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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2.17 [삼천만 동포에게 읍고함] - 백범 김구
  2. 2011.09.04 백범 - 김별아 이룸 2008 03810



삼천만 동포에게 읍고함



친애하는 3천만 자매 형제여!

우리를 싸고 움직이는 국내외 정세는 위기에 임하였다.

제 2차 대전에 있어서 동맹국은 민주와 자유와 평화를 위하여 천만의 생령을 희생하여 최후의 승리를 전취하였다. 그러나 그 전쟁이 끝나자마자 이 세계는 다시 두 개로 갈리어졌다. 이로 인하여 제 3차 전쟁은 온양되고 있다. 보라!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을 다시 만난 아내는, 죽은 줄로만 알고 있던 아들을 다시 만난 어머니는, 그 남편과 아들을 또다시 전장으로 보내지 아니하면 아니 될 위험이 닥쳐오고 있지 아니한가. 인류의 양심을 가진 자라면 누가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바랄 것이랴! 과거에 있어서 전쟁을 애호한 자는 파시스트 강도군 밖에 없었다. 지금에 있어서도 전쟁이 폭발되기만 기다리고 있는 자는 파시스트 강도 일본 뿐 일 것이다. 그것은 그놈들이 전쟁만 나면 저희들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믿는 까닭이다.

현재 우리 나라에 있어서도 남북에서 외력에 아부하는 자만은 흑왈 남정, 흑왈 북벌 하면서 막연하게 전쟁을 희망하고 있지마는 실지에 있어서는 아직 그 현실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전쟁이 촉발된다 하여도 그 결과는 세계의 평화를 파괴하는 동시에 동족의 피를 흘려서 왜적을 살릴 것밖에 아무 것도 아니 될 것이다. 이로써 그들은 새 상전들의 투지를 북돋울 것이요, 옛상전의 귀염을 다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전쟁이 난다 할지라도 저희들의 자질 만은 징병도 징용도 면제될 것으로 믿을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왜정하에서도 그들에게는 그러한 은전이 있었던 까닭이다. 한국은 일본과 수십 년 동안 계속하여 혈투하였다. 그러므로 일본과 전쟁하는 동맹국이 승리할때에 우리도 자유롭고 행복스럽게 날을 보낼줄 알았다.

그러나 왜인은 도리어 환소 중에 유쾌히 날을 보내고 있으되 우리 한인은 공포 중에서 죄인과 같은 날을 보내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말이라면 우리를 배은 망덕하는 자라고 힐책하는 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미국 신문 기자 리처드 씨의 입장에서 나온 데야 어찌 공정한 말이라 아니 하겠느냐. 우리가 기다리던 해방은 우리 국토를 양분하였으며 앞으로는 그것을 영원히 양국의 영토로 만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로써 한국의 해방이란 사전상에 새 해석을 올리지 아니하면 아니 되게 되었다.

유엔은 이러한 불합리한 것을 시정하여 써 인류의 행복을 증진하며, 전쟁의 위기를 방지하여 써 세계의 평화를 건설하기 위하여 조직된 것이다. 그러므로 유엔은 한국에 대하여도 그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임시 위원단을 파견하였다. 그 위원단은 신탁 없고 내정 간섭 없는 조건하에 그들의 공평한 감시로써 우리들의 자유로운 선거에 의하여 우리에게 남북 통일의 완전 자주 독립을 줄것과 미·소 양군을 철퇴시킬 것을 약속하였다.

이제 불행히 소련이 보이콧으로써 그 위원단의 사무 진행에 방해가 불무하나 그 위원단은 유엔의 위신을 가강하여 써 세계 평화 수립을 순리하게 진전시키기 위하여 또는 그 위원 제공들의 혁혁한 없적을 한국 독립 운동 사상에 남김으로써 한인은 물론 일체 약소 민족 간에 있어서 영원한 은의를 맺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만일 자기네의 노력이 그 목적을 관철하기에 부족할 때에는 유엔 전체의 역량을 발동하여서라도 기어이 성공할 것은 삼척동자라도 상상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와 같이 서광이 비치고 잇는 것이다. 미군 주둔 연장을 자기네의 생명 연장으로 인식하는 무지 몰각한 도배들은 국가 민족의 이익을 염두에 두지도 아니하고 박테리아가 태양을 싫어함이나 다름이 없이 통일 정부 수립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음으로 양으로 유언비어를 조출하여 써 단선 단정의 노선으로 민중을 선동하여 유엔 위원단을 미혹하게 하기에 전심력을 경주하고 있다. 미군정의 난익하에서 육성된 그들은 경찰을 종용하여서 선거를 독점하도록 배치하고 인민의 자유를 유린하고 있다. 그래도 그들은 태연스럽게 현실을 투철히 인식하고 장래를 명찰하는 선각자로써 자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각자는 매국매독의 인진회식 선각자일 것이다.

왜적이 한국을 합병하던 당시의 국제 정세는 합병을 면하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무리 애국 지사들이 생명을 도하여 반항하였지만, 합병은 필경 오게 되었던 것이다. 이 현실을 파악한 일진회는 도쿄까지 가서 합병을 청원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자들은 영원히 매국적이 되고 선각자가 되지 못한 것이다. 설령 유엔 위원 단이 금일에 단정을 꿈꾸는 그들의 원대로 남한 단독 정부를 수립한다면 이로써 한국의 원정은 다시 호소할 곳이 없을 것이며, 유엔 위원단 제공을 한인과 영원히 불해의 원을 뱆을 것이요, 한국 분할을 영원히 공고하게 만든 새 일회는 자손 만대의 죄인이 될 것이다.

통일하면 살고 분열하면 죽는 것은 고금의 철칙이니, 자기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하여 조국의 분열을 연장시키는 것은 전민족을 사갱에 넣는 극악 극흉의 위험한 일이다. 이와 같은 위기에 있어서 우리는 우리의 최고 유일의 이념을 재검토하여 국내외에 인식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내가 유엔 위원단에 제출한 의견서는 이 필요에서 작성된 것이다. 우리는 첫째로 자주 독립의 통일 정부를 수립할 것이며, 이것을 완성하기 위하여 먼저 남북 정치범을 동시 석방하며, 미소 양군을 철퇴시키며, 남북 지도자 회의 를 소집할 것이니 이 철과 같은 원칙은 우리의 목적을 관철할 때까지 변치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 불변의 원칙으로서 순식 만변하는 국내외 정세를 순응 혹 극복하여야 할 것이다. 독립이 원칙인 이상 도립이 희망 없다고 자치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을 왜정하에서 충분히 인식한 것과 같이 우리는 통일 정부가 가망 없다고 단독 정부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이다. 단독 정부를 중앙 정부하고 명명하여 위안을 받으려 하는 것은 군정청을 남조선 과도 정부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사사 망념은 해인 해기할뿐이니, 통일 정부 수립만 위하여 노력할 것이다.

3천만 자매 형제여!

우리가 자주 독립의 통일 정부를 수립하려면 먼저 국제의 동정을 쟁취하여야 할 것이요, 이것을 쟁취하려면 전민족의 공고한 단결로써 그들에게 정당한 인식을 주어야 할 것이다.

일절 내부 투쟁은 정지하자! 소불인이면 난대모라 하였으니 우리는 과거를 잊어버리고 용감하게 참아 보자.

3천만 자매 형제여!

한국이 있고야 한국사람이 있고 한국 사람이 있고야 민주주의도 공산주의도 또 무슨 단체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자주 독립적 통일 정부를 수립하려 하는 이때에 있어서 어찌 개인이나 자기의 집단을 사리 사욕을 탐하여 국가 민족의 백년 재계를 그르칠 자가 있으랴. 우리는 과거를 한번 잊어버려 보자. 갑은 을을, 을은 갑을 의심하지 말며 타매하지 말고 피차에 진지한 애국심에 호소해 보자!

암살과 파괴와 파공은 외군의 철퇴를 지연시키며, 조국의 독립을 방해하는 결과를 조출할 것 뿐이다. 악착한 투쟁을 중지하고 관대한 온정으로 임해 보자!

마음 속에 38선이 무너지고야 땅 위에 38선도 철폐될 수 있다. 내가 불초 하나 일생을 독립 운동에 희생하였다. 나의 연령이 이제 70 유 3인바 나에게 남은 것은 금일 금일하는 여생이 있을 뿐이다. 이제 새삼스럽게 재화를 탐내며 명예를 탐낼 것이랴! 더구나 외국 군정하에 있는 정권을 탐낼 것이랴! 내가 대한민국 임시 정부를 주지하는 것도, 한독당을 주지하는 것도 일체가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 해방을 위하는 것 뿐이다.

그러므로 내가 국가 민족의 이익을 위해서는 일신이나 일당의 이익에 구애되지 아니 할 것이요, 오직 전민족의 단결을 달성하기 위하여는 3천만 동포와 공동 분투할 것이다. 이것을 위하여서는 누가 나를 모욕하였다 하여 염두에 두지 아니할 것이다. 나는 이번에 마하트마 간디에게서도 배운바가 있다. 그는 자기를 저격한 흉한을 용서할 것을 운명하는 그 순간에 있어서도 잊지 아니하고 손을 자기 이마에 대었다 한다. 내가 사형 언도를 당해 본 일도 있고 저격을 당해 본일도 있었지만, 그 당시에 있어서는 나의 원수를 용서할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지금도 이것을 부끄러워한다. 현시에 있어서 나의 유일한 염원은 3천만 동포와 손목 잡고 통일된 조국, 독립된 조국의 건설을 위하여 공동 분투하는 것 뿐이다. 이 육신을 조국이 수요한다면 당장에라도 제단에 바치겠다.

나는 통일된 조국을 건설하려다가 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일신에 구차한 안일을 취하여 단독 정부를 세우는 데는 협력하지 아니하겠다. 나는 내 생전에 38이북에 가고 싶다. 그쪽 동포들도 제 집을 찾아가는 것을 보고서 죽고 싶다. 궂은 날을 당할 때마다 38선을 싸고 도는 원귀의 곡성이 내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고요한 밤에 홀로 앉으면 남북에서 헐벗고 굶주리는 동포들의 원망스러운 용모가 내 앞에 나타나는 것도 같았다.

3천만 동포 자매 형제여!

붓이 이에 이르매 가슴이 억색하고 눈물이 앞을 가리어 말을 더 이루지 못하겠다. 바라건대 나의 애달픈 고충을 명찰하고 명일의 건전한 조국을 위하여 한번 더 심사하라.

대한 민국 30년 (1948) 2월 10일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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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의 <가미가제 독고다이>를 읽고 저자의 책을 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계획을 수정하여 선택한 책이다.

대체 실제 인물을 소설로 옮겨 놓은 것은 어떻게 접근했을까 생각하며 책을 들었다.
책을 보기전에 검색을 해보지 않는 편이다. 이 책은 접근방식이 궁금하여 살짝 검색을 해보았다. 
저자는 이미 백범일기를 읽는 사람도, 읽지 않은 사람도 읽을 수 있도록 집필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읽으면서 생각한 점은 이미 읽은 사람들이 더 이해하기가 수월하리라 생각을 하였다.(이 생각은 중반부분 이전에 하던 생각이고, 중반 이후에는 그러한 생각을 할 수 없었다.)

한국사람이라면 백범 김구선생을 모를 수 있을까..
누구나 최소한 여러번은 들었을 이름이다. 그래서 한국사람에게는 매우 친근한 사람이다. 그러나 백범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한 사람중에 하나이다.

이 책은 백범선생의 일생을 '슬픔'이란 단어로 연결하여 전개하였다.
소설이지만 사실적인 내용이다. 실제일어났던 일이기에 이것을 소설화 시키는 것보다는 소설적 표현을 빌려와 서술했다고 하는게 더 어울릴까..

목차에서는 '이륙'에서 시작하여 '착륙'으로 마친다.
즉 해방이 되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국내로 들어오기 위한 항공기로 시작하여 국내로 들어오는 것으로 마친다.
그간 백범 선생의 회고처럼 전개되는 각 장들은 '냉혹한슬픔, 쓰라린 슬픔, 아련한 슬픔, 슬픈 밥, 자욱한 슬픔, 고독한 슬픔, 뜨거운 슬픔, 흐르는 슬픔, 거룩한 슬픔, 슬픔의 축제'

왜 우리의 역사는 슬픔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을까....ㅡ.ㅜ
내용중에 '침략자 일본도 밉지만 조국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팔아먹은 조상들이 더 미웠습니다. 그러하기에 우리만은 못난 조상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자손들에게는 절대로 이런 고생을 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또다시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 피눈물을 삼키며 투쟁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쓰라린 아픔의 시절 일제강점기 동안 우리의 선조들은 말로는 다 못할 고통을 겪었다. 그것은 표현에서처럼 조국을 귀히 여기고 후손을 위하는 것 보다는 현재의 자신만의 이익을 바라본 조상들이 있었기에 그러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이렇게 생활하게 된것은 그렇지 않은 그리 많지 않은 조상들이 있었기에 .. 그들의 자신의 모든것을 버리고 고통과 인내와 끈기가 우리에게 그나마 지금의 모습을 가지게 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가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느낌을 뜨거운 눈물을 아련한 아픔을 주었다.
오랜만에 백범 선생을 마음에 새겨본다.. 무거운 마음으로 울컥하는 마음으로..


스승은 말씀하셨다. 나라가 망할 때 망하더라도 백성들이 의로써 힘껏 싸우다가 힘이 다하여 망하는 것은 거룩한 것이요, 사분오열하여 제각각 외국에 아첨하고 동포와 다투어 망하는 것은 더럽게 망하는 것이라고,,  41

양반의 자식은 고양이 새끼요 상놈의 자식은 돼지 새끼라, 고양이는 크면서 고와지고 돼지는 클수록 추물이 된다지만, 돼지 새끼가 호랑이로 자라지 말란 법이 어디 있으랴? 암만, 어느 구름에서 비가 올지는 지켜봐야 알지!  57
신분제는 왕조를 뒷받침하는 가장 근본적인 체계였다. 그리고 과거는 이러한 신분제를 정당한 명분으로 유지하는 선발의 수단이었다.....   십만 냥을 상납하면 대과 급제란다. 명주 한 필에 권문제가의 추천편지 한통, 수청기생을 밀어넣어주면 진사 급제는 따놓은 당상이란다. 글을 모라도 된단다. 돈만 많으면 장땡이란다. 하하, 우습다. 배알이 뒤틀리도록 우습다.  58

믿음으로 큰 아이는 두려움을 모른다.  60
동학당이 되어도, 살안자에 탈옥수, 땡땡이중이 되어도 나를 맞는 아버지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남들이 나를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상관없었다.  62
옛 시에서 부모란 목숨이 붙어 있는 동안은 자식의 몸을 대신하길 바라고, 죽은 뒤에는 혼령이 되어서라도 자식의 몸을 지키길 바라는 존재라고 했던가.  66

스스로 높아지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그것은 자기가 가진 것을 버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
꿰어찬 주머니의 금덩이를 동멩이로 여겨 풀어놓고서야 가볍게 솟구칠 수 있는 법이었다.  67

백범(白凡), 가장 천한 신분인 백정이자 가장 평범한 사내인 범부로서 그보다 더 낮아질 수 없었으므로,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드높은 꿈을 꾸었으므로...  68

나는 대단한 신동도 천재도 아니었다. 못난 생김만큼 타고난 재주도 허름했다. 하지만 외워 기억하고 익혀 풀어내는 일에는 자신이 있었다. 남들이 열을 할 때 나는 백을 하고, 남들이 백을 한다면 나는 천만을 할 테니까.  82

두 분의 귀한 스승 - 안태훈 진사, 고능선 선생
사람이 자기를 알기도 쉽지 않거늘, 하물며 남을 어찌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꾸준히 성현의 말씀을 쫓아 그 발자취를 밟아가도록 하게. 자네가 진정으로 마음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그 마음을 곧추세워 끊임없이 고치며 나아가게. 지금까지 길을 잘못 들어 실패와 곤란을 경험했더라도 상심하지 말게.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요, 고민은 즐거움의 뿌리라네.
진정한 스승은 삶을 가르친다. 나는 재능보다는 그 재능을 바르게 쓰는 의리를, 사업의 성취보다는 그것이 정당한가를 판단해 실행하고 계속하는 근기를 배웠다.  84

잘나고 똑똑한 사람만 선생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자란 사람도 가르칠 수 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나눌 수 있다. 그러니 배우려는 자라면 누구라도 학생이 될 수 있다.  85

조금이라도 긴장이 풀렬 게을러진다 싶으면 서대문감옥에서 맞았던 그 새벽을 돌이켰다. 높들이 밤새워 일하고 있다. 온힘을 다해 조지고 지르며 제 나라를 위한 사무에 충실하고 있다. 남의 나라를 송두리째 삼킨 놈들이 그러할진대 망국민인 나는 어찌해야 하겠는가? 잠을 줄이고 시각을 쪼개서라도 놈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하지 않겠는가? 슬렁슬렁 대충해서는 안된다.  130

동학군에서 무례하게 군다는 비난을 받는 선비들을 직접 만나 군의 기율을 세우는 법을 얻었고, 스승에게서 사업을 함께하기에 앞서 사람됨을 먼저 살피는 방법을 배웠다. 서대문감옥에서는 죄수들을 상대로 인격을 평가하는 훈련을 했고, 그곳에서 만난 불한당의 괴수 김진사에게서 비밀결사의 동지를 구하는 법을 얻었다. 임시정부의 경무국장 시절에도 사람공부는 끝이 없었다.  168

사람의 문제에는 법칙이 없다.  168

믿음은 텅 빈 것이다. 여분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믿음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것은 오직 더 큰 믿음뿐이다. 어떤 손해를 보고 어떤 위해를 당할지라도, 나는 이런 천성을 평생 고치지 않을 작정이었다.  169

사람은 지극히 약한 존재다. 옆 사람이 흔들리면 부지중에 따라 흔들린다. 하지만 사람이란 약하고도 강한 존재다. 선봉에 선 누군가의 의로운 인도가 흔들리던 이들을 곧추세운다. 힘없고 억눌린 자들에게 희생은 희망이다. 죽음이야말로 불멸의 약속이다.  181

동경의거... 이봉창이 꺼져가던 잉걸불을 풀무질했다. 절망 속에 고립되어 있던 젊은이들이 하나둘 임시정부의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일제 총독부가 규정한 '불령선인 제1호'인 내게 어찌하면 더 불온하고 속속들이 불량할 수 있는가를 물어왔다. 내게는 돈이 없었다. 대단한 병력도 없었다. 하지만 싸우는 데 꼭 필요한 한 가지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 한없이 약하고도 더없이 강한, 나의 유일한 무기는 사람이었다.  182

다른 존재와 구별하라고 지어진 것이 이름이지만, 여러츠으이 삶만큼이나 나는 다양한 이름을 지녀왔다. 동학에 입문하면서 아버지가 지어준 창암이라는 이름을 창수로 바꿨다. 출가해서는 원종이라는 법명을 받았고, 삼남을 방랑하면서는 김두래라고 자처하였다. 연하 김구(金龜)에서 백범 김구(金九)가 된 것은 서대문감옥의 쇠창살 속이었고, 백정선이라는 이름으로 이봉창을 사지로 떠나보냈다. 그리고 쫓기는 몸이 되어 떠도는 지금, 나는 장진구(張震球), 중국인으로 가장한 장쩐치우였다.  200

피부라도 고우면 미모는 아니더라도 박색은 면할 텐데, 사춘기의 아들이 책망하며 엉두덜대는 소리를 듣고 어머니는 아예 한술 더 떴다. 호랑이보다 오랑캐보다 더 무서운 게 두창인데, 그깟 얼굴 좀 얽은게 무슨 대수냐? 그리고 네 못난 얼굴을 보는 사람이 괴롭지, 달고 다니면서 보지도 못하는 네가 괴로울 게 무엇이더냐?(곽낙원 여사)
아무튼 어머니에게 맞대들어서 한 번도 본전치기를 해본 적이 없다.  230

'어비, 자꾸 울면 에비가 와서 업어간다!'
'말썽 피우고 떼를 쓰면 에비에게 잡혀간다!'
두려움이 두려움을 가르친다. 아이들에게 무슨 일인가를 하지 못하게 하려고 어른들은 세상에도 없는 무서운 것을 지어낸다. 고작 울음을 그치고 성가시게 보채는 것을 막기 위해 현실에 없는 가상의 공포를 만들어 낸다. 두려움까지도 물려받는 것이다. 어머니는 내가 어려서부터 무서운 것도 모르고 아픈 줄도 모르는 별종이었다고 근댔지만, 나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아이가 아니었다. 어머니는 내가 어렸을 때 에비, 이것이 무섭고 저것이 겁나다 장난으로나마 으른 적이 없었다. 뱀이며 박쥐며 문둥이 따위에 놀라 호들갑을 떠는 어머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어머니는 <삼국지>의 맹장 조자룡 마냥 작은 몸 전체가 담(膽) 덩어리였다. 단단하고 옹골찬 여장부였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어머니의 아들은 헛것에 질려 뒷걸음치지 않았다. 온몸을 밀어 그것을 깨부수고 나갔다. 나는 다만 두려움 없는 어머니의 두려움 모르는 아들이었다.  237-238

어머니는 타고나길 좋은 학생이었다. 자기가 배운 알량한 지식으로 삶을 재단하지 않고 자신의 삶으로부터 끊임없이 배웠다.  240

옛사람들은 자식을 기르는 일을 연날리기 같다고 하였다 .연을 띄울 때는 무작정 잡아당기거나 허투루 풀어서는 안 된다. 연을 키우는 것은 하늘이다. 바람의 흐름으로 하늘의 호흡을 읽는다. 연줄에 돌가루와 아교를 먹여 끊어지거나 엉키지 않게 다독이고, 때로 얼레를 감아 팽팽히 당기고 때로 느슨히 풀어야 한다. 하지만 연날리기의 알속은 언젠가 그 연을 하늘로 놓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까마득한 점이 되어 날아오르도록, 미련을 버리고 연줄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나를 위해 나를 버렸다. 자식을 햔항 고집스럽고 끈질긴 집착을 끊고, 자유롭게 하늘을 쏘도록 풀어주었다.  241

어머니는 작고 못난 여인이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지혜로 세상을 넉넉히 품었다. 어머니는 못 배워 무식한 여인이었다. 그러나 원칙을 모르면서도 올곧았고 맹세 없이도 굳건했다.  249

누구도 이완용보다 현실적일 수 없고, 안중근만큼 비현실적일 수 없다. 그리하여 나는 바보를 자처했다. 처음부터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는 따지지 않았다. 오직 정도냐 사도냐를 기준으로 삼았다.  265

침략자 일본도 밉지만 조국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팔아먹은 조상들이 더 미웠습니다. 그러하기에 우리만은 못난 조상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자손들에게는 절대로 이런 고생을 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또다시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 피눈물을 삼키며 투쟁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268-269

이십육 년의 세월이 그렇게 흘러 백범 김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되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백범 김구가 되었다 . 그리하여 아무리 초라한 개인이 되어도 김구는 담담하고 의연하였다. 지나온 길들이 갈 길을 이끌 것이다. 민족과 민중 앞에 그를 바칠 일밖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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