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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1.21 결혼 면허 - 조두진 예담 2013 03810


'연애와 섹스는 간헐적이나 결혼은 생활이다.'  9


결혼생활학교 수업은 1년 과정에 384시간으로 되어 있었다. 1년 동안 토요일 일요일에 각각 3시간 5시간씩 수업을 받게 되어 있었는데, 1월 초의 등록기간과 명절, 여름휴가철 혹은 개인적 일로 꼭 쉬고 싶은 한 주 정도를 빼면 48주 동안 주말과 휴일마다 꼬박 출석해야 했다. 이것은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였다.

속성반은 없었다. 한꺼번에 몰아서 채우든 어쨌든 384시간만 채우면 되는 게 아니라, 48주에 걸쳐 384시간을 채우도록 정해져 있었다. 1년 과정을 이수하는 동안 발생하기 마련인 심리적 변화에 주목한 제도였다.

결혼생활학교 384시간 강좌를 이수해야 결혼면허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졌고, 결혼면허증이 있어야 결혼할 수 있다...결혼면허시험. 필기와 실기로 나누어 진행되는 시험에서 각각 70점 이상을 획득하면 결혼면허증이 주어졌다. 시험에 떨어지면 6개월 안에 한 번 더 응시할 수 있으나. 두 번째도 떨어지면 6개월 과정의 보충교육을 받아야 했다. 

보충교육 이수 후 다시 두 번 응시할 수 있으며, 그래도 떨어지면 다시 6개월의 보충교육을 받아야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14-15


결혼을 기준으로 인생을 설계하는것은 결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닙니다.

사랑과 결혼은 인생의 여러 항목 속에 있는 것이지, 사랑과 결혼을 위해 인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35


행복세. 부부의 1년 수입중 10%에 해당하는 금액.

행복세 정산의 기준은 결혼 11년차에게 부부의 1년 총 수입의 10%, 결혼 21년차에게 전재산의 1%엿다. 10년에 한 번 납부하는 행복세를 내는 것도 아깝다면 그것을 어떻게 행복한 가정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행복하지 않은 가정이라면 이혼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55


늦가을에 파종해 겨울을 나고 봄에 거두는 시금치는 비닐하우스에서 화학비료와 난방기를 이용해 속성으로 키운 시금치보다 영양분이 30배 가까이 더 들어 있다고 했다. 한 달 만에 속성으로 키워 수확하는 상추가 아니라 밭에서 두 달 이상을 보내고 조금씩 따먹는 상추는 특유의 향과 맛이 진하다고 했다. 원예 강사는 무 하나 토마토 하나를 키워서 먹더라도 가족끼리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끼리 사랑한다고 볼을 비벼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과정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신의 아내와 남편,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더 많은 자부심을 느낀다는 말이었다.  65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고, 이심이체입니다. 아니, 이심이체여야 합니다. 부부가 일심동체여야 한다고 생각에 갇혀 있는 한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아야 하고, 아내가 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78


부부는 하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결혼과 동시에 지옥을 구경하게 될 것입니다. 너무 가까워지려고 하지 마세요. 익숙함은 경멸을 낳고 낯섦은 매혹을 더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79


남자분들, 아내나 연인이 억지를 부리는 이유를 아십니까?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것은 억지를 부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자기 말이 억지라는 걸 본인도 압니다. 말하자면 여자는 지금, 말도 안 되는 내 질문에 답해보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외록고 우울하고 힘드니까 위로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131


환상 너머의 칙칙한 생활에 대해 충분히 대비함으로써, 환상을 현실화하라는 것입니다. 충분히 대비할 능력이나 마음이 없다면 결혼하지 마십시오. 결혼 안 해도 안 죽습니다. 오히려 더 즐겁고 의미 있게 살 수도 있습니다.  136


부부간에는 사랑보다 우정이 있어야 합니다. 평생 친구 같은 아내와 남편이 아주 이상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관계가 되자면 부부관계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야 합니다...

속물적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부부관계만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야 하는 사업도 없습니다. 꼭 경제적인 부분만을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사람의 생존조건 자체가 속물적입니다. 사람은 한끼 굶으면 배가 고프고, 하루를 굶으면 온몸에서 힘이 쏙 빠집니다. 사흘을 굶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도둑질이나 구걸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습니다. 그걸 부정한다고 달라질 건 없습니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이해관계 속에 있습니다. 부부도 마찬가집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고상하거나 취미가 서로 전혀 다르거나, 세계관이 다를 때는 양쪽 모두 힘이 많이 듭니다.

가장 좋은 상재는 나와 비슷한 사람입니다. 음악 하나를 두고도 사람마다 인식이 다릅니다. 아내 입장에서는 청소하다가 스피커 위치를 조금 바꿨을 뿐인데, 또 반대로 내 음악세계를 지켜달라는 남편의 호소를 아내는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딴죽 건다고 받아들입니다.

사람은 흔히 자신과 다른 성향의 이성에 끌린다고 합니다. 소심한 사람은 대범한 상대에게 끌리고, 덤벙대는 사람은 꼼꼼한 사람에게 끌린다는 거죠.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단순한 끌림일 뿐입니다. 이런 끌림만으로 평화로운 결혼생활을 지속하기는 어렵습니다. 끌림은 순간이지만 생활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137-138


나와 비슷한 사람을 어떻게 찾느냐? 복잡할 거 하나도 없습니다. 내 친구들을 보면 됩니다. 유유상종이라고 했습니다. 부담 없이 오래 만나는 내 친구들은 나와 이념이나 성향, 세계관, 삶의 수준, 취향이 비슷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배우자 역시 그런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다만 결혼상대를 고를 때와 친구를 사귈 때 다르게 고려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한 집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밖에서는 좋은 친구가 집에서는 전혀 뜻밖으로 안 맞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내 친구드로가 비슷한 사람을 찾되, 집안 환경도 나와 비슷해야 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경제력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내가 양쪽 부모가 모두 계시는 집안에서 자랐다면, 상대 역시 양쪽 부모가 다 있는 집안에서 자란 사람이 더 적합합니다. 내가 한쪽 부모 아래에서 자랐다면 나의 배우자도 한쪽 부모 아래에서 자란 사람이 좋습니다. 아버지 없이 자랐다면 상대도 아버지 없이 자란 살마이 좋습니다. 내가 스무살 넘어서 부모가 돌아가신 경우에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만...

사람은 학교나 책에서만 배우는 게 아닙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통해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역할과 어머니의 역할을 배우고, 자신도 모르게 그런 것에 대한 기대치를 갖기 마련입니다. 결혼생활 중에 이 암묵적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불만이 쌓이게 됩니다. 남편이나 아내가 뭐 한 가지를 잘못해도 아버지 없이 자랐으니 저 모양이다, 엄마 없이 자랐으니 저렇다, 우리 엄마는 안 그랬는데 저 사람은 엄마가 없었으니 엄마 노릇을 못 하는구나, 하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는 겁니다. 양쪽 부모가 다 있으면 좋겠지요. 하지만 그런 문제 때문에 서로의 역할관계가 깨질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무론 부모 없이 자랐더라도 자신의 노력 여하게 따라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오랜 세월 몸이 습관처럼 체화했어야 할 것들을 머리로 행하기는 어렵습니다. 머리로 생가하고 행하면 어색하고, 왠지 생객내는 것처럼 비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요. 이런 건 어느 쪽이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라, 자란 환경이 달라서 생기는 생활문화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139-140


상식적이라는 말, 상식선에서 해결하자는 말은 때때로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147


좋은 남편, 좋은 아내는 내게 맞는 사람입니다. 나와 똑같은 부류의 사람이 나와 맞는 좋은 배우자인 것입니다. 그러니 먼저 내가 어떤 부류의 인간인지 알아야 합니다.  148


많은 남자와 여자들이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면 그 사람을 얻기 위해 나를 속이고 상대를 파악하려고 합니다. 상대에게 맞추려고 합니다. 이거야말로 욕심 때문에 사지로 뛰어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소간 맞춰가며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하루이틀도 아니고 상대에게 억지로 맞춰가며 평생을 살 수는 없습니다. 결혼하면 달라지겠지, 하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상대에게 억지로 맞추다보면 많은 것을, 어쩌면 타고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나를 아고, 내게 맞는 상대를 찾는 것이 가장 신뢰할 만한 방법입니다.  149


'사람은 끼니마다 배를 채워야 하지만, 식다에서 살지는 않는다.' 늘 식당에 머물기를 원하는 사람과 가끔 식당에 들렀다 떠나기를 바라는 사람은 비좁은 공간에서 평화로운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

"결혼을 생각하고 남자를 만날 때는 이 사람이 식당에 머물 사람인지, 배만 채우면 금방 일어날 사람인지를 아는 게 중요해."

"가슴이 쿤 내려 앉는 사람이 아니고?"

성애와 인선이 동시에 물었고, 희주는 "놀고들 있네"라고 했다. 가슴이 쿵 내려앉는 남자는 연애할 남자고, 결혼할 남자는 함께 밥을 먹을 남자라고 했다.

가슴이 쿵 내려앉을 만큼 매력적이면서도 지겨워하지 않고 밥을 함께 먹어줄 수 있는 남자는 없는 것일까. 꼭 그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인생이 너무 측은하다 싶었다.  152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는 이유를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장담하건대 지금까지 없던 행복이 결혼한다고 생겨나지는 않습니다.  177


결혼하기 전에 이미 행복한 사람만이 결혼한 뒤에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자기 홀로일 때도 행복했던 사람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것이지, 홀로일 때 불행했던 살마이 결혼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178


가족들을 충분히 사랑하고 배려하십시오. 그리고 희생하십시오. 그러나 집착하지는 마십시오. 가족이 내 인생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183


털털하고 너그럽던 남자가 좀팽이가 되고, 성질을 부리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은 대체로 자신이 무기력한 사람이라고 느낄 때입니다.  192


세계적인 문명사학자 윌 듀런트 박사는 '여자가 가정이란 것을 만들고 남자를 자신의 가축으로 길들여 집안에 들이고, 사회성과 예의를 훈련시켰다'고 말합니다. ..말하자면 애초에 가정이나 일부일처제도는 여성이 고안해낸 제도일 뿐 남성과 여성의, 그러니까 인간의 속성과는 거리가 먼 제도라는 말입니다. 안정적이고 행복하다는 가정은 남편이 가축처럼 일하는 데 만족하고, 아내가 집안 전체를 통솔하는 형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남편=가축, 아내=주인인 구조가 흔들릴 때 가정은 불안정하거나 깨지기 일쑵니다. 그 구조가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서 현실입니다.

여성이 일부일처제를 원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남자에게 2세가 친자라는 확신을 주어 충분한 보호와 식량을 얻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227


남자는 기본적으로 한 여자와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한 여자와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혼은 그 자체로 앞으로 평생 거짓말과 거짓행도을 하겠노라는 일종의 약속이라고 했다.  229


여러분이 우리 ML결혼생활학교 1년 과정 동안 저한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말씀이 바로 '나와 맞는 배우자를 만나야 한다'는 말일 것입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자는 아니라는 말씀도 여러 차례 드렸습니다.  300


늘 강조하는 바이지만, 결혼을 한다고 없던 행복이 생기지 않습니다. 먼저 혼자서도 당당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라, 이심이체여야 합니다.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둘이 만나 둘이 되는 것입니다.  305




작가의 말

나는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불행의 근원이 되어버린 '부부라는 관계'에 대해 쓰고 싶었습니다.  316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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