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해당되는 글 28건

  1. 2015.09.21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2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문학동네 2009 04870
  2. 2015.09.14 내 옆에 있는 사람 - 이병률 달 2015 03810
  3. 2015.08.07 빅 퀘스천(대답을 기대할 수 없는 큰 질문들) - 더글라스 케네디 2015 03840
  4. 2015.08.01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 더글라스 케네디 밝은세상 2014 03840
  5. 2015.07.21 미 비포 유(me Before you) - 조조 모예스 살림 2013 03840 1
  6. 2014.02.12 7년후(7ans apres..) - 기욤 뮈소 밝은세상 2012 03860 1
  7. 2014.01.18 인생사용설명서 - 김홍신 해냄출판사 2009 03810
  8. 2014.01.16 그대와 걷고 싶은 길 - 진동선 예담 2010 03660
  9. 2014.01.09 인생학교[섹스-섹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법] - 알랭 드 보통 쌤앤파커스 2013 13840
  10. 2014.01.07 인생 - 최인호 여백 2013 03810
  11. 2014.01.02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여덟 단어 - 박웅현 북하우스 2013 03810
  12. 2012.12.02 여행, 혹은 여행처럼 - 정혜윤 난다 2011 03810
  13. 2012.10.16 잘 지내나요, 내인생 - 최갑수 나무[수:] 2010 13810
  14. 2012.10.15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 - 최갑수 상상공방 2008 03810
  15. 2012.07.12 두근 두근 내인생 - 김애란 창비 2011 03810
  16. 2012.04.22 순례자(O Diario de um Mago) -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6(1987) 03890
  17. 2012.04.21 사과를 깎을 때
  18. 2012.03.27 소셜 애니멀(Social Animal) - 데이비드 브룩스 흐름출판 2011 03320
  19. 2011.10.16 내 머리 사용법 - 정철 리더스북 2009 03810
  20. 2011.04.08 인생 - 위화 푸른숲 1997 03820
  21. 2010.11.12 인생에서 승리하는 세 가지 비결 - 자주 적성 적응
  22. 2010.10.19 아침5분이 인생을 바꾼다.
  23. 2010.10.17 노자의 인간 관계 5계명
  24. 2010.09.09 1만 시간의 법칙은 이른바 ‘10년 법칙’이다.
  25. 2010.08.27 효과적인 시간관리를 위한 7가지 보너스
  26. 2010.08.16 왜 걱정하십니까?
  27. 2010.08.07 비로서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겁니다.
  28. 2010.07.29 인생을 변화시키는 목표설정의 기적




그곳에서 발길을 돌리는 순간 나는 레밍턴 타자기를 다시-꾸준히 자신 있게, 충동적으로, 끝없이-쳐대는 소리를 들었다. 버스를 타고 미라플로레스로 돌아오면서 나는 페드로 카마초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어떤 사회적 환경이, 상황과 사람과 인연과 문제와 사건과 뜻하지 않은 일들 간의 어떤 연쇄 작용이 그처럼 열매를 맺고 하나의 작품으로 표현되어 청취자들을 끄는 이 문학적(문학적이라? 만일 그게 아니라면 대체 뭐라고 불러야할까?) 재질을 산출해냈을까? 어떻게 그는 작가의 전형인 동시에, 자신의 재능에 바치는 시간과 생산해내는 작품 덕분으로, 페루에서 작가라 불릴 만한 단 하나뿐인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시인이니 소설가니 극작가니 하는 이름으로 통하는 그 숱한 정치가, 법조인, 교수... 문학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활동에 허비되는 삶에서 짧은 막간을 이용해 얄팍한 시집이나 빈약한 단편집을 한 권 냈다고 해서, 그들이 과연 진정한 작가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어째서 문학을 일종의 치장이나 구실로 삼는 사람들이 오직 글을 쓰기 위해 살고 있는 페드로 카마초보다도 더 진정한 작가로 대우받을 권리가 있는 것일까? 그들이 프루스트, 포크너, 조이스의 책을 읽었던(아니면 적어도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던) 반면 페드로 카마초는 거의 문맹이나 다름없기 때문일까? 그런 생각을 떠올리면서 나는 슬프로 속이 상했다. 날이 갈수록 이 세상에서 내가 하고 싶은 유일한 일은 작가가 되는 것이란 생각이 점점 더 분명해졌고,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마음과 정신을 오로지 문학에만 쏟아야 한다는 생각 또한 점점 더 굳어져갔다.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절대로 시시한 삼류 작가나 아르바이트 작가가 아니라 진정한 작가였다. 누구처럼? 그때껏 내가 만났던 사람 중에서 자기 직업에 몰두하고 전념하여 진정한 작가가 되는 데 가장 접근한 사람은 라디어 연속극을 쓰는 볼리비아인 작가였으며, 그것이 바로 그가 나를 그처럼 매혹시킨 이유였다.  13-14



"괴로움은 훌륭한 스승이니까."  100




옮긴이의 말 - 이런 소설 보셨나요?


이 소설은 작가의 실제 결혼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여 개성있는 주인공들과 유머러스한 상황을 적절히 배합해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 일종의 자전 소설이다. 작가는 자신을 모델로 한 주인공이 마침내 집안 아주머니뻘 되는 연상의 여성과 결혼하는 과정을 그림으로써 금지된 사랑의 유혹을 다루는 동시에, 한 젊은이가 세상과 자신의 집안에서 설 자리를 찾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을 이해시켜가는 성장 소설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훌리아 아주머니와의 사랑 이야기와 더불어 저명한 방송작가 페드로 카마초의 연속극 이야기를 병렬식으로 전개함으로써 현실과 허구를 교묘히 짜맞추고 있다.  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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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겉돌지 않겠다는 다짐은 눈빛을 살아 있게 한다

무구한 눈빛은 사람을 사로잡는다. 그 눈빛과 마주하는 순간 살고 싶어서 일순간 발바닥에 힘이 들어가기도 한다. 그 눈빛이 내가 잃은 지 오래된 것이기도 하고 그 눈빛으로 내가 씻겨지는 기분마저 들기도 해서 마치 좋은 바람 앞에 서 있는 것만 같은 것이다.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사람은 커피콩을 갈고 뜨거운 물로 커피를 내리는 동안 그 옆을 떠나지 않는다. 좋은 눈빛으로 주시하고 집중한다. 그런 사람이 내주는 커피는 이미 마시기도 전에 맛있다는 생각을 머릿속 가득 채워준다. 어떻게 보면 그 좋은 눈빛이 커피에 닿아서일 거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음식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좋은 눈빛을 가진 사람은 잘되게 되어 있다. 잘하겟다는 그 마음이 눈빛으로 옮겨가면서 마침내 좋을 수밖에 없는 결과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눈빛은 그 사람을 가장 절묘하게 드러내주는 설명서이자 안내서 같다...

좋은 눈빛에 흔들렸으면 한다. 그것이 살아가는 것이다. 쉬지 않는 눈빛과 마주쳤으면 한다. 그것이 다행한 일이다.  




다시는 이런 시간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요

우리가 한 편의 시를, 한 명의 좋아하는 시인을 가슴 안에 키울 때 얼마나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일 수 있는지 절감하게 되기를 바랐다.  




사랑이 여행이랑 닮은 것은

사랑이 여행이랑 닮은 것은 꼭 이십대에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는 점이다. 이십대에 사랑을 해보지 않으면 골조가 약한 상태에서 집을 짓는 것처럼 불안한 그 이후를 보내게 될 것이며 살면서 안개를 맞닥뜨리는 일이 잦게 된다. 여행도 마찬가지. 이십대에 혼자 여행을 해보지 않는다면 삼십대에는 자주 허물어질 것이다.

그리고 또 닮은 것은, 사랑도 여행도 하고 나면 서투르게나마 내가 누구인지 보인다는 것이다.

한번 빠지게 되면 중독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도 닮았다.

또 사랑을 하거나 여행을 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많은 사진을 찍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소중한 것을 남기고 간직하고 싶어하는 자연스런 욕구가 그 무엇으로 대체될 수 없듯 사랑의 대상과 사랑의 순간을 찍는 일이나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순간순간들을 담는 일, 그 둘은 차곡차곡 쌓여간다.

행복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며 그 욕구 또한 강렬해지는 것, 그 또한 사랑이 여행이랑 닮은 점이다. 그리고 왜 물질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져야 하는지를 절실히 느끼게 해준다.

사랑과 여행이 닮은 또하나는 사랑이 끝나고 나면 여행이 끝나고 나면 다음번엔 장말 제대로 잘하고 싶어진다는 것, 그것이다.  




이 말들은 누구의 가슴에서 시작됐을까

단풍이 말이다, 계속해서 남쪽으로 남쪽으로 물들어가는 속도가 사람이 걷는 속도하고 똑같단다. 낮밤으로 사람이 걸어 도착하는 속도와 단풍이 남쪽으로 물들어 내려가는 속도가 일치한단다. 어떻고 어떤 계산법으로 헤어리는 수도 있다는데 도대체 이런 말은 누가 낳아가지고 이 가을, 집 바깥으로 나올 때마다 문득문득 나뭇가지들을 올려보게 한단 말인가. 말과 말 사이에 호흡이 배어 있는 것 같은 이 말은, 이 근거는 누구의 가슴에서 시작됐을까.

또하나의 믿을 수 없는 것은 식물의 이름에 관련되어 있다. 백리향이라는 풀의 이름에도 그만한 쉼표와 호흡이 장치되어 있다. 백리향은 낮게 자라는 나무의 일종으로 주로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는데, 이 식물의 향은 가을 풀 향 중에서 단연 으뜸이다. 단지 식물의 냄새만이 아닌 동물적인 냄새까지도 포함하고 있는데다 진하고 또 강렬하여 늦은 밤 책상에 앉은 사람, 마음이 허전한 사람, 종일초록 기력이 없는 사람, 사는 것이 지옥 같아서 자꾸 먼 데만 보는 사람을 자극하는 데 직방이다. 백리향도 발끝에 붙은 향기가 백 리를 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세상에나, 다른 데 넣어둔 향기도 아니고 그저 발끝에 붙은 향기라니, 표현 참 아찔하다. 이름에 과감히 비과학을 이어붙인 것은 또 누구일까, 잘 모르긴 해도 감정의 물결이 꾸미고 벌이는 일일 터.




지금으로부터 우리는 더 멀어져야

불을 켜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거나, 불을 켜지 않은 채 가만히 사위가 어슬해지는 바깥에 눈길을 주고 있으면 다가오는 무언가가 있다. 알지 못할 것이기도 하려니와 알 것만 같은 그 무언가이기도 한 것이 한순간 몰려온다. 그것으로 인해 그 시간이 채워지기도 하며 비워지기도 하는 그 무언가는 맛이 있지 않은, 퉁퉁 부은 눈가 같은, 처방을 허락하지 않는 시간이면서도 어떤 구체적인 덩어리가 아니어서 달리 설명할 길은 없다. 그럼에도 탁 하고 불을 켜면 이내 사라지고 마는 그것의 정체는 느리고 아주 묽은 것임에는 분명하다. 굳이 덧붙이자면 세상의 가치와 속도와는 전혀 다른 화학물질을 닮았다는 정도밖에는 설명할 능력도 없다.




만약 누군가는 사랑하게 되거든

만약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거든.

많이 먹지 말고 속을 조금 비워두라.

잠깐의 창백한 시간을 두라.

혼자 있고 싶었던 때가 있었음을 분명히 기억하라.

어쩌면 그 사람이 누군가를 마음에 둘 수도 있음을,

그리고 둘 가운데 한 사람이

사랑의 이사를 떠나갈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라.

다 말하지 말고 비밀 하나쯤은 남겨 간직하라.

그가 없는 빈집 앞을 서성거려보라.

우리의 만남을 생의 몇 번 안 되는 짧은 면회라고 생각하라.

그 사람으로 채워진 행복을 

다시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함으로써 되갚으라.

외로움은 무게지만 사랑은 부피라는 진실 앞에서 실험을 완성하라.

이 사람이 아니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예감과 함께 맡아지는 

운명의 냄새를 모른 체하지 마라.

함게 마시는 커피와 함께 먹는 케이크가 

이 사람과 함께가 아니라면 이런 맛이 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만날 때마다 선물 상자를 열 듯 그 사람을 만나라.

만약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거든.




명장면 하나쯤 간직하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두 사람은 기차에서 만났습니다. 

여자는 몸이 조금 불편했고 남자는 무심했습니다.

모르는 사이니 괜찮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여자와 남자는 

기차에서 조각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야기는 더 이어지지 않았고 기차에서 내릴 때

남자가 여자를 조금 도와준 것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헤어졌습니다.

흐르는 시간도 흐르는 풍경도 여행자라서 괜찮았습니다.


여자와 남자는 숙소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우연이었습니다.

다시 만난 것은 처음과는 달랐습니다.

남자는 여자의 눈 입자만큼 각진 인생 이야기를 들었고

남자는 여자가 만든 뜨거운 감자 수프를 나란히 나눠 먻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물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들게 했던 시간의 냄새도 떠올렸습니다.


주관적인 모든 것들은 사이를 두고 객관화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기류 속에 있어서 같았고

지금 존재하는 모든 것을 고스란히 담아 떠날 수 없다는 사실이 또 달랐습니다.

두 사람은 다시 헤어져야 합니다.

여행자이기에 그쯤이야 괜찮을 것이었습니다.


여자가 가방을 끌고 길을 나섭니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남자가 2층 창문을 열고 발코니에 나와 서서 손을 흔듭니다.

여자는 주섬주섬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남자의 손 흔드는 모습을 찍었습니다.

남자는 여자에게 잠깐만 기다리라 햇습니다.

이번에는 남자가 자기 카메라를 가져와

오래 손 흔드는 여자의 모습을 찍었습니다.


우산처럼 기억될 것입니다.

멀어지지만 괜찮을 것이었습니다.




매일 기적을 가르쳐주는 사람에게

사람은 그 자체로 기적이에요.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마음 안에 그 한 사람을 들여놓는다는 것은 더 기적이지요.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 또한 황홀합니다. 혼자서는 결코 그 어떤 꽃도 피울 수 없다는 것도 황홀입니다.

우리가 기대는 것은 왜 사람이어야 할까요. 왜 사람을 거쳐서 성장하고 우리는 완성되어야 할까요. 혼자여서 불안한 것은 마땅히 이해되는 불안이지만 옆에 아무도 없어서 불안한 것은 왜 그토록 무서운가요.

나는 세상 모든 관계를 사랑으로 풀려는 사람입니다. 사랑이 밑에 깔려 있으면 안 되는 일이 없고, 얼굴 붉힐 일도 마음이 뭉치는 일도 없어지거든요. 일도 사람도 사랑한다고 주문을 걸고 사랑을 앞세우면 일도 사람 관계도 나아지는 것을 수도 없이 목격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지금 당신에게 전달하고픈 마음은 그렇고 그런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 인생에 몇 번 올까 말까 한 감정임을 알아주세요.


가능하면 사람 안에서, 사람 틈에서 살려고 합니다. 사람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닐 것 같아서지요. 선뜻 사랑까지는 바라지 않지요. 사랑은 사람보다 훨씬 불오나전하니까요. 아, 불완전한 것으로도 모자라 안전하지 않기까지 하네요, 사랑은.

사람만 보고 살려고 하는데 그것도 어렵지요. 사람 냄새 참 좋은데, 사람 냄새 때문에 사람답게 살고 있는데 결국은 사람 냄새 때문에 골병이 들지요. 결국 우리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숨으려 하지만 사람이 없는 곳에서의 삶, 그게 어디 가능하기나 한가요. 우리는 사람이 그리워 사람 없는 그곳을 탈출하고 맙니다.

나는 대중적으로 압도하는 풍경 앞에 서서 사진 찍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한 번 본 것으로 강렬했다면 그것은 사진보다 오래 남는 법이지요. 차라리 그게 영원할 수도 있지요. 마찬가지로 좋은 사람과도 함께 사진 찍고 싶지가 않아요.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불안을 포함하고 있고 나중에라도 그 좋은 사람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보는 순간 감정이 그전 같지 않으면 어떡하나 무서워서 그래요. 하지만 이 모든 불안과 실망들이 당신 앞에서는 아무 일도 아닌 게  되었어요. 당신으로 잘 살 수 있고 당신으로 잘 일어날 수 있어요.


사람으로 우리는 집을 지어요. 강렬한 사람에 대한 기억을 가져다 뼈대를 짓고, 품이 넓은 사람에 대한 기억을 가져다 지붕을 올리고, 마음이 따뜻했던 사람에 대한 기억을 데려다 실내를 데웁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은 인생의 중심을 받칠 만한 사건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것으로 지은 집은 바람에도 약할뿐더러 곧 녹아내리지요. 

그러니 눈을 감지는 말지요. 그건 세상과 친해지지 않겠다는 이야기니까. 세상은 그런 당신에게 아무것도 보여줄 게 없어요. 아무것도 보지 않겠다고 눈을 감은 당신에게. 세상은 사람한테로 나 있는 계단을 내 줄 수 없어요.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시간은 있습니다.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새에게도 나무에게도. 모두에게 아름다운 시간은 있는 법입니다. 아무리 별것 아닌 풍경이고 시간이라 해도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사람이 그래요.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고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그것만으로 아름다운 사람.

나에게 그만큼인 사람이 바로 당신입니다. 물이 닿은 글씨처럼 번져버릴까. 혹여 인연이 아닐까 나는 목이 마르고 안절부절입니다. 부디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되어주세요. 이 간절함으로 그래도 된다면 당신을 세상에 고소할 것이고, 나는 세상이 당신을 가둬놓은 아름다운 감옥으로 이사할 겁니다. 

그러니 내가 밑줄 친 사람이 되어주세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감히 당신에게 그어놓은 그 밑줄을 길게길게 이어갈 것입니다.  




이토록 서서히 퍼지는 광채

처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살아온 시간들을 켜켜이 낱장으로 들어내 펼쳐 놓아보면 일대의 사건이라 할 만한 일들은 모두 처음 일어난 일들이었다.

처음 마셨던 것치고는 잘 마셨다는 생각이다. 처음 저지른 것치고는 그나마 잘한 일이었던 것 같다. 그토록 처음이어서 강렬한 것이, 그만큼 강력한 것이 내 생에서 나를 몇 번 더 뒤흔들 것인지를 너무 이른 그때여서 알지 못했던 것이다.




여행은 인생에있어 분명한 태도를 가지게하지

여행을 하지 않아도 살아지는 너와, 여행을 다녀야 살아지는 나 같은 사람의 간극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그래, 너는 여행의 조각이 아닌 다른 것들을 맞추면서 살아온 것일 거야.  

알고 있겠지만, 여행은 사람을 혼자이게 해. 모든 관계로부터, 모든 끈으로부터 떨어져 분리되는 순간, 마치 아주 미량의 전류가 몸에 흐르는 것처럼 사람을 흥분시키지. 그러면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겠다는 풍성한 상태로 흡수를 기다리는 마른 종이가 돼.

그렇다면 무엇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먼 곳에서, 그 낯선 곳에서. 

무작정 쉬러 떠나는 사람도, 지금이 불안해서 떠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국 사람이 먼길을 떠나는 건 '도달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겠다는 작은 의지와 연결되어 있어. 일상에서는 절대로 만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저기 어느 한켠에 있을 거라고 믿거든.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다보니 내가 최근에 본 어떤 아름다운 풍경 하나가 떠올라. 혼자라서 밋밋하기만 한 밤을 겨우 보내고 아침을 맞았는데 숙소 앞에 누군가 여러 개의 눈사람을 만들어놓은 거야. 나도 모르는 사이 밤 동안 눈이 내린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군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존재가 아침 일찍 일어나 눈을 굴려 눈사람들을 만들었다는 건, '그냥'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아름다움이 관여한 '기적'인 거지. 과연 그 사람은 혼자 보려고 눈사람을 만들었을까. 아니지. 단지 그냥 차가운 눈을 굴린 게 아니라 기쁨이며 온기 따위를 굴린 거야. 어쩌면  사람다운 것에 더 가까워지는 연습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그 사람은 자기 인생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가진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자기 인생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갖는것, 그건 여행이 사람을 자라게 하기 때문이야.

사람은 원래 약하고 여리고 결핍되게 만들어졌어. 그건 왜 그런가 하면 그 상태로부터 뭐든 하라고, 뭐든 느끼라고 신은 인간을 적당히 만들어놓은 거야. 그러니까 스스로 약한 게 싫거나 힘에 부치는 게 싫은 사람들은 자신을 그렇게 방치하면 안 되는 몇몇 순간을 만나는 거지. 그래서 불완전한 자신을 데리고 먼길을 떠나. 그걸 순례라고 치자구.

나에게 순례는, 내가 나를 데리고 간 그 길에서 나에게 말을 걸고, 나와 화해하며, 나에게 잘해주는 일이야. 

높은 산으로 해 지는 풍경을 보러 올라가 넋을 놓고 세상을 내려다보면서 알 수 없이 차오르는 마음 안쪽의 부드러움을 대면하는 순간, 맨발로 돌길을 걷고 걷다가 문득 푸른 잔디를 만나 발이 고마워하게 되는 순간, 낯선 방에 가방을 내려놓으며 이 방은 어떤 사람들의 어떤 이야기들이 거쳐갔을까 하고 낭만을 상상해보는 순간, 그 자잘한 순간들은 모이고 모여 한 장의 그림이 돼. 그 그림이 중요한 것을 우리가 안절부절하고 아옹다옹하는 일상하고는 전혀 다른 재료로 그려진 것이라는 것. 

이런 작은 느낌들은 한꺼번에 광채로 다가오지. 아무렇게나 살다가 그대로 죽을 수는 없다는 사실까지도 알게 해주지. 그래, 그로 인해 사람이든 풍경이든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를, 사랑이 쓰다듬는 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주는 것. 그것이 여행인 거야.

걷지 않고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야. 보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 그러니까 여행을 떠나더라도 살아서 꿈틀거리는 상태가 아니라면 아무것도 획득할 수 없게 돼. 여행은 신이 대충 만들어놓은 나 같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뻗어야 하는 진실이야. 그 진실이 우리 삶을 뒤엉켜 놓고 말지라도, 그래서 그것이 말짱 소용없는 일이라 대접받을지라도, 그것은 그만큼의 진실인 거야.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했습니까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했습니까. 무엇으로 얼굴이 붉어졌습니까. 그런데도 그 좋아했던 것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 앞에서 당신은 얼마나 떳떳할 수 있을지요.

이토록 둔탁하고 뻔뻔해지는 것은 그만큼 대체되는 것들이 많아서겠지요. 이토록 꿈을, 방향을 방해하는 것들의 정체는 무엇일는지요. 이기고자 한다면 좋아하는 것을 늘려야 합니다. 좋아하는 것들과 춤춰야 합니다. 좋아하는 것은 포기해야 하는 것과 밀당하지 않습니다.

잘 사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면 작은 수첩 하나를 구해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을 채워나가면 됩니다. 수첩에는 <작고 허름한 가게 장부>라는 제목을 달아놓고 말이지요.




사랑은 어디로부터 왔을까

점선처럼 만나 실선처럼 하루를 보냈습니다.




잊지 못한다면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이해하는 방식이란 건 자신이 살아온 범위 안에서지. 자신이 고개 끄덕이고 싶은 방향대로일 걸세. 내가 한 사랑이 어떠했노라고 누구에게 말하려는 순간 나 스스로도 쏟아지는 것들을 다 받아내지 못할까봐 말하지 못한 것도 있지 않겠는가.




겨울나라

겨울만 있는 시간을, 겨울만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찬 온도에서 뜨겁게 사는 것, 그것은 두 배로 사는 삶일 거라는 환상이 내겐 있다...

나는 '이 사람은 왜 이토록 나를 도와주고 있지?' '이 사람은 그저 내가 무사히 이 골목을 빠져나가기만을 바라는 사람일까?' 하는 의문의 힘으로 핸들을 돌려야 했다. '이런 일에 이렇게 나설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아무리 내가 이 지경이라도 이렇게까지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는 마음으로 후진해 나오던 끝에 삼거리를 만났고 그곳에서 나는 사내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남기고 떠나는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보탬이 되려고 그랬던 건 아닌데

하는 일이 잘되지 않을 때나 되는 일이 없을 때, 할 일이 없을 때도 마찬가지. 그때 시인이 하는 일은 영감을 부르는 일이다. 영감이라는 것이 불러서 오는 것도 아니고 기다려서 제때 맞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시인이 하는 일이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거나 왜 그래야 하는 지 모르지만 마땅히 그래야겠어서' 영감은 이런저런 일들을 지시하고 시킨다. 

영감이라고 해서 늘 굉장한 확신으로 도착하지는 않는다. 명중은 커녕 꽂히지 못할 때도 많으려니와 뭐라도 잡을 듯이 전속력으로 달려오다가 속도를 잃고 그만 숨이 죽어버리는 경우, 또 매혹적으로 다가오더라도 그걸 제대로 받아낼 수 없는 상태인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도 가만히 기다리는 일이 커다란 일이기도 한 것이 예술하는 사람의 일이다. 무슨 일 하세요, 라고 물으면 절박하게 군색하게 영감의 무엇과 직감의 무엇과 육감의 무엇을 기다리는 일을 합니다, 라고 말해야겠는데 제정신으로는 그 대답을 못하겠으니 직업적 고충이 참 말이 아니다.

그래서 오던 길을 문득 멈춰 서서 한참 뒤를 돌아다보기도 하고, 불쑥 먹던 밥을 중단하고 신발을 신기도 하며, 사람을 앞에 두고 앉아 한없이 아무 말 하지 않기도 하고,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사람처럼 탁자에 얼굴을 묻고 앉아 있기도 하는 것이다.

한 예술가가 이상히도 그러고 있는 것은 급히 바꿔놓거나 정돈해야 할 세계가 있어서 잠시 파도를 맞고 있는 중이라 생각해주시길. 그렇다고 '잠시 파도를 맞고 있는 중입니다'라고 이마에 써붙이고 있을 수는 없어서.




오늘 비행기는 전면 결항입니다

제주.. <내 옆에 있는 사람>이라고 씌어 있는 카페..




사람이 꽃

"카페 하실 거면 어떤 카페 하실 건데요?"

상인이 나에게 물었다. 두번째 만나던 어느 날 밤, 서로 나눈 이야기가 떠오른 모양이었다.

"음, 사람이 많이 오지 않는 카페요."

삐딱하게 말했지만 상인에게 삐딱한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네, 이해합니다."

"뭘요?"

"자기 공간을 가졌단느 게 중요한 것이지 수입 올리는 건 부차적이란 말씀이잖아요? 책도 읽으시고 음악도 듣고 싶은 거죠? 혼자사서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죠? 사람 마음을?"

"누구나 그런 커페를 갖고 싶어하죠. 누구나요."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말에 슬쩍 귀가 열렸다. 저렇게 일방적인 말을 하면서도 어쩌면 그렇게 예의를 갖출 수 있는지. 상인은 처음부터 남다른 데가 있었다. 이번엔 내가 물었다.

"사람을 좋아하나봐요."

"조금 관심만 있어요. 왜 제가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셨어요?"

"사람을 좋아하니 사람을 잘 읽는 거겠다 싶어서요."

"사람을 좋아한 적은 있었어요. 한때는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어쩌면 나는 수도사나 스님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너무 좋아하면 안 되니까, 사람은..."

사람이 아니면 무엇을 좋아해야 할까....


아름다웠던 낮과 밤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 사랑하지 ㅇ낳는 사랑이라면 다른 세계로 옮겨가야 한다. 더이상 감정을 위조할 수 없다면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사람으로부터 새로운 충격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사랑을 사려드는 이는 있지만 이별은 값이 엄청나서 감히 살 수도 없다. 그래서 이별은 사랑보다 한 발자국 더 경이에 가깝다...


땅만 바라보고 살았던 살마에게 어느 밤의 별들은 그 사람을 다른 세계로 이끌어준다. 이 세계가 아니면 다른 세계는 절대 존재하지 않을거라고 믿게 하는 사랑. 그 사랑은 몇 번의 세계를 거치고 훈련하면서 먼 우주로 나아갈 수 있다. 작은 물이 모여 바다로 간다는 그 말처럼 사랑은 고통을 치른 만큼만 사랑이 된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이 사실을 알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절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을요.


내가 사람으로 행복한 적이 없다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을요.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왜 그 사람이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얼만큼의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라는 것을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으나 나는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한다. 조만간 다시 보자는 말은 했지만 같이 여행을 가자고 말하기엔 이르다...


정신적인 건강도가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 강한 호감을 느끼게 된다는 말이 있다.(이 말은 지금의 감정과 그 감정에 따라붙는 불안에 대해 잘 설명해 준다.) 내 정신적인 건강도가 만약 B라면 그 사람 또한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닮은 점이 있다는 것은 좋아하기에 충분하지만 그렇다면 사랑하는 것이 바로 그 'B'인지도 모른다. 사랑은 완벽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불온에 가깝다는 말을 하려는 것인데 쓸쓸히 여기까지 왔다.

사랑은 0 이다. 사랑은 감정으로 숫자를 늘리는 일이지만 결국엔 0 이 된다. 0 하고는 상관없는 듯 우리는 100처럼 사랑하지만 결국엔 시간에 의해 바람에 의해 요지부동의 0 에 도착하고 만다. 아무 감정이 없는, 아주 무심한 진공의 상태.

지금 그 사람을 사랑하면서도 먼 훗날의 0 에 대해 생각한다. 아픈 0 에 대해 생각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로 허무에 이르고 마는 그 0 에 대고 얼굴을 부빈다...


사랑은 0 의 그림자다. 사랑 자체로는 그림자를 만들 수 없는데다가 사랑이 0 의 뿌리에 단단히 붙어 있으니 그렇다. 우리가 사랑을 하면서도 끝없이 외로운 것은 0의 그림자를 껴안고 있어서다. 무인도에 같이 가자 해놓고 무인도에 그 사람을 남겨두고 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랑을 하면서 0 의 그림자를 데리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사랑을 조금만 멀리 두려 한다. 너무 멀리는 두지 말고 가까이 있고 싶을 때, 냄새 맡고 싶을 때 달려가려 한다. 느슨한 감정에 숨겨놓은 긴장이 가져다주는 멀리를 당분간 즐기려 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하지만 나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좋아한다 말하지 못한다. 말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랑은 0 이라느니 사랑은 0 의 그림자라느니 또 무엇이라느니 이렇게 멀미를 참지 못하고 허튼소리만 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무엇으로도 침묵하지 않는다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 사랑을 통해 인간적인 완성을 이루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명백히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랑은 사람의 색깔을 더욱 선명하고 강렬하게 만들어 사람의 결을 더욱 사람답게 한다. 사랑은 인간을 퇴보시킨 적이 없다. 사랑은 인간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


우리는 사랑에게 엄청난 많은 것을 배웠으므로 그만큼의 빚을 지고 산다. 그것도 갚을 수 없는 아주아주 큰 빚을.




지금 어느 계절을 살고 있습니까

'당신은 지금 어떤 계절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지금 어떤 계절을 어떻게 살고 있다고 술술 답하는 상태에 있으면 좋게싿. 적어도 계절은 지금 우리가 어디에 와 있는지를, 어디를 살고 있는지를 조금 많이 알게 해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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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동안 직면하게 되는 문제들에 대한 생각과 의견들

여행은 움직이는 고해소다.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은 다시 볼 사이가 아니기에 삶에 깃든 어두운 비밀이나 상처, 슬픔 등을 주저하지 않고 털어 놓을 때가 많이 있다.

인생이라는 여정에서도 우리는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아야 할 때가 많이 있다. 삶의 복잡한 문제를 드러내고 구체화하려면 그 문제를 말로 표현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소설가에게 가장 중요한 재료는 '다른 사람의 삶'이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나의 자전적 이야기이자 내가 인생에서 직면했던 어려운 문제들을 되짚어보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 더글라스 케네디




1 행복은 순간순간 나타나는 것일까?


키르케고르는 '인생은 앞으로만 나아간다. 지나간 뒤에야 인생을 이해할 수 있다'라고 했다.  

철학자 니체 '시련으로 죽지 않는 한, 사람은 그 시련으로부터 더욱 단단해진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13


당시 내 나이 45세

그 무렵 나는 인생에서 배우게 되는 여러 가지 교훈들 중 비로소 한 가지를 깨달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절만, 낙심, 비극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인식이었다. 절망, 낙심, 비극은 살아가는 동안 반드시 치러야만 하는 통과의례라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대개 커다란 시련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고 깊게 트인다. 사람은 상실, 재난, 아픔, 슬픔 따위를 겪고 나서야 비로소 삶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13-14


인간 조건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읽기 쉬운 이야기와 문장으로 결합하는 능력, 마치 슬픈 코미디처럼 인간관계가 변모해가는 모습,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불공평에 대해 차가운 일침을 가하는 절규 등이 나의 소설 세계와 일치하는 부분이었다.  15


조르주 심농이 1946년에 쓴 소설 <뉴욕의 매그레>를 읽으며 내 상황을 소설에 대입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소설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다음 구절은 특히 내 처지를 묘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머리통 형태 그대로 눌려 있는 배게, 잠 못 들고 몸을 심하게 뒤척이다 구겨진 시트, 파자마, 슬리퍼, 의자에 널브러진 옷가지, 탁자 위에 펼쳐진 책 옆에는 먹고 남은 저녁음식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외로운 남자의 끔찍한 음식... 불현듯 그는 자신이 도망쳐 온 모든 것들을 떠올렸다. 그는 입구에 서서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기 두려워 얼어 붙어 있었다.'

사람은 왜 책을 읽을까? 혹시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이 혼돈의 세상에서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이 나 하나만은 아닐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은 아닐까?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추락하는 감정, 내가 처해 있는 불행과 산적한 문제들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았다.  16-17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빼고 나면 내 삶은 점점 더 지리멸렬해지고 있었고, 생에 대한 의구심만 커져갔다.  22


어른이 되어 '즐거워할 수는 있지만 행복할 수는 없어.' 라고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시점이 있다. 그 시점을 지나고 나서부터는 갑자기 행복과 마주친다는 생각만으로도 당황하게 된다. 행복, 그 심오하고 모순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를 입 밖으로 끄집어내어 말할 때 우리는 과연 어떤 의미를 전하고 싶어 한 것일까?  23


행복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인간의 모든 딜레마가 포함되어 있는 거대한 구조물에서 행복은 왜 큰 초석으로 여겨지는가? 

행복은 사랑과 비슷한 개념이다. 우리는 사랑과 행복을 간절히 소망하지만 스스로 장애물을 만들어가며 앞을 가로막기도 한다.

우리는 과연 행복해지길 원할까? 우리는 혹시 삶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근원적인 결핍을 끌어안고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건 아닐까? 오히려 우리에게 불편을 가져다주는 상황을 자초하며 사는 건 아닐까? 우리는 삶에 만족을 주는 조건들을 스스로 밀어내는 행위를 하며 사는 건 아닐까?  23-24


내가 소설가로서 여러 가지 곤경에 현명하게 대처해 왔다고 해도, 아들의 자폐증을 치료하기 위해 지혜롭게 대처해 왔다고 해도,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내가 책임져야 할 의무들을 훌륭하게 잘 수행해 왔다고 해도, 여전히 삶에 대한 식지 않은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나는 언제나 위기감을 느끼며 살아왔다. 누구나 가슴속에 '언젠가 내 모든 게 드러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품고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인생에 깃든 가장 큰 두려움이 아닐까?

우리는 스스로 얼마나 한심하고 비겁한지 잘 알고 있다. 언젠가 자신의 실망스럽고 부족한 모습을 들키지 않을까 늘 두려워하며 살고 있다. 인간은 자기의심에 빠질 확률이 높다. 자기혐오에 빠질 확률도 높다. 아니, 자기 자신의 모습을 불편하게 여길 확률도 높다.

나는 그런 증상드렝 대해 잘 알고 있고, 마침내 한 가지 결론에 도달 했다.

'행복은 동화 속에나 있다. 행복이란 손에 넣은 사람이 극히 드문 꿈이며, 나의 감정이나 심리로는 도저히 취할 수 없는 개념이다.'  25-26


삶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다양성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다양성이란 단순한 인정이나 타협을 뜻하는 게 아니다. 삶이란 정답 없는 심오한 의문과 끊임없이 조우하는 일이다. 삶에 대한 정답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애써야 하는 건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이다.

'나는 왜 존재하는가? 인생은 왜 끊임없이 불공평한가? 인생을 이루는 근원적이며넛도 영원한 요소인 괴로움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은 인류가 지구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인간과 함께해 왔다.

인간의 역사와 함께해 온 질문이 한 가지 더 있다.

'생명의 불이 꺼지고 내가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ㅇ낳게 될 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인류는 죽음의 공포를 달래기 위해 갖가지 조직과 구조를 만들어 왔다. 가장 핵심적인 것이 종교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도 죽음과 함께 인생의 경이가 모두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물론 용기 있게 죽음을 받아들이거나 침착하게 수용할 수는 있다. 삶에 지친 나머지 죽음의 안식을 워할 수도 있다.  29


행복이란 특정한 순간에만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나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며 잠 못들게 하는 것들을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언제라도 경이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31


사람이 과연 줄곧 행복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프랭크 시내트라의 노래 가사처럼 '편하고 쉽게'만 나아가기에는 우리의 삶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신비롭다...

괴롭고 불안한 일이 아무리 많더라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끊임없이 유지한다면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희망이란 바로 '흥미로운 삶'을 이루는 것이다.

'흥미로운 삶'이란 무엇일까? 끝없는 질문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과연 그 '흥미로운 삶'의 뿌리를 잃지 않고 지켜갈 수 있을까?  32




2 인생의 덫은 모두 우리 스스로 놓은 것일까?


나는 <컬리지트>에 다녔다는 것을 대단한 행운이라 여기고 있다. 그 학교를 다니는 동안 비판적 사고 능력, 독서의 필요성, 명확하고 창의적인 글쓰기 등을 배웠다. 문화와 예술에 대한 소양이 사람의 지성과 감성을 고양시키는 필수적인 요소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컬리지트>의 단점이라면 성적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문화, 엘리트주의, 실패는 죄악이라는 생각 등이었다.  42


사람들은 누구나 내적 갈등을 겪으며 살아간다. 스스로 만들어낸 내적 갈등이야말로 그 사람의 삶을 좌우한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직업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라도 한 겹 벗기고 바라보면 후회와 미련으로 점철된 생을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는 누구에게나 존재하니까.

삶이란 결코 원하거나 꿈꾸는 대로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후회를 줄이고 있는 그대로의 생을 끌어안을수 있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암울한 현실을 결코 벗어던질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깊은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암울한 현실을 만들어낸 사람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절망감은 더욱 깊어지게 된다.  56


'사람은 누구나 내적 갈등을 안고 살아간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기본적으로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내 정신과 의사가 들려준 말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적 갈등과 끊임없이 싸워야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또 다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그 깨달음이란 바로 '어느 누구도 타인의 행복을 모두 책임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58


자녀의 삶을 부모의 뜻대로 이끌어갈 수는 없다. 결국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개척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과제를 풀 책임은 당사자들에게 있다.

부모가 자녀의 행복을 대신 만들어줄 수 있을까? 

사람은 각자 지문이 다르듯 행복을 느끼는 의미와 조건 역시 다르다. 우리는 배우자가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책임질 수 없다.  58-59


독서광들이 대개 그러하듯 나 역시 내가 읽어낼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은 책을 충동적으로 구입한다. 책을 사는 것도 중독이다. 책을 사는 게 코카인이나 포르셰를 사는 것보다 돈이 덜 들고, 책을 집필하느라 노고가 많았던 작가를 돕는 일이긴 하지만 중독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내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 중에서 아직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은 책이 부지기수다.  64


스스로 덫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더욱 두려운 질문들이 기다리고 있다. 

과연 덫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를 가두고 있는 불행한 삶 너머로 탈출할 수 있을까?

아니면 불행한 삶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며 끝까지 버텨내야 할까?

그런 질문들에는 골치 아픈 개념이 숨어 있다. 바로 '변화'라는 개념이다. '변화'는 미국의 낙관주의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68


'변화'는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에 상륙할 당시부터 미국의 기본 정신으로 자리 잡았다. 

청교도정신의 중심에는 '죄악'의 개념이 자리하고 있다. 섹스에 있어서는 특히 심하다. 그런 점들은 미국과 프랑스를 비교해 보면 훨씬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프랑스에서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바람을 피우는 것에 대해 가정과 분리해 사회적으로 묵인한다. 미국에서도 장기간 결혼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권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부가 서로 합의 아래 외도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다만 미국사회에서의 외도는 어디까지나개인적인 문제로 국한된다. 프랑스에서의 외도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것과 명백한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69


간통 행위로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보상받는 기분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몰래 간직한 기분, 은밀한 행위를 하고 있는 것에 짜릿한 쾌감을 맛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반면 자기혐오에 빠질 수도 있고, 차분하게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도 있다.  70


우리는 수많은 의무들에 갇혀 있다. 모기지론, 자동차 할부금을 갚아나가야 할 의무와 함께 자녀양육의 기나긴 의무가 있다. 평생을 따라다니는 부모라는 꼬리표를 무시할 수 없고, 자신이 선택한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그런 문제들은 미국사회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권태는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권태로운 결혼생활이나 직업을 그대로 유지해 간다는 건 정말이지 끔찍한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는 그런 삶을 유지해가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덫에 갇혔다는 생각이 들때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가장 불편한 진실은 그 덫을 만든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임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72


우리는 나이를 먹고 나서야 세상에서 살다간 모든 사람들이 맞닥뜨렸을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인생의 포로가 되어 살아가던 사람들은 나이가 지긋해지고 나서야 자기 자신에게 잔인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삶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때서야 사람들은 원하지 않는 덫에 갇혀 더없이 소중한 인생을 불행에 빠뜨리고도 바꿀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진실은 여전히 유효하다.

'삶의 덫에 갇혀 더없이 소중한 인생을 불행하게 보내기로 결정한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76


우리는 누구나 떠나는 꿈을 꾼다. 자유를 얻는 대신 외로움을 덤으로 얻게 될 미지의 땅으로 모험을 떠나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다. 가정이나 직업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유로워지기로 결심한다는 건 어른이 되어 내릴 수 있는 결정 중에서 가장 힘들다. 그런 까닭에 나는 떠나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사람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키케로는 듣기에는 불편하지만 일리 있는 말을 했다.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다는 건 대단히 위험하다. 하지만 그런 위험은 세상의 도처에서 너무 쉽게 일어난다.'  77




3 우리는 왜 자기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이야기를 재구성하는가?


절망에 몰린 사람은 비이성적인 시나리오를 유일한 해결책으로 착각하게 된다고 하잖아.  88


'실증적 사실'이라는 말을 할 때 우리는 '이견이 없는 진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복잡한 상황들을 설명할 때 단 하나의 실증적 사실만 적용할 수는 없다.  89


왜 상대의 '진실'은 나의 진실과 다른가? 더욱 간단히 말해 우리는 왜 자기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이야기를 재구성하는가?

하나의 사건을 재구성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건 인간의 행동 유형에서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다.  93


내 경험상 어떤 진실을 부정하고 이야기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는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94


마음은 그 자체로 장소이며, 지옥을 천국으로, 천국을 지옥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 말 뒤에는 또 다른 질문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는 어떨게든 하루하루를 견디기 위해 현실을 재구성한다.'

거리의 철학자로 통하는 에릭 호퍼는 말했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할 때 가장 크게 거짓말한다.'  95


우리는 스스로 지어낸 이야기에 갇혀 사는 경우가 많다. 그 이야기는 우리의 관점이 만들어낸 허구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얼마든지 관점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이야기를 바꿀 수 있다.  112


(고모할머니) 벨은 "그동안 인생을 비극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을 많이 봐 왔어. 아무리 힘들어도 인새을 비극이라 여기면 안 돼. 난 늘 우울한 생각에 빠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살아왔어. 내가 그 아이를 잃고도 살아갈 수 있었던 건 바로 그런 결심 덕분이었지. 비극적 인생 이야기에 나를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결심했지....

'이제 부터 나는 더 이상 절망에 허덕이지 않는 길을 선택하겠어.' 라고.. 그렇게 마음먹는다고 해서 그 일이 당장 내 마음속에서 사라지지는 않아. 그렇지만 나는 더 이상 그 일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어. 물론 한순간도 그 아이의 모습이 머릿소에서 사라지지 않았지만 나는 가능한 한 유쾌해지려고 애썼지."  114-115


비극을 갈무리하고 지나갈 길을 찾아낼 수는 있다. 하지만 인생사의 수많은 비극을 완벽하게 극복할 수 있는 해답은 없다. 인생사의 비극적인 문제들을 성공적으로 극복해낸 사람들은 많이 있지만 그 그늘까지 완벽하게 해소할 수는 없다. 사람은 죽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괴로움을 끝낼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살아 있는 동안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쓸 필요가 있다.  116




4 비극은 우리가 살아 있는 대가인가?


작가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한 가지 조언을 하겠다. 누구나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에는 엄청난 비방이 쏟아진다는 점을 명심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설령 냉소적인 비방들을 무사히 극복하게 되더라도 작가가 되려는 사람의 앞길에는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끊임없이 기다리고 있다. 출판사의 거절을 충격 없이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들의 혹독한 평을 아무렇지 않게 견디는 것이 작가가 되려는 사람이 가져야 할 기본자세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작가가 되려는 사람은 끈기와 노력을 통해 끊임없이 창작에 필요한 기교를 연마하고, 작품에 대해 애정 없는 비판을 늘어놓는 사람들을 웃는 얼굴로 마주볼 수 있어야 한다.  122-123


1970년대에만 해도 우울증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치료할 약도 변변히 준비돼 있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우울증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되었다...

자살은 살아 있는 사람들에 대해 심각한 벌을 주는 행위이기도 하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절망과 공허로 뒤덮인 어둠의 질곡을 헤매게된다. 누구나 암담한 순간에 처하는 경험을 한다. 우리는 누구나 영원히 세사오가 작별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기도 한다. 

단 한 번도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거짓말쟁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한 시나리오를 머릿속 한편에 감춰두고 '아주 몹쓸 생각'이라고 표시한 다음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을 뿐이다.  127


죽음은 앞으로 전개되는 '삶'의 이야기를 앗아간다.  130


"표절행위가 발각되기를 바랐나요?"

내 질문에 하워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윽고 대답했다.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나요? 아버지가 말하곤 했죠.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이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그 사실이 남들에게 발각되기를 바란다고요. 내 경우에는 일이 모두 엉망으로 끝난 다음에야 그 사실을 깨달았어요."

"대개 그렇지 않나요?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결과를 봐야만 그 의미를 알게 되죠."

"의미를 깨닫게 되더라도 너무 늦은 경우가 많기도 하죠."  155


하워드는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말했다. 

"우리는 누구나 예기치 못한 비극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비극은 어떻게든 우리를 덮치죠. 그렇지 않나요?"

"사실 인생의 아주 많은 부분이 우리 손이 미치지 않는 영역에 있긴 하죠."

하워드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자기 파괴적인 일탈 행위로 비극을 자초한 게 얼마나 한심하고 비참한 짓이었는지 뒤늦게야 깨달았아요. 내 자신이 자초한 비극이었죠. 충분히 피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비극을 피하려면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어야만 하죠. 우리는 매일 아침 거울 속에 들어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며 살아가죠. 그렇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 그 사실이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큰 비극입니다."  156




5 영혼은 신의 손에 있을까, 길거리에 있을까?


작가라면 대부분 그렇듯이 나도 어떤 사람들이 당면한 문제를 여러 가지 가정에 대입해 생각해보곤 한다.  167


나는 '만물을 관장하는 전지전능한 신'이라는 개념을 깊이 숙고해 본 적이 있는데 결국 그 말에 수긍할 수 없었다. 전지전능한 신보다 세상일에 덜 끼어드는 초월적 존재도 내 머리로는 수긍이 되지 않는다. 

신이 세상을 만들었지만 세상은 신의 간섭 없이 돌아간다고 주장하는 이신론은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이신론을 주장하는 사상가는 많지만 볼테르가 대표적이다. 내가 보기에 이신론은 불가지론의 지류로 생각된다. 이신론으 우주의 기원은 있지만 생명체들은 각각의 상황을 따르지 신의 명령을 따르지는 않는다는 세계관이다.  169


종교란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베들레힘으로 몸을 숨기는 게 아니면 무엇일까? 파란만장한 인생에서 조금이나마 기대 쉴 수 있는 안식처를 찾는 게 아니라면 무엇일까? 우리에게 일어나는 온갖 문제들에 대해 끝없이 어떤 의미를 찾기 위한 탐구가 아니라면 무엇일까?  173


몇 년 전 이스라엘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때 만난 70대 노인이 나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유대교는 모계로는 분명하게 이어지지만 부계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어머니가 유대인일 경우 그 자식은 유대인으로 친다. 아버지가 유대인인 경우에는 자식을 유대인으로 치지 않는다. 그 아들이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174




6 왜 '용서'만이 유일한 선택인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상대로부터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 한다. 갖가지 난제가 콘크리트 벽처럼 앞을 가로막고 있는게 뻔히 보이는데도 못 본 척하고 넘어간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기 때문이다.  216


자기애가 지나치게 강한 사람은 남에게 사랑을 베풀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 자신은 사랑을 주지 않으면서도 사랑을 바라는 사람을 기꺼이 묶어두려 한다.  236


용서는 인간 조건의 중요한 요소다. 세계의 주요 종교들은 모두 용서를 가르친다. 탈무드에 나오는 말을 예로 들어보자. 

'완고하면 안 된다. 마음을 누그러뜨릴 줄 모르면 안 된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건 쉽게, 화를 내는 건 어렵게 살아야 한다. 상대가 진심으로 잘못을 빌 경우 기꺼운 마음으로 용서해야 한다.'

신약에도 용서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와 비유가 많이 나온다. 

그 유명한 산상수훈도 사실은 용서에 대한 글로 볼 수 있다. 자주 인용되는 다음 문장은 누가복음에 나오는 말이다. 

'그러나 너희 듣는 자에게 내가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미워하는 자를 선대하며, 너희를 저주하는 자를 위하여 축복하며, 너희를 모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너의 이 뺨을 치는 자에게 저 뺨도 돌려대며 네 겉옷을 빼앗는 자에게 속옷도 거절하지 말라.'

불교에서도 미움과 증오를 마음의 독이 되는 병으로 간주한다. 불교에서는 용서하지 않으면 업이 쌓이고, 자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 오히려 더욱 불행한 사람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 사람이 나를 이용했어, 그 사람이 나를 괴롭혔어, 그 사람이 나를 짓눌렀어, 그 사람이 내가 가진 모든 걸 빼앗았어.'라는 생각을 품고 있으면 마음속에서 번뇌가 끊이지 않는다.

용서에 대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말을 남긴 사람은 아우구스티누스일 것이다. 몇 세기 뒤에 살았던 몽테뉴와 함께 아우구스티누스는 현대적인 실존주의의 토대다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용서는 죄를 사하는 것이다. 용서함으로 한 번 길을 잃었던 마음이 다시는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현대 의학과 정신분석학에서는 '용서 모델'로 불리는 연구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용서하고 미움을 넘어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다른 사람에게 받은 피해의 부스러기 때문에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는 사람이 세상을 훨씬 더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의학적으로도 증명되었다.

큰 상처를 준 사람에게 호의를 베푼다는 건 다시 말해 자기 자신에게 남아 있는 분노를 줄여나가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분노를 줄이는 건 정신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용서는 정신건강에 좋다. 다만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용서하기란 정말이지 몹시 힘든 일이다.  239-240


분노의 대상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가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결국 후회할 일을 한 가지 더 만들게 될 뿐이죠.  250


분노가 당신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 우리는 분노를 너무 많이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큰 피해를 당할 경우 특히 극심한 분노의 감정이 일게 되죠.  251


용서는 자기 안에 있는 온갖 나쁜 기운을 밖으로 점차 내보내는 일이다. 

내가 '점차 내보내는 일'이라고 표현한 것에 주목하기 바란다.  257


용쇼는 먼저 자기 자신의 마음 안에 있는 미움과 원망을 버리는 일이다. 용서를 상대에 대한 수동적 공격의 도구로 사용하면 안 된다. 타인의 잘못을 용서했으니 자기 자신의 도덕적 우위가 증명된 셈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용서는 존재론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들 각자가 세상에 홀로 서서 모든 행도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면 자기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타인의 행동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도 자신의 책임이다. 사는 동안 만나게 될 수밖에 없는 어려움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결정해야 할 책임도 자기 자신에게 있다. 다른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았을 때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것도 자기 자신의 몫이다. 

용서는 '잊기'와 다르다. 요즘 '잊기'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잊기'는 살아가면서 힘겨운 일을 겪에 돼 괴로움에 처했을 때 그 상처를 상자에 담아 마음 깊은 곳에 꼭꼭 묻어두고 다시는 열어보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258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듯이 우리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회개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용서는 우리가 모든 상처를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과도 같다...

용서의 과정은 전적으로 혼자 이루어가야 하기에 더욱 두렵고 힘든 일이다.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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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악으로 번영하는 사람도 있고, 선행으로 몰락하는 사람도 있다.' - 셰익스피어 <법에는 법으로> 2막 1장



"당신이 내 옆에 있어줘서 정말 좋아. 그렇지만 좌절감을 느끼면서까지 내 옆에 있어줄 필요는 없어."

"좌절감을 느끼다니?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

"말한 적 없지만 느낄 수 있어."

"내 진실을 알아주니 눈물 나게 고맙네.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능력에 A학점 줄게. 그 대단한 이기심에 A+를 주지."

"이기심?"

"그래, 착한 척하는 가면 뒤에 숨어 있는 당신의 이기심..."

그 말을 하고 나서 곧 후회했지만 화가 나 다툴 때 이성적인 사람은 없다. 게다가 가장 가까운 사람과 싸울 때는 더욱 그랬다. 화가 치솟을 때는 온갖 끔찍한 말들이 머릿속에서 떠오르고, 생각해볼 여지없이 입에서 불쑥 튀어나오게 마련이었다.  62-63



"우리의 인생 자체가 덫인지도 모르지."

우리는 스스로 덫을 놓는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 상황을 피하려 하지 않는다.  67



미국은 무릎 꿇고 순순히 자기 역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가가 나서서 박살내는 나라죠.  159



"마음먹기에 따라 지옥도 천국이 될 수 있고, 천국도 지옥이 될 수 있어."  167



"... 개인이든 집단이든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강력한 자극을 가해 흔들어줘야 하지."  175



왜 사람들은 가진 것과 갖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하는데 이처럼 많은 시간을 쏟아 부을까?  223



25년 동안 교직에 몸담으며 깨달은 바가 있다면 아이들의 성격은 타고난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부모는 단 한순간도 자식에 대한 걱정을 놓을 수 없게 마련이었다.  238



NPR에서 브람스의 <저먼 레퀴엠>이 흘러나왔다. 진행자가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짧다는 깨달음을 주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마치 브람스가 내 마음을 알고 위로하는 듯했다. 좋은 싫든 우리는 인생에서 벌어지는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63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붙잡는다.  272



"네 엄마와의 결혼생활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게 뭔지 아니? 우린 수없이 '이제 그만 헤어져.'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살아왔어. 상대에게 가장 강력한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말이었기 때문일 거야. 그렇지만 우리는 끝내 헤어지지 않고 지금껏 살아왔어."

"왜 헤어지지 못했는데요?"

"안정을 추구해서도 아니었고, 변화가 두려워서도 아니었어. 지금도 이유를 모르겠지만 네 엄마가 없는 인생을 상상할 수 없었어. 네 엄마도 내가 없는 인생은 상상할 수 없었을 거야. 단순한 것 같기도 하고, 대단히 복잡하기도 한 결론이지.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끝없이 괴롭히며 살아가지. 82년이란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배운 게 있다면 용서하고 용서받는 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거야.  278



부모란 자식이 잘못을 저리르면 혼자 남몰래 자책하는 존재이다. 가끔 부모가 된 걸 크게 후회한다. 자식이 없었다면 지지고 볶고 부대끼며 함께 어우러지는 삶은 없었겠지만 훨씬 더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살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313



"어떤 일도 가능하고, 어떤 일도 불확실하다."  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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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 살의 나는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확신이 없다. 사실 일자리를 잃을 때까지는 그런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27


사랑한다면 끝까지 곁에 있어줘야 하는 게 아닐까?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뭐 그런 거?  77



"그쪽은 그쪽이 더 잘 안다고 생각했겠죠. 다들 나한테 뭐가 필요한지 자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해..."  81



투석기로 발사된 돌덩이처럼 완전히 다른 삶 속에 처박히게 되면, 아니 적어도 얼굴이 유리창에 닿아 짜부라질 정도로 심하게 등 떠밀려 남의 인생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를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게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84



세상에는 훨체어를 탄 사람과 같이 다니지 않으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들이 잇다. 하나는 포장도로 상태가 얼마나 거지 같은가 하는 실감이다. 여기저기 푹푹 파인 데를 엉망진창으로 땜질해 놓았거나 아예 울퉁불퉁하다..

또 하나는 사려 깊은 운전자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보도 진출입로를 아예 막고 주차를 하거나 너무 빽빽하게 차를 붙여 놓아서 실제로 훨체어가 도로를 건널 길이 아예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98



보통 사람의 시간이 있고 병자의 시간이 따로 있다. 시간은 정체되거나 슬그머니 사라져 버리고 삶은, 진짜 삶은, 한 발짝 떨어져 멀찌감치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114



"당신은 지나치게 똑똑해. 지나치게 흥미 진진하고." 그는 나를 보던 눈길을 돌렸다. "인생은 한 번밖에 못 사는 거요. 한 번의 삶을 최대한 충만하게 보내는 건 사람으로서 당연한 도리요."  277


"행복할 수 있는 일이 뭔지를 찾아서 내가 원하는 일이 뭔지를 알아내고, 그 두 가지 일이 가능한 직업의 훈련을 받은 겁니다."

"당신 말만 들으면 참 간단해 보이네요."

"간단해요. 문제는, 굉장히 힘이 든다는 겁니다. 글너데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노력을 하고 싶지 않은 거죠."  291



"사람들은 대체로 나처럼 사는 게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라고 생각한다는 걸 알아요. 그렇지만 더 나빠질 수도 있어요. 혼자 숨을 쉴 수도 없는 지경이 될 수도 있고, 말도 못 하게 될지도 몰라요. 순환계에 문제가 생기면, 팔다리를 잘라내야 한다는 뜻이죠. 무한정 입원하게 될 수도 있어요. 지금도 사실 산다고 하기엔 형편없는 삶이지만, 클라크. 얼마나 더 나빠질 수 있는지 생각하면... 어떤 날 밤에는 침대에 누워 있다가 진짜로 숨이 안 쉬어지기도 해요."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이런 거 알아요? 아무도 그런 얘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거. 아무도 두렵다든가, 아프다든가, 무슨 멍청하고 뜬금없는 감염으로 죽게 될까봐 무섭다는 얘기는 원치 않아요. 다시는 섹스를 할 수 없고 자기 손으로 만든 요리를 다시는 먹을 수 없고 절대 자기 자식을 안아볼 수 없게 되면 기분이 어떨지, 그런 걸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이 휠체어에 이렇게 앉아 있다보면 가끔 죽도록 답답해져서, 이렇게 또 하루를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해도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고 싶어진다는 걸,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 말입니다. 우리 어머니는 실낱 같은 희망에 매달려 살고 있는데 아직도 우리 아버지를 사랑하는 내가 용서가 안 돼요. 동생은 이번에도 또 나 때문에 자기가 뒷전이 됐다는 사실 때문에 날 원망하고 있지만... 내가 불구가 됐다는 얘기는, 어렸을 때부터 죽 그래왔던 것처럼 나를 제대로 미워할 수도 없다는 뜻이죠. 우리 아버지는 그냥 싹 다 없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이고, 궁극적으로, 그 사람들은 다 밝은 면만 보고 싶어 하는 거죠. 그래서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해줘야 하는 거고."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정말로 재앙에도 밝은 면이라는 게 있다는 믿음이 꼭 필요한 거죠."  358-359



".. 그 친구가 행복하기를 세상 그 무엇보다 바라지만 나는... 나는 도저히 그가 하려는 일을 감히 내 잣대로 판단할 수가 없어요. 그건 그 친구가 선택할 일이에요. 그가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444


"아니요. 그 친구가 살면 좋겠어요." 

"하지만.."

"하지만 그 친구가 살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 살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다면, 억지로 살라고 하는 건, 당신도, 나도, 아무리 우리가 그 친구를 사랑해도, 우리는 그에게서 선택권을 박탈하는 거지 같은 인간 군상의 일원이 되어버리는 거예요."  445-446



"어떻게든 되겠죠." 내가 말했다. "우리 둘이서,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거예요."

내가뭘 원하는지 깨달은 흐로, 그 말이 내 캐치프레이즈였다.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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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나가는 여자들을 쳐다보는 법이 없다. 맨해튼에는 여신처럼 아름다운 여인들이 많지만 내 눈은 그녀들의 얼굴에 가닿지 않는다. 난 '첫눈에 반한다'는 말도 믿지 않는다.

그런 내가 이번에는 좀 이상하다. 살아가면서 적어도 한 번쯤은 체험하는 기이한 순간이다. 마침내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났다는 느낌, 그 낯설면서도 분명한 인식...

나에게 기회를 잡을 시간은 단 3초만이 주어진다.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다. 난 무턱대로 입을 연다.  129


인생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순간은 우리가 기억하는 순간들이다. - 장 르누아르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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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격. 사람들은 흔히 사회적 가격 때문에 열등감에 빠져 주눅이 들거나 자신감을 잃거나 갈등에 시달리곤 합니다. 

열등감이란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들 때문에 스스로 고통을 짊어지고 괴로워하는 갈등입니다.  17


만약 모기가 잠자리만큼 크다면 언제든지 때려잡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모기에게 화를 내는 까닭은 바로 눈에 잘 때문입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답답하게 여기는 것은 아마도 우리 안에 모기 같은 존재가 도사리고 있어서 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바로 보달것없어 보이는 우리 마음입니다.  22


스승께서 던지신 말씀

"쥐는 쥐약인 줄 알면 먹지 않는데, 사람은 쥐약인 줄 알면서도 먹는다."

"아주 뜨거운 물잔은 얼른 내려놓으면 되는데, 붙잡고 어쩔 줄 모르니 델 수밖에 없다."  33


세상은 뱃심으로 살아야 합니다. 세상에 끌려다니며 산다는것은 바보짓입니다.  35


왜 사십니까?

눈을 감고 가슴에 손을 얹고 차분히 생각해 보십시오.  40


저도 중세 철학자들의 흉내를 내면서 우리 사회의 명망가들을 찾아다니며 인생에 대해 물은 적이 있습니다.

누가 보아도 인생을 진지하게 산 어른들은 대부분 '호방하게 살라'고 했습니다. 정말 소문이 날 만큼 인생을 호방하게 산 어른들은 대체로 '진지하게 살라'고 충고했습니다.

저는 진지하게 사는 것과 호방하게 사는 문제를 가지고 다시 한 번 묻고 다녔습니다. 결국 얻어낸 결론은 진지함과 호방함을 함께 선택함이 현명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인생을 진지하고 호방하게 사는 것은 사람답게 사는 지혜입니다.  49-50


자존심은 스스로 존엄하다는 걸 인정하고, 자신이 존귀하듯 나 아닌 다른 모든 것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빈다. 자신만을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은 자만심입니다.  61


내 몸에서 악취가 나면 다른 향을 느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영혼을 깨끗이 하지 않으면 다른 영혼의 향기를 맡을 수 없습니다.  102


김수환 추기경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 포용, 자기 낮춤이 성행된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  108


덕은 자기 영혼의 생김새를 예측할 수 있는 거울이자 개량기 입니다. 베풂은 자비심뿐 아니라 자신을 어여쁘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나이 들수록 품격이 생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틀림없이 덕을 푼푼히 베풀며 살아왔을 겁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잘 가꾼 표시가 나는 것입니다.  109


세상에 널리 아려진 큰 스승을 만나려면 베움의 자세가 확고하고 모진 가르침을 따를 각오가 남달라야 합니다. 그러나 참 스승은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참스승은 도처에 있을 수 있습니다.  121


어느 목사님이 주례사를 말씀하셨습니다. '사랑하기에 결혼하지 말고 사랑하기 위해 결혼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134


사랑에 굶주리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사랑은 언제나 넘치는 법이 없습니다. 주는 쪽에서 아무리 지극해도 받는 쪽에선 부족하고 아쉽고 목마를 수밖에 없습니다.  137


화병은 불안, 불신, 공포, 분노, 증오, 답답, 우울 등으로 인해 생기는 병입니다. 그러나 유심히 살펴보면 화병은 핑계 때문에 생긴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내 탓이 아니라 네 탓이라고 생각하며 분노하고 답답해하기 때문에 울화를 삭이지 못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십시오, 아픈 것도, 화난 것도, 분노한 것도, 짜증난 것도 모두 내 탓입니다. 상대방 때문에 화병이 생겼다고 주장하겠지만, 자신의 영혼이 허약하기에 생긴 핑계이기 쉽습니다.  159


성철 대 선사의 말씀은 이랬습니다. "대나무처럼 살라!"

대나무가 가늘고 길면서도 모진 바람에 꺾이지 않는 것은 속이 비었고 마디가 있기 때문입니다. 속이 빈 것은 욕심을 덜어내어 가슴을 비우라는 뜻이었습니다. 또한 사람마다 좌절, 갈등, 실수, 실패, 절망, 아픔, 병고, 이별 같은 마디가 없으면 우뚝 설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166


비워야 채울 수 있고 틈이 잇어야 비집고 들어갈 수 있으며 빈자리가 있어야 누군가 앉을 수 있는 것입니다.  167


어느 대기업 사장이 말했습니다.

"바람을 마주 보고 맞으면 역풍(逆風)이지만 뒤로 돌아서서 맞으면 순풍(順風)이 된다."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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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산다는 것은 

자국을 남기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흔적을 남기고 

떠나는 것이다.  26



[사랑해야 길이다]

길은 마음으로 걸어줄 때 살아난다.

온몸으로 속삭일 때 살아난다.

진정 사랑으로 보즘을 때 행복하다.

보아도 보지 못하고,

지나가도 돌아보지 못했다면

걸었다 할 수 없다.

사랑해야 길이다.  32



[잊어버림]

나를 잊고, 

너를 잊고,

모든 것을 잊게 만드는 길.

오늘,

이런 길을 달리고 싶다.  42



[여행중독]

여행이 중독이듯 길도 중독이다.

빠지면 헤어날 수 없다.

여행은 나를 찾아가는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는지

지독하게 묻고 답하는

나에게로 떠나는 것이 여행이고 길이다.  54



[욕심 없는 길]

마키아벨리가 편지를 쓰고 싶은 이유는

미친 사랑도 아니고 그저 안개 때문이었다.

안개 때문에 젖어들었던 상념이고, 

그 상념의 불꽃과 향기를 보듬었을 뿐이다.

안개의 길은 전부가 아닌 조금만 보개 한다.

눈보다는 마음이 먼저 보게 하는 길이다.

조금씩 천천히 밟아가야 하는 욕심 없는 길이다.  87



둘이 걷는 길은 혼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외로움을 떨쳐낼 수 있고 혼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물리적인 난관들이 극복될 수 있는 길이다. .. 그러나 둘이 걷는 길은 장점과 강점만큼이나 단점도 많고 약점도 많다. 시간이 갈수록 의견 충돌은 피할 수 없고 여독이 쌓일수록 감정의 골은 심연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둘이 걷는 길은 문제와 난관을 전제로 하거나 이미 어느 쪽이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양보와 희생을 대전제로 하고 떠나는 길이다.  99



삶은 여행이다. 스쳐가는 여행이기에 한 번쯤 색다르게 살아보는 삶도 가능하다. 단 한 번뿐이었지만 정말 그때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추억할만큼.  101



[당신 때문에 빛난다]

당신의 눈이 되어 당신의 마음이 되어

당신의 자리를 따라 간다.

당신이 흐르는 대로 나도 따라 흐르고,

당신이 버리는 대로 나도 따라 버린다.

아직 남은 빛처럼 아직 남은 사랑에 행복하고 

아직 남은 온기처럼 아직 남은 시간에 고맙다.

행복은 내일 또다시 떠오른 태양 때문에 빛나고 

내일 또다시 찾아오는 당신 때문에 빛난다.  109



[그립다]

길을 떠나도 길이 그립고 

길을 잊어도 길이 그립다.

혼자 걸어도 길이 그립고

둘이 걸어도 길이 그립다.  119



[길은 이어진다]

생각은 생각으로 이어지고,

마음은 마음으로 이어지고,

고독은 고독으로 이어지고,

사람은 사람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길은 길로 이어진다.  120



[오래 사랑하려면]

오래 사랑하려면

오래 같이 있어야 한다.

오래 사랑하려면

오래 붙어 있어야 한다.

길은 단 한 번도 떨어져 있은 적이 없다.  123



[세상에서 가장..]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사랑을 얻는 일.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사랑을 지키는 일.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

사랑이 식는일(내가 보기에는 '사랑이 식기 직전')  133



[친구]

삶의 친구란

사이좋은 사람이 아니라

어디든 함께 떠날 수 있는 

거울 같은 사람이다.

만날 때마다 항상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먼 길까지 오래

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134



모든 인생도 여행도 공짜는 없다. 떠날 수 있는 사람은 무언가를 버렸기에 떠날 수 있고, 무엇 하나를 감내하기에 떠날 수 있다. 인생이나 여행에서 누구나 길을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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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섹스'라는 주제에 대해 철학적인 사색을 펴쳐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19


진화생물학에 따르면, 우리가 누군가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부분은 종족을 발전시킬 특정 요소의 상징에 불과하다.

진화생물학은 섹스의 존재 이유는 잘 설명하고 있지만, 특정한 사람과 섹스를 하고 싶어지는 의식적인 동기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실마리를 제시하지 못한다.  33


마음속 깊은 곳의 자아는 태어날 때 함께 가지고 나온 원초적인 욕구를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뭔가를 달하건 못하건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 몸을 매개로 사랑받고 싶은 욕구, 다른 사람의 품에 안기고 싶은 욕구, 자신의 살 냄새로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 싶은 욕구다. 이 모든 선천적이고 본능적인 욕구로 인해 이상주의적 열망에 사로잡혀 키스하고 싶고 같이 자고 싶은 누군가를 끊임없이 찾게 되는 것이다.  37-38


남자가 여자의 몸 위로 살며시 올라타며 여자의 다리 사이로 삽입을 한다. 남자는 여자가 축축이 첮어 있는 것에 격한 환희를 느낀다. 바로 그 순간, 남자에게 팔을 두르고 있던 여자도 남자의 딱딱해진 페니스에 똑같은 만족감을 느낀다.

이와 같은 생리적 반응들에 큰 만족감을 느끼는 이유, 다시 말해 만족스러운 동시에 아주 에로틱하기도 한 이유는 뭘까? 그러한 생리적 반응들은 논리나 이성의 조종능력이 손톱만큼도 미치지 못하는 승낙의 표시이기 때문이다.  48


현실에는 격식을 갖춰야 하는 상황이 많다. 그런데 그런 수많은 격식들은 그 자체로서 자연스럽게 뜻밖의 성적 판타지를 싹틔울 여지를 허락한다. 규칙을 깨는 연상작용에 의해 제목이 성욕을 일으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남드르이 눈에 잘 안 띄는 도서관 구석이나 고급 레스토랑의 화장실, 또는 열차의 객실 안에서 섹스하는 상상 역시 그와 비슷한 이유로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식의 반항적 일탈은 단순히 성적 판타지의 차원을 넘어서서, 어떤 권한을 느끼게 해준다. 비즈니스 승객들로 가득한 비행기 내의 화장실에서 섹스를 한다고 상상해보라. 그런 상상은 이성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통상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위계를 뒤집는다. 그리고 대체로 냉담한 규율이 개인의 소망과 바람을 지배하는 분위기 속으로 열망을 끌어들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고도 1만 600미터 상공의 기내는 사무실처럼 숨 막히는 공간이지만, 그런 성냠갑 같은 곳에서 위계가 아니라 친밀감이 승리했으므로, 그 승리는 더 달콤하고 그만큼 쾌감도 더 짜릿하다. 이와 같은 비행기 화장실 안에서의 시나리오에 대해 흔히 '섹시하다'고들 말하지만, 그 표현에 내포된 진정한 의미는 따로 이싿. 그것은 바로 비행기 안에서 느낀 위압적인 소외감을 극복한 것에 대한 흥분이다. 

성적 판타지나 동경은 격식과 친밀감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듯하다.  51-52


연인 사이의 충성스러운 애착은, 무례함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더 강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거대하고 비판적인 사회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그 무례함이 더 놀랍고 경악스럽게 여겨질수록, 연인들끼리는 두 사람만이 승인한 낙원을 짓는 듯한 기분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이런 무례함은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심리학의 프레임을 통해 들여다봐야만, 따귀를 맞고, 숨이 반쯤 넘어가도록 목이 졸리고, 침대에 묶여 강간당하다시피 다루어지는 그런 행위가 일종의 승낙의 증거라는 사실이 차츰 이해된다.  56-57


섹스는 고통스러운 이분법, 즉 우리 모두가 유년기 이후에 익숙해지는 '불결함'과 '순수함'의 이분법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준다. 섹스는 우리의 자아 중에서 가장 명백하게 더럽혀진 측면을 그 과정에 끌어들이고, 그럼으로써 그 불결한 측면을 가치 있는 것으로 거듭나게 해주며, 결국 우리의 자아를 정화시켜준다. 

그런데 여기서 자아를 정화시켜준다는 말은 대체 무슨 뜻일까? 구체적인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면 이렇다. 얼굴, 그러니까 우리 몸에서 가장 공개적이고 고상한 부분인 얼굴을 연인의 가장 은밀하고 '불결한' 부분에 가져다 대고 열정적으로 키스하고 빨고 혀를 집어넣으면서, 상징적으로 연인의 자아 전체를 받아들여줄 때가 바로 그런 정화의 순간인 셈이다.  57


관계가 끝난 후에는 기분이 다소 가라앉는 경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섹스 후에 비참한 기분에 젖어드는 경우는 꽤 흔한 일이다. 한쪽, 혹은 두 사람 모두 곯아떨어지거나, 신문을 읽거나, 그 자리에서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쉽다.

대체로 이럴 때 문제는 섹스 그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섹스와 일상의 현격한 대비가 문제다. 섹스는 특유의 다정함, 격렬함, 열정, 쾌락이 지배하는 반면, 삶의 일상적인 특면들은 반복, 지루함, 억압, 어려움, 냉담함으로 가득하다. 이 둘 사이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비참한 기분에 젖어드는 것이다.  69


사랑을 나누는 동안 일어나는 이련의 과정은 우리의 마음속 열마오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행위는 서로의 성기를 마찰시키는 행동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우리의 흥분은 천박한 생리학적 반응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특별한 누군가를 만남으로써 느끼게 되는 엑스터시다.  70


우리 사회는 사람들을 내면과 외면으로 이루어진 존재로 생각하며 내면을 외면보다 더 특별하게 여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체적인 측면, 즉 겉모습이 운명과 욕망에 있어 대단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73 


육체적인 매력이 무의미한 것이라고 덮어놓고 비하하기 전에, 누군가의 외모에 '흥미'가 끌린다고 말할 때 그 말 속에 담긴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를 고찰해보자.  74


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무작위로 선별된 일단의 사람들에게 여러 남녀의 얼굴이 찍힌 사진들을 보여주며 미모 순위를 정해보라고 했더니, 놀랍게도 일치된 결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사회적 환경이나 문화적 배경이 전부 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떤 얼굴이 가장 매력적인지에 대해 전 지구적으로 의견이 일치한 것이다.

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진화생물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이렇다. 남녀 모두 '섹시한' 사람으로 분류되는 기준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얼굴의 좌우가 대칭적으로 일치하고 균형과 비율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용모라는 것이다.  75


대칭과 균형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대칭과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 즉 얼굴이 심하게 비대칭이거나 균형이 맞지 않는다면 자궁속에서 혹은 생후 수년 이내에, 즉 자아의 대부분이 아직 형성되지 못한 시기에 병에 걸렸다는 표시이기 때문이다. 태아일 때 DNA가 세균에 감염되거나, 임신 초기에 엄마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으면, 얼굴의 생김새에 이런 불운의 흔적이 그대로 남을 수 있다. 그래서 외모는 우리의 유전적 운명을 보여주는 지침인 셈이다.  77


어떤 사라에게 육체적으로 ㄱ르려 그 사람과 자고 싶어지는 심리에 대해, 우리가 그 사람의 '본질'을 무시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사람의 입술, 피부, 이마, 눈썹을 통해 정확히 분별해낸 흥미로운 미덕에, 즉 사탕달의 표현을 빌리자면, '행복의 약속'에 흥분을 늒미으로써 더 가까워지고 싶어진 것일 수도 있으니까.  83


어떤 옷차림을 '섹시하다'고 말할 때 그것은 ... 그 옷이 대변하는 그 사람의 인생관과 철학에 흥미가 끌린다고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85


부부 사이에 잠자리가 소원한 것은 무엇보다도, 그리고 가장 순수한 관점에서 볼 때, 일상과 성애의 영역 사이를 원만하게 이동하지 못해 애를 먹기 때문이다. 성관계를 할 때 요구되는 자질은, 대다수의 일상적인 활동들을 행할 때 필요한 자질들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결혼을 하고 나면(결혼 직후부터는 아니더라도 수년 내에)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시간 관리하기,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자제하기, 말 안 듣는 자녀들에게 권위를 세우고 규율을 부과하기 등등, 가끔은 작은 기업체라도 운영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새악이 들 만큼 관료적이고 절차적인 기술이 필요해진다. 

그런데 섹스는 정반대의 덕목들, 즉 자유로움, 상상력, 유희, 통제력 상실이 중요하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통제와 자기억제를 특징으로 하는 일상생활을 방해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일단 욕망이 자연스레 발산되고 나면 야무지게 살림을 꾸린다거나 아이를 키우는 등의 가정생활 임무를 수행하는 데 부적당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적어도 다시 그런 임무를 재개할 생각이 들지 않을 우려가 있다.

우리가 섹스를 회피하는 이유는 그것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다. 섹스가 주는 쾌락이, 그 이후에 부과될 가정생활과 일상의 까다로운 요구들을 견뎌낼 인내력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125-126


오래된 연인이나 부부의 침체된 성생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해결책은 파트너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바라볼 줄 아는 것이다.  133


고의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수많은 성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간 주범이 바로 문명이다. 인권을 중시하고 인간의 친절과 도덕적 교양을 존중하는 우리의 문명 말이다. 이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랑과 상냥함의 능력이 진보할수록, 그것이 도리어 우리를 너무 과민하게 만들어 이성을 유혹하려는 시도를 주저하게 만들 수도 있다니.

문명은 남녀 관계에 있어서 관대함, 세심함, 평등의식, 공평한 가사 분담과 같은 굉장한 미덕을 가져다 주었다. 그 점은 누구도 부인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인정해야 할 것이 있다. 문명화가 우리의, 아니 적어도 남자들의 성관계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문명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욕망을 막무가내로 요구하거나 거칠게 밀어붙여서는 안 되고, 다른 사람을 단지 우리 자신의 욕구충족과 쾌락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150-151


근본적으로 따지자면 발기불능은 지나친 존중이 병이 되어 나타나는 증상이다. 파트너에게 자신의 욕망을 강요하는 무례를 범하거나 파트너의 욕망을 채워주지 못해서 불쾌감을 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발기부전 치료제가 잘 팔리는 시대적 현상은 현대사회 남성드르이 집단적 갈망을 대변해준다. 즉, 상대를 실망시키거나 기분 상하게 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그 미묘하고 민감하며 예의 바르고 문명화된 걱정을 무마시켜줄 확실한 메커니즘을 갈망하고 있다는 신호다.  152


우리는 파트터에게 화가 났다는 사실을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그 때문에 곧잘 멍하고 우울해져서 잠자리를 피할 때가 많다. 이런 경향이 나타나게 되는 원인은 대체로 두 가지 중 하나다.

첫째, 화가 치밀어 오른 구체적 사건들이 너무 정신없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경우다. 화가 났는지 제대로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순식간에 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자신이 기분이 상했다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침식사를 할 때라든가,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는 와중에, 혹은 점심시간에 시끄러운 쇼핑몰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상황을 떠올려보라. 화살이 날아와 우리에게 상처를 입혔는데도, 그 화살이 갑옷의 어느 위치를 어떻게 뚫었는지 정확히 눈치 챌 경황도 여력도 없는 상황이다. 

둘째, 분노를 알아차린 경우 더라도 그 화난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 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 말하자면 기분을 상하게 만든 일들이 너무 사소한 일이라면 입 밖에 꺼내어 따져봐야 본전도 못 찾는다. 대부분은 내가 너무 까다롭거나 별나서 그런 것이라는 결론이 나고, 상대방은 어처구니없어한다. 따지고 나서 스스로 생각해봐도 무안하고 머쓱해지는 그런 경우다.

이를테면 헤어스타일을 바꿨는데 파트너가 눈치 채지 못하거나, 바게트를 자를 때 빵 전용 도마를 쓰지 않아서 부스러기를 여기저기 떨어뜨릴 때, 혹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별일 없었는지 묻지도 않고 곧장 텔레비전 앞으로 갈 때 정말 속상하다. 하지만 이런 대수롭지 않은 일들을 건건이 불평하기에는 어쩐지 좀 민망하다.  155


세상의 모든 커플은 객관적으로 보기엔 매우 사소하고 터무니없는 일들을 놓고 비슷비슷한 말다춤을 벌이곤 한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우리 자신의 견지에서 본 그 사람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문제(자녀 교육이나 주택 구입에 관한 문제)에서부터 하찮은 문제(소파를 놓는 방향이나, 화요일 저녁의 데이트 계획 같은 문제)에 이르기까지, 무한한 영역에 걸쳐 상대방을 '완벽함의 화신'으로 만들고자 애쓴다. 따라서 사랑을 하는 동안에는 자신의 여러 이상들 중 하나가 배신당하는 고통이나 분노를 느낄 가능성이 다분하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게 되면, 더 이상 사소한 일 같은 것은 없어지니까.  156


거의 감지할 수도 없는 그 냉랭함 때문에 한쪽, 혹은 양쪽 모두 상대와의 잠자리를 피하기도 한다. 알다시피 섹스란 일단 화가 나면 건네주기 쉽지 않은 선물이며, 자신이 화가 난 것조차 의식하지 못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157


왜 화가 난 것인지에 대해서 먼저 차근차근 이해하기만 해도 그들은 다시 예전처럼 알콩달콩 지낼 수 있다.  159


성인기의 사랑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려면, 어린 시절에 사랑 받던 느낌을 기억하기보다는 부모님이 우리를 사랑하는 데 무엇을 감수했는지, 다시 말해 얼마나 큰 노력을 쏟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에 맞먹는 노력을 쏟아야만, 파트너가 은밀하게 불만의 화살을 쏠 때 그것을 감지하고 그 원인을 해결함으로써 더 행복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또한 애정이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더 자주 성관계를 갖게 되는 것은 여기에 덤으로 따라오는 행운이다.  165-166


중년의 기혼남이 다른 열자를 유혹할 때 내보이는 대범함을 자신감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그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뿐이다. 무슨 말이냐면, 그 나이가 되어 가끔씩 죽음을 의식하게 되면, '내 인생에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찾아올까?'하는 초조함 때문에 대범해진다는 뜻이다. 젊은 독신 남자였을 때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추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삶이 무한대로 펼쳐져 있을 것 같아서 수줍음과 부끄러움이라는 사치를 부릴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197-198


이왕 이렇게 된 것, 과감함 생각도 해보자. 외도에 대한 일반 대중의 견해와는 반대되지만, 진짜 잘못은 그 반대의 경우라고 말이다. 즉 탈선에 대한 어떠한 욕망도 '없는'경우가 더 잘못된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 말이다.

탈선에 대한 욕망이 전혀 없다는 것은, 오히려 이치에 어긋나고 부자연스러운 반응이므로, 이상할 뿐만 아니라 심오한 의미에서 볼 때 '잘못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외도의 가능성을 전혀 즐길 줄 모른다면, 그것은 심각한 상상력의 결핍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우리 인간이 이 지구에서 할당받은 애처롭도록 짧은 시간에 대한 심술궂은 태연함이자, 우리 몸이 가진 영광스러운 육욕적 본성에 대한 푸대잡이나 마찬가지다. 아니면 회의 중에 탁자 밑에서 유혹하듯 손가락을 감거나, 식당에서 식사가 끝나갈 무렵에 은밀하게 무릎을 접촉해오는 식의 에로틱한 도발에 이성적인 자아가 정당하게 지배당해야 할 권리를 부인하는 셈이다.  199-200


사람들은 외도를 저지른 배우자가 무조건 다 잘못했고, 정절을 지킨 배우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너무도 쉽게 단정한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의 의미를 일부분만 이해한 반쪽짜리 판단이다. 확실히 외도는 조간신문 톱기사감인 것은 맞지만, 배우자를 배신하는 방법으로 말하자면 다른 종류의 배신들도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는 않지만, 외도에 못지 않은 충격과 실망을 주는 배신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를테면 배우자와의 대화에 인색하게 구는 것, 마음이 딴데 가 있는 사람처럼 구는 것, 괜히 성질을 부리는 것, 스스로를 매력적으로 가꾸는 데 노력하지 않는 것 등등.  202


배신당한 것에 분개한 배우자는 본질적이고도 비참한 한 가지 사실을 회피하기 쉽다. 그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전부가 될 수는 엇다는 사실이다. '배신당한' 배우자들은 대개 이런 서글프고도 충격적인 사실을 너른 아량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게다가 주위 사람들은 그저 재신자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부추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진짜 큰 잘못은 도덕주의적 결혼관습에 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모든 욕구에 대해 성적으로, 감정적으로 평생의 해결사가 되어줄 수 있을까? 그러한 마도 안 되는 희망을 품게 하는 결혼제도의 비상식적인 야심과 고집이 진짜 문제다.

과거의 어떤 사회에서도 지금의 우리 사회만큼 결혼제도를 엄중하게 여기거나 희망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결혼에 대한 부지막지한 기대가 없으니, 당연히 그로 인해 엄청난 좌절에 빠지는 일도 없었다.

과거의 사람들은 사랑, 섹스, 가족에 대한 욕구들을 따로따로 구별지을 만큼 현명했다.  203-204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결혼을 사랑, 섹스, 가족이라는 우리의 모든 희망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으로 보는 것이 순진한 착각이라면, 마찬가지로 외도가 결혼 생활의 모든 좌절을 해소해줄 효과적인 해결방법이라는 생각도 순진한 착각이라는 것이다. 

외도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에서 찾아볼 수 있는 궁극적인 '오류'는, 결혼에 대한 특정 관념가 마찬가지로 '이상주의'다. 언뜻 생각하기에 외도는 비뚤어지고 절망적인 행동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비밀스러운 모험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결혼생활의 결핍을 채우려는 시도다, 외도를 하면 그 상대방이 자신의 결핍이나 과잉을 마법처럼 조절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믿는다면, 그것은 삶이 우리에게 부과하는 조건들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혼외'의 누군가와 성관계를 가지면서 '결혼생활 내부'의 소중한 것들에 타격을 입히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결혼생활을 충실히 지키는 동시에 인생에서 가장 강렬하고 절박한 감각적 쾌락의 기회를 거머쥐는 것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다. 두 마리의 토끼는 언제나 반대 방향으로 뛰어간다.  211


한마디로 결혼생활은 침대 시트와 비슷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네 귀퉁이가 반듯하게 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완벽을 추구하면 곤란하다.  213


결혼생활에 대한 좀 더 현실적인 태도는 무엇일까? 서로 정절을 지키려면 어떤 결혼서약을 주고받아야 될까? 확실한 것은, 흔히 쓰는 상투적인 결혼서약보다 훨씬 더 엄중하고, 비관적인 경고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가령 이런 식이다.

'당신에게, 오직 당신에게만 실망할 것을 맹세합니다. 그로 인한 불만도 당신에게만 털어놓고, 이 사람 저 사람과 바람을 피우며 돈후안 같은 호색한으로 살면서 여기저기 그 불만을 퍼뜨리고 다니지는 않겠습니다. 나는 여러 가지 불행의 선택을 검토했고 내 일생을 바칠 사람으로 당신을 선택했습니다.'

커플이 결혼식장에서 서로에게 하는 서약 치고는 상당히 비관적이다. 하지만 이런 서약을 한 뒤라면, 외도를 저지르더라도 실망에 대해 서로 서약한 부분만을 배반하는 것이지 비현실적인 희망을 배반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배반당한 사람이 상대방에게 "나와 함께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해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앙칼지게 쏘아붙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신 정곡을 찌르는 공정한 지적으로 이렇게 큰소리를 치게 될 것이다.

"나는 당신이 나에게 실망을 느끼더라도 의리를 지켜줄 거라고 믿었어."  213-214


부부가 자신들의 삶이 결혼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음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외도의 충동에 몸과 마음을 내맡기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그것도 두 사람 모두가 날마다 감사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기적이다.  220



지독한 성적 욕망을 겨냥해 경멸적인(하지만 온당한) 이야기들이 숱하게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전히 그 욕망을 칭송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어쩌면 우리가 실체적인 인간으로서 호르몬에 정직하게 반응하고, 제정신으로 살기 위해서 정말로 필요한 것을 며칠씩이나 잊고 지내는 지경에 이를 때까지 성적 욕망이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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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이 순간 행복하게 웃고 있는 것은 이 세상 어딘가에서 까닭 없이 울고 있는 사람의 눈물 때문이다. 우리들이 건강한 것은 어딘가에서 까닭 없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 덕분이다. 우리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은 어딘가에서 까닭 없이 굶주리는 사람들의 희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세상 어딘가에서 울부짖고 있는 사람과 주리고 목마른 사람과 아픈 사람과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잊어서는 안 된다.  22


예수의 성녀 데레사가 쓴 <완덕의 길> '정말 필요한 것이면 보아줄 사람이 얼마든지 있으니,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스스로 걱정하지 마십시오.'  30


어때서 일어나지도 않은 현상을 미리 가불해서 앞당여 근심하고 있단 말인가.

성녀 데레사는 이렇게 말했다. '매 순간 단순하게 살지 않는다면 인내심을 갖기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저는 과거를 잊고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무척 조심합니다. 우리가 실망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과거와 미래를 곰곰이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35


선승 황벽(黃檗)은 이렇게 말했다. '과거는 감이 없고, 현재는 머무름이 없고, 미래는 옴이 없다.'

주님도 이에 대해 분명하게 못 박고 계시지 않는가.

'그러므로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마태 6:34)  36


프랑스 시인 아폴리네르.

그가 말했다.

벼랑 끝으로 오라.

그들이 대답했다.

우린 두렵습니다.

그가 다시 말했다.

벼랑 끝으로 오라.

그들이 왔다.

그는 그들을 밀어버렸다.

그리하여 그들은 날았다.  38


일찍이 당나라의 선승 동산(洞山)에게 한 스님이 찾아와 물었다. 

"추위와 더위가 찾아오면 이를 어떻게 피해야 합니까?"

동산이 대답했다.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으로 가면 되지 않겠느냐."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가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입니까?"

그러자 동산이 소리쳤다.

"이놈아! 추울 때는 그대를 더 춥게 하고, 더울 땐 그대를 더 덥게 하는 곳이다."

우리는 추우면 본능적으로 더운 곳으로 피하려 한다. 더운 곳으로 피하면 추위는 일시 가실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추위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고통이나 근심이 있을 때 술을 마시거나 다른 방법으로통해 고통을 피하려 한다. 피하고 잊는다고 해서 고통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고통은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추위를 피하려면 애써 더 추운 곳으로 찾아가라는 동산 스님의 말은 고통이 오면 더욱 그 고통을 직시하라는 뜻이다. 


중국의 도가서(道家書)인 <열자(列子)>에는 전설적인 신궁 비위(飛衛)의 이야기가 나온다. 제자 기창(紀昌)이 찾아와 활쏘기를 배우려 하자 비위가 말한다. 

"활쏘기보다, 먼저 눈을 깜빡거리지 않고 끝까지 보는 공부부터 하게."  58


이순신 장군도 말씀하셨다.

"살려 하면 죽을 것이요, 죽으려 하면 곧 살 것이다."


주님도 이렇게 못 박고 계시지 않는가.

"제 목숨을 얻으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나 때문에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마태 10:39)  59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인간은 고통을 느끼지만 고통이 없다는 것은 못 느낀다. 두려움을 느기지만 평화는 못 느끼며, 갈증이나 욕망은 느끼지만 그것이 이루어지면 금세 잊어버린다. 마치 심한 갈증으로 허겁지겁 물을 마신 후에는 남은 물을 버리는 것처럼."  77


<성녀 소화 데레사 자서전>

소화 데레사 성녀는 널리 알려진 대로 15세에 가르맬수도회에 들어가 24세에 선종함으로써 10년도 못 되는 짧은 수도원 생활을 한 새내기 성녀다... 봉쇄수도원에서 기도를 하고, 마룻바닥을 닦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것과 같은 평범한 일상생활에 전념했던 수도자였다.  97

'내가 무슨 일을 하든지 아주 소소하고, 그러니까 마룻바닥에 떨어져 있는 바늘 하나를 주울 때에도 주님에 대한 사라응로 주우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영혼 하나를 구원한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당신의 사랑을 증거하는 데 조그만 희생 하나, 눈길 한 가닥,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아주 작은 것도 이용하고 그것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 '성인의 길'임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성녀 소화 데레사가 발견한 '겨자씨'의 비밀이었다.  98


주님을 향한 사랑의 열정은 우리들의 수도우너인 가정 속에서부터 타올라야 한다.  100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음식을 만들때도 데레사처럼 사랑으로 하고, 자식들을 아기 예수처럼 대하고, 아내를 성모님처럼 공경하고, 남편을 주님을 대하듯 사랑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면, 우리의 가정은 성가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01


[두메꽃]

외딸고 높은 산 골짜구니에 살고 싶어라

한 송이 꽃으로 살고 싶어라

벌 나비 그림자 비치지 않는 첩첩산중에 

값없는 꽃으로 살고 싶어라

햇님미나 내님만 보신다면야 평생 이대로 

숨어 숨어서 피고 싶어라.  117


인간이 저지르는 모든 죄는 반드시 이 단계를 거치게 되어 있다. 우선 유혹에 넘어가 그 죄를 응시하는 첫 발견 단계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러고 나서 생각한다. 먹음직스럽다. 화려하다. 향기롭다. 감미롭다. 죄는 본능적인 감각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후에는 맹렬한 상상이 일어나고 쾌락에 대한 기대감이 용솟음친다. 이 과정을 <준주성범>은 '처음에는 마음에 단순한 생각만 하고, 그 다음에는 상상이 일어나고, 쾌락이 생기고, 잇따라 악한 중동이 발하고, 마침내는 승낙을 하게 된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와가 느낀 '사람을 영리하게 해줄 것 같다'는 느낌은 악의 논리다. 결정적인 악의 정당화가 생기기 전까지는 그나마 유혹과 맞서 싸우려는 의지가 있지만, '딱 이번 한 번뿐인데', '이생은 원래 즐기는 거야', '사랑은 불나비야'라는 식의 악의 논리는 여지없이 충동적인 만용을 불러일으켜 마침내 열매를 따 먹고 남편에게도 따 줌으로써 악은 습관화(중독)되고 전염되어 온 세상에 만연하게 되는 것이다.  127


미국의 CIA는 거짓말을 백색, 회색 그리고 흑색으로 분류하고 있다. 남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행하는 흑색 거짓말과 완전한 거짓은 아닌, 상대방을 위한 선의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백색 거짓말, 그리고 그 경계가 애매한 회색 거짓말.  139


남전이 주석하고 있는 선당은 동서에 선방을 두어 동쪽의 선방에 사는 수자를 동당(東堂), 서쪽의 수자를 서당(西堂)이라고 불렀다. 

어느날 모든 납자들이 들에 나가 일을 하고 있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서로 자기네 고양이라고 주장하며 동당 고양이, 서당 고양이 하고 싸움이 벌어졌다.

다툼이 시끄러워지자 스승 남전은 무슨 일인가 나와 지켜보다가 싸움의 원인이 고양이 한 마리 때문임을 알고는 고양이의 목을 한손으로 쥐어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칼을 들어 모가지에 들이대고는 말했다.

"너희들이 뭔가 한 마디 할 수 있다면 이 고양이를 죽이지 않겠지만 말할 수 없다면 목을 베어 죽일 것이다."

서슬이 퍼런 스승의 선기에 압도되어버린 대중들은 입조차 달싹 못하고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남전은 그 자리에서 고양이의 목을 베어 죽였다.

그날 밤 외출에서 돌아온 제자 조주(趙州)가 스승에게 인사하러 왔을 때 남전은 낮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네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어떻게 했겠느냐?"하고 물었다. 그러자 조주는 말없이 자신이 신던 짚신 한 짝을 머리 위에 얹고 걸어 나갔다. 이에 스승 남전이 혀를 차며 말하였다.

"네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고양이는 살 수 있었을 터인데."

그 이후부터 '불살생'의 계율을 파계하여 고양이의 목을 벤 남전의 칼은 애욕을 끊기 위한 '사람을 죽이는 칼'이며, 그것이 분쟁의 원인인 고양이라 할지라도 하찮은 짚신조차 머리 위에 떠받으는 것처럼 섬기겟다는 조즈의 칼은 '사람을 살리는 칼'로 불리게 되었다.  148-149


근세의 선승 혜월(彗月)은 1937년 죽기 전 선암사에 주석하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천하의 명검'이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였다. 이 말을 들은 헌병대장이 명검을 보고 싶은 욕망에 절을 찾아왔다. "그 칼을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라는 간청에 "물론입니다."하고 앞장서 걷던 혜월은 느닷없이 뺨을 후려쳐 헌병대장을 섬돌 아래로 떨어뜨렸다. 졸지에 수모를 당한 헌병대장이 허리에 찬 칼을 빼려 하자 혜월이 먼저 다가가 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말했다.

"이것이 내가 갖고 있는 천하의 명검이오. 내가 때려 섬돌 아래로 떨어뜨린 손은 사람을 죽이는 칼이며, 부축하여 일으켜 세운 손은 사람을 살리는 칼입니다."  150


혀와 손과 생각은 모두 양면의 날을 가진 불칼임을.  155


불교에는 '불재가중(佛在家中)'이란 말이 전해져온다. 당나라 때 양보(楊補)라는 사람이 사천에 유명한 무제(無際)보살이 있다 해서 먼 길을 떠났다. 한참을 가던 양보는 "어디를 가오?"하고 묻는 노인에게 "무제보살을 스승 삼고자 길을 떠났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노인은 "보살을 찾아가느니 부처를 찾으러 가지 그래."하고 말했다. "부처가 어디에 있는데요?" 하고 양보가 묻자 노인은 대답했다.

"집에 가면 이불을 두르고 신발도 거꾸로 신은 채 나와서 맞아주는 분을 만나게 될 텐데, 그분이 바로 부처시네."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오바 이불을 두른 채 신발을 거꾸로 신고 뛰어 나오는 어머니 모습에서 비로소 양보는 '집 안에 있는 부처'를 견성(見性)할 수 있었던 것이다.  162


예수께서 저를 붙드신 목적은 제가 완전한 사람이 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향해 달음질치게 하려는 것에 있음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 안에 있는 하느님으로서의 '말씀'능력과 예수로서의 '행동'능력과 성령으로서의 '생각'능력, 즉 '지언행(知言行)'을 일치시키려 노력하는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170



스님, 정말로 죽음이 무섭지 않습니까? _최인호

죽음을 받아들이면 사람의 삶의 폭이 훨씬 커집니다. 죽음 앞에서 두려워한다면 지금까지의 삶이 소홀했던 것입니다. _법정



내가 좋아하는 선가(仙家)의 말 중에 '살아도 온몸으로 살고 죽어도 온몸으로 죽어라' 라는 말이 있다.  180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평론가였던 A. 모루아는 "병은 정신적 행복의 한 형식이다. 병은 우리들의 욕망, 우리들의 불안에 확실한 한꼐를 설정해주기 때문이다."

그리스도 신앙을 기반으로 하는 위대한 사상가였던 C. 힐티는 <행복론>에서 "강의 범람이 흙을 파서 밭을 갈듯이 병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파서 갈아준다. 병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견디는 사람은 보다 깊게 보다 강하게 보다 크게 된다."

강이 범람하여 홍수가 나지 않으면 대지는 황폐해진다. 기름지고 비옥한 땅이 되기 위해서는 홍수로 땅이 뒤집혀야 하는 것이다. 태풍이 바닷물을 엎어버리지 앟으면 플랑크톤은 사라지고 물고기들의 먹이사슬은 끊어진다. 바다가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태풍이 몰아쳐야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인간다워지기 위해서는 병의 홍수와 태풍을 견디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182-183


당나라 때 향엄(香嚴)이란 선사가 있었다. 등주(鄧) 사람으로 법명은 지한(智閑)이었다. 키는 7척이나 되고, 학문에 조예가 깊어 아는 것이 많고, 말재주가 능하여 당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느날 스승 위산영우(僞山靈祐)를 찾아가 불법에 대해 묻자 위산은 이렇게 답하였다.

"그대가 터득한 지식은 전부 남에게서 보고 들었거나 부처께서 말씀하신 삼장십이부경(三藏十二部經)의 뜻을 의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그것을 묻지 않겠다. 나는 그대에게 묻겠다. 아직 어머니의 배 안에서 태어나기 전의 본래면목(本來面目)에 대해서 한 마디 일러 보아라. 그것으로 그대의 공부를 가늠하겠노라."

향엄은 여러 가지로 대답했으나 위산은 인정해주지 않았다 위산에게 가르침을 간청하자 스승은 "나의 말은 나의 견해일 뿐 그대 스스로의 안목으로 일러야 그대의 안목이 아니겠느냐." 하고 거절한다. 이에 향엄은 자기가 읽던 모든 책을 불살라버린 후 "이번 생에는 불법을 깨닫지 못했다. 오늘까지 나를 당할 사람이 없다고 느꼈는데, 스승에게 한 방망이 맞고 보니 그 생각이 깨끗이 없어졌다. 이제부터 나는 그저 밥이나 먹고 살아가는 중이 되겠다." 하고 눈물을 흘리며 스승과 작별하고 암자에 들어가 수행을 하였다. 

하루는 마당의 풀을 베면서 무심코 던진 기왓장 한 조각이 대나무에 부딪치며 난 '딱'소리를 듣고 순간 크게 깨달았다. 이 장면을 선가에서는 향엄격죽(香嚴擊竹)리라고 부른다. 향엄은 스승에게 돌아가 깨달음을 인정받고 오도송을 읊었다.

작년 가난은 가난이 아니요. 去年貧 未是貧

금년 가난이 비로소 가난이로다. 今年貧 始是貧

작년에는 송곳꽂을 땅이 없더니 去年 無卓錐之地

금년에는 송곳조차 없더라. 今年 錐也無

이 선화에서 나온 것이 그 유명한 화두, 즉 '그대가 아직 어머니의 배에서 태어나기 전의 본래 얼굴'이란 공안인 것이다.  200-201


향엄 스님은 "이번 생애는 불버븡ㄹ 깨닫지 못하겠다."고 절망 했지만 용맹정진 끝에 무심코 던진 기왓장 한 조각이 대나무에 부딪치는 '딱' 소리에 크게 때닫고 부모가 태어나기 전의 참나, 즉 '본래면목'을 견성하엿다. 주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실 때 첫 일성으로 '하늘나라가 다가왔다'고 선언하셨다면 하늘나라는 이미 와 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른다면 어느 날 문득 어린이가 되어 하느님이 '빚어 만드신 최초의 참사람'으로 돌아가 원죄 없는 원형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 아니겠는가.

철학자 스피노자는 말했다.

"지금 이 순간을 영원의 눈에서 바라보십시오."

심학규는 공양미 삽백 석이 있어야만 눈을 뜨는 줄 알았다. 그러나 심 봉사의 눈을 뜨게 한 것은 바로 눈앞에 있는 자신을 위해 죽었던 심청이를 보고 싶다는 참사랑의 열망 때문이었다. 스피노자의 말처럼 지금 이 순간을 시작도 끝도 없는 '이제와 항상 영원한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우리는 우리를 위하여 치마를 뒤집어쓰고 임당수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심청이의 본래면목을 볼 수 있을 것이며 나의 참모습을 견성할 수 있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눈을 뜨는 데는 공양미 삼백 석과 같은 수천 년 세월이 걸릴 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는 것은 <심청가>에 나오듯 '휘번쩍'눈을 뜨는 한 순간이다.  209-210


운동처방학을 전공하는 윤기운 교수는 운동선수들에게 세 가지 종류의 혼잣말 훈련을 실험하고 그 결과를 지켜본 후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혼잣말의 종류에는 '지도적 혼잣말'과 '동기적 혼잣말', '긍정적 혼잣말'등이 있는데 지도적 혼잣말은 '천천히' 혹은 '침착하게' 같은 교훈적인 것이며, 동기적 혼잣말은 '이번이야말로 최고의 기회야', '드디어 때가 왔어'같은 심리적인 동기부여를 가리키며, 긍정적 혼잣말은 '좋아, 할 수 있어', '난 내 자신을 믿어'와 같은 말인데 마음속으로 외우기보다는 실제로 입 밖으로 드러내어 혼잣말을 하는 실험대상이 그렇지 않은 상대보다 월등히 실제 행동과 학습효과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215-216


중국의 당나라 때 절강성의 서암사라는 절에는 사언이라는 선사가 살고 있었다. 그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화두로 유명한 암두의 제자였다. 사언은 스승으로부터도 인정 받지 못했던 치둔인이었다. 

그가 그렇게 불린 데는 어느 날 공양 초대를 받아 신도 집에 갔을 때 주인이 유리와 구슬로 된 염주알을 바구니에 잠아 각자 골라 가지라고 햇던 데서 비롯되었다. 사언은 다른 스님들이 다 고른 후 마지막에 남은 가장 볼품없는 것을 집어 들고 "이것이 가장 내 마음에 든다."라고 흡족해하여 '바보선사'라 불리게 된 것이다. 

사언은 아침에 일어나면 판도방(큰방) 앞마루에 걸터앉아 먼 산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주인공아."

그러고 나서 사언은 대답했다

"네."

"정신차려라."

"네."

"앞으로도 속지 말아라."

"네."

사언의 자문자답은 자기 속의 자기야말로 만유의 근원적인 한 물건이자 본질 이전의 진아(眞我)임을 깨닫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성찰하고 경책하는 벽력임을 드러내 보인 것이다.  216-217


웰만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벗은 나 자신이며, 세상에서 가장 나쁜 벗도 나 자신이다. 나를 구할 수 있는 가장 큰 힘도 나 자신 속에 있으며 나를 해치는 무서운 칼날도 나 자신 속에 있다. 이 두 개의 나 자신 중의 어느 나를 좇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217


프랑스의 모럴리스트였던 라로슈푸코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귀중한 사람의 죽음에 눈물을 흘린다고 말하면서 신제로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추기경님은 그날 대담(2003년이엇던가. 새해를 맏아 동아일보에서 기획한 새해 특집으로 김수환 추기경과의 대담)에서 내개 한 가지 수수께끼 같은 화두를 던졌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도 가장 긴 여행이 뭔지 안세요?"

"모르겠습니다."

내가 대답하자 추기경님은 자신의 머리와 가슴을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바로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여행이지요. 나 역시 평생이 짧은 것처럼 보이는 여행을 떠났지만 아직 도착하기엔 멀었소이다. 기독교인들은 항상 반성과 회개를 통해 조금씩 우리 마음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하느님께 나아가고 예수를 닮아가야 합니다."  246-247


성경의 한 구절 "...누가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까지 돌려대고, 또 재판에 걸어 속옷을 가지려 하거든 겉옷까지도 내 주거라. 누가 억지로 오 리를 가자고 하거든 십 리를 같이 가주러가. 달라는 사람에게 주고 사람의 정을 물리치지 말아라."  255


세속과 청산을 따져 무엇 하겠는가. 길상사건 대원각이건 굳이 어느 쪽이 옳은가 따져 무엇하겠는가. 봄볕이 비추면 꽃피지 않는 곳이 없지 않는가. 꽃피는 곳마다 부처 역시 살아나고 있는 것. 봄볕이 비추는 곳을 찾아갈 일이지 굳이 세속과 청산을 구분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258


신문에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성철 스님이 내린 법어가 실려 있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것이며 하늘과 땅이 무너진다 해도 자기는 항상 변함이 없습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유형무형 할 것 없이 모든 삼라만상이 모두 자기입니다.

반짝이는 별, 춤추는 나비들이 모두 자기입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영원함으로 종말이 없습니다. 자기를 모르는 사람은 종말을 걱정하여 두여워하며 헤매고 있습니다.

...

자기를 바로 봅시다.

부처님은 이 세상을 구원하려 오신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이 원래 구원되어 있음을 가르쳐주러 온 것입니다. 이렇듯 크나큰 진리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행복합니다.'  268


내가 "스님, 어느 책에선가 죽음이 무섭지 않다고 하셨는데, 정말 무섭지 않습니까?"라고 묻자 법정 스님이 이렇게 대답했다.

"실제로 죽음이 닥치면 어떨진 모르지만 지금 새악으로는 무섭지 않을 것 같습니다. 죽음은 인생의 끝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생각들이 확고해지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가 있어요. 죽음을 받아들이면 사람의 삶의 폭이 훨씬 커집니다. 사물을 보는 눈도 훨씬 깊어집니다. 죽음 앞에서 두려워한다면 지금까지의 삶이 소홀했던 것입니다. 죽음은 누구나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277


법정 스님은 근대 불교계의 큰 어르신이셨던 효봉(1888~1966)의 애제자였다.

효봉은 어렸을 때부터 신동으로 알려졌던 법기로, 우리나라 최초로 법관이 되었다. 36세가 되던 어느 날 독립운동을 하다 체포된 조선인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후 삶에 대해 큰 회의와 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집을 나와 엿장수를 하며 3년간 방랑생활을 하다가 비교적 늦은 나이인 38세에 불문에 귀의하셨던 늦깍이셨다. 법정 스님이 출가를 결정하고 여부를 묻자 효봉 스님은 생년월일을 묻고 간지를 짚어본 후에야 이를 허락하였으며, 훗날 새로 출가한 법정 사미만을 데리고 지리산 쌍계사 탑전(塔殿)에 가서 수행에 몰입할 만큼 법정을 각별히 아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때의 일화 중에 한 토막.

어느 날 아침 공양 후 우물가에서 설거지를 마치고 돌아오자 효봉 스님이 법정 사미를 부르며 빈 그릇하고 젓가락을 가져오라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법정 사미가 그릇과 젓가락을 가지고 우물가로 가자 효봉 스님은 설거지를 하며 버린 밥알과 시래기 줄기를 주워 담은 후 법정 사미가 보는 앞에서 밥알과 시래기를 물로 씻은 후 훌쩍 한 입에 들이마셨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고 한다.

"출가해서 수도하는 사람이 무슨 일이든 아끼고 절약해서 시주한 사람의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 가난하게 사는 것이 부자 살림이고 되도록 몸에 지니지 않는 무소유야말로 참으로 전부를 갖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법정 스님의 철저한 무소유는 바로 스승이셨던 효봉으로부터 물려받은 정신적 유산.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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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좀 더 올바른 시각으로 삶을 대하는 것.  7


頓悟漸修(돈오점수) - 돈오, 갑작스럽게 깨닫고 그 깨달은바를 점수, 점차적으로 수행해가다.  8

(돈오돈수, 점오점수, 점오돈수, ..)


1강 자존(自尊) - 당신 안의 별을 찾으셨나요?

'아모르 파티(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

'모멘토 모리(Mo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메멘토 모리와 아모르 파티. '죽음을 기억하라'와 '운명을 사랑하라'는 죽음과 삶이라는 상반된 의미의 조합이지만 결국 같은 방향을 바라봅니다. 내가 언젠가 죽을 것이니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하라는 것이고, 그러니 지금 네가 처한 너의 운명을 사랑하는 것이죠.  17-20


(한국 교육은) 기준점을 바깥에 찍죠... 이렇게 교육받은 우리는 '다름'을 두려워해요. 기준점이 되는 누군가와 다른 내 모습을 상상하지 못합니다.  20

남과 다르면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드는 환경에서 자존감을 가지고 살려면 스스로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21

기준점을 바깥에 두고 남을 따라가느냐, 아니면 안에 두고 나를 존중하느냐일 겁니다.  22


[어느 대학 교수는 미국 사람과 한국 사람의 차이를 이질 문화와 동질 문화라는 말로 해석한다. 미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너와 나는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객관적인 정보를 준다. 반면, 우리는 '너와 내가 생각하는 바가 비슷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내가 "저어~기"라고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도 "음, 저기를 이야기하는구나!"라고 알아들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시작한다는 이야기. 미국이 인종 전시장이라는 말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세계에서 흔치 않은 단일 민족 국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공감이 가는 설명이다. 

이질 문화를 가장 단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역시 거리 풍경이다.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피부색이 다르고 입는 옷이 다르고 하는 말이 다르다. 그것뿐만 아니다. 너와 내가 다른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을 쓸 일이 별로 없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사는 방식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뿐.  ...

가끔은 틀을 벗어나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3-25


우리는 아직도 각자의 상자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십 대가 살아야 할 상자, 삼십 대가 살아야 할 상자, 사십 대가 살아야 할 상자. 그 상자의 바깥으로 벗어나면 매년 명절마다 고문을 당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측은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패한 인생이라고 손가락질 받죠.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자존을 싹 틔우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25


칭찬은 자존감을 키워주는데, 가진 것에 대한 칭찬이 아닌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질타는 눈치를 자라게 합니다.  27


정신과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모든 사람은 완벽하게 불완전하다"라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28


제가 좋아하는 부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죠. 단점을 인정하되 그것이 나를 지배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러니 못났다고 외로워하지도 마세요. 모든 인간은 다 못났고 완벽하게 불완전하니까.  29


자기의 길을 무시하지 않는 것. 바로 이게 인생입니다. 

각기 다른 자신의 인생이 있어요. 그러니 기회다 다르겠죠. 그러니까 아모르 파티, 자기 인생을 사랑해야 하는 겁니다. 

우리에겐 오직 각자의 점과 각자의 별이 있을 뿐입니다.  

모든 인생은 전인미답(前人未踏)이에요. 인생에 공짜는 없어요.

준비해야 하죠. 내가 뭘 봐야 하는지,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지.  33-34


Be yourself. 너 자신이 되어라. 34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릅니다.  37


You should take me as I am.  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야 해.(브리트니 스피어스의 What you see)

Take me as I am.(나를 그대로 받아들여)!  38




2강 본질(本質) -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생각의 탄생>에서 리처드 파인먼은 '현상은 복잡하다. 법칙은 단순하다... 버릴게 무엇인지 알아내라.'  43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브랜드 에르메스(HERMES)의 지면 광고)

모든 것은 변합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모든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47


저는 게으른 사람입니다. 그럼 제가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변하지 않는 것, 본질을 보겠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본질일까요? 바로 콘텐츠입니다. 콘텐츠는 '사람을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메커니즘입니다. 이것만 확실하면 페이스북에서, 트위터에서 퍼갑니다.  52


급변하는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게 있고, 그걸 잡는 게 나의 유일한 돌파구입니다.  55


본질은 결국 자기 판단입니다. 나한테 진짜 무엇이 도움이 될 것인가를 중심에 놓고 봐야 합니다.  60


시간의 세월을 잘 견뎌낸 것들은 본질적인 것들이에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국 기행>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소속 칼리지들의 주요 목표는 학식이나 지식을 두뇌에 채워 넣는 것만이 아니다. 이곳 졸업생은 의사나 변호사, 신학자, 물리학자, 운동선수 같은 전문가가 되어 나가지 않는다. 여기에는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어느 한 방면의 전문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는다. 그레이트브리튼 최고의 젊은이들이 고등학교를 마치고 와서 2,3년 머무르며 <조화>를 배운다. 육체, 정신, 심리가 고루 단련된 완벽한 인간이 유일한 목표이다. 이 기간이 지난 후에는 본인의 희망에 따라 종합 대학이나 법학 대학원, 종합 기술 전문대학, 병원 등 어디서나 전문적인 공부를 계속한다.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에서는 전공 분야에 대한 증서를 받지 않는다. 그들이 받는 것은 <인간의 증서>이다.'  

본질은 탄탄하게 만들어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거죠. 

미국의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컬럼비아 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학교는 전공을 2년 동안 정하지 않아요. 2년 동안 교양만 가르치는데, 학생들은 총 8개의 교양을 배웁니다. 고대와 현대 그리고 비영미권의 문학, 사학, 철학 그리고 이과 과목 두 가지, 쓰기, 음악, 미술. 1905년도에 컬럼비아는 이 제도를 만들었고 한 번도 고치지 않았다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교육의 본질은 교양과 삶의 태도를 가르치는 전인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62-63


지식은 본질은 익힌 후에 있어야 합니다.

본질이 아닌 것 같다면 놓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63


그리고 자기를 믿는 고집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카소의 연작. 이 작품을 그리면서 피카소가 했던 일은 아이디어를 더하는 게 아니라 빼는 것이었습니다. 빼고 또 빼서 본질만 남기는 것이었죠.  64



복잡한 사물의 색심이 무엇인지 보려는 노력, 어떤 것을 보고 달려가느냐가 세상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커다란 무기입니다.  68




3강 고전(古典) - Classic, 그 견고한 영혼의 성(城)


김용택 시인의 <첫사랑>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해 같은 처녀의 얼굴도 

새봄에 피어나는 산중의 진달래꽃도 

설날 입은 새 옷도


아, 꿈같던 그때

이 세상 전부 같던 사랑도 

다 낡아간다네

나무가 하늘을 향해 커가는 것처럼

새로 피는 깊은 산중의 진달래처럼

아, 그렇게 놀라운 세상이 

내게 새로 열렸으면

그러나 자주 찾지 않는

시골의 낡은 찻집처럼

사랑은 낡아가고 시들어만 가네


이보게, 잊지는 말게나 

산중의 진달래꽃은 

해마다 새로 핀다네

거기 가보게나 

삶에 지친 다리를 이끌고

그 꽃을 보러 깊은 산중 거기 가보게나

놀랄걸세

첫사랑 그 여자 옷 빛깔 같은

그 꽃 빛에 놀랄 걸세

그렇다네

인생은, 사랑은 시든게 아니라네

다만 우린 놀라움을 잊었네

우린 사랑을 잃었을 뿐이네.  71-72


얼마 전에 경기 지역의 교사 4백 분에게 강연을 했습니다. 선생님들이 어떻게 하면 창의력이 있는 아이들로 기를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 물음에 저는 느끼게 해달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82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을 가리고 있다는 말을 자주합니다.

진짜 알려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궁금해질 겁니다. 그 대상의 본질에 대해서, 그리고 그걸 알기 전에는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위험합니다. 모르면 모른다로 해야 합니다.

정보는 인터넷으로 조금만 찾아보면 다 나옵니다. 알려고 하기 전에 우선 느끼세요. 고전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느껴야 해요. 그러다 보면 문이 열려요. 그 다음에는 막힘 없이 모모가 영혼을 타고 흐를 겁니다.  86


처음 그림을 볼 때는 감동을 짜내려고 미간에 힘을 주기도 했었는데, 아무리 해도 감동이 안 와요. 그래서 책을 몇 권 살펴 읽었고, 조금 알고 나니까 이런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감동을 받을 수 있게 됐죠. 조금 더 덧붙이자면 그날의 감동은 제일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보다 컸어요. 죽음의 냄새를 맡고 그림 한 장이 주는 스토리를 읽고 화가의 천재성을 발견할 때 짜릿하죠.(뭉크의 The Death Bed 와 The Three Stages of Woman)  89




4강 견(見) - 이 단어의 대단함에 대하여


기술이나 이론은 만들 수 있어요. 법도 판례를 남겨 참고가 되도록 하죠. 그런데 창의력은 지난 번 것이 참고가 되지 않습니다. 만약 상자안에 넣을 수 있는 것이라면 더 이상 창의력이 아니겠죠. 그러니 창의력은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죠.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단 하나의 교실이 있다면 바로 현장입니다.  103


심부재언 시이불견 청이불문 식이부지기미(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그 맛을 모른다는 뜻으로 유교 경전 중 <대학>에 나오는 말.

흘려 보고 듣느냐, 깊이 보고 듣느냐의 차이.  110


존 러스킨이라는 영국의 시인은 "네가 창의적이 되고 싶다면 말로 그림을 그려라"라고 했습니다. 누군가가 "뭘 봤니?"라고 물었을 때 그저 "풀"이라고 대답하지 말고, 풀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었고, 잎이 몇 개 있었는데 길이는 어느 정도였고, 햇살은 어떻게 받고 있었으며 앞과 뒤의 색깔은 어땠고, 줄기와 잎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 등 자세하고 소상히 그림 그리듯 말하라는 것이었죠. 이것은 즉, 들여다보라는 겁니다. 

앙드레 지드도 <지상의 양식>에서 "시인의 재능은 자두를 보고도 감동할 줄 아는 재능이다"라고 했습니다. 시인의 재능은 자두를 보고도 감동하고, 간장게장을 보고도 감동하는 겁니다.  113


영화<시>에서 김용택 시인이 김용탁 시인으로 출연을 하는데요. 그 김용탁 시인이 할머니들에게 시에 대해 수업을 합니다.

'여러분, 사과를 몇 번이나 봤어요? 백 번? 천 번? 백만 번? 여러분들은 사과를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사과라는 것을 정말 알고 싶어서,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싶어서, 대화하고 싶어서 보는 것이 진짜로 보는 거예요. 오래오래 바라보면서, 사과의 그림자도 관찰하고, 이리저리 만져도 보고 뒤집어도 보고, 한 입 베어 물어도 보고, 사과의 스민 햇볕도 상상해보고, 그렇게 보는 게 진짜로 보는 거예요.'  116


<생각의 탄생>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발견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두가 보는 것을 보는 것, 시청.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 견문(見聞)이죠.  117


아이디어는 깔려 있습니다. 어디에나 있어요. 없는 것은 그것을 볼 줄 아는 내 눈이에요. Beauty is in the beholder.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들의 눈 속에 있는 법입니다. 


보기 위해서는 투자를 좀 해야 합니다. 시간과 애정을 아낌없이 쏟아야 해요.

우리가 못 보는 이유는 우리가 늘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핍이 결핍된 세상이니까요.  118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 조은 <언젠가는>중에서  119


떠나서 보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제대로 볼 수 있는 게 곧 풍요니까요.  123


순간을 온전히 살려면 촉수를 예민하게 만드세요

見. 본다는 것은 사실 시간을 들여야 하고 낯설게 봐야 합니다.

익숙함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Surprise me(나를 놀라게 해!)

놀라는 것이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능력은 놀라는 거예요. 놀란다는 건 감정이입이 됐다는 거고요. 그리고 다른 사람보다 더 그 현상을 뇌리에 박으면서 경험하는 거죠.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입니다.  124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너무 많은 것을 보려 하지 않는 겁니다. 

호학심사(好學深思), 즐거이 배우고 깊이 생각하라. 이 말에서 더욱 깊이 새겨야 할 것은 심사(深思)입니다. 너무 많이 보려 하지 말고, 본것들을 천천히 먹고, 천천히 걷고, 천천히 말하는 삶. 어느 책에서 '참된 지혜는 모든 것들을 다 해보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개별적인 것들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끝까지 탐구하면서 생겨나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읽었습니다. 이게 지금의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 같습니다.  126




5강 현재(現在) - 개처럼 살자


어떤 선택을 하든 간에 선택을 하고 나면 답은 그 자리에 있습니다. 아니면 없습니다.  131


박경철씨와의 TV인터뷰에서 마지막 질문이 "박CD님은 계획이 뭡니까?"였습니다. 저는 "없습니다. 개처럼 삽니다"라고 대답했어요. 부연 설명을 부탁해서 "개는 밥을 먹으면서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자면서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죠.

저도 개를 길러봐서 아주 잘 압니다. 오랫동안 데리고 있다가 묻어준, 이제는 딸아이가 그린 초상화 한 장으로 기억하는 개가 있는데요. 그 개를 키울 때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가방을 내려놓고, 안경과 모자를 멋고 침대에 눕는 거였습니다. 제가 집에 돌아오면 그 개는 반갑다고 5분 동안은 제 얼굴을 핥고 나서야 짖기를 멈췄기 때문이었는에요. 그때 보면 핥는 일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요. 그리고 밥을 주면, 이 세상에서 밥을 처음 먹어보는 것처럼 먹죠. 잠 잘 때도 보면, '아, 아까 주인이 왔을 때 꼬리 쳤던 게 좀 아쉬운데 어쩌지?' 그런 고민은 추호도 없어요. 그냥 잡니다. 공놀이 할 때는 그 공이 우주예요. 하나하나를 온전하게 즐기면서 집중하죠.

밀란 쿤데라도 똑같은 걸 느꼈는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카레닌이라는 개를 이야기하면서 '개들은 원형의 시간을 살고 있다. 행복은 원형의 시간 속에 있다'라는 말을 합니다. 여러분, 직선의 시간 속에서는 행복을 알 수 없습니다. 길을 지나다가 평생 동안 찾던 그 사람을 만날지 모르는 일입니다. 어떻게 알겠습니까? 안다면 행복을 준비하겠죠. 이렇듯 직선의 시간은 행복을 정확히 알 수 없어요.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개들은 원형의 시간을 살아요. 그래서 늘 행복합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이런 문장이 나와요.

'카레닌은 집에서 깨어나는 시간은 순수한 행복이었다. 그는 천진난만하게도 아직도 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진심으로 이에 즐거워했다.'

개들은 잘 때 죽은 듯 잡니다. 눈을 뜨면 해가 떠 있는 사실에 놀라요. 밥을 먹을 때에는 '세상에나! 나에게 밥이 있다니!'하고 먹습니다. 산책을 나가면 온 세상을 가진 듯 뛰어다녀요.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다시자요. 그리고 다시 눈을 뜨죠. '우와, 해가 떠 있어!' 다시 놀라는 겁니다 그 원형의 시간 속에서 행복을 보는 겁니다 순간에 집중하면서 사는 개 처럼 살자. 'Seiza the Moment, Carpe diem(순간을 잡아라, 현재를 즐겨라)'의 박웅현식 표현이자, 제 삶의 목표입니다.

Seiza the Moment, Carpe diem. 이 말은 '현재를 살아라, 순간의 쾌락을 즐겨라'가 아니라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뜻입니다.  132-134


한형조의 <붓다의 치명적 농담>을 보면 어느 선사에게 누가 묻습니다. 

"스님도 도를 닦고 있습니까?"

"닦고 있지."

"어떻게 하시는 데요?"

"베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에이, 그거야 아무나 하는것 아닙니까? 도 닦는 게 그런 거라면, 아무나 도를 닦고 있다고 하겠군요."

"그렇지 않아. 그들은 밥 먹을 때 밥은 안 먹고 이런저런 잡 생각을 하고 있고, 잠 잘 때 잠은 안 자고 이런 걱정에 시달리고 있지."

현재에 집중하라는 말입니다.  135


나이 마흔이면 이 정도는 살아야 하지 않아? 뭘 그렇게까지 하고 살아? 여기저기서 제 인생을 흔들었습니다.  139

저의 마흔은 그렇게 흔들림으로 가득 찼어요.  140


다른 답은 내 답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의 인정, 현재에 집중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결국 이것은 자존과 연결됩니다.  140


완벽한 선택이란 없습니다. 옳은 선택은 없는 겁니다. 선택을 하고 옳게 만드는 과정이 있을 뿐입니다.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지 말고 선택을 해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겁니다.  141


우린 순간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어떤 순간이 보배로운 순간인지 모릅니다. 그러니 그 순간을 우리가 보배롭게 보면 됩니다.  143


<생각의 탄생>에 나온 말을 빌리자면 '세속적인 것들의 장엄함'을 깨달은 겁니다. '우리는 아이를 위해 빵에 버터를 바르고 이부자리를 펴는 것이 경이로운 일임을 잊어버린다'고 알랭 드 보통이 이야기 했던, 이불개는 것처럼 평범한 일이 소중해지기 시작한 겁니다. 장자의 '하늘 아래 가을의 작은 나뭇잎 이상 위대한 것은 없다'는 지혜의 말을 이해한 거예요. 이 세상에 아무리 위대한 것들이 많다고 해도 지금 내 눈앞에 나타난 이 가을 나뭇잎만 못 하다는 지혜를 얻은 겁니다.  144-145


Verweilee doch, du bist so schon! (머물러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145




6강 권위(權威) - 동의되지 않는 권위에 굴복하지 말고 불합리한 권위에 복종하지 말자


문턱증후군, 즉 그 문턱만 들어서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믿음에서 시작되는 잘못된 증상이죠.  153


동의되지 않은 권위에 대한 굴복.  156


한 기자가 비틀스 멤버들 중 폴 매카트니에게 질문했어요. "당신에게는 엄청난 유산이 있다. 그 유산에 주눅들지 않느냐?"라고요. 이 물음에 폴 매카트니의 답은 "무슨 이야기인지 잘 압니다. 나는 그래서 안정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매카트니라는 스타 입장에서도 그리고 '나'라는 입장에서도 매카트니는 자기 이름을 딴 별도 가진 사람입니다. 이런 대중적인 스타와 나를 분리시킬 필요가 있어요. 사람들은 그걸 잘 못하는데, 나는 나를 그렇게 놔두지 않습니다. 스타로서의 업적에 대해서는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때로는 감격합니다. 하지만 집으로 가면서 '난 내 이름을 딴 행성도 있지'라고 하지는 않죠. 난 여전히 리버풀에서 버스를 타고 다니던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 <빅 이슈> 6월호 폴매카트니 인터뷰 중에서  158-159


먼저 검증을 하세요. 박웅현의 말이 얼마나 옳은지 보고, 옳은 부분은 좋아하되 그렇지 않은 부분은 반면교사로 삼으세요. 박웅현만이 아니라, 선배, 교수, 부모님 모두를 상대로 그렇게 하세요. 이게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160


광고회사 TBWA의 월드 와이드 CEO가 '장 마리드루'라는 사람이에요. 업계 사람들 모두가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전사 팀장 회의에서 잠깐 스피치를 했어요. 

"다른 문화를 접할 때 우리에겐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호기심과 존중, 그리고 윗사람이 될수록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재능을 사는 일입니다. 프랑스 속담에 '재능은 다른 사람들의 재능을 발견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죠."  162


사회는, 기득권 세력은 고분고분한 사람을 원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죠.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도발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될 테니까요. 때문에 권위를 보이면서 복종하고 따라오라고 무언의 협박을 하죠. 우리는 그런 가짜 권위들을 검증하는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우리를 무서워하게 해야 해요. 무조건 복종하는 사람들을 무서워하진 않아요. 회장님에게도 건의할 수 있는 거예요.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상대 눈치를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주는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일 텐데, 우리는 공짜로 일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쪽의 시혜를 받는 게 아니란 말이죠. 정당하게 일을 하고,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는 것이니 할 말은 해야 하는 겁니다.  163-164


권위는 우러나와야 하는 거예요. 내가 이야기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인격적으로 감화가 돼서 알아줘야 하는 거예요. 그게 권위입니다.  166




7강 소통(疎通) - 마음을 움직이는 말의 힘


개와 남자의 공통점

 - 털이 많다.

 - 먹이를 일일이 챙겨줘야 한다.

 - 시간 내서 놀아줘야 한다.

 - 복잡한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 버릇을 잘못 들이면 평생 고생한다.

남자가 개보다 편한 점

 - 돈을 번다.

 -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출입제한을 받지 않는다.

 - 약간의 난이도가 있는 심부름을 시킬 수 있다.

 - 혼자 두고 놀러 다녀도 상관 없다.

 - 생리적 욕구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가 남자보다 좋은 이유

 - 두 마리를 함께 키워도 뒤탈이 없다.

 - 강아지의 부모가 간섭하지 않는다.

 - 이유 없이 외박하고 돌아오와도 꼬리 치면서 반겨준다.


고양이와 여자의 공통점

 - 세수를 잘한다.

 - 배고프면 혼자 챙겨 먹는다.

 - 낮보다 밤을 더 좋아한다.

 - 열 받으면 할퀸다.

 - 하루에 열두 번 삐친다.

 - 변덕이 팥죽 끓듯 한다.

여자가 고양이보다 편한점

 - 밥을 할 줄 안다.

 - 데리고 다니면 재채기 하는 사람 없다.

 - 나의 분신을 만들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가 여자보다 좋은 이유

 - 목만 ㅆ다듬어 주면 행복해 한다.

 - 무섭고 징그러운 쥐를 잡아준다. 

 - 꼬리만 밟지 않으면 조용하다.

 - 여자는 종일 잔소리를 하지만 고양이는 종종 애교를 부려 심심하지 않다.

 - 처갓집 개도 날 무시하는데 고양이의 어미는 나를 무시하지 않는다.


다르다는 걸 인정하면 소통이 조금 쉬워집니다.  182-184


{인정(역지사지)하고 배려(문맥파악, 본질파악)하며, 이해할 수 있게 전달(생각의디자인, 표현의 디자인, 아름다움)하라.}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바탕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이겁니다.

Sender -> Message -> Receiver

즉, 커뮤니케이션이란 전하는 사람이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받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에요. 그러니 그냥 주는 게 아니라 리시버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거죠. 그러니까 소통을 위해서는 화살표 방향이 바뀌어야 하는 거예요.

Sender <- Message <- Receiver  196


이것을 아주 극적으로 실천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예요. 프루스트는 대인공포증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람들한테 따돌림을 당할 지 모른다는 공포가 있어서, 본인이 대화할 때 집중했던 것이 하나 있었는데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걸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머릿속에 있는 걸 끌어내라고 했대요.

그런데 이것은 소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더 강하죠.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까 소통이 어려워집니다.

요즘 영화는 뭐가 재미있니? 어제 드라마는 어땠어? 그래? 그렇구나. 하고 맞장구쳐주는 노력이 필요해요.  197


말을 디자인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언어의 집을 지어줘야 해요.

아카데미 시상식을 볼 때 가장 큰 즐거움은 그들의 수상소감을 듣는 겁니다. 2012년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등 다섯 개의 상을 탄 영화 <아티스트>가 단연 화제였죠. 192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흑백 무성영화인 <아티스트>는 그 시절을 대표하는 감독 빌리 와일더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감독 미셸 하자나비시우스는 수상소감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세 사람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네요. 빌리 와일더, 빌리 와일더, 그리고 빌리 와일더에게요. 감사합니다."라고.

같은 자리에서 <철의 여인>으로 여우주연상을 탄 메릴 스트립도 "마지막에 이야기하면 음악에 묻힐 수 있으니 먼저 남편에게 감사하고 싶어요"라고 유머를 던졌습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아직은 좀 뻔하죠? 꿈만 같고, 영광이고, 감사하고 말이죠.

오래 전에 영화 <타이타닉>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을 때, 함께 노미네이트 됐던 영화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였습니다. 그 영화의 주인공이 잭 니콜슨이었는데 마지막에 남우주연상으로 호명됐어요. 그때 잭 니콜슨이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르자마자 "조금 전까지 나는 침몰하는 줄 알았다"고 말해서 모두들 웃음을 터뜨리고 환호했던 기억이 납니다. 숀 펜이 <밀크>라는 영화로 상을 받았을 때도, 그 영화가 동성애자인 상원의원 이야기인데 로버트 드니로가 시상을 하면서 "<밀크>봤나요? 나는 그 영화를 보기 전까지 숀 펜이 이성애자인 줄 알았어요"라며 아주 위트 있게 이야기하죠. 객석의 모든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고요. 디자인된 말들은 이렇게 여러 사람을 즐겁게 해주기도 합니다.  203-204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먼저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 말함과 동시에 어떤 문맥으로 해야 하는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거예요. 여기에 힘을 싣기 위해서 지혜롭게, 생각을 디자인을 해서 말하는 것이 필요하고요.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소통을 잘하고 싶으면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합니다. 역지사지, 문맥파악,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습관, 스케치를 할 때 형태를 잡는 데생이 필요하듯 자기 생각을 데생해야 해요. 연습하고 말을 만들어보는 거죠.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리해보고, 어떻게 하면 내 말이 설득력이 있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206-207


할리우드에는 '7 Words Rule'이라는 게 있습니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시나리오를 가져오니까, 투자를 받고 싶으면 시나리오를 단 일곱 단어로 설명해보라는 건데, '결혼을 했는데 마누라가 조폭이네? 조폭 마누라' 이런 식으로 그림이 확 그려지도록 설명하라는 이야깁니다.

이 훈련을 한번 해보세요.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미국에서 대학원에 다닐 때 논문을 쓰기 전에 우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딱 한 줄로 정리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걸 세 개의 패러그래프로 써보고, 그걸 다시 챕터 별로 나눠서 논문을 만들죠. 예외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보면 됩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게 일곱 단어로 정리되지 않는 건 아직 내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207


'맥킨지 룰'도 7 Words Rule과 비슷한데요. 만약에 내가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에 CEO가 탔는데 엘리베이터는 15초 후에 문이 열린다고 가정하고, 거기서 내 생각을 어떻게 말해서 CEO의 마음을 끌 것인지 생각해보라는 거죠. 예를 들어 "왜 지역별로 마케팅을 하십니까? 타깃별로 하십시오. 자세한 건 나중에 보고드리겠습니다"라고 하면 누가 궁금해하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냥 둥글게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기르고, 그걸 더 정리해서 증류해보세요. 거기에서 나오는 엑기스가 나의 진짜 생각이 되어줄 겁니다.  208




8강 인생(人生) -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 닿은 곳에 싹 틔우는 땅버들 씨앗처럼


인생은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이라는 싱싱한 재료를 담아낼 아름다운 그릇입니다.  213


전인미답(前人未踏)-어떤 일 또는 수준에 아무도 손대거나 다다라 본 적이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걸어가야 하는 위험한 나이 20대. 그리고 30대, 40대, 50대, 아마도 아니생은 젊음이건 아니건 누구에게나 전인미답이 아닐까요? 그래서 늘 위험하지만 또 한편으로 매 순간이 흥미진진한 것이 바로 인생일 겁니다.  214


전인미답의 길을 즐기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우리들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실수에 휘둘리지 않는 겁니다. 실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실수를 못 견디고 좌절하지 마세요. 나만 그런게 아닙니다.{공원의 잔디는 내 자리만 듬성듬성해 보인다}  215


중국 명나라 때 묘협이라는 스님이 불자들에게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마음을 써야 할 지에 대해 쓴 글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몸에 병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리 몸은 유기체인데, 바이러스가 들어오고 나가고 나이 먹으면서 노화가 오는데 어떻게 병이 없겠습니까? 그런데 대부분 병이 없는 상태를 자기의 기본값으로 잡아놔요. 병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자기가 정한대로 설정해놓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생은 마음대로 만질 수 있는 게 아니죠. 점잖은 어른들이 들으면 쓸데없이 젊은 사람들 패기 꺾는 이야기한다고 노여워할지 모르겠지만 먼저 그 시절을 살아낸 사람으로 고백하는데 인생은 절대 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없습니다.  218


모든 인생은 의도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남들의 영웅담은 내 이야기가 될 수 없죠.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영웅담을 들어왔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영웅이 되고 싶어지죠. 그런데 그 영웅이 쓴 무기는 이미 없거나,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이에요. 이순신은 물살을 보고 그것을 이용해 한산대첩에서 승리합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도 이순신의 물살이 나타날까요? 인생은 똑같이 반복되지 않습니다. 모든 인생은 전인미답이에요. 인생에 공짜는 없어요. 하지만 어떤 인생이든 어떤 형태가 될지 모르지만 반드시 기회가 찾아옵니다. 그러니 이들처럼 내가 가진 것을 들여다보고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준비해야 하죠. 나만 가질 수 있는 무기 하나쯤 마련해놓는 것, 거기서 인생의 승부가 갈리는 겁니다.  224-225


"기필(期必)을 버려라"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살면서 늘 기필코 이루어내라는 말만 들어본 제게 기필을 버리라는 말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요. 인생은 기필코 되는 게 아닙니다. 뭔가를 이루려 하지 말고 흘러가세요.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는 자신의 책 <밤은 책이다>에서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살고 싶고,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건 말 그대로 지혜입니다.  226


중간중간 말씀드렸듯 무엇이 본질적인 것인지, 고전이 왜 중요한지, 발견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를 생각하며 지혜롭게 하루하루를 쌓아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꽉 채워 살다가 돌아보면 펼쳐져 있는게 인생이지, 단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를 허술하게 보내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227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세 가지 팁

첫째, 인생에 공짜 없습니다.

불환인지불기지 환기무능야(不患人之不己知 患其無能也) <논어>에 나오는 말입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말고, 내가 능력이 없음을 걱정하라는 뜻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기회는 분명히 옵니다. 믿으세요. 그러니까 한탄하지 말고 준비해놓으세요. 그러면 빛을 발할 때가 옵니다.

내가 준비만 잘하고 있다면 남들이 알아줍니다.  

둘째, 인생은 마라톤입니다.

셋째, 인생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과정만 있을 뿐입니다.  228-234


선택하지 않은 답은 이미 내 답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사는 것이 맞다 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답은 여기 있다. 아니면 없다'가 아니라 '답은 여기 없다. 어떠면 저기에 있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235


여러분, 우리 되는 대로 삽시다. 되는 대로 살되, 인생에는 공짜가 없으니 본질적으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살피고, 질 때 지더라도 언제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모든 답이 정답이니 아무거나 선택하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해 현명한 판단을 내리면서, 그것을 옳게 만들면서 삽시다.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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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장소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고, 모든 목소리와 기억과 영혼들은 그 자신이 머무를 육체를 동경하는 것처럼 모든 이야기는 그 자신이 머무를 장소를 동경한다고, 우리가 사로잡힌 어떤 여행지는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해, 그 시절 우리의 정신 상태와 우리가 빠져 있던 고미노가 관심사에 대해 말해주는 우회로일 거라고, 그래서 세상천지 어디를 가더라도 결국은 장소가 아니라 그 자신이 세상에 유일한 여행지인 순간이 우리에겐 있을 거라고.

해바라기 한 송이를 들고 갈 여행지가 내겐 있는가? 나의 여행은 내 인생의 어떤 점을 닮았는가? 그리고 우리 인간들은 왜 모두 여행자라 불리는가? 인생은 왜 여행이라 불리는가? 인생은 왜 '관광'이라고 불리지 않고 '여행'이라 불리는가?

나의 여행과 나의 인생은, 나의 삶은 어떤 관계일까? 나는 여행을 일상의 탈출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아니, 여행을 일상의 탈출로 보는 의견에 반대한다. 그보단 차라리 매 순간 여행자의 태도로 살고 싶다. 왜냐하면 나는 여행지에서 기꺼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삶 속에서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3


'나는 군가가 나 대신 여행을 하는 것을 상상도 못 한다. 그런데 삶 속에선 누군가 나 대신 뭐라도 해주길 꿈꾼다.

여행지에서 나는 누군가 나 대신 내 짐을 드는 것을 상상도 못 한다. 그런데 삶 속에선 누군가 나 대신 내 짐을 들어주길 원한다.

여행지에서 나는 길을 잃어도 당황하지 않는다. 그런데 삶 속에선 길을 잃으면 낙담한다.

여행지에서 나는 세상 만물을, 차창 밖을 지나가는 여인의 뒷모습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삶 속에선 많은 것에 애써 눈감으려 한다.

여행지에서 나는 곧 다시 만나요, 손을 흔들고 헤어질 때 슬픔을 느낀다. 그런데 삶 속에선 작별 인사를 나눌 때 내가 예의에 어긋나 보이지 않았나를 생각한다.

여행지에선 내가 누구인지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삶 속에선 제발 나 좀 알아봐달라고 부질없는 말을 할 때가 있다. 

여행지에서 나는 그 고장에서 가장 좋은 것을 찾아낼 줄 안다. 그런데 삶 속에선 내 고장에서 가장 좋은 것을 눈앞에 두고도 몰라본다.

여행지에서 나는 나 자신이 이방인임을 당연시한다. 그런데 삶 속에서 나는 행여라도 이방인이 될까봐 두려워한다.

여행지에서 나는 낯선 사람에게 포기하지 않고 친절을 베푼다. 여행지에서 나는 거리의 악사들과 가장 자유로운 이들과 가장 슬퍼보이는 이들과 이제 막 도시에 도착한 여행객들과 같은 소망을 갖는다. 그런데 삶 속에서 나는 친절함을 기대하는 손길을 뿌리치고 타인과 소망을 나누지 않는다.

여행지에서 나는 내가 걷고 있는 길을 오래전 누군가 걸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앉았던 식당에서 누군가 다른 사람이 커피를 마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나의 존재와 남의 존재가 연결됨을 느낀다. 그런데 삶 속에서 나는 연결이 아니라 나와 남의 분리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여행지에서 나는 목표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더 알고  더 느끼는 데서 단순한 기쁨을 느낀다. 그런데 삶 속에서 나는 수많은 것들을 오로지 수단으로 삼는다. 

여행지에서 나는 확실한 길만 찾아가지는 않는다. 불확실함이 많은 데 불평하지 않는다. 그런데 삶 속에서 나는 확실한 것만 찾는다. 

여행지에서 나는 가장 용기 있는 자들과 가장 말이 잘 통하는 자들과 가장 정이 많은 자들과 가장 고통 받는 자들과 친구가 된다. 그런데 삶 속에서 나는 가장 득이 되는 자들과 친구가 된다.

여행지에서 나는 외로울 때 해나 달이나 한 점 불빛과도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삶 속에서 나는 외로울 까봐 자주 타협을 한다.

여행지에서 나는 쉼 없이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삶 속에서 나는 곧잘 지루한 답변만 늘어놓는다. 

여행지에서 나는 얼마나 자주 설레고 얼마나 자주 탄성을 지르던가? 그런데 삶 속에서 나는 기쁜에도 슬픔에도 고통에도 얼마나 자주 무감각하던가?

여행지에서 나는 해의 뜨고 짐 같은 가장 단순한 풍경에서도 위대한 지구의 운동 법칙을 느낀다. 그런데 삶 속에서 나는 눈앞의  일에 급급하느라 어떤 법칙에도 진리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14-16


그러니 나는 이제 여행에서 삶을 배우고 싶다. 여행자의 태도로 살아보고 싶다.  17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두려움을 갖지 않고 이미 일어난 일을 절망이나 도저히 어찌해볼 수 없는 근본적인 불행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하나의 '조건'정도로만 받아들인다. 그들은 영감으로 가득 찬 신묘한 말을 하는 현인이 아니라 자신의 손과 발과 눈과 머리를,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18


여행이 끝이 있듯이 인생도 끝이 있다. 끝이 있기 때문에 한 번뿐인 이 인생 여행은 너무나 소중하다.  20


"쓸데 없는 짓이란 없다."  72


"자유인은 결코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지혜로운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을 연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던 스피노자  73


질문하는 자리. 새로 알게 된 것들의 자리에서 나는 그만큼 예전의 나에게서 멀어지고 새러워진다. 나는 새로운 나로 대체된다.  74


어떤 일이 내게 기쁨이 될지 알 수 없으니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살아갈 수밖에,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말이야.  76



임종진(전 한겨레신문 사진기자였다. 이후 국내외 곳곳을 오가며 사람을 만났고 그들을 찍었다. 2008년 한 구호기관의 자원활동가로 캄보디아에서 1년 반 정도를 머물렀다 돌아와 개인전 <캄보디아-흙, 물, 바람>(2010)을 열기도 했다. 책으로<천만 개의 사람꽅>,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등이 있다.) - 사진을 찍거든 이미지를 찍지 마십시오. 이야기를 찍으십시오. 그 사람이 되어 봅시다. 우리는 누구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낮추어보는 것을 원치 않을 겁니다. 그러니 사진을 찍기 전에 그 사람이 되어봅시다.  112-113


우리가 만약 '무엇'에만 집착한다면 우리는 앙코르와트를 신기한 돌무더기로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앙코르와트에 와서 소원을 비는 캄보디아 사람들을 궁금해하며 본다며 앙코르와트의 의미는 달라질 것이다. 인생이 여행에게 만약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를 배울 수만 있다면 우리는 훨씬 덜 과시적이고 덜 속물적이고 덜 불행할 것이다.  114



소모뚜(버마에서 온 이주노동자다. 1995년 여행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그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로 지내다가 지난 2004년 난민 신청을 했고, 패소와 항소를 거즙한 끝에 2010년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 인권은 나도 당신보다 못나지 않다. 그렇다고 잘 나지도 않았다. 다만 나도 당신과 같은 인간이다.  135

그는 말했다. 가장 곤궁한 자들의 외침에 귀를 막는다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도 알아듣지 못하게 된다."

우리는 또다른 의미로 친구 만들기에 열정을 쏟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혹 배신할까봐 마음을 놓을 수 없고,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더 넓은 친구와 동지관계의 네트워크 형성에 급급해한다. 저마다 휴대폰의 주소록에 갈수록 더 많은 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가려 하기에, 새 휴대폰 모델이 나올 때마다 전보다 커진 주소록 공간을 갖추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저마다 배신에 대비해 '양다리를 걸치는 수법'으로 리스크를 줄이려 하는데, 그것은 결국 리스크를 더욱 키우며 배신을 평범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 지그문트 바우만, <유동하는 공포>  139


우리가 접속하려고 애를 쓰면 그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누구와 왜 친구가 되려고 하는가? 우리는 엄밀히 말하면 불안 때문에 더 많은 친구를 가지려 한다. 바우만은 유동하는 공포, 현대 자본주의가 부추기는 통제 불가능의 불안과 무력감 때문에 사람들이 더 많은 친구를 필요로 한다고 본다.  140


우리가 출발점으로 절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는 딱 한 경우뿐이다. 우리가 지금 있는 이 자리를 결코 떠나려 하지 않는 경우, 안주할 경우.

우리도 여행지에서 수많은 선택과 포기를 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해볼 수도 없고 다 가질 수도 없다. 여행지에서 선택을 한다는 것은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 선택과 포기 '뒤'에, 선택과 포기를 '통해'서만 우리는 모두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나는 그의 고유한 여행에서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누구도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 누구나 선택과 포기를 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지나온 길이다. 모든 것을 다 갖지 못한다고 슬퍼하면 안 된다.  141


인도의 용감한 여성들은 대규모 벌목에 반대해 나무 위에 올라가 시위를 벌이는 칩코운동.  150



강판권(계명대 사학과 교수다. 오랫동안 나무 공부에 몰두해왔으며 나무로 역사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건축, 조경, 미술, 사진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로 <세상을 바꾼 나무> <미술관에 사는 나무들> <은행나무> <역사와 문화로 읽는 나무사전> <중국을 낳은 뽕나무> <어느 인문학자의 나무세기> <청대 강남의 농업경제> <공자가 사랑한 나무 장자가 사랑한 나무> <차 한잔에 담은 중국의 역사> <최치원, 젓나무로 다시 태어나다>가 있다.) - 10년 동안 도시락 두 개 싸가지고 하루 열두 시간씩 공부했습니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요.  157

<대학>에는 격물치지란 말이 나옵니다. 삼라만상이 다 공부의 대상이란 말입니다. 위기지학과 위인지학의 뜻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위기(爲己) 학문은 자기를 찾고 자기를 이루어가는 공부로 자기와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하는 반면에, 위인(爲人) 공부는 남ㅇ게 보이기 위한 공부로 공부를 출세수단으로 삼을 수밖에 없습니다.

느티나무 뿌리가 땅 위로 노출되어 있는 것을 보셨어요? 그건 그 느티나무가 비탈에 서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겁니다. 그런데 그 노출된 뿌리가 뽑혀나가지 않게 보호하려고 느티나무가 그 위에 잔뿌리를 얹어서 동여매고 있는 것도 보셨는지요? 곧 봄이 와서 나무에 새순이 올러오려고 하면 그때 모과나무 한번 만져보세요. 몸통부터 촉촉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나무는 치열합니다. 나는 나무처럼 나 자신부터 온전해지고 치열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159-160

또 하나 나무에게 배운것은 철저한 이기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철저한 이기주의자에게 이기와 이타는 아예 분리가 안 됩니다. 어떤 경우든 자신을 완성해야 남에게 어떤 역할인가를 할 수 있습니다. 나뭇가지가 우리보고 와서 쉬라고 그늘을 만들었을까요? 우리보고 와서 감탄하라고 단풍이 들까요? 자기를 위해서 충분히 애써야 합니다. 그것이 나무의 이기주의입니다. 그렇게 치열할 때만 존재는 다른 존재에게 기쁨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섣불리 내가 널 위해서 그랬다. 이렇게 말할 것도 없고 치열하게 살지도 않으면서 너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품어선 안 됩니다.  162

우리가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고,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 무지무지 끝까지 애써보지도 않고 대체 어떻게 남을 사랑할 수 있습니까?  164



김효중(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에서 한국의 진딧물을 분류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우리가 도전이란 걸 할 때 뭘 이미 많이 알아서 도전하는 게 아니고 에러를 경험하며 에러를 줄여가면서 도전한다는 거죠.'  179

우리는 여행지에서 가끔 이런 절박함을 갖는다. 내가 언제 또 이 도시를 찾을 것인가? 그 여행은 단 한번 주어진 기회다. 그렇다면 우리 인생에도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내가 언제 또 이 모습으로 이 삶을 살아볼 것인가? 그 질문 속에서 우리 인생은 우리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다.  192

여행중에 우린 수많은 여행자들에게 질문을 하곤 한다. "당신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요?"  193



송경동(2001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꿀잠> <사소한 물음에 답함>이 있다.) - 나는 내가 감정이 약하다고 느낄 때마다 내가 감상적이기만 한 것은 아닌지, 내 감정의 결과에 대한 성찰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우리의 감정 이입에는 뭔가 기형적인 요소가 있다. 우리는 너무나 속속들이 알아서 오히려 감정을 배신하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감정 이입은 '...척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이 상처 입는 게 싫어서, 좋은 사람이란 말을 듣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어서,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서, 다춤과 분쟁이 싫어서, 어떤 정체성을 원해서, 안주하고 싶어서, 행동보다는 말을 선호해서,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은 감정 이입의 본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것은 내용 없는 감정 이입이고 감정 없는 감정 이입이고 감정이 있다고 해도 오히려 자기 자신의 감정에 이입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감정 이입은 동정심과 달라야 하고 둘 사이의 평등한 감정이어야 한다.  203

'감정 이입에 대해서 물었죠. 기억들, 기억들이 다 남아 있어요.'  213

'내가 쓰고 싶었던 것은 내 가슴을 치는 것, 나를 울게 하는 것, 내 가슴에 너무나 깊숙이 남아 있는 것, 낭게 시와 삶은 통일되어 있었습니다.'  215

돌아가면 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가? 버려야 할 것들과 이루고 싶은 것을 나누고 일치시키는 기준점은 사랑이었다. 사랑 때문에 우리는 이룰 수 없어도 버리지 않고, 버리라 하는 것을 이루고 싶어한다. 그러니 사랑하지 않으면 우리가 싸우는 것이 무슨 소용이랴.  219



송규봉(미국 펜실베니아대 환경학 석사과정에서 GIS(지리정보시스템)를 전공했다. 필라델피아 소재 GIS 연구소에서 CML 연구원으로, 하버드대에서 GIS 컨설턴트로, 와튼경영대학 부설 Wharton GIS Lab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현재 연세대에서 GIS 분석에 기초한 건축기획과 디자인정보분석을 강의하고 있으며 (주)GIS 유나이티드의 대표를 맡아 GIS 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비즈니스 GIS> <미국 인터넷산업의 지도> <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등이 있다.) - '지도는 혼자 힘으로 결과를 낼 수 없는 것을 위해 주변의 도움을 얻어 만들어서 공동으로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저에게 대동여지도는 그 정확도 때문이 아니라 그 마음 때문에 더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235

'세상이 어떤 보통 명사도 사람과 결부되면 고유명사가 됩니다.'  236

우리는 여행지에거 자기만의 지도를 그리고 그것을 소중한 자랑거리로 여기지만 정작 삶에선 내가 그리는 지도란 없다는 듯이 군다

저마다의 지도가 인간성의 지도, 내면의 지도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 지도는 내가 살아온 날에 살아갈 날을 덧붙이면서, 살아갈 날이 지나온 날의 의미를 끝없이 수정하면서 완성되어갈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 선의 끝부분은 아직 미지의 고장에 있다.  241



안재원(서울대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고전학을 전공했다. 이후 독일 괴팅겐대로 유학, 서양고전문헌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역서로 <수사학> 등이 있다. 현재 서울대 인문학 연구소 HK연구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라틴어의 '카르페 디엠', 그날 그날 즐겁게 살라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카르페 디엠의 철학적 의미는 매 순간 매 순간이 축적되어 역사가 된단 것입니다. 그 순간들이 모여 나의 역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 말을 크게 보면 하나의 순간에 모든 것을 걸 수도 있더는 말입니다.  263


Amor vincet omnia 사랑이 모든 것을 극복하리라.  264



여행을 기억함이란 무엇일까? 그건 사진을 들여다보기, 지나간 일정을 회고하기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건 그 여행이 이미 내 영혼의 일부가 되었단 뜻이다.  271


여행자가 마주하는 필연성은 무엇인가? 세상 모든 곳을 돌아다녀도, 그곳이 어디라도, 사람들은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미소를 짓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새로운 날을 맞이한다는 것을 발견하는 일 아닐까? 그 와중에 나는 세상이 아무리 참혹하고 불친절해도 눈물 흘리는 자가 있고 올바른 행동을 하려는 자가 있음에 번번이 놀란ㄷ. 아무리 어려운 곳에서도 이렇게 외치는 자들이 있음에 놀란다. "우리는 이렇게 살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이쯤에 머물며 포기하려고 여기까지 살아온 것이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친구여!"

인간 영혼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거기에 아름다움이 있고 그 아름다움을 본 자들은 지혜로워진다. 그렇지만 반대로 여행자에서 돌아와서는 인간 영혼을 까맣게 잊고 있음에 또 번번이 놀란다. 그렇다면 우리가 여행자의 태도로 사는 동안 우리는 마치 여행지에서와 같은 필연성을 마주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렇게 사는 동안 우리 또한 다른 여행자의 눈에 들어온 하나의 풍경, 하나의 낯선 여행자가 아닐까?  280-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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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같은 건 하지 말자.

그런 거 안 했어도 우린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잖아.

최선을 다하지도 말자.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매일매일 죽을힘을 다해 달리려니까 다리에 쥐난다.

지치려고 그런다.

조금은 적당히

조금은 대충대충

좀 걸어 보는 건 어떨까.

걸으며 주위도 돌아보고 그러자.  36


솔직하게 인정하자.

현실은 언제나 당신이 기대하는 것보다 엉망이고, 당신이 아무리 극진하게 살아도 당신의 생은 여전히 고달프고, 게다가 나아질 기미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떠나간 사랑이 돌아올 확률은 아파트 당첨 확률보다 낮다는 사실. 당신은 아파하고 슬퍼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이 지난한 생을 견뎌 내고, 살아 내는 까닭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식 하나쯤은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가장 흔하면서 손쉬운 방법이 아마도 여행일 테고, 그래서 당신은 여행을 작심하고 그 순간, 가장 먼저 바다를 떠올릴 테지. 눈부신 햇살, 광폭한 파도, 끊어질 듯 이어지는 아득한 수평선, 그 너머에서 불어오는 차갑고 짠 바람, 포구에 배어 이쓴 비릿한 생선 냄새, 그곳에서 뒹구는 사람들의 악다구니... 당신의 생이 잊고 있었던, 그래서 갈망했던, 촉각과 후각과 미각, 시각, 청각에 대한 몸서리치는 형용사들이 생생하게 우글거리는 바다. 그곳에서는 적어도 당신이 살아있고, 살아가고 있고, 또 살아가야 함을 어렴춧하게나마 깨닫고 확인할 수 있을 테니.

지금 당신은 겨울 바다에 가려 한다. 바다에서 꽁치 한 봉지를 사서 내일 아침은 따뜻한 쌀밥과 노릇하게 구운 꽁치를 식탁에 올리자. 당신은 먼 길을 달려 바다까지 왔으니까. 지금까지 그렇저럭 살아 냈으니까. 적어도 당신에게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꽁치 살을 바르며 이렇게 생각하자.

떠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며 꽁치를 구워 먹을 수도 있는 것, 그게 우리 삶의 리얼리티라고.

맹목적이고 본능적이고 속물적인 것. 그게 살이라고...

당신은 지금 피식, 웃음이 나오려 한다.  62, 65


우리가 여행을 감행하기 위해 거창하고 명확한 명분을 만들 이유는 없다. 여행이란 하루키가 말했듯, 그 남자 혹은 그 여자가 가방을 들고 표를 사서 어디로든 가는 것이고, 타인을 납득시켜야 할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사랑은 어쩌면 여행을 닮았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명확한 목적과 이유를 모른다. 단지 당신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104


나를 포함해서 제발 서른 넘은 인간들이여, 벤츠도 좋고 아이팟도 좋고 아르마니도 좋고 루이뷔통도 좋다. 그런거에 열광한다고 아무도 당신을 비난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차피 속물이니까. 그래도 이 세계를 조금 더 평화롭고 유쾌하게 만들 이데올로기 하나쯤은 가지고 살자. 그리고 그 이데올로기를 지키기 위해 하루에 1분 정도는 고민하자. 지금 이 순간, 며칠 전 지독한 몸살을 앓으며 본 어느 다큐멘터리가 떠오른다.  

무너져 내리는 빙하를 바라보던 북극곰의 절망적인 눈빛 말이다.  145


여행에 대한 몇 가지 서툰 잠언

 - 우리가 경험하는 여행은 논픽션이지만 우리가 추억하는 여행은 픽션이다.

 - 우리의 여행이 서사를 장착할 필요는 없다. 교훈적일 필요는 더더욱 없다. 그건 각설탕 같은 것이다. 넣어도 그만 안 넣어도 그만이다. 우리의 여행은 단지 생의 체온을 조금 높이는 정도면 충분하다. 

 - '즐기고 탐닉하라.' 이것이 여행자의 첫 번째 행동 강령이다.

 - 누구나 자기만의 환살을 좇아 여행을 떠난다. 어떤 이는 환상을 깨기도 하고 어떤 이는 환상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어떤 것이 옳다고는 할 수 없다. 여행은 순전히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 여행을 즐겁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외로움과 친구가 되는 것이다.

 - 여행은 언제나 실패다. 성공적인 여행은 없다. 우리는 실패를 경험하기 위해 기꺼이 여행을 떠난다.

이번 여행을 통해 당신이 긍정을 배웠으면 좋겠다.  206-207


여행의 정석 : 가장 빠른 달팽이처럼.  208


여행작가의 책무 - 모든 여행은 아름답다. 아름다워야 한다. 현실의 반대말은 비현실이 아니라 여행이다. 여행작가는 긇게 믿어야 하며, 여행작가의 가장 소중한 책무는 여행에 대한 로망을 최선을 다해 보여주는 것이다. 전쟁터 같은 현실에서 독자를 피신시키는 것이다. 세상은 더 이상 외롭지 않고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지평선 너머에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방법을 찾는 것은 커다란 배낭을 지고 두 발로 뚜벅뚜적 걸어 지평선을 넘어가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을, 사진과 글로 보여 주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216


모든 사물은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사진을 찍지 말고 대화를 하려고 해라.

겁먹지 마라.

상대방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당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

방법이 아니라 방식이 문제다.

당신의 찍는 방법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당신의 보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  222


훌륭한 여행이란 어떤 것일까요? 그런게 있을까요? 단지 취향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은 그냥 여행이지 '훌륭한' 여행이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여행보다는 좀 더 사려 깊은 여행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247


사랑에 관해 우리는 필사적이어야 한다고 썼다가

이내 생활에 관해 우리는 좀 더 필사적이어야 한다고 고친다.  280


일을 하면 할수록

철학과 스타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철학과 나만의 스타일을 지닐 것.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

이제 그럴 때가 됐다.  288


서른과 마흔사이 -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나이.

새로운 직장을 위해 이력서를 쓰기가 쑥스러운 나이.

자신이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나이.

혼자서 영화관 가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나이.

따뜻한 공기가 빠져 가는 벌룬처럼 서서히 추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나이.

로맨틱 코미디가 재미없어지는 나이.

차라리 판타지가 재미있어지는 나이.

영화는 단지 영화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되는 나이.

기율과 위계 의식과 연대 의식, 이런 것들에 대해 서서히 신경을 쓰게 되는 나이.

도대체 어찌할 수 없는 편견이 서서히 쌓여 가는 나이.

하지만 상대방의 편견을 존중하기는 어려운 나이.

일상을 뒤엎는 전폭적인 모험을 감행하기에도,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도 이른 어정쩡한 나이.

파격이 아니라 품격이, 파행이 아니라 고행이 필요한 나이.

음악, 미술, 사진, 문학, 패션, 음식의 취향이 자신을 말해 주는 나이.

죽음이란 게 그저 육체의 한 현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

자신이 지워지지 않는 얼룩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나이.

그래서 약간 우울해지는 나이.

뭔가 필요한 자질구레한 것이 많아지는 나이.

그리고 그것들의 가격이 점점 비싸지기 시작하는 나이.

서른과 마흔 사이

혼자 남겨지는 건 아직도 두려운 나이.  292-293


나이가 든다는 건 .... 자주 아픈 게 아니라, 아픈게 회복되는 시간이 더디다.  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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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포옹과 같아요' 라고 말하는 그가 내게 편지를 보내왔다.

"여행을 다녀오면 한 동안은 풍경의 잔상이 망막 속에 남잖아요.

  눈을 감으면 펼쳐지는 그때의 풍경들, 눈을 뜨고 있을 때조차 떠오르는 기분들...

  가끔은 여행자의 망망 속으로 들어가보고 싶어져요.

  그가 어떤 풍경 속을 걸어왔는지 어떤 심정으로 그 풍경 속에 있었는지 궁금해요.

  언젠가는 나도 그 풍경 속에 서 있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는 서로를 알지 못하지만

서로가 꿈꾸는 포옹 같은 여행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



일상에서 우리가 길을 잃는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그러한 시도 자체가 무모한 행위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우리가 길을 잃을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는 일이다.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부단한 의지의 실현이다.  31


서른? 글쎄... 서른 살을 특별히 의식하면서 살아오지는 않았어요. 스물 여덟 살까지 난 평범한 회사원이었지만 스물아홉 살부터 여행자가 됐죠. 서른 살에도 여행중이었고 지금은 서른한 살, 난 여전히 여행 중이에요. 음, 그러고 보니 어느덧 여행을 하며 3년이 지나갔네요. 23일 후면 서른 두 살이 되는군요. 여행을 하며 깨닫게 됐어요. 스물아홉이든 서른둘이든 마흔이든 그건 내게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아요. 지금 내게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에요. 중요한 건 내가 여행 중이라는 사실. 여행을하며 내 삶을 계속 만들어가고 있다는 거예요. 직장생활을 하며 삶의 지도를 그려 나가는 것이나 여행을 하며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나 뭐가 다르죠? 예전에 난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평범한 여행자에요. - 베이징에서 온 나나  134


행복에 겨운 그들의 얼굴을 보면 나도 저절로 행복해져요. 도쿄에서는 웃으며 걸어가는 사람을 보기 힘들거든요. - 도쿄에서 온 사사키  138


당신은 혹시 사무치게 가고 싶은 곳이 있으신지.  142


여행자들 : 차들이 엉켜 있는 복잡한 사거리에서 신호에 관계없이 횡단보도를 느릿느릿 자신만의 속도로 걷는 자들.  172


비현실적인 현실도 실재한다. 여행은 그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작업이다.  243


여행을 떠나오면 알게 된다. 우리는 반드시 돌아가야 할 존재라는 걸.  284


세상은 엉망이다. 

살 만하다고 악을 쓰지만 갈수록 엉망진창이 되어간다.

정신없이 취하기는 싫고 약간은 몽롱하고 싶고

그리고 어쨌든 견뎌야 하니까.

우리는 맥주를 마시고 여행을 떠나지.  305


지금까지 허송세월한 것이 아니라면 굵직한 기회 한두 번 놓쳐버렸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어.

기회는 언젠가 다시 오고 다시 움켜잡으면 돼. 어쨌든 죽기 전에 주지런히 움직여봐. 

기회는 내곁으로 다시 찾아온다구.

모든 것은 날 수 있어.  308


왜 어떤 장소는 사소한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것일까.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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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오지 않은 미래와 겪지 못한 과거가 마주본다. 그리고 서로에게 묻는다. 

열일곱은 부모가 되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서른넷은 자식을 잃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아버지가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나는 큰 소리로 답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버지가 묻는다.

더 나은 것이 많은데, 왜 당신이냐고.

나는 수줍어 조그맣게 말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나를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아버지가 운다.

이것은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다.  7


지금도 드센 성격이 남아 있긴 하지만, 어머니의 말씨가 풀죽은 듯 순해진 건 세상이 남아 있긴 하지만, 어머니의 말씨가 풀죽은 듯 순해진 건 세상이 '시발'로만 해결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은 순간부인 듯하다.  13


아버지는 숙맥이 맞았지만 무모하고 모험심 강한 숙맥, 말하지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숙맥이었다.  15


책은.... 읽으려다 이내 때려치웠다. 어떤 상황에서건 태아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된다는 거였다.  35


"어... 나는. 애가 꿈이 있는 아이였음 좋겠어. 너는?"

어머니가 서글서글한 눈망울에 기대를 한껏 담아 말했다.

"음.... 나는 얘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아이였으면 좋겠어."

아버지가 피식 웃으며 어머니를 나무랐다. 

"야, 그거 쉬운일 아니다."

어머니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

"왜? 아기들한테는 그것만큼 쉬운 일이 없을걸? 그리고 우기가 그렇게 만들면 되잖아."  36


"생각해보니까 말이야."

"응."

"뭘 잘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말이야."

"응."

"건강하지만 했으면 좋겠다."

어머니는 잠시 눈을 굴렸다. 그러곤 너무 차분해서 어딘가 슬프게 들리기까지 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거면 되겠다."  37


나의 늙음은 텅 빈 노화였다.  53


두 사람은 배워야 할 게 많았다. 한 존재를 먹이는 법, 재우는 법, 씻기는 법, 그리고 이해하는 법까지 ... 마치 내가 아닌 자기들이 태어난 양,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하나하나 깨우쳐가야했다.  60


'사람들은 왜 아이를 낳을까?' ...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 ...

자기가 보지 못하 ㄴ자기를 다시 보는 것, 부모가 됨으로써 한번 더 자식이 되는것. 사람들이 자식을 낳는 이유는 그 때문이지 않을까?  79-80


"이런 말 하긴 좀 뭣한데, 세상엔 자기 부모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 효도하는 살마들도 많아."  90


"그럼 얼마 동안 아팠던 거지?' 

"음, 십사년요."

"그래, 십사년."

"......."

"근데 그동안 씩씩하게 정말 잘 견뎌왔지? 지금도 포기 않고 이렇게 검사받고 있지? 다른 사람들은 편도선 하나만 부어도 얼마나 지랄발광을 하는데. 매일매일, 십사년. 우린 대단한 일을 한 거야. 그러니까...."

"네"

어머니가 목소리를 낮추며 부드럽게 말했다.

"천천히 걸어도 돼."  101


내가 새끼 노릇 하느라 티를 안 내서 그렇지, 내 어휘가 얼마나 풍부하고 내 문장이 얼마나 유려한지 알면 두 분 모두 깜짝 놀랄 터였다.  107


'데인 것처럼...' 맞아. '늙음'에 데인 것처럼 놀랐다고 했어요.

"저는 잘 이해가 안돼요."

"뭐가?"

"나이 든 사람 피부에 탄력이 없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잖아요."

"그렇지."

"머리가 세는 것도, 이가 빠지고, 눈이 나빠지고, 주름이 느는것도,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잖아요."

"그래."

"그런데 그렇게 좋아했다면서, 그 짧은 접촉 한번에, 마치 늙음이 자기에게 옮기라도 할 것처럼, 그렇게 정색하고 돌아설 정도면, 그 여자가 상상한 늙음이란 대체 어떤 거였을까요?"  134-135


너무 빨리 먹은 시간들이 네 속에 가득 구겨져 있다고.  183


"제가 저번에 물어봤거든요? 형! 형은 오토바이 탈 때 무슨 생각해요?하고."

"어."

"그랬더니 '아무생각안해' 그러더라고요."

"거봐라! 쯧쯧..."

"그래서 왜요? 하고 물었더니, 그 형이 비장하게 답하더라고요."

"뭐라고?"

"생각하면 죽으니까....하고."

"허, 참!"  206-207


궁금한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물어보는 습관이 든 거였다. 지금이 아니면 다신 물어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조금 더 성급해지고 경솔해져도 좋을 것 같았다. 특히 상대가 장씨 할아버지 같은 분이라면 더할나위없이 좋았다. 그게 정답은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대답 속엔 누군가의 삶이 배어 있게 마련이고, 단지 그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당신들의 시간을 조금 나눠갖는 기분이었다.  208


'죽음'보다 나쁜 건 '늙음'이다.  211


둘 중 하나를 선택했으면서 아무것도 안 가진 척하는 것도 기만일 수 있다고..  215


엄마와 밥을 먹으며 티브이를 보던 일상적인 풍경이야. 그때 우리는 '이웃에게 희망을'이란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어. 근데 엄마가 숟가락으로 국을 뜨다 말고 갑자기 그런말을 하더라?

저 사람들이 저렇게 된 데는 아무 이유도 없는 것 같지 않으냐고. 나는 영문을 모른채 가만 고개를 끄덕였지. 그랬더니 엄마가 그렇다면 우리 식구한테도 아무 이유 없이. 또 근거없이 저런 일이 생길 수도 있는거 아니냐고 하더라. 자긴 그게 너무 불안하다고.  216


어쨌든 내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게 나를 두근대게 해.  272


"그럼 현미경으로 찍은 눈 결정 모양도 봤어요?"

"그럼."

"나는 그게 참 이상했는데."

"뭐가?"

"뭐하러 그렇게 아름답나."

"...."

"어차피 눈에 보이지도 않고 땅에 닿자마자 금방 사라질 텐데."  287


"넌 입버릇처럼 항상 네가 늙었다고 말하지. 그렇지만 그걸 선택 할 수 있다고 믿는 거, 그게 바로 네 나이야. 질문 자체를 잘못하는 나이, 나는 아무것도 안 고를 거야. 세상에 그럴 수 있는 부모는 없어."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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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사

십년 전, 생장피에드포르의 한 작은 집에 들어서면서 나는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나는, 세상에는 비밀과 신비한 길들이 숨어 있고 대부분의 인간들에게는 금지되어 있는 것들을 이해하고 주관하는 능력을 가진 이들이 존재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영적 탐색을 하고 있었다. 그런 내게 '평범한 사람들의 길'을 따라 걷는다는 건 아무런 의미없는 시도일 뿐이었다.  

1974년.  9

비범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길 위에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내가 믿는것의 궁극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깨달음이었다. 나로 하여금 생애 첫 책인 <순례자>를 쓰도록 용기를 불어넣어준 것도, '평범한 사람들의 길'을 계속 따라걷기 위해 매일같이 치러내야 하는 나 자신과의 '선한 싸움'에서 존엄과 끈기를 발견할 수 있도록 날 북돋워준 것도 역시 그것이었다.  11


RAM 엄격함(Rigor)의 R, 숭배(Adoration)의 A, 자비(Mercy)의 M, 또한 왕국(Regnum)의 R, 어린양(Agnus)의 A, 세계(Mundi)의 M.  15


무슬림 전통에 의하면, 모든 신자는 적어도 생애에 한 번은 메카로 순례를 떠나야 한다. 기독교 탄생 이후 첫 천 년 동안 세 개의 신성한 순례길이 존재했다.

첫번째 길은 로마에 있는 성 베드로의 무덤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 상징은 십자가이고, 그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은 '로마의 방랑자'라고 불렸다.

두번째 길은 예루살렘의 예수의 성묘(聖墓)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은 '수상가(palmist)'라고 불렸다. 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했을 때 그를 맞아준 이들이 흔들었다는 종려나무 가지가 그 길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세번째 길은 이베리아 반도에 묻힌 사도 야고보의 성 유골에 이르는 길이었다.  23


"산이 높다는 걸 알기 위해 산에 올라가는 건 아닙니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배는 항구에 머물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35

지혜로 향하는 진정한 길은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해야 합니다. 첫째, 그 길은 아가페를 포함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살아가면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혜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는 것이죠. 써보지 못한 검이 녹슬어버리고 마는 것과도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누구라도 갈 수 있는 길이어야 합니다.  41


산 중턱에서 풀을 뜯고 있는 염소 떼들이 보였다. 그중 한 마리가 대담하게도 꽤 높은 바위의 돌출 부위에 서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문득 녀석이 어떻게 그곳까지 올라갔는지 어떻게 내려올 것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내가 그런 의문을 품는 순간, 염소는 내 눈엔 보이지 않는 지점에 의지해 뛰어내려 무리에 다시 합류했다. 주위의 모든 것은, 불안하지만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평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평화는 여전히 계속 자라나고 생성되는 과정 속에 있었다. 세상은 알고 있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나아가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51

"난 지금 이곳에 있는 것에 깊이 만족하고 있어요."

페트루스가 말했다.

"내가 하지 않은 일은 아무 의미가 없고, 앞으로 내가 행할 것들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죠."  52

"어떤 목표를 향해 움직일 때, 길에 집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목표에 도달하는 최선의 방법을 가르쳐주는 건 언제나 길이기 때문이죠. 길은 언제나 우리가 걸은 만큼 우리를 풍성하게 해줍니다. 성행위와 비교하자면, 다들 아는 것처럼 오르가슴의 강도를 결정하는 전희와 같은 거라고 말할 수 있지요.

삶의 목표를 가질 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와 그 길을 어떻게 나아가느냐에 따라. 그 목표는 더 나은 것이 될 수도 있고 더 나쁜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같이 습관적으로 바라보는 것들 속에서, 너무 익숙한 것이라 무관심해진 우리가 알아보지 못했던 신비를 발견하는 훈련이죠."  57


속도 훈련 

보통 걸음걸이보다 두 배 이상 느린 속도로 이십분 동안 걸으십시오. 당신 주위에 있는 사물들의 세세한 부분과 사람들, 그리고 풍경에 주의를 집중하십시요.

이 훈련을 일주일 동안 매일 반복해서 실행하십시오.  58

"시간은 항상 같은 리듬을 흘러가지 않거든요. 시간의 리듬을 결정하는 건 우리 자신입니다."  59

"익숙하지 않은 속도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도록 노력하세요."  60


"신은 복수가 아닌 사랑입니다. 그분의 유일한 징벌은 사랑의 행위를 중단시킨 사람에게 그것을 계속 이어나가 완성하도록 강제하는 것뿐입니다."  74

인간은 결코 꿈꾸기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육체가 음식을 먹어야 사는 것처럼 영혼은 꿈을 먹어야 살 수 있으니까요. 살아가는 동안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실망하고, 중족되지 못한 욕망 때문에 좌절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지요. 하지만 그래도 꿈꾸기를 멈춰서는 안 됩니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의 영혼이 죽어버리고, 아가페가 들어갈 자리가 없게 되니까요.  77

"꿈들을 죽일 때 나타나는 첫번째 징후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 피곤하다고 말하고, 정작 자신들이 하는게 거의 없음을 깨닫지 목하면서 하루가 너무 짧다고 끊임없이 불평을 하지요. 

두번째 징후는, 스스로에 대한 지나친 확신입니다. 삶이 우리 앞에 놓인 거대한 모험이라는 것을 보려 하지 않는 것이죠. 그리고 스스로 현명하고 올바르고 정확하다고 여깁니다. 아주 적은 것만 기대하는 삶 속에 안주하면서 말이죠. 

세번째 징후는 평화입니다. 삶이 안온한 일요일 한낮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자신에게 대단한 무엇을 요구하지도, 우리가 줄 수 있는 것 이상을 구하지도 않게 됩니다. 그러고는 우리는 자신이 성숙해졌다고 여깁니다... 우린 자신의 꿈을 위해 싸우가를 포기한 것입니다. 즉 '선한 싸움'을 벌이기를 포기한 것이죠."  79

"당신 또한 '선한 싸움'을 벌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당신은 삶의 모험과 도전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배웠지만, 여전히 일상적이지 않은 것들을 부인하고 싶어합니다."  81


잔인성 훈련 

당신 자신을 부정적으로 느끼게 하는 생각, 이를테면 질투, 자기연민, 시기심, 증오 등이 머릿속을 스칠 때마다 이 훈련을 하십시오.

검지손톰을 엄지손톱 뿌리에 대로 세게 누르십시오. 고통이 아주 심해질 때까지 계속 누릅니다. 그리고 느껴지는 고통에 정신을 집중하십시오. 그것은 당신이 정신적으로 느끼는 고통을 육체적으로 반영하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이 당신의 머릿속에서 나가버릴 때까지 손가락을 계속 누르십시오.  83


"인산이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찾아낸 모든 방법 중에서 가장 나쁜 것은 사랑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 누군가로 인해, 우리를 떠난 누군가로 인해, 그리고 우리를 떠나려 하지 않는 누군가로 인해 고통을 받지요. 혼자인 사람은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고통받고, 결혼한 사람들은 결혼을 예속 상태로 변화시키지요.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84-85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물리적인 힘 외에, 우리 곁에는 근본적으로 영적인 두 개의 힘이 존재합니다. 천사와 악마지요. 천사는 언제나 우리를 보호해주는 신의 선물이죠. 그는 굳이 불러낼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 곁에 있는 천사의 모습은 어디서나 볼 수 있으니까요. 너그러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만 하면, 시냇물에서도, 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에게서도, 그리고 파란 하늘에서도 그를 볼 수 있죠. 로마군단의 이름 없는 병사들이 만들어 우리가 강을 건널 수 있게 해주는 이 오래된 다리에도 당신을 지키는 천사의 모습은 존재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그를 수호천사라고 불렀지요.

악마 역시 일종의 천사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유롭고 반역적인 힘이죠. 난 그를 사자(使者)라고 부르고 싶군요. 우리와 세상을 이어주는 중요한 통로이기 때문이죠. 고대 사람들은 신들의 사자인 헤르메스와 메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세 곱절이나 위대한 헤르메스라는 뜻)를 그런 존재로 생각했어요 사자는 오직 물질적인 차원에서만 개입합니다. 그는 교회의 황금 안에 깃들어 있습니다. 황금은 땅에서 온 것이며, 땅은 사자의 영역입니다. 그는 우리가 하는 일과, 우리와 돈의 관계 속에 존재합니다. 우리가 자유롭게 내버려두면 그는 자기 마음대로 흩어져버리고 맙니다. 또한 쫓아내버리면, 우리는 그가 가르쳐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잃고 맙니다. 그는 세상과 인간에 대해 두루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그의 권능에 현혹당하게 되면, 우리는 그에게 소유됨과 동시에 선한 싸움에서 멀어지고 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자신의 사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와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그의 충고를 듣고, 필요할 때는 그에게 도움을 요천하는 것이죠. 그러나 결코 그가 자신의 규칙을 지시하도록 놔두어서는 안 됩니다.  97-98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미지를 빌려 비유하자면, 천사는 당신의 갑옷이고 사자는 당신의 검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갑옷은 어떤 상황에서든 주인을 보호하지만, 검은 전투중에 땅에 떨어뜨릴 수도 있고, 친구를 죽일 수도 있고 그 칼끝이 주인을 향할 수도 있습니다. 검은 거의 모든 경우에 사용될 수 있죠. 그위에 앉는 것만 빼고는."  99


엄지손가락의 생살을 드러낸 '잔인성 훈련'은 내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내 마음이 얼마나 나를 저버릴 수 있는지, 나스스로도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을 하게 하는지, 나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감정에 빠져들게 하는지 깨닫게 해준 것이었다.  

"그리스도는 부정한 여인은 용서했지만, 열매를 맺지 않는 무화과나무는 저주했어요...."  104


더 중요한 건, 당신의 검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를 아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 검에 도달하기 전까지 확실하게 알아야 해요.  123

우리는 자신의 세계관으로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끊임없이 앴지요. 자신과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세계관이 진실이라고 확신하게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136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계속 노력한다면 그것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목표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신이 우리를 얼마나 도와 주와 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148-149

"우리는 존재의 위대함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세속의 일들로 내면의 열정이 빠져나가버리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입니다. '선한 싸움'을 하는 중에 겪게 되는, 사소한지만 우리도 어찌할 수 없는 패배로 인해 열정을 잃고 마는 것이죠. 열정이 궁극의 승리를 가능케 하는 중요한 힘이라는 걸 알지 못하기에, 그것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리는 걸 그냥 보고만 있는 겁니다. 그렇게 진정한 삶의 의미를 놓친다는 것은 깨닫지 못하면서 말이죠. 그러면서 자신이 느끼는 권태와 패배를 세상의 탓으로 돌려버리죠. 모든 것에 정당함을 부여하는 이 매혹적인 힘, 즉 열정의 형태로 현현하는 아가페를 빠져나가게 하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임을 잊은 채 말이죠."  158


거절당할 것이 두려워 두 세 명의 여자들에게 구애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 떠올랐다. 나중에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하고 싶었던 일을 여러 번 포기한 것도 기억났다. 깊은 회한이 몰려왔다. 산채로 매장당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사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던 나 자신에 대한 깊은 후회였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충만한 삶을 즐기는 것일진대, 나는 무엇 때문에 가절당할 까 두려워하고 하고 싶은 일을 훗날로 미루었던 것일까? 하지만 나는 지금 관 속에 갇혀 있었고, 이제 다시 돌아가 예전에 갖지 못했던 용기를 보여주기엔 너무 늦어버린 터였다. 

나는 스스로를 배신한 유다였다.  187

몇 분 전 내가 경험한 그 죽음은 나의 친구이자 조언자였다. 나로 하여금 남은 삶의 단 하루라도 비겁하게 살지 않을 것을 결심하게 한. 이제부터 그는 페트루스의 안내와 충고보다 내게 더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훗날로 미루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치러내야 할 싸움들을 피하게 하지도 않을 것이며, '선한 싸움'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나를 도와줄 것이다. 이제 나는 결코, 어떤 순간에도, 내가 행하는 아주 작은 몸짓 하나라도 부끄러워 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내 손을 잡고 분명히 말해주었다. 다른 세계로 떠나야 할 순간이 왔을 때, 가장 큰 죄악과 함께 가서는 안 된다고 그것은 후회라는 죄악이었다.  190-191


제자는 자신을 이끄는 이의 걸음걸이를 결코 흉내내어서는 안 됩니다. 삶을 바라보고 , 고난과 정복을 체험하는 각자의 방식이 있는 것이니까요. 가르친다는 것은 가능한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배운다는 것은 그 가능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고요.  208


람 호흡법

숨을 깊이 내쉬면서 최대한 폐를 비우십시오. 그런 다음 팔을 위로 들어올리면서 천천히 숨을 들이쉬십시오. 숨을 들이쉬는 동안, 사랑과 평화, 우주와의 조화가 당신의 마음속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정신을 집중하십시오.

호흡을 멈춘 채로 팔을 가능한 한 오래 들고 있으면서 내면과 외면의 조화로움을 마음껏 느껴보십시오. 그런 다음 '람'이라고 말하면서 빠르게 숨을 내쉬십시오.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먼저 나쁜 결정이 어떤 것인가를 인식하는 겁니다."

"두려움이나 부정적인 생각 없이 또다른 길을 살펴본 다음 결정하는 것이죠."  230


그림자 훈련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푸십시오.

오 분 동안 주위에 비치는 사물과 사람의 그림자를 찬찬히 관찰하십시오. 그러면서 정확하게 사물과 사람의 어떤 부분이 그림자에 반영되었는지 잘 살펴보십시오.

그 다음 오 분 동안에도 계속 그렇게 하십시오. 동시에, 당신이 해결하고 싶어하는 문제에 정신을 집중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부적절한 해결 방법을 모두 떠올려 보십시오.

마지막으로 오 분 동안 더 그림자를 바라보면서, 올바른 해결 방법을 하나하나 떠올려보십시오. 그중에서 당신의 문제에 꼭 들어맞는 해결책이 남을 때까지 하나씩 지워나갑니다.  230-231


듣기훈련

긴장을 풀고 눈을 감으십시오.

몇 분 동안 당신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려고 노력하십시오. 모든 음악가들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듣는 것처럼.

조금씩. 각각의 소리를 구분해 보십시오. 나머지 소리들은 듣지 말고, 독주로 연주되는 양 악기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여보십시오.

이 훈련을 매일 실행하노라면 당신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그것이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인물들의 목소리라는 걸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 훈련은 당신이 이미 사자의 목소리를 알고 잇을 경우에만 실행할 수 있습니다.  257


내가 지금 당신에게 말로만 알려주고자 하는 비밀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몸으로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비밀은 바로 이것입니다.

누군가를 가르칠 때 비로소 배울 수 있다는 것.  278

우리 모두는 누군가 말해주기 전부터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삶은 매 순간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니까요. 따라서 비밀은 단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매일의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도 솔로몬 왕처럼 지혜롭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처럼 강인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이번처럼 특별한 모험에 참여하게 될 경우에만 그 사실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죠.  279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순례길을 따라 걷는 동안, 내가 알고 싶어했던 것은 오직 검이 숨겨져 있는 장소였다. 왜 그것을 찾고 싶어하는지, 그것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자문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원할 때는 그 욕망의 대상에 아주 확실한 목적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보상에 대한 유일한 동기였다. 그것이 내 검의 비밀이었다.  311



작가의 말

선택된 자들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지금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거지?"라고 묻는 대신 마음속의 열정을 깨워줄 무언가를 실행하겠다고 결단을 내리는 사람이었다.  337

우리를 신께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닿게 해주는 것은 열정이지, 수백 수천의 고전을 읽는 것이 아니라고 .. 삶이 기적임을 믿으려는 의지가 기적을 낳는 것이라고.  338

나는 진정 바뀌길 원하고 있었던가? 그랬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산티아고 순례길은 궁극적으로 나를 변화시켰다. 나는 세상의 신비를 발견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길은 세상에는 신비란 없다는 것. '감춰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라는 예수의 말씀을 일깨워주었다. 결국 내가 기대했던 것과 정반대로 모든 것이 흘러갔다.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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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든 손의 손놀림도 중요하지만 사과를 든 손의 손놀림도 똑같이 중요하다. 
사랑은 이렇게 오른손과 왼손이 조화롭게 움직이며 사과를 깎는 것과 같다.
어느 한 손이라도 엇박자로 움직이면 칼에 손을 베어 사과에 피멍이 들고 만다.
피를 본 후에 사과하는 것은 사과에 대한 예의도 사랑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문명의 발전은 사과조차도 쉽게 깍을 수 있게 만들었다.

사과를 깍으며 조심조심, 가능하면 껍질을 얇게 깍기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없을 만큼으로..

어쩌면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기계들이 생겨나고 발전해 가면서 좀더 편하게 편리하게 바뀌고, 그만큼 노력이 필요 없어지는듯 보이게 만들어 가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사랑조차도 사람이 아닌 사랑을 사랑하게 되는 시대가 아닌지..

그 표현보다 '인스턴트적'인 사랑을 하고 있다. 

자본이 세상을 잠식해가면서 사랑보다는 돈이 우선이 되고, 사랑보다는 섹스가 우선이 되고, 사랑보다는 단순한 만족만을 추구하는 세상은 어쩌면 3분카레, 컵라면이 되어 가고 있다. 

이젠 사랑도 돈으로 살 수 있다. 진정한 마음이 필요 없어져 가고 있기때문에...


칼을 든 손과 사과를 든 손이 협력하여 조화를 이루어 갈때, 그리고 눈은 그것을 바라보며 거리와 힘과 각도 조절 신호를 알려줄때.. 그렇게 집중할때 매끈하게 사과를 깍을 수 있는데 그것자체가 귀찮아서 더 편해지려고 피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감정도 느낌도 피하게 되어 가는지도 모른다.


위의 표현처럼 사과에 대한 예의..

우리는 지금 현재 자신의 인생에게 예의를 다하고 있는가?

자신의 인생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에는 무엇이 포함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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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쏟아진 찬사

이 책은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류가 공존하기 위한 대안으로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제안한다.' - 이어령(전 문화부장관, 중앙일보 고문)

인간의 다양한 삶의 패턴과 그것에 내재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 황상민(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무의식이 우리 인생에 끼치는 영향을 다룬 매혹적인 보고서 - 이코노미스트  4-5


서문 - 무엇이 우리를 비범한 성취와 행복으로 이끄는가?

'비인지적 기술(noncognitive skill)'이란 감추어진 자질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로, 쉽게 계량하거나 측정할 수는 없지만 행복과 성취를 얻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7

이 책에서 다루는 성공 스토리는 내면의식(즉 감정, 직관, 편견, 동경, 유전적 특성, 사회적 규범등 무의식적 영역)이 수행하는 역할을 강조한다.  8

무의식의 영역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원시적인 영역이 아니다. 성적 충동을 억압하는 어두컴컴한 동굴이 아니다. 무의식의 영역은 정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9

일상생활에서 온갖 감정을 적절하게 교육할 때 우리의 무의식 체계는 달라질 수 있다.  10

뇌 연구가 새로운 철학을 만들어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기존의 철학이 옳음을 입증할 수는 있다.  11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존 티어니는 배우자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은 이성에게서 끊임없는 단점을 찾아내는 내면의 무의식 장치인 '습관성 결점 찾기(flae-o-matic)'에 시달린다고 주장했다.  27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사는 삶이 다른 사람들의 삶과 매우 다르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동일한 경험은 마치 기적처럼 보인다. 동일한 경험을 했다는 사실은 두 사람의 관계에 운명이라는 화려한 꽃가루를 뿌려준다.  29

감정 전달의 90퍼센트는 비언어가 담당한다. 몸짓은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감정을 조직하는 무의식적인 언어이다. 몸짓을 하면서 내적인 상태가 만들어진다.  31

여자나 남자나 성적인 관계를 나누는 상대방에게 바라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친절이다.  33

이성은 감정에 둥지를 틀고 감정에 의존한다. 감정은 사물이나 상황에 가치를 부여하고, 이성은 이렇게 형성된 가치를 바탕으로 선택을 할 뿐이다. 인간의 마음은 낭만적이기 때문에 실용적일 수 있다.  43

케네스 도지 박사는 "처리되는 모든 정보는 감정적이다. 감정은 인식 활동을 추동하고 조직하고 증폭하거나 약화시키는 에너지이며, 거꾸로 감정이 인식 활동의 경험이자 표현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44



상대적으로 고등교육을 받은 여자는 그렇지 않은 여자에 비해서 오럴섹스를 훨씬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고, 동성애 행위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으며, 다양한 섹스 행위를 실험하는 경향이 있다. 신앙심이 돈독한 여자는 그렇지 않은 여자보다 모험을 덜 즐긴다. 그러나 남자의 경우 성적인 모험심이 신앙 여부와 그다지 관련이 없다.  54



이탈리아의 신경과학자 마르코 야코보니가 말했듯이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경험한 일을 자신에게 직접 일어난 일처럼 느낄 수있다.  71

듀크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인 캐럴 애커먼은 실험을 통해서 아기가 흉내 내기 놀이를 많이 하면 할수록 일찍 말을 배운다고 주장했다. 

타냐 차트란드와 존 바흐 연구팀은 두 사람이 서로의 동작을 더 많이 모방하면 할수록 서로를 더 많이 좋아하게 되며, 서로를 더 많이 좋아할수록 더 많이 모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많은 학자들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무의식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능력은 감정이입과 도덕성을 쌓아나가는 벽돌이라고 믿는다.  72

사람들은 서로 돈독한 유대감을 나눌 때 웃음은 자연스럽게 흘러넘친다. 또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듣고 있는 사람보다 46% 더 많이 웃는 경향이 있다. 

웃음은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감정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에 자기가 긍정적으로 대응한다고 느낄 때 저절로 나오는 것 같다.  74



발달심리학자들이 확인한 사실 중에 뛰어난 심리학자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다는 항목이 있다. 

대부분의 부모는 낱말카드나 스티커 따위를 이용해 훌륭하게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런 부모들이 갖추고 있는 조건이 하나 있다. 너그럽고 착하다는 점이다. 아이에게 편안하고 예측 가능한 안정된 리듬을 주어야 한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애정과 엄격함을 조화롭게 결합해야 한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정서적인 유대감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세상이 던지는 어려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생생한 사례를 얼른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마음속에 실행 모델을 설정하고 그 모델을 모방할 수 있다.  101-102

영국의 심리학자 존 보울비는 아이들은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필요가 있다. 동시에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자기 힘으로 스스로를 돌볼 필요도 있다. 이런 두 가지 필요성은 때로는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102

보울비는 한 아이가 장차 자신과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지 결정하는 중대한 요소는, 아이와 엄마(혹은 가장 중요한 양육자) 사이의 관계라고 주장했다.  103

전반적으로 아기를 돌보는 태도가 믿음직하다면, 아기들은 부모가 곁에 있을 때 안전하다고 느낀다. 또한 절대적으로 옳은 양육 유형이란 없다. 아이는 부모가 일관성이 있고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안정된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  105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한 아이는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는 경향이 있다.  106

회피적인 애착관계를 가진 아이는 논리적인 토론에는 뛰어날 수 있어도 대화가 정서적인 방면으로 흐르거나 자기 속내를 드러내라는 요구를 받으면 무척 불편해 한다. 이 사람들은 평소 느끼는 감정의 폭이 매우 좁고, 혼자 있을 때 가장 편하다.  107

많은 학자들이 초기 애착 양상이 그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추적하고 밝혀냈다.  109



아무리 무작위로 구성원을 설정한다 해도 사람들은 집단을 형성하며, 집단이 서로 인접해 있으면 갈등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120


지식습득 1단계

교육심리 학자인 벤저민 블룸은 "학습의 첫 번째 단계의 효과는 학습자가 관련 주제에 빠져들어 매력을 느끼고 전문적인 정보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136

수많은 실험 결과를 놓고 보면, 책 읽는 장소를 이리저리 바꿀 때 습득한 정보를 더 적게 잊어먹는다. 바뀐 환경이 정신을 자극해서 기억의 거미줄을 더 촘촘하게 만들어준다.  137

지식습득 2단계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캐롤 드웩은, 열심히 공부한 학생을 칭찬하면, 그 학생의 정체성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으로 규정하며 이 정체성을 더욱 강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식 자동화하기... 자동화는 반복을 통해서 획득된다.  138

<스마트 월드>의 저자이며 언어학자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리처드 오글이 '뻗어나감과 동질성(reach and reciprocity)'이라고 부른 과정.

어떤 분야의 핵심 지식에서 출발해서 과감하게 밖으로 나가 새로운 것을 배운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와 새로 확보한 것을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통합한다. 그런 다음 다시 나가 모험을 하고, 돌아온다. 나갔다가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오글이 주장하듯이, 한 집단의 순결성을 지나치게 주장하면 폐쇄적인 공간에 갇혀서 편협해진다. 지나치게 밖으로만 돌면 노력에 따르는 성과가 축적되지 않는다. - 확장과 통합의 리듬  139

학습은 전적으로 선형적이지 않다는 사실. 어떤 분야를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하는 바로 그 지점이 질적인 변화의 돌파구가 열리는 순간이다.  140

지식습득 3단계

테일러 선생이 헤럴드가 일기를 쓰기를 바란 이유는, 내면에 묻혀 있는 지식을 될 수 있으면 저항 없이 끄집어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녀는 헤럴드가 공상에 빠져 있기를 바랐다. 공상을 통해서 개발해 둔 직관을 언어로 전환시키기를 바랐다.  142

스탠퍼드대학교의 로버트 온스타인 교수는 "정신은 수레처럼 빙글빙글 돌아간다. 조건에서 조건으로 돌아가고, 나타남에서 정지로 돌아가고, 행복에서 걱정으로 돌아간다. 정신은 여러가지 다른 상태 사이에서 돌아가고, 행복에서 걱정으로 돌아간다. 정신은 여러 가지 다른 상태 사이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어떤 상태에서 정신이 작동하려면 거기에 맞는 다양한 구성요소를 선택한다."  144

지식습득 4단계

최고의 학습자는 논문 집필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따로 시간을 들여서 정보를 암호화한다.  145 

(헤럴드는 사이버 자료를 차단하고, 자신의 자료들에 빠져서 목적성을 분명히 하며 깊이 생각하면서 고대의 자료들이 오늘날에 어떤 사실들과 접하는지에 대해 찾아내고 정리하면서 생활한다.)


테일러 선생은 해럴드가 무의식을 넘나들고, 의식적인 과정과 무의식적인 과정을 토업하는 방식으로 논문을 쓰도록 안내했다. 처음에는 핵심 지식을 숙지하고, 그다음에는 그 지식이 머릿속에서 즐겁게 숙성되고, 지식에 질서를 부여하고, 관련되 자료를 한데 녹여 통합하고, 마법과도 같이 통찰이 의식에 튀어나올 때까지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고, 마침내 떠오른 통찰을 가지고 논문을 완성하게 한 것이다.  153



해럴드는 부모에게 열광적인 찬사를 들었다. "너 굉장한 능력을 가지고 있구나!"

이에 비해 에리카는 칭찬을 듣는 횟수에 버금갈 정도로 기를 꺾어놓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해럴드의 부모는 해럴드에게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졌다. 이 가족은 사소한 게임을 많이 했으며 가짜로 모욕을 주고받는 정교한 대결도 자주 펼쳤다. 부모는 해럴드에게 자기들이 내린 결정과 특정한 제한사항에 대해 끊임없이 설명했으며, 해럴드는 부모와 자유롭게 토론하고 부모가 설정한 제한사항이 왜 잘못되었는지 말했다. 해럴드의 부모는 문법적인 오류를 바로잡아주었고, 덕분에 해럴드는 문법 교육을 따로 받지 않고도 문법을 뗄 수 있었다. 그래서 해럴드는 상대방이 가장 듣기 좋아하는 대답만 햇다. 언어 환경의 차이는 지능지수 및 학업 성적과도 연결되었다. 

간단히 말해 해럴드의 부모는 해럴드에게 돈만 물려준게 아니었다. 습관과 지식, 자기 계층의 인지적 특성까지 함께 물려주었다.

에리카는 이런 보이지 않느 강점을 대부분 손에 넣지 못했다. 그녀는 한층 더 찢어지고 갈라진 세상에 살았다. 펜실베니아대학교의 신경학자 마사 파라에 따르면, 중산층 아이에 비해서 빈민층 아이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더 높다. 이런 차이는 기억력, 특정 모형에 대한 인식, 인지적 통계, 언어 능력 등을 아우르는 인식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소형 포유류를 대상으로 한 실허머에서도 아빠 없이 성장한 동물이 아빠와 함께 성정한 동물에 비해 신경연결망 형성이 늦고, 그 결과 충동 제어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것은 돈이나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가 아니다. 가난과 가정불화는 개인의 무의식, 즉 자기 미래와 자기가 사는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 이런 차이가 쌓이 쌓여 누구나 금방 알아볼 수잇는 차이를 만들어낸다.  176

에리카는 한 가지 결정을 할 수 있었다. 환경을 바꾸는 것이엇다. 만일 환경을 바꿀 수만 있다면 완전히 다른 신호와 무의식적인 문화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내면을 바꾸는 것보다 환경을 바꾸는 것이 더 쉽다. 환경을 바꾼 다음 새로운 신호가 작동해서 효과를 발휘하도록 맡기자, 에리카는 그렇생각을 했다.  175



칼럼니스트 월터 리프만은 "인간 본성이 필요로 하는것보다 우선하는것, 배고픔이나 사랑이나 즐거움이나 명성, 심지어 목숨 그 자체보다 우선하는 것, 인간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자기가 어떤 질서 정연한 규율 속에 놓여 있다는 확신이다."  183

아이는 태어나면서 이미 특정한 기질을 타고난다. 그렇다고 해서 이 기질인 인생을 특정한 틀 안에 가두어두지는 않는다. 곤충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이 주장한 것처럼 이것은 하나의 사슬일 뿐이다. 예민한 반응력을 가지고 태어났을 수도 있고, 둔감한 반응력을 가지고 태어났을 수도 있으며, 천성적으로 쾌활활 수도 있고 천성적으로 우울할 수도 있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어떤 경험이 뇌를 자극하느냐에 따라서 진화한다. 그러나 진화의 범위는 한정되어 있다. 처음 태어났을 때는 고반응 집단으로 분류되었다가 나중에 중간 집단으로 분류될 수는 있지만, 한 극단에서 다른 극단으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단 기본적인 상태가 되고 나면, 그 기본 상태의 평균값을 중심으로 해서 좌우로 진동하는 양태를 보인다.  188

충동을 통제하는 능력을 가진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잘 조직된 가정에서 성장했다. 성장 과정에서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것을 배워서 그 행동에 따른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 이 아이들은 자기가 어떤 것을 하려고만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마시멜로의 유혹을 참지 못한 아이들 가운데 다수는 잘 조직되지 않은 가정에서 성장했다. 이 아이들은 행동과 결과 사이의 연관성을 잘 파악하지 못했으며, 눈앞의 유혹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전략 학습이 부족한 경향을 보였다.  191-192

충동을 통제할 수 있었던 아이들은 마시멜로를 냉정하게 인식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192

인격은 수백만 개의 작고 선한 영향력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신비로운 과정을 통해서 점진적으로 형성된다. 인격 형성에는 공동체가 수행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공동체에 소속되지 않고 자기를 통제하는 능력을 배양하기란 매우 힘들다. (뚱뚱보들이 모여 있는 공동체에서 마른 체형을 유지하는 것도 매우 힘들다.) 또한 근본적인 매커니즘에 영향을 미치는 작고 반복적인 행동이 중요하다. 작은 습관과 적절한 예의 세상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방식을 강화한다. 선한 행동은 특정한 네트워크를 강화한다. '우리는 어떤 덕목을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그 행동을 획득한다'라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발언은 옳다.  197


모방 본능을 점화시키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 몇 년 전 제프 코헨과 그레그 월튼이라는 두 연구자가 예일대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실험을 했다. 두 사람은 우선 학생들에게 수학자로 성공한 네이선잭슨의 인생을 짧게 소개했다. 그런데 잭슨의 전기에서 세부적인(하지만 실험에서는 핵심적인) 사실 하나를 바꾸었다. 학생들 가운데 절반에게 잭슨의 생일이 학생의 생일과 같다고 말한 것이다. 그 다음 전체 학생들에게 굉장히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게 했다. 자기 생일이 잭슨의 생일과 같다고 믿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65%나 더 오래 수학 문제에 매달렸다. 이 학생들은 잭슨과 동질감을 느꼈다. 그래서 잭슨이 거둔 성공을 모방하려는 심리가 동기를 자극한 것이다. 

야망에 불타는 사람은 흔히 어린 시절에 재능을 보이고, 이 재능 덕분에 자기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저 어떤 성취가 정체성의 핵심이 되기만 하면 충분했다.  205

평범함과 비범함을 가르는 단 하나! -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손이 보였주었듯이, 그것은 신중한 연습이다. 최고의 연주자들은 솜씨를 갈고 닦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훨씬 많은!) 시간을 들인다. 에릭손도 말했지만, 최고의 연주자들은 평균적인 연주자들보다 5배나 더 많은 시간 동안 연습했다. 

단지 연습에 들인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류 수준의 업적을 남긴 사람은 즐겁게 연습했다. 반면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은 가장 신중하고 자기비판적으로 연습했다. 이런 사람들은 흔히 전체를 가장 작은 요소로 해체한 다음 작은 요소를 계속 반복해서 연습했다.  208

기억이라는 내적인 구조물을 쌓는 데는 힘든 연습과 투쟁이 필요하다.  209

터프츠대학교 경제학자 로렌스 해리슨 교수가 쓴 <자유주의 진실의 핵심>에 따르면, 진취적인 문화권 혹은 (해리슨의 표현을 빌자면) '성장 경향이 있는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은 자기 운명은 자기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장에 저항하는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은 숙명론에 더 많이 빠져 있다. 또 성장 경향이 있는 문화권 사람들은 재산은 창의성의 산물이며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성장에 저항하는 문화권 사람들은 재산과 관련해 제로섬이라고 가정한다. 

또 진취적인 문화권 사람들은 일하기 위해서 사는 데 비해 비진취적인 문화권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일을 한다. 진취적인 문화권, 즉 성장 지향이 있는 문화권 사람들은 다른 문화권의 가치관을 받아들인다. 이들은 더 경쟁을 즐기고 더 낙관적이다. 깔끔함과 정확성을 소중한 가치로 평가한다. 교육을 강조하며, 가정을 적대적인 세상에 놓인 자기만의 성채라 여기지 않고 더 넓은 사회로 나아가는 출구라 여긴다. 잘못된 일이 벌어지면 자기 탓으로 여기며, 모든 일에 책임을 진다. 남 탓을 하지 않는다.  233



돈과 행복 사이의 상관성은 복잡하지만, 사회적인 유대와 행복 사이의 상관성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인간관계가 깊으면 깊을수록 사람은 더 행복하게 산다. 결혼 생활을 오랜 세월 지속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한 해에 10만 달러를 버는 것과 심리적 이득 면에서 동일하다. 또 다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 달에 한 차례 만나는 모임에 회원이 되는 것은 소득이 두 배로 오를 때와 동일한 행복을 가져다준다.

1년 동안 한 사람과 섹스를 하는 사람은 같은 기간 동안에 여러 명과 번갈아가며 섹스를 하는 사람보다 행복하다. 친구가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스트레스 지수가 낮으며 더 오래 산다. 

여러 사람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행복과 가장 연관이 많은 일상 활동(섹스, 퇴근 후에 사람들과 어울리기, 친구들과 식사하기 등)은 사회적인 활동인데 비해, 행복에 가장 해로운 일상 활동은 출퇴근처럼 혼자서 하는 활동이다.  295



친밀함에 대한 갈망이 완벽한 로맨스나 지구의 조화를 자동으로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모형을 받아들이라고 설명하면서 정신적 헤게모니를 유지하려고 애를 많이 쓴다. 더 넓은 차원에서 말하자면, 사람들은 그냥 친해지지 않는다. 친해지려고 경쟁을 한다. 다른 사람과 친해지는 데 도움이 되는 특권과 존경과 관심을 먼저 많이 차지하려고 경쟁한다. 서로에게 인정받으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서로를 추월하려고 기를 쓴다. 그게 바로 우리가 벌이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게임의 논리이다.  320



스코틀랜드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사람의 마음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을 할 수 있기를 끊임없이 갈망한다. 이 욕망은 우리가 갖고 있는 열정과 추진력의 기초인 것 같다."  325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해럴드의 머릿속에는, 사람의 가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았다. 이에 비해 에리카는 그 사람이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가치가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해럴드 주변에는 온갖 흥밋거리가 언제나 널려 있었다. 해럴드는 처음 몇 주 동안 독서에 몰두했다. 이에 비해 에리카에게는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 즉 임무가 필요했다. 해럴드는 흥미로운 구석이 있을 만한 일은 무엇이든 기꺼이 했다. 오랜 세간이 지나지 않아 역사 관련 단체에 프로그램 담당자로 취업했다. 하지만 에리카에게는 지배자의 권위를 누릴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스타벅스에 죽치고 앉아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서 부사장급이나 그 이상의 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대부분 신통찮았다. 오래 지나지 않아 그녀의 기대 수준은 몇 단계 아래로 떨어졌다. 그녀는 창업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327

인간의 마음은 자만을 만들어내는 기계이다. 인간의 의식은, 본인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했다면서 허위로 공로를 인정한다. 또 실제로는 아무런 권한이나 결정을 하지 않는데도 어떤 것을 제어한다는 환상을 조장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328

자만은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사람들은 무의식을 제어하는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 스스로를 이해하는 정도에 대해서도 과대평가한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 재학생 가운데 절반은 누군가 자기 앞에서 성 차별 발언을 하면 참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험을 통해서 확인한 결과, 참지 못한 학생의 비율은 16%밖에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또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과대평가한다. 폴 슈메이커와 에드워드 루소는 기업의 이사들을 상대로 자기 분야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측정하는 질문을 던졌다. 또 자기가 한 대답이 맞는다고 얼마나 확신하는지 물었다. 광고업계 관리자들은 자신이 90%를 맞췄을 것이라고 대답했지만, 정답률은 39%밖에 되지 않았다. 컴퓨터업계 관리자들은 오답률이 5%일 것이라고 대답했지만 실제로 오답률은 무려 80%였다. 루소와 슈메이커는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실험을 했고, 이들 가운데 99%가 자기를 과대평가하는 것으로 분류되었다.  329

사람들은 자기가 현재 아는 것뿐만 아니라 장차 알 수 있는 것도 과대평가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결정을 한 이유를 이해하는 능력도 과대평가한다. 이들은 자기가 하는 행동을 설명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심지어 내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감도 잡지 못하면서도 그렇게 한다.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자인 대니얼 길버트 교수는 사람에게는 심리학적 면역체계가 있는데, 이 면역체계는 긍정적인 측면을 지지하는 정보를 과장하고 부정적인 의심을 하게 만드는 정보를 무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주장한다.  330

흥미로운 사실은 자신감은 실제 능력과 거의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무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331

미국의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라이오넬 트릴링은 저서 <자유로운 상상력>에서 "정치나 상업이 조직화를 지향할 때 조직에 가장 민감한 정서와 속성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나 상업이 역동적이고 긍정적인 목표를 수행할 때, 세계관을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무의식적으로 제한하며, 특히 인간 정신의 특성과 관련해서 이론과 원칙을 무의식적으로 개발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정치나 상업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상상력을 무시하는 쪽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인간의 정신이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한 믿음을 강화하겠다는 데만 사로잡혀서, 인간 정신에 대한 개념을 압축하고 기계적으로 만들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339



프랑스 계몽주의와 영국 계몽주의의 차이

프랑스 계몽주의는 데카르트, 루소, 볼테르, 콩도르세가 이끌었다. 이들은 미신과 봉건주의 세상에 맞선 철학자들로 미신의 세상을 이성의 선명한 빛으로 생생하게 까발리고자 했다. 과학 혁명에 고무된 이들은, 이성의 힘으로 실수를 파악하고 우주적인 진리에 논리적으로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영국 계몽주의의 지도자들은 이성의 중요성을 인정했다. 이들은 합리주의자이긴 했지만, 개인의 이성은 한계가 있으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믿었다. 예를 들어 데이비드 흄은 이렇게 썼다. "이성은 열정의 노예이며 또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 이성은 열정에 복무하는 일 이상을 시도할 수 없다."

에드먼드 버크도 "보통 우리는 자연스럽게 터득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런 감정을 배제하고) 자기 자신의 이성에만 의존해서 살고 서로의 이성을 거래하게 될까 봐 두렵다. 왜냐하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이성의 양은 애석하게도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 계몽주의 지도자들은 논리, 과학, 우주적인 법칙을 이야기한 반면에, 영국 계몽주의자들은 인간의 행동은 무의식적인 1차적 인식에 의해 전체적으로 형태가 결정된다는 생각에 입각해서 인간의 특성을 바라보았다. 

프랑스 계몽주의자들은 자율적인 개인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사회적인 계약을 맺는 인간의 특성을 상상했다. 반면 영국 계몽주의자들은, 사람은 사회적 감각을 갖고 태어나며, 이 감각은 의식보다 더 아래 차원에서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은 타인의 고통과 즐거움에 대해서 태생적으로 공감하는 이른바 '동류의식(fellow feeling)'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은 존경받고 싶어 하며 그만한 자격을 갖추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도덕성은 추상적인 법칙에서 추론된 논리가 아니라 반(半)의식적 상태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프랑스 계몽주의의 추종자들이 사회와 제도를 언제나 분해해서 다시 조직할 수 있는 기계 장치로 바라본 반면, 영국 계몽주의의 추종자들은 하나의 유기체, 즉 살아 있는 인간관계가 무한하게 복잡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바라보았다. 후자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문제를 여러 부분으로 분해하는 것은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었다. 진실이란 개별 사이에 존쟇는 연관성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게 기본 발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맥락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추상적인 보편성은 당연히 신뢰할 수 없었다. 이들의 눈으로 보자면 보편적인 원칙보다는 역사적인 선례가 더 유용하다.

영국 계몽주의 구성원들은 변화와 개혁을 뚜렷하게 구분했다. 변화는 제도의 근본적인 성격을 바꾸는 재조직 과정이다. 이에 비해 개혁은 제도의 본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결함을 보수해서 본질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치료 과정이다.  350-352

무의식은 주관적이다.

무의식은 전체적인 맥락에 극단적으로 민감하다.

무의식은 모형을 찾는다.

무의식은 수학에는 무척 약하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무의식은 올바른 판단을 하는 데 심각한 약점을 보이기도 한다.  354-357

무의식이 날마다 수행하는 어려운 과제에 대해 알고 싶다면, 몇 가지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무의식은 고유수용성감각(proprioception)이라 불리는 육감을 이용해서 몸의 움직임, 자세나 운동 상태, 근육 수축 정도를 감지하여 신체 부위, 동작 범위와 속도를 조절한다.  359

무의식은 또한 의식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도 복잡한 과제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다. 운전하는 법을 배우는 데는 의식적인 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 번 숙달되도 나면 운전법에 관한 지식은 무의식 깊은 곳에 저장되어, 음악을 듣거나 옆자기에 앉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커피를 마시면서도 얼마든지 운전을 할 수 있다. 또 의식적을 판단을 하지 않고도 낯선 사람에게는 정중하게 대하고, 필요 없는 갈등을 피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는 고통을 느낀다.  359-360

무의식의 또 다른 위대한 면모는 암묵적 믿음(implicit belief)을 구축하는 능력이다.  362

암묵적 발견법(implicit heuristics)

암묵적 믿음과 고정관념은 그 사람의 세계를 조직하는데, 이것은 인생을 살면서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의식은 일반화를 조직함으로써 세상을 이해한다.  363

지식은 다양한 역학을 통합하고 합성해야 얻을 수 있다. 이 지식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들 속에서 조화와 리듬을 찾아내기 위해 정밀하게 관찰하고, 느슨하게 상상하며, 비슷한 것과 비슷하지 않을 것을 비교하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만들어진다.

겸손한 사람은 두 가지 방법론을 모두 사용한다. 그 밖에도 더 많은 것을 사용한다. 겸손한 사람은 하나의 패러다임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은 대부분 오랜 시간에 걸쳐 힘들고 끈질기게 헤매는 과정에서 죽적된 것이다.

겸손한 사람은 끈기가 있다. 이 사람의 방법론은 작은 물고기의 행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물고기는 얕은 물에서 산다. 썰물로 물이 빠지면 서식지에는 작은 웅덩이만 남는다. 물고기는 바위나 물기가 없는 높은 곳을 훌쩍 뛰어넘어 정확하게 다른 물웅덩이로 이동한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물고기는 뛰어오르기 전에 어디가 마른 땅이고 어디가 물웅덩이인지 볼 수도 없다. 그런데 이 물고기를 원래 살던 곳이 아니라 낯선 곳에 두면, 이 녀석은 전혀 뛰어오르지 못한다. 

물고기의 비밀은 이렇다. 물이 차 있을 때 녀석은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지형을 머리에 입력한다. 물이 빠진 뒤에는 머릿속 지도를 이용해서 어디가 움푹 꺼져 물이 있고 어디가 솟아올라 물기가 없는지 무의식적으로 파악하고, 물웅덩이를 찾아서 뛰어오른다.

인간 역시 이 물고기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지식을 축적하는 데 솜씨가 있다.  368-369

끈기 있게 헤매는 사람은 불확실성을 견딘다. 현명한 방랑자는 '사실과 이성을 초조하게 좇지 않고 불확실성과 수수께끼와 의심'속에서 견디는 바로 그 능력으로 참고 기다린다.  370

20세기 영국의 철학자 이사야 벌린은 "지혜는 과학적인 지식이 아니라 우리가 어쩌다 놓이게 된 환경을 파악하는 특별한 민감성이다. 또 지혜는 영원한 조건 혹은 바꾸거나 온전하게 묘사하고 계산 할 수 없는 요인과 충돌하는 일 없이 살아가는 능력이다. 지혜는 경험 법칙(대충이지만 실제에 근거한 방법)의 안내를 받는 능력이다. 경험 법칙은 '기념비적인 지혜'로 농부를 비롯해서 평범한 민초들에게 녹아 있는데, 여기서 가학의 법칙은 기본적으로 통용되지 않는다. 우주적 적응에 관한 광대한 이 감각은 '실체감'이고 세상을 사는 '지식'이다."  373-374



레이먼드는 툭 하면 앞서 했던 자기 발언까지 뒤집으면서 모두가 합의한 결론가 전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그 바람에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곤 했다. 이럴 때면 에리카는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다. "조금 전에는 반대로 말씀하셨잖아요."

"나도 압니다. 나의 한 부분이 그렇게 믿었죠. 하지만 나의 또 다른 부분이 이렇게 믿는 걸 어떡합니까. 난 그저 분열된 내 자아가 모두 자기 의견을 하나씩 낼 수 있게 해주려고 이야기하는 겁니다."이런 식으로 레이먼드는 농담을 했다.

실제로 학자들은 내면에서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두 개의 충동이 싸우는 상태인 이른바 '변증법적 부츠트래핑(dialectical bootstrapping)'에 빠져 잇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생각을 더 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380

레이먼드가 설명했다. "경영학의 위대한 현인인 피터 드러커는, 경영과 관련된 전체 의사결정 가운데 3분의 1은 옳은 것으로 판명되었고, 3분의 1은 최소한의 성과만 낸 것으로 판명되었으며, 나머지 3분의 1은 완전히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가 내린 결정의 3분의 2는 아주 잘못되었거나 상당히 잘못되었다는 뜻이지요. 우리는 자기가 내린 결론을 굉장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굉장한 사람이라고 믿고 싶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자신의 에고를 보존해 자신을 계속 밀고나가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인생이란 실패를 만들어 내는 과정 아닙니까? 우리는 그저 잘 조직된 실수를 통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우리의 모든 움직임, 모든 행보는 부분적으로 실패입니다. 다음 차례의 움직임, 다음 ㅊ례의 행보로 올바르게 교정되어야 하는 실패 말입니다.  381



만약 2차적인 도덕적 추론을 강조하는 이성주의적인 이론이 옳다면, 하루 종일 도덕적인 추론을 하는 사람이 더 도덕적일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학자들은 여기에 대해서도 물론 연구를 했다. 그리고 도덕적인 이론과 고상한 행동 사이에 상관성이 거의 없음을 밝혀냈다. 예컨대 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자인 마이클 가자니가 교수는 저서 <인간(Human)>에서 "도덕적인 추론과 순리에 맞는 도덕적 행동사에어서 상관성을 발견하기란 무척 힘들었다. 사실 거의 모든 연구에서 상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만일 도덕적 추론이 도덕적인 행동을 낳는다고 하면, 덜 감정적인 사람이더 도덕적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보자면, 그렇지 않다. 그것과 반대다. 작가 조나 레러가 지적했듯이, 누군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거나 살인이나 강간을 묘사한 글을 읽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본능적으로 감정적 반응을 경험한다. 손바닥에 땀이 나서 축축해지고 혈압이 올라간다.  423

1950년대 학자들이 쥐를 대상으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음식을 먹으려면 레버를 눌러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훈련시킨 것이다. 그리고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 다음에는 새로운 장치를 첨가했다. 레버를 누르면 어떤 때는 음식이 나오지만 어떤 때는 옆 칸에 있는 다른 쥐가 전기 충격을 받도록 한 것이다. 그러자 실험쥐들은 자기들이 먹으면 옆 칸에 있는 쥐들이 고통 받는 것을 알고는 옆 칸 쥐들이 받는 고통을 줄여주려고 될 수 있으면 적게 먹는 쪽으로 습관을 바꾸었다. 네덜란드의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은 영장류의 행동에 뚜렷하게 드러나는 정교한 감정이입을 관찰하고 묘사하는 작업을 오랫동안 해왔다. 침팬지는 서로 위로해주고, 다친 동료가 있으면 간호해주며 함께 나누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이런 특징은 동물이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라, 도덕성에 필요한 심리학적 구성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426-427

예일대학교 심리학자인 폴 블룸 교수 팀은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연구 팀은 아이들에게 어떤 장면을 보여주었다. 한 인형이 언덕에 올라가려고 애를 쓰고 있고 다른 인형이 그 인형을 도와주는데, 세 번째 인형이 나타나서 방해하는 장면이었다. 태어난 지 여섯 달밖에 되지 않은 갓난아이들이, 방해하는 인형보다 도와주는 인형을 더 좋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험은 계속되었다. 이번에는 방해하는 인형에게 벌을 주는 인형과 상을 주는 인형 가운데 어느 인형을 더 좋아하는지 알아보았는데, 아이들은 벌을 주는 인형을 더 좋아했다. 갓난 아이들의 이런 반응은, 인간은 아주 어릴 때부터 기본적인 정의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블룸은 말한다.

어린이에게 공정하게 판단하라고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 어린이는 불공정에 대해서 격렬하게 저항하며, 될 수 있으면 서로 의사소통을 하려고 한다. 사회를 위해서 스스로를 희생한 사람을 존경하라고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 친구를 배반하거나 가족이나 부족에 충성하지 않는 사람을 경멸하라고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 '친구를 때리지 마라.' 라는 도덕적인 규칙과 '학교에서 껌을 씹지 마라.'라는 도덕적이지 않은 규칙의 차이점을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 그 차이점에 대한 인식은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서 나온다.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데 도움이 되는 일련의 감정을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책임을 내팽개치는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고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을 인정하는 도덕적 감정 역시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다. 조직사회의 운명이 걸린 전쟁이 났을 때 꽁무니를 빼고 달아나는 행위를 칭찬하는 사회는 지구상에 하나도 없다. 

부모나 학교가 도덕적인 이해를 강화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학자 제임스 윌슨은 저서 <도덕감성>에서 이런 가르침은 이미 준비된 바탕에서 진행된다고 주장한다. 아이들이 말을 배울 준비가 되어 있고 엄마 아빠에게 애착을 보일 준비가 되어 있듯이, 특정한 도덕적 편견을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 있다는 것이다. 도덕적 편견은 더욱 증진되고 개발 될 수는 있지만 전혀 없던 것이 새로 주입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427-429

더 도덕적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성주의 관점은 철학적으로 사색하라고 충고하고, 직관주의 관점은 상호작용을 하라고 충고한다. 혼자 있을 경우에 더 도덕적이 되기는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수백 년에 걸쳐 우리 조상들은 최고의 직관을 발휘하고 또 도덕적 습관을 가르칠 수 있는 관행과 습관을 고안했다. 얘를 들어보자. 건상한 사회에서 일상생활은 작은 예절로 조직되어 있다. 엘리베이터에서는 여자가 먼저 내린다. 포크는 왼손에 쥔다, 따위가 그런 것들이다. 정중함을 요구하는 이런 규칙은 사소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것이 사소한 자기 통제를 실행할 수 있도록 최면을 건다. 뇌에 이쓴 신경망을 자극하고 강화한다는 말이다. 

또, 대화가 있다. 우리는 심지어 소소한 한담을 나눌 때조차 도덕적 직관에 맞게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따뜻하게 말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냉담하게 말한다. 우리는 어떤 행동이 바람직하고 추구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행동을 피해야 하는지 구분하는 수백만 가지 기준을 수시로 들이댄다. 집단의 규칙을 어긴 사람들에 대해 늘 이야기한다. 서로에 대한 연결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이기도 하고, 자신에게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기준을 상기시키려는 목적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제도에 의해 전달되는 마음의 습관이 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제도를 경험하고 통과한다. 제도는 처음 가족에서 출발해서 학교, 직장으로 확장된다. 특정한 규칙과 의무를 갖추고 있는 가가 제도는 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가르친다. 제도는 말하자면 궁극적으로 내면 깊은 곳으로 침투하는, 외부에 설치된 (공사중인 건물의) 비계인 셈이다. 언론계는 정신적인 거리를 유지하면서 취재하는 습관이 몸에 배도록 기자들을 가르친다. 과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연구자 공동체 안에서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의무 규정이 있다. 우리가 속해 있는 여러 제도의 규칙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현재의 우리가 된다.  433-434

무의식적인 감정은 한층 우월하지만 독재를 행사하지는 않는다. 이성은 저 혼자서 춤을 출 수 없지만, 그래도 꾸준하고 미묘한 영향력을 발휘해서 슬쩍슬쩍 옆구리를 찌를 수는 있다. 사람들이 농담으로 말하듯이, 우리가 자유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을지 모르지만, 하지 않을 의지는 가지고 있다. 우리는 도덕적인 행동을 할 수는 없어도 충동은 억누를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충동은 완전히 뒤집을 수도 있다.  438

늘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자기 자신을 관찰할 수 있는 유리한 지점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440



어떤 사람들은 인식사의 결함은 교육을 통해 교정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스토니브룩대학교 찰수 태버와 밀턴 로지가 수행한 리서치에 따르면, 고등교육을 받은 유권자는 대체로 사실에 더 가깝게 인식하지만, 상당 기간 동안 실제와 다르게 인식한다. 이들은 교육을 덜 받은 유권자에 비해서 자신의 잘못된 의견을 수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매사 자기 생각이 옳다고 강력하게 믿기 때문이다.  458

흥미로운 것은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생활양식은 지지 정당 선택과 연결되었고, 지지 정당은 철학적 태도와 연결되었으며, 철학적 태도는 다시 종교적, 도덕적 태도와 연결되었다. 선거 운동은 유권자의 신경망을 직접 건드리지 않았지만, 유권자의 정신적인 네트워크를 자극하는 자잘한 단서를 끊임없이 뿌려댔다.  465



영국의 철학자 필립 블론드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어떻게 변해 있는지 보라. 양극화 사회이다. 점점 더 파편화되고 권한이 축소되고 고립되어 가는 시민 계틍을 중앙집권화된 관료 국가가 지배하고 있지 않은가."

건강한 사회 조직이 없음으로 해서 정치는 양극화되었다.  478

사회적으로 파편화된 국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정당 주변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로서는 이것 말고는 매달릴 게 없었다. 정치가와 언론인들은 이 심리적 진공 상태를 이용해 정당을 종교 집단으로 변질시켜 완벽한 충성을 요구하고 또 거기에 대해서 보상을 해준다. 

정치가 시민을 상대로 정체성 집단을 서로 많이 획득하려는 경쟁에 나서면 이제 타협의 가능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내 편과 네 편 사이에 벌어지는 전쟁이 되고 만다. 심지어 아주 작은 양보조차 도덕적인 항복처럼 비친다. 정당과 정당의 경계선을 넘어 인간관계를 형성하려고 시도한 사람들은 추방당한다. 정치인들 상이에서도 정다에 대한 충성심이 하원이나 상원과 같은 제도에 대한 충성심을 압도한다. 정치는 이제 더 이상 협상이 아니다. 명예 혹은 집단의 우월성을 다투는 경연일 뿐이다. 당파적인 추악암 속에서 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와 정치 제도는 붕괴했다.  479

누가 내 뒤통수를 치기 전에 내가 먼저 남의 뒤통수를 쳐야 한다는 냉소적인 정신세계가 만연한다.  

해럴드는 인식 혁명이 개인주의적인 정치 철학 및 여기서 비롯된 정책을 뒤집어엎을 잠재력을 가지고 잇다고 믿었다. 인식 혁명은, 인간은 인간관계를 통해서 비로소 인간으로 성립함을 증명했다. 한 사회의 건강성은 인간관계의 건강성에 따라 결정되지 개인적인 선택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480

변화의 진짜 엔진은 인지 부하(cognitive load,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신적 노력의 양)의 변화라고 해럴드는 믿었다.

인지부하의 변화는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성의 역할을 바꾸어 놓아 여성도 이제는 정신적 숙련도 영역에서 남성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 또 결혼의 성격이 바뀌어 서로 잘 맞고 서로의 정신적인 능력을 보완해줄 수 있는 배우자를 찾는다. 따라서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끼리 또 교육을 덜 받은 사람들끼리 배우자를 찾는 선택 결혼이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인지 부하의 변화로 불평등의 격차가 점점 벌어져서, 한 사회는 두 나라로 쪼개진다. 효과적으로 항해할 수 있는 무의식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들의 나라와 기술을 습득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의 나라가 있는 것이다.  489

정신적인 능력은 대물림되는 경향이 있다.

한 래 가계 소득이 9만 달러인 가정에 태어난 아이가 스물네 살까지 전문대학교 이상을 졸업할 확률은 50%이다. 한 해 가계 소득이 7만 달러인 가정에 태어난 아이에게 이 확률은 25%로 줄어든다. 또 가계소득이 4만 5,000달러인 가정에 태어난 아이의 경우 확률이 10%이고, 가계소득이 3만 달러인 가정에 태어난 아이에게 이 확률은 6%도 되지 않는다.  490

건강한 사회는 사회적 계층 이동이 쉬운 사회이다. 모든 사람이 다 좋은 삶을 살 수 있고 모든 사람이 다 열심히 노력할 이유가 있는 사회, 다시 말해서 자기가 기울인 노력에 따라서 보상을 받는 사회이다. 인지 시대(cognitive age, 저자가 고인한 용어이다. 저자는 2008년 5월에 <뉴요타임스> 칼럼에서 '지금 시대는 세계화 시대가 아니라 인지 시대다.'라고 천명하였다.)의 사회는 불평등을 생산한다. 불평등은 시민의 뇌 깊은 곳에 각인되어 있으며, 고대나 중세 계급사회의 불평등보다 훨씬 미묘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완고하고 불공정하다. 

돈이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돈이 이 문제의 결정적인 원천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평등 문제는 의식적, 무의식적 발달 영역에 놓여 있다. 이런 사실을 해럴드는 자신의 성장 과정과 에리카의 성장 과정만 비교해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어떤 아이들은 인적 자본 개발을 장려하는 분위기, 즉 책, 토론, 독서, 질문, 장래 희망 토론을 장려하는 분위기에서 자란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산만한 환경에서 자란다. 부유층이 사는 동네의 유치원에서 어떤 이야기의 일부를 들려주면, 아이들 가운데 절반이 다음에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예측한다. 그러나 똑같은 내용을 가난한 동네 어린이들에게 들려줄 때 그 다음에 이어질 내용을 예측하는 어린이는 약 10%밖에 되지 않는다.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미래의 성공에 결정적일 정도로 중요하다.  491

태도에서 드러나는 계층별 격차 역시 크게 벌어졌다.  492

가난과 가정 붕괴를 비롯해 사회적 유동성과 관련 있는 주제를 연구하면서 해럴드는 사람들에게 정신 똑바로 챙기라고 말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다.

한 개인이 잘살고 못살고는 의식적인 성취를 거두는데 반드시 필요한 무의식적인 기술에 달려 있다. 무의식적인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사람들은 날마나 반복되는 일을 하면서 좋든 싫든 아침이면 일터로 나가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운명은 자기가 개척할 수 있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를 갖지 못한다. 또 굉장한 결과를 안겨줄 수 있는 제안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갖지 못하며, 지금 희생하면 나중에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493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강도가 높은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심장병이나 위장병 등에 더 많이 노출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강도가 낮은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질병에 더 많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지위가 그만큼 심리적인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론 해스킨스와 이자벨 소힐은 공저 <기회를 열어주는 사회 만들기(Creating an Opportunity Society)>에서 "건강한 음식을 먹는 문제든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문제든 간에, 장기적인 복지를 개선해줄 일을 하도록 누구나 자극받을 필요가 있다. 저소득 가정의 구성원도 마찬가지다."  494

해럴드는 정치에 관해 생각하면서 정부의 통치 철학을 연구했다. 이 연구에 몰두할수록 위대한 사회를 만들겟다는 포부의 핵심 과제가 바로 개인의 발달과 사회적 유동성 문제임이 점점 더 명확해졌다. 사람들이 폭넓은 기회와 다양한 삶의 방식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을 때, 사회적 유동성은 수평선처럼 드넓게 활짝 열린다. 사회적 유동성은 계층 간의 갈등을 붙여준다. 아무리 막장 인생을 사는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하더라도 자기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사회의 상층부까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유동성은 창조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 또한 고정적인 것이 없기 때문에 불평등도 줄어든다.

해럴드는 문득 두 개의 지배적인 정치 운동이 존재하는 나라에 살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나는 정부를 이용해서 평등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믿는 자유주의 운동이고, 또 하나는 정부의 기능을 제한해서 자유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믿는 보수주의 운동이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또 하나의 운동이 더 있었다. 정부의 기능을 제한하면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게 해서 사회적 유동성을 높여야 한다는 운동이었다.  496-497

"삶의 가치란 자기가 놓인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1861년 이민자들 앞에서 링컨이 했던 말이다.  499

정력적인 정부의 전통을 되살릴 때가 되었다고 해럴드는 믿었다. 다만 조건이 있었다. 두 가지를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첫째, 해밀턴 시대는 인식 시대의 새벽이 열리기 전이었다. 분투하는 청년층에 가해지는 정신적인 요구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으니 사회적 유동성을 높이려는 운동은 과거와 다르게 더 복잡한 사회적 환경, 정보 관련 환경을 다루어야만 한다. 

둘째, 해밀턴과 링컨, 루즈벨트는 일정한 수준의 사회적 및 도덕적 자본을 전제로 삼을 수 있었다. 모든 시민이 이해하는 규범, 도덕적 합의, 엄격한 관습 등으로 규정된 빡빡한 공동체 안에서 사는 것이 당연한 전제조건이었다. 그러나 오늘나르이 지도자들은 이런 가정을 당연한 것으로 설정할 수 없다. 과거의 도덕적, 사회적 자본은 이미 잠식당했으며, 새로 축적해야 한다.


세상은 이제 잠재적인 기능이 보이지 않게 수없이 많이 들어 있는, 너무도 거대하고 복잡한 기관으로 변해버려서, 아무리 자신감이 철철 넘치는 정부라 하더라도 조립식 계획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게 되었다.

영국의 철학자 마이클 오크쇼트는 "정치활동이란 바닥도 없고 경계도 없는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다. 쉴 수 있는 항구도 없고 닻을 내릴 수심 낮은 해상도 없다. 출발점도 없고 정해진 목적지도 없다. 평형 상태를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떠다녀야 한다. 바다는 친구이기도 하고 적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배를 조종하는 기술이란, 적대적인 모든 경우를 친구로 삼기 위해 모든 자원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의 문제이다."  500



창의성이 그 사람의 수명을 연장시킬까? 조금은 그렇다. 정신적인 자극이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증거는 상당히 많이 있다. 다른 요인을 모두 제어한 상태에서 볼 때,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오래 산다. 간호사는 모두 똑같은 생활 패턴으로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대학 졸업장을 가지고 있는 간호사는 그렇지 않은 간호사에 비해서 오래 산다. 청년기에 더 많은 어휘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노년기에 치매에 덜 걸리는 경향이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예술 관련 프로그램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성인은 그렇지 않은 성인에 비해서 병원에 가거나 약을 복용하는 횟수가 적으며 일반적으로 건강 상태가 더 낫다.

그러나 실제 보상은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다. 사람들이 정신치료를 받으로 가는 이유는, 자기 행동이 너무 불규칙해서 규칙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거나 아니면 너무 억압되어 있어서 긴장을 풀 필요가 있어서라고 한다. 에리카의 경우는 긴장을 풀 필요가 있었다. 시를 읽고 미술관에 가고 조각을 하는 것이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긴장을 풀면 에리카는 더 침착해 졌다. 여기저기 다니는 탐험가의 모습에 더 가까워졌다.  529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젊어지려고 혹은 날씬해지려고 노력하는 일을 포기할 때 하루하루가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550

빅터 프랭클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저서 <삶의 의미를 찾아서>에서 "인간이 의미를 찾는 것은 그 사람의 삶에서 가장 기본적인 동기부여이다."  551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는 "나 자신에 대해서 내가 아는 지식이라는 게, 그러니까 내 방에 대해서 내가 아는 지식과 비교할 때 얼마나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모자라는 수준인지 모른다. 외면세계에 대한 관찰이라는 말은 있어도 내면세계에 대한 관찰이라는 말 따위는 없다."  554


4가지 인생에서 중대한 질문

"나는 나 자신을 깊이 있는 존재로 만들었는가? 피상적으로만 살기 쉬운 즉각적인 의사소통 문화에서, 나의 가장 본질적인 재능을 개발하면서 중요한 일에 시간을 썼는가?"

"나는 지식의 강물에 보탬이 되었는가? 미래 세대를 위해서 어떤 유산을 남겼는가?"

"나는 이 세속적인 세상을 초월했는가?"

"나는 사랑했는가?"




옮긴이의 말 - 그 남자 그 여자의 일생을 따라 떠난 여행

에리카와 해럴드의 인생 여정을 따라 가면서 두 사람의 희로애락을 함께 느끼고 감동할 부분이 있으면 감동하면 된다. 이것이 저자의 의도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비록 광범위한 분야에서 학자들이 무의식이라는 동굴을 여기저기 비추며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을 밝혀내기는 했지만, 이들의 작업이 주로 학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있다. 나는 이들이 밝혀낸 과학적인 사실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한다.(본문중에서)'  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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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정확히 보여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카피라이터 답다고 해야 할까.. 
생각을 뒤집게도 생각을 해보게도 생각을 깊게도 한다.
저자는 책을 '한 번에 다 읽지 말라.'고 한다.
이유는 재밌기에 재미에만 빠져 의미를 놓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의 말대로 재밌다. 글이 심플하면서도 깊이도 있고 사고의 전환도 되면서 읽혀 내려간다.
한 번에 다 읽지 말라는 그 말은 자신감에서 나온것이라 느껴진다.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하는 책이다.
내용은 짧지만 긴 여운.. 그리고 긴 생각을 하게만드는 마력도 있는듯 하다.

혹자는 재미는 있지만 다 아는 이야기를 다른 예를 든 것 뿐이라 생각할 지 모르나... 결코 쉽게 나오는 표현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카피라이터니까' 란 생각이 들 수 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되지 않고 그의 생각의 방식을 따라가다보면 누구나 독특한 발상이 나오게 되고 공감을 일으킬 것이라 생각이 된다.



인생을 조금 다르게 만져보고, 조금 다르게 뜯어 보고, 조금 다르게 굴려보고, 조금 더 깊이 가슴에 넣어보고, 조금 더 멀리 떨어져 다시 보고 하면서 신나게 노는 책입니다.
재미에만 빠지지 마시고 의미에도 빠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4


ONE.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지름길 
A지점에서 B지점을 거치지 않고 C지점으로 곧바로 가는 길.
B지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Bird(자유로운 새), Beach(탁 트인 해변), Bread(맛있는 빵), Beauty(아름다운 여인) 모두 다 포기해야 하는 길. 즉, 빠르다는 것은 놓치는 게 있음을 알려주는 길.  12

내가 접었지만 내가 접지 않은
종이학을 접었다. 날씬하게 잘 접었다. 그런데 누가 접은 거냐고 묻는다면 내가 접었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내가 접은 것은 없다. 내가 접은 종이학도 나 혼자 접은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나무를 심었을 것이고, 누군가가 그 나무에 물을 뿌렸을 것이고, 누군가가 그 나무를 베었을 것이고, 누군가가 그 나무로 종이를 만들었을 것이고, 누군가가 그 종이를 나에게 가져다 줬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나에게 종이학 접는 법을 가르쳐 줬을 것이고, 누군가는 나에게 종이학 접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을 소개해 줬을 것이고, 누군가는 나에게 종이학 접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을 소개해 준 사람을 소개해 줬을 것이다. 천 번을 접는다 해도 나 혼자 접은 종이학은 없다. 내 손을 잠시 만난 종이학이 있을 뿐.  15

몸이 마음에게
나는 조금 더 움직일 테니...... 너는 그만 좀 움직여.  23

문제와 답
열 개의 단어가 있습니다. 이중 나머지 단어와 관련 없는 단어 하나를 찾아보세요. 
치과, 이빨, 잇몸, 스케일링, 충치, 치약, 서울역, 칫솔, 사랑니, 틀니 이상입니다. 어려운가요? 어렵지 는 않지만 왜지 당신이 생각한 답이 정답은 아닐 것 같은가요? 그게 정답이라면 이런 문제를 냈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정답은 서울역입니다.
당신이 생각한 답과 같은 서울역입니다.
세상 모든 문제는 답을 몰라서 못 푸는 게 아니라, 자신 없어 하거나 주저하다가 못 푸는 것이지요. 지금 당신이 안고 있는 크고 작은 문제들, 당신이 알고 있는 답 그대로 행동하시면 다 풀 수 있습니다. 돌아가거나 비켜가려 하지만 않는다면.  24

서산에지는 해를 끄집어 올리는 방법
조용히 앉아 열 시간을 기다린다. 
그리고 동족으로 돌아앉는다.  29

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
택시 운잔사에게 기사님 운전 참 잘하시네요. 라고 말하면, 그때부터 그 기사는 운전을 잘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은 빠르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입에게 나를 자랑하는 일을 시키지 마시고 남을 칭찬하는 일을 시키십시오. 그것이 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입니다. 내 자랑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면 어떻게 하느냐고요? 근질거리면 그냥 긁어주십시오. 내 자랑은 남의 입이 해줄 것입니다.  31

경력의 반대말
경력을 거꾸로 읽어 보세요.
그냥 얻어지는 경력은 없습니다.  34

진자 불쌍한 사람
못 먹는 사람, 못 입는 사람, 못 자는 사람, 못 보는 사람 그리고 못 잊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그렇게 불쌍한 사람이 아닙니다. 진짜 불쌍한 사람은 이런 사람들입니다.
더 먹으려는 사람, 더 입으려는 사람, 더 자려는 사람, 더 보려는 사람 그리고 잊을 추억도 없는 사람.  36

글자 하나의 요술
구두는 그냥 구두입니다. 빨간 구두, 노란 구두 다 그냥 구두입니다. 굽이 높은 구두, 낮은 구두 다 그냥 구두입니다. 그러나 구두 앞에 새 라는 글자 하나가 붙으면 그것은 더 이상 구두가 아닙니다. 설렘입니다. 새집, 새차, 새옷... 어떤 물건도 새 라는 글자 하나만 붙이면 요술처럼 설렘으로 바뀌고 맙니다.
헌 구두에 설렘이 없듯 헌 생각에도 설렘이 없습니다. 설렘이 없다는 것은 의욕도 희망도 미래도 없다는 뜻입니다. 당신의 생각 앞에도 새 라는 글자 하나를 붙여 요술을 부려 보세요. 무겁던 생각이 새처럼 가볍게 날아오를지도 모릅니다.  38

답다
조용필답다. 열정적이라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서태지답다. 새로움이라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신해철답다. 날카로움이라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윤도현답다. 믿음직이라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김장훈답다. 따뜻함이라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당신의 이름 뒤에도 답다를 붙여보세요. 떠오르는 그림이 있나요?  없다면 다행입니다.
지우고 그리는 것보다 백지 위에 그리는 것이 훨씬 쉬우니까요. 
자, 오늘부터 세상에 하나뿐인 그림을 그려가는 겁니다. 
당신답게.  41


TWO. 그래도 사랑을 해야 하는 이유
유효기간
빵이나 우유는 물론 운전면허증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신용카드나 할인쿠폰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그러나 지갑 속 주민등록증에는 유효기간이 없다.
유효기간이 지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뜻이다.  45

사랑의 모순
사랑에 눈을 뜨면 
사랑에 눈이 먼다.  51

외로움
외로운 것보다 더 외로운 것은 외로움을 들키는 것이다.  55

가까워 진다는 것
산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산에 올라 산을 다시 보면 아름답지 않은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예전에는 아름다웠던 사람이 더 이상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면 당신과 그 사람의 거리가 그만큼 가까워졌기 때문입니다.
가까워지면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기 대문입니다.
가끔은 몇 걸음 물러나 그 사람을 다시 보십시오.
처음 그 사람을 만나 눈을 떼지 못했던 그 만큼의 거리에서.  57

뒷모습
뒷모습이 슬퍼 보이는 사람은 슬픈 거다.
뒷모습은 거짓말을 못한다.  60

이혼하는 사람들을 위한 변명
이혼으로 갈라서는 사람들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뚜렷한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성격문제, 아니었습니다.
경제문제, 아니었습니다.
자녀문제,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결혼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결혼이 만듭니다. 이혼만 야단치지 마십시오.  66

마음
사람에서 몸을 뺀 나머지.
몸보다 가벼워 자주 흔들리고, 몸보다 약해서 병치레도 잦다.
그러나 몸은 일생 동안 마음을 부러워한다.
몸이 할 수 있는 사랑은 마음이 할 수 있는 사랑의 1%도 안 되니까.  69

카사노바의 실수
카사노바의 실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사랑을 사랑했다는 것이다.  74

사과를 깎을 때
칼을 든 손의 손놀림도 중요하지만 사과를 든 손의 손놀림도 똑같이 중요하다. 
사랑은 이렇게 오른손과 왼손이 조화롭게 움직이며 사과를 깎는 것과 같다.
어느 한 손이라도 엇박자로 움직이면 칼에 손을 베어 사과에 피멍이 들고 만다.
피를 본 후에 사과하는 것은 사과에 대한 예의도 사랑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76

사랑이 뒤집히는 이유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함께 가는 길에는 과속방지용 턱이 없다.  77

뱃살 빼는 법
뱃살이 잡히면? 키스를 하세요. 숨이 막힐 때까지 뜨거운 키스를 하세요. 키스를 하는 동안엔 아무것도 먹을 수 없으니까요.
미성년자가 뱃살이 잡히면? 라면, 떡볶이, 순대 먹지 말고 나이를 먹으세요. 하루 빨리 어른이 되어 뜨거운 키스를 하세요.
키스를 했는데도 뱃살이 잡히면?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사랑하며 살 수만 있다면 뱃살 따위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78

사람과 산의 대화
사람이 산에게 말했습니다. 
늘 그자리에 있어줘서 고마워, 다 받아줘서 고마워. 묵묵히 내 얘기를 들어줘서 고마워.
산이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찾아와줘서 고마워. 외로움에 떨지 않게 해줘서 고마워. 솔직한 얘기를 들려줘서 고마워.
고마움은 전염됩니다.  83


THREE.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
없음과 있음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는 위험하지 않다.
달릴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위험한 건 브레이크를 믿는 자동차.
있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만든다.  92

은행을 터는 또 하나의 방법
용기 없는 은행 강도는 은행 문을 과감하게 열지 못한다.
그렇다고 그가 영원히 은행을 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용기 있는 은행 강도가 은행을 털고 나오는 순간 그를 털면 된다.
물론 용기 있는 강도가 언제 은행을 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밤낮 없이 은행 문 앞에 서있을 수 있는 끈기만 있다면 
은행을 털지 않고도 은행을 털 수 있는 것이다.
용기 있는 자만이 세상을 얻는다는 가르침은 틀렸다. 끈기가 용기를 이길 수도 있다.  93

썩지 않기
땀에는 소금기가 있다. 그래서 땀은 썩지 않는다. 
그래서 땀을 흘리는 사람은 썩지 않는다.
그러나 남이 흘린 땀을 가로채려고 
침만 흘리는 사람은 결국 썩고 만다.
침에는 소금기가 없다.  96

깨끗한 손톰을 갖는법
손톰에게 힘든 일을 시키지 않고 피아노 치고 기타 치며 빈둥빈둥 놀게 한다.
틀렸습니다.
하루에 한 번씩 네일아트 찾아가
매니큐어 칠해주면 왕비마마 모시듯 관리한다.
역시 틀렸습니다.
깨끗한 손톱을 갖고 싶으면 손톰에게 일을 시키십시오.
머리를 감으면 손톱은 저절로 깨끗해집니다.
설거지를 하면 손톱은 저절로 깨끗해집니다.
깨끗한 손톱을 갖는 법과 깨끗한 정신을 갖는 법은 같습니다.  97

문제를 미리 가르쳐 주는 시험
죽어서 하늘나라에 가면 하느님이 뭐라고 묻는지 아십니까.
후회없이 살았는가?
문제를 알았다면 지금부터라도 모범답안을 만들어 보십시오.  98

우산이 허락한 자유
우산을 들면 손 하나가 사라진다.
우산을 들지 않은 손으로 가방도 들어야 하고 
뒷주머니에서 지갑도 꺼내야 하고
길을 묻는 사람에게 길도 가르쳐주어야 한다.
하지만 우산을 던져버리면
자유롭던 나머지 손 하나까지 사라진다.
두 손을 모두 비를 막는 데 써야 한다.
느긋하던 두 발까지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인생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불편들이 
어쩌면 우리를 자유롭게 해 주는지도 모른다.  100

술자리에서 손해보지 않는 법
남들이 술 집을 고를 때 그냥 씩 웃는다. 둘러보면 대한민국 순집들 다 거기서 거기다.
남들이 안주를 고르면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내 입에 꼭 맞는 안주는 그 집에 없다.
남들이 원 샷 할 때 잔을 꺾어 마신다. 용감하다고 술이 더 맛있어지는건 아니다.
남들이 안주 두 점 집을 때 한 점 집는다. 뱃살에게 물어보면 오히려 칭찬 받을 일이다.
남들이 꺼낸 화제를 거부하지 않는다. 이유 없이 술자리에 끼어드는 화제는 없다.
남들이 두 마디 할 때 한 마디 한다. 입이 하는 실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남들이 구두끈을 맬 때 먼저 계산한다. 다음엔 그들이 알아서 계산하게 되어 있다.  102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것
놀이터의 아이들은 그냥 노는 게 아니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인생을 배운다.
그네에 홀로 앉아 독립을 배운다.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며 겸손을 배운다.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용기를 배운다.
모래로 지은 밥을 나눠먹으며 믿음을 배운다.
놀이터는 어른들에게도 개방되어야 한다.  103

로또의 가르침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이 로또 사러가다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것을 아십니까? 압니다. 
그런데 왜 로또를 사십니까? 제 인생에 실패를 몰랐습니다. 그게 오히려 불안하고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패배하는 법, 좌절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걸 돈을 버려가면서까지 꼭 배워햐 합니까? 돈을 버려 인생을 배울 수 있다면 그걸로 그 돈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생을 대하는 겸손하고 진지한 자세에 고개가 숙여지는군요. 그래서 패배하는 법, 좌절하는 법을 다 배우셨습니까? 다 배웠습니다.
그런데 왜 또 로또를 사십니까? 패배와 좌절도 습관이 된다는 것을 미처 몰랐습니다.  104

직업병을 예방하려면
+를 보여줬습니다.
수학자는 덧셈이라고 했습니다. 목사는 십자가라고 했습니다. 교통경찰은 사거리라고 했습니다. 산부인과 의사는 배꼽이라고 했습니다. 총잡이는 가늠자라고 했습니다. 김밥 아줌마는 나무젓가락이라고 했습니다. 농부는 허수아비라고 했습니다. 스위스 대통령은 국기라고 했습니다. 간호사는 적십자라고 했고, 약사는 녹십자라고 했습니다.
직업이 편견을 만듭니다. 편견이라는 직업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마음은 집에 두고 몸만 출근하십시오.  107

지갑과 인생
용돈에는 두 종류가 있다.
주는 것과 드리는 것.
주는 것은 갈수록 늘어나고
드리는 것은 갈수록 줄어든다.
지갑 속에 인생이 있다.  108

후회를 허락하지 않는 행위
도둑질을 했다. 후회했다.
싸움을 했다. 후회했다.
과음을 했다. 후회했다.
이혼을 했다. 후회했다.
친구를 버렸다. 후회했다.
선생님을 속였다. 후회했다.
그럴 수 있는 일들입니다.
후회하면 용서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그러나 후회를 허락하지 않는 단 하나의 행위가 있습니다.
자살했다. 후회했다.... 아직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111

옐로 카드 쓰는 법
심판은 스포츠에만 있는게 아닙니다.
인생이라는 경기에도 심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선수 따로 심판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 자신이 선수 겸 심판입니다.
이기기 위해서 반칙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면
내가 나에게 옐로카드를 꺼낼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에게 옐로카드를 꺼낼 줄 아는 사람은
죽는 날까지 레드카드를 받지 않습니다.  113

헤어질 준비
아들이 엄마의 등을 밀어줄 만큼 자라면 더 이상 여탕에 데려갈 수 없습니다.
아들의 손을 너무 꽉 쥐지 마세요.  114

숲을 보라
빨주노초파남보를 확인하려 하는 사람은 
무지개를 보지 못한다.
도레미파솔라시를 구분하려 하는 사람은 
음악에 빠지지 못한다.
태정태세문단세만 외우려고 하는 사람은 
역사를 만나지 못한다.  116

세상에서 가장 서툰 꼼수
꼼수를 써서 이겼다. 이런 사람은 있습니다.
그러나 꼼수를 써서 이기고 또 이기고 또 이기도 또 이기고 또 이겼다. 이런 사람은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이겼노라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세상에서 가장 서툰 꼼수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 세 번 통하는 꼼수는 없습니다.  117

9회말
당신은 9회 말 투아웃에 역전홈런을 꿈꾼다.
그래서 9회가 오기 전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그래야 9회 말에 모든 힘을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야 9회 말에 모든 힘을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야 9회 말이 더 짜릿하고 통쾌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말이다.
야구도 인생도 7회 콜드게임으로 끝날 수 있거든. 지금 서 있는 타석에서 최선을 다해보는 게 어때?  119

인생 한 그릇
국 따로 밥 따로 따로국밥.
말아먹으면 그냥 먹는 사람이 부럽고. 그냥 먹으면 말아먹는 사람이 부럽고.
그러나 한 그릇 다 비우고 나면 똑같고.
인생이라는 식당은 다 그런 것을. 사람이라는 손님은 다 그런 것을.
국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퇴장하는 것을.
앞에 앉은 사람 부러워하지도 말고 옆에 앉은 사람 간섭하지도 말고
여유 있거든 그 사람 국밥 값이나 계산해주게.  120


FOUR.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어라.
여행
빈틈없는 계획이 섰니?
그럼 가지마.
여행은 틈을 만나러 가는 거야.  125

시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두 가지
되돌리고 싶다.
되돌릴 수 없다.  130

오늘 할일은 내일로 미루어라
성공하면 싶다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어라.
오늘은 어제 매듭짓지 못한 일을 하라.
성공하고 싶다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어라.
오늘은 어제 대충 매듭지은 일을 다시 하라.
성공하고 싶다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어라.
그러나 모레로 미루지는 마라.  131

당신곁에 자판이 있다면
'행'이라는 글자를 영문 자판으로 놓고 쳐보세요.
god
행복도 행운도 불행도 다행도 모두 신의 뜻이랍니다.
행복을 능력이라며 너무 크게 웃지도 말고 
불행을 무능이라며 너무 슬피 울지도 마세요.
차분하게 신의 다음 뜻을 기다려 보세요.  134

두 번 읽어야 하는 글
물은 한 곳에만 머물지 않는다. 쉬지 않고 흐른다.
내가 상류에 있든 하류에 있든 언젠가는 내게도 물에 적실 기회가 온다.
흐르는 물을 쫓아 다니지 말고 지금 그 자리에서 물이 내게 흘러올 때를 기다려라. 
그리고 내게 도착한 물이 나를 떠날 때는 붙잡으려 하지 마라.
물은 붙잡는다고 붙잡아지는 게 아니다.
바다로 가고,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고, 비가 되어 다시 내게 온다.
여기까지, 물을 돈으로 바꿔 다시 읽어 보십시오.  135

인생 9단이 되는 법
1. 던지지 않는다.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순간에도 돌을 던지지 마세요. 인생이라는 바둑판은 한없이 넓어, 돌을 아무리 멀리 던져도 바둑판 위에 떨어지고 맙니다. 그 돌 하나가 인생을 그르치는 돌이킬 수 없는 악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2. 느리게 놓는다.
돌을 들기 전에 차 한잔 마시고, 돌을 놓기 전에 차 한잔 더 마시고, 돌을 놓은 후에 차 한잔 더 마시세요. 인생이라는 바둑은 한 수 놓는데 1년 걸린다 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습니다. 인생엔 초읽기가 없으니 시간패도 없습니다.  137

책을 제대로 읽는방법
책을 읽다 잠시 읽기를 멈춰야 할 때, 당신은 어디까지 읽었는지 어떻게 표시합니까. 책갈피를 끼워둡니까, 책장을 접어둡니까. 아니면 책을 편친 상태로 뒤집어둡니까.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고 그냥 책을 덮는 것입니다.
책을 끝까지 다 읽었을 때처럼.
얼마 후 당신은 다시 책을 펼칩니다. 어디까지 읽었더라 하면서 뒤적거리다보면 읽기 싫어도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어야 합니다. 다시 읽다보면 내가 얼마나 건성으로 책을 읽었는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전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내 인생을 바꿔줄 문장 하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한 번 쓱 읽으면 그날로 책장이라는 무덤에 묻히는책, 다시 꺼내들기 어렵다면 한 번 읽을 때 두 번 읽으십시오.  142

더치페이
더치페이는 사람 냄새가 나지 않아서 싫은가?
그럼 자네가 계산하게.  143

올림픽 후유증
올림픽 수영 종목은 금메달이 무려 마흔네 개다.
수영 하나만 잘하면 44관왕이 될 수도 있다.
몇 종목 더 만들어 아예 100관왕을 채우지 그랬을까.
바닷물 100미터도 만들고, 얕은 물 100미터도 만들고, 빗속에서 100미터도 만들고, 얼음 깨며 100미터도 만들고, 심야 100미터도 만들고, 식후 100미터도 만들고, 두 팔 묶고 100미터도 만들고, 정장차림 100미터도 만들고, 다 벗고 100미터도 만들고,....
웃지 마라 육상, 너도 마찬가지다. 단지 남보다 조금 빠르다는 이유로 금메달을 수십 개씩 모겡 걸어주는 수영과 육상. 너희 둘 때문에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다니는 조급증 환자들이 병원을 나와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것이다.  146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대답
아무거나 먹겠습니다.
아무거나 보겠습니다.
아무거나 읽겠습니다.
아무거나 입겠습니다.
아무거나 듣겠습니다.
인생에서 꼭 이게 아니면 안 되는 게 있을까요? 아무거나 라고 하면 안 되는 게 과연 있을까요?
있다면 아무거나 말을 해보세요. 금방 떠오르지는 않지만 아무거나 라는 말은 왜지 무책임해 보인다고요?
혹시 여유 있고 넉넉해 보이지는 않나요?
혹시 자유롭고 편안해 보이지는 않나요?
오늘 하루 딱 세 번만 아무거나 라고 대답해 보세요.
내일부턴 혈압약을 끊게 될지도 모릅니다.  147

여유
숭늉에는 있고 생수에는 없는 것.
연극에는 있고 영화에는 없는 것.
편지에는 있고 전화에는 없는 것.
달력에는 있고 시계에는 없는 것.
바다에는 있고 강물에는 없는 것.
내가 숭늉인지 생수인지 잠시 생각해 보는 사람에겐 있고
쫓기듯 다음 글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에겐 없는 것.  149

삶의 속도
속도를 너무 늦춘 독수리는 먹이에게 피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 사흘도 못가 굶어죽고 만다.
속도를 너무 높인 모기는 먹이를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어 사흘도 못 가 굶어죽고 만다.
독수리는 독수리의 속도.
모기는 모기의 속도.
나는 내 속도.  151

억지로는 배려가 아닙니다. 책에게도 사람에게도.  152


FIVE. 4인용 식탁에서 다섯 사람이 밥 먹는 법.
우리
'나'가 모이면 우리가 되는 게 아니라
'나'를 버려야 우리가 된다.  156

권투가 인생에게
권투는 외로운 게임.
비상구 없는 네모난 공간 위에 두 사람만 뎅그러니 놓여있는 외로운 게임.
마우스피스를 입에 물고 있어 이제 그만하자고 말할 수도 없는 지독하게 외로운 게임.
외로움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상대를 껴안는 것.
주먹을 날려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가슴을 던져 상대를 껴안는 것.
상대를 쓰러뜨리면 혼자 남게 되니까.
더 외로워지니까.  162

초등학생에게 맨 먼저 가르쳐야 할 것
덧셈은 욕심.
뺄셈은 낭비.
곱셈은 과욕.
나눗셈은 사랑.
초등학생에게 맨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은 덧셈이 아니라 나눗셈이다.
나눗셈은 어려워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많이 해보지 않아서 어려운 것이다.  164

모나리자의 슬픔
다빈치 선생님. 선생님은 왜 제게 다리를 그려주지 않으셨나요? 걸을 수 없는 저는 무려 500년을 차디찬 벽에 붙어 움직일 수 없었답니다. 사람의 따뜻한 체온이 그리웠습니다. 하지만 제 몸에 닿는 건 늘 싸늘한 벽의 체온 뿐이었답니다.
다리를 주셨다면 저는 지금 매달려 있는 벽에서 딱 한 두 걸음만 앞으로 걸어 나갔을 겁니다. 그리고 '손대지 마시오'라고 적힌 글씨들을 깨끗이 지워버렸을 겁니다. 사람의 체온이, 사람의 손길이 그리운 저에게 '손대지 마시오'는 세상 어떤 형벌보다 가혹한 한 마디 였으니까요.  166

섬에게 배우는 사랑법
섬은 외롭지 않습니다.
조용한 사랑을 하고 있어 외로워 보이는 것입니다.
파도가 철썩철썩 그의 몸을 때려도 
갈매기가 끼룩끼룩 그의 마음을 흔들어도 섬은 수면 아래에서 건너편 섬의 손을 꼭 잡고 있습니다.
사람도 한 점 섬입니다. 손이 둘씩이나 있는.  168

나이를 먹지 않는 동물
나이를 먹지 않는 유일한 동물.
그의 이름은 친구다.  169

혼자 놀기의 달인에게
거실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만화를 본다.
휴대폰을 열고 게임기능을 찾아 버튼을 눌러댄다.
거울을 보며 1초에 한 번씩 표정을 바꿔본다.
혼자 노는 방법으로 흔히 선택되는 이런 것들은 엄격한 의미로는 혼자 놀기가 아닙니다. 
만화책과 놀기, 휴대폰과 놀기, 거울과 놀기입니다.
하루 종일 고개 들고 하늘만 바라본다. 구름과 놀기.
눈감고 잘 나가던 시절을 회상한다. 과거와 놀기.
누워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방바닥과 놀기.
완벽한 의미의 혼자 놀기란 없어 보입니다.
혼자 놀기가 없다면 혼자 살기는 더욱 없겠지요.  170

말이 안 되는 말
어제는 강남에서 새로운 엄마를 사귀었고, 오늘은 신촌에서 새로운 아들을 사귀었다.
말이 됩니까? 말이 안 됩니다.
그래서 가족은 너무 너무 너무 소중합니다.  172

눈물을 흘리는 사람에게
눈물을 흘리는 사람에게 손수건을 건네는 것은 바보짓이다.
눈물은 눈이 흘리는 게 아니라 가슴이 흘리는 것이다.
가슴 속을 닦아주는 손수건이 없다면 말없이 꼭 안아줘야 한다.
그 사람의 가슴이 따뜻해질 때까지 내 가슴을 빌려줘야 한다.  175

몸이 곡선인 이유
오른손으로 왼손등에서부터 왼팔, 어깨, 가슴, 허리, 허벅지, 무릎, 종아리, 발뒤꿈치까지 긴 선을 긋듯 만져 내려가 보게요.
천천히 만져 내려가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날카로운 곳이 만져진다면 그곳에서 손을 멈추세요. 당신의 오른손은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발뒤꿈치까지 내려가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사람의 몸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부드러운 곡선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아무리 꽉 껴안아도 찔리거나 아프거나 상처가 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176

사람인의 다른 뜻
사람 인은 참을 인입니다. 고통을 인내(忍耐)할 줄 알아야 사람입니다.
사람 인은 인할 인입니다. 인연(因緣)을 쉽게 버리지 않아야 사람입니다.
사람 인은 어질 인입니다. 약자에게 인자(仁慈)한 사람이 사람입니다.
사람 인은 알 인입니다. 상대를 인정(認定)할 줄 알아야 사람입니다.  177

박지성이 가르쳐 준것
영국에게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아주 일부.
우리에게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거의 전부.
둘 사이엔 큰 차이가 있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한 목소리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응원한다.
박지성이라는 작은 공감 때문이다. 작은 공감이 큰 차이를 축구공 차듯 차버렸기 때문이다. 박지성이 가르쳐 준 것은 축구가 아니라, 공감이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180

제목
당신의 글 읽는 습관을 저는 잘 압니다. 제목 먼저 힐끗 보고 끌리면 그 글을 읽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리시죠? 책을 고를 때도 제목에 끌려다니시죠?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도 제목이 그저 그런 글은 그냥 건너뛰셨죠? 이 글은 제목이 제목인지라 무슨 얘기일까 해서 여기까지 읽어 내려오고 있죠?
아니, 제가 당신의 글 읽는 취향 가지고 간섭하거나 시비 걸 생각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 신린 글, 교과서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줘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그래 왔던 것처럼 제목부터 살피고 읽고 싶은 글만 읽어주시면 됩니다. 사실 제목이 중요하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거든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사람은 그렇게 읽지 마라는 겁니다. 사람의 제목인 이름이나 사람의 부제인 하는 일과 사는 곳만 보고 그 사람의 내용은 대략 이러겠지 하고 추측하지 말라는 겁니다. 사람의 제목과 부제는 그 사람의 껍질이니까요. 귤껍질 한 입 씹어보고 귤 맛이 거칠다고 말하면 안 되니까요.  180

사람으로 산다는 것
물은 0도에서 100도까지 물이다.
사람은 36도에서 37도까지만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으로 사는 것은 물로 사는 것보다 백배쯤 어렵다. 물처럼 차가워졌다 뜨거워졌다. 체온의 변화가 심한 사람은, 물처럼 담는 그릇에 따라 그때그때 모습이 달라지는 사람은, 사람으로 사는 게 아니라 물로 사는 것이다. 언젠가는 수증기가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185

4인용 식탁에서 다섯사람이 밥먹는 법
1. 한 사람은 서서 먹는다.
2. 네 사람이 먹고 난 후에 한 사람이 먹는다.
3. 4인용 식탁을 5인용 식탁으로 교체한 후에 다 같이 먹는다.
4. 다섯 사람 다 바닥에 내려와 먹는다.
5. 다 굶는다.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4번과 5번입니다.
먼저 4번. 식탁의 자존심이 상할지 모르지만 식탁을 포기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다리가 튼튼한 사람이나 조금 덜 배고픈 사람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방법, 즉 시간을 놓치는 방법 역시 찬성할 수 없습니다. 사람을 놓쳐서도 안 되고 시간을 놓쳐서도 안 되는 것이 인생입니다. 약간의편안함이나 약간의 우월감을 놓지 않으려다 더 중요한 것들을 놓아버리지 마십시오.
그리고 5번. 이 방법은 다섯 사람을 따끔하게 꾸짖는 방법입니다. 그들은 생각없이 쌀을 씻었고, 생각 없이 불을 피웠고, 생각 없이 국을 끓였습니다. 밥 하는 시간 다음에 운명적으로 닥치게 될 밥 먹는 시간에 대해 모두가 모른 척 한 것입니다. 어떻게든 먹게 되겠지. 이런 안이한 생각이 이런 난처한 상황으로 이어진것입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5인용 식탁이 있는 집으로 갔어야 했습니다. 아니면 한 사람을 초대하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않는 사람들은 한끼쯤 굶어도 됩니다.  187


SIX. 터널 속에 홀로 선 당신에게
웃는다
거칠고 어둡고 답답한 이 세상에서 밀려 나지도 상처 받지도 쓰러지지도 않고 꿋꿋하게 내길을 걸으며 살아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

달과 손가락
달을 보라는데 손가락을 왜 보십니까?
손가락을 보지 않고는 손가락 끝에 붙어있는 달을 볼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목표는 달인데 손가락을 너무 오래 보고 있으니 답답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정확하게 읽지 않으면 달이 아니라 별을 보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달이라는 목표보다 손가락이라는 방향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194

사람과 동물의 차이
생각할 줄 알고,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줄 알고, 이런 저런사회를 만들 줄 안다는것마으로 사람과 동물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기 않다. 사람과 동물의 진짜 차이는 하하하 그리고 라라라. 웃을 줄 안다는 것과 노래할 줄 안다는 것. 사람답게 살고 싶으면 웃자. 웃으며 노래하자. 이런 노래는 어떤가. 사랑과 믿음과 소망과 웃음 중에 그 중에 제일은 웃음이라.  197

주인공이 아닐지라도
별책부록을 보려고 잡지를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디처트를 맛보려고 코스요리를 시키는 사람도 있습니다.
치어리더를 보려고 야구장을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이들을 만나려고 서태지를 듣는 사람도 있습니다.
남보다 조금 뒤에 서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조금식 앞으로 옮기는 기쁨은 뒤에 선 사람들의 몫입니다.  200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
세상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을 한 가지만 찾아보세요.
답을 찾지 못했다면 그것이 정답입니다.
당신이라면 쓸모없는 것을 만들었겠습니까?
이제 조금 더 쉬운 문제입니다.
세상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을 한 사람만 찾아보세요.
그렇습니다. 당신은 없어서는 안 될 사람입니다.  205

종점에서 울고 있는 사람에게
내리면 종점이지만 내리지 않으면 출발 점입니다.
끝은 시작입니다.  206

당신의 두번째 이름
김광훈, 임정화, 김나영, 이현일. 누군지 아세요? 
올림필 역도와 유도, 배드민턴에서 아깝게 4위를 한 사람들입니다.
메달 권 진입에 실패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봅시다. 세계에서 4위. 60억 중에 네 번째.
기억해줄만 하지 않습니까?
박수쳐줄만 하지 않습니까?
조금 전에 한 말을 정정합니다.
이들은 메달 권 진입에 실패한 사람들이 아니라 세계 4강 진입에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당시느이 손바닥을 그토록 아프게 했던 2002년 히딩크처럼.
인생이라는 경기에서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당신.
당신의 두 번째 이름도 김광훈, 임정화, 김나영, 이현일 중 하나입니다.  207

모기의 무게
모기가 저울 위에 앉으면 저울은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저울에게 모기의 무게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 모기가 역기 위에 앉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천하의 장미란도 역기의 무게에 더해진 모기의 무게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무게란 그런 것이다. 짐이란 그런 것이다.
당신이라는 짐은 누구를 짓누르고 있는지 내려다보라.
가벼운 짐은 없다.  208

하늘을 보는 사람들
한 살마이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본다. 마주오던 사람이 따라서 하늘을 본다. 또 한사람이 하늘을 본다. 또 한사람이 하늘을 본다. 길을 가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본다. 맨 처음 하늘을 본 사람은 이미 그곳에 없다.
우리는 가끔 왜 하늘을 봐야하는지도 모르면서 하늘을 본다. 남들이 다 보니까. 동전은 땅에 떨어져 있는데.  209

벼룩에게 해서는 안되는말
높이뛰기는 그만하면 됐다.
이제부터 투포환 연습이다.
불가능은 없다는 나폴레옹의 말을 빌려 벼룩을 곤란하게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벼룩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면 사람에게도 하지 마십시오. 세상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사람보다 나폴레옹을 흉내 내다 쓰러진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212

8자의 의미
가로로 자르면 0.
타고난 팔자란 없다는 뜻.
세로로 자르면 3.
누구에게나 세 번의 기회는 온다는 뜻.
눕히면 무한대. 
그래서 당신의 성공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뜻.  213

만리 장성의 과거
중국이 자랑하는 만리장성도 한때는 돌멩이였다.
당신이 지금 발끝에 차이는 돌멩이 신세라면 당신은 말리장성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216

흐린날의 끝말잇기
끝말잇기 해볼까요?
위기! 기권! 죄송합니다. 빵점입니다.
위기! 기회! 잘했습니다. 만점입니다.  217

될 수 있는가? 되고 깊은가?
원고지 앞에서 글에 취해 담배 대신 연필을 입에 문 적이 있으세요?
입에 문 연필에 라이터를 갖다 대고 불을 켜본 적 있으세요?
이싿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작가가 될 자질이 너무 충분합니다.
축구경기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혼자말로 중계를 한 적 있으세요?
옆 사람을 해설자로 착각해 느닷없는 질문을 던진 적 있으세요?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캐스터가 될 자질이 너무 충분합니다.
될 수 있는가? 라고 묻기 전에 되고 싶은가? 라고 먼저 물어보세요.
되고 싶은 사람은, 간절히 되고 싶은 사람은, 됩니다.  218


SEVEN. 우리의 머리가 아픈이유
불면증에 시달리지 않는법
잠이 올 때 잔다.  223

지는 꽃이 슬픈게 아니라
꽃이 졌다.
바람이 이겼다. 계절이 이겼다. 중력이 이겼다. 나의 무관심이 이겼다.
진 것은 꽃 한 송이인데, 이긴 자는 늘 이렇게 많다.
진 꽃을 다시 짓밟는 세상이 슬프다. 
이긴 자들이 다 갖는 세상이 슬프다.  225

뇌진탕
우리는 배고픈 줄은 알아도 뇌고픈 줄은 잘 모른다. 그래서 밥에 수입의 9할을 쓰고 책에는 1할도 쓰지 않는다. 
그러다 뇌가 허기를 견디지 못해 뇌진탕을 일으키면, 그제야 부랴부랴 지출습관을 바꾼다. 그렇다고 수입의 9할을 책에 쓰는 것은 아니다. 약에 쓴다.  226

짜장면과 자장면
짜장면이 아니라 자장면이 맞답니다. 그런데 자장면 하면 짜장면 맛이 나지 않습니다.
짜, 라는 경음을 동원해야 제 맛이 납니다. 그래도 자장면이 맞다면 그렇게 불러야겠지요. 입맛과 말맛을 다 포기해야 겠지요.
문제는 짜장면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짜파게티도 자파게티로 바뀌어야 합니다. 짜짜로니도 자자로니로 바뀌어야 합니다. 짜장밥도 힘 빼고 자장밥이라 불러줘야 합니다.
세상 모든 것들은 이처럼 얼키설키 얽혀있어서 나 하나 바뀌는 걸로 끝나는 일은 없습니다.
세상이 너무 복잡해졌다고 짜증내지 마십시오.
짜증이란 말도 곧 자증으로 바뀔지 모르니까요.  228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라고 툭 던지는 질문에, 지난주에 동대문에 갔던 일이 잘 안 풀려서 오늘 오후 세 시쯤 다시 가야하는데 요즘 관절이 좋지 않아 2호선에서 1호선으로 바꿔 타는 일이 걱정입니다 라고 대답한다면, 대답을 듣는 상대의 표정은 일그러진다.
표정이 일그러진 이유는 안녕하세요? 에 붙은 물음표가 가짜이기 때문이다. 궁금해 하지 않는 안녕하세요?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 안녕하세요? 에 너무 적극적이나 당신의 관절에 관심이 없다. 안녕하세요? 라고 물으면 그냥 안녕하세요? 라고 받은 질문을 되돌려주며 스쳐 지나가야 한다. 그것이 오늘의 인사법이다.
대신,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를 앞세우며 지독한 외로움이 찾아올 테니, 외로울 준비는 미리 해두는 게 좋다.  230

호랑이에게 물려가면서 하는 공부
호랑이게게 물려갈 때, 우리 엄마가 기다린다고 애원하지 마세요.
호랑이는 눈빛 한 번 흔들리지 않고 이렇게 대답할 테니까요.
배고픈 우리 아이도 기다린단다.
내겐 더 없이 절절한 얘기도 상대의 가슴을 흔들지 않으면 지나가는 바람 소리에 불과합니다. 차라리 나는 불량식품입니다 라고 말을 하거나, 크게 키우려면 어릴 때부터 자립심을 길러줘야 한다고 말을 하세요. 내 입이 하고 싶은 얘기가 아니라 상대의 귀가 듣고 싶은 얘기를 해야 들립니다. 호랑이게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는 말은 호랑이 측에서 흘린 말입니다.  231

책을 읽는 첫번째 이유
말이 많은 사람의 장점은 아는 것이 많다는 것을 세상에 알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말이 많은 사람의 단점은 아는 것은 많은 데 정확히 아는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을 세상에 들키고 만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왜 그토록 책을 읽으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책 속에 엄청난 지혜가 들어있어서가 아닙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말을 내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지금 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232

눈이 하는 짓
먼지떨리로 먼지를 털면 먼지가 사라집니까?
아닙니다.
먼지는 공기 속에 숨어 있다 입을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갑니다.
눈은 조금 편안해지겠지만 폐는 많이 불편해지고 맙니다.
눈이 하는 짓이란 게 늘 이렇습니다.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더 큰 문제를 만들고 맙니다.
보이는 것만 보는 것은 보지 않겠다는 뜻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35

정리와 정돈
정신없이어질러놓은방을방주인이아닌사람이치우는것은잘정돈된방을정신없이뒤집어놓는것과같다아무리쓰레기같은방일지라도방주인은무질서속에나름의질서를만들어둔다당신의눈에그질서가보이지않는다고해서그것을무질서라고결론짓는것은정말무질서한생각이다남의방함부로정돈해주지말고남의생각함부로정리해주지마라.  239

붙어 있어야 할 것과 붙지 말아야 할 것
치마와 바람이 붙으면 한 아이의 교육이 무너지고 만다.
결혼과 조건이 붙으면 한 연인의 사랑이 무너지고 만다.
음주와 운전이 붙으면 한 가족의 행복이 무너지고 만다.
정치와 경제가 붙으면 한 나라의 미래가 무너지고 만다.
사랑과 한다가 붙어 있지 않으면 세상이 무너지고 만다.  245

끝까지 가 봤더니
죽어라 공부시켜서? 특목고 보냈지. 
그래서 보내면? 축하인사 받지. 
그래서 받으면? 우쭐해지지. 
그래서 우쭐해지면? 더 죽어라 시켜야 겠다는 다짐을 하지.
그래서 하면? 서울대 보내지.
그래서 보내면? 축하인사 받지.
그래서 받으면? 출세 길이 열리지. 
그래서 열리면? 좋은 직장 잡지.
그래서 잡으면? 예쁜 신부, 똑똑한 신랑 얻지.
그래서 얻으면? 머리 좋고 예쁜 아이 낳지. 
그래서 낳으면? 공부시키지. 
그래? 결국 공부시키기 위해서 공부시키는 거였구나. 끝까지 가 봤더니 아무것도 없구나.  248

오늘 지구에 종말이 온다면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온다 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그에게 오늘이 지구의 종말이라고 알려주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어제 심은 사과나무에게 무책임을 사과하고 싶습니다.  249

정년퇴직때까지 살아남는 법
책상서랍에 숨어 있는 편지봉투를 모조리 쓸어다 휴지통에 던져버리십시오. 직장인은 누구나 편지봉투만 보면 사표 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답니다. 이건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강물만 보면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던져 버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존심. 편지봉투를 휴지통에 던질 때 자존심이라는 놈도 잘 구겨서 던져버리십시오. 휴지통이 차 넘칠수록 당신의 정년퇴직은 안전하게 보장될 것입니다.
물론 한 가지 작은 문제는 있습니다. 그건 자존심 다 던져버린 사람들만 우글대는 당신의 회사가 당신의 정년까지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251

바보들의 공통점
낙서 한 줄 없는 깨끗한 담벼락에 낙서를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담벼락 주인이 낙서금지라고 쓰고 나면, 그때부터 담벼락은 온 동네 낙서판이 되고 만다.
바보들의 공통점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문제에 대해 너무 진지하게 고민한다는 것이다.  253

욕심많은 타잔이야기
타잔은 정글 속에서 선악과를 발견했고 이를 원숭이 몰래 혼자 먹어치운 것이 분명해. 그게 아니라면 혼자만 팬티라는 문명을 두르고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가 없어.
그리고 혼자 먹어치운 그 선악과 때문에 동물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게 분명해. 그게 아니라면 동물의 왕국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어.
문제는 따돌림을 견디지 못한 타잔이 정글을 탈출했다는 거야. 그게 아니라면 뭐든 혼자 먹어치우려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 갑자기 늘어난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어.  257

수건 출신의 성직자
걸레. 자신의 몸을 더렵혀 가며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수건 출신의 성직자. 한 때는 귀부인의 얼굴 근처에서 놀았지만 '내가 왕년에'라는 말을 결코 입에 담지 않는 겸손함이 고개를 숙이게 한다. 특히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는 격언은 쉽게 별절하지 않는 그의 인격을 잘 말해 준다.
그러나 사람들은 흠 잡을 데 없는 그의 인격에 존경 대신 질투를 표한다. 몸 한 구석에 남아 있는 속리산 관광기념이라는 문신을 지적하며, 주위에 혐오감을 준다는 구실로 대중목욕탕 출입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결례다.  258

하느님이 내려 보낸 천사
주는 대로 받아먹고, 아무 곳에서나 누워 자고, 더럽다고 욕해도 화내지 않고, 죽어서도 온몸을 다 바치고, 이빨 발톱 다 뜯어봐도 다른 동물에게 위협을 주는 날카로운 무기는 찾아볼 수 없고....
돼지는 하느님이 땅에 내려 보낸 천사임에 틀림없다. 천사가 아니라면 사람들이 꿈속에서까지 그토록 그를 만나고 싶어 할 리가 없다. 천사가 아니라면 사람들이 그를 닮은 저금통을 신앙처럼 모시고 살 리가 없다. 더 이상 사람 어깨에 날래 두 장 붙여놓고 천사하고 우기지 말자. 그건 우기는 게 아니라 웃기는 거다. 우리 사람들, 그동안 하느님을 충분히 웃겼다.  260

다름을 만났을 때
파리에겐 똥이 향기롭다. 왜냐고 묻지 마라. 그게 파리다.
파리는 똥보다 꽃이 향기롭다고 주장하는 우리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는다.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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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즐겨읽는편이 아니었기에 위화의 소설은 처음접했다. 
사실 소설이 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건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것이다. 
어쩌면 너무 쉬운 생각을 아니 변명을 하였는지 모르겠다. 소설을 읽다보면 그 재미에 다른 책들을 읽지 못할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멀리하였었다. 
그렇기에 인문을 다루는 큰 영역을 무시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근래 몇 가지의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이 단순히 재밌게 읽고 넘어가는 것이 아님을 느낀다.
문학작가들의 그 심오하고 날카로우면서도 물흐르듯 흘러가는 단어들은 매료시키면서 많은 생각들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그런 소설중에 위화의 인생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고 인생에 푹 빠져 울고 웃을 수 있게 해주었다.
별로 관심없던 중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중국에 관련한 여러 도서들을 읽으면서 중국의 문제와 발전과정과 의식들을 알게 되고, 소설로는 삼국지나 초한지 서유기등 워낙 대중적인 책들외에 처음 접하는 책이다.
마오쩌둥 시절의 문화대혁명도 언급되고 그 시대의 중국의 모습을 바라보는 듯.. 
아니 어쩌면 지금 우리의 부모님 조부모님 시절의 한국의 이야기이기도 한듯한 그 내용은 가족과 이웃과 나를 그리고 환경에 의한 사람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해주었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읽어야만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나의 눈물이 볼을 타고 내릴때 나는 어머니를 아버지를 생각한듯하다. 아니 우리의 선조들의 아픔을 생각한건 아닐까 싶다.. 민족주의를 주창하지 않더라도 인간에게 가족은 부모는 자식은 모두... 그런 존재일 것이다..

중국의 역사적인 사건들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상태에서 보았기에 더 가까이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덮으면서 다시금 몇 가지의 내용들을 검색해 보기도 하였다.
위화라는 작가는 참 유명한 사람이다. 그걸 나는 이제 알게 되었다.. 위화의 책들을 여러권 더 읽어보고 싶을 만큼 책은 나에게 가까이 다가온듯하다.

푸구이 와 자전 펑샤 유칭 춘성 라오취안 대장 얼시 쿠건 
푸구이의 삶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허나 그는 끝까지 살아남아 지나온 시대를 비춰주고 있다.
그렇기도 하지만 그의 삶은 결코 순응만 하거나 반항만한 삶이 아니다. 
그렇기에 그는 살아남아 운명을 개척한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의 삶에서 안타까움만 느낀것이 아니라 .. 그 아픔들을 기꺼이 자신이 삼켰다는 점이 더욱 끌린다.
우리가 한평생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솔하게 생각하게 한다. 

위쪽이 다르게 생겼으면 그 각각에 대한 내 마음도 다 달라지니 난들 어쩌겠나.
예봉을 감추고 에두르는 말로 나를 일깨웠지.
아버지의 신발도, 자전의 요리도 내 발목을 붙잡지는 못했다네.  31

가만 생각해보니 겨우 하루 돈을 나르고도 사지가 다 풀릴 정도로 힘든데, 그 돈을 벌기 위해 얼마나  많은 조상들이 고생했을까 싶더라구. 그제야 난 아버지가 왜 은화가 아니라 동전을 고집했는지 알게 됐지. 바로 그런 이치를 깨닫게 하려고, 그러니까 돈을 번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하려고 그러신 거야.  50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종일 초가집 앞마당에 앉아 눈물을 뚝뚝 흘리거나 한숨을 푹푹 쉬거나 하며간을 보냈지.
"사람은 즐겁게 살 수만 있으면 가난 따위는 두렵지 않은 법이란다."  57

당장의 위급함은 도와도 가난은 돕지 않는다고 했네.  67

춘성, 스스로 죽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죽지 않아.  96

사람이 이 네 가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네. 말은 함부로 해서는 안 되고, 잠은 아무데서나자서는 안 되며, 문간은 잘못 밟으면 안 되고, 주머니는 잘못 만지면 안 되는 거야.  200

여자들은 하나밖에 몰라서 한 번 그렇다고 생각하면 누구도 마음을 돌릴 수 없는 법이야. 나는 춘선을 마을 어귀까지 바래다주며 말했다.  209

"당신이 돌아온 다음 모든 게 다 좋아졌어요."  228



도저히 자신의 힘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불현듯 닥쳤을 때 운명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정말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면 얼마나 그것과 맞붙어야 운명과의 우정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흙먼지  풀풀 날리는 길을 함께 걷고 진흙탕을 같이 뒹굴며 체념이 아니라 그 운명의 존재, 그림자의 존재를  인정하듯 그것의 불가해한 존재 자체를 인정해야 한다면... 그리고 인정한 만큼 그것을 진정한 삶의향으로 이끌기 위해 그것과 정정당당하게 맞붙을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사람은 지금까지 살아온 것보다는 훨씬 넉넉한 가슴과 깊은 눈매로 제 삶을 되돌아보고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더욱 준엄하고 살갑지 않을까.

전체적으로 보면 인간적 삶의 문제를 진솔하게 그려냈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은 역사성과 삶의 진실이라는 문제를 자연스럽게 접목하고, 그 속에서 한 가족사를 통한 중국 현대사 읽기를 시도하였다는 점이다.  

푸구이가 운명으로 받아들이지만 자기 해체 과정을 농민이라는 존재로서의 삶을 통해 극복해내고 있고, 그것이 땅과 노동에 대한 강렬한 희구와 그 현실적 노력 속에서 정채롭게 그려지고 있다.

농민으로서의 삶은 푸구이가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가족간, 지기 간의 사랑과 우정이라는 관계적 삶을 회복하게 하여 인간성 회복의 차원을 획득하게 한다.

위화는 중국 혁명과 대약진, 문화대혁명에 이르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대목드을 당시의 대다수 중국민의 입장에서 일상적 삶이라는 창을 통해 투시해보고자 하였다. 총알과 돌아갈 여비, 쓰레기 취급당한 채 죽어간 부상자들과 만터우, 국민당군과 해방군을.

굶주린 사람에게 뜨거운 만터우를,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에게 여비를, 중국 혁명 해방의 정당성을 이 소설은 그처럼 날카롭게 포착해 낸 것이다.
위화가 소설 속에서 개인과 그의 운명을 이야기하고자 할 때, 그 개인은 어디까지나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개인이고 집체로서의 가족이다. 따라서 그 운명은 역사적 현실이 된다. 

주인공 푸구이는 그 운명을 거역하지도 않지만 결코 그것에 무릎 꿇지도 않는다.

궁극적 삶이라는 결론을 끝이 아닌 과정이요, 해답이 아닌 살아감이라는 궤적이라고 이 소설은 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단정적 평가가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간 수많은 사람들의 치열한 삶의 내력에 굳은 신뢰라는 방점을 찍으면서 따뜻하게 끌어안으려는 것이 이 소설을 쓴 위화의 깊은 속내가 아닐까 한다.

사랑과 우정, 인간의 그 보편적 삶의 방식이 소설의 서사적 근간을 이루면서 따뜻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역사적 현실이든 운명이든 그것이 삶의 아픔으로 다가올 때, 사람은 사회적 존재의 고나ㅏ계망 속에서 사라오가 우정의 힘으로 역사적 현실이자 운명에 맞서고 바대끼고 때로는 어깨를 걸치고 한 걸음 한 걸음 삶의 도전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이 소설은 나직이 이야기 하고 있다.

위화는 삶이란 이 원론과도 같은 사라오가 우정을 힘으로 운명, 역사적 현실 앞에서 때로는 물러서기도 하지만 결코 늦출 수 없는 긴장 속에서 이마를 맏대고 나아가는 것임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총괄하자면 <인생>은 1990년대 중국 문단에서 신역사소솔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그 진수를 보여준 측면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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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 출전한 선수, 세계적인 기업을 일으킨 사업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정치 지도자, 별을 단 장군, 좋은 글을 남긴 작가나 위대한 예술가, 학자들……,

 

흔히 말하는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이들의 특성은 유복한 환경이나 높은 지능지수, 우수한 교육이나 비상한 재능이 아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인생을 바라보는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다음은 인생의 승리자가 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세 가지 요소이다


★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라 :

심은대로 거둔다.

즉 우리는 누구나 노력한만큼 보상을 받게 된다. 우리들의 인생에서 이것만큼 분명한 것은 없다.

따라서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자신이 취한 입장에 대한 칭찬과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자신의 책임을 직시하고 진정으로 책임을 깨달을 때 비로소 자주성을 찾게 되고 발전 할 수 있는 것이다.



★ 자신의 재능을 찾아내어 목표를 향해 매진하라 :

세익스피어의「햄릿」에서 폴로니우스는 그의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무엇보다네 자신에게 충실하라. 그러면 밤이 낮을 따르듯 너는 다른 사람에게도 충실해 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어찌 할 바를 모를때가 많다.

자신의 삶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내가 선택한 직업은 바른선택이었는지, 또한 나에게 맞는 목표를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잘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장래에 대한 계획은 부모나 스승, 친구, 돈에 의해 좌우되기 보다는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계획을 세우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인생을 정직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한다.




★ 피하지 말고 적응하라 :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성공의 열쇠는 적응력이다.

압박감을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기소침해지고 생에 대한 의욕을 잃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심지어 진정제에 의존하기도 하는데 이런 것들은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모르나 결국은 자신을 약화시켜 인생에 실패하게 만든다.

인생의 온갖 스트레스에 적응해 나가는 최선의 방법은 스트레스를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역경과 실패는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하는 좋은 경험이다. 인생의 승리자들은 자신의 발전을 운에맡기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들의 잠재력과 생에 대한 욕구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면서 인생의 승리를 추구해 간다.

 

한마디로 말해 패자는 인생을 닥치는대로 살아가는데 반해 

승자는 인생을 창조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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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5분이 인생을 바꾼다.



날마다 주어지는 24시간이라는 놀라운 수입.

시간은 돈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 격언만 가지고는 불충분하다

시간은 돈보다..... 훨씬 중요하다

대개 시간이 있으면 돈은 벌수 있다

하지만 일류 연예인에 버금가는 수입이 있다고 해도

그 돈으로 타인들 보다 시간을 1분이라도 

더 사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날마다 주어지는 시간

그것이야말로 일상의 기적이며

가만이 관찰해보면 진정으로 놀라운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자세히 한번 보자.

당신 지갑에는 놀랍게도 24시간 이라는

놀라운 기적이 채워져 있다.

아무도 당신에게서 그 시간을 빼앗아 갈 수 없다.


시간은 누가 훔처갈 수도 없을 뿐더러

당신이 받는 시간보다 덜 받는 사람도 없다.

성공을 위한 지름길은 오직 현재생활의 변화
 
계획이 없는..... 성공이란 있을 수 없다.

남자라면 군대를 다녀와서 잘 알겠지만

여성의 경우에도 수학여행을 가거나

기타의 단체생활을 통해 대부분의 

기상시간이 06시임을 경험했을것이다

그렇다 기상 시간은 만고의 진리라도 되는 양

항상 일정하게 06시인 것이다.

아침의 경우 예를 들어보기로 한다.

아침 6시에 기상하여 일조점호와 운동

세면과 아침식사 그리고 식기세척까지 하여도 채8시가 되지않는다.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시간은

아직 한참 남아 있고 소지품을 챙길 시간도 넉넉하다.

 

그렇다 당신은 "생각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또한 습관이 바뀜에 따라 성공할수 있다"라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너무도 잘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외면하는 이유는

자신이 습득한 이차적인 습관을

바꾸지 못한다는 데 그 원인이 있다.

습관의 힘은 그만큼 무섭다.


성공을 위한 지름길은 오직 현재생활의..... 변화이다.

진보를 내포한 변화는 과감한 자기변신과 자기혁신에 있다.

바로 이 변화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가 자신의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고 할 것이다.

부정하지 않는 한 아직도 유효한 꿈

사람은 누구나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으며

그 꿈은 어떠한 고난이나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그 어떤 장애라도 넘어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몇 번의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으며

설혹 실패하였다 하여도 자신이 초래한 일이므로 

그 어느 것도 원망하지 않는다.


하루를 설계하고 이를 실천하여 차근차근 성공의 계단을 밟아 가는 것도 

자신의 목표 즉 꿈을 향해 가고 있음이다.


당신은 어린시절 얼마나 무한한 꿈과 상상의 날개를 펼첬던가

마음만 먹으면 한 나라의 대통령은 물론 의사나 변호사 과학자에 이르기 까지

그 무엇이든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어린시절의 꿈은 허황된 꿈일 뿐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당신이 부정하지 않는 한 아직도 그 꿈은 유효하다.


꿈은 인생의 에너지와 같은 것이다.



출처: 아침5분이 인생을 바꾼다. (아놀드 베넷)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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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인간 관계는 인생의 윤활유 노자(老子)는 주나라의 궁정 도서실의 기록 계장(도서 관리인)이었다가 후에 궁중 생활이 싫어 유랑의 길을 떠났다. 노자의 행적에 대해선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노자의 '도덕경'에 나타난 사상에서 인간관계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고 한다. 첫째, 진실함이 없는 아름다운 말을 늘어놓지 말라. 남의 비위를 맞추거나 사람을 추켜세우거나 머지않아 밝혀질 사실을 감언이설(甘言利說)로 회유하면서 재주로 인생을 살아 가려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언젠가는 신뢰받지 못하여 사람 위에 설 수 없게 된다. 둘째, 말 많음을 삼가라. 말이 없는 편이 좋다. 말 없이 성의를 보이는 것이 오히려 신뢰를 갖게 한다. 말보다 태도로서 나타내 보여야 한다. 셋째, 아는 체하지 말라. 아무리 많이 알고 있더라도 너무 아는 체하기보다는 잠자코 있는 편이 낫다. 지혜 있는 자는 지식이 있더라도 이를 남에게 나타내려 하지 않는 법이다. 넷째, 돈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 돈은 인생의 윤활유로서는 필요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돈에 집착한 채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은 안타까운 노릇이다. 다섯째, 다투지 말라. 남과 다툰다는 것은 손해다. 어떠한 일에나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자기의 주장을 밀고 나가려는 사람은 이익보다 손해를 많이 본다. 다투어서 적을 만들기 때문이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재능이 있어도 인간 관계가 좋지 않아서 실패한 사람도 많다. 좋은 인간 관계는 인생의 윤활이자 처세의 기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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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시간의 법칙은 이른바 ‘10년 법칙’이다.


1990년대에 심리학자 앤더슨 에릭슨은 베를린 음악아카데미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능논쟁의 사례 A’라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세계적 솔리스트 가능성이 있는 엘리트 그룹과,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우등생 그룹, 프로급 연주를 해본 적이 없고 공립학교 음악교사가 꿈인 일반학생 그룹으로 나눠 “처음으로 바이올린을 집어든 순간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해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세 그룹에 속하는 모든 학생이 처음 바이올린을 시작한 것은 대략 5세 전후로 비슷했으나, 20세 정도가 되면 연습시간이 각각 1만 시간과 8000시간, 4000시간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노력하지 않았는데 최상급인 학생도, 열심히 했는데 두각을 못 나타낸 학생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축구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박지성 선수. 그는 고등학교 시절 ‘잠재력’조차도 크게 인정받지 못했던 선수였다.


그때만 해도 모든 관심은 고교축구를 평정한 인천 출신 초고교급 선수의 화려한 플레이에 모아져 있었고, 박지성이 ‘저렇게 잘하는 선수는 처음 본다’고 할 정도로 그는 가히 탁월한 존재였다.


이로부터 약 10여 년이 흘렀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것처럼 박지성은 맨유라는 세계 최고의 축구클럽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기량을 겨루며 우리의 자긍심을 드높여주고 있지만, 고교시절 박지성에게 있어 높은 산과 같았던 ‘탁월한 존재’는 각종 스캔들과 잇단 실패를 겪으며 국내 리그에서도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비단 이 사례뿐이 아니다. 대부분의 스포츠 스타들은 이처럼 1만 시간의 연단을 거쳐 탄생했다.


세계적인 피겨선수가 되기 위해, 한해 300일가량을 빙판 위에서 보낸 김연아는 물론이거니와,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조차 모른 채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로지 수영에만 몰두했던 마이클 펠프스까지, 인생에서 1만 시간 이상을 하나에 몰입한 사람만이 빛나는 영광을 거머쥘 수 있는 것이다.   ‘내 인생은 OOO다’이렇게 이들이 아궁이 속에서 뜨거운 불길을 이겨내고 탄생하는 명품 도자기처럼 1만 시간의 연단을 거쳐 마스터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내 인생은 OOO다’라는 뚜렷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스포츠에서 박지성, 김연아, 박태환 등등 비교적 어린 나이에 세계적인 수준에 오른 선수들이 즐비한 것도 어렸을 때부터 인생의 방향을 확고히 했음에 기인한다. 박지성과 김연아는 그들의 초등학교 일기장에 각자의 분야에서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당찬 목표를 적었다.


96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단체전 2관왕에 빛나는 김경욱 선수도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을 보면, 올림픽의 꿈이 확실해지면서 운동밖에 생각을 안 했다”고 회고한다.혹자는 자신의 나이, 성별 등 자신이 처한 상황을 들며 너무 늦은 게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얼마 전, 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 우승한 양용은을 보라. 골프가 뭔지도 몰랐고 생계를 위해 나이트클럽 웨이터로 일하던 그는 형의 권유로 골프연습장 직원으로 취직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독학으로 골프를 익히기 시작, 15년 만인 1997년에야 한국 프로골프(KPGA) 입회에 성공했고 프로데뷔 13년, 골프 시작 28년 만에야 꿈에 그리던 PGA 우승컵을 안을 수 있었다.  1만 시간의 법칙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단 그 1만 시간을 그냥 세월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이것 외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순수한 몰입을 1만 시간 이상 해야 한다. 래리 버드는 재학시절 등교 전에 매일 500개씩 슈팅연습을 함으로써 최고의 슈터라는 명예를 얻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인생의 키워드를 발견하라


사람은 누구나 ‘유망주’며, ‘미완의 대기’다. 그러나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실패한다. 재능이 있어도 실패하고, 재능이 없어도 성공한다. 재능은 성공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당신을 안주하게 만드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일지 모른다.


당신의 재능을 묻어라.


그리고 1만 시간을 바쳐 몰입할 인생의 키워드를 꺼내라. 어디를 향해 가겠다는 확고한 신념, 최고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명확한 목표, 그리고 이 지향점을 향한 10년, 즉 1만 시간 이상의 몰입이 더해지면 우리는 나이, 성별, 재능 등의 조건에 상관없이 누구나 인생의 마스터가 될 수 있다.

하루 평균 3000번의 스윙을 했다던 최경주의 말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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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관리의 궁극적인 목적행복해지기 위해서이다.
결코 모든 시간을 일과 스케줄의 노예로 보내서는 안된다.
 
1.아날로그시계를 활용하라
시간 관리에서 가장 기본적인 도구가 시계이다.
중요한 것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문제이며,
시각보다는 시간의 총량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므로 디지털시계보다는 아날로그시계를 활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아날로그시계의 바늘은 시간을 나타내지만, 시간의 총량도 한꺼번에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아날로그시계가 시간 개념을 갖도록 하는 데 더 유용하다.
바늘이 각을 이루고 있어 시간이 얼마 남아 있는지
혹은,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쉽게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수첩을 잘 활용하라
수첩을 고를 때에는 크기를 고려하라.
너무 작아서도 안 되고,
들고 다니기 불편하게 너무 커서도 안 된다.
수첩을 펼쳤을 때 한쪽 면에는 주 단위의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하고,
하루씩 나누어 놓은 칸에는 아침 7시부터 저녁 9시까지 나누어 놓으면 좋다.
수첩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야 한다.
매일매일 시간 계획에 맞추어 할 일을 하고,
취침 전에는 아침에 세웠던 계획과 비교하여 얼마나 실천하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3.책상 앞에 달력과 시간표를 붙여 놓아라
시간을 관리하기 위해 달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1년을 한번에 다 볼 수 있는 달력이 훨씬 유용하다.
그것을 책상 앞에 붙여 두어라.
그리고 옆에는 생활 계획표를 붙여 두어라.
생활 계획표는 매일 반복되는 일을 중심으로 기록한다.
 
4.취침 시간을 일정하게 하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고 생각되면 잠자는 시간을 줄이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8시간의 숙면은 반드시 취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취침 시간을 일정하게 하자.
자기 관리는 본인 스스로 철저히 해야 한다.
피로가 쌓이면 병에 걸리기 쉽고,
능률도 저하돼 오히려 시간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5.우선순위를 만들어라
우선순위를 둘 때 중요한 원칙이 있다.
하기 싫은 일은 가능한 빨리 신속하게 끝내도록 한다.
처음에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겠지만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효과적이다.
싫어하는 일을 처리한 후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기쁨이 두 배로 커진다.
반대로 귀찮은 일을 뒤로 미루는 경우 그 일이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 이상,
즐거워야 할 일마저 재미가 반감된다.
싫어하는 일이 마음에 계속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싫어하는 일을 먼저 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기분 좋은 일을 하도록 하자.
 
6.여유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은 쉬지 않고 일만 할 수도 없고, 그렇게 살아도 안 된다.
예상하지 못한 일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여유 시간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오늘 혹은 이번 달까지만 일하고 말 것이 아니라면 여유 있게 생각하라.
시간적 여유는 일의 효율성과 창의성을 높여 주어
개인의 능력 향상에 더욱 발전적일 수 있다.
  
7.해야 할 공부나 일을 중심으로 시간을 계산하라
‘5시간 동안 100쪽의 책을 읽어야 해’ 
혹은 ‘기말고사가 1주일 남았느니 하루에 얼마씩 공부를 해야 해’
하는 식을 계획을 세우면 안 된다.
단순히 계획을 위한 계획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00쪽의 책을 읽으려면 3시간이 필요해’ 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만약 시간이 남으면 다른 공부나 취미 생활을 할 수도 있다.
모자라는 경우에는 우선순위를 정하여 새로 계획을 세우면 된다.
단순히 시간만을 계산한다면 수박 겉핥기가 되거나
시간이 남아 빈둥거리다가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게 될 것이다.

wn1 - 효과적인 시간관리를 위해 꼭 위의 일곱가지만이 필요한것은 아닐 것이다. 반대로 일곱가지나 필요한것만도 아닐것이다.. 자신의 환경과 가치관에 따라 필요한 것들이 다르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곳에서 시간관리의 중요성을 논하며 필요한 것들에 대해 열거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리라 본다.
시간관리라는 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자기관리' 라 표현할 수 있다.
자기 스스로를 효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의미이다.
이것을 안다면.. 중요한것은 자신이 열렬히 바라는 무언가를 가지면 시간관리를 스스로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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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걱정하십니까?

마음에 2010. 8. 16. 01:47




인생의 날수는

당신이 결정할 수는 없지만

인생의 넓이와 깊이는

당신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얼굴 모습을

당신이 결정할 수는 없지만

당신 얼굴의 표정은

당신 마음대로 결정할 수가 있습니다.


그 날의 날씨를

당신이 결정할 수는 없지만

당신 마음의 기상은

당신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당신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일들을

감당하기도 바쁜데

당신은 어찌하여

당신이 결정할 수 없는 일들로 인하여

걱정하며 염려하고 있습니까?


돌아보면 인생은 짧고

하루는 당신의 마음의 열쇠로

길 수도 짧을 수도 있습니다.

짧지만 결코 짧지 않은 하루를

정성껏 가꾸어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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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일 네가
 

    모든 걸 잃었고 모두가 너를 비난할 때
너 자신이 머리를 똑바로 쳐들 수 있다면.



만일

모든 사람이 너를 의심할 때
너 자신은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기다릴 수 있고
또한 기다림에 지치지 않을 수 있다면.



거짓이

들리더라도 거짓과 타협하지 않으며

미움을 받더라도 그 미움에 지지 않을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너무 선한 체하지 않고
너무 지혜로운 말들을 늘어놓지 않을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꿈을 갖더라도
그 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또한 네가

어떤 생각을 갖더라도
그 생각이 유일한 목표가 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인생의 길에서 성공과 실패를 만났더라도
그 두 가지를 똑같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네가 말한

진실이 왜곡되어 바보들이 너를 욕하더라도
너 자신은 그것을 참고 들을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너의 전생애를 바친 일이 무너지더라도
몸을 굽히고서 그걸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한번쯤은

네가 쌓아 올린 모든 걸 걸고
내기를 할 수 있다면.


그래서

다 잃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네가 잃은 것에 대해 침묵할 수 있고



다 잃은

뒤에도 변함없이
네 가슴과 어깨와 머리가 널 위해 일할 수 있다면.



설령 너에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다 해도
강한 의지로 그것들을 움직일 수 있다면.



만일 군중과

이야기하면서도 너 자신의 덕을 지킬 수 있고
왕과 함께 걸으면서도 상식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적이든 친구든

너를 해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모두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되 그들로 하여금
너에게 너무 의존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네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1분간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60초로 대신할수 있다면.

  

그렇다면

 

세상은 너의 것이며


너는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

           루이야드 키플링      


wn1 - 어른이 된다는 것이 이토록 많은 생각과 행동으로 이루어 져야 함에도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도 그런 어른을 보면서 자신이 다 컸다고 생각을 하게 되나 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 .그것은 실로 많은 생각과 깨우침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을 본 아이들도 그렇게 배우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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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모습은 지금 어떻습니까? 혹시 원했던 것을 이루지 못해서,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아서 좌절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아니면 반대로 모든 것을 이루어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나요? 현재 당신이 좌절하고 있거나 행복한 생활을 하는 그 모든 결과는 따지고 보면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반복해온 당신의 생각과 선택, 그리고 행동의 결과입니다. 당신이 현재의 상황을 불만족스럽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환경이나 남의 탓이 아닙니다.

그런 외부적 요인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지라도 결국 당신의 선택과 행동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현재의 상황을 만족스럽게 생각한다면 그것 역시 당신이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반복된 선택과 행동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떨까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래에는 성공적인 삶을 꿈꿀 것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삶을 살아야할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지금부터 올바른 선택과 행동을 반복하면 되는 것이지요. 현재의 모습이 과거에서부터 반복되어 온 선택과 행동의 결과인 것처럼 미래의 모습 역시 똑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보를 습득해야 합니다.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좋은 세미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전문가들과의 만남도 많이 가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다양한 정보를 습득한다고 해도 무엇을 원하는 지 방향이 설정되어 있지 않으면 도착지 없이 떠도는 유람선과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목표를 설정하는 것 입니다.

목표에 어울리는 정보를 습득하고, 그 정보에 의한 선택과 행동을 반복한다면 당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고등학생 때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만난 후 외교관이 되겠다는 꿈을 가졌고, 외교관이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그 목표를 이루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인생에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한다면 누구든지 성공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좀 더 확실하게 성공하고 싶다면 그 꿈을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 작성하는 것입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은, "나는 아름다운 여자와 결혼할 것이다. 나는 미국에서 가장 큰 부자가 될 것이다. 나는 군대를 이끌 것이다. 나는 미국을 독립시키고, 대통령이 될 것이다." 는 목표를 12살 때부터 글로 적어 상상했고 결국 그 꿈을 이루었습니다.

 액션스타 이소룡은, "나는 1980년에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동양인 배우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출연료로 천만 달러를 받을 것이다." 는 내용을 종이에 적었습니다. 현재 그 친필로 작성된 목표는 뉴욕의 플래닛 할리우드 레스토랑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피겨여왕이 된 김연아 선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아이스쇼를 보러 갔다가 아름다운 피겨선수들에 반해 ‘나는 반드시 피겨 국가대표 선수가 될 거야." 는 꿈을 일기에 적었습니다.

이렇듯 글로 작성된 목표는 인생을 변화시키는 기적을 만듭니다. 당신이 진정으로 성공하고 싶다면 당신의
꿈을 글로 작성하십시오.

목표를 글로 작성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A4정도 종이를 반으로 접고 왼쪽 부분에 되고 싶고, 하고 싶고, 갖고 싶은 모든 꿈들의 목록을 생각나는 대로 적습니다.
그런 다음 오른쪽 부분에는 그 목록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와 최종시한을 써 넣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모든 목록들 중 당신이 부여한 가치의 순서대로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그리고 가장 최우선 순위부터 다른 종이에 따로 정리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당신의 구체적인 목표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그 목표를 주위사람들에게 알리십시오.

무하마드 알리가 전설적인 복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떠벌이" 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자신의 목표를 남들에게 알리면 신비한 힘이 작용합니다.

주위의 환경이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당신만의 경험과 노력뿐만이 아닌 자연의 힘이 작용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원하고, 바라는 만큼...

 

 

"생생하게 상상하고, 간절히 바라며, 진심으로 믿고,
열의를 다해 행동하면, 그것이 무엇이든 반드시 이루어진다."
- 폴 J. 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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