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고통을 진정시키고 

죽음을 떼어놓고

사랑과 관련되지 않은 관계들을 해체하고 

낮을 증가시키고

밤을 단축시키며

영혼을 대담하게 만들고

태양을 빛나게 한다.  - 파스칼 키냐르



여행은, 

맨발을 빨리 뛰게 하고

가쁜 숨을 진정시키고

얽매임을 떼어놓고

내 삶에 그어진 선들을 해체하고

모험과 미소를 증가시키고

불행을 단축시키며

행동을 대담하게 만들고

내 영혼을 빛나게 한다.  - 변종모



어차피 떠나는 자는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여행에 선진국이 어디 잇고 후진국이 어디 있으랴, 어디를 사느냐는 아무런 문제가 안 되는 것인데 말이다.  21



잘못된 과거란 없다. 다만 잘못되어 가고 있는 현재가 있을 뿐. 아픈 것도 내 추억이며 슬픈 일도 내 추억인데 왜 말하지 못하고 왜울지 못했던가?  27



생각해보면 나는 늘 이런 식의 여행을 꿈꾸어왔다.

계획 없이 목적 없이 나를 올려놓는 것이 나에게 어울리는 여행이라 스스로 위로하며 나는 매범 계획없이, 준비 없이 떠나온 여행에 더이상 불안해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다만 조금 불편할 뿐이며 그 불편함의 여행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가져다부리라 믿는다. 적어도 나에게는 오직 길 위에서 느끼는 행복. 나는 이 행복을 길게 말끽하리라. 쫓겨 가지 않으리라. 쫓아가지 않으리라. 계획 밖에서 계획을 세우고 목적 없는 목적으로 조금 더 느긋하게 걸어가는 연습을 할 것이다. 지나온 시간은 모든 것이 빠르다. 아니 빨랐다.

감정도 생활도 이별도 상처도 쉽게 가지려 하고 빨리 이루려 하고 빨리 회복하려 했다. 마치 느린 것은 쓸모없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빠른 속도보다 느린 속도에 더 불안한 속도감을 느끼며 살았다. 세월이 빠른 것이 아니라 생각이 빠르고 행동이 빨라서 마음이 따라갈 수 없는 것임을 나는 잊고 살았는지 모른다.  45-46



모든 상황이나 현상은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고 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시간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 과거에는 행복이었다가 현재에는 독약이 되는 것들이다.  53



낯선 곳에서 길을 잃게 된다면 자신이 잃어버린 정보에 집착하기 보다는 그곳에서 만나게 될 새로운 것들에 대하여 여유로운 마음으로 침착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조심조심 걸음을 옮기는 일,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어차피 자신이 준비한 정보도 낯설기는 마찬가지일 테니까.  55



축제의 반대편에 자리한 그곳은 노인들의 시간이다. 축제가 젊은이드르이 시간에 파묻혀 환호하는 동안 노인의 시간은 조용히 오래도록 그것을 바라보며 미동이 없다. 아무도 찾지 않을 그 어두컴컴한 가게 안에서 무슨 생각으로 그 긴 시간들을 지켜내고 계실까?

한때 저 멀리서 들려오는 축제의 대열에서 화려하게 옷을 입고 환해했던 날이 분명 있었을 텐데 지금 할머니의 귀에는 그 환호성마저 들리지 않는 듯핟. 세월은 ㄸ러어지는 꽃가루보다 빠르게 진행되어 이렇게 어두컴컴하게 남는다. 누구의 시간인들 그 떨어지는 꽃가루들을 피할 길 있겠는가? 모두가 떨어지고 나면 흔적 없이 쓸려나갈 시간 앞에 무기력한 마음이 무겁다.

화무십일홍 인불백일호(花無十日紅 人不白日好). 꽃은 열흘 붉은 것이 없고, 사람은 100일을 한결같이 좋을 수 없다 했으니 영원하지 못할것들 앞에 함부로 애틋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나는 오늘 이 축제의 뒷골목에서 쉽게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애특한 마음으로 지는 해를 바라본다.

나는 왜, 저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보면서도 영원하리라 믿으며 사는 것일까? 그리 살아도 되는 것일까?



인연이란 아무런 예상도 못한 곳에서도 불현듯 시작이 될 수도 있고 한쪽의 노력만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기억이 증명해주겠지만 좋은 추억이 확인시켜 주는 것이기도 하다.


내 인생에서 사라졌던 사소한 기억 하나를 소중한 추억으로 바꿔준 사람.


이 길 위에서 만나게 될 많은 인연들아! 당신들은 어쩌면 내 인생의 순간순간을 연결하는 우연 아닌 필연인 것이다. 부디 만나서 좋은 것으로 기억되게 해다오. 먼 훗날, 당신의 추억 속에서 기억되는 내가 있을지 모르니 나는 그속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다. 


* 에스페란토(Esperanto) :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인공어. "에스페란토"라는 이름은 1887년 발표한 국제어 문법 제1서에 쓰였던 라자로 루드비코 자멘호프의 필명인 "에스페란토(희망하는)박사"에서 유래하였다. 국제적 의사소통을 위해, 배우기 쉽고 중립적인 언어를 목표로 하여 만들어져싿. 현재 에스페란토응 여행, 의사교환, 문화 교류, 편지, 언어교육등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 200만 명의 사람들이 에스페란토로 대화할 수 있다. 그중에서 약 2,000명은 에스페란토를 말할 줄 아는 부모 사이에서 에스페란토를 모국어로 습득했다.



"네 마음에 진심이 없으니 타인에게도 극진할 수 없는 것이야."

스스로에게 진실하기. 그것이 내게 혁명이다.



출발지와 목적지의 중간에서 자신을 생각해보는 시간, 그 시간들은 여행보다 간절하고 여행보다 현명한 시간이 아닌가 한다.



매번 새로운 것을 보려는 피곤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모든 것을 잊어 보는 일. 지금은 세상과 격리된 시간이다. 내가 처음 세상에게 피곤함을 느꼈을 때 제일 하고 싶었던 일, 그것은 오롯이 혼자 되는 일이었다. 나는 그것을 바라고 여행을 떠났는지 모른다.


불특정 다수와 소통해야 하는 것 또한 여행이다.



어디서나 외롭기는 마찬가지인데 유독 여행만 떠나면 더 외로워지는 건 무슨 조화인지 자꾸만 다녀봐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급하고 모든 것이 빠른 세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무게와는 관계없이 속도만 낼 수 있다면 어떠한 종류의 신발이라도 신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는지.

빨리 만나고 빨리 이별하고 질감 없이 사랑하고 상처 없이 이별하는 세상. 답답하면 갈아 신으려 하고 싫증나면 교체하려고만 하는 세상. 온몸을 다해 부딪쳐 본 적 있었나 자신도 아프면서 상대방에게 다가간 적 있는가?

이제 맨발처럼 살아보리라.

거친 길에서 아파도 하고 부드러운 길에서 수굿하기도 하면서 그래서 피가 나게 다시 사랑도 해보고 굳은살이 박이듯 호들갑스럽지 않게 지난날도 잊어보리라.



따지고 보면 세상에 미치지 않고 돌지 않고 살 수 있는 날이 며칠이나 되던가. 제 기준을 벗어나면 미친놈이 되는 세상이고 그 기준 또한 미치지 않고서야 당해낼 수 없는 것들이라 우리는 매일 서로를 미치게 하고 스스로 미쳐야 살 수 있다. 당신은 미치지 않았는데 나만 미쳐 날뛰다보면 어느 순간 이별이고 어느 순간 혼자다.

당신은 왜 나에게 미치지 못하고 나만 당신에게 미쳤던가. 그래, 무엇에든 미쳐야 산다. 일에 미쳐서 살고 사라에 미쳐서 살고 외로움에 미쳐서 살고, 그 무엇도 아닌 것에 미쳐서도 산다. 

이제 이 미친 곳에서 제대로 미치고 싶다. 제대로 미쳐 산다면 당신과는 상관없이, 결과와는 상관없이 최소한 후회는 없으리라.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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