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고른건 옮긴이의 글에서 저자가 일주일 동안 공항에서 생활하면서 관찰한 기록이라는 내용을 보았기에 선택하게 되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저자의 책들을 검색하고 여러권들을 읽으려 마음먹은 후이기에 그 중에 먼저 보고 싶었던 책인것이다.
이 책이 먼저 읽고 싶은 책이 된 이유는 '여행'이라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여행은 행복한 단어이다. 나에게 만큼은.
내 여행은 조금은 독특하고, 모험적이기에 다른이들이 들으면 입을 다물지 못하기도 하고, 놀랍다는 표현을 한다.
여행을 통해 많은 통찰력을 기를 수 있었고, 포용력도 기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먼저 잡아야 하는 책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먼저 잡은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온 시점이 늦어졌기에 그렇다.

아무튼 여행은 나에겐 가장 행복한 시간 중에 하나라는 점, 그에 더해 여행의 시작과 끝은 항상 공항이라는 점이다. 
책을 읽기전에 공항에 대해 구석구석 설명이 되었을거란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면서 내가 여행을 통해 들렀던 공항이 몇 개나 되는지 꼽아보았다.
28군데의 공항을 들렀다. 그런데 이상한건 공항을 떠올리면 여러가지가 생각이 나긴 하지만 한 번도 공항을 살펴보았던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첫 여행을 떠날때 조차도 처음들어가보는 공항이었는데도, 그곳을 둘러보거나 관찰해 본적이 없었다.
떠날때는 목적지에 대해 생각을 했었기에 그러했던것 같고, 돌아올때의 공항에서는 여행의 피로와 마지막을 정리하기 위해 조용히 있었던 것 같다.(첫 여행지는 태국이었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만만한 금액이고 전 세계 여행자들의 집결지인 카오산로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도 다양한 나라들을 배낭여행으로 떠났으나 공항을 구경해 보았던 기억이 없다.
필요한 것이 있을때 면세점을 잠시 들렸다. 그것도 살것만 사기위해 찾아갔다. 그리고는 매번의 여행은 라운지에서 안락한 의자에 앉아 음식과 음료들을 먹으면서 무언가를 정리하거나 계획을 세우거나 했었다.
가장 최근에 갔다온 2011년 12월에도 이것이 다였다.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내용에 집중한것보다 내가 지나갔던 공항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는데 더 집중한것 같다. 
그렇기에 이 책은 그 어느 책보다 즐거움을 더 주었다.
그리고 모든 공항은 아니겠지만 구경해 볼만한 공항은 이제부터라도 구경을 하면서 관찰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안락한 여행은 크게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나인데(물론 휴양지를 선택했을때는 안락함을 추구한다) 지금까지 공항에서만큼은 안락하게 있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부끄럽기도 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이기도 하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느낀다.

굉장히 부럽다. 어떤 경로로든 작가는 공항을 내집처럼 누비며 제한구역까지 들락거리며 관찰하고 체험하였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나쳐가는 그곳에서 합법적으로 그렇게 지내면서 여유를 부리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는것이 부럽다. 

책의 내용중에 '여행자들은 곧 여행을 잊기 시작할 것이다'라는 표현이 있다.
우리는 지나쳐가는 공항을 거의 잊는다. 생각을 떠올리면 공항의 구조는 어떻고, 화장실은 어디고, 티켓팅 데스크는 어디며, 게이트는 어디인지는 떠올릴 수있긴하지만 공항이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관찰해 본적이 없기에 자신이 거치는 라인 이외에는 잊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기억하는 것들은 모든 공항들이 가지고 있고 형태도 비슷한 것들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여행을 가면서 여행지는 관찰하려고 눈을 부릅뜨기는 하지만, 나처럼 공항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한국의 인천국제공항은 규모면에서도 뒤지지 않는 공항이며 구석구석 이용객들의 편의시설들도 매우 많이 있다. 그럼에도 그 내용을 아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막상 공항에 가면 여러곳에서 안내 팻말을 통해 알려주고는 있으나 사람들은 공항 자체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기때문에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인간이란 동물은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관찰하고 알기위해 노력하는 맹점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에게 공항 자체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면에서만이라도 이 책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 한다..^^



나는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가 네로 황제를 위하여 쓴 <분노에 관하여(On Anger)>라는 논문, 그중에서도 특히 분노의 뿌리는 희망이라는 명제가 떠올랐다. 우리는 지나치게 낙관하여, 존재에 풍토병처럼 따라다니는 좌절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분노한다. 열쇠를 잃어버리거나 공항에서 발길을 돌려야 할 때마다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열쇠가 절대 없어지지 않고, 여행계획이 늘 확실하게 이행되는 세계에 대한 믿음, 감동적이기는 하지만 무모할 정도로 순진한 믿음을 드러낼 것이다.  58-59

"죽음을 생각하면 우리는 무엇이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향하게 됩니다. 죽음이 우리에게 우리가 마음속에서 귀중하게 여기는 삶의 길을 따라가도록 용기를 주는 거죠."  119

"이 세상의 노고와 소란은 다 무엇을 위한 것인가? 부, 권력, 탁월한 위치를 추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애덤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1759)에서 그렇게 묻고 스스로 대답을 했다. "공감하고, 만족하며, 찬동하면서 곤찰하고,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는 대상이 되기 위해서이다."  123

세계의 익명의 공간들을 헤매고 다니는 동안 우리가 보통 취하는 엄숙하게 경계하는 태도를 곧바로 버리는 것은 무모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흼한 미소를 지을 여지는 남겨두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187

우리는 우리가 찾아갔던 여행지들에 부탁할 수도 있다. "내가 더 관대해지고, 덜 두려워하고, 늘 호기심을 느끼도록 도와줘. 나와 내 혼란 사이에 틈이 벌어지게 해줘. 나와 내 수치감 사이에 대서양 전체를 넣어줘." 지혜로운 여행사라면 우리에게 그냥 어디로 가고 싶으냐고 물어보기보다는 우리 삶에서 무엇을 바꾸고 싶으냐고 물어볼 수도 있을 텐데.  201

승객들이 도착 라운지에서 여행을 마무리하고 있을 때, 위층의 출발 라운지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새로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3

여행자들은 곧 여행을 잊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잊는다.  205


옮기고 나서
알랭 드 보통에게 조금만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에게 공항이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지 알 것이다. 돌이켜보면 클로이를 처음 만난 곳도 비행기 안이 아니었던가. 실제로 공항은 여행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기도 하고, 각 사람의 지위와 그에 따른 불안이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며, 현대 건축의 백미이기도 하고, 일의 기쁨과 슬픔이 녹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니 화성인이 온다면 구경시켜 주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장소로 공항을 꼽는다는 저자의 말은 전혀 농담이 아닌 것이다.  213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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