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에 해당되는 글 20건

  1. 2019.01.23 타자의 추방 - 한병철 문학과지성사 2017 03100
  2. 2019.01.09 욕망의 아내 - 데이비드 J. 레이 황소걸음 2011 03180
  3. 2018.12.19 여행육아의 힘 - 서효봉 카시오페아 2016 03590
  4. 2014.12.11 망각과 자유, 장자 읽기의 즐거움 - 강신주 갈라파고스 2014 03100
  5. 2014.01.02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여덟 단어 - 박웅현 북하우스 2013 03810
  6. 2013.01.12 시작과 유지 .. 영화<타인의 취향> 도서<마지막 한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아도르노와 김우창의 예술문화론>
  7. 2012.09.14 진리에의 진리로의 여행 ...영화<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8. 2012.04.15 인문학 두드림 콘서트 - 유재원
  9. 2012.03.28 소셜 애니멀 - 데이비드 브룩스
  10. 2012.03.14 우리는 사랑일까(The romantic movement) - 알랭 드 보통 은행나무 2005 03840
  11. 2012.03.08 부자들의 대통령(그들만의 리그 사르코지와 부자친구들) - 미셀 팽송, 모니트 팽송-샤를로 프리뷰 2012 03300
  12. 2012.03.07 유쾌하게 자극하라. - 고현숙 올림 2007
  13. 2012.03.04 읽기의 힘, 듣기의 힘 - 다치바나 다카시외 열대림 2007 03800
  14. 2012.02.20 마음의 해부학(I'm ok - You're ok) - 토머스 해리스 21세기북스 2008 03180
  15. 2011.04.02 강학중 박사의 가족수업 - 강학중 김영사 2010 03810
  16. 2010.12.17 떠나지 않으면 청춘이 아니다 - 김태현(택꼬) 더난출판 2010 13810
  17. 2010.11.16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박웅현 강창래 알마 2009 1
  18. 2010.09.01 사람을 대하는 방법 2
  19. 2010.08.18 속 시원한 소통을 위한 10가지 법칙
  20. 2010.08.10 어떻게 하면 내 아이와 대화를 나눌까?


같은 것의 테러


오늘날 타자의 부정성은 같은 것의 긍정성에 밀려나고 있다. .. 박탈이나 금지가 아니라 과잉소통과 과잉소비가, 배제와 부정이 아니라 허용과 긍정이 사회체를 병들게 한다.  7


타자의 폭력만 파괴적인 것이 아니다. 타자의 추방은 아주 다른 파괴 과정을, 즉 자기파괴를 작동시킨다. 타자의 부정성을 거부하는 시스템은 자기파괴적인 특징을 나타낸다. 이러한 폭력이 변증법은 보편적으로 작동한다.

같은 것의 폭력은 그 긍정성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다. 같은 것의 창궐은 스스로를 성장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어떠 ㄴ특정한 지점을 넘어서면 생산은 더 이상 생산적이지 않고, 파괴적이며, 정보는 더 이상 정보를 주지 않고 왜곡하며, 소통은 더 이상 소통적이 아니라 그저 누적적이다.

오늘날에는 지각 자체도 "빈지워칭(Binge Watching)"즉 혼수상태에 이르도록 뚫어지게 보기의 형태를 취한다. 이는 어떠한 시간 제한도 없이 비디오와 영화를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소비자들의 취향에 아주 잘 맞는, 그래서 그들의 마음에 드는 영화와 시리즈 들이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된다. 소비자들은 언제나 새로운 같은 것을 섭취하고 소비가축처럼 살이 찐다. 혼수상태에 이르도록 뚫어지게 보기는 오늘날의 지각 방식 전반으로 일반화될 수 있다. 같은 것의 창궐은 악성종양이 혼수상태처럼 작동한다. 그것은 어떠한 면역 방어의 방해도 받지 않는다.  8


경색은 같은 것의 과잉, 시스템의 비만으로 인해 일어난다. 경색은 감염적이 아니라 과지방적이다. 지방에 대해서는 항체가 형성되지 않는다.  9


같은 것은 형태가 없다. 같은 것에는 변증법적인 긴장이 없기 때문에 서로 무관심한 병존, 서로 구별되지 않는 창궐하는 덩어리가 생겨난다.  9


오늘날 같은 것의 테러는 모든 삶의 영역으로 확산된다. 우리는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면서도 하나의 경험도 하지 못한다. 모든 것을 인지하면서도 어떤 것도 인식하지 못한다. 정보와 데이터를 쌓으면서도 어떤 지식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체허모가 흥분을 애타게 추구하면서도 언제나 같은 상태로 남아 있다. 친구와 팔로워를 쌓으면서도 어ㄸㄴ 타자도 만나지 못한다. 사회 매체들은 사회적인 것의 절대적인 소멸 단계를 보여준다. 

전면적인 디지털 네트워크와 소통은 타자와의 만남을 쉽게 해주지 않는다. 그것들은 오히려 낯선 자와 타자를 지나쳐 같은 자와 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들을 발견하도록 하고, 우리의 경험 지평이 갈수록 좁아지게 만든다.  10


타자의 부정성과 변모가 엄밀한 의미에서의 경험을 만들어낸다. 어떤 것을 경험한다는 것은 "우리를 기습하는 것, 우리를 맞히는 것, 우리를 덮치는 것, 우리를 넘어뜨리는 것, 우리를 변모시키는 것"을 말한다. 경험의 본질은 고통이다. 그러나 같은 것은 고통을 주지 않는다. 오늘날 고통은 같은 것을 지속시키는 '좋아요'에 밀려난다.

정보는 단순하게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에 반해 엄밀한 의미에서의 지식은 느리고 긴 과정이다. 지식은 아주 다른 시간성을 지닌다. 지식은 성숙한다. 성숙은 오늘날 우리가 점점 잃어버리고 있는 시간성이다.  11


정보들을 가장 대규모로 모아놓은 빅데이터에도 지식은 거의 들어 있지 않다. 빅데이터는 상관성을 조사하는 데 사용된다. 상간성이란 A가 발생하면 흔히 B도 발생한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왜 그런지는 알지 못한다. 상관성은 인과관계, 즉 원인과 결과 사이의 관계조차 밝혀내지 못하는 가장 원시적인 지식의 형태다. 그것은 그렇다. 왜라는 질문은 제기되지 않는다. 따라서 아무것도 파악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식은 파악하기다. 빅데이터는 이렇게 사유를 필요 없는 것으로 만든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은 그렇다'에 만족한다.

사유는 아주 다른 것으로 진입할 수 있다. 사유는 같은 것을 중단시킬 수 있다. 그래서 사유는 사건성을 지닌다. 이에 반해 계산은 같은 것의 무한한 반복이다. 사유에 반해 계산은 어떤 새로운 상태도 낳을 수 없다. 계산은 사건을 모른다. 반면, 진정한 사유는 사건적이다.  11-12


엄밀한 의미에서의 인식도 변모를 낳는다. 인식은 새로운 의식의 상태를 산출한다. 인식의 구조는 구원의 구조아 비슷하다. 구원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한다. 구원은 구원이 필요한 자를 완전히 다른 존재 상태로 옮겨 놓는다.  12-13


사건에는 부정성이 내재한다. 사건은 현실에 대한 새로운 관계를, 새로운 세계를, 있음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낳기 때문이다. 사건은 갑자기 모든 것이 아주 새로운 빛 속에서 나타나도록 한다. 하이데서(Martin Heidegger)가 말하는 "존재망각(Seinsvergessenheit)"이란 바로 이 사건에 대한 무지를 말한다.  14


오늘날 네트는 모든 다름, 모든 낯섦이 제거된 특별한 공명 공간으로, 메아리의 방으로 변하고 있다. 진정한 공명은 타자의 가까움을 전제로 한다. 오늘날 타자의 가까움은 같은 것의 무간격에 밀려난다. 지구적인 소통을 같은 타자 혹은 다른 같은 자만을 허용한다.

가까움에는 그 변증법적인 상대방으로서 멂이 새겨져 있다. 멂의 제거는 가까움을 키우지 않고, 오히려 가까움을 파괴한다. 가까움 대신 완전한 무간격이 생겨난다. 가까움과 멂은 서로 얽혀 있다. 변증법적인 긴장이 양자를 결합시킨다. 사물들이 그 대립물, 즉 그 자신의 타자에 의해 활력을 얻는다는 것이 이 긴장의 핵심이다. 무간격과 같은 단순한 긍정성에는 이런 활력을 주는 힘이 없다. 가까움과 멂은 동일자와 타자처럼 서로를 변증법적으로 매개한다. 그러므로 무간격도, 같은 것도 활력이 없다.  15


디지털 무간격은 가까움과 멂의 모든 변주 형태들을 제거한다. 모든 것이 똑같이 가깝고, 똑같이 멀다. ... 아우라에는 타자, 낯선 자, 수수께끼의 부정성이 내재한다. 디지털 투명사회는 세계의 아우라를 없애고, 신비를 없앤다.  16


타자의 추방은 충만함의 비만한 공허를 낳는다. 같은 것이 질주하는 정지 상태를 초래하는 과잉가시성, 과잉소통, 과잉생산, 과잉소비는 외설적이다. "같은 것을 같은 것과 연결하는 것"은 외설적이다. .. 

유혹의 양태는 성과와 생산에 대립되는 양태로서의 유희다. 오늘날에는 유희조차 생산 형태로 바뀌고 말았다. 노동이 게임화되는 것이다.  17


클론들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역설적이게도 모두가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18




세계적인 것의 폭력과 테러리즘


세계화는 모든 것을 서로 교환할 수 있는 것, 비교할 수 있는 것(vergleichbar)으로, 따라서 같은 것으로 마드는 폭력적 힘이 있다. 전면적인 같게-만들기(Ver-Gleicben)는 궁극적으로 의미의 소멸을 낳는다. .. 같은 것이 같은 거소가 만나는 지점에서 세계적인 것은 최고 속도에 도달한다.  21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가 이미 세계화의 광기가 테러리스트라는 광인을 만들어 낸다고 지적한 바 있다.  22


세계적인 것의 폭력은 일반적인 교환에 순응하지 않는 모든 단독적인 것을 쓸어 없앤다. 테러리즘은 세계적인 것에 맞서는 단독적인 것의 테러다. 어떤 교환도 거부하는 죽음은 단독적인 것 그 자체다. 죽음은 테러리즘과 함께 시스템 속으로 난폭하게 침입한다. 시스템 안에서 삶은 생산과 성과로 전체화된다. 죽음은 생산의 종말이다. 테러리스트들의 죽음 예찬과 삶을 그저 삶으로서 무조건 연장하려고만 하는 오늘날의 건강 히스테리는 서로가 서로의 조건이다. "너희는 삶을 사랑하고, 우리는 죽음을 사랑한다"라는 알카에다의 구호는 바로 이런 체계적인 연관을 지적하고 있다. 22-23


신자유주의는 세계적 차원에서 엄청난 불의를 낳고 있다. 착취와 배제는신자유주의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신자유주의는 체제비판적인 혹은 체제에 부적합한 사람들을 달갑지 않은 인물들로 확인하고 배제하는 "반옵티콘(banopticon)", 즉 추방의 옵티콘을 구축한다. 판옵티콘(panopticon)은 훈육을 위해 작동하지만, 반옵티콘은 안전을 위해 작동한다. 서양의 복지 지역 안에서조차 신자유주의는 사회적 시장경제를 철폐한다. "신자유주의"라는 개념의 창시자인 알렉산더 뤼스토우(1885~1963, 독일의 사회학자, 경제학자)는 이미 신자유즈의적 시장법칙에만 맡겨지면 사회는 반인간적으로 변하고, 사회적인 배척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연대와 공동체의식을 산출하는 "생명정치(Vitalpolitik)"로 신자유주의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24-25


자신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외국인에대한 적대적 태도로 바뀐다. 자신에 대한 걱정은 외국인에대한 증오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증오로도 표현된다. 두려움의 사회와 증오의 사회는 서로가 서로의 조건이다.  ... 

이슬람 테러리스트와 국수주의적 민족주의자는 실제로는 적이 아니라 형제다. 양자는 동일한 발생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25


오늘날, 같은 것을 전체화하는 세계적인 것의 지배적인 질서 안에는 사실상 같은 다른 것 혹은 다른 같은 것밖에 없다. 새로 설치된 경계 울타리들 주변에서는 타자에 대한 환상이 생겨나지 않는다.  26


이주자들과 난민들도 실제로는 실재하는 위협, 현실적인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타자도, 낯선 자도 아니다. 이들은 오로지 상상적인 것 속에만 있다. 이주자들과 난민들은 오히려 부담으로 여겨진다. 이웃이 될 수도 잇는 그들이 일으키는 감정은 분노와 질투인데, 이는 공포와 두려움, 역겨움과는 달리 진정한 면역 반응이 아니다. 외국인에게 적대적인 대중은 북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반감을 느끼지만, 바로 이 대중이 북아프리카로 패키지여행을 떠난다.  27


내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라(Protect me from what I want)"라는 제니 홀저(미국의 개념미술가)의 구호는 긍정성의 폭력이 지닌 탈면역적인 성질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28


신자유주의는 절대 계몽주의의 종착지가 아니다. 신자유주의는 이성에 의해 인도된 것이 아니다. 바로 신자유주의는 광기가 테러리즘과 민족주의의 형태로 분출되는 파괴적 긴장을 산출한다. 신자유주의는 자신을 자유로 내세우지만, 이 자유는 광고다. 세계적인 것은 오늘날 보편적 가치들까지 잠식하고 있다. 그 결과 자유 자체가 착취당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실현한다는 망상에 빠져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착취한다. 자유의 억압이 아니라 자유의 착취가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이것이 신자유주으의 비열한 기본 논리다.

세계적인 것의 폭력에 맞서 우리는 보편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에 의해 잠식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따라서 단독적인 것에도 자신을 열어놓는 보편적 질서를 반드시 만들어내야 한다. 세계적인 것의 시스템에 폭력적으로 침입하는 단독적인 것은 대화를 허락하는 타자가 아니다. 테러리즘은 대화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악마적이다. 멂과 다름이 허용된 가까움 속에 머무르는 화해된 상태에서만 단독적인 것은 악마성을 버릴 것이다.  28-29


세계적인 것의 폭력은 실제의 세계 전쟁처럼 사망자들과 난민들을 만들어낸다. 상업정신이 강요하는 평화는 한시적일 뿐만 아니라 공간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반옵티콘으로서의 복지 지역 혹은 복지의 섬은 경계를 표시하는 울타리들과 난민수용소와 전쟁터로 둘러싸여 있다.  30


이성에 의해 세워진 영구 평화에 대한 칸트의 관념은 무조건적인 "환대"에 대한 요구에서 정점에 도달한다. 이에 따르면 모든 이방인은 다른 나라에서 체류할 권리를 지닌다.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평화로운 태도를 유지하는 한" 적대적으로 취급받지 않고 머무를 수 있다. 칸트에 따르면 어느 누구도 "지구상의 어떤 장소에 있을 권리를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갖고 있지 않다." 환대는 유토피아적 표상이 아니라 이성이 강요하는 관념이다. "앞선 조항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우리는 인간애가 아니라 권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리고 환대(손님으로 머무를 권리)는 이방인이 타지 사람의 땅에 도착했다는 이유로 타지 사람에 의해 적대적으로 취급받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환대는 "법에 대한 공상적이거나 과장된 표상 방식이 아니라, 공적인 인권 자체를 위해, 따라서 영구 평화를 위해 국내법과 국제법의 성문화되지 않은 법전을 보충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킬 때만 우리는 영구 평화를 향해 지속적으로 접근해가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환대는 자기 자신에 도달한 보편적 이성의 가장 높은 표현이다. 이성은 동질화하는 힘을 행사하지 않는다. 이성은 친절함을 통해 타자를 그 타자성 안에서 인정하고 환영할 수 있게 된다. 친절함은 자유를 의미한다.

환대의 관념은 이성을 넘어서서 보편적인 무언가를 제시한 다.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환대가 "너무나 풍요로운 영혼"의 표현이라고 했다. 이런 영혼은 모든 단독적인 것들을 자신 안에 머물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생성 중인 것, 떠도는 것, 추구하는 것, 덧없는 것을 나는 여기서 환영한다! 이제 환대는 나의 유일한 친교관계다." 환대는 화해를 약속한다. 미적으로 그것은 아름다움으로 나타난다." 결국 우리는 언제나 낯선 것에 대한 우리의 선의와 인내심과 공평함과 온유함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된다. 이 보상은 낯선 것이 천천히 자신의 베일을 벗고, 새롭고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음으로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이루어진다-이것이 우리의 환대에 대한 그의 감사다." 아름다움의 정치는 환대의 정치다.  31-33


한 사회의 문명화 정도를 보여주는 척도는 바로 이 사회의 환대, 나아가 친절함이다. 화해는 친절함을 뜻한다.  33




진정성의 테러


오늘날 진정성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진정성은 신자유주의의 모든 광고들과 마찬가지로 해방의 옷을 입고 등장한다. 진정하다는 것은 사전에 만들어진, 외부에서 정해진 표현과 태도의 틀에서 자유롭다는 것을 말한다. 진정성은 오직 자기 자신과만 같을 것, 오로지 자신을 통해서만 자신을 정의할 것, 자기 자신의 저자이자 원작자일 것을 강요한다. 진정성의 명령은 자신에 대한 강제를 만들어낸다. 영구적으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자신을 듣고, 자신을 엿보고, 자신을 포위하라는 강제 말이다. 그럼으로써 진정성의 명령은 나르시시즘적인 자기관계를 첨예화한다.

진정성의 강제는 자아로 하여금 자신을 생산하도록 강요한다. 진정성은 궁극적으로 자아의 신자유주의적 생산 형태다. 진정성은 만인을 자기 자신의 생산자로 만든다. 자기 자신의 경영자로서의 자아는 자신을 생산하고, 자신을 실행시키고, 자신을 상품으로 내놓는다. 진정성은 판매 논리다. 

오로지 자신하고만 같고자 하는 진정성의 노력은 타인들과의 영구적인 비교를 낳는다. 같게0만들기의 논리는 다름을 같음으로 바꾼다. 그 결과 다름의 징정성은 사회적인 동형성을 고착시킨다. 이 진정성은 시스템과 일치하는 차이만을, 다시 말해 잡다함만은 허용한다. 신자유주의적 용어로서의 잡다함은 착취할 수 있는 자원이다. 이런 잡다함은 어떠한 경제적 활용도 거부하는 상이성과 대립한다.

오늘날에는 누국나 타인들과 다르고자 한다. 그러나 이 타인과 다르고자 함 속에서 같은 것이 계속된다. 이는 보다 높은 차원의 동형성이다. 같음은 다름을 관통하여 계속 자신을 고수한다. 다름의 진정성은 오히려 억압적인 획일화보다 더 효과적으로 동형성을 관철시킨다.  34-35


신자유주의적 생산 전략으로서 진정성은 상품화할 수 있는 차이들을 산출한다. 이를 통해 진정성은 자신을 물질화하는 상품들의 다양성을 증가시킨다. 개인들은 자신의 진정성을 무엇보다 소비를 통해 표현한다. 진정성의 명령은 자율적인 주권자로서의 개인을 형성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명령은 상업에 의해 완전히 장악된다.

진정성의 명령은 나르시시즘적인 강제를 낳는다. 나르시시즘은 병적인 것과는 무관한, 건강한 자기애가 아니다. 건강한 자기애는 타자에 대한 사랑을 배제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나르시시즘은 타자를 보지 못한다. 타자는 에고가 이 타자 안에서 자신을 알아볼 때까지 계속 왜곡된다. 나르시시즘적인 주체는 세계를 오로지 자신의 음영으로만 지각한다. 그 불행한 결과가 타인의 소멸이다. 자신과 타인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자신이 용해되어 불명료해진다. 자아는 자신 안에서 익사한다. 이에 반해 안정된 자아는 타인에 직면할 때 비로소 형성된다. 이와 달리 과도하고 나르시시즘적인 자기연관은 공허감을 낳는다.  37-38


자존감은 나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다. 이를 위해서 나는 나를 사랑하고, 칭찬하고, 인정하고, 높이 평가해주는 타자를, 충족을 제공해주는 기관으로서의 타자를 필요로 한다. 인간의 나르시시즘적 고립화, 타자의 도구화, 전면적인 경쟁은 충족이 생겨날 수 있는 환경을 파괴한다. 나를 확인해주고 인정해주는 시선이 사라지고 있다. 안정된 자존감을 갖기 위해 나는 내가 타인들에게 중요한 사람이며, 타인들이 나를 사랑한다는 표상을 필요로 한다.  40


모든 부정성의 제거가 오늘날 사회의 특징이다. 소통 또한 매끄러워져서 서로 만족감을 교환하는 행위가 된다. 슬픔처럼 부정적인 감정에는 어떤 언어도, 어떤 표현도 제공되지 않는다. 타인으로 인한 상처의 모든 형태가 회피된다. 그러나 이는 자기상해로 부활한다. ..

알랭 에랭베르(Alain Ehrenberg)에 따르면 우울증이 증가하는 것은 사람들이 갈등 관계를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오가와 최적화를 중시하는 오늘날의 문화는 갈등을 처리하는 작업을 허용하지 않는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때문이다. 오늘날의 성과주체는 오직 두 가지의 상태만을 알고 있다. 기능하기와 실패하기다. 이 점에서 성과주체는 기계와 비슷하다. 기계 또한 갈등을 알지 못한다. 기계는 오류없이 기능하거나, 아니면 고장이 났다.

갈등은 파괴적이지 않다. 갈등에는 건설적인 측면이 있다. 갈등을 통해서야 비로소 안정된 관계와 정체성이 성립된다. 사람은 갈등을 처리하는 작업을 하는 가운데 성장하고 성숙한다. 생채기를 내는 행윈느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갈등 처리 과정 없이, 누적된 파괴적 긴장을 신속하게 완화시켜준다는 점에서 유혹적이다. 생채기로 인한 화학 과정이 신속하게 긴장을 완화한다고 한다. 몸이 스스로 산출하는 마약이 뿌려진다는 것이다. 이 마약은 항우울제와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항우울제 또한 갈등 상태를 억압함으로써 우울한 성과주체가 신속하게 기능하도록 만든다.  41-42


셀카 중독도 자기애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 셀카 중독은 고립된 나르시시즘적 자아의 공회전일 뿐이다. 내면의 공허에 직면하여 사람들은 자신을 생산하려고 헛되이 노력한다. 그러나 공허만 재생산된다. 셀카는 공허한 형태의 자아다. 셀카 중독은 공허감을 강화한다. 자기애가 아니라 나르시시즘적인 자기관계가 셀카 중독을 낳는다. 셀카는 텅 빈, 불안한 자아의 매끄러운 표면이다. 고통스런 공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오늘날 면도날을 들거나 스마트폰을 쥔다. 셀카는 공허한 자아를 잠시 동안 은폐하는 매끄러운 표면이다. 그러나 셀카를 뒤집으면 피가 흐르는 상처들로 가득한 뒷면을 보게 된다. 셀카의 뒷면은 상처들이다  42-43




두려움


두려움은 아주 다른 것의 부정성을 전제로 한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두려움은 존재자의 전적인 타자로서 경험되는 무 앞에서 생겨난다. 존재자의 전적인 타자로서 경험되는 무 앞에서 생겨난다.  45


"세인(das man, 世人 대(代, 대신할대)세 사람인)"은 사회적인 동형성을 체현한다. 세인은 우리가 어떻게 살고, 행동하고, 지각하고,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지를 정한다. "우리는 세인이 향유하는 대로 향유하고 즐긴다. 우리는 문학과 예술에 대해 세인이 보고 판단하는 대로 읽고, 보고, 판단한다. (...) 우리는 세인이 괘씸하게 생각하는 것을 '괘씸하다'라고 생각한다." "세인"인 독재는 현존재로 가장 고유한 존재 가능성으로부터, 고유성으로부터 소외시킨다. "이 안정화된, 모든 것을 ' 이해하는', 모든 것에 대한 자기-같게 하기 속에서 현존재는 소외로 빠져든다. 이 소외 속에서 현존재에게는 가장 고유한 존재 가능성이 은폐된다." 익숙한 이해 지평의 붕괸느 두려움을 낳는다. 두려움 속에서 비로소 현존재에게 가장 고유한 존재 가능성의 길이 열린다.

지금은 "세인"의 특징인, "모든 타인이 다른 타인과 같은" 획일성이 지배하지 않는다. 획일성은 생각들과 선택지의 잡다함에 밀려난다. 잡다함은 제체 순응적인 차이들만 허락한다. 잡다함은 소비할 수 있게 만든 다름이다. 이 잡다함은 획일성보다 더 효과적으로 같은 것을 지속시킨다. 가상적이고 피상적인 다양성으로 인해 우리는 같은 것의 체계적인 폭력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양성과 선택 가능성은 실제로는 없는 다름이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한다.  46-47


하이데거가 말하는 "고유성"은 진정성과는 아주 다른 것이다. 심지어 진정성과 대립하기까지 한다. <존재와 시간>의 용어에 따르면 오늘날의 진정성은 "비고유성"의 한 형태다. 고유성은 일상성의 붕괴를 전제로 한다. 안정화하는 세인의 세계로부터 떨어져 나온 현존재는 집 바깥의 섬뜩함에 직면한다. 이에 반해 다름의 진정성은 일상성의 질서 속에서 발생한다. 진정한 자신은 자신의 상품 형태다. 그는 소비를 통해 자신을 실현한다.  47


정신은 "부정적인 것을 똑바로 쳐다보고, 부정 적인 것의 곁에 머무를 때만 이 힘"이 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부정적인 것 곁에 머무르는 대신 그것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긍정적인 것을 고수하면 같은 것만 재생산된다. 부정성의 지옥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긍정성의 지옥도 있다.  49


익숙한 세계으 부오기가 일으키는 두려움은 깊은 두려움이다. 이 두려움은 깊은 권태와 비슷하다. 얕은 권태는 불안하게 "바깥을 향해 안달한다." 깊은 권태에 빠질 때는 현존재가 모조리 우리로부터 분리된다...

깊은 권태는 지금은 나는 권태를 느낀다는 상태 속에 방치되고 있지만 현존재를 움켜잡을 수도 잇는 저 행동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깊은 권태는 가장 고유한 존재 가능성을 움켜잡으라고, 다시 말해 행동하라고 현존재에게 요구한다. 깊은 권태에는 요구하는 성질이 있다. 그것은 말하낟. 그것은 목소리가 있다. 과잉활동에 수반되는 오늘날의 권태에는 언어가 없다. 이 권태는 침묵한다.  50


오늘날은 존재론적 무차별성이 지배하고 있다. 사유도 삶도 자신의 내재성의 차원을 스스로 보지 못하게 하고 있다.  51


오늘날의 두려움은 병원학적으로 아주 다른 원인을 갖는다. .. 그것은 일상적인 동의 안에서 생겨난다. 그것은 일상적인 두려움이다. 그것의 주체는 "세인"이다. "자아는 타자를 기준으로 삼고, 더 이상 보조를 맞출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게 된다. (...) 타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내가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표상이 이렇게 사회적 두려움의 원인이 된다. .. 

하이데거가 말하는, 가장 고유한 존재 가능성과 고유한 자기존재를 택할 결단을 내린 현존재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를 지향한다. .. 내부 지향은 타인과의 영구적인 비교를 필요 없게 만든다.  52-53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실패와 좌절과 배척에 대한 두려움, 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결정을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자신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리라는 두려움 등 여러 막연한 두려움에 고통받고 있다. 이 두려움은 타인들과의 지속적인 비교로 인해 강화된다. 이 두려움은 전적인 타자, 섬뜩한 것, 무 앞에서 느끼게 되는 수직적인 두려움과 반대로 수평적인 두려움이다.  53


신자유주의의 기만적인 논리는 이렇게 주장한다. 두려움이 생산성을 높인다.  54




문턱


두려움은 문턱에서도 깨어난다. 두려움은 문턱에서 생기는 전형적인 느낌이다.문턱은 미지의 것으로 넘어가는 이행의 장소다. 문턱 너머에서는 전적으로 다른 존재 상태가 시작된다. 그래서 문턱에는 항상 죽음이 새겨져 있다. 모든 이행의 이식들, 이른바 통과의례(rites de passage)에서 우리는 한 번 죽고, 문턱의 저편에서 다시 태어난다. 여기서 죽음은 이행으로 경험된다. 문턱을 넘어가는 사람은 자신을 변신에 내맡긴다. 변신의 장소로서 문턱은 고통을 준다. 문턱에서 고통의 부정성이 내재한다. "문턱의 고통을 느낀다며느 너는 관광객이 아니다. 네게는 이행이 일어날 수 있다." 오늘날 문턱이 많은 이행은 문턱이 없는 통로에 밀려난다. 인터넷 속에서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관광객이다. 우리는 더 이상 문턱에 거주하는 호모 돌로리스(homo doloris, 슬픔의 인간)가 아니다. 관광객은 변신과 고통을 수반하는 경험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같은 상태에 머무른다. 그들은 같은 것의 지옥을 여행한다.  55-56


투명성의 강젠느 모든 시각적 빈틈과 정보의 빈틈을 제거하고, 모든 것을 전면적인 가시성에 내놓는다. 그리고 후퇴와 보호의 공간들을 모조리 제거한다. 그 결과,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위협적일 만큼 가깝게 다가온다. 우리를 차단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제는 우리 자신이 세계적인 네트워크 안에 있는 통로에 지나지 않는다. 투명성과 과잉소통은 우리를 보호해주는 모든 내면성은 앗아간다. 실로 우리는 이 내면성을 자발적으로 양도하고 우리 자신을 디지털 네트워크에 내던진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는 우리를 관통하고, 투광(透光 통할투 빛광)하고, 우리에게 구멍을 숭숭 뚫어 놓는다. 디지털 과잉조명ㅇ과 노출은 타자의 부정성이 아니라 긍정성이 과도함으로 인한 잠재적인 두려움을 낳는다. 같은 것의 투명한 지옥은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계속 강화되어가는 같은 것의 소음은 두려움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57




소외

(독일어의 소외(Entfremdung), 이방인(der Fremde), 낯섦(die Fremheit)은 모두 '낯설다'는 뜻의 형용사 fremd에서 파생된 말이다.)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소설 <이방인>은 낯섦을 존재와 실존의 근본적인 감정으로 서술한다. 인간은 세계에 대해 이방인이며, 인간들 사이에서 이방인이며, 나아가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이방인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뫼르소는 언어 창살에 의해 타인들로부터 격리되어 있다. 낯섦은 말없음으로 나타난다. 각자는 언어 창살로 타인들로부터 격리된 감방에 갇혀 있다 이 낯섦은 오늘날의 과잉소통 시대에도, 안락함의 지대 혹은 백화점으로서의 세계에도 속하지 않는다.  58


오늘날 우리는 이방인의 부정성이 제거된 안락함의 지대에서 산다. 좋아요가 이곳의 구호다. 디지털 화면은 점점 더 우리를 낯선 것, 섬뜩한 것의 부정성으로부터 차단한다. 오늘날 낯섦은 정보와 자본의 순환을 가속화하는 데 장애가 되므로 달갑지 않게 여겨진다. 가속화 강제는 모든 것을 같은 것으로 획일화한다. 과잉소통의 투명한 공간은 비밀도, 낯섦도, 수수께끼도 없는 공간이다.

소외로서의 타자도 사라지고 있다. 오늘날의 노동관계는 소외에 대한 마르크스주의 이론으로는 서술할 수 없다. 노동으로부터의 소외란 노동자가 자기 노동의 생산물을 낯선 객체로 대하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노동자는 자신의 생산물에서도, 자신의 행위에서도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다. 노동자는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할수록 더 빈곤해진다. 그는 자신의 생산물을 박탈당한다. 노동자의 행위는 그의 탈현실화를 초래한다. "노동의 실현은 노동자가 아사(餓死 주릴아 죽을사)에 이르도록 탈현실화될 만큼 지극한 탈현실화로 나타난다." 노동자가 자신을 소모할수록, 그만큼 더 그는 착취하는 타자의 지배를 받게 된다. 마르크스(Karl Marx)는 소외와 탈현실화로 이끈느 이 지배관계를 종교와 비교한다. "인간이 신에게 더 많은 것을 부여할수록, 인간 안에 남아 있는 것은 줄어든다. 노동자는 자신의 삶을 대상 속에 투여한다. 그러나 이제 그의 삶은 더 이상 그 자신이 아니라 대상의 것이 된다 그러므로 이 활동이 커질수록 노동자는 더 대상을 상실한다. 그의 노동의 생산물은 그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이 생산물이 커질수록 노동자 자신은 더 작아진다." 노동관계 속의 소외로 인해 노동자는 자신을 실현할 수 없다. 그의 노동은 지속적인 자기 탈현실화다.  60-61


나는 나를 실현한다느 믿음 속에서 자발적으로 나 스스로를 착취한다. 이것이 신자유주의의 비열한 논리다. 소진(Burn-out)에 대한 열광의 첫번째 단계가 그러하다. 나는 열광적으로 노동 속으로 뛰어들어 결국 쓰러진다. 나는 죽음에 이르도록 나를 실현한다. 나는 죽음에 이르도록 나를 최적화한다. 신자유주의의 지배는 망상적인 자유 뒤에 숨어 있다.  62


오늘날에는 새로운 형태의 소외가 생기고 있다. 그것은 더 이상 세계나 노동으로부터의 소외가 아니라, 파괴적인 자기소외, 즉 자신으로부터의 소외다. 이 자기소외는 다름 아닌 자기최적화 및 자기실현과 더불어 생겨난다.  62




반체(反體 되돌릴반 몸체)


"객체(Object)"라는 말은 내던지다. 앞에 두다, 앞에 던지다와 같은 뜻을 지닌 라틴어 동사 오비케레(obicere)에서 유래한다. 객체는 무엇보다도 반대다. 나에게 대립하는 것, 나를 향해 던져지고 내게 맞서는 것, 나를 거역하는 것, 내게 반대하고 저항하는 것이다. 이것이 객체의 부정성이다. 이의 혹은 반론을 뜻하기도 하는 프랑스어 오브젝시옹(objection)에는 객체의 이런 의미 차원이 남아 있다.  64


오늘날 반대의 소멸은 모든 차원에서 일어난다. '좋아요'는 오비케레에 대립한다. 이제는 모든 것이 '좋아요'를 요구한다. 반대의 전적인 부재는 이상적 상태가 아니다. 반대가 없으면 우리는 아무런 완충장치도 없이 우리 자신에게로 추락하기 때문이다. 반대의 부재는 자기침식을 낳는다.  68




시선 


독서는 주시(注視 물댈주 볼시)됨을 의미한다.  71


영화 <달콤한 인생(La Do;ce Vita)>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먼동이 틀 무렵 파티에서 밤을 새운 사람들이 해변으로 나가 거대한 가오리가 바다에서 건져지는 것을 관찰한다. 카메라는 가오리의 크고 심원한 눈을 근접 촬영으로 보여준다. 주인고 ㅇ마르첼로는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저놈이 계속 노려보는군." 자크 라캉은 여러 번 이 장면을 파고 들었다. <정신분석의 윤리 : 세미나7>에서 그는 우리를 쳐다보는 가오리를 흉측한 "사물"로 서술한다. "날이 밝아올 때, 향락자들의 그룹이 떨리는 빛 속에서 곧 헤어질 것처럼 해변의 소나무 줄기들 사이에 가만히 서 있다가 갑자기 무엇을 목표로 삼는지도 알 수 없이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순간, 바로 이 순간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내가 말한 저 유명한 사물을 발견했다. 그들은 이 순간을 좋아했다. 그 사물이한 그물에 갇혀 바다에서 건져지는 어떤 흉측한 것이었다.

라캉이 말하는 "사물"은 영상으로부터, 재현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얼룩, 오점이다.  71-72


사물은 나를 쳐다보는 전적인 타자다. 그래서 사물은 두려움을 낳는다. "바로 그것이 극도로 우리를 쳐다보는 것, 우리에게 관여하는 것이며, a(라캉이 말하는 대상 a는 결여된 타자로서 욕망의 원인이자 대상이다)의 명령을 받는 욕망의 장소에서 어떻게 보는 행위로부터 두려움이 생겨나는지를 밝혀준다.  73


사르트르(Jean-Paul sartre)에게도 타자는 시선으로 나타난다. 사르트르는 시선을 인간의 눈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주시된다는 것은 오히려 세계 내 존재의 핵심적인 측면이다. 세계는 시선이다. 나뭇가지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나 반쯤 열린 창문, 혹은 커튼의 가벼운 움직임도 시선으로 지각된다. 오늘날 세계에는 시선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우리는 주시된다거나 어떤 시선에 내맡겨져 있다는 느낌을 거의 받지 않는다. 세계는 우리의 마음에 들고자 하는 눈요기로 나타난다. 디지털 화면도 시선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윈도우(Windows)는 시선 없는 창문이다. 그것은 오히려 우리를 시선으로 부터 차단한다.  74-75


오늘날 시선은 여러 층위에서 사라지고 있다. 지배도 시선 없이 이루어진다. 벤담(Jeremy Bentham)이 말한 판옵티콘은 시선의 지배에 기초한다. 판옵티콘에 갇힌 수감자들은 감시자의 시선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감시탑에 있는 감시자는 모든 것을 보지만, 그 자신은 보이지 않도록 구성 되어 있다. "판옵티콘은 보기와 보이기라는 쌍을 분리시키기 위한 기계다. 감시탑을 둘러싼 원형 건물에 있는 수감자는 완전히 보이지만, 그 자신을 전혀 볼 수 없다. 중앙탑에 있는 사람은 모든 것을 보지만, 그 자신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수감자들은 중앙탑의 실루엣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금 감시당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감시자가 없을 때에도 언제나 주시되고 있다고 느낀다. 시선의 지배는 중앙원근법적이다.  75-76


디지털 매체는 시선 없는 매체라는 점에서 시각적 매체와 구별된다. 사실은 옵티콘(opticon, '모든 것을 본다'는 의미의 판옵티콘(panopticon)에서 '모든 것'을 뜻하는 pan을 뺀 opticon은 '보는' 구성물을 의미한다.)이라고 할 수도 없는 디지털 판옵티콘 또한 시선에, 중앙원근법적 광학에 의존하지 않는다. 바로 이 때문에 디지털 판옵티콘은 아날로그 판옵티콘보다 훨씬 많이, 나아가 훨씬 더 깊이 본다. 여기서 중앙과 주변의 구별은 아무 의미가 없다. 디지털 판옵티콘은 원근법 없이 작동한다. 원근법 없는 전면 조명은 원근법적 감시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다. 우리를 모든 측면에서, 심지어 내부로부터도 샅샅이 비추기 때문이다. 시선은 생각을 파고들 수 없다. 그러나 디지털 판옵티콘에서는 생각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빅데이터에는 시선이 전혀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중앙원근법적인 감시와는 반대로 원근법 업슨 전면 조명에는 맹점이 전혀 없다. ..

디지털 판옵티콘의 수감자들은 누군가 자신으 ㄹ주시한다고, 다시 말해 감시받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자유롭다고 느끼며, 자발적으로 자신을 노출시킨다. 디지털 판옵티콘은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착취한다.  77-78




음성 


음성은 다른 곳으로부터, 바깥으로부터, 타자로부터 온다. 우리가 듣는 음성은 장소를 전혀 특정할 수 없다. 서양의 형이상학이 음성을 직접적 자기현존의, 직접적 현재의 장소로 선호했고, 음성이 의미와 로고스에 특별히 가깝다고 생각한 데리다(Jacques Derrida)의 유명한 음성중심주의 테제는 음성의 탈영토성을 전혀 보지 못한다. 시서노가 마찬가지로 음성은 오히려 자기현존과 자기투명성을 파괴하고, 자기 안에 전적인 타자, 미지의 것, 섬뜩한 것을 써 넣는 매체다.  79


카프카는 음성을 타자의, 전적인 타자의 매체로 자주 등장시킨다. 약점, 형이상학적인 허약함, 근본적인 수동성이 비로소 타자의음성을 들을 수 있게 해준다. 밀레나(Milena Jesenska, 1896~1944 : 1920년 즈음에 카프카의 애인이었다.)에게 보낸 편지에서 카프카는 예언자들을 "음성이 자신들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뇌가 찢어지는 듯한 두려움"을 느낀 "허약한 아이들"에 비교했다. 그들은 타자의 위력적인 음성 앞에서 허약하다. 음성의 에로틱함 또한 "심리적 주체"가 "자신을 견고하게 만드는 것"을 가로막는 데 있다. 음성은 주체를 허약하게 만든다. 주체는 자신을 잃어버린다. 음성은 "자기상실"로 이끈다.  82


칸트의 이성 또한 명령하는 음성으로서 등장한다. 행복과 감각적 성향에 맞서 오로지 도덕 법칙에, "이성의 음성"에, "악한들조차 떨게 만드는" "천상의 음성"에 전적으로 복종하는 것이 바로 인륜성이다. 하이데거는 이성의 음성 대신 "양심의 음성"을 내세운다. 이 양심의 음성은 현존재에게 "가장 고유한 존재의 가능성"을 붙잡으라고 요구한다. 여기서도 음성에는 탈영토성이 깃들어 있다. <존재와 시간>에서 하이데거는 아주 갑작스럽게 "모든 현존재가 자기 곁에 두고 있는" "친구의 음성"에 대해 말한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친구의 음성을 듣는 것"은 "심지어 현존재를 그의 가장 고유한 존재 가능성을 향해 본질적이고 실제적으로 열어놓는다." .. 친구는 타자다. 여기서 하이데서는 음성에 일정한 초월성을 부여하기 위해 친구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87


하이데거는 "음성과 시선의 같음"에 대해 말한 바 있다.  88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 말하는 것을 듣는 디지털 반향 공간으로부터 점점 더 타자의 음성이 사라지고 있다.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타자의 부재로 인해 음성이 줄어들었다. 너와는 달리 그것(Es, 마르틴부버에 따르면 진정한 만남과 대화는 나-너의 관계에서만 가능하다. 나-그것의 관계에서는 대화가 성립되지 않는다.)에는 음성이 없다. '그것'에서는 상대를 향한 말도, 시선도 생겨나지 않는다. 상대가 사라짐으로써 세계는 음성과 시선을 잃는다. 

디지털 소통에는 시선과 음성이 매우 부족하다. .. 실로 관계와 만남은 음성과 시선의 특별한 경험들이다. 그것들의 몸의 경험들이다.  89-90


디지털 매체는 탈육체화하는 작용을 한다. 디지털 매체는 음성으로부터 거칢을, 육체성을, 나아가 공동(空洞 빌공 마을동)과 근육, 점막, 연골의 심층을 빼앗는다. 음성은 매끄러워진다. 음성은 의미를 위해 투명해지고, 완전히 기의로 변한다. 이 매끄럽고, 육체가 없고, 투명한 음성은 유혹하지 않고, 아무런 육욕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유혹을 낳는 것은 기의로 환원될 수 없는 기표의 과잉이다.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고, 아무 정보도 전달해주지 않는 그 음성은 "기표들의 육욕"을 가능하게 한다.  90




타자의 언어


아도르노(Theodor W. Adorno)는 "세상에 대한 낯섦"을 예술의 한 계기로 본다. 세상을 낯선 것으로 지각하지 않는 자는 세상을 전혀 지각하지 않는다. 음전압, 즉 부정적 긴장은 예술에 본질적이다. 따라서 아도르노는 편안함의 예술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세상에 대한 낯섦은 철학의 계기이기도 하다. 그것은 정신 자체에 내재 한다. 따라서 정신은 본질적으로 비판이다.

'좋아요'의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드는 것이 된다.  93


디지털 화면은 경이를 전혀 허락하지 않는다. 익숙함이 증가할수록 정신을 활성화하는 경이의 잠재력이 모조리 사라진다. 예술과 철학은 낯선 것, 주관적 정신과 다른 것에 대한 배반을 철회하는 작업을 할 의무를 지닌다. 다시 말해 주관적 정신의 확정적인 네트워크로부터 타자를 구원하고, 타자에게 그 낯설게 하는, 경이로운 다름을 되돌려 주어야 하는 것이다.  94


"폭력 없는 관찰"과 "거리의 가까움", 나아가 멂의 가까움만이 사물들을 행동 주체의 강제로부터 해방시킨다. .. 행동 주체가 뒤로 물러날 때, 객체를 향한 주체의 맹목적인 충동이 꺾일 때, 그럴 때만 사물들은 그 다름을, 그 수수께끼의 성질을, 그 낯섦과 비밀을 돌려받는다.  94-95


예술은 자기초월을 전제한다. 예술을 염두에 두는 사람은 자신을 망각한다. 예술은 "나에 대한 멂"을 만들어낸다. 자신을 망각한 채 예술은 섬뜩한 것, 낯선 것 속으로 들어간다. "이것은 나의 의문에 부로가하지만, 무낳ㄱ은 예술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망각한 자아와 함께 저 섬뜩한 것, 낯선 것으로 나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지상에서 시적으로 살지 않는다. 우리는 안락한 디지털 지대에 자리를 잡았다. .. 우리는 같은 것의 수적인 디지털 공간 속을 돌아다닌다.  96


오늘날의 과잉소통은 침묵과 고독의 자유 공간을 억압한다. 그러나 이 자유 공간 안에서야 비로소 우리는 실로 말할 가치가 있는 것들을 말할 수 있다. 과잉소통은 자신 안에 침묵을 본질적 요소로 지니고 있는 언어를 억압한다. 언어는 정적으로부터 생겨난다. 정적이 없으면 언어는 이미 소음이다. 첼란에 따르면 문학에는 "침묵을 향한 강한 성향"이 내재한다. 소통의 소음은 경청(Lauschen)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97


프랑스의 작가 미셸 뷔토르(1926~2016, 프랑스 누보로망을 대표하는 작가)는 문학이 오늘날 위기에 빠졌음을 확인하고, 이 위기를 정신의 위기로 파악한다. "지난 10년 혹은 20년 동안 문학에서는 거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신작들이 홍수처럼 쏟아졌지만, 정신적으로는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어요. 이는 소통의 위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경탄할 만한 새로운 소통 수단을 갖게 되었지만, 그것은 엄청난 소음을 불러일으킵니다."  97-98


레비나스(Emmanuel Levinas)도 관심을 타자의 호출을 전제로 하는 "더 많은 의식"이라고 보았다.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은 "타자의 탁월함을 인정하는 것"을 뜻한다. 지금은 관심의 경제가 관시의 시학과 관심의 윤리학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관심의 경제는 타자에 대한 배반을 추동시키고, 자아의 시간을 전면화한다. 이에 반해 관심의 시학은 타자에 고유한, 가장 고유한 시간을, 타자의 시간을 발견한다. 관심의 시학은 "그것, 즉 타자에 가장 고유한 것이 함께 말하게 한다. 타자의 시간 말이다."  99-100


오늘날의 소통은 극도로 나르시시즘적이다. 이 소통은 너가 전혀 없이, 타자를 전혀 호출하지 않은채 진행된다. 이에 반해 시에서는 나와 너가 서로를 만들어낸다. "이 대화의 공간 안에서 비로소 말상대가 구성되고, 이 말상대는 그에게 말을 걸고 이름을 지어주는 나의 주위에 집결한다. 그러나 말상대는, 그리고 이 이름을 통해 말하자면 너가 된 자는 그 자신의 다름 또한 현재 속으로 가지고 온다."  100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매체를 통해 타인을 최대한 가까이 내게로 끌어오고자 한다. 그 결과 우리는 더 이상 타자를 갖지 못한다. 오히려 우리는 타자를 소멸시킨다. .. 

오늘날의 소통은 타자로부터 너-계기를 제거하고, 타자를 "그것(Es)"으로, 즉 같은 것으로 획일화하려고 한다.  101




타자의 생각 


자신으로 존재함은 단순히 자유롭게 존재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은 짐과 부담이기도 하다. 자신으로 존재함은 자신이라는 짐을 짊어지고 존재하는 것이다.  102


오로지 에로스만이 자아를 우울증으로부터, 자신에게 나르시시즘적으로 얽혀 있는 상태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타자의 구원의 공식이다. 나를 나로부터 떼어내어 타자에게 끌고 가는 에로스만이 우울증을 이길 수 있다. 우울한 성과주체는 타자로부터 완전히 격리되어 있다. 타자에 대한 욕망, 나아가 타자를 향한 호출 혹은 "전향"은 자아의 나르시시즘적 껍질을 깨는 형이상학적 항우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레비나스에 따르면 한 인간을 만난다는 것은 "하나의 수수께끼에 의해 깨어 있게 되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 우리는 수수께끼 혹은 비밀로서의 타자에 대한 경험을 잃어버렸다. 타자는 이제 유용성의 목적론에, 경제적 계산과 가치평가의 목적론에 완전히 예속되어 있다. 타자는 투명해진다. 타자는 경제적 객체로 강등된다. 이에 반해 수수께끼로서의 타자는 전혀 가치평가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랑은 언제나 다름을 전제로 한다. 타자의 다름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다름도 사랑의 전제다. 사람의 이원성은 자신에 대한 사랑에 필수적이다. "다른 한 사람이 우리와 다른, 우리와 대립된느 방식으로 살고 활동하고 느낀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것에 대해 기뻐하는 것 말고 무엇이 사랑이겠는가? 대립하는 것들을 기쁨으로 연결하려면 사랑은 이 대립하는 것들을 제거해서도, 부정해서도 안 된다. 심지어 자기애도 한 사람 속에 있는, 서로 뒤섞을 수 없는 이원성(혹은 다원성)을 전제로 한다.  105-106


사랑은 세상을 타자의 시선으로 새롭게 창조하고 익숙한 것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사랑은 전적으로 다른 것이 시작되게 하는 사건이다. ... 

우리는 삶을 다시 타자로부터, 타자에 대한 관꼐로부터 새롭게 보고, 타자에게 윤리적인 우선권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나아가 타자를 경청하고 타자에게 대답하는 책임의 언어를 다시 배워야 한다. 레비나스는 "말하기(dire)"로서의 언어를 다름 아닌 "한 사람의 다른 사람에 대한 책임"이라고 보았다.  107




경청하기


오늘날 우리는 경청하는 능력을 갈수록 잃어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점점 더 에고에 집중하는 것이, 사회가 나르시시즘에 빠지는 것이 경청을 어렵게 한다.  108


경청은 수동적 행동이 아니다. 특별한 능동성이 경청의 특징이다. 나는 우선 타자를 환영해야 한다. 다시 말해 타자의 다름을 긍정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나는 그를 경청 한다. 경청은 선사하는 것, 주는 것, 선물이다. 경청은 타자가 비로소 말을 시작하도록 돕는다. 경청은 타자의 말을 수동적으로 좇아가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 경청은 말하기에 선행한다. 경청은 타자로 하여금 비로소 말을 하게 한다. 나는 타자가 말을 하기 전에 이미 경청한다. 혹은 나는 타자가 말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 경청한다. 경청은 타자를 말하기로 초대하고, 타자가 그의 다름을 드러내도록 풀어준다. 경청은 타자가 자유롭게 말하는 공명이 공간이다. 그래서 경청은 치유할 수 있다.  108-109


손님을 환대하는 경청자는 자신을 비워 타인을 위한 공명 공간을 만들어낸다.  110


경청의 기술은 호흡의 기술로 수행된다. 타자를 환대하는 영접은 들숨이다. 하지만 이 들숨은 타자를 자신에게 편입시키는 대신 그에게 장소를 제공하고 그를 보호해준다. 경청자는 자신을 비운다. 그는 무명의 인물이 된다. 이 비어 있음이 경청자의 친절함의 핵심이다. "그는 지극히 다양한 것들을 받아들여 보호하는 것처럼 보였다."

타자에 대한 경청자의 책임감 있는 태도는 인내로 표현된다. 인내의 수동성이 경청자의 준칙이다. 경청자는 망설임 없이 자신을 타자에게 내맡긴다. 내맡김은 경청자의 윤리학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준칙이다. 오직 이것만이 우리가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것을 막는다. 에고는 경청하지 못한다. 경청의 공간은 에고가 보류된 타자의 공명 공간으로서 열린다. 나르시시즘적인 에고 대신 타자에 대한 몰입, 타자에 대한 욕망이 들어선다.  111-112


경청은 정보의 교환과는 아주 다른 것을 의미한다. 경청할 때는 어떤 교환도 일어나지 않는다. 친근함과 경청이 없으면 공동체도 형성되지 않는다. 공동체는 경청하는 집단이다.  115


오늘날 인터넷은 고립화된 자아의 공명 공간일 뿐이다. 광고는 어떠한 경우에도 경청하지 않는다.  117


소란스런 피로사회는 듣지 못한다. 어쩌면 미래의 사회는 경청하고 귀 기울이는 자들의 사회라고 불릴지도 모르겠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혀 다른 시간이 시작되게 하는 시간혁명이다. 타자의 시간을 다시 발견해야 한다. 오늘날의 시간 위기는 자기 시간의 가속화가 아리나 전면화로 인한 것이다. 타자의 시간은 가속화 압박을 낳는, 성과와 효율성 제고의 논리를 벗어난다. 신자유주의적 시간 정책은 타자의 시간을 제거한다. 이 시간 정책에게 타자의 시간은 그저 비생산적인 시간일 뿐이다. 자기 시간의 전면화는 오늘날 모든 생활 영역을 파고들어 인간의 전면적인 착취를 낳고 있는 생산의 전면화와 동시에 진행된다. 신자유주의적 시간 정책은 생산 논리를 벗어나는 고양된 시간인 축제의 시간도 제거한다. 축제는 탈생산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우리를 고립화하고 개별화하는 자기 시간과는 반대로 타자의 시간은 공동체를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타자의 시간은 좋은 시간이다.  119-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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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나는 어디서, 어떻게, 왜 여자의 성이 우리 사회와 역사에서 제약 받기 시작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14


나는 '막간 이야기1'에 소개한 앤드루의 선택을 따르기로 햇다. 그는 자기와 아내의 행위를 '나누기(sharing)'라고 정의했다. 스윙어들은 '아내 교환하기(wife swapping)'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내가 물건처럼 다른 남자와 바꿔 쓸 수 있는 교환물이라는 암시 때문이다. 이런 대상화의 요소는 '나누기'라는 말에도 있지만, 이 말에는 협조, 연합, 관계, 의사소통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고 핵심적이다.  17



1 새와 뿔


오늘날 점점 더 많은 부부들이 아내가 다른 남자들과 성관계를 탐하는 것을 부부의 성 활동의 중심에 두는 핫와이핑(hotwifing:남편의 허락 하에 아내가 다른 남자들과 성관계하는 일)이나 쿠콜드리(cuckoldry:유부녀의 서방질) 생활 방식을 추구한다.  25


'오쟁이 진 남자'란 뜻이 있는 쿠콜드(cuckold)는 뻐꾸기의 습성에서 유래한 말이다. 일부 뻐꾸기류 새들은 암컷이 몰래 다른 새 둥지에 알을 낳는 생식 전략을 발전시켰고, 이런 일을 당한 새는 자기도 모르게 뻐꾸기 새끼를 제 자식으로 알고 키워야 했다.  26


뻐꾸기류가 모두 생물학자들이 말하는 '탁란'을 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 종만 자기 알을 알이 비슷하게 생긴 다른 둥지에 낳는 속임수를 쓴다. 뻐꾸기는 상당히 간교한 새로, 자기 존재를 잘 드러내지 않는 습성이 있다. 기묘하게도 꺼꾸기는 일자일웅이며, 장기간 한짝과 살아간다.  27


많은 문화와 언어에서 자신도 모르게 다른 남자의 자식을 키우는 불행한 남자를 묘사하는 말을 찾을 수 있다. 영어에서는 '쿠콜드'고, 이는 뻐꾸기 울음소리 '쿠쿠'에서 유래했다. 중국어로는 그런 남자를 '따이 뤼마오즈'라 하고, 이는 '초록색 모자를 쓰다'라는 뜻이다. ..

스페인어로는 '카브론(cabron)'이 사내다움을 잃은 염소 같은 남자를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 자기 아내가 부정을 저지른 것을 알지만 그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남자, 그러니까 남자답지 못한 남자, 고환이 없는 남자를 일컫는다. 중세 영어 '위톨(witol)'이란 말도 이와 비슷한 의미로, 아내의 부정을 알면서도 내버려두는 오쟁이 진 남자를 나타낸다. 이 말은 자기가 오쟁이 진 남자라는 사실을 안다는 '위팅 쿠콜드(witting cuckold)'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31-32


쿠콜드와 핫와이프 사회에서 현재 쓰이는 쿠콜드의 의미는 '아내가 혼외정사 하는 것을 알고, 사실상 그런 일을 환영하는 남자'를 뜻한다.  32


브라지 ㄹ연구자 클라우디아 폰세카(Claudia Fonseca)는 라틴아메리카의 특징적인 남성 우월주의 마치스모(machismo)가 오쟁이 진 남자가 된느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를 만든다는 생각은 사실과 크게 다르다고 했다. 브라질 문화에서는 여성의 원형이 두 가지 이미지로 나뉘는 경우가 많다. 훌륭한 어머니이자 아내 '산타(santa)'와 난잡하고 성적으로 탐욕스러운 여자 '피라니아(piranha)'다. 그러나 폰세카는 노동자 계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불륜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살아가는' 여자한테 다른 이름도 붙는다는 것을 알았다. 교활한 여자라는 의미의 '말란드라(malandra)'다. 이런 여자들은 자기 남편을 순종하는 오쟁이 진 남자 '코르노 만수(corno manso)'로 만든다.  32-33



막간 이야기1 앤드루와 마리


내가 만나고 인터뷰한 모든 부부들이 나를 놀라게 했고, 그 놀라움은 유쾌한 것인 경우가 많다... 나는 광란, 통제 불능의 성행위, 난교와 같은 '극단적인 성행위'를 발견할 것이라 믿으면서 이런 생활 방식에 접근했다. 그러나 내가 반복해서 본 것은 자기의 삶을 세심하고 사려 깊게 성찰하고, 사회에서 어떻게 하라고 정해준 방식이 아니라 자기들이 찾아낸 방식에 따라 행동하기로 선택하고, 그것을 자기의 결혼 생활과 성에 적용한 부부들이다.  55




2 일부일처제와 결혼


일부 인류학자들은 결혼과 일부일처제가 인간 진화의 역사와 인간 사회에 매우 유용하고 보호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말한다. 한 남자에 한 여자씩, 한 쌍의 결합이 없었다면 남자들이 여자를 놓고 싸워대면서 폭력적이고 목숨을 건 갈등이 끊이지 않았으리라는 얘기다. 경제적으로 더 성공적이고 권력과 자원을 더 많이 쥔 남자들 사이에서 일부다처제가 현저히 많았다는 근거로 볼 때 일부다처제의 기원도 분명 여기에 있었다. 사회가 일부일처의 한 쌍을 지향하면서 부족 간의 싸움은 물론 부족 내부의 갈등이 줄었고, 여자를 놓고 벌이는 쌍무도 줄었으며, 반면 부족들과 부족 내의 부부들이 자원을 공평하게 나누는 일은 늘었다. 여자를 놓고 싸우는 시간이 줄면서 부족은 더 많은 시간을 협동해서 농사짓고 사냥하는 데 쓸 수 있었다. 여자들도 다른 남자들에게 강간이나 공격을 당하는 일이 줄고, 안전뿐만 아니라 음식과 자원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부일처제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60


1878년 미국 대법원은 일부다처제를 금지하는 법이 합헌이라고 판결했고, 더 나아가 일부일처제는 민주주의를 보전하는 데 중대한 문제라고 했다.  83


배우자가 결혼에 따르는 성적인 기대를 위반하지 않았어도 이혼율이 60&가 넘는 경우가 있어 일부일처제는 전보다 그 의미가 훨씬 덜해졌다. 이제 일정 기간마다 배우자를 바꾸는 결혼 형태인 연속 단혼(serial monogamy)이 더 적당한 용어일지도 모른다. 이 결혼 형태에서는 주어진 관계에 있는 동안은 일부일처를 유지하되, 그 관계가 끝나면 성적인 것이든 다른 것이든 다른 사람과 관계로 옮겨간다.  84-85


겉보기에는 일부일처 관계가 효과적인데도 역사는 성적이고 정서적인 정절을 지켜야 한느 일부일처제의 이상이 모든 사람에게 적절한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

일부일처제는 원래 한 번에 한 사람과 결혼하는 데 쓰이는 말이었지만, 독점적으로 성관계하는 커플에게 적용되면서 지속적으로 잘못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인류학자 헬렌 피셔(Helen Fisher)가 주장한 것으로, 두 사람 사이의 성적인 정절은 일부일처제의 정의에 필요한 사항이 아니다... 일부일처제의 기대나 요구 사항을 진정으로 위반하는 것은 일부다처제, 일처다부제, 집단 결혼뿐이다.  85-86




3 여자, 아내 그리고 여자의 성


그리스 신화를 보면 제우스와 헤라가 남자와 여자 중에 누가 더 성적인 쾌감을 많이 얻는지 말다툼을 벌인다. 둘은 그 답을 알아내기 위해 신의 벌을 받아 7년 동안 여자로 산 티레시아스를 찾아간다. 그는 여자로 사는 동안 매우 유명한 창녀로 난잡한 생활을 했다. 티레시아스는 그 질문에 "사랑의 쾌감의 합을 10이라고 치면 여자가 9를 갖고, 남자는 1만 갖는다"고 대답했다. 이슬람교 시아파 창시자도 "성적인 쾌감의 9는 여자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1만 남자 몫이다"라고 티레시아스와 비슷한 말을 했다. 힌두교 전설에서는 어느 왕이 신의 분노를 사 여자로 변했다. 마침내 용서를 받은 왕은 남자로 돌아갈 기회를 얻었지만, 여자로 살면서 더 큰 쾌감을 맛본 왕은 여왕으로, 적어도 여자로 남겠다고 선택했다. 이슬람 전통에서 나온 것이라고도 하고, 구약성경에서 나온 것이라고도 하는 고대의 경구에서는 이 세상에 탐욕스러운 것이 세 가지 있다고 했다. 땅(혹은 사막), 무덤(혹은 지옥), 여자의 음문이다.  110-111


역사적으로 성은 남자들이 원하는 것이자, 여자가 통제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상품'이었으므로 여자들은 성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여자를 벌하기 시작했다.  117


앨프리드 킨제이(Alfred Kinsey)는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성 연구자로, 자기 침실을 비롯하여 미국 전역의 침실에 성탐색의 문을 열게 했다. 워내 곤충학자였던 킨제이는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성에 관심이 많았다. 킨제이는 성과학에 관심을 쏟기 전에도 노출증이 있었고, 나체주의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고 자서전에 썼다. 그의 대학원생들은 성 경험과 자위행위 습관에 관해 킨제이와 긴 대화를 했고, 그런 대화에서 킨제이는 다른 사람들과 자기의 개인적인 경험도 공공연히 나누었다.

킨제이가 수행한 성 연구는 그가 아내 맥과 함께 한 성의 탐색으로 이어졌다. 전기 작가 제임스 존스(James Jones)에 따르면 킨제이는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자신의 동성애적인 충동과 마조히즘적이고 노출증적인 충동도 탐구했다. 킨제이는 자기 주변에서 모은 연구원들에게 성적으로 자유로운 환경을 허용했고, 사실상 이런 관행을 격려했다. 킨제이는 자기 연구원들과 친구들 범주에서는 성행위가 자유롭고, 남성 동성애도 허용되며, 아내들도 나눌 수 있다고 선포했다. 아내들 역시 자기만의 성적인 탐색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추구할 수 있었다. 킨제이의 성 유토피아는 남성 우월주의자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성의 자유와 선택을 여자에게도 확대했다. 그러나 외도 문제가 생길 때는 그런 관계가 용납되거나 허용될 수 있는 문제인지 결정하기 위해 조언을 구하도록 했다.

직원의 성관계가 다른 연구원의 부부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킨제이가 그 직원에게 다른 사람의 아내와 성관계를 중지하도록 지시할 때는 명백하게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킨제이가 아내 맥을 수많은 남자들과 기꺼이 나눌 때는 부정적인 영향이 없어 보였다. 많은 연구원과 가족, 친구들이 킨제이의 아내와 섹스 했다고 말했고, 킨제이도 그 자리에 함게 하기도 했으며, 맥 혼자만 있는 경우도 있었다. 킨제이의 제자이자 가끔씩 동성연애 상대가 되기도 했던 클라이드 마틴(Clyde Martin)이 킨제이에게 맥과 섹스 해도 되는지 물었을 때도 킨제이는 그런 일은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거리끼거나 마다할 일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킨제이의 42세 된 아내는 남편의 격려 아래 젊은 클라이드의 성교육 임무를 지고, 자기가 킨제이와 함께 탐색해서 얻은 성적인 레퍼토리를 전수했다. 존스에 따르면 킨제이가 기꺼이 아내를 나누고자 한 이유는 남자들, 특히 클라이드에게 성적으로 끌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킨제이는 다락방에 있는 개인 스튜디오에서 맥이 다른 남자들과 섹스 하는 장면을 필름에 담기도 했다. 맥은 킨제이의 지휘 아래 많은 자원자와 동료 연구자들과 섹스 했다. 맥과 다른 사람들(킨제이 자신을 포함하여)의 자위행위를 필름에 담기도 했고, 킨제이의 지시 아래 집단 성행위뿐만 아니라 이성 커플과 동성 커플의 성행위도 필름에 담았다. 킨제이는 생리적인 문제로 발기부전을 겪어 그가 등장하는 필름은 거의 없다고 한다(나주엥 킨제이 내부자 가운데 한 남자는 킨제이에게 이런 생리적인 문제가 있어 아내의 욕구를 만족시필 수 없었기 때문에 다른 섹스 파트너를 주선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맥은 다락방의 성적인 만남에 행위자로 참여하지 않을 때도 안주인으로서 음료수를 대접하며 남편의 연구를 도왔다.

여자들과 성에 관해 면담한 결과를 보고하는 글을 보면 킨제이는 여성의 성에 대한 개인적이고 직업적인 개념화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자의 성적 능력이 남자보다 덜하다는 빅토리아시대적인 사고를 했다. 연구 과정에서 그는 여자의 성에 관한 연구는 여성의 전면적인 노출에 대한 사회적인 압력으로 방해 받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연구와 면담 절차에 이런 어려움을 반영했다. 킨제이는 분명 성의 해방과 간련하여 사회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생각과 의도가 있었다. 여자의 성욕이 '덜하다'는 견해는 킨제이가 저작과 연구에서 변혁을 이루고자 노력한 견해와 대조적이다. 그러나 킨제이는 여자들이 엄청난 성적 능력과 욕구가 있다는 보고를 접해도 남자의 성과 비교해 여자의 성이 억제되었다는 견해를 바꾸지 않았다. 킨제이는 자기 표본 내의 여자들은 결혼 전후에 남자보다 오르가슴이나 성적인 생활과 성관계에도 오르가슴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보고했다.

킨제이는 남자의 성과 함께 여자의 혼외정사에 관해서도 광범위하게 보고했다. 그는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혼외 성관계에 연루되는 일이 많다고 보았다. 킨제이에 따르면, 많은 경우 혼외정사가 부정적인 결과에 이르지 않았다. 키넺이는 외도가 갈등과 문제를 야기하더라도 그런 결과를 피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여자가 혼외의 성적 교류를 추구하는 이유가 애정 문제뿐만 아니라 결혼 생활의 권태와 성적 불만족, 친밀한 우정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자의 혼외정사가 가끔 결혼 내의 성관계를 개선하거나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킨제이는 내적으로 강인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부부 관계를 지키기 위해 혼외정사는 비밀에 부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킨제이는 부부가 모두 내적으로 강인하고, 아내가 남편의 전적인 동의와 인지 아래 혼외정서를 한 부부들과 면담했다. 그 결과 킨제이는 일부 남자들이 아내에게 밖으로 나가 섹스하라고 격려했고, 남편들도 혼외의 성행위(가끔은 동성애)를 탐했으며, 많은 남자들이 아내에게 성적인 만족을 맛볼 기회를 주기 위해 이런 일을 했다고 답했다. 존스는 킨제이가 허용된 여자의 혼외정사에 관해 설명할 때 그의 묘사와 설명을 인용하면서, 킨제이가 아내 맥을 다른 남자들과 나누는 것을 좋아한 자신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고 했다.

따라서 아내 나누기에 대한 킨제이의 설명에는 자기 자신의 동기가 명백하게 반영되었다. 그 하나는 아내가 성적 만족감을 누릴 범위가 남편인 자신에게 제한되지 않도록 하자는 이타적인 요구고, 다른 동기는 자신이 혼외의 성적 교류를 하는 데, 특히 다른 남자들과 성적 교류에 제약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킨제이가 관음증을 통해, 자기 아내를 함께 나누는 남자들과 직접적인 성행위를 통해 자신의 동성애적인 성향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서기도 했다. 아내 나누기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은 무익하다고 한 킨제이의 주장에는 나도 같은 생각이다. 킨제이 부부의 경우에서 보듯 한 부부 내에서도 다른 남자와 아내의 성을 나누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129-134


1960년대, 성 연구자 윌리엄 마스터스(William Masters)와 버지니아 존슨(Virginia Johnson)은 킨제이가 남긴 것을 취해 미주리 세인트루이스에서 선도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이들은 성행위의 기교에 관해서 많은 매춘부들과 면담한 뒤 단순한 인터뷰를 넘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대상자로 남자와 여자를 보집하여 성적인 자극, 삽입, 오르가슴의 생리학적인 요소를 측정하고 분석하고 기록했다. 연구 결과 여자가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해서는 음핵을 자극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 연구는 남자와 여자의 성적인 반응의 핵심적인 차이를 처음 경험적으로 기록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마스터스와 존슨의 연구에서 남자는 오르가슴 후에 신체적으로 다시 발기나 오르가슴을 성취할 수 없는 불응기를 보인 반면, 여자는 그런 제한을 보이지 않았다. 셔피(Sherfey)는 여기서 더 나아가 여자는 성적인 자극이 지속되면 오르가슴도 증가되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생리적인 수주에서 여자의 성적 능력이 남자보다 높고, 이런 능력은 자연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기나긴 천년 왕국 동안 여자의 성적 능력을 두려워하고 거부한 것과 대조적으로 셔피는 여자의 성적인 반응을 천부적으로 지칠 줄 모르는 것으로 보고, 그 한없는 능력에 찬사를 보냈다.  135-136


마스터스와 존슨의 연구 덕분에 음핵, 음핵 오르가슴, 멀티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자가 모두 건강한 것으로 수용되지는 못한다 해도 정상적인 것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138


성 혁명의 파고는 1960년대에 여성용 피임약이 나오면서 정점에 이르렀다. ..

많은 여자들이 사랑이나 일부일처, 혼약에 대한 요구 없이 성을 즐기려는 욕망을 인정하고, 임신에서 안전해지면서 병적인 것으로 여겨지던 여자의 성에 대한 정의도 다시 한번 바뀌었다.  139-140


<성의 침묵(The erotic silence american wife)>의 저자 델마 헤인(Dalma Heyn)은 남자의 외도는 보통 충동으로 촉발된 생물학적이고 긴급한 욕구인 반면, 여자의 부정은 더 계산되고 더 정서적인 원인에서 나오며, 여자 본인에게나 결혼 생활에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고 했다. ..

헤인은 여자가 성적인 이유와 신체적인 친밀함에서 오는 자극적인 기분을 위해 외도한다는 사실은 비밀에 부쳐졌으며, 일부일처제만 중요한 여성의 자질인 듯 다뤄졌다고 한다.  147-148


최근 연구는 여자들이 혼외의 섹스 파트너를 두는 빈도가 젊은 여성들 사이에 높아지고 있고, 그 정도에 있어서도 남녀 간의 차이가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했다.  148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더 성적으로 분방할 역량이 잇다. 킨제이, 피셔 그리고 다른 유명한 인류학자와 성 연구자들이 사회가 여자의 난교를 처벌하거나 금하지 않았다면 여자가 남자보다 성적으로 훨씬 더 문란하고 섹스 파트너가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자는 사정 후 불응기가 있어 성적 활동 능력을 잃는다. 하지만 여자에게는 그런 휴지기가 없고 오르가슴을 여러 차례 느낄 수 있으며, 성적 수용력이 거의 무한정하다. 마스터스와 존슨의 주장에 따르면 여자는 한 번에 50번까지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 .. 전문가들은 남자의 사정이 언제나 오르가슴을 의미하지 않고 일부 남자들은 사정 없이도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그런데도 여자들이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그런데도 여자들이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은 남자를 훨씬 능가해서 모터스쿠터가 페라리를 쫓는 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153


역사적으로 부인에게 성의 자유가 허락된 경우는 부를 통제할 수 있거나, 정치적인 권력이 있거나, 경제적으로 독립했을 때다.  155



막간 이야기3 미셸과 크리스


나는 프린세스라는 별명을 사용하는 텍사스 의사와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그녀도 핫와이프다. 프린세스는 10대 시절에 부모님이 다른 사람들과 섹스 하는 사진과 비디오를 보았다. 그녀는 비디오 화면에 어머니가 다른 남자들과 섹스 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을 보고 섹스는 결혼할 때까지 기다려야하는 것이라거나 사랑할 때만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쓰레기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몇 주 후 프린세스는 이웃 소년과 처음으로 섹스를 했다. 그 경험은 영 실망스러웠지만, 그 소년의 형과 했을 때는 다른 느낌이었다. 프린세스가 이 소년들 중 하나와 있는 것을 어머니가 본 이후 모녀 관계는 영원히 변했다.

'내가 브라우스는 벌린 채로 서 있는데, 어머니가 나를 보고 비명을 질렀어요. 그런 다음 조용히 나를 바라보더군요. 내가 말했어요. 내가 매트와 섹스 하는 것을 보고 소리 지르다니 어머니는 참 뻔뻔한 사람이라고요. 어머니에게 사진과 비디오 본 것을 모두 말했어요. 어머니는 할 말을 잃었고, 우리는 곧 같은 입장이 되었지요. 어머니와 앉아서 처음으로 진짜 어른다운 성에 관한 대화를 시작했고, 어머니는 자신과 양아버지가 스윙어라고 하면서 스윙잉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었어요. 서로 질투심을 느끼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어머니는 그렇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섹스 하는 모습을 보거나 그런 사실을 아는 것이 성적인 흥분을 일으킨다고 했어요. 그날 이후로 저는 성적으로 매우 적극적이 되었고, 그 일을 어머니와 양아버지에게 숨길 필요도 전혀 없었어요.'  171-172


사회학자 린 애트워터(Lynn Atwater)는 어머니와 아내인 여자라도 자기의 성적인 욕구를 충족하고 성적인 존재로서 유용성이 증가되면 딸에게 성교육을 더 잘할 수 있다고 했다.  173




4 일부일처제의 대안


인간의 역사를 통틀어 거의 모든 사회가 다양한 결혼 제도를 두었고, 그중에서 일부일처제와 일부다처제가 가장 흔하지만, 의무적으로 일부일처제를 강요한 사회는 드물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일부일처제를 요구하는 문화는 20%도 안 되며, 대다수 문화가 일부다처제를 허용한다. 드물지만 일처다부제 사회도 잇다(전 세계 1% 이하에서 발견된다). 일부 인류학적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40%에 해당하는 사회에서 혼외 성행위를 금지한지 않았고, 사회 규칙과 규범이 이러 ㄴ일을 부추기기도 했다. 일부 문화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다른 남자와 나누는 것을 정중한 예의로 여겼고, 어느 문화에서는 일정 사람들 혹은 명절이나 다산 의식(fertility rite)같은 일정 시기에 혼외정사를 격려했다.  177-178


아내를 손님과 '나누는 영광'은 이뉴이트와 마찬가지로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미크로네시아, 폴리네시아, 아시아, 인도, 아프리카, 호주 원주민 등 다른 문화에서도 볼 수 있었다. 사우스샌드위치제도에서는 손님이 주인의 아내나 심지어 딸과 동침하는 기회를 비롯해 주인이 제공하는 모든 환대를 누릴 수 있었다.  182


경제적인 자원을 상당 부분 남자가 통제하는 사회에서는 일부다처제가 보편적이었고, 여자가 부를 쥔 사회에서는 일처다부제가 흔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형제처럼 유전적인 연관성이 있는 남자들이 여자를 나누는 관습 가운데 주된 형태는 형제다부혼이다.  184


스윙어들은 스윙 문화가 '생활 방식(lifestyle)'이라고 한다. ..

1960년대의 키 파티(key party)에서 유래한 것이라고도 한다. 키 파티는 남자들이 그릇에 자동차 키를 담으면 부인들이 아무 키나 집어 그 자동차 키 임자를 섹스 파트너로 집에 데려가는 섹스 파티를 말한다. 스윙잉에 관한 글에 따르면 이런 문화는 1970년대에 급격하게 늘었다가 1980년대에는 HIV가 퍼지면서 급감했으며, 지난 10년 동안 다시 점차 상승하고 있다.  193


폴리아모리(polyamory:비독점적 다자 연애)  197


폴리아모리는 1990년대에 '책임 있는 비일부일처제'에 대한 인터넷 논의에서 발전해 정의된 개념으로 개방 결혼과 공동생활, 성의 자유 개념을 포함한다.  199


폴리아모리는 '많은 사랑'을 의미하고, 진정한 사랑은 한 번에 한 사람만 사랑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거부한다. 이는 여러 다른 관계 형태와 접근을 포괄하는 폭넓은 개념으로 개방 결혼, 집단 결혼, 과거 수십 년 동안 계속된 성적인 탐색에서 발전한 것이다. 폴리아모리 운동은 일부일처제 안에서건 밖에서건 사람들이 관계에 책임지고 정직하기를 기대하는 것 외에는 별 제한이 없다. 폴리아모리 관계와 성적 교류는 스윙잉이나 집단 결혼에서와 같이 부부의 양 배우자를 다 포함하지만, 한 배우자나 둘 모두 혼외 관계를 하는 개방 결혼과 더 유사하다.  201


스윙어 연구에 포함된 것이나 동성애 커플에서 폴리아모리를 살펴본 것을 제외하면 이 관계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 많은 포리아모리스트들이 스윙잉이 성적인 것에 중점을 두는 것에 비해 자기들은 사랑, 관계, 정직성에 중점을 둔다고 강조하면서 스윙잉과 구별하고자 한다.

스윙어들은 파트너들과 친밀한 우정을 오래 지속하는 반면, 폴리아모리스트는 성적인 모험에 자주 나서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한다고 말한다.  201-202


위키피디아에는 핫와이프가 스윙잉의 하부 문화라고 정의되었다. 

'핫와이프는 남편의 동의 아래 자기 배우자가 아닌 다른 남자들과 섹스 하는 여자를 지칭한다. 대부분 남편은 아내가 다른 남자와 즐기는 것을 보고 대리 만족하거나, 아내의 모험을 지켜보고 듣고 아는 것을 즐긴다. 남편도 같이 스리섬에 참여하거나 아내를 위해 데이트를 알선하기도 한다.'

위키피디아는 핫와이프에 속ㅎ사는 다른 하부 집단을 찾아내는 데까지 나아갔다. "아내 나누기의 독특한 하부 문화인 쿠콜딩은 뒤바뀐 역할에 따르는 성적인 수치심을 강조한다. 아내는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반면 남편은 수동적이고 종속적인 역할로 제한되며, 에로틱한 성행위를 거부하는 것까지 포함될 수 있다."

쿠콜드는 아내의 바람에 따라 오로지 아내하고 섹스 한다는 면에서 자기들은 핫와이프의 남편과 다르다고 한다. 쿠콜드 관계에서는 아내가 남편에게 섹스를 허락하지 않기도 하고, 남편가 섹스 하는 것보다 연인과 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말을 남편에게 하기도 한다. 아내가 남편 앞에서 다른 남자와 성행위를 하며 남편을 조롱하고 모욕하기도 하는데, 이런 아내들은 '휴밀리아트릭스(humiliatrix)'라는 이름을 얻었다.  203-204


스윙어가 스윙잉에 나서는 일차적인 이유는 성적 모험을 위해서다. 스윙어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은 스윙잉을 하는 동기가 다양한 성적 경험, 금지된 성적 만남, 노출증과 관음증으로 얻는 스릴이라고 했다. 그러나 스윙어들이 드는 다른 이유는 새로운 친구를 만들고, 가치와 관심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사회적으로 교류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스윙어들은 일부일처제에 만족하는 척하지 않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즐겁다고 말한다. 스윙잉 활동을 즐기는 동안 윤리적인 원칙을 지키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 생활 방식에 참여하는 데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다. '안 돼요'는 스윙잉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는 말이고, 다른 사람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배척되며, 스윙어 클럽에서 거부 당하는 일도 종종 있다. 폴리아모리 관계에서는 '안 돼요'라는 말이 여러 가지 수준으로 받아들여진다. 공통의 동의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기도 하고, 자기 파트너의 다른 관계를 막거나 끊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스윙어의 삶은 전적으로 왜곡되었을 거라는 일반적인 믿음과 달리 스윙어도 평범한 사람들과 비슷한 가치를 가지고 산다. 이들이 사회적인 가치보다는 개인적인 발전에 좀더 가치를 두는 것은 사실이다.  211


많은 개인과 커플, 가족에게 비일부일처 관계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지만, '평생' 비일부일처 관계를 살펴보았거나, 자녀들과 가족 전반에 미치는 전체적인 영향을 탐구했거나, 이 관계를 일부일처 관계와 비교한 연구는 거의 없다. 일반 대중에 비해 합의한 비일부일처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나 혼외정사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정신장애, 성폭력, 성 기능장애 발생 비율이 높지도 않았다. 연구 결과들을 보면 비일부일처로 사는 사람들이 부부간의 외도 문제를 겪는 커플보다 긍정적인 관게를 경험하고, 일부일처를 유지하는 보통 부부보다 개인적인 욕구와 성적인 욕구에 대해 자주 대화를 나누었다.

현재 존재하는 연구와 그 결과를 근거로 보았을 때 그런 관계가 역기능적이고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보는 믿음은 비일부일처 관계의 진정한 영향에서 근거한 것이기보다는 문화적인 기대에 어긋나는 비일부일처 관계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것인 듯하다.  213-214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들은 연구 문제와관련해 시대에 뒤떨어졌거나 제한점이 있지만, 비일부일처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매우 활기넘치는 성격 양상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일반 대중에 비해 정서적인 문제나 정신 질환을 많이 겪는다는 근거는 없다. 이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성격 유형과 정서와 관계 면에서 기능 상태는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개인에따라 차이가 많은 곳으로 보이며, 비일부일처 생활 방식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빈약한 정신 건강과 기능 상태를 보인다는 믿음을 지지할 근거는 없다. 스윙잉을 하는 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이 남자만큼 자기의 성 활동과 살메 행복하고 만족하는 것으로 보이며, 남자들에게 성적으로 이용 당한다는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 사실상 일부 비일부일처 관계는 전적으로 여자의 욕구에 중심을 두고 있다. 폴리아모리보다는 스윙잉이 여성 험오증에서 나온 관계라고 인식되지만, 폴리아모리 활동에 관해서는 정보가 거의 없다. 그러나 폴리아모리 사회에서 여자의 강력한 지도력을 고려한다면 폴리아모리 생활 방식 전반에서 여자가 희샹한다는 근거는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214-215


인간이 자연적으로 일부일처에 적합한 존재인지 아닌지는 인간의 행위와 별 관계가 없다... 인간은 일부일처를 유지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지만 연구는 많은 사람들이 일부일처를 선택하지 않고, 결혼이나 현재 관계에서 벗어나 성적 교류를 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 그런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성병 발생률이 높지도 않고, 정서적이고 성적으로 불안하다는 근거도 없으며, 규범에서 벗어난 성 활동이 관계를 해친다는 근거도 없다.  215-216


어느 하나의 비일부일처 관계가 사회와 법적인 수용을 얻어 궁극적으로 승리를 쟁취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친밀한 관계에 대한 사회의 시각이 더 융통성 있게 바뀌어 개개인의 욕구를 충족할 유연한 관계를 허용할 가능성은 있다.  218




5 역사를 통해 본 욕망의 아내들


<유혹의 기술2:세상을 매혹했던 여자들>의 저자 벳시 프리올뢰(Betsy Prioleau)... 에 따르면 여자는 자연적으로 다혼(多婚 많을다 혼인할혼)성이고, 오르가슴을 여러 차례 맛볼 수 있으며, 남자들은 따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성적 능력이 있다. 프리올뢰는 태초 이래 핫와이프와 다른 유혹녀들의 삶과 역사를 검토하면서 남자의 넋을 흐려놓은 여자의 성적 원동력에 찬사를 보냈다. 이런 일은 남편의 동의 아래 벌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241-242


아우구스투스의 딸 율리아 243

칼리굴라 치세 동안 클라우디우스는 그의 사촌 메살리나와 결혼했다.  344

역사상 악명 높은 쿠콜드 이야기 가운데 캐슬마인의 로서팔머(Roger Palmer) 백작  246

보르자 가문의 수장 로드리고 보르자(나중에 교황 알렉산데르6세)의 딸 루크레치아  248

샤틀레 후작 부인으로 불린 에밀리 뒤 샤틀레  250

제인 엘리자베스 디그비(Jane Elizabeth Digby)  257

빅토리아 우드헐(Victoria Woodhull)은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던 욕망의 아내다  261

20세기 초 위대한 피아니스트 가운데 한 사람인 바이올렛 고든 우드하우스(Violet Gordon Woodhouse)  265

안느 루이즈 제르맨 네케르  267

요크셔 가문의 후손인 검은 눈의 미녀 엘리자베스밀뱅크  271


역사에 걸쳐 많은 아내들과 여자들이 일부일처제의 구속과 침대를 한 남자와 나눠야 한다는 제한을 거부했다.  279


성적으로 힘 있고 부정한 많은 여자들이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성공적으로 이런 생활을 이끌어갔다. 이런 성적 관행이 상류층에 제한되지 않았다는 근거는 있지만,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경우는 지식인 계급과 문인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다.  280




6 문학과 영화 속의 아내 나누기


에리카 종은 소설 <날기가 두렵다>엣 여자의 성을 탐색했다.  296


케이트 쇼팽의 소설 <각성(The Awakening)>  297


2002년, 카트린 밀레(Catherin Millet)는 '여자가 쓴 가장 노골적인 섹스 관련 책'이라는 말을 듣는 <카트린 M의 성생활>을 내놓았다.  298


아이작 싱어의 <하우스 프렌드>  300


로렌스 블록의 Small Town(작은 마을)

영국 소설가 하워드 제이콥슨의 Act of love(사랑의 행위)  302


<펜트하우스 레터스>의 편집장 캐시 카바노프는 지난 몇 년 동안 잡지사에서 받은 편지 중 가장 인기 있는 주제는 아내를 다른 남자와 나누는 경험이나,아내가 다른 남자(아니면 남자들)와 함께 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말했다.  306


제22권 처음 몇 페이지에는 편집자가 이렇게 언급했다. "우리가 받는 편지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주제는 관음증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아내를 지켜보는 것이다. 이런 남편들에게는 자기 아내가 다른 남자, 어느 경우에는 여러 남자들과 정열을 불태우는 것을 지켜보는 일보다 흥분되는 일은 없는 듯하다. 다른 남자가 제공하는 봉사와 기교로 아내가 몸을 흐느적거리고, 땀을 쏟으며 오르가슴으로 몸을 떠는 것을 지켜보는 남편의 마음은 에로틱한 몽상으로 들끓는다."  307


니 잡지에 실린 편지들... '그 이야기에 댛나 기억이 상당히 흐릿하긴 하지만 내가 분명히 기억하는 것은 남자들이 보통은 여자 친구나 아내가 그런 일을 한다면 처음에는 충격이고 상처를 받겠지만, 자기도 모르게 그 일로 성적 자극을 받는다는 것을 안다는 점이다.'  308


영화 <사이드웨이>

덴마트 영화 제작자 라스 폰 트리에가 만든 <브레이킹 더 웨이브>

카트린 브레야가 감독한 독립 영화 <로망스>

카드린 드뇌브가 주연한 1967년 영화 <세브린느>

데미 무어와 로버트 레드포드가 출연한 영화 <은밀한 유혹>




7 페티시와 판타지


상당히 많은 연구들이 정신 건강 전문가 대부분이 비일부일처 관계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을 정신 질병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단느 것을 보여주었다. 아내 나누기에서 이런 가정은 수많은 방식으로 나타난다. 첫째, 아내 나누기가 보통 '페티시'라고 부르는 성도착이 있음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둘째, 아내 나누기에 관심이 있는 것은 정신 질병과 성격장애가 있음을 나타낸다는 생각이다. 다시 말해 아내 나누기에 대한 욕구, 흥미, 실행이 정신장애와 정서장애의 증상이라고 믿는 것이다. 

성 장애와 정신장애를 연구한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정신 건강에 관한 연구는 상당 부분이 주로 사회적인 편견과 비과학적인 판단에 근거하는 것을 알 수 있다. .. 다시 말해 흔하지 않은 행위는 정상이 아닌 것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치유와 회복 과정의 일부일 수 있다.  325-326


성 연구자와 임상의는 성 장애 가운데 관음증과 노출증을 배우자가 다른 사라모가 섹스 하는 것을 지켜보는 순전한 판타지와 구별한다. 이런 판타지에서 나온 행위는 임상적으로 관음증과 노출증으로 진단된(가끔 기소 당하기도 하는) 사람들이 흔히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한다고 보고되는 것과 다르게 안정적인 관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또 관음증 환자들은 발각될지 모르는 두려움이라는 스릴을 맛보기 위해 그런 일을 한다지만, 서로 합의하여 배우자의 성행위를 지켜보는 판타지에서 그런 두려움은 찾을 수 없다.  330


헤로도토스(herodotos)는 헤라클레스의 후손인 리디아의 왕 칸다울레스(Candaules)의 이야기를 했다. 칸다울레스는 자기 아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믿었고, 아내를 열정적으로 사랑했다. 칸다울레스의 시종 가운데 기게스(Gyges)라는 경호원이 있었다. 그는 칸다울레스의 조언자면서, 왕이 자기 아내의 아름다움을 찬미할 때는 경청자 역할을 했다. 어느 날 칸다울레스가 기게스에게 왕비의 아름다움을 확실하게 믿으려면 왕비의 벗은 모습을 봐야 한다고 고집했다. 기게스는 그런 행동을 했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거절했지만, 왕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칸다울레스는 기게스를 침실에 몰래 들여서 왕비가 잠자리에 들기 전 옷 벗는 것을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기게스가 침실에서 빠져나올 때 왕비가 그를 보았고, 그와 남편이 무슨 일을 꾸미는지 알아챘다. 다음 날 왕비는 기게스를 불러 그의 행동에 대한 벌로 죽음을 택하거나, 칸다울레스를 죽이고 왕위를 빼앗은 뒤 자기와 결혼하라고 명했다. 그날 밤 왕은 전날 밤과 같이 기게스를 침실에 들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게스가 칼로 무장하고 있다가 왕이 잠든 틈을 타 심장을 찔렀다. 기게스는 왕위를 빼앗고 왕비와 결혼했다.

다양한 자료에 따르면 칸달리즘(candaulism)이란 다른 남자들에게 아내의 누드 사진이나 이미지를 보여주는 행위 혹은 아내의 동의 없이 다른 남자에게 아내의 벗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일을 말한다.  336


스윙어들이 정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이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이런 인식과 다른 결과를 보인다. 1970~1980년대에 연구자들은 스윙어 집단을 대상으로 다양한 성격검사와 심리검사를 한 결과, 이들이 적그적이고 자발적인 생활 태도를 보인다고 했다.  338


이 책에서 본 부부들이 의도적으로 행위하는 것과 같이 쿠콜드 관계에서는 남편과 아내 사이에 훨씬 명백하고 조심스런 협상이 진행된다. 남편은 결혼 관계에서 아내에게 행사하는 성의 주도권을 포기하고 복종적인 역할을 수용한 채 자기의 욕망과 흥미를 조심스럽게 펼쳐야 한다.  351


바우마이스터는 여자가 남자 파트너의 부정함을 즐기는 '반대 쿠콜드리'는 거의 들어본 일이 없다면서 이는 핵심적인 성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352


내가 기술한 부부들의 성행위는 조증 증상이 있는 기간이나 다른 심각한 정신병 증상가 함께 나타나지 않았다. 경계성인격장애와 같은 성격장애로 진단된 사람들은 격렬한 자극에 대한 갈망, 정서장애와 성격장애가 결합되어 거칠고 경계를 파괴하는 성행위를 자주 보인다. 그러나 강박성 성행위, 정신 질병과 성격장애가 있는 경우라면 이 부부들에게서 볼 수 있었던 긍정적 생활 기능 수준을 보이지 못하도록 방해할 만큼 증상이 심각했을 것이다.  356-357


아내의 난교와 쿠콜드 남편의 복종적이고 양성애적이며 자기 패배적인 행위가 아동기에 당한 성폭력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영향을 미친 탓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원인과 결과라는 실타래를 풀기는 쉬운 일이 아니고, 비일부일처 관계가 건강하지 못한 것이라는 핵심적인 가정은 연구 결과가 아니라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금지에서 나온 것이다.  357-358


핫와이프 현상을 병적이고 건강하지 못하며 부정적인 감정이나 경험에 뿌리를 둔 것이라는 가정으로 접근하는 것은 사회적인 금지와 도덕적 판단, 여자의 성에 대한 두려움의 결과이자 영향이다. 내 표본은 광범위하지도 과학적이지도 못하지만, 내가 이 조사를 하면서 인터뷰하고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감정, 성격 문제, 정서 문제의 증상을 보이거나 보고하지 않았다.  358-359


스웨덴의 국민건강과 복지위원회(National Board of Health and Welfare)는 2008년 11월에 사도마조히즘, 페티시즘, 복장도착증과 관련한 행위들은 더 이상 정신 건강 문제가 아니라고 결정했다. 라스 에릭 홈(Lars-Frik Holm) 위원장은 "이런 진단은 이성애 선교사 체위가 아닌 것은 모두 성적 이상이라고 여기던 시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이들의 성적 취향은 사회와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선언했다. 미국정신과학협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APA)도 정신장애 진단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을 최신화하면서 비슷한 논의를 했다.

성해방연맹(Thw National Coalition for Sexual Freedom)은 특히 사디즘, 마조히즘, 복장도착증의 경우, 성도착에 대한 APA의 진단 기준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APA의 진단 기준에 있는 많은 진술들이 모순된 연구를 인용하면서 진단 기준이 과학적이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했다.  360




8 쉬운 일은 아니다


에리카 종은 <날기가 두렵다>를 쓸 때 아내가 혼외의 성적 모험을 한 뒤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것으로 책을 끝내고 싶은 욕구에 저항하느라 갈등을 겪었다고 했다. 나도 이런 생활 방식으로 부정적인 결말에 이르는 경우도 보여주어 이 책의 시각에 균형을 잡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다. 나는 이런 종류의 생활 방식을 추구하면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많은 사람들과 부부를 만났다. 그러나 이 책을 위한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성적 판타지를 좇던 많은 이들이 예상치 못한 이유로 파경에 이르거나, 다른 불행한 결과를 겪은 이들도 만났다. 이 생활 방식 역시 인간의 다른 시도들과 마찬가지로 동전의 양면 같은 면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388-389


역사를 통틀어 그리고 현시대에도 아내 나누기가 만연하지만, 이런 생활 방식이 보편화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사회가 이런 행위를 금지한 길고 긴 역사가 사라지지 않았을 뿐더러, 오늘날이라고 해서 훨씬 누그러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

비일부일처는 관계에 무엇을 의미인가? 서구 사회에서 혼인 관계 외에 다른 사람과 섹스 하는 것은 엄청난 기만과 경멸, 정직하지 못한 태도를 드러내는 것이며, 규범을 위반하는 행동으로 인지된다. 그러나 부정과 결혼에 관한 수많은 책들이 혼외정사가 자동적으로 결혼에 종지부를 찍게 만든다는 생각하는 반기를 들고 있다. 부정이 조용히 수용되는 서구 문화에서도 이런 일은 은밀하게 해야지, 공개적으로 그런 관계를 했다가는 명예와 존중에 도전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믿음의 근원은 일부일처 관계를 사랑의 가장 순수한 형태로 인지하는 데 있을 것이다. 혼외 관계를 하고, 다른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당사자나 관계에 잘못된 점이 있는 것이라는 믿음도 한몫한다. 부부와 개인을 상담하면 나는 이런 믿음을 '디즈니 신화'라고 이름 붙였다. 자기의 천생연분을 만나면 행복하게 사는 일만 남았다고 믿는 것이다.  397-398


스위어를 대상으로 한 많은 연구에서 이들의 결혼 생활 만족도는 다른 과계와 비교햇을 때 별 차이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스윙잉이 관계를 파괴한다고 믿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우이어들은 자기들의 생활 방식이 관계에 긍정적이고 이로운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399


스윙어와 폴리아모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이 대부분 이혼 경험이 있고, 일부일처 관계에서 갈등을 겪었으며, 현재의 비일부일처 관계에서 이전 관계보다 훨씬 만족감과 충족감을 얻는다고 했다. 스윙잉과 비일부일처 커플들이 자기들의 관계에 만족하고 행복을 느낀다는 결과를 도출한 연구는 이런 관계에 대한 연구자들의 긍정적인 편향이 개입된 것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399-400


대다수 스윙어 커플은 각자 활동해도 보통 배우자에게 자기가 경험한 일을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감정을 배우자에게 감추기는 커녕 자세히 들려주어 성적 흥분을 자극하고, 부부의 성생활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비일부일처 관계의 동성애와 양성애 커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 커플이 혼외 관계의 자세한 사항을 배우자와 이야기하지만, 그 정도와 내용은 개인이나 커플마다 달랐다.  401-402


'컴퍼션'은 폴리아모리 관계에서 정의된 개념으로, 자기 파트너가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이다. 따라서 컴퍼션을 느끼는 남편과 아내는 파트너가 다른 사람과 정서적이고 신체적인 사랑을 나누면서 얻는 쾌감을 경험하는 것에서 대리적인 감각보다 깊은 기쁨을 얻는다.  403


다양한 비일부일처 생활 방식 전반에 걸쳐 가장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문제가 질투심이다. 이런 커플들은 질투심이란 문제를 놓고 끝없이 논의하고 논쟁을 벌인다. 

연구와 일화적인 보고에 따르면, 여자가 남자보다 자기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신체적으로 친밀하거나 관계하는 것에 질투심이 심하다고 한다.  404-405




9 아내 나누기의 거침없는 신세계


이 세상 거의 모든 것처럼 아내 나느기도 기술을 받아들이고 바꿨으며, 기술에 의해 변했다.  429


자신을 '킹불(Kingbull)'이라고 부르는 한 사업가는 아내가 자신을 쿠콜드로 만들어주기를 간절히 원하는 남편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 그는 자기 웹사이트에서 '최상의 쿠콜드 지침서(Ultimate Cuckold Manual)'라는 전자책을 판매한다.  434


어쩌다 만난 사람과 하는 성행위나 핫와이핑의 그룹 섹스와 유사한 것으로 영국에는 '도깅(Dogging)'이 있다. BBC의 보도에 따르면 도깅은 커플들이 외진 곳에서 카섹스를 하는 동안 차 밖에 있는 남자들이 구경하거나 자위를 하고, 사진을 찍거나 섹스에 함께 참여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런 행태는 커플이나 청소년이 차 안에서 성행위하는 것을 남자 청소년이 몰래 구경하던 데서 나온 것으로, 10~15년 전부터 성행했다. 일부 커플은 구경꾼드의 즐거움을 높이기 위해 차 안에 조명을 켜고 일을 벌인다. 차창이나 문을 열어놓고 구경꾼의 참여를 부추기는 커플도 있다. 가까이 다가와서 혹은 차안으로 들어와 구경하게 하거나, 섹스에 동참하도록 하기도 한다. 도깅 장소는 경찰이나 이웃의 분노를 피할 수 있는 다양한 장소를 찾을 수 있다.(일설에 따르면 이런 커플들을 달아나게 만들기 위해 경찰 사이렌을 구입해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현재 영국 법에 따르면 쌍방이 합의한 일이고, 성인이라면 그리고 분노한 이웃만 없으면 도깅이 위법 행위는 아니다.  440-441




10 수태를 위한 액체


여자의 사정에 관한 이야긴느 질 오르가슴이 우위냐, 음핵 오르가슴이 우위냐를 놓고 벌이는 일진일퇴의 논쟁까지 얽히면서 복잡하게 돌아갔다.  469


고대 그리스인은 여자의 성액을 성적인 쾌감뿐만 아니라 생명 창조와도 관련된 일로 여기고, '생산' 능력이 있다 하여 예찬했다. 히브리인은 여자의 성액을 '깨끗하지 않은' 월경혈과 다르게 여겼다.  470


힌두와 탄트라 경정에서도 여자의 사정이 여자의 '커다란 쾌감'과 관련 있고, 여자가 사정하려면 남자의 사정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자극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사가 여자 환자의 '히스테리성 발작'을 멎게 하기 위해 손으로 자극하거나 기계적인 마사지를 하던 시절에는 여자의 '씨앗 방출'을 야기하는 것이 윤리적이고 건강한 일인지 논쟁이 많았다. 그러나 일부 의사들은 여자가 씨앗을 보유하는 것이 질병과 광기를 일으킨다면서 이런 상태를 해소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의사의 의무라고 했다.

킨제이는 여자의 사저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것을 오르가슴과 연결하지 않았다. 마스터스와 존슨도 킨제이와 마찬가지로 여자의 오르가슴이 남자와 다를 것 없지만 사정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 

여자의 사정을 둘러싼 논란은 대부분 사정액의 성분에 대한 우려와 관련된 것이었다. 이 액체는 소변인가, 아닌가? 사정하는 여자들은 케이의 10대 시절 연인이 케이가 침대에 오줌을 누엇다고 몰아붙인 것처럼 단순히 소변을 배출하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생물학적인 과정으로 나오는 액체인가? 이 문제에는 과학적인 논란이 있고, 연구자마다 의견이 달랐다... 

여자의 사정액은 요도 안에 있는 여러 관을 통해 배출되는데, 액체가 솟구치거나 분사된다.  471-472


지금은 스킨샘(Skene's Gland)이라고 부르는 비뇨생식기계에 있는 샘이 '여자의 전립샘'으로 작용하고, 남자의 전립샘이 정자를 전달하는 정액을 만드는 방식으로 여자의 성과 관련된 액체를 생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472


독일 산부인과 의사 에른스트 그뢰펜베르크의 이름을 따서 붙인 지스팟(G-spot)에 대한 설명은 1980년대에 나왔다. 대중과 성 전문가들이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과학계에서는 오늘날까지도 논란이 되는 개념이다.  473


성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심리치료사 리사 로리스(Lisa Lawless)는 여자의 사정을 가르치는 일을 전문으로 한다. 그녀는 모든 여자들이 사정을 경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비디오와 책을 냈고, 사정을 경험하지 못하는 여자는 특별한 경험을 놓치는 것이라고 했다.  473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사정을 경험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앗다.(이 비율이 약 40%라고 한 조사 결과도 있기는 하다). .. 대다수 여자는 한 번이나 두 번 정상적인 오르가슴 후에 사정한다.  474


남자의 전립샘액은 정자가 살아갈 양분과 환경을 제공한다. 여자의 몸에서는 이 액체가 죽은 세포를 제거하는 것을 도와 질을 청소하고, 질에 필요한 산성도 균형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들은 여자의 사정이 종종 오르가스모가 연관되지만 이것이 보편적으로 오르가슴과 연결되지는 않고, 가끔 오르가슴과 동시 혹은 전과후에 독립적으로 일어난다고 했다. 여자의 사정은 질에 잇는 정액을 청소하고 배출하므로, 진화 과정에도 하는 역할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474-475


질이 해부학적 구조를 보면 오르가슴과 상관없이 삽입후 정자를 보유하도록 되어 있다. 성교 후 여자의 질에서 정액과 액체가 흘러나오지만, 삽입 후 30분까지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정자가 모이는 자궁 경부 근처 질에서 풀 혹은 컵을 이루기 때문이다. 정자가 즉시 배출되는 일도 있지만(얼룩말은 암컷이 질에서 정자를 즉시, 극적으로 뿜어낸다) 정액은 상당 부분 이 풀에 고여 있고, 질과 자궁 경부의 해부학적 구조에 따라 여기서 자궁으로 이동한다.  478-479


연구 결과를 보면 여자가 피임하지 않고 오르가슴을 느낄 때 정자의 70%가 질과 자궁 경부에 남았다. 반대로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했을 때는 30%만 남았다. 이는 부분적으로 여자의 오르가슴이 자궁 경부의 점액 필터를 약하게 함으로써 정자가 자궁에 도달할 길을 더 많이 만들어주고, 오르가슴을 느낄 때 질의 근육이 수축되어 자궁 경부로 정자를 더 많이 흡입하기 때문이다.  479


갤럽과 레베카 버치가 정액이 신체의 생리와 인간 행위에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연구는 더욱 광범위해졌다.(나는 여자라고 말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구강이나 항문 성교 중에 받아들인 정액이 남자에게 미치는 효과도 포함했다.)  481


1970년대 <코스모폴리탄>과 <플레이보이>는 독자들에게 혼외정사가 결혼 생활에 다시 정열의 불꽃을 피우게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501




11 성녀인가, 창녀인가?


증명할 수는 없더라도 나는 미국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현재의 미국 중산층 남편들이 결혼 당시 아내가 처녀가 아니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아내에게 혼전 관계가 있었거나, 현재 그런 관계라는 사실을 가장 잘 받아들인다고 생각한다. 남편들이 그 사실을 알고도 마음이 전혀 불편하지 앟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현시대 남편들은 그의 아버지나 할아버지와 달리 그런 소식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삶이 조각날 일로 여기지 않고, 여자를 성적인 존재로 더 잘 받아들이며, 극단적인 경우 부정한 아내나 경쟁자 남자에게 폭력으로 복수한다고 말하는 정도다. - 게이 탈레스  506


한 부부가 내게 말한 것처럼, 더 중요한 문제는 상대 남자의 성격이다. "그 남자를 믿을 수 있어야 해요. 그 남자를 집으로, 우리 삶으로, 내 아내의 침대로 불러들이는 일이잖아요. 그런 사람은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해요."  513


영국에서 수행한 연구들을 보면 외도하는 여자들은 남편보다 성공적이고 사회적인 지위도 높은 남자를 선택했다. 여자들이 자기 남편보다 낮은 계층의 남자를 애인으로 선택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516


스윙잉, 핫와이핑, 폴리아모리 그리고 다른 형태의 비일부일처 생활 방식은 내면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으며, 사회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특혜를 누리는 삶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들은 역사를 통해 왕과 여왕, 대통령, 지배자, 최고경영자, 백만장자에게만 허락되던 일부일처제 법칙의 예외를 자기도 실현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517


쿠콜드리가 드물고, 아내의 성적인 부정이 인정되는 일은 더더욱 드물다는 일반적인 믿음과 다르게 적극적으로든 소극적으로든 아내에게 다른 애인을 두도록 허용한 남편들의 역사는 길고도 길다. 역사를 보면 이런 사건이 예술, 문학, 지식인 사회에서 많이 일어나긴 했지만, 이런 생활 방시고가 성적 관행이 사회 계층 전반에 걸쳐 보편적으로 존재하던 일임을 알 수 있는 기록도 있다. 이런 행위를 탐하지 못하게 한 사회의 금기가 이런 일이 만연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현재 이런 생활 방식이 퍼진 것은 사회적 금기의 변화를 반영하는 일인지도 모르며, 단순히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공개 토론장을 통해 이런 행위를 표현하는 것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내 나누기, 핫와이핑, 쿠콜드리는 본질적으로 병적이거나 파괴적인 행위가 아니다. 이런 생할 ㅂ아식을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추구해온 부부들은 지극히 건강한 관계고, 부부간의 의사소통 방식이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인 경향이 있다. 이런 생활 방식이 정서장애나 관계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고, 그런 문제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오히려 개인과 부부에게 적응적인 기능도 있다. 두려움, 힘과 주도권 문제, 자유와 독립에 대한 요구 같은 문제를 극복하고, 권위를 포기하고 사회의 기대에 부합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기 위한 방식이다.

이런 생활 방식을 추구하는 아내들은 일부일처제와 결혼의 복잡한 기대뿐만 아니라 1000년 동안 여자에게 내려진 사회의 기대와 명령에 도전하는 일이었다. 이런 생활 방식에는 단순한 성을 넘어 여성주의의 복잡하고 강력한 메시지와 여성에게 부여된 힘이 놀라운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 문화에서 여자들은 착한 여자가 되라고 하면서도 착하지 않게 살라고 하고, 섹시하게 행동하라도 하면서도 그런 행동은 안 된다고 하는 이중성을 갖고 살도록 압박 받는다. 아내 나누기를 받아들이는 아내는 그 안에서 힘을 발견했다. 사회가 그들에게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지시하고 자신을 정의하게 만든 것, 선택하게 한 것을 거부할 힘이다.  522-523


내가 흥미로운 연구 결과와 인터뷰한 내용을 이야기해주었을 때 놀랍다는 반응과 호기심을 보인 사람도 있었다. 그 가운데 우리 아버지의 반응이 가장 재미있었다. 아버지는 "뭐에 관해 쓴다고? 네가 미친거 아니냐? 그런 것을 쓰고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게다. 세상의 모든 남편들이 네 멀를 베어버리려고 할 거야. 모든 아내들이 자기도 그런 걸 원한다고 할 테니까!"하고 말했다.  527-528


쿠콜드리나 핫와이핑을 통해 혼외의 성을 탐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이런 부부들도 부단히 움직이면서 의사소통하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고, 질투심과 시기심의 불꽃을 장애가 아닌 암시와 신호로 받아들이면 성공할 수 있다. 이것도 다른 관계와 다르지 않다. 이런 부부들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할 일은 다른 부부에게도 똑같이 필요한 일이다. 건강한 관계는 부부가 함께 하는 일이 무엇이냐에 달린 것이 아니다. 서로 어떻게 의사소통하느냐, 서로 어떻게 대하느냐, 제대로 기능하고 상대에게 도움이 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달렸다. 모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는 성행위와 상관없이 의사소통, 자유, 지지, 상호 존중이다.  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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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인생을 뒤바꾼 '여행', 교육의 터닝 포인트 '여행'


이 책은 여행으로 교육하기를 원하는 부모를 위한 책입니다. 6


모든 걸 만족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나는 포기해야지요. 바로 우리 머릿속의 생각입니다. .. 너무 많은 것을 미리 걱정하고 불안해하면 되는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생각은 모두 잊고 새롭게 시작합시다.  9


부모가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활동은 아마 '교육'일 겁니다. 내 아이를 교육하고 싶다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 입으로는 아이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아이를 위해 시간을 내지 못한다는건 모순입니다.  9-10




Chapter1. 아이교육, 여행이 답이다


경험의 축적은 새로운 인식을 빚어냅니다. 이것이 곧 여행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24


여행 중에 경험하는 관계는 .. 머물러 있는 관계가 아니라, 물 흐르듯 스쳐 지나가며 만나는 관계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상황 속에서 소통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지요. 상점 주인과의 흥정, 기차에서 만난 누군가와의 대화, 길을 가르쳐준 이름 모를고마운 사람과의 만남, 숙소에서 함께한 어떤 여행자와의 노닥거림, 난생처음 보는 외국인과의 인사 등 정말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소통하고 배웁니다. 여기에 보너스로 자신감도 얻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남을 이루어낸 자신의 모습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에 자신감을 얻는 거지요.  29


시냇물과 강물이 바다를 향해 내달리듯 세상을 여행함 낯선 것과 부딪힐 때 비로소 더 큰 생각에 닿을 수 잇습니다. .. 낯선 것을 많이 접해본 사람은 망설이지 않고 용기를 냅니다.  32


당연히 낯선 것들을 찾아다녀야 합니다. 용기내어 낯선 것과 마주하는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여행은 낯설음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우리 주변의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을 찾아 나서면 필연적으로 낯선 것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33


여행으로 아이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한 번에 오랜 기간 여행하거나 짧더라도 정기적으로 꾸준히 여행해야 합니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특히 아이와의 여행은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아이가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한 번에 오랜 기간 여행하는 게 좋고, 체력이 약한 아이는 정기적으로 꾸준히 여행하는 편이 낫습니다. 

둘째, 아이가 스스로 나설 만큼 여행을 즐겁게 여겨야 합니다. 아무리 시간과 돈을 들여서 여행하더라도 본인이 즐겁지 않다면 말짱 도루묵이지요.

셋째, 여행을 해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교육 철학이 명확해야 합니다. 여행으로 아이를 교육하고 싶다면 어른부터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어른이 갈팡질팡하면 아이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넷째,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여행의 결과를 너무 강조하면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을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과정을 소중히 여기면 충실한 여행이 되고, 어떤 상황에서도 배울 점을 찾는 자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사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건 뻔한 이야기지요. 하지만 그 뻔한 사실을 실제 생활에 적용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잊지 마세요. 우리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따야 하는 운동선수가 아닙니다. 과정이 중요함을 잊지 않는다면 어떤 식으로 여행해야 할지 당장 답이 나옵니다.  42-43




Chapter2.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의 여섯 가지 원칙


법정 스님이 쓴 <버리고 떠나기>에는 '미련 없이 자신을 떨치고 때가 되면 푸르게 잎을 틔우는 나무를 보라. 찌들고 퇴색해가는 삶에서 뛰쳐나오려면 그런 결단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  53


'몸으로 하는 여행'입니다. 우리가 흔히 '관광'이라고 부르는 것과 '여행'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전적으로 비슷한 뜻입니다. 관광은 '다른 지방이나 나라에 가서 그곳의 풍경, 풍습, 문물 따위를 구경한다'는 뜻이고, 여행은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두 단어가 지닌 이미지는 조금 다릅니다. 대체로 관광은 '나이 드신 분들이 버스 타고 다녀오는 단체 여행'같은 이미지라면, 여행은 '젊은이들이 배낭 메고 떠나는 개별 여행'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관광의 ... 가장 큰 장점은 준비하는 데 드는 수고를 덜 수 있다는 겁니다. .. 가장 큰 단점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두고 '주마간산'식 여행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지요. 주마간산이란 '말을 타고 달리며 산천을 구경한다'는 뜻인데 자세히 살피지 않고 대충대충 보고 간다는 겁니다.  76


장피에르 나디르와 도미니크 외드가 쓴 책 <여행 정신>에는 '여행은 삶과 같다. 목적지가 아니라 거기까지 가는 길이 중요하다. 시간에 쫓기며 정해진목표를 향해 서둘러 갈 권리도 있겠지만, 길가에서 경험하는 경이와 아름다움을 놓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중략) 이는 즉흥적으로 살고, 예상치 못한 일에 황홀해 하며, 깜짝 놀라기도 할 줄 안다는 의미다. 효율성과 안전, 시장 경제라는 씁쓸한 핑계 아래 여행자들은 점점 더 무리 지어 다니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에 제약을 받는다. 차라리 이런 시스템에 고장이라도 나서 여행자들을 자유롭게 풀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77


걷기 여행은 계절이나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체력적인 부분까지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여행지를 날 것 그대로 접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가장 오래된 여행 방식입니다. '여행의 원조'라 할 만하지요. ..걷기 여행은 느리게 한발씩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다가가는 여행입니다.  78-79


아이를 무시하는 부모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부모는 대체로 아이와 자신을 동일시합니다. 이 때문에 아이의 실패는 곧 나의 실패가 되지요. 아이가 실패하는 모습을 보느니 내가 직접 빠르고 깔끔하게 해결하는 게 속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이 일은 내 아이가 해낼 수 없는 일이야'라고 여기는 부모의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아이를 무시하는 태도는 아이의 가능성을 제한합니다.  85


도움을 요청하면 함께 해결하되 여행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것은 분명 아이가 되어야 합니다.  89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 가장 주의할 점은 흉내만 내는 여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귀찮으니까 남들 가는 것처럼 갔다 오면 되겠지 생각하면 아이는 '여행이란 이렇게 지겨운 거구나'하면서 여행 자체를 싫어하게 됩니다.  99


문제를 해결하고 적응해나가는 능력은 경험하지 못했던 일에 도전해 성공하거나 실패하면서 생깁니다. 성공을 통해 성취감과 재미를 얻습니다. 실패를 통해 살아가는 요령을 터득합니다.  110


다케우치 히토시는 "여행을 하는 것이나 병에 걸리는 것, 이 둘의 공통점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본다는 점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병에 걸려 아플 때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듯, 여행을 하면서 겪는 고생스러움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125


약 300년 전 유럽, 특히 영국에서는 잘산다고 자부하는 상류 계층에서 유행하는 여행이 있었습니다. '그랜드 투어'라고 불리던 이 여행은 영국 상류 계층의 자녀들을 교육하기 위한 여행이었지요.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곳을 돌아보며 상류 사회의 각종 예법과 언어,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여행이었습니다. 상류층 자녀를 위한 엘리트 교육인 셈이었지요. .. 짧게는 몇 달, 몇 년에 걸쳐 여행했으니까요.

일반적으로 가정교사 2명과 하인 2명 이상을 데리고 다녔습니다. 가정교사 1명은 주로 학문을 가르쳤고, 다른 1명은 승마, 펜싱, 춤 같은 활동을 가르쳤습니다. ..

여행 코스는 대체로 프랑스에서 시작해 스위스를 겇 이탈리아로 이어지는 일정이었습니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가득한 분위기에서 영국 상류층 부모들은 자녀를 대학에 입학시키느니 차라리 뛰어난 가정교사와 함께 여행을 보내 교육하는 게 더 낫다고 여겼습니다. 여행이 교육의 새로운 수단으로 떠오른 순간이었지요.  128-129




Chapter3.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을 풍요롭게 하는 약속


아이와의 대화에서 가장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 마음가짐은 '진정성'입니다. 부모의 사랑을 아이가 오롯이 느낄 수 있게 진정성 담긴 이야기를 시작해보세요. .. 그냥 진솔한 이야기를 해보세요. 어린아이들은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금방 빠져듭니다. 동화나 옛날이야기도 좋지만 부모의 삶이 담겨 잇는 이야기는 더 좋습니다.  151


실컷 이야기하고 훈계로 끝맺으면 다음엔 부모 이야기를 듣기 싫어할지도 모릅니다. 이야기는 그저 이야기로 끝내는 게 좋습니다. 대신 이야기를 듣고 아이가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살짝 물어보는 정도는 괜찮지요.

아이에게 부모의 삶이 담긴 이야기를 해주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이가 부모를 이해할 수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152


중요한 것은 대화할 때 '내가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가?'를 계속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 그럼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요?

1. 나의 태도, 언어, 모습 : 지금 나는 어떤 태도(아이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있는가)로, 어떤 언어(긍정적 언어를 사용하는가)를 사용해서, 어떤 모습(표정, 목소리, 행동)으로 아이에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돌아보세요 아이의 태도, 언어, 모습보다 나의 것에 집중해야 아이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2. 질문의 방향 : 질문은 아이와 나의 관계를 진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질문과 대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관계 회복이 먼저입니다. 적절한 질문은 아이를 생각하게 하고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도록 이끕니다. 내가 던진 질문, 아이가 나에게 했던 질문의 방향에 집중하고 대화해야 핵심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3. 재미 : 대화가 재미없나요? 재미없는 이유는 뭘까요? 내가 유머감각이 없어서? 아이가 무감각해서?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다 아닙니다. 재미를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재미는 재미를 찾아 나서는 사람에게만 주어집니다. 이야기하면서 손톱만큼이라도 재미있을 만한 소재가 있다면 그걸 붙잡고 재미를 느껴보세요. 내가 재미를 느껴야 아이도 재미를 느낍니다. 웃긴 이야기, 센스 있는 입담까진 없어도 됩니다. 아이의 작은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 하나에서 재미를 발굴해보세요. 재미에 집중하면 대화가 쉬워집니다.

4. 아이의 감정 : 어린아이일수록 감정을 읽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감정에 집중하고 그 감정을 존중해주세요. 대화할 때 감정은 생각보다 더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감정 코팅을 잘해주면 아이의 삶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5. 아이의 생각과 의도 : 어른이라면 아이의 생각과 의도를 잘 읽어내야 합니다. 아이와 똑같은 수준에서 이야기하면 다툴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지금 어떤 생각과 의도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넓은 시야에서 알아차려야 합니다.  155-156


우리는 대부분 '꿈=직업'이라는 착각을 하며 삽니다. 직업 말고도 다른 많은 것들이 꿈이 될 수 있는데 말이지요. .. 어른들은 아이에게 꿈이 뭐냐고 묻고는 아이가 대답이 없으면 "꿈 없어? 의사, 변호사, 선생님 이런거 말이야"라고 이야기합니다. ...

꿈이 직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어른들의 일방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꿈을 무엇으로 정할지는 아이가 할 일입니다.  168-169


요즘 아이들이 체험학습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도 제대로 꿈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생각하는 시간'이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체험학습은 그저 체험으로 끝납니다. 그리고는 생각할 여유도 그 어떤 계기도 허용하지 않는 바쁜 생활로 돌아가지요. 체험은 추억으로만 남습니다...

아나톨 프랑스는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꾸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꾸어주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172


공자는 "시를 읽음으로써 바른 마음이 일어나고, 예의를 지킴으로써 몸을 세우며, 음악을 들음으로써 인격을 완성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생각하는 여행도 음악을 통해 완성될 수 있으니,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에 멋진 배경 음악을 한번 깔아보세요.  176


일하는 것의 반대는 노는 것이 아니라 쉬는 것입니다... 더 엄밀히 말하면 '일하는 것'의 반대는 '일하지 않고 쉬는 것'입니다. '노는 것'의 반대도 '놀지 않고 쉬는 것'입니다. 일하는 것과 노는 것은 쉬지 않고 행하는 여러 가지 활동입니다.  180-181


7살 정도 된 아이가 집에서 연필을 잃어버렸습니다. 엄마에게 연필을 잃어버렸다고 이야기하겠지요? 엄마는 묻습니다.

"어디서 잃어버렸어?"

"모르겠어요."

"마지막으로 언제 연필 썼는지 기억 안 나?"

"네."

"혹시 거실에 둔 거 아니야? 어제 거실에서 숙제했잖아."

"아, 맞다. 그렇지! 찾았어요."

잃어버린 연필을 찾은 건 아이일까요 엄마일까요? 아이는 혼자 연필을 찾을 수 없어 엄마에게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연필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찾은 거죠. 아이는 다음에 연필을 잃어버렸을 때 어떻게 할까요? 아마 거실이든 자기 방이든 마지막으로 숙제했던 곳에서 찾아볼 겁니다. 이렇게 아이는 엄마의 도움으로 '잃어버린 연필 찾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고츠키는 <마인드 인 소사이어티>에서 "오늘의 근접발달영역이 내일의 실제적 발달 수준이 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즉 오늘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할 수 있었던 일이 내일은 혼자서 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지요. 이때 중요한 것은 뭘까요? 바로 엄마의 도움입니다. 교육 심리학에선 이런 도움을 비계(scaffolding)라고 표현합니다. 비계는 원래 건축 공사할 때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게 설치한 임시시설을 말하는데, 아이가 과제를 잘 수행하도록 어른이나 또래가 도움을 주는 걸 이르는 말이지요.

비계 설정의 방안으로 제시되는 것은 

1 아이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수준으로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

2 아이의 능력에 따라 '도움의 양'을 조절하는 것

3 아이 앞에서 '시범'을 보이는 것

4 질문을 유도하고 아이에게 '역으로 질문'을 던져보는 것 등이 있습니다. 교육심리학에서 제시하는 이런 방안은 아이가 스스로 여행할 수 있게 이끈느 구체적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193-194


놀이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놀이의 요소로는 자발성, 재미, 일상에서 벗어난 해방감 같은 것이 있습니다.  196


김정운 교수는 강의에서 "자기 반성과 자기 성찰이 대화와 의사소통의 근본이 되는 능력"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다른 사람과 잘 소통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 아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지요.  208


'Cook's Tour'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이 단어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주마간산 식 단체 관광 여행"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영어 단어만 보면 언뜻 '쿡은 요리사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단어의 유래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841년 토머스 국이라는 영국인이 런던에 세계 최초의 여행사를 차렸습니다. 그의 아들 존 메이슨 쿡이 사업을 함께하면 서 여행사 이름을 토머스 쿡 앤드 썬(THomas Cook and Son)으로 바꿉니다. 사람들은 이 여행사에서 개발한 여행 상품을 Cook's Tour라고 불렀습니다. 

이 여행 상품은 여행사에서 모든 일정을 짜고 여행자는 그 일저에 따라 단체로 이동하는 패키지여행이었습니다.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여행이었습니다. 짧은 일정에 여러 장소를 들릴 수 있어서 편하고 효율적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일정이 늘면 늘수록 이동하는 차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여행지에서는 잠깐 내려서 둘러보는 식으로 여행했는데, 이 때문에 Cook's Tour는 주마간산 식 여행을 뜻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쉽게 말해 패키지여행의 원조라고 할 수 있지요.  212-213


어른들은 여행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더라도 삶 자체를 확연히 변화시키기 어렵습니다. 이미 오랜 시간을 고정된 삶의 패턴 속에서 살아왔거든요. 이 패턴을 통째로 바꾸려면 대단한 결심과 굳은 의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갓 올라온 새싹처럼 쑥쑥 자라고 있기 때문에 배움이라는 물을 꾸준히 주면 몰라보게 달라집니다. 계속 성장하는 과정이어서 배우면 배울수록 삶이 달라질 가능성도 커지지요.  225


아이와 여행하는 부모는 여행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막연히 여행을 다녀오면 뭐라도 도움이 되겠지 생각하는 것과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아는 것은 다릅니다. 이것을 알아야 여행 중 무엇에 힘써야 할지 알게 되고, 아이의 성장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죠. 물론 배움이 곧 성장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배워야 성정할 수 있습니다. 배움은 성장의 기회지요. 여행을 통해 배운다는 것은 성장의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225-226


삶의 실체, 태도, 목적이라고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이것을 배우는 방법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여행지에서 뭐든지 자세히 보고, 따라 해보고, 생각해보게 하는 겁니다. 자세히 보면서 삶의 실체를 이해하고 따라하면서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습니다. 삶의 목적은 고민하고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배울 수 있지요.  227


여행을 통해 성장한다는 것은 '여행을 통해 삶과 친해진다'는 의미입니다.  228


아이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하라는 말이지요. ... 마주 본다는 것은 대화의 기본자세입니다.  232


부모는 아이보다 시간을 짧게 느끼고 항상 시간이 없어 쫓겨 다닙니다. 반면 아이는 부모보다 시간을 길게 느끼고 무한한 것처럼 여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가 할 일 없이 빈둥거리거나 느려터진 행동을 보이면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로서는 빨리 끝내고 놀면 될 것을 왜 저러나 싶고, 아이 입장에서는 하고 있는데 왜 저러나 싶지요. 이렇게 입장 차이가 나는 이유는 실제로 같은 시간도 부모와 아이는 서로 다르게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234


아무리 많은 교육 서적을 읽고 좋은 강좌를 들어도 소용없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아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내 아이를 마주 볼 수 있고 대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235


지혜는 요령이 아닙니다. 상황을 꿰뚫어보는 눈이며,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가치가 빛나는 생각입니다.  248


오늘날 필요한 교육이란, 아이들을 어딘가에 가둬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껏 길 위를 뛰어다닐 수 있도록 자유를 주는 것입니다.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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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 "길은 우리가 걸어가는 데서 완성된다."

오직 장자만큼은 길이 미리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길은 우리 자신이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당돌하게 외쳤습니다.  5


길의 끄트머리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이곳에 우리는 바로 타자를 발견하게 됩니다.

장자가 우리에게 만들라고 이야기했던 길은 다른 것이 아닌 타자에게로 향하는길이었던 셈입니다.  6


장자가 매번 망각을 강조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일 겁니다. 오직 망각만이 우리 삶을 좀먹는 기억들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망각은 하나의 통과의례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인문학의 최종 목적은 사랑과 연대를 가능하도록 하는 새로운 기억들을 구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7


장자의 망각은 철학사상 가장 긍정적인 개념입니다. 그렇습니다. 망각이란 타자로 비약하기 위한 가벼움과 경쾌함을 얻기 위한 노력입니다. 간혹 장자가 비움을 뜻하는 '허(虛 빌 허)'라는 글자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8


타자로 비약하는 데 장애가 되는 모든 무거운 것들을 비운다고 해서, 필연적으로 우리가 타자에게 건너가는 데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망각과 비움은 타자에게 비약하는 데 있어 필요조건일 뿐 결코 충분조건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9


망각이나 비움이라는 개념.

장자가 문제 삼았던 것은 타자와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우리의 판단 혹은 추측이라는 거지요.  23


장자의 소통(疏通 트일 소, 통할 통)이란 개념.

흔히 소통이라는 것은 마음과 뜻이 전해지는 것, 즉 의사소통을 상징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번역어 정도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통이란 개념은 이보다 더 복잡한 것입니다. 이 개념은 '트다'라는 뜻의 '소'와 '연결하다'는 뜻의 '통'이란 글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소'라는 개념입니다. 이 개념은 막혔던 것을 터서 물 같은 것이 잘 흐르도록 한다는 작용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제 왜 이 '소'라는 글자를 강조했는지 아시겠지요. '소'라는 개념은 우리 마음에서 건입견을 비운다는 것. 그러니까 장자가 말했던 망각 혹은 비움과 동일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24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타자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그에게 비약하는 것뿐입니다.  26



서양 철학이 망각의 중요성을 발견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닙니다. 망각은 이미 니체(F. W. Nietzsche, 1844~1900)에 의해 진지하게 숙고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는 플라톤으로부터 가장 멀리 벗어났던 철학자로 기억됩니다. 플라톤은 이데아에 대한 '상기'나 '기억'을 그것에 대한 '무지'나 '망각'보다 탁월한 상태라고 이야기 합니다.  36


니체가 이야기하는 망각은 기억을 초월하려는 능동적 힘, 기억을 벗어나려는 치열한 투쟁.  38


"물이 소용돌이쳐서 빨아들이면 저도 같이 들어가고, 물이 나를 물속에서 밀어내면 저도 같이 그 물길을 따라 나옵니다. 물의 도를 따라서 그것을 사사롭게 여기지 않습니다. 이것이 제가 물을 건너는 방법입니다."  49


우리는 물이 빨아들이면 그것에 저항하고, 혹은 물이 밀어내면 그것에 저항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이미' 땅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과는 달리 땅은 우리를 빨아들이거나 밀어내지 않습니다.

물의 복잡하고 다양한 흐름들에 맞추어 '감각-운동'을 수행해야만 합니다.  51


땅에서 편안해하던 주체가 물에서도 편안해하는 주체가 되기 위해서, 그는 자신에 대한 기억 혹은 주체의 동일성을 망각해야만 한다는 것이지요.  52


망각은 타자와의 소통을 방해하는 '의식의 자기동일성'만을 잊으려는 것이지, 삶 자체의 능동성을 잊으려는 것은 아닙니다.  63


장자느 우리도 일종의 피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작동하는 피리라면, 우리는 타자와 마주쳐서 그에 걸맞은 소리를 내야만 할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는 그런 소리를 내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소리를 내기에 바쁩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속이 꽉 막힌 피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79


남곽자기의 섬세함 묘사.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걱정, 염려, 변덕, 고집, 아첨, 오만, 허세, 가식 등과 같은 사람의 마음은 음악이 비어 있는 곳에서 나오고 버섯이 습한 데서 나오는 것처럼, 밤낮으로 우리 앞에 번갈아 나타나지만, 그것이 어디서부터 싹터서 나오는지 알지 못하겠다!' 세계 모든 것이 그렇듯이, 사람도 하나의 피리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피리를 마음이라고 부를 수 있지요. 나무는 바람을 만나서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나무가 비어 있는 구멍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79-80


결국 타자와 마주치지 않았는데도 발생한 소리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는 소음일 뿐입니다.  80


우리는 내면에서 울려 퍼지는 소음을 제거해야 합니다.  81


비워질 때에만 나는 마주치는 타자에 걸맞은 소리를 낼 수 있는 피리가 될 수가 있습니다. 내 마음의 피리는 오직 그 경우에만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 시작하겠지요.  82


소통(疏通)이란 개념은 '트다'는 뜻의 '소'와 '연결된다'는 뜻의 '통'이라는 글자로 구성되어 있는 말입니다. 막혔던 것이 터서 역동적으로 흘러가는 물길이, 그리고 막힌 구멍을 터서 아름다운 소리를 내게 된 피리를 생각해보세요. 남곽 자기의 입을 빌려 장자가 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소통'이란 글자에 응축되어 있던 셈입니다.  83-84


'지인(至人 이를 지, 사람 인)의 마음씀은 거울과 같아 일부러 보내지도 않고 일부러 맞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대로 응할 뿐 저장해 두려 하지도 않는다.' 자신 앞에 사람이 도래했는데도 거울이 직전에 비추고 있던 나무의 상을 지니고 있으려 한다면 어떨까요? 그것은 거울이 아닐 것입니다.  87


거울은 과거에 대한 기억이나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갖지 않고, 철저하게 현재 마주친 타자를 지각하는 마음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장자는 과거에 대한 기억이나 미래에 대한 기대가 현재의 지각을 왜곡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88


장자가 이야기하는 '지인(至人)'이란 바로 과거에 대한 기억, 그리고 그 기억의 작용에서 가능해지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비워버린 주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인이란 일체의 허구적 매개 없이 혹은 미리 사변적으로 정립된 본질 없이 직접적으로 타자와 직면해서 조우해야 하는 삶의 주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89


기존의 생각, 혹은 기존의 의미를 비웠기 때문에 지인은 어떨 수 없이 새로운 의미를 채워야 할 숙명에 놓이게 된다고, 물론 새로운 의미는 타자와 마주쳐서 이 공백을 채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92


'A=-A'는 A라는 규정과 -A라는 규정이 겹쳐지는 공간, 그래서 언어와 그것에 의해 작동하는 사유의 분별작용이 불가능해지는 공간입니다. 장자는 이 공간을 '도추(道樞 길 도, 지도리 추)'의 공간이라고 규정합니다. '도추'란 글자 그대로 '도의 지도리'를 의미합니다. '지도리'란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해주는 문의 회전축을 뜻합니다. 결국'도추'란 도가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는 계기나 조건을 상징하는 표현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장자에게 있어 도란 미리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가 발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우리가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장자는 "도는 우리가 걸어 다녀야 이루어지는 것"(도행지이성 道行之而成)이라고 강조했던 것입니다.  115-116


사르트르 자신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항상 내가 아닌 자로 존재하고, 나는 항상 내가 존재하는 자로 존재하지 않는다."  118


'원숭이를 키우는 사람'이 원수이들에게 도토리를 주면서, "아침에 셋, 저녁에 넷 주겠다"고 했다. 원숭이들이 모두 성을 냈다. 그러자 그 사람은 "그러면 아침에 넷, 저녁에 셋을 주겠다"고 했다. 원숭이들이 모두 기뻐했다. 명목이나 실질에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도 원숭이들은 성을 내다가 기뻐했다. (그 원수이 키우는 사람도) 있는 그대로를 따랐을 뿐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옳고 그름'(을 자유롭게 사용함)으로써 대립을 조화시키고, '천균'에 편안해 한다. 이를 일러 '양행(兩行 두 양, 다닐 행)'이라고 한다.  143


'알 수 없다'는 경험 혹은 실존의 상태는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의 판단을 중지하고, 타자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만듭니다. 스스로 판단할 수 없으니, 이제 타자의 거동에 자신을 조율할 수밖에 없게 된 거지요. 장자는 이것을 '인시(因是 인할 인, 바를 시)'라고 부릅니다.  147


'롷고 그름(을 자유롭게 사용함)으로써 대립을 조화시킨다"는 표현이 '타자성의 테마'없이는 이해불가능한 것이라면, "천균(天鈞 하늘 천, 서른근 균)에서 편안해 한다"라는 표현은 '판단중지의 테마'없이는 이해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장자에게 있어 이 두 가지 테마는 "둘이 함께 가는(兩行)"것입니다. 다시말해 타자성을 경험하게 되면 우리는 일종의 판단중지 상태에 이르게 되고, 역으로 일종의 판단중지 상태에 있게 되면 우리는 타자성을 경험하게 된다는 거지요.  151-152


판단중지에 대한 경험을 기술한 후 바로, 장자는 "장주와 나비 사이에는 반드시 구분이 있다"고 말합니다...

장주일 때 날개를 휘저으며 날갯짓을 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나비일 때 인생에 대해 철학적 성찰을 할 수도 있습니다. 장자에게 어느 경우든 "구분이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으며, 이 상태는 타자와의 소통은 커녕 일종의 착각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156-157


우리 자신과 타자 사이에 엄청난 틈을 긍정하고 이 심연을 건너가려고 모색했다는 점에서, 그의 철학이 지니는 깊이와 근본성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길은 걸어 다녀서 이루어진다" '길'이 먼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걸어감'이 먼저 있습니다. 태초에 '길'이라는 원리가 먼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걸음'이라는 행동이 먼저 있었다는 것입니다.  162


자타(自他) 사이의 심연을 건너기 위해서는 일종의 결단과 비약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런 비약이 가능하기 위해서 우리는 충분히 가벼워야만 합니다. 심연을 건너기에 충분히 가볍기 위해서 우리는 자신을 비워야만 하는 거지요. 타자와의 소통을 가로막는 심연 앞에서 우리는 자신이 보물처럼 가지고 있었던 것들(선입견, 오만, 자의식, 사변적 사유 등등)과 경건하게 작별의식을 수행해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것들은 심연을 건너는 데 장애물이 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비워야만 우리는 타자와 소통할 수 있는 가벼움과 경쾌함, 도약의 힘을 얻을 수 있게 되지요.  163-164


비움의 수양은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일 뿐 결코 타자와의 소통을 필연적으로 보장하지는 못합니다.  164


시간을 '지속'이라는 존재론적 원리로까지 승화시켰던 베르그손의 입장을 살펴보지요.

'모든 의식은 기억이다. 즉 현재 속에서의 과거에 대한 보관과 축적이다...'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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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좀 더 올바른 시각으로 삶을 대하는 것.  7


頓悟漸修(돈오점수) - 돈오, 갑작스럽게 깨닫고 그 깨달은바를 점수, 점차적으로 수행해가다.  8

(돈오돈수, 점오점수, 점오돈수, ..)


1강 자존(自尊) - 당신 안의 별을 찾으셨나요?

'아모르 파티(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

'모멘토 모리(Mo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메멘토 모리와 아모르 파티. '죽음을 기억하라'와 '운명을 사랑하라'는 죽음과 삶이라는 상반된 의미의 조합이지만 결국 같은 방향을 바라봅니다. 내가 언젠가 죽을 것이니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하라는 것이고, 그러니 지금 네가 처한 너의 운명을 사랑하는 것이죠.  17-20


(한국 교육은) 기준점을 바깥에 찍죠... 이렇게 교육받은 우리는 '다름'을 두려워해요. 기준점이 되는 누군가와 다른 내 모습을 상상하지 못합니다.  20

남과 다르면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드는 환경에서 자존감을 가지고 살려면 스스로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21

기준점을 바깥에 두고 남을 따라가느냐, 아니면 안에 두고 나를 존중하느냐일 겁니다.  22


[어느 대학 교수는 미국 사람과 한국 사람의 차이를 이질 문화와 동질 문화라는 말로 해석한다. 미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너와 나는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객관적인 정보를 준다. 반면, 우리는 '너와 내가 생각하는 바가 비슷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내가 "저어~기"라고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도 "음, 저기를 이야기하는구나!"라고 알아들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시작한다는 이야기. 미국이 인종 전시장이라는 말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세계에서 흔치 않은 단일 민족 국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공감이 가는 설명이다. 

이질 문화를 가장 단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역시 거리 풍경이다.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피부색이 다르고 입는 옷이 다르고 하는 말이 다르다. 그것뿐만 아니다. 너와 내가 다른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을 쓸 일이 별로 없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사는 방식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뿐.  ...

가끔은 틀을 벗어나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3-25


우리는 아직도 각자의 상자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십 대가 살아야 할 상자, 삼십 대가 살아야 할 상자, 사십 대가 살아야 할 상자. 그 상자의 바깥으로 벗어나면 매년 명절마다 고문을 당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측은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패한 인생이라고 손가락질 받죠.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자존을 싹 틔우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25


칭찬은 자존감을 키워주는데, 가진 것에 대한 칭찬이 아닌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질타는 눈치를 자라게 합니다.  27


정신과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모든 사람은 완벽하게 불완전하다"라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28


제가 좋아하는 부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죠. 단점을 인정하되 그것이 나를 지배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러니 못났다고 외로워하지도 마세요. 모든 인간은 다 못났고 완벽하게 불완전하니까.  29


자기의 길을 무시하지 않는 것. 바로 이게 인생입니다. 

각기 다른 자신의 인생이 있어요. 그러니 기회다 다르겠죠. 그러니까 아모르 파티, 자기 인생을 사랑해야 하는 겁니다. 

우리에겐 오직 각자의 점과 각자의 별이 있을 뿐입니다.  

모든 인생은 전인미답(前人未踏)이에요. 인생에 공짜는 없어요.

준비해야 하죠. 내가 뭘 봐야 하는지,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지.  33-34


Be yourself. 너 자신이 되어라. 34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릅니다.  37


You should take me as I am.  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야 해.(브리트니 스피어스의 What you see)

Take me as I am.(나를 그대로 받아들여)!  38




2강 본질(本質) -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생각의 탄생>에서 리처드 파인먼은 '현상은 복잡하다. 법칙은 단순하다... 버릴게 무엇인지 알아내라.'  43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브랜드 에르메스(HERMES)의 지면 광고)

모든 것은 변합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모든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47


저는 게으른 사람입니다. 그럼 제가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변하지 않는 것, 본질을 보겠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본질일까요? 바로 콘텐츠입니다. 콘텐츠는 '사람을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메커니즘입니다. 이것만 확실하면 페이스북에서, 트위터에서 퍼갑니다.  52


급변하는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게 있고, 그걸 잡는 게 나의 유일한 돌파구입니다.  55


본질은 결국 자기 판단입니다. 나한테 진짜 무엇이 도움이 될 것인가를 중심에 놓고 봐야 합니다.  60


시간의 세월을 잘 견뎌낸 것들은 본질적인 것들이에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국 기행>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소속 칼리지들의 주요 목표는 학식이나 지식을 두뇌에 채워 넣는 것만이 아니다. 이곳 졸업생은 의사나 변호사, 신학자, 물리학자, 운동선수 같은 전문가가 되어 나가지 않는다. 여기에는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어느 한 방면의 전문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는다. 그레이트브리튼 최고의 젊은이들이 고등학교를 마치고 와서 2,3년 머무르며 <조화>를 배운다. 육체, 정신, 심리가 고루 단련된 완벽한 인간이 유일한 목표이다. 이 기간이 지난 후에는 본인의 희망에 따라 종합 대학이나 법학 대학원, 종합 기술 전문대학, 병원 등 어디서나 전문적인 공부를 계속한다.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에서는 전공 분야에 대한 증서를 받지 않는다. 그들이 받는 것은 <인간의 증서>이다.'  

본질은 탄탄하게 만들어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거죠. 

미국의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컬럼비아 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학교는 전공을 2년 동안 정하지 않아요. 2년 동안 교양만 가르치는데, 학생들은 총 8개의 교양을 배웁니다. 고대와 현대 그리고 비영미권의 문학, 사학, 철학 그리고 이과 과목 두 가지, 쓰기, 음악, 미술. 1905년도에 컬럼비아는 이 제도를 만들었고 한 번도 고치지 않았다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교육의 본질은 교양과 삶의 태도를 가르치는 전인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62-63


지식은 본질은 익힌 후에 있어야 합니다.

본질이 아닌 것 같다면 놓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63


그리고 자기를 믿는 고집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카소의 연작. 이 작품을 그리면서 피카소가 했던 일은 아이디어를 더하는 게 아니라 빼는 것이었습니다. 빼고 또 빼서 본질만 남기는 것이었죠.  64



복잡한 사물의 색심이 무엇인지 보려는 노력, 어떤 것을 보고 달려가느냐가 세상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커다란 무기입니다.  68




3강 고전(古典) - Classic, 그 견고한 영혼의 성(城)


김용택 시인의 <첫사랑>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해 같은 처녀의 얼굴도 

새봄에 피어나는 산중의 진달래꽃도 

설날 입은 새 옷도


아, 꿈같던 그때

이 세상 전부 같던 사랑도 

다 낡아간다네

나무가 하늘을 향해 커가는 것처럼

새로 피는 깊은 산중의 진달래처럼

아, 그렇게 놀라운 세상이 

내게 새로 열렸으면

그러나 자주 찾지 않는

시골의 낡은 찻집처럼

사랑은 낡아가고 시들어만 가네


이보게, 잊지는 말게나 

산중의 진달래꽃은 

해마다 새로 핀다네

거기 가보게나 

삶에 지친 다리를 이끌고

그 꽃을 보러 깊은 산중 거기 가보게나

놀랄걸세

첫사랑 그 여자 옷 빛깔 같은

그 꽃 빛에 놀랄 걸세

그렇다네

인생은, 사랑은 시든게 아니라네

다만 우린 놀라움을 잊었네

우린 사랑을 잃었을 뿐이네.  71-72


얼마 전에 경기 지역의 교사 4백 분에게 강연을 했습니다. 선생님들이 어떻게 하면 창의력이 있는 아이들로 기를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 물음에 저는 느끼게 해달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82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을 가리고 있다는 말을 자주합니다.

진짜 알려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궁금해질 겁니다. 그 대상의 본질에 대해서, 그리고 그걸 알기 전에는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위험합니다. 모르면 모른다로 해야 합니다.

정보는 인터넷으로 조금만 찾아보면 다 나옵니다. 알려고 하기 전에 우선 느끼세요. 고전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느껴야 해요. 그러다 보면 문이 열려요. 그 다음에는 막힘 없이 모모가 영혼을 타고 흐를 겁니다.  86


처음 그림을 볼 때는 감동을 짜내려고 미간에 힘을 주기도 했었는데, 아무리 해도 감동이 안 와요. 그래서 책을 몇 권 살펴 읽었고, 조금 알고 나니까 이런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감동을 받을 수 있게 됐죠. 조금 더 덧붙이자면 그날의 감동은 제일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보다 컸어요. 죽음의 냄새를 맡고 그림 한 장이 주는 스토리를 읽고 화가의 천재성을 발견할 때 짜릿하죠.(뭉크의 The Death Bed 와 The Three Stages of Woman)  89




4강 견(見) - 이 단어의 대단함에 대하여


기술이나 이론은 만들 수 있어요. 법도 판례를 남겨 참고가 되도록 하죠. 그런데 창의력은 지난 번 것이 참고가 되지 않습니다. 만약 상자안에 넣을 수 있는 것이라면 더 이상 창의력이 아니겠죠. 그러니 창의력은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죠.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단 하나의 교실이 있다면 바로 현장입니다.  103


심부재언 시이불견 청이불문 식이부지기미(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그 맛을 모른다는 뜻으로 유교 경전 중 <대학>에 나오는 말.

흘려 보고 듣느냐, 깊이 보고 듣느냐의 차이.  110


존 러스킨이라는 영국의 시인은 "네가 창의적이 되고 싶다면 말로 그림을 그려라"라고 했습니다. 누군가가 "뭘 봤니?"라고 물었을 때 그저 "풀"이라고 대답하지 말고, 풀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었고, 잎이 몇 개 있었는데 길이는 어느 정도였고, 햇살은 어떻게 받고 있었으며 앞과 뒤의 색깔은 어땠고, 줄기와 잎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 등 자세하고 소상히 그림 그리듯 말하라는 것이었죠. 이것은 즉, 들여다보라는 겁니다. 

앙드레 지드도 <지상의 양식>에서 "시인의 재능은 자두를 보고도 감동할 줄 아는 재능이다"라고 했습니다. 시인의 재능은 자두를 보고도 감동하고, 간장게장을 보고도 감동하는 겁니다.  113


영화<시>에서 김용택 시인이 김용탁 시인으로 출연을 하는데요. 그 김용탁 시인이 할머니들에게 시에 대해 수업을 합니다.

'여러분, 사과를 몇 번이나 봤어요? 백 번? 천 번? 백만 번? 여러분들은 사과를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사과라는 것을 정말 알고 싶어서,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싶어서, 대화하고 싶어서 보는 것이 진짜로 보는 거예요. 오래오래 바라보면서, 사과의 그림자도 관찰하고, 이리저리 만져도 보고 뒤집어도 보고, 한 입 베어 물어도 보고, 사과의 스민 햇볕도 상상해보고, 그렇게 보는 게 진짜로 보는 거예요.'  116


<생각의 탄생>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발견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두가 보는 것을 보는 것, 시청.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 견문(見聞)이죠.  117


아이디어는 깔려 있습니다. 어디에나 있어요. 없는 것은 그것을 볼 줄 아는 내 눈이에요. Beauty is in the beholder.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들의 눈 속에 있는 법입니다. 


보기 위해서는 투자를 좀 해야 합니다. 시간과 애정을 아낌없이 쏟아야 해요.

우리가 못 보는 이유는 우리가 늘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핍이 결핍된 세상이니까요.  118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 조은 <언젠가는>중에서  119


떠나서 보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제대로 볼 수 있는 게 곧 풍요니까요.  123


순간을 온전히 살려면 촉수를 예민하게 만드세요

見. 본다는 것은 사실 시간을 들여야 하고 낯설게 봐야 합니다.

익숙함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Surprise me(나를 놀라게 해!)

놀라는 것이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능력은 놀라는 거예요. 놀란다는 건 감정이입이 됐다는 거고요. 그리고 다른 사람보다 더 그 현상을 뇌리에 박으면서 경험하는 거죠.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입니다.  124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너무 많은 것을 보려 하지 않는 겁니다. 

호학심사(好學深思), 즐거이 배우고 깊이 생각하라. 이 말에서 더욱 깊이 새겨야 할 것은 심사(深思)입니다. 너무 많이 보려 하지 말고, 본것들을 천천히 먹고, 천천히 걷고, 천천히 말하는 삶. 어느 책에서 '참된 지혜는 모든 것들을 다 해보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개별적인 것들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끝까지 탐구하면서 생겨나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읽었습니다. 이게 지금의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 같습니다.  126




5강 현재(現在) - 개처럼 살자


어떤 선택을 하든 간에 선택을 하고 나면 답은 그 자리에 있습니다. 아니면 없습니다.  131


박경철씨와의 TV인터뷰에서 마지막 질문이 "박CD님은 계획이 뭡니까?"였습니다. 저는 "없습니다. 개처럼 삽니다"라고 대답했어요. 부연 설명을 부탁해서 "개는 밥을 먹으면서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자면서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죠.

저도 개를 길러봐서 아주 잘 압니다. 오랫동안 데리고 있다가 묻어준, 이제는 딸아이가 그린 초상화 한 장으로 기억하는 개가 있는데요. 그 개를 키울 때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가방을 내려놓고, 안경과 모자를 멋고 침대에 눕는 거였습니다. 제가 집에 돌아오면 그 개는 반갑다고 5분 동안은 제 얼굴을 핥고 나서야 짖기를 멈췄기 때문이었는에요. 그때 보면 핥는 일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요. 그리고 밥을 주면, 이 세상에서 밥을 처음 먹어보는 것처럼 먹죠. 잠 잘 때도 보면, '아, 아까 주인이 왔을 때 꼬리 쳤던 게 좀 아쉬운데 어쩌지?' 그런 고민은 추호도 없어요. 그냥 잡니다. 공놀이 할 때는 그 공이 우주예요. 하나하나를 온전하게 즐기면서 집중하죠.

밀란 쿤데라도 똑같은 걸 느꼈는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카레닌이라는 개를 이야기하면서 '개들은 원형의 시간을 살고 있다. 행복은 원형의 시간 속에 있다'라는 말을 합니다. 여러분, 직선의 시간 속에서는 행복을 알 수 없습니다. 길을 지나다가 평생 동안 찾던 그 사람을 만날지 모르는 일입니다. 어떻게 알겠습니까? 안다면 행복을 준비하겠죠. 이렇듯 직선의 시간은 행복을 정확히 알 수 없어요.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개들은 원형의 시간을 살아요. 그래서 늘 행복합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이런 문장이 나와요.

'카레닌은 집에서 깨어나는 시간은 순수한 행복이었다. 그는 천진난만하게도 아직도 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진심으로 이에 즐거워했다.'

개들은 잘 때 죽은 듯 잡니다. 눈을 뜨면 해가 떠 있는 사실에 놀라요. 밥을 먹을 때에는 '세상에나! 나에게 밥이 있다니!'하고 먹습니다. 산책을 나가면 온 세상을 가진 듯 뛰어다녀요.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다시자요. 그리고 다시 눈을 뜨죠. '우와, 해가 떠 있어!' 다시 놀라는 겁니다 그 원형의 시간 속에서 행복을 보는 겁니다 순간에 집중하면서 사는 개 처럼 살자. 'Seiza the Moment, Carpe diem(순간을 잡아라, 현재를 즐겨라)'의 박웅현식 표현이자, 제 삶의 목표입니다.

Seiza the Moment, Carpe diem. 이 말은 '현재를 살아라, 순간의 쾌락을 즐겨라'가 아니라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뜻입니다.  132-134


한형조의 <붓다의 치명적 농담>을 보면 어느 선사에게 누가 묻습니다. 

"스님도 도를 닦고 있습니까?"

"닦고 있지."

"어떻게 하시는 데요?"

"베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에이, 그거야 아무나 하는것 아닙니까? 도 닦는 게 그런 거라면, 아무나 도를 닦고 있다고 하겠군요."

"그렇지 않아. 그들은 밥 먹을 때 밥은 안 먹고 이런저런 잡 생각을 하고 있고, 잠 잘 때 잠은 안 자고 이런 걱정에 시달리고 있지."

현재에 집중하라는 말입니다.  135


나이 마흔이면 이 정도는 살아야 하지 않아? 뭘 그렇게까지 하고 살아? 여기저기서 제 인생을 흔들었습니다.  139

저의 마흔은 그렇게 흔들림으로 가득 찼어요.  140


다른 답은 내 답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의 인정, 현재에 집중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결국 이것은 자존과 연결됩니다.  140


완벽한 선택이란 없습니다. 옳은 선택은 없는 겁니다. 선택을 하고 옳게 만드는 과정이 있을 뿐입니다.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지 말고 선택을 해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겁니다.  141


우린 순간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어떤 순간이 보배로운 순간인지 모릅니다. 그러니 그 순간을 우리가 보배롭게 보면 됩니다.  143


<생각의 탄생>에 나온 말을 빌리자면 '세속적인 것들의 장엄함'을 깨달은 겁니다. '우리는 아이를 위해 빵에 버터를 바르고 이부자리를 펴는 것이 경이로운 일임을 잊어버린다'고 알랭 드 보통이 이야기 했던, 이불개는 것처럼 평범한 일이 소중해지기 시작한 겁니다. 장자의 '하늘 아래 가을의 작은 나뭇잎 이상 위대한 것은 없다'는 지혜의 말을 이해한 거예요. 이 세상에 아무리 위대한 것들이 많다고 해도 지금 내 눈앞에 나타난 이 가을 나뭇잎만 못 하다는 지혜를 얻은 겁니다.  144-145


Verweilee doch, du bist so schon! (머물러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145




6강 권위(權威) - 동의되지 않는 권위에 굴복하지 말고 불합리한 권위에 복종하지 말자


문턱증후군, 즉 그 문턱만 들어서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믿음에서 시작되는 잘못된 증상이죠.  153


동의되지 않은 권위에 대한 굴복.  156


한 기자가 비틀스 멤버들 중 폴 매카트니에게 질문했어요. "당신에게는 엄청난 유산이 있다. 그 유산에 주눅들지 않느냐?"라고요. 이 물음에 폴 매카트니의 답은 "무슨 이야기인지 잘 압니다. 나는 그래서 안정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매카트니라는 스타 입장에서도 그리고 '나'라는 입장에서도 매카트니는 자기 이름을 딴 별도 가진 사람입니다. 이런 대중적인 스타와 나를 분리시킬 필요가 있어요. 사람들은 그걸 잘 못하는데, 나는 나를 그렇게 놔두지 않습니다. 스타로서의 업적에 대해서는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때로는 감격합니다. 하지만 집으로 가면서 '난 내 이름을 딴 행성도 있지'라고 하지는 않죠. 난 여전히 리버풀에서 버스를 타고 다니던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 <빅 이슈> 6월호 폴매카트니 인터뷰 중에서  158-159


먼저 검증을 하세요. 박웅현의 말이 얼마나 옳은지 보고, 옳은 부분은 좋아하되 그렇지 않은 부분은 반면교사로 삼으세요. 박웅현만이 아니라, 선배, 교수, 부모님 모두를 상대로 그렇게 하세요. 이게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160


광고회사 TBWA의 월드 와이드 CEO가 '장 마리드루'라는 사람이에요. 업계 사람들 모두가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전사 팀장 회의에서 잠깐 스피치를 했어요. 

"다른 문화를 접할 때 우리에겐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호기심과 존중, 그리고 윗사람이 될수록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재능을 사는 일입니다. 프랑스 속담에 '재능은 다른 사람들의 재능을 발견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죠."  162


사회는, 기득권 세력은 고분고분한 사람을 원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죠.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도발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될 테니까요. 때문에 권위를 보이면서 복종하고 따라오라고 무언의 협박을 하죠. 우리는 그런 가짜 권위들을 검증하는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우리를 무서워하게 해야 해요. 무조건 복종하는 사람들을 무서워하진 않아요. 회장님에게도 건의할 수 있는 거예요.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상대 눈치를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주는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일 텐데, 우리는 공짜로 일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쪽의 시혜를 받는 게 아니란 말이죠. 정당하게 일을 하고,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는 것이니 할 말은 해야 하는 겁니다.  163-164


권위는 우러나와야 하는 거예요. 내가 이야기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인격적으로 감화가 돼서 알아줘야 하는 거예요. 그게 권위입니다.  166




7강 소통(疎通) - 마음을 움직이는 말의 힘


개와 남자의 공통점

 - 털이 많다.

 - 먹이를 일일이 챙겨줘야 한다.

 - 시간 내서 놀아줘야 한다.

 - 복잡한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 버릇을 잘못 들이면 평생 고생한다.

남자가 개보다 편한 점

 - 돈을 번다.

 -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출입제한을 받지 않는다.

 - 약간의 난이도가 있는 심부름을 시킬 수 있다.

 - 혼자 두고 놀러 다녀도 상관 없다.

 - 생리적 욕구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가 남자보다 좋은 이유

 - 두 마리를 함께 키워도 뒤탈이 없다.

 - 강아지의 부모가 간섭하지 않는다.

 - 이유 없이 외박하고 돌아오와도 꼬리 치면서 반겨준다.


고양이와 여자의 공통점

 - 세수를 잘한다.

 - 배고프면 혼자 챙겨 먹는다.

 - 낮보다 밤을 더 좋아한다.

 - 열 받으면 할퀸다.

 - 하루에 열두 번 삐친다.

 - 변덕이 팥죽 끓듯 한다.

여자가 고양이보다 편한점

 - 밥을 할 줄 안다.

 - 데리고 다니면 재채기 하는 사람 없다.

 - 나의 분신을 만들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가 여자보다 좋은 이유

 - 목만 ㅆ다듬어 주면 행복해 한다.

 - 무섭고 징그러운 쥐를 잡아준다. 

 - 꼬리만 밟지 않으면 조용하다.

 - 여자는 종일 잔소리를 하지만 고양이는 종종 애교를 부려 심심하지 않다.

 - 처갓집 개도 날 무시하는데 고양이의 어미는 나를 무시하지 않는다.


다르다는 걸 인정하면 소통이 조금 쉬워집니다.  182-184


{인정(역지사지)하고 배려(문맥파악, 본질파악)하며, 이해할 수 있게 전달(생각의디자인, 표현의 디자인, 아름다움)하라.}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바탕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이겁니다.

Sender -> Message -> Receiver

즉, 커뮤니케이션이란 전하는 사람이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받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에요. 그러니 그냥 주는 게 아니라 리시버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거죠. 그러니까 소통을 위해서는 화살표 방향이 바뀌어야 하는 거예요.

Sender <- Message <- Receiver  196


이것을 아주 극적으로 실천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예요. 프루스트는 대인공포증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람들한테 따돌림을 당할 지 모른다는 공포가 있어서, 본인이 대화할 때 집중했던 것이 하나 있었는데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걸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머릿속에 있는 걸 끌어내라고 했대요.

그런데 이것은 소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더 강하죠.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까 소통이 어려워집니다.

요즘 영화는 뭐가 재미있니? 어제 드라마는 어땠어? 그래? 그렇구나. 하고 맞장구쳐주는 노력이 필요해요.  197


말을 디자인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언어의 집을 지어줘야 해요.

아카데미 시상식을 볼 때 가장 큰 즐거움은 그들의 수상소감을 듣는 겁니다. 2012년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등 다섯 개의 상을 탄 영화 <아티스트>가 단연 화제였죠. 192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흑백 무성영화인 <아티스트>는 그 시절을 대표하는 감독 빌리 와일더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감독 미셸 하자나비시우스는 수상소감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세 사람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네요. 빌리 와일더, 빌리 와일더, 그리고 빌리 와일더에게요. 감사합니다."라고.

같은 자리에서 <철의 여인>으로 여우주연상을 탄 메릴 스트립도 "마지막에 이야기하면 음악에 묻힐 수 있으니 먼저 남편에게 감사하고 싶어요"라고 유머를 던졌습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아직은 좀 뻔하죠? 꿈만 같고, 영광이고, 감사하고 말이죠.

오래 전에 영화 <타이타닉>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을 때, 함께 노미네이트 됐던 영화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였습니다. 그 영화의 주인공이 잭 니콜슨이었는데 마지막에 남우주연상으로 호명됐어요. 그때 잭 니콜슨이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르자마자 "조금 전까지 나는 침몰하는 줄 알았다"고 말해서 모두들 웃음을 터뜨리고 환호했던 기억이 납니다. 숀 펜이 <밀크>라는 영화로 상을 받았을 때도, 그 영화가 동성애자인 상원의원 이야기인데 로버트 드니로가 시상을 하면서 "<밀크>봤나요? 나는 그 영화를 보기 전까지 숀 펜이 이성애자인 줄 알았어요"라며 아주 위트 있게 이야기하죠. 객석의 모든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고요. 디자인된 말들은 이렇게 여러 사람을 즐겁게 해주기도 합니다.  203-204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먼저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 말함과 동시에 어떤 문맥으로 해야 하는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거예요. 여기에 힘을 싣기 위해서 지혜롭게, 생각을 디자인을 해서 말하는 것이 필요하고요.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소통을 잘하고 싶으면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합니다. 역지사지, 문맥파악,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습관, 스케치를 할 때 형태를 잡는 데생이 필요하듯 자기 생각을 데생해야 해요. 연습하고 말을 만들어보는 거죠.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리해보고, 어떻게 하면 내 말이 설득력이 있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206-207


할리우드에는 '7 Words Rule'이라는 게 있습니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시나리오를 가져오니까, 투자를 받고 싶으면 시나리오를 단 일곱 단어로 설명해보라는 건데, '결혼을 했는데 마누라가 조폭이네? 조폭 마누라' 이런 식으로 그림이 확 그려지도록 설명하라는 이야깁니다.

이 훈련을 한번 해보세요.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미국에서 대학원에 다닐 때 논문을 쓰기 전에 우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딱 한 줄로 정리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걸 세 개의 패러그래프로 써보고, 그걸 다시 챕터 별로 나눠서 논문을 만들죠. 예외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보면 됩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게 일곱 단어로 정리되지 않는 건 아직 내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207


'맥킨지 룰'도 7 Words Rule과 비슷한데요. 만약에 내가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에 CEO가 탔는데 엘리베이터는 15초 후에 문이 열린다고 가정하고, 거기서 내 생각을 어떻게 말해서 CEO의 마음을 끌 것인지 생각해보라는 거죠. 예를 들어 "왜 지역별로 마케팅을 하십니까? 타깃별로 하십시오. 자세한 건 나중에 보고드리겠습니다"라고 하면 누가 궁금해하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냥 둥글게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기르고, 그걸 더 정리해서 증류해보세요. 거기에서 나오는 엑기스가 나의 진짜 생각이 되어줄 겁니다.  208




8강 인생(人生) -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 닿은 곳에 싹 틔우는 땅버들 씨앗처럼


인생은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이라는 싱싱한 재료를 담아낼 아름다운 그릇입니다.  213


전인미답(前人未踏)-어떤 일 또는 수준에 아무도 손대거나 다다라 본 적이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걸어가야 하는 위험한 나이 20대. 그리고 30대, 40대, 50대, 아마도 아니생은 젊음이건 아니건 누구에게나 전인미답이 아닐까요? 그래서 늘 위험하지만 또 한편으로 매 순간이 흥미진진한 것이 바로 인생일 겁니다.  214


전인미답의 길을 즐기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우리들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실수에 휘둘리지 않는 겁니다. 실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실수를 못 견디고 좌절하지 마세요. 나만 그런게 아닙니다.{공원의 잔디는 내 자리만 듬성듬성해 보인다}  215


중국 명나라 때 묘협이라는 스님이 불자들에게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마음을 써야 할 지에 대해 쓴 글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몸에 병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리 몸은 유기체인데, 바이러스가 들어오고 나가고 나이 먹으면서 노화가 오는데 어떻게 병이 없겠습니까? 그런데 대부분 병이 없는 상태를 자기의 기본값으로 잡아놔요. 병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자기가 정한대로 설정해놓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생은 마음대로 만질 수 있는 게 아니죠. 점잖은 어른들이 들으면 쓸데없이 젊은 사람들 패기 꺾는 이야기한다고 노여워할지 모르겠지만 먼저 그 시절을 살아낸 사람으로 고백하는데 인생은 절대 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없습니다.  218


모든 인생은 의도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남들의 영웅담은 내 이야기가 될 수 없죠.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영웅담을 들어왔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영웅이 되고 싶어지죠. 그런데 그 영웅이 쓴 무기는 이미 없거나,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이에요. 이순신은 물살을 보고 그것을 이용해 한산대첩에서 승리합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도 이순신의 물살이 나타날까요? 인생은 똑같이 반복되지 않습니다. 모든 인생은 전인미답이에요. 인생에 공짜는 없어요. 하지만 어떤 인생이든 어떤 형태가 될지 모르지만 반드시 기회가 찾아옵니다. 그러니 이들처럼 내가 가진 것을 들여다보고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준비해야 하죠. 나만 가질 수 있는 무기 하나쯤 마련해놓는 것, 거기서 인생의 승부가 갈리는 겁니다.  224-225


"기필(期必)을 버려라"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살면서 늘 기필코 이루어내라는 말만 들어본 제게 기필을 버리라는 말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요. 인생은 기필코 되는 게 아닙니다. 뭔가를 이루려 하지 말고 흘러가세요.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는 자신의 책 <밤은 책이다>에서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살고 싶고,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건 말 그대로 지혜입니다.  226


중간중간 말씀드렸듯 무엇이 본질적인 것인지, 고전이 왜 중요한지, 발견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를 생각하며 지혜롭게 하루하루를 쌓아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꽉 채워 살다가 돌아보면 펼쳐져 있는게 인생이지, 단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를 허술하게 보내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227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세 가지 팁

첫째, 인생에 공짜 없습니다.

불환인지불기지 환기무능야(不患人之不己知 患其無能也) <논어>에 나오는 말입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말고, 내가 능력이 없음을 걱정하라는 뜻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기회는 분명히 옵니다. 믿으세요. 그러니까 한탄하지 말고 준비해놓으세요. 그러면 빛을 발할 때가 옵니다.

내가 준비만 잘하고 있다면 남들이 알아줍니다.  

둘째, 인생은 마라톤입니다.

셋째, 인생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과정만 있을 뿐입니다.  228-234


선택하지 않은 답은 이미 내 답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사는 것이 맞다 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답은 여기 있다. 아니면 없다'가 아니라 '답은 여기 없다. 어떠면 저기에 있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235


여러분, 우리 되는 대로 삽시다. 되는 대로 살되, 인생에는 공짜가 없으니 본질적으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살피고, 질 때 지더라도 언제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모든 답이 정답이니 아무거나 선택하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해 현명한 판단을 내리면서, 그것을 옳게 만들면서 삽시다.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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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과 동일시 되기 전에는 배척하려는 마음이 있다. 꼭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자신과 틀린것에 특히 배척하려는 의지를 무의식적으로 가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익숙하지 않기에 때론 너무 어색하기에 일단 한걸음 물러서게 된다. 그것이 물리적이든 심적이든 말이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는 사람은 자신의 스타일과 대조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가지지 않는것에 대한 호기심이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게 한다. 

앞서 말한 두 가지의 경우가 혼재하는 경우도 있다. 



영화<타인의 취향>에서 인물들의 애정도가 그렇게 그려지고 있다. 생각보다 애정을 쉽게 형성하기도, 참 어렵게 형성하기도, 결국 형성되지 않기도 한다. 

정진홍씨는 자신을 위해 산티아고 길을 걷고 쓴 책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에서 사랑은 평등하지 않다고 표현한다. '본래 사랑은 평등하지 않다. 꼭 균형이 맞지도 않다. 왠지 기우뚱한 것처럼 보이기 일쑤인 것이 사랑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도 밑질 것 없어 보이는 사이는 사랑이 아니다. 그건 자칙 거래다. 둘 사이가 어느 쪽으론가 기울어야 사랑이다. 기우는 쪽으로 사랑은 흐른다.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사랑하는 쪽에서 사랑받는 쪽으로, 한쪽에서 또다른 한쪽으로 그렇게 기울며 흐르는 게 사랑이다. 하지만 항상 한쪽으로만 기울지 않는다. 살다보면 기우는 방향이 정반대로 바뀌기도 한다. 마치 바람이 이리저리 불듯이 말이다! 그러면서 '기우뚱한 균형'을 잡아가는 것! 그것이 사랑 아닐까 싶다.'



먼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평등하지 않다. 기울어짐 점점 균형점에 이르다가 때때로 시소처럼 이쪽으로 저쪽으로 기울어져 가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지속되어 갈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논리적이지 않다. 감성적이고 감정적이다. 그렇기에 이해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예술문화론>에서는 '참된 합리성이란 것은 대상의 보이는 면 뿐아니라 보이지 않는 면도, 드러난 것뿐만 아니라 숨겨진 것도 포용하고자 할때 마련된다. 이것이 변증법의 의미다'라고 한다.

변증법적으로 볼때 애정관계는 지극히 합리적인 것이 된다. 사람과의 애정은 보이는것 보이지 않는것을 아우를 수 있어야 지속적인 관계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는 상대의 보이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보이지 않는것에 더 빠져들고, 그 이후 실망으로 이루어진다. 그 속에서 드러난것과 드러나지 않는 것을 모두 포용할 때 지속적인 애정은 이어질것이다.


다시 <타인의 취향>으로 돌아가 보면, 주인공 카스텔라(장-피에르 바크리)는 영어과외선생으로 왔었던 클라라(안느 알바로)의 연극하는 모습을 보며 클라라에게 반해 결국은 부인인 안젤리크(크리스티안 밀레)를 떠나게 된다. 

영화에서 카스텔라는 늘 부인의 기호를 존중하는 듯했으나 결국은 그것이 싫다고 화를 내게 된다. 안젤리크는 자신을 배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누가 잘못이었나를 떠나 두 사람은 부부로서 서로의 생각과 감정에 대한 솔직한 소통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었을 것이다. 

다시말해 애정의 시작은 다름과 차이의 호기심일 수 있으나 지속은 솔직한 소통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것 마저도 드러내 서로가 교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것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지 않을까...

시작과 유지는 그 만큼의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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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고 익숙한 모든 것으로부터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을 때 그게 집이든 감정의 응어리든, 외면의 것이든 내면의 것이든, 진리를 찾아 여행을 떠났을 때,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깨달음의 과정으로 여기고 마주치는 모든이에게서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가질 수 있다면 무엇보다도 인정하기 힘든 자신의 모습을 용서할 준비가 되었다면 진리는 당신에게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2.05.55) 

여기서 말하는 진리는 무엇일까? 
진리는 이전 문맥을 통해 해석해 보아야 한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 대한 용기 
깨달음의 과정으로의 배움 
인정하여 자신을 용서하는것 

우선 익숙한 것에서의 결별하려는 용기는, 그만큼 힘들다는 표현이다. 익숙한것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은 엄청난 두려움이 따른다. 그렇기에 사람은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안주하는 것만큼 편한 생활은 없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익숙한 것은 그것만이 진리라는 착각을 주게 되어 인간의 정신을 고정시킨다. 그러니 그만큼 안락해 보이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움에 대한 극한의 반대 입장으로 진실한 눈으로 보는것을 방해하게 된다. 
깨달음의 과정으로의 배움이란것은, 새로운 아니 이미 존재 했지만 익숙하지 않은것들을 통해서 옳은 것이 절대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또 다른 표현이 있을 수 있다는 다양성의 받아들임과 그것으로 인해 우리의 경험의 접목은 새로운 해석의 장을 마련해 줄 수 있게 된다. 첫번째 내용과 마찬가지로 깨달음의 과정을 달리 볼 수 있는 눈을 전제로 하기에 새로움의 자극은 깨달음 즉, 조금더 진리에 다가가게 해주는 도구로서의 역할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인정하여 자신을 용서하는것. 갖혀있으면 있을수록 자신을 바라보지 못할 확률이 높으며 바라보더라도 비뚤어진 사고로 바라보고 있을 수 있다. 그것은 강박적인 해석을 뒤따르게 할 수 있기에 자신의 문제로 귀결시킬 수 있다. 물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벽을치고 타인을 모두 틀리다고 자신의 마음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발생될 수 있다. 인정한다는 것은 잘못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도 있지만, 다양성의 공존에 의해 모두 옳을 수도 모두 그를수도 없다는 점에 대해 알게 된다는 것. 즉 심적 상태의 넓고 깊은 평온을 가지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진리는 무엇인가? 
다양한 것에 대한 경험과 그로 인해 알고 깨닫게 되는 것들에 의한 평온함의 깊이있어짐과 넓어짐이라 표현하게 될 수 있을까.. 

영화에서 표현한 '진리'를 그렇게 해석하고 싶다. 
왜냐하면 여행은 새로움에 대한 놀라움과 그것들과의 소통으로 인한 인정과 올바른 비판적 수용 그리고 그러한 것들로 인한 새로운 해석과 앎.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의 부드러워짐과 인간적 불완전성에 대한 올바른 견해와 견해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적 진리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유일하며, 이슬람, 힌두 관점에서도 비슷하고, 불교, 유교적 관점에서 깨달음에 의한 성장이기도하다. 이러한 것들로 볼때 이러한 종교적 진리 또한 어느정도 이상의 해석의 문제를 안고 있다. 
다시말해 유일신에 의한 진리적 유일성이 아니라면, 깨달음의 과정이 중요하다. 더해서 유일한 진리에 대해 알기 위해서도 우리는 깨달음이 필요하다. 
현재 개인적으로는 기독교적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음으로 인해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서양의 산업발달에 의한 정상적 상태로 바라보면 기독교는 분석하고 판단하여 꿰둟어보는 통찰력을 길러서 그것으로 성장, 발전시켜 나가는 것. 종교에 대한 해석도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시절이 지나가며 이제는 그에대한 부작용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그것이 중용이 필요하고, 마음 정신적 수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것이다. 그들이 동양적 사상에 심취하고 있다고 하여 그들이 서양 사상을 배척하려는 것이 아니다. 유지하면서 조금보태는 것이다. 즉 보완시키는 것이다. 

다시 돌아와 여행은 종교적으로 해석한 진리에 대한 의미도 포함할 수 있는 '진리'의 영역을 설명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개풀뜯어먹는 소리가 아니라, 여행은 다양한 인간들이 만들어낸 문화와 전통과 사상을 접하고 체험하게 해준다. 그렇기에 그러한 경험은 통찰력에 가까운 해석력과 수용능력을 배양하여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고대의 여행도, 지금의 여행도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여행이라면 이정도 되는 것이 아닐까.. 관광이 아닌 여행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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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두드림 콘서트

저자
유재원 지음
출판사
한국경제신문사 | 2010-06-1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인문학에서 삶의 지혜를 찾는다! 인문학과 문화, 예술의 영역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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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고 쉽게 읽히는 인문학 책이다.
사람과 음악과 미술과 문학과 소통이라는 다섯가지 화두를 두고 총 15가지 내용의 글을 전개해 나갔다. 그러기에 한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이라기보다는 인문에 대한 여러가지 분야를 즐겁게 접할 수 있게 한 책이라 평하고 싶다.

하나의 분야에 깊은 내용은 아니지만 대충알고 있던 내용이나 전혀 몰랐던 지식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 주었고 거기에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내용들에 대해 다시금 정리해 줌으로 인문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라면 쉽게 접근하게 해준다.
그러기에 제목에서 '두드림'이라는 표현은 꽤나 잘 표현된 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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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애니멀

저자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출판사
흐름출판 | 2011-12-15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관계가 사람을 창조한다!사랑과 성공, 성격을 결정짓는 관계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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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기록 보기


아마존 42주 연속 베스트 셀러인 책이라 한다. 10년쯤 전에 한국에서도 반향을 일으킨 '보보스'라는 표현으로 책을 내었던 저자이다.

지인의 추천을 통해 접하게 되고, 책을 읽었다.

첫 번째 눈에 띈것은 앞서 언급한 '보보스'의 저자이라는 점과 심리학적인 접근을 통해 일생을 관찰해 본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두 번째로는 책의 두께이다. 

세 번째는 책의 색이다. 무슨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표지의 색이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나의 무의식속에 색이 긍정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책은 '무의식'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지에 대해 책 전체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그러한 무의식은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데, 우리는 학교에서 배운 첫 번째 교육기관인 가정내에서 형성된 관계를 통해 어린시절의 무의식 생성과, 성장해 가면서 두 번째의 교육기관인 학교를 통해 배움과 소통으로 형성된 무의식이 사람의 일생을 통해 나타나게 되고, 성인기의 생활속에서 추구하는 대부분의 생각을 좌우하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점을 방대한 심리학적 자료와 소설적인 전개 방식으로 서술하였다.

에리카와 해럴드라는 두 주인공이 태어나면서 부터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의 환경과 교육이 성인이되어 가는 그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사회 생활에서 어떻게 나타나게 되며, 그들의 자의식이 어떤 작용을 통해 전개되어가는지에 많은 심리학자와 철학자들의 표현을 통해 서술한다.

또한 그들이 서로다른 환경과 가치관속에서 일을 통해 만나게 되고 사랑하고 결혼하게 되는 과정에서 사람의 사랑이 어떤 작용들을 해 주는지.

사회생활에서 열정이 나타나는 방식, 노인기에 그들의 심리적인 상태와 해럴드의 죽음까지를 그려내면서 인간이 무의식을 통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으며, 관계의 소통이 사람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개인적으로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 일일이 수를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심리학 서적들을 꽤나 읽었다.  

이 책은 방대한 자료를 통해 서술하였기에 낯 익은 표현들이 많이 있었다. 

이러한 내용을 꾸미면서 소설형식을 빌리지 않았다면 매우 딱딱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인데 그렇더라도 내용은 매우 흥미로웠을 거라 생각된다. 책의 판매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다소 딱딱한 내용을 소설형식으로 인생전체를 다루어 줌으로 독자에게 가까이 그리고 따라가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해 주고 있다.


우리는 흔히 이성을 보려할 때 그의 부모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사랑에 눈이 멀면 잘 보이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부모를 만나고 그들의 생활을 보게 되면 이성이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지 짐작할 수 있고, 실제로 그 범주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이 점을 보더라도 어린 시절의 환경은 한 사람의 거의 모든 일생을 통해 나타나게 된다는 사실이다.

학자들의 표현에 의하면 어린아이들은 4살 이전에 태도를 거의 습득하게 되고, 초등학교 입학전에 부모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줄때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두뇌의 발달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 말을 들어서 일까 .. 관찰해 보면 분명 틀리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태도를 보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최소한 어린시절에 그들이 부모와의 교류가 많았는지 적었는지는 알 수 있다.

책의 내용에서도 해럴드는 여유있는 집안에서 부모와의 소중한 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그들의 관심과 보살핌이 훌륭한 교육이 되었던 시절을 보낸다. 

그에 반해 에리카는 관심과 돌봄을 거의 받지 못한 유년시절을 가졌다.

누가 옳고 그른가의 판단은 뒤로하고, 그들의 성인기의 전반에서 심리적 안정감과 평정은 틀리게 작동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해럴드는 학교에서 좋은 교사를 만나게 됨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체계적인 방법을 알게 되지만, 에리카는 반대였다.

물론 에리카가 무기력한 삶을 살지는 않았다.(여기서 생각해 볼 점이.. 우리의 현실에서 에리카와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자라온 사람들의 대다수는 무력감에 휩싸여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기대하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스스로 삶을 꾸려가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성공에의 열망이 있었다.


성인이 된 그들이 에리카의 사업아이템으로 만나고 사랑을 하게 되고 함께 하면서 사업을 운영하고 환경의 변화로 사업을 접게 되어 가는 과정에서도 우리가 사랑을 하게 되는 부면에서 생각하게 될 점을 생각해 보게 된다.

그들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만나 살아가게 되면서 공통된 목표가 있음으로 크게 틀어지지 않았던것 같다. 또한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다.

에리카는 사업을 접고, 회사를 들어가면서 회사의 엘리트들의 사고와 생활에서 잘 못된 부면들을 관찰하게 되는 점들은 책에서 언급되지는 않지만 해럴드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을거라는 생각을 한다.

책에서는 도덕관념은 교육이 아니라 사람의 본성에 내재되어 있다고 하였지만, 개인적으론 그렇기도 하지만 해럴드와의 생활에서 해럴드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운 부면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무의식의 장점과 단점을 언급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좋은 작용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부면들이 많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스스로가 장점을 극대화하기위해 조심해야할 부면들을 점검하고 성장시켜 나갈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학자들에 따르면 어린 시절 좋지 않은 영향을 많이 받고 자라 성인이 되어도 많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좋은 스승관계를 통해 그는 발전하고 안정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스승의 관계로는 친구도 있으며 선생도 있고, 선배나 이성일 수 도 있다. 그리고 자신의 자녀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인간의 본성이 좋고 나쁨을 떠나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인생의 어느 시점이든 성장 발전의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누구나 좋은 삶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계몽주의와 영국 계몽주의의 차이를 언급하면서 우리에게 이성과 열정이 있으며 그것을 변화 발전하려는 의지는 무의식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저자는 전반적으로 교육을 통해 인간은 발전 가능하다는 심리학자들의 의견에 동의 한다.

물론 자신이 본성이 정해져 있기에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이 책의 내용들이 꽤나 불편해 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본성이 있는 반면에 교육을 통해 변화 발전의 가능성도 열어둔다면, 적어도 50:50정도의 비중을 둔다면 이 책은 심리학적인 관점에서의 인간의 환경과 교육이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해럴드의 죽음으로 끝난다. 그 전에 해럴드는 삶을 마무리하면서 4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다.

인간이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들이며,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만 하는 것들이다.

자신의 깊이, 무엇을 남기는지, 세상을 초월해보았는지, 그리고 깊은 사랑을 해보았는지..

인생을 마감하는 나이가 아니라 이런 질문들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삶을 통해 진지하게 늘 고민해 보아야 할 부면이라 생각이 든다.


책의 내용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가공의 인물이 살아가면서 접하게 되는 많은 것들이 내면에 남아 어떻게 작용하게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공감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그들의 희로애락을 통해 과학적으로 밝혀진 내용들의 작용을 관찰해 보라고는 하지만 결코 쉽게만 생각하고 넘어갈 부면들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삶은 진지하고 충실하기를 원한다. 그러면서도 즐거움과 행복을 추구하고자 한다.

그럴때 무엇이 나에게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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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면, 사람들의 입에서는 대뜸 '몽상가'란 말이 나왔다.
앨리스는 '관계'라는, 의사 불소통의 우스운 연속을 익히 잘 알면서도,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열정에 대한 믿음을 지니고 살아왔다. 식품점 통로에서 이걸 살까 저걸 살까 망설일 때, 통근 열차에서 신문 부고 난을 훑어보는 순간, 청구서 봉투에 붗이려고 달착지근하면서도 쌉싸래한 우표에 침을 바를 때와 같은 뜻하지 않은 순간에 자신의 반쪽을 만나리라는 생각을 유치하지만 고집스럽게 잃지 않았다.  7
앨리스는 사랑을 실용적인 의미로 생각하기 싫었다.  8

세상의 현상[아기가 태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개구리가 알을 낳고, 화산이 분출하고, 정치가들이 거짓말하고]이 만드는 이질적인 거품과 직면해서, 철학자들은 실재하는 물질이냐 정신이냐 선택하도록 끝없이, 물론 매번 독특하게, 권유했다. 
탈레스의 경우 실재는 만물의 근원이며 물질의 기본 원소인 물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헤라클레잍스는 실재의 본질이 불에 있다고 했다. 플라톤은 이성에, 아우구스티누스는 하느님에, 홉스는 운동에, 헤겔은 정신의 진보에, 쇼펜하우어는 의지에, 보바리 부인은 사랑에, 마르크스는 해방을 향한 계급투쟁에...  18
앨리스는 실재에 대한 보바리 부인의 판단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오직 사랑할 때에만 자신이 진정으로 살아 있다고 선언할 수도 있었다.  19

남자가 시간과 공을 들여서 키스하는 것, 남자가 에로틱하고 대단히 섬세하게 입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을 앨리스는 높이 평가했다.  25
행복에 이르는 길에는 갈등이 많다. 계급 차이와 나이 차를 뛰어넘어야 하고, 여자의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은 이들 사이를 반대한다.  40

그 남자의 매력에는 위기도 비켜 가는 듯 보였다. 전형적으로 유혹적인 이탈리아 남자처럼 굴었다. 그 남자는 욕망을 숨기지 않았고, 거절당할 가능성이 있어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서투르고 모호하게 사랑을 속삭이느라 평생을 허비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면 조용히 자살하고 마는, 창백한 북구 남자들[베르테르 같은]의 접근 방식과는 대조되는 현란함이었다.
하지만 에릭이 자신의 의도를 인정할 수 있다면, 틀림없이 그 효과도 알 것이었다.
"좋아요,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요."
그 남자가 선수를 쳤다.
"지금 이 시간을 즐기며 웃음을 터뜨리지만. 나를 믿어도 될지 몰라서 신경이 쓰이지요? 당신은 이렇게 생각해요. '이 남자가 진짜 괜찮은 거야, 아님 형편없는 자식이야? 몽땅 다 농담이야, 아님 진지한 구석이 있는거야?'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겠죠. 다 농담이라면 상관할 바 없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장난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죠. 유혹하는 남자를 믿느냐 마느냐는 여성들의 영원한 고민이지요. 남자를 믿지 못한 채 좋아할 수도 있지만, 또 상처받는 것은 피하고 싶을 테구요."  60

"당신은 아마 나 같은 사람은 몹시 의심하겠지요."
에릭이 말했다.
"어째서죠?"
"지금껏 상처를 받았으니까."
"꼭 그렇지도 않아요."
"그랬을 걸요. 당신이 고민을 가볍게 치부하는 것뿐이죠. 아무도 당신의 상처를 진지하게 받아주지 않아서 그랬을 거예요. 당신은 다른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많이 느끼고, 깊게 받아들이지요. 그래서 보호막을 만들어야 했을 테구요. 그러느라 힘이 많이 들지요. 잔뜩 긴장하고 있기 때문에 어깨를 그렇게 움츠리고 있는 거예요."  61
점성술이나 그 밖에 개인의 운명을 예언하는 방법들이 오래전부터 인기 있었던 것을 보면, 이해받고픈 욕구가 사람을 과연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덮어버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누군가 자기를 알아준다고 믿고 싶어하고, 자신에 대한 권위적인 설명을 들으면 녹아버리는 경향이 있었다.  62

타인과 사랑을 나누는 일은 어찌 보면 과거에 같이 잔 사람들의 습관이나 기억과 충돌하는 것이다. 사랑을 나누는 방식에는 우리의 성생할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키스는 과거에 했던 키스들의 종합형이고, 침실에서 하는 행위에는 과거 거쳤던 침실의 흔적이 넘쳐난다.  65
순전히 기술적인 관점에서는 성생활의 역사가 있는 편이 바람직하겠지만, 심리적으로 그것은 복잡 미묘한 영향을 미쳤다. 성생활 역사가 있다는 것은 여러 사람과 성행위를 했다는 의미일 뿐 아니라, 잠자리를 같이한 사람을 차거나 그 사람에게 채였다는 뜻이었다. 좀 어두운 면에서 보자면 섹스 기교의 역사는 실망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66

사랑하는 것일 리가 없다면, 그녀는 아마 사랑을 사랑한 것이다.
이 동어 반복적인 묘한 감정은 무엇인가? 이것은 거울에 비친 사랑이다. 감정을 자아내는 애정의 대상보다는 감정적인 열정에서 더 많은 쾌감을 도출하는 것을 뜻한다.
사랑을 사랑하는 연인은 단순히 X가 멋지다고 여기지 않고, 'X처럼 멋진 사람을 찾아냈다니 대단하지 않아?' 하는 생각을 먼저 한다. 에릭이 배터시 다리 중간에서 걸음을 멈추고 구두끈을 맬 때, 앨리스는 '구두끈을 매는 모습이 귀엽잖아?'라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 귀엽게 구두끈을 매는 사람을 찾아내다니 이게 꿈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다.  74


1856년,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르뷔 드 파리(Revue de Paris)>에 <보바리 부인>을 연재하면서 세계 최초로 '섹스와 쇼핑 소설' 작가라는 이름을 얻었다. 적어도 <보바리 부인>이 섹스와 쇼핑이라는 두 가지 활동을 명확하고 심리학적으로 결합해서 그린 첫 번째 소설임은 분명하다. 당시의 대중은 에마의 간통에 충격을 받았지만, 그녀의 몰락은 유행하는 의상을 구입하는 데 중독되어 큰 빚을 진 것과 관계가 깊다. 보바리 부인에게 돈을 쓰는 일은 덧문 달린 마차를 탈 때와 같은 위험이 깔린 선정적인 행위였고, 똑같은 쾌감을 주는 일이었다.
플로베르는 섹스와 쇼핑을 인정했을까? '보바리는 바로 나'라고 한 그의 말은 낭만적인 기질에 대한 공감뿐 아니라 소비의 유혹에 대한 깊은 이해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을까? 
산업 자본주의가 진행되던 바로 그 시기에, 보바리 부인이 상업적이고 성적인 오르가슴 때문에 파멸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는 오늘날의 역사학자들이 칭하는 소비 혁명이 등장하던 때였고, 19세기의 청교도주의가 여성의 자유를 향한 진보적 발전을 방해하던 때였다. 이 소설에 대한 판금 조치는 단순히 성뿐 아니라 쇼핑을 근본적으로 억압하려는 도덕주의적인 시도로 이해될 수 있다. 이윽고 출산으로 이어지지 않는 성교를 반대하는 주장은 종교적인 위력을 잃기 시작했고, 필요 없는 소비에 반대하는 주장은 한층 열기를 띠었다. [<보바리 부인>이 발표된 지 겨우 11년 후인 1867년에 마르크스의 <자본>이 나왔다.] 필요 없는 쇼핑에 대한 도덕적인 공격과 출산 없는 성교에 대한 도덕적인 공격 사이에는 뚜렷한 연관이 있다. - 두 가지 다 쾌락을 검열당해왔으며, 특히 모자르 쓰고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남자들이 여성의 쾌감을 겸열했다.  100-101
앨리스의 욕망을 끌어내는 견인차는 매달 보는 수많은 잡지인 듯했다. 
그녀는 "잡지 속으로 사라지고 싶다."는 농담을 자주 하여, '자신의 세계가 잡지화'하기를 바라는, 가치 전도된 소망을 표명했다.  101
잡지는 앨리스를 불행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녀는 의상 난을 보면 자신의 옷장에는 없는 옷 때문에 서글펐고, 여가 난을 보면 자신이 가보지 못한 세계 곳곳의 햇살 눈부신 장소들이 떠올랐다.  102
그녀는 자기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확신하지 못했고, 자연히 외부에서 실마리를 찾으려 햇다. 카디건을 사려고 한 것은 혼란스러운 자신을 기왕에 존재하는 스타일에 맞추려 한 시도였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제공하는 상(像)에 자기 자신을 맞추려 했다. 그것은 고상하고돈이 많이 드는 흉내 내기였고, 잠재적으로 무한한 특성을 몇 가지 핵심 사조로 축소하는 일이었다. 그러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행태에 안주할 수 있었으니까.  104

그녀의 자신감은 늘 확인을 받아야만 자라는. 불안전한 구조였다-원하는 걸 얻거나, 누군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사랑을 받으면 자신과 타인에 대한 믿음을 쌓을 수 있었다.  114
"아니면 중국 음식을 먹고 싶어요? 물론 카레도 먹을 수 있어요. 어떡할래요?"
정말 어울리지 않는 대답이겠지만, 그녀는 문득 에릭에게 "나 좀 안아줘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피자나 카레, 국수는 그만두고 [매우 이성적이지 않지만] '슬퍼서'라거나 하는 이유를 설명할 필요 없이 그냥 울고 싶었다. 허약해진 기분이 엄습해서, 세상의 요구에 적절한 반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무너질 수 있는 공간을 바랐다. 다시 마음을 수습할 때까지 누군가의 품에 조용히 안기고 싶었다.
"어. 저기 있죠, 못 먹겠어요. 아무것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아무 말 안 해도, 그 남자가 바라보면서 "그래요, 알아요."라고 속삭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115

에릭이 동양에 대해 말할 때 입에 올리는 단어가 가벼움, 질서, 정연함, 깔끔함, 여백들이었다.
"세상은 너무 번잡하고 복잡해요. 내가 동양의 미학을 좋아하는 것은 그 여백, 그리고 일종의 합리성 때문 같아요. 어지러운 사무실에서 집에 돌아오면 오아시스에 있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아파트를 그렇게 꾸몄어요..."  121


그 남자는 삶을 기능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인생도 아파트처럼 잘 배열되기를 바랐다- 사교 생활, 재정 문제, 연애와 섹스가 모두 조화롭고 합리적이기를 원했다.
그 남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잘 정돈된 상태인 것 같지만, 사실 남보다 더 무질서를 두려워하고 의식한다고 볼 수 있었다.  123
그녀는 실내 장식에 대해 기능보다는 감정을 주요시했기에, 물건의 가치도 얼마나 제 기능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기억이 담겨 있느냐로 판단했다. 
하트 모양 쿠션은 부모가 이혼하기 전 마지막으로 가족 여행을 갔을 때 아버지에게서 받은 선물이었다. 그때의 이탈리아 여행을 앨리스는 정겨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127
에릭은 여러 면에서 어른스러웠지만, 아이들이 부모에게 기대하는 것-곧 완전무결함-을 타인이게 기대한다는 점에서는 이상하게 어린아이 같았다. 그 남자는 자기 능력으로 타인의 약점을 보완해주지 못했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식의 잘못을 용서하는 부모와 같은 태도를 취할 줄 몰랐다.  130
에릭은 강화 숲에서 벌거벗은 채 뛰노는 것을 좋아할지는 몰라도, 감정의 벌거숭이가 되는 상황에서는 매우 다급하게 상징적인 '가운'을 찾아 헤맸다. 
자아는 육체에 갇혀 있으므로, 감정의 수줍음을 알아보고 옷을 벗기는데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감정을 잘 벗지 못하는 살마은 옷을 잘 벗지 못하는 사람만큼 많지만.  135
우리는 건축가들을 낭만파와 지성파로 나눌 수 있다. 지성파 건축가는 건물의 무게를 여러 기둥[많을수록 좋다]에 분산하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삼아, 사고가 나더라도 다른 기둥들이 무너진 기둥의 몫을 나누어 지도록 한다.


그 남자에게는 개입하기를 꺼리는 구석이 있었다. '내가 느끼는 게 무엇인가?' '여기서 우리가 함께 무엇을 하고 있나?' '다음 주말에 우리는 무엇을 할까?' 라고 자문하고 관계 속의 자기 위치를 받아들이는 것을 망설였다.  138
그 남자는 앨리스의 관심을 끌고 싶을 때는 감기나 독감에 걸렸다거나 등이 아파 죽겠다고 말했다. 이런 행동 뒤에 있을지 모르는 진짜 아픔을 인정하기보다는 그쪽이 편했다.  140
경제의 세계에서는 빚이 나쁜 것이지만, 우정과 사랑의 세계는 괴팍하게도 잘 관리한 빚에 의지한다. 재무 정책으로는 우수한 것이 사랑의 정책으로서는 나쁠 수가 있다-사랑이란 일부분은 빋을 지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뭔가를 빚지는 데 따른 불확실성을 견디고, 상대를 믿고 언제 어떻게 빚을 갚도록 명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겨주는 일이다.  143-144

"만난 지 얼마나 됐는데?"
"이런 세상에, 벌써 몇 달이나 되었네. 6개월쯤 됐나봐."
"섹시해?"
"응, 그런 것 같아."
"어떤 사람이야?"
"어떤 사람이냐고?"
"그래, 알잖아."
"사실은 모르겠어."
"모르다니 무슨 말이야? 너 그남자랑 사귀잖아."
"글쎄, 그이는 .....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그 사람은 ..... 그 사람은 좀 이상해."
앨리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예상치 않게 이상하다는 말이 흘러나온 데에 웃음을 터뜨렸다.  145-146
에릭은 내놓고 이상한 사람은 아니었다. 자신을 나폴레옹처럼 생각하지도 않았고, 샤워 캡을 쓰고 잠자리에 들지도 않았다. 하지만 행동에 왠지 묘한 구석이 있어서, 앨리스는 그 남자의 반응을 예상할 수가 없었다.
타인을 상대할 때, 대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반응을 예상하고 행동한다. 
'내가 X라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이 사람은 Y라는 반응을 보이겠지'라는 전제하에 움직이는 행동의 틀이다. 이 틀이 웬만큼 복잡한 상황까지 아우를 수있을 만큼 풍성해지면, 우리는 누군가를 안다고 다소 가설적인 주장을 할 수 있게 된다.  146
그녀는 줄곧 그 남자의 특성을 지도로 그렸고, 그 남자의 성격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때마다 그려온 지도들을 재검토해야 했다. 그녀가 이런 혼란상을 최선의 경우로 해석하려고 애쓰는 의지 내지 힘이 바로 사랑의 증거였다.  151
그 남자는 멀리서는 잘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백만 개나 되는 파편으로 나뉘어 있었다.  154

어떤 사람이 비서한테는 친절하지만 배우자에게는 야수처럼 굴 수 있고, 수학은 잘하지만 감정 처리에는 무능하며, 수플레는 잘 만들지만 양고기에는 젬병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야생동물 보호 모임에 가입하여 사회적인 책임감을 덜면서도, 히틀러가 어린이와 동물을 사랑했다는 말은 듣기 싫어한다. <백설공주>를 보면서 우는 자신을 감수성이 예민하다고 여기지만, 독재자 이디 아민이 그 영화를 제일 좋아했다는 말은 싫다. 독일 문학을 좋아하면서도, 연합군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해방하러 들어갔을 때 독일 친위대 장교들의 소지품에 괴테의 책들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 편치 않다. 단지 <시와 진실>에 나오는 구절에 감명 받았다는 이유로자신은 대량 학살범이 될 잠재성을 벗어버렸다고 생각하는 편이 유쾌하지 않은가?  155-156
'에릭이 진짜 성미 고약한 자식이라면, 자기 입으로 그렇다고 말하겠어?' 그녀는, 자기 결점을 아는 것은 그 결점이 없는 것과 같다고 믿는 오류를 범했다. '진짜 나쁜 사람이라면 자기가 나쁜 사람인 줄 모를 거야. 에릭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면 정말 그런 사람일 리가 없잖아?'
남들이 싫어할 만한 점을 어느정도 자각하기 때문에 쉽게 버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비판함으로써 외부의 공격을 대부분 피할 줄 안다.  160
러시아 심리학자 파블로프 반응하도록 훈련하던 신호에 충분한 혼란을 주면 개가 몸을 떨고 대소변을 보면서 신경증 상태에 빠질 수 있음을 밝혔다. 종을 울리고 먹이를 주다가 갑자기 종을 울리고 빈 접시를 주면, 개는 몇 번 같은 경험을 한 끝에 빈 접시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종이 울리고 나서 때로는 먹이가 나오고 때로는 안 나오는 식으로 불규칙하게 진행되면, 개는 이제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알 수 없게 되고, 음식과 빈 접시의 연관선을 파악할 수 없어 혼란에 빠진다. 개는 천천히 관견 상태에 빠져들었다.  161

사랑의 영속성 시나리오는 현수교에 비유할 수도 있다. 다릿 기둥은 사랑의 확인을 상징하고, 냉잠한 기간은 기둥 사이에 몇 미터씩 늘어진 케이블이다. 머리에 하는 키스, 애정 어린 눈길은 다릿기둥이고, 말 없는 식사, 응답 없는 전화는 기둥 사이의 케이블이다. 
사람마다 확인이 필요한 정도가 다르고, 따라서 애인 관계에 개입된 케이블의 길이도 각각 다르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167


케이블이 얼마나 길게 늘어질 수 있느냐는, 애인의 성격과 내력에 좌우될 터이다. 자기가 사랑스럽게 타고났다고 생각하면 확인이 필요하지 않을 테고, 상대의 기둥 없이도 케이블을 수백미터 늘어뜨릴 수 있다. 나는 나를 사랑해가 부족함을 벌충하므로 당신을 사랑해란 말이 덜 필요하다. 당신이 왜 날 사랑하지 않겠어?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에 빠졌을 때의 기본 태도다. 내가 나한테 느끼는 감정을 당신이라고 못 느끼겠어?
하지만 앨리스의 경우, 기둥이 훨씬 촘촘히 박혀야 했다. 그녀의 기본 감정은 항상 '당신이 어떻게 날 사랑할 수 있겠어?'였기 때문이다.  168

사랑의 권력은 아무것도 주지 않을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176
사랑에서는 상대에게 아무 의도도 없고, 바라는 것도 구하는 것도 없는 사람이 강자다.  177

에릭은 책을 많이 읽긴 하지만, 그 동기가 호기심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남자는 세상사를 알고자 함이 아니라, 세상사와 부대끼는 것을 피하고자 책을 읽었으니까, 그 남자는 겁이 나면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과 관계된 책은 외면하는 식으로, 현실과 맥이 닿는 것을 피했다.  242
책은 피와 살이 있는 사람처럼 직접 말을 걸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말을 걸어주는' 듯한 책에 익숙하다.  243

흔히 아픔과 고민이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한다. 예컨대 우리는 탁자 다리에 발가락을 찧으면 비로소 발가락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발가락이든 더 큰일이든 문제가 생기거나 아플 때에만 따로 생각하게 된다. 심리 과정을 그려보면 이렇다.


쉽게 말하면 앞의 것은 지성인의 주장이고, 뒤의 것은 자연주의자의 주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햄릿은 문제가 생겼기에 그렇게 생각이 많았는가? 아니면 생각이 너무 많아서 문제가 생겼는가?
지성인들은 햄릿의 생각이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니라 문제에 생각이 비롯되었다고 대답할 터이다. 문제를 생각하는 것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책이라는 맹신-'생각이 모든 것을 위로한다'는 샹포르의 금언에 대한 믿음-을 두러내는 주장이다.
한편 자연주의자라면, 생각은 문제를 해결할 방책인 체하지만 실은 그것이 바로 문제를 일으키는 질병이라고 볼 터이다. 생각은 심리적인 우울증의 한 형태였다-햄릿은 고통스럽다고 생각했을 때 비로소 고통을 느꼈다. 자연주의자라면 그에게 정신 활동을 극소화해야만, 이성이 망가뜨린 자연스런 단숨함과 편안함을 되찾을 수 있다고 충고할 터였다.  267-268
에릭의 정서적 자연주의는 상식주의의 일종으로 낮춰 볼 수도 있다. 그것은 단순함을 지혜의 핵심으로, 진리는 '당연하기에' 분석할 수 없는 것으로 축소하는 경향이다. '삽을 삽이라고 한다'는 기치하에 상식주의자들은 정원용 연장 전체를 삽이라고 불렀다. 그것들을 다 구별하려면 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간단명료화'라는 이름을 단 축소화였다. 
왜 전쟁이 일어나고, 왜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거나 빠져나오는지, 왜 그렇게 복잡한 일들이 매일 되풀이되는지 물으면, 상식주의자들은 단순히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기 땜누이라고 답할 것이다. 상식주의에서는 복잡성이 아니라 과도한 단순함과 순전한 명백함을 바탕으로, '사유 너머'의 영역을 표시한다. 에릭은 앨리스와 대화하고 싶지 않으면, 둘 사이의 문제가 너무 복잡해서가 아니라 너무 뻔한 일이라서 숨 돌릴 가치도 없다고 자신에게 둘러댔다. 
눈에 보이게 굶주리고, 집이 없거나 한쪽 다리를 잃은 게 아니라면, 다른 고민은 본인이 지어낸 것이며 따라서 따지고 들 가치가 없다는 게 인간 심리에 대한 그 남자의 관점이었다. 바베이도스에 도착한 다음 날, 앨리스가 읽는 책을 가리켜 그 남자가 '자기관찰을 빙자한 제멋대로 개똥철학'이라고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들이 휴가 중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묘한 것은, 에릭이 그녀의 독서 취향을 비난한 까닭은 잘난 척하는 문체와 단순하기 짝이 없는 내용 때문이 아니라, 그러한 책이 지나친 쾌락, 용납할 수 없는 쾌락의 일종으로서 다양한 자아도취를 유도하기 대문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스쿠버 다이빙니나 피냐 콜라다를 마시는 일은 제멋대로인 자기 관찰과 관계가 없을까? 그것은 자아도취적으로 자신을 즐기는 일이고, 자위행위[늘 떳떳하지 못한 성교의 사촌뻘]의 한 형태이고, 자신에 대한 종교적인 경멸을 고대로부터 내포하고 있었다[아우구스티누스는 세상을 구분하면서, 두 가지 사랑이 두 도시를 만들엇다고 주장했다. '자기에 대한 사랑으로 신을 경멸하는 것은 지상의 도시, 신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을 경멸하는 것은 천상의 도시.'-자아도취가 결여된 '나는 가증스럽다'라는 문구를 쓰면서 파스칼이 차용한 주제].  270-271

여자들은 까탈을 부리도록 타고났다는 오랜 통념에 근거하여, 여자가 까탈을 부리는 원인을 제공하는 남자들은 면죄부를 얻었다.  274

여행은 흥미롭게도 지리적이라기보다 심리적인 활동으로 읽을 수 있다-외적인 여정은 내적으로 욕망하는 여정의 은유다. 네팔에서 히말라야를 오르고, 카리브 해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로키 산맥에서 스키를 타고, 오스츠레일리아에서 파도타기하고, 이러한 것들은 이국적이고 유익하지만, 훨씬 심오한 동기를 가리는 시시한 변명에 불과하다. 그 동기란 여행을 예약하는 자신이 이런 활동을 즐기는,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다. 여행사는 비행기 표와 호텔 방 예약, 보험 가입 같은 사소한 일을 처리해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드르이 기본 업무는 여행 상품을 사면 기적처럼 자신을 남겨두고 떠나게 되리라는 미묘한 환상에 근거한다. '나'가 여행을 가는 게 아니라, 여행이 '나'를 바꿔주리라는 생각이다.  288-289

리넨 드레스를 산 일이나 카리브 해에서 휴가를 보내는 일이나, 앨리스는 고전적인 소비의 덫에 걸린 것이었다.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는 행위에 무의식적으로 깔린 목적은 단순히 그것을 가지는 게 아니라,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스스로 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녀가 어렵게 번 80파운드를 드레스와 수영복에 쏟아 부으면서 원했던 것은 꼴같잖게 비싼 옷이 아니었다. 냉소적이고 재능 없는 디자이너가 만들고 패션 잡지가 과대 선전해준 옷이 아니라, 손에 잡히지 않는, 그걸 입은 사람의 존재였다 - 우스운 소리로 들리겠지만, 그녀가 원했던 것은 모델이 입은 옷이 아니라 모델 자체였다.  292-293
그리스어로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란 뜻이다.  293

누구와 사귈 때, 사람만 달랑 올 수가 없다 -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문화가 따라오고, 관계를 맺은 사람들과 관습이 따라온다. 특정한 지역성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함께 온다. 이러한 성향은 민족성으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계층과 지역과집안의 특성이 뒤섞여 구성된다. 본인은 이 무의식적인 요소들의 집합을 정상 상태로 여긴ㄷ. 그가 보는 번화가나 우체국 창구의 정상적인 풍경, 정상적인 저녁 뉴스와 세금 환급 신청서 양식, 친구와 인사하고 침구를 펴고 버터 빵을 먹고 집안을 청소하고 가구를 고르고 음식을 주문하고 차 안에 카세트를 배열하고 화장실을 사용하고 여행지를 결정하고 전화를 끊고 토요일 계획을 짜는 정상적인 방식들.  298

비트겐슈타인(오스트리아 태생인 영국 철학자)의 주장을 빌리면, 타인들이 우리를 이해하는 폭이 우리 세계의 폭이 된다. 우리는 상대가 인식하는 범위 안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그들이 우리의 농담을 이해하면 우리는 재미난 사람이 되고, 그들의 지성에 의해 우리는 지성 잇는 사람이 된다. 그드르이 너그러움이 우리를 너그럽게 하고, 그들의 모순이 우리를 모순되게 한다. 개성이란 읽는 이와 쓰는 이 양쪽이 다 필요한 언어와 같다.  318
관계의 기반은 상대방의 특성이 아니라, 그런 특성이 우리의 자아상에 미치는 영향에 있다-우리에게 적당한 자아상을 반사 해주는 상대방의 능력에 기초해서. 에릭은 앨리스에게 어떻게 느끼게 하는가? 어떻게 그것을 알려주는가? 모든 게 머릿속 생각일 뿐인지 실제로도 그런지 모르지만, 그녀는 오래전부터 그 남자와 있으면 가치 없는 사람이 된 기분을 느꼈다. 그 남자와 함께 있는 앨리스는 돈을 함부로 쓰고, 지성적이지 않고, 감정적인 데 매달리고, 타인을 귀찮게 하는 의타심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었다.  319

"많은 사람이 단지 혼자 있기 두려워서 결혼하는 것 같아요."  323
대화의 흐름을 나무의 형태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서 가지가 매우 다르게 뻗어갈 수 있다.  325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라메트리(1709~1751)가 1748년 자서 <인간기계론>을 출판하자 교육받은 대중은 분노했다. 라메트리는 인간은 실제로는 복잡한 기계일 뿐이라고 야만스럽게 [당시는 아직 종교적인 시대였으니] 주장했다. 출입문, 배수로, 톱니, 도관, 원자 등드의 집합체 이상 아니라는 것이었다-파충류나 아메바, 항해용 정밀시계가 그렇듯이.
'인간은 기계이며, 전 우주는 다양하게 변형되는 단 한 가지 재료로 되어 있다.'라고 라메트리는 주장했다. 물론 이 재료는 초라한 물질이다. 이것은 이원론에 대한 도전이었다. 인간은 물체와 영호으로 구성된다는 이원론은 플라톤 이후 별다른 이견없이 군림해왔다. 어느 부분이 더 중요한지는 명백했다. 인간에게 생명과 존엄성을 부여하는 것은 영혼이었다. 영혼이 없다면 인간은 단순한 기계가 되어, 주주 총회에서 치명적인 심장 발작을 일으킬 경우 영원한 죽음을 맞을 터였다. 
그러면 이 영혼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1969년 처음으로 인간을 태우고 달에 착륙한 로켓의 꼭대기에 달린 우주선과 같았다. 우주선은 거대한 아폴로 2호의 세 부분 중 한 부분에 불과했다. 아폴로의 총 길이는 111미터였지만, 8일간의 임무 수행을 마치고 우주 비행사들이 귀환했을 때는 로켓의 꼭대기 부부느 곧 높이가 3미터 조금 넘는, 작은 원뿔만 가지고 왔다. 나머지 부분은 우주 비행사들을 궤도로 쏘아 올리는 기능을 했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하고 활동성이 있는 부분은 거기 탄 우주 비행사들이 간신히 서 있을 정도 크기밖에 안 된 궤도선이었다.


영혼 이론가들은 마찬가지로, 인간 존재란 크지만 쓸모없는 몸과 작지만 비할 데 없이 귀한 영혼으로 나뉜다고 보았다. 몸은 로켓과 같아서, 영혼을 움직이게 하고 잡곡 빵과 더블 치즈버거를 소비함으로써 발사됐다. 몸이 매우 인상적인 경우도 있지만[그래도 키가 111미터나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결국에는 지상에서 소명을 수행하는 데에 불필요한 요소가 됐다. 수십년 인생 여행을 한 끝에는 작은 영혼-우주선만 남을 테니까. 영혼은 초강력 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철학자들 대부분은 인간이 영원한 로켓-육체로 나뉜다는 데 동의하지만. 그 가치 있는 우주선에 누가 혹은 무엇이 앉아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랐다. 우주선에 있는 것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일 테지만, 그건 정확히 무엇으로 구성 될까?
프라톤은 이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여 철학의 새 장을 열고, 영혼을 이상적인 우주선으로 보는 선례를 남겼다. 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아우구스티누스는 영혼-우주선을 신에게 속ㅇ한 것, 천국을 열망하는 것으로 보았다-이것은 그 후 몇 개기 동안 우주 비행사들과 민간인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관점이었다. 하지만 계몽주의가 나타나면서 신의 영향력이 줄어들자, 신학적인 면에서 영혼의 역할 역시 변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영혼인데 신은 이제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면, 영혼은 무엇에 바쳐져야 하나?
물론 영혼-우주선에 걔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믿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과학자들과 라메트리처럼 콧대 높은 철학자들은 유물론자로서 충성심을 발휘해, 영혼에 대한 논의를 격하하기로 불퉁스럽게 합의했다. 영혼-우주선을 채우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신비주의 사상가들과 순진한 시인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그들은 곧 영혼-우주선에 감정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영혼은 인간이면 당연히 갖고 있는 것이었지만 이제 사람에 따라 더 많이, 더 적게 갖는 것이 되었다-얼마나 느끼느냐에 따라서. 오페라 공연 중에 코를 풀고 트림을 하며 시를 멸시하는 천박한 사람들은 '영혼이 없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예전에는 가장 비찬한 얼간이만 듣던 말이었다. '영혼이 없는 사람'이란 미술, 문학, 음악 같은 분야에 감수성이 부족한 사람을 의미했다. 이는 극작가 존 드라이든[1631-1700]이 셰익스피어에 대해서 '현대와 고대를 망라해서 그는 가장 크고 이해심 깊은 영혼을 지닌 시인이었다.'라고 쓴 까닭을 설명해준다. 키츠에 따르면 영혼에는 나름의 자양분[여기서는 더블 치즈버거를 말하는 게 아니다]이 있다. 그 자신과 출판사에게 편리하게도 이것은 시의 형식을 타고 왔다. '시는 위대하고 겸손하여라, 인간의 영혼으로 들어가는 것....'
성적(性的)으로 보면, 영혼 때문에 그를 사랑하는 것이 몸-로켓 때문에 사랑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로 보이게 되었다-침실에서는 그 두가지가 똑같이 한숨으로 마무리 지을지 모르지만, 매릴린 먼로(1926-1962)는 영화 산업의 도덕적 붕괴를 보여주고자, 영혼에 대한 계몽주의 이후의 견해를 천명하며 이런 말을 했다. 할리우드는 '당신의 키스에 천 달러를 내고, 당신의 영혼을 위해서는 50센트를 내는 곳입니다.'  328-332
낭만주의 시대에 영혼의 개념이 감정과 연결되었다면, 감정은 곧 쾌감보다는 아픈 감정으로 통했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강렬한 경험이라 하면, 행복해서 샤워를 하면서 휘파람을 불거나 정원에서 노래하는 것을 뜻하지 않았다-영혼을 가진다는 것은 곧 고통을 감수하는 것을 의미했다.  335
미국인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1863-1952)는, 아픔을 통해서만 영혼이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혼 역시 처녀성이 있어, 피를 흘려야만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시릴 코널리는 고통을 겪는 것이 작품 탄생의 필요조건 [영웅적으로 정복할 수 있는 장애물이 아니라]만 아니었으면 보들레르나 랭보가 되고 싶었을 거라고 말했다. 예술가들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이를 이겨내고 창작하는게 아니라, 바로 고통을 겪기 때문에 창작한다는 가설이었다.  336


옮기고나서
사랑은 소설이란 장르가 시작될 때부터 소설의 제재나 주제가 되었다. 공상 과학 소설이나 스릴러 소설까지도 모든 이야기에는 등장인물들이 있고, 사람들이 있으면 이런저런 감정이 얽히며 관계가 형성되고, 거기서 사랑과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세상의 작가들은 사랑의 여러 면을 다양한 내용과 형식을 통해서 보여주지만, 알랭 드 보통처럼 독특한 태도로 사랑이란 주제에 접근하는 작가는 드물 듯하다.  405
작가는 제삼자의 관점에서 남자와 여자의 인식 차이, 의사소통 방식의 차이, 개인의 성장 배경에 따른 문화의 차이 등을 때로 철학이론 등을 동원하며 특유의 재치와 유머를 담아 펼친다.  406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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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프랑스에서 최고의 책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정치사건들도 참 많은데 외국의 정치까지 관심을 가지고 싶지 않다.
내가 아는 사르코지는 해외토픽으로 종종 보았던 젊은 미모의 아내 또는 스캔들.. 이런것들 뿐이었다.

처음 책 제목을 듣고는 느낌이 좋지 않았으나 애써 인간적으로는 기대하지 않아도 본을 보인 내용들이 어느정도 이상은 나올꺼야라는 말도 안되는 기대를 하였다.
물론 내심 기대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기대를 하고 싶은 제목도 아니었다.

한국보다는 7개월여 빨리 이루어지는 프랑스의 대선.. 7개월여 먼저 대통령직을 숳행하는 프랑스..
그런데 7개월 빠른 시간에 대한민국의 정권을 선행한 정권이었다는 점에 기가막혔다.
프랑스 국민들에 대해 괜히 정이 간다. 가재는 개편이고, 초록은 동색이라 했던가.. 그들의 고통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내용을 읽으면 읽을 수 록 왜 프랑스 대통령이 아니라 지금 한국의 대통령에 대한 내용을 읽는듯한 느낌이 들었을까..아~~ 애둘러 쓰려니 머리가 아프다.

읽을 수록 책에 짜증이 났다.
'왜 내가 이런걸 읽어야 하지?' , '굳이 잘 알고 있는 내용인데 뭐하러 번역하나' 번역자에 혼자서 짜증을 부려보기도 한다.
이런 부류의 책이야 당연히 관심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들에게 읽히기 위해서 나온것인데, 정작 읽는 사람들은 알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인것 같다.
책의 말미에도 나오지만 소수의 기득권은 진입장벽을 만들며, 대다수의 소시민들을 바쁘게 만들어 생각하지 못하게, 알지 못하게, 알아도 움직일 수 없는 무기력증을 증가시켜 놓는다. 그러니 알 수 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나 역시도 별 수 없는 사람중에 한 명일 수 밖에 없다.
저자는 부자들의 행태를 연구하는 학자이며 학계에서 꽤나 인정을 받고 있는 부부학자이다.
이들은 글을 쓰고 사례들을 연구 조사하면서 얼마나 무기력함을 느꼈을까.
마지막 챕터에서 전달하는 메시지를 위해 그들은 사례들을 싣고 내용들을 전해가면서 가슴을 쳤을 듯 하다.

책을 읽으면서 자본주의 자들에 의한 과두권력은 결코 사르코지주의가 아니라 그들만의 리그라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나게 한다.
'토사구팽(兎死狗烹)'.. 토끼의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는다. 사르코지는 어떻게 교묘하게 잡히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비굴하게 그들에게 굴복해야 한다. 그렇게 반면교사가 되어가야 한다. 물론 그러면 더 교묘하게 정권을 휘두를 존재가 나타나게 되지는 모르지만.  
책에서 우리는 멍청하고 비굴하며, 살아남기 위해 교활함만 발휘하는 한 정치인을 보는것이다. 


과연 민주주의가 정답인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그나마 제일 나은것이기에 따를 뿐이다. 다시말하면 모순투성이이지만 조금은 덜 하다는것일뿐.
우리는 무엇을 추구해야 하고, 무엇을 따라야 하는지 생각해야만 하는 시점에 있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지지만 더러운 내용이라 읽기 싫다면 '시작하는 글'의 4장짜리 서문만 읽어도 다 읽은 것이라 생각이 든다.(그래도 조금 적다 싶으면 그전에 나오는 목수정 작가의 추천글에 모든 내용들이 요약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 '결론-무엇을 할 것인가'만 읽으면 될 것이다. 저자는 무슨 의도로 이 내용을들 서술했는지 모든 내용이 집약되어 있다.
이런 문제에 뚜렷한 답이 있을 수 있겠는가.. 뚜렷하진 않아도 해볼만한 결론은 있다.
다만 소수의 기득권은 그런 해결책에 대한 방어를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가 조금만 생각해 보면 해볼만할 수 있다.

표지에는 "반면교사 사르코지를 통해 MB를 본다" -파리에서 작가 목수정
"소통없는 정권이 민주주의에 드리우는 불안한 그림자" - 르몽드
우리는 우리의 현실을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서 다행일지 모른다.
한국에서 한국 작가를 통해 이런 책이 쓰여진다면 지금의 한국에서 책이 출간되었을때 어느정도의 여파가 일어날까..
당신의 상상에 맞긴다. (다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매우 암담하다.)
암담함을 이기려면 답은 결국은 뭉치는 것이다. 쉽지 않지만 여러곳에서 반복해서 듣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여 뭉쳐지지 않을까... 제발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 독자들에게 드리는 추천의 글 - 목수정
"계급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현실이다. 그러나 이 전쟁을 주도하는 것은 내가 속한 부자 계급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쌍무에서 이기고 있다."  - 워런 버핏
계급투쟁은 언제나 크고 작은 폭으로 역사 속에서 진행 중이었다. 지금 벌어지는 계급 투쟁은 매우 노골적이며 전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12
사회 저소득계층의 저조한 투표율, 그리고 부자계층이 맹렬히 연대하는 높은 참여수준의 계급투표  15

시작하는 글
이 불확실한 투쟁에서는 상대의 수단과 방법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급선무이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그들의 정체를 알아야 한다. 이 책은 그것을 이해하는 데 문을 약간 열어 줄 것이다.
그들은 그저 가장 힘 센 사람들일 뿐이다.  22
엘리트들의 음모에 맞서 이기기 위해서는 그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는 것이 첫 번째 투쟁목표이다. 그리고 좌절한 서민들을 상대로 단호한 심리전을 전개하는 사람들에게 비판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투쟁이다.  24


19세기 정치가 프랑수아 기조가 외쳤던 그냥 '부자가 되자'는 메시지에 더 가까웠다.
부자들은 자기들 가운데서 더 유능한 자의 승리,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자신의 우수성을 결정적으로 입증한 사람의 승리를 축하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32

2007년 테파법(TEPA)이라는 이름의 '노동고용 및 구매력에 관한 법'이 이미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더 우대하고 있다.  34
"납세자에게 자기 수입의 절반 이상을 국가에 바치라고 요구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이틀 일하고 그중 하루치를 국가에 바치라는 게 말이 되는가?" 대통령이 짐짓 순진한 체하면서 던지는 질문이다. 

사람들을 속이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통령의 그럴 듯한 주장은 세 가지 논리로 반박할 수 있다.
첫째, 잡세 대상이 되는 수입 가운데 노동으로 번 수입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수입에서 많은 부분은 이익배당이나 재산 가치상승, 기타 유가증권, 공동투자 펀드 같은 동산과 토지, 건물 등의 부동산, 자본수입니다.
둘째, 조세상한제의 이름으로 혜택받는 것은 소득총액이 아니다.
셋째, 세금 계산 때 납세자의 사회비용 분담금을 조세 상한선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35-36

흥미롭게도 2007년 9월 30일, 2722 가구만이 조세상한선 실시전 세율로 납부한 세금을 환불해 달라는 신청을 함.
환불 요구 권리 있는 9만 3천 가구의 2.9%에 불과한 숫자이다.
한 세무전문가의 설명은 "조세 상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조세 담다 관리 앞에 본인이 직접 나가서 모든 것을 솔직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무 관리들은 무언가 숩ㅁ긴 것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게 되고, 그러면 당연히 신고내용을 철저히 검토하게 되기 때문이다."
"조세 상한 혜택을 신청하는 사람은 말하자면 사회의 열등생들이다. 납세 관련 조항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정말 약삭빠른 사람은 그런 싱청을 하지 않는다."  38-39

참으로 수치스러운 사례 하나를 소개하면, 2009년 12월 이후 근로사고 희생자들에게 지급하는 보상금이 소득으로 간주되고, 그래서 과세 대상이 됐다. 거센 분노를 불러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이 파렴치한 제안은 채택됐다. 이 항목으로 과세될 세금 액수가 2억 3천만 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러한 개혁이 국민의 이름으로 제안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니콜라 사르코지는 위임일인 2007년 5월 6일부터 "나는 국민들로부터 이런 변화를 추진하라는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42

스스로 자신들을 필요불가결한 존재라고 믿고 있는 부자들은 곧잘 프랑스를 떠나겠다고 위협한다.  43
지배층은 항상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이익을 챙기는 쪽으로 계급 전쟁을 이끌어 간다.  44

2003년에는 감세할 수 있는 틈새의 수가 418개로 추산됐다. 그런데 2008년에는 이 숫자가 48개로 늘어났다.  46

권력이 집단을 형성해 서로 긴밀한 과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손에 모두 들어가 있는 것을 과두권력이라고 부른다.  58


니콜라 사르코지, 만약에 그가 2012년에 재선되지 못하면 권력 네트워크는 그의 진영이나 다른 진여에서 언제든지 그의 대타를 찾을 것이다.
우익이나 좌익 진영 모두 금융자본주의에 제일 유리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최고의 책임 있는 지위를 맡을 인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과제이다. 니콜로 사르코지도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다. 과두권력의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회주의 지도자에 의해서도 대체될 수 있다. 1980년대에 은행 국유화를 단행한 것이 사회주의자들이었지만, 얼마 후 은행을 다시 민영화한 것도 사회주의자들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67-68

이념전쟁에서 텔레비전은 가장 중요한 전략적 주제이다. 이 이미지 상자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조종하는 가공할 도구이기 때문이다.  92
"이제 위선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프랑스 텔레비전의 제1주주가 국가인데 왜 내가 그 사장을 임명해서는 안 되는지 이유를 나는 모르겠다."
니콜라 사르코지는 은연중에 '짐이 국가다'라고 말한 루이 14세처럼 행동했다.  97

물질적이고 상징적인 이익을 받은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세계에서 성장한 상류계급의 자녀들은 성년이 되어서도 같은 특혜를 기대하도록 성격이 형성된다.
권위에 대한 선망도 독서나 음악에 대한 선망처럼 만족과 쾌감을 주고, 더 내면적인 자기 자신의 성취감을 느끼게 하며 제2의 천성이 된다.  114

좌파 정치인 장-피에르 브라르는 "사르코지는 우리의 건망증을 이용한다. 그는 놀라운 성과를 약속하는 탁월한 계획들을 발표한다. 그러나 대단한 결과는 고사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의 발표를 조금 기억하거나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결과가 실제로 어떻게 나타났는지 확인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191

명문 귀족가족과 유서 깊은 부르주아지 가족은 예나 지금이나 코스모폴리탄주의 생활방식으로 살아 왔다.  204

긴축정책으로 가장 혹독하게 고생하는 것은 서민층과 중산층이다. 그러한 부채가 최고 부자들의 무책임한 투기로 빚어진 것일 때도 고통을 받는 것은 서민들이다.  205

자체가 목적이 된 돈은 사람들의 가치를 돈으로 측정한다. 이런 가치관을 가진 자들은 부와 사회적 성공을 중시한다. 이것이 바로 사르코지주의이다.  210


결론-무엇을 할 것인가?
체계적 불평등. 분명히 지배계급은 힘을 규합해서 잘 조직화 된 세력이다. 그러나 지배계급은 수가 적다.  212
우리의 목적은 권력을 잡고 있는 과두체제의 기능을 거부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를 몰아내는 것은 단순히 한 정치인을 교체하는 것에 그칠 수가 있다.  213

- 부자들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되찾자
대상을 한정한 지원조치가 사회정책을 대신한다.
예방 대신 치료하겠다는 것은 일종의 공공 자선행위로 국가의 잘못을 땜질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동정으로 정책을 대체하는 것이다. 권리와 법은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세력관계의 산물이다.  215

시민들은 자신들의 권리, 즉 노동권 주거권, 교육권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218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시도해 보는 가운데 사회생활 내에서 자신의 위치에 관해서 생각해 보게 되고, 개인적인 생활로부터 좀 거리를 두고 자신이 포함되기도 하지만 배제되기도 하는 복잡한 관계 속에 들어가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시청과 기업 도서관은 경영진들의 네트워크에 관한 유익할 정보가 포함된 참고자료를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돼 있다.  219

끝으로 인터넷 사이트는 무궁무진한 정보의 원천이다.  220
경계심과 호기심을 갖는 태도, 그리고 이런 문서들을 검토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투쟁에 속한다.  221

-정치 무관심을 부추기는 현실
-무시당하는 서민들의 표심
(이 외에도 여러가지 안을 내 놓고 있다. 이 부분은 직접 읽어보는것이 좋을 것이다.)

해제 - 프랑스와 한국의 닮은꼴 대통령(장행훈, 언론인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파리의 한 잡지는 <부자들의 대통령>이 과장된 표현을 절제하면서도 사르코지의 정책과 사람 됨됨이를 생채해부 한 책으로서 지금까지 나온 사르코지 책 중에서 완결판이라고 높이 평가.
저자들은 학자의 양심에서 책을 통해 다시는 '부자 대통령'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242
이 책은 부자들의 대통령이 얼마나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있는지, 소수 부자집단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단결하고 있는지를 고발하는 민주주의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247


부자들의 대통령 십계명
1. 재벌오너들과 친구로 지내라
2. 세금으로 부자들을 보호하라
3. 누가 뭐래도 측근을 챙겨라
4. 공과 사를 구분하지 말라
5. 편법을 두려워하지 말라
6. 검찰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어라
7. 언론을 장악하라
8. 토목공사로 승부하라
9. 부자동네에 투자하라
10. 이념은 상관말라 정권만 지키면 된다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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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게자극하라사람을키우는리더의코칭스킬
카테고리 자기계발 > 비즈니스능력계발
지은이 고현숙 (올림,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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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관련 책 중에 재미있게 읽은 책 중에 하나이다..
코칭뿐아니라 학생들에게 맞는 질문을 많이 생각나게 해주었던 책이다..
그래서 줄을 그은 부분도 학생들에게 필요하고 부모들에게 필요한 내용들을 많이 그은것 같다... 또한번 읽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정리하면서도 많이 생각을 자극 시켜 주었다...

사실 사회의 모든 일들은 학생이면 학생의 환경에서 회사면 회사의 환경에서 모두 동일한듯 하다
학생때 공부를 잘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련의 과정이나 직장에서 인정받기위해서나 내용을 보면 동일한 내용을 요한다..
그렇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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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이제부터라고 생각하고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이 질문은 당신이 진정 하고싶은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과 동일한 것이다.
표현의 차이일 뿐..

코칭을 하면서 절실하게 여기고 있는 것 중의 한 가지가 이것이다.
어떠한 표현의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생각을 자극하는 양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코칭을 하지 않더라도 평상시에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어떠한 표현을 사용해 주느냐에 따라 상대의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시키기도 파도가 일렁이게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쾌하게 자극하고, 유쾌하게 표현해 줄 수 있을때 관계 즉 소통의 끈은 자연스럽게 풀리게 되지 않을까..!!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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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아동문학 연구센터' 주최 제 10회 문화 세미나 '읽기, 듣기'(2005년 11월 20일)의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은 다치바나 다카시를 검색하여 알게 되었다.
그의 여러 책들 중에 읽은 책도 몇 권 있지만 읽지 않은 책이 더 많기에 다시금 정리하면서 여러권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찾아본 후에 제목에 끌려 잡았다.

읽는것과 듣는것, 우리는 무의식중에서도 이 두가지를 계속하면서 생활한다.
그처럼 무의식중에 입력된 것들이 우리의 의식에 자리잡아 나를 만들기도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것은 의식중에 입력되는 것들일 수 있는데, 우리는 단편적으로 읽는 것과 듣는것으로 그치는 것의 무의미함을 지적해 주고 있기도 한다.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자주 언급하는 표현가운데 '아는 것이 진정 아는 것인가?'가 있다.
어딘가에서 들어서 또는 보아서 아는것은 진정 자신이 아는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 두 번 얼굴을 봐온 사람의 이름을 알고 있을 때, 우리는 이 사람을 안다. 
하지만 무엇을 아는가?
진정 알고 있다고 표현할 수 는 없다.
우리가 '안다'고 표현할 때는 진정 자신이 경험하여 체득한 것이 포함되어야 진정 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에서도 그 점을 언급해주고 있었다.

우리가 어떻게 읽고, 들어야 하는지 세 명의 대화와 강의 가운데서 잘 말해 주고 있었다.
쉽게 읽혀 페이지가 넘어가지만 결코 쉽게만 읽고 넘어가서는 안 될 내용들이 그들의 70년이 넘는 삶과 경험의 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읽으면서 여러 정보를 듣는 셈입니다. 무언가를 읽을 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니까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닐까? 저렇게 한느 것이 낫지 않을까? 하며 '행간 읽어내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행간 읽기' 속에 자기 자신을 온전히 몰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모두들 이 점을 잊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어떻다가 아니라, 이 사람과 만난 나는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또는 나의 무의식은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  35-36
단지 책 자체만 읽고서 "이 책은 별로야"라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몰입해 읽어야 합니다.  37
책도 스스로를 몰입해 읽다 보면 몸이 반응을 보입니다.  38
진짜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읽어내는 일'이 필요하며, '읽어내기'위해서는 언어의 감춰진 부분, 즉 배후를 읽어내야 합니다.  45

글을 쓰려면 그에 앞서 다양한 자료를 확보해 놓아야 하는 단계가 있습니다. 그 단계 중 하나가 책을 읽는 것이며, 또다른 하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입니다.  49
글을 쓴다는 작업은 먼저 자료 확보가 있은 다음에 그 자료를 통해 스스로 무언가를 생성하여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컨대 나 자신에게 '정보를 투입하는 과정(Input)'과 '밖으로 꺼내는 과정(Output)'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 '인풋'과 '아웃풋'의 비율을 일반적으로 'IO비'라고 합니다.
IO비가 높을수록, 다시 말해 자료를 최대한 많이 투입하여 적게 배출하면 그 압박비가 높은 만큼 많은 정보가 쌓여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50

굶주림과 책
몇 만 명이나 되는 인간이 무리를 지으려 하고 
책 한 권 없는 곳이 있다
사람이 한 사람밖에 없고
몇 만 권이나 되는 책이 있는 곳이 있다 
다 읽으면 먹을 수 있는 
책이 있어야 한다고 존은 말하지만
굶주려 있으면 읽기도 전에 먹어치울 것이다
내가 있고 싶은 곳은 깎아지른 절벽 위
그곳에 책 한 권만 가져가
소리내어 읽는다
바다와 하늘에게 인간이 쓴 책이라는 녀석을 
읽어준다
  - <시를 보낸다는 것은> 중에서  74

숲에게
읽는 사람의 눈은
꿈틀거리는 문자의 숲을 헤집고 들어간다
읽는 사람의 귀는 페이지마다 가만히 내리는 빗소리를 듣는다
읽는 사람의 입은 
반쯤 벌어진 채 할 말을 잃고
읽는 사람의 손은
어느새 주인공의 팔을 잡고 있다
읽는 사람의 발은 
돌아가려다 이야기의 미로에 길을 잃고 읽는 사람의 마음은 
어느덧 보이지 않는 지평선을 넘는다  80

바람
잡목 숲
낙엽 위
외발 등나무 의자
당신은 그곳에 앉아 있었다
그날

다리를 꼬고 무릎 위에 책 한 권을 펼치고
고개를 약간 기울인 채
당신은 책을 읽고 있었다
부드러운 가을 햇빛을 받으며

그리고....
문득 얼굴을 들어 나는 향한다
그러나 당신은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오늘 색 바랜 사진 속에서

당신은 젊은 모습 그대로
나이든 나를 응시한다
그리고 나는 읽는다
그날 당신이 보고 있던 세계를 
나도 보고 싶다는 바람을 계속 가져보면서  82

사랑에 빠진 남자
연인의 짓궂은, 미소 띤 얼굴의 의미를 알 수 없어서 
그는 연애론을 읽는다
펼쳐든 페이지 위에 있는 사랑은 
향도 감촉도 없지만
의미들로 넘쳐난다

그는 책을 덮고 한숨을 짓는다
그러고 나서 유도 연습시간에 맞춰 나간다
'상대의 움직임을 읽어!'
코치의 질타가 날아든다

그날 밤 연인에게 키스를 거절당하고 그는 생각한다
이 세상은 읽어야 하는 것투성이야
사람의 마음 읽기에 비해
책 읽기는 누워서 떡먹기군

그러나 언어가 아닌 것을 읽어내기 때문에 비로소
사람은 언어를 읽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
그는 다시 연애론을 펼쳐든다
한숨을 쉬면서
콘돔을 서표(書標) 대신 삼아  86

독서라는 것은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가졌을 때 그 문제에 대해 선인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찾아 파고드는 세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144
책만 읽어서는 알 수 없는, 실제로 몸을 움직여 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이 주변에 가득합니다.  147
뇌의 본능을 고려해 볼 때, 지나치게 많은 것을 생각하면 대개 실패하고 맙니다. 다시 말해 반사신경이 움직이는 대로 행동하면 정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72


후기
'읽기'와 '듣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다양하며 우리 인생에 풍요와 깊이를 가져다준다.  174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이란 실제로 삶을 살아온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의 경험에 의한 지혜와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지혜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지식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없습니다."(다치바나 다카시)
'읽는다는 것'과 '듣는다는 것'의 배후에는 '산다는 것'이 자리하고 있다.  176
"우리가 사는 이 현실세계는 언제나 만남의 연속입니다."(다치바나 다카시)  177

옮기고 나서
세 사람은 인간의 지적 도구인 언어를 구성하는 문자가 그 편리성만큼 인간의 심적 움직임을 제한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어 감성이 쇠퇴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문자가 가진 우수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머리로만 무언가를 읽거나 듣는 행동에서 벗어나 감성을 되살려, 언어 이상의 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합니다.  181
우리 인생이 만남의 연속이듯, 정보 또한 삶 속에서 갖게 되는 하나의 만남으로 여기고 그 안에서 자기 나름의 선택 기준을 마련해 인간이 쌓아온 지혜를 믿고 활용한다면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지식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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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도서들을 꽤 읽은 편이다. 그렇다고 많이 알지는 못한다. 읽을 때 마다 자신에게 비추어보는 수준뿐이지만, 읽어나가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하며, 그렇게 조금씩 발전하면 조금은 더 나은 자신이 될 수있을것이란 기대를하면서 읽는다.

이번책은 1부를 읽어나가면서 매우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 조금은 논문적인 글이란 생각을 하면서도 이해가 쉽고 책장이 빨리 넘어갔다. 심리학 도서를 읽어보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는 내용이며, 실제로 아는 내용들이다. 다만 그것을 도식적으로 표현함으로 새로운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나 'P-A-C'라는 부모자아와 어른자아 그리고 아이자아에 대해 구분하며 그것들이 정상적인 작용이 아니라 편견(오염)과 망상(배타)의 과정을 가질때 우리의 반응은 소통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들은 소통에 필요한 자신의 문제점들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또한 교차적인 의사소통이 한쪽을 힘들게 한다는 사실에도 주목해 볼 수 있었다.

40여년 전에 씌여진 책이다. 그만큼 오래된 책이라 검색을 해봐도 책에 대한 많은 내용들이 나오지 않는다. 먼저 오래된 책이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다는 것은 대단하다. 내가 알기로 이 내용에서 발전되어 가지들이 뻗어져 나갔다. 여러 책들을 읽어보면 그러한 내용들을 이해 할 수 있게 된다.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미국의 정신분석학의 발전인데 책 내용에서 이전의 심리학적인 치료들이 잘못된 부분을 꼬집어 주고 있는데, 그 내용을 비추어 정신분석학의 발전의 깊이와 시간이다. 
그들은 오랜시간 반복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발전해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내용들을 기억에 두고 미국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일반적인 시민들의 생활에서 그들의 발전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부러운 점이다.
분석적인 것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그들의 일상적인 생활에 적용이 그만큼 오랜 시간을 거쳐 발전해 나왔기에 한참 뒤떨어져 따라가는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부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동양은 유교적 불교적 문화가 지배하기에 어쩌면 분석적인 것보다 모호한 부분은 있지만 더 뛰어난 정신수양을 배양할 수 있다.

하지만 서양 문물들을 받아들이고 흡수하고 때론 맹목적으로 따라가기에 분석적인 방법이 더 좋은것 처럼 보일 수 있다.
조금은 더 객과적인 눈으로 두 방법을 바라본다면 더 좋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이러한 정신분석학 책들을 여러권 보면서 객과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렇기에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그들을 관찰해 보곤한다.
일단은 그들의 생활에서의 모습들이 부러운 부분들이 많다. 또한 그 시스템이 그만큼 교육을 해나가고 있다는 점도 부러운 부분이다.


교류분석(Transactional Analysis) - 인간의 의사소통과 행동방식에 관한 이론체계인 동시에 이에 관한 치료 방법인 교류분석은 전통적인 심리치료의 모호함과 난해함에 절망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것은 순응이 아니라 변화를 원하는 사람드에게, 적응이 아니라 탈바꿈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답을 제시해 주었다. 교류분석은 과거에 벌어진 일과 상관없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책임ㅇㄹ 져야 한다는 사실을 환자에게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치료법이다. 또한 교류분석은 자신의 행동을 바꿀 수 있게 해주고, 자제심과 자발성을 기르게 해주며, 선택의 자유라는 엄연한 현실을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6
정신의학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도 자아에 대한 의미가 일치하지 않는다.  7
교류분석이 가장 궁극적으로 꼽는 인생의 태도는 '나도 옳고 남도 옳다'는 자기긍정-타인긍정의 태도이다.  13

'내부의 인격들'은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 있으며, 정신분석 사상가들의 견해를 담은 수백 권의 책들은 내부의 인격들에 대한 내용임을 자처했음에도 적절한 답을 제시해주지 못했다.  20
전문가 세계에서 통용 된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심리학자들의 말이 진실이고 유용한 것이 될 수 있을까?  21

이 책의 목적은 새로운 자료를 제시하는 동시에 사람들이 지식의 절반도 활용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답을 밝히는 것이다.  23

인간의 '행동역학(dynamics of behavior)이라는 오래된 문제에 새로운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이론이 있긴 한 것일까?  23

'측두렵의 자극으로 무의식적으로 발생한 회상은 과거의 경험을 하나도 틀리지 않게 고스란히 담고 있다.'  29
결론은 인간의 뇌는 고성능 녹음기와도 같아서 출생 시점부터 심지어는 태어나기 전부터 겪은 모든 경험을 테이프에 기록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이 무언가에 의식적으로 집중할 때마다 그는 이와 동시에 좌우의 측두엽 중 한곳에도 그 일을 기록한다.  30
'측두엽을 자극하면 착각(illusion)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인지적인 착각(illusion of perception)에 속한다.'  31
교류분석이란 '내가 어떠한 행동을 보여주면 너도 이에 반응하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는 교류를 분석한 뒤, 인간의 다양한 본성 중 어떤 부분이 '등장하는지'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34



부모자아
부모자아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부모나 부모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보인 행동이나 의견이 이 '기록 테이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보고 들은 부모의 행동과 말이 부모자아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처음 5년 동안 외부의 자극을 경험하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부모자아는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39
부모자아에는 아이가 부모와 생활하면서 보고 들은 모든 훈계와 규칙, 법칙이 기록되어 있다.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갓난아기 시절에 부모의 어조나 열굴표정, 포옹, 그 외의 애정표현 등을 통해 비언어적으로 해석하고 입력한 의사소통에서부터,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나이가 되어 부모에게서 들은 각종 훈계와 규칙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부모 자아에 기록되어 있다.
부모자아에는 행복에 겨워 내뱉는 엄마의 즐거운 탄성과 자부심에 가득 찬 아버지의 들의양양한 표정도 기록되어 있다.  41
부모 자아에 존재하는 기록의 재생은 평생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부모자아의 또 다른 특징은 기록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부모는 말과 행동을 다르게 한다.  42
부모자아의 데이터는 스테레오 사운드처럼 양방향에서 기록되어 잇다고 생각할 수 있다. 두 군데에서 나오는 소리가 조화를 이뤄서 함께 흘러나온다면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43
부모자아는 실제 부모 외에 다른 곳에서도 데이터를 얻는다. 아이는 하루에 몇 시간씩 TV를 보면서 자신이 본 것을 기록한다.  
손위의 형제자매나 주위의 다른 어른들과 함께한 경험 역시 아이의 부모자아에 기록된다. 아이가 외부상황에 대해 이의나 의문을 제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이 외부 상황에 대한 데이터가 부모자아에 그대로 기록된다. 물론 아이가 겪는 모든 외부경험이 부모자아에 전부 기록되지는 않는다.  46

아이자아
자신이 직접 보고 들으면서 보인 반응도 기록한다. 
보고 듣고 느끼고 이해했던 것을 그대로 재현한다.
언어전달 능력이 없기 때문에 아이가 보이는 반응은 '감정'이 고작이다.  47
자신을 향해 찡그린 표정을 지으면, 아이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데이터 저장소에 또 하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추가한다. 내 잘못이야. 내가 또 잘못했네, 난 항상 이래. 내가 원래 그렇지. 난 왜 이럴까.  48
'훌륭한' 부모를 둔 아이가 자기부정의 아이자아를 가지고 있다면, 이 아이의 부모가 실제로는 아이를 완전히 무시했거나 학대했거나 잔인하게 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49
아이자아에는 창의성, 호기심, 탐구심, 만지고 느끼고 경험하고 싶다는 욕구를 비롯해 무언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느꼈던 순수한 기쁨에 대한 기록이 모두 담겨 있다.
엄마가 기분 좋게 안앚주면서 얼러준 경험과 좋아하는 담요릐 부드러운 촉감을 느낀 경험 등 호의적인 외부사건을 접하면서 생겨난 긍정적 반응 역시 훗날의 교류에서 그대로 재생될 수 있다.
어린아이들과 어른들 모두를 관찰한 결과, 우리는 행복한 감정보다는 자기부정의 감정이 훨씬 많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사람에게 자기부정의 아이자아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50

어른자아
10개월쯤 되면 아기는 자신만의 뜻과 생각대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러한 자기실현(self-actualization)이 시작되면서 어른자아가 발달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생각한 개념을 발전시킨다.  52
어른자아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많긴 하지만, 대부분의 개인에게 어른자아는 끝까지 살아남아서 나이가 들수록 더욱 효과적인 기능을 발휘한다.  532
'조각조각 입력된 자극을 정보로 전환한 뒤, 과거의 경험에 따라 이런 정보를 처리하고 취합'하는 것이 어른자아의 주된 역할이다. 
어린아이는 어른자아를 통해 자신이 배우고 가르침 받은 삶(부모자아)과 느끼고 꿈꾼 삶(아이자아), 그리고 혼자 힘으로 이해한 삶(어른자아)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54
어른자아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컴퓨터와 같다.
부모자아나 아이자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입장에서 이 두 자아를 검토하는 것이 어른자아의 목표이다.  54
부모의 명령과 훈계가 현실에 맞을 경우 아이는 어른자아를 통해 전체적인 관점에서 그것이 옳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이는 이리저리 시험해 본 뒤 시험대상이 맞는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56
어른자아의 또 다른 기능은 확률 예측이다.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확률 예측의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잇다. 근육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연습하고 사용하면 어른자아의 크기와 효율성이 증가할 수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어른자아가 손상되면 감정이 지배적인 힘을 휘두를 수 있다.  57
경험이 똑같이 재현될 것 같다는 신호가 물밀듯 밀려오면 경계선이 무너질 수 있다.  58
어른자아는 오래된 데이터를 체크해서 그것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한 뒤 이것을 미래에 사요하기 위해 재정리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행한다. 이일이 원만히 진행되고 과거에 주입받았던 삶과 현재의 삶 사이에 모순점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른자아라는 컴퓨터는 창의성이라는 중요한 일을 시작할 수 있다.  59
부모자아의 데이터 없이 모든 행동을 할때마다 처음부터 일일이 복잡한 결정을 내려햔 한다면, 우리의 컴퓨터의 창의적 프로세스를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을 것이다.  60

아기가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누군가 반복해서 아기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줘야 한다. 다시말해 스트로크가 필요하다. 스트로크가 없으면 아기는 죽는다. 심리적으로는 죽음을 면할 수 없다.  69
교류분석에 의하면 개인은 다음 네 가지 삶의 태도 중 하나에 머무르면서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결정한다. 
1. 자기부정-타인긍정(I'm not ok-You're ok)
사람들이 이 태도를 평생 동안 유지하려고 할 때에는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한다.
첫 번째 방법은 자기 부정의 상태를 확인해주는 인생각본(life script)에 맞춰 사는 것이다.
좀더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부모자아 데이터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대항각본(counterscript)'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다.
자기부정의 태도가 인생각본을 만든다면, 타인긍정의 태도(당신처럼 되고 싶어)는 대항각본을 만든다.  74-75
2. 자기부정-타인부정(I'm not ok-You're not ok)
자기부정-타인부저으이 태도에 빠진 사람은 모든 것을 포기한다. 아무 희망도 없는 그는 삶을 단산히 견뎌낼 뿐이다.  
몇몇 학자들은 평상시보다 훨씬 적그적으로 스트로크를 행할 때 아기가 이런 장벽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77-78
3. 자기긍정-타인부정(I'm ok-You're not ok)
아주 오랫동안 부모의 학대를 받게 되면 아이에게 처음으로 자기긍정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자기긍정-타인부정 태도를 지닌 사람은 스트로크 결핍에 시달린다. 스트로크를 행해주는 사람이 옳은 범주에 들어갈 때에만 긍정적인 스트로크가 발생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틀린 사람이다. 따라서 긍정적인 스트로크가 전혀 없다.  81
4. 자기긍정-타인긍정(I'm ok-You're ok)  
처음 세 가지 태도를 형성하는 토대는 감정이다. 네 번째 태도를 형성하는 토대는 사고, 믿음 그리고 행동결과이다. 처음 세 가지는 '왜'와 관련이 있다. 네 번째 태도는 '왜 안돼?'와 관련이 있다.  82 
부정적인 태도를 극복하고 긍정적 태도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처음 세 가지 태도를 형성하게 된 원인인 어린시절의 비극적인 경험을 파헤치고 현재의 행동이 어떤 식으로 이런 태도를 영원히 굳히는지 입증하는 것이다. 
자기긍정-타인긍정은 감정이 아니라 태도임을 이해해야 한다. 현재 아무리 결심한다 해도 아이자아에 존재하는 부정적 기록은 지워지지 않는다.  85
자기긍정-타인긍정의 태도를 취하기로 결심했다고 해서 긍정적인 감정태도가 즉시 자리 잡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하지만 우리가 결심만 한다면 우리가 선택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방해하려는 낡은 기록이 재생되는 것을 방지할 수는 있다.  85-86

부모자아와 아이자아의 데이터는 과거의 데이터이다. 어른자아의 데이터는 외부의 현실을 반영한다.  88
어른자아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만이 인종위기가 자신의 행복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며, 어른자아만이 추가적인 데이터를 받아들일 수 있다. 어른자아만이 오예제도가 아주 나쁜 것이며, 흑인들이 시위를 일으킨 것은 물건 취급을 당한 굴욕감과 절망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 링컨의 말처럼 어른자아만이 '이미 죽어버린 과거의 원칙으로는 현재의 분란을 잠재우지 못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어른자아만이 '모든'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더 많은 데이터를 찾아볼 수 있다.  90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자신의 의지대로 변화할 수 있는 자유, 반복적인 자극과 새로운 자극에 대한 반응을 바꿀 수 있는 자유를 얻게 해주는 것이 교류분석의 목적이다.  92
교류분석의 치료목적은 변화의 자유를 되찾는 것이다. 부모자아와 아이자아에 어떤 데이터가 들어 잇는지 파악하고 이런 데이터가 현재의 교류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때 변화의 자유가 발생할 수있다. 또한 변화의 자유를 회복하려면 인간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진시, 다시 말해 '증거'를 얻어야 한다. 
변화의 자유를 얻으려면 '알 수 있는'분야뿐 아니라 확립되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탐구해야 한다. 그리고 어른자아의 또다른 기능인 확률 예측을 적절히 이용할 때에야 이런 탐구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  94
인간은 세 가지 요인 때문에 변화를 원한다.
첫째로는 크게 상처 입을 때이다.
둘째로 사람들은 천천히 다가오는 절망감. 다시말해 권태감이나 따분함을 느낄 때 변화를 원한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셋째로 자신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을 때 사람들은 변화를 원한다.  95-96

어른자아의 힘을 기르려면 무엇보다도 부모자아와 아이자아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잇어야 한다.  133
아리스토텔레스는 진정한 힘은 자제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어른자아의 힘은 부모자아와 아이자아의 반응을 제지하는 데 있다.
부모자아와 아이자아를 식별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내부의 대화를 모니터하는 것이다. 134
어른 자아의 힘을 기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기본적인 가치에 대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하는 것이다.  135
에리히 프롬은 '건설적인 성격(어른자아)을 가진 사람은 준다는 것에 대해 전혀 다르게 생각한다. 주는 것은 자신의 힘을 최고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는 무언가를 주는 것만으로도 내게 힘과 부와 권력이 잇음을 절감할 수 있다. 내 힘과 생명력을 최대한 실감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커다란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내게 넘쳐 흐르는 것을 베풀고 내가 살아 있음을 실감하기 때문에 나는 커다란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 더 큰 기쁨을 선사한다. 무언가를 준다는 것은 그 무언가를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 있음을 가장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자기긍정)'  137



















































































(138페이지는 어른자아를 기를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하여 6가지로 나누었는데,.. 나의기준으로 3가지로 압축한다.)
첫째, 신호를 파악하는 방법을 익힌다.(아이자아와 부모자아에 대한)
둘째, 현실과 분리하기 위한 시간을 마련한다.
셋째, 가치체계를 개발한다.  138

(그림27)
(a) 부분은 시대에 뒤떨어졌으며 검토되지 않은 부모자아 데이터로 인해 어른자아가 오염된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편견이다. 선입관.  141
(b) 부분은 아이자아에 의한 어른자아의 오염을 의미한다. 이것은 오래전에 겪었던 감정이나 경험을 현재도 겪고 있는 것처럼 착각할 때 발생하는 오염이다. 망상과 환각이다. 망상은 두려움 때문에 발생한다.  142
환각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발생한다.
'배타' - 배타는 위협적인 상황에 닥쳤을 때 개인이 계속 유지하는 정형적이고 예측 가능한 태도를 의미한다. 각각의 다른 두 가지를 보완하지 못하고 서로 완전히 배타적으로 굴 때 불변의 부모자아, 불변의 어른자아, 불변의 아이자아가 만들어지게 된다.  143


즐길줄 모르는 사람 (그림28)



어른자아가 아이자아에 완전히 오염되어서 부모자아를 차단한 사람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진짜 부모나 부모 역할을 한 사람이 매우 잔인하고 무섭게 굴었을 때, 또는 이와 정반대로 부모가 아이의 응석을 있는 대로 다 받아 주었을 때 이런 상태에 빠지기 쉽다.  146
자신이 붙잡힐 것인지 아닌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 다른 사람이 얼마나 고통받을지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147




양심이 없는 사람 (그림29)

어른자아가 완전히 차단된 사람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정신질환자이다. 그들은 어른자아가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감각이 전혀 없다.  148











황금률이 적절한 안내지침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그 이상이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대부분의 가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는 그것을 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충분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268
의미치료를 창시한 빅터 프랭클은 오늘날 젊은이들의 절망에 대해 논하면서 그들은 소위 실존적 공허(existential vacuum)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실존적 공허 속에서 각각의 개인은 자신만이 우주의 중심이므로 아무리 합리적인 주장일지라도 자신을 '배제한 체'행해지는 주장을 일체 부인한다. 이런 실존적 공허에서는 주관적인 도덕성만이 존재한다.  270
객관적인 도덕질서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도덕질서란 자신의 판단에 의해서든 아니면 다른 사람의 판단에 의해서든 어떤 사람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 때 그의 잘잘못을 가릴 수 잇게 해주는 수단을 의미한다.  271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이냐는 질문에 존스 홉킨스 대학교 정신과 교수 제롬 프랭크 박사는 '우리 인간은 가끔씩만 합리적으로 굽니다. 저는 우리 인간이 떠안고 있는 아주 많은 두려움과 감정적 긴장이 명확한 사고를 방해한다고 생각합니다.'  306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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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여름쯤 한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다가 그렇게 눈에 잘 띄는 곳이 아닌 자리에서 이 책을 발견한 적이 있다. 
가족수업이란 제목이 괜히 호기심을 자극하여 폰으로 표지를 찍어서 도서관에 희망비치도서로 신청하였다.
그 이후에도 서점에서 지나가면서 이 책의 표지를  보았고, 자꾸 눈에 띄는 것을 보니 더욱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럼에도 이후에 잊고 있던 책이다.
도서관에서 미리 대출준비를 한 책들을 찾다가 발견한 이 책은 바로 대출목록에서 한 권을 지우고 빌려서 읽게 되었다.

강학중 박사는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들은 대부분이 잘알거나 이름정도는 들어봤을 그런 사람이다.
나 역시 이분의 강의를 들어본 적이 몇 차례가 있었다.

대한민국 최도 가정경영전문가인 저자는 부부가 가족의 행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아니 꼭 해야만 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특히 집중한 장은 '2장 가족의 행복을 만드는 대화법'과 '4장 부부가 함께 배워야 할 자녀 사랑의 지혜' 였다.
책 내용 전체를 통해서 보면 97%는 누구나 들어봄직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그렇기에 혹자는 책을 보면서 당연한 말을 다시 반복하는 구나 싶을지 모르지만, 인생은 지름길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진리에 비추어 볼때 복습을 하면서 조금은 더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보든지, 이것 하나만큼은 나도 해보자고 결심을 하게되든지, 특정한 것을 자신이 하기위해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보든지, 어떠한 것을 하든 자신이 하나라도 더 해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용중에 간단한 실제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기에 누구나 따라해 봐도 좋을 그러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었다.
책을 덮으면서 든 결론은 '소통'이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의 내용은 모두 소통을 연결하고 있었다. 그 소통이 뭐기에 이렇게나 긴 페이들을 장식해야 하는걸까...
혼자서만 살지 않는 이상 우리는 누군가와 늘 소통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디에서도 소통을 배우지는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소통이라는 학문을 개설하여 대학에서라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시대가 급변하는 만큼 더욱 철학적 사유가 매우 중요하다.
소통은 과연 무엇이며, 소통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프롤로그
행복한 가정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절대 포기하지 말고 끊임없이 인내하고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행복한 가정입니다.  4
가족의 행복은 경제적 안정이나 사회적 성공을 위해 미뤄둘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6
정말 행복하려면 책을 읽는 것이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현재 자신에게, 가족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하다보면 답은 자신에게서 나올것이다.
혹 너무 많거나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도 나오지 않는다면 그땐 책을 통해서 찾아야 할 것이다. 기억하라. 책 고르고 책 찾는것도 쉬운일은 아니다. 수많은 책들 속에서 찾아야 하고 그것들을 한 두 권이 아니라 많이 많이 읽어야 할 지도 모른다...
결론은 자신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고민하는 것이다. 


1장 우리가 알아야 할 '가족'의 모든 것
머리로는 가장 큰 힘과 의지가 되는 것이 가족이라고 믿고 있지만, 그런 가족도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좌절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맞벌이를 하며 두 아들을 키우는데도 육아와 가사를 전혀 도와주지 않는 남편이 있는가 하면, 실직 이후 가족에게 외면당하는 가장도 있고, 날마다 가계부를 검사하고 잔돈 지출까지 일일이 보고를 받는 짠돌이 남편도 있다. 학교를 그만두고 가수가 되겠다며 가출해버린 사춘기 자녀를 둔 가정도, 세딸이 모두 이혼을 하고 친정으로 돌아온 가정도 '즐거운 우리 집'은 아니다. 맏며느리를 종 부리듯 막 대하는 시부모, 무식하고 가난한 부모를 무시하고 이용하려고만 하는 자식들, 너무나 많은 가족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고토을 외면하고,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끼게 한다.  19
우리는 흔히 사랑하는 사람과 겨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행복한 가정이 저절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일 뿐이다. 
'어떻게 하면 이놈의 지긋지긋한 집구석을 벗어날까' 기회만 노리는 가족이 생각보다 많다.  20
노력에는 게으르기 때문이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 ,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고 막연하게 대답하지 말고, 가족의 행복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돌이켜 보자.  21
신혼집도, 살림살이도 길게 써야 10년이면 수명이 다한다. 그러나 마음의 준비는 그 싹이 튼튼해야 결혼 생활 50년 동안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법이다.  23
'함께'이룬 가정이니 그 행복 역시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24

행복한 가족의 공통점1 - 매일매일 감사와 사랑을 표현한다.
순간을 감사하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너그러움.
행복한 가족의 공통점2 - 문제 해결 능력이 있다.
"저하고 같이 안 살아봐서 그런 말씀 하시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아무런 갈등 없이 사는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길 때마다 그것을 잘 푸는 방법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찾기 위해 고민한다.
행복한 가족의 공통점3 - 대화를 많이 하고 말이 통한다.
부모는 자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하며, 자녀 역시 부모가 자신의 속마음을 얘기할 수 있도록 경청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31
상대방이 뭔가 말하고자 할 때 그것을 끝까지, 차분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가족 간에 생길 수 있는 오해와 갈등은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32
행복한 가족의 공통점4 - 함께하는 시간을 즐긴다.
중요한 것은 함께 활동을 하는 시간의 양이나 들이는 비용이 아니라 서로가 함께하는 도안 얼마나 유대감을 느끼며 즐기느냐이다.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질인 것이다.  33
행복한 가족의 공통점5 - 서로에게 헌신한다.
'사랑의 삼각형 이론' -> 친밀감, 열정, 헌신  34
행복한 가족은 서로를 위해 헌신하는 것을 즐거워하며, 크고 작은 희생과 배려를 통해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
요즘처럼 이혼이 흔하고 가족 해체가 빈번할수록 헌신은 우리가 가장 먼저 회복해야 할 덕목이다.  35
행복한 가족의 공통점6 - 가족 공통의 가치관이 있다.
가족 내에도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가치관을 진지하게 살펴 나와 같은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혼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36
가족 공동의 가치관은 건강한 것이라야 한다.  37
행복한 가족의 공통점7 - 웃음이 넘친다.
유머는 사람의 마음을 여는 열쇠이다.  37
얼마나 센스 있게 잘하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38

가족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39

목표 설정은 경영의 시작이며 완성이다. 
양적, 질적 목표를 수렴하기 위해 수많은 회의와 조정을 거쳐 합의를 도출해낸다.
목표는 다시 연간 목표와 분기 목표, 월별 목표 등으로 나누어지며, 목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갖가지 전략들이 등장한다.
의식을 북돋우고, 수시로 목표를 점검하여 수정, 보완하거나 달성 못할시 협의를 통해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기도 한다.
목표 관리는 기업의 생존근거가 되며, 조직의 발전을 이끄는 견인차이다.  45

오늘의 작은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 내일의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소박한 진리.  52
사람은 누구나 '내가 가장 고단하고 힘들다'고 생각한다. 또 자신이 아직 겪어보지 않은 단계의 문제를 과소평가하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성장, 발달에 따라 각기 다른 과업을 부여받으며, 가족 역시 그 생활 주기에 따른 과제를 부여받게 된다. 
그때그때 짊어져야 하는 짐이 있고, 치러야 하는 대가가 있을 뿐이다.  53
사람은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부모가 효과적인 공부방법을 알아야 아이의 안정적인 성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고, 아이의 도덕성이나 창의성, 리더십 모두 부모가 뜻을 갖고 지도해야 이끌어갈 수 있다.  54
나의 노력을 얘기할 때는 상대방의 노력을 먼저 살피고, 상대방의 무능함으로 탓하기 전에 자신의 역할을 돌아봐야 한다.
남녀 간의 차이점을 알면 그 동안 이상하게만 여겨오던 배우자의 행동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되고, 성장기 아이의 발달단계별 특징을 알면 매를 들었음 직한 일도 너그럽게 웃으면서 넘길 수 있게 된다. 안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55
사랑만 앞세우고 지혜가 부족하면 인생에 상처를 내게 된다.  56
중요한 것은 모든 일에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57

진정한 부자는 자신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어떻게 하면 알차고 즐겁게 보낼까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는 것.  66

가족 간의 문제에 천재지변은 없다. 모든 문제가 조금씩 징후를 보이며 커지다 한계점에 이르면 폭발하는 것.  70
예방할 기회는 수시로 주어진다.  71

가족 간의 문제라고 해서 가족 내에서만 싸안고 병들어갈 게 아니라 솔직하게 드러내놓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81


2장 가족의 행복을 만드는 대화법
대화가 모든 관계의 기본이다.  87
방속국 아나운서들이 유리병에 밥풀을 담은 뒤 한쪽에는 날마다 '사라앻', '고마워' 같은 긍정적인 말을 해주고, 다른 한쪽에는 '바보', '멍청이' 같은 부정적인 말을 하는 실험을 했다. 며칠 뒤 놀랍게도 앞의 밥풀에는 구수한 냄새가 나는 깨끗한 곰팡이가 핀 반면, 뒤의 밥풀에는 썩은 내가 진동하는 시커먼 곰팡이가 핀 것이 아닌가, 실험에 참여한 아나운서들조차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이후 아나운서실에서는 긍정적인 말 사용하기 캠페인을 벌였다고 한다.  88
남태평양 솔로몬 군도의 작은 마응ㄹ에서는 아주 ㄱ별한 방법으로 나무를 밴다고 한다. 도끼나 톱 같은 어떤 도구도 사용하지 않고 손 하나 대지 않은 채 나무를 쓰러뜨리는 방법인데, 나무 앞에서 큰리로 한 달 정도 고함을 지르다 보면 사람 키보다 큰 나무가 저절로 쓰러진다는 것이다. 반복적인 고함이 생명을 죽이는 셈이다.  89
말이 얼마나 무서운 힘을 갖고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 곧 지혜로운 사람이다. 
아무리 홧김이라고는 하지만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는 법이다.  89
대화를 가로막는 외적 요인을 꼽아보자면 과다한 업무, 바쁜 일과, 피로, TV나 인터넷, 어린 자녀의 약육이나 연로한 부모의 봉양, 그리고 제3자의 개입이나 수직적인 가족 관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외적 요인들은 주로 대화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경우와 경직된 가족 관계에서 비롯.
가족 간 대화는 부드러운 가족 관계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92
대화 단절 상태가 되면 해결책을 모색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93
대화는 좋은 말로 상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의견을 구하고 들으며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부부의 대화는 일심동체보다 동상이몽일 때가 많다.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도사리고 있을 때는 그 어떤 대화의 기술도 소용이 없다.  95
반대로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태도 역시 대화의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대화의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친밀감을 쌓는 것이다.  96
평소작은 일에라도 긍정적인 감정과 우호적인 관계를 조금씩 저금해두면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조금씩 빼먹어도 여전히 두둑한 잔고가 남는 법이다.
대화는 준비를 통해... 무엇에 대해서 얘기를 할 것인지, 언제 어디에서 대화를 나눌 것인지 미리 생각해두고, 상대방의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두는 것이 좋다.  98
진심은 있지만 대화 기술이 부족해도 오해가 생기는 법이다.  99

해법은 대부분 그들의 말 속에 있으며, 내담자들 역시 속에 있는 말을 모두 털어놓는 와중에 스스로 답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00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말만 하면서도 자신은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편이라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관대한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남의 말을 경청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대단한 인내심과 연습, 끊임없는 노력이 없으면 습득하기 어려운 기술이자 태도가 경청이다.  
먼저 말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102
경청의 기본자세는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상대방에게 온전히 집중하여 듣는 것이다.  103
공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건네는 충고나 지적에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104
상대방의 마음과 생각에 공감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경청이 대단한 인내심과 고도의 집중력, 그리고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105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조언을 해주고 싶은 욕구, 가르쳐주고 싶은 욕구, 성급하게 끼어들고 싶은 욕구, 안심시켜주고 싶은 욕구,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은 욕구,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싶은 욕구.  105
어떤 마음인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먼저 충분히 들어주어야 한다.  106
감정적으로 반응하기에 앞서 크게 한번 심호흡을 해보자. 화를 내는 이면에 뭐가 있을까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107
불필요한 오해를 받거나 사실과 전혀 다른 비난을 받았을 때는 단호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고 틀린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  109
상대방이 나를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의 관계는 호전된다.  110
함께 느껴보자.  111

마셜 로젠버그 박사의 비폭력 대화 모델은 '관찰 - 느낌 - 욕구(필요) - 부탁(요청)'의 4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야, 도대체 이게 뭐야? 이건 완전 돼지우리네! 너는 손이 없냐, 발이 없냐? 말만 한 계집애가 자기 방 청소도 하나 못하고 ...... 이거 빨리 안 치워!"
--> "희진아, 브래지어는 저기 침대 위에 있고, 양말은 책상 밑에, 교복은 또 의자 위에 걸쳐져 있네(관찰), 저런 걸 보면 엄만 막 짜증이 나고 화가나(느낌). 우리 딸이 적어도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주기를 바라거든(욕구). 희진아, 너보고 빨래를 하라는 게 아니라 빨래를 빨래통에 넣어만 주면 좋겠어(부탁)"  114

1단계 관찰 - 있는 사실만 그대로 표현한다.
객관적인 사실만 있는 그대로 얘기하면 된다.  115
2단계 느낌 - 생각이나 가치판단을 빼고 느낌만 말한다.
느낌을 표현하는 어휘를 늘려나가는 것도 자신의 느낌을 정확하게 읽고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  117
3단계 욕구 - 느낌과 더불어 욕구를 표현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습관적으로 다른 사람을 비난한다.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욕구는 느낌과 연결하여 표현하면 효과적으로 전달 할 수 있다.  118
4단계 부탁 - 명령이나 지시보다 완곡하게 부탁한다.
부탁은 실천 가능한 것을 구체적이고 긍정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119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부족하면 상대가 나를 조종하려 들거나 실험 대상을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불쾌할 수 있기 때문에 대화를 할 때는 항상 진심을 담아서 해야 한다.  121
연습하고 또 연습하라.  122

상대가 마음에 걸리는 말을 하면 그 말이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그 진의를 먼저 물어보는 것이 좋다. 의도를 자칫 잘못 해석해서 오해를 하면 상대방이 공격할 수 있는 빌미만 제공하기 때문이다.  125
가족 간에도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면서 얘기를 해야 나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법이다.  126
조심스러운 서두는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자신의 뜻을 전달하고자 할 때는 바로 요점만 말하는 것이 좋다.  127

부부회담
사전에 회담 날짜와 장소, 의제를 합의해야 한다.
1시간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모호하고 거창한 주제보다는 구체적인 토픽이 바람직하다.  133

10&10
10분씩 각자 편지를 쓰고 그 편지를 교환해서 읽어본 다음, 10분간 대화를 나누는 방법이다.
주제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좁히는 것이 좋다.

가족간 식사 대화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할 때는 나무라고 지적하고 불평하는 부정적인 얘기는 가능한 한 삼가도록 한다. 오늘 하루 지낸이야기, 칭찬이나 격려할 일 등 밝고 즐거운 이야기를 화제에 올리는 것이 좋다.  136

칭찬회의
칭찬 카드에 적는다. 가능하면 많이 적는 것이 이 활동의 포인트이다.
본인이 본인의 칭찬을 생략하면 안 된다.  137

첫 마디 법칙
가족끼리 만났을 때 건네는 첫 마디는 항상 반가운 인사, 칭찬, 인정, 격려가 담긴 따뜻한 말로 시작을 하자는 것이 '첫 마디 법칙'이다.  138

척도 질문
예를 들어 몸이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은 상태를 100점, 전혀 아프지 않은 상태를 0점이라 하자.  139

가족 퀴즈 대회
자신에 대해 이것만큼은 가족이 알고 있었으면 하는 내용을 다섯 문제 또는 열 문제 정도 출제한다.  141

다양한 수단
편지, 쪽지, 화상전화, 이메일, 문자 메시지 등.....


3장 가족을 위한 부부 사랑의 기술
부부란 그렇게,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서로의 생활을 다듬고 관리하고 빛내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149

바람직한 부부 문화를 만드는 요소1 - 배우자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마음
사람은 누구나 부족하다. 하지만 자신의 부족한 점은 잘 깨닫지 못하는 반면 타인의 결점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51
새 차를 구입해도, 하다못해 신발을 한 켤레 사도 길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고, 이사를 해도 적응하는간이 필요한 법이다. 하물며 사람의 관계야 말해 뭐하겠는가, 아무리 사랑하고 연애를 오래 한 사이라고 해도 부부로서 함께 사는 데는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성격적인 적응이 중요한데, 누구든지 자신의 성격적인 약점을 지적받으면 본능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152
바람직한 부부 문화를 만드는 요소2 - 배우자를 위해 매일 행동하는 실천력
배우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원하는 것을 정말 필요로 할 때 주어야 투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154
바람직한 부부 문화를 만드는 요소3 - 배우자에 대한 절대적 믿음 지키기
바람직한 부부 문화를 만드는 요소4 - 부부의 팀워크
부부란 한 팀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에너지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서로를 비난하고 성처를 주면서 에너지를 다 소진해버릴 수 있다.
부부는 한팀이라는 생각을 갖기 위해서는 대화를 통해 두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어떤 삶인지, 무엇을 가장 큰 가치로 여기는지를 공유하고 나의 꿈, 당신의 목표가 아니라 부부 공동의 목표와꿈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꿈이나 목표를 방해하는 것을 과감하게 정리하는데 모든 힘을 쏟아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159
바람직한 부부 문화를 만드는 요소5 - 이혼은 절대 안 된다는 정신


4장 부부가 함께 배워야 할 자녀 사라의 지혜
부모력  211
우리 부부의 자녀 교육 목표 세 가지
1. 성인이 되었을 때 부모에게 의지하거나 손 벌리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삶을 스스로 꾸려갈 수 있도록 독립심 길러주기
2. 누구와도 잘 어울려 살 수 있는 원만한 성격으로 키우기
3. 아이들이 정말 하고 싶어하고,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찾아주기
공부를 시킬 때도 목적이 분명해야 오류에 빠지지 않는다.  214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에 부부가 합의 했다고 하더라도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어 다투는  경우가 많다.  215
자녀 교육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부가 끊임없이 상의하고 의견 차를 좁히면서 노선을 통일해나가야 하며, 자녀에게 일관성 있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218
공부나 성적, 영어나 유학도 좋지만 자녀의 20-30년 후를 생각하며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그럼 자녀들의 행복에 직결되는, 정말 중요한 것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220
건강과 안전이 우선, 돈쓰는법 제대로 가르치기, 건가을 지켜주는 습관들, 책 읽는 습관 심어주기, 숨은 재능 찾아주기 ...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것'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진득하게 앉아 있지 못하면 절대 공부를 잘할 수 없다. 
책상에 앉는 습관부터 길러 주어야 한다.  234
자녀가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집안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  236

공주족은 '공부하는 주부'라는 뜻이고 샐러던트는 '공부하는 샐러리맨'을 말한다.
평생교육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  240

'결혼과 가족'이라는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나는 배우자를 선택할 때 성숙한 사람을 골라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덧붙여 심리적·정서적·도덕적으로 성숙한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독립한 '어른'을 만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260

책임감이란 자신의 선택과 결정을 토애 다양한 경험을 한 뒤에야 얻을 수 있는 복잡하고도 값진 기술이다.  267

자녀가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시기를 서로 상의하여 미리 정하는 것이 좋다.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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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하다. 즐겁다. 난감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 중에 강력한 느낌들이다.

630일간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국내나 일본이나 대만같은 나라들에서 자전거
여행자들은 간간이 볼 수 있었고,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런데 아메리카 .. 
북아메리카도 놀라운데 중앙 그리고 남아메리카를 자전거로 돌았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고도 난감하다.

그 험한 나라들에서 자전거로 다닌다는것 자체가 익사이팅하다..
그에 더해 이미 블로그에서 유명하고 그로인해 책으로 출간되었다.

나는 글을 읽고 사진을 보면서 그의 자유로움에 감탄을 했다. 그리고 그의 무모함에 박수를 쳐댔다.. 나는 저 나이에 여행에 빠지긴 했어도 저만큼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사진을 보며 일본삘이 난다고 생각을 했는데..'오타쿠'라고나 할까...

나로서는 그가 동경의 대상으로 남았다.. 지금이라도 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세상에 때를 그대로 뭍혀두고 있다고 핑계를 대고 있다.
아니 내 나이 20대 후반때에도 저정도의 생각과 실행력은 없었었다.. 나는 걱정이 앞섰고, 이것저것 안될 수 밖에 없는 핑계를 대고 있었다..그러기에 그가 동경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 

여행중독자.. 그를 표현하기에 가장 맞는 표현이리라.
그는 여행중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소통으로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을 보면 알게 되기도 하지만 내용이 없이 사진들만 보아도 그의 소통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그의 글은 편하게 읽힌다... 지식인이라 칭하는 이들의 난해한 표현은 전혀 없다. 그러기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또한 그만큼 그림을 더 그려볼 수도 있다.
이글을 보면서 나도 이만큼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없으리라 생각은 되지만 그에 반해 그의 열정에 감복하고 그의 열정을 따르는 사람은 꽤나 있으리라 생각이 된다.
그의 하루하루들을 읽으며 즐거운일 고마운일 안타까운일 아픈일 화나는일 까지 모두 보면서 그와 공감하고 그와 함께할 수 있다.

그는 에필로그에서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내 여행기를 읽고 감동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정말 큰 감동을 받은 이는 바로 나였다. ...나는 다시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내가 보지 못한 세상을 찾아서, ㄱ리고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기 위해서.  
내 인생 최고의 게임을 조금 더 즐기고 싶다.'

떠나려는 용기가 부족한 사람들은 이 말을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간접 경험만으로는 절대 진정한 감동을 느낄 수 없기에.. 그것에서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앎을 알 수 없기에..(물론 떠나지 않는다고 앎을 모른다는건 아니다.. 그것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여행은 공감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아량을 키워준다. 
여행은 진정한 용기를 카르쳐준다.
여행은 세상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을 준다.
여행은 어떠한 것도 견딜 수 있는 힘을 준다.
여행은 세세한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
.
.
여행은 나를 키워주는 가장 큰 스승이다.

그의 마지막 페이지의 말처럼 '떠나지 않으면 청춘이 아니다.'
나는 그의 이 표현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표현을 떠올린다.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진정한 청춘일지도 모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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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이라는 부제로 책이 출간되었다. 
강창래 씨가 박웅현ECD(Executive Creative Director) 와의 인터뷰와 박ECD의 강의들을 듣고 글을 적어 나갔다.
둘다 인문에 대한 믿음과 통찰로 잘 통한듯하고 그들의 생각에 공감도 하며, 재밌게 글을 읽었다.
당신도 이 내용들에 자신만의 글을 달아 보라... 재밌을 것이다.




프롤로그
이 책의 목적은 '박웅현이 가진 창의성의 비밀'을 캐내는 것이다. 16

창의성의 원천 가운데 하나가 인문학적인 소양이고, 그것은 좋은 책잘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다. 17

<보보스> '고대 그리스 용어인 메티스는 실천적인 지식이나 수완 혹은 육감적인 능력같은 것이다....메티스를 얻으려면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이해심으로 보아야 한다. 자세하게 관찰해서 사물의 실제적인 현상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과정에 대한, 사물의 상호관계에 대한 감각을 길러야 한다. 이것은 이론이 아닌 행동으로 배워야 한다.' 19

책을 가장 잘 읽는 방법도 읽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19

보보스의 시대에는 조직이 아니라 개인이 중요하고, 강압이 아니라 자발 적인 참여가 중요하고, 시스템이 아니라 관계가 중요하다.  21

1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

감동은 특별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가진 이타적인 유전자 때문이라고 말한다. 26

오늘날 모든 리더들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어야 할 겁니다. 31

박웅현은 소통(communication)에 대해 '수신자 → 메시지 → 발신자'의 경로가 맞다고 한다.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발신자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고 되질 않는다. 수신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소통이 쉬워진다. 36

2부 광고, 잘 말해진 진실

현대적인 광고는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라 참여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46
<광고, 욕망의 연금술> 377-378쪽 '사라고 설득할 필요가 없다. 다만 대중과 이야기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상품의 철학을 판다.' 48
광고는  한 기업이 그 시대와 사회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49
어떤 광고가 성공한다면 그 사회가 그 광고의 메시지에 공감한 것입니다. 72

우리는 자주, 잘못된 본질은 두고 그 잘못된 본질의 현상을 희생양으로 삼습니다. 73

박웅현은 "사실 광고는 잘 말해진 진실입니다. 진실이 아니면 그처럼 사회적인 호응을 크게 얻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문학적인 소양이 필요하고, 통찰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74

부시는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까지도 알코올 중독자였습니다. 그것을 알게 된 한 기자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당신이 20대 때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적이 있다. 그것에 대해 할 말이 있느냐? 한국의 정치인이라면 아마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실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83


3부 창의성의 비밀
확산적인 사고력을 가진 아이는 아이큐가 낮을지 모른다... 창의성에는 정답이 없다... 그러니 어떤 생각이, 또는 어떤 생각의 결과물이 창의적인지 아닌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를 규정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109


창의성은 새로운 시선 찾기다. 
사람들은 자기가 보는 것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듣는다. 117
눈은 생각만큼 외부의 정보만으로 이미지를 만들지 않는다. 외부만큼이나 내부의 지배를 받는다 . 우리는 현실에 고정관념을 버무려서 만든 상상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118


창의력은 직관에서 나온다.
창의적인 사고의 시작은 느낌에서 온다. 122
아인슈타인도 창의성은 "면밀한 의도나 계획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123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건 없습니다. 뭘 하든 안테나를 세우고 '잘' 하면 됩니다.... 책을 읽더라도 '잘 읽어야' 합니다. 잘 읽지 않으면 책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으니까요. 126

창의력은 경탄에서 나온다. 자주 경탄할수록 더 많은 창의력이 생긴다. "저는 제가 나를 놀라게 만들고 싶습니다." 133

"나를 놀라게 해봐!(Astonish me!) 언제나 이 말을 떠올리게. 그러면 자네가 하는 모든 일은 창의적인 것이 될 걸세."

스티브 제이 굴드는 <인간에 대한 오해(The Mismeasure of  Man)>에서 아이큐는 미국에서 발명된 것이라고 말한다. 단서는 프랑스 심리학자 알프레드 비네가 만들었지만 미국으로 건너가 완전히 다른 것이 되었다는 말이다. 
비네는 자신의 테스트 방법을 이용할 때 새겨야 할 점으로 세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수치는 어떤 지능이론도 뒷받침하지 않는다. 그러니 인간의 지능과 같은 어떤 실체의 우수성을 재는 도구로 쓰일 수 없다. 
둘째, 이 테스트는 지체아들이나 학습불능아들을 식별하기 위한 조잡하고 경험적인 지침이다. 
셋째,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찾아내면 훈련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선천적 무능을 나타내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
그러나 비네의 아이디어는 미국으로 건너가 유전적 결정론과 사회적 서열화에 쓰이는 척도가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늘날 쓰이는 아이큐는 미국산이라는 것이다. 140

우리는 지능이라 불리는 것을 측정하는 법을 안다. 하지만 무엇이 측정되는지는 알지 못한다. 143

천재성은 그들의 한 부분, 그것도 아주 작은 한 부분일 것이다. ..우리에게도 그 정도의 작은 천재성 정도는 있을 법하지 않은가?
천재성은 천재적인 영감이 아니었다. 자기에 대한 철저한 믿음과 그것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힘이었다. 그런 천재성이라면 우리에게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146

메모는 기억하지 않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억하기위한 것이다. 150

인문학적이라는 말은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가치지향적이라는 뜻 153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란 모든 장식이나 가교, 각색을 최소화하고 본질만을 보여줌으로써 표현된 것과 실제와의 차이를 최소화하려는 생각이다. 177

현실은 냉정해요. 기업은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업의 입장입니다. 대중들은 자기가 알고 싶은 것 말고는 관심이 없어요. 181

하나의 목적에 자신의 온 힘과 정신을 다해 몰두하는 사람만이 진정 탁월한 사람이다. 이런 까닭에 탁월해지는 데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요구된다. <e=mc2> 185

박웅현의 광고를 보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모두 '우리'다... 차이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영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189

천재나 영웅은 보통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일 뿐이다. 그리고 세상은 보통 사람들이 바꾸어 나가는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190


광고에 생활을 담지 않으면 무엇을 담는단 말인가! 일상생활은 창의성의 보고(寶庫)다. 196

특별한 기술이나 특별한 재료를 쓰지 않고도 설득력 있는 광고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창의력의 힘이 아니겠는가. 200

창의성도 상황과 맥락을 고려할 때 제대로 느낄 수 있다. 201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 아직 나 있지 않은 길을 가서 길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창의성은 새로운 길을 내는 것이다. 가끔 절벽을 만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새로운 길을 찾으려면 그런 위험을 무릅쓰는 수밖에 없다. 
"아무런 위험부담을 지지 않으면 모든 것이 위험해진다." 추락하고 날개가 꺾이더라도 날개를 펴서 날아보아야 한다. 207

인문학적인 차으이력을 키우는 방법은? 박웅현의 말처럼 "책을 잘 읽는 수밖에 없죠, 뭐." 220

4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절묘한 조합이 맛난 창의성을 만들어 준다. 그 절묘한 조합은 그때그때 다르다. 225

최선을 다해 결정하고, 결정한 일은 더 이상의 대안이 없는 것처럼 집중한다. 설사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해도 좋은 결과를 이우러 옳은 결정이 될 수 있도록. 254

행운은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도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저는 '준비'를 하겠다고 생각하고 해본 적은 거의 없어요. 제가 가진 문화적이 ㄴ갈증이 독서와 음악, 미술, 영화로 이끌었던 것이고 영어 공부는 <타임>지 같은 새로운 문화의 접점을 잃고 싶지 않아서 계속했을 따름입니다. 255

저는 제가 생각한 방향이 옳다고 생각하면 그 방향대로 만들어내기 위해 극단적인 상황까지도 각오하고 광고주를 설득하려고 합니다. 그러지 못하고 합리적이지 않은 요구와 타협하게 되면 좋은 결과를 얻기는 어렵지요. 259

저는 일단 선택하고 나면 그것이 옳은 것이 되도록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260

박웅현은 꼭 윤리적이거나 사회적으로 옳은 광고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잇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기업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생각뿐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가치지향적인 광고를 만들어 낸다. 267



wn1 - 인문학적인 소양은 창의성의 원천이며, 이것을 좋은 책을 잘 읽음으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잘 읽는 것은 읽으며 느낄 수 있어야 하고, 공감하며, 본질을 꿰어, 경탄할 수 있다면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어 창의성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글로 표현하면 꾀나 많아보일 수 있으나 그렇지만은 않다.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것은 늘 생각하게 마련이고, 모든것을 그것과 연결하기도 하는데, 이러면서 창의적인 것은 나오게 되는것이다.
여기에 더해 인문학적인 책을 읽으면 사람에 대한 통찰력이 더욱 배가 되기에 많은 도움을 얻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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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정계에 입문한 정치인이 있었다. 그에게는 재주가 뛰어난 조각가 친구가 있었는데, 친구의 손을 거쳐 다시 태어나는 돌은 하나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생동감이 있었기에 사람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 정치인은 오랫동안 조각가 친구를 잊고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가 생각나 그 친구를 찾아갔다. 소문으로는 여전히 시골에 묻혀서 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오랜만이네, 친구. 그동안 내가 너무 소홀했지?'

'아닐세. 바쁜 사람이 여기까지 오다니 정말 반갑네.'

'요즘 정세도 시끄럽고, 머리도 식힐 겸 찾아왔네. 자네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공기 좋은 곳에서 세상 시름을 잊고 싶어서 말일세.'

조각가는 친구와 담소를 나눈 후 하던 일을 계속했다. 하늘에서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있었지만 조각가는 쉴 새 없이 돌을 가다듬었다. 아무 형체가 없던 돌은 조금씩 모양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조각가의 이마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지만 그는 그것도 의식하지 못한 채 집중해서 열심히 돌을 쪼았다.

어느새 해가 기울자 조각가가 온종일 심혈을 기울여 매달렸던 돌이 뚜렷한 형체를 드러냈다. 그야말로 흔하디흔한 돌덩이에서 예술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야, 대단한걸. 자네는 이 돌을 하나의 생명력 있는 물체로 만들어냈네. 정말 부러워. 나도 자네처럼 이런 좋은 기술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들의 마음을 나의 바람에 맞게 정교하게 만들 수 있도록 말야.'

조각가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했다.

'자네의 그 바람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닐세.
내가 돌을 대할 때 무릎을 꿇는 것처럼 자네도 사람을 대할 때 그런 자세로만 대하면 되는 것일세.' 

          
                                         (박성철, ‘가장 소중한 사람, 나에게 선물하는 책’ 중에서)

 

wn1 - 무릎을 꿇는 마음... 자세..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가장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요.. 실제로 무릎을 꿇는 다면 어쩌면 더욱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스스로 상대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마음가짐으로 사람을 대한다면 소통이 필요한 시대에서 올바른 해결점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거나 무릎을 꿇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문턱이 낮으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여야 하고.. 걸어가는 길에 나무가 가지를 내리고 있으면 고개를 자연스럽게 숙이고 지나가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 문화는 어려운 어른일수록 그리고 처음뵐 때는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고 앉도록 배웠습니다..
그런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사람들을 대할 때 그러한 자연스러운 마음가짐을 속으로라도 한 번 더 새악하고 만난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데 정말 좋을 것입니다.

물론 말이야 쉽지 .. 실제로 그렇게 쉽나요...맞습니다.
그러기에 남들보다 한번이라도 더 마음을 먹는다면 조금씩 더 나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한 번 더 생각하는것이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생각하고 만났지만 소통이 잘 안되더라도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돌이켜 보면서 이유나 잘못된 것을 찾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을것이기에 더욱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하나만 기억합시다.. '누굴 만나든 ..만나기 직전에 무릎을 꿇는 자세로 사람을 대하자'하는 마음 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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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시원한 소통을 위한 10가지 법칙


1. 미국의 앰뷸런스를 기억해라


미국의 응급차는 ‘ambulance’란 말을 옆구리에는 제대로 써 놓았지만 앞 범퍼에는 뒤집어 놓았다. 앞선 차량은 백미러를 통해 뒤에 사물을 인식한다. 앞선 차량에 대한 배려, 즉 소비자 중심의 철학 때문이다. 소통이란 무릇 화자(話者) 중심이 아닌 청자(聽者) 중심이 기본이다.


2. 디즈니랜드처럼 재미있게 해라


뻔한 이야기는 귀머거리만 만든다. 펀(fun)한 이야기를 해야 귀가 열린다. 같은 표현이라도 재미나게 해라. 인삼을 ‘조선시대의 반도체’라 하고 껌을 ‘입속의 애인’이라 하면 다르게 들린다. 법정용어 같은 딱딱한 말 보다 시골 할아버지의 구수한 입답이 오래 기억된다. 소통은 뻔뻔한 이야기 보다 펀펀(fun fun)한 이야기를 하는데서 뚫린다.


3. 식당 아줌마처럼 아부해라


서당훈장의 훈계를 좋아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미 대통령이었던 레이건은 말했다. “미 국민들의 지혜를 믿었을 때 저는 한 번도 실패한 일이 없었습니다.” 고품격의 아부는 밥맛나게 한다. 삶을 윤택하게 해 주는 보약과 같다. 작은 것 하나라도 칭찬해라. 칭찬에 삐진 사람 없다.


4. 뱀 장수(약장수)의 말을 써라


선생의 말보다는 뱀 장수의 말이 약발(?)이 먹힌다. 왜? 정답을 가르치기 위해 설명하려는 선생과 달리 뱀 장수는 신념을 전달하기 위해 설득한다. 설명은 논리에 의존하지만 설득은 감성을 터치한다. 교사가 되지 말고 카운슬러가 되라는 말의 핵심은 ‘감정이입(empathy)’에 있다.


5.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아라


권투선수 알리는 말했다. 나의 승리의 반은 주먹이었고 반은 말이었다. 말하려 하지 말고 그림을 그려 주어라. 모던 시대는 말에 근거(word-based)하지만 포스트모던 시대는 이미지 지향적(image-driven)세계다. 그림을 그리듯 말해라.


6. 양치는 목동이 되지 마라


한 사람은 속일 수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못 속인다. 더구나 국민을 속일 수는 없다. 거기다 한번은 속일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은 못 속인다. 변명과 핑계는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게 된다. 잘못한 것은 그 자리에서 솔직히 사과해라. 그래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7. 치마길이처럼 짧아야 좋다


무릇 미니스커트와 말은 짧을수록 좋다는 말이 있다. 역사상 최고의 명연설로 기록된 에이브러햄 링컨 미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도 불과 282개 단어에 3분을 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라. 비결은 간단하다. 첫째, 쉽게 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쉽게 하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쉽게 하라’다.


8. 외국어를 구사하듯 말해라


모국어처럼 말하지 말고 외국어를 구사하듯 말해라. 적게 말하고 많이 들어라. ‘말’을 독점하면 ‘적’이 많아진다. 2% 모자란 소통이 제격이다. 말하는 것과 듣는 것을 49대 51로 해라. 들을수록 내편이 많아진다.


9. 긍정의 힘을 믿어라


부정적인 백 마디 보다 긍정적 한 마디를 해라. 우리 조상들은 ‘그 사람 죽었다’고 하지 않고 ‘산 지키러 갔다’고 했다. 스포츠 심리학에서도 이를 적극 활용한다. ‘볼을 놓치지 마라’는 말보다 ‘볼을 붙잡아라!’ 는 말이 선수들의 경기의욕을 심고 사기를 북돋는 것을 알아서다. 사람은 말 하는 대로 된다. 머피 박사는 말한다. ‘말이 곧 신(神)’이라고. 부정적인 용어는 불에 덴 아이처럼 피해라.


10. 연습 벌레가 되라


무대공연자들에게는 ‘사전 연습’(run through)이 실제공연만큼 중요하다. 말에 있어 즉흥곡은 없다. 우연을 바라지도 말고 무모한 모험 따위는 거둬라. 순발력이나 재치도 아니다. 말하기 전 철두철미한 리허설을 미리 해 보라. 그래서 연습은 실전처럼 하고 실전은 연습하는 마음으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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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싶을때 아이가 잘 응하는가?' 설문조사를 하면 ...어느정도나 긍정적인 답변을 할까?
직접 만난 부모들만으로 나누어 보면 10%에도 미치지 못하였다.(참고로 상담을 1시간 이상 해본 부모만 700여명 정도이며 그 중에 70%는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이며 나머지는 중학생을 둔 부모이다.)

대체 왜 이렇게 아이들은 대화에 응하지 않는 것일까?
결론을 먼저 말하면.. 야속하거나 인정하기 싫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이 부모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예전에 공익광고에서 이러한 문구가 있었다.."그 아이를 기다린 시간이 10개월(300일), 그 아이의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 기다린 시간이 12개월(360일), 이젠 그 아이가 말해주기를 기다립니다..' 이런 식의 광고 였는데 기억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광고 문구의 의미는 무엇인가?
바로 부모가 아이와의 대화를 단절 시키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왜 부모는 대화를 단절하는가?  이 질문을 하면 대부분의 부모는 단절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당신도 그러한가?  애석하게도 인정해야 한다..
부모인 내가 대화를 단절하였었고, 현재도 단절하고 있으며 어쩌면 앞으로도 단절하게 될것이라는 사실을..어떻게 대화를 단절했는지 스스로 깊이 생각해 보라..
 
대화가 이루어 지기 위해서는 아이의 심리적인 상태와 감정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혹 나는 이런 부모가 아니었나?
아이의 행동이 비이성적이거나 비상식적이어서 무작정 야단을 치거나 무조건 이렇게 해야 한다고 복종을 강요한 적 말이다.혼자서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특히 한국의 부모들은 유교의식의 영향을 아직 받고 있기에 그리고 어린시절을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다.이것은 복종형부모 유형이다...

또는 이렇지는 않은가.. 무작정 복종시키기에 아이들이 불쌍해 보인다거나 막연히 그건 아닌거 같다거나 ...때론 글에서 복종만을 강요하면 안된다하여 아이에게 어느정도의 자유를 주어야 겠다고 생각하여... 실제로는 방관하고 있는 상태 말이다.방관형 부모 또한 매우 위험하다...아니 아이와의 대화를 단절하는 행동이다.

성인으로 우리는 상대와 대화를 하거나 생활을 할때 충분히 대화를 이루지 못해 상대가 나의 감정 상태를 몰라 주거나 무시한다고 느꼈을 때 어떠한 기분이 들겠는가?혹 이럴경우에 내 생각을 무조건 강요하고 감정상태를 강요하는가? 아니면 알아주든 몰라주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상대의 생각도 어느정도 무시하는가?
만약 그러하다면 분명 감정은 상하게 될 것이고 어쩌면 서로간의 오래로 인해 다툼이 생기거나 때론 안보게 되기도 하지 않은가..!!성인과 성인과의 관계에서 감정이 상한다는 것은 성인뿐만을 의미하는것은 아니다..
바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모두 해당된다.다시 말하면 우리의 자녀 역시 한 개인으로써 그들의 감정이 있고 기분이 있으며 상황이 있는데, 그것을 부모가 무시하는것 처럼 보이게 되면 ...시간이 길어질 수록 부모와의 대화의 창은 좁아지게 되는 것이다.이것이 이해가 되는가?당신이 부모라면 내 아이가 어디서든지 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할 것이다.

원활한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우선 생각의 기술이 필요하다... 이것의 의미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상대방의 감정상태도 느낄 수 있으며 그럴때 이해력과 자신이 해야할 말에 대해서도 알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것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들어줄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
적극적 듣기란 토머스 고든의 'PET'에서 표현하는데 아이가 말하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감정상태를 이해해 주는 것이다.
그 책에서는 예로써 이렇게 표현한다.
아이 : 저녁먹기 싫어요.
부모 : 밥 먹을 기분이 아니라고? (적극적 듣기)
아이 : 응 싫어. 힘드어서 밥을 못 먹겠어요.
부모: 뭔가 힘들 일이 있구나? (적극적 듣기)
아이 : 힘든 정도가 아니라 무서울 지경이에요.
부모 : 무서운 일이 있었구나. (적극적 듣기)
                .
                .
                .

이처럼 아이의 상태를 인정해 주고 그것이 무엇을 내포하고 있는지를 알아주는 과정이 필요한것이다.

사실 이러한 대화는 자녀가 어린시절부터 꾸준하게 되어져 와야 한다. 다시 말하면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가 이러한 대화를 시도하면 처음부터 난항을 겪게 된다.부모가 결심하여 이렇게 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시도하면 아이들은 당황해 하며 어색하니 '하던데로 하'라는 말로 돌아온다.
그러면 부모는 '그래 좋은건 알겠지만 ... 안맞나봐..'하고 포기하는 모습이 너무 많았다..

그렇더라도 지속적으로 시도를 해야한다...적어도 14,5년을 그런 대화를 해 보지 않은 아이는 당황하는게 당연하며 어색하지 않는것이 이상할것이다.
아이의 반응은 '지금은 어색하니 계속해서 익숙하게 만들어 주세요'란 의미이다.이것을 보이고 들리는 반응만으로 이해 한다면 이것 역시 적극적 듣기가 아닐 것이다.

나는 이 적극적 듣기란 표현을 '열린듣기'라고 표현한다..열린듣기란 말 그대로 열린 마음으로 아이의 행동과 말을 수용해 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우리가 수십년전으로 돌아가 10대의 시절을 생각해 보라.나의 부모와 내가 어떻게 대화를 하였던가?..아니 부모가 내 생각을 이해해 주었던가?

이렇게 반응하는 부모들이 있다..
'아이들을 이해는 하죠..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너무 도에 지나쳐요.'
생각해 보라 부모가 말하는 '지나친 도'는 무엇을 기준으로 한 말인가?
당연히 부모의 생각을 기준으로 하는것이 아닌가?
부모인 당신...아니 사회 구성원인 당신의 생각은 모두 옳고 해답인가?

이런 부모에게 아이들은 '세상이 바뀌었는데, 부모님은 그런 것은 모르면서 자꾸 예전 방식만이 맞다고 주장하니..대화를 할 수 없어요... 부모님 방식으로 가다간 친구들에게서 멀어져만 가요.'이 말이 틀린 말이라 할 수 없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세상이 있으며 그것이 그들이 성장한 후에도 이루어 지게될 사회인것이다.. 물론 부모의 생각과 기준이 좋은 방식일 지라도 그것을 무작정 아이들에게 강요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이것으로 아이들과의 거리감을 늘려나가게 될 것이다.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열린 마음으로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내 아이와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첫번째 포인트 이다. 


- 블로그에 올려진 글들은 많은 정리를 해서 올린다기 보다는 생각을 풀어놓는 의미로 올리기에 중간중간 끊기는 내용이거나 어느정도 난해한 내용일 수도 있을것이다..혹 의문나는 내용이 있으시다면 댓글을 달아 놓으시면 상세히 답변을 드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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