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은 누구나 천원짜리 지폐를 알고있다. 
그 앞면에는 퇴계 이황과 명륜당 그리고 매화, 뒷면에는 도산서원이 그려져 있다.
한국인의 특징 중에 하나는 액수가 큰 지폐가 더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특성에 의해 오천원권의 율곡 이이에 대해 더 생각을 하려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또한 우리는 학교에서 퇴계와 이이의 이론에 대해 배우면서 이이의 이론에 더 비중을 싫는 외우기 공부를 해왔기에 더더욱 퇴계의 삶이나 철학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한 듯 하다.
액수에 따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우리는 세종대왕보다 신사임당을 더 중요한 사람으로 기억해야 한다는 논리가 서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그리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듯 하다.
액수야 어떻든 이런 지폐에 오른 인물이라면 마땅히 우리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책이다. 퇴계 이황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대한 책을 가끔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중이라 이 책이 눈에 잘 띄었나 보다.
퇴계에 관해서 최근에 읽은 책은 '함양과 체찰'이었다. 물론 지금의 블로그를 만들기 전에 읽었던 책 중에 몇 권이 더 있었다.
그의 생각의 깊이와 마음의 씀씀이가 보통의 사람과는 다르다. 
그는 3명의 왕에게 인정을 받았고, 벼슬을 하사 받았지만, 자신의 공부와 덕과 인을 위해 조용히 물러나기를 여러번 이었다.

사람이 권력의 힘을 맛보면 그 맛에 중독되어 절대 버릴 수 없다는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늘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나아갈 길을 바라보았다.
그는 늘 자신을 낮추고, 그렇기에 정진해야 함을 스스로에게 강조하였다.

이 책은 퇴계 선생이 말하는 공부에 대한 내용들을 정리하였는데, 재밌게도 소설 형식을 빌려와 전개해 나갔다. 
읽기도 쉽고, 내용의 핵심을 정리해 주고 있어 이해도 쉬웠으며, 철학적인 사유를 해보기에도 어렵지 않게 해 주었다.

퇴계 이황은 유학자 이다. 그렇기에 공자말씀에 근거한 생활을 하는데, 그를 높이 사는 이유는 그것을 자신의 깊은 사유로 재해석하여 적용하고 실생활에서 나타냈기에 그러하다. 
그가 말하는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첫째날, 배움의 싹이 돋아나다.
나이가 많은 것은 공부를 시작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배움은 마치 닿지 못하는 것처럼 하며, 잃어버릴까 안달하듯 해야 하느니'라는 구절이 <논어>에 나옵니다. 스스로 안달복달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공부를
잘할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이런 구절도 있습니다. 조급해하지 않으면 열어주지 않고, 말로 표현하려 이쓰지 않으면 퉁겨 주지 않는다. 그러니 스스로 공부하고 싶어 조급해하고 안달복달하는 그대 같은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공부할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34
미욱하다는 말을 방패삼아 대충대충 할 뿐 열심히 하지도 않는 사람이 정말 문제인 것입니다.  36
공부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바로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아는 일입니다.
무작정 남의 뒤꽁무니만 따라하는 공부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나는 왜 책을 들고 오랜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가, 왜 나는 농사나 고기 잡는 일이 아니라 공부를 하는가의 이유를 마음 깊은 곳에서 분명히 깨닫고 정리한 뒤에야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41
우주와 인생의 이치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깨닫는 것, 바로 그것이 우리가 공부를 해야 하는 진정한 이유가 되겠지요. 공부는 단순히 남에게 자랑하고 풍족히 먹고 살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란 말씀입니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삶의 이치를 깨닫고 그 깨달음대로 평생을 살아가는 지난한 과정이라는 사실
선생은 꾸준히 공부하면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45
독서가 산놀이와 비슷하다 하지마는 
이제 보니 산놀이가 독서와 꼭 같아라.
공력을 다할 때는 아래로부터이고
얕고 깊음 아는 것도 모두 자기에게 달린 게지.
일어나는 그름 바라보며 오묘한 이치를 알아채고
물줄기의 근원에 이르러시초를 깨닫는다네.
공부는 순서를 밟아 차근차근 하는 게 중요하며,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해야 하는 것임을 가르쳐주는 게 이시의 골자였다.  56
공부에는 비법은 없습니다. 당연한 것들을 꾸준히 하는 방법만이 있을 뿐입니다.
첫번째로 공부는 질문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학문(學問)이란 문학(問學). 그러니까 궁금한 것을 묻는 것입니다.
궁금하지 않으면 공부는 결코 시작되지 않습니다.
<중용>에 보면 '순은 크게 지혜로운 자다. 순은 묻기를 좋아하고 평소의 일상적인 말들을 곰곰이 살피길 좋아한다.' 순은 성인이지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58
두번째로 말씀드릴 것은 스스로 한계를 두지 말라는 것입니다.
제자 염유가 능력부족 이라 말할때, 공자는 "힘에 부친다는 것은 힘껏 달리다가 쓰러질때나 할 수 있는 말이니라. 그런데 자네는 제대로 달려보지도 않고 미리 안 된다고 마음속으로 선을 긋고 있구나."
못난 것을 막는 데에 부지런함보다 나은 것은 없는 법입니다.  59
세번째로 스승을 찾아 헤매지 말라는 것입니다. 공부에 생각이 없는 이들이 흔히 스승 탓을 하고 책 탓을 하는데, 공부에 뜻만 있다면 스승은 우리 주위 어디에든 있습니다.  60
대다수의 사람들은 본성을 자연스럽게 발현하며 살지 못합니다. 
마음이 더러운 찌꺼기로 덮여 깨끗한 본성을 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본래의 길을 따라 막힘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경지, 그것이 바로 퇴계의 공부가 추구하는 것입니다.  62
공부란 우리가 이 세상을 올바로 살아가기 위해 꼭 익혀야 할 삶의 기술입니다.  64

첫째 날의 가르침
도대체 공부는 왜 하는가
삶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서다. - 과거에 급제해 입신양명하거나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다. 우주와 인생의 이치를 통해 어떻게 살아갸 할지를 깨닫는 것, 바로 그것이 우리가 공부를 해야 하는 진정한 이유다.
삶을 위한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다. - 재물을 모으고 도구를 만드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듯 삶을 살아가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공부란 우리가 이 세상을 올바로 살아가기 위해 꼭 익혀야 할 삶의 기술이다. 그러니 얼마나 어렵겠는가. 사는 동안은 다 이루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삶의 기술로서의 공부다.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
항상 안달복달하라. - 배움은 마치 닿지 못하는 것처럼 하며, 잃어버릴까 안달하듯 해야 한다. 결국은 졸라대는 놈에게 떡이라도 하나 더 주게 되는 것이다.
모르면 물어라. - 학문(學問)은 문학(問學)이다. 잘 묻는 사람, 모르는 게 많아 질문이 많은 사람이 공부를 잘할 수 있는 것이다. 순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순은 묻기를 좋아하고 평소의 일상적인 말들을 곰곰이 살피길 좋아했다. 순의 예를 따라야 한다.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마라. - 힘에 부친다는 것은 힘껏 달리다가 쓰러질 때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제대로 달려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미리 마음속으로 선을 그어서는 안 된다. '요순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인데 난들 요순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는 당찬 마음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
스승 탓, 책 탓을 하지마라. -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스승 탓, 책 탓을 하는 법이다. 현명한 이를 보면 어깨를 겨루려 힘쓰고, 현명하지 못한 이를 보면 안을 돌아보아 스스로를 살핀다. 그런 마음이라면 하루하루 만나는 모든 사람과 모든 순간이 공부 아닌 것이 없다. 


둘째 날, 공부의 잎이 무성해지다.
어느 정도 공부에 눈뜬 이들, 그러나 벽에 부딪혀 난감한 상황에 처한 이들을 위한 지침을 알려드린다 했었지요?  101
닭이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 뿐입니다. 부화될 때까지 쉼 없이 품고 있는 것입니다.  102
아무리 해도 나아지는 게 느껴지지 않아 속이 터질 지경이지요. 포기의 유혹도 따릅니다. 바로 그때가 중요합니다. 힘들더라도 쉬지 않고 공부에 매진해 그 고비를 무사히 넘기면 그 뒤로는 고통스럽기는 커녕 날로 거울이 밝아지는 듯한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것입니다.  105
예란 본래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한 것이니라. 사람에게 해가 된다면 그것은 결코 좋은 형식이라 할 수 없지.  115
고비를 넘겼다면 이제 공부를 즐길 차례입니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거워하는 것만 못합니다.  123
공부의 최종 단계는 즐기는 단계입니다.  124
<중용>에 '천하국가는 고르게 할 수 있고, 높은 벼슬도 사양할 수 있고, 서슬 퍼런 칼날도 밟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중용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바로 너의 마음이란 뜻이다. 너의 마음을 제대로 갖추면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수기(修己,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음)와 치인(治人,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중 중요한 것은 수기이다. 그렇다고 치인을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128
아침저녁으로 책읽기에 몰두하고, 경전을 제대로 해석해낸다 해서 과연 공부를 잘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네. 공부를 하고도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른다면 그건 공부를 제대로 한 것이 아니네. 자기가 서고 싶으면 남도 세워주고, 자기가 알고 싶으면 남도 깨우쳐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인의 마음, 사랑의 마음, 공부한 자의 마음일세.
자네는 지금 인의 마음을 자기고 있는가? 자네 주변에서 능히 취할 수 있는가?  142

둘째 날의 가르침
공부하다 벽에 부딪힌 이들을 위한 지침
닭이 알을 품는 것을 기억하라. - 공부는 닭이 알을 품고 있는 것과 같다. 힘들다고 잠시라도 쉬거나 서두른답시고 뜨거운 물에 담가버리면 알은 부화하지 않는다. 결국 공부하다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쉬지 않고 꾸준히 계속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거울은 닦을수록 깨끗해진다. - 거울은 처음 닦을 때가 가장 힘든 법이다. 두 번째, 세 번째 닦을 때에는 처음보다 덜 힘들뿐만 아니라 조금의 노력으로도 거울을 더 밝게 만들 수 있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낑낑거리며 한계를 넘고 나면 그 뒤로는 훨씬 쉬워진다.
공부의 단계를 알아라. - 아는 것은 좋아하는것만 못하고, 좋아하는것은 즐거워하는 것만 못하다. 공부에는 아는 단계와 좋아하는 단계와 즐거워하는 단꼐가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현재 단계뿐만 아니라 앞으로 갈 길이 어디인지를 분명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자신을 위한 공부를 하라. - 공부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위인지학(爲人之學)이 그것이다. 전자는 자신을 위한 공부이며, 후자는 세상에서 활용하기 위한 공부이다. 위기지학을 해야 한다는 것은 공부해서 무엇이 되어야겠다, 하고 고민 하는 게아니라 자기 자신의 내면과 성정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위기지학이 되어야 세상에 나가도 중심을 잃거나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는다.

공부한 사람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한는가
공부를 제대로 한 사람은 잘못을 지적받아도 화를 내지 않는다. - 사람은 오직 배우지 않았기에 스스로 부족한 것을 알지 못하고, 스스로 부족한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잘못을 지적 받으면 화를 내는 것이다. 공부한 사람은 스스로 부족한 것을 금방 깨우치므로 잘못을 지적받아도 화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지적을 들으면 그 말을 마음에 새기고 자신을 바로 잡는 거울로 삼는다.
공부를 한 사람은 남을 배려한다. - 자기가 서고 싶으면 남도 세워주고, 자기가 알고 싶으면 남도 깨우쳐주는 것, 그것이 바로 인의 마음이다. 공부를 한 사람은 바로 그 인의 마음을 갖추게 된다. 공부한 사람이 세상에 필요한 이유다.
정식으로 배우지 못했어도 잘 배운 사람이 될 수 있다. - 지혜로운 이를 지혜롭게 여기고, 부모를 섬김에는 온 힘을 다하며, 임금을 섬김에는 온몸을 바치고, 벗을 사귐에는 말에 미쁨이 있다면 그사람은 비록 베우지 못했더라도 실제로는 잘 배운 사람이다. 결국 공부가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 그 공부는 말짱 헛것이라는 뜻이다.


 셋째 날, 열매로 주위를 이롭게 하라.
다른 이들의 고통을 모른 체하고서는 공부를 제대로 했다고 말 할 수 없다.  178
퇴계의 공부는 살아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생명의 의미를 아는 참된 공부였다.  182
<성학십도(聖學十圖)>
제9도인 '경재잠(敬齋箴)'은 주자께서 자신의 방인 경재에 붙여두고 스스로 경계한 글로써, 지두(地頭)공부, 곧 처한 상황에 따라 해야 할 공부를 나열한 것입니다. 여기에서의 공부란 경 공부입니다. 마음이 몸의 주재라면, 경은 마음의 주재입니다. 그러니 경 공부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다잡는 집중의 공부를 말하는 것이지요.
경 공부는 어떤 방법으로 하는가.
첫 번째로 '주일무적(主一無敵)'이 있습니다. 단 하나를 붙들 뿐, 딴 데로 가지 말라는 뜻입니다. 
대충하는 경우 눈은 글자를 읽되, 마음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는 것입니다.
한 번에 하나씩, 온전히 다 끝낸 후에야 다른 공부를 하는 것이 바로 주일무적입니다.  185
두 번째로 말한 것은 '정제엄숙(整齊嚴肅)'은 자세를 가다듬고, 마음을 엄숙하게 가지라는 의미였다. 
세 번째로 '상성성법(常惺惺法)'은 말 그대로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
'잠시라도 틈이 나면 만 가지 사욕이 일어나, 불길 없어도 뜨거워지고 얼음 없어도 차가워진다'는 구절이 이에 대한 근거가 될 듯싶다.  186
마지막 방법은 마음을 수렴하여 한 물건도 용납하지 않는 것, '기심수렴 불용일물(其心收斂 不容一物)'이었다.  187
이번에는 제10도인 '숙흥야매잠(夙興夜寐箴)'

경재잠이 상황에 따른 공부라면 숙흥야매잠은 시분(時分)공부, 곧 일상에서 시간에 따른 공부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중용>에 '군자는 홀로 있을 때 삼간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숙흥야매잠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홀로 있을 때 삼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이른바 '신독(愼獨)'이란 것이다. 도란 잠시라도 떠날 수 없는 것이니 남이 볼 때와 남이 보지 않을 때의 행동이 다를 수는 없는 법이다.  188
무턱대고 행하는 데만 치우칠 게 아니라 나라는 존재에 대한 깨달음, 그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한 깨달음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  191
공부는 근본적으로 나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어야 한다.
충서(
忠恕)가 무엇인가?  충은 바로 마음의 중심이고, 서는 나의 마음과 같다는 뜻일세. 그러므로 충서는 내가 깨달은 마음의 중심을 그대로 남들에게 행하는 것일세. 그렇게 되어야 진정한 이일분수를 실천하는 것이고.  192 
누구나 집안 식구에게는 바라는 게 많은 법이네. 집 밖에서는 대범한 군자로 지내다가도 집 안에서는 조그만 일에도 화를 참지 못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이유일세. 이 모두가 공부가 덜된 탓이네. 감정에만 치우쳐 인이 무엇인지는 생각도 못하게 되는 것이지.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정성을 다해 대해야 하는 법일세.  197
선생(퇴계)은 주위 사람들의 작은 일 하나하나를 모두 머리에 담아두는 것은 물론, 어떻게 하면 그 일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지까지도 쉼 없이 고민했다. 선생이야말로 단순히 공부를 가르치는 스승이 아니라 인생의 스승이었다.  200

셋째 날의 가르침
일상에서 간단없이 이루어지는 공부
매순간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 집중하도록 하라. - 마음을 다잡는 공부, 곧 경 공부에는 네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주일무적(主一無敵)'이다. 단 하나를 붙들 뿐, 딴 데로 가지 말라는 뜻이다. 분명 책을 읽었는데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책을 읽으면서 다른 일을 생각하거나 그 뒤의 내용을 예단하느라 바빠 주일무적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번에 하났기,나가 다 마무리된 후에야 다른 공부를 하는 것이 바로 주일무적이다.
둘째는 
'정제엄숙(整齊嚴肅)'이다. 정제엄숙은 자셀ㄹ 가다듬고 마음을 엄숙하게 가지라는 의미로, 의관을 정제하라의 '정제'와 엄숙하게 하라의 '엄숙'이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는 외부를 가다듬는 형식적인 면 또한 중요하다. 옷 입는 것이나 자세를 바로잡는 것과 같은 사소한 행동들이 결국은 다 마음을 다잡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셋째는 
'상성성법(常惺惺法)'이다. 이것은 말 그대로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모든 순간에 깨어 있어야 미묘한 변화까지 눈치 채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넷째는 마음을 수렴하여 한 물건도 용납하지 않는 것으로, 
'기심수렴 불용일물(其心收斂 不容一物)'이다.
공부는 따로 시간을 정해두고 하느 것이 아니다. - 매일 매순간, 모든 상황에서 공부 아닌 것이 없다. 경재잠은 상황별 공부법이며, 숙흥야매잠은 시간별 공부법이다. 
공부는 일상에서 '
충서(忠恕)'의 마음으로 드러난다. - 충은 내 마음의 중심을, 서는 나의 마음과 다른 이의 마음이 같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충서는 내가 깨달은 내 마음의 중심을 그대로 남들에게 행하는 것이다. 물아일체, 이일분수가 바로 충서에서 비롯된다. 


넷째 날, 씨앗이 되어 돌아가다
진정으로 안다고 하는 것은 문장의 의미를 아는 걸 넘어서 내 일상 자체가 배운 대로 행해질 때 가능한 것이야.  219
돌석아, 공부하는 데 있어, 아니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인지 아느냐?  마음을 한결같이 지니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니라.  220 
("돌석아, 거울을 바꿔 닦자고 한 것은 바로 너겠지?"
 "죄송합니다."
 "죄송하긴, 그런데 왜 그랬느냐?"
 "아가씨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저야 뭐 늘 하는 일이니까요."
 "지금의 그 마음, 영원히 잊지 말거라."  106 )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으니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돌석아 네가 천연대에서 우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세상이 너를 알아주지 않으니 정말 섭섭하고 힘들었겠지. 하지만 너의 존재는 너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란다.  227

넷째 날의 가르침
공부의 핵심은 무엇인가
미련함으로 장애를 돌파하라. - 재능 있는 사람이 아니라 미련한 사람이 제대로 된 결실을 맺는 법이다. 선생은 고루병폐인임에도 공부에 몰두함으로써 오늘날의 선생이 되었다. 재능이 아닌 미련함과 끈기로 공부를 해라.
공부는 일상에서 쉼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 연비어약은 실은 공부를 하되 미리 기대하지도 말고, 잊지도 말며, 억지로 하지도 말라는 것과 같은 뜻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솔개와 물고긱가 공부의 본보기다. 그들은 욕심도 부리지 않고 쉬지 않ㅎ고 날고 뜀으로써 저에게 주어진 역할을 평생에 걸쳐 자연스럽게 해낸다. 공부는 그렇듯 일상에서 잠시도 쉼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는다. - 배운다는 것은 자기에게 있는 것이고, 알아주지 않는 것은 남에게 있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에게 충실하다면 화를 낼 이유가 없다 화를 낼 동안 서안 앞에 앉아 한 자라도 더 공부를 하는 것이 옳다.

퇴계가 이함형을 집으로 보내면서 집 대문앞에서 열어보라고 한 편지.
[들으니 그대 부부가 화합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무슨 이유로 그리 불행한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잘 알지는 못하네. 선생으로서 한 마디 하자면 그데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네. 여자의 성품이 좋지 못해 스스로 소박을 자초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남편의 잘못일 가능성이 크네. 남편이 항상 자신을 반성하고 잘 보살펴주면 부부의 도리를 잃고 가정이 파괴되는 끔찍한 지경에는 이르지 않는 법이란 말일세. 여자는 한 번 시집가면 오직 남편만을 의지하고 살아야 한다네. 그런데 어찌 정과 의리가 맞지 않는다고 길 가는 사람처럼 대할 수 있겠는가. <대학>에서 이르기를 '자기에게 잘못이 엇는 연후에 남의 잘못을 나무란다'고 하였네.
내가 겪은 결혼 생활을 예로 들어보겠네. 부끄럽지만 나는 결혼 생활을 그리 잘 꾸리지 못했다네. 장가를 두 번 갔으나 아내와 마음이 맞지 않은 탓에 한결같이 불행했네. 그래도 그러 애써 잘 지내려고 노력하며 살아온 것이 십 수 년, 그 사이 더러 마음이 흔들리고 번민과 고뇌로 견디기 어려운 때도 없지는 않았네. 그러나 그렇다고 어찌 인정을 돌릴 수 있겠는가. 어찌 내 마음대로 인간의 도리를 소홀히하여 홀로 계시는 어머니로 하여금 근심하도록 하겠는가.
후한의 질운이라는 사람이 '아내와 부부의 도리를 어겨 자식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자는 실로 진리를 어지럽히는 사특한 자이다'라고 말하였네. 자네는 마땅히 거듭 깊이 생각하여 고치도록 하게. 그럼에도 끝내 고치는 바가 없다면 공부를 해서 무엇하며, 실천하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부디 이 늙은 이의고언에 귀를 기울여주게나.]  240-241

공부를 한다는 것은 존재으 의미를 찾으려 바동거리다가 마침내 그 의미를 깨닫고 무릎을 치며 기뻐하다. 나중에는 스스로 그 존재 자체에서 멀어져 영원으로 향하는 것이 아닐까. 물아일체라고 부르는 것은 아닐까.
공부의 귀결점은 인생에 질문을 던지고, 인생의 의미를 배웠다가, 나중에는 다 놓는 것을 배우는 데 있느 것은 아닐까.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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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흥야매잠 (夙興夜寐箴) ;
夙 ; 일찍, 새벽,
興 ; 일어나다, 시작하다.
夜 ; 밤.
寐 ; 잠잘 때.
箴 ; 경계하다.  

  닭이 울어 잠을 깨면, 이러저러한 생각이 점차로 일어나게 된다.   

  어찌 그 동안에 조용히 마음을 정돈하지 않겠는가! 혹은 과거의 허물을 반성하기도 하고, 혹은 새로 깨달은 것을 생각해 내어, 차례로 조리를 세우며 분명하게 이해하여 두자. 

   근본이 세워졌으면 새벽에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빗질하고 의관을 갖추고, 단정히 앉아 안색을 가다듬은 다음, 이 마음 이끌기를 마치 솟아오르는 해와 같이 밝게 한다. 

  엄숙히 정제하고, 마음의 상태를 허명정일(虛明靜一)하게 가질 것이다. 이때 책을 펼쳐 성현들을 대하게 되면, 공자께서 자리에 계시고, 안자와 증자가 앞뒤에 계실 것이다. 

  성현의 말씀을 친절히 경청하고, 제자들의 문변(問辯)을 반복하여 참고하고 바로 잡아라. 일이 생겨 곧 응하게 되면, 실천으로 시험하여 보라. 천명은 밝고 밝은 것, 항상 여기에 눈을 두어야 한다.  일에 응하고 난 다음에는 나는 곧 예전의 나대로 되어야 한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정신을 모으며 잡념을 버려야 할 것이다. 동과 정이 순환하는 중에도 마음만은 이것을 볼 것이다. 

  고요할 때는 보존하고 움직일 때는 살펴야 하지만, 마음이 두 갈래 세 갈래로 갈려서는 안된다. 독서하고 남은 틈에는 틈틈이 쉬면서 정신을 가다듬고 성정을 길러야 한다. 

  날이 저물고 사람이 권태로워지면 흐린 기운이 엄습하기 쉬우니 장중히 가다듬어 밝은 정신을 떨쳐야 한다. 밤이 늦어지면 잠자리에 들되, 손을 가지런히 하고 발을 모으라. 잡생각을 일으키지 말고 심신이 돌아와 쉬게 하라. 

  야기(夜氣)로써 길러 나가라. 이미 정이면 원에 돌아오느니라. 이것을 마음에 새기고, 여기에 마음을 두고 밤낮으로 쉬지 않고 부지런히 힘쓰라.


  퇴계선생 말씀 ;

 위의 잠(箴)은 남당 진무경(陳茂卿)이 지어 스스로 경계한 것입니다. 금화 왕노재(王魯齋)가 일직이 태주의 상채(上蔡) 서원에서 교육을 맡았을 때, 오로지 이 잠만을 가르쳐, 배우는 사람들마다 모두 외고 익혀서 실행하게 하였습니다.

  신이 지금 삼가 노재의 경재잠도를 본떠 이 도를 만들어 그의 도와 상대가 되게 하였습니다. 원래 경재잠에는 공부해야 할 영역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 영역에 따라 배열하여 도를 만들었습니다. 이 도에는 공부해야 할 때가 많이 적혀 있으므로, 그 때에 따라 배열하여 도를 만들었습니다.

  무릇 도의 유행은 일상 생활 가운데서 이르지 않는 곳이 없으므로, 한 자리도 이가 없는 곳이 없으니, 어느 곳에서 공부를 그만 둘 수 있겠습니까? 잠깐 사이라도 정지되는 일이 없으므로 한 순간도 이가 없을 때가 없으니, 어느 때인들 공부를 그만두어서 되겠습니까? 

  그러므로 자사자(子思子)는 이르기를, "道란 잠시도 떠날 수 없는 것이다. 떠날 수 있다면 도가 아니다. 그러므로 군자는 보이지 않는 것에서도 삼가 조심하고, 들리지 않는 곳에서도 두려워한다"고 하였고, 또 "은밀한 곳보다 잘 드러나는 곳이 없고, 세미(細微)한 것보다 잘 나타나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그 홀로를 삼간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생활에 있어, 장소와 때를 막론하고 존양(存養)하고 성찰하여 그 공부를 힘쓰게 하는 법입니다. 과연 이와 같 이 할 수 있으면, 어느 영역에서나 털끝만큼의 과오마저 없게 될 것이며, 어느 때나 순간의 끊임마저 없게 될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병진해야 합니다. 성인이 되는 요결, 그것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상의 다섯 도는 심성에 근원을 둔 것인데, 요점은 일상생활에 힘쓰고 경외의 태도를 높이는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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夙興夜寐箴(숙흥야매잠) 

鷄鳴而寤, 思慮漸馳. 盍於其間, 澹以整之.

(   계명이오,       사려점치.       합어기간,       담이정지   )

▶닭이 울어 잠을 깨면, 이러저러한 생각이 점차로 일어나게 된다. 어찌 그 동안에 조용히 마음을 정돈하지 않겠는가!

 

或省舊愆, 或紬新得. 次第條理, 瞭然默識.

(   혹성구건,       혹주신득.       차제조리,        요연묵식  )

▶혹은 지난 허물을 반성하기도 하고, 혹은 새로 깨달은 것을 생각해 내어, 차례로 조리를 세우며 분명하게 이해하여 두자.

 

本旣立矣, 昧爽乃興. 盥櫛衣冠, 端坐斂形.

 (  본기입의,       매상내흥.        관즐의관,       단좌렴형   )

▶근본이 세워졌으면 새벽에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빗질하고 의관을 갖추고, 단정히 앉아 안색을 가다듬어라.

 

提掇此心, 皦如出日. 嚴肅整齊, 虛明靜一

(  제철차심,        교여출일.        엄숙정제,       허명정일   )

▶이 마음 이끌기를 마치 솟아오르는 해와 같이 밝게 한다. 태도를 엄숙하게 겉모습을 단정히 하며, 마음을 비워 밝게 하고 조용히 하기를 한결같이 하라.

 

乃啓方冊, 對越聖賢. 夫子在坐, 顔曾後先.

(   내계방책,       대월성현.        부자재좌,       안증후선   )

▶이때 책을 펼쳐 성현들을 대하여, 공자께서 자리에 계시고, 안자와 증자가 앞뒤에 계신 듯하라.

 

聖師所言, 親切敬聽. 弟子問辨, 反覆參訂.

(   성사소언,      친절경청.         제자문변,       반복참정   )

▶성현의 하신 말씀을 몸소 간절히 경청하고, 제자들의 묻고 따지는 말을 반복하여 참고하고 바로 잡아라.

 

事至斯應, 則驗于爲. 明命赫然, 常目在之.

(   사지사응,       즉험우위.        명명혁연,       상목재지   )

▶일이 생겨 곧 응하게 되면, 실천으로 시험하여 보라. 천명은 밝고 밝은 것이므로 항상 여기에 눈을 두어야 한다.

事應旣已, 我則如故. 方寸湛然, 凝神息慮.

(   사응기이,       아즉여고.       방촌잠연,        응신식려   )

▶일에 응하고 난 다음에는 나는 곧 예전의 나대로 되어야 한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정신을 모으며 잡념을 버려야 할 것이다.

 

動靜循環, 惟心是監. 靜存動察, 勿貳勿參.

(   동정순환,       유심시감.       정존동찰,        물이물삼   )

▶움직임과 멈춤이 순환하는 중에도 마음만은 이것을 볼 것이다. 멈출 때는 보존하고 움직일 때는 살피어 두 갈래 세 갈래로 하지 말라.

 

讀書之餘, 間以游泳. 發舒精神, 休養情性.

(   독서지여,       간이유영.       발서정신,        휴양정성   )

▶독서하고 남은 틈에는 틈틈이 쉬면서, 정신을 푸근히 하여 성정(性情)을 쉬게 하라.

 

日暮人倦, 昏氣易乘. 齋莊整齊, 振拔精明.

(    일모인권,       혼기이승.       재장정제,       진발정명   )

▶날이 저물고 사람이 피곤해지면 흐린 기운이 엄습하기 쉬우니, 장중히 가다듬어 밝은 정신을 떨쳐야 한다.

 

夜久斯寢, 齊手斂足, 不作思惟, 心神歸宿.

(   야구사침,        제수렴족,       부작사유,        심신귀숙   )

▶밤이 늦어지면 잠자리에 들며, 손을 가지런히 하고 발을 모으라. 생각을 일으키지 말고 심신이 돌아가 쉬게 하라.

 

養以夜氣, 貞則復元. 念茲在茲, 日夕乾乾.

(   양이야기,        정즉복원.       염자재자,       일석건건   )

▶밤기운으로써 길러 나가라. 이미 정이면 원에 돌아오느니라. 이것을 마음에 새기고, 여기에 마음을 두고 밤낮으로 쉬지 않고 부지런히 힘쓰라.

 

 

☞숙흥야매잠 (夙興夜寐箴)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밤늦게 잠들때까지 하루 일과에 대한 훈계.  ※夙(일찍 숙), 興(일어날 흥), 夜(밤 야), 寐(잠잘 매), 箴(경계할 잠)

 

☞숙흥야매 (夙興夜寐)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밤늦게 자는 것”을 의미하며, 이 말은 《시경(詩經)》국풍ㆍ위풍(國風ㆍ衛風) “氓”, 소아ㆍ절남산지습(小雅ㆍ節南山之什)“小宛”,대아ㆍ탕지습(大雅ㆍ蕩之什)“抑”에 쓰여 있다.

 

☞원형이정(元亨利貞)은 《주역(周易)》건괘(乾卦)에 나오는 구절로, 정(貞)이 다시 원(元)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겨울이 가면 봄이 돌아온다는 것으로 소생(蘇生)을 의미한다.

 

☞허명정일(虛明靜一)이란 "마음을 비워 밝게 하고 조용히 하기를 한  결같이 하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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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흥야매잠(夙興夜寐箴) >

1. 닭이 울어 잠을 깨면 이러저러한 생각이 점차로 일어나게 된다. 어찌 그 동안에 조용히 마음을 정돈하지 않겠는가! 혹은 과거의 허물을 반성하기도 하고, 혹은 새로 깨달은 것을 생각해 내어 차례로 조리를 세우며 분명하게 이해하여 두자.


2. 근본이 세워졌으면 새벽에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빗질하고 의관을 갖추고, 단정히 앉아 안색을 가다듬은 다음 이 마음 이끌기를 마치 솟아오르는 해와 같이 밝게 한다. 엄숙히 정제하고 마음의 상태를 허명정일(虛明靜一)하게 가질 것이다.


3. 이때 책을 펼쳐 성현들을 대하게 되면,공자께서 자리에 계시고 안자와 증자가 앞뒤에 계실 것이다. 성현의 마음을 친절히 경청하고, 제자들의 문변(問辨)을 반복하여 참고하고 바로 잡아라.


4. 일이 생겨 곧 응하게 되면 실천으로 시험하여 보라. 천명은 밝고 밝은 것, 항상 여기에 눈을 두어야 한다. 일에 응하고 난 다음에는 나는 곧 예전의 나대로 되어야 한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정신을 모으며 잡념을 버려야 할 것이다.


5. 동과 정이 순환하는 중에도 마음만은 이것을 볼 것이다. 고요할 때는 보존하고 움직일 때는 살펴야 하지만, 마음이 두 갈래 세 갈래로 갈려서는 안된다. 독서하고 남은 틈에는 틈틈이 쉬면서 정신을 가다듬고 성정을 길러야 한다.


6. 날이 저물고 사람이 권태로워지면 흐린 기운이 엄습하기 쉬우니 장중히 가다듬어 밝은 정신을 떨쳐야 한다. 밤이 늦어지면 잠자리에 들되 손을 가지런히 하고 발을 모으라. 잡생각을 일으키지 말고 심신이 돌아와 쉬게 하라.


7. (그 심신을) 야기(夜氣)로써 길러 나가라. 이미 정(貞)이면 원(元)에 돌아오느니라.


8. 이것을 마음에 새기고 여기에 마음을 두고 밤낮으로 부지런히 힘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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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보기

학식을 넓혀 심성을 닦는다는 의미의 '함양'과 몸으로 익혀 실천한다는 의미의 '체찰'

퇴계 이황 탄생 510주년 기념판으로 나온 책이다. 퇴계의 생애를 간략하게 정리하고, 유명한 자성록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퇴계는 교과서에서 이기론의 대표로 외웠던 기억과 천원짜리 지폐의 모델이라는 사실, 그리고 지폐 뒷면의 다산서원.. 이정도만 알고 있던것이 다였다.
하지만 책을 통해 그의 학식에 대한 내용에 감탄을 할 수 있었고, 3대(인종, 명종, 선조)에 걸친 왕들의 신임을 받은 뛰어난 함양과 체찰의 본임을 알게 되었다.
그의 독서와 사유는 조선 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까지 알려지고 그를 존경하는 사람들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인상적이며, 사유의 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공부를 하는 사람에게 공부의 틀을 알려주기에 적합하다.
책의 표지의 표현에도 '자기성찰 마음공부'라 되어 있듯이 공부를 하는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하며, 제대로 된 공부를 하는 면에 있어서 정확하게 지적해 주고 있었다.

퇴계는 2살때 아버지 찬성공이 돌아가시고, 농사와 양잠을 하는 홀 어머니 손에 키워지면서도, 어머니의 교육열에 서당을 다닐 수 있었다.
어릴때부터 온순하고 우애가 있으며,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로 삼촌에게서도, 서당에서도, 때론 혼자서도 공부에 게으르지 않았다. 또한 성공에 목표를 둔것이 아니라 자신의 함양과 체찰에 뜻을 둠으로 늦은 나이에 공직에 나갔으나, 그의 학식과 성품은 인종과 명종과 선조에 까지 믿음과 의지할 수 있는 모습을 가지게 할 수 있었다.
그는 사간원(왕의 과실을 논의하면서 왕에게 직접 간언하며 나라 일의 전반에 관해 언론을 펴는 곳), 어사, 군수, 대사성(최고이 교육기관인 성균관의 수장), 이조판서등 여러 관직을 거치면서도 자신의 공부를 위해 번번이 고사하여 고향으로 내려오기도 수십차례를 거치면서 더욱 인품을 높이 사게 된다.
결국 그는 고향에서도 중앙관직의 직책을 가지고 있었으며, 죽었을때 선조는 그를 영의정으로 추증까지 하였고, 그의 도산서당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하사품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는 환갑이 다된 나이에 도산서당을 만들어 후학을 기르는 일을 하였음을 보면, 교육은 나라를 세우는 근본이란 표현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제자들과 함께 여러<주자서절요><성학십도>등 여러 책을 편찬하기도 하였다.
그의 생애는 그의 장례식에서 결과를 나타내었는데, 퇴계의 장례식은 유언에 의해 거창하게 하지 말라고 하였으나 왕명으로 거절을 당하여,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제자들과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평소 문하에서 배우지 않은 사람들 모두가 슬퍼하였다. 무지한 백성과 천한 사람들까지도 비통해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그의 사상은 김성일, 유성령등 훗날에 까지 이르렀고, 당대 최고의 지성인들이 퇴계의 문하에서 나왔으며, 이후 조선 사회를 주도해 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함양이란 학식을 넓혀 심성을 닦는 것이고, 체찰은 몸으로 익혀 실천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참된 공부가 아니라고 보았다.  6
퇴계는 관직과 공부 사이에서 부단히 고뇌한 인물이기도 했다.
퇴계의 공부론은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8
<함양과 체찰>은 <자성록>을 비롯한 퇴계 이황 선생의 주요 작품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몇 가지 사상을 뽑아서 공부론이라는 큰 틀을 중심으로 엮었다.  9

퇴계는 일생을 의(義)와 리(理)의 탐구에 바쳤다. 외면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오히려 내면적으로 성찰하는 삶을 사며 언행일치에 힘썼다. 그것이 영남학파의 태두이자 퇴계학파의 교육정신이었다.
퇴계의 최대 강점이라면 교육과 연구, 토론에 임하는 학문의 자세에 있다.  67

무조건 많이 읽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마음 가는 대로 공부의 맛을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알고 있는 것에서 즐거이 음미하도록 하세요.  87
예란 실천했을 때야 비로소 귀하게 되는 것입니다.  91
관직을 구하기 전에 먼저 그대의 뜻을 결정했어야 옳았습니다. 그래야 공부에 전념하여 도를 얻을 수 있었을 테지요.  99
선비는 자신의 마음을 닦고 올바른 의리(義理)를 행할 따름입니다.  100
그대를 위하여 오늘 처신해야 할 도리를 말하라 하면, 스스로 자나치게 높은 곳에 처하지 말며, 세상을 다스리는데 서둘러 나서지 말며, 모든 일 앞에서 자신의 주장을 용감하게 내세우지 않도록 하는 일입니다. 
"나의 공부가 무르익지 않았는데 어찌 세상을 다스리는 책임을 맡을 것인가?"에 대해 자문해 보도록 하세요.  101
빼앗을 수 없는 뜻과 굽힐 수 없는 기개, 어두워지지 않을 식견을 품어 공부하면서 날마다 달마다 단련해 나가야 근본이 굳어져서 세속의 영리나 위품에 흔들리거나 넘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103
"근본에 대해서 공부해야 한다."
방심(放心) 상태를 반드시 거두어 덕성을 기르는 일부터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근본을 이루는 공부이며, 도를 이루고 사업을 넓히는 기초라고 생각합니다.  104
세상의 이치는 일상생활 곳곳에 가득 차 있는 것입니다. 
세밀하게 이루어져 있어 언제 어디서나 이치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이제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은 이러한 이치를 버리기 쉽습니다. 아주 고상하고 심오한 내용이나 원대한 것을 공부하여 이치를 빨리 터득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괜한 수고만 하게 되고 실제 생활에서는 어떤 연결도 없이 막연하여 실익이 되지 못합니다.  133
집안의 일상적인 일을 하면서도 어떤 일이건 일을 하는 기준이나 원칙을 세워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135
마음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타고난 기질이 악한 것도 또한 본성의 이치다."라고 한 말은 어처구니엇는 말 같기도 합니다. 정자 이후로 이런 이치를 논의한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지요. 본성은 물에 비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의 본선이 무엇인가요? 맑고 유유히 흐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이 흙 찌꺼기를 만나게 되면 흙탕물이 되어 흐려지고 험준한 곳을 만나면 물살이 급해지거나 거세게 일어납니다. 그러나 그것을 문의 본성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물이 아니라고도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단지 물이 만난 것이 달랐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타고난 기질이 악한것이 마음의 본래 모습은 아니라고 해도 본성의 이치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137
'이치를 끝까지 탐구하는' 궁리(窮理)와 '경에 머무르는' 거경(居敬)을 통해 몰입하여 공부하지 않으면 제대로 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옛 선인들은 하루 조일 힘쓰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정신을 가다듬어 잠시도 공부를 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하고 또 하여 오랜 세월 동안 그 속에 잠길 대로 잠긴 이휴에야 앎과 행함이 저절로 절도에 맞게 되어 얻는 바가 있었습니다.  145
공부란 한번 껑충 뛰어서 도달하는것이 아닙니다. 이전에 1, 2년만에 공부를 완성할 수 있다고 기약한 적이 있는데, 뜻을 그렇게 가졌다면 참으로 거칠고 잘못된 생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부는 평생을 걸쳐 해야 하는 막중한 사업입니다.
마음을 잡고 보존하는 조존(操存)과 돌아보고 살피는 성찰(省察)의 공부에 지나치게 매이지 말고, 날마다의 생활에서 분명한 곳을 바라보면서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도록 하세요. 그런 가운데 깊이 잠기어 마음을 텅 비우고 편안하게 하면 저절로 마음이 함양될 것입니다.  150
"많은 것을 알기만 하는 사람은 허물이 있다."  154

정자는 "공부는 몸에 매이게 익히는 작업이 중요하다. 익히는 일은 어떤 것이건 하나에 전념하는 것이다.... 외모를 반듯하게 가다듬고 진지한 자세와 마음가짐을 지녀라. 그래야 한 가지 일에 전념할 수 있다. 한 가지 일에 전념하게 되면 엉뚱한 생각이 생길 수 없다." 이런 말들은 병통을 없애는 방법을 일러주는 것입니다.  
성실한 노력이 쌓이고 쌓여 몸에 스며들어야 비로소 세상과 인생의 이치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165
맹자는 "마음의 기능은 생각하는것이다. 생각하면 얻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 먼저 마음에 큰 것을 세워 놓으면 사사로운 작은 것에 빼앗기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에 미루어 보면, 사람의 사사로운 의도가 생기는 것은 오히려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71
좋은 일이나 나쁜 일, 또 큰 일이나 작은 일 무엇이든 마음에 두지 않도록 하세요. '둔다'는 말은 한 곳에 집착하여 얽매여 있음을 뜻합니다.  175
문제는 그 마음에 무엇을 두고 있느냐의 여부에 달린 것입니다.
빨리 이루기를 바라기 때문에 옛것을 익힐 겨룰이 없으며 지금 읽고 있는 글 또한 정밀하고 익숙하게 할 겨를이 없어집니다. 마음이 바쁘고 항상 급하게 쫓기고 있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182-183
"낮에 읽은 것은 밤중에 그 근본을 생각하고 풀이하라."라는 구절은 이연평이 주자에게 일러준 말입니다. 이와 같이 하면 날마다 유익함이 있을 것입니다.  183
평소 큰 일이 없을 때는 근본을 함양하는 시기입니다. 밖으로는 엄격하게 생각하는 듯이 하고 마음으로는 한 가지 일을 주로 하여 항상 정신이 깨어 있어야 합니다. 
일이 없을 때는 고요하게 마음을 길러야 합니다.  184
그대가 스스로 판단하여 취사선택하도록 하세요. 
날마다의 생활과 마음을 닦는 과정에서 보고 느낀 것으로, 그것을 미루어 체험하는 가운데 생각하고 반성하여 알게 된 점들에서 매우 정밀함이 엿보였습니다. 
공부의 근본을 다시 확인하도록 하세요. 중요한 것은 경을 체득하지 못하면 자질구레한 공부가 쌓인다 하더라도 성과가 있기는 어렵습니다. 
주자는 "부질없이 이랬다 저랬다 하기를 그만두고, 헛되이 말을 많이 하는것을 멀리하면서 '마음을 잡으면 있게 된다'"라고 하였습니다.  188

점점 공부를 쌓아 완전히 무르익게 하세요. 시간과 개월 수를 헤아리며 짧은 시간 내에 효과를 바라서는 안 됩니다.  195
사람들은 안정된 상태에서 생각하지 않는 것을 완전히 모든 것을 끊어 없애버린 상태로 오해하고, 마음이 움직일 때 생각하는 것을 어지럽게 사물을 좇으며 올바른 이치를 찾지않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명목상으로는 공부를 한다고 하면서도 끝내 배움에 힘쓸 수 없게 되어 버리지요.
이치를 탐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니, 한 가지 방법에만 구속될 필요는 없습니다.  209-210
주자도 "보통 사람들의 일반적인 감정은 오직 한쪽으로 몰려 성찰할 줄 모른다."고도 하였습니다.  211
<맹자> '이루(離婁)' 상편에 "자포(自暴)하는 사람과는 함께 말을 할 수 없고, 자기(自棄)하는 사람과는 함께 일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자포는 자신을 학대하는 일이고, 자기는 자신을 스스로 내던져 버리는 행위이다.  218

유학자의 배움은 높은 곳을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곳에서 시작하고, 먼 곳을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낮은 데서 시작하고 가까운 데서 시작하는 것이 둘러가거나 더딘 것 같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세요. 낮은 곳과 가까운 곳을 버리고 어디에서 높고 먼 곳으로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236
유교의 공부
치지(致知), 앎에 이르다.
역행(力行), 행하기에 힘쓰다.
박학(博學), 널리 배우다.
심문(審問), 자세히 묻다.
신사(愼思). 신중하게 생각하다.
명변(明辯), 명확하게 분별하다.
독행(篤行), 두텁게 행하다.          249

"정직하고 성실한 벗을 사귀어 유익함을 구하는 까닭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기 위한 것으로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  253


수신십훈(修身十訓)

1. 立志(입지) : 뜻을 높이 세우십시오. 성현의 목표로 하고 털끝만큼도 자신이 못났다는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2. 敬身(경신) : 몸가짐을 경건히 하십시오. 아홉가지 바른 모습을 지키고 잠깐 동안이라도 방종한 태도를 보이지 마십시오.

3. 治心(치심) : 마음을 바로 다스리십시오. 마음을 깨끗하고 고요하게 유지하고 흐릿하고 어지럽게 놓아두지 마십시오.

4. 讀書(독서) : 책을 열심히 읽으십시오. 책을 읽으면서 뜻을 깨달아야 하며 말과 문자에만 매달리지 마십시오.

5. 發言(발언) : 말을 바로 하십시오. 정확하고 간결하게, 자제하고 이치에 맞게 말하여 자신과 남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십시오. 

6. 制行(제행) : 행동을 자제하십시오. 행동을 반드시 바르고 곧게 해야 하고 도리를 잘 지켜서 세속에 물들지 마십시오.

7. 居家(거가) : 가정 생활에 충실하십시오. 가정에서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자매와 우애를 다하며 윤리를 지킴으로써 서로의 은혜와 사랑을 굳게 하십시오.

8. 接人(접인) : 사람을 잘 대하십시오. 만나는 사람들을 성실과 신의로 대하고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어진 사람들을 더욱 가까이 하십시오.

9. 處事(처사) : 매사를 옳게 처리하십시오. 업무에 임해서는 옳고 그름을 철저히 분석하고 쉽게 분노하지 말며 욕심을 줄이십시오.

10. 應擧(응거) : 편안하게 시험에 응시하십시오. 시험에 관해서는 득실을 따지지 말고 최선을 다 해서 준비하고 평안하게 치른 다음 천명을 기다리십시오.

288-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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