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길리우스가 말했다.

"저들은 이도 저도 아닌 중간지대에서 사는 놈들이지.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니고, 신을 모시는 것도 아니고 신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멍하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놈들이라네."

"그런데, 그들은 지금 왜 탄식하고 있는가요?"

"천국에도 지옥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야.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신세라네. 벌거벗은 채 등에와 벌에 쏘여 퉁퉁 부어오른 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으로 눈물을 흘리며, 오로지 남을 저주만 하고 있는 거지."  32


나는 한 사람씩 그 사연을 들으면서 걸었다. 들으면 들을 수록 참으로 많은 사연과 죄가 있었고, 인간이란 이렇게도 다양하게 거짓말을 하며 사는구나 하는 생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46



"이런 높고 험한 곳에 서려면 날개가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참으로 힘든 일이야. 날지 ㅇ낳고 오를 수 있는 높이가 아니니까... 그러나 우리에게는 날개가 없어. 그럼 어떡하면 좋을까? 역시 뛰어 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믿음을 가지고 발 아래를 잘 살피는 것뿐이지 않을까. 그리고 시간을 지워버릴 것... 조금 전까지 밑바닥에 있던 우리가 이렇게 높은 곳에 올랐다는 것은, 우리가 날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어린 시절의 일이지만, 무슨 일에 열중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너무 멀리까지 와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와 똑같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단테여, 그리 마음에 둘 것까진 없다네. 연옥의 산과 이 오르막길은 처음에는 힘들지만 가면 갈수록 쉬워진다네."  190


지금, 세상은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도의도 이성도 사라지고 말았지요. 오히려 악이 번성하고 있다고 할까요. 왜 이런 세상이 되고 말았을까요? 인간이 신의 피조물이라면, 또는 신이 이 세상을 다스리고 있다면..."

마르코는 내 말에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아아, 하고 고통스럽게 슬픈 탄식을 하고 난 다음,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연기가 가득하다네. 눈을 활짝 뜨고는 있지만 결국 그것을 못 보고 있는 게지. 그런데도 자네들은 '왜?'하고 그 이유를 찾으려 하고 있어. 그 이유를 알아서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더. 알건 모르건 결국은 하늘의 찻으로 돌릴 텐데 말이야. 세계를 움직이는 힘이 신의 뜻이라고 '한다면', 하고 자네들은 말하지. 그것이 섭리라고. 그렇게 되도 정의, 그렇게 되지 않아도 정의라고. 그렇다면 자네들이 살아야 할 길은 없지 않겐는가. 문제는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거라네, 만물이 모두 신의 뜻에 의해 결정되어 있다면, 살아갈 의미가 있을까? 하늘이 자네들을 움직이게 한다네. 그러나 그것을 알고, 그것을 빛으로 삼고, 그것을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 간다면, 자네들은 하늘의 작용에도 이길 수 있을 것이야. 그것이 바로 자유가 아니겠는가. 혼란은 자네들 마음속에 있을 따름이야."  226


"사랑이란 좋아하는 감정과 닮은 것이라네. 좋아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유가 없으므로, 인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쪽으로 흘러가게 마련이라네. 사랑이란 그런 감정의 흐름, 뭔가에 끌리는 혼의 문제라고 해야 할 게야. 그러므로 그런 감정 모두를 사랑이라 하고, 선이라 한다면, 그게 바로 오류의 근원이 되겠지..."  230


"야망이란 점점 부풀어 오르기 마련이고, 물질이란 가지면 가질수록 더 많이 가지고 싶어지는 법이니까. 인간의 욕망이란 끝이 없다네. 그것이 결국은 자신을 가난하게 하는 일인데..."  234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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