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들은 대부분 외롭고, 외로운 것들은 대부분 아름답다.
혼자이어야만 닿을 수 있는 곳이 있다.  12

다들 시간이 공평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누구는 열 두 시간 동안 생계를 위해 일하고 여섯 시간 동안 자고 여섯 시간 동안 피곤해서 멍하니 아무것도 못하지만 어떤 사람은 하루 종일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한다. 우리에겐 같은 시간이 주어져 있지 않다.
뭔가 잘못 되었다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많이 잘못되어 있을 때다. 바로잡기가 힘들다. 니체였던가. “살아야 할 이유를 갖고 있는 사람은 살아가는 모든 방식을 견뎌낼 수 있다”는 말을 한 사람이. 그렇지만 우린 너무 많이 견뎌 왔다. ... 남을 견디는 것과 외로움을 견디는 것. 어느 것이 더 견딜 만한가.  14

잘못된 길이 지도를 만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행운을 만나는 건 언제나 낯선 길 위에서고 우리를 자라게 하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실수했다고 다그치지 말아 주세요. 대신 응원해 주시면 안될까요. “괜찮아”하고 말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응원이 실수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들어 주니까요. 낭비라고도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요. 조언은 감사합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조용히 지켜봐 주든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모른 척 해 주시든지.  27

선인장의 가시는 잎이 변해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사막이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었던 것이죠. 넓은 잎으로는 수분 증발을 막을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살다 보니 우리도 점점 선인장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릴 적 환한 햇살을 듬뿍 받아들이던 넓은 잎들은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거치면서 어느새 뾰족한 가시로 변해 버렸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상처받을까 싶어 가까이 가기가 두렵고 가까이 오는 사람도 상처가 될까 마냥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32

더 가지고 싶지만 더 가질 수 없는 하루라는 카드. 하루에 하루만큼씩 꼭 사라지는 하루.
그래서 사랑하는 거다. 시간은 언제나 우리 편이 아니고 우린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으니까. 사라져 가고 있으니까. 사랑이 아니면 이 공허와 허무를 견딜 수 없으니까.  49

우리는 맨발로 해변을 걷는다. 서로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다. 가끔 발걸음을 멈추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어둠 속의 바다를 응시하다 보면 어느 천사가 않아 커다란 눈으로 우리를 바락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너희들은 손을 꼭 잡고 그렇게 오래도록 잘 살아라.’ 우리를 지켜주는 천사를 만나는 일, 확인하는 일, 그것이 어쩌면 여행이 아닐까.
하루키가 말했다. “작가는 소설을 쓴다-이것이 일이다. 비평가는 그에대해 비평을 쓴다-이것도 일이다. 그리고 하루가 끝난다. 각기 다른 입장에 있는 인간이 각자의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사람과 식사를 하고, 그러고 잔다. 그게 세계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지켜야 하고 돌아갈 단 하나의 세계가 있다면 그곳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53

사랑을 더 새롭게 하는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더 많이 사랑하는 것밖에는.
사랑을 배우는 유일한 방법은 사랑하는 것 아닐까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네요.  
그러니 사랑하도록 합시다.
어차피 사랑하는 것이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좋은 거잖아요.
어차피 후회할 거라면 사랑하고 나서 후회하는 게 낫잖아요.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가지면 더 좋잖아요.
당신은 여전히 미지의 방향에 있고.
오늘도 나는 더듬거리며 당신에게로 향합니다.  56

카페에 앉아 물끄러미 내 손을 바라보고 있다. 어느 겨울 당신을, 차가운 손을 덮어 주던 그 손이 지금은 식은 커피잔을 쥐고 있다. 우리는 사랑이 오는 건 보지 못하지만, 가는 건 끝까지 지켜본다.
이별이 슬픈 건 네가 울고 있을 때 내가 그 자리에 없다는 것이다. 빈 자리를 보는 것이 제일 슬프다.
이별 후에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고 이별 후에도 많은 생이 남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낭비된 시간도 없고, 낭비된 마음도 없다. 모든 인연은 몸속 깊이 새겨진 채 우리의 남은 날들을 작동할 것이다. 나는 여기에 살고 있고 당신은 거기에서 살고 있을 뿐이다. 그게 이별이다.  86-88

다들 젊었을 때 전력 질주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낙오한다고 하지만, 솔직히 말해 어쩌면 우린 출발선상에서부터 이미 낙오해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전력 질주하고 있는 사람들도 뭐 때문에 전력 질주를 하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달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인생은 길고 지루한 싸움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력 질주할 수는 없는 거죠. 전력 질주해야 할 때가 있고 천천히 걸어야 할 때도 있고 그늘에 앉아 쉬어야 할 때가 있는 겁니다. 지금이 꼭 전력 질주해야 할 때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겁니다. 도끼날 이론이라는 게 있습니다. 하루 종일 나무만 베는 사람보다, 중간중간 쉬면서 날을 가는 사람이 결국 나무를 더 많이 벤다는 것이죠.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은 가만히 서서 주위를 둘러보아야 할 때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건 지금하고 있는 일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약간의 각오와 약간의 여유, 그리고 즐겨 보자는. 마음가짐.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인생은 우리 뜻대로 되는 게 아니고 우리에겐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아 있으니까요. 길게 보자고요.  94-97


원고지 1,000매를 쓰는 방법은 일단 원고지 1매를 쓰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1매를 쓰고 또 1매를 쓰고, 1,000매가 될 때까지 1매씩 쓰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목적지에 닿기 위해서는 왼발 앞에 오른발을 두고 다시 오른발 앞에 왼발을 둬야 합니다. 이걸 무수히 반복하다 보면 결국 목적지에 닿게 되죠.
원고지 1,000매를 쓰기 위해서는 일단 원고지 1매를 써야 합니다. 그리고 또 1매를 쓰고, 또 1매를 쓰고, 또 1매를 쓰고.... 1,000매가 될 때까지 1매씩 쓰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목적지에 닿기 위해서는 왼발 앞에 오른발을 두고 다시 오른발 앞에 왼발을 둬야 합니다. 이걸 무수히 반복하다 보면 결국 목적지에 닿게 되죠.
끊임없이 원고지 1매를 쓰는 일, 매일매일 오른발 앞에 왼발을 두는 일. 그것을 우리는 작업이라고 부릅니다. 작업은 꾸준히 행해져야 합니다. 기계처럼 작업하는 사람을 우리는 작가라고 부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쓸 수 있을 때는 그 기세를 몰아 많이 써 버린다. 써지지 않을 때는 ‘쉰다’라는 것으로는 규칙성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타임카드를 찍듯이 하루에 거의 정확하게 20매를 씁니다.”
소설가 이언 매큐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사무원처럼 일합니다. 다른 몇몇 작가들은 이런 식의 설명을 모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걸 받아들입니다. 저는 마치 사무원처럼 일해요.”
소설가 필립 로스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하루 종일 글을 씁니다. 아침, 오후, 거의 매일 글을 씁니다. 제가 2년 내지 3년 동안 그렇게 앉아 있으면, 마침내 한 편의 작풉이 완성되지요.”
꾸준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계속하다 보면 내 앞에 뭔가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뭔가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 그것만큼 설레고 근사한 일이 있을까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어느 날 당신 앞에 나타난 ‘작품’은 당신이 지난 3년 동안 만들어 왔던 것입니다. 그것이 당신 앞에 그날, 비로소 등장하는 것이죠.
우리가 작가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하루에 100매를 쓰고 열흘을 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3년 동안 매일 10매씩 쓰는 사람을 우리는 작가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당신 앞에 불현듯 등장하는 그날까지 당신은 고독할 것입니다. 외로울 것입니다. 때로는 절망 속에 허덕일 것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계속 써가는 수밖에요. 네, 맞습니다. 작가를 그런 직업입니다.
꾸준함이 당신의 실수를 줄여줄 것입니다. 복서는 상대방의 펀치가 날아오면 습관적으로 몸을 비틀어 피합니다. 말벌은 날아오는 곤충에게 기계적으로 침을 쏩니다. 고민하거나 망설이지 않죠. 그래서 실수가 없습니다.
꾸준한 작업을 위해선 컨디션 관리가 기본입니다. 일의 특성상 프리랜서는 생활이 불규칙해지기 쉽습니다. 밤샘하고 다음 날 늦게 일어나거나 아예 밤을 새는 경우가 많죠. 이런 리듬으로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아침밥을 먹고 야채와 과일을 섭취하고 날마다 조깅을 해야 하죠. 그리고 정해진 시간 동안 서재에 틀어박혀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하고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야 하죠. 루틴을 만들지 않으면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작가는 로망이 아니라 현실이거든요.
우리가 만들어낸 작품이 모두 만족스러울 수는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할 확률도 생각보다 낮아요. 루틴을 만들지 않으면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의욕도 떨어집니다. 소득면에서도 좋지 않습니다. 내일 작업량을 위해 오늘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사람이 10년이고 20년이고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에게 작품은 ‘해야 할 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109-112

우리는 거절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절을 못하는 사람을 많이 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때 거절했어야 했어’ 하며 전전긍긍한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제가 할 수 없는 일입니다’하고 딱 잘라 거절했어야 했습니다. 그랬더라면 걱정의 낮, 불면의 밤을 보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말입니다.
거절을 못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착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갈등을 만드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하고요. 이들은 가끔 잠수를 탑니다. 연락이 되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게 할 때가 많죠.
아마 상대방도 무리한 부탁일 거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 당신에게 부탁할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이며 자기 이익만 챙기는 사람입니다. 당신이 시간과 노력을 허비해 가며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어도 당신에게 돌아오는 건 ‘년 역시 좋은 사람’이라는 입에 발린 말뿐일 겁니다. 이들에게 내 사정을 들어가며 거절해 보아도 ‘변했다’는 원망뿐일겁니다. 이런 사람들과는 사이가 틀어져도 괜찮습니다. 그들에게는 차라리 나쁜 사람이 됩시다.
우리가 행복해지는 첫걸음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않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거절은 나를 더 이상 소모시키지 않는 권리이자 최선의 방법입니다. 거절을 잘할수록 인생이 편해집니다. 134-135

여행을 할 때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다니!’하는 놀라움을 느끼고, 그것이 바로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하는데 ...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했듯, 어딘가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그게 우리가 문을 열고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164

후회할 각오가 되어 있고 견딜 자신이 있다면 저질러 보는 게 낫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이 이 세상엔 분명히 있으니까. 세상은 우리가 다가가지 않으면 진면목을 보여 주지 않는다. 여행이 가르쳐 주는 건 언제나 한 가지다. 저질러라, 그 다음에 생각하라.  177

시간을 가장 잘 사용하는 방법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과 여행을 떠나는 일이라는 것.  200


여러 지표상으로 부탄은 가난한 나라다. 1인당 국민 소득이 2,800달러 남짓밖에 되지 앟는다. 하지만 하루 이틀만 부탄을 겪어 보면 이들이 가난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가파른 산등성이를 따라 지그재그 이어지는 도로는 포장 상태마저도 엉망이지만 서두르는 법 없는 부탄 사람들은 도로 사정이 나쁘다고 여기지 않는다. 나쁜 도로 사정을 탓하는 건 오직 관광객들뿐이다. 히말라야에서 쏟아져 내리는 풍부한 수력으로 전기를 만들어 인도에 팔고 그 돈으로 모든 공산품을 수입해서 쓴다. 그러니 미세 먼지나 공해 따위를 걱정할 이유가 없다. 관광 산업에서 얻는 수익은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를 실시하는 재원이 된다. 여행하는 외국인들도 똑같은 혜택을 받는다. 1999년 부탄의 국가 행복지수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행복을 보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탄 행복 연구소’도지ㅔㄴ졸 소장은 “부탄은 국민의 행복을 모든 정책의 중심에 놓고 국가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어떤 정책도 ‘국민 행복’과 부합하지 않으면 시행하지 않는다. 실제로 모든 정책은 10~15명으로 구성된 ‘국민 총행복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총점 78점을 얻지 못하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헌법에 숲 면적을 국토 면적의 60퍼센트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 나라가 부탄이다. 4대 국왕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는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고 의회 민주주의로의 이양을 선택했다. 그결과 2008년 총선이 실시되고 지금은 총리가 수반이 돼 부탄을 통치하고 있다. 하루 7시간 노동도 철저히 지켜진다. 우리나라와 부탄 중 어느 나라 사람들이 더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까.  204-205

다치바나 다카시는 그의 책 <사색기행>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역시 이 세상에는 가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 직접 그 공간에 몸을 두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다. 그런 감동을 맛보기 위해서는 바로 그 순간에 내 육체를 그 공간에 두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206

제 자리가 있다면 어떤 방향일까.  242

여행은 생일 잊는 그리고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 253

운명은 언제나 우리를 괴롭히는 것 같습니다. 괴롭히는 것, 그게 운명의 운명 같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어두운 곳으로 자진해서 걸어 들어갑니다. 무릎을 웅크리고 혼자 있습니다. 어둠을 겪어 보지 않고서는 빛을 알 수 없는 법입니다. 마음속에 어둠이 없는 자는 세상을 건널 수 없습니다. 여행은 내가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입니다. 사랑은 내가 가진 어둠을 당신과 나누는 일이구요. 이만큼 살아 보니 알겠습니다. 친구 따윈 필요 없더군요. 책과 음악, 그리고 어둠 한 줌이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인생입니다.  265

아그라탈라에서 사흘을 머물고 떠났다. 기차가 출발할 때 이 생소한 도시에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이곳의 풍경 속에서 다시 차를 마시고 이곳의 사람들과 다시 미소를 나눌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까지 여행하는 인생을 살며 ‘다시 오게 된 이곳’이 얼마나 많았던가. 기나긴 기차의 기적 소리를 들으며 나는 분명 이곳에 다시 오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나는 애초에 떠나가지 않았던 것처럼 보통의 걸음으로, 태연한 미간으로 이 저녁에 다시 앉아 있게 되겠지. 달은 보름에 가까워 똑같은 각도에서 이마를 비추겠지. 그러니까 요행은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만드는 일이고 그래서 여행은 사랑과 비슷한 것 아닐까.
‘다시’라는 말. 다시 오게 될 것이고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예감. 피리 소리처럼 가느다란 그 희망과 예감이 우리를 길 위에 올려놓고 우리는 밤새워 기다리게 한다. 모든 꽃들이 시들고 모든 풍경이 사라져도, 세상의 모든 잠언들이 인생이 덧없다고 속삭여도, 나는 다시 돌아올 것이고 나는 인생을 이어갈 것이다.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다.  268-269

결국 공항이다. 어디론가 가기 위해 나는 서 있다. 쓰고, 읽고, 떠나는 일이 내겐 다 참고 견디는 방식이다. 여행은 생을 잊는 가장 쉬운 방법. 나는 무심한 세계에 있고 싶다. 카페와 호텔을 전전하는 삶이고 싶다.  291


여행은 우리 생이 만남보다 작별로 가득하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작별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지만 그래도 더 오래 여행을 하며 늙어갔으면 좋겠다.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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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지 않아도 상관없다. 아무튼 손님이 읽고 싶은 책이 그곳에 놓여 있는 계기와 상황을 서점원이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POP는 그것을 연출하는 하나의 방법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이토 씨는 잡지 판매대를 아침, 저녁으로 다르게 새로 진열했다. 서점을 찾는 손님의 연령층이 아침, 저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32-33


이미 잘 팔리고 있는 책을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팔릴 수 있는 책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 매장에서 일구는 단계를 밟지 않은 것은 진짜 판 책이라고 할 수 없다.  46


서점원이 직접 책을 읽고 매장에서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할만한 시기를 가늠해 어떤 책에 어떤 의견을 첨부해서 홍보를 전개할지 고민해야 한다. .. 페잔점 매장에서 팻말과 POP를 동원해 소개하는 책은 우리가 팔고 싶은 책이다. 만일 그럴 생각이 없는 서점에 POP만 가져댜 놓는다면 그곳 서점원에게는 자신들이 팔고 싶은 책이 아니라 '팔아주는 책'이 되어 버린다.  47


차근차근 일궈서 우리 서점에서는 그 책이 달리 보이는 POP를 매장에 걸면 어떻게 될까. 정말 책이 움직인다.  48


책 한 권을 팔기 위해 필사적으로 생각해야.. 서비스도 신경 쓰고 서가 관리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그야말로 손님 입에서 한 번 "이건 아닌데."라는 말이 나오면 그 손님은 더 이상 서점에 오지 않는다. 그래서 매장 관리에 항상 신중을 기해왔다. 그 일을 게을리한 순간 동네 서점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 어떻게 손님에게 지지받을까, 한 권 한 권 어떻게 팔까. 오로지 그 생각뿐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런 시간이 그 무엇보다 즐거운 시간이다.  57


단순히 책을 진열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팔리지 않는다. 이거다 싶은 책에 어떠헥 시간과 열정을 쏟을까. 그 책을 어느 정도의 시간 간격으로 팔지, 시간의 추세를 생각해야 한다. 손님이 그 책과 어떤 식으로 만나면 그 책의 매력을 최대한 느낄 수 있을까. 그것은 서가를 만드는 서점원이 추측해야 한다.  64


사람들로부터 "책을 파는 즐거움이 뭐예요?"하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늘 느끼는 일인데, 책은 읽은 사람에게 상호작용을 유발해 변화를 일으킨다. 꼭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싶다는 생각은 없지만 독자인 손님 안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만한 책을 제공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 손님이 어떤 책이 필요할지 상상해서 스스로 책을 만날 수 있도록 여러 길을 만드는 것이 서점의 역할이자 즐거움이다.  69


서점의 개성에는 그 동네의 개성이 녹아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한다. 그 동네 사람들이 어떤 책을 얼마나 사느냐로 서점에서 우선하는 책이 다랄지고 구색을 갖추는 상품의 폭도 넓어진다. 그 지역만의 서가가 만들어지는 것이고, 동네가 서점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78-79


지금은 데이터로 반품이 자동으로 가능하다. 며칠 팔리지 않으면 며칠 후에 반품한다고 데이터화되었다. 이래서는 서점원에게 한 권 한 권 그 책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팔리는 이유와 팔리지 않는 이유를 생각할 필요도 없어진다. 데이터가 매장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없도록 만들어버릴 우려가 있다. 그리고 데이터의 조종을 받을면 책은 결국 그것들이 '팔아주는' 것이 되어 버린다. 거기에 서점원의 판단이 개입할 수 없어서 '판다'라는 의식이 사라진다. 이래서는 일이 재미있을 수 없다. '책이 좋다'는 단순한 생각이나 데이터에 휩쓸려서가 아니라 자기 생각으로 책을 팔고, 팔리면 그 이유를 파악한다. 매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늘 주목하고 늘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114


- 홋카이도의 이와타 서점에는 전국에서 주문이 쇄도하는 '1만 엔 선서' 서비스가 있다. 서점 주인 이와타 씨가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진지하게 선정한 '책'을 1만 엔어치 골라 담아주는 독자적인 기획인데, 책을 고르기 전에 주문한 사람의 가족구성과 직업, 지금까지 살면서 즐거웠던 일, 슬펐던 일, 읽은 책의 평가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눠 그 사람이 가장 기뻐할 책을 보낸다고 한다.  121


이전에는 가능했는데 이제는 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려도 앞으로 이런 것을 해볼 수 있을까 하며 제안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앞이 보이지 않는, 긴 시간을 두고 생각해야 하는 물음의 답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다.  129


독서의 즐거움은 독자가 직접 책을 선택하는 데서부터 시작 된다. 그렇게 스스로 선택하는 즐거움과 기쁨을 맛보는 것 또한 독서의 일부다.

책을 읽는 이유에는 기능적인 독서, 오락적인 독서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독서는 마음을 일구어 자신 안에서 자라난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생각들을 결실로 수확한다. 독서로 자신이 변화하고, 마음에 새롭게 생겨난 무언가를 키우고, 읽은 내용을 일상과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책 한 권 한 권을 어떻게 만날까. 또 읽고 싶은 책을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체험의 축적이 독서에 대한 욕구로 이어진다. 책과의 만남의 장은 어디든 상관없다. 인터넷, 서점의 매장, 텔레비전, 잡지, 어느 누군가의 추천 등 한 권의 책에서 또 다른 책으로 이어지며 읽어보고 싶다는 자극을 주는 계기는 많을수록 좋다. 하나의 흥미와 호기심에서 다른 책으로이어지는 여정을 생각했을 때 그 가능성은 무한하다. 그것이 책의 매력이다.  165


그 서점의 얼굴을 확실히 드러내지 않으면 소규모 서점은 침몰한다.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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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거대한 물음표였고, 나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질문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4


겨울만 되면 따뜻한 곳으로 '피한'을 떠나고 싶었다. 치안이 좋아서 혼자라도 안심하고 지낼 수 있고, 감수성을 자극할 만한 자연이나 전통이 남아 있는 곳이었으면 했다. 사철 꽅이 피는 곳에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산책도 하면서 한껏 게을러지고 싶었다. 딱히 만날 사람도 없고, 꼭 사고 싶은 물건도 없고, 꼭 봐야만 하는 것도 없는 곳, 덜 쓰고, 덜 가지고, 덜 만남으로써 느긋해지고 싶었다. 여행이 주는 긴장감은 덜고, 일상이 주는 지루함은 벗어나 여행과 일상 사이에 머무를 수는 없는 걸까.  5


마치 현지인이라도 된 듯 슬렁슬렁 돌아다녔다. 매일 산책을 했고, 책도 많이 읽었고, 제법 글을 쓰기도 했다. 만날 사람도 없고, 할 일도 적다 보니 나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  8


여행과 일상의 중간지대에 머물며 덜 쓰고 덜 갖되 더 충만한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

자기만의 속도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좇아 떠나는 여해으, 공부하고 준비해서 떠나지만 가이드북에 의지하지 않는 여행, 여행 안에 여백을 두는 여행, 무엇보다 여행지의 삶과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여행..  9




발리


온갖 조건을 따지다 보니 여행을 시작도 하기 전에 피곤해졌다.  20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은 익숙했던 상대를 재발견하게 만든다. 내 안에 단단하게 굳어있던 상대에 대한 이미지를 녹여준다.  29


발리에서는 자식이 태어나면 이름 짓는라 고민할 필요가 없다. 태어난 순서에 따라 이름이 정해져 있으니까. 먼저 남자 이름 앞에는 I를, 여자 이름 앞에는 Ni를 붙인다. 첫째는 발리어로 와얀 혹은 뿌뚜, 둘째는 마데 혹은 까덱, 셋째는 뇨만 혹은 꼬망, 넷째는 끄뜻이 된다. 다섯 번째 후는 어떻게 하느냐고? 그때는 이름 뒤에 발릭(되돌아간다는 뜻)만 붙여 다시 돌아가면 된다. 마데 발릭, 뇨만 발릭 이런 식으로, 사실 이 뒤에 진짜 개인 이름이 하나씩 더 있는데, 이상하게도 다들 저렇게 부르고 소개를 한다.  36-37


돌아가면 입지도 못할 옷을 굳이 사 입는 이유는 뭘까. 현지인 혹은 다른 여행자들과 섞이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조금 더 과감하게 나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도 있을 것이다. 물론 단지 편안해 보여서 일수도 있다. 어쨌든 여행지에서 옷은 나를 좀 더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수단이 되어준다.  52


여행이 우리가 품은 질문에 답을 주진 않지만 어딘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등을 떠밀어주긴 하지. 일단 나아가면 결국 답도 찾을 수 있으리라. 아니, 평생 답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의 의미는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던져진 질문과 마주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74


놀이와 노동이 분리되지 않은 삶..  97


남이 만들어놓은 것을 소비만 하는 삶에서 잠시 벗어나 스스로 창조하는 기쁨을 온전히 누린다. 

내 손으로 만든 무언가를 들고 ..

인간이 정서적으로나 지적으로 충분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손을 쓰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헨리 소로가 그랬다. 소박한 삶의 기본 원치기 가운데 하나는 불필요한 것들을 소비하기 위해 돈을 버는 대신, 꼭 필요한 것들을 구하기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조금 버는 대신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 쓰는 일상을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핸드메이드 라이프를 산다는 것은 시간의 주인으로 사는 일의 은유 같기도 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온전히 몰입해본 사람은 안다. 그때 흘러가는 시간의 속도가 얼마나 다른지를.  98


마사지는 자신의 좋은 기운을 상대에게 나눠주는 행위라는 것.  103


자연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들일수록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세탁기, 청소기, 전기밥솥 등등 시간을 벌어주는 온갖 기계문명의 혜택을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간은 늘 부족하기만 하다. 

생각해보면 시간이란 얼마나 다양한 속도를 가지고 잇는 것인지!  112


발리인들은 보기보다 영리하고 강인하다. 며칠 전 이브의 남동생이 이런 말을 했다. "너희 한국인들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면 여행 가는 데 쓰지? 우리는 돈만 생기면 종교의식에 다 써. 그래서 어떤 외국인들은 우리를 비웃지. 하지만 이런 걸 하지 않으면 외국인들이 발리에 오겠어? 발리가 다른 나라와 똑같아지면 누가 여기에 오려고 하겠어?"

외국인이 무엇 때문에 발리를 사랑하는지 이곳 사람들은 잘 안다. 그래서 대대로 지켜온 무화를 외국인에게 비싸게 팔아먹는다. 이들은 우붓 중심가에 들어오려던 맥도널드 매장을 막아낸 경험도 있다. 발리에 개발 바람이 불던 1970년대, 발리 사람들이 정부에 요구했다. 야자 나무보다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도록, 모든 건물은 전통 가옥의 구조를 따르도록 법을 만들어달라고. '5층 이하'라거나 '지상 20미터' 따위가 아닌 '야자나무보다 낮게'라니. 거기 깃든 시적인 마음과 유연함이 사랑스럽다. 그래서 발리에는 3층 이상의 건물이 거의 없어 어디서나 논과 야자나무가 보이고 숲과 계곡이 몸을 드러낸다.

개발과 성장을 추구하다 전통적인 가치를 잃어버린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과 발리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플란플란'하게 흘러가는 삶의 속도 속에서 지킬 것은 지키는 의연함이 엿보이니. 한마디로 발리는 자연을 파괴하며 돈에 영혼을 판 그런 흔한 휴양지가 아니다. 농지 정리라며 계단식 논을 싹 밀어버리고, 주택 현대화라며 초가집을 죄다 없애고, 무조건 개발만을 외치며 살아온 나라에서 온 나는 발리 사람들이 부럽기만 한다.  113-116





스리랑카


낯선 나라를 여행하다 우리는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장면과 마주친다. 내가 살아온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내 상식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런 순간에 단정적으로 평가하고 불평하는 것은 쉽지만 왜, 어째서라는 질문을 던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감수해야 지금 여기에서 유럽에는 없고 스리랑카에만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좋은 여행자의 기본은 질문하는 능력과 겸허한 태도라는 사실도.  154


그날의 기분에 따라 차와 찻잔을 골라 물을 끓이고, 찻잎을 넣고, 차가 우러나기를 기다리는 시간. 그 아무것도 아닌 일에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 나는 좋다. 그렇게 차를 우리다 보면 내가 세상의 속도와는 상관없이 살고 있다는 기분까지 든다. 우리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차우리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162


폐허에 관한 근사한 글을 쓴 영국의 자각 제프 다이어는 이렇게 말했다. "무언가를 배우는 최고의 방법은 그냥 바라보는 것,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말하는 것을 듣는 것뿐이었다."  222





치앙마이


내 몸에 마지막 도시의 바람 냄새가 남아 있고  253


일상처럼 여행에도 지루한 순간, 쓸쓸한 순간이 찾아온다. 그런 순간에 책은 나를 구원한다. ..

생각해보면 여행과 책은 서로 닮아 있다. 질문을 던짐으로써 일상과 그 일상을 둘러싼 세계에 균열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그렇게 가장 온순한 방법으로 자신이 쌓아온 세계를 부수고 더 넓은 세계를 열어 준다는 점에서.  254





라오스


'좋은 여행이란 무엇일까.' '나는 좋은 여행자인가.' 이런 질문에 천착해왔지만 내가 좋은 여행자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  375-377


한 도시도 생명을 가진 유기체와 같다. 생겨나고, 번성하고, 쇠락하기도 한다. 나는 변해가는 어떤 장소의 짧은 순간을 함께할 뿐이다. 여행지가 보여주는 찰나의 얼굴. 그 얼굴이 때로는 내가 보고 싶지 않은 민낯이라 해도 사랑하는 사람을 대할 때처럼 그렇게 바라보고 싶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까지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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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는 말했다. "고독이 두려우면 결혼하지 마라."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고독이 두려우면 여행하지 마라."  9


이야기꾼의 의도는 언제나 듣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에 사로 잡히도록 하는 것이며, 그의 눈을 반짝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햄릿>의 서두에서, 햄릿의 아버지 유령이 한 말은 여행 작가의 이런 의도를 이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가볍디가벼운 한마디로 네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젊은 피를 얼게 하며, 

네 두 눈을 궤도 이탈한 별처럼 만들고,

땋아서 묶어놓은 머리채를 풀어놓고,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세울 수 있으리라.'  10-11


여행의 기쁨, 그리고 그것에 대한 글들이 이 모음집의 주제이다. 무론 여행의 고통도 일부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기억 속의 고통은 서정적인 향수를 자아내기도 한다.  12


일단 움직여야하고 또 어디로 갈지를 알아야 한다. - D. H. 로렌스 <바다와 사르디니아>  16


관점은 여행을 떠나야 비로소 변화한다. 길이 아주 갑자기, 전혀 예상치 못하게, 변명의 여지도 없이 아주 단호하게 방향을 틀거나 급경사로 바뀔 때, 비로소 우리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 모든 것들을 보게 된다. - 제임스 볼드윈 <산 위에 가서 말하라>


오랫동안 떠난 당신은 다른 사람으로 돌아온다. 당신은 결코 갔던 길을 되돌아오지 않는다. - <아프리카 방랑>  17


여행은 마음의 상태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이국적인 곳에 있는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여행은 거의 전적으로 내적인 경험이다. - <신선한 공기의 마니아>  18


여행이 무엇이든 그것은 꿈꾸고 기억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낯선 풍경 속에 앉아 있으면, 그동안 무시무시하게 여겨졌던 온갖 사람들이 나를 찾아온다. 때로는 낯선 침대에서 악몽을 꾸기도 하고, 수년 동안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는 사건들을 머릿속에 다시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거리에서 들려오는 소음 때문에, 혹은 재스민의 강렬한 향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다시 잊는 것인지도 모른다. - <신선한 공기의 마니아>


인생의 다른 경험들도 그렇듯이, 여행에서도 한 번으로 족할 때가 많다. - 헤라클레스의 원주>


여행을 하다 보면 나를 붙잡으려 하고 부모처럼 굴면서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떠날 수 있는 것은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 <바다에 면한 왕국>  19


모든 여행은 순환적이다.. 장대한 여행이란 영감을 얻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일 뿐이다.- <유라시아 횡단 기행>


내가 방금 도착한 장소에 대해 어느 누구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는 것, 바로 이 감정 때문에 나는 여행을 하고 싶어 한다. 이것은 내가 어디론가 떠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 <헤라클레스의 원주>  20


여행에는 삶을 바꿔놓는 마술적 가능성이 있다. 어떤 장소에 홀딱 빠져 그곳에서 새 삶을 시작하고,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동방의 별로 가는 유령 기차>


행복은 바람직한 것이지만 여행자에겐 진부한 주제일 뿐이다. - <아프리카 방랑>  21


여행 중에 발명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기쁨]이라는 시에서 아름답게 표현한 견해와도 같다. 우리가 세상과 마주할 때 "모든 것은 처음으로 생겨난다." "여성을 끌어안는 남자는 모두가 아담이며" "어둠 속에서 성냠을 켜는 사람은 모두가 불을 발명하고 있다"라고 한 것처럼, 스핑크스를 처음으로 보는 사람은 모두가 그것을 새롭게 보고 있다. "사막에서 나는 방금 조각된 젊은 스핑크스를 보았다... 모든 것은 처음으로, 그러나 영원히 생겨난다." - <아프리카 방랑>


여행은 살면서 경험하느 가장 슬픈 기쁨 중 하나이다. - 슈타엘 부인 <코린느 혹은 이탈리아>  22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크든 작든 두 힘 사이의 갈등이 존재한다. 하나는 은밀한 자유에 대한 갈망이고 다른 하나는 넓은 장소로 나아가려는 충동이다. 하나는 내향성, 다시 말해 왕성한 사고와 환상의 내면세계로 향한 관심이고 다른 하나는 외향성, 다시 말해 사람들과 구체적인 가치들이 존재하는 바깥 세계로 향한 관심이다.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러시아 문학 강의>  23


최상의 여행은 혼자 하는 여행이다. 보고 조사하고 평가하기 위해 여행자는 홀로여야 하고 또 홀가분해야 한다. 여행자에게 타인은 방해가 될 수 있다. 타인은 자신의 두서없는 인상들을 여행자에게 밀어 넣기 때문이다. 말동무가 될 만한 사람들은 여행자의 견해에 방해가 될 것이다. 반면에 지루한 사람들은 "이것 봐, 비가 내리네" 또는 "여기 나무가 굉장히 많은데" 같은 허튼소리로 침묵을 망치고 주의를 흩뜨릴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곁에 있으면 사물을 분명히 보고 똑바로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다소 진부하더라도 자신의 감정에 비추어 특별하고 흥미로운 비전을 포착하기 위한 고독의 투명함이다. - <낡은 파타고니아 특급>  23-24


최고의 여해을 위해서는 단절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있는 곳에 집중하라. 집에 돌아갈 채비를 하지 마라. 어떤 일거리도 떠맡지 마라. 연락 두절의 상태로 있어라. 떨어져 있어라.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당신과 어떻게 접촉할 수 있는지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당신이 지금 있는 곳만을 생각하라. 이것이 여행의 이론이다. - <동방의 별로 가는 유령 기차>  24


여행에서 주용한 것은 홀로 도착하는 것, 유령처럼, 해 질 녘 낯선 지방에, 불이 훤한 중심지 대신에 뒷문으로, 대도시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나무가 울창한 시골에, 주민들이 이방인을 본 적이 별로 없지만 친절히 맞이해주는 곳에, 그러나 주민들이 방문객을 다리 달린 돈으로 보지 않는 곳에 도착하는 것이다. - <동방의 별로 가는 유령 기차>  25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은 날에는 체중이 10킬로그램 이상은 줄어든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틀 연속 말을 하지 않은 날에는 내가 사라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빠졌다. 침묵은 나를 투명인간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익명으로 남는 것은, 그런 상태로 흥미로운 장소를 여행하는 것은 떨쳐버릴 수 없는 유혹이다. 그것은 중독된다. - <바다에 면한 왕국>  26


여행자의 또 다른 자만은 자신이 본 것을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이 지나간 길로 풍경을 대체하고 자신이 겪은 사건만을 중요하다 여긴다. 이 점에서 여행자는 착각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착각이 전혀 없다면 여행자는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다. - <바다에 면한 왕국>  28


여행이란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사는 것이다. - <동바의 별로 가는 유령 기차>  29


큰 도시들은 내게 도착지처럼 보인다. 여행자를 벽으로 둘러싸며 멈추게 하는 곳, 거대한 건물들이 여행자에게 "이제 도착했습니다"라고 속삭이는 종점의 의미 외에 아무것도 없는 곳처럼 보인다. - <헤라클레스의 원주>  30


내게 최고의 여행은 언제나 어느 정도의 침범을 포함하고 있다. 위험은 여행자에게 도전이자 초대이다. 모험을 파는 것은 여행 산업의 한 주제가 되었으며, 여행은 전리품이 되었다. - <신선한 공기의 마니아>  31


모든 장소는, 그곳이 어디든 무엇이든 상관없이 방문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방문객이 뜸하고 사람들이 여전히 전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장소가 내게는 가장 가치 있어 보였다. 왜냐하면 이런 곳은 가장 응집된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곳은 해독 가능했고, 거의 언제나 나를 고양시키는 것처럼 느껴졌다. - <헤라클레스의 원주>  32


소설을 쓰는 것과 가장 비슷한 일은 낯선 풍경 속을 여행하는 것이다. - <바다 괴물들을 지닌 일출>  35


보통 여행자들은 대담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의 죄스러운 비밀은 여행이 지상에서 시간을 보내는 가장 게으른 방법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여행은 뼛속까지 게으른 일이며, 교묘하고 빈둥거리는 회피이다.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을 침범하면서 우리의 뚜렷한 부재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방랑하는 식객으로서 아주 불쾌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 <동방의 별로 가는 유령 기차>  36-37


여행자는 낭만적인 관음증 환자 주에서도 가장 탐욕스러운 사람이다. 그리고 여행자의 인격 속 꼭꼭 숨겨진 부분에는 허영과 건방짐, 거의 병적이라고 할 수 있는 허언증이 있다. 여행자의 최악의 악몽이 비밀경찰이나 주술사, 말라리아가 아니라, 다른 여행자와 만나는 일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호기심도 있다. 심지어 가장 소심한 환상가들도 때때로 그들의 환상을 수행하는 만족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때때로 신속히 떠나야만 한다. 무단침입은 어떤 이들에게는 즐거움이다. 게으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목적 없는 기쁨이야말로 순수한 기쁨이다." - <동방의 별로 가는 유령 기차>  37


여행은 편견, 완고함, 편협함에 치명타를 날린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여행이 몹시 필요하다. 인간과 사물에 대한 광범위하고 건전하며 누그러운 견해를 일생 동안 지구의 한 작은 구석에서 무기력하게 지내는 것으로는 얻을 수 없다. - 마크 트웨인 <마크 트웨인 여행기>  38


여행자는 사람들의 누넹 그 본연의 모습으로 비쳐야만 한다. 하느님의 천국에 살 가치가 있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그리고 종교 없이도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는 닳아빠진 셔츠를 입었지만 순수한 인간의 심장을 가졌으며 오래 고통받는 사람이다. 비록 길이 해악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할지라도, 그는 세계의 끝까지 여행할지도 모른다. - C. M. 다우티 <아라비아 사막에서의 여행>  39


여행기와 소설의 차이는 눈에 보이는 것을 기록하는 것과 상상으로 아는 것을 발견하는 것의 차이이다. - <유라시아 횡단 기행>


인간적인 어떤 것이 기록될 때, 훌륭한 여행기가 탄생한다. - <지구의 끝으로>  41


나는 개가 걷는 속도로 여행했을 때 내가 최고의 여행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가드너 맥케이 <지도 없는 여정>  43


모든 진정한 연애가 그 나라 말을 거의 모르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지만, 매혹적인 어둠으로 더 깊이 끄는 외국으로의 여행처럼 느껴진다면, 모든 외국 여행도 연애가 될 수 있다. 거기서 우리는 자신이 누구이며 누구와 사랑에 빠졌는지를 골똘히 생각한다.. 모든 훌륭한 여행은 사랑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으로부터 옮겨져 공포와 경이의 한가운데에 놓이는 것이다. - 피코 아이어 <우리는 왜 여행하는가>  46


그는 자신을 관광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여행자였다. 그는 그 차이가 부분적으로는 시간의 차이라고 설명하곤 했다. 관광객이 일반적으로 몇 주 후나 몇 달 후에 집으로 서둘러서 되돌아가는 반면, 여행자는 한 장소나 그다음 장소에 똑같이 속해 있다. 여행자는 몇 년에 걸쳐 지구의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천천히 움직인다. - 폴 볼스 <셸터링 스카이>


관광객은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 모르고, 여행자는 자신이 어디로 갈지를 모른다. - <오세아니아의 행복한 섬들>


관광은 진짜 게으른 사람을 즐겁게 하는 행위이다. 왜냐하면 관광은 고대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엿듣는 학문과 매우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 <유라시아 횡단 기행>  47


여행은 휴가가 아니며, 대개는 휴식의 정반대이다. - <낡은 파타고니아 특급>  48


사치는 관찰의 적이며, 당신이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는다는 좋은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비용이 많이 드는 탐닉이다. 사치는 우리를 망치고 어린애 취급하며 우리가 세계를 아는 것을 막는다. 이것이 사치의 목적이다. 또한 이것은 호화 유람선들이나 값비싼 호텔들이 마치 다른 별에서 온 것 같은 어리석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이유이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부자들은 결코 경청하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비싼 생활비에 대해 끊임없이 투덜댄다. 실제로 부자들은 대개 자신이 가난하다고 불평했다. - <동방의 별로 가는 유령 기차>  48-49


관광은 정적인 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추구되며, 대개 기동력 있는 부자들이 기동력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저지르는 분별없고 서툰 방문이다. - 낡은 파타고니아 특급>


사람이 큰돈을 벌고 나면 좋지 않은 청취자가 되고, 참을성 없는 관광객이 된다. - <헤라클레스의 원주>  49


도보로 아프리카의 국경을 넘은 일이 없는 사람은 그 나라에 들어간 적이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수도의 공항은 단지 신뢰를 얻기 위한 속임수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나라의 가장자리에 있는 먼 국경은 이 나라의 중심을 이루는 현실이다. - <아프리카 방랑>  52


기차를 타고 가는 여정은 여행이다. 그 밖의 탈것들, 특히 비행기를 타고 가는 과정은 그저 이동일 뿐이다. 여행은 비행기가 착륙할 때에야 비로소 시작된다. - <유라시아 횡단 기행>  54


기차만큼 자세한 관찰을 유발하는 운송 수단은 없을 것이다. 비행기 여해에 대한 문학은 존재하지 않으며 버스 여행에 대한 문학도 그리 많지 않다.

기차는 누구든 그 안에서 마음 내키는 대로 자고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을 쓸 수도 있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지나치는 풍경과 기차 자체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비행기 여행은 늘 똑같지만 기차 여행은 언제나 새롭다.  66


여행에서 해 질녘 기차에 올라 춥고 떠들썩한 도시에서 침대칸 문을 닫고는, 아침에 새로운 위도에 도착하리라는 것을 예감하는 것보다 멋진 일은 없는 것 같다. - <낡은 파타고니아 특급>


재즈의 반은 철도 음악이며, 기차의 운동과 소음은 재즈의 리듬을 갖고 있다. 이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재즈의 시대는 또한 철도의 시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음악가들은 기차로 여행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예 여행을 하지 않았고, 약동하는 템포, 덜컹거리는 소시, 쓸쓸한 휘파람 소리가 노래들 속으로 들어왔다. 노선이 지나가는 철도 주변의 소도시들도 노래들 속으로 들어왔다. - <낡은 파타고니아 특급>  67-68


기차는 운송 수단이 아니라 그 지방의 일부이며 일종의 장소이다. - <중국 기행>


기차는 최소한의 위험으로 최대한의 기회를 제공한다. - <유라시아 횡단 기행>  70


즐거움을 주된 목적으로 삼는 글 중에서 아마도 여행기나 항해기보다 즐겁거나 유익한 것은 없을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 하듯이 그 글이 즐거움과 인류에 대한 정보라는 양 측면을 목적으로 쓰였다면 말이다. 거기에다가 여행자들의 대화가 열렬히 추구된다면, 전반적으로 더 교훈적이고 재미있어질 것이므로, 그들의 책은 훨씬 더 유쾌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 헨리 필딩 <리스본 항해기> 


인간의 관습과 풍속이 모든 곳에서 똑같다면, 언덕과 계곡과 강이 다르다고 해도, 여행만큼 따분한 일은 없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가 지구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다양한 시점들은 여행자에게 그의 노동에 걸맞은 만족을 거의 주지 못할 것이다. - 헨리 필딩 <리스본 항해기> 85


내가 여행 생활을 하면서 내내 존경해온 여행가는 작가 더블라 머피이다. ..

그녀는 결혼한 적이 없었지만 레이첼이라는 딸이 있었다. 그녀는 딸을 홀로 키우면서 인도, 발티스탄, 남미, 마다가스카르 등 어디든지 데리고 다녔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썼다. "아이와 함께 있다는 것은 당신이 공동체의 선의를 신뢰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88-89


'여행할 나라를 선택하라

여행 안내서를 활용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들을 확인하라

그런 뒤 그 반대 방향으로 가라'

이 조언은 정치적 정당성에 어긋나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여행자와 관광객을 뚜렷하게 구분 짓는 것이 '속물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또한 현실적이기도 하다. 현실 도피적인 여행자는 공간, 고독, 침묵을 필요로 한다. 비극적이게도 나는 길이 나면서 자연 서식자가 사라져가는 것을 수차례 목격해왔다.  90


'역사를 열심히 공부하라'

어떤 종교의 역사에 대해 무지한 채 여행한다면 어떤 것이나 어떤 사람의 '이유'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당신의 여행에 새로운 차원을 더해 주리라고 믿는다 해도, 전문적인 사회학적 혹은 정치적인 연구는 불필요하다. 그러지 않아도 여행을 하다 보면 현 정치 상황이 충분히 드러날 것이다... 여행하기 전에 종교적이고 사회적인 금기 사항들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배워라. 그런 뒤 이 금기들을 성실하게 존중하라. 선물로 돈을 주는 것이 부적절한 곳에서 어떤 대체물이 그 역할을 행하는지를 알아내라.  91-92


'혼자 여행하거나 사춘기 이전의 아이와 함게 여행하라'

어린이의 존재는 공동체의 선의에 대한 당신의 신뢰를 강조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인종이나 문화적인 차이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92


'주의하되 소심해지지 마라'

단지 용감하거나 무모한 사람들만이 지도에 표기되지 않은 곳을 혼자 여행한다는 것은 아무 근거가 없다. 사실 현실도피주의자들은 극도로 주의 깊다. 이것이 그들의 특징이며 생존 메커니즘의 본질적인 구성 요소이다. 그들은 출발 전에 가능한 위험들을 검토하고, 일어날 법한 위험에 대처할 준비를 한다. 

여기에 기질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병이 반쯤 비었는가 혹은 반쯤 찼는가? 왜 집에 편안히 있지 않고 외국에서 당신의 뼈를 부러뜨리려고 하는가? 낙천주의자들은 재앙이 발생할 때까지 믿지 않고, 그래서 두려워하지도 않는데, 이는 용감함의 반대라고 할 수 있다.  96


존 스타인벡 : 여행에 대한 글쓰기는 개미탑을 쌓는 행위이다. 

그것은 형태도, 모양도, 목적도 없고, 심지어 요점도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것은 가장 예리한 사실주의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 주위에서 보이는 것은 개미가 파낸 흙이 땅 위에 쌓인 개미탑처럼 목적과 요좀이 없기 때문이다. - 1961년 7월의 편지 <스타인벡:편지 속의 삶>  103


여행할 때, 지식을 집으로 가져오고 싶다면 몸에 지니고 와야 한다. - 새뮤얼 존슨의 말, 제임스 보즈웰의 <존슨의 생애>중에서  149


여행가의 조건 - 당신이 건강하고, 모험심이 강하며, 재산이 적당히 있고, 마음을 특정 대상에 집중할 수 있다면 여행하라. - 프랜시스 골턴  201


강력한 사람이 반드시 가장 뛰어난 여행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일을 최상으로 이루는 데 관심을 갖는 사람이 가장 뛰어난 여행가가 된다. - 프랜시스 골턴


따분한 여행은 일행을 서로 화나게 하기 쉽다. 그러나 여행가는 힘든 상황에서도 그의 의무에 최선을 다한다. 그는 두 배로 친절하게 대하고, 모욕적인 말을 점잖게 받아들이며, 응수하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하는 것을 의무라고 여긴다. 이러한 때에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너무 딱딱하게 구는 것은 과잉일 뿐이다. 왜냐하면 정작 어려운 것은 말다춤을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프랜시스 골턴  202


한두 가지 시련은 대부분의 위대한 여행기들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여행자는 유쾌하고 수월한 여행으로부터 벗어나 운 나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런 뒤 시련은 책에 진지함과 깊이를 더해준다. 그 결과 우리는 여행자를, 자신의 한계를 시험당하는 한 사람의 본성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205


일반적으로 영국인의 여행의 역사는 햇빛을 찾아 떠난 역사이기도 하다.  220


여행자는 이방인이다.  228


이방인이 되는 것은 어렵다. 여행자는 아무 권력도 영향도 알려진 정체성도 없다. 이것은 여행자에게 낙천주의와 가슴이 필요한 이유이다. 왜냐하면 확신 없는 여행은 비참하게 끝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여행자는 익명이고 무지하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에게 휘둘리거나 속기 쉽다. 여행자는 '미국인' 혹은 '외국인'으로 알려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거기에는 어떠한 권력도 없다.  230


나는 어떤 곳에 가기 위해 여행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여행할 뿐이다. 나는 여행을 위해 여행한다. 중요한 일은 움직이는 것이다. 우리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과 장애물을 좀 더 가까이에서 느끼기 위해, 문명의 이 깃털 침대로부터 내려오기 위해, 그리고 잘린 부싯돌들이 뿌려진 지구를 이 발밑에서 느끼기 위해.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당나귀와 함게한 세벤느 여행>


여행은 기껏해야 자서전의 단편일 뿐이다.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세벤느 일기:프랑스 고산 지대 여행에 대한 노트>  239


나는 기차 여행의 주된 매력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차는 우리를 목적지로 데려간다. 기차는 스쳐 지나가는 장면을 거의 방해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은 그 지방의 차분함과 정적으로 가득 차게 된다. 그리고 날듯이 달리는 차량들 안에 우리가 머물러 있는 동안, 사념은 기분이 내키는 대로 인적이 드문 정거장에서 내린다.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질서 잡힌 남쪽>  240


모든 진지한 순례자는 순례의 장소를 발로 여행한다. 걷는다는 것은 정신적인 행위이다. 홀로 걷기는 우리를 명상으로 이끈다. 순례를 가리키는 한자는 '산에게 경의를 표함'이라는 뜻이다.  244


보행자는 사물을 명료하게 본다. 보행자의 머리 위의 태양, 보행자의 얼굴을 스치는 바람, 보행자의 발밑에 있는 땅 등.  253


신성화된 걷기는 육체적인 운동과 혼동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걷기는 요가나 정신적인 행위에 더 가깝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말하는 걷기는 병자가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고 아령이나 의자를 드는 운동과 전혀 다르다. 걷기는 하루 일과이며 모험이다." 걷기는 사고의 과정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걸을 때 반추하는 유일한 동물인 낙타처럼 걸어야 한다. 어떤 여행자가 워즈워스가 하인에게 그의 주인의 서재를 보여달라고 부탁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여기가 그의 도서관이에요. 그러나 그의 서재는 야외랍니다.'"  261-262


모트 로젠블룸.. 나는 그가 40년 이상 먼 곳들을 여행할 때 도움이 되었던 몇 가지 여로의 규칙들을 제공해달라고 부탁했다..

셋 - 많은 메모를 하고, 해독할 수 없게 되기 전에 메모들을 재독하라. 아니면 그건 단지 나에게만 해당될지도 모른다. 지금은 녹음기가 신뢰할 만하다. 하나 가지고 다녀라. 당신이 놓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놀랄 것이다. 

열 - 어떤 먼 곳에 도착하자마자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빠져나가는 가장 빠른 길을 알아내는 것이다. 즉 버스나 기차나 비행기 시간표를 체크하라. 어떻게 떠나는지를 미리 알아야 한다.  355-358


레비스트로스는 그의 여행기인 <슬픈 열대>

그는 철학자로 훈련받았지만, 인류학과 언어학의 탁월한 이론가였다. 그는 또한 신화학의 해설자였고 구조주의의 서술자였다. ..

여행은 보통 공간의 이동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것은 부적절한 개념이다. 여행은 공간, 시간, 사회 계층에서 동시에 발생한다. 각각의 인상은 이 세 개의 축에 공동으로 연관될 때에만 규정될 수 있다. 그리고 공간은 본질적으로 3차원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여행에 대해 적절한 묘사를 하려면 다섯 개의 축이 필요하다. - <슬픈 열대>


여행자가 여행을 통해 자신의 문며오가 근본적으로 다르고 이상하게 느껴지는 문명과 접촉했던 시대가 있었다. 지난 수 세기 동안 그러한 예는 점점 줄어들었다. 현대의 여행자는 인도를 방문하든 미국을 방문하든, 생각보다 덜 놀란다. - <슬픈 열대>


아마도 그때의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막보단느 내 마음의 사막에 대한 탐험이었다. - <슬픈 열대>  359-360



하나 - 집을 떠나라.

둘 - 혼자 가라.

셋 - 가볍게 여행하라.

넷 - 지도를 가져가라. 

다섯 - 육로로 가라.

여섯 - 국경을 걸어서 넘어라.

일곱 - 일기를 써라.

여덟 - 지금 있는 곳과 아무 관계가 없는 소설을 읽어라.

아홉 - 굳이 휴대전화를 가져가야 한다면 되도록 사용하지 마라.

열 - 친구를 사귀어라.  488-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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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딱 한 가지만 설명해줘. 그렇게 산다고 달라지는 게 뭐야?"  29


보이지 않는 부분을 상상하고, 외양의 뒷면을 보는 것..

그의 직업에서 핵심은 바로 그것이었다.  34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건 상처가 남는 일을 겪었기 때문이야.  91


그린우드에 사는 사람치고 부모나 친구, 배우자 중에 마약 딜러나 마약중독자가 없는 경우는 드물었다. 마약 거래를 지탱하는 네 개의 기둥은 폭력과 공포ㅡ 질병과 죽음이엇다. 심지어 경찰도 압수한 마약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되파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린우드에서 잘 나가는 마약 딜러라면 일주일에 대략 수천 달러를 벌어들였다. 마크과 커너의 동급생 중에도 갱단에 들어가거나 마약 거래를 위해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두 사람 역시 남드로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라고 못할 건 없잖아."

마크가 말을 꺼냈다.

"뭘?"

커너가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몰라서 물어? 우린 머리도 좋고 눈치도 빨라. 그린우드의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야. 자고가 자기 밑에서 일하지 않겠냐고 묻더라. 그놈이 일주일에 얼마를 버는지 알아?"

커너가 벌컥 화를 냈다.

"난 마약에 손대고 싶지 않아."

"마약중독자가 되자는 게 아니라 딜러를 해보자는 거야. 잘만 하면 이 년 안에 학비 정도는 벌 수 있어."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야."

"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가 금주법 시대에 뭘 했는지 알아? 술을 불법적으로 수입하고 몰래 팔아 넘겨 엄청난 돈을 벌었어. 그 덕분에 아이들을 대통령으로 만든 거야. 그 덕분에 우리에게도 시민권이 생긴 거고."

"특수한 경우이고 옳지 않은 일이었어. 일반화시키는 건 문제가 있어."

이번에는 마크가 성을 냈다.

"그럼 여길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말해봐. 우리가 무슨 재주로 돈을 벌어 대학게 진학할 수 있는지 말해보라니까. 한시바찌 이 동네를 빠져 나가지 못한다면 우리는 아마 십 년 뒤쯤 무덤 안에 누워있거나 감옥에 가있게 될 거야. 그건 내가 장담하지."

"물론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어. 하지만 손쉬운 해결책을 바라서는 안 돼. 만약 우리가..."

커너의 목소리가 쑥스러운지 가볍게 떨려나왔다.

"만약, 뭐?"

커너가 침을 꼴깍 삼키더니 친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맺었다. 

"만약 돈을 마련하기 위해 마약 딜러를 한다면 우린 모든 걸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아무리 절박해도 우리가 가진 이상과 가치만큼은 절대로 포기해선 안 돼."

마크는 주먹을 불끈 쥐고 돌아서 철책을 힘껏 때렸다. 잠시나마 마약을 팔아서라도 학비를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럽고 원망스러웠기 때문이다.

커너가 자책하는 마크의 어깨에 손을 얹어놓았다.

"걱정할 것 없어. 마크. 두고 봐. 언젠가 반드시 기회가 올 테니까. 우린 틀림없이 여기서 벗어나게 될 거야. 내가 약속하지."

커너의 말에는 강한 확신이 실려 있었다.  171-173


우리는 마치 호두 같아서, 깨뜨려야 속을 볼 수 있다. - 칼릴 지브란  195



'아직은 때가 아니야' 그 다음에는 '이미 너무 늦었어'라고 말하다 보면 인생 최고의 시간이 다 지나간다 -구스타프 클로베르  215



"만약 우리 엄마 대신 죽은 사람이 아저씨 딸이라면 용서할 수 있겠어요?"

"솔직히 나도 자신하지는 못해."

마크가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다만 용서를 위해 노력하리라는 점은 자신할 수 있어."

마크가 아이스크림에 장식용으로 얹혀 있던 작은 종이우산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는 라일라를 쳐다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용서이고, 가장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걸 알아."

마크가 차분하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용서하라는 건 너 자신을 위해서야, 에비.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에비가 어깨를 으쓱했다.

"저는 이미 끝났어요. 저한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요. 가족도, 돈도, 미래도..."

"아니야, 앞으로 네 앞에는 창창한 삶이 남아있어. 결코 미래를 포기해서는 안 돼. 미래를 회피하기 위해 변명을 늘어놓지는 마."

"그놈은 살인자예요! 반드시 응징해야 해요."

에비가 목 메인 듯한 소리를 질렀다.

그때서야 마크는 처음부터 에비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내 말 잘 들어봐, 에비. 나 네가 그레이그 데이비스라는 사람 말고 정말로 벌주고 싶은 사람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데..."

에비가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네가 정말로 죽이고 싶은 사람은 바로 너 자신일거야. 그렇지 않니?"

"아니에요!"

에비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펑펑 쏟을 것 같은 눈으로 소리쳣다. 그녀가 미처 충격을 흡수할 틈도 주지 않고 마크의 공세가 이어졌다.

"넌 엄마의 말을 믿지 못했던 네 자신이 미웠어. 엄마가 숨진 것에 대해 얼마간의 책임이 너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 거지. 넌 무엇보다 그 사실을 견디기 어려웠을 거야."

"아니에요. 아저씨가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하시죠?"

입으로는 강하게 부정했지만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이미 진실에 대한 고백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진 마. 처음부터 네 잘못은 없었으니까. 아무것도."

마크는 에비를 합리적으로 설득하려고 애썼다.

에비의 목소리는 이제 흐느낌으로 변해 있었다.

"제가 왜 그랬을까요? 왜 엄마를 믿지 못했을까요?

"그건 네 잘못이 아니었어.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테니까."

마크가 소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엄마는 늘 저한테 거짓말만 햇어요. 하지만 그때는 거짓말이 아니었는데, 그때는."

"다 잘 될 테니까 이젠 잊어버려."

에비는 감정이 북받쳐 마크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흐느껴 울었다. 마크가 가슴 깊이 감추어둔 응어리를 터뜨려버린 것이다.  244-246


"대단히 비극적인 사건을 겪었어요. 평소와 다른 점은 제가 바로 그 비극적인 사건의 주인공이었다는 겁니다. 막상 저에게 비극이 닥쳤을 때 평소 많은 사람들에게 해준 조언이 정작 제 자신의 고통을 치유하는 데는 그리 유용하지 않더군요."  249


네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거든 어디서 오는지를 기억하라 - 아프리카 속담



"아마 살아오는 동안 아무도 너에게 친절을 베풀거나 도움을 준 적이 없었을 거야. 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감각해질 필요가 있었고, 불신이라는 방어벽을 높게 쌓아올려야 했겠지."

"그래, 네가 옳았어. 이 냉혹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부득이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한데 나를 가둔 채 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었어."  281


눈을 감고 살면 정말 쉽다 - 존 레논



두려움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사람은 사랑, 믿음, 증오, 심지어 회의까지 자기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없애버릴 수 있다. 하지만 삶에 집착하는 한 결코 두려움을 없앨 수는 없다 - 조셉 콘래드  284



행복해지려면 불행을 감수해야 한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어떻게든 불행을 피하기 위해 애써서는 안 된다. 그 보다는 어떻게, 누구로 인해 불행을 극복할 수 있을지 찾아봐야 한다 - 보리스 시룰리크  295



때로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대단치 않은 변화에 의해 좌우된다. 한 번의 만남, 한 번의 결정, 한 번의 기회, 한 가닥의 가느다란 선...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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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내가 이렇게 긴 여행을 해도 괜찮은가 하는 걱정."

...

"넌 지금 이 시간이 낭비라고 생각해? 네 여행은 낭비가 아냐! 이건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특별한 시간이라고!"


손이 차다는 말보다는 그 손을 끌어다 옆에 두는 편이 더 낫다.

보았다는 말보다는 느꼈다는 말이 더 낫다.

이상하다는 말보다는 특이하다는 말이 더 낫다.

"네 말을 이해 못하겠어"라고 말하기보다는 

"다시 한번 말해줄래"라고 말하는 게 더 낫다.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는 걸 수치스러워하기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수치스러워하는 게 더 낫다.

지겨워하기보다는 환불을 받는 편이 더 낫다.

다리 아파하기보다는 부서진 의자에 못을 박는게 더 낫다.

"어릴 때 무엇이 되고 싶었습니까?"라는 질문보다는 

"운이 좋다고 믿으세요?"라고 묻는 편이 더 낫다.

침묵하는 습관보다는 말을 적게 하는 습관이 더 낫다.

어둡다고 불평하기보다는 점차 익숙해지기를 기다려 

작은 불빛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게 더 낫다.

많은 것을 보기보다는 많은 것을 다르게 보는 눈이 더 낫다.

자신이 열등하다고 믿기보다는 가위 바위 보의 확률을 믿는 편이 더 낫다.

많이 달라진 그를 탓하기보다는

전혀 변하지 않은 나 자신을 의심하는 게 더 낫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지 못했다고 투덜대기보다는 

하루에 세 번 자기가 원하는 걸 기도하는 편이 더 낫다.

많이 먹기보다는 오래된 생각을 버리는 게 더 낫다.

사랑하기보다는 사랑받는 편이 더 낫다.


길은 언제나 우리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떤는 건 우리의 진심이야. 돈, 시간 그리고 미래 따위를 생각하면 우린 아무데도 갈 수가 없으니, 네 얼굴을 닮은 꿈과 네 마음을 닮은 진심을 놓치지 않기를...


타인의 취향

커피를 마시고 바로 컵을 씻어놓을 수도 있다.

담배를 피우면서 초를 켜놓을 수도 있다. 

한 가지 브랜드의 음식만 고집할 수도 있다.

집 안에 하나 이상의 불을 켜두고 잘 수도 있다.

자기 전, 그리고 일어나서 반드시 샤워를 할 수도 있다.

길을 걸을 때 항상 왼쪽으로만 걸을 수도 있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볼륨을 작게 해서 들을 수도 있다.

욕실에 머리카락이 떨어진 걸 못 참을 수도 있다.

라떼를 마실 때 우유 대신 두유를 넣을 수도 있다.

일을 할 때는 전화를 받지 않을 수도 있다.

문자 메시지보다 음성 메시지 남기는 걸 더 좋아할 수도 있다.

옆에 누가 있으면 잠들지 못할 수도 있다.

머리를 자를 땐 혼자 가야 하는 거라도 믿을 수도 있다.

자는 내내 벽에 붙어서 잘 수도 있다.

껌을 씹으면서 담배 피울 수도 있다.

치즈를 못 먹을 수도 있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지 않을 수도 있다.

사용한 수건을 아무데나 걸어둘 수도 있다.

옷 비렬 입기를 좋아할 수도 있다.

아무데서건 코 후비는 걸 좋아할 수도 있다.

그리고 손을 잡고 걷는 걸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

어느날 당신은 당신과 전혀 다른 취향을 가진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서로에게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지면,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취향을 따라하게 될 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취향을 둘러싼 그 이상의 것들 편에 서서 그를 배려하게 될 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랑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취향에 대해서만큼은 좀더 자연스러워지고 편안해지는 것.

하지만 난 지금껏 취향 때문에 몇몇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다.

이해하기보단 부담스러워햇다. 덮어주기보단 비아냥거렸다.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등을 돌려버렸다.

지금보다 더 유치하고 어리석었던 그 시절 때문에라도이제는 내가 사랑할 사람들한테 내 취향을 짓밟힐 준비가 돼 있다.  


어쩌면 그게 여행

밤새도록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새벽녘에 꾼 꿈에 놀라 일어나 왠지 모르게 슬픈 기분이 밀려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무슨 요일인지 중요하지 않은 당신의 게으른 어느 일요일, 모처럼 활짝 열어놓은 창문으로 불어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문득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며칠동안 익숙했던 길이 오늘다라 낯설어 보여 지도를 확인하게 되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도 모른다. 

당신 옆에 잠들어 잇는 누군가를 보며 포근함을 느낀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고민해서 산 기념품을 들여다보며 A에게 줄까, B에게 줄까, C에게 줄까 고민하며 행복해하는 마음이 어쩌면 여행인지 모른다.

서랍을 정리하다 영수증 뭉치에 가려진 여권을 찾았을 때의 설렘,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문득 통장의 잔고를 떠올리다가 동시에 '그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라는 생각이 든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집에 두고 온 선인장이 지금쯤 어떻게 되지는 않았을지 조금 걱정이 된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혼자 지내는 여유가 너무 싫지만 그래도 여유의 끝을 생각하는게 싫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낯선 사람들의 시선을 낯설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 그 시선으로부터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딴 생각을 하다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쳐 다시 돌아오는 열차에 몸을 실으며 한번 웃게 된다면, 어쩌면 그게 더 여행다운 여행인지 모른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별과 달을 보며 고향에서 본 적이 있는 별과 달을 떠올리게 된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길을 걷다 마주친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 뒤돌아봤을 때, 거기에 아무도 없어 아쉽고 서늘한 마음이 든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 때문에 연회비를 내면서까지 그 카드를 사용하는 고집,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 치약이 떨어졌다는 걸 알고 물로만 입을 헹구면서 '저녁에 들어오면서 치약을 사야지'라는 마음이 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한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어쩌면 여행인지 모른다.

붉게 물든 서쪽 하늘로 날아가는 비행길르 오랫동안 바라보며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만약 이 글을 읽고 동감한다면, 당신은 아주 오래전부터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내 남은 여행길을, 해도 되는 일로 채울 것인가, 하면 안 되는 일로 채울 것인가.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벼룩시장을 만난다. 거기에 나와 있는 물건들은 거의 대부분 쓰던 것들이지만 마음에 어떻게 와닿느냐에 따라 그 물건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그릇에 새겨진 글자 하나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할 것이고, 가구의 서랍 깊숙이 들어 있는 엽서 꾸러미가 탐이 나 흥정을 시작하고, 오래전에 잃어버렸을 법한 가방 하나에 지갑을 열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사람들이 벼룩시장에 가는 것은 벼룩에 물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잃어버린 것, 소중한 줄 모르고 던져버린 것들을 찾기 위해서 그렇게 두리번 거리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중에 얻은 또 다른 휴가.

아무것도 보지 않고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시간...

여행을 떠나오기 전 내가 좋아하는 안선배가 해줬던 말처럼, 인생에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진 걸 소모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훌륭한 경험인지 모른다.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째, 사진을 본다.

둘째, 그 사람과의 추억이 깃든 물건을 만지작거린다.

셋째, 그 사람과 함께 듣던 음악을 듣는다.

넷째, 그 사람이 좋아했던 차를 한 잔 마신다. 또는 두 잔.

다섯째, 그 사람이 좋아했던 옷을 입어본다.

여섯째, 예전에 주고받은 메일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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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고통을 진정시키고 

죽음을 떼어놓고

사랑과 관련되지 않은 관계들을 해체하고 

낮을 증가시키고

밤을 단축시키며

영혼을 대담하게 만들고

태양을 빛나게 한다.  - 파스칼 키냐르



여행은, 

맨발을 빨리 뛰게 하고

가쁜 숨을 진정시키고

얽매임을 떼어놓고

내 삶에 그어진 선들을 해체하고

모험과 미소를 증가시키고

불행을 단축시키며

행동을 대담하게 만들고

내 영혼을 빛나게 한다.  - 변종모



어차피 떠나는 자는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여행에 선진국이 어디 잇고 후진국이 어디 있으랴, 어디를 사느냐는 아무런 문제가 안 되는 것인데 말이다.  21



잘못된 과거란 없다. 다만 잘못되어 가고 있는 현재가 있을 뿐. 아픈 것도 내 추억이며 슬픈 일도 내 추억인데 왜 말하지 못하고 왜울지 못했던가?  27



생각해보면 나는 늘 이런 식의 여행을 꿈꾸어왔다.

계획 없이 목적 없이 나를 올려놓는 것이 나에게 어울리는 여행이라 스스로 위로하며 나는 매범 계획없이, 준비 없이 떠나온 여행에 더이상 불안해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다만 조금 불편할 뿐이며 그 불편함의 여행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가져다부리라 믿는다. 적어도 나에게는 오직 길 위에서 느끼는 행복. 나는 이 행복을 길게 말끽하리라. 쫓겨 가지 않으리라. 쫓아가지 않으리라. 계획 밖에서 계획을 세우고 목적 없는 목적으로 조금 더 느긋하게 걸어가는 연습을 할 것이다. 지나온 시간은 모든 것이 빠르다. 아니 빨랐다.

감정도 생활도 이별도 상처도 쉽게 가지려 하고 빨리 이루려 하고 빨리 회복하려 했다. 마치 느린 것은 쓸모없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빠른 속도보다 느린 속도에 더 불안한 속도감을 느끼며 살았다. 세월이 빠른 것이 아니라 생각이 빠르고 행동이 빨라서 마음이 따라갈 수 없는 것임을 나는 잊고 살았는지 모른다.  45-46



모든 상황이나 현상은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고 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시간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 과거에는 행복이었다가 현재에는 독약이 되는 것들이다.  53



낯선 곳에서 길을 잃게 된다면 자신이 잃어버린 정보에 집착하기 보다는 그곳에서 만나게 될 새로운 것들에 대하여 여유로운 마음으로 침착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조심조심 걸음을 옮기는 일,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어차피 자신이 준비한 정보도 낯설기는 마찬가지일 테니까.  55



축제의 반대편에 자리한 그곳은 노인들의 시간이다. 축제가 젊은이드르이 시간에 파묻혀 환호하는 동안 노인의 시간은 조용히 오래도록 그것을 바라보며 미동이 없다. 아무도 찾지 않을 그 어두컴컴한 가게 안에서 무슨 생각으로 그 긴 시간들을 지켜내고 계실까?

한때 저 멀리서 들려오는 축제의 대열에서 화려하게 옷을 입고 환해했던 날이 분명 있었을 텐데 지금 할머니의 귀에는 그 환호성마저 들리지 않는 듯핟. 세월은 ㄸ러어지는 꽃가루보다 빠르게 진행되어 이렇게 어두컴컴하게 남는다. 누구의 시간인들 그 떨어지는 꽃가루들을 피할 길 있겠는가? 모두가 떨어지고 나면 흔적 없이 쓸려나갈 시간 앞에 무기력한 마음이 무겁다.

화무십일홍 인불백일호(花無十日紅 人不白日好). 꽃은 열흘 붉은 것이 없고, 사람은 100일을 한결같이 좋을 수 없다 했으니 영원하지 못할것들 앞에 함부로 애틋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나는 오늘 이 축제의 뒷골목에서 쉽게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애특한 마음으로 지는 해를 바라본다.

나는 왜, 저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보면서도 영원하리라 믿으며 사는 것일까? 그리 살아도 되는 것일까?



인연이란 아무런 예상도 못한 곳에서도 불현듯 시작이 될 수도 있고 한쪽의 노력만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기억이 증명해주겠지만 좋은 추억이 확인시켜 주는 것이기도 하다.


내 인생에서 사라졌던 사소한 기억 하나를 소중한 추억으로 바꿔준 사람.


이 길 위에서 만나게 될 많은 인연들아! 당신들은 어쩌면 내 인생의 순간순간을 연결하는 우연 아닌 필연인 것이다. 부디 만나서 좋은 것으로 기억되게 해다오. 먼 훗날, 당신의 추억 속에서 기억되는 내가 있을지 모르니 나는 그속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다. 


* 에스페란토(Esperanto) :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인공어. "에스페란토"라는 이름은 1887년 발표한 국제어 문법 제1서에 쓰였던 라자로 루드비코 자멘호프의 필명인 "에스페란토(희망하는)박사"에서 유래하였다. 국제적 의사소통을 위해, 배우기 쉽고 중립적인 언어를 목표로 하여 만들어져싿. 현재 에스페란토응 여행, 의사교환, 문화 교류, 편지, 언어교육등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 200만 명의 사람들이 에스페란토로 대화할 수 있다. 그중에서 약 2,000명은 에스페란토를 말할 줄 아는 부모 사이에서 에스페란토를 모국어로 습득했다.



"네 마음에 진심이 없으니 타인에게도 극진할 수 없는 것이야."

스스로에게 진실하기. 그것이 내게 혁명이다.



출발지와 목적지의 중간에서 자신을 생각해보는 시간, 그 시간들은 여행보다 간절하고 여행보다 현명한 시간이 아닌가 한다.



매번 새로운 것을 보려는 피곤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모든 것을 잊어 보는 일. 지금은 세상과 격리된 시간이다. 내가 처음 세상에게 피곤함을 느꼈을 때 제일 하고 싶었던 일, 그것은 오롯이 혼자 되는 일이었다. 나는 그것을 바라고 여행을 떠났는지 모른다.


불특정 다수와 소통해야 하는 것 또한 여행이다.



어디서나 외롭기는 마찬가지인데 유독 여행만 떠나면 더 외로워지는 건 무슨 조화인지 자꾸만 다녀봐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급하고 모든 것이 빠른 세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무게와는 관계없이 속도만 낼 수 있다면 어떠한 종류의 신발이라도 신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는지.

빨리 만나고 빨리 이별하고 질감 없이 사랑하고 상처 없이 이별하는 세상. 답답하면 갈아 신으려 하고 싫증나면 교체하려고만 하는 세상. 온몸을 다해 부딪쳐 본 적 있었나 자신도 아프면서 상대방에게 다가간 적 있는가?

이제 맨발처럼 살아보리라.

거친 길에서 아파도 하고 부드러운 길에서 수굿하기도 하면서 그래서 피가 나게 다시 사랑도 해보고 굳은살이 박이듯 호들갑스럽지 않게 지난날도 잊어보리라.



따지고 보면 세상에 미치지 않고 돌지 않고 살 수 있는 날이 며칠이나 되던가. 제 기준을 벗어나면 미친놈이 되는 세상이고 그 기준 또한 미치지 않고서야 당해낼 수 없는 것들이라 우리는 매일 서로를 미치게 하고 스스로 미쳐야 살 수 있다. 당신은 미치지 않았는데 나만 미쳐 날뛰다보면 어느 순간 이별이고 어느 순간 혼자다.

당신은 왜 나에게 미치지 못하고 나만 당신에게 미쳤던가. 그래, 무엇에든 미쳐야 산다. 일에 미쳐서 살고 사라에 미쳐서 살고 외로움에 미쳐서 살고, 그 무엇도 아닌 것에 미쳐서도 산다. 

이제 이 미친 곳에서 제대로 미치고 싶다. 제대로 미쳐 산다면 당신과는 상관없이, 결과와는 상관없이 최소한 후회는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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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청춘

여행밑줄 2012. 12. 5. 14:58

청춘은 젊음이다. 육체의 젊음도 있으나, 정신의 젊음도 있다.

청춘은 가능성이다. 먼 미래에 대한 가능성도 있으나, 당장 내일 혹은 다음주에대한 가능성도 있다.

청춘은 웃음이다. 무얼봐도 웃을 수 있는 감성도 있으나, 어떠해도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도 있다.

청춘은 욕망이다. 이것역시 육체의 욕망도 있으나, 정신의 욕망도 있다.

청춘은 설익음이다. 경험한 것 보다 경험할게 더 많음도 있으나, 세월이 흘러도 경험할게 더 많음에 대한 앎도 있다. 

청춘은 역동적이다. 움직임의 역동도 있으나, 생각의 역동도 있다.

청춘은 철없음이다. 럭비공 같음도 있으나, 철들면 죽음도 있다.



청춘을 표현하기에는 사전적 정의를 빌려오지 않고서도 다양하게 표현해낼 수 있다. 그렇기에 나이들면 청춘을 동경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청춘은 살아온시기가 많지 않기에 청춘이라 불린다. 그런 물리적인 시간적의미에서의 청춘은 눈에 보이는 청춘이다. 허나 눈에 보이지 않는 청춘도 청춘이다.

이것은 단번에 눈에 띄지 않는다. 겪어보아야만 알 수 있는 청춘이다.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청춘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청춘이다. 여행자들은 젊다. 또한 젊지 않은 여행자들을 많이 본다. 서양인들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분들이 자유롭게 여행을 많이 한다. 근래들어서는 한국 사람들중에서도 그러한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나를 기준으로 40대, 50대, 60대, 70대의 개인 여행자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들의 잠자리는 호텔이 아닌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였고, 이동수단은 대절 차량이 아닌 현지의 흔한 교통편이나 도보였다. 그들의 음식은 고급식당이 아닌 현지인들의 저렴한 식당이었고, 구경거리는 유명지에 한정된것이 아닌 도시나 시골의 정취와 소소한 사람이었다. 


이들을 청춘이라 부르지 않아야 할까?

나는 인생 선배들과 이야기하며 내 안에 가지고 있던 기성세대에 대한 딱딱한 해석을 중화시켰다.

내가 만났던 선배들은 대체로 청춘과의 소통이 가능했다. 때론 그들이 청춘인지 내가 청춘인지 헷갈릴때도 있을 정도로..


몇 해전 나는 여행자들이 잘 드나들지 않는 평범하고 조용한 시골마을을 걷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마을의 시장은 마을사람들의 생동감에 충성함을 전하고 있었다. 그 길을 걷는데 낯익은 언어가 들렸다. 

"서울사람이요?"

이건 뭔가? 현지어를 잘못들었나? 이들이 이런단어를 사용할 수 있나?

놀란 눈으로 두리번거리니 다시한 번 "우리나라 사람 맞네."

식당이라기엔 뭔가 부족한듯하고 카페라고 하기엔 너무한 가게의 야외(야외라고하기에도 어중간하다. 가게는 주문만 할 수 있고, 음식이나 차는 문밖에서 먹어야 하니까.) 테이블 한켠에 앉은 거지(?)가 한국인이었다. 

아니 얼핏보면 거지고, 자세히보면 여행자였다...ㅎ


얼떨떨한 표정으로 "안녕하세요"하니 "바쁠것 없는데 커피 한 잔 하고 가세요."한다.

얼떨떨한 표정은 당연히 나라를 막론하고 여행자들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곳이고 그것도 이른 아침이었는데, 우리말을 들어서 얼떨떨한 거다. 절대 거지(?) 복장과 표정보고 얼떨떨한 것 아니다.

아무튼 어헛~~ 공짜 컾를 마다할리 없다.


그는 당시 54세의 H형이다. 아저씨다. 53에 대기업임원으로의 생활에 과감히 이별을 고하고 자신을 위한 여행중이었다. 형수와 두 아이들은 남겨두고서. 형수에게 함께가자고 이 주일동안 설득했으나, 아이들이 어리니 그럴 수 없다고 했단다. 아이들은 18, 20살이란다. 

얼핏 철없다. 하지만 그와의 대화에서 나는 나보다 청춘임을 알 수 있었다.

"왜 여행을 선택하신 건가요?"

"하트송 때문에"

"그게 뭔가요?"

"매티 스테파넥이란 젊은 시인의 책인데, 그 책을 보고는 갑자기 나도 아직 살아았음을 느끼고 싶었어. 그러새 다 그만두고 떠나는거야. 내 인생에 한번도 이런 이탈을 해본적이 없어서.."

그렇게 선택한 여행은 10개월째 진행되고 있었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을 떠나며 책을 딱 두 권 챙겼단다. 그 두 권 중에 한 권을 나에게 주었다.

"왜 주세요? 두권 뿐이라면서요."

"그냥, 이런곳에서 만난 한국사람이니까. 실은 8개월만에 한국사람과 이야기 한거야, 근데 54년만에 내 속에 이야기를 한 것이거든."(그랬다. '차 한잔'때문에 시작된 이야기는 점심을 넘겨서 끝이났다.)

"소중한 책을 제가 받기에는 부담스러우니 마음만 받을게요."

"아냐, 나머지 한 권도 하느송이야. 영문판. 영문판으로 줄까?"

"앗.. 아뇨. 한글판 할게요. 형님 감사해요. 전 지금 드릴게 없으니 제몸을 드릴게요."

우린 따뜻한 포옹을 격하게 그리고 족히 5분동안을 하였다.


<하트송>에 이런 시가 있다.

'당신은 키가 크고  

 나는 키가 작을 수 있다.

 하지만 속에 든 힘으로 말하자면 

 그 길이는 똑같다.'


거꾸로 생각해서.. 속에든 힘의 길이가 똑같다면, 모두는 청춘이기도 하다. 물론 모두는 청춘이 아니기도 하다.

청춘이야기하다 엉뚱한 이야기 하는 나역시 청춘이다. 

청춘은 시행착오도 겪고, 엇나가기도 하며, 돌아오기도 하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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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만남

여행밑줄 2012. 11. 22. 13:07

어떤 여행을 하든 만남의 연속이다. 그리고 '여행 좀 해봤다'는 사람들은 누구나 인정하고 공감하는 단어가 '만남'이다.

어떤 만남들이 있는가?

당연히 만남하면 여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인데. 이런 질문을 하다니... 

글을 시작하면서 나역시 사람과의 만남을 생각하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람과의 만남만 만남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 여러가지의 만남이 있음을 정리해 보고자 하는 질문을 해본다.


우리의 인상 생활에서도 숱한 만남의 연속이다. 생활은 선택의 연속이란 표현처럼, 만남의 연속도 되지 않는가.

선택을 한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의 접점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 접점이 만남의 순간이다.

이처럼 우리의 여행은 익숙한 만남들에 더해 새로운 만남들의 시간이다.

새로운 건물과의 만남, 새로운 숲과의 만남, 새로운 나무, 새로운 카페, 새로운 교토으 새로운 시장, 새로운 과이르 새로운 숙소, 새로운 침대, 새로운 욕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것들과의 향연이다.

이처럼 만남의 순간들이 여행에서도 이루어진다. 그 만남들은 때론 스쳐지나가기도하고, 감탄을 주기도하고, 때론 실망을 주기도하고, 때론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가장 큰 기억을 남기는 만남은 어떤 만남일까?

누구나 공감하듯 사람과의 만남일 것이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가장 생생한 것이 사람과의 만남이었다. 그렇다고 좋은 기억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여행자들을 노리는 사기꾼들은 어디나 존재한다. 소매치기도 존재하며, 비싼값을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것조차 시간이 흐르면 하나의 추억으로 자리한다. 

힘들때, 도와주었던 사람, 헤매일때 길을 함께 해준 사람, 처음봤음에도 초대하고 방을 내어주던 사람, 여행자로 만나 이야기가 통해 함께 여행을 다닌사람, 힘든삶을 살지만 여행하느라 고생한다며 음료하나를 건네던 사람, 배낭이 무거워 보인다며 함께 들어주던 사람, 가던 길을 멈추어준 사람.. 이러한 사람과의 만남은 풍경보다 더 갚진 기억으로 자리잡는다.



어느 시골 마을 궂이 숙소를 잡아 돈쓰지 말고 자신의 집에서 편하게 쉬라던 노부부는 두분의 일주일치는 되어보이는 음식들을 내어주시고, 통하지 않는 언어였지만 눈빛과 마음으로 충분한 교감을 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시골 마을에서는 이제 갓 스무살이 된 아가씨가 집으로 초대하여 가족을 소개시켜주고 잠잘방을 제공해 주었다. 다음날은 조부모님들의 집으로 다니면서 인사시키고, 가옥들을 둘어볼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하였다.(혹 이성적으로 접근한것이란 생각이 든다면, 그것이 아님을 밝힌다. 그녀는 이미 남자친구도 있었고 영어를 배울 필요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순수한 마음을 보여준것이다.)

처음보는 낯선 이방인을 위해 일가족이 모두 모여 파티아닌 파티를 열어 주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이틀동안 잠을 자지 못하고 이동하여 피곤이 온 몸을 휘감고 있을때, 그들의 피로회복제 한병을 건네던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아이의 눈빛도 잊혀지지 않는다.


숱한 사람들과의 기억들은 잊히지 않는다. 

그 만남의 접점에서 정이 나왔고, 정이 나오는 그 지점이 여행자에게 하나의 축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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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숟갈 더 먹으면 체할 것 같다. 그런데 그 마지막 한 번을 먹고 어김없이 체한다. 내리지 못할 걸 알면서도, 그 무게를  더하는 데 익숙한 삶은 늘 어지럽다. 침대에 누워 천천히 가라앉힌 뒤 차가운 냉수를 한 잔 마신다. 어쩌면 사랑이란, 가라앉힐 수 없음을 미리 알고, 쓸쓸하게 삭히는 것인지도 모를 일, 체를 내린 후 카메라를 들고 길 위로 나선다.


맥주 한 캔을 다 마셔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주를 산다. 마실거라고 우긴다. 숙소에서 깡통을 딴다. 딸 때의 그 느낌은 참 경쾌하다. 마셔본다. 역시나 쓰다. 난 맥주를 마시지 못한다. 결국 버린다. 버릴 걸 알면서 사는 맥주. 내 손에 선택되었다가 버려지는 맥주들은 늘 애틋하다. 그대에게 얻은 경쾌한 울림들이 애틋하게 내 목을 넘어가는 동안.

사랑은 종종 기적처럼 사라진다. 채글 내리는 동안, 쓸쓸함을 삭히는 동안, 그리운 멀미를 다스리는 동안, 맥주 한 모금을 목넘김 하는 동안.

텅...텅... 빈 마음을 일으켜 그대의 손을 잡고 오랫동안 가라앉히는 것도, 사랑이다.


한 달쯤 지나면 여행은 그냥 일상이 되어버린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지도를 펼쳐놓고 새로운 길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맞이하는 대신, 익숙한 고민을 시작한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을 것인가?'


사랑의 추억엔 좋고 나쁨이 따로 없다. 다만 추억과 소통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화해할 수 없는 것들과 화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경이로운 힘, 그것은 오직 사랑의 영역에서만 가능하다. 


먼 곳을 순례하다 보면 어떤 날은 유유하고 여유로운 기억이 종일을 채운다. 치열하게 걸을 자유가 있는 것만큼 아무것도 안 할 자유도 있는 게 여행자의 특권이리라. 또 어떤 날은 하루 내내 세탁방을 찾아야 하며, 또 겨우 찾아서는 두 시간가량 멍하니 세탁과 건조의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날도 있다. 내게 파리의 첫날이 그랬다. 꼭 10년 만에 다시 찾은 파리, 그 황홀한 재회에 숨 막힌 것도 잠시, 숙소를 찾는 일이며 산더미 같은 빨래를 맡겨야 하는 일이며 부서질 같은 피곤이 몰려든다. 그래도 다시 만난 파리는 사랑스럽다. 고 쓴다. 사랑에 바쳐지는 피곤은 아름답다. 고 고백한다.


아비뇽의 좁다란 골목의 별 하나짜리 '미뇽'호텔.

아침마다 미뇽의 사장님이 직접 따라주는 커피를 마실 수 있고, 배고픈 여행자들을 위해 크라상을 아끼지 않는 곳.

체크아웃조차 "편한 시간에 아무 때나 하세요."라며 웃어주는 곳.

그래서일까,

아비뇽의 거리조차 내내 친절하게 말을 거는 것 같은 느낌.

그곳이 아니었다면 별 하나짜리 호텔에 대한 편견을 갖고 살았을지도 모르는 일.

충분히 아늑했고, 충분히 편안했던 곳.

힘든 여정속의 따뜻한 숨구멍이 되어준.

결국 중요한 건 '별의 개수'가 아니었다.

.. 그러고 보니... 중요한 건 너의 웃음보다 뜨거운 가슴미었는데..그만 외면하고 말았구나, 나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었던 시절이 아쉽다.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그 말을 하지 못한 대가로 나는 많은 것을 잃었다.

많은 것을 잃은 자의 가방은 늘 무겁다.

마음의 헛헛함을 채우려는 욕심 때문이다.

그대를 갖고 나면 그대의 곁을 갖고 싶었다.

그대의 곁을 갖고 나면 그대의 세계를 갖고 싶었다.

그대의 세계를 갖고 나자 그대를, 잃었다.

잃고 난 빈 자리에서 짐을 싸는 여행자여,

짐 속에서 짐을 싸는 사랑이 있음을...


산 속에 서면 산이 보이지 않는다... 사랑을 하면 사랑이 보이지 않는다.


딱히 큰 고민은 아니었지만, 작은 고민들이 모여서 내 마음이 그토록 무거웠던 것이었나.

여행에서 짐을 하나씩 하나씩 줄여 나가듯, 내 고민도 하나씩 정리해서, 무게도 줄어들었으면.

짐 줄이듯, 고민도 줄일 수 있었으면.

버릴 건 버렸으면. 

그랬으면.


때론 내가 주인공인데도

모르고 지나치기도 하는...


언젠가 내게 물었지. 너처럼 게으른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여행을 자주가냐고. 왜 그런지 나도 생각해 봤어. 게으른 내가 남들보다 더 자주 떠나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정말 단순한 결혼이 나오더라, 그건 바로 게을러서야. 혹시 지금 웃고 있니? 이건 정말이거든. 생각해 보렴. 게으르기 때문에 난 복잡한 생각을 할 수 없어. 일단 마음을 먹으면, 무조건 떠나는 거지. 남들처럼 준비를 하거나 계획을 세우지 않아. 그렇다고 걱정이 없는 건 아니야. 나도 알거든. 내가 여행을 가서 언제나 먹던 김치를 그리워하고, 언제나 쉽게 긇여 먹는 라면을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막상 피곤하면 카푸치노, 카페라떼, 아메리카노 보다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를 더 찾게 될 거란 사실을, 만약 아프거나 할 때, 약국에 가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막막하다는 사실을 말이야.  


여행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무섭도록 잘 맞는 법칙 하나. 그 여행이 길든 짧든, 

꼭 마지막 날에 좋은 걸 발견하게 되는 것.

오래된 애인과 헤어짐을 감지할 무렵, 그 사람이 징글징글하지만, 진짜 매력을 알게 되는 것처럼

길거나 짧거나 상관없이 여행지에서의 그 마지막 날엔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것.

그래서 결국 또 오게 되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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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같은 건 애초부터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우리가 사랑하는 것만큼 우리는 사랑받지 못했고 별자리는 내가 손 닿을 수 없는 곳에서만 아름다웠으니까.
우리는 생활 앞에서 언제나 난처했고 우리가 잘 살고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뜨겁던 청춘은 지나가버렸고 버스는 손을 흔들어도 다시 돌아오지 않았지.
더 슬픈 건 청춘에 대해 미련이 없다는 것.
떠나간 버스를 아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지.
하지만 어떡해? 다시 길을 나서는 수밖에.
마치 그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라는 듯 배낭을 꾸리고 신발끈을 동여맸지.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는 거야.
당신은 언젠가 나를 살랑하게 될 것이고 별빛은 나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고 생할은 언젠가 나를 안아줄 것이고
청춘.....
그래, 청춘은 지나갔기 때문에 식어버려 재만 남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지.
그리고 지금, 나는 다시 버스를 기다리고 있잖아?
행복이 오지 않을 땐 우리가 그것을 만나러 가야지.  14-15

 

그러고 보니 우리에겐 수천만 원이 든 통장도 자동차도 그다지 쓸모가 없구나.
우리를 위로해 줄 음악과 책, 우리 몸을 감싸줄 티셔츠 몇 장.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구나.  23

 

짙은 라오 커피 한 잔과 바삭하게 구운 바게뜨가 당신의 식탁 위에 차려져 있다....
책장을 펼쳐 어젯밤 밑줄을 그어놓은 부분을 다시 한 번 천천히 읽는다.
메모를 하며 '내 삶의 제목을 정한다면 무엇일까?'하고 잠시 생각해 본다.
책을 내려놓고 당신은 나이프를 들고 바게뜨에 치즈를 바른다.
바게뜨는 이제 알맞게 식었다...
이제 막 도착한 여행자들이 커다른 배낭을 짊어지고 지나간다.
그들은 당신을 향해 미소를 건네고 당신 역시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짓는다....
당신은 이런 아침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28-29

 

루앙프라방에 석 달째 머물고 있는 중년의 캐나다인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왜 사람들은 루앙프라방을 떠나기 아쉬워할까요?"
내가 묻자 그가 대답했다.
"아마도 이곳에서 시간의 실페와 마주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언제 시간과 진지하게 마주한 적이 있었을까. 우리는 시간 앞에서 옹졸했고, 급했고, 주저했고, 불안했고, 고독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들은 루앙프라방에 와서 비로소 시간이 어떻게 느리게 흘러가는 지를 알게 된 거야. 시간을 소비하는 진정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거지."
시간을 소비하는 진정한 라이프스타일.
나는 그 멋진 말을 곧 실감할 수 있었다.  33

 

아무도 'see you again'이라고 하지 않았다.
우리는 다만 스쳐가는 사이였으니까...
우리의 우연은 거기까지였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41

 

우리에겐 생을 감상하고, 즐길 권리가 있어요.
내가 이곳으로 여행을 떠나온 건 그 권리를 찾기 위해서랍니다.  43

 

"제 이름은 틱 웃입니다. 열아홉 살입니다. 내년이면 정식 승려가 됩니다"
틱 웃이 빈 그릇을 치우고 돌아와 앉으며 말했다.
"당신에겐 길을 잃을 권리가 있어요. 당신은 여행자니까요."
"많이 두려웠죠? 누구나 낯선 장소에 홀로 있으면 외롭고 두려워지게 마련이죠."
"길을 잃었을 때 중요한 것은 절대로 겁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당황해서 여기저기 헤매다 보면 점점 더 미궁속으로 빠지게 되죠. 여유를 가지고 내가 왔던 길을 천천히 더듬다 보면 분명 가야 할 길이 보일 거예요."
"또 한 가지. 길에서 헤매는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제 갈 길을 찾기 위해, 더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하기 위해, 여기저기를 헤매는 것인지도 몰라요. 그러니 조바심 내지 마세요. 느긋하게 길을 가면 되요. 어쩌면 길을 잃는다는 것도 행운일 수 있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당신은 여행을 많이 했나요? 먼 곳으로 순례를 떠난 적이 있습니까?"
"아니요. 저는 한 번도 여행을 떠난 적이 없답니다."
"그런데 어떻게...?"
"여행도 삶과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이죠."
틱 웃은 내게 잠자리를 만들어주고 조용히 일어섰다. 피곤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의 일생은 길을 잃고 다시 찾는 과정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아니, 길을 잃고 싶어, 그리고 길을 잃으리란 걸 알면서도 길을 떠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잃은 길 위에서 어딘가에 있을 차가운 불빛 하나를 기대하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게 인생이 아닐런지. 그러기이ㅔ 모든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아둔하기만 한 것이 아닌지.
다음 날 아침, 떠나는 나를 향해 틱 웃이 말했다.
"모든 건 명확하지 않아요. 지도 역시. 자동차도, 컴퓨터도, 모든 것은 오류를 가지고 있죠. 우리는 언제나 길을 잘못 들까봐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길은 그렇게 만들어진다는 걸 잊지 마세요. 낯선 길을 헤매는 것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랍니다. 용기 있는 자들에게만 주어지죠." ...
내가 심호흡을 하며 힘껏 페달을 밟앗던 그 지점에 도착했다. 커다란 트라웃 나무가 무성한 잎사귀를 흔들며 나를 반겨주었다. 어때, 여행은 즐거웠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나는 트라웃 나무에 등을 기대고 지도를 살폈다. 우습게도 내가 틱 웃을 만났던 사원은 그곳에서 고작 6km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것 같았다. 걷는다고 해도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돌아올 수 있었던 거리였다. 나는 지도를 바라보며 틱 웃의 말을 떠올렸다."낯선 길 위에서 오히려 행운을 만날 확률이 높죠. 우리가 길 위에서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47-49

 

우리는 골목을 걸으며 골목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골목에 깃든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속삭인다. 누구는 이 골목에서 태어나 도시로 떠났고, 어떤 이는 이 골목에서 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또 다른 이는 이 골목을 평생 동안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았다. 골목은 여행자들이 자신의 비밀스런 이야기들을 세상 여기저기에 퍼뜨려줄 것을 알고 있다. 노인이 그가 목격한 생의 이야기들을 아이에게 들려주며 세월을 견디듯, 골목은 여행자의 발걸음을 유혹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견뎌가는 것이다.
감동 어린 여행기를 쓰고 싶은 여행자들이 골목을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행자들은 마치 자신이 모든 일을 겪은 듯 글을 쓰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가 골목에서 만났던 운전수와 아이들, 빵장수, 호객꾼, 여인, 걸인, 승려, 소매치기가 전해준 것들이다. 여행자는 골목에 얽힌 위트 넘치는 추억담, 골목이 들려주는 생생한 증언들을 인용하고 전달할 뿐이다.
골목에 관한 뛰어난 명상가인 어느 여행자는 세상이 어쩔 수 없이 신비로운 이유는 뜨거운 화산 때문도 아니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 때문도 아니며 바로 수많은 골목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수많은 골목이 있는 이유는 하나의 골목마능로는 이 세상의 신비를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지금 세상의 모든 골목이 그려진 지도를 만들고 잇다. 그건 어쩌면 우리 생의 비밀이 담긴 가장 은밀한 지도일지도 모른다.
가끔 생각한다. 아름다운 골목과 만났을 때 하염없이 걸어서 모퉁이를 돌아 골목 끝으로 사라지는 순간을!  72-73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고 느낀다면, 그래서 돌아가기 싫다면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면, 당신은 여행을 잘 하고 있는 것이다.  84

 

싸이(Ssay)는 스물 여덟 살. 툭툭을 운전한다....
싸이와 차를 마시다가 그에게 자신이 가난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냐고 물었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글쎄, 뭔가 부족한 것이 있다는 생각이 때땔로 들기는 하지만 특별히 가난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
"뭐가 부족하지?"
싸이는 골똘히 생각하더니 말했다.
"음, 아이들을 위한 병원과 학교, 세탁기.... 뭐, 이런 것들 아닐까? 그런데 초이, 부족한 것과 가난한 것은 뭐가 다르지?"
"부족한 건 단지 단지 불편한 것이고 가난한 건 그것보다 좀 더 슬픈 일이겠지."
싸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난 조금 부족할 뿐이야. 슬프지는 않으니까. 내가 세탁기를 가지고 싶은 건 아내가 빨래를 좀더 편하게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뿐이니까. 세탁기가 없다는 건 약간 불편할 뿐이지 슬픈 일이 아니잖아?"  98-99

 

세상은 살 만한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 지점에서 별이 뜨는 것 같아요.
우리는 그 별을 나침반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고요.
그래요. 우리 인생의 복선과 암시는 어딘가에 분명 숨어 있어요.
해피엔딩이든, 쓸쓸한 뒷모습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자기 인생의 정면을 관토할 사랑과 의지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걸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한 거죠.
난 삶 자체가 바뀌기를 원하고 있었고 그건 아주 절실했죠.
새롭게 시작할 이유는 그것으로 충분한 것 같아요.  131

 

"이봐, 초이. 여기 벽이 있어. 어떤 사람은 벽을 넘어. 어떤 사람은 그냥 뒤돌아서 가지. 어떤 사람은 벽을 부수고. 어떤 사람은 벽에 낙서를 해. 그리고 어떤 사람은 벽을 더 높이 쌓지. 넌 어떡할래?"
"글쎄..."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먼저 벽이라는 걸 인식하는 거야. 벽을 외면해서는 안 돼. 그건 가장 못난 인간들이나 하는 짓이지. 그런 다음 일단 부딪혀 보자구. 벽을 넘건, 뒤돌아서 가건, 낙서를 하건, 부셔버리건, 그건 그 다음 일이니까. 언더스탠드?"  154

 

내겐 저축도 거의 없어. 보험도 없고 연금도 나오지 않아. 나는 더 이상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종족이 아닌 거야.
누군가 내게 무섭지 않느냐고 물어보더군.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야. 하지만 살다 보면 자신이 이뤄놓은 모든 것을 걸어야 할 시기가 찾아오지. 그때 힘껏 내질러야 해. 발등에 축구공이 정확하게 맞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고. 앞 뒤 잴 필요도, 골대 따위를 가늠할 필요도 없어. 그냥 힘껏 내지르는 거야. 그 다음은... 어떻게든 되겠지. 어제 서른여덟 살이 됐어. 남자에게 서른여덟은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 늦은 아니는 아니야. 어쩌면 이전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들을 할 수도 있는 나이지.
운명은 어떤 시간과 장소에서 우리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어. 그것을 경험하고 나면 누구도 이전의 자신으로 되돌아갈 수가 없어.  167

 

우세요. 실컷 우세요.
우는 게 부질없으면 인생도 부질없어요.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나서 가장 인간답게 사는 순간은 눈물을 흘리는 그 순간이거든요.
울다 보면 당신 안의 짐승이 달아날 거예요.  169

 

"여기서 행복해?"
"행복해."
"어떤 점에서?"
"걱저이 없어. 그러니까 행복하지. 여기 와서 깨달은 건 행복이란 걱정이 없는 상태라는 거야."
더 좋은 것에 대한 욕심이 없으니까, 더 많은 돈이 필요없다고.  183

 

"네가 알고 있는 루앙프라방 사람들에 대해 말해 줘."
"이렇게 말해도 될런지 모르겠지만, 음, 그들은 계획이 없어. 아니, 계획을 세우는 것데 대해 무관심해. 내가 그들에게 '자, 우리 이렇게 계획을 세워서 이렇게 이렇게 해봅시다'하고 말하면 그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왜 굳이 그렇게 해야 하냐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지."
"왜일까?"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이들은 자신보다 많이 가진 자들을 부러워하지 않아. 그저 많이 가지고 있구나 하고 생각해 버리지."
"그런 걸 낙관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 분명한 건 이젠 내가 그들에게 익숙해져 버렸다는 거야. 나 역시 가끔 이런 걸 왜 해야 하는 걸까 하고 생각할 때가 많으니까."
마이커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네가 이곳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 지금은 한 사람의 노력이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시대가 아니잖아. 그게 가능했던 때가 있었지만 그건 노스탤지어일 뿐이야. 그리고 난 그냥 하찮은 사람이야. 부조리하고 이기적이며 무책임한 수많은 사람 중에 한 명이지.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이곳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난 지금 나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 거야. 사람들이 그걸 봉사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생각하라지 뭐."  184-185

 

겨울 시린 꽃봉오리에서 뜨거운 꽃이 열리듯 살아내는 것 자체가 가장 다행한 일이다.
우리는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많고 사랑하지 못한 일들이 많다.
세상의 모든 길은 끝난 그곳에서 다시 시작한다.
당신의 뺨을 어루만지는 일이 이토록 소중한 일일 줄이야.
그리고 그것이 삶일 줄이야.  193

 

손이 가장 아름답게 보일 때가 언제인 줄 아세요?
손이 진정으로 필요할 때가 언제인 줄 아세요?
그건 바로 누군가를 쓰다듬고 어루만질 때랍니다.
당신의 손이 내 뺨을 어루만질 때 나는 진정되곤 합답니다.
공포와 슬픔과 불안과 아픔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답니다.  226-227

 

"여행을 하면서 고양이만 찍었어."
"대단하군, 그런데 왜 하필 고양이지?"
"그놈들은 여행자를 닮았어. 그들의 구부러진 등을 봐. 언제라도 떠날 준비가 되어 있어. 적당한 긴장감으로 휘어져 있지. 눈빛도 여행자와 비슷해. 저멀리 어딘가를 응시하는 것처럼 망연하다가도 곧 낯선 자를 경계하는 듯 날카롭게 바뀌지. 친해지는걸 두려워한다는 것 역시 여행자와 닮았어. 누군가와 지나치게 친해지면 떠나기가 힘드니까."  230

 

당신은 나를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그건 오해에 불과해. 저 비행기를 봐. 당신은 비행기가 만들어내는 이륙의 유쾌한 자세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착륙의 우울한 자세일 뿐이야. 나는 당신을 이해하려 애쓰지만 언제나 오해하고 있지. 별이 영원히 밝을 것이라는 생각은, 별에 대한 우리의 영원한 오해일 뿐이야. 그렇지만 우리에겐 오해가 필요해. 진심을 말하는 것도 이제는 지쳤어. 완벽한 균형 따윈 없어. 솔직히 말하자구 . 우리가 얘기하고 싶은 건 생활이잖아. 우리는 언제쯤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될까. 우리는 언제쯤 서로를 '완벽하게'오해할 수 있을까.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나의 오해를 오늘 밤만이라도, 제발, 이해해 줘. 부탁이야.  237

 

당신은 왜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지?
당신은 여행자니까요.
내일이면 떠나버릴 테니까요.
나만 혼자 남을 테니까요.  253

 

우리가 우너하는 것은 가까이에 있지 않다.
그것들은 멀리 있어서 반짝인다.
그래서 우리는 길을 떠나온 것이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최소한의 절망으로부터의 도피이기를.
내 삶에 대한 방황의 성실한 흔적이기를.
당신은 언젠가 나를 사랑하게 될 것이고 별빛은 나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고 생활은 언젠가 나를 안아줄 것이기 때문에...  263

 

당신이 처음 발을 디딘 이곳이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면
언젠가 이 강바람의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다고 느낀다면
마음에 드는 창문 아래에서 하루 종일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면
하루쯤 늦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차라리 마음이 편해진다면
옥상에 앉아 식어버린 커피를 마시며 달빛이 비치는 산을 올려다보는 그 시간이 좋아진다면
상대방을 향해 먼저 웃음 짓는 순간이 많아졌다면
지금 당신 곁을 스쳐간 그 사람이 3년 전 기차 칸에서 당신에게 어깨를 빌려주었던 그 사람일 것 같다면
그 사람을 다시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면
구름의 무게가 몇 그램이나 되는지 궁금해진다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이 고마워진다면
막혀버린 길보다 여러 갈래의 길 앞에서 더 난감해진다면
정들었던 게스트하우스를 떠나며 마음이 물끄럼 해진다면
버스 안에서 지도를 펼쳐놓고 골똘히 생각헤 잠긴 중년 남자가 멋있게 느껴진다면
그와 함께 차를 마시며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진다면
망고를 사고 동전 하나를 더 거슬러 받았는데 이 세상을 얻은 것보다 더 기뻤다면
나중에 동전 하나를 덜 거슬러 받은 걸 알게 됐는데 이 세상을 잃은 것보다 더 슬펐다면
우리 모두 무언가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갑자기 내 삶이 대책 없어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면
당신은 서서히 여행에 중독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267

 

노비스가 내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초이, 여기에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의 목록을 적어보세요."
나는 그가 건네준 종이 위에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의 목록을 적었다.
집, 차, 컴퓨터, 카메라, 책상, 청바지, 텔레비전, 티셔츠, 음반, 책, 냄비, 신발, 화분, 어항, 탁자, 의자, 옷장, 자전거, 오디오....
적다 보니 종이 한 장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적기에 이 종이는 너무 작아요."
그는 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더니 종이 한 장을 다시 내밀었다. 손바닥만한 작은 종이였다.
"이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의 목록입니다."
그 종이에는 옷 두 벌과 책 네 권, 신발 한 켤레, 수저 한 벌이 달랑 적혀 있을 뿐이었다.
그가 말했다.
"종이가 너무 작은 것이 아니라 당신이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요?"
"당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 때문에 당신은 행복했던 적이 있나요?
노비스가 물었지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니 내가 가지고 있던 물건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준 적은 없었다. 그것들을 사는 순간 잠깐 행복했을 뿐이었다. 물건을 사는 순간을 즐긴 것이지 물건 자체가 즐겼던 건 아니었다. 곧 싫증을 냈고 언제나 새로운 것을 갖고 싶었다. 
노비스는 내게 종이 한 장을 더 내밀었다.
"이제부터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의 목록으로 이 종이를 가득채워보세요. 나무 그늘의 위로, 당신에게 쉴 자리를 내어주는 배려, 아직 여행할 곳이 남았다는 기대감, 내일에 대한 희망, 작고 가난한 것들에 대한 존중, 갈증을 적셔주는 물, 나무의 씨앗을 키우는 햇빛, 당신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새소리.... 그것들을 하나씩 적어가다 보면 이 종이 한 장으로는 모자를 거예요. 그때 제게 다시 오세요. 종이는 얼마든지 더 드릴 수 있으니까요."  283-286

 

"우린 허들 선수야. 결승점에 닿기 위해서는 허들을 넘어야 해. 하지만 친구, 허들을 방해물이라 생각해서는 안돼. 허들은 너를 결승점으로 인도하는 안내자이기도 하지. 허들을 열심히 넘다 보면 어느새 결슬점이 네 앞에 있을 거야. 삶도 마찬가지야. 힘내라고!"  289

 

푸 타이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혹시 미래에 대한 걱정 같은 거 있어?
푸 타이가 말했다.
초이, 신이 내일을 만든 건 걱정하라고 만든 게 아니야.
준비하라고 만든 거지.
오늘은 내일을 준비하는 날이야.
내일 봐, 안녕.  297

 

노련한 여행자들은 삶에 대한 해답이 세상 여기저기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이 멈추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막을 건너는 일도 첫걸음부터 시작한다.
수천만 번의 걸으을 반복해 마침 내 사막을 횡단하는 것이다. 단숨에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를 지혜롭게 만드는 것은 모험보다는 경험이다. 진리는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관광객이 되지 마라. 여행자가 되어라. 관광객은 장소에 머무는 자다. 하지만 여행자는 장소에 묻힌 시간의 비밀을 발굴한다.
실패를 즐겨라. 신은 삶을 설계할 때 실패를 예정해 놓았다. 우리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가까이에 있지 않다. 그것들은 멀리 있어서 반짝인다. 우리는 그것을 얻기 위해 길을 떠나온 것이다.  303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반지금의 길이만으로 원의 둘레를 구하는 방법을 배웠고,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방법도 배웠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법도 배웠다. 시치미를 떼는 법, 모른 척하는 법도 배웠다. 난처해지지 않는 법도 배웠고 고마워하는 법도 배웠다. 말이 통하지 않을 때는 그냥 웃으면 된다는 것도 배웠다. 하지만 내가 배운 가장 소중한 진리는 우리는 모두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존재이며, 그리고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이다.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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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은 당신을..

당신의 생을 사랑하지 않는거지? 

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는거지?


여행은...

내가 나를...

꼬옥...

껴안는 일이라고 해두자...


여행을 가는건 

당신을 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의 기분 좋은 온도를 느끼는 일.


여행은 새로운 공간과 장소를 만나는 일이지만

새로운 시간과 조우하는 일이기도 하다.

공간의 새로움이 아닌 시간의 새로움을 느끼는 일

길 위에서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돌이켜보고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가늠한다.

그래서 여행은 당신은

여행을 떠나기 전의 당신과 

조금은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어떤 풍경 앞에서

어떤 사람앞에서

가슴이 떠리거나 

닭살이 돋을 때가 있다.

아직 다행인건 

내가 양복이나 가방 앞에서 그런 가슴 떨림이나 닭살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것.

나는 아직도 이과수 폭포의 굉음 앞에서

카파도키아의 석양아래서

인도 거리에서 만난 아이의 순수한 눈망울 앞에서 

가슴이 떨리고 닭살이 돋는다.

난 가끔 내가 여행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나면 여행할 기회가 찾아온다더군


삶이란 실수하고 만회하고

실수하고 만회하는 과정의 연속

그러니까 실수를 두려워하지마!


아무것도 가진것 없는 우리를 

돋보이게 만드는 건 어쩌면

약간의 과묵과 더 약간의 냉담인지도 모른다.


신문을 보고

잡지를 보고

TV를 보면

시위, 폭동, 기아, 전쟁...

세상은 점점 망해가는데

나는 이십분마다 한번씩 여행을 궁리하고 있다.


두근거림이 사라지기전 얼른 떠나세요. 설렘은 모든 불편을 감내하게 한답니다.


여행이란, 내 속의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끄집어 내는 일

바로 그걸 가능하게 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여행은 자신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투자이기도 하죠.


제게 청춘은 이십대 시절이 아니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달리던 그때가 내겐 청춘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그때 서른다섯이었습니다.


내가 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원칙은 단 하나다.

하기 싫어도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잘 할 수 없어도 좋아하는 일을 하자.

지금까지 이렇게 해 왔다.

글쓰기도, 여행도, 사진찍기도

모두 내가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 일은 아직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

물론 하기 싫은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단지 하기 싫은 '때'였을 뿐이다.

나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내가 남들보다 조금 다르게 할 수 있는 일. 그런일.

좋아서 하다보니 열심히 하게 됐고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나중에 그럭저럭 잘하게 까지 됐던 것 같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잘하는 일이고

그래서 즐겁다.

나는 지금의 일을 좋아하지 않을 때까지 할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거야.

행복은 다가올 일에 대한 걱정이 없는 현재의 상태!!


'옆자리 대화' - 스타벅스에 앉아 있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이들의 대화가 들렸다.

                     "그 사람이란 왜 헤어졌어?"

                     "뻔하잖아. 그 사람과 함께 했던 과거는 좋았지만 그 사람과의 현재는 불편했고,

                     그 사람과 함께해야 할 미래는 막막했어."

                     "그랬구나. 잘했어."


난 떠나겠어요.

당신을 잊기 위해 여행을 계속하겠어요.

당신을 그리워하기 위해 길을 가겠어요.


'오해 하나 더' - 난 널 싫어하는게 아니야.

                 단지 좋아하지 않는 것뿐이야.


나는 인간이 가진 가장 큰 능력 가운데 하나는 

웃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주어전 이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것.

마음껏 웃고 여행하라! Smaile & Traverl!


여행은 늘 새로운 아침을 보여주고

인생은 늘 새로운 외로움을 보여준다.


새로운 풍경을 본다는 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의견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더 좋은 여행자가 되기 위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조금만... 조금만 더...

조금만... 조금만 더... 애정을 갖고

조금만... 조금만 더... 움직이고

조금만... 조금만 더... 자세히 보고

조금만... 조금만 더... 웃어주고

조금만... 조금만 더... 귀를 기울이고

조금만... 조금만 더... 감탄하고

나는 아직 세상에 대해 모르는게 많구나!

조금만... 조금만 더... 겸손해지고

에잇, 그까짓거 뭐 일단 가보는 거지

조금만... 조금만 더... 대담해지고

난 이런거 없어도 돼. 조금만... 조금만 더... 심플해지고

내일로 미룰 수 있는건 내일로 미루자

조금만... 조금만 더... 게을러지자.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많지 않다.

여행은 이 소박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여행이 아니었다면 

아, 정말로 여행이 아니었다면 

나는 어떻게 그리워하는 것들을 만들 수 있었을까.


난 이제 나 스스로가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

나를 위해 운동도 하고 여행도 하고 그런다.

그러니 당신도 당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라.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내가 얼마나 희생했는지 알고 있어?'

우린 서로에게 이런 말은 하지 말자.


사랑과 여행에 공통점이 뭔지알아?

세상은 설명해주지 않지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거야.


'인생의 황금비율' - 인생의 90%는 리얼리스트로 살자.

                    나머지 8%는 모더니스트로

                              2%는 미치광이로

                              8%가 우리 인생을 즐겁게 해주고 2%가 우리 인생을 가능하게 해주지.


돈이 차고 넘쳐서 여행했던 적은 없었던것 같다.

항공료를 아끼기위해 5시간 거리를 14시간만에 가야했고,

숙박비를 아끼기위해 더운물도 나오지 않는

게스트하우스에 몸을 뉘어야 했지.

1달러를 아끼기위해 1km를 걸어야 했지.

언제나 돈에 쪼들렸지만 언제나 떠났어.

그런데 말이야 신기한건

일단 길을 나서면 모든 것은 '어떻게 어떻게' 해결된다는 거야.

돈이 없어 여행을 멈춘 적은 없었던 것 같아

10년 넘게 여행을 해 오면서.

여행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어떻게 어떻게' 정신.

그러니 너도 일단 시작해봐

어떻게 어떻게 되겠지.


여행중 길을 잃었을 때

길을 찾기 위해 지도를 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뭘까

그건 바로 지금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일.

사실 일 역시 마찬가지.

뭔가 잘못되어 간다고 느낄 때

이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땐

뭔해야 할지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을 땐

가만히 서서 자신의 주위를 돌아볼 것.


빵이 필요한자

사랑에 빠진자

그리고 여행이 필요한 자의 눈빛은 누구나 알아볼 수 있지

모든걸 걸어도 생이 아깝지 않다는 그런 눈빛.

간절한..

간절한...

간절한....


얼마나 많은 방법이 있는데... 

왜 

무슨일을 해결하는 데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여행의 본질은 피곤한 것이에요.

버스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고 비행기는 연착이죠. 

기차역은 언제나 표를 구하려는 이들로 북적이죠. 

예약한 숙소 문을 열 때 우리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건 커다란 바퀴벌레며, 

샤워장 바닥은 왜 물이 내려가지 않는 것인지...

여권은 어디에 뒀더라? 카메라는 오늘따라 고장이고 역시나 택시기사에게 바가지를 쓰고 말았군요. 

우리가 기대했던 여행지는 사실 별거 아니구요.

젠장 오늘 투어는 정말이지 엉망이었죠. 가아드는 대놓고 팁을 요구했구요.

소나기까지 내려 비에 흠뻑 젖고 말았죠.


네, 맞아요. 이런 게 여행입니다.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 차 있는 하루. 

여행은 그런 하루가 일주일 또는 보름, 혹은 일 년 동안 이어지는 일이죠. 

우리가 책에서 보아온 여행에 대한 빝나는 수사들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죠. 

하지만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요?

처음 가보는 낯선 땅에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그곳에서 모든 일이 자연스럽게 술술 잘 풀린다면 그게 오히려 잘못된 거죠.


참 이상한 일이죠. 이 모든 걸 감수하면서 우리는 다시 여행을 떠나니까요.




자신을 사랑하는 법

자신을 사랑하려면...

좀 뜬금없지만

책읽기와 하루에 원고지 3매씩 글쓰기, 여행을 해볼 것을 권장합니다.

(물론 제 방식입니다.)


책읽기는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10분이든 1시간이든 하루종일이든 책을 읽어보세요. 장소는 아무 곳이나 상관없어요. 혼자 고요히 앉아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이 꽤 괜찮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3매의 글쓰기, 글쓰기는 스스로를 상상하고 정리할 수 있게 해줍니다. 

주제는 상관없습니다. 일기도 좋고 영화평도 좋고 독서평이나 음악평도 좋습니다. 그냥 에세이 혹은 글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종류라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써보세요. 자신이 어떤 생각과 가치관, 세계관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자주 여행을 다니세요. 견문을 넓힐 수 있다.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 등등등...

여행은 수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죠. 이 모든 장점에 하나를 더하라면, 여행은 자신을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행은 우리가 모르고 있던 우리 자신-우리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고 어떤 취향을 지니고 있는지 자신의 현재 몸 상태는 어떤지 등등=에 대해 확실히 알려줍니다. 여행을 통해 자신을 관찰해보세요.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멋진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세가지는 우리를 좀 더 느리게 만들어준답니다.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는 어쩌면 우리가 너무 바쁘게 살기 때문에 생기는 건지도 모르거든요.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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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유명한 책이다. 저자의 책은 여러권을 읽었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6,7년쯤 전이라고 기억한다.(물론 내 기억이 맞다면..)
그때와 지금은 분명 다르다. 그때의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읽으면서 느낌이라는 것이 있는데 나에게 더 많이 와 닿는 것이 있었다.
책은 저자의 처녀작이기도 하고 20대 중반에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통찰적 부면은 가히 뛰어나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특히나 한국 사람에게는 더욱 크게 와 닿을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유교적인 효 사상에 입각하여 교육을 받았기에 감정을 표출해내는데 매우 서툴다. 그러기에 어느새 감정의 새새함을 잊고 있는데 이 책은 그것을 디테일하게 서술하고 있으니 우리에게는 고개를 끄덕이고 무릎을 치는 표현들이 곳곳에서 박견될 수 밖에 없다. 
쉽게 읽히면서도 깊은 표현과 철학적인 사유가 섞여 읽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표지를 찾기위해 책을 검색해보니 '2010 대학 신입생 추천 도서'라고 한다.
신입생때 읽고 졸업하고 읽어보면 자신이 얼마나 지적인 성장 사유의 성장을 이루었는지 가늠해보기에도 좋은 책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새해 첫 책으로 읽은 것은 시기에 맞게 책이 들어왔기도 하지만 사랑에 대한 또 다른 생각을 해보기 위해서 였다.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고 관계를 형성해 나가면서 사랑에 대한 생각을 더 이상하지 않게 되고, 우리는 이전 사랑의 모습을 간직한채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된다.
그렇기에 수동적으로 한 걸음 뒤에서 할 수 있는것이 비교 관찰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우리는 관찰자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깊이 있는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렇지 않나 생각하여 새로운 생각들을 해 보기위해 책을 선택하였다.

다시금 저자의 내면의 감정 서술에 감탄해 가면서 더불어 나의 생각들도 정리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역자 후기에서는 이 책이 95년도에 <로맨스>(한뜻출판사)라는 책으로 번역이 되었었다고 한다.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표지의 영문 제목을 보았다. <Essays in Love> 이다. 미국에서의 제목은 <On Love>라고 한다.
95년도의 번역은 미국식으로 제목을 정했다. 지금은 위의 제목으로 번역하였다. 제목이 참 우리에게 깊은 호기심을 유발하게 한 것이다.

 



어떤 사람을 두고 자신의 필생의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 살아보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따라서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11
클로이를 만난 것을 단순한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딱 맞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12

'사람들을 꿰뚫어보는 것은 아주 쉽다. 하지만 그래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엘리아스 카네티(1905-94 불가리아 태생의 유대계 영국작가)... 우리는 어떤 면에서는 사람을 꿰뚫어보는 일을 중단하고자 하는 순간적인 의지 때문에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가끔 사랑에 빠지는 것은 습관화되다시피 한 맥빠지는 냉소주의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19
클로이의 휴가 이야기는 지루했다. 그러나 지루함은 이제 흠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 이야기를 일상 대화의 세속적 논리에 따라서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이제 그녀의 말에서 통찰이나 유머를 찾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녀가 그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내가 그녀가 하는 모든 말에서 완벽함을 찾아내기로 결심했다는 사실이었다.  22-23
시내로 들어가는 택시 안에서 나는 묘한 상실감, 슬픔을 느꼈다. 이것이 정말 사랑일까? ..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최초의 꿈틀거림은 필연적으로 무지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사랑이냐 단순한 망상이냐? 시간[이 또한 그 나름으로 거짓말을 하지만]이 아니라면 누가 그 답을 말해줄 수 있을까?  26

가장 매력을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가장 쉽게 유혹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랑의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이다. 내가 클로이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 자신의 가치에 대한 모든 믿음을 잃었다는 뜻이다.  39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잇을 때 둘 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것은 상대가 따분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매력적인 사람과 함게 있을 때 둘 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따분한 사람은 나 자신이 되고 만다.  41

생각만큼 섹스와 대립하는 것은 없다. 섹스는 본능적이고, 반성하지 않으며, 자연발생적이다. 이에 반해 생각은 신중하고, 말려들지 않으려 하고, 판단하려고 한다. 내가 섹스를 하는 동안에 생각을 했다는 것은 성적 교류의 근본법칙을 어긴 것이다.  52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은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안전하게 고통스럽다. 자신 외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초한 달곰씁쓸하고 사적인 고통이다. 그러나 사랑이 보답을 받는 순간 상처를 받는다는 수동적 태도는 버려야 하며, 스스로 남에게 상처를 입히는 책임을 떠안을 각오를 해야 한다.  65
클로이가 나와 함께 자고 나에게 잘해줌으로써 오히려 그녀에 대한 내 평가 점수가 낮아졌다면, 그것은 혹시 그녀가 그 과정에서 나라고 하는 심한 전염병에 감염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68
대부분의 관계에는 보통 마르크스주의적인 순간이 있다. 사랑이 보답을 받는 것이 분명해지는 순간이다. 그 순간을 어떻게 헤치고 나아가느냐 하는 것은 자기 사랑과 자기 혐오 사이의 균형에 딸려 있다. 자기 혐오가 우위를 차지하면, 사랑의 보답을 받게 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저런 핑계로] 자신에게 잘 맞지 않는다고 [자신의 쓸모없는 면들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잘 맞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자기 사랑이 우위를 차지하면, 사랑이 보답받게 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수준이 낮다는 증거가 아니라,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존재가 되었다는 증거임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72

성숙한 사랑의 이야기에서는 절대 첫눈에 반하는 일이 없다. 맑은 눈으로 물의 깊이와 성질을 완전히 조사할 때까지는 도약을 유보한다. 부모 노릇, 정치, 예술, 과학, 부엌에 비치할 적당한 간식에 관하여 철저하게 의견 교환을 한 뒤에라야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할 준비가 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 성숙한 사랑의 이야기에서는 자신의 상대를 진정으로 알 때에만 사랑의 이야기에서는 자신의 상대를 진정으로 알 때에만 사랑이 자라날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나 왜곡된 사랑의 현실 [우리가 알기 전에 태어나는 사랑]에서는 아는 것이 늘어날 경우, 그것은 유인이 아니라 장애가 될 수도 있다 - 유토피아가 현실과 위험한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75
가장 사랑하기 쉬운 사람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78

왜 나는 나의 일용할 양식을 파는 신문 판매소 주인은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면서 내가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할까?  93
신문 판매소 주인의 샌들은 내가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짜증이 나지 않는다. 나는 그에게서 신문과 우유를 얻고 싶을 뿐이지 그 이상은 바라지 않는다. 나는 그에게 내 영혼을 드러내고 싶지도, 그의 어깨에 기대어 울고 싶지도 않다. 따라서 그의 신발은 나에게 거치적거리지 않는다.  95
차이를 농담으로 바꿀 수가 없다는 것은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표시 [적어도 사랑의 90퍼센트를 이루는 노력을 하고 싶지 않다는 표시]일 수도 있다. 유머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일어나는 짜증의 벽들을 따라서 늘어서 있었다. 농담 뒤에는 차이에 대한, 심지어 실망에 대한 경고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긴장이 완화된 차이였고, 따라서 상대를 학살할 필요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97

아름다움이 사랑을 낳을까, 아니면 사랑이 아름다움을 낳을까? 클로이가 아름답기 때문에 내가 그녀를 사랑할까, 아니면 내가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가 아름다울까? 무한히 많은 사람드에게 둘러싸여 사는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전화를 하거나 맞은편 욕조에 누워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왜 우리의 욕망이 이 특정한 얼굴, 이 특정한 입이나 코나 귀를 선택했는지, 왜 이 목의 곡선이나 보조개가 우리의 완벽성의 기준에 그렇게 정확하게 응답했는지 묻게 된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하나하나는 아름다움의 문제에 대해서 각기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며, 그들의 얼굴 풍경만큼이나 독창적이고 특색있는 방식으로 매력에 관한 우리의 관념을 재규정한다.  98

나는 그녀에게서 무엇을 보았을까?  119
호기심이 덜한 사람이나 사랑이 덜한 사람에게는 당연히 의미 없어 보일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서 바로 연인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120
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여자와 나의 예민하고 감정이 풍부한 연인 사이에 실제로 일치하는 부분은 얼마나 될까?  120
사랑은 내가 그녀의 몸짓, 세이프웨이에서 우리와 함께 줄을 섰던 사람들에게는 달리 해석되었을 수도 있는 몸짓에 내가 부여하기로 결정한 어떤 것일 뿐이다.  121
윌은 신중하게도 클로이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지 않고, 더 정확하게 내가 그녀에게서 무엇을 보느냐고 물었다.  122
연인들은 의심하고 캐물으려는 철학적 충동에 대립되는, 믿고 신앙을 가지려는 종교적 충동에 굴복한다. 연인들은 사랑 없이 의심을 하는 것보다는 틀려도 사랑을 하는 모험을 더 좋아한다.  130

어쩌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아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본질적으로 우리는 사랑을 받기 전에는 온전하게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오직 인간만이 연체동물이나 지렁이와는 달리 자신을 규정하고 자의식을 얻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143
의미론적으로 볼 때 사랑과 관심이 거의 맞바꾸어 쓸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나는 나비를 사랑한다'는 말의 의미는 '나는 나비에 관심이 많다'는 말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깊은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며, 그 관심으로 그 사람이 무엇을 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스스로 더 풍부하게 느끼게 해 준다는 것이다.  144

내가 누구냐 하는 것은 많은 부분 내가 무엇을 원하느냐로 구성된다.  169
나는 클로이에 대한 내 사랑이 그 순간으 나의 자아의 본질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녀에 대한 내 사랑이 한시적인 것으로서 끝을 맺는다는 것은 다름 아닌 내 일부의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173

현재를 살지 못한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평생 갈망해온 것이 바로 이것이라는 깨달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기대나 기억이라는 보호를 받는 자리에서 벗어나는 데에 대한 두려움이며, 이것이 내가 살 수 있는 단 한 번의 삶 [천국의 개입은 논외로 하고]이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다. 헌신릉 한 판의 달걀이라고 본다면, 현재에 헌신하는 것에는 달걀을 과거와 미래의 바구니에 나누어 담지 않고 모두 현재의 바구니에 나누어 담지 않고 모두 현재의 바구니에 담는 위험이 있다. 이 비유를 사랑으로 옮긴다면, 내가 클로이와 행복하다는 사실을 마침내 인정하는 것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내 모든 달걀이 그녀의 바구니 안에 확실하게 들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181
사랑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의문, 답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더욱더 무시무시한 의문이 있다. 그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 것이냐 하는 의문이다. 이것은 마치 건강과 힘이 충만한 상태에서 자신의 죽음을 상상해보려는 것과 같다.  186

내 소망은 내가 모든 것을 잃고 '나'만 남았다고 해도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다. 이 신비한 '나'는 가장 약한, 가장 상처받기 쉬운 지점에 자리잡은 자아로 간주된다. 내가 너한테 약해 보여도 될 만큼 나를 사랑하니? 모두가 힘을 사랑한다. 하지만 너는 내 약할 것 때문에 나를 사랑하니? 이것이 진짜 시험이다. 너는 내가 잃어버릴 수도 있는 모든 것을 벗어버린 나를 사랑하는가? 내가 영원히 가지고 있을 것들 때문에 나를 사랑하는가?  192

'왜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은 '왜 너는 나를 사랑하는가'하는 질문만큼이나 대책 없는 [또 훠씬 덜 즐거운]질문이다. 
우리는 한편으로는 완전한 오만으로 기울거나, 다른 한편으로는 완전한 겸손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내가 무엇을 했기에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겸손한 연인은 자신이 무엇을 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묻는다. '내가 무엇을 했기에 사랑을 거부당하는가?' 배반당한 연인은 그렇게 묻는다. 그러면서 오만하게도 절대 자신의 몫이 아닌 선물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사랑을 베풀 위치에 있는 사람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하여 오직 한 가지 대답밖에 할 수가 없다. '네가 너이기 때문에.' 이 답을 듣게 되면 질문을 했던 사람은 자만과 우울 사이에서 위험하게, 예측할 수 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201-202
모든 삐침의 밑바닥에는 그 즉시 이야기를 했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사라질 수 있는 잘못이 놓여 있다.  209
불쾌한 일이 있으면 그 즉시 화를 표현하는 것이 가장 너그러운 일이다. 그렇게 하면 상대는 죄책감을 키울 필요도 없고, 전투를 중단해달라고 삐친 사람을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210

사랑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시간의 길이가 아니야. 느끼는 것과 하는 일이 모두 강렬해진다는 것이 중요한 거지.  220
이마누엘 칸트에 따르면 도덕적 행동이 비도덕적 행동과 구별되는 것은 그것이 고통이나 쾌락과는 관계없이 의무감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 때문이다. 나의 행동에 대한 보상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의무감에만 인도되어 어떤 행동을 할 때 나는 도덕적이다. "어떤 행동이 도덕적으로 선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도덕률에 일치한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행동이 도덕률을 위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기질의 결과로 이루어진 행동은 도덕적이라고 할 수 없다.
칸트 이론의 핵심은 도덕성이란 어떤 행동을 수행하는 동기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어떤 예상되는 보답에 관계없이 사랑을 할 때에만, 사랑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사랑을 줄 때에만 도덕적이다.  223
나는 나에게 쾌락을 주느냐 고통을 주느냐에 따라서 클로이에게 어떤 도덕적 딱지를 붗일 것이냐를 결정했다. 나는 세계와 그녀가 이 세계 속에서 가지는 의무를 나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판단하는, 자기 중심적인 도학자였다. 나의 도덕률은 나의 욕망의 승화된 형태일 뿐이다.  225-226
사랑이 없다면,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면, 산다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자유라는 것이 버림받을 자유를 의미한다면 자유란 대체 무엇인가?  226
사랑의 보답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사랑을 받고 싶다는 오만이 생겨났다 나는 내 욕망만 가지고 홀로 남았다. 무방비 상태에, 아무런 권리도 없이, 도덕률도 초월해서, 충격적일 정도로 어설픈 요구만 손에 든 모습으로. '나를 사랑해다오!' 무슨 이유 때문에? 나에게는 흔히 써먹는 지질하고 빈약한 이유밖에 없었다.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228

고통을 겪으면서 무한히 지혜로워진 나는 물론 그녀가 판단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그녀를 용서하고, 동정하고, 그녀에게 선심을 쓸 수 있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나에게 무한한 안도감을 주었다.  247
클로이가 떠나는 바람에 나는 죽을 뻔했다. 그러나 어쨌든 나는 도덕적으로 높은 자리라는 영광스러운 지위에 올라갈 수 있었다. 나는 순교자였다. 
예수 콤플렉스는 마르크스주의의 정반대편에 자리잡고 있다. 자기 증오에서 생겨난 마르크스주의 때문에 나는 나를 받아들이려는 어떤 클럽의 회원이 되지 못했다. 예수 콤플렉스 역시 나를 클럽 문간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지만, 그것은 엄청난 자기 사랑의 결과이며, 내가 클럽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은 내가 너무 특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249
자기 혐오를 피해가려고 약점을 미덕으로 바꾸는 연금술에는 공감을 할 수밖에 업삳. 나의 고통이 예술 콤플렉스로 진화환 것에는 틀림없이 어느 정도 건강한 면이 있었을 것이다. 자기 혐오와 자기 사랑 사이의 미묘한 내적 균형에서 이제 자기 사랑이 우세한 위치에 있었다. 클로이가 나를 버린 것에 대한 나의 최초의 반응은 자기 혐오적인 것이었다. 우리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실패한 것을 생각하면서 나는 계속 클로이를 사랑했고 나 자신을 미워했다. 그러나 예술 콤플렉스가 생기면서 그 등식이 뒤집혀, 이제 클로이가 나를 찬 것은 클로이를 경멸할 만한, 잘해야 동정할 [기독교 미덕의 모범] 만한 증거로 해석되었다. 예수 콤플렉스란 자기 방어 메커니즘에 불과했다. 나는 클로이가 나를 떠나기를 바라지 않았고, 그 어떤 여자보다 클로이를 사랑했는데, 이제 그녀는 캘리포니아로 날아갔다. 내가 그 견딜 수 없는 상실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처음부터 그녀가 그렇게 가치 있는 존재는 아니었다고 뒤집어버리는 것이었다. 그것은 물론 거짓말이엇다. 그러나 버림받아 절망적인 상태일 때, 옆방에서 들려오는 행복에 겨운 오르가슴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호텔 방에서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낼 때, 정직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251

헤어짐이 없었던 것 같은, 우리가 여전히 함께하는 것 같은 환각에 빠지기도 햇다. 언제라도 전화를 걸어서 오디온으로 영화를 보러 가자거나 공원에 산책을 하러 가자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그러다가 갑자기 어떤 일이 벌어져서 나는 클로이가 없는 현재로 거세게 내동댕이쳐지곤 했다. 전화벨이 울려서 전화를 받으러 가는 길에 욕실에 클로이가 빗을 두었던 자리가 이제는 비어 있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오곤 했다. 빗이 없다는 사실이 심장을 찌르는 단검처럼 그녀가 떠났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고, 나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253
변화의 거부는 세계가 내 영혼을 반영하지 않는단는 것, 내가 거기 살든 살지 않든, 행복하든 불행하든, 살아 있든 죽었든 관계없이 움직여가는 독립된 실체임을 일깨워주었다.  255
그러다가, 불가피하게, 나는 잊기 시작했다.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 몇 달 뒤, 나는 런던의 그녀가 살던 동네에 갔다가, 그녀에 대한 생각이 전처럼 괴롭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256

우리는 사랑으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교훈들이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 아니면 마냥 행복한 표정으로 실수를 무한히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식사, 죽음, 돈에 지혜로워질 수 있듯이 사랑에도 지혜로워지고 싶다는 야심은 정당한 것이 아닐까?  259
지혜는 사랑에 대해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사랑은 커피나 담배처럼 완전히 끊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포도주 한 잔이나 초콜릿처럼 가끔은 허용되는 것일까? 사랑은 지혜가 대표하는 모든 것과 정면으로 대립하는 것일까? 현자들도 사랑 때문에 이성을 잃게 될까, 아니면 몸만 어른이지 정신을 아이인 사람들만 이성을 잃는 것일까?  260
복잡한 문제들을 파고들다보면 가끔 도달하게 되는 순진한 상식으로 나는 가끔 묻곤 했다.[마치 답을 봉투의 뒷면 정도에 다 적을 수 있는 것처럼]. "왜 우리는 그냥 서로 사랑할 수 없는 것일까?"  262
대책이 서지 않는 사랑의 고통 때문에 비관적이 된 나는 사랑으로부터 완전히 떠나버리기로 결심했다. 낭만적 실증주의가 도움이 될 수 없다면, 유일하게 유효한 지혜는 다시 는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금욕주의적 충고였다. 
그러다가 어느날 디너 파티에서 레이첼이라는 여자를 만났다. 그녀는 나에게 자신의 사무실 생활을 이야기해 주었는데, 나는 그녀의 눈에 푹 빠져들고 말았다. 순간 나는 금욕주의적 철학을 내팽개치고 클로이에게 저질렀던 실수를 모조리 되풀이하는 이이 얼마나 쉬운지를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270
사랑에 고통이 없을 수 없고, 사랑이 지혜롭지 못한 것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잊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금욕주의의 핵심에는 다른 사람에게 나를 실망시킬 기회를 주기 전에 스스로 실망해버리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금욕주의는 다른 사람과의 애정에서 생기는 위험 사막에서의 삶보다 더 큰 인내심이 있어야만 직면하게 되는 위험에 대항하는 서툰 방어였다. 금욕주의는 감정적 혼란으로부터 자유로운 수도사적 존재를 요구한다고 하면서, 고통스러울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근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적 요구들의 정당성을 부정하려고 할 뿐이었다. 금욕주의자가 아무리 용감하다고 할지라도 최고의 현실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점, 즉 사랑의 순간에는 결국 겁쟁이에 불과했다.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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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다. 그러나 소설은 아니기도 하다.
읽으면서 느낀 생각이다.
소설은 우리에게 일어날법한 내용을 쓰기에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으나, 작가는 내용에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사실을 기록해 두었기에 그렇게 느꼈다.
우리의 내면의 심리에서 사랑을 바르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쉬움을 채우기 위한 방편으로 선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사랑을 어떻게 선택할까?
아니 우리는 사랑을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는 이별에 대한 자세를 어떻게 가지고 있는걸까?
진정 '쿨~~'한 사랑과 이별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나는 아직도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1

작가의 말

나는 아직도 사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만큼 살면서 내가 터득한 게 하나 있다면 어떤 실수든 어떤 시행착오든 일단 저질러놓고 보는 게 낫다는 것뿐이다. 앞으로도 삶은 반복되는 실수와 시행착오로 이어질 것이다. 문제는 그 경험들을 통해 무엇을 배우는가 하는 일일 것이다.

지적인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오류는, 대화가 통하는 여자를 만났으면 한다는 것, 그 소망에는 여성과 진지한 토론을 하거나 논쟁이 붙게 되면, 여자가 귀찮게 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인혜) 51

인혜의 마음속에서도 무엇인가 가열되는 것 같았다. 바람같이 떠도는 어두움이, 어깨를 무겁게 하는 외로움이,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도 채워지지 않는 내부가.... 52-53

"프로이트도, 타인의 무의식을 그토록이나 열심히 분석하는 자신의 무의식에 대해서는 몰랐습니다." 81

"등산할 때 해발 오백미터짜리 산도 오르려면 숨이 가쁘고 힘들어요. 그렇지만 히말라야 산도 비행기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무것도 아니죠. 한발 물러나서 보면 그래요."

어떤 사건을 기억해내고, 그 기억에 얽혀 있는 슬픔이나 분노의 감정을 체험하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으면 그것과 관련된 억압이나 신경증은 해소된다는 것이다. 83

세진은 '나는 그동안 잘 살아왔다. 내 문제를 다 알고 있고 그것을 잘 극복하면서 살았다.'는 생각을 하였으나 그는 정신분석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이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간다. 85

"영 세부터 삼 세까지 모든 것이 결정됩니다. 그 시기에 엄마가 기르지 않은 아이는 정신병자가 될 확률이 높다." 100

"이삼 세 때는 자아와 소유욕, 집착이 생기는 건데...." 101

"저는 목숨을 걸고 감정을 표현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걸 드러내야 해요." 119

세 개의 비커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비커 안의 빈 공간에 점을 찍기 시작했다. 첫 번째 비커에는 드문드문 열 개 안팎의 점을 찍었다. 두 번째 비커에는 첫 번째 것보다 세 배쯤 많은 점을 찍었다. 그것이 마음속에 앙금이 많은 사람과 덜한 사람의 차이겠구나, 생각하는데 세 번째 비커는 완연히 다른 그림이었다. 비커 밑바닥 4분의 1쯤 되는 지점에 가로로 선을 그은 다음 그 아래쪽에만 서른 개쯤 되는 점을 찍었다.

"이런 겁니다. 이게 몸을 아프게 하고......"

면담자는 세 번째 비커 아래쪽에 계속 점을 찍으며 말했다. 무의식의 영역에 억압해둔 마음의 앙듬들이 거기 있었다. 비커 위쪽 한 점 티끌도 없는 맑은 공간이 내 의식의 영역, 그동안 내가 잘해왔다고 믿어 온 마음 상태일 것이다. 그는 비커 위쪽, 한 덤 티끌도 없는 맑은 공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게 사기죠. 세상은 멋진 거짓말입니다." 120-121

불행한 결혼 한가운데 있을 때, 홀로 외로운 시간들을 견딜 때, 다른 사람을 만나면 모든게 달라질 거라 믿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을 만나서 그와 전인적인 관계를 맺고, 정서가 고양되고 영혼이 성장하고, 그리하여 다른 관문을 지나면 곧바로 유토피아가 펼쳐지는, 그런 사랑의 환상을 꿈꾸었다.(인혜) 180

내 인간관계라는 것은 늘 상대방이 더 적극적으로 챙기는 관계만이 남는다.(세진) 198

어느 정신 분석의의 책에서 읽은 구절이 떠올랐다. '나는 내가 잠정적으로 가지지 않은 문제를 가진 환자를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그의 책에는 정상이라는 단어마다 특별히 따옴표가 되어 있었다. 그런 용어란 실재가 아니라 이상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었다. 215

통제하지 못하는 성욕 때문에 인생을 망치는 사람을 많이 봤거든요. 그렇지만 성욕이 없는 것도 문제라는 걸 깨달았죠. 성욕도 식욕이나 수면욕처럼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며 보살피고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것을요. 216

면담 초기부터, 면담자가 꾸준히 해온 작업이란 내 앞에서 동전을 뒤집어 보이는 일이었다. 218

"사오십 대의 육체 속에 이십 대와 같은 열정을 담고, 이십 대처럼 사랑을 찾아다니며 살수 있는가.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요."

"박세진 씨는 그렇게 되라고 해도 못 돼요... 내가 자기를 야하고 뻔번스럽게 만들어 주겠어요." 219

"제가 달라질 수 있나요?"

"아니죠. 인산은 변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오 퍼센트예요. 그렇지만 오 퍼센트만 달라져도 살기가 한결 수월하죠." 231

프로이트나 융의 정신 분석 방법이 중세의 신들림을 해결하는 방법과 같다는 말뜻이 이해되었다. 구명 시식이 고도의 정신 집중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무의식을 끌어내고 단숨에 억압된 감정을 표출시키는 것이라면 정신 분석은 천천히 오랜 시간을 들여 무의식을 끌어올리고 아주 조금씩 억압을 풀어내는 작업이구나 싶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법사가 말한 수행이나 인도 요기들의 명상도 혼자 하는 자기 정신 분석 작업이 아닐까 싶었다. 245

물건을 사면서 나는 애정의 대용품을 구하고 있었던 거지.(세진) 265

"분명한 정신 영역의 장애인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치료하려 애쓰지 않는다는 점이야. 두통이나 감기에는 금방 약국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인생 전체를 망치는 마음의 병은 왜 그냥 방치하는지 모르겠어."(세진)

"결핍이 욕망을 낳고, 욕망이 행위를 낳는다잖아. 인간에게는 결핍이 곧 성취동기이고, 생존 욕구이며, 추진력 아니니? 네가 말한 무의식의 구멍, 그것이 있기 때문에 삶에 추진력이 생기는 거 아닐까?"(세진) 268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2

몸은 내가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표현하고 있었다. 기억나는 일이 없는게 아니라 말하기가 고통스럽다는 뜻일 것이다. 19

운전하면서 혼자 있게 되자 알 수 없는 이유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면담자가 내 정서의 어떤 부분을 건드린 듯한데 그게 어느 지점인지 알 수 없었다. 무언가, 분노와 비슷한 감정이 끓고 있었다. 21

동전의 양면론에 입각할 때, 파괴의 타나토스는 창조의 에로스와 한 몸일 것이다. 파괴 당하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은 곧 사랑을 두려워한다는 의미였다.

나는 전 생애에 걸쳐 나를 방어하기 위해 죽을 힘을 써왔을 뿐이었다. 완강한 자의식, 고착된 통념, 반듯한 일상, 폐허처럼 우뚝한 기억, 그 어느 것 하나 허물지 못했을 것이다.

"대체 제가 이렇게까지 된 이유가 뭐예요?"

"인큐베이트 시기가 없었어요. 숙성기에 부모나 오빠, 애인이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그것이 전혀 없었어요." 41

"서른다섯을 넘긴 독신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독신이어도 섹스 파트너가 있다면 얘기가 다르고." 42

아기에게 상처 주는 젊은 엄마들을 보고 있으면 그것이 바로 그 여성의 상처구나 싶었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식을 사랑할 줄 모르고, 부모에 대한 분노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식에게 분노를 투사하고 있는 게 읽혔다. 46

그때 그때 처리하지 못한 분노가 누적되어 지금 한꺼번에 터지는구나. 내면에 억압된 뜨겁고 딱딱한 분노의 덩어리, 내 몸을 아프게 했던 덩어리가 바로 이거였구나.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노이로제라는 말뜻이 이거였구나. 58

동전의 양면론은 얼마나 정확한가. 노출증 환자의 무의식에 있는 진정한 욕망은 관음증이고, 자살자의 내밀한 욕망은 누군가에 대한 살해 욕망이다. 59

어떤 여자가 지하철에서 자신을 성추행한 남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남자를 '그분'이라고 지칭하더라는 얘기...

내 인생에서 최대의 과오는 분노하고 싸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거였음을 요즈음에야 깨달았어. 80

마음속에서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거품들이 잘 잦아들지 않았다. 눈을 감은 채 인혜는 하나씩 따져 보았다. 부글거리는 거품의 실체에 대해서. 밤에 불러낸 사실 때문에? 양해 없이 목적지도 밝히지 않은채 일방적으로 달리는 태도 때문에? 세진에 대해 지속되어온 불편함과 분노의 연장에서? 알 수 없었다. 그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쩌면 인혜 자신의 문제임에 분명했다.

인혜는 요즈음 삶에 제동이 걸린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진퇴양난 암중모색이라고 표현하기는 해도 이렇게 구체적으로 난관을 느끼기는 처음이었다. 무엇을 해도 마음이 가볍지 않았고, 삶이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 없었고, 어떤 일을 끝내도 성취감이 없었다. 호박 음료 광고는 대박이었다. 광고 자체에 대한 호감도 높았고 음료 시장 점유율도 신기록을 갱신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인혜에게는 기쁨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은혜가 짐작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진웅이었다. 연애가 이토록 심각하게 후유증을 남기는 일도 오랜만이었고 자신의 연애가 소모적인 것이 아니었나 짚어본 것도 처음이었다. 83-84

"나도 오래 분노 상태에 있다 보니 분노에 몇 가지 법칙이있다는 것을 알았어. 분노의 질량 불변의 법칙, 분노의 거울 법칙, 분노의 시루떡 법칙, 분노의 카멜레온 법칙. 나는 그것들을 분노의 사대법칙이라고 이름 지었는데, 그 법칙의 이름들도 그냥 내 멋대로 붙인 거야. 이 법칙은 인간의 다른 감정들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 같아."

유년기 때 아기가 필요로 하는 사랑이 없었거나, 있더라도 왜곡되게 전달되었을 때, 아기에게 분노의 감정이 형성된다고 해.

억압된 적개심은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영원히 죽지 않는 식물 뿌리처럼 늘 새로운 잎과 꽃을 피워내는 것 같아. 무의식이 의식보다 더 힘이세고, 삶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건 이미 그쪽 학계의 정설이야.

분노의 시루떡 법칙.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분노들은 인강의 무의식 속에 시루떡 모야으로 켜켜이 쌓여 있다는 뜻이야. 어떤 문제로 인해 화가 날 때 보면, 당면한 문제로 인해 나는 화와, 시루떡처럼 쌓인 저 무의식이 자극받아 나는 화가 서로 다른 것 같아. 네가 아까 말했듯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더 많이 화내는 거, 그때는 무의식의 분노가 자극받았기 때문이라고 보면 될 거야.

분노의 거울 법칙이란 일종의 투사 현상이야. 네가 만약 누군가의 어떤 점이 못마땅하거나 화가 난다면, 네 속에도 그것과 똑같은 요소가 있다고 보면 틀림없어. 꿈에도 자각하지 못하고 죽어도 인정하기 싫을지 몰라도 그건 틀림없는 현상이야.

분노의 카멜레온 현상. 그것은 분노가 여러 가지 다른 얼굴로 나타난거야. 너 최근에 우울하다고 했지? 그게 바로 네가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이야.

다변이나 자폐증, 과식증이나 거식증, 자잘한 자기 파괴 행위부터 자살충동까지, 그 모든 것이 분노의 가면들이야.

"분노가 왜 그런 가면을 쓰니?"

"분노를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야." 126-129

우울증의 가장 강한 특징은 직접 화를 내지 못하는 무능력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여성은 화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또는 화를 낼 수 있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우울증에 걸린다. 자신이 분노를 느끼고 표현할 능력이 있다고 진정으로 믿지 않는다면, 태울 연료도 없고 진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없다. 결과적으로 자기의 개인적인 힘을 경험하려면, 영구적이고도 무의식적인 분노와의 관계를 끊는것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과정은 우선 분노를 인식해야만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수동적인 동시에 공격적인 적개심을 특징적으로 갖게 된다.

'우리 속에 숨어 있는 힘' 130

"자리(自利)라는 말이 있어요. 스스로 수행하여 자기를 위하는 이익을 얻는다. 자기를 위하여 불법을 닦는다. 그런 뜻이에요. 먼저 나를 위해 불법을 닦고, 그 다음에 타인을 위해 그것을 써야 한다는 겁니다." 139

"자연스럽게 되어야 해요. 자연스럽게 거기에 도달해야 해요." 145

선생님이 제게 해온 작업이 동전뒤집기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정신 분석학 용어로는 양가감정, 혹은 감정의 양극성이라 하더군요. 반대 감정 병존 현상이라고 서술된 것도 보았구요." 152

그동안 타인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고 비판했던 모든 일들이 우스워졌다. 결국 내 얘기를 했을 뿐이었구나... 모성 부족, 자기중심성, 질투심, 그 모든 것이 고스란히 내 안에 있는 것들이었다. 앞으로는 누구에 대해서도 비판하거나 평가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비판받지 않으려거든 비판하지 말라는 성경 구절이나, 분별심을 경계하는 불교적 가치관의 심리적 본질이 비로소 짚였다. 167

한 번씩 사랑을 잃을 때마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유행가처럼 중얼거리기도 했다. 203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덩치 크고 체력 좋은 남자들은 팔굽혀 펴기하듯 섹스를 하고, 섬약하고 마른 남자들은 감각적으로 섹스를 해요. 내성적인 남자들의 섹스가 더 폭발적이고 외향적인 남자들은 의외로 싱겁기 짝이 없을 때가 많아요." 236

정신분석학에서는 어떤 사실에 대해서든 더 과도하게 반응하는 지점을 콤플렉스라고 해요. 241

페르소나는 배우가 자신의 역할을 청중에게 나타내기 위해 쓰던 가면을 일컫는 말이다. 같은 의미로 페르소나는 인간이 자기가 아닌 다른 어떤 것으로 나타내 보이기 위해 사용하는 가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많은 역할을 하고, 그 역할과 타인들의 요구에 맞추어 어떤 행동이나 태도를 취한다. 실제로 현대 생활의 복잡한 사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페르소나가 유용하며 필수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페르소나는 매우 해로울 수도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그 페르소나가 진정한 자기의 본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믿는다면 그는 역할자 자체가 되어 버린다. 그러면 그 사람의 자아는 오직 페르소나와만 동일시되어 성격의 다른 국면들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하게 도니다. 그 사람은 결국 진정한 자기로부터 소외도어 팽창한 페르소나와 축소된 다른 성격의 국면들 사이에서 긴장을 초래하게 된다. 이 현상은 심리적 건강을 방해한다. 252

융은 건강한 사람은 자기가 연기하고 잇다는 것을 아는데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가 연기하는 것이 곧 자기라고 믿는다고 기술하고 있다. 252

물론 모든 역할이 다 속임수이다. 건강한 사람과 건강하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건강한 사람은 타인을 속이는데 반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 자신마저 속인다는 점이다. 253

사랑과, 사랑처럼 보이는 것들의 차이. 272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 책의 논점은 나쁜 여자란 남성 중심 사회가 만들어놓은 규범으로 잴때 나뿐 여자여서, 그런 여성들이 오히려 욕망에 솔직하고, 목표를 향해 성실하고, 건강한 자기중심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276

"생의 비밀은 자기를 아는 데 있습니다." 283

"모든 게 마음의 문제예요." 286

우리는 죽을 때까지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동시에 죽는 법도 배워야 한다. -스콧 펙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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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정계에 입문한 정치인이 있었다. 그에게는 재주가 뛰어난 조각가 친구가 있었는데, 친구의 손을 거쳐 다시 태어나는 돌은 하나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생동감이 있었기에 사람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 정치인은 오랫동안 조각가 친구를 잊고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가 생각나 그 친구를 찾아갔다. 소문으로는 여전히 시골에 묻혀서 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오랜만이네, 친구. 그동안 내가 너무 소홀했지?'

'아닐세. 바쁜 사람이 여기까지 오다니 정말 반갑네.'

'요즘 정세도 시끄럽고, 머리도 식힐 겸 찾아왔네. 자네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공기 좋은 곳에서 세상 시름을 잊고 싶어서 말일세.'

조각가는 친구와 담소를 나눈 후 하던 일을 계속했다. 하늘에서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있었지만 조각가는 쉴 새 없이 돌을 가다듬었다. 아무 형체가 없던 돌은 조금씩 모양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조각가의 이마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지만 그는 그것도 의식하지 못한 채 집중해서 열심히 돌을 쪼았다.

어느새 해가 기울자 조각가가 온종일 심혈을 기울여 매달렸던 돌이 뚜렷한 형체를 드러냈다. 그야말로 흔하디흔한 돌덩이에서 예술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야, 대단한걸. 자네는 이 돌을 하나의 생명력 있는 물체로 만들어냈네. 정말 부러워. 나도 자네처럼 이런 좋은 기술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들의 마음을 나의 바람에 맞게 정교하게 만들 수 있도록 말야.'

조각가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했다.

'자네의 그 바람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닐세.
내가 돌을 대할 때 무릎을 꿇는 것처럼 자네도 사람을 대할 때 그런 자세로만 대하면 되는 것일세.' 

          
                                         (박성철, ‘가장 소중한 사람, 나에게 선물하는 책’ 중에서)

 

wn1 - 무릎을 꿇는 마음... 자세..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가장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요.. 실제로 무릎을 꿇는 다면 어쩌면 더욱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스스로 상대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마음가짐으로 사람을 대한다면 소통이 필요한 시대에서 올바른 해결점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거나 무릎을 꿇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문턱이 낮으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여야 하고.. 걸어가는 길에 나무가 가지를 내리고 있으면 고개를 자연스럽게 숙이고 지나가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 문화는 어려운 어른일수록 그리고 처음뵐 때는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고 앉도록 배웠습니다..
그런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사람들을 대할 때 그러한 자연스러운 마음가짐을 속으로라도 한 번 더 새악하고 만난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데 정말 좋을 것입니다.

물론 말이야 쉽지 .. 실제로 그렇게 쉽나요...맞습니다.
그러기에 남들보다 한번이라도 더 마음을 먹는다면 조금씩 더 나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한 번 더 생각하는것이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생각하고 만났지만 소통이 잘 안되더라도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돌이켜 보면서 이유나 잘못된 것을 찾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을것이기에 더욱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하나만 기억합시다.. '누굴 만나든 ..만나기 직전에 무릎을 꿇는 자세로 사람을 대하자'하는 마음 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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