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교통질서는 인도 도시들에 비하면 양반 중의 양반임을 확인할 수 있다. 교통질서와 관련해 인도 도시는 카오스 그 자체다.  21


인도인들은 끼어들기의 명수다.

경적도 어디서나 시끄럽게 빵빵 울려댄다. 트럭 등 인도 자동차 뒤에는 '앞지르려면 경적을 울려달라(Please blow horn)'는 문구가 적혀 있다.  22

근본적인 이유는 남보다 빨리 가고자 하는 기본 욕구 때문이다.

한마디로 남보다 앞서가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몸에 배어 있다.

새치기를 하고도 미안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연시한다. 새치기를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만, 지적당했다고 해서 줄 뒤로 돌아가지 않는다. "알았다"며 그냥 그대로 서 있는 경우가 많다.

공무원들의 부정부패가 심한 것도 생존본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24

인도인들의 '소탐대실' 상관습도 마찬가지다. 인도인들은 '한 달 뒤의 닭 한 마리보다 당장의 달걀 1개'를 선호하는 편이다. 

인도인들의 말 잘 하고 남 앞에 나서기 좋아하는 속성도 생존본능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있다.

인도인들은 말을 잘 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듯 하지만 남의 말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남의 잘못을 말로써 지적하고 남 앞에 나서 무수한 다중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25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인도인들은 갈등이 있어도 좀처럼 큰소리를 내거나 멱살 잡고 싸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도 운전사들은 서로 먼저 가려고 아무 때나 들이밀고 새치기도 잘 하지만 남이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앞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면 상대에게 스스럼없이 양보한다.  27


뭄바이(옛 봄베이)의 다라비(Dharavi) 슬럼가는 아시아 최대로 알려져 있다.  31


인도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 법인장은 필자와의 만남에서 인도 경제의 급등세를 보며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인도 국민의 평균 소득도 낮고 대도시 길거리에 사람드르이 행색은 누추해 한심해 보이지요. 그러나 인도는 지금 금융, 산업 등 경제가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지요. 이런 추세로 가면 우리가 조만간 인도를 상전으로 모시게 될 날이 올 것입니다."  87


인도에 가면 출신에 관계없이 서로 잘 어울려 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도시에선 서로 다른 카스트 간 결혼도 점증하는 추세고, 부모들도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과거에는 하위 카스트가 상위 카스트와 식사를 하거나 함께 앉는 것이 철저히 금지됐으나 요즘은 식당에서 밥도 같이 먹고, 버스나 기차도 함께 탄다. 대중 사회가 되다 보니 타인의 카스트를 알 수도 없고,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145


하위 카스트가 상층 카스트가 되려는 노력이 있는가 하면, 최근에는 상층 카스트가 하층 카스트화하려는 움직임도 강하다. 정부가 하층 카스트에 부여하는 혜택 때문이다.

대도시에선 카스트 대신 교육과 실력, 경제적 능력이 가장 중요한 파워로 등장했다. 그래서 요즘 인도 사람들은 "돈이 카스트다", "교육이 카스트다"라고 말한다. 아무리 높은 카스트로 태어났다고 해도 교육을 못 받고 돈이 없으면 하위 계층으로 전락한다.  146


브라만 중에 기도를 해주고 일어서는 노인이 있었다. 기도를 바치는데 매우 힘들어했다. 80세는 족히 넘어 보이는 그 노인에게 굳이 이런 일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다음과 같이 대답이 돌아왔다.

"내 나이 올해 81세인데, 늙어서 나도 이 일을 더 이상 안 했으면 하지요. 그런데 아들이 2명이나 있는데도 애들이 나 하나 부양을 못해요. 살아가기 위해선 이 일을 계속 할 수밖에 없지요."

다른 힌두교 사원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사원의 후문에는 브라만들이 늘어서 사람들에게 잔돈이 있으면 달라고 구걸했다. 어떤 브라만은 일자리를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요리사, 심지어 시체를 화장할 때 쓰는 장작 나르는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간청했다. 이런 일은 불가촉천민 등 최하층 카스트가 하는 일인 데도 말이다.  162


인도 시골에서는 여전히 카스트가 힘을 발휘하는 곳이 많다.  165


인도에서 20년 가까이 생활한 프랑스 언론인 프랑수와 고티에(Francois Gautier)는 오늘날 브라만의 추락한 위상을 실감나게 전해준다. 그는 2006년 '브라만은 현대의 달리트인가'란 글에서 "오늘날 브라만들의 지위는 불가촉천민인 달리트 못지않게 추락했다"고 강조했다. 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통적인 달리트 직업인 화장실 청소부나 인력거꾼 일을 하는 브라만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델리 공중화장실 청소부의 50%가 브라만이고, 델리 파텔 나가르 지역 인력거꾼의 거의 절반이 브라만이었다. 뿐만 아니라 힌두교의 성지로 유명한 바라나시의 인력거 꾼 대부분도 브라만이다.

또 한ㄸ 카슈미르 판디트라고 존경을 받던 카슈미르 꼐곡의 4만여 브라만들은 지금 슬럼가에서 근근이 살고 있고, 인도 남부 안드라 프라데시주 가정 청소부와 식모의 75%가 브라만이다. 상당수의 브라만들이 오늘날 불가촉천민 못지않은 하층 계층으로 전락한 것이다. 

'브라만의 나라' 인도에서 특권 계급 브라만의 해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67-168


평소 온순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것 같은 인도인들이 어떤 계기가 있으면 폭발해 군중 폭력을 자주 야기한다. 군중의 힘으로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를 '정의를 위한 군중폭력(Mob Justice)'이라고 부른다.   185


인도에서 군중 폭력이 만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민들이 경찰이나 주 정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움을 요청해도 경찰 등 당국이 신속히 대응하지 않는 탓이 크다. 그래서 자신의 안전이나 재산은 자신들이 지킨다는 자위 의식이 지나치게 강화됐다. 인도인들이 군중 폭력에 휩쓸리는 또 다른 주요 이유는 그들의 욕구가 평소 크게 억눌려 있기 때문이다. 

한 유명한 심리학자는 이렇게 분석했다. "인도의 많은 대중들은 신분이나 재력, 권력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억눌려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계기에 의해 불만을 표출할 기회가 생기면 순간적으로 군중심리에 의해 폭력에 쉽게 가담합니다. 이 때 군중들은 사건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게 누구든 평소 억눌린 자신들의 욕구를 분출시킬 대상이 필요한 것이죠."

셋째, 군중 폭력에 가담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점도 군중 폭력을 조장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군중들이 폭력을 행사해도 경찰이나 정부는 이들 군중을 엄벌하지 않았다. 그저 '사소한' 경범죄로 처리한다. 기소해도 하지 않고 관용을 베푸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니 폭력에 가담한 군중들은 죄의식 없이 다시금 폭력에 휩싸인다.  186-187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마티야 센(Amartya Sen) 하버드대 교수는 해결책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현재의 인도 법률체계와 경찰 조직은 일반 국민들에게 많은 좌절감을 줍니다. 이런 좌절감을 줄이기 위해선 공정성과 정의에 바탕을 둔 법률적, 사회적 개혁을 실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도 국민들의 특징이었던 비폭력과 온건함을 회복시킬 수 있는지 여부는 인도 정부의 개혁 의지와 실천에 달려있다고 할 것입니다."  191


술 마시는 인도인들이 실제로 그렇게 많을까 하고 의문을 가질지 모른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정말 많은 인도인들이 음주를 즐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주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인도인 수는 2억 명이 넘는다. 이 숫자는 해마다 약 20%씩 늘고 있다. 음주를 즐기는 2억명 가운데 여성은 20% 정도인 4,000만 명에 이른다. 

마시는 술 종류는 주로 맥주나 위스키, 럼주 등이다. 2008년 인도에서 판매된 맥주는 자그마치 3억 박스가 넘는다. 위스키는 9,000만 박스가 팔렸다. 한 박스당 12병이 들었으니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다.  194-195


인도는 세계에서 선천성면역결핍증(AIDS) 환자가 가장 많은 나라 가운데 하나지만, 매춘 시설이나 매춘 인력은 거의 전무한 편이다. 아주 없지는 않지만, 우리 나라나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 비하면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213


카마수트라는 4세기경에 산스크리트어로 쓰여진 성애(性愛)에 대한 경전이자 교과서다. 성애의 기교, 소녀와의 교접(交接), 나애의 의무, 남의 아내와의 통정(通精), 유녀(遊女), 미약(媚藥)등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 일반시민을 성지식(性知識)의 경여에서 오는 위험으로부터 구하고자 하는 책이다. 카마수트라는 섹스가 모든 인간이 경험하는 강력한 욕망으로 이를 통해 깨달음에 도달 할 수 있다고까지 설파했다. 카마수트라는 불교문화와 함께 중국에 전해졌고, 이는 유명한 소녀경(素女經)의 원조가 되었다. 또 카마수트라는 유럽에도 흘러 들어가 서구 사회에 성의 혁명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인류의 성 지식을 고양시킨 성에 대한 바이블이라 불릴 만하다.  217


과거 힌두교에선 섹스의 자유분방함을 강조했다.  219


인도에서 언제부터 섹스에 대한 이런 자유스런 분위기가 바뀌었을까. 그것은 영국의 식민지를 거치면서부터다. 영국이 인도를 통치하게 되는 17세기 영국의 통치 왕조는 빅토리아 왕이었다. 이때 유럽은 프로테스탄트가 기세를 떨칠때였다. 

성을 자유분방한 것으로 여기는 힌두교는 사회 도덕을 훼손하는 하위 종교라고 비난 받았다. 

영국의 끊임없는 힌두교 비난에 힌두교 지도자들의 성에 대한 생각도 빠르게 보수화됐다.  220


인도인 개인들의 섹스 생활은 어떨까? 

개인들의 성생활은 매우 적극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최대 콘좀회사인 듀렉스(Durex)가 전 세계 26개국 2만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섹스생활 만족도에 대한 글로벌 서베이' 결과다. 이에 따르면 인도 도시인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인 섹스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인들은 파트너와의 섹스 대화도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공개적으로 한다고 조사됐다. 

예를 들어 인도 도시인들의 4명 중 3명(74%)은 침실에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섹스 방법 등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눈다. 이에 비해 세계 평군은 58%, 영국은 49%에 그쳤다. 특히 인도인들의 3분의 2(68%)는 자신들의 섹스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답변했다. 반면 영국인이나 프랑스인들의 섹스 만족도는 각각 38%, 36%에 불과했다.

주목되는 사실은 인도인들이 다양한 기교와 형태의 섹스를 즐긴다는 점이다. 인도인드르이 63%는 체위나 성생활 만족을 위해 섹스 기구나 섹스 인형 등 다양한 형태의 섹스를 즐긴다고 답변했다. 인도인처럼 다양한 섹스를 즐긴다고 답변한 영국인은 47%, 일본인들은 단지 9%에 그쳤다. 게다가 인도인들은 앞으로 만족한 성생활을 위해 인터넷 정보를 활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인도인들의 부부 간 정절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았다. 인도인드르이 평생 섹스 파트너 수는 3명에 그친데 반해 영국인들은 16명이었고, 전 세계 평균은 13명이었다. 부부간 섹스 횟수도 세계적이었다. 하루에 1회 이상 성관계를 갖는 '변강쇠&옹녀'족들이 10%나 됐고, 80%가 1주일에 2~3회 이상 섹스를 갖는다고 답변했다. 이 통계만보면 인도는 부부 섹스의 세계챔피언 감이라 할만하다.

부부 정절도와 관련해 인도 중산층은 매우 높지만 상류층은 그렇지 않다는 소문도 많다. 필자가 만난 많은 인도인들이 이를 지적했다. 예를 들어 상류층들이 주로 드나드는 고급호텔 등에서 상류층 간의 혼회 정사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정확한 실태는 잘 모르겠으나, 실제로 인도 언론에서도 상류층 간의 불륜 사례가 종종 보도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인도인들은 비록 혼회정사나 매춘 등에선 매우 보수적이지만, 자신의 침실에서만큼은 세계 최첨단이다. 부부간 섹스에서 카마수트라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221-223


인도의 교육 특징은 소수만을 선택해 키우는 엘리트 교육 방식이다.  226


인도 엘리트 교육은 교육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보다 두뇌에 혜택을 주는 정책이었다. 고등교육의 기회는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소수 학생들에게만 주어졌다. 선택 받은 이들 소수에게는 거의 무료로 교육했다. 장학금을 주어 돈 걱정 없이 공부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런 정책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인도 엘리트 교육은 어릴 적부터 이루어진다. 인도 학교는 공립학교(Goverment or State Schools), 사립학교(Private Schools), 준(準) 사립학교(Deemed Private Schools) 등 3개로 나뉜다. 공립학교는 약 70% 정도로 다수를 차지하나 교육의 질은 상당히 낮다. 교사 숫자가 많이 부족하고, 설사 교사가 있더라도 수업을 빼먹은 교사가 많다고 한다. 시설도 열악하지 짝이 없다.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임에도 불구하고 교육 서비스 질이 형편없어 경제적 능력이 있는 부모들은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낸다. 

인도 엘리트들의 산실인 사립학교는 등록금이 공립학교에 비해 매우 비싸다. 우리 돈으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 만 원에 이르는 기부금을 내기도 한다. 입학 경쟁률도 아주 치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내기 위해 안달한다. 사립학교에 다녀야 부모 위신도 서고, 자녀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도 사립학교는 초등학교가 따로 있는게 아니라 보통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함께 붙어 있다. 단지 몇 학년인가로 초등학생인지 중학생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준 사립학교는 민간에서 설립했으나 재정이 어려워 연방정부 혹은 주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학교를 말한다. 준 사립학교는 정부의 지원과 그에 따른 간섭을 받긴 하지만 정부 간섭은 많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사립학교와 준 사립학교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0% 정도다.  228-230


인도 사립학교는 수업을 대개 영어로 한다. 영어는 인도에서 성공을 위한 필수 언어처럼 여겨진다. 영어를 확실히 배울 수 있고, 교육의 질도 뛰어나 인도 사립학교 졸업자들은 인도 국내 유명대학은 물론 미국 유럽 등 구미 저명대학에도 많이 입학한다. 

인도 경제가 발전하고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사립학교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고 있다. 경제적으로 하류 계층에서 신흥 중산층으로 편입된 부모들도 자녀들을 사립학교에 보내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기존 사립학교보다 학비가 저렴한 신흥 사립학교도 급증하는 추세다. 신흥 사립학교 중에는 시설이 공립학교보다도 못한 곳도 적지 않다. 그러나 비록 시설은 떨어진다고 해도 교사의 숫자가 많고 교사들의 열의가 강해 교육의 품질은 공립학교보다 우수하다.  

사립학교를 졸업한 엘리트들은 국내 혹은 해외 명문대학에 진학한다. 인도 내에 대학은 2007년 현재 371개가 있다. 

인도 명문대학은 대개 국립이다. 인도공과대학교(IIT), 인도경영대학원(IIM), 인도의과대학교(AIMS), 국립면역학대학교(NII) 등 인도 정부가 최고 전문 인력을 키우기 위해 설립한 대학은 물론 델리대학교와 뭄바이대학교,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콜카타대학교, 푸네대학교 등 많은 대학이 국립니다.  230-231


열악한 시설에도 불구하고 인도 대학이 명성을 가진 이유는 우수한 학생과 교수들 덕분이다.  233


인도 엘리트 교육의 어두운 이면을 간과해선 안 된다. 엘리트 교육에만 치중한 결과 국민 전반의 교육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인도느 대학입학 비율이 10%에 불과하고, 문맹률도 30%선으로 여전히 매우 높다.

요즘도 인도에는 초등학교조차 마치지 못하는 어린이가 많다. 의무교육임에도 불구하고 6~14세 어린이의 70% 만이 학교에 다니는 걸로 추산된다.  234 


인도인들은 어떻게 해서 영어를 잘하게 됐을까?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충분한 대답은 아니다. 

2000년 초반만 하더라도 영어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비율은 5%가 채 안 됐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영어 인구가 10%(약 1억 2,000만명)가까이 급증했다고 할다.  238

인도의 주요 영어교육 기관은 외국인 학교(설립자가 외국인인 학교)와 사립학교다. 이들 학교는 대부분 유치원 때부터 모든 과목을 영어로만 가르친다.  239


인도 지식인 사회에서 혹시라도 영어를 못하면 왕따를 당한다.  241


간디는 독립운동 기간 동안 산업화를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반대했다. 산업화를 반대했다니,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산업화는 인간에게 저주가 될 것이다."(<젊은 인도> 1931년)

"산업화는 농촌 사회에 치열한 경쟁을 초래하기 때문에 반드시 농촌 사람들에 대한 착취로 귀결될 것이다.")<하리잔> 1936년)

간디가 산업화에 반대한 이유는 인간의 이상적 삶의 형태가 목가적 시골생활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영구구 식민 정부는 인도를 산업화시키겠다고 선전했지만, 산업화의 이익은 대부분 영국 자본가들에게 돌아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를 직접 목격한 간디로선 산업화를 저지하고 반대하는 것이 당연했다.  245-246


간디의 산업화, 도시화, 서구문물에 대한 반대가 종합적으로 나타난 산물이 유명한 스와데시(Swadeshi)운동이다.

영국 상품을 배척하는 국산품 애용운동.

영국에서 기계로 만들어진 값싸고 대량생산된 직물들이 인도에 홍수처럼 들이닥치자 농촌 지역 직물장인들은 일자리를 잃고, 마을경제는 수렁에 빠졌다. 간디는 농촌의 가내 직물업이 다시 소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간디의 반(反) 산업화, 반 테크놀로지, 반 도시화, 반 외국상품 운동은 인도인들을 자각시키고, 독립을 달성하는 큰 힘이 되었다.  247


네루 총리는 경제 발전 측면에서 인도 사회에 간디보다 더한 부정적 유산을 남겼다.  248

임기 4년인 총리직을 그는 장장 17년간이나 수행했다. 물론 국민의 신임을 바탕으로 한 합법적인 재직이었다.

네루는 인도를 종교적으로 세속주의(世俗主義),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경제적으로 사회주의 체제로 이끌었다. 세속주의란 기구나 관습들이 종교나 종교적 믿음으로부터 분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인간 활동이나 정치적인 의사결정이 종교에 의해 간섭 받기보다는 객관적인 증거와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택한 것은 그가 어릴 적부터 영국에 유학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당연하게 생각된다. 영국에서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를 충분히 맛보았기 때문이다.

네루는 인도의 전통적 자영업자와 고리대금업자인 바니아들의 탐욕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며 "사회주의가 이들의 탐욕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늘날 인도에서 돈과 돈 버는 것에 대해 경시하는 풍조가 존재하는 현상은 상당 부분 네루 책임이다.

네루의 이상적 국가 경제상(像)은 자립경제였다. 그는 인도가 충분히 자립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간디가 매달렸던 자립경제, 즉 스와데시를 네루는 국가 정책으로 추진한다.

자립경제를 이루기 위해 네루 정부는 또 국영 제철소와 알루미늄 제련소, 대형 수력발전 댐 건설 등 중공업 육성에 몰두했다. 그는 심지어 핵무기 개발에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 같은 중공업 육성이 인도의 국력과 산업 발전상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사업은 대부분 큰 적자를 내고 소중한 국가 재정을 축냈다. 당시 인도는 극심한 빈곤, 높은 문맹률, 만연한 질병 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네루 정부는 이들 시급한 문제는 제쳐둔 채 너무 큰 사업에만 매달렸다.

사회주의 경제를 신봉한 네루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기업과 산업에 대한 정부 통제란 형태로 나타났다.

간디의 후계자였던 네루의 인도 농촌에 대한 해법은 간디와 비슷했다. 네루는 간디의 "농촌이 인도 사회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정책을 통해 충실히 수행했다. 

인도의 위대한 지도자 간디와 네루의 긍정적 업적은 지대하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듯이 이들이 남긴 부정적 유산 역시 적지 않다.  249-253


1966년 인도는 제1차 외환위기를 겪는다.  254

1991년 제2차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치명적 타격을 받는다.

자립경제란 자존심은 만신창이가 됐다. 제2차 외환위기를 계기로 인도는 자립경제정책을 벗어 던지고 개방적 시장경제로 대전환을 시도한다. 네루 이후 40년간 이어져온 스와데시와의 결별이었다.

아직도 인도 엘리트 사이에선 간디와 네루의 유산이 깊게 남아 있다. 이들은 시장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언제든 뛰어나와 간디-네루 철학의 부활을 시도할 세력들이다.  255


한국인들의 인도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접촉하는 사람들이 주로 하층민이기 때문인 이유도 크다.  285


인도인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인도에 산 기간이 짧은 사람일수록 더 강하다. 이헌 부정적 관념은 한국에서부터 싹 텄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인도에 가기 전 읽은 인도인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쓰인 책이나 얘기를 듣고 그런 생각을 갖게 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후 인도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발생하면 '그렇군. 인도인들은 소문대로 역시 문제군'이라고 단정하고 자신의 고정관념을 강화한다.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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