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았으리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인생을 어떻게 발꿀 것인지에 대해.

인생을 다시 쓸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실수를 바로잡고 싶어질까?

우리 인생에서 어떤 고통을, 어떤 회한을, 어떤 후회를 지워버리고 싶을까?

진정 무엇으로 우리 존재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되기 위함인가?

어디로 가기 위함인가?

그리고 누구와 동행하기 위함인가?



"자네는 알고 싶지 않은거야, 그렇지 않은가?"

"뭘 알고 싶지 않다는 거죠?"

"진실"  66


"매력적인 여자라면 적어도 대화상대로 모자람이 없는 지식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지."

매트가 어깨를 으쓱했다.

"대화가 필요하면 자네한테 전화를 걸면 되잖아. 골치 아프게 노벨상 수상자하고 데이트할 이유는 없어."  88-89


"내 사랑은 그렇게 날아가 버릴 만큼 가볍지 않아."

"그래도 너무 믿지는 마. 사랑은 절대로 거저 얻어지지 않는 거니까."  150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부족한 짐을 채워줄 수 있는 단 하나뿐인 사람을 찾고 있다.

우리가 그를 찾지 못하면 그가 우리를 발견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방법밖에 없다. - 위기의 주부들  171



우리는 두 눈에 붕대를 감고 현재를 통과한다. 시간이 흘러, 붕대가 벗겨지고 과거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될 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비로소 살아온 날들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깨닫는다. - 밀란 쿤데라  185


"자네는 인생이 한탐이나 남은 것처럼 일리나를 대했지. 하지만 사랑은 그런 식으로 하는게 아니라네."  188


당신이 아무리 피하려고 애써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당신이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일어나지 않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 라마나 미하르쉬  194



어떤 경험으로 최악의 상황을 겪었다고 생각하기 일쑤지만 사실 최악은 미래형일 뿐이다.  198


사방이 막힌 수족관에 갇힌 채 화학약품을 처리한 물속에서 철퍼덕거리며 비타미노가 항생제를 달고 살아야 하는 고래의 삶은 관광객들이 무심코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이상적이지 않았다.  203


수족관 생활이 결국 고래의 머리를 돌게 만든 게 분명했다.  205


사람들은 이제 무엇을 알아가는 데 쓸 시간이 엇다. 그들은 가게에서 완성품을 산다. 하지만 친구를 파는 가게가 없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이제 친구가 없다. - 생텍쥐페리  218



마음이 차분할 때는 항상 그것을 무력화시켰다고 믿는다.

끝내 그것들을 없애버리고 말았다고 생각한다.

그것들을 완전히 떼어버렸다고. 아주, 영원히.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우리의 악마들은 어둠 속 어딘가에서 항상 웅크리고 있다. 

우리가 경계를 늦추는 순간을 끈덕지게 엿보며, 

그러다 사랑이 떠나는 순간이 오면...  220-221


우리는 책만 읽어서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시련을 통해서만 배운다. - 스와미 프라난파드  226



당신의 은신처는 당신 자신이다.

다른 곳은 없다.

당신은 다른 사람을 구원할 수 없다.

당신 자신만 구원할 수 있을 뿐이다. - 싯다르타  235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는데, 운명은 오히려 그를 혹독하게 짓밟았다. 자유롭게 운명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 운명에 영향을 미칠 힘이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부질없는 환상이엇는지 명백히 인정해야만 했다. 실제로 인간의 운명은 미리 프로그래밍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인생에서 아무리 싸워도 불가항력인 일들이 있는 것이다. 죽음의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의 미래란 점진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미 나있는 길을 따라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과거, 현재, 미래는 숙명이라는 끔찍한 이름앞에 처절하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미 운명이 다 쓰여 있다면 그 펜은 대체 누가 쥐고 있을까? 어떤 절대적인 힘이, 신이? 그렇다면 절대자는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 하는가?'  254-255


스무 살에, 우리는 세상의 중심에서 춤춘다.

서른 살에, 우리는 원 안을 떠돈다.

쉰 살에, 우리는 안쪽으로든 바깥쪽으로든 쳐다보지 않고

원 주위를 걸어 다닌다. 이후에는, 중요하지도 않다.

아이들과 노인들의 특권, 우리는 투명 인간이다. - 크리스티앙 보뱅  269



우리에게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하기 때문이다. - 세네카  298



당신 앞에 여러 갈래 길이 펼쳐지는데, 어떤 길을 선택할지 모를 때, 무턱대로 아무 길이나 택하지 마라.

차분히 앉아라. 그리고 기다려라.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 꼼짝하지 마라. 입을 다물고 가슴의 소리를 들어라. 그러다가 가슴이 당신에게 말할 때, 그때 일어나 가슴이 이끄는 길로 가라. - 수잔나 타미로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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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딱 한 가지만 설명해줘. 그렇게 산다고 달라지는 게 뭐야?"  29


보이지 않는 부분을 상상하고, 외양의 뒷면을 보는 것..

그의 직업에서 핵심은 바로 그것이었다.  34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건 상처가 남는 일을 겪었기 때문이야.  91


그린우드에 사는 사람치고 부모나 친구, 배우자 중에 마약 딜러나 마약중독자가 없는 경우는 드물었다. 마약 거래를 지탱하는 네 개의 기둥은 폭력과 공포ㅡ 질병과 죽음이엇다. 심지어 경찰도 압수한 마약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되파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린우드에서 잘 나가는 마약 딜러라면 일주일에 대략 수천 달러를 벌어들였다. 마크과 커너의 동급생 중에도 갱단에 들어가거나 마약 거래를 위해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두 사람 역시 남드로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라고 못할 건 없잖아."

마크가 말을 꺼냈다.

"뭘?"

커너가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몰라서 물어? 우린 머리도 좋고 눈치도 빨라. 그린우드의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야. 자고가 자기 밑에서 일하지 않겠냐고 묻더라. 그놈이 일주일에 얼마를 버는지 알아?"

커너가 벌컥 화를 냈다.

"난 마약에 손대고 싶지 않아."

"마약중독자가 되자는 게 아니라 딜러를 해보자는 거야. 잘만 하면 이 년 안에 학비 정도는 벌 수 있어."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야."

"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가 금주법 시대에 뭘 했는지 알아? 술을 불법적으로 수입하고 몰래 팔아 넘겨 엄청난 돈을 벌었어. 그 덕분에 아이들을 대통령으로 만든 거야. 그 덕분에 우리에게도 시민권이 생긴 거고."

"특수한 경우이고 옳지 않은 일이었어. 일반화시키는 건 문제가 있어."

이번에는 마크가 성을 냈다.

"그럼 여길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말해봐. 우리가 무슨 재주로 돈을 벌어 대학게 진학할 수 있는지 말해보라니까. 한시바찌 이 동네를 빠져 나가지 못한다면 우리는 아마 십 년 뒤쯤 무덤 안에 누워있거나 감옥에 가있게 될 거야. 그건 내가 장담하지."

"물론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어. 하지만 손쉬운 해결책을 바라서는 안 돼. 만약 우리가..."

커너의 목소리가 쑥스러운지 가볍게 떨려나왔다.

"만약, 뭐?"

커너가 침을 꼴깍 삼키더니 친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맺었다. 

"만약 돈을 마련하기 위해 마약 딜러를 한다면 우린 모든 걸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아무리 절박해도 우리가 가진 이상과 가치만큼은 절대로 포기해선 안 돼."

마크는 주먹을 불끈 쥐고 돌아서 철책을 힘껏 때렸다. 잠시나마 마약을 팔아서라도 학비를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럽고 원망스러웠기 때문이다.

커너가 자책하는 마크의 어깨에 손을 얹어놓았다.

"걱정할 것 없어. 마크. 두고 봐. 언젠가 반드시 기회가 올 테니까. 우린 틀림없이 여기서 벗어나게 될 거야. 내가 약속하지."

커너의 말에는 강한 확신이 실려 있었다.  171-173


우리는 마치 호두 같아서, 깨뜨려야 속을 볼 수 있다. - 칼릴 지브란  195



'아직은 때가 아니야' 그 다음에는 '이미 너무 늦었어'라고 말하다 보면 인생 최고의 시간이 다 지나간다 -구스타프 클로베르  215



"만약 우리 엄마 대신 죽은 사람이 아저씨 딸이라면 용서할 수 있겠어요?"

"솔직히 나도 자신하지는 못해."

마크가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다만 용서를 위해 노력하리라는 점은 자신할 수 있어."

마크가 아이스크림에 장식용으로 얹혀 있던 작은 종이우산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는 라일라를 쳐다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용서이고, 가장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걸 알아."

마크가 차분하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용서하라는 건 너 자신을 위해서야, 에비.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에비가 어깨를 으쓱했다.

"저는 이미 끝났어요. 저한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요. 가족도, 돈도, 미래도..."

"아니야, 앞으로 네 앞에는 창창한 삶이 남아있어. 결코 미래를 포기해서는 안 돼. 미래를 회피하기 위해 변명을 늘어놓지는 마."

"그놈은 살인자예요! 반드시 응징해야 해요."

에비가 목 메인 듯한 소리를 질렀다.

그때서야 마크는 처음부터 에비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내 말 잘 들어봐, 에비. 나 네가 그레이그 데이비스라는 사람 말고 정말로 벌주고 싶은 사람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데..."

에비가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네가 정말로 죽이고 싶은 사람은 바로 너 자신일거야. 그렇지 않니?"

"아니에요!"

에비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펑펑 쏟을 것 같은 눈으로 소리쳣다. 그녀가 미처 충격을 흡수할 틈도 주지 않고 마크의 공세가 이어졌다.

"넌 엄마의 말을 믿지 못했던 네 자신이 미웠어. 엄마가 숨진 것에 대해 얼마간의 책임이 너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 거지. 넌 무엇보다 그 사실을 견디기 어려웠을 거야."

"아니에요. 아저씨가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하시죠?"

입으로는 강하게 부정했지만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이미 진실에 대한 고백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진 마. 처음부터 네 잘못은 없었으니까. 아무것도."

마크는 에비를 합리적으로 설득하려고 애썼다.

에비의 목소리는 이제 흐느낌으로 변해 있었다.

"제가 왜 그랬을까요? 왜 엄마를 믿지 못했을까요?

"그건 네 잘못이 아니었어.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테니까."

마크가 소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엄마는 늘 저한테 거짓말만 햇어요. 하지만 그때는 거짓말이 아니었는데, 그때는."

"다 잘 될 테니까 이젠 잊어버려."

에비는 감정이 북받쳐 마크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흐느껴 울었다. 마크가 가슴 깊이 감추어둔 응어리를 터뜨려버린 것이다.  244-246


"대단히 비극적인 사건을 겪었어요. 평소와 다른 점은 제가 바로 그 비극적인 사건의 주인공이었다는 겁니다. 막상 저에게 비극이 닥쳤을 때 평소 많은 사람들에게 해준 조언이 정작 제 자신의 고통을 치유하는 데는 그리 유용하지 않더군요."  249


네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거든 어디서 오는지를 기억하라 - 아프리카 속담



"아마 살아오는 동안 아무도 너에게 친절을 베풀거나 도움을 준 적이 없었을 거야. 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감각해질 필요가 있었고, 불신이라는 방어벽을 높게 쌓아올려야 했겠지."

"그래, 네가 옳았어. 이 냉혹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부득이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한데 나를 가둔 채 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었어."  281


눈을 감고 살면 정말 쉽다 - 존 레논



두려움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사람은 사랑, 믿음, 증오, 심지어 회의까지 자기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없애버릴 수 있다. 하지만 삶에 집착하는 한 결코 두려움을 없앨 수는 없다 - 조셉 콘래드  284



행복해지려면 불행을 감수해야 한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어떻게든 불행을 피하기 위해 애써서는 안 된다. 그 보다는 어떻게, 누구로 인해 불행을 극복할 수 있을지 찾아봐야 한다 - 보리스 시룰리크  295



때로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대단치 않은 변화에 의해 좌우된다. 한 번의 만남, 한 번의 결정, 한 번의 기회, 한 가닥의 가느다란 선...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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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너무 재미있다.
혼자서 한 착각중에 하나가 소설은 재미있기에 소설에 빠지면 다른 책은 읽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소설은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한거지 읽어서 남는 것이 별로 없을거라는 착각이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좋아하는 분야의 책들을 파고 들어가다보니, 분야의 확장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인문학에 관심을 가진후 한참후에나 문학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나의 십진분류에 의해 생각해 보면 문학은 참 뒤쪽에서나 있는 게 문학이었다.

그리고 문학을 읽으면서 정말 사람의 감정과 공감을 일으킨다는 생각과 함께 '이래서 문학을 읽어야  하는 구나'를 알게되었다.
문학은 절대 즐거움만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관점과 인간의 다양함을 배울수 있는 진정한 책이라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삶은 한 편의 소설'이라는 말을 알게되고, 느껴가고 있는 중이다.
이제서야 느끼는 감정은 '역시 나는 참 에둘러가는 사람이구나!!'이다.
에둘러 가는 사람이기에 다른이들보다는 더 많이 움직여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간극이 벌어지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관련없는 소리는 그만 하기로 하고...

기욤 뮈소는 몇 번쯤 들어봤던 이름이라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다.
그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라는 사실도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물론 그 전에 여러번 듣기도 하고, 서점에서 저자의 책들이 인기 있다는 것쯤은 알고는 있었지만, 소설가라는 사실로 인해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다.
종이여자는 당연히 이름은 알고 있었다.
표지를 보면서그냥 순정소설이거나 공주풍의 소설이라 여자들이 좋아하는 소설이겠거니.. 그정도였다.
다니다보면 이 책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을 여러번 보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나는 관심을 전혀 갖지 않던 책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나서 그가 왜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인지를 알게 되었다.

제일 먼저 읽은 부분은 맨 뒤에 있는 '옮긴이의 말'과 '감사의 말'이다. 
특히 옮긴이의 말 중에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판타지적' 결말을 보여준다.'라는 표현을 보면서 꽤나 흥미롭게 마무리가 되나보다 생각을 하였다.
개인적으로 소설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니 판타지 소설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다만 판타지 영화는 재미있으니 그리고 영화보다 책이 더 재밌다고 하니.. 꽤나 흥미롭게 진행되나 보다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우릴 삶으로 이끌지 못하는 책이, 
삶에 갈급증이 나게 하지 못하는 책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단 말인가?
 - 헨리 밀러
책의 첫 페이지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프롤로그에서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문구는 '소설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제 존재의 의미가 될 수 있는 자그마한 삶의 불씨를 찾아내게 되었습니다.(23)' 였다.
정말 그랬다. 여러권의 소설을 읽어 보았으나 참 많이도 감정이 전달되는 책 중의 하나였다.
내 환경에서 나의 현재 가치관에서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해야 옳은 표현이 아닐까 한다.
책을 지하철에서 거의 읽었는데, 혼자서 미소를 짓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읽었다.
지하철을 타면 제일 앞이나 제일 뒤에 타고, 구석에 서서 책을 읽는데, 분명 웃고 있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참 실없게도 보았을 것이다.

톰 보이드
빌리 도넬리(릴리 오스틴)
밀로 롬바르도
캐롤
오로르 발랑꾸르

톰과 밀로 캐롤은 어릴때부터 절친한 사이였다.
톰의 나이는 36세이다. 나머지 둘도 그렇거나 비슷한 또래 일것이다.
올해 나의 나이가 36세이다. 그렇기에 더 재밌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극을 이끌어 가는 4명은 분명 톰과 빌리 밀로 캐롤 이다. 그렇기에 읽는 사람이라면 이 넷 중에 빠져드는 인물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하였는데, 톰은 같은 나이이기도 하였지만 그의 심리적인 상태와 비슷한 상태를 겪어 보았기에 그러했고, 심리적 불안이 자신의 내면아이가 불안에 떨고 있은것이며 그것이 치유되는 과정을 보면서 공감하고 안타까우면서도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사랑의 상처는 사랑으로 치유해야 한다.'는 말이 정말 맛는것일까?
나는 아직 잘 모르지만, 책에서도 그런 과정을 겪게되는데, 그러면서 톰은 오로르에게서 받은 상실감과 상처를 빌리를 통해서 치유하고 성장하는 모습이 참 와 닿았다.
또한 빌리는 사실 연극을 하는 것이었지만,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책을 읽는 내내 빌리 같은 사람이 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여성들이 왜 소설같은 사랑을 꿈꾸는지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게 되었다.
(혹 이글을 여성분이 보신다면 오해 없으시길...비난하는것은 아님..^^)
빌리 참 매혹적인 사람인듯하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분명 존재하는 캐릭터 일것이다.
그래서 더 많나보고 싶은 인물이다...
밀로과 캐롤.. 둘은 결국엔 결혼을 하게 된다. 톰과 함께 하는 이 둘은 진정한 우정과 친구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친구는 우리한테 달린 날개가 나는 방법을 잊었을 때 우리를 들어 올려주는 천사 같은 존재다. -무명' (106)
'정말로 진정한 친구는 새벽 4시에도 전화를 걸 수 있는 친구이다. -마를레네 디트리히' (454)
이 표현들처럼 그들 3명의 우정은 참 깊었다. 그들의 연결고리들이 더 끈끈할 수 밖에 없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긴 하였지만, 그들은 그러한 연결고리가 없었더라도 끈끈함을 유지하고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깥 세상에 희망이 사라졌기에 내면의 세계가 내게 두 배로 소중해진다. - 에밀리 브론테  47

밀로 : 넌 내게 누누이 말해왔어. 글을 쓰기 때문에 삶의 균형을 잡고 정신 건강을 유지해 갈 수 있다고.
톰 : 그땐 내가 잘못 생각한 거야. 지금 내 마음이 미칠 것 같은 건 글을 쓰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잃었기 때문이야.  
밀로 : 지금 넌 존재하지도 않는 사랑 때문에 파멸을 자초하고 있어. 그걸 알기나 해?
톰 : 넌 정말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야?
밀로 : 사랑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야. 다만 네가 소울메이트라는 황당 무계한 사라이이론에 매달려 있는 게 잘못됐다는 거야. 마치 이 세상에 반드시 만날 수밖에 없도록 운명 지워진 사람이 존재한다는 듯이."  56

마르크 샤갈... <푸른 배경의 연인들> 샤갈의 1914년 작품...
이 그림은 내게 출격 자체였다. 상처 받은 두 영혼, 서로 단단히 꿰매져 상처 마저도 하나가 된 연인들, 그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가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었다.  69

빌리 : 그냥 떨어졌어요..
횡설수설 지껄이는 말들을 단 한 마디도 이해 못한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76

세상이 당신에게 선물로 주진 않는다, 내가 장담한다. 삶을 원한다면, 도둑질하라. - 루 안드레아 살로메  83

주인공들에 대한 정보는... 내 '영웅들'과 완벽한 공감대를 이루기 위해 나는 등장인물마다 약 20페이지에 이르는 상세한 인물정보 파일을 만들어 두고 있었다. 생년월일부터 좋아하는 노래, 유치원 시절 선생님 이름까지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파일에 저장해두고자 했다. 막상 출간된 소설에는 내가 준비한 인물정보에서 사분의 일 정도만 나올 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물밑 작업이 있기에 글쓰기라는 연금술이 가능한 것이리라.  100



자기 책임을 다른 사람한테 떠넘기는 것만큼 쉬운 게 없긴 하지.  156

톰 :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만족스런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소설을 읽거든요.
빌리 : 당신은 스토리를 만들고, 감정과 고통의 느낌을 묘사하는 것에는 뛰어난 사람일지 몰라요. 하지만 삶의 소금이 되는 '깊은 맛'을 그릴 줄은 몰라요.  199

달팽이처럼 느리긴 해도 차는 차곡차곡 주행거리를 쌓아갔다. 산이그나치오를 지나 왔는데도 우리가 탄 요구르트 병은 끄덕없이 잘 굴러가고 있었다.
나는 참으로 오랜만에 마음이 편안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도 좋았다.  202

: 그래요, 오로르는 교양미와 지성미를 풍기는 여자죠. 당신 같은 사람에게는 하품 나오는 얘기로 들리겠지만 난 시장 바닥 같은 데서 소리 지르고, 욕하고, 위협하고, 총질하고, 잠시도 조용할 날이 없는 동네에서 자랐어요. 내 주변에 TV가이드 말고는 책이라곤 없었죠. 쇼팽이니 베토벤이니 하는 이름은 전혀 다른 세상 얘기였어요.  섹스, 마약, 랩, 문신, 인조 손톱 따위의 허접한 소리만 듣고 자란 놈이 쇼펜아우어나 모차르트 이야기를 밥 먹듯이 꺼내는 파리지엔을 사귀니까 황홀할 수밖에요.  204

빌리 : 진지하게 얘기하지만 가끔씩 고삐 좀 늦추고 살아요. 걱정도 조금씩만 해요.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삶이 당신에게 주는 선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요.  208

중요한 건 우리가 날리는 펀치가 아니라 우리를 향해 날아드는 펀치, 우리가 이겨내고 앞으로 나가는데 밑거름이 되는 펀치이다.  랜디포시  216

톰 : 사생활은 소중한 거예요. 당신이 살아오는 동안 책 한 권 펼쳐본 적 없는 여자란 건 잘 알지만 앞으로 기회가 생기면 솔제니친이 쓴 책을 한 번 읽어봐요.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다른 사람이 우리의 삶에 대해 모르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225

빌리 : 더러 시작하긴 쉬워도 끝을 잘 맺어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가 있는 일들이 있는 법이에요.  234

친구들과의 재회에 마음이 훈훈해진 나는 막연하게나마 상황이 호전되리라는 기대감을 품게 되었다.  238

열정은 마약 가은 것이다. 파멸을 부른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일단 그 감정의 굴레에 한번 빠져들면 절대 헤어 나올 수 없다.  255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이다.  256

톰 : 사랑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서로의 차이점을 자양분 삼아 두 사람이 함께 삶을 일구어 가는 것.  260

오로르 : 사랑을 얻으려면 몸과 마음을 다 바쳐야 한다는 걸, 모두 다 잃을 수도 잇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는걸 나도 알아. 그런데 나는 그럴 준비가 돼 있지 않았어. 지금도 마찬가지고.  261

인간 존재의 가장 밑바탕에 고독이 있다. 인간은 외로움을 느끼고 동류를 찾는 유일한 생명체다. -옥타비오 파스  262

밀로 : 산책할 거라면 나한테 함께 가자고 하지 그랬어?
캐롤 : 혼자 있고 싶었어. 넌 그런 눈치도 없니?
밀로 : 다들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마당이야. 혼자인 것만큼 괴로운 게 세상에 어디 있다고.
캐롤 : 신경 꺼....  264

사랑은 손에 든 수은 같다. 손을 펴면 손바닥에 그대로 남아 있다. 손을 오므리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간다.  -도로시 파커  268



톰 : ... 작가는 일의 절반만 할 뿐이야.
밀로 : 그럼 나머지 절반은 누가 하는데?
톰 : 독자들이 하지. 볼테르가 1764년에 쓴 글인데 한 번 읽어봐.
밀로 : '독자들이 절반을 만든 책이 가장 쓸모 있는 책이다.'
톰 : ... 책은 읽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생명을 얻는 거야. 머릿속에 이미지들을 그리면서 주인공들이 살아갈 상상의 세계를 만드는 것, 그렇게 책에 생명을 불어넣는 존재가 바로 독자들이야.
... 독자가 자기 방식으로 책을 해석해 내가 애초에 의도했던 것과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하지만 그건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어.  

나는 그런 생각을 신념으로 살아온 사람이었다. 책이란 건 독자와의 관계를 통해서만 실질적으로 존재한다고 믿어 왔다. 나 역시 좋아하는 책을 읽을 때면 언제나 그 책에 흠뻑 빠져 혼자만의 상상의 세계를 수만 가지 가정을 하고, 줄거리를 예측하고, 작가를 앞질러가고,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주인공들의 후일담을 쓰곤 했다. 독자들의 상상력이야말로 인쇄된 활자들을 뛰어넘어, 텍스트를 초월해 이야기에 온전한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것이다.
나는 밑줄을 그어놓은 페이지를 펼쳐 밀로에게 보여주었다.
'독서는 작가와 독자가 맺는 일종의 이타적 협정이다. 상대방을 믿고, 상대방에게 의지하겠다는.'  314-316

밤에 나는 추위를 느껴 잠에서 깼다. 그리고 그에게 담요를 한 장 더 덮어주었다. -로맹 가리  319

진정한 용기는 상처투성이로 출발한다는 걸 잘 알면서도 멈추지 않고 전진하는 거란다. -하퍼 리  387

빌리가 곁에 없을 앞일은 생각하지 말자. 현재에 충실하자.... 나는 그녀와의 추억거리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며 가슴이 저릿해졌다.  388-389

책 읽는 시간은 언제나 도둑맞는 시간이다. 지하철 안이 세상에서 제일 큰 도서관인 것은 분명 그 때문이다. -프랑수아즈 사강  419

그는 머릿속에 셰익스피어의 문구를 떠올리려 애썼다.
돈은 추한 사람을 아름답게 만들고, 늙은 사람을 젊게 만들고, 부당한 것을 정당하게 만들고, 추악한 것을 고결하게 만든다 했지 아마....
돈으로 살수 없는게 어디 있던가요?
인간이란 유혹에 약하고 부패하기 쉬운 존재지..  428
(결국 케루악서점 주인인 케네스 앤드류스는 캐롤에게 6000달러에 팔기로 확실하게 구두약속을 한 후에 억만장자 올레크 모르도로프에게 인쇄불량 양장본 을 넘겨버리고 가게문을 닫아버린다. 결국은 그로인해 캐롤과 밀로는 돈을 아끼고 책을 1달러에 구한다.)

빌리는 왔던 때와 다름없이 내 인생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내 가슴을 꿰뚫고 지나간 총알처럼...  453

겉으로 보기에는 순탄하게 사는 듯 보였지만 빌리가 떠난 후 내 속은 하루하루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가슴 깊숙이 남기고 떠난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을 속수무책으로 끌어안고 살았다... 무력감에 빠지지 않으려고 일부러 '투어' 사인회 일정을 잡고 몇 달에 걸쳐 전국 방방곳곳을 누볐다. 다시 세상과 만나는 것만 해도 나에게는 톡톡한 치료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호자 남겨지기 무섭게 빌리와의 추억이 고통스럽게 되살아나 견딜 수 없었다. 그녀를 처음 만나던 날의 마법 같은 순간, 불꽃 튀듯이 오간 설전들, 우리 둘 만의 내밀한 사랑의 의식이 잉태되던 순간....  455

밀로 : ... 우리 셋 중에 한 사람이라도 약해지면 나머지 둘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게 우리가 사는 방식이야. 우리가 지금 이렇게 건재할 수 있는 건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야...  466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 아직 사랑을 가꾸어가는 행운아들 그리고 언젠가 그런 사랑을 만나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리라.  474


감사의 말
<종이 여자>는 제 소설들 중에서 가장 애착이 많이 가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물론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하지만 문학 창작, 독서에 대한 생각도 나누고 싶었습니다.
삶은 한 편의 소설이죠..

옮긴이의 말
'사랑스럽다'
지금까지 나온 기욤 뮈소의 소설들이 굵직한 '테마' 중심이었다면 이번 소설은 그의 글쓰기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캐릭터' 쪽으로 살짝 무게 중심이 옮겨진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원조인 40년대 미국의 '스크루볼 코미디'의 느낌을 강하게 살리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한번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판타지적' 결말을 보여준다.
글쓰기와 문학 창작, 독서에 대한 평소의 철학을 이번 작품을 통해 자연스럽게 밝히면서 그는 소설이라는 허구의 세계에 현실성을 부여하는 것은 바로 독자라는 점을 강조한다. 
<종이 여자>를 통해 '삶은 한 편의 소설' 이라는 진리를 새삼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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