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루카스 요더


내가 계속 글을 쓸 수 있도록 헌신적으로 도와준 아내, 그러면서도 전혀 짜증이나 불만의 기색을 안 비치던 아내였다.  19


책이 세상에 나왔다가는 곧 날개 찢긴 새처럼 퍼덕거리다가 죽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더욱이 네 번씩이나 그러한 고통을 경험하다니! 정말 불운한 세월이었다.  60


요즈음 책은 출판되기도 전에 성공을 보장받는 경우가 많다. 북 클럽, 영화, 텔레비전 연속극 등등, 이 모든 것들이 책의 성공을 보장해 주는 것들이다.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는 만큼 공정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미국 전역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좋-지-않-다-.  61


사실 글을 쓸 때나 쓴 글을 수정할 때면 온 신경과 힘을 다써야..  126


6월의 한 주가 몽땅 아무 한 것도 없이 그냥 지나가 버리자 나는 <돌담>을 수정하는 데도 시간이 엄청나게 걸리는데 과연 교정쇄나 제대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아무튼 나는 이용 가능한 시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열심히 작업은 계속했으며, 이따금씩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내 손놀림을 보고는 내 스스로 감탄까지 하곤 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이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권태롭기 그지 없었다. 그래도 이번이 내 소설을 완벽에 가깝도록 고칠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에 게으름을 피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떤 때는 글쓰는 일이 마치 무슨 지고한 영감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사람 웃기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은 심정이 들기도 했다. 정말 글쓰기란 고된 노동인 것이다.  153


나는 엠마에게 원고가 인쇄기로 들어가 책으로 나오는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작가는 다 처음 글을 쓸 때의 심정과 다를 바 없다고 일러주었다.  168






편집자 이본 마멜


문학 박사인 파인슈라이버 교수님은 내가 학교를 떠나던 그 슬픈 날 이렇게 말씀하셨다. "... 자네의 가슴과 정신에 이 거대 도시가 무료로 제공하는 풍성함을 받아들이게. 그러면 결국에 가선 자네가 우리 모두들보다 더 훌륭한 교육을 받을 셈이 될걸세."  180


나는 인파 한가운데 멈춰서서 중얼거렸다. "내가 이런 식의 삶에 묻혀 버릴 순 없어. 책의 세계, 사상의 세계가 있잖아.."  181


"영화와 책 둘다 중요합니다. 예, 중요하지요. 그렇지만 위대한 창작의 비밀을 파헤치려면 음악과 그림에도 관심을 쏟아야 할 겁니다."

"인생이 길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 많은 걸..."

"인간 노력의 최고 진수를 탐구하는 것. 그것 말고 삶의 진정한 의미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가 소설이라는 허구의 창조에 있어서 최고의 목표라고 설파한 것은 참다우면서도 온당한 인물의 창조였다. 그리고 그러한 인물의 창조란 온갖 역경 속에서 그 인물이 겪게 되는 정신적 변호를 여실하게 그림으로써 당성된다고 그는 믿었다. "소설은 곧 성장을 보여 주는 겁니다." 그는 몇 번이고 이 말을 강조하였다.  203


"전 소설이 진정 무엇인지 어렵게 어렵게 배웠어요. 조김스럽게 선택된 약6만 개 정도의 단어들. 그것들을 의미 있는 방식으로 종이 위에 옮겨 놓지 못한다면 소설이란 존재하지 않는 거라고요."  262


나의 두 남자, 래트너와 요더 씨를 비판적으로 생각할 때면 요더 씨는 칼럼니스트들이 말하듯 [출판계에 부를 모아다 주는 작가]이며 가장 확실하게 성공을 보장해 주는 작가이지만 사실 그가 쓰는 소설들에서 지적인 만족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의 그렌즐러 시리즈 중 여섯 번째 작품에 해당하는 <유제품 제조 판매소>에 대한 그의 구상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따분만 것이었다. 똑같은 공식에 똑같은 인물들, 펜실베이니아 독일인들에 관한 매력적이긴 하나 똑같은 내용들, 그리고 거의 변함이 없는 우스꽝스러운 방언들의 흩뿌림. 그런 소설이라면 나도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내가 소설을 쓴다고 해서 그 소설이 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 그것은 확신할 수가 없었다.

내가 정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에반 케이터 교수와 베노래트너가 설파한 소설에 대한 이념들이었다. 그들은 소설을 어떤 폭발적인 것, 즉 경이로움과 장엄한 계시적 광경으로 가득 차 있고, 평범한 행위에 대한 시적인 해석과 기묘하게 보이는 것에 대한 산문적 설명이 꽉 들어차 있는 것으로 보았다. 나는 베노가 꿈꾸었던 것과 같은 종류의 소설이 지닌 무한한 지평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생경한 이념들로 불꽅이 일 듯 활기에 넘치고, 수많은 도전으로 폭풍이 일 듯 힘이 넘치는 소설. 내가 이제 소설에서 구하는 것은 그렌즐러 지역에 관한 또 하나의 산문시가 아니라, 나 같은 지각 있는 사람이 어떻게 베노 래트너와 같이 자기 파괴적인 사람과 살면서 그 많은 세월을 허비할 수 있는지, 아무에게도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 그런 묘한 삶에 대한 설명이다. 이와 같은 내 의식의 놀라운 전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때면 나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자릴르 지키세요. 루카스. 경이로운 친구여. 날카로운 칼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신뢰할 만한 그대. 이 세상에서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을 사람. 선한 일만 할 당신. 그러나 래트너, 당신이 옳았어요. 채겡 관한 모든 토론에서 당신은 항상 옳았어요. 당신은 우리들이 꿈도 꿔 보지 못한 것을 보았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죽은 거예요. 당신은 꿈은 꿨지만 그 꿈을 6만 개의 잘 꾸며진 단어들로 전환 시키지 못했어요.  274-276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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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처음 서점에 나왔을때부터 제목을 보면서  끌림을 느꼈다.
그리고 재빨리 도서관들에 희망비치를 신청하였다.
그러고 난후로도 몇 번이나 이 책의 제목을 접하는 일들이 있었다. 추천을 해서 접한것은 아니지만 이 책이 자주 접해짐에 따라 읽어야 하는 책으로 바뀌어 갔다.
그러고도 한참을 지나 이제서야 책을 읽었다.

책 사용법
제목을 보면서 '정말 나는 책을 잘 사용하고 있을까?'
'왜 책을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지었을까?'
'책 읽는 법이 아닌 이유는 무엇일까?' ...
여러가지 의문들을 떠올리며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정말 책 사용법을 다루었다.
마음산책 대표를 맡고있는 정은숙씨의 인문학적인 관찰에서의 책을 사용하는 방법은 어떠한지에 대해 책은 말하고 있다.

많은 책들을 인용하면서 여러 저자들과  저자와의 생각들을 엮어놓고 있었다.
책은 무엇이고, 왜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책의 기능들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책을 어떻게 사용해야 좋을지에 대해서 논하며 책은 덮여지게 된다.

정말 내가 책을 잘 사용하고 있는걸까? 아니 책을 제대로 읽고 있기는 한걸까?.. 종종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는 그 내용들이 여기서 서술되고 있었다.
책의 뒷표지엔 로쟈(이현우)의 짧은 글이 있는데, 이 책을 사용법이 아니라 책사랑법이라 함이 더 좋을것이라 표현하였다.
이 말에도 공감이 간다.
책에 대해 논하는 책이며 그것으로 우리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들은 나를 되돌아보기에 좋은 시간이었다.





이 세상에 없는 책을 읽으려면 또 다른 책(머릿속에 있는 책)들을 불태워야 한다.  12
경영서든 실용서든 어떤 책이든, 읽는 이가 비판적으로,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3
책에서 길을 찾고 또다시 책으로 간다. 책의 사용은 바로 그런 의미이리라.  14

일탈의 즐거움과 함께 다른 존재가 되어 정신적인 여유까지 느끼려면 책을 펴는 것이 필요하다. 책은 우리를 억압하지 않는다. 우리는 책을 통해 의미 있는 다른 것이 될 수 있다.  18
정신적인 여유는 어떻게 생길까? 일단은 비워내는 것이 중요하다.  19
일탈은 어떻게 가능할까? '다른 것'이 되기 위한 방식, '다른 존재'가 되는 몰입의 과정 속에서 나온다.  21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책이 주는 균형감각이다. 한 두 권의 책을 읽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책을 섭렵하고 얻은 지식은 지혜가 되어 삶을 보는 균형감각을 준다. 여기서는 말 그대로 건전한 비판의식이 싹튼다. 또한 고전이나 문학 작품은 조악한 이론이 보여주지 못하는 삶의 진경들을 펼쳐 보인다.  22

나는 책 읽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80년이라는 세월을 바쳤지만, 아직까지도 잘 배웠다고 말할 수 없다.  -괴테  25
요즘은 책을 다 읽는 것보다 책의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그것이 대략 무엇인지 알아두었다가 필요할 때 다시 보는 새로운 책 읽기 방식도 정보를 잘 다루는 사람들 사이에 상당히 넓게 퍼져 있다. 그러다 보니 세상 도처에 넘쳐나는 것이 바로 이 책, 책이다.
책을 읽지 않고 책(세상)을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6
책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책과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27
책 읽기에는 완도가 없고, 책에 따라 사용법이 달라야 한다.
책읽기의 효용 가운데 가장 큰 것이 바로 즐거움이다.  28
책의 역할 가운데 중요한 한 가지는 우리의 무지를 일깨워 준다는 점이다. 
전체에서 부분으로, 포괄적인 것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구체적인 것으로 몰입해보자.  29
책읽기가 본원적으로 지닌 하이퍼링크적 성격 때문에 여행은 한층 풍요로워진다. 다른 책들과의 상호 교통과 맥락으로 만나고 결합하는, 즉 서로 기대는 독서는 애초에 여러 많은 선택지와 함께 열려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런 풍요로움을 가져다 준다.  31
책을 통한 사고 여행은 책이라는 길잡이가 있어 한결 쉬워지고 풍요로워진다. 현실의 여행과는 달리  이 여행의 추억은 언제나 현재적 의미에서 영원하다.  33
책을 잘 읽고, 책의 세계를 잘 알면 영육이 골고루 발달할 확률이 그만큼 더 높아진다.  34
요즘 어디든 인구가 한 10만 명만 모여 사는 곳이면 대형 할인점이 몇 개씩 생기는 것을 보면서 '아, 물건값이 조금만 싸도 사람들이 모이는데, 영혼과 관련된 정보의 값을 몇 배는 더 싸게 얻을 수 있는  서점은 공간도 협소하고, 그나마 있는 곳도 파리를 날리는구나'하면서 속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낀다.  35

우리는 위대한 작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그렇다고 해야 하리라.  45
책은 작가가 쓴 것이다.
우리는 작가를 통해 책을 본다.
책의 세계는 복잡하다.  46

책을 읽는 순서를 배열할 때도 나름의 노하우를 기를 필요가 있다.(저자의 책 분류하기 방법)
1. 정보를 철저히 습득하는 데 필요한 책은 가까운 곳 -책상, 머리맡, 소파옆- 에 두고 항시 시간이 나는 대로 펴들게 된다. 이런 책은 서가에도 잘 가져가지 않는다. 다 읽기 전에는.
2. 정보 습득이 필요하나 좀 시간이 걸릴 만한 분량, 또 단시간에 정보를 습득하지 않아도 되는 책은 먼저 목차나 내용의 일단을 살펴보아 이 책에 무엇이 있는지를 확인한 후 서가에 잘 띄게 꽂아둔다. 
3. 정보 습득이 다 끝난 책은 서가의 깊숙한 곳, 심지어 창고까지 가기도 한다. 이런 곳에 잃어버리지만 않을 정도로 둔다. 곁에 두고 봐야 할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구별하여 가급적 많은 분량을 따로 보관하도록 한다.
4. 즐거움으로 가볍게 보는 책은 갖고 다니기도 하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가까운 데 두고 보다가 읽기가 끝나면 주위 사람들에게 주거나 버린다.(이런 책들이 주인이 되어 서가를 차지하고 있지 않도록 항상 유의한다.)
5. 구입한 책 가운데 내용 파악이 안 된 책은 책상 위나, 때에 따라 서가의 밑(꽂아둔 것은 감별이 끝난 책이므로)에 쌓아둬서 주말이나 휴일에 마음먹고 몰입하여 먼저 내용 파악을 한 다음 1번에서 4번으로 각각 처리한다.   49-50

책읽기의 방식을 유형화 해보면,
1.체험형 책읽기
삶과 책의 내용을 결부 짓는 것은 어쩌면 책 읽는 이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2. 사유형 책읽기
책과 함께 우리의 사유가 증폭된다. 텍스트와 밀고 당기는 지적인 게임 속에서 사유의 폭이 커진다.
3. 개념형 책읽기
개념형 책읽기는 정보 습득의 필요성이 높을 때 많이 이뤄진다.   51-54
책읽기에서 읽는 이의 심리 상태, 상황, 노력 여부 등이 무척 중요하다.  55

책을 읽는 데 필요한 것은 책과 시간밖에 없다.
서재는 책의 거소이고, 사유의 집이며, 영혼의 안식처다. 책이 몇 권 꽂혀 있지 않은, 비록 책꽂이 하나뿐인 서재라도 그 가운데서 우리는 꿈을 먹고, 영혼의 위안을 구하고, 내일을 설계할 수가 있다.  57
서재를 책으로 채우고 싶다는 충동은 세계의 비밀을 간파하고자 하는 이들이나 세계의 스승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욕망이다. 뤼시엥 폴라스트롱<사라진 책의 역사>
서재를 완비하고 싶다는 욕망은 13세기 로마 제국 말기의 어느섬에서 수도사들이 약 300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낸 것과 20세기 말 미국 국회도서관의 장서가 1억 권이 되었다는 천명과 본질적으로 동질의 것이다.
책을 수집한다는 것은 사실 책 그 자체를 수집한다는 의미도 있고, 지식을 수집한다는 의미도 있다.  63
"이 책들은 소장용이지, 독서용이 아닙니다." 18세기에는 많은 장서가들이 책을 두 권씩 샀다. 한 권은 보관용으로, 한 권은 독서용으로.  필립블룸 <수집>  64
책을 보는 사람은 다 조금씩 편집증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적인 강박의식과도 일맥상통하는 이런 심리적 기저를 반드시 나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  65

책은 그냥 물건이 아니다. 수 많은 인생, 수 많은 시간을 가로질러 우리에게 이야기를 걸어오는 목소리를 그 안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책이라는 물건 그 자체로도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내지만, 내용으로욱 강력하게 표출되는 목소리 말이다. 책은 다른 시대의 유물인 동시에 전성기의 매력을 영원히 유지하는 물건이기도 하다.  필립블룸 <수집>  74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빼곡히 쌓인 서재를 바라보는 내 눈은 가야 할 길에 대한 설렘으로 숨이 막힐듯하다. 어디 에로틱에 비길까, 나는 본능적으로 책과의 연애가 시작되었음을 안다.  75
나는 (인터넷)검색이 아니라 (현실) 탐색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76

쓰는 사람으로서도 절박하게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어떤 체험적 깊이가 부여도리 리가 없을 것이다.  89
책 속에서 글을 쓴 사람의 진수를 발견하려는 또 다른 사람은 겸허해야 한다. 그리고 조금은 현명해야 한다. 겸허함과 현명함은 책의 사용을 제대로 가능케 하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97
책과 나누는 대화는 통상적인 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대화, 심중에 있는것들끼리의 대화를 의미한다. 책이 의미있다면 그것은 이런 대화를 아주 낮은 자리에서 아주 간절히 교통하게 해준다는 데 있다.  98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사람을 읽어낼 수 있는데, 이것은 느린 속도의 책읽기 속에서만 가능하다.  
책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책과 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겸허한 마음가짐만 있으면 된다. 책 속에서 글을 쓴 사람의 진수를 발견하려는 또 다른 사람은 겸허해야 한다. 그리고 조금은 현명해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책 읽기는 극히 이기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99

책이 병을 낫게 한다.
직접적으로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책읽기도 분명 있지만 자신의 질병이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를 알게 함으로써 병을 낫게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101
병에 대한 각성이 없으면 병도 없다. 병을 알게 되면 치유도 그만큼 쉬워진다.  102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쓸데없는 말은 인간의 고통을 조금도 치료하지 못하는 철학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몸의 병을 물리치지 못하는 의술이 아무 소용 없듯이 마음의 고통을 물리치지 못하는 철학 또한 아무 소용이 없다"라고 말했다. 
나는 책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마치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느끼게 하는 것이 책읽기다.  103
그노시스(gnosis, 영지靈智)란, 그리스어로 '지식'을 의미한다. 지식이란 요즘 유행하는 말로는 정보를 뜻하는데 책의 공간에서는 책을 통해 자신이 모르고 있던 내용을 '아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107

지식에 목을 매는 사람들은 어리석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지식 없이 우리 삶이 유지되랴.
적극적으로 지식을 만나기 위해 책을 드는 노력을 어찌 포기할 수 있으랴.  127
지식의 쓰임이란 그닥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오늘 쓸모없는 지식이 내일 새롭게 재조명될 수 있는 여지가 아주 많은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저절로 알게 되는 지식도 있겠지만 적극적으로 지식을 만나기 위해 책을 드는 노력을 어찌 포기할 수 있으랴.  130

책은 '깊이'라는 무기로 인간의 삶을 조망하게 한다. 책의 깊이는 다른 매체와는 다르게 그 심도가 깊다.  138

문학을 아끼고 사랑하는 민족은 흥한다. 문학이라는 나무는 우리가 잘 가꾸면 그 몇 배, 몇십 배 보답을 한다.
그러나 당장 쓸모가 없는 무용(無用)의 세계인 문학은 특별한 취향의 사람들이 향유하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문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또한 현실적으로 어떤 즉답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문학이라는 '깊이'는 단세포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용의 관점에서 보자면 한심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정반대로 바로 그 무용성이 삶의 아름다움과 진정성을 일깨울 수 있다. 무엇이 진정 실용적인 것인가를 깨우치는 힘을 주는 것이다.
문학의 언어는 사고가 깃든 집이다. 언어는 사유의 모든 것이다. 우리의 정보 세계를 구성하는 것의 많은 부분은 언어다. 언어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사고 체계를 조직화하고 재구성한다. 문학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과 일상적이고 실용적인 언어만을 사용하는 민족은 삶의 차원이 다른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문학을 지켜야 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우리의 의무라고까지 할 수 있다. 한 문화권이 갖는 독자적 이야기의 전승과 사유의 전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는 문학을 통해 비로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143-144
문학서든 실용서든 읽고 싶은 것을 읽는 가운데 서서히 책이 지닌 이 '깊이'의 작용이 이뤄진다. 더 깊게 알고 싶은 욕망은 때로 편향적 독서로 나타나기도 한다.  144
나는 책읽기는 편식에서 비롯한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분야를 읽는 가운데 책과의 만남은 깊어져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책은 깊이의 기능을 지니고 있기에 책을 좋아하게 되면 깊이 읽게도 된다.  145

세상살이가 각박해졌다고 흔히 말하지만 우리는 대안을 잘 제시하지도 않고, 또 이 점을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는 그런 점에서 시를 읽어야 하고 감성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49
때로 책은 자신이 보지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맡는다 감성에는 지적인 자극이 반드시 필요하다. 삶이라는 감각을 질료로 하여 지적인 자극 끝에 감성이 만들어 진다.  153
글을 쓰면 상황이 명확하게 보이고 성찰의 기회가 되며, 또 때로 직업적으로 쓸 수 있게도 된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이점이 있지만, 가장 큰 미덕은 삶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소통의 창이 생긴다는 바로 그 점에 있다.
마음속에 있는 책을 꺼내 써보자. 마음이 후련해져서 정신 건강에도 얼마나 좋은지. 반드시 대중적인 출판물, 혹은 문학적인 작춤으로서의 책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삶을 글로 쓰는 모험 그  자체를 말한다.  157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간절한 이야기를 적으면 좋다는 것이 글쓰기 방법론의 가장 고전적인 충고다.  158
형식미, 체제 따지지 말고 독백조도 좋고 좋아하는 사람을 대화 상대자로 설정하여 쓰는 방식도 좋고, 일단은 말문을 트고 미흡한 대로 힘차게 시작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159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고,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는 것이다. 글쓰기는 우리 삶이 실패하지 않도록 조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160

모든 독자는 자기 자신의 독자다. 책이란, 그것이 없었다면 독자가 결코 자신에게서 경험하지 못했을 무언가를 분별해낼 수 있도록, 작가가 제공하는 일종의 광학 기구일 뿐이다. 따라서 책이 말하는 바를 독자가 자기 자신 속에서 깨달을 때, 그 책은 진실하다고 입증된다.  알랭드 보통 <동물원에 가기>  167
책 속으로 깊이 몰입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통시적·공시적으로 제한도니 경험세계를 확장시키고 사유의 깊이를 부여할 수 있다.  168

많은 글쓰기가 그런 식이다. 맞춤법은 시간이 가면 정확해지지만 우리의 의도를 제대로 반영하도록 단어들을 배열하는 데는 힘든 노력이 필요하다.  알랭드 보통 <동물원에 가기>  175
적어도 책은 그것이 어떤 책이든, 그것을 펴든 당신이 지금 어디에 살고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가 하는 두 가지 점에서 인싱의 눈을 던져준다. 한 권의 책을 펴드는 모험이 당신의 영혼을 풍요롭게 해주는 사이. 그 여행의 처움으로, 모든 여행이 그러하듯이 되돌아와 또 다른 책으로의 여행을 당신은 금방 그리워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책 못지않게 그것의 사요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사용한다고 했을 때 머리에 베고 자는 방식보다는 그 안에있는 내용을 활용하는 방식에 눈떠야  한다.  178
재주는 부지런함만 못하고, 부지런함은 깨달음만 못하다. 깨닫는다는 한 글자는 도덕의 으뜸가는 부적이다... 가령 한 권의 책이 대략 6,70장 쯤 된다고 치자. 그 정화로운 것을 추려낸다면 십수장에 불과할 것이다. 속된 선비는 처음부터 다 읽지만, 정작 그 핵심이 있는 곳은 알지 못한다. 오직 깨달음이 있는 사람은 손 가는 대로 펼쳐 봐도 핵심이 되는 것에 저절로 눈에 가서 멎는다. 한 권의 책 속에서 단지 십수 장만 따져보고 그만둘 뿐인데도 그 효과를 보는 것은 전부 읽은 사람의 배나 된다.   홍길주<수여방필>  정민 <책 읽는 소리>  179

독서가 무형의 자산을 일구는 행위인 것은 책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언제나 그렇다. 책은 삶을 거듭 살게 하는 거의 유일한 그 무엇이다. 독서는 그녕 읽는 행위가 아니라 주체가 반성하고, 성찰하는 가운데 타인과 만나는 장(場)이다.  188
책은 거듭해서 읽어야 한다. 그 세 가지 이유.
첫째, 책을 읽을 당시에는 자신의 지식이 못 미쳐 보지 못했던 부분을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인식이 못 미쳐서 못 깨달았던 것을 다시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자신의 철학이 못 미쳐 구할 수 없었던 지혜를 다시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89

책을 잘 읽기 위해서는 책을 잘 알아야 하고, 책을 잘 알기 위해서는 또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책 읽기의 속성에서 '개인적인 체험'이란 점은 아주 중요하다.  191
시간을 염출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읽기에도 때가 있다. 읽을 수 있는 책의 수량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검증된 책만 읽어야 한다. 책을 가까이하는 생활 습관을 길러라. 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습성을 길러라. 독서 일기를 적어보라. 책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고 밑줄을 그어보라. 속독법, 정독법 등등
현재까지 잠정적으로 느끼는 것은 역시 책에서 또는 책읽는 행위에서 직접 즐거움을 찾아내는 것보다 나은 방법은 따로 없다는 것이다.  192
즐거운 책읽기는 어떻게 가능해지는가?
독서가 큰 즐거움을 주는 행위라는 것을 알기만 하면, 굳이 따지자면 독서에는 때가 따로 없는 법이다. 늙어서 봐야 할 책이 있고, 젊어서 봐야 할 책이 있다. 또 책이 재미있으면 밑줄을 긋게 되고, 메모도 하게 된다. 그리고 인상 깊게 본 책은 인생에도 큰 자양분을 공급해 주는 법이다.  193
건조한 현실을 위한 책들을 의무적으로 봐야 했을 때 나는 그 책읽기가 끝나자마자 고전을 펴들어 균형을 잡으려 노력했다. 즉 책으로 책을 해독하는 행위라고나 할까.  194
책을 잘 읽어내기 위해서는 책을 잘 아는, 그 방면의 전문가들을 멘토로 삼을 필요성이 있다.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195
교육의 필요성을 논할 때 흔히 "학문을 닦고 인격을 도야한다"는 말을 한다. 여기서 도(陶)란 "도자기를 굽는다"는 뜻이요, 야(冶)는 "쇠를 뽑는다"는 뜻이다. '도야'는 한낱 흑덩이를 구워 도자기로 변모시키고, 돌가루를 가열하여 쇠붙이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잘 구운 고려청자는 보석보다 비싼 값으로접받고, 수십 번 담금질 된 명검은 천 년 세월이 흘러도 날카로움을 잃지 않는다.
사람도 그러하다. 위대한 말씀이나 책을 접하고 난 사람은, 그 이전의 그 사람일 수가 없다. 겉으로야 그 사람이 그 사람이겠으나 속은 완전히 새 사람으로 '변모'해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인격을 도야하고 나 후의 사람 모습이다. 흙으로 빚은 그릇이 불가마에서 뜨거운 불기운을 이겨내고 나면 이미 '흙그릇'이 아니라 '자기그릇'이듯, 위대한 책을 접하고 난 사람 역시 그러하다. 우리는 그 위대한 책을 달리 '고전'이라 이른다. 고전은 사람을 극적으로 변모시키는 가장 강한 불이요, 또 오래 타는 땔감이다.  공지영외 ,<나의 고전 읽기>  195-196
책읽기의 멘토로서 고전만 한 책이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196
독서를 잘하기 위해서는 적극성이 필요하고, 적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의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궁금증'이다.... 자신의 지적 욕구에 가장 충실한 독서야 말로 최상의 독서다.  박민영 <책 읽는 책>  197
자신의 지적 욕구를 알아내는 과정에서도 책 읽기는 필요한 법이다  198
독자 우위의 책읽기란 책이라는 창백한 대상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책을 다소  만만히 보고 마치 기계의 부속품처럼 책의 세부를 뜯어보는 행위다.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을 다 이런 시각, 이런 방식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부연해야 마땅할 것이다.  199
어려운 책을 덮어놓고 쉬운 책,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책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한꺼번에 책의 내용을 정복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읽으면 책의 내용이 새롭게 다가온다는 의미다.  199
가장 불행한 독자는 인쇄된 문자 외에는 다른 거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다. 인쇄된 문자와 문자 사이의 여백에는 저자의 생각도 숨겨져 있지만, 독자의 생각도 숨겨져 있다. 그것을 발견하느 독서를 해야 한다. 문자 기호를 해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를 통한 자신의 사색이 중요하다.
사색하지 못하는 독서가는 무지한 노웁조다 나을 것이 없다.  <책 읽는 책>  200

책을 잘 읽기 위해서는 대상 책에 따라 접근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201
느림의 사유를 가꾸는 방법으로 책읽기를 제안하고 싶다.  202
책을 읽는 삶은 결코 속도에 있어 뒤처지는 삶도 아니고, 또한 느림 역시 결코 뒤처지는 삶의 방식도니다. 속도전 시대인 오늘날이야말로 사실은 내면적으로 느림사유를 가꿔나가야 할 때다.  203
책이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마치 스포츠 뉴스나 강도·살인사건처럼 한동안 너도나도 읽어 대화의 소재가 되었다가 이내 잊히기 위해서인가? 아니다. 책은 진지하고 고요히 음미하고 아껴야 할 존재다. 그럴 때마다 비로소 책은 그 내면의 아름다움과 힘을 활짝 열어 보여준다.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인간이 자연에게서 거저 얻지 않고 스스로의 정신으로 만들어낸 수많은 세계 중 가장 위대한 것은 책의 세계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 난생 처음 글씨를 써보고 읽기를 배우면서 첫발을 들여놓게 되는 이 세계는 워낙 정교하고 극도로 복잡해서, 그 모든 법칙과 규칙에 통달하여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경지에 이르기란 불가능하다.
말과 글과 책이 없이는역사도 없고 인간이라는 개념도 존재할 수 없다. 혹 누군가 소규모의 공간에, 이를테면 집 한 채나 방 한칸에 인간 정신의 역사를 집약하여 소유하고자 한다면, 이는 오로지 책을 수집하는 형태로만 가능할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인생은 짧고 저세상에 갔을 때 책을 몇 권이나 읽고 왔느냐고 묻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무가치한 독서로 시간을 허비한다면 미련하고 안타까운 일 아니겠는가?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책의 수준이 아니라 독서의 질이다. 사람의 한 걸음 한 호흡하다 그러하듯, 우리는 독서에서 무언가 기대하는 바가 있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더 풍성한 힘을 얻고자 온 힘을 기울이고 의식적으로 자신을 재발견하기 위해 스스로를 버리고 몰두할 줄 알아야 한다. 한 권 한 권 책을 읽어나가면서 기쁨이나 위로 혹은 마음의 평안이나 힘을 얻지 못한다면, 문학사를 줄줄 꿰고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인가? 아무 생각 없이 산만한 정신으로 책을 읽는 건 눈을 감은 채 아름다운 풍경 속을 거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204-205
책은 고요히 음미해야 할 대상이면서,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위대한 세계다.  205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듯이 책에서 정보를 찾는다. 인격수양, 진리탐구, 지혜획득, 사회변화 방편으로서의 책읽기는 퇴색되고, 단지 직장 생활을 잘 하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학점을 잘 따기 위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 독서 패턴이 이렇게 변하다 보니 책을 많이 보면 영혼이 풍요로워진다는 것은 옛말이 되고 말았다.... 이것은 책을 얼마나 많이 보느냐의 문제보다 어떤 책을느냐의 문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책 읽는 책>  206
책을 읽어내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우리느 ㄴ결국 책을 올바르게 읽어내야만 한다.
이를 가능케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두 가지 패턴의 책읽기를 실행해야만 한다고 본다. 먼저 재미난 것에서 진지한 것으로, 즉 쉬운 것, 만만한 것에서 어려운 것으로 하는 독서 패턴과 둘째는 동시대의 난삽한 책 읽기에서 구원한 고전 읽기로 바꿔서 실행해야 한다.  208

책읽기의 차원에서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비중을 높여가야 할 차원이 있다면 창의적인 책읽기다.
창의적인 책읽기라 함은 책과 사유, 책과 몸이 함께 가는 책읽기다.  210
나는 자위한다. 책에서 위안을 구하는 자는 행복하다. 세상에 얼마나 불행한 일이 많은지를 생각하면 더더욱...  215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이해와 다른 차원에 대한 동경 외에, 책읽기를 통해 더 무엇을 꿈꿀까.  219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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