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 네 멋대로 해라 (청소년 인권)


'지랄 총량의 법칙' 

모든 인간에게는 일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법칙입니다. 어떤 사람은 그 정해진 양을 사춘기에 다 써버리고, 어떤 사람은 나중에 늦바람이 나서 그 양을 소비하기도 하는데, 어쨋거나 죽기 전까진 반드시 그 양을 다 쓰게 되어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18


착각할 수 있는 나이에는 착각을 하면 됩니다. 그 착각에 너무 깊이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헤어나올 때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면 됩니다. 그러다가 인생이 늦어진다면? 늦어지면 됩니다. 10대나 20대에는 인생이 남들보다 3~4년 늦어지면 큰일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지나고 보면 몇년 빠르고 늦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시기마다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리 딸만은 그런 과정을 생략하기를 바라는 것은 이상한 욕심입니다. 청소년기에 그런 미망(迷妄 미혹할미 망령망)의 시기를 보내지 않고는 성숙이 있을 수 없으니까요.  24-25


교육을 위한 제약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제약은 필요최소한도에 그쳐야 합니다...

불과 30년 전까지 우리나라는 길 가는 멀쩡한 어른들의 머리를 자르고 미니스커트의 길이를 쟀습니다. 그때는 그게 모두 정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50




2장 - 왜 이렇게 불편할까? (성소수자 인권)  


'다름'에서 온 것입니다.  59


내가 그렇게 살 필요는 없지만, 다른 형태의 사랑이 존재함을 최소한 이해는 해야 합니다.  65


특별한 논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주장 중에 논리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는 까닭입니다. 동성애자를 차별하려면 우선 어떤 사랑(예컨대 이성애)이 다른 사랑(예컨대 동성애)보다 더 우월하고 가치있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그런 차이는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그 증명도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동성애자 차별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주로 내세우는 것은 가정의 가치입니다.  70


동성애자들은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쾌락만을 추구한다는 편견도 있습니다.  71


동성애는 일종의 질병이기 때문에 치료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오랜 세월 서구사회를 지배해왔습니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징벌로 AIDS라는 치명적인 질병이 생겨났다는 믿음도 동성애 반대의 유력한 근거가 됩니다.  72


어디까지나 혼인과 가족생활은 오직 양성 사이에서만 보장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헌법은 국민에게 보장된 권리와 제도의 최소한의 규정한 것이지, 최대한을 규정한 것이 아닙니다.  73


결국 동성애자들에게 이성애자와 동일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내가 싫어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그것은 비윤리적이며, 따라서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76


동성이냐 이성이냐를 떠나서 관계 자체가 지니는 보편성과 개별관계의 특수성을 관조하게 되는 것입니다.  81


순전히 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도 동성애자들이 받고 있는 제도적, 법률적 차별의 장벽은 앞으로 점점 무너져갈 것이 분명합니다. 차별할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우리 마음의 장벽입니다.  87


그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는 것이 바로 인권의 황금률입니다.  88




3장 - 뺨따귀로 사랑 표현하기 (여성과 폭력) 


명절 때 잠깐씩 부엌 근처에 어슬렁거리기만 해도 저는 천하에 없는 좋은 남편이 됩니다. 그러나 명절 내내 부엌을 지키는 어머니와 아내의 노동은 언제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작은 차이 같지만, 우리 사회에 뿌리박은 이런 고정관념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이 땅에서 남자로 태어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특권입니다.  94


우리는 어려서부터 남을 존중하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107


평등권 확보라는 기존의 노력을 계속하되, 여성 개인이 자기 색깔을 찾아가는 다양한 노력도 인정할 필요가 있겠지요.  117




4장 - 공주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까? (장애인 인권) 


장애인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것도 결국은 권력의 문제, 철학의 문제입니다...

장애용어는 고정불변이 아니라 장애에 관한 인식의 변화에 따라 계속 바뀌는 것입니다.  147


우리나라에서는 유전자검사를 흔히 '기형아'검사하고 부릅니다. 마치 '장애인'과 구분되는, '기형아'라고 하는 범주가 따로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기형'은 장애를 그야말로 기형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 둘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는 없습니다.  153-154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한계를 느끼는 것은 근본적으로 장애인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편견 때문입니다. 

불가능성 패러다임에 기초한 교육과 근로기회의 박탈이 오히려 장애인들을 일하지 못하는 무능력자로 만들어버린 것뿐입니다.  161




5장 - 한국의 <빌리 엘리어트>는 언제 나올까? (노동자의 차별과 단결) 


노조원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노조가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고, 노조지도부가 '귀족'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이 급증한 후에는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노조의 단결뿐입니다. 그래서 헌법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돈도 권력도 없는 노동자들이 노조까지 잃게 되면 그의 신분은 노조원에서 노예로 급락합니다. 일단 한번 추락하고 나면 다시 노조원의 지위를 회복하기란 너무도 힘이 듭니다. 영국은 그렇게 노동자들이 다시는 목소리를 회복할 수 없었던 좋은 예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영국의 보수당 정권과 보수언론은 1984~85년의 탄광노조 파업에 대해 '폭력이 난무하고,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며, 불명료한 선동구호만 넘쳐서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미지를 심어왔습니다. 이 파억이야말로 '영국병'을 상징하는 노조지도자 스카길의 무리수였고, 새처 총리가 이를 과감하게 진압함으로써 영국병을 치유하는 데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그대로 한국까지 전해져 지금도 마치 불변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빌리 엘리어트>나 <브래스트 오프>는 이런 일방적인 선전을 되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합니다.  178-179


지능적인 공격  179


어차피 사람들은 진실에는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180


1980년대 후반부터 대법원은 기업이 경영상의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음을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회사 마음대로 아무 때나 정리해고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해고를 하지 않으면 기업 경영이 위태로울 정도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존재하고, 회사는 해고 회피를 위한 노력을 다했어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정리기준에 따라 해고대상자를 선별해야 하고, 해고에 앞서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통지를 하고 이들과 성실한 협의를 거쳐야 합니다. 이런 요건들은 1996년 날치기로 통과된 노동법 개정에 의해 근로기준법 안에 수용되었습니다. 겉으로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처럼 보이지만, 해고 자유의 원칙으로 넘어가기 위한 우회로에 불과했습니다.  184


기간제노동자의 고용기간이 2년을 넘게 되면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도록 의무화하여 노동자를 보호하려고 했더니, 기업들은 2년동안 부려먹은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대신 아예 2년이 되기 전에 잘라버리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186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마저 귀찮아지자 기업들은 '파견근로자제도'라는 편법을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187


우리나라에서도 대기업 노조와 소규모 노조, 남성과 여성,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갈라 자기들끼리 싸우게 하는 '이로제로(以勞制勞 써이 일할로 억제할제 일할로)'정책이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 것입니다.  191




6장 - 1년에 600명의 청년들이 교도소에 가는 나라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종교란 매우 비정상적이지만, 동시에 언제나 인간의 삶과 동행해온 일상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209


헌법이 보장하는 여러 기본권 중에서 종교의 자유가 특별히 더 중요한 이유도 바로 이 '비정상성'에 있습니다. 종교의 자유는 외형적으로 가장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의 자유를 보장한 것입니다. 보면 볼수록 이상한 사람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기로 한 것이 근대헌법의 가장 위대한 결단입니다.  210




7장 - 영화 화면을 자르는 사람들 (검열과 표현의 자유) 


시대의 억압이 도피를, 도피는 중독을 낳습니다.  242


지금 대한민국에는 제한상영관이 하나도 없습니다. 

네가 성인이든 아니든 간에 제한상영가 영화를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영화는 등급을 받아야 하고, 그중의 어떤 영화는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는데, 대한민국에는 현재 제한상영가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게 사전검열이 아니라면 세상에 사전검열이란 어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요.  248


무엇보다 사전검열을 통해 사회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릴 때가 되었습니다.  251


음란물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길은 그런 수준 낮은 작품들을 구매하지 않는 튼튼한 청소년들을 길러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252


미국은 영화의 역사만큼 오래된 검열의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등장할 때부터 영화는 시나 소설 같은 예술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일종의 비즈니스로 취급되었습니다.  253


영화등급에 대해 사람들은 흔히 '누군가 알아서 잘 매기고 있겠지' 생각하고 아무 의심 없이 그 등급을 받아들입니다. 

인간세상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듯이 영화등급 역시 논리의 문제라기보다는 권력의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아서 잘하겠지' 생각하고 마음을 놓는 순간, 권력의 오남용이 시작됩니다. 당장 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어떻게 남의 일까지 신경쓰나 생각하고 자꾸 넘어가다보면, 어느새 그 일이 내 문제로 바뀌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지만, 그때는 이미 늦지요. 내 문제에 대해 남들이 외면하는 것을 보고 뒤늦게 가슴을 쳐보아도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인권감수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누가' 그 일을 하고 있는지 늘 주목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261


부모들은 무조건적인 금지가 아니라, 아이가 던지는 질문들에 정직하게 답변할 마음의 준비부터 갖추어야 합니다.  273




8장 - 누가 앵무새를 죽였는가? (인종차별의 문제) 


소설 속에서 애티커스 핀치가 딸에게 주는 가르침의 핵심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기 전에는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292




9장 - 그냥 다 죽이면 간단하지 않나요? (차별의 종착역, 제노싸이드) 


우리는 수만명이 폭격으로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별로 충격을 받지 않습니다. 제노싸이드로 부르려면 최소한 100만명쯤은 죽어야 어디 가서 명함을 내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폴란드 출신 유대인으로 국제법 전문가였던 라파엘 렘킨(1900~59)이 처음 만들어 끈질긴 노력 끝에 유엔 제노싸이드 범죄방지 및 처벌에 관한 협약에 포함시킨 정의에 따르면, 제노싸이드는 "민족, 종족, 인종, 종교집단의 전체 또는 일부를 파괴할 의도로 범해지는 모든 행위"를 의미합니다.  332


제노싸이드가 되기 위해 반드시 '민족, 종족, 인종, 종교집단의 전체 또는 일부를 파괴할 의도'가 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 의도를 입증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대량학살이 존재한다면 바로 그게 제노싸이드라고 보는 게 오히려 합리적인 설명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폭격에 대해 그렇게 관대하고 둔감한 이유는 그게 얼마나 무서운지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333


<살인의 추억>이나 <추격자>에서 연쇄살인 피해자가 늘어날 때마다 공포에 몸을 떨면서도,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10만명이든 100만명이든 일종의 숫자놀음으로 받아들이는 게 우리들입니다.  334


약자와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는 그런 숨겨진 비밀은 영웅을 탄생시키는 원동력입니다.  335


국가는 언제든지 괴물로 변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

국가는 우리에게 국방, 교육, 사회보장, 치안, 사법 등을 제공하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국가를 고마운 존재로만 생각하고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곳에서 인권의 유린이 시작됩니다.  349


우리의 벌거벗은 모습을 혼자 훔쳐본 권력자는 스스로를 '전능한 하나님'으로 착각하게 되고, 한번 맛들인 그 놀라운 정보의 노예가 되기 마련입니다...

우리 모두의 삶에는 은밀하게 감춰져야 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권력에 위협이 되는 사람들의 사생활을 알 수 있는 손쉬운 기회를 훨씬 더 많이 갖게 되었습니다. 권력자가 그런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끊임없이 감시해야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351


괴물이 된 국가씨스템을 움직이는 데는 많은 악마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한두명의 악마와 수많은 평범한 복종자들이 있으면 충분합니다.  355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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