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서문(페터 엥겔만(Peter engelman))


이 책은 철학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지식인들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논의하고 있다.  6


두 사람은 중요한 철학적 개념들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사건(the Event)이나 실재(thw Real)와 같은 개념들과 관련해서 그들은 서로 다른 입장에 서 있을 뿐만 아니라 상상계의 역할 또는 정치에 대한 이해에서도 서로 의견을 달리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 그들은 철학적 개입이 철학적 사유의 특유성으로부터 비롯되어야 하고, 이런 의미에서 자신의  한계를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한다.  8



1 알랭 바디우 - 사건을 사유하기


진정한 철학자는 중요한 문제들이 무엇인지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  16


철학적 상황으로 분류될 수 있는 세 가지 예를 소개하려고 한다.

첫 번째 예....철학은 선택으로서의 사유, 결정으로서의 사유에 직면하게 되고, 철학의 고유한 임무는 선택에 대해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이 된다. .. 실존의 선택 혹은 사유의 선택  17, 19


두 번째 ...거리에 대해 사유하고 고려하는 것, 또는 이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창안해 내는 것이 바로 철학이다. 22


철학적 상황에 대한 첫 번째의 정의 : 선택, 즉 결정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기. 철학적 상황에 대한 두 번째 정의 : 권력과 진리들 사이의 거리를 규명하기.  22


세 번째 ...예외를 사유해야 한다. 일상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 무엇을 말해야 할지 알아야 한다. 삶의 변형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24


선택과 거리, 그리고 예외를 다루는 것이 철학이 수행해야 할 세 가지 큰 과업이 되는 것이다. 적어도 철학이 삶 속에서 학문적 분과와는 다른 어떤 중요성을 가지려면 말이다.  25


가장 심오한 철학적 개념들은 우리에게 "만약 당신의 삶이 어떤 의미를 지니기를 원한다면 당신은 사건을 받아들여야만 하고, 권력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며, 확고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라고 말해 준다.  26


플라톤은 한때 철학이 깨어남이라고 말했다. 이 깨어남이 잠과의 어려운 단절을 함축한다는 것을 완벽하게 잘 알고 있었다. .. 역설적인 관계, 관계 아닌 관계, 균열의 상황이 존재할 때마다 철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리의 생각은 정당한 것이 된다.

나는, '어떤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철학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철학은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것에 대한 사유가 결코 아니다. 철학은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것에 대한 사유가 결코 아니다. 역설적인 관계들이 존재하기 ㄸ매ㅜㄴ에, 단절들이나 결정들, 거리들, 사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철학이 존재하는 것이고 또 철학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28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서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관계 아닌 관계가 존재하는가? 통약 불가능한 요소들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질문에 대한 대답이 긍정적일 경우 우리는 선택과 거리, 예외가 존재한다는 결론을 끌어낼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의견에 대한 단순한 고려로부터 철학적 상황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철학적 참여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런 조건들 아래서이다. 이렇게 해서 철학적 참여는 철학적 기준들을 사용하면서 철학이라는 영역에 대한 자신만의 고유한 확신을 창조하게 될 것이다.  32-33


나는 철학적 참여가 갖는 단독성(singularity)을 강조하고 싶다.  33


철학은 정치적 기호들을 토대로 작동할 수 있으며 정치적 기호들을 사용함으로써 문제들을 구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철학이 정치 자체와 혼동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33


일반적인 의미에서 철학적 참여는 이질적인 것이다 이질성을 소유하지 못한 채 그저 진부한 것이 될 때, 이와 같은 역설에 몰두하지 않을 때 철학적 참여는 꼭 철학적일 필요가 없는 정치적 참여, 이데올로기적 참여, 시민의 참여가 된다는 의미이다.철학적 참연느 그것의 내적 이질성에 이해 특정지어진다.  35


보편성이란 정확하게 무엇인가? 나는 보편성에 대한 여덟 개의 명제들로 이 질문에 답해 보려 한다. 

명제 1 사유는 보편성의 고유한 매개이다. 

'사유'라는 개념을 가지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주체, 그러니까 기존의 지식이 갖는 총체성을 중단시키는 과정을 통해 구성되는 주체이다. 또는 자크 라칸(Jacques Lacan) 식으로 지식 내부에 구멍을 내는 그런 주체를 말한다.  36-37


비추이적 관계 : 추이성은 귀속과 포함의 일치나 균형을 통해 온전히 닫힐 수 있는 하나를 구성한다. 그러나 바디우에게 하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상황이나 집합을 요소로 귀속될 수 없어 셈할 수 없는 잉여를 포함한다. 셈할 수 없는 것으로 남아 집합을 불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내용 없음으로 말미암아 셈을 가능하게 하는 공백이 바로 사건의 자리이다. 상황이 자신의 부분으로 귀속될 수 없는 공백을 품게 될 때, 우리는 비추이성의 지배를 받게 된다. 상황의 셈에 따라 규정되거나 지식으로 만들어질 수 업슨 '유적'진리. 특수성이 식별할 수 없는 공백인 단독성. 이들은 모두 상황이 자신 속의 공백에 노출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자신을 온전하지 못하게 하는 고백을 품고 잇는 관계(아닌 관계)가 바로 비우이성인 것이다.  39


명제 2 보편적인 모든 것은 단독적인 것 또는 단독성이다.


명제 3 모든 보편성은 사건에 그 기원을 두고 있으며 사건은 상황의 특수성과 비추이적 관계를 맺는다.


사건에 대한 수정주의적 관점은 보편성과 단독성 사이의 연관 관계를 타깃으로 삼는다.  42


보편성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기 위해서는 만남이나 선언이 함축하는 단독성, 다시 말해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내는 그러한 단독성이 존재해야 한다.  43


명제 4 보편성은 처음부터, 결정 불가능한 것에 대한 결정으로서 스스로를 제시한다.   


적절한 신분증명서를 갖추지 못한 채 여기 프랑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 나라의 일부분인가? 그들은 여기에 속하는가? '아마도, 그들이 여기서 살고 일하고 있기 때문에', 또는 '아니, 그들이 프랑스인임을, 합법적으로 여기 살고 잇음을 보여주는 서류들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불법 이민자'라는 용어는 가치의 불확실성 또는 가치의 무가치를 지시한다. 다시 말해 그것은 여기 살고 있지만 정말로 여기 속하지는 않는 사람들, 그런 의미에서 이 나라 밖으로 쫓겨날 수도 있는 사람들, 프랑스에서 노동자들로서의 그들의 현존이 갖는 가치의 무가치성에 노출될 수 있는 사람들을 지시하는 것이다.  45-46


- 상황의 실재(그것이 이미 거기 있었다는 점에서)로서,

- 그렇지만 가치의 급진적 변화를 경험하는 어떤 것으로서, 이는, 그것이 결정 불가능한 것이었지만 이제 결정되었다는데 기인한다. 이전에는 아무런 가치도 갖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이다.  47


명제 5 보편성은 내포적 형식을 갖고 있다.


<메논>에 등장하는 플라톤의 해명은 반박의 여지가 없다. 만약 한 노예가 기하학이라는 사건의 토대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면 그는 주어진 정사각형보다 면적이 두 배나 큰 정사각형의 구성을 확증할 수 없는 상태로 남을 수밖에 업삳.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그에게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그가 그것을 주체화하는 데 동의한다면 그는 문제가 된 정사각형의 구성 또한 주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정사각형의 구성을, 그리스에서의 기하학의 출현에 의해 시작된 현재 속에 각인시키는 내포는 이렇게 해서 보편적으로 합당한 것이 된다.  49-50


명제 6 보편적인 것은 일의적인 것이다.


언표가 사건의 사라짐과 내포적인 방식으로 연관되어 있는 한, 언표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존재나 의미의 질서라기보다는 '행위'의 질서이다. 그리고 바로 이 행위의 영역이 일의적이다.  52


명제 7 모든 보편적 단독성은 완전해질 수 없는 상태 또는 열린 상태로 남아 있다.


명제 8 보편성은 무한한 유적 닷성의 충실한 구겅에 다름 아니다.


유적 다수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내가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주 단순하게 저일하자면 그것은 상황의 부분집합, 그러니까 백과사전적 지식을 특징짓는 속성들 중 어떤 것에 의해서도 규정되지 않는 부분집합을 지시한다. 다시 말해 상황에 소속되거나 상황을 구성하는 요소들 중 하나이지만 정체성이나 어떤 특수한 자질을 소유함으로써 생기는 결과로 환원돌 수 없는 바로 그 다수성을 가리키는 것이다.  55


이렇게 해서 보편성은 우연적인 대리보충의 기회에 근거해 발생하는 것이 된다. 보편성은, 그것의 토대가 되었던 사건이 사라졌음을 보여주는 흔적으로서 단순하고 사심 업슨 언표를 남긴다. 보편성은 잉ㄹ의적 행위속에서 자신의 절차를 시작하고, 바로 이 일의적 행위를 통해서 가치를 결여한 것이 갖는 가치가 비로소 결정되는 것이다. 보편성은 이러한 해우이를 그것의 결과들을 창안하게 될 주체 - 사유와 연관시키고, 무한한 유적 다수성을 충실하게 구성한다. 그리고 무한한 유적 다수성은 자신의 텅 빔으로 말미암아 투키디데스가 자신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가 바로 이것(이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함축하는 역사적 특수성과는 다른 것이다)이라고 선언했던 '영원한 사로잡힙'(ktema es aiei)이 된다.  56


보편성에 대한 여덟 가지 명제들과 역설적 상황들에 대한 정의를 결합한다면, 여러분은 철학자들이 현재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답할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될 것이다.  56-57




2 슬라보예 지젝 - '철학은 대화가 아니다'


철학은 대화가 아니다.  62


철학적 대화는 없다.  62


우리가 집단적으로 대면하게 되는 대안들이 이접적 종합을 형성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 다시 말해 대안이라고 하는 것들이 그릇된 것일 수도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 철학자가 취하는 첫 번째 제스처가 되어야 한다. 철학자는 논쟁을 구성하는 바로 그 개념들을 바꿔야만 하는 것이다.  63


내가 보기에 일단의 요구들에 직면해서 철학자가 취해야 하는 첫 번째 제스처는 논쟁을 구성하는 개념들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65-66


쾌락주의라는 주제로 넘어가 보자. 쾌락주의와 관련해서도 또한 우리는 어떤 입장을 정할 필요가 있다. 오래된 가치들이 사라지고 사람들이 믿음을 잃어버린채 자기중심주의를 키워나가며 쾌락을 추구하는 데에만 삶을 투자하는 상황에서 무엇이 행해져야 하는가? 이에 대한 입장 역시 두 부류로 나뉜다. 이미 굳어진 모든 도덕적 태도들은 폭력 행위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주디스 버틀러는 독이어로 출간되 그녀의 최근 책 <윤리적 폭력 비판>에서 바로 이 전형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우리가 융통성 있는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은 다시 한 번 노마드적 주체성이라는 주제와 마주치게 된다. 또 다른 부류에서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것으 ㄴ고정된 가치와 연관 관계들이라는 대답을 제공한다. 물로 ㄴ여기서 우리는 또다시 문제를 직접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논의를 구성하는 개념들을 브레히트적 소격 효과의 형태로 표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상황 자체는 이렇게 해서 상당히 이상해진다. "아니, 잠깐만. 우리가 지금 무엇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거지?"철저한 금지로 특징지어지는 소비 사회 속 쾌락주의에 대해서, 즉각적으로 즐겨라. 그러나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항상 덧붙여진다. "물론 너는 즐겨야 해. 하지만 정말로 즐길 수 있으려며 ㄴ먼저 조기을 하러 가야 하고 다이어트를 해야 해. 그리고 어느 누구도 성적으로 괴롭혀서는 안돼." 결국 이는 총체적인 육체적 규율에 다름 아닌 것이 된다. 다시 오늘날 우리가 믿음을 잃어버렸다는 상투적 문구로 되돌아가 보자. 오늘날 우리가 전보다 더 믿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 이는 거짓 논쟁이며, 로버트 팔러(Robert Pfaller)가 보여주었던 것처럼 오히려 전보다 더 믿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논쟁을 구성하는 개념들은 그러므로 더 이상 이전과 동일하지 않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철학자들 대부분은 이런 높은 수준의 도전을 향해 발을 대닌지 않은 채 우리에게 거짓 대답들을 안겨주고 있다.  67-68


철학적 패스트푸드와 같은 대답, 다시 말해 심오한 설명으로 행세하지만 실제로는 사유 자체를 필요 없게 만드는 대체물에 불과한 그런 대답.  69


유전자공학과 관련해서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 논의할 수 있을까? 유전자공학이 우리의 자유와 자율성을 위협하는가? 내 생각에 이는 잘못된 질문들, 그러니까 여하튼 간에 진정한 철학적 질문들이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유일한 철학적 질문은 오히려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인간의 본성, 인간적인 존재 방식이라 이해되는 것을 재규정하도록 강요하는 어떤 것이 유전자공학의 결과물들 속에 존재하는가?  72


지금 나는, 정상적인 철학이 존재할 것이라는 꿈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철학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비정상성에 다름 아닌 것인지도 모르낟. 나는 이런 방식으로 바디우의 이론을 읽고 싶다. (바디우와 나느 ㄴ서로를 이렇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서로 미워한다. 우리 둘은, 만약 내가 권력을 차지하게 되면 당신은 수용소로 가게 될 것이라는 농담을 자주 주고 받는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나는 또한 철학의 조건들에 대한 바디우의 명제들, 다시 말해 철학은 정의상 과도한 것이라는 명제, 그리고 철학은 말 그대로 외부 조건들(그것들이 사랑, 정치, 과학, 예술 어느 것이든)과의 과도한 연관을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그의 명제에 깊은 동의를 표하는 바이다.  80


전치(displacement)를 통해 출현하는 이런 이질성의 순간에 여러분이 관심을 가지도록 이끌고 싶다.  81


철학은 항상 유기적 사회의 와해를, 최소한의 틈을 필요로 한다.  81


데카르트 <방법서설>의 두 번째 섹션에서 이와 관련된 데카르트의 유명한 주장을 발견할 수 있는데, 거기서 데카르트는 여행을 하면서 어떻게 다른 나라의 관습들이 갖는 이질성을 목격하게 되었는지 설명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다른 눈으로 바라볼 경우 우리 자신의 문화 역시 마찬가지로 이상할 수도, 심지어 우스워 보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바로 이곳이 철학이 시작되는 지점 또는 모든 철학자들이 채택하는 전치의 장소이다.  82


철학이 전하려고 하는 근원적인 메시지는, 우리가 특수한 동일시를 넘어서서 즉각적으로 보편성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83




3 토론 


바디우 : 내가 보기에 철학적 참여와 관련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종종 무엇보다 비판적인 것으로 여겨진다는 점입니다. .. 의구심을 품다. 비판 정신 등과 같은 말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철학의 과업은 무엇보다 부정적인 것이 됩니다. 나는 이런 생각이 완전히 뒤집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적 개입의 본질은 정말로 긍정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죠. 철학적 개입의 본질이 그정적인 것으로 규정되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역설적인 상황에 개입할 경우 또는 관계라고 할 수 없는 관계에 개입할 경우 새로운 사유의 틀을 제안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 역설을 사유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다는 것이, 모든 것이 마해지고 행해졌다는 유일한 증거가 될 것입니다. .. 철학은 근본적으로 개념들의 구성에 다름 아닌 것이라고 들뢰즈는 말하는데, 창조적이고 긍정적인 차원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철학을 비판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환원시키려는 시도에 의심을 품었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옳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94-95


지젝 : 공식적 이데올로기에 따르면 모든 것이 허용되고 검열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일은 매끄럽게 진행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에 속아서는 안돼요.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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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 - 지젝에게 물어본 정신분석학의 행방


오늘날 지젝을 최고의 인기 논객으로 만든 것이 다름아닌 그의 정신분석학적, 철학적 '고상함'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6




지젝은 철학을 끊임없이 오락거리로 만든다. .. 

영국의 비평가 테리 이글턴(Terry Eagleton, 1943~)은 지젝을 "지난 수십 년 동안 유럽에 출현한 사람 중 가장 놀라운 명민함으로 정신분석학, 혹은 문화 이론을 해설한 사람"으로 평가한다. ..

그는 끊임없이 놀라서 묻는다. 왜 모든 것이 이와 같은가? ..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것은 그와 같다' , '법은 법이다'등)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는 순간, 우리가 현실로 대면하고 있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묻는 순간, "철학은 시작된다."  21-22


지젝은 우리를 위해, 우리를 대신해서 놀란다. 그럼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관찰의 향락에 빠질 수 있게, 일반적인 경우라면 반드시 느꼈을 죄의식 없이 향락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은 마치 '물론 나는 화장실이나 사도마조히즘, 그리고 발기에 관한 이 모든 이야기가 지극히 외설적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모든 삶의 측면들을 이론화해야 한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렇게 지젝은 죄의식 속에서 향락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보통 사람들의 자기 책망을 덜어주어, 좀 더 즐겁게 그의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든다.  24


부정어법은 '어떤 것을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함으로써 바로 그것을 말하는 장치'다. .. 부정어법은 담화 내부의 구멍을 그러낸다. 어떤 것을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함으로써 바로 그것의 윤곽을 드러내는 것이다.  24-25


지젝은 하나의 의미체계를 다른 의미체계로 번역한다. 가령 라캉의 체계는 헤겔의 체계로, 마르크스의 체계는 라캉의 체계로, 할리우드의 체계는 지젝의 체계로 번역된다. 지젝 스스로 조김스럽게 지적하듯이, 이런 번역은 항상 완전한 대응은 아니지만 만만치 않은 설명적 통찰을 가져다준다. 지젝은 '만약 이전의 방법으로는 이해되지 않던 것들이 다른 각도에서는 이해된다면 그 각도에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다.  27


지젝의 책을 주의 깊게 읽은 독자라면, 그가 매번 다른 모습으로 되돌아오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다. 그러니 그의 책을 읽을 때 각 논의의 세부 사항까지 전부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조만간 일련의 등가성들 속에서 더 생산적인 각도로 이전의 논의를 이해시켜주는 '이것은~가 아닌가?'의 순간에 직면할 테니까. .. 

아르헨티나의 철학자 에르네스토 라클라우가 지젝의 첫 번째 영어 저서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The Sublime of Ideology)>에 대해 평가한 것처럼.  28


지젝의 지적 여정은 그가 속한 공식 문화와 거리를 두거나 이질적인 특징을 보여왔다.  36


지젝의 이론은 객관적 체계 속의 일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주체적이었다. .. 지젝이 비판 이론에 미친 주된 영향 중 하나가 이 주체의 개념을 정교하게 다듬은 것이다. 지젝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묻지 않고 넘어간 '주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파고들었다. ...

이 주체가 바로 민주주의의 주체이다. 민주주의는 개별 국민들로 구성된 것이 아니다.  37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반휴머니즘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사람들에 맞춰 만들어진'게 아니라 아무런 감정도 없는, 오직 형식적인 추상에 의해 만들어졌다. 민주주의라는 개념 안에는, 어떤 구체적인 인간적 내용으로 채워지거나 공동체적 결속의 진정성에 내어줄 자리가 없다. 민주주의는 추상적 개인들의 형식적 결합일 뿐이다.'

민주주의는 개별적 인간의 인종, 젠더, 섹슈얼리티, 종교, 재산, 식사 예절, 수면 습관 따위에 무관심하다. 민주주의가 취급하는 것은 이 모든 개별적인 특질들이 제거되었을 대 남는 것, 지젝이 '주체'란 용어로 지시한, 모든 시민들이 평등하게 똑같이 고유하는 측면이다.  38


그가 사상가로서 가지만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렇게 그가 속해 있던 체계에서 소외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비판철학에 대한 지젝의 가장 중요한 공헌 중 하나인 주체 이론에 초점을 맞춘다.  39




각 분야마다 그에게 주된 영향을 미친 사람이 있는데, 철학에서는 게오르그 헤겔, 정치학에서는 칼 마르크스, 정신분석학에서는 자크 라캉이다.  43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1770~1831)은 무수한 주석가들이 지적하듯이, 서구 관념론의 전통에서 정점에 도달한 독일 철학자이다. 관념론이란 세계를 사물들의 연쇄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사물에 대한 관념들로 세계를 설명하는 철학체계이다.  43-45


일반적으로 헤겔의 변증법의 세 단계로 되어 있다고 한다. 먼저 어떤 테제(定立 정할정 설입)나 관념이 있고, 다음에는 안티테제(反定立 되돌릴반 정할정 설입)나 관념의 구체적 한정이 그에 대립된다. 마지막으로, 이 둘은 어떤 종합이나 더 포괄적인 관념으로 통합된다. 가령 '모든 영화는 훌륭하다.'는 테제를 주장한다고 할 때, 그 다음엔 그에 대한 안티테제로 '<타이타닉>은 실제로 나쁜 영화다.'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둘의 종합은 '대다수의 영화는 훌륭하다.'가 될 것이다. 이 종합은 새로운 테제가 될 수 있고, 이 과정은 완전한 진실(총체성. 이 경우에는 '오직 몇몇 영화만이 훌륭하다.'는)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될 수 있다.

이것이 헤겔의 변증법에 대한 관습적인 생각으로, 이에 따르면 서로 다른 관점들은 언제나 더 큰 진리로 화해할 수 있다. .. 지젝이 읽은 헤겔의 변증법은 어떤 화해나 종합적 관점이 아닌, 헤겔 자신이 말한 '모순은 모든 동일성의 내적 조건'이라는 인식을 생산한다.  45-46


테제가 '모든 영화는 훌륭하다.'이고 안티테제가 '<타이타닉>은 실제로 나쁜 영화이다.'라면, 지젝의 종합은 '모든 영화가 훌륭한 것은 <타이타닉>이 실제로 나쁜 영화이기 때문이다.'가 된다. 이것은 일견 사리에 맞지 않거나 모순으로 들린다. 하지만 이 주장의 진실은 바로 이 모순 속에 있다. 만약 나쁜 영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떤 영화가 좋은지 알지 못할 것이다. 서로 비교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영화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나쁜 영화가 적어도 하나는 존재해야 한다. 이 경우 <타이타닉>은 문자 그대로 '규칙을 입증하는 예외'이다.  46


모순어법이란 '메마른 비' '차가운 열' '물리적 지성'처럼 모순적인 어법을 구사하는 것이다.  47



마르크스는 사회가 조직되는 방법을 예리하게 비판했다. 그는 자본주의적 생산 혹은 자유시장경제 체제는, 다수에 대한 야비한 억압과 지배를 통해 소수가 광대한 부를 축적하도록 허용하는 불평등으로 인해 분열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47


자기 자신을 "일말의 주저함도 없는 마르크스주의자"라고 선언하는 지젝은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이 갖는 가치와 진실을 확신하며, 더 나은 방법으로 사회를 조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는다. ..

'이론적 실천(praxis)'이라고 불리는 이런 종류의 사유는, 단순히 경험을 반영하거나 범주화하는 게 아니라 경험을 바꾸려는 시도이다.  49


지젝은 마르크스주의 전통에 인상적인 공헌을 남긴다. 그는 이데올로기를 개인들이 사회와의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정의한다.  51



라캉은 거치면서 정신분석학은 이 협소한 영역을 넘어 정치학, 철학, 문학, 과학, 종교 등 모든 인간 존재의 활동 영역으로 그 분석적 야망을 확대시켰다. 이 오만한 기획을 위해 라캉이 마련한 초석은, 모든 정신 작용을 분류할 수 있는 세 가지 '질서(Order)' 즉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이다.

일차적으로 상상계는 자아(ego)가 탄생하고 인식된느 과정을 가리킨다. 보통 '거울 단계(mirror stage)'로 불리는 이 과정은, 태어난지 6개월 정도부터 시작된다. 라캉이 지적하듯, 인간은 7세 무렵까지는 자신의 신체적 움직임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미숙한 상태이다.  53-54


* 라캉의 세 질서,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 : 라캉의 세 질서를 쉽게 설명하면, '개인의 심리행위에 작용하여 그들의 삶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 힘의 장(場 마당장)'으로 풀 수 있다. 상상적인 것, 상징적인 것, 실재적인 것, 이 세 형용사형은 특정한 질서를 지칭하는 명사로도 사용된느데, 그 경우 해당 질서와 관련된 특정한 사물이나 경험을 가리킨다. 

또한 '질서'라는 표현이 암시하듯, 이 세 질서는 심적 경험을 분류하는 체계의 일부일 뿐 아니라, 그 경험을 유사윤리적 기준 속에서 등급화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라칸의 저작을 보면 '상상적인' 것은 부정적인 의미로, '상징적인' 것은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재계야말로 가장 으뜸가는 것으로, 이 질서를 언급할 때 라캉의 어조에는 거의 존경과 숭배가 묻어난다.  53


상상계는 넓은 의미에서 영원한 자기 찾기를 가리킨다. 그것은 자기 통일의 신화를 수립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본(寫本 베낄사 근본본)과 유사물의 사례를 융합시키는 과정이다. 그래서 상상계는 라캉과 지젝에게 항상 경멸의 시선으로 받는 세계이다. 우리에게는 안됐지만, 라캉은 현대사회를 정점에 도달한 상상계로 본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게 강박되어 자신과 자신의 창조물을 세계 위에 둔다고 보기 때문이다.

상징계는 언어에서부터 법에 이르는 모든 사회적 체계들을 포함하는 가장 광범위한 세계이다. 상징계는 우리가 보통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의 긍정적인 부분을 구성한다. 상징계는 사회의 비인격적 틀로서, 거기서 우리는 다른 인간 존재들과 함께 특정한 공동체 내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령 대다수의 사람들은 태어나기도 전에 상징계에 등록된다. 이미 이름이 정해지고, 가족이나 사회경제적 집단, 젠더, 인종 등에 소속되기 때문이다.  54-55


실재계는 알 수 없는 삶의 영역을 가리킨다. ..

우리는 결코 직접적으로 세계를 알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실재계는 언어에 의해 포획되기 이전의 세계이다.  59


상징계는 실재계에 대해 작용한다. 라캉이 말했듯, 상징계는 실재계를 절단한다. 그것은 무수하게 다른 방법으로 실재를 분절한다. 그래서 실재를 인식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어떤 것이 상징화에 적용되지 않는 순간을 주목하는 것이다. 앞에서 든 예에서 우리는 인간 존재가 사람과 동물, 유인원, 포유동물, 동물 등으로 상징화되는 모든 사례들을 열거함으로써 그 존재 중 일부는 실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어떤 것을 명명하거나 분류할 때 우리는 상징계 속으로 들어가지만, 그 전에는 실재계 속에 있다.  60


실재는 상징계가 작동하여 분절된 단위로 조각 내기 이전의 충만한 사물의 상태라는 점에서, 상징계에 앞서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실재는 상징계가 이런 분절 과정을 완수하고 남은 잔여물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실재는 상징계 이후에 발생한다.  61


실재와 상징계의 관계에서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만약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에이즈가 CIA의 음모라는 것, 모든 인간 존재는 원숭이와 같은 부류하는 것, 새싹이 식물 세계의 가장 멋진 생산물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인간 존재나 주체가 아닌 단지 상징적 질서의 명령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자동기계나 로봇일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물리적으로 탈물질화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결정하고 선택하고 생각하는 존재로서의 우리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63


지젝은 '실재의 철학자'라고도 불린다. .. 우리의 생활과 직접 연관된 '실재적'인 주제를 다룬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얘기한 라캉적 의미의 '실재'를 확장하고 자기화햇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염두에 둘 점은, 지젝은 거의 언제나 상징계와의 관계 속에서 실재를 다룬다는 점이다.  65


이론가들은 상징계와 상상계의 관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지젝은 실재와 상징계 사이의 적대성에 관심을 돌림으로써 성차적(性差的 성품성 어긋날차 과녁적), 이데올로기적, 윤리적, 탈근대적 형상들 속의 주체를 일관성 있게 설명할 수 있었다.  66




코기토(cogito)에 대한 생각은 원래 기독교 교회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성 아우구스티누스(Saint Augustine, 354~430)가 제기하였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코기토는 '근대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1650)가 창안한 것이다.  71


'코기토'라는 단어의 의미는 데카르트가 말한 "철학의 제1원리",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생각한다(cogito ergo sum)'이다.  73


탈구조주의자에게 코기토는 중심화된 주체 혹은 '개인(individual)'의 토대로, 그들은 코기토를 철학의 방탕아로 여긴다. 개인은 말 그대로 분리 불가능하다.  74


코기토의 '나'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다.  74-75


지젝에게 데카르트의 코기토는 현실적 개인의 '나'가 아니라, 부정성의 텅 빈 지점이다. 이 텅 빈 장소는 '아무것도 아닌'것이 아니라 모든 것의 반대편, 모든 규정된 것들의 부정성이다. 지젝은 바로 여기ㅣ, 아무런 내용물도 없는 텅 빈 장소에 주체를 위치시킨다. 즉, 주체는 공백이다.  82-83


* '사라지는 매개자'는 말 그대로 서로 대립하는 두 개념 사이의 이행을 매개하고 곧 사라지는 개념이다.  83


주체는 지제그이 용어로, 자연과 문화 상태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 '사라진느 매개자'이다...

코기토에서 정점에 도달한 '자기로의 철회'가, 자연과 문화의 간극을 잇는 사라지는 매개자로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는 상징적 질서라는 형식으로 실재를 대체하기에 앞서 그 실재를 '제거'해야 한다. 지젝은 이 사라지는 매개자를 광기로 이행하는 것으로 읽으며, 이렇게 해서(사라지는 매개자인) 주체를 광기로 파악한다.  84

우리 자신을 언어나 그 외 상징적 질서에 종속시키는 과정을 지젝은 '주체화'라 부른다.  92


'자기'는 주체의 공백을 메우는 것으로서 주체는 변하지 않지만 '자기'는 끊임없이 갱신된다.  94


우리는 소위 관용적인 서구 사회에서 이를 목격할 수 있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향락의 이미지와 쾌락에 대한 몰두를 보면, 이젠 더 이상 성적 쾌락이 금지되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지젝의 말처럼, 성적 희열은 이미 공식 이데올로기의 지위를 차지했다. 더 나아가 이제는 섹스를 즐기라고 강요받는다. 이 뻔뻔함, "즐겨라!"는 이 명령은 초자아의 귀환을 표시한다.  109


지젝이 지적하듯, 향락이 강제적이 될 때 그것은 더 이상 즐겁지 않다.  109


탈 근대의 자유는 문법적 트리 없는 언어활동의 자유와 유사하다. 우리에게는 아무런 해석 규칙이나 구범도 없다. 따라서 대타자의 붕괴가 이를 보상하기 위해 무수히 작은 타자들, 혹은 부분적인 대타자들을 발생시킨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지젝은 그 증거를 과학기술의 성과에거 비롯된 윤리적 딜레마들을 해결하기 위해 자꾸 전문가 위원회를 찾는 경향에서 찾는다.

이런 위원회의 증가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징적 금기들의 부재를 시사한다. 이런 상징적 금기들의 부재 때문에, 각종 윤리위원회들은 사이버 스페이스, 유전자생물학, 의학 등에 관한 규제 원칙들을 창안해야 한다. 윤리위원회들은 태아에 대한 유전자 조작을 얼마나 허용해야 하는지, 생명 연장 기계에 의존하는 이들이 실질적으로 살아 있는 것인지 죽은 것인지, 인터넷 상에서 하는 섹스에 어떤 문제점이 잇는지 답한다. 이런 윤리적 난제들에 대한 해명 책임을 이들 위원회에 떠넘김으로써, 개별 주체들은 본래 자기들 몫이었던 해명의 자유가 주는 부담을 털어버린다.  114


지젝이 보기에 탈근대적 정치 담론은 자유주의-자본주의의 지평 안에서 발생한다. 우리는 그 지평 내의 서로 다른 부분들, 가령 어떻게 의료 서비스에 필요한 자금을 모을지, 그중에서 세금의 비중은 얼마큼 할지 등에 대해서는 주장을 펴지만, 자본주의 자체는 결코 진지하게 문제 삼지 않는다.  122


지젝에 따르면, 우리는 탈이데오로기 시대를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냉소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지배된 세계를 살고 있다. 

지젝은 냉소주의적 태도를 "그들은 자신의 행위 속에서 자식이 환영을 달고 있음을 잘 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그렇게 한다"로 요약한다. ..

지젝은 우리가 어떤 이데올로기의 허위를 비난할 수 있는 진리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또다시 이데올리기 속에 던져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우리의 이해 방식이 현실과 이데올로기를 대립시키는 이원체계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젝은 삼원체계, 혹은 삼항 구조에 입각하여 이데올로기를 분석한다.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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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았으리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인생을 어떻게 발꿀 것인지에 대해.

인생을 다시 쓸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실수를 바로잡고 싶어질까?

우리 인생에서 어떤 고통을, 어떤 회한을, 어떤 후회를 지워버리고 싶을까?

진정 무엇으로 우리 존재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되기 위함인가?

어디로 가기 위함인가?

그리고 누구와 동행하기 위함인가?



"자네는 알고 싶지 않은거야, 그렇지 않은가?"

"뭘 알고 싶지 않다는 거죠?"

"진실"  66


"매력적인 여자라면 적어도 대화상대로 모자람이 없는 지식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지."

매트가 어깨를 으쓱했다.

"대화가 필요하면 자네한테 전화를 걸면 되잖아. 골치 아프게 노벨상 수상자하고 데이트할 이유는 없어."  88-89


"내 사랑은 그렇게 날아가 버릴 만큼 가볍지 않아."

"그래도 너무 믿지는 마. 사랑은 절대로 거저 얻어지지 않는 거니까."  150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부족한 짐을 채워줄 수 있는 단 하나뿐인 사람을 찾고 있다.

우리가 그를 찾지 못하면 그가 우리를 발견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방법밖에 없다. - 위기의 주부들  171



우리는 두 눈에 붕대를 감고 현재를 통과한다. 시간이 흘러, 붕대가 벗겨지고 과거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될 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비로소 살아온 날들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깨닫는다. - 밀란 쿤데라  185


"자네는 인생이 한탐이나 남은 것처럼 일리나를 대했지. 하지만 사랑은 그런 식으로 하는게 아니라네."  188


당신이 아무리 피하려고 애써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당신이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일어나지 않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 라마나 미하르쉬  194



어떤 경험으로 최악의 상황을 겪었다고 생각하기 일쑤지만 사실 최악은 미래형일 뿐이다.  198


사방이 막힌 수족관에 갇힌 채 화학약품을 처리한 물속에서 철퍼덕거리며 비타미노가 항생제를 달고 살아야 하는 고래의 삶은 관광객들이 무심코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이상적이지 않았다.  203


수족관 생활이 결국 고래의 머리를 돌게 만든 게 분명했다.  205


사람들은 이제 무엇을 알아가는 데 쓸 시간이 엇다. 그들은 가게에서 완성품을 산다. 하지만 친구를 파는 가게가 없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이제 친구가 없다. - 생텍쥐페리  218



마음이 차분할 때는 항상 그것을 무력화시켰다고 믿는다.

끝내 그것들을 없애버리고 말았다고 생각한다.

그것들을 완전히 떼어버렸다고. 아주, 영원히.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우리의 악마들은 어둠 속 어딘가에서 항상 웅크리고 있다. 

우리가 경계를 늦추는 순간을 끈덕지게 엿보며, 

그러다 사랑이 떠나는 순간이 오면...  220-221


우리는 책만 읽어서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시련을 통해서만 배운다. - 스와미 프라난파드  226



당신의 은신처는 당신 자신이다.

다른 곳은 없다.

당신은 다른 사람을 구원할 수 없다.

당신 자신만 구원할 수 있을 뿐이다. - 싯다르타  235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는데, 운명은 오히려 그를 혹독하게 짓밟았다. 자유롭게 운명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 운명에 영향을 미칠 힘이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부질없는 환상이엇는지 명백히 인정해야만 했다. 실제로 인간의 운명은 미리 프로그래밍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인생에서 아무리 싸워도 불가항력인 일들이 있는 것이다. 죽음의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의 미래란 점진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미 나있는 길을 따라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과거, 현재, 미래는 숙명이라는 끔찍한 이름앞에 처절하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미 운명이 다 쓰여 있다면 그 펜은 대체 누가 쥐고 있을까? 어떤 절대적인 힘이, 신이? 그렇다면 절대자는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 하는가?'  254-255


스무 살에, 우리는 세상의 중심에서 춤춘다.

서른 살에, 우리는 원 안을 떠돈다.

쉰 살에, 우리는 안쪽으로든 바깥쪽으로든 쳐다보지 않고

원 주위를 걸어 다닌다. 이후에는, 중요하지도 않다.

아이들과 노인들의 특권, 우리는 투명 인간이다. - 크리스티앙 보뱅  269



우리에게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하기 때문이다. - 세네카  298



당신 앞에 여러 갈래 길이 펼쳐지는데, 어떤 길을 선택할지 모를 때, 무턱대로 아무 길이나 택하지 마라.

차분히 앉아라. 그리고 기다려라.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 꼼짝하지 마라. 입을 다물고 가슴의 소리를 들어라. 그러다가 가슴이 당신에게 말할 때, 그때 일어나 가슴이 이끄는 길로 가라. - 수잔나 타미로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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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좀 더 올바른 시각으로 삶을 대하는 것.  7


頓悟漸修(돈오점수) - 돈오, 갑작스럽게 깨닫고 그 깨달은바를 점수, 점차적으로 수행해가다.  8

(돈오돈수, 점오점수, 점오돈수, ..)


1강 자존(自尊) - 당신 안의 별을 찾으셨나요?

'아모르 파티(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

'모멘토 모리(Mo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메멘토 모리와 아모르 파티. '죽음을 기억하라'와 '운명을 사랑하라'는 죽음과 삶이라는 상반된 의미의 조합이지만 결국 같은 방향을 바라봅니다. 내가 언젠가 죽을 것이니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하라는 것이고, 그러니 지금 네가 처한 너의 운명을 사랑하는 것이죠.  17-20


(한국 교육은) 기준점을 바깥에 찍죠... 이렇게 교육받은 우리는 '다름'을 두려워해요. 기준점이 되는 누군가와 다른 내 모습을 상상하지 못합니다.  20

남과 다르면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드는 환경에서 자존감을 가지고 살려면 스스로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21

기준점을 바깥에 두고 남을 따라가느냐, 아니면 안에 두고 나를 존중하느냐일 겁니다.  22


[어느 대학 교수는 미국 사람과 한국 사람의 차이를 이질 문화와 동질 문화라는 말로 해석한다. 미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너와 나는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객관적인 정보를 준다. 반면, 우리는 '너와 내가 생각하는 바가 비슷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내가 "저어~기"라고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도 "음, 저기를 이야기하는구나!"라고 알아들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시작한다는 이야기. 미국이 인종 전시장이라는 말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세계에서 흔치 않은 단일 민족 국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공감이 가는 설명이다. 

이질 문화를 가장 단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역시 거리 풍경이다.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피부색이 다르고 입는 옷이 다르고 하는 말이 다르다. 그것뿐만 아니다. 너와 내가 다른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을 쓸 일이 별로 없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사는 방식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뿐.  ...

가끔은 틀을 벗어나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3-25


우리는 아직도 각자의 상자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십 대가 살아야 할 상자, 삼십 대가 살아야 할 상자, 사십 대가 살아야 할 상자. 그 상자의 바깥으로 벗어나면 매년 명절마다 고문을 당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측은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패한 인생이라고 손가락질 받죠.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자존을 싹 틔우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25


칭찬은 자존감을 키워주는데, 가진 것에 대한 칭찬이 아닌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질타는 눈치를 자라게 합니다.  27


정신과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모든 사람은 완벽하게 불완전하다"라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28


제가 좋아하는 부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죠. 단점을 인정하되 그것이 나를 지배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러니 못났다고 외로워하지도 마세요. 모든 인간은 다 못났고 완벽하게 불완전하니까.  29


자기의 길을 무시하지 않는 것. 바로 이게 인생입니다. 

각기 다른 자신의 인생이 있어요. 그러니 기회다 다르겠죠. 그러니까 아모르 파티, 자기 인생을 사랑해야 하는 겁니다. 

우리에겐 오직 각자의 점과 각자의 별이 있을 뿐입니다.  

모든 인생은 전인미답(前人未踏)이에요. 인생에 공짜는 없어요.

준비해야 하죠. 내가 뭘 봐야 하는지,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지.  33-34


Be yourself. 너 자신이 되어라. 34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릅니다.  37


You should take me as I am.  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야 해.(브리트니 스피어스의 What you see)

Take me as I am.(나를 그대로 받아들여)!  38




2강 본질(本質) -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생각의 탄생>에서 리처드 파인먼은 '현상은 복잡하다. 법칙은 단순하다... 버릴게 무엇인지 알아내라.'  43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브랜드 에르메스(HERMES)의 지면 광고)

모든 것은 변합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모든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47


저는 게으른 사람입니다. 그럼 제가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변하지 않는 것, 본질을 보겠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본질일까요? 바로 콘텐츠입니다. 콘텐츠는 '사람을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메커니즘입니다. 이것만 확실하면 페이스북에서, 트위터에서 퍼갑니다.  52


급변하는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게 있고, 그걸 잡는 게 나의 유일한 돌파구입니다.  55


본질은 결국 자기 판단입니다. 나한테 진짜 무엇이 도움이 될 것인가를 중심에 놓고 봐야 합니다.  60


시간의 세월을 잘 견뎌낸 것들은 본질적인 것들이에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국 기행>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소속 칼리지들의 주요 목표는 학식이나 지식을 두뇌에 채워 넣는 것만이 아니다. 이곳 졸업생은 의사나 변호사, 신학자, 물리학자, 운동선수 같은 전문가가 되어 나가지 않는다. 여기에는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어느 한 방면의 전문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는다. 그레이트브리튼 최고의 젊은이들이 고등학교를 마치고 와서 2,3년 머무르며 <조화>를 배운다. 육체, 정신, 심리가 고루 단련된 완벽한 인간이 유일한 목표이다. 이 기간이 지난 후에는 본인의 희망에 따라 종합 대학이나 법학 대학원, 종합 기술 전문대학, 병원 등 어디서나 전문적인 공부를 계속한다.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에서는 전공 분야에 대한 증서를 받지 않는다. 그들이 받는 것은 <인간의 증서>이다.'  

본질은 탄탄하게 만들어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거죠. 

미국의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컬럼비아 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학교는 전공을 2년 동안 정하지 않아요. 2년 동안 교양만 가르치는데, 학생들은 총 8개의 교양을 배웁니다. 고대와 현대 그리고 비영미권의 문학, 사학, 철학 그리고 이과 과목 두 가지, 쓰기, 음악, 미술. 1905년도에 컬럼비아는 이 제도를 만들었고 한 번도 고치지 않았다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교육의 본질은 교양과 삶의 태도를 가르치는 전인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62-63


지식은 본질은 익힌 후에 있어야 합니다.

본질이 아닌 것 같다면 놓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63


그리고 자기를 믿는 고집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카소의 연작. 이 작품을 그리면서 피카소가 했던 일은 아이디어를 더하는 게 아니라 빼는 것이었습니다. 빼고 또 빼서 본질만 남기는 것이었죠.  64



복잡한 사물의 색심이 무엇인지 보려는 노력, 어떤 것을 보고 달려가느냐가 세상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커다란 무기입니다.  68




3강 고전(古典) - Classic, 그 견고한 영혼의 성(城)


김용택 시인의 <첫사랑>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해 같은 처녀의 얼굴도 

새봄에 피어나는 산중의 진달래꽃도 

설날 입은 새 옷도


아, 꿈같던 그때

이 세상 전부 같던 사랑도 

다 낡아간다네

나무가 하늘을 향해 커가는 것처럼

새로 피는 깊은 산중의 진달래처럼

아, 그렇게 놀라운 세상이 

내게 새로 열렸으면

그러나 자주 찾지 않는

시골의 낡은 찻집처럼

사랑은 낡아가고 시들어만 가네


이보게, 잊지는 말게나 

산중의 진달래꽃은 

해마다 새로 핀다네

거기 가보게나 

삶에 지친 다리를 이끌고

그 꽃을 보러 깊은 산중 거기 가보게나

놀랄걸세

첫사랑 그 여자 옷 빛깔 같은

그 꽃 빛에 놀랄 걸세

그렇다네

인생은, 사랑은 시든게 아니라네

다만 우린 놀라움을 잊었네

우린 사랑을 잃었을 뿐이네.  71-72


얼마 전에 경기 지역의 교사 4백 분에게 강연을 했습니다. 선생님들이 어떻게 하면 창의력이 있는 아이들로 기를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 물음에 저는 느끼게 해달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82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을 가리고 있다는 말을 자주합니다.

진짜 알려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궁금해질 겁니다. 그 대상의 본질에 대해서, 그리고 그걸 알기 전에는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위험합니다. 모르면 모른다로 해야 합니다.

정보는 인터넷으로 조금만 찾아보면 다 나옵니다. 알려고 하기 전에 우선 느끼세요. 고전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느껴야 해요. 그러다 보면 문이 열려요. 그 다음에는 막힘 없이 모모가 영혼을 타고 흐를 겁니다.  86


처음 그림을 볼 때는 감동을 짜내려고 미간에 힘을 주기도 했었는데, 아무리 해도 감동이 안 와요. 그래서 책을 몇 권 살펴 읽었고, 조금 알고 나니까 이런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감동을 받을 수 있게 됐죠. 조금 더 덧붙이자면 그날의 감동은 제일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보다 컸어요. 죽음의 냄새를 맡고 그림 한 장이 주는 스토리를 읽고 화가의 천재성을 발견할 때 짜릿하죠.(뭉크의 The Death Bed 와 The Three Stages of Woman)  89




4강 견(見) - 이 단어의 대단함에 대하여


기술이나 이론은 만들 수 있어요. 법도 판례를 남겨 참고가 되도록 하죠. 그런데 창의력은 지난 번 것이 참고가 되지 않습니다. 만약 상자안에 넣을 수 있는 것이라면 더 이상 창의력이 아니겠죠. 그러니 창의력은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죠.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단 하나의 교실이 있다면 바로 현장입니다.  103


심부재언 시이불견 청이불문 식이부지기미(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그 맛을 모른다는 뜻으로 유교 경전 중 <대학>에 나오는 말.

흘려 보고 듣느냐, 깊이 보고 듣느냐의 차이.  110


존 러스킨이라는 영국의 시인은 "네가 창의적이 되고 싶다면 말로 그림을 그려라"라고 했습니다. 누군가가 "뭘 봤니?"라고 물었을 때 그저 "풀"이라고 대답하지 말고, 풀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었고, 잎이 몇 개 있었는데 길이는 어느 정도였고, 햇살은 어떻게 받고 있었으며 앞과 뒤의 색깔은 어땠고, 줄기와 잎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 등 자세하고 소상히 그림 그리듯 말하라는 것이었죠. 이것은 즉, 들여다보라는 겁니다. 

앙드레 지드도 <지상의 양식>에서 "시인의 재능은 자두를 보고도 감동할 줄 아는 재능이다"라고 했습니다. 시인의 재능은 자두를 보고도 감동하고, 간장게장을 보고도 감동하는 겁니다.  113


영화<시>에서 김용택 시인이 김용탁 시인으로 출연을 하는데요. 그 김용탁 시인이 할머니들에게 시에 대해 수업을 합니다.

'여러분, 사과를 몇 번이나 봤어요? 백 번? 천 번? 백만 번? 여러분들은 사과를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사과라는 것을 정말 알고 싶어서,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싶어서, 대화하고 싶어서 보는 것이 진짜로 보는 거예요. 오래오래 바라보면서, 사과의 그림자도 관찰하고, 이리저리 만져도 보고 뒤집어도 보고, 한 입 베어 물어도 보고, 사과의 스민 햇볕도 상상해보고, 그렇게 보는 게 진짜로 보는 거예요.'  116


<생각의 탄생>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발견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두가 보는 것을 보는 것, 시청.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 견문(見聞)이죠.  117


아이디어는 깔려 있습니다. 어디에나 있어요. 없는 것은 그것을 볼 줄 아는 내 눈이에요. Beauty is in the beholder.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들의 눈 속에 있는 법입니다. 


보기 위해서는 투자를 좀 해야 합니다. 시간과 애정을 아낌없이 쏟아야 해요.

우리가 못 보는 이유는 우리가 늘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핍이 결핍된 세상이니까요.  118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 조은 <언젠가는>중에서  119


떠나서 보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제대로 볼 수 있는 게 곧 풍요니까요.  123


순간을 온전히 살려면 촉수를 예민하게 만드세요

見. 본다는 것은 사실 시간을 들여야 하고 낯설게 봐야 합니다.

익숙함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Surprise me(나를 놀라게 해!)

놀라는 것이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능력은 놀라는 거예요. 놀란다는 건 감정이입이 됐다는 거고요. 그리고 다른 사람보다 더 그 현상을 뇌리에 박으면서 경험하는 거죠.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입니다.  124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너무 많은 것을 보려 하지 않는 겁니다. 

호학심사(好學深思), 즐거이 배우고 깊이 생각하라. 이 말에서 더욱 깊이 새겨야 할 것은 심사(深思)입니다. 너무 많이 보려 하지 말고, 본것들을 천천히 먹고, 천천히 걷고, 천천히 말하는 삶. 어느 책에서 '참된 지혜는 모든 것들을 다 해보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개별적인 것들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끝까지 탐구하면서 생겨나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읽었습니다. 이게 지금의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 같습니다.  126




5강 현재(現在) - 개처럼 살자


어떤 선택을 하든 간에 선택을 하고 나면 답은 그 자리에 있습니다. 아니면 없습니다.  131


박경철씨와의 TV인터뷰에서 마지막 질문이 "박CD님은 계획이 뭡니까?"였습니다. 저는 "없습니다. 개처럼 삽니다"라고 대답했어요. 부연 설명을 부탁해서 "개는 밥을 먹으면서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자면서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죠.

저도 개를 길러봐서 아주 잘 압니다. 오랫동안 데리고 있다가 묻어준, 이제는 딸아이가 그린 초상화 한 장으로 기억하는 개가 있는데요. 그 개를 키울 때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가방을 내려놓고, 안경과 모자를 멋고 침대에 눕는 거였습니다. 제가 집에 돌아오면 그 개는 반갑다고 5분 동안은 제 얼굴을 핥고 나서야 짖기를 멈췄기 때문이었는에요. 그때 보면 핥는 일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요. 그리고 밥을 주면, 이 세상에서 밥을 처음 먹어보는 것처럼 먹죠. 잠 잘 때도 보면, '아, 아까 주인이 왔을 때 꼬리 쳤던 게 좀 아쉬운데 어쩌지?' 그런 고민은 추호도 없어요. 그냥 잡니다. 공놀이 할 때는 그 공이 우주예요. 하나하나를 온전하게 즐기면서 집중하죠.

밀란 쿤데라도 똑같은 걸 느꼈는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카레닌이라는 개를 이야기하면서 '개들은 원형의 시간을 살고 있다. 행복은 원형의 시간 속에 있다'라는 말을 합니다. 여러분, 직선의 시간 속에서는 행복을 알 수 없습니다. 길을 지나다가 평생 동안 찾던 그 사람을 만날지 모르는 일입니다. 어떻게 알겠습니까? 안다면 행복을 준비하겠죠. 이렇듯 직선의 시간은 행복을 정확히 알 수 없어요.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개들은 원형의 시간을 살아요. 그래서 늘 행복합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이런 문장이 나와요.

'카레닌은 집에서 깨어나는 시간은 순수한 행복이었다. 그는 천진난만하게도 아직도 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진심으로 이에 즐거워했다.'

개들은 잘 때 죽은 듯 잡니다. 눈을 뜨면 해가 떠 있는 사실에 놀라요. 밥을 먹을 때에는 '세상에나! 나에게 밥이 있다니!'하고 먹습니다. 산책을 나가면 온 세상을 가진 듯 뛰어다녀요.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다시자요. 그리고 다시 눈을 뜨죠. '우와, 해가 떠 있어!' 다시 놀라는 겁니다 그 원형의 시간 속에서 행복을 보는 겁니다 순간에 집중하면서 사는 개 처럼 살자. 'Seiza the Moment, Carpe diem(순간을 잡아라, 현재를 즐겨라)'의 박웅현식 표현이자, 제 삶의 목표입니다.

Seiza the Moment, Carpe diem. 이 말은 '현재를 살아라, 순간의 쾌락을 즐겨라'가 아니라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뜻입니다.  132-134


한형조의 <붓다의 치명적 농담>을 보면 어느 선사에게 누가 묻습니다. 

"스님도 도를 닦고 있습니까?"

"닦고 있지."

"어떻게 하시는 데요?"

"베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에이, 그거야 아무나 하는것 아닙니까? 도 닦는 게 그런 거라면, 아무나 도를 닦고 있다고 하겠군요."

"그렇지 않아. 그들은 밥 먹을 때 밥은 안 먹고 이런저런 잡 생각을 하고 있고, 잠 잘 때 잠은 안 자고 이런 걱정에 시달리고 있지."

현재에 집중하라는 말입니다.  135


나이 마흔이면 이 정도는 살아야 하지 않아? 뭘 그렇게까지 하고 살아? 여기저기서 제 인생을 흔들었습니다.  139

저의 마흔은 그렇게 흔들림으로 가득 찼어요.  140


다른 답은 내 답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의 인정, 현재에 집중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결국 이것은 자존과 연결됩니다.  140


완벽한 선택이란 없습니다. 옳은 선택은 없는 겁니다. 선택을 하고 옳게 만드는 과정이 있을 뿐입니다.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지 말고 선택을 해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겁니다.  141


우린 순간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어떤 순간이 보배로운 순간인지 모릅니다. 그러니 그 순간을 우리가 보배롭게 보면 됩니다.  143


<생각의 탄생>에 나온 말을 빌리자면 '세속적인 것들의 장엄함'을 깨달은 겁니다. '우리는 아이를 위해 빵에 버터를 바르고 이부자리를 펴는 것이 경이로운 일임을 잊어버린다'고 알랭 드 보통이 이야기 했던, 이불개는 것처럼 평범한 일이 소중해지기 시작한 겁니다. 장자의 '하늘 아래 가을의 작은 나뭇잎 이상 위대한 것은 없다'는 지혜의 말을 이해한 거예요. 이 세상에 아무리 위대한 것들이 많다고 해도 지금 내 눈앞에 나타난 이 가을 나뭇잎만 못 하다는 지혜를 얻은 겁니다.  144-145


Verweilee doch, du bist so schon! (머물러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145




6강 권위(權威) - 동의되지 않는 권위에 굴복하지 말고 불합리한 권위에 복종하지 말자


문턱증후군, 즉 그 문턱만 들어서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믿음에서 시작되는 잘못된 증상이죠.  153


동의되지 않은 권위에 대한 굴복.  156


한 기자가 비틀스 멤버들 중 폴 매카트니에게 질문했어요. "당신에게는 엄청난 유산이 있다. 그 유산에 주눅들지 않느냐?"라고요. 이 물음에 폴 매카트니의 답은 "무슨 이야기인지 잘 압니다. 나는 그래서 안정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매카트니라는 스타 입장에서도 그리고 '나'라는 입장에서도 매카트니는 자기 이름을 딴 별도 가진 사람입니다. 이런 대중적인 스타와 나를 분리시킬 필요가 있어요. 사람들은 그걸 잘 못하는데, 나는 나를 그렇게 놔두지 않습니다. 스타로서의 업적에 대해서는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때로는 감격합니다. 하지만 집으로 가면서 '난 내 이름을 딴 행성도 있지'라고 하지는 않죠. 난 여전히 리버풀에서 버스를 타고 다니던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 <빅 이슈> 6월호 폴매카트니 인터뷰 중에서  158-159


먼저 검증을 하세요. 박웅현의 말이 얼마나 옳은지 보고, 옳은 부분은 좋아하되 그렇지 않은 부분은 반면교사로 삼으세요. 박웅현만이 아니라, 선배, 교수, 부모님 모두를 상대로 그렇게 하세요. 이게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160


광고회사 TBWA의 월드 와이드 CEO가 '장 마리드루'라는 사람이에요. 업계 사람들 모두가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전사 팀장 회의에서 잠깐 스피치를 했어요. 

"다른 문화를 접할 때 우리에겐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호기심과 존중, 그리고 윗사람이 될수록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재능을 사는 일입니다. 프랑스 속담에 '재능은 다른 사람들의 재능을 발견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죠."  162


사회는, 기득권 세력은 고분고분한 사람을 원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죠.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도발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될 테니까요. 때문에 권위를 보이면서 복종하고 따라오라고 무언의 협박을 하죠. 우리는 그런 가짜 권위들을 검증하는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우리를 무서워하게 해야 해요. 무조건 복종하는 사람들을 무서워하진 않아요. 회장님에게도 건의할 수 있는 거예요.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상대 눈치를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주는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일 텐데, 우리는 공짜로 일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쪽의 시혜를 받는 게 아니란 말이죠. 정당하게 일을 하고,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는 것이니 할 말은 해야 하는 겁니다.  163-164


권위는 우러나와야 하는 거예요. 내가 이야기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인격적으로 감화가 돼서 알아줘야 하는 거예요. 그게 권위입니다.  166




7강 소통(疎通) - 마음을 움직이는 말의 힘


개와 남자의 공통점

 - 털이 많다.

 - 먹이를 일일이 챙겨줘야 한다.

 - 시간 내서 놀아줘야 한다.

 - 복잡한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 버릇을 잘못 들이면 평생 고생한다.

남자가 개보다 편한 점

 - 돈을 번다.

 -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출입제한을 받지 않는다.

 - 약간의 난이도가 있는 심부름을 시킬 수 있다.

 - 혼자 두고 놀러 다녀도 상관 없다.

 - 생리적 욕구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가 남자보다 좋은 이유

 - 두 마리를 함께 키워도 뒤탈이 없다.

 - 강아지의 부모가 간섭하지 않는다.

 - 이유 없이 외박하고 돌아오와도 꼬리 치면서 반겨준다.


고양이와 여자의 공통점

 - 세수를 잘한다.

 - 배고프면 혼자 챙겨 먹는다.

 - 낮보다 밤을 더 좋아한다.

 - 열 받으면 할퀸다.

 - 하루에 열두 번 삐친다.

 - 변덕이 팥죽 끓듯 한다.

여자가 고양이보다 편한점

 - 밥을 할 줄 안다.

 - 데리고 다니면 재채기 하는 사람 없다.

 - 나의 분신을 만들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가 여자보다 좋은 이유

 - 목만 ㅆ다듬어 주면 행복해 한다.

 - 무섭고 징그러운 쥐를 잡아준다. 

 - 꼬리만 밟지 않으면 조용하다.

 - 여자는 종일 잔소리를 하지만 고양이는 종종 애교를 부려 심심하지 않다.

 - 처갓집 개도 날 무시하는데 고양이의 어미는 나를 무시하지 않는다.


다르다는 걸 인정하면 소통이 조금 쉬워집니다.  182-184


{인정(역지사지)하고 배려(문맥파악, 본질파악)하며, 이해할 수 있게 전달(생각의디자인, 표현의 디자인, 아름다움)하라.}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바탕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이겁니다.

Sender -> Message -> Receiver

즉, 커뮤니케이션이란 전하는 사람이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받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에요. 그러니 그냥 주는 게 아니라 리시버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거죠. 그러니까 소통을 위해서는 화살표 방향이 바뀌어야 하는 거예요.

Sender <- Message <- Receiver  196


이것을 아주 극적으로 실천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예요. 프루스트는 대인공포증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람들한테 따돌림을 당할 지 모른다는 공포가 있어서, 본인이 대화할 때 집중했던 것이 하나 있었는데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걸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머릿속에 있는 걸 끌어내라고 했대요.

그런데 이것은 소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더 강하죠.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까 소통이 어려워집니다.

요즘 영화는 뭐가 재미있니? 어제 드라마는 어땠어? 그래? 그렇구나. 하고 맞장구쳐주는 노력이 필요해요.  197


말을 디자인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언어의 집을 지어줘야 해요.

아카데미 시상식을 볼 때 가장 큰 즐거움은 그들의 수상소감을 듣는 겁니다. 2012년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등 다섯 개의 상을 탄 영화 <아티스트>가 단연 화제였죠. 192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흑백 무성영화인 <아티스트>는 그 시절을 대표하는 감독 빌리 와일더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감독 미셸 하자나비시우스는 수상소감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세 사람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네요. 빌리 와일더, 빌리 와일더, 그리고 빌리 와일더에게요. 감사합니다."라고.

같은 자리에서 <철의 여인>으로 여우주연상을 탄 메릴 스트립도 "마지막에 이야기하면 음악에 묻힐 수 있으니 먼저 남편에게 감사하고 싶어요"라고 유머를 던졌습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아직은 좀 뻔하죠? 꿈만 같고, 영광이고, 감사하고 말이죠.

오래 전에 영화 <타이타닉>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을 때, 함께 노미네이트 됐던 영화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였습니다. 그 영화의 주인공이 잭 니콜슨이었는데 마지막에 남우주연상으로 호명됐어요. 그때 잭 니콜슨이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르자마자 "조금 전까지 나는 침몰하는 줄 알았다"고 말해서 모두들 웃음을 터뜨리고 환호했던 기억이 납니다. 숀 펜이 <밀크>라는 영화로 상을 받았을 때도, 그 영화가 동성애자인 상원의원 이야기인데 로버트 드니로가 시상을 하면서 "<밀크>봤나요? 나는 그 영화를 보기 전까지 숀 펜이 이성애자인 줄 알았어요"라며 아주 위트 있게 이야기하죠. 객석의 모든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고요. 디자인된 말들은 이렇게 여러 사람을 즐겁게 해주기도 합니다.  203-204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먼저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 말함과 동시에 어떤 문맥으로 해야 하는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거예요. 여기에 힘을 싣기 위해서 지혜롭게, 생각을 디자인을 해서 말하는 것이 필요하고요.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소통을 잘하고 싶으면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합니다. 역지사지, 문맥파악,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습관, 스케치를 할 때 형태를 잡는 데생이 필요하듯 자기 생각을 데생해야 해요. 연습하고 말을 만들어보는 거죠.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리해보고, 어떻게 하면 내 말이 설득력이 있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206-207


할리우드에는 '7 Words Rule'이라는 게 있습니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시나리오를 가져오니까, 투자를 받고 싶으면 시나리오를 단 일곱 단어로 설명해보라는 건데, '결혼을 했는데 마누라가 조폭이네? 조폭 마누라' 이런 식으로 그림이 확 그려지도록 설명하라는 이야깁니다.

이 훈련을 한번 해보세요.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미국에서 대학원에 다닐 때 논문을 쓰기 전에 우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딱 한 줄로 정리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걸 세 개의 패러그래프로 써보고, 그걸 다시 챕터 별로 나눠서 논문을 만들죠. 예외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보면 됩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게 일곱 단어로 정리되지 않는 건 아직 내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207


'맥킨지 룰'도 7 Words Rule과 비슷한데요. 만약에 내가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에 CEO가 탔는데 엘리베이터는 15초 후에 문이 열린다고 가정하고, 거기서 내 생각을 어떻게 말해서 CEO의 마음을 끌 것인지 생각해보라는 거죠. 예를 들어 "왜 지역별로 마케팅을 하십니까? 타깃별로 하십시오. 자세한 건 나중에 보고드리겠습니다"라고 하면 누가 궁금해하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냥 둥글게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기르고, 그걸 더 정리해서 증류해보세요. 거기에서 나오는 엑기스가 나의 진짜 생각이 되어줄 겁니다.  208




8강 인생(人生) -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 닿은 곳에 싹 틔우는 땅버들 씨앗처럼


인생은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이라는 싱싱한 재료를 담아낼 아름다운 그릇입니다.  213


전인미답(前人未踏)-어떤 일 또는 수준에 아무도 손대거나 다다라 본 적이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걸어가야 하는 위험한 나이 20대. 그리고 30대, 40대, 50대, 아마도 아니생은 젊음이건 아니건 누구에게나 전인미답이 아닐까요? 그래서 늘 위험하지만 또 한편으로 매 순간이 흥미진진한 것이 바로 인생일 겁니다.  214


전인미답의 길을 즐기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우리들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실수에 휘둘리지 않는 겁니다. 실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실수를 못 견디고 좌절하지 마세요. 나만 그런게 아닙니다.{공원의 잔디는 내 자리만 듬성듬성해 보인다}  215


중국 명나라 때 묘협이라는 스님이 불자들에게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마음을 써야 할 지에 대해 쓴 글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몸에 병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리 몸은 유기체인데, 바이러스가 들어오고 나가고 나이 먹으면서 노화가 오는데 어떻게 병이 없겠습니까? 그런데 대부분 병이 없는 상태를 자기의 기본값으로 잡아놔요. 병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자기가 정한대로 설정해놓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생은 마음대로 만질 수 있는 게 아니죠. 점잖은 어른들이 들으면 쓸데없이 젊은 사람들 패기 꺾는 이야기한다고 노여워할지 모르겠지만 먼저 그 시절을 살아낸 사람으로 고백하는데 인생은 절대 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없습니다.  218


모든 인생은 의도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남들의 영웅담은 내 이야기가 될 수 없죠.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영웅담을 들어왔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영웅이 되고 싶어지죠. 그런데 그 영웅이 쓴 무기는 이미 없거나,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이에요. 이순신은 물살을 보고 그것을 이용해 한산대첩에서 승리합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도 이순신의 물살이 나타날까요? 인생은 똑같이 반복되지 않습니다. 모든 인생은 전인미답이에요. 인생에 공짜는 없어요. 하지만 어떤 인생이든 어떤 형태가 될지 모르지만 반드시 기회가 찾아옵니다. 그러니 이들처럼 내가 가진 것을 들여다보고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준비해야 하죠. 나만 가질 수 있는 무기 하나쯤 마련해놓는 것, 거기서 인생의 승부가 갈리는 겁니다.  224-225


"기필(期必)을 버려라"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살면서 늘 기필코 이루어내라는 말만 들어본 제게 기필을 버리라는 말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요. 인생은 기필코 되는 게 아닙니다. 뭔가를 이루려 하지 말고 흘러가세요.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는 자신의 책 <밤은 책이다>에서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살고 싶고,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건 말 그대로 지혜입니다.  226


중간중간 말씀드렸듯 무엇이 본질적인 것인지, 고전이 왜 중요한지, 발견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를 생각하며 지혜롭게 하루하루를 쌓아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꽉 채워 살다가 돌아보면 펼쳐져 있는게 인생이지, 단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를 허술하게 보내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227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세 가지 팁

첫째, 인생에 공짜 없습니다.

불환인지불기지 환기무능야(不患人之不己知 患其無能也) <논어>에 나오는 말입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말고, 내가 능력이 없음을 걱정하라는 뜻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기회는 분명히 옵니다. 믿으세요. 그러니까 한탄하지 말고 준비해놓으세요. 그러면 빛을 발할 때가 옵니다.

내가 준비만 잘하고 있다면 남들이 알아줍니다.  

둘째, 인생은 마라톤입니다.

셋째, 인생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과정만 있을 뿐입니다.  228-234


선택하지 않은 답은 이미 내 답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사는 것이 맞다 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답은 여기 있다. 아니면 없다'가 아니라 '답은 여기 없다. 어떠면 저기에 있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235


여러분, 우리 되는 대로 삽시다. 되는 대로 살되, 인생에는 공짜가 없으니 본질적으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살피고, 질 때 지더라도 언제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모든 답이 정답이니 아무거나 선택하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해 현명한 판단을 내리면서, 그것을 옳게 만들면서 삽시다.  235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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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사랑이 뭐야? 누군가 물은 적이 있다. 느낌표라고 대답했다. 꼿꼿하게 허리를 곧추세운! 두 해 전 일이다. 지금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그렇게 답하지는 않을 것이다. 

2012년 봄, 사랑을 위한 문장부호로 나는 느낌표 대신 말줄임표를 고르겠다. 지난 이 년 동안 내 마음은 어디론가 천천히 이동했다. 그 길 위에서 이 소설을 썼다.  6

내가 사랑에 대해 조금쯤 더 알게 되었는가,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에 관한 한,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사랑은 오로지 '하는'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더 깊이 사랑할 것이다.  7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애인을 사귀려는 목적으로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을 소개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우습고 괴상한 일인지 알 수 있다. 차라리 지하철 같은 칸에 탄 아가씨와 사귀게 되는 일이 쉬울 것 같았다.  15

"아휴, 좋을 때다. 근데 젊은 아가씨들은 잘 모르겠지만 착한 남자가 최고예요. 언뜻 봐서는 별 매력 없더라도 알수록 진국인 남자, 딱 한 여자밖에 모르는 남자. 요즘 아가씨들 겉으론 똑똑한 거 같아도 그 당연한 걸 잘 놓치더라고요."(미장원 아주머니의 말)  19


연예의 초반부가 둘이 얼마나 똑같은지에 대해 열심히 감찬하며 보내는 시간이라면, 중반부는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를 야금야금 깨달아가는 시간이다.  78


메뉴판이 왔다. 그들은 개성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조심스럽게 저녁식사 음식을 골랐다. 그들은 준호의 제안으로 샐러드를 주문해 나누어 먹었다. 민아는 이 남자가 관대하기까지 하다고 생각했고, 준호는 이 여자가 소탈하기까지 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함께한 첫번째 끼니였다.  98


사랑의 초기에 그들은 함께 들어선 이 성스러운 오솔길의 입구를 즐거이 복기하곤 했다. 입구에서 이미 한참이나 지나왔다는, 다시 입구까지 쭉 미끄러지는 퇴행은 없을 거라는 무언의 합의가 둘 사이를 팽팽히 조이고 있어야만 가능한 유희였다. 출구까지의 남은 거리에 관해서는. 아니, 그들이 움직이는 방향 끝에 필연적으로 놓여 있을 출구의 존재에 관해서는 아예 떠올리지 않았다.  109  


준호가 가만히 민아의 손을 잡았다. 그들은 왼손과 오른손을 잡은 채 밤길을 걸었다. 누가 왼손이고 누가 오른손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111


왜 군대 이야기는 하지 않느냐고 언젠가 그녀가 물은 적이 있다. 준호는 그 말을 듣고야 제가 그랬다는 걸 알게 됐다. 그녀하고는 좋은 것만 나누고 싶다는 마음 때문일 터였다. 

"말했잖아. 육군 보병이었다고, 병장 만기제대."

"그런 거 말고."

"그럼?"

"혼자 울었던 밤 같은 것."

"음.... 손톱?"

"손톱이라고?"

"아무한테도 얘기한 적 없는데, 나 어릴 때부터 손톱을 아주 바짝 깎아. 그러지 않으면 물어뜯으니까. 긴장하거나 불편하면 나도 모르게 손톱을 씹는 버릇이 있었거든."

"미안해, 난 몰랐어."

"바보, 자기가 왜 미안해? 막 일병 달았을 때쯤 행군을 나갔어. 장마철이었는데 길에 앉아 점심을 먹었지. 식판에 막 빗물이 들이쳤어. 그때 무심코 내 손을 보게 됐는데 손톱이 어느 틈엔가 이만큼 길어버렸더라. 그 밑에 새까맣게 때가 끼어 있었어. 물어 뜯을 정신도 없이 살고 있었던 거야. 조금 눈물이 났어. 입대하고 처음으로... 그게 내 군대 얘기야."

다음번 만났을 때 민아는 작은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반짝반짝 빛나는 은색 손톱깎이가 들어 있었다. 

"우리나라 제품 중에선 제일 좋은 거래. 인터넷 다 뒤져서 찾아낸 거야."

민아가 어깨를 으쓱대는 시늉을 했다. 준호가 그녀의 코를 손가락 끝으로 꼬집었다. 그는 여자친구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보았다. 그녀의 헤어스타일은 처음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구불구불한 웨이브 대신 언제나 간편하게 포니테일로 묶고 다녔다. 소박했지만 그의 눈에는 처음보다 훨씬 예뻐 보였다.

준호의 가슴속에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꿈이 한 톨 피어 올랐다. 이 사람에게라면, 곧 더 깊은 이야기도 털어놓을 수 있을지 몰랐다.  117


할머니에 대해서 준호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직장 다니는 엄마 대신 할머니가 날 다 키워준 거나 마찬가지야, 라고 했을 것이다. 그는 "그래서 민아가 그렇게 따뜻하구나"라고 했으나 "살아계셔?"라고 묻지는 않았다. "건강하시지?" 라고도 묻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그 순간을 넘겼지만 사실은 서운했다. 준호의 관심이 그저 '박민아'의 내부에 머물로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건 바꿔 말하면 박민아의 바깥, 박민아라는 섬을 둘러싼 주변에는 별 관심 없다는 의미였다.  134


출국카드의 직업란에 회사원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쉼표 하나를 그려넣으면서도, 종아리를 쭉 펴기도 힘든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열두 시간 동안 항공기 꼬리 날개를 내다보면서도, 히스로 공항의 외국인 전용 입국심사대 맨 뒷줄에 서서도 그녀는 속으로 되뇌었다. 이게 원래 내 방식이야. 먼저 떠나는 것, 혼자 남겨지지 않는 것. 차라리 먼저 혼자가 되어버리는 것. 그럼에도, 그녀를 붙잡겠다는 어떤 거짓 제스처조차 취하지 않은 준호에 대한 섭섭함이 마음 한구석에 딱딱하게 응어리져 있었다.  

왜 런던이야? 준호가 물었을 때 민아가 명확한 이유를 대지 못한 건 당연했다. 그때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므로, 심지어 모든 것은 그녀가 그에게 '떠난다'는 표현을 입 밖에 내면서부터 비로소 시작되었는지도 몰랐다.  185


보름은 전혀 모르던 두 남녀가 몸부림치는 사랑의 환희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운명임을 확인하고도 남을 시간이고, 한때 열렬히 사랑한 적 있던 두 남녀가 처음부터 타인이었던 것처럼 냉담 해지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192


"내가 겪어보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남자는 역시 자상하고 다정한 남자가 최고예요. 지 혼자 속으로 진국이면 뭐해, 표현안 하면 그걸 누가 아나."(미장원 아주머니의 말)

미용사가 언젠가 했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웃지도, 찌푸리지도 않앗다. 사람은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였다.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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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과거를 잊으려 하지 말고 대신 너희 미래를 바꾸고자 하라.

너희가 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이 너희 과거를 잊는 것이다,

그러면 너희는 과거가 너희에게 보여 주어야 하는 모든 것 과거가 너희에게 선물하는 모든 것을 잊고 말 것이다.

그것이 중요하지 않은 체하지 마라.차라리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라.

그리고 그것이 중요한 만큼 다시는 그 특정한 과거 행위들을 되풀이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음을 인정하라.

하지만 일단 그렇게 하기로 마음 먹고 나면 너희 과거를 놓아 버려라.

과거를 놓아 버리는건 과거를 잊는 건 아니다.

과거를 놓아 버리는 건 집착을 그만 둔다는 뜻이고 과거 없이는 빠져 죽기라도 할 것처럼 그것에 매달리길 끝낸다는 뜻이다.너희는 과거 때문에 빠져 죽어 가고 있다

 

너희 과거를 이용해서 '자기'상들 속에 떠 있길 그만 둬라.그 낡은 통나무를 놓아 버리고 낯선 해변으로 헤엄쳐 가라.

아무리 멋진 과거를 가졌어도 그 과거가 자신이기라고 한 듯 거기에 매달려서는 이로울게 없다.소위 자신의 월계관에 안주한다는 게 이런 것이니 성장을 가로 막는데 있어 이보다 더 잽싼 건 없다.

그러니 네 월계관에 안주 하지 말고 네 실패에 머물지도 말라.

 

그 보다는 다시 출발하라.

 

지금이라는 황금 순간들 마다 다시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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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이렇게 하자!

 

 

 점점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의 방법이 있다면 그건 무얼까?


미래학자들이 써놓은 책들을 보면 정말 끔찍할 정도로

이 세상은 준비하지 않은 자들에게는 재앙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준비하지 않은 대가로 노후를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아마도 스스로가 생각하는 고통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 첫 번째 키워드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다. 
두 번째 키워드로는 공격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계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방향을 잡을 수 있고,

방향이 있어야 미래를 계획할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이런 상상을 해보라.


만약 어디로 갈지 방향도 정하지 않은 채,  무조건 차를 끌고 거리로 나간다면 

목적지까지 가는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할 것이다.

지금은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 하는 속도가 경쟁이 되는 시대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라는 말은 요즘 같은

속도의 시대에는 걸맞지 않는 말이다. 
청사진이 없는 건축물은 있을 수 없다.


청사진도 없이 건축물부터 짓기 시작한다면 그 건물은 어찌 되겠는가?
목표는 바로 우리 인생의 청사진과도 같다.


목표는 그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되어 일을 하게 만들고 발전, 진보시킨다. 
목표를 세울 때는, 자신의 가치관에 일치되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우리들은 부자가 되기를 원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기를 원하고,

또 남들의 인정을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것이 행복의 필수조건은 아니다.

여기서 성공의 필수조건이 아닌 행복의 필수조건이라 한 것은 결국 우리가

성공을 하려는 것도 궁극적으로 보다 행복한 인생을 원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돈이 없어서도,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해서도, 남들의 인정을 받지 못해서도 아니다.

그것으로 인한 행복의 수명은 너무도 짧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관과

현실의 갭(Gap)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 갭을 좁혀나가는 과정이 바로 자기계발이다.


과거에 머무는 자에겐 꿈이 없고, 꿈이 없다면 방향성도 없다.

꿈이 있는 사람은 나이가 60이 되어도 행복한 법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가야할 방향이 있고,

이를 실현시켜 나가는 재미 또한 대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보다 성취해내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실천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1. 다음날 할 일은 미리 계획하고 잠자리에 들어라.


아무리 일찍 일어난다 해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면 별 의미가 없다.

무조건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는 그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미리 계획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목표있는 인생은 목표 없는 인생보다

생산성을 10배로 올려주는 놀라운 마력이 있다.

 기록된 목표를 가지고 매일 행동계획을 실천하면서

 시간을 관리해 나간다면 생산성을 10배로 높이는 건 일도 아니다.

 원하는 바가 명확해지면, 그 다음부터는 대부분의 시간을 그 목표에

집중하게 되며,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성공은 더욱 가까워진다.

 

사실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 들인 1분이 계획 수행과정에서 10분을 절약해준다.

 계획하라! 계획을 세우는 것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계획하는 것과도 같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계획 없는 행동이다.

목표가 없는 사람은 목표가 있는 사람을 위해

평생 일해야 하는 종신형에 처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2. 목표를 서술할 때는 3P공식을 활용하라.


3P공식이란 Positive(긍정문), Present(현재 시제), Personal(1인칭)을 말한다.
즉 목표를 서술할 때는 3P공식에 맞게 적으라는 말이다.

 

 거기다 최종기한까지 넣는다면

더욱 목표에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나는 3년 안에 1억 원을 번다”,

 “나는 매달  자기계발서 책을 5권씩 읽는다”

식으로 마치 그것들을 이미 성취한 것처럼 써야 한다.

우리의 잠재의식은 현재 시제로 씌인 긍정문을 통해서만 작동되며,

잠재의식은 일단 목표를 의식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나면 모든 말과

행동을 그러한 목표와 일치하는 패턴으로 바꿔나가기 때문이다.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은 그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의미와도 같다.  
 


3. 목적은 높게, 목표는 낮게 잡아라.


여기서 ‘낮게’ 라는 말의 의미는 내가 할 수 있는 목표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목표의 높이보다 달성도가 개인을 성장시켜나가는 데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 달성할 수 있는 목표는 이미 목표가 아니며,

가장 이상적인 목표는 120% 정도의 목표라 보면 될 것이다.

즉 약간 높게 잡는 것이 도전의식도 생기며 이루어냈을 때

성취감과 자신감도 생기게 된다.

 

목적(이상)은 높게 가지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실천하라.

그렇게 작은 목표를 하나씩 이루어나가다 보면 결국 처음 세웠던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하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될 것이다. 
 


4. 나만의 핵심경쟁력을 키워라.


돼지와 타조가 사는 방식이 다르듯이, 우리는 가장 자기답게 살아야 한다.
자기 자신을 개발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재능과

관심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시인 롱펠로우(Longfellow)는 “평범한 사람의 가장 큰 비극은

자신의 노래를 다 불러보지도 못하고 죽는다는 것이다”라고 했으며,

경영 컨설턴트인 메리 파커 폴렛(Mary Parker Follett)은 “말을 타고

가기에 가장 좋은 방향은 말이 가고 있는 방향이다”라고 했다.

21세기는 차별성이 부각되는 시대이다.

평범함보다는 괴짜가 각광을 받는 시대이다.


약점을 고치는 것이 아닌 강점으로

승부하는 시대이다.

 

당신의 강점을 찾아 하나로 집약시켜라.

그것이 바로 당신의 핵심 경쟁력이 되어

 상대적으로 경쟁 우위점을 차지하게 된다.

다른 것은 강하다. 다른 것은 아름답다.

 

그리고 다른 것은 사람들의 주의와 관심을 끄는 힘이 있다. 

  
5.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라. 그리고 끊임없이 배워라.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그래야 새로운 것을 알려는 지적욕구가 생긴다.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배우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도 배우지 않는 사람은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

배울 겨를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겨를이 있어도

 배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가?

 

첨단 기술의 최고 경영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5년 내지 10년 앞을 내다보며 높은 자질을

갖춘 인원을 고용하려고 싸우는 중이며 전 세계가 전쟁터입니다.

전쟁 대상은 기술도 아니고 공감대도 아닌 바로 지적 자원입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기를 바란다.
  


“다른 것들을 먼저 챙기느라 자기 자신의 계획은

맨 나중으로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화의 방향성은 언제나 개인의 비전과 맥을 같이 해야 한다.

개인의 비전은 개인의 꿈을 말하는데 개인의 꿈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우리는 한발 한발 다가가야 한다.


그리고 날마다 그것을 생각하고 생활화하고 추진해나가는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결코 10배 잘난 사람이 아니다.

그 차이는 아주 작은 ‘간발의 차이’일 뿐이다.

 

하지만 그 간발의 차이가 결정적인 인생의 승부처에서,

운명의 갈림길에서 나를 3%에 속하게 만들어주는

 탁월한 힘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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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가 아니라 `지금부터'입니다...


때때로 자신의 과거 때문에
자신의 현재까지
미워하는 사람을 보게 됩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되돌릴 수 없는 이미 흘러간 시간을
가장 아쉬워하고 연연해하는 반면
가장 뜻깊고,
가장 중요한 지금이라는 시간을
소홀히 하기 쉽습니다.

과거는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다시 돌아오는 법이 없는
이미 흘러간 물과도 같을뿐더러
그것이 아무리 최악의 것이였다해도
지금의 자신을 어쩌지는 못합니다.

우리가 관심을 집중시켜야 할 것은
지나온 시간이
얼마나 훌륭했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남겨진 시간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입니다.

자신이 그토록 바라고 소망하는 미래는
자신의 과거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사실.
기억하십시오.

우리 인생의 목표는
'지금까지'가 아니라 '지금부터'입니다.


['보이지 않는 소중한 사랑'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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