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 이야기를 펜시 고등학교를 떠나던 그날부터 시작하고 싶다.  10


잊어버리고 미처 말하지 못한 것이 있다. 난 학교에서 쫓겨났다.  13


인생은 운동 경기와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규칙에 따라서 시합을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교장선생님은 아주 좋게 대해주셨어요.  18


이번이 네번째로 옮긴 학교였으니까요..

그때 난 열여섯 살이었고. 지금은 열일곱 살  19


난 무식했지만, 책은 정말 많이 읽었다.  31


정말로 나를 황홀하게 만드는 책은,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작가와 친한 친구가 되어 언제라도 전화를 걸어, 자기가 받은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32


난 겨우 열 세 살이었을 때, 차고의 유리를 전부 다 깨부수는 바람에 정신 분석 상담을 받기도 했었다. 그 일로 어른들을 비난할 수는 없었다. 정말 그럴 수는 없었다. 내가 그 애가 죽던 날 밤 차고로 숨어들어, 유리창을 전부 주먹으로 깨부쉈으니까.  58


난 겁이 많은 편이었으니까 말이다. 겁이 많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실이 그랬다.  122


도둑맞은 장갑을 생각하다 내가 겁쟁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니, 점점 더 절망스럽게 느껴졌다.  124


그게 문제였던 것이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는 것 말이다.  125


나한테는 큰 문제가 있었다. 한번 끌어안아 본 여자는 모두 똑똑하다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그 두 가지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지금도 그럴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144


지나치게 무언가를 잘한다면, 자신이 조심하지 않는 한,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에게 더 이상은 잘한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170


전쟁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나보고 전쟁터에 나가라고 한다면 정말 견디기 힘들 것만 같았다.  187


[정말이야? 넌 그래도 좋은 거야? 중국인인데도 말이야?]

[당연하지]

[어째서? 왜 그런지 알고 싶어. 정말 궁금해.]

[단지 서양철학보다는 동양철학이 좀더 깊이가 있다고나 할까. 굳이 대답하자면 말이지.]  195


좋아는 할 수 있는 거잖아. 죽었다고 좋아하던 것까지 그만들 수는 없는 거 아니야? 더군다나 우리가 알고 있는 살아 있는 어떤 사람보다도 천 배나 좋은 사람이라면 더욱 말이야.  228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고 싶어? 내가 뭐가 되고 싶은지 말해 줄까? 만약 내가 그놈의 선택이라는 걸 할 수 있다면 말이야.]

[뭔데? 말 좀 곱게 하라니까.]

[너 '호밀밭을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는다면'이라는 노래 알지? 내가 되고 싶은 건...]

[그 노래는 '호밀밭을 걸어오는 누군가와 만난다면'이야] 피비가 말했다. [그건 시야. 로버트 번스가 쓴 거잖아.]

[로버트 번스의 시라는 것쯤은 알고 있어.]

그렇지만 피비가 옳았다. [호밀 밭을 걸어오는 누군가와 만난다면]이 맞다. 사실 난 그 시를 잘 모르고 있었다.

[내가 '잡는다면'으로 잘못 알고 있었나 봐.] 나는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다치고,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229-230


[사람이 타락할 때는 본인이 느끼지도 못할 수도 있고, 자신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거야. 끝도 없이 계속해서 타락하게 되는 거지.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인생의 어느 순간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환경이 줄 수 없는 어떤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네가 그런 경우에 속하는 거지.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찾을 수 없다고 그냥 생각해 버리는거야. 그러고는 단념하지. 실제로 찾으려는 노력도 해보지 않고, 그냥 단념해 버리는 거야.]  247-248


빌헬름 스테켈이라는 정신분석 학자가 쓴 글이다..]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이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248


[교육받고 학식이 높은 사람만이 세상에 가치있는 공헌을 한다는 건 아니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교육을 받고, 학식이 있는 사람이 재능과 창조력을 가지고 있다면, 불행히도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그냥 재능 있고, 창조력이 있는 사람보다는 훨씬 가치 있는 기록을 남기기 쉽다는 거지. 불행히도 이런 사람들은 많지 않아. 이들은 보다 분명하게 의견을 이야기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끝까지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 거기에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학식이 없는 사상가들보다 겸손하다는 걸 들 수 있어.]  250


학교 교육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고의 크기를 알게 해주고, 거기에 맞게 이용하게 해주는 거야.  251


사실 난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몰랐다.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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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란 자고로 여장을 가볍게 하고 길을 떠나야 하는 법이다.  81


 

"난 네가 결혼을 했으면 좋겠구나." 글래스 부인이 불쑥 아쉬운 듯 말했다...

"글쎄, 난 그랬으면 좋겠다." 그녀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안 할 이유라도 있니?"

주이가.. "난 기차 타는 걸 너무 좋아해서요. 결혼하면 기차에서 절대 창가 자리에 못 앉거든요."

"그건 이유가 못 돼!"

"완벽한 이유예요."  136-137



거의 칠 년 만에 처음이었다. 주이가 시모어와 버디의 예전 방에, 흔한 드라마적 표현을 쓰자면, '발을 디딘' 것은...

한때는 눈처럼 희었던 메모 보드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그것은 상당히 커서 거의 문짝만큼이나 길고 넓었다. 순잭의 매끈하고 넓은 표면은 한때 애처로이 먹물과 블록체 글씨를 갈구했을 것 같았다.. 보드에는 세계의 다양한 문학작품을 인용한 문구들이 우아해 보이는 데 개의 세로 단을 이루며 빈틈없이 구석구석 장식하고 있었다.  221


인용 문구나 작가를 어떤 카테고리나 그룹으로 묶으려는 시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주이는 가까이 다가서서, 왼쪽 세로 단 제일 윗부분에서 시작해 아래로 읽어내려갔다...


당신에게는 일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오직 그 일의 가치를 위해서다. 그 일의 열매에 대해 당신은 어떤 권리도 없다. 일의 열매에 대한 욕망이 일을 하는 동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태함에 져서도 안 된다.

하나하나의 행동을 할 때마다 지고하신 신께 마음을 쏟으라. 그 열매에 대한 집착을 끊으라. 성공과 실패에 일희일비하지 말라(글씨를 쓴 사람 중 하나가 밑줄을 그어놓았다.) 이러한 평정이 바로 요가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결과물에 대한 초조함으로 행하는 일은 그런 초조함 없이 스스로를 포기함으로써 오는 평온 속에 행하는 일보다 훨씬 열등하다. 브라만의 지식에서 피난처를 구하라. 결과물을 위해 이기적으로 일하는 자들은 불행하다. - <바가바드 기타>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오 달팽이

올라라 후지 산.

느릿느릿 - 고바야시 잇사


신을 이야기할 때, 신격(神格 귀신신 격식격)의 존재를 부정하는 이들이 있다. 존재는 하지만 발분하지도 관여하지도 않으며, 무엇에 대해서도 사전 숙고하지 않는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세번째 부류는 신격이 존재하고 사전 숙고도 하지만 위대한 것, 천국에 관한 문제에만 그러하며 지상의 일에는 그러하지 못한다고 본다. 네번째 사람들은 천국의 일들과 마찬가지로 지상의 일들에도 그러하지만 일반적일 뿐 각 개인의 일들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못한다고 본다. 다섯번째 사람들은, 그들 중엔 오디세우스와 소크라테스도 있는데, 이렇게 외친다. "내 움직임에 대해 당신이 모르는 것은 없습니다!" - 에픽테토스


모르는 사이였던 남자와 여자가 동쪽으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함께 이야기를 하게 될 때, 사랑의 대상이 될 사람과 절정은 찾아온다.

"어서요." 크루트 부인이 말했다. 그녀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랜드캐니언은 어땠어요?"

"그냥 동굴이더군요." 동반한 남자가 대답했다.

"아주 재미있게 표현하는군요!" 크루트 부인이 말했다. "이제 내게 뭔가 연주해줘요." - 링 라드너, <단편소설 쓰는 법>


신은 사상이 아닌 고통과 모순으로 마음을 가르친다. - 장피에르 드 코사드


"아버지!" 하고 외치며 키티는 두 손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알았다, 이야기하지 않으마!" 그는 말했다. "나는 정말, 정말...기쁘...아아! 나는 어쩌면 이렇게 바보처럼..."

그는 키티를 끌어안고 그녀의 얼굴과 손에, 또다시 얼굴에 입맞춤하고 그녀에게 성호를 그어주었다.

그리고 키티가 오랫동안 부드럽게 아버지의 투실투실한 손에 입맞춤하는 것을 보자, 지금까지는 남이었던 이 노공작에 대한 새로운 애정이 별안간 레빈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안나 카레니나>


"선생님, 우리는 사람들에게 사원에서 우상과 그림을 숭배하는 것이 잘못임을 가르쳐야 합니다."

라마크리슈나 : "너희 캘커타 사람들은 그런 식이다. 가르치고 설교하고 싶어하지. 자신이 거지면서도 많은 돈을 주고 싶어하고.. 신이 자신이 우상과 그림으로 숭배받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고 생각하는가? 숭배하는 이들이 혹여 실수를 할때 그들의 마음속을 꿰뚫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 <스리 라마크리슈타의 복음>


"우리와 함께하고 싶지 않나?" 최근에 자정이 지나 살마들이 거의 떠나고 없는 어느 커피집에서 혼자 있는 나를 우연히 본 한 지인이 내게 물었다. 나는 대답했다. "아니, 그러고 싶지 않네." - 카프카


사람들과 함께 있는 행복. - 카프카


성 프란체스코 살레시오의 기도 : "네, 아버지시여! 네, 또한 언제나, 네!"


서암이 매일 자신을 불렀다. "주인아."

그러고 자신이 대답하였다. "네."

그러고 그가 덧붙였다. "늘 냉철하거라."

다시 그가 대답했다. "네."

"그러고 나서는 다른 이들에게 속지 마라." 그가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가 대답했다. - <무문관(無門關)>


메모 보드의 글씨가 아주 작았기에 여기까지 읽어도 위에서 5분의 1 정도밖에 안 되었다.  222-227


지금부터 최후의 심판일까지 계속 예수기도문을 외울 순 있겠지만, 종교적인 삶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것이 거리 두기라는 걸 깨닫지 못하면, 네가 평생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있을까? 거리 두기, 친구, 오직 거리 두기. 욕망에서 자유롭기. '모든 갈망을 멈추기.'  248


예술가의 유일한 관심은 어떤 완벽함을 달성하는 것이고, 그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에게 있어서의 완벽함이야.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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