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나의 지적 호기심
저는 공부하는 것이 정말 좋습니다. 젊었을 때에는 왠지 창피하기도 해서 이런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아무렇지도 앟게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0대까지만 해도 영화를 보러 가거나 파칭코를 하러 가거나 친구들과 만나 잡담을 하며 지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거의 그런 일이 없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즐거움으로 삼고 있는 일들이 이제는 더 이상 재미있지 않습니다. 공부를 하고 있을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놀고 싶은 욕구보다는 알고 싶고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훨씬 강한 것이지요. 18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 가운데 <형이상학>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철학 분야에서 가장 기초적이 ㄴ문헌 가운데 하나인 이 책의 첫 줄에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알려고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장 기본적인 욕구로서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20
인간의 지적 욕구를 살펴볼 때, 두 가지 범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실용적인 지적 욕구와 순수한 지적 욕구로 나누어 보는 방법으로, 이 둘 사이에는 명백한 질적 차이가 존재합니다. 실용적인 지적 욕구란, 어떤 목적이 있어서 그 목적을 위해 알고자 하는 욕구입니다. 이것을 알면 이렇게 할 수 있고, 저것은 알면 저렇게 할 수 있다. 이것을 앎으로써 이런 편리함 혹은 이익, 실용성을 얻을 수 있다고 여기는 욕구입니다. 한편 이에 반해 순수한 지적 욕구란 그저 알고 싶어하는 욕구로, 이러한 욕구들이 인간에게 있는 것입니다. 22
"왜 글토록 알고 싶어하죠?"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저 알고 싶어서요."라고 밖에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23
주위의 세계를 알게 됨으로써 생물은 보다 능숙하게 그 세계에서 생존해 갈 수 있습니다. 보다 능숙하게 생존한다는 것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보다 잘 적응해 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순수한 지적 욕구라고 하면, 왠지 인간에게만 있는 고유하면서 매우 고차원적인 것처럼 생각하는데, 사실 그것은 모든 생물의 본능에 바탕을 둔 근원적이며 강렬한 욕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8
'오토마톤(automaton)' 간단하게 말하면, 어떤 내용이 입력되었을 때 자동적으로 특정한 출력이 이루어지는 구조인데, 단계가 낮은 수준의 오토마톤의 예로 자동판매기의 구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34
지적 욕구의 수준이 낮은 사람은 자신의 오토마톤 현상에 만족하여 곧 학습에 대한 의욕을 상실합니다. 새로운 것은 이제 더 이상 배울 필요가 없으며, 자신이 지금까지 배운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는 오직 여러 가지 육체적 쾌락을 즐기거나 맛있는 음식에 탐닉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TV를 보면서 실없이 웃으며 살아가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사람에 따라 크게 차이는 나지만, 30대 정도가 되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많아집니다. 반면, 지적 욕구의 수준이 높은 사람은 어떤 것이 오토마톤화되고 나면 자신의 의식을 새로운 곳으로 이끌어, 다음메는 이것을, 그 다음에는 저것을 학습하려고 찾아 나섭니다. 35-36
II. 나의 독서론
'인류의 지의 총체'를 향한 도전
독서라는 것을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 보면
하나는 독서 그 자체가 목적인 독서, 또 하나는 독서를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독서로 나눌 수 있습니다.
목적으로서의 독서란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목적이자 즐거움인 책 읽기인데, 대표적인 예로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단으로서의 독서란 특볋ㄴ 목적을 가지고 책을 읽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말해, 독서를 통해 책 속에 담겨 있는 지식이라든가 정보 혹은 원하는것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책을 읽는 것입니다. 41
고전이라는 용어만큼 사람에 따라 제각기 사용되고 해석되는 말도 없기 때문에, 과연 무엇을 고전이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를 여기서 조금은 분명하게 정의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본래 고전이라고 하면, 유렵에서는 그리스 로마의 고전을, 동양에서는 사서오경등의 한서(漢書)를 가리킵니다. 50
좀더 확대이나 된 의미에서의 고정이라면 중세까지, 유럽의 경우에는 <아더왕 전설>이나 종교 서적을 예로 들면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즉 르네상스 이전 시기에 나온 서적을 고전이라는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입니다. 51
어떤 작품이라도 점차 시대의 검증을 받으며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 중에는 10년 정도의 검증을 거치면서 사라져 버리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50년 정도 거치면서 사라져 버리는 작품도 있습니다. 어떤 작품을 100년 정도는 살아 남지만 그 이상의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사라져 버리는 수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몇 백 년이 지나도 살아 남는 작품도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19세기 문학이라든가 20세기 문학은 아직 검증의 과정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연세 드신 분들 중에 지금까지 자신이 진정한 고정이라고 여겨왔던 서적이 사라져 가는 것을 보고,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고전을 읽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자주 만납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꾸어 생각하면 이분들이 실제로 50년 정도의 검증을 거칠 경우 사라져 버릴 작품에 대해. 100년 정도의 검증을 거치는 과정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환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52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은 작품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한 번 읽고 싶거나 젊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진짜 고전이라고 할 만한 것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진짜 고전이라고 할 만한 책에 실려 있는 내용에 특별히 뛰어난 점이 반드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내용을 보면 어쩐지 시시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책을 골라 읽는 과정을 서로 공유하여 그 내용을 서로 이야기해 보는 것 자체에서 의미를 찾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해, 그 저서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로서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책 자체가 토론의 댓항이 되어, 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의 소재로 활용되기에 적절한 책만이 결국 진정한 의미의 고전으로서 살아 남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55
결국 커다란 흐름을 살펴보면(그 시대 정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우가 가끔 있기는 합니다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다수의 집단이 보여 주는 지적 작용이 집적해 가는 방향, 그 방향으로 인간의 지식의 총체는 끊임없이 확대와 집적을 반복해 가는 것입니다. 이런 지식의 집적, 축적이야말로 과거의 지의 총체라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끊어질래야 끊어질 수 없는 지적 신진대사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입니다.
이런 지적 신진대사가 반드시 고전 등에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바로 이런 맥락에서 과거의 지의 총체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한 것입니다. 56-57
(<주간 독서인> 1986. 6. 2)
체험적인 독학방법
나는 스페셜리스트 시대이기 때문에 오히려 제너럴리스트의 존재 가치가 더욱 빛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나름대로 제너럴리스트다운 스페셜리스트가 되자는 결심. 63
독학으로 공부를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마음 먹은 의지를 지속시키는 일이다. 64
1. 먼저 돈을 쓴다. 서전 순례를
2. 책을 선택하여 구입 - 입문서로 시작
그 다음으로 결코 떼놓을 수 없는 것은 그 학문의 역사, 학설사, 사상사이다. 그 세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밑그림을 하루라도 빨리 머리 속에 그리는 일이다.
그 학문 분야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가? 그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 방법론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그 학문으로 무엇을 알 수 있고, 무엇을 알 수 없는가? 75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각론을 설명한 책을 찾는 일이다. 이것은 그 학문의 깊이를 알기 위하여 필요하다.
모든 각론을 읽는 일은 그리 간단치 않다. 우선은 가장 흥미를 끄는 테마를 다룬 책을 편쳐 내용을 살표본 뒤, 자신이 소화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인 책을 한 권 찾아 놓는다. 76
정독할 필요는 없다. 메모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너무 의욕이 앞서게 되면 분면 도중에 좌절하고 만다. 입문서 한 권을 정독하기보다는 입문서 다섯 권을 가볍게 읽어치우는 편이 낫다.
메모를 하는 대신 밑줄을 치거나 표시를 해두는 방법이 더 좋다. 78
관련 분야의 책을 읽는 일에만 몰두하여 한 달 정도 지나면 그 학문 분야의 대체적인 개요를 머리 속에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독학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주의해야 할 점은 질의, 응답 과정이 없기 때문에 독선적인 해석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습득하게 될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79
이런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다독을 하거나 조금은 당돌하게 전문가를 직접 찾아가 질문을 하는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은 관심 분야의 전체적인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편중된 방향으로 점점 깊이 파고들어 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지식 체계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80
(<경제세미나> 1975. 6.)
'실전'에 필요한 14가지 독서법
일과 일반 교양을 위한 독서와 관련하여 쓴 것이므로, 취미를 위한 독서와는 무관함을 밝혀둔다.
1.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
2. 하나의 테마에 대해 책 한 권으로 다 알려 하지 말고, 반드시 비슷한 관련서를 몇 권이든 찾아 읽어라.
3. 책 선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 말라. 수업료로 생각하라.
4.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말라. 수준이 너무 낮든 너무 높든 그것은 시간 낭비다.
5. 읽다가 중단하기로 결심한 책이라도 일단 마지막 쪽까지 한 장 한 장 넘겨보라.
6. 속독법을 몸에 익혀라.
7. 책을 읽는 도중에 메모하지 말라. 꼭 하고 싶으면 다 읽고 하라.
8. 남의 의견이나 북 가이드 같은 것에 현혹되지 말라.
9. 주석을 빠뜨리지 말고 읽어라.
10.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거짓이나 엉터리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11. '아니, 어떻게?'라 생각되는 부분(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을 발견하면 저자의 판단 근거는 어디에 있는지 숙고해 보라.
12. 왠지 의심이 들면 언제나 원본 자료 혹은 사실로 확인될 때까지 의심을 풀지 말라.
13. 번역서는 오역이나 나쁜 번역이 생각 이상 많다. 머리가 나쁘다 자책말고 우선 오역 의심을 해보라.
14.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젊은 시절 다른 것은 몰라도 책 읽을 시간만은 꼭 만들어라.
(<아사히 저널> 1982. 5. 7.) 81-83
III. 나의 서재, 작업실론
IV.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대문학'을 읽은 것이 나중에 다치바나 씨가 하시는 일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십니까?
- 여러 가지 의미에서 영향을 주었습니다. 첫째, 글을 써서 생계를 꾸려 가는 직업을 선택한 것 자체가 이미 그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요. 글을 읽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으니 말입니다. 우선 제대로 된 소비자가 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생산자가 될 수 없습니다. 문학을 통해 정신 세계를 형성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래도 사물을 보는 눈이 사려 깊지 못합니다. 사물이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식적인 경향을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문학이라는 세계는 처음 겉으로 나타난 것을 한 번 뒤집어 보면 다르게 보이고, 다시 그것을 뒤집어 보면 또 다르게 보이는 그런 세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표면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문학인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영향이라면 독서, 특히 문학 작품을 읽음으로써 얻어지고 길러지는 상상력이 아닐까 합니다. 취재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은 결국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먼저 말해 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과거 경험을 듣고 싶어도, 말하지 않은 부분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상대방이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 그것이 바로 상상력입니다. 132
어떻게 그렇게 빨리 일류 전문가들과 대등한 수준으로 자신을 끌어 올릴 수 있는지, 그 점이 정말 궁금합니다.
-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성실하게 공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159
기본적으로 공부하는 데 지름길이란 없습니다. 요령 있는 공부는 있을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보통 큰 테마를 하나 맞게 되면 몇 년씩 걸리기 때문에, 그 동안 성실하게 공부를 계속한다면 대학원을 몇 번 졸업할 정도의 공부를 한 셈이 됩니다. 160
퇴사의 변
진정으로 본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봄으로써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보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을 잃어버린 채,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람의 관계만 보려고 한다면, 보았다고 여기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결과만 남게 되는 것이 아닐까?
(<문예춘추> 사원회보, 1966. 10. 12.) 186
V. 우주 인류 책
책이 만나야 할 사람과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드는 것이 서평이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단지 그 책을 한번 펼쳐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글을 쓰려고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적절하면서 매력적인 인용을 활용하는 것이므로, 적절히 인용할 곳을 찾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213
나의 서평은... 신변잡기적인 내용은 거의 없으며, 오로지 내가 권하는 책의 내용에 관한 정보만을 채워 넣는다. 그것도 될 수 있는 한 쓸데 없는 것은 생략하고, 유효한 정보만을 압축하여 밀도 있게 채워 넣는다. 216
읽기 어려운 책을 어떻게 해서든지 읽을 수 있는 지적 기술은 과연 없는 것일까? 기본적인 지적 기술의 첫걸음은 그 책의 구조를 파악하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책은 단락 단위로 기술되어 있고, 단락이 모여 절이나 장을 이루고 있다. 저자가 구분하지 않았더라도 구조적으로는 절과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말해 책은 단락 하나하나를 벽돌로 삼아 쌓아 올린 건축물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벽돌(단락) 몇 장이 모여 블록(절)을 만들고, 블록 몇 개가 모여 부분적인 구조물(장)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체 구조물을 잘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223
세상에 존재하는 책의 양을 살펴보면, 어떤 대규모 미술관이나 미술전보다도 작품에 신뢰가 가지 않을 정도로 많아서, 처음부터 순차적인 책 읽기 방법을 취한다면 한 평생이 아니라 수백 년이 걸려도 다 읽지 못할 만큼 엄청난 양이다. 더구나 그 안에는 쓰레기만도 못한 것이 산더미민큼 섞여 있기 때문에, '전부, 처음부터 차분히 읽는' 방식은 절대로 시도할 필요가 없는 무모한 짓이다. 그런 무모한 방식으로 책을 읽으면, 꼭 읽어야 할 책을 만나 보지도 못한 채 일생을 마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읽을 만한 진정한 가치가 있는 책을 만날 때까지 회화적 책 읽기 방식의 속독을 통해 선별을 거듭해가야 한다. '차분히 읽을' 가치가 없는 책까지 시간을 들여 읽는다는 것은 시간과 뇌의 수용 능력을 헛되이 낭비하는 일일 뿐이다. 231
요컨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책은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읽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236
결국 책을 읽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그 책이 지금 나에게 어떤 책 읽기 방법을 요구하고 있는지 재빠르게 판단하여,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237
나는 책이란 만인의 대학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대학에 들어가건 사람이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대학에서도,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한다면 인간은 결국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을 나왔건 나오지 않았건, 일생 동안 책이라는 대학을 계속 다니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책이라는 대학에 지속적으로 그 누구보다 열심히 다니고 있다. 때로는 책이라는 대학의 한가운데를 하염없이 거닐거나, 노는 기분으로 긴장을 늦추는 행동을 다양하게 취해 보면서 공부를 계속해 왔다. 그런 선배가 쓴 가이드 북인 이 책이 책의 숲이라는 대학 안에서 때로 길을 잃고 헤내는 사람들에게 안내자로서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겟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떤 책을 읽더라도 잊지 말아야 할 충고 한마디!
책에 쓰여 있다고 해서 무엇이건 다 믿지는 말아라. 자신이 직접 손에 들고 확인할 때까지 다른 사람들의 말은 믿지 말아라. 이 책도 포함하여. 285-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