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외국의 낯선 도시를 홀로 걸어본 적 있나요?

종종 모든 것에서 벗어나 

낯선 도시 안에 갇히길 소망합니다. 

나에게 낯선 도시는 만남인 동시에 헤어짐이고, 

피난처인 동시에 탈출구입니다.

때로는 캄캄한 밀실이었다가 눈부신 광장이고, 

눈물인 동시에 환희입니다. 

낯선 언어를 듣고 낯선 공기를 마시며

홀로 걸을 때 가만히 당신들을 생각합니다.

결국,

돌이켜보면 그 낯선 도시에서

나는 한 번도 혼자였던 적이 없었습니다.



식당 주인과 이야기를 하던 남자가 어느새 나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거야? 아님 타투가 하고 싶은 거야?"

남자가 나에게 반말로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나는 '우리 만난 적 있나요?'라고 물을 뻔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그... 어깨에 있는 레터링 말이에요."

"데스 쉘 해브 노 도미니언. 무슨 뜻인지 알아?"

"죽음은 우릴 지배하지 못하지. 아니에요?"

"맞아. 스무 살에 처음으로 했던 타투야."

"멋있네요. 근데 왜 자꾸 나한테 반말해요?"

...

And death shall have no dominion. 죽음은 우리를 지배하지 못한다. 이 문장은 진저색 헤어 애인이 가장 사랑하던 딜런 토머스의 시구였다.  21


정말 우리의 이 인생에 정답이 있기나 할까요?

뫼비우스의 띠처럼 모든 생각은 끝없이 또다른 생각으로 이어지고, 다시 처음의 생각으로 돌아와 머릿속은 한없이 복잡해지고 말지요.  38


글을 쓰기 위해 여행을 한다는 건 사실 핑계였다. 나는 이제껏 많은 나라와 도시를 떠돌았지만, 한 줄도 쓰지 못했다.  45


낯선 나라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건 자신도 모르게 평생 각인되어 버리는 일이라 신중해야만 한다.  55


너는 나의 자유가 부럽다고 했지만, 사실 나는 뭔가를 쓴다는 핑계로 온종일 좁은 방 천장을 보고 누워 너를 기다리는 게 전부였다. 네가 말한 '나의 자유'는 정말 나에게도 자유였을까. 나는, 그저 너의 그 바쁜 하루가 부러웠다.  64


누르는 순간 그것은 흘러가는 과거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친절한 카메라의 셔터음.  67


생각 없이 살다가 참외 껍질처럼 영야가 없는 남자를 만나고 염소똥 같은 얘기를 하다가 오슬오슬 추워져 서로를 껴안는 일 따위 역시 나쁘지 않다.  100


사랑은 텅 빈 상자와 같았다. 조심조심 공을 들여 포장을 뜯어보면 그 속은 늘 텅 비어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에 또 한번 속느니, 차라리 내가 사랑을 글로 지어내는 게 확실하겠다.  113


몇 시간째 강물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결국 강물이 내게 답을 주었다. 강물을 깊이 들여다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나 자신을 너무 들여다보지 말 것. 그러니까 나는 그 동안 나 자신을 너무 오래 들여다봤던 것이다.  115


남들과 다르지 않게 살 거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은 편안해졌다. 생각은 생각을 낳는다. 이제 나는 거두기 힘들 정도로 많은 생각을 낳지는 않을 거다. 그렇지 않으면 생각들은 지금처럼 끈질기게 내 발목 아래에서 질척일 테니. 가볍게 기지개를 켜고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메인 로드로 향했다. 그래, 바람에 몸을 맡기고 말없이 흐르는 저 강물처럼 살자.  116


흘러가는 대로 흐르지 말아야겠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는 밤새 뒤척였다. 그렇게 다시 무서운 밤이 찾아왔다.  117



모아놓은 돈도 없는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글만 쓰는 일이 가능할까?  124



처음 만난 우리는 모든 얘기를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아무런 얘기도 할 수 없는 사이였다. 

함께 있을 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가 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135-136


그날.. 푸근하디 푸근한 일상을 닮은 여행을 했다.  157


눈으로만 익혔던 서로의 입술  158


활주로를 천천히 달리기 시작하는 비행기처럼 남자가 부드럽게 몸을 움직였다. 그러다 점점 빠르게 움직였고 나도 자연스레 남자의 움직임에 조금씩 몸을 맞췄다. 껴안은 남자의 등이 땀으로 조금씩 젖어왔고 움직임은 더욱 강해지고 빨라졌다. 나 역시 거친 숨소리를 뱉다가 형체 없는 언어를 쏟아냈다. 나와 남자의 알 수 없는 언어가 뒤섞이다가 모든 움직임이 끝났을때, 나는 그 느낌이 정말 비행기가 이륙할 때의 느낌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사랑이, 여행이 '시작돼버렸음을 아는 기분'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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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나가는 여자들을 쳐다보는 법이 없다. 맨해튼에는 여신처럼 아름다운 여인들이 많지만 내 눈은 그녀들의 얼굴에 가닿지 않는다. 난 '첫눈에 반한다'는 말도 믿지 않는다.

그런 내가 이번에는 좀 이상하다. 살아가면서 적어도 한 번쯤은 체험하는 기이한 순간이다. 마침내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났다는 느낌, 그 낯설면서도 분명한 인식...

나에게 기회를 잡을 시간은 단 3초만이 주어진다.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다. 난 무턱대로 입을 연다.  129


인생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순간은 우리가 기억하는 순간들이다. - 장 르누아르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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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한다. 그 대상을 가졌든, 못 가졌든 간에 영원히! - 앙드레 브르통 <미친 사랑>  65


"어째서 나를 떠났지?"

에단은 즉답을 회피했지만 사실은 그 자신도 그녀와 헤어지게 된 이유를 알지 못했다. 다만 셀린을 가까이할수록 그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출처불명의 불안감이 그를 지배했다.  101


바이러스성 소통의 시대(제시의 자살사건이 뉴스 채널마다 방영..)  103


당연히 나는 당신을 아프게 하겠지.

당연히 당신도 나를 아프게할 테고 - 생텍쥐페리 <나탈리 펠레에게 보낸 편지>  200



사랑은 불법 침입자처럼 갑자기 찾아온다.  200


사랑이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바보들만이 사랑에 빠지는 것일까?  202


"네가 잊지 말아야 할 건, 산다는 건 곧 위험을 무릅쓰는 것과 같다는 사실이란다."

"위험을 무릅쓴다고요?"

...

"실패와 고통, 손실을 무릅쓰는 위험 말이다."

...

"행복을 실감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통을 경험해봐야 하는 거란다. 인간은 불행에 저항하는 노력을 통해 행복을 쟁취할 수 있으니까."  218


'사는 법을 배운다는 건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자유로워진다는 건 바로 사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234


'인간의 유일한 존엄성은 조건에 맞서 부단하게 반항하는 데 있다'고 한 알베르 카뮈의 말을 떠올렸다.  293


사람은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자기 자신이 가진 확고한 힘을 찾아낼 수 있어요.  312


알다시피 네가 인생에서 무엇을 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단다. 중요한 건 네 자신을 속이지 않는 거야.  358


우리가 처음이라고 부르는 것. 사실은 그것이 종종 끝인 경우가 많다. 끝이란 사실 출발하는 지점인 것이다. - T.S. 엘리엇  371



네 일부가 내 안으로 영원히 들어와 독처럼 나를 감염시켰다.  374



둘이 함께 걸으며 속도는 늦을지 몰라도 더 멀리 갈 수 있는 법이니까.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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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같은 하늘 아래에서 그녀와 같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면 하는 생각으로 비행기를 탔다.  6


어째서 홍이의 외로움을 좀 더 이해해주지 못했을까. 어째서 그녀 입장에 서서 생각할 수 없었을까.  8


첫눈에 웃는 모습이 예쁜 사람이라고 느꼈다.  12


언제나 첫인상만큼 믿지 못할 것도 없다.  13


마음의 문을 닫고 고집스럽게 칸나를 원망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홍이의 존재는 정말이지 내게 성모 그 자체였다.  30


한마디 말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그러나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던 탓에 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자라고 말았다.  36


시집을 발견한 나는 엎드려 별 생각 없이 책장을 펼쳤다. 읽기 위해서라기보다 거기서 홍이의 흔적을 찾기라도 하는 것처럼.  47


둘 사이에는 한 장의 천도, 둘 사이의 가르는 문도, 세상을 차단하는 높은 벽도, 끝없는 국경선도 없었다.  67


바다가 보고 싶다고 떼를 쓰는 저녁이면 대개 혼자서 몰래 울었다. 

"같이 있는데 뭐가 쓸쓸해?"

나는 그녀가 몰래 울 때마다 그렇게 물었다. 홍이는 눈물을 감추며 쓸쓸해서 그런 거 아니야. 하고 말했지만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77


"글쎄, 엄마가 일본 사람하고는 결혼 못한다잖아."

그래도 그때가 우리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132


사소한 한마디, 별 뜻 없이 한 말이 그 틈에 커다란 균열을 만들어 버리는 일이 있다. 그러나 그 순간에는 아무도 그것이 심각한 줄을 모른다. 병을 앓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161


"일본도 마찬가지야! 나도 케이크만 시킬 때가 있다고!"

"누가 준고 생각을 물었어? 난 일반적으로 말해서 한국과 일본은 문화가 다르다고 한 것뿐이야."

"그렇지만 네가 문제를 비약시키잖아. 케이크와 음료가..."

우리는 녹초가 될 때까지 그런 바보스런 논쟁을 되풀이하다 결국엔 등을 돌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홍이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준고, 부탁이야. 내게 다정하게 대해 줘. 부탁이니 무조건 날 지켜 줘. 준고, 부탁이야. 무슨 일이든 내 편만 들어 줘'

그런데도 나는 홍이의 고독한 마음을 받아 주기는 커녕 내치려 했다. 왜 홍이가 조바심을 내는지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했다면, 홍이가 마리코와 싸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빵집 마리코 탓이 아니었다. 그건 전부 내 탓이었다.  173


"잘못했다고 하면 되잖아. 사과하면 누가 벌이라도 줘? 너희 일본 사람들은 어째서 그런 말 한마디를 못하는 거야?"  178


"엄마가 왜 일본 사람하고 결혼 못하게 하는지 겨우 알 것 같아.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내가 말했었지. 기억 나? 나는 외국 사람하고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그런데 어째서 무책임하게 결혼하자는 말을 했어? 나를 외톨이로 내버려 둘 거면서. 제대로 사과도 안할 거면서."  179


나는 칸나 덕분에 확실히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다.  203


만약 내가 이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하고 레코드 가게를 나오며 생각한다. 나는 일본을 미워했을까, 아니면 일본인과 사이좋게 지내려 했을까.  224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과 같은 입장에 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이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죠. 상대방의 마음을 제멋대로 거짓으로 꾸미는 게 보통이에요.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240


"난 그때 너와 함께 달렸어야 했다. 난 너에 대해 뭐든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가장 중요한 것을 알지 못했던 거야. 내가 생각이 모자랐어."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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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니였다면 나는 지난 일 같은 건 그냥 아름답게 간직해 버리고 말 거야. 노래방 같은 데서 노래 부를 때만 조금 생각하고 나머지는 다 잊어버릴 거라고."

"잊는다고?"

내가 물었을 때 록이는 맥주잔을 들다 말고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잊는 거, 잊어버리는 거 말이야."

잊는다는 건 꿈에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내가 잊으려고 했던 것은 그가 아니라, 그를 사랑했던 내 자신이었다.  26


그때 나는 그의 곁에 있느 모든 여자를 질투했었다. 칸나라는 여자는 물론이고, 그가 아르바이트하는 곳에 있던 뚱뚱한 아주머니까지. 공원을 걷다가 그가 일으켜 세워 주었던, 넘어진 열 살짜리 꼬마 아이까지. 그게 누구든 그가 나 이외의 모든 여자에게는 찡그린 표정만 보여 주었으면 했던 것이다. 그게 터무니 있든 없든 그랬다. 나는 그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 살고 싶었다. 그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고 싶었다. 가끔 그의 손이 내가 살고 있는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오면 그의 손가락을 만지작 거리며 잠들고 싶었다. 어릴 때 피아노 뚜껑을 덮어 버려서 흉터가 남은 그의 손가락에 내 얼굴을 대고 싶었다. 

"그건 사라잉 아니라 스토킹이야. 집착일 뿐이라고."

나중에 내가 그 이야기를 해주자 친구 지희가 말했었다.  29


그는 부지런했다. 그가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을 나는 본 적이 없엇다. 나주엥 생각한 일이지만 그는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슬픔이라는 점령군에게 마음의 영토를 다 빼앗길까 봐 두려워하고 있던 것도 같았다.  33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었어. 언젠가 너를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었어."

준고는 무슨 말이든지 하라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을 열려고 하는데 갑자기 뜨거운 기운이 눈가로 몰려왔다. 피가 얼굴 앞ㅉ고이로 몰려드는 것처럼 아주 무거운 기분이었다.  

담담하고 당당하게 말하려고 햇는데 나는 더 이상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입을 열면 지난 칠 년을,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내려 앉았던 빨간 심장을 다 토해 버릴 것만 같았다. 

기다렸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새로 휴대전화를 장만하고 나서 그가 당연히 내 전화번호가 바뀌고, 한국의 전화번호는 세 자리 국번에서 네 자리 국번으로 바뀌어 버렸는데도 심장은 내 머리를 비웃으며 그렇게 덜컥거렸다. 사무실에서든 집에서든 전화를 받아 들고 그 소리의 주인공이 여보세요. 하기까지 전화벨은 고통이 시작되는 신호였다. 그렇게 혹시라도 기적처럼 그가 전화를 걸어 와 베니, 넌 잘 있니? 하고 물으면, 그러면 나는 대답하고 싶었다. 

'응, 잘 있어. 나는 최홍이고, 나는 씩씩한 여자고, 나는 잘 있어. 준고. 어쩔 수 없이. 안간힘을 다해서, 필사적으로 그렇게 잘 있단다.'

그리고 나는 꼭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왜 그렇게 울고 있는 나를 내버려 두었니? 왜 붙잡지 않았니? 잡지도 않고 찾지도 않고 그리고 왜 이제야 여기에 온 거니?'  45


아침에 좀 더 신경을 쓰고 나올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도 머리도 좀 더 예쁘게 하고 옷도 좀 더 화사하게 입고 올골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아무런 반짝거림도 없이 그저 시들어 가는 노처녀처럼 보였던 것은 아닐까. 내 자신이 싫어졌다. 더도 덜도 아니고 그가 가슴 아플 만큼만, 그가 후회할 만큼만 그렇게 아름다운 여자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 이건 민준을 만나면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생각이다.  51-52


준고는 늘 바빴다. 아르바이트를 다섯 개나 한다고 했다. 가만히 보니까 어떤 때는 임시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것 같았다. 그래야 학비를 번다니. 

"너희 아버지는 뭐 하셔? 너 혹시 고아 아니니?" 나는 물었다.

"아버지는 첼리스트야, 가난한..." 그가 말했다. 

"혹시 가짜 부모님?"

내가 묻자 그가 하하. 하고 웃었다.  66


"베니, 네 얼굴은 늘 이상한 생기로 가득 차 있어. 일이 힘들어지면 나는 늘 네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빛을 기억해." 

그건 준고가 한 말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나이가 든 필자 선생님이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말했었다. 

"최홍 씨는 가끔 참 어두워. 세상을 다 살아 버린 사람 같아." 그때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

"선생님에게는 독한 추억이 있나요?"

나는 조금 술에 취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시비 걸듯이 대꾸할 수가 없었을 테니까.

"아무리 몸을 씻어도 아무리 딴 생각을 해도 지워지지 않는 취기 같은, 그런 독한 기억이 있느냐고요?"  76


"엄마는 아빠를 아직도 사랑해?" 내가 물었다. 내가 뺨을 대고 있는 엄머의 등이 잠시 굳어졌다.

"... 사랑은, 하지. 그런데 좋아하지는 않아."  77


"사람이 사는데, 꼭 나쁘다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더구나 누구를 사랑하는데. 그건 말이야, 그저 과거의 일일 뿐이야. 되돌릴 수도 없는 거, 그냥 오늘을 살고 내일을 바라보고 그러는 게 좋지 않겠니?"(민준의 말)  87


엄마는 말이 없어진 내게 그렇게 말했었다.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니야. 그건 지옥으로 들어가는 거지. 결혼은 좋은 사람하고 하는 거야."  91


혼자서 그의 집을 나오던 그날 밤, 공원 길을 걸어 기치조지역을 향해가면서 나는 중얼거렸었다. 

"대체 왜 그러느냐고,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느냐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천진한 눈으로 그렇게 묻지는 마... 내가 너보다 많이 슬펐고, 내가 너보다 많이 기다렸고, 내가 너 보다 많은 걸 걸었으니까. 그러니 이제 나를 잊어. 칸나를 잊듯이. 벚꽃이 일제히 지듯이 그렇게... 더 많이 사랑햇던 사람하고, 더 아팠던 사람하고, 정말 처음이었던 사람들이 이미 불행하기로 되어 있었던 걸 너는 모르겠지. 영영 그렇게 모르겠지. 그러니 잊어. 하나도 남김없이 잊어."

그러면서 나는 아마도 뒤돌아보고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실은 마른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인 줄도 모르고 이제 그를 떠나야 한다는 결심과 제발 그가 다가와 날 붙들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팽팽히 맞서는 것을 느끼며 그곳을 떠나왔던 것이다.  101


사랑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슬픈 건 사랑을 줄 수없다는 것.  109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  111


"그런데 지희야, 혹시 사람에겐 일생 동안 쏟을 수 있는 사랑의 양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닐까? 난 그걸 그 사람한테 다 쏟아 버린 거 같아... 그리고 내 표정이 아무리 이상해져도 앞으로도 늘 이렇게 말해 줘. 그런 사랑이 아니었다고 말해 줘. 부탁이야!"  119


이 호숫가는 적어도 그가 없었던 공간,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여기에는 추억이 없으니까. 여기에는 처음부터 나 혼자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그가 여기 들어섬으로써 나는 기억을 갖게 되어 버렸다. 그러자 그를 용서할 수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칠 년 동안 나를 기다리게 해 놓고. 뭐 딱히 그가 나보고 그러라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해놓고 겨우 내가 한 바퀴를 도응 동안도 더 기다리지 못하고 돌아가 버린 그를 용서할 수 없었다.  125-126


가끔은 하늘도 마음을 못 잡고 비가 오다 개다 우박 뿌리다가 하며 몸부림치는데 네 작은 심장이 속수무책으로 흔들린다 해도 괴로워 마.(지희의 메일 내용중에서)  130


"..모범 답안으로만 살명 진짜 무엇인 옳은지 모르는 거야."  132


언제나 어린 동생처럼 보였는데 록이가 훌쩍 큰 듯 느껴졌던 것은 아마 내 마음이 누구에게든 기대고 싶을 만큼 지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134


그가 나를 위해 힘겨운 아르바이트를 다섯 개씩이나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비싼 음식들을 먹으로 가자고 졸랐던 것은 그의 짐작대로 내가 돈 걱정 없이 자라서가 아니라 말하자면 멋진 남자와 사랑할 때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 그러니까 좀 더 쾌적하고 로맨틱한 장소에 그와 나의 사랑이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와 직원들을 모두 내보낸 부도 직전의 출판사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자장면만 먹으며 일할 때 나는 준고를 생각했었다.

차비 한 푼도 힘겹던 시간이었다. 지희가 남자 친구를 데려와 소개했을 때 이차로 마신 생맥주 값을 나보고 내라고할까 봐 잊어버린 일이 있는 듯 서둘러 그 자리를 빠져나오면서 나는 준고를 생각했었다. 내가 로맨틱한 카페에 가서 프랑스스기 음식을 먹자고 조를 때 그의 눈에 비치던 그 곤혹스러움..., 그가 캔 커피를 사서 공원에서 마시자고 했을 때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하는 것도 떠올랐다. 미안하다고, 내가 너무 철이 없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 버린 뒤였다.  137


'최홍. 너, 여기서, 대체, 뭐하고 있는 거니?

순간 세상의 모든 빛이 암전되어 버린 것처럼 아찔해졌다. 그 어둠 속에서 나는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마음 깊은 곳에서 다시 거역할 수 없는 물음이 들려왔다. 

'윤동주를 연구하는 학자가 되겟다던 너는, 대체,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냐고?'

마취에서 깨어난 것처럼 온몸이 아파 왔다. 가슴 한구석이 갈라지는 듯했다. 나는 긴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사방을 둘러보았다. 검은 장막이 서서히 걷히며 어렴풋이 사물들의 윤곽이 보였다. 이곳은 좁은 욕실, 준고의 아파트였다. 도쿄였고 일본이었다. 나는 여기서 오전에는 일본어 학원을 다니고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준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196-197


이제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결심을 해야 했다. 나는 준고에게 한국으로 가자고 할 셈이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인사를 드리자고 하고 싶었다. 내가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나 인사했듯이 그를 한국으로 데려가고 싶었다. 내가 할아버지 이 사람은 좋은 일본인이에요. 하면 할아버지도 빙그레 웃어 주실 것 같았다.


그날 역시 늦게 돌아온 준고는 피곤하다는 듯이 물을 한 잔 마시더니, 자자. 하고 자리에 누웠다.

"할 이야기가 있어."

내가 말을 꺼내자 그는 돌아누우며 제니 내일. 하더니 이불을 뒤집어썼다.

"대체 너에게 나는 누구니?"

등을 돌리고 누운 준고의 뒷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대체 너에게 나는 무슨 의미인 거냐고!"

그가 가늘게 코를 고는 소리가 바다 위에 내리치는 번개처럼 밤새 내 망막에 푸른빛으로 번쩍번쩍했다.

"오늘은 안 되고 내일은 시간이 나니까, 홍. 우리 맛있는 거 먹으로 가자."

아침이 되자 미안하다는 듯 그가 말했다. 나는 침을 한 번 삼키고 그래, 그럴게. 했다.  198-199


내 생애의 첫 사람인 그..

'하느님 준고를 살려주세요. 원하는 것은 오직 그것뿐이에요.' 격정적인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두 손을 모은 채 얼마가 지났을까. 마음이 싸늘히 식어 내리면서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다시 한 번 다짐했었다. 준고는 약속을 그렇게 허투루 어길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약속을 어길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 뒤에 순간이었지만 만일 그런 사람이 약속을 어긴다면, 그렇다면 그것은 하나의 메시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202


"끝내자, 준고." 내가 말했다.

준고는 마치 낯선 외국어라도 들은 사람처럼 멍한 표정이었다. 실은 나는 그가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 주기를 바랐던 것일까? 그랬을 것이다. 우리 지금은 힘든 시간이니까 조금만 이 고비를 넘겨 보자고 말해 주기를 기다렸던 것일까? 그랬을 것이다. 아니, 그러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이 서투른 동거와 이국 생활의 외로움에 나는 지쳐 가고 있었다. 그가 내 손을 잡고 다정하게 흥, 이야기를 해봐, 하고 말한다 해도 나는 떼를 쓰듯 우겼을지도 모른다. 한국으로 갈래, 한국으로 갈래, 하고. 그때 나는 생이 우리에게 얼마만큼 냉정하게 모든 행위에 대해 해명과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스물둘이었다.

'준고, 함께 한국에 가자. 가서 할아버지께, 일본 여자랑 결혼하려던 아빠를 반대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너처럼 좋은 일본 사람도 있다는 걸 말하자. 우리 세대는 다르다고 말하자. 응?'

나는 그렇게 말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는 묻지 않았다. 피곤함과 짜증이 섞인 그의 눈빛이 침묵 속에서 비수처럼 나를 찌르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슬픈 얼굴이 내 눈앞을 가로막았다.  204-205


"그래 그럴게. 행복해라..."

그가 말했다. 응, 너도. 라고 말하려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건 내 마음이 아니었다. 그렇게 말하고 나면 착한 여자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 자신이 싫을 것 같았다.  219


"그래, 정말로 달렸어. 그것밖엔 할 수가 없었거든. 말로 분명하게 설명을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먼 길을 돌아오지 않아도 됐을 텐데. 하지만 계속 달렸기 때문에 그때 네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게 되었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넌 혼자서 달렸다는 걸... 난 그때 너와 함게 달렸어야 했다. 난 너에 대해 뭐든 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가장 중요한 것을 알지 못했던 거야. 내가 생각이 모자랐어. 미안해. 내가 나빴다... 내가 나빴어. 널 외롭게 해서."  235



지은이 후기

사랑한다는 것은 그가 사람이라는 이야기고 살아 있다는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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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사랑이 뭐야? 누군가 물은 적이 있다. 느낌표라고 대답했다. 꼿꼿하게 허리를 곧추세운! 두 해 전 일이다. 지금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그렇게 답하지는 않을 것이다. 

2012년 봄, 사랑을 위한 문장부호로 나는 느낌표 대신 말줄임표를 고르겠다. 지난 이 년 동안 내 마음은 어디론가 천천히 이동했다. 그 길 위에서 이 소설을 썼다.  6

내가 사랑에 대해 조금쯤 더 알게 되었는가,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에 관한 한,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사랑은 오로지 '하는'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더 깊이 사랑할 것이다.  7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애인을 사귀려는 목적으로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을 소개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우습고 괴상한 일인지 알 수 있다. 차라리 지하철 같은 칸에 탄 아가씨와 사귀게 되는 일이 쉬울 것 같았다.  15

"아휴, 좋을 때다. 근데 젊은 아가씨들은 잘 모르겠지만 착한 남자가 최고예요. 언뜻 봐서는 별 매력 없더라도 알수록 진국인 남자, 딱 한 여자밖에 모르는 남자. 요즘 아가씨들 겉으론 똑똑한 거 같아도 그 당연한 걸 잘 놓치더라고요."(미장원 아주머니의 말)  19


연예의 초반부가 둘이 얼마나 똑같은지에 대해 열심히 감찬하며 보내는 시간이라면, 중반부는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를 야금야금 깨달아가는 시간이다.  78


메뉴판이 왔다. 그들은 개성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조심스럽게 저녁식사 음식을 골랐다. 그들은 준호의 제안으로 샐러드를 주문해 나누어 먹었다. 민아는 이 남자가 관대하기까지 하다고 생각했고, 준호는 이 여자가 소탈하기까지 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함께한 첫번째 끼니였다.  98


사랑의 초기에 그들은 함께 들어선 이 성스러운 오솔길의 입구를 즐거이 복기하곤 했다. 입구에서 이미 한참이나 지나왔다는, 다시 입구까지 쭉 미끄러지는 퇴행은 없을 거라는 무언의 합의가 둘 사이를 팽팽히 조이고 있어야만 가능한 유희였다. 출구까지의 남은 거리에 관해서는. 아니, 그들이 움직이는 방향 끝에 필연적으로 놓여 있을 출구의 존재에 관해서는 아예 떠올리지 않았다.  109  


준호가 가만히 민아의 손을 잡았다. 그들은 왼손과 오른손을 잡은 채 밤길을 걸었다. 누가 왼손이고 누가 오른손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111


왜 군대 이야기는 하지 않느냐고 언젠가 그녀가 물은 적이 있다. 준호는 그 말을 듣고야 제가 그랬다는 걸 알게 됐다. 그녀하고는 좋은 것만 나누고 싶다는 마음 때문일 터였다. 

"말했잖아. 육군 보병이었다고, 병장 만기제대."

"그런 거 말고."

"그럼?"

"혼자 울었던 밤 같은 것."

"음.... 손톱?"

"손톱이라고?"

"아무한테도 얘기한 적 없는데, 나 어릴 때부터 손톱을 아주 바짝 깎아. 그러지 않으면 물어뜯으니까. 긴장하거나 불편하면 나도 모르게 손톱을 씹는 버릇이 있었거든."

"미안해, 난 몰랐어."

"바보, 자기가 왜 미안해? 막 일병 달았을 때쯤 행군을 나갔어. 장마철이었는데 길에 앉아 점심을 먹었지. 식판에 막 빗물이 들이쳤어. 그때 무심코 내 손을 보게 됐는데 손톱이 어느 틈엔가 이만큼 길어버렸더라. 그 밑에 새까맣게 때가 끼어 있었어. 물어 뜯을 정신도 없이 살고 있었던 거야. 조금 눈물이 났어. 입대하고 처음으로... 그게 내 군대 얘기야."

다음번 만났을 때 민아는 작은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반짝반짝 빛나는 은색 손톱깎이가 들어 있었다. 

"우리나라 제품 중에선 제일 좋은 거래. 인터넷 다 뒤져서 찾아낸 거야."

민아가 어깨를 으쓱대는 시늉을 했다. 준호가 그녀의 코를 손가락 끝으로 꼬집었다. 그는 여자친구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보았다. 그녀의 헤어스타일은 처음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구불구불한 웨이브 대신 언제나 간편하게 포니테일로 묶고 다녔다. 소박했지만 그의 눈에는 처음보다 훨씬 예뻐 보였다.

준호의 가슴속에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꿈이 한 톨 피어 올랐다. 이 사람에게라면, 곧 더 깊은 이야기도 털어놓을 수 있을지 몰랐다.  117


할머니에 대해서 준호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직장 다니는 엄마 대신 할머니가 날 다 키워준 거나 마찬가지야, 라고 했을 것이다. 그는 "그래서 민아가 그렇게 따뜻하구나"라고 했으나 "살아계셔?"라고 묻지는 않았다. "건강하시지?" 라고도 묻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그 순간을 넘겼지만 사실은 서운했다. 준호의 관심이 그저 '박민아'의 내부에 머물로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건 바꿔 말하면 박민아의 바깥, 박민아라는 섬을 둘러싼 주변에는 별 관심 없다는 의미였다.  134


출국카드의 직업란에 회사원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쉼표 하나를 그려넣으면서도, 종아리를 쭉 펴기도 힘든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열두 시간 동안 항공기 꼬리 날개를 내다보면서도, 히스로 공항의 외국인 전용 입국심사대 맨 뒷줄에 서서도 그녀는 속으로 되뇌었다. 이게 원래 내 방식이야. 먼저 떠나는 것, 혼자 남겨지지 않는 것. 차라리 먼저 혼자가 되어버리는 것. 그럼에도, 그녀를 붙잡겠다는 어떤 거짓 제스처조차 취하지 않은 준호에 대한 섭섭함이 마음 한구석에 딱딱하게 응어리져 있었다.  

왜 런던이야? 준호가 물었을 때 민아가 명확한 이유를 대지 못한 건 당연했다. 그때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므로, 심지어 모든 것은 그녀가 그에게 '떠난다'는 표현을 입 밖에 내면서부터 비로소 시작되었는지도 몰랐다.  185


보름은 전혀 모르던 두 남녀가 몸부림치는 사랑의 환희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운명임을 확인하고도 남을 시간이고, 한때 열렬히 사랑한 적 있던 두 남녀가 처음부터 타인이었던 것처럼 냉담 해지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192


"내가 겪어보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남자는 역시 자상하고 다정한 남자가 최고예요. 지 혼자 속으로 진국이면 뭐해, 표현안 하면 그걸 누가 아나."(미장원 아주머니의 말)

미용사가 언젠가 했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웃지도, 찌푸리지도 않앗다. 사람은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였다.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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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전문가들의 책은 여러권 읽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의 책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종종 읽을 것이다.
그러면서 나를 찾아가는 분석적인 측면에서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여러권 읽게 되면서 공통적으로 언급한 부면들이 꽤 있다. 그런것이 분명 우리에게 많이 필요한 부면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사랑'에 대해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집필된 책이다.
우리는 이성을 만나고 헤어지는 횟수가 늘면서 자신도 모르게 방어벽을 치게 된다.
처음 좋아했던 사람에게 너무 빠져 있다가 헤어나오는게 너무 힘들고 많은 것을 잃게 되고, 그 다음 또 그 다음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사랑에 대해 두려움과 일정 선을 유지하려는 방어벽을 띄게 된다.
이것은 자신이 알지만 자신도 모르게 치게 되는 방어벽이다.
그렇기에 사랑의 감정은 있으나 더 이상 마음을 주지 않음으로 헤어질 것을 대비하고 있게 된다. 그러다 보면 그것이 장애가 되어 상대는 떠나가는 상황을 만들게 되고 그러한 반복에 의해 사랑을 믿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그러한 경험들을 통해 사랑을 더욱 성숙하게 만들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그렇게 되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다.
사랑에 대한 불신은 사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가깝지만 가깝지 않은 그러한 사람으로 변해 버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사랑의 감정 따위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그냥 살아간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 신이 있다면 신이 준 능력이고 자연발생적이라면 본능적인 인간의 탐구는 이성에 대한 갈망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되는 어쩌면 불행한 어쩌면 서글픈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는 그러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각자가 판단할 몫이겠지만 나는 좋은 일이라 생각지 않는 부류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서양의 분석철학이 무조건 옳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들의 한계를 동양에서 찾지 않을 테니까. 
우리의 생활방식이 너무 서양화 되면서 비만인구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감정 상태의 혼돈도 엄청나다. 
그렇기에 서양식 분석 철학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자신의 감정상태를 철저하게 관찰해 보면서 자신이 지금 어느 지점에서 있으며 헤매고 있는 건지 평안함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알게 됨으로 막연함이 사라지는데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사랑... 평생 풀어도 다 풀지 못하는 것이겠지만 지금보다는 더 많이 풀어내는데 도움을 받게 된다면 조금 더 불안함을 떨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프롤로그
우리의 마음속엔 저마다 지워지지 않는 한 아이가 살고 있다... 어린아이의 시선과 두려움과 공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아이.
그 아이의 불안을 잠재우는 길은 성장을 멈추어 버린 그 아이에게 다시금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사랑은 바로 그 아이를 성장시키 수 있는 좋은 기회다.  5
안타깝게도 요즘 사람들은 지독한 외로움으로 사랑을 절실히 원하면서도, 사랑을 두려워한다. 사랑이란 감정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상처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친밀해지는 것조차 두려운 것이다
상처를 두려워하면 사랑을 할 수가 없다.  10

1. 사랑을 시험하는 것들
운명(Destiny)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종종 사랑을 과거의 문이 쾅 닫히며 항상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24
프로이트는 낭만적인 사랑이나 성인의 모든 인간 관계는 이전 감정의 재편집이며, 아이가 생후 초기 어머니와 가졌던 유대감과 나중에 에디푸스 갈등과 관련된 아버지에게 느꼈던 감정의 재현이 바로 사랑의 끌림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그러므로 프로이트에게 '모든 사랑은 재발견'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사랑은 무의식의 운명이다.  25
짝을 잘 만난 경우는 상대방이 가진 자질을 올바로 파악한 것이다. 반면 실패한 '필(feel)'은 외모나 분위기로 상대의 모든 부분을 혼자 유추하여 자기 내부에 있는 어떤 대상을 다짜고짜 투사시켜 받는 느낌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26
옥타비오 파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랑이란 존재의 위험과 불행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지도, 죽음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해 주지도 않지만, 인간에게 시간을 확장시켜 줄 수 있는 힘을 가진 실존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사랑안에서는 몇 분이 몇 세기로 바뀌고 그 질량을 측정할 수 없게 되면서 인간은 찬나나마 죽음의 질병에 대한 잠정적 치유책을 발견 할 수 있게 된다. 사랑은 인간에게 이처럼 잠정적이나마 존재론적 구원을 베풀어 주기에 사랑은 지구사에서 축복받은 자가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에 가장 근접해 있는 것이 된다.'  
그렇게 때문에 사랑은 비록 상처를 받을지라도 하는 게 낫다. 
'운명적인 만남'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다만 무의식이 어떤 사람을 선택하느냐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임을 말이다.
모든 사랑의 감정은 진실하다. 다만 첫눈에 반한 사랑에 대한 과대 포장은 당신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30

사랑(Love)
혹시 사랑의 장애물로 사랑 그 자체를 생각해 본 적이 잇는지. 사랑이 힘들면 힘들수록 우리가 유일하게 믿고 기대게 되는것이 바로 사랑이지만 사랑은 결코 믿을 만한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이 사랑을 시험하게 만든다. 그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슬픔과 외로움, 미움을 동반하기 때문에 빋어지는 현상이다.  36
사랑이라는 것은 성인으로서 새로운 사람을 찾아 떠나는 여행의 시작,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것은 곧 내가 과거에 사랑했더 부모나 가족과의 결별을 뜻하기 때문에 슬플 수 밖에 없다. 그러한 슬픔은 사랑으로 인해 생겨나지만 사랑이 결코 채워 주지 못한다.
가슴 한쪽엔 언제나 설명할 수 없는 외로움과 소외감이 메아리를 울리고 있다.  37
나와 다른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사랑해 주는 상대에 대해 깊은 감사를 느끼면서 비로소 사랑은 성숙해지고 더욱 깊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리됨을 견디지 못하고 부정하면, 상대에게 매달리고 끊임없이 확인을 요구하며, 서로를 피로와 혐오 속에 몰아 넣을 수도 있다.  38
슬픔과 미움과 외로움과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사랑을 하기 위해선 그 친구들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40

섹스(Sex)
요즘 사람들은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 한다. 상처받을까 봐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때그때 자신들의 감정에 따라 관계를 맺는다.  47
성과 사랑을 분리하는 사람들에게 상대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 상대반은 자신의 쾌락을 충족시키는 도구일 뿐이다.
결코 채워지지 않는 굶주림처럼 끝없이 자신의 쾌락을 추구하게 된다.  48
정상적인 여성들도 50% 정도는 성교 행위만으로는 오르가슴에 이르지 못한다.  49
에로틱한 욕동은 정신분석학적으로 볼 때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즐거움을 추구한다.
둘째, 사랑하는 사람이 성적으로 흥분하고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것을 보며, 자신이 마치 그가 된 듯 상대와 동일시함으로써 합치감의 희열을 강화하는 것이다.
셋째, 성의 에디푸스적 구조에서 유래된 금기를 극복하는, 일종의 반란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51
밀접하게 친밀해진다는 것은 서로의 내부에 있는 원초적 욕망이나 공격성이 변형되거나 승화되지 않은 채 그대로 상대를 향해 달려나갈 수 잇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러므로 섹스에서 서로의 경계를 지켜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섹스에의 강렬한 충동을 성적인 유희로 바꾸어 줄 수 있는 부드러움이 필수가 된다.  52
결론적으로 섹스의 위험성을 막아 줄 수 있는 것은 사랑뿐이다.  53
육체적인 사랑은 열정적인 사랑과 분명히 다르다.  54
사랑이 없으면 서로가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고 그들의 관계는 소유와 집착과 파괴로 바뀌어 버린다.  56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한닥 해서 인간 본연의 고독이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섹스가 가진 모순 때문이다.
자기의 확고한 경계를 의식하고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함과 동시에, 반면 자기를 초월하여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로 합쳐지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57
사랑이 두려워 섹스만 하고 싶은, 섹스를 통해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그러나 내 존재조차 버거워 결국 섹스도 사랑도 떠나게 되는 그들의 초라한 모습.  58

21세기(The 21 century)
넘쳐나는 자극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우리의 마음은 자신의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고 순간순간의 욕구 충족을 좇게 한다. 모든 것 -우리의 정신조차도- 은 파편화해 총체선과 통합성을 잃어버리고 그저 순간마다 각자의 '전체적 자기(whole self)'가 아닌 '부분적 자기(part self)'로 관계할 뿐이다. 
'마리보적 존재(marivaudian being)' 매순간 새롭게 태어나는 과거도 미래도 없는 인간으로서, 역사를 가지지 않는다.  63
아이들은 열등하고 무기력한 진짜 자기 모습을 감추려 하고, 없어도 있는 듯이 위자을 하고, 못하는 것도 잘하는 양 으스댄다. 그리고 점점 성장해 감에 따라 무기력하고 약한 자기의 모습을 방어하기 위한 고도의 기술들을 발달시키는데, 이것이 몸에 익은 '과대 자기'의 모습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자기 과시적인 만족은 실체가 없는 거품 같은 것, 물속에 비친 자기 환영과 같은 것이다.  64
자신만의 성을 높이 쌓고, 이상적으로 보이는 관계를 유지하는 자신에게 만족하며, 메아리 없는 세상에서 숨죽이고 사는 나르시시스트들, 그들이 하는 사랑의 특징은 감각적이고, 순간적이며, '감정이 배제된 성'이 사랑을 대치한다.
그들은 '자기 이상(ego-ideal)'을 상대에게 투사시켜 그 사람을 사랑함으로써 자기의 이상이 실현되는 듯한 착각을 즐긴다. 즉 상대를 온전히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 속에 투사된 자기의 이상을 사랑하는 것이다.  65
순전히 성을 위해 존중되는 성은 미래에 대한 모든 관계를 상실하고 영속적인 관계에 대한 어떤 희망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오히려 역으로 영속적인 관계에 대한 두려움만을 가져올 뿐이다.  67
병적인 자기 과대가 발달한 그들에게 가장 참을 수 없는 고통은 자신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상처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헤어질 때 슬픔을 느끼기보다는 아예 자신의 감정을 거두어 버리고 아무 일도 없던 듯이 쉽게 돌아서선 곧 다른 대상을 찾아 나선다.  69

결혼(Marriage)
최초의 열정과 사랑을 관계의 핵심으로 여기는 사람드은 결국 환멸을 느끼거나 이혼하기 쉽다는 연구 결과.
미네소타 대학의 사회 심리학자 엘렌 버셰이드는 열정적인 사랑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면 관계가 파탄에 이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버트랜드 러셀도 낭만적인 사랑을 찬양하면서도 그것이 행복하고 안정된 결혼 생활의 토대가 될 수 없다고 믿었다.  77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잘못된 오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낭만적 사랑은 결혼이라는 마차를 이끄는 첫 부분일 뿐임을 명심하고, 결혼 생활의 문제를 모두 낭만적인 사랑이 식었기 때문이라고 돌리는 태도부터 버려야 하는 것이다.  79
보통 사람들은 사랑하면 으레 '사랑에 빠지는 것(falling in live)'만을 떠올린다.
사랑에 빠져 있는 것이 사랑의 전부는 아니다. 사랑은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사랑을 하는 것(being)'을 거쳐 '사랑에 머무는 것(sraying in love)'이란 단계에 이르는 과정을 거친다.
'사랑을 하는 것'은 사라에 빠진 연인들이 각자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틀고, 자기의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서서히 맞추어 가는 것을 말한다.
'사랑에 머무는' 상태는 그들의 사랑하느 관계가 외부 세계와 격리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견디어 나가는 단계다.
어쩌면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사라에 머무는 것이다.  80
애정 어린 결합은 사랑의 열정이 희미해진 후 남게 된다.  81
사랑에 머물면서 그들은 같이 인생을 걸어가는 상대방을 소중히 하고, 그와의 경험을 소중히 한다. 충절의 표현이다.
라쉬 교수는 사라에 머물면서 서로가 이러한 애정으로 결합되는 것을 '차가운 세상에 있는 천국'이라 표현했다.
최적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각자의 자율성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도 둘만의 결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의 연인들에게 최적의 거리감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그것은 텅 빈 느낌 없이 주기적으로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이요, 서로의 친밀감 안에서 자신을 열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82
열정적인 관계는 부부 사이에도 각자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계속해서 피어날 수 있다. 우선 둘 사이에 서로 열정적인 사라에 빠지겠다는 합의가 암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 사람만의 노력은 둘 사이에 더 큰 상처만을 남기기 십상이다.  84


2. 그래도 의심이 풀리지 않는다면 문제는 당시에게 있다
'기억'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사실 열 사람이 어떤 사건을 동시에 목격한다 해도, 그들이 사건에 대해 말하는 느낌은 모두 다르다. 왜냐하면 기억이라는 것은 그것이 저장될 당시의 그대로가 아닐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기억 속에 저장될 때, 그것은 그 본질과는 조금 다르게 변형되어 저장되는 경우가 많다.  91
기억은 주관적이며, 기억하는 사람의 마음 상태와 무의식적 소망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  92
남녀가 사랑을 할 때는 두 사람의 성별만 다른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인간이 만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혀 다른 두 인간이 만나 사랑을 느끼게 되면, 사랑이라는 감정의 재료를 사용하여 그들이 만들 수 있는 사랑의 모습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97
우리가 사라을 할 때 빠지는 대부분의 오류는 상대를 자신의 기준과 시각에서 해석하려는 데서 시작된다. 자싱이 가진 가치 기준을 가지고 상대의 태도와 감정을 재단한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항상 상대편이나 외부적인 환경에서 찾게 된다.
실제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겪게 되는 갈등의 원인 대부분은 나로부터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단지, 그 갈등의 원인이 자신의 무의식에 있는 경우엔 자기 자신조차 그것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98

사랑없이는 단 하루도 견디지 못하는 당신에게
사랑 중독증...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사라에 의존하게 되는 것.  102
사랑 중독즈에 빠진 사람들은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졌다가, 곧 그 사랑이 식어지면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나는 것을 반복한다.  
반복될 수록 자신감은 더 없어져 가고 그러한 불안감 때문에 더욱더 다른 사람의 사랑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된다.  103
사랑 중독증을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필요한 관심과 애정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104
진정한 사랑이란 서로의 영역을 지키면서 상대를 받아들이고, 서로를 맞추어 가며, 그 안에서 자신과 상대를 발견하고 같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다.  105

상대를 있는 그대로 못 보는 당신에게
피그말리온식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는 한마디로 자신이 창조한 상대를 독점하고 지배하려 하는 데에 있다.
조작할 수 없는 것을 조작하려 하고, 강압할 수 없는 것을 강압하려고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을 타락시키게 될 것이다. 상대방을 지치게 하는 것은 물론 자신 또한 상대를 자꾸만 의심하게 될 테니까.  113
어쩌면 피그말리온은 어떤 사랑에서든 일반적으로 조금씩은 발견되는 얼굴일는지 모른다.  114

희생만이 기쁜이 되는 당신에게
어떻게 보면 '준다'는 행위는 내 자시에게 나를 과시할 수 있고, 그러면서 내가 살아 있음을 생생하게 확인시켜 주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것이다. 사랑을 통해 내가 가진 무언가를 내주는 경험을 한다는 건 아주 뜻깊은 일이다.  118
마조히즘이라 불리는 '피학적인 사랑'
이런 타입의 사람들은 자신을 처벌하고 싶은 무의식적인 욕구 때문에 자기를 완전히 상대에게 내어주어 상대로 하여금 자신을 학대하게끔 유도한다. 노예같이 상대에게 예속되면서 절망적인 사랑으로 치닫는 것이다.  120
왜 학대받는 관계를 참고 견딘 것일까? 이것은 부모로부터 거절당한 어린 시절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대인 관계의 결함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함의 가장 큰 원인은 다름 아닌 죄책감이다.  123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기으 모든 것을 내어주는 희생만을 기쁨으로 아는 당신, 혹시 당신은 열등감이나 박탈감을 숨기려고, 사랑을 가장하여 상대 속으로 들어가려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랑의 목적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합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합치를 위해서는 자신의 일부를 포기하고 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상대에게 예속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125

그래도 의심이 풀리지 않는다면 문제는 당신에게 있다
'사랑을 못하는 것은 사랑을 할 만한 상대가 안 나타나서다.'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혹시 당신이 기다리는 그 누군가가 캐럴이나, 마술적인 상대가 아니었는지 묵고 싶다.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그 누구를 만나도 만족하지 못하고 내 반쪽은 따로 있을 거라고 의심할 것이다.
사랑의 마술은 마술적인 상대를 만나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인간은 모두 나처럼 외롭고 약한 존재이다.  131

당신이 사랑을 밀어내 버리는 방식
방어 기제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일종의 정신 역동인데, 사람은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방어 기제를 쓴다.  136
독립적인 사람은 상당히 의존적인 배우자를 선택하기 쉽다. 왜냐하면 자신이 과거에 억압하던 의존 욕구를 재경험을 통해 충족시키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 되면 다시 자신의 세계에서 의존적인 배우자를 쫓아내려 한다.  141
누구나 방어 기제를 사용한다. 문제는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하느냐에 있다. 만약 당신이 돌이켜 보건대 사랑을 함에 있어 과다한 방어 기제의 사용으로 사랑을 그르쳐 왔다면, 그리고 매번 같은 태도를 반복해 왔다면 그것은 위험 수위일지 모른다.  142


3. 사랑을 하려거든 사랑할 수 있는 능력부터 키워라
어쩌면 당신은 사랑 불능자 일지도 모른다
'사랑 불능자?'
미국의 정신 분석가 컨버그에 따르면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크게 세 유형으로 나눈다.(두 가지만 다룬다)
첫 번째 유형은 내게 없는 걸 가지고 있는 상대를 시기하고, 상대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사랑에 빠지기 힘든 사람들 이다. 이들에게 사랑은 그 시작도 물론 어렵지만 설령 사랑이 진행된다 해도 자기 자신에 도취되어 있어 순탄하지 않은 길을 걷게 된다. '자기애적 인격장애'는 바로 이러한 인격적 결함을 병적으로 가진 사람들의 장애를 지칭하는 말이다.  147-148
두 번째 유형은 자아가 탄탄하지 않아서 상당히 충동적이고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다. '경계성 인격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은 항상 자기 자신을 채워 줄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데, 이들의 문제는 가까워지는 것, 즉 친밀감을 견디지 못하는 데 있다.  150
사랑 불능은 치유될 수 있다.  152
필요한 것은 사랑을 하기 위한 당신의 노력이다.  153

상처없는 사랑이란 없다
소모적인 싸움은 갈등을 본질적으로 해결해 주지 못한다. 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이러한 싸움을 '진짜 갈등'을 회피하기 위한 불필요한 노력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진짜 갈등은 그들이 속해 있는 내적 현실의 깊은 차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162
아무리 서로 사랑하는 사이일지라도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동안 알게 모르게 서로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서로 도움은 안 돼도 사랑은 할 수 있다며 갈등을 회피해선 안 된다. 그러면 오히려 서로의 상처만 깊어질 따름이다.  166

사랑을 하려거든 사랑할 수 있는 능력부터 키워라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상대와 내가 분리된 존재임을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상대가 내 속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나와 분리된 아주 독립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해 주는 그에게 어찌 감사한 마음이 안 들겠는가.  170
'사랑받는 능력은 사랑할 수 있는 능력과 비례하지 않을까?'
사랑받는 능력은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당신에게 사랑을 하려거든 사랑할 수 있는 능력부터 키우라고 말하고 싶다.  173
사랑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모든 탓을 상대에게 돌리지 않고, 그 전에 나를 한 번 돌아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은 성숙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성숙을 이끄는 성숙 과정의 한 기능이기도 하다.  174

소홀히 넘겨 버리는, 그러나 아주 중요한 문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어린 왕자와 여우의 대화에서 여우는 왕자에게 '특별한 관계'를 원한다면 '내가 너를 신뢰 할 수있도록 해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성간의 사랑 역시 서로 다른 둘이 만나 관계를 발전시킨다는 면에서 그것과 다르지 않다.  183
자신과 상대에게 믿음을 주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의 사랑이 괴로워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신뢰가 부족한 사람들이 사랑을 할 때 나타나는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상대와의 '공감'을 못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공감 대신 '동정'을 한다. 상대의 감정으로 들어가 아예 하나가 되어 버림으로써 자기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공감은 상대의 감정을 함께 공유하지 만 다시 자기 자신을 되찾는다. 그래서 상대의 감정에 같이 휩쓸리지 않고, 그 감정에 대해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184
그러나 무엇보다 신뢰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친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데 있다.  185

정신분석에서 배우는 사랑의 지혜
오래된 연인드의 특징 하나. 자신이 사랑하는 이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문제는 그것이 더 이상 알게 없다, 혹은 익숙해지니까 식상하고 지루하다는 생각과 연결된다는 데에 있다.
'사라을 통해 내가 결국 나중에서야 깨달은 건 너와 나는 타인이라는 사실이다'
언젠가 이런 문구를 읽으면서 나는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사랑할 때 되새겨야 할 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190
무굴 사랑한다는 것은 함께 하는 것이다. 그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같이 느끼고 기뻐하고 슬퍼하며 서로를 깊게 받아들이는 과정, 그 과정에서 연인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치유와 성숙의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다.  197

사랑하는 능력을 키우는 네 가지 방법
어쨌든 중요한 건 있는 그대로, 거짓됨이 없는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데미안이 말했던가.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4
첫째, 과거를 재구성하라
자신이 늘 구박만 받았다고 생각하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되살리면서 굉장히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 냈다. 엄마와 아빠가 자신을 많이 사랑했지만,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서툴렀다는 것. 엄마 입장이 되어 보고, 아빠 입장이 되어 보니 부모가 애초부터 자신을 미워하고 상처를 주려고 한 게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결국 그때 그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봄으로써 부모에 대한 분노를 거둘 수 있었다.  205
둘째, 분노를 두려워하지 말라
붐노를 너무 자주 폭발시키는 사람만큼이나 전혀 분노할 줄 모르는 사람도 문제다.  206
마음속에 분노를 담아 두지 말자. 상대에게 자신이 느끼는 불만을 털어놓는 걸 두려워해선 안 된다. 내가 느끼는 그대로를 상대에게 전달했을 때, 나는 또 한 번 자유로워진다. 그것이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이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더 이상 아닌 것처럼 가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분노를 적절하게 터뜨릴 줄 안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다.  208
셋째, 'all good, all bad'에서 벗어나라.
'all good, all bad'에서 벗어난다는 것의 의미는 좋고 싫은 감정을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는 걸 의미한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점만큼이나 나쁜 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타인을 장단점이 혼재한 인간으로 보지 못한다.  
'all good, all bad' 태도를 고치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속을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9
넷째, 'So, it's me'
'그래, 그것이 바로 나다(So, it's me)'
자기 자신의 상처까지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으로부터 담담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210
프로이트는 정상의 기준을 '약간의 히스테리(a little hysteric), 약간의 편집증(a little paranoid), 약간의 강박(a little obsessive)을 가진 것'이라 했다. 이것은 곧 어떤 사람도 이런 것들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왜 모든 사람이 성숙한 사랑을 해야 하는가? 왜 모든 사람이 열정적인 사랑을 해야 하는가? 어떤 모습이든 그 안에서 행복할 수 있고 편안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된 거다.  211

죽음보다 더한 고통, 실연은 이렇게 떠나보내라
실연의 산을 무사히 넘은 사람은 이제 다른 산을 잘 오를 수 있는 체력을 갖게 되고, 산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게 됨으로써 다음 산행에서 위험을 피할 수 있으며, 어떤 산이 오를 만한 가치가 있는지, 또 진정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여력을 가진다. 그리고 실연의 산 정상에서 인생의 깊은 의미를 깨달아 다음 산행을 더욱 의미 있게 계획하기도 한다. 문제는 인생을 살면서 가끔 마주칠 수 있는 이 산행에서 어떤 것을 배우며 얻어 가느냐 하는 것이다.  214
실연의 과정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고통은 아무에게도 버여 주지 않던 자신의 깊은 내면을 상대에게 보여 주었다는 사실이다.  215


4. 사랑을 온몸으로 껴안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자유롭다
당신도 혹시 첫사랑을 찾고 있는가?
아마도 첫사랑은 우리가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대상을 사랑하는 것이기에, 애태우던 기억이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게 아닐까.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228
첫사랑은 우리가 간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기억인지 모른다. 동시에 첫사랑은 성장이라는 여행길에서 우리가 성인의 사랑으로 진입하기 위해 지나쳐야 한 땅이며, 우리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는 영토이기도 하다.  231
첫사랑, 그것은 쉽게 이루어질 수 없기에 우리에게 계속 꿈으로 남으며, 메마르고 냉혹한 현실 속에서 우리의 마른 목을 적혀 주어 다시 힘을 내게 만드는 오아시스가 된다.  232

플라토닉 러브가 반쪽짜리 사랑인 이유
플라토닉 러브의 개념이 지금처럼 자리잡힌 것은 중세 시대에 이르러서였다. 금욕 주의로 점철되어 있던 그때 '플라토닉 러브'는 순서한 정신적 사랑만을 강조하는 최고의 이상적인 사랑의 형태로 추앙받았다.  233
그런데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젊은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데 왜 굳이 육체적인 면을 무시하고 정신적인 사랑만을 고집해야 하는지.  234
사랑이란 '에로스(욕망)'와 '프시케(영혼)'가 총체적으로 결합된 상태다. 사랑에 있어서 이 두 가지 측면은 어느 한 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이 중요하다. 정서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합쳐진다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황홀한 경험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236
나는 플라토닉 러브를 현실의 사랑이라기보다는 꿈속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사랑의 가장 높은 단계라고 말하는 데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플라토닉 러브는 이상화한상대를 향한 사랑이며,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자신이 보고 싶은 측면만을 동경하고 갈망함이며, 성적인 것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억압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238

에디푸스 콤플렉스가 사랑에 미치는 영향
에디푸스 콤플렉스를 잘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이 보이는 대표적인 사랑의 유형이 바로 삼각관계 안에서만 사랑을 느끼는 경우다.  245

사랑 없이는 정말 살 수 없는 걸까?
사람은 사랑이 있어야만 제대로 태어나고 자랄 수 있는 운명을 지녔다. 그리고 사랑은 인간을 동물과 구분지어 주는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사람은 사랑을 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남자든, 여자든, 가족이든 혹은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든, 아니면 예술이나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든.... 결국 어떤 형태로든 모두 사랑을 하고 사는 것이다.  256

사랑을 온몸으로 껴안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자유롭다
현명한 선택의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결국 자신이 가장 만족스러운 길을 가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자신이 감당할 자신이 없는 선택은 곧 자기 파괴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든지 책임의 문제는 따른다. 책임에 대한 마음의 준비 없이 취하는 선택은 성숙한 판단이라고 하기 어렵다. 때로는 그 선택으로 인해 자신에게 돌아오는 처벌도 달게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사랑이 강렬한 만큼, 그 고통도 그만큼 따르는 것이다 생각하면서...  267
비가 오면 지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으세요. 그럼 아마 그 바람은 서서히 잦아들지 않을까요?
웃는 건 바보스럽게 보일 위험이 있다. 
눈물을 흘리는 건 감상적인 사람으로 보일 위험이 있다.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건 남의 일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 
감정을 드러내는 건 자신의 참 모습을 들킬 위험이 있다. 
대중 앞에서 자신의 기획과 꿈을 발표하는 건 그것들을 잃을 위험이 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되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고,
산다는 건 죽을 지도 모를 위험이 있다.
희망을 갖는다는 건 정말에 빠질 위험이 있으며,
시도를 하는 건 실패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위험에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된다.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일은
아무런 위험에도 뛰어들지 않으려는 것이니까.

아무런 위험에도 뛰어들지 않는 사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가질 수 없으며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다.
그는 고통과 슬픔을 피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는 배울 수 없고, 
느낄 수 없고, 
달라질 수 없으며
성장할 수 없다.

자신의 두려움에 갇힌 그는 노예와 다를 바 없다.
그의 자유는 '갇힌 자유'다.

위험에 뛰어드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자유롭다.
                                                                          - 작자미상  268-269
사랑은 우리를 더 힘들게 만들지도 모른다. 더 이상 사릉으로 인해 상처를 입지 않으려면, 역설적이지만 상처를 오픈하고 사랑을 온몸으로 껴안아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원하는 자유를 얻게 되지 않을까?  269
사랑을 온몸으로 껴안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자유롭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의 삶의 목표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나에게 허락된 삶의 마지막까지, 나는 노력할 것이다. 후회 없이 사랑하고, 사랑받다 갈 수 있도록...  270



김혜남의 정신분석 카페
마음의 키를 재는 척도, 사랑
마음의 키는 언제까지 자랄까? 
최근의 정신분석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죽을 때까지 성숙하고, 그가 처한 환경이나 사회적 요구에 따라 적응하고 성장한다고 한다.  257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좌절을 견디는 능력, 적어도 타인과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능력이 있음을 말해 준다. 사랑을 마음의 키를 재는 척도라고 말할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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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다. 그러나 소설은 아니기도 하다.
읽으면서 느낀 생각이다.
소설은 우리에게 일어날법한 내용을 쓰기에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으나, 작가는 내용에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사실을 기록해 두었기에 그렇게 느꼈다.
우리의 내면의 심리에서 사랑을 바르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쉬움을 채우기 위한 방편으로 선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사랑을 어떻게 선택할까?
아니 우리는 사랑을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는 이별에 대한 자세를 어떻게 가지고 있는걸까?
진정 '쿨~~'한 사랑과 이별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나는 아직도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1

작가의 말

나는 아직도 사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만큼 살면서 내가 터득한 게 하나 있다면 어떤 실수든 어떤 시행착오든 일단 저질러놓고 보는 게 낫다는 것뿐이다. 앞으로도 삶은 반복되는 실수와 시행착오로 이어질 것이다. 문제는 그 경험들을 통해 무엇을 배우는가 하는 일일 것이다.

지적인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오류는, 대화가 통하는 여자를 만났으면 한다는 것, 그 소망에는 여성과 진지한 토론을 하거나 논쟁이 붙게 되면, 여자가 귀찮게 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인혜) 51

인혜의 마음속에서도 무엇인가 가열되는 것 같았다. 바람같이 떠도는 어두움이, 어깨를 무겁게 하는 외로움이,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도 채워지지 않는 내부가.... 52-53

"프로이트도, 타인의 무의식을 그토록이나 열심히 분석하는 자신의 무의식에 대해서는 몰랐습니다." 81

"등산할 때 해발 오백미터짜리 산도 오르려면 숨이 가쁘고 힘들어요. 그렇지만 히말라야 산도 비행기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무것도 아니죠. 한발 물러나서 보면 그래요."

어떤 사건을 기억해내고, 그 기억에 얽혀 있는 슬픔이나 분노의 감정을 체험하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으면 그것과 관련된 억압이나 신경증은 해소된다는 것이다. 83

세진은 '나는 그동안 잘 살아왔다. 내 문제를 다 알고 있고 그것을 잘 극복하면서 살았다.'는 생각을 하였으나 그는 정신분석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이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간다. 85

"영 세부터 삼 세까지 모든 것이 결정됩니다. 그 시기에 엄마가 기르지 않은 아이는 정신병자가 될 확률이 높다." 100

"이삼 세 때는 자아와 소유욕, 집착이 생기는 건데...." 101

"저는 목숨을 걸고 감정을 표현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걸 드러내야 해요." 119

세 개의 비커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비커 안의 빈 공간에 점을 찍기 시작했다. 첫 번째 비커에는 드문드문 열 개 안팎의 점을 찍었다. 두 번째 비커에는 첫 번째 것보다 세 배쯤 많은 점을 찍었다. 그것이 마음속에 앙금이 많은 사람과 덜한 사람의 차이겠구나, 생각하는데 세 번째 비커는 완연히 다른 그림이었다. 비커 밑바닥 4분의 1쯤 되는 지점에 가로로 선을 그은 다음 그 아래쪽에만 서른 개쯤 되는 점을 찍었다.

"이런 겁니다. 이게 몸을 아프게 하고......"

면담자는 세 번째 비커 아래쪽에 계속 점을 찍으며 말했다. 무의식의 영역에 억압해둔 마음의 앙듬들이 거기 있었다. 비커 위쪽 한 점 티끌도 없는 맑은 공간이 내 의식의 영역, 그동안 내가 잘해왔다고 믿어 온 마음 상태일 것이다. 그는 비커 위쪽, 한 덤 티끌도 없는 맑은 공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게 사기죠. 세상은 멋진 거짓말입니다." 120-121

불행한 결혼 한가운데 있을 때, 홀로 외로운 시간들을 견딜 때, 다른 사람을 만나면 모든게 달라질 거라 믿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을 만나서 그와 전인적인 관계를 맺고, 정서가 고양되고 영혼이 성장하고, 그리하여 다른 관문을 지나면 곧바로 유토피아가 펼쳐지는, 그런 사랑의 환상을 꿈꾸었다.(인혜) 180

내 인간관계라는 것은 늘 상대방이 더 적극적으로 챙기는 관계만이 남는다.(세진) 198

어느 정신 분석의의 책에서 읽은 구절이 떠올랐다. '나는 내가 잠정적으로 가지지 않은 문제를 가진 환자를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그의 책에는 정상이라는 단어마다 특별히 따옴표가 되어 있었다. 그런 용어란 실재가 아니라 이상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었다. 215

통제하지 못하는 성욕 때문에 인생을 망치는 사람을 많이 봤거든요. 그렇지만 성욕이 없는 것도 문제라는 걸 깨달았죠. 성욕도 식욕이나 수면욕처럼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며 보살피고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것을요. 216

면담 초기부터, 면담자가 꾸준히 해온 작업이란 내 앞에서 동전을 뒤집어 보이는 일이었다. 218

"사오십 대의 육체 속에 이십 대와 같은 열정을 담고, 이십 대처럼 사랑을 찾아다니며 살수 있는가.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요."

"박세진 씨는 그렇게 되라고 해도 못 돼요... 내가 자기를 야하고 뻔번스럽게 만들어 주겠어요." 219

"제가 달라질 수 있나요?"

"아니죠. 인산은 변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오 퍼센트예요. 그렇지만 오 퍼센트만 달라져도 살기가 한결 수월하죠." 231

프로이트나 융의 정신 분석 방법이 중세의 신들림을 해결하는 방법과 같다는 말뜻이 이해되었다. 구명 시식이 고도의 정신 집중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무의식을 끌어내고 단숨에 억압된 감정을 표출시키는 것이라면 정신 분석은 천천히 오랜 시간을 들여 무의식을 끌어올리고 아주 조금씩 억압을 풀어내는 작업이구나 싶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법사가 말한 수행이나 인도 요기들의 명상도 혼자 하는 자기 정신 분석 작업이 아닐까 싶었다. 245

물건을 사면서 나는 애정의 대용품을 구하고 있었던 거지.(세진) 265

"분명한 정신 영역의 장애인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치료하려 애쓰지 않는다는 점이야. 두통이나 감기에는 금방 약국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인생 전체를 망치는 마음의 병은 왜 그냥 방치하는지 모르겠어."(세진)

"결핍이 욕망을 낳고, 욕망이 행위를 낳는다잖아. 인간에게는 결핍이 곧 성취동기이고, 생존 욕구이며, 추진력 아니니? 네가 말한 무의식의 구멍, 그것이 있기 때문에 삶에 추진력이 생기는 거 아닐까?"(세진) 268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2

몸은 내가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표현하고 있었다. 기억나는 일이 없는게 아니라 말하기가 고통스럽다는 뜻일 것이다. 19

운전하면서 혼자 있게 되자 알 수 없는 이유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면담자가 내 정서의 어떤 부분을 건드린 듯한데 그게 어느 지점인지 알 수 없었다. 무언가, 분노와 비슷한 감정이 끓고 있었다. 21

동전의 양면론에 입각할 때, 파괴의 타나토스는 창조의 에로스와 한 몸일 것이다. 파괴 당하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은 곧 사랑을 두려워한다는 의미였다.

나는 전 생애에 걸쳐 나를 방어하기 위해 죽을 힘을 써왔을 뿐이었다. 완강한 자의식, 고착된 통념, 반듯한 일상, 폐허처럼 우뚝한 기억, 그 어느 것 하나 허물지 못했을 것이다.

"대체 제가 이렇게까지 된 이유가 뭐예요?"

"인큐베이트 시기가 없었어요. 숙성기에 부모나 오빠, 애인이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그것이 전혀 없었어요." 41

"서른다섯을 넘긴 독신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독신이어도 섹스 파트너가 있다면 얘기가 다르고." 42

아기에게 상처 주는 젊은 엄마들을 보고 있으면 그것이 바로 그 여성의 상처구나 싶었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식을 사랑할 줄 모르고, 부모에 대한 분노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식에게 분노를 투사하고 있는 게 읽혔다. 46

그때 그때 처리하지 못한 분노가 누적되어 지금 한꺼번에 터지는구나. 내면에 억압된 뜨겁고 딱딱한 분노의 덩어리, 내 몸을 아프게 했던 덩어리가 바로 이거였구나.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노이로제라는 말뜻이 이거였구나. 58

동전의 양면론은 얼마나 정확한가. 노출증 환자의 무의식에 있는 진정한 욕망은 관음증이고, 자살자의 내밀한 욕망은 누군가에 대한 살해 욕망이다. 59

어떤 여자가 지하철에서 자신을 성추행한 남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남자를 '그분'이라고 지칭하더라는 얘기...

내 인생에서 최대의 과오는 분노하고 싸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거였음을 요즈음에야 깨달았어. 80

마음속에서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거품들이 잘 잦아들지 않았다. 눈을 감은 채 인혜는 하나씩 따져 보았다. 부글거리는 거품의 실체에 대해서. 밤에 불러낸 사실 때문에? 양해 없이 목적지도 밝히지 않은채 일방적으로 달리는 태도 때문에? 세진에 대해 지속되어온 불편함과 분노의 연장에서? 알 수 없었다. 그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쩌면 인혜 자신의 문제임에 분명했다.

인혜는 요즈음 삶에 제동이 걸린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진퇴양난 암중모색이라고 표현하기는 해도 이렇게 구체적으로 난관을 느끼기는 처음이었다. 무엇을 해도 마음이 가볍지 않았고, 삶이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 없었고, 어떤 일을 끝내도 성취감이 없었다. 호박 음료 광고는 대박이었다. 광고 자체에 대한 호감도 높았고 음료 시장 점유율도 신기록을 갱신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인혜에게는 기쁨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은혜가 짐작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진웅이었다. 연애가 이토록 심각하게 후유증을 남기는 일도 오랜만이었고 자신의 연애가 소모적인 것이 아니었나 짚어본 것도 처음이었다. 83-84

"나도 오래 분노 상태에 있다 보니 분노에 몇 가지 법칙이있다는 것을 알았어. 분노의 질량 불변의 법칙, 분노의 거울 법칙, 분노의 시루떡 법칙, 분노의 카멜레온 법칙. 나는 그것들을 분노의 사대법칙이라고 이름 지었는데, 그 법칙의 이름들도 그냥 내 멋대로 붙인 거야. 이 법칙은 인간의 다른 감정들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 같아."

유년기 때 아기가 필요로 하는 사랑이 없었거나, 있더라도 왜곡되게 전달되었을 때, 아기에게 분노의 감정이 형성된다고 해.

억압된 적개심은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영원히 죽지 않는 식물 뿌리처럼 늘 새로운 잎과 꽃을 피워내는 것 같아. 무의식이 의식보다 더 힘이세고, 삶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건 이미 그쪽 학계의 정설이야.

분노의 시루떡 법칙.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분노들은 인강의 무의식 속에 시루떡 모야으로 켜켜이 쌓여 있다는 뜻이야. 어떤 문제로 인해 화가 날 때 보면, 당면한 문제로 인해 나는 화와, 시루떡처럼 쌓인 저 무의식이 자극받아 나는 화가 서로 다른 것 같아. 네가 아까 말했듯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더 많이 화내는 거, 그때는 무의식의 분노가 자극받았기 때문이라고 보면 될 거야.

분노의 거울 법칙이란 일종의 투사 현상이야. 네가 만약 누군가의 어떤 점이 못마땅하거나 화가 난다면, 네 속에도 그것과 똑같은 요소가 있다고 보면 틀림없어. 꿈에도 자각하지 못하고 죽어도 인정하기 싫을지 몰라도 그건 틀림없는 현상이야.

분노의 카멜레온 현상. 그것은 분노가 여러 가지 다른 얼굴로 나타난거야. 너 최근에 우울하다고 했지? 그게 바로 네가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이야.

다변이나 자폐증, 과식증이나 거식증, 자잘한 자기 파괴 행위부터 자살충동까지, 그 모든 것이 분노의 가면들이야.

"분노가 왜 그런 가면을 쓰니?"

"분노를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야." 126-129

우울증의 가장 강한 특징은 직접 화를 내지 못하는 무능력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여성은 화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또는 화를 낼 수 있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우울증에 걸린다. 자신이 분노를 느끼고 표현할 능력이 있다고 진정으로 믿지 않는다면, 태울 연료도 없고 진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없다. 결과적으로 자기의 개인적인 힘을 경험하려면, 영구적이고도 무의식적인 분노와의 관계를 끊는것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과정은 우선 분노를 인식해야만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수동적인 동시에 공격적인 적개심을 특징적으로 갖게 된다.

'우리 속에 숨어 있는 힘' 130

"자리(自利)라는 말이 있어요. 스스로 수행하여 자기를 위하는 이익을 얻는다. 자기를 위하여 불법을 닦는다. 그런 뜻이에요. 먼저 나를 위해 불법을 닦고, 그 다음에 타인을 위해 그것을 써야 한다는 겁니다." 139

"자연스럽게 되어야 해요. 자연스럽게 거기에 도달해야 해요." 145

선생님이 제게 해온 작업이 동전뒤집기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정신 분석학 용어로는 양가감정, 혹은 감정의 양극성이라 하더군요. 반대 감정 병존 현상이라고 서술된 것도 보았구요." 152

그동안 타인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고 비판했던 모든 일들이 우스워졌다. 결국 내 얘기를 했을 뿐이었구나... 모성 부족, 자기중심성, 질투심, 그 모든 것이 고스란히 내 안에 있는 것들이었다. 앞으로는 누구에 대해서도 비판하거나 평가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비판받지 않으려거든 비판하지 말라는 성경 구절이나, 분별심을 경계하는 불교적 가치관의 심리적 본질이 비로소 짚였다. 167

한 번씩 사랑을 잃을 때마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유행가처럼 중얼거리기도 했다. 203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덩치 크고 체력 좋은 남자들은 팔굽혀 펴기하듯 섹스를 하고, 섬약하고 마른 남자들은 감각적으로 섹스를 해요. 내성적인 남자들의 섹스가 더 폭발적이고 외향적인 남자들은 의외로 싱겁기 짝이 없을 때가 많아요." 236

정신분석학에서는 어떤 사실에 대해서든 더 과도하게 반응하는 지점을 콤플렉스라고 해요. 241

페르소나는 배우가 자신의 역할을 청중에게 나타내기 위해 쓰던 가면을 일컫는 말이다. 같은 의미로 페르소나는 인간이 자기가 아닌 다른 어떤 것으로 나타내 보이기 위해 사용하는 가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많은 역할을 하고, 그 역할과 타인들의 요구에 맞추어 어떤 행동이나 태도를 취한다. 실제로 현대 생활의 복잡한 사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페르소나가 유용하며 필수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페르소나는 매우 해로울 수도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그 페르소나가 진정한 자기의 본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믿는다면 그는 역할자 자체가 되어 버린다. 그러면 그 사람의 자아는 오직 페르소나와만 동일시되어 성격의 다른 국면들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하게 도니다. 그 사람은 결국 진정한 자기로부터 소외도어 팽창한 페르소나와 축소된 다른 성격의 국면들 사이에서 긴장을 초래하게 된다. 이 현상은 심리적 건강을 방해한다. 252

융은 건강한 사람은 자기가 연기하고 잇다는 것을 아는데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가 연기하는 것이 곧 자기라고 믿는다고 기술하고 있다. 252

물론 모든 역할이 다 속임수이다. 건강한 사람과 건강하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건강한 사람은 타인을 속이는데 반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 자신마저 속인다는 점이다. 253

사랑과, 사랑처럼 보이는 것들의 차이. 272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 책의 논점은 나쁜 여자란 남성 중심 사회가 만들어놓은 규범으로 잴때 나뿐 여자여서, 그런 여성들이 오히려 욕망에 솔직하고, 목표를 향해 성실하고, 건강한 자기중심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276

"생의 비밀은 자기를 아는 데 있습니다." 283

"모든 게 마음의 문제예요." 286

우리는 죽을 때까지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동시에 죽는 법도 배워야 한다. -스콧 펙 290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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