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학 Rhetoric

생각/내용 2016. 7. 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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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학 기법

 

1. 비유법

1) 직유법 :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다른 사물과 직접 비교하는 기법

예) 강철 같은 근육과 부싯돌 같은 마음

예) 그것은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었다.

2) 은유법 : 두 가지 사실을 동일체로 단언하듯이 표현하는 기법

예) 인생은 나그네 길이요, 고난의 길이다.

예) 생선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

3) 의인법 : 무생물과 동물, 식물 등에 사람의 의지나 감정, 사상 등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는 표현 기법

예) 이제 봄이 온 모양이다. 꽃은 웃고 나비는 춤을 추며 날아다닌다.

예) 천지여, 말하라! 산천이여, 대답하라!

4) 의태법 : 모습이나 움직임을 그 느낌이나 특징에 따라 표현하는 기법

예) 여성의 아름다움을 흔히 반짝반짝 빛나는 눈매에서, 방실방실 웃는 웃음에서 혹은 포동포동 한 살결에서, 보들보들 윤기 나는 입술에서 찾습니다.

5) 성유법 : 사물의 소리나 사람의 음성을 그대로 흉내 내어 현장감을 살리는 기법

예) 그 큰 바윗덩어리가 쩍 하고 갈라지지 않겠습니까?

6) 풍유법 : 비유의 말이나 예를 제시함으로써 듣는 이로 하여금 그 본뜻을 미루어 짐작하도록 하는 기법

예)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짓밟히지 않을 것이다.

7) 인용법 : 남의 글이나 말을 인용하여 자기의 주장을 이해시키는 기법

예)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했습니다.

8) 대유법 : 나타내려는 명칭을 다른 명칭으로 대신 사용함으로써 은연중 본래의 사물을 나타내는 기법

예) 풍전등화와 같은 조국의 운명 앞에 이순신 장군 같은 영웅이 나타났던 것입니다.

9) 상징법 : 정작 자신이 표현하려는 본래의 의도를 숨기고 암시로만 그치는 기법

예) 인생이란 화려한 장미를 꺽으려다 앙상한 낙엽을 안고 돌아오는 방랑길에 비길 수 있다.

10) 중의법 : 말 한마디에 두 가지 이상의 다른 뜻을 곁들여 나타내는 기법

예) 그는 음식점에서 갈비탕을 먹고 돈을 내지 않은 채 뺑소니 친 뒤 버스 속에서 소매치기로 돈 30만원을 훔쳤으며, 어느 실직자로부터 취직 미끼로 5백만원을 받아먹다가 쇠고랑을

찼습니다.

11) 모순법 : 서로 모순되는 말의 연결로 특별한 의미를 갖도록 표현하는 기법

예) 나는 그 친구가 평소와는 달리 귓속말로 소곤대는 척하며, 공개된 비밀을 떠벌리는 그 잔인한 친절에는 정나미가 뚝 떨어졌습니다.



2. 강조법

1) 영탄법 : 크게 감명을 받거나 또는 비통한 경우를 당했을 때 감탄어를 사용하는 기법

예) 오호라! 민족의 청사여!

예) 아! 어찌 우리 잊으랴! 통곡의 그날을!

2) 과장법 : 어떠한 사물을 사실보다 크게 표현하거나 또는 실제보다 작게 표현하는 기법

예) 인간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실수가 있는 법이다.

예) 그 일에 대해선 티클만큼도 미련이 없습니다.

3) 점진법 :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층계를 오르내리는 것처럼 점차적으로 그 뜻이 강해지거나 약해지는 기법

예) 여러분은 성냥을 살 권리가 있다. 따라서 성냥을 켤 권리도 있다. 불을 켤 권리가 있으면 물건을 태울 권리도 물론 있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권리 행사는 마치 성냥을 들고 켜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분 자신의 자유에 있는 것이다.

4) 역설법 : 모든 사람이 옳다고 믿거나 혹은 진리라고 믿고 있는 사실을 뒤집어 반대 주장을 관철시키는 방법

예)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5) 대조법 : 나타내고자 하는 사물과 반대되는 사물, 혹은 고저 강약의 한도가 서로 다른 사물을 비교시켜 사물의 상태나 흥취를 한층 강하고 선명하게 하는 기법

예) 충언(忠言)은 벗을 만들고, 감언(甘言)은 벗을 잃게 한다.

6) 열거법 : 서로 비슷한 구절이나 내용상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말을 되풀이하거나 나열해 놓는 기법

예) 어릴 때 나는 푸른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무조건 부러웠습 니다. 그리하여 기차 역무원이 되거나 순경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기관사가 되는 게 꿈이었죠.

7) 반복법 : 두 번 세 번 같은 구절, 같은 말을 되풀이해서 인상을 깊게 하는 표현 기법

예) 나는 비범한 문재(文才)가 내게 있기를 원한다. 나는 참으로 절세(絶世)의 학문이 내게 있기를 원한다. 그러나 나는 그보다도 백 천 배 더 원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단 한번의 뜨거운 열애 (熱愛)이다.

8) 미화법 : 사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지 않고 아름다운 것은 좀 더 아름답게, 추한 것도 아름답게 미화하는 표현 기법

예) 윈스턴 처어칠은 몹시 화가 나서 상대방 의원에게 거짓말장 이라고 쏘아붙였습니다. 그리하여 처칠은 의장의 발언 취소 요구를 받았습니다. 의회에서 거짖말장이라는 말은 금지된 언사였습니다. 그러자 처칠은 정중히 발언을 취소한 다음 이렇게 고쳐 말했습니다. 불확실한 말의 제공자라고..

9) 억양법 : 처음엔 말소리를 올렸다가 나중에 내리거나 혹은 일단 내렸다가 나중에 올림으로써 본래의 내용을 강조하는 기법

예) 그는 재주는 비상하지만 인간성이 나빠요

10) 단절법 : 접속되는 어귀를 일부러 짧게 자르고 하나하나 독립시킴으로써 강조의 효과를 나타내는 기법

예) 애수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사랑이란 얼마나 고귀한가를 깨달았습니다. 지금껏 잊히지 않은 그 여인을 찾아가기로 결심 했습니다.



3. 변화법

1) 인용법 : 격언, 고사, 속담, 남의 말 등을 끌어다가 자기의 주장에 권위를 부여하거나 또는 내용의 충실성을 기하는 기법

예) 불행에 대한 특효약은 없다고 헉슬리는 말했습니다.

2) 생략법 : 말의 핵심이 되는 부분만을 요령 있게 이야기함으로써 함축의 미와 여운의 멋을 풍기는 기법

예)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3) 도치법 : 말의 순서를 뒤바꾸어 강조하려는 부분을 앞에 놓는 기법

예) 어머님의 가장 어여쁜 아들, 나는 왕이로소이다.

4) 설의법 : 의심의 여지가 없는 상황임에도 고의로 의문 형식을 취함으로써 듣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결론을 내리게 하는 기법

예) 여러분 가운데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또는 잠자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5) 문답법 : 처음에 정의를 세워놓고 나중에 물어보는 형식으로 말한 뒤 다시 그 물음에 답하는 식의 표현 기법

예) 인간의 본질은 정신이다. 그렇다면 정신이란 무엇이냐? 정신이란 자기 자신의 고유한 생각이다.

6) 경귀법 : 기발한 말귀로 익살, 암시, 교훈의 뜻을 내포시키는 기법

예) 나무에 잘 오르는 놈은 언젠가는 나무에서 떨어져 죽고, 헤엄 잘 치는 놈은 언젠가 물에 빠져 죽게 마련이지요.

7) 완곡법 : 간곡히 말할 수 있는 것을 돌려 말하거나 노골적인 인상을 주지 않도록 표현하는 기법

예) 플랫폼에서 흰 손수건을 흔들며 떠나는 그녀의 애틋한 마음을 사랑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8) 불판법 : 같은 말의 반복이나 이야기의 단조로움을 피하고 상황을 리드미컬하게 표현하는 기법

예) 시가 나오고, 그림이 이루어지며, 음악이 나래를 폅니다.

9) 연쇄법 : 앞의 말이나 뜻을 이어받으면서 쇠사슬처럼 상황을 엮어서 설명하는 기법

예) 권태로운 여성보다 더 불쌍한 것은 슬픔에 싸인 여인이다. 슬픔에 싸인 여인보다는 더 불쌍한 것은 불행을 겪고 있는 여성이다. 불행을 겪고 있는 여성보다 더 불쌍한 것은 병을

앓고 있는 여인이다. 병을 앓고 있는 여인보다는 더 불쌍한 여인은 버림받은 여성이다.

10) 비약법 : 진행 중이던 화제를 돌연 다른 화제로 바꾸거나, 시간적, 공간적으로 비약시키는 기법

예) 그날 따라 명동 거리는 더없이 화려했습니다. 정확히 3년 전 바로 그 시각에 나는 어느 시골의 적막한 오솔길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내가 왜 갑자기 그 오솔길 이야기를

꺼냈는지 아십니까? 본론은 지금부터입니다.



4. 스피치 할 때 세부아이디어를 설명하는 방법

1) 예시

2) 통계

- 긴 숫자는 반올림해서 사용한다.

- 통계 수치의 의미를 부연 설명한다.

- 너무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 통계 자료의 출처를 밝힌다.

3) 증언





수사학과 비판적 사고(Rhetoric and Critical Thinking)

 

 

김 영 정 (Young-Jung Kim)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철학과 졸업

미국 브라운대학교 철학박사

한국논리학회장, 한국인지과학회장 역임

 

 

 

. 철학적 수사와 소피스트적 수사

수사학(rhetoric)은 설득(persuasion)의 방법에 대한 탐구이다. 설득의 방법론으로서의 수사학은 두 가지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맥락에 따른 상황적응성에 대한 강조와 언어적 표현의 설득적 힘에 대한 강조를 꼽을 수 있다.

수사학은 설득에 있어서 청자의 상황을 고려하고 그에 적합한 언어를 선택하는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각했던 소피스트들이 탄생시킨 학문이다. 일부의 소피스트들이 언어의 힘을 악용함으로써 반 수사적(anti-rhetoric) 전통이 성립했지만,소피스트들이란 동일한 주장이라도 그것을 전달하는 상황과 방식에 따라 설득력이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달은 청자 중심적 상황론자들이었다.

본래 수사가인 레토르(rhetor)는 청자의 마음에 쾌감을 일으키는 음유 시인이 아니라 참된 사고의 전달자였다. 수사학은 연설과 토론의 기술에 관한 탐구로 출발했다. 민주주의가 일찍 꽃 핀 고대 그리스에서대화와 토론은 생활의 일부였고, 법정이나 대중 연설에서 청자를 설득하는 기술은 출세의 중요한 덕목이었다. 시학(poetics)이 시인의 언어가 쾌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청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을 주는) 그 신비스런 현상에 대한 탐구였다면, 수사학은 참된 사고를 전달함으로써 청자의 생각과 태도에 변화를주는(,‘ 설득을하는) 방법에대한탐구였다.

, 수사학의 주된 목적은 감동을 주고자 하는 것 보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을가능한 폭넓은 동의를 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전달하고자 하는 데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 목적을 위해서, 청자의 상황을 비롯한 담론의 환경과 표현적인 요소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수사가 속임수와 동일시된 것은, 사고적 요소들이 논리학으로 넘어가고 표현적인요소만이 남게 됨으로써였다. 수사학이 변질되는 역사는 논리학과 시학 사이에서 수사학의 정신이 실종되어 갔던 역사였다고 할 수 있다.

사고의 보편적 형식에 대한 탐구에만 몰두했던 전통 논리학에 대한 반성으로 등장한 비판적 사고 운동은 논리적 전통과 수사적 전통의 결합으로 볼 수 있으며,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실종된 고전 수사학의정신의 복원인 것이다.

 

 

수사에는 두 얼굴이 있다. 그 부정적 측면은 경계의 대상이 되지만, 그 긍정적 측면은 비판적 사고의 중요한 기초가 된다.수사는 주어진 문제 상황에서 최선의 전략을 구상하는 종합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한다. 그 사고력이속임수 추리와 같은 것으로 나타날 때는 변질된 소피스트적 수사가 되지만, ‘비판적 추리로 나타날 때는 수사학의 본래 정신이 발현되는 때이다.

우리는 여기서 비판적 사고와 수사학 간의 의미 있는 연결 고리를 발견할 수 있다. 논의의 환경에 대한 고려가 표현에 적극적으로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수사학의 본래 정신이었고, 수사학이 표현적인 요소들을 중히 여긴 것은 논의의 상황 및 환경에 대한 추리의 결과였을 따름이다. 상황에 적합한 설득의 전략을 구상하는 추리력이 수사력의 바탕에 있었지만, 이 추리력이 참되고 정의로운 것을 지향하려는 성향에서 벗어나 어떻게든 청자의 태도만을 변화시키겠다는 목적을 지향하기 시작할 때 수사학은 변질의 역사를 걷기 시작했던 것이다.

 

결국, 우리는 수사학이 가진 두 얼굴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좋은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서 단지 언어의 힘만으로 상대의 믿음, 욕구, 행위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며, 반면에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합당한 이유를 바탕으로 한 설득의 행위에 있어서 언어의 종류에 따라 설득력이 달라질 수 있음을 유념하는 태도이다.

 

비판적 사고는 완결된 사고가 아니라 잘못된 것을 인정할 수 있는 사고이며 끊임없이 자기 교정을 시도해 가는 과정의 사고이다. 비판적 사고에서 수용할 수 있는 수사란 항상 정의롭고 올바르고자 하는 성향에서 비롯된 언어적 전략으로서의 수사이다. 단지 표현의 기법만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진리와 연관되는지, 사태를 올바르게 전달하고 있는 것인지를 항상 반성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요구된다.

 

수사학은 상대의 지적 수준이나 감정적 상태 그리고 여러 가지 상황적인 요소들에 대한 고려를 참됨과 정의로 움의 토대 위에서 수행할 때 비판적 사고와 만날 수 있다. 수사학은 단지 기법의 학문이 될 때 궤변론으로 전락하면서 철학과의 대립이 시작되었다.

상황이 배제된 사고의 보편성만을 추구했던 전통 논리학에 대한 반성으로 개별적인 상황에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인간의 사고의 논리를 다루는 것.

이러한 맥락에서 수사학과 시학과의 관계를 논하면서, 한자어수사(修辭)’가 변질된 의미로의‘rhetoric’에 대한 번역어임을 지적하고 고전 수사학의 정신을 담을 수 있는 적합한 번역어의 문제를 거론한 연구로 김헌의아리스토텔레스의 구분 :시의 언어표현과연설의언어표현,

 고전수사학의전통(II)(한국서양고전학회2004년춘계학술대회) : 1~21쪽을소개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요소로 로고스(logos), 즉 논증적 요소, 파토스(pathos), 즉 정서적 요소, 에토스(ethos), 즉 윤리적 요소, 세 가지를 들고 있다(아리스토텔레스, Rhetorik, I, 1356 이하). 설득은 가르치다(docere)와 움직이다(movere)가 결합되어 있는 것이다.

 

가르침은 참됨을 기본으로 갖고 있기에 정당한 논거를 포함하며, 또한 가르치기 위해서는 사실을 정확히 나타내는 표현력을 요구한다. 이 둘은 모두 로고스적인 것들이다. 다른 한편 독자(청자)의 움직임을 위해서는 독자(청자)와의 공감대가 바탕이 되기에 공감적 표현(pathos)과 화자의 바람직한 윤리적 태도(ethos)가 요구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수사학적 기술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그것은 즉 논거 발견술(inventio), 논거배열술(dispositio), 표현술(elocutio), 기억술(memoria), 연기 술(actio)이다. 이 중 기억술과 연기술은 현대에 들어와 거의 다루지 않고 우리 주제와도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나머지 세 가지 중 논거발견술은 착상, 구상 등으로도 표현되며 이 논거발견술과 논거배열술이 궁극적으로 사고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표현술은 사고를 언어로 전환시키는 능력인데, 근대 수사학은 주로 공감적 측면의 표현술만을 탐구함으로써 문체론으로 대표되는줄어든 수사학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페렐망 등의 신수사학은 사고와 표현의 통합을 추구하고 있다.

 

이 비판적 사고 운동이라고 할 때, 상황 적응력과 언어 표현력 그리고 도덕적 성향을 그 구성 요소로 가지는철학적 수사는 비판적 사고 연구 영역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인 것이다. 철학적 수사와 소피스트적 수사에 대한 대조는 이미 그리스 시대 플라톤의 대화편인테아이테토스편에도 나타나 있다.

 

소피스트들은 남을 이기는 법을 가르친다. 하지만 철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법을 가르칠 뿐이다. 소피스트들은 지연, 혈연에 얽매여 있고, (사색할 만한) 여유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래도 그들은 법정에서 논쟁 같은 것을 통해 세상일에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주인(부모) 앞에서 노예와 논증을 벌여 일정한 시간 내에 결론을 내리고 승리를 이끌어 내야한다. 이 때문에 늘 피해망상에 걸린 사람처럼 어릴 때부터 공포와 불안에 시달린다. 이것저것 쌓은 지식으로 대단한 지혜를 갖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지혜롭지도 정직하지도 못한 삐뚤어진 마음의 소유자이다.

반면, 철학자들은 지연, 혈연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일에도 초연하기 때문에 사색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다. 철학자들은 어떤 주제에 대하여 정해진 결론을 무리해서 이끌어 내야 할 까닭이 없다. 사람들의 눈에 들기 위해 거짓말을 할 필요도, 자기의 거짓말을 정당화하기 위해 억지 논리를 펴야 할 까닭도 없다. 철학자는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리를 찾기 위해 대화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철학자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 테아이테토스,172b~177c 요약).

 

. 과학적 이유는 항상 좋은 이유인가?

설득은 청자에게 태도의 변화를 유도하는 행위로 정의될 수 있다. 설득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장에 대한좋은이유가 제시되어야 한다. 우리가 어떤 주장에 대해라는 질문을 할 때는 그 주장의 근거를 묻는 것이다. 주장에 대한 근거 혹은 이유를 제시하는 것은 주장을 정당화하는 행위이며, 이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설득의 행위가 논증이다.

논증에서 청자가 받아들이는 것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좋은 이유이다. 비판적 사고의 연구와 관련해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수사학은 상황에 따라좋은이유가 달라질 수 있음을, 즉 동일한 이유라도 그것들의 제시방식이 설득력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보도록 하자.

 

비만인 사람에게 다름 아닌 A 회사의 우유를 권장하는 이유로,

(1)“ A회사의 우유는 다른 회사의 것들과 비교해서 동일한 영양 성분을 가지면서도 훨씬 더 저지방이다.” 고 말하는 것은A 회사의 우유를 선택해야 하는 좋은 이유를 제시한 것이다. 여기서 이루어지는 설득의 유형은 새로운 믿음, 즉 비만과 저지방 간의 과학적 연관을 만들어 주는 방식이다. 반면에,

 

(2)“ A 회사의 우유를 마시는 사람들은 건강해 보이더라.” 고 말하는 것은 앞의 것과 비교해서 좋은 이유가 아니라고 일반적으로 생각될 수 있다. 비판적 사고자는 과학으로 확인될 수 있는 믿음과 증거들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득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더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2)의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 더 설득적일 수 있는 상황이 있다. 저지방과 비만의 관계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말해 주는 것이 더 설득적일 수 있다. , 화자와 청자 간에 공유되는 지식의 정도에 따라 설득의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철수의 할머니는비만저지방이라는 개념들과 그것들 간의 과학적 연관에 대한 지식이 없다. 그러할 때 철수는 (1)의 방식보다 (2)의 방식으로 말함으로써 할머니의 믿음과 태도를 변화시켰다고 해보자. 철수는 수사적 고려를 한 것이다.

이 경우 설득을 당한 사람이 비판적 사고자가 아니라고 주장될 수는 있어도, 설득을 한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경우는비판적이란 개념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게 된다. 설득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2)의 방식으로 말한 것은 듣는 사람의 지식수준을, 즉 논의의 상황과 환경을 고려한 데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언어만이 설득에 최선의 언어임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 고려된 것이며 이는 상황에 대한 종합적 판단의 결과이다.

 

우리는 여기서 비판적 사고자의 성향에 관한 로버트 에니스(Robert Ennis)의 언급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르면,비판적 사고자는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상황에 맞게 증거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비판적 사고를 무엇을 믿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관한 의사 결정에 초점을 맞춘 합리적이고 반성적인 사고로 정의하면서 비판적 사고자는 다음과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한다.

 

(a) 자신의 믿음이 참인가, 그리고 자신의 결정이 정당화되는 데 관심을 가진다. , 가능한 한 올바르고자 노력한다.

(b) 자신의 입장뿐 아니라 타인의 입장을 정직하고 분명하게 제시하는 데 관심을 가진다.

(c) 모든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고려한다. 넓게 보면, 수사적 태도는 상대의 존엄성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된다. 주장의 근거는 과학적이어야 하지만 상대에 따라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고려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된다.

사고에 언어의 옷을 입히는 행위가 설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임을 아는 것이 수사적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좋은이유가 상황 의존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고려하고자 하는 태도는, 비록 에니스는수사란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수사적 태도이다.

과학적 지식이 몸에 배면 밸수록, 또 사회가 복잡해지면 질수록, 설득의 대상과 그 내용은 더 복잡해 질 뿐 아니라 이를 위해 제시되는 근거들도 훨씬 더 정보적일 것이 요구되기 마련이다. 동일한 사태에 대한 진술에서도 어떤 종류의 언어가 사용되느냐에 따라 설득력이 달라질 수 있음을 고려하는 것도 비판적 사고자의 태도에 속한다. 과학자들 간의 관례에 의해 지배되는 문맥에서 과학을 논할 때는 가능한 객관적 논조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이른바 학술적 담론의 청중은 대개의 경우 동료 과학자들이다. 관찰과 결과를 기술하고 그것들이 도출되는 실험적 방법,예컨대 통계적 분석이나 수학적 분석 등을 언급하는 것은 동료 전문가들을 설득하기 위한 담론의 유형이다. 이때 작가는 과학의 맥락에서 말하고 있다.

반면에“A회사의 우유를 마시는 사람들은 건강해 보이더라고 말하는 것은 과학의 맥락에서 말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과학에 대해 말하는 것(talking about science), 과학의 맥락에서 말하는 것(talking in the context of science)을 구분해야 한다.

(2)의 방식, “A 회사의 우유를 마시는 사람들은 건강해 보이더라고 말하는 것은 과학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과학의 맥락에서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학의 맥락에서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것에서부터 덜 과학적으로 사고했다거나 제시된 이유가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이 반드시 도출되지 않는다. 추리의 질은 추리자가 내놓은 말과 글에 나타난 증거들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 왜냐하면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청자의 지식수준을 고려하고자 하는 성향, 즉 수사적 성향이 사고자 안에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에니스는비판적사고자를, 이러한 성향까지 지닌 자로 정의했던 것이다.

 

우리는 그런데 (2)의 방식으로 말한 것이 과연 비판적 사고자의 태도일까 하는 의문을 여전히 가질 수 있다. 물론 상대의 지적 상황도 고려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비판적 사고자란 과학적인 문맥에서 대화를 시도하고 저지방과 비만의 관계를 알려주고 그럼으로써 상대를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

(2)의 방식으로 말한 사람은 (1)의 방식으로 말한 사람보다 상대에게 설명해 주어야 할 것이 훨씬 더 많이 남아 있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그렇게 하고자 하는 사람이 보다 완전한 의미에서의 비판적 사고자이다. (2)의 방식으로 말함으로써 설득에 성공한 것에만 만족한다면 소피스트적인 수사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2)의 방식으로 말하지만 만일 화자가 과학적 지식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올바른 수사가 아니다.

(2)의 방식으로 말한 사람이 비만과 저지방이라는 개념들, 그리고 그것들 간의 관계 등을 포함해서 상대에게 설명해야 할 것들을 더 많이 갖게 되는 이유는, 그와 청자 간에 공유되는 지식이나 믿음의 양이 매우적기 때문이다. , 이 경우는 화자와 청자 간에 지적인 거리가 크기 때문에 요구된 수사이다. 수사가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들이 만족되어야 한다.

 

() 자신의 수사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 상대의 상황을 고려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어야한다.

() 상대에게 더 많은 것을 설명해 주어야 한다는 지적 책임감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비판적 사고자는 자신의 수사에 대해 보다 많은 설명이 요구되었을 때 그렇게 할 수 있으며, 또한 그렇게 하고자 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따라서 수사적 태도는 언제든 가능한 질문과 대화에 열려져 있는 태도이기도 하다. 비판적 사고자는 참된 것을 알려주기 위해 취해져야 할 설득의 단계 및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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