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 이스터섬은 과거일까, 미래일까

오늘만 살 것처럼 소비하는 삶에 큰 전환이 있어야 합니다.  6



1 상품 소비

에드워드 흄스는 그의 책 <배송 추적>에서 커피 하나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보니 4만 8,000킬로미터가 넘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쓰는 물건 하나하나가 이동한 거리는 대체 얼마일 것이며, 그 거리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됐을까요? 이러니 물건 소비는 단순히 물건만을 소비하는 일일 수가 없는 거지요. 물건 뒤에 가려진 수많은 것을 동시에 소비하고 또 배출하게 되는 겁니다.  25

그린피스(GREENPEACE)에 따르면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에 물이 약 7,000리터, 티셔츠 한 장에는 약 2,700리터가 쓰입니다.  29

의류 산업은 반(反) 환경 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이 상당합니다.  31

디지털 영역에서 발생하는 이상화탄소 양을 디지털 탄소 발자국이라 부릅니다.  48

소비에도 격이 있습니다. 어떤 소비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만큼 내 삶의 격도 올라갈 것입니다.  67


2 에너지소비

201년 1월 5일 세계 153개국 과학자 1만 1,258명은 지구가 기후 비상사태에 직면하고 있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86

최근 유럽에서는 비행기 여행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대표저거인 것인 플뤼그스캄(flygskam)입니다. 플뤼그스캄은 스웨덴어로 ‘비행기 여행의 부끄러움’이라는 뜻입니다.  98

플뤼그스캄과 뜻이 같은 단어(핀란드어로 렌토하페어(lentohapea), 독일어로 플루크샴(flgscham), 네덜란드어로 빌릭삼크(vliegsxhaamte)는모두 ‘비행기 여행의 부끄러움’을 뜻하는 단어들)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 내 자유가 우리 모두의 집인 지구에 부담이 된다면 그래서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데에 가세한다면, 그 자유를 누리는 방식에 대해 한번쯤 재고해 봐야 합니다.  99

화장실 없는 집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계속 요강 개수만 늘리는 개 아니라 집을 폐쇄하는 것입니다.  105

세계에너지기구(IEA)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8월 기준 전 세계 재생 에너지는 전체 전력 생산량의 42%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4.8%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가입국 가운데 꼴찌입니다. 심지어 36위인 헝가리도 11.7%입니다.  120


3 마음소비

오존층에 뚫린 구멍을 발견해 1995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 대기 화학자 파울 크뤼첸은 2000년 멕시코에서 열린 기후 환경 관련 국제회의에서 인류세를 언급했습니다. 현재 지질 시대를 더 이상 홀로세가 아닌 인류세로 바꿔 불러야 한다는 크뤼첸의 언급 이후 인류세는 국제적인 유행어가 됐습니다. 인류는 대체 어떻게 지구 환경을 변화시켰기에 지질 시대 이름까지 인류세로 바꿔야 한다는 걸까요? 지질 시대마다 각 시대를 규정하는 명확한 단서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를 규정짓는 단서는 뭘까요? 인류가 지층에 남길 단서로 방사성 핵종, 콘크리트, 플라스틱, 질소 비료가 등장하면서 엄청나게 많이 쓰인 질소를 꼽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영국 레스터대 지질학자인 캐리스 베넷을 비롯한 국제 연구진이 한 과학 저널에 밝힌 ‘닭 뼈’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가장 많이 먹는 동물 1위가 닭이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수백 억 마리 닭에서 나온 뼈가 매립지에 쌓이면서 화석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먹는 닭은 야생 닭과는 크게 다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먹는 닭은 야생 닭과는 크게 다릅니다. 1950년대 이후 빨리, 크게 자라도록 육종해 온 결과입니다. 보통 진화는 수백만년에 걸쳐 서서히 이뤄지는데 불과 60-70년 만에 생물의 유전자까지 바꾸는 진화를 이뤘습니다, 인류가 . 먼 훗날 인류보다 고등한 생물이 지구 지층에서 닭뼈를 발견하면 그들은 닭의 진화 속도에 놀랄까요? 어쩌면 정말 지구 행성을 닭이 지배했다고 믿을 수도 있겠습니다.
닭은 좁은 케이지에 갇혀 24시간 훤히 불 밝힌 곳에서 밤낮 없이 알을 낳습니다. 그러다가 알을 못 낳게 되면 폐계가 돼 닭장 바깥으로 밀려납니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외출입니다. 케이지에 갇힌 닭은 흙을 밟을 수 없으니 흙 목욕을 하며 깃털에 기생하는 진드기를 떼어 낼 수 없습니다. 할 수 없이 농가에서는 살충제를 뿌립니다. 동물 본능과 습성을 억제하고 최소한의 복지나 배려도 없으며 화학 물질을 뿌려 대는 환경에서 가축이 정상적으로 성장할 리 없습니다. 그리고 가축에게 뿌려 댄 살충제는 최종적으로 우리 몸에 쌓일 것입니다. 2017년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로 3,800만 마리에 가까운 닭이 살처분된 일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2,500만 마리 이상이 좁은 케이지에 갇혀 기계처럼 알을 낳던 산란계였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와 구제역에 이어 2019년에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돼지뿐만 아니라 야생에 살던 멧돼지까지 사살됐습니다. 생명을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닌 조밀한 공간에 대량으로 몰아넣고 오직 경제성만 따지다 병이 돌면 모조리 살처분해 버리는 이 악순환. 그런데도 우리가 호들갑 떠는 지점은 언제나 과정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생명의 존엄이 사라진 과정이 아니라 병을 옮기느냐 마느냐 하는 결과일 뿐이라는 거지요. 조류 인플루엔자나 구제역이 반복되고 먹을거리에 빨간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135-138

전 세계 35개국이 ‘고기 없는 월요일’에 참여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2010년부터 함께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도 많이 알려지진 않은 것 같아요.  140

과잉 육식 문제를 해결하려면 육식 채식을 따지기 전에 내가 먹는 음식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내 미각을 우선할 건지 내 건강을 우선할 건지 조화로운 생명의 선물을 어떤 마음으로 대할 건지 성찰하는 일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첫 걸음 아닐까요?  141

홀로세의 홀로(Holo)는 완전하다는 의미로 인류가 살기에 적합한 지질 시대라는 뜻입니다.  145

과도한 화석 연료 사용으로 배출된 온실가스가 지구를 덥히고 그 때문에 기후가 예측할 수 없이 변한다는 것까진 이제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이 많은 화석 연료가 어디에 쓰이는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보통 화석 연료를 쓰는 곳 하면 자동차나 발전소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의외로 탄소 배출이 많은데도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바로 먹을거리, 특히 육식입니다. 지난 50년 사이에 전 세계 육류 소비가 100배가량 늘었습니다. 가난한 나라는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니 육식 소비는 대부분 잘사는 나라에 집중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4년에 우리나라 1인당 육류 소비는 연간 51.4킬로그램이고 2016년에는 52.5킬로그램이었습니다. 지구에서 사육되는 소가 약 15억 마리로, 무게로 따지면 세계 인구 전체를 합틴 것보다 많이 나갑니다. 지구 전체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1/3을 가축이 먹어 없앱니다. 소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느라 옥수수 16킬로그램, 물 1만5,000리터가 쓰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에서 얼음이 없는 지역의 26%가 가축을 기르는 데에 쓰이고, 전체 경작지의 33%에서 가축 사료용 작물을 재배합니다. 작물을 기르고자 벌목이 이어지면서 숲이 사라졌습니다. 온전했다면 이산화탄소를 흡수했을 숲이 말이지요. 작물을 기르는 데에 들어가는 비료며 농약, 살충제는 모두 석유 화학 제품입니다. 소는 되새김질하며 생긴 메탄을 트림으로 연간 1억 톤가량 내보냅니다. 메탄은 적게 잡아도 이산화탄소 보다 20배 이상 온실 효과를 내는 물질입니다. 인류가 배출하는 탄소의 15% 정도가 축산업에서 나옵니다.
현재 인류는 그동안 일방적으로 영향을 받아 왔던 기후를 변화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변화시킨 기후는 부메랑이 돼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146-147

지금까지 지구 온난화 재난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 혁명 이전보다 겨우 1.1도 상승하면서 발생했습니다.  152

지구 전체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가운데 육류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양이 무려 15% 정도에 이르기 때문에 이런 캠페인을 벌인 거지요 ... 1만 명이 단 하루만 고기를 먹지 않아도 차 한 대가 28만 8,917킬로미터를 운전할 때 나오는 양만큼 탄소를 줄일 수 있고, 한 사람이 93년간 쓰기에 충분한 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152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후 변화 인식은 상당 수준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탄소 배출은 세계 7위입니다. 지식만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153

폭죽 쓰레기가 처박힌 쓰레기통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먼저, 쓰레기통은 은연중에 사람들에게 쓰레기가 영원히 사라진다는 착각을 심어 주는 것 같습니다. 쓰레기에 대한 책임이 쓰레기통에서 끝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연 쓰레기는 말끔히 치워질까요? 분리배출이 되지 않는 폭죽 쓰레기는 어딘가에 쌓여 있다가 유해 물질을 내뿜으며 태워질 뿐이며, 그러면서 미세 먼지를 배출합니다. 그나마 수거라도 할 수 있으니 폭죽 쓰레기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늘로 날린 풍선은 아예 잔해를 수거할 수 없고, 바다에 떨어진 풍선 쓰레기는 사라지기는 커녕 오히려 다른 생물의 목숨을 위협합니다. 폭죽놀이를 즐기고, 풍선 이벤트에 환호하는 사람들 가운데 쓰레기의 다음 행방을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소비 사회에서는 즐거움도 물질을 소비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잎을 바라보는 일, 철새들이 떼를 지어 날아가는 풍경 같은 건 더 이상 즐거움일 수 없고, 더욱 자극적이고 역동적이어야 즐겁다고 할 만한 세태인 듯해 어쩐지 씁쓸합니다.  163-164

“우리는 당신들을 환영하지 않는다.” 2016년 9월, 이탈리아 베네치아 시민들이 베네치아항으로 들어오는 대형 크루즈를 막아선 채 들고 있던 피켓에 쓰인 문구입니다. 관광으로 먹고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도시 베네치아에서 시민들이 이런 피켓을 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베네치아에 사는 사람은 5만 5,000여 명이지만 베네치아를 찾는 관광객은 하루 평균 6만여 명, 사육제 기간에는 17만 명 가까이 이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많은 관광객이 오가다 보니 쓰레기는 넘쳐나고, 소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젠트리피케이션이 이곳에서도 벌어집니다.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주민들이 다니던 채소 가게는 관광 상품을 파는 가게로 바뀝니다. 그러니 시민들도 더는 버틸 재간이 없었던 듯합니다. 관광지가 있는 곳이라면 세계 어느 도시를 막론하고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한옥 마을로 유명한 서울 북촌 주민들 역시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고통을 겪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제발 오지 말라는 문구를 붙여 놓은 대문이 어렵잖게 눈에 띕니다.  167-168

크루즈 관광은 환경 친화적인 여행인 양 알려져 있지만 크루즈에 쓰이는 연료는 중유입니다. 육지에서는 유해 쓰레기로 처리되는 연료인 중유는 육지에서 주로 쓰이는 연료인 디젤보다 3,500배 많은 유황을 함유하며 지구 온난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크루즈 한 척이 하루에 대략 중요 150톤을 소비하는데 이는 자동차 수백만대와 맞먹는 대기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셈입니다.  169-170

지구 곳곳에는 다양한 종류의 무덤이 있습니다. ... 문명의 그늘을 보여 주는 한 단면입니다. 새 물건에는 너나 없이 관심을 갖지만 버려진 물건이 어디로 흘러들어 가 어떻게 되는지에는 몇이나 관심이 있을까요?   180

“우린 전부 가진 세대예요. 먹고 싶을 때 먹고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그런데 왜 우리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을까요?”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 행복찾기> 중에서). ...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질수록 우리는 내면의 균형을 잃기 쉽습니다. 물질의 가치가 삶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돼 버린 사회는 점점 물질적인 욕망을 추구하도록 부채질합니다. 상대와 끊임없이 비교하며 외양에 치중하도록 만들고 불안감을 추동합니다.  197

어차피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계속 제시하기 때문에 아무리 소유해도 그 소유가 내 행복을 충족시켜 줄 수가 없습니다.  198


4 자연소비

야생에서 40년을 사는 돌고래들이 한국의 수족관 시설에서는 고작 4년밖에 살지 못합니다. 굳이 알려고 들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는 한 돌고래의 고통은 계속될 겁니다.  204

남획뿐만 아니라 바다로 흘러드는 독성 물질이 늘어나고 각종 개발, 군사기지 건설 등으로 바다 환경이 악화되면서 해양 동물의 서식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연히 자연스런 어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우리가 먹을 수산물을 양식하느라 바다는 수조로 바뀌고 있습니다.  205

해수 온도 상승으로 따뜻한 물방울인 블롭(Blob)이 증가하면서 해양 생태계 먹이 체계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205

해양은 인간이 활동하며 배출하는 열의 90%를 흡수하기 때문에 날로 상승하는 해수 온도로 해양 생태계는 전방위적으로 위협을 받을 것입니다.  206

19세기 말 위싱턴의 어느 술집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담배 공장 노동자였던 마빈 스톤은 어느 여름날 퇴근 후 들른 술집에서 위스키 잔에 손을 대면 술이 뜨듯해져 맛이 변하자 손을 대지 않고 마실 방법을 궁리했습니다. 속이 빈 밀짚이 떠올랐습니다. 빨대가 영어로 straw인 이유입니다. 그런데 밀짚으로 마시니 특유의 냄새 때문에 위스키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게 또 불만이었습니다. 마침 그가 다니던 담배 공장에서 담배를 말던 종이가 떠올랐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수메르인도 빨대 비슷한 도구를 썼다고 하나 현대 빨대의 발명은 대개 이때로 봅니다. 빨대는 시원하고 맛난 술을 마시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됐습니다. 어찌 보면 소박한 출발이었습니다. 빨대는 종이에서 플라스틱으로 진화를 거듭하면서 쓰임은 더욱 확장됐습니다.  209

매력에 중독돼 신나게 쓰다보니 어느 순간 플라스틱은 썩지도 못하고 그대로 바다며 육지며 할 것 없이 쌓이게 됐습니다.  210

바다 위든 아래든 가리지 않고 플라스틱이 점령한 지는 이미 오래며, 이는 곧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를 감당할 만한 여력이 지구에 더 이상 없다는 말입니다. 생명다양성재단과 영국 케임브리지대 동물학과가 공동 조사한 [한국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 동물에 미치는 영향] 연구 보고서가 2019년 7월에 발표됐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해마다 바닷새 5,000마리와 바다 포유류 500마리가 죽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 세계 플라스틱 통계 자료가 있는 2010년을 기준으로 한국에서 배출한 연간 플라스틱 쓰레기 양을 추정해서 발표한 숫자입니다.  211

전 세계 플라스틱 소비는 1950년 이래 65년 동안 200배가 넘게 증가했지만 세계 평균 재활용 비율은 고작 9.5%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연간 800만 톤이며 재활용 배율은 62%라고 하지만, 이는 발전소 등에서 연료로 태우는 것까지 합친 비율입니다. 다시 제품으로 활용되는 것만 따지면 22.7%로 떨어집니다. 유럽 연합 평균이 40%인 것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준입니다. 게다가 재활용을 하면 할수록 풉질은 떨어집니다. 그러니 재활용은 만능도 아니고 소비의 면죄부가 될수도 없습니다.  212

인간이 내보낸 열의 90%를 바다가 흡수합니다. 1초에 원자 폭탄 5개가 터지는 것과 비슷한 에너지를 우리가 날마다 배출하고 있습니다. 온도를 색으로 표현한 그래픽이 다큐멘터리 화면에 나타났습니다. 붉은색일수록 온도가 높은데 전 세계 바다가 시뻘갰습니다. 기후 변화를 늦추거나 막으려고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말을 많이 합니다. 한겨울에 반팔을 입고서 그런 말을 합니다. 한여름에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온도가 낮은 건물 안에서, 지하철 안에서 그런 말을 합니다. 탄소 배출은 절대 말로 줄일 수 없습니다. 배출되는 탄소는 우리 삶 아주 깊숙이 그리고 아주 속속들이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221

빙하란 무엇일까요? 얼음덩어리 아니, 단순한 얼음덩어리 이상입니다. 빙하와 해류는 지구 기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육상 빙하는 강의 시원이자 주변 지역의 상수원입니다. 빙하가 급속히 사라진다면 강은 메말라 갈 것이고, 그 일대는 물 부족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히말라야 빙하는 대표적인 육상 빙하입니다.  224-225

북극권에 있는 해상 빙하는 지구로 쏟아져 들어오는 태양 빛을 반사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 빙하가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드러나는 바다는 열을 흡수합니다. 반사 부분은 자꾸 줄어들고 열을 흡수하는 면적은 점점 늘어납니다. 그러니 빙하가 녹는 속도는 더 빨라지고 되먹임 현상(positive feedback)도 가속화되면서 북극 빙하의 나머지 절반은 절반이 녹는 데에 걸린 30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빨리 녹을 것으로 기후학자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225

녹아 사라지고 있는 건 땅속 얼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영구 동토층이 빠르게 녹으면서 나오는 메탄가스 때문에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될 거라 과학자들은 경고합니다. 영구 동토란 지표 밑의 온도가 2년 이상 연이어 0도 이하인 토양을 일컫습니다. 북반구 지표면의 약 24%가 영구 동토층입니다.  226

동물이건 사람이건 자기에게 맞는 환경에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럽고, 그런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243

일방적인 권리는 누군가에게는 폭력일 수 있습니다. 내 권리는 보호받으면서 무수한 생명의 생존권을 침해한다면 그건 공정하지 않습니다. .. 이 땅에서 유리창에 부딪혀 하루에 2만 마리, 일 년이면 적어도 800만 마리 새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투명한 고층 빌딩, 방음벽 때문에 새가 자유로이 날아야 할 창공은 어느새 보이지 않는 덫이 됐습니다.
미국에서는 한 해에 약 3억에서 10억 마리 새가 유리창에 부딪혀 목숨을 잃습니다. 오랜 시간 쌓인 통계에 따르면 새가 목숨을 잃는 직접 원인은 첫 번째가 고양이 공격, 두 번째가 유리창 충돌입니다.  245-246

높은 곳에서도 정확히 먹잇감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시력이 좋은 새가 어째서 방음벽에 자꾸 부딪히는 걸까요? 맹금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새 눈은 사람처럼 앞쪽이 아니라 양 옆에 하나씩 있습니다. 그래서 좌우를 넓게 살필 수는 있지만 거리는 잘 파악하지 못해 앞에 있는 방음벽을 쉽게 피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시력이 좋다 해도 유리를 본다는 건 사실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리가 인식하는 유리라는 것도 실은 창틀이 있기 때문에 그곳에 유리가 있을 거라 짐작할 뿐입니다.  247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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