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여행, 이토록 무의미한 아름다움이여.
여행은 우리 마음속에 아름다움이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새벽 안개 가득한 거리, 홀로 걸어가는 노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였던 비엔나의 11월. 내겐 마음이 아직 남아있구나. 나를 글썽이게 만드는 이토록 무의미한 아름다움이여.
여행을 하며 나는 세상과 상관없는 일이 되어 가고 있다. 폭포는 끝없이 낙하하고 폐허는 점점 아름다워지고 있다.
어쩔 수 없잖아요. 우린 모두 처음 살고 있으니까요.  5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건
‘잘해 보자’, ‘열심히 해 보자’ 이런 게 아니라
조금만 너그러워 지자.
어제보다 하루만큼 더 살아왔으니까 말이다.  15

파이팅!!! 같은 건 하지 말자.
그런 거 안 했지만 우린 지금까지 열심히 잘 달려왔잖아.
최선을 다하려고도 하지 말자.
그것도 하루 이틀이잖아.
매일매일 죽을 힘을 다해 달리려니까 다리에 쥐 난다.
지친 것 같다.
조금은 적당히.
조금은 대충대충.
좀 걸어 보는 건 어떨까.
걸으며 손도 잡고 주위도 돌아보고 그러자.
오늘부터는 하고 싶은 것들을 조금씩 하면서 갖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가져가면서
생각하고 싶은 것들을 더 많이 생각하면서.  25

나는 좀 더 외로워져야겠다.
안개 뒤에서
길 위에서
불꺼진 창문 너머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1000번 광역 버스 안에서
더블린, 카이로, 루앙프라방, 도쿄 혹은 사파에서.  75

허물어진 사랑은 허물어진 대로
그대로 두겠다.
어쩌면 그것 또한 보기 좋을 것이니.  76

우리가 경험하는 여행은 논픽션이지만 우리가 추억하는 여행은 픽션이다.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은 멋지게 이륙하는 비행기의 가벼운 각도다.
아쉬운 건 우리가 여행을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의 여행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여전히 수백년 전의 여행자들과 같은 방식으로 여행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분명 매혹적인 일이다.
여행자는 생의 비밀을 엿보고 싶어하는 자들이다. 그들은 어떤 이즘(ism)을 설득하고 성취하기 보다는 그것을 살아버린다. 그래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여행과 음식, 숙소, 길, 삶의 태도와 방식에 대한 편견은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그들은 그것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 스스로 얻어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언제나 새로운 좌표를 만들어 왔다. 해안선을 넓히고 고도를 높였다. 시간을 확장하고 공간의 깊은 곳을 탐색했다. 지도를 만든 것을 그들이다.

여행, 그것은 삶과의 달콤한 밀월을 즐기는 일이다.
우리의 여행이 서사를 장착할 필요는 없다. 교훈적일 필요는 더더욱 없다. 그건 각설탕 같은 것이다. 넣어도 그만 안 넣어도 된다. 우리의 여행은 단지 생의 체온을 조금 높이는 정도면 충분하다.
‘즐기고 탐닉하라’ 이것이 여행자의 첫 번째 행동강령이다.
여행은 고백의 한 양식, 익명적 중얼거림, 세상에 대한 깊이 없는, 그래서 가벼운 그렇기에 유쾌한 찰나적인 긍정.
여행이 자신을 위해 많은 일을 해 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마라. 그러나 여행만이 해 줄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다고 믿어라.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우리는 처음 보는 생의 풍경을 문득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겁먹지도 말고 망설이지도 마라. 그 풍경은 당신을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니까. 우리는 단지 설레기만 하면 된다.
누구나 자기만의 환상을 좇아 여행을 떠난다. 어떤 이는 환상을 깨기도 하고 어떤 이는 환상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어떤 것이 옳다고는 할 수 없다. 여행은 순전히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행은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던 시간과는 전혀 다른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일이다. 그 시간 속에 슬며시 심장을 올려놓는 일이다.

길과 가장 잘 사귀는 방법은 외로움과 친구가 되는 거야.
나이가 든 여행자들을 존경하라. 그들 대부분은 인생의 교훈을 체득한 이들이다.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어, 혹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 여행을 시작한 이들이다. 이들은 낯선 풍물을 보며 신기해하지도 않고, 여행지에서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기대 따위도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여행을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은 것이다.  
여행이란 생에 골몰하는 가장 유익하고 헌신적인 방법, 생과의 가장 완벽한 열애.
여행은 언제나 실패다. 성공적인 여행은 없다. 우리는 실패를 경험하기 위해 기꺼이 여행을 떠나고 그 실패는 즐겁다.
이번 여행을 통해 당신이 긍정을 배웠으면 좋겠다.  139-141

여행의 정석
가장 빠른 달팽이처럼.  143

모든 여행은 아름답다. 아름다워야 한다. 현실의 반대말은 비현실이 아니라 여행이다. 여행작가는 그렇게 믿어야 하며 여행작가의 가장 소중한 책무는 여행에 대한 로망을 최선을 다해 보여주는 것이다. 전쟁터 같은 현실에서 독자를 피신시기는 것이다. 세상은 더 이상 외롭지 않고,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지평선 너머에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방법을 찾는 것은 커다란 배낭을 지고 두 발로 뚜벅뚜벅 걸어 지평선을 넘어가는 것밖에 없다는 것을 사진과 글로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물음 : 여행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나요?
답 : 아, 이건 너무 어려운 질문이네요.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가지고 있던 것들이, 놓치기 싫어 그토록 손에 꽉 쥐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손에 쥔 모래알처럼 별것 아니었다는 것. 아마도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그 사실을 몰랐을 것입니다.  176

물음 : 훌륭한 여행이란 어떤 것일까요?
답 : 그런게 있을까요? 단지 취향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모험을 하든, 쇼핑을 하든, 미술관을 가든, 하루 종이 ㄹ호텔 수영장에 드러누워 햇빛을 쬐든, 타인의 여행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는 좀 그렇군요. 여행은 그냥 여행이지 ‘훌륭한’ 여행이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하다는 것, 과연 ‘누구’에게 훌륭한 것일까요? 훌륭한 여행보다는 좀 더 사려 깊은 여해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177-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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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들은 대부분 외롭고, 외로운 것들은 대부분 아름답다.
혼자이어야만 닿을 수 있는 곳이 있다.  12

다들 시간이 공평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누구는 열 두 시간 동안 생계를 위해 일하고 여섯 시간 동안 자고 여섯 시간 동안 피곤해서 멍하니 아무것도 못하지만 어떤 사람은 하루 종일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한다. 우리에겐 같은 시간이 주어져 있지 않다.
뭔가 잘못 되었다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많이 잘못되어 있을 때다. 바로잡기가 힘들다. 니체였던가. “살아야 할 이유를 갖고 있는 사람은 살아가는 모든 방식을 견뎌낼 수 있다”는 말을 한 사람이. 그렇지만 우린 너무 많이 견뎌 왔다. ... 남을 견디는 것과 외로움을 견디는 것. 어느 것이 더 견딜 만한가.  14

잘못된 길이 지도를 만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행운을 만나는 건 언제나 낯선 길 위에서고 우리를 자라게 하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실수했다고 다그치지 말아 주세요. 대신 응원해 주시면 안될까요. “괜찮아”하고 말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응원이 실수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들어 주니까요. 낭비라고도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요. 조언은 감사합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조용히 지켜봐 주든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모른 척 해 주시든지.  27

선인장의 가시는 잎이 변해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사막이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었던 것이죠. 넓은 잎으로는 수분 증발을 막을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살다 보니 우리도 점점 선인장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릴 적 환한 햇살을 듬뿍 받아들이던 넓은 잎들은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거치면서 어느새 뾰족한 가시로 변해 버렸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상처받을까 싶어 가까이 가기가 두렵고 가까이 오는 사람도 상처가 될까 마냥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32

더 가지고 싶지만 더 가질 수 없는 하루라는 카드. 하루에 하루만큼씩 꼭 사라지는 하루.
그래서 사랑하는 거다. 시간은 언제나 우리 편이 아니고 우린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으니까. 사라져 가고 있으니까. 사랑이 아니면 이 공허와 허무를 견딜 수 없으니까.  49

우리는 맨발로 해변을 걷는다. 서로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다. 가끔 발걸음을 멈추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어둠 속의 바다를 응시하다 보면 어느 천사가 않아 커다란 눈으로 우리를 바락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너희들은 손을 꼭 잡고 그렇게 오래도록 잘 살아라.’ 우리를 지켜주는 천사를 만나는 일, 확인하는 일, 그것이 어쩌면 여행이 아닐까.
하루키가 말했다. “작가는 소설을 쓴다-이것이 일이다. 비평가는 그에대해 비평을 쓴다-이것도 일이다. 그리고 하루가 끝난다. 각기 다른 입장에 있는 인간이 각자의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사람과 식사를 하고, 그러고 잔다. 그게 세계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지켜야 하고 돌아갈 단 하나의 세계가 있다면 그곳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53

사랑을 더 새롭게 하는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더 많이 사랑하는 것밖에는.
사랑을 배우는 유일한 방법은 사랑하는 것 아닐까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네요.  
그러니 사랑하도록 합시다.
어차피 사랑하는 것이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좋은 거잖아요.
어차피 후회할 거라면 사랑하고 나서 후회하는 게 낫잖아요.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가지면 더 좋잖아요.
당신은 여전히 미지의 방향에 있고.
오늘도 나는 더듬거리며 당신에게로 향합니다.  56

카페에 앉아 물끄러미 내 손을 바라보고 있다. 어느 겨울 당신을, 차가운 손을 덮어 주던 그 손이 지금은 식은 커피잔을 쥐고 있다. 우리는 사랑이 오는 건 보지 못하지만, 가는 건 끝까지 지켜본다.
이별이 슬픈 건 네가 울고 있을 때 내가 그 자리에 없다는 것이다. 빈 자리를 보는 것이 제일 슬프다.
이별 후에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고 이별 후에도 많은 생이 남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낭비된 시간도 없고, 낭비된 마음도 없다. 모든 인연은 몸속 깊이 새겨진 채 우리의 남은 날들을 작동할 것이다. 나는 여기에 살고 있고 당신은 거기에서 살고 있을 뿐이다. 그게 이별이다.  86-88

다들 젊었을 때 전력 질주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낙오한다고 하지만, 솔직히 말해 어쩌면 우린 출발선상에서부터 이미 낙오해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전력 질주하고 있는 사람들도 뭐 때문에 전력 질주를 하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달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인생은 길고 지루한 싸움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력 질주할 수는 없는 거죠. 전력 질주해야 할 때가 있고 천천히 걸어야 할 때도 있고 그늘에 앉아 쉬어야 할 때가 있는 겁니다. 지금이 꼭 전력 질주해야 할 때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겁니다. 도끼날 이론이라는 게 있습니다. 하루 종일 나무만 베는 사람보다, 중간중간 쉬면서 날을 가는 사람이 결국 나무를 더 많이 벤다는 것이죠.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은 가만히 서서 주위를 둘러보아야 할 때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건 지금하고 있는 일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약간의 각오와 약간의 여유, 그리고 즐겨 보자는. 마음가짐.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인생은 우리 뜻대로 되는 게 아니고 우리에겐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아 있으니까요. 길게 보자고요.  94-97


원고지 1,000매를 쓰는 방법은 일단 원고지 1매를 쓰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1매를 쓰고 또 1매를 쓰고, 1,000매가 될 때까지 1매씩 쓰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목적지에 닿기 위해서는 왼발 앞에 오른발을 두고 다시 오른발 앞에 왼발을 둬야 합니다. 이걸 무수히 반복하다 보면 결국 목적지에 닿게 되죠.
원고지 1,000매를 쓰기 위해서는 일단 원고지 1매를 써야 합니다. 그리고 또 1매를 쓰고, 또 1매를 쓰고, 또 1매를 쓰고.... 1,000매가 될 때까지 1매씩 쓰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목적지에 닿기 위해서는 왼발 앞에 오른발을 두고 다시 오른발 앞에 왼발을 둬야 합니다. 이걸 무수히 반복하다 보면 결국 목적지에 닿게 되죠.
끊임없이 원고지 1매를 쓰는 일, 매일매일 오른발 앞에 왼발을 두는 일. 그것을 우리는 작업이라고 부릅니다. 작업은 꾸준히 행해져야 합니다. 기계처럼 작업하는 사람을 우리는 작가라고 부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쓸 수 있을 때는 그 기세를 몰아 많이 써 버린다. 써지지 않을 때는 ‘쉰다’라는 것으로는 규칙성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타임카드를 찍듯이 하루에 거의 정확하게 20매를 씁니다.”
소설가 이언 매큐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사무원처럼 일합니다. 다른 몇몇 작가들은 이런 식의 설명을 모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걸 받아들입니다. 저는 마치 사무원처럼 일해요.”
소설가 필립 로스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하루 종일 글을 씁니다. 아침, 오후, 거의 매일 글을 씁니다. 제가 2년 내지 3년 동안 그렇게 앉아 있으면, 마침내 한 편의 작풉이 완성되지요.”
꾸준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계속하다 보면 내 앞에 뭔가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뭔가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 그것만큼 설레고 근사한 일이 있을까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어느 날 당신 앞에 나타난 ‘작품’은 당신이 지난 3년 동안 만들어 왔던 것입니다. 그것이 당신 앞에 그날, 비로소 등장하는 것이죠.
우리가 작가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하루에 100매를 쓰고 열흘을 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3년 동안 매일 10매씩 쓰는 사람을 우리는 작가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당신 앞에 불현듯 등장하는 그날까지 당신은 고독할 것입니다. 외로울 것입니다. 때로는 절망 속에 허덕일 것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계속 써가는 수밖에요. 네, 맞습니다. 작가를 그런 직업입니다.
꾸준함이 당신의 실수를 줄여줄 것입니다. 복서는 상대방의 펀치가 날아오면 습관적으로 몸을 비틀어 피합니다. 말벌은 날아오는 곤충에게 기계적으로 침을 쏩니다. 고민하거나 망설이지 않죠. 그래서 실수가 없습니다.
꾸준한 작업을 위해선 컨디션 관리가 기본입니다. 일의 특성상 프리랜서는 생활이 불규칙해지기 쉽습니다. 밤샘하고 다음 날 늦게 일어나거나 아예 밤을 새는 경우가 많죠. 이런 리듬으로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아침밥을 먹고 야채와 과일을 섭취하고 날마다 조깅을 해야 하죠. 그리고 정해진 시간 동안 서재에 틀어박혀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하고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야 하죠. 루틴을 만들지 않으면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작가는 로망이 아니라 현실이거든요.
우리가 만들어낸 작품이 모두 만족스러울 수는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할 확률도 생각보다 낮아요. 루틴을 만들지 않으면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의욕도 떨어집니다. 소득면에서도 좋지 않습니다. 내일 작업량을 위해 오늘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사람이 10년이고 20년이고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에게 작품은 ‘해야 할 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109-112

우리는 거절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절을 못하는 사람을 많이 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때 거절했어야 했어’ 하며 전전긍긍한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제가 할 수 없는 일입니다’하고 딱 잘라 거절했어야 했습니다. 그랬더라면 걱정의 낮, 불면의 밤을 보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말입니다.
거절을 못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착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갈등을 만드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하고요. 이들은 가끔 잠수를 탑니다. 연락이 되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게 할 때가 많죠.
아마 상대방도 무리한 부탁일 거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 당신에게 부탁할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이며 자기 이익만 챙기는 사람입니다. 당신이 시간과 노력을 허비해 가며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어도 당신에게 돌아오는 건 ‘년 역시 좋은 사람’이라는 입에 발린 말뿐일 겁니다. 이들에게 내 사정을 들어가며 거절해 보아도 ‘변했다’는 원망뿐일겁니다. 이런 사람들과는 사이가 틀어져도 괜찮습니다. 그들에게는 차라리 나쁜 사람이 됩시다.
우리가 행복해지는 첫걸음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않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거절은 나를 더 이상 소모시키지 않는 권리이자 최선의 방법입니다. 거절을 잘할수록 인생이 편해집니다. 134-135

여행을 할 때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다니!’하는 놀라움을 느끼고, 그것이 바로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하는데 ...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했듯, 어딘가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그게 우리가 문을 열고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164

후회할 각오가 되어 있고 견딜 자신이 있다면 저질러 보는 게 낫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이 이 세상엔 분명히 있으니까. 세상은 우리가 다가가지 않으면 진면목을 보여 주지 않는다. 여행이 가르쳐 주는 건 언제나 한 가지다. 저질러라, 그 다음에 생각하라.  177

시간을 가장 잘 사용하는 방법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과 여행을 떠나는 일이라는 것.  200


여러 지표상으로 부탄은 가난한 나라다. 1인당 국민 소득이 2,800달러 남짓밖에 되지 앟는다. 하지만 하루 이틀만 부탄을 겪어 보면 이들이 가난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가파른 산등성이를 따라 지그재그 이어지는 도로는 포장 상태마저도 엉망이지만 서두르는 법 없는 부탄 사람들은 도로 사정이 나쁘다고 여기지 않는다. 나쁜 도로 사정을 탓하는 건 오직 관광객들뿐이다. 히말라야에서 쏟아져 내리는 풍부한 수력으로 전기를 만들어 인도에 팔고 그 돈으로 모든 공산품을 수입해서 쓴다. 그러니 미세 먼지나 공해 따위를 걱정할 이유가 없다. 관광 산업에서 얻는 수익은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를 실시하는 재원이 된다. 여행하는 외국인들도 똑같은 혜택을 받는다. 1999년 부탄의 국가 행복지수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행복을 보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탄 행복 연구소’도지ㅔㄴ졸 소장은 “부탄은 국민의 행복을 모든 정책의 중심에 놓고 국가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어떤 정책도 ‘국민 행복’과 부합하지 않으면 시행하지 않는다. 실제로 모든 정책은 10~15명으로 구성된 ‘국민 총행복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총점 78점을 얻지 못하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헌법에 숲 면적을 국토 면적의 60퍼센트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 나라가 부탄이다. 4대 국왕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는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고 의회 민주주의로의 이양을 선택했다. 그결과 2008년 총선이 실시되고 지금은 총리가 수반이 돼 부탄을 통치하고 있다. 하루 7시간 노동도 철저히 지켜진다. 우리나라와 부탄 중 어느 나라 사람들이 더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까.  204-205

다치바나 다카시는 그의 책 <사색기행>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역시 이 세상에는 가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 직접 그 공간에 몸을 두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다. 그런 감동을 맛보기 위해서는 바로 그 순간에 내 육체를 그 공간에 두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206

제 자리가 있다면 어떤 방향일까.  242

여행은 생일 잊는 그리고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 253

운명은 언제나 우리를 괴롭히는 것 같습니다. 괴롭히는 것, 그게 운명의 운명 같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어두운 곳으로 자진해서 걸어 들어갑니다. 무릎을 웅크리고 혼자 있습니다. 어둠을 겪어 보지 않고서는 빛을 알 수 없는 법입니다. 마음속에 어둠이 없는 자는 세상을 건널 수 없습니다. 여행은 내가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입니다. 사랑은 내가 가진 어둠을 당신과 나누는 일이구요. 이만큼 살아 보니 알겠습니다. 친구 따윈 필요 없더군요. 책과 음악, 그리고 어둠 한 줌이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인생입니다.  265

아그라탈라에서 사흘을 머물고 떠났다. 기차가 출발할 때 이 생소한 도시에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이곳의 풍경 속에서 다시 차를 마시고 이곳의 사람들과 다시 미소를 나눌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까지 여행하는 인생을 살며 ‘다시 오게 된 이곳’이 얼마나 많았던가. 기나긴 기차의 기적 소리를 들으며 나는 분명 이곳에 다시 오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나는 애초에 떠나가지 않았던 것처럼 보통의 걸음으로, 태연한 미간으로 이 저녁에 다시 앉아 있게 되겠지. 달은 보름에 가까워 똑같은 각도에서 이마를 비추겠지. 그러니까 요행은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만드는 일이고 그래서 여행은 사랑과 비슷한 것 아닐까.
‘다시’라는 말. 다시 오게 될 것이고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예감. 피리 소리처럼 가느다란 그 희망과 예감이 우리를 길 위에 올려놓고 우리는 밤새워 기다리게 한다. 모든 꽃들이 시들고 모든 풍경이 사라져도, 세상의 모든 잠언들이 인생이 덧없다고 속삭여도, 나는 다시 돌아올 것이고 나는 인생을 이어갈 것이다.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다.  268-269

결국 공항이다. 어디론가 가기 위해 나는 서 있다. 쓰고, 읽고, 떠나는 일이 내겐 다 참고 견디는 방식이다. 여행은 생을 잊는 가장 쉬운 방법. 나는 무심한 세계에 있고 싶다. 카페와 호텔을 전전하는 삶이고 싶다.  291


여행은 우리 생이 만남보다 작별로 가득하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작별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지만 그래도 더 오래 여행을 하며 늙어갔으면 좋겠다.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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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같은 건 애초부터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우리가 사랑하는 것만큼 우리는 사랑받지 못했고 별자리는 내가 손 닿을 수 없는 곳에서만 아름다웠으니까.
우리는 생활 앞에서 언제나 난처했고 우리가 잘 살고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뜨겁던 청춘은 지나가버렸고 버스는 손을 흔들어도 다시 돌아오지 않았지.
더 슬픈 건 청춘에 대해 미련이 없다는 것.
떠나간 버스를 아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지.
하지만 어떡해? 다시 길을 나서는 수밖에.
마치 그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라는 듯 배낭을 꾸리고 신발끈을 동여맸지.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는 거야.
당신은 언젠가 나를 살랑하게 될 것이고 별빛은 나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고 생할은 언젠가 나를 안아줄 것이고
청춘.....
그래, 청춘은 지나갔기 때문에 식어버려 재만 남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지.
그리고 지금, 나는 다시 버스를 기다리고 있잖아?
행복이 오지 않을 땐 우리가 그것을 만나러 가야지.  14-15

 

그러고 보니 우리에겐 수천만 원이 든 통장도 자동차도 그다지 쓸모가 없구나.
우리를 위로해 줄 음악과 책, 우리 몸을 감싸줄 티셔츠 몇 장.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구나.  23

 

짙은 라오 커피 한 잔과 바삭하게 구운 바게뜨가 당신의 식탁 위에 차려져 있다....
책장을 펼쳐 어젯밤 밑줄을 그어놓은 부분을 다시 한 번 천천히 읽는다.
메모를 하며 '내 삶의 제목을 정한다면 무엇일까?'하고 잠시 생각해 본다.
책을 내려놓고 당신은 나이프를 들고 바게뜨에 치즈를 바른다.
바게뜨는 이제 알맞게 식었다...
이제 막 도착한 여행자들이 커다른 배낭을 짊어지고 지나간다.
그들은 당신을 향해 미소를 건네고 당신 역시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짓는다....
당신은 이런 아침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28-29

 

루앙프라방에 석 달째 머물고 있는 중년의 캐나다인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왜 사람들은 루앙프라방을 떠나기 아쉬워할까요?"
내가 묻자 그가 대답했다.
"아마도 이곳에서 시간의 실페와 마주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언제 시간과 진지하게 마주한 적이 있었을까. 우리는 시간 앞에서 옹졸했고, 급했고, 주저했고, 불안했고, 고독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들은 루앙프라방에 와서 비로소 시간이 어떻게 느리게 흘러가는 지를 알게 된 거야. 시간을 소비하는 진정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거지."
시간을 소비하는 진정한 라이프스타일.
나는 그 멋진 말을 곧 실감할 수 있었다.  33

 

아무도 'see you again'이라고 하지 않았다.
우리는 다만 스쳐가는 사이였으니까...
우리의 우연은 거기까지였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41

 

우리에겐 생을 감상하고, 즐길 권리가 있어요.
내가 이곳으로 여행을 떠나온 건 그 권리를 찾기 위해서랍니다.  43

 

"제 이름은 틱 웃입니다. 열아홉 살입니다. 내년이면 정식 승려가 됩니다"
틱 웃이 빈 그릇을 치우고 돌아와 앉으며 말했다.
"당신에겐 길을 잃을 권리가 있어요. 당신은 여행자니까요."
"많이 두려웠죠? 누구나 낯선 장소에 홀로 있으면 외롭고 두려워지게 마련이죠."
"길을 잃었을 때 중요한 것은 절대로 겁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당황해서 여기저기 헤매다 보면 점점 더 미궁속으로 빠지게 되죠. 여유를 가지고 내가 왔던 길을 천천히 더듬다 보면 분명 가야 할 길이 보일 거예요."
"또 한 가지. 길에서 헤매는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제 갈 길을 찾기 위해, 더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하기 위해, 여기저기를 헤매는 것인지도 몰라요. 그러니 조바심 내지 마세요. 느긋하게 길을 가면 되요. 어쩌면 길을 잃는다는 것도 행운일 수 있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당신은 여행을 많이 했나요? 먼 곳으로 순례를 떠난 적이 있습니까?"
"아니요. 저는 한 번도 여행을 떠난 적이 없답니다."
"그런데 어떻게...?"
"여행도 삶과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이죠."
틱 웃은 내게 잠자리를 만들어주고 조용히 일어섰다. 피곤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의 일생은 길을 잃고 다시 찾는 과정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아니, 길을 잃고 싶어, 그리고 길을 잃으리란 걸 알면서도 길을 떠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잃은 길 위에서 어딘가에 있을 차가운 불빛 하나를 기대하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게 인생이 아닐런지. 그러기이ㅔ 모든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아둔하기만 한 것이 아닌지.
다음 날 아침, 떠나는 나를 향해 틱 웃이 말했다.
"모든 건 명확하지 않아요. 지도 역시. 자동차도, 컴퓨터도, 모든 것은 오류를 가지고 있죠. 우리는 언제나 길을 잘못 들까봐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길은 그렇게 만들어진다는 걸 잊지 마세요. 낯선 길을 헤매는 것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랍니다. 용기 있는 자들에게만 주어지죠." ...
내가 심호흡을 하며 힘껏 페달을 밟앗던 그 지점에 도착했다. 커다란 트라웃 나무가 무성한 잎사귀를 흔들며 나를 반겨주었다. 어때, 여행은 즐거웠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나는 트라웃 나무에 등을 기대고 지도를 살폈다. 우습게도 내가 틱 웃을 만났던 사원은 그곳에서 고작 6km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것 같았다. 걷는다고 해도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돌아올 수 있었던 거리였다. 나는 지도를 바라보며 틱 웃의 말을 떠올렸다."낯선 길 위에서 오히려 행운을 만날 확률이 높죠. 우리가 길 위에서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47-49

 

우리는 골목을 걸으며 골목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골목에 깃든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속삭인다. 누구는 이 골목에서 태어나 도시로 떠났고, 어떤 이는 이 골목에서 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또 다른 이는 이 골목을 평생 동안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았다. 골목은 여행자들이 자신의 비밀스런 이야기들을 세상 여기저기에 퍼뜨려줄 것을 알고 있다. 노인이 그가 목격한 생의 이야기들을 아이에게 들려주며 세월을 견디듯, 골목은 여행자의 발걸음을 유혹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견뎌가는 것이다.
감동 어린 여행기를 쓰고 싶은 여행자들이 골목을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행자들은 마치 자신이 모든 일을 겪은 듯 글을 쓰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가 골목에서 만났던 운전수와 아이들, 빵장수, 호객꾼, 여인, 걸인, 승려, 소매치기가 전해준 것들이다. 여행자는 골목에 얽힌 위트 넘치는 추억담, 골목이 들려주는 생생한 증언들을 인용하고 전달할 뿐이다.
골목에 관한 뛰어난 명상가인 어느 여행자는 세상이 어쩔 수 없이 신비로운 이유는 뜨거운 화산 때문도 아니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 때문도 아니며 바로 수많은 골목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수많은 골목이 있는 이유는 하나의 골목마능로는 이 세상의 신비를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지금 세상의 모든 골목이 그려진 지도를 만들고 잇다. 그건 어쩌면 우리 생의 비밀이 담긴 가장 은밀한 지도일지도 모른다.
가끔 생각한다. 아름다운 골목과 만났을 때 하염없이 걸어서 모퉁이를 돌아 골목 끝으로 사라지는 순간을!  72-73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고 느낀다면, 그래서 돌아가기 싫다면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면, 당신은 여행을 잘 하고 있는 것이다.  84

 

싸이(Ssay)는 스물 여덟 살. 툭툭을 운전한다....
싸이와 차를 마시다가 그에게 자신이 가난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냐고 물었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글쎄, 뭔가 부족한 것이 있다는 생각이 때땔로 들기는 하지만 특별히 가난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
"뭐가 부족하지?"
싸이는 골똘히 생각하더니 말했다.
"음, 아이들을 위한 병원과 학교, 세탁기.... 뭐, 이런 것들 아닐까? 그런데 초이, 부족한 것과 가난한 것은 뭐가 다르지?"
"부족한 건 단지 단지 불편한 것이고 가난한 건 그것보다 좀 더 슬픈 일이겠지."
싸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난 조금 부족할 뿐이야. 슬프지는 않으니까. 내가 세탁기를 가지고 싶은 건 아내가 빨래를 좀더 편하게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뿐이니까. 세탁기가 없다는 건 약간 불편할 뿐이지 슬픈 일이 아니잖아?"  98-99

 

세상은 살 만한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 지점에서 별이 뜨는 것 같아요.
우리는 그 별을 나침반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고요.
그래요. 우리 인생의 복선과 암시는 어딘가에 분명 숨어 있어요.
해피엔딩이든, 쓸쓸한 뒷모습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자기 인생의 정면을 관토할 사랑과 의지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걸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한 거죠.
난 삶 자체가 바뀌기를 원하고 있었고 그건 아주 절실했죠.
새롭게 시작할 이유는 그것으로 충분한 것 같아요.  131

 

"이봐, 초이. 여기 벽이 있어. 어떤 사람은 벽을 넘어. 어떤 사람은 그냥 뒤돌아서 가지. 어떤 사람은 벽을 부수고. 어떤 사람은 벽에 낙서를 해. 그리고 어떤 사람은 벽을 더 높이 쌓지. 넌 어떡할래?"
"글쎄..."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먼저 벽이라는 걸 인식하는 거야. 벽을 외면해서는 안 돼. 그건 가장 못난 인간들이나 하는 짓이지. 그런 다음 일단 부딪혀 보자구. 벽을 넘건, 뒤돌아서 가건, 낙서를 하건, 부셔버리건, 그건 그 다음 일이니까. 언더스탠드?"  154

 

내겐 저축도 거의 없어. 보험도 없고 연금도 나오지 않아. 나는 더 이상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종족이 아닌 거야.
누군가 내게 무섭지 않느냐고 물어보더군.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야. 하지만 살다 보면 자신이 이뤄놓은 모든 것을 걸어야 할 시기가 찾아오지. 그때 힘껏 내질러야 해. 발등에 축구공이 정확하게 맞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고. 앞 뒤 잴 필요도, 골대 따위를 가늠할 필요도 없어. 그냥 힘껏 내지르는 거야. 그 다음은... 어떻게든 되겠지. 어제 서른여덟 살이 됐어. 남자에게 서른여덟은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 늦은 아니는 아니야. 어쩌면 이전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들을 할 수도 있는 나이지.
운명은 어떤 시간과 장소에서 우리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어. 그것을 경험하고 나면 누구도 이전의 자신으로 되돌아갈 수가 없어.  167

 

우세요. 실컷 우세요.
우는 게 부질없으면 인생도 부질없어요.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나서 가장 인간답게 사는 순간은 눈물을 흘리는 그 순간이거든요.
울다 보면 당신 안의 짐승이 달아날 거예요.  169

 

"여기서 행복해?"
"행복해."
"어떤 점에서?"
"걱저이 없어. 그러니까 행복하지. 여기 와서 깨달은 건 행복이란 걱정이 없는 상태라는 거야."
더 좋은 것에 대한 욕심이 없으니까, 더 많은 돈이 필요없다고.  183

 

"네가 알고 있는 루앙프라방 사람들에 대해 말해 줘."
"이렇게 말해도 될런지 모르겠지만, 음, 그들은 계획이 없어. 아니, 계획을 세우는 것데 대해 무관심해. 내가 그들에게 '자, 우리 이렇게 계획을 세워서 이렇게 이렇게 해봅시다'하고 말하면 그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왜 굳이 그렇게 해야 하냐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지."
"왜일까?"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이들은 자신보다 많이 가진 자들을 부러워하지 않아. 그저 많이 가지고 있구나 하고 생각해 버리지."
"그런 걸 낙관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 분명한 건 이젠 내가 그들에게 익숙해져 버렸다는 거야. 나 역시 가끔 이런 걸 왜 해야 하는 걸까 하고 생각할 때가 많으니까."
마이커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네가 이곳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 지금은 한 사람의 노력이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시대가 아니잖아. 그게 가능했던 때가 있었지만 그건 노스탤지어일 뿐이야. 그리고 난 그냥 하찮은 사람이야. 부조리하고 이기적이며 무책임한 수많은 사람 중에 한 명이지.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이곳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난 지금 나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 거야. 사람들이 그걸 봉사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생각하라지 뭐."  184-185

 

겨울 시린 꽃봉오리에서 뜨거운 꽃이 열리듯 살아내는 것 자체가 가장 다행한 일이다.
우리는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많고 사랑하지 못한 일들이 많다.
세상의 모든 길은 끝난 그곳에서 다시 시작한다.
당신의 뺨을 어루만지는 일이 이토록 소중한 일일 줄이야.
그리고 그것이 삶일 줄이야.  193

 

손이 가장 아름답게 보일 때가 언제인 줄 아세요?
손이 진정으로 필요할 때가 언제인 줄 아세요?
그건 바로 누군가를 쓰다듬고 어루만질 때랍니다.
당신의 손이 내 뺨을 어루만질 때 나는 진정되곤 합답니다.
공포와 슬픔과 불안과 아픔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답니다.  226-227

 

"여행을 하면서 고양이만 찍었어."
"대단하군, 그런데 왜 하필 고양이지?"
"그놈들은 여행자를 닮았어. 그들의 구부러진 등을 봐. 언제라도 떠날 준비가 되어 있어. 적당한 긴장감으로 휘어져 있지. 눈빛도 여행자와 비슷해. 저멀리 어딘가를 응시하는 것처럼 망연하다가도 곧 낯선 자를 경계하는 듯 날카롭게 바뀌지. 친해지는걸 두려워한다는 것 역시 여행자와 닮았어. 누군가와 지나치게 친해지면 떠나기가 힘드니까."  230

 

당신은 나를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그건 오해에 불과해. 저 비행기를 봐. 당신은 비행기가 만들어내는 이륙의 유쾌한 자세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착륙의 우울한 자세일 뿐이야. 나는 당신을 이해하려 애쓰지만 언제나 오해하고 있지. 별이 영원히 밝을 것이라는 생각은, 별에 대한 우리의 영원한 오해일 뿐이야. 그렇지만 우리에겐 오해가 필요해. 진심을 말하는 것도 이제는 지쳤어. 완벽한 균형 따윈 없어. 솔직히 말하자구 . 우리가 얘기하고 싶은 건 생활이잖아. 우리는 언제쯤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될까. 우리는 언제쯤 서로를 '완벽하게'오해할 수 있을까.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나의 오해를 오늘 밤만이라도, 제발, 이해해 줘. 부탁이야.  237

 

당신은 왜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지?
당신은 여행자니까요.
내일이면 떠나버릴 테니까요.
나만 혼자 남을 테니까요.  253

 

우리가 우너하는 것은 가까이에 있지 않다.
그것들은 멀리 있어서 반짝인다.
그래서 우리는 길을 떠나온 것이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최소한의 절망으로부터의 도피이기를.
내 삶에 대한 방황의 성실한 흔적이기를.
당신은 언젠가 나를 사랑하게 될 것이고 별빛은 나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고 생활은 언젠가 나를 안아줄 것이기 때문에...  263

 

당신이 처음 발을 디딘 이곳이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면
언젠가 이 강바람의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다고 느낀다면
마음에 드는 창문 아래에서 하루 종일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면
하루쯤 늦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차라리 마음이 편해진다면
옥상에 앉아 식어버린 커피를 마시며 달빛이 비치는 산을 올려다보는 그 시간이 좋아진다면
상대방을 향해 먼저 웃음 짓는 순간이 많아졌다면
지금 당신 곁을 스쳐간 그 사람이 3년 전 기차 칸에서 당신에게 어깨를 빌려주었던 그 사람일 것 같다면
그 사람을 다시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면
구름의 무게가 몇 그램이나 되는지 궁금해진다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이 고마워진다면
막혀버린 길보다 여러 갈래의 길 앞에서 더 난감해진다면
정들었던 게스트하우스를 떠나며 마음이 물끄럼 해진다면
버스 안에서 지도를 펼쳐놓고 골똘히 생각헤 잠긴 중년 남자가 멋있게 느껴진다면
그와 함께 차를 마시며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진다면
망고를 사고 동전 하나를 더 거슬러 받았는데 이 세상을 얻은 것보다 더 기뻤다면
나중에 동전 하나를 덜 거슬러 받은 걸 알게 됐는데 이 세상을 잃은 것보다 더 슬펐다면
우리 모두 무언가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갑자기 내 삶이 대책 없어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면
당신은 서서히 여행에 중독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267

 

노비스가 내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초이, 여기에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의 목록을 적어보세요."
나는 그가 건네준 종이 위에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의 목록을 적었다.
집, 차, 컴퓨터, 카메라, 책상, 청바지, 텔레비전, 티셔츠, 음반, 책, 냄비, 신발, 화분, 어항, 탁자, 의자, 옷장, 자전거, 오디오....
적다 보니 종이 한 장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적기에 이 종이는 너무 작아요."
그는 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더니 종이 한 장을 다시 내밀었다. 손바닥만한 작은 종이였다.
"이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의 목록입니다."
그 종이에는 옷 두 벌과 책 네 권, 신발 한 켤레, 수저 한 벌이 달랑 적혀 있을 뿐이었다.
그가 말했다.
"종이가 너무 작은 것이 아니라 당신이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요?"
"당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 때문에 당신은 행복했던 적이 있나요?
노비스가 물었지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니 내가 가지고 있던 물건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준 적은 없었다. 그것들을 사는 순간 잠깐 행복했을 뿐이었다. 물건을 사는 순간을 즐긴 것이지 물건 자체가 즐겼던 건 아니었다. 곧 싫증을 냈고 언제나 새로운 것을 갖고 싶었다. 
노비스는 내게 종이 한 장을 더 내밀었다.
"이제부터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의 목록으로 이 종이를 가득채워보세요. 나무 그늘의 위로, 당신에게 쉴 자리를 내어주는 배려, 아직 여행할 곳이 남았다는 기대감, 내일에 대한 희망, 작고 가난한 것들에 대한 존중, 갈증을 적셔주는 물, 나무의 씨앗을 키우는 햇빛, 당신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새소리.... 그것들을 하나씩 적어가다 보면 이 종이 한 장으로는 모자를 거예요. 그때 제게 다시 오세요. 종이는 얼마든지 더 드릴 수 있으니까요."  283-286

 

"우린 허들 선수야. 결승점에 닿기 위해서는 허들을 넘어야 해. 하지만 친구, 허들을 방해물이라 생각해서는 안돼. 허들은 너를 결승점으로 인도하는 안내자이기도 하지. 허들을 열심히 넘다 보면 어느새 결슬점이 네 앞에 있을 거야. 삶도 마찬가지야. 힘내라고!"  289

 

푸 타이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혹시 미래에 대한 걱정 같은 거 있어?
푸 타이가 말했다.
초이, 신이 내일을 만든 건 걱정하라고 만든 게 아니야.
준비하라고 만든 거지.
오늘은 내일을 준비하는 날이야.
내일 봐, 안녕.  297

 

노련한 여행자들은 삶에 대한 해답이 세상 여기저기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이 멈추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막을 건너는 일도 첫걸음부터 시작한다.
수천만 번의 걸으을 반복해 마침 내 사막을 횡단하는 것이다. 단숨에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를 지혜롭게 만드는 것은 모험보다는 경험이다. 진리는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관광객이 되지 마라. 여행자가 되어라. 관광객은 장소에 머무는 자다. 하지만 여행자는 장소에 묻힌 시간의 비밀을 발굴한다.
실패를 즐겨라. 신은 삶을 설계할 때 실패를 예정해 놓았다. 우리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가까이에 있지 않다. 그것들은 멀리 있어서 반짝인다. 우리는 그것을 얻기 위해 길을 떠나온 것이다.  303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반지금의 길이만으로 원의 둘레를 구하는 방법을 배웠고,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방법도 배웠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법도 배웠다. 시치미를 떼는 법, 모른 척하는 법도 배웠다. 난처해지지 않는 법도 배웠고 고마워하는 법도 배웠다. 말이 통하지 않을 때는 그냥 웃으면 된다는 것도 배웠다. 하지만 내가 배운 가장 소중한 진리는 우리는 모두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존재이며, 그리고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이다.  325

 

 

Posted by W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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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은 당신을..

당신의 생을 사랑하지 않는거지? 

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는거지?


여행은...

내가 나를...

꼬옥...

껴안는 일이라고 해두자...


여행을 가는건 

당신을 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의 기분 좋은 온도를 느끼는 일.


여행은 새로운 공간과 장소를 만나는 일이지만

새로운 시간과 조우하는 일이기도 하다.

공간의 새로움이 아닌 시간의 새로움을 느끼는 일

길 위에서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돌이켜보고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가늠한다.

그래서 여행은 당신은

여행을 떠나기 전의 당신과 

조금은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어떤 풍경 앞에서

어떤 사람앞에서

가슴이 떠리거나 

닭살이 돋을 때가 있다.

아직 다행인건 

내가 양복이나 가방 앞에서 그런 가슴 떨림이나 닭살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것.

나는 아직도 이과수 폭포의 굉음 앞에서

카파도키아의 석양아래서

인도 거리에서 만난 아이의 순수한 눈망울 앞에서 

가슴이 떨리고 닭살이 돋는다.

난 가끔 내가 여행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나면 여행할 기회가 찾아온다더군


삶이란 실수하고 만회하고

실수하고 만회하는 과정의 연속

그러니까 실수를 두려워하지마!


아무것도 가진것 없는 우리를 

돋보이게 만드는 건 어쩌면

약간의 과묵과 더 약간의 냉담인지도 모른다.


신문을 보고

잡지를 보고

TV를 보면

시위, 폭동, 기아, 전쟁...

세상은 점점 망해가는데

나는 이십분마다 한번씩 여행을 궁리하고 있다.


두근거림이 사라지기전 얼른 떠나세요. 설렘은 모든 불편을 감내하게 한답니다.


여행이란, 내 속의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끄집어 내는 일

바로 그걸 가능하게 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여행은 자신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투자이기도 하죠.


제게 청춘은 이십대 시절이 아니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달리던 그때가 내겐 청춘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그때 서른다섯이었습니다.


내가 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원칙은 단 하나다.

하기 싫어도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잘 할 수 없어도 좋아하는 일을 하자.

지금까지 이렇게 해 왔다.

글쓰기도, 여행도, 사진찍기도

모두 내가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 일은 아직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

물론 하기 싫은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단지 하기 싫은 '때'였을 뿐이다.

나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내가 남들보다 조금 다르게 할 수 있는 일. 그런일.

좋아서 하다보니 열심히 하게 됐고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나중에 그럭저럭 잘하게 까지 됐던 것 같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잘하는 일이고

그래서 즐겁다.

나는 지금의 일을 좋아하지 않을 때까지 할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거야.

행복은 다가올 일에 대한 걱정이 없는 현재의 상태!!


'옆자리 대화' - 스타벅스에 앉아 있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이들의 대화가 들렸다.

                     "그 사람이란 왜 헤어졌어?"

                     "뻔하잖아. 그 사람과 함께 했던 과거는 좋았지만 그 사람과의 현재는 불편했고,

                     그 사람과 함께해야 할 미래는 막막했어."

                     "그랬구나. 잘했어."


난 떠나겠어요.

당신을 잊기 위해 여행을 계속하겠어요.

당신을 그리워하기 위해 길을 가겠어요.


'오해 하나 더' - 난 널 싫어하는게 아니야.

                 단지 좋아하지 않는 것뿐이야.


나는 인간이 가진 가장 큰 능력 가운데 하나는 

웃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주어전 이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것.

마음껏 웃고 여행하라! Smaile & Traverl!


여행은 늘 새로운 아침을 보여주고

인생은 늘 새로운 외로움을 보여준다.


새로운 풍경을 본다는 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의견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더 좋은 여행자가 되기 위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조금만... 조금만 더...

조금만... 조금만 더... 애정을 갖고

조금만... 조금만 더... 움직이고

조금만... 조금만 더... 자세히 보고

조금만... 조금만 더... 웃어주고

조금만... 조금만 더... 귀를 기울이고

조금만... 조금만 더... 감탄하고

나는 아직 세상에 대해 모르는게 많구나!

조금만... 조금만 더... 겸손해지고

에잇, 그까짓거 뭐 일단 가보는 거지

조금만... 조금만 더... 대담해지고

난 이런거 없어도 돼. 조금만... 조금만 더... 심플해지고

내일로 미룰 수 있는건 내일로 미루자

조금만... 조금만 더... 게을러지자.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많지 않다.

여행은 이 소박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여행이 아니었다면 

아, 정말로 여행이 아니었다면 

나는 어떻게 그리워하는 것들을 만들 수 있었을까.


난 이제 나 스스로가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

나를 위해 운동도 하고 여행도 하고 그런다.

그러니 당신도 당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라.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내가 얼마나 희생했는지 알고 있어?'

우린 서로에게 이런 말은 하지 말자.


사랑과 여행에 공통점이 뭔지알아?

세상은 설명해주지 않지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거야.


'인생의 황금비율' - 인생의 90%는 리얼리스트로 살자.

                    나머지 8%는 모더니스트로

                              2%는 미치광이로

                              8%가 우리 인생을 즐겁게 해주고 2%가 우리 인생을 가능하게 해주지.


돈이 차고 넘쳐서 여행했던 적은 없었던것 같다.

항공료를 아끼기위해 5시간 거리를 14시간만에 가야했고,

숙박비를 아끼기위해 더운물도 나오지 않는

게스트하우스에 몸을 뉘어야 했지.

1달러를 아끼기위해 1km를 걸어야 했지.

언제나 돈에 쪼들렸지만 언제나 떠났어.

그런데 말이야 신기한건

일단 길을 나서면 모든 것은 '어떻게 어떻게' 해결된다는 거야.

돈이 없어 여행을 멈춘 적은 없었던 것 같아

10년 넘게 여행을 해 오면서.

여행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어떻게 어떻게' 정신.

그러니 너도 일단 시작해봐

어떻게 어떻게 되겠지.


여행중 길을 잃었을 때

길을 찾기 위해 지도를 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뭘까

그건 바로 지금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일.

사실 일 역시 마찬가지.

뭔가 잘못되어 간다고 느낄 때

이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땐

뭔해야 할지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을 땐

가만히 서서 자신의 주위를 돌아볼 것.


빵이 필요한자

사랑에 빠진자

그리고 여행이 필요한 자의 눈빛은 누구나 알아볼 수 있지

모든걸 걸어도 생이 아깝지 않다는 그런 눈빛.

간절한..

간절한...

간절한....


얼마나 많은 방법이 있는데... 

왜 

무슨일을 해결하는 데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여행의 본질은 피곤한 것이에요.

버스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고 비행기는 연착이죠. 

기차역은 언제나 표를 구하려는 이들로 북적이죠. 

예약한 숙소 문을 열 때 우리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건 커다란 바퀴벌레며, 

샤워장 바닥은 왜 물이 내려가지 않는 것인지...

여권은 어디에 뒀더라? 카메라는 오늘따라 고장이고 역시나 택시기사에게 바가지를 쓰고 말았군요. 

우리가 기대했던 여행지는 사실 별거 아니구요.

젠장 오늘 투어는 정말이지 엉망이었죠. 가아드는 대놓고 팁을 요구했구요.

소나기까지 내려 비에 흠뻑 젖고 말았죠.


네, 맞아요. 이런 게 여행입니다.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 차 있는 하루. 

여행은 그런 하루가 일주일 또는 보름, 혹은 일 년 동안 이어지는 일이죠. 

우리가 책에서 보아온 여행에 대한 빝나는 수사들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죠. 

하지만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요?

처음 가보는 낯선 땅에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그곳에서 모든 일이 자연스럽게 술술 잘 풀린다면 그게 오히려 잘못된 거죠.


참 이상한 일이죠. 이 모든 걸 감수하면서 우리는 다시 여행을 떠나니까요.




자신을 사랑하는 법

자신을 사랑하려면...

좀 뜬금없지만

책읽기와 하루에 원고지 3매씩 글쓰기, 여행을 해볼 것을 권장합니다.

(물론 제 방식입니다.)


책읽기는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10분이든 1시간이든 하루종일이든 책을 읽어보세요. 장소는 아무 곳이나 상관없어요. 혼자 고요히 앉아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이 꽤 괜찮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3매의 글쓰기, 글쓰기는 스스로를 상상하고 정리할 수 있게 해줍니다. 

주제는 상관없습니다. 일기도 좋고 영화평도 좋고 독서평이나 음악평도 좋습니다. 그냥 에세이 혹은 글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종류라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써보세요. 자신이 어떤 생각과 가치관, 세계관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자주 여행을 다니세요. 견문을 넓힐 수 있다.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 등등등...

여행은 수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죠. 이 모든 장점에 하나를 더하라면, 여행은 자신을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행은 우리가 모르고 있던 우리 자신-우리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고 어떤 취향을 지니고 있는지 자신의 현재 몸 상태는 어떤지 등등=에 대해 확실히 알려줍니다. 여행을 통해 자신을 관찰해보세요.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멋진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세가지는 우리를 좀 더 느리게 만들어준답니다.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는 어쩌면 우리가 너무 바쁘게 살기 때문에 생기는 건지도 모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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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같은 건 하지 말자.

그런 거 안 했어도 우린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잖아.

최선을 다하지도 말자.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매일매일 죽을힘을 다해 달리려니까 다리에 쥐난다.

지치려고 그런다.

조금은 적당히

조금은 대충대충

좀 걸어 보는 건 어떨까.

걸으며 주위도 돌아보고 그러자.  36


솔직하게 인정하자.

현실은 언제나 당신이 기대하는 것보다 엉망이고, 당신이 아무리 극진하게 살아도 당신의 생은 여전히 고달프고, 게다가 나아질 기미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떠나간 사랑이 돌아올 확률은 아파트 당첨 확률보다 낮다는 사실. 당신은 아파하고 슬퍼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이 지난한 생을 견뎌 내고, 살아 내는 까닭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식 하나쯤은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가장 흔하면서 손쉬운 방법이 아마도 여행일 테고, 그래서 당신은 여행을 작심하고 그 순간, 가장 먼저 바다를 떠올릴 테지. 눈부신 햇살, 광폭한 파도, 끊어질 듯 이어지는 아득한 수평선, 그 너머에서 불어오는 차갑고 짠 바람, 포구에 배어 이쓴 비릿한 생선 냄새, 그곳에서 뒹구는 사람들의 악다구니... 당신의 생이 잊고 있었던, 그래서 갈망했던, 촉각과 후각과 미각, 시각, 청각에 대한 몸서리치는 형용사들이 생생하게 우글거리는 바다. 그곳에서는 적어도 당신이 살아있고, 살아가고 있고, 또 살아가야 함을 어렴춧하게나마 깨닫고 확인할 수 있을 테니.

지금 당신은 겨울 바다에 가려 한다. 바다에서 꽁치 한 봉지를 사서 내일 아침은 따뜻한 쌀밥과 노릇하게 구운 꽁치를 식탁에 올리자. 당신은 먼 길을 달려 바다까지 왔으니까. 지금까지 그렇저럭 살아 냈으니까. 적어도 당신에게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꽁치 살을 바르며 이렇게 생각하자.

떠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며 꽁치를 구워 먹을 수도 있는 것, 그게 우리 삶의 리얼리티라고.

맹목적이고 본능적이고 속물적인 것. 그게 살이라고...

당신은 지금 피식, 웃음이 나오려 한다.  62, 65


우리가 여행을 감행하기 위해 거창하고 명확한 명분을 만들 이유는 없다. 여행이란 하루키가 말했듯, 그 남자 혹은 그 여자가 가방을 들고 표를 사서 어디로든 가는 것이고, 타인을 납득시켜야 할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사랑은 어쩌면 여행을 닮았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명확한 목적과 이유를 모른다. 단지 당신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104


나를 포함해서 제발 서른 넘은 인간들이여, 벤츠도 좋고 아이팟도 좋고 아르마니도 좋고 루이뷔통도 좋다. 그런거에 열광한다고 아무도 당신을 비난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차피 속물이니까. 그래도 이 세계를 조금 더 평화롭고 유쾌하게 만들 이데올로기 하나쯤은 가지고 살자. 그리고 그 이데올로기를 지키기 위해 하루에 1분 정도는 고민하자. 지금 이 순간, 며칠 전 지독한 몸살을 앓으며 본 어느 다큐멘터리가 떠오른다.  

무너져 내리는 빙하를 바라보던 북극곰의 절망적인 눈빛 말이다.  145


여행에 대한 몇 가지 서툰 잠언

 - 우리가 경험하는 여행은 논픽션이지만 우리가 추억하는 여행은 픽션이다.

 - 우리의 여행이 서사를 장착할 필요는 없다. 교훈적일 필요는 더더욱 없다. 그건 각설탕 같은 것이다. 넣어도 그만 안 넣어도 그만이다. 우리의 여행은 단지 생의 체온을 조금 높이는 정도면 충분하다. 

 - '즐기고 탐닉하라.' 이것이 여행자의 첫 번째 행동 강령이다.

 - 누구나 자기만의 환살을 좇아 여행을 떠난다. 어떤 이는 환상을 깨기도 하고 어떤 이는 환상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어떤 것이 옳다고는 할 수 없다. 여행은 순전히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 여행을 즐겁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외로움과 친구가 되는 것이다.

 - 여행은 언제나 실패다. 성공적인 여행은 없다. 우리는 실패를 경험하기 위해 기꺼이 여행을 떠난다.

이번 여행을 통해 당신이 긍정을 배웠으면 좋겠다.  206-207


여행의 정석 : 가장 빠른 달팽이처럼.  208


여행작가의 책무 - 모든 여행은 아름답다. 아름다워야 한다. 현실의 반대말은 비현실이 아니라 여행이다. 여행작가는 긇게 믿어야 하며, 여행작가의 가장 소중한 책무는 여행에 대한 로망을 최선을 다해 보여주는 것이다. 전쟁터 같은 현실에서 독자를 피신시키는 것이다. 세상은 더 이상 외롭지 않고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지평선 너머에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방법을 찾는 것은 커다란 배낭을 지고 두 발로 뚜벅뚜적 걸어 지평선을 넘어가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을, 사진과 글로 보여 주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216


모든 사물은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사진을 찍지 말고 대화를 하려고 해라.

겁먹지 마라.

상대방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당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

방법이 아니라 방식이 문제다.

당신의 찍는 방법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당신의 보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  222


훌륭한 여행이란 어떤 것일까요? 그런게 있을까요? 단지 취향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은 그냥 여행이지 '훌륭한' 여행이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여행보다는 좀 더 사려 깊은 여행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247


사랑에 관해 우리는 필사적이어야 한다고 썼다가

이내 생활에 관해 우리는 좀 더 필사적이어야 한다고 고친다.  280


일을 하면 할수록

철학과 스타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철학과 나만의 스타일을 지닐 것.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

이제 그럴 때가 됐다.  288


서른과 마흔사이 -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나이.

새로운 직장을 위해 이력서를 쓰기가 쑥스러운 나이.

자신이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나이.

혼자서 영화관 가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나이.

따뜻한 공기가 빠져 가는 벌룬처럼 서서히 추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나이.

로맨틱 코미디가 재미없어지는 나이.

차라리 판타지가 재미있어지는 나이.

영화는 단지 영화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되는 나이.

기율과 위계 의식과 연대 의식, 이런 것들에 대해 서서히 신경을 쓰게 되는 나이.

도대체 어찌할 수 없는 편견이 서서히 쌓여 가는 나이.

하지만 상대방의 편견을 존중하기는 어려운 나이.

일상을 뒤엎는 전폭적인 모험을 감행하기에도,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도 이른 어정쩡한 나이.

파격이 아니라 품격이, 파행이 아니라 고행이 필요한 나이.

음악, 미술, 사진, 문학, 패션, 음식의 취향이 자신을 말해 주는 나이.

죽음이란 게 그저 육체의 한 현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

자신이 지워지지 않는 얼룩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나이.

그래서 약간 우울해지는 나이.

뭔가 필요한 자질구레한 것이 많아지는 나이.

그리고 그것들의 가격이 점점 비싸지기 시작하는 나이.

서른과 마흔 사이

혼자 남겨지는 건 아직도 두려운 나이.  292-293


나이가 든다는 건 .... 자주 아픈 게 아니라, 아픈게 회복되는 시간이 더디다.  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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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포옹과 같아요' 라고 말하는 그가 내게 편지를 보내왔다.

"여행을 다녀오면 한 동안은 풍경의 잔상이 망막 속에 남잖아요.

  눈을 감으면 펼쳐지는 그때의 풍경들, 눈을 뜨고 있을 때조차 떠오르는 기분들...

  가끔은 여행자의 망망 속으로 들어가보고 싶어져요.

  그가 어떤 풍경 속을 걸어왔는지 어떤 심정으로 그 풍경 속에 있었는지 궁금해요.

  언젠가는 나도 그 풍경 속에 서 있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는 서로를 알지 못하지만

서로가 꿈꾸는 포옹 같은 여행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



일상에서 우리가 길을 잃는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그러한 시도 자체가 무모한 행위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우리가 길을 잃을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는 일이다.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부단한 의지의 실현이다.  31


서른? 글쎄... 서른 살을 특별히 의식하면서 살아오지는 않았어요. 스물 여덟 살까지 난 평범한 회사원이었지만 스물아홉 살부터 여행자가 됐죠. 서른 살에도 여행중이었고 지금은 서른한 살, 난 여전히 여행 중이에요. 음, 그러고 보니 어느덧 여행을 하며 3년이 지나갔네요. 23일 후면 서른 두 살이 되는군요. 여행을 하며 깨닫게 됐어요. 스물아홉이든 서른둘이든 마흔이든 그건 내게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아요. 지금 내게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에요. 중요한 건 내가 여행 중이라는 사실. 여행을하며 내 삶을 계속 만들어가고 있다는 거예요. 직장생활을 하며 삶의 지도를 그려 나가는 것이나 여행을 하며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나 뭐가 다르죠? 예전에 난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평범한 여행자에요. - 베이징에서 온 나나  134


행복에 겨운 그들의 얼굴을 보면 나도 저절로 행복해져요. 도쿄에서는 웃으며 걸어가는 사람을 보기 힘들거든요. - 도쿄에서 온 사사키  138


당신은 혹시 사무치게 가고 싶은 곳이 있으신지.  142


여행자들 : 차들이 엉켜 있는 복잡한 사거리에서 신호에 관계없이 횡단보도를 느릿느릿 자신만의 속도로 걷는 자들.  172


비현실적인 현실도 실재한다. 여행은 그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작업이다.  243


여행을 떠나오면 알게 된다. 우리는 반드시 돌아가야 할 존재라는 걸.  284


세상은 엉망이다. 

살 만하다고 악을 쓰지만 갈수록 엉망진창이 되어간다.

정신없이 취하기는 싫고 약간은 몽롱하고 싶고

그리고 어쨌든 견뎌야 하니까.

우리는 맥주를 마시고 여행을 떠나지.  305


지금까지 허송세월한 것이 아니라면 굵직한 기회 한두 번 놓쳐버렸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어.

기회는 언젠가 다시 오고 다시 움켜잡으면 돼. 어쨌든 죽기 전에 주지런히 움직여봐. 

기회는 내곁으로 다시 찾아온다구.

모든 것은 날 수 있어.  308


왜 어떤 장소는 사소한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것일까.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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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라는 곳에서 길을 잃을 때가 있다. 

당혹스럽고 주저거린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을 때가 간혹 있다.

매일 다닌 거리에서 길을 몰라 허둥대는 꼴이라니!

여행길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다. 아니, 길을 잃은 적은 많았지만 적어도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여행은 어차피 길을 잃는 의도적인 행위이고, 또 잘못들어선 길은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기도 하니까.  34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살아보자. 

오직 나 자신을 위해서만 삶을 낭비해 보자.  37


함께 맥주를 마시던 소설가 S가 내게 말했다. 선배는 지금까지 젊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 그런 것 같았다. S의 말처럼, 돌이켜보니 내 인생에서 청춘은 단 일 분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못 견디게 힘들었던 때는 있었지만 못 견디게 아팠던 때는 없었던 것 같다. 청춘이란 손톱 깊숙이 박힌 가시처럼 아픈 것일진대, 나는 단지 열심히, 그리고 힘들게 살며 세월을 보냈던 것뿐이다. 그러면서 청춘을 지나쳐 길의 어두운 저편으로 걸어왔던 것이다. 나도 모르게 늙어버린 나는, 클라이맥스 없이 지나온 나는, 갑자기 삶이 두려워졌다. 이미 늙어버린 얼굴로 찬란한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간단 말이냐.  43


잔소리 같지만, 인생은 끝까지 가려는 의지이다.

좋든 나쁘든, 살아남든 죽어가든.  55


너는 알고 있어.

이번 여행이 네가 기대했던 것보다 낭만적이지 않으리란 사실을.

여행은 스릴 넘치지도 않고 예상 외로 지루할지도 몰라.

어쩌면 네가 길에 발을 내딛느 그 순간, 집으로 돌아가 침대 위에 몸을 누인 

채 드라마를 보던지 로맨스 소설이 읽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넌 오랫동안 떠나기를 갈망해 왔잖아.

여정을 계획하고 설레어 했잖아.

여행을 떠날 거라고 네가 전화했을 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네 목소리는 반 옥타브가 높더군.

네 몸은 마치 지상에서 10센티미터 정도 떠 있는 것만 같았어.

넌 새 신발과 필기감이 좋은 노트와 손에 꼭 맞는 펜을 샀다고 자랑했지.

그리고 이 지긋지긋하고 남루한 일상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다며 안도 했어.

그래, 네 말이 맞아.

인생에서 여행보다 더 큰 해방감과 자유를 느끼게 해주는 것은 없어.

어쩌면 외롭고, 지루하고, 슬프고, 무기력할 때 우리가 달려가야 할 곳은 

차가운 바다이거나 끝없이 흘러가는 강물 곁인지도 모르지.

우리를 정말로 위로해 주는 것은 덜컹거리는 기차 칸의 시큼한 시트 냄새이거나,

'빈 방 있음. TV 욕실 완비. 깨끗함'이라고 적힌 모텔의 허름한 방일지도 몰라.

오늘 아침 베란다에 내놓은 선인장 화분이 말라 있는 걸 보았어. 

선인장 속에 들어 있는 물방울들이 모두 빠져나와 버린거야. 영혼이 증발한 거지.

그동안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을 했어.

화분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너무 오랫동안 물을 주지 않았어.

하루하루를 겨우겨우 연명해 왔던 것 같아.

언젠가 네가 말했지.

"매일 똑같은 증명사진을 찍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같다. 웃는 법을 잊어버렸어.

  머릿속은 텅 비었어. 고개를 흔들면 빈 깡통 소리가 나. 무언가 채워 넣어야 하는데 그게 뭔지를 모르겠어."

드디어 결심했군. 잘한 일이야. 네가 부러워.

하루가 됐건 일주일이 됐건, 아니면 한 달이 됐건 어쨌든 떠난다니 축하할 일이야. 

중요한 건 어딘가를 향해 떠난다는 사실이거든.

부디 멋진 여행이 되기를 바랄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번 여행은 낭만적이지도 않고 지루할지도 몰라.

위험할 수도 있겠지. 어두운 밤, 낯선 곳을 헤매게 될 수도 있어. 

누군가 네 가방을 들고 사라져 버릴지도 몰라.

"그래도 여행을 떠날 수 없다면, 우리는 마른 수건처럼 따분한 일상을 어떻게 견뎌야 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해. 내일부터 내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야. 그건 정말 다행이야."

여행, 우리가 우리를 위로하는 최선의 방법.  60-61


새벽 세 시나 됐을까. 창밖 비 내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창문을 열었는데 비는 오지 않는다. 어두운 하늘에는 별들이 한 움큼 돋아 있다.

창에 기대 우두커니 담배 한 대를 피우고는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와 눕지만 한번 달아난 잠은 다시 오지 않는다.

삼 년 전 소식이 끊긴 네가 사랑니처럼 궁금하다.

몸을 뒤척이다 커피 한 잔을 타서 다시 창가로 간다.

왜 잠결에 빗소리가 들려왔던 것일까? 내가 너를 기다리며 앉았다. 일어섰던 자리와 구름을 담았던 벽과 길을 가다 막막해져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았던 밤하늘. 이 밤, 너는 그것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빗소리를 들려주었던 것일까? 꿈속에서 나는 어느 곳의 비오는 하늘 아래를 걷고 있었던 것일까? 너는 아마도 외로운 식물처럼 이 밤의 한 귀퉁이에서 잠자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랑했던 시절이 궁금해지는 밤이다.  131


사랑은 버티는 거다.

너를 가지겠다는,

기어이 너를 내 손에 넣고 말겠다는 의지 하나로 버티는 거다.

소금창고는 제 몸이 썩는 줄도 모른 채 소금을 안고 서 있다.

그 자세는 집요하고 간곡하다.

그래서 외롭다.

나는 너의 얼굴을 안고 오늘 하루를 견딘다.

나의 연애는 언젠 애원조이지만

너는 언젠가는 나를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라는 실낱같은 가능성.

그것이 나를 가장 힘들게 하지만 기다려야 한다면 나는 망하지 않고 기다릴 것이다.

네가 문을 열고 내 앞에 나타나는 그때까지

나는 내 사랑의 의지로 인해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소금창고는 속으로 울고 있다.

소금이 짠 이유다.  144-145


여행은 홀연했다. 

바람이 불어오면 떠났고

비가 그치면 길을 나섰다.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당연했으며 

그렇기에 맹목적이었다.

돌아오겠다는 기약 따위는 없었다.

위험하다고 했지만 

위험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었다.

나는 너에게로 홀연히 건너갔으며 

나는 두렵지 않았고

주저하지 않았다.

나는 다만 너를 여행중일 뿐이다.

잠시 깃들다 가겠다.  163


여행은 때론 이런 식으로도 이루어지지.

오랫동안 계획을 하고 지도를 보며 여정을 짜고 트렁크를 수십 번씩 닫았다.

열며 짐을 꾸려야 하는 것만은 아니지.

누군가 내게 보낸 엽서 한 장, 혹은 짧은 전화 한 통화로도 우리는 아득한 거리를 달려가곤 하지.

그곳에서 우린 충분히 위로받을 수 있으니까.  207


알고 있나요?

인생의 한 순간이 때론 인생의 전부일 수도 있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신은 공평하다는 주장에 대해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가 "결코 신은 공평하지 않다. 어떨 때 신은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내준다"고 말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말이 때로는 진실이라는 사실.

알고 있나요? 

언제나 시작은 사랑이고 끝도 사랑이라는 사실.

알고 있나요?

우리가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길이 우리를 잃어버린다는 사실.  241


누군가는 사랑을 버리기 위해

누군가는 남루한 삶을 견디기 위해

누군가는 깨달음을 위해

누군가는 밥벌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또 누군가는 지구의 사랑과 평화를 위해

그러니까, 이 세상의 여행자가 모두 100명이라면, 

여행을 떠나는 데는 100가지 이유가 있는 거야.

그러니까 여행을 왜 떠나느냐는

그런 질문은 참아주길 부탁해.  265


우리의 기쁜 자세는 어떤 포즈일까?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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