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 삶의 투쟁 과정에서 도움을 준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 굳이 내 영혼 깊숙이 흔적을 남긴 사람들을 밝히자면 호메로스, 베르그송, 니체, 그리고 조르바다.
호메로스는 내게는 아주 밝게 빛나는 평화로운 눈동자였다. 그는 마치 태양처럼 모든 것을 구원의 빛으로 비춰주었다. 베르그송은 젊은 시절 괴롭고 어려웠던 철학적 문제들에서부터 나를 구원해준 사람이다. 니체는 나를 새로운 고뇌로 풍요롭게 해주었고 내 불행과 아픔과 불확실성을 자부심으로 바꾸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조르바는 내게 삶을 사랑하는 법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만일 내게 인도인들이 “구루”라고 하고, 성산(聖山) 아기온오로스(그리스 북부 할키디키 지방에 있는 반도로, 수도승들이 자치권을 행사하는 곳이어서 여자나 동물 암컷이 이곳에 들어오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의 수도사들이 “예론다스(‘영감님’이라는 뜻)”라고 부르는 영적(靈的) 스승을 이 세상에서 꼭 한 사람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조르바를 선택할 것이다.
조르바는 먹물들을 구원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높은 데서 먹잇감을 발견하여 낚아채는 원시인의 시력과, 매일 새벽마다 새로이 떠오르는 창조성, 그리고 매순간 끊임없이 바람, 바다, 불꽃, 여자, 빵과 같은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영원한 처녀성을 부여하는 순진무구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게는 확신에 찬 손과, 신선함으로 가득한 마음, 마치 내면에 자신의 영혼보다 더 높은 힘을 가지고 있는 듯, 자신의 영혼을 놀려대는 사나이다운 멋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의 창자보다 더 깊은 내면에서 터져 나오는, 아니 조르바의 나이 먹은 가슴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터져 나오는, 구원인 듯한, 거칠고 호쾌하게 껄껄대는 웃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겁에 질린 불쌍한 인간들이 마음 놓고 편하게 살기 위해 주변에 세워놓은 윤리, 종교, 조국과 같은 모든 장애물을 한꺼번에 깨뜨려서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그리고 실제로 무너뜨리는 웃음을 가지고 있었다.  7-8

나는 감히 용기를 내지 못했다. 나는 한밤중에 욕정의 으르렁 소리를 내며 춤을 추면서, 나에게 도덕과 관습이라는 탈을 벗어던지고 먼 여행을 함께하자고 울부짖는 조르바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벌벌 떨면서 움쩍달싹도 하지 못했다.
나는 많은 순간, 최고의 미친 짓을, 삶의 본질을 “행하라”고 소리치는 내 영혼을 꼭 붙잡고 그렇게 하지 못한 내 삶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조르바 앞에 있는 동안 나는 내 영혼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11




인간의 영혼은 진흙덩어리다. 모호하고 촌스러운 욕망들로 가득하고, 길들여지지도, 다듬어지지도 않고, 아무것도 분명하지도 확실하지도 않으며,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만약 예측할 수 있었더라면 우리들의 이 헤어짐도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24-25

“내가 스무 살 때였어요. 올림포스산 아래의 어떤 마을 축제에 갔다가 생전 처음으로 산투리 소리를 듣게 됐지요. ‘왜 그러는 거냐?’ 아버지께서 - 하느님께서 그의 영혼을 용서해주시길! - 내게 물었죠. ‘저는 산투리가 배우고 싶어요.’ ‘뭐라고? 부끄럽지도 않으냐? 네가 집시냐? 악기를 연주하게?’ ‘저는 산투리를 배우고 싶어요……’ 그때 내겐 기회가 되면 결혼하려고 모아둔 비자금이 있었어요. 유치하고 미친 짓이었죠. 혈기 왕성했던 나는 엉큼하세도 결혼을 하려고 했지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몽땅 다 주고 산투리 하나를 샀지요. 그게 바로 이거예요. 나는 이걸 가지고 테살로니카로 가서 ‘레쳅-에펜디’라는 터키인인 산투리 명인을 만났죠. 나는 그의 발아래 엎드렸죠. ‘뭔 원하는 거냐? 그리스 놈아.’ 그가 물었죠. ‘저는 산투리를 배우고 싶습니다.’ ‘음,  그런데 왜 내 발 앞에 엎드린 거냐?’ ‘저는 수업료를 낼 돈이 없습니다.’ ‘너는 산투리에 대한 열정이 있느냐?’ ‘네, 있습니다.’ ‘그래? 그러면 나도 수업료 따위는 받지 않겠다.’ 나는 일 년 동안 그의 곁에서 산투리를 배웠죠.  32

“나도 사람이오. .. 결혼했었죠. 악수를 둔 거죠. 가장이 되고 가정을 꾸렸죠. 애도 낳고요. 고문이었죠. 하지만 산투리가 있으면 됐죠, 뭐.”  33

“빌어먹을 정치! 도무지 부끄러운 줄 모르는군.” 그가 경멸조로 중얼거렸다.
“조르바, 빌어먹을 정치라니 무슨 뜻이오?”
“보쇼, 왕이니 민주주의니, 국회의원이니, 이 모든 얄팍한 속임수들을!”
조르바의 머릿속에서는 이 시대의 모든 것이 이미 낡고 철 지난 고물들이었다. 그에게는 전보나 증기선과 철도, 도덕과 조국, 종교가 모두 때 지난 고루한 체제였다. 그의 영혼은 이 시대보다 훨씬 빨리 앞질러 가고 있었다. 39-40

늙어서 이빨이 다 빠진 뒤에나 찾아오는 평정심을 갖게 된 다음에야 올바르고 온전한 생각들을 하게 마련이죠.  47

마을을 지나고 있었는데 아흔 살은 먹은 할아버지가 아몬드 나무를 심고 있더라고요. ‘할아버지, 아몬드 나무를 심고 계세요?’ 내가 물었죠. 그러자 그 허리가 꼬부라진 할아버지가 나를 보면서 말했죠. ‘얘야, 나는 내가 죽지 않을 것처럼 행동한단다.’ 그래서 내가 대답했죠. ‘저는요, 매 순간 죽음을 생ㅇ각하면서 행동하죠.’ 우리 둘 가운데 누가 맞는거 같소, 대장?’
..
죽음이 없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과 매 순간 죽음을 생각하면서 행동하는 것은 어쩌면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르바가 물었을 때 나는 그것을 미처 몰랐다.  70

“.. 한 번에 한 가지씩만 생각하자고요. 밥이 앞에 있으면 밥에 정신을 쏟고, 내일 우리 앞에 우리들의 갈탄이 있을 땐 갈탄에 정신을 쏟읍시다. 일을 어정쩡하게 하지 맙시다. 알겠죠?”  70

“대장, 어제 우리가 못된 짓을 저질렀어요. 못된 짓을 했다고요! 대장도 웃고 나도 웃고, 그리고 불쌍한 여자는 우리를 바라봤죠! 또 대장이 그렇게 그 여자를 천 살 먹은 호호할멈 대하듯 눈길도 안 주고 떠난 건 창피한 일이에요. 그건 예의가 아니죠, 대장, 인간은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안 되죠. 이런 말 하는 걸 이해해주쇼. 그녀도 약해빠진, 불평꾼 여자란 말이오. 나라도 남아 그녀를 위로했기에 망정이죠.”
“조르바, 그게 무슨 말이오?” 내가 웃으며 말했다. “정말 모든 여자의 머릿속에 다른 생각은 없다고 믿는 거요?”
“대장, 다른 생각은 절대 없죠! 본 것도 많고 겪은 일도 많고 해본 것도 많고, 그래서 말하자면 배운 것도 많은 이 사람 말 좀 들어보슈. 여자들의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란 없다고요. 분명히 말씀드리죠. 여자들은 병약한 존재고 불평꾼이란 말이오. 만일 사랑한다고, 원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당장 울음보를 터뜨려요. 전혀 원하지 않거나 심지어 질색인 남자라도 말이오. 여자가 ‘싫어요’라고 말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건 전혀 별개의 문제예요.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여자들이란 항상 자기를 봐주고 탐내는 남자를 바란단 말이오. 그 불쌍한 것들은 그걸 원해요. 그러니 그것들에게 자비를 베푸쇼!”  89-90

조르바는 인부들을 다룰 줄 알고 책임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95

내 외할아버지는 크레타 시골에 살았는데 매일 저녁이면 등잔불을 들고 마을을 돌며 혹시 낯선 외지인이 있나 살폈다. 그런 사람을 찾으면 집으로 데려와서 신나게 먹고 마시게 대접하고는, 길고 납작한 의자에 앉아 긴 곰방대를 피워 물었다. 그러고는 손님에게 “자, 이제는 밥값을 치를 때가 됐소.” 하고 말하고는 명령조로 덧붙였다. “뭐든 말해봐요!” “무스토요르기스 할아버지, 대체 무슨 말을 하라는 말씀입니까?” “당신이 누구고, 어디서 왔고, 어떤 나라를 돌아다니며 당신 눈으로 어떤 것들을 봤는지 모두 다 얘기하슈. 자, 말해보슈.”
그러면 손님은 사실과 꾸며낸 이야기를 뒤섞어서 이야기를 시작했고 외할아버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긴 의자에 편안하게 앉은 채로 곰방대를 빨며 그 손님과 함께 여행을 했다. 그리고 그 손님의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직도 할 이야기가 많은 것 같으니 가지 마시고, 내일 하루 더 머무슈!”
외할아버지는 한 번도 고향 마을을 떠나본 적이 없다. 이라클리온(크레타의 주도)에도 레팀노(크레타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에도 가본 적이 없다. 그러고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내가 왜 그런 곳엘 가야 해? 레팀노 사람이나 이라클리온 사람이 이곳을 지나가다가 우리 집에 와서 머물면 돼지. 내가 외지로 나갈 필요가 어딨어?”  96-97

외할아버지가 등잔불을 밝히고 지나가는 객을 찾아 모셨듯이 나 역시 한 손님을 모셔 떠나가지 못하게 붙잡고 있다. 한 끼의 식사 값보다는 훨씬 비싸게 들기는 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매일 저녁 나는 조르바가 일을 끝내고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그가 오면 내 맞은편에 앉혀놓고 함께 식사를 하고는 돈을 치를 시간이 되면 그에게 말한다. “말해봐요!” 그러고는 파이프를 피워 물고 이야기를 듣는다. 이 손님은 지구 곳곳을 돌아다녔고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탐구했기에 나는 조금도 지루한 줄 모르고 계속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조르바, 계속하세요, 계속 얘기해요!”
그러면 마케도니아 전체가 내 앞에서 열리면서 조르바와 나 사이의 좁은 공간에 산과 숲과 강 들, 게릴라들과 부지런한 남성같은 여장부들과 강인하고도 무뚝뚝한 남자들을, 또 때로는 성산아기온오로스의 스물한 개의 수도원과 조선소들과 튼실한 엉덩어를 가진 게으름뱅이 수도사들을 펼쳐 놓았다. 성산 아기온오로스의 수도사 이야기를 끝낼 때면 조르바는 옷깃을 세워 몸을 세차게 흔들고 큰 웃음을 터뜨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께서 대장을 당나귀 엉덩이와 수도사의 앞에 달린 물건으로부터 보살펴 주시기를……”
매일 밤 조르바가 나를 그리스로, 불가리아로, 콘스탄티노폴리스(이스탄불의 그리스 이름)로 데리고 가면, 나는 그 장소들을 눈을 감은 채 보았다. 그는 수많은 수난을 겪은 혼란스러운 발칸 반도 지역을 돌아다녔고, 그의 조그만 눈은 마치 매처럼 재빠르게 모든 것을 이 잡듯 다 보았다. 그는 자주 논을 동그랗게 떴는데, 그러면 우리가 습관적으로 주의하지 않고 보아 넘기는 것들이 그의 앞에서 엄청난 수수께끼로 되살아났다. 가령 그는 지나치는 여자를 보고 몸서리를 치며 멈춰 서서는 물었다. “이건 무슨 조화죠? 여자란 무얼까요? 어떻게 내 머리 꼭지를 돌게 만드는 거죠? 이건 또 뭡니까? 말 좀 해봐요.” 그는 어떤 때는 사람을, 어떤 때는 꽃이 핀 나무를, 또 어떤 때는 시원한 물이 담긴 컵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조르바는 매일같이 모든 것을 처음 보는 듯 봤다.
한번은 그가 오두막집 밖에 앉아 포도주를 마시다가 몸을 돌려 놀란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대장, 이 붉은 액체는 또 뭡니까 말해봐요. 늙은 포도나무 줄기에서 새싹이 나면 시고 시시껄렁한 것들이 주렁주렁 매달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탵양이 이것들을 익히면 꿀처럼 달게 되고, 그러면 우리는 그걸 포도라고 부르죠. 그러 밟고 즙을 짜서 통에다 부으면 저 혼자 부글부글 끓어요. 10월이 되어 술 취한 성자 요르고스(11월 2일이 축일인 크레타의 성인. 다음 날인 11월 3일에는 새 포도주 통을 열어 모두에게 맛보게 한다)축일에 통을 열면 포도주가 나오죠! 이건 또 무슨 기적입니까? 그걸 마시면, 그 붉은 액체를 마시면 영혼이 대범해져서 천박한 것들이 더 이상 그 영혼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하느님한테 도전장을 내죠. 대장, 이게 뭡니까? 대답해봐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조르바의 말을 들으면 온 세상이 처녀성을 회복한다. 모든 일상의 것들, 빛바랬던 것들이 하느님의 손을 처음으로 벗어나던 때처럼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강과 바다도, 여자도, 별도, 빵도, 태초의 신비스러운 근원으로 되돌아가고, 하늘에서는 하느님의 수레바퀴가 원초적 힘을 되찾곤 했다.  97-100

어느 일요일, 풍성한 식탁에서 마음껏 먹고 마시고 돌아오던 길에 나는 조르바를 믿고 나의 비밀 계획을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 조르바는 내 이야기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가끔 화가 나서 머리를 거세게 흔들기는 했지만 내 말을 참을성 있게 끝까지 들어주었다. 그는 내 말 첫마디에 술이 확 깨고 정신이 번쩍 든 것 같았다. 내가 말을 끝내자 그가 신경질적으로 콧수염 두가닥을 뽑아 던지며 말했다.
“날 이해하쇼, 대장. 내가 보기에 대장 머리는 밀반죽인 듯해요. 나이가 몇이오?”
“서른 다섯잉요.”
“아, 그럼 영글긴 영 그른 것 같네요.” 이렇게 말하고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화가 나서 고집스럽게 말했다.
“당신은 인간을 믿지 않나요?”
“대장, 화내지 마쇼. 나는 아무것도 안 믿어요. 내가 인간을 믿는다면 하느님도 믿고, 악마도 믿을 거요. 그러면 아주 귀찮아지죠. 세상이 엉망이 되고 나는 궂은 일에 휘말려들 거예요, 대장.”
그러고는 입을 다물더니 모자를 벗고 머리를 미친 듯이 긁고는 콧수염을 뽑아버릴 듯 세차게 잡아당겼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지만 참고 있는 듯했다. 곁눈질로 나를 몇 번 보던 조르바가 마침내 결심을 한 듯 입을 열었다.
“인간이란 짐승이에요!” 이렇게 소리치면서 화를 내며 지팡이로 돌을 내려쳤다. “사나운 짐승이죠! 당신은 귀하게 자라서 그걸 몰라요. 하지만 내게 묻는다면 대답하죠. 짐승이에요! 인간들을 혹독하게 다루면 그들은 당신을 존경하고 두려워하지만, 친절하게 대하면 당신의 눈알을 빼가죠.
거리를 두셔야 해요. 대장! 사람들 기를 살려주지 마세요. 그들한테 우리는 모두 하나고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 마세요. 그러면 그들은 당장 대장의 권리를 짓밝고, 밥그릇을 빼앗고, 대장이 굶어 죽도록 만든단 말예요. 거리를 두시라고요. 대장! 난 대장이 잘되기만 바랄 뿐이에요.”
“그러면 당신은 아무것도 안 믿는단 말이오?” 내가 화가 나서 항의했다.
“네, 저는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며 번이나 말해줘야 해요? 나는 아무것도, 아무도 안 믿어요. 오직 조르바만 믿어요. 조르바가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사람이라서가 아니에요. 절대요, 정말 절대로 더 낫지 않죠! 그놈도 짐승이에요. 하지만 내가 조르바를 믿는 까닭은 내가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놈이기 때문이죠. 나는 오직 그놈만을 잘 알 뿐, 다른 것들은 모두 헛것들이에요. 조르바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조르바의 귀로 듣고, 조르바의 위장으로 소화하죠. 다른 모든 것은 다시 강조하지만 헛것이에요. 내가 죽는 순간 모든 것들도 죽죠. 조르바의 세계 전체가 바닥으로 사라지죠!”
“참으로 이기적이네요!” 내가 냉소적으로 비꼬았다.
“그럼 어떡합니까, 대장? 세상이 그런데요. 먹은 대로 싸는 거죠. 나는 조르바고, 조르바답게 말할 뿐입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르바의 말들이 채찍처럼 내몸을 때렸다. 나는 이토록 강인하고 사람들을 그렇게 지겨워하면서도 그들과 함께 싸우고 인생을 살아갈 기분을 계속 잃지 않는 그가 자랑스럽다.  103-105

진정한 인간은 이처럼 몇 가지 안 되는 물건만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다.  108

“엊그제 우리가 한 말을 기억하쇼? 민중을 계몽해서 눈뜨게 한다고요? ..
대장, 사람들을 좀 조용히 내버려두쇼. 그들이 그런 일에 눈뜨게 하지 말아요. 그들이 눈을 뜨면 보게 될게 뭐겠어요? 자신들의 불행과 처참함뿐이죠! 사람들이 눈이 먼 채 꿈을 꾸도록 내버려둬요!”
그가 잠깐 말을 멈추고는 생각에 잠겨 머리를 긁다가 말을 이었다.
“만약에 ….. 만약에 말이에요…..”
“뭐예요? 한번 들어봅시다.”
“만약에 그들이 눈을 떴을 때 대장이 보다 더 좋은 세상을 보여줄 수 있다면 말입니다…… 그럴 자신이 있나요?”
나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나는 어떤 것들이 무너져 내리리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그 폐허 위에 어떤 것이 세워질지는 알지 못했다. ..
조르바는 나를 보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은근히 화가 났다.
“물론, 보여줄 수 있죠.” 내가 고집을 피우며 대답했다.
“보여줄 수 있다고요? 그럼 한번 말해보슈.”
“당신한테는 얘기할 수 없어요. 아마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참, 그렇다면 보여줄 수 없는 거예요!” 조르바가 머리를 저으며 대꾸했다. “대장, 내가 뭘 잘못 먹어 바보가 된 줄 아쇼? 대장은 속은 거예요. 나 역시 아나그노스티스 영감과 마찬가지로 배운게 없는 무식쟁이지만 난 결코 그 정도로 바보는 아녜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걸 그 순진한 인간과 그의 평생 반려자인 순한 마누라가 이해하겠소? 이 세상의 모든 아나그노스티스 영감들과 그 마누라들이 어떻게 그걸 이해한단 말이오? 그네들이 새로운 세상을 볼 것 같소? 그냥 그들에게 이미 익숙하고 길들여진 세상을 그대로 놔두슈. 보다시피 지금까지 잘들 살아왔지 않소. 그냥 살 뿐 아니라 아주 잘살고 있고 자식에 손자들까지 잘 낳고 살아들 가지 않소. 하느님이 그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해도, 그들은 ‘하느님께 영광이 있을진저!’ 하며 아우성을 쳐대죠. 이 가엾은 자들은 거기에 만족해 안주하는 거예요. 그들을 내버려두고 입을 다무세요.”  116-118

‘이 사람은 학교에 다닌 적이 없어서 머리가 타락하지 않았구나.’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은 많은 것을 보고 행하고 겪으면서 정신은 열리고, 마음은 넓어지고, 태초의 호기를 잃지 않았구나. 이 사람은 그의 고향 선배인 알렉산드로스 대왕처럼 우리가 풀지 못하는 모든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한칼에 풀어버리는 구나. 이 사람은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땅에 뿌리박고 있으니 절대로 쓰러지거나 넘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프리카의 원시 부족들은 뱀을 숭배한다. 왜냐하면 뱀은 온몸을 땅에 붙이고 기어 다니기에 대지의 비밀을 다 알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뱀은 배로, 꼬리로, 남근으로, 머리로 그 비밀들을 캐낸다. 조르바도 그렇다. 우리 지식인들은 공중에 떠 있는 바보 같은 새들일 뿐이다.’  118

6
“대장이 먹은 게 무언지 말해보슈.” 한번은 조르바가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대장이 어떤 사람인지 얘기해주리다. 어떤 작자들은 먹고 똥과 잡동사니만 만들고, 다른 작자들은 일과 의욕을 만들고, 또 다른 사람들은, 내가 듣기로는, 하느님을 만든답디다. 인간이란 이 세 불 가운데 하나죠. 나는 말이오, 대장, 최악도 아니고 최고도 아니에요. 나는 중간 부류에 속하거든요. 내가 먹는 음식은 일과 의욕으로 바뀌어요. 그나마 다행이죠!”
이렇게 말하고는 묘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대장, 당신은 말이오, 아마도 먹은 음식으로 하느님을 만들려고 애쓰는데, 그게 맘대로 되지 않아 보깨고 있는 거 같소. 대장은 수탉이 당했던 일을 당하고 있는 거요.”
“수탉이 무슨 일을 당했는데요, 조르바?”
“수탉이 말요, 처음에는 수탉ㅊ처럼 제대로 의젓하게 걸었죠. 하니만 어느 날 하루, 겉멋이 잔뜩 들어서는 두루미처럼 위풍당당하게 걷겠다고 선언했죠. 그때부터 이 불쌍한 수탉은 자기 고유의 걸음걸이를 잃고는 균형 감각이 엉망이 돼서 깡충깡충 두 발로 뛰게 됐죠.”  125-126

“대장, 당신은 여자들한테서 뭘 기대하슈? 여자들은 어떤 놈이든 만나는 놈의 아이를 낳아주죠. 그리고 남자들에게선 뭘 기대하슈? 남자들은 쥐덫에 걸려들죠. 모든 게 다 부질없는 일이에요, 대장!”  128

일을 마치고 그 망할 통통한 물개와 수작할 때면 - 그녀에게 행운이 있기를! - 갈탄과 대장에 관한 일 모두를 그녀의 목에 두른 리본에 매달아놓았죠. 나 자신도 그 리본에 매달아버리고 모든 걸 잊죠.  133

나는 늦게까지 잠을 잘 수 없었다. 내 삶은 실패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펀지 하나를 들고서 그동안 읽은 모든 것을, 보고 들은 모든 것을 비워버리고 조르바의 학교에 다시 들어가 위대하고 진정한 알파벳을 배울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전혀 다른 길을 갔을 것이다! 내 오관과 피부 전체를 완벽하게 갈고닦아 즐기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을 것이다. 뛰기, 싸움, 헤엄, 승마, 노 젓기, 자동차 운전, 사격을 배웠을 것이다. 내 영혼을 살로 채우고, 살을 영혼으로 채워, 드디어 나의 내면의 영원한 숙적인 이 둘을 하나로 화해시켰을 것이다.
나는 침대에 앉아서 잃어버린 내 삶을 기억해냈다. 열린 문 사이로 희미한 별빛 아래서 바위 위에 쪼그리고 앉아 마치 한 마리 밤새처럼 바다를 응시하는 조르바가 보였다. 나는 그가 부러웠다. 나는 생각했다. ‘저 사람은 진리를 발견했다. 저 사람이 바로 길이다!’
먼 옛날 창세기 시절 조르바는 앞장서서 도끼로 길을 열던 부족장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영주들의 성을 돌아다니며 영주와 하인, 귀부인 들까지 모두 자신의 두꺼운 입술에 목매게 하는 유명한 음유시인이었을지도 모른다. 배은망덕한 이 시대에 조르바는 굶주린 늑대처럼 우리 주위를 배회하거나 삼류작가로 전락하여 광대 노릇을 한다.  138-139

“대장, 나는 벌써 흰머리가 났어요. 이빨은 흔들리기 시작했고요. 이제 난 허비할 시간이 없어요. 대장은 아직 젊으니 좀 기다릴 수도 있겠지만, 난 아뇨. 맙소사, 늙어갈수록 난 더 거칠어진다고요! 어떤 작자들이 주저앉아서 나이가 들면 불같은 성질이 죽고 저승스자를 만나도 목을 길게 쭉뻗고 ‘자, 이제 목을 치쇼!내가 성인이 되리다!’하고 말하게 된다고 지껄이죠. 하지만 나 이 조르바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 사나워지고 있어요. 나는 절대 포기 안해요. 이 세상을 모두 먹어치우고 싶어요.”  142


7
“몇 번 결혼했어요, 조르바?” ..
“난 사람이 아니오? 나도 그 엄청난 바보짓을 했수다. 모든 기혼 남자들이 내가 결혼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것에 동의할 거요. 그렇죠, 나도 그 엄청난 바보짓을 저질렀던 말이오. 결혼했었죠.”
..
“대장, 이런 말이 있소. 정식 결혼은 알맹이가 없다! 양념 없는 음식이죠. .. 우리 고향 마을에는 이런 말도 있습니다. ‘훔친 고기만이 맛있다.’ 마누라는 훔친 고기가 아니란 말씀입니다. ..”. 148-149


8
“비가 오면 마음이 우울해지죠.” 조르바가 말했다. “그러니 비에 신경 쓰지 말아야 해요.”
그는 담장 아래쪽으로 몸을 굽혀 갓 피어난 야생 수선화를 꺾어서는 마치 수선화를 처음 보는 것처럼 한참 동안이나 탐욕스럽게 살펴봤다. 그러고는 눈을 지그시 감고 냄새를 맡다가 한숨을 쉬더니, 내게 그 수선화를 건넸다.
“대장, 우리가 돌과 꽃, 그리고 비가 뭐라 말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소? 아마도 우리에게 소리를 치는데 우리는 알아듣지 못하는 게 아닐까요? 그리고 우리가 무슨 말을 해도 이것들이 못 알아듣고요. 대장, 언제나 이 세상의 귀들이 뚫릴까요? 언제나 우리들 눈이 열려 사물들을 보게 될까요? 언제 우리가 팔을 벌려 돌과 꼬과 사람이 서로 껴안게 될까요? 대장, 책에는 뭐라고 쓰여 있소?”
“빌어먹을!” 나는 사랑하는 조르바가 잘 쓰는 말을 골라 대답했다. “빌어먹을! 이렇게 쓰여 있죠. 다른 말은 없고요.”
조르바가 내 팔을 잡았다.
“대장, 좋은 생각이 났어요. 듣고 화내면 안 돼요. 대장이 가지고 있는 모든 책을 한곳에 쌓아놓고 불을 질러버립시다. 그러면, 혹시 알아요? 대장은 바보가 아니고, 또 좋은 사람이니까…… 그러면 대장도 뭔가를 좀 알게 되지 않을까요?”
‘맞아! 바로 그거야! 나는 속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어!’
조르바가 망설이며 생각에 잠기더니 잠시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말이죠. 뭔가를 좀 알 것 같아요.”
“그게 뭔데요? 말해봐요, 조르바.”
“난들 알겠어요? 그냥 그렇게 생각될 뿐이죠. 뭔가 알 것 같아요…… 내가 그걸 이야기하려 들면, 엉마이 될 거예요. 언젠가 기분이 내키면 대장한테 춤을 춰서 보여줄게요.”  171-173

마침 그 순간에 한 여인이 젖은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내려뜨리고, 까만 치마가 바람에 날려 무릎까지 훤히 드러난 상태로 카페 앞을 정신없이 뛰어 지나갔다. 그 여자는 옷이 착 들러붙어 펄떡거리는 물고기처럼 뇌쇄적인 싱싱한 몸매를 드러낸 채 도발적으로 몸을 흔들며 지나갔다.  176


“대장, 이쯤에서 대장에게 남자 망신시키지 말라고 말하고 싶네요. 신과 같은 악마가 이 맛있는 간식을 보낸 거예요. 이빨도 튼튼하니 그걸 그냥 내버려두지 마세요. 손을 뻗어 가지라고요! 창조주가 왜 우리 손을 만들었겠어요? 잡으라고 만든 거예요. 잡아채세요! ..”
“나는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요.” 내가 화를 내며 대꾸했다.
..
“문제를 일으킥 싶지 않다고요?” 조르바가 놀란 듯 소리쳤다. “대장, 그렇다면 대체 뭘 원하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산다는 게 원래 문제투성인 거요.” 조르바가 계속 말을 이었다. “죽음은 문제가 전혀 아니고요. 사람이 산다는 게 뭘 뜻하는지 아세요? 허리띠는 느슨하게 풀고, 남들하고 옳다 그르다 시비하는 거예요.”
나는 조르바가 옳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감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내 인생은 잘못된 길로 들어서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은 나만의 혼잣말이 되고 말았다. 나는 그렇게 길에서 벗어나 있었다. ..
“너무 계산에 매달리지 마쇼, 대장!” 조르바가 집요하게 추궁했다. “숫자에서 좀 벗어나고, 그 발어먹을 저울을 던져버리쇼. 구멍가게를 때려치우란 말요. 지금이야말로 대장의 영혼을 구할것인지 아니면 파괴할 건지를 결정할 때요. 대장, 들어봐요. 손수건 한 장에다가 지폐가 아니라 눈이 부시게 만드는 금화 2, 3리라를 넣고, 매듭을 묶어서 미미토스 편으로 과부에게 보내쇼. 그리고 미미토스 놈에게 이렇게 말하라고 일러주쇼. ‘갈탄광 사장님이 보내서 왔습니다요. 이건 그분이 보내는 손수건이에요. 별것 아니지만 마음을 담아서ㅓ 보내는 거래요. ..
그렇게 하고는 바로 그다음 날 저녁에 그녀의 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리는 겁니다. 빠를수록 좋다는 말이 있잖아요. 쇠뿔도 단 김에 빼야죠. 그리고 이렇게 얘기하는 거죠. 길을 잃었는데 어두워졌으니 등잔불 하나만 빌려달라고요. 음, 아니면 갑자기 어지러워서 그런데 물 한 잔만 얻어먹을 수 없느냐고 하든지요. 더 좋은 건 다른 암양 한 마리를 사서 찾아가는 거죠. 그리고 이렇게 말하세요. ‘부인, 여기 부인께서 잃어버린 암양이 있어요. 제가 찾아냈죠!’ 대장, 들어봐요. 그러면 과부가 보상을 해주기 위해 대장을 집 안으로 들일 거예요. .. 장담하건대, 대장은 말을 탄 채 천국에 들어갈 겁니다. 다른 천국이란 존재하지 않아요. 신부들을 믿지 마세요. 다른 천국은 없으니까요!”  184-186

“.. ‘이런 바보 같은 놈, 어떤 놈이든 여자와 사랑을 나눌 수 있었는데도 사랑을 나누지 않으면, 그건 큰 죄를 짓는 거니까. 여자가 ㅊ침대에서 너를 부르는데 안 가면, 넌 영혼을 잃게 되는 거야! 그 여자가 하느님의 최후의 심판 날에 한숨을 쉬면, 네가 누구든, 아무리 좋은 일을 많이 했어요, 그 한숨 소리가 너를 지옥에 빠뜨릴 테니까!’”
조르바가 한숨을 쉬었다.  188-189


9
“.. 예전에 내 별명 가운데 하나가 ‘흰곰팡이’였다고 말한 적 있죠? 왜냐하면 내가 어딜 가든 일을 엉망진창을 만들어버리곤 했기 때문이죠. 그러니 대장 사업도 망할 거예요. 그러니 내가 다시 말하지만 나를 당장 자르란 말예요!”
“하지만 나는 당신이 좋아요, 조르바. 그러니 더 이상 그 이야기는 하지 말아요.”
“하지만 대장, 나는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요. 넘칠 때도 있고, 모자랄 때도 있죠. 언제 그럴지 정확히 알면 얼마나 좋겠소? 어쨌든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건 분명해요. 자, 대장이 이해하기 쉽게 예를 하나 들지요. 요즘 며칠 동안 밤이나 낮이나 그 과부 때문에 마음이 편할 새가 없어요. 하늘에 맹세코 나 때문은 절대 아니고요. 그 과부와 어울릴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난 내가 그녀를 만질 일이 절대 없을 거라는 걸 확실히 알아요. 그 과부는 나하고 맞질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그냥 버려지는 것도 바라지 않아요. 그녀가 독수공방하는 걸 참을 수 없다고요. 대장, 그건 올바른 일이 아니에요. 내 가슴이 저려온다니까요. 그래서 밤마다 그녀의 집 주위를 서성거렸죠. 그 때문에 내가 밤마다 사라졌던 거고, 대장은 어딜 갔었느냐고 내게 묻는 거고요. 이제 알겠어요? 난 밤이면 그녀가 어디를 다녀오는지, 어떤 놈이 그녀와 함께 뒹구는지 살펴보러 갔었던 거예요. 그러고 나야 편하게 잘 수 있었으니까요.”
나는 웃었다.
“대장, 웃지 마슈! 한 여자가 혼자 잔다면, 그건 우리 남자 모두의 책임이에요. .. 하느님은 스펀지로 인간의 모든 죄는 용서하지만 그 죄만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아요. 대장, 한 여자랑 잘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놈은 저주를 받아요. 그리고 한 남자랑 잘 수 있었는데도 자지 않은 년도 마찬가지고요. ..
“사람이 죽으면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요?”
“난 환생을 믿지 않아요, 조르바.”
“나도 안 믿어요. 하지만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러니까 자신이 봉사해야 할 일을 거절한 사람들이 - 그냥 도망자들이라고 합시다 - 그들이 다시 이 땅에 태어난다면 무엇으로 태어나는지 아슈? 노새요, 노새(노새는 새끼를 낳지 못한다)!”
그렇게 말하고 조르바는 입을 다물더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을 반짝이고는 즐거워하며 말했다.
“오늘날 우리가 이 세상에서 보는 모든 노새들이 그런 얼간이들일 수 있겠네요. 평생 남자로 살면서도 남자 구실 못 했고, 여자로 살면서도 여자 구실 못한 인간들 말예요. 그래서 노새가 된 거고요. 노새들은 그래서 고집이 세고 밤낮으로 발길질해대는 거고요. 대장, 어떨게 생각하슈?”  193-195

“내가 일할 때에는 언제 빵 터질지 모르니 말을 걸지 마슈!” 어느날 저녁 그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빵 터진다고요? 조르바, 왜요?”
“또 왜냐고 따지슈? .. 나는 일을 할 때 내 전부를 쏟아요. 그러면 나는 바위 위나 지금 내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석탄에 나 있는 금이나 산투리의 줄들처럼 손톰 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팽팽하게 바짝 긴장해요. 그때 누가 나를 살짝 건들거나 말을 걸어 돌아보게 하면 빵하고 터질 수가 있단 말이오. 알아듣겠소?”  200


10
“대장,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외양간에서 태어났다는 걸 믿으슈? 믿는 거요 아니면 세상 사람들한테 사기 치는 거요?”
“조르바, 그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나는 믿지도 않고 안 믿지도 않아요. 조르바, 당신은 믿어요?”
“나도 도대체 뭘 믿는지 모르겠어요. 뭐라 말할까요? 어렸을 때 할머니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면 난 하나도 믿지 않았어요. 하지만 기은 감동을 느껴 마치 그 이야기들을 믿는 것처럼 울고 웃고 했죠. 수염이 나기 시작하면서, 옛날이야기들을 전혀 믿지 않게 됐고 오히려 비웃었죠. 하지만 나이가 지긋하게 든 지금 나는 노망이 들어서 그 이야기들을 다시 믿기 시작해요. …… 사람이란 알 수 없는 존재라니까요.”  210

“.. 바보같이 굴지 마세요. 언젠가 어떤 과학도가 내게 말해줬는데, 우리가 마시는 물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우리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아주 조그만 벌레들이 우글거리고 있는 걸 볼 거래요. 그 벌레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나면 물을 마시지 못하게 되고, 물을 못 마시면 목이 말라 갈증으로 죽어갈 거래요. 대장, 현미경을 깨버리세요. 그 괴물 같은 물건을 던져버리라고요. 그러면 벌레들이 당장 사라져서 시원하게 물을 마시고 갈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돼요.”  212-213

“.. 나의 여선장님이시여, 잘 먹고 마신 이 밤에 이 바닷가에서 제가 당신을 바라보니, 내 눈에 트여서 당신은 커다란 배의 인어이신 듯하군요. 그리고 나의 부불리나여, 나는 당신의 마짐막 항구요. 선장들이 와서 술을 마시는 카페입니다. 오, 사랑하는 나의 요정이시여, 나는 이제 당신의 건강을 빌면서 이 가득 찬 술잔을 비우렵니다!”
마담 오르탕스는 뼛속까지 감동하여 눈물을 펑펑 흘리며 조르바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  213


11
음식과 술, 여자, 춤, 이 네가지는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필수 요소인데, 조르바는 강단 있는 그 몸뚱어리에 이 모두를 조금도 손상시키지 않은 채 지니고 있었다.  223

“대장, 이건 또 무슨 조환가요?” 조르바가 몸을 돌리며 내게 말했다. “내가 하는 일은 온통 뒤죽박죽이에요. 내가 어렸을 때 사람들은 나를 보고 늙은이 같다고 했어요. 그때 나는 신중하고, 말수도 적고, 나이 들어 보이는 굵은 목소리로 말했거든요. 내가 할아버지를 닮았다고들 했죠. 그런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더 가벼워졌어요. 스무 살 이 되자 나는 철없는 짓거리들을 시작햇지만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어요. 보통 정도의 및친 짓거리 정도였죠. 마흔이 되자 나는 젊음이 넘치는 걸 느끼면서 진짜 미친 짓을 많이 했죠. 그리고 지금 육심 줄에 들어서자, - 대장, 이건 비밀인데 내 나이가 지금 예순다섯이오, - 하여간 육십이 되자, 정말 날 믿으슈, 대장, 이걸 도무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이 세계가 좁아서 나를 받아들이질 못한다우.”
그는 잔을 높게 들더니 자신의 숙녀를 향해 돌아서서는 모든 존경을 다 표하며 정중한 말투로 소리쳤다.
“나의 숙녀시여, 이 잔을 당신의 건강을 위해 바칩니다. 하느님께서 새해에는 다시 이가 돋아나게 하시고, 칼처럼 날카로운 눈썹이 다시 생기고, 피부가 다시 대리석처럼 매끄럽게 되게 하시며 당신 목을 감은 이 안 어울리는 띠를 던져버리게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다시 크레타에 혁명이 일어나서, 오 나의 부불리나여, 각기 다른 향수를 부린 곱슬곱슬한 수염이 난 ‘쩨독’들이 지휘하는 세계5대 강대국의 함대가 다시 오기를, 그러면 나의 요정이시여, 당신은 다시 파도 위를 날아다니며 모래를 부르겠죠 - 아, 끝내주네! - 그러면 모든 함대가 이 무시무시한 둥근 바위 사이에서 난파할 거요.
조르바는 이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큰 손을 내밀어 마담의 축처지고 말라비틀어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229-230

이 사람은 사나이다움과 단순함으로 세상과 조화를 이루었고, 육체와 영혼을 하나로 만들었다. 그리고 여자와 빵, 정신, 잠, 이 모든 것이 기꺼이 살이 되어 조르바가 되었다.  238


12
잠이 들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 조르바는 이미 없었다. 날씨는 추웠고 나는 별로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내 머리 위에 있는 조그만 선반으로 손을 뻗어 내가 좋아해서 항상 가지고 다니는 말라르메의 시집을 꺼냈다. 여기저기를 건너뛰며 천천히 시를 읽었다. 시집을 덮었다. 그리고 다시 열었다. 하지만 이내 멀리 집어던졌다. 오늘 처음으로 이 모든 시들이 핏기도, 향기도ㅡ 인간의 본질도 없는, 색바랜 하늘빛을 띤 허공처럼 텅 빈 낱말들로 느껴졌다. 그 시들은 미생물 한마리도 없고, 영양분도 없고, 생명이 결여된 순수한 증류수 같았다.
종교가 힘을 잃으면 그 종교의 신들이 시의 모티프가 되듯이, 아니면 인간의 고독이나 담벽의 장식이 되듯, 이 시들도 그랬다. 흙더미와 씨앗의 범벅이 되어버린 마음속 막연한 욕망은 진부한 지적 장난으로, 공중누각으로 변하고 말았다.
나는 다시 시집을 펼쳐 한 번 더 읽어보았다. 어떻게 이 노래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나를 사로잡았던 것일까? 이 노래들은 너무도 순수했다. 이 노래들 속에서 인생은 피 한 방울조차 지탱하지 못하는 투명하고도 가볍기 이를 데 없는 장난으로 변했고, 성적 사랑과 육체의 살, 외침과 같은 인간적인 것들은 야비하고 마무리되지 못한 오염된 존재로서, 정신이라는 용광로 안에서 비물질화되어 흩어지고, 연금술에 연금술을 거듭하여 지극히 비현실적인 추상적 개념들로 바뀌었다.
어째서 이 아치에 한때 나를 유혹하고 타락시켰던 이 시들이 모두 하나같이 사기꾼의 현란한 줄타기 속임수처럼 보이는 걸까? 문명의 종말은 한결같이 엇비슷하다. 그때가 되면 인간의 고뇌가 - 순수 시나 순수 음악, 순수 지각 등이 - 모두 대마법사의 능수능란한 속임수로 끝난다. 모든 믿음과 망상에서 자유로워진, 그래서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게 된 마지막 인간, 그가 속한 모든 땅은 숨결이 되고, 그 숨결은 더 이상 뿌리를 내려 영양분을 줄 수도, 취할 수도 없게 된 마지막인간, 그 인간은 씨앗도, 똥도, 피도 다 비워버렸다. 그리고 모든 것은 낱말로, 장난기 어린 율동의 낱말들로 변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인간은 황무지의 끝자락에 앉아 음악을 침묵의 수학적 비율로 해체하고 있다.  239-240

떠나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이곳 해변가에서 잘 지내고 있다. 이곳은 나를 잘 품어주어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어떤 욕망이 내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다. 죽기 전에 더 많은 땅과 바다를 보고 만지고픈 욕망이 나를 편하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249


13
나는 인간은 자기만의 고유한 냄새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냄새들이 서로 섞이는 바람에 어느 냄새가 내 것이고, 또 어느 냄새가 네 것인지 알지 못할 뿐이죠. ..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자라는 뻔뻔한 것들은 강아지처럼 촉촉한 코를 가지고 있어 누가 자기들을 애타게 원하고 누가 싫어하는지 냄새로 곧바로 잡아낸다는 것예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어느 도시를 가든, 내가 늙은이에다가 못생기고 옷을 초라하게 입고 있어도 계집 두세 명이 내 뒤를 졸졸 쫓아오죠. 아시겠어요? 냄새를 잘 맡는 암캐들이 - 하느님께서 그 계집들을 보살펴주시기를! - 내 뒤를 따라오는 거죠.  263

대장, 내가 대장한테 한번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죠? 각자가 자기만의 천국을 가지고 있다고요. 대장의 천국에는 수많은 책과 아주 커다란 꿀단지가 있을 거고, 다른 사람의 천국에는 포도주와 우조, 코냑 통들이 있을 테고, 또 다른 사람의 천국에는 영국 금화가 산더미같이 쌓여 있겠죠. 내 천국은, 색색깔의 치마와 향수 비누, 스프링 박힌 더블 침대, 그리고 내 옆에 암컷 하나가 있는 이 향수 냄새가 물씬 나는 조그만 방, 바로 여기죠.  267

“.. 어제 우리는 카스트로에서 벌어진 축제에 갔었죠. 그런데 악마 놈이 이게 어느 성인을 기리는 축제인지 안 가르쳐줬단 말입니다. 롤라가 - 아 참, 나와 함께 있는 계집을 소개하지 않았군요. 이름은 롤라예요 - 내게 말했죠.
‘할아버지(이 계집이 아직도 나를 할아버지라고 불러요. 하지만 애칭으로 부르는 거예요.), 할아버지, 나 축제에 놀라 가고 싶어.’
‘그럼 가봐, 할멈. 가보라고!’ 내가 대답했죠.
‘하지만 나는 할아버지랑 같이 가고 싶어.’
‘난 안 가, 지겹거든. 그러니 너 혼자 가봐.’
‘치, 그러면 나도 안 가.’
내가 눈을 똥그랗게 뜨면서 말했죠.
‘안 간다고? 왜? 왜 안 가?’
‘할아버지도 간다면 나도 갈 거야. 하지만 할아버지가 안 가면 나도 가기 싫어.’
‘왜? 너는 자유인이잖아?’
‘아냐, 난 자유인 아냐.’
‘자유인이고 싶지 않아?’
‘아니, 싫어.’
대장, 내가 무슨 말을 하겠수? 나는 놀라 까무러칠 것 같았죠.
‘자유를 바라지 않는다고!’ 내가 소리 질렀죠.
‘나는 자유 싫어, 절대 싫어. 난 자유가 싫다고!’
대장, 나는 이 편지를 지금 롤라의 바에서 롤라의 편지지로 쓰고 있어요. 부탁이니 대장도 잘 생각해보슈. 나는 인간이란 자유를 바라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여자는 자유를 바라지 않아요. 그렇다면 여자도 인간 맞나요?
부탁하건대 즉시 답장해줘요. 대장께 사랑의 입맞춤을 듬뿍 보냅니다.
알렉시스 조르바백.”  269-270

조르바의 편지를 다 읽고 나는 한동안 아무런 결정을 못 내리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화를 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아니면 인생의 표피층을 다 초월해서 삶의 본질에 다다른 이 원시인을 자랑스러워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에게는 논리니, 예의니, 명예니하는 인생을 편리하게 해주는 소소한 미덕들은 다 사라지고, 오직 심연의 절벽 끝으로 대책 없이 자신을 밀어 넣어 아주 위험하기 짝이 없는, 불편하고 아무도 바라지 않는 미덕만 남아 있었다.
글을 쓸때 참을 수 없는 충동 때문에 펜을 망가뜨리는, 이 무식한 노동자는 유인원에서 갓 벗어난 태초의 원시 인간처럼, 또는 위대한 철학자처럼,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들에 압도당해 그 문제들을 몸으로 직접 겪으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그 또한 모든 것을 처음 보는 듯이 신기해하며 묻는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다 기적 같아서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나무와 바다, 돌, 새를 보면서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 기적들은 도대체 무엇인가? 하고 소리 지른다. 그리고 끊임없이 이 나무는, 이 바다는, 이 돌은, 이 새는 무슨 의미를 갖는 거냐고 묻는다.  270-271


14
(아나그노스티스 영감) 그가 말라비틀어진 손을 내 어깨에 얹었다.
“당신은 아직 젊어요. 늙은이 말을 듣지 마시오. 만일 세상 사람들이 늙은이 말을 듣는다면 얼마 못 가 망할 거요. 만약 어떤 과부 하나가 당신 앞에 나타나면 그냥 올라타시게!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주절랑 하질 마시게. 고통이란 진정한 사나이들을 위한거니까.”  290-291


16
“가난하면 즐겁게라도 살아야죠.” 조르바가 말했다.  315


17

“내가 말입니다. 뭔가를 간절히 바라면 어떤 짓을 하는지 아슈?” 그가 말했다. “그 욕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는 그 생각을 안 할 때까지 질리도록 먹고 또 먹고, 포식하고, 과식합니다. 생각만 해도 역겨울 때까지요. 한번은 어렸을 때, 체리가 먹고 싶어 거의 미칠 지경이 된 적이 있어요. 돈이 없으니 조금씩 감질나게 사 먹는데 점점 더 먹고 싶어지는 거예요. 밤이나 낮이나 온통 체리 생각만 나지 뭐예요. 그때마다 침이 질질 흐르고, 정말 고문이었어요. 그러는 내가 창피한 건지, 아니면 내게 화가 난 건지, 그건 나도 모르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체리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나를 가지고 놀면서 바보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자, 어떻게 해야 하지? 밤에 일어나 살금살금 다가가서 아버지 주머니를 뒤졌죠. 은화가 만져지더라고요. 그걸 훔쳤죠. 아침 일찍 일어나 과수원으로 가서 체리 한 광주리를 샀어요. 그리고 구석에 숨어서 먹기 시작했죠. 먹고 또 먹고, 배가 터지도록 처먹었죠. 그랬더니 배가 거북해지면서 구역질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모조리 다 토했죠. 대장, 다 토했다고요. 그러고 나서는 체리에서 완전히 해방됐죠. 다시는 눈길조차 주지도 않아요. 난 자유로운 인간이 됐단 말입니다. 그 후로는 체리를 보면 ‘너하고는 더 이상 별 볼일이 없다’라고 말해주죠. 술도 담배도 마찬가지죠. 아직도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지만 내가 바라기만 하면 당장 끊을 수 있어요. 고향이나 조국도 마찬가지고요. 간절히 바라고, 지겨울 때까지 맘껏 즐기고, 토해버렸죠. 그렇게 해서 그것들에게서 벗어난 겁니다.”
“여자는요?” 내가 웃으며 물었다.
“그것도 때가 되면 관두겠죠. 빌어먹을 계집들! 그럴 때가 오겠죠. 일흔쯤 되면 그렇게 될 거요!”
그는 잠깐 생각하더니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든 듯 말을 바꾸었다.
“여든으로 합시다! 대장, 비웃응시는구려! 하지만 그리 오래 비웃진 못할 거요. 인간이 욕망에서 벗어나는 길은 이것뿐입니다. 수도사들처럼 금욕을 통해서가 아니라 신물 나도록 실컷 즐겨봐야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는 거라고요. 우리가 스스로 악마가 돼보지 않고 어떻게 그놈에게서 벗어날 수 있겠느냐고요!”  342-343

“어떤 여자도 이 세상에 대해서 불평하지 않도록 모든 여자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던 고대의 난봉꾼 신을 뭐라고 부르지요? 내가 들은 말이 있수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그 신은 수염을 염색하고 팔뚝에는 하트와 인어를 문신하고, 깊은 동정심을 갖고, 때로는 황소로, 때로는 백조로, 숫양으로, 당나귀로 둔갑해서 모든 깨끗한 여자들의 정욕을 만족시켰다고 합디다. 그 신 이름이 뭔지 기분 내키면 한번 말해봐요.”
“틀림없이 제우스를 말하고 있는것 같은데 ..”
..
“그 신은 상당히 고통스러워했고 힘들어했죠. 그는 정말 위대한 순교자죠. ..”
..
“나는 오직 그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만 알아요. 그는 정말로 여자들을 사랑했죠. 하지만 엉터리 글쟁이들이 생각하는 식으로 사랑한 건 절대 아녜요. 절대로 아니죠! 제우스는 여자들의 고통을 진정으로 느꼈죠. 그는 모든 여자들의 욕망을 다 알고 그녀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어요. 어떤 시골구석에 노처녀가 근심에 빠져 말라 죽어가는 꼴을 보거나, 육감적인 탐스러운 유부녀가 - 아니, 육감적이고 탐스러운 게 아니라 괴물 같더라도! - 남편이 자리를 비워서 잠들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이 동정심 많은 작자가 성호를 긋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그 여자가 생각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으로 자신을 바꿔서는 그녀 방으로 기어들어가죠.
대장, 내가 단언컨대 절대로 그가 성욕에 사로잡혀서 그러는게 아니었다고요. 대부분의 경우 완전히 진이 다 빠져도 정의감 하나로 버텼죠. 하지만 불쌍한 제우스가 어떻게 혼자서 온 세상을 다 구할 수 있겠습니까? .. 새벽녘이 다 돼서야 집으로 돌아오면서 중얼거리곤 했죠. ‘아이구, 언제나 나는 침대에 누워 잘 수 있단 말이오? 난 더 이상 서 있을 수도 없단 말이오!’ 그렇게 말하고는 침을 닦지요.
그런데 갑자기 저 아래 지구 한구석에서 웬 여자 하나가 침대 시트를 박차고 지붕 위로 나와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오는 거예요. 그러자 그의 심장은 녹아버리는 것 같았죠. ‘아이고, 아이고, 다시 지구로 내려가자! 다시 내려가야지. 한 여자가 한숨을 쉬니 내려가서 위로해줘야지!’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내려가죠.
하지만 여자들이 그를 너무 혹사해서 급기야 그의 허리가 끊어지고 말았죠. 구토를 하고 온몸이 마비가 되고, 그리고 끝내 숨이 끊어졌어요. 그때 그의 후계자인 예수 그리스도가 나타나서 옛신의 형편없는 몰골을 보고 말하죠. ‘여자들을 조심하라.’  380-382


20
내 할아버지는 나처럼 속물에 혼자 제일 잘난 대장이었어요. 이 불경스러운 양반이 ‘거룩한 무덤’(예수 그리스도의 무덤이 있는 예루살렘을 뜻함)으로 성지 순례를 다녀와서 하지스(예루살렘 성지 순례를 다녀온 그리스도교인이나 메카 성지 순례를 다녀온 이슬람교인을 가리킴)가 되었단 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할아버지의 속내를 알고 계셨ㄷ죠. 할아버지가 고향 마을로 돌아오자 염소 도둑에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친구 한 명이 말했죠. ‘아이구, 이 친구야, 거룩한 무덤까지 가서 나를 위해 성스러운 십자가의 아주 조그만 조각도ㅗ 안 가져오다니!’ ‘무슨 말이야?’ 영악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 할아버지가 응수했죠. ‘어떻게 내가 자네를 잊겠는가? 오늘 저녁에 우리 집으로 오게나, 그리고 올 때 축성식을 하게 신부님도 모시고 오게나. 그때 내가 그걸 자네에게 주겠네. 그리고 새끼돼지구이와 포도주도 가져오게나. 행운을 위한 거니까!’
할아버지는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서는 벌레가 갉아먹은 문짝에서 성냥 머리만 한 크기의 나무 한 조각을 떼어내서는 솜에 싸서 그 위에 기름을 떨어뜨리고 기다렸죠. 조금 있다가 그 친구분이 새깨돼지구이를 짊어지고 신부님과 함게 도착했고요. 신부님이 영대(정교회 신부들이 신성한 의식을 행할 때 목에서부터 다리까지 두르는 긴 천)를 두르고 축성식을 한 뒤에 신성하 ㄴ성 십자가 조각의 전달이 이루어졌고, 그러고는 모두들 새끼돼지고기에 달려들었죠. 그런데 대장, 믿을 수 있겠어요? 그 할아버지 친구는 성 십자가 조각에 경배를 드리고 목에 걸고 다니면서부터는 전혀 딴 사람이 되었대요. 완전히 변했죠. 산으로 들어가서 무장한 클레프테스의 일원이 되어 터키 마을을 기습해 태워버리고, 겁도 없이 총탄이 빗발처럼 쏟아지는 곳으로 뛰어들었다네요. 그가 두려울게 뭐가 있었겠어요? 자기 몸에 성스러운 십자가 조각을 지니고 있으니 납덩어리 총알도 뚫지 못할 테니 말예요.”
조르바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죠.” 그가 말했다. “믿음이 있다면 다 망가진 문짝의 나뭇조각이 성스러운 십자가 조각이 되죠. 믿음이 없으면 성스러운 십자가 전체라도 망가진 문짝이 되고요.”  386-387

“고지식한 몸뚱어리에, 고지싟한 생각 …… 내가 무슨 얘길 하든 못 알아 들을 거요. 대장, 용서하슈!”
“무슨 말이에요?” 내가 항의했다. “조르바, 나도 알아들어요. 맹세코 다 알아듣난단 말이에요.”
“그럼요, 머리로는 다 알아듣겠죠. 그리고 ‘옳다, 그르다, 그렇지! 안 그렇지! 그건 당신이 옳고, 저건 당신이 틀리고!’ 이렇게 말하겠죠. 하지만 그런다고 뭐가 나옵니까? 난 말이오, 대장이 말 할 때 대장의 팔과 다리, 가슴을 본다우, 그런데 그것들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우. 마치 피가 없는 놈들처럼 말요. 도대체 대장이 그걸 어떻게 이해한단 말요? 머리로 이해한다고요? 풋!”  388

“조국으로부터 벗어나고, 신부들로붙도 벗어나고, 돈으로부터도 벗어나고, 탈탈 먼지를 털었죠. 세월이 흐를수록 난 먼지를 털어냅니다. 그리고 가벼워집니다. 뭔라고 말씀드려야 할까요? 난 자유로워지고, 사람이 돼갑니다.”
..
“한때는 이놈은 터키 놈, 저놈은 불가리아 놈, 또 이놈은 그리스 놈 하고 구분햇었죠. 대장, 난 조국을 위해서라면 대장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못된 짓을 저질렀다우. 멱을 따고, 약탈하고, 마을을 불태우고, 여자들을 강간하고, 온 가족을 몰살하고 …… 왜냐고요? 그건 그들이 불가리아 놈들이고 터미 놈들이었으니까죠. 난 자주 ‘이 악당 놈아, 나가 뒈져버려라! 이 바보 얼간아, 나가 뒈져버리라고!’ 하고 나 자신에게 말하면서 저주를 퍼부었죠. 하지만 대장, 이제는 나도 생각을 좀 하고 사람을 보죠.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저 사람은 나쁜 놈이다. 불가리아인인가 그리스인인가 하는 게 문젭니까? 이제 내게는 다 똑같아요. 이제는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인가 아닌가만 묻죠. 그리고 정말이지 나이를 먹을수록, 밥을 더 많이 먹을수록, 난 점점 더 아무것도 묻지 않게 됩니다. 보세요, 좋은 놈, 나쁜 놈이란 구분도 잘 맞질 않아요. 난 모든 사람이 불쌍할 뿐이에요. 사람을 보면, 비록 내가 잘 자고 마음에 아무런 시름이 없어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요. 누구든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하고, 그리고 자신만의 하느님과 악마를 모시다가 뒈지면 땅에 쭉 뻗고 누울 거고, 그러면 구더기들이 그 살들을 파먹을 거고 …… 아, 불쌍한 인생! 우리는 모두 형제들이에요. …… 구더기 밥인 고깃덩어리 들이라고요!
여자들은, 음, 그것들을 생각하면, 어이구 하느님! 난 울음이 나올 것 같아요. 대장은 가끔 내가 여자들을 너무 좋아한다고 놀리곤 하는데, 하지만 여보쇼, 내가 어떻게 여자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수? 여자들이란 약한 존재들이라 자기들한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데다, 일단 한번 그년들 젖꼭지를 움켜쥐면, 바로 그 순간에 모든 문이 열리고 그냥 모든 걸 내준다고요.  393-394

“.. 내 얘기도 들어보세요. 조국이란 게 있는 한, 사람들은 야수로 남아 있게 마련이죠. 길들여지지 않는 야수로요. 하지만 난, 하느님께 영광이 있을지어다! 난 벗어났어요. 벗어났다고요, 끝났다고요! 하지만 대장은요?”  396


21
나는 생각했다. ‘남자들이란 얼마나 저항력이 없는 덧없고 어리석고 약한 바보 같은 존재들인가! ..’  412


24
“대장, 말해봐요. .. 이 모든 것들이 무얼 이야기하려는건지 말해봐요. 눈가 이런 짓을 하는 거죠? 또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건 뭐죠?(이 말을 할 때 조르바의 목소리는 분노와 공포에 차 있었다) 왜 우리는 죽는 거죠?”
“모르겠어요, 조르바.”
..
“모른다고요!” 조르바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말했다.
어느 날 밤엔가 춤을 출 줄 아느냐는 그의 물음에 내가 모른다고 대답했을 때도 그는 저렇게 눈알을 굴렸었다.
그가 잠시 침묵했다가 갑작스레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대장이 읽는 그 빌어먹을 종이짝들은 다 뭐요? 왜 그런 걸 읽는 거요? 이런 문제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뭐에 대해 얘기하는 거요?”
“조르바, 당신이 지금 묻고 있는 것들에 대답하지 못하는 인간의 고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죠.” 내가 대답했다.
“그런 고뇌는 내가 다 삶아 먹어버릴 거요.” 조르바가 화를 내며 발로 돌을 차면서 말했다.
..
“나는 대장한테서 우리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듣고 싶소. 대장은 그렇게 오랫동안 마법에 대해 연구하느라 야위었잖소. 그러느라 그동안 적어도 3, 4톤의 종이를 쥐어짰을 텐데 결국 어떤 즙을 짜낸 거요?”
..
나는 나의 도반에게 신성한 두려움이 무엇인지 이해시켜보려고 시도했다.
“조르바, 우리는 아주 거인처럼 커다란 나무의 조그만 잎사귀 위에 있는 아주 미세한 벌레에 지나지 않아요.” 내가 대답했다. “지구는 바로 그 나뭇잎이고요. 우리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잎사귀 위를 기어 다니며 절실하게 뭔가를 찾아다니죠. 우리는 그것의 냄새를 맡아보죠. 냄새가 나요, 악취가 납니다. 맛을 봅니다. 먹을 만해요. 그걸 두들겨봅니다. 그러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소리를 질러요.
겁이 없는 몇몇 사라람들은 잎사귀의 가장자리까지 가죠. 그 가장자리 끝에서 눈을 똑바로 크게 뜨고, 귀를 크게 열고, 밑을 내려다보죠. 그 밑은 카오스예요. 무서워서 소름이 끼치죠. 저 아래에는 무시무시한 절벽이 있다고 우리는 지레 짐작합니다. 우리들은 가끔씩, 아주 가끔씩, 거인처럼 큰 나무의 다른 잎사귀들이 내는 속삭임 소리를 듣죠. 그리고 나무의 뿌리에서부터 수액이 올라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면 우리들 가슴이 부풀어 오릅니다. 그렇게 심연을 향해 몸을 숙이고 오놈으로, 완전히 공포에 빠졌음을 실감하죠. 바로 그 순간에 ……”
나는 말을 멈췄다. 나는 “바로 그 순간에 시가 시작되죠”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조르바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서 말을 멈췄다.
“뭐가 시작됩니까?’ 조르바가 조바심하며 물었다. “왜 이야기하다 마는 거요?”
“…… 아주 커다란 위험이 시작되죠, 조르바.” 내가 말을 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정신이 혼란스러워져서 헛소리를 하고ㅡ 또 다른 사람들은 겁에 질려 그들의 마음이 의지할 수 있는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하죠. 그리고 그 해답을 ‘하느님’이라고 부릅니다. 또 다른 이들은 잎사귀의 가장자리에서 심연을 조용히 내려다보면서 용감하게 이렇게 말합니다. ‘내 맘에 드는군!’”
조르바는 한도앙ㄴ 생각에 잠겼다. 내 말을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난 말이죠.” 드디어 그가 말했다. “매 순간 죽음으 ㄹ응시합니다. 죽음을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죠. 하지만 한 번도, 절대로 한 번도 ‘죽어도 좋아’라고 말하지는 않죠. 아뇨, 죽는 게 조금도 좋지 않아요! 나는 자유로운 존재 아닙니까? 그렇다면 난 절대로 내가 죽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그는 다시 침묵에 잠겼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소리쳤다.
“아니죠, 절대로 내 목을 양처럼 순하게 죽음의 신 카론에게 내놓고 ‘주여, 내가 축복을 받고 성자가 되도록 나를 죽여주시옵소서!’라고 말하지 않을 겁니다.”  468-470

“.. 난 지나간 일 따위는 생각하지 않아요. 미래의 일도 신경 쓰지 않지요. 지금, 바로 이 순간, 바로 그것만 신경 씁니다. 난 스스로 이렇게 묻죠. ‘조르바, 넌 지금 뭘하고 있는 게냐? 잔다. 그럼 잘 자라! 조르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냐? 일한다. 그럼 열심히 일해라! 조르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냐? 여자를 껴안고 있다. 그럼 그 여자를 꼭 껴안아라! 그리고 모든 걸 다 잊어버려라, 이 세상에는 그녀와 너 이외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신나게 즐겨라!’”  473

“.. 진정한 여자들은 남자들한테서 받는 기쁨보다는 자신들이 주는 기쁨을 더 행복하게 느낀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473

“나도 내 안에 대여섯 놈의 악마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조르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어요. 너무 놀랄 거 없어요. 그리고 많은 악마를 가지고 있을수록 더 좋고요. 단지 모두가 서로 다른 방법으로 똑같은 목표를 향해 가지만 하면 돼요.”
나의 이 말이 조르바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는 무릎 사이에 머리를 처박고 생각에 잠겼다.
“어떤 목표요?”
“조르바, 난들 알겠어요? 알기 어려운 걸 묻네요. 내가 뭐라고 대답할 수 있겠어요?”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좀 쉽게 말해보슈. 난 지금까지 내 안의 악마 놈들이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하고, 가고 싶은 덴 어디든지 가게 내버려뒀수다. 그래서 어떠 ㄴ자들은 나보고 나쁜 놈이라고 하고, 어떤 자들은 좋은 놈이라고 하고, 어떤 자들은 바보라고 하고, 어떤 자들은 현명한 솔로몬이라고들 하죠. 그리고 난 그들이 말하는 그런 놈인 동시에 그보다 더한 놈이기도 한, 러시아 샐러드 같은 놈이죠. 그러니 가능하다면 말이죠, 무슨 목표인지 내가 알 수 있게 말 좀 해보슈. 어떤 목표죠?”
“조르바, 내 생각에는 말이죠. 물론 잘못된 새악일 수도 잇지만, 세 부류의 인간이 잇는 거 같아요. 우선은 소위 말하는 자신들만의 삶을 살기 위한 목표를 세우는 부류죠. 그들은 자신들만을 위해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부를 쌓고, 영광을 추구하죠…… 그리고 그다음에는 자신들의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인류의 삶을 위해 목표를 세우는 부류가 있죠. 그들은 모든 사람이 하나라고 느끼면서 사람들에게 진리를 깨추리려고 노력하고, 모든 인류를 사랑하고 남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데까지 베푸는 살마들이죠. 그리고 끝으로 우주의 삶을 위해 목표를 세우는 부류가 있죠. 이 부류는 인간은 물론, 동물과 식물, 별 들도 모두 끔찍한 투쟁, 즉 물질을 승화시켜 정신으로 만들려는 투쟁을 하는, 동일한 본질을 지닌 동일한. 존재라고 생각하죠.”
조르바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난 멍청이라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요…… 이봐요 대장, 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방금 한 말을 좀더 쉽게 소화해서 말해주슈!”
나는 절망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이 절망적인 생각들을 춤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480-482


25
조르바와의 생활은 내 가슴을 넓혀주었고, 그의 말 몇 마디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내 고민에 절대적인 해법을 제시해줌으로서 내 정신을 평화롭게 만들어주었다. 이 사람은 절대로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직감과 매의 눈 같은 원초적인 눈으로 힘들이지 않고 지름길을 달려 노력의 정상에 우뚝 서는 ‘무위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507


26
“대장, 대장은 어디로 갈 거요?”
“외국으로 갈 거예요. 내겐 아직도 내 안의 산양이 먹어치워야 할 종잇조각들이 많이 남아 있어요.”
“대장,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셨수?”
“조르바, 정신 차렸죠. 당신 덕분이에요. 나도 당신의 길을 따를 거예요. 당신이 체리를 상대로 한 짓을 나는 책을 상대로 할 거예요. 토할 때까지 종잇조각을 잔뜩 먹어볼 작정이에요. 그리고 토하고 나서 종잇조각에서 자유로워질 거예요.”  517

바람이 몰고 다니는 겨울철 나뭇잎들처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몸, 손짓, 몸짓까지도 다 기억하려 하지만 얼마 못 가 그 사람의 눈빛이 파랬는지 까맸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 인생은 얼마나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인가 하고 생각했다.  519

“대장! 대장은 자유롭지 않수다. 대장이 매여 있는 줄은 다른 사람들 것보다 조금 더 길기는 하지만 그쁜이오. 대장, 대장은 조금 긴 끈을 갖고 있어 왔다 갔다 하면서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그 끈을 잘라내지는 못했수다. 만약 그 끈을 잘라내지 못하면……”
“어느 날엔가는 그 끈을 잘라 낼 거예요.”
..
“대장, 그건 어렵수다. 아주 어려워요. 그러려면 미쳐야 하는데, 듣고 있수? 미쳐야 한단 말요. 모든 걸 걸어야 해요! 하지만 대장, 당신은 머리가 있어 그게 대장을 갉아먹고 있죠. 정신이란 식품점 주인 같은 거요. 장부를 팔에 끼고서는 얼마 들어왔고 얼마 나갔고, 이건 이득이고 저건 손해고, 일일이 기입하죠. 정신은 알뜰한 주부 같아서 모든 걸 포기하지 못해요. 뭔가 하나는 꼭 숨겨놓죠. 정신이라는 놈은 결코 끈을 놓지 않아요. 절대로! 그 악당은 손아귀에 그 끈을 꽉 쥐고 있답니다. 그 끈을 놏히면 그놈은 망하는 거니까요. 불쌍하게도 사라지는 거죠! 하지만 그 끈을 자르지 않으면, 대장, 인생에 뭐가 있겠수? 캐모마일 차, 맛있는 캐모마일 차 정도? 세상을 뒤집어엎을 럼주는 절대 아니죠.”
그가 말을 멈추고는 다시 술을 따랐다. 하지만 곧 마음을 바꿨다.
“내장, 날 용서하슈. 난 시골 촌뜨기요. 진흙이 발에 들어붙어 있듯 말들이 이빨에 붙어 있수다. 난 말을 멋있게 하지도 예의 바르게 하자도 못하우. 그렇게 할 수 없수다. 그러니 대장이 이해하슈.”
그는 잔을 비우고 나를 바라보앗다.
“아시겠소?” 마치 갑자기 분노가 터져 나온 것처럼 그가 소리쳤다. “아시겠냐고요? 이게 바로 대장을 잡아먹고 있수다. 그걸 모르면 대장은 행복하 ㄹ거요. 뭐 부족한 게 있수? 젊겠다, 돈도 있겠다, 머리도 좋겠다, 몸도 튼튼하고, 사람 좋고, 대장에겐 부족한게 하나도 없수다. 아무것도 아쉬운 게 없지. 빌어먹을 악마 놈! 딱 한 개만 빼고 말이우. 미친 짓을 벌이는 광기 말요. 광기가 없으면, 대장……”
그는 다시 머리를 젓고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520-522

“저는 시골 교사입니다. 지금 저는 이곳에서 마그네슘 광산을 운영하고 있던 알렉시스 조르바 씨의 슬픈 소식을 전하기 위해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알렉시스 조르바 씨는 지난 일요일 저녁 6시에 운명하셨습니다. 그가 죽음과 마지막 싸움을 하고 있을 때 저를 불러 이렇게 부탁했습니다. ‘선생님, 그리스에 내 친구가 한 명 있는데 내가 죽거들랑 내가 죽는 그 순간까지 정신이 말짱했고, 또 그를 기억했다고 편지를 보내주슈. 그리고 난 내가 평생 한 짓에 대해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도 말해주슈. 그리고 잘 지내시고 이제는 정신 좀 차릴 때가 됐다고 쓰슈…… 그리고 만약 신부가 내 고해성사를 듣고 종부성사를 해주러 온다고 하면, 제발 내쫓고 내가 저주한다고 전하슈! 난 평생 하고, 또 하고, 또 했지만 결국 한 일은 별거 없수다. 나 같은 인간은 천 년을 살아야 마땅한데 …… 잘 있으슈!”
이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그러고는 곧바로 베개에 기대 일어나서는 침대 시트를 벗어던지고 위로 펄쩍 뛰었습니다. 그의 부인 리우바와 나, 그리고 힘센 이웃들 몇 명이 그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만 그는 이를 뿌리치고 침대에서 내려와 창문까지 갔습니다. 그곳에서 창틀을 쥐고 서서는 먼 곳 산을 바라보며 눈알을 굴리더니 웃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는 말 같은 신음 소리를 내다가 창틀에 손톱을 꼿꼿이 박아 넣고는 똑바로 서서 죽었습니다.
그의 미망인 리우바는 당신께 인사를 전하라고 하면서, 고인이 계속 당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자기가 죽으면 당신께서 고인을 기억하게 자신의 산투리를 당신께 드리라고 유언했다고 전하랍니다.  537-538




작가 소개 - 니코스 카잔자키스(1883~1957)
1915년에도 그는 그리스 전역을 여행하고, 다시 아기온오로스에 가서 그에게 큰 영향을 준 요르기오스 조르바스(조르바의 본명)를 만난다. 조르바스는 카잔자키스에게 인생을 사랑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1917년에 카잔자키스와 조르바스는 마니(펠로폰네소스 남쪽 지방) 지방의 프로스토바에서 갈탄광 개발을 시도했지만 경제성이 없어 실패한다.  544-545

그의 마지막 작품인 <엘 그레코에게 바치는 보고서(영혼의 자서전)>에서 그는 인간의 가치는 승리에 있지 않고 승리를 향한 투쟁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평생에 걸친 여정은 오르막길이었으며, 하느님과 구원 역시 그에게는 하나의 오르막길이었다고 고백한다.  548




조르바와 카잔자키스, 니체

대부분의 살마들이 선택하는 삶은 기존 관습에 따라 기존 사회가 제공한 가치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낙타처럼 수동적으로 사는 것이다. 니체는 그런 사람을 밑바닥 인간(Letzter Mensch)’이라고 불렀다. 이와 반대로 관습이나 전통적 가치관을 거부하고 사자처럼 적극적으로 모든 삶을 자신의 찬단 아래 ‘치열하게’ 꾸려 나가는 사람을 니체는 ‘빼어난 인간((ubermensch)’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빼어난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내야 하고, 그 가치를 스스로 이루기 위해서는 홀로 모든 것을 해나갈 수 있는 ‘힘에 대한 의지(Wille zur Macht)’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힘에 대한 의지는 우연을 의도적인 것으로 만들고, 사물을 고정된 죽은 것으로 보지 않고 부단히 변화하는 살아 있는 것으로 본다. 빼어난 인간은 힘에 대한 의지로 모든 사물을 음미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어 새로운 갗치를 창조한다. 그래서 빼어난 인간은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사랑한다.
그런데 우리의 삶은 ‘끊임없는 되풀이(ewigen Wieederkunft)’로 이루어져 있다. 삶 속에서 위대한 것이든 사소한 것이든 모두 끊임없이(ad inifitum) 역겨울 정도로(ad nauseam) 되풀이된다. 빼어난 인간은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삶을 적극적으로 인정해 받아들이고 사랑한다. 아니, 오히려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무구함으로 매 순간의 삶을 기쁘게 바라보고 평범한 일상에서 놀라도록 새로운 면을 찾아내고는 감탄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바로 그 순간인 현재뿐이다.
니체가 말하는 삶을 산 사람이 바로 조르바다.  569-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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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세상에는 끝없이 무한한 것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우주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어리석음이다. 하지만 우주가 실제로 끝이 없는지에 대해서 나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7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본질적으로 인간은 여러 가지 면에서 완전한 바보다.  8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즉 인간은 본질적으로 아주 결함이 많은 존재이며 어리석음 때문에 그 결함을 장점으로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라는, 또한 이미 한계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분야에서 더 많은 성과를 올리기 위해 죽어라 노력하고 잇다고 말이다.  8-9


지난 몇십 년에 걸친 지식의 폭발적 증가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어리석은 존재라는 우리의 확신을 깨는 데 아무런 반증이 되지 못했다.  9


지난 천 년 동안 인간 개개인의 지적 능력은 크게 즈악되지 않았고 단지 지식이 널리 보급되었을 뿐이다.  10





1장 지식 중독


우리는 왜 지능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22


교과과정을 만든 사람들이 학생 평가의 기준을 잘못 설정한 것은 아닐까?

정해진 교육 계획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을 위한 자리는 없다. 

어리석은 교과과정으로 인해 수많은 가능성들이 묻히고 있다.

이러한 어리석음은 분명히 두 가지의 형태를 지닌다. 하나는 어리석은 교과 형식으로 인해 학생들이 받아야 할 괴로우모가 그 결과로 얻는 저조한 성적이다. 그 성적은 IQ와는 그다지 상관도 없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 사람이 가진 약점이나 장점, 한계와 가능성을 포함하여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이로 인해 파괴되는 것은 학교 생활뿐이 아니다.  28


인간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영향을 받는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는 어떤 행동이 옳고 또 어떤 행동이 그른지를 알려주는 타인에 의해 형성되며 많은 시도와 실패를 겪는 가운데 사회에 적응한다.  30


로베르트 무질(Robert Musil, 오스트리아 작가)은 1937년 어리석음에 관한 대담에서 이렇게 말햇다. 방금 이야기한 두 종류의 어리석음은 사실 근본적으로 다르다. 첫번째 예는 낮은 지능지수가 문제였는데, 현대의 교육이론에서는 이로 인한 사회적 낙인을 우려해 지능이 낮다고 해서 더 이상 '멍청하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두 번째의 사례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을 인식하기를 거부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무질은 "정직하고 단순한 어리석음이 있는 반면 역설적인 어리석음이 있는데, 이것은 일면 똑똑함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전자는 낮은 지능으로 인한 것이며 후자는 오히려 지능은 높지만 무엇인가가 결여된 것으로서 이런 종류의 어리석음이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31


모든 것이 비교 가능한 수치와 가치로 평가될 때 오히려 교육은 어리석음으로 물들고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게 아닐까?  32


푀펠 교수는 "PISA(Programmes for Internationally Student Assessment, 국제학업성취도 프로그램)의 상위 순위에 올리기 위한 방식으로 교육을 전환시킨다는 것은 인간의 수많은 다른 재능들은 썩어가도록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은 사회를 망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

교육적 관점에서 에른스트 푀펠은 누구나 자신의 영역에서만큼은 남에게 조롱당하지 않을 정도의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자기 분야와 동떨어진 영역에서도 위축되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의 식견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인문학에 조예가 깊고 그 방면에 전문적이고 심오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연과학이나 수학 혹은 통계학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이는 지향적 지식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이러한 지향적 지식을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대학 당국의 나태함도 문제지만 가르치는 이들이 어리석은 탓도 크다.  34-35


학생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분석하는 대신 선다형 문제의 답을 찾는 것을 배운다.  40


사람은 제각기 다른 성향과 능력과 재능을 갖고 있다. 따라서 다른 방식으로 그 능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44


사과와 배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다만 기준이 확실할 때 어떤 것이 더 나은지는 말할 수 있다. 과즙으로 따지면 배가 더 맛있다. 식감에서는 사과가 더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순위를 매기기 시작하면 이 명백한 원칙이 무시된다. 최고의 의사와 최고의 대학, 최고의 휴양지와 최고의 여행 코스 등 실제로 있지도 않은 비교 기준이 활개를 친다.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창의적인 연구진이 많은 대학과 시장에 적합한 현실적 지식으로 무장한 엔지니어들을 배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을 어떻게 서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  45


사회의 시스템은 알게 모르게 속임수를 부추긴다. 우리는 일정 선을 벗어나지 않는 규격화된 사고 방향으로 헤엄치고 있으며 그러다 보면 진정으로 새로운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그것을 타인에게 알려주기란 거의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개척해 나가는 부분에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기존 견해를 단순히 반복하기보다는 스스로를 단련시키기고 한 단계 앞서 사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임을 하듯이 일단 기존 사고에 대한 반대의 논점을 개진해보라. 창의성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50-51


창조의 과저에서 생겨나는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는 비판과 창조하를 두 가지 측면을 두 개의 창구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 우선 새로운 생각과 정의를 정리해서 끝까지 저술한다. 이때는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비정상적인 생각도 과감하게 기술한다. 그런 다음 자신이 저술한 부분을 비판적으로 검토해보거나 가까운 친구들에게 보여주어라. 이런 식으로 분리해놓으면 창의성을 발휘할 때에는 비판적 사고를 의식할 필요가 없다.  51


칸트가 말한 '자기 마음을 주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요기를 가져라!' 다른 책에서 칸트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스스로 생각한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 진실의 정점을 찾아가는 것과 같다. 또한 언제든지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바로 계몽의 핵심이다.'  57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는 것이 많아진다고 무식함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이상하리만큼 무지함이 증가한다. 지식이 진보할수록 인간이 알아야 할 근본적인 지식과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기만 한다. 그렇다면 연구 작업을 일절 중단하고 새로운 지식을 철저히 멀리하는 게 좋을까? 이것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58





2장 속도 증가


컴퓨터의 신속한 거래 방식은 이 사회에 어떠한 이익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이로 인해 엄청난 돈을 버는 거래자가 생기기는 했지만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은 아무런 이익도 챙기지 못했다.  67


시간의 속도와 압력이 지나치게 되면.. '극도의 무기력'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것을 '만성 피로로 인한 우울 상태' 혹은 '번아웃'상태라고 부른다.  69


지나치게 패턴화된 행동으로 바쁘다 보니 결국은 쓸데없는 행동만 하는 셈이다. 이는 또한 '극도의 무기력 상태'이기도 하다.  70


극도의 무기력 상태를 경험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복잡함을 줄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몇 개만 골라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멈춤의 시간을 가져야 가능하다.  71


빨리 빨리 해서 시간을 절약하는 동안 더 많은 시간이 파괴된다는 것을. .. 20분을 걷는 대신 택시를 타면 시간을 쪼개게 된다. 택시를 잡고 택시에 오르고 운전사에게 목적지를 이야기하고 돈을 지불하고 내리고 이 모든 행동들이 필요하다.  72-73


달리는 사람은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이동하는 것밖에 못한다. .. 현재에 충실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사람이 되었다. 다시 말해 걸으면서 그 걸음에 집중하는 것이다.  74


사람이 지금 이 순간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며, 어리석기 짝이 없는 속도광의 반대 지점에 서 있다는 뜻이다.  77


이미 2000년 전에 로마의 호라티우스는 송시 11번에 그 유명한 '카르페 디엠' 즉 '오늘을 즐겨라'라는 문장을 남겼다. 오늘은 제대로 쓰고 하루를 창조적으로 보내라. 창조적 생산은 속도에 미친 어리석음에 대항할 수 있는 멋진 방법이기 때문이다.  77


즉각적이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쌓인 것이건, 감정적 반응에는 공통된 부분이 있다. 즉 두뇌 속에 이미 정형화된 패턴으로 기억된다는 것이다. 항상 두뇌 속에 각인되어 있으면서 특정 자극에 의해 분출되는 것이다. 이 분출은 어느 정도의 한계치가 작용한다. 다정한 말 한마디에 곧바로 사랑이 생기지 않듯이 거친 말 한마디가 곧 바로 분노를 야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특정 자극이 어느 정도로 계속 쌓이면 감정의 분출이 시작되는 것이다. 생존에 필요한 감정의 경우에는 약간의 자극만으로도 곧바로 반응이 분출된다. 하지만 그다지 속도가 중요하지 않은 감정의 경우, 분출하는 데는 많은 자극이 필요하다.  82


두뇌 구조가 외부 세계에 적응하는 과정을 각인이라고 부른다. 이 두뇌의 각인은 감정을 분출하는 한계치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어떤 상황은 편하게 받아들이지만 또 어떤 상황은 충동적으로 강하게 받아들인다. 또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에 따라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 즉 두뇌에 각인된 것 이외에도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83


세상에 즉석 행복이란 없다. 자기 행동을 후회하고 있다면 상대방의 눈을 들여다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 

감정적 안정은 시간을 들여야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조급함은 진실한 감정의 친밀도를 파괴한다.  86


우리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마음에 호소하며 먼 미래에 경고장을 보내는 것은 무의미한 짓이다. 오히려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즉 미래의 모습을 현재에 대입시켜 감정적으로 느껴보는 것이다.  93





3장 편견 


두뇌는 도전을 받는 영역만 발전한다.  103


중요한 문제든 작고 사소한 문제든, 관점을 바꿔볼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공고한 위치나 확심을 버리기란 쉽지 않다. 또한 자기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생각의 든든한 초석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종종 우리는 자신의 지평을 넘어서서 보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결국 고집스럽고 어리석은 사람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109-110


관점 바꾸기 훈련은 나이 든 사람뿐 아니라 젊은이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 서서 그 관점을 옹호하는 토론을 해보는 것이다...

저이는 어떻게 저런 생각을 갖게 되었을까? 거기에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 또 그 생각들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122


중요한 것은 자기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 한번 서보는 것이다.

한번 해보시라. 인간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창조적 활동의 새로운 원천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23


관점을 바꾸려면 우선 자신이 그 관점을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자신에게서 한 발짝 물러나서 자신을 새로운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자신의 견해와 편견이 객관적으로 보일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보다 효과적이고 정직하게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거부하고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사람의 견해를 따르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127





4장 친구 중독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의 내 모습이 여러 가지로 다르다는 것은 타인이 내 감정과 인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타인은 내 안에 있는 나의 모습을 보완해주고 내 안의 또 다른 모습이 형성되는 데 많은 역할을 한다...

에른스트 푀펠에 따르면 언제 어디서나 똑같은 행동을 한다는 건, 고집스럽다기보다는 오히려 편협함의 신호에 가깝다. 다른 사람이 우리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라는 사실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136


사람의 경험은 후성유전학적 관점에서 볼 때 크게 세 시기로 나누어 각인된다. 태아기와 세 살에서 열 살까지, 그리고 사춘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때 겪은 경험과 부모 혹은 조부모의 경험이 한 사람의 유전자가 활성화 혹은 불활성화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외에도 일생을 살며 겪은 트라우마는 후성유전학적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친다. 후성유전학을 통해 우리는 같은 세포 속에 같은 유전자를 지니고 있음에도 마치 다른 생을 사는 타인처럼 우리의 도플갱어들이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유를 알 수 있다.  141


당신의 선택이 무엇이건, 둘 중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지만 더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당신이 선택한 것이 무엇이건, 당신의 자아는 그로 인해 변화되었다.  141-142


지나친 자기반성은 과잉이다. 자신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라. 자신의 변화를 유머러스하게 바라보고 현재를 즐겨야 한다. 자신 속에 있는 여러 면들, 사랑받지 못하는 모습들과 싸워봤자 소용없다. 그저 그것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의미 있고 나를 더 자유롭게 만드는 길이다.  142


친구 맺기에 대한 욕망의 이면에는 사회적 존재라는 인간의 본성이 도사리고 있다. 진화론적 유산에 의해 우리 인간은 안정감을 위해 친구와 소속 단체를 필요로 한다. 정기적으로 같이 훈련하고 모임을 갖는 스포츠 동호회가 필요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또 어떤 사람들은 늘 같은 사람이 모이는 길모퉁이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선호한다. 나이 든 남자들에게는 정기적으로 앉아 있을 자리가 중요한데 외부인의 눈으로 보면 부족 간의 친밀함으로 보이기도 한다.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안전함을 느끼는 것이다.  146


진정한 우정은 서로에게 자신을 보여주고 상대의 신뢰를 얻는 데 필요한 내적 교류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서로를 알아가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시간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다 관계가 지속되면서 서로에게 유연해지는 시기가 온다. 두뇌는 서로를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받아들이고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낸다.  153


패스트푸드 식의 우정...  167





5장 완벽에의 강박


어째서 사람들은 결정하기를 두려워하는가? 매우 간단하다. 결정한다는 것은 주어진 가능성 중에 하나 혹은 여러 개를 포기해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174-175


일을 시작하거나 끝맺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은 단지 게으름 탓만은 아니다. 실패에 대한 극단적인 두려움이 그 이면에 숨어 있다.  177


우리는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하나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직관이다.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은 모두 잘 알고 있듯이 장점과 단점을 사로 비교해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직관은 떠오르는 생각이나 영감 혹은 내면의 소리를 바탕으로 한 것이므로 사실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178


우리가 뭔가를 가슴속에서부터 느낀다는 것은 그 속에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정신적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179


머리와 가슴 중 어떤 것이 더 나은 선택일지를 결정하는 데는 그동안 우리가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이 큰 역할을 한다.  ...

경험이 풍부할 때 직관은 아주 유용하지만 경험이 적을 때는 그렇지 않다.  180


사이코패스는 외부의 관점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186


결정이란 늘 합리적이면서도 감정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때론 강하고 때론 약하게 서로 결부돼 있다. 이때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여러 고려사항이나 요소들이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모든 사항을 의식적으로 일일이 확인하고 지각하기란, 우리 인간의 능력으로는 무리다.

물론 그 과정이 복잡하다고 해서 결정을 내리지 않는 건 더욱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는 합리성과 느낌이 서로 일치할 경우 대체로 올바른 결정이 내려진다는 것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 둘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놓을 경우는 어떻게 될까? 이때에는 시간이라는 제3의 요인을 고려해 봐야 한다.  187


우리 스스로가 결정을 내리는 것일까, 아니면 결정이 스스로의 방향을 정하는 것일까? 두뇌 연구의 관점에서 볼 때 대답은 명확하다. 결정이 스스로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의식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의 '무엇'인가가 결정하는 것이다. 결정의 크고 작음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 모두는 무의식적인 결정의 과정에 굴복하는 것이다.  194


하나의 결정은 언제나 복잡한 관계의 그물망을 통해 이루어진다. 에른트 푀펠 교수는 이것을 2008년에 펴낸 저서 <타고난 결정자. 기업 운영자의 두뇌 연구>에서 결정에 대한 E-피라미드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198




전략적 목표는 모든 결정을 관통하는 기본 목표를 말하며, 개인적 삶이나 사회생활에서 균형을 찾는 것일 수 있다...

전략적 목표는 분명하게 제시될 수 있어야 한다.  199


맨 윗부분이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라면 피라미드의 가장 낮은 부분은 인간의 기본적인 조건, 개인적 사회적으로 안정감을 얻을 수 잇는 조건을 가리킨다.  201


E-피라미드의 바탕에는 경제적 이해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돈을 중시하는 사회에 살고 있으며, 이런 외부 요인과 동떨어진 삶을 살 수 없다.  203


결정을 못함으로써 병이 생기고 불만이 늘어나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꾸려가는 데 방해가 된다.  204-205






6장 전문성에 대한 맹신


오늘날 대부분의 주제는 아주 복잡해서 전문가들조차 자기 영역에 속하는 지식의 일부분밖에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229


두뇌 연구 분야의 경우 매년 10만 건 가량의 학술물이 출간된다. ..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해도 겨우 1% 정도밖에 읽을 수 없다.  234


전문가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단지 만나보는 것만으로 그 사람의 실수나 속임수를 간파할 수 있을까? 대답은 예스다. 재정문제나 보험 혹은 인테리어 문제로 전문가를 만나 상담할 때 당신이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자세히 캐물어보라.  240





7장 독서 중독


어째서 독서가 사람을 멍청하게 만단다는 걸까? 

인간에게 내재된 능력이 아닌 인공적인 능력이기 때문이다. 읽기 능력은 인간에게 자연스럽게 유전되지 않는다. 읽기 능력을 개발시키기 위해서는 두뇌의 특정 부위가 원래의 목적에서 이탈해 사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바로 시각적인 것을 해석하는 후두엽의 시각 피질 부분이다. ..

알파벳 글자를 읽든 그림글자(픽토그램)을 읽든 두뇌에서는 항상 같은 영역이 원래의 목적과 상관없이 사용된다. 이것을 통해 두뇌는 최선을 다해 개인에 맞도록 최대한의 업적을 달성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본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두뇌는 독서를 위해 혹사당하고 있다고, 독서 기능을 위해 두뇌는 본래의 감각 정보를 지각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착취당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247-248


책벌레인 푀펠 교수는 "독서는 사람을 지적으로 풍요롭게 만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순수한 관점을 앗아가고 그 자리에 간접 경험이 대신 들어앉게 되지요."

"눈앞에 펼쳐진 세상을 더 이상 예전처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요. 시각적으로 내 앞에 열려 있는 다채롭고 풍요로운 세상에 눈을 감은 채 무딘 채로 살아가는 일이 많아요. 눈앞의 색채를 알아보지만 더 이상 경험하지 못하는 겁니다."  249


이자르(뮌헨 지역에 있는 계곡과 강) 계곡의 아름다음을 설명해놓은 가이드북을 들여다보느라고 실제 경관을 놓쳐버리는 관광객과 똑같은 것이다. 이 세상을 간접적이고 보조적인 장치를 통해서 접하는 것이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직접 세상을 경험하지 않고 묘사해놓은 것들을 읽기만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무엇인가를 할 때도 사람들은 주위를 돌아보는 것을 잊어버린다. 보조 수단이 우리의 눈과 귀, 코를 비롯한 다른 감각들이 제대로 활동하는 것을 막아버리는 것이다.  251


어째서 운전자들은 자기 마음보다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었을까? 아마 그것은 신호와 시각적 보조 장치에 의존해 세상을 보기 시작한 습관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맹목적으로 주어진 질서에만 순응할 뿐 '직접' 자신의 눈으로 마주보려고 하지 않는다.  253


인간의 지식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하나는 명백하게 활자화된 의미론적 지식으로, 쓰기라는 형식을 통해 전달될 수 있다. 이러한 지식은 순수한 사실만을 다루기 때문에 다른 이들과 별다른 문제없이 공유될 수 있는 지식이다. 하지만 인간의 지식은 또한 그림 지식이라는 형태로도 표현될 수 있다. 살아가는 동안 감정적 인상을 바탕으로 중요한 사건에 대한 그림이 머릿속에 저장된다. 이는 언어로 전달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마지막으로 암시 혹은 직관적 지식이 있는데, 이는 언어를 넘어서는 부분이다. 우리가 표현할 수 없는 형태의 몸 언어나 두뇌의 알 수 없는 곳에서 진행되는 지식의 유형이기도 하다.  262


우리가 무엇인가를 읽는다는 것은 개인적인 경험으로 그 텍스트에 접근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독자들이 읽는 것은 쓰인 그대로의 내용이 아니라 자신이 세운 뼈대 속의 내용인 것이다. 이러한 뼈대는 독자의 기대나 의견, 편견 등을 먹고 자란다.  269


우리는 작가가 쓴 것과는 달리 자신의 경험과 생각에 비추어 텍스트의 내용을 읽는다. 독자들은 책에 쓰인 내용을 읽는 것이 객관적인 지식을 전달받는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착각이야말로 독서의 과정에서 생겨난 것일 뿐이다.  269-270


'책의 운명은 독자의 손에 놓인다.'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이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기 때문이다.  271





8장 인간


왜, 어째서 왜인가?


1000킬로그램은 왜 1톤인가?

3 곱하기 3은 왜 7이 아닌가?

왜 지구는 태양의 주위를 도는가?

에르나는 어째서 요네가 아니라 에르나인가?

어째서 그 녀석은 나에게 편지를 보내지 않는가?


어째서 교수는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는가?

어째서 연미복에는 검정 넥타이를 할 수 없는가?

왜 우린 모든 것을 알 수 없는가?

왜 신은 눈에 보이지 않는가?

왜 남자들은 지저분한 농담을 좋아하는가?


왜 우리는 돈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가?

어째서 가끔씩 자살을 하면 안 되는가?

왜 우린 겨울에 겨울옷을 입는가?

왜 누가 죽으면 웃으면 안 되는가?

왜 사람들은 항상 왜, 라고 묻는가?

 

                             - 에리히 캐스트너  291


집착


아이는 엄마한테 목을 매고

농부는 땅에 

청교도는 루터에

유화는 벽에 

포도송이는 포도덩굴에

개는 주인의 시선에

어떤 사람은 삶에 목을 매고

또 어떤 사람은 밧줄에 목을 맨다.

   

                             - 하인츠 에르하르트  292



누가 알겠는가


열정의 시를 쓰는 사람이라도 

그 마음속에 깃든 것이 다 표현되지 못하듯

신이라 할지라도

그가 상상한 세계는

창조한 세계보다 더 멋진 것이 아니었을지.

            

                              - 에우겐 로스  296


생명의 시작에 대해서는 역시 자연 과학자들도 답변할 수 없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든 첫 번째 단계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또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아직까지도 커다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300


모든 두뇌에는 크게 세 종류의 신경 세포가 있다. 첫 번째는 외부에서 정보를 받아들이고 투입된 정보를 책임지는 세포다(감각세포 혹은 수용세포), 그 다음에는 근육과 내부기관을 통제하고 관리하면서 외부에 정보를 내보내는 세포로, 이들은 정보의 출력을 책임진다. 마지막으로 이 두 가지 세포 사이에서 정보를 조정하고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는 세포가 있다. 일부 신경 해부학자들은 이 신경세포들을 '거대한 중개 정보망'이라고 부른다.  317


관찰의 추상적인 단계(영혼을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찰하는 단계)에서 우리는 정신의 레퍼토리를 단 네 개의 기능적 영역으로 묘사할 수 있다. 즉 인식과 기억, 느낌과 의도라는 영역이다. 그 이상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생각 또한 앞서 말한 네 범주에 기초한 것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이 네 가지 영역이 우리가 '생각'하는 내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331


모듈 형태의 정보 처리 방식은 두뇌의 모든 영역에 해당되며, 이는 배움과 기억에도 적용된다. 어떤 정보를 받아들여 오래도록 기억 저장소에 두려 할 때 두뇌에 자리 잡은 특정 장소의 신경프로그램이 새로운 정보의 저장을 책임진다. 가령 우리가 의식적으로 인용하려는 참고지식의 저장을 위해서는 측두엽 해마부의 기능이 중요하다.  333


여러 문화의 비교 연구를 통해 우리는 세계 어디에서나 인류 공통으로 표정을 통해 드러나는 여섯 가지 기본 감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여섯 가지 감정은 모든 문화에 동일하게 표현되는데, 인간의 유전자 속에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당신의 표정을 보면 알겠지만 그것은 기쁨과 놀람, 공포와 귀찮음, 환멸 그리고 슬픔이다.  335


정신세계를 더 잘 이해하려면 신경학적으로 서로 다르게 자리 잡은 두 가지 기능 영역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그 두 가지란 '무엇이 기능하는가'라는 내용적 측면과 '어떻게 기능하는가'라는 형식적 측면이다.

내용적 측면은 다시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지는데 활동과 집중, 시간적 구성이다. 활동은 소위 두뇌에 '전력 공급'이 됨으로써 정신 활동이 가능해지고 우리가 의식이라는 것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전력 공급이 없으면 보거나 듣는 것, 기억이나 느낌, 의도나 희망 등을 갖는 것도 불가능하다. 아무것도 안 되는 것이다.  340-341


정신건강을 위해 주의 집중을 통제하고 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는 한 번에 한 가지씩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신적 사건의 경로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사라지게 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우리는 어떤 대상에 집중할 수 있는 반면 집중하는 대상에서 마음의 눈을 분리시킬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343


우리 인간에게는 이 세상에서 자기 길을 찾아가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드는 문제가 있는데 바로 단선적 인과관계라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문제의 원인을 찾으면서도 하나의 원인을 발견하면 그것에 만족해버린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가진 '병'은 두 모습을 보인다. 하나는 이유에 대한 갈망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의 원인을 찾았을 때 그것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365


하나의 원인 혹은 하나의 해석 안에 모든 것을 귀결시키는 태도야말로 단선적 인과관계의 좋은 예일 뿐 아니라 학문적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예다.

물론 상황을 단순하게 설명하는 작업은 필요하다. 하지만 너무 단순화시키는 것이 문제다.  366


어리석음이 인간 모두가 도달하고자 하는 궁극적 목표가 아니라면 이 전 세계적 질병과 싸우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하나의 강구책으로 '상호보완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2500여 년 전에 상호보완을 일종의 생성원리로 설명했다. 그는 모든 만물은 하나이며 서로 반대되는 것도 하나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고대 중국에서도 음양의 개념.  367



우리는 어째서 모든 것에 '왜'라는 질문을 해야 하며 

사물을 '왜'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인간은 어리석게 태어난 존재여서 

아무리 열심히 배운다 하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똑똑해지거나 하지 않는다.

인간이 결코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

그리고 항상 모른 채로 남아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 중 한 부분이다.  373




옮기고 나서 - 어리석음을 위한 변명


저자들에 의하면 인간의 어리석음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선천적이고 생물학적인 한계에 의한 어리석음이며, 다른 하나는 인간 스스로가 만들고 쌓아온 경험적, 후천적 어리석음이다.  402


생물학적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노력을 통해 어리석음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는 잇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 명상이나 자기 반성을 통해 지나치게 외부의 자극에 의존하고 통제받는 삶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도 좋다. 또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들여다보고 조롱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되면 어리석음의 함정에 거듭 빠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403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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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는 말했다. "고독이 두려우면 결혼하지 마라."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고독이 두려우면 여행하지 마라."  9


이야기꾼의 의도는 언제나 듣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에 사로 잡히도록 하는 것이며, 그의 눈을 반짝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햄릿>의 서두에서, 햄릿의 아버지 유령이 한 말은 여행 작가의 이런 의도를 이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가볍디가벼운 한마디로 네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젊은 피를 얼게 하며, 

네 두 눈을 궤도 이탈한 별처럼 만들고,

땋아서 묶어놓은 머리채를 풀어놓고,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세울 수 있으리라.'  10-11


여행의 기쁨, 그리고 그것에 대한 글들이 이 모음집의 주제이다. 무론 여행의 고통도 일부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기억 속의 고통은 서정적인 향수를 자아내기도 한다.  12


일단 움직여야하고 또 어디로 갈지를 알아야 한다. - D. H. 로렌스 <바다와 사르디니아>  16


관점은 여행을 떠나야 비로소 변화한다. 길이 아주 갑자기, 전혀 예상치 못하게, 변명의 여지도 없이 아주 단호하게 방향을 틀거나 급경사로 바뀔 때, 비로소 우리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 모든 것들을 보게 된다. - 제임스 볼드윈 <산 위에 가서 말하라>


오랫동안 떠난 당신은 다른 사람으로 돌아온다. 당신은 결코 갔던 길을 되돌아오지 않는다. - <아프리카 방랑>  17


여행은 마음의 상태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이국적인 곳에 있는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여행은 거의 전적으로 내적인 경험이다. - <신선한 공기의 마니아>  18


여행이 무엇이든 그것은 꿈꾸고 기억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낯선 풍경 속에 앉아 있으면, 그동안 무시무시하게 여겨졌던 온갖 사람들이 나를 찾아온다. 때로는 낯선 침대에서 악몽을 꾸기도 하고, 수년 동안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는 사건들을 머릿속에 다시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거리에서 들려오는 소음 때문에, 혹은 재스민의 강렬한 향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다시 잊는 것인지도 모른다. - <신선한 공기의 마니아>


인생의 다른 경험들도 그렇듯이, 여행에서도 한 번으로 족할 때가 많다. - 헤라클레스의 원주>


여행을 하다 보면 나를 붙잡으려 하고 부모처럼 굴면서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떠날 수 있는 것은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 <바다에 면한 왕국>  19


모든 여행은 순환적이다.. 장대한 여행이란 영감을 얻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일 뿐이다.- <유라시아 횡단 기행>


내가 방금 도착한 장소에 대해 어느 누구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는 것, 바로 이 감정 때문에 나는 여행을 하고 싶어 한다. 이것은 내가 어디론가 떠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 <헤라클레스의 원주>  20


여행에는 삶을 바꿔놓는 마술적 가능성이 있다. 어떤 장소에 홀딱 빠져 그곳에서 새 삶을 시작하고,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동방의 별로 가는 유령 기차>


행복은 바람직한 것이지만 여행자에겐 진부한 주제일 뿐이다. - <아프리카 방랑>  21


여행 중에 발명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기쁨]이라는 시에서 아름답게 표현한 견해와도 같다. 우리가 세상과 마주할 때 "모든 것은 처음으로 생겨난다." "여성을 끌어안는 남자는 모두가 아담이며" "어둠 속에서 성냠을 켜는 사람은 모두가 불을 발명하고 있다"라고 한 것처럼, 스핑크스를 처음으로 보는 사람은 모두가 그것을 새롭게 보고 있다. "사막에서 나는 방금 조각된 젊은 스핑크스를 보았다... 모든 것은 처음으로, 그러나 영원히 생겨난다." - <아프리카 방랑>


여행은 살면서 경험하느 가장 슬픈 기쁨 중 하나이다. - 슈타엘 부인 <코린느 혹은 이탈리아>  22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크든 작든 두 힘 사이의 갈등이 존재한다. 하나는 은밀한 자유에 대한 갈망이고 다른 하나는 넓은 장소로 나아가려는 충동이다. 하나는 내향성, 다시 말해 왕성한 사고와 환상의 내면세계로 향한 관심이고 다른 하나는 외향성, 다시 말해 사람들과 구체적인 가치들이 존재하는 바깥 세계로 향한 관심이다.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러시아 문학 강의>  23


최상의 여행은 혼자 하는 여행이다. 보고 조사하고 평가하기 위해 여행자는 홀로여야 하고 또 홀가분해야 한다. 여행자에게 타인은 방해가 될 수 있다. 타인은 자신의 두서없는 인상들을 여행자에게 밀어 넣기 때문이다. 말동무가 될 만한 사람들은 여행자의 견해에 방해가 될 것이다. 반면에 지루한 사람들은 "이것 봐, 비가 내리네" 또는 "여기 나무가 굉장히 많은데" 같은 허튼소리로 침묵을 망치고 주의를 흩뜨릴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곁에 있으면 사물을 분명히 보고 똑바로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다소 진부하더라도 자신의 감정에 비추어 특별하고 흥미로운 비전을 포착하기 위한 고독의 투명함이다. - <낡은 파타고니아 특급>  23-24


최고의 여해을 위해서는 단절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있는 곳에 집중하라. 집에 돌아갈 채비를 하지 마라. 어떤 일거리도 떠맡지 마라. 연락 두절의 상태로 있어라. 떨어져 있어라.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당신과 어떻게 접촉할 수 있는지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당신이 지금 있는 곳만을 생각하라. 이것이 여행의 이론이다. - <동방의 별로 가는 유령 기차>  24


여행에서 주용한 것은 홀로 도착하는 것, 유령처럼, 해 질 녘 낯선 지방에, 불이 훤한 중심지 대신에 뒷문으로, 대도시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나무가 울창한 시골에, 주민들이 이방인을 본 적이 별로 없지만 친절히 맞이해주는 곳에, 그러나 주민들이 방문객을 다리 달린 돈으로 보지 않는 곳에 도착하는 것이다. - <동방의 별로 가는 유령 기차>  25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은 날에는 체중이 10킬로그램 이상은 줄어든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틀 연속 말을 하지 않은 날에는 내가 사라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빠졌다. 침묵은 나를 투명인간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익명으로 남는 것은, 그런 상태로 흥미로운 장소를 여행하는 것은 떨쳐버릴 수 없는 유혹이다. 그것은 중독된다. - <바다에 면한 왕국>  26


여행자의 또 다른 자만은 자신이 본 것을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이 지나간 길로 풍경을 대체하고 자신이 겪은 사건만을 중요하다 여긴다. 이 점에서 여행자는 착각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착각이 전혀 없다면 여행자는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다. - <바다에 면한 왕국>  28


여행이란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사는 것이다. - <동바의 별로 가는 유령 기차>  29


큰 도시들은 내게 도착지처럼 보인다. 여행자를 벽으로 둘러싸며 멈추게 하는 곳, 거대한 건물들이 여행자에게 "이제 도착했습니다"라고 속삭이는 종점의 의미 외에 아무것도 없는 곳처럼 보인다. - <헤라클레스의 원주>  30


내게 최고의 여행은 언제나 어느 정도의 침범을 포함하고 있다. 위험은 여행자에게 도전이자 초대이다. 모험을 파는 것은 여행 산업의 한 주제가 되었으며, 여행은 전리품이 되었다. - <신선한 공기의 마니아>  31


모든 장소는, 그곳이 어디든 무엇이든 상관없이 방문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방문객이 뜸하고 사람들이 여전히 전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장소가 내게는 가장 가치 있어 보였다. 왜냐하면 이런 곳은 가장 응집된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곳은 해독 가능했고, 거의 언제나 나를 고양시키는 것처럼 느껴졌다. - <헤라클레스의 원주>  32


소설을 쓰는 것과 가장 비슷한 일은 낯선 풍경 속을 여행하는 것이다. - <바다 괴물들을 지닌 일출>  35


보통 여행자들은 대담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의 죄스러운 비밀은 여행이 지상에서 시간을 보내는 가장 게으른 방법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여행은 뼛속까지 게으른 일이며, 교묘하고 빈둥거리는 회피이다.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을 침범하면서 우리의 뚜렷한 부재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방랑하는 식객으로서 아주 불쾌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 <동방의 별로 가는 유령 기차>  36-37


여행자는 낭만적인 관음증 환자 주에서도 가장 탐욕스러운 사람이다. 그리고 여행자의 인격 속 꼭꼭 숨겨진 부분에는 허영과 건방짐, 거의 병적이라고 할 수 있는 허언증이 있다. 여행자의 최악의 악몽이 비밀경찰이나 주술사, 말라리아가 아니라, 다른 여행자와 만나는 일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호기심도 있다. 심지어 가장 소심한 환상가들도 때때로 그들의 환상을 수행하는 만족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때때로 신속히 떠나야만 한다. 무단침입은 어떤 이들에게는 즐거움이다. 게으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목적 없는 기쁨이야말로 순수한 기쁨이다." - <동방의 별로 가는 유령 기차>  37


여행은 편견, 완고함, 편협함에 치명타를 날린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여행이 몹시 필요하다. 인간과 사물에 대한 광범위하고 건전하며 누그러운 견해를 일생 동안 지구의 한 작은 구석에서 무기력하게 지내는 것으로는 얻을 수 없다. - 마크 트웨인 <마크 트웨인 여행기>  38


여행자는 사람들의 누넹 그 본연의 모습으로 비쳐야만 한다. 하느님의 천국에 살 가치가 있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그리고 종교 없이도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는 닳아빠진 셔츠를 입었지만 순수한 인간의 심장을 가졌으며 오래 고통받는 사람이다. 비록 길이 해악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할지라도, 그는 세계의 끝까지 여행할지도 모른다. - C. M. 다우티 <아라비아 사막에서의 여행>  39


여행기와 소설의 차이는 눈에 보이는 것을 기록하는 것과 상상으로 아는 것을 발견하는 것의 차이이다. - <유라시아 횡단 기행>


인간적인 어떤 것이 기록될 때, 훌륭한 여행기가 탄생한다. - <지구의 끝으로>  41


나는 개가 걷는 속도로 여행했을 때 내가 최고의 여행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가드너 맥케이 <지도 없는 여정>  43


모든 진정한 연애가 그 나라 말을 거의 모르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지만, 매혹적인 어둠으로 더 깊이 끄는 외국으로의 여행처럼 느껴진다면, 모든 외국 여행도 연애가 될 수 있다. 거기서 우리는 자신이 누구이며 누구와 사랑에 빠졌는지를 골똘히 생각한다.. 모든 훌륭한 여행은 사랑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으로부터 옮겨져 공포와 경이의 한가운데에 놓이는 것이다. - 피코 아이어 <우리는 왜 여행하는가>  46


그는 자신을 관광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여행자였다. 그는 그 차이가 부분적으로는 시간의 차이라고 설명하곤 했다. 관광객이 일반적으로 몇 주 후나 몇 달 후에 집으로 서둘러서 되돌아가는 반면, 여행자는 한 장소나 그다음 장소에 똑같이 속해 있다. 여행자는 몇 년에 걸쳐 지구의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천천히 움직인다. - 폴 볼스 <셸터링 스카이>


관광객은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 모르고, 여행자는 자신이 어디로 갈지를 모른다. - <오세아니아의 행복한 섬들>


관광은 진짜 게으른 사람을 즐겁게 하는 행위이다. 왜냐하면 관광은 고대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엿듣는 학문과 매우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 <유라시아 횡단 기행>  47


여행은 휴가가 아니며, 대개는 휴식의 정반대이다. - <낡은 파타고니아 특급>  48


사치는 관찰의 적이며, 당신이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는다는 좋은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비용이 많이 드는 탐닉이다. 사치는 우리를 망치고 어린애 취급하며 우리가 세계를 아는 것을 막는다. 이것이 사치의 목적이다. 또한 이것은 호화 유람선들이나 값비싼 호텔들이 마치 다른 별에서 온 것 같은 어리석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이유이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부자들은 결코 경청하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비싼 생활비에 대해 끊임없이 투덜댄다. 실제로 부자들은 대개 자신이 가난하다고 불평했다. - <동방의 별로 가는 유령 기차>  48-49


관광은 정적인 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추구되며, 대개 기동력 있는 부자들이 기동력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저지르는 분별없고 서툰 방문이다. - 낡은 파타고니아 특급>


사람이 큰돈을 벌고 나면 좋지 않은 청취자가 되고, 참을성 없는 관광객이 된다. - <헤라클레스의 원주>  49


도보로 아프리카의 국경을 넘은 일이 없는 사람은 그 나라에 들어간 적이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수도의 공항은 단지 신뢰를 얻기 위한 속임수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나라의 가장자리에 있는 먼 국경은 이 나라의 중심을 이루는 현실이다. - <아프리카 방랑>  52


기차를 타고 가는 여정은 여행이다. 그 밖의 탈것들, 특히 비행기를 타고 가는 과정은 그저 이동일 뿐이다. 여행은 비행기가 착륙할 때에야 비로소 시작된다. - <유라시아 횡단 기행>  54


기차만큼 자세한 관찰을 유발하는 운송 수단은 없을 것이다. 비행기 여해에 대한 문학은 존재하지 않으며 버스 여행에 대한 문학도 그리 많지 않다.

기차는 누구든 그 안에서 마음 내키는 대로 자고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을 쓸 수도 있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지나치는 풍경과 기차 자체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비행기 여행은 늘 똑같지만 기차 여행은 언제나 새롭다.  66


여행에서 해 질녘 기차에 올라 춥고 떠들썩한 도시에서 침대칸 문을 닫고는, 아침에 새로운 위도에 도착하리라는 것을 예감하는 것보다 멋진 일은 없는 것 같다. - <낡은 파타고니아 특급>


재즈의 반은 철도 음악이며, 기차의 운동과 소음은 재즈의 리듬을 갖고 있다. 이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재즈의 시대는 또한 철도의 시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음악가들은 기차로 여행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예 여행을 하지 않았고, 약동하는 템포, 덜컹거리는 소시, 쓸쓸한 휘파람 소리가 노래들 속으로 들어왔다. 노선이 지나가는 철도 주변의 소도시들도 노래들 속으로 들어왔다. - <낡은 파타고니아 특급>  67-68


기차는 운송 수단이 아니라 그 지방의 일부이며 일종의 장소이다. - <중국 기행>


기차는 최소한의 위험으로 최대한의 기회를 제공한다. - <유라시아 횡단 기행>  70


즐거움을 주된 목적으로 삼는 글 중에서 아마도 여행기나 항해기보다 즐겁거나 유익한 것은 없을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 하듯이 그 글이 즐거움과 인류에 대한 정보라는 양 측면을 목적으로 쓰였다면 말이다. 거기에다가 여행자들의 대화가 열렬히 추구된다면, 전반적으로 더 교훈적이고 재미있어질 것이므로, 그들의 책은 훨씬 더 유쾌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 헨리 필딩 <리스본 항해기> 


인간의 관습과 풍속이 모든 곳에서 똑같다면, 언덕과 계곡과 강이 다르다고 해도, 여행만큼 따분한 일은 없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가 지구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다양한 시점들은 여행자에게 그의 노동에 걸맞은 만족을 거의 주지 못할 것이다. - 헨리 필딩 <리스본 항해기> 85


내가 여행 생활을 하면서 내내 존경해온 여행가는 작가 더블라 머피이다. ..

그녀는 결혼한 적이 없었지만 레이첼이라는 딸이 있었다. 그녀는 딸을 홀로 키우면서 인도, 발티스탄, 남미, 마다가스카르 등 어디든지 데리고 다녔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썼다. "아이와 함께 있다는 것은 당신이 공동체의 선의를 신뢰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88-89


'여행할 나라를 선택하라

여행 안내서를 활용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들을 확인하라

그런 뒤 그 반대 방향으로 가라'

이 조언은 정치적 정당성에 어긋나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여행자와 관광객을 뚜렷하게 구분 짓는 것이 '속물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또한 현실적이기도 하다. 현실 도피적인 여행자는 공간, 고독, 침묵을 필요로 한다. 비극적이게도 나는 길이 나면서 자연 서식자가 사라져가는 것을 수차례 목격해왔다.  90


'역사를 열심히 공부하라'

어떤 종교의 역사에 대해 무지한 채 여행한다면 어떤 것이나 어떤 사람의 '이유'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당신의 여행에 새로운 차원을 더해 주리라고 믿는다 해도, 전문적인 사회학적 혹은 정치적인 연구는 불필요하다. 그러지 않아도 여행을 하다 보면 현 정치 상황이 충분히 드러날 것이다... 여행하기 전에 종교적이고 사회적인 금기 사항들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배워라. 그런 뒤 이 금기들을 성실하게 존중하라. 선물로 돈을 주는 것이 부적절한 곳에서 어떤 대체물이 그 역할을 행하는지를 알아내라.  91-92


'혼자 여행하거나 사춘기 이전의 아이와 함게 여행하라'

어린이의 존재는 공동체의 선의에 대한 당신의 신뢰를 강조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인종이나 문화적인 차이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92


'주의하되 소심해지지 마라'

단지 용감하거나 무모한 사람들만이 지도에 표기되지 않은 곳을 혼자 여행한다는 것은 아무 근거가 없다. 사실 현실도피주의자들은 극도로 주의 깊다. 이것이 그들의 특징이며 생존 메커니즘의 본질적인 구성 요소이다. 그들은 출발 전에 가능한 위험들을 검토하고, 일어날 법한 위험에 대처할 준비를 한다. 

여기에 기질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병이 반쯤 비었는가 혹은 반쯤 찼는가? 왜 집에 편안히 있지 않고 외국에서 당신의 뼈를 부러뜨리려고 하는가? 낙천주의자들은 재앙이 발생할 때까지 믿지 않고, 그래서 두려워하지도 않는데, 이는 용감함의 반대라고 할 수 있다.  96


존 스타인벡 : 여행에 대한 글쓰기는 개미탑을 쌓는 행위이다. 

그것은 형태도, 모양도, 목적도 없고, 심지어 요점도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것은 가장 예리한 사실주의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 주위에서 보이는 것은 개미가 파낸 흙이 땅 위에 쌓인 개미탑처럼 목적과 요좀이 없기 때문이다. - 1961년 7월의 편지 <스타인벡:편지 속의 삶>  103


여행할 때, 지식을 집으로 가져오고 싶다면 몸에 지니고 와야 한다. - 새뮤얼 존슨의 말, 제임스 보즈웰의 <존슨의 생애>중에서  149


여행가의 조건 - 당신이 건강하고, 모험심이 강하며, 재산이 적당히 있고, 마음을 특정 대상에 집중할 수 있다면 여행하라. - 프랜시스 골턴  201


강력한 사람이 반드시 가장 뛰어난 여행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일을 최상으로 이루는 데 관심을 갖는 사람이 가장 뛰어난 여행가가 된다. - 프랜시스 골턴


따분한 여행은 일행을 서로 화나게 하기 쉽다. 그러나 여행가는 힘든 상황에서도 그의 의무에 최선을 다한다. 그는 두 배로 친절하게 대하고, 모욕적인 말을 점잖게 받아들이며, 응수하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하는 것을 의무라고 여긴다. 이러한 때에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너무 딱딱하게 구는 것은 과잉일 뿐이다. 왜냐하면 정작 어려운 것은 말다춤을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프랜시스 골턴  202


한두 가지 시련은 대부분의 위대한 여행기들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여행자는 유쾌하고 수월한 여행으로부터 벗어나 운 나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런 뒤 시련은 책에 진지함과 깊이를 더해준다. 그 결과 우리는 여행자를, 자신의 한계를 시험당하는 한 사람의 본성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205


일반적으로 영국인의 여행의 역사는 햇빛을 찾아 떠난 역사이기도 하다.  220


여행자는 이방인이다.  228


이방인이 되는 것은 어렵다. 여행자는 아무 권력도 영향도 알려진 정체성도 없다. 이것은 여행자에게 낙천주의와 가슴이 필요한 이유이다. 왜냐하면 확신 없는 여행은 비참하게 끝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여행자는 익명이고 무지하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에게 휘둘리거나 속기 쉽다. 여행자는 '미국인' 혹은 '외국인'으로 알려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거기에는 어떠한 권력도 없다.  230


나는 어떤 곳에 가기 위해 여행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여행할 뿐이다. 나는 여행을 위해 여행한다. 중요한 일은 움직이는 것이다. 우리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과 장애물을 좀 더 가까이에서 느끼기 위해, 문명의 이 깃털 침대로부터 내려오기 위해, 그리고 잘린 부싯돌들이 뿌려진 지구를 이 발밑에서 느끼기 위해.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당나귀와 함게한 세벤느 여행>


여행은 기껏해야 자서전의 단편일 뿐이다.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세벤느 일기:프랑스 고산 지대 여행에 대한 노트>  239


나는 기차 여행의 주된 매력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차는 우리를 목적지로 데려간다. 기차는 스쳐 지나가는 장면을 거의 방해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은 그 지방의 차분함과 정적으로 가득 차게 된다. 그리고 날듯이 달리는 차량들 안에 우리가 머물러 있는 동안, 사념은 기분이 내키는 대로 인적이 드문 정거장에서 내린다.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질서 잡힌 남쪽>  240


모든 진지한 순례자는 순례의 장소를 발로 여행한다. 걷는다는 것은 정신적인 행위이다. 홀로 걷기는 우리를 명상으로 이끈다. 순례를 가리키는 한자는 '산에게 경의를 표함'이라는 뜻이다.  244


보행자는 사물을 명료하게 본다. 보행자의 머리 위의 태양, 보행자의 얼굴을 스치는 바람, 보행자의 발밑에 있는 땅 등.  253


신성화된 걷기는 육체적인 운동과 혼동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걷기는 요가나 정신적인 행위에 더 가깝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말하는 걷기는 병자가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고 아령이나 의자를 드는 운동과 전혀 다르다. 걷기는 하루 일과이며 모험이다." 걷기는 사고의 과정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걸을 때 반추하는 유일한 동물인 낙타처럼 걸어야 한다. 어떤 여행자가 워즈워스가 하인에게 그의 주인의 서재를 보여달라고 부탁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여기가 그의 도서관이에요. 그러나 그의 서재는 야외랍니다.'"  261-262


모트 로젠블룸.. 나는 그가 40년 이상 먼 곳들을 여행할 때 도움이 되었던 몇 가지 여로의 규칙들을 제공해달라고 부탁했다..

셋 - 많은 메모를 하고, 해독할 수 없게 되기 전에 메모들을 재독하라. 아니면 그건 단지 나에게만 해당될지도 모른다. 지금은 녹음기가 신뢰할 만하다. 하나 가지고 다녀라. 당신이 놓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놀랄 것이다. 

열 - 어떤 먼 곳에 도착하자마자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빠져나가는 가장 빠른 길을 알아내는 것이다. 즉 버스나 기차나 비행기 시간표를 체크하라. 어떻게 떠나는지를 미리 알아야 한다.  355-358


레비스트로스는 그의 여행기인 <슬픈 열대>

그는 철학자로 훈련받았지만, 인류학과 언어학의 탁월한 이론가였다. 그는 또한 신화학의 해설자였고 구조주의의 서술자였다. ..

여행은 보통 공간의 이동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것은 부적절한 개념이다. 여행은 공간, 시간, 사회 계층에서 동시에 발생한다. 각각의 인상은 이 세 개의 축에 공동으로 연관될 때에만 규정될 수 있다. 그리고 공간은 본질적으로 3차원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여행에 대해 적절한 묘사를 하려면 다섯 개의 축이 필요하다. - <슬픈 열대>


여행자가 여행을 통해 자신의 문며오가 근본적으로 다르고 이상하게 느껴지는 문명과 접촉했던 시대가 있었다. 지난 수 세기 동안 그러한 예는 점점 줄어들었다. 현대의 여행자는 인도를 방문하든 미국을 방문하든, 생각보다 덜 놀란다. - <슬픈 열대>


아마도 그때의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막보단느 내 마음의 사막에 대한 탐험이었다. - <슬픈 열대>  359-360



하나 - 집을 떠나라.

둘 - 혼자 가라.

셋 - 가볍게 여행하라.

넷 - 지도를 가져가라. 

다섯 - 육로로 가라.

여섯 - 국경을 걸어서 넘어라.

일곱 - 일기를 써라.

여덟 - 지금 있는 곳과 아무 관계가 없는 소설을 읽어라.

아홉 - 굳이 휴대전화를 가져가야 한다면 되도록 사용하지 마라.

열 - 친구를 사귀어라.  488-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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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겉돌지 않겠다는 다짐은 눈빛을 살아 있게 한다

무구한 눈빛은 사람을 사로잡는다. 그 눈빛과 마주하는 순간 살고 싶어서 일순간 발바닥에 힘이 들어가기도 한다. 그 눈빛이 내가 잃은 지 오래된 것이기도 하고 그 눈빛으로 내가 씻겨지는 기분마저 들기도 해서 마치 좋은 바람 앞에 서 있는 것만 같은 것이다.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사람은 커피콩을 갈고 뜨거운 물로 커피를 내리는 동안 그 옆을 떠나지 않는다. 좋은 눈빛으로 주시하고 집중한다. 그런 사람이 내주는 커피는 이미 마시기도 전에 맛있다는 생각을 머릿속 가득 채워준다. 어떻게 보면 그 좋은 눈빛이 커피에 닿아서일 거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음식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좋은 눈빛을 가진 사람은 잘되게 되어 있다. 잘하겟다는 그 마음이 눈빛으로 옮겨가면서 마침내 좋을 수밖에 없는 결과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눈빛은 그 사람을 가장 절묘하게 드러내주는 설명서이자 안내서 같다...

좋은 눈빛에 흔들렸으면 한다. 그것이 살아가는 것이다. 쉬지 않는 눈빛과 마주쳤으면 한다. 그것이 다행한 일이다.  




다시는 이런 시간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요

우리가 한 편의 시를, 한 명의 좋아하는 시인을 가슴 안에 키울 때 얼마나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일 수 있는지 절감하게 되기를 바랐다.  




사랑이 여행이랑 닮은 것은

사랑이 여행이랑 닮은 것은 꼭 이십대에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는 점이다. 이십대에 사랑을 해보지 않으면 골조가 약한 상태에서 집을 짓는 것처럼 불안한 그 이후를 보내게 될 것이며 살면서 안개를 맞닥뜨리는 일이 잦게 된다. 여행도 마찬가지. 이십대에 혼자 여행을 해보지 않는다면 삼십대에는 자주 허물어질 것이다.

그리고 또 닮은 것은, 사랑도 여행도 하고 나면 서투르게나마 내가 누구인지 보인다는 것이다.

한번 빠지게 되면 중독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도 닮았다.

또 사랑을 하거나 여행을 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많은 사진을 찍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소중한 것을 남기고 간직하고 싶어하는 자연스런 욕구가 그 무엇으로 대체될 수 없듯 사랑의 대상과 사랑의 순간을 찍는 일이나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순간순간들을 담는 일, 그 둘은 차곡차곡 쌓여간다.

행복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며 그 욕구 또한 강렬해지는 것, 그 또한 사랑이 여행이랑 닮은 점이다. 그리고 왜 물질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져야 하는지를 절실히 느끼게 해준다.

사랑과 여행이 닮은 또하나는 사랑이 끝나고 나면 여행이 끝나고 나면 다음번엔 장말 제대로 잘하고 싶어진다는 것, 그것이다.  




이 말들은 누구의 가슴에서 시작됐을까

단풍이 말이다, 계속해서 남쪽으로 남쪽으로 물들어가는 속도가 사람이 걷는 속도하고 똑같단다. 낮밤으로 사람이 걸어 도착하는 속도와 단풍이 남쪽으로 물들어 내려가는 속도가 일치한단다. 어떻고 어떤 계산법으로 헤어리는 수도 있다는데 도대체 이런 말은 누가 낳아가지고 이 가을, 집 바깥으로 나올 때마다 문득문득 나뭇가지들을 올려보게 한단 말인가. 말과 말 사이에 호흡이 배어 있는 것 같은 이 말은, 이 근거는 누구의 가슴에서 시작됐을까.

또하나의 믿을 수 없는 것은 식물의 이름에 관련되어 있다. 백리향이라는 풀의 이름에도 그만한 쉼표와 호흡이 장치되어 있다. 백리향은 낮게 자라는 나무의 일종으로 주로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는데, 이 식물의 향은 가을 풀 향 중에서 단연 으뜸이다. 단지 식물의 냄새만이 아닌 동물적인 냄새까지도 포함하고 있는데다 진하고 또 강렬하여 늦은 밤 책상에 앉은 사람, 마음이 허전한 사람, 종일초록 기력이 없는 사람, 사는 것이 지옥 같아서 자꾸 먼 데만 보는 사람을 자극하는 데 직방이다. 백리향도 발끝에 붙은 향기가 백 리를 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세상에나, 다른 데 넣어둔 향기도 아니고 그저 발끝에 붙은 향기라니, 표현 참 아찔하다. 이름에 과감히 비과학을 이어붙인 것은 또 누구일까, 잘 모르긴 해도 감정의 물결이 꾸미고 벌이는 일일 터.




지금으로부터 우리는 더 멀어져야

불을 켜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거나, 불을 켜지 않은 채 가만히 사위가 어슬해지는 바깥에 눈길을 주고 있으면 다가오는 무언가가 있다. 알지 못할 것이기도 하려니와 알 것만 같은 그 무언가이기도 한 것이 한순간 몰려온다. 그것으로 인해 그 시간이 채워지기도 하며 비워지기도 하는 그 무언가는 맛이 있지 않은, 퉁퉁 부은 눈가 같은, 처방을 허락하지 않는 시간이면서도 어떤 구체적인 덩어리가 아니어서 달리 설명할 길은 없다. 그럼에도 탁 하고 불을 켜면 이내 사라지고 마는 그것의 정체는 느리고 아주 묽은 것임에는 분명하다. 굳이 덧붙이자면 세상의 가치와 속도와는 전혀 다른 화학물질을 닮았다는 정도밖에는 설명할 능력도 없다.




만약 누군가는 사랑하게 되거든

만약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거든.

많이 먹지 말고 속을 조금 비워두라.

잠깐의 창백한 시간을 두라.

혼자 있고 싶었던 때가 있었음을 분명히 기억하라.

어쩌면 그 사람이 누군가를 마음에 둘 수도 있음을,

그리고 둘 가운데 한 사람이

사랑의 이사를 떠나갈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라.

다 말하지 말고 비밀 하나쯤은 남겨 간직하라.

그가 없는 빈집 앞을 서성거려보라.

우리의 만남을 생의 몇 번 안 되는 짧은 면회라고 생각하라.

그 사람으로 채워진 행복을 

다시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함으로써 되갚으라.

외로움은 무게지만 사랑은 부피라는 진실 앞에서 실험을 완성하라.

이 사람이 아니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예감과 함께 맡아지는 

운명의 냄새를 모른 체하지 마라.

함게 마시는 커피와 함께 먹는 케이크가 

이 사람과 함께가 아니라면 이런 맛이 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만날 때마다 선물 상자를 열 듯 그 사람을 만나라.

만약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거든.




명장면 하나쯤 간직하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두 사람은 기차에서 만났습니다. 

여자는 몸이 조금 불편했고 남자는 무심했습니다.

모르는 사이니 괜찮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여자와 남자는 

기차에서 조각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야기는 더 이어지지 않았고 기차에서 내릴 때

남자가 여자를 조금 도와준 것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헤어졌습니다.

흐르는 시간도 흐르는 풍경도 여행자라서 괜찮았습니다.


여자와 남자는 숙소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우연이었습니다.

다시 만난 것은 처음과는 달랐습니다.

남자는 여자의 눈 입자만큼 각진 인생 이야기를 들었고

남자는 여자가 만든 뜨거운 감자 수프를 나란히 나눠 먻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물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들게 했던 시간의 냄새도 떠올렸습니다.


주관적인 모든 것들은 사이를 두고 객관화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기류 속에 있어서 같았고

지금 존재하는 모든 것을 고스란히 담아 떠날 수 없다는 사실이 또 달랐습니다.

두 사람은 다시 헤어져야 합니다.

여행자이기에 그쯤이야 괜찮을 것이었습니다.


여자가 가방을 끌고 길을 나섭니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남자가 2층 창문을 열고 발코니에 나와 서서 손을 흔듭니다.

여자는 주섬주섬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남자의 손 흔드는 모습을 찍었습니다.

남자는 여자에게 잠깐만 기다리라 햇습니다.

이번에는 남자가 자기 카메라를 가져와

오래 손 흔드는 여자의 모습을 찍었습니다.


우산처럼 기억될 것입니다.

멀어지지만 괜찮을 것이었습니다.




매일 기적을 가르쳐주는 사람에게

사람은 그 자체로 기적이에요.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마음 안에 그 한 사람을 들여놓는다는 것은 더 기적이지요.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 또한 황홀합니다. 혼자서는 결코 그 어떤 꽃도 피울 수 없다는 것도 황홀입니다.

우리가 기대는 것은 왜 사람이어야 할까요. 왜 사람을 거쳐서 성장하고 우리는 완성되어야 할까요. 혼자여서 불안한 것은 마땅히 이해되는 불안이지만 옆에 아무도 없어서 불안한 것은 왜 그토록 무서운가요.

나는 세상 모든 관계를 사랑으로 풀려는 사람입니다. 사랑이 밑에 깔려 있으면 안 되는 일이 없고, 얼굴 붉힐 일도 마음이 뭉치는 일도 없어지거든요. 일도 사람도 사랑한다고 주문을 걸고 사랑을 앞세우면 일도 사람 관계도 나아지는 것을 수도 없이 목격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지금 당신에게 전달하고픈 마음은 그렇고 그런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 인생에 몇 번 올까 말까 한 감정임을 알아주세요.


가능하면 사람 안에서, 사람 틈에서 살려고 합니다. 사람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닐 것 같아서지요. 선뜻 사랑까지는 바라지 않지요. 사랑은 사람보다 훨씬 불오나전하니까요. 아, 불완전한 것으로도 모자라 안전하지 않기까지 하네요, 사랑은.

사람만 보고 살려고 하는데 그것도 어렵지요. 사람 냄새 참 좋은데, 사람 냄새 때문에 사람답게 살고 있는데 결국은 사람 냄새 때문에 골병이 들지요. 결국 우리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숨으려 하지만 사람이 없는 곳에서의 삶, 그게 어디 가능하기나 한가요. 우리는 사람이 그리워 사람 없는 그곳을 탈출하고 맙니다.

나는 대중적으로 압도하는 풍경 앞에 서서 사진 찍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한 번 본 것으로 강렬했다면 그것은 사진보다 오래 남는 법이지요. 차라리 그게 영원할 수도 있지요. 마찬가지로 좋은 사람과도 함께 사진 찍고 싶지가 않아요.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불안을 포함하고 있고 나중에라도 그 좋은 사람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보는 순간 감정이 그전 같지 않으면 어떡하나 무서워서 그래요. 하지만 이 모든 불안과 실망들이 당신 앞에서는 아무 일도 아닌 게  되었어요. 당신으로 잘 살 수 있고 당신으로 잘 일어날 수 있어요.


사람으로 우리는 집을 지어요. 강렬한 사람에 대한 기억을 가져다 뼈대를 짓고, 품이 넓은 사람에 대한 기억을 가져다 지붕을 올리고, 마음이 따뜻했던 사람에 대한 기억을 데려다 실내를 데웁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은 인생의 중심을 받칠 만한 사건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것으로 지은 집은 바람에도 약할뿐더러 곧 녹아내리지요. 

그러니 눈을 감지는 말지요. 그건 세상과 친해지지 않겠다는 이야기니까. 세상은 그런 당신에게 아무것도 보여줄 게 없어요. 아무것도 보지 않겠다고 눈을 감은 당신에게. 세상은 사람한테로 나 있는 계단을 내 줄 수 없어요.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시간은 있습니다.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새에게도 나무에게도. 모두에게 아름다운 시간은 있는 법입니다. 아무리 별것 아닌 풍경이고 시간이라 해도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사람이 그래요.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고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그것만으로 아름다운 사람.

나에게 그만큼인 사람이 바로 당신입니다. 물이 닿은 글씨처럼 번져버릴까. 혹여 인연이 아닐까 나는 목이 마르고 안절부절입니다. 부디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되어주세요. 이 간절함으로 그래도 된다면 당신을 세상에 고소할 것이고, 나는 세상이 당신을 가둬놓은 아름다운 감옥으로 이사할 겁니다. 

그러니 내가 밑줄 친 사람이 되어주세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감히 당신에게 그어놓은 그 밑줄을 길게길게 이어갈 것입니다.  




이토록 서서히 퍼지는 광채

처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살아온 시간들을 켜켜이 낱장으로 들어내 펼쳐 놓아보면 일대의 사건이라 할 만한 일들은 모두 처음 일어난 일들이었다.

처음 마셨던 것치고는 잘 마셨다는 생각이다. 처음 저지른 것치고는 그나마 잘한 일이었던 것 같다. 그토록 처음이어서 강렬한 것이, 그만큼 강력한 것이 내 생에서 나를 몇 번 더 뒤흔들 것인지를 너무 이른 그때여서 알지 못했던 것이다.




여행은 인생에있어 분명한 태도를 가지게하지

여행을 하지 않아도 살아지는 너와, 여행을 다녀야 살아지는 나 같은 사람의 간극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그래, 너는 여행의 조각이 아닌 다른 것들을 맞추면서 살아온 것일 거야.  

알고 있겠지만, 여행은 사람을 혼자이게 해. 모든 관계로부터, 모든 끈으로부터 떨어져 분리되는 순간, 마치 아주 미량의 전류가 몸에 흐르는 것처럼 사람을 흥분시키지. 그러면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겠다는 풍성한 상태로 흡수를 기다리는 마른 종이가 돼.

그렇다면 무엇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먼 곳에서, 그 낯선 곳에서. 

무작정 쉬러 떠나는 사람도, 지금이 불안해서 떠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국 사람이 먼길을 떠나는 건 '도달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겠다는 작은 의지와 연결되어 있어. 일상에서는 절대로 만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저기 어느 한켠에 있을 거라고 믿거든.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다보니 내가 최근에 본 어떤 아름다운 풍경 하나가 떠올라. 혼자라서 밋밋하기만 한 밤을 겨우 보내고 아침을 맞았는데 숙소 앞에 누군가 여러 개의 눈사람을 만들어놓은 거야. 나도 모르는 사이 밤 동안 눈이 내린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군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존재가 아침 일찍 일어나 눈을 굴려 눈사람들을 만들었다는 건, '그냥'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아름다움이 관여한 '기적'인 거지. 과연 그 사람은 혼자 보려고 눈사람을 만들었을까. 아니지. 단지 그냥 차가운 눈을 굴린 게 아니라 기쁨이며 온기 따위를 굴린 거야. 어쩌면  사람다운 것에 더 가까워지는 연습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그 사람은 자기 인생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가진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자기 인생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갖는것, 그건 여행이 사람을 자라게 하기 때문이야.

사람은 원래 약하고 여리고 결핍되게 만들어졌어. 그건 왜 그런가 하면 그 상태로부터 뭐든 하라고, 뭐든 느끼라고 신은 인간을 적당히 만들어놓은 거야. 그러니까 스스로 약한 게 싫거나 힘에 부치는 게 싫은 사람들은 자신을 그렇게 방치하면 안 되는 몇몇 순간을 만나는 거지. 그래서 불완전한 자신을 데리고 먼길을 떠나. 그걸 순례라고 치자구.

나에게 순례는, 내가 나를 데리고 간 그 길에서 나에게 말을 걸고, 나와 화해하며, 나에게 잘해주는 일이야. 

높은 산으로 해 지는 풍경을 보러 올라가 넋을 놓고 세상을 내려다보면서 알 수 없이 차오르는 마음 안쪽의 부드러움을 대면하는 순간, 맨발로 돌길을 걷고 걷다가 문득 푸른 잔디를 만나 발이 고마워하게 되는 순간, 낯선 방에 가방을 내려놓으며 이 방은 어떤 사람들의 어떤 이야기들이 거쳐갔을까 하고 낭만을 상상해보는 순간, 그 자잘한 순간들은 모이고 모여 한 장의 그림이 돼. 그 그림이 중요한 것을 우리가 안절부절하고 아옹다옹하는 일상하고는 전혀 다른 재료로 그려진 것이라는 것. 

이런 작은 느낌들은 한꺼번에 광채로 다가오지. 아무렇게나 살다가 그대로 죽을 수는 없다는 사실까지도 알게 해주지. 그래, 그로 인해 사람이든 풍경이든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를, 사랑이 쓰다듬는 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주는 것. 그것이 여행인 거야.

걷지 않고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야. 보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 그러니까 여행을 떠나더라도 살아서 꿈틀거리는 상태가 아니라면 아무것도 획득할 수 없게 돼. 여행은 신이 대충 만들어놓은 나 같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뻗어야 하는 진실이야. 그 진실이 우리 삶을 뒤엉켜 놓고 말지라도, 그래서 그것이 말짱 소용없는 일이라 대접받을지라도, 그것은 그만큼의 진실인 거야.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했습니까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했습니까. 무엇으로 얼굴이 붉어졌습니까. 그런데도 그 좋아했던 것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 앞에서 당신은 얼마나 떳떳할 수 있을지요.

이토록 둔탁하고 뻔뻔해지는 것은 그만큼 대체되는 것들이 많아서겠지요. 이토록 꿈을, 방향을 방해하는 것들의 정체는 무엇일는지요. 이기고자 한다면 좋아하는 것을 늘려야 합니다. 좋아하는 것들과 춤춰야 합니다. 좋아하는 것은 포기해야 하는 것과 밀당하지 않습니다.

잘 사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면 작은 수첩 하나를 구해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을 채워나가면 됩니다. 수첩에는 <작고 허름한 가게 장부>라는 제목을 달아놓고 말이지요.




사랑은 어디로부터 왔을까

점선처럼 만나 실선처럼 하루를 보냈습니다.




잊지 못한다면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이해하는 방식이란 건 자신이 살아온 범위 안에서지. 자신이 고개 끄덕이고 싶은 방향대로일 걸세. 내가 한 사랑이 어떠했노라고 누구에게 말하려는 순간 나 스스로도 쏟아지는 것들을 다 받아내지 못할까봐 말하지 못한 것도 있지 않겠는가.




겨울나라

겨울만 있는 시간을, 겨울만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찬 온도에서 뜨겁게 사는 것, 그것은 두 배로 사는 삶일 거라는 환상이 내겐 있다...

나는 '이 사람은 왜 이토록 나를 도와주고 있지?' '이 사람은 그저 내가 무사히 이 골목을 빠져나가기만을 바라는 사람일까?' 하는 의문의 힘으로 핸들을 돌려야 했다. '이런 일에 이렇게 나설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아무리 내가 이 지경이라도 이렇게까지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는 마음으로 후진해 나오던 끝에 삼거리를 만났고 그곳에서 나는 사내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남기고 떠나는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보탬이 되려고 그랬던 건 아닌데

하는 일이 잘되지 않을 때나 되는 일이 없을 때, 할 일이 없을 때도 마찬가지. 그때 시인이 하는 일은 영감을 부르는 일이다. 영감이라는 것이 불러서 오는 것도 아니고 기다려서 제때 맞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시인이 하는 일이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거나 왜 그래야 하는 지 모르지만 마땅히 그래야겠어서' 영감은 이런저런 일들을 지시하고 시킨다. 

영감이라고 해서 늘 굉장한 확신으로 도착하지는 않는다. 명중은 커녕 꽂히지 못할 때도 많으려니와 뭐라도 잡을 듯이 전속력으로 달려오다가 속도를 잃고 그만 숨이 죽어버리는 경우, 또 매혹적으로 다가오더라도 그걸 제대로 받아낼 수 없는 상태인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도 가만히 기다리는 일이 커다란 일이기도 한 것이 예술하는 사람의 일이다. 무슨 일 하세요, 라고 물으면 절박하게 군색하게 영감의 무엇과 직감의 무엇과 육감의 무엇을 기다리는 일을 합니다, 라고 말해야겠는데 제정신으로는 그 대답을 못하겠으니 직업적 고충이 참 말이 아니다.

그래서 오던 길을 문득 멈춰 서서 한참 뒤를 돌아다보기도 하고, 불쑥 먹던 밥을 중단하고 신발을 신기도 하며, 사람을 앞에 두고 앉아 한없이 아무 말 하지 않기도 하고,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사람처럼 탁자에 얼굴을 묻고 앉아 있기도 하는 것이다.

한 예술가가 이상히도 그러고 있는 것은 급히 바꿔놓거나 정돈해야 할 세계가 있어서 잠시 파도를 맞고 있는 중이라 생각해주시길. 그렇다고 '잠시 파도를 맞고 있는 중입니다'라고 이마에 써붙이고 있을 수는 없어서.




오늘 비행기는 전면 결항입니다

제주.. <내 옆에 있는 사람>이라고 씌어 있는 카페..




사람이 꽃

"카페 하실 거면 어떤 카페 하실 건데요?"

상인이 나에게 물었다. 두번째 만나던 어느 날 밤, 서로 나눈 이야기가 떠오른 모양이었다.

"음, 사람이 많이 오지 않는 카페요."

삐딱하게 말했지만 상인에게 삐딱한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네, 이해합니다."

"뭘요?"

"자기 공간을 가졌단느 게 중요한 것이지 수입 올리는 건 부차적이란 말씀이잖아요? 책도 읽으시고 음악도 듣고 싶은 거죠? 혼자사서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죠? 사람 마음을?"

"누구나 그런 커페를 갖고 싶어하죠. 누구나요."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말에 슬쩍 귀가 열렸다. 저렇게 일방적인 말을 하면서도 어쩌면 그렇게 예의를 갖출 수 있는지. 상인은 처음부터 남다른 데가 있었다. 이번엔 내가 물었다.

"사람을 좋아하나봐요."

"조금 관심만 있어요. 왜 제가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셨어요?"

"사람을 좋아하니 사람을 잘 읽는 거겠다 싶어서요."

"사람을 좋아한 적은 있었어요. 한때는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어쩌면 나는 수도사나 스님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너무 좋아하면 안 되니까, 사람은..."

사람이 아니면 무엇을 좋아해야 할까....


아름다웠던 낮과 밤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 사랑하지 ㅇ낳는 사랑이라면 다른 세계로 옮겨가야 한다. 더이상 감정을 위조할 수 없다면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사람으로부터 새로운 충격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사랑을 사려드는 이는 있지만 이별은 값이 엄청나서 감히 살 수도 없다. 그래서 이별은 사랑보다 한 발자국 더 경이에 가깝다...


땅만 바라보고 살았던 살마에게 어느 밤의 별들은 그 사람을 다른 세계로 이끌어준다. 이 세계가 아니면 다른 세계는 절대 존재하지 않을거라고 믿게 하는 사랑. 그 사랑은 몇 번의 세계를 거치고 훈련하면서 먼 우주로 나아갈 수 있다. 작은 물이 모여 바다로 간다는 그 말처럼 사랑은 고통을 치른 만큼만 사랑이 된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이 사실을 알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절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을요.


내가 사람으로 행복한 적이 없다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을요.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왜 그 사람이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얼만큼의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라는 것을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으나 나는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한다. 조만간 다시 보자는 말은 했지만 같이 여행을 가자고 말하기엔 이르다...


정신적인 건강도가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 강한 호감을 느끼게 된다는 말이 있다.(이 말은 지금의 감정과 그 감정에 따라붙는 불안에 대해 잘 설명해 준다.) 내 정신적인 건강도가 만약 B라면 그 사람 또한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닮은 점이 있다는 것은 좋아하기에 충분하지만 그렇다면 사랑하는 것이 바로 그 'B'인지도 모른다. 사랑은 완벽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불온에 가깝다는 말을 하려는 것인데 쓸쓸히 여기까지 왔다.

사랑은 0 이다. 사랑은 감정으로 숫자를 늘리는 일이지만 결국엔 0 이 된다. 0 하고는 상관없는 듯 우리는 100처럼 사랑하지만 결국엔 시간에 의해 바람에 의해 요지부동의 0 에 도착하고 만다. 아무 감정이 없는, 아주 무심한 진공의 상태.

지금 그 사람을 사랑하면서도 먼 훗날의 0 에 대해 생각한다. 아픈 0 에 대해 생각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로 허무에 이르고 마는 그 0 에 대고 얼굴을 부빈다...


사랑은 0 의 그림자다. 사랑 자체로는 그림자를 만들 수 없는데다가 사랑이 0 의 뿌리에 단단히 붙어 있으니 그렇다. 우리가 사랑을 하면서도 끝없이 외로운 것은 0의 그림자를 껴안고 있어서다. 무인도에 같이 가자 해놓고 무인도에 그 사람을 남겨두고 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랑을 하면서 0 의 그림자를 데리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사랑을 조금만 멀리 두려 한다. 너무 멀리는 두지 말고 가까이 있고 싶을 때, 냄새 맡고 싶을 때 달려가려 한다. 느슨한 감정에 숨겨놓은 긴장이 가져다주는 멀리를 당분간 즐기려 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하지만 나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좋아한다 말하지 못한다. 말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랑은 0 이라느니 사랑은 0 의 그림자라느니 또 무엇이라느니 이렇게 멀미를 참지 못하고 허튼소리만 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무엇으로도 침묵하지 않는다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 사랑을 통해 인간적인 완성을 이루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명백히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랑은 사람의 색깔을 더욱 선명하고 강렬하게 만들어 사람의 결을 더욱 사람답게 한다. 사랑은 인간을 퇴보시킨 적이 없다. 사랑은 인간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


우리는 사랑에게 엄청난 많은 것을 배웠으므로 그만큼의 빚을 지고 산다. 그것도 갚을 수 없는 아주아주 큰 빚을.




지금 어느 계절을 살고 있습니까

'당신은 지금 어떤 계절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지금 어떤 계절을 어떻게 살고 있다고 술술 답하는 상태에 있으면 좋게싿. 적어도 계절은 지금 우리가 어디에 와 있는지를, 어디를 살고 있는지를 조금 많이 알게 해주니까.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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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딱 한 가지만 설명해줘. 그렇게 산다고 달라지는 게 뭐야?"  29


보이지 않는 부분을 상상하고, 외양의 뒷면을 보는 것..

그의 직업에서 핵심은 바로 그것이었다.  34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건 상처가 남는 일을 겪었기 때문이야.  91


그린우드에 사는 사람치고 부모나 친구, 배우자 중에 마약 딜러나 마약중독자가 없는 경우는 드물었다. 마약 거래를 지탱하는 네 개의 기둥은 폭력과 공포ㅡ 질병과 죽음이엇다. 심지어 경찰도 압수한 마약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되파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린우드에서 잘 나가는 마약 딜러라면 일주일에 대략 수천 달러를 벌어들였다. 마크과 커너의 동급생 중에도 갱단에 들어가거나 마약 거래를 위해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두 사람 역시 남드로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라고 못할 건 없잖아."

마크가 말을 꺼냈다.

"뭘?"

커너가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몰라서 물어? 우린 머리도 좋고 눈치도 빨라. 그린우드의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야. 자고가 자기 밑에서 일하지 않겠냐고 묻더라. 그놈이 일주일에 얼마를 버는지 알아?"

커너가 벌컥 화를 냈다.

"난 마약에 손대고 싶지 않아."

"마약중독자가 되자는 게 아니라 딜러를 해보자는 거야. 잘만 하면 이 년 안에 학비 정도는 벌 수 있어."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야."

"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가 금주법 시대에 뭘 했는지 알아? 술을 불법적으로 수입하고 몰래 팔아 넘겨 엄청난 돈을 벌었어. 그 덕분에 아이들을 대통령으로 만든 거야. 그 덕분에 우리에게도 시민권이 생긴 거고."

"특수한 경우이고 옳지 않은 일이었어. 일반화시키는 건 문제가 있어."

이번에는 마크가 성을 냈다.

"그럼 여길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말해봐. 우리가 무슨 재주로 돈을 벌어 대학게 진학할 수 있는지 말해보라니까. 한시바찌 이 동네를 빠져 나가지 못한다면 우리는 아마 십 년 뒤쯤 무덤 안에 누워있거나 감옥에 가있게 될 거야. 그건 내가 장담하지."

"물론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어. 하지만 손쉬운 해결책을 바라서는 안 돼. 만약 우리가..."

커너의 목소리가 쑥스러운지 가볍게 떨려나왔다.

"만약, 뭐?"

커너가 침을 꼴깍 삼키더니 친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맺었다. 

"만약 돈을 마련하기 위해 마약 딜러를 한다면 우린 모든 걸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아무리 절박해도 우리가 가진 이상과 가치만큼은 절대로 포기해선 안 돼."

마크는 주먹을 불끈 쥐고 돌아서 철책을 힘껏 때렸다. 잠시나마 마약을 팔아서라도 학비를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럽고 원망스러웠기 때문이다.

커너가 자책하는 마크의 어깨에 손을 얹어놓았다.

"걱정할 것 없어. 마크. 두고 봐. 언젠가 반드시 기회가 올 테니까. 우린 틀림없이 여기서 벗어나게 될 거야. 내가 약속하지."

커너의 말에는 강한 확신이 실려 있었다.  171-173


우리는 마치 호두 같아서, 깨뜨려야 속을 볼 수 있다. - 칼릴 지브란  195



'아직은 때가 아니야' 그 다음에는 '이미 너무 늦었어'라고 말하다 보면 인생 최고의 시간이 다 지나간다 -구스타프 클로베르  215



"만약 우리 엄마 대신 죽은 사람이 아저씨 딸이라면 용서할 수 있겠어요?"

"솔직히 나도 자신하지는 못해."

마크가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다만 용서를 위해 노력하리라는 점은 자신할 수 있어."

마크가 아이스크림에 장식용으로 얹혀 있던 작은 종이우산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는 라일라를 쳐다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용서이고, 가장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걸 알아."

마크가 차분하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용서하라는 건 너 자신을 위해서야, 에비.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에비가 어깨를 으쓱했다.

"저는 이미 끝났어요. 저한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요. 가족도, 돈도, 미래도..."

"아니야, 앞으로 네 앞에는 창창한 삶이 남아있어. 결코 미래를 포기해서는 안 돼. 미래를 회피하기 위해 변명을 늘어놓지는 마."

"그놈은 살인자예요! 반드시 응징해야 해요."

에비가 목 메인 듯한 소리를 질렀다.

그때서야 마크는 처음부터 에비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내 말 잘 들어봐, 에비. 나 네가 그레이그 데이비스라는 사람 말고 정말로 벌주고 싶은 사람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데..."

에비가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네가 정말로 죽이고 싶은 사람은 바로 너 자신일거야. 그렇지 않니?"

"아니에요!"

에비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펑펑 쏟을 것 같은 눈으로 소리쳣다. 그녀가 미처 충격을 흡수할 틈도 주지 않고 마크의 공세가 이어졌다.

"넌 엄마의 말을 믿지 못했던 네 자신이 미웠어. 엄마가 숨진 것에 대해 얼마간의 책임이 너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 거지. 넌 무엇보다 그 사실을 견디기 어려웠을 거야."

"아니에요. 아저씨가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하시죠?"

입으로는 강하게 부정했지만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이미 진실에 대한 고백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진 마. 처음부터 네 잘못은 없었으니까. 아무것도."

마크는 에비를 합리적으로 설득하려고 애썼다.

에비의 목소리는 이제 흐느낌으로 변해 있었다.

"제가 왜 그랬을까요? 왜 엄마를 믿지 못했을까요?

"그건 네 잘못이 아니었어.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테니까."

마크가 소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엄마는 늘 저한테 거짓말만 햇어요. 하지만 그때는 거짓말이 아니었는데, 그때는."

"다 잘 될 테니까 이젠 잊어버려."

에비는 감정이 북받쳐 마크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흐느껴 울었다. 마크가 가슴 깊이 감추어둔 응어리를 터뜨려버린 것이다.  244-246


"대단히 비극적인 사건을 겪었어요. 평소와 다른 점은 제가 바로 그 비극적인 사건의 주인공이었다는 겁니다. 막상 저에게 비극이 닥쳤을 때 평소 많은 사람들에게 해준 조언이 정작 제 자신의 고통을 치유하는 데는 그리 유용하지 않더군요."  249


네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거든 어디서 오는지를 기억하라 - 아프리카 속담



"아마 살아오는 동안 아무도 너에게 친절을 베풀거나 도움을 준 적이 없었을 거야. 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감각해질 필요가 있었고, 불신이라는 방어벽을 높게 쌓아올려야 했겠지."

"그래, 네가 옳았어. 이 냉혹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부득이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한데 나를 가둔 채 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었어."  281


눈을 감고 살면 정말 쉽다 - 존 레논



두려움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사람은 사랑, 믿음, 증오, 심지어 회의까지 자기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없애버릴 수 있다. 하지만 삶에 집착하는 한 결코 두려움을 없앨 수는 없다 - 조셉 콘래드  284



행복해지려면 불행을 감수해야 한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어떻게든 불행을 피하기 위해 애써서는 안 된다. 그 보다는 어떻게, 누구로 인해 불행을 극복할 수 있을지 찾아봐야 한다 - 보리스 시룰리크  295



때로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대단치 않은 변화에 의해 좌우된다. 한 번의 만남, 한 번의 결정, 한 번의 기회, 한 가닥의 가느다란 선...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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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너무 힘겨울 때면 니감보드 가트 화장터로 가서 죽은 자가 불길에 휩싸이는 것을 지켜보고, 그의 가족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한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된다. 그런 다음에는 집으로 돌아와 위스키를 두어 잔 털어넣는다. 델리에선 죽으모가 술이 인생을 살 만하게 해준다. - 쿠시완트 싱


오늘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왜 나는 거리의 친구들과 먼저 우정을 나누게 되는가.

그렇다 인도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가족을 이끌고 아무데서나 노숙하는 걸인과 그들이 갈겨 놓은 배설물에 먼저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의 더러운 손을 기꺼이 잡아 주고 입맞출 줄 알아야 한다. 그들의 가난까지도 포용하는 넉넉함이 필요한 것이다.  29


여기에선 아무도 걸인들에게 손가락질을 하지 않는다. 관리에겐 관리의 생활이 있고, 경찰에겐 걸인의 생활이 있다. 그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타인의 생활을 침범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묵묵히 수긍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34


다질링의 한 게스트 하우스의 노트에는 '여행이란 정말로 깊은 병이지. 한국으로 돌아가기도 전에 벌써 다시 나올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야.. 인도 전역을 돌아볼 마음이라면 남인도의 마하발리푸람이란 곳을 권하고 싶다... 라자스탄 주의 명물 우다이푸르는 만약 혼자라면 가지 않는 게 좋아. 로맨틱이라는 칼에 찔려 영원히 숨쉬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61


떠나야 했다. 길을 나선 여행자들에게 특정한 지역에 대한 집착이야말로 얼마나 불경스럽고 위험 천만한 일인가. 그것은 그 동안 많은 여인들을 만나고, 사랑하고, 열병에 걸렸다가 빠져나오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이치이기도 했다.  66


인도인들의 '예'와 '아니오'는 몸짓만 보고는 잘 구별 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예'를 뜻할 때 고개를 옆으로 살짝 흔드는데,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그것을 '아니오'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순간의 표정과 '아체'라는 말에 귀를 기울이면 대체로 큰 어려움은 없다.  80


샨티 샨티 - 산스크리트어로 '온 우주와 그대에게 평화가 깃들이기를!'  90


어떤 의미에서 여행자들은 모두 바람둥이다. 그들은 특정한 장소에 안주하지 못하고 쉽게 실증내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머물던 장소로부터 계속 떠나는 거지. 한 여자에게 만족하거나 안주하지 못하고 떠나는것과 여행자들의 심리가 유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건 여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91


나는 지금 무엇 때문에 길을 가고 있는가, 어디로 가는 것인가...  100


워낙 많은 여행자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바라나시엔 이들을 노리는 폭력 조직이 생겨났고 간혹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는 모양이었다.  106


청년은 설명을 했다. 화장이 끝나려면 세 시간이 걸리며, 드문 일이지만 장작 값이 모자라는 가난한 사람은 중간에 강으로 던져지기도 한다. 코브라에게 물려 죽은 사람은 화장하지 않는다. 코브라는 신성한 동물이어서 이미 신의 축복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두나 깨달은 사람도 화장을 시키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산과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도 화장을 하지 않은 채 돌에 매달아 갠지스게 그녕 수장시킨다. 그래서 강엔 아이나 태우다 만 시체가 간혹 떠다니기도 한다.  109-110


바라나시는 여행자들의 섣부른 해석을 용납하지 않는다. 해석이 아니라 겸손하게 수용하는 것만이 여행자들의 몫인 것이다.  116


불현듯 부다가야에 이어 다시 회의가 일었다. 인도가 아닌 나 자신에 대한 회의였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갈기를 세우고 미친 시간들 속으로 달려가고 있는가. 나는 무엇이고, 여기는 또 어디인가. 나는 지금 왜 여기에 있는가.  148


인도를 암울하게 만드는 슬픔의 근원은 3천년 전, 아리아인들이 만든 카스트에서 기인한다. 종교 의례를 담당하는 사제 계급인 브라만, 정치와 군사를 담당하는 왕족 및 무사 계급인 크샤트리아, 상공업 활동에 종사하는 평민인 바이샤, 그 밑의 노예 계급에 속하는 수드라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른바 접촉불가 천민으로 분류되는 하리잔이라는 불가촉천민.  180


힌두교도들의 신앙심은 확실히 남다른 데가 있었다. 그들은 현세보다는 내세의 삶을 위해 사는 것처럼 보였다.  200

평생 동안, 단 한 번 이라도 방문할 수 있다면 힌두교인들에겐 최고의 기쁨이 되는 리시케시, 고단한 인연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열망으로 죽기 위해 찾아가는 도시가 바라나시라면, 이곳 리시케시는 마음의 평화를 얻고 깨닫기 위해 방랑하는 성자인 사두들의 고향이었다.  202


여행은 때로 위험을 동반하는 모험이었다. 모험이 수반되지 않은 여행이란 사막처럼 지루하고 건조해서 별다른 감동도 없을 것이었다.  259


요이치와의 재담은 언제나 즐거웠다.. 내 별명을 가르쳐 줄까? 쓸모 없는 인간, 그것이 내 별명이다. 미국 친구가 공부하는 것 외엔 아무런 실용성이 없는 사람이라며 붙여 주었다. 나는 그 별명이 마음에 든다. 그럴듯하지 않니?  261


요즘 젊은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이다. 그들은 돈보다 정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른다.  264


길을 나선 나그네에겐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 게 상책이었다.  267


길을 끌어당기지 말고 다만 너의 길을 가라. 그러면 길이 네게로 올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물을 의식 속으로 끌어들이지 말고 그 품에 안겨라. 그것이 진정한 나그네의 길이다.  309


호텔이나 열차도 고급일수록 먼저 만원이 됩니다. 그것은 외국인들 때문이 아닙니다. 빈곤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가은 자리에 앉는 것도 불결하다고 생각하는 고매한 인격을 지닌 기득권층 때문이지요. 그래서 인도의 물가는 싸도 싼 것이 아니며 비싸도 비싼 것이 아닙니다. 어디에 기준을 두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개념이 달라집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여행자들의 소비 패턴도 다양하게 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333-334


현대 사회는 너무 복잡해서 집중이 어려운 시대이다. 그래서 정적인 명상으로는 목적을 이루기가 어렵다. 참선은 유럽인들에게 잘 맞지 않는다. 그래서 오쇼가 현대 시대에 맞는 새로운 명상법을 개발한 것이다.  421


문명은 신과 사제들에 의해 움직여 왔다. 그러나 사제는 신을 팔아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도덕이나 하나님을 구실로 민중을 지배하는 정치가들의 역할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의 내면은 도덕에 지배당하기 쉽다. 사제는 그들보다 더 교활하다. 사람으로 하여금 도덕을 구실로 죄책감을 느끼게 한 다음 정신적 노예로 길들이는 것이다.  427

진정으로 깨달은 사람이 되면 정치나 사제, 종교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에 이 해결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권력을 원하는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질병을 앓거나 열등감을 가진 자이기 때문이다.  428

당신이 의자에 앉아 글을 쓰는 행위도 명상이 될 수 있다. 그 참맛을 알면 모든 게 명상이 될 수 있다. 삶 자체가 명상이다.  429


사람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을 동반한 여행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519


길에서 태어나 길을 가다가 길에서 죽는 게 인생인 바에야 어느 길에서 고꾸라지든 그게 무슨 대수란 말인가. 여행을 중단하고 돌아가 본들 거기도 또한 길이 아니던가.  521


나는 노트를 펴들고 남인도를 찾을 경우 다시 들러야 할 곳으로 고아와 함피에 이어 귈론을 적어 넣었다.  522


정말로 나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인가. 닷새를 꼬박 굶고도 짐을 꾸리는 내 가슴은 신천지 첸나이에 대한 기대로 두근거리고 있었다. 아, 길에 미친 나그네여. 무엇이 이토록 아픈 몸을 이끌고 그대를 길 떠나게 하는가.  557


짐은 자유로운 삶의 훼방꾼일 뿐이다.  599

우정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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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l iswell' 세 얼간이 하면 떠오르는 표현이다. 
영화를 보면 이 표현이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본것은 2009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한국에서도 개봉을 하고 다시 보게 되었다.
얼마전 <(영상소설) 세얼간이>를 보았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그대로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 책을 보면서 영화를 다시금 떠올리고 책을 읽은 후에 바로 영화를 다시 보았다.
영화는 매우 재밌다. 유쾌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지금 인도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영화로 만들었구나하는 생각인데, 보다보면 지금의 한국사람들에게 더욱 필요한 내용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왜 이런 표현을 쓰는지는 영화를 보면 누구나 공감하게 될 것이다.
특히나 영화에서 중점을 둔것으로 '공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또한 '친구'의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그 외에도 몇 가지가 있었다.

원작 소설인 이 책은 표지에는 영화의 포스터가 나와 있지만 실제로 영화의 내용과는 다소 떨어져 있다.
영화를 보고난 후에 소설을 접한 나로서는 처음 책을 덥었을 때 영화보다는 밍숭밍숭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내용을 정리해보면서 영화보다 현실적이고 영화만큼 생각할 거리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영화에서와 원작에서 공통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 중에 두 가지가 위에서 언급한 '공부'와 '친구'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의 표현중에 '친구는 여자의 젖이다'란 표현이 나오는데, 책에서는 동일한 표현은 없지만 '친구'란 어떠한 존재이며, 자신이 진정한 친구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영화에서보다 친구들은 더욱 우유부단하고 무기력함을 가진 존재들로 나오는데 더 현실적인 면이 강하다. 
그렇기에 개인적인 느낌으로 친구에 대한 생각을 재 정의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친구이기에 친구라서 친구이다. 진정한 친구란 정말 어떠해야 할까...
선을 그어 표현한다는것이 무의미하다. 하지만 선을 그어보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우리들은 선을 그어 보려는 범주를 생각해 보려는 시도부터 필요하다. 
'나는 진정한 친구 인가?' 자문해 보는 시간이 었다.
이들이 함께 어이없는 일들을 꾸미거나 함께 할 때도 이들은 친구이기에 모든 것을 함께 하면서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영화에서는 이들은 얼간이라 보기 힘드는 캐릭터이다. 하지만 원작소설에서는 정말 이들은 얼간이 들이 맞다.
이들은 상식적이지 않은 얼간이 짓들을 함께 해나가면서 친구들의 우정과, 성장을 함께 해나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공부를 위한 공부인가, 자신이 원한는 것을 위한 공부인가?'
사람은 누구나 원하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조차 알지 못하며 끌려 가고 있다.
온갖 자기계발서들이 주장하는 것 주의 하나이다.
맞는 말인지 알면서 우리는 시간을 내어 생각해 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음을 꼬집어 주는 내용들을 통해 반성의 시간과 다시금 고민해 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
'우리의 세 주인공들은 고등학생 시절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는 수재들이다. 하지만 누구나 우러러보는 인도 최고의 대학, 입학만 하면 미래는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바로 그곳에서 이들은 행복할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은 오직 하나, 점수였다. 그 사람이 어떤 가치관과 인성을 갖고 있는지, 그으 ㅣ꿈은 무엇이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는 이미 논외가 되었다. 인도 공과대학(IIT)의 학생들은 단 하나의 목표, 좋은 점수를 받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많은 돈을 벌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에 현재으 삶을 기꺼이 희생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정말 행복할까? 나는 이러한 질문을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던져보고 싶다. 당신은 정말 행복하십니까?' (옮긴이의 말중에서 334)
우리는 자본주의 나라에서 신자유주의 중심세상에서 살아가면서 끝없이 노력하고 배우고 돈을 벌어야만 하는 삶을 살아간다.
과연 그것은 무엇때문일까? 그래야 나이들어서 고생하지 않는다. 늙어서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아야만 한다.
누구나 한치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서 돈만이 살길이라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과연 이러한 사실들의 근원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기득권의 세뇌에 의해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위해 조금만의 노력을 해보면 알 수 있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신경제와 약간의 철학과 산업사회 이후의 역사흐름을 알게되면 그러한 사실을 간파해 낼 수 있다. 이렇게 표현해도 여러 분야의 내용이라 지래짐작으로 겁을 낼 지도 모르겠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알수 있는 내용들이란 사실이다.
누군가 신문은 '사실은 있지만 진실은 없다'고 하였다. 우리는 사실만 알고 진실을 알지 못하는 생활을 꼬집고 있는 책을 통해 즐거운 시간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여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열망으로 벌써 영화를 본 횟 수가 8번을 넘어 간다..



'이 겁쟁이 같으니라고, 적어도 시도는 해봐야지, 끝내고 나면 분명 엄청나게 기분 좋을 거라고,'  39

'IIT가 배출한 위대한 공학자 혹은 과학자가 몇 명이나 되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수많은 최고 경영자나 기업가들이 IIT 출신이잖아.'
'내 말은 IIT가 인도 최고의 대학으로 치부된다는 거야. 10억 인구가 사는 이 나라의 최고 공과대학으로 말이야. 그런데 IIT가 뭐 특별히 발명해 낸 거라도 있어? 아니면 인도에 기술적으로, 기여한 거라도 있느냔 말이야.'  47

'질문은 딱 하나야. 넌 인생에서 뭘 원해? 2분 줄 테니까 생각해 봐.'
인생에 대해선 정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121

'IIT의 시스템은 4년간 생쥐들이 경주를 벌이는 것처럼 머리 쓰는 일도 없이 학생들이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게 합니다.'  124

라이언은 그의 윤활유 연구 제안서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라이언이 무너가를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걸 보니 기분이 좀 우울했다. 녀석은 일주일에 3일 가량을 컴퓨터 센터나 도서관에서 밤을 보냈다. 게다가 낮 동안에는 유체역학 실험실에서 윤활유를 이것저것 섞어 보며 지냈고, 그런 다음 그것들을 자기 스쿠터로 시함해 봤다. 나는 라이언에게 상반신을 홀딱 벗은 장면이 여섯 번도 더 나오는 영화가 프리야 극장에서 상영중이라고 말해 주었지만, 녀석은 멍하니 날 바라보기만 했다. 나는 다시 새 칵테일 제조법으로 녀석을 꾀어 보앗지만 이 자식은 하룻밤에 그저 커피 여섯 잔을 연속으로 들이켜기만 했을 뿐이다.  149

얘들은 모두 벽과 벽돌에 단단히 둘러싸여 있어. 그래서 정말 자신이 누구인지, 뭘 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고 있지. 난 걔들한테 이렇게 말하고 싶어.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데에만 몰두하지 말고, 그 전에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고 정리하라고 말이야.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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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3 idiots'는 한국에서 개봉하기 전에 보았다.
재미있다는 소개로 우연하게 보게된 영화였고, 영화 자체의 구성은 좀 엉성한 면이 있었지만 매우 재미있고 유익한 영화였다.
그리고 2011년에 한국에서도 개봉을 하였다. 이전에 본 영화는 2시간 50여분짜리 였고, 개봉한 영화는 2시간 20분짜리 였다. 인도영화 특유의 노래와 춤이 몇 군데 빠지고 중간에 짧막하니 편집이 되어 있었다. 개봉한 영화는 좀더 어색하게 엉성하게 진행되긴 했지만 핵심적인 내용들은 들어 있긴 했다.
영화를 본 사람들도 재미있었다는 평과 함께 유익하다. 아이들도 봐야할 영화라 생각된다고 하였다.

영화를 몇 번이나 보았다. 뻐꾸기는 둥지를 틀지 않고 다른 둥지의 알을 떨어뜨린후에 알을 깐다는 바이러스의 표현처럼 경쟁만이 살길이라는 대학의 모습과 일류가 되지 못하면 기억하지 않는다는 무한경쟁시대의 지금.
그렇기에 생각없이 기계처럼 공부해야 하는 현 시대를 잘 대변하고 있었고, 그것이 삶의 일 순위가 아니라는 주인공 란초의 대립으로 영화는 전개 된다.
3명의 바보인 란초와 파르한과 라주는 결국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바이러스의 생각을 변화시켜 주게 된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모두 이러한 내용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높게 평가한 이유는 또 다른 이유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시대에 우리의 일상을 대변하고 있기도 하고, 이 세명의 모습들에서 이 시대에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친구'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어린시절만 해도 경쟁보다는 우애를 더 생각하는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마저도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해 우리는 그의 옆에 있어 주는가하는 생각을 영화 전체에서 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의 생각해 볼것들이 있었다.

영화를 본 후로 우연하게 책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읽어봐야 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는 잊고 있었다.
그리고 또 우연하게 책을 보게 되었다. 원래의 체탄바갓의 소설이 원작이고, 이 책은 영화 각본을 그대로 옮겨 놓은 책이다.
책을 보면서 영화의 영상이 머릿속에 그대로 재현되었다. 
그래서 이 책의 이름도 영상 소설이다.
책을 읽고 나서 다시금 이 영화를 보았다. 
우리는 잘못된 질서 속에서 왜곡되어 가는 자신의 꿈을 바로 잡는데 이 영화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그랬던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할 수있다..고
재밌는 하나의 영화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우리는 그만큼 얻을 수 있는 것도 없을 것이다.


영화에서 란초와 비슷한 '조이'라는 인물이 잠시 나오는데 그는 아버지의 병 간호로 두 달 동안 졸업 작품을 준비할 수 없었다. 그래서 늦게라도 바이러스에게 기회를 구했으나 바이러스는 두 달동안 밥먹는걸 잊거나 씻는걸 잊은적 없으면서 이것만 할 수 없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결국 그는 자신이 준비하던 헬리곱터를 버려 버렸다. 그리고 얼마후 자살을 택한다.
조이는 궁리해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자 망연자실하여 발코니에서 부른 노래다.

내가 살아온 인생은 내 것이 아니었네.
단 한 순간만이라도 내 인생을 살고 싶어.
내게 햇살을 보내 주세요.
비를 내려 주세요.
다시 일어설 수 있게 기회를 주세요.
내게 햇살을 보내 주세요.
비를 내려 주세요.
다시 일어설 수 있게 기회를 주세요.  41
 
조이의 장례식에서 란초는 바이러스에게 조용히 이의를 제기하고 그것은 학교로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였다.
바이러스는 란초의 이의에 그럼 니가 교수를 하라며 강의실로 데려갔다. 
란초는 두 단어를 적고 30초 동안 정의를 찾으라고 한후 마감하고 말을 한다.

"아무도 못 찾았나요? 시간을 1분 전으로 되돌려 보겠습니다. 제가 질문을 던졌을 때 설레었나요? 호기심이 생겼나요? 새로운 걸 배운다는 사실에 흥분됐나요? 어때요, 교수님? 모두들 미친 듯이 레이스만 펼쳤죠. 이런 방식이 무슨 소용 있나요? 그게 지식을 늘게 해 주나요? 아뇨, 스트레스만 줄 뿐이죠. 여긴 대학이지, 스트레스 공장이 아니에요. 서커스 사자도 채찍의 두려움으로 의자에 앉는 걸 배우지만, 그런 사자는 잘 훈련됐다고 하지 잘 교육됐다고는 안 합니다."  50

그러자 바이러스는 여긴 철학수업이 아니라고 말한다. 쓸데없는 소리말고 단어의 정의를 말하라고 닥달 한다.
단어는 친구인 라주와 파르한을 표현한 것이다. FARHANITRATE   PRERAJULISATION.

"마음에서 우러나서 공부를 하는 거지. 점수 때문에 하는 건 아니잖아. 이런 얘기가 있어. '공부는 부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성취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너의 재능을 따라가 봐. 그럼 성공은 뒤따라올 거야."  70

"차투르가 그건 안 가르쳐 주디? 친구는 남자의 중요한 젓이라고!"  85

"자살 충동이 들면 란초가 이 사진을 보랬어요. 아들의 시신을 보게 될 부모님 표정을 상상해 보라고 했어요. 아버지, 저는 아버지를 설득하고 싶은 거지, 협박하는 게 아니에요."  132

알 이즈 웰...
알 이즈 웰
알 이즈 웰

우리는 정말 알 이즈 웰이 필요한 시대를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망각의 동물 답게 망각 다운 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정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없이.. 그냥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책의 내용은 공부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위해 하라는 표현들로 진행된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들은 진정한 친구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휴식(休息) 이란 한자어를 보면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있고, 스스로 마음을 생각해 보라는 뜻 풀이가 가능해 진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자신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란 뜻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것이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가 우리가 무엇이 필요한지 조차도 모르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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