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우리는 흔히 생물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 환겨으로 우선 기후 조건이나 서식지 등 이른바 '물리적 환경'을 떠올린다. 그러나 생물은 누구나 다른 생물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기 때문에 '생물 환경' 또한 중요하다. 생물 환경은 물리적 환경과 달라서 그 자체가 진화한다.  6



서문 


내 역할은 다른 사람들의 연구로 이루어져 있는 헝겊 조각들을 연결해서 조각보로 만드는 일이다.  10



역자서문

이 책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알아야 하며, 인간의 본성이 진화해온 과정을 알기 위해서는 인간의 성이 어떻게 지화해왔는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15








인간에게는 전형적인 본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이 책에 설정된 가정이다. 이 책의 목표는 바로 인간의 본성을 찾는 것이다.  24


개코원숭이의 '미소'는 위협을 나타낸다고 하지만, 인간의 미소는 늘 즐거움을 나타낸다. 이것은 세계 공통의 인간 본성이다. ..

인간에게는 보편적인 특성만큼 독특한 측성 역시 수없이 존재한다. 바로 이러한 인간의 문화적 차이를 연구하는 학문이 문화인류학이다. ..

이 책은 그러한 인간 본성의 본질에 대한 하나의 질문인 셈이다. 이 책의 주제는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알지 못하고서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성(性)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 진화의 중심 주에는 성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25


인간의 본성은 모두 궁극적으로 번식의 성공에 기여하도록 주도면밀하게 선택되었다.

이 말은 매우 오만한 주장처럼 들릴 것이다. 이는 마치 자유의지를 부정하고, 순결을 지키는 정숙한 사람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며, 또한 인간을 오직 번식에만 치우치게 프로그램된 로봇처럼 묘사하는 듯하다.  26


어떤 동물이 생존력이 탈월하고, 경쟁자에 비해서 배우는 능력이 우수하며 오래 살 수 있다 하더라도, 생식력이 없다면 그 동물의 우수한 유전자들은 자손에게 전수되지 못하기 때문에 쓸모가 없다. ..

따라서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이해하려고 한다면, 질문의 핵심은 번식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유전자들이 자연선택에 의해 도태되지 앟고 살아남으려면 번식의 성공이라는 시험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인간의 정신이나 본성에는 번식과 관련짓지 않고서 이해할 수 있는 면이 거의 없다는 점을 주장하고자 한다.  27


인간은 과거에 의해 형성된다는 생각은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중요한 통찰이었다. ..

모든 생명체는 특별한 생활양시기에 적응하기 위한 그들의 조상들의 선택적 생식을 통하여 상당히 무의식적으로 '설계'되었다.  28


인간의 본성은 자연선택에 의해 결정된 것이 아니라 신에 의해서 결정되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나는 '잘 가라'는 인사를 던질 뿐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의 가정을 거의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함께 토론할 이유가 없다.  29


이 책에서는 인간의 공통된 본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

인간은 곧 개인이다. 모든 개인은 서로 조금씩 다르다.   36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모든 인간이 유일한 존재라면 어떻게 보편적이면서도 인간에게만 특이한 인간의 본성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이 역설의 해결점은 성이라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왜냐하면 성이야말로 두 남녀의 유전자를 함께 섞을 수 있으며, 섞인 유전자의 반을 버림으로써 어떤 자식도 어머니나 아버지 중 한쪽만을 꼭 닮을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

모든 개인은 2명의 부모와 4명의 조부모, 8명의 증조부모, 16명의 고조부모를 갖는다. 이렇게 계산해 나가면, 단지 30세대만 올라가도 대력 1066년쯤 되는데, 이때는 10억(2의 30승)명 이상의 직계 조상을 갖게 된다.  37-38


개인의 고유성은 인간의 본성에 성이 관여하는 것 중 단지 첫 번째에 지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인간에게는 사실상 두 개의 본성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남성과 여성이다. 성의 근본적인 비대칭성은 필연적으로 남녀의 서로 다른 성적 본성을 만든다. 이들 본성은 각각의 성이 지닌 독특한 역할에 잘 맞는다. ..

인간의 본성에 성이 관여하는 것 가운데 세 번째는 현존 인구의 절반이 우리 아이들의 유전자의 반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최상의 유전자를 찾던 조상의 자손이며 우리 또한 그런 습성을 물려받았다. 그러므로 만일 우리가 좋은 유전자들을 지닌 짝을 찾아 그 유전자들을 얻으려 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조상에게 물려받은 습성 때문이다.  39-40


나는 항상 '왜'라는 질문을 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왜'라는 질문보다는 '어떻게'라는 질문 속에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43


물리학에서는 '왜'라는 질문과 '어떻게'라는 질문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

그러나 생물학의 경우는 다르다. 이는 진화 때문인데, 진화는 우연한 역사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45


역사와 진화에서, 진보는 점점 더 어떤 일을 잘함으로써 상대적으로 같은 위치에 머물고자 애쓰는 시지푸스의 분투와 같이 항상 허무한 것이다. 런던의 혼잡한 거리를 지나가는 자동차들은 한 세기 전에 말이 끌던 마차보다 빠를 것이 없다. 컴퓨터는 생산성에 아무런 효과도 없는데, 그 이유는 사람들이 수행하기 쉬운 일들을 스스로 복잡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46


모든 진보가 상대적이라는 개념을 생물학에서는 '붉은 여왕(Red Queen)'이라고 부른다. 이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거울 속에서 만난 체스판의 말로서, 주변 경치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별로 멀리 가지는 못하면서 끊임없이 뛰어야 하는 그 말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 더 빨리 뛰면 뛸수록 세상 또한 빨리 움직이므로 점점 더 진보가 둔화 된다는 것이다.  47


붉은 여왕의 원리는 특히 포식자와 먹이, 기생생물과 숙주, 동일 종 내에서암 암컷과 수컷의 관계에 적용된다. 지구의 모든 생물은 그들의 기생생물(혹은 숙주)이나 포식자(혹은 먹이), 그리고 무엇볻다도 그들의 짝에 대항하여 붉은 여왕의 체스판 위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 ..

붉은 여왕은 뒤섞인 협동과 갈등이라는 또 다른 주제 없이는 결코 나타나는 법이 없다.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는 아주 분명하다. 어머니나 자식 둘 다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어머니는 자식의, 자식은 어머니의 행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한다. 남편과 그 아내으 정부와의 관계라든지, 직장 여성과 그녀의 직장 라이벌과의 관계 같은 것도 역시 매우 명확한 관계이다. 두 경우 모두 상대방이 잘못되기를 바란다. 앞서 말한 두 경우는 협동의 관계이고, 뒤의 두 경우는 갈등과 경쟁의 관계이다. 그렇다면 아내와 남편은 어떤 관계일까? 둘 다 상대방의 행복을 빌어준다는 점에서는 협동의 관계이다. 그런데 왜 상대방의 행복을 빌어주는가? 그것은 서로가 상대방을 이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아내를 이용하여 자신의 자식을 낳도록 한다. 반면 아내는 남편을 이용하여 자신의 자식을 양육하는 데 도움을 얻는다.  48-49


성선택. 이 이론의 핵심적인 통찰은 동물의 목표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번식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생존과 번식이 서로 상충되는 지점에서는 번식이 우선권을 차지하게 된다.  50


사실 이 책은 인간의 지성 자체가 자연선택이 아니라 성선택의 소산물이라는 놀라운 가설로 끝맺을 것이다.  51


정상적인 보통 사람은 몸에 있는 모든 세포 속에 각각 75,000개의 유전자(인간게놈프로젝트 팀과 셀레라지노믹스 사가 2001년 2월 12일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인간의 유전자 수는 약 4만 개로 예상된다 - 옮긴이)로 이루어진 염색체를 한 쌍 씩 지니고 있다. 사람이 지닌 이 15만 개의 유전자를 통틀어 유전체(genome)라고 부르며, 유전자는 다시 23쌍의 리본처럼 생긴 염색체 위에 놓여 있다. 남자가 여자를 임신시킬 때, 정자 하나하나에는 23개의 염색체 위에 있는 75,000개의 유전자가 들어 있다. 이 유전자들은 난자 속의 23개의 염색체에 있는 다른 75,000개의 유전자와 합쳐져서 23쌍의 염색체와 75,000쌍의 유전자를 지닌 완전한 태아를 만들게 된다.

필수적인 학술용어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감수분열로, 남성이 정자로 들어갈 유전자를 고르고 여성이 난자로 들어갈 유전자를 고르는 과정이다. 남자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75,000개의 유전자를 그대로 고를 수도 있고, 아니면 어머니에게 받은 75,000개의 유전자를 그대로 고를 수도 있지만, 어버이 양쪽의 유전자를 섞어서 고를 가능성이 가장 높다. 감수분열을 하는 동안에는 특이한 일들이 일어난다. 23쌍의 염색체들은 각각 상대편 염색체들과 나란히 마주 놓이게 된다. 한 염색체의 일부분과 상대편 염색체의 일부분이 교환이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을 재조합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완전한 한세트의 염색체가 다른 쪽 부모로부터 온 한 세트의 염색체와 짝을 이루어 자손에게 전해진다. 이 과정을 우리는 이종교배(異種交配 다를이 씨종 사귈교 짝지을배)라고 한다. 

성은 재조합에 이종교배가 더해진 것이다. 즉 유전자의 혼합이야말로 성의 주요한 특징이다. 결과적으로 어머니와 아버지에 의해(이종교배를 통해서)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 네 사람의 유전자가 섞여서(재조합을 통해서) 아기가 태어난다.  61-62


성은 유전자 혼합과 같다. 의견의 불일치가 생기는 것은 유전자 혼합이 왜 좋은가를 이해하려 할 때다.  62


진화는 목표가 아니라 문제점을 해결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64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의 부제는 바로 '우수한 종의 보전'이다.  66


한 생물이 마주치게 되는 가장 가까운 경쟁자는 바로 같은 종의 일원이다.  68


분자생물학의 선도자인 미국 애리조나대학의 해리스 번스타인 교수는, 성이 유전자를 복구하기 위해 창조되었다고 주장하였다.  81


유전학자들도 역시 손상된 DNA에 집착한다. 번스타인이 복구되는 손상에 관심을 집중한 반면 유전학자들은 복구될 수 없는 손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유전학자들은 이것을 돌연변이라고 부른다.  86


유전학자들은 수년 동안 좋은 돌연변이에 관심을 집중해 왔다.  87


유전자를 빌리는 가장 명백한 이유는 자신뿐 아니라 다른 개체로부터 유익한 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은 여러 돌연변이를 끌어모아 우연히 일어나는 상승 효과를 얻을 때까지 끊임없이 유전자를 재배열시켜 새로운 조합을 이뤄낸다.  88


성을 설명하는 순전히 유전적인 이론으로서 널리 호응을 받고 있는 이론은 아직 없다. 그래서인지 성의 위대한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은 유전학이 아니라 생태학 안에 있다고 믿는 진화학도들의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96


세사에는 민들레와 도마뱀에서부터 박테리아와 아메바에 이르기까지 종 차원에서 성을 가지지 않은 생물들이 많지만, 목(目) 차원에서 완전히 성이 없는 생물은 델로이데아가 유일하다. 아마도 그 때문이겠지만 델로이데아들은 대체로 비슷하게 생겼다...

델로이데아는 성을 가지지 않고는 진화가 거의 불가능하고 생물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생물학 교과서의 전통적인 지식에 대한 살아 있는 반례이다. 델로이데아의 존재는 '진화의 한 추문'이다.  99


진화의 특징은 변화가 아닌 안정이다. ..

모든 생물은 돌연변이 발생률을 0 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진화는 돌연변이 방지의 실패에 달려 있다.  109


붉은 여왕은 바람처럼 움직이지만 어디에도 도착하지 않는 아주 무서운 여인이다.

'앨리스는 여전히 조금씩 헐떡이며 말했다.

"음, 우리 세상에서는 지금처럼 오랫동안 빨리 뛰었다면 보통 어디엔가 도착하게 돼요."

여왕은 말했다.

"느릿느릿한 세상이군. 그렇지만 보다시피 이곳에서는 같은 자리에 있으려면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해. 어딘가에 가고 싶다면 적어도 그 두 배 이상 빨리 뛰어야 한단다."'  111


붉은 여왕 이론은 세상이 필사적인 경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세상은 정말로 계속 변화한다. 그렇지만 방금 전에는 종들이 몇 세대 동안 안정적이며 좀처럼 변화를 겪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 붉은 여왕 이론의 핵심은 그녀가 계속 달리고 있지만 항상 같은 장소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결국 시작한 지점으로 되돌아온다. 변화는 있지만 발전은 없다.

붉은 여왕 이론에 따르면 성은 더 커지거나, 더 잘 위장하거나, 더 추위를 잘 견디거나, 더 잘 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생물의 세계에 적응하는 것과 아무 관계가 없다. 성의 존재 이유는 반격하는 적과 싸우는 것이 전부이다.  112


공격의 모든 혁신은 곧 방어의 혁신에 의해 무마된다.  115


기생생물은 고도의 전문가들이지만 무기 경쟁 비유는 이들에게 적절하지 못하다.  116


개인적으로 합리적인 행동이 모여서 비합리적인 결과를 낳는 것이다. 불로소득자는 선량한 시민의 희생을 딛고 번성한다.  146


사람은 왜 자웅동체가 아닐까? ..

'왜 성(sex)이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은 '왜 성별(sexes)이 있는가?' 하는 질문 없이는 무의미하다. ..

조화와 이기심, 몸 안에서 일어나는 유전자 간의 이익을 차지하기 위한 분쟁, 불로소득 유전자(free-rider gene)와 무법자 유전자(outlaw gene)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

체내의 유전자 활동도 마찬가지이다. 마을은 협동 없이는 공동 사회가 될 수 없다.  147


공산주의자들의 강요된 협동 같은 것은 모두에게 공짜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이기적인 야망에 의해 퇴색되기 쉽다. 마찬가지로 유전자에게 자신이 거주하는 육체의 생존을 향상시키는 능력은 있더라도, 생식률이 억제되거나 자신이 생식을 통해 후대에게 전해지지 않는다면, 그 유전자는 멸종할 것이고 그 능력은 사라질 것이다.  149


염색체는 몇몇 세포를 합쳐서 초세포(seper cell)를 만들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의 세포는 이렇게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가 모여서 형성되었다. 부족에서 국가로, 그리고 제국이 되어가듯이, 세포들은 뭉쳐서 유전자 집합체의 거대한 집합체인 동식물과 균류를 만들었다.  150


질병이 다른 경쟁자의 감염으로 재발한다는 증거는 많다. 예컨대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는 사람의 뇌세포에 감염되어도 발병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 하지만 전혀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인 사이토메갈로 바이러스가 이미 HIV로 감염된 뇌세포에 침투하면, 잠자고 있던 HIV 바이러스는 깨어나 급속히 증식한다. 이것이 HIV에 감염된 사람이 또 다른 병에 복합 감염될 때 HIV가 에이즈를 일으키는 이유로 보인다. 그리고 에이즈의 특성 중 하나는 우리 몸속에서 별 탈 없이 존재하는 뉴모시스티스 폐렴균, 사이토메갈로 바이러스나 포진처럼 대체적으로 무해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에이즈가 진행되는 중에 갑자기 독성을 띠게 되고 위해한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에이즈가 면역계 질병이라서 이런 병에 관한 면역 체계의 감시가 풀리는 데도 이유가 있지만, 진화적 관점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숙주가 죽어가고 있다면 바이러스의 최선은 아주 빠르게 번식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른바 기회성 감염은 대체로 아프거나 신체 기능이 저하되었을 때 기세를 부린다. 또 한 과학자는 면역계의 교차반응(한 종류의 병원균에 감염되었을 때 같은 종의다른 형질의 병원균에 대해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이미 침입한 기생생물이 자신의 경쟁자가 침입하지 못하게 문을 닫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세지했다.

경쟁자가 나타났을 때 끝장을 보는 것이 기생생물에게 이롭다면, 숙주로서는 두 형질의 기생생물들에 의한 교차 감염을 방지하는 것이 이로울 것이다. 그리고 성교보다 교차 감염의 위험률이 높은것은 없다.  163-164


운동성 있는 생물은 자웅이체(성이 따로 존재함)이고 식물과 따개비 같은 고착생물은 자웅동체라는 것은 일반적인 경향이다.  165


성염색체의 개발과 성공적인 세포질 유전자의 반란 진압도 유전자 사회의 조화로운 생활을 성사시키지는 못했다. 성염색체들이 자기 소유주의 자손의 성별에 관심을 갖지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남자의 성별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Y염색체 위에 존재한다. 남성의 정자 반은 X를 지니고 나머지 반은 Y를 지닌다. 여아를 낳기 위해 남자는 자신의 배우자에게 X수용정자를 건네주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그는 배우자에게 Y유전자는 전해주지 않는다. Y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 여아는 그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래서 Y유전자는 그 남성의 X수용정자를 파괴하고 다른 Y유전자를 희생하여 그 남성의 자손에 대한 독점을 보증하며 번성할 것이다. 모든 자손이 아들이 되고, 따라서 종족이 멸종하게 된다는 것은 Y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Y는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173


레밍은 만화가에게는 절벽에서 무리를 지어 몸을 내던지는 것으로 잘 알려진 통통한 북극 쥐이다. 생물학자에게는 갑작스럽게 수가 증가하다가, 지나치게 개체들이 불어나 식량원이 훼손되면 그 수가 감소하는 경향으로 유명하다. 그렇지만 다른 이유로도 유명한데, 바로 자손의 성별을 결정하는 특이한 방법 때문이다. 이 동물은 W, X, Y 세 종류의 성염색체를 지닌다. XY는 수컷이고, XX, WX와 WY는 모두 암컷이다. YY는 살아남지도 못한다. 여기서는 추진력 있는 X염색체의 돌연변이형인 W가 생겨나서 Y의 남성화 능력을 억누르는 일이 일어난다. 그 결과 암컷의 광이 증가가 나타난다.(이것은 우연히도 마담 B 가족의 경우를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다) 이 현상은 수컷을 귀하게 마듦으로써 수컷이 X수용정자보다 Y수용정자를 더 많이 생산하는 능력을 개발하게 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왜일까? 생물학자들은 초기에 자성의 과잉이, 인구 폭증이 일어나는 가운데 생태계가 딸만 출산하게 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성비가 자성으로 치우친 이유는 유전적인 것과 관련이 있지 생태적인 것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Y수용정자만 생산하는 수컷은 XX 암컷과 교미해서 수컷(XY)만을 낳을 수 있으며, WX 암컷과는 수컷과 암컷을 반반씩 낳고, WY암컷과도 교미할 수 있다. 마지막 경우에는 YY수컷이 모두 죽으므로 WY인 암컷만을 낳게 된다. 그러므로 최종 결과는 이 수컷이 각 경우의 암컷과 각각 교미하면 같은 수의 수컷과 암컷을 낳으며, 이때 암컷들은 모두 WY 암컷으로 암컷만을 낳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Y수용정자만 생산하는 수컷은 Y 정자만을 생산하여 성비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치우치게 한다. 이런 레밍의 경우는 성염색체의 개발마저도 반란적인 염색체가 성비를 교란시키는 것을 막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174-175


하버드 대학의 스티브 오스터드(Steve Austad)와 멜선퀴스트(Mel Sunquist)는 트리버스-윌러드는 .. 베네수엘라에서 교배하지 않은 암컷 주머니쥐 40마리를 잡아서 표시를 하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 20마리의 굴 앞에 이틀에 한 번씩 125그램의 정어리를 놓아두었다. 이것은 주머니쥐에게는 아주 놀랍고도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고 나서 매달 이 주머니쥐가 낳은 새끼의 성별을 분류햇다. 정어리를 먹이지 않은 암컷의 새끼 256마리의 암수 비율은 정확히 1대 1이었다. 정어리를 먹인 암컷의 새끼 270마리는 암수 비율이 1대 1.4였다. 영양 상태가 좋은 주머니쥐가 그렇지 못한 쥐보다 수컷을 많이 낳는다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영양 상태가좋은 주머니쥐는 크기가 큰 새끼를 낳았다. 크기가 작은 수컷보다 크기가 큰 수컷이 후에 많은 암컷을 거느릴 확률이 높다.  181


대체로 모든 수컷의 목표는 되도록 많은 아내를 거느리는 일이고, 가끔은 좋은 어머니가 될 암컷을 찾기도 하지만 좋은 아냇감을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2


수컷은 자식 양육에 덜 투자하며 많은 암컷을 찾게 되고, 반면에 암컷은 자식 양육에 더 많이 투자하며 수컷의 질을 따지게 된다.  203


진화는 가장 적합한 개체가 살아남은 것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가장 적합한 개체의 번식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지구의 모든 생물은 기생생물과 숙주 사이에, 한 유전자와 다른 유전자 사이에, 같은 생물의 구성원들 사이에, 그리고 다른 성을 지닌 개체를 차지하기 위해 같은 성을 지닌 구성원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련의 끊임없는 역사적 투쟁의 결과이다. 그러한 투쟁은 같은 종의 다른 구성원들을 이용하고 속여먹는 등 심리학적 측면도 포함한다. 하지만 투쟁에서 승리를 거두는 자는 결코 없다. 왜냐하면 한 세대에서 싸움에 이겼더라도 다음 세대에서는 적들에게 밀려나는 일이 쉽사리 일어나기 때문이다. 삶이란 끝없는 경주와 같다. 아무리 더 빨리 결승선을 향해 달려도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면 또 하나의 경주가 시작된다.  264


교육이 제외된 본성은 없으며, 본성이 없이는 학습되지도 않는다. 모든 행동은 경험에 의해 연습된 본능으 산물이다...

인간의 몸은 자연선택의 산물이지만 인간의 마음과 행동은 '문화'의 산물이라고 한다. 인간의 문화는 인간의 본성을 반영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의 본성이 문화를 반영한다고 한다.  265


남자에게 여자는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해줄 수 있는 운반 도구이다.  265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부일처제 사회에서 살아가지만, 이것도 단지 사회적 평등 체제가 규정한 것을 말해줄 뿐, 인간의 본성이 원하는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268


인간이 짝짓기 체계는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사람들은 인종, 종교, 재산, 그리고 생태에 따라서 습관에 엄청난 유연성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몇 가지 보편적인 특징이 있다. 

첫째, 여성들은 일부다처제를 허용하는 사회에서조차도 공통적으로 일부일처제 결혼을 추구한다. 드물게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여성들은 신중하게 남자를 선택하고자 하며, 그러고 나서 남자의 가치가 존재하는 한 일생 동안 한 남자를 독점하고, 아이를 기르는 데 그 남자의 도움을 받고, 십중팔구는 죽을 때도 함께 죽기를 원한다.

둘째, 여성들은 본질적으로 성관계의 다양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물론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들이나 현실의 여성들은 전혀 색광증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고 끊임없이 주장하며, 우리가 그 말을 믿지 못할 이유도 없다. 일므도 모르는 남자와의 하룻밤 정사에 흥미가 있는 요부는 남성들의 포르노그라피가 만들어낸 환상이다. 남자의 본성에 의해 강요된 구속에서 자유로워진 여성 동성애자가 어느 날 갑자기 난교에 빠지지는 않는다. 그와는 반대로 여성 동성애자들은 놀랍게도 일부일처론자들이다. 이런 사실은 어떤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셋째, 여성들은 가끔 부정을 저지른다. 모든 불륜이 남성들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여성들이 남창이나 낯선 사람과의 일시적인 성교에 관심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 하더라도, 일일연속극 같은 생화에서 그녀가 그 시기에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여성은 아는 남성과의 불륜을 받아들일 수도 있고 스스로 제안할 수도 있다. 이것은 하나의 모순이다. 이 문제는 다음 세 가지 중 한 가지로 풀 수 있다. 가장 다루기 어려운 살마이라 하더라도 유혹하는 사람의 설득하는 힘이 언제나 상대의마음을 약간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면, 우리는 간통의 탓을 남자들에게 돌릴 수 있다. 이것을 '위험한 관계'(프랑스 작가 라클로가 1782년에 쓴 장편소설. 18세기의 퇴폐적인 프랑스 귀족 사교계를 무대로 한 심리 풍속 소설로, 1988년에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였음 -옮긴이)식 해설이라 하자. 혹은 간통을 현대 사회의 탓으로 돌리고, 불행한 결혼이나 현대 생활 등에서 오는 좌절감과 복잡성이 본래의 방식으 망가뜨리고 여자들에게 전혀 다른 습관을 불러들였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을 '댈러스'(1980년대 초에 방영된 미국의 텔레비전 인기 드라마로 재산과 치정에 얽힌 한 가족의 이야기 -옮긴이)식 해설이라하자. 또는 결혼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혼외정사를 추구하는 것에 대해 어떤 종류의 유효한 생물학적 이유를 제안할 수도 있다. 그 생물학적 이유란 여성들에게는 성교 계획 A가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 성교 계획 B를 선택하는 자신을 부정하려 하지 않는 어떤 본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보바리 부인'(프랑스의 작가 플로베르가 1857년에 쓴 장편 소설 <보바리 부인>의 주인공. 분방한 정사로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주목을 받음 -옮긴이)식 해설이라 하자. 

나는 이 글에서 간통이 인간 사회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할 것이다. 왜냐하면 일부일처제의 결혼 안에서도 다른 성 상대를 찾는 것이 종종 남녀 모두에게 이득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

간통을 인간의 성교 체계를 형성한 원동력으로 묘사함으로써 '정당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

간통을 저지하려는 사회적, 법적 기구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내가 주장하는 바는 간통과 간통에 대한 비난은 모두 다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328-331


유인권인 사람의 정소는 중간 크기로, 고릴라의 것보다는 상당히 큰 편이다. 침팬지의 정소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정소는 이미 만들어진 정자를 서늘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말하자면 정자의 저장 수명을 늘릴 수 있도록 몸 바깥으로 늘어져 있는 음낭 속에 저장되어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인간에게 나타나는 정자 경쟁의 증거로 보인다.  333


베이커와 벨리스는 우선 남성이 사정할 때 얼마나 많은 양의 정자를 배출하는지를 측정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유심히 관찰하였다. 그들은 질 속에 유지되는 정자의 양은 여성이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만약 여성이 오르가슴을 갖지 못하거나, 남성이 사정하기 전에 이미 1분 이상 오르가슴을 느끼고 있다면, 질에는 정자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만약 남성이 사정하기 직전의 1분 이내에 오르가슴에 이르거나 사정 후 45분 이내에 오르가슴에 도달했다면, 대부분의 정자는 질 안에 머물러 있게 된다. 또한 그것은 그녀가 그 전에 마지막으로 성관계를 가진 지 얼마나 되었는가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그녀가 그 사이에 과학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삽입하지 않고 얻는 오르가슴'을 갖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기간이 길면 길수록 더 많은 양의 정자가 질 안에 머무른다. 임신의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유일한 것은 성교 동안 오래 남는(즉 늦게 도달하는) 오르가슴이다.

이제까지 이 가운데 어떤 것도 놀랄 만한 결과를 보여준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면, 이 사실들은 베이커와 벨리스가 그들의 연구(선정된 부부들과 잡지에서 질문에 응답한 4,000명의 사람들을 조사해서 얻은 실례로 구성된)를 하기 전에는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그것들이 반드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베이커와 벨리스는 혼외정사에 관한 질문도 했다. 그들은 정숙한 여성의 오르가슴의 약 55%가 매우 지속적인(즉, 가장 생식력이 좋은) 유형이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문란한 여성은 남편과의 정사에서는 이런 생식력이 좋은 오르가슴 유형을 겨우 40%만 보이지만, 애인과의 정사 중에는 70%를 보인다는 것을 발견해냈다. 더욱이 일부러 그런 것이든 아니든 간에 문란한 여성들은 한 달 중 가장 생식력이 좋을 때에 그들의 애인과 정사를 가진다. 이 두 가지 효과를 종합하면, 그들이 다룬 실례 중에서 문란한 여성은 애인보다 남편과 2배나 더 자주 성관계를 갖지만, 여전히 남편보다 애인의 아기를 밸 가능성이 약간 더 높음을 알 수 있다.

베이커와 벨리스는 자신들의 연구 결과는 진화에서 한 발자국 앞선 여성과 그렇지 못한 남성의 무기 경쟁인 붉은 여왕의 게임으로 해석했다. 남성은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아버지가 될 가능성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그의 정자 중 대부분은 난자를 수정시키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지만, 대신에 다른 정자를 공격하거나 그들의 길을 막는다.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남성의 성적 행동은 난자를 수정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여성은 자신이 원하지 않을 때에는 임신을 막는 정교한 기술을 고안해왔다. 특히 현명한 오르가슴에 의해 사실상 그녀는 2명의 애인 중 누구의 아이를 임신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다. 물론 여성들은 전에는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그렇게 하려고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베이커와 벨리스의 연구가 맞는 것으로 입증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놀라운 것은 그들이 완전히 무의식적으로 어떻게 해서든 그렇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물론 전형적인 진화론적 설명이다. 도대체 왜 여성들은 성관계를 가지려고 하는가? 왜냐하면 그들의 의식적으로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그들의 의식적으로 원하는가? 왜냐하면 성교는 생식으로 이어지고, 그들은 생식을 했으며 또한 생식으로 이어지기를 언한 사람들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같은 논쟁의 반복일 뿐이다. 아내가 남펴노가 헤어지지 않은 채로 무의식적으로 애인의 아기르 임신하려고 했을 때 전형적인 여성의 부정과 오르가슴의 양상이 나타난다고 예측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베이커와 벨리스는 자신들의 발견이 진실에 대한 힌트에 블과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인간의 간통 정도를 측정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들은 유전학적 조사를 통해 리버풀의 한 아파트에서는 아이들 중 실제 제 아버지의 자식은 5명당 4명도 안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머지는 명백하게 다른 사람의 아이였다.  이것이 리버풀에서만의 특정적인 경우일까 봐 그들은 영국의 남쪽 지방에서 똑같은 조사를 했고 같은 결과를 얻었다. 우리는 그들의 앞선 연구를 통해서 오르가슴 효과를 통해 적은 비율의 간통이 높은 비율의 부정한 임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새처럼, 여성은 상당히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남편을 떠나지 않은 채 유전적으로 더 가치 있는 남성과 바람을 피우는 두 가지 일을 모두 할지도 모른다. 

남성은 어떠한가? 베이커와 벨리스는 쥐의 실험을 통해 수컷 쥐가 그가 교미하고 있는 암컷이 최근에 다른 수컷 가까이에 있었음을 알 때에는 2배나 더 많은 정자를 사정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대담무쌍한 과학자들은 즉시 인간도 똑같은 일을 하는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그들은 그런 일을 했다. 하루 종일 부인과 함께 있는 남성들은 하루 종일 부인이 나가 있는 남성들보다 더 적은 양의 정사를 사정했다. 이것은 마치 남성들이 현실로 닥칠지 모를 여성의 간통의 가능성을 잠재의식적으로 상쇄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 특수한 성교의 전쟁에서는 여성들이 더 높은 위치에 잇다. 왜냐하면 남성이 자기 아내가 최근에 오르가슴이 없었던 것과 그의 아이를 임신하지 않으려는 욕망을(무의식적으로) 연관짓기 시작한다 해도, 그녀는 언제나 그를 속임으로써 응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340-343


캐나다에 있는 맥마스터대학의 마고 윌슨(Margo Wilson)과 마틴 델리(Martin Daly)는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입증할 수 있듯이, 사랑과 질투라는 두 감정이 모두 성 독점 욕구의 일부로서 단순히 같은 동전의 양면임에도, 질투는 멸시받는 감정인 반면에 사랑은 찬탄받는 감정이라는 사실을 숙고해보았다. 현대의 많은 부부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질투의 부재는 관계를 안정시키기는 커녕 그 자체로 불안감의 원인이 된다. 내가 다른 남자나 여자에게 관심을 기울일때 그나 그녀가 질투하지 않는다면, 그나 그녀는 우리의 관계가 계속될지의 여부에 관해 더 이상 관심이 없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질투의 순간이 결핍된 부부들은 질투하는 부부들보다 관계를 지속할 가능성이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358


심리학자들은 질투를 인간의 본성을 타락시키기 위해 영원한 악의 사회에서 온 것이고, 다스려야 할 치료의 대상이라고 보았으며, 일반적으로 수치스럽게 생각했다. 그들은 질투가 자격지심과 감정적인 의존성을 보인다고 말한다. 그것은 사실이고, 그것이 바로 진화론적인 이론이 예측한 바이다.  359


실제로 계급이 더 뚜렷한 사회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아들보다 딸을 더 선호했다 그러나 이것은 부계의 확실성 때문이 아니라 가난한 집 딸들이 아들들보다 자손을 남길 가능성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362


사회의 최상부에서는 이와는 정반대의 편견이 우세했다. 중세의 지주들은 딸들 중 다수를 수녀원으로 추방했다. 전세계에 걸쳐서 부유한 남자들은 언제나 아들들을 더 선호해왔고, 종종 그중 한 아들만을 선호했다. 부유하고 권력 있는 아버지는 그의 지위나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재산을 아들들에게 물려줌으로써, 그들에게 많은 서자(庶子 무리서 아들자)를 갖는 성공적인 간통자들이 될 자금을 남겨주는 것이다. 

이것은 별난 결과를 이끌어내나. 남자나 여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성공적인 일은 부유한 남성에게 합법적인 상속자를 낳아주는 것이다. 또 이와 같은 논리에 따르면 바람둥이들도 아무한테나 구애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최고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여성들, 최상의 남편을 갖고 있어서 가장 성공적인 아들을 낳을 잠재력이 있는 여성들을 유혹해야 한다.  363


시카고 노스웨스턴대학의 윌리엄 아이언스(William Irons)는 인간은 언제나 자식에게 '인생의 좋은 출잘점'을 마련해주어야 할 필요성을 고려해왔다고 믿었다. 그들은 결코 양을 위해서 아이들의 질을 희생하려고 한 적이 없었다. 따라서 낮은 출생률로 인구학의 변천이 일어난 무렵에 값비싼 교육이 성공과 부의 선행 조건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는 비용을 부담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수를 줄이고 재조정했다.  369


수렵-채집인이었을 때 이래로 유전적 변화는 거의 없었지만, 현대 남성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단순한 남성 수렵-채집인 법칙이 있다. 권력을 얻도록 노력하여 그것을 후계자를 낳을 여성들을 유혹하는 데 사용하라. 부를 얻도록 노력하여 그것을 의붓자식을 낳을 다른 남자의 부인과의 불륜을 사는 데 사용하라. 이것은 한 토막의 싱싱한 생선이나 꿀을 매력적인 이웃의 아내와의 짧은 정사와 교환한 남자에서 시작하여 그의 메르세데스에 모델릉 데리고 가는 팝스타에게까지 계속되고 있다.

부와 권력은 여성을 얻기 위한 것이고, 여성은 유전적 영원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대 여성의 마음 깊은 곳에는 너무도 최근에 진화했기에 많이 변하지 않았을 수렵-채집인 법칙이 있다. 음식을 주고 네 아이들을 돌볼 부양자 남편을 얻도록 노력하라. 그 아이들에게 1등급 유전자를 줄 수 있는 애인을 찾도록 노력하라. 그녀는 매우 운이 좋은 경우에만 두 가지를 다 갖춘 한 사람을 만날 것이다. 그것은 부족에서 가장 훌륭한 총각 수렵인과 결혼하고, 또 이웃의 가장 훌륭한 수렵인 남편과 바람을 피워서, 자기 아이들에게 풍부한 고기를 공급해줄 것을 보장받은 여성에서 시작되었고, 태어나 자라면 자신의 건강한 경호원을 닮을 아이를 임신할 부유한 타이쿤(일본 막부 말기의 쇼군을 당시의 외국인들이 부른 호칭 -옮긴이)의 아내로 이어졌다. 남자들은 부계의 보살핌, 재산, 그리고 유전자의 제공자로서 이용된다. 냉소적인가? 인류 역사에서 일어난 대부분의 이야기에 비하면 그 절반만큼도 냉소적이지 않다.  370-371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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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운동 방향은 짝짓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만물은 그것을 향한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짝짓기는 만물을 끌어들이는 중심점이다. - 미셸 몽테뉴



프롤로그 - 생명의 승리, 오르가슴


현세의 대표격인 종교계에서는 육욕을 말살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축복을 가져오는 일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중세시대의 교수(敎父 가르칠교 아비부)들은 미친듯이 육체적 쾌락과의 전쟁에 뛰어들었다. 대부분의 종교가 성교의 쾌락을 몰아내고자 열정적으로 분투했던 근본적인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오늘날까지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그것은 어쩌면 오르가슴이 우리를 전율케 만드는 성자들만의 비밀인 '어마어마한 신비'(misterrium tremendum)를 위협하는 존재였기 때문일 것이다.  22-23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최근 수십 년 동안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이룩된 오르가슴에 관한 연구결과들을 한데 모아보고 싶은 야심찬 소망에서 비롯되었다.  25




현대 진보생물학에 따르면, 모든 생물은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유전자를 집단 속에 퍼뜨리기 위한 행동을 하도록 만들어졌다고 한다. 다위주의의 현대적 예언자 리처드 도킨스에 의하면 인간은 자신의 몸속에 들어있는 생식세포가 명령하는 대로 노예처럼 행동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29


버클리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의 생물학자 맬컴 포츠와 로저 쇼트는 이렇게 지적했다. "인간의 성행위에 관한 꿈과 환상은 임신이나 출산 또는 수유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거의 언제나 성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성충동은 너무나 강렬한 탓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었으며, 오르가슴이나 여성의 신체에 매료되는 남자들의 모습은 많은 여자들을 정신 못 차리게 만든다." ..

세계보건기구의 추산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이루어지는 성행위는 하루에 1억 회에 달한다. 그러나 성기의 결합이 임신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그 중의 1%인 100만 건에 미치지 못한다.  33


몇 년 전 미국에서 실시된 장기간의 실험에서 피험자들에게 하루 동안 겪은 중요한 정서적 체험을 기록하게 하고, 그 농도에 따라 점수를 매겼다. 그리하여 감정의 농도를 비교해보니 성적 황홀경을 능가하는 경험은 없었다.  34-35


1962년 노벨 생리 의학상을 수상한 미국 생물학자 제임스 웟슨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남성의 두뇌에서 이루어지는 사고활동의 90%가 섹스와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37


캘리포니아 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신경행동센터의 뇌과학자 라운 조지프의 말을 들어보자. "다른 짐승의 암컷과 달리 인간 여성은 계절이나 배란기와 상관없이 1년 내내 성교를 할 수 있고, 또 그럴 준비가 되어 있으며, 그렇게 되기를 갈망한다. 여성은 관능적으로 부풀어오른 가슴과 큼직한 엉덩이를 갖고 있는데, 다른 영장류에게는 이것이 성적 자극과 성교 욕망을 나타내는 신호인 것이다. 또한 인간 여성은 화장품, 향수, 입술연지 따위를 사용하여 다른 영장류의 발정상태를 나타내는 성징들을 모방함으로써 집요하게 남성의 욕망을 자극한다."

일부 인류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어떤 화장품은 여성의 육체를 오르가슴 상태에 도달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작용을 하고, 입술은 성적 흥분 상태에 도달했을 때 홍조를 띠면서 부풀어오르는 음순을 연상시키는데, 여성들이 립스틱 바르기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38-40


고고학적 발굴 과정에서 석기시대에 동물의 뼈와 상아로 만든 방망이 형태의 나무토막이 많이 발굴되었는데, 콩코르디아 대학의 동물학 교수 폴 바세이는 이것을 가리켜 페니스 형상을 본뜬 것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이른바 '남근봉'의 제례적 의미, 혹은 종교적 의미를 읽어내고자 무진 애를 썼던 것으로 보인다.

바세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영리한 조상들이 순전히 욕정을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남근 모형을 사용했다고 선뜻 인정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비슷한 장면을 묘사한 일련의 벽화가 발견됨으로써 그러한 분석이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우리의 선조들이 수음과 수간(獸姦 짐승수 간사할간), 구강성교, 심지어 사체 강간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방법으로 성행위를 즐기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었던 것이다.

인간의 다양한 성행위 양상과 '변태적 성행위'를 말로 표현하려면 현재의 어휘로는 부족하다. 인간처럼 성행동이 '난잡'한 동물은 어디에도 없다.  41-42


인간이 사냥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유목생활을 청산하고 한곳에 정착하여 경작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그와 같은 호색적 기질은 한층 더 강화되었다.  43


피임수단의 발명은 ... 인간이 생식세포를 하찮게 여긴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증거라고 강조한다.  43


절정의 파도가 지나간 직후에 갑작스레 엄습하는 허탈감은 일상에 불편한 감정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크게 느껴진다. 우리 마음속의 부정적 감정들이 그정적 감정에 비해 그 반향이 훨씬 강하고 그만큼 신체적 흥분도 커지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이론적으로 말한다면, 인간의 정신은 삶 속에서 부딪히는 불쾌한 일보다는 좋은 일에 훨씬 더 활발한 반응을 보이도록 만들어져 있다. 실제로 우리는 성공, 기회, 승리 따위보다는 위험, 비판, 패배 따위로부터 더 큰 충격을 받는다. 불쾌한 감정이란 따지고 보면 위험하거나 해로운 상황이 사라지도록 빨리 개입하라는 신호인 셈이다.  48


인간의 두뇌는 공작새으 깃털과 같은 구애의 도구이고, 애당초부터 여자들이 똑똑하고 창조적인 남자를 선호했던 까닭에 두뇌는 점차 지능이 발달하면서 부피가 커졌으며, 풍부한 감정과 창조력 덕분에 갈수록 새로운 방법으로 상대를 유혹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밀러의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의 중요한 예술작품들은 20세에서 30세 사이의 남성들에 의해, 정확히 말해서 성충동이 절정에 달한 시기의 남성들에 의해 창조되었다.  54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적어도 포유동물 수컷은 인간의 오르가슴과 유사한 절정을 경험한다고 보고 있다.  65


인류학자 시먼스는, 일반적으로 포유류 암컷의 성 역학이 짝짓기 행위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국한되지 않았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많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주도적으로 교미를 유도하기도 하는데, 아마 교미를 통해서 재미를 느낄 개연성이 매우 높다." 뇌생화학 연구 결과로도 그러한 증거가 발견되었다. 미국 단백질 합성 분야의 전문가 캔디스 퍼트는 짝짓기 직전으 암컷과 수컷 햄스터를 실험대상으로 골라 방사선 추적물질을 주입하고 체내의 엔도르핀 잔량을 측정하였다. 엔도르핀은 두뇌를 자극하여 통증에 대항하거나 욕구를 발생시키게 하는 물질이다. "교미행위가 진행되는 동안 뇌 속의 엔도르핀 농도가 200%까지 상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69




과학이 아무리 발전했어도 오르가슴에 관한 비밀은 오늘날까지 풀리지 않은 부분이 많다...

오르가슴에 도달한 순간의 느낌은 이를 데 없이 환상적이지만 그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당사자에게 상당한 적극성뿐만 아니라 헌신적 자세와 풍부한 창의력이 요구된다.  90


미국의 성과학자 비벌리 위플이 이끄는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오르가슴 지속 시간은 대체로 10초에서 13초 사이로 나타났다. 그들의 연구결과를 평균치로 계산하여 콤마 이하 단위까지 정확하게 나타내면 12.2초가 된다. 이 통계를 근거로 캘리포니아의 심리치료사 미첼 맥과이어가 계산한 바에 의하면, 남자 한 사람이 일생에 걸쳐서 성적 극치감에 휩싸이는 시간을 모두 합치면 평균 9.3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여성의 경우는 통계수치가 좀 애매하다. 여성 자신들의 주관적인 느낌을 조사한 결과 오르가슴의 평균 지속시간은 짧게는 7초에서 길게는 107초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좀 혼란스러운 것은 주관적으로 느끼는 지속시간과 객관적으로 측정한 근육의 긴장시간이 너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동일한 연구 사례인데도 근육의 긴장시간은 13초에서 51초에 불과하다.

하여간 여성은 특별히 유리한 조건하에서는 전문용어로 '오르가슴 상태'라고 일컫는 일종의 '지속적 오르가슴'을 경험할 수 있다.  104


섹스 황홀경에 빠져들면 육체는 통증에 대해 점차 무감각해지고 심지어 심한 상처를 입어도 알아채지 못한다. 평상시에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겠지만 섹스를 할 때는 그야말로 최고의 희열을 선사하는 자세도 있다. 성기 역시 성행위가 진행됨에 따라 통증 감각이 부분적으로 정지도니다. "성적 흥분이 최고조에 달하면 시력이 희미해져서 바로 눈앞에서 움직이는 불빛뿐만 아니라 그밖의 어떠한 시각적 자극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청각, 후각, 촉각, 온도감각이 마비되기도 한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본다면 오르가슴은 모든 정신활동을 오로지 쾌락을 생산하는 데로 집중시키는 것 같다.  107-108


성적 쾌감은 널리 알려진 것과 달리 성기 자극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발생한다. ..

성감대를 비롯한 민감한 신체부위를 장시간 집중적으로 자극하며 '오르가슴 반응'을 유발시킬 수 있는 것이다.  109


연쇄살인범들이 범행을 저지르는 순간에 성적 희열을 느낀다는 사실은, 오르가슴이라는 충동이 성행위가 아닌 다른 행동과 결합될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말할 수 있다.  113


영국 셰필드 대학의 성과학자 레바인은 최근의 연구에서 성욕이 정지되는 시기를 두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초기에 '절대적 무반응기'가 시작되면 여성이 아무리 강하게 자극해줘도 남성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상대적 무반응기'로 넘어가면 자극에 대해 어느 정도 반응을 나타낸다. 다시 말해서 에로틱한 유혹이 전혀 색다른 것이거나 농도 짙게 주어지면 희미하던 남성이 다시금 기지개를 펴게 된다. 

비아그라의 구성 약제인 '실데나필'은 건강한 30대 남성에게 평균 10.8분이던 무반응 시간을 2.8분으로 단축시키는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일명 '푸른색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이 약이 본래 발기부전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지 성능력 증진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위와 같은 효과는 참으로 놀랍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레바인은 비아그라가 앞으로도 성능력 증진제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예견한다.  115


'쿨리지 효과'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황소로 하여금 동일한 암소를 상대로 여러 번 짝짓기를 시키면 거부반응을 보이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후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동물계의 모든 수컷은 동일한 암컷을 놓고 반복해서 교미를 시키면 성욕이 감퇴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반면에 '새로운' 암컷을 데려다주면 잠들었던 수컷의 성욕은 뚜렷하게 되살아난다.  124




잡지기사나 대중서적의 내용을 그대로 믿는다면, 성교시에 성적 만족을 가져다주는 호르몬은 옥시토신이다.  148


이 기적의 호르몬은 시상하부의 명령에 따라 뇌하수체선에 의해 혈액의 흐름 속으로 스며들어 산통을 유도하고 모유 생산을 촉진하며 유방조직의 혈액 흐름을 촉진시킨다. 그리고 산모와 신생아 모두에게 안정감과 온화한 기분을 안겨준다.

발기가 일어나면 옥시토신 농도는 순식간에 평균치의 세 배로 치솟고, 여성의 경우에는 오르가슴 순간에 최대의 농도를 나타낸다. 과학자들이 남성의 옥시토신 수용체를 차단하자 오르가슴은 일어나도 짜릿한 쾌감은 발생하지 않았다.  149


독일 에센 대학병원의 만프레트 쉐들로프스키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은 획기적으로 발전된 연구방법으로 지금까지의 약점을 모두 극복했다. 그들은 남녀 실험 대상자 모두를 오르가슴에 도달케 하고 모든 종류의 호르몬을 세심하게 검사했다. 그 결과 이른바 옥시토신 분비량의 광범위한 증가현상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수치가 다소 올라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기대했던 상승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149


하체 마사지법..

치료를 핑계로 실시된 '문지르기' 행위가 어째서 남편들의 의심과 질투를 불러오지 않았는지 오늘날에 와서 확인할 방법은 없다.  159


심리분석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로이트의 이론에서는 여성의 오르가슴을 '질 오르가슴'과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전자는 성숙한 단계의 오르가슴이고, 후자는 질을 대신하는 유아기에만 나타나는 일시적 단계일 뿐이다. 프로이트의 주장에 의하면, "단단한 땔감을 태우기 위해서는 먼저 작은 관솔조각에 불을 붙여야 하듯이" 성장 과정에서 어린 소녀기의 성감대는 클리토리스가 대신하지만 성장함에 따라 옆에 있는 질의 위치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이로써 질 오르가슴에 관한 그릇된 인식이 생겨났다.  161-162


1953년 앨프리드 킨제이는 문헌들을 세심하게 조사한 겨로가 질 오르가슴 이론의 엄청난 모순을 발견하고 그 사실을 자신의 저서 <여성의 성행동>에 실었다. 

클리토리스는 고도로 민감한 반면에, 질 내벽은 잘라내도 아무런 통증이 없을 정도로 감각능력이 거의 없다. 여성이 스스로 수음을 통해서 오르가슴을 즐기려 할 때 자궁 깊숙이 물건을 집어넣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레즈비언들도 파트너끼리 아무런 삽입행위 없이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여성의 성장 과정에서 성충동이 클리토리스에서 질 쪽으로 옮겨간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다.  164


1976년에 광범위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된 <하이트 리포트(Hite-Report:하이트 리서치 소장인 셰어 하이트가 1976년에 저술한 책으로 영국에서 '20세기의 명저 100권'에 선정되었다-옮긴이)가 이 문제에 관한 최수의 의문점을 해소했다. 삽입만으로는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여성이 전체 응답자 중의 70%였다.  164 


3차원 카메라를 이용하여 여성 열 명의 신체를 촬영한 멜버른 대학의 젊은 산부인과 전문의 헬렌 오코넬. 검사 결과 여성의 클리토리스는 빙산처럼 극히 일부만 겉으로 드러나 있고 대부분은 몸속에 숨어 있음이 밝혀졌다. ...

클리토리스의 겉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은 안쪽에 피라미드 형태의 해면조직으로 이어지는데 엄지손가락 크기에 해당한다.  165


페니스와 클리토리스는 발달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동일한 기관이다. 그러니까 태아 단계에서는 동일한 기관으로 출발하여 남성 호르몬의 지배를 받으면 페니스로 발전하고, 그렇지 않으면 클리토리스로 성장한다. 바꾸어 말해서 페니스와 클리토리스는 태아상태에서 근원이 동일하므로 상동기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든 포유동물 암컷은 이와 같은 '쾌감돌기'를 갖고 있다.  166


여성의 클리토리스는 그 크리뿐만 아니라 질과의 거리에 있어서도 개인차가 심하다. ..

평군적으로 요도 입구와 클리토리스 사이의 거리는 38밀리미터 이하이다. 측정 결과 그 거리가 38밀리미터 이상인 여성은 삽입이 되어도 절정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반대로 클리토리스의 위치는 의미가 없고 오히려 유동성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167


유감스럽게도 산업국가의 과학자들이 수세기 전부터 여성 성감의 진원지가 몇 센티미터 더 높으냐 낮으냐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동안 아프리카의 수백만 처녀들은 마을 여인들에 의해 성욕을 최대한 억제시킬 목적으로 클리토리스가 절단되는 아픔을 겪고 있다. 수단,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등의 많은 나라에서 실제로 모든 여성들이 이러한 생식기 절단의 제물이 되지만, 남성의 성기 절단과 다름없는 이러한 행위는 종종 '여성할례'라는 이름으로 미화되고 있다.

여성할례의 절차는 끔찍스러운 여러 단계로 자행된다. 클리토리스를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잘라내는 '음핵 제거술'로부터 '음부 봉합'에 이르기까지 다양학다. 음부 봉합의 경우에는 클리토리스와 소음순을 도려낸 다음 대음순의 가장자리를 벗겨내어 요도 입구와 질 입구를 마치 벌어진 상처를 꿰매듯이 봉합하고 분비물이 흘러나올 수 있도록 작은 구멍만 남겨둔다.  169-170


생식기 절단은 이미 이슬람교가 들어오기 훨씬 이전부터 고대 이집트의 관습이었다. 짐작건대 이집트인들은 이와 같은 진기한 '명예'를 파라오의 딸들이나 그 외의 고위 계급에게 베풀어주었을 것이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클레오파트라도 어쩌면 클리토리스가 제거된 상태로 사랑을 나누엇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극단적 형태의 성기 훼손행위가 여전히 '파라오식 할례'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미국의 인류학자 라이트푸트 클레인의 보고에 의하면, 할례 대상자들은 아주 어릴 적부터 주변 여인들에게 혐오스럽게 일그러진 그 '물건'을 다리 사이에 계속 지니고 다니면 인간적인 삶에 대한 모든 희망을 버려야 한다고 세뇌를 받는다고 한다.  170


할례 대상자는 대개 일곱 살 내지 여덟 살 소녀들이다. 그들이 마침내 '진짜 여자'가 되는 일종의 의식 절차라고 믿는 할례행사에서는 여기에 관여하는 주변의 여성들이 당사자에게 장밋빛 미래를 제시해주기 때문에 즐거운 긴장감이 주어지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시골에서는 아무런 교육을 받지 못한 '산파'에 의해 마취나 살균처리 없이 수술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수술 직후에 과다출혈이 일어나거나, 며칠이 지나 패혈증, 파상풍, 괴저로 인해 사망하는 소녀들이 속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살아남앗다 하더라도 상처가 좀처럼 아물지 않거나 하혈과 소변으로 감염되어 몇 개월 동안 하체 통증에 시달렸다.  171


현대적인 심리연구 작업이 수없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 오르가슴에 관한 프로이트의 신화는 오늘날까지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174


'G-스폿' 이론이 프로이트 학파의 질 오르가슴 이론에 새로운 불씨를 제공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질의 앞쪽 부분인 요구 입구 근처에 성적 자극에 아주 민감한, 호두알 크기의 조직이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이 주장을 제기한 독일 산부인과 의사 그래펜베르크의 이름 첫 글자를 따서 'G-스폿'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 부분은 흥분상태에서만 만져지는 강낭콩 모양의 해면체로 여성의 성감대 중에서 성적 쾌감이 가장 크다는 것인데, 훈련 받은 사람이 이곳을 자극하면 여러 차례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또 G-스폿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남성의 전립선에 해당되는 부위에 연결되어 있는데, 이곳이 이른바 '여성의 사정'을 조절하는 지휘 센터로서 절정에 도달한 순간 남성의 전립선액과 유사한 정액을 배출한다는 것이다. ...

전설적 영웅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들이 성배를 찾기 위해 집요한 노력을 기울였듯이 일부 성과학자와 부인과 의사들도 G-스폿을 찾아내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쾌감 포인트'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은 오로지 문진뿐이었고, 여성의 사체에 대한 해부학적 조사로는 그 부분에 해당하는 위치를 찾아내지 못했다.

미국 페이스 대학의 의학자 테렌스 하인스는 관련 분야의 전문서적을 철저하게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의 질 오르가슴 이론에 대해 반론을 폈다. 물론 결론은 그런 종류의 성감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주장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해부학이든 생리학이든 어느 분야에서도 여성의 몸에 그렇게 혈류량과 신경세포가 특별히 많이 분포된 부위가 있음을 증명한 경우는 없었다."  176


1953년에 앨프리드 킨제이가 8,000명 이상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규칙적으로 오르가슴을 경험한 여성은 대상자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1990년대 중반에 미국에서 실시된 면밀한 조사로는 성행위 때마다 오르가슴을 경험한 여성은 29%였다. 독일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주간 뉴스 잡지 <포쿠스>의 의뢰를 받아 생명공학연구소(INRA)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9%의 여성들만이 극치감을 경험한 것으로 대답했다. <카마수트라>의 본국인 인도에서도 오르가슴을 경험한 여성은 10~15%에 불과했다.  181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에서 375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페니스 경험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그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남근의 크기가 '중요하지 않다'거나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여성이 77%에 달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페니스 크기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사이콜러지 투데이>지의 조사에 따르면, 스스로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여성들은 크기를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성경험이 많은 여성들도 거대한 남근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191


중앙 폴리네시아의 망가이아 섬에 거주하는 여성들은 대단히 열정적으로 성충동을 발산한다고 알려져 있다. 인종학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망가이아 여성들은 성교를 할 때마다 두세 번식 오르가슴에 도달한다고 한다. 남자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경험 많은 여성에 의해 자기도 모르게 고도의 기교를 터득한다. 뿐만 아니라 망가이아 주민들은 요즘의 유럽 의학자들보다 여성의 해부학적 구조에 대해 오히려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  196


이불 속이 조용한 경우, 남성의 성욕 부족보다는 여성의 무관심이 그 원인인 경우가 많았다.  199


여성의 오르가슴은 일단 '발견'이 되면 자연스럽게 사회적 기능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일단 오르가슴을 경험한 여성은 계속해서 원하게 된다. ..

남성과 함께할 때라면 남성은 파트너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듯이 오르가슴을 선사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선물'을 받은 파트너는 상대방의 자의식을 세워주려고 오르가슴에 도달하려고 애쓰거나 그런 척 할 것이다.  218


섹스가 사창가에서 이루어지든 화물차 뒷좌석에서 벌어지든, 어떤 체위를 취하든 상관없이 오르가슴은 '성공적' 성행위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마련된 현상이므로 여성들은 오르가슴에 도달한 것처럼 속이는 경우가 많고, 파트너를 오르가슴으로 유도하지 못한 남성들은 스스로 무능한 남자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222


여성들이 침실에서 어느 정도 연극을 하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오래 전의 연구에 따르면 속이는 비율이 49%엿다. 여성지 <마드무아젤>이 실시한 설문 결과로는 여성 독자의 69%가 가끔씩 연극을 한다고 응답했다.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의학심리학연구소의 한스 페터 로젠마이어 연구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90%로 나타났다. 미국 심리학자들이 여대생들의 진술을 청취한 결과, 기본적으로 거의 모두가 절정에 도달한 척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시인했다.  224


자신의 행동을 통해서 파트너에게 쾌감을 '액션'으로 증명해 보인다면 누구나 섹스를 더욱 진하게 즐길 수 있다. 쾌감을 표현할 때 약간 과장함으로써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사려는 행동은 인간의 보편적 행동 방식일 것이다.  224-225


여성이 침실에서 연기를 더 잘한다는 사실은 남성들의 진술에서도 나타났는데, 50%의 남성들이 여성의 가짜 오르가슴을 알아차릴 수 있다고 대답했다. 반면에 여성의 66%가 자신의 연기를 남성 파트너가 절대로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226


침실에서 연기가 처음으로 시작된 것은 성교를 통해서 모든 여성이 황홀경 속으로 들어가는 가상의 세계를 그려낸 책이나 영화가 등장한 시기였다. 질 오르가슴을 주장한 프로이트의 이론도 한몫을 담당했을 것이다. 오늘날의 대표적인 대중매체들은 '굴곡위' 자세를 취하면 로켓처럼 격정을 분출시킬 수 있다고 연인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이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성행위를 실천하지 못하는 여성들은 열등감과 수치심과 좌절감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227


남성은 여성에게 "오르가슴을 느꼈어?"라는 식으로 노골적인 질문을 던질 것이 아니라, "우리들 성생활이 재미있지?"라고 일반적인 질문으로 운을 떼기 시작한 다음에, 편안한 표현을 써서 "당신을 더 즐겁게 해주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 좋겠어?"라고 구체적인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성치료사) 캐럴 달링은 조언하면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맺는다. "결국 여성의 오르가슴은 남성 책임이 아니라 여성 자신에게 달려 있다. 그러므로 여성은 자신의 성생활에 관하여 남성 파트너에게 이해를 시켜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오르가슴이 아니라 함께 누리는 즐거움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230-231




이불 속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남성 85%와 여성 83%가 적어도 어느 정도는 만족스럽다고 대답했다. 여성 27%와 남성 33%는 너무나 만족스러워서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미국에서는 남성 47%와 여성 41%가 현재의 관계를 "육체적으로 지극히 즐겁다"라고 평가했다.

성생활을 통해서 최고의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은 기혼자 중에서도 특히 여성들이다. 결혼하지 않은 채 동침하는 경우는 분명히 부부간 성교 만큼의 욕구 충족을 보장하지 않는다. ...

독신이든 기혼이든, '난혼'을 즐기는 남녀들이든 구별 없이, 모든 그룹들이 구체적으로 생각나는 마지막 오르가슴을 기분 좋은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234


남성이 만족감을 얻는 데 중요한 것은 남성 자신의 오르가슴보다는 여성 파트너의 오르가슴이다. "성교 도중 여성이 자주 오르가슴에 도달할 때 남녀 모두에게 감정적으로 가장 많은 만족감을 준다." 반면에 남성의 흥분이 고조되어 사정에 이르렀는지의 여부는 여성의 만족감과 아무 상관이 없다. .. 

여성들은 자신이 먼저 제안을 했을 경우에 성행위를 통해서 가장 진하게 쾌감을 느꼈다. 침실에서 남녀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의 '모험심'이었다.  237


미국의 통계전문지 <아메리칸 데모그래픽스>가 미국인의 성생활 통계를 분석한 바에 의하면, 성교 기회를 갖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가 경제적 빈부격차보다도 훨씬 더 크다고 한다. 이 분석에 따르면 성인의 15%가 전체 성행위 통계의 절반을 차지하고, 성인 인구의 42%가 이성간에 이루어지는 성활동의 85%를 차지한다. 이것과 비교하여 미국인의 20%가 미국인 전체 재산의 절반가량을 소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성생활의 불평등현상은, 미국인의 5분의 1이 지난 1년 동안 총체적 금욕 생활을 유지했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이 있다. 반면에 미국인 스무 명 중에서 한 명이 매주 3회 이상 섹스를 즐겼다고 한다. 이와 같은 '섹스 부자들'은 미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성행위의 30%를 독점하였다.  253


성행위를 보통 이상으로 자주 즐기는 유형은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본래 흑인음악에서 유래된 재즈의 마니아들은 일반인 평균치보다 30% 정도 더 섹스를 즐긴다. 록이나 랩과 같은 기타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정도로 일반 대중보다 두드러지지는 않다. 흑인들의 '원시적 예술'을 부러워하던 미국작가 노먼 메일러가 재즈를 '오르가슴 음악'이라고 표현한 것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257


최근의 통계에 따르면 적어도 머릿속에서나마 이상한 행동(예를 들어 사슬로 묶는 행위)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응답자의 73%(여성 74%, 남성 71%)는 재미있는 것이라면 무슨 짓이든 좋다고 했다. 다만 그럴 의지는 있으나 실천을 주저할 따름이다. ...

우디 알렌은 "섹스가 추잡한 것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제대로 하면 그렇지"라고 대답했다. 실베스타 스텔론은 마돈나를 침실의 '유탄'이라고 칭찬했는데, 그 이유는 그녀가 '양심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259



'쿨리지 효과'

이 용어는 미국의 제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전문잡지에도 가끔씩 인용되는 일화에 의하면, 쿨리지 대통령이 영부인을 대동하고 어느 농장을 방문하였다. 쿨리지 여사의 시야에 마침 교미 중인 수탉이 보였다. 영부인은 수탉이 이런 행동을 하루에 열두 번씩 한다는 설명을 듣고 이렇게 대답했다. "내 남편한테도 설명해주세요." 대통령이 설명을 듣고 나서 신기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항상 같은 암컷만을 상대하는가?" 매번 다른 암탉과 교미한다는 대답을 들은 대통령은 다시금 이렇게 말했다. "내 아내한테 그 말을 전해주게."  262


네바다의 엘코에서 조산원이자 산부인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조지 윈치 주니어. "여성이 아직 갱년기에 돌입하지 않았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 성행위를 많이 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292


코넬 대학의 비뇨기과 전문의 프랑수아 에이드는 "페니스는 놀라울 정도로 강인하다. 그러나 과도하게 사용하면 페니스의 해면체에 지속적 손상이 올 수 있다." 젊은 남성이 정력이 너무 좋아서 거친 섹스를 좋아하면, 해면체가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

페니스가 자연스러운 조건에서 한동안 축 느렁지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잠깐 동안 휴식을 취하는 것과 같다. 그동안 내부를 흐르는 혈액에 산소가 공급된다."

발기된 상태에서는 남성의 소중한 그 물건에 피가 거의 흘러들어오지 않는다. 삽입할 때는 압력이 매우 강해져서 혈액이 전혀 흐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페니스에 휴식을 주지 않으면 근육조직이 산소결핍 상태에 이르고 마침내 음경 강직사태가 발생한다.  293


연구자의 입자에서 보면 사랑은 섹스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선택수단이다. "낭만적 사랑은 본래 단순하고 동물적인 행위에 불과했던 섹스를 복잡하고 상징적인 문화적 경험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297





하노버 의과대학의 성연구가 우베 하르트만은 "섹스 문제는 대중의 병이 되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305


여성 성기능장애의 개념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증상으로 요약되는데, 이 증상들은 독립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첫째, 성적으로 흥분이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머릿속에서는 에로틱한 환상이 떠오르지만 그것이 성기로 연결되지 않고, 질 분비물도 양이 아주 작다.

둘째, 섹스를 해도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못한다. 절정감이 억제되거나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셋째, 통증이 온다. 전반적인 음부 통증과 질경련 때문에 성교가 불가능해지거나 극도로 고통스럽다.

넷째, 성욕을 못 느낀다. 사랑의 유희를 위한 준비 단계인 성적 환상이나 생각이 전혀 없다. 과거에 '불감증'이라고 일컬어지던 장애현상이 심화되어 성접촉이라면 뭐든지 싫어진다.  309


비아그라는 페니스가 단단해지는 과정의 압력 문제를 해결해주는 데만 효과를 발휘하므로, 성적 흥분이 안 되는 환자에게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타킹을 신은 여자에 대해서만 흥분하는 사람에게는 비아그라와 함께 스타킹이 필요하며, 동성연애자인 사람은 앞으로도 동성 파트너를 상대할 것이고, 성욕이 없는 사람에게는 비아그라가 있어도 소용이 없다. 아내가 지겹게 느껴지는 남자는 비아그라를 복용해도 아니에 대해 욕구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비아그라가 상업적 성공을 가져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모든 기대가 달성된 것은 아니다.  315


본래 비아그라는 여성의 흥분장애 및 오르가슴 장애를 치료하는 데도 사용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

실제로 여성용인 '장미색' 비아그라를 복용시킨 결과 음핵과 질의 혈액순환이 좋아진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

섹스 치료사 울리히 브란덴 부르크는 "비아그라는 하체에 효과가 있지 머리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여성에게는 뇌가 가장 중요한 성감대이다."  318




에필로그 - 육욕의 미래


맨체스터 대학의 진화생물학자 로빈 베이커는.. "현재는 섹스와 번식이 불완전하게 분리되어 있지만, 이런 현상은 21세기 초반이 지나기 전에 예외적 현실이 될 것"이라고 베이커는 예측한다. 다시 말해서 섹스는 단지 오르가슴에 도달하기 위한 즐거운 시동걸기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352


하노버 대학의 성과학자 우베 하르트만은 "인간이 성욕으로 인해 어쩔 줄 몰라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를 인식한다면, 그 매력은 상실되지 않을 것이다."  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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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정의할 때 속성을 열거하며 기술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그러나 대상의 본질을 명시적으로 기술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자기를 복제하는 시스템이다. 20세기의 생명과학이 도달한 답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5
생물을 무생물과 구별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인류의 생명관의 변천과 함께 고찰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9

바이러스를 단순한 물질과는 분명히 구분 짓는 유일한, 그러고 가장 큰 특성이 있으니 바로 스스로를 증식한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세포에 기생해야만 복제가 가능하다.  34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서 방황하는 그 무엇이다. 만약 생명을 '자기를 복제하는 것'이라고 정의 내린다면 바이러스는 틀림없이 생명체다. 바이러스가 세포에 달라붙어 그 시스템을 이용하여 스스로를 증식시키는 모습은 기생충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바이러스 입자 단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것은 무기질적이고 딱딱한 기계적 오브제에 지나지 않아, 생명으로서의 움직임은 전혀 느쪄지지 않는다. 
바이러스를 생물의 범주에 넣어야 하느냐 무생물의 범주에 넣어야 하느냐 하는 문제는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다.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봐도 좋다.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경계선이 있는 것일까?
짧게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바이러스를 생물이라 정의하지 않는다. 즉 "생명이란 자기 복제를 하는 시스템이다."라는 정의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35

당시 과학자들은 어차피 DNA는 세포 내의 구조를 지지하는 밧줄 정도의 역할밖에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세포에서 DNA를 추출하는 일은 간단하다. 세포를 싸고 있는 막을 알칼리 용액으로 녹인 후 휘에 뜬 맑은 액체를 중화시켜 염과 알코올을 첨가하면 시험관 안에 하얀 실 모양의 물질이 나타난다. 이것이 DNA다. 유리 막대로 이 실을 돌돌 말아 올리면 DNA를 추출하는 게 된다.  45
A, C, G, T로 표현되는 알파멧은 화학 용어로 말하자면 뉴클레오티드라고 불리는 DNA의 구성 단위다. 이러한 구성 단위(알파벳)와 그 연결이라는 원리는 생명현상 전반에 걸친 공통적 구조이기도 하다.  53

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자기의 생각에 집착한다. 가령 자신의 생각과 다른 데이터가 나왔을 때 일단은 관특 방법이 틀렸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데이터를 얻기 위해 관측(혹은 실험)을 반복한다. 그러나 그렇게 집착하던 자신의 생각은 거의가 환상이다.  60
DNA는 자외선이나 산화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열이 깨지는 경우가 있다. ATAA라는 부분 배열이 없어졌다 해도 상보적인 다른 한쪽의 사슬에 TATT라는 구조가 보존되어 있다면 자동적으로 구멍을 메울 수 있다. 사실 DNA는 일상적으로 손상되고 있으며 일상적으로 복구되고 있다. 이렇게 정보를 보유하고 유지하기 위해 생명은 일부러 DNA를 쌍으로 갖고 있는 것이다.  64
DNA가 스스로 전체를 복제하는 역할도 한다.
하나의 세포가 분열하여 생긴 두 개의 딸세포에 이 DNA를 한 쌍씩 분배하면 생명은 자손을 남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생명이란 자기를 복제하는 시스템이다."라고 정의 할 수 있는 것이다.  65

오래된 대학의 교수실은 어느 곳이나 죽은 새 냄새가 난다.  76

DNA를 구성하는 요소인 네 종류의 뉴클레오티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살려보면 항상 A(아데닌)의 함량과 T(티민)의 함량이 같고, G(구아닌)와 C(시토신)의 함량이 같다.(샤가프의 법칙)  94

원자의 지름은 대체로 1에서 2옹스트롬이다. 옹스트롬이란 1미터의 100억 분의 1이다. 생명현상을 관장하는 최소 단위인 세포조차 그 지름은 거의 30만~40만 옹스트롬.  120
우리의 몸은 가운데로 척추가 지나가고 그 척추를 중심선으로 좌우 대칭 구조르 하고 있다. 척추에는 분절 구조가 있고, 신경 배선도 이 분절을 따라 분류되어 있다. 이것이 축추 동물의 기본 구조다.  126
분절에 의한 기능의 분담이나 반복 구조에 따르는 물질 이용의 효율화 혹은 손상을 입었을 때 그 분절 범위 내로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점, 그로인한 빠른 회복 속도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분절을 갖는 생물은 보다 더 잘 환경에 적응하고 분절을 갖지 않는 생물과의 생존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  127
슈뢰딩거는 생명이 엔트로피 증대의 법칙을 거스르고 질서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부의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엔트로피가 불규칙성의 척도라면 부의 엔트로피란 불규칙성의 반대, 즉 '질서' 그 자체인 것이다.
살아있는 생명은 끊임없이 엔트로피를 늘린다.  131

우리는 종종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인사할 때 "여전하네."라는 말을 하는데, 반년 혹은 1년 정도 만나지 않았다면 분자 차원에서 우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너무나도 여전하지 않은 게 되고 만다.  142
루돌프 쇤하이머 - 질서는 유지되기 위해 끊임없이 파괴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는 모든 물리 현상에서 나타나는 엔트로피(난잡함) 증대의 법칙에서 벗어나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생명의 특질임을 지적했다.... 증명하지는 못했다.  45

생명이란 동적 평형산에 있는 흐름이다. 생명을 구성하는 단백질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파괴되기 시작한다. 이는 생명이 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생명은 끊임없이 파괴되면서 어떻게 원래의 평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그 답은 단백질의 형태가 몸소 보여주는 상보성에 있다. 상보적으로 인해 끊임없는 흐름 속에서 동적인 평형 상태를 유지한다.  154
늘 합성과 분해를 반복함으로써 상처가 난 단백질, 변성된 단백질을 제거하고 이들이 축적되는 것을 방어할 수 있는 것이다...
동적 평형은 이러한 이상 단백질을 제거하고 재빨리 새로운 부품으로 대체하도록 한다.
폐기물의 축적 속도가 배출 속도보다 빨라... 전형적인 예가 구조적인 단백질병으로 요즘 주목받고 있는  알츠하이머병이나 광우병, 야콥병으로 대표되는 프리온병이다.  158

위상기하학이란 한마디로 하면 '사물을 입체적으로 생각하는 센스'라 할 수 있다.  165

세포막의 안과 밖 혹은 그 주변에는 미세한 단백질이 다수 존재하는데, 항상 세포막과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단백질은 각각 고유의 구조에서 유래하는 상보성이 있다. 그 상보성으로 인해 어떤 단백질이 링 모양의 환을 형성하면 부드러운 세포막은 잘록해질 것이다. 소포체막과 결합한 단백질 A가 세포막과 결합한 단백질 B와의 사이에서 열쇠와 열쇠구멍 같은 특이한 결합을 일으킨다면 소포체막의 그 부분은 세포막의 특정 부분으로 쏙 들어갈 것이다. 또한 또 다른 막 결합형 단백질군이 세포막의 안쪽을 따라 그 상보적 관계에 기초한 소쿠리 모양의 네트워크 구조를 형성하면 세포박은 소쿠리 곳곳에 실로 꿰매서 덮어씌운 얇은 천처럼, 어떤 경우에는 구면으로, 어떤 경우에는 아메바 같은 부정형으로, 때로는 적혈구처럼 옴폭 들어간 곡면을 만들 것이다.  181

세포는 자기 자신의 내부에 또 다른 내부를 만들어 그것을 외부로 삼는다. 이러한 구획 책정은 그것마으로도 질서의 창출이 된다. 구획 안과 밖에서 개개의 환경을 만들어내고 각각 개별적으로 반응하고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5

요즘 세상에는 유전자공학 기술이 발달해 이런 작은 DNA 세공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유전자를 자르고 붙이고 잇고 교환하는 일은 문자 그대로 풀과 가위로 종이 공예를 하는 것처럼 간단하다.  226
우리의 생명은 수정란이 만들어진 그 순간부터 행진이 시작된다. 그것은 시간의 축에 따라 흘러가며 후퇴할 수 없는 일방통행이다. 
그런 과정에서 특정 장소, 특정 타이밍에 만들어져야 할 조각 중에 한 종류가 출현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동적인 평형 상태는 가능한 한 그 결함을 메우기 위해 자신의 평형점을 이동시켜 조절하려 한다. 그런 완충 능력이 동적 평형이라는 시스템의 본딜이기 때문이다. 평형은 자신의 요소에 결함이 생기면 그것은 메우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과잉 상태가 되면 그것은 흡수하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228
동적 평형이 그 발걸음을 멈췄을 때 엔트로피의 법칙은 가차없이 엄습한다. 세포 덩어리는 스스로 용해되어 눈 깜짝할 사이에 모체로 흡수되어 사라진다. 즉 이런 치명적인 유전자 녹아웃 실험의 결과는 눈으로 확인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229

기계에는 시간이 없다.
생물에는 시간이 있다. 그 내부에는 항상 불가역적인 시간의 흐름이 있고, 그 흐름에 따라 접히고, 한 번 접히면 다시는 펼실 수 없는 존재가 생물이다. 생명이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한 개의 유전자를 잃은 마우스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낙담할 것이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워해야 한다. 동적 평형이 갖는 유연한 적응력과 자연스러운 복원력에 감탄해야 한다.
결국 우리가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은 생명을 기계적으로 조작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었다.  235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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