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에 대하여
“별 모양의 지식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별 모양의 지식이 담겨진 책을 읽으면 될까요? 한 번에 읽으면 안 될 것 같으니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보는 거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방법으로는 별이라는 지식을 얻을 수 없어요. 지식은 그런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게 아닙니다. 다른 책을 펴야 해요. 삼각형이 그려진 책, 사각형이 그려진 책, 원이 그려진 책. 이런 책들을 다양하게 읽었을 때, 삼각형과 사각형과 원이 내 머릿속에 들어와 비로소 별을 만드는 것입니다.”

무엇인가를 이해하려면 그것 밖으로 걸어나가서, 그것에서 벗어난 뒤, 다른 것을 둘러보아야만 한다. .. 모든 지식은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것이 아닌 것들로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 노력에 대하여
만약 당신이 한눈팔지 않고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이곳까지 왔다면, 그래서 당신에게 남은 것이 없다면, 당신은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음에 계속 걸어가야 할 것이다. 반대로 당신이 자신을 아끼면서 이곳까지 왔다면, 최선을 다하지 않고, 모든 것을 쏟아붓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고, 걸어오는 동안 발견한 풍경들을 감상하며 이곳에 도달했다면, 당신은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계속 걸을 것인가, 쉴 것인가, 다른 길로 들어설 것인가.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길가를 둘러보며 여유 있게 걷는다는 것. 그것은 한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가기 위해 신중히 걷는 것이다. ..
당신 앞에 세상은 하나의 좁은 길이 아니라 들판처럼 열려 있고, 당신이 보아야 할 것은 보이지 않는 어딘가의 목표점이 아니라 지금 딛고 서 있는 그 들판이다. 발아래 풀꽃들과 주위의 나비들과 시원해진 바람과 낯선 풍경들.
이제 여행자의 눈으로 그것들을 볼 시간이다.


- 나의 이야기1
원래 여행이란 본 적도 없는 세계의 부름에 응답하는 것이고, 아는 길이 아니라 감춰진 길로 들어서는 것.


- 이야기에 대하여
이야기는 나와 세계를 관계 맺게 하는 도구다. 우리는 날것 그대로의 세계를 볼 수 없다. 어떤 안경이 되었든 반드시 집어 들어야 하고, 그 안경의 색깔이 만들어내는 명도와 채도 안에서만 세계를 받아들일 수 있다. ...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나에 의해 구성된 이야기는 나의 세계의 진실성을 방영할 뿐이다. 그것은 타자의 세계를 재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고, 세계 전체를 기술하는 보편적 진리가 될 수 없다. 모든 이야기가 마찬가지다.


- 믿음에 대하여
진리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다. 진리의 반대말은 복잡성이다. 거짓만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거짓 안에 진리가 섞여 있을 경우, 혹은 진리 안에 거짓이 섞여 있을 경우 우리는 그것을 쉽게 제거하지 못한다.
그래서 의심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믿고 있다 하더라도, 너무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의 크기가 너무나 압도적이라 하더라도. 당신이 심리적 위안보다 진실의 이면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의심해봐야 한다.


- 현실에 대하여
마르크스는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자본주의가 사라진 이상적인 세계를 이렇게 묘사한다. 그 세계는 아무도 독점적인 활동 영역을 갖지 않는 세계다. ‘내가 오늘은 이것을, 내일은 다른 것을 할 수 있고, 아침에 사냥 가고 오후에 고기 잡으러가며, 저녁에는 가축을 돌보고 저녁식사 후에는 비판에 몰두할 수 있게 되어, 나는 사냥꾼이나 어부, 목자나 평론가와 같은 전문인이 되지 않고도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자본주의가 생각보다 괜찮은 체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자본주의가 나의 생산자로서의 지위를 박탈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가용한다. 특정 분야의 노동자라는 제한된 역할에 만족하라. 네 전문 분야가 아닌 곳에서는 입을 다물로 소비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라. 나는 이것이 아쉽다. 왜냐하면 우리는 결국 놀지 못하고 관계 맺지 못하고 생각할 줄 모르는, 다만 소비해야 하는 존재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진 ‘이야기’를 점검해보아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사회와 종교와 경제뿐 아니라, 누군가 우리 손에 쥐어준 모든 이야기는 친절하게 세계의 모습을 드러내주는 동시에 그 이야기에 포함되지 않는 다른 세계를 은폐한다. 우리가 의심하지 않고 들춰보지 않을 때 세상은 조용하고 평온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러는 동안 우리는 자신에게 내재한 가능성을 끝내 보지 못하고, 자기 세계의 주인이 될 권리를 박탈당한다.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이야기는 유익한 도구인 동시에 숨기고 가리는 도구임을.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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