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우리에게 더 이상 물건은 필요 없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그래서 매일 공부하고 일하며 육아와 스포츠, 취미 활동에 힘쓴다. 남의 눈에는 이런 삶이 지나치게 가혹하고 고독하며 불행을 택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모두가 행복을 추구한 결과다.


우리는 행복에 대해 정말로 아는 것이 없다. 물건을 줄이는 일은 행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일이다.






나 자신의 가치는 갖고 있는 물건의 합계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스트는 이런 사람이다.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소중한 것을 위해 줄이는 사람.'


'소중한 것을 소중히 하기 위해 소중하지 않은 물건을 줄인다.' '소중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그 외의 것을 줄인다.' 이런 미니멀리즘의 정의는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목적으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그렇게 많이 소유하려는 걸까? 그렇게까지해서 물건을 갖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신의 가치를 알리려는 목적'을 위해서다. 우리는 물건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누군가에게 알리려고 애쓰고 있다. 


내면의 가치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가 어렵고 알리는 데 시간도 걸린다. 누구나 보면 알 수 있는 물건을 통해 내면의 가치를 전달하는 편이 쉽고 빠르다. 하지만 물건으로 가치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넘쳐나는 물건에 얽매이게 된다. 


버릴 때는 버리는 물건만 생각하지 말고 그 덕분에 얻을 수 있는 장점에 눈을 돌리자.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할 수 없다고 말할 때, 사실은 하고 싶지 않다고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미니멀리스트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전부 손꼽을 수 있어야 한다. 소유한 물건 중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이라면 당연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적은 물건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소중하게 의식하라. 그렇게 물건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물건을 소유하는 만족감을 두 배, 세 배로 높여준다.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 커피 잔을 두 개, 세 개 갖기보다는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마음에 드는 완벽한 잔 하나를 정성스럽게 닦으며 소중하게 다루는 편이 훨씬 만족도가 높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모습은 반복해서 행동한 일의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모든 위업은 행위가 아닌 습관에 의해 완수할 수 있다.'


어떠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강박관념이다.


미니멀리즘은 절약하는 데 무척 효과적이지만 단순히 절약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물건에 들이던 돈을 경험이나 사람을 위해 쓰고, 새로운 작업을 위해 투자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돈 쓰는 법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고 이에 따라 여러 가지 면밀한 계획을 세운다. 그러면 왠지 미래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미래를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오직 두 가지 방식이 있을 뿐이다. 하나는 기적 같은 건 없다고 믿는 삶, 다른 하나는 모든 일이 기적이라고 믿는 삶이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


다양한 삶의 방식이 허용되는 사회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행복의 본보기 같은 것이 존재한다. 정규직으로 회사에 들어가고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둘이나 셋 정도 낳는다. 늙어서는 재롱부리는 손주의 얼굴을 본다. 이렇게 살아야만 행복해진다는, 이것만 달성하면 행복해질 것 같은 목표다.


행복해지는 일은 없다. 행복은 그때마다 '느끼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현재라는 시간뿐이다. 오직 지금 이 순가의 행복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은 내일도 모레도, 1년 후에도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내일도 모레도, 1년 후에도 찾아오는 것은 미래가 아닌 현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우리는 바로 지금부터 언제든 행복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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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갖고 있던 물건을 버리다 말고 문득, '내가 선택해서 산 물건을 왜 이렇게 버리고 있는 걸까?'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설마하니 내가 싫증을 잘 내는 사람이었던가!' '어째서 결국 버리고 말 물건을 이렇게나 많이 사들인 걸까?'하는 자책도 들었거요. 살 때는 그 물건이 정말 마음에 들고 좋아서 덥석 집어 들었을 텐데 말이죠. 앞날을 생각하지 않고 사니까 반년이나 일 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자신이 산 물건에 싫증 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게 심플한 생활이란 물건을 전부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건, 그리고 인생에서 소중한 인연으로 만난 물건들을 집 안 곳곳에 조금씩 놓아두는 데서 오는 만족감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사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이란 건 사실 뜻밖에 그리 많지 않아요."


어지럽혀진 방을 정리하는 일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선은 방을 어리럽히지 않는 것, 즉 '불필요한 물건을 갖지 않는'것이야말로 방을 깨끗하게 하는 본질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잘 알고 있다.


"우선 자신이 '소중히 다룰 수 있는 적당량'을 파악해야 합니다."


물건의 적당량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수납 상자를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해야 한다. 수납 상자를 쓰면 처음에는 물건을 구분해서 정리하다가도 결국은 안에 적당히 물건을 쑤셔 넣고 만다.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있어도 살아가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전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생활이야말로 정말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물건이 많으면 아무래도 그것들을 관리하는 데 시간을 빼앗기게 되어서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없거든요. 그런 생활은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물건에게 지배당하는 생활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전 집에 있을 때만큼은 좋아하는 일에 100% 시간을 쓰고 싶거든요. 정말 즐거운 일이 아니라면 거기에 아까운 시간을 들이고 싶지 않아요."


"만약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물건을 버리기 전에 의식을 바꾸는 일부터 시작하면 좋을겁니다."


내게 필요한 물건인지 아닌지를 구분 짓는 경계선은 '일 년'으로 잡는다. 일 년 이상 사용하지 ㅇ낳은 물건이라면 필요 없는 물건으로 분류하고 과감히 버리는 것이 좋다.

만약 버리기가 망설여진다면 다시 한 번 확인 과정을 거쳐도 좋다. 버릴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물건을 수납장 안에 넣은 후 일 년간 사용하지 않고 지내보는 것이다. 만약 그 물건 없이도 생활하는 데 아무 불편이 없었다면 필요 없는 물건이라고 판단해도 무방하다.

이 과정을 몇번 반복하다 보면 나중에는 물건이 거의 남지 않는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은 정말 몇 가지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실을 깨닫는 건 자신에게 달려 있다.

"알찬 생활을 하고 싶다면서 물건에 시간을 빼앗기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별시덥잖은 사이트를 드나드는 시간은 정말 아깝더라고요."

히지 씨는 자기 관리 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사람에게는 물건이 많은 것이 독일 뿐이라고 말한다.


'미니멀리스트가 뭘까?'하는 호기심에 조사하다가 보게 된 그들의 방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침낭에서 잔다' '짐은 여행용 트렁크에 들어갈 만큼만 갖는다' '홀가분하게 살기 위해 집은 소유하지 않는다'등등. 아즈키씨는 그들의 생활상을 알고는 '미니멀리스트는 굉장하구나!'하고 감탄하게 된다.

최소한의 물건만으로도 생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자, 정리하는 데도 속도가 붙었다.


"사 모은 물건들 중에서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차례대로 버렸더니, 나중에는 남은 것이 너무 적어서 놀랐어요. '정말로 소중한 물건이란 건 이렇게나 적구나!'하고 말이죠."


"집에 놀러 온 친구가 '목소리가 울려'하고 놀라 정도로 물건이 없어요. 거실뿐 아니라 어느 방이든 모두 그래요. 예전에는 물건으로 넘쳐나던 집이었는데 말이에요... 주위로부터 '불편하지 않아?'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불편하기는 커녕 좋은 점투성이에요. 잃은 것이나 참고 있는 것은 정말로 하나도 없어요."


여러가지 스트레스에서도 해방되었다. 무엇보다 물건을 더 갖고 싶다는 욕구가 줄었다. 물건을 벌리수록 필요한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이 명학히 구분되는 까닭이다.


사고방식이나 삶에 대한 가치관은 다른 누구에게도 강요받아서는 안된다는 것.


물건을 줄이면 쓸데없는 행동도 줄고 자연스럽게 시간도 정리된다.


생활을 충실하게 하는 또 다른 기술은 '물건을 의인화'하는 것이다. 물건에도 생명이 있다고 생각하면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되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줄일 수 있다.

그녀는 물건을 사용할 때마다 사용하도록 허락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한다. 또 사용한 후에는 깨끗이 닦아서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 물건에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갖고 있는 물건을 오래 사용하기 위한 방법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물건드롤 넘쳐나고 있어요. 더 많은 물건들을 갖는 것과 최소한의 물건만으로 살아가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을 택할지는 자신에게 달린 문제죠.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없는 쪽을 선택하는 편이 물건에 지배당하지 않고 마음 편한 나날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독일인들은 한번 집에 들여놓은 물건은 잘 관리하고 고쳐가며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일할때 입는 옷은 단순한 디자인의 티셔츠나 블라우스에 재킷으로 정해두었더니,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또 자주 먹는 샐러드 드레싱도 간편하게 올리브오일과 소금으로 만들고 있다. 아키 씨는 만약 물건이 너무 많아서 버겁게 느껴진다면, 이렇게 생활을 조금씩 단순하게 바꿔보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퇴근 후에는 어린이집으로 아들을 데리러 간다. 저녁 식사는 아침에 미리 준비해놓기 때문에 잘라둔 채소를 볶고 생선을 굽는 정도로 간단하게 해서 먹는다. 아들을 재운 후에는 책을 읽거나 남편과 텔레비전을 보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아침에 집아일을 모두 끝내두었기 때문에 저녁 시간이 한층 여유롭다.


"방 정리 좀 해!"하고 말로 하는 편이 간편할지도 모르지만, 그보다는 '어떻게 바꾸면 족들이 스스로 정리할 수 있을까?'허고 머리를 짜내보는 거죠. 

그녀는 아이의 장난감 수납 상자에 사진으로 된 라벨을 붙여두었다.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을 꺼내 놀기에도 쉽고, 놀고 난 후 스스로 정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욕실 옆의 수납공간은 수건과 속옸 등을 넣어두는 장소로 정하고, 남편에게는 사용하기에 편한 허리 높이의 선반을 전용 수납공간으로 정해주기도 했다.

가족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단순하게 물건을 배치하면 누가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정리에 효과적이다.


"도시에서 산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여러가지 정보가 쏟아집니다. 직장에서는 물론이고 그냥 거리를 걷기만 해도 무의식적으로 필요 없는 여러 정보들을 받아들이게 되죠."

집에 돌아와서도 물건이 넘쳐나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를테면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을 때도 머릿속 또 다른 공간에서는 그 순간 눈에 띄는 물건에 신경을 빼앗기고 만다. 이렇게 하루를 마감하고 새로운 날이 시작되어도 또다시 수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시간에 쫓기는 흐름은 반복된다.


크리에이터들은 심플한 방에 사는 일이 많다고 들었는데, 저 역시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창조력을 위해서는 물건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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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가 인생 최고의 쾌락으로 인정받는 가운데, 여행은 그중에서 가장 값비싸면서도 가치 잇는 소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4


현대인이 소비를 통해 유토피아로 초대된다면, 그 유토피아의 최정상에는 여행의 장소가 있다.  5


아마 현대사회에서 여행 정도의 지위를 부여받고 있는 것은 돈과 사랑 외에는 없을 것이다.  6


이전까지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적 탈출구는 '섹스'라 말해져 왔다. 자유주의, 여권 신장, 자본의 확장은 정확히 섹스 산업의 번성과 맞물렸다. 이제 이 사회를 지탱하는 것은 여행이 되어가고 있다.  7

 

사랑이나 여행은 모두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무엇이든 그것이 지배 이데올로기가 되기 시작하면, 즉 모든 사람들에게 당연한 것처럼 권유되고 심지어 '강요'되기까지 할 때는 반드시 왜곡되기 마련이다...

우리가 제대로 사랑하고 제대로 여행하려면, 먼저 우리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사랑과 여행을 분명히 보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에게 맹목적으로 요구되는 것들, 달리 말하면, 우리가 어느덧 자기도 모르게 '욕망'하게 된 것들에 대해 의심해야 한다.  8



나는 여행을 다녀왔다거나 여행을 좋아한다는 사람이 있으면, 꼭 질문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여행에서 무엇을 얻으셨나요? 여행이 왜 가치 있다고 생각하세요? 여행이 왜 좋으세요? 여행을 다니며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19



현대인에게 권태는 일상이 되었다. 그 권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쾌락도 일상이 되었다. 도시는 권태를 조장하고, 그것을 잊게 만드는 일시적 향락을 제공한다. 

어느 시점이 되면 우리는 깨닫는다. 내가 이 회색의 도시 한가운데에서 탈색되고 있다는 것을, 색채 없는 무미건조한 도시를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21



도시는 우리에게 삶의 형식과 안전망을 제공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삶의 모든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완벽함 때문에 우리는 도시에서, 그 도시 속에 붙박인 우리의 현시에서 떠나고 싶어진다. 그 이유는 저 태곳적의 자유에 대한 갈망 때문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모순적이게도, 변덕스럽게도, 용납하고 싶지 않게도 자유와 안락이라는 두 가지 삶의 방식을 모두 원한다.  22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이러한 '이미지를 향한 갈망'을 인간의 중요한 특성으로 지적한다. 라캉에 의하면, 인간의 정신은 상상계와 상징계로 뒤덮여 있다. 여기에서 상상계란 이미지의 세계이며, 상징계는 언어적 질서의 세계이다. 우리 머릿속은 늘 이미지와 언어로 뒤얽혀 있으며, 영원히 그 두 가지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이미지나 언어가 우리를 '완벽하게 만족시켜 주리라' 믿으며 욕망하고 나아가지만, 실제로는 무한한 욕망의 연쇄만이 있을 뿐이다. 하나의 이미지를 가지게 되면, 뒤이어 다른 이미지를 욕망한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언어(의미)를 획득하더라도, 곧 욕망해야 할 다른 언어(의미)가 생긴다.

여행에 대한 갈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특정한 여행지에, 정확히 말해 그 '여행지의 이미지'에 완벽한 만족이 있을 거라는 환상을 가진다. 그 이미지에는 자유, 낭만, 쾌락, 꿈, 희망, 관능, 행복, 열정, 성장, 드라마, 성공, 여유, 휴식, 모험과 같은 온갖 언어가 덧씌워진다. 이렇게 이미지와 언어가 결합한 '그곳'은 우리에게 뜨거운 갈마의 대상이 되지만, 정작 그곳에 도착하더라도 우리가 꿈꾸던 완벽한 향락은 존재하지 않느다. 우리는 다시 다른 여행을, 여행의 이미지를, 여행이 줄 어떤 언어(의미)를 꿈꾼다.  26



'여행은 단순히 여해이 아니다' 거기에는 우리가 가지지 못한 모든 것에 대한 열망들이 집약되어 있다.  27



우리는 자신의 삶에 좀 더 엄밀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욕망, 우리가 선택한 삶의 방식, 결국 우리를 규정하게 되는 존재 방식에 대해 더 엄격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삶은 짧고,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은 지나가고 나서야 후회로 되돌아오곤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넘쳐나는 가짜 여행들 속에서, 혹은 온갖 욕망으로 점철된 환영들 속에서 '진짜 여행'을 가려내야 한다.  28



'자유'는 모든 조건과 억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어떤 '순수한 상태'라고 오해되곤 한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한계 속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그런 자유를 누리는 건 불가능하다. 오히려 자유는 자기가 어떤 현실에 속해 있는지를 아는 것이며, 그러한 현실적 조건들을 어떻게 수정할 수 있는지에 관여하는 것이다. ..

여행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자유는 나를 조건 지어 왔던 수많은 요소들과 의무들에 대해 다시 생각할 최선의 기회를 제공한다. 자유롭다는 것은 뭐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재정립하고 새롭게 장악하며 수정할 수 있는 기회와 힘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31



여행에는 우리가 살아온 현실, 앞으로도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의 논리가 아니라 다른 논리로 살아 보고자 하는 욕망이 들어 있다. 특히 배낭여행객의 마음은 이 한 번뿐인 인생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방식의 삶을 체험해 보고자 하는 욕망으로 움직인다. 그 이후에는 다시 이 현실로 돌아올지라도, 조금은 다른 마음으로, 조금은 다른 형태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미한 희망을 가지고 저 '다른 삶'으로 떠나 보는 것이다.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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