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 

프랑스 시골 마을의 방앗간을 개조한 우리집과 이웃 농장 사이엔 나무들이 한 줄로 길게 늘어서 있다. 얼마 전 옆집 노인이 나를 찾아왔다. 이 양반, 한 일흔 살은 되지 않았을까. 가끔 그와 그의 아내가 들판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젠 쉴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노인은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우리집 나무의 잎들이 자기네 지붕 위로 떨어져 쌓이니 나무를 베어달라고 말했다.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평생을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이, 어떻게 십 년 안에 지붕이 망가질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나무를 베어버리라고 말 할 수 있는가.

나는 일단 그에게 커피나 한 잔 하자고 권했다. 그리고 책임은 내가 지겠다. 바람이 불거나 장마가 지는 여름이 오면 낙엽은 씻은 듯 사라져버릴 텐데, 그래도 피해가 간다면 그때는 지붕을 고칠 돈을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옆집 노인네는 막무가내였다. 나는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정 그렇다면 농장을 나한테 팔라고 제안했다.

"내 땅은 팔 물건이 아니오." 노인이 말했다.

"그 돈이면 시내에 멋진 집도 장만하고, 부인과 함께 편안한 여생을 보내실 수 있을 텐데요. 겨울 추위도, 흉작 걱정도 없는 거고요."

"그 농장은 팔 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나는 여기서 나고 자란 사람이오. 이 나이에 가긴 어딜 가."

노인은 시내에서 전문가를 불러 상황을 보여주고 판단해 달라고 하자고 제안햇다. 명식이 이웃인데 그러면 서로 얼굴 붉힐 일도 없지 않겠느냐고.

그가 돌아간 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만물의 모태인 자연을 마구잡이로 대하는 그를 탓하는 마음이었다. 그런 뒤, 문득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왜 땅을 팔지 않겠다는 거지?

그날이 가기 전에 나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노인의 삶에 펼쳐진 이야기는 지금까지 단 하나뿐이었고, 그는 그것을 바꿀 맘이 없다는 것이었다. 시내로 이사한다는 건 지금까지와는 다른 가치관이 적용되는 미지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으 ㄹ의미한다. 무언가를 바꾸기에 그는 자신을 너무 늙었다고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이웃 노인뿐일까? 아니다. 우리들 대부분이 그럴 게다. 때로 우리는 살아온 방식에 얽매여 좋은 기회를 놓쳐버리고 만다. 기회가 와도 활용할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웃 노인이 익숙해하는 공간은 오로지 그의 농장과 마을뿐이고, 그러므로 그에겐 위험을 감수해야 할 이규가 없는 것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또 어떤가. 너나없이 대학은 꼭 가야 한다고 믿으며,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그 아이들을 또 대학에 보낸다. 그런 삶을 되풀이하며 아무도 스스로에게 묻지 않는다. '난 좀 다르게 살 수 없을까?'라고

사회학과에 다니는 딸을 졸업시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밤낮없이 일하던 내 단골 이발사가 떠오른다. 그의 딸은 졸업장을 따고 여기저기 취업문을 두드린 끝에 시멘트 공장에서 비서로 일하게 되었다. 이발사는 여전히 입버릇처럼 뿌듯하게 말한다. "우리 딸은 대학을 나왔어요."

내 친구들과 그 자녀들 대부분도 대학을 나왔다. 그런데 그들이 원하던 일자리를 얻었을까? 그 반대다. 그들은 대학만 가면 인생이 풀린다고 믿던 시절, 뭐라도 되려면 대학졸업장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그렇게 했을 뿐이다. 그런 식으로 솜씨 좋은 정원사, 제빵사, 골동품상, 조각가, 작가들이 사라져갔다. 

이제는 이 모든 걸 되돌아봐야 할 시기가 아닐까. 의사, 엔지니어, 학자나 변호사가 되고 싶다면 대학에 가야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 대답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구로 대신하겠다.

먼 훗날 어디선가

나는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할 겁니다.

숲속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36-39


눈을 맞추세요

테오 비에레마는 한마디로 끈질긴 남자였다.

"이 행사를 주관하려는 건, 인류가 여전히 더 나은 세상을 추구하고 있다는 믿음을 간직하고 싶어서입니다. 그걸 가능케 하는 데 헌신해야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통 얼굴을 마주 하지를 않습니다. 서로 만나지 않으면 사람은 성숙해질 수가 없어요."

"그렇습니다. '만남'이 필요한 거죠. 제가 오 년 내내 실수했던 게 바로 그 부분이었습니다. 당신에게 그저 이메이만 보낼게 아니라 제가 피와 살을 가진 존재라는 걸 보여드려야 했는데 말이죠. 한번은 유명 정치인에게서 대답을 기다리다 못해 직접 찾아가 그의 방문을 두드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가 내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뭔가를 원한다면, 먼저 상대와 눈을 맞추십시오.' 그의 말대로 한 다음부터는 좋은 일만 생겼습니다. 세상의 어떤 소통 방식도 눈을 맞추는 것보다 나은 것은 없습니다."  45-48


남의 정원을 돌보시느라

아랍에 이런 경구가 있다. 

'바보에게 천 가지 지혜를 가르쳐준들 그가 원하는 것은 정작 네 것뿐이리니.'

삶의 정원을 일궈나가다 보면 우리는 문득 어디선가 우리를 엿보는 이웃을 의식하게 된다. 그는 제 할 일은 제쳐둔 채, 우리에게 언제 행동의 씨앗을 뿌려야 하는지, 언제 생각의 비료를 줘야 하는지, 언제 성취의 물을 부어야 하는지 충고하는 데 열을 올린다.

그의 말에 귀 기울이다 보면 결국 우리는 그를 위해 일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되고, 우리 삶의 정원은 이웃의 뜻대로 되어갈 것이다. 그리하여 끝내는 비지땀을 쏟고 축복의 거름을 주어 일군 우리의 땅을 알아보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게 된다. 땅 한뼘 한뼘에 정원사의 인내 어린 손길만이 풀어갈 수 있는 비밀이 서려 있음을 까맣게 잊고, 해와 비와 계절의 변화를 살피는 대신, 울타리 너머 우리를 곁눈질하는 이웃의 충고에만 매달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남의 정원에 대해 말하기 좋아하는 그 바보는, 제 뜰의 꽅과 나무는 안중에도 없다.  53-54


'행동이 따르지 않는 말은 독을 키운다.' 문호 윌리엄 블레이크


고독한 불씨

후안은 일요일마다 꼬박꼬박 예배에 참석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목사가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한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차차 교회에 발길을 끊게 되었다.

두 달이 지난 어느 추운 겨울밤, 목사가 그를 찾아왔다.

'보나마나 다시 교회에 나오라고 온 거겠지.' 후안은 생각했다. 교회에 발길이 뜸해지게 된 솔직한 이유는 차마 밝힐 수 없었다. 똑같이 반복되는 설교 때문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후안은 속으로 핑곗거리를 찾으며 벽난로 앞에 의자를 두 개 가져다놓고 날씨 얘기를 꺼냈다. 

목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화를 시도하려던 후안 역시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은 거의 반시간 동안 말없이 불만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목사가 몸을 일으켜 아직 타지 않은 장작개비로 불씨 한 조각을 꺼낸 것은. 

열기를 잃은 불씨는 스르르 꺼지기 시작했다. 후안은 불씨를 급히 다시 벽난로 속으로 집어넣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목사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안녕히 가세요. 감사합니다." 후안이 대답했다.

"제아무리 맹렬히 타오르던 석탄이라도 불에서 꺼내면 결국 꺼지고 맙니다. 제아무리 영리한 살마이라도 형제들에게서 멀어지는 순간, 온기와 불꽃을 잃게 되지요. 다음 주이렝 교회에서 뵙겠습니다."  71-72


다보스에서 열린 경제포럼에서 시몬 페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낙관주의자도 염세주의자도 결국은 죽습니다. 하지만 어떤 삶을 살았는가는 천양지차겠죠."  83


우리 각자에게 실현해야 할 신화가 있다는것. 바로 그것이었다. 타인이 우리를 믿어주든 말든, 비판하거나 무시하거나 봐주거나 상관없이, 우리는 그것을 수행한다. 그것이 이 땅에 태어난 우리의 소명이고, 모든 기쁨의 원천이므로.  89


1981년 겨울 프라하

1981년 겨울, 나는 아내와 함께 프라하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한 청년이 주위 건물을 스케치하고 있었다.

나는 여행 도중에 뭘 들고 다니는 걸 성가셔하는데다, 아직 우리에겐 긴 여정이 남아 있었지만 청년의 스케치 한 장을 사기로 했다. 

돈을 건네는데, 청년은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이었다. 기온이 영하5도로 떨어진 추운 날씨였다.

"왜 장갑을 안 꼈나요?" 내가 물었다.

"그러면 연필을 제대로 쥘 수 없어요."

그리고 그는 자신이 프라하의 겨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야기했다. 겨울의 프라하는 화폭에 담기에 최고라는 것이었다.

그림을 팔고 신이 난 그는 공짜로 내 아내를 그려주겠다고 했다.

청년이 그림을 다 그릴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나는 경이로운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우리는 거의 오 분여 동안 서로 통하지 않는 언어로 대화했던 것이다. 무언가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 손짓 발짓과 웃음, 얼굴 표정으로 우리는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누군가와 무언가를 나누고 싶다는 단순한 소망은 우리를 말이 존재하지 않는 언어의 세계로 데려간다.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명징하고, 오해를 할 염려는 조금도 없다.  102-103


날이 밝는 순간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 시몬 페레스가 들려준 이야기다.

한 랍비가 제자들을 모아놓고 물었다.

"밤이 끝나고 날이 밝는 정확한 순간을 어떻게 알아앨 수 있느냐?"

"양 떼 사이에서 개를 가려낼 수 있을 때입니다." 어린 소년이 답했다.

한 제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닙니다. 멀리서도 무화과나무와 올리브 나무를 구별할 수 있어야 날이 밝은 겁니다."

"둘다 신통치 못한 대답이다."

"그럼 정답은 뭔가요?" 제자들이 묻자 랍비가 대답했다.

"한 이방인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을 때, 우리가 그를 형제로 받아들여 모든 갈등이 소멸되는 그 순간이 바로 밤이 끝나고 날이 밝는 순간이다."  126-127


가난한 마음은 행복하다

아내와 내가 그녀를 만난 것은 코파카바나의 콘스탄트 라모스 거리 모퉁이에서였다. 예순 살가량의 여인은 군중에 둘러싸인 채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아내가 도와드릴까요, 하고 묻자 여인은 산타 클라라 가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휠체어 등받이에는 비닐봉지 몇 개가 덜렁덜렁 매달려 있었다. 우리와 함께 가면서 여인은 말햇다. 그 봉지에 들어 있는 것이 자신의 전 재산이라고, 점은 상점 현관에서 자고, 동냥을 해서 먹고 산다는 것이었다.

여인이 자가는 곳에 도착하니 거지들이 모여 있었다. 그녀는 비닐봉지에서 실온 보돤 우유 두 팩을 꺼내 그들에게 나누어주며 우리에게 말했다. 

"받은 게 있으면, 베풀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죠."  161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사는 동안 쓸데없는 일들을 걱정하고, 일을 미루고, 주요한 순간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스쳐지나간다.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고, 늘 푸념하면서도 막상 행도하기는 두려워한다. 모든 것이 달라지길 바라면서도 스스로는 변화하려 들지 않는다.  163


살아가면서 '나는 왜 이러저러하게 행동할까?'라고 질문할 수 있는 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 역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별 탈없이 흘러가려면 '고양이'가 중요하다는 말을 늘 들어왔기 때문에, 불필요한 '고양이'를 제거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왜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행동해 보려고 하지 않는 걸까?  172


길을 여는 열쇠

우리는 모두 삶의 주인공이다. 또한, 가장 오래갈 발자취를 남기는 이들은 때때로 익명의 영웅들이기도 하다.

<도덕경>을 읽고 깊이 감동한 한 일본 승려가 그 책을 일본어로 번역하고 인쇄하는 데 필요한 돈을 모으기까지는 꼬박 십여 년이 걸렸다. 그런데 그 무렵, 나라에 역병이 창궐했다. 승려는 모은 돈을 병에 걸려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쓰고 다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다시 십 년 후 책을 인쇄하려고 하자. 이번에는 지진이 일어나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도처에 생겨났다. 승려는 집 잃은 사람들이 다시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돈을 기부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십 년 동안 돈을 모아 원력을 이루었고, 드디어 일본인들은 <도덕경>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현자들은 말한다. 그 승려는 <도덕경>을 세 권 펴냈다고. 두 권은 보이지 않는 책이고, 한 권은 보이는 책이다. 그는 자신의 유토피아를 믿었고, 선한 싸움을 계속했고, 목표를 향한 신념을 잃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주위 사람들을 잊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바를 잘 보여준다. 가끔은 보이지 않는 책, 타인을 향한 관용으로 이루어진 책이 서재에 꽂혀 있는 그 어느 책보다도 중요하다.  189



다르게 여행하기

철들기 전부터 나는 최고의 배움은 여행에서 얻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나는 순례자의 영혼을 간직하고 있다. 여기 나와 같은 순례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내가 얻은 여행에 관한 몇 가지 교훈을 나누고자 한다.

박물관을 피한다 - 이상한 충고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잠시만 생각해보자. 당신이 낯선 도시에 있다면, 그 도시의 과거보다 현재가 더 흥미진진하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박물관에 가는 걸 의무처럼 여긴다. 어려서부터 여행이란 그런 문화를 찾아다니는 것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당연히 박물관은 중요하다. 그러나 박물관에 가려면 우선 충분한 시간과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 무언가 기본적으로 봐야 할 것은 봤는데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안고 그곳을 나서게 될 것이다. 

술집에 간다 - 술집에 가면 그 도시의 삶이 보인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술집이란 디스코텍이 나리아 오순도순 술잔을 기울이며 신과 세상에 대해 대화하고, 부담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을 만한 분위기가 있는 곳이다. 신문을 사들고 한자리에 앉아 그저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자. 누군가 말을 붙이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 내용이라도 응하자. 문을 통해 보는 것만으로는 길의 아름다움을 판단할 수 없다.

마음을 열자 - 최고의 여행 가이드는 현지에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도시를 구석구석 알고 자신이 사는 곳에 자부심을 느끼며, 여행사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거리로 나가 우리가 얘기하고픈 사람을 고르고, 그에게 길을 묻자, 교회는 어딥니까? 우체국은 어딘가요? 첫번째에 안되면 두번째 사람에게 묻자. 해가 저물기전에 멋진 안내자를 만날 것이다. 장담한다.

여행은 혼자서 가되, 결혼한 사람이라면 배우자와 간다 - 그래야만 정말 그 나라를 알 수 있다. 단체로 몰려다니는 여행은 다른 나라까지 가서 여행하는 시늉을 한 것밖에 안 된다. 모국어를 사용하고, 인솔자가 하라는 것만 하고, 방문한 나라보다 함께 간 사람들의 이러쿵저러쿵 하는 얘기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비교하지 말자 - 물가도, 위생도, 삶의 질도, 교통수단도, 그 어느 것도 비교하지 마라! 여행의 목적은 타인보다 잘 산다는 걸 입증하는것이 아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것은, 다른 이들은 어떻게 사는지, 그들에에서 본받을 만한 것은 무엇인지, 그들이 현실과 삶의 비범함을 어ㄸ허게 조화시키며 사는지 배우는 것이다.

모두가 우리를 이해한다는 것을 이해하자 - 그 나라 말을 못 한다고 겁내지 말자. 나는 한마디도 소통할 수 없는 많은 나라들을 여행했지만, 결국 언제나 나를 도와주고, 안내해주고, 유용한 조언을 해주는 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심지어 여자친구를 사귀게 된 적도 있다. 어떤 이들은 혼자 여행을 하면 길을 잃고 영원히 미아가 될까봐 걱정한다. 하지만 호텔 명함이 주머니에 들어 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만약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 택시를 세우고 운전사에게 그 명함을 보여주면 그만이다.

너무 많이 사지 말자 - 돈은 운반할 필요가 없는 것들에 쓰자. 좋은 공연을 위한 티켓, 근사한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 피크닉 등등. 오늘날처럼 글로벌 경제와 인터넷이 지배하는 시대에는 비행기 초과 수하료를 지불할 필요 없이도 무엇이든 살 수 있다.

한 달 안에 전세계를 다 보려고 하지 말자 - 나흘, 닷새씩 한 도시에 머무는 것이 일주일 안에 다섯 도시를 도는 것보다 낫다. 도시는 변덕스런 여자 같아서, 유혹당하고 그 모습을 두러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여행은 모험이다 - 헨리 밀러는 말했다.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 없는 교회를 발견하는 것이, 로마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떠들어대는 소리를 참으며 시스티나 성당을 관람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어쨌든 시스티나 성당에 가자. 그리고 거기로 나서자. 골목길로 들어가 미지의 무언가를 참색할 자유를 만끽하자. 우리가 마주칠 그 무언가가 분명 우리의 인생을 바꾸게 될 것이다.  198-202


바랑 속의 바나나

이사벨라는 네팔 여행중에 몇 주 동안 사원에서 보냈다고 한다.

어느 날 오후, 그녀는 한 수도승과 근방으로 산책을 나갔다. 수도스은 어깨에 메고 있던 바랑을 열더니 그 안에 든 것들을 한참 들여다보고는 이사벨라에게 말했다. 

"바나나가 삶의 의미를 가르쳐줄 수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승려는 썩은 바나나를 꺼내 내던졌다.

"제때 쓰지 않아서 흘러가버린 인생이에요. 이젠 너무 늦었죠."

그리고 수도승은 초록빛이 도는 바나나를 꺼내 보여주더니 도로 가방에 집어넣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인생이죠. 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수도승은 잘 익은 바나나를 꺼내 껍질을 벗겨 이사벨라에게 나누어주었다.

"이것이 현재입니다. 두려움이나 죄의식 없이 맛있게 드시는 법을 배우세요."  224-225


흉터는 일종의 축복이다. 흉터는 생애 내내 우리를 따라다니며 많은 도움을 준다.  285


<활쏘기의 선>의 핵심구들을 소개한다.

긴장해야 할 때는, 오직 그것을 필요로 하는 곳에만 초점을 맞춰라. 힘을 아끼고, 활과 더불어 배우라. 과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동작보다는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는 사실을.

스승은 내게 아주 뻑뻑한 활을 주었다. 나는 그에게 왜 나를 피로 취급 하느냐고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쉽게 시작하면 큰 도전에 응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맞닥뜨리게 될 어려움이 무엇인지 애초에 알아두는 편이 낫습니다."

오랫동안 나는 시위를 정확한 동작으로 당기지 못했는데, 어느 날 스승르로부터 호흡법을 배우고 나니 그렇게 수월할 수가 없었다. 왜 그렇게 오래 고쳐주지 않고 두었느냐고 묻는 내게 그가 답했다. "시작할 때 바로 호흡법을 가르쳐 주었다면 그것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을 겁니다. 이제는 내가 하는 말을 믿고, 정말 중요한 것으로 알고 연습할 거라고 믿습니다. 좋은 선생은 이런 방식으로 가르칩니다."

화살을 쏘는 순간은 본능적으로 감지된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활과 화살, 과녁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삶의 도전에 응할때도, 완벽하게 움직이는 데도 직관은 필요하다. 완벽히 습득한 후에야 우리는 테크닉을 완전히 잊을 수 있는 것이다.

사 년 후, 내가 활쏘기를 완벽하게 터득하자 스승은 나를 축하해주었다. 나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이제 나도 길의 반은 온 거라고. "아니오." 스승은 대답했다. "예기치 못한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길의 구십 펴센트는 간 뒤에, 그것을 반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옳습니다."  302-304


얀테의 법칙 "당신은 쓸모없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건 아무도 관심이 없다. 평범한 익명으로 사는 게 제일이다. 이런 신조로 살명 사는 동안 어떤 큰 문제와도 맞닥뜨리지 않을 것이다."  312

얀테의 반대 법칙 "당신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존재이다. 당신이 믿지 않는다 해도 이 세상에서 당신이 하는 일과 당신의 존재는 중요하다. 얀테의 법칙을 무시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혼란스러워 말고 계속 두려움 없는 삶을 살아라. 그러면 결국 당신은 승리할 것이다."  313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때가 있다. 상황 때문에 그들에게 접근할 수 없을 때도 있고, 협동이라든가 도움 같은 것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우리에게 남는 것은 사랑뿐이다. 모든 것이 무의미해 보이는 순간에도 우리는 여전히 사랑을 나눌 수 있다. 그 대가로 칭찬이나 변화나 감사도 기대하지 않고 말이다.

그러면 사랑의 힘은 우리를 둘러싼 우주를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그리고 언제나 그 목적을 이룬다. '시간은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의지도 힘도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변화를 가능케 하는 것은 오직 사랑이다.' 헨리 드루먼드의 말이다.

신문에서 부모로부터 심하게 학대당한 어린 브라질 소녀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온몸이 마비되고 실어증에 걸린 아이에게 담당 간호사는 매일 말했다고 한다. "사랑한다. 얘야." 의사는 그녀에게 아이는 듣지 못하니 소용없다는 걸 납득시키려 했지만, 간호사는 계속했다. "잊지마. 나는 너를 사랑해."

삼 주 후, 아이는 움직일 만큼 기력을 회복했다. 사 주 후에는 말도 하고 웃기도 했다. 간호사는 일절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고, 신문에도 그 이름이 실리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 잊지 않도록 여기 다시 쓴다. 사랑은 치유한다.

사랑은 변화시키고, 사랑은 치유한다. 종종 사랑은 치명적인 덫이 되어 모든 것을 바치기로 결심한 사람을 철저히 파멸시키기도 한다. 사랑, 우리를 계속 살게 하고 더 나아지고픈 의지를 갖게 하는, 우리 저 깊은 내면에 존재하는 이 복잡한 감정은 무엇일까?

사랑을 정의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짓인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다른 이들과 똑같이 그것을 느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사랑을 주제로 수천 권의 책이 씌어졌고, 연극이 상연되고, 영화가 제작되고, 시가 지어지고, 나무나 대리석으로 된 조각품들이 만들어진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전달하는 것은 사랑 그 자체가 아닌, 사랑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사소한 것들 안에 담겨 있고, 대수롭지 않은 행동을 통해 드러난다는 것을. 그러므로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든 그러지 않든, 마음속에 사랑을 간직해야 한다.  315-316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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