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에 해당되는 글 474건

  1. 2012.04.23 연금술사(Alchemist) -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1(1988) 03890
  2. 2012.04.22 순례자(O Diario de um Mago) -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6(1987) 03890
  3. 2012.04.21 부메랑(새로운 몰락의 시작, 금융위기와 부채의 복수) - 마이클 루이스 비즈니스북스 2012 13320
  4. 2012.04.16 노 임팩트 맨 - 콜린 베번 북하우스 2010 03810 1
  5. 2012.04.13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다카시 청어람미디어 2001(1995) 03800
  6. 2012.04.11 스콧 니어링 자서전 - 스콧 니어링 실천문학사 2000 03840
  7. 2012.04.10 (나는 이런 여행을 해 왔다)사색기행 - 다치바나 다카시 청어람미디어 2005 03800
  8. 2012.04.07 지식의 단련법 - 다치바나 다카시 청어람미디어 2009(1984) 03800 1
  9. 2012.04.05 취서만필(醉書漫筆) - 장석주 평단 2009 03810
  10. 2012.04.03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 경청 - 제임스 설리반 미다스북스 2010 13320
  11. 2012.03.29 청춘표류(靑春漂流) - 다치바나 다카시 예문 2005 03830
  12. 2012.03.27 소셜 애니멀(Social Animal) - 데이비드 브룩스 흐름출판 2011 03320
  13. 2012.03.25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포리스트 카터 아름드리미디어 1996 03840 1
  14. 2012.03.22 내 책은 하루 한 뼘씩 자란다 - 양정훈
  15. 2012.03.14 우리는 사랑일까(The romantic movement) - 알랭 드 보통 은행나무 2005 03840
  16. 2012.03.10 생산적 책읽기 두번째 이야기 - 안상헌
  17. 2012.03.08 부자들의 대통령(그들만의 리그 사르코지와 부자친구들) - 미셀 팽송, 모니트 팽송-샤를로 프리뷰 2012 03300
  18. 2012.03.06 10대, 너만의 명작을 그려라 - 제인 미들턴 모즈 2006 한언
  19. 2012.03.06 1%로 승부하라 - 이근미 21세기북스 2008
  20. 2012.03.06 (아버지학교를 위한 강의식 교과서) 부모대학 - 추이화팡 휘닉스 2008
  21. 2012.03.04 읽기의 힘, 듣기의 힘 - 다치바나 다카시외 열대림 2007 03800
  22. 2012.03.02 동물원에 가기 - 알랭 드 보통 이레 2006 03840
  23. 2012.03.01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 알랭 드 보통 생각의 나무 2005 03800
  24. 2012.02.27 공항에서 일주일을:히드로 다이어리(A week at airport:A Heathrow Diary) - 알랭 드 보통 청미래 2009 03840
  25. 2012.02.26 일의 기쁨과 슬픔(The pleasures and sorrows of work) - 알랭 드 보통 이레 2009 03840
  26. 2012.02.23 분노하라(INDIGNEZ-VOUS!) - 스테판 에셀 돌베개 2011 03340 1
  27. 2012.02.22 너를 사랑한다는 건(Kiss & Tell) - 알랭 드 보통 은행나무 2011 03840 1
  28. 2012.02.21 세 얼간이 - 체탄 바갓 북스퀘어 2011 03840
  29. 2012.02.20 마음의 해부학(I'm ok - You're ok) - 토머스 해리스 21세기북스 2008 03180
  30. 2012.02.17 불안(Status Anxiety) - 알랭 드 보통 이레 2005 03840




'양들은 스스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 전혀 없겠지. 그렇기 때문에 항상 나와 함께 있는 걸 테고.'

양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오직 물과 먹이뿐이었다.  25


'만일 어느 순간 내가 괴물로 변해서 자기들을 차례로 죽여버린다 해도, 양들은 자기 친구들이 거의 다 죽고 난 후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아차릴 거야. 그건 다 내게만 의지해 본능에 따라 사는 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이지. 내가 자기들을 먹여주니까.'  26


'인생을 살맛나게 해주는 건 꿈이 실현되리라고 믿는 것이지.'  31


지극히 단순한 것이 실은 가장 비범한 것이야. 현자들만이 그런것을 알아볼 수 있지.  37


"사람들은 삶의 이유를 무척 빨리 배우는 것 같아. 아마도 그래서 그토록 빨리 포기하는지도 몰라. 그래, 그런 게 바로 세상이지."  50


"어떤 식으로든 인생의 모든 일에는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는 것을 배우는 건 좋은 일일세."  51


어떤 상인이 행복의 비밀을 배워오라며 자기 아들을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현자에게 보냈다네. 그 젊은이는 사십 일 동안 사막을 걸어 산꼭대기에 있는 아름다운 성에 이르렀지. 그곳 저책에는 젊은이가 찾는 현자가 살고 있었어. 그런데 현자의 저택, 큼직한 거실에서는 아주 정신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어. 장사꾼들이 들락거리고, 한쪽 구석에서는 사람들이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고, 식탁에는 산해진미가 그득 차려져 있더란 말일세.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까지 있었지. 현자는 이 사람 저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젊은이는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두 시간을 기다려야 했지. 마침내 젊은이의 차례가 되었어. 

현자는 젊은이의 말을 주의깊게 들어주긴 했지만, 지금 당장은 행복의 비밀에 대해 설명할 시간이 없다고 했어. 우선 자신의 저택을 구경하고 두 시간 후에 다시 오라고 했지. 그리고는 덧붙였어.

'그런데 그전에 지켜야 할 일이 있소.'

현자는 이렇게 말하더니 기름 두 방울이 담긴 찻숟가락을 건넸다네.

'이곳에서 걸어다니는 동안 이 찻숟갈의 기름을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되오.'

젊은이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찻숟가락에서 눈을 뗄 수 없었어. 두 시간 후에 그는 다시 현자 앞으로 돌아왔지.

'자, 어디....'

현자는 젊은이에게 물었다네.

'그대는 내 집 식당에 있는 정교한 페르시아 양탄자를 보았소? 정원사가 십 년 걸려 가꿔놓은 아름다운 정원은? 서재에 꽂혀 있는 양피지로 된 훌륭한 책들도 좀 살펴보았소?'

젊은이는 당황했어. 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노라고 고백했네. 당연한 일이었지. 그의 관심은 오로지 기름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 것이었으니 말이야.

'그렇다면 다시 가서 내 집의 아름다운 것들을 좀 살펴보고 오시오.'

그리고 현자는 이렇게 덧붙였지.

'살고 있는 집에 대해 모르면서 사람을 신용할 수는 없는 법이라오.'

이제 젊은이는 편안해진 마음으로 찻숟가락을 들고 다시 저택을 구경했지. 이번에는 저택의 천장과 벽에 걸린 모든 예술품들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어. 정원과 주변의 산들, 화려한 꽃들.

저마다 제자리에 꼭 맞게 놓여 있는 예술품들의 고요한 조화까지 모두 볼 수 있었다네. 다시 현자를 찾은 젊은이는 자기가 본 것들을 자세히 설명했지. 

'그런데 내가 그대에세 맡긴 기름 두 방울은 어디로 갔소?'

현자가 물었네. 그제서야 숟가락으 살핀 젊은이는 기름이 흘러 없어진 것을 알아차렸다네.

'내가 그대에게 줄 가르침은 이것뿐이오.'

현자 중의 현자는 말했지.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  60-62


이 세상은 도둑에게 가진 것을 몽땅 털린 불행한 피해자의 눈으로도 볼 수 있지만, 보물을 찾아나선 모험가의 눈으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보물을 찾아나선 모험가야.'

혼곤한 잠 속에 빠져들면서 그는 생각했다.  76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꿈을 보는 것은 아니었다.  95


"자신이 원하는 게 무언지 언제나 알고 있어야 해. 잊지 말게."  97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107


"삶의 모든 것이 다 표지야."  119


한 가지 일이 다른 일에 연결되는 신비로운 사슬... 바로 그 사슬이 산티아고로 하여금 양치기가 되게 하고, 똑같은 꿈을 계속해서 꾸게 하고, 아프리카에 가까운 도시로 가게 하고, 광장에서 늙은 왕을 만나게 하고, 가진 것을 모두 털리게 하고, 크리스털 상인을 만나게 하고, 그리고...  124


'난 양들에게 배웠고 크리스털에기도 배웠지. 사막으로부터도 배울 수 있을 거야.'  126


몇 번을 다른 길로 돌아갔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언제나 일정한 방향을 향해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일단 장애물을 극복한 후엔 다시 오아시스의 위치를 가리키는 별자리를 향해 나아갔다. 이른 아침에 하늘에서 그 별자기가 빛나는 것을 보게 되면 사람들은 알았다. 이제 여자들과 물과 야자수들과 종려나무가 있는 곳에 도착하게 되리라는 것을, 거의 책만 들여다보고 있던 영국인만이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었다.  128


누구나 자기가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면 미지의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130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배우는 거야. 저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같을 수는 없어. 하지만 우리는 제각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고.'  142


"난 음식을 먹는 동안엔 먹는 일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소. 걸어야 할 땐 걷는 것, 그게 다지. 만일 내가 싸워야 하는 날이 온다면, 그게 언제가 됐든 남들처럼 싸우다 미련없이 죽을 거요. 난 지금 과거를 사는 것도 미래를 사는 것도 아니니까. 내겐 오직 현재만이 있고, 현재만이 내 유일한 관심거리요. 만약 당신이 영원히 현재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당신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게요."  144


사막의 모래언덕은 바람에 따라 변하지만, 사막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랍니다. 우리의 사랑도 사막과 같을 거예요.  164


실수학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 돼.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야말로 이제껏 '위대한 업'을 시도해 보려던 내 의지를 꺾었던 주범이지.  166


왜 그토록 미래의 일을 알고 싶어하는지... "일이 닥쳤을 때 무언가를 할 수 있기 위해서죠."

"원치 않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구요."

"그렇다면 그건 당신의 미래가 될 수 없겠구먼."  170


용기야말로 만물의 언어를 찾으려는 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니.  183


사막에서 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바람이 세차게 불 때마다 모습을 바꾸는 모래언덕뿐이었다.  186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악이 아니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악일세."  190


"명심하게. 사랑은 어떤 겨우에도,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한 남자의 길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네.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만물의 언어를 말하느 사랑. 진정한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지."  197


"배움에는 행동을 통해 배우는, 단 한 가지 방법이 있을 뿐이네. 그대가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은 여행을 통해 다 배우지 않았나."  20


신은 눈에 보이는 것들을 통해 당신 영혼의 가르침과 당신의 경이로운 지햬를 깨달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이 세상을 창조하셨네. 그것이 바로 내가 '행동'이라고 부를는 것일세."  207


"어째서 우리는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거죠?"

"그대의 마음이 가는 곳에 그대의 보물이 있기 때문이지."

"제 마음은 변덕스럽습니다. 꿈을 꾸는 듯하다가도 동요하고, 이제는 사막의 한 여인과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녀 생각에 빠져 있을 때면, 마음은 이것저것 물어대며 숱한 밤을 잘 못 들게 합니다."

"좋아. 그건 그대의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네. 마음이 그대에게 말하려는 것에 귀를 기울이게."  210


"무엇때문에 제가 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거죠?"

"그대가 그대의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없기 때문이네. 아무리 그대가 듣지 않는 척해도, 마음은 그대의 가슴속에 자리할 것이고 운명과 세상에 대해 쉴새없이 되풀어해서 들려줄 것이네."  211


"어째서 마음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자신의 꿈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해주지 않는 거죠?"

"그럴 경우,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마음이기 때문이지. 마음은 고통받는 걸 좋아하지 않네."  214


누군가 꿈을 이루기에 앞서, 만물의 정기는 언제나 그 사람이 그 동안의 여정에서 배운 모든 것들을 시험해보고 싶어하지. 만물의 정기가 그런 시험을 하는 것은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네. 그건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것말고도, 만물의 정기를 향해 가면서 배운 가르침 또한 정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일세.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기하고 마는 것도 바로 그 순간이지.  215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 것이네."  216


눈앞에 아주 엄청난 보물이 놓여 있어도, 사람들은 절대로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네. 왜인 줄 아는가? 사람들이 보물이 존재를 믿지 않기 때문이지.  218


우리 모두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연금술인 거지. 납은 세상이 더이상 납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납의 역할을 다 하ㅗ, 마침내는 금으로 변하는 거야.  241


만물의 정기를 키우는 건 바로 우리 자신이야.  242


"무엇을 하는가는 중요치 않네. 이 땅 위의 모든 이들은 늘 세상의 역사에서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다만 대개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지."  253



작가의 말

1981년, 나는 내 운명의 길을 다시 찾게 해준 스승 람을 만났다..

"연금술사에는 세 부류가 있네. 연금술의 언어를 아예 이해하지 못한 채 흉내만 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해는 하지만 연금술의 언어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따라가야 한다는 것 또한 알기에 마침내 좌절해버리는 사람들이 있지. 마지막으로 연금술이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면서도 연금술의 비밀을 얻고, 자신의 삶 속에서 '철학자의 돌'을 발견해낸 사람들일세."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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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사

십년 전, 생장피에드포르의 한 작은 집에 들어서면서 나는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나는, 세상에는 비밀과 신비한 길들이 숨어 있고 대부분의 인간들에게는 금지되어 있는 것들을 이해하고 주관하는 능력을 가진 이들이 존재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영적 탐색을 하고 있었다. 그런 내게 '평범한 사람들의 길'을 따라 걷는다는 건 아무런 의미없는 시도일 뿐이었다.  

1974년.  9

비범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길 위에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내가 믿는것의 궁극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깨달음이었다. 나로 하여금 생애 첫 책인 <순례자>를 쓰도록 용기를 불어넣어준 것도, '평범한 사람들의 길'을 계속 따라걷기 위해 매일같이 치러내야 하는 나 자신과의 '선한 싸움'에서 존엄과 끈기를 발견할 수 있도록 날 북돋워준 것도 역시 그것이었다.  11


RAM 엄격함(Rigor)의 R, 숭배(Adoration)의 A, 자비(Mercy)의 M, 또한 왕국(Regnum)의 R, 어린양(Agnus)의 A, 세계(Mundi)의 M.  15


무슬림 전통에 의하면, 모든 신자는 적어도 생애에 한 번은 메카로 순례를 떠나야 한다. 기독교 탄생 이후 첫 천 년 동안 세 개의 신성한 순례길이 존재했다.

첫번째 길은 로마에 있는 성 베드로의 무덤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 상징은 십자가이고, 그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은 '로마의 방랑자'라고 불렸다.

두번째 길은 예루살렘의 예수의 성묘(聖墓)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은 '수상가(palmist)'라고 불렸다. 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했을 때 그를 맞아준 이들이 흔들었다는 종려나무 가지가 그 길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세번째 길은 이베리아 반도에 묻힌 사도 야고보의 성 유골에 이르는 길이었다.  23


"산이 높다는 걸 알기 위해 산에 올라가는 건 아닙니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배는 항구에 머물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35

지혜로 향하는 진정한 길은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해야 합니다. 첫째, 그 길은 아가페를 포함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살아가면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혜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는 것이죠. 써보지 못한 검이 녹슬어버리고 마는 것과도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누구라도 갈 수 있는 길이어야 합니다.  41


산 중턱에서 풀을 뜯고 있는 염소 떼들이 보였다. 그중 한 마리가 대담하게도 꽤 높은 바위의 돌출 부위에 서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문득 녀석이 어떻게 그곳까지 올라갔는지 어떻게 내려올 것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내가 그런 의문을 품는 순간, 염소는 내 눈엔 보이지 않는 지점에 의지해 뛰어내려 무리에 다시 합류했다. 주위의 모든 것은, 불안하지만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평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평화는 여전히 계속 자라나고 생성되는 과정 속에 있었다. 세상은 알고 있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나아가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51

"난 지금 이곳에 있는 것에 깊이 만족하고 있어요."

페트루스가 말했다.

"내가 하지 않은 일은 아무 의미가 없고, 앞으로 내가 행할 것들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죠."  52

"어떤 목표를 향해 움직일 때, 길에 집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목표에 도달하는 최선의 방법을 가르쳐주는 건 언제나 길이기 때문이죠. 길은 언제나 우리가 걸은 만큼 우리를 풍성하게 해줍니다. 성행위와 비교하자면, 다들 아는 것처럼 오르가슴의 강도를 결정하는 전희와 같은 거라고 말할 수 있지요.

삶의 목표를 가질 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와 그 길을 어떻게 나아가느냐에 따라. 그 목표는 더 나은 것이 될 수도 있고 더 나쁜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같이 습관적으로 바라보는 것들 속에서, 너무 익숙한 것이라 무관심해진 우리가 알아보지 못했던 신비를 발견하는 훈련이죠."  57


속도 훈련 

보통 걸음걸이보다 두 배 이상 느린 속도로 이십분 동안 걸으십시오. 당신 주위에 있는 사물들의 세세한 부분과 사람들, 그리고 풍경에 주의를 집중하십시요.

이 훈련을 일주일 동안 매일 반복해서 실행하십시오.  58

"시간은 항상 같은 리듬을 흘러가지 않거든요. 시간의 리듬을 결정하는 건 우리 자신입니다."  59

"익숙하지 않은 속도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도록 노력하세요."  60


"신은 복수가 아닌 사랑입니다. 그분의 유일한 징벌은 사랑의 행위를 중단시킨 사람에게 그것을 계속 이어나가 완성하도록 강제하는 것뿐입니다."  74

인간은 결코 꿈꾸기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육체가 음식을 먹어야 사는 것처럼 영혼은 꿈을 먹어야 살 수 있으니까요. 살아가는 동안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실망하고, 중족되지 못한 욕망 때문에 좌절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지요. 하지만 그래도 꿈꾸기를 멈춰서는 안 됩니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의 영혼이 죽어버리고, 아가페가 들어갈 자리가 없게 되니까요.  77

"꿈들을 죽일 때 나타나는 첫번째 징후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 피곤하다고 말하고, 정작 자신들이 하는게 거의 없음을 깨닫지 목하면서 하루가 너무 짧다고 끊임없이 불평을 하지요. 

두번째 징후는, 스스로에 대한 지나친 확신입니다. 삶이 우리 앞에 놓인 거대한 모험이라는 것을 보려 하지 않는 것이죠. 그리고 스스로 현명하고 올바르고 정확하다고 여깁니다. 아주 적은 것만 기대하는 삶 속에 안주하면서 말이죠. 

세번째 징후는 평화입니다. 삶이 안온한 일요일 한낮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자신에게 대단한 무엇을 요구하지도, 우리가 줄 수 있는 것 이상을 구하지도 않게 됩니다. 그러고는 우리는 자신이 성숙해졌다고 여깁니다... 우린 자신의 꿈을 위해 싸우가를 포기한 것입니다. 즉 '선한 싸움'을 벌이기를 포기한 것이죠."  79

"당신 또한 '선한 싸움'을 벌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당신은 삶의 모험과 도전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배웠지만, 여전히 일상적이지 않은 것들을 부인하고 싶어합니다."  81


잔인성 훈련 

당신 자신을 부정적으로 느끼게 하는 생각, 이를테면 질투, 자기연민, 시기심, 증오 등이 머릿속을 스칠 때마다 이 훈련을 하십시오.

검지손톰을 엄지손톱 뿌리에 대로 세게 누르십시오. 고통이 아주 심해질 때까지 계속 누릅니다. 그리고 느껴지는 고통에 정신을 집중하십시오. 그것은 당신이 정신적으로 느끼는 고통을 육체적으로 반영하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이 당신의 머릿속에서 나가버릴 때까지 손가락을 계속 누르십시오.  83


"인산이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찾아낸 모든 방법 중에서 가장 나쁜 것은 사랑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 누군가로 인해, 우리를 떠난 누군가로 인해, 그리고 우리를 떠나려 하지 않는 누군가로 인해 고통을 받지요. 혼자인 사람은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고통받고, 결혼한 사람들은 결혼을 예속 상태로 변화시키지요.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84-85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물리적인 힘 외에, 우리 곁에는 근본적으로 영적인 두 개의 힘이 존재합니다. 천사와 악마지요. 천사는 언제나 우리를 보호해주는 신의 선물이죠. 그는 굳이 불러낼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 곁에 있는 천사의 모습은 어디서나 볼 수 있으니까요. 너그러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만 하면, 시냇물에서도, 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에게서도, 그리고 파란 하늘에서도 그를 볼 수 있죠. 로마군단의 이름 없는 병사들이 만들어 우리가 강을 건널 수 있게 해주는 이 오래된 다리에도 당신을 지키는 천사의 모습은 존재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그를 수호천사라고 불렀지요.

악마 역시 일종의 천사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유롭고 반역적인 힘이죠. 난 그를 사자(使者)라고 부르고 싶군요. 우리와 세상을 이어주는 중요한 통로이기 때문이죠. 고대 사람들은 신들의 사자인 헤르메스와 메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세 곱절이나 위대한 헤르메스라는 뜻)를 그런 존재로 생각했어요 사자는 오직 물질적인 차원에서만 개입합니다. 그는 교회의 황금 안에 깃들어 있습니다. 황금은 땅에서 온 것이며, 땅은 사자의 영역입니다. 그는 우리가 하는 일과, 우리와 돈의 관계 속에 존재합니다. 우리가 자유롭게 내버려두면 그는 자기 마음대로 흩어져버리고 맙니다. 또한 쫓아내버리면, 우리는 그가 가르쳐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잃고 맙니다. 그는 세상과 인간에 대해 두루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그의 권능에 현혹당하게 되면, 우리는 그에게 소유됨과 동시에 선한 싸움에서 멀어지고 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자신의 사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와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그의 충고를 듣고, 필요할 때는 그에게 도움을 요천하는 것이죠. 그러나 결코 그가 자신의 규칙을 지시하도록 놔두어서는 안 됩니다.  97-98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미지를 빌려 비유하자면, 천사는 당신의 갑옷이고 사자는 당신의 검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갑옷은 어떤 상황에서든 주인을 보호하지만, 검은 전투중에 땅에 떨어뜨릴 수도 있고, 친구를 죽일 수도 있고 그 칼끝이 주인을 향할 수도 있습니다. 검은 거의 모든 경우에 사용될 수 있죠. 그위에 앉는 것만 빼고는."  99


엄지손가락의 생살을 드러낸 '잔인성 훈련'은 내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내 마음이 얼마나 나를 저버릴 수 있는지, 나스스로도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을 하게 하는지, 나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감정에 빠져들게 하는지 깨닫게 해준 것이었다.  

"그리스도는 부정한 여인은 용서했지만, 열매를 맺지 않는 무화과나무는 저주했어요...."  104


더 중요한 건, 당신의 검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를 아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 검에 도달하기 전까지 확실하게 알아야 해요.  123

우리는 자신의 세계관으로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끊임없이 앴지요. 자신과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세계관이 진실이라고 확신하게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136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계속 노력한다면 그것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목표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신이 우리를 얼마나 도와 주와 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148-149

"우리는 존재의 위대함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세속의 일들로 내면의 열정이 빠져나가버리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입니다. '선한 싸움'을 하는 중에 겪게 되는, 사소한지만 우리도 어찌할 수 없는 패배로 인해 열정을 잃고 마는 것이죠. 열정이 궁극의 승리를 가능케 하는 중요한 힘이라는 걸 알지 못하기에, 그것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리는 걸 그냥 보고만 있는 겁니다. 그렇게 진정한 삶의 의미를 놓친다는 것은 깨닫지 못하면서 말이죠. 그러면서 자신이 느끼는 권태와 패배를 세상의 탓으로 돌려버리죠. 모든 것에 정당함을 부여하는 이 매혹적인 힘, 즉 열정의 형태로 현현하는 아가페를 빠져나가게 하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임을 잊은 채 말이죠."  158


거절당할 것이 두려워 두 세 명의 여자들에게 구애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 떠올랐다. 나중에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하고 싶었던 일을 여러 번 포기한 것도 기억났다. 깊은 회한이 몰려왔다. 산채로 매장당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사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던 나 자신에 대한 깊은 후회였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충만한 삶을 즐기는 것일진대, 나는 무엇 때문에 가절당할 까 두려워하고 하고 싶은 일을 훗날로 미루었던 것일까? 하지만 나는 지금 관 속에 갇혀 있었고, 이제 다시 돌아가 예전에 갖지 못했던 용기를 보여주기엔 너무 늦어버린 터였다. 

나는 스스로를 배신한 유다였다.  187

몇 분 전 내가 경험한 그 죽음은 나의 친구이자 조언자였다. 나로 하여금 남은 삶의 단 하루라도 비겁하게 살지 않을 것을 결심하게 한. 이제부터 그는 페트루스의 안내와 충고보다 내게 더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훗날로 미루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치러내야 할 싸움들을 피하게 하지도 않을 것이며, '선한 싸움'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나를 도와줄 것이다. 이제 나는 결코, 어떤 순간에도, 내가 행하는 아주 작은 몸짓 하나라도 부끄러워 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내 손을 잡고 분명히 말해주었다. 다른 세계로 떠나야 할 순간이 왔을 때, 가장 큰 죄악과 함께 가서는 안 된다고 그것은 후회라는 죄악이었다.  190-191


제자는 자신을 이끄는 이의 걸음걸이를 결코 흉내내어서는 안 됩니다. 삶을 바라보고 , 고난과 정복을 체험하는 각자의 방식이 있는 것이니까요. 가르친다는 것은 가능한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배운다는 것은 그 가능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고요.  208


람 호흡법

숨을 깊이 내쉬면서 최대한 폐를 비우십시오. 그런 다음 팔을 위로 들어올리면서 천천히 숨을 들이쉬십시오. 숨을 들이쉬는 동안, 사랑과 평화, 우주와의 조화가 당신의 마음속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정신을 집중하십시오.

호흡을 멈춘 채로 팔을 가능한 한 오래 들고 있으면서 내면과 외면의 조화로움을 마음껏 느껴보십시오. 그런 다음 '람'이라고 말하면서 빠르게 숨을 내쉬십시오.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먼저 나쁜 결정이 어떤 것인가를 인식하는 겁니다."

"두려움이나 부정적인 생각 없이 또다른 길을 살펴본 다음 결정하는 것이죠."  230


그림자 훈련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푸십시오.

오 분 동안 주위에 비치는 사물과 사람의 그림자를 찬찬히 관찰하십시오. 그러면서 정확하게 사물과 사람의 어떤 부분이 그림자에 반영되었는지 잘 살펴보십시오.

그 다음 오 분 동안에도 계속 그렇게 하십시오. 동시에, 당신이 해결하고 싶어하는 문제에 정신을 집중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부적절한 해결 방법을 모두 떠올려 보십시오.

마지막으로 오 분 동안 더 그림자를 바라보면서, 올바른 해결 방법을 하나하나 떠올려보십시오. 그중에서 당신의 문제에 꼭 들어맞는 해결책이 남을 때까지 하나씩 지워나갑니다.  230-231


듣기훈련

긴장을 풀고 눈을 감으십시오.

몇 분 동안 당신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려고 노력하십시오. 모든 음악가들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듣는 것처럼.

조금씩. 각각의 소리를 구분해 보십시오. 나머지 소리들은 듣지 말고, 독주로 연주되는 양 악기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여보십시오.

이 훈련을 매일 실행하노라면 당신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그것이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인물들의 목소리라는 걸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 훈련은 당신이 이미 사자의 목소리를 알고 잇을 경우에만 실행할 수 있습니다.  257


내가 지금 당신에게 말로만 알려주고자 하는 비밀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몸으로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비밀은 바로 이것입니다.

누군가를 가르칠 때 비로소 배울 수 있다는 것.  278

우리 모두는 누군가 말해주기 전부터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삶은 매 순간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니까요. 따라서 비밀은 단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매일의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도 솔로몬 왕처럼 지혜롭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처럼 강인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이번처럼 특별한 모험에 참여하게 될 경우에만 그 사실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죠.  279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순례길을 따라 걷는 동안, 내가 알고 싶어했던 것은 오직 검이 숨겨져 있는 장소였다. 왜 그것을 찾고 싶어하는지, 그것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자문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원할 때는 그 욕망의 대상에 아주 확실한 목적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보상에 대한 유일한 동기였다. 그것이 내 검의 비밀이었다.  311



작가의 말

선택된 자들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지금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거지?"라고 묻는 대신 마음속의 열정을 깨워줄 무언가를 실행하겠다고 결단을 내리는 사람이었다.  337

우리를 신께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닿게 해주는 것은 열정이지, 수백 수천의 고전을 읽는 것이 아니라고 .. 삶이 기적임을 믿으려는 의지가 기적을 낳는 것이라고.  338

나는 진정 바뀌길 원하고 있었던가? 그랬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산티아고 순례길은 궁극적으로 나를 변화시켰다. 나는 세상의 신비를 발견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길은 세상에는 신비란 없다는 것. '감춰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라는 예수의 말씀을 일깨워주었다. 결국 내가 기대했던 것과 정반대로 모든 것이 흘러갔다.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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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으로 돌아온 과잉과 탐욕 - 최공필

저자는 그리스, 아이슬란드. 아일랜드와 같이 금융의 주요 무대와는 거리가 먼 주변 국가들의 버블 생상 과정과 이후의 모습을 대조시키면서 경제위기의 핵심적 원인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6

글로벌 금융위기는 개인, 회사, 국가 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금융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첫째, 전례없는 호황기(great moderation)의 종식과 함께 시작되어 후유증 처리에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시대의 위기는 물질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부패와 탐욕에 얽매여 부의 창출과정이 소수의 사람들에게 집중되고 또 그 과정에서 왜곡이 일어나면서 생긴 것이다. 즉 과잉 생산된 부가 촉소, 조정되는 과정이 바로 위기인 것이다. 

둘째, 과거의 위기와 달리 핵심적인 중심국가로부터 용심와해(meltdown)가 일어나고 있다. 선진국에서 시작된 위기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급속도로 서민층을 무너뜨린다. 국채의 파산 가능성이 일반 회사보다 높고, 달러나 유로화가 더 이상 안전자산으로 건주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단순히 지급불능의 위기(solvency crisis)가 아니다. 금융 체제의 근간인 기축통화체제마저 흔들리는 초유의 체제적 위기(systemic crisis)이다.

셋째, 양극화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금융의 발전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전체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99%가 열심히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삶의 수준을 높일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부의 집중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출 위주의 성장국가에서는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이 국가적으로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국가 자원의 대부분이 대기업에 집중되고, 이는 서민층의 궁핍으로 연결된다. 이런 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 또한 중산층의 부담을 늘려 결국 기형적인 산업과 경제구조를 안착시킨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지탱하고 있는 시스템의 결과로 양극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넷째, 국가들의 상호의존적 경향이 점점 강해지면서 누구도 해결주체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8-10

공공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사적 추구에만 내몰리게 된다. 공동체 의식은 사라지고 약육강식의 정글만 남는다.

총체적 차원의 파국을 면하려면 다수가 깨어 있어야 한다.

상황이 회의적으로 변할수록 사람들은 법을 지키고 규칙대로 사는 것은 손해라는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집단적 광기와 투기를 부추긴다.  11

<부메랑>의 핵심은 간단히 말해 모든 불행은 과잉에서 초래되었고, 글로벌 환경에서 돌아다니는 자금은 투기적 성향이 강해서 준비가 적절치 못할 경우 누구에게나 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14





아이슬란드 경제를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이슬란드인은 자신이 택할 수 이쓴 직업에서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스스로를 갈고닦았다. 그런데 교육수준이 높고 하나같이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이들에게는 주로 두 가지의 끔찍한 생계수단이 주어졌다. 그것은 바로 저인망 어업과 알루미늄 제련이다.  77



다양한 사회는 모두 동일한 사건의 영향을 받았지만 저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대응했다.  91

그리스에서는 은행이 나라를 망하게 한 것이 아니라 나라가 은행을 망하게 했다.  94

재무부로 들어가는 어두컴컴하고 좁은 입구에서 보안요원들이 출입자의 신원을 확인했다. 그런데 금속탐지기가 울려도 그 이유를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다.  95

어제까지 탈세로 처벌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그리스인이 무신경하다지만 이건 분명 범죄입니다.  99



아일랜드인의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 미치광이 삼촌이 지하실에서 뛰쳐나온 순간, 술 취한 숙모가 앞문을 통해 휘청거리며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은 전 가족과 많은 귀빈 앞에서 수렵용칼로 서로를 난도질했다. 이제 아빠는 목격자들이 본것은 환상일뿐, 진짜 본 것이 아니라고 그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일랜드에 정말로 뭔가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는 증거가 너무나 뚜렷하다.  166

아일랜드 정부가 은행의 부채를 국민에게 떠 넘긴 지 3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사회적 불안을 조장하는 행위는 단 두 번밖에 일어나지 않았다.  183

아일랜드는 은밀히 새로운 금융 법칙을 적용하고 있었다 은행에 500만 달러를 빚지면 은행이 당신을 소유하지만, 50억 달러를 빚지면 당신이 은행을 소유한다는 법칙 말이다.  186



'똥'에 해당하는 독일어는 수많은 용도로 활용된다. 예컨대 애정을 나타내는 말로 '내 귀여운 똥자루'(my little shitbag)라는 표현도 있다.  199

던데스는 함부르크의 홍등가에서 벌어지는 진흙 레슬링 대회를 흥미롭게 관찰했다. 벌거벗은 여성들이 진흙 리에서 싸우는 동안 구경꾼들은 진흙이 뛰는 것을 피하려고 머리에 콘돔 모양의 비닐 모자를 썼다. 

"덕분에 관중은 더러운 것을 즐기면서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독일인은 똥을 가까이하고 싶어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나중에 밝혀지듯 이는 현재의 금융위기에 독일인이 수행하는 역할을 잘 설명해준다.  201



호황중에 각 주들은 국가 경제보다 실적이 좋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국가 경제보다 실적이 저조한 주들이 국가 경제의 22%를 차지하고 있어요. 이상한 것은 그럼에도 주들의 GDP 예상치가 상당히 높다는 거죠.  246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크게 호황을 누린 주가 이제는 가장 큰 파산에 직면해 있다.  247

돈이 있고 이동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재정 문제가 없는 지역으로 옮겨갈 것이고, 돈이 없고 이동할 수 없는 사람들은 주와 지역의 지원에 더욱더 의존하게 될 것이다.  248

위기가 닥치면 사람들은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굉장한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런게 바로 사람들의 심리죠.  261

일련의 대중적인 망상  270

사회에서 권력을 쥐고 사회를 구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사회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그들은 사회적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최대한 많은 것을 챙기다가 엄청난 문젤ㄹ 일으켰다.  273

시의 핵심 문제는 재정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것은 하나의 징후에 불과하고 질병은 문화에 있다는 얘기였다.

변화의 대상은 바로 사람입니다. 사람들에게 서로 존중하고 정직하게 행동하며 탁월함을 위해 노력하는 법을 가르치는 겁니다. 문화가 변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럴러면 먼저 사람들이 변화를 원해야 합니다. 자기 뜻이 옳다고 확신하는 사람은 생각을 바꾸지 않습니다.

우선 우리 내면을 성찰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274-275

학술적인 논문이자 인기 저서인 <미국인의 조증> 에서 와이브라우는 "인간은 현대 미국인으로 살아가기에는 신경학적으로 부적절하게 설계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뇌는 모든 것이 결핍된 환경에서 수십만 년에 걸쳐 진화해 왔다. 원래 인간은 극도로 풍족한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게 만들어져 있다. 와이브라우는 "인간은 지극히 제한적으로 뇌를 사용하고 있지요. 우리 뇌의 중심부에는 '파충류의 뇌'가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이 파충류의 뇌(동물적 충동이 발현되는 곳)를 포유류의 뇌(모성애나 사회적 상호작용과 연관된 곳)가 감싸고 있고, 포유류의 뇌는 기억과 추상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세 번째 층(인간의 뇌)이 둘러싸고 있다고 한다.

"유일한 문제는 우리의 열정을 움직이는 게 아직도 파충류의 뇌라는 겁니다. 우리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특히 섹스 안전성 음식을 최대한 많이 획득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느라 초콜릿 케이크를 멀리해야 하는 사람도 눈앞에 케이크가 있으면 참기 힘들어한다. 제빵사들은 모두 이점을 알고 있고 이제는 신경과학자들도 안다.

"풍족함을 대하면 뇌의 보상경로를 억제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순간에는 초콜릿 케이크를 먹는 것이 다이어트의 가치를 능가하게 되죠. 일단 초콜릿 케이크가 눈에 띄면 미래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미국은 사람들에게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방법을 개선하고 또 개선함으로써 부유해졌다. 즉각적인 만족이 뇌에 미치는 영향은 왼손이 잘렸을 때 그것이 오른속에 미치는 영향과 거의 비슷하다. 파충류의 뇌를 만힝 사용할수록 그 뇌는 우리를 점점 더 강하게 지배한다. 와이브라우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는 지금 뇌의 다른 부분은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심리학적 역기능을 만들어냈지요. 사회의 모든 측면에서 스스로 절제하는 기능을 상실한 겁니다. 골드만삭스에서 시키는 대로 다하면 500만 달러를 받습니다. 이것은 업그레이드된 초콜릿 케이크라고 할 수 있지요."

와이브라우가 볼 때 연이은 금융 거품과 계속 증가하는 개인 부채 및 공채는 파충류 뇌적인 생활방식의 표현일 뿐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미국인은 단기적인 보상을 위해 장기적인 이득을 희생시키고 있다.

"그 문제를 깊이 성찰하려 할 때 우리는 스스로 절재할 수 있습니다."  275-277

"우리가 스스로 규제하지 않으면 환경이 우리를 규제할 것이고, 그때 환경은 우리가 가진 것을 빼앗을 것이다."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나려면 우리에게 필요한 만큼 고통을 줄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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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

우리는 만족스럽지도 않은 생활을 하면서 너무 많은 석탄과 기름을 소비해 대기를 온실가스로 채우고 있다. 신나게 즐기지도 못하면서 우리가 사는 곳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7

이런 위기는 현재를 다시 점검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나처럼 노 임팩트 맨이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더 나은 생활 방식을 찾는 일에 여러분도 동참해주었으면 좋겠다.  8


추천사 - 대도시 한복판에서 지구를 위해 산 사람의 놀라운 이야기(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김종남)

지구환경에 영향을 주는 어떤 선책도 거부하겠다고 굳게 결심하고 가족을 설득한 글쓴이도 1년의 실험적 삶을 통해서 도저히 목표에 도달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음을 고백한다.  10

일상적인 삶의 방식을 조금만 바꾸면 이상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

'노 임팩트 맨'에 도전할 것인가 아니면 '어 리틀(a little) 임팩트 맨'으로 만족할 것인가 하는 선택이 남아 있다.  8

(경제가 살기 위해 우리는 소비해야 한다. 그렇게 할때 기업은 제품을 만들게 되고 그렇게 하기 위해 고용을 유지ㅡ 증가시키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 논리가 정말 논리적인가? 이것이 답인가?)



사실 나는 가끔 세상을 바꾸려고 애를 쓰기는 했지만, 생각해보면 나의 정치적 견해로 미셸(저자의 부인) 같은 다른 사람을 바꾸려고 한 경우는 너무 많았던 반면 나를 바꾸려고 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나는 남의 잘못을 꾸짖으면 내가 고결해진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21

내가 세계문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어찌되었건 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이게 과연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일까? 이런 상태를 나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절망하면서 절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내가 신물이 난 건 세상이 아니었다. 나 자신이었다. 편안하고 느긋하게 무기력한 척하는 내 모습이었다.

내가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까? 나 같은 사람은 세상에 기여할 수 없는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게으르거나 겁이 많아서 시도초자 하지 않는 걸까?  26

다른 사람들을 바꾸고 싶어하면서 거울을 들여다 볼 마음은 없거나, 아니면 들여다보지도 못하는 것과 다름없다  29

내가 처한 난감한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선문답이 있다. 오래전 중국에서 남천선사의 절로 흘러들어간 길 잃은 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는 어떨 때는 동관에 거처하는 선승들의 무릎에 누웠고, 또 어떨 때는 서관에 거처하는 선승들의 무릎에 누웠다. 그런데 선승들은 이 고양이를 함께 잘 돌보지 못하고 서로를 질투하기에 이르렀다.

"우리가 너희보다 더 사랑하니 이 고양이는 우리와 함께 지내야 한다."

"무슨 소리, 우리가 고양이 기르는 법을 더 잘 알고 있으니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한다!"

하루는 선승들이 명상을 하는 선방 한가운데에서 말다툼이 벌어졌다. 결국 남천선사가 선방으로 들이닥쳤다. 그는 고양이를 집어 그 목에 칼을 겨누고 말했다."너희들, 이 고양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한마디로 말할 수 있으면 내가 이 고양이를 살려둘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죽일 것이다."

남천은 선승들을 시험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정말로 고양이를 사랑했을까, 아니면 그저 상대방을 이기고 싶을 따름이었을까? 고양이의 목숨을 정말로 책임질 마음이 있었을까, 아니면 싸움에 너무 정신이 팔려서 통제가 되지 않았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슨 말을 하거나 행동을 보인 선승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들 상대방이 틀렸다는 걸 입증할 방법만 열심히 연구했다. 그래서 남천은 고양이의 목을 땄다.  30

마이너스 임팩트 + 플러스 임팩트 = 노 임팩트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늘려 서로 상쇄할 수 있을까? 적어도 1년 동안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을 더 많이 하면서 살 수 있을까?  33

나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뒤로 달라진 게 너무 많다. 사고방식, 직업, 인간관계, 육아, 결혼생활  35


말을 하기는 쉽지만 실천은 말보다 훨씬 어렵다.  39

나는 환경 전문가로 변신한 다음 내가 터득한 지식을 활용할 생각이 아니었다. 우리 별의 응급상황을 어떻게 처리할지 아무것도 모르는 바닥에서부터 시작해 더듬더듬 앞으로 걸어갈 생각이었다. 내가 어떤 사실들을 깨닫게 되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내가 어떤 식으로 진화하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42

친환경적으로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믿을 만한 로드맵이 없다는 것이다.

과대광고의 미로 속에서 헤매느라 골머리를 앓느니 차라리 그 미로 밖으로 기어나오는게 간단하지 않을까? 친환경적으로 사는 비결은 어쩌면 '다른'제품을 선택하는 게 아니었다. 적어도 낭비벽이 있는 미국과 서유럽 국민들 입장에서는 '적은'제품을 선택하는 게 관건이었다.  43

<도덕경> '만족할 줄 아는 자는 부유하다.'  44

우리 별의 원금이 아니라 배당금으로 사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요람에서 요람으로>의 저자 윌리엄 맥도너와 미하엘 브라운가르트의 말에 따르면, 메노미니족은 수목으로 뒤덮인 고향땅에서 오랫동안 나무를 베어 내다팔았다. 1870년에 메노미니 족이 9510헥타르의 땅에 보유한 입목은 13억 보드피트(목재의 용적 단위, 1보드푸트가 1 제곱피트에 두께 1인치이다)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들이 벌채한 양은 그 숫자의 거의 두 배에 해당되는 22억 5천만 보드피트였다. 

나무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일부 대규모 목재회사의 '완전벌채'방식을 도입했다면 메노미니 족의 땅에는 숲에서 사는 야생생물은 물론이고 나무도 한 그루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땅에는 현재 1870년보다 많은 17억 보드피트의 입목이 있고, 숲 속 생태계도 잘 유지되고 있다. 메노미니 족이 튼튼한 어미나무는 건드리지 않고 동물들이 살 수 있게 나무 우시부분은 충분히 남겨둔 채 약한 나무만 베어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맥도너와 브라운가르트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의 요구사항만 내세우기보다 숲에서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노 임팩트 실험을 통해 구현하고 싶은 철학이었다.  47-48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의 친구였고 입양으로 맺어진 삼촌과 고모 들에게 절약 정신은 환경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과 그 인생에 결부된 모든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데서 싹튼 것이었다.  59

'생활수준이 높은'것이 삶의 질이 높은 것과 일맥상통하느냐..  62

이론상으로는 이런 테이크아웃 음식 덕분에 내 몸과 우리 가족을 챙기는 데 드는 시간이 줄어들어 여유가 더 많아져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우리 집에서는 생활이 편리해지면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지는 게 아니다. 일할 시간이 많아지는 것이다. 결국에는 우리 모두 이 '편리함'을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하루에 열두 시간씩 허리가 부러져라 일을 하고 있다.  64

우리가 잘 살기 위해 이 모든 편의용품의 비용을 치루고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 모든 편의용품의 비용을 치르고 일을 하기 위해 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66

어렸을 때는 절약을 강조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가르침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이러면 안 된다. 저러면 안 된다. 무엇 때문에 그래야하는 걸까? 믿음을 위해? 독실해지기 위해? 하지만 낭비하지 말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두 분의 마음가짐은-대공황 시대의 발상이건 아니건 간에-석양이나 다람쥐를 감상하는 여유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쓰레기 앞에 앉아 있으면 바닥 위로 펼쳐진 나의 삶이 보이고, 어느 고고학자가 앞으로 천년 뒤에 나의 삶을 연구할 때 어떤 걸 보게 될지 내 눈에 보이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생명이 생명을 낳고 죽음이 죽음을 낳는다면 쓰레기가 쓰레기를 낳는 걸까? 만약 내 삶이 쓰레기를 낳는다면 그건 내 삶이 어떻다는 뜻일까? 자원을 낭비하는 게 인생을 낭비하는 증거일까?  67

그리스도교의 10계명과 비슷한 불교의 오계에 얽힌 이야기다.

어느 선사가 바깥 나무 밑에 앉아 명상을 하는데, 제자 한 명이 우물에서 물을 뜨려고 커다란 항아리를 들고 지나갔다. 항아리를 채운 제자는 온 길을 되짚어 황급히 선사 옆을 지나가며 사방으로 물을 흘렸다. 

"네 이 녀석!" 선사가 나무 밑에서 외쳤다. "그 물을 왜 죽이고 있느냐?"

여기에서 어떤 단어를 선택했는지가 중요하다. 선사의 말은 제자가 나무를 죽이지 말라는 모세의 가르침이 그렇듯 살생을 넘어 과소비와 파괴로까지 확대되는 데 1계의 정신을 어기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불필요하게 과소비하고 파괴하다니 제자가 삶에 정성을 다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과소비는 제자가 어떤 식으로 사는지를 좀더 심층적으로 알려주는 지표였다. 어쩌면 그도 나처럼 다람쥐와 석양이 주는 기쁨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어째서 지금 여기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더 걱정하느냐고, 선사는 그렇게 물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째서 지금 하는 일보다 앞으로 하게 될 일을 더 걱정하느냐고, 어째서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느냐고, 어째서 지금 이 순간을 낭비하고 있느냐고, 어째서 진정 인생을 낭비하고 있느냐고.  70-71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종이 식탁보와 파티용 모자 그리고 서류용지와 인쇄용지를 소비하는 속도에 맞추느라 1분마다 풋볼 경기장 아홉개에 해당되는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베어내고 있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첫째가 화석연료 사용이고, 둘째가 삼림파괴다.

편리하지도 않은 편의용품을 사느라 우리 별의 자원을 닥치는 대로 소모하고 있다는 사실의 상징이었다.  75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일랜드. 방그라데시, 타이완 우간다, 탄자니아에서는 이미 비닐봉지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사용을 규제해 실질적으로 자취를 감추게 만들었다.  80

바다 1.6제곱킬로미터당 4만 6천 조각의 플라스틱이 떠다니고 있다고 유엔환경계획에서 보고했다.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160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태평양 한복판으로 나서면 쓰레기들이 둥둥 떠다니며 소용돌이치는 곳이 나오는데, 그 크기가 미국 본토의 두 배이다.  

무게로 따졌을 때 수중생물의 여섯 배에 달하는 플라스틱이 떠다니고 있다.  81

수백 년 동안 숲을 관리하면서 메노미니 족도 숱하게 이런 일을 겪었을 것이다. 더 있었으면 싶지만 참아야 했을 때, 충분해도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때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무를 너무 많이 베어버렸다면 무슨 수로 목재산업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내가 유혹이 느껴질 때마다 무너지면 이번 실험에서 무얼 배울 수 있을까?  91

인도의 대서사시 <바가바드 기타>에는 '실천은 그 결과가 아니라 그 자체로 올바른 것이니라. 그대는 실천의 결과를 목적으로 삼지 말 것이며, 나태에 심취하지도 말라.' 다른 말로하면 그냥 저지르라는 뜻!  98

바뀌어야 할 게 인간의 천성이건 산업 시스템이건, 지구를 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내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내가 시도할 마음이 있느냐는 것이다.  99


대도시에서 상업화되고 자동화되고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기반시설을 가능한 한 이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길을 걷거나 계단을 오르지 않고 움직이는 기계를 이용하는 것이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까? 상업화된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는 데에도 일말의 장점이 있지 않을까?  110

기후학자들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은 상태로 너무 오래 지속되면 기온이 지나치게 상승해서 지구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달라질 거라고 입을 모은다. 

대기 100만 그램당 이산화탄소의 양이 350그램을 넘기면 안 되는 것이다. 핸슨은 "문명이 발달하고 비슷하게 보존하고 싶으면" 이산화탄소의 양을 그 이하로 낮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벌써 387피피엠이다. 게다가 해마다 2피피엠씩 높아지고 있다.  115

"남들을 너 대신 희생시킬 거면 이 노 임팩트 어쩌고를 뭐하러 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어머니가 말한다.

"하지만 여행을 못 하는 사람은 저예...."

"그 때문에 속상해지는 사람은 나잖니."  117

아이는 다시 쇠사슬을 밀어 앞뒤로 흔든 다음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밀었다. 나는 얼른 공원으로 달려가 재미있게 놀고 싶었다. 나는 한참이 지난 뒤에야 이자벨라가 이미 재미있게 놀로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나는 몇 살부터 내가 어디 있느냐보다 어디로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을까? 언제부터 무얼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끝맺음이라고 믿기 시작했을까? 아이들에게 잘 사는 법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 아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우리가 없애지 않도록 조심하기만 하면 된다.  123

효율성의 참뜻에 얽힌 이야기 하나.

애수에 젖은 분위기로 유명했던 커트 보네거트의 두번째 부인이 어느날 팩스 기계를 사면 우체국에서 줄을 설 필요가 없다고 그에게 말했다.(이메일이 등장하기 이전의 일이었다) 보네커트는 반기를 들었고, 이런 글을 남겼다.

"빈둥거리는 게 인생의 목적이니 남들이 뭐라 하건 상관하면 안 된다."

효율성의 참뜻에 얽힌 이야기 둘.

커트 보네거트는 또 이런 글을 남겼다. 

"인생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얼마 전에 [아들] 마크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 아이가 하는 말. '아빠, 우리는 뭐가 됐든 함께 헤쳐나가자고 태어난 거예요.'"  127


나는 처음에 '내 집 앞길을 깨끗하게' 정신으로 시작했다. 이 말은 곧, 남의 일에 정말 끼어들고 싶어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지금 남들을 비판하는게 아니다. 정말로 나만 비판하는게 아니다. 정말로 나만 비판하는 것다. 나는 왜 이것밖에 못 할까? 하느님, 도와주소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시에 마음의 평화를 누릴 방법은 없을까?  151

새 아이폰이나 평면 텔레비전이나 버뮤다 행 여행티켓이나 기타 오락거리를 손에 넣을 방법을 연구하는 것보다 이런 고민을 하는게 더 힘들다. 예를 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 인생의 목적은 무엇일까 하는 것들 말이다.

내가 보기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민을 외면하고 싶어한다.  158


악순환. 우리는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으려고 죽도록 일을 하지만, 그 물건을 만드는 과정이 우리 별을 파괴해 우울해지고, 그러면 기분전환이 될 만한 물건을 사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에 매달리게 된다.  195

세속적인 물건을 소유하는 것 자체보다 그것을 어떻게 쓰고 악용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 였다.

석가모니가 금욕에 대해 한 말 : "속세를 포기한 사람이 피해야 할 양극단이 있느니라. 이것이 무엇이겠느냐?" 한쪽은 쾌감과 욕망만 좇는 쾌락주의이다. 다른 한쪽은 금욕이라는 고행을 통해 속세를 거부하는 것이다. 석가모니는 이 양극단 사이에 중용이 있다고 한다.  203

산업자본가들은 사람들의 욕구가 충분히 충족되면 모든 공장이 조만간 문을 닫아야 되는 게 아닌지 걱정하게 되었다. 

그들이 내놓은 해법은? 의도적인 노화였다. 제조업자들은 제품의 수명을 교묘하게 줄일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 또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반복 소비를 조장한 것이다.

산업자본가들은 예전만 해도 종이접시나 면도날 정도에 불과했던 일회용품을 모든 분야로 확대시켰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됐다.

우리 별의 자원이 무궁무진한 것처럼 느껴졌던 당시에는 이것이 상식적인 일이었다. 그때 우리 사회는 자연을 마음대로 주무르는데 넋이 팔려 과학기술과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더 나은 삶을 보장할 것이라고 상상했다. 

하지만 인구가 많아지고 산업이 성장하자 어느새 버려진 유독물질 때문에 모든 강들이 오염되고, 이산화탄소가 대기를 가득 채우고, 우리별이 지치기 시작했다.  205

이제는 바꿔야 한다.  206

소수에게 사치품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을 공급하는 쪽으로 노동력을 활용하면 수요가 급감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쓰는 자원을 바꾸는 게 아니라 적게 쓰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었다.  207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들을 이해하려고 수많은 이야기를 읽는다. 

우리가 이렇게 읽어대는 것은 해답을 모르는, '허공에 떠 있는'상태를 인정하기만 하면 된다는 걸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또 어떤 선사는 나에게 말하길 모른다는 사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것이 수련의 전부라고 했다.  219

어찌할 바 모르는 옆 사람을 꽉 붙잡고, 헤쳐나갈 수 있도록 서로 돕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다.  220


어디에선가 내가 읽거나 듣기로는 랍비도 하루의 10%를 정원 손질과 설거지와 요리와 일상적인 일에 써야 된다고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래야 머리를 박차고 나와 구체적으로 현실에 뛰어들 수 있다.  226

알고 보니 우리 사회는 친환경적으로 선택할 여지가 많지 않았다.  241

내가 메이어에게 반전운동을 벌인 지 35년째인데 왜 포기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선배 눈에는 안 보이는지 몰라도 아직도 전쟁이 끊이지 않잖아요."

메이어가 대답한다.

"세상이 달라질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포기했지. 그게 내 천성이니 세상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받아들였어. 나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이니까."  245

가장 힘든 일은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나를 타성에서 끌어내 다르게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248

우리는 미국과 서유럽의 일부 국민들이 적게 쓰는 방법을 고민하는 한편으로 남반구의 국민들이 더 많이 누릴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나는 전기를 끊고 나서 문제를 해결할때 고려해야 할 부분이 두 가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첫번째로는 만족스러운 삶이 무엇인지-어떤 종류의 자원이 얼마만큼 있어야 행복해지는지-고민해야 한다. 두번째로는 서양의 기준에서 보았을 때 자원 절약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있는 그 수준까지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친환경적으로 접근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257


훌륭한 수돗물이 있고 수원이 비교적 풍부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운이 좋은 나라인데, 사기업에서 생산하는 생수를 마심으로써 그들의 손에 이 나라의 운명을 맡기고 있다.  264

나는 여러 단체에서 자원활동을 하면서 환경운동은 적게 쓰는 운동이 아니라 더 많이 베푸는 운동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배를 쑥 집어 넣는 운동이 아니라 가슴을 내놓는 운동이다. 환경운동의 대상을 환경이 아니다. 인간이다. 인간을 위해 더 나은 미래상을 제시하기 위한 운동이다.

'대안적인 대중교통'의 폴 스틸리 화이트 소장은, 차를 줄여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무를 더 많이 심고, 밖에서 노는 아이들과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들을 늘리고, 스스로 표현하길 '살 만한 거리'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줄이는 게 아니라 늘리는 게 그의 꿈이다. 

'로어 이스트 사이드 환경센터'의 크리스틴 다츠-로메로 회장은 나에게 물건을 버리지 말고 계속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해 보라고 한다. 그녀는 쓰레기가 제로인 세상, 즉 똑같은 것을 몇 번씩 짓거나 사지 않아도 되는 재료를 이용해 에너지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271

사회운동단체에서 자원활동을 하며 그 어느 때보다 책임감을 느낀다. 나도 기여하고 싶은데, 프로젝트가 끝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내 모습이 한편으로는 부끄럽다.

쓰레기를 만들거나 새 물건을 사거나 먼 곳에서 생산된 테이크 아웃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여행을 못하는 것은 지긋지긋하다. 전기를 안 쓰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해가 짧아지니 태양전지판으로는 부족해 밤에 책을 읽거나 작업 분량을 늘릴 수가 없다. 어떤 주에는 4일 연속으로 비가 오는 바람에 전기 없이도 산 적도 있다.

나는 혼란스럽다.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고 부끄럽다.  272

문제는 자원을 사용할 것인지 여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지이다. 우리는 삶을 개선하는 데 자원을 쓰고 있을까? 아니면 낭비하고 있을까? 내 인생 자체가 자원이다.  273

우리에게 맡겨진 일은 간단하다.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면 된다. 역설적으로, 내가 무슨 일을 하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남에게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히게 된다. 이익단체들에게는 자본이 힘이지만, 우리에게는 사람이 힘이다.

그런데 내가 앞으로 방향을 모색하고,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이해하며, 인생이라는 미래 프로젝트의 행로를 결정하려고 노력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진다.  275

나는 이 프로젝트가 나의 깨달음을 표현하는 도구였음을 이제야 알아차린다.

이 세상에 나의 절망이나 너의 절망은 없다. 우리의 절망만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잊어버린다. 우리 모두 잊어버린다.  280

아이의 무덤가에서 비디오게임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더 많이 갖지 못한걸 아쉬워하게 될까? 

나는 딱 한 가지를 아쉬워할 것 같다. 더 사랑하지 못한 것, 더 사랑하지 못하고, 재물과 성공에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 인생은 너무나 짧고 금세 끝이 난다. 그 인생을 무엇을 위해 쓸 것인가?  281


애니 레너드도 온라인 비디오 <물건 이야기>에서 '우리는 일을 하고, 가끔은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해서 새로 산 소파에 털썩 쓰러져 텔레비전을 보는데, 광고에서 "너는 글러먹었다"고 하기 때문에 마트에 가서 기분전환용으로 물건을 사고, 얼마 전에 산 물건 대금을 치러야 하니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하고, 집에 돌아오면 더 피곤해서 소파에 앉아 더 열심히 텔레비전에 매달리는데, 텔레비전에서는 다시 마트에 가라고 부추기니 일-텔레비전-소비로 이루어진 어이없는 다람쥐 쳇 바퀴를 돌고 있다. 그냥 멈추면 되는데 말이다.' 

그냥 멈추면 된다.  286

어쩌면 우리가 지구의 위기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애니 레너드가 말한 것처럼 그냥 멈추지 못하는 것은-대부분 선진국의 편안한 생활에 젖어 현실에 안주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287

내말은. 제발 잠에서 깨어 적극적으로 결정을 내리자는 뜻이다. 결정은 우리가 내려야 한다. 우리 몫이다. 정부의 몫이 아니다. 대기업의 몫도 아니다. 우리 몫이다.

얼마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평화를 실현하고 싶으면 나부터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 한다. 

흔히 마음이 평화로우면 사람이 평화로워진다고 한다. 평화로운 사람이 평화로운 가정을 일군다. 평화로운 가정이 평화로운 마을을 만든다. 평화로운 마을이 평화로운 나라를 만든다. 평화로운 나라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든다.

이게 무슨 뜻일까? 세상을 바꾸고 싶으면 나부터 바뀌어야 된다는 뜻이다.  289

우리는 발전적이고 배포가 커야 한다. 재생에너지 생산과 친환경적인 과학기술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할애해야 하는것도 맞다. 하지만 과학기술을 발전과 연결짓는 발상은 200년 묵은 것이다. 배포가 큰 발상이 아니다. 그리고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발전도 아니다. 그럴 게 아니라 우리는 어떤 게 행복한 삶인지 파악한 다음 거기에 맞춰 사회와 과학기술 체제를 개조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사회기술적 설계라고 한다.  292

환경운동 내에서도 개인적인 실천과 집단적인 실천의 장단점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007년에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톰 프리드먼은 개인적인 실천에 대해 이렇게 썼다.

"전등을 바꿀 수는 있다. 차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지도자를 바꾸지 않으면 개인적인 실천은 디 테니가 말한 '개인적인 도덕성'을 표현하는 것에 불과하다."

한편 <뉴스위크>의 기사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버락 오바마는 친환경적인 선택에 대한 브라이언 윌리엄스의 질문에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답답해하며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사실 우리 집의 그 빌어먹을 전구를 바꾼다고 지구온난화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집단적인 조치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나는 노 임팩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내내 이 비슷한 비난을 들었다. 일개 개인이 어떤 영향을 미칠수 있겠느냐고 말이다. 물론 그 사람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주변사람들에게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 중 어느 누가 능력과 노력을 다해 소신을 펼치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나 로버트 케네디나 베티 프리던이나 넬슨 만델라가 될 수 있을지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293

도미노로 도미노 형상을 일으키려면 우리들 하나하나가 줄을 맞춰서 연쇄반응이 일어나도록 만들어야 한다. 물론 기후변화에 다 같이 대처해야 한다고 한 프리드먼과 오바마의 말은 맞다. 친환경적인 기반시설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규제를 통해 기업의 남용을 막아야 한다. 이런 것들은 개별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정치에 참여해 정치인들에게 이런 쪽으로 압력을 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집단적인 실천과 개인적인 실천을 상호 배타적이거나 심지어 서로 별개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을 뿐더러 위험한 발상이다. 사회의 변화방식과, 시민들의 책임감과,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우리의 역량을 무시한 발상이다. 집단적인 실천은 개인적인 실천의 집합체에 불과하다. 그리고 개인적인 실천은 집단적인 실천에 대한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이 두 가지는 함께 움직인다.  294

개인적인 실천과 집단적인 실천을 놓고 쓸데없는 논쟁을 벌일 게 아니라 '참여하는 시민의식'과 같은 포괄적인 단어로 뭉뚱그려 함께 홍보하면 어떨까?  295

냉장고는 다시 쓰기 시작했지만, 별도로 있던 냉동고는 쓰지 않는다. 식기세척기는 1년 동안 쓰지 않았더니 고장이 났는데, 새것으로 바꾸지 않았다. 에어컨을 치워버려서 여름 내내 땀을 뻘뻘 흘리지만 계속 그렇게 지낼 생각이다. 라디에이터는 계속 꺼놓고 있다. 텔레비전은 없지만 어쩌다 한 번 컴퓨터로 이자벨라(저자의 딸)에게영화를 보여주기는 한다. 유리병을 들고 다니며 커피와 물을 마시는데 쓰고, 거의 대부분의 경우 자전거로 이동한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 1년에 열 번쯤 택시를 탔고, 비가 오면 지하철을 탄다. 

머리는 여전히 베이킨 소다로 감고 있고, 베이킹 소다를 탈취제로도 활용하고 있다. 로션과 비누도 유독물질을 넣지 않고 집에서 만든다. 고기는 지금도 먹지 않는다. 그런데 슬프게도 이제 세 돌 반이 된 이자벨라가 화를 내며 이제는 채식주의자가 싫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자기도 고기를 먹고 싶다고 했다. 

"고기가 동물인 건 아니?" 내가 물었다.

"네."

"그러니까 고기를 먹으면 동물을 먹는 거야, 그렇지?"

"알아요. 동물 먹고 싶어요."이자벨라가 말했다.

그래서 이번 추수감사절에 미셸과 나는 이자벨라에게 친구 루비 네 집에서 칠면조 고기를 먹어도 좋다고 허락한다. 정작 칠면조 고기가 나왔는데, 이자벨라는 한 입 먹더니 싫다고 했다. 치즈를 달라고 했다.  298

노 임팩트 실험을 마치고 남은 여러 가지 고민 중에서 가장 큰 고민은 이것이다. 어떻게 하면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인류의 멸종을 막을 수 있을까? 내 말이 섬득하게 들리겠지만, 여러분도 과학 자료들을 읽어보면 기후 문제가 언론에서 떠드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던진 질문에 대답하자면 내가 생각하기에 그 방법을 완벽하게 아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이 문제를 정부에 온전히 맡길 수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리 모두 총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력을 기울이기 전에 먼저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게 된 것이야말로 프로젝트의 가장 큰 수확이다.  299

나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계속 기울이고 있다.

나는 순교자가 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심사숙고해가며 살 것이다.

내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고민에만 집착했다. 나는 1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고민인지 깨달았다. 내가 시도하려는 사람인지 아닌지 고민해야 맞는 일이다.  300



부록 - 당신도 세상에 기여할 수 있다.

기다리면 안 된다.

우리는 각자의 환경과 능력에 따라 해야 할 역할이 있다.  304

살아가면서 기부나 투표 말고, 세상을 뒤흔들지는 못하더라도 현실적이고 특별하며(그리고 상징적이며) 뭐가 되었건 나름의 보상이 따르는 그런 일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면 육식을 포기하면 탄소 배출량을 4분의 1이나 줄일 수 있다. 안식일을 지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일주일에 하루씩 경제활동을 완전히 금하고 쇼핑도, 운전도, 전기 사용도 자제하는 것이다. 아니면 직접 먹거리를 길러보는 것도 좋다고 한다.  306

정신과 의사들이 말하길 인간의 가치관을 바꾸려면 태도를 바꾸어야 된다고 한다. 

먼저 태도를 바꾸게 만들면 생각과 가치관은 저절로 바뀐다.

따라서 지구를 구해야 한다고 사람들을 설득하면 안 된다. 스스로 나서도록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나선 사람들은 결국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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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나의 지적 호기심

저는 공부하는 것이 정말 좋습니다. 젊었을 때에는 왠지 창피하기도 해서 이런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아무렇지도 앟게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0대까지만 해도 영화를 보러 가거나 파칭코를 하러 가거나 친구들과 만나 잡담을 하며 지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거의 그런 일이 없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즐거움으로 삼고 있는 일들이 이제는 더 이상 재미있지 않습니다. 공부를 하고 있을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놀고 싶은 욕구보다는 알고 싶고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훨씬 강한 것이지요.  18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 가운데 <형이상학>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철학 분야에서 가장 기초적이 ㄴ문헌 가운데 하나인 이 책의 첫 줄에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알려고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장 기본적인 욕구로서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20

인간의 지적 욕구를 살펴볼 때, 두 가지 범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실용적인 지적 욕구와 순수한 지적 욕구로 나누어 보는 방법으로, 이 둘 사이에는 명백한 질적 차이가 존재합니다. 실용적인 지적 욕구란, 어떤 목적이 있어서 그 목적을 위해 알고자 하는 욕구입니다. 이것을 알면 이렇게 할 수 있고, 저것은 알면 저렇게 할 수 있다. 이것을 앎으로써 이런 편리함 혹은 이익, 실용성을 얻을 수 있다고 여기는 욕구입니다. 한편 이에 반해 순수한 지적 욕구란 그저 알고 싶어하는 욕구로, 이러한 욕구들이 인간에게 있는 것입니다.  22

"왜 글토록 알고 싶어하죠?"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저 알고 싶어서요."라고 밖에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23

주위의 세계를 알게 됨으로써 생물은 보다 능숙하게 그 세계에서 생존해 갈 수 있습니다. 보다 능숙하게 생존한다는 것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보다 잘 적응해 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순수한 지적 욕구라고 하면, 왠지 인간에게만 있는 고유하면서 매우 고차원적인 것처럼 생각하는데, 사실 그것은 모든 생물의 본능에 바탕을 둔 근원적이며 강렬한 욕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8

'오토마톤(automaton)' 간단하게 말하면, 어떤 내용이 입력되었을 때 자동적으로 특정한 출력이 이루어지는 구조인데, 단계가 낮은 수준의 오토마톤의 예로 자동판매기의 구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34

지적 욕구의 수준이 낮은 사람은 자신의 오토마톤 현상에 만족하여 곧 학습에 대한 의욕을 상실합니다. 새로운 것은 이제 더 이상 배울 필요가 없으며, 자신이 지금까지 배운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는 오직 여러 가지 육체적 쾌락을 즐기거나 맛있는 음식에 탐닉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TV를 보면서 실없이 웃으며 살아가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사람에 따라 크게 차이는 나지만, 30대 정도가 되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많아집니다. 반면, 지적 욕구의 수준이 높은 사람은 어떤 것이 오토마톤화되고 나면 자신의 의식을 새로운 곳으로 이끌어, 다음메는 이것을, 그 다음에는 저것을 학습하려고 찾아 나섭니다.  35-36



II. 나의 독서론

'인류의 지의 총체'를 향한 도전

독서라는 것을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 보면

하나는 독서 그 자체가 목적인 독서, 또 하나는 독서를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독서로 나눌 수 있습니다. 

목적으로서의 독서란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목적이자 즐거움인 책 읽기인데, 대표적인 예로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단으로서의 독서란 특볋ㄴ 목적을 가지고 책을 읽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말해, 독서를 통해 책 속에 담겨 있는 지식이라든가 정보 혹은 원하는것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책을 읽는 것입니다.  41

고전이라는 용어만큼 사람에 따라 제각기 사용되고 해석되는 말도 없기 때문에, 과연 무엇을 고전이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를 여기서 조금은 분명하게 정의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본래 고전이라고 하면, 유렵에서는 그리스 로마의 고전을, 동양에서는 사서오경등의 한서(漢書)를 가리킵니다.  50

좀더 확대이나 된 의미에서의 고정이라면 중세까지, 유럽의 경우에는 <아더왕 전설>이나 종교 서적을 예로 들면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즉 르네상스 이전 시기에 나온 서적을 고전이라는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입니다.  51

어떤 작품이라도 점차 시대의 검증을 받으며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 중에는 10년 정도의 검증을 거치면서 사라져 버리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50년 정도 거치면서 사라져 버리는 작품도 있습니다. 어떤 작품을 100년 정도는 살아 남지만 그 이상의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사라져 버리는 수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몇 백 년이 지나도 살아 남는 작품도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19세기 문학이라든가 20세기 문학은 아직 검증의 과정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연세 드신 분들 중에 지금까지 자신이 진정한 고정이라고 여겨왔던 서적이 사라져 가는 것을 보고,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고전을 읽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자주 만납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꾸어 생각하면 이분들이 실제로 50년 정도의 검증을 거칠 경우 사라져 버릴 작품에 대해. 100년 정도의 검증을 거치는 과정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환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52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은 작품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한 번 읽고 싶거나 젊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진짜 고전이라고 할 만한 것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진짜 고전이라고 할 만한 책에 실려 있는 내용에 특별히 뛰어난 점이 반드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내용을 보면 어쩐지 시시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책을 골라 읽는 과정을 서로 공유하여 그 내용을 서로 이야기해 보는 것 자체에서 의미를 찾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해, 그 저서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로서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책 자체가 토론의 댓항이 되어, 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의 소재로 활용되기에 적절한 책만이 결국 진정한 의미의 고전으로서 살아 남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55

결국 커다란 흐름을 살펴보면(그 시대 정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우가 가끔 있기는 합니다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다수의 집단이 보여 주는 지적 작용이 집적해 가는 방향, 그 방향으로 인간의 지식의 총체는 끊임없이 확대와 집적을 반복해 가는 것입니다. 이런 지식의 집적, 축적이야말로 과거의 지의 총체라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끊어질래야 끊어질 수 없는 지적 신진대사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입니다.

이런 지적 신진대사가 반드시 고전 등에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바로 이런 맥락에서 과거의 지의 총체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한 것입니다.  56-57

               (<주간 독서인> 1986. 6. 2)


체험적인 독학방법

나는 스페셜리스트 시대이기 때문에 오히려 제너럴리스트의 존재 가치가 더욱 빛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나름대로 제너럴리스트다운 스페셜리스트가 되자는 결심.  63

독학으로 공부를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마음 먹은 의지를 지속시키는 일이다.  64

1. 먼저 돈을 쓴다. 서전 순례를

2. 책을 선택하여 구입 - 입문서로 시작

   그 다음으로 결코 떼놓을 수 없는 것은 그 학문의 역사, 학설사, 사상사이다. 그 세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밑그림을 하루라도 빨리 머리 속에 그리는 일이다.

그 학문 분야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가? 그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 방법론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그 학문으로 무엇을 알 수 있고, 무엇을 알 수 없는가?  75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각론을 설명한 책을 찾는 일이다. 이것은 그 학문의 깊이를 알기 위하여 필요하다. 

모든 각론을 읽는 일은 그리 간단치 않다. 우선은 가장 흥미를 끄는 테마를 다룬 책을 편쳐 내용을 살표본 뒤, 자신이 소화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인 책을 한 권 찾아 놓는다.  76

정독할 필요는 없다. 메모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너무 의욕이 앞서게 되면 분면 도중에 좌절하고 만다. 입문서 한 권을 정독하기보다는 입문서 다섯 권을 가볍게 읽어치우는 편이 낫다. 

메모를 하는 대신 밑줄을 치거나 표시를 해두는 방법이 더 좋다.  78

관련 분야의 책을 읽는 일에만 몰두하여 한 달 정도 지나면 그 학문 분야의 대체적인 개요를 머리 속에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독학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주의해야 할 점은 질의, 응답 과정이 없기 때문에 독선적인 해석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습득하게 될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79

이런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다독을 하거나 조금은 당돌하게 전문가를 직접 찾아가 질문을 하는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은 관심 분야의 전체적인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편중된 방향으로 점점 깊이 파고들어 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지식 체계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80

                                          (<경제세미나> 1975. 6.)


'실전'에 필요한 14가지 독서법

일과 일반 교양을 위한 독서와 관련하여 쓴 것이므로, 취미를 위한 독서와는 무관함을 밝혀둔다.

1.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 

2. 하나의 테마에 대해 책 한 권으로 다 알려 하지 말고, 반드시 비슷한 관련서를 몇 권이든 찾아 읽어라.

3. 책 선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 말라. 수업료로 생각하라.

4.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말라. 수준이 너무 낮든 너무 높든 그것은 시간 낭비다.

5. 읽다가 중단하기로 결심한 책이라도 일단 마지막 쪽까지 한 장 한 장 넘겨보라.

6. 속독법을 몸에 익혀라. 

7. 책을 읽는 도중에 메모하지 말라. 꼭 하고 싶으면 다 읽고 하라.

8. 남의 의견이나 북 가이드 같은 것에 현혹되지 말라. 

9. 주석을 빠뜨리지 말고 읽어라.

10.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거짓이나 엉터리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11. '아니, 어떻게?'라 생각되는 부분(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을  발견하면 저자의 판단 근거는 어디에 있는지 숙고해 보라.

12. 왠지 의심이 들면 언제나 원본 자료 혹은 사실로 확인될 때까지 의심을 풀지 말라.

13. 번역서는 오역이나 나쁜 번역이 생각 이상 많다. 머리가 나쁘다 자책말고 우선 오역 의심을 해보라.

14.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젊은 시절 다른 것은 몰라도 책 읽을 시간만은 꼭 만들어라.

                                               (<아사히 저널> 1982. 5. 7.)  81-83



III. 나의 서재, 작업실론


IV.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대문학'을 읽은 것이 나중에 다치바나 씨가 하시는 일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십니까?

- 여러 가지 의미에서 영향을 주었습니다. 첫째, 글을 써서 생계를 꾸려 가는 직업을 선택한 것 자체가 이미 그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요. 글을 읽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으니 말입니다. 우선 제대로 된 소비자가 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생산자가 될 수 없습니다. 문학을 통해 정신 세계를 형성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래도 사물을 보는 눈이 사려 깊지 못합니다. 사물이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식적인 경향을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문학이라는 세계는 처음 겉으로 나타난 것을 한 번 뒤집어 보면 다르게 보이고, 다시 그것을 뒤집어 보면 또 다르게 보이는 그런 세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표면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문학인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영향이라면 독서, 특히 문학 작품을 읽음으로써 얻어지고 길러지는 상상력이 아닐까 합니다. 취재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은 결국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먼저 말해 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과거 경험을 듣고 싶어도, 말하지 않은 부분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상대방이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 그것이 바로 상상력입니다.  132

어떻게 그렇게 빨리 일류 전문가들과 대등한 수준으로 자신을 끌어 올릴 수 있는지, 그 점이 정말 궁금합니다.

-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성실하게 공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159

기본적으로 공부하는 데 지름길이란 없습니다. 요령 있는 공부는 있을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보통 큰 테마를 하나 맞게 되면 몇 년씩 걸리기 때문에, 그 동안 성실하게 공부를 계속한다면 대학원을 몇 번 졸업할 정도의 공부를 한 셈이 됩니다.  160


퇴사의 변

진정으로 본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봄으로써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보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을 잃어버린 채,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람의 관계만 보려고 한다면, 보았다고 여기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결과만 남게 되는 것이 아닐까?

                                                        (<문예춘추> 사원회보, 1966. 10. 12.)  186



V. 우주 인류 책

책이 만나야 할 사람과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드는 것이 서평이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단지 그 책을 한번 펼쳐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글을 쓰려고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적절하면서 매력적인 인용을 활용하는 것이므로, 적절히 인용할 곳을 찾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213

나의 서평은... 신변잡기적인 내용은 거의 없으며, 오로지 내가 권하는 책의 내용에 관한 정보만을 채워 넣는다. 그것도 될 수 있는 한 쓸데 없는 것은 생략하고, 유효한 정보만을 압축하여 밀도 있게 채워 넣는다.  216

읽기 어려운 책을 어떻게 해서든지 읽을 수 있는 지적 기술은 과연 없는 것일까? 기본적인 지적 기술의 첫걸음은 그 책의 구조를 파악하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책은 단락 단위로 기술되어 있고, 단락이 모여 절이나 장을 이루고 있다. 저자가 구분하지 않았더라도 구조적으로는 절과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말해 책은 단락 하나하나를 벽돌로 삼아 쌓아 올린 건축물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벽돌(단락) 몇 장이 모여 블록(절)을 만들고, 블록 몇 개가 모여 부분적인 구조물(장)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체 구조물을 잘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223

세상에 존재하는 책의 양을 살펴보면, 어떤 대규모 미술관이나 미술전보다도 작품에 신뢰가 가지 않을 정도로 많아서, 처음부터 순차적인 책 읽기 방법을 취한다면 한 평생이 아니라 수백 년이 걸려도 다 읽지 못할 만큼 엄청난 양이다. 더구나 그 안에는 쓰레기만도 못한 것이 산더미민큼 섞여 있기 때문에, '전부, 처음부터 차분히 읽는' 방식은 절대로 시도할 필요가 없는 무모한 짓이다. 그런 무모한 방식으로 책을 읽으면, 꼭 읽어야 할 책을 만나 보지도 못한 채 일생을 마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읽을 만한 진정한 가치가 있는 책을 만날 때까지 회화적 책 읽기 방식의 속독을 통해 선별을 거듭해가야 한다. '차분히 읽을' 가치가 없는 책까지 시간을 들여 읽는다는 것은 시간과 뇌의 수용 능력을 헛되이 낭비하는 일일 뿐이다.  231 

요컨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책은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읽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236

결국 책을 읽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그 책이 지금 나에게 어떤 책 읽기 방법을 요구하고 있는지 재빠르게 판단하여,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237


나는 책이란 만인의 대학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대학에 들어가건 사람이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대학에서도,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한다면 인간은 결국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을 나왔건 나오지 않았건, 일생 동안 책이라는 대학을 계속 다니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책이라는 대학에 지속적으로 그 누구보다 열심히 다니고 있다. 때로는 책이라는 대학의 한가운데를 하염없이 거닐거나, 노는 기분으로 긴장을 늦추는 행동을 다양하게 취해 보면서 공부를 계속해 왔다. 그런 선배가 쓴 가이드 북인 이 책이 책의 숲이라는 대학 안에서 때로 길을 잃고 헤내는 사람들에게 안내자로서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겟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떤 책을 읽더라도 잊지 말아야 할 충고 한마디!

책에 쓰여 있다고 해서 무엇이건 다 믿지는 말아라. 자신이 직접 손에 들고 확인할 때까지 다른 사람들의 말은 믿지 말아라. 이 책도 포함하여.  285-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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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이 살아온 1백 년의 시간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진정으로 의미있고 충만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실천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메시지는 자본주의 소비문화가 극대화되면 될수록, 우리의 삶이 더욱 바빠지고 황폐해질수록, 더욱 강하게 되살아날 것이다.  38


맨 처음 사인을 한 유명한 목사는 자기 이름 뒤에 'D.D.(신학박사)'라고 적었다. 두번째 사람은 'ph.D.(철학박사)'라고 썼다. 샘은 자기 차례가 오자,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름 뒤에 'LLL'이라고 적어넣었다.

"잠깐, 샘. 잘못 쓴 것 같은데, 자넨 대학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잖나?"

그러자 시장이 대답했다.

"천만에 말씀! 난 이래 봬도 인생의 역경이라는 대학을 다닌 몸이오. 우리 대학 교기의 색깔은 시퍼렇게 멍든 색이고, 구호는 '아얏!'이지."

"그럼 'LLL'은 뭔가?"

샘이 말했다.

"그건 배우고, 배우고, 또 배운다(Learning, Learning, Learning)는 뜻이라네."  45-46

가족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언제나 자녀들을 내 소유물이 아니라 개별적인 인격제로 여겼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에 나오는 이 대목을 들려주고 싶구나.

당신의 자녀들은 답신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그들은 생명의 아들이고 딸입니다.

그들은 당신을 통하여 왔지만 

당신에게서 온 것이 아닙니다.

또한 당신과 함께 있으나 당신의 것은 아닙니다.

그드에게 사랑을 줄 수 있으나 생각을 줄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기의 생각이 있으니까요.

당신은 그들의 몸을 가둘 수는 있어도 마음을 가둘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마음은 미래의 집에 거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으로서는 꿈속에서조차도 방문할 수 없는 그런 곳에 말입니다.

당신은 그들처럼 되고자 할 수는 있겠지만 그들을 당신처럼 만들려고는 마십시오. 

왜냐하면 인생은 과걸로 가는 것이 아니며 어제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56


어머니는 우리를 학교에 보내는 대신 우리에게 규칙적으로 책-자연에 관한 책에서부터 여행과 모험에 관한 이야기, 역사, 전기, 소설, 시에 이르기까지-을 읽어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어머니는 늦은 오후부터 초저녁까지 우리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57

어머니는 우리 가족을 '민주적인 가족 사회'라 일컫곤 했다. 언젠가 어머니가 이런 제안을 했던 일이 생각난다. "이 민주적인 가족 사회에서 엄마가 규칙을 만든다고 가정해..." 그 순간 가족구성원들 사이에서 터져나온 저항의 소리에 파묻혀, 어머니의 다음 말은 아예 들리지도 않았다. 아버지는 우리를 '니어링 토론회'라고 했는데, 당신은 '니어링 토론회'의 명예 회원일 뿐이었다. 아버지는 우리의 토론에 거의 끼지 않았지만, 늘 곁에서 관심있게 토론을 지켜보았다.  59


당시 우리가 살던 군을 통틀어 할아버지는 가장 많은 장서 보유자로 알려져 있었다. 

우리 육 남매는 집 밖으로 책을 가지고 나가는 것만 제외하고는 할아버지 서재에 언제든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다. 우리는 책에 파묻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62

독학으로 엔지니어가 된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시간은 곧 훌륭한 스승과 함께한 시간이었다.  74

훌륭한 기술자들이 그렇듯이, 그는 늘 자신의 일에 대해 앞질러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곤란한 문제들을 미리 예견하여, 실제로 그런 문제가 터질 즈음에는 이미 해결책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스스로 터득한 뚜렷한 철학이 있고, 여러 분야에 걸쳐 깊이이쓴 지식을 지니고 있었으며, 어떤 분야에서든 독창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불 같은 성격에도 불구하고 그는 친절하고 끈기있으며, 기다림이 필요할 때는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75


펜실베니아 대학 워튼 스쿨의 경제학부 학과장인 사이먼 낼슨 패튼 교수

좋은 성적을 얻는 지름길은 교사가 가르치는 내용을 무조건 따라하는 데 있었다. 

완벽한 학생이란 곧 완벽한 앵무새였다.  76

일단 정신적 순응이 습관화되면 그 습관을 뿌리뽑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77

패튼 교수는 늘 현재를 넘어서 미래를 내다보았기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었다. 그의 상상력은 미래상을 제시하였고, 그의 날카로운 이성은 미래의 세세한 대목까지 꿰뚫어 보았다. 그는 늘 학생들ㅇ게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라는 한계와 제약을 넘어서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영원한 청년정신이 있었다.  80

어릴 땐 우연히 <울타리와 구급차>라는 시를 읽은 적이 있었다. 사람들이 떨어져서 죽거나 심한 부상을 당하곤 하는 위험한 절벽에 대해 묘사한 시였다. 마음 착한 시민들은 구급차를 구입해 절벽 밑에 두고 희생자들을 돌보기 위해 조금씩 돈을 거두었다. 그렇지만 어떤 이들은 다시는 절벽에서 사람들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절벽 둘레에 울타리를 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고가 일어난 뒤에 구급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사회사업가요, 울타리를 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급진주의자였다. 오랜 세우러 동안 나는 구급차 기금을 기부하는 쪽이었다. 하지만 차츰 울타리를 치는 쪽으로 생각과 행동이 옮겨갔다.

패튼은 생애의 상당 기간을 구급차 운전사로 보냈으나, 경우에 따라서 급진주의자 대열로 선회하기도 했다. 그가 입버릇처럼 하던 두 가지 얘기가 내 뇌리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다.

"교사의 자리는 진보의 제일선에 있다"는 말과 "러시아혁명 만세!"  83

사회사업가로서의 패튼은 희생자들을 염려했고, 급진주의자로서의 패튼은 합법주의와 점진주의가 시급한 사회개혁을 단행하는 데 실패하자 과감한 변화를 환영했다. 사이먼 패튼은 나에게 하나의 길을 제시해 주었다. 나는 그 길을 따르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여러 길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84


네 번째 스스은 톨스토이였다.  86

톨스토이는 탐색하고 묻고 이의를 제기하고 저항하는 일에 반세기(1860~1910)를 보냈다. 부족한 것 없이 대체로 만족스러운 가정생활과 문필가로서의 눈부신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는 끊임없이 이런 질문을 덜졌다. 진리란 무엇인가? 내 돌료들의 반대편에 있는 진리에 이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그 진리를 실천할 수 있나?

톨스토이는 다양한 관점에서 자기 문제에 접근했다. 그가 가장 우선 순위를 둔 것은 고생을 덜고 고통을 예방하는 일이었다. 두번째는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이었다. 세번째는 그가 지니고 있는 기본적인 도덕률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서로 사랑하는 것이었다. 네번째는 과단성있게 행동하고 지금 당장 불을 끄도록 권유하는 것이었다. 다섯번째는 비폴력 저항이라는 방법론이었다.  90

나는 그의 작품을 읽고, 힘 닿는 데까지 그의 생각을 전파했다. 또한 내 삶을 단순화하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해서 결국은 나도 그처럼 채식주의자, 평화주의자, 사회주의자가 되었다.  91


경제문제에 중압감을 느껴, 나는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지출을 최소한으로 줄일 것.

둘째, 학교 밖의 수입원을 늘일 것.

셋째, 수입의 일부를 노후생활을 위해 적립할 것.

이 세 가지 원칙 중에서 가장 지키기 힘든 것은 사치와 낭비가 미덕인 풍요로운 사회에서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일이었다. 첫번째 단계는 없어서는 안 되는 생활 필수품 외의 옷가지와 가재도구, 가구 같은 사유재산은 출세주의자에게나 가치가 있을까 대부분 아무런 본질적 가치도 없는 신분의 상징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었다.  116


어느새 나는 입센이 말하는 '사회의 적'이 되어가고 있었다.  117

오랜 시간을 두고 당당하게 내 자신의 힘으로 노후에 대비할 수 있는 묘안을 생각해 냈다.  118


1920년대 나는 부의 유혹에 빠질 뻔한 경험이 있다. 뉴욕의 재력가인 해리어트 G. 플래그라는 이가 나에게 유산을 남기고 싶다는 유언장을 작성한 것이다. 약 십만 달러 가량 되었다.

또 한 차례, 독일의 한 독일에서 발행한 공채를 약간 사두었다. 8백 달러를 주고 구입한 이 공채가 약 6만 달러까지 올라갔다. 결국 공채 증서를 난로 속에 던져 버렸다. 

버몬트 주 원홀 마을에 약간 넓은 임야와 농장을 구입하였다. 전쟁특수로 땅값이 치솟아 마을에 공유지로 양도했다. 

버몬트 주의 집터에는 그동안 살면서 하나둘씩 지은 돌집이 무려 아홉 채나 들어섰다. 훌훌 털어 버리고 떠나려 했으나 아내의 반대로 어떤 젊은 부부에게 시가의 절반 가격으로 집을 팔았다. 14년 뒤 그 부부는 건물과 농장의 일부를 9만 달러에 팔았다.  121-122

나의 이런 태도에 대해 주변에서 친구들이 수도 없이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그 돈을 가지고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지 않겠나?"

"자네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 세상에 어디 하나둘이겠는가?"  123

만일 누군가 배고픔에 시달린다면, 푸짐한 식사 한 끼로 그를 만족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같은 행위ㅏ는 일시적인 미봉책이지, 가난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과는 거리가 멀다. 또 수혜자는 기생적 생활습관을 얻어 재차, 삼차 구걸의 손을 벌리게 되어 있다. 구걸이 제도화되고, 빈곤에 익숙해지는 악습을 낳는 것이다.

개인 차원의 자선은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 해도 경제적 불공정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없다. 눈앞에 닥친 긴급한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무조건적인 재정 보조는 수혜자를 그것에 길들게 만들어 결국은 자생 의지를 꺾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뿐이다.  124

윌리엄 풀브라이트 상원의원도 <권력의 오만>에서 구 국가간의 원조는 "받는 측과 주는 측 모두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종의 자선행위"라고 그는 말한다.

내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나는 부가 타락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125

금광업자는 육로로 여행을 하면 강도를 만날까 두려워, 바다를 통해 동부로 가기로 마음먹는다. 그의 배가 해안에서 떨어졌을 때 폭풍이 인다. 배가 가라앉는다. 금광업자는 묵직한 허리띠를 찬 채 배에서 뛰어내린다. 러스킨은 묻는다. "금덩이의 무게에 눌려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있으니, 그가 금을 소유한 것인가 아니면 금이 그를 소유한 것인가?"  126

살아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인정한다면, 우리는 질문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으로,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삶의 수단이나 목쵸가 비열하고 저급하다면, 그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없으며 자존심을 유지할 수도 없다. 지식을 습득하고 이용하는 데에도 올바른 동기가 밑바탕이 되어야 하며, 그 지식을 말과 행도에 적용하고 생계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128


좋은 교사가 되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는 관계되는 사실들을 끌어들여 논리적인 결론을 낼 줄 알아야 한다. 교실 안에서건 밖에서건 사람들이 묻는 질문에 사실에 입각해 철저하고도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활동을 보장하는 것을 "학문의 자유"라 한다. 양심있는 ㄱ교사라면 이 같은 의무를 한시도 게을리할 수 없을 것이다.  132

1908년부터 오늘날까지 나는 수없이 많은 강연을 해왔다. 1915년에서 35년까지 20년 동안은 한 주에 평군 8!10회 가량하기도 햇는데, 이것을 전부 합하면 일 년에 4백여 회가 훨씬 넘었다. 1935년 이후에는 강연 기회가 줄었다. (1908년에) 딱 한번도 없고, 늘 간단한 메모를 기초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또 동일한 주제를 다룬 적이 종종 있었지만, 한 번도 같은 강연을 되풀이한 적은 없고, 가능하면 늘 새로운 화제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155

나는 수첨에다 '강연'이라는 제목 아래 발췌문 세 개를 적어 가지고 다니며, 강연 전에 그것을 읽으며 내 자신을 겸허하게 되돌아본다. 

하나는 슈리 라마크리슈나의 글을 옮겨 적은 것이다. '인간은 지식이 일천한 동안은 가르치고 설교하러 돌아다니지만, 완벽한 지식을 습득했을 때는 자신의 지식을 쓸데없이 과시하지 않는다.'

또 하나는 로망 롤랑의 <파리의 장 크리스토프>에서 뽑은 글이다. '연단에 서서 말을 하다 보면 십중팔구는 생각을 왜곡하게 되어 있다. 연사가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을 경우, 표정과 말투, 태도,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 등을 꾸미기 시작해 차츰 정신적 사기행위로 옮아갈 위험이 있다. 강연이란 따분한 희극과 점잖은 현학 사이를 어슬렁거리는 일이다... 그것은 몇백 명의 침묵하는 군중-시리제로는 아무에게도 맞지 않으면서 모든 사람에게 치수가 맞는다고 하는 기성복-앞에서 외치는 독백이다.

세번째 발췌문을 제공한 사람은 소로이다. '설교자들과 강연자들은 허수아비들을 상대한다.. 그들 자신이 허수아비인 탓이다... 청중은 예언자의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걳은 어떤 자극이나 가르침이 아니라 재미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진실과 독립성, 인격을 제외한 인간의 모든 것이다.'  157


훗날 미국 대통령이 된 우드로우 윌슨은 <새로운 자유>를 집필하던 1912년에 이미 모든 상황을 마음속으로 간파하고 있었다. "미국 민주주의라는 틀 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제국이 건설 되었다. 최근에 이곳을 지배하고 있는 사람은 일반대중이 아니다.'  167

미국적 방식이란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에 기반을 둔게 아니라 임금을 삭감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기업가의 결단에 바탕을 둔 것이다. 미국적 방식이란 가난한 자는 현재대로 놓아두고 부자는 더 부유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바로 '상류층 인사'들이다. 쇼의 흥행권을 쥐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것은 운영하는 자들이다. 1910년경 링컨 스테펀스가 필라델피아에서 한 강연이 생각난다. 유럽 봉건제 아래에서 '상류층'이란 지주와 성직자, 그리고 가신들이었다. 그러나 자본주의하의 미국에서 은행가, 기업가, 상인, 그리고 그들의 가신들이 바로 '상류층 인사'에 속한다.  171-172

나는 언짢은 마음으로 벤의 사무실을 나왔다. 앞날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과거 레오 톨스토이는 경고와 위협을 무시하고, 계속 러시아 짜르와 그 형제들-막강한 러시아 군대의 지도자들과 그리스 정교회의 중심 인물들-의 권위에 도전했다. 나는 아직 젊고 경험도 일천하지만 진실을 보지 않았던가? 어디가 됐든 진실이 이끄는 곳으로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178-179


교직에서 해임된 뒤, 미국의 대학과 학교들은 점점 더 거대한 공장이 되어갔다. 학생과 교수들 모두 개성을 상실하고, 서로의 이름조차 모르는 채 지냈다. 이런 현상은 2차대전 이후로 더욱 가속돠되었다. 대규모 종합대학들은 연구기관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호전적 국가를 위한 총알받이들만 배출해냈다. 군국주의적 대세에 휩쓸려 대학이 국가의 시녀가 된 것이다. 요즘 쳥년들이 강하게 비판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다.  202


1902년 위튼 스쿨에 입학한 지 열다섯 해 만에 나는 학교와 직장에서 쫓겨나 결국 혼자 몸이 되었다.  241


나는 생명을 존중하기에 평화주의자가 되었다.  242

나는 생명이 인간에게 중요한 것만큼 다른 생명체들에게도 중요하다고 믿기에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243

나는 인간에게 최대한 창조적이고 건설적 차원에서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협동적 사회유형을 계획하고 건설하기 위해서 사회주의자가 되었다.  244

만약 서구 문명이 살아남는다면, 서구 문명은 한 사람은 만인을 위하고 만인은 한 사람을 위하는 협동의 기반 위에 서게 될 것이다. 생활에 필요한 물자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업들을 반드시 공동체가 소유하고 계획하고 관리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생산되는 물자와 서비스는 그것이 부족할 때는 공정하게 배급되어야 하고, 풍족할 때는 사회질서의 기본원칙에 따라 각 개인에게 필요한 만큼 아낌없이 제공되어야 한다.  247

이런 중요한 결정들은 나로 하여금 깊은 물속에서 혼자 힘으로 맹목적인 신보오가 편협과 두려움과 증오와 조직적 폭력의 조수-반세기가 넘도록 때로는 상류로, 때로는 하류로 나를 실어날랐던 조수-를 거슬러 헤엄치게 만들었다. 내 인생의 삼분의 이를 예기하자면, 바로 이런 조수의 이야기이다. 나는 조수를 거슬러 헤엄치자다 선앙 물결에 내동댕이쳐질지언정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사람이다.  248


나는 대학에서 사회과학을 가르치는 사림이었지만 어떤 정다에도 가입하지 앟았다. 그 이유는 연구자로서 또 교사로서 진리가 이끄는 곳으로 따라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275


내가 학생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일단 사실들을 모아서 정리한 다음 너희들의 머리를 써라. 스스로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고 기회가 올 때마다 자신이 내린 결론에 따라 행동하라."  276


내가 서구 문명에 작별을 고한 첫번째 이유는, 서구 문명의 위선적 태도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는, 서구 문명이 경쟁을 으뜸 원리로 삼아 세워졌기 때문이다. 사회학적으로 경쟁은 분열을 일으키는 사회적 힘이며 따라서 결국은 파괴를 가져오는 사회적 힘이다. 한 사회가 지탱해 나가려면 경쟁이 함축하고 있는 대립과 적대보다는 일체감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세번째 이뉴는, 세계대전에 관한 연구를 통해 문명의 중심자들이 '남아도는 잉여금을 파괴자들에게 넘겨주고 있으며 군대의 모험가들이 도박을 하는 사이에 가망없는 파산상태로 빠져들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362

서구 문명에 대한 정서적 습관적 구속으로부터 나를 결정적으로 떼어낸 사건은 히로시마를 날렵리기로 한 해루 트루먼의 결정. 내 예순 두번째 생일인 1945년 8월 6일에 발생했다.  363

나는 한 사라의 개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무지와 타성과 현실도피에소 불구하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강연하고 글을 쓴다. 나는 위기의식이 점차 고조되어 가고 있으며 심상치 않은 위험이 인류 윙 드리워지고 있다고 믿는다. 이미 잔인한 결정이 내려졌으며 서구 문명을 증발시키는 절차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는 인식도 고조되고 있다. 

내 활동은 갈수록 해외원조의 형태를 띠어간다. 내가 잘 모르는 타국 시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들은 잘못된 역사의 희생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바다에 떠있는 배를 둘러싸는 안개처럼 자신들을 포위하는 운명에서 벗어나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364-365


나는 근시앉거이고 기회주의적인 문명의 혜택을 거부한다.  366


시골생활의 가장 큰 매력은 자연과 접하면서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한다는 것이엇다. 생계를 위한 노동 네 시간, 지적 활동 네 시간, 좋은 사람들과ㅓ 친교하며 보내는 시간 네 시간이면 완벽한 하루가 된다. 생계를 위한 노동은 신분상 깨끗한 손과 말끔한 옷, 현실세계에 대한 상아탑적 무관심에 젖어 있는 교사에게서 기생생활의 때를 벗겨준다.  375

자급농은 경제적 자립이라는 절박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뿐 아니라. 나에게 상당한 자유시간과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유익한 삶을 살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376

우리는 돈을 벌려고 애쓰는 대신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년 1년을 그럭저럭 지내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현금이 얼마지?" 우리는 모든 계획과 목표를 고려하여 필요한 현금액수를 정한 뒤, 그 액수를 벌어들일 수 있을 만큼만 환금작물을 생산했다. 그리고 일단 목표액이 채워지면 다음해 예산을 세울 때까지 생산을 중단했다.  378-379

우리 수입의 약 4분의 3은 우리가 직접 생산에 공을 들여 얻은 결과물이엇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4달러 어치의 물품을 소비할 경우, 돈을 내고 사야 하는 것은 단 1달러 어치뿐이라는 뜻이다.  380

소박하고 알뜰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드에게 조언해 주기 위해 우리의 경험을 얘기해 보겠다. 

1. 짐은 자기 혼자 쉽게 들고 다닐 수 있을 만큼만 챙겨라.

2. 1등석에서 편하게 여행하지 말고 3등석에서 고되게 여행하라. 화려한 미국식 생활을 피하고 현지 숙박시설과 시장을 이용하라.

3. 식당에 출입하지 말라. 요리할 일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대신 과일과 견과와 그 밖의 신선한 자연식품을 먹어라.

4. 술, 담배, 청량음료, 커피 같은 습관성 기호식품을 끊어라.

5. 택시를 피하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라.

6. 여가시간에는 될수록 건강에 도움이 되는 생산적인 운동을 하고 많이 걸어라. 그러면 의료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  381

우리가 비교적 적은 돈을 들이고고 많은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6개 조항 덕분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50%는 과일과 과일주스이고 35%는 채소(주로 잎이 많은 것), 10%는 지방(식물성 기름과 견과류), 5%는 단백질(곡류와 말린 콩, 씨앗류, 견과류 등을 통해 섭취하는 단백질)이었다.  382

우리는 약간의 종자와 유기비료를 사기는 했지만 우리가 밭에 쏟아부은 주요 성분은 고되 노동이었다.  383


이렇게 풍요로운 사회, 이런 산업화 시대에 도대체 무엇 때문에 자급농을 시도하는가? 어째서 이 좋은 사회가 도시생활과 기계화와 자동화라는 방식으로 제공해 주는 편익을 이용하지 않는가? 그 동안의 발명과 발견 들로 인해 자연과 자연력을 상당 부분 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에게. 그리고 창조와 변화와 경험을 바라는 인간의 지칠 줄 모르는 충동에 충분한 기회가 제공되고 있지 않은가?

나는 도시보다는 시골에서 의식주의 해결을 위한 기본적인 필수품들을 더 적은 비용으로, 그리고 몸과 마음에 훨씬 이로운 방식으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발을 땅에 대고,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을 만큼 느릿느릿 움직이는 데 좋다.

즐기며.  393


나는 내 목표와 계획과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데 에서 최소한의 필요한 노동을 기꺼이 해낼 자세를 가지고 잇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고 구체적으로 실천한다는 데에 의미가 잇는 것이지, 기계의 버튼을 누르는 데 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394


보통의 미국인은 건강이 무엇인지, 혹은 건강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건강이 나빠진 것 같다 싶으면 의사를 찾아가는데, 이 의사라는 살마들은 병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엄청 많지만 건강에 관해서는 자신을 찾아온 환자만큼이나 아는 게 거의 없다. 의사는 '특효약'을 처방하여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수는 있지만, 부실한 건강에 따르기 마련인 질병을 예방하지는 못한다.  395


우리의 기준이 대다수 사람들의 기준과 다르다고 해서 우리가 꼭 다수의 기준을 따라야 할 필요가 있을까?  397


오늘날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식품에는 반드시 세 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 보기에 좋다. 둘째, 소비자들이 그 식품에 관해 모든 것을 알 수 있도록 대대적인 광고와 선전이 행해진다. 셋째, 물건이 팔릴 때까지 슈퍼마켓 진열대에 원래의 모습대로 남아 있을 수 있도록 충분한 가공과정을 거친다. 건강이라는 관점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401


의도적 공동체란 무엇인가?

그것은 기존 사회질서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이상에 가까운 생활양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406

의도적 공동체의 존재는 기존 사회질서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자 기존 사회보다 많은 사람드에게 좀더 가치있는 삶을 제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으려는 시도였다. 의도적 공동체들은 실체로 기존 사화ㅣ질서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자 사회를 개선하려는 창조적인 시도이다.  407


경제가 자급자족에 가까워질수록 의존적 생활로 퇴보할 위험은 적어지고, 기쁨과 발견과 충족감을 맛보게 될 개연성은 커진다.

인간이 자연의 리듬에 가깝게 살면 살수록 안정감과 평온, 삶과의 일체감은 커진다. 자연의 리듬을 따를 때 인간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자연의 리듬은 발육과 성장을 자극하고, 개개인을 어머니 대지에 든든하게 결합시킨다.


'사람에 대한 합리적 접근법'

- 절제와 질서에 바탕을 둔 개인생활, 동물과 인간을 막론하고 모든 생명체가 '서로 돕고 사는' 태도를 갖는 것, 즉 생명을 존중하고 따라서 전쟁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먹기 위해 동물을 죽이지 말 것.

- 절약을 위한 계획경제, 전쟁 없는 세상, 그리고 파괴적인 도구를 대량생산하지 않는 세상, 우리의 몸이나 땅을 독으로 물들이지 않는 유기농법,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제도적 차원에서 인간과 자연의 합일을 인식할 것.

- 계획가 목표와 방향의 보편성을 획득할 것.  409

이런 개념들 가운데 한두 가지씩을 따르는 사람들은 많지만, 전부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자의식이 있는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가능한 한 많은 영역에서 양심적이고 합리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게 우리에게는 공리와도 같다.  410


치열한 싸움은 계속된다. 삶이 있고, 열정이 있고, 목적과 기능과 경험이 있는 한 진보는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 인간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의 일부이다. 살아있는 한 우리는 이 명백한 사실을 피할 수 없다. 한 개인은 인류 전체의 일부이자 그가 살고 있는 당대 사회적 자연적 환경의 일부인 것이다. 그러므로 좀더 완전한 삶을 살기 위해서 인간은 자신을 넘어서 다른 사람 또는 하나의 이념과 목표를 향해 부단히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을 다른 사람, (가족 또는 공동체와 같은) 집단, 또는 특정한 목적 주의 이념과 일치시킴으로써 한 개인의 삶은 폭넓어지고 심화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이것 아니면 저것"식으로 양자택일을 할 필요는 없다. 인간은 이 모든 것들을 동시에 선택하고 진행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기 너머에 있는 그 무엇과 일치시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각자는 전체의 일부분이다. 이러한 보편적 진리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그것에 따라 행동하는 게 그 다음으로 중요한 일이다.  51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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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 세계 인식은 여행에서 시작된다

여행을 계기로 펼쳤던 다양한 생각을 기록한 글이라고 해야 옳을지 모른다. 혹은 여해을 하고 한참 지나서 여행 체험이나 여행에서 얻은 인식, 지식을 소재로 쓴 글이라고 해야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색 기행'인 것이다.  10


여행은(인생이라고 바꿔 말해도 좋겠지만) 결국 만남이다. 만남은 본질적으로 계산이라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니, 만남을 기대한다면 일정일랑 짜지 말고 되어 가는 대로 몸을 맡기는 것이 상책이다.  26


나는 여행의 가장 좋은 점이 모든 일상사의 속박에서 풀려난 정신의 자유로움에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좋은 여행을 하고 있으면 "아, 이 얼마나 자유롭단 말인가." 하고 나오 모르게 중얼거리게 될 만큼 자유로움이 주는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게 된다.  28


모든 사람의 현재는 결국 그 사람의 과거의 집대성이다. 그 사람이 일찍이 읽고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모든 것, 누군가와 나눈 인상적인 대화의 전부, 마음속에서 자문자답한 모든 것이 그 사람의 가장 본질적인 현존재를 구성한다. 숙고한 끝에 했던, 혹은 깊은 생각 없이 했던 모든 행동, 그리고 그 행동들에서 얻은 결말에 반성과 성찰을 보탠 모든 것, 혹은 획득된 다양한 반사반응이 그 사람의 행동 패턴을 만들어 간다.

인간 존재를 이렇게 파악한다면, 한 사람을 전반적으로 형성하는 요인으로서 여행이 얼마나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일상성에 지배되는 패턴화된 행동(루틴 routine)의 반복에서는 새로운 것이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는다. 지성도 감성도 그저 잠들어 있을뿐이고, 의욕적인 행동도 생겨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지 정 의 (知情意) 모든 면에서, 일상화된 것은 의식 위로 올리지 않고 처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그렇게 처리된 것은 기억도 되지 않게끔 되어 있다. 의식 위로 올라가 기억에 남는 것은 '색다름(novelty)'의 요소가 있는 것뿐이다.

여행은 일상성의 탈피 그 자체이므로 그 과정에서 얻은 모든 자극이 '색다름'의 요소를 가지며, 따라서 기억이 되는 동시에 그 사람의 개성과 지 정 의 시스템에 독창적인 각인을 새겨 나간다. 그러므로 여행에서 경험하는 모든 일들이 그 사람을 바꾸어 나간다. 그 사람을 고쳐서 새롭게 만들어 나간다. 여행 전과 여행 후의 그 사람이 같은 사람일 수 없다.

여행의 의미를 조금 더 확장하여 우리의 일상생활조차 무수한 작은 여행의 집적으로 파악한다면, 사람은 무수한 작은 여행 혹은 '커다란 여행의 무수한 작은 구성요소'가 가져다주는 작은 변화의 집적체로서 부단히 변화하고 있는 존재라고 해도 좋다.  31-32


이 세계를 정말로 인식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육체의 여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63


여행의 패턴화는 여행의 자살이다.

여행의 본질은 발견에 있다. 일상성이라는 패턴을 벗어났을 때 내가 무엇을 발견하는지, 뭔가 전혀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데 있다.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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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주제든 최적의 일반론이란 존재치 않는다.  10

기본적으로는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다고 해도, 쓸데없는 시행착오는 가능한 한 피하는 편이 좋다. 그 때문에 타인의 경험을 배우는게 자주 도움이 되는 것이다.  12

속독에 필요한 것은 오로지 정신의 집중뿐이다. 그 이외에 어떤 훈련도 필요치 않다.  15


입력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출력의 목적이 분명하여 그 목적을 만족시키기 위한 입력이라는 점이 확실한 경우, 둘째는 입력을 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등은 전혀 생각지 않고 그저 즐겁게 입력하는 경우, 이렇게 두 가지다. 

'출력선행형'과 '입력선행형'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지적생산형'과 '지적생활형'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전자의 경우 입력은 수단이고, 후자의 경우는 입력 그 자체가 목적이다.  18

어디가 필요하고 어디가 불필요한가를 어떻게 분간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인식해두는 일이다. 목차, 작은 표제, 색인만을 활용해도 대체적인 감을 얻을 수 있다.  20


목적 없는 스크랩은 그만둬라

나중에 자신이 다시 한 번 입력할 가능성이 없는 정보는 보존해 두어봤자 의미가 없다. 미래의 출력(넓은 의미의 출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수준의 출력도 포함된다)에 도움이 될 성싶지 않은 정보 같은 것도 보존해둘 의미가 없다.  36

목적이 확실한 경우에도, 그 목적에 비추어볼 때 기사를 스크랩해두는 것이 가장 유효한 방법인지 아닌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37


분류는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독자적인 분류법을 고안하는 게 제일 좋다.  42

새로운 분류항목을 생각해 내려고 할 때는 기존의 분류항목과 동일한 평면에 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분류라는 것은 대체로 하나의 평면에 주목하여 그 평면을 분할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새로운 분류를 생각한다는 것은 눈앞의 대상을 기존의 분류평면과는 다른 평면 위에서 새로이 포착해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47

사고의 유연선을 기르는 데 좋은 훈련으로는 인간을 둘로 분할하는 기준을 잇달아 생각해보는 방법이 있다.  48

 

개인으로서 해야 할 정보정리는 어디까지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따위의 일은 하면 할수록 어리석은 짓이다.  87


입문서의 선택법

서점에서 원하는 분야의 서가 앞에 서면 책을 한 권 한 권 꺼내보는 것이 좋다. 목차를 슬쩍 보고 서문을 휘리릭 훑고 본문을 훌훌 넘겨가면서 군데군데 발췌해서 읽는다. 권말의 참고문헌, 색인, 후기 등을 훑어본다. 발행연월일과 지금까지 몇 판을 찍어왔는지, 그리고 저자약력 등도 봐둔다. 이만한 절차만으로도 자꾸 하다벼면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97

좋은 입문서는 다음의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첫째, 읽기 쉽고 알기 쉬울 것.

둘째, 그 세계의 전체상을 적확히 전해줄 것.

셋째, 기초개념 기초적 방법론 등이 깔끔하게 정리 및 세지되어 있을 것.

넷째, 장차 중급, 상급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공부해가면 되는지, 무엇을 읽으면 되는 지가 제시되어 있을 것 등이다.

입문서는 한 권만이 아니라 몇 권은 사는 편이 좋다.  98


선을 그을 때 자기 나름대로 몇 종류의 선을 긋는 방법과 선을 그은 페이지의 여백 부분에 붙이는 부호 등을 고안하여, 중요도를 구별하고 의미부여 등도 해두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해두면 두 번째 읽게 될때나 나중에 필요한 대목을 참조할 때 편리하다. 좀 더 확실한 기억을 남겨두고 싶을 때는 표지(겉표지든 속표지든)의 속지에 페이지와 사항을 간단히 메모해두는 것도 좋다.  103



인터뷰 취재란 한마디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문제가 정확히 설정되면 반은 답을 찾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흔히들 말한다. 인터뷰에서도 뭘 들어야 하는지 이해하고 이싿면 반은 알아낸 것과 마찬가지다.

자신이 무엇을 들어야 하는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이다.  122

"어떻습니까?"

"느끼신 바를 좀....."

이라고 질문을 하기만 하면 상대가 뭔가 정리된 의견을 당연히 지껄여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어수룩한 저널리스트가 너무나도 많은 것이다.  123


너무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질문할 때는 반드시 그 문제에 대해 자신도 질문을 받고 있는 것이다.  125

구체적으로 말하면 첫째, 알려고 하는 것이 어떤 사실에 대한 것인가, 아니면 사실 이외의 것, 예컨대 상대의 의견이나 판단 같은 것인가를 구별하는 게 중요하다.

사실을 알려고 할 경우, 그것이 객관적 사실인가, 아니면 주관적이고 내적인 사실인가를 구별한다. 심경이나 심정 같은 것은 후자에 해당한다.

객관적 사실은 나아가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한다. 역사적, 경험적 사실이든가 아니면 보편적, 추상적 사실이다. 기억과 지식이라고 분류해도 좋다.

범주를 구별해둘 필요가 있다.  126


질문 메모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상대방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언제라도 잽싸게 참조할 수 있도록 만든다. 예컨대 별지로 갖고 있든가, 노트나 메모장의 첫 페이지 등 언제나 넘겨볼 수 있는 곳에 개재해 둔다. 그렇지만 가능한 한 보이지 않는 편이 좋다. 질문요강은 최대한 머릿속에 주입해 넣어둔다. 그리고 임기응변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준비한 질문항목을 순차적으로 소화해나간다.  127


첫째는 준비, 둘째는 상상력

반복하지만 좋은 질문을 하룻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인터뷰의 성패가 50% 이상 결정된다. 과연  어떻게 하면 좋은 질문을 할 수 있을까.

첫째는 준비, 둘째는 상상력이다.

준비는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다. 준비란 자신이 듣고자 하는 것에 관한 예비지식을 얻는 것, 그리고 자신이 듣고 싶은 내용을 머릿속에서 정리해 메모를 해두는 것이다. 특별한 예비지식을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 메모도 작성해두는 게 좋다. 특히 역사적 사실 관계에 대해 인터부할 때는 관련 사실의 시간적 선후 관계가 확실히 정리된 연표 같은 것을 작성해두는 게 필수다. 연표를 만들어보면 기존의 지식에서는 어디가 누락되어 있는지가 드러난다. 

상상력은 '사실적 상상력'과 '논리적 상상력'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가 흔히 말하는 상상력이고 후자는 내가 만든 용어다. 사실적 상상력은 역사적, 경험적 사실을 물을 때 특히 중요하다. 처음에 질문 요강을 만들 때가 아니라 그 요강에 입각하여 구체적 질문을 거듭해가는 과정에서 상상력이 중요하다.

역사적 사실(넓은 의미에서 과거에 일어난 일 모두)을 물을 때 필요한 기초적 사실 관계는 누구라도 알 수 있게 5W1H(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형식으로 요약할 수 있다. 누구라도 형시적으로는 그런 질문을 할 것이다. 그렇지만 5W1H의 하나하나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으로 사실을 끌어내어 깊이 파고들 수 있느냐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어디서 차이가 생기는가 하면 바로 질문자의 상상력에 의해서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피상적인 답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보다 구체적인 디테일을 요구하며 질무넹 질문을 거듭한다. 하지만 상상력이 결핍된 사람은 상대의 피상적인 답변에 만족하여 그 이상의 물음이 나오지 않는다.  131-132


체험적 사실인가, 전달이나 추측인가

역사적 사실 관계에 대해 인터뷰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그 사람이 직접 체험한 사실과 단순한 전달 내지는 추측을 구별하는 것이다.  132


논리적 상상력

논리적 상상력이라는 것은 사실들을 연결하는 논리를 찾아내는 능력, 혹은 다른 사람의 추론을 듣고 거기에서 논리적 결함을 발견하는 능력이다. 생각을 조리 있게 하는 능력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상상력이 결여된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사실을 이야기할 때도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둟린 이야기밖에는 할 수 없듯이, 논리적 상상력이 결여된 사람은 허점투성이의 논리밖에는 전개하지 못한다. 그리고 논리적 상상력이 결핍된 질문자는 그 결핍을 찾아내지 못한다.

그래서 논리적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면, 전혀 논리가 서지 않는 대화를 나누고는 서로 만족하며 끝난다. 그것이 개인적 대화에 그친다면 제3자가 크게 불평을 늘어놓을 이유도 없지만 전문적인 인터뷰라면 완전히 낙제점이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인터뷰어라면 상대에게 논리적 상상력이 결여된 경우에도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또 던져서 상대가 조금이라도 조리 있는 얘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만 그 경우 과잉유도에 의해 상대의 본의가 아닌 것을 내뱉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또한 상대방의 논리에 허점이 없나, 지나치게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이치만을 앞세워 따져 묻는 것도 좋지 않다. 일상언어의 세계에서 논리학적 엄밀성을 가지고 이야기의 논리를 추적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조리 있는 이야기라면 논리 전개의 절차 같은 것은 다소 뛰어넘어도 전혀 문제가 안 되며 보통 그렇게들 뛰어넘는다. 그런 것은 논리의 결여가 아니다. 논리의 결여라는 것으 ㄴ본질적으로 이야기의 조리가 서 있지 않은 경우를 가리킨다. 어떤 전제로부터 유도될 수 없는 결론을 억지로 유도해버리는 식의 논법이다.

논리 전개를 다소간 뛰어넘은 것인지 아니면 논리의 결여인지는 논리적 상상력이 결여된 사람에게는 좀처럼 분간이 잘 안되는 문제다. 전자라면 생략화법이지만, 후자는 만약 악의적인 것이라면 궤변이요, 선의에서 나온 것이라면 오류다. 양자는 엄밀하게 구별되어야만 하는데 그게 그리 간단치가 않다. 구변이 좋은 사람이 수비게 남을 구워삶을 수 있는 것은 교묘하게 전자와 후자를 슬쩍 바꿔치기 하기 때문이다. 정치가는 특히 이런 데 능한 사람들이다.  136-137

(거짓 논리를 간파하기 위해 논리학을 조금 공부해보면 도움이 된다)


실례를 범하는 게 아닐까 너무 걱정한 나머지, 묻고 싶은 것도 묻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의미가 없다. 아무리 묻기 어려운 것이라도 묻고 싶은 것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야 한다. 에두른 표현은 삼가는게 좋다. 에둘러 표현했을 경우, 쌍방이 서로 질문을 다른 뜻으로 해석한 채 이야기가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중함을 잃어선 안 된다. '정중하게 정곡을!'이 가장 좋다. 경험을 쌓지 않으면 안 된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이해될 때까지 묻는다.  140

부끄럽더라도 모르는 것은 잘 모른다고 말하고 그 자리에서 묻는 편이 좋다. 게다가 그런 부분을 따져 물었을 때, 의외로 이야기가 재미있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일도 종종 생긴다. 알은 체를 하면 그런 발전 가능성을 죽여 버릴 수도 있다.

또한 보충취재는 귀찮아하지 말고 몇 번이고 해야 한다.

누두든 한 번의 인터뷰로 완벽한 취재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

좋은 이야기를 듣기 위한 조건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 녀석은 이야기를 나눠볼 만한 놈이군, 하는 생각을 상대방이 갖게 만드는 것이다. "이야기를 나눠볼 만한 놈"이란 이야기가 통하는 상대라는 말이다. 지적으로 이야기가 통하기 위해서는 이쪽이 충분한 예비지식과 이해력을 갖추고 있다는 느낌을 상대방이 갖게 해야 한다. 정서적으로 이야기가 통하기 위해서는 '내 기분을 잘 알아주는군' 하는 느낌을 상대방이 갖게 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녀석이군'하는 마음을 먹게 해야 한다.  141-142


출력 중에서도 주로 글쓰기에 관해서다.

'입력과 출력 사이'라는 제목으로 오로지 '사이'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까 구상하기도 했다.  

   입력        - 사이 -     출력

원재료 공급 - 공정 - 상품출하  144

가장 중요한 부분, 즉 머릿속의 발효 과정, 머릿속에서 생각이 정리되어가는 과정 그 자체에 대해서는 어떤 방법론도 없다.  146


어떻게 하면 좋은 문장을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무의식의 능력을 고양시킬 수 있을까?

가능한 한 양질의 입력을 가능한 한 다량으로 해주어야 한다. 그 이외의 수단은 아무것도 없다.

좋은 문장을 쓰고 싶으면 가능한 한 좋은 문장을 가능한 한 많이 읽어야 한다. 그 이외에 왕도는 없다. 문장을 쓰는 방식에 대해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  153-154

좋은 문장을 즐기면서 읽는 게 최고다. 

어떤 게 좋은 문장인지 스스로는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좋은 문장에 대한 고정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많이 읽어가는 중에 판단 기준이 저절로 높아져 갈 것이다.  154


실용적인 주의를 한 가지 상기시켜 두자면, 문장을 쓰면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집요할 정도로자기 머릿속에서 반복하여 새로 읽어보는 것이다. 실용적인 주의는 이것 하나로 충분하다.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다면 매끄러워질 때까지 손을 본다. 손을 보는 가운데 머리가 혼란스러워져서 무엇이 좋을지 자신도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일이 간혹 생긴다. 그럴 때는 과감히 쳐내는 방향으로 손을 댄다. 매끄럽지 않은 부분은 반드시 긴 문장이다. 그러니 우선 수식어(수식어구)를 덜어내고 연문(連文), 복문은 단문화 하여, 가능한 한 단순하고 짧은 문장으로 만들어본다. 그래도 매끄럽게 읽히지 않으면 문장구조를 바꿔본다. 구체적으로 주어를 바꿔본다. 주어를 바꾸면 문장 전체가 바뀌지 않을 수 없다. 주어를 바꾸자마자 지금까지의 신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문장이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일이 흔히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동사적 표현의 문장은 명사적 표현으로, 명사적 표현의 문장은 도앗적 표현으로 바꿔보는 것이다. 어절이든, 구절이든, 문장 전체든 아무거나 좋다. 어떤 문장의 어떤 부분이라도 이렇게 바꿔쓰기가 가능하다.  155


예컨대 요 앞에 쓴 문장 말미의 '바꿔쓰기가 가능하다'라는 명사적 표현 부분은 '바꿔쓸 수 있다'라는 동사적 표현으로 바꿀 수 있다. 이 바꿔쓰기는 조금 훈련을 하면 누구라도 할 수 있게 된다. 어떤 문장이라도 괜찮으니 그 문장의 명사적 표현 부분을 동사적 표현으로, 동사적 표현 부분을 명사적 표현으로 전부 바꿔 써보는 연습을 해보시라. 

혹은 주어를 전부 변경해보는 연습도 해본다. 그러한 연습을 해보면 어떤 문장이라도 다양한 바꿔쓰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장을 바꿔써도 매끄럽게 읽히지 않으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을 과감히 전문 삭제해 버린다. 그러면 그대로 뒷문장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면서 전체가 산뜻해지는 일이 자주 있다.  156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재료를 정리하여 콘티를 짜서 그 콘티대로 글을 쓸 수 있다면 그편이 틀림없이 좋을 것이다. 다만 말이 그렇지 실제로는 콘티를 제대로 못 짜서 아무리 여러번 애를 써도 잘 안 된다든가, 콘티를 짜봤자 아무리해도 펜이 그대로 움직여주질 않는 습성을 가진 사람은 나 말고도 적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사람에게는 굳이 콘티에 구애받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161

헌데 콘티가 없는 경우에는 과연 무엇을 의지처로 삼아 쓰는 걸까. 내 경우는 흐름이다. 흐름을 따라가며 쓴다.  162

콘티를 짠다는 것은 말하자면 집필 전에 미리 흐름을 짜는 것이다. 콘티를 짜지 않고 흐름에 맡겨 써간다는 것은 쓰면서 시행착오를 의지처 삼아 단락마다 콘티를 모색해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163


내 경우에도 전혀 아무것도 없이 글을 쓰는 일은 거의 없다. 보통은 간단한 메모를 사전에 한다. 메모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현재 가지고 있는 재료를 잊지 않기 위해서고, 또 하나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반짝 아이디어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169


콘티 없이 글을 쓸 경우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이 바로 '재료 메모'다. 쓰기 시작하기 전에 다시 한번 모은 재료들을 훑어본다. 그때 미리 준비해둔 메모를 본다. 이것이 '재료 메모'다.

재료를 메모하기 위해서는 메모 내용을 최대한 잘라내야 한다. 문장을 써서는 안 된다. 단어를 쓰든가 기껏 길어야 어절까지가 고작이다. 한 단어 한 단어에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담는다.  174

메모의 메모를 작성한다. 

메모의 메모를 작성해도 여전히 양이 너무 많을 것 같으면, 이번에는 메모의 메모를 다시 읽고 메모의 메모의 메모를 작성해보면 어떨까.  175

서두를 어떻게 쓸지는 아무리 고뇌해도 부족하지 않다.  176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재료를 새로 모아보는 것도 좋다.

시간적 여유가 없으면 근본적으로 발상을 바꿔보는 것이 좋다.  177

좋은 차트를 그리는 게 그리 간단치는 않다. 첫째, 모은 재료를 개념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한다는 게 좀체 쉽지가 않다. 다음으로 컨셉트와 컨셉트 사이의 착종된 연관 관계를 발견하고 그걸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또 어렵다. 이것 또한 일단 그려보는 게 좋다. 그러보면 자기 생각의 결함을 눈으로 볼 수 있다. 몇 번이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보다 좋은 차트를 작성해갈 수밖에 없다.  190




문체는 개성이다. 어딘가에서 읽은 듯한 스타일의 문장밖에 쓸 수 없는 사람은 개성을 아직 확립하지 못했든가, 개성을 상실해버였든가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문제는 만들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ㅏ. 자연스레 현성되는 것이다. 나도 젊었을 때는 의식적으로 다양한 스타일로 써본 일이 있다. 다양한 저술가의 스타일을 흉내 내 써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당 최 내 몸에 붙질 않았다. 결국 어떤 문체로 쓸지를 완전히 망각해버리고자연체로 썼을 때 그 사람의 문체가 태어나는 것이다.  192

문체는 물론 중요한 것이지만문학작품이 아니라면 문체에 너무 마음을 쓰는 것은그다지 권장할 일이 못된다. 문체는 옷이다. 문체에 의해 표면을 장식할 수는 있어도 실질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자신의 문체에 대해 방황하는 동안은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것이 좋겠다.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으면 사라은 좀체 납득하지 않는 법이다.  193

문체에서 또 하나 말해두어야 할 것은 독자에게 아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독자에게 아첨하는 것은 문장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 흔히 사로잡히기 쉬운 유혹이다. 왜 그렇게 되느냐하면 필요 이상으로 독자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독자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은 텔레비전 시스템 저편에 있는 시청자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텔레비전 카메라를 향하여 만인을 향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바로 그와 같은 심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195


설명 미숙의 근본원인을 살펴보면 대체로 설명 순서가 잘못된 경우가 많다. 설명 순서를 바꾸기만 해도 명료해지는 예가 많다. 그러면 올바른 설명 순서는 어떠해야 할까? 그것을 생각하기 위해서는 모름지기 설명이란 어떠한 프로세스인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202

논리학에서 말하는 '충족이유율'이 만족되었는가를 확인하라는 말이다. 어떤 것을 말하기 위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제시되었는지를 보라는 것이다. 그걸 확인하는 좋은 방법은, 자신이 누군가와 한 창 논쟁을 하고 있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빈틈이 있으면 내 쪽의 어떤 약한 부분이라도 상대방이 물고 늘어질 것이라 가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가정하고 나서 자신이 쓴 것을 새로 읽어보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내가 저쪽 논쟁 상대라는 생각으로 다시 읽어보라는 말이다.  203


회의정신이 필요하다. 저널리스트 등과 같이 정보를 취급하기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은 직업적 회의정신이 몸에 배지 않으면 안 된다.  208

확인이 되기 전까지는 그것이 미확인 정보임을 잊지 말고 그에 걸맞은 처리를 하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은 쉽사기 믿어버린다. 믿고 싶은 거라면 마확인 정보라도 그만 진실이라고 믿고 만다. 역으로 믿고 싶지 않은 것은 어떻게든 그 정보가 진실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으려 한다. 누구라도 그러한 편견으로부터 100% 자유롭긴 어렵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에 딱 들어맞는 미확인 정보를 얻었을 때야말로 안전한 확증을 잊지 말자, 라고 평소부터 자신에게 타일러두는 것 말고 다른 예방법은 없다.  209

어쨌거나 어떤 정보든 수용하기 전에 반드시 음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과를 사기 전에 혹시나 상한 사과가 아닐까, 누구나 조금은 살펴보듯이, 정보도 받아들이기 전에 상한 것이 아닌지 좀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정보 음미의 기본은 그 정보의 출처를 생각하는 일이다. 

그 정보를 그 정보 제공자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오리지널 정보원으로부터 그 정보 제공자에게 정보가 흘러들기까지의 프로세스 전체를 상상한다든가, 따져 묻는다든가 해서 그 프로세스에 뭔가 의심쩍은 부분은 없는지, 정보전달 과정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숙고해본다.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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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재산이며 건물이며 토지와 같다 - 로자 룩셈부르크


'젊은 남자의 냄새에서 육체적 행복을 느낍니다.' - <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백영미 옮김 작가정신 2004

감각 지각이 없다면 이 세계는 무미건조한 회색빛 감옥이나 화산재로 뒤덮인 황무지나 다름없을 것이다.  14

눈과 귀와 혀와 살갗을 즐겁게 하는 이 모든 대상 세계의 물질들을 감각적으로 향유함으로써 사람은 비로소 개별 존재로 거듭나며 자기 삶을 산다.  15


'모든 성스러운 장소에는 침묵이 있다' - <침묵예찬> 마르크 드 스케트 김화영옮김 형대문학 2007

문명사회란 대체로 소란스럽다.

문명사회란 갖가지 소움들을 만드는 사회다.

사람들 대부분은 소움 속에서 태어나 그 속에서 살다가 죽는다.

소움은 선(腺), 내장, 심장, 혈관 같은 신체의 내부기관에 영향을 미친다. 지속적인 소움에 노출된 사람은 혈액순환, 심장체계, 선 분비에 장애를 겪는다. 초저주파음과 초음파들도 불안, 두통, 이명 등을 유발하며, 소음이 일으키는 피자극성, 공격서으 초조감을 오래 방치하면 정신분열증이나 편집증 환자가 될 수도 있다. 소움은 청각만이 아니라 몸 전체를 집요하게 위협한다. 소음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소움의 토대 위에 세워진 문명사회의 음모다.  17

소음고해에 무감각해진 그들은 텔레비전이 '기총소사하듯' 타타타타타 끝없이 쏟아내는 소음 속에서 휴식을 취한다. 어쩌면 도시인들은 항구적 난청자일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소리의 부재상태를 견디지 못한다. 주위가 조용하면 그들은 안절부절못하며 심적 동요를 감추지 못한다.  18

문명사회에서 침묵은 오로지 소수자의 것이다.  19

말 속에도 침묵이 깃든다. 말들은 그 내부에 긴 침묵과 짧은 침묵을 갖고 있다. 건성으로 듣는 사람들은 소리만 듣지만, 깊이 경청하는 사람들은 말 속에 숨은 침묵에 귀를 기울인다.

책을 읽을 때 집중하면 할수록 주변의 소음을 잠재우는 힘은 강력해진다. 

무엇보다도 책 자체에 깃든 침묵, 문체상의 침묵을 눈여겨볼 수 있다. "생략법의 글쓰기, 불명확한 재현, 단속적인 대화체, 그리고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말없음표"등은 가장 흔한 침묵의 양태들이다. 말줄임표는 통사적 망설임, 판단유보의 기호다. 군데군데 배치되어 있는 그 침묵들은 독자들을 책 속으로 끌어들이고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읽히는 침묵, 그것은 음향적 현실에 겹쳐지는 하나의 부ㅈ제., 자아에 대한 성찰과 세계 인식의 장소다."  20


'죽음은 죽은 자와 관련된 산 자의 문제다.' - <애도> 베레나 카스트 채기화옮김 궁리 2007

죽음이란 무엇인가? 철학자 레비나스는 죽음을 존재가 "할 수 있음을 더이상 할 수 없음"의 상태라고 말한다.  22

죽음은 개체적 현존을 잃는 생물학적 사건이다. 아무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태어나는 순간에 이미 사람의 시간은 죽음을 향해 움직인다. 사람은 상하는 존재인데, 그 사유를 통해 원자와 무한한 것들을 분류한다.  23

죽음은 그 죽음을 겪은 당사자의 문제이기보다는 죽은 자와 관련된 자의 문제다. 

정당한 애도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 인해 빚어진 상실반응과 병적 슬픔, 그 위기들에서 벗어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애도자의 상실 반응은 일차적으로 삶과 운명의 불가해성에 부딪치며 일어난다. "애도자는 대부분 과거에 몰입하고, 그럼으로써 당연히 한층 더 현실세계에서 소외도니다." 특히나 죽은 자와 심리적, 실제적으로 깊은 공생 관계에 있었다면 그 상실은 '내면의 커다란 공동'과 '전체 인격의 분열'을 가져올 만큼 큰 충격을 불러일으킨다. 많은 애도자들은 의미 존재 신 인간에 대한 총체적인 의심에 빠지고, 더는 살아야 할 이유들을 찾지 못한 채 허우적이게 된다. 세상에서 저 혼자만 고립되었다는 느낌에 빠져들며 소외 속으로 표류하는 애도자들이 겪는 "자기감의 손상"은 매우 심각하다. 따라서 그들이 비정상적인 무의미함 불안 분노에서 벗어나 다시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삶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애도의 과정을 밟도록 이끌어야 한다.  25

죽은 자가 떠난다고 혼자 남는 것이 아니다. 죽은 자는 이미 우리의 일부가 되고, 죽은 자의 애도도 새로운 삶을 만드는 기회다. 그러니 이별함을 넘어서서 상실과 변화를 견디는 내면의 힘을 키워야 한다. 그것은 '자신을 지지하고 수용하는 환경을 자기 인격을 절충하는 그 무엇으로 내재화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우리는 날마다 조금ㅆ기 죽는다. 오늘의 삶은 내일을 살기 위해 죽음에 지불하는 대가다. 그게 사실이라면 죽음이 넘실대는 세계 속에서 매일 '세상에 먹히고 낡아'지며 죽을 준비르 하고 사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  26

'사람은 정말 혼자 살 수 있을까?' - <덧없는 행복> 츠베탕 토도로프 고봉만옮김 문학과지성사 2006

카프카는 말한다. "만약 우리가 읽고 있는 책이 정수리를 내려치는 타격으로 우리를 깨우지 않는다면, 그걸 무엇 때문에 읽어야 하겠어?" 그렇다. "우리 내부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책"만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나는 부지런히 책을 구해 읽었으니, 이것은 책으로 유폐하는 것이요. 책으로 망명하는 것이고, 책속의 위리안치였다.  38

뼛속까지 파고드는 정한, 급하게 처리해야 할 아무 업무도 없는 그런 오롯한 자유, 손발을 부지런히 움직여 나를 조각조각 쪼개 분주함 속에 흩뿌리지 않아도 되는 오직 나만을 위해 쓸 수 있는 집중력 속에서 책을 읽는 일은 행복했다. 그 행복이 덧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다른 무엇과 바꾸고 싶지 않았다.  39

루소 철학에서 '현대성'을 엿보려는 프랑스의 구조주의 비평가 츠베탕 토도로프의 안내로 루소 철학의 ㄹ오솔길을 돌아 나왔다. 토도로프는 루소의 사상을 해석하고 재구성하면서 많은 것들을 버리고 오늘에 맞는 것만을 취한다.  41

루소는 늘 혼자이길 바라고, 오롯한 자기 속에서 세계 전체를 향유하길 바랐다. 재미있는 사실은 정작 루소는 은자로 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역시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으며 살고 싶어했던 것이다. 루소는 사람이 불완전하고, 그 불완전성 때문에 '나약한' 존재라고 보았다. 

우리가 누리는, 혹은 누리고 싶어하는 행복은 우리를 가깝고 먼 데서 동심원처럼 두르고 있는 타인들에게서 나온다. 나의 현존과 행복에는 전적으로 타인이 필요하고, 우연적일 수밖에 없는 까닭에 덧없다.  42


'걷기는 산이 사람에게 내린 선물이다' - <걷기의 철학> 크리스토프 라무르 고아침옮김 개마고원 2007

걷는다는 것은 육체로 된 삶을 되돌려받는 것이다. 더 많이 자연과 접촉하며 자연과 닿은 감각의 접점에서 일어나는 기쁨과 쾌락들을 제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이다.

걷기는 고독한 행위다.  44

걷기의 진정한 기쁨을 느끼려면 혼자 걸어야 한다. 혼자 걸으며 세계의 침묵을 음미해 보아야 한다.

혼자 걸을 때 자연은 우리에게 말하기보다 겨청하는 자질을 더 키우게 한다.  45

걷기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예기치 않은 만남들, 아울러 돌연한 기후 변화, 즉 돌풍, 폭풍우, 첫눈과의 만남을 예비한다. 

걷기는 우연의 경험들을 선물로 준다.  46

걷기에 태만해짐으로써 우리는 구체적인 세계와의 감각적인 교섭이 크게 줄어들었다.

걷기와 사유하기는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걷는 동안 우리는 주변의 사물과 풍경을 바라보고 저절로 사유에 빠져든다. 느리게 걸을 때 '나'와 세상은 사용과 소유의 관계가 아니라 평등한 관계 속에서 감각적 교섭을 한다. '나'의 시선이 자연 속으로 뻗어가고, 자연은 '나'의 안으로 들어온다. 이 상호교섭에서 사유의 씨앗들이 뿌려지고 이것들이 발아해서 싹을 내민다.  47

걷기는 신이 사람에게 내린 공짜 선물이다. 걷기는 근육을 강화시키고 무와 공허 속에서 헤매는 나약한 정신을 굳세게 세운다. 걷기는 생명의 근본됨을 깨닫게 하고, 세계를 몸의 범주 안으로 불러들인다. 걸을 때 불행과 두려움이 작아지고 기쁨과 뜻은 크고 굳세진다면 왜 굳이 걷지 않겠는가?  48


'옷과 함께 시작한 인생, 옷과 함께 끝난다' - <나를 벗겨줘> 카트란 주베르, 사라스탠 이승우 옮김 은행나무 2007

이 책은 옷이란 무엇인가라는 도발적인 물음에 대한 응답이다.  49

제 방에서 혼자 있을 때는 벌거벗고 있어도 괜찮지만 바깥(사회)으로 나올 때는 옷을 입어야 한다. 자연과 본능은 문명 세계 안에서는 숨기고 가려져야 하는 그 무엇이다. 사람을 사회적 존재로 규정할 때, 그 본질은 옷을 입은 존재들이라는 뜻이다.  50

속옷, 특히 팬티는 여성에게 옷차림의 시작이자 기본이다. 이것을 벗는다는 건 어떤의미가 있을까? 한 여성이 미술과에서 검정 정장 아래 감춰져 있는 제 팬티를 남몰래 벗고 돌아다닌다. 여자는 "모든(몸의) 감각(이) 완전히 깨어" 있는 상태에서 이상한 흥분과 함께 마음이 심하게 동요하는 기분을 만끽한다. "이날 이후, 기회가 생길 때마다 나는 같은 전략을 사용했다. 지루한 점심 약속, 너무도 심각한 모임, 길어지곤 하는 칵테일파티 등에서 슬쩍 팬티를 벗고 나를 둘러싼 세상이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남 몰래 팬티를 벗어던진 여자가 누리는 심리적 해방감에는 성적 판타지도 얼마간은 섞여 있을 터다. 저자들은 팬티를 벗는 것은 관습의 금기에서 자유롭게 된다는 것, 자아의 성장으로 나아간다는 것, 특히 "세상과의 관계를 형성시켜온 모성애적 금지사항"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51

사람들은 옷차림이 저마다 독특한 심미 취향이나 개성을 드러낸다고 생각하지만 대개는 사회가 관습으로 혀용하는 한계 안에서 서로 모방하거나 그 모방에서 벗어나려는 몸짓에 지나지 않느나.

인류의 복장사는 최초의 인류가 금지된 선악과를 따먹은 뒤 낙원에서 추방되자 마자 나뭇잎으로 제 몸을 가린 데서부터 시작한다. 몸은 수치스러운 것, 가려야 마땅한 무엇이라는 인식이 옷이라는 필요를 만든 것이다. 그 뒤로 옷은 수많은 금기와 위반 사이의 이항대립을 하며 끝없이 진화해온다.  52


'나는 쇠고기 앞에서 왜 구역질이 날까?' - <육식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신현승옮김 시공사 2002

나는 우리 식탁에 올라올 값싼 미국산 쇠고기가 얼마나 많은 호르몬과 살충제 따위의 화학물질로 오염되고, 그 운송과 도축 과정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자비하며 반생명적인지를,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가 위생적인 검역을 거쳤을 것이란 믿음이 그릇된 환상이라는 걸 깨달았다. 리프킨은 축산업자들은 정상 사료에 톱밥, 닭장이나 돼지우리의 분뇨, 산업 오수와 기름 등을 섞고, 조만간 시멘트 가루도 사료첨가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면 비용을 줄이고, 소들의 체중으 ㄹ더 빨리 불려 비싸게 팔 수 있기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느슨해진 위생 검역기준은 질병으로 폐기되거나 가축용 사료로 쓰일 고기조차 소비자용으로 미국 농무부(USDA)의 승인 도장을 받게 한다. 그 결과 미국산 쇠고기는 디스토마, 농양, 낭충증 등 더러운 질병에 감염된 고깃덩이라도 겉 보기에 멀쩡하면 합법적으로 위생 포장육으로 가공된다.

한미 FTA의 체결이 미래 한국 경제의 살 길이라는 논리와 이것을 지지하는 자들이 제입맛에 맞는 것만 제시하는 통계자료들의 연막 아래에 다수의 한국인들에게 재앙이 되고 말 그 욕망의 추악함은 숨는다.  63

쇠고기는 우리 입맛을 바꾸어 놓을 것이고.. 그 대가들은 과도한 동물성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지속적으로 삼켜 생긴 비만과 심장병, 유방암, 당뇨병, 뇌졸증과 같은 '풍요의 질병'들이다. 막대한 곡물 사료로 생산한 쇠고기는 "불에 찬 삼림, 침식된 방목지, 황폐해진 경작지, 말라붙은 강이나 개울을 희생시키고 수백만 톤의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메탄을 허공에 배출시킨 결과"다.  64

육식의 중단은 고름 "비육자오가 도살장에서의 고통과 모욕"에서, 그리고 "뿔 제거, 거세, 발정 억제, 호르몬 주입, 항생제 가다 복용, 살충제 살포, 자동화된 도살장의 해체 공정에서의 무의미한 죽음"에서 해방시키는 "상징적 실천적의미를 지닌 인도적인 행위"다.  65


'우리는 브랜드 제품을 쓰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 닐 부어맨, 최기철 윤성호옮김 미래의 창 2007

로고가 말하는 진실은 무엇인가? 우리가 자발적으로 기업의 로고를 달고 다니는 그 자리는 옛날 노예뜰이 누군가가 제 소유주임을 증명하는 기호나 글자 같은 것이 새겨져 있던 자리다. 노예 상인들은 노예의 이마나 가슴팍에 불로 달군 쇠로 낙인을 찍었다. 비싼 돈을 주고 사서 자랑스럽게 쓰는 브랜드는 그것이 곧 우리의 소유주임을 증명하는 우리 신체에 찍힌 낙인과 다르지 않다.

제품 광고는 교묘한 방법으로 우리의 욕망과 기호들의 내용을 결정하고, 결국은 우리의 의견과 관습을 지배한다. 광고들은 우리가 특정한 브랜드의 제품을 씀으로써 자아 성취와 성공과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설득한다.  69

닐 부어맨은 블내드 제품들을 공개적으로 불사른 뒤 브랜드가 없는 아주 값싼 제품들을 사 쓰며 불편하게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가 버린 것은 쇼핑의 쾌감과 명품 소유에서 오는 헛된 만족감이다.

이 책이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료하다. 덜 쓰고 덜 일하라는 것, 그리고 소비주의에 굴종하지 말고, 온전한 자기 삶을 살리는 것이다.  71


'양심적 병역거부자 혹은 가혹한 편견' - <평화의 얼굴> 김두식 교양인 2007

<평화의 얼굴>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책이다. 이 놀랍도록 진지하고 감동적인 책을 서가에서 다시 꺼내 읽는다. 이 책은 총을 들지 않을 자유와 양심의 명령에 따를 수 있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에 대한 시종일관 뜨거운 옹호로 읽는 이의 가슴을 시리게 한다.  73

양심적 병역거부는 이미 일제시대 때인 1939년에 여호와의 증인인 옥응련과 최용원 등이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해서 처벌을 받았다. 천황에 대한 충성서약을 거부하고, 전쟁에 나가 총으 ㄹ들고 싸우는 것을 거부하고 감옥으로 갔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 대부분은 안식교의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다.  74

미국과 영국은 징병제가 없지만, 헌법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다. 아예 징병제를 실시하지 않는 나라들이 70여 개국이고, 독익, 덴마크, 오스트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노르웨이, 핀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에스토니아, 폴란드, 헝가리, 키프로스, 브라질 등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나라다. 그리스는 민간 대체복무를, 러시아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헌법으로 인정한다. 쿠바는 청소년 노동부대를 대안으로 따르게 하고, 타이완도 2000년도부터 대체복무를 허용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장 가혹하게, 가장 많은 병역거부자들을 감옥에 가둬 온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말하는 김두식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니다.  75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병역"문제만이 아니라 누구나 양심에 따라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인간의 기본권 확대에 대한 시금석이다. 

소수자의 인권을 지키고 그것을 키우는 일에 반대하고 불관용한다면, 그것은 우리 자신의 권리에 대한 포기가 될 수 있다. 그것은 타자의 권리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누리고 지켜야 할 권리인 까닭이다.  77


'일본을 타자의 시선으로 분석하다' - <국화와 칼> 루스 베네딕트 김윤식오인석옮김 을유문화사 1974

일본인은 처음부터 일본인으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어린 시절의 훈육에 의해서 일본인으로 가공된다. 훈육은 본서을 억압하고 타자(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자기 수련들로 채워진다. 그래서 본성(본마음)위에 여러 번 덧칠되어 만들어진 가공된 인격이 나타난다. 일본인의 예의바름은 옷칠과 같이 가공된 인격의 표현이다. 그드르이 이중적인 태도들은 본마음과 가공된 인격 사이의 균열에서 나온다 "그들은 그들 마음속에 숨을 죽이고 있는 반항심에 두려움을 품고, 궅으로 부드러운 태도를 가장하여 그것을 숨긴다. 그들은 때때로 그들의 진짜 감정을 의식하는 것으 방지하기 위하여 쓸데없는 일에 몰두한다. 그들은 훈련에 의해 매우게 된, 그들에게는 실제로 전혀 무의미한 일상적 일을 단지 기계적으로 수행한다." 일본인의 이중성은 비난받아야 할 패덕이 아니다. 그것은 타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을 명예로 알고 그에 따라 훈육된 결과물이고 시네으 표면에 각인된 관습이다.

'국화'와 '칼'이라는 비대칭적인 은유는 일본인의 이중적 인격을 잘 드러낸다.  80-81


'우리 시대에 필요한 의인 한 사람' - <스콧 니어린 자서전> 스콧 니어링 김라합옮김 실천문학사 2000

스콧 니어링은 타고난 비순응주의자로, 반자본주의, 친사회주의,ㅡ 반전, 친평화의 길을 걸어간 반전운동가, 평화주의자, 저술가, 채식주의자로 살았던 사람이다.

헬렌 니어링(스콧 니어링의 아내)이 쓴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에서 "간소하고 질서 있는 생활을 할 것, 미리 계획을 세울 것, 일관성을 유지할 것, 꼭 필요하지 않을 일을 멀리할 것, 되도록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할 것, 그날그날 자연과 사람 사이의 가치 있는 만남을 이루어가고, 노동으로 생계를 세울 것, 자료를 모으고 체계를 세울 것, 연구에 온 힘을 쏟고 접촉을 유지할 것, 원초적이고 우주적인 힘에 대한 이해를 넓힐 것, 계속해서 배우고 익혀 점차 통일되고 원만하며, 균형잡힌 인격체를 완성할 것"을 인생 목표로 삼고 자기 길을 걸어간다..."  86-87

우리에게 권고하는 삶의 방식은 

1. 어떤 일이 일어나도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라.

2.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라.

3.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4. 집, 식사, 옷차림을 간소하게 하고 번잡스러움을 피하라.

5. 날마나 자연과 만나고 발 밑에 땅을 느껴라.

6. 농장일 또는 산책과 같이 힘든 일을 하면서 몸을 움직여라.

7. 근심을 떨치고, 하루하루씩 살아라.

8. 날마나 다른 사람과 무엇인가 나누라. 혼자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무엇인가를 주고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를 도와라.

9. 삶과 세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라. 할 수 있는 한 생활에서 유머를 찾아라.

10. 모든 것에 내재해 있는 하나의 생명을 관찰하라.

11. 모든 피조물에 애정을 가져라.  88-89


'눈물로 읽은 홀로코스트의 대서사시' - <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 레비 이현경옮김 돌베개 2007

수용소에서 수인들의 평균 수명은 고작 3개월이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프리모 레비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다.  127

한 열차로 이송된 포로들은 분리작업을 거치는데, 유용한 노동력으로 분류된 100명 남짓의 사람은 살아남고, 다른 쪽으로 분류된 500여 명이 훨씬 넘은 사람들은 이틀 후까지 단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다.  128

나치의 수용소는 절멸의 수용소요, 살아 있는 사람이 가는 연옥이다. 수백만의 유대인을 그 연옥에 가두고 죽인 히틀러와 그의 수하들은 말들을 바꿈으로써 저들이 하는 짓의 비열함을 가린다. 학살은 최종 해결책으로, 강제 이송느 이동으로, 가스실 살해는 특별처리로, 말 바꾸기는 그 행위의 더러움과 최악을 가리려는 상징 조작이다. 가족, 집, 자신의 오래된 습관, 옷, 신발, 이름, 심지어는 머리카락까지 다 빼앗긴 채 누더기를 걸치고 유령처럼 서 있는 사람들. 가혹한 노동과 굶주림과 질변과 피로, 그리고 학대와 수모에 지틴 그들은 이제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존엄성이나 이성적인 판단력도 잃고 오로지 고통과 앙상한 생물학적 욕구만 남은 짐승이고 벌레들이다.  129

'우리가 노예일지라도, 아무런 권리가 없을지라도, 갖은 수모를 겪고 죽을 것이 확실할지라도, 우리에게 한 가지 능력만은 남아 있다. 마지막 남은 것이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 지켜내야 한다. 그 능력이란 바로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내일 살아남을 기약기 없기에 '내일 아침'이라는 말이 금기어가 된 이 연옥에서 청결엣 대한 ㅇㄱ구는 뜻없는 사치가 아닐까. 그는 '수용소는 우리를 동물로 격하시키는 거대한 장치이기 때문에,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동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몸 씻기는 사치가 아니라 사람다움을 말살하려는 자들의 음모에 저항하는 행위다.  130

안타깝게도 프리모 레비는 1987년 4월 11일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프리모 레비는 죽기 한 해 전에 '우리는 어떤 근본적인 뜻밖의 사건을 집단적으로 목격했다. 뜻밖이기 때문에, 아무도 그것을 예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근본적인 것이다... 과거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러므로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131


'질서, 균형, 비율, 우아함이 한데 어우러진 건축은 교향악이다' - <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정영목옮김 이레 2007

보통의 책을 읽을 때 오는 기쁨과 보람들은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독창성, 해석의 도발성과 신랄함, 문학적 수사의 뛰어남, 핵심을 찌르는 점잖은 유머들에서 비롯된다.  140

보톤은 집이 기억과 이상의 저장소라고 말한다. 삶이 피할 수 없는 고난이며 저주받은 시간이라면 집은 그 고난에 대한 따뜻한 보상이며 저주받은 시간들에 대한 위로다.  141


'작고 단순한 클립도 사색의 대상으로 부족함이 없다' - <사물들과 철학하기> 로제 폴 드루아 박선주옮김 동문선 2005

사람들은 사물들 속에서 태어나고 이것들 사이에서 살다가 죽는다. 사람은 평생을 사물 사용자로 산다. 사물에 대한 사유는 어느 순간 그것의 사용자에 대한 사유로 이동한다. 그 이동은 기발하면서도 유쾌하다. 산다는 것은 사물 사용자로 산다는 뜻이다. 사람은 사물을 만들고, 그것들과 함께 살아간다. 사물들의 소리없는 혼합속에서 우리는 숨쉬며 살아간다. 우리가 죽는다는 것은 사물 사용자로서 그 의무를 다했다는 뜻이다.  199


'공항과 기차역에서 이방인을 만나다' - <다른곳에서 사유하자> 니콜 라피에르 이세진옮김 푸른숲 2007

낯익은 것들은 편안하다. 그 편함에 길들여지면 편한 것을 규준으로 옳고 그름을 분별화는 편협함게 빠지기 십상이다. 편협함에 사로잡힌 자는 자기 지역의 관습과 체험을 우상으로 섬긴다. 그러면 차이에 대한 열린 마음을 잃고 폐쇄적인 지역주의자가 될 수 있다. 몽테뉴는 그런 사람을 이렇게 꼬집는다. "저마다 자기의 관습이 아닌 것을 야만이라 부른다. 우리는 자기가 사는 고장의 풍습이나 견해에서 얻은 사례나 관념만이 오로지 진리나 이성의 규볌인 것처럼 생각한다." 모험과 변화를 거부하는 정주(定住)는 폐쇄, 범주, 분류, 위계, 배열의 관념 속에 자기를 가둔다. 어차피 현대사회는 안주를 쉽게 허락하지 않느다. 세계는 점점 더 이곳저곳을 떠돌며 사는 운명으로 우리를 밀고 나간다. 이미 정주의 역학보다는 이동, 이주, 이산, 망명, 유배 들에서 비롯된 전환적 사고가 오늘의 삶을 만드는 더 중요한 조건이다.  206


'삶의 무게, 그것은 무거울까 가벼울까?' - <무거움과 가벼움에 관한 철학> 베르트랑 베르줄리 백선희옮김 개마고원 2008

예술의 가치를 판단할 때 그 척도의 하나가 깊이의 있음과 없음이다. 무엇이 깊이인지에 대해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는 어렵다. "모든 것이 깊이를 통해 정의되기에 그 무엇도 깊이를 정의내릴 수 없다. 따라서 깊이는 정의 내리는 것이 불가능하며, 삶이 품은 무한의 내면에서 말을 한다."

무거움과 가벼움은 어느 한쪽만으로 완전하지 않다. 둘은 조화와 균형 속에서 빛난다. 무거움이 사물의 깊이와 정신의 진지함이라는 미덕으로 찬미된다면, 가벼움은 사물의 높이와 정신의 자유라는 미덕으로 찬미되어야 한다. 슬픔은 무겁고 웃음은 가볍다. 땅은 무겁고 하늘은 가볍다. 몸은 무겁고 영혼은 가볍다.  212

가벼움은 세상의 균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가벼움을 잃을 때 마음은 침울해지고 세상은 칙칙해진다.  213

마냥 가벼운 것이 아니고 무거움을 이상으로 품은 가벼움, 혹은 마냥 무거운 것이 아니고 가벼움을 이상으로 품은 무거움, 경쾌하게 진지해지기. 현실은 그 모순형용이 아타나는 지점이다.  214

잘 살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기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하고, 끝없이 성찰해야 한다.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자기 안에 빠져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바로 거기에 가벼움의 힘이 있다. 무거움과 단절할 줄 아는 힘이다. 가벼움이 가벼울 때 무거움도 깊어진다." 무거움의 반동은 가벼움을 , 가벼움의 반동은 무거움을 부른다. 존재의 위대함에 다가가는 길은 가벼움도 아니요 모거움도 아니고, 깊이와 높이 사이에 걸쳐져 있는, 무거운 가벼움, 혹은 가벼운 무거움의 길이다.  215


'정주민이 아니라 유목민으로 살아라!' - <천개의 고원>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김재인옮김 새물결 2001

세계는 거대한 사막이고 책은 오아시스다. 나는 오아시스를 찾아 사막을 횡단하는 여행자다. "책에는 대상도 두체도 없다. 책은 갖가지 형식을 부여받은 질료들과 매우 다양한 날짜와 속도들로 이루어져 있다. 책이 어떤 주체의 것이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이 질료의 구실과 이 질료의 관계들의 외부성을 무시하게 된다. 지질학적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사람들은 선한 신을 꾸며낸다. 다른 모든 것들처럼 책에도 분절선, 분할선, 지층, 영토성 등이 있다. 하지만 책에는 도주선, 탈영토화운동, 지각변동 운동들도 있다. 이 선들을 좇는 흐름이 갖는 서로 다른 속도들 때문에, 책은 상대적으로 느려지고 엉겨 붙거나 아니면 반대로 가속되거나 단절된다. 이 모든 것들. 즉 선들과 측정 가능한 속도들이 하나의 배치물을 구성한다. 책은 그러한 배치물이며, 그렇기에 특정한 누군가의 것이 될 수 없다. 책은 하나의 다양체이다." 책은 동일성이 아니라 차이의 들판으로 나가게 만들며, 있음을 넘어서서 생성으로 나를 이끈다. 책은 혈통 모델이 아니라 이질성의 집합체인 반(反)계보로 나를 이끌어 나의 내면 형질을 바꾸고 새로운 세계와 접속하게 하고 끊임없이 재배치한다. "책은 세계의 탈영토화를 확실하게 해주지만 세계는 책을 재영토화하며, 다시 책은 스스로 세계 안에서 탈영토화된다." 나는 하나의 지층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책과 더불어 탈영토화하고, 세계에 의해 재영토화했다가, 다시 책과 더불어 탈영토화하는 존재다.  217


''앎의 거인'으로 추앙받는 다치바나 다카시' - <피가 되고 살이되는 500권,피도 살도 안되는 100권> 다치바나 다카시 박성관옮김 청어람미디어 2008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왜 시간이 없을까?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많은 시간을 별 소용이 없는 걱정을 하는 데 써버린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늘 시간이 없다.

사람들은 제 삶의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낸다. 그러고는 항상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더 단순하게 살라. 삶을 단순화시키면 자기를 위해 쓸 수 있는 더 많은 시간들을 찾아낼 것이다.  272

책은 인류 문화사 안에서 최고의 발명품이다. 문화는 그 본질에서 놀이다. 책을 미친듯이 읽는 행위가 앎에 대한 욕구와 상관이 있다면, 책에 몰입하는 행위는 놀이의 즐거움 속에서 자아를 구속하는 현실의 모든 제약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해방과 자유에 대한 꿈과 상관이 있을 것이다.  274

그 역시 젊은 시절 미혹과 방황을 거듭하다가 책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275


'글쓰기는 지도 없이 떠나는 새로운 여행'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권진욱옮김 한문화 2000 

나탈리 골드버그는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서 글쓰기를 "매번 지도 없이 떠나는 새로운 여행"이라고 한다. 팔다리가 튼튼한 사람이면 누구나 걸을 수 있듯이 몸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글을 쓸 수가 있다. "언어가 배꼽에서부터 올라오는 것을 느끼라. 머리를 위 속으로 끌어내리고 소화시키라. 당신 육체가 양분을 빨아들이도록 내버려두라. 인내심을 가지고 한결같은 균형을 유지하라. 생각이라는 단계 밑에 있는 무의식의 세계속으로 당신의 핏줄 속으로 글쓰기를 삼키라."  283

글쓰기는 자기를 표현하는 일이자 수행이다.

"만약 당신 몸이 진정으로 글쓰기에 실려 있다면, 거기에는 글을 쓰는 사람도 없고, 펜도 없고, 생각도 없다. 모든 것은 사라지고, 오직 글 쓰는 행위만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글이 글을 쓰도록 하라. 당신은 사라진다."

글쓰기를 방해하는 첫 번째 장벽은 망설임과 근거없는 두려움이다. 사람들은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로 재능이 없다거나 시간이 없다고 변명하지만 그 본질은 두려움이다. 그 장벽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결코 글을 쓸 수가 없다. 이 두려움은 얕은 앎과 이성에서 나온다. 

망설임과 두려움을 넘어서서 곧바로 글쓰기의 심장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게 용기다. 글을 쓰는 데 필요한 것은 지식이나 영감이 아니라 제 자신의 실체를 똑바로 볼 수 있는 용기다.

두번째 장벽은 게으름이다. 글을 쓰려면 해야 될 일들이 마구 떠올라 마음을 흐트러뜨린다. 진실은 내 앞에 널린 일들이란 진짜 해야 될 일들이 아니고, 글쓰기에서 도망가려는 마음이 만든 핑곗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골드버그는 "바보가 되어 시작하라. 고통에 울부짖는 짐승처럼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시작하라." 

글쓰기의 또 다른 장벽은 내면의 검열관이다. 이 검열관은 끊임없이 글쓰기에 끼어들어 온갖 잔소리를 하고 간섭을 한다. 이 검열관은 결국 글쓰기의 의욕을 꺾고 글쓰기를 포기하게 만든다. 그 장벽을 넘어서는 방법은 내면의 검열관이 가진 눈과 입을 막아버리는 일이다. 이 내면의 검열관이 간섭하게 놔두지 마라. 그를 내면에서 쫓아내버려라. 너무 잘 쓰려고 하지도 마라. 뭔가를 쓰려고 하면 마음에 길이 열린다. 두려움을 버리고 그 길을 걸어가면 된다. 멈추지 말아야 한다.

"뼛속까지 내려가 자기 마음의 본질적인 외침을 적어내라!"  285-286


'햄릿을 읽지 않고도 그 잡품을 말할 수 있는가' -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피에르 바야르 김병욱옮김 여름언덕 2008

문명사회에서 책을 읽지 않는 일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며, 타인에게 어떤 책들을 읽지 않았다는 고백은 마치 고해성사에 견줄 만한 무의식적 죄책감을 수반한다.  287

이 책은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해 말하는 사술을 가르치거나 비독서를 권장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바잘적 책읽기를 장려하고, 독서와 비독서 사이의 불확실한 경계, 책을 읽는다는 것의 진정한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혀준다.

한 권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책에 관한 총체적 시각을 갖고, 책과 책 사이의 소통과 연결선들을 하는 것이다. 교양은 책을 읽어내는 능력과 책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 전체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줄 안다는 것, 즉 그것들이 하나의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각각의 요소를 다른 요소들과의 관계 속에 놓을 수 있다는 것"에서 길러진다.  288


'먼 나라, 아름다운 도시와 사랑에 빠지다' - <도시의 기억> 고종석 개마고원 2008

나라 밖 도시들을 스치면서 그 영혼과 눈이 맞아 나눈 연애의 기억들, 그 소통과 교감의 기억들, 종종 자유를 넘어 방종으로 치닫는 향연들 속에서 이루어진 여러 겹의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에세이다.  349

거기에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그 시간의 두께는 아무문제가 아니다. 사랑은 단 한순간, 하루만에도 싹트고 열매를 맺는다.  351


'우리 삶은 가보지 않은 길이 이끌고 간다' - <열대 오지에서 보낸 한 달 안식월> 김수영글 박병혁사진 황소자리 2008

이 책은 필리핀 오지에서 보낸 한 달의 기록이다.

이 책은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여정의 기록이며, '나'를 묶고 있는 것들에서 자유를 찾으려는 분투기, 상처받은 내면을 치유하고 회복으로 나아가는 자기고백서다.  360



- 나의 독서편력기

책과 친해지고, 책을 잘 읽을 수 있는 나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먼저 책에 몰입한다.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책에 흠뻑 빠져든다. 몰입을 통해서 마침내 책과 하나가 되면 마치 무릉도원에 든 듯 행복해진다.

둘째, 책읽는 즐거움 그 자체를 소중하게 여긴다. 책읽기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한다면 지속하기 어렵다. 

셋째, 책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읽어야 할 책들을 꼼꼼하게 고르고 그것들을 사들인다. 책들을 고르는 과정에서 이미 책읽기는 시작한다. 

넷째, 읽은 책들을 다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읽은 것들을 다 기억할 수도 없을뿐더러 기억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기억은 상상력을 한정하지만, 망각은 무한상상력의 텃밭을 일구는 쟁기다. 그런 까닭에 망각은 풍요화로 나아가는 길이다.  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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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마치 나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상대방이 나에게 집중할 때, 나도 무한한 감동을 받는다.  98

무관심한 청취는 사람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99


잘못된 청취 방법들 

1. 듣기를 거부하는 경우

2. 듣는 척 하는 경우

3.  인내심없이 듣는 경우 - 생각할 시간을 주지않고 얼어붙이는것. 많은 시간 빼앗기지 않으려할 때 결론을 내어버리는 것.

4. 이해심없이 듣는 경우

5. 적절한 반응없이 듣는 경우  111


경청의 자세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고 있음을 보여라.

확실히 알기 위해 들었던 말을 다시 확인하라.

때로 대화 주제에 관련된 부차적인 질문을 던져보라.

그러나 증명이나 근거를 요구하는 말은 삼가야 한다.

대화 흐름에 방해를 하지 말고 도중에 절대로 끼어들지 마라.

말과 말 사이에 흐르는 침묵의 행간을 주목하고 존중하라.

상대방이 당신을 믿고 한 말에 대해서 반드시 신뢰감을 지켜주라.

                                        - 제프리에미 <성공은 20대에 결정된다>  131


올바른 경청자가 되기 위한 4가지 단계

1. 자기 자신의 세계로부터 벗어나기 -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에 갇혀 있지 말라.

                                     나의 가치관, 관점을 밀쳐두라. 그러면 들어라.

2. 상대방의 세계로 들어가기 - 그의 감정, 느낌에 집중하여 반응을 보이라.

3. 상대방이 가장 어려워하는 감정을 분별하라.

4.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어라. - 때론 단순한 감탄사로 때로 상대의 느낌을 느낀대로..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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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청춘, 그 설익음과 진지함에 대하여

부끄러움 없는 청춘, 실패 없는 청춘을 청춘이라 부를 수 있을까?  4

시간을 따져 물어 언제부터 언제까지가 청춘이라고 정의내릴 수는 없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모색하는 시간이 청춘의 시간인 것이다. 그 기간의 길고 짧음은 사람마다 다르다.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지만, 최근에는 이런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육체는 젊지만 정신은 노화된 청년들. 그들은 세상의 상식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고 말만 늘어놓는다. 또 그에 맞는 처세술이나 삶의 방식만을 추구하려 한다. 마치 그들은 무덤까지 일직선 코스를 향해 달리는 인생을 사는 것과 같다.

보통 30대까지를 청춘기에 집어넣어도 무방할 것 같다. 공자는 '40에 들어서니 불혹(不惑)'이라고 했다. 거꾸로 말하면 40세까지는 계속 방황을 한다는 뜻이다. 

망설임과 방황은 청춘의 특징이자 특권이다. 그만큼 창피한 기억도 많고 실패도 많다.  5

인생에서 가장 큰 회한은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인생을 살아가지 못할 때 생긴다.  7

진정한 인생론은 말보다는 실천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인생을 이야기할 때, 어떤 이론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그대로 하나의 인생론이 되어버리는 그런 인생, 그런 인생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9


길이 아니면 미련 없이 돌아섰다. - 이나모토 유타가(히슈 고잔의 벽촌에서 형, 친구들과 어울려 수공예 가구 단지를 만들어 자연과 조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입으로 이러니저러니 떠들어대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란 게 결국 어느 대학이든 들어가서 대학졸업장을 따는 것이 목적이 아닌가, 결국 이제까지 비판했던 대학의 권위를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행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공허해졌어요. 그래서 대학은 포기하기로 결심했어요. 그리고 나서 뭘 할지 생각해보니 결국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익혀야겠더라고요.  23

당시에는 정치문제로 사회가 많이 시끄러었고, 사람들은 누구나 정치를 비판하고 사회를 비판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겼는데, 입으로만 사회를 비판해봤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잖아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우리 손으로 원하는 것을 만드려는 생각을 하고, 이런 생각을 우리 손으로 실현해가고, 이런 시런이 쌓여서 사회를 바꿔가는 거라고 느꼈지요. 사회까지 변화시키지 못하더라도 우리 자신만큼은 확실히 바꿀 수 있으니까요.  28

스스로에게 무얼 바라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 건지 반문해보면, 결국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고 인간답게 사는 삶이 좋다는 결론에 이르잖아요.

인간이 정말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건 몸을 움직여서 일하고 무언가 구체적인 걸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요?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거죠.  29

(결국 스스로의 경험들을 통해 체득한 것과 자신의 고민으로 만들어나간 삶을 살게 되는 것. 이나모토는 애니메이션 학교 레스토랑 견습생 등 여러가지 경험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을 위한 고민을 하여 얻어낸 것이다.


피아노 보다 칼이 좋았다 - 후루카와 시로(서른셋의 후루카와 시로는 남성다운 수제 나이프인 커스텀 나이프를 만드는 나이프 장인으로서 미국에까지 그 이름을 알렸다.)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부탁을 하면, 칼을 갈아보라 시키고 "스스로 몇 년 노력해서 칼을 곧게 갈 수 있으면 그때 다시 찾아오라고 하죠. 그러면 모두 싫은 내색을 하더군요. 요새는 다 기계로 갈면 되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요. 그게 그렇지 않아요. 금속공예엣는 칼을 가는 것이 모든 테크닉의 기초예요. 정말로 칼을 잘 갈 수 있으면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보시면 돼요. 진정한 평면을 만들어낼 수 있으면 그만큼의 기술이 생기고 동시에 진정한 평면을 알아보는 눈도 가질 수 있거든요. 바로 그 점이 중요해요. 솜씨가 좋아지면 보는 눈도 좋아진다는 것. 솜씨가 미숙할 때는 더 이상의 평면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솜씨가 점점 좋아지면서 더 완전한 평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솜씨가 좋아질수록 스스로의 솜씨를 엄격하게 바랍로 수가 있고 미크론(길이의 단위, 미크론은 1미터의 1/1,000,000) 단위로 사물이 보여요. 그 점이 중요해요..."  44

후루카와는 인생을 선책해야 할 순간에 이르면 항상 쉬운 길이 아닌 험난한 길을 선택했다.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글쎄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걸어왔네요. 나이프를 만드는 것도 그렇고요.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았는데, 쉽게 하는 건 싫었어요. 쉬운 건 항상 타협을 불러오거든요. 타협이 싫어요." 타협하지 않는 인생이 편하지는 않다. 그래도 즐거움은 많은 것 같다.  59


미치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 - 무라사키 타로(이제는 사라진 원숭이 기예. 스물두 살의 타로는 고등학교 2학년 여름에 대학진학의 꿈을 버리고 원숭이 기예 부활에 인생을 걸었다. 그때부터 원숭이와 힘겨운 싸움이 계속되었다.)

"너는 지금 어둠 속을 질주하고 있는 거야. 아무도 언제 이 어둠을 뚫고 나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내일일지도 모르고 일 년 뒤일지도 몰라.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그런 날이 올 거야. 그때 네 인생이 도약하는 거야. 그만두면 안 돼. 되돌아와선 안 돼." 이런 아버지의 질타와 격려가 없었다면 중도에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77-78

"옛날에 원숭이 조련을 하다가 미친 사람이 세 사람이나 있었어요. 직접 해보니 저도 미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더군요. 엄격한 정신력이 필요했죠."  78


고기의 신이 되다 - 모리야스 츠네요시(중학교를 졸업한 뒤 고베 정육점에서 근무했다. 이후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니는 떠돌이 기술자가 된다. 스무 개 남짓한 정육점을 전전하던 끝에 미침매 그의 인생을 바꿀 사람을 만난다.)

"결국 몸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거든요. 수없이 고기를 발라내면서 비로소 익히는 거죠. 제 경우에는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1만 마리는 발라냈을 거예요. 어디에 어떤 뼈가 있고, 어디에 어떤 근육이 붙어 있고 어디를 어떻게 자르면 되는지 소 전체의 구석구석까지 아는 것이 그 첫걸음이지요. 그 다음에는 칼을 쓰는 방법에 있어요. 정말 칼을 잘 쓸 정도가 되면 칼을 사용하는 감각이 없어져요. 칼과 손 끝이 하나가 되어야 하거든요. 칼과 손가락이 하나가 되어 칼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손끝으로 자른다는 느낌이라 해도 좋고, 칼날 끝에 손끝과 같은 감촉이 있다고 해도 좋아요. 그렇게 하면 칼로 자르는 게 아니라 잘라야 할 부분에 칼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죠. 칼이 혼자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손은 뒤에서 쫓아가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요."  91


카메라를 본 순간 빠져들다 - 미야자키 마나부('야생을 야생 그대로 사랑하는' 동물 사진작가. 일본 남알프스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에서 오로지 새와 동물만을 카메라에 담는다.)

"어렸을 때부터 야산을 뛰어다니며 노는 걸 좋아해서 공부는 정말 못했어요. 그래도 동물이나 새에 관해서만은 자신 있었죠. 이 계곡에 있는 동물이나 새에 관한 건 다 알아요. 초등학교 때는 소리만 듣고도 어떤 새인지 알아맞췄거든요."  112

미야지카의 사진집을 보면, 사진이 중심이지만 다양한 에피소드도 소개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는 어디에서 배운 건가요? "전부 제가 관찰한 거예요. 실제 사진을 찍는 시간보다 몇십 배 이상을 관찰하니까요."

동물생태학에 관한 책을 봤나요? "그런 책은 본 적이 없어요. 어떤 학자보다 제가 더 잘 안다는 자신이 있으니까요."

관찰할 때 기록을 하나요? "아니요. 전혀 안 써요. 전부 머릿속에 집어넣기만 해요. 기록을 하는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계속 지켜보기만 해요. 결국 보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젊은 사람들 가운데 동물 사진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모두 찍으려고만 하지 찍기 전에 보려고 하지 않거든요. 그건 안 돼요. 찍기 전에 철저하게 지켜봐야 해요."  114-115

"정말로 한심한 학생이었죠. 성적은 꼴찌에 가깝고 얼치기 대장에다 캐도도 좋지 않아 매일 선생님께 혼나거나 맞거나 복도에서 벌을 섰어요. 벌을 받다가는 지루해서 밖으로 뛰쳐나가 새둥지를 찾아다니고, 그러다가 또 혼났죠."

"선생님께는 완전히 무시당하고 학교에서는 쓸모없는 놈이라는 취급을 받았습니다. 기분 나쁘니까 저도 점점 더 반항하고 팽팽하게 맞섰죠...."  118

초등학교 6학년 때에는 산에서 잡아온 다람쥐도 길렀다. "고로스케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식구들 모두가 귀여워했죠. 낮에는 풀어놓으면 집안을 온통 돌아다녔고, 밤에는 조그만 우리에 넣어 길렀어요. 아침에 '고로스케'하고 부르면 모이를 주는 줄 알고 난리를 부리지요. 그런데 어느 날 불렀는데도 조용하더라고요. 이상해서 둥지를 들여다 보았는데 없었어요. 주변을 샅샅이 뒤졌는데 1미터가 넘는 큰 구렁이의 배가 불룩해서 똬리를 틀고 있는 게 보이더라고요. 이 놈한테 당했구나 생각하는 순간 삼킨 지 얼마 안 된 것 같으니 배를 가르면 살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구렁이를 붙잡아서는 칼로 배를 갈랐지요. 그런데 고로스케는 이미 반 이상 소화가 되어 있었어요. 풍성했던 그 꼬리의 형체는 그대로 남아있더군요. 고로스케의 모습을 본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어요. 동물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공포라고 할까요? 그때 야생 다람쥐를 잡아와서 기르려고 했던 제 자신도 후회가 되더군요. 산에 있었더라면 안 죽었을 거라는 생각에 역시 들판에 있는 건 그대로 들판에 놔둬야 한다며, 기르던 들새도 전부 풀어줬어요." 

이것이 미야자키 마나부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인간이 자연을 마음대로 사육해서는 안 되며 꾸미지 않고 야생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는 자세는 그때부터 흐트러짐이 없었다.  121

동화작가가 전에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자네가 하는 일은 많은 사람에게 금세 인정 받지는 못할 걸세. 하지만 자네를 주목하고, 인정하고, 기대를 거는 사람이 일본에 한두 명은 있을 걸세. 자네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신경 쓰지 말고, 인정해주는 한 두 사람을 위해 열심히 하게나.'  129


인생의 자전거를 갈아타다 - 나가사와 요시아키(프로 자전거 선수의 경주용 자전거는 모두 수제 작업으로 만든다. 밀리미터 단위의 정밀도로 선수들의 몸에 꼭 맞춰 제작한다. 갑작스런 사고로 자전거 선수를 포기한 서른여섯의 나가사와 요시야키는 기술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결국 일류 자전거가 만들어 져가는 과정을 날마다 제눈으로 보고 직접 그 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자연스럽게 제 기술이 된 것 같아요. 세세한 기술도 여러 가지 있지만, 결국 가장 본질적인 건 자전거의 모습이랄까. 형태를 잡아주는 거라 생각해요.  152


사랑에 취하고 와인에 취하고 - 다사키 신야(소믈리에는 와인을 서비스하는 전문직이다. 스물다섯 살의 다사키 신야는 없는 돈을 털어서 열아홉이 되던 가을에, 와인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로 떠난다. 낯선 땅에서 말조차 모르는 채 불안한 여행을 떠났다.)

와인처럼 그 깊이가 있는 것은 체계적으로 학습을 하지 않으면 진정 그 깊이를 알 수가 없어요.  199


요리보다 참는 법을 먼저 배웠다 - 사이스 마사오(프랑스 식도락가 사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 유명 레스토랑 '랑브르와지'의 셰프. 서른네 살의 사이스 마사오는 처음 3년간은 접시닦이와 냄비닦이 일만 했다. 요리는 예술이다. 그 사실을 알아내기까지 사이스 마사오에게는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호텔 조리장처럼 큰 곳에 있던 사람들은 세분화된 일의 단편밖에 못 맡아봐서 부분적인 경험밖에 없거든요. 저처럼 오드블에서 디저트까지 모든 부분의 일을 한꺼번에 해보고, 더구나 밑바닥인 아폴란티에서 그 높은 소스 담당까지 했다는 건 정물 드문 경우거든요. ...경험의 차이가 난 것 같아요.  210

대부분의 요리사들은 요리를 배운다고 하면 전통적인 레퍼토리 하나하나 만드는 방식을 익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진정한 요리는 그런 방정식을 외우기만 해서 되는 게 아니에요. 마지막에는 그 사람의 감정이 좌우하죠. 감성에 따른 창작이 중요해요.  221


처음부터 색에 끌린 것은 아니다 - 도미타 준(남들과 똑같은 인생을 사는 건 싫었다. 대학을 중퇴하고 직조의 길을 선택한 도미타는 울에 대해 공부할 목적으로 울의 본고장인 오스트레일리아로 건너갔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영국으로 넘어가 일하며 배우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직조법을 계속 찾아냈다.)

두 사람이 동거를 시작한 그 해 여름,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로 둘이 함께 민예공예품점에서 먹고 자면서 일을 했다. 그곳에서 오타니 지난이라는 염직가를 알게 된다. 오타니는 일본에서 얼마 안 되는 창작을 전문으로 하는 수제 직물가이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한 번 해보자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오타니 씨 제자로 들어갔어요. 첫째 날 가느다란 견사를 한 뭉치 받았는데 그걸 잘 감아내라고 하더군요. 털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감아본 적이 있을 거예요. 실 감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 가끔 엉키기는 하지만 잘하면 쉽게 풀리죠. 그렇지만 견사는 다르더라고요. 정말 힘들었어요. 조금만 잘못하면 금세 엉켜서 끊어져버려요. 끊어지면 끝이 어디로 가 있는지 전혀 알길이 없었어요.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죠. 처음부터 너무 쉽게 생각한 거예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오타니 씨 쪽을 쳐다봤지만 묵묵히 저를 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더라고요. 도와주지도 않고요. 매달려 봤지 안 되겠다는 생각에 기를 쓰고 끊어진 실 끝을 찾아 이었어요. 그러면 조금 있다가 또 끊어져서 한참을 찾아 헤매는 그런 일을 반복했죠. 실 뭉치 하나를 감는데 일주일이 걸렸어요. 요령을 익히면 2시간 정도면 감을 수 있는데 일주일이 걸렸던 거예요. 그동안 저도 오타니 씨도 서로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둘다 모두 약간 독특한 성격이라 그런지 날마자 한 마디도 안하고 일만 했어요. 그곳에 한 1년 정도 있었는데 한 번도 옆에서 친절하게 무언가를 가르쳐준 적이 없어요. 실 감는 것과 마찬가지로 혼자 고생하면서 요령을 터득하던가, 아니면 오타니 씨나 다른 제자들이 하는 걸 옆에서 훔쳐보고 배울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 직조기를 사용해본 건 1년 동안 수업을 하면서 단 한번뿐이었죠. 지조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 제자로 들어갔는데 그건 하나도 가르쳐 주지 않고, 날마다 아침부터 밤까지 실감기, 염색, 실 헹굼(염색 마무리 작업)처럼 밑작업만 계속 했죠.  235-236


소리를 만드는 아티스트로 거듭나다 - 요시노 긴지(일본에서 처음으로 레코딩 엔지니어로서 프리랜서가 된 서른여섯 살의 요시노 긴지. 믹싱으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던 시대에 요시노 긴지는 '아티스트로서 레코딩 엔지니어'를 목표로 잡았다. 결국 윗사람과의 충돌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미국에 가서 얻은 것이 두 가지 있어요. 하나는 미국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대자연을 접한 거예요. 미국의 자연은 하늘도 바다도 땅도 일본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웅장했어요. 그 속에 있노라면 일본에서 그렇게 힘들고 신경을 썼던 사람들과의 얽힘이 정말로 아주 보잘것없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았죠. 인간이 아무리 애써도 대자연을 이길 수는 없다. 대자연은 모든 것을 포용해준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을 내 마음대로 하리라는 생각에 이르렀죠. 또 한 가지는 미국의 스튜디오를 견학하는 가운데 부부 두 사람이 운영하는 작은 스튜디오를 본 거예요. 녹음기만은 24채널로 훌륭한 것인데, 다른 설비는 너무 낡고 방음도 잘 안 되는 곳이었어요. 그런데 단란한 분위기에 정말 좋더라고요. 아, 이거구나. 이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본의 스튜디오는 모두 돈을 쏟아부어서 만들어내고, 지나치게 멋있고 훌륭한 설비들로만 채워져 있거든요. 일본에서는 그런 훌륭한 설비만으로도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환상이 있는데, 이런 작은 스튜디오에서도 좋은 음악을 만들려고만 한다면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죠.  270-271


에필로그 - 청춘, 수수께끼 같은 공백시대

속마음을 말하자면 나는 요즘 젊은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가볍게 떠도는 대세순응주의자가 너무나 많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평하게 떠도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암담한 기분이 든다. 인간도 사회도 너무 가벼워져서 적당주의에 물들어가는 것 같다. 이런 무리들이 어떻게 일본의 장래를 책임질 것인지 일본의 번영도 그다지 오래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75

그렇지만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그 걱정은 기우였다.

1년에 걸쳐 11명의 젊은이들을 만났다. 모두 매력적이고 믿음직스러운 젊은이들이었다.  276

내가 만난 이들은 이상하게도 모두 열등생들이었다. 빠르게는 중학교 때부터 낙인이 찍힌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일탈한 사람도 있었다. 시기에 차이는 있지만 모두 어느 시점에선가 보통 사람들의 인생 궤도에서 벗어나버린 사람들이었다. 

그 원인은 모두 달랐다. 그렇지만 한 마디로 뭉뚱그려 말한다면 '재미가 없어서'라는 단어로 압축될 것 같다. 일반적인 코스를 따라갈 능력이 없어서 뒤처진 게 아니라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벗어난 것이다. 

궤도를 벗어나면서 그들은 자신의 열정을 바칠 수 있는 대상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일단 발견만 하면 그 순간 그들은 열등생이 아닌 엄청난 노력가로 변신한다.

이제까지 그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만큼 노력을 거듭해서 하나의 길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간다. 단지 자신과 자신의 의지와 열정만을 믿을 뿐이다. 그렇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간다.  277

과거의 출범을 무모한 모험으로 만드는가. 아니면 과감한 모험으로 만드는가는 '수수께끼 공백시대'를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청춘이란 언젠가는 찾아올 출범을 준비할 수 있는 수수께끼의 공백시대인 것이다. 그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이다. 그것이 없다면 '수수께끼의 공백시대'를 무기력하고 나태하게 보내게 되고, 결국은 당연한 귀결로서 출범을 맞이할 수 없다. 그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상황에 휩쓸려가는 인생뿐이다.  283-284


번역을 마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이 아무리 겸손한 표정을 보이고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 있어도, 그들에게는 알 수 없는 빛이 난다.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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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쏟아진 찬사

이 책은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류가 공존하기 위한 대안으로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제안한다.' - 이어령(전 문화부장관, 중앙일보 고문)

인간의 다양한 삶의 패턴과 그것에 내재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 황상민(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무의식이 우리 인생에 끼치는 영향을 다룬 매혹적인 보고서 - 이코노미스트  4-5


서문 - 무엇이 우리를 비범한 성취와 행복으로 이끄는가?

'비인지적 기술(noncognitive skill)'이란 감추어진 자질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로, 쉽게 계량하거나 측정할 수는 없지만 행복과 성취를 얻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7

이 책에서 다루는 성공 스토리는 내면의식(즉 감정, 직관, 편견, 동경, 유전적 특성, 사회적 규범등 무의식적 영역)이 수행하는 역할을 강조한다.  8

무의식의 영역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원시적인 영역이 아니다. 성적 충동을 억압하는 어두컴컴한 동굴이 아니다. 무의식의 영역은 정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9

일상생활에서 온갖 감정을 적절하게 교육할 때 우리의 무의식 체계는 달라질 수 있다.  10

뇌 연구가 새로운 철학을 만들어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기존의 철학이 옳음을 입증할 수는 있다.  11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존 티어니는 배우자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은 이성에게서 끊임없는 단점을 찾아내는 내면의 무의식 장치인 '습관성 결점 찾기(flae-o-matic)'에 시달린다고 주장했다.  27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사는 삶이 다른 사람들의 삶과 매우 다르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동일한 경험은 마치 기적처럼 보인다. 동일한 경험을 했다는 사실은 두 사람의 관계에 운명이라는 화려한 꽃가루를 뿌려준다.  29

감정 전달의 90퍼센트는 비언어가 담당한다. 몸짓은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감정을 조직하는 무의식적인 언어이다. 몸짓을 하면서 내적인 상태가 만들어진다.  31

여자나 남자나 성적인 관계를 나누는 상대방에게 바라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친절이다.  33

이성은 감정에 둥지를 틀고 감정에 의존한다. 감정은 사물이나 상황에 가치를 부여하고, 이성은 이렇게 형성된 가치를 바탕으로 선택을 할 뿐이다. 인간의 마음은 낭만적이기 때문에 실용적일 수 있다.  43

케네스 도지 박사는 "처리되는 모든 정보는 감정적이다. 감정은 인식 활동을 추동하고 조직하고 증폭하거나 약화시키는 에너지이며, 거꾸로 감정이 인식 활동의 경험이자 표현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44



상대적으로 고등교육을 받은 여자는 그렇지 않은 여자에 비해서 오럴섹스를 훨씬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고, 동성애 행위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으며, 다양한 섹스 행위를 실험하는 경향이 있다. 신앙심이 돈독한 여자는 그렇지 않은 여자보다 모험을 덜 즐긴다. 그러나 남자의 경우 성적인 모험심이 신앙 여부와 그다지 관련이 없다.  54



이탈리아의 신경과학자 마르코 야코보니가 말했듯이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경험한 일을 자신에게 직접 일어난 일처럼 느낄 수있다.  71

듀크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인 캐럴 애커먼은 실험을 통해서 아기가 흉내 내기 놀이를 많이 하면 할수록 일찍 말을 배운다고 주장했다. 

타냐 차트란드와 존 바흐 연구팀은 두 사람이 서로의 동작을 더 많이 모방하면 할수록 서로를 더 많이 좋아하게 되며, 서로를 더 많이 좋아할수록 더 많이 모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많은 학자들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무의식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능력은 감정이입과 도덕성을 쌓아나가는 벽돌이라고 믿는다.  72

사람들은 서로 돈독한 유대감을 나눌 때 웃음은 자연스럽게 흘러넘친다. 또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듣고 있는 사람보다 46% 더 많이 웃는 경향이 있다. 

웃음은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감정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에 자기가 긍정적으로 대응한다고 느낄 때 저절로 나오는 것 같다.  74



발달심리학자들이 확인한 사실 중에 뛰어난 심리학자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다는 항목이 있다. 

대부분의 부모는 낱말카드나 스티커 따위를 이용해 훌륭하게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런 부모들이 갖추고 있는 조건이 하나 있다. 너그럽고 착하다는 점이다. 아이에게 편안하고 예측 가능한 안정된 리듬을 주어야 한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애정과 엄격함을 조화롭게 결합해야 한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정서적인 유대감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세상이 던지는 어려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생생한 사례를 얼른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마음속에 실행 모델을 설정하고 그 모델을 모방할 수 있다.  101-102

영국의 심리학자 존 보울비는 아이들은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필요가 있다. 동시에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자기 힘으로 스스로를 돌볼 필요도 있다. 이런 두 가지 필요성은 때로는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102

보울비는 한 아이가 장차 자신과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지 결정하는 중대한 요소는, 아이와 엄마(혹은 가장 중요한 양육자) 사이의 관계라고 주장했다.  103

전반적으로 아기를 돌보는 태도가 믿음직하다면, 아기들은 부모가 곁에 있을 때 안전하다고 느낀다. 또한 절대적으로 옳은 양육 유형이란 없다. 아이는 부모가 일관성이 있고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안정된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  105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한 아이는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는 경향이 있다.  106

회피적인 애착관계를 가진 아이는 논리적인 토론에는 뛰어날 수 있어도 대화가 정서적인 방면으로 흐르거나 자기 속내를 드러내라는 요구를 받으면 무척 불편해 한다. 이 사람들은 평소 느끼는 감정의 폭이 매우 좁고, 혼자 있을 때 가장 편하다.  107

많은 학자들이 초기 애착 양상이 그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추적하고 밝혀냈다.  109



아무리 무작위로 구성원을 설정한다 해도 사람들은 집단을 형성하며, 집단이 서로 인접해 있으면 갈등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120


지식습득 1단계

교육심리 학자인 벤저민 블룸은 "학습의 첫 번째 단계의 효과는 학습자가 관련 주제에 빠져들어 매력을 느끼고 전문적인 정보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136

수많은 실험 결과를 놓고 보면, 책 읽는 장소를 이리저리 바꿀 때 습득한 정보를 더 적게 잊어먹는다. 바뀐 환경이 정신을 자극해서 기억의 거미줄을 더 촘촘하게 만들어준다.  137

지식습득 2단계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캐롤 드웩은, 열심히 공부한 학생을 칭찬하면, 그 학생의 정체성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으로 규정하며 이 정체성을 더욱 강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식 자동화하기... 자동화는 반복을 통해서 획득된다.  138

<스마트 월드>의 저자이며 언어학자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리처드 오글이 '뻗어나감과 동질성(reach and reciprocity)'이라고 부른 과정.

어떤 분야의 핵심 지식에서 출발해서 과감하게 밖으로 나가 새로운 것을 배운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와 새로 확보한 것을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통합한다. 그런 다음 다시 나가 모험을 하고, 돌아온다. 나갔다가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오글이 주장하듯이, 한 집단의 순결성을 지나치게 주장하면 폐쇄적인 공간에 갇혀서 편협해진다. 지나치게 밖으로만 돌면 노력에 따르는 성과가 축적되지 않는다. - 확장과 통합의 리듬  139

학습은 전적으로 선형적이지 않다는 사실. 어떤 분야를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하는 바로 그 지점이 질적인 변화의 돌파구가 열리는 순간이다.  140

지식습득 3단계

테일러 선생이 헤럴드가 일기를 쓰기를 바란 이유는, 내면에 묻혀 있는 지식을 될 수 있으면 저항 없이 끄집어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녀는 헤럴드가 공상에 빠져 있기를 바랐다. 공상을 통해서 개발해 둔 직관을 언어로 전환시키기를 바랐다.  142

스탠퍼드대학교의 로버트 온스타인 교수는 "정신은 수레처럼 빙글빙글 돌아간다. 조건에서 조건으로 돌아가고, 나타남에서 정지로 돌아가고, 행복에서 걱정으로 돌아간다. 정신은 여러가지 다른 상태 사이에서 돌아가고, 행복에서 걱정으로 돌아간다. 정신은 여러 가지 다른 상태 사이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어떤 상태에서 정신이 작동하려면 거기에 맞는 다양한 구성요소를 선택한다."  144

지식습득 4단계

최고의 학습자는 논문 집필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따로 시간을 들여서 정보를 암호화한다.  145 

(헤럴드는 사이버 자료를 차단하고, 자신의 자료들에 빠져서 목적성을 분명히 하며 깊이 생각하면서 고대의 자료들이 오늘날에 어떤 사실들과 접하는지에 대해 찾아내고 정리하면서 생활한다.)


테일러 선생은 해럴드가 무의식을 넘나들고, 의식적인 과정과 무의식적인 과정을 토업하는 방식으로 논문을 쓰도록 안내했다. 처음에는 핵심 지식을 숙지하고, 그다음에는 그 지식이 머릿속에서 즐겁게 숙성되고, 지식에 질서를 부여하고, 관련되 자료를 한데 녹여 통합하고, 마법과도 같이 통찰이 의식에 튀어나올 때까지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고, 마침내 떠오른 통찰을 가지고 논문을 완성하게 한 것이다.  153



해럴드는 부모에게 열광적인 찬사를 들었다. "너 굉장한 능력을 가지고 있구나!"

이에 비해 에리카는 칭찬을 듣는 횟수에 버금갈 정도로 기를 꺾어놓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해럴드의 부모는 해럴드에게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졌다. 이 가족은 사소한 게임을 많이 했으며 가짜로 모욕을 주고받는 정교한 대결도 자주 펼쳤다. 부모는 해럴드에게 자기들이 내린 결정과 특정한 제한사항에 대해 끊임없이 설명했으며, 해럴드는 부모와 자유롭게 토론하고 부모가 설정한 제한사항이 왜 잘못되었는지 말했다. 해럴드의 부모는 문법적인 오류를 바로잡아주었고, 덕분에 해럴드는 문법 교육을 따로 받지 않고도 문법을 뗄 수 있었다. 그래서 해럴드는 상대방이 가장 듣기 좋아하는 대답만 햇다. 언어 환경의 차이는 지능지수 및 학업 성적과도 연결되었다. 

간단히 말해 해럴드의 부모는 해럴드에게 돈만 물려준게 아니었다. 습관과 지식, 자기 계층의 인지적 특성까지 함께 물려주었다.

에리카는 이런 보이지 않느 강점을 대부분 손에 넣지 못했다. 그녀는 한층 더 찢어지고 갈라진 세상에 살았다. 펜실베니아대학교의 신경학자 마사 파라에 따르면, 중산층 아이에 비해서 빈민층 아이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더 높다. 이런 차이는 기억력, 특정 모형에 대한 인식, 인지적 통계, 언어 능력 등을 아우르는 인식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소형 포유류를 대상으로 한 실허머에서도 아빠 없이 성장한 동물이 아빠와 함께 성정한 동물에 비해 신경연결망 형성이 늦고, 그 결과 충동 제어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것은 돈이나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가 아니다. 가난과 가정불화는 개인의 무의식, 즉 자기 미래와 자기가 사는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 이런 차이가 쌓이 쌓여 누구나 금방 알아볼 수잇는 차이를 만들어낸다.  176

에리카는 한 가지 결정을 할 수 있었다. 환경을 바꾸는 것이엇다. 만일 환경을 바꿀 수만 있다면 완전히 다른 신호와 무의식적인 문화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내면을 바꾸는 것보다 환경을 바꾸는 것이 더 쉽다. 환경을 바꾼 다음 새로운 신호가 작동해서 효과를 발휘하도록 맡기자, 에리카는 그렇생각을 했다.  175



칼럼니스트 월터 리프만은 "인간 본성이 필요로 하는것보다 우선하는것, 배고픔이나 사랑이나 즐거움이나 명성, 심지어 목숨 그 자체보다 우선하는 것, 인간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자기가 어떤 질서 정연한 규율 속에 놓여 있다는 확신이다."  183

아이는 태어나면서 이미 특정한 기질을 타고난다. 그렇다고 해서 이 기질인 인생을 특정한 틀 안에 가두어두지는 않는다. 곤충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이 주장한 것처럼 이것은 하나의 사슬일 뿐이다. 예민한 반응력을 가지고 태어났을 수도 있고, 둔감한 반응력을 가지고 태어났을 수도 있으며, 천성적으로 쾌활활 수도 있고 천성적으로 우울할 수도 있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어떤 경험이 뇌를 자극하느냐에 따라서 진화한다. 그러나 진화의 범위는 한정되어 있다. 처음 태어났을 때는 고반응 집단으로 분류되었다가 나중에 중간 집단으로 분류될 수는 있지만, 한 극단에서 다른 극단으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단 기본적인 상태가 되고 나면, 그 기본 상태의 평균값을 중심으로 해서 좌우로 진동하는 양태를 보인다.  188

충동을 통제하는 능력을 가진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잘 조직된 가정에서 성장했다. 성장 과정에서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것을 배워서 그 행동에 따른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 이 아이들은 자기가 어떤 것을 하려고만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마시멜로의 유혹을 참지 못한 아이들 가운데 다수는 잘 조직되지 않은 가정에서 성장했다. 이 아이들은 행동과 결과 사이의 연관성을 잘 파악하지 못했으며, 눈앞의 유혹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전략 학습이 부족한 경향을 보였다.  191-192

충동을 통제할 수 있었던 아이들은 마시멜로를 냉정하게 인식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192

인격은 수백만 개의 작고 선한 영향력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신비로운 과정을 통해서 점진적으로 형성된다. 인격 형성에는 공동체가 수행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공동체에 소속되지 않고 자기를 통제하는 능력을 배양하기란 매우 힘들다. (뚱뚱보들이 모여 있는 공동체에서 마른 체형을 유지하는 것도 매우 힘들다.) 또한 근본적인 매커니즘에 영향을 미치는 작고 반복적인 행동이 중요하다. 작은 습관과 적절한 예의 세상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방식을 강화한다. 선한 행동은 특정한 네트워크를 강화한다. '우리는 어떤 덕목을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그 행동을 획득한다'라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발언은 옳다.  197


모방 본능을 점화시키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 몇 년 전 제프 코헨과 그레그 월튼이라는 두 연구자가 예일대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실험을 했다. 두 사람은 우선 학생들에게 수학자로 성공한 네이선잭슨의 인생을 짧게 소개했다. 그런데 잭슨의 전기에서 세부적인(하지만 실험에서는 핵심적인) 사실 하나를 바꾸었다. 학생들 가운데 절반에게 잭슨의 생일이 학생의 생일과 같다고 말한 것이다. 그 다음 전체 학생들에게 굉장히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게 했다. 자기 생일이 잭슨의 생일과 같다고 믿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65%나 더 오래 수학 문제에 매달렸다. 이 학생들은 잭슨과 동질감을 느꼈다. 그래서 잭슨이 거둔 성공을 모방하려는 심리가 동기를 자극한 것이다. 

야망에 불타는 사람은 흔히 어린 시절에 재능을 보이고, 이 재능 덕분에 자기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저 어떤 성취가 정체성의 핵심이 되기만 하면 충분했다.  205

평범함과 비범함을 가르는 단 하나! -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손이 보였주었듯이, 그것은 신중한 연습이다. 최고의 연주자들은 솜씨를 갈고 닦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훨씬 많은!) 시간을 들인다. 에릭손도 말했지만, 최고의 연주자들은 평균적인 연주자들보다 5배나 더 많은 시간 동안 연습했다. 

단지 연습에 들인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류 수준의 업적을 남긴 사람은 즐겁게 연습했다. 반면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은 가장 신중하고 자기비판적으로 연습했다. 이런 사람들은 흔히 전체를 가장 작은 요소로 해체한 다음 작은 요소를 계속 반복해서 연습했다.  208

기억이라는 내적인 구조물을 쌓는 데는 힘든 연습과 투쟁이 필요하다.  209

터프츠대학교 경제학자 로렌스 해리슨 교수가 쓴 <자유주의 진실의 핵심>에 따르면, 진취적인 문화권 혹은 (해리슨의 표현을 빌자면) '성장 경향이 있는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은 자기 운명은 자기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장에 저항하는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은 숙명론에 더 많이 빠져 있다. 또 성장 경향이 있는 문화권 사람들은 재산은 창의성의 산물이며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성장에 저항하는 문화권 사람들은 재산과 관련해 제로섬이라고 가정한다. 

또 진취적인 문화권 사람들은 일하기 위해서 사는 데 비해 비진취적인 문화권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일을 한다. 진취적인 문화권, 즉 성장 지향이 있는 문화권 사람들은 다른 문화권의 가치관을 받아들인다. 이들은 더 경쟁을 즐기고 더 낙관적이다. 깔끔함과 정확성을 소중한 가치로 평가한다. 교육을 강조하며, 가정을 적대적인 세상에 놓인 자기만의 성채라 여기지 않고 더 넓은 사회로 나아가는 출구라 여긴다. 잘못된 일이 벌어지면 자기 탓으로 여기며, 모든 일에 책임을 진다. 남 탓을 하지 않는다.  233



돈과 행복 사이의 상관성은 복잡하지만, 사회적인 유대와 행복 사이의 상관성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인간관계가 깊으면 깊을수록 사람은 더 행복하게 산다. 결혼 생활을 오랜 세월 지속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한 해에 10만 달러를 버는 것과 심리적 이득 면에서 동일하다. 또 다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 달에 한 차례 만나는 모임에 회원이 되는 것은 소득이 두 배로 오를 때와 동일한 행복을 가져다준다.

1년 동안 한 사람과 섹스를 하는 사람은 같은 기간 동안에 여러 명과 번갈아가며 섹스를 하는 사람보다 행복하다. 친구가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스트레스 지수가 낮으며 더 오래 산다. 

여러 사람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행복과 가장 연관이 많은 일상 활동(섹스, 퇴근 후에 사람들과 어울리기, 친구들과 식사하기 등)은 사회적인 활동인데 비해, 행복에 가장 해로운 일상 활동은 출퇴근처럼 혼자서 하는 활동이다.  295



친밀함에 대한 갈망이 완벽한 로맨스나 지구의 조화를 자동으로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모형을 받아들이라고 설명하면서 정신적 헤게모니를 유지하려고 애를 많이 쓴다. 더 넓은 차원에서 말하자면, 사람들은 그냥 친해지지 않는다. 친해지려고 경쟁을 한다. 다른 사람과 친해지는 데 도움이 되는 특권과 존경과 관심을 먼저 많이 차지하려고 경쟁한다. 서로에게 인정받으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서로를 추월하려고 기를 쓴다. 그게 바로 우리가 벌이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게임의 논리이다.  320



스코틀랜드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사람의 마음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을 할 수 있기를 끊임없이 갈망한다. 이 욕망은 우리가 갖고 있는 열정과 추진력의 기초인 것 같다."  325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해럴드의 머릿속에는, 사람의 가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았다. 이에 비해 에리카는 그 사람이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가치가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해럴드 주변에는 온갖 흥밋거리가 언제나 널려 있었다. 해럴드는 처음 몇 주 동안 독서에 몰두했다. 이에 비해 에리카에게는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 즉 임무가 필요했다. 해럴드는 흥미로운 구석이 있을 만한 일은 무엇이든 기꺼이 했다. 오랜 세간이 지나지 않아 역사 관련 단체에 프로그램 담당자로 취업했다. 하지만 에리카에게는 지배자의 권위를 누릴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스타벅스에 죽치고 앉아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서 부사장급이나 그 이상의 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대부분 신통찮았다. 오래 지나지 않아 그녀의 기대 수준은 몇 단계 아래로 떨어졌다. 그녀는 창업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327

인간의 마음은 자만을 만들어내는 기계이다. 인간의 의식은, 본인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했다면서 허위로 공로를 인정한다. 또 실제로는 아무런 권한이나 결정을 하지 않는데도 어떤 것을 제어한다는 환상을 조장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328

자만은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사람들은 무의식을 제어하는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 스스로를 이해하는 정도에 대해서도 과대평가한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 재학생 가운데 절반은 누군가 자기 앞에서 성 차별 발언을 하면 참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험을 통해서 확인한 결과, 참지 못한 학생의 비율은 16%밖에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또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과대평가한다. 폴 슈메이커와 에드워드 루소는 기업의 이사들을 상대로 자기 분야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측정하는 질문을 던졌다. 또 자기가 한 대답이 맞는다고 얼마나 확신하는지 물었다. 광고업계 관리자들은 자신이 90%를 맞췄을 것이라고 대답했지만, 정답률은 39%밖에 되지 않았다. 컴퓨터업계 관리자들은 오답률이 5%일 것이라고 대답했지만 실제로 오답률은 무려 80%였다. 루소와 슈메이커는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실험을 했고, 이들 가운데 99%가 자기를 과대평가하는 것으로 분류되었다.  329

사람들은 자기가 현재 아는 것뿐만 아니라 장차 알 수 있는 것도 과대평가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결정을 한 이유를 이해하는 능력도 과대평가한다. 이들은 자기가 하는 행동을 설명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심지어 내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감도 잡지 못하면서도 그렇게 한다.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자인 대니얼 길버트 교수는 사람에게는 심리학적 면역체계가 있는데, 이 면역체계는 긍정적인 측면을 지지하는 정보를 과장하고 부정적인 의심을 하게 만드는 정보를 무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주장한다.  330

흥미로운 사실은 자신감은 실제 능력과 거의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무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331

미국의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라이오넬 트릴링은 저서 <자유로운 상상력>에서 "정치나 상업이 조직화를 지향할 때 조직에 가장 민감한 정서와 속성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나 상업이 역동적이고 긍정적인 목표를 수행할 때, 세계관을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무의식적으로 제한하며, 특히 인간 정신의 특성과 관련해서 이론과 원칙을 무의식적으로 개발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정치나 상업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상상력을 무시하는 쪽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인간의 정신이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한 믿음을 강화하겠다는 데만 사로잡혀서, 인간 정신에 대한 개념을 압축하고 기계적으로 만들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339



프랑스 계몽주의와 영국 계몽주의의 차이

프랑스 계몽주의는 데카르트, 루소, 볼테르, 콩도르세가 이끌었다. 이들은 미신과 봉건주의 세상에 맞선 철학자들로 미신의 세상을 이성의 선명한 빛으로 생생하게 까발리고자 했다. 과학 혁명에 고무된 이들은, 이성의 힘으로 실수를 파악하고 우주적인 진리에 논리적으로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영국 계몽주의의 지도자들은 이성의 중요성을 인정했다. 이들은 합리주의자이긴 했지만, 개인의 이성은 한계가 있으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믿었다. 예를 들어 데이비드 흄은 이렇게 썼다. "이성은 열정의 노예이며 또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 이성은 열정에 복무하는 일 이상을 시도할 수 없다."

에드먼드 버크도 "보통 우리는 자연스럽게 터득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런 감정을 배제하고) 자기 자신의 이성에만 의존해서 살고 서로의 이성을 거래하게 될까 봐 두렵다. 왜냐하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이성의 양은 애석하게도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 계몽주의 지도자들은 논리, 과학, 우주적인 법칙을 이야기한 반면에, 영국 계몽주의자들은 인간의 행동은 무의식적인 1차적 인식에 의해 전체적으로 형태가 결정된다는 생각에 입각해서 인간의 특성을 바라보았다. 

프랑스 계몽주의자들은 자율적인 개인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사회적인 계약을 맺는 인간의 특성을 상상했다. 반면 영국 계몽주의자들은, 사람은 사회적 감각을 갖고 태어나며, 이 감각은 의식보다 더 아래 차원에서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은 타인의 고통과 즐거움에 대해서 태생적으로 공감하는 이른바 '동류의식(fellow feeling)'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은 존경받고 싶어 하며 그만한 자격을 갖추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도덕성은 추상적인 법칙에서 추론된 논리가 아니라 반(半)의식적 상태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프랑스 계몽주의의 추종자들이 사회와 제도를 언제나 분해해서 다시 조직할 수 있는 기계 장치로 바라본 반면, 영국 계몽주의의 추종자들은 하나의 유기체, 즉 살아 있는 인간관계가 무한하게 복잡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바라보았다. 후자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문제를 여러 부분으로 분해하는 것은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었다. 진실이란 개별 사이에 존쟇는 연관성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게 기본 발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맥락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추상적인 보편성은 당연히 신뢰할 수 없었다. 이들의 눈으로 보자면 보편적인 원칙보다는 역사적인 선례가 더 유용하다.

영국 계몽주의 구성원들은 변화와 개혁을 뚜렷하게 구분했다. 변화는 제도의 근본적인 성격을 바꾸는 재조직 과정이다. 이에 비해 개혁은 제도의 본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결함을 보수해서 본질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치료 과정이다.  350-352

무의식은 주관적이다.

무의식은 전체적인 맥락에 극단적으로 민감하다.

무의식은 모형을 찾는다.

무의식은 수학에는 무척 약하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무의식은 올바른 판단을 하는 데 심각한 약점을 보이기도 한다.  354-357

무의식이 날마다 수행하는 어려운 과제에 대해 알고 싶다면, 몇 가지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무의식은 고유수용성감각(proprioception)이라 불리는 육감을 이용해서 몸의 움직임, 자세나 운동 상태, 근육 수축 정도를 감지하여 신체 부위, 동작 범위와 속도를 조절한다.  359

무의식은 또한 의식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도 복잡한 과제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다. 운전하는 법을 배우는 데는 의식적인 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 번 숙달되도 나면 운전법에 관한 지식은 무의식 깊은 곳에 저장되어, 음악을 듣거나 옆자기에 앉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커피를 마시면서도 얼마든지 운전을 할 수 있다. 또 의식적을 판단을 하지 않고도 낯선 사람에게는 정중하게 대하고, 필요 없는 갈등을 피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는 고통을 느낀다.  359-360

무의식의 또 다른 위대한 면모는 암묵적 믿음(implicit belief)을 구축하는 능력이다.  362

암묵적 발견법(implicit heuristics)

암묵적 믿음과 고정관념은 그 사람의 세계를 조직하는데, 이것은 인생을 살면서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의식은 일반화를 조직함으로써 세상을 이해한다.  363

지식은 다양한 역학을 통합하고 합성해야 얻을 수 있다. 이 지식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들 속에서 조화와 리듬을 찾아내기 위해 정밀하게 관찰하고, 느슨하게 상상하며, 비슷한 것과 비슷하지 않을 것을 비교하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만들어진다.

겸손한 사람은 두 가지 방법론을 모두 사용한다. 그 밖에도 더 많은 것을 사용한다. 겸손한 사람은 하나의 패러다임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은 대부분 오랜 시간에 걸쳐 힘들고 끈질기게 헤매는 과정에서 죽적된 것이다.

겸손한 사람은 끈기가 있다. 이 사람의 방법론은 작은 물고기의 행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물고기는 얕은 물에서 산다. 썰물로 물이 빠지면 서식지에는 작은 웅덩이만 남는다. 물고기는 바위나 물기가 없는 높은 곳을 훌쩍 뛰어넘어 정확하게 다른 물웅덩이로 이동한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물고기는 뛰어오르기 전에 어디가 마른 땅이고 어디가 물웅덩이인지 볼 수도 없다. 그런데 이 물고기를 원래 살던 곳이 아니라 낯선 곳에 두면, 이 녀석은 전혀 뛰어오르지 못한다. 

물고기의 비밀은 이렇다. 물이 차 있을 때 녀석은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지형을 머리에 입력한다. 물이 빠진 뒤에는 머릿속 지도를 이용해서 어디가 움푹 꺼져 물이 있고 어디가 솟아올라 물기가 없는지 무의식적으로 파악하고, 물웅덩이를 찾아서 뛰어오른다.

인간 역시 이 물고기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지식을 축적하는 데 솜씨가 있다.  368-369

끈기 있게 헤매는 사람은 불확실성을 견딘다. 현명한 방랑자는 '사실과 이성을 초조하게 좇지 않고 불확실성과 수수께끼와 의심'속에서 견디는 바로 그 능력으로 참고 기다린다.  370

20세기 영국의 철학자 이사야 벌린은 "지혜는 과학적인 지식이 아니라 우리가 어쩌다 놓이게 된 환경을 파악하는 특별한 민감성이다. 또 지혜는 영원한 조건 혹은 바꾸거나 온전하게 묘사하고 계산 할 수 없는 요인과 충돌하는 일 없이 살아가는 능력이다. 지혜는 경험 법칙(대충이지만 실제에 근거한 방법)의 안내를 받는 능력이다. 경험 법칙은 '기념비적인 지혜'로 농부를 비롯해서 평범한 민초들에게 녹아 있는데, 여기서 가학의 법칙은 기본적으로 통용되지 않는다. 우주적 적응에 관한 광대한 이 감각은 '실체감'이고 세상을 사는 '지식'이다."  373-374



레이먼드는 툭 하면 앞서 했던 자기 발언까지 뒤집으면서 모두가 합의한 결론가 전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그 바람에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곤 했다. 이럴 때면 에리카는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다. "조금 전에는 반대로 말씀하셨잖아요."

"나도 압니다. 나의 한 부분이 그렇게 믿었죠. 하지만 나의 또 다른 부분이 이렇게 믿는 걸 어떡합니까. 난 그저 분열된 내 자아가 모두 자기 의견을 하나씩 낼 수 있게 해주려고 이야기하는 겁니다."이런 식으로 레이먼드는 농담을 했다.

실제로 학자들은 내면에서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두 개의 충동이 싸우는 상태인 이른바 '변증법적 부츠트래핑(dialectical bootstrapping)'에 빠져 잇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생각을 더 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380

레이먼드가 설명했다. "경영학의 위대한 현인인 피터 드러커는, 경영과 관련된 전체 의사결정 가운데 3분의 1은 옳은 것으로 판명되었고, 3분의 1은 최소한의 성과만 낸 것으로 판명되었으며, 나머지 3분의 1은 완전히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가 내린 결정의 3분의 2는 아주 잘못되었거나 상당히 잘못되었다는 뜻이지요. 우리는 자기가 내린 결론을 굉장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굉장한 사람이라고 믿고 싶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자신의 에고를 보존해 자신을 계속 밀고나가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인생이란 실패를 만들어 내는 과정 아닙니까? 우리는 그저 잘 조직된 실수를 통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우리의 모든 움직임, 모든 행보는 부분적으로 실패입니다. 다음 차례의 움직임, 다음 ㅊ례의 행보로 올바르게 교정되어야 하는 실패 말입니다.  381



만약 2차적인 도덕적 추론을 강조하는 이성주의적인 이론이 옳다면, 하루 종일 도덕적인 추론을 하는 사람이 더 도덕적일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학자들은 여기에 대해서도 물론 연구를 했다. 그리고 도덕적인 이론과 고상한 행동 사이에 상관성이 거의 없음을 밝혀냈다. 예컨대 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자인 마이클 가자니가 교수는 저서 <인간(Human)>에서 "도덕적인 추론과 순리에 맞는 도덕적 행동사에어서 상관성을 발견하기란 무척 힘들었다. 사실 거의 모든 연구에서 상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만일 도덕적 추론이 도덕적인 행동을 낳는다고 하면, 덜 감정적인 사람이더 도덕적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보자면, 그렇지 않다. 그것과 반대다. 작가 조나 레러가 지적했듯이, 누군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거나 살인이나 강간을 묘사한 글을 읽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본능적으로 감정적 반응을 경험한다. 손바닥에 땀이 나서 축축해지고 혈압이 올라간다.  423

1950년대 학자들이 쥐를 대상으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음식을 먹으려면 레버를 눌러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훈련시킨 것이다. 그리고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 다음에는 새로운 장치를 첨가했다. 레버를 누르면 어떤 때는 음식이 나오지만 어떤 때는 옆 칸에 있는 다른 쥐가 전기 충격을 받도록 한 것이다. 그러자 실험쥐들은 자기들이 먹으면 옆 칸에 있는 쥐들이 고통 받는 것을 알고는 옆 칸 쥐들이 받는 고통을 줄여주려고 될 수 있으면 적게 먹는 쪽으로 습관을 바꾸었다. 네덜란드의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은 영장류의 행동에 뚜렷하게 드러나는 정교한 감정이입을 관찰하고 묘사하는 작업을 오랫동안 해왔다. 침팬지는 서로 위로해주고, 다친 동료가 있으면 간호해주며 함께 나누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이런 특징은 동물이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라, 도덕성에 필요한 심리학적 구성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426-427

예일대학교 심리학자인 폴 블룸 교수 팀은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연구 팀은 아이들에게 어떤 장면을 보여주었다. 한 인형이 언덕에 올라가려고 애를 쓰고 있고 다른 인형이 그 인형을 도와주는데, 세 번째 인형이 나타나서 방해하는 장면이었다. 태어난 지 여섯 달밖에 되지 않은 갓난아이들이, 방해하는 인형보다 도와주는 인형을 더 좋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험은 계속되었다. 이번에는 방해하는 인형에게 벌을 주는 인형과 상을 주는 인형 가운데 어느 인형을 더 좋아하는지 알아보았는데, 아이들은 벌을 주는 인형을 더 좋아했다. 갓난 아이들의 이런 반응은, 인간은 아주 어릴 때부터 기본적인 정의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블룸은 말한다.

어린이에게 공정하게 판단하라고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 어린이는 불공정에 대해서 격렬하게 저항하며, 될 수 있으면 서로 의사소통을 하려고 한다. 사회를 위해서 스스로를 희생한 사람을 존경하라고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 친구를 배반하거나 가족이나 부족에 충성하지 않는 사람을 경멸하라고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 '친구를 때리지 마라.' 라는 도덕적인 규칙과 '학교에서 껌을 씹지 마라.'라는 도덕적이지 않은 규칙의 차이점을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 그 차이점에 대한 인식은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서 나온다.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데 도움이 되는 일련의 감정을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책임을 내팽개치는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고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을 인정하는 도덕적 감정 역시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다. 조직사회의 운명이 걸린 전쟁이 났을 때 꽁무니를 빼고 달아나는 행위를 칭찬하는 사회는 지구상에 하나도 없다. 

부모나 학교가 도덕적인 이해를 강화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학자 제임스 윌슨은 저서 <도덕감성>에서 이런 가르침은 이미 준비된 바탕에서 진행된다고 주장한다. 아이들이 말을 배울 준비가 되어 있고 엄마 아빠에게 애착을 보일 준비가 되어 있듯이, 특정한 도덕적 편견을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 있다는 것이다. 도덕적 편견은 더욱 증진되고 개발 될 수는 있지만 전혀 없던 것이 새로 주입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427-429

더 도덕적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성주의 관점은 철학적으로 사색하라고 충고하고, 직관주의 관점은 상호작용을 하라고 충고한다. 혼자 있을 경우에 더 도덕적이 되기는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수백 년에 걸쳐 우리 조상들은 최고의 직관을 발휘하고 또 도덕적 습관을 가르칠 수 있는 관행과 습관을 고안했다. 얘를 들어보자. 건상한 사회에서 일상생활은 작은 예절로 조직되어 있다. 엘리베이터에서는 여자가 먼저 내린다. 포크는 왼손에 쥔다, 따위가 그런 것들이다. 정중함을 요구하는 이런 규칙은 사소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것이 사소한 자기 통제를 실행할 수 있도록 최면을 건다. 뇌에 이쓴 신경망을 자극하고 강화한다는 말이다. 

또, 대화가 있다. 우리는 심지어 소소한 한담을 나눌 때조차 도덕적 직관에 맞게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따뜻하게 말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냉담하게 말한다. 우리는 어떤 행동이 바람직하고 추구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행동을 피해야 하는지 구분하는 수백만 가지 기준을 수시로 들이댄다. 집단의 규칙을 어긴 사람들에 대해 늘 이야기한다. 서로에 대한 연결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이기도 하고, 자신에게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기준을 상기시키려는 목적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제도에 의해 전달되는 마음의 습관이 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제도를 경험하고 통과한다. 제도는 처음 가족에서 출발해서 학교, 직장으로 확장된다. 특정한 규칙과 의무를 갖추고 있는 가가 제도는 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가르친다. 제도는 말하자면 궁극적으로 내면 깊은 곳으로 침투하는, 외부에 설치된 (공사중인 건물의) 비계인 셈이다. 언론계는 정신적인 거리를 유지하면서 취재하는 습관이 몸에 배도록 기자들을 가르친다. 과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연구자 공동체 안에서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의무 규정이 있다. 우리가 속해 있는 여러 제도의 규칙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현재의 우리가 된다.  433-434

무의식적인 감정은 한층 우월하지만 독재를 행사하지는 않는다. 이성은 저 혼자서 춤을 출 수 없지만, 그래도 꾸준하고 미묘한 영향력을 발휘해서 슬쩍슬쩍 옆구리를 찌를 수는 있다. 사람들이 농담으로 말하듯이, 우리가 자유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을지 모르지만, 하지 않을 의지는 가지고 있다. 우리는 도덕적인 행동을 할 수는 없어도 충동은 억누를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충동은 완전히 뒤집을 수도 있다.  438

늘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자기 자신을 관찰할 수 있는 유리한 지점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440



어떤 사람들은 인식사의 결함은 교육을 통해 교정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스토니브룩대학교 찰수 태버와 밀턴 로지가 수행한 리서치에 따르면, 고등교육을 받은 유권자는 대체로 사실에 더 가깝게 인식하지만, 상당 기간 동안 실제와 다르게 인식한다. 이들은 교육을 덜 받은 유권자에 비해서 자신의 잘못된 의견을 수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매사 자기 생각이 옳다고 강력하게 믿기 때문이다.  458

흥미로운 것은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생활양식은 지지 정당 선택과 연결되었고, 지지 정당은 철학적 태도와 연결되었으며, 철학적 태도는 다시 종교적, 도덕적 태도와 연결되었다. 선거 운동은 유권자의 신경망을 직접 건드리지 않았지만, 유권자의 정신적인 네트워크를 자극하는 자잘한 단서를 끊임없이 뿌려댔다.  465



영국의 철학자 필립 블론드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어떻게 변해 있는지 보라. 양극화 사회이다. 점점 더 파편화되고 권한이 축소되고 고립되어 가는 시민 계틍을 중앙집권화된 관료 국가가 지배하고 있지 않은가."

건강한 사회 조직이 없음으로 해서 정치는 양극화되었다.  478

사회적으로 파편화된 국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정당 주변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로서는 이것 말고는 매달릴 게 없었다. 정치가와 언론인들은 이 심리적 진공 상태를 이용해 정당을 종교 집단으로 변질시켜 완벽한 충성을 요구하고 또 거기에 대해서 보상을 해준다. 

정치가 시민을 상대로 정체성 집단을 서로 많이 획득하려는 경쟁에 나서면 이제 타협의 가능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내 편과 네 편 사이에 벌어지는 전쟁이 되고 만다. 심지어 아주 작은 양보조차 도덕적인 항복처럼 비친다. 정당과 정당의 경계선을 넘어 인간관계를 형성하려고 시도한 사람들은 추방당한다. 정치인들 상이에서도 정다에 대한 충성심이 하원이나 상원과 같은 제도에 대한 충성심을 압도한다. 정치는 이제 더 이상 협상이 아니다. 명예 혹은 집단의 우월성을 다투는 경연일 뿐이다. 당파적인 추악암 속에서 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와 정치 제도는 붕괴했다.  479

누가 내 뒤통수를 치기 전에 내가 먼저 남의 뒤통수를 쳐야 한다는 냉소적인 정신세계가 만연한다.  

해럴드는 인식 혁명이 개인주의적인 정치 철학 및 여기서 비롯된 정책을 뒤집어엎을 잠재력을 가지고 잇다고 믿었다. 인식 혁명은, 인간은 인간관계를 통해서 비로소 인간으로 성립함을 증명했다. 한 사회의 건강성은 인간관계의 건강성에 따라 결정되지 개인적인 선택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480

변화의 진짜 엔진은 인지 부하(cognitive load,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신적 노력의 양)의 변화라고 해럴드는 믿었다.

인지부하의 변화는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성의 역할을 바꾸어 놓아 여성도 이제는 정신적 숙련도 영역에서 남성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 또 결혼의 성격이 바뀌어 서로 잘 맞고 서로의 정신적인 능력을 보완해줄 수 있는 배우자를 찾는다. 따라서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끼리 또 교육을 덜 받은 사람들끼리 배우자를 찾는 선택 결혼이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인지 부하의 변화로 불평등의 격차가 점점 벌어져서, 한 사회는 두 나라로 쪼개진다. 효과적으로 항해할 수 있는 무의식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들의 나라와 기술을 습득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의 나라가 있는 것이다.  489

정신적인 능력은 대물림되는 경향이 있다.

한 래 가계 소득이 9만 달러인 가정에 태어난 아이가 스물네 살까지 전문대학교 이상을 졸업할 확률은 50%이다. 한 해 가계 소득이 7만 달러인 가정에 태어난 아이에게 이 확률은 25%로 줄어든다. 또 가계소득이 4만 5,000달러인 가정에 태어난 아이의 경우 확률이 10%이고, 가계소득이 3만 달러인 가정에 태어난 아이에게 이 확률은 6%도 되지 않는다.  490

건강한 사회는 사회적 계층 이동이 쉬운 사회이다. 모든 사람이 다 좋은 삶을 살 수 있고 모든 사람이 다 열심히 노력할 이유가 있는 사회, 다시 말해서 자기가 기울인 노력에 따라서 보상을 받는 사회이다. 인지 시대(cognitive age, 저자가 고인한 용어이다. 저자는 2008년 5월에 <뉴요타임스> 칼럼에서 '지금 시대는 세계화 시대가 아니라 인지 시대다.'라고 천명하였다.)의 사회는 불평등을 생산한다. 불평등은 시민의 뇌 깊은 곳에 각인되어 있으며, 고대나 중세 계급사회의 불평등보다 훨씬 미묘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완고하고 불공정하다. 

돈이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돈이 이 문제의 결정적인 원천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평등 문제는 의식적, 무의식적 발달 영역에 놓여 있다. 이런 사실을 해럴드는 자신의 성장 과정과 에리카의 성장 과정만 비교해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어떤 아이들은 인적 자본 개발을 장려하는 분위기, 즉 책, 토론, 독서, 질문, 장래 희망 토론을 장려하는 분위기에서 자란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산만한 환경에서 자란다. 부유층이 사는 동네의 유치원에서 어떤 이야기의 일부를 들려주면, 아이들 가운데 절반이 다음에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예측한다. 그러나 똑같은 내용을 가난한 동네 어린이들에게 들려줄 때 그 다음에 이어질 내용을 예측하는 어린이는 약 10%밖에 되지 않는다.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미래의 성공에 결정적일 정도로 중요하다.  491

태도에서 드러나는 계층별 격차 역시 크게 벌어졌다.  492

가난과 가정 붕괴를 비롯해 사회적 유동성과 관련 있는 주제를 연구하면서 해럴드는 사람들에게 정신 똑바로 챙기라고 말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다.

한 개인이 잘살고 못살고는 의식적인 성취를 거두는데 반드시 필요한 무의식적인 기술에 달려 있다. 무의식적인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사람들은 날마나 반복되는 일을 하면서 좋든 싫든 아침이면 일터로 나가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운명은 자기가 개척할 수 있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를 갖지 못한다. 또 굉장한 결과를 안겨줄 수 있는 제안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갖지 못하며, 지금 희생하면 나중에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493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강도가 높은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심장병이나 위장병 등에 더 많이 노출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강도가 낮은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질병에 더 많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지위가 그만큼 심리적인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론 해스킨스와 이자벨 소힐은 공저 <기회를 열어주는 사회 만들기(Creating an Opportunity Society)>에서 "건강한 음식을 먹는 문제든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문제든 간에, 장기적인 복지를 개선해줄 일을 하도록 누구나 자극받을 필요가 있다. 저소득 가정의 구성원도 마찬가지다."  494

해럴드는 정치에 관해 생각하면서 정부의 통치 철학을 연구했다. 이 연구에 몰두할수록 위대한 사회를 만들겟다는 포부의 핵심 과제가 바로 개인의 발달과 사회적 유동성 문제임이 점점 더 명확해졌다. 사람들이 폭넓은 기회와 다양한 삶의 방식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을 때, 사회적 유동성은 수평선처럼 드넓게 활짝 열린다. 사회적 유동성은 계층 간의 갈등을 붙여준다. 아무리 막장 인생을 사는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하더라도 자기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사회의 상층부까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유동성은 창조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 또한 고정적인 것이 없기 때문에 불평등도 줄어든다.

해럴드는 문득 두 개의 지배적인 정치 운동이 존재하는 나라에 살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나는 정부를 이용해서 평등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믿는 자유주의 운동이고, 또 하나는 정부의 기능을 제한해서 자유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믿는 보수주의 운동이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또 하나의 운동이 더 있었다. 정부의 기능을 제한하면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게 해서 사회적 유동성을 높여야 한다는 운동이었다.  496-497

"삶의 가치란 자기가 놓인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1861년 이민자들 앞에서 링컨이 했던 말이다.  499

정력적인 정부의 전통을 되살릴 때가 되었다고 해럴드는 믿었다. 다만 조건이 있었다. 두 가지를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첫째, 해밀턴 시대는 인식 시대의 새벽이 열리기 전이었다. 분투하는 청년층에 가해지는 정신적인 요구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으니 사회적 유동성을 높이려는 운동은 과거와 다르게 더 복잡한 사회적 환경, 정보 관련 환경을 다루어야만 한다. 

둘째, 해밀턴과 링컨, 루즈벨트는 일정한 수준의 사회적 및 도덕적 자본을 전제로 삼을 수 있었다. 모든 시민이 이해하는 규범, 도덕적 합의, 엄격한 관습 등으로 규정된 빡빡한 공동체 안에서 사는 것이 당연한 전제조건이었다. 그러나 오늘나르이 지도자들은 이런 가정을 당연한 것으로 설정할 수 없다. 과거의 도덕적, 사회적 자본은 이미 잠식당했으며, 새로 축적해야 한다.


세상은 이제 잠재적인 기능이 보이지 않게 수없이 많이 들어 있는, 너무도 거대하고 복잡한 기관으로 변해버려서, 아무리 자신감이 철철 넘치는 정부라 하더라도 조립식 계획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게 되었다.

영국의 철학자 마이클 오크쇼트는 "정치활동이란 바닥도 없고 경계도 없는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다. 쉴 수 있는 항구도 없고 닻을 내릴 수심 낮은 해상도 없다. 출발점도 없고 정해진 목적지도 없다. 평형 상태를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떠다녀야 한다. 바다는 친구이기도 하고 적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배를 조종하는 기술이란, 적대적인 모든 경우를 친구로 삼기 위해 모든 자원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의 문제이다."  500



창의성이 그 사람의 수명을 연장시킬까? 조금은 그렇다. 정신적인 자극이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증거는 상당히 많이 있다. 다른 요인을 모두 제어한 상태에서 볼 때,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오래 산다. 간호사는 모두 똑같은 생활 패턴으로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대학 졸업장을 가지고 있는 간호사는 그렇지 않은 간호사에 비해서 오래 산다. 청년기에 더 많은 어휘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노년기에 치매에 덜 걸리는 경향이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예술 관련 프로그램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성인은 그렇지 않은 성인에 비해서 병원에 가거나 약을 복용하는 횟수가 적으며 일반적으로 건강 상태가 더 낫다.

그러나 실제 보상은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다. 사람들이 정신치료를 받으로 가는 이유는, 자기 행동이 너무 불규칙해서 규칙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거나 아니면 너무 억압되어 있어서 긴장을 풀 필요가 있어서라고 한다. 에리카의 경우는 긴장을 풀 필요가 있었다. 시를 읽고 미술관에 가고 조각을 하는 것이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긴장을 풀면 에리카는 더 침착해 졌다. 여기저기 다니는 탐험가의 모습에 더 가까워졌다.  529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젊어지려고 혹은 날씬해지려고 노력하는 일을 포기할 때 하루하루가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550

빅터 프랭클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저서 <삶의 의미를 찾아서>에서 "인간이 의미를 찾는 것은 그 사람의 삶에서 가장 기본적인 동기부여이다."  551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는 "나 자신에 대해서 내가 아는 지식이라는 게, 그러니까 내 방에 대해서 내가 아는 지식과 비교할 때 얼마나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모자라는 수준인지 모른다. 외면세계에 대한 관찰이라는 말은 있어도 내면세계에 대한 관찰이라는 말 따위는 없다."  554


4가지 인생에서 중대한 질문

"나는 나 자신을 깊이 있는 존재로 만들었는가? 피상적으로만 살기 쉬운 즉각적인 의사소통 문화에서, 나의 가장 본질적인 재능을 개발하면서 중요한 일에 시간을 썼는가?"

"나는 지식의 강물에 보탬이 되었는가? 미래 세대를 위해서 어떤 유산을 남겼는가?"

"나는 이 세속적인 세상을 초월했는가?"

"나는 사랑했는가?"




옮긴이의 말 - 그 남자 그 여자의 일생을 따라 떠난 여행

에리카와 해럴드의 인생 여정을 따라 가면서 두 사람의 희로애락을 함께 느끼고 감동할 부분이 있으면 감동하면 된다. 이것이 저자의 의도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비록 광범위한 분야에서 학자들이 무의식이라는 동굴을 여기저기 비추며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을 밝혀내기는 했지만, 이들의 작업이 주로 학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있다. 나는 이들이 밝혀낸 과학적인 사실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한다.(본문중에서)'  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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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동부 체로키 산속에서 조부모와 생활했던 이야기를 엮은 자전적인 히상록인 동시에, 1930년대 대공황기의 생활에 대한 감동적인 서술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모든 시대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인간적인 기록이기도 한다.  6

"남자란 아침이 되면 모름지기 제힘으로 일어나야 하는 거야."  20

"슬퍼하지 마라, 작은 나무야. 이게 자연의 이치라는 거다. 탈콘 매는 느림 놈을 잡아갔어. 그러면 느린 놈들이 자기를 닮은 느린 새끼들을 낳지 못하거든. 또 느린 놈 알이든 빠른 놈 알이든 가리지 않고, 메추라기 알이라면 모조리 먹어치우는 땅쥐들을 주로 잡아먹는 것도 탈콘 매들이란다. 말하자면 탈콘 메는 자연의 이치대로 사는 거야. 메추라기를 도와주면서 말이다."  24

"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 두지.... 그러니 곰한테도 뺏기고 너구리한테도 뺏기고... 우리 체로키한테 뺏기기도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 두고 싶어하는 사람들하고 똑같아. 뒤룩뒤룩 살찐 사람들 많이야. 그런 사람들은 그러고도 또 남의 걸 빼앗아오고 싶어하지.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고... 그로고 나면 또 길고 긴 협상이 시작되지. 조금이라도 자기 몫을 더 늘리려고 말이다. 그들은 자기가 먼저 깃발을 꽂았기 때문에 그럴 권리가 있다고 하지....그러니 사람들은 그놈의 말과 깃발 때문에 서서히 죽어가는 셈이야... 하지만 그들도 자연의 이치를 바꿀 수는 없어."  25

"칠면조란 놈들도 사람하고 닮은 데가 있어. 이것 봐라. 뭐든지 다 알고 있는 듯이 하면서, 자기 주위에 뭐가 있는지 내려다보려고는 하지 않아. 항상 머리를 너무 꼿꼿하게 쳐들고 있는 바람에 아무것도 못 배우는 거지."  26

할머니가 나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주셨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기거나 좋은 것을 손에 넣으면 무엇보다 먼저 이웃과 함께 나누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말로는 갈 수 없는 곳까지도 그 좋은 것이 퍼지게 된다.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하시면서.  97

할머니는 사람들은 누구나 두 개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하셨다. 하나의 마음은 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꾸려가는 마음이다. 몸을 위해서 잠자리나 먹을 것 따위를 마련할 때는 이 마음을 써야 한다. 그리고 짝짓기를 하고 아이를 가지려 할 때도 이 마음을 써야 한다. 자기 몸이 살아가려면 누구나 이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이런 것들과 전혀 관계없는 또 다른 마음이 있다. 할머니는 이 마음을 영혼의 마음이라고 부르셨다. 
만일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을 부리고 교활한 생각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해칠 일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이용해서 이익 볼 생각만 하고 있으면... 영혼의 마음은 점점 줄어들어서 밤톨보다 더 작아지게 된다.
몸이 죽으면 몸을 꾸려가는 마음도 함께 죽는다. 하지만 다른 모든 것이 다 없어져도 영혼의 마음만은 그대로 남아 있는다. 그래서 평생 욕심부리면서 살아온 사람은 죽고 나면 밤톨만한 영혼밖에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다 다시 태어나게 되는데, 그런 사람이 다시 세상에 태어날 때에는 밤톨만한 영혼만을 갖고 태어나게 되어 세상의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그보다 더 커지면, 영혼의 마음은 땅콩알만하게 즐어들었다가 결국에는 그것마저도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말하자면 영혼의 마음을 완전히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살아 있어도 죽은 사람이 되고 만다. 할머니는 어디서나 쉽게 죽은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하셨다. 여자를 봐도 더러운 것만 찾아내는 사람, 다른 사람들에게서 나쁜 것만 찾아내는 사람, 나무를 봐도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고 목재와 돈덩어리로만 보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이었다. 할머니 말씀에 따르면 그런 사람들은 걸어다니는 죽은 사람들이었다.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게다가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 부리는 걸 그만두지 않으면 영혼의 마음으로 가는 문은 절대 열리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비로소 이해라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더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영혼의 마음도 더 커진다. 할머니는 이해와 사랑은 당연히 같은 것이라고 하셨다.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사랑하는 체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101-103

"... 서로의 영혼을 이해할 수 있을 터이니..."  106

"링거야, 잘 가거라."
나는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허전하고 마음이 아팠다. 할아버지는 네 기분이 어떤지 잘안다. 나도 너하고 똑같은 기분을 맛보고 있다. 사랑했던 것을 잃었을 때는 언제나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뿐이지만, 그렇게 되면 항상 텅 빈 것 같은 느낌 속에 살아야 하는데 그건 더 나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다.
참 묘한 일이지만 늙어서 자기가 사랑했던 것들을 떠올리게 되면 좋은 점만 생각나지 나쁜 점은 절대 생각나지 않는다. 그게 바로 나쁜 건 정말 별거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하셨다.  126-127

"작은 나무야, 검은 딸기는 '퍼럴'때 빨갛다는 걸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나는 어리둥절했다. 할아버지가 내 얼굴을 쳐다보며 웃음을 터뜨리셨다.
"색깔로 나타낸답시고 ... 저것들을 검은 딸기라고 부르잖아? 그런데 사람들은 아직 익지 않은 걸 퍼렇다고 하거든... 그런데 저 검은 딸기는 익지 않으면 빨갛잖아?"
사실 이었다. 이제 할아버지는 정색한 얼굴을 하고 계셨다. 
"말 많은 그 빌어먹을 놈의 자식들이 이렇게 모든 걸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린단 말이야. 앞으로 너는 누가 다른 사람 헐뜯는 말을 하면 그 말을 가지고 판단하면 안 된다. 그런 건 아무 쓰잘데기도 업슨 거니까. 그것보다 말투를 잘 들어봐. 그러면 그놈이 비열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을 테니."
할아버지는 세상에 말이 너무 많은 게 문제라고 몹시 언짢아하셨다.  128

"자, 봐라. 작은 나무야. 너 하는 대로 내버려둘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단다. 만약 내가 그 송아지를 못 사게 막았더라면 너는 언제까지나 그걸 아쉬워했겠지. 그렇지 않고 너더러 사라고 했으면 송아지가 죽은걸 내 탓으로 돌렸을 테고, 직접 해보고 깨닫는 것말고는 방법이 없었어."
"그래요, 할아버지."
"자, 그런데 너는 뭘 깨달았니?"
할아버지가 진지한 얼굴로 물으셨다.
"음, 제 생각에는요, 기도교도와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141

"작은 나무야,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제 입으로 자기가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떠벌리는 사람한테는 조심하겠다는 뜻이지?"
"예, 할머니. 그래요."
하지만 확실히 이해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142

봄과 여름 동안에는 덫을 놓지 않았다. 짝짓기와 싸움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동물들도 마찬가지라는 게 할아버지의 설명이었다. 또 할아버지는 설령 짝짓기를 하고 난 다음이라 해도 사람들이 사냥을 계속하고 있으면, 그들은 새끼를 낳아 기를 수가 없고, 그렇게 되면 결국 우리 인간도 굶어죽고 말 것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나는 동물들이 번식기인 보모가 여름 동안에는 주로 물고기만 잡았다.  167

한번은 의자에 앉으려고 하다가 내가 앉는 의자 위에 긴 칼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할아버지의 칼만큼 긴 그 칼은 술장식이 달린 사슴 가죽 칼집속에 들어 있었다. 원로존이 나에게 선물로 주는 것이라고 할머니가 말해주셨다. 이것이 인디언이 선물을 주는 방법이다. 인디언은 절대 무슨 뜻을 달거나 이유를 붙여서 선물하지 않는다. 선물을 할때는 그냥 상대방의 눈에 띄는 장소에 놔두고 가버린다.
선물을 받는 쪽은 자신이 그것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받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자신에게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선물을 받은 사람이 보낸 사람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거나 하는 짓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한다.  231

할아버지는 신이 그런 하찮은 일로 언쟁하는 멍청이들처럼 속이 좁다면 천당이라도 그다지 살기 좋은 곳은 아닐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239

와인 씨는 셈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그는 교육이란 것은 두 개의 줄기를 가진 한 그루의 나무와 같다고 하셨다. 한 줄기는 기술적인 것으로, 자기 직업에서 앞으로 발전해가는 법을 가르친다. 그런 목적이라면 교육이 최신의 것들을 받아들이는 것에 자신도 찬성이라고 와인 씨는 말씀하셨다. 그러나 또 다른 한 줄기는 굳건히 붙들고 바꾸지 않을수록 좋다. 와인 씨는 그것을 가치라고 불렀다.
와인 씨는, 정직하고, 절약하고, 항상 최선을 다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을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야말로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만일 이런 가치들을 배우지 않으면 기술면에서 아무리 최신의 것들을 익혔다 하더라도 결국 아무 쓸모도 없다. 사실 이런 가치들을 무시한채 현대적이 되면 될수록, 사람들은 그 현대적인 것들을 잘못된 일, 부수고 파괴하는 일에 더 많이 쓴다고 하셨다.  255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짐작도 가지 않을 때는 본래 길이 더 멀게 느껴지는 법이다.  283

몸의 마음만을 가진 사람들이 자연을 이해하거나 신경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 역시 몸의 마음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았고 이해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자연은 나에게 지옥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고, 내 출생이 무엇인지 묻지 않았으며, 악의 씨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자연은 그런 말들이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있노라니 나도 그런 말들을 잊을 수 있었다.  313

때로는 혹독한 겨울도 필요하다고 할아버지는 말씀하셨다. 그것은 무엇인가를 정리하고 보다 튼튼히 자라게 하는 자연의 방식이엇다. 예를들면, 얼음은 약한 나뭇가지만을 골라서 꺾어버리기 때문에 강한 가지들만이 겨울을 이기고 살아남게 된다. 또 겨울은 알차지 못한 도토리와 밤, 호두 따위들을 쓸어버려 산속에 더 크고 좋은 열매들이 자랄 기회를 제공해준다.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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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은하루한뼘씩자란다
카테고리 자기계발 > 성공/처세
지은이 양정훈 (왕의서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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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 보고는 '책을 쓰는 방법을 다룬 책인가' 생각하며 책을 들었다. 그리고 표지 상단에 독서법이란것을 보았다.
'어라!! 읽기법 도서구나!' 생각하며 왜 저자는 이런 제목을 정한것일까 궁금했다.
책을 읽고난 지금 책을 읽는것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내가 얼마나 성장하는가가 중요하기에 이러한 제목을 붙인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책을 통해 신선한 질문들의 답을 찾아보려는 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프롤로그에서 공병호의 [미래 인재의 조건]을 언급하며 '자기계발 실태 조사'결과를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질문) 자기계발을 하는 주요 방법은? (2개 이내로 선택)
① 독서                                    : 1,698면 (77.64%)
② 온라인 강좌                          :    552명 (25.24%)
③ 세미나, 강연회 등 부정기모임  :    579명 (26.47%)
④ 대학원 진학                          :    173명  (7.91%)
⑤ 영어 및 중국어 학원               :    301명 (13.76%)
⑥  전문 분야 학원 수강              :    162명  (7.41%)

2천 여명의 성공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의 결과다. 독서의 필요성으로 정말 확실한 표현이라 생각이 든다.

저자는 독서법에 관한 내용을 다루며 여러가지 책이나 유명인의 말을 인용을 하는데, 책을 소설형식으로 구성하여 읽기편하며 쉽게 적응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였다.

아래는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표현 체크를 한 내용들이다.

똑같은 빛인데 평범하게 비추면 결고 종이를 태울 수 없지만 돋보기를 사용하려 빛을 모으면 태울 수 있듯이, 우리는 인생이나 청춘을 표현할 때 '불살라본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집중해서 에너지를 모르지 않으면 불이 붙기 어렵겠지요

책은 지은이 생각 반, 독자들 생각 반이 합쳐질 때 새로운 의미가 생겨난다고 합니다.

자발적 시행착오를 해보기 바란다.

오늘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 마크 트웨인

지금 같은 더위를 우리가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맞이할 수 잇을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사람은 세 가지를 많이 만나야 하는데, 그게 바로 책, 여행, 사람이다. - 정운찬 전서울대교수

창의적 책 읽기의 3단계가 있다.
1단계는 많이 읽고 많이 기억해라.
2단계는 적게 읽고 많이 생각해라.
3단계는 적게 읽고 많이 쓰라 이다.

책 한 권을 읽으셨다면 자신이 처한 문제를 책의 내용으로 해결하는 습관을 들이셔야 합니다.

진정한 성공의 의미란 다음과 같다. 지금 다른 곳에서 살고 싶은가?  지금 이 일 말고 하고 싶은 다른 일이 있는가?   이 두 가지질문에 NO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성공한 것이다.

세상에 급한 일이란 없다. 단 일을 급할 수밖에 없게 몰아가는 어리석은 사람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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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면, 사람들의 입에서는 대뜸 '몽상가'란 말이 나왔다.
앨리스는 '관계'라는, 의사 불소통의 우스운 연속을 익히 잘 알면서도,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열정에 대한 믿음을 지니고 살아왔다. 식품점 통로에서 이걸 살까 저걸 살까 망설일 때, 통근 열차에서 신문 부고 난을 훑어보는 순간, 청구서 봉투에 붗이려고 달착지근하면서도 쌉싸래한 우표에 침을 바를 때와 같은 뜻하지 않은 순간에 자신의 반쪽을 만나리라는 생각을 유치하지만 고집스럽게 잃지 않았다.  7
앨리스는 사랑을 실용적인 의미로 생각하기 싫었다.  8

세상의 현상[아기가 태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개구리가 알을 낳고, 화산이 분출하고, 정치가들이 거짓말하고]이 만드는 이질적인 거품과 직면해서, 철학자들은 실재하는 물질이냐 정신이냐 선택하도록 끝없이, 물론 매번 독특하게, 권유했다. 
탈레스의 경우 실재는 만물의 근원이며 물질의 기본 원소인 물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헤라클레잍스는 실재의 본질이 불에 있다고 했다. 플라톤은 이성에, 아우구스티누스는 하느님에, 홉스는 운동에, 헤겔은 정신의 진보에, 쇼펜하우어는 의지에, 보바리 부인은 사랑에, 마르크스는 해방을 향한 계급투쟁에...  18
앨리스는 실재에 대한 보바리 부인의 판단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오직 사랑할 때에만 자신이 진정으로 살아 있다고 선언할 수도 있었다.  19

남자가 시간과 공을 들여서 키스하는 것, 남자가 에로틱하고 대단히 섬세하게 입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을 앨리스는 높이 평가했다.  25
행복에 이르는 길에는 갈등이 많다. 계급 차이와 나이 차를 뛰어넘어야 하고, 여자의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은 이들 사이를 반대한다.  40

그 남자의 매력에는 위기도 비켜 가는 듯 보였다. 전형적으로 유혹적인 이탈리아 남자처럼 굴었다. 그 남자는 욕망을 숨기지 않았고, 거절당할 가능성이 있어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서투르고 모호하게 사랑을 속삭이느라 평생을 허비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면 조용히 자살하고 마는, 창백한 북구 남자들[베르테르 같은]의 접근 방식과는 대조되는 현란함이었다.
하지만 에릭이 자신의 의도를 인정할 수 있다면, 틀림없이 그 효과도 알 것이었다.
"좋아요,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요."
그 남자가 선수를 쳤다.
"지금 이 시간을 즐기며 웃음을 터뜨리지만. 나를 믿어도 될지 몰라서 신경이 쓰이지요? 당신은 이렇게 생각해요. '이 남자가 진짜 괜찮은 거야, 아님 형편없는 자식이야? 몽땅 다 농담이야, 아님 진지한 구석이 있는거야?'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겠죠. 다 농담이라면 상관할 바 없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장난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죠. 유혹하는 남자를 믿느냐 마느냐는 여성들의 영원한 고민이지요. 남자를 믿지 못한 채 좋아할 수도 있지만, 또 상처받는 것은 피하고 싶을 테구요."  60

"당신은 아마 나 같은 사람은 몹시 의심하겠지요."
에릭이 말했다.
"어째서죠?"
"지금껏 상처를 받았으니까."
"꼭 그렇지도 않아요."
"그랬을 걸요. 당신이 고민을 가볍게 치부하는 것뿐이죠. 아무도 당신의 상처를 진지하게 받아주지 않아서 그랬을 거예요. 당신은 다른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많이 느끼고, 깊게 받아들이지요. 그래서 보호막을 만들어야 했을 테구요. 그러느라 힘이 많이 들지요. 잔뜩 긴장하고 있기 때문에 어깨를 그렇게 움츠리고 있는 거예요."  61
점성술이나 그 밖에 개인의 운명을 예언하는 방법들이 오래전부터 인기 있었던 것을 보면, 이해받고픈 욕구가 사람을 과연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덮어버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누군가 자기를 알아준다고 믿고 싶어하고, 자신에 대한 권위적인 설명을 들으면 녹아버리는 경향이 있었다.  62

타인과 사랑을 나누는 일은 어찌 보면 과거에 같이 잔 사람들의 습관이나 기억과 충돌하는 것이다. 사랑을 나누는 방식에는 우리의 성생할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키스는 과거에 했던 키스들의 종합형이고, 침실에서 하는 행위에는 과거 거쳤던 침실의 흔적이 넘쳐난다.  65
순전히 기술적인 관점에서는 성생활의 역사가 있는 편이 바람직하겠지만, 심리적으로 그것은 복잡 미묘한 영향을 미쳤다. 성생활 역사가 있다는 것은 여러 사람과 성행위를 했다는 의미일 뿐 아니라, 잠자리를 같이한 사람을 차거나 그 사람에게 채였다는 뜻이었다. 좀 어두운 면에서 보자면 섹스 기교의 역사는 실망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66

사랑하는 것일 리가 없다면, 그녀는 아마 사랑을 사랑한 것이다.
이 동어 반복적인 묘한 감정은 무엇인가? 이것은 거울에 비친 사랑이다. 감정을 자아내는 애정의 대상보다는 감정적인 열정에서 더 많은 쾌감을 도출하는 것을 뜻한다.
사랑을 사랑하는 연인은 단순히 X가 멋지다고 여기지 않고, 'X처럼 멋진 사람을 찾아냈다니 대단하지 않아?' 하는 생각을 먼저 한다. 에릭이 배터시 다리 중간에서 걸음을 멈추고 구두끈을 맬 때, 앨리스는 '구두끈을 매는 모습이 귀엽잖아?'라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 귀엽게 구두끈을 매는 사람을 찾아내다니 이게 꿈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다.  74


1856년,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르뷔 드 파리(Revue de Paris)>에 <보바리 부인>을 연재하면서 세계 최초로 '섹스와 쇼핑 소설' 작가라는 이름을 얻었다. 적어도 <보바리 부인>이 섹스와 쇼핑이라는 두 가지 활동을 명확하고 심리학적으로 결합해서 그린 첫 번째 소설임은 분명하다. 당시의 대중은 에마의 간통에 충격을 받았지만, 그녀의 몰락은 유행하는 의상을 구입하는 데 중독되어 큰 빚을 진 것과 관계가 깊다. 보바리 부인에게 돈을 쓰는 일은 덧문 달린 마차를 탈 때와 같은 위험이 깔린 선정적인 행위였고, 똑같은 쾌감을 주는 일이었다.
플로베르는 섹스와 쇼핑을 인정했을까? '보바리는 바로 나'라고 한 그의 말은 낭만적인 기질에 대한 공감뿐 아니라 소비의 유혹에 대한 깊은 이해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을까? 
산업 자본주의가 진행되던 바로 그 시기에, 보바리 부인이 상업적이고 성적인 오르가슴 때문에 파멸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는 오늘날의 역사학자들이 칭하는 소비 혁명이 등장하던 때였고, 19세기의 청교도주의가 여성의 자유를 향한 진보적 발전을 방해하던 때였다. 이 소설에 대한 판금 조치는 단순히 성뿐 아니라 쇼핑을 근본적으로 억압하려는 도덕주의적인 시도로 이해될 수 있다. 이윽고 출산으로 이어지지 않는 성교를 반대하는 주장은 종교적인 위력을 잃기 시작했고, 필요 없는 소비에 반대하는 주장은 한층 열기를 띠었다. [<보바리 부인>이 발표된 지 겨우 11년 후인 1867년에 마르크스의 <자본>이 나왔다.] 필요 없는 쇼핑에 대한 도덕적인 공격과 출산 없는 성교에 대한 도덕적인 공격 사이에는 뚜렷한 연관이 있다. - 두 가지 다 쾌락을 검열당해왔으며, 특히 모자르 쓰고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남자들이 여성의 쾌감을 겸열했다.  100-101
앨리스의 욕망을 끌어내는 견인차는 매달 보는 수많은 잡지인 듯했다. 
그녀는 "잡지 속으로 사라지고 싶다."는 농담을 자주 하여, '자신의 세계가 잡지화'하기를 바라는, 가치 전도된 소망을 표명했다.  101
잡지는 앨리스를 불행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녀는 의상 난을 보면 자신의 옷장에는 없는 옷 때문에 서글펐고, 여가 난을 보면 자신이 가보지 못한 세계 곳곳의 햇살 눈부신 장소들이 떠올랐다.  102
그녀는 자기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확신하지 못했고, 자연히 외부에서 실마리를 찾으려 햇다. 카디건을 사려고 한 것은 혼란스러운 자신을 기왕에 존재하는 스타일에 맞추려 한 시도였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제공하는 상(像)에 자기 자신을 맞추려 했다. 그것은 고상하고돈이 많이 드는 흉내 내기였고, 잠재적으로 무한한 특성을 몇 가지 핵심 사조로 축소하는 일이었다. 그러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행태에 안주할 수 있었으니까.  104

그녀의 자신감은 늘 확인을 받아야만 자라는. 불안전한 구조였다-원하는 걸 얻거나, 누군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사랑을 받으면 자신과 타인에 대한 믿음을 쌓을 수 있었다.  114
"아니면 중국 음식을 먹고 싶어요? 물론 카레도 먹을 수 있어요. 어떡할래요?"
정말 어울리지 않는 대답이겠지만, 그녀는 문득 에릭에게 "나 좀 안아줘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피자나 카레, 국수는 그만두고 [매우 이성적이지 않지만] '슬퍼서'라거나 하는 이유를 설명할 필요 없이 그냥 울고 싶었다. 허약해진 기분이 엄습해서, 세상의 요구에 적절한 반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무너질 수 있는 공간을 바랐다. 다시 마음을 수습할 때까지 누군가의 품에 조용히 안기고 싶었다.
"어. 저기 있죠, 못 먹겠어요. 아무것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아무 말 안 해도, 그 남자가 바라보면서 "그래요, 알아요."라고 속삭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115

에릭이 동양에 대해 말할 때 입에 올리는 단어가 가벼움, 질서, 정연함, 깔끔함, 여백들이었다.
"세상은 너무 번잡하고 복잡해요. 내가 동양의 미학을 좋아하는 것은 그 여백, 그리고 일종의 합리성 때문 같아요. 어지러운 사무실에서 집에 돌아오면 오아시스에 있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아파트를 그렇게 꾸몄어요..."  121


그 남자는 삶을 기능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인생도 아파트처럼 잘 배열되기를 바랐다- 사교 생활, 재정 문제, 연애와 섹스가 모두 조화롭고 합리적이기를 원했다.
그 남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잘 정돈된 상태인 것 같지만, 사실 남보다 더 무질서를 두려워하고 의식한다고 볼 수 있었다.  123
그녀는 실내 장식에 대해 기능보다는 감정을 주요시했기에, 물건의 가치도 얼마나 제 기능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기억이 담겨 있느냐로 판단했다. 
하트 모양 쿠션은 부모가 이혼하기 전 마지막으로 가족 여행을 갔을 때 아버지에게서 받은 선물이었다. 그때의 이탈리아 여행을 앨리스는 정겨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127
에릭은 여러 면에서 어른스러웠지만, 아이들이 부모에게 기대하는 것-곧 완전무결함-을 타인이게 기대한다는 점에서는 이상하게 어린아이 같았다. 그 남자는 자기 능력으로 타인의 약점을 보완해주지 못했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식의 잘못을 용서하는 부모와 같은 태도를 취할 줄 몰랐다.  130
에릭은 강화 숲에서 벌거벗은 채 뛰노는 것을 좋아할지는 몰라도, 감정의 벌거숭이가 되는 상황에서는 매우 다급하게 상징적인 '가운'을 찾아 헤맸다. 
자아는 육체에 갇혀 있으므로, 감정의 수줍음을 알아보고 옷을 벗기는데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감정을 잘 벗지 못하는 살마은 옷을 잘 벗지 못하는 사람만큼 많지만.  135
우리는 건축가들을 낭만파와 지성파로 나눌 수 있다. 지성파 건축가는 건물의 무게를 여러 기둥[많을수록 좋다]에 분산하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삼아, 사고가 나더라도 다른 기둥들이 무너진 기둥의 몫을 나누어 지도록 한다.


그 남자에게는 개입하기를 꺼리는 구석이 있었다. '내가 느끼는 게 무엇인가?' '여기서 우리가 함께 무엇을 하고 있나?' '다음 주말에 우리는 무엇을 할까?' 라고 자문하고 관계 속의 자기 위치를 받아들이는 것을 망설였다.  138
그 남자는 앨리스의 관심을 끌고 싶을 때는 감기나 독감에 걸렸다거나 등이 아파 죽겠다고 말했다. 이런 행동 뒤에 있을지 모르는 진짜 아픔을 인정하기보다는 그쪽이 편했다.  140
경제의 세계에서는 빚이 나쁜 것이지만, 우정과 사랑의 세계는 괴팍하게도 잘 관리한 빚에 의지한다. 재무 정책으로는 우수한 것이 사랑의 정책으로서는 나쁠 수가 있다-사랑이란 일부분은 빋을 지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뭔가를 빚지는 데 따른 불확실성을 견디고, 상대를 믿고 언제 어떻게 빚을 갚도록 명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겨주는 일이다.  143-144

"만난 지 얼마나 됐는데?"
"이런 세상에, 벌써 몇 달이나 되었네. 6개월쯤 됐나봐."
"섹시해?"
"응, 그런 것 같아."
"어떤 사람이야?"
"어떤 사람이냐고?"
"그래, 알잖아."
"사실은 모르겠어."
"모르다니 무슨 말이야? 너 그남자랑 사귀잖아."
"글쎄, 그이는 .....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그 사람은 ..... 그 사람은 좀 이상해."
앨리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예상치 않게 이상하다는 말이 흘러나온 데에 웃음을 터뜨렸다.  145-146
에릭은 내놓고 이상한 사람은 아니었다. 자신을 나폴레옹처럼 생각하지도 않았고, 샤워 캡을 쓰고 잠자리에 들지도 않았다. 하지만 행동에 왠지 묘한 구석이 있어서, 앨리스는 그 남자의 반응을 예상할 수가 없었다.
타인을 상대할 때, 대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반응을 예상하고 행동한다. 
'내가 X라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이 사람은 Y라는 반응을 보이겠지'라는 전제하에 움직이는 행동의 틀이다. 이 틀이 웬만큼 복잡한 상황까지 아우를 수있을 만큼 풍성해지면, 우리는 누군가를 안다고 다소 가설적인 주장을 할 수 있게 된다.  146
그녀는 줄곧 그 남자의 특성을 지도로 그렸고, 그 남자의 성격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때마다 그려온 지도들을 재검토해야 했다. 그녀가 이런 혼란상을 최선의 경우로 해석하려고 애쓰는 의지 내지 힘이 바로 사랑의 증거였다.  151
그 남자는 멀리서는 잘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백만 개나 되는 파편으로 나뉘어 있었다.  154

어떤 사람이 비서한테는 친절하지만 배우자에게는 야수처럼 굴 수 있고, 수학은 잘하지만 감정 처리에는 무능하며, 수플레는 잘 만들지만 양고기에는 젬병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야생동물 보호 모임에 가입하여 사회적인 책임감을 덜면서도, 히틀러가 어린이와 동물을 사랑했다는 말은 듣기 싫어한다. <백설공주>를 보면서 우는 자신을 감수성이 예민하다고 여기지만, 독재자 이디 아민이 그 영화를 제일 좋아했다는 말은 싫다. 독일 문학을 좋아하면서도, 연합군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해방하러 들어갔을 때 독일 친위대 장교들의 소지품에 괴테의 책들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 편치 않다. 단지 <시와 진실>에 나오는 구절에 감명 받았다는 이유로자신은 대량 학살범이 될 잠재성을 벗어버렸다고 생각하는 편이 유쾌하지 않은가?  155-156
'에릭이 진짜 성미 고약한 자식이라면, 자기 입으로 그렇다고 말하겠어?' 그녀는, 자기 결점을 아는 것은 그 결점이 없는 것과 같다고 믿는 오류를 범했다. '진짜 나쁜 사람이라면 자기가 나쁜 사람인 줄 모를 거야. 에릭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면 정말 그런 사람일 리가 없잖아?'
남들이 싫어할 만한 점을 어느정도 자각하기 때문에 쉽게 버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비판함으로써 외부의 공격을 대부분 피할 줄 안다.  160
러시아 심리학자 파블로프 반응하도록 훈련하던 신호에 충분한 혼란을 주면 개가 몸을 떨고 대소변을 보면서 신경증 상태에 빠질 수 있음을 밝혔다. 종을 울리고 먹이를 주다가 갑자기 종을 울리고 빈 접시를 주면, 개는 몇 번 같은 경험을 한 끝에 빈 접시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종이 울리고 나서 때로는 먹이가 나오고 때로는 안 나오는 식으로 불규칙하게 진행되면, 개는 이제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알 수 없게 되고, 음식과 빈 접시의 연관선을 파악할 수 없어 혼란에 빠진다. 개는 천천히 관견 상태에 빠져들었다.  161

사랑의 영속성 시나리오는 현수교에 비유할 수도 있다. 다릿 기둥은 사랑의 확인을 상징하고, 냉잠한 기간은 기둥 사이에 몇 미터씩 늘어진 케이블이다. 머리에 하는 키스, 애정 어린 눈길은 다릿기둥이고, 말 없는 식사, 응답 없는 전화는 기둥 사이의 케이블이다. 
사람마다 확인이 필요한 정도가 다르고, 따라서 애인 관계에 개입된 케이블의 길이도 각각 다르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167


케이블이 얼마나 길게 늘어질 수 있느냐는, 애인의 성격과 내력에 좌우될 터이다. 자기가 사랑스럽게 타고났다고 생각하면 확인이 필요하지 않을 테고, 상대의 기둥 없이도 케이블을 수백미터 늘어뜨릴 수 있다. 나는 나를 사랑해가 부족함을 벌충하므로 당신을 사랑해란 말이 덜 필요하다. 당신이 왜 날 사랑하지 않겠어?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에 빠졌을 때의 기본 태도다. 내가 나한테 느끼는 감정을 당신이라고 못 느끼겠어?
하지만 앨리스의 경우, 기둥이 훨씬 촘촘히 박혀야 했다. 그녀의 기본 감정은 항상 '당신이 어떻게 날 사랑할 수 있겠어?'였기 때문이다.  168

사랑의 권력은 아무것도 주지 않을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176
사랑에서는 상대에게 아무 의도도 없고, 바라는 것도 구하는 것도 없는 사람이 강자다.  177

에릭은 책을 많이 읽긴 하지만, 그 동기가 호기심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남자는 세상사를 알고자 함이 아니라, 세상사와 부대끼는 것을 피하고자 책을 읽었으니까, 그 남자는 겁이 나면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과 관계된 책은 외면하는 식으로, 현실과 맥이 닿는 것을 피했다.  242
책은 피와 살이 있는 사람처럼 직접 말을 걸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말을 걸어주는' 듯한 책에 익숙하다.  243

흔히 아픔과 고민이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한다. 예컨대 우리는 탁자 다리에 발가락을 찧으면 비로소 발가락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발가락이든 더 큰일이든 문제가 생기거나 아플 때에만 따로 생각하게 된다. 심리 과정을 그려보면 이렇다.


쉽게 말하면 앞의 것은 지성인의 주장이고, 뒤의 것은 자연주의자의 주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햄릿은 문제가 생겼기에 그렇게 생각이 많았는가? 아니면 생각이 너무 많아서 문제가 생겼는가?
지성인들은 햄릿의 생각이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니라 문제에 생각이 비롯되었다고 대답할 터이다. 문제를 생각하는 것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책이라는 맹신-'생각이 모든 것을 위로한다'는 샹포르의 금언에 대한 믿음-을 두러내는 주장이다.
한편 자연주의자라면, 생각은 문제를 해결할 방책인 체하지만 실은 그것이 바로 문제를 일으키는 질병이라고 볼 터이다. 생각은 심리적인 우울증의 한 형태였다-햄릿은 고통스럽다고 생각했을 때 비로소 고통을 느꼈다. 자연주의자라면 그에게 정신 활동을 극소화해야만, 이성이 망가뜨린 자연스런 단숨함과 편안함을 되찾을 수 있다고 충고할 터였다.  267-268
에릭의 정서적 자연주의는 상식주의의 일종으로 낮춰 볼 수도 있다. 그것은 단순함을 지혜의 핵심으로, 진리는 '당연하기에' 분석할 수 없는 것으로 축소하는 경향이다. '삽을 삽이라고 한다'는 기치하에 상식주의자들은 정원용 연장 전체를 삽이라고 불렀다. 그것들을 다 구별하려면 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간단명료화'라는 이름을 단 축소화였다. 
왜 전쟁이 일어나고, 왜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거나 빠져나오는지, 왜 그렇게 복잡한 일들이 매일 되풀이되는지 물으면, 상식주의자들은 단순히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기 땜누이라고 답할 것이다. 상식주의에서는 복잡성이 아니라 과도한 단순함과 순전한 명백함을 바탕으로, '사유 너머'의 영역을 표시한다. 에릭은 앨리스와 대화하고 싶지 않으면, 둘 사이의 문제가 너무 복잡해서가 아니라 너무 뻔한 일이라서 숨 돌릴 가치도 없다고 자신에게 둘러댔다. 
눈에 보이게 굶주리고, 집이 없거나 한쪽 다리를 잃은 게 아니라면, 다른 고민은 본인이 지어낸 것이며 따라서 따지고 들 가치가 없다는 게 인간 심리에 대한 그 남자의 관점이었다. 바베이도스에 도착한 다음 날, 앨리스가 읽는 책을 가리켜 그 남자가 '자기관찰을 빙자한 제멋대로 개똥철학'이라고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들이 휴가 중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묘한 것은, 에릭이 그녀의 독서 취향을 비난한 까닭은 잘난 척하는 문체와 단순하기 짝이 없는 내용 때문이 아니라, 그러한 책이 지나친 쾌락, 용납할 수 없는 쾌락의 일종으로서 다양한 자아도취를 유도하기 대문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스쿠버 다이빙니나 피냐 콜라다를 마시는 일은 제멋대로인 자기 관찰과 관계가 없을까? 그것은 자아도취적으로 자신을 즐기는 일이고, 자위행위[늘 떳떳하지 못한 성교의 사촌뻘]의 한 형태이고, 자신에 대한 종교적인 경멸을 고대로부터 내포하고 있었다[아우구스티누스는 세상을 구분하면서, 두 가지 사랑이 두 도시를 만들엇다고 주장했다. '자기에 대한 사랑으로 신을 경멸하는 것은 지상의 도시, 신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을 경멸하는 것은 천상의 도시.'-자아도취가 결여된 '나는 가증스럽다'라는 문구를 쓰면서 파스칼이 차용한 주제].  270-271

여자들은 까탈을 부리도록 타고났다는 오랜 통념에 근거하여, 여자가 까탈을 부리는 원인을 제공하는 남자들은 면죄부를 얻었다.  274

여행은 흥미롭게도 지리적이라기보다 심리적인 활동으로 읽을 수 있다-외적인 여정은 내적으로 욕망하는 여정의 은유다. 네팔에서 히말라야를 오르고, 카리브 해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로키 산맥에서 스키를 타고, 오스츠레일리아에서 파도타기하고, 이러한 것들은 이국적이고 유익하지만, 훨씬 심오한 동기를 가리는 시시한 변명에 불과하다. 그 동기란 여행을 예약하는 자신이 이런 활동을 즐기는,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다. 여행사는 비행기 표와 호텔 방 예약, 보험 가입 같은 사소한 일을 처리해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드르이 기본 업무는 여행 상품을 사면 기적처럼 자신을 남겨두고 떠나게 되리라는 미묘한 환상에 근거한다. '나'가 여행을 가는 게 아니라, 여행이 '나'를 바꿔주리라는 생각이다.  288-289

리넨 드레스를 산 일이나 카리브 해에서 휴가를 보내는 일이나, 앨리스는 고전적인 소비의 덫에 걸린 것이었다.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는 행위에 무의식적으로 깔린 목적은 단순히 그것을 가지는 게 아니라,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스스로 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녀가 어렵게 번 80파운드를 드레스와 수영복에 쏟아 부으면서 원했던 것은 꼴같잖게 비싼 옷이 아니었다. 냉소적이고 재능 없는 디자이너가 만들고 패션 잡지가 과대 선전해준 옷이 아니라, 손에 잡히지 않는, 그걸 입은 사람의 존재였다 - 우스운 소리로 들리겠지만, 그녀가 원했던 것은 모델이 입은 옷이 아니라 모델 자체였다.  292-293
그리스어로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란 뜻이다.  293

누구와 사귈 때, 사람만 달랑 올 수가 없다 -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문화가 따라오고, 관계를 맺은 사람들과 관습이 따라온다. 특정한 지역성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함께 온다. 이러한 성향은 민족성으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계층과 지역과집안의 특성이 뒤섞여 구성된다. 본인은 이 무의식적인 요소들의 집합을 정상 상태로 여긴ㄷ. 그가 보는 번화가나 우체국 창구의 정상적인 풍경, 정상적인 저녁 뉴스와 세금 환급 신청서 양식, 친구와 인사하고 침구를 펴고 버터 빵을 먹고 집안을 청소하고 가구를 고르고 음식을 주문하고 차 안에 카세트를 배열하고 화장실을 사용하고 여행지를 결정하고 전화를 끊고 토요일 계획을 짜는 정상적인 방식들.  298

비트겐슈타인(오스트리아 태생인 영국 철학자)의 주장을 빌리면, 타인들이 우리를 이해하는 폭이 우리 세계의 폭이 된다. 우리는 상대가 인식하는 범위 안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그들이 우리의 농담을 이해하면 우리는 재미난 사람이 되고, 그들의 지성에 의해 우리는 지성 잇는 사람이 된다. 그드르이 너그러움이 우리를 너그럽게 하고, 그들의 모순이 우리를 모순되게 한다. 개성이란 읽는 이와 쓰는 이 양쪽이 다 필요한 언어와 같다.  318
관계의 기반은 상대방의 특성이 아니라, 그런 특성이 우리의 자아상에 미치는 영향에 있다-우리에게 적당한 자아상을 반사 해주는 상대방의 능력에 기초해서. 에릭은 앨리스에게 어떻게 느끼게 하는가? 어떻게 그것을 알려주는가? 모든 게 머릿속 생각일 뿐인지 실제로도 그런지 모르지만, 그녀는 오래전부터 그 남자와 있으면 가치 없는 사람이 된 기분을 느꼈다. 그 남자와 함께 있는 앨리스는 돈을 함부로 쓰고, 지성적이지 않고, 감정적인 데 매달리고, 타인을 귀찮게 하는 의타심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었다.  319

"많은 사람이 단지 혼자 있기 두려워서 결혼하는 것 같아요."  323
대화의 흐름을 나무의 형태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서 가지가 매우 다르게 뻗어갈 수 있다.  325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라메트리(1709~1751)가 1748년 자서 <인간기계론>을 출판하자 교육받은 대중은 분노했다. 라메트리는 인간은 실제로는 복잡한 기계일 뿐이라고 야만스럽게 [당시는 아직 종교적인 시대였으니] 주장했다. 출입문, 배수로, 톱니, 도관, 원자 등드의 집합체 이상 아니라는 것이었다-파충류나 아메바, 항해용 정밀시계가 그렇듯이.
'인간은 기계이며, 전 우주는 다양하게 변형되는 단 한 가지 재료로 되어 있다.'라고 라메트리는 주장했다. 물론 이 재료는 초라한 물질이다. 이것은 이원론에 대한 도전이었다. 인간은 물체와 영호으로 구성된다는 이원론은 플라톤 이후 별다른 이견없이 군림해왔다. 어느 부분이 더 중요한지는 명백했다. 인간에게 생명과 존엄성을 부여하는 것은 영혼이었다. 영혼이 없다면 인간은 단순한 기계가 되어, 주주 총회에서 치명적인 심장 발작을 일으킬 경우 영원한 죽음을 맞을 터였다. 
그러면 이 영혼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1969년 처음으로 인간을 태우고 달에 착륙한 로켓의 꼭대기에 달린 우주선과 같았다. 우주선은 거대한 아폴로 2호의 세 부분 중 한 부분에 불과했다. 아폴로의 총 길이는 111미터였지만, 8일간의 임무 수행을 마치고 우주 비행사들이 귀환했을 때는 로켓의 꼭대기 부부느 곧 높이가 3미터 조금 넘는, 작은 원뿔만 가지고 왔다. 나머지 부분은 우주 비행사들을 궤도로 쏘아 올리는 기능을 했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하고 활동성이 있는 부분은 거기 탄 우주 비행사들이 간신히 서 있을 정도 크기밖에 안 된 궤도선이었다.


영혼 이론가들은 마찬가지로, 인간 존재란 크지만 쓸모없는 몸과 작지만 비할 데 없이 귀한 영혼으로 나뉜다고 보았다. 몸은 로켓과 같아서, 영혼을 움직이게 하고 잡곡 빵과 더블 치즈버거를 소비함으로써 발사됐다. 몸이 매우 인상적인 경우도 있지만[그래도 키가 111미터나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결국에는 지상에서 소명을 수행하는 데에 불필요한 요소가 됐다. 수십년 인생 여행을 한 끝에는 작은 영혼-우주선만 남을 테니까. 영혼은 초강력 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철학자들 대부분은 인간이 영원한 로켓-육체로 나뉜다는 데 동의하지만. 그 가치 있는 우주선에 누가 혹은 무엇이 앉아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랐다. 우주선에 있는 것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일 테지만, 그건 정확히 무엇으로 구성 될까?
프라톤은 이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여 철학의 새 장을 열고, 영혼을 이상적인 우주선으로 보는 선례를 남겼다. 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아우구스티누스는 영혼-우주선을 신에게 속ㅇ한 것, 천국을 열망하는 것으로 보았다-이것은 그 후 몇 개기 동안 우주 비행사들과 민간인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관점이었다. 하지만 계몽주의가 나타나면서 신의 영향력이 줄어들자, 신학적인 면에서 영혼의 역할 역시 변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영혼인데 신은 이제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면, 영혼은 무엇에 바쳐져야 하나?
물론 영혼-우주선에 걔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믿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과학자들과 라메트리처럼 콧대 높은 철학자들은 유물론자로서 충성심을 발휘해, 영혼에 대한 논의를 격하하기로 불퉁스럽게 합의했다. 영혼-우주선을 채우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신비주의 사상가들과 순진한 시인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그들은 곧 영혼-우주선에 감정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영혼은 인간이면 당연히 갖고 있는 것이었지만 이제 사람에 따라 더 많이, 더 적게 갖는 것이 되었다-얼마나 느끼느냐에 따라서. 오페라 공연 중에 코를 풀고 트림을 하며 시를 멸시하는 천박한 사람들은 '영혼이 없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예전에는 가장 비찬한 얼간이만 듣던 말이었다. '영혼이 없는 사람'이란 미술, 문학, 음악 같은 분야에 감수성이 부족한 사람을 의미했다. 이는 극작가 존 드라이든[1631-1700]이 셰익스피어에 대해서 '현대와 고대를 망라해서 그는 가장 크고 이해심 깊은 영혼을 지닌 시인이었다.'라고 쓴 까닭을 설명해준다. 키츠에 따르면 영혼에는 나름의 자양분[여기서는 더블 치즈버거를 말하는 게 아니다]이 있다. 그 자신과 출판사에게 편리하게도 이것은 시의 형식을 타고 왔다. '시는 위대하고 겸손하여라, 인간의 영혼으로 들어가는 것....'
성적(性的)으로 보면, 영혼 때문에 그를 사랑하는 것이 몸-로켓 때문에 사랑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로 보이게 되었다-침실에서는 그 두가지가 똑같이 한숨으로 마무리 지을지 모르지만, 매릴린 먼로(1926-1962)는 영화 산업의 도덕적 붕괴를 보여주고자, 영혼에 대한 계몽주의 이후의 견해를 천명하며 이런 말을 했다. 할리우드는 '당신의 키스에 천 달러를 내고, 당신의 영혼을 위해서는 50센트를 내는 곳입니다.'  328-332
낭만주의 시대에 영혼의 개념이 감정과 연결되었다면, 감정은 곧 쾌감보다는 아픈 감정으로 통했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강렬한 경험이라 하면, 행복해서 샤워를 하면서 휘파람을 불거나 정원에서 노래하는 것을 뜻하지 않았다-영혼을 가진다는 것은 곧 고통을 감수하는 것을 의미했다.  335
미국인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1863-1952)는, 아픔을 통해서만 영혼이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혼 역시 처녀성이 있어, 피를 흘려야만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시릴 코널리는 고통을 겪는 것이 작품 탄생의 필요조건 [영웅적으로 정복할 수 있는 장애물이 아니라]만 아니었으면 보들레르나 랭보가 되고 싶었을 거라고 말했다. 예술가들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이를 이겨내고 창작하는게 아니라, 바로 고통을 겪기 때문에 창작한다는 가설이었다.  336


옮기고나서
사랑은 소설이란 장르가 시작될 때부터 소설의 제재나 주제가 되었다. 공상 과학 소설이나 스릴러 소설까지도 모든 이야기에는 등장인물들이 있고, 사람들이 있으면 이런저런 감정이 얽히며 관계가 형성되고, 거기서 사랑과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세상의 작가들은 사랑의 여러 면을 다양한 내용과 형식을 통해서 보여주지만, 알랭 드 보통처럼 독특한 태도로 사랑이란 주제에 접근하는 작가는 드물 듯하다.  405
작가는 제삼자의 관점에서 남자와 여자의 인식 차이, 의사소통 방식의 차이, 개인의 성장 배경에 따른 문화의 차이 등을 때로 철학이론 등을 동원하며 특유의 재치와 유머를 담아 펼친다.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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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책읽기두번째이야기
카테고리 인문 > 독서/글쓰기
지은이 안상헌 (북포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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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보다 두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 생각하던 여러가지들과의 연결을 시켜 볼 수 있었던 것이 많았다..
책을 읽는것이 자신에게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어떠한 의미로 남게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더깊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기도 하다..
좋은 기운을 얻을 수 있었으며 저자의 삶 자체에서 나만의 방식을 생성시키는 계기고 되었다.
기술서 같지만 기술서가 이닌 인문학적인 면과 기술적인 면과 문학적인 면까지도 다루면서 자신의 지식의 발전의 길을 알리기도 하였다.
충분히 사람을 매료시키는 책이었다.
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기술서로 읽어보자 했던 책이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며 여러가지의 길을 알게도 하였다..


저자가 말하고자 한것 무엇일까?
한가지만 말하라면 무엇을 말해야 할까?
나는 개인적으로 ... 책은 책으로서의 존재 가치와 그것을 보는 개인의 존재가치가 뒤섞여 무언가를 탄생시키는 것에서 의미를 찾아가자 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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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프랑스에서 최고의 책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정치사건들도 참 많은데 외국의 정치까지 관심을 가지고 싶지 않다.
내가 아는 사르코지는 해외토픽으로 종종 보았던 젊은 미모의 아내 또는 스캔들.. 이런것들 뿐이었다.

처음 책 제목을 듣고는 느낌이 좋지 않았으나 애써 인간적으로는 기대하지 않아도 본을 보인 내용들이 어느정도 이상은 나올꺼야라는 말도 안되는 기대를 하였다.
물론 내심 기대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기대를 하고 싶은 제목도 아니었다.

한국보다는 7개월여 빨리 이루어지는 프랑스의 대선.. 7개월여 먼저 대통령직을 숳행하는 프랑스..
그런데 7개월 빠른 시간에 대한민국의 정권을 선행한 정권이었다는 점에 기가막혔다.
프랑스 국민들에 대해 괜히 정이 간다. 가재는 개편이고, 초록은 동색이라 했던가.. 그들의 고통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내용을 읽으면 읽을 수 록 왜 프랑스 대통령이 아니라 지금 한국의 대통령에 대한 내용을 읽는듯한 느낌이 들었을까..아~~ 애둘러 쓰려니 머리가 아프다.

읽을 수록 책에 짜증이 났다.
'왜 내가 이런걸 읽어야 하지?' , '굳이 잘 알고 있는 내용인데 뭐하러 번역하나' 번역자에 혼자서 짜증을 부려보기도 한다.
이런 부류의 책이야 당연히 관심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들에게 읽히기 위해서 나온것인데, 정작 읽는 사람들은 알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인것 같다.
책의 말미에도 나오지만 소수의 기득권은 진입장벽을 만들며, 대다수의 소시민들을 바쁘게 만들어 생각하지 못하게, 알지 못하게, 알아도 움직일 수 없는 무기력증을 증가시켜 놓는다. 그러니 알 수 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나 역시도 별 수 없는 사람중에 한 명일 수 밖에 없다.
저자는 부자들의 행태를 연구하는 학자이며 학계에서 꽤나 인정을 받고 있는 부부학자이다.
이들은 글을 쓰고 사례들을 연구 조사하면서 얼마나 무기력함을 느꼈을까.
마지막 챕터에서 전달하는 메시지를 위해 그들은 사례들을 싣고 내용들을 전해가면서 가슴을 쳤을 듯 하다.

책을 읽으면서 자본주의 자들에 의한 과두권력은 결코 사르코지주의가 아니라 그들만의 리그라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나게 한다.
'토사구팽(兎死狗烹)'.. 토끼의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는다. 사르코지는 어떻게 교묘하게 잡히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비굴하게 그들에게 굴복해야 한다. 그렇게 반면교사가 되어가야 한다. 물론 그러면 더 교묘하게 정권을 휘두를 존재가 나타나게 되지는 모르지만.  
책에서 우리는 멍청하고 비굴하며, 살아남기 위해 교활함만 발휘하는 한 정치인을 보는것이다. 


과연 민주주의가 정답인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그나마 제일 나은것이기에 따를 뿐이다. 다시말하면 모순투성이이지만 조금은 덜 하다는것일뿐.
우리는 무엇을 추구해야 하고, 무엇을 따라야 하는지 생각해야만 하는 시점에 있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지지만 더러운 내용이라 읽기 싫다면 '시작하는 글'의 4장짜리 서문만 읽어도 다 읽은 것이라 생각이 든다.(그래도 조금 적다 싶으면 그전에 나오는 목수정 작가의 추천글에 모든 내용들이 요약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 '결론-무엇을 할 것인가'만 읽으면 될 것이다. 저자는 무슨 의도로 이 내용을들 서술했는지 모든 내용이 집약되어 있다.
이런 문제에 뚜렷한 답이 있을 수 있겠는가.. 뚜렷하진 않아도 해볼만한 결론은 있다.
다만 소수의 기득권은 그런 해결책에 대한 방어를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가 조금만 생각해 보면 해볼만할 수 있다.

표지에는 "반면교사 사르코지를 통해 MB를 본다" -파리에서 작가 목수정
"소통없는 정권이 민주주의에 드리우는 불안한 그림자" - 르몽드
우리는 우리의 현실을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서 다행일지 모른다.
한국에서 한국 작가를 통해 이런 책이 쓰여진다면 지금의 한국에서 책이 출간되었을때 어느정도의 여파가 일어날까..
당신의 상상에 맞긴다. (다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매우 암담하다.)
암담함을 이기려면 답은 결국은 뭉치는 것이다. 쉽지 않지만 여러곳에서 반복해서 듣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여 뭉쳐지지 않을까... 제발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 독자들에게 드리는 추천의 글 - 목수정
"계급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현실이다. 그러나 이 전쟁을 주도하는 것은 내가 속한 부자 계급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쌍무에서 이기고 있다."  - 워런 버핏
계급투쟁은 언제나 크고 작은 폭으로 역사 속에서 진행 중이었다. 지금 벌어지는 계급 투쟁은 매우 노골적이며 전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12
사회 저소득계층의 저조한 투표율, 그리고 부자계층이 맹렬히 연대하는 높은 참여수준의 계급투표  15

시작하는 글
이 불확실한 투쟁에서는 상대의 수단과 방법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급선무이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그들의 정체를 알아야 한다. 이 책은 그것을 이해하는 데 문을 약간 열어 줄 것이다.
그들은 그저 가장 힘 센 사람들일 뿐이다.  22
엘리트들의 음모에 맞서 이기기 위해서는 그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는 것이 첫 번째 투쟁목표이다. 그리고 좌절한 서민들을 상대로 단호한 심리전을 전개하는 사람들에게 비판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투쟁이다.  24


19세기 정치가 프랑수아 기조가 외쳤던 그냥 '부자가 되자'는 메시지에 더 가까웠다.
부자들은 자기들 가운데서 더 유능한 자의 승리,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자신의 우수성을 결정적으로 입증한 사람의 승리를 축하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32

2007년 테파법(TEPA)이라는 이름의 '노동고용 및 구매력에 관한 법'이 이미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더 우대하고 있다.  34
"납세자에게 자기 수입의 절반 이상을 국가에 바치라고 요구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이틀 일하고 그중 하루치를 국가에 바치라는 게 말이 되는가?" 대통령이 짐짓 순진한 체하면서 던지는 질문이다. 

사람들을 속이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통령의 그럴 듯한 주장은 세 가지 논리로 반박할 수 있다.
첫째, 잡세 대상이 되는 수입 가운데 노동으로 번 수입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수입에서 많은 부분은 이익배당이나 재산 가치상승, 기타 유가증권, 공동투자 펀드 같은 동산과 토지, 건물 등의 부동산, 자본수입니다.
둘째, 조세상한제의 이름으로 혜택받는 것은 소득총액이 아니다.
셋째, 세금 계산 때 납세자의 사회비용 분담금을 조세 상한선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35-36

흥미롭게도 2007년 9월 30일, 2722 가구만이 조세상한선 실시전 세율로 납부한 세금을 환불해 달라는 신청을 함.
환불 요구 권리 있는 9만 3천 가구의 2.9%에 불과한 숫자이다.
한 세무전문가의 설명은 "조세 상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조세 담다 관리 앞에 본인이 직접 나가서 모든 것을 솔직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무 관리들은 무언가 숩ㅁ긴 것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게 되고, 그러면 당연히 신고내용을 철저히 검토하게 되기 때문이다."
"조세 상한 혜택을 신청하는 사람은 말하자면 사회의 열등생들이다. 납세 관련 조항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정말 약삭빠른 사람은 그런 싱청을 하지 않는다."  38-39

참으로 수치스러운 사례 하나를 소개하면, 2009년 12월 이후 근로사고 희생자들에게 지급하는 보상금이 소득으로 간주되고, 그래서 과세 대상이 됐다. 거센 분노를 불러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이 파렴치한 제안은 채택됐다. 이 항목으로 과세될 세금 액수가 2억 3천만 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러한 개혁이 국민의 이름으로 제안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니콜라 사르코지는 위임일인 2007년 5월 6일부터 "나는 국민들로부터 이런 변화를 추진하라는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42

스스로 자신들을 필요불가결한 존재라고 믿고 있는 부자들은 곧잘 프랑스를 떠나겠다고 위협한다.  43
지배층은 항상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이익을 챙기는 쪽으로 계급 전쟁을 이끌어 간다.  44

2003년에는 감세할 수 있는 틈새의 수가 418개로 추산됐다. 그런데 2008년에는 이 숫자가 48개로 늘어났다.  46

권력이 집단을 형성해 서로 긴밀한 과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손에 모두 들어가 있는 것을 과두권력이라고 부른다.  58


니콜라 사르코지, 만약에 그가 2012년에 재선되지 못하면 권력 네트워크는 그의 진영이나 다른 진여에서 언제든지 그의 대타를 찾을 것이다.
우익이나 좌익 진영 모두 금융자본주의에 제일 유리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최고의 책임 있는 지위를 맡을 인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과제이다. 니콜로 사르코지도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다. 과두권력의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회주의 지도자에 의해서도 대체될 수 있다. 1980년대에 은행 국유화를 단행한 것이 사회주의자들이었지만, 얼마 후 은행을 다시 민영화한 것도 사회주의자들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67-68

이념전쟁에서 텔레비전은 가장 중요한 전략적 주제이다. 이 이미지 상자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조종하는 가공할 도구이기 때문이다.  92
"이제 위선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프랑스 텔레비전의 제1주주가 국가인데 왜 내가 그 사장을 임명해서는 안 되는지 이유를 나는 모르겠다."
니콜라 사르코지는 은연중에 '짐이 국가다'라고 말한 루이 14세처럼 행동했다.  97

물질적이고 상징적인 이익을 받은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세계에서 성장한 상류계급의 자녀들은 성년이 되어서도 같은 특혜를 기대하도록 성격이 형성된다.
권위에 대한 선망도 독서나 음악에 대한 선망처럼 만족과 쾌감을 주고, 더 내면적인 자기 자신의 성취감을 느끼게 하며 제2의 천성이 된다.  114

좌파 정치인 장-피에르 브라르는 "사르코지는 우리의 건망증을 이용한다. 그는 놀라운 성과를 약속하는 탁월한 계획들을 발표한다. 그러나 대단한 결과는 고사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의 발표를 조금 기억하거나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결과가 실제로 어떻게 나타났는지 확인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191

명문 귀족가족과 유서 깊은 부르주아지 가족은 예나 지금이나 코스모폴리탄주의 생활방식으로 살아 왔다.  204

긴축정책으로 가장 혹독하게 고생하는 것은 서민층과 중산층이다. 그러한 부채가 최고 부자들의 무책임한 투기로 빚어진 것일 때도 고통을 받는 것은 서민들이다.  205

자체가 목적이 된 돈은 사람들의 가치를 돈으로 측정한다. 이런 가치관을 가진 자들은 부와 사회적 성공을 중시한다. 이것이 바로 사르코지주의이다.  210


결론-무엇을 할 것인가?
체계적 불평등. 분명히 지배계급은 힘을 규합해서 잘 조직화 된 세력이다. 그러나 지배계급은 수가 적다.  212
우리의 목적은 권력을 잡고 있는 과두체제의 기능을 거부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를 몰아내는 것은 단순히 한 정치인을 교체하는 것에 그칠 수가 있다.  213

- 부자들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되찾자
대상을 한정한 지원조치가 사회정책을 대신한다.
예방 대신 치료하겠다는 것은 일종의 공공 자선행위로 국가의 잘못을 땜질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동정으로 정책을 대체하는 것이다. 권리와 법은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세력관계의 산물이다.  215

시민들은 자신들의 권리, 즉 노동권 주거권, 교육권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218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시도해 보는 가운데 사회생활 내에서 자신의 위치에 관해서 생각해 보게 되고, 개인적인 생활로부터 좀 거리를 두고 자신이 포함되기도 하지만 배제되기도 하는 복잡한 관계 속에 들어가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시청과 기업 도서관은 경영진들의 네트워크에 관한 유익할 정보가 포함된 참고자료를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돼 있다.  219

끝으로 인터넷 사이트는 무궁무진한 정보의 원천이다.  220
경계심과 호기심을 갖는 태도, 그리고 이런 문서들을 검토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투쟁에 속한다.  221

-정치 무관심을 부추기는 현실
-무시당하는 서민들의 표심
(이 외에도 여러가지 안을 내 놓고 있다. 이 부분은 직접 읽어보는것이 좋을 것이다.)

해제 - 프랑스와 한국의 닮은꼴 대통령(장행훈, 언론인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파리의 한 잡지는 <부자들의 대통령>이 과장된 표현을 절제하면서도 사르코지의 정책과 사람 됨됨이를 생채해부 한 책으로서 지금까지 나온 사르코지 책 중에서 완결판이라고 높이 평가.
저자들은 학자의 양심에서 책을 통해 다시는 '부자 대통령'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242
이 책은 부자들의 대통령이 얼마나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있는지, 소수 부자집단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단결하고 있는지를 고발하는 민주주의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247


부자들의 대통령 십계명
1. 재벌오너들과 친구로 지내라
2. 세금으로 부자들을 보호하라
3. 누가 뭐래도 측근을 챙겨라
4. 공과 사를 구분하지 말라
5. 편법을 두려워하지 말라
6. 검찰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어라
7. 언론을 장악하라
8. 토목공사로 승부하라
9. 부자동네에 투자하라
10. 이념은 상관말라 정권만 지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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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너만의명작을그려라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제인 미들턴 모즈 (한언,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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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10대는 명작을 그리기 위해 무언가를 했었던가?
솔직히 아무런 생각자체도 없었다...어떻게 하면 핑계를 대고 놀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오락실이라도 갈 수 있을까..지금은 ,pc방일 테지만...
솔직히 10대 시절을 떠올려보면 내가 주인공이었다..늘 그렇게 생각하였다.
그리고 원하기만하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생각만 했었다..
생각한 대로 움직이기 위한 어떠한 상상도 해 본적이 없었던것 같다..
여러 책들을 읽으면 많은 이 들은 어린 시절이 상상의 시절이었고 그것으로 인해 동기부여가 되고 행동들을 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이 글을 쓰며 생각나는 첫 번째 사람이 '마지막강의'의 저자 랜디포시이다.. 췌장암이 걸려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면서 어린 자식들을 위해 준비했다던 마지막 강의 2008년쯤 그의 강의 동영상을 보며 웃기도 하고 감동도 받고...정말 많은 생각들을 하였다.. 그중에 꿈이란 것이 허황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현실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공상과학영화에서 나오는 것들은 시간이 흘러 거의 모두 현실이 되어버렸다..
자신의 상상을 시각화 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꿈이 될 것이다..
10대가 아닌 내가 10대의 책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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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로승부하라몰입으로차이를만든고수들의성공메시지
카테고리 자기계발 > 성공/처세
지은이 이근미 (21세기북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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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인가...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그 당연함으로 승부를 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차이를 분명하게 알려준다.
사실 보통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알려진것에 따라간다..
근래에 여러명의 사람들에게 한 가지 내용에 대해 자신이라면 어떠할것인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일반적인 대답을 한다.. 거의모든 사람이..단1%만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예전에 방송으로 1%를 찾아라는 코너를 기억한다.
그것도 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들어 일반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1%의 사람들은 기발한 행동을 하였다.. 매우 흥미로운것도 있었으며, 신선하기도 하였다..
1%로 승부하라를 읽으면서 매일의 상황하에서 나는 과연 타인들과 다르면서도 더욱 진보된 선택을 하고 실행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물론 아래의 내용도 오래전에 읽으면서 파일로 저장해 놓았던 것이다.. 
나름대로 내가 인상적이라 생각한 것들을 정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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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대학아버지학교를위한강의식교과서
카테고리 가정/생활 > 자녀교육
지은이 추이화팡 (휘닉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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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앞전의 올려놓은 내용이다.
이 글을 제일 먼저 올리는 것은 ..메이저 도서가 아니기에..
난 부모가 아니다.. 그럼에도 교육이란것에 관심이 많다..오래전에 노트에 적던것을 컴퓨터로 쓰기시작하며 제일 먼저 쓴 책이 부모대학이다.. 

사실 누가 읽더라도 당연한 이야기처럼 느껴질것이라 생각 된다..하지만 그것을 다시금 생각해보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더욱 느낄 수 있다..
이 글의 제일 마지막을 보면 '
자녀를 교육하는 것은 부모의 직업이다.'라고 썼다..
사실 부모만이 아니지 않는가.. 어른이라면 누구나 '아이는 미래의 가치'라는 말에 동감한다..
그렇다면 내 아이만이 아니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이들이 나라의 대표들 일것이다..
그들에게 좋은 것을 알리기 위하는 마음이 필요할것이다.. 


 
횟수로 16년간 학생들을 만났고, 부모들을 만났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면 7년이 지나니 학생들을 만나서 20분정도 이야기를 해 보면 대략적인 생활방식을 알았고, 짐작한 내용의 95%는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리고 아이들의 입을 통해 직접 부모에 대해 듣지 않아도 부모의 생활방식을 예측할 수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자주 언급하는 내용이 있다.
'너가 지금 잘못하고 있는 방식은 너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부모님의 잘못이 90%이상이다. 그렇기에 그것에 대해 불안하거나 죄스럽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지금의 잘못된 생활방식이 20대 중반이후에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면 그것은 99% 너 자신의 잘못이다.'
부모는 자녀를 올바른 습관형성시키는데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학창시절에 아이들의 잘못된 습관은 90%이상이 부모의 책임이다.
사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100%가 부모의 책임이다. 지금 이 시대는 더욱더 그렇다고 생각한다.
가정을 벗어나면 많은 잘못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것마저도 가정 내에서 부모의 관심과 사랑과 배려와 올바른 애정으로 치유해야 한다.

물론 부모는 신 자유주의 시대에 자본주의의 영향으로 돈을 벌기위해 더 바쁘다는 것은 모르는바가 아니다. 그렇기에 너무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부모이긴 하지만, 이것은 다른 누군가의 도움으로 해결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기에 부모가 돈에대한 욕심보다는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라도 이 책은 부모 특히 아버지의 역할을 맡아야 하는 남자들에게 꼭 필요한 책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아버지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부모의 역할을 맡고 있는 두 사람의 공동의 몫이다.

꽤 긴 시간동안 교육이라는 것에 대해 연구하고 경험하면서 생각하는 한 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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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아동문학 연구센터' 주최 제 10회 문화 세미나 '읽기, 듣기'(2005년 11월 20일)의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은 다치바나 다카시를 검색하여 알게 되었다.
그의 여러 책들 중에 읽은 책도 몇 권 있지만 읽지 않은 책이 더 많기에 다시금 정리하면서 여러권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찾아본 후에 제목에 끌려 잡았다.

읽는것과 듣는것, 우리는 무의식중에서도 이 두가지를 계속하면서 생활한다.
그처럼 무의식중에 입력된 것들이 우리의 의식에 자리잡아 나를 만들기도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것은 의식중에 입력되는 것들일 수 있는데, 우리는 단편적으로 읽는 것과 듣는것으로 그치는 것의 무의미함을 지적해 주고 있기도 한다.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자주 언급하는 표현가운데 '아는 것이 진정 아는 것인가?'가 있다.
어딘가에서 들어서 또는 보아서 아는것은 진정 자신이 아는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 두 번 얼굴을 봐온 사람의 이름을 알고 있을 때, 우리는 이 사람을 안다. 
하지만 무엇을 아는가?
진정 알고 있다고 표현할 수 는 없다.
우리가 '안다'고 표현할 때는 진정 자신이 경험하여 체득한 것이 포함되어야 진정 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에서도 그 점을 언급해주고 있었다.

우리가 어떻게 읽고, 들어야 하는지 세 명의 대화와 강의 가운데서 잘 말해 주고 있었다.
쉽게 읽혀 페이지가 넘어가지만 결코 쉽게만 읽고 넘어가서는 안 될 내용들이 그들의 70년이 넘는 삶과 경험의 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읽으면서 여러 정보를 듣는 셈입니다. 무언가를 읽을 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니까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닐까? 저렇게 한느 것이 낫지 않을까? 하며 '행간 읽어내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행간 읽기' 속에 자기 자신을 온전히 몰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모두들 이 점을 잊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어떻다가 아니라, 이 사람과 만난 나는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또는 나의 무의식은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  35-36
단지 책 자체만 읽고서 "이 책은 별로야"라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몰입해 읽어야 합니다.  37
책도 스스로를 몰입해 읽다 보면 몸이 반응을 보입니다.  38
진짜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읽어내는 일'이 필요하며, '읽어내기'위해서는 언어의 감춰진 부분, 즉 배후를 읽어내야 합니다.  45

글을 쓰려면 그에 앞서 다양한 자료를 확보해 놓아야 하는 단계가 있습니다. 그 단계 중 하나가 책을 읽는 것이며, 또다른 하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입니다.  49
글을 쓴다는 작업은 먼저 자료 확보가 있은 다음에 그 자료를 통해 스스로 무언가를 생성하여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컨대 나 자신에게 '정보를 투입하는 과정(Input)'과 '밖으로 꺼내는 과정(Output)'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 '인풋'과 '아웃풋'의 비율을 일반적으로 'IO비'라고 합니다.
IO비가 높을수록, 다시 말해 자료를 최대한 많이 투입하여 적게 배출하면 그 압박비가 높은 만큼 많은 정보가 쌓여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50

굶주림과 책
몇 만 명이나 되는 인간이 무리를 지으려 하고 
책 한 권 없는 곳이 있다
사람이 한 사람밖에 없고
몇 만 권이나 되는 책이 있는 곳이 있다 
다 읽으면 먹을 수 있는 
책이 있어야 한다고 존은 말하지만
굶주려 있으면 읽기도 전에 먹어치울 것이다
내가 있고 싶은 곳은 깎아지른 절벽 위
그곳에 책 한 권만 가져가
소리내어 읽는다
바다와 하늘에게 인간이 쓴 책이라는 녀석을 
읽어준다
  - <시를 보낸다는 것은> 중에서  74

숲에게
읽는 사람의 눈은
꿈틀거리는 문자의 숲을 헤집고 들어간다
읽는 사람의 귀는 페이지마다 가만히 내리는 빗소리를 듣는다
읽는 사람의 입은 
반쯤 벌어진 채 할 말을 잃고
읽는 사람의 손은
어느새 주인공의 팔을 잡고 있다
읽는 사람의 발은 
돌아가려다 이야기의 미로에 길을 잃고 읽는 사람의 마음은 
어느덧 보이지 않는 지평선을 넘는다  80

바람
잡목 숲
낙엽 위
외발 등나무 의자
당신은 그곳에 앉아 있었다
그날

다리를 꼬고 무릎 위에 책 한 권을 펼치고
고개를 약간 기울인 채
당신은 책을 읽고 있었다
부드러운 가을 햇빛을 받으며

그리고....
문득 얼굴을 들어 나는 향한다
그러나 당신은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오늘 색 바랜 사진 속에서

당신은 젊은 모습 그대로
나이든 나를 응시한다
그리고 나는 읽는다
그날 당신이 보고 있던 세계를 
나도 보고 싶다는 바람을 계속 가져보면서  82

사랑에 빠진 남자
연인의 짓궂은, 미소 띤 얼굴의 의미를 알 수 없어서 
그는 연애론을 읽는다
펼쳐든 페이지 위에 있는 사랑은 
향도 감촉도 없지만
의미들로 넘쳐난다

그는 책을 덮고 한숨을 짓는다
그러고 나서 유도 연습시간에 맞춰 나간다
'상대의 움직임을 읽어!'
코치의 질타가 날아든다

그날 밤 연인에게 키스를 거절당하고 그는 생각한다
이 세상은 읽어야 하는 것투성이야
사람의 마음 읽기에 비해
책 읽기는 누워서 떡먹기군

그러나 언어가 아닌 것을 읽어내기 때문에 비로소
사람은 언어를 읽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
그는 다시 연애론을 펼쳐든다
한숨을 쉬면서
콘돔을 서표(書標) 대신 삼아  86

독서라는 것은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가졌을 때 그 문제에 대해 선인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찾아 파고드는 세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144
책만 읽어서는 알 수 없는, 실제로 몸을 움직여 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이 주변에 가득합니다.  147
뇌의 본능을 고려해 볼 때, 지나치게 많은 것을 생각하면 대개 실패하고 맙니다. 다시 말해 반사신경이 움직이는 대로 행동하면 정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72


후기
'읽기'와 '듣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다양하며 우리 인생에 풍요와 깊이를 가져다준다.  174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이란 실제로 삶을 살아온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의 경험에 의한 지혜와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지혜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지식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없습니다."(다치바나 다카시)
'읽는다는 것'과 '듣는다는 것'의 배후에는 '산다는 것'이 자리하고 있다.  176
"우리가 사는 이 현실세계는 언제나 만남의 연속입니다."(다치바나 다카시)  177

옮기고 나서
세 사람은 인간의 지적 도구인 언어를 구성하는 문자가 그 편리성만큼 인간의 심적 움직임을 제한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어 감성이 쇠퇴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문자가 가진 우수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머리로만 무언가를 읽거나 듣는 행동에서 벗어나 감성을 되살려, 언어 이상의 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합니다.  181
우리 인생이 만남의 연속이듯, 정보 또한 삶 속에서 갖게 되는 하나의 만남으로 여기고 그 안에서 자기 나름의 선택 기준을 마련해 인간이 쌓아온 지혜를 믿고 활용한다면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지식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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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150페이지도 안되는 내용이었다.
제목만으로는 저자의 동물원 탐방기라고 생각을 하였다. 과연 동물원에서 그는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을지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제목과는 좀 떨어진 내용이라는 점을 알게 되고, 이 책 이전에 저자의 책을 읽은 내용들이 꽤나 나오는 것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래서 옮긴이의 글을 먼저 읽어 보았다.

'이 책은 펭귄 출판사가 창립 7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한 문인들 70명의 작품 선집들 가운데 한 권이다. 드 보통은 70번째라는 상징적인 자리를 차지하며 이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 보통이 쓴 글들 가운데 그의 면모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대목들을 추려내 독립적으로 완결성을 가질 수 있도록 손을 보고 보완한 것들이다...'(142-143)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의 글 중에서 추려낸 글들이기에 낯이 익은 글들이 많았다. 저자의 책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지만 여러권을 읽으면서 보았던 내용들이 많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책의 내용들이 많이 언급되니 저자와 다시금 가까워져 가는 것 같다.
옮긴이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저자의 입구같은 역할을 할것이라 한것이다.
나의 경우는 반대가 되었지만, 꽤나 의미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기에 복습을 하는듯 그리고 다시금 읽어보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저자의 책에서 좀 멀어지는것이 필요할까하는 생각 즉, 저자의 글쓰는 방식에 지루해져가는 시점에 읽은 내용들을 다시금 상기하게 되니 지루함도 어느정도는 멀어져 가는 느낌도 든다.
저자의 모든 책을 읽을 생각은 아니지만 몇 권 더 읽을 수 있게 될 것같다.


슬픔이 주는 기쁨
삶의 단편들을 놓고 흐느껴봐야 무슨 소용 있겠어? 온 삶이 눈물을 요구하는걸 - 세네카
어쩌면 우리가 슬플 때 우리를 가장 잘 위로해주는 것은 슬픈 책이고, 우리가 끌어안거나 사랑할 사람이 없을 때 벽에 걸어야 할 것은 쓸쓸한 도로변 휴게소 그림인지도 모른다.  10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김하다고 말해도 좋을 것 같은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어 술술 풀려나가곤 한다. 정신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생각뿐일 때는 제대로 그 일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마치 남의 요구에 따라 농담을 하거나 다른 사람 말투를 휸내 내야 할 때처럼 몸이 굳어버린다. 그러나 정신의 일부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외려 생각도 쉬워진다. 예를 들어 음악을 듣고 있을 때나, 줄지어 늘어선 나무들을 눈으로 좇을 때. 우리 정신에는 신경증적이고, 검열관은 기억이나 갈망이나 내성적이고 독창적인 관념들을 두려워하고 행정적이고 비인격적인 것들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음악이나 풍경은 이 정신의 검열관이 잠시 한눈을 팔게 하는 것 같다. 
배나 비행기에서 보는 풍경은 단조로워질 수도 있지만, 열차에서 보는 풍경은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 열차 밖 풍경은 안달이 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그러면서도 사물을 정확하게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리게 움직인다. 기차를 타고 가다 우리는 순간적이지만 남의 사적인 영역을 보고 영감을 얻기도 한다. 기차를 어떤 여자가 부엌 찬장에서 컵을 꺼내는 순간을 보여주었다가, 이어 테라스에서 어떤 남자가 자고 있는 모습을 구경시켜주었다가, 공원에서 누군가가 던진 공을 잡으려고 달려가는 아이의 움직임을 드러내기도 한다.  18-20

공항에 가기
열차야, 나를 너와 함께 데려가다오! 배야, 나를 여기서 몰래 빼내다오! 나를 멀리, 멀리 데려가다오. 이곳의 진흙은 우리 눈물로 만들어졌구나! - 보들레르
인생에서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몇 초보다 더 큰 해방감을 주는 시간은 찾아보기 힘들다. 활주로 출발선에 꼼짝도 않고 서 있는 기계 안에서 창밖을 보면 풍경이 익숙한 크기로 길게 내다보인다. 도로, 기름탱크, 풀밭, 구리 색조의 창문이 달린 호텔들. 우리가 늘 알고 있던 땅 그대로다. 우리가 차의 도움을 받아도 느리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곳, 종아리 근육과 엔진들이 산꼭대기에 이르려고 애를 쓰는곳, 500미터 정도 앞에는 언제나 나무나 건물이 막아서서 우리 시야를 제한하는 곳, 그때 갑자기 엔진의 억제된 진동과 더불어 우리는 완만하게 대기 속으로 솟아오르며, 아무런 방해 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거대한 지평이 열린다. 지상에서라면 한나절이 걸릴 여행을 눈을 아주 조금만 움직이는 것으로 끝내버릴 수도 있다.
이런 이륙에는 심리적인 쾌감도 있다. 비행기의 빠른 상승은 변형의 전형적인 상징이다. 우리는 비행기의 힘에서 영감을 얻어 우리 자신의 삶에서 이와 유사한 결정ㅈ거인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우리 역시 언젠가는 지금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수많은 억압들 위로 솟구칠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새로운 시점(視點)은 풍경에 질서와 논리를 부여한다. 도로는 산을 피하느라 곡선을 그리고, 강은 호수로 향하는 길을 따르고, 고압선 철탑은 발전소에서 도시로 이어지고, 땅에서 보면 제멋대로인 것 같은 도로들은 잘 짜인 격자로 드러난다. 눈은 자신이 보는 것을 머릿속에 있는 지식과 일치시키려 한다. 익숙한 책을 새로운 언어로 판독하려는 것과 같다. 그러는 동안 내내 우리 머리를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다. 우리 눈에 감춰져 있었다 뿐이지, 사실 우리 삶은 저렇게 작았다는것.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우리가 살고는 있지만 실제로 볼 기회는 드문 세상이다. 그러나 매나 신에게는 우리가 늘 그렇게 보일 것이다.  34-35
우리가 지금 타고 있는 것을 심오한 철학을 가르치는 스승이라 부를 만하다.  38

진정성
이 모든 소란과 안달은 왜일까? 왜 이리도 잘박하고 어수선하고 번민하고 고군분투하는 걸까? 그런 하잖은 것이 왜 이다지도 중요해진 걸까? - 쇼펜하우어
"포도주 좀 드실래요?"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글쎄요. 포도주 좋아하세요?" 그녀가 되물었다.
"드시겠다면 난 상관없어요." 내가 대답했다.
"좋으실 대로 하세요. 원하시는 대로." 그녀가 말했다.
"나는 아무 쪽이나 좋은데요."
"나도 찬성이에요."
"그럼 마실까요, 말까요?"
"너, 나는 안 마시는 게 좋겠어요." 클로이가 말했다.
"그래요, 나도 별로 마시고 싶지 않군요." 나는 맞장구를 쳤다.
"그럼 포도주는 마시지 말기로 하죠."
"좋습니다. 그럼 물만 마시죠."
진정한 자아는 누구와 같이 있든 안정된 동일성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전제한다. 그러나 그날 저녁 나는 클로이의 욕망을 찾아내고 그에 따라 나 자신을 바꾸려는, 진정성이 결여된 시도를 되풀이했다.  46
침묵은 어느 쪽으로도 빠져나갈 도리가 없는 고발장이었다.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침묵하면 구제불능일 정도로 따분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임이 분명해지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침묵과 어줍음은 욕망의 애처로운 증거로서 용서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상대에게 무관심한 사람은 능란한 유혹 솜씨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어줍게 유혹하는 사람이야말로 상대를 향한 진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관대하게 봐줄 수도 있다.  48
피하기 위한 거짓말과 사랑받기 위한 거짓말, 유혹과정의 거짓말은 다른 영역의 거짓말과 매우 다른 면이 있었다. 내가 경찰에게 자동차 속도를 거짓으로 말한다면 그것은 분명한 이유 때문이었다. 벌금이나 체포를 피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받기 위한 거짓말에는 괴상한 가정이 수반된다.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모든 개인적 [따라서 다른 사람과 다른] 특징을 비워버려야만 상대의 사랑을 얻을 수 있으며, 자신의 진짜 자아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완벽성과 화해 불가능한 갈등 관계에 있다고 [따라서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태도다.  60-61

일과 행복
존재하는 것으로부터 가장 위대한 결실과 가장 위대한 기쁨을 수확하는 비결은, 위태롭게 사는 것이다! 너의 도시들을 베수비오 산기슭에다 세우라! - 니체
능력주의 시대에는 천한 직업을 가진 것이 단지 가엾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런 직업은 그 반대의 기분 돟은 직업과 마찬가지로 능력에 따라 주어진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서로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고, 또 그 대답에 아주 신중하게 귀 기울이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76
윌리엄 제임스는 행복과 기대의 관계에 관하여 예리한 주장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우리가 노력을 기울이는 모든 영역에서 성공을 거둔다고 해서 반드시 자신에게 만족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어떤 일을 못했다고 해서 늘 수치감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주어진 일의 성취에 자존심과 가치를 투자했을 때에만 그 일을 하지 못했을 때 수치감을 느낀다. 우리가 무엇을 승리로 해석하고 무엇을 실패로 여기는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목표하는 이야기다. 
시도가 없으면 실패도 없고 실패가 없으면 수모도 없다. 따라서 이 세계에서 자존심은 전적으로 자신이 무엇이 되도록 또 무슨 일을 하도록 스스로를 밀어붙이느냐에 달려 있다. 이것은 우리 스스로 갖고 있다고 상상하는 잠재력에 대한 실제 성취 비율에 의해 결정된다.
              자존심 =  이룬것 / 내세운 것
만일 일에서 행복을 얻기가 그렇게 힘들다면,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할 수있다고 내세우는 것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일자리에서 프로이트나 루스벨트가 맛보았던 만족감의 일부라도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77-78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The Commnist Manifesto)>(1848)에서 부르주아지와 그드르이 새로운 과학인 경제학이 대규모로 "부도덕"을 자행한다고 비난했다. '[경제학은] 노동자를 일하는 동물로 밖에 알지 못한다 - 최소한의 육체적 요구만 남은 짐승으로 아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말에 따르면 피고용인에게 주는 임금은 '바퀴가 계속 돌아가도록 칠하는 윤활유와 같다. 일의 진정한 목적은 이제 인간이 아니라 돈이다.'  79
일이 행보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 쪽이 일을 견디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두는 것이 좋겠다. 그래야 우리의 슬픔을 그나마 다독일 수 있을 테니까.  83

동물원에 가기 
나는 사람이다. 인간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것치고 나에게 낯선 것은 아무것도 없다. - 테렌티누스
동물원에 가 보면 십인십색이라는 속담이 실감난다. 모든 동물은 어떤 것에는 놀랄 만큼 적응이 되어 있는 것 같지만, 다른 것에는 가망 없을 정도로 어울리지가 않는다.  89

독신남 
무엇을 먹고 마실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누구와 먹고 마실 것인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왜나하면 친구 없이 식사하는 것은 사자나 늑대의 삶이기 때문이다. - 에피쿠로스
함께 로맨틱해질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더 로맨틱한 사람은 없다. 정신을 팔 일이나 친구도 없어 깊은 외로움에 빠져 있을 때 우리는 드디어 친구도 없어 깊은 외로움에 빠져 있을 때 우리는 드디어 사랑의 본질과 필요성을 이해할 수 이싿. 전화기가 옴짝달싹도 안 했던 주말, 매끼 통조림을 따서 식사를 하고 귀에 거슬릴 뿐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BBC 해설자의 목소리-케냐 영양의 짝짓기 습관을 설명하고 있다- 를 들으며 주말을 보낸 뒤에야 우리는 왜 플라톤이 사랑이 없는 인간은 팔다리가 반뿐인 생물과 같다고 말했는지(<향연> 기원전 416년) 이해 할 수 있다.  97
사람은 아주 하찮은 것으로도 사랑헤 빠질 수 있다. 뭐 사랑이라는 말이 좀 그렇다면, 기질에 따라서는 반한 상태, 병, 착각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다른 사람을 향하여 뜨겁게 고조된 그런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98

따분한 장소의 매력
인간의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 파스칼
귀스타프 플로베르는 루앙에서 자랐는데, 그곳은 호수만 빼면 취리히와 비슷한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 "따분해, 따분해, 따분해" 플로베르는 젊은 시절 일기에 그렇게 썼다. 그는 프랑스에, 특히 루앙에 사는 것이 정말 지겹다는 이야기를 되풀이했다.  108
나는 자신의 내부가 흥미로워 굳이 도시까지 '흥미롭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을 원했다. 정열의 샘에 늘 가까이 있어 도시가 '재미'없다 해도 상관하지 않을 사람을 원했다.  109
근대 세속 사회를 바라보는 한 영향력 있는 입장에 따르면, '남들처럼' 되는 것만큼 창피한 운명은 없다. '남들'이란 평범한 사람들과 순응적인 사람들, 따분한 사람들과 교외에 사는 사람들을 아우르는 범주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생각하는 모든 사람드르이 목표는 군중으로부터 두드러지고, 자신의 재능이 허용하는 대로 어떤 방식으로든 '튀는' 것이다. 공공 부문에서 제공하는 주택, 운송, 교육, 의료가 시원찮으면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집단과 섞이는 것을 피하게 되며, 높은 담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그 뒤에 들어가 살려고 하게 된다. 보통이라는 것이 존엄과 안락에 대한 중간적인 요구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삶을 영위한다는 의미일 때는 높은 지위를 향한 욕망이 강렬해질 수밖에 없다.  110-111
취리히가 이 세상에 주는 독특한 교훈은 어떤 도시가 그냥 따분하고 부르주아적이기만 해도 진정으로 상상력을 자극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장소가 될 수 있음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119

글쓰기(와 송어)
모든 독자는 자기 자신의 독자다. 책이란, 그것이 없었다면 독자가 결코 자신에게서 경험하지 못했을 무언가를 분별해낼 수 있도록, 작가가 제공하는 일종의 광학 기구일 뿐이다. 따라서 책이 말하는 바를 독자가 자기 자신 속에서 깨달을 때, 그 책은 진실하다고 입증된다. - 프루스트
맞춤법은 시간이 가면 정확해지지만, 우리의 의도를 제대로 반영하도록 단어들을 배열하는 데는 꽤 힘든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오늘 일어났던 일들을 붙들어두고 싶어 한다. 그래서 어디에 갔고 무엇을 보았는지 목록을 작성한다. 그러나 다 적고 펜을 내려놓을 때면 우리가 묘사하지 못한 것, 덧없이 사라지고 만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사라지고 만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사라져버린 것이 하루의 진실의 열쇠를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124
다른 사람들이 쓴 책을 읽다 보면 역설적을 나 혼자 파악하려 할 때보다 우리 자신의 삶에 관해서 더 많이 알게 된다. 다른 사람의 책에 있는 말을 읽다 보면 전보다 더 생생한 느낌으로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 세계는 어떠한지 돌아보게 된다.
위대한 책의 가치는 우리 자신의 삶에서 경험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나 사람들의 묘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이들을 훨씬 더 잘 묘사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독자가 읽다가 이것이 바로 내가 느꼈지만 말로 표현을 못하던 것이라고 무릎을 쳐야 하는 것이다.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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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How Proust can change your life>이다.
표지에는 이런 표현을 하고 있다.
'드 보통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삶을 낭비하지 않고 삶에 감사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는 실천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로 보고, 프루스트를 일상에서 실행할 수 있는 '문학적 참고서'로 새롭게 조명한다. 전기와 평론이라는 형식을 빌려 유머와 상상력으로 버무린 인생학 개론!'



하나. 현재의 삶을 사랑하는 법
'우리가 죽음의 위협을 받게 된다면 삶은 갑자기 놀라운 것으로 보이게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것-우리의 삶-이 얼마나 많은 계획, 여행, 연애, 연구거리를 보지 못하게 하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미래에 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이러한 일들을 끝없이 미루는 우리의 게으름은 이것들을 숨깁니다.
그러나 이러한 미루기를 영원히 불가능하게 하는 위협이 생기면, 삶은 다시 얼마나 아름다워질까요! ... 대재난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느 것도 하지 않을 테지요... 거기서는 무관심이 소망을 죽입니다.'  13

둘. 자신을 위한 독서법
'현실에서 모든 독자는 자기 자신의 독자가 된다. 책이란, 그것이 없었다면 아마 독자가 자신에게 결코 경험해 보지 못했을 어떤 것을 분별할 수 있도록 작가가 제공하는 일종의 광학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책이 말하는 바를 독자가 자신 속에서 깨달을 때 그 책이 진실하다는 것이 입증된다.'  36
'만약 천재의 새로운 걸작을 읽게 된다면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경멸했던 우리 자신의 성찰들, 우리가 억압햇던 기쁨과 슬픔, 우리가 깔보았지만 그 책이 문득 우리에게 그 가치를 주는 감정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세계를 발견하고 기뻐하게 될 것이다.'  42

셋. 여유 있게 사는 법
예술 작품의 위대함은 겉으로 보이는 소재의 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전적으로 그 소재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고 프루스트는 주장한다. 그래서 잠재적으로 모든 것이 예술의 풍부한 소재이며, 우리는 파스칼의 <팡세>에서만큼이나 비누 광고에서도 귀중한 발견을 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57
"너무 빨리 하지 마세요."는 아마 프루스트주의적 슬로건일 것이다. 그리고 너무 빨리 하지 않으면 생기는 이점은, 그러는 도중에 세상이 더 재미있어진다는 것이다.  63
천천히 생각할 때 더 큰 연민이 생길 수 잇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미쳤군'이라고 한 마디 하고 신문을 넘길 때보다는, 정신이상자 반 블라렌베르그 씨의 범죄에 대해 기다란 성찰의 글을 쓸 때 우리는 그를 더 많이 동정하게 된다.  64
교훈은? 공연에 몰두할 것, 신문기사를 마치 하나의 비극적 또는 희극적 소설의 일부인 것처럼 읽는 것, 그리고 필요할 때는 잠드는 것을 묘사하는 데 30페이지를 쓸 것. 그리고 만약 시간이 없다면, 적어도 올레도르프 사의 알프레드 윔블로나 파스켈 사의 자크 마들렌이 취했던 태도에 저항할 것. 프루스트는 이러한 태도가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을 '할 시간이 없다'라는 건 '바쁜' 사람들이-아무리 그들의 일이 어리석을 지라도-느끼는 '자기만족'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66

넷. 훌륭하게 고통을 견디는 법
어떤 사람이 가진 생각이 지혜로운 것인지 평가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그의 정신과 건강상태를 주의 깊게 검토해 조는 것이리라.  67
'내가 진정 슬플 때 위안이 되는 것은 오직 사랑하고 사랑을 받는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75
프루스트의 견해에 따르면 우리는 문제가 있기 전까지는, 즉 우리가 고통에 빠지고 우리가 희망했던 대로 일이 일어나지 않을 때까지는 아무것도 제대로 배울 수 없다. 
'병 하나만으로도 우리느 ㄴ주목하고 배우게 되며, 그것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을 과정들을 분석할 수 있게 된다. 매일 밤 침대 위에 눕자마자 즉시 잠에 들어서 깨어 일어나는 순간까지 죽은 듯이 자는 사람은, 반드시 위대한 발견일 것까지는 없지만, 분명히 수면에 관한 작은 관찰조차도 꿈꿔보지 못할 것이다. 그는 자신이 자고 있다는 것을 거의 알지 못한다. 약간의 불면증은 우리가 잠에 대해 감사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어둠 속에 한 줄기 빛을 던진다는 점에서는 가치가 없지 않다. 기억을 잘하는 것은, 기억이라는 현상을 연구하는 데 그다지 큰 이점이 아니다.'
프루스트가 제시하는 것은 고통스러울 때에만 천저한 탐구심이 생길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앓는다. 고로 생각한다. 그리고 고통을 더 큰 맥락 속에 위치시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땜누에 우리는 생각한다. 생각은 고통의 기원을 이해하고, 그것의 여러 특성ㅇ들을 포착하고, 그 존재를 체념하고 인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92
그는 개인이 지혜를 얻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선생을 통해서 고통스럽지 않게 얻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삶을 통해서 고통스럽게 얻는 것이다. 그는 고통스럽게 얻는 지혜가 훨씬 우월하다고 주장했다.  93
'지혜란 가르칠 수 있는게 아니다. 누구도 우리 대신 가줄 수 없는 여정을 통해서, 누구도 우리 대신 해줄 수 없는 노력을 통해서 우리는 그것을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
"행복은 몸에 좋다. 그러나 정신의 힘을 길러주는 것은 고뇌다"라고 프루스트는 말했다.  94
만족보다는 불행이, 그리고 플라톤이나 스피노자를 읽는 것보다는 고통스러운 연애를 추구하는 것이 우리에게 더 좋으리라는 것이다.
'우리를 흥미롭게 하는 천재보다는, 우리가 욕구하고 우리를 앓게 하는 여성이 훨씬 더 심오하고 생생하게 우리에게서 온갖 종류의 감정을 끌어낸다.'
행복할 때 무지한 것은 아마도 그저 정상적인 일일 것이다.  95
고통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이란 그것이 지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탐구의 가능성-아주쉽게, 그리고 가장 자주 간과되고 거부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연다는 것일 뿐이다.  99
'삶의 기술 전부는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개별자들을 이용하는데 있다.'  100
언제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101

다섯. 감정을 표현하는 법
"당신의 소설에는 몇 가지 훌륭하고 장엄한 장면들이 그려집니다"라고 프루스트는 섬세하게 설명한다. "그러나 그것들이 좀더 독창적으로 그려졌으면 하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해질녘에 하늘이 불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너무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고, 어슴푸레한 달빛은 시시하고 둔감한 표현입니다."(가브리엘의 <연인과 의사>라는 소설의 원고를 읽은 평)
상투어의 문제는 잘못된 관념을담고 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주 훌륭한 관념들을 피상적으로 조합해 낸다는 데 있다. 해는 해질녘에 불타고 달은 어스레한 빛을 내지만, 우리가 해나 달과 마주칠 때마다 이렇게 말하면, 그것이 이 주제에 대해 할 수 있는 첫 번째 말이라기보다는 최종적인 말이라고 결국 믿게 되고 말 것이다. 상투어들은, 한편으로는 단지 피상적으로 스쳐 지나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상황을 적절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생각을 우리에게 심어주기 때문에 해로운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가 말하는 방식이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느끼는 방식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묘사하는가는, 어떤 수준에서는 우리가 그것을 처음에 어떻네 경험하는가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123-124
'모든 작가는 자신만의 언어를 창조해야 합니다. 마치 모든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자신만의 '음색'을 창조해야 하듯이...형편없이 쓰는 독창적 작가를 좋아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잘 쓰는 사람들을 좋아한다-아마 이게 약점일 수는 있지만-는 것입니다. 하지만 독창적이라는, 자신만의 언어를 창조했다는 전제하에서만 그들은 잘 쓸 수 있습니다. 정확함과 완벽한 문제가 분명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모든 착오를 겪은 후에야 독창성의 이면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지 독창성과 같은 면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독창성의 면에는 정확성-'어슴푸레한 달' , '미소짓는 착한 마음' , '모든 연도 중에서도 가장 불쾌했던 해"-이라는것은 조재하지 않습니다. 언어를 보호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그것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그렇지요. 그렇습니다. 스트로스 부인!'  130-131

여섯. 좋은 친구가 되는 법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내용과 타인의 관심사가 쉽게 일치하는 것이 친교라고 가정한다.  165
프루스트는 한번은 친교를 독서에 비유하였다. 왜냐하면 두 가지 활동 모두 타자와의 교류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독서에 결정적인 우위가 있다고 덧붙였다.
'독서에서 친교는 갑자기 그 본래적인 순서성을 회복한다. 책에는 거짓 상냥함이 없다. 우리가 이 친구들과 저녁을 함께 보낸다면 그것은 우리가 진실로 그러고 싶기 때문이다.'  173

일곱. 일상에 눈을 뜨는 법
모든 것에 올바른 가치를 부여하라고 권했을 터이다. 이는 좋은 삶이란 자신의 주변에 있는 것들을 부당하게 무시하고 헛되이 다른 것을 갈망하는 것은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을 의미했다.  190
왜 우리는 사물들을 더 풍부하게 음미하지 않는가? 이것은 부주의나 게으름의 문제를 넘어서는 문제다. 그것은 우리가 아름다운 이미지들에 충분히 노출되지 않은 데서 유래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이미지는 우리 자신의 세계에 충분히 가까운 곳에서 우리를 안내하고 우리에게 착상을 불어 넣을 수 있다.  199

여덟. 행복한 사랑을 하는 법
무언가를 박탈당했을 때 우리는 그 소중함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우리가 사물의 소중함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것을 박탈당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어떤 것을 결핍하고 있을 때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감정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고, 우리가 그것을 결핍하고 있지 않을 때도 그 교훈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한 연인과의 오랜 교제로부터 권태감이 생기고, 그 사람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아이러니하게도 그 문제는 우리가 그를 충분히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것일 수 있다. 처음 사귈 때 우리가 상대방에 대해 무지할 것이라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후로 연인의 곁에서 함께 지내게 되면, 우리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무감각해질 정도로 진정 친숙해진 것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같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가짜 친숙감에 불과할 것이다.  224

아홉. 책을 치워버리는 법
우리는 책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까?
프루스트는 책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할 때 생기는 위험들, 아니 책을 물신적으로 숭배하는 태도를 취할 때 생기는 위험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책에 대해 존경을 표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문예창작의 정신을 희화화하는 것이다.  237
그는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를 깨닫기 위해서는 대가가 느꼈던 것을 자신 속에 다시 그려 보려고 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무엇을 느끼는지 알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책을 읽어야 한다.  244
'독서는 정신적 삶의 문턱 위에 있다. 그것은 우리를 정신적 삶으로 인도할 수 있지만, 정신적 삶을 구정하지는 않는다.'  246
'우리 속 깊은 곳에 있지만 어떻게 들어가는지는 알지 못했던 집의 문을 마법의 열쇠로 열어주는 한, 우리의 삶에서 독서의 역할은 유익한 것이다. 반며에 독서가 정신에 자신만의 삶이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주지 않고 그 자리를 차지해 버린다면, 그것은 위험해진다.'  247
'(독서를) 학문 분과로 만드는 것은 단지 '자극'에 불과한 것에 너무 큰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독서는 정신적 삶의 문턱 위에 있다. 그것은 우리를 정신적 삶으로 인도할 수 있지만, 정신적 삶을 구성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가장 훌륭한 책들조차도 결국에는 내팽개쳐야만 하게 마련이다.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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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고른건 옮긴이의 글에서 저자가 일주일 동안 공항에서 생활하면서 관찰한 기록이라는 내용을 보았기에 선택하게 되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저자의 책들을 검색하고 여러권들을 읽으려 마음먹은 후이기에 그 중에 먼저 보고 싶었던 책인것이다.
이 책이 먼저 읽고 싶은 책이 된 이유는 '여행'이라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여행은 행복한 단어이다. 나에게 만큼은.
내 여행은 조금은 독특하고, 모험적이기에 다른이들이 들으면 입을 다물지 못하기도 하고, 놀랍다는 표현을 한다.
여행을 통해 많은 통찰력을 기를 수 있었고, 포용력도 기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먼저 잡아야 하는 책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먼저 잡은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온 시점이 늦어졌기에 그렇다.

아무튼 여행은 나에겐 가장 행복한 시간 중에 하나라는 점, 그에 더해 여행의 시작과 끝은 항상 공항이라는 점이다. 
책을 읽기전에 공항에 대해 구석구석 설명이 되었을거란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면서 내가 여행을 통해 들렀던 공항이 몇 개나 되는지 꼽아보았다.
28군데의 공항을 들렀다. 그런데 이상한건 공항을 떠올리면 여러가지가 생각이 나긴 하지만 한 번도 공항을 살펴보았던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첫 여행을 떠날때 조차도 처음들어가보는 공항이었는데도, 그곳을 둘러보거나 관찰해 본적이 없었다.
떠날때는 목적지에 대해 생각을 했었기에 그러했던것 같고, 돌아올때의 공항에서는 여행의 피로와 마지막을 정리하기 위해 조용히 있었던 것 같다.(첫 여행지는 태국이었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만만한 금액이고 전 세계 여행자들의 집결지인 카오산로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도 다양한 나라들을 배낭여행으로 떠났으나 공항을 구경해 보았던 기억이 없다.
필요한 것이 있을때 면세점을 잠시 들렸다. 그것도 살것만 사기위해 찾아갔다. 그리고는 매번의 여행은 라운지에서 안락한 의자에 앉아 음식과 음료들을 먹으면서 무언가를 정리하거나 계획을 세우거나 했었다.
가장 최근에 갔다온 2011년 12월에도 이것이 다였다.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내용에 집중한것보다 내가 지나갔던 공항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는데 더 집중한것 같다. 
그렇기에 이 책은 그 어느 책보다 즐거움을 더 주었다.
그리고 모든 공항은 아니겠지만 구경해 볼만한 공항은 이제부터라도 구경을 하면서 관찰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안락한 여행은 크게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나인데(물론 휴양지를 선택했을때는 안락함을 추구한다) 지금까지 공항에서만큼은 안락하게 있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부끄럽기도 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이기도 하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느낀다.

굉장히 부럽다. 어떤 경로로든 작가는 공항을 내집처럼 누비며 제한구역까지 들락거리며 관찰하고 체험하였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나쳐가는 그곳에서 합법적으로 그렇게 지내면서 여유를 부리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는것이 부럽다. 

책의 내용중에 '여행자들은 곧 여행을 잊기 시작할 것이다'라는 표현이 있다.
우리는 지나쳐가는 공항을 거의 잊는다. 생각을 떠올리면 공항의 구조는 어떻고, 화장실은 어디고, 티켓팅 데스크는 어디며, 게이트는 어디인지는 떠올릴 수있긴하지만 공항이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관찰해 본적이 없기에 자신이 거치는 라인 이외에는 잊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기억하는 것들은 모든 공항들이 가지고 있고 형태도 비슷한 것들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여행을 가면서 여행지는 관찰하려고 눈을 부릅뜨기는 하지만, 나처럼 공항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한국의 인천국제공항은 규모면에서도 뒤지지 않는 공항이며 구석구석 이용객들의 편의시설들도 매우 많이 있다. 그럼에도 그 내용을 아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막상 공항에 가면 여러곳에서 안내 팻말을 통해 알려주고는 있으나 사람들은 공항 자체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기때문에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인간이란 동물은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관찰하고 알기위해 노력하는 맹점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에게 공항 자체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면에서만이라도 이 책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 한다..^^



나는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가 네로 황제를 위하여 쓴 <분노에 관하여(On Anger)>라는 논문, 그중에서도 특히 분노의 뿌리는 희망이라는 명제가 떠올랐다. 우리는 지나치게 낙관하여, 존재에 풍토병처럼 따라다니는 좌절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분노한다. 열쇠를 잃어버리거나 공항에서 발길을 돌려야 할 때마다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열쇠가 절대 없어지지 않고, 여행계획이 늘 확실하게 이행되는 세계에 대한 믿음, 감동적이기는 하지만 무모할 정도로 순진한 믿음을 드러낼 것이다.  58-59

"죽음을 생각하면 우리는 무엇이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향하게 됩니다. 죽음이 우리에게 우리가 마음속에서 귀중하게 여기는 삶의 길을 따라가도록 용기를 주는 거죠."  119

"이 세상의 노고와 소란은 다 무엇을 위한 것인가? 부, 권력, 탁월한 위치를 추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애덤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1759)에서 그렇게 묻고 스스로 대답을 했다. "공감하고, 만족하며, 찬동하면서 곤찰하고,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는 대상이 되기 위해서이다."  123

세계의 익명의 공간들을 헤매고 다니는 동안 우리가 보통 취하는 엄숙하게 경계하는 태도를 곧바로 버리는 것은 무모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흼한 미소를 지을 여지는 남겨두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187

우리는 우리가 찾아갔던 여행지들에 부탁할 수도 있다. "내가 더 관대해지고, 덜 두려워하고, 늘 호기심을 느끼도록 도와줘. 나와 내 혼란 사이에 틈이 벌어지게 해줘. 나와 내 수치감 사이에 대서양 전체를 넣어줘." 지혜로운 여행사라면 우리에게 그냥 어디로 가고 싶으냐고 물어보기보다는 우리 삶에서 무엇을 바꾸고 싶으냐고 물어볼 수도 있을 텐데.  201

승객들이 도착 라운지에서 여행을 마무리하고 있을 때, 위층의 출발 라운지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새로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3

여행자들은 곧 여행을 잊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잊는다.  205


옮기고 나서
알랭 드 보통에게 조금만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에게 공항이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지 알 것이다. 돌이켜보면 클로이를 처음 만난 곳도 비행기 안이 아니었던가. 실제로 공항은 여행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기도 하고, 각 사람의 지위와 그에 따른 불안이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며, 현대 건축의 백미이기도 하고, 일의 기쁨과 슬픔이 녹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니 화성인이 온다면 구경시켜 주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장소로 공항을 꼽는다는 저자의 말은 전혀 농담이 아닌 것이다.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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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어떤 거리에서 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확확 달라지는 것 같다. 일 안에 완전히 묻혀 있으며, 그 의미는 커녕, 즐거움이니 괴로움이니 하는 말이 나오려면 어느 정도 거리가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하물며 기쁨이나 슬픔이라는 말이 나오려면, 일을 원경으로 멀리서 보아야만 할 듯하다. 곧 관찰자의 시점으로 물러난다는 뜻인데, 우리가 일의 관찰자가 되는 것은 자의든 타의든 일에서 떠나 있게 되거나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닌 상태에 머물 때이다. 만일 다수가 타의에 의해 일의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자리에 서게 된다면-이것이 지금 우리의 큰 문제이기도 하거니와-그것은 일의 비극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373)라고 한 옮긴이의 말에 공감한다.
일이 기쁨일까 슬픔일까를 생각해본적이 과연 있을까?

저자는 일을 따라가면서 글을 썼다. 
때로는 탐방을 통해 때로는 관찰을 통해 때로는 참관을 통해 일을 바라보는 소설가적인 입장으로 묘사를 하고, 때로는 특정한 모습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곁들이고, 때로는 그들과의 대화를 기술하면서 우리에게 일을 바라본 저자의 관점에서 표현하고 있다.

'현대 사회의 일을 이야기하는데'있어서 우리가 바라보지 않는 관점을 때로는 사소한것에서 때로는 독특한 것에서 때로는 일반적인 것에서 기술한다.
저자의 관점에서 우리의 관점까지 덧붙여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좋을듯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현대의 일하는 세계의 아름다움, 권태, 기쁨 그리고 가끔씩 느껴지는 공포에 눈을 뜨게 해주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특히 일이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줄 수 있다는 그 엄청난 주장을 한 번 파헤쳐보고 싶었지요.'

일의 아름다움이란 표현. 나는 일을 아름답게 본적이 없었던것 같다. 일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어떤 의미를 주느냐에 따라 일은 아름다워 질 수 있다.
일에 의미를 둔다는 것 자체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다시금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



1. 화물선 관찰하기
그레이브젠드의 방파제 끝에는 남자 다섯 명이 비를 맞으며 함께 서 잇다. 방수 비닐 재킷에 창이 두춤한 장화 차림이다. 그들은 말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안개에 덮인 강을 내다보고 있다. 어떤 형체를 좇는 중이다. 시간표를 보고 이미 그것이 '그랑드 니제리아'호임을 알고 있다. 또 그 배가 라고스로 가고 있으며, 화물창에는 아프리카 시장에 팔포드 자동차 부품이 가득하고, 줄처 900 디젤 엔진 두 대로부터 동력을 얻고 있으며, 이물에서 고물까지 길이가 214미터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들이 잃게 꼼꼼하게 조사를 해야 할 실용적인 이유 같은 것은 엇다. 다음에 탈 사람을 위해 배의 침상을 정돈할 책임이 잇는것도 아니고, 근처의 통제탑에 있는 직원처럼 이 배가 북해로 나아갈 때 사용할 뱃길을 지정해주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그저 이 배 자체에 감탄할 뿐이며, 그냥 그녀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싶을 뿐이다. 항구에 삶을 연구하는 데 쏟는 그들의 열정은 종종 예술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하다. 그들의 행동을 보면, 사하라 서부 끝을 돌아 굴대를 운송하는 데에도 임파스토(유화에서 물감을 겹쳐 두껍게 칠하는 기법) 기법으로 여성의 누드화를 그릴 때와 같은 창조성과 지성이 필요하다고 믿는 듯하다. 이들과 비교해보면 금방 싫증을 내며 카페테리아에 관심을 보이고, 선물 가게에 마음이 흔들리고, 틈만 나면 벤치에 앉고 싶어하는 박물관 관람객들은 얼마나 변덕스러워 보이는지. 사실 먹을 것이라고는 보온병에 든 커피가 전부인 채로 '헨드리키에 바딩'이라는 이름의 배 앞에서 폭풍우를 맞으며 두 시간을 보낸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되겠는가.
물론 배를 관찰하는 사람들이 특별한 상상력으로 열광 대상에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관심사는 통계다. 그들은 운행 날짜와 항해 속도에 에너지를 집중하며, 터빈 숫자와 샤프트의 길이를 기록한다. 마치 깊은 사랑에 빠져 여인에게, 내 감정에 따라 행동해도 좋으냐고, 당신의 팔꿈치와 어깨뼈 사이의 거리를 재도 좋겠냐고 묻느 ㄴ남자 같다.  29-30
배를 관찰하는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근대 이전 여행자들의 습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새로운 나라에 도착하면 그 나라의 곡물창고, 도수관, 항구, 작업장에 특별한 호기심을 드러내곤 했다. 노동 현장을 관찰하는 것이 무대나 교회 벽을 구경하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관광이라고 하면 바로 노는 것을 연상하고, 그래서 알루미늄 공장과 하수 처리 시설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우리 눈길을 빼앗아 뮤지컬이나 납인형 진열관의 널리 떠벌려지는 즐거움 쪽으로 몰고 가는 현대의 관점과는 사뭇 다르다.
강가에 서 있는 사람들은 그런 현대적 관습으로부터 벗어나, 화물의 움직임과 컨베이어 벨트의 우르릉거리는 소리에 대한 관심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지나가던 구경꿈이라면 그들이 서 잇는 부두의 같은 자리에 선다 해도 공장 마당에서 나오는 트럭 세 대밖에 못 볼지 모르지만, 이들은 배에 실린 브라질 산 사탕수수의 오디세이의 다음 장을 예특할 수 있다. 이 사탕수수는 화물선 '발레리아'호를 타고 건너와 이제 설탕으로 변신했으며, 실버타운에 잇는 테이트 앤드 라일 정제 공장을 떠나 건포도 케이크를 만드는 더비의 시설로 가고 있다. 이들은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조류학자와 비슷한 만족감을 느낀다. 조류학자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파란색과 잿빛이 섞인 보통 새라고 여기고 곧 고개를 돌려버릴 새를 쌍안경으로 관찰하고, 상아 해안의 늪지대 서식지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여 6천 킬로미터가 넘는 여행을 한 끝에 쉬고 있는 필로스코푸스 트로킬루스(연노랑솔새)를 올해 처음 만낫다며 기뻐하지 않는가.
그들에 비하면 우리 대부분은 얼마나 무지한가.  32-33
나는 부두에 서 있던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현대 일터의 지성과 특수성, 아름다움과 두려움을 노래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특히 일이 우리에게 사랑과 더불어 삶의 의미의 주요한 원천을 제공할 수 있다는 그 특별한 주장을 주의 깊게 들여다볼 생각이다.  34


2. 물류
현재 우리는 많은 물건을 실제로 손에 넣을 수 는 있지만, 그런 물건들의 제조와 유통 과정이 어떠한지는 전혀 상상할 수 없다. 이런 소외 과정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경이, 감사, 죄책감을 경험할 수많은 기회를 박탈당한다.
물류(logistics)'라는 말은 군데 용어로는 병참이라고 부르는데, 이 말은 고대 그리스의 '로지스티코스(logistikos)' 즉 군대에서 식량과 무기의 조달을 책임지는 병참 장교라는 말에 뿌리를 둔 것이다.  39
지구의 기울어 있는 축 때문에 고객이 음식에서 만족을 느끼는 일이 지연되는 사태를 슈퍼마켓은 앞으로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가령 딸기는 한겨울에는 이스라엘, 2월에는 모로코, 봄에는 스페인, 초여름에는 네덜란드, 8월에는 잉글랜드, 9월부터 크리스마스 사이에는 샌디에이고 뒤의 과수원에서 들어온다. 딸기를 따는 순간부터 잿빛 곰팡이의 공격에 굴복하기 시작하는 순간까지 여유는 96시간뿐이다. 그래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어른이 이 부드럽고 통통한 과일의 엄중한 요구에 굴복하여 어쩔 수없이 게으름을 떨쳐내고, 창고들 사이에 화물 받침대를 깔아옿거나 우르릉거러는 디젤 트럭 안에 앉아서 기다린다.
창고 소유자들의 상상 속에서 보안에 대한 걱정이 그렇게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지만 않는다면, 창고는 완벽한 관광지가 될 것이다.  49
내 흥미를 자극하는 것은 이런 성취에 대하여 거의 음모를 꾸민 듯 모두가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시간이 지나자, 이 물고기 한 마리에서 출발하여 이 물고기가 이곳까지 올 때보다는 조금 느린 속도로 다시 바다까지 거슬러 이곳까지 올 때보다는 조금 느린 속도로 바다까지 거슬러 가보고 싶은 욕망마저 생긴다.  53


3. 비스킷 공장
"요즘 비스킷은 요리가 아니라 심리학의 한 분야입니다." 로렌스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로렌스는 슬라우에 있는 한 호텔에 선문 대상자 몇 명을 모아놓고 이 비스킷을 만들었다. 그는 일주일에 걸쳐 그들의 생활에 관해 질문했다. 그들에게서 감정적인 갈망들을 끄집어내, 새로운 제품의 조직 원리로 통합해내려는 것이었다. 템스 리비엘 호텔의 어느 회의실에 모인 저소득층의 어머니들은 대부분 공감, 애정, 그리고 로렌스가 경구처럼 간결하고 단순하게 표현한 대로 '내 시간'에 대한 갈망을 토로했다. '모먼트' 비스킷은 그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 대한 그럴 듯한 해결채긍로 모스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밀가루 반죽으로 심리적 갈망에 응답을 하겠다는 계획은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로렌스는 그런 계획이 노련한 브랜딩 전문가의 손에 들어가면 비스킷의 폭, 형태, 코팅, 포장, 이름 등으로 구체화되며, 이런 결정에 따라 비스킷도 위대한 소설의 주인공처럼 상황에 어울리는 미묘한 느낌을 발산하는 인격을 부여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로렌스는 처음부터 자신의 비스킷이 사각형이 아니라 원형이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거의 모든 문화에서 원과 여성성과 전체성이 서로 연겨로디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쾌적한 탐닉의 인상을 전달하기 위해 작은 건포도 조각과 초콜릿 칩이 들어가는 것도 필수였다. 그러나 노골적인 퇴폐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것은 막아야 했기 때문에 크림은 넣지 않았다. 
로렌스는 그 뒤 반년 동안 동료들과 포장 문제로 고민을 하다가, 마침내 단순하게 비스킷 아홉 개를 검은 플라스틱 트레이에 넣은 다음 광택이 나는 24센티미터 길이의 판지 상자에 담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때부터 로렌스는 이 비스킷의 이름을 두고 토론을 시작했다. '리플렉션' , '리트리트' , '딜라이트' , 그리고 비스킷의 기초가 되었던 개념인 '마이 타임' 등이 물망에 오르다. 로렌스에게 적당한 이름이 떠올랐다. 번쩍이는 영감이 찾아왔다고 표현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제 글자체의 선택에 주의를 기울일 시간이 왔다. 디자이너의 최초 레이아웃은 상자를 가로질러 로맨틱 에드워디언 글자체로 'Moments'라는 단어를 적는 것이었다. 그러나 몇몇 임원은 이 디자인이 현실 생활로부터 도피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 쾌적한 보완물이 되고자 하는 이 제품의 본래 의도보다 너무 멀리 나가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래서 현실로부터 잠시 풀려날 기회를 주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현실을 존중하는 스낵에 어울리도록 마지막 순간에 m과 s를 좀 더 수직으로 세우는 쪽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80-84
일이 의미 있게 느껴지는 건 언제일까? 우리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의 기쁨을 자아내거나 고통을 줄여줄 때가 아닐까? 우리는 스스로 이기적으로 타고났다고 생각하도록 종종 배워왔지만, 일에서 의미를 찾는 방향으로 행동하려는 갈망은 지위나 돈에 대한 욕심만큼이나 완강하게 우리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합리적인 정신 상태에서도 안전한 출세길을 버리고 말라위 시골 마을에 먹을 물을 공급하느 ㄴ일을 도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또 인간 조건을 개선하는 면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고급 비스킷보다도 섬세하게 통제되는 제세동기가 낫다는 것을 알기에, 소비재를 생산하는 일을 그만두고 심장 간호사 일을 찾아볼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가 그저 물질만 생각하는 동물이 아니라 의미에 초점을 맞추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86
정신이 고결하고 도덕적인 야심이 있는 구성원들은 사회의 방종에 경악했다. 그들은 소비주의를 매도하면서 대신 아름다움과 자연, 예술과 우애를 찬양했다. 그러나 비스킷 회사는 초콜릿 비스킷의 효율적인 생산을 무시하고, 사회의 가장 유능한 구성원들이 혁신적인 마케팅 프로모션 기법을 개발하면서 인생을 보내는 것을 엄하게 막는 나라들이 너무 버거워 감당하기 힘든 문제에 늘 직면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는 점에서 의미잇는 곳이다. 그런 나라들은 가난하다. 너무 가난해서 정치적 안정을 보장할 수도 없고, 가장 취약한 상태에 있는 국민을 돌보지도 못한다. 그 결과 이런 나라의 국민은 기근이나 전염병에 목숨을 빼앗긴다. 고상한 나라들은 국민이 굶주리게 놔두는 반면, 자기중심적이고 유치한 나라들은 도넛과 6천 가지 종류의 아이스크림 덕분에 산과 병동과 두개골 스캐닝 기계에 투자할 자우너을 갖추고 있다.
암스테리담은 건포도와 꽃의 판매를 기반으로 건설되었다. 베네치아의 궁들은 양찬자와 향료 교역에서 생긴 이윤으로 지었다. 설탕은 브리스톨을 건설했다. 상업적인 사회는 종종 비도덕적인 정책을 펼치고, 이상을 무시하고, 이기적인 자유주의에 빠져들지만, 그럼에도 물건이 많은 상점과 돈이 그득한 금고를 갖추어 신전이나 고아원을 건설할 자금을 댈 수 있다.
나는 오스텐드 외곽의 도로변 휴게소 창가에 앉아 트럭 한 대가 두루마리 화장지를 싣고 덴마크로 출발하느 ㄴ것을 지켜보다가 포티에가 작별 선물로 준 모먼트 한 상자를 뜯으며 우리 사회에 관해 생각해 보았다. 이 사회는 우리의 진지하고 의미심장한 요구와 관계가 없는 산업, 그 결과 컴퓨터 터미널 앞과 창고 안에서 우리를 의미 상시의 위기로 몰아넣기 십상인 산업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나는 우리 노동의 진부함을 생각하며 희미한 절망감을 느끼다가도, 거기에서 나오는 물질적 풍요를 졵ㅇ하지 않을 수 없엇었다. 겉으로는 유치한 게임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이 우리의 생존 자체를 위한 투쟁과 절대 거리가 멀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초콜릿 코팅을 한 끈적끈적한 모먼트가 뜻밖에도 위로가 되었는데, 거기에는 그런 모든 생각들이 담겨 잇는 것처럼 느껴졌다.  112-114


4. 직업 상담
우리의 과학기술이 아무리 강력하고 우리 회사들이 아무리 복잡하다 해도, 현대의 일하는 세계의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결국 내적인 것으로서 우리 정신의 한 측면을 구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바로 일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어야 한다느 ㄴ널리 퍼진 믿음이다. 일을 중심에 둔 것은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일이 형벌이나 속죄 이상의 어떤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것은 우리가 사는 사회가 처음이다. 경제적인 필요가 없어도 일은 구해야 한다고 암시하는 것도 우리 사회가 처음이다. 직업 선택이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 사귀게 된 사람에게도 어디 출신이냐, 부모가 누구냐 묻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고 묻는다.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길로 나아가려면 보수를 받는 일자리라는 관문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는 가정이 깔려 있는 것이다.  116
시먼스의 책상 위에는 피렌체의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아틀라스의 노예>라는 제목으 미완성 조각을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 이 사진에는 원재로에서 박물관에 들어갈 작품으로 여행을 하던 중간에 멈춘 조각이 포착되어 잇었다. 아직 머리가 없는 인간 형체가 대리석 토막으로부터 빠져 나오려 애쓴느 모습이었다. 시먼스는 직업 상담이 우리 모두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을 이 미완의 작품이 매혹적이 ㄴ비유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니체의 말을 빌리면, 그것은 우리 각자가 진정한 나 자신이 되도록 돕는 일이었다.  128
지금보다 더 위계적이었던 사회에서는 개인의 운명이 대체로 출생이라는 우연에 의해 결정되었다. 성공과 실패가 나는 산을 움직일 수 있다는 선언을 동반한 실력에 달려 있지 않았다. 
그러나 능력주의적인, 또 사회적 이동이 심한 현대 사회에서 사람의 지위는 자신감, 상상력,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몫을 설득하는 능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식으로 출세를 할 가능성 때문에 금욕과 체념의 철학들은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잇다. 시끄럽게 부추겨대는 소리를 들을 만큼 자신이 저급하다고 믿지 않기 때문에 <성공하겠다는 의지>같은 제목이 붙은 책을 고자세로 경멸햇다가 필생의 기회를 놓쳐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일종의 비관주의적 자부심 때문에 인생을 망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134
나는 시먼스의 회사를 나오면서, 모두가 일과 사랑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너그러운 부르주아적 자신감 안에 은밀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배려 없느 잔혹성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 두 가지에서 절대 충족감을 얻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충족감을 얻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뜻일 뿐이다. 예외가 규칙으로 잘못 표현될 때, 우리의 개인적 불행은 삶에 불가피한 측면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저주처럼 우리를 짓누르게 된다.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는 인간의 운명에서 갈망과 오류를 위해 마련된 자연스러운 자리를 부정하여, 우리가 경솔하게 결혼을 하고 야망을 실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집단적인 위로를 받을 가능성을 부인해버린다. 그 결과 우리는 어떻게 해도 진정한 나 자신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 혼자만 박해와 수모를 당한다느 ㄴ느낌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142


5. 로켓 과학
나는 근대를 살아가려면 고통스러운 심리적 적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프게 깨달았다. 과학이 제공하는 잠재력을 존중하면서도 그 혜택이 좁은 틀 안에 갇혀 공혹스러울 정도로 제한적일 수도 있다는 점 또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활동이 공학처럼 흥분을 자아내고 엄격성을 고수하기를 바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그런 유혹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의 성취에 지나치게 감동을 받아 저열한 형태의 오류와 부조리가 집요하게 우리를 따라 다닌다는 사실까지 간과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음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87


6. 그림
테링러는 자신이 설정한 도전의 성격이 제한적임을 인정한다. 5년간의 그림을 모은 전시회에 맞추어 쓴 에세이는 다음과 같은 선언으로 시작된다. "나는 어른이 되어 거의 모든 시간에 물리적 세계를 관찰하는 일을 해왔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은 해를 볼 때와 해에서 고개를 돌릴 때 일어나는 빛의 변화에 관심을 가졌다." 자기비하와 과대망상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은 야심을 요약한 말이다.  200


7. 송전공학
미국 작가 랄프 월도 에머슨은 1844년에 발표한 '시인'이라는 제목으 ㅣ에세이에서 그의 동료들이 아름다움을 너무 좁게 정의한다고 개탄했다. 시인들은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과거의 유명한 화가나 시인의 작품에 나오는 전원적인 풍경, 또는 때 묻지 않은 목가적 장면에만 한정해서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에머슨 자신은 산업 시대에 새벽에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철도, 창고, 운하, 공장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유심히 관찰했으며, 다른 형식의 아름다움이 존재할 가능성에 여지를 주고 싶었다. 에머슨은 노스탤지어에 젖어 구식 시에 헌신하는 사람들과 그가 진정한 현대적 시 정신을 자겼다고 판단한 사람들-그들이 실제로 쓴 것보다는 편견이나 편애 없이 세상에 접근하고자 하는 태도 때문에 시인이라는 이름을 들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을 비교했다. 에머슨은 구식의 시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공장톤과 철도를 보면서 그것들 때문에 풍경의 아름다움이 무너졌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그들이 읽은 책에서 그런 것들이 아직 거룩하게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진정한 시인은 공장톤이나 철도가 벌집이나 기하학적인 거미줄과 마찬가지로 위대한 자연 질서 안에 포함된 것이라고 본다. 자연은 그 생명력 넘치는 품 안에 그것들을 빠르게 받아들이며, 미끄러져 가느 ㄴ자동차들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한다.  246


8. 회계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자유의 끝이라는 뜻이지만, 동시에 의심과 집념과 변덕스러운 욕망의 끝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 회계사의 만 가지 가능성도 이제 마음에 드는 몇 가지로 줄어들었다.  266


9. 창업자 정신
나는 영감과 동시에 벌을 받은 기분으로 창업자들의 모임을 떠났다. 나는 모센 바마니(물에 뜨는 신발 발명가) 같은 비전을 품은 사람들을 존경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 그의 갓 태어난 사업은 한층 주류에 속하는 기업들이 간과하는 욕망을 포착하여 그것을 활용하려 했다. 그러나 나는 이 정력적인 사람들이 설정한 목표가 호수를 건너거나 포테이토칩을 먹는 문제, 욕실에 물건을 보관하고 불을 끄는 문제에서 실제로 보통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결정을 내리는지 이해를 못하기 때문에 빛이 바랜다는 사실도 놓치지 않았다.  322
우리(그러니까 니체의 말처럼 아직 나 자신이 되지 못한 많은 수의 우리)는 혼자 있을 때면 우리가 해보고 싶어하는 여러가지 일을 그려보면서 스스로 세상을 더 낫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자신에게 더 도취되어 있을 때면, 심지어 가게 처마는 어떤 모양이어야 하고, 새로운 서비스의 광고는 어떤 식으로 써야 하는지까지 꼼꼼하게 생각해보기도 한다. 이런 유쾌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는 백일몽은 우리 인격 가운데 한 측면, 그러니까 어린 시절에 부엌 한구석에 식료품점을 차려놓고 기뻐하거나 정원에 판지 상자로 호텔을 짓고 만족하던 바로 그 측면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우리 안에 깊이 자리 잡은 어떤 열망과 통찰에 창업이라는 형식을 부여하고 싶은 인간적 충동은 태어날 때부터 평생 동안 끈질기게 지속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324-325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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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리가 분노를 해야 하는 시대에 있다는것이 가슴아픈 일이다. 94세의 할아버지가 현재를 사는 젊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젊은 시절 사르트르를 선배로 만났고 독일인으로서 자신의 신념으로 레지스탕스로 활동하고 유대계 독일인이라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사형선고까지 받은 사람. 
전쟁이 끝나고는 외교관으로 대사로 인권위원회 대표로 다방면에서 활동하면서 쌓아온 자신의 열정과 경험으로 세상에서의 삶을 정리하는 그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권과 환경문제에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일까. 이정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정이 살아 숨쉬는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은..
저자는 '분노'라고 표현한다. 막연하게 분노를 느끼고 원초적인 방식의 폭력적 분노가 아니라, 삶을 올바로 바라보고 배우고 관찰하여 마땅히 분노해야 하는것에 인도적인 분노를 나타내라는 것이다. 
2차 대전때 레지스탕스는 분노때문에 일어난것이라 한다. 자유를 위한 동력으로 분노를 일으키고 투쟁을 한것. 지금의 시대에 총대를 넘겨 받아. 정치 경제 지성계에서의 사명을 다 해나가는 면에서 부당함이 있을때, 인류가 아닌 개인의 이기심을 볼 때...마땅한 분노는 역사의 흐름을 올바르게 바꾸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지금 분노할 것은 있는가? 있다면 얼마나 있는가? 
사실 우리는 잘 모른다. 
이유는 가리워져 있어서이다. 알아도 생활에 끌려가고 있어서 신경쓸 여유가 없다. 
'나'만 생각하는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기득권의 노림수에 빠져 있어서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우리의 눈은 가리워져 있고, 귀는 닫혀져 있으며, 그도 아니면 삶에 치이게 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떻든 사실이 아닌 진실은 분명히 존재한다. 
어쩌면 실제 아픔을 느끼지 않으려 고통을 피해 아름다운 것만 보려고 하는 안타까운 현실일지도 모른다.

프랑스에서 200만부가 넘게 읽히고 많은 유럽으로 그리고 세계속으로 번역되어 가고 있는 이 책이 한국 사람들에게 얼마나 읽힐것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읽혀 그들이 곧 기득권이 되어 세상이 아닌 그들만이 변화되어 간다면 소용이 있는것일까..
뜬금없을지도 모를 이런 생각이 든다.

특히나 동양 문화권에서 참을성을 배워온 우리들은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이러한 문제를 받아들이는것이 쉽지 않을지 모른다. 사실은 생각하면 어렵지 않지만 생각하기 전이 문제이다. 매우 어려울것처럼만 보이는 두려움과 무력감이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책의 표현에도 나왔듯이 짧지만 강력한 내용(한국어판으로 40여 페이지에 불과하다)을 전달하는 이 책이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생각할 계기를, 생각하면서 살아가지만 행동은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행동의 계기를, 행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여러가지 방법의 길이 있음을 깨우치는 계기를,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방법으로 우리는 우리 주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있음을 알아채는 계기를, 여러가지 이 시대에 필요한 것들이 드러나 보이게 할 수 있는 계기들을 주는 원동력이 된다면 아주아주아주 조금은 더 나은 내가 그리고 내 주위가 그리고 나라가 그리고 세계가 되지 않을까.
너무 과한 표현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사는 그 지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내용의 책을 읽어서 이런 표현을 막 내뱉고 잇는지도 모른다. '그래 그래야지. 그럼그럼 그렇게 되어야해. 시대를 거꾸로 가는 이 나라를 보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것이야.'
이러한 생각이 들어 내뱉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실제 돌아보면 나보다 못한 사람들은 많이도 있다. 내것도 없는데 그런것까지 신경쓸 수는 없다고 볼 수 도 있지만, 환경 파괴가 결국은 우리에게 아니 우리의 자손에게 돌아오는 것을 알고 있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그 사실 하나를 다시금 떠올려 한 번 더 생각하고 조심해 나가는 과정이 어쩌면 소시민이 할 수 있는 조그만 분노일지 몰라도 그것은 '나비효과'처럼 커져서 돌아온다. 
진정 불쌍한 사람들에게 말이 아니라 생각이 아니라 실제로 작은 도움을 베풀때 돌아오는 내 마음속의 편안함과 뿌듯함, 그것에 더해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미래에 어떤식으로라도 다시 돌아오는 고마움이 될 것이다.
사소하면서도 작은 따뜻한 분노부터, 인도적인 큰 분노까지 우리의 삶에 조금씩 자라 잡아가는 그러한 생각은 각박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 아닐까.
나 자신이 둘러볼 수 있는 여유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





프랑스 해방 이래로 창출되는 부의 양은 괄목할 만큼 증가했는데...
이제 민영화된 은행들은 우선 자기들의 이익배당과 경영진의 고액 연봉 액수에나 관심을 보일 뿐, 일반 대중의 이익 같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극빈 층과 최상위 부유층의 격차가 이렇게 큰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리고 돈을 좇아 질주하는 경쟁을 사람들이 이토록 부추긴 적도 일찍이 없었다.
레지스탕스의 기본 동기는 분노였다.
나는 여러분 모두가, 한 사람 한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분노의 동기를 갖기 바란다. 이건 소중한 일이다. 내가 나치즘에 분노했듯이 여러분이 뭔가에 분노한다면, 그때 우리는 힘 있는 투사, 참여하는 투사가 된다. 이럴때 우리는 역사의 흐름에 합류하게 되며, 역사의 이 도도한 흐름은 우리들 각자의 노력에 힘입어 면면히 이어질 것이다. 이 강물은 더 큰 정의, 더 큰 자유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여기서 자유란 닭장 속의 여우가 제멋대로 누리는 무제한의 자유가 아니다. 1948년 세계 인권 선언이 구체적으로 실천방안까지 명시한 이 권리는 보편적인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어느 누구라도 이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거든, 부디 그의 편을 들어주고, 그가 그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라.  14-16

어떤 권력에도, 어떤 신에게도 굴복할 수 없는 인간의 책임. 권력이나 신의 이름이 아니라 인간의 책임이라는 이름을 걸고 참여해야 한다.  19

맞다. 분노의 이유가 오늘날에는 예전보다 덜 확실해 보일 수도 있다. 아니면 세상이 너무 복잡해진 것일 수도 있다.
이제 우리의 상대는 광활한 세계이며, 그 세계가 상호의존적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절감하고 있다. 그 세계가 상호의존적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절감하고 있다.
그것이 무슨 일인지 알려면, 제대로 들여다 보고 제대로 찾아야 한다. 나는 젊은이들에게 말한다. "제발 좀 찾아보시오. 그러면 찾아질 것이오."라고, 최악의 태도는 무관심이다.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내 앞가림이나 잘 할 수밖에.." 이런 식으로 말하는 태도다. 이렇게 행동하면 당신들은 인간을 이루는 기본 요고 하나를 잃어버리게 된다. 분노할 수 있는 힘, 그리고 그 결과인 '참여'의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는 것이다.
이미 우리가 식별할 수 있는 커다란 도전이 두 가지이다.
첫째, 극빈층과 최상위 부유층 사이에 가로놓인, 점점 더 커져만 가는 격차.
둘째, 인권, 그리고 지구의 현재 상태.  21-22
나는 젊은이드에게 말한다. "주변을 둘러봐요. 그러면 우리의 분노를 정당화하는 주제들 -이민자, 불법체류자,집시들을 이 나라가 어떻게 취급했는지 등등- 이 보일 겁니다. 강력한 시민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구체적 상황들이 보일 겁니다. 찾아요. 그러면 구할 것입니다."  26

'도에 넘치게 분노'해서는 안되며, 어쨌든 희망을 가져야 한다. 격분이란 희망을 부정하는 행위다. 격분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고, 당연한 일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용납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희망이 긍정적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경우에, 격분 탓으로 그것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31

폭력은 희망에 등을 돌리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폭력보다는 희망을, 비폭력의 희망을 택해야 한다. 우리는 그 길을 따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인권을 침해하는 주체는 누구를 막론하고 우리의 분노를 촉발해 마땅하다.  34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오로지 대량 소비, 약자에 대한 멸시, 문화에 대한 경시(輕視), 일반화된 망각증, 만인의 만인에 대한 지나친 경쟁만을 앞날의 지평으로 제시하는 대중 언론매체에 맞서는 진정한 평화적 봉기"
"창조, 그것은 저항이며
 저항, 그것은 창조다."라고.  38-39




편집자 후기
그는 이렇게 단언했다.
"나는 언제나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 편에 서왔다."  50


저자와의 인터뷰
도덕이란 타인들과 사회가 만들고 우리에게 강요하는 규범에 순응하는 것일 터입니다. 또 윤리란 완성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만들어가야 할 것, 즉 발명이며 창조(말하자면 결국 각자 자기만의 자유를 얻어내는 일)일 테니까요.
아주 일찍부터 어머니는 나에게 어떤 의무라도 지우듯이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네가 행복해야 남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법이야. 그러니 항상 행복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행복 해지려고 참으로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언젠가는 정신분석 전문가한테서 이런 말까지 들었습니다. "당신은 자신이 신인 줄 아시나 보내요." 물론 이건 농담이겠고..  54
나의 비결, 그것은 물론 '분노할 일에 분노하는 것'이죠. 그리고 또 하나의 비결은 '기쁨'입니다.
따로 또 같이, 정의롭지 못한 일이 자행되는 곳에 압박을 가하는것이 우리 각자가 해야 할 일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하려 애쓰는 것은 우리 각자의 몫입니다.  55
어쨌든 내 인생은 긍정적인 사건들의 연속이었다고 봅니다.
당시에야 끔찍했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긍정적이라는 것이죠.
굉장한 연애도 해 보았고.. 남에게 베풀고 싶은 마음과 베푸는 기쁨을, 남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책임을 감수하는 것. 어떤 경우에도 나에게 베풁고 싶다는 마음, 이 마음을 북돋워야 합니다. 사람을 책임 있는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그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지성과 감성을 키워주는 것이 바로 그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56
이 책은 프랑스에서만 200만 부 가까이 팔렸고,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번역본이 나왔거나 현재 준비 중입니다. 유럽 이외의 국가로는 한국, 일본, 브라질, 미국 등이 있고, 심지어 중국에서도 올해 6월에 이 책의 번역본이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59
우리는 시민 대중이 보기에도 매우 불안해진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59
바로 이 시점에 시민 대중은 묻습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내게 닥치는 일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겨우 본문 20쪽밖에 안 되는 제 책이 이렇게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둔것은 전 세계 시민들이 광범위하게 절감하고 있는 문제제기에 화답을 했기 때문입니다.  60
이 책을 잘 표현한 글이 최근 <르몽드> 지 서평 머리기사로 게재된 다으모가 같은 제목의 글입니다. "레지스탕스, 현재를 감전시키다 - '분노하라!' 는 현재의 우리들이 적절히 포착해 이용할 대상으로서, 전달의 몸짓으로서 더욱더 관심을 모으는 책이다." 왕년에 레지스탕스에 뛰어들었던 한 노인이 역사에, '그들의' 역사에 의미를 부여하기위해 노심초사하는 젊은이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인 것입니다.  61
잘 되어가는 사회란 무엇입니까? 모든 시민에게 생존의 방편이 보장되는 사회, 특정 개인의 이익보다 일반의 이익이 우선하는 사회, 금권에 휘둘리지 않고 부가 정의롭게 분배되는 사회입니다.
세 단어로 짧게 줄이면 여전히 이것입니다. '자유, 평등, 박애'!
그런데 역사의 어느 시기에는 이 가치들이 다른 때보다 더욱 심각하게 문제시됩니다. 지금의 현실이 그러합니다. 
유명한 작가이자 경제학자인 호세 루이스 삼페드로는 '설령 다시 살 수 있다 해도 나는 지금 여기서, 당신 앞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일을 할 것입니다. 우리는 자유롭게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자기 나름으로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 광고 메시지나 언론이 전하는 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 것, 이것이 중요합니다. 자유로운 사고를 해야만 자유롭게, 양심에 입각해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젊은이들은 옛날 레지스탕스 당시에 우리가 했던 것처럼 네트워크를 이용해야 합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인터넷상의 각종 네트워크(SNS)를 자유 자재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62-63
나는 호소합니다. 우리의 정신을 완전히 개혁하자고, 폭력은 거부해야 합니다. 우선, 효과가 없기 때문에 그래야 합니다. 
폭력은 폭력의 악순환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미래로, 희망으로 향한 문을 닫아 버리게 합니다. 
비폭력이란 손 놓고 팔짱 끼고, 속수무책으로 따귀 때리는 자에게 빰이나 내밀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비폭력이란 우선 자기 자신을 정복하는 일, 그다음에 타인들의 폭력성향을 정복하는 일입니다.  65
참여의 방법은 다양합니다. 정당..
어떤 특별한 대의를 위해 활동하는 기구, 협회, 운동 등에도 참여를 해야 합니다. 예컨대 세계인권연맹,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또 그린피스 같은 환경운동 단체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합(組合) 활동에도 참여해야 합니다.
일반인들이 항상 잘 깨닫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교육이 부족해서 그럴까요? 교육도 부족하지만 정치적 창의성도 부족합니다.  66
극도의 빈곤 문제가 생태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또 테러리즘 문제와도 연관됩니다.  68


'분노'와 '평화적 봉기'가 세상을 바꾼다(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분노는 삭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삶의 지혜가 널리 퍼져 있는 한국 사회에서 "분노하라!"라는 직설적, 선동적 메시지는 생경하게 들릴 수 있다.
'마음공부'를 통하여 수시로 일어나는 심화(心火)를 직시하고 가라앉히는 것의 중요함을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마음공부'가 '공분(公憤)'과 '의분(義憤)'의 불씨를 마음속에서 꺼버리는 것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화의 뿌리가 사적인 것이 아니라 공적인 것일 때는 그 공적인 원인을 해결할 때만 화는 사라진다.  71
1970~1980년대 우리는 군사독재에 맞서 '군사적'으로 싸웠다. 거칠었다고, 과격했다고 비난해도 좋다. 폭압적 정치권력과 천민 자본주의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화운동의 기본 동기는 실로 분노였다. 수많은 열사와 투사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현실은 처참하고 비통했다. 그리하여 각자가 방식으로 "인간의 책임이라는 이름을 걸고 참여"했다. '국가폭력'에 맞서 화염병을 던지고 짱돌을 던지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그 '대항폭력'의 행사는 '사회적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면서도 그로 인해 사람이 다칠 때는 몹시 자괴하고 고민했다.
당시 우리는 무엇을 꿈꾸었는가. 자유로운 선거를 통해 대통령,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등 대표자를 직선으로 뽑는것, 시민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 야당과 자유로운 언론의 존재가 보장되는 것, 국가권력이 시민의 인권을 자의적으로 박탈, 제약하지 못하게 하는 것 등이 당시 우리들의 절박한 꿈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 덕분에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졌고, 이후 이꿈의 상당 부분은 실현되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한국의 정치적 민주주의가 대거 그리고 급속히 후퇴하고 있기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네티즌을 감옥에 넣고, 정부 통상정책의 문제점과 광우병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한 작가, 기자, 피디와 G20 정상회의 홍보포스터에 쥐를 그려 놓은 대학강사를 처벌하려고 시도한다. 이러한 '과잉범죄화'의 칼을 휘두르는 것은 검찰이다. 한편 정부는 정보기관의 불법적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대표적 시민운동가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걸고, 국방부의 '불온문서' 지정에 의문을 품고 헌법재판소로 달려간 군법무관을 파면한다. 참으로 천박하고 한심하다. 권위주의가 좀비가 되고 유령이 되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정치적 민주주의 근본은 무너지지 않고 있다. 민주화를 이끈 대중의 분노와 그에 기초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정치적 민주화로 대의민주주의가 확립되었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떠한가. 대의제 민주주의 안에 자신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없는 약자와 소수자 집단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지만, 현재의 대의제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잇다. 몇 년에 한 번씩 투표자를 뽑는 기회를 가졌다고 민주주의 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의제가 엘리트나 강자가 자신의 지배를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정당화하는 장치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한편 "이제 국가의 최고 영역까지 금권의 충복들이 장악한 상태"에서 "금권이 전에 없이 이기적이고 거대하고 오만방자"하게 위세를 부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인지 '삼성왕국'인지 헷갈리는 현실! 생물학적 기준에 따라 세세손손 시장권력을 대물림하면서도 견제와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재벌의 모습은 '맘몬'(mammon)에 다름 아니다. "은행들은 우선 자기 들의 이익배당과 경영진의 고액 연봉 액수에나 관심을 보일 뿐, 일반 대중의 이익 같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은행 문턱은 서민에게 그 얼마나 높은가. 그런데 은행은 고객의 예금을 어디에 쓰고 있는가. 은행은 재벌의 사금고가 되어버리지는 않았는가. "극빈층과 최상위 부유층의 격차가 이렇게 큰 적은 일찍이 없었다." 최저 임금 상태를 표시하는 '빅맥지수'를 사용하자면, OECD 최저 수준의 한국 최저 임금 시급 4,320원으로는 맥도널드 빅맥세트를 사 먹을 수조차 없다. 정규직과 동일한 양과 질의 노동을 해도 임금은 반 토막을 받는 비정규직이 무한정 양산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상위 20%가 부의 80%를 소유한다는 빌프레도 파레토의 '20대 80 법칙'은 확고히 자리를 잡앗다. 아니 한국 사회에서는 '10대 90 법칙' 또는 '5대 95 법칙'으로 변화하여 관철되고 있을지 모른다. 자산, 소득, 교육, 건강 등 여러 측ㅂ면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논리가 기승을 부리는 정글이 되었다. 돌아보건대 "돈을 좇아 질주하는 경쟁을 사람들이 이토록 부추긴 적도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 진보건 보수건 간에 민주공화국의 원칙과 가치에 입각한다면 이러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의 민주공화국이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고소영' 및 '강부자'만을 위한 정책을 실현하는 데 여념이 없고, 이 정책을 비판하면 '좌파'라고 몰아세우기에 바쁘다. 이러하니 진보주의자 외에 합리적인 보수주의자, 상식을 존중하면서 성실히 살고 있는 중산층도 이명박 정권에 대하여 실망을 넘어 개탄을 표하고 있다. 이제 대중은 민주화운동의 후예들에게 시선을 옮기며 다시 기대를 걸고 있다.
과거 민주화운동 세력은 정치적 민주화를 위하여 싸우면서도, 동시에 "경제계, 금융계의 대재벌들이 경제 전체를 주도하지 못하게 하는 일까지 포함하는 진정한 경제적, 사회적 민주주의 정립" , "특정인의 이익보다 전체의 이익을 우선"하고 "노동계가 창출한 부를 정당하게 분배하는 일을 금권보다 중시"하는 체제의 수립을 꿈꾸었다. "모든 시민에게, 그들이 노동을 통해 스스로 살길을 확보할 수 없는 어떤 경우에도 생존방도를 보장해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회보장제도의 완벽한 구축, 늙고 병든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삶을 마칠 수 있게 해주는 퇴직연금제도" 역시 꿈꾸었다.
당시 권위주의 정권은 이러한 꿈에 대해 '급진좌경' , '친북좌빨' 등의 딱지를 붙이고 처벌했지만, 이 꿈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꿈은 다 어떻게 되었는가? 자유로운 투표권이 확보되면 민주주의는 그냥 완성되는 것이던가. 진보의 본역은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추구하는 데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잊혀버린 꿈을 되살릴 때다. 사실 노동의 양과 질에 따른 정당한 대가의 확보, 부의 세습 방지, 일자리 주거 노후문제의 해결 등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던가.
한편 이러한 사회경제적 민주화 외에 어떠한 과제가 놓여 있는가. 수많은 과제가 있겠지만, 적어도 에셀이 언급한 세 가지는 해결해야 한다. 먼저 언론개혁이다. 현재 :언론매체가 부자들에게 장악"되어 있다고 하면 과장인가. 신문은 물론 종합편성 태널까지 확보한 주류 언론은 사주와 광고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급급하면서 빈자와 약자의 꿈과 고통을 외면하고 그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 공평무사한 정론직필을 스스로 포기하고 특정 당파의 선전도구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 금권, 외세로부터 언론의 독립"은 어느정도 수준인가. 독립은 커녕 정치권력, 시장권력 및 외세와의 공모와 공생을 질기고 있지는 않은가.
둘째, 교육개혁이다. 현재 교육체제는 "'학교'의 이상과 너무 거리가 멀며, 부유층만을 위한 것으로 더 이상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정신을 충분히 계발시킬 수 없"음은 대다수의 시민이 공감하고 있지 않은가.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입시경쟁에 내몰려 이 학원, 저 학원을 뺑뺑이 돌아야 하는 현실은 참담하다. 이는 교육이 아니라 사육(飼育)이며 제도적 학대다. 학생이 성적에 따라 차별받고 '알짜-예비-잉여'로 등급화되는 학교 현실은 그 자체로 인권침해이며,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자긍심과 연대의식이 키워질 리 없다. 그리고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방향으로 고착되고 있는 교육체제는 사회통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셋째, 소수자의 인권 보장 수준을 높여야 한다 OECD 가입국이자 G20에 속하느 ㄴ나라임을 자랑하짐나, 한국 사회의 다수자의 마음에는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소수자에는 여러 집단이 있지만, 여기서는 외국인 노동자만 언급하기로 하자. 올챙이 시절을 까맣게 잊어버린 개구리처럼, 한국은 "'불법체류자'들을 차별하는 사회, 이민자들을 의심하고 추방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 값싼 노동력이 다량 필요하기에 불법체류 여부를 가리지 않고 이주 노동자를 받아들이면서도, 이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거칠게 말해 단물을 빼먹은 후 추방하고 있는 것이 한국 경제체제 아닌가.
이러한 진보와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 첫 번째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즉, "'항상 더 많이'라고 외치며 앞으로만 질주하는 태도와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 과속경쟁 사회는 구성원을 항상 불안하고 불행하게 만든다. 구성원 다수를 패배자로 만드는 사회는 부정의한 사회다. 이제 '앞'만 아니라 '옆'과 '뒤'도 보는 사회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이때 "윤리, 정의, 지속가능한 균형의 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한다.
그렇다. 이제 "대량 소비, 약자에 대한 멸시, 문화에 대한 경시, 일반화된 망각증, 만인의 만인에 대한 지나친 경쟁"에 맞서서 "평화적 봉기"를 일으킬 때다. 이 '평화적 봉기'의 수단은 다름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각종 기본권이다.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자. 온라인에서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정치권력과 시장권력의 오만과 횡포, 불법과 탈법을 감시하고 비판하자. 단호하게 그리고 발랄하게, 또한 무조건 투표하자. 투포하지 않는 자는 "암묵적인 찬동자"다 "최악의 태도는 무관심이다" 무관심은 현재의 상태를 묵인, 방조하겠다는 의사의 다른 표현이다.
어떤 이는 '중용'과 '중도'를 조언한다. 자신의 사유와 행동을 성찰하고 반대편과 소통하고 그 입장을 존중하고 공유점을 확보하는 것은 진리를 찾아가는 지름길이다. 그러나 사람의 삶과 직결되는 가치와 정책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기계적 중립은 없다. 하워드 진은 말한다. "달리는 기차위에 중립은 없다" 존 F. 케네디 역시 단테의 <신곡>을 재해석하며 말한다.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은 도덕적 위기의 시기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약되어 있다." 현실에 대한 냉소, 무관심, 거리두기만으로는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우리의 정당한 분노와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여 세상 바꾸기에 나서자.  72-79


옮긴이의 말 - 어느 행복한 투사의 분노
100세를 바라보는 노인의 목소리다.
기본이 존중되는 사회가 되도록 부디 분노하라고.  81
'레지스탕스(resistance)'는 동사 '저항하다(resister)'의 명사형이다. 분노할 실마리를 잡아서 분노할 줄 알고 정의롭지 못한 것에 저항할 줄 안되, 마음속에는 비폭력의 심지를 곧게 세우고 참여하여 새로운 현재와 미래를 창조하라는 것이다.  82
왜 하필 '분노'인가? 분노(憤努)란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여 벌컥 성냄이 아닌가? 여기에 번역의 어려움이 있었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인 명령문 '앵디녜부(Indignez-vous)!'를 처음에는 '분개하라!'로 번역하고자 했다. 프랑스어에서 '분노하다'를 의미하는 동사는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 's'indigner'라는 동사의 뜻은 평정을 잃지 않은 채 '분개'하는 쪽에 가깝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즉, 정의에 어긋난 일에 비분강개하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사적인 원한에 복받쳐 욱하는 것이 아니라 옳지 못한 일에 '의분'을 표출하는 것이다. 
다만 상황과 맞물리는 호소력이 적잖이 축소된다고 보아 분노하라고 하게 되었다.  84





아래는 2014년 5월에 이 책을 다시 읽고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우리가 몸담고 사는 사회가 자랑스러운 사회일 수 있도록 그 원칙과 가치들을 다 같이 지켜가는 것이 우리가 할 일잉다. 이른바 '불법체류자' 들을 차별하는 사회, 이민자들을 의심하고 추방하는 사회, 퇴직연금제도와 사회보장제도의 기존 성과를 새삼 문제 삼는 사회, 언론 매체가 부자들에게 장악된 사회, 결코 이런 사회가 되지 않도록.  10

특정인의 이익보다 전체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며, 노동계가 창출한 부를 정당하게 분배하는 일을 금권(金權)보다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레지스탕스가 제안한 것은 '파시스트 국가들의 모습을 본떠 구축된 전문적 독재에서 놓여난, 일반의 이익을 특정인의 이익보다 확실히 존중할 합리적인 경제조직'이었다.  11

진정한 민주주의에 필요한 것은 독립된 언론이다.
모든 어린아이가 가장 발전된 교육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12

레지스탕스의 기본 동기는 분노였다.
나는 여러분 모두가, 한사람 한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분노의 동기를 갖기 바란다. 이건 소중한 일이다. 내가 나치즘에 분노했듯이 여러분이 뭔가에 분노한다면, 그때 우리는 힘 있는 투사, 참여하는 투사가 된다. 이럴 때 우리는 역사의 흐름에 합류하게 되며, 역사의 이 도도한 흐름은 우리들 각자의 노력에 힘입업 면면히 이어질 것이다. 이 강물은 더 큰 정의, 더 큰 자유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15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거든, 부디 그의 편을 들어주고, 그가 그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라.  16

무엇이 파시즘을 초래했는지, 프랑스가 무엇 때문에 파시즘의 침탈을 받았고 비시 정권이라는 괴뢰 정권이 세워졌는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이렇게 혼잣말을 하게 된다. '가진 자들은 이기적인지라 볼셰비키 혁명을 지독히 두려워했다'고. 그들은 그 두려움이 이끄는 대로 생각없이 행동했다. 그러나 만약 그때처럼 오늘날 행동하는 소수가 일어선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17

분노의 이유들은 어떤 감정에서라기보다는 참여의 의지로부터 생겨났다. 
사르트르의 저서 <구토> <벽> <존재와 무(無)>는 나의 사상 형성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르트르는 우리에게, 스스로를 향해 이렇게 말하라고 가르쳐주었다. "당신은 개인으로서 책임이 있다"고. 이것은 절대자유주의의 메시지였다. 어떤 권력에도, 어떤 신에게도 굴복할 수 없는 인간의 책임. 권력이나 신의 이름이 아니라 인간의 책임이라는 이름을 걸고 참여해야 한다.  18-19

헤겔 철학은 인류의 기나긴 역사를 의미 있는 어떤 과정이라고 해석한다. 그 의미란 인간의 자유가 한 단계 한 단계씩 진보한다는 것이다. 역사가 연이은 충격들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수많은 도전을 염두에 둔 생각이다. 수많은 사회들의 역사는 좀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하여 종국에는 인간이 완전한 자유에 이르게 됨으로써 이상적인 형태의 민주국가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역사를 이와 다르게 보는 관점도 있다. 자유, 경쟁, '언제나 더 많이' 갖기 위한 질주. 이런 것들로 이루어지는 진보란 마치 주위의 모든 것을 파괴하는 폭풍처럼 체험될 수도 있다.  19-20

분노의 이유가 오늘날에는 예전보다 덜 확실해 보일 수도 있다. 아니면 세상이 너무 복잡해진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세상에도 참아낼 수 없는 일들은 있다. 그것이 무슨 일인지 알려면, 제대로 들여다보고 제대로 찾아야 한다. 나는 젊은이들에게 말한다. "제발 좀 찾아보시오. 그러면 찾아질 것이오"라고. 최악의 태도는 무관심이다.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내 앞가림이나 잘 할 수밖에.." 이런 식으로 말하는 태도다. 이렇게 행동하면 당신들은 인간을 이루는 기본 요소 하나를 잃어버리게 된다. 분노할 수 있는 힘. 그리고 그 결과인 '참여'의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는 것이다.  21-22

세계 인권 선언에 영어권 국가의 대표들이 제안한 '국제적(international)'이라는 말 대신 '보편적'이라는 말이 들어간 것은 르네 카생 덕분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 끝난 이 당시에는, 인류를 겁박하던 전체주의의 위협에서 해방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 위협에서 해방되려면 유엔 회원국들로부터 이 선언에 나오는 보편적 권리들을 존중하겠다는 서약을 받아내야 했다. 한 국가가 자국 영토에서 반인륜적 범죄를 자행하면서도 버젓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강변을 깨부수는 하나의 방법이 바로 이 인권 선언이었던 것이다.  24

겉으로는 동참한다고 공온하면서 실제로는 약소국 정복을 일삼는 국가들의 위선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되며, 신속히 행동에 옮겨야 한다는 것을 나는 절감하고 있었다.  25

어떤 민족이 자신의 역사에서 교휸을 얻은 예는 지금까지 찾아보기 힘들다.  30

분노가 끓어 넘치는 상태를 '격분'이라고 한다면, 폭력이란 도저히 용납 못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내린 유감스러운 결론이라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이해한다면, 테러리즘이 격분을 표출하는 한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이 격분은 부정적 표현이다. '도에 넘치게 분노'해서는 안 되며, 어쨌든 희망을 가져야 한다. 격분이란 희망을 부정하는 행위다. 격북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고, 당연한 일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용납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희망이 긍정적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경우에, 격분 탓으로 그것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31

우리는 여전히 호소하는 것이다.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오로지 대량 소비, 약자에 대한 멸시, 문화에 대한 경시(輕視), 일반화된 망각증, 만인의 만인에 대한 지나친 경쟁만을 앞날의 지평으로 제시하는 대중 언론매체에 맞서는 진정한 평화적 봉기"를.
21세기를 만들어갈 당신들에게 우리는 애정을 다해 말한다. 
"창조, 그것은 저항이며
 저항, 그것은 창조다."라고.  39



저자와의 인터뷰

우리 집안의 분위기는 관습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53

도덕이란 타인들과 사회가 만들고 우리에게 강요하는 규범에 순응하는 것일 터입니다. 또 윤리란 완성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만들어가야 할 것, 즉 발명이며 창조(말하자면 결국 각자 자기만의 자유를 얻어내는 일)일 테니까요....

어머니는 나에게 어떤 의무라도 지우듯이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네가 행복해야 남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법이야. 그러니 항상 행복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행복해지려고 참으로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언젠가는 정신분석 전문가한테서 이런 말까지 들었습니다. "당신은 자신이 신인줄 아시나 보네요라고.  54

인간의 핵심을 이루는 성품 중 하나가 '분노'입니다. 분노할 일에 분노하기를 결코 단념하지 않는 사람이라야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고,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지킬 수 있으며, 자신의 행복을 지킬 수 있습니다. 따로 또 같이, 정의롭지 못한 일이 자행되는 곳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 우리 각자가 해야 할 일입니다.  55

"나 나름으로 어떻게 문제해결에 참여할 것인가" 이 참여가 사람을 행복하게 합니다.

삶은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남에게 베풀고 싶은 마음과 베푸는 기쁨을, 남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책임을 감수하는 것. 어떤 경우에도 남에게 베풀고 싶다는 마음, 이 마음을 북돋워야 합니다. 사람을 책임 있는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그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지성과 감성을 키워주는 것이 바로 그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끊임없이 교육을 통해 계발해야 하며, 마음 교육을 위해서는 상상력의 힘을 빌려야 합니다.  56

이미 10여 년 전부터 우리는 세계화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이 사회는 더 이상 개개인의 노력에 응분의 보답을 해주지 않는 사회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진정으로 신뢰하지도 않는 체계 속에 어느새 편입되어버렸습니다. 역사를 통해 볼 때,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 우리의 관심을 끌고 우리의 믿음을 자아내는 시기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시대에는 사람들이 기꺼이 참여를 하고, 일들도 순조롭게 이루어져 갑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시기도 있습니다. 그런 시기에는 사람들이 이런 독백을 합니다. '아니 도대체 어디로 가자는 거야?'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시기가 바로 이런 시기입니다.  59-60

자기 나름으로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 광고 메시지나 언론이 전하는 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 것, 이것이 중요합니다. 자유로운 사고를 해야만 자유롭게, 양심에 입각해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63

튀니지아 이집트의 문제들은 바로 이런 문제들입니다. 사람들은 압제 속에 산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히 행동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튀니지의 젊은이들, 이집트의 젊은이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압박을 받으면 저항할 줄 알아야 한다. 이슬람 문명이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는 문명이라면, 그 문명 속에 갇힌 채 무력하게만 있어서는 안 된다."  64

제 이야기는 혁명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혁명은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고, 그 혁명들은 대개 안 좋은 방향으로 귀결되곤 했습니다. 
나는 호소합니다. 우리의 정신을 완전히 개혁하자고, 폭력은 거부해야 합니다. 우선, 효과가 없기 때문에 그래야 합니다. 폭력 행위로 말미암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증오만이 더욱 깊이 뿌리내리며 복수심이 더욱 불타오를 뿐입니다. 폭력은 폭력의 악순환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미래로, 희망으로 향한 문을 닫아 버리게 합니다. 그래서 책에도 썼듯이 제가 보기엔, 혹시 폭력적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희망뿐입니다.
하지만 꼭 알아두십시오! 비폭력이란 손 놓고 팔짱 끼고, 속수무책으로 따귀 때리는 자에게 뺨이나 내밀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비폭력이란 우선 자기 자신을 정복하는 일, 그 다음에 타인들의 폭력성향을 정복하는 일입니다. 참 어려운 구축(構築)작업입니다. 이 점, 우리 서양인들은 아시아 사회에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65

'창조적 저항의식'으로 무장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실천방법이 있을까요?
참여의 방법은 다양합니다. 그중에 간단한 방법은 어느 한 정당을 지지함으로 확실히 참여하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투표를 통해 지지를 표명해야 합니다. 이것이 첫 번째 형태의 참여 입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어떤 특별한 대의를 위해 활동하는 기구, 협회, 운동 등에도 참여를 해야 합니다.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민주주의라는 미명하에 실은 만족스럽지 못한 현실들이 숱하게 존재하는 시대입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투표하지 않고 기권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봅니다.
제도들이 민주적으로 잘 돌아가게 되기까지 시민들의 참여가 얼마나 절대적으로 필요한지를 일반인들이 항상 잘 깨닫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교육이 부족해서 그럴까요? 교육도 부족하지만 정치적 창의성도 부족합니다.  66-67



추천사 - '분노'와 '평화적 봉기'가 세상을 바꾼다.(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분노는 삭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삶의 지혜가 널리 퍼져 있는 한국 사회에서 "분노하라!"라는 직설적, 선동적 메시지는 생경하게 들릴 수 있다. '마음공부'를 통하여 수시로 일어나는 심화(心火)를 직시하고 가라앉히는 것의 중요함을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마음공부'가 '공분(公憤)'과 '의분(義憤)'의 불씨를 마음속에서 꺼버리는 것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화의 뿌리가 사적인 것이 아니라 공적인 것일 때는 그 공적인 원인을 해결할 때만 화는 사라진다.  71

적어도 에셀이 언급한 세 가지는 해결해야 한다. 먼저 언론개혁이다. 현재 "언론매체가 부자들에게 장악"되어 있다고 하면 과장인가. 신문은 물론 종합편성 채널까지 확보한 주류 언론은 사주와 광고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급급하면서 빈자와 약자의 꿈과 고통을 외면하고 그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잇다. 공평무사한 정론직필을 스스로 포기하고 특정 당파의 선전도구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 금권, 외세로부터 언론의 독립"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독립은 커녕 정치권력, 시장권력 및 외세와의 공모와 공생을 즐기고 있지는 않은가.
둘째, 교육개혁이다. 현재 교육체제는 "'학교'의 이상과 너무 거리가 멀며, 부유층만을 위한 것으로 더 이상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정신을 충분히 계발시킬 수 없"음은 대다수의 시민이 공감하고 있지 않은가.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입시경쟁에 내몰려 이 학원, 저 학원을 뺑뺑이 돌아야 하는 현실은 참담하다. 이는 교육이 아니라 사육(飼育)이며 제도적 학대다. 학생이 성적에 따라 차별박고 '알짜-예비-잉여'로 등급화되는 학교 현실은 그 자체로 인권침해이며,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자긍심과 연대의식이 키워질리 없다. 그리고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방향으로 고착되고 있는 교육체제는 사회통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셋째, 소수자의 인권 보장 수준을 옾여야 한다. OECD 가입국이자 G20에 속하는 나라임을 자랑하지만, 한국 사회의 다수자의 마음에는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소수자에는 여러 집단이 있지만, 여기서는 외국인 노동자만 언급하기로 하자. 올챙이 시절을 까맟게 잊어버린 개구리처럼, 한국은 "'불법체류자'들을 차별하는 사회, 이민자들을 의심하고 추방하는 사회"가 되고 잇다 값싼 노동력이 다량 필요하기에 불법체류 여부를 가리지 앟고 이주 노동자를 받아들이면서도, 이드르이 인권을 침해하고, 거칠게 말해 단물을 빼먹은 후 추방하고 잇는 것이 한국 경제체제 아닌가.
이러한 진보와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 첫 번째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즉, "'항상 더 많이'라고 외치며 앞으로만 질주하는 태도와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 과속경쟁 사회는 구성원을 항상 불안하고 불행하게 만든다. 구성원 다수를 패배자로 만드는 사회는 부정의한 사회다. 이제 '앞'만 아니라 '옆'과 '뒤'도 보는 사회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이때 "윤리, 정의, 지속가능한 균형의 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 이제 "대량 소비, 약자에 대한 멸시, 문화에 대한 경시(輕視), 일반화된 망각증, 만인의 만인에 대한 지나친 경쟁"에 맞서서 "평화적 봉기"를 일으킬 때다. 이 '평화적 봉기'의 수단은 다름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각종 기본권이다.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자. 온라인에서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정치권력과 시장권력의 오만과 횡포, 불법과 탈법을 감시하고 비판하자. 단호하게 그리고 발랄하게, 또한 무조건 투표하자.  77-79

사람의 삶과 직결되는 가치와 정책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기계적 중립은 없다. 
하워드 진은 말한다.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존 F. 케네디 역시 단테의 <신곡>을 재해석하며 말한다.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은 도덕적 위기의 시기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약되어 있다." 현실에 대한 냉소, 무관심, 거리두기만으로는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우리의 정당한 분노와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  79 



옮긴이의 말 - 어느 행복한 투사의 분노

"분노할 일을 넘겨버리지 말라. 찾아서 분노하고 참여하여. 반죽을 부풀리는 누룩이 되라"고, "어느 누구라도 인간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거든, 부디 그의 편을 들어주고, 그가 그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라"고...
보편적인 권리, 기본이 존중되는 사회가 되도록 부디 분노하라고, 감정적인 외침이 아니라 '참여의 의지'로부터 자연스레 우러나는 결기 어린 외침이다....
재앙의 화근에 분노하라는 것이다.  81

레지스탕스 정신은... 분노할 실마리를 잡아서 분노할 줄 알고 정의롭지 못한 것에 저항할 줄 알되, 마음속에는 비폭력의 심지를 곧게 세우고 참여하여 새로운 현재와 미래를 창조하라는 것이다.  82

'앵디네부(Indignezvous)!'를 처음에는 '분개하라!'로 번역하고자 했다. 프랑스어에서 '분노하다'를 의미하는 동사는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 's'indigner'라는 동사의 뜻은 평정을 잃지 않은 채 '분개'하는 쪽에 가깝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즉, 정의에 어긋난 일에 비분강개하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사적인 원한에 북받쳐 욱하는 것이 아니라 옳지 못한 일에 '의분'을 표출하는 것이다.  84


스테판 에셀의 <참여하라> 내용

스테판 에셀의 <정신의 진보를 위하여> 내용

스테판 에셀의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 내용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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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작품 몇 권을 읽고 그 중에 <불안(Status Anwiety)>이란 책을 읽으며 저자에게 매력을 느꼈다. 그 후에 저자의 작품들을 검색하여 여러권을 더 읽고 있다.
물론 한꺼번에 읽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여건상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ㅈ자의 작품중에 한국에 번역되어 들어온 모든 작품에 대한 검색과 도서관에 책 내용들을 훑는 작업은 하였다.
저자의 사랑에 관한 소설형식의 3부작중 첫 번째 작품인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Essays in Love)>를 읽었었고, 두번째 작품(우리는 사랑일까-The romantic movement)이 아닌 세번째 작품인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여러 책들을 살펴보면서 이 책을 먼저 들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책 내용에 대해 소개 내용을 읽은 것도 아니다. 다만 중간쯤에 실제 인물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막연한 생각으로 지금의 부인과의 사랑에 대한 관찰과 생각을 담은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일 먼저 읽었다.
물론 이때까지는 한국말에만 관심을 두고 있었기에 그러했었다.

시간이 지나며 원서의 제목을 보고는 한국엔 제목부터가 역시 다르구나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제목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기대치와 기대방향에 대해 혼란을 주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을 한다. 물론 내생각 뿐일지는 모르나..
원제는 <Kiss & Tell>이다. 언뜻보면 키스와 대화정도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폭로한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헤어진 연인의 과거를 공개함'이라고 표현할 수 도 있을 듯하다. 직역을 하는것보다는 사람들에게(여기서 독자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음을 주의하기 바람) 먹히는 제목이 들어와야 하는건 당연한것일 지도 모르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불안>에서 원제를 먼저 확인하고 책을 보았기에 기대치의 방향이 달라지지 않았었는데, 이 번 책은 그러지 못했다. 이건 분명 나의 잘못이다.
저자의 내용에 매력을 느꼈고, 사진을 먼저 보면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으니..^^

저자의 개인사를 모르기에 지금의 책이 가족인지 아니면 정말 지나간 연인과의 내용인지를 잘 모르겠으나, 실제 사진이 들어가 있기에 놀랍다.
한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출판이 가능했을까.. 상대에게 동의를 구할때 동의해 줄까.. 아니 실제 지금의 가족이라 하더라도 쉽게 동의를 할 수 있을까..
우여곡절 끝에 출판이 되었다고 해도 사회적인 파장이 꽤나 클것이란 생각이 든다.

저자는 헤어진 이전 연인에게서 '너를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 사람이 그렇게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동시에 그렇게 자신에게 강박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말이야. 너는 나를 사랑한다고 했지만, 나르시시스트는 자기밖에 사랑할 수 없어. 나도 남자들이 대부분 소통의 실마리를 잘 찾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만, 너의 무능력은 짜증날 정도로 특별했어. 너는 내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떤 것이든 전혀 존중하지 않았어. 모든 것에 늘 고압적이고 독선적인 태도로 접근했지. 나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는 이기주의자, 자기 귓불보다 멀리 있는 어떤 것에도 공감을 하기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나는 너무 긴 시간을 낭비했어...'(11)이란 내용의 편지를 통해 여성에게 더욱 다가가기 위해 '이사벨'과의 시간들을 통해 관찰해가면서 알아가려 많은 대화와 자신의 생각들을 서술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전기 작품의 형식을 빌어와 그 작품들에 들어갈 내용들과 저자들의 생각들을 이사벨의 전기형식 작품으로 변환해 나가면서 서술하고 있다. 
저자의 많은 지식과 사유는 즐거움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을 하였다.
즐거우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주고 있는것이 저자의 매력이란 생각이 든다.

읽으면서 정말 저정도 까지 연인에게 질문들을 해도 괜찮은걸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 알아가려면 차라리 저정도의 질문을 자신의 의도에 대한 설명과 함께 던지는 것이 더 좋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읽어 나간다.
나 또한 남자 이기에 여성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하다고 생각을 한다. 관련책들도 여러권 읽어보았으나 그것만으로 나와 다른 구조를 가진 부류를 이해한다는건 거의 불가능한 것이라 생각을 한다. 직접 겪어봐도 아직 그들에 관해 30%도 알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하다.
언제쯤 70%까지 갈 수 있을까.. 그 정도면 그들과 큰 마찰 없이 긴 시간을 즐거움으로 채워나갈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 헤어짐을 예시하면서 끝난다. 완전 공감한다. 
저정도까지 질문하는 건 넘어선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맞은건지, 아니면 이사벨이 다른 복합적인 이유들을 더 많이 가진건지 모르지만 헤어짐을 마주하면서 내용이 끝이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서도 여자에 대해 지식이나 지혜가 크게 늘어난것 같지는 않다. 책의 원제처럼 폭로를 통해 저자는 어떠한 생각들을 하였으며 그 생각의 부분 부분 들이 마음에 닿았기는 했다.
부러운것은 이들의 사고방식이 우리내 보다는 많이 열려 있다는 것이고, 이것을 배워나가는데는 도움을 많이 받은 느낌이 든다.

이렇게 표현을 하면 여성들이 한숨을 쉬지 않을까..하는 갑작스러운 의문이 든다.
'이런 내용을 보고도 여자에 대해 모르다니'하면서 한 숨을 쉬는 그림이 그려지는건 혼자만의 우려일까..??
꽤나 많은 사람들에게 '무디다' , '눈치없다' , '너무 모른다' 이러한 표현들을 많이 들어서 그런생각이 드는걸까.. 어쩌면 앞서 언급한 저자의 옛 연인이 보낸 편지의 내용이 나에게 적용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더욱 열심히 보려 한 것일지도.. 나의 무의식이 이 책을 먼저 읽게 한 건지도 모르겠다.
만일 그렇다면 나의 무의식은 다 읽고 난 지금 나에게 어느 정도나 실망하고 있을까..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이해해보고, 나 자신을 내 삶이 아닌 다른 삶에 푹 담가보고,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고, 어린 시절과 꿈을 통해 어떤 사람을 따라가보고, 라파엘전파에서부터 과일 맛이 나는 셔벗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취향을 추적해본다는 생각. 나 스스로 전기를 써보면 어떨까?  18
오직 위인만이 전기의 적합한 소재가 될 수 잇다는 가정은 그대로 유지된다.
200년 전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 곤혹스러운 만장일치를 잠깐 흔들었지만 이내 무시되고 말았다. 존슨 박사는 '적절하고 충실한 이야기에 담아낼 가치가 없는 삶이란 없다. 모든 사라에게는 그 자신과 똑같은 조건에 잇는 사람이 아주 많으며, 그들에게 자신과 비슷한 사람의 실수와 실패, 회피와 임기응변은 직접적이고 확실한 쓸모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의 상태란 장식과 위장을 떼어내고 생각하면 매우 균일하여, 인류에게 공통된 것을 제외할 경우 좋든 나쁘든 다른 자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20

나는 유년기를 선형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전기를 시작하는 방법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나는 내 전기가 철저하기를 바랐지만, 그럼에도 여기에는 과거만이 아니라, 과거가 현재와 공존하고 또 현재로부터 나타나는 특정한 방식이 드러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33
절대 인생에 대한 관점(아내와 자식들과 함께 에번스턴에서 멀리 떨어진 땅에 오래전 살았던 한 아일랜드인을 보는 관점) 자체를 쓰는 것을 목표로 삼지 말고, 오히려 편견이나 엉성한 학식에서 나온 관점으로 인한 왜곡으로부터 가능한 한 자유로운 상태에서 삶 자체를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단지 하나의 삶만 있다면, 저닉 작가들이 그림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자신의 에고와 미뢰의 쓸데없는 간섭에서 멀리 떨어져, 그 삶이 조심스럽게 편견 없이 재구축되도록 하는것이 핵심적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많은 삶이 있다.  39
전기의 고상함을 인간적 애착이라는 저열한 영역과 절대 뒤섞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응을 해야 한다면, 애착과 전기를 쓰고자 하는 충동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즉 다른 사람을 완벽히 알고 싶은 충동이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애착이 전기를 써나가는 다소간 의식적인 과정(날짜, 특징, 좋아하는 세탁 주기와 간식 등을 파악해 나아가는 것)을 포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진정한 전기는 작가와 대상 사이의 다소간 의식적인 감정적 관계를 요구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책을 마무리하는데 필요한 엄청난 에너지를 달리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프로이트는 '전기 작가들은 그들의 주인공에게 매우 특별한 방식으로 고착되어 있다. 많은 경우 그들이 연구의 대상으로 그 주인공을 선택한 것은-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이유로-처음부터 그에게 특별한 애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뒤에 그들으 ㄴ이상화라는 과제에 에너지를 쏟아, 주인공의 인상에서 개별적인 특징들을 지워버린다. 그 주인공이 평생에 걸쳐 내적이고 외적인 저항들과 싸워온 흔적들을 매끄럽게 다듬어버리고, 그에게 인간적 약점이나 불완전성의 자취를 용납하지 않는다.'  65-66

특정한 벽장이나 다락방 때문에 예정된 경로에서 벗어나 옆길로 새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도대체 그녀의 어머니가 어떤 식으로 바람을 피웠냐고 이사벨에게 물을 때 옆길로 새는 것과 비슷하다. 나의 그런 호기심은 (흔히 그렇듯이, 또 어쩌면 그럴 수밖에 없듯이) 나 자신의 삶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내고, 남들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더 선명하게 도드라질 어떤 정체성을 찾아나가려는 태도에서 나온 것이다.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느 ㄴ사람이나 전기에 대한 관심 가운데 그 근본을 보았을 때 '나는 이 친구나 나폴레옹이나 베르디나 W.H. 오든과 얼마나 다를까?' 하는 문제, 따라서 간접적으로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하는 문제의 답을 찾아내고자 하는 욕망에서 벗어난 부분이 얼마나 될까?  89
자, 그럼 댁의 인생을 갖고 뭘 하고 계시는지 자세히 이야기 좀 해주실래요?  92

누군가에게 과거를 기억하라고 재촉하는 것은 총을 들이대고 재채기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진정한 기억은 재채기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25
실제로 과거를 기억할 때는 그런 것들과는 달리 손에 분명히 잡히지 않는 이미지들이 우리를 쫓아다닌다. 심지어 어떤 사건 같은 확실한 것은 전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잇다. 이야기는 쏙 빠져버리고, 기분과 분위기만 기억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과거에 푹 빠져 있으면서도 자신은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일이 흔히 일어나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이사벨과 내가 목요일 퇴근 후 파링던 로드 근처 커피숍에 있을 때 그녀는 바로 그런 예를 보여주었다. 우리는 둘 다 사무실에서 종일 수다를 떨고 난 날이면 찾아오곤 하는 침묵의 분위기에 싸여 있있지만, 나는 그녀의 침묵의 길이가 문제의 신호일 수도 잇다는 느낌이 들어 그녀에게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녀가 대답하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어. 있잖아, 이런저런 것들. 사실 아무것도 아니야."
"됐어."
실제로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일들을 생각하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아마 잠 다음으로 그것이 가장 인기 있는 소일거리일 것이다.  132
우리는 이야기를 할 때 상대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여, 한 두 가지 사항을 분명하게 전달하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이 우리의 의식에서 전개되는 혼란스러운 과정을 공유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133
".. 지금 나는 사실 별 생각을 하지 않았어. 그냥 구름 속에 파뭇혀 있었을 뿐이야."  136

남들에 대한 호기심은 자기 성찰을 피해가고자 할 때 애용하는 방법이다. 내적인 투쟁을 덮어버리고 인용을 할 권리나 편지 내용을 사용할 허가를 얻기 위한 싸움을 앞세울 수 있는 것이다.  150
섹스가 친밀성의 상징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두 사람이 친밀해질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었다. 이 상징은 오히려 자신이 상징하는 상태의 실현을 방해할 수도 있었다. 서로 알아가는 더 힘든 과정을 피하는 방법으로 상대와 잘 수도 있으니까. 마치 책을 읽는 일을 면하기 위해 책을 사는 것처럼.
"그럼 행복해지려면 뭔 해야 한다는거야?"
"나도전문가는 아니야. 그냥 상대와 미리 친밀한 경험을 해보지 않고 같이 자버리는 게 반드시 좋은 생각은 아니라는 얘기일 뿐이야."
"예를 들어 어떤 경험?"
"있잖아, 질투를 하고, 욕을 하고, 교활한 면을 보여주고, 토하고, 코를 풀고, 발톱을 깎고."
내가 둔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네 발가락에 무슨...?"
"아냐, 아무 문제 없어."
"그런데?"
"뭐, 발톱을 깎는다는 게 중요한 거지. 그건 좀 사적인 거니까. 발톱이 발에 붙어 있으면 그건 괜찮아. 하지만 일단 떨어져 나가면 그건 쓰레기잖아. 예를 들어, 사람 머리에 난 머리카락을 보는 것하고 욕조에 붙어 잇는 머맅카락을 보는 건 다르잖아."
"그런데 왜 발톱을 깎는 게 섹스를 하는 것보다 더 친밀한 거야?"
"섹스를 하는 상대는 그 앞에서 발톱을 깎아도 창피하지 않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얘기일 뿐이야."  153
삶의 사적인 부분은 사람을 이해하는 문제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실제 이상으로 과시하려고 한다.  155
하지 못하는 키스가 하는 키스보다 더 흥미로울 수도 있는 것이다.  190
우리 자신이나 우리의 생각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그 자체의 특질보다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쪽의 마음 상태와 더 깊은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194

공감의 핵심은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능력이라고 한다. 이 행성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길은 비뚤어진 시각 때문에 대체로 왜곡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운이 좋고 민첩하면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특권을 누릴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적어도 잠시라도 우리의 상대성을 넘어설 수 있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197

이사벨은 그 무렵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를 다 읽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 걸작이 매우 감동적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교환했다. 나는 어떤 책도 이 책만큼 죽음이라는 현실에 가까이 다가가게 해준 적이 없다는 그녀의 의견에 공감했지만, 그럼에도 나느 ㄴ그녀가 이반 일리치를, 그리고 그가 살았던 집과 그의 부인이나 가족의 얼굴을 어떻게 상상했느냐 하는 괴상한 질문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반적인 문학적 토론을 넘어, 단지 도덕성, 상징, 파국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풍경과 사람들, 또 방을 어떻게 보았느냐, 그런 무대용 소도구들이 너의 삶의 어디에서 유래했느냐 하는 지점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206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주파수가 다르고, 주어진 환경에서 눈여겨보는 것도 다르다.  208
사람들이 상황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그런 뒤에 해석보다는 상황을 놓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는 방식을 증후적으로 보여 주기도 한다. '이성적(rational)'이라는 말을 예로 들어보자. 이 말은 이사벨의 사전에서는 이런 뜻이고 내 사전에서는 저런 뜻이기 때문에, 내가 그녀를 매우 '이성적'이라고 칭찬하면 그녀는 그 말이 욕이 아닌가 의심한다.
그녀의 사전에는
'형용사 
1. 따분하고 현학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2. 감정에 대립되며, 전통적인 가족의 이분법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의 여동생은 감정적인 사람이고, 그녀는 이성적인 사람이다.
3. 가이가 그녀에게 한 적이 있는 욕이다.'
그러나 내가 전달하고자 한 것은 내 사전에서 정의된 항목이다.
'형용사
1. 고귀한 정신에게 바치는 찬사.
2. 조지 엘리엇, 마리퀴리, 버지니아 울프는 이성적이다.
3. 감정과 양립하고, 감정을 고양할 수 있다.'
이런 차이에서 발생한 작은 갈등은 하나의 사건이 서로 다른 설명을 낳는 방식을 보여주었다.  209-210

존슨박사는 '우리 모두 똑같은 동기에 자극을 받고, 똑같은 오류에 속고 희망에 힘을 얻고, 위험에 막히고, 욕망에 휩쓸리고, 쾌락의 유혹을 받는다.'
존슨은 사람들이 서로 다르지만 그럼에도 똑같은 단일한 가족에 속해 있으며, 따라서 인간 공동체로 가는 여권을 기초로 서로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는 당신의 동기를 이해할 수 있다. 내가 내 베개 밑에서 비슷한 동기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 안에서 똑같은 경험을 발견하여 당신의 경험의 일부를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당신이 사랑 때문에 얼마아 괴로웠는지 안다. 나 또한 전화벨이 울리지 않는 저녁을 견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의 질투를 인정한다. 나 또한 나의 부족한 면으로 인해 겪은 고통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232-233
애덤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것을 직접 경험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자신이 비슷한 상황에서 느낄 만한 것을 생각하여 그들이 영향을 받는 방식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우리 형제가 고문을 받고 있다 해도, 우리 자신이 편안하다면 우리는 그가 겪는 고통을 절대 알지 못할 것이다. 오직 상상에 의해서만 그가 느끼는 고통에 대한 개념을 형성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상상에 의해 우리 자신을 그의 상황에 집어넣고 우리 자신이 똑같은 고통을 당한다고 생각한다.'
상상으로 남들과 함게 고통을 겪는 것의 미덕에도 불구하고, 베개 이론의 우울한 전제는 남들의 경험을 진정으로 상상하려면 충분한 경험이 축적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축적된 경험만으로는 절대 우리 자신을 넘어선 곳에서 만나는 감정들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전제는 우울할 수밖에 없다.  233
사람들은 자신이 일일이 설명하지 않고도 우리가 그들의 경험이 어떤 것이지 알아야 한다는 가정 때문에 자기 경험의 본질에 관해 입도 뻥긋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삐치기 잘하는 사람은 말을 하거나 비유를 들거나 설명을 하지 않아도 자신이 남들에게 이해받을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기 쉽다. 말을 한다는 것은 말 이전의 더 친밀한 수준의 소통이 좌절되었다는 증거일 뿐이라는 것이다. 직관이 고장이 날 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목청으 ㄹ가다듬어야 하며, 따라서 우리의 목소리는 우리의 외로움을 일깨울 위험이 있다. 우리가 어떤 것을 연구하는 것은 그것을 직접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235

누구나 감추는 것이 있다. 누구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어떤면을 알면 그 후에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욕구 뒤에는 우리에 관한 모든 것이 알려지면 우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놓여 있다. 그래서 속임수를 쓰는 바람에 이따금씩 비밀이 드러날 것이라는 두려움이 생기게 된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비밀을 드러내게 되면 부모 앞에 선 아이처럼 열등한 위치에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나 투명성에 대한 공포, 다른 사람이 선태긔 여지를 주지 않고 우리의 비밀을 알아낼 것이라는 공포는 우리가 우리 자신의 공개를 좌우하는 주인이라는 생각, 우리가 남들보다 우리 자신을 잘 안다는 생각 때무넹 점차 줄어들게 된다.  240-241

어떤 사람의 행동이 중요할수록 그 사람의 하찮은 것들도 흥미를 자아낸다.  301
인간은 세 가지 전기적 범주로 나뉜다고 말할 수 있는데, 중요한 것부터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i] 특별하지만 평범한 일(의자에 앉거나, 자식을 낳거나)을 하는 것.
[ii] 평범하지만 특별한 일(살인을 하거나, 복권에 당첨되거나)을 하는 것.
[iii] 평범하면서 평범한 일(포테이토칩을 먹거나 우표를 사거나)을 하는 것.  302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두 노부인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한쪽 여자의 남편에게 줄 생일 선물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래리한테 뭘 해줄 거야?"
"모르겠어. 올해는 아무 생각이 안 떠오르네."
"책을 사주는 게 어때?"
"그럼 무슨 얘기가 나올지 뻔해."
"뭐라고 하는데?"
"이럴거야. '내가 장님이고 귀머거리인 것도 모자라, 술꾼으로 까지 만들려는 거야?'"
굳이 가서 확인할 필요도 없이, 어떤 사람이 어떤 것에 어떻게 반응할지 정확하게 아는 것. 이것이 어떤 사람을 충분히 잘 안다는 완벽한 상징 아닐까? 가끔 오랜 결혼 생활의 우울한 특징으로, 바람을 피우거나 도예 강좌에 등록하기 직전에 나타나는 조짐으로 간주되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이 시작한 말을 정확하게 마무리하는 드문 기술에는 큰 지혜가 담겨 있다.  316

"나도 왜 내가 머리를 올리지 않는지 모르겠어. 어쩌면 올려야 할지도 몰라. 어쩌면 그게 더 나을지도 몰라, 그건 내가 왜 치즈를 정육면체로 자르는지, 내 우편번호의 끝자리가 무엇인지, 나무 빗을 어디서 샀는지, 직장까지 거리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내 자명종에 어떤 배터리가 들어가는지, 왜 나는 화장실에서 뭘 못 읽는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야. 낳산테는 나도 이해 못하는 게 많아. 솔직히 말하면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도 많고. 왜 너한테는 모든 게 그렇게 분명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마치 사람들의 삶이 그 말도 안 되는 전기 안에 요약 정리될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야. 나한테는 나 자신도 납득할 수 없고 당연히 너한테도 납득이 안 될 괴상한 것들이 가득해. 나도 독서를 더 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TV 보는 게 더 편해. 나한테 잘 대해주는 사람들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툴툴거리는 사람들이 한번 달려들어보고 싶다는 의욕을 더 자극해. 나는 동정심을 발휘하고 싶지만, 행복이 사람을 멍청하게 만든다는 걸 알아.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지만, 차가 더 편해. 아기를 낳고 싶지만, 어머니가 되는 게 무서워. 내 인생에서 무너가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8시 15분이 지났기 때문에 이러다 지하철을 놓치는 게 아닌가 안달하고 있을 뿐이야."  330-331


옮기고 나서
사람들을 알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면 공감하게 되고, 공감하면 사랑하게 되느 ㄴ것일까? 다시 말해서, 아는 만큼 공감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 그관계를 떠나, 이 가정의 밑바닥에 놓여 있는, 사람을 안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332
'내 글은 모두 일종의 자서전이죠. 나는 늘 독자와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관련을 맺는 것, 내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아시아나 기내지 2010년 4월 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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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l iswell' 세 얼간이 하면 떠오르는 표현이다. 
영화를 보면 이 표현이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본것은 2009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한국에서도 개봉을 하고 다시 보게 되었다.
얼마전 <(영상소설) 세얼간이>를 보았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그대로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 책을 보면서 영화를 다시금 떠올리고 책을 읽은 후에 바로 영화를 다시 보았다.
영화는 매우 재밌다. 유쾌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지금 인도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영화로 만들었구나하는 생각인데, 보다보면 지금의 한국사람들에게 더욱 필요한 내용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왜 이런 표현을 쓰는지는 영화를 보면 누구나 공감하게 될 것이다.
특히나 영화에서 중점을 둔것으로 '공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또한 '친구'의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그 외에도 몇 가지가 있었다.

원작 소설인 이 책은 표지에는 영화의 포스터가 나와 있지만 실제로 영화의 내용과는 다소 떨어져 있다.
영화를 보고난 후에 소설을 접한 나로서는 처음 책을 덥었을 때 영화보다는 밍숭밍숭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내용을 정리해보면서 영화보다 현실적이고 영화만큼 생각할 거리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영화에서와 원작에서 공통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 중에 두 가지가 위에서 언급한 '공부'와 '친구'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의 표현중에 '친구는 여자의 젖이다'란 표현이 나오는데, 책에서는 동일한 표현은 없지만 '친구'란 어떠한 존재이며, 자신이 진정한 친구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영화에서보다 친구들은 더욱 우유부단하고 무기력함을 가진 존재들로 나오는데 더 현실적인 면이 강하다. 
그렇기에 개인적인 느낌으로 친구에 대한 생각을 재 정의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친구이기에 친구라서 친구이다. 진정한 친구란 정말 어떠해야 할까...
선을 그어 표현한다는것이 무의미하다. 하지만 선을 그어보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우리들은 선을 그어 보려는 범주를 생각해 보려는 시도부터 필요하다. 
'나는 진정한 친구 인가?' 자문해 보는 시간이 었다.
이들이 함께 어이없는 일들을 꾸미거나 함께 할 때도 이들은 친구이기에 모든 것을 함께 하면서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영화에서는 이들은 얼간이라 보기 힘드는 캐릭터이다. 하지만 원작소설에서는 정말 이들은 얼간이 들이 맞다.
이들은 상식적이지 않은 얼간이 짓들을 함께 해나가면서 친구들의 우정과, 성장을 함께 해나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공부를 위한 공부인가, 자신이 원한는 것을 위한 공부인가?'
사람은 누구나 원하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조차 알지 못하며 끌려 가고 있다.
온갖 자기계발서들이 주장하는 것 주의 하나이다.
맞는 말인지 알면서 우리는 시간을 내어 생각해 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음을 꼬집어 주는 내용들을 통해 반성의 시간과 다시금 고민해 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
'우리의 세 주인공들은 고등학생 시절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는 수재들이다. 하지만 누구나 우러러보는 인도 최고의 대학, 입학만 하면 미래는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바로 그곳에서 이들은 행복할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은 오직 하나, 점수였다. 그 사람이 어떤 가치관과 인성을 갖고 있는지, 그으 ㅣ꿈은 무엇이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는 이미 논외가 되었다. 인도 공과대학(IIT)의 학생들은 단 하나의 목표, 좋은 점수를 받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많은 돈을 벌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에 현재으 삶을 기꺼이 희생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정말 행복할까? 나는 이러한 질문을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던져보고 싶다. 당신은 정말 행복하십니까?' (옮긴이의 말중에서 334)
우리는 자본주의 나라에서 신자유주의 중심세상에서 살아가면서 끝없이 노력하고 배우고 돈을 벌어야만 하는 삶을 살아간다.
과연 그것은 무엇때문일까? 그래야 나이들어서 고생하지 않는다. 늙어서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아야만 한다.
누구나 한치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서 돈만이 살길이라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과연 이러한 사실들의 근원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기득권의 세뇌에 의해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위해 조금만의 노력을 해보면 알 수 있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신경제와 약간의 철학과 산업사회 이후의 역사흐름을 알게되면 그러한 사실을 간파해 낼 수 있다. 이렇게 표현해도 여러 분야의 내용이라 지래짐작으로 겁을 낼 지도 모르겠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알수 있는 내용들이란 사실이다.
누군가 신문은 '사실은 있지만 진실은 없다'고 하였다. 우리는 사실만 알고 진실을 알지 못하는 생활을 꼬집고 있는 책을 통해 즐거운 시간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여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열망으로 벌써 영화를 본 횟 수가 8번을 넘어 간다..



'이 겁쟁이 같으니라고, 적어도 시도는 해봐야지, 끝내고 나면 분명 엄청나게 기분 좋을 거라고,'  39

'IIT가 배출한 위대한 공학자 혹은 과학자가 몇 명이나 되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수많은 최고 경영자나 기업가들이 IIT 출신이잖아.'
'내 말은 IIT가 인도 최고의 대학으로 치부된다는 거야. 10억 인구가 사는 이 나라의 최고 공과대학으로 말이야. 그런데 IIT가 뭐 특별히 발명해 낸 거라도 있어? 아니면 인도에 기술적으로, 기여한 거라도 있느냔 말이야.'  47

'질문은 딱 하나야. 넌 인생에서 뭘 원해? 2분 줄 테니까 생각해 봐.'
인생에 대해선 정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121

'IIT의 시스템은 4년간 생쥐들이 경주를 벌이는 것처럼 머리 쓰는 일도 없이 학생들이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게 합니다.'  124

라이언은 그의 윤활유 연구 제안서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라이언이 무너가를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걸 보니 기분이 좀 우울했다. 녀석은 일주일에 3일 가량을 컴퓨터 센터나 도서관에서 밤을 보냈다. 게다가 낮 동안에는 유체역학 실험실에서 윤활유를 이것저것 섞어 보며 지냈고, 그런 다음 그것들을 자기 스쿠터로 시함해 봤다. 나는 라이언에게 상반신을 홀딱 벗은 장면이 여섯 번도 더 나오는 영화가 프리야 극장에서 상영중이라고 말해 주었지만, 녀석은 멍하니 날 바라보기만 했다. 나는 다시 새 칵테일 제조법으로 녀석을 꾀어 보앗지만 이 자식은 하룻밤에 그저 커피 여섯 잔을 연속으로 들이켜기만 했을 뿐이다.  149

얘들은 모두 벽과 벽돌에 단단히 둘러싸여 있어. 그래서 정말 자신이 누구인지, 뭘 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고 있지. 난 걔들한테 이렇게 말하고 싶어.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데에만 몰두하지 말고, 그 전에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고 정리하라고 말이야.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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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도서들을 꽤 읽은 편이다. 그렇다고 많이 알지는 못한다. 읽을 때 마다 자신에게 비추어보는 수준뿐이지만, 읽어나가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하며, 그렇게 조금씩 발전하면 조금은 더 나은 자신이 될 수있을것이란 기대를하면서 읽는다.

이번책은 1부를 읽어나가면서 매우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 조금은 논문적인 글이란 생각을 하면서도 이해가 쉽고 책장이 빨리 넘어갔다. 심리학 도서를 읽어보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는 내용이며, 실제로 아는 내용들이다. 다만 그것을 도식적으로 표현함으로 새로운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나 'P-A-C'라는 부모자아와 어른자아 그리고 아이자아에 대해 구분하며 그것들이 정상적인 작용이 아니라 편견(오염)과 망상(배타)의 과정을 가질때 우리의 반응은 소통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들은 소통에 필요한 자신의 문제점들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또한 교차적인 의사소통이 한쪽을 힘들게 한다는 사실에도 주목해 볼 수 있었다.

40여년 전에 씌여진 책이다. 그만큼 오래된 책이라 검색을 해봐도 책에 대한 많은 내용들이 나오지 않는다. 먼저 오래된 책이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다는 것은 대단하다. 내가 알기로 이 내용에서 발전되어 가지들이 뻗어져 나갔다. 여러 책들을 읽어보면 그러한 내용들을 이해 할 수 있게 된다.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미국의 정신분석학의 발전인데 책 내용에서 이전의 심리학적인 치료들이 잘못된 부분을 꼬집어 주고 있는데, 그 내용을 비추어 정신분석학의 발전의 깊이와 시간이다. 
그들은 오랜시간 반복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발전해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내용들을 기억에 두고 미국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일반적인 시민들의 생활에서 그들의 발전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부러운 점이다.
분석적인 것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그들의 일상적인 생활에 적용이 그만큼 오랜 시간을 거쳐 발전해 나왔기에 한참 뒤떨어져 따라가는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부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동양은 유교적 불교적 문화가 지배하기에 어쩌면 분석적인 것보다 모호한 부분은 있지만 더 뛰어난 정신수양을 배양할 수 있다.

하지만 서양 문물들을 받아들이고 흡수하고 때론 맹목적으로 따라가기에 분석적인 방법이 더 좋은것 처럼 보일 수 있다.
조금은 더 객과적인 눈으로 두 방법을 바라본다면 더 좋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이러한 정신분석학 책들을 여러권 보면서 객과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렇기에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그들을 관찰해 보곤한다.
일단은 그들의 생활에서의 모습들이 부러운 부분들이 많다. 또한 그 시스템이 그만큼 교육을 해나가고 있다는 점도 부러운 부분이다.


교류분석(Transactional Analysis) - 인간의 의사소통과 행동방식에 관한 이론체계인 동시에 이에 관한 치료 방법인 교류분석은 전통적인 심리치료의 모호함과 난해함에 절망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것은 순응이 아니라 변화를 원하는 사람드에게, 적응이 아니라 탈바꿈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답을 제시해 주었다. 교류분석은 과거에 벌어진 일과 상관없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책임ㅇㄹ 져야 한다는 사실을 환자에게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치료법이다. 또한 교류분석은 자신의 행동을 바꿀 수 있게 해주고, 자제심과 자발성을 기르게 해주며, 선택의 자유라는 엄연한 현실을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6
정신의학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도 자아에 대한 의미가 일치하지 않는다.  7
교류분석이 가장 궁극적으로 꼽는 인생의 태도는 '나도 옳고 남도 옳다'는 자기긍정-타인긍정의 태도이다.  13

'내부의 인격들'은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 있으며, 정신분석 사상가들의 견해를 담은 수백 권의 책들은 내부의 인격들에 대한 내용임을 자처했음에도 적절한 답을 제시해주지 못했다.  20
전문가 세계에서 통용 된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심리학자들의 말이 진실이고 유용한 것이 될 수 있을까?  21

이 책의 목적은 새로운 자료를 제시하는 동시에 사람들이 지식의 절반도 활용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답을 밝히는 것이다.  23

인간의 '행동역학(dynamics of behavior)이라는 오래된 문제에 새로운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이론이 있긴 한 것일까?  23

'측두렵의 자극으로 무의식적으로 발생한 회상은 과거의 경험을 하나도 틀리지 않게 고스란히 담고 있다.'  29
결론은 인간의 뇌는 고성능 녹음기와도 같아서 출생 시점부터 심지어는 태어나기 전부터 겪은 모든 경험을 테이프에 기록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이 무언가에 의식적으로 집중할 때마다 그는 이와 동시에 좌우의 측두엽 중 한곳에도 그 일을 기록한다.  30
'측두엽을 자극하면 착각(illusion)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인지적인 착각(illusion of perception)에 속한다.'  31
교류분석이란 '내가 어떠한 행동을 보여주면 너도 이에 반응하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는 교류를 분석한 뒤, 인간의 다양한 본성 중 어떤 부분이 '등장하는지'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34



부모자아
부모자아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부모나 부모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보인 행동이나 의견이 이 '기록 테이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보고 들은 부모의 행동과 말이 부모자아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처음 5년 동안 외부의 자극을 경험하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부모자아는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39
부모자아에는 아이가 부모와 생활하면서 보고 들은 모든 훈계와 규칙, 법칙이 기록되어 있다.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갓난아기 시절에 부모의 어조나 열굴표정, 포옹, 그 외의 애정표현 등을 통해 비언어적으로 해석하고 입력한 의사소통에서부터,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나이가 되어 부모에게서 들은 각종 훈계와 규칙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부모 자아에 기록되어 있다.
부모자아에는 행복에 겨워 내뱉는 엄마의 즐거운 탄성과 자부심에 가득 찬 아버지의 들의양양한 표정도 기록되어 있다.  41
부모 자아에 존재하는 기록의 재생은 평생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부모자아의 또 다른 특징은 기록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부모는 말과 행동을 다르게 한다.  42
부모자아의 데이터는 스테레오 사운드처럼 양방향에서 기록되어 잇다고 생각할 수 있다. 두 군데에서 나오는 소리가 조화를 이뤄서 함께 흘러나온다면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43
부모자아는 실제 부모 외에 다른 곳에서도 데이터를 얻는다. 아이는 하루에 몇 시간씩 TV를 보면서 자신이 본 것을 기록한다.  
손위의 형제자매나 주위의 다른 어른들과 함께한 경험 역시 아이의 부모자아에 기록된다. 아이가 외부상황에 대해 이의나 의문을 제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이 외부 상황에 대한 데이터가 부모자아에 그대로 기록된다. 물론 아이가 겪는 모든 외부경험이 부모자아에 전부 기록되지는 않는다.  46

아이자아
자신이 직접 보고 들으면서 보인 반응도 기록한다. 
보고 듣고 느끼고 이해했던 것을 그대로 재현한다.
언어전달 능력이 없기 때문에 아이가 보이는 반응은 '감정'이 고작이다.  47
자신을 향해 찡그린 표정을 지으면, 아이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데이터 저장소에 또 하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추가한다. 내 잘못이야. 내가 또 잘못했네, 난 항상 이래. 내가 원래 그렇지. 난 왜 이럴까.  48
'훌륭한' 부모를 둔 아이가 자기부정의 아이자아를 가지고 있다면, 이 아이의 부모가 실제로는 아이를 완전히 무시했거나 학대했거나 잔인하게 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49
아이자아에는 창의성, 호기심, 탐구심, 만지고 느끼고 경험하고 싶다는 욕구를 비롯해 무언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느꼈던 순수한 기쁨에 대한 기록이 모두 담겨 있다.
엄마가 기분 좋게 안앚주면서 얼러준 경험과 좋아하는 담요릐 부드러운 촉감을 느낀 경험 등 호의적인 외부사건을 접하면서 생겨난 긍정적 반응 역시 훗날의 교류에서 그대로 재생될 수 있다.
어린아이들과 어른들 모두를 관찰한 결과, 우리는 행복한 감정보다는 자기부정의 감정이 훨씬 많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사람에게 자기부정의 아이자아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50

어른자아
10개월쯤 되면 아기는 자신만의 뜻과 생각대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러한 자기실현(self-actualization)이 시작되면서 어른자아가 발달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생각한 개념을 발전시킨다.  52
어른자아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많긴 하지만, 대부분의 개인에게 어른자아는 끝까지 살아남아서 나이가 들수록 더욱 효과적인 기능을 발휘한다.  532
'조각조각 입력된 자극을 정보로 전환한 뒤, 과거의 경험에 따라 이런 정보를 처리하고 취합'하는 것이 어른자아의 주된 역할이다. 
어린아이는 어른자아를 통해 자신이 배우고 가르침 받은 삶(부모자아)과 느끼고 꿈꾼 삶(아이자아), 그리고 혼자 힘으로 이해한 삶(어른자아)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54
어른자아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컴퓨터와 같다.
부모자아나 아이자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입장에서 이 두 자아를 검토하는 것이 어른자아의 목표이다.  54
부모의 명령과 훈계가 현실에 맞을 경우 아이는 어른자아를 통해 전체적인 관점에서 그것이 옳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이는 이리저리 시험해 본 뒤 시험대상이 맞는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56
어른자아의 또 다른 기능은 확률 예측이다.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확률 예측의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잇다. 근육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연습하고 사용하면 어른자아의 크기와 효율성이 증가할 수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어른자아가 손상되면 감정이 지배적인 힘을 휘두를 수 있다.  57
경험이 똑같이 재현될 것 같다는 신호가 물밀듯 밀려오면 경계선이 무너질 수 있다.  58
어른자아는 오래된 데이터를 체크해서 그것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한 뒤 이것을 미래에 사요하기 위해 재정리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행한다. 이일이 원만히 진행되고 과거에 주입받았던 삶과 현재의 삶 사이에 모순점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른자아라는 컴퓨터는 창의성이라는 중요한 일을 시작할 수 있다.  59
부모자아의 데이터 없이 모든 행동을 할때마다 처음부터 일일이 복잡한 결정을 내려햔 한다면, 우리의 컴퓨터의 창의적 프로세스를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을 것이다.  60

아기가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누군가 반복해서 아기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줘야 한다. 다시말해 스트로크가 필요하다. 스트로크가 없으면 아기는 죽는다. 심리적으로는 죽음을 면할 수 없다.  69
교류분석에 의하면 개인은 다음 네 가지 삶의 태도 중 하나에 머무르면서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결정한다. 
1. 자기부정-타인긍정(I'm not ok-You're ok)
사람들이 이 태도를 평생 동안 유지하려고 할 때에는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한다.
첫 번째 방법은 자기 부정의 상태를 확인해주는 인생각본(life script)에 맞춰 사는 것이다.
좀더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부모자아 데이터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대항각본(counterscript)'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다.
자기부정의 태도가 인생각본을 만든다면, 타인긍정의 태도(당신처럼 되고 싶어)는 대항각본을 만든다.  74-75
2. 자기부정-타인부정(I'm not ok-You're not ok)
자기부정-타인부저으이 태도에 빠진 사람은 모든 것을 포기한다. 아무 희망도 없는 그는 삶을 단산히 견뎌낼 뿐이다.  
몇몇 학자들은 평상시보다 훨씬 적그적으로 스트로크를 행할 때 아기가 이런 장벽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77-78
3. 자기긍정-타인부정(I'm ok-You're not ok)
아주 오랫동안 부모의 학대를 받게 되면 아이에게 처음으로 자기긍정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자기긍정-타인부정 태도를 지닌 사람은 스트로크 결핍에 시달린다. 스트로크를 행해주는 사람이 옳은 범주에 들어갈 때에만 긍정적인 스트로크가 발생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틀린 사람이다. 따라서 긍정적인 스트로크가 전혀 없다.  81
4. 자기긍정-타인긍정(I'm ok-You're ok)  
처음 세 가지 태도를 형성하는 토대는 감정이다. 네 번째 태도를 형성하는 토대는 사고, 믿음 그리고 행동결과이다. 처음 세 가지는 '왜'와 관련이 있다. 네 번째 태도는 '왜 안돼?'와 관련이 있다.  82 
부정적인 태도를 극복하고 긍정적 태도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처음 세 가지 태도를 형성하게 된 원인인 어린시절의 비극적인 경험을 파헤치고 현재의 행동이 어떤 식으로 이런 태도를 영원히 굳히는지 입증하는 것이다. 
자기긍정-타인긍정은 감정이 아니라 태도임을 이해해야 한다. 현재 아무리 결심한다 해도 아이자아에 존재하는 부정적 기록은 지워지지 않는다.  85
자기긍정-타인긍정의 태도를 취하기로 결심했다고 해서 긍정적인 감정태도가 즉시 자리 잡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하지만 우리가 결심만 한다면 우리가 선택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방해하려는 낡은 기록이 재생되는 것을 방지할 수는 있다.  85-86

부모자아와 아이자아의 데이터는 과거의 데이터이다. 어른자아의 데이터는 외부의 현실을 반영한다.  88
어른자아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만이 인종위기가 자신의 행복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며, 어른자아만이 추가적인 데이터를 받아들일 수 있다. 어른자아만이 오예제도가 아주 나쁜 것이며, 흑인들이 시위를 일으킨 것은 물건 취급을 당한 굴욕감과 절망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 링컨의 말처럼 어른자아만이 '이미 죽어버린 과거의 원칙으로는 현재의 분란을 잠재우지 못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어른자아만이 '모든'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더 많은 데이터를 찾아볼 수 있다.  90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자신의 의지대로 변화할 수 있는 자유, 반복적인 자극과 새로운 자극에 대한 반응을 바꿀 수 있는 자유를 얻게 해주는 것이 교류분석의 목적이다.  92
교류분석의 치료목적은 변화의 자유를 되찾는 것이다. 부모자아와 아이자아에 어떤 데이터가 들어 잇는지 파악하고 이런 데이터가 현재의 교류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때 변화의 자유가 발생할 수있다. 또한 변화의 자유를 회복하려면 인간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진시, 다시 말해 '증거'를 얻어야 한다. 
변화의 자유를 얻으려면 '알 수 있는'분야뿐 아니라 확립되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탐구해야 한다. 그리고 어른자아의 또다른 기능인 확률 예측을 적절히 이용할 때에야 이런 탐구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  94
인간은 세 가지 요인 때문에 변화를 원한다.
첫째로는 크게 상처 입을 때이다.
둘째로 사람들은 천천히 다가오는 절망감. 다시말해 권태감이나 따분함을 느낄 때 변화를 원한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셋째로 자신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을 때 사람들은 변화를 원한다.  95-96

어른자아의 힘을 기르려면 무엇보다도 부모자아와 아이자아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잇어야 한다.  133
아리스토텔레스는 진정한 힘은 자제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어른자아의 힘은 부모자아와 아이자아의 반응을 제지하는 데 있다.
부모자아와 아이자아를 식별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내부의 대화를 모니터하는 것이다. 134
어른 자아의 힘을 기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기본적인 가치에 대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하는 것이다.  135
에리히 프롬은 '건설적인 성격(어른자아)을 가진 사람은 준다는 것에 대해 전혀 다르게 생각한다. 주는 것은 자신의 힘을 최고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는 무언가를 주는 것만으로도 내게 힘과 부와 권력이 잇음을 절감할 수 있다. 내 힘과 생명력을 최대한 실감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커다란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내게 넘쳐 흐르는 것을 베풀고 내가 살아 있음을 실감하기 때문에 나는 커다란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 더 큰 기쁨을 선사한다. 무언가를 준다는 것은 그 무언가를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 있음을 가장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자기긍정)'  137



















































































(138페이지는 어른자아를 기를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하여 6가지로 나누었는데,.. 나의기준으로 3가지로 압축한다.)
첫째, 신호를 파악하는 방법을 익힌다.(아이자아와 부모자아에 대한)
둘째, 현실과 분리하기 위한 시간을 마련한다.
셋째, 가치체계를 개발한다.  138

(그림27)
(a) 부분은 시대에 뒤떨어졌으며 검토되지 않은 부모자아 데이터로 인해 어른자아가 오염된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편견이다. 선입관.  141
(b) 부분은 아이자아에 의한 어른자아의 오염을 의미한다. 이것은 오래전에 겪었던 감정이나 경험을 현재도 겪고 있는 것처럼 착각할 때 발생하는 오염이다. 망상과 환각이다. 망상은 두려움 때문에 발생한다.  142
환각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발생한다.
'배타' - 배타는 위협적인 상황에 닥쳤을 때 개인이 계속 유지하는 정형적이고 예측 가능한 태도를 의미한다. 각각의 다른 두 가지를 보완하지 못하고 서로 완전히 배타적으로 굴 때 불변의 부모자아, 불변의 어른자아, 불변의 아이자아가 만들어지게 된다.  143


즐길줄 모르는 사람 (그림28)



어른자아가 아이자아에 완전히 오염되어서 부모자아를 차단한 사람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진짜 부모나 부모 역할을 한 사람이 매우 잔인하고 무섭게 굴었을 때, 또는 이와 정반대로 부모가 아이의 응석을 있는 대로 다 받아 주었을 때 이런 상태에 빠지기 쉽다.  146
자신이 붙잡힐 것인지 아닌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 다른 사람이 얼마나 고통받을지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147




양심이 없는 사람 (그림29)

어른자아가 완전히 차단된 사람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정신질환자이다. 그들은 어른자아가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감각이 전혀 없다.  148











황금률이 적절한 안내지침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그 이상이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대부분의 가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는 그것을 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충분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268
의미치료를 창시한 빅터 프랭클은 오늘날 젊은이들의 절망에 대해 논하면서 그들은 소위 실존적 공허(existential vacuum)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실존적 공허 속에서 각각의 개인은 자신만이 우주의 중심이므로 아무리 합리적인 주장일지라도 자신을 '배제한 체'행해지는 주장을 일체 부인한다. 이런 실존적 공허에서는 주관적인 도덕성만이 존재한다.  270
객관적인 도덕질서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도덕질서란 자신의 판단에 의해서든 아니면 다른 사람의 판단에 의해서든 어떤 사람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 때 그의 잘잘못을 가릴 수 잇게 해주는 수단을 의미한다.  271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이냐는 질문에 존스 홉킨스 대학교 정신과 교수 제롬 프랭크 박사는 '우리 인간은 가끔씩만 합리적으로 굽니다. 저는 우리 인간이 떠안고 있는 아주 많은 두려움과 감정적 긴장이 명확한 사고를 방해한다고 생각합니다.'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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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걱정이 되어 마음이 편하지 않음' , '분위기 따위가 안정되지 않고 뒤숭숭함'이다.
이 단어를 철학적으로 표현하면 '인간 존재의 밑 바닥에 자리잡은 허무(虛無)로부터 비롯하는 위기적 의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심리적인 것이다. 불안이라는 단어는 사람의 마음에서 이루어지는 심리적 단어이다.

우리는 불안을 늘 가지고 살아간다. 사람은 자신이 해 보지 않은 것을 하려 할때 언제나 불안감이 언습한다. 또한 일상에서도 자신이 늘 하는 것과 거리가 있는것일 수록 불안감을 더 느끼게 된다.
아무런 이유없이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하거나,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기도 한다.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면 우리는 불안이 엄습하는 느낌을 가진다. 이유를 모르기때문이다. 즉 우리는 이유를 모르는 것이 발생할 때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불안에 대한 저자의 원인 규명과 해법을 서술한 책이다.
'불안'이란 단어는 매우 포괄적이다. 
책의 제목은 단순하게 불안이란 표현을 하였지만, 원서의 제목은 <Status Anxiety> 즉, '지위에 대한 불안'이다. 
저자는 불안 중에도 인간이 많이 느끼는 것 중의 하나인 지위에 대한 인간적인 불안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위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원인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제안한다.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원인은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이며, 그에 대한 해법으로는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이다.
한국사람들에게도 꽤나 유명한 저자의 철학적 사색과 철학자들의 사색을 통해 우리는 위안과 실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세계화에 의한 발전과 압도적인 신자유주의자들의 등살에 대한민국은 죽을때까지 공부해야 하는 나라가 되어 있다. 
그것은 더 나은 직업과 더 나은 지위를 얻지 못하면 안 된다는 심리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의 기득권층은 그렇게 만들어 가고 있다. 그들만의 즐거움과 권력을 위해 같은 세대간의 경쟁, 세대간의 경쟁, 진입장벽등을 통해 억누르고, 교육을 통해 이겨야만 한다는 세뇌를 시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신세계>에서 유전자 조작으로 이미 태어나고 무의식상태로 세뇌되어 태어날때부터 자신의 역할이 정해져 있다고 느끼는 그러한 상태가 지금의 이 시대에 우리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심리적인 무력감에 기인한다.

우리가 조금 떨어져서 세상을 바라보고 주입된 주관성이 아니라 좀더 넓게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그것이 보이게 된다.
보통의 생각과 접근을 따라가면서 객관성에 조금더 가까이 가게 될 수 있을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많이 공감이 간 내용들은 철학과 보헤미안이며,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었던 부분은 예술과 기독교 였다.



정의 
지위 - 사회에서 사람이 차지하는 위치. 지위(status)는 신분이라는 뜻의 라틴어 statum('서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 stare의 과거분사)에서 파생되었다.
        - 좁은 의미에서 이 말은 한 집단 내의 법적 또는 직업적 신분을 가리킨다(기혼자, 중위등). 그러나 더 넓은 의미에서는 세상의 눈으로 본 사람의 가치나 중요성을 가리키며, 이 책에서는 이 의미가 더 중요하다.

지위로 인한 불안 - 사회에서 제시한 성공의 이상에 부응하지 못할 위험에 처했으며, 그 결과 존엄을 잃고 존중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 우리가 사다리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느냐가 우리의 자아상(自我像)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 안타까운 것은 높은 지위를 얻기가 어려우며, 그것을 평생에 걸쳐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지위는 자신의 실수와 실패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적의 때문에 실패할 수도 있다.
                         - 실패에서 굴욕감이 생긴다. 우리의 가치가 아니라 성공한 사람들을 씁쓸하게 바라보며 우리 자신을 부끄러워할 처지에 놓였다는 괴로운 인식에서 나온다.

명제 - 지위에 대한 갈망은 다른 모든 욕구와 마찬가지로 쓸모가 잇다. 이것은 자신의 재능을 공정하게 평가하도록 자극하며, 남들보자 나아지도록 고무하며, 남에게 해를 주는 괴팍한 행동을 못하게 억제하며, 공동의 가치 체계를 중심으로 사회 구성원들을 결합한다. 그러나 모든 욕구가 그렇듯이, 이 갈망도 지나치면 사람을 잡는다.
       -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가장 유익한 방법은 이 상황을 이해하고 그것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7-10


원인
I. 사랑결핍
지위와 관련된 사랑을 받는 사람 역시 낭만적인 사랑을 받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호의적인 눈길을 받으며 편안함을 느낀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16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The Theory og Moral Sentiment)>에서 "인간 삶의 위대한 목적이라고 하는 이른바 삶의 조건의 개선에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이 주목을 하고, 관심을 쏟고, 공감 어린 표정으로 사근사근하게 맞장구를 치면서 알은체를 해주는 것이 우리가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부자가 자신의 부를 즐거워하는 것은 부를 통해 자연스럽게 세상의 관심을 끌어 모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가난한 사람은 가난을 부끄러워한다. 가난 때문에 사람들의 시야게서 사라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아무도 우리에게 주목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인간 본성에서 나오는 가장 열렬한 욕구의 충족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18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날때부터 자신의 가치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괴로워할 운명을 타고 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결과 다른 사람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이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느낌은 함께 사는 사람들의 판단에 좌우된다.  21
우리의 '에고'나 자아상은 바람이 새는 풍선과 같아, 늘 외부의 사랑이라는 헬륨을 집어넣어 주어야 하고, 무시라는 아주 작은 바늘에 취약하기 짝이 없다.  22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자신의 인겨겨을 신뢰할 수도 없고 그 인격을 따라 살 수도 없다.  23




II.속물근성
'속물근성(snobbery)'이라는 말은 영국에서 1820년대에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이 말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의 많은 대학의 시험 명단에서 일반 학생을 귀족 자제와 구별하기 위해 이름옆에 sine nobilitate(이것을 줄인 말이 's.nob.'이다), 즉 작위가 없다고 적어놓는 관례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 말은 처음에는 높은 지위를 갖지 못한 사람을 가리켰으나, 곧 근대적인 의미, 즉 거의 정반대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상대방에게 높은 지위가 없으면 불쾌해하는 사람을 가리키게 된 것이다.  28
신문 때문에 문제는 더 복잡해 진다. 속물은 독립적 판단을 할 능력이 없는 데다가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갈망한다.  33
두려움은 세대를 따라 전해진다.. 속물도 속물을 낳는다.  35
젊은 시절에 속물근성에 분개했다고 해서 그 뒤에 스스로 속물이 되어가지 말란 법도 없다. 거만한 사람에게 무시를 당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를 무시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얻고자 하는 갈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36
가난이 낮은 지위에 대한 전래의 물질적 형벌이라면, 무시와 외면은 속물적인 세상이 중요한 상징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내리는 감정적 형벌이다.  38

III. 기대
18세기 초 영국에서 서양의 위대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농경 기술 덕분에 생산이 급격히 늘어나고, 산업과 교역이 늘게된다.
증기기관과 면 역직기로 사회적 기대가 바뀌었다. 도시 규모가 급격히 팽창했다. 
사치품은 일반용품이 되었으며 일반용품은 생활필수품이 되었다.  46
유럽과 미국 전역에 거대 백화점이 문을 열고, 과학기술 발명품이 속속등장한다. 
전역에 쇼핑몰의 발전은 새로운 갈망들이 생겨났다. 1970년대에 이르자 미국인들은 일터와 쇼핑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55
어떤 것의 적절한 수준은 결코 독립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준거집단(準據集團), 즉 우리와 같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조건과 우리의 조건을 비교하여 결정된다.
설사 웃풍이 심하고 비위생적인 오두막에 살면서 크고 따뜻한 성에 사는 귀족의 지배에 시달린다 해도, 우리와 동등한 사람들이 우리와 똑같이 사는 것을 본다면 우리의 조건은 정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57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겨 우리 자신과 비교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질투할 사람도 늘어난다.  60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Democracy in America)>(1835)의 '왜 미국인은 번영 속에서도 그렇게 불안을 느끼는가'라는 제목의 장에서 불만과 높은 기대, 선망과 평등의 관계를 끈질기게 분석한다.
".. 불평등이 사회의 일반 법칙일 때는 아무리 불평등한 측면이라도 사람들 눈길을 끌지 못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대체로 평등해지면 약간의차이라도 눈에 띄고 만다... 그래서 풍요롭게 살아가는 민주사회의 구성원이 종종 묘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평온하고 느긋한 환경에서도 삶에 대한 혐오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자살률 증가를 걱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자살은 드문 대신 광증이 다른 어느 곳보다 흔하다고 한다."  67
하버드 심리학 교수인 제임스는 '시도가 없으면 실패도 없고, 실패가 없으면 수모도 없다. 따라서 이 세계에서 자존심은 전적으로 자신이 무엇이 되도록 또 무슨 일을 하도록 스스로를 밀어붙이느냐에 달려 있다. 이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자기 자신의 잠재력에 대한 실체 성취 비율에 의해 결정된다.  자존심 = 성공/잠재력'
제임스의 방정식은 우리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 수모를 당할 위험도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무엇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행복이 결정된다.  71
장-자크 루소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1754)에서 다들 야만인과 근대의 노동자 가운데 노동자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것이 과연 정말일까 하고 물었다.
루소의 주장은 부에 대한 명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루소에 따르면 부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었다. 부란 우리가 갈망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다. 부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부는 욕망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우리가 얻을 수 없는 뭔가를 가지려 할 때마다 우리는 가진 재산에 관계없이 가난해진다. 우리가 가진 것에 만족할 때마다 우리는 실제로 소유한 것이 아무리 적더라도 부자가 될 수 있다.
루소는 사람을 부자로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생각했다. 더 많은 돈을 주거나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다. 근대 사회는 첫 번째 방법에서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욕망에 줄기차게 부채질을 하여 자신의 가장 뛰어난 성취의 한 부분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부유하다고 느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돈을 벌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와 같다고 여겼지만 우리보다 더 큰 부자가 된 사람과 실제로나 감정적으로나 거리를 두면 된다. 더 큰 물고기가 되려고 노력하는 대신 옆에 있어도 우리 자신의 크기를 의식하며 괴로울 일이 없는 작은 벗들을 주위에 모으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면 된다.
발전하는 사회는 역사적으로 볼 때 전보다 높아진 소득을 제공하기 때문에 우리를 더 부유하게 해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볼 때 우리를 더 궁핍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80-81

IV. 능력주의 
예수가 전도를 시작한 서기 약 30년부터 20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서양 사회에서 가장 낮은 지위에 처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의미에 대하여 세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이야기들은 그것을 믿을 수만 있다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불안을 덜어주었을 것이다.
첫 번째 이야기 - 가난은 가난한 사람들 책임이 아니며 가난한 사람은 사회에서 가장 쓸모가 크다.
두 번째 이야기 - 낮은 지위에 도덕적 의미는 없다.
세 번째 이야기 - 부자는 죄가 많고 부패했으며 가난한 사람들을 강탈하여 부를 쌓았다.
이 세 가지 이야기는 서기 30년부터 1989년까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위로했다.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인 가장 설득력 있는 이야기는 그것들이었다. 이 이야기들은 좋은 운을 타고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기운을 북돋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86-95
안타깝게도 18세기 중반 무렵부터 괴로운 이야기 세 가지가 생겨나 꾸준히 영향력을 늘여가면서 앞의 이야기들에 도전하게 되었다.
첫 번째 이야기 - 빈자가 아니라 부자가 쓸모있다.
버나드 맨드빌은 운문으로 쓴 소채자 <벌의 우화>를 발표했고, 이것이 부자와 빈자를 바라보는 방법을 결정적으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  97
두 번째 이야기 - 지위에는 도덕적 의미가 있다.
세 번째 이야기 - 가난한 사람들은 죄가 많고 부패했으며 어리석음 때문에 가난한 것이다.
새뮤얼 스마일스는 <자조>(1859)에서 궁핍한 젊은이드에게 높은 목표를 세우고, 공부하고, 신중하게 돈을 쓰라고 권한 뒤, 그들이 그렇게 하도록 돕는 정부는 비난했다. '사람들 대신 일을 해주면 그들에게서 스스로 그 일을 할 동기와 필요를 빼앗게 된다. 법을 인간 발전의 동인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과대평가다. 아무리 엄중한 법이라도 게으른 사람을 부지런하게 만들 수 없고, 낭비벽이 심한 살마을 검소하게 만들 수 없고, 주정뱅이가 술을 끊게 만들 수 없다.'  116
능력주의 체제에서는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더해진다.  119

V. 불확실성
불안은 현대의 야망의 하녀다. 생계를 우지하고 남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면 적어도 다섯 가지 예측 불가능한 요인이 뜻대로 따라주어야 하는데, 이것은 사회적 위계 내에서 자신이 바라는 자리를 얻거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다섯 가지 이유가 되기도 한다.
① 변덕스러운 재능
지위가 성취에 의존한다면 성공에 일반적으로 필요한 것은 재능과 그 재능을 믿을 만하게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다.  124
② 운
우리의 지위는 '운'이라는 말로 느슨하게 얽어 넣을 수 있는 어떤 범위의 우호적 조건들에 의존하고 있다.  125
승자는 운을 만든다. 이것이 현대의 주문(呪文)이다.  127
③ 고용주
삶의 조건의 예측 불가능성은 우리의 지위 문제가 고용주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해진다.  127
④ 고용주의 이익
고용의 안정성은 조직 내의 정치만이 아니라 회사가 시장에서 계속 이윤으 ㄹ내는 능력에도 달려 있다.  132
⑤ 세계 경제
회사와 종업원들의 생존은 경제 전체의 성적 때문에 위태로운 지경에 처하기도 한다.  134

우리가 실패에 대한 생각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은 성공을 해야만 세상이 우리에게 호의를 보여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136
인간은 웃어줄 만한 확실한 이유가 없으면 좀처럼 웃엊지 않는 법이다.  137
고용자와 피고용자 사이에 어떤 동지애가 이룩된다 해도, 노동자가 어떤 선의를 보여주고 아무리 오랜 세월 일에 헌신한다 해도, 노동자들은 자신의 지위가 평생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 그 지위가 자신의 성과와 자신이 속한 조직의 경제적 성공에 의존한다느 것, 따라서 자신은 이윤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감정적인 수준에서 변함없이 갈망하는 바와는 달리 결코 그 자체로 목적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늘 불안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142-143



해법
I. 철학
명예의 문제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사람들을(르네상스 시대 유럽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명예를 위해 결투하는 관습)  비난하는 눈으로 바라볼지 모르지만, 그러는 우리도 그런 사람들의 정신구조의 가장 중요한 측면을 공휴하고 있을지 모른다. 다른 사람들의 경멸에 매우 약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자존심 역시 다른 사람들이 부여하는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우리도 성질 급하게 결투에 나서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을지 모른다.  152
'다른 사람들의 머리는 진정한 행복이 자리를 잡기에는 너무 초라한 곳이다.' -쇼펜하우어 <소품과 단편집>(1851)
'자연은 나에게 '가난해지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다. 또 '부자가 되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자연은 나에게 '독립적으로 살라'고 간청할 뿐이다. -샹포르 <격언집>(1795)
'나를 부유하게 하는 것은 사회에서 내가 차지하는 자라기 아니라 나의 판단이다. 판단은 내가 가지고 다닐 수 있다... 판단만이 나의 것이며, 누구도 나에게서 떼어낼 수 없다.' -에픽테토스 <어록>(100년경)  154
철학은 외부의 의견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새로운 요소를 도입한다. 상자를 하나 떠올리면 좋을 것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다른 살마들의 인식은 모두 이 상자에 먼저 들어가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만일 그것이 참이면 더 강한 힘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만일 거짓이면, 웃음을 터뜨리거나 어깨를 으쓱하고 털어버리는 것으로 우리에게 아무런 해도 주지 못하고 사라져버린다. 철학자들은 이 상자를 '이성'이라고 불렀다.  


철학은 성공과 실패의 위계를 완전히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 과정을 재구성할 뿐이다.  159
감정은 과녁을 넘어가거나 못 미치기 십상이기 때문에, 철학자들은 이성을 이용하여 감정을 적절한 목표로 이끌라고 충고해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진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지,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이 진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지 자문해보라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에우데미아 윤리학>(기원전 3590년경)에서 인간 행동은 제어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보통 극단으로 흐르는 오류를 범한다고 예를 들어 설명한 뒤, 지혜로우면서도 침착한 중도(中道)를 이상으로 제시하면서, 이성의도움을 받아 중도에 이르는 것을 행동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160


철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면밀하게 검토해 보면 서글픈 동시에 묘하게 위안이 되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고 이야기해왔다. 어떤 문제이든 다수의 의견에는 혼란과 오류가 가득하다는 것이었다.

샹포르는 '여론은 모든 의견 가운데 최악의 의견이다.' 
아첨을 하듯이 상식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개 언어도단에 가깝다고 덧붙인다. 단순화와 비논리, 편견과 천박함으로 얼룩뎌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서나 가장 터무니없는 관습과 가장 어처구니없는 의식들이 '하지만 그것이 전통이야'라는 말로 용인되고 있다.'  163
철학적인 접근 방법의 장점은 심리적인 면에서 드러난다. 누가 우리에게 번대하거나 우리를 무시할 때마다 상처를 입는 대신 먼저 그 사람의 그런 행동이 정당한지 검토해보게 되기 때문이다. 비난 가운데도 오직 진실한 비난만이 우리의 자존심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  164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피상적이고 하찮다는 것, 그들의 시야가 편협하다는것, 그들의 감정이 지질하다는것, 그들의 의견이 빙퉁그러졌다는 것, 그들의 잘못이 수도 없이 많다느 것을 알게 되면 점차 그들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그들을 필요 이상으로 존중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철학적 연세주의의 중요한 모범을 보여준 아르투르 쇼펜하우어의 말이다.  165
쇼펜하우어는 묻는다. 정말로 그 사람들의 평가에 따라 우리 자신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할까?
'만일 청중 한두 사람만 빼고 모두 귀머거리라면 그들의 우렁찬 박수 갈채를 받는다 해서 연주가가 기분이 좋을까?'  166
이렇게 인간성을 통창력 있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유용하기는 하지만, 한 가지 불리한 점은 이런 관점을 따를 경우 친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166
쇼펜하우어는 '이 세상에서는 외로움이냐 천박함이냐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는 곧이어 모든 젊은이들이 '외로움을 견디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충고한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만날 일이 줄어 들수록 더 낫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167
철학자들은 함께 모여 연구를 한 것도 아닌데 입을 모아 외부의 인정이나 비난의 표시보다는 우리 내부의 양심을 따르라고 권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무작위 집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느냐하는 것이다.  168

II. 예술
예술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 많은 논평자들이 이런 답을 내 놓았다. 별 쓸모가 없다.  171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을 보라. 영국 문단에서 시인이자 비평가인 매슈 아널드는 제안한다. '인간의 잘못을 없애고, 인간의 혼돈을 정리하고, 인간의 곤궁을 줄이고자 하는 욕망'의 흔적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모든 위대한 예술가들은 '세상을 자신이 처음 보았을 때보다 더 낫고 더 행복하게 만들고자 하는 갈망'에 사로잡혀 있다. 예술가들이 이런 갈망을 늘 노골적인 정치적 메시지로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스스로 그런 갈망을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작품에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항의가 나타나기 마련이고, 이에 따라 우리의 시각을 교정하고, 아름다움을 인식하도록 교육하고, 고통을 이해하거나 감수성에 다시 불을 붙이도록 돕고, 감정이입 능력을 길러주고, 슬픔이나 웃음을 통하여 도덕적인 균형을 다시 잡아주려고 노력하기 마련이다.  174


(저자는 소설 그림 비극 희극 유머를 예로들며 예술작품이 인간의 균형을 위한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비극 작품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실패에 평소보다 훨씬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그것은 그 잡품을 통해 실패의 유래를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더 많이 아는 것은 곧 더 많이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이다.  211
프로이트는 <농담과 무의식의 관계>(1905)에서 '우리는 농담을 통해 장애 때문에 공개적으로 또는 의식적으로 드러낼 수 없었던 적의 우스꽝스러운 부분을 활용할 수 있다.'
'농담의 형태가 아니라면 결코 듣지 않을 사람의 귀에도 들어가게 할 수 있다... 그래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비판할 때 농담을 특별히 애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23
만화가들의 밑바닥에 깔린 무의식적 목표는 유며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그런 식으로 조롱할 일이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세상을 만들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234

III. 정치
지위를 분배하는 원칙은 무엇인가?  244
이상적인 지위는 오래전부터 계속 바뀌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바뀔 수밖에 없다. 이런 변화 과정을 묘사하는 데 정치라는 말을 사용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246
부를 축적한 사람은 일단 주요한 미덕이 적어도 네 가지는 있다고 칭송을 받는다. 그 네 가지란 창의성, 용기 지능 ,체력이다. 
돈에는 윤리적 가치가 부여된다. 돈은 그 소유자의 미덕의 증거다.  248
이런 이상이 아무리 자연스러워 보인다 해도.. 이것은 단지 인간이 만든 것일 뿐이다.
소스틴 베블런의 <유한계급론>(1899)에서 한 말에 따르면, 상업 사회에서는 덕은 잇지만 가난한 사람은 존재하기 어렵다. 따라서 아무리 물질주의적인 태도와 거리가 먼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도 부를 축적하여 그것을 보여줌으로써 불명예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요구를 느낄 것이며, 그렇게 하지 못하면 불안한 마음과 책임감에 시달릴 것이다.  249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실제로는 '필수품'으로 꼽히게 되었다. 그것들을 소유하지 않으면 아무도 품위 있는 살마이라고 여기기 않으며, 따라서 심리적으로 편안한 생활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250
근대으 성공적 삶이라는 이상은 돈과 선(善)을 연결시킬 뿐 아니라, 또 하나의 연결도 시도한다. 즉 돈과 행복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이런 관념은 세 가지 가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첫째는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지 확인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로 근대 문명에서 접할 수 있는 엄청나게 다양한 직업과 소비재가 우리의 행복과 별 관계없이 욕망만 부추기는 번지르르한 소모적 전시품이 아니라, 실제로의 가장 중요한 요구 몇 가지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로 쓸 수 있는 돈이 많을 수록 제품과 용욕도 더 많이 이용할 수 있고, 따라서 우리가 행복해질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이다.  258
이런 가정들에 반박하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읽기 쉬운 책은 여전히 장-자크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이다.  259
선사시대에는 인간이 루소가 말하는 자연 상태에서 살았는데, 이때는 사람들이 숲에 살면서 장을 보지도 신문을 읽지도 않았다. 루소는 이 시기에는 사람들이 자신을 더 수비게 이해했으며, 만족스러운 삶의 핵심적인 특징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상상한다.  260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대체하고,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노력은 하더라도 우리의 목표들이 약속하는 수준의 불안 해소와 평안에 이를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268
우리는 어떤 직업이 주는 매력도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과정이 아니라 결과만 눈에 보이는 것이다.
선망을 멈추지 못한다면, 엉뚱한 것을 선망하느라 우리 삶의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할 것인가.  269
존 러스킨은 <이 최후의 사람에게>에서 부에 대한 일반적인 금전적 관점을 버리고 '삶'에 기초한 관점을 채택하라고 호소했다.  271
토머스 칼라일도 <미다스(Midas)>에서 '우리는 삶의 호화로운 장식은 소유하게 되었지만 그 와중에 사는 것은 잊어버렸다... 우리는 현금 지불이 인간들의 유일한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273-274

사회적 위계 때문에 아무리 기분이 상하거나 난처해지더라도 우리는 그런 위계가 너무 뿌리가 깊고 너무 견고하게 자리를 잡아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그 위계를 지탱하는 공동체나 신념들을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이런 위계가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하여 체념을 하고 그냥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275
마르크스의 표현을 빌리면, '모든 시대의 지배적 관념들은 늘 지배계급의 관념이다.'
이런 과념들은 강압적으로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면 결코 지배를 할 수가 없다.
이데올로기적인 진술의 핵심은 높은 수준의 정치적 감각이 없으면 그 편파성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데올로기는 무색무취의 가스처럼 사회에 방출된다. 그것은 신문, 광고, 텔레비전 프로그램, 교과서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이데올로기느 ㄴ자신이 편파적인, 어쩌면 비논리적이고 부당할 수도 있는 방식으로 세상에 접근한다는 사실을 감추면서, 자신은 그저 오래된 진실을 이야기할 뿐이며, 오직 바보나 미치광이만이 여기에 반대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278
'꼭 이래야 하는가?'
억압적 상황은 영원한 고통을 겪으라는 자연의 심판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변화 가능한 어떤 사회 세력들 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잇다. 이렇게 되면 죄책감과 수치감은 이해로, 지위의 더 평등한 분배 방식에 대한 탐구로 바뀔 수도 있다.  279
관념이나 제도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할 때는 고통의 책임을 아무에게도 묻지 못하거나 고통을 겪은 당시자에게 묻게 된다.  281
정치적 관점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해다. 분석을 통하여 이데올로기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님을 밝혀 그 뇌관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어리둥절한 채 우울한 표정으로 대응하던 태도를 버리고, 눈을 똑똑히 뜨고 그 원인과 결과를 계보학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284
정치적 어려움을 이해하는 것은 기후 위성으로 기상 상태의 위기를 파악하는 것과 같다. 그것이 늘 문제를 막어주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거기에 접근하는 최선의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유용한 것을 가르쳐 준다. 그 결과 피해의식, 수동적 태도, 혼란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288

IV. 기독교
죽음을 생각하는 관점에서 의미있는 활동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기독교적인 생각과 세속적인 생각은 차이가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 진정한 사회관계, 자선에 대한 강조는 공통되는 것 같다. 또 권력, 군사적인 힘, 금전적인 야욕, 명예에 대한 관심을 비판하는 것도 공통되는 것 같다. 죽음에 대한 생각 옆에 갖디 놓으면 어떤 행동들은 하찮아 보일 수밖에 없다.  301
'헛되고 헛되다. 세상만사 헛되다.' <전도서>의 저자는 그렇게 탄식한다(1장 2절)
'한 세대가 가면 또 한 세대가 오지만 이 땅은 영원히 그대로이다'(1장 4절)  303
기독교 도덕가들은 불안을 달래려면 낙관적인 사람들의 가르침과는 반대로 모든 것이 최악으로 흘러간다고 강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천장은 무너져 내리고, 은행은 폐허가 되고, 우리는 죽고,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은 사라지고, 우리가 이룬 것들, 심지어 우리의 이름마저 땅에 짓밟힐 것이다. 이런 생각이 위로가 된다면, 그것은 우리가 본능적으로 사실을 인식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지위에 대한 우리으 ㅣ하찮은 걱정을 천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우리 자신의 미미함을 바라보며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된다.  320
우리 자신이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느낌은 우리 자신을 더 중요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321

(그림1과 2는 58페이지에 언급된 내용이며, 그림3과 4는 321페이지에 있다.)


물론 기독교는 세속 도시와 그 가치를 없애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도 서양에서 사람들이 부와 미덕을 구분한다면, 또 중요한 사람이냐 아니냐만 따지지 않고 선한 사람이냐 아니냐도 따진다면, 그것은 많은 부분 수백 년 동안 자신의 자원과 위신을 이용하여 지위의 의로운 분배에 대한 몇 가지 특별한 관념을 옹호해온 기독교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342

V. 보헤미아
19세기 초 서구와 미국에서 새로운 집단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들은 소박한 옷을 입었고, 도시의 싼 지역에 살았고, 책을 많이 읽었고, 돈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고, 다수는 우울한 기질이었고, 사업이나 물질적 성공보다는 예술과 감정에 충실했고, 가끔 단발이 유행하기 오래전에 단발을 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들을 '보헤미안'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앙리 뮈르제가 파리의 다락방과 카페의 생활을 그린 <보헤미안의 생활>(1851)을 써서 성공을 거둔 뒤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품위라는 부르주아적 개념에 들어맞지 않는 광범위한 사람들과 관련하여 사용되었다.  351
아서 랜섬은 <런던의 보헤미아>(1907)에서 '보헤미아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장소가 아니라 마음의 태도다'라고 말했다.  352


보헤미안들은 부르주아지가 대표하는 거의 모든 것을 지독하게 싫어했으며, 그들을 무절제하게 모욕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353
보헤미아와 부르주아지를 궁극적으로 갈라놓는 것은 대화의 화제나 후식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누가 높은 지위를 얻을 자격이 있고 그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하는 문제엿다.  354
부르주아지는 상업적 성공과 공적인 평판에 기초하여 지위를 부여한 반면, 보헤미안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우아한 집이나 옷을 살 수 있는 능력보다 당연히 더 중요했던 것은 세상을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  감정의 주요한 저장소인 예술에 관람자나 창조자로서 헌실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보헤미안의 가치 체계에서 순교자적 인물은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만들기 위해, 또는 여행이나 친구와 가족에게 헌신하기 위해 안정된 정규 직장과 사회의 존경을 희생한 사람들이었다.  355
보헤미안의 가치 체계에서는 돈으로 명예를 얻지 못하듯이 소유로도 명예를 얻지 못한다. 그것은 오만과 천박의 상징이다.  360
1845년 7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보헤미안 가운데 한 사람인 헨리 소로는 메사추세츠 주 콩코드 시 근처 월든 호수에 자신이 손으로 지은 통나무집으로 이사했다. 
소로는 '사람은 없이 살 수 있는 것이 많아질수록 행복해진다.'
'영혼에 필요한 것을 사는 데 돈은 필요하지 않다.'  364
주류 문화와 갈등하면서도 자신 있게 살아가려면 우리의 직접적인 환경에서 작동하는 가치 체계. 우리가 사교적으로 어울리는 사람들, 우리가 읽고 듣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보헤미안들의 통찰이다. 
보헤미안들은 대도시에 살면서 지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피하고 대신 진정한 친구들과 매일 접촉할 수 있는 동네에 모여 살았다.  364
보헤미안들은 또 실패라는 말도 조심스럽게 재규정했다.
보헤미안들은 세상이 어리석음과 편견에 지배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여 외적인 실패를 버로 해석하지 않았다.  366
오해를 받고 거부를 당하며 살지만 그럼에도 인사이더보다 우월한 아웃사이더라는 신화는 보헤미아의 가장 위대한 인물들 다수의 삶을 반영하거나 그 삶을 규정한다.  367
집단과 그 전통은 열등하다는 보헤미아의 믿음과 더불어 개인의 우월성에 대한 강조가 나타났으며, 이와 더불어 관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이 나타났다.
빅토르 위고는 <에르나나>(1830)의 서문에서 '이제 규칙은 없다. 재능 잇는 사람이 개인적 독창성을 포기한다는 것은 신이 하인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에세이 <자립>(1840)에서도 '인간은 모름지기 순응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결코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지 말자... 이 시대의 매끈한 평범함과 비열한 만족을 모욕하고 질책하자.'  372

보헤미아의 과도한 점을 지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많은 보헤미안들이 영적인 관심을 삶의 전면에 내세우는 데 몰두한 나머지 실제적인 문제를 태만히 햇다. 이 대문에 그들은 생존할 만한 일을 찾는 데 안간힘을 써야 했으며, 이렇게 되자 영을 생각할 시간은 줄어들고 몸 생각을 해야 하는 시간은 늘어났다. 심지어 물질주의적이라고 욕하던 바쁜 판사나 약사보다 나을 것이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380


지위에 대한 불안의 성숙한 해결책은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로 부터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산업가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보헤미안으로부터 인정 받을 수도 있으며,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철학자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다. 누구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이다.
지위에 대한 불안이 아무리 불쾌하다 해도 그 불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좋은 인생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실패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창피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야심을 품고, 어떤 결과들을 선호하고, 자신 외의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는 데서 나오는성공적인 삶과 성공적이지 못한 삶 사이의 공적인 차이를 인정할 경우 치를 수밖에 없는 대가다.
그러나 지위에 대한 요구는 불변이라 해도, 어디에서 그 요구를 채울지는 여전히 선택할 수 있다. 창피를 당할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은 어떤 집단의 판단 방식을 우리가 이해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다. 지위에 대한 불안은 결국 우리가 따르는 가치와 관련이 되는 경우에만 문제가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가치를 따르는 것은 두려움을 느껴 나도 모르게 복종을 하기 때문이다. 마취를 당해 그 가치가 자연스럽다고, 어쩌면 신이 주신 것인지도 모른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의 사람들이 거기에 노예처럼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상상력이 너무 조심스러워 대안을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는 지위의 위계를 없애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수의 가치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가치, 다수의 가치를 비판하는 새로운 가치에 기초하여 새로운 위계를 세우려 했다. 이 다섯 집단은 성공과 실패, 선과 악, 수치와 명예의 구분 자체는 유지하면서, 무엇이 각 항복에 속해야 하는지를 재규정하려 했다.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각 세대마다 높은 지위에 대한 지배적인 관념들을 충실하게 따르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따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 그럼에도 패자나 이름 없는 사람이라는 잔인한 규정과는 다른 규정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정당성을 얻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들 덕분에 우리는 삶에서 성공을 거두는 데는 하나 이상의 길, 판사나 약사의 결과는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위로와 확신을 얻을 수 있다.  384-385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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