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소 생활에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아침 식사 십 분, 점심과 저녁 시간 오 분이 유일한 삶의 목적인 것이다.  23


아무리 진리라고 하더라도 알아먹어야 진리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30


배가 따뜻한 놈들이 한데서 떠는 사람의 심정을 무슨 수로 이해하겠는가?  31


이 지역에서는 눈보라가 치면 작업이 중지될 뿐만 아니라, 막사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다...

물론, 눈보라가 친다고 해서 죄수들에게 무슨 이익이 될 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막사의 문이 잠기고, 석탄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막사 안에 있더 ㄴ따뜻한 공기도 틈으로 들어오는 냉기 때문에 금세 냉랭해지고 만다. 곡분의 보급도 중단되는 바람에 빵이 부족해지고, 식당에서 주는 부식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눈보라로 인해 작업이 준단되는 날에는 사흘이 되었던 일주일이 되었건 이날을 휴일로 계산해서, 일요일에도 작업장으로 내몰기 일쑤다.

그래도 죄수들은 여전히 이 눈보라를 고대하고 기다리고 있다.  64


주저앉으려는 개한테는 채찍이 최고라는 말이 있다.  74


법률이란 것은 도무지 믿을 것이 못 된다....

'자네한테 내린 이십오 년의 형기를 자꾸 세려고 하지 마! 이십오 년을 살지 어떨지는 아무도 몰라. 확실한 건 내가 꼬박 팔 년을 살았다는 것뿐이야!'

발 밑만 보고 걸어다니란 말이지. 그러면, 어떻게 이곳엘 들어왔는지, 어떻게 이곳을 나갈 것인지 하는 생각을 할 시간이 없을 테니 말이야.  82


슈호프는 어릴 적에 말에게 귀리를 먹이고는 했다. 그때만해도 슈호프 자신이 이런 몇 숟가락의 귀리죽에 어쩔 줄 모르고 행복에 겨워하게 되리라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91


국그릇에 담긴 국물을 쭉 들이켠다. 따뜻한 국물이 목을 타고 뱃속으로 들어가자, 오장육부가 요동을 치며 반긴다. 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바로 이 한순간을 위해ㅓ 죄수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이 순간만은 슈호프는 모든 불평불만을 잊어버린다. 기나긴 형기에 대해서나, 기나긴 하루의 작업에 대해서나, 이번 주 일요일을 다시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나, 아무 불평이 없는 것이다. 그래, 한 번 견뎌보자. 하느님이 언젠가는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게 해주실 테지!  175


키가 큰 노인인 유-81호. ...

슈호프는 이 노인에 대해 이렇게 들은 적이 있다.

그가 수용소에 얼마나 있었는지는 아예 셀 수도 없을 지경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단 한번도 특사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십 년간의 형기가 끝나면, 또다시 십 년을 첨가하고는 했다는 것이다.

슈호프는 오늘 처음으로 그를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수용소 내으 죄수들이 모두 새우등처럼 허리를 굽히고 있는 반면에, 이 노인은 유독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다. 의자에 앉은 모습을 보니, 의자에 뭘 기대고 앉은 것처럼 꼿꼿하게 앉아 있다. 머리카락은 이미 모두 빠져서 이발할 필요도 없어진 지 오래다. 수용소에서 하도 잘 먹은 탓에 머리가 모두 빠진 모양이다. 그는 식당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과 하등의 관계가 없다는 듯, 슈호프 머리 너머 어느 곳인가 먼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끝이 다 닳은 나무 수저로 건더기도 없는 국물을 단정한 모습으로 먹는다. 다른 죄수들처럼 국그릇에 얼굴을 처박고 먹는 것이 아니라, 수저를 높이 들고 먹는다. 이는 아래위로 하나도 남은 것이 없다. 뼈처럼 굳은 잇몸으로 딱딱한 빵을 먹고 있다. 얼굴에는 생기라고는 하나도 찾을 수가 없다. 그래도 어딘가 당당한 빛이 있다. 산에서 캐낸 바위처럼 단단하고 거무스름하다. 쩍쩍 갈라진 거무스름한 손은 그가 걸어온 수십 년의 감옥살이를 통해, 한번도 가벼운 노동이나 사무직 같은 것을 얻어 일한 적이 없이, 생고생만 했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하지만 그는 전혀 굴하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다. 어떤 타협도 하려 들지 않는다. 삼백 그램의 빵만 하더라도, 다른 죄수들처럼 더러운 식탁에 아무렇게나 내려놓지 앟고, 깨끗한 천을 밑에 깔고 그 위에 내려놓는다.  177-178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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