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 이은상은 <적벽유(赤壁遊)>에서 
            백년도 잠깐이요 천년이라도 꿈이라건만
            여름날 하루해가 그리도 길더구나
            인생은 유유히 살자 바쁠 것이 없느니
바쁠 것 하나 없는 뜬구름 인생들이 이리 복닥 저리 복닥 대며 아웅다웅 다투는 꼴이 새삼 부끄럽구나..  96

그렇다. 
한 번 살다가는 인생인데 우리가 사회의 조작(?)에 따라 속도만 키우면서 잃어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싶다..



글쓴이의 머리말
시는 고도로 농축된 언어다.
한시는 절제와 함축을 강조한다. 한시는 과장의 언어다. 그래서 곧이곧대로 들으면 안된다. 따져 보고 가늠할 줄 알아야 한다.  4

평생에 품은 바람 이미 다 글렀으니 
게으름 열 배 더함 어이하지 못하겠네.
꽃 그늘 돌아들어 낮잠에서 깨어나 
어린 아들 손을 잡고새 연꽃을 보노라.
  - 이첨 李詹 1345~1405 <용심 慵甚>   62

활짝 펼친 운전지에 취중 시가 더디더니 
수풀도 잔뜩 흐려 빗방울이 후두둑.
서까래 같은 붓을 움켜쥐고 일어나
낚아채듯 휘두르니 먹물이 뚝뚝 듣네.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 정약용 丁若鏞  1762~1836 <불역쾌재행 不亦快哉行>  88

곱던 모습 아련히 보일 듯 사라지고 
깨어 보면 등불만 외로이 타고 있네.
가을비가 잠 깨울 줄 진작 알았더라면
창 앞에다 오동일랑 심지 않았을 것을
  - 이서우  1633~1709  <도망실>  145

월하노인 통하여 저승에 하소연해 
내세에는 우리 부부 바꾸어 태어나리.
나는 죽고 그대만이 천리 밖에 살아남아
이 마음의 이 슬픔을 그대에게 알게 하리.
  - 김정희 1786~1856 <배소만처상>  147
   이승에서의 미진한 사랑을 잇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때에는 내가 먼저 죽고 당신은 살아남아, 지금의 내찢어질 듯 아픈 마음을 당신으로 하여금 알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이것은 독백이 아니라 절규다.  147

사람을 기다리기 괴롭지만은 
하늘 가서 자식을 기다림이랴.
사는 일은 자식들 걱정뿐인데
막힌 길의 아비 노릇 부끄럽구나.
  - 이광사 1705~1777  <대아행>  182

여덟 해에 일곱 해를 병 앓았으니 
돌아가 눕는 것이 편안할 테지.
흰 눈ㄴ이 펄펄 오는 오늘 이 밤에
어밀 떠나 추운 줄도 모르는구나.
  - 남씨  생몰미상  <곡손녀>  212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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