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섹스'라는 주제에 대해 철학적인 사색을 펴쳐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19


진화생물학에 따르면, 우리가 누군가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부분은 종족을 발전시킬 특정 요소의 상징에 불과하다.

진화생물학은 섹스의 존재 이유는 잘 설명하고 있지만, 특정한 사람과 섹스를 하고 싶어지는 의식적인 동기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실마리를 제시하지 못한다.  33


마음속 깊은 곳의 자아는 태어날 때 함께 가지고 나온 원초적인 욕구를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뭔가를 달하건 못하건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 몸을 매개로 사랑받고 싶은 욕구, 다른 사람의 품에 안기고 싶은 욕구, 자신의 살 냄새로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 싶은 욕구다. 이 모든 선천적이고 본능적인 욕구로 인해 이상주의적 열망에 사로잡혀 키스하고 싶고 같이 자고 싶은 누군가를 끊임없이 찾게 되는 것이다.  37-38


남자가 여자의 몸 위로 살며시 올라타며 여자의 다리 사이로 삽입을 한다. 남자는 여자가 축축이 첮어 있는 것에 격한 환희를 느낀다. 바로 그 순간, 남자에게 팔을 두르고 있던 여자도 남자의 딱딱해진 페니스에 똑같은 만족감을 느낀다.

이와 같은 생리적 반응들에 큰 만족감을 느끼는 이유, 다시 말해 만족스러운 동시에 아주 에로틱하기도 한 이유는 뭘까? 그러한 생리적 반응들은 논리나 이성의 조종능력이 손톱만큼도 미치지 못하는 승낙의 표시이기 때문이다.  48


현실에는 격식을 갖춰야 하는 상황이 많다. 그런데 그런 수많은 격식들은 그 자체로서 자연스럽게 뜻밖의 성적 판타지를 싹틔울 여지를 허락한다. 규칙을 깨는 연상작용에 의해 제목이 성욕을 일으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남드르이 눈에 잘 안 띄는 도서관 구석이나 고급 레스토랑의 화장실, 또는 열차의 객실 안에서 섹스하는 상상 역시 그와 비슷한 이유로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식의 반항적 일탈은 단순히 성적 판타지의 차원을 넘어서서, 어떤 권한을 느끼게 해준다. 비즈니스 승객들로 가득한 비행기 내의 화장실에서 섹스를 한다고 상상해보라. 그런 상상은 이성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통상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위계를 뒤집는다. 그리고 대체로 냉담한 규율이 개인의 소망과 바람을 지배하는 분위기 속으로 열망을 끌어들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고도 1만 600미터 상공의 기내는 사무실처럼 숨 막히는 공간이지만, 그런 성냠갑 같은 곳에서 위계가 아니라 친밀감이 승리했으므로, 그 승리는 더 달콤하고 그만큼 쾌감도 더 짜릿하다. 이와 같은 비행기 화장실 안에서의 시나리오에 대해 흔히 '섹시하다'고들 말하지만, 그 표현에 내포된 진정한 의미는 따로 이싿. 그것은 바로 비행기 안에서 느낀 위압적인 소외감을 극복한 것에 대한 흥분이다. 

성적 판타지나 동경은 격식과 친밀감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듯하다.  51-52


연인 사이의 충성스러운 애착은, 무례함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더 강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거대하고 비판적인 사회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그 무례함이 더 놀랍고 경악스럽게 여겨질수록, 연인들끼리는 두 사람만이 승인한 낙원을 짓는 듯한 기분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이런 무례함은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심리학의 프레임을 통해 들여다봐야만, 따귀를 맞고, 숨이 반쯤 넘어가도록 목이 졸리고, 침대에 묶여 강간당하다시피 다루어지는 그런 행위가 일종의 승낙의 증거라는 사실이 차츰 이해된다.  56-57


섹스는 고통스러운 이분법, 즉 우리 모두가 유년기 이후에 익숙해지는 '불결함'과 '순수함'의 이분법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준다. 섹스는 우리의 자아 중에서 가장 명백하게 더럽혀진 측면을 그 과정에 끌어들이고, 그럼으로써 그 불결한 측면을 가치 있는 것으로 거듭나게 해주며, 결국 우리의 자아를 정화시켜준다. 

그런데 여기서 자아를 정화시켜준다는 말은 대체 무슨 뜻일까? 구체적인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면 이렇다. 얼굴, 그러니까 우리 몸에서 가장 공개적이고 고상한 부분인 얼굴을 연인의 가장 은밀하고 '불결한' 부분에 가져다 대고 열정적으로 키스하고 빨고 혀를 집어넣으면서, 상징적으로 연인의 자아 전체를 받아들여줄 때가 바로 그런 정화의 순간인 셈이다.  57


관계가 끝난 후에는 기분이 다소 가라앉는 경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섹스 후에 비참한 기분에 젖어드는 경우는 꽤 흔한 일이다. 한쪽, 혹은 두 사람 모두 곯아떨어지거나, 신문을 읽거나, 그 자리에서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쉽다.

대체로 이럴 때 문제는 섹스 그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섹스와 일상의 현격한 대비가 문제다. 섹스는 특유의 다정함, 격렬함, 열정, 쾌락이 지배하는 반면, 삶의 일상적인 특면들은 반복, 지루함, 억압, 어려움, 냉담함으로 가득하다. 이 둘 사이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비참한 기분에 젖어드는 것이다.  69


사랑을 나누는 동안 일어나는 이련의 과정은 우리의 마음속 열마오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행위는 서로의 성기를 마찰시키는 행동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우리의 흥분은 천박한 생리학적 반응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특별한 누군가를 만남으로써 느끼게 되는 엑스터시다.  70


우리 사회는 사람들을 내면과 외면으로 이루어진 존재로 생각하며 내면을 외면보다 더 특별하게 여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체적인 측면, 즉 겉모습이 운명과 욕망에 있어 대단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73 


육체적인 매력이 무의미한 것이라고 덮어놓고 비하하기 전에, 누군가의 외모에 '흥미'가 끌린다고 말할 때 그 말 속에 담긴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를 고찰해보자.  74


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무작위로 선별된 일단의 사람들에게 여러 남녀의 얼굴이 찍힌 사진들을 보여주며 미모 순위를 정해보라고 했더니, 놀랍게도 일치된 결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사회적 환경이나 문화적 배경이 전부 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떤 얼굴이 가장 매력적인지에 대해 전 지구적으로 의견이 일치한 것이다.

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진화생물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이렇다. 남녀 모두 '섹시한' 사람으로 분류되는 기준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얼굴의 좌우가 대칭적으로 일치하고 균형과 비율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용모라는 것이다.  75


대칭과 균형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대칭과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 즉 얼굴이 심하게 비대칭이거나 균형이 맞지 않는다면 자궁속에서 혹은 생후 수년 이내에, 즉 자아의 대부분이 아직 형성되지 못한 시기에 병에 걸렸다는 표시이기 때문이다. 태아일 때 DNA가 세균에 감염되거나, 임신 초기에 엄마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으면, 얼굴의 생김새에 이런 불운의 흔적이 그대로 남을 수 있다. 그래서 외모는 우리의 유전적 운명을 보여주는 지침인 셈이다.  77


어떤 사라에게 육체적으로 ㄱ르려 그 사람과 자고 싶어지는 심리에 대해, 우리가 그 사람의 '본질'을 무시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사람의 입술, 피부, 이마, 눈썹을 통해 정확히 분별해낸 흥미로운 미덕에, 즉 사탕달의 표현을 빌리자면, '행복의 약속'에 흥분을 늒미으로써 더 가까워지고 싶어진 것일 수도 있으니까.  83


어떤 옷차림을 '섹시하다'고 말할 때 그것은 ... 그 옷이 대변하는 그 사람의 인생관과 철학에 흥미가 끌린다고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85


부부 사이에 잠자리가 소원한 것은 무엇보다도, 그리고 가장 순수한 관점에서 볼 때, 일상과 성애의 영역 사이를 원만하게 이동하지 못해 애를 먹기 때문이다. 성관계를 할 때 요구되는 자질은, 대다수의 일상적인 활동들을 행할 때 필요한 자질들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결혼을 하고 나면(결혼 직후부터는 아니더라도 수년 내에)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시간 관리하기,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자제하기, 말 안 듣는 자녀들에게 권위를 세우고 규율을 부과하기 등등, 가끔은 작은 기업체라도 운영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새악이 들 만큼 관료적이고 절차적인 기술이 필요해진다. 

그런데 섹스는 정반대의 덕목들, 즉 자유로움, 상상력, 유희, 통제력 상실이 중요하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통제와 자기억제를 특징으로 하는 일상생활을 방해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일단 욕망이 자연스레 발산되고 나면 야무지게 살림을 꾸린다거나 아이를 키우는 등의 가정생활 임무를 수행하는 데 부적당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적어도 다시 그런 임무를 재개할 생각이 들지 않을 우려가 있다.

우리가 섹스를 회피하는 이유는 그것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다. 섹스가 주는 쾌락이, 그 이후에 부과될 가정생활과 일상의 까다로운 요구들을 견뎌낼 인내력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125-126


오래된 연인이나 부부의 침체된 성생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해결책은 파트너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바라볼 줄 아는 것이다.  133


고의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수많은 성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간 주범이 바로 문명이다. 인권을 중시하고 인간의 친절과 도덕적 교양을 존중하는 우리의 문명 말이다. 이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랑과 상냥함의 능력이 진보할수록, 그것이 도리어 우리를 너무 과민하게 만들어 이성을 유혹하려는 시도를 주저하게 만들 수도 있다니.

문명은 남녀 관계에 있어서 관대함, 세심함, 평등의식, 공평한 가사 분담과 같은 굉장한 미덕을 가져다 주었다. 그 점은 누구도 부인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인정해야 할 것이 있다. 문명화가 우리의, 아니 적어도 남자들의 성관계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문명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욕망을 막무가내로 요구하거나 거칠게 밀어붙여서는 안 되고, 다른 사람을 단지 우리 자신의 욕구충족과 쾌락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150-151


근본적으로 따지자면 발기불능은 지나친 존중이 병이 되어 나타나는 증상이다. 파트너에게 자신의 욕망을 강요하는 무례를 범하거나 파트너의 욕망을 채워주지 못해서 불쾌감을 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발기부전 치료제가 잘 팔리는 시대적 현상은 현대사회 남성드르이 집단적 갈망을 대변해준다. 즉, 상대를 실망시키거나 기분 상하게 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그 미묘하고 민감하며 예의 바르고 문명화된 걱정을 무마시켜줄 확실한 메커니즘을 갈망하고 있다는 신호다.  152


우리는 파트터에게 화가 났다는 사실을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그 때문에 곧잘 멍하고 우울해져서 잠자리를 피할 때가 많다. 이런 경향이 나타나게 되는 원인은 대체로 두 가지 중 하나다.

첫째, 화가 치밀어 오른 구체적 사건들이 너무 정신없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경우다. 화가 났는지 제대로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순식간에 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자신이 기분이 상했다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침식사를 할 때라든가,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는 와중에, 혹은 점심시간에 시끄러운 쇼핑몰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상황을 떠올려보라. 화살이 날아와 우리에게 상처를 입혔는데도, 그 화살이 갑옷의 어느 위치를 어떻게 뚫었는지 정확히 눈치 챌 경황도 여력도 없는 상황이다. 

둘째, 분노를 알아차린 경우 더라도 그 화난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 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 말하자면 기분을 상하게 만든 일들이 너무 사소한 일이라면 입 밖에 꺼내어 따져봐야 본전도 못 찾는다. 대부분은 내가 너무 까다롭거나 별나서 그런 것이라는 결론이 나고, 상대방은 어처구니없어한다. 따지고 나서 스스로 생각해봐도 무안하고 머쓱해지는 그런 경우다.

이를테면 헤어스타일을 바꿨는데 파트너가 눈치 채지 못하거나, 바게트를 자를 때 빵 전용 도마를 쓰지 않아서 부스러기를 여기저기 떨어뜨릴 때, 혹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별일 없었는지 묻지도 않고 곧장 텔레비전 앞으로 갈 때 정말 속상하다. 하지만 이런 대수롭지 않은 일들을 건건이 불평하기에는 어쩐지 좀 민망하다.  155


세상의 모든 커플은 객관적으로 보기엔 매우 사소하고 터무니없는 일들을 놓고 비슷비슷한 말다춤을 벌이곤 한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우리 자신의 견지에서 본 그 사람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문제(자녀 교육이나 주택 구입에 관한 문제)에서부터 하찮은 문제(소파를 놓는 방향이나, 화요일 저녁의 데이트 계획 같은 문제)에 이르기까지, 무한한 영역에 걸쳐 상대방을 '완벽함의 화신'으로 만들고자 애쓴다. 따라서 사랑을 하는 동안에는 자신의 여러 이상들 중 하나가 배신당하는 고통이나 분노를 느낄 가능성이 다분하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게 되면, 더 이상 사소한 일 같은 것은 없어지니까.  156


거의 감지할 수도 없는 그 냉랭함 때문에 한쪽, 혹은 양쪽 모두 상대와의 잠자리를 피하기도 한다. 알다시피 섹스란 일단 화가 나면 건네주기 쉽지 않은 선물이며, 자신이 화가 난 것조차 의식하지 못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157


왜 화가 난 것인지에 대해서 먼저 차근차근 이해하기만 해도 그들은 다시 예전처럼 알콩달콩 지낼 수 있다.  159


성인기의 사랑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려면, 어린 시절에 사랑 받던 느낌을 기억하기보다는 부모님이 우리를 사랑하는 데 무엇을 감수했는지, 다시 말해 얼마나 큰 노력을 쏟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에 맞먹는 노력을 쏟아야만, 파트너가 은밀하게 불만의 화살을 쏠 때 그것을 감지하고 그 원인을 해결함으로써 더 행복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또한 애정이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더 자주 성관계를 갖게 되는 것은 여기에 덤으로 따라오는 행운이다.  165-166


중년의 기혼남이 다른 열자를 유혹할 때 내보이는 대범함을 자신감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그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뿐이다. 무슨 말이냐면, 그 나이가 되어 가끔씩 죽음을 의식하게 되면, '내 인생에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찾아올까?'하는 초조함 때문에 대범해진다는 뜻이다. 젊은 독신 남자였을 때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추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삶이 무한대로 펼쳐져 있을 것 같아서 수줍음과 부끄러움이라는 사치를 부릴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197-198


이왕 이렇게 된 것, 과감함 생각도 해보자. 외도에 대한 일반 대중의 견해와는 반대되지만, 진짜 잘못은 그 반대의 경우라고 말이다. 즉 탈선에 대한 어떠한 욕망도 '없는'경우가 더 잘못된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 말이다.

탈선에 대한 욕망이 전혀 없다는 것은, 오히려 이치에 어긋나고 부자연스러운 반응이므로, 이상할 뿐만 아니라 심오한 의미에서 볼 때 '잘못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외도의 가능성을 전혀 즐길 줄 모른다면, 그것은 심각한 상상력의 결핍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우리 인간이 이 지구에서 할당받은 애처롭도록 짧은 시간에 대한 심술궂은 태연함이자, 우리 몸이 가진 영광스러운 육욕적 본성에 대한 푸대잡이나 마찬가지다. 아니면 회의 중에 탁자 밑에서 유혹하듯 손가락을 감거나, 식당에서 식사가 끝나갈 무렵에 은밀하게 무릎을 접촉해오는 식의 에로틱한 도발에 이성적인 자아가 정당하게 지배당해야 할 권리를 부인하는 셈이다.  199-200


사람들은 외도를 저지른 배우자가 무조건 다 잘못했고, 정절을 지킨 배우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너무도 쉽게 단정한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의 의미를 일부분만 이해한 반쪽짜리 판단이다. 확실히 외도는 조간신문 톱기사감인 것은 맞지만, 배우자를 배신하는 방법으로 말하자면 다른 종류의 배신들도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는 않지만, 외도에 못지 않은 충격과 실망을 주는 배신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를테면 배우자와의 대화에 인색하게 구는 것, 마음이 딴데 가 있는 사람처럼 구는 것, 괜히 성질을 부리는 것, 스스로를 매력적으로 가꾸는 데 노력하지 않는 것 등등.  202


배신당한 것에 분개한 배우자는 본질적이고도 비참한 한 가지 사실을 회피하기 쉽다. 그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전부가 될 수는 엇다는 사실이다. '배신당한' 배우자들은 대개 이런 서글프고도 충격적인 사실을 너른 아량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게다가 주위 사람들은 그저 재신자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부추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진짜 큰 잘못은 도덕주의적 결혼관습에 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모든 욕구에 대해 성적으로, 감정적으로 평생의 해결사가 되어줄 수 있을까? 그러한 마도 안 되는 희망을 품게 하는 결혼제도의 비상식적인 야심과 고집이 진짜 문제다.

과거의 어떤 사회에서도 지금의 우리 사회만큼 결혼제도를 엄중하게 여기거나 희망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결혼에 대한 부지막지한 기대가 없으니, 당연히 그로 인해 엄청난 좌절에 빠지는 일도 없었다.

과거의 사람들은 사랑, 섹스, 가족에 대한 욕구들을 따로따로 구별지을 만큼 현명했다.  203-204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결혼을 사랑, 섹스, 가족이라는 우리의 모든 희망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으로 보는 것이 순진한 착각이라면, 마찬가지로 외도가 결혼 생활의 모든 좌절을 해소해줄 효과적인 해결방법이라는 생각도 순진한 착각이라는 것이다. 

외도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에서 찾아볼 수 있는 궁극적인 '오류'는, 결혼에 대한 특정 관념가 마찬가지로 '이상주의'다. 언뜻 생각하기에 외도는 비뚤어지고 절망적인 행동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비밀스러운 모험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결혼생활의 결핍을 채우려는 시도다, 외도를 하면 그 상대방이 자신의 결핍이나 과잉을 마법처럼 조절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믿는다면, 그것은 삶이 우리에게 부과하는 조건들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혼외'의 누군가와 성관계를 가지면서 '결혼생활 내부'의 소중한 것들에 타격을 입히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결혼생활을 충실히 지키는 동시에 인생에서 가장 강렬하고 절박한 감각적 쾌락의 기회를 거머쥐는 것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다. 두 마리의 토끼는 언제나 반대 방향으로 뛰어간다.  211


한마디로 결혼생활은 침대 시트와 비슷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네 귀퉁이가 반듯하게 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완벽을 추구하면 곤란하다.  213


결혼생활에 대한 좀 더 현실적인 태도는 무엇일까? 서로 정절을 지키려면 어떤 결혼서약을 주고받아야 될까? 확실한 것은, 흔히 쓰는 상투적인 결혼서약보다 훨씬 더 엄중하고, 비관적인 경고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가령 이런 식이다.

'당신에게, 오직 당신에게만 실망할 것을 맹세합니다. 그로 인한 불만도 당신에게만 털어놓고, 이 사람 저 사람과 바람을 피우며 돈후안 같은 호색한으로 살면서 여기저기 그 불만을 퍼뜨리고 다니지는 않겠습니다. 나는 여러 가지 불행의 선택을 검토했고 내 일생을 바칠 사람으로 당신을 선택했습니다.'

커플이 결혼식장에서 서로에게 하는 서약 치고는 상당히 비관적이다. 하지만 이런 서약을 한 뒤라면, 외도를 저지르더라도 실망에 대해 서로 서약한 부분만을 배반하는 것이지 비현실적인 희망을 배반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배반당한 사람이 상대방에게 "나와 함께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해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앙칼지게 쏘아붙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신 정곡을 찌르는 공정한 지적으로 이렇게 큰소리를 치게 될 것이다.

"나는 당신이 나에게 실망을 느끼더라도 의리를 지켜줄 거라고 믿었어."  213-214


부부가 자신들의 삶이 결혼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음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외도의 충동에 몸과 마음을 내맡기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그것도 두 사람 모두가 날마다 감사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기적이다.  220



지독한 성적 욕망을 겨냥해 경멸적인(하지만 온당한) 이야기들이 숱하게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전히 그 욕망을 칭송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어쩌면 우리가 실체적인 인간으로서 호르몬에 정직하게 반응하고, 제정신으로 살기 위해서 정말로 필요한 것을 며칠씩이나 잊고 지내는 지경에 이를 때까지 성적 욕망이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231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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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이야기>로 유명한 저자의 책이다. 
마시멜로 이야기도 실제 있었던 연구를 바탕으로 지었고, 이 책 역시 실제 인물 모델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실제와 책의 내용은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저자의 발상은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얼마전 <무한도전>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유재석과 이적은 '말하는대로'라는 노래를 통해 실제 자신이 겪은 일을 노래로 만들어 불렀다.
이 책을 보면서 그 노래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자기계발서는 분명 자극을 준다. 그렇지만 너무 바른 소리만 하고 쉽지않은 길만 제시하기에 무시하는 이들도 많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이 책의 평가는 달라지겠지만,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 무시할 수 없는 내용이다.

우리는 아니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믿음'이란것을 가지기 정말 어렵다.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간다는 표현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책에 나오는 빅터와 로라 둘다 자기 믿음의 부재가 자신들의 인생에 벽을 치고 있던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을 다룬다. 우리역시 자기를 믿어야 한다는 결론을 준다.
많은 성공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이 말을 하기도 한다.



우리 인생에서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 책입니다.  5
"누가 뭐래도 너는 이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아이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알았지?"  15


로라의 가족들이 로라를 부르는 별명(못난이), 그녀가 하고 싶어하는 꿈을 예전의 경험대로 해석해버려 폄하시키는 것들.
이러한 것들이 모두 그녀를 주눅들게 하고 무력감에 사로잡히게 한다.
빅터의 칭찬에 수치심을 느낄 정도의 무력감(38)

사람의 동조성향 심리검사(43) - 자신을 믿느냐 남을 믿느냐의 차이
백만장자들의 비결은 바로 자기믿음, 무엇보다 자신의 가능성을 믿었다. 최후까지 자신을 믿는다.(44)

레이첼 선생님의 사소한 것에도 관심을 가져주는 애정 - 빅터의 소리나는 리모컨(46)
발명반 담당 교서 로널드의 편견, 단정.

"빅터야, 항상 무언가를 관찰하고 배워야 더 나은 사람이 된단다. 어른이 되어 배우는 공부가 진짜 공부야. 포기해선 안돼."(빅터가 학교를 그만두는 날 레이첼의 조언)
"고...고마워요... 바보에게 잘해... 주셔서."  51

조각상 기둥에 글귀가 새겨져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다. 짧은 한 문장. Be Yourself(너 자신이 되어라).  51

로라는 성인이 되어서, 어릴때의 계획은 하나도 이루지 못한채 주변의 권유로 적당한 직장에서 맞춰 살아가는 모습이 많은 사람들의 삶과 너무도 동일한 구석이 많음에 마음이 좋지 않다.(53)

월트 디즈니는 잡지사에 투고하고 퇴짜맞은 이유가 재미없다는 것이었고, 광고대행사에서 쫓겨난 이유는 그림을 못 그린다는 이유였다. 
"... 방해자의 목소리를 잊어버려. 우리 주변에는 긍정적인 정보와 부정적인 정보가 혼재되어 이써. 성공하는 사람은 긍정적인 정보를 믿지."  57-58

자기믿음  59
자기 믿음은 결코 외적인 것에서 나오는 게 아냐.  72
고귀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은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아. 고귀한 목표는 비교급이 아니니까. 그것은 우리를 당당하게 만들어. 그리고 우리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게 하지.  73

빅터는 바보로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도 바보에게는 어려운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가져오라는 것을 가져다주고, 옮기라는 걸 옮기며 시키는 대로 하면 됐다.  61

"빅터야. 난 무식해서 정확히 뭐라 말해야 할지는 모르겠다만, 음.. 그래. 여기 자동차가 보이지? 자동차를 구경만 하는 것과 직접 타보는 것은 분명 다르단다. 수만 번 구경을 했어도 단 한 번 타보는 것과 비교할 수가 없지. 직접 운전하는 것하고는 더 비교할 수 없고."  62

사람들은 정신의 힘을 과소평가한다. 정신은 정신일 뿐이고 현실에서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신은 행동을 지배한다. 당신이 무엇을 믿느냐에 따라 당신의 현실이 결정된다.  85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활에서 무너가 이상한 점을 느껴도 그것을 알아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상한 점을 당연하게 여기기까지 하죠.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들은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들은 질문을 하죠. 왜? 왜? 왜? 언제 어디서나 질문을 하는 사람.  88

평범한 사람들이 무언가를 만들 때는 대부분 기존의 것에서 디자인을 살짝 고치거나 몇 가지 기능을 추가하죠. 이른바 지루한 덧칠작업이죠. 그에 반해 천재들은 사물의 결정적인 요소를 바꿉니다. 새로운 물건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들죠.  89

강철왕 카네기는 지리도 모르는 곳에서 전보 배달 사원을 자청했다...
누구나 미래에 대해 두려워하지. 사실 사람들이 자신을 믿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이란다. 조롱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우리를 위축시키고 주저하게 만들지.  94

이 세상에 완벽하게 준비된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아. 또 완벽한 환경도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는 건 가능성뿐이야. 시도하지 않고는 알 수가 없어. 그러니 두려움 따윈 던져버리고 부딪쳐보렴. 너희들은 잘할 수 있어 스스로를 믿어봐.  98
 
학벌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야. 세상의 기준이지 내 기준은 아니니까...
세..상의 기준이 오옳..은 것 아닌가요?
전혀 그렇지 않네.  102

대부분 사람들은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지. 학력, 직업, 패션, 자동차.. 심지어는 인생의 동반자까지. 그들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산다고 안도하지만, 결국 세상의 기준에 끌려 다니는 것에 불과해. 이런 정신으로는 혁신적인 것을 만들 수가 없지.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을 딸라야 하네.  104

자신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세상이 비웃더라도 자신이 옳다고 믿어야 한다. 허허벌판에 표지판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앞서갈 수 있다. 여기에는 물론 엄청난 자신감이 필요하다. 과연 내가 그런 대단한 일을 해낼 수 있을까?  105

성공의 법칙이란 게 참으로 허망했다. 얼마 전까지 성공의 법칙이었던 테일러 회장의 모험 정신이 이제는 반대로 실패를 의미했다. 사람들은 오직 현재의 결과만을 믿었다.  128
(그래서 멀리 내다 보는 것이 힘든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멀리 보지 않고 앞만 보는데, 멀리보게되면 결과 역시 멀리 보고 있어야 하니 인정받기 어려운 현실.)

충고를 하자면, 글은 아무나 쓸 수 있지만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닙니다.  137 
(출판 에이전트의 말, 편견에 대한 약자의 패배감은 아무것도 아닌 점으로만 살아가게 하는 동력을 준다.)

누구나 일이 안 풀릴 때가 있단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지. 그리고 꿈을 포기하려고 이런 저런 이유를 만들어. 하지만 모두 변명일 뿐이야. 사람들이 포기를 하는 이유는 그것이 편하기 때문이야. 정신적인 게으름뱅이기 때문이야. 너의 고귀한 목표를 되새겨보렴.  139

고대 인도나 페르시아에서는 경전을 통째로 외우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다 인쇄술이 발달해 책이 대중화되자 사람들의 기억력이 점점 쇠퇴했지요. 인간의 능력이란 사용하지 않으면 녹슬게 마련입니다.(암기왕 잭의 말)  155

자신을 과소평가하면 절대로 잠재 능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자기비하는 재능을 좀먹어요.  156

인간은 각자의 그릇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로라는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의 그릇은 웨이트리스 정도였다. 그게 현실이었다. 로라는 더 이상 높은 곳을 올려다보며 열등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157
(평생을 비판받고 자라왔고, 어렵게 선택한 꿈도 좌절을 맛보면서 뿌리깊게 자리잡는 패배주의.. 잘 생각해보면 그녀는 이유야 어떻든 최선을 다해 길을 뚫을 노력을 하지 않았다. 레이첼이 길을 찾으려했을때 그녀는 안된다고 자리를 박찼다. 그렇기에 한 번의 실수나 실패나 잘못에 패배감은 씻기 어렵게 되는것 아닐까..)

레이첼.. 세상엔 자신을 받아주는 회사가 없다고 절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가 그런 곳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164

애프리의 CEO로 복귀한 테일러 회장은 "나는 한때 패배자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나를 믿었습니다. 세상은 나를 믿지 않았지만, 나는 나를 믿었습니다."  170

'왜 자신을 혐오하느냐?'는 질문에 로라는 "아니오, 나는 나를 혐오하지 않아요. 단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거죠."  174

로라가 어릴 때 백화점에서 유괴당했을 때 부모는 로라가 너무 예뻐 유괴당한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때부터 ..딸아이에게 못난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예쁜 옷도 입혀주지 않았어요. 세월이 흘러 점점 커가는 로라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생각이 옳았다고 믿게 되었지요. 확실히 아무도 로라에게 공연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우리 부부는 어차피 로라가 어른이 되면 모든 게 다 정상으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181

'어떤 불행도 우리의 두려움만큼 크지는 않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두려움은 더 큰 불행을 낳지요. 부모님께서 가지신 그 두려움의 결과가 따님의 인생에 어떤 불행을 가져다줄지 생각하지 못하셨나요?  182

당신이 남의 말을 듣고 꿈을 포기했다면, 성공할 자격이 애초에 없었던 겁니다.  192

콘래드 힐튼은 '벨보이 시절에 나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도 많았고, 나보다 경영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자신이 호텔을 경영하게 되리라 믿은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다.' 이것이 그의 성공 비결이었다.
그는 한 강연에서 '이 쇠를 두들겨 말굽으로 만들면 10달러 50센트의 가치가 된다. 이것으로 못을 만들면 3,250달러의 가치가 된다. 그리고 이것을 시계의 부속품으로 만들면 250만 달러의 가치가 된다.'라고 했다.  196-197

우리는 숫자로 가늠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보지도 않고 절대 자신의 능력을 재단하지 마십시오. 자신을 믿으십시오. 스스로 위대한 존재라고 생각하십시오. 
몇 번의 고배를 마실 것이고, 그때마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밀려올 것입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자신의 가능성을 의심해서는 안 됩니다.  199

"우리 둘 다 엉뚱한 기준(바보, 못난이)에 사로 잡혀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는 공통점이 있구나."  205

Posted by WN1
,

서점에서 우연히 제목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제목 아래에 사진을 보았다. 내가 아는 사람이 둘이 있었다.
물론 그들이 나를 아는 것은 아니다.
벌써 10여년쯤 전에 이 동영상은 나에게 많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하였다.
그리고 나는 내 강의중에 두 개의 주제에서 니 내용이 거론 되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감동의 눈물을 닦아내기도 하였다.
아직도 그 주제의 강의에서는 이 내용과 동영상이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의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순간.. 왜 이제야 이 책이 출판되었을까..하며 책을 이미 읽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 내가 알고 있던 사실들은 정말 개략적인 내용들이었구나. 이들이 극복해 내야 했던 것들이 너무 많았구나.. 
엄청난 장애물과 시련들을 이들이 넘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내면의 생각과 행동들을 알게 되면서 나는 다시금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검색창에 '팀 호이트', '아버지와 아들', '딕 호이트', '릭 호이트'... 등으로 검색하면 이들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예전의 유튜브 동영상인데, 아직도 인터넷 상에서 그 동영상은 계속 조회되고 있는듯하다.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아버지' ... 지금 이 시대 '아버지의 존재감은 많이 위축되어 있다. 아버지는 가족 밖 타인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추천사를 쓴 박원순 변호사는 말하고 있다.
시대의 현상일지도 모르지만 속도전쟁을 벌이고 있는 세계의 흐름에 아버지들은 참 힘들게 살아간다. 그에 비해 그들의 자리가 너무 좁아지는 시대이다.
개인적으로 그래서 이 제목은 참 마음에 와 닿는다.

마라톤 42.195km
보스톤 마라톤 대회 26차례(1982~2005년까지 24년 연속 완주, 보스턴 대회 최고 기록 2시간 40분 47초)
세계 철인 3종경기 6차례
단축 철인 3종경기 206차례 완주
미국 대륙 4,000km 횡단
이들 부자가 이룬 업적이다. 책의 뒷 표지에 쓰여 있는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버지 딕 호이트는 1940년생으로 한국 나이 현재 72세 이다. 그는 1977년 당시 37세의 나이에 달리기를 시작하였다.
아들 릭 호이트는 1962년생으로 한국 나이 현재 50세 이다.
그런데 이 글을 올리고 있는 지금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인 딕 호이트는 글의 마무리에서 '나는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30년 동안 아들과 함께 달려왔다. 물론 우리는 앞으로도 달릴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니 지금도 달리고 있을 것이다.

책은 아버지 딕 호이트가 전개해 나간다. 자신의 어린시절 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경험들, 어린시절부터 청소년시절 성인시절 부인 러스와의 만남에서부터 결혼까지의 과정 첫 아들 릭과 둘째 셋째인 롭과 러스를 통해 이루어진 가족 그의 업무 그리고 그와 릭의 팀형성과 가족들의 지지들에 까지 모두 아우르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 닥칠때 마다의 그들의 심리상태가 더 절실히 나에게 전달되었다.

개인적인 느낌은 이들의 역경을 헤쳐나가는 인간적인 모습과 부모로서의 모습에서 강인함이 어떻게 나오게 될 수 있는지를 배웠다.
그리고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기도 하였다.
희생에는 댓가가 따른다. 하지만 그것은 지불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면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진리이다.
예스 유 캔(Yes You Can).. 그들은 나에게 말하였다. 나도 할 수 있다고 그리고 원하라고.. 희망이라는 것이 나에게도 존재하는것이니 어려울때 희망의 의심하기 보다는 숨어있는 희망을 찾으라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유명한 표현을 빌려 쓰지 않더라도 우리는 사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행동에서는 자신의 현실에서는 부정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라는 표현은 당황하고 황당할때 생각나지 않는 표현이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할때 보이게 되며 거기서 부터 찾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이루어지게 된다. 
믿어 의심치 말자.... 믿어 의심치 않고 장애물을 장애물이라 생각지 않고 뛰어넘어버린 인물이 있지 않는가..!!

"아버지가 없었다면 할 수 없었을 거예요."  "네가 없었다면 아버지는 하지 않았다."
이 두 문장의 표현으로 우리는 만감이 교차한다는 표현을 이해할 수도 있으고, 그들의 교감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의 감동적인 삶에 감히 '아름답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우리의 인생에서 돈 뿐이라는 시대에 휩쓸리지 않는 모습을 찾아보게 되어 즐거웠다.


프롤로그
나는 릭을 볼 때마다 감동한다. 릭은 나보다 더 긍정적이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야도 나보다 더 넓다.
우리는 단순히 달려야 하기 때문에 달리는 게 아니다. 달리고 싶기 때문에 달리는 것이다.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든, 교육을 받은 것이든, 이 모든 것은 간절히 원하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19

나는 항상 도전을 하기를 좋아했다.
아홉살에 외양간을 치우거나 건초를 쌓는 일, 열두 살 무렵에 농부 밑에서 일하기, 고등학교 갈 즈음에는 농장과 동네 주유소, 청소와 답역부 일들을 했다.  23-24
운동할 때가 가장 즐거웠다. 그런 만큼 운동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노스리딩 고등학교에서 나는 미식 축구와 야구부 주장이었다.  27
치어리더 주장이던 '주디 라니턴'과 사귀고 결국은 그녀와 결혼함.

"아들이 태어났다!"
나는 18년 뒤의 일을 상상했다. 그때쯤 아들과 나는 캐치볼을 하거나 미식축구를 할 터였다. 마을 진입로에서 하키도 할 것이다.  36
그런데 출산 직전에 아기가 몸을 뒤집어 엉뚱한 방향으로 향한 바람에 탯줄이 목에 감겨서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상 아기는 질식 상태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런 터에 의사들이 탯줄을 푸는 단 몇 분 동안 돌이킬 수 없는 뇌 손상이 일어나고 말았다.  40
우리 부부는 그 점을 인정하기로 했다. 아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대로 주자앉을 수는 없었다.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42

릭은 전혀 울지 않았다. 얌전한 아이라서가 아니었다. 릭은 울 줄도 모르고 소릭도 거의 낼 줄 몰랐다. 음식을 먹는 데도 문제가 있었다. 간신히 먹이면 금방 게워내곤 했다.  48-49
가끔 동네 아주머니들이 아기를 데리고 우리 집에 와서는 릭을 데리고 함께 산책을 하자고 말했다. 그럴 때 주디는 무척 힘들어 했다. 나중에는 릭에 대해 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까 봐 불안한 나머지 외출을 하거나 초인종 소리에 대답하는 것조차 겁냈다.  50
생후 8개월이 되었을 무렵 마친내 공식적인 진단 결과가 나왔다. '뇌성마비'  51
당시 뇌성마비에 대해 알려진 치료법이 거의 없었다.  52
의학 용어를 빌려 말하자면, 릭은 경련성 사지 마비였다.
의사들은 릭을 시설에 보내라고 권했다.
"아이를 시설에 보내고 잊으려고 노력해 봐요. 찾아가 볼 생각도 말아요. 아이에 대해 아예 생각도 하지 말고 당신들 인생을 살아요. 당신들보다 먼저 이런 상황에 처했던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했답니다."  53-54
주디와 나는 릭을 시설에 보내라는 의사들의 말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런 문제는 의논할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
의사들은 의외로 집요했다. 그들은 우리가 집에서 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며 릭이 시설에서 지내는 게 더 편할 거라고 말했다.  54
집으로 차를 몰고 오는 길에 나와 아내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시야가 가려져서 눈물을 멈추려고 했지만 멈춰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20분 동안 나는 분노, 슬픔, 절망 등 온갖 감정에 휩싸였다.  55
우리는 릭을... 정상적인 아이처럼 대했다.
의사들은 굳은 의지를 확인하고 자원봉사할 사람들을 연결해 주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우리 집에 와서 릭의 팔과 다리를 마사지하는 등 정성껏 돌봐 주었다.
학습 장애를 겪는 다는사실을 알고 난 뒤 릭이 어떤 증상을 보일까 싶어 걱정을 했다. 우리가 릭에게 말을 걸거나 눈을 바라보면 릭은 곧바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우리는 릭이 영리하다는 것을 알았다. 
스스로 누끼는 감정이나 생각을 다른 방법으로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57
보스턴 소아전문 병원에 다니던 중 로버트 피츠럴드 박사를 만났는데,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는 바람에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심리학자 였다.  58
또 다시 장애가 있는 아이가 태어난다면 우리는 심리적으로 무너질 뿐만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파산할 터였다.
피츠럴드 박사는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를 안심시켰다.
박사는 아이가 더 있으면 가정에 균형이 잡힐 것이고, 우리가 릭을 지나치게 애지중지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확실히 우리는 첫째 아이인 릭을 너무 애지중지했다. 게다가 사사건건 과잉보호까지 하고 있었다.  59

우리에게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우리 자신도 달라졌지만 이웃들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나는 이웃들에게 아무렇지 않은 듯 릭에 대해 자랑했다.  63
어렸을 때 릭은 호기심이 많고 명랑한 아이였다. 참을성도 많았다. 그런데 장난치기를 좋아하는데다 누군가를 골탕 먹여서라도 웃음을 유발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자신도 잘 웃었다.  72
언젠가 롭이 이렇게 말했다. 
"현은 걸핏 하면 웃어요.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그 어떤 고통이나 슬픔이나 어려움을 겪어도 늘 웃어야겠다고 작정한 사람 같아요."
어느날 롭이 보낸 편지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삶이 제게 어떤 역경을 주든 형이 날마다 맞닥뜨리는 어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주위 사람들은 릭을 처음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장애아로만 보았다. 그러다 릭이 보통 아이 못지않게 할 줄 아는 게 많자 차츰 호감을 나타냈다.  77
우리는 릭을 공립학교에 보내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다. 터프츠 대학의 공학도 팀과 의사소통용 컴퓨터를 개발하고, 장애아를 공립학교에 보낼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한 것도 계획을 세우고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얻은 수확이었다.  88

지금까지 우리 가족은 주어진 상황이 너무 힘들어서 쌓여 있는 문제들을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가족 중 한사람이 우스갯소리를 하면 릭이 즉시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릭의 웃는 모습을 보면 우리에게 닥친 어려움은 우리의 앞길을 막는 바리케이드가 아니라 단지 인생이라는 도로에 놓인 과속 방지턱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92
'터프츠 쌍방향 의사소통 장치'를 릭이 처음 받고, 모두 일제히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며 릭이 난생 처음으로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했다. 나는 당연히 "안녕, 아빠"라고 할거라 생각했다. 주디는 보나마나 "안녕, 엄마"라고 말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릭의 동생들도 기대에 차 있었다. 녀석들은 형이 자기들에게 먼저 인사할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릭의 표정으로 보아 우리 가족 모두를 사랑한다고 말하거나 또는 단순히 "고마워요"라고 말할 것 같기도 했다.
마침내 릭이 머리를 움직여 글자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맨 먼저 'G'가 모니터 화면에 뜨더니 조금 뒤에 'O'가 떴다. 'GO'라고? 순간 나는 당황했다. 
릭의 머리가 또 움직였다. 'B'에 이어 'R'이 떴고, 그 다음에 'U'가 떴다. 
잠시 후 릭이 모니터 화면에 집중하면서 머리로 금속 바를 또다시 툭툭쳤다. 'U'에 이어 'I', 'N', 'S'가 차례로 떴다.
"'GOBRUINS'가 뭐야?"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잠깐 동안 침묵이 흘렀다.
"아! Go, Bruins(힘내라, 브루인스)!"
나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펄쩍펄쩍 뛰면서 외쳤다. 
다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가슴이 벅찼다. 
그 무렵 보스턴 브루인스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인 스탠리컵 대회의 결승전에 올라 있었다.  97-98
나중에 릭은 의사소통 장치를 통해 이렇게 고백했다.
"걷지 못하고 팔을 쓸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좀처럼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98
릭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길이길이 빛날 승리이자 쾌거였다. 
또한 헌신적으로 애쓴 터프츠 기술 팀의 승리이자 쾌거였다.  99

공립학교에서의 거부를 이겨내기 위해 
주디의 눈물겨운 노력은 주위사람들을 감동시켰고, 1972년 7월 12일 프랜시스 사전트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제766조로 더 잘 알려진 바틀리데일리 법안에 서명했다. '특수 교육 개혁법 제766조'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장애아를 키우는 매사추세츠 주 전역의 가족들 노력도 뒷받침되었다.
제766조는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세 살에서 스물한 살의 모든 장애인이 일반 학생들로부터 격리될 걱정 없이 무료로 공립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입안되었다.  103
1975년, 의사들이 식물인간에 불과하다고 말했던 릭이 드디어 공립학교에 입학했다. 릭을 공립학교에 넣어 정규 교육을 받게 하려는 우리의 오랜 싸움이 마침내 끝났다.  108

체육 교사인 스티브 사토리 씨
주디는 릭의 신체 조건으로는 다른 아이들가 함께 체육 수업에 참가할 수 없으므로 양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뜻밖에 그는 약간 화난 목소리로 장애는 결석의 핑계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토리 선생은 우리에게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하라고 요구했다. 릭을 체육 시간에 나오게 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주디가 릭 대신 나오라는 것이었다.
사토리 선생은 체육 수업의 중심에 릭을 두었다. 그는 릭을 위해 새로운 수업 방식을 고안해 냈다. 그것은 릭이 참가한 가운데 아이들이 운동을 즐기는 방식이었다.  114
사토리 선생은 릭에게 조언자이자 친구였다.  115
릭이 그토록 빨리 성장하는 데 대해 유감스러웠던 점은 단 한 가지였다. 그것은 내가 릭의 동생들과 함께했던 일들을 릭과는 마음껏 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116
웨스트필드 주립대학의 운동선수였던 지미 바나코스는 1977년 라크로스 경기도중 다른 선수와 부딪쳐 목이 부러졌고 목 아래 몸이 마비되었다. 
대학측은 지미의 병원비를 보태기 위해 마련하는 8킬로미터 자선 달리기 대회를 열었고, 릭은 "아빠, 달리기 대회에 나가고 싶어요."라고 했다. 그리고 "전 아빠와 달리고 싶어요." 라고 했다.  
나는 그렇게 말해준 아들이 더 없이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나는 릭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은 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휠체어에 매인 릭은 뇌성마비 장애인이고 나는 서른일곱 살의 아저씨였다.
달리기는 내 분야가 아니었다.
릭은 새로운 변화를 원했고나는 아버지로서 릭에게서 그 기회를 빼앗을 순 없었다.
그 달리기는 그때까지 함께했던 그 어떤 일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리 사이를 더욱 끈끈하게 맺어 주었다.  117-119

사람들은 우리가 그리 오래 뛰지 못하고 지레 포기할 거라는 듯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사실 우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영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도주에 그만두지는 말자고 다짐했다.  125
중간 지점쯤 도달했을 때 점점 고통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발뒤꿈치에 물집이 잡혔는지 무척 쓰라렸다. 다리도 젤리처럼 흐느적 흐느적 맥이 풀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그나마 휠체어를 잡고 있어 몸을 지탱할 수 있는 게 다행이다 싶었다.  128
그러나 우리는 기어코 완주했다. 
"우리가 해냈다, 릭!"  129
나는 아들이 쓴 글을 읽고 왈칵 눈물을 쏟았다.
"아빠, 달리고 있을 때 저는 장애인이 아닌 것 같았어요."
"릭, 사랑한다." 이어서.. "릭,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함께 달릴 수 있을 거야."  130
지미 바나코스 자선 달리기 대회 이후 우리 나름대로 훈련을 하고 릭에게 맞는 휠체어를 마련하는 데 꼬박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때쯤 되자 대회에 나갈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33

첫번째 달리기 대회의 참가를 계기로 나 딕 호이트와 아들 릭 호이트는 '팀 호이트'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매사추세츠 주 스프링필드 근교에서 매년 열리는 10K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주최 측으로부터 다른 참가자들에 이르기까지, 스프링필드 10K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달리는걸 원치 않는 것 같았다.  139
참가자들 사이에서 우리를 못마땅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릭이 레이스에 참가하는 걸 찬성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140
우리는 38분 30초로 300명 중에서 150명을 제치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142
우리는 마라톤 중의 마라톤이라고 할 수 있는 대회를 떠올렸다. 
1980년의 늦은 가을, 나느 보스턴육상협회(BAA)에 참가 신청서를 보냈다. 신청서는 거절되었다.  144
나는 첫 번째 신청서를 보낸 뒤부터 대회가 열리는 4월까지 열두번도 넘게 전화를 걸고 편지를 보냈다. 대답은 항상 같았다.
하지만 담당자는 한반 물러서, 우리가 뛸 수는 있지만 번호 없이 휠체어 참가자들 뒤에서 달려야 한다고 했다. 말하자면 비공식으로, 참가비를 안내고 그냥 뛰는 '도둑 마라톤'을 하라는 것이었다.  145

우리가 보스턴 대회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바로 우리 고향의 대회이기 때문이다.  153
한 기자가 "경기에 혼자 나와 달리면 아주 좋은 기록을 낼 것 같은데요. 혹시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요?"
아들 없이 달리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릭이 없다면 나는 달리기는 커녕 두 팔을 어디에 둘어야 할지도 몰라 쩔쩔맸을 것이다. 내가 달리기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들 릭 때문이었다.  156-157

1983년 8월에 열린 대회에서 한 선수가 다가와 우리에게 인사했다. 그는 데이브 맥길리브레이라는 사람으로 그때의 만남으로 평생의 친구가 되었다. 당시 그는 철인3종경기 선수였는데 미국 북동부에서 그 종목의 선구자로 통했다. 
그는 철인3종경기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제안 했다. 167
나는 시험 삼아 호수에 들어가 보앗다. 그런데 물에 뛰어들자마자 가라앉아 보렸다. 시험 삼아 해본 것치고는 가혹했다.  170
자꾸 연습을 하자 몸이 조금씩 뜨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5초도 못 참던 숨도 조금 오래 참아졌다.  171
나는 시상식 무대에서 몇 마디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팀 호이트의 진정한 승자인 내 아들 릭에게 공개적으로 영광을 돌릴 수 잇는 최초의 기회였다. 나는 당당하게 마이크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만일 릭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쯤 140킬로그램이나 되는 육중한 몸을 이끌고 어딘가의 술집을 어슬렁대고 있었을 겁니다."  178

1986년 캐나다 철인 연맹에서 풀코스 캐나다 철인3종경기에 우리를 초청했다.  181
수영 3.9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를 요구하는 철인 3종경기 풀코스.
1989년 하와이 코나에서 열린 '아이언맨 월드챔피언십' 해설을 맡은 아나운서는 열렬히 응원하는 관중과 우리를 향해 던져진 화환과 꽃다발, 그리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갖고과  그 앞의 결승선을 넘는 우리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27년 전, 호이트 부자는 오늘 이 순간까지 이어진 기다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이 길을 걸으며 두 사람은 현실에 당당히 맞서 싸웠습니다. 이들은 지극한 사랑으로 질곡의 삶을 가능성의 삶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194

참가한 경기가 너무 많아서 언제부터인가 일일이 기억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우리에게는 여러 곳에서 행한 수없이 많은 경기 기록이 있다. 우리는 시간을 들여 그것을 공식화하고 또 다른 도전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일이다.  201
결국 우리는 대륙 횡단에 나섰다. 1992년 여름, 러스와 아내 주디는 캠핑카를 타고 우리의 뒤를 따랐다. 릭과 나는 산타모니카에서 보스턴까지 6070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리를 한 달 보름 동안 달렸다.  202
우리는 45일 동안 6070킬로미터를 달린 뒤 보스턴으로 돌아왔다.  203
장거리 달리기 선수들과 자전거 선수들이 우리가 여행을 떠날 경우,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매주 하루나 이틀씩 쉬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계속 달리면 20일쯤 지났을 때 힘이 다 빠져 실패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하루도 쉬지 않고 달릴 작정이었고, 그렇게 하다 보면 45일 만에 미국 대륙을 완벽하게 횡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45일을 쉬지 않고 달려 횡단 여행을 마치려 했던 무모한 발상은 현실이 되었다.  204-205
릭과 나를 연결한 끈은 우리가 달리는 동안에 더욱 질겨졌다. 
2008년 10월 11일, 하와이 코나의 '2008 포드 아이언맨 월드챔피언십'에서 우리는 철인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207
2009년에 릭과 나는 우리의 1000번째 경기인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했다. 우리는 보스턴 마라톤이 1000번째 경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기다렸기 때문에 그 어느 대보다도 단단히 준비해 놓았다.  208

1993년 5월 16일 보스턴 대학 제120회 졸업식장. 릭은 특수교육 분야의 학사 학위를 받았다. 그것은 9년 만에 맺은 결실이자 릭이 온전히 혼자 힘으로 이루어 낸 승리였다.  216
릭은 편균 B학점의 성적으로 졸업했다. 누구이 덕을 보거나 특별대우를 받지도 않았다. 순전히 자기 혼자의 힘으로 이룬 성적이고 졸업이었다.  217
졸업식이 끝날 때까지 나는 연단 위 휠체어에 앉은 아들을 계속 바라보았다. 릭은 그 어느때보다 당당해 보였다. 누가 저 아이를 가리켜 가망이 없다고 했던가? 누가 저 아이더러 식물인간이라고 했던가? 연단 위의 릭은 눈부실 정도로 빛나 보였다. 그지없이 자랑스러웠다.  229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이들이 관련된 각종 행사에 참석해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특히 릭의 동생인 롭과 러스에게 제대로 아버지 노릇을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물론 아내 주디가 내 몫까지 맡아 훌륭하게 키웠지만 솔직히 나로서는 두 아들보다 릭에게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릭은 성장할수록 점점 더 어려운 문제와 맞닥뜨려야 하는 장애아이기 때문이다.  242

'Yes You Can(그래요, 당신은 할 수 있어요)'을 우리의 슬로건으로 삼았다.  256
많은 사람이 외모로 상대방을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러나 무엇을 하려는 의지나 신념은 몸이 아니라 마음에서 비롯된다. 릭은 그 사실을 분명하게 입증한 아이다.  266

2003년, 나는 예순셋의 나이로 주말마다 마라톤과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했다.
목구멍과 가슴 부위에서 간지러움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증상이 느껴졌다. 한 달 동안 간지러움이 사라지지 않아 진료를 받았다.
조엘 고어 박사는 내게 이미 몇 차례 경미한 심장마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장에 연결된 동맥의 95%가 막혀 있다고 했다. 그나마 달리기를 통해 건강을 유지해서 망정이지 그 렇지 않았다면 이미 15년 전에 세상을 떴을 거라는 말도 했다.그러고 보면 릭이 내 목숨을 구한 셈이었다.  
심장 수술을 했다고 멈추지는 않을 작정이엇다. 우리는 역경의 베테랑이었기 때문이다.  274-275
우리는 우승에 대해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완주하는 것에 행복을 느낄 뿐이다. 요즘 들어 계속 느려지긴 하지만 기록이 좋으면 금상첨화지, 그 이상의 의미는 두지 않는다.  277
2007년 6월, 릭은 남성 잡지 <멘스헬스>에 '아버지는 내게 어떤 존재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써서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릭이 우리 관계에 대해 그처럼 공개적으로글을 쓴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아버지는 단지 내 팔과 다리 역할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내 영감의 원천이고 내가 인생을 충만하게 살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 또한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사람이다."  279
나는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30년 동안 아들과 함께 달려왔다. 물론 우리는 앞으로도 달릴 것이다.  281
우리는 여전히 만족스럽게 잘 지내고 있다.
미국에 사는 여느 남자들과 다를 것이 없다. 나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내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 게다가 장애에도 불구하고 나와 함께 달리는 아들이 있다. 그동안 멀고 먼 길을 달려왔지만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영웅은 더더욱 아니다. 나는 한 사람의 아버지일 뿐이다. 내가 그동안 한 일도 그다지 대단하지 않다. 나는 그저 러닝화 끈을 동여매고 휠체어에 앉은 아들을 밀려 앞을 향해 달렸을 뿐이다.  282

에필로그 
한계를 규정짓는 어떤 말에도 귀 기울이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결코 포기하지 말라는 말도 하고 싶어요. 
사람들 모두가 알아주었으면 하고 바라는게 하나 있어요. 그것은 바로 "Yes You 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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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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