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사에서 한국 사람들은 제품을 구입하고 제품설명서나 사용설명서를 읽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꽤 오래전에 읽었기에 그 사이 설명서를 읽는 사람의 수가 증가했으리라 생각은 해본다. 그렇다고 읽는 이들이 급등한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래들어 전자제품 A/S를 받기위해 센터에 방문했던 적이 있다. 기사분에게 설명을 하고 수리를 맡긴후, 그리 복잡한 수리가 아니기에 앞에 앉아서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궁금한 것들을 질문을 하니 종일 사람들 상대하느라 지쳤을만도한데 친절하게 답을 해주고 이해를 위한 보충설명까지도 해준다. 그러면서 "고객분들께서 사용설명서만 읽어보셔도 번거롭게 이곳을 찾지 않으셔도 될텐데.."하면서 말끝을 흐린다. 왠지 뜨끔한 순간이다. 

"미안합니다...ㅎㅎ"

"아닙니다. 고객님께서 그러시다는건 아니구요. 그만큼 기본 사용 미숙으로 고장나는 물건이 많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되려 기사분이 자신이 말을 잘못한듯 미안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한국 사람들이 참 설명서 안 읽는 민족인가봐요. 그죠?"

기사님이 답한다. " 예, 좀 그러신분들이 많은것 같아요. 어떻게 아세요?"

"예전에 그런 기사를 본 기억이 나네요. 책도 안 읽는 나라라고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설명서를 읽겠어요..ㅎㅎ"(안 읽는게 잘못이라는 건 아니다. 다만 설명서 안읽는 사람들이 많은것 같다는 뉘앙스를 위해 한 표현일뿐이다. 오해마시길...ㅎ)


여행을 위해 가이드북을 읽어보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가이드 북은 일종의 여행설명서이다. 

블로그나 카페들을 통해 최신정보를 알 수 있다. 이것 역시 설명서이다. 

현지에서 만나는 여행자들과 현지인들은 좋은 가이드가 되기도 한다. 이것 역시 설명서다.

때때로 현지의 안내소는 지역을 설명하는 팜플렛이 매우 유용한 설명서이고, 안내소 직원 역시 좋은 설명서이다.

숙소에서 앞전 사용자가 남겨둔 메모나, 숙소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좋은 설명서이다.

유적지나 관광지 입구에 있는 안내판들도 좋은 설명서다.

그 고장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특히, 세월의 시간을 오래 보낸분들은 매우 좋은 설명서이다. (무슨 사람이 글이냐 책이냐 왜 설명서라고 하는냐 하는 의문을 가지시진 않겠지만, 혹시나 모르니 덧붙이자면 다만 그들의 표현이 좋은 설명서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니 곡해 마시라.)

여행중에 모르는 것이 생기면 지나가는 누구에게 물어도 좋은 설명서가 된다.(물론 그 사람이 알고 있을때 말이다.)


설명서가 안읽히는 나라 사람이라서 그런건 아닐것인데 우리내는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데 소심한 편이다. 동양적 사고에 의해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틀이 있어서일까. 

우리내와는 다르게 서양인들은 참 쉽게도 잘 물어보고 부탁도 한다. 매우 쿨하다. 들어주면 좋고 거절당해도 괜찮다. 

어쩌면 여행을 두려워하거나 조심스러워 하는 사람은 이런 이유가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혹 이런 분들을 위해 한 마디하면 위에서 사용설명서의 종류를 여러가지 적어보았다. 그것들을 보고 생각해보시라. 여행에서는 사용설명서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두려움보다는 여러 종류의 설명서가 있음에 안도의 마음을 가지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물론 이런 말에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근데 어떤 말로도 그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여행에서는 다양한 설명서가 있기에 어떻게든 우리는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모든 설명서를 다 읽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신에 맞게 바꿔가면서 선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어떤 설명서도 필요없는 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보이는 설명서는 여행을 위한 설명서이다. 

 


책 제목중에 <인생사용설명서>라는 이름이 있다. 그표현처럼 여행은 자신에게 자신의 인생에 대한 설명서가 된다. 여행은 떠남이고 만남이며 접점이다. 물리적인 의미이기도 하지만, 세 단어 앞에 '나'라는 글자를 붙여도 된다. 나에게서 떠남이고 나와의 만남이고 나와 만나는 접점이다. 여행을 통해 많은 이들이 기존의 자신을 떠나 새로운 환경속에서 자신을 만나고 그 만나는 접점 즉 이전 환경의 나와 새로운 환경에서의 나의 접점들속에서 자신을 위한 생각들을 아니 자신을 위한 단상들을 떠올린다.

그렇게 늘 익숙해져서 멈추어있던 뇌의 어느 부분들을 자극하여 좀더 나은 '나'를 만드는 시간을 가진다. 

이런 것들이 모여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에 대한 설명서의 두깨를 줄이기도 늘이기도 해나간다. 

여행.. 그것은 자신의 인생을 좀더 자기에게 맞는 설명서를 만들어가는 시간이다. 

너무 거창한가?  그리 거창할게 없는데 표현하다보니 미숙해서 그렇게 보이게 된건지도 모르겠다. 

여행은 성장시키는 것이니가 성장한 만큼 내 인생 설명서가 변경, 발전, 창조되어 가니까.. 그렇게 여행은 설명서가 되어 간다.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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