가 보인다. 넘치는 것은 사랑 때문이며 금이 간 것도 사랑 때문일 텐데 그 차이는 적도와 북극 만큼의 거리다.  



할아버지가 사시미를 준비할 때, 할아버지의 손놀림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다소 걱정하는 듯이 또 행복하게 바라보는 할머니의 다소곳하면서도 정중한 모습. 아, 어떻게 저렇게 고요하고도 벅차게 한 사람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나이가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듯..



난로에 보리차가 끓고 있는 냄새나 나무 타는 냄새, 아이의 몸에 풍기는 이런저런 냄새나 갑작스런 방문을 의식해 오분 동안 급히 치운 듯한 친구 집엣 나는 생활의 냄개, 게를 찌는 찜통 연기의 냄새나 어느 냉장고에 붙여놓은 오래된 글씨의 냄새,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집 안에 가득한 빈집의 냄새와 트렁크를 열었을 대 어렴풋이 풍기는 그곳의 마루 냄새. 아, 지금과는 다르게 화학적인 것에 얌전하게 반응하는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살았을까.  



세상 그 어떤 시간보다도,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시간이 좋다.



언젠가는 그 길에서

갔던 길을 다시 가고 싶을 때가 있지.

누가 봐도 그 길은 영 아닌데

다시 가보고 싶은 길.

그 길에서 나는 나를 조금 잃었고

그 길에서 헤맸고 추웠는데, 

긴 한숨 뒤, 얼마 뒤에 결국

그 길을 다시 가고 있는 거지.

아예 길이 아닌 길을 다시 가야 할 때도 있어.

지름길 같아 보이긴 하지만 가시덤불로 빽빽한 길이었고

오히려 돌고 돌아 가야 하는 정반대의 길이었는데

그 길밖엔, 다른 길은 길이 아닌 길.



앞을 볼 수 있다면 뭘 제일 먼저 하고 싶어요?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일일 것만 같은 나는 그에게 서슴없이 묻는다.

"남의 물건을 훔치고 싶어요, 그 기분을 알고 싶어요."

아, 남모르게는 절대 할 수 없는 일. 앞을 볼 수 없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훔치는 일이겠구나.



아, 이 순간, 나는 이 순간을 가만히 붙들고만 있고 싶다.



나와 상관없는 일은 보이지 않고, 내가 필요로 하는 색만 보인다. 우리가 분홍색을 알아볼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그걸 원하고 있을 때만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누구나 살고 있지만 누구나 살아 있다고 느끼기 어려운 것처럼.



문득, 아니 오래전부터 난 참 사랑을 못하는 사람이란 생각을 하곤 한다. 아무리 목숨을 걸어도 걸어지지 않는, 일종의 그런 운명 같다. 이래서 사람이 안 되는 것도 같고 아무도 나를 사랑할 것 같지 않으며 사랑이 와도 바람만큼만 느끼는 것. 그래서 내 사랑은 혼자 하는 사라이다. 사랑은 순례의 길과도 같아서 그 길을 통해 자기가 완성되어야 한다는 이기적인 속성이 있다. 아니 그 속성만 있다. 그 속성으로 구원받고자 함이 사랑이라면, 사랑한다는 말은 대단한 말이 아니라 구원받겠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함께 앉아 김밥을 먹다가 당신이 골라놓은 당근을 먹는 일, 잡채를 먹다가도 당신이 골라놓은 당근을 먹는 일, 그 일은 당신을 구해주는 일 같지만 나 자신을 구원하는 일과도 통한다. 타인을 돕는 것으로도 자신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인류는 오래전부터 믿어왔다.



당신이 좋다, 라는 말은 당신의 색깔이 좋다는 말이며, 당신의 색깔로 옮아가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당신 색깔이 맘에 들지 않는다, 라는 말은 무의식적으로 했을 경우, 당신과 나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지켜야 하는 사이라는 사실과 내 전부를 보이지 않겠다는 결정을 동시에 통보하는 것이다. 색깔이 먼저인 적은 없다. 누군가가 싫어하는 색깔의 옷을 입고 있다고해서 그를 무조건 싫어할 수 없듯이 서로가 서로의 마음에 어떤 색으로 비치느냐에 따라 내가 아무리 싫어하는 색깔의 옷을 입었더라도 그 기준은 희생될 수 있으며 보정될 수 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데는 방향이 문제인 적은 잇어도 색깔이 문제일 수는 없다.(자주 방향과 색깔이 혼동되는 건 사실이다.)

어떤 카페가 좋아 자주 드나들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카페 기둥이 흰색 페인트를, 화장실 문에 흰색 페인트를 칠해놓은 게 마음에 들었던 거다. 사실 그 색이 좋아 카페의 분위기가 좋고 심지어 커피맛도, 주인장의 얼굴까지도 좋다고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아주 사소한 부분들을 쌓아가는 것이다.

고로 당신이 좋다, 라는 말은 당신이 무슨 색인지 알고 싶다는 말이며 그 색깔을 나에게 조금이나마 나눠달라는 말이다. 그 색에 섞이겠다는 말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당신 목에 두른 스카프 색깔이 그게 뭐냐고 말하지 않는다.

한 여자를 알았다. 나는 그녀가 빨간색인 줄 알고 좋아했는데 그녀는 파란색이었다. 정반대의 색을 가지고 있어서 한순간 주춤 물러서기까지 했다. 그럴 경우, 내가 그쪽으로 옮겨가는 수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얼마를 더 만났더니 그녀는 차라리 흰색이었다.

나는 그녀를 흰색으로 이해하기로 마음을 먹고 그녀에게 줄 흰 꽃을 준비했다. 흰 이 꽃이 당신을 닮은 거 같아서 샀다고 했다. 초여름날, 보리수꽃을 내밀면서 내가 뱉은 말은 내 감정의 전부이면서 진실이었다.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대상은 색이 없어지고 오히려 지워져 창백해진다.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사랑의 감정으로 대상은 참을 수 없이 완벽해지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불행의 기준은 같지만 행복의 기준은 변질되어 있다. 그저그런 불행에 우린 죽지 않지만 그저그런 행복에조차 도달하지 않으면 우리는 불행하다. 우리는 죽는다.

높은 것, 아름다운 것, 벅찬 것, 기쁜 것, 영원한 것, 그것들을 모른 체하지 않으며, 그 방향으로 조금식 조금식 움직이는 사람에게 바퀴는 굴려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세상을 놀래키 수는 없다.

아무도 나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없다면 그것은 이미 실패한 삶, 세상이 나를 등졌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충분히 망친 삶.

내가 하지 않았던 일들의 길고 긴 목록을 하나씩 지워나가면서 뭔가를 저지르기 시작한다면 사람들은 나를 향해 돌아설 것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을 걸어올 것이다.



그토록 많은 나라들을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 것은 돌아보면 실로 기적에 가까운 일인 것 같다. 도대체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지,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듣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 그 어떤 말도 들린다. 겨우 아는 몇 개 안 되는 단어를 동원하거나, 소통이 어려울까 마음을 다해 섬세한 몸짓으로 말을 걸면 거의 모든 사람들은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에 마치 불꽃이 튀는 것 같다. 절대로 말이 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의 마음의 문이 열리고 마침내 뜻밖의 말들이 섞인다. 우리가 누군가 한 사람을 알고 사랑하게 되는 것도 결국은 이 작은 불꽃에 의해서일 것이다. 그 작은 불꽃을 오래 꺼뜨리지 않는 일일 것이다.

이제 몸짓 언어의 벽은 넘은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다른 나라 말을 잘하고 싶다. 사람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려면 통역 따위의 번거로움은 없어야 한다. 사랑도 마찬가지.



자신이 채워진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려면 공항에 가보면 된다. 공항에 앉아 미소 지을 일들이 떠오르거나 괜히 힘이 차오르는 사람이 있고, 한없이 자신이 초라해 보이거나 마음이 어두워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공항에 가지 않는 나에게 세상은 아무것도 보여줄 게 없다. 세상의 경계에 서보지 않은 나에게, 세상은 아무것도 가져다줄 게 없다.



짐만 가지고 떠남은 떠남이 아니다. 최소한의 감정의 재료를 함께 가져 간다면 그 어느 곳에도 새로운 인생의 조각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휑한 빈자리에 사랑한 존재를 이식해 넣은 것이다.



"진주는 외롭다는데..."

"선생님, 그러면 진주 말고 다른 거 하세요."

당신은 진주를 택했고 나는 가만히 옆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다 내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선생님, 그 반지 끼고 외로우면 어쩌시려구요?"

"외로운 게 뭐가 대수라고. 외로우면 좀 어때. 외로워봤자지."

그래, 외로워봤자다. 외로움은 다가 아니더라.

언젠가 당신에게 불쑥 물었다. 그런저런 말들이 지나간 후였다.

"선생님. 어떻게 사셨어요?"

많은 사람들, 당신이 살아온 시간들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묻고자 했을 그 고통의 날들과 관련하는 당신 남편과 당신의 아들... 당신의 인생 젙체에 대한 안부였다. 

"견뎠지. 뭘 어떻게 살았겠어..."

부러 냉정하게 자신을 누르는 음성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모른다. 쉬운 것은 겨우 알 수 있을지라도 어려운 것은 모른다. 어쩌면 쉬운 것도 어려운 것도 자기 소관이 아니므로, 모르고 있는 것조차 모른다.



마을은 백 년이 지나도 자신들만의 속도와 온도를 유지하면서 살 것만 같은데.



사는 데 있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것이지만 그것을 알기에 사랑은 얼마나 보이지 않으며 얼마나 만질 수 없으며 또 얼마나 지나치는가. 보지 못하고 만지지 못하고 지나치는 한 사랑은 없다. 당장 오지 않는 것은 영원히 오지 않는 이치다. 당장 없는 것은 영원히 없을 수도 있으므로.

그렇더라도 사랑이 없다고 말하지는 말라. 사랑은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불안해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고 믿으려는 것이다. 사랑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지는 걸 못 견뎌하는 것이다. 사랑이 변했다, 고 믿는 건 익숙함조차 오래 유지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뿐이다. 사랑은 있다. 사랑이 없다면 세상도 없는 것이며 나도 이 세상에 오지 않은 것이며 결국 살고 있는 것도 아니질 않은가.

그렇다고 사랑만이 제일이라고 생각하지도 말라. 사랑은 한다고 해서 다가 아니라 사랑할 때의 행복을 밖으로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상태가 사람을 키운다. 애써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넘치는 상태만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하여금 인간을 어려운 일에 빠지게 하는 일, 그것은 산이 하는 일이다. 그 어려움으로 하여 인간을 자라게 하는 것이 신이 존재하는 구실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랑이라는 어려운 고통을 겪어야만 행복으로 건너갈 자격을 얻는다. 

신이 어떤한 장난을 친대도 사랑을 피할 길은 없다. 그냥도 오고 닥치기도 하는 것이고 누구 말대로 교통사고처럼도 오는 것이다. 사랑은, 신이 보내는 신호다. 사람은 떠나도 사랑은 남게 한다. 그것도 신이 하는 일이다. 죽도록 죽을 것 같아도 사랑은 남아 사람을 살게 한다.

그래, 사랑을 하자. 사랑을 하더라도 옆에 없는 사람처럼 사랑하자. 옆에 없는 사람처럼 사랑하는 일, 그것은 사랑의 끝이다. 완성이다. 

인간적으로 우리 사랑을 하자. 인간의 모든 여행은 사랑을 여행하는 것이다. 사람은 사랑 안에서 여행하게 되어 있다. 사랑을 떠났다가 사랑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사랑은 삶도 전부도 아니다. 사랑은 여행이다. 사랑은 여행일 때만 삶에서 유효하다.



하루 한 번쯤

처음 영화관에 가본것처럼 어두워져라. 곯아버린 연필심처럼 하루 한 번쯤 가벼워라. 하루 한 번쯤, 보냈다는데 오지 않은 그 사람의 편지처럼 울어라. 다시 태어난다 해도 당신밖에는 없을 것처럼 좋아해라.

누구도 이기지 마라, 누구도 넘어뜨리지 마라. 하루 한 번 문신을 지워낼 드싱 힘을 들여 안 좋은 일을 지워라. 양팔이 넘칠 것처럼 하루 한 번 다 가져라, 세상 모두 내 것인 양 행동하라.

하루 한 번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앉으라, 내가 못하는 것들을 펼쳐놓아라. 먼지가 되어 바닥에 있어보라. 하루에 한 번 겨울 텐트에서 두 손으로 감싼 국물처럼 따뜻하라.

어머니가 내 뒷모습을 바라보는 만큼 애틋하라. 하루 한 번 내 자신이 귀하다고 느껴라. 좋은 것을 바라지 말고 원하는 것을 바라라. 옆에 없는 것처럼 그 한 사람을 크게 사랑하라.



순간일 수도 있지만 영원일 수도 있는 것이고, 영원도 어느 한순간 토막이 나기도 하려니 그렇게 지금 당장 마음가는 대로만 마음을 다하면 되는 것 아닌가. 말이 안 통하는 거야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과도 마찬가지. 사랑이 삐그덕대는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 사랑하는 연인들이 낼 수 있는 불의 밝기를 사랑이라는 집에 잘 사용하는 것, 그것만이 사랑이다.



세상 끝 어딘가에 사랑이 있어 전속력으로 갔다가 사랑을 거두고 다시 세상의 끝으로 돌아오느라 더 이상 힘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 : 우리는 그것을 이별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하나에 모든 힘을 다 소진했을 때 그것을 또한 사랑이라 부른다.  



사실 나이 든다는 게 괜찮을 때도 있더라구요. 묵직해져서 덜 흔들리고 덜 뒤돌아보고.

아주 오래전 어디선가 읽은 글 같은데 누구의 글인지 기억이 나질 않네요. 나이들어 각자 혼자가 되어 만난 어느 연인의 이야기입니다. 어디선가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조금식 조금씩 좋아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처음으로 남자의 집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됩니다. 낯선 곳에서 잠을 잔 여자는 아침에 도착한 신문 떨어지는 소리에 잠이 깬 뒤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살며시 일어나 거실에서 신문을 가져다 신문을 보기 시작하는데 신문 넘기는 소리에 남자가 깰까봐 여자가 화분 옆에 놓인 분무기를 가져다가 신문 위에 뿌립니다. 곤히 자고 있는 사람에게 신문 넘기는 소리는 굉장히 크게 들리겠죠. 얼마 후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가 신문에 물을 뿌리며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있는 여자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보고는 그렇게 묻습니다. 

"당신, 그런 걸 어디에서 배웠소?"

"나이 먹다보니 그냥 알게 되었어요."

알게 되는 것도, 알아가는 것도 나이가 하는 일, 맞습니다.



나이만 잇고, 나이 없는 사람이 되기는 싫다

나이 든다는 것은 넓이를 얼마나 소유했느냐가 아니라 넓이를 어떻게 채우는 일이냐의 문제일 텐데 나이로 인해 약자가 되거나 나이로 인해 쓸쓸로 몰리기는 싫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이가 들어도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문장처럼 늘 이 정도로만 생각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우리는 시작에 머물러 있을 뿐, 충분히 먹은 것도 마신 것도 사랑한 것도, 아직 충분히 살아본 것도 아닌 상태였다.'



가까이서 보는 환한 달은 참으로 사람 코끝을 시큰하게 한다. 누가 내 감정을 터뜨리기 위해 손을 뻗는 것 같은, 무언가 나를 일으키기 위해 네어지를 보낼 때의 기운 같은 것들.



후배 부부는 파리 근교에 위치한 집에 살면서 맹인안내견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나는 아침과 저녁 두 번의 산책을 시켜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아침이 되면 촬영을 나가기 전에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숲길에 나가 산책을 시켰다. 종일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돌아온 저녁에는 원고를 손보았다. 저녁 싟를 마친 후나 잠들기 전에 개를 데리고 나가 산책을 했다. 이 주일 동안은 거의 이런 일들의 반복이었다.

어느덧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가 되었다. 개와 마지막으로 따뜻한 인사를 나눴다. 주인이 돌아오면 내가 해주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보살펴줄 것이었다. 내가 떠난 다음 날인가, 후배 부부는 돌아왔고 며칠 후, 전화 통화를 하면서 개의 안부를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개가 말 잘 들었지요?"

"그럼, 너무 착해서 아무 문제 없었어."

"근데 선배 가고 돌아와 보니 마루에다 먹은 걸 토해놨더라구요. 챙겨준 사료는 건드리지도 않았구요."

"아니, 왜? 나 있을 땐 아무렇지 않았는데, 어디 아픈 거야?"

"아뇨, 선배 여기 올 때 큰 여행가방 가지고 왔을 꺼 아니에요? 떠날 때는 큰 여행가방 들고 나가셨을 거구요. 개가 여행가방에 민감해요. 정들었는데 떠나는 걸 알고 마음이 많이 안 좋았나봐요."

아, 이별이었구나.

나는 돌아와 정신없이 일에 매달리느라 한 번도 뒷일을 생각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별이 아팠구나. 미안하다. 나, 이토록 텁텁하게 살아서, 정말 미안하다. 음식을 만들면서도 음식에다 감정을 담는 것인데 하물며 나라는 사람, 이렇게 모른 척 뻣뻣하게 살아가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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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마을. 여행이라는 말은 어딘가로 이동하며 산다는 의미이다. 반면 마을은 한곳에 정착해서 산다는 뜻을 내포한다. 그런데 나는 항상 영어의 Leave(떠나다) 와 Live(살다)가 같은 소리로 들리곤 했다. 그건 마치 '떠나야 산다!'는 말처럼 들렸다.  14


안도현의 <몽유도원도>

두꺼비가 바위틈에 숨어 혼자 책읽는 소리

복사꽃들이 가지에 입술 대고 젖을 빠는 소리

버드나무 잎사귀는 물을 밟을까 잠방잠방 떠가고

골짜기는 물에 연둣빛 묻을까봐 허리를 좁히네

눈썹 언저리가 돌처럼 무거운 사람들아

이 세상 밖에서 아프다, 아프다 하지 마라

신은 높아지려 하지 않아도 위로 솟아오르고

물은 깊어지려 하지 않아도 아래로 흘러내리네.  18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는 마법을 갖고 있다. 여행하는 이라면 누구나 낯선 이에게도 기꺼이 자신의 마음을 여는 법이다.  21


구상의 <꽃자리>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고은의 <그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26-27


김춘수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그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30


마음의 꽃술까지 와 닿지 않을 때가 있다. 언어가 같아도, 서로 들으려고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기 마련이다. 서로가 가진 생각의 잣대, 문법의 틀 때문이리라. 그것만 잊어버리면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서 듣게 된다.  38


지구촌 어디를 가나 지명의 유례를 알면, 여러 겹으로 덧발라진 현재의 풍경 밑바탕에 있는 맨 얼굴을 어렴풋이 더듬어 볼 수 있다. 


빠이. 이고의 이름의 유래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중에서도 세 가지가 사람들 사이에 자주 회자되고 있다. 하나,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이 지방에 번성했던 '야생 수컷 코끼리'를 뜻하는 '창 쁠라이(Chang Plai)'에서 비롯되었다. 그것이 점점 사투리와 섞이고 사람드르이 입을 거치면서 '빠이'로 굳어졌다. 둘,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곳에 정착해 이 지역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샨 족이 이곳을 '빠이'라 이름 붙엿다. 샨 족은 버마의 동부 고원 지대인 샨주 지역과 타이를 북부 산간 일대를 거주지로 삼고 있는 버마 족과 더불어 버마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셋, 샨 족이 이 지역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을 '빠이'라 불렀다. 이 말의 뜻은 '똑바로 앞만 보며 곧장 가지 않는 곳.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며 여기저기로 가는 곳'이다. 마을 이름이 강 이름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물 따라 마을이 형성되었으니 그럴 듯하다.  50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전부 모아서 무게를 달면 얼마나 될까?

가끔 배낭을 꾸리며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우리 중에서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라는 말에 켕기지 않을 이가 있을까? 집안의 살림살이를 둘러보면 그동안 온통 더하기와 곱하기만 한 듯해 부끄러워진다 아둔한 인생, 때론 빼기와 나누기가 행복에 다다르는 가장 빠른 지름길일 수도 있는데...  102


그 일을 그만두면 알게 되지. 아, 그 일이 내게 도움이 되었구나.  146


'어떻게 할까'가 아니야, '무엇을 할까'지.

나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여행 에세이가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나는 소중하니까. 한때 세인들의 입에 즐겨 오르내리던 카피다. 카피라이터로 세상을 바라보던 시절. 나는 세상 모든 광고가, 아니 세상 모든 것이 결국 '나를 사랑하는 법'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류가 지금처럼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을 사랑했던 적이 또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 우리는 온통 '자기애(自己愛)'에 빠져 있다. 일찍이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외쳤던 어느 사상가의 선언처럼 이념과 철학 같은 거대담론이 소멸된 지금, 사람들의 관심은 오로지 '나(我)'에게로 향하고 잇고, 그 속도 또한 나날이 빨라지고 잇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오늘날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는 메가 히트 상품들 역시 결국 '개인주의'를 완벽하게 이루어 주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내가 아닌 다른 이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기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주의와 디지털 시대의 궁합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어 보인다.  150


이상한 노릇이다. 모두들 '나'를 중시하고, '나의 행복'을 부르짖건만 정작 우리 중 어느 누구도 행복하지 않으니 말이다.  151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친다는 한 독일 여행자를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문득 그의 말이 생각난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세상이 아름답다고, 그런데 세상이 아름답게 다가올수록 사는게 겁이 난다는 그의 고백이 머리를 스친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 짐이 되지는 않는지, 이 아름다운 세상을 덟히는 게 바로 나라는 존재가 아닐지 고민하는 그의 모습은 실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내 가슴을 청렁이게 한 그의 말은 따로 있었다.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일상이라는 현실로 돌아가는 순간이 가장 두렵다고 고백한 그의 마지막 말은 잊히지 않을 것이다. '이상하지, 여행을 마치고 일상에 복귀해 다시 만난 사람들이 왜 그렇게 무서운지. 가족, 친구, 동료... 지금까지 잘 아는 사람들,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없이 두려운 거야. 오로지 자기만 아는 사람들, 자기가 최고라고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 인새으이 주인공은 바로 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런데 정작 자기가 누구인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그들이 무섭게 다가오는 거지. 난 여행을 할 때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사람들 속에 숨어 있는 '외로움'이 보여. 그래서 너무 힘들어.'  152-153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여행을 통해 나는 내가 아닌 타인과의 '관계'를 제대로 볼수 있었다.  153


'난 이제 삶이 두렵지 않아. 지난 10년간 많은 걸 배웠거든. 광고 일을 계속 했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세상에 얼마나 많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몰랐을 거야. 알았더라도 그저 머리로만 알고 가슴 깊이 느끼진 못했을 거야.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 하지만 그러면서 난 인생을 배워나갔어. 언제든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이게 내 재산 목록 1호야.'

'왜, 라는 질문만 하니까 그러는 거야. 질문만 하지 말고 뭐든지 시도하면 되는데. 인생은 '어떻게 할까?' 가 아니라 '무엇을 할까?'에 달려 있어. 무엇을 할지를 결정하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가면 돼. 광고도 마찬가지야. 처음에는 콘셉트를 잡는 것도 어렵고 완성된 광고를 만들기까지 시간이 많이 결리지. 그런데 돌아보면 그 콘셉트가 광고의 전부나 다름없어. How가 아니라 What이 크리에이티브의 모든 것이지.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야.'  156


'터닝 포인트라. 걷다가 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 그곳이 터닝 포인트가 아닐까. 그런 곳이 나타나면 멈춰야 해. 그리고 생각해봐. 무엇이 너를 멈추게 했는지. 물론 그곳에는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동시에 있을 거야.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어. 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더 많은 곳에 머무르면 돼. 그게 네 삶을 행복하게 만들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면 돼. 걷다 보면 네 삶에 영감을 주는 멈춤이 있을 거야.'  157


'우리가 처음 빠이에 올 때 스스로에게 다짐한 게 있어. 빠이에서 너무 많은 비즈니스를 벌이지 말자. 너무 많은 일들을 하다 보면 삶이 피곤해진다. 인생이 심각해진다!'  183



빠이의 예술가들은 서로 잘난 척, 아는 척, 있는 척하지 않고 어울려 사는 법을 알고 있다.  195


천지를 창조했다는 신(神)도 하루쯤 쉬었는데, 사람이 뭐 그리 위대한 일을 한다고!  232


'사실 진정한 개발이란 개발하지 않는 건데.'  239


'삶의 가장 큰 적이 뭔줄 알아? 두려움이야. 모두들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알면서도 자신감이 없어.'  244


'지구의 시민'


상처는 아물고 나면 더 이상 아프지 않다. 그러나 흉터는 들끓는 운명에 데인 흔적처럼 오래도록 남는다.  258


행복이라는 녀석과 만나려면 우선 머릿속에서 요란스레 굴러다니는 많은 생각들을 정지시켜야 한다. 우리는 항상 그 생각들 때문에 제풀에 먼저 지쳐서 넘어진다. 마법은 언제나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그 생각들이 그것을 보지 못하게 한다.  318


'미치지 않으면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不狂不及)'  349


여행은, 계속된다.

내가 정말 그곳에 있었던 걸까?

내가 정말 그들을 만났던 걸까?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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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어느 섬을 방문한 한 스페인 선교사가 세 명의 아스텍 사제들과 마주쳤다. 

"당신들은 어떻게 기도합니까?" 선교사가 물었다.

"우리는 오직 하나의 기도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우린 이렇게 기도하지요. 신이시여, 당신은 셋이고 우리도 셋입니다. 그러니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아스텍 사제들 중 한 명이 대답했다.

선교사는 말했다. "아름다운 기도입니다. 그러나 신께서 귀 기울이시는 바로 그 기도는 아닙니다. 제가 당신들께 훨씬 더 좋은 기도를 가르쳐 드리지요."

선교사는 그들에게 가톨릭의 기도문을 가르쳐주고, 복음 전도를 위한 항해를 계속했다. 수년 후, 그가 탄 배가 스페인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그 섬에 들렀다. 갑판 위에 서 있던 선교사는 해변에서 배를 향해 손을 흔드는 세 명의 아스텍 사제들을 보았다. 그들 세 사람은 물 위를 걸어 그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신부님, 신부님!"

배를 향해 가까이 걸어오던 세 사람 중 하나가 소리쳤다.

"신께서 귀 기울이신다는 그 기도를 다시 가르쳐주십시오. 그게 어떻게 시작되는지 잊어버렸습니다."

기적적인 장면을 목도한 선교사가 대답했다. "그게 뭐든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선교사는 신에게 용서를 구했다. 신은 모든 언어를 두루 주관하신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잘못에 대해.


이 일화는 내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담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진정한 경이에 둘러싸여 산다는 사실을 거의 의식하지 못한다. 기적은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일어나고 있다. 신이 보내는 신호는 우리에게 주변 어디에서나 일어나고 있다. 신이 보내는 신호는 우리에게 길을 보여주고, 천사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신에게 이르고자 한다면 일정한 형식과 규칙들을 따라야만 한다고 가르침 받아온 탓이다. 우리는 신이 도처에 편재한다는 사실을, 신은 우리가 그/그녀를 허락하는 곳이면 어디든 임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전통적인 종교의식들은 중요하다. 그 의식들을 통해, 우리는 경배와 기도의 체험을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다. 그러나 영적 체험이 구체적인 사랑의 체험에 우선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그리고 사랑에는 어떤 규칙도 없다는 것을, 대인관계를 다룬 책을 읽거나, 감정을 조절하고 행동을 위한 전략들을 개발하려 애쓸 수도 있지만, 그런 행동들은 부질없을 뿐이다. 결정은 우리 마음이 하는 것이며, 참으로 중요한 것은 이 마음의 결정이다. 

누구에게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느 순간, 눈물을 흘리며 우리는 말한다.

"난 지금 그럴 만한 가치도 없는 사랑 때문에 너무도 괴로워하고 있어."

받는 것보다 더 많이 주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고통스러운 건 아닌가. 우리가 만든 규칙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괴로운 건 아닌가. 본질적으로는 아무런 이유 없이 괴로워하고 있는게 아닌가.

사랑에는 성장의 씨앗이 깃들여 있다. 더 많이 사랑할수록 우리는 영적 체험에 보다 가까워진다. 참으로 깨달은 자, 사랑으로 뜨겁게 데워진 영혼은 모든 편견을 넘어설 수 있다.  11-14


진정한 사랑은 자신을 온전히 내주는 행위이다.

이 책은 자신을 내주는 행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작중인물인 필라와 그녀의 친구는, 우리가 우리의 반쪽을 찾아나설 때 만나게 되는 수많은 갈등들을 상징한다.

우리는 우리 내부의 두려움을 극복해야만 한다.  14


수도사 토머스 머튼은 말했다. "사람들은 타인을 보호하거나 도와주거나 선행을 베풀기 위해 사랑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그렇게 대한다면, 그건 그를 단순한 대상으로만 여기고 자기 자신을 대단히 현명하고 관대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사랑과는 전혀 무관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타인과 일치하는 것이고, 상대방 속에서 신의 불꽃을 발견하는 일이다."  14


모든 사랑 이야기는 닮아 있다.  21


길은 걸으면서 만드는 것이었다.  22


우리는 우리 내면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한때 우리 자신이었던 어린아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53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어린아이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 아이를 성가셔해서는 안 됩니다. 그 아이를 혼자 내버려두고 그 아이의 말을 거의 듣지 않음으로써, 그 아이가 겁을 집어 먹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그 아이가 사랑받고 있음을 다시 느끼게 해야 합니다. 그 아이를 즐겁게 해야 합니다. 

타인의 눈에 어리석게 보일지라도 말입니다.  54


현실에서의 사랑은 가능성이 있어야 합니다. 설사 내가 주는 사랑에 대해 당장 대답을 얻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언젠가는 원하는 사람을 가질 수 잇으리라는 희망이 있어야 존재하는 것이 사랑이다. 그렇지 않은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사랑을 위하여!"

"때론 사랑이 유치한 짓에 지나지 않음을 이해하는 현명한 사람들을 위하여!"

"현명한 사람은 오직 그가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현명한 것!"

"어리석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랑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리석은 것!"  61


사랑은 덫으로 가득하다. 사랑이 그 모습을 드러낼 때, 사랑은 오직 밝은 면만을 우리에게 보여줄 뿐, 그 빛이 만든 그림자는 볼 수 없게 한다.  69


"삶에는, 얻기 이해 끝까지 싸울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 있어."


새 신발을 신으면 발이 좀 아픈 법이다. 삶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원치 않을 때, 그리고 필요치 않을 때도, 삶은 우리를 의외의 무언가로 사로잡아 미지의 세계를 향해 가도록 한다.  83


"좌절도 있지요. 누구도 그걸 피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위한 싸움에서 뭔가를 잃는 편이, 자신이 뭘 위해 싸우는지도 모르는 채 좌절하는 것보단 훨씬 낫겠지요."  93


"너,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연습을 했구나?"

"응, 어떻게 알았니?"

"너도 변했으니까. 사람들은 항상 가장 적잘한 시기에 그 연습을 하게 되거든."  129


'사랑은 결코 조금씩 오지 않아.'  133


"삶의 신비가 나를 사로잡았어. 난 그걸 더 잘 이해하고 싶었어. 누군가. 대답을 알고 있다고 말해줄 그곳을 찾아 헤맸지. 인도도 가보고 이집트도 가봤어. 마법과 명상의 달인들도 만나봤어. 연금술사와 사제들의 곁에서도 머물렀지. 그리고 결국 나는 내가 찾고 있던 것을 발견했어. 그것은 믿음이 있는 곳에 진실이 있다는 사실이다."  134


"너 추워서 떨고 있구나. 억지로 의식에 참가할 필요는 없어."

"넌 여기 계속 있을 거지?"

"그래. 이게 내 생활인걸."

"그렇다면 나도 같이 있을 거야."

하지만 내심 그곳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굴뚝같았다. 

"이게 너의 세계라면 나도 그 일부가 되는 법을 배우고 싶어."  159


사랑은 사랑하는 행위를 통해서만 발견될 수 있을 뿐이었다.  171


"<주역>에서 말하길, 도시는 바꿀 수 있어도 샘이 있던 자리는 바꿀 수 없대요.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발견하는 곳은 바로 샘 근처죠. 사람들은 그곳에서 갈증을 씻어내고 집을 짓고 아이들을 기르지요. 하지만 그들 중 한 사람이 떠나길 원한다 해도, 샘을 옮겨갈 수는 없어요. 그러니 사랑은 그 자리에 남게 되죠. 버려진 채로 말이죠. 샘에는 여전히 맑은 물이 가득 차 있겠지만요."  182


"하느님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나는 사람은 시간 낭비만 하고 있는 거요. 물론 수천 갈래의 길을 걸을 수 있고, 다양한 종교와 종파를 만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결코 하느님과 만날 수 없어요. 하느님은 여기 있소. 바로 이 자리에, 우리 곁에. 우리는 이 안개 속에서도 그를 볼 수 있고, 우리가 걷고 있는 이 땅에서도 볼 수 있소. 심지어 내 신발에서도 볼 수 있지요. 하느님의 천사들은 우리가 잠자는 동안 밤새워 우릴 지켜주고, 우리가 일 할 때면 곁에서 도와줍니다. 하느님을 만나려면 주위를 둘러보기만 하면 돼요. 하지만 이 만남은 쉽지 않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그의 신비에 동참하도록 더 많이 요구하실 수록 우리는 더욱더 혼란스러워지니까요. 신께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우리의 꿈과 마음을 따르도록 요구하시기 때문이오. 그런데 우리는 이미 다른 방식으로 사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에 그걸 따르는 일이 쉽지가 않소. 그러나 결국 우리는 신께서 우리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놀라움과 함께 발견하게 됩니다. 그분은 우리의 아버지니까요."  191-192


"잔이 떨어질 것 같아." 그가 말했다.

"그래, 난 네가 이걸 테이블 아래로 밀어버렸으면 해."

"잔을 깨라고?"

그래. 잔을 깨는 거야. 겉보기엔 간단한 동작이지만, 컵을 깬다는 것은 그 정체를 알지도 못하면서 가지게 되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값싼 유리잔 하나를 깨버리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일상 다반사인 것을. 

"잔을 깬다구? 왜?" 그가 다시 물었다.

"이유야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 하지만 사실은 그냥 깨기 위해서 깨는 거지."  232-233


난 잔을 깼다고 영수증에 깨진 잔 값이 청구됐다는 사람의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어. 깨진 잔은 삶의 일부일 뿐, 우리에게아무런 해를 입히지 않아. 식당 주인에게든, 우리 이웃에게든.'  233


'잔을 깨, 제발... 어리석은 편견들로부터 자유롭게 해줘. 모든 것을 설명해야 한다는, 다른 모든 살마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롭게 해달란 말야.' 

"잔을 깨."  234


"사실 전 가진 게 없어요."

"아가씨에겐 아가씨의 삶이 있어요. 기나긴 삶이. 그걸 좀더 잘 간직하도록 해요."  272


"사랑은 그 자리에 있어요. 변하는 것은 사람들이죠!"  276





옮기고나서


답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났지만 길이 끝나는 곳에 답은 없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녀는 말한다. "모든 사랑 이야기는 닮아 있다."  288


길을 떠나는 사람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지 말아야겠다. 그건 그의 노정에 대한 예의가 아니므로. 대신 그와 더불어 떠날 용기를 내야겠다. 머물러 바라보지 말고, 함께 걸어주어야 겠다.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말하기.  292-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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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시인 단테는 <신곡>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인간이 진실한 사랑을 받아들이게 되는 날, 짜여 있던 모든 것은 혼란에 빠지고 확고한 진실로 여겨졌던 것들은 모두 뒤흔들릴 것이다' 인간이 사랑하는 법에 눈뜰 때, 비로소 참된 세상이 이루어집니다. 그때까지 우리는 사랑을 안다고 생각하면서 살겠지만, 사랑을 있는 그대로 대면할 용기는 갖지 못할 겁니다. 

사랑은 길들여지지 않는 힘입니다. 우리가 사랑을 통제하려 할 때, 그것은 우리를 파괴합니다. 우리가 사랑을 가두려 할 때, 우리는 그것의 노예가 됩니다. 우리가 사랑을 이해하려 할 때, 사랑은 우리를 방황과 혼란에 빠지게 합니다. 

사랑이라는 힘은 우리에게 기쁜을 주기 위해, 우리를 신께, 우리의 이웃에게 다가서도록 하기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평화로운 일 분을 위해 한 시간씩이나 고뇌하면서 사랑하고 있습니다.  129-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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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사랑이 뭐야? 누군가 물은 적이 있다. 느낌표라고 대답했다. 꼿꼿하게 허리를 곧추세운! 두 해 전 일이다. 지금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그렇게 답하지는 않을 것이다. 

2012년 봄, 사랑을 위한 문장부호로 나는 느낌표 대신 말줄임표를 고르겠다. 지난 이 년 동안 내 마음은 어디론가 천천히 이동했다. 그 길 위에서 이 소설을 썼다.  6

내가 사랑에 대해 조금쯤 더 알게 되었는가,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에 관한 한,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사랑은 오로지 '하는'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더 깊이 사랑할 것이다.  7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애인을 사귀려는 목적으로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을 소개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우습고 괴상한 일인지 알 수 있다. 차라리 지하철 같은 칸에 탄 아가씨와 사귀게 되는 일이 쉬울 것 같았다.  15

"아휴, 좋을 때다. 근데 젊은 아가씨들은 잘 모르겠지만 착한 남자가 최고예요. 언뜻 봐서는 별 매력 없더라도 알수록 진국인 남자, 딱 한 여자밖에 모르는 남자. 요즘 아가씨들 겉으론 똑똑한 거 같아도 그 당연한 걸 잘 놓치더라고요."(미장원 아주머니의 말)  19


연예의 초반부가 둘이 얼마나 똑같은지에 대해 열심히 감찬하며 보내는 시간이라면, 중반부는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를 야금야금 깨달아가는 시간이다.  78


메뉴판이 왔다. 그들은 개성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조심스럽게 저녁식사 음식을 골랐다. 그들은 준호의 제안으로 샐러드를 주문해 나누어 먹었다. 민아는 이 남자가 관대하기까지 하다고 생각했고, 준호는 이 여자가 소탈하기까지 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함께한 첫번째 끼니였다.  98


사랑의 초기에 그들은 함께 들어선 이 성스러운 오솔길의 입구를 즐거이 복기하곤 했다. 입구에서 이미 한참이나 지나왔다는, 다시 입구까지 쭉 미끄러지는 퇴행은 없을 거라는 무언의 합의가 둘 사이를 팽팽히 조이고 있어야만 가능한 유희였다. 출구까지의 남은 거리에 관해서는. 아니, 그들이 움직이는 방향 끝에 필연적으로 놓여 있을 출구의 존재에 관해서는 아예 떠올리지 않았다.  109  


준호가 가만히 민아의 손을 잡았다. 그들은 왼손과 오른손을 잡은 채 밤길을 걸었다. 누가 왼손이고 누가 오른손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111


왜 군대 이야기는 하지 않느냐고 언젠가 그녀가 물은 적이 있다. 준호는 그 말을 듣고야 제가 그랬다는 걸 알게 됐다. 그녀하고는 좋은 것만 나누고 싶다는 마음 때문일 터였다. 

"말했잖아. 육군 보병이었다고, 병장 만기제대."

"그런 거 말고."

"그럼?"

"혼자 울었던 밤 같은 것."

"음.... 손톱?"

"손톱이라고?"

"아무한테도 얘기한 적 없는데, 나 어릴 때부터 손톱을 아주 바짝 깎아. 그러지 않으면 물어뜯으니까. 긴장하거나 불편하면 나도 모르게 손톱을 씹는 버릇이 있었거든."

"미안해, 난 몰랐어."

"바보, 자기가 왜 미안해? 막 일병 달았을 때쯤 행군을 나갔어. 장마철이었는데 길에 앉아 점심을 먹었지. 식판에 막 빗물이 들이쳤어. 그때 무심코 내 손을 보게 됐는데 손톱이 어느 틈엔가 이만큼 길어버렸더라. 그 밑에 새까맣게 때가 끼어 있었어. 물어 뜯을 정신도 없이 살고 있었던 거야. 조금 눈물이 났어. 입대하고 처음으로... 그게 내 군대 얘기야."

다음번 만났을 때 민아는 작은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반짝반짝 빛나는 은색 손톱깎이가 들어 있었다. 

"우리나라 제품 중에선 제일 좋은 거래. 인터넷 다 뒤져서 찾아낸 거야."

민아가 어깨를 으쓱대는 시늉을 했다. 준호가 그녀의 코를 손가락 끝으로 꼬집었다. 그는 여자친구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보았다. 그녀의 헤어스타일은 처음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구불구불한 웨이브 대신 언제나 간편하게 포니테일로 묶고 다녔다. 소박했지만 그의 눈에는 처음보다 훨씬 예뻐 보였다.

준호의 가슴속에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꿈이 한 톨 피어 올랐다. 이 사람에게라면, 곧 더 깊은 이야기도 털어놓을 수 있을지 몰랐다.  117


할머니에 대해서 준호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직장 다니는 엄마 대신 할머니가 날 다 키워준 거나 마찬가지야, 라고 했을 것이다. 그는 "그래서 민아가 그렇게 따뜻하구나"라고 했으나 "살아계셔?"라고 묻지는 않았다. "건강하시지?" 라고도 묻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그 순간을 넘겼지만 사실은 서운했다. 준호의 관심이 그저 '박민아'의 내부에 머물로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건 바꿔 말하면 박민아의 바깥, 박민아라는 섬을 둘러싼 주변에는 별 관심 없다는 의미였다.  134


출국카드의 직업란에 회사원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쉼표 하나를 그려넣으면서도, 종아리를 쭉 펴기도 힘든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열두 시간 동안 항공기 꼬리 날개를 내다보면서도, 히스로 공항의 외국인 전용 입국심사대 맨 뒷줄에 서서도 그녀는 속으로 되뇌었다. 이게 원래 내 방식이야. 먼저 떠나는 것, 혼자 남겨지지 않는 것. 차라리 먼저 혼자가 되어버리는 것. 그럼에도, 그녀를 붙잡겠다는 어떤 거짓 제스처조차 취하지 않은 준호에 대한 섭섭함이 마음 한구석에 딱딱하게 응어리져 있었다.  

왜 런던이야? 준호가 물었을 때 민아가 명확한 이유를 대지 못한 건 당연했다. 그때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므로, 심지어 모든 것은 그녀가 그에게 '떠난다'는 표현을 입 밖에 내면서부터 비로소 시작되었는지도 몰랐다.  185


보름은 전혀 모르던 두 남녀가 몸부림치는 사랑의 환희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운명임을 확인하고도 남을 시간이고, 한때 열렬히 사랑한 적 있던 두 남녀가 처음부터 타인이었던 것처럼 냉담 해지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192


"내가 겪어보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남자는 역시 자상하고 다정한 남자가 최고예요. 지 혼자 속으로 진국이면 뭐해, 표현안 하면 그걸 누가 아나."(미장원 아주머니의 말)

미용사가 언젠가 했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웃지도, 찌푸리지도 않앗다. 사람은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였다.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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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함부로 믿지 말아요. 재물, 영원한 구원, 끝없는 사랑, 세상은 약속으로 가득하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이든 약속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고, 또 어떤 사람들은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해주는 약속이면 무엇이든 받아들이지. 약속을 하고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무능하다고 느끼기도, 그건 약속에 매달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요."  18-19


"인간 본선에 관한 진실. 난 우리가 유혹을 받게 되면 결국 그 유혹에 지고 만다는 것을 발견했소. 정황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인간은 심성적으로 악을 저지르게 되어 있소."  23


"선과 악의 얼굴이 똑같다는 거죠. 모든 것은 오로지 선과 악이 각 인간 존재의 길과 마주치는 순간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50


다른 사람들에 맞서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선의를 믿는 것이 훨씬 더 쉬운 일이니까. 용기를 내어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대결을 벌이는 것보다는 모욕을 당하고도 그냥 물러서는 것이 더 쉬운 일이니까. 우리는 늘 누군가가 우리를 향해 던진 돌에 맞지 않았다고 자위하는 것이다. 밤이 되어 혼자일때 아내나 남편, 혹은 친구가 잠들었을 때에야 우리는 말없이 자신의 비겁함을 한탄한다.  58


"죽는 데 걸리는 일 초라는 시간이 짧게 보일 수도 있지만, 시간은 그렇게 측정되는 게 아니오."  88


"우리의 베스코스가 쇠락해가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는 것이야말로 비도덕적인 행위예요."

읍장 부인이 말했다.

" 우리가 이곳에 살 마지막 사람들이고. 우리 할아버지들과 우리 조상들. 그리고 아합과 켈트족의 꿈이 몇 년 후면 끝장날 거라고 속절없이 되뇌는 것이야말로 비도덕적이라구요. 우리도 요양원에 가기 위해서든, 자식들을 찾아가 대도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갈 곳 없는 병든 늙은이들을 보살펴달라고 사정하기 위해서든, 이곳을 곧 떠나게 될 거예요. 우리가 우리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귀중한 유산을 다음 세대에는 물려주지 않으려는 자식들 곁에서 그들이 버린 것들을 아쉬워하며 살아가게 되겠죠."

"부인 말씀이 옳아요.

대장장이가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

"비도덕적인 것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삶입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베스코스가 폐허로 변하면, 이 땅들은 버려지거나 헐값으로 팔려나갈 겁니다. 불도저들이 몰려와서 큰길을 내겠지요. 마지막 남은 집들도 철거될 것이고, 우리 조상들이 땀흘려 세워 놓은 것들을 허문 자리에는 강철로 지어진 창고들이 들어설 겁니다. 농사는 기계화될 것이고, 경영자들은 멀찍이 떨어진 곳에 살면서 이따금 이곳에 들러 하루를 보내는 것으로 만족할 겁니다. 우리 세대로선 얼마나 부끄러운 일입니까?! 우리는 자식들이 떠나도록 내버려뒀습니다. 그애들을 이곳에 붙들어둘 능력이 없었으니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마을을 살려야 합니다."

지주가 말을 이었다. 많은 땅을 사들여 대기업에 되팔아 큰 이문을 남길 수 있는 그는 베스코스의 쇠락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엄청난 보물이 묻혀 있으맂도 모르는 땅을 남에게 넘기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136-137


"당신은 베스코스의 다른 주민들처럼 되기를 바라고 있소. 우린 모두 다른 살마들과 같아지기를 원하니까. 하지만 운명이 당신을 다른 길로 이끈 거요."

샹탈은 고개를 가로저어 부인했다. 

'힘 좀 써봐'

샹탈의 악마가 동료에게 말했다.

'아니라고 고개는 젓고 있지만 속으로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있어.'  154-155


자기는 이곳 주민들과 다르다고, 그 시골뜨기드르이 머릿속에는 한 번도 떠오르지 않은 계획들을 넘치도록 가지고 잇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결국 자신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 또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녀는 부당한 운명 때문이 아니라 그럴 만했기 때문에, 주민들 속에 섞이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베스코스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167



신부는 생각했다.

'인간을 지배하려면 두려워하게 만들어야 해.'  191



인간의 마음속에서는 선과 악의 대결이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벌어지고 잇는지도 몰랐다. 인간의 마음이란 모든 천사와 악마들이 수천 수만 년 동안 처절한 전투를 벌인 전장(戰場)인지도 몰랐다.  203


악은 결코 선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돌이킬 수 없을 지경에 가서야 진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221


한두 번 속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정치인의 헛된 약속을 믿고 살인을 저지르겠는가?  240


'만약 여기에 도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창녀가 갑자기 들어온다면, 그녀가 아름답지도, 매력적이지도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소?'

선인은 대답했어요.

'아니오. 하지만 나 자신을 통제할 수는 있을 거요.'

'내가 엄청난 양의 금화를 주며 산을 떠나 우리와 함께 지내자고 제의한다 해도 그 금화들을 자갈 보듯 바라볼 수 있겠소?'

'아니오. 하지만 난 나 자신을 통해젤 수 있을 거요.'

'두 사람이 당신을 만나러 왔는데, 한 살마은 당신을 경멸하고, 또 한 사람은 당신을 성인으로 우러러 받든다면, 그 둘을 똑같이 대할 수 있겠소?'

'힘들긴 하겠지만, 나 자신을 통제해 그 둘을 똑같이 대할 수 있을 거요.'  244


모든 것이 통제의 문제, 그리고 선택의 문제일 뿐, 다른 그 무엇도 아니었다.  245


"베스코스가 곧 사라지는 건 악마의 방문 때문인가요?"

"악마가 이곳을 다녀갔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시절이 그렇잖니."


"삶은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지. 모든 것은 우리가 삶을 살아내는 방식에 달려 있어."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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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인도 사람들은 왜 그렇게 다 나쁘냐고 묻자 한 인도 청년은 이렇게 대답했었다.

"사람의 열 손가락은 모두 같은 손가락이지만 다 다르게 생겼어. 인도 사람들도 모두 같은 사람이지만 다 다르기 마련이야. 인도에는 사람을 속이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아."

나중에 인도를 떠나게 될 즈음에는 나도 알게 되었다. 인도에는 곪고 거친 손가락도 있지만 예쁘고 곧은 손가락도 많이 있다는 사실을.  39


죽음을 접하는 순간이 죽기만큼이나 싫었다.  57


언제부턴가 나는 더이상 꿈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현실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마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서가 아니었을까. 정해진 길이 아닌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한 두려움.

하지만 지금 나는 인도에 있다. 나를 아는 이도 없고, 나에게 어떤 길을 가야한다고 말하는 이도 없이 완전 백지상태의 나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시간. 내 가슴이 원하는 대로 가슴 뛰는 삶을 살아 볼 수 있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 내 가슴에 활활 바람을 지필 수 있는 시간.  291-292


내 삶이 길을 잃은 것 같으면 길을 떠나봐.

내 삶이 꿈을 잃은 것 같으면 길을 떠나봐.

길 위에서 잃어버린 나를 다시 만나게 될 테니.


휴지를 하찮은 것쯤으로 생각하는 살마도 있겠지만 휴지 없이 단 하루를 편히 살 수 있겠는가.

내가 인도를 휴지 쪽에 가깝다고 한 이유는 인도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웃고, 울며, 사랑하고, 미워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깨끗하기도 하지만 지저분해지기도 하고 또 그렇게 버려지기도 하는 우리의 삶처럼.

휴지는 우리가 우러러보고 아껴주는 나무이기를 포기하고, 항상 우리 곁에 있고 싶어서 휴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에는 휴지처럼 항상 우리 옆에 있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모르는 것들이 참 많다. 깨끗한 물 한 잔부터 친구의 농담 한 조각, 그리고 식탁에 떨어지지 않는 엄마표 김치 한 접시까지.

여행을 하다보면 그런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현재 주어진 것에 감사하게 된다. 그 하나만 깨닫더라도 그 여행은 이미 헛된 것이 아니다.  296


인도의 길 위에는 이 찝찝함을 무릅쓰고도 길을 걷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301


길 위에서 무엇을 만나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보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곳.

인도인이라고 인도를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도가 어떤 나라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알 수 있었다.

인도의 길 위에는 오물만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꽃도 떨어져 있다.  302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분명 사람을 감상에 젖게 하지만 그렇다고 오늘밤이 특별할 건 없었어.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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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타가 내게 물었다. 

"나도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물어보십시오."

"내가 당신을 집으로 데려왔던 날 저녁, 당신은 내게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동전을 던졌어요. 왜 그랬죠?"

"당신에게 진실을 말해야 할지 확신하지 못했으니까요, 나는 뭔가를 결정할 때마다 그 동전을 던졌습니다. 그래서 앞면이 나오면 당신에게 모든 걸 털어놓고, 뒷면이 나오면 그 자리에서 작별 인사를 하려고 했습니다. 물론 앞면이 나왔지요."

"그럼 뒷면이 나왔다면 내게 당신 얘기를 하지 않았겠군요?"

"어차피 뒷면은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당신은 그 정도로 운을 믿나요?"
"동전이 운과 무슨 관계가 있겠습니까? 이 동전을 보십시오."

그리고 나는 주머니에서 일 루피짜리 동전을 꺼내 스미타에게 건네줬다.

스미타는 동전을 받아들고 살짝 위로 튕겻다가 다시 한번 튕겼다. 

"아니.... 양쪽 모두 앞면이군요!"

"그렇습니다. 그게 내 행운의 동전입니다. 하지만 조금 전에 말했듯이 운은 그 동전과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나는 스미타에게 동전을 받아 하늘 높이 던졌다. 동전이 위로, 위로 올라가 푸른 하늘에서 반짝거렸다. 그리고 바다에 떨어져 깊이, 깊이 가라앉았다.

"왜 행운의 동전을 던져버렸나요?"

"이젠 더이상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행운은 내면에서 오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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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저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8-12-01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빛나는 삶으로 이끄는 101가지 지혜의 샘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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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기록 보기


저자의 소설들을 여러권 보았고 앞으로 몇 권 더 볼 것이다.

그의 책들을 검색하면서 책을 펼쳐보니 소설이 아닌 에세이가 있었다.

그것이 이 책이다.


그는 소설들에서 어떠한 경험을 통해 영감을 얻어 작품을 썼다는 내용들을 볼 수 있는데, 그의 그런 영감들을 기록해 놓은 책이라 생각이 든다.

자신의 여러 경험이나 들었던 내용들이 들어있다.


어떤 것은 감흥이 없기도 하고, 어떤 것은 매우 흥미롭기도 하고, 어떤것은 (아마도)저자와는 다른 영감을 일으켜 주는 즉,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고, 어떤 것은 저자의 철학적 관점을 살펴볼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였다.


그런 내용 중에서도 저자와 내 생각이 99% 일치하는 내용이 있다.

그것의 제목은 '다르게 여행하기'이다.

박물관을 피하고, 동네 술집에 가보고, 혼자서 여행하고, 비교가 아닌 이해를, 관광이 아닌 모험을, 천천히 하는 것.

여행을 다녀보면서 느끼고 점차 변해가는 과정에서 지금의 나와 거의 비슷한 생각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좋은 내용들이 꽤 들어있는데, 관심있는 부분이라 가장 기억을 되새기고 인상을 주는 내용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우리는 어디서든지 배울 수 있다. 다만 자신이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열고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사소한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가는 것들이지만, 그 길이, 그 장소가, 그 건물이, 그 물건이, 그 지점은 누군가에겐 가슴따뜻한 추억이 담긴 장소일 수 있으며, 가슴사무치는, 아련한 추억의 장소이기에 매우 소중한 곳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추억을 가지고 살아가듯, 각자의 배움의 장소는 다를 것이다. 그렇기이ㅔ 나는 무심히 지나가는 것에서 누군가는 크고 작은 생각들을 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러한 것을 보여주려 한것이 아닐까...

나는 이런것에서, 이런곳에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당신은 어디에서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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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 

프랑스 시골 마을의 방앗간을 개조한 우리집과 이웃 농장 사이엔 나무들이 한 줄로 길게 늘어서 있다. 얼마 전 옆집 노인이 나를 찾아왔다. 이 양반, 한 일흔 살은 되지 않았을까. 가끔 그와 그의 아내가 들판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젠 쉴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노인은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우리집 나무의 잎들이 자기네 지붕 위로 떨어져 쌓이니 나무를 베어달라고 말했다.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평생을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이, 어떻게 십 년 안에 지붕이 망가질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나무를 베어버리라고 말 할 수 있는가.

나는 일단 그에게 커피나 한 잔 하자고 권했다. 그리고 책임은 내가 지겠다. 바람이 불거나 장마가 지는 여름이 오면 낙엽은 씻은 듯 사라져버릴 텐데, 그래도 피해가 간다면 그때는 지붕을 고칠 돈을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옆집 노인네는 막무가내였다. 나는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정 그렇다면 농장을 나한테 팔라고 제안했다.

"내 땅은 팔 물건이 아니오." 노인이 말했다.

"그 돈이면 시내에 멋진 집도 장만하고, 부인과 함께 편안한 여생을 보내실 수 있을 텐데요. 겨울 추위도, 흉작 걱정도 없는 거고요."

"그 농장은 팔 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나는 여기서 나고 자란 사람이오. 이 나이에 가긴 어딜 가."

노인은 시내에서 전문가를 불러 상황을 보여주고 판단해 달라고 하자고 제안햇다. 명식이 이웃인데 그러면 서로 얼굴 붉힐 일도 없지 않겠느냐고.

그가 돌아간 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만물의 모태인 자연을 마구잡이로 대하는 그를 탓하는 마음이었다. 그런 뒤, 문득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왜 땅을 팔지 않겠다는 거지?

그날이 가기 전에 나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노인의 삶에 펼쳐진 이야기는 지금까지 단 하나뿐이었고, 그는 그것을 바꿀 맘이 없다는 것이었다. 시내로 이사한다는 건 지금까지와는 다른 가치관이 적용되는 미지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으 ㄹ의미한다. 무언가를 바꾸기에 그는 자신을 너무 늙었다고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이웃 노인뿐일까? 아니다. 우리들 대부분이 그럴 게다. 때로 우리는 살아온 방식에 얽매여 좋은 기회를 놓쳐버리고 만다. 기회가 와도 활용할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웃 노인이 익숙해하는 공간은 오로지 그의 농장과 마을뿐이고, 그러므로 그에겐 위험을 감수해야 할 이규가 없는 것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또 어떤가. 너나없이 대학은 꼭 가야 한다고 믿으며,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그 아이들을 또 대학에 보낸다. 그런 삶을 되풀이하며 아무도 스스로에게 묻지 않는다. '난 좀 다르게 살 수 없을까?'라고

사회학과에 다니는 딸을 졸업시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밤낮없이 일하던 내 단골 이발사가 떠오른다. 그의 딸은 졸업장을 따고 여기저기 취업문을 두드린 끝에 시멘트 공장에서 비서로 일하게 되었다. 이발사는 여전히 입버릇처럼 뿌듯하게 말한다. "우리 딸은 대학을 나왔어요."

내 친구들과 그 자녀들 대부분도 대학을 나왔다. 그런데 그들이 원하던 일자리를 얻었을까? 그 반대다. 그들은 대학만 가면 인생이 풀린다고 믿던 시절, 뭐라도 되려면 대학졸업장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그렇게 했을 뿐이다. 그런 식으로 솜씨 좋은 정원사, 제빵사, 골동품상, 조각가, 작가들이 사라져갔다. 

이제는 이 모든 걸 되돌아봐야 할 시기가 아닐까. 의사, 엔지니어, 학자나 변호사가 되고 싶다면 대학에 가야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 대답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구로 대신하겠다.

먼 훗날 어디선가

나는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할 겁니다.

숲속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36-39


눈을 맞추세요

테오 비에레마는 한마디로 끈질긴 남자였다.

"이 행사를 주관하려는 건, 인류가 여전히 더 나은 세상을 추구하고 있다는 믿음을 간직하고 싶어서입니다. 그걸 가능케 하는 데 헌신해야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통 얼굴을 마주 하지를 않습니다. 서로 만나지 않으면 사람은 성숙해질 수가 없어요."

"그렇습니다. '만남'이 필요한 거죠. 제가 오 년 내내 실수했던 게 바로 그 부분이었습니다. 당신에게 그저 이메이만 보낼게 아니라 제가 피와 살을 가진 존재라는 걸 보여드려야 했는데 말이죠. 한번은 유명 정치인에게서 대답을 기다리다 못해 직접 찾아가 그의 방문을 두드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가 내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뭔가를 원한다면, 먼저 상대와 눈을 맞추십시오.' 그의 말대로 한 다음부터는 좋은 일만 생겼습니다. 세상의 어떤 소통 방식도 눈을 맞추는 것보다 나은 것은 없습니다."  45-48


남의 정원을 돌보시느라

아랍에 이런 경구가 있다. 

'바보에게 천 가지 지혜를 가르쳐준들 그가 원하는 것은 정작 네 것뿐이리니.'

삶의 정원을 일궈나가다 보면 우리는 문득 어디선가 우리를 엿보는 이웃을 의식하게 된다. 그는 제 할 일은 제쳐둔 채, 우리에게 언제 행동의 씨앗을 뿌려야 하는지, 언제 생각의 비료를 줘야 하는지, 언제 성취의 물을 부어야 하는지 충고하는 데 열을 올린다.

그의 말에 귀 기울이다 보면 결국 우리는 그를 위해 일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되고, 우리 삶의 정원은 이웃의 뜻대로 되어갈 것이다. 그리하여 끝내는 비지땀을 쏟고 축복의 거름을 주어 일군 우리의 땅을 알아보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게 된다. 땅 한뼘 한뼘에 정원사의 인내 어린 손길만이 풀어갈 수 있는 비밀이 서려 있음을 까맣게 잊고, 해와 비와 계절의 변화를 살피는 대신, 울타리 너머 우리를 곁눈질하는 이웃의 충고에만 매달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남의 정원에 대해 말하기 좋아하는 그 바보는, 제 뜰의 꽅과 나무는 안중에도 없다.  53-54


'행동이 따르지 않는 말은 독을 키운다.' 문호 윌리엄 블레이크


고독한 불씨

후안은 일요일마다 꼬박꼬박 예배에 참석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목사가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한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차차 교회에 발길을 끊게 되었다.

두 달이 지난 어느 추운 겨울밤, 목사가 그를 찾아왔다.

'보나마나 다시 교회에 나오라고 온 거겠지.' 후안은 생각했다. 교회에 발길이 뜸해지게 된 솔직한 이유는 차마 밝힐 수 없었다. 똑같이 반복되는 설교 때문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후안은 속으로 핑곗거리를 찾으며 벽난로 앞에 의자를 두 개 가져다놓고 날씨 얘기를 꺼냈다. 

목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화를 시도하려던 후안 역시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은 거의 반시간 동안 말없이 불만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목사가 몸을 일으켜 아직 타지 않은 장작개비로 불씨 한 조각을 꺼낸 것은. 

열기를 잃은 불씨는 스르르 꺼지기 시작했다. 후안은 불씨를 급히 다시 벽난로 속으로 집어넣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목사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안녕히 가세요. 감사합니다." 후안이 대답했다.

"제아무리 맹렬히 타오르던 석탄이라도 불에서 꺼내면 결국 꺼지고 맙니다. 제아무리 영리한 살마이라도 형제들에게서 멀어지는 순간, 온기와 불꽃을 잃게 되지요. 다음 주이렝 교회에서 뵙겠습니다."  71-72


다보스에서 열린 경제포럼에서 시몬 페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낙관주의자도 염세주의자도 결국은 죽습니다. 하지만 어떤 삶을 살았는가는 천양지차겠죠."  83


우리 각자에게 실현해야 할 신화가 있다는것. 바로 그것이었다. 타인이 우리를 믿어주든 말든, 비판하거나 무시하거나 봐주거나 상관없이, 우리는 그것을 수행한다. 그것이 이 땅에 태어난 우리의 소명이고, 모든 기쁨의 원천이므로.  89


1981년 겨울 프라하

1981년 겨울, 나는 아내와 함께 프라하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한 청년이 주위 건물을 스케치하고 있었다.

나는 여행 도중에 뭘 들고 다니는 걸 성가셔하는데다, 아직 우리에겐 긴 여정이 남아 있었지만 청년의 스케치 한 장을 사기로 했다. 

돈을 건네는데, 청년은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이었다. 기온이 영하5도로 떨어진 추운 날씨였다.

"왜 장갑을 안 꼈나요?" 내가 물었다.

"그러면 연필을 제대로 쥘 수 없어요."

그리고 그는 자신이 프라하의 겨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야기했다. 겨울의 프라하는 화폭에 담기에 최고라는 것이었다.

그림을 팔고 신이 난 그는 공짜로 내 아내를 그려주겠다고 했다.

청년이 그림을 다 그릴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나는 경이로운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우리는 거의 오 분여 동안 서로 통하지 않는 언어로 대화했던 것이다. 무언가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 손짓 발짓과 웃음, 얼굴 표정으로 우리는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누군가와 무언가를 나누고 싶다는 단순한 소망은 우리를 말이 존재하지 않는 언어의 세계로 데려간다.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명징하고, 오해를 할 염려는 조금도 없다.  102-103


날이 밝는 순간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 시몬 페레스가 들려준 이야기다.

한 랍비가 제자들을 모아놓고 물었다.

"밤이 끝나고 날이 밝는 정확한 순간을 어떻게 알아앨 수 있느냐?"

"양 떼 사이에서 개를 가려낼 수 있을 때입니다." 어린 소년이 답했다.

한 제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닙니다. 멀리서도 무화과나무와 올리브 나무를 구별할 수 있어야 날이 밝은 겁니다."

"둘다 신통치 못한 대답이다."

"그럼 정답은 뭔가요?" 제자들이 묻자 랍비가 대답했다.

"한 이방인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을 때, 우리가 그를 형제로 받아들여 모든 갈등이 소멸되는 그 순간이 바로 밤이 끝나고 날이 밝는 순간이다."  126-127


가난한 마음은 행복하다

아내와 내가 그녀를 만난 것은 코파카바나의 콘스탄트 라모스 거리 모퉁이에서였다. 예순 살가량의 여인은 군중에 둘러싸인 채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아내가 도와드릴까요, 하고 묻자 여인은 산타 클라라 가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휠체어 등받이에는 비닐봉지 몇 개가 덜렁덜렁 매달려 있었다. 우리와 함께 가면서 여인은 말햇다. 그 봉지에 들어 있는 것이 자신의 전 재산이라고, 점은 상점 현관에서 자고, 동냥을 해서 먹고 산다는 것이었다.

여인이 자가는 곳에 도착하니 거지들이 모여 있었다. 그녀는 비닐봉지에서 실온 보돤 우유 두 팩을 꺼내 그들에게 나누어주며 우리에게 말했다. 

"받은 게 있으면, 베풀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죠."  161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사는 동안 쓸데없는 일들을 걱정하고, 일을 미루고, 주요한 순간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스쳐지나간다.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고, 늘 푸념하면서도 막상 행도하기는 두려워한다. 모든 것이 달라지길 바라면서도 스스로는 변화하려 들지 않는다.  163


살아가면서 '나는 왜 이러저러하게 행동할까?'라고 질문할 수 있는 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 역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별 탈없이 흘러가려면 '고양이'가 중요하다는 말을 늘 들어왔기 때문에, 불필요한 '고양이'를 제거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왜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행동해 보려고 하지 않는 걸까?  172


길을 여는 열쇠

우리는 모두 삶의 주인공이다. 또한, 가장 오래갈 발자취를 남기는 이들은 때때로 익명의 영웅들이기도 하다.

<도덕경>을 읽고 깊이 감동한 한 일본 승려가 그 책을 일본어로 번역하고 인쇄하는 데 필요한 돈을 모으기까지는 꼬박 십여 년이 걸렸다. 그런데 그 무렵, 나라에 역병이 창궐했다. 승려는 모은 돈을 병에 걸려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쓰고 다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다시 십 년 후 책을 인쇄하려고 하자. 이번에는 지진이 일어나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도처에 생겨났다. 승려는 집 잃은 사람들이 다시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돈을 기부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십 년 동안 돈을 모아 원력을 이루었고, 드디어 일본인들은 <도덕경>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현자들은 말한다. 그 승려는 <도덕경>을 세 권 펴냈다고. 두 권은 보이지 않는 책이고, 한 권은 보이는 책이다. 그는 자신의 유토피아를 믿었고, 선한 싸움을 계속했고, 목표를 향한 신념을 잃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주위 사람들을 잊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바를 잘 보여준다. 가끔은 보이지 않는 책, 타인을 향한 관용으로 이루어진 책이 서재에 꽂혀 있는 그 어느 책보다도 중요하다.  189



다르게 여행하기

철들기 전부터 나는 최고의 배움은 여행에서 얻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나는 순례자의 영혼을 간직하고 있다. 여기 나와 같은 순례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내가 얻은 여행에 관한 몇 가지 교훈을 나누고자 한다.

박물관을 피한다 - 이상한 충고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잠시만 생각해보자. 당신이 낯선 도시에 있다면, 그 도시의 과거보다 현재가 더 흥미진진하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박물관에 가는 걸 의무처럼 여긴다. 어려서부터 여행이란 그런 문화를 찾아다니는 것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당연히 박물관은 중요하다. 그러나 박물관에 가려면 우선 충분한 시간과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 무언가 기본적으로 봐야 할 것은 봤는데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안고 그곳을 나서게 될 것이다. 

술집에 간다 - 술집에 가면 그 도시의 삶이 보인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술집이란 디스코텍이 나리아 오순도순 술잔을 기울이며 신과 세상에 대해 대화하고, 부담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을 만한 분위기가 있는 곳이다. 신문을 사들고 한자리에 앉아 그저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자. 누군가 말을 붙이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 내용이라도 응하자. 문을 통해 보는 것만으로는 길의 아름다움을 판단할 수 없다.

마음을 열자 - 최고의 여행 가이드는 현지에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도시를 구석구석 알고 자신이 사는 곳에 자부심을 느끼며, 여행사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거리로 나가 우리가 얘기하고픈 사람을 고르고, 그에게 길을 묻자, 교회는 어딥니까? 우체국은 어딘가요? 첫번째에 안되면 두번째 사람에게 묻자. 해가 저물기전에 멋진 안내자를 만날 것이다. 장담한다.

여행은 혼자서 가되, 결혼한 사람이라면 배우자와 간다 - 그래야만 정말 그 나라를 알 수 있다. 단체로 몰려다니는 여행은 다른 나라까지 가서 여행하는 시늉을 한 것밖에 안 된다. 모국어를 사용하고, 인솔자가 하라는 것만 하고, 방문한 나라보다 함께 간 사람들의 이러쿵저러쿵 하는 얘기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비교하지 말자 - 물가도, 위생도, 삶의 질도, 교통수단도, 그 어느 것도 비교하지 마라! 여행의 목적은 타인보다 잘 산다는 걸 입증하는것이 아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것은, 다른 이들은 어떻게 사는지, 그들에에서 본받을 만한 것은 무엇인지, 그들이 현실과 삶의 비범함을 어ㄸ허게 조화시키며 사는지 배우는 것이다.

모두가 우리를 이해한다는 것을 이해하자 - 그 나라 말을 못 한다고 겁내지 말자. 나는 한마디도 소통할 수 없는 많은 나라들을 여행했지만, 결국 언제나 나를 도와주고, 안내해주고, 유용한 조언을 해주는 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심지어 여자친구를 사귀게 된 적도 있다. 어떤 이들은 혼자 여행을 하면 길을 잃고 영원히 미아가 될까봐 걱정한다. 하지만 호텔 명함이 주머니에 들어 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만약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 택시를 세우고 운전사에게 그 명함을 보여주면 그만이다.

너무 많이 사지 말자 - 돈은 운반할 필요가 없는 것들에 쓰자. 좋은 공연을 위한 티켓, 근사한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 피크닉 등등. 오늘날처럼 글로벌 경제와 인터넷이 지배하는 시대에는 비행기 초과 수하료를 지불할 필요 없이도 무엇이든 살 수 있다.

한 달 안에 전세계를 다 보려고 하지 말자 - 나흘, 닷새씩 한 도시에 머무는 것이 일주일 안에 다섯 도시를 도는 것보다 낫다. 도시는 변덕스런 여자 같아서, 유혹당하고 그 모습을 두러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여행은 모험이다 - 헨리 밀러는 말했다.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 없는 교회를 발견하는 것이, 로마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떠들어대는 소리를 참으며 시스티나 성당을 관람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어쨌든 시스티나 성당에 가자. 그리고 거기로 나서자. 골목길로 들어가 미지의 무언가를 참색할 자유를 만끽하자. 우리가 마주칠 그 무언가가 분명 우리의 인생을 바꾸게 될 것이다.  198-202


바랑 속의 바나나

이사벨라는 네팔 여행중에 몇 주 동안 사원에서 보냈다고 한다.

어느 날 오후, 그녀는 한 수도승과 근방으로 산책을 나갔다. 수도스은 어깨에 메고 있던 바랑을 열더니 그 안에 든 것들을 한참 들여다보고는 이사벨라에게 말했다. 

"바나나가 삶의 의미를 가르쳐줄 수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승려는 썩은 바나나를 꺼내 내던졌다.

"제때 쓰지 않아서 흘러가버린 인생이에요. 이젠 너무 늦었죠."

그리고 수도승은 초록빛이 도는 바나나를 꺼내 보여주더니 도로 가방에 집어넣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인생이죠. 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수도승은 잘 익은 바나나를 꺼내 껍질을 벗겨 이사벨라에게 나누어주었다.

"이것이 현재입니다. 두려움이나 죄의식 없이 맛있게 드시는 법을 배우세요."  224-225


흉터는 일종의 축복이다. 흉터는 생애 내내 우리를 따라다니며 많은 도움을 준다.  285


<활쏘기의 선>의 핵심구들을 소개한다.

긴장해야 할 때는, 오직 그것을 필요로 하는 곳에만 초점을 맞춰라. 힘을 아끼고, 활과 더불어 배우라. 과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동작보다는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는 사실을.

스승은 내게 아주 뻑뻑한 활을 주었다. 나는 그에게 왜 나를 피로 취급 하느냐고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쉽게 시작하면 큰 도전에 응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맞닥뜨리게 될 어려움이 무엇인지 애초에 알아두는 편이 낫습니다."

오랫동안 나는 시위를 정확한 동작으로 당기지 못했는데, 어느 날 스승르로부터 호흡법을 배우고 나니 그렇게 수월할 수가 없었다. 왜 그렇게 오래 고쳐주지 않고 두었느냐고 묻는 내게 그가 답했다. "시작할 때 바로 호흡법을 가르쳐 주었다면 그것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을 겁니다. 이제는 내가 하는 말을 믿고, 정말 중요한 것으로 알고 연습할 거라고 믿습니다. 좋은 선생은 이런 방식으로 가르칩니다."

화살을 쏘는 순간은 본능적으로 감지된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활과 화살, 과녁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삶의 도전에 응할때도, 완벽하게 움직이는 데도 직관은 필요하다. 완벽히 습득한 후에야 우리는 테크닉을 완전히 잊을 수 있는 것이다.

사 년 후, 내가 활쏘기를 완벽하게 터득하자 스승은 나를 축하해주었다. 나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이제 나도 길의 반은 온 거라고. "아니오." 스승은 대답했다. "예기치 못한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길의 구십 펴센트는 간 뒤에, 그것을 반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옳습니다."  302-304


얀테의 법칙 "당신은 쓸모없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건 아무도 관심이 없다. 평범한 익명으로 사는 게 제일이다. 이런 신조로 살명 사는 동안 어떤 큰 문제와도 맞닥뜨리지 않을 것이다."  312

얀테의 반대 법칙 "당신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존재이다. 당신이 믿지 않는다 해도 이 세상에서 당신이 하는 일과 당신의 존재는 중요하다. 얀테의 법칙을 무시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혼란스러워 말고 계속 두려움 없는 삶을 살아라. 그러면 결국 당신은 승리할 것이다."  313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때가 있다. 상황 때문에 그들에게 접근할 수 없을 때도 있고, 협동이라든가 도움 같은 것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우리에게 남는 것은 사랑뿐이다. 모든 것이 무의미해 보이는 순간에도 우리는 여전히 사랑을 나눌 수 있다. 그 대가로 칭찬이나 변화나 감사도 기대하지 않고 말이다.

그러면 사랑의 힘은 우리를 둘러싼 우주를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그리고 언제나 그 목적을 이룬다. '시간은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의지도 힘도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변화를 가능케 하는 것은 오직 사랑이다.' 헨리 드루먼드의 말이다.

신문에서 부모로부터 심하게 학대당한 어린 브라질 소녀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온몸이 마비되고 실어증에 걸린 아이에게 담당 간호사는 매일 말했다고 한다. "사랑한다. 얘야." 의사는 그녀에게 아이는 듣지 못하니 소용없다는 걸 납득시키려 했지만, 간호사는 계속했다. "잊지마. 나는 너를 사랑해."

삼 주 후, 아이는 움직일 만큼 기력을 회복했다. 사 주 후에는 말도 하고 웃기도 했다. 간호사는 일절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고, 신문에도 그 이름이 실리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 잊지 않도록 여기 다시 쓴다. 사랑은 치유한다.

사랑은 변화시키고, 사랑은 치유한다. 종종 사랑은 치명적인 덫이 되어 모든 것을 바치기로 결심한 사람을 철저히 파멸시키기도 한다. 사랑, 우리를 계속 살게 하고 더 나아지고픈 의지를 갖게 하는, 우리 저 깊은 내면에 존재하는 이 복잡한 감정은 무엇일까?

사랑을 정의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짓인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다른 이들과 똑같이 그것을 느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사랑을 주제로 수천 권의 책이 씌어졌고, 연극이 상연되고, 영화가 제작되고, 시가 지어지고, 나무나 대리석으로 된 조각품들이 만들어진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전달하는 것은 사랑 그 자체가 아닌, 사랑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사소한 것들 안에 담겨 있고, 대수롭지 않은 행동을 통해 드러난다는 것을. 그러므로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든 그러지 않든, 마음속에 사랑을 간직해야 한다.  31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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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저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4-05-1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성(性)과 사랑이 가져다주는 '내면의 빛'을 이야기하는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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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11분.. 처음 책의 제목을 읽고 드는 생각은 어떠한 내용에 대한 11분을 표현했을까 였다.

충격과 흥미를 동시에 주는 내용이다. 제목인 11분은 섹스를 하는 시간이다. 

"하룻밤? 마리아, 과장을 해도 정도껏 해야지. 그건 사십오 분 정도에 불과해. 아니, 옷 벗고, 예의상 애정 어린 몸짓을 하고, 하나마나한 대화 몇 마디 나누고, 다시 옷 입는 시간을 빼면, 섹스를 하는 시간은 고작 십일 분밖에 안 되잖아."

11분. 겨우 11분을 축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초반의 내용을 읽으면서 우려되는 마음을 지울 수 가 없었다. 주인공의 직업 선택과정과 선택한 직업의 종류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스스로 창녀라는 직업을 선택한 주인공.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부분과는 다름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창녀라고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포주와 여성의 관계 그리고 자신의 빚을 갚아야만 하고 구속된 삶을 살아가는 피폐함..

주인공은 단지 타지에서 돈을 벌기위해 선택한다. 포주없이 술집에서 수수료만 떼고 자신의 돈을 버는 일이다.

우려되었던 이유는 단순히 돈을 위해 직업을 선택한 것이다.


내용이 진행되면서 그녀는 자신의 기준을 잃지 않고, 돈을 모아 고향으로 향하려 한다. 그리고 그 삶속에서 배운다. 그리고 사랑을 만난다.

그와의 시간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게 되어 간다.


책은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해 주었다. 

사랑을 하게 되면 서로가 서로에게 구속권을 가지고 때론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러한 시간조차 즐겁고 행복하다. 시간이 흐르기 전에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생각들이 서로에게 불만을 갖게 되고, 급기야는 싸움과 이별을 하게 하기도 한다.

사랑하면 더 많이 알고 싶고 상대를 더 많이 가지고 싶어지는것은 인간의 본성일지 모른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과의 사랑을 통해 우리는 성장하며 결국은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다르모가 자유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된다. 

소유한 느낌을 가지고 안정감을 느낄 뿐이지 누구나 소유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유는 사랑이 있을 때에만 존재하니까. 자신을 전부 내주는 사람. 스스로 자유롭다고 느끼는 사람은 무한하게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무한하게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가 자유롭다고 느낀다.

나는 사랑했던 남자들을 잃었을 때 상처를 받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오늘, 나는 확신한다. 어느 누구도 타인을 소유할 수 없으므로 누가 누구를 잃을 수는 없다는 것을.

진정한 자유를 경험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소유하지 않은 채 가지는 것.


사랑의 자유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데에 있으니까. 

"늘 꿈꾸었던 사람을 찾아 자세히 관찰해본 사람은 섹스 에너지가 성관계에 우선한다는 사실을 알아요. 가장 큰 쾌락은 섹스가 아니라 섹스에 담겨 있는 정열이죠. 정열이 월등할 때, 섹스를 통해 그 춤을 완수하게 되죠. 하지만 섹스는 결코 본질적인 게 아니에요."  


우리의 삶이 소중한 선물이라면, 우리가 느끼는 사랑의 감정 또한 소중한 선물일 것이다.

거기서 나오는 정열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버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에대해 우리가 깊은 생각을 하는 과정을 경험할때 온전한 자유로운 사랑을 하게 될 수 있다. 그것을 책은 말하고 싶어한다. 

관계라는 것은 서로간의 교류이며 그렇기에 가깝게도 하지만 멀어지게도 한다. 

그것에서 우리가 균형을 잡아나가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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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저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펴냄 | 2003-10-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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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기록 보기


우리는 원해서 태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살아갈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아니 잉태된 때부터 삶의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가지려해서 가진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의한 것이다.

의지의 본성은 무엇일까? 그 의지를 꺽어버리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정신변원이란 특수한 공간의 설정으로 '미쳤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로써 우리가 살아갈 의지를 무엇에 두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미친 사람이란 자기 세계 속에서 사는 사람이야.' , '미쳤다는 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해.' 

미친것은 미친거일 뿐이다. 어떻게 미쳤는가의 차이일 뿐인 것이다. 

어쩌면 똑같은 것을 요구하는 사회에서는 미친 사람이, 미쳐있는 것이 더 나은 상태일 것이다.


누구나 동일해 지기를 원하는 것은 그렇게 할 때 동일함에 안전감을 얻게 되기 때문일까 

우리는 그렇게 교육 받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까..

동일함은 비교 대상이 존재행야만 가능한 단어이기에, 우리는 타인과의 비교에서 벗어나기 힘들며, 결국 스스로 타인을 의식하면서 살아가게 만든다.


경전의 내용을 자주 담아내는 저자는 '항상 저질러버기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용기가 없어 포기했던 실수들을 저질러가며 공포가 다시 엄습해올 수도 있겠지만, 그걸로는 죽지도 기절하지도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 기껏해야 날 지치게 하는 게 고작일 그 공포와 맞서 싸워가며. 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현자가 되기 위해 미치광이가 되는 법을 가르쳐줄 수도 있을 거야. 난 그들에게 모범적인 삶의 교본들을 따르지 말고 자신의 삶을, 자신의 욕망을, 자신의 모험을 발견하라고, 살라고 충고할 거야!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구약성서를, 회교도들에게는 코란을, 유대인들에게는 토라(모세 오경, 모세의 율법)를, 무신론자들에게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텍스트들을 인용해줄 거야... 그들이 남긴 글들은 모두 '살아라!'이 한 마디로 요약될 수 있어.'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모든 숲에 똑같은 잎은 단 하나도 창조하지 않으셨어요. 하지만 부인은, 부인이 다르다는 걸 미친 걸로 생각하죠. 그래서 빌레트에서 지내기로 작정하신 겁니다.'

살아야 하게 창조된 인간이며, 다르게 사는 것이 자연의 이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전한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 대한 몫을 정하고 있을까

자신의 삶에 대한 몫은 무엇인지 생각하며 살아갈까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생에 자신의 몫이란 것이 존재할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은 각자의 것이며,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것이다. 즉, 자신의 마음속에서의 결정에 의한다.

우리가 삶을 좀더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으로 볼 때, 아니 좀더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자신을 돌아볼 때 우리는 자신을 찾는데 도움을 받지 않을까..

'사실, 일생을 사는 동안 우리에게 생기는 모든 일은 오로지 우리 잘못에서 비롯되는 거야.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똑같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그것에 대응했어.'


젊음이란 ... 부딪힘이다.

저항에 부딪히는 것 자체가 우리의 열정을 일깨우고 그 열정이 자신의 심장에 열기를 불어 넣는다.

그건 각자의 생활과 환경에서 모두 틀릴 수 밖에 없으니..

결국 자신의 삶에 대한 몫은 존재하는 것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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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삶의 매 순간 한 발은 동화 속에, 또 한 발은 나락 속에 담근 채 살아가고 있으니..  15


삶은 아주 빠르다. 삶은 우리를 천국에서 지옥으로 데려다 놓는다. 단 몇 초 사이에.  24


하룻밤 동안 그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350스위스프랑쯤 낭비하는 것은 그들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룻밤? 마리아, 과장을 해도 정도껏 해야지. 그건 사십오 분 정도에 불과해. 아니, 옷 벗고, 예의상 애정 어린 몸짓을 하고, 하나마나한 대화 몇 마디 나누고, 다시 옷 입는 시간을 빼면, 섹스를 하는 시간은 고작 십일 분밖에 안 되잖아."

11분. 겨우 11분을 축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117


그 모든 걸, 하루에 단 11분을 위해! 세상에서! 코파카바나에서 경험을 쌓은 마리아는 이제 자신만 외로운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간은, 갈증은 일 주일을, 허기는 이 주일을 참을 수 있고, 집 없이 몇 년을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외로움은 참아낼 수 없다. 그것은 최악의 고문, 최악의 고통이다. 그 남자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지내고자 했던 다른 모든 남자들도 그녀처럼 파괴적인 감정, 자신이 이 땅 위에 사는 어느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다는 느낌에 시달리고 있었다.  119-120


자유는 사랑이 있을 때에만 존재하니까. 자신을 전부 내주는 사람. 스스로 자유롭다고 느끼는 사람은 무한하게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무한하게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가 자유롭다고 느낀다.

나는 사랑했던 남자들을 잃었을 때 상처를 받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오늘, 나는 확신한다. 어느 누구도 타인을 소유할 수 없으므로 누가 누구를 잃을 수는 없다는 것을.

진정한 자유를 경험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소유하지 않은 채 가지는 것.  122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지? 사는 것? 아니면, 사는 척하는 것? 지금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누군가가 비판도 토도 달지 않고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 오늘 오후가 내가 여기서 보낸 오후들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다고 말하는 것? 아니면 빛을 발하는, 의지로 충만한 여자의 갑옷으로 무장하고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은 채 가버리는 것?' 

그와 함께 산티아고의 길을 걷는 동안,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동안, 마리아는 행복하다고 느꼈다.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삶의 큰 선물이었다.  148-149


정열은 예기치 못한 것이 가져다주는 흥분, 열렬히 행휘하고픈 욕망, 꿈을 실현시킬 수 있으리라는 확신 속에도 있다. 정열은 삶을 인도하는 신호들을 보낸다. 그 신호들을 해독하느냐 마느냐는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  151-152


삶은 때때로 아주 인색하다. 새로운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며칠, 몇 주, 몇 달, 몇 년이 그냥 그렇게 흘러간다. 그러다 한 번 문이 열리면, 랄프 하르트를 만난 마리아처럼, 그렇게 열린 공간으로 봇물 터지듯 많은 것들이 쏟아져들어온다. 한순간 텅 비어 있다가, 다음 순간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 이상의 것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185


사드 후작은 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경험은 그를 극한으로 이끌어가는 경험이라고 말했죠. 우리는 바로 그런 극한경험을 통해서 뭔가를 배우게 되죠. 그것은 우리가 가진 모든 용기를 요구하니까요. 직원을 모욕하는 사장이나 아내를 모욕하는 남편은 단지 심성이 비겁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런 행위를 통해 삶에 복수를 하는 겁니다. 용기가 없어서 감히 자기 영혼의 밑바닥을 들여다보지 못하는거죠. 그들은 야만적인 짐승을 해방시키고자 하는 욕망이 어디서 오는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 섹스, 고통, 사랑이 인간에게 극한경험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죠. 경계를 아는 자만이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겁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이승에서 자신이 뭘 하는지도 모르는 채 시간을 보내고,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늙고 죽을 뿐이죠.  196-197


사드의 작품을 단 한 줄도 읽은 적이 없지만, 사디즘에 대해 사람들이 하는 말, 인간은 자신의 한계에 도달할 때에야 비로소 자신을 알 수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은 분명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틀린 말이기도 하다. 반드시 자신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인간 존재는 앎만을 추구하기 위햇 태어난 것이 아니다. 땅을 경작하고, 비를 기다리고, 밀을 심고, 곡식을 거둬들이고, 밀가루를 반죽해 빵을 만들기 위해서도 태어난다.  198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에 따르면, 천지창조 초기에는 남녀가 오늘날과 전혀 달랐다고 해요. 하나의 몸, 하나의 목, 그리고 각자 반대 방향을 바라보는 두 개의 얼굴이 있는 남녀 양성의 존재들만 있었죠. 마치 두 피조물의 등이 붙어 있는 것처럼 성기가 둘이고 팔 다리는 네 개씩이었다오.

그런데 질투심 많은 신들이 그 피조물은 팔이 네 개라 일을 훨씬 더 많이 하고, 얼굴이 두 개라 번갈아 잠을 잘 수 있는 바람에 몰래 공격할 수 없고, 다리가 넷이라 큰 힘을 들이지 않고서도 오래 서 있거나 먼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소.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그 피조물이 양성(兩性)이어서, 어느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스스로 번식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소. 올림포스 신전의 최고 주인 제우스는 '나에게 저들의 힘을 빼앗을 방도가 있다'고 말하고는 벼락을 던져 그 피조물을 둘로 쪼개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버렸소. 이렇게 해서 지상의 인구는 훨씬 늘어난 반면, 그들은 힘을 잃고 방황하게 되었소. 이제 그들은 잃어버린 반쪽을 되찾아 다시 결합해야만 예전의 힘, 습격을 피하는 능숙함, 피곤과 일을 견뎌내는 지구력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어요. 두 개의 육체가 서로 뒤섞여 하나가 되는 결합, 그걸 섹스라고 부르오."  206


사랑의 자유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데에 있으니까.  214

"늘 꿈꾸었던 사람을 찾아 자세히 관찰해본 사람은 섹스 에너지가 성관계에 우선한다는 사실을 알아요. 가장 큰 쾌락은 섹스가 아니라 섹스에 담겨 있는 정열이죠. 정열이 월등할 때, 섹스를 통해 그 춤을 완수하게 되죠. 하지만 섹스는 결코 본질적인 게 아니에요."  214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욕망에 따라 산다. 욕망이 그의 보물이다. 그것이 상대방을 멀어지게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사랑하는 사람을 다가오게 만든다. 욕망은 내 영혼이 선택한, 너무나 강렬해서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전염될 수 있는 마음의 동요이다.

나는 매일 내가 더불어 살고자 하는 진실을 택한다. 나는 실용적인고 효율적이고 전문적이려 애쓴다. 하지만 늘 욕망을 동무 삼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은 의무감 때문도, 내 생활의 외로움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도 아니다. 단지 좋기 때문이다. 그렇다. 욕망은 아주 좋다.  216


어쨌거나 험담이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다. 그것은 성공한 사람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였다.  222


이곳을 찾는 사람들과 교제하다보니 그들이 섹스를 다른 마약들과 똑같은 용도로, 현실에서 도피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잊고, 긴장을 풀기 위해 사용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다른 마약들과 마찬가지로 섹스 역시 유해하고 파괴적이다. 

누군가가 섹스든 마약이든 뭔가에 취하고 싶어한다면, 그 행위의 결과는 그의 선택에 따라 더 행복할 수도 덜 행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삶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문제일 경우에는 '제법 좋은'과 '최고'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내 손님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섹스는 아무 때나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각자 내적인 시계가 있어서,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는 각자의 시곗바늘이 동시에 같은 시각을 가리켜야 한다. 그런 일이 매일 일어나지는 않는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성적 행위에 의존하지 않고도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서로 사랑하고 함께 잇는 두 사람은 놀이와 '연극'을 통해 그들의 시곗바늘을 맞추어야 하고, 사랑을 나누는 것이 단순한 만남 이상이라는 것을, 생식기의 '포옹'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모든 것이 중요하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존재는 매 순간 희열을 느낀다. 그에게는 섹스가 전혀 아쉽지 않다. 그가 성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은 뭔가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의 잔이 다 채워져 넘쳐 흐르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삶의 부름에 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에만, 오로지 그 순간에만 통제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225-226


"스승이 제자로 하여금 뭔가를 발견하게 할 경우, 스승 역시 뭔가를 발견하게 되는 법이죠."  228


그는 서로 다가가기를 원하지만 서로 고통을 줌으로써만 그것이 가능한 두 존재 사이의 신비로운 관계를 자신이 처음 경험했을 때를 떠올렸다. 

저 바깥에는 수백만의 부부들이 매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도마조히즘을 실행하고 있었다. 그들은 매일 일터로 갔고, 돌아와서는 모든 것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았다. 남편은 아내를 괴롭히거나 아내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그들은 자신이 비참하다고 느꼈지만 그들 자신의 불행에 깊이 얽매여 있었고, 하나의 몸짓, 한 번의 '더는 못 참겠어' 로도 충분히 억압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24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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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다

저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0-10-2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당신은 이번 생에서 무엇을 찾고 있나요?연금술사로 세계적인 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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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기록 보기


마녀, 마법사 

중세시대에서나 등장하던 단어이며, 현대에서는 '마녀사냥'이란 특수단어가, 판타지 소설등에서나 사용되는 단어이다.

판타지적 요소를 통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저자는 수행중에 알게 된 한 여성의 경험을 통해 영감을 받고 내용을 집필했다고 한다.

다양성의 시대에 한 측면에서는 마녀, 마법사 같은 단어들이 자신에게 적용된다고도 생각을 한다.

그것이 어떠한가를 떠나 우리는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그 자체에 존중심을 가지리라.


우리가 지금 시점에서의 나이가 어떠하든 우리는 자신을 찾는 과정에 대해 늦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아직 어리다고 생각지 않나?"

"저는 스물한 살이에요." 브리다가 대답했다. "지금 발레를 배우겠다고 나서면, 한물간 취급을 받을 나이일걸요." 

책의 표현처럼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 시기는 달라진다. 

무언가를 시작할때 우리는 잡념에 사로잡혀 안되는 이유들을 찾게된다. 그때마다 늘 등장하는것이 지금은 좀 늦은감이 든다는 것이다.

이 생각은 매우 크게 작용하여 우리가 정말 늦은 것이 되게 만들어 버린다. 


"감정은 야수와 같아서, 그것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과연 늦었을까? '늦었다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것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그것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잡념들을 이겨낼 지혜로운 용기 뿐이다. 


"삶이란 이런 것일세." 마스터가 말했다. "실수의 연속이지. 수백만년 동안 세포는 정확히 똑같은 방법으로 번식해왔어. 그런데 그중 딱 하나가 실수를 저질러서 그 끝없는 반복 속에 변화가 생겨난 것이야."

"실수가 세상이 움직이도록 추동한 거야." 마스터가 말했다. "실수를 결코 두려워하지 말게."  

우리가 믿음과 지혜로운 용기를 가지고 해야 하는 것은 경험이다. 실수이든 성공이든 그것은 해 보았을 때만 알게 되는 결과인 것이다.

어떤 결과가 되었든 무언가에 대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자신의 과정이며, 자신을 찾아가는 자신의 여정이기 때문이다.


"절대 부끄러워하지 마시게." 그가 계속 말을 이었다. "생이 그대에게 주는 것은 모두 받아들이고, 그대 앞에 놓인 잔은 모두 마시게. 포도주란 모두 맛보아야 하는 것이지. 어떤 것은 한모금만 마시고, 또 어떤 것은 병째 마셔야 하네." 

"그걸 제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맛으로. 나쁜 와인을 맛본 사람만이 좋은 와인의 맛을 아는 법이지."

우리는 가능하면 맛이 있는 집을 찾게 된다.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경험해 봐야 하는것이지 않겠는가?

광고에 현혹되어 가보니 그집이 광고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 광고에 현혹되든 아니든 실제 해봐야지만 알 수 있는 것은 해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브리다는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밟았다. 그것이 어떠한 결과이든 그것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용기를 가지고 있었기에 그것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에게 사실이 아니라 진실이기에 저자는 그것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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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에는 다음과 같은 작자 미상의 글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의 삶에서 두 가지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합니다. 건물을 세우거나, 혹은 정원을 일구거나. 건물을 세우는 사람들은 그 일에 몇 년이라는 세월을 바치기도 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그 일을 끝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일을 마치는 순간, 그는 자신이 쌓아올린 벽 안에 갇히게 됩니다. 건물을 세우는 일이 끝나면, 그 삶은 의미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원을 일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몰아치는폭풍우와 쓶임없이 변화하는 계절에 맞서 늘 고생하고 쉴 틈이 없습니다. 하지만 건물과는 달리 정원은 결코 성장을 멈추지 않습니다. 또한 정원은 그것을 일구는 사람의 관심을 요구하는 동시에 그의 삶에 위대한 모험이 함께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정원을 일구는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봅니다. 그들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식물 한 포기 한 포기의 역사 속에 온 세상의 성장이 깃들어 있음을.  16-17


"그러기에는 아직 어리다고 생각지 않나?"

"저는 스물한 살이에요." 브리다가 대답했다. "지금 발레를 배우겠다고 나서면, 한물간 취급을 받을 나이일걸요."  24

"일단 길을 발견하게 되면 두려워해선 안 되네. 실수를 감당할 용기도 필요해. 실망과 패배감, 좌절은 신께서 길을 드러내 보이는 데 사용하는 도구일세."  33

"밤은 하루의 일부에 불과하단다."

빛의 보호를 받고 있음을 느끼듯이, 어둠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41

믿음은 오로지 사람들이 믿기 때문에 존재한다. 기적이, 설명이 불가능함에도 그것을 믿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것처럼.  42

놀라운 일도 아니죠. 인간의 하루하루가 어두운 밤인걸요. 일분 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라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가잖아요. 신뢰하기 때문이에요.

아니 어쩌면, 일 분 후의 다음 순간이 품고 있는 비의를 지각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그걸 깨달았음을 아는 것이었다.

인생의 매 순간이 믿음의 행위임을 아는 것.  44

지혜의 길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거라고요.  49


재능은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히 않다.  55

"모든 사람은 한 가지씩 재능을 갖고 있어. 하지만 어떤 이들은 재능을 개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반면, 어떤 이들은 애초부터 현격히 발달된 재능을 지니고 태어나지.  84

인간은 생의 어느 순간, 짧은 순간이나마 자신의 소울메이트와 함께 해야 신과의 합일에 도달할 수 있어.  89

당신이 경험한 감정을 설명하려고 애쓰지 마. 모든 감정을 강렬하게 살아봐. 그리고 당신이 느끼는 감정을 신께서 주신 선물처럼 고이 간직하는 거야.  121

뭔가를 알고 싶으면 그 안에 푹 빠져보도록 해  134

제일 나쁜 것은 자신이 그 길을 제대로 선택했는지 평생 의심하며 그 길을 가는 것이었다.  135

"얘야, 이 세상에 완전히 잘못된 것 없단다." 아버지는 말했다. "멈춰서 잇는 시계조차 하루에 두 번은 시간이 맞잖니."  137

그녀는 무언가를 바라보며 가만있을 때마다. 해야 할 일과 만나야 할 사람을 내동댕이텨준 채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언제나 좀더 효과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아직도 배울 게 너무 많았다.  140

옷은 항상 감정을 물질로 변화시키지. 옷은 눈에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잇는 다리 중 하나야. 심지어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는데 결국 당신에게 와서 해를 입히는 옷들도 있지.

당신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은 옷들은 갖다버려. 나머지 옷들은 돌아가면서 입도록 하고, 지속적으로 토양을 갈아엎고, 물결에 거품이 일게 하고, 감정을 움직임 속에 두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야. 온 우주는 움직이고 있어. 그러니 우리도 가만히 정체되어 있으면 안 되는 거야.  183

변화가 없는 지식은 지혜가 아니야.

"이 힘은 대부분의 마녀들과 몇몇 특별한 여자들 사이에서 늘 저주받은 힘이었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은 이 힘에 대해 아고 있지. 그리고 우리 여자들은 우리 자신이 이 비밀의 위대한 수호자임을 알고 있고, 이 힘 때문에 우리는 위험하고 험난한 세상을 헤매며 살아가는 벌을 받았어. 왜냐하면 우리가 붇돋운 이 힘은, 어떤 곳에서는 혐오스럽게 여겨지거든. 부지불식간이라도 일단 그 힘을 접하게 되면 평생 그것에 결속되어 살게 되지. 그 힘의 주인이 되거나 노예로 사는거야. 그것을 신비로운 힘으로 변형시키거나, 혹은 그 엄청남을 의식조차 하지 못한 채 사용하게 되는 거지. 그 힘은 우리를 둘러싼 만물에 깃들어 있고, 평범한 사람들의 누넹 보이는 세계와 신비주의자들의 보이지 않는 세계 모두에 존재하고 있어. 그 힘은 학살될 수도, 모욕당할 수도, 숨겨질 수도, 심지어 부정될 수도 있어. 수년간 잠들어 있을 수도, 어느 구석엔가 처박혀 잊힐 수도 있어. 인류는 그 힘을 가지고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지. 오직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그것은 이 힘을 깨닫게 되는 순간, 인간은 평생 그것을 절대로 잊을 수 없다는 거야."

"그러니까 그 힘이 뭔데요?"

"계속 그렇게 어리석은 질문 하지 마." 위카가 대답했다. "나는 당신이 그게 무너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브리다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섹스였다.  189-190

"남자든 여자든 섹스의 힘에는 지극히 위약해. 왜냐하면, 섹스에서는 쾌락이나 두려움이나 모두 똑같이 중요 하거든."

"왜 쾌락과 두려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걸까요?

드디어 브리다는 대답할 가치가 있는 질문을 한 것이었다. 

"섹스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알고 있거든. 자신이 통제력을 잃어야만 그 절정에 이를 수 있는 경이로운 현상을 앞에 두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누군가와 한 침대에 들어갈 때, 우리는 육체뿐 아니라 우리의 전 존재와 교감하도록 허락하는 거야. 우리와는 별개로 생명의 그 순수한 힘들은 서로 소통을 하고, 그리고나면 우리가 누구인지 숨길 수가 없게 되지.

자기 자신에 대해 품고 있는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아. 아무리 멋진 가면을 쓰든, 제아무리 똑똑한 대답을 하든, 그럴싸한 변명을 하든,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섹스를 할때는 상대를 속이기가 어려워, 각자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게 되기 때문이지."  191-192

감정은 야생마와도 같아,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달라고 떼를 썼다. 브리다는 그것이 제풀에 지칠 때까지 한참동안 제멋대로 날뛰도록 내버려두었다. 감정은 그녀가 그와 사랑에 빠진다면 그날 오후가 얼마나 근사해질지 이야기했다. 사랑에 빠지면 모든 것을 배울 수 있고, 감히 생각지 못한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랑이야말로 모든 신비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197

섹스를 위해 침대로 향할 때는 오직 사랑, 그리고 제대로 작동하는 오감만 가지도록 하게. 그래야만 신과의 소통을 경험할 수 있어.  208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답을 찾는 것이 아니야. 받아들이는 거지. 그러면 삶은 훨씬 강렬해지고 환희로 가득 차게 돼. 삶의 매 순간순간에, 우리가 내디디는 발걸음 하나하나에 우리 개인을 넘어서는 훨씬 커다란 의미가 담겨 있다는 걸 이해하기 때문이지. 우리는 시간과 공간 어딘가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 우리가 여기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그것으로 족해.

우리는 믿음을 갖고 어두운 밤 속으로 침잠하고, 고대 연금술사들이 '자아의 신화'라 부르는 것을 완수하고, 우리가 받아들이든 말든 늘 우리를 이끌어주는 손이 있음을 믿고 매 순간 우리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는 거지."  232


감정이란 야수와 같아서, 그것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했다.  247


살아가면서 중요한 한 가지를 찾았다고 해서 그 때문에 다른 중요한 것들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  278


저는 죽음이 두렵습니다. 하지만 삶을 낭비하는 것은 더욱 두렵습니다. 우리의 이해를 넘어서는 것들을 담고 있기에 저는 사랑이 두렵습니다. 사랑은 그토록 밝게 빛나지만, 그것이 던지는 그림자가 저를 두렵게 합니다.  284


한동안 브리다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표지도 발견할 수 없었다. 대답은 그곳에, 그녀 앞에 있었다. 대답은 십자가에 못 박힌 남자였다. 그는 자기 역할을 다했고, 각자가 자기 역할을 다하면 아무도 더는 고통받지 않으리라는 것을 몸소 세상에 보여주고 있었다.

꿈을 위해 싸울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모든 인간을 위해, 그가 이미 고통받았기 때문이었다.  285


계속 하나가 되려면, 가끔은 상대방의 현에 발을 내디뎌야 했다.  291


"인간은 동굴에 거주하던 시절부터 축제를 열었네." 마스터가 대답했다. "축제는 우리가 아는 최초의 집단 제의야. 그리고 태양 전승은 오늘날까지 그것이 생생하게 이어져내려오게 하는 책임을 맡았어. 좋은 파티는 참석한 이들의 부정적인 파동을 정화해주지. 하지만 그렇게 되게 하는 건 쉽제 않은 일이야. 불청객 몇 사람만 있어도 즐거운 분위기는 쉽사리 깨지니까. 그런 이들은 자신들이 다른 이들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쉽사리 만족하지도 않아. 다른 이드로가 하나가 되지 못하니까 그곳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여기지. 결국 그들은 대개 다른 이들과 교감을 이루는 데 성공한 이들로부터 내몰린 나쁜 영(靈)의 찌꺼기를 짊어진 채 자리를 뜨게 되지.

명심하게. 신께 이르는 으뜸가는 길은 기도이고, 그 다음은 즐거움이라는 것을."  301


"그대는 그대의 길과 마주하고 있잖나. 그런 용기를 지닌 사람은 극히 드물지. 사람들은 자신의 길이 아닌 길을 걷길 더 좋아하거든.

모든 이들은 자기 재능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보려고 하지 않아. 그대는 자신의 재능을 받아들였네. 자신의 재능을 만난다는 것은 세상과 만난다는 의미인 게야."  332


"삶이란 이런 것일세." 마스터가 말했다. "실수의 연속이지. 수백만년 동안 세포는 정확히 똑같은 방법으로 번식해왔어. 그런데 그중 딱 하나가 실수를 저질러서 그 끝없는 반복 속에 변화가 생겨난 것이야."

브리다는 경이로움에 넋을 잃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는지는 묻지도 않았다. 들리는 것은 마스터의 목소리뿐이었고, 떠오르는 것은 밀밭에서 시작했던 그 여행과 아주 비슷하다는 생각뿐이었다. 

"실수가 세상이 움직이도록 추동한 거야." 마스터가 말했다. "실수를 결코 두려워하지 말게."  333


"절대 부끄러워하지 마시게." 그가 계속 말을 이었다. "생이 그대에게 주는 것은 모두 받아들이고, 그대 앞에 놓인 잔은 모두 마시게. 포도주란 모두 맛보아야 하는 것이지. 어떤 것은 한모금만 마시고, 또 어떤 것은 병째 마셔야 하네." 

"그걸 제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맛으로. 나쁜 와인을 맛본 사람만이 좋은 와인의 맛을 아는 법이지."  336


"그대는 받아들여졌네. 그대의 길이 평화의 순간에는 평화롭게를, 전투의 순간에는 전투가 되기를. 그리고 절대로 두 순간을 혼동하지 말기를."  337


당신은 내가 고독했던 시절에는 희망이었고, 의심했던 순간들에는 고통이었고, 믿음의 순간에는 확신이었어.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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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저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1-12-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987년 출간이후 전세계 120여 개국에서 변역되어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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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보기 클릭


산티아고.. 주인공의 이름이다. 

저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통해 자신의 업을 바꾸어 첫번째 책인 <순례자> 를 쓰고 다음으로 이 책을 썼다. 

한국에서는 연금술사가 가장 먼저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다.  

한국에서뿐 아니라 120여개국에 번역되어 2,000만부가 팔린 책이다.

참 많이도 들어보았고, 인용된 곳도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별 관심이 없었던 이유는 자기계발서라고만 생각했기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개인적으로 계발서를 천여권을 넘게 읽었기에 다른 분야를 읽고자 했기에...)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소설의 형식을 띄고는 있으나 읽으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계발서'구나 싶은 것이다. 

물론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서는 여러권을 읽고 난 후 이기에 저자의 깊이에 대해 의심은 전혀 없다.(연금술사 순례자 브리다 11분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연금술사 보다 순례자 순례자 보다 11분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있는 시점이다.



다시 돌아와서 이 책은 산티아고(주인공)는 보물을 찾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모험들을 통해 그의 경험을 쌓아가고 그것에서 배우고 자신의 내적 성장을 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우리는 목표가 있을때 삶을 융성하게 만들 확률이 높음을 알고 있다.

경험이 가치는 어떠한 이론보다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경험에서 무언가를 배울때 자신의 성장이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한 경험은 실천하는 자신을 가질 때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진실이지만, 그렇게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러한 사실 역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그것을 알리고 있다고 생각 한다.

그것은 무엇일까...?

책을 통해 느낄 수 있기를... 


사실 생각을 정리하여 글을 올리면 글은 더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답을 모두가 인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는 말처럼...

중요한 사실은 스스로 경험하고 느끼는 것에서 발견되어야만 진정한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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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은 스스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 전혀 없겠지. 그렇기 때문에 항상 나와 함께 있는 걸 테고.'

양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오직 물과 먹이뿐이었다.  25


'만일 어느 순간 내가 괴물로 변해서 자기들을 차례로 죽여버린다 해도, 양들은 자기 친구들이 거의 다 죽고 난 후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아차릴 거야. 그건 다 내게만 의지해 본능에 따라 사는 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이지. 내가 자기들을 먹여주니까.'  26


'인생을 살맛나게 해주는 건 꿈이 실현되리라고 믿는 것이지.'  31


지극히 단순한 것이 실은 가장 비범한 것이야. 현자들만이 그런것을 알아볼 수 있지.  37


"사람들은 삶의 이유를 무척 빨리 배우는 것 같아. 아마도 그래서 그토록 빨리 포기하는지도 몰라. 그래, 그런 게 바로 세상이지."  50


"어떤 식으로든 인생의 모든 일에는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는 것을 배우는 건 좋은 일일세."  51


어떤 상인이 행복의 비밀을 배워오라며 자기 아들을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현자에게 보냈다네. 그 젊은이는 사십 일 동안 사막을 걸어 산꼭대기에 있는 아름다운 성에 이르렀지. 그곳 저책에는 젊은이가 찾는 현자가 살고 있었어. 그런데 현자의 저택, 큼직한 거실에서는 아주 정신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어. 장사꾼들이 들락거리고, 한쪽 구석에서는 사람들이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고, 식탁에는 산해진미가 그득 차려져 있더란 말일세.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까지 있었지. 현자는 이 사람 저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젊은이는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두 시간을 기다려야 했지. 마침내 젊은이의 차례가 되었어. 

현자는 젊은이의 말을 주의깊게 들어주긴 했지만, 지금 당장은 행복의 비밀에 대해 설명할 시간이 없다고 했어. 우선 자신의 저택을 구경하고 두 시간 후에 다시 오라고 했지. 그리고는 덧붙였어.

'그런데 그전에 지켜야 할 일이 있소.'

현자는 이렇게 말하더니 기름 두 방울이 담긴 찻숟가락을 건넸다네.

'이곳에서 걸어다니는 동안 이 찻숟갈의 기름을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되오.'

젊은이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찻숟가락에서 눈을 뗄 수 없었어. 두 시간 후에 그는 다시 현자 앞으로 돌아왔지.

'자, 어디....'

현자는 젊은이에게 물었다네.

'그대는 내 집 식당에 있는 정교한 페르시아 양탄자를 보았소? 정원사가 십 년 걸려 가꿔놓은 아름다운 정원은? 서재에 꽂혀 있는 양피지로 된 훌륭한 책들도 좀 살펴보았소?'

젊은이는 당황했어. 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노라고 고백했네. 당연한 일이었지. 그의 관심은 오로지 기름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 것이었으니 말이야.

'그렇다면 다시 가서 내 집의 아름다운 것들을 좀 살펴보고 오시오.'

그리고 현자는 이렇게 덧붙였지.

'살고 있는 집에 대해 모르면서 사람을 신용할 수는 없는 법이라오.'

이제 젊은이는 편안해진 마음으로 찻숟가락을 들고 다시 저택을 구경했지. 이번에는 저택의 천장과 벽에 걸린 모든 예술품들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어. 정원과 주변의 산들, 화려한 꽃들.

저마다 제자리에 꼭 맞게 놓여 있는 예술품들의 고요한 조화까지 모두 볼 수 있었다네. 다시 현자를 찾은 젊은이는 자기가 본 것들을 자세히 설명했지. 

'그런데 내가 그대에세 맡긴 기름 두 방울은 어디로 갔소?'

현자가 물었네. 그제서야 숟가락으 살핀 젊은이는 기름이 흘러 없어진 것을 알아차렸다네.

'내가 그대에게 줄 가르침은 이것뿐이오.'

현자 중의 현자는 말했지.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  60-62


이 세상은 도둑에게 가진 것을 몽땅 털린 불행한 피해자의 눈으로도 볼 수 있지만, 보물을 찾아나선 모험가의 눈으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보물을 찾아나선 모험가야.'

혼곤한 잠 속에 빠져들면서 그는 생각했다.  76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꿈을 보는 것은 아니었다.  95


"자신이 원하는 게 무언지 언제나 알고 있어야 해. 잊지 말게."  97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107


"삶의 모든 것이 다 표지야."  119


한 가지 일이 다른 일에 연결되는 신비로운 사슬... 바로 그 사슬이 산티아고로 하여금 양치기가 되게 하고, 똑같은 꿈을 계속해서 꾸게 하고, 아프리카에 가까운 도시로 가게 하고, 광장에서 늙은 왕을 만나게 하고, 가진 것을 모두 털리게 하고, 크리스털 상인을 만나게 하고, 그리고...  124


'난 양들에게 배웠고 크리스털에기도 배웠지. 사막으로부터도 배울 수 있을 거야.'  126


몇 번을 다른 길로 돌아갔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언제나 일정한 방향을 향해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일단 장애물을 극복한 후엔 다시 오아시스의 위치를 가리키는 별자리를 향해 나아갔다. 이른 아침에 하늘에서 그 별자기가 빛나는 것을 보게 되면 사람들은 알았다. 이제 여자들과 물과 야자수들과 종려나무가 있는 곳에 도착하게 되리라는 것을, 거의 책만 들여다보고 있던 영국인만이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었다.  128


누구나 자기가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면 미지의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130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배우는 거야. 저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같을 수는 없어. 하지만 우리는 제각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고.'  142


"난 음식을 먹는 동안엔 먹는 일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소. 걸어야 할 땐 걷는 것, 그게 다지. 만일 내가 싸워야 하는 날이 온다면, 그게 언제가 됐든 남들처럼 싸우다 미련없이 죽을 거요. 난 지금 과거를 사는 것도 미래를 사는 것도 아니니까. 내겐 오직 현재만이 있고, 현재만이 내 유일한 관심거리요. 만약 당신이 영원히 현재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당신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게요."  144


사막의 모래언덕은 바람에 따라 변하지만, 사막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랍니다. 우리의 사랑도 사막과 같을 거예요.  164


실수학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 돼.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야말로 이제껏 '위대한 업'을 시도해 보려던 내 의지를 꺾었던 주범이지.  166


왜 그토록 미래의 일을 알고 싶어하는지... "일이 닥쳤을 때 무언가를 할 수 있기 위해서죠."

"원치 않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구요."

"그렇다면 그건 당신의 미래가 될 수 없겠구먼."  170


용기야말로 만물의 언어를 찾으려는 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니.  183


사막에서 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바람이 세차게 불 때마다 모습을 바꾸는 모래언덕뿐이었다.  186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악이 아니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악일세."  190


"명심하게. 사랑은 어떤 겨우에도,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한 남자의 길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네.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만물의 언어를 말하느 사랑. 진정한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지."  197


"배움에는 행동을 통해 배우는, 단 한 가지 방법이 있을 뿐이네. 그대가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은 여행을 통해 다 배우지 않았나."  20


신은 눈에 보이는 것들을 통해 당신 영혼의 가르침과 당신의 경이로운 지햬를 깨달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이 세상을 창조하셨네. 그것이 바로 내가 '행동'이라고 부를는 것일세."  207


"어째서 우리는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거죠?"

"그대의 마음이 가는 곳에 그대의 보물이 있기 때문이지."

"제 마음은 변덕스럽습니다. 꿈을 꾸는 듯하다가도 동요하고, 이제는 사막의 한 여인과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녀 생각에 빠져 있을 때면, 마음은 이것저것 물어대며 숱한 밤을 잘 못 들게 합니다."

"좋아. 그건 그대의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네. 마음이 그대에게 말하려는 것에 귀를 기울이게."  210


"무엇때문에 제가 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거죠?"

"그대가 그대의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없기 때문이네. 아무리 그대가 듣지 않는 척해도, 마음은 그대의 가슴속에 자리할 것이고 운명과 세상에 대해 쉴새없이 되풀어해서 들려줄 것이네."  211


"어째서 마음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자신의 꿈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해주지 않는 거죠?"

"그럴 경우,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마음이기 때문이지. 마음은 고통받는 걸 좋아하지 않네."  214


누군가 꿈을 이루기에 앞서, 만물의 정기는 언제나 그 사람이 그 동안의 여정에서 배운 모든 것들을 시험해보고 싶어하지. 만물의 정기가 그런 시험을 하는 것은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네. 그건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것말고도, 만물의 정기를 향해 가면서 배운 가르침 또한 정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일세.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기하고 마는 것도 바로 그 순간이지.  215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 것이네."  216


눈앞에 아주 엄청난 보물이 놓여 있어도, 사람들은 절대로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네. 왜인 줄 아는가? 사람들이 보물이 존재를 믿지 않기 때문이지.  218


우리 모두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연금술인 거지. 납은 세상이 더이상 납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납의 역할을 다 하ㅗ, 마침내는 금으로 변하는 거야.  241


만물의 정기를 키우는 건 바로 우리 자신이야.  242


"무엇을 하는가는 중요치 않네. 이 땅 위의 모든 이들은 늘 세상의 역사에서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다만 대개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지."  253



작가의 말

1981년, 나는 내 운명의 길을 다시 찾게 해준 스승 람을 만났다..

"연금술사에는 세 부류가 있네. 연금술의 언어를 아예 이해하지 못한 채 흉내만 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해는 하지만 연금술의 언어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따라가야 한다는 것 또한 알기에 마침내 좌절해버리는 사람들이 있지. 마지막으로 연금술이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면서도 연금술의 비밀을 얻고, 자신의 삶 속에서 '철학자의 돌'을 발견해낸 사람들일세."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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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사

십년 전, 생장피에드포르의 한 작은 집에 들어서면서 나는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나는, 세상에는 비밀과 신비한 길들이 숨어 있고 대부분의 인간들에게는 금지되어 있는 것들을 이해하고 주관하는 능력을 가진 이들이 존재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영적 탐색을 하고 있었다. 그런 내게 '평범한 사람들의 길'을 따라 걷는다는 건 아무런 의미없는 시도일 뿐이었다.  

1974년.  9

비범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길 위에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내가 믿는것의 궁극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깨달음이었다. 나로 하여금 생애 첫 책인 <순례자>를 쓰도록 용기를 불어넣어준 것도, '평범한 사람들의 길'을 계속 따라걷기 위해 매일같이 치러내야 하는 나 자신과의 '선한 싸움'에서 존엄과 끈기를 발견할 수 있도록 날 북돋워준 것도 역시 그것이었다.  11


RAM 엄격함(Rigor)의 R, 숭배(Adoration)의 A, 자비(Mercy)의 M, 또한 왕국(Regnum)의 R, 어린양(Agnus)의 A, 세계(Mundi)의 M.  15


무슬림 전통에 의하면, 모든 신자는 적어도 생애에 한 번은 메카로 순례를 떠나야 한다. 기독교 탄생 이후 첫 천 년 동안 세 개의 신성한 순례길이 존재했다.

첫번째 길은 로마에 있는 성 베드로의 무덤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 상징은 십자가이고, 그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은 '로마의 방랑자'라고 불렸다.

두번째 길은 예루살렘의 예수의 성묘(聖墓)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은 '수상가(palmist)'라고 불렸다. 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했을 때 그를 맞아준 이들이 흔들었다는 종려나무 가지가 그 길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세번째 길은 이베리아 반도에 묻힌 사도 야고보의 성 유골에 이르는 길이었다.  23


"산이 높다는 걸 알기 위해 산에 올라가는 건 아닙니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배는 항구에 머물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35

지혜로 향하는 진정한 길은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해야 합니다. 첫째, 그 길은 아가페를 포함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살아가면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혜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는 것이죠. 써보지 못한 검이 녹슬어버리고 마는 것과도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누구라도 갈 수 있는 길이어야 합니다.  41


산 중턱에서 풀을 뜯고 있는 염소 떼들이 보였다. 그중 한 마리가 대담하게도 꽤 높은 바위의 돌출 부위에 서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문득 녀석이 어떻게 그곳까지 올라갔는지 어떻게 내려올 것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내가 그런 의문을 품는 순간, 염소는 내 눈엔 보이지 않는 지점에 의지해 뛰어내려 무리에 다시 합류했다. 주위의 모든 것은, 불안하지만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평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평화는 여전히 계속 자라나고 생성되는 과정 속에 있었다. 세상은 알고 있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나아가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51

"난 지금 이곳에 있는 것에 깊이 만족하고 있어요."

페트루스가 말했다.

"내가 하지 않은 일은 아무 의미가 없고, 앞으로 내가 행할 것들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죠."  52

"어떤 목표를 향해 움직일 때, 길에 집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목표에 도달하는 최선의 방법을 가르쳐주는 건 언제나 길이기 때문이죠. 길은 언제나 우리가 걸은 만큼 우리를 풍성하게 해줍니다. 성행위와 비교하자면, 다들 아는 것처럼 오르가슴의 강도를 결정하는 전희와 같은 거라고 말할 수 있지요.

삶의 목표를 가질 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와 그 길을 어떻게 나아가느냐에 따라. 그 목표는 더 나은 것이 될 수도 있고 더 나쁜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같이 습관적으로 바라보는 것들 속에서, 너무 익숙한 것이라 무관심해진 우리가 알아보지 못했던 신비를 발견하는 훈련이죠."  57


속도 훈련 

보통 걸음걸이보다 두 배 이상 느린 속도로 이십분 동안 걸으십시오. 당신 주위에 있는 사물들의 세세한 부분과 사람들, 그리고 풍경에 주의를 집중하십시요.

이 훈련을 일주일 동안 매일 반복해서 실행하십시오.  58

"시간은 항상 같은 리듬을 흘러가지 않거든요. 시간의 리듬을 결정하는 건 우리 자신입니다."  59

"익숙하지 않은 속도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도록 노력하세요."  60


"신은 복수가 아닌 사랑입니다. 그분의 유일한 징벌은 사랑의 행위를 중단시킨 사람에게 그것을 계속 이어나가 완성하도록 강제하는 것뿐입니다."  74

인간은 결코 꿈꾸기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육체가 음식을 먹어야 사는 것처럼 영혼은 꿈을 먹어야 살 수 있으니까요. 살아가는 동안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실망하고, 중족되지 못한 욕망 때문에 좌절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지요. 하지만 그래도 꿈꾸기를 멈춰서는 안 됩니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의 영혼이 죽어버리고, 아가페가 들어갈 자리가 없게 되니까요.  77

"꿈들을 죽일 때 나타나는 첫번째 징후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 피곤하다고 말하고, 정작 자신들이 하는게 거의 없음을 깨닫지 목하면서 하루가 너무 짧다고 끊임없이 불평을 하지요. 

두번째 징후는, 스스로에 대한 지나친 확신입니다. 삶이 우리 앞에 놓인 거대한 모험이라는 것을 보려 하지 않는 것이죠. 그리고 스스로 현명하고 올바르고 정확하다고 여깁니다. 아주 적은 것만 기대하는 삶 속에 안주하면서 말이죠. 

세번째 징후는 평화입니다. 삶이 안온한 일요일 한낮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자신에게 대단한 무엇을 요구하지도, 우리가 줄 수 있는 것 이상을 구하지도 않게 됩니다. 그러고는 우리는 자신이 성숙해졌다고 여깁니다... 우린 자신의 꿈을 위해 싸우가를 포기한 것입니다. 즉 '선한 싸움'을 벌이기를 포기한 것이죠."  79

"당신 또한 '선한 싸움'을 벌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당신은 삶의 모험과 도전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배웠지만, 여전히 일상적이지 않은 것들을 부인하고 싶어합니다."  81


잔인성 훈련 

당신 자신을 부정적으로 느끼게 하는 생각, 이를테면 질투, 자기연민, 시기심, 증오 등이 머릿속을 스칠 때마다 이 훈련을 하십시오.

검지손톰을 엄지손톱 뿌리에 대로 세게 누르십시오. 고통이 아주 심해질 때까지 계속 누릅니다. 그리고 느껴지는 고통에 정신을 집중하십시오. 그것은 당신이 정신적으로 느끼는 고통을 육체적으로 반영하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이 당신의 머릿속에서 나가버릴 때까지 손가락을 계속 누르십시오.  83


"인산이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찾아낸 모든 방법 중에서 가장 나쁜 것은 사랑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 누군가로 인해, 우리를 떠난 누군가로 인해, 그리고 우리를 떠나려 하지 않는 누군가로 인해 고통을 받지요. 혼자인 사람은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고통받고, 결혼한 사람들은 결혼을 예속 상태로 변화시키지요.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84-85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물리적인 힘 외에, 우리 곁에는 근본적으로 영적인 두 개의 힘이 존재합니다. 천사와 악마지요. 천사는 언제나 우리를 보호해주는 신의 선물이죠. 그는 굳이 불러낼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 곁에 있는 천사의 모습은 어디서나 볼 수 있으니까요. 너그러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만 하면, 시냇물에서도, 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에게서도, 그리고 파란 하늘에서도 그를 볼 수 있죠. 로마군단의 이름 없는 병사들이 만들어 우리가 강을 건널 수 있게 해주는 이 오래된 다리에도 당신을 지키는 천사의 모습은 존재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그를 수호천사라고 불렀지요.

악마 역시 일종의 천사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유롭고 반역적인 힘이죠. 난 그를 사자(使者)라고 부르고 싶군요. 우리와 세상을 이어주는 중요한 통로이기 때문이죠. 고대 사람들은 신들의 사자인 헤르메스와 메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세 곱절이나 위대한 헤르메스라는 뜻)를 그런 존재로 생각했어요 사자는 오직 물질적인 차원에서만 개입합니다. 그는 교회의 황금 안에 깃들어 있습니다. 황금은 땅에서 온 것이며, 땅은 사자의 영역입니다. 그는 우리가 하는 일과, 우리와 돈의 관계 속에 존재합니다. 우리가 자유롭게 내버려두면 그는 자기 마음대로 흩어져버리고 맙니다. 또한 쫓아내버리면, 우리는 그가 가르쳐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잃고 맙니다. 그는 세상과 인간에 대해 두루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그의 권능에 현혹당하게 되면, 우리는 그에게 소유됨과 동시에 선한 싸움에서 멀어지고 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자신의 사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와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그의 충고를 듣고, 필요할 때는 그에게 도움을 요천하는 것이죠. 그러나 결코 그가 자신의 규칙을 지시하도록 놔두어서는 안 됩니다.  97-98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미지를 빌려 비유하자면, 천사는 당신의 갑옷이고 사자는 당신의 검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갑옷은 어떤 상황에서든 주인을 보호하지만, 검은 전투중에 땅에 떨어뜨릴 수도 있고, 친구를 죽일 수도 있고 그 칼끝이 주인을 향할 수도 있습니다. 검은 거의 모든 경우에 사용될 수 있죠. 그위에 앉는 것만 빼고는."  99


엄지손가락의 생살을 드러낸 '잔인성 훈련'은 내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내 마음이 얼마나 나를 저버릴 수 있는지, 나스스로도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을 하게 하는지, 나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감정에 빠져들게 하는지 깨닫게 해준 것이었다.  

"그리스도는 부정한 여인은 용서했지만, 열매를 맺지 않는 무화과나무는 저주했어요...."  104


더 중요한 건, 당신의 검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를 아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 검에 도달하기 전까지 확실하게 알아야 해요.  123

우리는 자신의 세계관으로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끊임없이 앴지요. 자신과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세계관이 진실이라고 확신하게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136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계속 노력한다면 그것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목표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신이 우리를 얼마나 도와 주와 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148-149

"우리는 존재의 위대함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세속의 일들로 내면의 열정이 빠져나가버리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입니다. '선한 싸움'을 하는 중에 겪게 되는, 사소한지만 우리도 어찌할 수 없는 패배로 인해 열정을 잃고 마는 것이죠. 열정이 궁극의 승리를 가능케 하는 중요한 힘이라는 걸 알지 못하기에, 그것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리는 걸 그냥 보고만 있는 겁니다. 그렇게 진정한 삶의 의미를 놓친다는 것은 깨닫지 못하면서 말이죠. 그러면서 자신이 느끼는 권태와 패배를 세상의 탓으로 돌려버리죠. 모든 것에 정당함을 부여하는 이 매혹적인 힘, 즉 열정의 형태로 현현하는 아가페를 빠져나가게 하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임을 잊은 채 말이죠."  158


거절당할 것이 두려워 두 세 명의 여자들에게 구애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 떠올랐다. 나중에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하고 싶었던 일을 여러 번 포기한 것도 기억났다. 깊은 회한이 몰려왔다. 산채로 매장당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사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던 나 자신에 대한 깊은 후회였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충만한 삶을 즐기는 것일진대, 나는 무엇 때문에 가절당할 까 두려워하고 하고 싶은 일을 훗날로 미루었던 것일까? 하지만 나는 지금 관 속에 갇혀 있었고, 이제 다시 돌아가 예전에 갖지 못했던 용기를 보여주기엔 너무 늦어버린 터였다. 

나는 스스로를 배신한 유다였다.  187

몇 분 전 내가 경험한 그 죽음은 나의 친구이자 조언자였다. 나로 하여금 남은 삶의 단 하루라도 비겁하게 살지 않을 것을 결심하게 한. 이제부터 그는 페트루스의 안내와 충고보다 내게 더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훗날로 미루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치러내야 할 싸움들을 피하게 하지도 않을 것이며, '선한 싸움'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나를 도와줄 것이다. 이제 나는 결코, 어떤 순간에도, 내가 행하는 아주 작은 몸짓 하나라도 부끄러워 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내 손을 잡고 분명히 말해주었다. 다른 세계로 떠나야 할 순간이 왔을 때, 가장 큰 죄악과 함께 가서는 안 된다고 그것은 후회라는 죄악이었다.  190-191


제자는 자신을 이끄는 이의 걸음걸이를 결코 흉내내어서는 안 됩니다. 삶을 바라보고 , 고난과 정복을 체험하는 각자의 방식이 있는 것이니까요. 가르친다는 것은 가능한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배운다는 것은 그 가능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고요.  208


람 호흡법

숨을 깊이 내쉬면서 최대한 폐를 비우십시오. 그런 다음 팔을 위로 들어올리면서 천천히 숨을 들이쉬십시오. 숨을 들이쉬는 동안, 사랑과 평화, 우주와의 조화가 당신의 마음속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정신을 집중하십시오.

호흡을 멈춘 채로 팔을 가능한 한 오래 들고 있으면서 내면과 외면의 조화로움을 마음껏 느껴보십시오. 그런 다음 '람'이라고 말하면서 빠르게 숨을 내쉬십시오.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먼저 나쁜 결정이 어떤 것인가를 인식하는 겁니다."

"두려움이나 부정적인 생각 없이 또다른 길을 살펴본 다음 결정하는 것이죠."  230


그림자 훈련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푸십시오.

오 분 동안 주위에 비치는 사물과 사람의 그림자를 찬찬히 관찰하십시오. 그러면서 정확하게 사물과 사람의 어떤 부분이 그림자에 반영되었는지 잘 살펴보십시오.

그 다음 오 분 동안에도 계속 그렇게 하십시오. 동시에, 당신이 해결하고 싶어하는 문제에 정신을 집중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부적절한 해결 방법을 모두 떠올려 보십시오.

마지막으로 오 분 동안 더 그림자를 바라보면서, 올바른 해결 방법을 하나하나 떠올려보십시오. 그중에서 당신의 문제에 꼭 들어맞는 해결책이 남을 때까지 하나씩 지워나갑니다.  230-231


듣기훈련

긴장을 풀고 눈을 감으십시오.

몇 분 동안 당신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려고 노력하십시오. 모든 음악가들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듣는 것처럼.

조금씩. 각각의 소리를 구분해 보십시오. 나머지 소리들은 듣지 말고, 독주로 연주되는 양 악기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여보십시오.

이 훈련을 매일 실행하노라면 당신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그것이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인물들의 목소리라는 걸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 훈련은 당신이 이미 사자의 목소리를 알고 잇을 경우에만 실행할 수 있습니다.  257


내가 지금 당신에게 말로만 알려주고자 하는 비밀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몸으로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비밀은 바로 이것입니다.

누군가를 가르칠 때 비로소 배울 수 있다는 것.  278

우리 모두는 누군가 말해주기 전부터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삶은 매 순간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니까요. 따라서 비밀은 단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매일의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도 솔로몬 왕처럼 지혜롭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처럼 강인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이번처럼 특별한 모험에 참여하게 될 경우에만 그 사실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죠.  279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순례길을 따라 걷는 동안, 내가 알고 싶어했던 것은 오직 검이 숨겨져 있는 장소였다. 왜 그것을 찾고 싶어하는지, 그것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자문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원할 때는 그 욕망의 대상에 아주 확실한 목적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보상에 대한 유일한 동기였다. 그것이 내 검의 비밀이었다.  311



작가의 말

선택된 자들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지금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거지?"라고 묻는 대신 마음속의 열정을 깨워줄 무언가를 실행하겠다고 결단을 내리는 사람이었다.  337

우리를 신께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닿게 해주는 것은 열정이지, 수백 수천의 고전을 읽는 것이 아니라고 .. 삶이 기적임을 믿으려는 의지가 기적을 낳는 것이라고.  338

나는 진정 바뀌길 원하고 있었던가? 그랬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산티아고 순례길은 궁극적으로 나를 변화시켰다. 나는 세상의 신비를 발견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길은 세상에는 신비란 없다는 것. '감춰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라는 예수의 말씀을 일깨워주었다. 결국 내가 기대했던 것과 정반대로 모든 것이 흘러갔다.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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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경험한 인문 고전 독서와 저자가 조사한 인문고전에 관한 방대한 자료들을 토대로 하나의 인문고전 독서방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가지는 지적 수준의 힘은 인문고전 독서에 목을 맨 사람들이 어떠한 사람들인지를 통해 드러나있다.
철학자들이야 당연히 그렇다 치고 경제인 교육인 학자 군인 일반인들이 인문고전을 통해 리더가 될 수 있었던 점들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교육 현실이 언제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해 인상적으로 적고 있다.
우리가 경험한 교육현실 그리고 지금 학생들이 되풀이하고 있는 교육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해 서술하면서 지금 우리가 기대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또한 금융, 경제, 기업인들 중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인문고전을 탐독하는 사람들이라는것, 음악, 미술계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사람들은 인문고전을 읽어왔다는 사실은 우리에 절실하게 인문고전이 필요함을 인식하게 한다.
지금의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은 철학에서 시작되었다. 그렇기에 본질을 이해하고 거인의 어깨위에 있기 위해서는 인문고전이 체계적으로 우리 내면에 스며들어 동화될 때 새로운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인문고전 독서 방법에 관한 7가지가 나온다.
이것은 다만 읽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기 보다는 정말 왜 필요한지에 대해 자각하고 그것을 내것으로 만들어 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지나온 한국사회에서 선비들이 하던 공부이다. 그것이 세계를 만들어낸 위인들이 하던 공부이다.



인문고전 독서는 두뇌에 특별한 기쁨을 가져다준다. 물론 처음에는 고되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고 어렵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이해하지 못해 진도가 일주일 또는 한 달씩 늦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어느 지점을 넘기면 고통은 기쁨으로 변한다.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온 천재들이 쓴 문장 뒤에 숨은 이치를 깨닫는 순간 두뇌는 지적 쾌감의 정점을 경험하고, 그 맛에 중독된다. 그리고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뻔한 꿈밖에 꿀 줄 모르고 평범한 생각밖에 할 줄 모르던 두뇌가 인문고전 저자들처럼 혁명적으로 꿈꾸고 천재적으로 사고하는 두뇌로 바뀌기 시작한다.  20
세상에는 두 종류의 책이 있다. 고전(古典)과 비고전(非古典). 고전은 짧게는 100~200년 이상, 길게는 1,000~2,000년 이상 살아남은 책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천재들의 저작이다.
생각해보라. 만일 앞으로 10년 동안 노벨상 수상자들에게 매일 두 시간 이상 개인지도를 받는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22

미국 '그레이트 북스 재단'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인문고전 독서 프로그램 및 독서 토론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28
세인트 존스 대학은 4년 내내 인문고전 100권을 읽고 토론하고 에세이를 쓰는 게 교육과정의 전부다. 
조지 와이드 대학의 주 교육과정은 멘토와 함께 인문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다. 
예일 대학은 '디렉티드 스터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교수가 강의를 하고 두번은 학생들끼리 세미나를 하는 프로그램.  30
어느 날 갑자기 우리나라 대학가에서 인문고전 독서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인문고전을 원서로 일그라는 숙제를 내주던 교수도, 신입생에게 플라톤과 공자를 권하던 선배도, 뭐가 뭔지 모르면서도 죽어라 인문고전을 읽던 학생도 다 사라져 버렸다.
대신 그 자리에 베스트셀러를 읽으라는 숙제를 내주는 교수, 신입생에게 재테크 서적을 권하는 선배, 무협판타지 소설을 애독하는 학생들이 들어섰다.  33
두뇌의 수준은 그가 읽는 책의 수준과 같다고 할 수 있다.  35

스파르타는 왜 강한 육체만 추구한 국가로 알려졌던 걸까? 플라톤은 <프로타고라스>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 그들이 뛰어난 이유가 상세히 밝혀지면 모든 사람이 지혜를 갖추려 애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9

일제는 프러시아 즉 독일에서 시작된,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학교제도를 그대로 수입해서 당시 식민통치하에 있던 우리나라에 이식했다. 일제를 패망시킨 미국은 영국의 공립학교 교육제도를 기반으로 한 자국의 공립학교 교육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했다. 쉽게 말해서 당신이 받은 학교 교육과 지금 우리나라 십대들이 받고 있는 학교 교육은 직업 군인과 공장 노동자를 생산하는게 목적이었던 교육 시스템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혹시라도 이 말을 인정하기 어렵다면 다음 사실을 한 번 생각해보라.
  - 군대의 상관은 부하들에게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리고 부하들은 그 명령을 기계처럼 수행한다.
  - 공장의 장은 휘하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작업지시를 내리고 노동자들은 그 지시를 기계처럼 수행한다.
  - 우리나라 교사는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고 학생들은 그 지식을 기계처럼 암기한다.
서당 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중고 합쳐서 무려 12녀이나 교육을 받고도 지적이고 창의력 넘치는 인재가 되기는 커녕 좀 심하게 말하면 바보가 되어 사회에 나온다. 대학에 입학해서 다시 4년을 배우고 대학원까지 졸업해도 마찬가지다. 당당히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지식인이 되기는 커녕 제 앞길 하나도 헤쳐나가지 못하는 무능력한 존재로 전락하기 일쑤다. 도대체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왜 우리나라 학생들은 배우면 배울수록 무능력한 사람이 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의 공교육이 시키는 일밖에 할 줄 모르는 바보를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 시스템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65-66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인문고전 저자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실시한 교육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이 아니라 스승과 제자가 깊은 대화를 통해 지혜와 진리를 터득하고 발견해가는 교육이다.  67

아무리 많은 지식을 축적한다 한들 백과사전은 될 수 있을지언정 천재는 될 수 없다. 천재는 지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71
인문고전을 읽고서 변화하기를 바란다면.. 전쟁을 치러야 한다. 다름 아닌 자기 자신과 말이다. 
과거의 자신을 죽이는 처절한 자기 투쟁이 뒤따르지 않는 인문고전 독서는 지식의 축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누누이 말하지만 지식은 인간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삶의 근본적인 변화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가 있을 때 생겨난다.  77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투자자들의 삶을 조사해보면 1) 독서광이다., 2) 최고 수준의 인문고전 독서가다. 라는 공통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34

베스트셀러는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책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이 베스트셀러 또한 감동과 지식은 줄 수 있으되 지혜는 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137
그렇다면 인문고전을 열심히 읽기만 하면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 아니다. 지혜는 책 속에 있지 않다. 지혜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 한다.
치열한 철학고전 독서를 통해 두뇌 속에 '철학하는 세포'를 만든 뒤, 본질을 꿰뚫는 사람.  138

돈 없고, 능력 없고, 배경 없는 사람일수록 인문고전을 치열하게 읽어야 한다.  185

인문고전 앞에서 나 자신을 내려놓고 눈과 귀와 마음을 오직 천재들의 목소리에 맞추자, 즉 인문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천재의 두뇌에 직접 접속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이를 실천하자 돌덩이 같던 두뇌가 정말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194
나는 인문고전을 읽으면서 내가 '바보'라는 사실을 알았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지극히 당연한 생각일 수 있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한 것이니 말이다. 나 역시 그런 함정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독파하는 인문고전이 늘어나면서 저절로 사라졌다.  195
인문고전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두 가지 있다. 간절함과 사랑이다. 
인문고전을 읽을 때 글자만 읽어서는 안 된다. 그 내용만 이해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단면적인 책 읽기에 불과하다. 그 단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입체적인 독서로 넘어가야 한다. 진정한 독서는 인문고전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문장 뒤에 숨어 있는 천재의 정신을 만나는 것이다. 그 사실을 잘 이해해야 한다. 깨달음이 있는 책 읽기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그런 독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온 마음을 다해 발버둥 치다보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천재의 정신에 근접한 독서는 할 수 있다. 
사랑이 간절함보다 훨씬 중요하다. 사랑은 곧 인문고전 독서의 목적과 관계된다. "나는 왜 인문고전을 읽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천재가 되기 위해서, 창조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서, 업무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회사를 잘 경영하기 위해서, 부자가 되기 위해서 등등. 그렇다면 왜 천재가 되어야 하고, 왜 창조적인 사고를 해야 하고, 왜 업무능력을 높여야 하고, 왜 회사를 잘 경영해야 하고, 왜 부자가 되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한 유일무이한 답은 '사랑'이어야 한다.
내 경우를 예로들면, 인문고전을 읽다가 좌절감을 느낄 때마다 인문고전을 읽는 궁극적인 목적에 대해 자주 묵상했다.  199-200

가슴으로 하는 독서의 세계  204

해설서는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시기는 인문고전 독서를 시작하고 최소 3년, 최고 10년이 흐른 뒤가 적당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207
철학고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필사했고, 문학고전은 가슴에 와닿는 부분만 필사했다. 역사고전은 한 권도 필사하지 않았다. 철학고전 중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따로 출력해서 주머니나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꺼내 소리내어 읽었다. 이해가 될 때까지 그렇게 했다. 물론 내 수준의 이해였지만 말이다.  210


리딩으로 리드하라 1. 온 마음으로 사랑하라.
세종대왕의 인문고전 독서법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치열함으로 요약된다. 그의 독서법은 백독백습(百讀百習) 즉 100번 읽고 100번 필사하는 것이었다.  237
세종은 무엇보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최고가 되지 못하면 백성들에게 최고의 정치를 베풀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최고가 되지 못하면 신하들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았다. 그래서 세종은 먼저 자신을, 다음으로 신하들을 그토록 뜨거운 독서의 장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238
세종은 당시 사대부들을 비판하면서 "오늘날 선비들은 말로만 경학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치를 궁극하게 밝히고 마음을 바르게 한 선비가 있다는 것은 여태껏 들어본 적이 없다. 너희 선비들은 매일 경학을 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왜 진짜 선비가 없는 것이냐!" 라고 했다.  239
내가 생각하는 인문고전 독서법의 핵심은 천재들의 '마음'을 아는 것이다.

리딩으로 리드하라 2. 맹수처럼 덤벼들어라.
진짜공부(인문고전 독서).
'읽었다' 라기보다는 '먹어치웠다'.  243

리딩으로 리드하라 3.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인식하라.

리딩으로 리드하라 4. 위편삼절(韋編三絶), 책이 닳도록 읽고 또 읽어라.

리딩으로 리드하라 5. 연애편지를 쓰듯 필사하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표시를 하거나 밑줄을 그으면서 책 한 권을 다 읽은 뒤 옮겨 적는 것, 중요한 부분을 발견하는 즉시 옮겨 적는 것 그리고 초서(抄書)[초록(抄錄)이라고도 한다] 세 가지가 있다.
초서란 인문고전에서 중요한 부분을 뽑아서 옮겨 적은 뒤 이를 주제별로 분류, 편집해서 책으로 만드는 것인데, 조선의 천재들이 취한 기본적인 인문고전 독서법이었다.  253
진정한 필사는 종이 위에 베껴 쓰는 것이 아니라 영혼 속에 새겨넣는 것이리라.  255
암송은 천재들이 즐겨 사용한 독서법이다.  256

리딩으로 리드하라 6. 통(通)할 때까지 사색하라.
낮은 수준의 인문고전 독서에는 사색이 없다. 오히려 사색을 억압하고 소멸하려고 한다.  260
서애 류성룡은 "다섯 수레의 책을 술술 암송하면서도 그 의미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가. 사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양의 천재들은 하나같이 진정한 인문고전 독서는 사색에 있고, 사색이 빠진 인문고전 독서는 헛것이요 가짜라고 강조했다.  261
프랜시스 베이컨은 "독서는 오로지 사색하고 연구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사색을 기록하는 방법은 
  1)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따로 준비한 종이나 노트에 즉시 적는다.
  2)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책의 여백에 즉시 적는다.
  3) 책 한 장(章) 또는 책 전체를 읽고 사색한 뒤 그것을 독후감식으로 적는다. 
이 세 가지가 대표적이다.  270

리딩으로 리드하라 7.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라.
인간의 뇌는 무엇인가를 읽고 쓰고 암송할 때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 읽고 쓰고 암송하는 뇌의 사진을 그렇지 않은 뇌의 사진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전자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신피질의 활동이 급격하게 증가하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인간이 깊은 사색에 잠길 때 뇌에서는 전혀 다른 뇌파가 나온다. 아인슈타인이 사고실험에 몰두하고 있을 때, 동양 최고 수준의 바둑 명인이 바둑을 두고 있을 때, 전설적인 명상가가 깊은 명상에 빠져들었을 때 나오는 바로 그 뇌파가 나온다. 인문고전을 읽고 필사하고 암송하고 사색할 때만 그러는 게 아니다. 베스트셀러는 물론이고 신문 사설을 읽고 필사하고 암송하고 사색할 때도 뇌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특별한 뇌파가 나온다. 그런데 인문고전을 읽고 사색하느 수준을 넘어서 인문고전의 저자와 정신적으로 하나가 되어 그의 모든 생각과 마음을 두루 깨닫는 경지에 도달하면 그 사람의 뇌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뇌의 모든 신경세포와 신경회로가 일순 눈부신 빛에 감싸여 전혀 다른 형태로 재탄생하고 재배열되지 않을까? 그리하여 그 사람의 두뇌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사고를 하는 위인의 뇌로 기적처럼 변화하는 게 아닐까?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를 연구하면서 그런 생각을 종종하곤 했다.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는 그 정도로 신비롭고 경이로운 면이 있다.  279-280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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