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인도 사람들은 왜 그렇게 다 나쁘냐고 묻자 한 인도 청년은 이렇게 대답했었다.

"사람의 열 손가락은 모두 같은 손가락이지만 다 다르게 생겼어. 인도 사람들도 모두 같은 사람이지만 다 다르기 마련이야. 인도에는 사람을 속이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아."

나중에 인도를 떠나게 될 즈음에는 나도 알게 되었다. 인도에는 곪고 거친 손가락도 있지만 예쁘고 곧은 손가락도 많이 있다는 사실을.  39


죽음을 접하는 순간이 죽기만큼이나 싫었다.  57


언제부턴가 나는 더이상 꿈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현실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마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서가 아니었을까. 정해진 길이 아닌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한 두려움.

하지만 지금 나는 인도에 있다. 나를 아는 이도 없고, 나에게 어떤 길을 가야한다고 말하는 이도 없이 완전 백지상태의 나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시간. 내 가슴이 원하는 대로 가슴 뛰는 삶을 살아 볼 수 있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 내 가슴에 활활 바람을 지필 수 있는 시간.  291-292


내 삶이 길을 잃은 것 같으면 길을 떠나봐.

내 삶이 꿈을 잃은 것 같으면 길을 떠나봐.

길 위에서 잃어버린 나를 다시 만나게 될 테니.


휴지를 하찮은 것쯤으로 생각하는 살마도 있겠지만 휴지 없이 단 하루를 편히 살 수 있겠는가.

내가 인도를 휴지 쪽에 가깝다고 한 이유는 인도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웃고, 울며, 사랑하고, 미워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깨끗하기도 하지만 지저분해지기도 하고 또 그렇게 버려지기도 하는 우리의 삶처럼.

휴지는 우리가 우러러보고 아껴주는 나무이기를 포기하고, 항상 우리 곁에 있고 싶어서 휴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에는 휴지처럼 항상 우리 옆에 있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모르는 것들이 참 많다. 깨끗한 물 한 잔부터 친구의 농담 한 조각, 그리고 식탁에 떨어지지 않는 엄마표 김치 한 접시까지.

여행을 하다보면 그런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현재 주어진 것에 감사하게 된다. 그 하나만 깨닫더라도 그 여행은 이미 헛된 것이 아니다.  296


인도의 길 위에는 이 찝찝함을 무릅쓰고도 길을 걷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301


길 위에서 무엇을 만나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보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곳.

인도인이라고 인도를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도가 어떤 나라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알 수 있었다.

인도의 길 위에는 오물만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꽃도 떨어져 있다.  302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분명 사람을 감상에 젖게 하지만 그렇다고 오늘밤이 특별할 건 없었어.  305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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