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는 말했다. "고독이 두려우면 결혼하지 마라."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고독이 두려우면 여행하지 마라."  9


이야기꾼의 의도는 언제나 듣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에 사로 잡히도록 하는 것이며, 그의 눈을 반짝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햄릿>의 서두에서, 햄릿의 아버지 유령이 한 말은 여행 작가의 이런 의도를 이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가볍디가벼운 한마디로 네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젊은 피를 얼게 하며, 

네 두 눈을 궤도 이탈한 별처럼 만들고,

땋아서 묶어놓은 머리채를 풀어놓고,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세울 수 있으리라.'  10-11


여행의 기쁨, 그리고 그것에 대한 글들이 이 모음집의 주제이다. 무론 여행의 고통도 일부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기억 속의 고통은 서정적인 향수를 자아내기도 한다.  12


일단 움직여야하고 또 어디로 갈지를 알아야 한다. - D. H. 로렌스 <바다와 사르디니아>  16


관점은 여행을 떠나야 비로소 변화한다. 길이 아주 갑자기, 전혀 예상치 못하게, 변명의 여지도 없이 아주 단호하게 방향을 틀거나 급경사로 바뀔 때, 비로소 우리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 모든 것들을 보게 된다. - 제임스 볼드윈 <산 위에 가서 말하라>


오랫동안 떠난 당신은 다른 사람으로 돌아온다. 당신은 결코 갔던 길을 되돌아오지 않는다. - <아프리카 방랑>  17


여행은 마음의 상태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이국적인 곳에 있는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여행은 거의 전적으로 내적인 경험이다. - <신선한 공기의 마니아>  18


여행이 무엇이든 그것은 꿈꾸고 기억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낯선 풍경 속에 앉아 있으면, 그동안 무시무시하게 여겨졌던 온갖 사람들이 나를 찾아온다. 때로는 낯선 침대에서 악몽을 꾸기도 하고, 수년 동안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는 사건들을 머릿속에 다시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거리에서 들려오는 소음 때문에, 혹은 재스민의 강렬한 향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다시 잊는 것인지도 모른다. - <신선한 공기의 마니아>


인생의 다른 경험들도 그렇듯이, 여행에서도 한 번으로 족할 때가 많다. - 헤라클레스의 원주>


여행을 하다 보면 나를 붙잡으려 하고 부모처럼 굴면서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떠날 수 있는 것은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 <바다에 면한 왕국>  19


모든 여행은 순환적이다.. 장대한 여행이란 영감을 얻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일 뿐이다.- <유라시아 횡단 기행>


내가 방금 도착한 장소에 대해 어느 누구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는 것, 바로 이 감정 때문에 나는 여행을 하고 싶어 한다. 이것은 내가 어디론가 떠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 <헤라클레스의 원주>  20


여행에는 삶을 바꿔놓는 마술적 가능성이 있다. 어떤 장소에 홀딱 빠져 그곳에서 새 삶을 시작하고,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동방의 별로 가는 유령 기차>


행복은 바람직한 것이지만 여행자에겐 진부한 주제일 뿐이다. - <아프리카 방랑>  21


여행 중에 발명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기쁨]이라는 시에서 아름답게 표현한 견해와도 같다. 우리가 세상과 마주할 때 "모든 것은 처음으로 생겨난다." "여성을 끌어안는 남자는 모두가 아담이며" "어둠 속에서 성냠을 켜는 사람은 모두가 불을 발명하고 있다"라고 한 것처럼, 스핑크스를 처음으로 보는 사람은 모두가 그것을 새롭게 보고 있다. "사막에서 나는 방금 조각된 젊은 스핑크스를 보았다... 모든 것은 처음으로, 그러나 영원히 생겨난다." - <아프리카 방랑>


여행은 살면서 경험하느 가장 슬픈 기쁨 중 하나이다. - 슈타엘 부인 <코린느 혹은 이탈리아>  22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크든 작든 두 힘 사이의 갈등이 존재한다. 하나는 은밀한 자유에 대한 갈망이고 다른 하나는 넓은 장소로 나아가려는 충동이다. 하나는 내향성, 다시 말해 왕성한 사고와 환상의 내면세계로 향한 관심이고 다른 하나는 외향성, 다시 말해 사람들과 구체적인 가치들이 존재하는 바깥 세계로 향한 관심이다.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러시아 문학 강의>  23


최상의 여행은 혼자 하는 여행이다. 보고 조사하고 평가하기 위해 여행자는 홀로여야 하고 또 홀가분해야 한다. 여행자에게 타인은 방해가 될 수 있다. 타인은 자신의 두서없는 인상들을 여행자에게 밀어 넣기 때문이다. 말동무가 될 만한 사람들은 여행자의 견해에 방해가 될 것이다. 반면에 지루한 사람들은 "이것 봐, 비가 내리네" 또는 "여기 나무가 굉장히 많은데" 같은 허튼소리로 침묵을 망치고 주의를 흩뜨릴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곁에 있으면 사물을 분명히 보고 똑바로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다소 진부하더라도 자신의 감정에 비추어 특별하고 흥미로운 비전을 포착하기 위한 고독의 투명함이다. - <낡은 파타고니아 특급>  23-24


최고의 여해을 위해서는 단절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있는 곳에 집중하라. 집에 돌아갈 채비를 하지 마라. 어떤 일거리도 떠맡지 마라. 연락 두절의 상태로 있어라. 떨어져 있어라.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당신과 어떻게 접촉할 수 있는지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당신이 지금 있는 곳만을 생각하라. 이것이 여행의 이론이다. - <동방의 별로 가는 유령 기차>  24


여행에서 주용한 것은 홀로 도착하는 것, 유령처럼, 해 질 녘 낯선 지방에, 불이 훤한 중심지 대신에 뒷문으로, 대도시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나무가 울창한 시골에, 주민들이 이방인을 본 적이 별로 없지만 친절히 맞이해주는 곳에, 그러나 주민들이 방문객을 다리 달린 돈으로 보지 않는 곳에 도착하는 것이다. - <동방의 별로 가는 유령 기차>  25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은 날에는 체중이 10킬로그램 이상은 줄어든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틀 연속 말을 하지 않은 날에는 내가 사라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빠졌다. 침묵은 나를 투명인간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익명으로 남는 것은, 그런 상태로 흥미로운 장소를 여행하는 것은 떨쳐버릴 수 없는 유혹이다. 그것은 중독된다. - <바다에 면한 왕국>  26


여행자의 또 다른 자만은 자신이 본 것을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이 지나간 길로 풍경을 대체하고 자신이 겪은 사건만을 중요하다 여긴다. 이 점에서 여행자는 착각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착각이 전혀 없다면 여행자는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다. - <바다에 면한 왕국>  28


여행이란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사는 것이다. - <동바의 별로 가는 유령 기차>  29


큰 도시들은 내게 도착지처럼 보인다. 여행자를 벽으로 둘러싸며 멈추게 하는 곳, 거대한 건물들이 여행자에게 "이제 도착했습니다"라고 속삭이는 종점의 의미 외에 아무것도 없는 곳처럼 보인다. - <헤라클레스의 원주>  30


내게 최고의 여행은 언제나 어느 정도의 침범을 포함하고 있다. 위험은 여행자에게 도전이자 초대이다. 모험을 파는 것은 여행 산업의 한 주제가 되었으며, 여행은 전리품이 되었다. - <신선한 공기의 마니아>  31


모든 장소는, 그곳이 어디든 무엇이든 상관없이 방문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방문객이 뜸하고 사람들이 여전히 전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장소가 내게는 가장 가치 있어 보였다. 왜냐하면 이런 곳은 가장 응집된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곳은 해독 가능했고, 거의 언제나 나를 고양시키는 것처럼 느껴졌다. - <헤라클레스의 원주>  32


소설을 쓰는 것과 가장 비슷한 일은 낯선 풍경 속을 여행하는 것이다. - <바다 괴물들을 지닌 일출>  35


보통 여행자들은 대담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의 죄스러운 비밀은 여행이 지상에서 시간을 보내는 가장 게으른 방법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여행은 뼛속까지 게으른 일이며, 교묘하고 빈둥거리는 회피이다.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을 침범하면서 우리의 뚜렷한 부재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방랑하는 식객으로서 아주 불쾌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 <동방의 별로 가는 유령 기차>  36-37


여행자는 낭만적인 관음증 환자 주에서도 가장 탐욕스러운 사람이다. 그리고 여행자의 인격 속 꼭꼭 숨겨진 부분에는 허영과 건방짐, 거의 병적이라고 할 수 있는 허언증이 있다. 여행자의 최악의 악몽이 비밀경찰이나 주술사, 말라리아가 아니라, 다른 여행자와 만나는 일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호기심도 있다. 심지어 가장 소심한 환상가들도 때때로 그들의 환상을 수행하는 만족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때때로 신속히 떠나야만 한다. 무단침입은 어떤 이들에게는 즐거움이다. 게으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목적 없는 기쁨이야말로 순수한 기쁨이다." - <동방의 별로 가는 유령 기차>  37


여행은 편견, 완고함, 편협함에 치명타를 날린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여행이 몹시 필요하다. 인간과 사물에 대한 광범위하고 건전하며 누그러운 견해를 일생 동안 지구의 한 작은 구석에서 무기력하게 지내는 것으로는 얻을 수 없다. - 마크 트웨인 <마크 트웨인 여행기>  38


여행자는 사람들의 누넹 그 본연의 모습으로 비쳐야만 한다. 하느님의 천국에 살 가치가 있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그리고 종교 없이도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는 닳아빠진 셔츠를 입었지만 순수한 인간의 심장을 가졌으며 오래 고통받는 사람이다. 비록 길이 해악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할지라도, 그는 세계의 끝까지 여행할지도 모른다. - C. M. 다우티 <아라비아 사막에서의 여행>  39


여행기와 소설의 차이는 눈에 보이는 것을 기록하는 것과 상상으로 아는 것을 발견하는 것의 차이이다. - <유라시아 횡단 기행>


인간적인 어떤 것이 기록될 때, 훌륭한 여행기가 탄생한다. - <지구의 끝으로>  41


나는 개가 걷는 속도로 여행했을 때 내가 최고의 여행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가드너 맥케이 <지도 없는 여정>  43


모든 진정한 연애가 그 나라 말을 거의 모르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지만, 매혹적인 어둠으로 더 깊이 끄는 외국으로의 여행처럼 느껴진다면, 모든 외국 여행도 연애가 될 수 있다. 거기서 우리는 자신이 누구이며 누구와 사랑에 빠졌는지를 골똘히 생각한다.. 모든 훌륭한 여행은 사랑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으로부터 옮겨져 공포와 경이의 한가운데에 놓이는 것이다. - 피코 아이어 <우리는 왜 여행하는가>  46


그는 자신을 관광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여행자였다. 그는 그 차이가 부분적으로는 시간의 차이라고 설명하곤 했다. 관광객이 일반적으로 몇 주 후나 몇 달 후에 집으로 서둘러서 되돌아가는 반면, 여행자는 한 장소나 그다음 장소에 똑같이 속해 있다. 여행자는 몇 년에 걸쳐 지구의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천천히 움직인다. - 폴 볼스 <셸터링 스카이>


관광객은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 모르고, 여행자는 자신이 어디로 갈지를 모른다. - <오세아니아의 행복한 섬들>


관광은 진짜 게으른 사람을 즐겁게 하는 행위이다. 왜냐하면 관광은 고대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엿듣는 학문과 매우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 <유라시아 횡단 기행>  47


여행은 휴가가 아니며, 대개는 휴식의 정반대이다. - <낡은 파타고니아 특급>  48


사치는 관찰의 적이며, 당신이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는다는 좋은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비용이 많이 드는 탐닉이다. 사치는 우리를 망치고 어린애 취급하며 우리가 세계를 아는 것을 막는다. 이것이 사치의 목적이다. 또한 이것은 호화 유람선들이나 값비싼 호텔들이 마치 다른 별에서 온 것 같은 어리석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이유이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부자들은 결코 경청하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비싼 생활비에 대해 끊임없이 투덜댄다. 실제로 부자들은 대개 자신이 가난하다고 불평했다. - <동방의 별로 가는 유령 기차>  48-49


관광은 정적인 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추구되며, 대개 기동력 있는 부자들이 기동력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저지르는 분별없고 서툰 방문이다. - 낡은 파타고니아 특급>


사람이 큰돈을 벌고 나면 좋지 않은 청취자가 되고, 참을성 없는 관광객이 된다. - <헤라클레스의 원주>  49


도보로 아프리카의 국경을 넘은 일이 없는 사람은 그 나라에 들어간 적이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수도의 공항은 단지 신뢰를 얻기 위한 속임수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나라의 가장자리에 있는 먼 국경은 이 나라의 중심을 이루는 현실이다. - <아프리카 방랑>  52


기차를 타고 가는 여정은 여행이다. 그 밖의 탈것들, 특히 비행기를 타고 가는 과정은 그저 이동일 뿐이다. 여행은 비행기가 착륙할 때에야 비로소 시작된다. - <유라시아 횡단 기행>  54


기차만큼 자세한 관찰을 유발하는 운송 수단은 없을 것이다. 비행기 여해에 대한 문학은 존재하지 않으며 버스 여행에 대한 문학도 그리 많지 않다.

기차는 누구든 그 안에서 마음 내키는 대로 자고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을 쓸 수도 있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지나치는 풍경과 기차 자체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비행기 여행은 늘 똑같지만 기차 여행은 언제나 새롭다.  66


여행에서 해 질녘 기차에 올라 춥고 떠들썩한 도시에서 침대칸 문을 닫고는, 아침에 새로운 위도에 도착하리라는 것을 예감하는 것보다 멋진 일은 없는 것 같다. - <낡은 파타고니아 특급>


재즈의 반은 철도 음악이며, 기차의 운동과 소음은 재즈의 리듬을 갖고 있다. 이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재즈의 시대는 또한 철도의 시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음악가들은 기차로 여행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예 여행을 하지 않았고, 약동하는 템포, 덜컹거리는 소시, 쓸쓸한 휘파람 소리가 노래들 속으로 들어왔다. 노선이 지나가는 철도 주변의 소도시들도 노래들 속으로 들어왔다. - <낡은 파타고니아 특급>  67-68


기차는 운송 수단이 아니라 그 지방의 일부이며 일종의 장소이다. - <중국 기행>


기차는 최소한의 위험으로 최대한의 기회를 제공한다. - <유라시아 횡단 기행>  70


즐거움을 주된 목적으로 삼는 글 중에서 아마도 여행기나 항해기보다 즐겁거나 유익한 것은 없을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 하듯이 그 글이 즐거움과 인류에 대한 정보라는 양 측면을 목적으로 쓰였다면 말이다. 거기에다가 여행자들의 대화가 열렬히 추구된다면, 전반적으로 더 교훈적이고 재미있어질 것이므로, 그들의 책은 훨씬 더 유쾌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 헨리 필딩 <리스본 항해기> 


인간의 관습과 풍속이 모든 곳에서 똑같다면, 언덕과 계곡과 강이 다르다고 해도, 여행만큼 따분한 일은 없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가 지구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다양한 시점들은 여행자에게 그의 노동에 걸맞은 만족을 거의 주지 못할 것이다. - 헨리 필딩 <리스본 항해기> 85


내가 여행 생활을 하면서 내내 존경해온 여행가는 작가 더블라 머피이다. ..

그녀는 결혼한 적이 없었지만 레이첼이라는 딸이 있었다. 그녀는 딸을 홀로 키우면서 인도, 발티스탄, 남미, 마다가스카르 등 어디든지 데리고 다녔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썼다. "아이와 함께 있다는 것은 당신이 공동체의 선의를 신뢰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88-89


'여행할 나라를 선택하라

여행 안내서를 활용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들을 확인하라

그런 뒤 그 반대 방향으로 가라'

이 조언은 정치적 정당성에 어긋나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여행자와 관광객을 뚜렷하게 구분 짓는 것이 '속물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또한 현실적이기도 하다. 현실 도피적인 여행자는 공간, 고독, 침묵을 필요로 한다. 비극적이게도 나는 길이 나면서 자연 서식자가 사라져가는 것을 수차례 목격해왔다.  90


'역사를 열심히 공부하라'

어떤 종교의 역사에 대해 무지한 채 여행한다면 어떤 것이나 어떤 사람의 '이유'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당신의 여행에 새로운 차원을 더해 주리라고 믿는다 해도, 전문적인 사회학적 혹은 정치적인 연구는 불필요하다. 그러지 않아도 여행을 하다 보면 현 정치 상황이 충분히 드러날 것이다... 여행하기 전에 종교적이고 사회적인 금기 사항들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배워라. 그런 뒤 이 금기들을 성실하게 존중하라. 선물로 돈을 주는 것이 부적절한 곳에서 어떤 대체물이 그 역할을 행하는지를 알아내라.  91-92


'혼자 여행하거나 사춘기 이전의 아이와 함게 여행하라'

어린이의 존재는 공동체의 선의에 대한 당신의 신뢰를 강조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인종이나 문화적인 차이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92


'주의하되 소심해지지 마라'

단지 용감하거나 무모한 사람들만이 지도에 표기되지 않은 곳을 혼자 여행한다는 것은 아무 근거가 없다. 사실 현실도피주의자들은 극도로 주의 깊다. 이것이 그들의 특징이며 생존 메커니즘의 본질적인 구성 요소이다. 그들은 출발 전에 가능한 위험들을 검토하고, 일어날 법한 위험에 대처할 준비를 한다. 

여기에 기질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병이 반쯤 비었는가 혹은 반쯤 찼는가? 왜 집에 편안히 있지 않고 외국에서 당신의 뼈를 부러뜨리려고 하는가? 낙천주의자들은 재앙이 발생할 때까지 믿지 않고, 그래서 두려워하지도 않는데, 이는 용감함의 반대라고 할 수 있다.  96


존 스타인벡 : 여행에 대한 글쓰기는 개미탑을 쌓는 행위이다. 

그것은 형태도, 모양도, 목적도 없고, 심지어 요점도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것은 가장 예리한 사실주의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 주위에서 보이는 것은 개미가 파낸 흙이 땅 위에 쌓인 개미탑처럼 목적과 요좀이 없기 때문이다. - 1961년 7월의 편지 <스타인벡:편지 속의 삶>  103


여행할 때, 지식을 집으로 가져오고 싶다면 몸에 지니고 와야 한다. - 새뮤얼 존슨의 말, 제임스 보즈웰의 <존슨의 생애>중에서  149


여행가의 조건 - 당신이 건강하고, 모험심이 강하며, 재산이 적당히 있고, 마음을 특정 대상에 집중할 수 있다면 여행하라. - 프랜시스 골턴  201


강력한 사람이 반드시 가장 뛰어난 여행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일을 최상으로 이루는 데 관심을 갖는 사람이 가장 뛰어난 여행가가 된다. - 프랜시스 골턴


따분한 여행은 일행을 서로 화나게 하기 쉽다. 그러나 여행가는 힘든 상황에서도 그의 의무에 최선을 다한다. 그는 두 배로 친절하게 대하고, 모욕적인 말을 점잖게 받아들이며, 응수하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하는 것을 의무라고 여긴다. 이러한 때에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너무 딱딱하게 구는 것은 과잉일 뿐이다. 왜냐하면 정작 어려운 것은 말다춤을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프랜시스 골턴  202


한두 가지 시련은 대부분의 위대한 여행기들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여행자는 유쾌하고 수월한 여행으로부터 벗어나 운 나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런 뒤 시련은 책에 진지함과 깊이를 더해준다. 그 결과 우리는 여행자를, 자신의 한계를 시험당하는 한 사람의 본성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205


일반적으로 영국인의 여행의 역사는 햇빛을 찾아 떠난 역사이기도 하다.  220


여행자는 이방인이다.  228


이방인이 되는 것은 어렵다. 여행자는 아무 권력도 영향도 알려진 정체성도 없다. 이것은 여행자에게 낙천주의와 가슴이 필요한 이유이다. 왜냐하면 확신 없는 여행은 비참하게 끝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여행자는 익명이고 무지하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에게 휘둘리거나 속기 쉽다. 여행자는 '미국인' 혹은 '외국인'으로 알려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거기에는 어떠한 권력도 없다.  230


나는 어떤 곳에 가기 위해 여행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여행할 뿐이다. 나는 여행을 위해 여행한다. 중요한 일은 움직이는 것이다. 우리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과 장애물을 좀 더 가까이에서 느끼기 위해, 문명의 이 깃털 침대로부터 내려오기 위해, 그리고 잘린 부싯돌들이 뿌려진 지구를 이 발밑에서 느끼기 위해.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당나귀와 함게한 세벤느 여행>


여행은 기껏해야 자서전의 단편일 뿐이다.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세벤느 일기:프랑스 고산 지대 여행에 대한 노트>  239


나는 기차 여행의 주된 매력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차는 우리를 목적지로 데려간다. 기차는 스쳐 지나가는 장면을 거의 방해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은 그 지방의 차분함과 정적으로 가득 차게 된다. 그리고 날듯이 달리는 차량들 안에 우리가 머물러 있는 동안, 사념은 기분이 내키는 대로 인적이 드문 정거장에서 내린다.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질서 잡힌 남쪽>  240


모든 진지한 순례자는 순례의 장소를 발로 여행한다. 걷는다는 것은 정신적인 행위이다. 홀로 걷기는 우리를 명상으로 이끈다. 순례를 가리키는 한자는 '산에게 경의를 표함'이라는 뜻이다.  244


보행자는 사물을 명료하게 본다. 보행자의 머리 위의 태양, 보행자의 얼굴을 스치는 바람, 보행자의 발밑에 있는 땅 등.  253


신성화된 걷기는 육체적인 운동과 혼동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걷기는 요가나 정신적인 행위에 더 가깝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말하는 걷기는 병자가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고 아령이나 의자를 드는 운동과 전혀 다르다. 걷기는 하루 일과이며 모험이다." 걷기는 사고의 과정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걸을 때 반추하는 유일한 동물인 낙타처럼 걸어야 한다. 어떤 여행자가 워즈워스가 하인에게 그의 주인의 서재를 보여달라고 부탁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여기가 그의 도서관이에요. 그러나 그의 서재는 야외랍니다.'"  261-262


모트 로젠블룸.. 나는 그가 40년 이상 먼 곳들을 여행할 때 도움이 되었던 몇 가지 여로의 규칙들을 제공해달라고 부탁했다..

셋 - 많은 메모를 하고, 해독할 수 없게 되기 전에 메모들을 재독하라. 아니면 그건 단지 나에게만 해당될지도 모른다. 지금은 녹음기가 신뢰할 만하다. 하나 가지고 다녀라. 당신이 놓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놀랄 것이다. 

열 - 어떤 먼 곳에 도착하자마자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빠져나가는 가장 빠른 길을 알아내는 것이다. 즉 버스나 기차나 비행기 시간표를 체크하라. 어떻게 떠나는지를 미리 알아야 한다.  355-358


레비스트로스는 그의 여행기인 <슬픈 열대>

그는 철학자로 훈련받았지만, 인류학과 언어학의 탁월한 이론가였다. 그는 또한 신화학의 해설자였고 구조주의의 서술자였다. ..

여행은 보통 공간의 이동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것은 부적절한 개념이다. 여행은 공간, 시간, 사회 계층에서 동시에 발생한다. 각각의 인상은 이 세 개의 축에 공동으로 연관될 때에만 규정될 수 있다. 그리고 공간은 본질적으로 3차원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여행에 대해 적절한 묘사를 하려면 다섯 개의 축이 필요하다. - <슬픈 열대>


여행자가 여행을 통해 자신의 문며오가 근본적으로 다르고 이상하게 느껴지는 문명과 접촉했던 시대가 있었다. 지난 수 세기 동안 그러한 예는 점점 줄어들었다. 현대의 여행자는 인도를 방문하든 미국을 방문하든, 생각보다 덜 놀란다. - <슬픈 열대>


아마도 그때의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막보단느 내 마음의 사막에 대한 탐험이었다. - <슬픈 열대>  359-360



하나 - 집을 떠나라.

둘 - 혼자 가라.

셋 - 가볍게 여행하라.

넷 - 지도를 가져가라. 

다섯 - 육로로 가라.

여섯 - 국경을 걸어서 넘어라.

일곱 - 일기를 써라.

여덟 - 지금 있는 곳과 아무 관계가 없는 소설을 읽어라.

아홉 - 굳이 휴대전화를 가져가야 한다면 되도록 사용하지 마라.

열 - 친구를 사귀어라.  488-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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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도전은 산소다!

마음의 비계


'래디컬'하다고 하면 '급진적'이란 의미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래디컬'의 라틴어적 본래 의미는 '뿌리를 건드린다'는 뜻이다. 뿌리를 건드리면 아프다. 하지만 정신차려서 자신을 직시하고 자기 실존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더 먼 길을 제대로 가려면 오히려 어느 정도의 정지와 멈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은 몸이 먼저 늙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늙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의 건강검진은 받아도 마음의 건강검진은 받아볼 생각조차 안 한다.


인생의 산소는 크고 작은 도전에서 나온다. 도전하면 스스로 삶의 산소를 만들 수 있다. 삶의 산소가 있으면 그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호흡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자기 걸음으로 갈 수 있고 진짜 자기 삶을 살 수 있다. 그게 애써 도전해야 하는 이유다.


도전하는 만큼 삶은 달라진다. 시들해가던 중년의 사내가 '산티아고 가는 길' 900여 킬로미터를 걷고 와서 다시 도전을 말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5-9



떠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어디로 어떻게 떠날지는 정하지 못했다. 그저 떠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엇다. 이 '무작정'이란 게 무서운거다. 스스로를 백지상태로 만들어놓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후 차츰 무엇을 향해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 문득 떠오른 것이 '산티아고 가는 길'이었다. 언젠가 스쳐지나가듯 본 책을 통해 천 년 넘게 사람들이 걸어간 순례길이라는 것 정도만 알았지 그 길에 대한 정보 역시 말 그대로 백지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그 백지상태라는 것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앞고 가는 길은 재미없다. 모르고 가서 부딪치는 것이 진짜다.

그냥 '뚝' 끊고 떠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18



덜어내고 털어내고 비워낸다 해서 

사람이 가져야 할 멋을 잃게 되거나 

삶의 맛이 없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람의 멋, 삶의 맛은 '채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되레 '비움'에서 오기 때문이다.  21



털어야 할 대목에서 털지 못하면 우리네 인생배낭은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차버린다.

우리 인생길이 힘겨운 진짜 이유는 그런 잡동사니를 버리지 않고 인생배낭에 꾸역꾸역 구겨넣은 채 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미련, 후회, 회한, 미움, 증오, 시기 등의 찌꺼기 같은 잡동사니를 버리고 소망, 꿈, 도전, 화해, 사랑, 모험을 담아 자기의 인생배낭을 다시 꾸려야 하지 않겠나.  23


일단 짐을 덜어내기로 마음을 고쳐먹으면,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가를 치열하리만큼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비로소 깨닫게 된다. 진짜 꼭 필요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24


장 지오노가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 말했듯이 "사람은 희망을 가져야만 일할 수 있다." 

자기 안의 또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희망이 있을 때 그래서 '어제와 다른 나', '오늘과 다른 내일'을 만들 희망에 차 있을 때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  45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가 걸어온 길은 결코 잘 닦인 아스팔트길이 아니었다. 자갈밭 아니면 진창길이었다.  57


인생은 화살표만 따라가는 길이 결코 아니다. 대개의 인생길 위에는 화살표도 없고 그것을 표시해주는 지도도 없다. 오직 내 안의 자기만의 방향감각만을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뿐이다. 바로 그 자기만의 방향감각이 곧 내 안의 나침반인 셈이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 돈키호테  87



인생은 때로 미쳐야 해. 우리는 너무 안 미치는 게 탈이야.  89


지미 카터는 "인생이란 점점 확대되는 것이지 축소되는 것이 아니다."  97


내버려둔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많은 경우에 사람들이 쓸데없이 분주한 것은 내버려두기를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쓸데없이 분주한 까닭 뒤에는 어김없이 '불안'이란 것이 도사리고 있다. 자기 안의 불안을 떨치려고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태반니다. 스스로를 내버려둘 수 있다는 것은 적어도 그 불안에서 한 발 비켜 있을 때 가능하다. 아니 그 불안에서 벗어나 있을 때 비로소 내버려두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애일(愛日)'이란 말이 머리에 스쳤다. 사랑'애(愛)' 날'일(日)', 말 그대로 '하루하루를 아끼고 사랑하라'는 의미가 담긴 말이다. 본래는 늙은 부모가 오래오래 사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정말이지 남은 하루하루가 아깝다는 뜻을 담아 '애일'이라 한 것이지만 오늘에 와서는 하루 하루 지나는 그 시간이 참으로 아까우니 제대로 시간을 잘 쓰라는 뜻으로 더 많이 통한다.  122


감동은 작은 데서 나오나 세상을 움직일 만큼 커진다.



한쪽에서 또다른 한쪽으로 

기울며 흐르는 게 사랑이다

'기우뚱한 균형'을 잡아가는 것 

그것이 사랑 아닐까 싶다.  137


본래 사랑은 평등하지 않다. 꼭 균형이 맞지도 않다. 왠지 기우뚱한 것처럼 보이기 일수인 것이 사랑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도 밑질 것 없어 보이는 사이는 사랑이 아니다. 그건 자칫 거래다. 둘 사이가 어느 쪽으론가 기울어야 사랑이다. 기우는 쪽으로 사랑은 흐른다. 

살다보면 기우는 방향이 정반대로 바뀌기도 한다. 

그러면서 '기우뚱한 균형'을 잡아가는 것! 그것이 사랑 아닐까 싶다.  139-140


음식은 사람과 사람을 자연스럽게 이이주고 통하게 만든다.  153


우리는 늘 착각한다.  181



인생 레이스는 속도 경재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는 것이다.  


인생 레이스의 7가지 원칙

제1원칙은 '자기 페이스를 잃지 말라'는 것이다. 살아오면서 그 누구나 인생 레이스에 임하는 나름의 주법 혹은 보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떤 이는 보폭을 크게 하며 초반부터 전력 질주를 한다. 옆에 있는 사람들도 덩달이 속도를 낸다. 하지만 그 중 8할은 중도에서 주저앉는다. 자기 페이스를 잃었기 때문이다. 주법 혹은 보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주법 혹은 보법이든 최고의 인생 레이스를 펼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는 것'이다.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는다는 것은 오버 페이스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페이스가 뭔지조차 모르고 인생 레이스에 임하낟. 자기 강점이 무너지, 자신의 최고 속도는 얼마인지, 자신의 지구력은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한다. 그런 가운데 옆에서 보폭을 넓혀 빨리 달려나가면 엉겹결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죽자살자 따라붙는다. 그러곤 팔진해 풀썩 주저앉기 일쑤다. 그러니 인생 레이스의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는 것이다. 산티아고 가는 길을 겆는 것에서도 마찬가지다.

인생 레이스의 제2원칙은 '구간기록을 체크하라'는 것이다. 인생 레이스는 길다. 결코 짧지 않다. 한숨에 달려갈 길이 아니다. 레이스 전체를 머릿속에 큰 그림으로 그릴 필요는 잇지만 정작 뛰거나 걸을때는 전체 구간을 토막내서 한 구간 한 구간씩 차근차근 나아간다는 기분으로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 속에서 지레 주눅 들고 힘겨워하며 또다디 포기하고 싶은 심정에 풀썩 주저앉기 십상히다. 그래서 인생 레이스엔 스스로 구간 설정을 할 필요가 있다. 사람과 형편에 누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그 구간에서 펼친 레이스의 기록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왜 하냐고? 미래를 위해서다! 그 기록에는 성취와 성공만이 아니라 실수와 실패도 담겨 있기 마련이다. 성취와 성공의 기록은 뿌듯한 것이지만 정작 인생 레이스를 펼친 기억이 아니라 실수하고 실패했던 것의 아픈 교훈들이다. 그 실수와 실패의 아픈 경험들을 기억하고 기록해야 미래를 대비하고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 레이스의 제3원칙은 '이미 지난 레이스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인생 레이스를 펼치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경험하는 것이 있다. 이미 지난 구간의 레이스에 집착하면 지금 하는 레이스를 망친다는 사실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시선은 앞을 보면서 정작 생각은 발뒤꿈치에 잡혀 있다면 제대로 나아갈 수 없다. 앞서 달린 구간기록을 체크하는 것은 과거에 연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늘 그리고 미래에 더 잘 뛰기 위해서다. 그러니 이미 지난 레이스에 집착하지 마라. 지금 하고 있는 레이스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나아갈 수 있고 또 이길 수 있다.

인생 레이스의 제4원칙은 '길가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라'는 것이다. 인생 레이스를 펼치다보면 연도에 선 사람들의 시선을 벗어나기 어렵다. 다름아닌 내 주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때론 그들의 관심과 격려, 박수와 환호 그리고 미소와 칭찬이 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반대로 손가락질을 받거나 야유와 험담을 들을 수도 있다. 그래서 자칫 길가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다보면 오버 페이스를 하거나 아예 발이 꼬여 넘어지기 쉽다. 그러니 레이스를 펼칠 때는 길가의 시선과 주위의 시선을 넘어서야 한다. 너무 의식하지 마라. 아니 그 시선으로부터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라. 그래야 제대로 뛸 수 있다.

인생 레이스의 제5원칙은 '가장 소중한 것을 위해 레이스를 펼치라'는 것이다. 인생 레이스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지금 왜 이렇게 힘들여서 뛰고 걸으며 가고 있는 거지?'하는 회의가 갑자기 봇물 터지듯 몰려올 때가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그때를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자신이 가장 소중한 것을 위해 이 인생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확인시키는 것이다. 아무리 힘든 레이스에서도 가장 소중한 것을 생각하면 결코 포기할 수 없다. 그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는 인생 레이스를 뛰는 각자의 사람들이 잘 안다. 아니 느낀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다. 가족이다. 아이들과 아내다. 

인생 레이스의 제6원칙은 '상대를 보지 말고 목표를 보고 나아가라'는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의 레이스를 알 것이다. 빠른 토끼가 느린 거북이에게 진 이유는 간단하다. 거북이는 산등성이의 깃발, 곧 목표만을 보고 나아갔고 토끼는 상대인 거북이만 보고 뛰었기 때문이다. 토끼는 빨리 내달렸지만 어느 지점에 가서 뒤처져 오는 거북이를 보고는 풀섶에 들어가 잤다. 물론 잘 수도 있다. 하지만 토끼는 어디를 가겠다는 목표보다 뒤에 오는 상대인 거북이만 본 것이다. 반면에 거북이는 느렸지만 계속 전진했다. 풀섶에서 자고 있는 토끼도 힐끗 봤다. 하지만 거북이는 상대인 토끼를 보고 멈추지 않았다. 그는 상등성이의 깃발, 곧 목표를 보고 계속 나아갔다. '상대'를 보는 사람이 '목표'를 보는 사람을 이길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인생 레이스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기는 사람은 목표를 보고 나아가는 사람이지 상대만 보고 멈추는 사람이 아니다.  

인생 레이스의 제7원칙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달리라'는 것이다. 제아무리 훌륭한 주법과 보법을 구사하고, 구간기록이 좋으지라도 결승점에 골인하지 않으면 모든 게 허사다. 그래서 최고의 인생 레이스는 완주(完走)하는 것이다. 기록이 좀 나빠도 괜찮다. 어차피 빠르나 늦으나 그것은 기록일 뿐이고 인생 대사엔 별 상관 없는 일이다. 기록상 1등이든 꼴등이든 인생의 마지막 종착점에서는 똑같다. 적어도 인생 레이스를 완주한 사람들은 모두 뭔가를 이뤄낸 것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그러니 속도상의 빠름과 느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포기했느냐 오나주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어던 경우에도 포기하지 마라.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끝까지 가라. 그게 인생 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인생 레이스는 속도 경쟁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산티아고 가는 길은 인생 레이스를 닮았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와 마찬가지로 인생 사에서도 남보다 빨리 가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10년 빨리 출세하면 10년 빨리 놀게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자기 페이스를 알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다. 느리면 어떠하랴. 그것이 자기 걸음이라면 느린 것이 아니라 적당한 거다. 남들이 한 달에 걷는다는 길을 나는 두 달 걸려 걷는다. 하지만 그 느림 속에서 나는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행복했다. 그러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 아닐까. 인생사도 마찬가지다. 애써 서두르지 마라. 자기만의 속도, 자기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라. 그리고 때로 멈출지언정 결코 포기하지는 마라. 그 걸음으로 꾸준히 가는 거다. 그게 자달 중요하고 제일 무서운 거다.  189-193



나는 탭을 열어 글을 쓰면서 나도 모르게 하염없이 눈물을 떨구었다. 얼굴은 탭으로 가렸지만 바닥에 떨어지는 눈물은 가릴 수 없었다. 바닥에 한 방울, 두 방울 눈물이 떨어지는 것을 감출 수도 멈출 수도 없었다. 그때였다. 옆 테이블에 있던 알랭이 내게 다가왔다. 그러곤 여전히 울고 있던 나를 한껏 껴안아 주었다. 아무 말없이...

그러면서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 누구나 힘든 거야. 하지만 괜찮아. 괜찮다구. 그냥 울고 싶을 때 울어. 남 신경 쓰지 말고." 나는 그때 확실히 느꼈다. 그도 아프다는 것을, 아니 아파봤다는 것을. 아파보지 않고는 그렇게 남의 아픔을 감싸 안을 수 없다. 아마 그도 아파봤고 울어봤기에 나를 감싸 안아 가슴 깊이 포옹해줄 수 있었던 것일 게다. 그의 지중해의 미풍 같은 미소는 그런 아픔을 모두 견뎌낸 삶의 증표였으리라.  240-241



어딘가를 둘러보고 다녀본 것은 여행(旅行)이다. 어딘가를 걸어보고 느겨본 것은 기행(紀行)이다. 하지만 그 여행과 기행을 역사 속에 담그고 시대 속에 아우르며 오늘 나의 현존 가운데 재위치시키는 것은 '생(生)의 철학'이다. 고로 이 책은 나의 철학이다. 길을 걸으며 길 위에서 녹여낸 내 생의 철학이다.  258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라."는 스콧 니어링의 좌우며도 내려노흔 삶에 걸맞다. 

노자는 그릇을 비워야 쓸모가 있다고 했다. 자고로 비워야 채울 수 있는 법이다.  271



자고로 큰 지혜는 멈춤을 알고, 작은 지식은 계략을 안다 했다.  274


'멈춤을 안다'는 뜻의 한자어 '지지(知止)'  277


'눈물의 무게'가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내 삶의 무게였다.  287


헤르만 헤세의 시 중에 <혼자>라는 시가 있다.

세상에는 

크고 작은 길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도착지는 모두가 같다.

말을 타고 갈 수도 있고, 차로 갈 수도 있고, 

둘이서 아니면 셋이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  291



"근데 왜 아빠는 그 길을 걸으려고 하는 건데?"

"어제와 다른 나를 만나고 또 어제와 다른 나를 새롭게 만들고 싶어서"다. 

'어제와 다른 나'는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다른 내일'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그것은 날마다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날마다 차이를 만들면 언젠가는 그것이 진짜 '다름'이 된다. 그 다름은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다.  292



법정스님은 어느 해인가 길상사 봄 법화에서 행한 법문 중에서 "천지간에 꽃이지만 꽃구경만 하지 말고 나 자신은 어떤 꽃을 피우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아야 한다."

꽃을 피운다는 것은 생식과 생명 황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꽃을 피움으로써 식물은 자기 생명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 꽃은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은 생존을 위한 진한 몸부림의 소산이다. 꽃이 피어야 그 안에 있는 암술과 수술의 수정이 가능하고 씨라는 자손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꽃을 피우느냐 못 피우느냐는 멋부리는 감상이 아니라 살아남느냐 죽어 사라지느냐의 절박한 실존의 문제인 셈이다.  



목표지향적인 것이 아니라 그 궤적 속에서 깊이를 느끼고 그 둘레를 더듬는 의미지향적인 일이어야 마땅하다.  

 

산티아고로 가는 길 위에서 속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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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마을. 여행이라는 말은 어딘가로 이동하며 산다는 의미이다. 반면 마을은 한곳에 정착해서 산다는 뜻을 내포한다. 그런데 나는 항상 영어의 Leave(떠나다) 와 Live(살다)가 같은 소리로 들리곤 했다. 그건 마치 '떠나야 산다!'는 말처럼 들렸다.  14


안도현의 <몽유도원도>

두꺼비가 바위틈에 숨어 혼자 책읽는 소리

복사꽃들이 가지에 입술 대고 젖을 빠는 소리

버드나무 잎사귀는 물을 밟을까 잠방잠방 떠가고

골짜기는 물에 연둣빛 묻을까봐 허리를 좁히네

눈썹 언저리가 돌처럼 무거운 사람들아

이 세상 밖에서 아프다, 아프다 하지 마라

신은 높아지려 하지 않아도 위로 솟아오르고

물은 깊어지려 하지 않아도 아래로 흘러내리네.  18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는 마법을 갖고 있다. 여행하는 이라면 누구나 낯선 이에게도 기꺼이 자신의 마음을 여는 법이다.  21


구상의 <꽃자리>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고은의 <그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26-27


김춘수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그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30


마음의 꽃술까지 와 닿지 않을 때가 있다. 언어가 같아도, 서로 들으려고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기 마련이다. 서로가 가진 생각의 잣대, 문법의 틀 때문이리라. 그것만 잊어버리면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서 듣게 된다.  38


지구촌 어디를 가나 지명의 유례를 알면, 여러 겹으로 덧발라진 현재의 풍경 밑바탕에 있는 맨 얼굴을 어렴풋이 더듬어 볼 수 있다. 


빠이. 이고의 이름의 유래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중에서도 세 가지가 사람들 사이에 자주 회자되고 있다. 하나,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이 지방에 번성했던 '야생 수컷 코끼리'를 뜻하는 '창 쁠라이(Chang Plai)'에서 비롯되었다. 그것이 점점 사투리와 섞이고 사람드르이 입을 거치면서 '빠이'로 굳어졌다. 둘,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곳에 정착해 이 지역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샨 족이 이곳을 '빠이'라 이름 붙엿다. 샨 족은 버마의 동부 고원 지대인 샨주 지역과 타이를 북부 산간 일대를 거주지로 삼고 있는 버마 족과 더불어 버마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셋, 샨 족이 이 지역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을 '빠이'라 불렀다. 이 말의 뜻은 '똑바로 앞만 보며 곧장 가지 않는 곳.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며 여기저기로 가는 곳'이다. 마을 이름이 강 이름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물 따라 마을이 형성되었으니 그럴 듯하다.  50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전부 모아서 무게를 달면 얼마나 될까?

가끔 배낭을 꾸리며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우리 중에서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라는 말에 켕기지 않을 이가 있을까? 집안의 살림살이를 둘러보면 그동안 온통 더하기와 곱하기만 한 듯해 부끄러워진다 아둔한 인생, 때론 빼기와 나누기가 행복에 다다르는 가장 빠른 지름길일 수도 있는데...  102


그 일을 그만두면 알게 되지. 아, 그 일이 내게 도움이 되었구나.  146


'어떻게 할까'가 아니야, '무엇을 할까'지.

나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여행 에세이가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나는 소중하니까. 한때 세인들의 입에 즐겨 오르내리던 카피다. 카피라이터로 세상을 바라보던 시절. 나는 세상 모든 광고가, 아니 세상 모든 것이 결국 '나를 사랑하는 법'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류가 지금처럼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을 사랑했던 적이 또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 우리는 온통 '자기애(自己愛)'에 빠져 있다. 일찍이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외쳤던 어느 사상가의 선언처럼 이념과 철학 같은 거대담론이 소멸된 지금, 사람들의 관심은 오로지 '나(我)'에게로 향하고 잇고, 그 속도 또한 나날이 빨라지고 잇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오늘날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는 메가 히트 상품들 역시 결국 '개인주의'를 완벽하게 이루어 주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내가 아닌 다른 이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기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주의와 디지털 시대의 궁합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어 보인다.  150


이상한 노릇이다. 모두들 '나'를 중시하고, '나의 행복'을 부르짖건만 정작 우리 중 어느 누구도 행복하지 않으니 말이다.  151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친다는 한 독일 여행자를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문득 그의 말이 생각난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세상이 아름답다고, 그런데 세상이 아름답게 다가올수록 사는게 겁이 난다는 그의 고백이 머리를 스친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 짐이 되지는 않는지, 이 아름다운 세상을 덟히는 게 바로 나라는 존재가 아닐지 고민하는 그의 모습은 실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내 가슴을 청렁이게 한 그의 말은 따로 있었다.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일상이라는 현실로 돌아가는 순간이 가장 두렵다고 고백한 그의 마지막 말은 잊히지 않을 것이다. '이상하지, 여행을 마치고 일상에 복귀해 다시 만난 사람들이 왜 그렇게 무서운지. 가족, 친구, 동료... 지금까지 잘 아는 사람들,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없이 두려운 거야. 오로지 자기만 아는 사람들, 자기가 최고라고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 인새으이 주인공은 바로 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런데 정작 자기가 누구인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그들이 무섭게 다가오는 거지. 난 여행을 할 때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사람들 속에 숨어 있는 '외로움'이 보여. 그래서 너무 힘들어.'  152-153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여행을 통해 나는 내가 아닌 타인과의 '관계'를 제대로 볼수 있었다.  153


'난 이제 삶이 두렵지 않아. 지난 10년간 많은 걸 배웠거든. 광고 일을 계속 했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세상에 얼마나 많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몰랐을 거야. 알았더라도 그저 머리로만 알고 가슴 깊이 느끼진 못했을 거야.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 하지만 그러면서 난 인생을 배워나갔어. 언제든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이게 내 재산 목록 1호야.'

'왜, 라는 질문만 하니까 그러는 거야. 질문만 하지 말고 뭐든지 시도하면 되는데. 인생은 '어떻게 할까?' 가 아니라 '무엇을 할까?'에 달려 있어. 무엇을 할지를 결정하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가면 돼. 광고도 마찬가지야. 처음에는 콘셉트를 잡는 것도 어렵고 완성된 광고를 만들기까지 시간이 많이 결리지. 그런데 돌아보면 그 콘셉트가 광고의 전부나 다름없어. How가 아니라 What이 크리에이티브의 모든 것이지.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야.'  156


'터닝 포인트라. 걷다가 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 그곳이 터닝 포인트가 아닐까. 그런 곳이 나타나면 멈춰야 해. 그리고 생각해봐. 무엇이 너를 멈추게 했는지. 물론 그곳에는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동시에 있을 거야.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어. 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더 많은 곳에 머무르면 돼. 그게 네 삶을 행복하게 만들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면 돼. 걷다 보면 네 삶에 영감을 주는 멈춤이 있을 거야.'  157


'우리가 처음 빠이에 올 때 스스로에게 다짐한 게 있어. 빠이에서 너무 많은 비즈니스를 벌이지 말자. 너무 많은 일들을 하다 보면 삶이 피곤해진다. 인생이 심각해진다!'  183



빠이의 예술가들은 서로 잘난 척, 아는 척, 있는 척하지 않고 어울려 사는 법을 알고 있다.  195


천지를 창조했다는 신(神)도 하루쯤 쉬었는데, 사람이 뭐 그리 위대한 일을 한다고!  232


'사실 진정한 개발이란 개발하지 않는 건데.'  239


'삶의 가장 큰 적이 뭔줄 알아? 두려움이야. 모두들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알면서도 자신감이 없어.'  244


'지구의 시민'


상처는 아물고 나면 더 이상 아프지 않다. 그러나 흉터는 들끓는 운명에 데인 흔적처럼 오래도록 남는다.  258


행복이라는 녀석과 만나려면 우선 머릿속에서 요란스레 굴러다니는 많은 생각들을 정지시켜야 한다. 우리는 항상 그 생각들 때문에 제풀에 먼저 지쳐서 넘어진다. 마법은 언제나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그 생각들이 그것을 보지 못하게 한다.  318


'미치지 않으면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不狂不及)'  349


여행은, 계속된다.

내가 정말 그곳에 있었던 걸까?

내가 정말 그들을 만났던 걸까?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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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꾸준한 여행 동안 깨달은 것은, 멋있는 풍경을 봤다고 멋있는 사람이 된다거나, 넓은 세상을 봤다고 넓은 마음을 가지게 되는 건 아니라는 것.



좋은 식당은 고급스럽고 비싼 곳이 아니라(비싸면 오히려 더 경직될 수도 있음) 여행자들이 그 안에서 만큼은 자신의 식사를 편히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곳이다.  



두둥실 떠 있는 것만 같은 느낌.

내 주위의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여행자들끼리의 은밀한 눈짓.

나 행복하다고 말해도 될까요...



지나고 보면 시간과 망각이 모든 걸 치유해 주진 않은 것 같다. 단지 익숙해질뿐.



기억을 위한 기록을 하다보면 정작 즐겨야 할 순간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록과 기억에 대한 강박이 여행을 장식하지 않게 균형을 잡는게 가능할까?



기록이 가장 빛을 발할 때는, 그것이 현재의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순간이 아닐까. 여행의 기록을 통해 확인하고 싶은 것은 사진 혹은 일기 속의 '박제된 나'가 아니라 그 시간을 통과한 '지금의 나' 자신일 테니.

여행의 기록은, 당시의 자신을, 그리고 후에 그 여행을 돌아볼 미래의 자신을 감응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게으르면 게으른 대로 한 줄, 부지런하면 부지런한 대로 여러 장, 번거롭거나 귀찮거나 의미 없다고 생각된다면 굳이 기록의 의미감에 시달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맞다. 하지만 많이 안다고 해서 반드시 애정도가 상승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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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세상을 떠나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이들이었다. 미래가 불확실하지만, 불확실하기에 자유로운 우리들은 술을 마시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끝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몇 시간의 만남을 미련 없이 뒤로 하고 뿔뿔이 헤어졌다. 



욕망, 그것은 누구에게나 만만치 않다. 혼자 사는 것도 힘들고 같이 사는 것도 힘들다. 욕망을 끊는 것도 어렵고 욕망을 추구하는 것도 어려우며 욕망을 적절하게 조절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40대 중반까지 혼자 살며 그는 얼마나 많은 욕망에 시달렸고, 또 얼마나 노력했을까?

'욕심을 내지 말고,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부지런히 일하라'

그 말은 어쩌면 그가 현재의 자신에게 다짐한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세월이 가면서 나 역시 그 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말은 쉽지만 실천이란 힘들다. 어쩌면 욕망으로 인해 태어나고, 욕망으로 살아가는 인간이 완벽하게 욕망을 버린다는 것은 불가능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 같다.



폴 라파르그(칼 마르크스의 사위이자 사회주의자)가 쓴 <게으를 수 있는 권리> '게을리 하세, 모든 일을. 사랑하고 한잔하는 일만 빼고, 그리고 정말 게을리 해야 하는 일만 빼고.'



앞으로 나는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아야 할 것인가. 그 답을 찾으려고 하루 종일 일기를 쓰기도 했고 새벽이나 저녁에 인적 없는 바닷가에 앉아 명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붉게 가라앉는 해는 무거워 보였고 한밤에 백사장에 누워 바라본 별들은 바람에 날려 떨어질 것처럼 불안했다. 그러던 어느날 오후, 해변에서 생택쥐베리의 <성채(Citdel)>를 읽다가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순간이 왔다.

'나는 평화를 빙자하여 자신을 단순함 속에 몰아넣고 마음의 갈망을 억제하는 인간들을 경멸한다. 그러므로 그대 자신이 성장하려거든 논쟁과 맞서 자신을 소진시켜라. 그것이 세상을 대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고통이란 거름과 같은 것이다.'

또 이런 글도 있었다.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은 현재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먼 명상에 빠진 인간들은 유토피아의 공상 때문에 힘을 잃고 만다.'

아. 나는 생택쥐베리가 보기에 이런 인간이었구나. '평화를 빙자하여 자신을 단순함속에 몰아놓고 마음의 갈망을 억제하는 인간들을 경멸한다'라는 말에서, 평화라는 말 대신, '자유로운 삶을 빙자하여' 혹은 '깨달음을 빙자하여'라는 말로 바꾸면 딱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나는 한때 자신을 발살랐었다. 모든 것을 내던지고 미지의 세계로 몸을 던졌을 때 나는 나 자신을 그 '구체적인 삶'에 소진시켰다. 거기에 기쁨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어느 샌가 익숙해진 그런 삶을 힘없는 '관념'으로 다룬 것은 아닐까? 과거의 혹은 미래의 유토피아적인 공상에 빠져 힘을 잃었던 것은 아닐까?

허허. '결국 내가 살아온 10년의 세월이 그 정도였구나'라는 생각에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한동안 충격에 빠져 있었지만 알 수 없는 힘이 가슴 속에서 서서히 소용돌이쳤다.

그래. 자신에게 솔직하자. 그것만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누구에게나 벗어나고픈 울타리가 있는 법. 비록 그 울타리가 편안한 삶을 보장한다 하더라도 내삶이 아닌 것 같은 울타리라면 울타리를 넘을 용기는 있어야 하겠지.



'모든 인도인들은 가난해도 행복하다'고 미화할 수는 없지만 '모든 가난한 인도인들은 불행하다'라고 말할 수도 없다. 사람들은 행복을 위해 욕망을 버리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 골목길에서는 욕망이 추하지 않았다.



가끔 삶이 힘들고 허무하거나 권태스러워질 때 바라나시에 가보라. 꼭 초월과 명상을 노래하지 않아도 좋다. 바라나시는 한 번 가서 쉽게 그런 것을 느끼는 곳은 아니다. 화장터의 연기가 역겹고, 힌두교 순례자들의 찬송소리가 낯설고, 가트에 앉아 있을 때 찾아오는 거지가 귀찮게 느껴지면 이번에는 성벽 뒤의 골목기로 가라.

더럽고 비좁은 골목길을 기웃거리며 소 엉덩이에 받치고, 새똥을 맞으며, 원숭이와 싸우고, 상인들과 흥정하며 그들의 땀방울과 미소를 기억하고, 열살 남짓의 아이들의 치열한 삶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삶의 열기를 느껴 보라. 그 순간 문득 자신이 부끄러워지고 겸허해진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지'하는 생각이 머리를 치는 순간, 정신의 기름기가 쏘옥 빠지며 가슴 속에서 삶의 열기가 팍팍 솟구쳐 오른다.

그때 알게 된다.

행복이란 저들처럼 열심히, 아기자기하게, 사소한 것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데서 온다는 것을, 또한 진정한 명상이란 한곳에 앉아 마음의 평화를 구하는 정적이 아니라, 고뇌를 껴안고 눈을 부릅뜬 채 걸어가는 행위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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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숟갈 더 먹으면 체할 것 같다. 그런데 그 마지막 한 번을 먹고 어김없이 체한다. 내리지 못할 걸 알면서도, 그 무게를  더하는 데 익숙한 삶은 늘 어지럽다. 침대에 누워 천천히 가라앉힌 뒤 차가운 냉수를 한 잔 마신다. 어쩌면 사랑이란, 가라앉힐 수 없음을 미리 알고, 쓸쓸하게 삭히는 것인지도 모를 일, 체를 내린 후 카메라를 들고 길 위로 나선다.


맥주 한 캔을 다 마셔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주를 산다. 마실거라고 우긴다. 숙소에서 깡통을 딴다. 딸 때의 그 느낌은 참 경쾌하다. 마셔본다. 역시나 쓰다. 난 맥주를 마시지 못한다. 결국 버린다. 버릴 걸 알면서 사는 맥주. 내 손에 선택되었다가 버려지는 맥주들은 늘 애틋하다. 그대에게 얻은 경쾌한 울림들이 애틋하게 내 목을 넘어가는 동안.

사랑은 종종 기적처럼 사라진다. 채글 내리는 동안, 쓸쓸함을 삭히는 동안, 그리운 멀미를 다스리는 동안, 맥주 한 모금을 목넘김 하는 동안.

텅...텅... 빈 마음을 일으켜 그대의 손을 잡고 오랫동안 가라앉히는 것도, 사랑이다.


한 달쯤 지나면 여행은 그냥 일상이 되어버린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지도를 펼쳐놓고 새로운 길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맞이하는 대신, 익숙한 고민을 시작한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을 것인가?'


사랑의 추억엔 좋고 나쁨이 따로 없다. 다만 추억과 소통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화해할 수 없는 것들과 화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경이로운 힘, 그것은 오직 사랑의 영역에서만 가능하다. 


먼 곳을 순례하다 보면 어떤 날은 유유하고 여유로운 기억이 종일을 채운다. 치열하게 걸을 자유가 있는 것만큼 아무것도 안 할 자유도 있는 게 여행자의 특권이리라. 또 어떤 날은 하루 내내 세탁방을 찾아야 하며, 또 겨우 찾아서는 두 시간가량 멍하니 세탁과 건조의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날도 있다. 내게 파리의 첫날이 그랬다. 꼭 10년 만에 다시 찾은 파리, 그 황홀한 재회에 숨 막힌 것도 잠시, 숙소를 찾는 일이며 산더미 같은 빨래를 맡겨야 하는 일이며 부서질 같은 피곤이 몰려든다. 그래도 다시 만난 파리는 사랑스럽다. 고 쓴다. 사랑에 바쳐지는 피곤은 아름답다. 고 고백한다.


아비뇽의 좁다란 골목의 별 하나짜리 '미뇽'호텔.

아침마다 미뇽의 사장님이 직접 따라주는 커피를 마실 수 있고, 배고픈 여행자들을 위해 크라상을 아끼지 않는 곳.

체크아웃조차 "편한 시간에 아무 때나 하세요."라며 웃어주는 곳.

그래서일까,

아비뇽의 거리조차 내내 친절하게 말을 거는 것 같은 느낌.

그곳이 아니었다면 별 하나짜리 호텔에 대한 편견을 갖고 살았을지도 모르는 일.

충분히 아늑했고, 충분히 편안했던 곳.

힘든 여정속의 따뜻한 숨구멍이 되어준.

결국 중요한 건 '별의 개수'가 아니었다.

.. 그러고 보니... 중요한 건 너의 웃음보다 뜨거운 가슴미었는데..그만 외면하고 말았구나, 나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었던 시절이 아쉽다.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그 말을 하지 못한 대가로 나는 많은 것을 잃었다.

많은 것을 잃은 자의 가방은 늘 무겁다.

마음의 헛헛함을 채우려는 욕심 때문이다.

그대를 갖고 나면 그대의 곁을 갖고 싶었다.

그대의 곁을 갖고 나면 그대의 세계를 갖고 싶었다.

그대의 세계를 갖고 나자 그대를, 잃었다.

잃고 난 빈 자리에서 짐을 싸는 여행자여,

짐 속에서 짐을 싸는 사랑이 있음을...


산 속에 서면 산이 보이지 않는다... 사랑을 하면 사랑이 보이지 않는다.


딱히 큰 고민은 아니었지만, 작은 고민들이 모여서 내 마음이 그토록 무거웠던 것이었나.

여행에서 짐을 하나씩 하나씩 줄여 나가듯, 내 고민도 하나씩 정리해서, 무게도 줄어들었으면.

짐 줄이듯, 고민도 줄일 수 있었으면.

버릴 건 버렸으면. 

그랬으면.


때론 내가 주인공인데도

모르고 지나치기도 하는...


언젠가 내게 물었지. 너처럼 게으른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여행을 자주가냐고. 왜 그런지 나도 생각해 봤어. 게으른 내가 남들보다 더 자주 떠나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정말 단순한 결혼이 나오더라, 그건 바로 게을러서야. 혹시 지금 웃고 있니? 이건 정말이거든. 생각해 보렴. 게으르기 때문에 난 복잡한 생각을 할 수 없어. 일단 마음을 먹으면, 무조건 떠나는 거지. 남들처럼 준비를 하거나 계획을 세우지 않아. 그렇다고 걱정이 없는 건 아니야. 나도 알거든. 내가 여행을 가서 언제나 먹던 김치를 그리워하고, 언제나 쉽게 긇여 먹는 라면을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막상 피곤하면 카푸치노, 카페라떼, 아메리카노 보다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를 더 찾게 될 거란 사실을, 만약 아프거나 할 때, 약국에 가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막막하다는 사실을 말이야.  


여행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무섭도록 잘 맞는 법칙 하나. 그 여행이 길든 짧든, 

꼭 마지막 날에 좋은 걸 발견하게 되는 것.

오래된 애인과 헤어짐을 감지할 무렵, 그 사람이 징글징글하지만, 진짜 매력을 알게 되는 것처럼

길거나 짧거나 상관없이 여행지에서의 그 마지막 날엔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것.

그래서 결국 또 오게 되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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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은 당신을..

당신의 생을 사랑하지 않는거지? 

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는거지?


여행은...

내가 나를...

꼬옥...

껴안는 일이라고 해두자...


여행을 가는건 

당신을 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의 기분 좋은 온도를 느끼는 일.


여행은 새로운 공간과 장소를 만나는 일이지만

새로운 시간과 조우하는 일이기도 하다.

공간의 새로움이 아닌 시간의 새로움을 느끼는 일

길 위에서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돌이켜보고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가늠한다.

그래서 여행은 당신은

여행을 떠나기 전의 당신과 

조금은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어떤 풍경 앞에서

어떤 사람앞에서

가슴이 떠리거나 

닭살이 돋을 때가 있다.

아직 다행인건 

내가 양복이나 가방 앞에서 그런 가슴 떨림이나 닭살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것.

나는 아직도 이과수 폭포의 굉음 앞에서

카파도키아의 석양아래서

인도 거리에서 만난 아이의 순수한 눈망울 앞에서 

가슴이 떨리고 닭살이 돋는다.

난 가끔 내가 여행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나면 여행할 기회가 찾아온다더군


삶이란 실수하고 만회하고

실수하고 만회하는 과정의 연속

그러니까 실수를 두려워하지마!


아무것도 가진것 없는 우리를 

돋보이게 만드는 건 어쩌면

약간의 과묵과 더 약간의 냉담인지도 모른다.


신문을 보고

잡지를 보고

TV를 보면

시위, 폭동, 기아, 전쟁...

세상은 점점 망해가는데

나는 이십분마다 한번씩 여행을 궁리하고 있다.


두근거림이 사라지기전 얼른 떠나세요. 설렘은 모든 불편을 감내하게 한답니다.


여행이란, 내 속의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끄집어 내는 일

바로 그걸 가능하게 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여행은 자신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투자이기도 하죠.


제게 청춘은 이십대 시절이 아니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달리던 그때가 내겐 청춘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그때 서른다섯이었습니다.


내가 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원칙은 단 하나다.

하기 싫어도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잘 할 수 없어도 좋아하는 일을 하자.

지금까지 이렇게 해 왔다.

글쓰기도, 여행도, 사진찍기도

모두 내가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 일은 아직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

물론 하기 싫은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단지 하기 싫은 '때'였을 뿐이다.

나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내가 남들보다 조금 다르게 할 수 있는 일. 그런일.

좋아서 하다보니 열심히 하게 됐고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나중에 그럭저럭 잘하게 까지 됐던 것 같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잘하는 일이고

그래서 즐겁다.

나는 지금의 일을 좋아하지 않을 때까지 할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거야.

행복은 다가올 일에 대한 걱정이 없는 현재의 상태!!


'옆자리 대화' - 스타벅스에 앉아 있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이들의 대화가 들렸다.

                     "그 사람이란 왜 헤어졌어?"

                     "뻔하잖아. 그 사람과 함께 했던 과거는 좋았지만 그 사람과의 현재는 불편했고,

                     그 사람과 함께해야 할 미래는 막막했어."

                     "그랬구나. 잘했어."


난 떠나겠어요.

당신을 잊기 위해 여행을 계속하겠어요.

당신을 그리워하기 위해 길을 가겠어요.


'오해 하나 더' - 난 널 싫어하는게 아니야.

                 단지 좋아하지 않는 것뿐이야.


나는 인간이 가진 가장 큰 능력 가운데 하나는 

웃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주어전 이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것.

마음껏 웃고 여행하라! Smaile & Traverl!


여행은 늘 새로운 아침을 보여주고

인생은 늘 새로운 외로움을 보여준다.


새로운 풍경을 본다는 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의견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더 좋은 여행자가 되기 위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조금만... 조금만 더...

조금만... 조금만 더... 애정을 갖고

조금만... 조금만 더... 움직이고

조금만... 조금만 더... 자세히 보고

조금만... 조금만 더... 웃어주고

조금만... 조금만 더... 귀를 기울이고

조금만... 조금만 더... 감탄하고

나는 아직 세상에 대해 모르는게 많구나!

조금만... 조금만 더... 겸손해지고

에잇, 그까짓거 뭐 일단 가보는 거지

조금만... 조금만 더... 대담해지고

난 이런거 없어도 돼. 조금만... 조금만 더... 심플해지고

내일로 미룰 수 있는건 내일로 미루자

조금만... 조금만 더... 게을러지자.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많지 않다.

여행은 이 소박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여행이 아니었다면 

아, 정말로 여행이 아니었다면 

나는 어떻게 그리워하는 것들을 만들 수 있었을까.


난 이제 나 스스로가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

나를 위해 운동도 하고 여행도 하고 그런다.

그러니 당신도 당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라.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내가 얼마나 희생했는지 알고 있어?'

우린 서로에게 이런 말은 하지 말자.


사랑과 여행에 공통점이 뭔지알아?

세상은 설명해주지 않지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거야.


'인생의 황금비율' - 인생의 90%는 리얼리스트로 살자.

                    나머지 8%는 모더니스트로

                              2%는 미치광이로

                              8%가 우리 인생을 즐겁게 해주고 2%가 우리 인생을 가능하게 해주지.


돈이 차고 넘쳐서 여행했던 적은 없었던것 같다.

항공료를 아끼기위해 5시간 거리를 14시간만에 가야했고,

숙박비를 아끼기위해 더운물도 나오지 않는

게스트하우스에 몸을 뉘어야 했지.

1달러를 아끼기위해 1km를 걸어야 했지.

언제나 돈에 쪼들렸지만 언제나 떠났어.

그런데 말이야 신기한건

일단 길을 나서면 모든 것은 '어떻게 어떻게' 해결된다는 거야.

돈이 없어 여행을 멈춘 적은 없었던 것 같아

10년 넘게 여행을 해 오면서.

여행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어떻게 어떻게' 정신.

그러니 너도 일단 시작해봐

어떻게 어떻게 되겠지.


여행중 길을 잃었을 때

길을 찾기 위해 지도를 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뭘까

그건 바로 지금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일.

사실 일 역시 마찬가지.

뭔가 잘못되어 간다고 느낄 때

이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땐

뭔해야 할지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을 땐

가만히 서서 자신의 주위를 돌아볼 것.


빵이 필요한자

사랑에 빠진자

그리고 여행이 필요한 자의 눈빛은 누구나 알아볼 수 있지

모든걸 걸어도 생이 아깝지 않다는 그런 눈빛.

간절한..

간절한...

간절한....


얼마나 많은 방법이 있는데... 

왜 

무슨일을 해결하는 데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여행의 본질은 피곤한 것이에요.

버스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고 비행기는 연착이죠. 

기차역은 언제나 표를 구하려는 이들로 북적이죠. 

예약한 숙소 문을 열 때 우리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건 커다란 바퀴벌레며, 

샤워장 바닥은 왜 물이 내려가지 않는 것인지...

여권은 어디에 뒀더라? 카메라는 오늘따라 고장이고 역시나 택시기사에게 바가지를 쓰고 말았군요. 

우리가 기대했던 여행지는 사실 별거 아니구요.

젠장 오늘 투어는 정말이지 엉망이었죠. 가아드는 대놓고 팁을 요구했구요.

소나기까지 내려 비에 흠뻑 젖고 말았죠.


네, 맞아요. 이런 게 여행입니다.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 차 있는 하루. 

여행은 그런 하루가 일주일 또는 보름, 혹은 일 년 동안 이어지는 일이죠. 

우리가 책에서 보아온 여행에 대한 빝나는 수사들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죠. 

하지만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요?

처음 가보는 낯선 땅에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그곳에서 모든 일이 자연스럽게 술술 잘 풀린다면 그게 오히려 잘못된 거죠.


참 이상한 일이죠. 이 모든 걸 감수하면서 우리는 다시 여행을 떠나니까요.




자신을 사랑하는 법

자신을 사랑하려면...

좀 뜬금없지만

책읽기와 하루에 원고지 3매씩 글쓰기, 여행을 해볼 것을 권장합니다.

(물론 제 방식입니다.)


책읽기는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10분이든 1시간이든 하루종일이든 책을 읽어보세요. 장소는 아무 곳이나 상관없어요. 혼자 고요히 앉아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이 꽤 괜찮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3매의 글쓰기, 글쓰기는 스스로를 상상하고 정리할 수 있게 해줍니다. 

주제는 상관없습니다. 일기도 좋고 영화평도 좋고 독서평이나 음악평도 좋습니다. 그냥 에세이 혹은 글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종류라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써보세요. 자신이 어떤 생각과 가치관, 세계관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자주 여행을 다니세요. 견문을 넓힐 수 있다.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 등등등...

여행은 수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죠. 이 모든 장점에 하나를 더하라면, 여행은 자신을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행은 우리가 모르고 있던 우리 자신-우리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고 어떤 취향을 지니고 있는지 자신의 현재 몸 상태는 어떤지 등등=에 대해 확실히 알려줍니다. 여행을 통해 자신을 관찰해보세요.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멋진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세가지는 우리를 좀 더 느리게 만들어준답니다.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는 어쩌면 우리가 너무 바쁘게 살기 때문에 생기는 건지도 모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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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아래의 표지와 제목은 다르나 내용에 있어서는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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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예고편이 없다. 그날 그 순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우리는 다시는 맛보지 못할 순간들을 맛보고 있다. 여행 또한 마찬가지다.  14


지금은 자극의 시대다. 진한 조미료로 미각을 자극하지 않은 음식은 찾는 이가 없고, 테크노나 뽕짝의 고음으로 가막을 자극해야 음악을 들었다고 할 뿐 물이 흐르고 산들바람이 불고 곤충이 우는 것을 천지의 교향악으로 여기지 않는다. 음료수도 톡 쏘는 콜라는 '바로 이 맛'이라고 하면서, 톡 쏘지 않는 물 맛이 제 맛인줄 모른다. 어둠 속에 빝나는 폭죽에 환호하고, 일출과 석양빛엔 감격하면서도 변함없이 밝게 빛나는 낮 동안 햇빛의 고마움은 잊는다. 

단맛을 탐닉하면 달지 않은 것을 대할 때마다 불쾌해지고, 자극에 맛을 들이면 자극적이지 않을 때 늘 지루해져. 괴로움에 휩싸이는 과보를 받는다는 사실을 모른다.  61-62


'범소유상(凡所有相)이 개시허망(皆是虛妄)이니, 약견제상(若見諸相)이 비상(非相)이면 즉견여래(卽見如來)라.'

'모든 형상들은 다 거짓이고 헛된 것이니, 만약 모든 형상이 그 형상이 아님을 알면 바로 여래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는 금강경 게송(偈頌)  101


신이 나를 안내한 토굴은 밀교의 고행승이 비밀 수행을 하는 곳이 아니라 인간이 따사움을 나누는 바로 이곳이었다.  113


눈이 게으르지 발은 게으르지 않았다.  121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큰 행복은 없다.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사람과 마시는 차 한 잔의 맛. 그것은 맛을 넘어서는 멋이다.  136


2008년판 부터 책의 제목이 <인도오지기행>으로 변경되었다. 

저자의 이름도 조연현에서 조현으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목차는 변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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