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표류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출판사
예문 | 2005-03-0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일본의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가 직접 만나 취재한 11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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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날 저자의 책을 모두 검색하여 훑어보았다. 그러면서 먼저 볼 책을 선별하여 정리해 두었다.

그러고 얼마후 우연하게도 저자의 책 세 권이 수중에 들어왔다. 

이 책은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서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책의 제목이 떠올랐다.


저자는 젊은 사람들을 가볍고 대세에 순응적이고 적당주의적인 모습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나, 일 년여 동안 11명의 젊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좋아하는 일에 빠져 있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걱정이 기우였다고 하였다. 

물론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세상의 성공에 초점을 두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어쩌면 지금의 세상적인 눈으로 보았을 때 독특한 1%의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대다수의 젊은 사람들은 이들과는 정 반대의 삶을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결국 이 책은 그런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대세순응적인 삶이 자신의 삶이라 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을 통해서 자신의 설 자리를 찾아보자는 의도일 것이다.


청춘의 시작은 대충 감이온다. 하지만 청춘의 끝은 어디쯤일까?

저자는 그것의 정의가 어렵다고 하면서도 조심스럽게 30대까지로 정의내린다. 공자의 표현을 빌려 '40에 들어서는 불혹'즉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는 것이다.


백세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현대에 40대도 청춘이 아닐까.. 굳이 미혹되지 안는다고 청춘이 아니라 표현하기 어려울 것 같다. 

어쩌면 청춘의 범주를 긋는 것이 무의미 할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표현을 빌어 보자면 '망설임과 방황은 청춘의 특징이자 특권이다.'

'인생에서 가장 큰 회한은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인생을 살아가지 못할 때 생긴다.'

그렇다. 망설임은 언제나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 보고 싶은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삶이 가장 큰 회한이라는 말처럼 청춘이라는 표현의 정의보다는 자신의 삶을 꾸려나감에 있어서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생각해 보는 삶이 더 중요할 것이다.


저자의 표현중에 '수수께끼의 공백시대'이 있다.

청춘이란 언젠가는 오게될 출범을 준비해 놓는 시간이란 것이다. 즉 '하려는 의지'가 필요한 시기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 나는 출범을 준비하는 청춘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된다.


인터뷰에 나온 청춘들의 공통점은 저자의 표현으로는  '내가 만난 이들은 이상하게도 모두 열등생들이었다.'이다.

그에 더해 내가 드는 공통점은 그들은 모두 열악한 조건을 열악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사회가 알아주건 아니건 상관하지 않았기에 열악한 조건을 가지고 그에 맞추어 살아가면서 경험을 축적하고 체화해 나갔다는 점이다. 

이것은 자신이 하려고 했든 하지 않았든 관계없이 그들 자신의 열정을 믿고 나아갔다는 점이다. 

자신이 자신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무언가를 할때 가장 크게 작용하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지금의 나는 30대이다. 

내가 하는 것에 확신을 가지지만 문득문득 불안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불학실한 미래이기에 불안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이들도 분명 그러한 생각들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들을 믿고 나아갔다는 사실은 분명 우리가 깊게 생각해야 할 부면이라 생각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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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청춘, 그 설익음과 진지함에 대하여

부끄러움 없는 청춘, 실패 없는 청춘을 청춘이라 부를 수 있을까?  4

시간을 따져 물어 언제부터 언제까지가 청춘이라고 정의내릴 수는 없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모색하는 시간이 청춘의 시간인 것이다. 그 기간의 길고 짧음은 사람마다 다르다.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지만, 최근에는 이런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육체는 젊지만 정신은 노화된 청년들. 그들은 세상의 상식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고 말만 늘어놓는다. 또 그에 맞는 처세술이나 삶의 방식만을 추구하려 한다. 마치 그들은 무덤까지 일직선 코스를 향해 달리는 인생을 사는 것과 같다.

보통 30대까지를 청춘기에 집어넣어도 무방할 것 같다. 공자는 '40에 들어서니 불혹(不惑)'이라고 했다. 거꾸로 말하면 40세까지는 계속 방황을 한다는 뜻이다. 

망설임과 방황은 청춘의 특징이자 특권이다. 그만큼 창피한 기억도 많고 실패도 많다.  5

인생에서 가장 큰 회한은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인생을 살아가지 못할 때 생긴다.  7

진정한 인생론은 말보다는 실천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인생을 이야기할 때, 어떤 이론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그대로 하나의 인생론이 되어버리는 그런 인생, 그런 인생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9


길이 아니면 미련 없이 돌아섰다. - 이나모토 유타가(히슈 고잔의 벽촌에서 형, 친구들과 어울려 수공예 가구 단지를 만들어 자연과 조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입으로 이러니저러니 떠들어대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란 게 결국 어느 대학이든 들어가서 대학졸업장을 따는 것이 목적이 아닌가, 결국 이제까지 비판했던 대학의 권위를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행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공허해졌어요. 그래서 대학은 포기하기로 결심했어요. 그리고 나서 뭘 할지 생각해보니 결국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익혀야겠더라고요.  23

당시에는 정치문제로 사회가 많이 시끄러었고, 사람들은 누구나 정치를 비판하고 사회를 비판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겼는데, 입으로만 사회를 비판해봤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잖아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우리 손으로 원하는 것을 만드려는 생각을 하고, 이런 생각을 우리 손으로 실현해가고, 이런 시런이 쌓여서 사회를 바꿔가는 거라고 느꼈지요. 사회까지 변화시키지 못하더라도 우리 자신만큼은 확실히 바꿀 수 있으니까요.  28

스스로에게 무얼 바라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 건지 반문해보면, 결국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고 인간답게 사는 삶이 좋다는 결론에 이르잖아요.

인간이 정말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건 몸을 움직여서 일하고 무언가 구체적인 걸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요?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거죠.  29

(결국 스스로의 경험들을 통해 체득한 것과 자신의 고민으로 만들어나간 삶을 살게 되는 것. 이나모토는 애니메이션 학교 레스토랑 견습생 등 여러가지 경험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을 위한 고민을 하여 얻어낸 것이다.


피아노 보다 칼이 좋았다 - 후루카와 시로(서른셋의 후루카와 시로는 남성다운 수제 나이프인 커스텀 나이프를 만드는 나이프 장인으로서 미국에까지 그 이름을 알렸다.)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부탁을 하면, 칼을 갈아보라 시키고 "스스로 몇 년 노력해서 칼을 곧게 갈 수 있으면 그때 다시 찾아오라고 하죠. 그러면 모두 싫은 내색을 하더군요. 요새는 다 기계로 갈면 되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요. 그게 그렇지 않아요. 금속공예엣는 칼을 가는 것이 모든 테크닉의 기초예요. 정말로 칼을 잘 갈 수 있으면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보시면 돼요. 진정한 평면을 만들어낼 수 있으면 그만큼의 기술이 생기고 동시에 진정한 평면을 알아보는 눈도 가질 수 있거든요. 바로 그 점이 중요해요. 솜씨가 좋아지면 보는 눈도 좋아진다는 것. 솜씨가 미숙할 때는 더 이상의 평면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솜씨가 점점 좋아지면서 더 완전한 평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솜씨가 좋아질수록 스스로의 솜씨를 엄격하게 바랍로 수가 있고 미크론(길이의 단위, 미크론은 1미터의 1/1,000,000) 단위로 사물이 보여요. 그 점이 중요해요..."  44

후루카와는 인생을 선책해야 할 순간에 이르면 항상 쉬운 길이 아닌 험난한 길을 선택했다.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글쎄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걸어왔네요. 나이프를 만드는 것도 그렇고요.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았는데, 쉽게 하는 건 싫었어요. 쉬운 건 항상 타협을 불러오거든요. 타협이 싫어요." 타협하지 않는 인생이 편하지는 않다. 그래도 즐거움은 많은 것 같다.  59


미치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 - 무라사키 타로(이제는 사라진 원숭이 기예. 스물두 살의 타로는 고등학교 2학년 여름에 대학진학의 꿈을 버리고 원숭이 기예 부활에 인생을 걸었다. 그때부터 원숭이와 힘겨운 싸움이 계속되었다.)

"너는 지금 어둠 속을 질주하고 있는 거야. 아무도 언제 이 어둠을 뚫고 나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내일일지도 모르고 일 년 뒤일지도 몰라.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그런 날이 올 거야. 그때 네 인생이 도약하는 거야. 그만두면 안 돼. 되돌아와선 안 돼." 이런 아버지의 질타와 격려가 없었다면 중도에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77-78

"옛날에 원숭이 조련을 하다가 미친 사람이 세 사람이나 있었어요. 직접 해보니 저도 미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더군요. 엄격한 정신력이 필요했죠."  78


고기의 신이 되다 - 모리야스 츠네요시(중학교를 졸업한 뒤 고베 정육점에서 근무했다. 이후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니는 떠돌이 기술자가 된다. 스무 개 남짓한 정육점을 전전하던 끝에 미침매 그의 인생을 바꿀 사람을 만난다.)

"결국 몸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거든요. 수없이 고기를 발라내면서 비로소 익히는 거죠. 제 경우에는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1만 마리는 발라냈을 거예요. 어디에 어떤 뼈가 있고, 어디에 어떤 근육이 붙어 있고 어디를 어떻게 자르면 되는지 소 전체의 구석구석까지 아는 것이 그 첫걸음이지요. 그 다음에는 칼을 쓰는 방법에 있어요. 정말 칼을 잘 쓸 정도가 되면 칼을 사용하는 감각이 없어져요. 칼과 손 끝이 하나가 되어야 하거든요. 칼과 손가락이 하나가 되어 칼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손끝으로 자른다는 느낌이라 해도 좋고, 칼날 끝에 손끝과 같은 감촉이 있다고 해도 좋아요. 그렇게 하면 칼로 자르는 게 아니라 잘라야 할 부분에 칼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죠. 칼이 혼자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손은 뒤에서 쫓아가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요."  91


카메라를 본 순간 빠져들다 - 미야자키 마나부('야생을 야생 그대로 사랑하는' 동물 사진작가. 일본 남알프스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에서 오로지 새와 동물만을 카메라에 담는다.)

"어렸을 때부터 야산을 뛰어다니며 노는 걸 좋아해서 공부는 정말 못했어요. 그래도 동물이나 새에 관해서만은 자신 있었죠. 이 계곡에 있는 동물이나 새에 관한 건 다 알아요. 초등학교 때는 소리만 듣고도 어떤 새인지 알아맞췄거든요."  112

미야지카의 사진집을 보면, 사진이 중심이지만 다양한 에피소드도 소개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는 어디에서 배운 건가요? "전부 제가 관찰한 거예요. 실제 사진을 찍는 시간보다 몇십 배 이상을 관찰하니까요."

동물생태학에 관한 책을 봤나요? "그런 책은 본 적이 없어요. 어떤 학자보다 제가 더 잘 안다는 자신이 있으니까요."

관찰할 때 기록을 하나요? "아니요. 전혀 안 써요. 전부 머릿속에 집어넣기만 해요. 기록을 하는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계속 지켜보기만 해요. 결국 보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젊은 사람들 가운데 동물 사진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모두 찍으려고만 하지 찍기 전에 보려고 하지 않거든요. 그건 안 돼요. 찍기 전에 철저하게 지켜봐야 해요."  114-115

"정말로 한심한 학생이었죠. 성적은 꼴찌에 가깝고 얼치기 대장에다 캐도도 좋지 않아 매일 선생님께 혼나거나 맞거나 복도에서 벌을 섰어요. 벌을 받다가는 지루해서 밖으로 뛰쳐나가 새둥지를 찾아다니고, 그러다가 또 혼났죠."

"선생님께는 완전히 무시당하고 학교에서는 쓸모없는 놈이라는 취급을 받았습니다. 기분 나쁘니까 저도 점점 더 반항하고 팽팽하게 맞섰죠...."  118

초등학교 6학년 때에는 산에서 잡아온 다람쥐도 길렀다. "고로스케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식구들 모두가 귀여워했죠. 낮에는 풀어놓으면 집안을 온통 돌아다녔고, 밤에는 조그만 우리에 넣어 길렀어요. 아침에 '고로스케'하고 부르면 모이를 주는 줄 알고 난리를 부리지요. 그런데 어느 날 불렀는데도 조용하더라고요. 이상해서 둥지를 들여다 보았는데 없었어요. 주변을 샅샅이 뒤졌는데 1미터가 넘는 큰 구렁이의 배가 불룩해서 똬리를 틀고 있는 게 보이더라고요. 이 놈한테 당했구나 생각하는 순간 삼킨 지 얼마 안 된 것 같으니 배를 가르면 살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구렁이를 붙잡아서는 칼로 배를 갈랐지요. 그런데 고로스케는 이미 반 이상 소화가 되어 있었어요. 풍성했던 그 꼬리의 형체는 그대로 남아있더군요. 고로스케의 모습을 본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어요. 동물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공포라고 할까요? 그때 야생 다람쥐를 잡아와서 기르려고 했던 제 자신도 후회가 되더군요. 산에 있었더라면 안 죽었을 거라는 생각에 역시 들판에 있는 건 그대로 들판에 놔둬야 한다며, 기르던 들새도 전부 풀어줬어요." 

이것이 미야자키 마나부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인간이 자연을 마음대로 사육해서는 안 되며 꾸미지 않고 야생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는 자세는 그때부터 흐트러짐이 없었다.  121

동화작가가 전에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자네가 하는 일은 많은 사람에게 금세 인정 받지는 못할 걸세. 하지만 자네를 주목하고, 인정하고, 기대를 거는 사람이 일본에 한두 명은 있을 걸세. 자네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신경 쓰지 말고, 인정해주는 한 두 사람을 위해 열심히 하게나.'  129


인생의 자전거를 갈아타다 - 나가사와 요시아키(프로 자전거 선수의 경주용 자전거는 모두 수제 작업으로 만든다. 밀리미터 단위의 정밀도로 선수들의 몸에 꼭 맞춰 제작한다. 갑작스런 사고로 자전거 선수를 포기한 서른여섯의 나가사와 요시야키는 기술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결국 일류 자전거가 만들어 져가는 과정을 날마다 제눈으로 보고 직접 그 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자연스럽게 제 기술이 된 것 같아요. 세세한 기술도 여러 가지 있지만, 결국 가장 본질적인 건 자전거의 모습이랄까. 형태를 잡아주는 거라 생각해요.  152


사랑에 취하고 와인에 취하고 - 다사키 신야(소믈리에는 와인을 서비스하는 전문직이다. 스물다섯 살의 다사키 신야는 없는 돈을 털어서 열아홉이 되던 가을에, 와인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로 떠난다. 낯선 땅에서 말조차 모르는 채 불안한 여행을 떠났다.)

와인처럼 그 깊이가 있는 것은 체계적으로 학습을 하지 않으면 진정 그 깊이를 알 수가 없어요.  199


요리보다 참는 법을 먼저 배웠다 - 사이스 마사오(프랑스 식도락가 사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 유명 레스토랑 '랑브르와지'의 셰프. 서른네 살의 사이스 마사오는 처음 3년간은 접시닦이와 냄비닦이 일만 했다. 요리는 예술이다. 그 사실을 알아내기까지 사이스 마사오에게는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호텔 조리장처럼 큰 곳에 있던 사람들은 세분화된 일의 단편밖에 못 맡아봐서 부분적인 경험밖에 없거든요. 저처럼 오드블에서 디저트까지 모든 부분의 일을 한꺼번에 해보고, 더구나 밑바닥인 아폴란티에서 그 높은 소스 담당까지 했다는 건 정물 드문 경우거든요. ...경험의 차이가 난 것 같아요.  210

대부분의 요리사들은 요리를 배운다고 하면 전통적인 레퍼토리 하나하나 만드는 방식을 익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진정한 요리는 그런 방정식을 외우기만 해서 되는 게 아니에요. 마지막에는 그 사람의 감정이 좌우하죠. 감성에 따른 창작이 중요해요.  221


처음부터 색에 끌린 것은 아니다 - 도미타 준(남들과 똑같은 인생을 사는 건 싫었다. 대학을 중퇴하고 직조의 길을 선택한 도미타는 울에 대해 공부할 목적으로 울의 본고장인 오스트레일리아로 건너갔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영국으로 넘어가 일하며 배우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직조법을 계속 찾아냈다.)

두 사람이 동거를 시작한 그 해 여름,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로 둘이 함께 민예공예품점에서 먹고 자면서 일을 했다. 그곳에서 오타니 지난이라는 염직가를 알게 된다. 오타니는 일본에서 얼마 안 되는 창작을 전문으로 하는 수제 직물가이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한 번 해보자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오타니 씨 제자로 들어갔어요. 첫째 날 가느다란 견사를 한 뭉치 받았는데 그걸 잘 감아내라고 하더군요. 털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감아본 적이 있을 거예요. 실 감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 가끔 엉키기는 하지만 잘하면 쉽게 풀리죠. 그렇지만 견사는 다르더라고요. 정말 힘들었어요. 조금만 잘못하면 금세 엉켜서 끊어져버려요. 끊어지면 끝이 어디로 가 있는지 전혀 알길이 없었어요.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죠. 처음부터 너무 쉽게 생각한 거예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오타니 씨 쪽을 쳐다봤지만 묵묵히 저를 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더라고요. 도와주지도 않고요. 매달려 봤지 안 되겠다는 생각에 기를 쓰고 끊어진 실 끝을 찾아 이었어요. 그러면 조금 있다가 또 끊어져서 한참을 찾아 헤매는 그런 일을 반복했죠. 실 뭉치 하나를 감는데 일주일이 걸렸어요. 요령을 익히면 2시간 정도면 감을 수 있는데 일주일이 걸렸던 거예요. 그동안 저도 오타니 씨도 서로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둘다 모두 약간 독특한 성격이라 그런지 날마자 한 마디도 안하고 일만 했어요. 그곳에 한 1년 정도 있었는데 한 번도 옆에서 친절하게 무언가를 가르쳐준 적이 없어요. 실 감는 것과 마찬가지로 혼자 고생하면서 요령을 터득하던가, 아니면 오타니 씨나 다른 제자들이 하는 걸 옆에서 훔쳐보고 배울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 직조기를 사용해본 건 1년 동안 수업을 하면서 단 한번뿐이었죠. 지조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 제자로 들어갔는데 그건 하나도 가르쳐 주지 않고, 날마다 아침부터 밤까지 실감기, 염색, 실 헹굼(염색 마무리 작업)처럼 밑작업만 계속 했죠.  235-236


소리를 만드는 아티스트로 거듭나다 - 요시노 긴지(일본에서 처음으로 레코딩 엔지니어로서 프리랜서가 된 서른여섯 살의 요시노 긴지. 믹싱으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던 시대에 요시노 긴지는 '아티스트로서 레코딩 엔지니어'를 목표로 잡았다. 결국 윗사람과의 충돌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미국에 가서 얻은 것이 두 가지 있어요. 하나는 미국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대자연을 접한 거예요. 미국의 자연은 하늘도 바다도 땅도 일본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웅장했어요. 그 속에 있노라면 일본에서 그렇게 힘들고 신경을 썼던 사람들과의 얽힘이 정말로 아주 보잘것없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았죠. 인간이 아무리 애써도 대자연을 이길 수는 없다. 대자연은 모든 것을 포용해준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을 내 마음대로 하리라는 생각에 이르렀죠. 또 한 가지는 미국의 스튜디오를 견학하는 가운데 부부 두 사람이 운영하는 작은 스튜디오를 본 거예요. 녹음기만은 24채널로 훌륭한 것인데, 다른 설비는 너무 낡고 방음도 잘 안 되는 곳이었어요. 그런데 단란한 분위기에 정말 좋더라고요. 아, 이거구나. 이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본의 스튜디오는 모두 돈을 쏟아부어서 만들어내고, 지나치게 멋있고 훌륭한 설비들로만 채워져 있거든요. 일본에서는 그런 훌륭한 설비만으로도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환상이 있는데, 이런 작은 스튜디오에서도 좋은 음악을 만들려고만 한다면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죠.  270-271


에필로그 - 청춘, 수수께끼 같은 공백시대

속마음을 말하자면 나는 요즘 젊은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가볍게 떠도는 대세순응주의자가 너무나 많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평하게 떠도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암담한 기분이 든다. 인간도 사회도 너무 가벼워져서 적당주의에 물들어가는 것 같다. 이런 무리들이 어떻게 일본의 장래를 책임질 것인지 일본의 번영도 그다지 오래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75

그렇지만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그 걱정은 기우였다.

1년에 걸쳐 11명의 젊은이들을 만났다. 모두 매력적이고 믿음직스러운 젊은이들이었다.  276

내가 만난 이들은 이상하게도 모두 열등생들이었다. 빠르게는 중학교 때부터 낙인이 찍힌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일탈한 사람도 있었다. 시기에 차이는 있지만 모두 어느 시점에선가 보통 사람들의 인생 궤도에서 벗어나버린 사람들이었다. 

그 원인은 모두 달랐다. 그렇지만 한 마디로 뭉뚱그려 말한다면 '재미가 없어서'라는 단어로 압축될 것 같다. 일반적인 코스를 따라갈 능력이 없어서 뒤처진 게 아니라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벗어난 것이다. 

궤도를 벗어나면서 그들은 자신의 열정을 바칠 수 있는 대상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일단 발견만 하면 그 순간 그들은 열등생이 아닌 엄청난 노력가로 변신한다.

이제까지 그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만큼 노력을 거듭해서 하나의 길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간다. 단지 자신과 자신의 의지와 열정만을 믿을 뿐이다. 그렇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간다.  277

과거의 출범을 무모한 모험으로 만드는가. 아니면 과감한 모험으로 만드는가는 '수수께끼 공백시대'를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청춘이란 언젠가는 찾아올 출범을 준비할 수 있는 수수께끼의 공백시대인 것이다. 그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이다. 그것이 없다면 '수수께끼의 공백시대'를 무기력하고 나태하게 보내게 되고, 결국은 당연한 귀결로서 출범을 맞이할 수 없다. 그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상황에 휩쓸려가는 인생뿐이다.  283-284


번역을 마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이 아무리 겸손한 표정을 보이고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 있어도, 그들에게는 알 수 없는 빛이 난다.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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