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만한 삶이란 쓰는 삶이다.

- 막힌 글을 끝까지 쓰는 요령
1 로그라인(logline) 써보기
‘로그라인’이란 영화 또는 드라마의 전체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한 글을 뜻한다. 나는 글이 정리되지 않을때면 로그라인을 써본다.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 한 줄로 써보는 것이다. 발레 강사 이야기를 글로 옮기기로 마음먹었다면 우선 다음과 같이 몇 가지 로그라인을 써보고, 그 중 한 가지를 선택해 글을 수정하거나 다시 작성해보는 게 어떨까.
* 내가 경험한 가장 박력 넘치는 예술 ‘발레’
* 내가 만난 가장 박력 넘치는 여자 ‘발레리나’
* 불혹(선배나이), 발레를 배우기 가장 좋은 나이
이렇게 로그라인을 써보면 발레, 발레리나 강사, 그리고 불혹의 나이로 주제가 확연히 드러나므로 글을 쓰기도 쉬워진다.
2 장르와 분량에 신경 쓰지 말 것
3 막히면 일단 관두기
어쨌든 쓰는 시간을 자주 갖는 게 중요하다. 쓰다가 막히면 다른 이야기를 쓰면 된다. 그렇다고 쓰던 이야기를 완전히 버리라는 게 아니다. 글은 김치 같아서 묻어두고 보관하는 기간에 따라 다른 맛을 낸다.

이야기는 쥐어짜는 게 아니라 발견되는 것이다. 회사를 퇴사하고 떠난 여행, 큰돈과 긴 시간을 투자한 취미,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도전 등. 다양한 경험과 충분한 투자는 신선한 글감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도움이 될 뿐’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글감은 경험이 많은 사람은 물론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에게도 주어진다. 쓸 만한 이야기는 낯선 곳에 있는 게 아니다. 가깝고 익숙한 곳에서도 발견된다.
‘내 주변에는 글감이 없던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대화 방식부터 바꿔보자. 일상적인 대화일지라도 더 묻고 잘 들어보자. 그러니까 질문과 경청에 신경 써보자는 얘기다.

발견된 이야기를 글로 옮길 때도 인터뷰가 필요하다. 이번에는 나 자신과 하는 질의응답이다.
“이 글감이 내게 인상적인 이유는?”
“이 글로 전달하고픈 나만의 메시지는?”
“내가 전달할 메시징 공감할 사람은?”
자신과의 질문이 필요한 이유는 에세이가 기사, 일기와 다르기 때문이다. 기사ㅏ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반면 에세이는 주관적이다. 쓰는 사람의 감정, 생각, 철학이 묻어난다. 일기와 달리 에세이는 읽히기 위한 글이다. 내 글이 독자를 설득하고 공감시킬 수 있을지 냉정히 평가해봐야 한다.
우린 모두 같은 세상을 사는 것 같지만, 저마다 각각 다른 세상을 품고 살아간다. 익숙한 사람에게도 질문을 던지다 보면 의외의 면을 엿보게 된다.

요약은 글 약이다. 요약을 잘하는 사람이 말도 잘하고 길도 잘 쓴다. .. 요약 글은 퇴고가 많이 필요한 글이기도 하다.

- 따라 하면 시간이 단축되는 요약법
1. ‘기’와 ‘결’을 정하고 쓰기
문장 구성 4단계인 기승전결 중 시작인 ‘기’와 끝인 ‘결’을 미리 정하자. 어떤 이야기로 시작에서 어떤 결론으로 끝날지 결정해놓으면 쓰기가 한결 편해진다. 마치 글 내비게이션과 같다. 출발 지점과 도착 지점을 찍고 운전하면 어떻게든 원하는 장소로 갈 수 있고, 길을 잘못 들어섰으 ㄹ때도 새로운 길이 안내된다. 시작과 끝이 정해진 글은 맥락을 벗어날 확률이 낮다.
2. 참고하지 말고 비교하기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참고하는 건 좋은 습관이다. 신문 기사를 예로 들겠다. 같은 소재라도 길고 상세하게 정리된 기사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짧게 정리된 기사도 있다. 두 가지 모두를 읽어보면 요약하는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가장 좋은 건 일단 내가 먼저 쓰고 다른 사람이 같은 주제로 쓴 글을 비교해보는 것이다. 요약한다는 건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다. 쓰는 일을 미루고 남이 쓴 좋은 글만 부러워하면 백지상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3. 내 감정은 넣어둘 것
슬펐다. 아팠다. 불행했다. 기뻤다. 무섭다 등. 요약글에서 자신이 느낀 검정은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 요약글 핵심은 ‘전달’이다. 이야기의 줄거리, 사건의 개요, 주제가 쉽게 전달되도록 써야 한다. 그 글을 읽고 어떻게 느낄지는 독자 몫이다. 장황하게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음에도 독자가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낀다면 대성공이다.

- 잘 읽히지 않는 글의 특징
1. 처음부터 끝까지 멋지게 모호한 글
간혹 좋은 문장에 대해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 꾸며질수록 멋진 문장이라 믿는 것이다. 이는 수식어 과잉, 조사 과잉, 감정 과잉 등으로 이어진다. 무엇이든 과하면 부담스럽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잔뜩 힘을 준 글은 읽기 힘들다.
‘회색빛이 감도는 하늘에서 부슬부슬 비가 쏟아져 내리는 날이면, 텅 빈 내 마음에는 황량한 사막처럼 쓸쓸한 고독감이 밀려와서 처절하고 비참하게 외로워진’
예를 들면 이런 문장이다. 이 문장은 ‘비 오는 날은 좀 외롭다’ 정도로만 써도 의미가 잘 전달된다. 문장에도 힘 조절이 필요하다. 강, 약, 중간, 약, 강, 약~
2.  의식의 흐름대로 써서 이해할 수 없는 글
써보지도 않고 고민만 하는 것보다 일단 의식의 흐름대로라도 쓰는 걸 추천한다. 그러나 그렇게 풀어낸 글을 사람들에게 바로 보여줘서는 안 된다.
글쓰기가 감정 치유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퇴고’에 있다. 퇴고는 단숞히 맞춤법을 확인하고 글자 수를 맞추는 작업이 아니다. 머리와 마음으로 쏟아낸 텍스트를 다듬고 정리하는 일이자 남들도 내 마음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타인에게도 잘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면 자신부터 냉정한 독자가 되어야 한다.
‘주제가 명확한가?’
‘문장이 매끄러운가?’
‘불필요한 문장은 없는가?’
글을 읽고 질문해보자. 독자가 되어 내 글을 읽어봐야 한다. 일기는 내 감정을 기록하는 글이지만 에세이는 내 감정을 전달하는 글이란 사실을 잊지 말자.
3. 맥을 짚을 수가 없는 글
사건, 등장인물, 주제가 중구난방인 경우이다. 쓰다 보면 엉뚱한 길로 빠질 때가 있다. 특히 애정이 가는 부분은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조연 또는 엑스트라일 뿐인데도 마음이 쓰여 과하게 집중하여 묘사한다. 여행기에서 사건과 관련 없는 일행들까지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하는 식이다. 보통 사건에 대해 가능한 한 자세히 설명해야 독자들이 상황을 더 쉽게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받아들여야 하는 정보가 많을수록 독자는 글을 읽는 속도가 느려지고 이해하기도 어려워진다. 불필요한 인물, 정보, 기억, 감정은 과감하게 가지치기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여행은 세 명이 갔더라도, 이야기에 두 명만 등장한다면 나머지 한 명은 아예 생략하는 편이 글의 몰입도나 완성도에는 훨씬 낫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것처럼, 이야기와 관련 없는 부분은 장황하게 보여주면 맥을 짚을 수 없는 글이 되고 만다.

- 읽기 좋고, 듣기도 편한 글을 쓰는 법
1. 쉬운 단어 위주로 사용한다
몇 번이나 강조하지만 글 속에 어려운 단어는 최대한 줄이자. ‘잘 쓰는 사람’은 어려운 단어를 남발하는 대신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써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자기 글을 읽도록 만든다.
2. 문장은 되도록 짧게 쓴다
문장이 길고 장황하면 쓰는 사람 생각도 엉키고, 읽는 사람 머릿속도 어지럽다. 무조건 짧은 문장이 옳은 건 아니다. 그러나 ‘빨리빨리’를 외쳐대는 한국인 특성과 변화된 읽기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짧고 간결하게 쓰는 연습이 아직은 글쓰기 기본이다.
전체 분량도 길지 않은게 좋다. 책 <1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에 따르면 에세이는 3분 안에 읽히는, 1,500자 분량이 적당하다. 물론 요즘에는 3분도 집중하기 힘들다며 더 짧은 글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아지는 추세다.
3. 뉘앙스가 아닌 메시지를 담는다
단어가 쉽고, 문장이 간결하고, 분량도 가벼운데 다 읽고 나면 아리송해지는 글이 있다. 이런 글을 대부분 작가 자신도 어떤 이야기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쓴 글이다. 주제가 분명하지 않은 글이다.
잠시 직장에서 경험한 비효율적인 회의를 떠올려보자. 회의는 의견을 주고받으며 대안을 찾는 시간이다. 한데 문제만 지적하고 타박하다가 끝나는 회의가 허다하다. 이런 회의에 참석하고 나면 기분이 나빠진다. 잘못을 지적받아서이기도 하지만, 쓸데없는 시간 낭비로 업무가 지체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다 읽었는데 메시지가 없으면 읽은 사람은 허무해진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몇 가지 고전적인 ㄱ르쓰기 구성 방법이 존재한다.
‘’기승전결’ 형식으로 구성하기’
‘’의견제시- 이유와 사례- 의견 강조’ 형식으로 구성하기’
독자의 시간을 뺏는 글이 되지 않으려면 ‘맥락과 메시지가 분명한 글’을 써야 한다. 자신이 쓴글을 다시 읽어봤는데 주제가 잘 보이지 않는 다면, 위와 같은 형태로 구성을 바꿔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외에도 잘 읽히는 글에는 쉼표를 적절히 사용한다든가 중복되는 말과 단어가 없도록 신경을 썼다거나 문체와 말투의 리듬이 잘 어울리도록 썼다는 특징이 있다.
글의 최종 목표는 글쓴이 내면에 있는 감정과 생각을 독자 내면과 교감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 글맛을 살리는 묘사의 예시
1 집안은 조용했다 - 똑똑. 집 안은 수도꼭지에서 간헐적으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만 틀릴 뿐이었다.
2 올 여름은 유난히 덥다 - 일주일 내내 폭염 재난경보 메시지가 왔다. 이런 여름은 처음이다.
3 그의 첫인상은 무서웠다 - 만약 그를 어둡고 한적한 골목길에서 만났덛라면 단단히 오해했을지도 모른다.
사실과 느낌을 덧붙여보자. 진부한 표현보다 상세한 묘사가 나을 때가 있다. 묘사는 독자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줘 공감하게 만들기도 하니까.

-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퇴고법
1. 처음부터 스토리표를 만들어두기
그런 글이 있다. 쓸 때는 스스로 감동할 정도로 만족스러웠는데, 나중에 읽을 때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글. 이런 글은 소재나 주제가 적절하지 않았다기보다는 구성이 무너진 경우가 많다.
긴 글을 쓸 때는 ‘스토리표’를 만들 것을 권한다. 광고나 영화를 제잘할 때 쓰는 스토리보드와 비슷하다. 스토리보드란 아이디어나 대본을 영상으로 옮기기 위해 그림으로 정리한 계획표다. 대충 그린 만화책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그림을 그리라는 건 아니다. 엑셀이나 A4용지에 표를 만들어 어떤 순서로 내용을 작성할지 순서대로 정리해보자. 글을 넣어도 좋고 그림이나 낙서도 좋다. 완성된 표를 키보드 옆에 두고 글을 쓰면 쓸데없이 내용이 길어지거나 주제를 벗어나는 걸 막을 수 있다.
2. 문장은 짧게 줄이기
문장을 짧게 쓰라는 얘기를 또 한다. 지겨워하지 마시길. 앞으로 글쓰기 관련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게 된다면 이보다 백 배 천 배는 더 듣게 될 테니까.
‘주어+목적어+동사’로 이뤄진 간결한 문장을 쓰면 득이 되는 게 뭘까. 일단 독자가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 우린 디지털 시대에 살고, 사람들은 주로 작은 휴대전화화면으로 글을 읽는다. 그렇기에 문장은 더욱 간결해져야 한다. 군더더기가 될 수 있는 형용사와 부사를 덜어내고, 쉼표와 마침표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나는 지나치게 쉼표를 남발하는 탓에 퇴고할 때 문장을 많이 고친다. 그러나 쉼표 덕분에 단어를 덩어리채 넣고 빼면서 전체 의미를 바꾸지 않고 빠르게 수정하는 편이기도 하다.
3. 문단 나누기
A4용지한 면에 10포인트 크기의 글자로 빽빽하게 채운 글이 있다고 하자. 이런 글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예상하건대 읽고 싶지 않다는 사람 수가 압도적일 것이다. 이것은 퇴고할 때 ‘문단 나누기’와 ‘행갈이’도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단순히 여백을 만들라는 게 아니다. 다 쓴 글을 입으로 읽어가며 문단과 행을 확인해보잔 얘기다. 자신만의 문체는 단어 선택이라든가 표현 외에도 퇴고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만들어지기도 한다.
한 인터뷰에서 박민규 작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독특한 행 띄우기와 문단 나누기, 숨 가쁜 쉼표 등. 과거 파격적인 문제를 보여줬던 그엥게 한 기자가 “작가님 글은 마치 랩 같은데 쓸 때 소리 내서 읽어보세요?”라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읽어보죠. 읽으면서 쓰고, 다.  쓴 뒤 읽어보기도 하고, 쉼표도 그렇게 찍어요. 다른 사람이 읽어보는 경우도 있고요. 젋은 사람과 나이든 사람은 읽는 속도가 조금 다르더군요.”
입으로 읽어가며 퇴고하는 방법은 역시 옳다. 특히 자신만의 문체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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