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은 4평방 미터도 채 되지 않았다. 이런 단독 사무실이 특권이라면 굳이 열심히 일해서 승진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이곳은 그야말로 사다리 꼭대기에서 더는 올라갈 곳이 없는 사람을 위한 공간 같았다.


“정치라는 게 참 재미있는 게임입니다.”(시장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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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을 하고 싶어도 권력을 잡지 못하면 불가능하지요. 표가 없으면 권력을 유지할 수 없고, 민심을 외면하면 표를 얻을 수 없어요. 그래서 대중을 달래기 위해 선의를 희생ㅇ해야 할 때도 있죠. 재미있는 게임이에요. 정치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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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예전에 그를 향해 거침없는 비난을 쏟아냈고, 노골적인 공작을 벌여 부정부패에 염증을 느끼는 대중을 자극했다. 그는 울프가 부도덕의 상징이라는 식으로 줄기차게 묘사했다. 시장에게 울프는 사람들이 분노를 쏟아낼 수 있는 적절한 희생양이었다.
턴블 시장이 헛발질만 하는 런던 경찰을 비난하고 나서자, 시장의 지지율은 끝없이 치솟았고, 그에 힘입어 시장은 획기적인 ‘경찰 개력 정책’을 발표했다. 그는 경찰들 앞에서 울프를 법정 최고 형량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기브 칼리드가 두 번째로 체포된 후로는 상황이 코미디처럼 역정되었다. 그러나 시장은 이번에도 울프를 이용하며, 울프처럼 ‘용감하고 위대한 경찰’이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지율이 하늘을 찌르는 정치인의 지휘 아래 지지자들은 결집했다 울프의 피를 요구했던 시장의 지지자들이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어 그를 복직시켜야 한다는 청원 운동을 벌였다.
시장의 영향력과 ‘추락한 영웅’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대대적인 운동이 없었더라면 울프는 여전히 철창 안에 갇힌 신세였을 것이다. 하지만 울프가 그에게 갚아야 할 빚 따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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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합니다. 다들 자기 일을 했을 뿐이에요. 기자들도, 변호사도, 칼리드에게서 저를 떼어내려고 제 손목을 부서뜨린 법정 경위도요. 압니다.”(울프의 말, 윌리엄 올리버 레이튼 폭스 경사)

  
“자네도 나처럼 여기 오래 있다 보면 무슨 일이 생겨도 놀라지 않게 될 거야. 슬플 뿐이지. 내가 수사관 생활을 하며 배운게 있어. 누군가를 지나치게 몰아붙이면 결국은 그쪽에서 반격한다는 사실이야.”
“울프를 변호하시는 건가요?”
“그럴 리가. 하지만 그동안 ‘착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끔찍한 짓을 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봤어. 바람피우는 아내를 목 졸라 죽인 남편, 학대하는 배우자에게서 여동생을 보호하려는 오빠. 결국은 깨닫게 되지……”
“뭘요?”
“‘착한’ 사람은 없다는 것. 아직 지나치게 몰아붙여지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야.”


“어디 한번 말해 봐. 네가 악마라면 나는 뭐가 되지?”(울프가 연쇄살인범 매스와 싸우다가 하는 말. 이 말을 한 이유는 책을 봐야만 알 수 있음. )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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