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 청춘

여행밑줄 2012. 12. 5. 14:58

청춘은 젊음이다. 육체의 젊음도 있으나, 정신의 젊음도 있다.

청춘은 가능성이다. 먼 미래에 대한 가능성도 있으나, 당장 내일 혹은 다음주에대한 가능성도 있다.

청춘은 웃음이다. 무얼봐도 웃을 수 있는 감성도 있으나, 어떠해도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도 있다.

청춘은 욕망이다. 이것역시 육체의 욕망도 있으나, 정신의 욕망도 있다.

청춘은 설익음이다. 경험한 것 보다 경험할게 더 많음도 있으나, 세월이 흘러도 경험할게 더 많음에 대한 앎도 있다. 

청춘은 역동적이다. 움직임의 역동도 있으나, 생각의 역동도 있다.

청춘은 철없음이다. 럭비공 같음도 있으나, 철들면 죽음도 있다.



청춘을 표현하기에는 사전적 정의를 빌려오지 않고서도 다양하게 표현해낼 수 있다. 그렇기에 나이들면 청춘을 동경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청춘은 살아온시기가 많지 않기에 청춘이라 불린다. 그런 물리적인 시간적의미에서의 청춘은 눈에 보이는 청춘이다. 허나 눈에 보이지 않는 청춘도 청춘이다.

이것은 단번에 눈에 띄지 않는다. 겪어보아야만 알 수 있는 청춘이다.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청춘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청춘이다. 여행자들은 젊다. 또한 젊지 않은 여행자들을 많이 본다. 서양인들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분들이 자유롭게 여행을 많이 한다. 근래들어서는 한국 사람들중에서도 그러한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나를 기준으로 40대, 50대, 60대, 70대의 개인 여행자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들의 잠자리는 호텔이 아닌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였고, 이동수단은 대절 차량이 아닌 현지의 흔한 교통편이나 도보였다. 그들의 음식은 고급식당이 아닌 현지인들의 저렴한 식당이었고, 구경거리는 유명지에 한정된것이 아닌 도시나 시골의 정취와 소소한 사람이었다. 


이들을 청춘이라 부르지 않아야 할까?

나는 인생 선배들과 이야기하며 내 안에 가지고 있던 기성세대에 대한 딱딱한 해석을 중화시켰다.

내가 만났던 선배들은 대체로 청춘과의 소통이 가능했다. 때론 그들이 청춘인지 내가 청춘인지 헷갈릴때도 있을 정도로..


몇 해전 나는 여행자들이 잘 드나들지 않는 평범하고 조용한 시골마을을 걷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마을의 시장은 마을사람들의 생동감에 충성함을 전하고 있었다. 그 길을 걷는데 낯익은 언어가 들렸다. 

"서울사람이요?"

이건 뭔가? 현지어를 잘못들었나? 이들이 이런단어를 사용할 수 있나?

놀란 눈으로 두리번거리니 다시한 번 "우리나라 사람 맞네."

식당이라기엔 뭔가 부족한듯하고 카페라고 하기엔 너무한 가게의 야외(야외라고하기에도 어중간하다. 가게는 주문만 할 수 있고, 음식이나 차는 문밖에서 먹어야 하니까.) 테이블 한켠에 앉은 거지(?)가 한국인이었다. 

아니 얼핏보면 거지고, 자세히보면 여행자였다...ㅎ


얼떨떨한 표정으로 "안녕하세요"하니 "바쁠것 없는데 커피 한 잔 하고 가세요."한다.

얼떨떨한 표정은 당연히 나라를 막론하고 여행자들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곳이고 그것도 이른 아침이었는데, 우리말을 들어서 얼떨떨한 거다. 절대 거지(?) 복장과 표정보고 얼떨떨한 것 아니다.

아무튼 어헛~~ 공짜 컾를 마다할리 없다.


그는 당시 54세의 H형이다. 아저씨다. 53에 대기업임원으로의 생활에 과감히 이별을 고하고 자신을 위한 여행중이었다. 형수와 두 아이들은 남겨두고서. 형수에게 함께가자고 이 주일동안 설득했으나, 아이들이 어리니 그럴 수 없다고 했단다. 아이들은 18, 20살이란다. 

얼핏 철없다. 하지만 그와의 대화에서 나는 나보다 청춘임을 알 수 있었다.

"왜 여행을 선택하신 건가요?"

"하트송 때문에"

"그게 뭔가요?"

"매티 스테파넥이란 젊은 시인의 책인데, 그 책을 보고는 갑자기 나도 아직 살아았음을 느끼고 싶었어. 그러새 다 그만두고 떠나는거야. 내 인생에 한번도 이런 이탈을 해본적이 없어서.."

그렇게 선택한 여행은 10개월째 진행되고 있었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을 떠나며 책을 딱 두 권 챙겼단다. 그 두 권 중에 한 권을 나에게 주었다.

"왜 주세요? 두권 뿐이라면서요."

"그냥, 이런곳에서 만난 한국사람이니까. 실은 8개월만에 한국사람과 이야기 한거야, 근데 54년만에 내 속에 이야기를 한 것이거든."(그랬다. '차 한잔'때문에 시작된 이야기는 점심을 넘겨서 끝이났다.)

"소중한 책을 제가 받기에는 부담스러우니 마음만 받을게요."

"아냐, 나머지 한 권도 하느송이야. 영문판. 영문판으로 줄까?"

"앗.. 아뇨. 한글판 할게요. 형님 감사해요. 전 지금 드릴게 없으니 제몸을 드릴게요."

우린 따뜻한 포옹을 격하게 그리고 족히 5분동안을 하였다.


<하트송>에 이런 시가 있다.

'당신은 키가 크고  

 나는 키가 작을 수 있다.

 하지만 속에 든 힘으로 말하자면 

 그 길이는 똑같다.'


거꾸로 생각해서.. 속에든 힘의 길이가 똑같다면, 모두는 청춘이기도 하다. 물론 모두는 청춘이 아니기도 하다.

청춘이야기하다 엉뚱한 이야기 하는 나역시 청춘이다. 

청춘은 시행착오도 겪고, 엇나가기도 하며, 돌아오기도 하는거니까..

'여행밑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 .. 사용설명서  (0) 2012.12.23
여행 .. 변화  (3) 2012.12.09
여행이 불안해서 질문하는 당신에게..  (0) 2012.12.03
여행 .. 첫번째 터닝포인트  (0) 2012.11.28
여행 .. 만남  (1) 2012.11.22
Posted by WN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