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인생을 뒤바꾼 '여행', 교육의 터닝 포인트 '여행'


이 책은 여행으로 교육하기를 원하는 부모를 위한 책입니다. 6


모든 걸 만족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나는 포기해야지요. 바로 우리 머릿속의 생각입니다. .. 너무 많은 것을 미리 걱정하고 불안해하면 되는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생각은 모두 잊고 새롭게 시작합시다.  9


부모가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활동은 아마 '교육'일 겁니다. 내 아이를 교육하고 싶다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 입으로는 아이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아이를 위해 시간을 내지 못한다는건 모순입니다.  9-10




Chapter1. 아이교육, 여행이 답이다


경험의 축적은 새로운 인식을 빚어냅니다. 이것이 곧 여행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24


여행 중에 경험하는 관계는 .. 머물러 있는 관계가 아니라, 물 흐르듯 스쳐 지나가며 만나는 관계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상황 속에서 소통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지요. 상점 주인과의 흥정, 기차에서 만난 누군가와의 대화, 길을 가르쳐준 이름 모를고마운 사람과의 만남, 숙소에서 함께한 어떤 여행자와의 노닥거림, 난생처음 보는 외국인과의 인사 등 정말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소통하고 배웁니다. 여기에 보너스로 자신감도 얻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남을 이루어낸 자신의 모습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에 자신감을 얻는 거지요.  29


시냇물과 강물이 바다를 향해 내달리듯 세상을 여행함 낯선 것과 부딪힐 때 비로소 더 큰 생각에 닿을 수 잇습니다. .. 낯선 것을 많이 접해본 사람은 망설이지 않고 용기를 냅니다.  32


당연히 낯선 것들을 찾아다녀야 합니다. 용기내어 낯선 것과 마주하는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여행은 낯설음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우리 주변의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을 찾아 나서면 필연적으로 낯선 것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33


여행으로 아이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한 번에 오랜 기간 여행하거나 짧더라도 정기적으로 꾸준히 여행해야 합니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특히 아이와의 여행은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아이가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한 번에 오랜 기간 여행하는 게 좋고, 체력이 약한 아이는 정기적으로 꾸준히 여행하는 편이 낫습니다. 

둘째, 아이가 스스로 나설 만큼 여행을 즐겁게 여겨야 합니다. 아무리 시간과 돈을 들여서 여행하더라도 본인이 즐겁지 않다면 말짱 도루묵이지요.

셋째, 여행을 해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교육 철학이 명확해야 합니다. 여행으로 아이를 교육하고 싶다면 어른부터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어른이 갈팡질팡하면 아이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넷째,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여행의 결과를 너무 강조하면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을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과정을 소중히 여기면 충실한 여행이 되고, 어떤 상황에서도 배울 점을 찾는 자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사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건 뻔한 이야기지요. 하지만 그 뻔한 사실을 실제 생활에 적용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잊지 마세요. 우리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따야 하는 운동선수가 아닙니다. 과정이 중요함을 잊지 않는다면 어떤 식으로 여행해야 할지 당장 답이 나옵니다.  42-43




Chapter2.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의 여섯 가지 원칙


법정 스님이 쓴 <버리고 떠나기>에는 '미련 없이 자신을 떨치고 때가 되면 푸르게 잎을 틔우는 나무를 보라. 찌들고 퇴색해가는 삶에서 뛰쳐나오려면 그런 결단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  53


'몸으로 하는 여행'입니다. 우리가 흔히 '관광'이라고 부르는 것과 '여행'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전적으로 비슷한 뜻입니다. 관광은 '다른 지방이나 나라에 가서 그곳의 풍경, 풍습, 문물 따위를 구경한다'는 뜻이고, 여행은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두 단어가 지닌 이미지는 조금 다릅니다. 대체로 관광은 '나이 드신 분들이 버스 타고 다녀오는 단체 여행'같은 이미지라면, 여행은 '젊은이들이 배낭 메고 떠나는 개별 여행'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관광의 ... 가장 큰 장점은 준비하는 데 드는 수고를 덜 수 있다는 겁니다. .. 가장 큰 단점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두고 '주마간산'식 여행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지요. 주마간산이란 '말을 타고 달리며 산천을 구경한다'는 뜻인데 자세히 살피지 않고 대충대충 보고 간다는 겁니다.  76


장피에르 나디르와 도미니크 외드가 쓴 책 <여행 정신>에는 '여행은 삶과 같다. 목적지가 아니라 거기까지 가는 길이 중요하다. 시간에 쫓기며 정해진목표를 향해 서둘러 갈 권리도 있겠지만, 길가에서 경험하는 경이와 아름다움을 놓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중략) 이는 즉흥적으로 살고, 예상치 못한 일에 황홀해 하며, 깜짝 놀라기도 할 줄 안다는 의미다. 효율성과 안전, 시장 경제라는 씁쓸한 핑계 아래 여행자들은 점점 더 무리 지어 다니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에 제약을 받는다. 차라리 이런 시스템에 고장이라도 나서 여행자들을 자유롭게 풀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77


걷기 여행은 계절이나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체력적인 부분까지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여행지를 날 것 그대로 접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가장 오래된 여행 방식입니다. '여행의 원조'라 할 만하지요. ..걷기 여행은 느리게 한발씩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다가가는 여행입니다.  78-79


아이를 무시하는 부모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부모는 대체로 아이와 자신을 동일시합니다. 이 때문에 아이의 실패는 곧 나의 실패가 되지요. 아이가 실패하는 모습을 보느니 내가 직접 빠르고 깔끔하게 해결하는 게 속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이 일은 내 아이가 해낼 수 없는 일이야'라고 여기는 부모의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아이를 무시하는 태도는 아이의 가능성을 제한합니다.  85


도움을 요청하면 함께 해결하되 여행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것은 분명 아이가 되어야 합니다.  89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 가장 주의할 점은 흉내만 내는 여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귀찮으니까 남들 가는 것처럼 갔다 오면 되겠지 생각하면 아이는 '여행이란 이렇게 지겨운 거구나'하면서 여행 자체를 싫어하게 됩니다.  99


문제를 해결하고 적응해나가는 능력은 경험하지 못했던 일에 도전해 성공하거나 실패하면서 생깁니다. 성공을 통해 성취감과 재미를 얻습니다. 실패를 통해 살아가는 요령을 터득합니다.  110


다케우치 히토시는 "여행을 하는 것이나 병에 걸리는 것, 이 둘의 공통점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본다는 점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병에 걸려 아플 때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듯, 여행을 하면서 겪는 고생스러움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125


약 300년 전 유럽, 특히 영국에서는 잘산다고 자부하는 상류 계층에서 유행하는 여행이 있었습니다. '그랜드 투어'라고 불리던 이 여행은 영국 상류 계층의 자녀들을 교육하기 위한 여행이었지요.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곳을 돌아보며 상류 사회의 각종 예법과 언어,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여행이었습니다. 상류층 자녀를 위한 엘리트 교육인 셈이었지요. .. 짧게는 몇 달, 몇 년에 걸쳐 여행했으니까요.

일반적으로 가정교사 2명과 하인 2명 이상을 데리고 다녔습니다. 가정교사 1명은 주로 학문을 가르쳤고, 다른 1명은 승마, 펜싱, 춤 같은 활동을 가르쳤습니다. ..

여행 코스는 대체로 프랑스에서 시작해 스위스를 겇 이탈리아로 이어지는 일정이었습니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가득한 분위기에서 영국 상류층 부모들은 자녀를 대학에 입학시키느니 차라리 뛰어난 가정교사와 함께 여행을 보내 교육하는 게 더 낫다고 여겼습니다. 여행이 교육의 새로운 수단으로 떠오른 순간이었지요.  128-129




Chapter3.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을 풍요롭게 하는 약속


아이와의 대화에서 가장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 마음가짐은 '진정성'입니다. 부모의 사랑을 아이가 오롯이 느낄 수 있게 진정성 담긴 이야기를 시작해보세요. .. 그냥 진솔한 이야기를 해보세요. 어린아이들은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금방 빠져듭니다. 동화나 옛날이야기도 좋지만 부모의 삶이 담겨 잇는 이야기는 더 좋습니다.  151


실컷 이야기하고 훈계로 끝맺으면 다음엔 부모 이야기를 듣기 싫어할지도 모릅니다. 이야기는 그저 이야기로 끝내는 게 좋습니다. 대신 이야기를 듣고 아이가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살짝 물어보는 정도는 괜찮지요.

아이에게 부모의 삶이 담긴 이야기를 해주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이가 부모를 이해할 수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152


중요한 것은 대화할 때 '내가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가?'를 계속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 그럼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요?

1. 나의 태도, 언어, 모습 : 지금 나는 어떤 태도(아이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있는가)로, 어떤 언어(긍정적 언어를 사용하는가)를 사용해서, 어떤 모습(표정, 목소리, 행동)으로 아이에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돌아보세요 아이의 태도, 언어, 모습보다 나의 것에 집중해야 아이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2. 질문의 방향 : 질문은 아이와 나의 관계를 진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질문과 대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관계 회복이 먼저입니다. 적절한 질문은 아이를 생각하게 하고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도록 이끕니다. 내가 던진 질문, 아이가 나에게 했던 질문의 방향에 집중하고 대화해야 핵심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3. 재미 : 대화가 재미없나요? 재미없는 이유는 뭘까요? 내가 유머감각이 없어서? 아이가 무감각해서?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다 아닙니다. 재미를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재미는 재미를 찾아 나서는 사람에게만 주어집니다. 이야기하면서 손톱만큼이라도 재미있을 만한 소재가 있다면 그걸 붙잡고 재미를 느껴보세요. 내가 재미를 느껴야 아이도 재미를 느낍니다. 웃긴 이야기, 센스 있는 입담까진 없어도 됩니다. 아이의 작은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 하나에서 재미를 발굴해보세요. 재미에 집중하면 대화가 쉬워집니다.

4. 아이의 감정 : 어린아이일수록 감정을 읽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감정에 집중하고 그 감정을 존중해주세요. 대화할 때 감정은 생각보다 더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감정 코팅을 잘해주면 아이의 삶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5. 아이의 생각과 의도 : 어른이라면 아이의 생각과 의도를 잘 읽어내야 합니다. 아이와 똑같은 수준에서 이야기하면 다툴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지금 어떤 생각과 의도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넓은 시야에서 알아차려야 합니다.  155-156


우리는 대부분 '꿈=직업'이라는 착각을 하며 삽니다. 직업 말고도 다른 많은 것들이 꿈이 될 수 있는데 말이지요. .. 어른들은 아이에게 꿈이 뭐냐고 묻고는 아이가 대답이 없으면 "꿈 없어? 의사, 변호사, 선생님 이런거 말이야"라고 이야기합니다. ...

꿈이 직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어른들의 일방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꿈을 무엇으로 정할지는 아이가 할 일입니다.  168-169


요즘 아이들이 체험학습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도 제대로 꿈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생각하는 시간'이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체험학습은 그저 체험으로 끝납니다. 그리고는 생각할 여유도 그 어떤 계기도 허용하지 않는 바쁜 생활로 돌아가지요. 체험은 추억으로만 남습니다...

아나톨 프랑스는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꾸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꾸어주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172


공자는 "시를 읽음으로써 바른 마음이 일어나고, 예의를 지킴으로써 몸을 세우며, 음악을 들음으로써 인격을 완성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생각하는 여행도 음악을 통해 완성될 수 있으니,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에 멋진 배경 음악을 한번 깔아보세요.  176


일하는 것의 반대는 노는 것이 아니라 쉬는 것입니다... 더 엄밀히 말하면 '일하는 것'의 반대는 '일하지 않고 쉬는 것'입니다. '노는 것'의 반대도 '놀지 않고 쉬는 것'입니다. 일하는 것과 노는 것은 쉬지 않고 행하는 여러 가지 활동입니다.  180-181


7살 정도 된 아이가 집에서 연필을 잃어버렸습니다. 엄마에게 연필을 잃어버렸다고 이야기하겠지요? 엄마는 묻습니다.

"어디서 잃어버렸어?"

"모르겠어요."

"마지막으로 언제 연필 썼는지 기억 안 나?"

"네."

"혹시 거실에 둔 거 아니야? 어제 거실에서 숙제했잖아."

"아, 맞다. 그렇지! 찾았어요."

잃어버린 연필을 찾은 건 아이일까요 엄마일까요? 아이는 혼자 연필을 찾을 수 없어 엄마에게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연필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찾은 거죠. 아이는 다음에 연필을 잃어버렸을 때 어떻게 할까요? 아마 거실이든 자기 방이든 마지막으로 숙제했던 곳에서 찾아볼 겁니다. 이렇게 아이는 엄마의 도움으로 '잃어버린 연필 찾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고츠키는 <마인드 인 소사이어티>에서 "오늘의 근접발달영역이 내일의 실제적 발달 수준이 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즉 오늘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할 수 있었던 일이 내일은 혼자서 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지요. 이때 중요한 것은 뭘까요? 바로 엄마의 도움입니다. 교육 심리학에선 이런 도움을 비계(scaffolding)라고 표현합니다. 비계는 원래 건축 공사할 때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게 설치한 임시시설을 말하는데, 아이가 과제를 잘 수행하도록 어른이나 또래가 도움을 주는 걸 이르는 말이지요.

비계 설정의 방안으로 제시되는 것은 

1 아이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수준으로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

2 아이의 능력에 따라 '도움의 양'을 조절하는 것

3 아이 앞에서 '시범'을 보이는 것

4 질문을 유도하고 아이에게 '역으로 질문'을 던져보는 것 등이 있습니다. 교육심리학에서 제시하는 이런 방안은 아이가 스스로 여행할 수 있게 이끈느 구체적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193-194


놀이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놀이의 요소로는 자발성, 재미, 일상에서 벗어난 해방감 같은 것이 있습니다.  196


김정운 교수는 강의에서 "자기 반성과 자기 성찰이 대화와 의사소통의 근본이 되는 능력"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다른 사람과 잘 소통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 아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지요.  208


'Cook's Tour'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이 단어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주마간산 식 단체 관광 여행"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영어 단어만 보면 언뜻 '쿡은 요리사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단어의 유래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841년 토머스 국이라는 영국인이 런던에 세계 최초의 여행사를 차렸습니다. 그의 아들 존 메이슨 쿡이 사업을 함께하면 서 여행사 이름을 토머스 쿡 앤드 썬(THomas Cook and Son)으로 바꿉니다. 사람들은 이 여행사에서 개발한 여행 상품을 Cook's Tour라고 불렀습니다. 

이 여행 상품은 여행사에서 모든 일정을 짜고 여행자는 그 일저에 따라 단체로 이동하는 패키지여행이었습니다.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여행이었습니다. 짧은 일정에 여러 장소를 들릴 수 있어서 편하고 효율적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일정이 늘면 늘수록 이동하는 차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여행지에서는 잠깐 내려서 둘러보는 식으로 여행했는데, 이 때문에 Cook's Tour는 주마간산 식 여행을 뜻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쉽게 말해 패키지여행의 원조라고 할 수 있지요.  212-213


어른들은 여행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더라도 삶 자체를 확연히 변화시키기 어렵습니다. 이미 오랜 시간을 고정된 삶의 패턴 속에서 살아왔거든요. 이 패턴을 통째로 바꾸려면 대단한 결심과 굳은 의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갓 올라온 새싹처럼 쑥쑥 자라고 있기 때문에 배움이라는 물을 꾸준히 주면 몰라보게 달라집니다. 계속 성장하는 과정이어서 배우면 배울수록 삶이 달라질 가능성도 커지지요.  225


아이와 여행하는 부모는 여행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막연히 여행을 다녀오면 뭐라도 도움이 되겠지 생각하는 것과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아는 것은 다릅니다. 이것을 알아야 여행 중 무엇에 힘써야 할지 알게 되고, 아이의 성장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죠. 물론 배움이 곧 성장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배워야 성정할 수 있습니다. 배움은 성장의 기회지요. 여행을 통해 배운다는 것은 성장의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225-226


삶의 실체, 태도, 목적이라고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이것을 배우는 방법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여행지에서 뭐든지 자세히 보고, 따라 해보고, 생각해보게 하는 겁니다. 자세히 보면서 삶의 실체를 이해하고 따라하면서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습니다. 삶의 목적은 고민하고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배울 수 있지요.  227


여행을 통해 성장한다는 것은 '여행을 통해 삶과 친해진다'는 의미입니다.  228


아이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하라는 말이지요. ... 마주 본다는 것은 대화의 기본자세입니다.  232


부모는 아이보다 시간을 짧게 느끼고 항상 시간이 없어 쫓겨 다닙니다. 반면 아이는 부모보다 시간을 길게 느끼고 무한한 것처럼 여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가 할 일 없이 빈둥거리거나 느려터진 행동을 보이면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로서는 빨리 끝내고 놀면 될 것을 왜 저러나 싶고, 아이 입장에서는 하고 있는데 왜 저러나 싶지요. 이렇게 입장 차이가 나는 이유는 실제로 같은 시간도 부모와 아이는 서로 다르게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234


아무리 많은 교육 서적을 읽고 좋은 강좌를 들어도 소용없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아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내 아이를 마주 볼 수 있고 대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235


지혜는 요령이 아닙니다. 상황을 꿰뚫어보는 눈이며,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가치가 빛나는 생각입니다.  248


오늘날 필요한 교육이란, 아이들을 어딘가에 가둬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껏 길 위를 뛰어다닐 수 있도록 자유를 주는 것입니다.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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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섹스'라는 주제에 대해 철학적인 사색을 펴쳐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19


진화생물학에 따르면, 우리가 누군가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부분은 종족을 발전시킬 특정 요소의 상징에 불과하다.

진화생물학은 섹스의 존재 이유는 잘 설명하고 있지만, 특정한 사람과 섹스를 하고 싶어지는 의식적인 동기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실마리를 제시하지 못한다.  33


마음속 깊은 곳의 자아는 태어날 때 함께 가지고 나온 원초적인 욕구를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뭔가를 달하건 못하건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 몸을 매개로 사랑받고 싶은 욕구, 다른 사람의 품에 안기고 싶은 욕구, 자신의 살 냄새로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 싶은 욕구다. 이 모든 선천적이고 본능적인 욕구로 인해 이상주의적 열망에 사로잡혀 키스하고 싶고 같이 자고 싶은 누군가를 끊임없이 찾게 되는 것이다.  37-38


남자가 여자의 몸 위로 살며시 올라타며 여자의 다리 사이로 삽입을 한다. 남자는 여자가 축축이 첮어 있는 것에 격한 환희를 느낀다. 바로 그 순간, 남자에게 팔을 두르고 있던 여자도 남자의 딱딱해진 페니스에 똑같은 만족감을 느낀다.

이와 같은 생리적 반응들에 큰 만족감을 느끼는 이유, 다시 말해 만족스러운 동시에 아주 에로틱하기도 한 이유는 뭘까? 그러한 생리적 반응들은 논리나 이성의 조종능력이 손톱만큼도 미치지 못하는 승낙의 표시이기 때문이다.  48


현실에는 격식을 갖춰야 하는 상황이 많다. 그런데 그런 수많은 격식들은 그 자체로서 자연스럽게 뜻밖의 성적 판타지를 싹틔울 여지를 허락한다. 규칙을 깨는 연상작용에 의해 제목이 성욕을 일으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남드르이 눈에 잘 안 띄는 도서관 구석이나 고급 레스토랑의 화장실, 또는 열차의 객실 안에서 섹스하는 상상 역시 그와 비슷한 이유로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식의 반항적 일탈은 단순히 성적 판타지의 차원을 넘어서서, 어떤 권한을 느끼게 해준다. 비즈니스 승객들로 가득한 비행기 내의 화장실에서 섹스를 한다고 상상해보라. 그런 상상은 이성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통상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위계를 뒤집는다. 그리고 대체로 냉담한 규율이 개인의 소망과 바람을 지배하는 분위기 속으로 열망을 끌어들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고도 1만 600미터 상공의 기내는 사무실처럼 숨 막히는 공간이지만, 그런 성냠갑 같은 곳에서 위계가 아니라 친밀감이 승리했으므로, 그 승리는 더 달콤하고 그만큼 쾌감도 더 짜릿하다. 이와 같은 비행기 화장실 안에서의 시나리오에 대해 흔히 '섹시하다'고들 말하지만, 그 표현에 내포된 진정한 의미는 따로 이싿. 그것은 바로 비행기 안에서 느낀 위압적인 소외감을 극복한 것에 대한 흥분이다. 

성적 판타지나 동경은 격식과 친밀감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듯하다.  51-52


연인 사이의 충성스러운 애착은, 무례함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더 강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거대하고 비판적인 사회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그 무례함이 더 놀랍고 경악스럽게 여겨질수록, 연인들끼리는 두 사람만이 승인한 낙원을 짓는 듯한 기분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이런 무례함은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심리학의 프레임을 통해 들여다봐야만, 따귀를 맞고, 숨이 반쯤 넘어가도록 목이 졸리고, 침대에 묶여 강간당하다시피 다루어지는 그런 행위가 일종의 승낙의 증거라는 사실이 차츰 이해된다.  56-57


섹스는 고통스러운 이분법, 즉 우리 모두가 유년기 이후에 익숙해지는 '불결함'과 '순수함'의 이분법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준다. 섹스는 우리의 자아 중에서 가장 명백하게 더럽혀진 측면을 그 과정에 끌어들이고, 그럼으로써 그 불결한 측면을 가치 있는 것으로 거듭나게 해주며, 결국 우리의 자아를 정화시켜준다. 

그런데 여기서 자아를 정화시켜준다는 말은 대체 무슨 뜻일까? 구체적인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면 이렇다. 얼굴, 그러니까 우리 몸에서 가장 공개적이고 고상한 부분인 얼굴을 연인의 가장 은밀하고 '불결한' 부분에 가져다 대고 열정적으로 키스하고 빨고 혀를 집어넣으면서, 상징적으로 연인의 자아 전체를 받아들여줄 때가 바로 그런 정화의 순간인 셈이다.  57


관계가 끝난 후에는 기분이 다소 가라앉는 경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섹스 후에 비참한 기분에 젖어드는 경우는 꽤 흔한 일이다. 한쪽, 혹은 두 사람 모두 곯아떨어지거나, 신문을 읽거나, 그 자리에서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쉽다.

대체로 이럴 때 문제는 섹스 그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섹스와 일상의 현격한 대비가 문제다. 섹스는 특유의 다정함, 격렬함, 열정, 쾌락이 지배하는 반면, 삶의 일상적인 특면들은 반복, 지루함, 억압, 어려움, 냉담함으로 가득하다. 이 둘 사이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비참한 기분에 젖어드는 것이다.  69


사랑을 나누는 동안 일어나는 이련의 과정은 우리의 마음속 열마오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행위는 서로의 성기를 마찰시키는 행동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우리의 흥분은 천박한 생리학적 반응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특별한 누군가를 만남으로써 느끼게 되는 엑스터시다.  70


우리 사회는 사람들을 내면과 외면으로 이루어진 존재로 생각하며 내면을 외면보다 더 특별하게 여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체적인 측면, 즉 겉모습이 운명과 욕망에 있어 대단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73 


육체적인 매력이 무의미한 것이라고 덮어놓고 비하하기 전에, 누군가의 외모에 '흥미'가 끌린다고 말할 때 그 말 속에 담긴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를 고찰해보자.  74


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무작위로 선별된 일단의 사람들에게 여러 남녀의 얼굴이 찍힌 사진들을 보여주며 미모 순위를 정해보라고 했더니, 놀랍게도 일치된 결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사회적 환경이나 문화적 배경이 전부 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떤 얼굴이 가장 매력적인지에 대해 전 지구적으로 의견이 일치한 것이다.

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진화생물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이렇다. 남녀 모두 '섹시한' 사람으로 분류되는 기준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얼굴의 좌우가 대칭적으로 일치하고 균형과 비율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용모라는 것이다.  75


대칭과 균형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대칭과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 즉 얼굴이 심하게 비대칭이거나 균형이 맞지 않는다면 자궁속에서 혹은 생후 수년 이내에, 즉 자아의 대부분이 아직 형성되지 못한 시기에 병에 걸렸다는 표시이기 때문이다. 태아일 때 DNA가 세균에 감염되거나, 임신 초기에 엄마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으면, 얼굴의 생김새에 이런 불운의 흔적이 그대로 남을 수 있다. 그래서 외모는 우리의 유전적 운명을 보여주는 지침인 셈이다.  77


어떤 사라에게 육체적으로 ㄱ르려 그 사람과 자고 싶어지는 심리에 대해, 우리가 그 사람의 '본질'을 무시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사람의 입술, 피부, 이마, 눈썹을 통해 정확히 분별해낸 흥미로운 미덕에, 즉 사탕달의 표현을 빌리자면, '행복의 약속'에 흥분을 늒미으로써 더 가까워지고 싶어진 것일 수도 있으니까.  83


어떤 옷차림을 '섹시하다'고 말할 때 그것은 ... 그 옷이 대변하는 그 사람의 인생관과 철학에 흥미가 끌린다고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85


부부 사이에 잠자리가 소원한 것은 무엇보다도, 그리고 가장 순수한 관점에서 볼 때, 일상과 성애의 영역 사이를 원만하게 이동하지 못해 애를 먹기 때문이다. 성관계를 할 때 요구되는 자질은, 대다수의 일상적인 활동들을 행할 때 필요한 자질들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결혼을 하고 나면(결혼 직후부터는 아니더라도 수년 내에)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시간 관리하기,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자제하기, 말 안 듣는 자녀들에게 권위를 세우고 규율을 부과하기 등등, 가끔은 작은 기업체라도 운영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새악이 들 만큼 관료적이고 절차적인 기술이 필요해진다. 

그런데 섹스는 정반대의 덕목들, 즉 자유로움, 상상력, 유희, 통제력 상실이 중요하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통제와 자기억제를 특징으로 하는 일상생활을 방해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일단 욕망이 자연스레 발산되고 나면 야무지게 살림을 꾸린다거나 아이를 키우는 등의 가정생활 임무를 수행하는 데 부적당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적어도 다시 그런 임무를 재개할 생각이 들지 않을 우려가 있다.

우리가 섹스를 회피하는 이유는 그것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다. 섹스가 주는 쾌락이, 그 이후에 부과될 가정생활과 일상의 까다로운 요구들을 견뎌낼 인내력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125-126


오래된 연인이나 부부의 침체된 성생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해결책은 파트너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바라볼 줄 아는 것이다.  133


고의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수많은 성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간 주범이 바로 문명이다. 인권을 중시하고 인간의 친절과 도덕적 교양을 존중하는 우리의 문명 말이다. 이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랑과 상냥함의 능력이 진보할수록, 그것이 도리어 우리를 너무 과민하게 만들어 이성을 유혹하려는 시도를 주저하게 만들 수도 있다니.

문명은 남녀 관계에 있어서 관대함, 세심함, 평등의식, 공평한 가사 분담과 같은 굉장한 미덕을 가져다 주었다. 그 점은 누구도 부인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인정해야 할 것이 있다. 문명화가 우리의, 아니 적어도 남자들의 성관계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문명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욕망을 막무가내로 요구하거나 거칠게 밀어붙여서는 안 되고, 다른 사람을 단지 우리 자신의 욕구충족과 쾌락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150-151


근본적으로 따지자면 발기불능은 지나친 존중이 병이 되어 나타나는 증상이다. 파트너에게 자신의 욕망을 강요하는 무례를 범하거나 파트너의 욕망을 채워주지 못해서 불쾌감을 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발기부전 치료제가 잘 팔리는 시대적 현상은 현대사회 남성드르이 집단적 갈망을 대변해준다. 즉, 상대를 실망시키거나 기분 상하게 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그 미묘하고 민감하며 예의 바르고 문명화된 걱정을 무마시켜줄 확실한 메커니즘을 갈망하고 있다는 신호다.  152


우리는 파트터에게 화가 났다는 사실을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그 때문에 곧잘 멍하고 우울해져서 잠자리를 피할 때가 많다. 이런 경향이 나타나게 되는 원인은 대체로 두 가지 중 하나다.

첫째, 화가 치밀어 오른 구체적 사건들이 너무 정신없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경우다. 화가 났는지 제대로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순식간에 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자신이 기분이 상했다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침식사를 할 때라든가,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는 와중에, 혹은 점심시간에 시끄러운 쇼핑몰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상황을 떠올려보라. 화살이 날아와 우리에게 상처를 입혔는데도, 그 화살이 갑옷의 어느 위치를 어떻게 뚫었는지 정확히 눈치 챌 경황도 여력도 없는 상황이다. 

둘째, 분노를 알아차린 경우 더라도 그 화난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 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 말하자면 기분을 상하게 만든 일들이 너무 사소한 일이라면 입 밖에 꺼내어 따져봐야 본전도 못 찾는다. 대부분은 내가 너무 까다롭거나 별나서 그런 것이라는 결론이 나고, 상대방은 어처구니없어한다. 따지고 나서 스스로 생각해봐도 무안하고 머쓱해지는 그런 경우다.

이를테면 헤어스타일을 바꿨는데 파트너가 눈치 채지 못하거나, 바게트를 자를 때 빵 전용 도마를 쓰지 않아서 부스러기를 여기저기 떨어뜨릴 때, 혹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별일 없었는지 묻지도 않고 곧장 텔레비전 앞으로 갈 때 정말 속상하다. 하지만 이런 대수롭지 않은 일들을 건건이 불평하기에는 어쩐지 좀 민망하다.  155


세상의 모든 커플은 객관적으로 보기엔 매우 사소하고 터무니없는 일들을 놓고 비슷비슷한 말다춤을 벌이곤 한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우리 자신의 견지에서 본 그 사람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문제(자녀 교육이나 주택 구입에 관한 문제)에서부터 하찮은 문제(소파를 놓는 방향이나, 화요일 저녁의 데이트 계획 같은 문제)에 이르기까지, 무한한 영역에 걸쳐 상대방을 '완벽함의 화신'으로 만들고자 애쓴다. 따라서 사랑을 하는 동안에는 자신의 여러 이상들 중 하나가 배신당하는 고통이나 분노를 느낄 가능성이 다분하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게 되면, 더 이상 사소한 일 같은 것은 없어지니까.  156


거의 감지할 수도 없는 그 냉랭함 때문에 한쪽, 혹은 양쪽 모두 상대와의 잠자리를 피하기도 한다. 알다시피 섹스란 일단 화가 나면 건네주기 쉽지 않은 선물이며, 자신이 화가 난 것조차 의식하지 못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157


왜 화가 난 것인지에 대해서 먼저 차근차근 이해하기만 해도 그들은 다시 예전처럼 알콩달콩 지낼 수 있다.  159


성인기의 사랑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려면, 어린 시절에 사랑 받던 느낌을 기억하기보다는 부모님이 우리를 사랑하는 데 무엇을 감수했는지, 다시 말해 얼마나 큰 노력을 쏟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에 맞먹는 노력을 쏟아야만, 파트너가 은밀하게 불만의 화살을 쏠 때 그것을 감지하고 그 원인을 해결함으로써 더 행복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또한 애정이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더 자주 성관계를 갖게 되는 것은 여기에 덤으로 따라오는 행운이다.  165-166


중년의 기혼남이 다른 열자를 유혹할 때 내보이는 대범함을 자신감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그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뿐이다. 무슨 말이냐면, 그 나이가 되어 가끔씩 죽음을 의식하게 되면, '내 인생에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찾아올까?'하는 초조함 때문에 대범해진다는 뜻이다. 젊은 독신 남자였을 때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추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삶이 무한대로 펼쳐져 있을 것 같아서 수줍음과 부끄러움이라는 사치를 부릴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197-198


이왕 이렇게 된 것, 과감함 생각도 해보자. 외도에 대한 일반 대중의 견해와는 반대되지만, 진짜 잘못은 그 반대의 경우라고 말이다. 즉 탈선에 대한 어떠한 욕망도 '없는'경우가 더 잘못된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 말이다.

탈선에 대한 욕망이 전혀 없다는 것은, 오히려 이치에 어긋나고 부자연스러운 반응이므로, 이상할 뿐만 아니라 심오한 의미에서 볼 때 '잘못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외도의 가능성을 전혀 즐길 줄 모른다면, 그것은 심각한 상상력의 결핍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우리 인간이 이 지구에서 할당받은 애처롭도록 짧은 시간에 대한 심술궂은 태연함이자, 우리 몸이 가진 영광스러운 육욕적 본성에 대한 푸대잡이나 마찬가지다. 아니면 회의 중에 탁자 밑에서 유혹하듯 손가락을 감거나, 식당에서 식사가 끝나갈 무렵에 은밀하게 무릎을 접촉해오는 식의 에로틱한 도발에 이성적인 자아가 정당하게 지배당해야 할 권리를 부인하는 셈이다.  199-200


사람들은 외도를 저지른 배우자가 무조건 다 잘못했고, 정절을 지킨 배우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너무도 쉽게 단정한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의 의미를 일부분만 이해한 반쪽짜리 판단이다. 확실히 외도는 조간신문 톱기사감인 것은 맞지만, 배우자를 배신하는 방법으로 말하자면 다른 종류의 배신들도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는 않지만, 외도에 못지 않은 충격과 실망을 주는 배신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를테면 배우자와의 대화에 인색하게 구는 것, 마음이 딴데 가 있는 사람처럼 구는 것, 괜히 성질을 부리는 것, 스스로를 매력적으로 가꾸는 데 노력하지 않는 것 등등.  202


배신당한 것에 분개한 배우자는 본질적이고도 비참한 한 가지 사실을 회피하기 쉽다. 그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전부가 될 수는 엇다는 사실이다. '배신당한' 배우자들은 대개 이런 서글프고도 충격적인 사실을 너른 아량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게다가 주위 사람들은 그저 재신자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부추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진짜 큰 잘못은 도덕주의적 결혼관습에 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모든 욕구에 대해 성적으로, 감정적으로 평생의 해결사가 되어줄 수 있을까? 그러한 마도 안 되는 희망을 품게 하는 결혼제도의 비상식적인 야심과 고집이 진짜 문제다.

과거의 어떤 사회에서도 지금의 우리 사회만큼 결혼제도를 엄중하게 여기거나 희망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결혼에 대한 부지막지한 기대가 없으니, 당연히 그로 인해 엄청난 좌절에 빠지는 일도 없었다.

과거의 사람들은 사랑, 섹스, 가족에 대한 욕구들을 따로따로 구별지을 만큼 현명했다.  203-204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결혼을 사랑, 섹스, 가족이라는 우리의 모든 희망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으로 보는 것이 순진한 착각이라면, 마찬가지로 외도가 결혼 생활의 모든 좌절을 해소해줄 효과적인 해결방법이라는 생각도 순진한 착각이라는 것이다. 

외도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에서 찾아볼 수 있는 궁극적인 '오류'는, 결혼에 대한 특정 관념가 마찬가지로 '이상주의'다. 언뜻 생각하기에 외도는 비뚤어지고 절망적인 행동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비밀스러운 모험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결혼생활의 결핍을 채우려는 시도다, 외도를 하면 그 상대방이 자신의 결핍이나 과잉을 마법처럼 조절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믿는다면, 그것은 삶이 우리에게 부과하는 조건들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혼외'의 누군가와 성관계를 가지면서 '결혼생활 내부'의 소중한 것들에 타격을 입히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결혼생활을 충실히 지키는 동시에 인생에서 가장 강렬하고 절박한 감각적 쾌락의 기회를 거머쥐는 것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다. 두 마리의 토끼는 언제나 반대 방향으로 뛰어간다.  211


한마디로 결혼생활은 침대 시트와 비슷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네 귀퉁이가 반듯하게 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완벽을 추구하면 곤란하다.  213


결혼생활에 대한 좀 더 현실적인 태도는 무엇일까? 서로 정절을 지키려면 어떤 결혼서약을 주고받아야 될까? 확실한 것은, 흔히 쓰는 상투적인 결혼서약보다 훨씬 더 엄중하고, 비관적인 경고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가령 이런 식이다.

'당신에게, 오직 당신에게만 실망할 것을 맹세합니다. 그로 인한 불만도 당신에게만 털어놓고, 이 사람 저 사람과 바람을 피우며 돈후안 같은 호색한으로 살면서 여기저기 그 불만을 퍼뜨리고 다니지는 않겠습니다. 나는 여러 가지 불행의 선택을 검토했고 내 일생을 바칠 사람으로 당신을 선택했습니다.'

커플이 결혼식장에서 서로에게 하는 서약 치고는 상당히 비관적이다. 하지만 이런 서약을 한 뒤라면, 외도를 저지르더라도 실망에 대해 서로 서약한 부분만을 배반하는 것이지 비현실적인 희망을 배반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배반당한 사람이 상대방에게 "나와 함께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해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앙칼지게 쏘아붙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신 정곡을 찌르는 공정한 지적으로 이렇게 큰소리를 치게 될 것이다.

"나는 당신이 나에게 실망을 느끼더라도 의리를 지켜줄 거라고 믿었어."  213-214


부부가 자신들의 삶이 결혼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음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외도의 충동에 몸과 마음을 내맡기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그것도 두 사람 모두가 날마다 감사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기적이다.  220



지독한 성적 욕망을 겨냥해 경멸적인(하지만 온당한) 이야기들이 숱하게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전히 그 욕망을 칭송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어쩌면 우리가 실체적인 인간으로서 호르몬에 정직하게 반응하고, 제정신으로 살기 위해서 정말로 필요한 것을 며칠씩이나 잊고 지내는 지경에 이를 때까지 성적 욕망이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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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여러분 때문에 철학, 즉 필로소피(Philosophy)라는 학문이 앎(Sophos)을 사랑하는(Philo)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사랑해야 그것에 대해 아는 학문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5


사랑편


조르주 캉길렘이라는 프랑스 철학자가 있습니다. 미셸 푸코의 논문 지도 선생이기도 한데, 이 사람이 쓴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이라는 책이 있어요....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정상을 정의하는 것은 비정상을 정의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26


10년 동안 김수영이 계속 김현경을 때리다가 마지막 때린 날 <죄와 벌>이라는 시를 씁니다. 

'남에게 희생을 당할 만한 

충분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살인을 한다

그러나 우산대로 

여편네를 때려눕혔을 때

우리들의 옆에서는 

어린 놈이 울었고

비 오는 거리에는 

40명 가량의 취객들이

모여들었고

집에 돌아와서

제일 마음에 꺼리는 것이

아는 사람이

이 캄캄한 범행의 현장을

보았는가 하는 일이었다'

진짜 미워하려면, 내가 죽어도 미워하는 거예요.

감옥에 가거나 사형 당할 각오를 한 사람만이 살인을 한다고요. 진짜 미우니까요. 나 하나의 이익을 생각하면 누구를 미워하지 못해요.  30-31


타인과 관련된 감정 중에 가장 극단적인 감정이면서 가장 강도가 센 게 미움과 사랑이잖아요.

제대로 미워하면 타인의 시선, 돈, 우산이 눈에 들어오면 안 돼요. 사랑도 미움과 똑같은 거예요. 사랑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요.

남에게 충분히 희생을 당하고 돌을 맞아도 할 수 있는 게 사랑이거든요. 스스로 돌아보세요. 이렇게 죽이고 싶도록 누군가를 미워한 적 없었죠? 그러니 사랑도 못 하는 거예요. 사랑과 미움은 같은 감정이니까요.  33


알랭 바디우라는 철학자는 '사랑은 둘의 경험이다.'  33


다른 게 개입이 되면 안 돼요.

둘의 경험을 한다는 건,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거예요.

정치적 상황, 경제적 조건, 오만 가지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야 해요.  35


둘의 경험을 유지하는 건 전투고 투쟁이에요. 스스로와도 싸워야 되죠.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인간관계와 다 싸워야 돼요.  39


누군가를 좋아할 때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하고 겁을 집어먹으면 죽었다 깨나도 사랑 못해요.

내가 사랑할 수 있다는 건 고통을 감당한다는 거예요.  47


성적으로 궁합이 안 맞는다고, 나중에 헤어지는 부부들 있죠? 섹스만, 성만 달랑 보고 간 거예요. 오히려 관계에서 성적인 영역이 작아져야 돼요. 이건 다시 말하면 성적으로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거예요.  51


일단 사랑이라는 느낌이 들면, 그냥 던져요. 최선을 다해요.  52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우는 요령은 자기감정에 충실한 거예요.  53


우리가 어떤 사람을 갖는다는 건 성적인 소유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모든 면에서 주인공으로 만든다는 거예요. 거기에 성도 포함돼요.  76


우리가 진짜 둘로 섰다는 경험을 하는 순간, 그때 우리는 꽃필 거예요.  78


우리는 헌신하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내가 널 주인공으로 만들면 너도 나를 주인공으로 만드니까,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거예요. 상대방에게 헌신을 해서 나에게 그게 돌아도게 하는 거지요. 잊지 마세요. 행복해 집시다.  79



사랑에는 놀라운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타자를 알아서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빠지면서 타자를 알아 가게 됩니다. 

무엇인가를 알아 가려면,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그것을 사랑해야 합니다.  83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 '규칙이 공유되는 공동체 내부에서는 나와 타자가 대칭적인 관계에 잇고 '교환=커뮤니케이션'은 자기대화(monologue)일 뿐이다. 한편 비대칭적인 관계에서의 '교환=커뮤니케이션'은 끊임없이 '목숨을 건 도약'이 수반된다. 나는 또한 이러한 비대칭적 관계 속의 교통으로 이루어지는 세계를 '사회'라 부르고 공통의 규칙을 가진, 따라서 대칭적 관계 속에 있는 세계를 '공동체'라고 불러왔다.' <탐구II>  85


가라타니 고진은 타자와의 대칭적 관계에 있을 때 우리가 공동체에 속해 있고, 반면 타자와 비대칭적 관계에 있을 때 우리가 공동체에 속해 있고, 반면 타자와 비대칭적 관계에 있을 때 우리가 사회에 속해 있다고 말합니다.  86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게 도는 당혹감입니다. '아! 저사람에대해 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아는 것이 별로 없구나!' 이제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 가야 하는 비대칭적인 관계, 즉 사회에 속하게 된 것입니다.  87


타자가 나를 사랑하기로 한 것도, 그리고 나를 버리기로 한 것도 모두 그가 자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인 것이지요.  88


타자가 자유롭게 나를 사랑하기로 결정할 수 있었던 것처럼, 그는 자유롭게 나를 떠나기로 결정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어느 경우든 그것은 타자가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실현한 것이니까요.  89


나를 떠날 수도 있는 자유를 가자고 있음에도 타자가 나의 곁에 머물 때, 우리는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불행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타자와의 사랑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은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법입니다.  91




몸편


몸과 정신은 함께 갑니다. 정신 상태가 상당히 안 좋다면, 몸 상태도 상당히 안 좋은 거예요. 정신적 문제를 몸과 나누어서 생각하면 안 되는 거예요. 사람의 모모가 정신은 하나거든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무언가를 의심하거나 우울한 증세가 있다면, 일차적으로는 운동을 하면서 해결을 할 수 있어요. 강건하게 운동을 하면 100펴센트 해결이 되죠. 어렵지 않아요. 정신에 문제가 생기면 몸에, 몸에 문제가 생기면 정신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나의 실천적인 조언을 드릴게요.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면, 집에 처박혀 잇지 말고 몸을 움직이고 써야 합니다. 그리고 몸에 문제가 있을 때는 몸에 연연하기보다 정신적인 문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고요.  99


'몸'이라는 건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남자의 몸, 여자의 몸만 존재해요.  100


남자의 몸은 여자의 몸으로, 여자의 몸은 남자의 몸으로 열려 이싿고 해야 할까요? 철학적으로 말해서 이것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관계에 열려 있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니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몸이라는 걸, 몸 일반으로 보지 말자고요. 그냥 여자의 몸, 남자의 몸인 거예요. 그리고 지구상에 이게 존재하고, 생명체에게 이게 존재한다는 건 소중한 거계요. 여자 혼자서는 여자의 몸이란 아무런 의미도 없고, 마찬가지로 남자 혼자서는 남자의 몸이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수박에 없는 구조가 바로 우리의 몸이라는 거죠. 흥미로운 일이지요.  101


우리 몸은 기억을 합니다.  108


(제자중에)오케스트라에서 플루트를 연주하는 친구인데, 이 친구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악기는 손을 타기 때문에 사랑스럽게 쓰다듬어 주고 만져 주지 않으면 마치 남남인 것처럼 초기화되어 버린다"라고요.  110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키스를 나누고 나를 만져 주길 바라죠. 나에게서 날 수 있는 전혀 다른 소리들을 기대하는 거예요. 그래서 사랑을 하지 않게 되면, 어떤 사람의 몸과 부딪히는 관계를 맺지 않게 되면 여러분들은 끝난 거예요. 살아 있어도 끝난 거예요. 썩어 가는 거예요. 리셋이 되고 있는 거예요...

사람 몸은 다 악기예요. 애완견도 악기고, 심지어 돌도 악기예요.  111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우리 몸은 악기와 같으니 악기를 어덯게 유지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겁니다.  112


집중력입니다. 최대한 집중해서 확신이 드는 사람과 관계를 지속하려고 할 때, 거기서 환멸을 느끼든 좌절을 느끼든 경험이라는 것이 되는 거예요. 집중을 했을 때 경험이 되는 거죠. 장비를 갖추고 여행을 가서 고생을 하면 경험이 되지만, 그냥 길 가다 폭풍우 쏟아진다고 폭풍우를 경험했다고 할 수는 없는 거예요. 그냥 당한 거죠. 그건 경험이 아니에요. 아무것도 못 배워요. 경험은 수동적인 게 아닙니다. 경험에서 배운다는 건, 진지하게 직면하는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말이에요. 진지(眞摯), '참될 진(眞)'자에 '잡을 지(摯)'자예요. 특히 여릭서 중요한 것은 '지'라는 글자입니다. 솔개 같은 맹금류가 토끼 같은 동물을 꽉, 혹은 제대로 잡아챈다는 뉘앙스가 있으니까요.

꽉 잡을 때 그게 뜨거운지 시원한지 알아요. 그때 배우는 거예요. 뜨거운 척 하는 게 아니라 꽉 잡아 봐야 돼요. 이 경험이 쌓여야 된다고요.  142


타인을 위해 자기감정을 억누르는 사람은 대개 노예들이에요...

타인이 정한 행복과 불행이란 기준이 아니라 나만의 행복과 불행이란 기준으로, 일체 검열하지도 않고 쫄지도 말고 당당하게 자신의 감정에 따라 판단하라는 겁니다.  145


오로지 나의 느낌에, 내 감정에 유일하게 집중하고 사랑을 할때만이 우리는 주인이 되는 경험을 해요.  154


직접 대면했을 때 아름다운 풍경은 살아 있는 것 같은 아우라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사진에 담긴 아름다운 풍경은 그런 생생함이 사라지고, 무엇인가 죽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도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사진의 풍경은 '시각'만이 추상화되어 박제된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자신이 직접 본 풍경은 다섯 가지 감각이 모두 살아 움직였던 구체적인 경험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진이 보여 주는 시각적 풍경은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풍경을 추억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당시 경험했던 바람의 산들거리던 촉감이나 호수의 달콤하고 씁쓸했던 물비린내 등등은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되겠지요.  164-165




고독편


우리가 제일 슬픈 건, 나를 항상 의식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이렇게 생각해 보면 돼요. 나를 만난 남자가 자꾸 시계를 봐요. 여러분을 만난 어떤 사람이 시계를 자꾸 본다면, 그건 자기가 지금 어디에 있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고 객관적 위치가 어디인지를 파악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불쾌하지 않나요? 백화점도 그걸 알아요. 시계 안 갖다 놓죠. 상품에 몰입하라고요. 백화점은 절대로 창문을 만들지 않아요. 비가 쏟아지면 여자들은 본능적으로 집으로 가니까요. 불문율이죠. 백화점은 그렇게 몰입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 놓은 겁니다.  176


몰입은 시간 가는지 모른다는 느낌인 거예요. 시간을 챙긴다는 건 일정을 관리한다는 거잖아요. 

어른이란 게 뭔가요? 내가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어른은 몰입을 잘 못해요. 아이들은 좋아하거나 꽂히는 게 있으면 거기에 목숨을 걸잖아요. 고독이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지 아시겠죠? 몰입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176-177


세계와 관련되어 있으면, 내 바깥에 있는 사람, 사물, 사건에 몰입을 하면 고독은 안 느껴져요. 번지점프를 하면서 고독을 느끼지 않잖아요. 절대 안 느껴요. 아주 재밌는 영화를 볼때도 우리는 고독을 느끼지 않죠. 어떤 매력적인 남자를 만나서 그 남자에게 몰입하는 순간 우리에게 고독은 없어요. 내가 몰입할 대상이 존재하면 고독은 없어요. 우리가 느끼는 고독의 정체는 바로 그거예요. 몰입할 게 없는 겁니다.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죠. 사랑하는 게 없다고요. 밤새도록 함께 잇어도 시간이 가는지 모르는, 그런 존재가 없다는 거예요....

세계가 풍겨으로 보일때 우리는 고독한 거예요. 내가 있고, 나머진 다 그림인 거죠.  178


고독을 해소하는 방법, 그러니까 세상을 풍겨으로 보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풍경으로 보이지만 그것들 중 만지고 싶은 것이 있는지, 다시 말해 더 몰입하고 싶고 더 들어가고 싶은 것이 잇는지 살펴보는 거예요. 반드시 있을 겁니다.  179


고독이라는 건 자의식이 강한 상태입니다... 긴장되어 있어 거예요. 이 세계를 풍경으로 보는 겁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해 몰입하지 못해요. 나에게만 몰입해요. 나에 대해서만 몰입하는 겁니다. 그런데 몰입을 하면 할수록 우리는 분열증에 빠져요. 우리의 문제가 그거죠.  180


고독은 일회용 반창고일 때에만 의미가 있다는 사실. 상처가 날까 봐 계속 반창고를 붙이고 있는 것은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요.

고독은 병에 비유하자면 자폐증과 같은 겁니다. 자폐 증상이 있는 아이들은 세계가 너무 큰 충격을 줬을 때 자기 내면으로 들어가 문을 잠가요.  182


자본은 우리의 낭만적 삶을 부정할 겁니다. 낭만적인 사람은 세상에 대한 몰입도가 높은 사람이니까요. 그러니 자본의 입장에서는 하나씩 하나씩 몰입도를 줄이려고 할 거예요. 그러니 낭만을 위한 싸움을 시작하려면 우리가 먼저 되새여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뭐죠? 고독을, 멋이라고 자랑하지 말자고요. 일차적으로 우리는 상처받았어요. 고독하도록 내밀린 겁니다. 이걸 명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반드시 삶의 행복을 찾으려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게 몰입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거예요. 몰입을 못하면 죽은 거니까요.  186


사람은 죽을 때 근육이 이완되죠. 죽고 나서 경직이 됐다가 이틀 정도 염을 하고 경직이 풀리면 사람 몸이 처음으로 다 열려요. 잡아뒀던 게 이완되니까 오만 구멍에서 다 쏟아져 나와요. 산다는 건, 사는 것의 정의는 항문을 조이는 거예요. 몰입과 무어의 육체적인 경험은, 드러나는 건 다 열리는 겁니다. 이 경험이 매력적인 게, 완전히 어떤 것에 몰입한다는 거예요. 나를 떠나는 거죠.

생각을 해 봐야 돼요. 나를 놓을 수 있는 기술이 우리에게 필요한데, 그 방법들은 여러분이 찾아내야 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걸 '어떻게 증진시킬까?'가 다움 문제인 거죠. 이거 굉장히 소중한 거예요.  190


고독을 벗어나는 기술은 '고독의 상태니 여기서 건너뛰자'는 발버둥보다 일단은 '몰입도를 어떻게 높여야 되는데 이 몰입의 방법이 나에게는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해보는 거예요.  191


여러분에게 세계가 힘든가요? 육체적이든 장소적이든 시간적이든 관념적으로라도 거리를 두세요. 세계를 풍경으로 보는 연습을 하세요. 진짜 편해요. 세계에 그냥 노출되서 마구 상처받는 것보다 고독으로 자기 내면으로 침잠하고 세계를 풍경으로 보는 게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어요. 슬픈 전략이죠. 하지만 우리의 보호막은 또한 우리의 감옥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고독은 이중적이에요.  192


행운은 아무에게나 오지는 않지요. 스스로 고독을 깨기 위한 적극적인 몸부림이 있어야 합니다. 춤도 춰 보고 노력은 해 볼 수 있어요. 해보는 데까진 해 봐야 되겠죠. 어쨌든 방법은 알았으니까요. 그렇게 하다 보면 나를 가두고 있는 그 감옥의 두께가 좀 얇아질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런 어머니 같은 존재가 필요하지 않을까'그런 생각이 들어요. 따뜻한 사람이요. 어쨌든 따뜻한 사람이 여러분을 나올 수 있게 괜찮다고, 여기는 괜찮다고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193


눈치를 보는 건 괜찮아요. 압도적인 힘 앞에서 생존하려면 눈치를 보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197


삶을 잘 살려면 어떤 것을 결정하든 부모님에게 '이기적이다'는 말을 들어야 해요. 부모님이 여러분에게 이기적이라고 말씀하시면 무조건 자신감을 가지면 돼요. '드디어 내 삶을 사는구나'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199


예쁜 사람 콤플렉스가 그거예요. 한 번의 선택으로 완벽한 스토리로 살고 싶은 겁니다. 그러니 주저하는 겁니다. 지금 선택이 완벽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으니까요. 결국 어떤 선택도 할 수 없게 되지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선택하고 행동하세요. 

확신이 아니라 감각만 믿으셔야 해요. 헷갈릴 때 여러분들이 하셔야 될게 감각을 믿는 거예요. 확신이라는 것을, 미래로 생각하지 마시고 '지금' 감각을 믿으세요  203


독일 관념론이 우리에게 했던 이야기는 타자가 매개되지 않는 자기의식은 없다는 겁니다. 모든 자기의식, 나에 대한 의식은 타자가 매개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나쁜 타자를 만나는 게 비극인 거예요. 누군가 나에게 쓰레기라고 비난하면, 스스로를 돌아보게 돼요. 그리고 쓰레기를 찾게 되죠. 좋은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이유는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나의 모습을 발견해 주기 때문이에요.  205


자신의 감정을 지켜야만 해요. 그만큼 여러분은 삶의 주인이 될 테니까요. 그게 주인 아닌가요? 내가 행복하면 행복한 거예요. 내가 즐거우면 즐거운 거고요. 내가 불쾌한 건 피해야 되죠. 불쾌한데도 억지로 하고 잇다면, 문제가 있죠. 행복한데도 버려야 된다면,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요? 사실 돌아보면 우리는 너무 비겁하잖아요. 내 감정을 지키면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 자신의 감정쯤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으니까요. 그러면서도 자신의 감정이 소중하다고 이야기는 하죠. 이렇게 비겁한 의식들 때문에 우리는 계속 힘들어지는 거예요. 아주 쉬워요. 아주 단순하죠. 제가 왜 단순하게 얘기하는 거 같아요? 별로 타협을 안 보잖아요. 옳은 거는 옳은 거예요.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이더라도 옳은 거는 진짜 똥구먼이 빠져도 옳은 거예요.

사실 저도 그렇게 잘 살지 못하죠. 그런데 제가 철학자니까, 옳은 거는 옳은 거라고 얘기하는 거예요. 제가 그렇게 못 살아도 옳은 것은 옳은 거니까요.  231-232


'왜 사나?'라고 질문하지 말아요... 다 개소리예요.

그 막연한 질문들이 대개는 지금 내가 좋은지 내 느낌이 어떤지를 은폐하기 위해서 던져지는 질문이에요. 그리고 그 막연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 내앞에 있는 사람,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무시할 때 써요.  237


자신의 삶을 하나의 축복으로 생각하려면, 여러분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은 고독과 싸우는 것입니다. 고독해지는 내 모습과의 싸움입니다. 세계를 풍경으로 볼 게 아니라 세계에 몰입할 걸 찾아야 해요. 그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건 맞아요.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커다란 행복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상처를 받았다고 떨어져 나오면 아무것도 못 만지는 세상만 남아요. 그 순간 우리는 제대로 몰입할 대상을 만날 가능성마저도 잃게 되겠지요. 그러니 용기를 내야죠. 제대로 살려면, 행복하게 살려면, 우리에게는 몰입할 대상이 반드시 있어야 하니까요.

고독에는 병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고독은 자기에 대해서 몰입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고독은 타인에 대해서 몰입하지 않기로 작정했을 때 쓰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결국 타인을 사랑할 수 없으니 나만을 사랑하기로 작정하는 것이 고독의 숨겨진 메커니즘입니다.  238




에필로그 - 사랑, 손이 데어도 꽉 잡아야만 하는 것

차이의 긍정, 이것은 바로 상대방을 소유하지 않겠다는, 다시 말해 자유롭게 해 주겠다는 의지가 아니면 불가능한 것입니다.  252


니체도 <도덕의 계보학>에서 "망각이 없다면, 행복도, 명랑함도, 희망도, 자부심도, 현재도 있을 수 없다. 이런 저지 장치가 파손되거나 기능이 멈춘 인간은 소화 불량 환자에 비교될 수 있다... 이런 망각이 필요한 동물에게 망각이란 하나의 힘, 강건한 건강의 한 형식을 나타낸다."  258


스피노자는 "슬픔은 인간 활동 능력을 감소시키거나 방해한다. 즉 인간이 자신의 존재에 머물고자 하는 코나투스를 감소시키거나 방해한다. 그러므로 슬픔은 이런 노력에 반대된다. 그리고 슬픔을 느끼는 모든 인간이 노력하느 ㄴ것은 슬픔을 제거하는 일이다. 그러나 슬픔이 크면 클수록 그것은 인간의 활동 능력이 그만큼 큰 부분에 대립한다. 그러므로 스픔이 더 크면 인간은 반대로 그만큼 활동 능력으로써 슬픔을 제거하려고 할 것이다." <에티카>  258-259


스피노자의 말대로 의식적인 노력으로 치유의 시간은 그만큼 단축될 수도 있습니다.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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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서 몸을 뺀 나머지.
몸보다 가벼워 자주 흔들리고, 몸보다 약해서 병치레도 잦다.
그러나 몸은 일생 동안 마음을 부러워한다.
몸이 할 수 있는 사랑은 마음이 할 수 있는 사랑의 1%도 안 되니까.


마음은 무겁기도 하고 가볍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음은 갈대라고 불리웁니다.

마음은 뜨겁기도 하고 차갑기도 합니다. 

마음은 양은냄비에도 비유하고 뚝배기에도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처럼 쉽게 움직이기도 하지만 묵묵히 움직이기도 합니다.

몸이 할 수 있는 사랑은 마음이 할 수 있는 사랑의 1%도 안 됩니다.

그만큼 마음은 중요합니다.

마음이 잘못 움직이면 몸은 매우 고생합니다. 

마음이 잘 움직이면 몸이 행복하기도 합니다. 


이 처럼 마음은 참 다양합니다.

사람의 생김새가 다양한 만큼 마음도 다양한지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내 맘 같지 않은 것에 매우 화도 나도 상처도 받고 고집도 부립니다.

무언가 잘못된것이 나인지도 모르는데 내 맘이 얼마나 중요하기에 그러는 걸까요?


내 마음은 내 마음일 뿐 다른이들의 마음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을 잘 잡는것이 중요한 만큼 다른이들의 마음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한것입니다.

그 이유는 내 마음이 힘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내 마음이 힘들면 내 몸은 더 힘들어지니까요.

벽을 치는 것이 아닙니다.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 둘은 다릅니다.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인정할 때 열린 마음도 힘들지 않고 몸도 힘들지 않고, 즐거운 마음을 간직해 나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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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마음·영혼을 위한 안내서'이다.
저자는 영국에서 태어나 신실한 기독 신앙을 가진 사람이었다. 17세 때 우연히 불교 서적을 읽고 자신이 이미 불교도라는 사실을 깨닫고, 대학을 마친고 교사로서 1년을 근무 한 뒤 태국을 건너갔고, 친구와 함께 왓농파퐁에서 그의 스승니 아잔 차를 만나 9년을 함께 생활했다. 
그런후 호주로 돌아와 직접 벽돌을 쌓고 용접을 배워하며 남반구 최초의 절을 세웠다. 무엇보다도 그의 특유의 유머와 통찰력이 가득한 법문을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저자를 먼저 소개하는 이유는 책의 내용이 참 간단하다. 그러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종교적인 서적은 아니다. 그렇기에 종교적인 색채가 별로 없는게 당연하다.
그런데 종교적인 색채가 다분하다. 그렇지만 부제의 표현처럼 안내서로서 그는 읽는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는 그의 수행을 통해 그리고 그의 인간적인 실수와 잘못들을 통해 이야기 한다.
'인간은 이러이러해야 한다'가 아니라, 인간이기에 이럴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고 말한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면은 자신의 잘못들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깨닫게 되었는지에 대한 언급들이었다.
밝히기 쉽지 않은 내용들을 통해 자신 역시 부족한 한 인간이며 우리모두 그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살아가면서 우리는 더 나아지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내용들을 읽으면 분명 이미 모두 알고 있는 내용들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글은 재밌기도 하고 계속 읽어 내려가게 한다.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쉽게 쉽게 읽히기도 하지만,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을 주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리는 몰라서 못하는게 아니라 알지만 하지 않는것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아니 모르는 것이 더욱 많겠지만 우리는 알고 있는 것들도 실천하기가 힘들다. 그러면서 스스로 자책감을 가지거나 그것을 묵살함으로 자책감 마저도 가지지 않으려 한다. 
그러면서 위안을 삼는것은 우리는 불완전하다는 것, 누구나 실수와 잘못을 하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스스로 무기력해져 가는 것이다.

책의 내용에서도 언급하였지만 그것이 무조건 나쁜것이라 할 수 없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에서 우리는 우리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들에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기력해지는 대신에 자신이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렇게 성장하면서 마음의 포용력이 넓어지며, 그럼으로 해서 우리는 서로 다른 것들에 대한 차이의 인정과 그것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최소한으로 다가오게 함으로 평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평정을 유지한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다.
불교수행자들의 생활은 교도소 수감자들의 생활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고 한다. 그러면 교도소가 더 나은가?
그것은 아니다. 이유는 스스로의 선택이냐 아니냐의 차이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우리의 마음으로 선택하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어떤 선택에서 그렇게 결정내리게 된 이유는 자신이 살아가면서 익히거나 세뇌되어간 결과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우리는 자신의 선택임에도 자신의 선택이 아닐수 있다.
저자는 그것이 자신의 선택이 되기 위해서 스스로 그러한 선택에서 자신이 깨달음을 가지기를 바라고 있다.
자신이 깨달음을 얻기위해서 수행을 하는 것이리라. 우리가 수도자가 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수행을 할 수 있다.
무언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당연히 선택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과정에서 시작될 수 있다.

우리는 술취한 코끼리를 길들일 수 있는가?
술취한 코끼리는 무엇일까? 그것은 건강이기도 하고 물질이기도 하고 마음이기도 하고....
우리는 길들일 수 있는가? 그렇다.
어떻게 길들일 수 있는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 보는 것이다. 
진정 자신의 생각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세뇌에 의한 따름인지에 대해..

책은 인생 전반에 대해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언급한다. 태어나서 살아가다 죽을 때까지의 과정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해 곱씹을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다.
이 시간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매우 클 것이라 생각한다.
한 번 읽고 몇 가지의 점들에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 몇 가지는 지금 현재 내 삶에서 여유와 즐거움을 배가해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유는 지금의 내 심적 집착에서 아주 조금은 떨어진 상태를 느끼기에, 더 편안함을 가지고 있다는것을 알기에 그러하다.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상시의 마음으 경박했음을 알았네.
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날의 언어가 소란스러웠음을 알았네.
문을 닫아건 뒤에야 
앞서의 사귑이 지나쳤음을 알았네.
욕심을 줄인 뒤에야 
이전의 잘못이 많았음을 알았네.
마음을 쏟은 뒤에야
평소에 마음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네.
                                                           중국의 옛시

포기할 수 있는 마음.... 코끼리를 간절히 갈구하면 언젠가느 그것을 소유하게 될 것이라고 세상은 말하낟. 하지만 그것은 결국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일 뿐이다. 왜냐하면 거기 언제나 더 멋지고 아름다운 코끼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자유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욕망의 자유'이고, 다른 하나는 '욕망으로부터의 자유'이다. 우리는 늘 욕망의 자유, 곧 선책의 자유를 추구하며 살아간다. 이제 그것은 각자의 마음속에서 날마다 들려오는 거부할 수 없는 명령과 같다.  10-11
'왜 그렇게 하는거요? 한 두 개 먹었으면 칠리가 얼마나 매운 줄 잘 알거 아니오? 그런데도 포기 하지 않고 계속해서 먹는 이유가 뭐요?'
'혹시 단맛이 나는 칠리 고추가 있을지도 모르잖소.'
혹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12
결국 당신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마음'이다.
실제의 불만족과 행복의 부재를 심화시키는 것은 바로 이 '내려놓지 못하는 마음'이다.  13
네가 반드시 죽으리라는 걸 알면서 어떻게 그 모든 감각적 즐거움들을 누릴 수 있겠는가.  15
이 세계에서 당신을 묶고 있는 온갖 구속, 매듭, 계획과 일들을 내려놓고 때로 자신의 삶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 명상해야 한다.  16
진정한 만족은 원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마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욕망의 자유가 아니라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세상에는 행복이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고 그 원하는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다. 
고타마 붓다가 깨달은 첫번째 진리가 '행복의 부재'였다면, 그의 두번째 진리는 '세상에는 행복이 존재하지 않음을 깯다고, 행복을 원하는 그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곧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이므로.  17

우리 눈은 오로지 잘못된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때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잘못된 것뿐이고, 우리는 그것만이 그곳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두 장의 잘못 놓여진 벽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 각자 안에는 그 잘못된 벽돌보다 완벽하게 쌓아올려진 벽돌들이 훨씬 많다.  29
'우리 건축가들도 늘 실수를 저지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고객에게 그것이 이웃의 다른 거물들과 차별화를 시켜 주는 그 건물만의 특별한 점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 다음 수천 달러는 더 청구하지요.'
당신 집의 특별한 점은 어쩌면 실수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자기 자신 안에서 , 상대방 안에서, 또는 삶 전체에서 잘못된 것이라고 여기는 것들은 당신이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즐겁고 풍요롭게 해주는 '특별한 것'인지도 모른다. 일단 당신이 오로지 그것들에만 초점을 맞추는 일을 중단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30
만일 우리가 아직 남아 있는 일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이미 자신이 해낸 일을 본다면, 지금까지 한 것은 그 자체로 완성된 것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37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일.
자기 비난의 감옥에서 자유롭게 걸어 나오는 일이다. 자기 자신과 평화로워지는 일이다. 그냥 한 번 해보는 것이 아니라 진실하고 정직하게 자기 자신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야만 한다.  54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린다면, 그런 때는 결코 오지 않는다. 자신이 과거에 무엇을 했든 상관없이 자기 자신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야만 한다.  55
결혼에는 3개의 반지가 있다는 말이 있다. 약혼반지, 결혼반지, 그리고 고통의 반지!
결혼 생활에는 문제가 없을 수 없다.  56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조화이다.  59
'결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이 사실을 꼭 기억하게. 만일 애초에 그런 결점들이 없었다면 내 딸아이는 자네보다 훨씬 나은 남자와 결혼했을 거야!'  60
사실 이성과의 사랑에서 우리는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우리에게 주는 느낌을 사랑할 뿐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우리가 느끼는 행복감이다.  63

청중이 내 강연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하지 말고, 내 자신이 즐겁게 강연하기로 결심했다. 나 스스로 즐거운 시간을 갖기로 결심한 것이다.  75

야생의 코끼리를 자유롭게 풀어 놓으면 마음 내키는 대로 짓밟고 돌아다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음속 코끼리를 정복하지 않으면 삶은 고통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생의 문제를 만들어내는 주인공은 다름아닌 이 길들여지지 않은 마음속 코끼리이다.  92
화를 내는 것은 영리한 반응이 아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행복하며, 행복한 사람은 화 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화를 내는 것은 비이성적인 일이다.  93
화를 내는 대부분의 경우는 기대가 무너진 데서 촉발된다.  95
문제는 화를 낼 때 우리가 화를 즐긴다는 것이다. 화에는 중독성이 있고 묘한 쾌감이 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쾌감을 주는 것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러나 화에는 위험도 뒤따르며, 그 겨로가는 쾌감의 정도를 능가한다. 분노의 열매가 무엇인가를 깨닫고, 그것의 연관선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화내려는 마음을 내려놓을 것이다.  100
때로는 당신의 배우자가 '분노를 먹고 사는 악마'가 될 수도 있다. 배우자에게 화를 내보라. 그러면 그는 더 나빠질 것이다. 더 독해지고, 더 냄새가 나고, 언어 사용에 있어서도 더 공격적이 된다. 당신이 그에게 화를 낼 때마다, 심지어 생각 속에서 화를 내도, 문제는 한 뼘씩 커져 간다. 아마도 이제 당신은 자신의 실수를 볼 수 있을 것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았을 것이다.  102
분노는 관계를 파괴하고 우리를 주위 사람들로부터 갈라 놓는다.  103
갈 곳이 아무데도 없음을 깨달을 때, 우리는 달아나는 대신 문제와 마주한다. 대부분의 문제들은 우리가 다른 방향으로 달아나려고 하기 때문에 그 상황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이다.  105
누군가가 우리를 상처 입혔을 때, 우리 자신이 직접 그들을 처절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110
스스로에게 말해주라. '사랑하는 나의 미친 마음이여, 네가 나에게 무슨 짓을 하든 내 마음의 문은 너에게 활짝 열려 있다. 안으로 들어오라. 네가 나를 파괴하고 파멸에 이르게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너에게 어떠한 나쁜 마음도 갖고 있지 않다. 나의 마음이여, 네가 무슨 짓을 하든 나는 너를 사랑한다.'
당신의 미친 마음과 싸우는 대신, 그 마음을 평화롭게 대하라.  115-116

불유쾌한 일들이 삶에는 일어난다. 그 일들은 모두에게 일어난다. 행복한 사람과 절망에 빠진 사람과의 유일한 차이는 그들이 재난에 어떻게 반응하는 가이다.  129
한 트럭 분량의 소똥에 갇히게 되었을 때 반응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번째 방식은 소똥을 늘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소똥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부정적인 마음, 다시 말해 분노와 좌절 등에 빠지는 것의 은유다.  130
두번째 방식은 우리는 한숨을 내쉬고는 이내 작업을 시작한다. 정원에 파묻는다.
날마다 조금씩 우리는 소똥을 퍼 나른다. 소똥 더미는 날마다 줄어든다.  131
'소똥을 퍼 나르는 것'은 그 비극들을 삶을 위한 거름으로 환영해 맞아들이는 것의 비유다. 그것은 우리가 혼자 해야만 하는 일이다. 여기서는 아무도 우리를 도울 수 없다.  132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  140
물살이 당신보다 더 강할 때 그때는 물살과 함께 흘러갈 때이다. 당신이 무엇인가 할 수 있을 때, 그때가 바로 온 에너지를 쏟아 부을 때이다.  141

'그대가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에 그대의 온 존재를 바쳐라.'
일할 때 그 일에 자신의 온 존재를 바치고, 휴식할 때 그 휴식에 온 존재를 바치고, 사람들과 대화할 때 그 대화에 온 존재를 기울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그 것에 온 존재를 바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수학자인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문제는 조용히 앉아 있는 법을 모르는 데서 온다.'  149
문제에는 반드시 해결책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삶에서 해결책이 없는, 따라서 문제라고 할 수도 없는 일들을 걱정하느나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가?  150
1.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 지금
2.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 지금 당신과 함께 있는 사람
삶에서 당신은 대부분의 시간을 당신 자신과 마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당신 자신에게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당신이 자각하는 최초의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당신 자신이다!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는가? '좋은 아침이야. 멋진 하루를 보내기 바라!' 나는 날마다 그렇게 한다.
3.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
    - 보살핌과 배려  154-158
보살핌과 배려의 가장 중요한 점은 그 마음이 어디에서 나오는가 하는 것이다.  169
'어리석은 뱀이여, 실로 바보 천치로구나! 내가 물지 말라고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쉭쉭거리지도 말라고 하진 않았지 않은가!'
때로 삶 속에서는 성자라 할지라도 쉭쉭거려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결코 물 필요까지는 없다.
친절을 아름다운 새에 비유한다면 지혜는 그 새의 날개와 같다. 지혜가 없는 친절은 결코 날아오를 수 없다.  172

지혜는 배움이 아니라, 결코 가르칠 수 없는 것을 분명하게 보는 것이다.  192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유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욕망의 자유이고, 또 하나는 욕망으로부터의 자유이다. 현대 서구 문화는 첫 번째 자유, 곧 욕망의 자유만을 인정한다. 그러한 자유를 국가 헌법이다 인간 권리 헌장 맨 앞에 모셔두고 숭배한다. 서구 민주주의의 근본 신조는 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로 국민들이 자신들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나라들에 사는 국민들이 그다지 자유롭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특이한 현상이다.
두 번째 자유, 곧 욕망으로부터의 자유는 몇몇 종교적인 공동체 안에서만 찬미를 받는다. 그들은 욕망으로부터의 자유에서 오는 만족과 평화를 궁극의 목표로 삼는다. 내가 머물고 있는 절처럼 금욕적인 공동체에 사는 사람들이 훨씬 더 자유롭게 느껴지는것은 특이한 현상이다.  212-213

우리들 각자는 삶의 표현이다. 삶은 친절한 스승이면서 동시에 가혹한 스승이다. 
삶을 경험한다는 것은 수많은 타인들을 거쳐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것이다.  222
우리 모두는 종종 실수를 저지른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길수록 덜 자주 실수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237
누군가 당신을 바보라고 부른다면, 당신이 기분 나빠하는 유일한 이유는 그 말이 사실일지 모른다고 당신이 믿기 때문이다.  239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오.'  245
신참승은 '신참승의 애환'을 갖고 있었고, 고참승은 '고참승의 고통'을 갖고 있었다. 고참승이 되었을 때 나는 단지 한 가지 형태의 고통을 또 다른 형태의 고통과 교환환 것뿐이었다. 이것은 독신자가 결혼한 사람을 부러워하고, 결혼한 사람이 혼자 사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것과 똑같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결혼을 할 때 우리는 단지 '혼자 사는 사람의 고통'을 '결혼한 사람의 고통'과 맞바꾼 것이다. 그러다가 이혼을 했을 때 우리는 단지 '결혼한 사람의 고통'을 '혼자 사는 사람의 고통'과 맞바꾼 것이다.  249
다른 무엇이 되는 것은 단지 한 가지 형태의 고통을 또 다른 형태의 고통과 맞바꾸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의 당신에 만족할 때, 그때 당신은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250

슬픔은 우리가 죽음이라는 큰 상실에 덧붙이는 감정이다. 그것은 학습에 의해 배운 반응이며, 몇몇 문화들에서만 특별하게 발달한 것이다. 그것은 절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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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금 더 움직일 테니 ......
너는 그만 좀 움직여.




참 생각이 많다. 참 고민도 많다.
하고 싶은 것도 많다.
해야 할 것도 많다.  그래서 걱정도 많다.....

그러나 피하고 싶다. 하기 싫다
알면서도 하기 싫다
막상 하려 들면 겁도 많이 나며 무슨 핑계거리는 그리도 많을까.
근데 시작하면 말이야
걱정하던것 모두다 의미없다는 것을 알게 돼.
그리고 어렵다 하더라도 행동하면 이상하리만치 답을 찾아가게 되고 결국은 찾아내게 된다.
그러니 마음은 잡아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그 녀석은 할거리 걱정거리 무지하게 늘어놓는게 특기고 하려할땐
못하게 하는 그럴듯한 이유들이 세배쯤 나오게 하는 녀석이야.
해야 하는 것이 생기면 그때 무조건 마음을 잡고 무조건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정말 쉽지 않지 ..!!
말은 쉬우나 이게 하는게 쉽지 않아 그러니까 그 마음까지 잡아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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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공동체가 추구하는 사랑과 성의 윤리적 배치란 과연 어떤 것일까? 탈주와 전복이라는 코뮌의 비전과 그것은 대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이 책은 위의 질문들에 대한 최초의 응답이다.  6

프롤로그
복수혈전이 펼쳐진다는 건, 나는 별로 원하지 않았는데 상대의 유혹에 의해 엮인 것이라고 하는. 그리고 역시 상대한테 속아서 억지로 희생과 헌신을 강요당했다고 하는. 요컨대, 원인이 모조리 상대에게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랑을 언제나 대상의 문제로 환원한다.  14
사랑 따로 대상 따로 나 따로가 아니라, 나와 사랑과 대상이 하나로 어우러질 때 사랑이라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랑과 대상과 나 사이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것, 사랑하는 대상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  15
사랑은 무상하다.  16
실연은 행운이다! 나로 하여금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미리미리 길을 '비켜 준' 존재들한테 축복 있기를!!  17
'사랑도 공부를 해야 하나?'가 아니라, 사랑이야말로 공부가 필요하다.
앎의 크기가 내 존재의 크기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앎의 열정이 없는 존재가 운명적 사랑을 한다는 건 우주적 이치상 불가능하다.
주류적 척도로부터 멋어나 자유의 새로운 공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열정, 자본과 권력의 외부를 향해 과감하게 발을 내디딜 수 있는 내공, 공부는 무엇보다 이 열정과 내공을 쌓아 가는 과정이다.  18
"오직 배우는 마음만이 열정이 넘칩니다."  19


1부 오만과 편견, 사랑과 성(性,sex)에 대한
홀로 갈 수 없다면, 정대 타자를 사랑할 수 없다. 혼자 갈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가벼워야 한다. 망상은 무겁다. 갖가지 오만과 편견으로 존재를 한없이 무겁게 얽어 맨다.  23
사랑이 다양한 관계를 망라하는 보편적인 명칭이라면, 연애는 1920년대에 수입된 신조어다. 'Love'의 일본식 번역어다. 
사랑이 수많은 의미의 생산이 가능한 용어라면 연애는 남녀 사이의 이성적 관계라는 의미로 압축된다. 
그럼 작업은? IMF 이후 등장한 신조어이다. 연애보다 더 의미가 축소되어 아주 특정한 방식의 연애행태를 지칭한다.  27
아름다운 순간들을 추억하는 일, 그리고 또 다시 그와 같은 순간이 오기를 몽상하는 일. 추억하거나 몽상하거나. 이들 순정파들은 한마디로 이런 유의 낭만적 궤도 안에 갇힌 '고매한 족속들'이다. 그들의 연애 또한 늘 실패한다.  31
야동은 말할 것도 없고, 야식(특히 폭식)은 외로움의 신체적 표상이다. 정신적 공허를 채우기 위한 몸적 반응이 바로 허기이기 때문이다.  35
우리의 마음은 사랑과 연애, 섹스에 대한 무수한 망상들로 가득하다. 우리는 그것을 우리 '고유의 것'이라 착각하며 살아간다. 그 이상을, 그 외부를 사유하려 하지 않는다.  37
'사시사철 두리번 두리번 살금살금하면서, 무덤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잠시도 안심할 수 없는 게 현대인이 안고 있는 마음의 병이야. 문명의 저주인 거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541-542쪽  42
이 자의식은 문명의 저주다. 타자와의 소통을 가로 막는 장벽이기 때문이다.  42
머리를 굴려 대는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자의식을 침범당하는 게 두려워서다.  43
충동과 열정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충동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그래서 늘 중독적 상태로 치닫는 힘이다. 나에게 엄청난 쾌락을 주지만, 그 원인은 늘 외부에 있다. 그러므로 강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나는 노예적으로 끄달리게 된다.
열정은 아무리 뜨겁게 솟구친다 해도 삶의 의지와 연동되어 있다. 그러므로 절대 중독되지 않는다. 열정은 '유래 없는 평온'을 선사한다.  45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성욕을 느끼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다.  47
여성들은 여전히 다수의 남성들로부터 프러포즈를 받는 걸 '인생의 큰 의미'라고 여기는 게 분명하다. 이러니 사랑의 성공과 실패는 결국 찼는가 차였는가로 귀결될 밖에. 허나, 따지고 보면 이런 논법만큼 무지한 것도 드물다.  52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점쟁이들이 무려 45만이라고 한다.
청춘남녀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사항은 운명적 파트너에 대한 것이다. 그것은 자신과 딱 맞는 반쪽이 있다면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 거라는 맹목적 믿음에 근거한다. 
결론 부터 말하면, 반쪽이는 없다!  59
중요한건 반쪽이를 향한 무한도전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함께 걸어갈 수 있는 짝을 찾는 일이다.  60
정말로 사랑에 목숨을 거느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다. 솔직히 현실적으론 사랑을 위해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는다. 다만 망상 속에서 그렇게 동경할 따름이다.  64
참고 견딘다는 건 속에다 꾹꾹 눌러 담는 것이지 상대와 진심으로 소통하는 행위와는 거리가 멀다.  67
희생이라는 포장 속에 어설픈 평화를 누리기보다 솔직하게 서로의 욕망을 드러내면서 화끈하게 전투를 벌이느 것이 사랑의 본래 면목에 더 가깝지 않을까. 고로, 희생과 헌신이라는 미덕만큼 사랑과 거리가 먼 항목도 없다.  68
감정적 간극이 벌어지게 되면 자주 투닥거리게 되고, 어느새 결별의 상황에 이르고, 그러면 또 다시 새로운 짝을 찾아 헤맨다.  69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라는 말은, 곰곰이 따져 보면, 사랑은 늘 처음의 그 격정적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변한 것, 아니 변절에 해당한다.  70
이런 망상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사랑이란 추억 아니면 몽상으로만 존재한다.
추억은 지나간 것에 대한 미련과 집착이고, 몽상은 아직 오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다.
말로는 아름답다, 순수하다, 아직도 그리워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뿐이다. 막상 만날 기회가 오면 거의 대부분 달아나 버린다. 왜? 아름다운 추억이 망가질까봐.  71
지금, 이 순간을 살지 못한다. 단 한순간도 '지금, 여기'의 사랑을 누리지 못한다.  72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의 문제를 '사랑하는', 곧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랑받는 '문제로 생각한다. 그들에게 사랑의 문제는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사랑스러워지는가 하는 문제이다. <사랑의기술>13쪽  73
남자들은 오직 권력과 돈, 여성들은 성적 매력과 몸치장에 몰두한다. 마치 그것만 갖춰지면 사랑은 절로 굴러온다는 듯이 말이다.  73
그래서 사람들은 이것은 절대 배움의 대상이 아니라고 간주한다. 공부는 근본적으로 몸과 우주에 대한 탐구이다.  73
우리 주변엔 실전연애 노하우에 대한 숱한 책들이 널려 있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정말 이런 식으로 감정을 교류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걸까?기교라고 쳐도 참으로 유치한 수준 아닌가. 그만큼 연애가 힘들다는 뜻일터. 
순정파건 냉소파건 다들 나름대로 테크닉에 골몰하는 건 틀림없다.  75
요즘 커플들이 100일을 넘기기 어려운 것도 내적 충만감보다는 인정욕망에 휘둘리는 이런 식의 문법을 따르고 있기 때문일터. 타인의 시선에 집착하면 할수록 나의 내부는 비어 간다.  77
사람은 평생 단 하나의 병만을 앓는다는 말이 있다. 신체적으로 볼때, 하나의 약한 고리를 중시으로 다양한 병들이 변주된다는 뜻이다. 마찬가지 이치로 사람은 평생 단 한 종류의 연애만 한다고 할 수 있다. 동일한 패턴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건 위안이나 동정이 아니라, 전혀 다른 방식의 사랑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럴 때라야 진정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법이다. 헌데, 문제는 다들 상담을 받거나 점쟁이를 찾아가려 하지 스스로 깨우치려고 하질 않는다는 데 있다.
이런 식이니, 사랑에 관한 한 성숙해진다는 관념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79
솔직히 성인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유치하기 짝이 없다면 그건 일종의 발달장애에 해당한다. 헌데, 그것이 졸지에 순수함으로, 그리고 다시 사랑의 미덕으로 치환되어 버린다.  80
 

2부 청춘의 '덫'. 국가와 가족, 학교 그리고 쇼핑몰
20세기 초 서구문명이 이 땅에 도래할 즈음, 당대를 주름잡던 계몽가들은 가종 신문매체를 통해 엄숙하게 경고했다. 조선이 망한 건 열대여섯 살의,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들을 억지로 혼인시켰기 때문이라고.  93
그럼 지금은? 만약 스물두 살쯤 된 청년이 결혼이나 동거를 하겠다고 나선다면? 택도 없는 소리다!
지금의 경제조건에선 최소한 서른은 되어야 사회적으로 성인이 될 수 있다는 견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94
좀 이상하지 않은가? 선진문명을 이룰수록 청춘들의 원초적 욕망은 계속 지체되어야 하다니 말이다.  96
지난 100년간 우리가 엄청난 속도로 근대화를 추진할 수 있었던 건 '성에너지의 국가적 몰수'라는 대가를 치렀기에 가능했던 셈이다.  98
세상에는 사랑을 나눌 수 없을 만큼 나약한 존재도 없고, 사랑이 필요없을 만큼 강한 존재 또한 없다!  103
'엄마의 늪' 우리으 청춘들은 아직 엄마의 품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105
온실과 정글. 엄마의 관리와 보호가 미치는 곳은 온실, 그래서 혼자 힘으로 맨몸으로 헤쳐 나가야 하는 곳은 정글.  105
요즘 청년들에게서 열정이나 패기를 찾아보기란 참으로 어렵다. 외모나 체격은 눈부시게 개량(?)되었지만, 청춘이 내뿜는 특유의 포스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아주 일찌감치 '삭아서' 자신이 뭘 원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정글에서 살아가려면 무엇보다 두 발로 당당하게 설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부모의 전방위적 마크하에서 그런 신체적 능력을 터득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111
"젊음이란 20대 청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연령에 걸맞는 청춘을 매번 새롭게 '창조하는'것이다." - 들뢰즈
마음이 성욕과 야망과 투쟁과 적대감과 온갖 욕망의 전쟁을 치르고나서, 자신 속으로 돌아가 자시노가 산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그리고 마음이 연구와 학문에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다면, 노년보다 더 즐거운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네. 키케로의 <노년에 관하여>  126
어떤 종류의 관계든, 어떤 활동영역이든 존재의 자유와 충만감이 분출될 수 있다면, 그것은 모두 에로스다!  142


3부 청춘이여, 욕망하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될 각오를 해야 한다.
사랑이란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다. 즉, 내가 어떻게 관계를 구성하느냐가 사랑의 내용과 형식 모두를 결정한다.  146
사랑의 기술을 터득하기 위한 가장 일차적인 행동지침은 자신의 몸과 능동적인 소통을 시도하는 것이다.  147
질의 차이가 없다면, 사랑은 불가능하다.  150
니체는 말했다. "네 안에 너를 멸망시킬 태풍이 있는가?" 나를 멸망시킨다는 건 바로 지금까지의 나, 자아 혹은 자의식의 성채를 무너뜨리는 힘의 도래를 의미한다.  152
이것은 미쳐 날뛰는 광기나 변덕스런 충동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광기나 충동은 절대 폭풍을 일으키지 못한다.  153
상상하는 연애에서 관찰하는 연애로!
"연애를 하는데 남자친구 때문에 너무 괴로워해요. 근데, 왜 해어지지 않느냐구 했더니 대답이 아주 재밌어요. 몇 년이나 사귀었지만, 이 남자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최소한 이해를 한 다음에 헤어질 작정이다. 그래야 인생에 대해 뭔가 알게 되지 않겠냐 이거죠."
 이 정도의 뚝심은 있어야 한다. 이게 바로 관찰하는 연애다.  157
나를 관찰하고 상대를 관찰하고 몸과 마음의 간극을 줄이는 것! 연인은 사랑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나와 같은 시공간 속에 있는 '친구'이다. 그 친구를 공부하는 것이 곧 그를 향한 최고의 '사랑법'이 아닐까?  158
성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그것을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드는 욕망의 구조가 있을 뿐이다.  162
중요한 건 자유다. 쾌락을 즐기건 금욕을 하건 누구든 자기만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몸과 우주가 소통하는 그만큼 자유의 곤강이 열릴 것이다.  170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왜 부끄러운 일인가? 그거야말로 내 몸이 특별한 리듬과 강도를 갖게 된 것인데, 그게 왜 창피한 일인가? 그렇게 느끼는 건 전적으로 사랑과 성을 권력관계로 보게끔하는 망상구조 탓이다.  182
우리시대의 연애가 썰렁해진 건 무엇보다 '차이'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수준은 물론 학벌, 가족관계, 거기다 외모까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 어떻게 열정이 폭발하겠는가.  194
사랑이 탈주선이 되려면, 무엇보다 이 쇼 망상의 그물을 가차없이 해체해야 한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기념일 챙기는 것부터 걷어 치워라. 세상에 그런 멍청한 짓거리가 어디 있는가. 대체 사랑의 시작점을 잡는다는 게 말이 되나? 그리고 시작점을 헤아리는 건 끝날 때를 미리 대비하는 거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뭣 때문에 카운트다운을 하는가 말이다.  195
진짜 소중한 선물에는 '삶의 서사'가 묻어 있어야 한다. 즉, 나의 일상의 리듬과 무관한 선물이란 그야말로 쇼에 지나지 않는다.  197
쇼! 하지마라! 쇼! 
그럼 어떻게 사랑을 표현하는가? 그래서 창의성이 필요하다. 나의 사랑이 지닌바 특이성이 유감없이 발휘될 수 있는 사랑법을 창안하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고유한 사랑법을.  198
걷고 자전거 타고 산에 오르고 삶의 서사 혹은 일상의 활발한 기운을 서로 선물하고, 이것이 기본기라면, 그 위에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필수코스가 있다. 책읽기 혹은 공부하기.  203
지성과 에로스는 절대 따로 놀지 않는다.  204
대장금  205
연애 중독증의 가장 큰 특징은 절대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  209
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나를 전혀 다른 세계로 이끌어 주는 전령사다. 마주치는 순간, 전혀 다른 매트릭스, 아주 이질적인 우주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 그것이 곧 책이다.  211
질문의 크기가 곧 내 존재의 크기다.  212
가장 좋은 건 늘 누군가와 세미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공부란 본래적으로 네트워킹이다. 홀로 서재에서 끙끙거리며 남을 지배하기 위해 하는 건 경쟁을 위한 도구지, 절대 공부가 아니다. 즉, 공부를 한다는 건 무조건 친구들과 함께 세미나를 한다는 뜻이다.  213
연인 사이가 끝난다고 그와의 모든 인연이 종결된다면, 더구나 함게 공유했던 배경까지 몽땅 잃어버려야 한다면, 그거야말로 자연의 흐름에 반하는 것이 아닐까.  215


4부 에로스와 '운명애'
에로스와 지적 능력의 함수관계 - 지성에서 비롯된 매력은 위이 사라지지 않는다. 장금이가 그랫고, 루쉰이 그랬고, 사르트르가 그러했다. 우리는 흔히 '매력'을 멋지고 세련된 외모와 일치시키지만, 사실 네루다와 조르바가 그렇게 많은 여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게 그들이 '잘생겼'기 때문이던가? 이 '사랑의 달인'들이 가진 공통점은, 지성과 서사가 흘러넘쳤다는 사실이다. 고로, 공부하라, 그러면 사랑은 절로 따라올 테니!  222
사랑을 원한다면 혹은 지금 사랑을 하고 있다면, 무엇보다 서사의 능력을 키우도록 하라. 서사는 화술이 아니라, 나의 삶과 외부가 맺는 관계성의 문제다. 따라서 서사능력을 키우려면 두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하나는 지금까지와는 아주 다른 삶의 영역을 개척하는 것, 또 하나는 자신의 평범한 일상에 생생한 힘과 활력을 불어넣는 것.  225
건강이라는 것은 다른 게 아니라 내가 사람들과, 사건들과 맞닥뜨리고 관계하는 방식입니다. 관계의 건강성, 바로 그것이 나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사랑이야말로 이렇다. 사랑은 나의 기쁨이 흘러넘치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라의 원인이 되는 나의 존재를 긍정하는 힘이기도 하다.  234
사랑의 창조, 그 궁극적 지점은 다름 아닌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235
유머의 힘은 실로 막강하다. 그러므로 어떤 대상과도 접속할 수 있고, 끊임없이 자기로부터 떠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유머러스한 신체'가 되어야 한다.  240
그 사랑은 미련도, 회한도 남기지 않는다. 하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다. 한편으론 자나간 것, 곧 추억에 매달리고, 다른 한편으론 아직 오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과 몽상 속에서 정작 '지금, 여기'에 온전히 기투하지를 못한다. 대개는 자신으 ㅣ과거 또는 상대방의 과거의 그림자에 사로잡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  249


에필로그
"모든 인간은 자신으 능력만큼 신을 만난다." 스피노자의 말이다. 사랑도 똑같다. 하지만, 오해해서는 안 되는 사항이 하나 있다. 이 능력의 차이를 위계화하지 말것. 각기 다른 방식의 사랑법이 있을 뿐이다.  260
중독된다는 건 삶과 분리되어 오직 쾌감의 증대를 향해 치닫는 것이다.  261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386쪽 "책이란 숱한 사람들의 손길에 닳고 닳아 너덜너덜해져야 한다. ... 어둠을 헤치고 나아가 인간의 가슴을 만나고, 여인의 눈을 만나고, 길거리의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또 노을을 쳐다보거나 한밤중에 별을 바라보며 시 한 구절을 읊조리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 우리 시인들은 낯선 사람들과 섞여 살아야 한다. 그리하여 낯선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해변에서, 낙엽 속에서 문득 시를 낭송할 수 있어야 한다."   262-263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느 에로스, 이것이야말로 혁명의 원동력이다.  263
혁명이 광장에서, 바리케이트 위에서 표현되는 것이라면, 코뮌은 그 혁명의 일상적 형식이다. 일상 속에서 자본과 권력의 코드를 벗어난 새로운 삶의 형식을 만들어 가는 . 그럼. 코뮌과 에로스는 어떻게 연동되는가?  264
사랑의 독점적 지배하에선 우정도 절대 싹을 틔우지 못한다. 
사랑과 우정이 왜 적대적인가? 사랑하는 연인이란 가장 좋은 친구라는 의미도 들어 있지 않은가. 이탁오의 말 가운데 이런 게 있다. "스승이면서 친구가 아니면 스승이라고 할 수 없다. 친구이면서 스승처럼 배울 게 없다면 역시 친구라 할 수 없다."
변주하면.. "연인이면서 우정을 나눌 수 없다면, 연인이 될 수 없다. 친구이면서 사랑보다 뜨거운 열정을 느끼지 못한다면, 역시 친구라 할 수 없다."
사랑이 원숙해지면 누구나 친구 같다고 하고, 사랑에 멍든 이들이 하는 말 가운데 친구 같은 연인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결코 헛소리가 아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평소 우정의 지혜를 많이 터득해 두어야 한다.  266
우저에도 많은 학습이 필요하다. 좋은 친구를 만나기 위해선 자신이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 아주 다른 삶, 낯설고 창발적인 사유와 생활을 선물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고 ㅏ우정 사이의 매끄러운 흐름, 그것이 바로 코뮌주의자의 사랑법이다.  267
흔히 도(道)와 에로스느 적대적이라고 간주한다. 에로스적 충동을 억눌러야만, 다시 말해 가능한 한 탈성화되어야만 도를 터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진정 원초적 본능의 한가운데를 통과하지 않고서 어찌 생사를 넘는 해탈이 가능할 것인가? 사랑이 생명의 원초적인 뿌리이자 원동력이라면, 마땅히 인간의 우주적 경지인 도와 이어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름하여, 사랑의 절대적 탈영토화!!!  269
행복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자유와 해방이다.
니체의 말을 빌리면 "우리는 낡은 것으로 되돌아갈 수도 없다. 우리는 이미 배를 불태워 버리고 말았다. 용감해지는 수밖에 없다."<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사랑에 관한 오만과 편견, 자의식을 둘어쌍 망상의 그물망을 벗어나 한걸음, 단 한결음만 내디딜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백척간두진일보다. 
그러므로 사랑하라! 두려움 없이!!!!  271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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