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을 때는 풍경을 한 컷에 모두 담는 것보단 내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조각 내는 것이 좋다. 이런 식으로 풍경이나 사람을 분절, 확대, 축소하면 결과물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좋다.  63


눈빛과 몸짓, 문장이 아닌 단어로도 이렇게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다..  67


도시 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취향이 생활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구경하는 것이다.  87


복잡하고, 물가는 비싸고, 날씨는 만날 변덕이지만, 느긋한 자세로 매일을 즐기는 런던 사람들의 태도는 조급한 여행자를 방심하게 만든다. 샅샅이 이 도시를 훑고 다닐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 것이다. 덕분에 나도 런던에서 천천히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105


낡아도, 좁아도, 불편해도 상관 없는 게 세상엔 참 많다.  133


여행은 기본적으로 방랑이다. 혹은 방황일 수도 있다. 내가 정한 목적지 같은 건 막상 그날의 기분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고, 계획이 어긋나면 방랑이 시작도니다. 새로운 길, 낯선 곳을 기꺼이 받아들이면 방랑이고, 어쩐지 내키지 않아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헤매는 방황을 하게 되면 집에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에 간절해진다. 그럴 때 여행의 긴장과 피로를 온전히 털어낼 수 있는 곳은 호텔의 작은 방이다.  146-147


'언젠가 다시 오게 되면...'

여행지에서 떠올리는 가장 부질없는 가정 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이런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여행은 일상이 아닐 때, 가장 특별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여행 안에도 일상은 존재하지만, '그때 거기에 내가 있었던' 순간은 유일한 것으로 저장될 때 좀더 빛난다.  164


뉴욕엣 가장 많이 본 것은, 아마도 '열정'이었던 것 같다. 행동으로 자신의 열정을 내보이는 다종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 매순간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사람들이 저마다 이토록 다르고 이토록 열정이 넘치다니, 어리둥절할 정도로 강렬한 에너지가 여기저기서 흘러 넘쳤다. 이방인의 눈에는 쌀쌀맏아 보이는 표정 안쪽에서조차 뭔가에 취한 열정이 느껴졌다. 원하는 대로 살기 위해 투신하고 헌신하는 사람들 사이에 느릿하게 걷고 있자니 간혹 뜻 모를 압박이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그보단 그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어쨌든 독신인구가 많은 도시답게, 혼자 걸어도 전혀 외롭지 않다는 것도 참 좋았다. 걸으면서 많은 살마들을 만났다. 혼자 다섯 마리의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남자, '트릭 오어 트리트'를 외치던 할로윈 데이의 아이들, 윌리엄스버그 거리의 힙스터들, 거리에서 핫도그로 점심을 해결하는 이들, 좁은 집에서 뛰쳐나와 카페와 공원에서일을 하는 사람들,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이 동경하는 건 어쩌면 뉴욕이 아니라, 뉴욕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아닐까 싶었다.  182-183


에코 투어리즘

지역의 문화, 역사, 고유의 자원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여행을 뜻하는데, 이런 태도를 통해 여행지의 자연과 주민들 사이를 흐르는 시간을 존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에코 투어리즘의 개념에서 마음에 드는 건. '시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여행자는 늘 바삐 움직이고, 서둘러 스쳐 지나간다. 짧은 여정을 충일하게 채워야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카페는 누구든 느리게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도시에서 여행자의 시간이 아닌,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같은 속도로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다.  203


뉴욕은... 트렌드에 민감하면서 동시에 오래되고 낡은 것들을 그대로 껴안고 있다.  212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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