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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01 2012년 11월 참석한 4번의 독서모임
  2. 2012.12.01 독서모임 후기
  3. 2012.11.30 2012년 11월에 읽은 책
  4. 2012.11.29 하버드 글쓰기 강의(下) - 바버라 베이그 에쎄 2011 03800
  5. 2012.11.28 여행 .. 첫번째 터닝포인트
  6. 2012.11.27 슈퍼라이터 - 이지상외4 시공사 2009 14980
  7. 2012.11.25 저가 항공 세계일주 - 강지준 중앙books 2012 13980 1
  8. 2012.11.24 하버드 글쓰기 강의(上) - 바버라 베이그 에쎄 2011 03800
  9. 2012.11.23 굿빠이 여행자 마을(GoodPAI Traveler's Village) - 이민우 북노마드 2011 03810
  10. 2012.11.22 여행 .. 만남 1
  11. 2012.11.20 나한테 미안해서 비행기를 탔다 - 오영욱 달 2011 03810 1
  12. 2012.11.19 동화독법 - 김민웅 이봄 2012 03810
  13. 2012.11.18 여행 .. 미소 2
  14. 2012.11.17 1만 시간 동안의 아시아II - 박민우 플럼북스 2011 04810
  15. 2012.11.16 욕망이 멈추는곳, 라오스 - 오소희 에이지21 2007 03810
  16. 2012.11.15 더 필요한 선택은 무엇일까? ... 영화<타이페이이야기>, <미드나잇 인 파리> 2
  17. 2012.11.14 여행 ... 기록 6
  18. 2012.11.13 여행 탐구 일기 - 이세미 이슈 2012 03810 2
  19. 2012.11.11 황홀한 자유 - 이지상 팝콘북스 2006 13040
  20. 2012.11.10 배움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야 하는가 ... <아름다운파괴> <수상록>
  21. 2012.11.09 생활여행자 - 유성용 갤리온 2008 03810
  22. 2012.11.08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3 03860
  23. 2012.11.07 여행 .. 비우다
  24. 2012.11.06 오 자히르 -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5 03980
  25. 2012.11.05 사랑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소담출판사 2005 04830 2
  26. 2012.11.04 사랑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소담출판사 2005 04810
  27. 2012.11.03 혼자 책 읽는 시간 - 니나 상코비치 웅진씽크빅 2012 03840 2
  28. 2012.11.02 여행... 읽다 2
  29. 2012.10.31 2012년 10월에 읽은 책
  30. 2012.10.30 철학의 위안 - 알랭 드 보통 청미래 2012 0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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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후기

2012. 12. 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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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행, 혹은 여행처럼 정혜윤 난다 2011 03810

2. 세계사를 바꾼 철학의 구라들 폴커 슈피어링 이룸 2007 03100

3. 필사의 탐독 정성일 바다출판사 2010 03680

4. 저가 항공 세계일주 강지준 중앙books 2012 13980

5. 카우치 서핑으로 여행하기 김은지 김종현 이야기나무 2012 03810

6. 글쓰기 만보 안정효 모멘트 2006 03810

7. 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살림 2004 03810

8. 특별한 해외여행백서 정상구 나무자전거 2010 13980

9. 여행이 답해줄거야 박혜영 21세기북스 2010 03400

10. 히피의 여행 바이러스 박혜영 넥서스books 2007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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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글쓰기 강의 (上) 보러가기


3부 독자 생각하기

  11장 재료 개발을 위한 도구 .. 210

  12장 독자와의 관계 .. 232

  13장 이야기 들려주기 .. 259

  14장 목소리 .. 281

  15장 말에 관한 몇 가지 생각 .. 293

4부 의무적 글쓰기

  16장 그것을 써야 하나요? .. 302

  17장 글로 옮기기 .. 312

5부 궤도 유지

  18장 작가의 길을 따라가기 .. 360



정보 조각이나 관찰한 것, 상상한 것, 아이디어 등등 내가 노트에 모은 재료라면 무엇이든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를 즐긴다. 마치 땅에 뿌린 씨를 생각하는 농부의 심정과 같다. 하지만 모든 씨가 싹이 트는 것은 아니므로 많은 씨를 뿌릴 필요가 있다. 싹이 튼다고 모두가 완전한 열매로 잘 자라는 것 또한 아니다. 아주 작은 식물도 자라기 위해서는 햇빛과 물을 필요로 하듯이. 이 훈련 역시 가볍게 출발할 때라도 능력 개발을 위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법이다.  211


글쓰기는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치우는 작업이 아니라 단계저긍로 일어나는 하나의 과정. 직업 작가는 이것을 알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글을 얻기 전에 많은 초고를 쓰는 것이 보통이다.  212


자료를 모은 다음 해야 할 단계는 수집한 자료 전체에서 필요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며-사용하고 싶은 특정 자료를 결정하는 것- 그밖에 생각나는 것이 또 없는지 살피는 것이다. 바로 이때가 선택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기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단계에서 계속 내용을 발전시키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나 정보, 이미지 같은 자료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213


다음 훈련은 여러분이 모은 재료와 구조적인 관계를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라 할 수 있다. 전체를 연습해보고 자신에게 잘 들어맞는 것이 있으면 계속 활용하라.

1. 선택

수집한 자료를 판단을 배제하고 읽을 때는 다음 두 가지를 한다. 첫째, 단어나 구절, 아이디어, 이미지, 정보 조각 등 어떤 것이든 눈에 띄는 것에 표시를 한다. 뭔가 힘이 담긴 것으로 보이거나 자신을 향해 "나야 나! 나를 써먹어!" 하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찾아라. 둘째, 자신이 쓴것을 읽을 때 마음에 떠오르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이미지를 주목하고 그것을 적는다.(원한다면 노트의 여백이나 다음 페이지에 적어도 좋다.) 이어 2~3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연습을 하면서 무엇을 주목했는가? 이 재료를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아이디어가 있는가?

2. 질문 

수집한 재료에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주제에 관해 모은 것은 모두 읽어본다. 선택 연습을 했다면 추가한 새 자료도 읽어본다. 이번에는 재료를 호기심과 연관시켜본다. 이때 마음에 떠오르는 모든 질문의 목록을 작성한다. 이 질문은 재료 자체와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할머니의 눈은 무슨 색깔이었지?' '왜 앨버트 삼ㅌ촌은 고양이를 호수에 던졌을까?'하는 것들이다. 또 이런 질문은 재료를 발전시키고 싶은 방법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호수를 더 자세하게 묘사할 필요가 있을까?' 라든가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할까?' 하는 것들이다. 어쨌든 계속 펜을 놀린다. 질문을 제기하기 위해 자신의 호기심과 작가로서의 직관을 믿어라.

질문 목록을 작성했다면 잠시 긴장을 풀고 휴식한 다음 다시 목록으로 눈을 돌려 재미잇어 보이거나 도움이 될 것 같은 질문에 표시를 한다. 그런 다음 그중 한두 개를 골라 프리라이팅 기술을 활요해 대답을 시도한다.

3. 초점찾기

이 훈련을 하다 보면 자신이 실제로 무엇을 쓰고 있는지 깨닫기도 한다. 작가들이 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자신의 초점을 발견한다는 말이다. 때로 초점을 깨닫는 순간은 한 가지 주제를 너무 광범위하게 다룰 때 찾아오기도 한다. 이때 여러분은 그 주제의 특정 부분을 중점적으로 탐험하고 싶어질 것이다. 때로는 자신이 쓴 글이 원하는 주제와 전혀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 초점을 깨닫기도 한다. 예를 들면 여러분이 어린 시절의 승마 경험에 대해 쓰고 있는데 실제로 쓰고자 했던 것은 승마를 가르쳐준 여자에 관한 글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는 말이다. 

자신의 재료에 대해 '틀'을 짜는 것도 초점을 발견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이를테면 어떤 그림에 대한 틀이 떠올랐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그틀 속에 들어갈 재료를 선택해야 한다. 그 틀에 어울리지 않는 재료는 버려야 한다. 초점을 발견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글을 쓰면서 자신을 향해 초점을 말하는 것이 있다. 가령 '내가 여기서 실제로 쓰고자 하는 것은...'이라는 말을 마친 다음. '이 글은 내가 실제로 초점을 맞추려고 하는 내용인가? 이 주제는 내 준비 상태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폭이 넓거나 좁은 것은 아닌가?'하고 자신에게 물어본다. 어떤 주제라도 다양한 재료가 수없이 나올 수 있고 각각의 초점도 다를 수 있다.

4. 그림 그리기 

수집한 재료에 상상력을 불러올 수도 있다. 작업할 일정한 재료를 선택한 다음 자신이 모아둔 서로 다른 재료에 대해 마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 마음속에서 그것들을 가공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그 재료가 사람이든 장소든 어떤 사건이든 아마 상상력은 그것에 대해 좀더 자세한 그림을 그려줄 수 있을 것이다. 또 실험 삼아 순서를 바꿔가며 주변의 이미지들을 마음속에서 이리저리 옮길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씨앗'이 되는 이미지나 정보 조각을 하나 골라, 마음속에서 거기에 더 많은 그림을 입히고 때로는 완전한 이야기로 꾸미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전체적인 글을 그려보기 위해 마음의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능력을 활용할 수도 있다. 어쩌면 작가로서의 직관이 현재 글쓰기의 시작이나 끝에 와 있다고 말해주는 핵심 이미지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또 자신의 글이 취하고 싶은 일정한 현태를 마음속에서 보게 될 것이다. 시각적인 상상이 뛰어나다면 글이 완성되었을 때 취하고 싶은 형태를 미리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그림 훈련을 마친 뒤에는 발견한 것을 기록한다.

5. 장르에 관한 고려

재료를 골라 이것을 장르라고 하는 다양한 현태의 글에 활용할 수 있다. 장르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픽션과 논픽션으로 대별된다. 모든 장르에는 하위 장르가 있다. 예를 들면 애정물과 추리물은 픽션의 하위 장르다. 재료를 어떤 장르에 사용할지 아는 것은 자신의 글에 초점을 맞추고 그 글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자신에게 물어보라. '내가 모은 이 재료로 무엇을 쓰고 싶은가? 시(詩)인가, 기사(記事)인가 아니면 소설인가?' 

필요하다면 재료에 대고 직접 물어볼 수도 있다. 노트에 프리라이팅을 활용해 이 물음에 대답해보라. '이 재료는 어떤 글이 되고 싶어할까?' 이에 대한 정답은 따로 없다. 그러므로 자신이 지닌 작가로서의 직관을 믿어야 한다. 아니면 재료 스스로 '나는 ...이 되고 싶다'는 식으로 물음에 답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재료가 여러분에게 낯선 장르의 형태를 취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는 해당 장르에 대해 더 학습할 필요가 있다. 장르에 대한 책을 읽어보라. 특정 장르에 대한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을 찾거나 좋은 교사를 찾으면 된다. 그리고 언제나 여러분은 작가로서 수업 중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재료가 단편소설이 되고 싶어하는데 단편소설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면 망설이지 말고 단편소설을 써보라. 이것이 배우는 최선의 방법이다. 좋은 소설을 쓰려고 고생하는 대신, 소설 장르에 대해 또 작가로서의 자신에 대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나쁜 소설을 쓰는 기회를 스스로 허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6. 학습

아마 여러분은 자기 자신에게(또는 재료에 대고) '이 글을 쓰기 위해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하고 묻고 싶을지 모른다. 다른 질문으로는 '이 글은 내가 무엇을 하기를 바라는가?' 하는 물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 다음 다시 몇 분간 시간을 들여 프리라이팅으로 답변을 해본다. 그러면 아마 외부 모으기의 형태로 정보를 추가로 모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 자신이 쓴 것에 대해 상상력을 동원해 더 많은 그림을 그리게 할 수도 있다. 어쩌면 대화를 쓰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냥 앉아서 초고를 쓸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7. 계획

꼐획을 짜느냐 안 짜느냐가 문제다. 일부 작가는 글쓰기의 계획을 세우는 것을 싫어한다. 이들은 인물이나 배경에 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자리에 앉아서 쓰기 시작한다. 또 다른 작가는 자신이 쓰는 모든 글마다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글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정확히 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방법을 절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테면 전체적인 계획을 세운 다음 각각의 장은 나름대로의 방향을 향하도록 하거나, 글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에 대해 아무런 생각 없이 시작했다가 일단 형태가 눈에 들어오면 틀을 짜는 것이다. 자신과 자신의 글에 어떤 방법이 더 적합한지 알아보기 위해 계획 있는 글쓰기 종류에 따라서는 글의 '지도 그리기' 기술이 유용할 때가 많다. 또 '단계2 :과제의 계획을 짜라'를 참고할 수도 있다.

8. 시간의 투자

글쓰기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매우 쉽지만-작가의 능력을 활용하는 훈련을 하다 보면 어디서나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그렇다고 이 모든 아이디어를 글로 쓸 준비가 된 것은 아니다. 

일정한 재료를 발전시키는 데 평생의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재료를 모으고 상호작용하고 선택하는 과정은 수없이 반복할 수 있고 또 이따금 반복해야 하는 과정이다. 그 이유는 바로 자기 자신의 재료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일이야말로 글쓰기 과정의 중심을 차지하며, 사실상 글쓰기 작업의 핵심에 대해당하기 때문이다.

나는 영감이란 그것을 위한 준비가 갖추어졌을 때 찾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준비를 위한 방법의 하나가 자신의 재료를 철저히 아는 것이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생각날 때 적어야 한다. 항상 조그만 수첩을 휴대하고 방마다 펜과 메모지를 비치해두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9. 재료의 체계화

체계화를 위한 이 일이 글쓰기와 상관없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말을 종이로 옮기는 것이 아니므로-사실 이 작업은 작가가 하는 일 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10. 연결 

한 편의 글을 발전시키는 과정에는 세 가지 주된 행동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모은 자료를 한곳으로 취합하는 과정(이후에도 계속 모으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자료를 선택하는 과정, 성택한 자료를 서로 연결하는 과정이 그것이다.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서로 조화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제기할 필요가 있다.

어떤 점에서 글쓰기는 조각 깁기(sewing patchwork)와 같다. 다양한 곳에서 재료 조각을 모으고 이것들을 전체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11. 제로 드래프트 써보기

모으기를 중지하고 초안을 쓸 준비가 되는 시점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문제에 관한 한 자신이 지닌 작가의 직관을 믿어라.

제로 드래프트 쓰기는 수집한 재료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선택한 모든 것을 단일한 글로 옮기는 과정이다. 

제로 드래프트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수집한 모든 재료를 인쇄한 다음 가위로 간직하고 싶은 부분을 오려내어 종이 여백에 테이프로 붙인다.(노트를 사용하는 경우 해당 부분을 찢어내고 싶지 않다면 복사를 하면 된다.) 오리고 붙이는 과정을 컴퓨터의 새문서에서 할 수도 있으며 가위질과 컴퓨터를 함께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런 다음 선택한 모든 재료를 검토화하면서 제로 드래프트 재료를 모아 자리에 앉아 프리라이팅으로 초안을 쓴다. 이때 글의 구성이나 어휘 선택에 고심할 필요는 없다. 오려내고 붙인 다음 원한다면 나머지 부분을 프리라이팅 해도 된다.

제로 드래프트를 시작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지만 목표는 단 한 가지, 한 공간에서 사용하고 싶은 모든 재료를 모아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214-224



연습 : 자기 자신의 제로 드래프트를 만들어라

위에서 대강 윤곽이 잡힌 초안(밑그림) 기술을 활용해서(또는 여러분 자신이 선택해서) 모으기와 발전 훈련으로 수집한 모든 자료를 자세히 읽어본 다음 제로 드래프트로 사용한다. 어휘가 아니라 내용에 집중하라.

이것을 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눈에 띄는가? 잘 진행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적어본다. 이 기술을 다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225



연습 : 초안을 시도하라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만큼 초안에서 잠시 물러나 있다가 다시 보면 신성한 시각으로 초안을 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볼 때 그 글이 최종적인 초안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제로 드래프트는 자신이 어떤 자료를 모았고 그 자료에 무엇이 빠졌는지 확인하는데 도움을 주는 단순한 도구일 뿐이다. 그러므로 어떤 어휘를 선택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 대신 편안한 마음으로 단순하게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어휘를 통해서 어휘가 제공하는 이미지와 정보, 아이디어를 살표본다. 나처럼 자료 조각을 블록쌓기로 생각하고 선택과 정리를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의 초안을 읽을 때(이것을 한 번 이상 할 수 있다) 거기 그대로 있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주목한다. 이 말은 '그래, 호수에 대한 이 묘사가 필요해'라든가 '맞아! 이것이 요점이야'하는 식으로 작가의 직과닝 말하도록 한다. 그리고 무엇이 빠져쓴지, 어떤 정보를 더 모아야 할지 주목하라. 또는 상상하거나 생각을 모아보라. 제로 드래프트처럼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른 훈련을 한두 번 시도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생각을 마치면 잠시 시간을 들여 이 재료로 다음에 무엇을 할 필요가 있는지 적어본다. 그런 다음 휴식을 취하거나 산택을 나가 잠재의식이 이 초안에 대한 활동을 할 시간을 준다. 다음에 무엇을 할지에 대해 잠재의식에서 새로운 재료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을 알면 여러분은 놀랄 것이다. 잊지 않고 그것을 적는다.  226


진정한 선택은 글의 통일성을 유지하게 하는 핵심 부분이다. 

글쓰기의 실질적인 핵심은 글을 쓰는 과정의 단계마다 선택을 하는 일이다.  228


두 가지 핵심 질문에 답해보라. 

'이 글은 실제로 무엇에 관한 것인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이 물음이 중요한 이유는 어떤 장르의 글이든(아마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글은 제외도리지도 모른다) 통일성과 일관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재료는 여러분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서로 조화되어야 한다.  229


'한 편의 글을 창작하는 데 좌절하지 않는다면 어떤 의미에서 여러분은 배운다고 볼 수 없다.' 글쓰기의 상당 부분은 문제 해결의 과정이다. 그리고 이 해결 방법을 익히는 유일한 길은 훈련뿐이다. 무넺 해결을 시도해보고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보라. 자주 휴식을 취함으로써 잠재 읫기이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부여하라.  231


'언제쯤이면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글을 읽을 것으로 예상하는가?' '그때의 기분은 어떨 것 같은가?'

우리가 독자에 대해 갖는 느낌은 복합적일 수 있다. 독자는 우리에게 한편으로는 위협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공포감을 주기도 한다. 우리는 독자의 경멸이나 판단, 비평을 두려워하맂 모른다. 우리의 글에 대한 것뿐아니라 우리 자신에 대한 인갅거인 평가까지도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에게는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깃거리가 있다.  233


가장 기본적인 의미에서 공적인 글쓰기란 우리가 다른 사람과 공유하려고 하는 글쓰기이며, 우리 자신의 눈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읽히게 될 글을 쓰는 것을 말한다.  235


독자가 작가로서의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는 두 가지를 생각 할 수 있다. 하나는 우리가 글을 쓸 때 독자(청중)가 우리에게 주는 효과이고, 또 하나는 우리가 독자에게 글로 주고 싶어하는 효과가 있다.  236


독자에 대한 권리 되찾기

다음에 예시한 재료가 이 훈련에 대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며 동시에 자신의 글을 발전시키는 데 다른 사람을 활용하는 법도 보여줄 것이다.

1. 시간을 들여라

작가-독자의 관계는 다른 관계와 다를 것이 없으며 여기서 자신이 힘이 없다고 느끼면 제대로 소통할 수가 없다. 

훌륭한 작가가 되려면 소유권 의식이 필요하다. 훌륭한 작가는 독자와의 관계에서 권리를 느낀다. 훌륭한 작가는 자신에게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의식한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그 말을 전달해서 독자의 마음에 그 말이 살아 움직이게 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안다. 이런 자신감을 얻으려면 많은 학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여러분도 시간을 투자해서 필요로 하는 자신감을 확보해야 한다.

2. 작가의 능력을 개발하라

상상력, 호기심, 관찰력이 강화될수록 쓸 거리도 더 많아지고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할 말도 더 많아질 것이다. 

3. 자신의 글을 공유하라

4. 독자와 자연스러운 관꼐를 확립하라

독자를 위하는 것보다 독자를 향한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때로 자기 자신을 재교육할 필요가 있다.  

'독자는 당신의 머릿속을 모른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독자는 세상 밖 어딘가에 있는 별개의 사람이다. 작가-독자의 자연스러운 관계를 되살리기 위해 여러분이 먼저 해야 할 일은 독자가 자기 자신과 분리된 존재라는 느낌을 발전시키는 일이다. 한편으로 자기 자신을 독자로 생각할 필요도 있다. 여러분은 채을 읽을 때 작가가 여러분에게 해야 할 말이 무엇인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할 가능성이 많다. 작가의 말을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고서도 쉽게 전달되기를 바랄 것이다. 바로 이런 태도가 정확하게 독자가 여러분의 글을 읽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독자는 평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힘들이지 않고도 여러분의 말을 이해하기를 바란다. 

자신이 할 말을 소통시키는 것, 다른 사람에게 명쾌하게 전달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은 분명하게 설명했다고 생각하는데도 독자는 혼란을 느끼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할 수 있다. 독자를 분명하게 이해시키는 법을 배우는 것이 작가가되는 또는 훌륭한 작가가 되는 중요한 비결이며 글쓰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5. 독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독자를 향해 써라

실제로 독자를 향해 말을 한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 사적인 글쓰기와 초점화된 프리라이팅이 '종이에 대고 생각하기'와 같은 것이라면 이 새로운 훈련은 '종이에 대고 말하기'라고 할 수 있다.

여러분이 그 사람이라고 상상하라. 자신이 쓴 것을 들고 마치 전혀 보지 못한 것처럼 천천히 읽어본다.

자신의 글을 읽을 때 나올 수 있는 생각은 '이 글은 잘 쓴 거야? 못 쓴 거야?'가 아니라 '내가 하는 말을 다른 사람이 이해할까? 내 생각을 분명히 밝혔나?'하는 것이다.

6.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데 실제 독자를 활용하라

독자에게 구체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질문의 예를 들어보면

 - 이 글에게 당신 눈에 띄는 것은 무엇인가?(단어나 이미지 느낌, 아이디어가 이에 해당될 수 있다.)

 - 내가 하는 말에서 무엇을 들었는가?(여러분이 전달하려고 하는 것에서 독자는 무슨 생각을 떠올렸는지 말하게 한다.)

 - 아직 질문할 것이 남았는가?

 - 더 필요한 것(또는 필요 없는 것)이 있는가?

 - 혼란스러운 곳이 있는가?

 - 이 글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독자가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들을 때 자신이 의도한 것을 설명하거나 자신이 쓴 말을 옹호하지 않는 것이 필수적이다.

설명이나 옹호를 하면 독자는 입을 다물 것이다.

독자는 단순하게 '이것이 내가 받은 느낌이다. 이 대목이 나는 혼란스럽다;고 말할 뿐이다. 자신의 생각을 버리고 그저 들어보는 것이다.

7. 자신의 목표를 생각하라

좋은 글은 독자의 내면에서 살아 움직인다.

종이를 보면서 다으므이 질문에 대해 성찰할 시간을 갖는다. 여러분은 이 글로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싶은가? 이 글을 읽은 독자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가?(독자를 웃기고 싶은가? 울리고 싶은가? 아니면 공포를 떨게 하고 싶은가?) 이런 효과를 자아내기 위해 자신의 글에 어떤 것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글을 쓸 때 목표를 염두에 둔다.  241-258



자신의 생각을 독자에게 제공하는 법

1. 다른 살마과 공유하고 싶은 글이 있을 때 이 글을 선물로 생각하라. 다른 사람에게 제공할 것이 있다고 할 때 정확하게 그것은 무엇인가? 박진감 넘치는 줄거리 인가? 일정한 주제에 대한 통찰인가? 특정 시간과 공간을 환기시키는 것인가? 자신의 소설이나 시, 수필이 다른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2. 이 선물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생일선물을 줄 때 받는 사람의 기호를 생각하듯이-93세가 된 메리 할머니가 정말 비디오게임을 좋아할까?-이 특별한 글을 좋아할 사람을 생각할 수 있다.

3. 이런 사람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어린이를 위한 글을 쓰고 있다면 아마 동네 초등학교를 찾아가 아이들 앞에서 자신의 글을 읽어줄 수 있을 것이다. 추리소설을 쓰고 있다면 추리소설 애독자 중에서 기꺼이 자신의 글을 읽어줄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정한 주제에 대한 글을 쓴다면 해당 주제에 대한 온라인 동호회를 찾아 회원 중에 자신의 글을 기꺼이 읽어줄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4. 이들 독자가 그 많은 질문에 대답할 시간이 없다면 단순하게 한 가지만 물어보라. "이 글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가?"  256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하는 자연스러운 욕구를 해소하면서 글쓰기 연습을 하게 된다.  259


종이 위에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자신의 독자와 더불어 편안한 상태에서 훈련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독자를 위해서보다는 독자를 향해서 글쓰기 연습을 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훈련은 자신의 재료를 정리하는 데도 도움을 줌으로써 독자는 이야기를 이해하게 되고 여러분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독자에게 영향을 주기도 한다.  260


제시하는 여섯 가지 접근 방법으로 이야기를 찾아내 들려주는 실험을 해보라. 

1. 구전되는 이야기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찾고 샅샅이 안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반복해서 읽는다. 이제 마음속으로 이야기의 내용을 상상하면서 일어난 사건을 그려보라. 준비가 되었으면 열심히 귀 기울여 듣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전한다고 상상하면서 자리에 앉아 자신의 말로 이야기를 종이에 옮긴다. 어휘가 아니라 이야기의 내용에 집중하라.(어디까지나 이것은 훈련이다.)

2. 구술역사 자료

구술역사는 실제로 역사 현장에 있었거나 그 사실을 증언하는 사람들이 다시 자세하게 들려주는 것이다.

구술역사에 나오는 이야기를 여러분 자신의 말로 다시 들려줘보라.

이야기 중에 몇 가지 재료를 선택해 그것을 새로이 조합해 독립된 이야기로 꾸밀 수 있을 것이다.

3.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

작가 중에는 이야기를 위한 아이디어나 재료를 뉴스보도에서 얻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눈길을 끄는 이야기나 에피소드를 찾아보라.

4. 잡담과 흘려들은 이야기

모은 재료를 점검하고 마음에 끌리는 것이 있으면 자세한 내용을 기록한다. 그리고 이 내용들을 한데 모아서 하나의 이야기로 꾸미고 가상의 청취자를 향해 노트에 옮기는 것이다.

5. 장소와 사물

사람만 이야기를 지닌 것은 아니다. 자연현상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6. 내면의 이야기

'나는 ~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로 시작되는 문장을 가능한 한 많이 써본다.

원한다면 내부의 이야기 재료를 모으기 위해 다음의 훈련을 활용할 수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이에 대한 답을 적어보라.

 - 여러분이 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을 때 누가 머리에 떠오르는가? 실제 사람인가? 좋아하는 사람인가? 미워하는 사람인가? 상상 속의 사람인가? 누구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 어떤 장소가 생각나는가? 실제의 장소인가? 상상 속의 장소인가? 시골인가? 풍경인가? 집인가? 거리인가? 밤인가?

 - 어떤 물건이 떠오르는가? 좋아하는 장난감인가? 오랫동안 함께 지낸 물건인가? 자연 속의 사물인가? 가상의 대상인가?

 - 어떤 장면, 어떤 순간이 머리에 떠오르는가?

 -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는가?

 - 들어본 이야기 중에 애착이 가는 것이 있는가?  261-266


 

연습 :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계속 귀기울이기

직업적인 작가는 일종의 이야기 본능을 발달시켰기 때문에 이야기를 위한 아이디어가 바닥나는 법이 없다. 이들은 자신에 관한 것만을 쓰는 것이 아니다. 사실 평범한 한 개인의 삶이 재미있으면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직업적인 작가는 주변 세상에 긑없이 관심을 돌린다. 이들은 마주치는 사물에 주목하고 누군가가 하는 말에 늘 귀를 기울인다. 이드르이 이야기 본능은 '흠, 여기 이야깃거리가 있군' 하고 중얼거린다.

구전된 이야기든 마주치는 사람들이 들려준 이야기든 이야깃거리를 들으려고 바깥세상을 향해 귀를 활짝 열수록 여러분의 이야기 본능은 힘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노트에 이야깃거리나 아이디어를 적는 습관을 들인다면 여러분도 머지않아 쓰고 싶은 이야기에 활용할 수 있는 다채로운 재료창고를 갖게 될 것이다.  267



연습 : 다듬는 과정

이야기를 위한 아이디어 몇 가지를 브레인스토밍한다. 또는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노트를 훑어본다. 그 가운데 하나를 고른다. 이야기를 위한 재료를 모으기 시작한다. 내부 모으기로 시작하라. 여기에는 자신이 기억하거나 만들어낸 모든 세부 내용이 포함된다. 그런 다음(원한다면 나중에) 이 목록을 두 차례 정밀하게 점검한다. 첫 번째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 사용하고 싶은 항목에 표시를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적는다. 두 번째는 목록을 쭉 훑어보면서 호기심이 이는 항목이 있는지 확인하고 의문 나는 것이 있으면 적는다. 그런 다음 생각해보라. 여러분은 이야기를 들려주기 전에 의 의문에 대한 답을 원하는가?(선택한 이야기가 아주 단순하다면 의문은 없을 수도 있다.) 외부 모으기를 할 필요가 있다면 - 관찰이나 조사 - 그렇게 하라.

재료 검토를 위해 상상력과 잠재의식을 활용하라. 이야기를 쓰기 전에 잠시 재료를 맛있게 끓이고 싶을지도 모른다.

이제 다음의 물음들을 생각해본다.

누가 이야기를 들려주는가? 자신일 수도 잇고 다른 사람일 수도 있으며 자신이 창작한 인물일 수도 있다.

누구에게 들려주는가? 실제 인물(친구 또는 자녀 중에서)을 고를 수도 있고 안전한 가상의 독자를 상상하면서 인물을 창작해낼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이 인물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상상력을 동원한다.

왜 들려주는가? 특정 인물을 상대로 이야기를 할 때 이야기꾼의 목표는 무엇인가? 청취자의 마음속에 어떤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싶은가?

이제 상상으로 이야기꾼이 되어본다. 자신이 선택한 잴로 돌아가 들려줄 이야기로 유용해 보이는 것을 무엇이든 선택하라.(이 훈련을 하면서 '사실'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사실을 바꿔가며 자신이 원하는대로 꾸며도 상관없다) 쓸모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으면 새 재료로 추가한다. 이 재료를 활용할 때 원하는 순서를 작은 목록으로 만들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 그런 다음 자신이 선택한 청취자와 함께 있다고 상상하며 계속 이야기꾼의 역할을 유지한다. 될 수 있는 대로 계속 펜을 놀리면서 종이에 대고 청취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똑같은 이야기라도 다른 사람을 이야기꾼으로 등장시킬 수도 있고 청취자를 바꿀 수도 있다. 또 이 두가지를 동시에 하면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 이렇게 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주목하라. 다양한 관점을 시도하면서 이야기를 즐기고 싶다면 제임스 모쳇의 탁월한 평론집 <관점(Point of View:An Anthology of Short Stories)>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 책은 이미 출판된 단편소설을 조명하며 관점에 여러 변화를 주는 기법을 분석하고 있다.  269-270


작가 제인 욜런은 "무엇보다 독자의 관심을 끝까지 잡아끄는 것은 해피엔딩에 대한 기대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이야기 자체의 해결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여행의 과정이지 목적지가 아니다."  271



연습 : 이야기의 이동

자신이 읽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을 빌려오든 아니면 스스로 만들어낼 인물이든 한 인물을 골라서 이 사람을 위해 간단한 이야기 상활을 써보낟. 상황을 묘사하는 데 두게 개의 문장만 사용하라. 이제 이 인물에게 일어나는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이 인물이 일으키는 사건을 적어보라. 이때도 두 세 개의 문장만을 사용한다. 이어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해본다. 필요하다면 이야기가 멈출 때까지 이 문답을 계속한다.  273



연습 : 계획을 짜고 싶다면

이야기를 정의하자면 일련의 사건이 연결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건을 조심스럽게 계획하고 싶다면 여기 한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이야기에 관한 자신의 아이디어 중 하나를 고른다. 될 수 있는 대로 계속 펜을 놀리면서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사건의 목록을 작성한다. 각각의 사건을 현재시제를 사용해 짤막한 문장으로 써본다. 아직 순서를 정할 필요는 없다. 단어 선택에 고심할 필요도 없다. 사건 하나하나를 새 줄에 쓰되 사건 사이는 한 줄씩 건너뛴다. 이야기에 들어가야 할 사건에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고쳐 쓴다. 

2. 이제 사건의 목록을 쭉 읽어보고 포함하고 싶은 것을 선택한다. 사건이 너무 많은가? 아니면 너무 적은가?

3. 이제 이 사건들을 이해하기 쉽도록 순서를 정리해서 이야기를 쓰기 위한 계획을 짠다.  275



연습 : 이야기의 전개

다음으로 이야기 계획에 대한 대안을 하나 소개한다. 

1. 한 명 이상의 인물을 선택해서 상황 속에 투입시킨다.

2. 다음에 일어날 일은 무엇인가? 인물이 결정을 하거나 행동을 하든가 아니면 외부의 사건이나 강제적인 방해 세력이 등장한다.

3. 그 결과 인물은 새로운 상황을 맞는다. 그 인물은 그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4.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5. 이런 움직임이 상황에서 사건으로 또는 새로운 상황에 대한 반으응로 계속 유지된다. 줄거리가 궤도를 찾았는가? 줄거리가 끝나는 지점은 어디인가?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쓸 때 무엇이 눈에 띄는가?  276


'다음에 이어질 내용을 이앻하려면 독자에게 먼저 무엇을 제공할 필요가 있을까? 두 번째는 무엇을 제공해야 할까? 세번째는?  278


독자에게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자신의 의도대로 독자의 마음이 움직이도록 재료의 순서를 정하는 일에 익숙해지려면 상당한 훈련이 필요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는 이런 기술을 어떻게 발휘하는지 연구해보라.  279


'말하고자 하는 것'과 말은 실제로 글 쓰기에서 음과 양의 양면성을 지닌다. 글쓰기란 내용과 말 사이에서 추는 춤과 같다. 하고 싶은 말이 이끌때도 있고 말이 이끌 때도 있다. 진정한 글쓰기의 기교는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배울 때는 두 가지 분리해서 연습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295


사실 창조적 기능은 적용 번위가 굉장히 넓다. 창조적 기능은 여러분이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갖든 그에 관한 아이디어를 기꺼이 제공할 것이다.  306



글로 옮기기 - 글쓰기 과정에 관한 단계적 안내

새로 소개하는 7단계의 접근 방법은 습관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인내가 필요하다.

이 접근 방법을 시도할 때는 하나하나 노트에 적거나 메모하며 천천히 해야 한다. 시간을 두고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확인하라. 

그리고 어떤 부분은 당장 잘될 수도 있지만 또 어떤 부분은 습관을 들이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이 책이 제공하는 것은 도구이지 규칙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라.  314


단계1 : 자신의 과제를 파악하라

의무적 글쓰기는 다른 누군가가 요구한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작하기 전에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완벽하게 파악해야 한다.  

여러분은 무엇에 대해 쓸 것인지, 주제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자기 자신의 주제를 선택하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는 논스톱 쓰기를 활용해서 마음속에 떠오르는 주제에 관한 모든 아이디어 목록을 작성하라. 검열하지 마라. 적어도 10분간은 펜을 계속 놀린다. 그런 다음 다시 목록을 읽어보고 가장 흥미로워 보이는 주제에 표시를 한다.(생각난 주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이 연습을 반복한다.)

가능한 주제를 결정할 때 자신이 고른 것이 쓸 수 있는 것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첫째, 자신이 흥미를 느낄 수 잇는 주제라야 한다. 흥미가 없다면 조사를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에너지를 쏟는 것이 어려워진다. 

  둘째, 주제의 범위가 넓지 않아야 적당한 지면에 지적 능력을 집중할 수가 있다. 경험이 없는 사람은 주제의 범위를 너무 넓게 잡을 때가 있다. 때로는 15쪽도 채우려면 너무 많아 보일 때가 있지만 글쓰기 과정이 수월해진다면 이 정도 지면에 할 말을 찾아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셋째, 주어진 기간에 주제에 대한 재료를 충분히 찾아야 한다. 

  넷째,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러분의 주제가 과제를 충족시켜야 한다.  316-318


단계2 : 과제의 계획을 짜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모든 것을 목록으로 작성한다. 모든 행위나 단계는 이 과제에 부합되어야 한다. 가능하면 특수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항목별 순수는 걱정할 것이 없다. 생각이 막히면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과제의 원활한 진행을 상상해본다. 또는 목록에 적힌 각 항목을 보면서 자신에게 '이 부분을 좀더 세분화할 수 있을까?'하고 물어본다.


글쓰기 과제의 시작을 미루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필요호 하는 모든 자료를 읽고 조사를 마칠 때까지는 아무것도 쓸 수 없다는 신화에 사로잡혀 있다. 이들은 글쓰기에서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놓치고 있다. 말하자면 글쓰기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찾게 해주고, 하고 싶은 말을 발견하는데 도움을 주는 매우 고귀한 도구의 하나라는 사실이다.  318-321


단계3 : 내용을 발전시켜라

내부모으기 -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찾아내기 위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초점화된 프리라이팅 - 초점화된 프리라이팅을 활용해서(주제에 관심을 집중하는 동안 계속 펜을 놀리면서) 주제와 관련 있는 것은 머릿속에서 모두 끄집어내어 적어본다. 이 주제와 관련해 이미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에 관해 어떤 정보를 갖고 있는가? 조사를 하면서 찾아낸 것에 어떤 기대를 하는가? 주제에 관해 어떤 의문이 드는가? 이 주제를 쓰고 싶게 하는 경험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목록작성 - 단어 한 마디든 완전한 생각이든 각 항목은 계속 새 줄에 써야 한다.

지도 그리기 - 한가운데 작은 원을 그리고 원 안에 주제를 적어본다. 그리고 중심 원에서 한 줄 씩 가지를 쳐서 모으기를 할 때마다 각 줄에 새 항목을 기입한다. 

이미 적은 것과 관련돼 보이는 것이 새로 생각나면 기존의 줄에 새로 가지를 쳐서 거기에 새로운 생각을 적는다.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직관에 따라 가지를 친다.

지도 그리기가 특별히 도움이 되는 까닭은 이 방법으로 전체 과제의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주제를 너무 넓게 잡아서 초점을 좀더 좁힐 필요는 없는지 확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 서로 다른 부분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확인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상호작용 - 잠시 다음 질문에 잡을 적어본다. '이 과제의 다음 단계를 위해 무엇을 할 필요가 있는가?'

외부모으기 - 외부모으기를 할 때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수집한 자료가 자신의 일부가 되도록 시간과 정력을 쏟아야 한다는 점이다. 의무적 글쓰기으 제1규칙이 '자신의 과제를 안다'는 것이라면 이어 제2규칙은 '자신의 재료를 안다'는 것이 될 것이다. 내 경험으로 보면 사람들이 흔히 학술논문을 작성하거나 직장에서 복잡한 글쓰기 과제가 주어질 때 걱정하는 것은 글을 조합할 능력이 없어서라기보다 재료 관리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료의 소화 - 재료를 소화하는 데 도움을 받으려면 기사나 책 한 장(章)을 읽고난 다음 이에 대해 프리라이팅을 하라. 프리라이팅은 별개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야 한다. 첫째 부분에서는 그 부분에서 얻은 중요한 정보 또는 작가가 하는 말을 적는다. 명확하게 이해한 것을 적고 이해하지 못한 것도 적는다. 질문도 적는다. 둘째 부분에서는 작가가 한 말에 대한 자신의 지적 반응을 적는다. 이를테면 여러분은 작가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말에 동의하는가? 동의하지 않는가?(자신의 감정적인 반응도 같이 적을 수 있다. 이런 반응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찾는 데 도우밍 된다.) 읽을 필요가 있는 장이나 부분에서 이 연습을 반복한다.

이 프리라이팅 연습의 두 부분을 따로따로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돌아보기 - 돌아볼 때는 평범한 언어를 사용하라. 

잠재의식을 활용하라 - 시간을 들여 잠재의식이 자신의 재료에 대한 활동을 하도록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상호작용 - 지금까지 자신이 쓴 것을 전부 읽어보고 다음 두 가지를 하라. 눈에 띄는 것은 무엇인든 표시를 한다. 그리고 머릿속에 아이디어나 질문이 새로 떠오르면 무엇이든 적는다. 이것을 할 때 자신의 글을 고치거나 편집하지 않는 것이 필수적이다. 

쭉 읽어보고 자신이 쓴 것과 교감을 하면서 상호작용을 한 뒤 '여기서 내가 실제로 하려고 하는 말은..'이라는 글을 쓰고 이 문장을 완성한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온다면 궤도를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321-335


단계4 : 제로 드래프트를 써라

제로 드래프트는 초고를 작성하기 전에 쓰는 초안이다.

제로 드래프트의 주목적은 이미 확보한 자료는 무엇이고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확인하는 데 도움을 받는 것이다.

제로 드래프트의 구성을 마치면 프린트를 해서 읽어본다. 이 글이 이해가 되는가? 포함할 것과 뺄 것을 결정한 선택이 마음에 드는가? 그리고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보라. '내가 하려고 하는 말은 무엇인가?' 과제의 다음 단계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이 물음에 대해 잠재의식이 활동하게 하려면 잠시 쉴 필요가 있다. 산책을 나가거나 휴식을 취하라.  336-339


단계5 : 청중과 목표를 고려하라

 - 여러분은 누구를 상대로 글을 쓰는가? 될 수 있는 한 자세하게 자신의 독자에 대해 진술해보라.

 - 독자는 여러분의 주제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 독자는 여러분의 주제에 대해 무엇을 알기 원하는가? 또 무엇을 알 필요가 있는가?

 - 독자의 의문은 무엇일 것 같은가?

 -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글에 포함해야 할 것은 무엇이며 독자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는 것은 무엇인가?  340-343


단계6 : 전달하라

단계7 : 명확하게 하라

글쓰기 과정 자체와 마찬가지로 교정은 한꺼번에 하는 것보다 단계적으로 할 때 훨씬 더 능률이 오르는 법이다. 

교정할 때 큰 도움이 되는 방법 한 가지는 자신의 글과 얼마 동안 거리를 둔 다음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다.

자신의 글로 돌아올 때는 새로운 눈으로 검토할 수 있는 상상의 안경을 써라.

자신을 향해 '이 글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전하고 있는가? 혹시 빠트린 것은 없는가?'라고 물어보라.  350-351



글쓰기 과정에 대한 이 유형이 복잡해서 약간 겁이 날 수도 있겠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이 방법을 택하기 바란다. 

특정 글쓰기에 모든 단계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 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접근 방법을 고정된 규칙이 아니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 모음으로 보기 바란다.  356



작가의 길을 간다는 것은, 이 책에서 내가 분명히 밝혔기를 바라지만, 배우는 사림이 되는 것이다.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두 가지, 글을 쓰려는 욕구와 기꺼이 자신의 기술을 익히고 개발하는 과정에 시간과 정력을 쏟으려는 자세만 있으면 된다.  362


현실적인 문제는 간단하다.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소비하고 싶은가에 달린 것이다. 자신이 글쓰기 연습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면 그대로 시행하라.  364


훈련을 하다 보면 뒤에 가서 달라질 수도 있다.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물음은 '글쓰기가 여러분의 인생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기 바라는가?' 일 것이다.

시작은 소박하게 하라. 일주일에 한 두 번, 한 번에 10분 정도 글쓰기 연습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글쓰기를 소화하는 데 전적으로 매달려야 한다.  367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여행 그 자체다.  368


완전한 글을 쓰는 데 집착하지 마라. 자신이 쓴 글이 만족스럽지 못해도 실망할 필요가 없다. 이때는 자신에게 '여기서 나는 무엇을 배웠는가? 여기서 배운 것을 다른 글쓰기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물음을 제기하라. '지금 배울 필요가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주기적으로 던지면서 작가로서의 직관을 연마해야 한다. 글쓰기는 복합적인 기술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배울 것이 너무도 많다. 서두르지 말고 자신의 속도를 유지하라.  369


습작에 매진한다는 것은 훈련과 학습에 자아를 아낌없이 던지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사랑이다.  376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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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의 어려움은 어느정도일까?

사람마다 다르겟지만, 무척이나 어려운 것같다. 아니 굉장히 쉬운 것이다. 

떠남을 '변화'라 표현할 수 있을까?

떠난다는 것은 우선 자신이 현재의 위치나 공간에서 부터의 벗어남이다. 즉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주변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누구나 변화를 원하는 시대이다. 그만큼 자신의 생활을, 넓게 확장하여 현재의 삶에 불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인간은 만족을 모르는 동물'이란 표현에 비추면, 불만에 의한 변화의 갈망은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그래서 변화 욕망의 크기만큼 두려움도 큰 것이 아닐까.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은 여행을 원하지만, 이것역시 떠남이고 변화이며 현재 상태의 불만이 있기에 두려움도 크다. 늘 염원하지만 온갖것들에 갖혀 떠나기 힘들어진다.

여행을 떠나고 돌아오는 반복된 내 일상을 지켜보며 '대단하다'고 말한다.

'부끄럽다. 대단할것도 없는데 뭐가 대단할까?' 여행자들과의 대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답을 아는 의문이다.

대단한 것이 아님에도 '대단하다'하니 어색하고 부끄럽기까지 하다.(그렇다고 식은죽 먹기라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막연한 두려움을 생각했을때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당연한 말이고 쉽지만은 않은 말이기도 하지만, 처음이 문제다. 첫걸음을 떼면 여행은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된다.

모든것에는 '처음'이 참 어려운 것이다.

기대에 대한 설레임과 막연함에 대한 두려움.. 그것이 처음이다.

누구나 경험해 보았고, 경험하고 있으며, 경험해 나갈 것이다.

기대의 설렘과 막연한 두려움, 이 둘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잡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균형하면 대체로 수평을 떠올리게 된다. 

두려움에 무게가 더해지면 기운다. 그렇게 되면 처음을 경험하지 못한다. 반면 설레임에 무게가 더해지면 기운다. 그러면 처음을 경험한다. 

남은 하나는 완전 수평일 때 이다. 이때는 떠남의 경험을 하게 될까?

나는 떠나게 된다고 본다. 인간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때 저지를 경향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우리가 배운 수학에서 사용한 기호를 사용하면 떠남이란 녀석은 '설레임≥두려움'이다. 


그러한 첫 여행의 순간 여행이라는 것에 첫번째 터닝포인트가 생긴다. 

여러번 언급했듯이 내가 말하는 여행은 스스로 계획하는 또는 무작정 떠나는 여행을 말하는 것이다. 워킹홀리데이나 카우치서핑등을 포함한 배낭여행같은 것들말이다. 패키지 여행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 여행을 시작으로 욕심을 내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럼 어떻게 떠나느냐고? 

묻지마라. 당신의 마음에 물어라. 두려움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아니면 설레임을 어떻게 늘일 수 있는지를..

떠남은 자신 속에 자리잡고 있다. 

다만 떠나지 못하게 하는 변명거리만 늘어놓을 뿐이다. 


나는 그냥 떠났다. 학창시절 방학때 떠나도 되었다. 직장을 다니며 휴가를 몰아서 떠났다. 

프리랜서로 일을 몰아서 하고 떠났다.

떠날때 마다 언제나 발목잡을 만한 일들은 일어났다. 그래서 떠나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떠났다. 그래보니 그 문제들은 문제가 아니었다.

무작정 떠나면 되냐고?

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떠난건 아니다. 하지만 무작정 떠날 결정을 하면 떠나진다. 여행 다녀보면 그닥 계획이 큰 도움 안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래서 첫 여행은, 첫 떠남은, 첫 변화는 나에겐 터닝포인트로 자리잡고 있다.

첫 여행은 변화에 대한 나의 시선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고, 늘 떠날 수 있는 삶을 꿈꾸게도 하였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이것만으로도 터닝포인트가 되는 시대아닌가 옆도 돌아보지 않고 자기계발만 쌓아야 도태되지 않는다는 사회속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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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석 - 용기가 없다면 가슴 시린 만남도 없다


비단 사진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치의 기본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다. 어떤 일을 하든지 먼저 상대에게 예의를 갖추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다가간다면 얼마나 바람직한 세상이 되겠는가.  18


작가의 진실이 반영되지 못한 사진은 설령 시선을 사로잡는 특정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한다.  19


'시선을 끄는 힘이 있는가'. 사진이란 보여주는 행위의 일종이므로, 시선을 끌지 못하는 사진은 솔직히 재미가 없다.  30


막상 여행을 다니다보면 그렇게 감동적인 장면들이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을 담는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나는 내 안의 존재를 통해 세상을 달리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안의 존재, 그것을 위해서 바로 당신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31


내게 사진을 찍는 법에 대해 물어오는 많은 이들에게 나는 이렇게 얘기한다. "노세요!"

영화, 뮤지컬, 오페라, 회화, 조각, 무용, 음악 할 것 없이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경험하다 보면 그러한 것들이 바로 당신 안에서 하나의 존재를 이루게 된다. 세상을 보다 더 독특하고 진지하게 바라볼 수 이는 시각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32


남들이 쉽게 지나쳐 버리는 곳에서 당신만의 시각으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길 바란다. 작은 것의 몸짓에 시선을 주고 바람의 흐름에 온몸의 감각을 맡겨라. 사람들의 변하하는 표정을 애정 있게 바라보고 당신 자신의 감각을 신뢰한다면 당신의 여행 사진은 분명 근사할 것이다.  35


되지도 않는 영어보다는 당당한 표정과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입보다는 몸으로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41


현지의 음식을 먹는 것으로부터 여행의 시작이 이루어진다. 함께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현지인들과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 중요한 방법.  49


여행을 하며 사진을 찍는 이들 대부분은 사람이나 사물을 먼발치에서 바라볼 것이다. 객관적인 풍경, 객관적인 사람들과의 밋밋한 관계 속에서 재밌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리 없다. 용기를 내어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단순한 관람자가 아닌 그들 삶 속의 일부가 되어 여행을 할 수 있다. 여행이 현지인들과 함께 하는 삶이 되고 생활이 되어야, 애틋하고 정겨우며 감동어린 이야기들을 배낭에 가득 담아 올 수 있다. 풍경 밖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갈 때에야 비로소 구태의연한 미사야구들을 버리고 진솔한 이야기들을 써내려 갈 수 있는 것이다.  

당신만의 에피소드가 없는 여행이란 얼마나 지루할지 생각해 보라.  60


그들의 삶 속으로 당당하게 들어가는 가슴 뜨거운 여행자가 되어보자.  61


여행의 카테고리는 국가별로 너무 세분화 하는 것보다는 당신만의 느낌으로 묶어서 운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카테고리는 일목여연하면서도 심플하게 만들어 놓는 것이, 당신 스스로 집중하기에도 좋을 것이고 보는 이들에게도 강하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70


업로드를 꾸준하게 하라.

매일 고정적으로 피딩타임을 정하고 먹이를 던져 주듯 포스팅을 던져라.  71


문답 

생업이나 학업을 중단하고 1년 정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돌아온 후가 걱정이다.

- 결심했다면 실행에 옮겨야 하지 않을까?  82

라스트 코멘트

- 용기 있게떠나지 않는 자에겐 가슴 시린 만남도 없다. 그리고 망설이는 삶은 언제나 그 자리일 뿐이다. 머무름과 떠남이, 만남과 헤어짐이 그리고 들숨과 날숨이 공존하며 새로운 감동으로 펼쳐질 여행과 어여쁜 사람들 속에서 거침없이 방랑하길 바란다.  83




조현숙 - 찍지도, 그리지도, 쓰지도 말아라


모든 도시에는 고유한 소리가 있다. 혼잡한 시장 사진을 보면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음이 생각나고, 기차 사진을 보면 단잠을 깨우던 행상인의 소리가 그립다. 그래서 여행지에서 내가 머물렀던 도시, 그 공간의 소리들을 녹음한다.


스캔하라, 온몸으로

기억이란, 본인이 경험하고 목격한 것이 어떠한 형태로 잘 간직되엇다가 나타난다. 이때 주관적인 의식과 객관적인 상황이 어우러져 본인이 기억하고싶은 것만 기억할 수도 잇고,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부각되기도, 그렇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과감히 생략되기도 한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 그 부분적인 기억마저도 흐릿해진다. 그나마 며칠이 지나서라도 기록을 해두어 사진 한 장 없는 5년이 지난 지금, 저 글을 보며 그날을 기억하게 된다. 기록은 기억에 의존하게 되고, 그 기록은 다시금 기억을 새롭게 한다. 그렇다면, 기억과 기록은 무엇이 먼저라고, 무엇이 무엇을 지배한다고 말할 수 없게,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얽혀있는 것이 아닐까. 기억이 없으면 기록도 없고, 기록이 없으면 훗날의 기억도 없으니 말이다.  108


요즘은 해외여행이라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닌 세상이다. 쓸 만큼의 돈, 머물 만큼의 시간, 떠날 만큼의 용기만 있다면 누구라도,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니까.  144


여행과 책 작업을 병행하면서 나는 노하우란 대단하고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여행하면서 길들여지면 좋은 , 작고 사소한 습관들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각자 도움이 될 만한 여행습관이 몸에 잘 배어있으면 일과 여행을 어느 정도 균형 있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습관도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에서 우리나는 것이지만.  145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


단 두 줄의 글귀가 나를 감전시켰다. 좀처럼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신호등이 초록불로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모른다.

뭘 몰랐던 스무살 때 정한 전공 하나로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재미없는 일인가부터 시작해서 내 인생에 이것 말고 다른 것은 없는가. 내가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행동하고 살아가는 것이 더 멋있는 어른이 아닐까. 이런 의혹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불현듯 미끄러져 들어오곤 했다.  161


인생의 방향을 찾느라 고민하는 삶은 얼마나 위태로울지 생각하니 심히 걱정스러웠다. 아, 20대의 고민은 30대가 되어도 끝나지 않은 것이다.

여행이 깊어질수록 분명해지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아파트 평수나 연봉이 아니라 매 순간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일에 가치를 두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선명해졌다. 사람들이 정한 시간표에 꼭 맞춰 살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직업이 되는 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기 시작할 때 이미 내 발은 그 길로 접어들공 있었다.  163


문답

여행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 무언가를 보고 느꼈을 때 메모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자리에서 문장을 쓰긴 어렵지만 몇 가지 기억하고 싶은  키워드라도 꼭 메모를 해서, 시간이 지난 뒤 그 메모를 보고 그때의 느낌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67


생업이나 학업을 중단하고 1년 정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돌아온 후가 걱정이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까지 걱정이 된다. 그러나 사표를 내기 전에 한 가지만 생각해보자. 떠나려고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단순한 일상에 대한 일탈인지, 아니면 여행작가로 본격적으로 나서볼 생각인지, 또는 그 어떠한 이유인지, 떠나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진다면 그만큼 걱정도 줄어들지 않을까. 아무튼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길을 선택하든 본인이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것이 가장 후회를 줄이는 방법이라는 것.  168




박동식 - 초점이 흐린 백 장의 사진은 스타일이다 


여행기에 생명감이 있어야 한다. 여행기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중요한 장치 중에 하나는 현장성이다. 여행기는 순수한 창작물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이나 취재를 바탕으로 쓰는 원고이기 때문이다. 그 현장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충실한 메모가 중요하다. 하루 일과 후에 쓰는 일기도 중요하지만 어떤 단상이 떠올랐을 때 곧바로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놓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178


가장 중요한 것은 '더듬이'일 것이다. 같은 상황을 경험하고도 누구는 아무런 동요 없이 지나치기도 하지만 더듬이가 발달된 사람이라면 많은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180


삶이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과거나 현재가 아니라 미래다. 현재 처해 있는 역경이 아무리 힘든 것이라고 해도 내일은 오늘과 다를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이 잇다면 오늘을 사는 것이 그리 힘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일에 대한 확신이 클수록 오늘의 버거움쯤은 웃으면서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을 행복하게 살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안락함을 영위하면서도 다가올 내일에 대한 불안 때문에 괴로워하고 좌절한다.  222


문답

여행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가 중요하며 그것ㅇㄹ 전달하려 애쓴다.  241


생업이나 학업을 중단하고 1년 정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돌아온 후가 걱정이다.

- 안정적인 월급이 필요하다면 휴가 때 며칠의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만족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당신의 유전자 어딘가에 여행 없이는 살 수 없는 간절함이 숨어 있다면 안정적인 월급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1년간 세계 일주를 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그들이 여행에서 돌아와 굶어죽엇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어찌해서둔 길은 있다. 오히려 떠나고 싶어도 경비가 없어 떠나지 못하는 것이 더 원통한 일이다.  242


넘치는 열정으로 여행작가의 길에 접어들었으나. 재능이 부족하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면

- 재능은 노력하면 키워진다. 게으르지만 않다면 당신은 분명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243




정기범 - 가이드북에도 블록버스터가 있다


가이드북은 한 도시에 적어도 3개월 이상 머물거나 아예 오랜 세월동안 거주하는 열정 넘치는 사람들이 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264


좋은 사진을 찍는 데 정해진 규칙 따위는 없다. 사진을 잘 찍고 싶다면 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주변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들을 기록해보길 바란다. 하지만 마구 셔터를 눌러대기보다는 좀 더 공을 들여 찍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 생각 없이 셔터를 난사한다면 일 년, 아니 십 년이 지나도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우연히 스쳐가는 피사체에 한 걸음 더 다가가서 찍는 부지런함이 있어야 생동감 있는 사진을 찍어낼 수 있다.

여행사진은 다큐멘터리적인 요소가 강하다. 자연이 풍경이나 인물의 일상을 바탕으로 나 자신의 시간을 기념하는 '사실적인 기록'이다. 처음부터 너무 멋진 사진을 기대하기 보다는 일상의 소소함을 기록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셔터를 누르다 보면 의외로 좋은 결과물을 얻을 때가 많다. 한 장소에서 오랜 시간 기다려서 찍은 사진,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순간을 맹수처럼 따라가듯 찍은 사진, 맛있는 음식을 열 배쯤 더 맛있게 보이도록 찍은 사진... 이런 사진을 ㅉ기기 원하는 마음 자체가 당신을 멋진 작가의 길로 이끌어 줄 것이다.  288-289


문답

생업이나 학업을 중단하고 1년 정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돌아온 후가 걱정이다.

- 아무것도 확실한 것은 없다. 다음이 걱정이라면 장기간의 여행을 평생 떠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먹고 살 방법 없이 무작정 여행을 떠나는 것도 문제지만 다음 일이 걱정돼서 여행을 못 떠나는 것도 재미없는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 앞에 기회는 늘 있다. 그 기회가 나를 끌어당기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기회를 끌어가면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 일만 하는 사람은 삶의 노예가 아닐까. 쉴 줄 아는 능력을 여행을 통해 실현하면 분명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도저노가 에너지가 충만해질 것이다.  306




이지상 - 절실함이 가슴에 닿을 때까지


'어떻게 해야 여행작가가 되는가'라는 질문 이전에, 먼저 자신에게 물어야 하는 것이 있다. 정말 미치도록 여행이 좋은가, 정말 글을 쓰지 않으면 '환장'하게쓴ㄴ가, 정말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인생의 한 부분을 뚝 떼어 바칠 수 있겠는가? 그런 열정, 그런 끼가 있다면 방법은 저절로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며 그 누구도 앞날은 예측할 수 없다. 안정과 자유로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전략' 혹은 '테크닉' 마인드로 접근하면 이런 길은 쉽게 답니 보이지 않는다. 다만, 미치도록 좋아서, 대책 없이 열정 하나만으로 뛰어들어 온몸을 훨훨 불사르는 사람의 눈에는 미처 예상치 못한 길이 보인다. 그게 오묘한 인생의 이치인 것 같다. 

결국 전략보다 뜻이요, 테크닉보다 열정이다.  329-330


여행기를 내는 방법 몇 가지를 귀띔한다.

첫 번째, 자기 스스로 '기획'을 해서 쓰는 것(여기서 말하는 기획이란 '여행'이 아니라 '글쓰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나는 대개 이 방법을 썼다.).

어떤 지역의 여행기든 '압축'해야만 한다. 먼저 특정한 주제와 목적, 그리고 대상 독자층을 분명하게 인식한 후, 거기에 맞게 기억을 살리고 자료를 보충해가며 원고를 써야한다. 원고를 다 쓰면 자기 원고와 색깔이 맞는 출판사 목록을 써야 한다. 원고를 다 쓰면 자기 원고와 색깔이 맞는 출판사 목록을 작성한 후, 3~$개씩 그룹을 지어 메일로 보낸다.

A4 용지 1~2장 정도의 분량으로 기획 의도, 내용, 목차, 대상 독차층, 자신에 대한 소개등을 정리한다. 이렇게 작성한 '기획서'와 본문의 일부분을 메일로 보낸다.

두 번째 방법은 원고를 쓰기 전에 먼저 기획서를 만들어 출판사에 알리는 것.

세 번째는 자신의 경험을 블로그, 홈페이지 혹은 여행 카페등에 먼저 올리는 것.

네 번째는 먼저 출판사와 기획한 후 여행을 떠나는 것.

어느 정도 검증된 여행작가일 때 해당되는 케이스로, 출판 기획자와 주제, 여정 등을 어느 정도 미리 정한 후 취재를 한다.  333-336


경험을 편집하라 - 자기 경험을 무작정 모두 옮겨서는 안 되고 먹적에 맞춰 편집해야 된다는 것이다.  336


메모는 또다른 여행의 길 - 여행을 조항한다고 여행에 대한 글이 저절로 써지는 것은 아니다. 여행과 글쓰기는 다른 영역의 행위다. 여행작가가 되려면 여행은 물론 글쓰기 또한 지독하게 좋아해야 한다. 나의 일기장에는 현장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와 함께 주관적인 감정, 사유, 현실 정보들이 다양하게 담겨져 있다.  342


거짓과 과장은 피하되, 글 쓰는 과정에서 피어오르는 약간의 감성과 자유로운 창의성은 양념처럼 허용하기로 했다.  345


"우선 써라. 글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쓰는 것이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은 손가락이다."  351


그렇게 쓰고 난 후에 읽어보면 버릴 게 상당히 많아지거나, 아예 싹 다 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352


나는 여전히 어떤 그링 좋은가,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을 모른다. 그러나 고민하다보면, 그 고민 자체가 익은 열매 떨어지듯이 툭 떨어질 때가 있다. 그 순간 바쁜 머리가 고개를 숙이고 뜨거운 가슴의 열기가 솟구친다. 그 기운으로 글을 쓴다.

그런데 그게 한 번에 되지는 않는다.

'버려짐'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그 '버려지는 것'들이야말로 불쏘시개가 되어 가슴의 열기를 서서히 지피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지런해야 한다. 부지런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355

한 길에서 프로로서 생존한다는 것은 더 어려운 길이다. 세상에 진입하기 위해서 수많은 문턱과 장벽들을 넘고, 재투자와 자기 성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362


자신의 길을 선택했다면 그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 외에 세상을 잘 살아가는 방법은 없다. 또한 행복으로 가는 길도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자신이 개척하는 것이다. 길 없는 길을 만들어가는 길, 거기에 짜릿한 기쁨이 있다.  364


인간은 의미를 찾는 동물이다. 마음이 괴로울 때, 앞날이 막막할 때, 혹은 과거가 후회될 때 나는 자꾸자꾸 의미를 생산한다. 그 의미를 토앻 후회스럽던 과거가 보람 있는 과거로 변하고 막막하던 미래가 밝고 희망찬 미래로 변한다. 또한 흔들리는 현재가 기쁘게 다가오기도 한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고, 미래를 알 수도 없지만 의미의 세계에서는 얼마든지 과거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인간은 보잘 것 없지만 위대하기도 하다. 선한 생각, 선한 의미를 계속해서 생산해내면 자신의 삶이 그렇게 변해간다고 나는 믿는다.  369


솔직히 한 길을 오래 가는 데 있어 재미는 일시적이다.  370


문답

초보자가가 여행기를 쓸 때 피해야 할 것

- 자기의 경험을 다 쓰려고 하지 말라. 여행기는 자신의 일기장을 옮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일기장이라는 재료를 바탕으로 하나의 집을 짓는 것이다.  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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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저가 항공사에 대한 소개에 관한 도서이다.


진정한 여행의 발견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

행복한 여행의 가장 큰 준비물은 가벼운 마음이다. - 생텍쥐베리

여행의 목적은 도달하는데 있지 않고 떠나는 것에 있다. - 괴테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단지 그 책의 한 페이지만을 읽을 뿐이다. - 성 아우구스티누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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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책을 시작하며 .. 8

1부 시작하기

  1장 습작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가? ..22

  2장 여행 떠나기 .. 48

  3장 내용에 관한 생각 일깨우기:기초훈련 .. 55

2부 작가의 역량

  4장 창조력 .. 92

  5장 기억과 전문 지식 .. 108

  6장 관찰력 .. 121

  7장 상상력 .. 142

  8장 잠재의식 .. 168

  9장 호기심 .. 177

  10장 셜록 홈스의 글쓰기 학교 .. 203


하버드 글쓰기 강의 (下) 보러가기 


책을 시작하며

이 책은 그 흔한 출판 전략 하나 일러주지 않고 독자의 심리를 깊이 파고드는 기술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글 쓰는 데 필요한 문법도 가르쳐주지 않고, 어떻게 하면 불티나게 잘 팔리는 베스트 셀러 소설을 쓸 수 있는지 그 방법 역시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 대신 이 책은 글을 쓰는 모든 작가에게 꼭 필요한, 가장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기술을 어덯게 하면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또한 작가라는 사람들은 글을 쓸 때 아무 거리낌 없이 그저 쓰기부터 시작하는지 아니면 글을 쓰는 내내 보통 사람처럼 답답함을 느끼거나 혼란을 겪는지 그런저런 것들을 함께 보여줄 것이다.  8-9


글을 쓰는 데에는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첫째, 글을 쓰려면 한 편의 글에 담길 내용을 찾아내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주제를 찾아내고, 주제에 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발견하는 능력이 없으면 글을 쓸 수 없지 때문이다.

둘째,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독자를 헤아리는 능력이 필요하다. 

셋째, 글을 쓰려면 자신이 소통을 위해 다루고자 하는 장르나 형식에 관해 알 필요가 있다. 

넷째, 글을 쓰려면 내 마음속 생각을 독자의 마음속에 집어넣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10-11


그런 지식을 타고나는 작가는 없다. 종이 위의 소통을 위해 필요한 기술은 기본적으로 학습된 기술이다.  11



습작은 타격 연습이나 악보 연습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반복적인 행동이다.

습작이 단지 맹목적인 반복이란 뜻은 아니다. 훌륭한 야구선수라면 타격 훈련을 할 때 무작정 방망이를 반복해서 휘두르기만 하지는 않는다. 타격을 할 땐 한 순간에 온 정신을 한데 모은다. 한 예로 방망이를 휘두르는 순간, 방망이를 잡은 손에 온 정신을 집중한다. 또 공을 치는 순간, 공을 바라보는 눈에 온 정신을 집중할 수도 있다. 종이에 글을 쓰는 것 역시 한 순간, 한 가지 대상에 온 정신을 집중하는 행위다. 바로 이것이 글쓰기으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27


습작을 시작할 때면 자기도 모르게 학창 시절의 사고방식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모든 것을 '올바로' 했는지 알고 싶어한다.  28

'이 글은 지난번 것처럼 좋지는 않아. 더 이상 그런 글을 쓸 수는 없을것 같아'하고 생각하게 된다.

습작할 때 마음속으로 평가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30


훈련은 학습을 위한 도구다.

평가하는 태도를 버려라. 그 대신 '이렇게 쓰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군' 하는 식으로 자신에게 속삭이는 것이다.  33


습작은 놀이 같은 것이다.

훈련을 할 때 놀이처럼 하기 위해서는 발견을 통해 배우는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 

스스로 다음번에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찾아내게 될 것이다.  34


무엇이든 상관없이 계속 펜으로 끼적거리는 것이다. 이 말은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이며, 앞으로 돌아가 단어에 밑줄을 긋거나 단어를 고치거나 바꾸지 않는다는 뜻이다.  35


프리라이팅(freewriting) - 10분 동안 작가가 되는 훈련을 한다는 것.

이제 몇 분의 시간을 더 들여-자신이 원하는 만큼-종이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과연 이 훈련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스스로 골라 쓴 어휘를 볼 때 무엇이 눈에 띄는가? 어떻게 그 단어가 생각났는가? 글을 쓸 때 마음속의 어떤 생각에 주목했는가?  36


훈련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흔히 글을 쓸 때 마음을 편히 먹었다고 주장한다. 어떤 사람은 글을 쓰면서 새로운 생각이 끊임없이 떠오르는 것에 놀랐다고 말하기도 한다. 때로는 한동안 생각해두었던 것에 깊이 빠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사람도 있다.  37


창조적인 기능은 누구에게나 있다.  39

훈련의 요점은 연습 자체에 있지 즉각적인 결과에 있지 않다.  40



프리라이팅을 위한 지침

- 무슨 일이 있어도 적어도 10분 동안은 계속 펜을 놀려라. 시계를 보지 말고 대신 자명종이나 스톱워치를 활용하라.

- 멈추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도 이 욕구에 따르면 안 된다. 말하고 싶은 것이 생각날 때까지 똑같은 것을 반복하더라도 끝까지 멈추지 말고 펜을 놀려라. 쓰는 도중에 다른 표현이 생각나도 먼저 쓴 것에 줄을 긋거나 편집하지 마라.

- 어디까지나 사적인 일이라는 생각을 분명히 하라. 무엇을 쓰고 싶든지 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 원한다면 한 가지 주제로 시작할 수 있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그리고 한 가지 주제로 시작했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주제로 바꿀 수 있다. 다만 계속 펜을 놀려라. 순서나 단어 선책, 문법의 정확성에 관해서는 걱정하지 마라. 이것을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원하지 않는 부분에서 생각이 뱅뱅 맴돌 때는 방향을 바꿔라. 이 훈련의 주제는 여러분 자신이다.

- 이 글에 대해 아무런 기대를 하지 마라.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 상관도 없다. '이번에는 어떤 아이디어나 이미지가 떠오를지 궁금하다'는 태도만 유지하라.

-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과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종이에 옮겨라. 마음속에 '이건 끔찍해! 무슨 생각이 나든 그걸 쓸 수 있을 것 같아?'라든가 '와우, 대단한데! 곧 스티븐 킹 같은 자가가 될거야'하는 목소리가 들리더라도 무조건 무시하라. 계속 펜만 움직여라.

- 처음에는 자신이 쓴 것을 읽어보지 않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 읽고 싶어도 잠시 기다리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행여 읽더라도 너그러운 자세로 읽어라. 편집하거나 비평하지 마라. 단지 종이 위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만 주목하라.  43-44



기초 훈련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단순하다.  46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즉 "재능이란 다른 사람에게만 있다고 생각하는 가정, 그런 생각이야말로 자신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글쓰기 능력이 있다.  50


습작을 위한 준비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기 바란다. 먼저 다음 질문에 답해보라. 여러분은 어느 시간대에 에너지가 가장 충만한가? 여러분은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고 싶은가 아니면 원할때면 아무 때나 쓰고 싶은가? 혹시 이 두 가지 경우 모두에 해당되는가?

이제 여러분의 이상적인 글쓰기 장소를 상상해보라. 그곳은 어디인가? 하루 중 어느 시간대에 그곳을 이용하는가? 그곳은 어떻게 생겼는가? 그곳에서는 어떤 소리가 들리는가? 당신이 거기서 보거나 냄새 맡거나 만지는 것은 무엇인가? 당신은 어떤 옷을 입었는가? 혼자 있는가 아니면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가? 무릎에서 고양이가 자고 있는가? 발치에 개가 누워 있는가? 그곳은 조용한가 아니면 음악이 들리는가? 음악이 있다면 어떤 음악인가? 당신 주위에 있는 이 모든 것은 편안한 느낌을 주는가 아니면 어떤 영감을 불러일으키는가?

이 모든 것을 마음속에 담고 그것을 그림으로 바꾸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52-53


어떻게 하면 가장 편안한 환경을 만들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른 조명이나 다른 의자, 다른 배치로 실험하고 싶을 수도 있다. 꼭 이런 형태는 아니겠지만 사실 글쓰기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육체적인 활동이다. 육체적으로 편안할 때 글쓰기에 더 많은 힘과 정력을 쏟을 수 있다.

단지 펜과 종이만 준비하고... 시작해 보는 것이다.  54



작가의 정신 : 내용에 관한 생각과 기교에 관한 생각

내용에 관한 생각이란 무엇인가? 글로 쓸 생각과 활용할 재료를 찾아내는 작가의 정신과 관련한 부분이다. 내용에 관한 생각을 잘 단련한, 노련한 작가는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정보, 장면, 이야기, 인물, 세부적인 묘사 같은 내용을 잘 포착해 독자의 관심을 이끌어낼 줄 안다.

기교에 관한 생각이란 무엇인가? 말해야 할 내용을 전달하는 작가의 정신과 관련한 부분이다. 기교적인 생각은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큰 기교, 예를 들어 소설을 어떻게 쓸 것인가 또는 기명 칼럼은 어떠해야 하는가 따위이고, 또 하나는 작은 기교, 이를테면 어휘를 선택해서 그것을 문장과 문단에 조합하는 기교다.

각각의 부분을 잘 익히기 위해서는 둘을 분리해서 훈련하는 것이 좋다.  58


프리라이팅의 진정한 목적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번째 목적은 내용에 관한 생각과 친숙해지고 그 생각을 다루는 법을 익히는 데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두번째 목적은 규칙적인 훈련으로 내용에 관한 생각을 강화해서-특정한 정신의 근육을 단련하는 것-재료 제공을 원활하게 하자는 것이다. 

어휘보다 재료에 집중하는 훈련을 하면 할수록 말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는 것도 그만큼 더 쉬워질 것이다. 

이 훈련을 꾸준히 한다면 자신이 불러낸 재료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라도 결국에는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64



자료 없이 글을 쓸 수없는 사람은 없다.

풍부한 재료.. 재료가 풍부하다면 그 많은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66


자료 모으기에는 내부 모으기와 외부 모으기 두 가지가 있다.

내부 모으기란 자기 마음속에 있는 재료를 모으는 것이다. 여러분의 경험과 생각, 꿈, 읽은 책, 시청한 영화를 불러 모으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 머릿속에 저장된 것을 떠올린다고 보면 된다.

외부 모으기는 자기 주변에서 불러 모으는 것이다. 읽기로 마음먹은 책이나 관심 있는 것에 대한 조사, 우연히 듣게 된 대화 같은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록하는 일임을 명심하라.  67


사실상 자료를 모으는 순간에 그 자료가 훗날 소용이 될지. 안 될지 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저 자신의 직관을 믿고 뭔가 매혹적이거나 중요하다고 여겨지면 그것을 적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여러분은 필경 그 느낌을 잊고  말 것이다.   69



연습 : 프리라이팅에서 모으기

온힘을 내용에 집중해서 프리라이팅을 많이 하다 보면 싫증이 날 수도 있다. 이때는 원한다면 자신이 쓴 것을 훑어보고 눈에 띄는 대목에 표시를 할 수도 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전체 구절 등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뭐든지 표시를 한다. 컴퓨터로 프리라이팅 연습을 했다면 새 문서를 열고 표시한 모든글을 붗이기 하면 된다. 펜과 종이를 사용했을 경우에는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요절에 동그라미를 친다든가 해서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표시를 하면 된다. 원한다면 또한 표시한 자료를 새로 작성해 컴퓨터에 자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여러분은 작가의 또 다른 필수적 훈련인 새로운 차우너의 모으기를 경험해볼 기회를 자기 자신에게 부여한 것이다.  72



나는 학생들에게 분명히 말한다. 많은 독서를 하지 않고서는 작가가, 또는 유능한 작가가 될 수 없다고.

여러분은 작가로서 독서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이 말의 뜻은, 가장 중요하고 우선되는 것으로서 즐거움을 위해 독서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74


어떤 것으든 좋으면 읽는 것이다.

기쁨을 위한 독서를 한다면 무의식중에 작가의 문체자 기술을 흡수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책을 읽을 때 자기 자신을 사로잡는 것에 주목하라.  75


책읽기는 그 어떤 행위보다도 내용에 관한 생각을 키워줄 것이다.  78


연습 : 내용에 관한 생각과 더불어 하는 책읽기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이나 시, 수필을 읽어라(어떤 종류의 글을 좋아하든). 이제 그 글의 내용을 생각해 보고 마음에 떠오르는 것을 적어보라.

이 작가는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가?(예를 들면 어떤 인물이나 사건, 어떤 상세한 묘사, 어떤 아이디어를 사용했는가?) 이 재료의 무엇이 마음에 드는가? 작가는 이 재료를 어떻게 얻었다고 생각하는가? 작가가 이 특정한 재료를 사용한 까닭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79



습작을 할 때 일어나는 멋진 일 중 하나는 이 훈련이 작가로서의 자신을 아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여기서 쓰는 글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완전히 개인적인 것이어서 글을 쓸 때 마음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주목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은 단순히 종이에 단어를 나열하는 훈련으로 자신이 매우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훈련을 할 때 머릿속에서 어떤 커다란 목소리가 '훈련을 방해한다는 것도 알 것이다. 바로 '어떻게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라거나 '어쨌든 프리라이팅이라는 이 한심한 훈련을 왜 하는 거야?' 같은 목소리들 말이다. 또는 글쓰기를 할 때 아침 일찍 쓰거나 라디오를 켜고 쓰거나 조용한 데서 쓰는 것이 더 좋다는 여러 가지 사실도 알게 될 것이다. 또는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바라보는 거라든가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 것 역시 좋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노트보다는 컴퓨터로 쓰는 것이 더 낫다는 거라든가 자신의 내용에 관한 생각이 더 이상 써줄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주제들로 꽉 차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처럼 글쓰기와 작가로서의 자신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것은 한도 끝도 없다. 무엇보다 실습 작가가 되려면 배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81


작가가 되기를 원한다면 또는 훌륭한 작가가 되기를 원한다면 배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말은 자신에게 시간을 제공하여 배울 기회를 허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82


자신의 습작을 돌아볼 때 평가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는 것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주요한 것은 자신이 하지 못한 것에초점을 맞추기 보다, 또 그 이상 성취하지 못한 자신을 비판하기보다 훈련 중에 자신이 성취한 것을 주목하고 그 진가를 아는 것이다. 자기가 해낸것, 자기가 배운 것에 주목하고 제대로 인식할 때만이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고, 그것은 우리의 일부가 된다. 바로 이것이 피상적이 아닌, 깊은 의미에서의 진정한 배움이다.  83-84



연습 : 자신의 글쓰기 돌아보기

이 연습은 프리라이팅 훈련처럼 한다. 10분간 또는 그 이상 계속 펜을 놀리는 것이다. 글을 쓰며 지난 몇 주간 글쓰기를 하는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반성해본다. 

자신의 글쓰기 내용이나 자기 자신의 내부에서 또는 이 두 가지 모두에게 무엇을 주목했는가?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훈련 중에 무엇이 도움이 되었나? 또는 무엇이 도움이 되지 않았는가? 다음 단계로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이든 생각나는 것을 적어보라.

자신을 돌아볼 때에는 평가의 생각은 멀리한 채 습작을 하고 또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주목하고 어떤 칭찬이나 비난을 배재한 상채에서 단순하게 그 일을 적는다. 아마 여러분은 스스로 이런 물음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이 훈련은 나에게 무엇을 가르치는가? 나는 글쓰기에 대해서 또는 작가로서의 나 자신이ㅔ 대해서 무엇을 배우는가? 다음 단계의 글쓰기로 나가고 싶거나 나갈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부분은 어디인가? 오늘 작가로서의 나의 직관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렇게 하면 자신이 배운 것을 의식하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그러면 이 여행의 어느 지점까지 왔는지 또 다음 단계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자신의 훈련을 돌아본다면 '작가의 직관'으로 자신의 생각을 듣는 데 도움이 된다. 작가의 직관이란 보통 의식적인 생각보다 작가로서 발전하는 데 필요한 거을 더 잘 아는 내면의 목소리다.  85-86


나는 작가가 되는 데 재능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끝없이 초보자의 자세를 유지하면서- 기꺼이 배우는 사람이 되겠다는 자세라고 굳게 믿는다. 

배움을 돌아보는 훈련이 글을 쓰는 나 자신을 마치 어린애처럼 생각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어린아이가 자라고 발전하는 데 필요한 것은 비판이나 지나친 칭찬이 아니라 격려와 지원이다. 

자신을 돌아보는 훈련은 특정 주체에 대한 글쓰기를 계획할 때에도 큰 도움이 된다. 때로 어떻게 자신을 돌아볼지 성찰하고, 특정 문제에 관해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놀라운 통찰과 해결방법을 찾기도 한다.  87



연습 목록을 관리하는 법

연습하고 싶은 목록을 작성한다면 훈련 시간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1.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지금 하고 싶은 연습은 무엇인가?"라고 자신에게 물어보면서 훈련 돌아보기를 연습한다.

2. 연습하고 싶은 것 서너 가지를 골라서 목록으로 작성한다.

3. 이 목록을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는다. 컴퓨터에 자장하거나 노트 맨 앞쪽 계획표에 붙일 수 있다.

4. 글쓰기를 할 시간이 조금이라도 잇다면 -단 10분이라도- 이 목록에 적힌 훈련 한 가지를 골라서 한다. 

5. 새 훈련을 시작하면서 친숙한 것을 반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될 때에는 목록을 다시 작성한다.  89



창조적이란 말은 ... 나 자신이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거나 상상하지 목한 것을 찾아낸다는 뜻이다.  93


글쓰기에서의 창조력이란 (또는 다른 행위에서도) 이보다는 재료를 모으고 모은 재료의 '조각'을 선택하고 각 조각을 서로 연결하는 과정을 말한다. 우리의 내용에 관한 생각을 많은 재료로 채우지 않는 한 우리는 창조적일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재료를 모으는 훈련에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다.  94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찾는다는 것은 작가가 되기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자신의 주제는 어떻게 찾아내는가?

1. 질문을 제기하라. - 창조적인 기능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거기서 들리는 대답을 적음으로써 주제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 시작에 필요한 몇 가지 질문을 예시해보겠다. 이 연습이 마음에 든다면 자신만의 주제를 편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대답이 들릴 때에는 계속 펜을 놀린다. 첫 질문으로 시작하되 싫증이 날 때까지 이 물음에 매달리고 나서 다음번 물음으로 넘어간다. 쓰려고 할 때 뭔가 들리는 소리가 있으면 10분 정도 지날 때까지 편한 마음으로 소리를 듣는다. 이런 질문에 대해서는 딱히 정답이 없다. 어쩌면 조잉 위로 옮겨지는 글을 보고 깜짝 놀랄 수 있다. 동시에 자신이 원하지 않는 영역을 참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간단히 방향만 바꾸면 된다. 원한다면 그때그때 다른 질문을 선태갛고 대답하면서 이 훈련을 한 번 이상 하도록 한다. 

 -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가?

 - 최근에 어떤 생각을 했는가?

 - 계속 마음을 사로잡은 생각은 무엇인가?

 - 고민거리가 있는가?

 - 무엇에 관심이 있는가?

 - 무엇을 아는가?

 - 확고한 의견을 지닌 주제가 있는가? 그렇다면 그 의견은 무엇인가?

 - 마음속에 담아둔 장소나 사람이 있는가? 그 장소는 어디고 그 사람은 누구인가?

 -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 과정이 끝나면 자신이 쓴 것을 읽어보고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는 주제로 보이는 것에 동그라미를 치거나 밑줄을 긋는다.

2. 노트를 활용하라. - 작가노트를 활용한다면 노트가 쓸 거리에 관해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해줄 것이다. 가끔씩 거기에 기록된 내용을 훑어보고 '이것에 대해 더 쓰고 싶어'하고 생각나는 항목이나 구절이 있으며 옆에 체크를 해둔다. 간혹 그 중요성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이 어떤 특정 주제에 관해 반복해서 써왔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도 있다. "나는 정말 산에 관심이 많군"이라거나 "할머니에 대한 글을 많이 쓰고 있다. 계속 쓰고 싶은 생각이 든다"하는 식으로 두드러진 주제가 나오면 이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주제로 쓰고 싶다고 생각되는 것을 적어본다.  95-97


글쓰기란 하나의 과정이다. 이것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단번에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97


초첨화된 프리라이팅  99



연습 : 내부 모으기를 하기 위한 초점화된 프리라이팅

앞서 연습한 '자신의 주제를 찾아라'에서 찾아낸 주제 하나를 고른다. 이것을 새 페이지의 맨 위에 기록한다. 프리라이팅 기초훈련처럼 초점화된 프리라이팅도 아주 간단하다. 적어도 10분간 계속 쓰고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한 아무도 이 글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또 훈련을 하면서 지금 쓰는 것이 완성된 글도 아니요 초고도 아니라는 시실을 염두에 둔다. 그러므로 서론, 본론, 결론 같은 것은 필요 없다. 글의 구성에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이 글을 이해할 필요도 없다. 여러분이 지금 하는 것은 자신의 내부에서 지금 자신의 주제가 될 것을 모으는 일이다. 정보 조각이라든가 이야깃거리, 사람, 이미지, 아이디어, 어휘, 구절, 질문 등 어떤 것이라도 좋다. 내부 모으기는 수년간 창고 깊숙이 처박아놓고 열어보지 않은 상자를 들여다보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 사용하고 싶은 주제를 당장 성택하지는 않는다. 단지 거기에 뭐가 들었는지 알아보는 거이다. 마음속에 떠오른 것을 검열하려고 하면 안 된다. 그것이 자신의 주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면-아무리 낯설고 연결고리가 미약해 보이더라도-노트에 적는다. 생각이 또렷하지 않을 때에는 뭔가 말할 생각이 날 때까지 단어 하나나 구절 하나를 계속 반복한다. 

'어디든지 제한 없이 가는' 기초적인 프리라이팅과 초점화된 프리라이팅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이 차이는 창조적 기능에 제공할 방이 몇 개나 되는가와 관꼐가 있다. '제한 없이 가는' 프리라이팅으로는 자신의 창조적 기능이 어디든 향할 수 있다. 초점화된 프리라이팅을 할 때에는 활도을 펼칠 특정 공간을 제공하고-자신이 선택한 주제 영역-그곳에 머무르도록 한다. 여러분이 지금쯤은 알고 있을 창조적 기능은 이곳저곳 거침없이 뛰어다니면서 제 맘대로 놀고 제 맘대로 돌아다니는 길들이지 않은 강아지와 같다. 따라서 여러분은 자신의 창조적 기능이 마치 강아지처럼 지정해준 '뜰'을 벗어나서 밖으로 나가고 싶어한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때로 창조적 기능이 이렇게 할 때에는 여러분이 지정해준 것과는 다른 주제에 대해 놀라운 아이디어를 줄 때도 있다. 이런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면 노트 여백에 아이디어를 적거나 한 줄 띄고서 아이디어를 적기도 하고, 아니면 몇 줄 건너뛰고 적도록 한다. 그런 다음에는 곧장 선택 주제에 대한 프리라이팅으로 다시 돌아가면 된다. 하지만 때로는 창조적 기능이 갈팡질팡하며 주제와는 아무 상관없는 방향으로 이끌 때도 있다. 그렇다고 다른 주제에 대해 신통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저녁 식사로 무엇을 먹을까 하는 생각이나 잡다한 공상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창조적 기능을 달래며 살며시 주제로 돌려 놓으면 된다. 마음이 주제를 벗어날 때에는 "그래, 잘했어"라고 일단 쓴다. "저녁식사는 생선요리가 좋겠어. 하지만 지금은 할머니에 관한 얘기를 쓰려고 했잖아. 할머니에 관해 말하고 싶은 것이 또 뭐가 있지?..."하는 식으로 주제로 돌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성급하게 주제를 벗어났다는 판단을 내리면 안 된다. 때로 창조적 기능은 가치 잇는 통찰이나 정보 조각으로 안내하기까지 구불구불한 긴 경로를 거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저녁 식사로 생선요리'라는 생각이 생선을 잡아 요리하는 할머니의 모습 같은, 평소 같으면 찾아낼 수도 없는 놀라운 기억을 되살려줄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서든 적어도 10분간은 계속 펜을 놀려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그런 다음 이 연습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잠시 돌아보는 것이다. 이 연습을 했을 때 무엇이 눈에 띄는가? '제한 없이 가는' 프리라치팅 기초훈련보다 '초점을 맞춘' 프리라이팅이 더 어려웠는가? 아니면 더 쉬웠는가?

이 연습이 마음에 든다면 잘 보이는 노트 한쪽에 쓰기 목록을 기록할 수도 있다. 그러면 다음 기회에 글쓰기를 하려고 자리에 앉았을 때 이 목록에서 하나를 골라 초점화된 프리라이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100-102


어떤 성과보다는 훈련 자체에 몰두할 때 재료를 탐사하는 데 있어 완벽한 자유를 맛볼 수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대로 그 재료를 가지고 즐기면 된다.  106


완성된 글을 시도하기 전에 될 수 있으면 많은 재료를 모을 것을 권한다.  107



연습 : 질문하기

재미있게 재료를 기억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더라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 아주 유용한 재료로 들어가는 문이 열릴 수도 있다. 아래의 질문을 자신에게 제기하면서 답을 적어보거나 자신만의 질문을 해보라. 첫 번째 질문에 답을 적으면서 쓰기를 시작한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때까지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한 가지 질문이 여러분의 마음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 때에는 반드시 원하는 만큼 그 방향을 유지하라.

 - 어떤 재로를 기억에 담아두는가? 기억이 일종의 배낭이라면 거기서 어떤 재료를 꺼내고 싶은가?

마음에 어떤 장소가 들어 있는가? 좋아하는 곳인가? 아니면 차라리 잊고 싶은 곳인가? 도시나 집, 방 같은 곳인가? 아니면 산이나 숲, 은밀한 상상속의 장소인가?

 - 기억에 어떤 사람들이 들어 있는가? 기억하고 싶은 사람인가? 당신을 귀찮게 따라다니는 사람인가? 책이나 영화에서 본 인물인가? 만나고 싶은 유명 인사인가?

 - 마음속에 특별한 장면이나 기념품이 들어 있는가? (내가 ~~ 할 때)

 - 기억에 어떤 이야기가 들어 있는가? 그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을 아는가? 그 사람은 무슨 일을 했는가?

 - 즐겨 떠올리는 기억이 있는가? 아니면 별로 없는가?

 - 과거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충분한 문답을 했다는 생각이 들면 아무 때나 편하게 중단하라.  110-111



연습 : '나는 ~~을 기억한다'

'나는 ~~을 기억한다'는 말로 프리라이팅 훈련을 시작한다. 한 가지 기억에 대해 싫증이 날 때까지 쓴다. 그러다 생각이 막히면 '나는 ~~을 기억한다'는 말을 다시 쓴다. 훈련 시간이 끝날 때까지 이것을 반복한다. 

단순히 '나는 ~~을 기억한다'는 말로 문장을 끝낼 수도 있다. 그런 다음 구체적인 기억으로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이 끝날 때까지 계속 반복해서 이것만 쓸 수도 있다.  111



연습 : 사진 활용하기

과거의 기억이나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 또는 기념품을 꺼내서 훈련하는 동안 앞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그 사진이나 기념품에 대해 생각나는 것을 적어본다. 원한다면 각 대상에 목소리를 주어 대상이 여러분을 향해 말하게 할 수도 있다.


연습 : 기억을 활용해 모으기

앞의 연습에서 쓴 것을 모두 읽어본다. 눈에 띄는 것은 모두 표시한다. 이제 여러분이 표시한 항목 중에서 탐사하고 싶은 주제를 선택하라. 그 주제를 새 페이지의 맨 위에 써본다.

이제 지난 장에서 설명한 초점화된 프리라이팅을 활용하여 선택한 주제에 대해 10분간 쓴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기억하는 사람이나 장소, 경허에 대해 세부적인 내요을 모으려고 노력하라. 그때는 하루 중 어느 때였나?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고 있었나? 그들은 무엇을 했거나 또는 말했는가?

이 기억훈련을 할 때 사람들은 때로 자신의 기억이 '올바른' 것인지 걱정한다. 수업 중에 한 학생이 이렇게 물었다. "내가 기억하는 내용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과 똑같다고 확신해야 합니까?" 그러자 다른 학생은 또 이렇게 물었다. "저도 계속 그런 생각이 들어요. 같은 경험을 한 다른 사람도 저와 똑같이 기억할까요?" 그러면서 덧붙였다. "이런 생각이 들면 아치 '삭제 버튼'처럼 쓴 것을 지우게 되거든요."

지금 하는 것은 노트에 기억을 모으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하라. 그것을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잘 알다시피 기억이라는 것은 주관적이고 불명확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라. 일어난 사실을 있느 그대로 기억하지 못한다고 잡아갈 '기억의 경찰'은 없다. 토론 수업 중 한 여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기억은 꿈과 같은 특성이 있어요. 팬웨이 파크 경기장에서 본 할렘 글로브트로터(Haelem Glibtrotter, 농구경기와 연극, 코미디를 섞어 관중에게 보여주는 농구단)의 농구경기를 쓰려고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잘 쓸 수가 없는 거예요. 머릿속에는 야구의 3루 베이스라인에서 휘날리는 분필가루만 또렷하게 보였거든요." 여러분이 언젠가 회고록을 발간하기로 결심했다면 여러분의 소재가 기억에 의존한 경험일 뿐 입증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분명히 밝힐 수 있을 것이다.  112-113


"마음속에 모든 재료가 잇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주장하는 학생들에게 나는 이렇게 답한다. "우리가 성인이 된 후 20~30년이 넘는 세월을 살면서 말할 거리를 엄청나게 모으지 않고서는 이 지구상에서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기억은 글쓰기 재료를 위한 거대한 원천이다.  114


작가의 꿈을 키우는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이 아는 것을 쓰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아는 것은 자신의 경험이나 감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기억은 자기 자신의 삶에 관한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는 또 다른 재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내가 한층 더 재미있는 것이라고 표현하곤 하는 이 재료는 바로 우리의 전문적인 지식이다.  115



연습 : 무엇을 아는가?

"여러분이 아는 것은 무엇입니까?" 나는 때로 학생들에게 묻는다. "혹시 증권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나요? 또는 알려지지 않은 르네상스 화가에 관해서는 알고 있나요? 백파이프 연주법을 아나요? 악기의 역사에 담겨 있는 많은 이야기라든가 야구 팬으로서 여러분이 응원하는 팀의 수많은 기록을 아나요?"

10분 정도 시간을 들여 자신이 아는 것을 모두 목록으로 작성해보라.(이런 전문 지식 영역은 꼭 학술적인 주제이거나 '중요한' 주제일 필요는 없다. 여러분은 10대를 양육하는 문제에 관해 아는 것이 있는가? 또는 바(bar) 관리 방법을 아는가? 이런 것들을 목록으로 작성해보라.) 프리라이팅 훈련을 할 때처럼 마음을 편히 먹고 생각나는 것을 검열하려고 하지 마라. 생각이 막히면 그냥 '나는 ~~을 안다' 또는 '나는 ~~하는 법을 안다' 하는 식으로 쓰면서 문장을 완성한다. 생각이 나지 않ㅇ르 때 물결 표시를 채울 필요는 없다. 계속 펜을 놀려라.  116



연습 : 전문 지식을 활용해 모으기

목록을 모두 읽어보면서 눈에 띄는 항목에 표시를 한다. 그중 한 가지 주제를 골라서 노트의 새로운 페이지의 맨 위에 쓴다. 이제 초점화된 프리라이팅 기술을 활용하여 지금 선택한 주제에 관해 생각나는 것은 모두 페이지에 모은다.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어도 뭔가 새로운 것이 생각날 때까지 쉬지 않고 펜을 놀린다. 주제에 대한 지식 사이사이에 빈틈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제2부 '작가의 역량'의 제9장 '오기심'에서는 더 많은 재료를 모으는 데 도움이 되는 주제에 관해 더 잘 알려면 어떤게 필요한지 알아볼 것이다.  117


아는 것을 진지하게 살펴보라. 그것이 엄청난 재료를 제공해 줄 것이다.  119



내부 모으기를 활용하여 재료 모으는 법

 - 자신의 노트를 쭉 훑어본다. 또는 작가의 역량을 발휘해서 주제가 될 만한 목록을 나열해 본다.

 - 목록을 읽어보고 눈에 띄는 항목에 표시를 한다.

 - 표시된 항ㅁ고에서 하나를 골라 그 주제를 새 페이지의 맨 위에 적는다.

 - 초점화된 프리라이팅 기술을 활용하여 지금 이 주제에 관해 생각나는 것을 모두 적는다.

 - 이것은 완성된 글을 쓰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라. 여러분은 단순히 재료를 제공하느 ㄴ내용에 관한 새악에 용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어떤 조각을 사용할 것인지는 이후에 결정할 수 있다. 

 - 모으기 훈련을 많이 할수록 내용에 관한 생각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120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고 주목하는 관찰력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지니는 인간 본래의 능력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관찰력을 별로 사용하지 않아 이 기능이 퇴화된 사람들이 많다. 그렇더라도 관찰력은 훈련으로 언제든지 다시 소생시킬 수 있는 기능이다.  122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주목하기만 하면 된다. 오늘 본 구름의 모습은 무엇을 닮았나? 지하철에서 옆에 앉은 사람은 어떤 옷을 입었는가? 기차의 소음은 얼마나 시끄러운가? 샌드위치는 맛이 어떤가?

관찰은 판단이 아니다.

관찰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첫 단계는 속도를 낮추는 것이다.  123


외부 모으기는 작가가 해야 할 또 다른 필수 훈련이다. 외부 모으기에는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사람들의 관찰력을 단련시켜주고 써야 할 것에 관한 아이디어와 단편적인 대화, 이미지, 세부 묘사 등 글쓰기에 사용할 재료 또한 제공해준다.  125


특수한 관찰력을 발달시키려면, 할 수 있는 한, 완전히 현재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지능이나 기억력 대신 감각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오로지 감각만을 유지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126



연습 : 감각을 사용하라

노트와 펜을 준비하고 20분 정도 앉아 있을 만한 곳을 찾아보라. 원한다면 집안이라도 상관없다. 하지만 카페라든가 공원 벤치, 즐겨 찻는 강변의 어느 한 곳 등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이다. 이국적인 나비나 식물을 채집하기 위해 야생의 자연을 찾아나서는 과학 탐험가처럼 자신이 탐험여행을 한다고 상상할 수도 잇다. 하지만 여러분이 하는 이 탐험은 단순히 노트에 탐험한 것을 기록하기 위해, 감각으로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므로 집으로 표본을 가지고 올 수는 없다.

장소가 정해지면 그곳을 앉아 관찰하라. 사람에게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오감이 있다는 사실을 염두게 둔다.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감각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나무를 본다면 가까이 다가간 다음 어떤 느낌인지 알아보기 위해 손가락으로 나무 껍질을 만져 볼 수 있다. 또 나무 냄새를 맡아보기 위해 나무에 코를 대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가지를 꺾어 맛을 보면 안 될 것이다. 또 이와는 달리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면 커피의 맛은 확실히 모을 수 있는 세부적인 감각이 될 것이다. 

'완벽하게' 관찰하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때의 관찰이 흔히 하는 행동이 아니라면 처음에는 어렵게 생각될 수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이것은 단순한 훈련이라는 것을 염두에 인내를 가지고 자신의 관찰 기능을 단련하면 된다. 훈련을 하면서 발생하는 일의 하나는 세부적인 감각이 제공하는 것을 여러분이 배우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여러분은 세부적인 색깔과 빛, 모양, 틀, 크기, 거리, 동작과 시각적 구조에 대해 눈이 제공하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또 귀는 소리의 강약과 거칠고 부드러움, 속도, 지속 기간, 리듬, 음의 고저처럼 소리의 질을 주목한다. 손가락과 피부는 무엇보다 대상의 따뜻함과 차가움 같은 구조를 알아낸다. 코와 입은 단막과 쓴맛, 열기와 냉기 같은 질적 특성을 알기 위해 흔히 협동작용을 할 때가 많다.

훈련을 하는 동안 통일성 있는 문장과 문단을 구성하려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하게 재료를 모을 뿐이다. 그것도 오직 자신의 외부에서 모으는 것이다.

정확한 어휘를 찾는 일로 고심하지 마라. 어떤 단어가 생각나든 관찰한 것을 적으면 된다. 문장을 쓰려 하지 말고 그저 세부적인 것을 수집하라. 지금 무엇을 관찰하는가? 될 수 있는 한 특별하고 세부적인 관찰을 시도하라. 또 지금 판단을 하는 게 아니라 관찰을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그러므로 '못생긴 게'라든가 '짜증스러운 소리'같은 말을 썼다면 '못샌긴'과 '짜증스러운'이라는 단어가 판단이 개입된 표현이라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마음속에 그런 판단을 내리게 한 개와 소리의 특성을 찾아보라. 그 개가 긴 몸에 다리와 머리는 작고 침을 입 밖으로 흘리고 있는가? 소리는 끊임없이 날카로운 기계음향을 내고 있는가?

이 훈련을 적어도 20분 가량 했다면(원한다면 그 이상) 그만 멈추고 휴식한다. 

이 외부 모으기 훈련을 하면서 수집한 것은 모두 잠재적으로 언젠가 여러분이 한 편의 글을 쓸 때 필요로 하게 될지 모르는 재료들이다. 하지만 여러분이 모으기 참험을 하면서 수집한 세부 묘사가 언제쯤 한 편의 시나 소설, 수필에 꼭 필요한 재료가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127-129



연습 : 기억 속의 관찰

기억 목록에서 하나를 고른다. 정신을 내부로 집중해서 장소나 사람,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가 본다. 그런 다음 앞선 훈련에서 한 것처럼 세부적인 감각을 모으기 위해 관찰력을 활용한다.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감각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세부적인 감각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모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모을 때까지 마음속에 그려진 그림과 노트 사이를 계속 왕래한다.  131


'블랑시는 추한 옷을 입었다.' .. 옷에 관해 말한 것이지 옷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블랑시는 오렌지색 바탕에 빨강과 노랑 점이 박힌 옷을 입고 있었다.' 또는 '블랑시는 오렌지색 바탕에 빨강과 노랑 점이 박힌 아주 추한 옷을 입고 있었다.'

세부 묘사를 활용해 독자의 마음에 생생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문장(몇몇 이미지나 시 한 줄)을 한두 개 만들어보라.  132


다양한 세부 묘사로 실험해보라. 시각적인 묘사뿐 아니라 촉각이나 청각, 후각의 묘사를 시도해보는 것이다.  133


한 편의 연설이나 글에서 소통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정보, 특수한 사례, 특후한 세부 묘사처럼 특수성이 필요하다. 

특수성을 얻기 위해서는 관찰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다. 특수성은 기억에서 나올 수도 잇고 상상력 또는 책읽기, 자신이 수집한 장소에서 나올 수도 있다.  134



연습 : 특수성의 시선

'그것은 아주 좋은 영화였다' 또는 '파티는 즐거웠다'하는 식으로 될 수 있으면 보편적인 서술을 많이 써본다. 적어도 열 개 정도는 써보라. 그리고 자신을 다른 사람이라고 상상하면서 이것을 큰 소리로 읽어본다. 무엇이 눈에 띄는가? 상상 속의 청취자처럼 거의 자기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의심스러울 것이다.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이야?' 보편적인 진술은 흔히 공허한 진술이다. 글을 읽어보다도 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보편적인 진술을 하나씩 골라서 무엇이든 적절해 보이는 세부 묘사를 동원해 특수한 진술로 다듬어보라. '그것은 아주 좋은 영화엿다. 두 번의 자동차 추격 장면과 세 차례의 살인사건이 들어갔다.'(이러면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는가? 보편적인 진술을 좀더 특수하게 다듬을 때 작가가 말하려는 것을 독자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보편적인 진술은 독자에게 의미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다.)

큰 소리로 먼저 보편적인 진술을 읽어보고 이어 특수한 진술을 읽어보라. 차이를 느낄 수 있는가?

창조적인 글, 업무적인 글, 학술적인 글을 막론하고 어떤 종류의 글이라 하더라도 특수성에 기초할 필요가 있다. 무심결에 하는 대화에서도, 특히 아는 사람과 이야기할 때에는 보편적인 진술을 피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어휘의 의미는 목소리의 음조나 몸짓으로 강조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글쓰기에서 우리가 전달하는 것은 마르이 내용이 전부다.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논쟁을 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자 할 때에는 보편적인 진술만 할 수는 없다. 보편적인 말은 독자의 마음에 아무런 인상도 주지 못하고 그냥 사라져버릴 것이다. 예를 들든가 통계를 제시하든가 일화를 들러줌으로써 자신이 의미하는 것을 독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무엇이든 특수한 것을 시도하라.  135-136



연습 : 세부적인 감각으로 피르라이팅하기

자신의 주변세계 또는 기억에서 세부적인 감각을 모은다. 아니면 이미 모아 놓은 것을 적은 노트를 훑어본다. 눈에 띄는 것이 있으면 표시를 하고 현재 시점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추가한다. 이어 프리라이팅을 하면서-초점을 맞춘것이든 '초점을 맞추지 않은 것'이든 원하는 대로- 이 세부 묘사를 가지고 창조적 기능을 발휘하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기억이든 상상의 세계든 아니면 내면의 성찰이든 원하는 것이 어떤 방향이든 한 발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해 이 세부 묘사를 스프링보드처럼 활용하라.  139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라!" 관찰훈련에 몰두한다면 그 길은 관찰이 가능한 곳으로 여러분을 잘 이끌어줄 것이며, 글쓰기와 일상생활 두 가지에서 모두 풍요로워지게 해줄 것이다.  140



관찰하는 법 : 기초훈련

 - 생활의 속도를 줄여라. 마음을 편하게 먹고 심호흡을 한다. 숨을 쉴 때마다 마음을 어수선하게 하는 정신적인 잡담을 잊어버려라.

 - 이제 머릿속의 생각을 벗어나 관심을 외부세계로 돌린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동물이든 자신의 주변세계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다.

 - 한 번에 한 가지 감각을 사용하면서 관찰을 위해 선택한 것에 대하여 어던 세부 내용을 모을 수 있는지 확인한다.

 - 관찰을 할 때 판단을 내리지 말고 색깔이나 소리 같은 세부적인 감각을 주목한다.

 - 세부적인 감각에 어울리는 정확한 어휘를 고르려고 애쓰지 마라. 관찰 행위에만 정신을 집중하라. 어휘를 찾는 대신 더 가까이 다가가 관찰하라. 

 - 원한다면 이런 세부적인 내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노트에 모은다.  141


사람들은 상상력이 단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거나 환상을 창조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상상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아니다. 상상력은 감각세계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마음속에 그림으로 그려주는 정신적인 기능이다.  143


많은 사람들은 상상력을 활용하고 단련하는 데 시간을 별로 들이지 않는다. 

외부 대상에 관심을 돌리지 않으면 우리의 두뇌에는 감각적인 이미지가 새겨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상상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다른 이유는 일상의 여러 가지 활동으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을 하면서 상상력을 단련하거나 발전시킬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145-146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은 자신의 명저 <동물과의 대화(Animals in Transation)>에서 1960년대 미국 정부의 행정 계획을 언급하면서 가축을 공격하는 치명적인 벌레를 효과적으로 퇴치한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어 그랜딘은 오늘날에는 이런 행정이 매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요즘 정부 당국에서 근무하는 관리들이 대개 대학을 나오기는 했지만, 육류를 포장하는 공장 같은 곳에서 일하면서 혼자 전체를 관리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리들은 자신의 감각으로 동물을 아는 것이 아니라 동물에 관한 추상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그랜딘은 말한다. 그랜딘은 한 술 더 떠서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상황에 빠져 '추상화'되었다는 진단까지 내린다. 여기서 그랜딘이 말하는 의미는 사람들 대부분이 현실세계를 직접 알기보다 주변세계에 관한 자신의 아이디어에 매몰되었다는 말이다.  147


상상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는 대부분 교묘하게 짜인 가공된 이미지로 끊임없이 우리를 폭격하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광고판이나 잡지에 쏟아붓는 각종 광고와 빠르게 움직이는 텔레비전과 영화의 이미지를 보면 그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149


상상력을 단련시키려면 먼저 상상력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므로 나는 가능하면 대중매체 이미지의 무차별적인 습격에서 여러분 자신을 보호하라고 권하고 싶다. 텔레지번을 보는 습관을 버려라. 영화감상도 제한해야 한다. 사교계 동정을 다루는 잡지도 구독을 아예 끊거나 줄여라. 인터넷 브라우저의 이미지도 차단하라. 

대중매체 이미지로부터 여러분의 정신을 해방시키면 자신의 상상력을 갈고닦을 시간이 주어질 것이다.  151



연습 : 시각적인 상상력 활용하기

눈을 감는다. 머릿속에 백지 한 장을 떠올린다. 이제 검은 줄로 그 종이에 네모 칸을 그려보라. 정확하게 네모를 그리려고 애쓸 것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러면 네모 안을 빨강으로 채운다. 잘되는가? 이제 색깔을 초록으로 바꿔보라. 이어 노랑으로 바꾼다. 

노랑을 유지한 상태로 네모를 원으로 바꾼다. 원의 색깔을 파랑으로 바꿔보라. 이어 어떤 형태든 색깔을 파랑과 노랑으로 채운다. 

다음에는 그 상태에서 다시 네모로 형태를 바꿔보라. 그런 다음 다시 네모 칸을 비우고 백지으 이미지를 지운다. 그리고 눈을 떠보라.

어떻게 되었는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이 연습을 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상상력을 활용한 것이며 눈앞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특정 색깔을 칠하는 것이 더 수비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상관없다. 이 연습을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 또 이 연습이 어려워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 연습을 규칙적으로 자주 하다보면 여러분의 상상력은 어렵지 않게 되살아날 것이다.  154



연습 : 다른 감각 사용하기

우리가 이미지를 시각적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는 해도 사실 어떤 감각이든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발휘한다. 훌륭한 요리사는 음식 성분의 맛을 상상할 수 있으며, 음악가는 소리를 상상하기도 한다. 여러분도 훈련을 거쳐 이런 특면의 상상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

- 소리

고요한 상태를 상상해본다. 이 상태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를 상상해보라. 그리고 이 소리를 개가 짖는 소리로 바꿔본다. 다시 이 소리를 지우고 흐르는 물소리로 바꾼다. 물소리를 누군가 노래 부르는 소리로 바꿔보라. 그리고 다시 고요한 상태로 돌아온다. 눈을 떠보라. 이 연습은 어떤가?

- 촉감

이제 꽃잎을 만진다고 상상해보라. 손가락 끝으로 꽃잎을 느껴본다. 그 느낌을 주목하라. 이제 그 이미지를 지우고 두꺼운 털실로 만든 뭔가를 만지는 이미지로 바꾼다.그리고 그 늒미을 지우고 이번에는 얼음조각처럼 차가운 것을 만지는 이미지로 들어가보라. 얼음이 녹으면 녹은 물을 덥혀보라. 그리고 상상으로 그 물이 피부에 닿는 감각을 느껴본다. 이 느낌이 어떤지 주목해본다. 그 이미지를 지우고 나무로 만든 물건을 만진다고 상상해보라. 다시 이미지를 지우고 눈을 뜬다. 어떻게 되었는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 냄새 

눈을 감는다. 비누 향기를 상상해본다. 이 이미지를 나무가 타는 냄새로 바꾸고 이어 다시 자동차 배기가스로 바꿔본다. 이제 여러분이 좋아하는 꽃 향기로 냄새를 바꾸고 다시 좋아하는 음식 냄새로 바꿔본다. 이 연습을 하면서 무엇을 주목했는가?

- 맛

스크램블드에그의 맛(구조를 포함해서)을 상상해보라. 아몬드나 초콜릿, 커피와 차, 무엇이든 여러분이 좋아하는 음식을 상상해보라. 어떠면 특정 감각에서 상상력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원한다면 약한 감각을 강화할 수도 있다. 관찰하는 동안-또는 실생활에서-여러분의 감각이 말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 사물을 바라보면서 똑바로 보는 연습을 하라. 좀더 가까이 보라. 그런 다음 눈을 감고 상상 속에서 재창조할 수 있는 것을 주목하라. 마음속 아미지에 만족할 때까지 관찰과 상상을 계속 왕복한다. 다른 감각도 이렇게 연습할 수 있다.  155-156



연습 : 말 없이 상상하라

상상력으 활용하는 연습을 하면서 말이 필요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사실 상상력을 훈련할 때에는 이미지에 관한 말이 아니라 이미지 자체를 만드는데 관심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연습을 하다보면 나중에 가서 정신적인 이미지를 말로 바꾸는 데 시간을 들이고 싶을 수도 잇다. 하지만 지금은 상상력을 활요하고 강화하는 데만 정신을 집중하라.

원할 때에는 언제든지 상상력을 활용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그저 편한 마음으로 눈을 감고 상상력으로 그림을 그리기만 하면 된다. 그림은 자신이 원하는 어떤 방향에서도 찾아올 수 있다. 개읹거인 경험이라든가 곤찰에서 그림을 그릴 수도 잇고 책읽기에서도 그릴 수 있다. 자신이 훈련 중임을 명심하라. 마음속에 원하지 않는 이미지가 그려지면 단순하게 털어버리면 그만이다. 처음에는 이웃집 고양이처럼 간단한 이미지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마음속에 그림을 그리고 여러 가지 감각으로 그 그림을 참험해보라. 그림에 관한 말을 찾으려고 하지 마라. 단지 상상력으로 점점 더 이미질르 자세하게 그리려고 해보라. 햇빛이 고양이의 털 하나하나를 비추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가? 털의 빛깔은 제각기 다른가? 고양이를 쓰다듬는다고 상상해보라. 느낌이 어떤가? 고양이가 기분이 좋아 가르랑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원한다면 간단한 그림으로 잠시 연습을 해본 다음 하나를 골라서 상상력으로 좀더 자세한 그림을 그려보든가 아니면 다른 대상으로 바꾸든가 아니면 배경그림으로 그려보라. 그리고 단 한 번에 상사으로 얼마나 자세하게 그릴 수 있는지 확인해보라. 일단 정적인 이미지로 마음이 편안했다면 이제 마음속의 그림이 어떻게든 움직이는 상상을 해본다.(고양이가 개에게 쫓기는 상상을 할 수 있는가?)

이런 식으로 상상력 훈련을 많이 할수록 상상력은 더 강화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원할 때마다 언제라도 이미지를 그릴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굳이 이미지에 관한 말을 찾아내려고 애쓰지 않을 때 상상력 훈련이 주는 이점이 또 있다. 이 훈련은 정신적인 안정과 긴장 해소 상태를 읶르어내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157-158



연습 : 모으기와 그림 그리기

상상력의 활용으로 일단 마음이 안정되었다면 상상력이 제공하는 것을 노트에 적으면서 모으기 훈련을 추가할 수 있다. 자신이 관찰할 것 또는 기억에서 모은 재료를 되돌아보면서 상상력 훈련에 사용하고 싶은 것을 고른다. 지금은 간단한 것이 좋다. 경험 전체가 아니라 간단한 장소나 사람, 짦은 순간이면 된다. 

이제 상상력을 활용해서 자신을 그 장소나 사람, 순간에 투입한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상상 속에서 그 사람이나 장소, 순간을 재창조한다. 그리고 밖에서 외부 모으기를 할 때처럼 특수한 세부 내용의 중요성을 기억하면서 세부적인 감각을 가능한 한 만힝 적어본다. 그리고 상사에서 본 것과 기록한 것을 계속 왕복한다. 어희 사용에 집중하기보다는 좀더 명확한 이미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상상력을 홛대하는 데 정신을 집중하라.

지금 여기서 모은 것은 관찰훈련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세부적인 감각이다. 하지만 주변 세계에서 모으는 대신 상상력으로 모은 것이다(기억력이나 관찰력과 협동으로)

이제 모은 것을 훑어보고 상상 속의 그림을 노트에 말로 표현하려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세부적인 것들을 몇 개 골라본다. 필요한 언어를 찾아낼 수 없을것 같으면 정확한 말을 골르려고 애쓰기보다 마음속 그림을 좀더 명확하게 그릴 수 있는지 확인해보라.

어떤가? 여러분이 연습한 과정을 주목해보라. 처음에는 마음속에 그림을 그리고, 이어 가능한 많은 세붖거인 내용을 모은 다음, 그것들 중에서 자신의 것을 표현하기 위해 하나를 선택했다. 아마 이 훈련을 반복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움직이는 사람(동물이나 사물)을 그려본다. 세부적인 감각을 모은 다음 그중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골라 그림을 말로 표현해본다.  158-159



연습 : 그림을 위한 독서

사람들은 학교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읽으라고 배웠고, 또 읽은 것을 분석하는 것도 배웠다. 하지만 상상력을 활용하는 것은 배우지 못했다. 러시아 출신의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코넬대학에서 문학 강의를 할 때 학자로서가 아니라 작가로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래서 기말고사를 치를 때면 "<안나 카레리나>에 나오는 기차의 좌석은 무슨 색깔이었는가?"와 같은 질문을 했다. 나보코프가 원한 것은 학생들이 그들 자신의 상상력으로 작가의 글에 참여하는 것이엇다. 현역 작가로서 나보코프는 학생들이 단순한 분석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책을 읽을 때 제대로 책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날 이렇게 감성적인 방식으로 문학을 가르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은 범죄나 다름없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여러분 스스로 이런 방식으로 문학을 이해하는 것이 쉽다는 점이다. 아마 여러분은 벌써 대부분 이렇게 책읽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훈련이 여기에 이삳. 독서를 할 때에는 책에서 나온 말이 상상 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하라. 그리고 그 글이 마음속에서 감각적인 그림을 그리는지 확인하라. 생생한 그림을 그리는 구절을 찾으면 어떻게 작가가 그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 파악해본다. 작가는 어떤 종류의 세부적인 감각을 사용했는가? 어떤 순서로 사용했는가? 아마 여러분은 그 구절을 모방하는 글을 쓰고 싶을지도 모른다.(원한다면 소설이나 시, 연극을 테이프나 CD로 들으면서 자신의 상상력을 단련할 수 있다.)  161-162



상상하는 법 : 기초훈련 

1. 몸의 긴장을 푼다.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심호흡을 하라. 숨을 쉬면서 마음의 긴장을 완전히 풀고 다른 생각을 떨쳐버린다. 

2. 작가의 능력을 발휘해서 노트에 적은 재료를 읽어본다. 상상하고 싶은 것을 목록으로 작성하라. 한 사람이나 한 장소, 한 가지 사물처럼 간단하게 시작하라. 훗날 전체적인 장면을 상상하는 연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3. 목록을 검토하면서 눈에 띄는 항목에 표시를 하라. 하나를 골라서 새로운 페이지의 맨 위에 써본다.

4. 이제 눈을 감고 선택한 주제를 상상하라. 필요한 감각을 모두 동원해서 그 주제가 마음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한다. 가능하면 그 이미지를 자세하게 만들어본다. 그리고 원한다면 그 그림을 다듬거나 자세하게 묘사할 수 있는 다른 재료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5. 정적인 이미지로 시작하라. - 예를들어 한 사람의 모습이 어떤지와 같은 - 이어 원한다면 그 이미지에 동작을 입혀본다. 그 사람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6. 원한다면 자신에게 떠오른 상상르 자세하게 적어본다. 생각이 막히면 적당한 말을 찾아내려고 고심하지 마라. 대신 눈을 감고 그 그림을 다시 떠올리면 된다.  163



연습 : 만들어내기

1. 가고 싶은 장소를 상상해본다. 실제로 가본 곳이 아니라 상상력으로 꾸며낸 장소여야 한다. 그곳의 감각적인 세부 내용을 상상하기 위해 협동가능을 활용한다. 상상한 것을 적어보라. 상상의 내용과 토느 사이를 계속 왕복하면서 마음에 드는 세부 내용을 골라 노트에 그 장소를 묘사한다. 이것은 상상력과 창조적 기능이 협동작용을 하는 하나의 예다. 저장된 이미지를 불러 모은 다음 새로운 방식으로 그것들을 조합한다. 어쩌면 나뭇잎이 자줏빛으로 조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분의 상상력이 나무와 나뭇잎, 자주색에 익숙해 있지 않다면 이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2. 개를 상상해보라. 뼈다귀를 먹는 개를 상상한다. 그리고 거리를 건너가는 상상을 한다. 거리의 모습은 어떤가? 거기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가? 이제 개가 달리는 상상을 한다. 개가 거리를 따라 내려가며 사람들 사이를 빠져 나가더니 차를 뛰어넘는다고 상상해보라. 이제는 버스도 뛰어넘는다. 집도 뛰어넘고 10층짜리 건물도 뛰어넘는다. 

이렇게 상상하는 것이 어려운가? 대부분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의 상상력과 창조력은 아마 수월하게 협동하여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상상력과 창조력이 결합한 힘은 먼저 우리 마음속에서 발휘도리 수 있고, 자신이 원한다면 이전에는 결코 존재하지 않던 것을 노트로 옮길 수도 있다. 자신이 선택한 사람이나 동물, 사물과 함께 이 연습을 다시 해보고 이어서 거기에 원하는 동작을 입혀보라. 마음속에 한 사람의 입술이 미소로 움직이는 동작을 볼 수 있는가? 강도 사건의 현장에서 도망치는 차 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

3. 현실 속에 잇는 것이든 만들어낸 것이든 사람이나 장소, 사물 주에서 하나를 고른다. 상상력을 활용해서 그 대상을 그려보고 세부적인 내용을 모은다. 이어 상상력을 동원해 자신을 그 사람(또는 장소나 사물)의 내부로 집어넣고 말하게 한다. 그 대상은 주변세계에서 무엇을 주목하는가? 그 대상은 무엇을 보고 들으며 무엇을 만지는가? 그 대상은 이밖에 무슨 할 말이 있는가?

4. 대화 중인 두 사람을 상상한다. 이들이 주고받는 말을 듣는 상상을 하면서 청중의 이미지를 만드는 연습을 하라. 원한다면 그들의 말을 적어볼 수도 있다.

상상력과 창조력이 협동하는 이 훈련이 재미있다면 자기 자신만의 새로운 상상을 만들어보라.  165-166


시인 A. E. 하우스만은 시를 위한 재료를 마음에 채운 뒤 나무 밑으로 가서 낮잠을 자곤 했다. 그리고 나무 밑에서 잠을 깬 뒤에 보면 마음속에 시가 완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존 업다이크는 글을 쓰던 서재를 자주 비운 채 정원으로 나가 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그때 그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보고 가족들이 집안일을 부탁하자. 업다이크는 "지금은 일하는 중이라 안 돼"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소설가 루이스 브롬필드는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는 중에 잠재의식을 단련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앗따. 브롬필드는 "아침에 잠을 깨보면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던 기법이나 구성, 등장인물의 문제가 잠을 자는 동안에 완벽하게 해결된 경우가 아주 많았다."라고 말햇다. 이런 작가들은 창조적 기능의 활동적 리듬과 수동적 리듬을 활용하는 법을 알았으며, 의식과 무의식 두 가지를 활용하는 법도 알았다고 볼 수 있다. 

잠재의식이 여러분에게 선물을 안겨주기를 바란다면 먼저 잠재의식으로 뭔가를 불어넣어야 한다. 잠재의식은 원활한 활동을 위해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유력한 방법의 하나는 작가 능력의 일부나 전부를 활용해서 재료를 모으는 일이다.  171-172


연습 : 관찰에 관해 곰곰이 생각하기

밖으로 나가 관찰훈련을 한 다음 관찰한 것에 대해 여러분의 잠재의식이 숙고해볼 시간을 준다. 또는 기억훈련이나 상상룬련을 한 다음 잠시 쉬었다가 무엇이 떠오르는지 살펴보라. 잠재의식이 여러분에게 제공하는 것을 적는다.



연습 : 수용 상태로 들어가기

주제를 하나 고른다. 주제에 대한 재료를 모으기 위해 초점을 맞춘 프리라이팅을 활용해 적어도 10분간 쓴다. (어느 것이든 여러분이 선택한 작가의 능력을 활용한다) 이렇게 하면 여러분의 잠재의식은 여러분이 이 주제에 대한 재료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다음 자리에 눕거나 산책을 나가거나 집안일을 하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정신이 수용 상태에 들도록 한다. 잠재 읫기이 뭔가 새로운 재료나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그것을 적는다.



연습 : 꾸물대는 습관을 활용하라

여러분이 글쓰기에 대해 꾸물대는 성향이라면 이렇게 하라. 재료 모으기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이 고른 주제에 대해 프리라이팅을 조금 해본다. 그 주제를 고르게 한 자신의 경험에 관해 쓰고, 그 주제에 관해 의문 나는 것을 쓰고, 어떻게 그 주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써본다. 펜을 계속 놀리기만 한다면 무엇을 쓰든 상관없다. 이렇게 '너절한' 글쓰기로 잠재의식을 위한 준비를 하면서 홍차를 만들거나 집 앞 공원에 다녀와도 좋다. 꾸물대면서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 그러다가 어느 한순간 여러분의 머릿속에 어떤 아이디어가 번쩍 하고 떠오르는 것을 알고는 놀라운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다.  174



궁금한 일이 있을 때, 답을 알 수 없어 질문을 할 때, 여러분은 작가의 또 다른 능력인 호기심을 훈련하는 거나 마찬가디다. 

호기심은 욕구에서 나온다.  178



연습 : 호기심을 깨워라 

몇 분간 시간을 들여 여러분이 관심을 갖거나 호기심을 느끼는 모든 것을 목록으로 작성해본다. 계속 펜을 놀리다. 여러분은 무엇을 알고 싶은가? 또는 무엇을 더 알고 싶은가? 작성을 마치면 목록을 쭉 훑어보고 당장 눈에 띄는 항목들을 고른다. 이 가운데 어떤 항목이라도 쓰고 싶은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억나는 것이나 관찰한 것에 호기심을 품으면 잠재적인 주제를 찾을 수 있고, 이미 쓰기 시작한 주제에 대해서도 더 많은 재료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관찰 참험' 주엥 거리예술가가 횃불로 곡예를 부리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장면을 보며넛 여러분의 호기심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저렇게 하면 위험하지 않을까?' , '어떻게 저런 묘기를 부리지?' , '무엇 때문에 저런 위험한 곡예를 하고 싶어할까?' 

그러면 그것들을 적어보는 것이다 아마 이런 의문이 여러분을 소설이나 시, 기사 거리로 이끌어줄지도 모른다.  180


자신의 호기심을 믿는 법을 배워라. 

사물에 대해 의문을 품고 그 궁금증을 써보라.  181



연습 : 내부 모으기로 자신의 주제를 탐험하라

더 알고 싶은 주제가 생각날 때 첫 번째 할 일은 무엇일까? 아마 여러분은 그것에 대한 재료를 찾아 탐험을 싲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첫걸음의 방향을 바꿔, 그 주제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밝히는 일이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을 연습하려면 자신의 관심 사항을 적은 목록에서 하나를 고른다. 그런 다음 적어도 10분간 이 주제에 대해 내부 모으기를 하라(초점화된 프리라이팅 기술을 활용). 예를 들면 그 주제에 대해 여러분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 주제에 대해 어떤 경험이 있는가? 그 주제에 관한 생각이나 의견은 무엇인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서 그 주제에 대한 자신의 의문은 무엇인가? 무엇을 알고 싶은가? 등등.

기억이나 관찰력, 상상력을 활용해 자신이 수집한 재료에 대해 호기심을 발동하게 할 수 있다. 기억으로 이 훈련을 하려면, 기억을 활용해 초점화된 프리라이틴을 한 것 중 하나를 읽는다. 오직 자신이 쓴 것에 대해서만 호기심을 돌린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의문을 모두 적어보라. 자신이 관찰한 것 또는 상상력에서 나온 재료에 호기심을 돌리고 싶을 때에도 똑같이 한다. 흥미를 느끼는 주제에 대해 처음 초점화된 프리라이팅을 한 뒤에는 이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일반적으로 여러분의 주제는 어떻게든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때는 호기심을 활용하는 것이 발전을 위한 유력한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재료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다 보면 그 다음에느 ㄴ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할 지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단 재료에 대한 의문이 생긴 다움에는 그 의문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해 답을 할 필요가 있다.

여러분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작가가 자신의 할머니에 대한 재료를 모으고 '왜 할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셨을까?'하는 의문을 품었다면, 이 작가는 자신의 경험이나 회상에서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작가는 그 재료를 활용해서 소설의 인물을 창조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인물 설정에 도움이 되는 대답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물론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할 때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는 외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182-183


연구 조사는 개개인의 목적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학술적 훈련 과정이기 때문에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것은 참으로 비극적인 일이다. 왜냐하면 알고 싶은 것을 조사하는 일이야말로 인생의 커다란 즐거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185


연구조사는 외부 모으기의 다른 이름으로서 관찰력보다는 호기심에 이끌릴 때가 많다. 그리고 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하고 싶기 때문에 무언가를 찾고 있다면 이 조사는 짜릿한 모험이 될 것이다.  186



연습 : 외부 모으기로 자신으 주제를 탐험하라

좀더 알고 싶은 주제를 골라서 의문 나는 것을 모은다. 이어서 의문 사항들을 하나하나 검토하면서 어떻게 답을 구할지 생각해 본다. 여러분의 의문은 백과 사전이나 온라인 검색에서 해당 주제를 찾으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탐험이 필요한 좀더 폭넓은 의문인가? 가능한 탐사 자원을 생각해보라. 필요한 답을 어디서 찾고 싶은가? 아마 여러분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답을 구하기 시작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할머니에 관한 정보나 생각이 어머니에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어머니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의문 나는 것을 미리 적은 다음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할 때는 미리 인터뷰 연습을 하고 싶을지 모른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생활에 관한 것이든 아니면 정보를 공유하거나 전문적인 의견을 나누는 것이든 자신에 관해 말하기를 즐긴다. 대다수의 논픽션 책은 적어도 얼마간은 인터뷰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소설을 쓰는 사람도 인터뷰를 할 수 있다. 내가 아는 어떠 ㄴ소설가는 자신이 쓰는 작품의 주인공을 수의사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소설가는 수의사에 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인물 설정에 필요한 재료를 모으기 위해 어떤 수의사를 찾아가 그와 인터뷰를 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존 그리샴은 재료 모으는 일은 질색이라고 주장했지만 그 역시 변호사와 인터뷰를 해서 작품을 위한 재료를 수집하기도 했다.  187



연습 : 지식을 넓히기 위해 인터뷰를 활용하라

이 훈련을 하려면 파트너가 필요하다. 인터뷰에서 여러분은 질문자 역할을 하고 다른 한 사람은 답변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 차례 연습을 하고 나면 역할을 바꿔서 한다. 답변하게 될 사람은 자신이 아는 몇몇 주제를 골라서 파트너에게 이 주제 목록을 보여준다. 답변자는 원하는 목록에서 어떤 주제를 배울지 결정하고 '나는 이 주제에 대해 무엇을 알고 싶은가?'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런 다음, 잠시 인터뷰의 질문 내용을 적는다. 이 질문을 길잡이 삼아, 파트너에게 다시 인터뷰를 하면서 그 질문에 대한 파트너의 대답을 적고 또 관심 분야에 관해 파트너가 말하는 것도 적는다.

인터뷰는 단순히 정중한 대화가 아니다. 그것은 호기심을 활용하는 훈련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능숙하게 진행하는 살마은 분명한 '예' '아니오'라는 대답을 포함해서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답변자가 자세히 대답하도록 유도하려고 애쓴다. 또 인터뷰 진행자는 가능한 한 많은 재료를 모으려고 한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인터뷰 진행자라면 답변자의 대답을 들으면서 계속 호기심이 발동할 것이다. 답변자가 새롭게 의문을 주는 말을 할 때에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질문해야 한다. 물로 ㄴ상대가 명확하게 밝히길 꺼리는 화제로 답변자를 몰아붙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분은 계속 관심을 유지하면서 인터뷰 도중이나 다른 시간에 더 많은 질문을 해서 관심을 보여주면 된다.

이 훈련을 더 하고 싶다면 여러분이 모은 재료를 쭉 읽어보고 새로 의문이 드는 것을 적는다. 호기심이 충족될 때까지 더 많은 질문을 하고 더 많은 대답을 구하라. 이 훈련이 마음에 든다면 또 다른 인터뷰 상대를 찾고 싶을 것이다.  188-189


학습여행의 첫 단계는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어떤 책을 읽어야하지?' 또는 '자료가 너무 많아!'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발견해나가는 과정이 즐겁다면(결국 이것이 진정한 학습의 전부다) 처음의 혼란을 견디고 학습여행을 계속할 것을 권한다. 

학습여행 중에는 도보여행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한 번에 한 발짝씩만 뗄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자신만의 독립된 학습여행을 한다면 여러분은 다음에 무엇을 배울 필요가 있는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학습해본 경험이 한 번도 없다면 처음에 여러분은 선택 방향이 너무도 다양한 탓에 움츠러들 수도 있다. 이때 글쓰기가 여러 갈래 중에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며 자신만의 길을 밟도록 해줄 것이다.  192-193


지금은 노트를 컴퓨터 파일로 보관한다. 따라서 노트에 스크랩할 때마다 타자를 치는 시간을 들인다.

인용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구절을 한 자 한 자 그대로 따올 때는 옮겨온 구절에 인용 부호를 찍어야 한다. 자신의 글에 해당 정보를 집어 넣을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이든 그 구절이 들어간 해당 저서나 기사의 페이지를 밝혀야 한다.  194



연습 : 글쓰기로 배우기

글쓰기는 학습에 훨씬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렇게 해보라. 자신으 주제에 대해 일정한 정보를 모았다면 방금 배운 것을 프리라이팅 한다. 프리라이팅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 이미 주목한 정보는 어떤 것이든 반복하고 요약하면서 학습한 모든 것을 적는다. 그런 다음 배운 것을 음미한다. 방금 배운것에 관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적어라.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는가? 학습한 다른 재료와 더불어 이 정보는 자신으 주제에 꼭 들어맞는가? 학습한 다른 재료와 더불어 이 정보는 자신의 주제에 꼭 들어맞는가? 여러분이 품은 새로운 의문은 무엇인가? 이런 식의 성찰은 그 원자료에서 진정 무엇을 얻엇는지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단순하게 인용할 수 없게 되어 있는 재료를 하나로 묶는 데도 도움을 준다. 또 단순하게 인용할 수 없게 되어 있는 재료를 하나로 묶는 데도 도움을 준다. 그리고 다음 단계는 어디로 향할 필요가 있는지, 자신은 어느 방향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195



연습 : 잠재의식으로 불러 모으기

일단 일정한 외부 모으기를 하고 이에 대해 (원할 경우) 일정한 성찰을 했다면 이 재료에 대해 작업을 하도록 잠재의식에 시간을 부여하라. 사실 여러분은 자신이 수집한 것에 대한 탐사를 시작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잠시 쉬면서 잠재의식이 수집한 것에 대해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 다음 그 주제에 대해 초점화된 프리라이팅을 한다. 아마 여러분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 알고 깜짝 놀랄 것이다.  196



연습 : 상상력으로 불러 모으기

여러분은 또 이 학습과정에 상상력을 불러들이고 싶을지 모른다. 처음에는 학습 도구로서의 상상력을 활용하는 것이 어쩌면 낯선 느낌을 줄 것이다. 상상력은 지적 능력을 선호하는 교육 풍토에서 추방되어 왔다. 지적 능력은 인간의 유용한 일종의 지식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므로 주제에 관해 일정한 조사를 마친 뒤에는 자신이 학습한 것에 대해 단순히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길을 찾을 수 있는지 확인하라. 예를 들어 남극 대륙에 관해 읽은 것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여러분은 모든 감각을 동원해 남극이 어떤 곳인지 상상할 수 있는가? 또 섀클턴이나 아문센처럼 초기의 남극 탐험가들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 상상할 수 있는가? 아니면 과학 탐사를 위해 펭귄에게 표식을 다는 일이 어떤 것인지 상상할 수 있는가? 그 느낌을 적을 때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싶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추위를 느끼게 해줄 묘사를 해보라. 아니면 탐험가에 관한 이야기를 쓰든가 펭귄의 표식을 바착하는 느낌이 어떤지 써보라.

이런 식으로 상상력과 호기심을 결합하면 자신의 주제를 학습하는 데 학술적인 접근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다채로운 결과를 안겨줄 것이다.  197



연습 : 자신이 배운 것을 공유하라

자신만의 주제를 만드는 또 하나의 방법은 다른 사람들-친구나 친구의 자녀들-에게 자신이 배운 것을 말하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뭔가를 설명해야 할 때는 자기 혼자 힘으로 그것을 명확하게 들려줘야 한다.(아인슈타인은 '당신이 아는 것을 다섯 살배기 아이에게 설명할 수 없다면 실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아마 자신이 아는 것을 가르칠 기회도 생길 것이다. 한 가지 주제를 배울 때 가르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배우는 것이 모험적일 때는 배우는 내용에 흥이 나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자신으 배움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진다. 이런 기회를 모색하라. 어쩌면 초등학교나 교회, 노숙자 합숙소에서 자신으 주제에 대해 자발적으로 말하고 싶어질지 모른다.

또한 글쓰기를 활용해 자신이 모은 자료뿐 아니라 자신의 학습과정에 대해서도 성찰할 수 있다. 여러분의 학습여행은 얼마나 진행되었는가? 다음 단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읽고 싶은 책이나 탐험하고 싶은 주제의 특정 부분에 대해 간단한 목록을 만들고 싶은가? 이렇게 성찰할 시간을 가질 때 진정으로 자신만의 배움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자신만의 학습 계획을 짤 수 있고 원할 때는 이 과정을 아무 때나 바꿀 수 있다.  198



연구조사를 위한 조언

- 연구조사는 낯선 영역으로 들어가는 여행이다. 출발할 때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언제나 좋은 생각이다. 자신의 주제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밝혀내고 싶은 것을 분명히 하려면 내부 모으기를 활용하라.

- 여행 계획을 미리 자세하게 짜는 사람이라면 이 조사여행을 위해서도 같은 계획을 짜고 싶을 것이다. 이 여행이 아니라 자신만의 여해을 떠나고 싶다면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 길을 찾아도 좋다.

- 이 여행에서 어디로 향할 것인지, 도움이 되는 책이나 웹사이트를 참고하는 것도 좋다. 이렇게 하면 이미 조사한 자료를 다시 찾는 시간 낭비를 막아준다.

- 이 탐사여행이 일정한 장소를 방문하거나 사람들과 대화하는 형태가 아니라면 여러분은 기록된 원자료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이때 그 정보가 믿을 만한 것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저자의 자격증이나 전문적인 식견을 확인하라. 그 책에서 저자가 이용한 자료의 출초를 확인하라. 연구조사를 많이 할수록 해당 저자가 제대로 알고 하는 말인지 더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다. 

- 자료의 신뢰성을 확인하는 또 다른 방법은 동네 도서관의 유능한 사서와 친해지는 것이다.  199


학습여행은 본질상 언제나 능동적인 학습이다.

능동적인 학습자가 되면 자신의 글쓰기에 변화를 줄 수 있고 개인적인 경험의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로 시야가 넓어지기도 한다.  201


열정적인 학습에 참여할 때는 - 사랑할 때의 정열과 마찬가지로 - 자신이 진정 살아 있다는 느낌으로 진한 흥분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자신과 타인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을 스스로를 느낌으로써 흥분을 맛볼 수 있다. 사랑의 감정은 지속적이지 않다. 반면 작가로서의 여러분은 평생 열정적인 학습자가 될 수 있다.  202


홈스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지만 자신으 임무에 도움이 될 만한 분야를 스스로 공부했다. 화학실험을 하는 가 하면 발자국에 관한 공부를 열심히 했다. 파이프와 시가, 파이프용 담배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연구를 했다. 그결과 홈스는 사건 현장에 남겨진 재의 의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홈스는 사람과 사물에 관한 정보를 냉혹할 정도로 수집했으며 그의 거실에는 개인의 백과사전이나 다름없는 자료의 보고(寶庫 보배 보. 창고 고)가 있었다.  204



연습 : 셜록 홈스가 되라-자신의 모든 능력을 활용하라

일정한 장소에서 관찰하는 것으로 훈련을 시작한다.(관찰 내용을 노트에 적는다) 이어 노트를 보며 생각하라. 여러분의 관찰은 관찰한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예를 들어 거리를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을 관찰햇다면 여러분은 그 사람이 몹시 급하거나 약속 시간에 늦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관찰했든 이에 대해 말해줄 정보를 기억이나 전문 지식에서 찾아보라. 또 계속 호기심을 발동하게 한다. 관찰한 것에 대해 마음에 어떤 의문들이 드는가? 그 의문들에 대한 답을 어떻게 할 것인가?(아마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보앗다면 아직도 금연을 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고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질 수도 있다.) 또 관찰한 것에 대해 상상력을 동원할 수도 있다. 여러분의 상상력은 수집한 세부 재료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일단 이런 식으로 여러 기능을 결합해 본 뒤에 잠시 잠재의식이 활동하게 하라. 편한 마음으로 쉬면서 여러분이 제공한 모든 재료를 수용할 기회를 잠재의식에 주는 것이다. 그런 다음 노트로 눈을 돌려 뭔가를 적으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하라. 글쓰기는 어떤 방향이라도 상관없다. 그리고 탐험하고 싶은 특별한 방향에 관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계속 그 방향의 글쓰기를 한다. 여기서의 목표는 완성된 글쓰기 재료를 찾는 것이 아니라-이런 생각이 들어도-여러분이 지닌 여러 개의 작가 능력을 결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206-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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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마을. 여행이라는 말은 어딘가로 이동하며 산다는 의미이다. 반면 마을은 한곳에 정착해서 산다는 뜻을 내포한다. 그런데 나는 항상 영어의 Leave(떠나다) 와 Live(살다)가 같은 소리로 들리곤 했다. 그건 마치 '떠나야 산다!'는 말처럼 들렸다.  14


안도현의 <몽유도원도>

두꺼비가 바위틈에 숨어 혼자 책읽는 소리

복사꽃들이 가지에 입술 대고 젖을 빠는 소리

버드나무 잎사귀는 물을 밟을까 잠방잠방 떠가고

골짜기는 물에 연둣빛 묻을까봐 허리를 좁히네

눈썹 언저리가 돌처럼 무거운 사람들아

이 세상 밖에서 아프다, 아프다 하지 마라

신은 높아지려 하지 않아도 위로 솟아오르고

물은 깊어지려 하지 않아도 아래로 흘러내리네.  18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는 마법을 갖고 있다. 여행하는 이라면 누구나 낯선 이에게도 기꺼이 자신의 마음을 여는 법이다.  21


구상의 <꽃자리>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고은의 <그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26-27


김춘수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그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30


마음의 꽃술까지 와 닿지 않을 때가 있다. 언어가 같아도, 서로 들으려고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기 마련이다. 서로가 가진 생각의 잣대, 문법의 틀 때문이리라. 그것만 잊어버리면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서 듣게 된다.  38


지구촌 어디를 가나 지명의 유례를 알면, 여러 겹으로 덧발라진 현재의 풍경 밑바탕에 있는 맨 얼굴을 어렴풋이 더듬어 볼 수 있다. 


빠이. 이고의 이름의 유래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중에서도 세 가지가 사람들 사이에 자주 회자되고 있다. 하나,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이 지방에 번성했던 '야생 수컷 코끼리'를 뜻하는 '창 쁠라이(Chang Plai)'에서 비롯되었다. 그것이 점점 사투리와 섞이고 사람드르이 입을 거치면서 '빠이'로 굳어졌다. 둘,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곳에 정착해 이 지역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샨 족이 이곳을 '빠이'라 이름 붙엿다. 샨 족은 버마의 동부 고원 지대인 샨주 지역과 타이를 북부 산간 일대를 거주지로 삼고 있는 버마 족과 더불어 버마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셋, 샨 족이 이 지역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을 '빠이'라 불렀다. 이 말의 뜻은 '똑바로 앞만 보며 곧장 가지 않는 곳.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며 여기저기로 가는 곳'이다. 마을 이름이 강 이름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물 따라 마을이 형성되었으니 그럴 듯하다.  50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전부 모아서 무게를 달면 얼마나 될까?

가끔 배낭을 꾸리며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우리 중에서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라는 말에 켕기지 않을 이가 있을까? 집안의 살림살이를 둘러보면 그동안 온통 더하기와 곱하기만 한 듯해 부끄러워진다 아둔한 인생, 때론 빼기와 나누기가 행복에 다다르는 가장 빠른 지름길일 수도 있는데...  102


그 일을 그만두면 알게 되지. 아, 그 일이 내게 도움이 되었구나.  146


'어떻게 할까'가 아니야, '무엇을 할까'지.

나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여행 에세이가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나는 소중하니까. 한때 세인들의 입에 즐겨 오르내리던 카피다. 카피라이터로 세상을 바라보던 시절. 나는 세상 모든 광고가, 아니 세상 모든 것이 결국 '나를 사랑하는 법'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류가 지금처럼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을 사랑했던 적이 또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 우리는 온통 '자기애(自己愛)'에 빠져 있다. 일찍이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외쳤던 어느 사상가의 선언처럼 이념과 철학 같은 거대담론이 소멸된 지금, 사람들의 관심은 오로지 '나(我)'에게로 향하고 잇고, 그 속도 또한 나날이 빨라지고 잇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오늘날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는 메가 히트 상품들 역시 결국 '개인주의'를 완벽하게 이루어 주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내가 아닌 다른 이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기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주의와 디지털 시대의 궁합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어 보인다.  150


이상한 노릇이다. 모두들 '나'를 중시하고, '나의 행복'을 부르짖건만 정작 우리 중 어느 누구도 행복하지 않으니 말이다.  151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친다는 한 독일 여행자를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문득 그의 말이 생각난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세상이 아름답다고, 그런데 세상이 아름답게 다가올수록 사는게 겁이 난다는 그의 고백이 머리를 스친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 짐이 되지는 않는지, 이 아름다운 세상을 덟히는 게 바로 나라는 존재가 아닐지 고민하는 그의 모습은 실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내 가슴을 청렁이게 한 그의 말은 따로 있었다.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일상이라는 현실로 돌아가는 순간이 가장 두렵다고 고백한 그의 마지막 말은 잊히지 않을 것이다. '이상하지, 여행을 마치고 일상에 복귀해 다시 만난 사람들이 왜 그렇게 무서운지. 가족, 친구, 동료... 지금까지 잘 아는 사람들,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없이 두려운 거야. 오로지 자기만 아는 사람들, 자기가 최고라고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 인새으이 주인공은 바로 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런데 정작 자기가 누구인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그들이 무섭게 다가오는 거지. 난 여행을 할 때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사람들 속에 숨어 있는 '외로움'이 보여. 그래서 너무 힘들어.'  152-153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여행을 통해 나는 내가 아닌 타인과의 '관계'를 제대로 볼수 있었다.  153


'난 이제 삶이 두렵지 않아. 지난 10년간 많은 걸 배웠거든. 광고 일을 계속 했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세상에 얼마나 많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몰랐을 거야. 알았더라도 그저 머리로만 알고 가슴 깊이 느끼진 못했을 거야.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 하지만 그러면서 난 인생을 배워나갔어. 언제든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이게 내 재산 목록 1호야.'

'왜, 라는 질문만 하니까 그러는 거야. 질문만 하지 말고 뭐든지 시도하면 되는데. 인생은 '어떻게 할까?' 가 아니라 '무엇을 할까?'에 달려 있어. 무엇을 할지를 결정하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가면 돼. 광고도 마찬가지야. 처음에는 콘셉트를 잡는 것도 어렵고 완성된 광고를 만들기까지 시간이 많이 결리지. 그런데 돌아보면 그 콘셉트가 광고의 전부나 다름없어. How가 아니라 What이 크리에이티브의 모든 것이지.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야.'  156


'터닝 포인트라. 걷다가 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 그곳이 터닝 포인트가 아닐까. 그런 곳이 나타나면 멈춰야 해. 그리고 생각해봐. 무엇이 너를 멈추게 했는지. 물론 그곳에는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동시에 있을 거야.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어. 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더 많은 곳에 머무르면 돼. 그게 네 삶을 행복하게 만들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면 돼. 걷다 보면 네 삶에 영감을 주는 멈춤이 있을 거야.'  157


'우리가 처음 빠이에 올 때 스스로에게 다짐한 게 있어. 빠이에서 너무 많은 비즈니스를 벌이지 말자. 너무 많은 일들을 하다 보면 삶이 피곤해진다. 인생이 심각해진다!'  183



빠이의 예술가들은 서로 잘난 척, 아는 척, 있는 척하지 않고 어울려 사는 법을 알고 있다.  195


천지를 창조했다는 신(神)도 하루쯤 쉬었는데, 사람이 뭐 그리 위대한 일을 한다고!  232


'사실 진정한 개발이란 개발하지 않는 건데.'  239


'삶의 가장 큰 적이 뭔줄 알아? 두려움이야. 모두들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알면서도 자신감이 없어.'  244


'지구의 시민'


상처는 아물고 나면 더 이상 아프지 않다. 그러나 흉터는 들끓는 운명에 데인 흔적처럼 오래도록 남는다.  258


행복이라는 녀석과 만나려면 우선 머릿속에서 요란스레 굴러다니는 많은 생각들을 정지시켜야 한다. 우리는 항상 그 생각들 때문에 제풀에 먼저 지쳐서 넘어진다. 마법은 언제나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그 생각들이 그것을 보지 못하게 한다.  318


'미치지 않으면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不狂不及)'  349


여행은, 계속된다.

내가 정말 그곳에 있었던 걸까?

내가 정말 그들을 만났던 걸까?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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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만남

여행밑줄 2012. 11. 22. 13:07

어떤 여행을 하든 만남의 연속이다. 그리고 '여행 좀 해봤다'는 사람들은 누구나 인정하고 공감하는 단어가 '만남'이다.

어떤 만남들이 있는가?

당연히 만남하면 여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인데. 이런 질문을 하다니... 

글을 시작하면서 나역시 사람과의 만남을 생각하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람과의 만남만 만남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 여러가지의 만남이 있음을 정리해 보고자 하는 질문을 해본다.


우리의 인상 생활에서도 숱한 만남의 연속이다. 생활은 선택의 연속이란 표현처럼, 만남의 연속도 되지 않는가.

선택을 한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의 접점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 접점이 만남의 순간이다.

이처럼 우리의 여행은 익숙한 만남들에 더해 새로운 만남들의 시간이다.

새로운 건물과의 만남, 새로운 숲과의 만남, 새로운 나무, 새로운 카페, 새로운 교토으 새로운 시장, 새로운 과이르 새로운 숙소, 새로운 침대, 새로운 욕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것들과의 향연이다.

이처럼 만남의 순간들이 여행에서도 이루어진다. 그 만남들은 때론 스쳐지나가기도하고, 감탄을 주기도하고, 때론 실망을 주기도하고, 때론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가장 큰 기억을 남기는 만남은 어떤 만남일까?

누구나 공감하듯 사람과의 만남일 것이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가장 생생한 것이 사람과의 만남이었다. 그렇다고 좋은 기억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여행자들을 노리는 사기꾼들은 어디나 존재한다. 소매치기도 존재하며, 비싼값을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것조차 시간이 흐르면 하나의 추억으로 자리한다. 

힘들때, 도와주었던 사람, 헤매일때 길을 함께 해준 사람, 처음봤음에도 초대하고 방을 내어주던 사람, 여행자로 만나 이야기가 통해 함께 여행을 다닌사람, 힘든삶을 살지만 여행하느라 고생한다며 음료하나를 건네던 사람, 배낭이 무거워 보인다며 함께 들어주던 사람, 가던 길을 멈추어준 사람.. 이러한 사람과의 만남은 풍경보다 더 갚진 기억으로 자리잡는다.



어느 시골 마을 궂이 숙소를 잡아 돈쓰지 말고 자신의 집에서 편하게 쉬라던 노부부는 두분의 일주일치는 되어보이는 음식들을 내어주시고, 통하지 않는 언어였지만 눈빛과 마음으로 충분한 교감을 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시골 마을에서는 이제 갓 스무살이 된 아가씨가 집으로 초대하여 가족을 소개시켜주고 잠잘방을 제공해 주었다. 다음날은 조부모님들의 집으로 다니면서 인사시키고, 가옥들을 둘어볼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하였다.(혹 이성적으로 접근한것이란 생각이 든다면, 그것이 아님을 밝힌다. 그녀는 이미 남자친구도 있었고 영어를 배울 필요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순수한 마음을 보여준것이다.)

처음보는 낯선 이방인을 위해 일가족이 모두 모여 파티아닌 파티를 열어 주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이틀동안 잠을 자지 못하고 이동하여 피곤이 온 몸을 휘감고 있을때, 그들의 피로회복제 한병을 건네던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아이의 눈빛도 잊혀지지 않는다.


숱한 사람들과의 기억들은 잊히지 않는다. 

그 만남의 접점에서 정이 나왔고, 정이 나오는 그 지점이 여행자에게 하나의 축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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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좋아하는 일을 맘껏 하라고 내버려두지는 않는다.

게다가 좋아하는 일 역시 나름대로의 고통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세상은 깊이 가라앉아 있었다.

길을 잃은 사람들이 거리를 점령한 채 방향 없이 걸었다.

나이든 사람들은 애써 태연한 척하며 공허한 조언들을 허공에 대고 읊었다.

도시에는 간혹 우울함이 몰려왔다.

마치 표지판들이 모둥 증발해버린 고속도로처럼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얼마만큼 왔는지 전혀 모르는 채

모두들 그저 달리고 있었다.

아무도 자신을 옥죄는 고통의 실체를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곳은 마치 유토피아의 정반대에 위치한 세상 같았다.

주말에 티브이를 시청할 때만 제외하곤 모두들 웃지 않았다.




욕망(欲望) -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


그녀가 말했었다. "너는 사람을 외롭게 만들어."

잠자코 있었지만,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외로움은 기대의 불균형에서 오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나는 즐거웠는데 사실 딱 그만큼 힘들어하고 있었다. 원인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나는 원하는 일을 하고 살았지만 그동안 내가 욕망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냉정하게 보면 그 욕망은 나의 역량을 어느 정도 넘어선 곳에 위치해 있었다. 기대치를 줄이고 실력을 늘리면 고통을 줄일 수 있었다. 물론 기대는 쉽사리 접을 수 없고, 실력은 늘리기가 더더욱 힘들다.

내 욕망은 스스로를 외롭게 했다. 그런 나에게 라스베이거스는 이런 위로를 던져줄 것 같았다. "솔직한 게 제일 좋아. 그걸 남드링 싫어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환상은 대개 진부하지만 세상은 보다 진부하다. 그러니까 쿨하지 않게 보일까봐 걱정하면서 살 필요는 없다.



욕망의 크기는 문제가 아니다. 그냥 각자의 욕망이 다르기에 종종 서로 충돌하게 되는 것이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사라진 시대에 누군가가 의지할 것은 결국 자신의 욕망밖에 없었다. 



일탈(逸脫) - 정하여진 영역, 또는 본디의 목적이나 길, 사상, 규범, 조직 따위로부터 빠져 벗어남.

             사회적인 규범으로부터 벗어나는 일.



일탈은 자기애에서 비롯된다. 일상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고 느껴지지 않거나 혹은 목표를 향해가는 길을 잃고 잠시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면 일탈의 감행을 고려해볼 만하다. 자기애가 결핍된 돌출행동은 단지 현재의 부정일 뿐이다. 일탈은 나름대로 미래지향적 자의식 발현이다.  



사고도 기왕이면 제대로 쳐야 한다.



짧은 여행이 해결해주는 건 많지 않다. 추억이 남는다고는 하지만 일상의 힘이 너무 강하기에 곧 묻혀버린다. 여행 중의 단상들은 마치 지난밤 꾸었던 두 번째 꿈처럼 희미한 기억으로 흩뿌려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짧았던 일탈이 좋았던 것은 여전히 나를 떨리게 만드는 것들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점이다.



위안(慰安) - 위로하여 마음을 편하게 함, 또는 그렇게 하여 주는 대상




벌어지는 사건의 종유만 다를 뿐 나를 비롯한 또래들의 삶은 비슷한 편이었다. 

기쁜 순간이 잠시 있고, 슬픔 순간은 가끔 있고, 우울한 순간은 자주 있고, 힘든 순간은.. 순간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뭔가 다른 단어가 필요할 것 같은, 가령 '날'이나 '시기'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은 그런 시간들이 삶을 지배하고 있는 삼십 대 중반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우리들 사이에서는 위로라는 게 그리 필요가 없었는데 위로를 받는다고 상황이 괜찮아질 리가 전혀 없다는 게 한 가지 이유였고, 사실 위로를 한답시고 말을 꺼내는 사람이 실은 더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던 경우가 많았던 게 또 다른 이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서로를 위로했다.



애석하게도 인생의 진부한 교훈들은 대개 맞아떨어졌다.



나는 '도시'라는 단어가 좋았다...

내게 모든 도시는 마치 여자 같았다. 귀여운 여자, 얼굴만 예쁜 여자, 왠지 마음에 들지 않는 여자, 존경스러운 여자, 세심한 여자, 섹시한 여자, 터프한 여자, 여자를 좋아할 것 같은 여자, 남자 하나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여자 등등.

그렇기 때문에 도시로의 여행은 종종 짝사랑이 되기 일쑤였다. 머리가 큰 이방인 남자를 단번에 좋아할 수 있는 여자는 세상에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들의 마음을 뺏기 위해선 난 보다 오랫동안 그녀 주위에 머물러야 했다. 이십 대의 나였다면 분명 그녀들을 소유하고 싶어 어쩔 줄 몰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삼십 대 중반의 나이가 되자 세상과 공존하는 법을  보다 잘 알게 되었다. 

나는 음흉한 눈길의 아저씨처럼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신사동 거리의 아름다운 여인들도, 유라시아 대륙의 아름다운 도시들도 굳디 내가 소유할 필요가 없었다. 같이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충분히 만족했다.

보통 여자들은 어른스럽다. 내가 조금 보채고 어리광을 피어도 묵묵히 바라볼 줄 알았다. 도시들 역시 내 치기 어린 행동들에 대해 관용적이었다. 그리고선 이렇게 말하는것 같았다. "너 같은 녀석들을 예전부터 많이 봐왔지."



고통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세상을 여유롭게 사는 방법을 깨달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닥친 현실은 적잖이 쓰라렸고, 오히려 난 과거에 비해 작은 상처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사실 이를 극복할 교훈들은 충분히 세상을 뒤덮고 있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누군가의 삶을 바꿔줄 수 있는 건 없었다. 교훈들이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이미 우리 사회는 성공한 사람들과 행복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아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과 불행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

많은 이들을 그들의 남루한 인생에서 탈출하기 위해 줄곧 새로운 교훈들을 찾았다. 물론 잠시 감동하고 다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갔다.

교훈을 머리에만 새긴 채 재워지지 않는 마음과 함께 나는 잠시 내가 좋아하는 도시들로 여행을 떠났다. 잊지 못할 스승처럼, 영원히 기억에 남는 은인처럼, 내겐 고마운 도시들이 존재했다. 도시에 대한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뛰고, 그 속에 담긴 역사적, 도시적 이야기들이 나를 설레게 했다.



지난 일년 사이에 찾아갔던 라스베이거스와 찬디가르는 십여 년 이상을 줄곧 그리면서 좋아해왔던 곳이고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새로인 알게 된 도시였다.

그곳들로 찾아가 도시가 나긋이 전해주는 이야기들을 들었다. 나는 복잡했던 마음을 잠시나마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래, 나 같은 녀석은 이미 세상에 많았던 것이다.  



세상의 모든 도시들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의 결과물이었다. 지나간 시간의 흔적과 상처들이 도시의 구석구석에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어느덧 사랑하게 된 사람의 오랜 습관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 나름대로의 모습들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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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아침이 서서히 깨어나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살아가는 시대입니다. 꽃들이 노래하는 계절의 아름다움도 자칫 놓치고, 속도의 원리에만 몸을 맡기며 주마간산(走馬看山)의 경험에 만족하고 마는 현실이 되었어요. 보다 정밀해진 액정화면에 고정시킨 시선으로 세상의 정보를 모두 알았다고 착각하는 기술사회의 우화가 우리의 머리를 녹슬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9



<미운 오리 새끼> - 미운 오리 새끼의 자존감 회복을 위하여


"아, 이런 저기 가장 큰 알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구나. 도대체 얼마나 걸려야 되는 거지? 다시 알을 품는 건 너무 지쳐."

마침 그곳에 들른 어느 읅은 오리가 "잘 되가나?"하고 물었습니다.

"한 녀석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도대체가 알에서 깨어 나오질 않네요...."

오리보다 큰 존재는 오리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려야 알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세상에 대한 풍자죠.  20


"이거 아무래도 칠면조 알 같지 않아? 나도 예전에 한번 속은적 있지. 알에서 깨어 나온 뒤, 물속에 들어가질 못하더라고. 이거, 이거 칠면조 알 확실히 맞아. 이 알은 그냥 내버려 두고 다른 오리 새끼들 헤엄이나 가르치는 게 낫지. 쯧쯧."

출생 이전부터 미운 오리 새끼는 세상의 편견과 몰이해의 시선에 놓여 있는 겁니다. 살기도 더 오래 살고 경험도 많은 늙은 오리가 아직 깨지 않은 알을 칠면조 알이라고 단정한 것은 잘못이지만 오리 알이 아니라고 본 것은 결국 맞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런데 이 늙은 오리가 알고 있는 큰 알은 칠면조 알 외에는 없군요. 자기가 알고 있는 경험만이 답입니다. 오리들의 세계에서 제 아무리 노련한 존재라고 하더라도 넘지 못하고 있는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21-22


"야, 이게 뭐야? 형편없이 못생긴 녀석이잖아. 이거 참을 수가 없군."

"그만 둬! 이 애를 좀 가만히 내버려둘 수 없어? 남들에게 어떤 짓도 하지 않았잖아?"

"무슨 소리야? 이 녀석은 오리치고는 너무 크잖아? 게다가 괴상하게 생겼고 말이야. 그러니까 혼 좀 나봐야 해."

"다른 오리 새끼들은 참 예쁘더군, 그런데 저 녀석은 영 틀렸어. 아예 다시 좀 제대로 만들어 낳아 보지 그래."

마침내 미운 오리 새끼에 대한 집단적인 따돌림과 괴롭힘이 시작된 것이지요. 생긴 모습이 다르다는 거시 하나로 내몰릴 지경이 된 것인데, 오리 공동체에서 가장 권위 있다는 늙은 오리마저도 미운 오리 새끼의 존재를 정면으로 부인합니다. 오리 세계에서 오리라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된 데에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핍박의 대상이 된 거예요.  26


"다른 오리 새끼들이 더 예뻐. 그냥 집에나 잘 가시게. 그리고 가다가 혹시 뱀장어 머리라도 보거든 내게로 가져와."

이 늙은 오리가 권위를 독점하고 있는 오리 세계는 앍은 생각에 사로잡힌 노욕에 빠진 자들이 지배하는 현실을 상징하는 거죠. 낡고 욕심 많은 자들이 기존질서를 움켜쥐고 있는 겁니다. 이런 곳이 스스로 변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27


애초에 백조로 태어난 것을 몰랐고, 세상 또한 알아보지 못했을 뿐입니다.

시골 농장에서만 지냈다면 미운 오리 새끼는 계속 그 좁은 세계에 갇혀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농장을 감연힌 탈출햇씁니다.

수많은 위기의 순간을 통과하면서 미운 오리 새끼는 어느새 훌륭한 백조로 성장해 있었던 겁니다. 

안데르센은 우리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내면의 백조를 떠올리라고 격려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뭐라던 자신이 백조임을 발견하라고 응원합니다.  49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 새끼>에는 몇 가지 짚고 넘어갔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첫째, 오리와 백조에게 신분차이가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자기와 다르게 생긴 오리를 못살게 구는 오리드의 고정관념이 가한 폭력과 배타의식을 분명하게 고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백조의 특권적 위상을 설정해놓은 거예요.

이는 백조로 태어나지 못한 존재에게 본질적 절망과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백조의 세계에서 환영받는 것 외에는 행복한 길이 없다는 식의 결론은 승자 위주의 논리이자, 자칫 오리들에게는 제 아무리 노력해도 영원한 패배가 있을 뿐이라는 판결을 내리는 셈이됩니다.  

둘째, 엄마 오리에 대해서. 미운 오리 새끼를 알에서 깨어나게 해주고 세상에 대한 첫 가르침을 주었으며, 나중에야 결국 손을 놓아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남들의 비난과 공격 앞에서 자신을 강력하게 엄호해준 엄마 오리 아니었나요?

자신이 백조라는 것을 깨우치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렸어야 할 존재는 이 엄마 오리가 아니었을까요?

셋째, 자신이 백조가 되었다는 것만으로 그저 행복합니다. 그간의 고생을 떠올려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습니다. 그러나 그가 백조가 되었다 해도 뱀장어 머리를 놓고 싸움 박질하는 닭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고루한 사고방식에 매여 자기와 조금 다르다 싶으면 배타적으로 대하는 집단들이 아직도 누군가를 괴롭히고 있으며, 사냥꾼의 총과 사냥개는 늘 겨냥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 대해 미운 오리 새끼는 자신이 겪었던 일들이 다른 누구에게도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하게 열망되면 좋았을 텐데, 자기가 백조인 것을 확인한 것으로 이런 문제들은 모두 다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넷째, 성장과정에는 의식의 발전이 어느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가 관심 갖는 것은 오직 하나, 자기가 못생긴 오리라는 낙인에서 벗어나는 일뿐입니다. 도망나올때 그는 깊은 열등감에 사로잡힌 상태였습니다.

이 피해의식은 나중에도 지속되면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가운데 극복되기보다는 사실상 더욱 예민해 지고 말앗습니다.  50-54



<솔로몬의 지혜> - 솔로몬의 지혜가 생명의 정치로이어지기 위해


솔로몬은 "이 아이는 저 여자의 아이다."라고 하지 않았스니다. 누구의 아아인가가 초점이 아닙니다. 누구에게 속하는 소유권인가의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저 여자의 아이다."라는 말 속에는 여자가 중심이 되고 아이는 그 소유물이 되는 관계가 만들어지기 때문이에요. 서로 '자기 아들'이라고 했던 걸 떠올리면 솔로몬은 이러한 논리를 깨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대신 솔로몬은 "저 여자가 그 아이의 어머니이다."라고 했습니다. '그 아이의 어머니'가 과연 누구인가각 초점입니다. '그 아이의 어머니'라는 표현은 엄마에 대한 아이의 소유권을 확정짓는 어법이 아니지요. '그 아이의 어머니'라는 말은, 그 아이에게 어머니가 누구인지를 분명히 하는 의미입니다.

여자들은 애초에 아이에 대한 소유권의 문제를 들고 나왔는데 솔로몬은 생명의 문제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운 겁니다. 이는 소유와 생명이 댈힙하는 상황에서, 생명을 선택하는 이에게 소유가 저절로 따라붙게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이 사건의 진상을 놓고 추리로 현장을 재구성해서 진상을 밝힘으로써 최종 판결을 내릴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설사 아이가 친엄마가 아닌 여인에게 돌아간다 하더라도 생명의 가치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여인이 엄마가 되는 쪽이 그렇지 않은 쪽보다 당연히 낫다는 것은 달리 거론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겠지요.

그래서 솔로몬이 그의 법정에 등장시킨 칼은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명을 살려내기 위한 수단으로 변모한 것입니다. 칼은 사용하기에 따라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니, 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칼의 주인이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인 것이지요.

바로 여기에 이 사건의 결정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솔로몬 체제의 전격적인 변화가 이 사건을 통해 예고된 것이었고, 이제 사람들은 창녀처럼 신분이 미천한 존재의 문제조차도 생명의 원리에 의해 해결되는 것을 목격하게 된 것입니다. 이 재판은 신분이 무엇이든 간에 상관없이 최고 권력자에게 하소연할 수 있는 문이 활짝 열려 있을 뿐만 아니라, 해결의 기준도 '생명'임을 말해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 지금까지 칼로 피를 흘리며 권력을 잡앗던 솔로몬의 과거와 결별하는 이정표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솔로몬 체제가 무엇을 가장 존귀하게 여기고 어떻게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인 겁니다.  107-109


거울은 단지 유리로 만든 거울만 있지 않습니다. 진짜 거울은 우리의 마음과 영혼에 있답니다. 자기만이 볼 수 있는 거울이죠. 그래서 그건 깨지지 않는 거울입니다. 진정한 지혜는 바로 이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투명하게 보는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생명의 가치를 가장 존귀하게 여기는 지혜 말이지요.  117



<인어공주> - 인어공주여, 공기의 딸로 태어나라


인어공주가 두 다리를 억기 위해 마녀를 찾아갔다고 할 때 이 '다리'는 남자의 다리와는 달리 여성의 '바기나(vagina, 질)'에 대한 대체어입니다. 그런데 이런 단어를 여성이 이야기하는 것은 쉬운 일도 아니고 불순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여자로서 언급하기 부끄러운 단어이고 음탕한 것으로 오인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인어공주>의 작가 안데르센은 그 단어를 마녀가 먼저 꺼내도록 합니다. 인어공주 자신이 바라는 것을 스스로 말하지 않도록 해준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두 다리가 합쳐 만들어지는 중심에 존재하는 '바기나'에 대해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자칫 '마녀'로 지탄받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헤어나올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 뛰어드는 것이며 물뱀으로 상징되는 악과 두꺼비로 상징되는 저주를 온몸으로 받아 살아야 하는 고통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건 지옥인 거지요.

실제 역사에서 무수한 여성들이 그런 마녀사냥의 지옥 같은 화염에 희생당했습니다. 뛰어난 미모의 여성들은 그 미 자체가 악마의 유혹이라고 지목받아 불태우지기도 했어요. 남자들이 집중하는 욕망의 대상을 제거함으로써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잔혹한 일이었지요.  158-159


인어공주의 내면을 더듬어 내려가보면 당대의 종교관, 성에 대한 인식, 여성의 주체성 등 여러 가지 주제와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성적 생명력에 충실한 여성이 되려면 마치 마녀의 문을 통과하는 것 같은 공포와 고통을 이겨내는 용기가 요구되었던 것이지요.  160


이웃나라 공주에게...

'아, 당신이군요! 내가 해안가에서 죽은 시체처럼 누워 있을 때 나를 구해준 사람이!'

바닷가에 왕자가 쓰러져 있었을 때 한 무리의 소녀들이 나왔던 장소를 '교회인지 수도원인지 확실하지 않은 건물'이라고 표현했던 까닭을 이제 여기서 알게 됩니다. 교회인지 수도원인지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고 성전까지 추가해서 작가는 인어공주의 사랑을 빼앗아가는 여인과 그 여인을 길러낸 질서를 언급햇던 것이죠. 그것이 <인어공주> 이야기에 교회나 성전, 수도원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에로스적 생명력에 대한 교회 또는 종교의 억압 또는 엄격한 기준으로 말미암아 그걸 내놓고 표현할 수 있는 목소리를 잃은 존재들에 대한 작가의 공감과 동정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거지요.  171


'자신의 생명이 끝나는 마지막 날 밤을 생각했습니다. 지상의 인간 세계에 와 살면서 자신이 잃어버린 많은 것들이 하나씩 둘 씩 마음을 스쳐 지나가고 있습니다.'

성숙한 여인으로서 사랑하는 남자와 하나가 되어 기쁨을 느끼려 했던 그녀는 자신의 사랑에 목숨까지 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과 시도는 당대의 종교와 관념에서 벗어난 것이었습니다. 사랑과 성의 욕망을 표현하는 목소리는 여자로서 내면 안 되는 것이었어요. 그건 침묵해야 할 것이었지요. 아니 침묵 당했습니다. 더군다가 나살ㅇ하는 상대는 눈동자로 말하는 진실의 목소리는 들을 줄 몰랐습니다. 이런 현실의 거대한 벽 앞에서 인어공주의 사랑은 좌절당합니다. 

왕자는 결국 이웃나라의 권력과 동맹을 맺었고 동일한 계급과 결혼했으며 바로 자기 눈앞에 있는 사랑의 진실보다는 잘못된 자기 기준을 고집하고 말았습니다.  174


이야기는 결혼에 대한 당시 기득권 질서의 위선과 기만을 폭로하고 있기도 합니다. 말로는 사랑한다면서 정작 결혼은 다른 기준을 세워 선택해버리는 현실에 대한 분노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175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고 여겼을 때, 그래서 울며 슬퍼하는 일에 몰두해버릴 때 우리가 바라는 변화의 시간은 더 연장된답니다. 그런 때일지라도 미소로 기쁨을 만들어내는 노력을 기울이면 '그날'은 속히 온다는군요. 300년에서 1년씩 빠지면서 말이지요.

진정한 사랑, 지고한 사랑,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은 결코 물거품이 되지 않습니다. 소리 없는 소리를 알아듣는 우리의 귀가 열리는 날, 사랑의 눈빛을 알아보는 우리 눈이 뜨이는 날, 대지에 차오른 공기 방울들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환히 보게 될 것입니다. 늘 행복한 기운과 선한 미소로 마음을 채워 가노라면 영원한 생명을 살게 된다고...  187



<토끼전> - 간을 놓고 다녀야 하는 토끼들을 위하여


여기서 동해 용왕은 누굴 빗대고 있는 걸까요? 동쪽 나라는 조선이라는 걸 알기 어렵지 않고, 그에 더해 왕이 불치의 병석에 있는 것은 조선이 깊은 병에 걸려 있음을 말해줍니다. 그러니 <토끼전>은 용을 상징으로 삼는 당대 최고 권력자를 처음부터 조롱하는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지요. 다른 나라드에 비해 혼자 뒤쳐져 있는 것입니다.  193-194


'나 같은 미력한 자를 좋은 곳에 천거하니 감격이 이루 말할 데가 없으나 수궁에 들어가서 벼슬이 그리 쉽겠소이까?'

토끼는 아무것도 모르는 산간의 힘없는 민초가 아니라, 세상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아 출세하지 못한 초라한 서생(書生)입니다.   208-209


''요놈 인제야 속았구나,' 하고 흔쾌히 대답하기를... 밝은 임금이 신하를 가리고 어진 신하가 임금을 가리나니 우리 대왕께서는 마음이 성실하시고 문무를 겸비하셨는데 한 가지 능력과 한 가지 재주가 있는 선비라도 벼슬직책을 맡기시고 닭처럼 울고 개처럼 도적질 하는 자라도 버리지 않으시니 나처럼 재주 없는 인물도 벼슬이 주부 일품 자링 외람되게 있거늘, 하물며 그대같이 고명한 자격이야 들어가면 수군절도사는 떼놓은 당상(堂上)이지 어디 가겠나? 토끼 가문에 중시조 되기는 염려가 조금도 없을 터라.'  209


토끼는 용궁의 안락과 권세에 취해 제 간을 내주는 줄도 모르고 사는 자드로가 구별되는 존재입니다. 의식의 각성이 있는 거지요. 그래서 그는 이 모든 욕망과 허세와 권력에 줄을 대고 있는 대열에서 과감히 이탈해 버립니다. 그렇게 되자 용궁은 자기 간이라도 내놓을 자를 모아들이는 일에 실패하고 맙니다.

토끼처럼 이탈하는 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래서 용궁의 실패가 쌓이면 쌓일수록 세상은 좋아집니다. 병든 권력이 스스로 그렇게 병들다가 무너지면 민초들의 삶은 희망을 얻게 될 테니까요. 토끼전은 그런 사대부 지식인들의 용궁 이탈을 촉구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가 토끼를 살린 것에는 바로 그 탈출의 길을 여는 시나리오가 깔려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215


용궁으로부터 토끼가 생환(生還)해온 것만으로 이 <토끼전>의 이야기가 막을 내리지 않는 점에 <토끼전>의 의미가 주목됩니다. 생환은 새로운 시작의 조건일 뿐이지요. 그가 돌아온 현실에서 다시 마주할 새로운 도전 역시 이겨내야, 살아 돌아온 것이 비로소 가치를 갖게 될 겁니다. 

험난한 세상입니다. 하지만 바위 틈 하나 정도만 있으면 됩니다. 포기하지 않고 낙담하지 않으면 되는 거지요. 아무것도 아닌 듯해도 '조금씩' 밀고 나가면 그 바위틈은 어느새 난공불락(難攻不落)의 견고한 요새가 될 수 있습니다.  225



<이솝우화>

'우화'는 듣는 사람이 그 뜻을 바로 다 알게 하지 않습니다. 말하고 싶은 걸 슬쩍 돌려 표현하지요. 이야기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겁니다. 대체 뭘 이야기하려는 거야? 하는 궁금증을 품게 해서 추리와 상상력을 자극하니 재미도 있고, 그러는 가운데 교묘하게 풍자하고 비판합니다. 

그런 까닭에 우화는 다양한 해석의 문을 열어놓지요.  229-230


우선 이솝에 대해 잠시 살펴보지요. 그는 기원전 620년경에 그리스의 어느 도시 국가, 또는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30


우리는 이솝이 노예로 팔려 다니느라 본의 아니게 많은 여행을 했고 그런 경험으로 인해 여러 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풍부하게 접할 수 있던 것이 아닐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솝에 대해서는 역사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헤로도토스가 기원전 425년경에 저술한 <역사>라는 책을 통해 거론할 정도였으니, 그는 이미 고대 문명 세계에서 유명세를 떨친 존재였다고 하겠습니다.  231


[개미와 베짱이]

'개미와 베짱이' 개인적인 성실과 게으름의 대조하는 주제 이전에 일하는 자들의 권리를 엄호하는 내용이 될 수 있습니다.  235


'일에 몰두하고 있던 개미들은 '원칙적으로는 이러면 안 되는데..'하면서 잠시 일손을 멈추고는 베짱이에게 물었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합니다. '중단 없는 노동'이지요. 이 중단 할 수 없는 노동이 강제화된 것이어도, 자발적인 의지가 작용한 것이어도 문제입니다. 휴식의 가치나 타인의 호소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인 거지요.  236


이곳은 누군가의 빈궁한 사정에 대해 눈을 돌릴 겨를이 없는 사회입니다. 원칙이 이렇게 정해진 곳에서는 아무리 사정이 딱해도 인정이라는 것은 통하지 않습니다. 일에만 미쳐서 사랑, 관심, 동정 같은 영혼의 힘을 잃어버리고 만 사회인 거예요. 인간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걸 멈춘 곳입니다. 이런 데서 살면 기쁠 것 같은가요?

오늘날 자본주의가 치닫고 있는 현실을 이 우화와 대조해서 읽어나가면, 이 이야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어느새 우리 모두 일개미로 변해 있지는 않은지요.  237


[양치기 소년과 늑대]

만일 이 이야기의 적용 범위를 넓혀 본다면 어떨까요? 양들을 돌보는 책임, 즉 그 국가나 사회 구성원의 안전을 책임진 권력자들이 하는 거짓말의 경우말이지요. 

그러면 이 이야기는 권력자가, 있지도 않은 늑대의 출몰과 같이 적의 공격이 임박했다면서 공포를 조장해 사람들의 충성심을 시험한다든지 자기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비상체제를 가동시키려 들면 결국 실패한다는 경고로 읽힐 수 있습니다. 처음 몇 차례는 거짓말에 속을 수 있지만, 정작 위기가 왔을 때에는 더 큰 문제가 생기고 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요?  246


이 우화는 권력의 거짓말이 공동체 내부의 신뢰와 결속을 붕괴시키고 권력 자체에 대한 민심의 이반과 함께, 결과적으로 늑대에 의한 양들의 희생을 마을이 황폐해지는 것을 무섭게 보여줍니다.

공포를 꾸며 기존의 권력을 강화하고 유지하려는 모든 시도에 대한 조롱과 경고입니다.  247


양치기 소년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네, 양을 잘 지키고 돌보는 것입니다. 

사태가 다급해서 어쩔 수 없다면 모르겠지만, 어른도 상대하기 힘든 늑대를 소년 혼자서 물리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248


늑대와 관련해서 이 소년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그렇지요. 양치기 소년은 일종의 경보장치입니다. 경보가 울리면 그 다음 행동은 마을사람들의 몫입니다. 그렇다면 소년이 두 번째 거짓말을 했을 때, 마을사람들은 무엇을 알게 되었을까요? 소년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 양들은 여전히 안전하다는 것, 자기들이 속았다는 것 등등이겠지요. 그런데 아까 소년의 역할은 경보장치라고 했으니, 이 점을 주목한다면 마을 사람들은 무엇을 알아차렸어야 했을까요? 당연히 경보장치가 고장났다는 사실이겠지요. 

말하자면 들판의 양들에게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마을 사람들이 그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방법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이건 매우 심각한 사태입니다. 늑대가 정말 나타났을 때, 경보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양들의 희생은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했나요? '뭐야, 저 녀석'하고 소년의 거짓말만 문제 삼고 다들 집으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뭐가 해결되지요? '아무 일도 안 일어났잖아? 에잇. 저 녀석, 나쁜 놈이로구나, 어디 두 번 다시 우리가 속나봐라.' 이러면서 욕하고 끝낼 일이냐는 겁니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경보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입니다. 소년의 거짓말이 두 번째 확인됐을 때, 무슨 일이 이루어져야 했나요? 마을의 공동 대책이 숙외되고, 구체적인 방법이 준비되어야 하는 거지요. 그래야만 양들을 지켜낼 수 있는 겁니다. '경보 장치 작동+마을의 대응=양들의 안전'. 이런 공식이 성립해야 하는 것이예요. 그러니 경보장치 작동에 문제가 생긴 걸 알았다면 그 다음엔 마응ㄹ 사람들의 판단과 대응이 보다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늑대가 나타났을 때 이를 퇴치하는 것은 소년이 아니라 결국 마을사람들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우화 속의 마을 사람들은 아무런 논의도 하지 않았습니다. 경보장치 작동 이상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전혀 없었어요. 왜 그랬을까요? 양들의 생명에 최우선의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일 관심이 있었다면, 모두 모여 '이거 어떻게 해야하지?' 하고 회의를 하고 결론을 내렸을 겁니다. 따라서 양들의 비극에는 양치기 소년의 책임이 분명하게 있지만, 마을 사람들도 책임에서 완전히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했던 겁니까?

적어도 마을사람들은 망가진 경보장치를 고치든지 아니면 다른 것으로 바꾸든지 또는 갈아치운다고 해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으니까,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제3의 대안을 마련해야지요. 이른바 '플랜B'라는 것 말입니다.

따라서 이 이야기에 대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해석에는 마을 공동체의 책임을 묻는 질문이 빠져 있습니다. 그저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만 비난하고 나면 '상황종료!'되는 식입니다. 늑대에게 죽임을 당하고 있던 양들은 피를 흘리면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요? '양치기 소년만 문제냐? 그럼 마을사람들아, 당신들은 뭐했는데?' 마을 사람들이 뭔가 조처를 미리 취해놓았더라면, 양치기 소년의 입 하나에 양들의 운명이 좌우되진 않았을 거예요.

양치기 소년 한 명에게 늑대의 출현에 대한 정보가 독점되는 것도 매우 취약한 구조입니다. 한 사람 또는 소수에 의존하느 체제는 위기관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공동체 전체의 감시, 견제, 또는 대안 마련이 없으면, 소수가 쥐고 있는 정보에 마을 전체가 휘둘릴 수 있는 겁니다. 소년이 늑대야 하고 외치니까 온 마을이 소동에 휩싸였잖아요. 정보의 정확도를 점검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거예요. 따라서 마을 전체의 자발적이고도 주체적인 논의와 대응책 강구가 양들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근본입니다. 

소년의 거짓말이 드러나고 양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게 된 바로 그 시점은 정치사회적으로 보자면, 이 마을의 참여 민주주의가 바로 서고, 마을 주민 각자가 모두 책임 있는 주체로 나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늑대에 의한 양들의 희생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생각과 의지가 있는 마을과 없는 마을에서의 양들의 운명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이 차이를 제대로만 파악하면, 반복되는 기만에 맞서 대책 마련에 나서는 마을 공동체가 시작될 수 있을 겁니다. '양치기 소년과 늑대'가 바로 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우화로 읽힌다면, 마을사람들이 책임 있는 주인으로 나서는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 권력은 이 우화를 금서 목록에 집어넣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사는 고장 난 경보장치를 고치는 것을 개혁이라 하고, 교체하거나 제3의 대안을 실현하는 것을 혁명이라고 부릅니다. 마을 주민들의 주체적인 각성이 그런 변화르 가져오지요. 늑대로부터 힘없는 양들을 지켜내는 근본은 그로써 이루어집니다. 

'목동의 거짓을 알았으니 이제 우리는 양들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바로 이 질문을 던질 때 이 우화는 우리에게 보다 많은 것을 알려주지 않을까요?  249-254


[사자 가죽을 쓴 당나귀]

'그렇게 하고 돌아다니니 사람들이나 동물들 모두가 다 사자인 줄로 알고 벌벌 떨었어요. 멀리서 나타나기만 해도 줄행랑을 치기에 바빴습니다.'  262


예상대로, 속은 당나귀인데도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 다 사자의 겉가죽만 보고 공포에 질려 죽자 살자 도망했습니다. 살아있을 때 사자가 준 그 정신적 충격과 상처가 이리도 큰 것입니다. 살았느닞 죽었는지 분간을 못하는 거지요. 그 움직임이 사자인지 당나귀인지조차 구별하지 못하잖아요. 사자 가죽을 뒤집어 썼다고 당나귀가 사자 걸음을 하기란 쉽지 않았겠지요? 

그런데도 모두가 이 허위를 꿰뚫어 보지 못합니다. 사자가 통치했던 시대의 공포와 사유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은 이리도 간단치 않습니다. 껍데기와 진실이 분명하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입니다.

사자가 죽어 그 가죽이 길에 떨어진 상황은 사자의 폭력이 모든 것을 결정했던 시대가 이제 사라졌음을 말해줍니다. 그런데도 동물들과 사람들은 여전히 그 시대의 그림자 안에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폭력의 트라우마입니다. 걸핏하면 사자 밥이었던 자가 사자 행세를 해도 그걸 알아보지 못하는 현실이 이 우화에서 가감 없이 드러나는 거지요. 

사자 가죽을 쓴 당나귀를 사자로 여기는 시대는 진실에 눈멀어 있습니다. 역사는 이미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는데오, 여전히 과거의 잔상이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빈다. 당나귀의 정체를 대뜸 알아보고, '아니 요놈이!'하고 통찰해내는 시대야말로 제대로 된 시대입니다. 그렇지 않았기이ㅔ 당나귀는 위장술의 위력을 알게 됩니다.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263-264


'"이런 이런, 이거 나제 아닌가? 당나귀 친구, 방금 그 소리를 못들었다면 나도 깜빡 속아 자네를 무서워했겠는걸?" 

당나귀가 여우의 말에 흠칫 놀라서 아차!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당나귀는 여우를 보고 히죽 웃었습니다. 민망하고 겸연쩍었던 거지요. 눈치빠른 여우가 당나귀는 잽싸게 한눈을 찡긋 감아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손을 내밀어 여우와 당나귀는 손뼉을 짝! 소리나게 마주쳤습니다. 하이 파이브!

그러자 둘이는 이내 허리를 부여잡고 함께 껄껄 거렸습니다. 그 바람에 뒤집어쓰고 있던 사자가죽이 훌렁 뒤로 벗겨지면서 당나귀 머리가 불쑥, 하고 튀어나오지 않았겠어요.

지나가던 다람쥐가 깜짝 놀란 눈으로 이 광경을 쳐다보다가 하도 우스워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다음날 아침, 사자 가죽을 쓴 당나귀 등에는 여우와 다람쥐가 올라타고 숲 속으로 행차했습니다. 모든 동물들이 여우와 다람쥐에게도 머리를 조아리며 벌벌 떨었답니다.'  265-266



<헨젤과 그레텔> - 인생의 숲에서 실종당한 헬젤과 그레텔을 위해


그림 형제는 나무꾼의 아내를 아이들의 친엄마라고 했다가 판본을 바꾸면서 새엄마로 수정합니다.  275


이는 중세 유럽의 민중들이 겪었던 절박한 현실이었습니다. 친부모가 먹고 살 길이 없어 자기 아이들을 내다버리는 것은 그다지 예외적인 일은 아니었던 거지요.  276


'일어나, 이 뼛속까지 게으른 것들아, 이제 우리는 나무하러 숲에 갈 거다.'(꼭두새벽에..)

그 시간에 깨우면서 게으르다는 말도 안 되는 비난을 쏟아내는군요. 강자들의 논리입니다.  280


'오리야, 오리야, 작고 귀여운 오리야.

여기 그레텔과 헨젤이 있단다.

강을 건너갈 쪽배도 없고 다리도 없어.

여기 와서 우리를 태워주지 않을래?'

그러자 놀랍게도 오리가 반응을 보입니다. 그레텔은 '너 이리 와!;가 아니라, 오리의 주체적 판단과 선택방식을 존중합니다. 그레텔은 정신적 교감을 우선시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던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오리를 타고 강을 건너는 과정엣 두남매가 사뭇 차이를 보입니다.

'헨젤은 오리 등에 올라타고는 그레텔에게 자기 뒤에 타라고 손짓 합니다.'  

말하자면, '야, 타!' 한 거죠. 이에 그레텔은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아냐, 오빠. 그렇게 하면 오리에게는 너무 힘겨워, 오리가 우리를 한 번에 한 사람씩 태워 강을 건너게 해.'

그토록 위급하고 험한 상황을 겪었는데도 그레텔의 마음은 거칠어지지 않았습니다. 상대의 처지를 먼저 생각하는 거죠. 상대를 도구화하거나 이용하는 데 익숙한 이에게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한 사려 깊음입니다.

그레텔은 위기를 이겨낸 지혜와 용기만이 아니라, 공감의 능력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공감'이란 상대의 마음속에 들어가 그 마음을 함께 느끼고 나누는 정신적 광채라고 할 수 있어요.

오늘날 이 공감 능력은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자기 잘난 척하고 똑똑한 척 하는 세상에서 다른 존재의 마음과 만날 수 있는 사람만이 세사으이 희망이 되기 때문이지요. 만사에 남을 이용하려 들기만 하는 시대에 이런 공감 능력은 우리의 인간성을 회복시켜주는 바탕입니다.  299-300




<바보 이반> - 땀 흘려 일한 자, 손에 물집 잡힌 자의 우선적 권리


원래는 '바보 이반과 그의 두 형인 무사 세묜, 배불뚝이 타라스 그리고 벙어리 누이 말라니야, 그리고 늙은 악마와 세 새끼 마귀이야기'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요. 

첫 대목은 이반의 집안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옛날 어느 왕국에 부유한 농부가 살 고 있었는데 세 아들과 딸 하나가 있었습니다.

무사 세묜은 황제에 충성하러 전쟁에 나갔고 배불뚝이 타라스는 장사하러 도시로 상인을 찾아갔습니다. 바보 이반은 누이와 함께 집에 남아 허리가 휘도록 일하고 있었지요.'  310


세묜과 타라스는 각기 푸념합니다.

'"난 왕국을 얻어 잘 살고 있다. 다만 문제는 병사들을 먹일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나는 돈은 산더미처럼 벌어요. 걱정거리 하나는 돈을 지킥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사실 이들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넘쳐나서 문제였던 것이지요. 그 넘쳐나는 것을 감당하려면 더 많은 군사와 더 많은 자본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국가는 이런 과정을 거쳐 군사력과 재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킵니다. 약한 나라를 짓밟는 부국강병(富國强兵)의 논리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323


세묜이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 이렇게 하자. 넌 내게 병사들을 먹일 돈을 줘. 그러면 네게 왕국의 반과 네 돈을 지킬 병사들을 줄게."'

타라스가 동의했습니다. 그리하여 둘은 왕국과 돈, 병사를 나눠 갖고 둘 다 부유한 황제가 되었답니다. 

한낱 무사였던 세묜과 배불뚝이 장사꾼이엇던 타라스는 모두 황제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권력과 재력이 동맹을 맺고 거대한 제국이 된 거죠. 인류의 역사에서는 바로 이러한 제국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약한 나라들을 식민지로 삼았습니다. 톨스토이는 이런 제국의 폭력과 탐욕에 평생 반대했던 것입니다.  325-326


이반은 병에 걸려 아픈 사람을 신분이나 계급으로 분류하거나 따지지 않습니다. 

이반은 아픈 현실 그 자체에 마음을 쏟았던 것.  328


'"폐하는 황제이십니다!" 라고 했더니 이반은 "그래서? 황제도 먹고 살아야 해."라고 딱 부러지게 말했더랍니다.'

이반의 나라는 자신이 먹을 것을 자신이 일해서 만들어내는 노동의 가치가 존귀하게 여겨지는 사회입니다.  331


노동하는 이의 권리가 우선으로 보장되는 나라인 거지요. 이 작품을 쓴 톨스토이는 성서에서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성서에 기록된 사도 바울의 고백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세상의 어리석은 것을 택하셨으며, 강한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세상의 약한 것을 택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에서 비천한 것과 멸시받는 것을 택하셨으니, 곧 잘났다고 하는 것들을 없애시려고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택하셨습니다.'(고린도 전서 1:27-28)  341




<심청전> -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를 돌려보내노라


심청의 아버지, 봉사 심학규는 '본래는 대대로 높은 벼슬을 지낸 집안 '잠영거족(簪纓巨族)' 출신으로...'

'잠영거족'이란 여자는 머리에 단정하게 비녀를 꽂고(비녀 잠 簪) 남자는 갓을 쓴(갓끈 영 纓) 그럴 듯한 양반집을 말합니다.  408


심청이가 한 말을 다시 주목해봅시다.

'"내 과연 물에 빠진 청이오. 청이 살았으니 어서 눈을 뜨시고 딸의 얼굴을 보옵소서."'

심청이는 자기가 다름 아닌 심봉사의 딸이라는 것만 알린 것이 아닙니다. 물에 빠졌던 자기가 살아 있으니 어서 눈을 뜨라고 한 겁니다. 그래서 그 얼굴을 보라 합니다. 오랜 세월 감겨 있던, 또는 감고 있던 눈을 똑ㄸ고히 뜨고 마주하라는 것입니다.

뭘 마주하라는 거지요? 자기 이득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현실, 그리고 그 현실에 얽혀 희생당했던 목숨, 그 목숨이 이렇게 생생하게 살아났음을 똑똑히 보라는 것 아닙니까?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세상은 결코 하늘의 뜻이 아님을 보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자기는 지금 아버지 앞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희생의 악순환이 멈춘 놀라운 현실에 눈뜨라는 겁니다.  439




에필로그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에 담겨 있을지 모를 고정관념을 교정해보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고정관념은 때로 폭력이 되어, 세상을 공평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일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 함석헌 선생님은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나라가 산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은 언제나 옳다고 여겨집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갖지 못하면 그런 사회와 나라는 편견과 선입견 또는 세뇌된 지식으로 가득차, 자신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길을 모색하고 선택하는 일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하고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들 속에서도 새로운 생각의 단서를 발견하는 것은 내 안에 존재하고 있는 "사유의 촛대"에 불을 켜는 일입니다.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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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미소

여행밑줄 2012. 11. 18. 11:18

여행에서 누구나 사진을 남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어느 대륙을 막론하고, 어느 인종을 막론하고, 여행에서 사진을 남기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렇게까지 확실할 수 있을까?

아... 그건 아닌것 같다. 여행을 하면서 어떠한 기록도 남기지 않는 사람을 몇 번 본 기억이 있다. 그에게 때론 이유를 물어보고 대답을 들으며 들었던 생각은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나오는 조르바였다. 

얽메이지 않으면서 본성에 충실하고 세사을 떠돌며 그것에서 배워가는 조르바같은 모습 말이다.

아무튼 그러한 극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면 사진을 남긴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사진에는 사람을 많이 찍는다. 장소를 배경으로 찍고, 동행들과도 찍고, 다른 여행자들과도 찍고, 현지인들과도  찍고, 아이들을 찍기도 한다. 때론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기 위해 그들의 모습을 몰래 찍기도 한다. 몰카아니냐고 몰카 맞다. 그런데 대체로 이내 눈치를 채고 카메라를 든 나를 쳐다본다. 

보통은 크게 두가지 반응이 나온다. 부끄러워 모습을 감추거나, 모델이 되어주거나 이다.

어떠한 상황이든 흥미로운 점은 웃는다는 점이다. 쑥스러워하며 웃거나, 포즈를 취하며 웃거나, 웃으면서 슬쩍 자리를 피하거나, 활짝 웃어주거나, ...

이것 역시 남녀노소 불문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격하게 싫어하거나 화를 내며 찡그리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당연히 냉전 상태의 지역이거나 내분에 의해 경직된 나라들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러한 나라여도 일반 시민들은 대체로 웃어준다. 아무튼 초상권 운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 외국인 여행자들이 우리 모습을 찍으면 우리도 그렇게 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 사람이 말없이 한국 사람을 찍으면 변태로 몰린다. 일상적인 모습이라 할지라도 넷상에 무단으로 올리지도 못한다. 그러니 무서워서 찍기 힘들다. 정중히 부탁하고 찍어야 한다. 


그런데 왜 타국인들에게는 관대한가?

그리고 왜 미소를 지어주는걸까?


우리가 여행을 가면 마음이 넓어지고 소통하려하는 이유와 동일하지 않을까.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관대해지는것 같기도 하다. 


그럼 '미소'는? 이것 역시 타국인이기에 그럴 수도 있을것이다.

다른 이유는 없을까?

미소는 만국 공통어이기에 그렇지 않을까. 미소는 뭘까?

미소는 희망, 미소는 여유, 미소는 사랑(애정), 미소는 즐거움, 미소는 만족, 미소는 표현, 미소는 소통, 미소는 이유없음, 미소는 이웃, 미소는 마음, 미소는 초대, 미소를 허락, 미소는 따뜻함, 미소는..

언뜻 떠올려보는 것을 적어보니... 그렇구나!

미소는 어쩌면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소가 답이라면 우리의 여행은 삶이 되어야 하는건 아닐까. 삶이 여행처럼 되어야 하지 않을까.

세상이 각박해지니 나역시 각박해질 수 밖에 없다는 건, 핑계일뿐. 따라가기만 하기보다 새롭게 바라보는 태도가 삶을 여행처럼, 여행을 삶처럼 만들어 주는건 아닐까...!!!


별것 아닌 미소가 정답이란 생각... 여행을 통해서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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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같이 어려운 거 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톡 까놓고 물어보는 거야.
뭐가 불만이야?
뭐가 그렇게 힘들어?
너만 고생해?
묻는다고, 답이 들리기야 하겠어?
그래도 몽글몽글, 울컥울컥
꿈틀거리는 게 느껴질 거야.
물어봐 준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큰 거 바란 적 없다고
착한 마음이 작게 울기 시작할 거야.
나는 그런 착한 나를 위해 짐을 싸고, 길을 떠났지.
착한 마음이
고맙다고, 많이 고맙다고
그만 좀 하랄 때까지 입에 달고 살더군.
고마워.
정말 정말
고마워.


감정을 나누는 즐거움은 표현이 안 될 만큼 크고, 깊다. 독자는 각각의 창의력으로 장면을 상상하고, 상황을 이해한다.
여행 이상으로 놀라운 인연이다. 게으르고, 변덕 심한 나에게 이런 즐거움이 글을 쓰게 한다.  9


나는 5천 원을 냈고, 현지인들은 1천 원을 냈다. 그깟 몇천 원으로 이성을 잃는다면 그건 내공이 얕은 여행자다. 바가지로 점철된 삶이 여행자의 몫이다.  28

비가 추적인다. 나는 오토바이를 반납하러 갔다. 더 이상은 오토바이를 탈 수도 없을뿐더러 오토바이를 타기도 무서웠다. 직접 숙소까지 와서 오토바이를 수거해 가면 몇만 원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착한 숙소 주인장의 소개로 1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오토바이를 실을 수 있었다. 비를 맞으면서 망가진 오토바이를 타고, 오토바이를 배달해 준다는 집을 찾아나섰다. 아주 캄캄한 밤이었고, 붕대 사이로 또 상처가 번지는 것이 보였다. 몇만 원 아껴 보겠다고 그 몸으로, 골목골목을 휘저었다. 그러고는 혼자 피식 웃었다. 참 열심히 사는구나! 참 구차한데, 그래도 그 구차함을 열심히 뒤쫓는 내가 싫지 않았다.
뜨뜻미지근한 내가 맘에 들지 않았더랬다. 열정도 없이 여기저기를 떠 다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었다. 하지마 ㄴ열정은 그렇게 쉬 없어지지 않음을 알았다. 열정은 사그러지는 것이 아니라 성장해가는 것이다. 단지 그 모양이 달라 보일 뿐이다. 달라질 때마다 우린 초심을 잃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비 않는다.
초심은 씨앗이다. 그 씨앗이 자라는 동안, 수많은 굴곡을 겪는다. 그때마다 갈등하고, 의심한다. 하지만 초심은 열심히 발화하고, 물을 빨아들인다. 그 씨앗은 꽃을 피울 수도 있다. 그러면 새로운 초심을 찾으면된다. 새로운 초심, 새로운 씨앗이 우리의 열정과 함께 싹을 틔울 것이다. 이제 나는 새로운 용기를 얻었다.  10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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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어느 날 펼쳐즌 <론리 플래닛>의 라오스 편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남방 불교를 받는 라오스인들은 미래를 위해 지나치게 일하지 않는다. 고된 노동보다 카르카가 생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까닭이다. 프랑스인들은 이렇게 말했다. "베트남인들은 쌀을 심는다. 캄보디아인들은 쌀이 자라는 것을 본다. 라오스인들은 쌀이 자라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라오스인들은 일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은 당신의 머리에 좋지 않다고 믿는다. 또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사람들을 흔히 가엾게 여기곤 한다.'


여행은 완전히 새로운 외계의 무엇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수만 번 우리의 마음곁을 쓸고 지나갔던, 그러나 또 쉽게 잊고 지냈던, 세상 모든 존재들의 파장과 울림을 다시금 알현하는 일임을 소중하게 깨닫는다.  12


비록 여행 중이라 해도, 혹은 지루한 일상 중이라 해도, 아무리 바쁘다 해도, 혹은 가진 것이 넉넉지 않다 해도, <언제나>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깊숙이 선의를 가지고 관여할 수 있는 것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21


 

우리가 내리는 잠깐의 선택, 손끝을 지나쳐갈 뿐인 동전 하나의 용고, 잠시 마음을 사로잡은 범박한 생각... 

이 모두를 아우르는 우리의 한 순간, 소중하다. 그 사소한 순간의 마디 마디가 하나의 결정(結晶)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러하니 너의 삶. 아껴라.



에어컨이 있는 버스에서 차창 밖으로 풍경을 바라본다면 풍경은 그저 사진일 뿐이다. 길은 그저 평면일 뿐이다. 나는 직육면체의 공간 속에 보호받는 간접체험자일 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이곳 땅에서 나고 자라. 이 땅의 푸성귀 냄새를 풍기는 이들과 꼼지락대는 발가락을 맞대고 들키지 않게 탐색하는 수줍은 눈빛을 마주하며 달리는 이 길은 나를 사랑에 빠진 여인이게 한다.

바람은 여과 없이 다가와 신선함의 직격탄을 날리고 머리카락은 훨훨 날아 하늘에 닿을 듯하다. 나는 뒤따라오는 오토바이의 낯선 남자에게도 미소를 짓고 길가의 아이들에게도 일일이 손을 흔든다.  33


우리는 익숙한 것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다. 익숙한 것에 대해 웃지도 않는다. 그러나 진정한 질문과 웃음은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 속에 흔하게 숨어 있다.  84


우리는 언제나 winner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에게 차분한 기다림이란 나태함을 의미한다.

라오스인들은 언제나 loser가 되기를 서슴지 않는다.


인생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순서의 문제일 뿐이라고 그들은 생각한다.

진정한 winner도 loser도 없는 것이다. 

혹은 모두 다가 winner이며 모두 다가 loser인 것이다.

서두르거나 불편한다고 해서 인간의 힘으로 본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없으며 오직 변하는 것은 마음의 균형이 깨어지는 일뿐이라는 것을 이미 터득하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우리가 오랜 명상과 고도의 훈련을 통해 도달하는 정신의 경지에 이미 생태적으로 도달해 버린 사람들인 것이다.  93-94


주어진 것이 적다 쉽게 지치지 말라. 삶의 고단함이란 지극히 상대적인 것. 그대에게 적게 주어진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크게 주어진 것일지니, 두말없이 가진 것을 보듬은 것만이 그대를 나아가게 하리라.  105



이곳에서 밤길을 떠도는 여행자는 묻게 된다. 우리의 생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 없으면 안 되는 것의 목록은 과연 몇 가지나 될까?

어두운 길가를 향해 열려 있는 문, 낡은 기타와 달빛에 젖은 그림자, 보았으나 보지 않은 척 하는 타인의 온유한 시선, 손 안에 쥐어진 다른 손의 온기, 어둠의 끝에서 변함없이 기다리고 있는 아침. 

어쩌면 그런 것들, 그 단 몇 가지 것들.  



라오스 인들은 묘비명을 쓰지 않아요. 그들은 믿지요. 

사람이란 글로써 흔적을 남길 수 없는 존재라고.



여행이란, 의도적으로 길을 잃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행위니까요. 그러나 당신이 이들의 불우함으로부터 당신의 자리가 우월하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친다면 여행의 힘은 오래가지 못할 거예요. 당신보다 양적으로 더 우월한 자들은 세사으이 저편에 얼마든지 있느이까요. 이들의 존재가 쉽게 당신을 일으켜 세웠듯 그들의 존재는 또 쉽게 당신을 넘어뜨리겠지요. 당신의 질문은 그 너머에 있어야 해요. 내 삶은 어찌하여 훨씬 더 나은 조건 속에서도 초조해하는가,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원하는가, 쉽게 지치고 자신과 불화하는가. 그 이유에 대해서 말이에요. 진정한 여행의 힘, 그것은 주는 깨달음이란, 떠나 있을 동안만 당신을 부축하는 것이 아니라 제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당신을 부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해요.  133


나라면 말할 것이다. 흔들리는 짐 꾸러미 위에서 아이를 키워야 하므로 낳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라면 말할 것이다. 아직 나무집 한채 변변히 없으므로 결혼하지 않겠어요.

흔들리는 짐 꾸러미나 나무집 한 채는 당신과 내가 <폼>으로 생각하는 제약조건들이다.

우리는 항상 <어디에서>에 집중한다.

물질이 넘쳐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그 물질의 우아한 배치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하지만 라오스의 그녀라면 말할 것이다. 흔들리는 짐 꾸러미 위에서도 아이는 자란답니다. 

라오스의 그라면 말할 것이다. 뒷간 곁이라도 좋아요. 함께 있을 수 있으면 되는 거죠.

결코 넘치지 않으며, 나아가 종종 모자라기 때문에 그들은 항상 <무엇을>에 집중한다.  

오직 <무엇을>에 집중하는 자들만이 다 끌어안고 갈 수 있다. 솎아내지 않고, 어리광부리지 않고.

삶이란 불가해한 것이다. 

통째로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순순히 살아갈 수 없는 그 무조건성의 원칙이 라오스에서는 착실히 준수된다.  137-138


음식이란, 그 지역의 기후, 그 기후가 주관하는 농작물, 종교 혹은 터부나 미신, 뜨겁거나 차가운 민족적 기질, 색감이나 모양에 대한 고유한 미적 감각 등 그곳 문화의 총화이다.

그러하니 당신이 낯선 곳에 도착했을 때 당신의 낯선 신념을 아무런 맥락도 없이 그들 앞에서 펼쳐 보이지 말라.

당신이 채식주의자든, 동물애호가든, 유난히 민감한 후각을 지녔든, 귀족적인 미각을 지녔든, 한 그릇의 음식을 향해 인상을 찌푸리지 말라.  178


라오스인들의 특징이에요.

예부터 라오스인들은 하루에 세 가지만 걱정했어요.

아침으로 먹을 게 있을까?

점심으로 먹을 게 있을까?

저녁으로 먹을 게 있을까?

그렇게 세끼를 먹고 나면, '다 되었다'고 생각하죠.

나머지 걱정들은 모두 다음 날로 넘어가는 거예요.  183


물질화는 어쩔 수 없이 전통과 자연을 파괴해요. 그동안 자신들이 수호해온 전통과 자연이 자신들을 가난하게 했다고 믿게 되니까요. 그러나 물질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 이들은 더 이상 자여노가 전통이 파괴된다면 더 이상의 물질화도 불가능해진다는 것을 깨달을 거예요. 그리고 다시 라오스다운 것을 지켜나가는 방법에 대해 골몰하게 되겠지요. 그것이 물질에 목마른 후진국들이 역사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수순이었으니까요.

그럴까요? 먼 미래에 이들이 자신의 본 모습으로 되돌아올 수 있을까요? 나는 방비엥이 저렇게 추한 외국인 거리가 되기 전에 여기 왔으면 좋았을 거라 생각해요. 또 한편으로는 더 나빠지기 전에 이곳에 온게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요. 이다음에 아이를 낳아서 함께 이곳에 왔을 때에도 지금처럼 이곳의 자연이 아름다웠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TGV를 타고 나는 KTX를 탄다. 

라오스인들만이 계속해서 원시의 불편함과 순수함을 간진하기를 바라는 것은 이미 가져 편안한 자의 이기심일 것이다.

비록 물고기가 그녀의 남자친구를 행복하게 하듯이 TGV와 KTX가 소피와 나의 삶을 행복하게 하느냐고 그들이 묻는다면 고개를 끄덕이지 못할 지라도...  184-185


'how'는 늘 나눌 것이 있는 자들의 고민이다. 가진 자들은 책상에 앉아 how에 대해 'talk'하지만, 정작 이들이 원하는 것은 'just do it' 이다.  208


소통하지 않는 것들은 모두 문을 닫는다. 몸과 마음 사이의 절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와 타인의 몸을 충분히 탐색하지 않은 유년은 반드시 뒤틀린 인간관으로 이어진다. 

판에 박힌 이미지로서의 성, 획인화된 미의 기준, 그것의 그릇되고 위험한 적용.

아이들은 '스스로' 몸을 터득해야 한다. 시간과 공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그들 누구라도 가르침 없이 비밀을 깨칠 수 있으므로.  230


남자들은 사랑을 <한다>. 면도를 <하고> 사업을 <하고> 산책을 <하>듯. 

그러나 여자들은 사랑에 생을 건다. <하는>것이 아니라 그저 그녀의 전부가 <된다>.

호흡을 하고 걸음을 내딛는 순간순간이 사랑과 결부된다.

사랑이 있는 여자와 없는 여자는 같은 여자여도 다른 여자이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렇게 진화되어 왔다. 일단 사랑에 빠지면 다른 것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도록. 오직 사랑하는 대상만이 존재하도록.  243


여행에는 연습이 없다. 가장 격한 체험을 가장 극적인 순간에 한다. 

이거될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거 된다! 싶어도 이미 늦었다. 가보는 거다. 본전 생각 없이. 예행연습은 일상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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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이페이이야기>, 국내 개봉명은 <타이페이 카페스토리>에는 몇 가지 질문이 나온다.

그 중에 '만약 선책이 가능하다면, 세계여행카드, 공부의카드?'라는 질문이 나온다.

이 영화는 주인공 두얼의 오랜 꿈이었던 카페 개업으로 시작한다. 두얼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여동생 창얼은 언니를 도와 카페에서 일을 하는데, 창얼은 손님이 별로 없자 개업식에서 친구들이 주었던 도움안되는 잡동사니 선물을 물물교환을 제안하고, 그것이 알려지며 타이페이 명소로 자리를 잡게 되기도 한다.

스튜어디어스의 폰 액세서리를 두얼이 갖고 싶어하자 창얼은 자신의 이야기와 액세서리를 교환하기로 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어릴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엄마는 두 장의 카드를 작성하여 하나의 카드에는 '세계여행'을 다른 한 장의 카드에는 '공부'를 적고서는 자매에게 한 장씩을 뽑게 한다. 

동생 창얼은 '세계여행'카드를, 언니 두얼은 '공부'카드를 뽑게 되고 두얼은 열심히 공부하는 인생을 충실하게 살았고, 창얼은 그때부터 오랫동안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며 세상을 보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화면은 위에서 표현한 질문을 한다.


(원래는 질문하는 사진을 캡쳐하려 했는데 갑자기 데스크탑의 하드가 날아가버려 영화까지 사라졌다...더 가슴아픈건 최근7년간의 여행에 사진들이 모두 날아갔다...다행이 3년정도는 다른곳에 두어서 찾긴했지만 나머지 4년의 사진들이 모두 ㅠ.ㅠ)


그러면서 인터뷰 화면을 통해 여러 사람들의 답변이 나온다. 공부를 택한 사람, 여행을 택하겠다는 사람들의 영상이 나오고 다시 영화로 돌아온다.


선택을 위한 질문이란 것은, 우리 삶에 있어 끊임없이 나오는 것이다.

그럴때마다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걸까?

선택의 기로에서 자기만의 기준을 이용하여 결정하게 되는 것일까?

좀더 근본적인 해결을 주는 선택을 학게 될까?

해리포터에서 덤블도어 교장은 '우리는 옳은 것을 선택하기 보다는 편한것을 선택한다'라고 한 표현처럼 우리는 그 시점에서 편해보이는 선택을 하고 있을까?


물론 상황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선책들을 돌아보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 비중을 두고 싶다.


세계여행의 카드와 공부의 카드에서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더 많이 하게 될까?

나는 당연히 전자를 훨씬 많이 선택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유는 우선 내가 여행을 좋아하기에 많은 이들이 그럴것이라는 생각에서이기도 하다. 너무 성급한 일반화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당연히 공부가 싫어서라도 여행카드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에 더해 여행은 누구나 동경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탈을 위해서라도 여행을 원하게 된다. 그런데 세계 여행이라는데 싫어할 이유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많은 수의 사람들은 여행을 동경하지만 떠날 용기가 부족하기에 이런 질문이 오면 염원에 대한 두려움에서라도 세계여행을 선택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 나는 세계 여행 카드가 더 많은 선택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야기하고 있는 그 질문을 이렇게도 해석해 보고 싶다.

세계여행? => 능동적인 공부

공부?  =>  수동적인 공부

표현만 보더라도 어떤 의미인지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무조건적 의미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미리 말해준다. 

이전의 글(배움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야 하는가?) 에서 언급한 것처럼 매우 수동적인 배움을 한다는 관점에서 바라본 수동적 공부를 말하는 것이다.

공부를 선택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능동적으로,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공부를 할 것이겠지만, 꽤나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기에 표현한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 보았다는 것이다. 오해마시길..


사실 관광이 아닌, 여기서 말하는 관광은 패키지 여행 상품같은 부류를 말하는 것이다. 모든 정해진 일정에 따라 시간 정해놓고 구경하며 사진찍고, 기념품 남기고 대절된 차량에 몸을 싣고 이동하는 짜맞추어진 여행말이다.

이러한 관광은 내가 말하고 싶은 수동적인 부류이다.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은 관광이 아닌 여행이다.


여행이라는 것은 정해져 있지 않은 것에서 즉 무에서, 하나하나 정해나가는 것 즉 유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말한다.

조사도 필요하고 어느 정도의 계획도 필요하다. 어느 정도의 계획이란 표현은 계획이 있더라도 변수의 영향으로 수정, 보완이 수시로 일어난다는 의미도 있다. 이것은 부딪힘 즉, 경험이라는 산물이다. 경험은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편견과 고정관념에 유연성을 부여해 주게 된다.

몰개인화(deindividuation) 즉 군중속에서 일어나는 개인 정체성이 상실되어가는 현대에는 더욱더 필요한 경험이 되어 줄것이다.


또한 여행은 과거를 만나게 하고, 현재를 가늠하며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기도 한다.

여행을 통해 과거와 만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큰 마력을 가진다. 인간은 대부분 인간의 기원을 궁금해 하기에 종교도 발전해 온 것처럼 말이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극중 애드리아나는(피카소 그림의 모델이자 연인이기도함. 실제 피카소의 연인 중에 이 이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음) 주인공 길 펜더와의 만남에서 '나에게 과거는 큰 마력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에 우연히 길과 더 이전 시대의 과거로 떠나게 되고, 그 시대를 보며 계속 과거의 시대에 머물러 있을것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내가 경험하지 못할 미래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전해들을 수 있는 내용만으로 이루어진 과거에 대한 동경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만 사로 잡혀 있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여행은 과거에만 묻혀 잇도록 하지 않는다. 과거와의 조우를 통해 현실을 더 현명하게 바라보게 해준다. 영화에서 길은 애드리아나가 과거에 남아 있으려 할때 이렇게 대답하고는 다시금 자신의 시대로 돌아간다.

'여기에 머물면 여기가 현재가 되요. 그럼 또 다른 시대를 동경하겠죠. 상상속의 황금시대를. 현재란 그런거에요. 늘 불만스럽죠. 삶이 원래 그러니까.'



극중 길은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약혼녀의 부모가 파리로 출장차 방문할때 같이 따라왔다. 그는 파리에 머물고 싶어한다. 시나리오 작가로 인지도가 있지만 그는 소설을 쓰고 싶어하고, 영감을 주는 파리에 살고 싶어하기도 한다.(물론 파리는 과거도 아니며, 여행이지만 소설의 영감을 주는 곳이기에 살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연히 시간 여행을 통해 파리의 옛 풍경 속을 여행하게 된 것이다. 그는 여행자로서의 경험을 통해 현실을 제대로 보는 눈이 길러진 것이라 보인다.


여행은 공부다. 그것도 능동적인 공부. 찾아서 할 수 있는 공부. 자신의 현재 위치가 어디이든 여행은 이런 점들에서 일반적인 수동적인 공부에 비하면 좀 더 바람직하며 능동적인 공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리에 앉아서 하는 공부를 폄하하고자 함은 아니다.


이런 능동적인 공부는 즐거움과 기대, 흥분, 짜릿함, 순수함, 감동들까지도 느끼게 한다.

처음 내용으로 돌아가 보면 <타이페이이야기>에서 '당신의 맘속에 가장 큰 가치는 뭔가요?'라는 질문이 있다.

이번에도 인터부 영상이 나오는데 가족, 행복, 평화, 즐거움, 순수함.. 이라는 답들이 나온다.

여기에도 답이 있다고 보았다. 여행이라는 녀석은 위의 답들에 매우 부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행을 통해 가족을? 물론 물리적인 가족을 꾸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은 가까운 사람들, 특히 가족에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일반적으로 추상적인 행복에 대해 생각도 하게되고 새로운 느낌을 가지게도 해준다.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세상에도 자신 안에서도  절실함을 알게 해준다. 더 많은 설명을 할 필요도 없이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글의 제목보다는 여행 예찬론이 되어가는 느낌이 들긴하지만. '선택'이란 기로는 우리에게 생각 아니 고심을 준다. 그 한가지의 예시 질문을 통해 생각하는 짧은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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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기록

여행밑줄 2012. 11. 14. 14:21

여행을 다니다보면 기록을 남기게 된다. 어떤 여행을 하든 자신이 지나치게되는 행적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진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까.

처음보는 문화니까.

내가 지나온 거리니까.

시간이 흐른 뒤에도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하니까.

멋진 사진이 될 만한 장소니까.

신선한 충격으로 새로운 개념을 전달하는 곳이니까.

...


각자의 환경적인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국 기록을 남기게 된다.

그것이 글이든, 사진이든, 그림이든 어떤 방법으로든 남게된다.

개인적으로 그림은 심할 정도로 못 그리기에 메모와 사진 기록을 남기는 편이다.


메모는 당시의 생각, 느낌, 감정, 상태 등을 남긴다. 다르게 표현하면 오감의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된다.

물론 그림은 메모의 오감을 풍부하지만, 간략하게 남길 수 있고, 상상력으 더해 묘사할 수 있으며, 자신만의 기록물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그림메모를 남겨본 적이 없다. 그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각의 철창을 드리운듯.. 트라우마로 남아있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여행과 관련 없으나 그림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은 나를 잡아두고 있어서 몇자 남겨본다.

아직 미취학 아동이었을때, 엄마의 손에 끌려 갔는지 원해서 갔는지 그 이유는 모르겟으나 미술학원을 다닌 기억이 짧게 남아있다. 그 짧은 기억은 학원에서 시키는대로 그림에 색을 칠하는 수업인데,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던 기억이다. '왜 자꾸 밑바탕 선을 넘어가서 색을 칠하고 있냐'는 것이다. 그리고 기억으론 미술학원을 등록한지 일주일쯤 후에 학원장님의 권유로 학원을 중단한 기억이다. 쉽게말해 쫓겨났다. 기억은 이 뿐이다. 

하지만 이 만큼의 기억은 30년이 넘게 흐른 지금도 또렷하게 남아 있다.. ㅜ.ㅜ

어린 시절의 뼈아픈 실패담일까?..ㅎㅎ


다시 글로 돌아와서...

또 하나의 기록인 사진이다. 사진은 오감을 남기기 보다는 현상을, 사실을, 순간을, 상태를 남긴다. 물론 사진을 잘 찍으면 살아있는 사진으로 그사진이 오감을 느끼게 해주기도 하겠지만, 그건 피로들의 세계이고, 아마추어들은 쉽게 건지기 힘들이게  그런 부분은 넘어가기로하고...

찰나의 순간을 남길 수 있는 사진 기록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가장 보편적인 기록이다.


어떤 이유든, 어떤 스타일이든 우리는 기록을 남긴다.

'여행은 기록으로 남는다'는 표현이 어쩌면 맞는지도 모른다. 나는 반 정도는 동의하기에 '어쩌면'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여행이 기록으로만 남진 않기에.. 그 이유는 차후에 적어보기로 한다...


질문이 생긴다. 나는 어떤 기록을 남기고 있는가?

               나는 어떤 기록을 남기고 싶은가?

여행의 경험이 많이 않았던 시절에 나의 기록은 여정의 기록이었다. 어딜가고, 어떤걸 먹고, 무엇을 보고, 어디서 자고, 무엇을 타보았는지... 이런 기록들도 시간이 흐른뒤에 다시 보게 되면 당시의 기억들을, 추억들을 떠오르게 하기에 충분하다.

다만 흔한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궂이 흔한 기록이어도 좋다. 하지만 때론 흔하지 않은 나만의 기록을 남기고 싶어질 때가 온다.


이후의 기록은 측정한 기록들을 더했다.. 독특한 기록이라 할까. 

아니 독특한 곳으로 다니기를 선택하였다. 


그 이후에 기록은 내 느낌의 순간이다. 

여정에 대한 기록도 잇고 독특한 경험의 기록도 있고 나에게 특정한 깨달음이나 고민을 하게 하는 느낌의 순간을 남기는 기록도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런 기록들을 남기니다. 글과 사진 기록으로..

그런데 어떠한 기록을 남기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 답이 없다.

여행을 왜 하는가? 라는 질문에 답을 하기 어려운 것처럼. 어떤 기록을 남기고 싶은가?

글쎄 처음처럼 쓰고 싶기도 하고, 지금처럼 쓰고 싶기도 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기록하고 싶기도 하다.


다른 이들은 잘도 답하는 것 같은데... 나는 답하기 힘들다. 머리가 나쁘면 어쩔 수 없나보다...ㅎ

꼭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 다니면서 변해가는 것 같다. 목표나 목적의식을 가지고 하면 더 잘할테지만 여행을 그렇게 하지 않으니 어쩌면 머리가 나빠서고 어쩌면 내맘대로 여행이어서 이고..


늘 그렇듯 그냥 하면서 변해간다. 삶도, 사람도, 여행도... 그러니 내 기록은 경험의 축적과 내 지적 상태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나갈 것이리라... 늘 아이엔쥐(ing)로 진행되어 나갈 것이라 변명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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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꾸준한 여행 동안 깨달은 것은, 멋있는 풍경을 봤다고 멋있는 사람이 된다거나, 넓은 세상을 봤다고 넓은 마음을 가지게 되는 건 아니라는 것.



좋은 식당은 고급스럽고 비싼 곳이 아니라(비싸면 오히려 더 경직될 수도 있음) 여행자들이 그 안에서 만큼은 자신의 식사를 편히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곳이다.  



두둥실 떠 있는 것만 같은 느낌.

내 주위의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여행자들끼리의 은밀한 눈짓.

나 행복하다고 말해도 될까요...



지나고 보면 시간과 망각이 모든 걸 치유해 주진 않은 것 같다. 단지 익숙해질뿐.



기억을 위한 기록을 하다보면 정작 즐겨야 할 순간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록과 기억에 대한 강박이 여행을 장식하지 않게 균형을 잡는게 가능할까?



기록이 가장 빛을 발할 때는, 그것이 현재의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순간이 아닐까. 여행의 기록을 통해 확인하고 싶은 것은 사진 혹은 일기 속의 '박제된 나'가 아니라 그 시간을 통과한 '지금의 나' 자신일 테니.

여행의 기록은, 당시의 자신을, 그리고 후에 그 여행을 돌아볼 미래의 자신을 감응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게으르면 게으른 대로 한 줄, 부지런하면 부지런한 대로 여러 장, 번거롭거나 귀찮거나 의미 없다고 생각된다면 굳이 기록의 의미감에 시달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맞다. 하지만 많이 안다고 해서 반드시 애정도가 상승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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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세상을 떠나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이들이었다. 미래가 불확실하지만, 불확실하기에 자유로운 우리들은 술을 마시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끝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몇 시간의 만남을 미련 없이 뒤로 하고 뿔뿔이 헤어졌다. 



욕망, 그것은 누구에게나 만만치 않다. 혼자 사는 것도 힘들고 같이 사는 것도 힘들다. 욕망을 끊는 것도 어렵고 욕망을 추구하는 것도 어려우며 욕망을 적절하게 조절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40대 중반까지 혼자 살며 그는 얼마나 많은 욕망에 시달렸고, 또 얼마나 노력했을까?

'욕심을 내지 말고,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부지런히 일하라'

그 말은 어쩌면 그가 현재의 자신에게 다짐한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세월이 가면서 나 역시 그 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말은 쉽지만 실천이란 힘들다. 어쩌면 욕망으로 인해 태어나고, 욕망으로 살아가는 인간이 완벽하게 욕망을 버린다는 것은 불가능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 같다.



폴 라파르그(칼 마르크스의 사위이자 사회주의자)가 쓴 <게으를 수 있는 권리> '게을리 하세, 모든 일을. 사랑하고 한잔하는 일만 빼고, 그리고 정말 게을리 해야 하는 일만 빼고.'



앞으로 나는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아야 할 것인가. 그 답을 찾으려고 하루 종일 일기를 쓰기도 했고 새벽이나 저녁에 인적 없는 바닷가에 앉아 명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붉게 가라앉는 해는 무거워 보였고 한밤에 백사장에 누워 바라본 별들은 바람에 날려 떨어질 것처럼 불안했다. 그러던 어느날 오후, 해변에서 생택쥐베리의 <성채(Citdel)>를 읽다가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순간이 왔다.

'나는 평화를 빙자하여 자신을 단순함 속에 몰아넣고 마음의 갈망을 억제하는 인간들을 경멸한다. 그러므로 그대 자신이 성장하려거든 논쟁과 맞서 자신을 소진시켜라. 그것이 세상을 대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고통이란 거름과 같은 것이다.'

또 이런 글도 있었다.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은 현재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먼 명상에 빠진 인간들은 유토피아의 공상 때문에 힘을 잃고 만다.'

아. 나는 생택쥐베리가 보기에 이런 인간이었구나. '평화를 빙자하여 자신을 단순함속에 몰아놓고 마음의 갈망을 억제하는 인간들을 경멸한다'라는 말에서, 평화라는 말 대신, '자유로운 삶을 빙자하여' 혹은 '깨달음을 빙자하여'라는 말로 바꾸면 딱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나는 한때 자신을 발살랐었다. 모든 것을 내던지고 미지의 세계로 몸을 던졌을 때 나는 나 자신을 그 '구체적인 삶'에 소진시켰다. 거기에 기쁨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어느 샌가 익숙해진 그런 삶을 힘없는 '관념'으로 다룬 것은 아닐까? 과거의 혹은 미래의 유토피아적인 공상에 빠져 힘을 잃었던 것은 아닐까?

허허. '결국 내가 살아온 10년의 세월이 그 정도였구나'라는 생각에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한동안 충격에 빠져 있었지만 알 수 없는 힘이 가슴 속에서 서서히 소용돌이쳤다.

그래. 자신에게 솔직하자. 그것만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누구에게나 벗어나고픈 울타리가 있는 법. 비록 그 울타리가 편안한 삶을 보장한다 하더라도 내삶이 아닌 것 같은 울타리라면 울타리를 넘을 용기는 있어야 하겠지.



'모든 인도인들은 가난해도 행복하다'고 미화할 수는 없지만 '모든 가난한 인도인들은 불행하다'라고 말할 수도 없다. 사람들은 행복을 위해 욕망을 버리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 골목길에서는 욕망이 추하지 않았다.



가끔 삶이 힘들고 허무하거나 권태스러워질 때 바라나시에 가보라. 꼭 초월과 명상을 노래하지 않아도 좋다. 바라나시는 한 번 가서 쉽게 그런 것을 느끼는 곳은 아니다. 화장터의 연기가 역겹고, 힌두교 순례자들의 찬송소리가 낯설고, 가트에 앉아 있을 때 찾아오는 거지가 귀찮게 느껴지면 이번에는 성벽 뒤의 골목기로 가라.

더럽고 비좁은 골목길을 기웃거리며 소 엉덩이에 받치고, 새똥을 맞으며, 원숭이와 싸우고, 상인들과 흥정하며 그들의 땀방울과 미소를 기억하고, 열살 남짓의 아이들의 치열한 삶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삶의 열기를 느껴 보라. 그 순간 문득 자신이 부끄러워지고 겸허해진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지'하는 생각이 머리를 치는 순간, 정신의 기름기가 쏘옥 빠지며 가슴 속에서 삶의 열기가 팍팍 솟구쳐 오른다.

그때 알게 된다.

행복이란 저들처럼 열심히, 아기자기하게, 사소한 것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데서 온다는 것을, 또한 진정한 명상이란 한곳에 앉아 마음의 평화를 구하는 정적이 아니라, 고뇌를 껴안고 눈을 부릅뜬 채 걸어가는 행위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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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다고 하면 보통 '모르는 것에 대해 알아가는 것' '새로움을 경험하는 것'등 이런 유사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그것은 먼저 알게 된 이들에 대한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그들에 의해 좀 덜 어려운 과정을 거칠 수 있다. 그렇다고 노력이 필요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시말해 배움은 노력을 통해 지식을 얻게 되는 과정을 의미하게 된다.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지식들이 자신의 생각과 이전 경험들과 어우러짐으로 지혜로 이르는 과정을 총괄하게 된다.

이상의 표현들은 누구나 들어왔었고 수차례 이상 접했을 내용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배움에 대한 이 정도는 보편적인 것이다. 



그런데 몽테뉴는 <수상록>에서 '우리는 가장 많이 이해하는 사람 보다는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이해와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은 공허하게 비워놓은 채, 오직 기억을 채우기 위해서 분투한다'(수상록I)

'나는 기꺼이 교육의 부조리라는 주제로 돌아가겠다. 우리의 교육 목적은 우리를 행복하고 현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머리속에 무엇인가를 집어넣는것 뿐이었다. 그런 목적이라면 성공한 셈이다. 교육은 우리에게 미덕을 추구하고 지혜를 포옹하도록 가르치지 않았다. 단지 기원이나 어원 같은 것들만 각인시켰을 뿐이다.'(수상록II) 라고 지적하였다.


1500년대 사람, 1580년에 완성한 <수상록>은 500년이 넘게 지나온 이야기지만 지금 우리의 배움에 대한 생각없음과 비뚤어진 목표에 대해 정확하게 지적하였다.

어느 시대에나 오류는 있어 왔고, 잘못된 적용이나 무지는 있어 왔다.

그 당시에도 무지에 의한 비뚤어진 교육에 대한 생각들은 있어 왔을 것이다. 그렇기에 당시 세태에 대해 몽테뉴는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과거의 발명과 발견들을 통해 그리고 시행착오들을 통해 인류는 진보되어 왔다는 점을 생각해 볼때 배움에 대해서는 진보되어가지 못한 것이 중요하다.


현 시대에는 이전보다 더 심한 비뚤어진 교육이 자행되어 있다는 점은 우리가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중의 하나이다.

배움에 관해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곳은 첫번째는 가정이고 두번째는 학교이다. 두번째의 경우는 공교육과 사교육 모두 포함시켜야 할 듯하다.

첫번째인 가정 내에서의 교육도 매우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두번째를 고려해 보고자 한다. 물론 가정에서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고 교육의 문제가 학교에서의 교육교육을 더욱 비뚤어지게 하는데 조장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배움은 개인적인 부면이지만 이 시대는 단체의 문제를 먼저 생각한다는 점을 보았을때 학교의 배움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 것인다. 몽테뉴의 표현 '오직 기억을 채우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실과 얻고자 하는 의지를 뿌리채 뽑아버리는 현실은 우리에게 경각심 보다는 성공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현명한 판단으로 느끼게 하고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배움에 대해서 우리 대부분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런 비뚤어짐을 가진 것은 배움 자체를 매우 수동적으로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지식을 들어왔다. 청소년 시절에 단 한번도 주어지는 지식에대해 의문을 품어본적이 없는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의문이 들어도 순간일뿐 염두에 두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특히 불교, 유교적인 스승은 비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상은 우리를 더욱 조아리게 만들었지 우리가 하나의 개체로서 고민을 하고 생각을 통해 질문하게끔 만들지 못했다.

그렇기에 앉아서 받아쓰면서, 1은 1이고, 2는 2이다라는 말씀을 받아들이기에 바빴고, 그것들에 대해 기억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만 중히 여기게 된 것이다.

물론 하나의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위의 이유는 우리의 사고를 정지시킨 세뇌로써 가장 큰 작용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배움의 질병을 안고 있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파괴>에서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었다.

'콩나물은 부드러운 만큼 아주 민감해요. 물을 자주 주지 않으면 금방 잔 뿌리가 많아져서 못쓰게 됩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키우는 것도 콩나물을 키우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내면의 개안(開眼)은 그래요. 시루에 놓인 콩나물이 하루에 몇 번씩 주는 물을 먹고 자라는 것처럼, 콩나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물이 꼭 필요한 것처럼, 여러분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나 책에서 얻는 지식이 꼭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콩나물은 절대로 물을 껴안고 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콩나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물이 꼭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물이 콩나물 사이로 설렁설렁 지나가게 만들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콩나물이 물을 안고 있다면, 금방 썩어버립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주는 지식을 안고 있으면 여러분 자신이 썩어버려요. 

적어도 인간의 내적인 성장을 염두에 둔 지식은 그렇습니다. 콩나물의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어요. 아무리 아까워도 그냥 설렁설렁 지나가게 내버려둘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콩나물 사이로 물이 설렁설렁 지나기지만 때가 되면 자라 있는 것처럼, 여러분도 그렇게 자라는 것입니다.

마치 콩나물이 자신의 성장을 위하여 물이 지나가는 그 순간에 충실하듯, 여러분도 순간순간의 느낌에 충실하라는 말이었습니다. 변화는 순간이지만, 그 과정은 언제나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207-209)

저자의 콩나물에 대한 예는 우리에게 배움에서 기억이 지대한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님을 적절하게 지적해 주고 있다.

콩나물이 자라기 위해 물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그 물을 잡고 있으면 썩어버리게 된다. 우리의 배움에 지식에 대한 내용이 필요하지만 그 지식만이 모든 것인양 잡고 있으려하면 기억일 뿐이지 배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배움이란 것은 콩나물이 물을 지나가게 하면서도 잘 자라나가듯이 지식들을 통해 기억이아니라 그러한 지점과 자신의 체험적 사고와 경험들을 통해 그리고 이전의 지식들과의 어울림들을 통해 자신이 성장해 나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마지막 줄에서처럼 '그 과정은 언제나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며, 배움은 듣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들은 것을 자신이 체험하여 자기의 것으로 체득, 체화해 나가는 과정이 매우 큰 역할을 차지 한다는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콩나물이 자라는 것이다. 공부에 대한 기술보다는 몸으로 부딪히는 과정 즉, 스스로 경험해 나가는 과정 그것이 우리의 배움이라는 점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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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장! 이놈의 피리가 또 막혔어요. 여름밤은 너무 짧은데 말이에요.

- 넌 집에 안 가니?

- 아저씨는 여기서 뭐 해요?

- 기다려.

- 누굴요?

- 나도 몰라. 오지 않을 사람 같아.

- 한가한 사람이군요.

- 아니, 나는 바빠, 열심히 기다리고 있거든.

- 열심히 기다리는 건 좋은 기다림이 아니에요.

- 왜?

- 기다림은 의지와 결심으로 하는 일이 아니거든요. 기다릴 것들은 당신의 바깥에 있어요. 당신에게 누군가 필요하다면 부디 아무도 기다리지 말아요.

- 저런, 네 말대로라면 공연히 무덤가의 꽃들만 시들었구나.

- 저 시든 꽃들요? 그건 다만 이 여름의 마지막 장미일 뿐이에요. 누굴 위해 피어난건 아니죠. 여기 있는 것들은 더 이상 자신을 말하지 않아요. 그래서 홀로라는 말을 모른답니다. 이제 그만 이야기 할래요. 난 다시 피리를 불 거예요.  59-60



그래도 떠난 애인에게서 배운 말을 그대가 내게 하고, 나도 나의 떠난 애인에게서 배운 말을 그대에게 하지. 내가 그대를 떠나면 그대가 나에게 배운 사랑의 말을 나의 새 애인에게 건네고, 지구의 사랑은 아무래도 그렇게 현명해지고 있는 거지. 오랜 세월 세상의 광물과 다 접톡해서 현명해진 지하수처럼.

그래서 말이지, 나는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기보다는 그대에게 배울, 내 새 사랑의 말을 생각해 보는 밤이고 싶어.

사랑이 밀려오면 평온의 휴식은 끝나고, 나는 이내 가난해져 다시 또 길을 잃고.  102



순정이란 것은 자고로 연약한 마음이 아니라, 들끓는 닫힌 욕망의 체계이다. 순정은 사랑하는 그 사람에 대한 극진함의 탈을 쓰고 있지만, 실은 제 속의 이유로 그 사람을 독점하려는 욕망이다. 심지어는 그 욕망이 저지당하고 명백하게 그 끝을 보았을 때조차, 남자는 저 홀로 상처를 끌어안고 사랑의 끝을 모른 척하며, 여전히 제 속에 갇혀 사랑을 고수한다. 상대도 없고, 자신의 무너짐도 없이 오직 거울 속에 갇혀 홀로 사랑하는 일.

남자들아, 함부로 제 속에서 순정을 길어올리지 마라. 순정은, 이토록 사랑과 상처 사이에 기생하며 꿈틀대는 그대의 증상에 다름 아니니, 증상으로나마 제 욕망을 누리려는 마음은 더없이 쓸쓸한 것이다.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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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어느 섬을 방문한 한 스페인 선교사가 세 명의 아스텍 사제들과 마주쳤다. 

"당신들은 어떻게 기도합니까?" 선교사가 물었다.

"우리는 오직 하나의 기도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우린 이렇게 기도하지요. 신이시여, 당신은 셋이고 우리도 셋입니다. 그러니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아스텍 사제들 중 한 명이 대답했다.

선교사는 말했다. "아름다운 기도입니다. 그러나 신께서 귀 기울이시는 바로 그 기도는 아닙니다. 제가 당신들께 훨씬 더 좋은 기도를 가르쳐 드리지요."

선교사는 그들에게 가톨릭의 기도문을 가르쳐주고, 복음 전도를 위한 항해를 계속했다. 수년 후, 그가 탄 배가 스페인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그 섬에 들렀다. 갑판 위에 서 있던 선교사는 해변에서 배를 향해 손을 흔드는 세 명의 아스텍 사제들을 보았다. 그들 세 사람은 물 위를 걸어 그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신부님, 신부님!"

배를 향해 가까이 걸어오던 세 사람 중 하나가 소리쳤다.

"신께서 귀 기울이신다는 그 기도를 다시 가르쳐주십시오. 그게 어떻게 시작되는지 잊어버렸습니다."

기적적인 장면을 목도한 선교사가 대답했다. "그게 뭐든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선교사는 신에게 용서를 구했다. 신은 모든 언어를 두루 주관하신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잘못에 대해.


이 일화는 내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담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진정한 경이에 둘러싸여 산다는 사실을 거의 의식하지 못한다. 기적은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일어나고 있다. 신이 보내는 신호는 우리에게 주변 어디에서나 일어나고 있다. 신이 보내는 신호는 우리에게 길을 보여주고, 천사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신에게 이르고자 한다면 일정한 형식과 규칙들을 따라야만 한다고 가르침 받아온 탓이다. 우리는 신이 도처에 편재한다는 사실을, 신은 우리가 그/그녀를 허락하는 곳이면 어디든 임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전통적인 종교의식들은 중요하다. 그 의식들을 통해, 우리는 경배와 기도의 체험을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다. 그러나 영적 체험이 구체적인 사랑의 체험에 우선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그리고 사랑에는 어떤 규칙도 없다는 것을, 대인관계를 다룬 책을 읽거나, 감정을 조절하고 행동을 위한 전략들을 개발하려 애쓸 수도 있지만, 그런 행동들은 부질없을 뿐이다. 결정은 우리 마음이 하는 것이며, 참으로 중요한 것은 이 마음의 결정이다. 

누구에게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느 순간, 눈물을 흘리며 우리는 말한다.

"난 지금 그럴 만한 가치도 없는 사랑 때문에 너무도 괴로워하고 있어."

받는 것보다 더 많이 주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고통스러운 건 아닌가. 우리가 만든 규칙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괴로운 건 아닌가. 본질적으로는 아무런 이유 없이 괴로워하고 있는게 아닌가.

사랑에는 성장의 씨앗이 깃들여 있다. 더 많이 사랑할수록 우리는 영적 체험에 보다 가까워진다. 참으로 깨달은 자, 사랑으로 뜨겁게 데워진 영혼은 모든 편견을 넘어설 수 있다.  11-14


진정한 사랑은 자신을 온전히 내주는 행위이다.

이 책은 자신을 내주는 행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작중인물인 필라와 그녀의 친구는, 우리가 우리의 반쪽을 찾아나설 때 만나게 되는 수많은 갈등들을 상징한다.

우리는 우리 내부의 두려움을 극복해야만 한다.  14


수도사 토머스 머튼은 말했다. "사람들은 타인을 보호하거나 도와주거나 선행을 베풀기 위해 사랑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그렇게 대한다면, 그건 그를 단순한 대상으로만 여기고 자기 자신을 대단히 현명하고 관대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사랑과는 전혀 무관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타인과 일치하는 것이고, 상대방 속에서 신의 불꽃을 발견하는 일이다."  14


모든 사랑 이야기는 닮아 있다.  21


길은 걸으면서 만드는 것이었다.  22


우리는 우리 내면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한때 우리 자신이었던 어린아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53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어린아이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 아이를 성가셔해서는 안 됩니다. 그 아이를 혼자 내버려두고 그 아이의 말을 거의 듣지 않음으로써, 그 아이가 겁을 집어 먹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그 아이가 사랑받고 있음을 다시 느끼게 해야 합니다. 그 아이를 즐겁게 해야 합니다. 

타인의 눈에 어리석게 보일지라도 말입니다.  54


현실에서의 사랑은 가능성이 있어야 합니다. 설사 내가 주는 사랑에 대해 당장 대답을 얻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언젠가는 원하는 사람을 가질 수 잇으리라는 희망이 있어야 존재하는 것이 사랑이다. 그렇지 않은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사랑을 위하여!"

"때론 사랑이 유치한 짓에 지나지 않음을 이해하는 현명한 사람들을 위하여!"

"현명한 사람은 오직 그가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현명한 것!"

"어리석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랑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리석은 것!"  61


사랑은 덫으로 가득하다. 사랑이 그 모습을 드러낼 때, 사랑은 오직 밝은 면만을 우리에게 보여줄 뿐, 그 빛이 만든 그림자는 볼 수 없게 한다.  69


"삶에는, 얻기 이해 끝까지 싸울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 있어."


새 신발을 신으면 발이 좀 아픈 법이다. 삶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원치 않을 때, 그리고 필요치 않을 때도, 삶은 우리를 의외의 무언가로 사로잡아 미지의 세계를 향해 가도록 한다.  83


"좌절도 있지요. 누구도 그걸 피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위한 싸움에서 뭔가를 잃는 편이, 자신이 뭘 위해 싸우는지도 모르는 채 좌절하는 것보단 훨씬 낫겠지요."  93


"너,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연습을 했구나?"

"응, 어떻게 알았니?"

"너도 변했으니까. 사람들은 항상 가장 적잘한 시기에 그 연습을 하게 되거든."  129


'사랑은 결코 조금씩 오지 않아.'  133


"삶의 신비가 나를 사로잡았어. 난 그걸 더 잘 이해하고 싶었어. 누군가. 대답을 알고 있다고 말해줄 그곳을 찾아 헤맸지. 인도도 가보고 이집트도 가봤어. 마법과 명상의 달인들도 만나봤어. 연금술사와 사제들의 곁에서도 머물렀지. 그리고 결국 나는 내가 찾고 있던 것을 발견했어. 그것은 믿음이 있는 곳에 진실이 있다는 사실이다."  134


"너 추워서 떨고 있구나. 억지로 의식에 참가할 필요는 없어."

"넌 여기 계속 있을 거지?"

"그래. 이게 내 생활인걸."

"그렇다면 나도 같이 있을 거야."

하지만 내심 그곳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굴뚝같았다. 

"이게 너의 세계라면 나도 그 일부가 되는 법을 배우고 싶어."  159


사랑은 사랑하는 행위를 통해서만 발견될 수 있을 뿐이었다.  171


"<주역>에서 말하길, 도시는 바꿀 수 있어도 샘이 있던 자리는 바꿀 수 없대요.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발견하는 곳은 바로 샘 근처죠. 사람들은 그곳에서 갈증을 씻어내고 집을 짓고 아이들을 기르지요. 하지만 그들 중 한 사람이 떠나길 원한다 해도, 샘을 옮겨갈 수는 없어요. 그러니 사랑은 그 자리에 남게 되죠. 버려진 채로 말이죠. 샘에는 여전히 맑은 물이 가득 차 있겠지만요."  182


"하느님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나는 사람은 시간 낭비만 하고 있는 거요. 물론 수천 갈래의 길을 걸을 수 있고, 다양한 종교와 종파를 만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결코 하느님과 만날 수 없어요. 하느님은 여기 있소. 바로 이 자리에, 우리 곁에. 우리는 이 안개 속에서도 그를 볼 수 있고, 우리가 걷고 있는 이 땅에서도 볼 수 있소. 심지어 내 신발에서도 볼 수 있지요. 하느님의 천사들은 우리가 잠자는 동안 밤새워 우릴 지켜주고, 우리가 일 할 때면 곁에서 도와줍니다. 하느님을 만나려면 주위를 둘러보기만 하면 돼요. 하지만 이 만남은 쉽지 않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그의 신비에 동참하도록 더 많이 요구하실 수록 우리는 더욱더 혼란스러워지니까요. 신께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우리의 꿈과 마음을 따르도록 요구하시기 때문이오. 그런데 우리는 이미 다른 방식으로 사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에 그걸 따르는 일이 쉽지가 않소. 그러나 결국 우리는 신께서 우리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놀라움과 함께 발견하게 됩니다. 그분은 우리의 아버지니까요."  191-192


"잔이 떨어질 것 같아." 그가 말했다.

"그래, 난 네가 이걸 테이블 아래로 밀어버렸으면 해."

"잔을 깨라고?"

그래. 잔을 깨는 거야. 겉보기엔 간단한 동작이지만, 컵을 깬다는 것은 그 정체를 알지도 못하면서 가지게 되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값싼 유리잔 하나를 깨버리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일상 다반사인 것을. 

"잔을 깬다구? 왜?" 그가 다시 물었다.

"이유야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 하지만 사실은 그냥 깨기 위해서 깨는 거지."  232-233


난 잔을 깼다고 영수증에 깨진 잔 값이 청구됐다는 사람의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어. 깨진 잔은 삶의 일부일 뿐, 우리에게아무런 해를 입히지 않아. 식당 주인에게든, 우리 이웃에게든.'  233


'잔을 깨, 제발... 어리석은 편견들로부터 자유롭게 해줘. 모든 것을 설명해야 한다는, 다른 모든 살마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롭게 해달란 말야.' 

"잔을 깨."  234


"사실 전 가진 게 없어요."

"아가씨에겐 아가씨의 삶이 있어요. 기나긴 삶이. 그걸 좀더 잘 간직하도록 해요."  272


"사랑은 그 자리에 있어요. 변하는 것은 사람들이죠!"  276





옮기고나서


답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났지만 길이 끝나는 곳에 답은 없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녀는 말한다. "모든 사랑 이야기는 닮아 있다."  288


길을 떠나는 사람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지 말아야겠다. 그건 그의 노정에 대한 예의가 아니므로. 대신 그와 더불어 떠날 용기를 내야겠다. 머물러 바라보지 말고, 함께 걸어주어야 겠다.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말하기.  292-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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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비우다

여행밑줄 2012. 11. 7. 21:39

여행은 여행지를 읽고, 현지사람들을 읽고, 여행자들을 읽고, 그들의 문화를 읽어나갈 수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알아가는것, 새로운 것을 얻어가는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득(得)이다. 득이란 글자는 '습득(習得)'이란 단어로 많이 사용된다. 익혀서 얻는것. 그렇게 읽어나가는 과정이 여행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것의 반대는 실(失)이다. 여행은 실이 아니라 득이다.

물론 실(失)이 없지는 않다. 금전의 실도 있고, 시간을 사용해야 하기도 하고, 여행하는 만큼 국내에서 할 수 있는것들을 잃는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기회비용'이란 용어를 알고 있다. 미시경제학이란 분야에서 쓰이는 용어였으나, 오늘날은 보다 많은 곳에서 사용하기도 한다. 이것은 하나의 선택으로 잃게 되는 것들 중에 가장 큰 가치를 말하는 것인데, 이런 맥락에서 '실'보다는 '득'이라는 표현을 하는 것이다. 


여행에서 득은 무슨 의미들일까?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시대에 돈의 가치를 뛰어넘을건 없어 보이는데, 돈을 사용하여 돈을 얻지 않는 여행이 얼마나 득이 될 것인가?

신자유주의 시대에 돈의 가치를 논하면, 여행은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시간을 쫓아가며 바쁘게 돈을 벌어 휴가를 통해 휴양지를 가는것 외에 여행의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아.. 난 왜 이런 의문을 품어서 골치아픈 소리를 하고 있는걸까.. 너무 생각나는대로 하는것도 좋지 않다..ㅡ.ㅡ)

여행의 득은 알아가고, 익혀가고, 스며들어 자신의 시선 폭을 넓히고, 깊이를 깊어지게 하는 것이다. 

때로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때로는 그들의 시선으로, 때로는 지금까지의 나의 기준으로, 때로는 생각해 보지 못했던 기준으로 바라보고, 경험하는것. 


그러면 이것의 돈의 가치를 넘어설 수 있는가?

감히 나는 '그렇다'고 말한다. 

30대로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결코 적은 나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시간들을 살아오면서, 생각하는 것들 중에 하나는 경험의 보물이다.

지금의 나의 생각은 절대 '의미없는 일이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하든지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여행의 가치는 돈의 가치를 충분히 넘어선다고 본다. 


이런 득을 가진 여행을 동시'비움'이라고 생각한다.

비움이란 채워지는것의 반대 의미가 아닌가. 그렇다. 그런데 왜 여행은 비움이라 보아야 하는가?

여행을 다녀보면 분명 채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동시에 비워지는 것도 느껴진다. 채워지는 것은 새로운 앎, 경험들을 통해 분명하다. 

그에 더해 나의 편견, 아집, 집착, 착각, 진정 필요한 것들에 대한 선입견들이 비워져 감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어느 여행에서 느꼈던 생각을 떠올린다. 이 기억은 종종 머릿속에서 맴도는 생각이기도 하다.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며, 그들이 3시에 일을 마치며, 늦어도 4시에는 모두 마치고 각자의 가정에 돌아가서 가족과 친구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했었던 적이 있다. 또한 그들의 삶을 대하는 태도와 여유로움이 부러웠다.

바로 다음날은 동일한 그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이러니 당연히 잘 살지 못하는 거 아니냐. 느긋한게 아니라 게으르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와 비슷한 일은 유럽의 한 도시에서 정반대의 관념으로 경험하였던 적도 있다.


당연히 이틀 동안의 서로 다른 생각은, 생각의 기준을 달리 했기에 그러했다. 그들은 동일했으나, 내 마음의 기준이 달랐기에 나는 다른 생각을 하며 부러움과 멸시를 하였던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늘 살아가는데 나 혼자서 잣대를 대는 것부터 잘못이다. 

사람이 일관되게 사는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다. 다시말하면 인간은 누구나 다중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다중성이 당시의 컨디션으로 반대의 행동을 하게 되는것은 감정을 가진 동물이며, 불완전한 동물로서 당연하다고 치부하지는 않더라도 이해가 되는 부면이긴하다. 


위의 경험은 내 자신이 가진 비합리성에 대해 비워야 하는 것을 깨달아가는 하나의 과정이었다. 물론 여행에서만 느끼는 것만은 아닐것이다. 하지만 여행은 우리의 마음을 좀더 열어주는 능력이 있기에 비워나가는 과정을 더 쉽게 경험시켜 준다.


애둘러 표현한 것 같은데 정리해 보면, 여행은 얻는것 만큼 비워내는것또한 크다는 것이다. 고정관념의 타파는 누구나 알고 있는 표현이지만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깨어있지 않으면 힘든것이다. 여행은 그러한 비움에 깨어있는 자세를 더 잘 준다. 그렇게 여행은 비움인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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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시인 단테는 <신곡>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인간이 진실한 사랑을 받아들이게 되는 날, 짜여 있던 모든 것은 혼란에 빠지고 확고한 진실로 여겨졌던 것들은 모두 뒤흔들릴 것이다' 인간이 사랑하는 법에 눈뜰 때, 비로소 참된 세상이 이루어집니다. 그때까지 우리는 사랑을 안다고 생각하면서 살겠지만, 사랑을 있는 그대로 대면할 용기는 갖지 못할 겁니다. 

사랑은 길들여지지 않는 힘입니다. 우리가 사랑을 통제하려 할 때, 그것은 우리를 파괴합니다. 우리가 사랑을 가두려 할 때, 우리는 그것의 노예가 됩니다. 우리가 사랑을 이해하려 할 때, 사랑은 우리를 방황과 혼란에 빠지게 합니다. 

사랑이라는 힘은 우리에게 기쁜을 주기 위해, 우리를 신께, 우리의 이웃에게 다가서도록 하기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평화로운 일 분을 위해 한 시간씩이나 고뇌하면서 사랑하고 있습니다.  129-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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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같은 하늘 아래에서 그녀와 같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면 하는 생각으로 비행기를 탔다.  6


어째서 홍이의 외로움을 좀 더 이해해주지 못했을까. 어째서 그녀 입장에 서서 생각할 수 없었을까.  8


첫눈에 웃는 모습이 예쁜 사람이라고 느꼈다.  12


언제나 첫인상만큼 믿지 못할 것도 없다.  13


마음의 문을 닫고 고집스럽게 칸나를 원망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홍이의 존재는 정말이지 내게 성모 그 자체였다.  30


한마디 말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그러나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던 탓에 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자라고 말았다.  36


시집을 발견한 나는 엎드려 별 생각 없이 책장을 펼쳤다. 읽기 위해서라기보다 거기서 홍이의 흔적을 찾기라도 하는 것처럼.  47


둘 사이에는 한 장의 천도, 둘 사이의 가르는 문도, 세상을 차단하는 높은 벽도, 끝없는 국경선도 없었다.  67


바다가 보고 싶다고 떼를 쓰는 저녁이면 대개 혼자서 몰래 울었다. 

"같이 있는데 뭐가 쓸쓸해?"

나는 그녀가 몰래 울 때마다 그렇게 물었다. 홍이는 눈물을 감추며 쓸쓸해서 그런 거 아니야. 하고 말했지만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77


"글쎄, 엄마가 일본 사람하고는 결혼 못한다잖아."

그래도 그때가 우리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132


사소한 한마디, 별 뜻 없이 한 말이 그 틈에 커다란 균열을 만들어 버리는 일이 있다. 그러나 그 순간에는 아무도 그것이 심각한 줄을 모른다. 병을 앓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161


"일본도 마찬가지야! 나도 케이크만 시킬 때가 있다고!"

"누가 준고 생각을 물었어? 난 일반적으로 말해서 한국과 일본은 문화가 다르다고 한 것뿐이야."

"그렇지만 네가 문제를 비약시키잖아. 케이크와 음료가..."

우리는 녹초가 될 때까지 그런 바보스런 논쟁을 되풀이하다 결국엔 등을 돌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홍이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준고, 부탁이야. 내게 다정하게 대해 줘. 부탁이니 무조건 날 지켜 줘. 준고, 부탁이야. 무슨 일이든 내 편만 들어 줘'

그런데도 나는 홍이의 고독한 마음을 받아 주기는 커녕 내치려 했다. 왜 홍이가 조바심을 내는지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했다면, 홍이가 마리코와 싸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빵집 마리코 탓이 아니었다. 그건 전부 내 탓이었다.  173


"잘못했다고 하면 되잖아. 사과하면 누가 벌이라도 줘? 너희 일본 사람들은 어째서 그런 말 한마디를 못하는 거야?"  178


"엄마가 왜 일본 사람하고 결혼 못하게 하는지 겨우 알 것 같아.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내가 말했었지. 기억 나? 나는 외국 사람하고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그런데 어째서 무책임하게 결혼하자는 말을 했어? 나를 외톨이로 내버려 둘 거면서. 제대로 사과도 안할 거면서."  179


나는 칸나 덕분에 확실히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다.  203


만약 내가 이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하고 레코드 가게를 나오며 생각한다. 나는 일본을 미워했을까, 아니면 일본인과 사이좋게 지내려 했을까.  224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과 같은 입장에 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이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죠. 상대방의 마음을 제멋대로 거짓으로 꾸미는 게 보통이에요.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240


"난 그때 너와 함께 달렸어야 했다. 난 너에 대해 뭐든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가장 중요한 것을 알지 못했던 거야. 내가 생각이 모자랐어."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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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니였다면 나는 지난 일 같은 건 그냥 아름답게 간직해 버리고 말 거야. 노래방 같은 데서 노래 부를 때만 조금 생각하고 나머지는 다 잊어버릴 거라고."

"잊는다고?"

내가 물었을 때 록이는 맥주잔을 들다 말고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잊는 거, 잊어버리는 거 말이야."

잊는다는 건 꿈에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내가 잊으려고 했던 것은 그가 아니라, 그를 사랑했던 내 자신이었다.  26


그때 나는 그의 곁에 있느 모든 여자를 질투했었다. 칸나라는 여자는 물론이고, 그가 아르바이트하는 곳에 있던 뚱뚱한 아주머니까지. 공원을 걷다가 그가 일으켜 세워 주었던, 넘어진 열 살짜리 꼬마 아이까지. 그게 누구든 그가 나 이외의 모든 여자에게는 찡그린 표정만 보여 주었으면 했던 것이다. 그게 터무니 있든 없든 그랬다. 나는 그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 살고 싶었다. 그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고 싶었다. 가끔 그의 손이 내가 살고 있는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오면 그의 손가락을 만지작 거리며 잠들고 싶었다. 어릴 때 피아노 뚜껑을 덮어 버려서 흉터가 남은 그의 손가락에 내 얼굴을 대고 싶었다. 

"그건 사라잉 아니라 스토킹이야. 집착일 뿐이라고."

나중에 내가 그 이야기를 해주자 친구 지희가 말했었다.  29


그는 부지런했다. 그가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을 나는 본 적이 없엇다. 나주엥 생각한 일이지만 그는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슬픔이라는 점령군에게 마음의 영토를 다 빼앗길까 봐 두려워하고 있던 것도 같았다.  33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었어. 언젠가 너를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었어."

준고는 무슨 말이든지 하라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을 열려고 하는데 갑자기 뜨거운 기운이 눈가로 몰려왔다. 피가 얼굴 앞ㅉ고이로 몰려드는 것처럼 아주 무거운 기분이었다.  

담담하고 당당하게 말하려고 햇는데 나는 더 이상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입을 열면 지난 칠 년을,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내려 앉았던 빨간 심장을 다 토해 버릴 것만 같았다. 

기다렸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새로 휴대전화를 장만하고 나서 그가 당연히 내 전화번호가 바뀌고, 한국의 전화번호는 세 자리 국번에서 네 자리 국번으로 바뀌어 버렸는데도 심장은 내 머리를 비웃으며 그렇게 덜컥거렸다. 사무실에서든 집에서든 전화를 받아 들고 그 소리의 주인공이 여보세요. 하기까지 전화벨은 고통이 시작되는 신호였다. 그렇게 혹시라도 기적처럼 그가 전화를 걸어 와 베니, 넌 잘 있니? 하고 물으면, 그러면 나는 대답하고 싶었다. 

'응, 잘 있어. 나는 최홍이고, 나는 씩씩한 여자고, 나는 잘 있어. 준고. 어쩔 수 없이. 안간힘을 다해서, 필사적으로 그렇게 잘 있단다.'

그리고 나는 꼭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왜 그렇게 울고 있는 나를 내버려 두었니? 왜 붙잡지 않았니? 잡지도 않고 찾지도 않고 그리고 왜 이제야 여기에 온 거니?'  45


아침에 좀 더 신경을 쓰고 나올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도 머리도 좀 더 예쁘게 하고 옷도 좀 더 화사하게 입고 올골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아무런 반짝거림도 없이 그저 시들어 가는 노처녀처럼 보였던 것은 아닐까. 내 자신이 싫어졌다. 더도 덜도 아니고 그가 가슴 아플 만큼만, 그가 후회할 만큼만 그렇게 아름다운 여자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 이건 민준을 만나면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생각이다.  51-52


준고는 늘 바빴다. 아르바이트를 다섯 개나 한다고 했다. 가만히 보니까 어떤 때는 임시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것 같았다. 그래야 학비를 번다니. 

"너희 아버지는 뭐 하셔? 너 혹시 고아 아니니?" 나는 물었다.

"아버지는 첼리스트야, 가난한..." 그가 말했다. 

"혹시 가짜 부모님?"

내가 묻자 그가 하하. 하고 웃었다.  66


"베니, 네 얼굴은 늘 이상한 생기로 가득 차 있어. 일이 힘들어지면 나는 늘 네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빛을 기억해." 

그건 준고가 한 말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나이가 든 필자 선생님이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말했었다. 

"최홍 씨는 가끔 참 어두워. 세상을 다 살아 버린 사람 같아." 그때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

"선생님에게는 독한 추억이 있나요?"

나는 조금 술에 취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시비 걸듯이 대꾸할 수가 없었을 테니까.

"아무리 몸을 씻어도 아무리 딴 생각을 해도 지워지지 않는 취기 같은, 그런 독한 기억이 있느냐고요?"  76


"엄마는 아빠를 아직도 사랑해?" 내가 물었다. 내가 뺨을 대고 있는 엄머의 등이 잠시 굳어졌다.

"... 사랑은, 하지. 그런데 좋아하지는 않아."  77


"사람이 사는데, 꼭 나쁘다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더구나 누구를 사랑하는데. 그건 말이야, 그저 과거의 일일 뿐이야. 되돌릴 수도 없는 거, 그냥 오늘을 살고 내일을 바라보고 그러는 게 좋지 않겠니?"(민준의 말)  87


엄마는 말이 없어진 내게 그렇게 말했었다.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니야. 그건 지옥으로 들어가는 거지. 결혼은 좋은 사람하고 하는 거야."  91


혼자서 그의 집을 나오던 그날 밤, 공원 길을 걸어 기치조지역을 향해가면서 나는 중얼거렸었다. 

"대체 왜 그러느냐고,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느냐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천진한 눈으로 그렇게 묻지는 마... 내가 너보다 많이 슬펐고, 내가 너보다 많이 기다렸고, 내가 너 보다 많은 걸 걸었으니까. 그러니 이제 나를 잊어. 칸나를 잊듯이. 벚꽃이 일제히 지듯이 그렇게... 더 많이 사랑햇던 사람하고, 더 아팠던 사람하고, 정말 처음이었던 사람들이 이미 불행하기로 되어 있었던 걸 너는 모르겠지. 영영 그렇게 모르겠지. 그러니 잊어. 하나도 남김없이 잊어."

그러면서 나는 아마도 뒤돌아보고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실은 마른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인 줄도 모르고 이제 그를 떠나야 한다는 결심과 제발 그가 다가와 날 붙들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팽팽히 맞서는 것을 느끼며 그곳을 떠나왔던 것이다.  101


사랑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슬픈 건 사랑을 줄 수없다는 것.  109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  111


"그런데 지희야, 혹시 사람에겐 일생 동안 쏟을 수 있는 사랑의 양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닐까? 난 그걸 그 사람한테 다 쏟아 버린 거 같아... 그리고 내 표정이 아무리 이상해져도 앞으로도 늘 이렇게 말해 줘. 그런 사랑이 아니었다고 말해 줘. 부탁이야!"  119


이 호숫가는 적어도 그가 없었던 공간,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여기에는 추억이 없으니까. 여기에는 처음부터 나 혼자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그가 여기 들어섬으로써 나는 기억을 갖게 되어 버렸다. 그러자 그를 용서할 수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칠 년 동안 나를 기다리게 해 놓고. 뭐 딱히 그가 나보고 그러라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해놓고 겨우 내가 한 바퀴를 도응 동안도 더 기다리지 못하고 돌아가 버린 그를 용서할 수 없었다.  125-126


가끔은 하늘도 마음을 못 잡고 비가 오다 개다 우박 뿌리다가 하며 몸부림치는데 네 작은 심장이 속수무책으로 흔들린다 해도 괴로워 마.(지희의 메일 내용중에서)  130


"..모범 답안으로만 살명 진짜 무엇인 옳은지 모르는 거야."  132


언제나 어린 동생처럼 보였는데 록이가 훌쩍 큰 듯 느껴졌던 것은 아마 내 마음이 누구에게든 기대고 싶을 만큼 지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134


그가 나를 위해 힘겨운 아르바이트를 다섯 개씩이나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비싼 음식들을 먹으로 가자고 졸랐던 것은 그의 짐작대로 내가 돈 걱정 없이 자라서가 아니라 말하자면 멋진 남자와 사랑할 때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 그러니까 좀 더 쾌적하고 로맨틱한 장소에 그와 나의 사랑이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와 직원들을 모두 내보낸 부도 직전의 출판사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자장면만 먹으며 일할 때 나는 준고를 생각했었다.

차비 한 푼도 힘겹던 시간이었다. 지희가 남자 친구를 데려와 소개했을 때 이차로 마신 생맥주 값을 나보고 내라고할까 봐 잊어버린 일이 있는 듯 서둘러 그 자리를 빠져나오면서 나는 준고를 생각했었다. 내가 로맨틱한 카페에 가서 프랑스스기 음식을 먹자고 조를 때 그의 눈에 비치던 그 곤혹스러움..., 그가 캔 커피를 사서 공원에서 마시자고 했을 때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하는 것도 떠올랐다. 미안하다고, 내가 너무 철이 없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 버린 뒤였다.  137


'최홍. 너, 여기서, 대체, 뭐하고 있는 거니?

순간 세상의 모든 빛이 암전되어 버린 것처럼 아찔해졌다. 그 어둠 속에서 나는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마음 깊은 곳에서 다시 거역할 수 없는 물음이 들려왔다. 

'윤동주를 연구하는 학자가 되겟다던 너는, 대체,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냐고?'

마취에서 깨어난 것처럼 온몸이 아파 왔다. 가슴 한구석이 갈라지는 듯했다. 나는 긴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사방을 둘러보았다. 검은 장막이 서서히 걷히며 어렴풋이 사물들의 윤곽이 보였다. 이곳은 좁은 욕실, 준고의 아파트였다. 도쿄였고 일본이었다. 나는 여기서 오전에는 일본어 학원을 다니고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준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196-197


이제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결심을 해야 했다. 나는 준고에게 한국으로 가자고 할 셈이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인사를 드리자고 하고 싶었다. 내가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나 인사했듯이 그를 한국으로 데려가고 싶었다. 내가 할아버지 이 사람은 좋은 일본인이에요. 하면 할아버지도 빙그레 웃어 주실 것 같았다.


그날 역시 늦게 돌아온 준고는 피곤하다는 듯이 물을 한 잔 마시더니, 자자. 하고 자리에 누웠다.

"할 이야기가 있어."

내가 말을 꺼내자 그는 돌아누우며 제니 내일. 하더니 이불을 뒤집어썼다.

"대체 너에게 나는 누구니?"

등을 돌리고 누운 준고의 뒷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대체 너에게 나는 무슨 의미인 거냐고!"

그가 가늘게 코를 고는 소리가 바다 위에 내리치는 번개처럼 밤새 내 망막에 푸른빛으로 번쩍번쩍했다.

"오늘은 안 되고 내일은 시간이 나니까, 홍. 우리 맛있는 거 먹으로 가자."

아침이 되자 미안하다는 듯 그가 말했다. 나는 침을 한 번 삼키고 그래, 그럴게. 했다.  198-199


내 생애의 첫 사람인 그..

'하느님 준고를 살려주세요. 원하는 것은 오직 그것뿐이에요.' 격정적인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두 손을 모은 채 얼마가 지났을까. 마음이 싸늘히 식어 내리면서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다시 한 번 다짐했었다. 준고는 약속을 그렇게 허투루 어길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약속을 어길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 뒤에 순간이었지만 만일 그런 사람이 약속을 어긴다면, 그렇다면 그것은 하나의 메시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202


"끝내자, 준고." 내가 말했다.

준고는 마치 낯선 외국어라도 들은 사람처럼 멍한 표정이었다. 실은 나는 그가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 주기를 바랐던 것일까? 그랬을 것이다. 우리 지금은 힘든 시간이니까 조금만 이 고비를 넘겨 보자고 말해 주기를 기다렸던 것일까? 그랬을 것이다. 아니, 그러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이 서투른 동거와 이국 생활의 외로움에 나는 지쳐 가고 있었다. 그가 내 손을 잡고 다정하게 흥, 이야기를 해봐, 하고 말한다 해도 나는 떼를 쓰듯 우겼을지도 모른다. 한국으로 갈래, 한국으로 갈래, 하고. 그때 나는 생이 우리에게 얼마만큼 냉정하게 모든 행위에 대해 해명과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스물둘이었다.

'준고, 함께 한국에 가자. 가서 할아버지께, 일본 여자랑 결혼하려던 아빠를 반대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너처럼 좋은 일본 사람도 있다는 걸 말하자. 우리 세대는 다르다고 말하자. 응?'

나는 그렇게 말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는 묻지 않았다. 피곤함과 짜증이 섞인 그의 눈빛이 침묵 속에서 비수처럼 나를 찌르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슬픈 얼굴이 내 눈앞을 가로막았다.  204-205


"그래 그럴게. 행복해라..."

그가 말했다. 응, 너도. 라고 말하려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건 내 마음이 아니었다. 그렇게 말하고 나면 착한 여자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 자신이 싫을 것 같았다.  219


"그래, 정말로 달렸어. 그것밖엔 할 수가 없었거든. 말로 분명하게 설명을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먼 길을 돌아오지 않아도 됐을 텐데. 하지만 계속 달렸기 때문에 그때 네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게 되었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넌 혼자서 달렸다는 걸... 난 그때 너와 함게 달렸어야 했다. 난 너에 대해 뭐든 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가장 중요한 것을 알지 못했던 거야. 내가 생각이 모자랐어. 미안해. 내가 나빴다... 내가 나빴어. 널 외롭게 해서."  235



지은이 후기

사랑한다는 것은 그가 사람이라는 이야기고 살아 있다는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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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처럼, 재앙처럼 충격을 주는 책, 깊이 슬프게 만드는 책,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숲속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자살처럼 충격을 주는 책이 필요하다.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프란츠 카프카가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언제나처럼, 즐거움과 도피를 위해 읽었다. 하지만 이제는 잊기 위해서도 읽는다. 반 시간만이라도 언니가 겪고 있는 현실을 잊기 위해 읽었다. 언니는 담도암 진단을 받았다. 암은 무자비하고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고통과 함께 무력감, 공포감이 뒤따랐다.  17



말은 살아 있고 문학은 도피가 된다. 그것은 삶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삶 속으로 들어가는 도피이다. - 시릴 코널리<조용하지 않은 무덤>



내 경우는 갈수록 더 커지는 질문이 있었다. 

나는 왜 살아갈 자격을 가졌는가? 언니가 죽었고 나는 살아 있다. 삶의 카드는 왜 내게 주어졌으며, 난 이걸로 뭘 해야 하는가?

달아나기를 멈추어야 했다. 끊임없는 활동 속에서 이런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동작을 멈추고 시간을 들여 둘로 나뉜 나를 다시 합쳐야 했다. 

도피하기 위해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도피하기 위해 읽는 것이다. 20세기의 작가이자 평론가인 시릴 코널리는 "말은 살아 있고 문학은 도피가 된다. 그것은 삶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삶 속으로 들어가는 도피이다"라고 말했다. 내가 책을 활용하고 싶었던 방식이 바로 이것이었다. 살으로 되돌아가는 도피 말이다. 나는 책에 풍덩 빠졌다가 다시 온전해져 나타나고 싶었다.  35


나는 공책을 갖고 다니면서 내 생각들을 끼적거리기 시작했다... 난 교외의 이웃들을 염탐하기보다는 내 생각을 공책에 쓰는 편에 더 흥미가 있었으니까.  37


나는 독서를 하나의 규율로 정해두려고 한다. 독서에는 즐거움도 있는 줄은 알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어떤 일정에 맞출 필요가 있다. 그렇게 몰두하지 않으면 삶의 다른 부분들이 슬금슬금 침범해 들어와 시간을 훔쳐 가버릴 수 있다. 읽고 싶은 만큼 읽지 못할 수도 있고, 필요한 만큼 충분히 읽지 못할 수도 있다. 책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으면 도피는 불가능하다. 청소해야할 먼지라든가 개켜야 할 옷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우유도 사야 하고 저역 식사도 마련해야 하며 설거지도 해야 한다. 하지만 1년 동안은 그런 일이 절대로 나를 방해하지 못한다. 나는 1년 동안 달리지도 않고 계획도 세우지 않고 가족도 돌보지 않으려고 한다. 1년 동안 '.... 하지 않기'를 하려 한다. 걱정하지 않기, 규제하지 않기, 돈을 벌지 않기. 물로 ㄴ우리 가족은 다른 수입원을 가질 수도 있지만, 워낙 오랫동안 한 사람의 수입으로만 살아왔으니 한 해 더 그렇게 해도 괜찮을 것이다. 가외의 지출은 뒤로 미루고 지금 가진 것으로 지낼 것이다.  43


내 계획에 따르면 매일 책 한 권씩 읽는다는 프로젝트는 마흔 여섯 살 생일에 시작된다. 그날 첫째 권을 읽고 다음 날 첫 서평을 쓴다. 한 해 동아느이 계획은 단순했다. 어떤 저자의 책도 한 권 이상은 일지 않는다. 이미 읽은 책은 읽지 않는다. 읽은 책에 대해서는 모두 서평을 쓴다. 새 책, 새 저자의 책을 읽는다. 좋아하는 작가의 옛날 책을 읽는다. 예를 들면 <전쟁과 평화>는 안 되겠지만 톨스토이의 최후작인 <위조 쿠폰>은 읽을 수 있다. 할 수만 있다면 언니와 내가 함께 읽을 만한 책이라면 좋겠다. 함께 이야기하고, 논의하고, 동의했을 법한 책이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매일 책을 읽히기 위해 얼마나 열심인지 알 것이다. 그런 열성이야 당연히 좋지만, 어른들에게는 왜 매일 읽으라고 닦달하지 않는가? 왜 어른들에게는 매일 책 읽기를 권장하지 않는가?  44


사람들은 여기서 지금 살아간다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종종 이야기한다. 어린아이들이 과거나 장래에 대한 걱정으로 주저 앉지 않고 즐거운 순간을 누리는 것을 부러워한다.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을 회상하고 다시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경험, 이미 살아본 삶이다. 한순간을 다시 살아내는 능력이 우리에게 힘을 준다. 종으로서 인간의 생존은 기억하는 이 능력에 달려 있다(어떤 나무 열매는 먹지 말 것, 이빨 가진 큰 동물에게는 접근하지 말 것, 불에 가까이 다가가기는 하되 건드리지 는 말 것등등). 하지만 우리 내면의 자아의 생존 역시 기억데 달려 있다.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왜 예리한 후각을 가졌겠는가?  55


병이 위중하면서도, 자신도 조만간 죽으리라는 것을 확신하면서도 언니는 자신은 자살 충동을, 스스로 생명을 끊게 만드는 우울함에 대한 완전한 굴복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어찌 절망으로 끝내는 걸까?"

그녀가 옳았다. 절망에게 해줄 대답은 항상 있다. 장래에있을 아름다움에 대한 약속이 그것이다. 과거에 아름다움을 보았고 느꼈기 때문에 나는 그것이 또 오리라는 것을 안다.  62-63


뒤를 돌아보면 내 현재 삶의 전체가 보인다. 지금 있는 곳에 오기 위해 무엇이 필요했는지, 아직 내 앞에 남은 삶에서 무엇을 갖고 싶은지를 보여준다. 큰 그림, 넓은 전망. 내가 무엇을 기억하는지 알기 위해 뒤를 돌아봄으로써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게 된다.  64


'뒤돌아 보기'는 지혜를 얻어서 앞으로 나아가게 해준다. 나도 나의 한 해를 계속할 것이다. 현재의 독서, 과거의 기억, 미래의 지혜이다.  65


나는 내가 찾은 모든 행복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75


슬픔을 진정시키는 유일한 향유는 기억이다. 누군가를 죽음으로 잃는 고통을 덜어주는 유일한 진통제는 죽기 전에 존재했던 삶을 인정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기억한다고 해서 문자 그대로 그들이 되돌아오지 않고, 또 너무 일찍 죽은 사람에게 그들이 잃은 삶의 가능성을 모두 보상해주기에는 불충분하다. 하지만 기억은 회복력의 몸뚱이 주위에 구축되는 뼈대이다....

삶의 진실은 죽음의 불가피성으로써가 아니라 우리가 살았다는 경이에 의해 입증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과거로부터 삶의 기억하는 것이 점점 더 그 진실을 승인한다. 내가 자랄 때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행복을 찾지 마라. 삶 그 자체가 행복이다." 그의 말뜻을 이해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살아온 삶의 가치, 산다는 것의 순전한 가치가 그것이다.  100



누군가의 어깨에 일단 올라앉은 죄책감은 쉽게 떨쳐지지 않는다.  - 마틴 코릭 <우연히>



<우연히>의 첫머리에는 다음의 물음을 던진다. "이해하는 데 관심이 없다면 소설의 주제는 뭔가? 그저 시간 때우기 용인가?" 하지만 그는 대답을 이미 알고 있다. 위대한 문학의 목적은 숨겨진 것을 드러내고 어둠 속에 있는 것에 빛을 비추는 것이다.  118


우리가 좋아하여 읽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 어떤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 책이 우리 자신의 어떤 면모를 진정으로 나타내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131



한 권을 끝내기 싫어 가슴이 찢어진 적이 있는가? 마지막 페이지가 덮이고 한참 뒤까지도 계속 당신의 귀에서 속삭이고 있는 그런 작가가 있었는가?  - 엘리자베스 매과이어 <열린문>



아버지가 하신 말씀. "삶에서 행복을 찾지 말아라. 삶 그 자체가 행복이거든."  146


감옥을 방문한 동안 그랜트는 제퍼슨이 대모에게 말하는 것을 듣는다. "상관없어요... 아무것도 상관없다고요." 

대모는 대답한다. "내게는 상관있어, 제퍼슨... 넌 내게는 중요한 사람이야."

넌 내게는 중요한 사람이야. 이 말을 읽으면서 나는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이게 바로 사랑의 핵심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중요해지는 것. 다른 모든 존재 중에서 내게 중요한 하나의 존재. 뭔가 개인적이고 특별한 어떤 것을 한 인물이 설명해줄 수 있다. 우리는 변해도 상관없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제각기 고유한 방식으로 사랑받는다. 

한 사람에 대한 욕망은 그 고유한 평가와 그에 대한 필요를 느끼는 것과는 다르며, 애정과도 다르다. 욕망은 커졌다가 시들고, 애정은 오랜 헌신이 없어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넌 내게 중요해"라는 것은 긴 기다림이 받아들여지고, 그것은 기꺼이 받아들여진다는 뜻이다. 나는 지금부터 쭉 너를 데려가고, 안아주고, 갈채를 보낼 것이다. 너는 내게 의지할 수 있다. 너를 보살피기 위해 내가 여기 있을 것이다. 네가 가고 난 뒤에도 난 여기서 너를 기억할 것이다.  163-164


잊힌다는 것은 용서받는다는 뜻이 아니라 어떤 교훈도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172


온갖 종류의 인간의 경험을 목격한다는 것은 세계를 이해하는 데만이 아니라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게 무엇이 중요한지 규정하는 것, 누가 중요하고 왜 중요한지를 규정하는 데 그것은 필요하다.  177


독서를 통해 나는 삶이란 고통이 고르지도 않고 무한정 부담을 져야 하는 것임을 발견했다. 비극은 제멋대로, 불공정하게 떠안겨진다. 편안한 시간이 오리라고 약속했지만 거짓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힘든 시간을 견뎌낼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어떤 나쁜 일이 오더라도 그것이 부담은 될 수 있겠지만 올가미는 아닐 것이다. 책은 삶을, 내 삶을 거울처럼 반영한다. 이제 나는 내게 일어났던 모든 나쁘고 슬픈 일들, 내가 책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들이 모두 인간의 회복 능력의 대가이자 증거하는 사실을 이해한다. 

상상한 것이든 실제의 것이든, 경험의 가치는 우리가 어떻게 살지, 어떻게 살지 않을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 상이한 개릭터들과 그들의 선택이 낳는 결과에 대해 읽으면서 나는 나 자신이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삶의 슬픔과 기쁨을 영위하는 새롭고도 분명한 방식을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178


욕구는 어디에서 오는가? 내가 읽고 있던 책에 따르면 그것은 신체적, 정신적인 자극의 여러 지점에서 온다. 말은 가슴을 쓰다듬는 손길만큼이나 확실하게 열정을 휘저어놓는다. 하지만 욕구를 붙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욕구는 두 사람 사이의 사랑에서 오며, 두 사람 사이의 연대를 복구시키기도 한다.  201


언니를 기억함으로써 나는 가장 지독한 죽음에도 저항하는 보증서를 쥐고 있는 셈이다. 그녀의 재미있는 행동을 기억하면서 웃고, 친절함을 생각하면서 미소짓고, 내일과 앞으로의 나날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기억이 있는 곳에 진공은 없다.  210


인간은 희망과 사랑이 있는 곳에서 성장한다.  217


최악이 아니라 최선의 것을 보라는 것이다. 실망에 맞서는 회복력을 가지라는 것이다.  221


언제든 좋다. 무엇이든 좋다. 모든 게 다 좋다. 

내 반응은 내게 달려 있다. 적절한 종결이란 삶이 그에게 무엇을 주는가가 아니라 삶이 주는 것을 그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삶이 빼앗아가는 것에 관해서는 뭐라고 해야 하나? 언니를 잃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갈까. 그 반응 역시 전적으로 내게 달려 있다.  246


우리는 질서를 발견할 수 있고, 또 발견한다. 책에서든 친구에게서든 가족에게서든 아니면 믿음에서든 말이다. 질서는 우리가 우리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의해 규정된다. 질서는 삶이 제시하는 것에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의해 창조된다. 질서는 모든 물음에 답이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서 발견 된다.  247


저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사람들을 서로 나누는 분열에 다리를 놓아주는 친절함이라는 점에서는 모두 비슷하다.  256



무슨 책이든 읽으라. 그것을 다시 집어들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면 그렇게 하라.  - 닉 혼비 <집안일과 더러움의 대결>



매일의 책을 읽는 것은 항상 기쁨이었다. 독서의 한 해 내내 하루도 아픈 적이 없었다. 즐거움에 흠뻑 젖은 덕분에 면역성이 생겼다.  259


톨스토이는 이렇게 썼다. "삶의 유일한 의미는 인류에게 봉사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삶의 한 가지 사실이라는 것,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이며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사실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남는 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해주는 것들이다.  278


책을 통해 나는 내 삶의 모든 아름다운 순간들과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붙잡고 있는 방법을 배웠다. 

나 자신과 주위 사람을 용서하는 법을 배웠고, 그들의 '힘든 짐'이 그저 지나가기를 애쓰도록 말이다.  279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을 치료해줄 수 있는 약은 없다. 또 있어서도 안 된다. 슬픔은 질병도 아니고 감염도 아니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대해 있을 수 있는 유일한 반응이며, 우리가 삶 그 자체를, 그 모든 경이와 전율과 아름다움과 만족감을 얼마나 귀중하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긍정이다. 슬픔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은 살아가는 것이다.  280


"우리는 경이감 속에서 살고, 열정과 염려의 순환 속에서 타오른다." 나는 시인 캐럴린 키저의 이 말이 맞는다는 것을 안다.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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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읽다

여행밑줄 2012. 11. 2. 11:30

'읽다' 하면 가장 먼저 떠 오르는 것은 '책'이다. 

어느 작가는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다'라 하였다. 

잘하는것이 별 없는 나에게는 책을 읽는것이 그나마 그럭저럭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깊이 읽는 수준은 안되지만 말이다.

책을 읽는 것은 활자를 눈으로 읽어내어,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하고 글쓴이의 뜻을 간파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책을 읽는 목적과도 관련이 있는데 책을 읽는 이유는 사람마다의 이유를 가질 수 있겠지만, 목적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알아가는 것'이라 표현하고 싶다.

공부와 중복되는 의미는 있지만, 동일하지는 않다. 중1 수학 1단원의 집합이란 단원에서 '교집합'을 배운다. 교집합은 서로 다른 집합(집단)속에서 동일한 것도 있고, 동일하지 않은 것도 있을 때 구분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공부와 읽기에는 알아가는 것이라는 동일함도 있지만, 그 깊이의 차이가 있다.

이것으로 순서를 따진다면 공부는 읽기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정도라고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


읽기라고 하면, 책과 함께 떠올릴 수 있는 것이 그림과 사진이 아닐까.

이것은 전시장에서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온 엄마가 아이에게 '이 그림은 누구의 작품이며, 무엇무엇을 의미하는 거란다'하며 주입하는 의미가 아니다.

눈으로 보고, 느낌을 떠올려보는 작업. 관찰해보기도 하고, 초점을 흐려보기도 하고, 자신의 경험에 떠오르는 이미지와 붙여보는 그런 느낌을 가지는 것이다.

이런 의미로 그림을 또는 사진을 읽어간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런 의미들에서 여행 역시도 읽기의 작업을 하는 것이라 하고 싶다.

책을 읽고, 그림을 읽고(사실 그림을 읽는것이라기 보다는 느끼는 것이라 표현해야 하겠지만) 하듯이 여행도 읽어나가는(느껴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정답이 있는것이 아니라, 보고 생각하고 이해하고 관찰하고 해석하고 느껴보고 알아가며 경험하는 것. 그러면서 자신의 답도 생각해 보고 다른이들과의 차이도 살펴볼 수 있는 그런 시간.




이런 여행은 접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이 알아가는 목적을 포함하듯, 여행도 그렇게 알아가는 것이란 생각.

접하는 방법도 여러가지 이겠지만 단순하게 알아가기 보다는 좀 더 깊이 알아가는 과정이고 싶다. 그럼 이것은 공부에 더 가깝지 않냐고?

여행자는 오래 머물러도, 노력을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이방인이기에 공부보다는 읽기에 가까울거란 생각이다.

여행은 그런것이 아닐까.


어떻게 알아가는가에 대해서는 각자의 몫이다. 

나는 현지인들과 함께 지내보는 것을 추구한다.

위험부담이 있긴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위험하지 않은 순간이 얼마나 될까? 단순히 고향이 아닌 타지이니까 위험함을 더 느끼는 것일 뿐이라란 생각을 하며, 그들과 이야기해 보고, 함께 해보는 것. 그들의 문화에 가까이 스며들어 보려는 노력. 그들을 공부하기 보다는 그들을 읽어보려는 노력이라 생각하며, 그들에게 마음을 열어 보는것. 웃기게도 현실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꼭 떠나서야 그렇게 하는 모습이 우스운일이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생각으로 돌아와서도 자동으로 닫히는 마음을 조금씩 열어가려는 노력까지도.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라는 표현처럼 사람을 알아봐야 내가 얼마나 알겠는가?

그렇기에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나는 여행을 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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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인기 없는 존재들을 위하여

근거라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지도 못하면서 관습들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지켜져 내려왔다는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좀처럼 의문을 품지 않는다.  21


몇 세기 동안 절대다수에게 지켜져 내려오는 신념을 굳게 신봉하는 사람들이더라도 어떤 일에 틀릴 수 있다는 가르침. 사람들이 틀릴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의 신념을 논리적으로 검증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동성의 특성을 꼬집기 위해서 소클테스는 사람들이 체계적인 사고를 하지 않은 채 인생을 사는 것을, 도자기를 굽거나 구두를 만들면서도 그 기술적 과정을 모르고 있거나 따르려고 하거나 구두를 만들면서도 그 기술적 과정을 모르고 있거나 따르려고 하지 않는 것에 비유햇다. 직관에만 의존해서는 훌륭한 도자기나 구두는 상상조차 할 수없다. 하물며 한 인간의 삶을 영위하는 더욱 복잡한 일을 어떻게 근거나 목표에 대한 지속적인 반성없이 수행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31


소크라테스는 우리 스스로 어떤 것이 옳은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까지 제시한다. 

검증하는 소크라테스의 방식은 플라톤의 초기와 중기의 대화편에서 찾을 수 있다. 


소크라테스식 사고방식

1. 확고하게 상식으로 인식되는 의견을 하나 찾아보자. 

 - 용기 있는 행동에는 전투에서 후퇴하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

 - 덕을 쌓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2. 잠시 상상해보자. 이런 의견을 내놓는 사람의 확신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거짓이 될 수도 있다고 말이다. 그 의견이 진실일 수 없는 상황이나 환경을 찾아보자.

 - 용기가 있으면서도 전투에서 후퇴하는 사람은 정말로 없을까?

   전투에 꿋꿋하게 임하면서도 용기가 없는 사람은 없을까?

 - 부유하면서도 덕을 쌓지 못한 사람은 없을까?

   돈은 없지만, 덕이 높은 사람도 있지 않을까?

3. 예외가 발견되면, 그 정의는 틀렸거나 아니면 최소한 불명확한 것임에 틀림없다.

 - 용기가 있으면서도 후퇴하는 것이 가능하다.

   전투에 꿋꿋하게 임하고 있지만, 용기가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 돈을 가진 악한도 있다.

   가난하지만, 덕은 높을 수 있다.

4. 최초의 진술은 이런 예외까지 고려할 수 있도록 새롭게 고쳐져야 한다.

 - 용기 있는 행동은 전투에서의 후퇴와 전진을 동시에 뜻할 수 있다.

 - 돈을 가진 사람은 그 돈을 고결한 방식으로 획득한 경우에만 덕이 있는 존재로 묘사될 수 있다. 그리고 돈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도 덕을 추구했으되 돈을 버는 일이 불가능한 환경에서 살아왔다면, 역시 덕이 높을 수 있다.

5. 그렇게 새로 정리한 주장에서 또다시 예외가 발견된다면, 앞에서 거쳤던 과정을 되풀이해야 한다. 진리는, 만약 그것이 인간이라는 존재가 손에 넣을 수 잇는 것이라면, 언제나 더 이상 논박할 수 없는 주장 속에 존재해야 한다. 어떤 주장에 대한 이해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곧 그 주장에 담긴 오류들을 발견해 나가는 일이다.

6.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가 무엇을 빗대어 말햇든지 간에, 사고의 산물은 직관의 산물보다 더 우월하다.  35-37


소크라테스에게 직관에서 나온 진실은 버팀대도 없이 옥외 대좌(臺座)에 놓인 조각상과 같았다. 그 조각상은 강한 바람이 불면 언제라도 쓰러질 수 있었다 그러나 반론에 대한 자각과 이성에 의해서 지탱되는 진실은 쇠줄로 땅에 고정된 조각상과 같았다. 소크라테스의 사고방식은 우리에게 여론을 만들어나가는 방법 한 가지를 약속했는데, 그런 여론이라면 우리는 비록 폭풍우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끄떡없이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38-39





소크라테스는인간 존재란 살다보면 잘못된 길로 접어들 때도 있기 때문에 간혹 자신의 관점에 대해서 의문을 품어야 한다는 점을 자연스레 인정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진실과 인기가 없는 것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바꾸는 데에 결정적인 요소를 하나 더 덧붙였다. 곧, 우리의 사고와 삶의 방식이 어떤 반대에 봉착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것을 오류라고 확신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가르침이 그것이다.

우리를 초조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의 수가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하면서 내세운 이유들이 얼마나 훌륭한가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인기가 없는 현상 그 자체에 관심의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인기를 잃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에 주목해야 한다.  44


도대체 무슨 근거에서 이런 혹평을 할까?

우리는 비평의 뒤에 도사리고 있는 것을 살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 한다.  45


진정한 체면은 다수의 의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논법에서 나오는 것이다.  48


비록 그 문제가 수사학 선생이나 막강한 장군, 혹은 근사하게 차려입은 테살리아 출신 귀족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49


소크라테스 : 모든 사람들이 보내는 찬사와 비난, 그리고 의견에 마구잡이로 관심을 기울이겠는가, 아니면 그럴 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의 의견에만 관심을 가지겠는가?

크리톤 : 자격을 갖춘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지.


'모든 사람의 의견을 다 존중한 필요 없이 단지 몇 명의 의견만 존중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무시해도 된다는 사실이야말로.... 훌륭한 의견은 존중하되 나쁜 의견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좋다는 사실이야말로 참 멋진 원칙이라고 자네는 생각하지 않는가?... 훌륭한 의견은 이해력으 ㄹ갖춘 사람들의 것인 반면, 나쁜 의견은 이해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의 것이지...

그러니 훌륭한 나의 친구여, 우리는 민중이 우리에 대해서 어떤 말을 하든 마음 쓸 필요가 없겠지. 하지만 전문가들이 정의와 불의의 문제에 대해서 하는 말에는 신경을 써야 하겠지.' <크리톤>  50-51


특정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는 힘.  53


'만약 그대들이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면, 그대들은 나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쉽게 발견하지 못할 것이오. 약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자면, 사실 나라는 존재는 신에 의해서 글자 그대로 이 도시에 달라붙어 있소. 아테네로 말할 것 같으면, 커다란 순종 말(馬)처럼 거대한 몸집때문에 게을러지기 쉬운데 그래서 쇠파리의 자극이 필요한 곳인 것 같소... 만약 그대들이 나의 충고를 받아들인다면, 그대들은 나의 생명을 구해주겠지요. 그러나 나는 곧 그대들이 졸음에서 깨어나서 성가셔하면 아니토스의 조언을 받아들여 일격에 나를 해치우고는 계속 잠을 청하리라 생각하오.' <변명>  55


모두가 더불어 사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까닭은 다른 사람의 평가와 자신의 실제 사이의 간극 때문이다. 이를테면 신중하게 처신하다가 우유부단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수줍음은 간혹 교만으로, 남의 마음에 들려는 욕망은 아첨으로 오해받는다. 누구나 그런 오해를 지우려고 노력하지만, 그때마다 목구멍은 바짝 타들어가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들은 의도했던 것들이 아니기가 십상이다. 가혹한 적들은 힘있는 자리에 올라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를 비난하는 말을 한다. 무고한 철학자에게 불공평하게 쏟아지는 혐오에서 우리는, 정의를 실천할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는 사람들의 손아귀에서 시달리게 될 때 느끼는 고통을 확인할 수 있다.  60


우리는 편견이 사라지고 질투가 사라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쉽게 잊는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에는 우리로 하여금 옳지 못한 명분을 품게 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가 만약 다른 사람들로부터 잘못되었다고 비난받을 때 무조건 자신이 옳다는 식으로 어린 아이처럼 고집을 부린다면, 우리는 소크라테스의 이야기에서 거부의 정당한 명분보다는 단순히 거부하는 자세를 미화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61


소크라테스는 우리에게 두 가지 강렬한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 두 가지 환상이란 바로 대중의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과 절대로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62




II. 가난한 존재들을 위하여

에피쿠로스는 기원전 341년 소아시아 서쪽 해안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사모스라는 초록빛 섬에서 태어났다.

그는 거의 모든 주제에 걸쳐 300권의 책을 집필햇다. 비록 잇따른 재난으로 인해서 거의 모든 기록이 사라져버렸지만.

그의 철학이 단번에 두드러지게 되었던 것은 감각적 쾌락을 강조한 점 때문이었다.  71


'아직 철학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거나 철학을 할 시기가 지나가버렸다고 말하는 사람은, 행복을 맞이하기에는 너무 젊거나 늙었다고 말하는 사람과 같다.'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내는 서한>

그때까지 유쾌한 삶의 방식에 대한 관심을 이처럼 진솔하게 털어놓았던 철학자는 거의 없었다. 그 고백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와닿았다.

행복을 증진하기 위한 철학 학교를 열었다. 학교는 모두에게 입학을 허락했으며 함께 어울려 살면서 쾌락을 연구하도록 장려했다.  72


'쾌락(pleasure)'이라는 단어가 언급될 때면 쾌락을 얻는 어떤 삶의 방식이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75


쾌락주의(Epicureanism)의 핵심에는, "무엇이 나를 건강하게 만들까?"라는 질문 못지않게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직관적으로 대답하는 데에 우리 모두가 서툴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76


'의학의 경우, 육체의 병을 물리치지 못하면 아무런 이점을 주지 못하듯이, 철학 역시 마음의 고통을 물리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단상>

에피쿠로스의 시각에서 보면, 철학의 임무는 우리 각자가 원인 모를 우울증과 욕망의 충동을 해석하도록 도와주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행복을 추구할 때에 그릇된 계획을 세우지 않도록 돌보아주는 것이었다.  78


그곳에는 으리으리한 집도 없었다. 음식도 소박했다. 에피쿠로스는 포도주보다는 물을 마셨으며, 빵과 채소와 한줌의 올리브로 꾸며진 만찬으로도 행복해했다. "마음 내킬 때마다 잔치를 베풀 수 있도록 내게 치즈 한 단지를 보내주게"라고 그는 한 친구에게 부탁했다. 쾌락을 인생의 목적으로 그렸던 한 남자의 진솔한 취향은 이러했다.  79


행복, 에피쿠로스의 구매 리스트

1. 우정

'한 인간이 일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지혜가 제공하는 것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우정이다.' <주요 교설>

'먹거나 마시기 전에, 무엇을 먹고 마실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누구와 먹고 마실 것인가를 조심스레 고려해보라. 왜냐하면 친구 없이 식사를 하는 것은 사자나 늑대의 삶이기 때문이다.' 세네카의<서한집>에서 인용  80

진정한 친구들은 절대로 우리를 세속적인 잣대로 평가하지 않으며,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우리의 내면적이 ㄴ자아이다.  81


2. 자유

독립을 누리는 대가로 보다 검소한 생활방식을 택하면서 일종의 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에피쿠로스가 친구 메노이케우스에게 설명했듯이, "[현명한 사람은] 가장 많은 양의 음식이 아니라 가장 맛있는 음식을 선택한다."  82


3. 사색

불안을 다스리는 데는 사색보다 더 좋은 처방은 없다. 문제를 글로 적거나 대화 속에 늘어놓으면서 우리는 그 문제가 지닌 근본적인 양상들을 집적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문제의 본질을 파악함으로써 우리는, 비록 문제 그 자체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부차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것들, 말하자면 혼란, 배제, 마음의 고통 등을 예방할 수 있다.  83


"실제로 일어날 시점에 아무 문제도 야기하지 않을 어떤 일(죽음/역주)을 두고 미리 걱정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라고 에피쿠로스는 주장했다. 인간이 결코 경험하지 못할 어떤 상태를 두고 미리 자신을 놀라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삶이 지속되지 않을 죽음 이후에는 전혀 무서워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이해한 살마에게는 삶 또한 무서워할 것이 하나도 없다'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내는 서한>

냉정한 분석은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었다. 그런 마음은 에피쿠로스의 친구들에게 "정원"밖의 무분별한 환경 속에서 살았다면 그들을 괴롭혔을지도 모를 많은 내밀한 어려움을 피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83-84


부유하다는 것이 누군가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에피쿠로스가 펼쳤던 주장은, 만약 우리에게 돈은 있는데 친구와 자유, 사색하는 삶이 없다면, 우리는 결코 진정으로 행복할 수 없을 것이고, 비록 부는 얻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친구와 자유, 사색을 누린다면 우리는 결코 불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에피쿠로스는 행복에 필요한 것들을 3개의 범주로 나누었다. 

'욕망에 대해서 말하자면, 어떤 것들은 자연스럽고 또 필요하다. 또 다른 것들은 자연스럽기는 하지만 불필요하다. 그리고 자연스럽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는 욕망이 있다.' <주요 교설>  84


세가지 분류는 행복이란 몇몇 복합적인 심리적 재상에 크게 좌우되는 것이지, 물질적인 결과물과는 상대적으로 관계가 적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85


'결핍에서 오는 고통만 제거된다면, 검소하기 짝이 없는 음식도 호화로운 식탁 못지않은 쾌락을 제공한다.'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내는 서한>  86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 또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미련을 떨치기 위해서 우리는 값비싼 물건을 갈망하는 순간에 그것을 사는 것이 옳은지를 자신에게 엄숙히 물어야 한다. 

'모든 욕망에는 다음과 같은 조사방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내가 갈망해마지않는 것들이 성취될 경우, 나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만약 그 욕망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바티칸 어록>  88


조사방법은 적어도 다섯 단계를.

1. 행복을 위한 설계를 한 가지 세워라.

 - 휴일에 행복해지기 위해서 나는 별장에 살아야 한다.

2. 그 설계가 잘못일 수도 잇다고 상상해보자. 욕망의 대상과 행복을 연결하는 것에서 예외적인 것들을 찾아보라. 욕망의 대상을 소유해도 행복해지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욕망의 대상을 소유하지 않고도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 별장을 구입하는 데에 돈을 쓰고도 여전히 불행할 수 수도 있지 않을까?

 - 별장에 그렇게 많은 돈을 쏟아붓지 않고도 휴일에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3. 한 가지 예외라도 발견된다면, 그 욕망의 대상은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 예컨대 친구가 없어서 외로움을 느낀다면, 별장에서도 비참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예컨대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하거나, 나라는 존재가 누군가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나는 텐트에 묵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

4. 행복을 엮어내는 데에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서, 최초의 설계는 지금까지 나타난 예외까지 고려하여 수정되어야 한다. 

 - 호화 별장에서 나는 행복해질 수 있다. 다만, 그 행복은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있고 내가 누군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있고 내가 누군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는 한에서, 나는 별장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  

5. 이제 진짜 필요한 혼란스러웠던 애초의 욕망과는 매우 다른 것인 것 같다.

 - 행복은 훌륭하게 장식한 별장보다는 마음이 맞는 친구가 있느냐에 더 많이 좌우된다.  89-90


값비싼 물건들이 크나큰 기쁨을 안겨주지 못하는데도, 우리가 그런 것들에 그렇게 강하게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의 두개골 옆면에 구멍을 뚫게 만든 편두통 환자가 저지른 것과 비슷한 오류 때문이다. 말하자면 값비싼 물건들이,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따로 있는데도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때에 그럴듯한 해결책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건들은 우리가 심리적 차원에서 필요로 하는 어떤 것들을 마치 물질적 차원에서 확보하는 듯한 환상을 준다.  91


우리 인간이 그토록 쉽게 암시에 걸려드는 존재가 아니라면, 아마 광고가 그처럼 널리 유행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95


'기분을 모든 선한 것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으면서, 우리가 의지하는 것은 쾌락이다.'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내는 서한>

사회적 부의 축적이 행복의 증대를 보증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에피쿠로스는 값비싼 재화들이 만족시켜줄 수 있는 욕구들은 우리 인간의 행복을 좌우할 그런 욕구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98


행복은 이루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행복을 가로막는 주요한 장애는 대부분 금전적인 것이 아니다.  100




III. 좌절한 존재들을 위하여

철학의 임무는 우리의 바람이 현실 세계의 단단한 벽에 부딪힐 때에 가능한 한 부드럽게 안착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다.  112


세네카에 따르면 분노는 열정의 통제 불가능한 촉발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수정 가능한) 추론의 오류에서 나온다. 이성이 언제나 루이의 행동을 관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그도 인정했다. 만약 차가운 물 세례를 받으면 우리에게는 몸을 부르르 떠는 것 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다른 사람이 우리의 두 눈 앞으로 손가락을 홱 움직이면 우리는 눈을 깜빡거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분노는 육체적 반사(反射)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 그것은 오직 이성적인 사고를 거쳐 고수하게 된 어떤 관념들에 근거하여 터져나올 수 있다. 그렇지 깨문에 그 관념들을 변화시킬 수만 있다면, 우리는 화를 쉽게 내는 성격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좌절에 봉착할 때, 우리가 얼마나 서투르게 반응하느냐는 우리가 어떤 것을 정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단적으로 결정된다. 

가장 격한 분노는 존재의 기본 원칙에 대한 상식을 뒤엎는 사건이 일어날 때 터져나온다.  114


우리는 인간 존재의 피할 수 없는 불완전성과 화해해야만 한다. '심술궂은 존재들이 심술궂은 짓을 하는 것이 그렇게 놀랄 만한 일인가, 아니면 당신의 적들이 당신을 해코지하고, 당신의 친구들이 당신에게 성가시게 굴고, 또 당신의 아들이 잘못을 저지르거나 당신의 하인이 못된 짓을 한 적이 한번도 없었던 말인가?' <분노에 관하여>

지나치게 높은 기대를 포기하기만 하면 우리가 그렇게 분노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117


우리 인간은 스스로가 예상치 못햇던 것에 가장 큰 상처를 받기 때문에, 또 따라서 모든 것을 예상해야 하기 때문에 ("운명의 여신이 감히 하지 못하는 것은 없으므로"), 우리는 늘 마음속에 재앙을 당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세네카는 제안했다.  119


죽음은 결코 평범하지 않고 두려운 것이기는 해도 - 세네카가 과감하게 말했듯이 -  결코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 인간은 악(惡)들이 실제로 자신에게 닿기 전에는 절대로 악을 예상하지 않는다... 그렇게 많은 장례행렬이 문 밖을 지나가도 우리는 절대로 죽음을 곰곰이 생각하지 않는다. 때 이른 죽음이 그렇게나 많은데도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서 장례를 설계한다. 아이가 어떤 옷을 입을까, 군에서는 어떻게 처신할까, 그리고 자기 아버지의 유산을 어떻게 물려받을까 등등.' <마르키아에게 보내는 위로문>  123


우리 인간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한다.  124


세네카의 사전 숙고

'[현명한 사람들은] 하루를 생각으로 연다...' <분노에 관하여>

'운명의 여신은 우리에게 진정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도덕에 관한 서한>

'공적인 것이든 사적인 것이든, 그 어떤 것도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간의 운명도 도시들의 운명과 마찬가지로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있다.' <도덕에 관한 서한>

'누구나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고, 우리 역시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의 아이를 낳게 되오.' <마르키아에게 보내는 위로문>

'모든 것에 기대를 거는 한편으로 어떤 일이든 다 닥칠 수 있다고 예측해야 한다.' <분노에 관하여>  125


금심이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심리적 동요를 느끼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런 경우 당사자의 마음에는 어떤 일이 최선의 결과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과, 최악의 결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교차하게 된다. 짐작컨대 근심에 빠진 사람은 당연히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문화적, 성적, 사회적 행위에서도 즐거움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130


'철학자들은 돈을 소유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그 누구도 지혜로운 자에게 가난의 운명을 지우지 않았다.' <행복한 삶에 관하여>

그리고 그의 실용주의는 다음과 같은 주장에 이르러서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나는 운명의 여신의 영역에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경멸할걸세. 그러나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보다 좋은 반쪽을 선택할걸세.' <행복한 삶에 관하여>  133


'현명한 사람은 아무것도 잃을 수 없다. 그는 모든 것을 자신 안에 가지고 있다.' <불변성에 관하여>

'현명한 사람은 자족할 것이다... 만약 질병이나 전쟁으로 한쪽 손을 잃게 되거나, 사고로 한쪽 다리 혹은 두 다리를 모두 잃는다고 해도 현명한 사람은 남은 것에 자족할 것이다.' <도덕에 관한 서한> 

세네카가 "자족한다"라는 표현으로 무엇을 의미하려고 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않으면, 세네카의 말은 모순으로 들릴 것이다. 우리 인간은 한쪽 눈을 잃은 것에 대해서 행복을 느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한쪽 눈을 잃는다고 해도 삶은 가능할 것이다. 눈이나 손의 정상적인 숫자는 단지 만들어진 관념일 뿐이다. 그런 입장을 말해주는 두 가지 예를 살펴보자.

'현명한 사람은 자신이 난쟁이이더라도 자신을 경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가 더 크기를 원한다.' <행복한 삶에 관하여>

'현명한 사람은 친구 없이 살기를 원해서가 아니라 친구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자족적이다' <도덕에 관한 서한>  134


무생물의 조롱

연필이 책상에서 떨어지거나 서랍이 쉽게 열리지 않을 경우 우리는 종종 짜증을 내곤 한다. 연필이나 서랍과 같은 무생물이 우리를 조롱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는 곧 좌절로 이어지고 이러한 좌절감은 한갓 무생물이 사람을 경멸하고 있다는 느낌이 추가되기 때문에 더욱 복잡해진다. 그런 좌절감을 불러일으키는 물건은 마치 주인이 애착을 가진 어떤 지식이나, 다른 사람들이 그 주인에게 부여한 지위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암시를 전하는 듯하다. 


생물체의 조롱

다른 사람들이 말없이 자신의 성격을 비웃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때에도 앞의 경우처럼 예리한 아픔을 느낀다. 

스웨덴의 한 호텔에 도착한 직후, 나는 짐을 들어주겟다는 호텔 종업원과 함께 방으로 갔다. 그 종업원은 "당신 같은 남자에게는 짐이 버거울 것 같군요"라고 짓궂게 "남자"를 강조하며 (단어와는 정반대의 의미를 암시하면서) 싱긋 웃는다. 그 사람은 북유럽 특유의 금발이고(아마 스키 타는 사람, 아니면 엘크 사냥꾼일까. 먼 옛날이엇다면 전사였을 것 같다), 말씨는 단호하다. "무슈는 이 방을 좋아하게 될 거요"라고 그가 말한다. 또 "될 거요"라는 표현에는 명령의 냄새까지 풍긴다. 나중에 그 방이 차량의 소음으로 늘 시끄럽고 샤워 시설이 신통치 않으며 텔레비전이 고장난 것으로 확인될 때, 그 종업원의 암시들은 음모의 증거로 돌변한다.

달리 숫기가 없고 과묵한 사람이었다면, 야비하게 조롱당하고 있다는 기분에 부글부글 끓다가 급기야 소리를 지르거나 난폭한 행동은 물론, 심지어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다.


마음의 상처를 입을 때, 우리는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것이 당연히 그럴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믿고 싶어한다. "그리고(and)"로 연결되는 절(節)이 들어 있는 문장을 버리고 "... 하기 위하여(in order to)"로 연결되는 절이 든 문장을 취하고 싶어진다. "연필이 책상에서 떨어졌고 그리고 지금 나는 약이 올라 있다(The pencil fell off the table and now I am annoyed)"는 생각에서부터 "나를 골려주려고 연필이 책상에서 떨졌다(The pencil fell off the table in order to annoy me)"라는 의견으로 도약시키려는 유혹을 느낀다.  135-137


세네카는 그런 판단착오레 대한 설명을 제시했다. "정신의 나약함"과 관계가 있다. 무조건 모욕으로 판단하는 그들의 성향 뒤에는 자신이 조롱당할 만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자신이 해코지의 표적이 되고 잇다고 의심할 때에는 누구든 혹은 무슨 일이든 자신을 해치려는 것으로 쉽게 판단하게 된다.

'"그렇고 그래서 오늘 나를 만나주지 않았군. 다른 사람에게는 기회를 주면서 말이야." "그 자는 거만하게 퇴짜를 놓은 거야.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내 의견을 공개적으로 비웃었어." "그 사람은 나에게 좋은 자리를 내주기는 커녕 테이블 아래쪽 자리를 주었어." <불변성에 관하여>  139


'[현명한 사람은] 모든 것을 잘못 해석하지 않는다' <도덕에 관한 서한>  140


자기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못한 사람들은 과자 장수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과자를 팔기 위해서라고 상상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사진에서 처럼) 로마의 한 호텔 1층에 있는 건축업자는 벽을 수리하는 척하고 있을지 모른다(1). 그러나 그의 진짜 의도는 위층에서 책을 읽으려고 하는 남자를 괴롭히는 것이다(2).

비열한 해석 : 건축업자가 나를 괴롭히기 위해서 망치를 두드리고 있다. 

우호적인 해석 : 건축업자가 망치를 두드리고 있고 내가 그 소리에 괴로워하고 있다.  141



외부의 소음과, 그것을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마음속의 생각 사이에 방화벽을 쳐야 한다. 다른 사람의 동기에 대한 비관적인 해석을 엉뚱한 대본에 끌어들여서는 곤란하다. 

'바깥의 모든 것들이 미친 짓거리라도 좋다. 내 마음에 불안의 요소만 없다면.' <도덕에 관한 서한>  142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여행가방이 운송 도중에 분실되엇다는 소리를 듣게 되더라도, 몇 조가 지나면 체념하고 그 현실을 받아들일 것이다. 세네카는 스토아 철학자의 창시자들이 자신의 소유물을 잃엇을 때 어떻게 처신햇는지에 대해서 이렇게 보고했다. 

'제논은 배가 조난되어 그의 모든 짐이 바다에 빠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운명의 여신이 나에게 물질에 조금 더 초연한 철학자가 되라고 명령하는 것이로군."' <영혼의 평정에 관하여>  147


'겨울은 차가운 기후를 몰고온다. 그러면 우리는 몸을 떨어야 한다. 열기를 몰고 여름이 돌아오면 우리는 땀을 흘려야 한다. 계절에 맞지 않는 기후는 건강을 훼손시킨다. 그러면 우리는 병에 걸려야 한다. 어쩌다가 야생 짐승을, 아니면 그 어떤 짐승보다도 더 파괴적인 인간을 만날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만물의 질서를 바꿀 수 없다... 우리의 영혼이 순응해야 하는 것은 이 [자연의] 법이다. 이 법을 우리는 따라야 하고, 준수해야 한다... 당신이 개조시킬 수 없는 것이라면, 견디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도덕에 관한 서한>  151


'삶의 단편들을 놓고 흐느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온 삶이 눈물을 요구하는 것을.'

  Quid opus est partes deflere?  Tota flebilis vita est.'  <마르키아에게 보내는 위로문>  152




IV. 부적절한 존재들을 위하여

'독서는 괴롭기 짝이 없는 게으름의 짓누름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켜준다. 그리고 언제라도 지루한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켜준다. 통증이 엄습할 때도 그 정도가 매우 심하거나 극단적이지만 않다면, 그 날카로운 예봉을 무디게 만든다. 침울한 생각으로부터 해방되려면, 그냥 책에 의지하기만 해도 된다.' <수상록>III

'가장 행복한 삶은 생각 없이 지내는 것이다.' - 소포클레스  158


'만약 우리가 지식을 얻게 된 결과, 그것을 얻지 않았다면 누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평정과 안식을 잃게 된다면, 그리고 그 지식이란 것이 우리의 처지를 피론의 돼지보다 더 열악하게 만든다면, 지식이란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수상록>I  163


'우리가 어리석은 짓을 했다거나 어리석은 말을 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는 더 크고 중요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 우리 인간이 한갓 멍청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수상록>III  164


'만약 [남녀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일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 첫번의 실패로 그만 나락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것보다는 적당한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더 낫다.... 한 번의 실패를 맛본 사람은 다양하고 부담 없는 감정 분출을 통해서 전주곡처럼 몇 차례 가볍게 시험을 거쳐야 한다. 자기 자신이 앞으로는 영원히 성교에 적절치 못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일에 완고하게 매달려서는 결코 안 된다.' <수상록>I  169-170


몽테뉴는 우리가 본래 가지고 있던 많은 것들을 배제하려는 전통적인 인간의 초상을 흠잡았다. 그 자신이 직접 책을 쓰기로 한 것도 부분적으로는 이런 현상을 수정하려는 뜻에서였다. 서른여덟 살의 나이로 은퇴햇을 때 그는 책을 쓰고 싶었지만, 어떤 것을 주제로 삼아야 할지 자신이 서지 않았다. 점차로 그의 머리 속에 아이디어가 자리잡아갔는데, 그 책은 너무나 엉뚱하여 그의 서재의 반원형 서가에 꽂혀 있던 천 권 가량의 책과는 달랐다. 

몽테뉴는 자신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서 저자로서 엄청난 수치심을 감수했다. 그는 자신의 정신과 육체 활동을 가능한 한 명료하게 묘사하겠다고 다짐하고 <수상록> 서문에 그 뜻을 밝혔다.

'아직도 자연의 중요한 법칙들의 달콤한 자유를 누리며 산다는 사람들이 있으면, 나는 나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완전히 벌거벗은 모습을 묘사하려고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는 점을 그대들이게 분명히 밝힐 수 있소.' <서론>의 주  173-174


부적절하다는 느낌을 일으키는 또 다른 원인은 사람들이 이 세상을 두 개의 진영으로, 말하자면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으로 나눌 때 드러나는 그 오만함과 신속함이다. 우리의 경험과 믿음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곧잘 무시당하곤 한다. 그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정말 그래? 참이상하군!" 하고 말하면서 미심쩍은 표정으로 일종의 경고를 하는데, 그런 말에는 우리의 정당성과 인간성을 부인하려는 의도가 약간 담겨 있다.  178


여행하면서 몽테뉴는 사람들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관념들이 지방에 따라서 얼마나 뚜렷하게 달라지는 지를 관찰했다.


바젤에서는 포도주에 물을 타지 않았으며 저녁식사때는 예닐곱 가지의 코스 요리를 즐겼다. 바덴에서는 매주 수요일은 생선으로만 식탁을 꾸몄다. 스위스의 가장 작은 마을이었던 바덴은 고작 2명의 경찰에 의해서 치안이 유지되었다. 독일인들은 15분마다 종을 울렸고, 심지어 1분 단위로 종을 울리는 마을도 있었다. 린다우에서는 모과로 만든 수프를 내놓았으며, 고기 접시는 수프에 앞서 나왔고, 빵은 회향(茴香)으로 만든 것이었다.  178-179


몽테뉴를 괴롭혔던 것은, 프랑스 사람들이나 아우크스부르크의 신사가 검증을 거치지 않고도 꿋꿋이 고집하는, 자신들의 난방장치가 상대의 난방장치보다 더 우월하다고 믿는 그 맹신이었다.

'어느 나라 할것없이, 다른 나라 사람들의 눈에는 야만스럽거나 충격적으로 비치는 관습이나 관행이 있게 마련이다.' <수상록>III  182-183


학살의 이면에는 추잡한 추론이 도사리고 있었다.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을 분리하는 작업은 전형적으로 귀납법의 형태로 진행된다. 그 방법에 따르면 특별한 예에서 일반적인 법칙을 추론한다(논리학자들의 설명처럼, 관찰을 통해서 A1이 0이고, A2도 0이고, A3도 0이라는 결론을 얻으면, 우리는 모든 A는 0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어떤 사람이 지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까지 만났던 지적인 사람들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들을 찾는다. 그래서 만약 <그림1>처럼 보엿던 지적인 사람을 만났고, <그림2>처럼 보였던 지적인 사람을 만났고, 그리고 <그림3>처럼 보였던 또 다른 지적인 사람을 만났다면, 우리는 지적인 사람은 책을 많이 읽고, 검정 옷을 즐겨 입고, 엄숙하게 보이는 존재들이라고 결정짓기 쉽다. 그런 상황에서 <그림4>처럼 보이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어리석은 존재라고 얕보고 훗날 그를 죽여버릴 수도 있다.  191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것을 보면 무엇이든 야만스럽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자기 나라의 관습이나 사고방식 외에는 달리 진실이나 올바른 이성의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젠 자기 나라에서 완벽한 종교와 완벽한 정치 형태, 그리고 모든 일을 처리하는 가장 발전되고 완벽한 방법을 찾게 된다.' <수상록>I

가치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낯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런 관습들이 결점으로 받아들여져서는 곤란하다. 국적과 친숙함을 선(善)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불합리하다.


프랑스에서는 코가 막히면 손수건에다 코를 푸는 것이 관습이었다. 그런데 몽테뉴의 한 친구는 그 문제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코가 막히면 바로 손에다가 푸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자신의 행동을 옹호하면서... 그는 나에게 지저분한 콧물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콧물을 받기 위해서 미리 깨끗한 리넨 손수건을 곱게 접어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넣고 다니느냐고 물었다... 나도 그의 말이 전적으로 비이성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관습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행동하면서도 다른 나라에서 그와 비슷한 관습을 보았더라면 흉측하다고 느낄 수 있었던 그 낯설음을 깨닫지 못했다.' <수상록>I  193


'이 세상에 존재했던 가장 현명한 사람은, 아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이 아는 것은 오직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 하나뿐이라고 대답했다.' <수상록>II  194

우주의 진실을 논한 다른 사람들의 주장이 의문스럽다고 느껴지면, 몽테뉴는 비슷한 방식으로 고대의 철학자들이 설파했던 우주 이론들을 몽땅 모아놓고 비교했는데, 그럴 때면 그는 그 사상가들이 한결같이 모든 질신을 꿰뚫고 있다고 확신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론에서 어이없는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비교 연구햇으나, 몽테뉴는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할 실마리조차 찾지 못했다고 빈정거리듯이 고백했다.  195


'인간의 지혜라는 것에 담긴 지적 우둔함을 간파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놀랄 만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인간의 지적 능력을 위대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던 그룬 중요한 인물드에게서조차 엄청난 오류를 발견할 때, 우리는 인간에 대해서, 인간의 감각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의 이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수상록>II  196


'흔한 친구나 우정이라고 브르는 것들은 우연 혹은 유사함으로 연결되는 친밀한 관계나 면식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관계를 통해서 우리의 영혼들은 서로를 격려한다. 그러나 직ㅁ 내가 이야기하는 우정에서는 영혼들이 서로 한데 우울리며 녹아들기 때문에 두 영혼을 결합한 솔기마저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수상록>I

만약 만흥ㄴ 사람들이 이 세상에 대해서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면, 예컨대 몬테뉴의 경우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많은 것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면, 우정이 그토록 소중하게 평가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199


그의 책은 특별히 누군가를 향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향한 발걸기였다 그는 서점을 찾을 이방인들에게 자신의 가장 내밀한 자아를 표현하는 행위의 역설을 잘 알고 있었다. 

'어떤 개인에게도 말하려고 하지 않았던 많은 것들을 나는 대중에게 말한다. 그리고 나의 가장 은밀한 사고들을 꿰뚫고 있는 서점의 진열대를 나의 가장 충직한 친구라고 부르고 싶다.' <수상록>III

그리고 우리는 이런 역설에 감사해야 한다. 저자들이 말을 걸 사람들을 찾지 못한 까닭에 씌어진 책들의 수를 감안하면, 서점이야말로 그런 외로운 사람들에게는 가장 가치 있는 목적지가 아닐까?  201


만약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는 어떤 것이든 그것의 진정한 가치를 측정할 때, 그것이 자신의 삶에 얼마나 유익하고 적절한지를 잣대로 삼아야 할 것이다.' <수상록>II

우리로 하여금 더 낫다고 느끼도록 만드는 것만이 배우고 이해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205


'나는 기꺼이 교육의 부조리라는 주제로 돌아가겠다. 우리의 교육 목적은 우리를 행복하고 현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 무엇인가를 집어넣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목적이라면 성공한 셈이다. 교육은 우리에게 미덕을 추구하고 지혜를 포옹하도록 가르치지 않았다. 그것은 단어의 기원이나 어원 같은 것들을 우리의 뇌에 각인시켰다...' <수상록>II

'우리는 가장 많이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이해와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은 공허하게 비워놓은 채 오직 기억을 채우기 위해서 분투한다.' <수상록>I  207


나는 어떤 일로도, 심지어 그렇게나 소중하다는 학문을 얻는 일로도 머리를 싸맬 생각은 없다. 책을 통해서 내가 추구하는 모든 것은 시간을 올바르게 활용하여 나 자신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이다... 만약 책을 읽다가 어려운 문장을 만나기라도 하면 그 부분을 곰곰 생각하느라 손톱을 물어뜯는 일은 결코 없다. 한두 번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다가 안 되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어떤 책이 나를 피곤하게 만들면, 나는 다른 책을 집어든다.' <수상록>II

얼마나 터무니없는 말인가. 서가에 책을 1,000권이나 꽂아두고, 그리스와 로마 철학에 통달한 사람의 입장에서 장난스레 젠체하는 것 같지 않은가. 만약 몽테뉴 자신이 철학적 해설을 풀어놓으면서 독자들을 졸리게 만드는 그런 애매모호한 신사로 비치기를 즐겼다며느, 그것은 엉큼한 의도에서였을 것이다. 그가 게으름과 느림을 되풀이하여 선언했던 것은 지식과 훌륭한 글쓰기에 대한 그릇된 이해를 허물기 위한 전략적 방법이었다.

몽테뉴가 암시했듯이, 인문학 분야의 책이라고 해서 어렵거나 지루한 내용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213


어려운 책들은 예외 없이 우리로 하여금 책의 내용이 명쾌하지 않다는 이유로 저자를 무능하다고 판단하게 하든지, 아니면 책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자신을 우둔하다고 결론 내리게 하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것을 요구한다. 몽테뉴는 우리에게 차라리 저자를 책망하는 쪽을 택하도록 부추겼다.  214


평이하게 글을 쓰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그 이유는 쉽게 읽히지 않는 산문이야말로 지식의 표상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들로부터 무시를 당하거나, 어리석은 존재로 폄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215


똑똑한 사람들은 어디서 아이디러를 얻어야 하는가

그들은 자신들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다.

우리의 마음을 꿰뚫어보듯이 우리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생각들을, 우리 자신들마저 도저히 따를 수 없을 정도로 명확하게, 심리적으로 정확하게 그려내는 저자들을 만나면 누구나 그드르이 글을 인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그들은 우리 자신들보다도 우리르 더 잘 아는 것 같다.  218


'우리는 이런 식으로 말할 줄 안다. "이건 키케로가 말한 거야" "이건 플라톤의 도덕률이야" "이것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글자 그대로 인용한 것들이야"라고,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말은 무엇인가?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말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라면, 앵무새도 우리만큼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수상록>I  224


몽테뉴의 암시에 따르면, 학자들이 고전에 그토록 많은 관심을 쏟는 이유는,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름과의 연결을 통해서 자신을 지적인 존재로 비치고 싶은 허영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 결과 일반 대중은 학식만 높고 현명함에서는 크게 처지는 산더미만큼 많이 마주하게 되었다. 

'다른 어떤 주제보다도 책들에 대해서 쓴 책이 많다.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는 책들을 서로 설명하는 것이 전부이다. 모든 책들은 해설로 가득채워져 있다. 진정한 저술가가 없는 실정이다.' <수상록>III

몽테뉴는 흥미로운 지혜란 어느 인생에서나 발견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의 이야기들이 제아무리 소박하다 하더라도, 옛날의 그 많은 책에서보다 우리 자신에게서 더 위대한 통찰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225-226


'당신은 보다 풍성한 요소를 갖춘 삶만이 아니라 당신의 평범한 개인적 삶도 도덕철학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수상록>III  227




V. 상심한 존재들을 위하여

철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염세주의자로 성장하는 쇼펜하우어.

자살이 분명한 아버지의 죽음이후, 열일곱 살 소년 쇼펜하우어는 평생 일을 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큰 재산을 물려받는다. 훗날 그는 이렇게 회고한다. "내 나이 열일곱이던 때, 학교 교육은 한번도 받지 않은 채 나는 석가모니가 젊었을 적에 병든 사람이나 노인, 고통과 죽음을 목격하고 그랬던 것처럼 삶의 비참함에 사로잡혀 지냈다. 진실은... 이 세상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어떤 존재가 만든 작품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악마의 작품인 것 같은데, 그 악마는 고통에 일그러진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쁨을 느끼기 위해서 생명체들을 존재하도록 했다. 나의 경험도 이런 생각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이 세상이 그렇다는 믿음이 늘 나를 지배했다."  234-235


쇼펜하우어는 베를린 대학교에서 철학교수 자리를 얻으려고 시도한다. 그는 "철학개론", 즉 "이 세상과 인간 정신의 정수에 관한 이론"이라는 강의를 맡는다. 학생 다섯 명이 수업을 듣는다. 가까운 건물에서는 그의 라이벌인 헤겔리 300명의 청중에게 강의하는 소리가 들린다.  239


이 철학자는 하루를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서 매우 엄격하게 지낸다. 그는 아침에 세 시간 글을 쓰고, 한 시간 동안 플루트(로시니)를 연주하고, 그리고 말을 파는 시장인 로스마르크트에 있는 영국식 식당 엥리셔 호프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서 흰색 넥타이를 매고 정장을 한다. 그는 식사를 할 때면 다른 소님들이 알아보는 것을 꺼려하지만, 커피를 마실 때면 경우에 따라서 대화에 끼어들기도 한다.

점심 식사 후, 쇼펜하우어는 자신의 클럽인 인근의 카지노 소사이어티의 도서관을 찾아가는데, 그곳에서 그는 이 세상의 비참함을 가장 잘 알려준다고 느끼고 있던 신문 <더 타임스>를 읽는다. 저녁 무렵이 되면 그는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개와 함께 마인 강변을 따라 두 시간 가량 산책을 한다. 밤에는 오페라 공연장이나 극장을 방문한다.  242


쇼펜하우어라는 철학자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이유에 대해서 결코 유쾌하지 않은 설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 설명에는 상대방으로부터 거부당할 경우에 대비한 위안이 들어 있었다. 말하자면 버림받을 때 우리가 고통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위안이 그것이다. 우리는 단 며칠 간 희망을 품은 결과로 생길 수 있는 좌절의 깊이에 낭패감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다.  262


중요한 것은, 우리는 본래부터 사랑스럽지 않은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자신에게는 잘못된 것이 전혀 없다. 성격도 혐오감을 일으키지 않고, 얼굴도 못생기지 않았다.

당신은 언젠가는 (당신의 턱과 그의 턱이 생에 대한 의지의 관점에서 바람직한 조합을 이룬다는 이유로) 당신에게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그리고 예외적으로 자연스러움을 느낌으로써 서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자신을 거부한 살마들을 용서하는 법을 일찍이 배워야 한다.  263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읽음으로써, 사랑을 거부당한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극복한다. 그는 더 이상 혼자서만 고통받고 외로워하고 혼란을 겪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마침내 그는 인류사에 종의 번식을 위해서 애 쓰느라 다른 인간을 사랑했던 수많은 인간군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273




VI. 어려움에 처한 존재들을 위하여

나움부르트에 있던 홀어머니와 열아홉 살의 여동생에게 편지를 쓸 때, 니체는 자신의 식사와 학업 진도에 대한 보고 대신에 자제와 체념이라는 자신의 새로운 철학을 요약하여 보냈다.

'삶이란 고통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압니다. 또 삶을 즐길고 애쓰면 애쓸수록 우리는 그만큼 더 삶의 노예가 된다는 것을 잘 압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삶의 아름다운 것을 얻기를 포기하고 금욕을 실천해야 합니다.'  280


훌륭한 소설가가 되기 위한 비법... 밑그림.. 매일매일 일상의 일화들을 적어두어야 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292


모든 삶은 다 힙겹다. 그리고 그들 중 몇 명을 완성된 삶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고통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달려 있다. 모든 고통은 어렴풋이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신호이다. 그런 고통도 당하는 사람의 정신력과 현명함의 정도에 따라서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하고 나쁜 결과를 낳기도 한다. 고뇌는 정신적 공활상태를 야기할 수도 있지만,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니체가 존경했던 몽테뉴가 <수상록> 마지막 장에서 설명했듯이, 삶의 기술은 역경에 처할 때 그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피할 수 없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그 고통을 감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의 삶은, 이 세상의 조화처럼, 달콤하고 거칠고, 예리하고 단조롭고, 부드럽고 떠들썩한, 다양한 음색뿐만 아니라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음색으로 이루어진다. 만약 어느 음악가가 한 음색만을 좋아한다면 어떤 노래를 부를 수 있겠는가? 음악가는 모든 음색을 활용하여 조화를 일구어낼 줄 알아야 한다. 우리 역시 삶을 구성하는 선과 악을 가지고 그렇게 요리할 수 있어야 한다.' <수상록>III

그리고 약 300년 뒤, 니체는 그런 사상으로 회귀했다.

'우리가 만약 비옥한 들판이라면, 어떤 것이든 다 흡수하지 않고 그저 흙바닥을 통과하게 내버려두는 일은 없을 것이며, 어떤 사건이나 사물, 사람에서도 유익한 비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301-302


'재능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말라, 타고난 재능이라고! 모든 분야에서 그다지 재능을 타고나지 않았으면서도 훌륭한 업적은 남긴 사람을 얼마든지 나열할 수 있다. 그들은 부족한 자질을 일궈가면서 스스로 위대함을 획득하여 (우리가 표현하는 것처럼) "천재"가 되었다. 그들 모두 장인(匠人)의 근면함과 치열함을 갖추고 있어서 감히 훌륭한 완성품을 내놓기 전에 각 부분들을 정확하게 구축하려고 애쓴다. 그들이 그런 시간을 가지는 이유는 황홀한 완성품이 주는 효과보다, 보잘것없고 신통치 않은 것들을 더 훌륭하게 개선하는 작업 그 자체에 보다 많은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305


'미움과 시기, 탐욕, 그리고 지배욕이라는 감정들은 삶의 지배적인 감정인데....이런 것들은 삶이라는 총체적인 경제에서는 기본이며 필수이다.' <선악을 넘어서>

부정적인 뿌리들을 모조리 잘라버리는 것은, 동시에 한참 뒤 그 뿌리에서 자라날 식물 줄기의 긍정적인 요소들을 질식시켜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자신이 처한 어려움에 당혹감을 느낄 것이 아니라 그 어려움으로부터 아름다운 무엇인가를 일구지 못하는 사실에 당혹해야 한다.  307


그리스인들은 자신에게 닥친 재난을 피하려 하지 않고 세련되게 활용했다.

'모든 열정에는 단지 재앙으로 작용하는 단계가 있게 마련이다. 이때 열정은 당사자를 어리석음의 무게로 짓누른다. 그리고 조금, 아니 한참 지나면 열정들이 영혼과 결합하여 스스로를 "영성화"하는 단계가 찾아온다. 아주 옛날에는 열정의 어리석음 때문에 사람들은 열정 그 자체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 그들은 열정을 파괴하기 위한 계획을 은밀히 세웠다....열정과 욕망이 지닌 어리석음과 그 어리석음에서 연유하는 불쾌한 결과를 피할 목적으로 그것들을 파괴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들에게는 그야말로 어리석음의 극치로 보인다. 이빨이 아프다고 해서 이빨을 모조건 뽑아버리는 치과 의사에게 우리는 더 이상 찬사를 보내지 않는다.' <우상의 황혼>

니체는 우리에게 그런 어려움을 참고 견디라고 요구했다.  310


니체 또한 행복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는 단지 행복이란 고통을 치르지 않고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이라고 믿었다.  314


높은 곳을 오르는 등정의 고통을 감내하기를 요구했다.  315


모든 괴로운 상태를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것으로, 불만스러운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극히 어리석은] 짓이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진정한 재앙이다... 나쁜 기후를 제거하겠다는 의지만큼이나 비슷하게 우둔한 짓이다.

'인간의 병 중에서 가장 나쁜 병은 사람들이 자신의 병을 다시르는 방식에서 비롯되엇다. 치유로 보이는 것이 결국에는 그 치유의 대상이 되었던 병보다 더 독한 무엇인가를 낳았다. 즉각적으로 효과를 나타내는 수단들, 마취와 도취, 이른바 위안들이 어리석게도 실질적인 치유책으로 생각되었다. 알려지지 앟은 사실은... 고통을 곧장 진정시키는 방법들은 그 고통을 낳은 불만을 일반적으로 더욱 깊이 악화시키는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다.' <서광>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들이라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니다.  328





알랭 드 보통이 이야기하는 행복의 철학


소크라테스(470-399 기원전)는 진리의 절대성을 추구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다. 그는 인간의 행복은 올바른 지적 인식을 통하여 진리를 실천함(지행합일知行合一)으로써 가능하다고 설파했다. 참으로 그에게 부당하게 언도된 사형을 그가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용기"라는 미덕 때문이었는데, 그 용기마저 지식, 득 선과 악을 분별하는 힘이라고 믿었다. 

에피쿠로스(342?-270 기원전)는 "쾌락은 행복한 삶의 시작이자 목표"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부정적인 의미로 오해하고 있는 쾌락을, 쾌락의 첫째 항목으로 그가 들었던 위(胃)의 쾌락마저, 양이나 희귀성에서 찾지 않고 그 자신에게 가장 맛있는 것에서 찾았다. 그의 쾌락은 욕망을 절제하고 친구들과 안온하고 겸허한 생활 속에서 자족함으로써 이루어지는것, 즉 "올바른 인식"에서 이루어지는 정신적 쾌락이었다.

자신이 가정교사를 했던 네로의 명령에 의해서 자진(自盡)해야 했던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기원전 4?- 기원후 65)는 자신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세네카의 이성은 세네카에게 자신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이라면, "운명"으로 받아들이라고 요구했다. 그는 준엄한 도덕성과 의무의 준수를 모토로 한 스토아 학파의 대성자였으나, 그의 사생활은 안락과 부(富)를 거부하지 않았다. 그는 이성에 따른 아파테이아(apatheia : 당당하고 유연한 심경)만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는 스토아 학파의 실천자였으며, 순명(順命)의 현자였다.

몽테뉴(1533-1592)는 인간성과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을 탐구한 에세이스트로서, 파스칼과 더불어 프랑스의 대표적인 모랄리스트(moraliste)이다. 그는 그때까지 이성의 힘이 주도하던 철학 세계에서 인간의 벌거벗은 자연의 모습, 곧 육체와 본능의 힘을 해방시켰다. 섹스의 언급을 금기시한 당대의 위선을 뛰어넘은 몽테뉴의 용기는 "국경"이라는 국민적 편견의 장벽까지 서슴없이 돌파하고 있다. 이런 사상적 궤적을 보여주는 몽테뉴 역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실천적 삶을 살았다.

염세주의 철학자로서 알려진 쇼펜하우어(1788-1860)는 끝없는 욕망의 연쇄로서의 생(生)은 고통이며 그 고토으로부터의 해방은 죽음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그는 맹목적인 "생에 대한 의지"가 인간 종(種)의 존속을 위해서 작용한다고 파악함으로써 사랑이 생을 지배하는 이유를 발견한 철학자가 되었다. 사랑의 감동에 냉담하기만 했던 철학의 역사에서 사랑으로 인한 슬픔을 치유해주는 유례없는 철학자가 되엇던 것이다.

강자의 도덕을 구현하고 실천하는 "초인"을 "힘에의 의지"의 상징으로서 구체화한 니체(1844-1900)는 행복은 고통 없이는 얻을 수 없으며, 삶을 승화시키는 것은 고통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처절한 고독과 무명(無名), 나쁜 건강으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니체는 우정을 배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명성과 부와 행복을 공격하지 않았다. 행복을 얻기 위해서 열심히 싸우며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는 이빨이 아프다고 해서 이빨을 무조건 뽑아버리는 의사가 결코 아니었다.  330-331


행복은 올바른 인식에 의해서 진리와 진실을 추구하고 삶을 자족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 그 길에서 동반자가 되는 것이 바로 사랑과 우정이다.  332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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