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상의 구조

'삶'이란 무엇일까?

아까운 시간과 재능을 허비하지 않고 나만의 개성을 한껏 발휘하면서 복잡다단한 이 세상과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충만한 생활을 뜻하는 말이리라.

'삶'의 뜻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선인들의 지혜에 귀기울이는 한편 그 지혜를 과학이 꾸준히 축적해 온 앎과 접맥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사실과 미래의 가능성을 현재의 시점에서 이해하려고 꾸준히 노력할 때 비로소 우리는 삶의 길을 깨달을 수 있다.


개인이 주도적으로 선택하여 현실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운명의 굴레를 박차고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은 바로 이런 믿음을 가진 이들이다.


삶은 행동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 다시 말해서 경험이다.

경험은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므로 시간은 아주 귀중한 자산이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경험의 내용이다.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할당하고 투자할 것인가를 지혜롭게 결정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우리가 보낸 하루하루를 모두 더하였을 때 그것이 형체 없는 안개로 사라지느냐 아니면 예술 작품에 버금가는 모습으로 형상화되느냐는 바로 우리가 어떤 일을 선택하고 그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에 달려 있다.


2. 경험의 내용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는 자기가 하는 일을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경험의 내용과 더 관계가 깊다.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행복감만은 아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가도 삶의 질을 좌우한다. 

자신의 존재에 의미를 주는 목표를 개발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정력을 충분히 써먹지 못할 경우, 우리는 좋은 감정의 극히 일부만을 맛보게 된다.


우리는 주어진 과제에 관심을 쏟는 것을 지향점 또는 목표를 설정했다고 표현한다. 목표를 얼마나 끈질기고 일관되게 추구하느냐는 동기 부여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의도, 목표, 동기부여는 심리적 반엔트로피를 조성한다. 정신력을 한곳에 집중시키고 작업의 우선 순위를 조정하면서 의식 안에 질서를 세우는 것이다.


내적 동기 부여(이것을 하고 싶다)든 외적 동기 부여(이것을 해야 한다)든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집중을 해야 할 어떤 목표도 갖지 못하고 마지못해 일을 하는 상태보다는 삶의 질을 끌어올려 준다.

우리가 도달하려는 자아의 모습을 결정짓는 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다.

자신의 목표를 다스리는 요령을 터득하는 것은 성숙한 삶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최선의 방안은 자기 욕망의 뿌리를 이해하고 그 안에 숨어 있는 편견을 인식하면서, 사회적 ? 물질적 여건을 지나치게 흩뜨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신의 의식에 질서를 가져올 수 있는 목표를 겸허하게 선택하는 것이다. 이보다 덜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며, 이보다 과도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좌절을 자초하는 셈이다.


의식의 내용으로 감정 ? 목표에 버금가게 중요한 것은 사고의 인지적 과정이다.

사고라고 부르는 것은 정신력에 질서가 갖추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정신의 작용을 깊이 있게 파고들려면 집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생각은 논리적 인과 관계에 따라서 가지런히 배열되는 것이 아니라 두서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얽혀 있다.

노력을 한 곳으로 모으지 못하면 사고는 아무런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지리멸렬해진다.


‘몰입’은 삶이 고조되는 순간에 물 흐르듯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느낌을 표현하는 말이다.

명확한 목표가 앞에 있을 때 몰입할 가능성이 높다.

몰입 활동의 또 하나 특징은 되먹임, 곧 피드백의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는 것이다.

몰입은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버겁지도 않은 과제를 극복하는 데 한 사람이 자신의 실력을 온통 쏟아부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몰입은 정신력을 모조리 요구하므로 몰입 상태에 빠진 사람은 완전히 몰두한다.

삶을 훌륭하게 가꾸어주는 것은 행복감이 아니라 깊이 빠져드는 몰입니다. 몰입해 있을 때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일이 마무리된 일이 마무리된 다음에야 비로소 지난 일을 돌아볼 만한 여유를 가지면서 자신이 한 체험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했는가를 다시 한 번 실감하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되돌아보면서 행복을 느낀다.


어떻게 하면 좀더 신바람 나는 몰입의 상태로 넘어갈 수 있을까? 답은 자명하다. 실력 연마에 좀더 힘을 쏟아야 한다.

몰입 경험은 배움으로 이끄는 힘이다. 새로운 수준의 과제와 실력으로 올라가게 만드는 힘이다.


명확한 목표가 주어져 있고, 활동의 효과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과제의 난이도와 실력이 알맞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면 사람은 어떤 활동에서도 몰입을 맛보면서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


3. 일과 감정

삶의 질은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그 일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 사람이 저마다 하는 행동은 경험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정말로 성숙해지려면 대화를 통해 자극을 얻을 수 있는 참신한 사고를 가진 상대를 만나야 한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긴요한 것은 결국 고독을 견디는 능력, 아니 고독을 즐기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어떤 활동을 하느냐, 누구와 함께 있느냐 못지않게,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도 우리가 갖는 경험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경험의 질에 창조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무슨 일을 누구와 하느냐 못지않게 어떤 여건에서 하느냐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이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외부 조건이 아니라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이용하는가다

눈부신 일상 생활은 결국 무엇을 하는가가 아니라 일을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 있다.


인생은 이런 식으로 살라고 누가 정해 놓은 규칙이 있는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내는 일이다.


4. 일의 역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일'처럼 생각되느냐 '놀이'처럼 생각되느냐 물어보면, 6학년 아이들은 학교 공부는 일 같고 운동 시합은 놀이 같다고 약속이나 한 듯이 대답한다. 재미있는 건, 청소년들은 대체로 다신이 일로 여기는 활동을 할 때 이 일이 자신의 앞날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이것이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고 자부심을 높여 준다고 대답한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되면 필요하지만 내키지 않는 일과 쓸모없지만 즐거운 일을 확연히 구분 할 줄 안다. 


미국 고등학교 1학년생의 57퍼센트, 고등학교 3학년생의 86퍼센트가 봉급을 받고 일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다.


청소년들이 가장 끔찍하게 여기는 건 일 같지도 않고 놀이 같지도 않은 걸 할 때 가장 괴로워한다.

청소년은 하루 시간의 35퍼센트를 '일 같지도 않고 놀이 같지도 않은 행동'을 하면서 보낸다.


이렇다 할 수입도 없이 한가로움만 주어진다면 그 사람은 자존심이 땅에 떨어지고 참담함에 젖는다.

흔히 직업에서 얻을 수 있는 목표 의식과 도전 의식이 없이는, 자기 절제가 아주 뛰어난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면 의미있는 삶을 누리기에 충분할 만큼 마음을 한군데로 모으기가 어렵다.


우리가 하는 활동 중에서 게임에 가장 가까운 성격을 가진 것이 일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곧잘 간과한다. 일에는 명확한 목표와 규칙이 있다. 

일은 산만함을 누르고 집중력을 살린다. 이상적인 경우는 일의 난이도가 일을 하는 사람의 실력과 엇비슷할 때다.


여가 시간이 필요조건일 수는 있지만 불행하게도 여가 시간 그 자체가 행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여가 시간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법을 터득하기란 예상보다 쉽지 않다.

객관적 작업 환경과 우리의 주관적 태도,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일이 즐겁다는 생각을 좀처럼 갖기 어렵다. 하지만 문화적 편견에 좌우되지 않고 일을 개인적으로 의미있게 만들고 싶다는 단호한 의지를 갖고 이 문제에 접근한다면 아무리 범속한 일이라 하더라도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지식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다 보면 어려움도 많고 내면의 갈등도 심할 수밖에 없지만 미지의 영역으로 정신을 넓히는 데서 느끼는 희열은 보통 사람 같으면 벌서 은퇴하고도 남았을 노령의 연구자들마저도 항상 느끼는 즐거움이다.


일이 한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값지게 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외부 조건이 아니다. 문제는 일을 어떻게 하고 일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움에서 어떤 경험을 끌어내는가에 달려 있다.



5. 여가는 기회이며 동시에 함정

여가는 일보다 즐기기가 더 어렵다. 효과적으로 쓰는 요령을 모르면 삶의 질은 올라가지 않는다. 그것은 절대로 사람이 저절로 터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ESM 연구 조사에서 우리는 사람이 어떤 목표 하나에 집중할 때 심지어는 몸까지도 더 좋아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것은 게으름이 사람의 천성이 아님을 시사한다. 목표가 없고 교감을 나눌 수 있는 타인이 없을 때 사람들은 차츰 의욕과 집중력을 잃기 시작한다. 마음은 자꾸만 흔들리고, 불안감만 조성하는 해결 불능의 문제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마음이 붕괴되는 이런 최악의 무질서 상태를 피하기위하여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불안의 샘을 의식에서 지워주는 자극에 의존하게 된다. 그것은 드라마, 연애소설, 추리소설, 도박, 섹스, 술, 마약 등

이것들은 의식에서 벌어지는 혼돈을 짧은 시간 안에 줄여주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남는 것은 허무감과 불쾌감이다.

내부에서부터 정신력을 자유자재로 운용할 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사람의 기분은 몰입 상태에 있을 때 절정에 이른다. 그것은 도전을 이겨내어 문제를 해결한 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몰입을 낳는 활동은 대부분 명확한 목표, 정확한 규칙, 신속한 피드백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런 외적 조건들이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집중하고 긴장한다.


능동적 여가와 수동적 여가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르며 심리적 효과도 당연히 판이하게 나타난다.


몰입할 수 있는 활동은 하나같이 처음에 어느 정도 집중력을 쏟아 부어야 그 다음부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몰입을 낳는 활동은 까다롭고 어려워서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 때가 자주 있다. 수동적 여가 활동은 불안을 거의 낳지 않는다. 그것은 대체로 사람을 이완시키고 무감각하게 만드는 활동이다. 여가 시간을 수동적 활동으로 채우면 아주 즐겁지는 않아도 어쨌든 골치 아픈 상황은 피해갈 수 있다. 사람들은 수동적 여가 활동의 바로 이런 점에 끌리는 듯하다. 

수동적 여가가 문제로 부각되는 것은 그것이 자유 시간을 보내는 유일한 방편으로 쓰이는 순간부터다.


목입 경험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은 책을 많이 읽고 TV를 적게 보는 사람이며, 몰입 경험을 가장 적게 하는 사람은 책은 거의 안 읽고 TV로 소일하는 사람이었다.

살아가면서 이렇다 할 몰입의 대상을 찾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부담스럽지 않은 수동적 여가에 의지하는지도 모른다.

수동적으로 여가를 보내는 습성은 이전에 누적된 문제들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나중에는 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하여 삶의 질을 고양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봉쇄하기에 이른다.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오늘의 소수민들은 스포츠나 연예 분야로 진출하여 사회적 신분 상승을 이루겟다는 꿈에 젖어 있다. 농구 ? 야구 ? 권투 ? 대중음악은 부와 명예를 약속하면서 사람들의 남아도는 막대한 정력을 흡수하고 있다 입장에 따라서는 이것을 두 가지의 전혀 상반된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먼저 마르크스가 종교를 두고 한 말을 끌어오자면 여가가 ‘인민의 아편’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하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아니면 뾰족한 대안이 없는 위험스러운 상황 앞엣 창조적으로 나온 반응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여가 시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려면 일을 할 때처럼 창조력을 발휘하고 정력을 쏟아야 한다.

한 사람의 삶이 알차려면 자유로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여가 활동이 사회적 차원에서건 개인적 차원에서건 원인과 결과로서 동시에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세상은 흥미진진한 일들로 가득 차 있다. 상상력이 부족하고 게으르기 때문에 그걸 모르고 살아갈 뿐이다.



6. 인간관계와 삶의 질

우리가 평상시에 하는 행동 중에서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남들과의 교제다.

인간관계가 우리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이다.


마음의 균형을 잡는 데 남들과의 어울림이 그초록 중요하다면 타인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직시하고, 그 영향을 어떻게 하면 긍정적 경험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사람관계엣 마음이 무질서에 빠지지 않고 바람직한 질서를 유지하려면 적어도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하나는 우리의 목표와 다른 사람의 목표 사이에서 어떤 합치점을 찾아내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의 목표에 관심을 기울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친구로 선택한 것은 그와 나의 목표에 합치점이 있어서이며 서로 평등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우정은 서로에게 득을 준다. 외적 강제 관계가 아니다. 이상적 우정은 늘 새로이 정서적 ? 지적 자극을 주어 권태나 무감각이 스며들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다.


달리 깊이 사귈 만한 대상이 없는 사람은 자기처럼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의존하여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고 하는데, 이 경우 우정은 파괴적을 작용한다.


좋은 친구를 사귀기가 워낙 어려워서인지 미국에서는 부모 ? 배우자 ? 자식이 친구처럼 지내는 새로운 가능성이 모색되고 있다.

가족 관계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력은 너무나 막중해서 글로 엮는다면 무궁무진하게 나올 것이다.

아주 일반화시켜서 말하자면 사람이 하루 중에 느끼는 감정의 기복에서 조절판 역할을 하는 것이 가정이라 할 수 있다.


남자는 아직도 아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가에 관심을 두는 반면, 여자는 아이들이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가를 중시한다.


원만한 가정을 꾸러나가는 비결이 무엇인가? 

식구 하나하나의 정서적 안정과 성장을 뒷받침하는 가정에는 두 개의 거의 상반된 특성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원칙과 자발성, 규율과 자유, 높은 기대와 무조건적 사랑의 공존이다.


보통 사람은 하루 중 깨어 있는 시간의 삼 분의 일을 혼자서 보낸다. 너무 많은 시간을 혼자서 보내는 사람도 문제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적은 사람도 문제가 있다.

고립된 망상이나 비현실적 공포에 빠져들기 쉽다는 점을 많은 사회과학자들도 지적한다.


혼자 있을 때 유일하게 올라가는 경험의 요소는 집중력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고독을 견디는 능력이 있다고 과신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고독을 즐기건 즐기지 않건 어느 정도의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가지 앟으면 안 되는 시대다. 생각을 모으려면 집중력이 필요한데 주변의 불필요한 말 한마디에, 다른 사람에게 주목해야 할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좀체 집중할 수가 없다.

머리가 아무리 좋아도 혼자 있는 걸 싫어하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개발 할 수가 없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연구소에서 실험을 하려면 혼자 보내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창조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의견을 나누며 서로의 작업에 대해 이해를 넓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과학자 프리먼 다이슨은 “연구할 때 나는 문을 열어 둔다. 기회만 있으면 사람들과 대화를 하려고 애쓴다. 그렇게 자꾸 어울려야만 흥미로운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하지만 집필은 전혀 다르다. 글을 쓸 때 나는 문을 닫는다...”


창조적인 개인들이 삶을 헤쳐나가는 방식에서 우리는 사람이 외향적이면서 동시에 내향적일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읽는다.



7. 삶의 패턴을 바꾼다.

자신의 정력을 잘만 활용하면 누구보다도 알찬 경험을 할 수 있는데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 점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

(장벽들을 보란 듯이 극복 한 예 

 - 안토니오 그람시 : 주위의 기대없이 병마와 싸우면서도 탁월한 문필가와 이론가가 됨.

 - 라이너스 폴링 : 독서광이며 탐구심이 많았지만 형편으로 어렵게 친구의 부모를 통해 대학을 가고 온갖일을 하면서 학업에 정진하여 노벨화학상과 평화상을 받음)


전보다 몰입 경험을 하는 빈도가 크게 늘어난 청소년들은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수동적 여가에 시간을 조금 투자했으며, 몰입 경험의 빈도가 줄어든 청소년들보다 집중력 ? 자부심 ? 희열 ? 적극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몰입 경험이 늘어난 청소년들이 줄어든 청소년들보다 “행복하다”는 응답을 더 많이 하지는 않았다. 이것은 우리가 몰입할 가능성이 더 많은 활동들에 정신력을 투자함으로써 삶의 질을 현실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직장을 고역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작용.

첫째, 하나마나한 일을 한다는 불만.

둘째, 지겨운 일을 밥 먹듯이 되풀이해야 한다는 불만.

셋째, 직장일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는 점.

사람이 자기 일에서 만족을 얻느냐 못 얻느냐를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보수나 안정성보다는 바로 이 세 가지 요인이다 


선뜻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힘겨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은 결국 우리에게 있다.


활동이 이루어지는 전체 맥락을 늘 염두에 두고 자신의 행동이 전체에 미칠 영향을 이해한다면, 아무리 사소한 직업이라도 세상을 전보다 살 만한 곳으로 탈바꿈시키는 인상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자기 일을 묵묵히 하면서 주변의 무질서를 줄이는 데 이바지한 직장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웃음 띤 얼굴로 와이퍼를 갈아주면서 그런 사소한 친절에 대해서는 돈을 받을 수 없다며 한사코 나의 사례를 거부한 주유소 직원, 집을 사고 몇 년이 흘렀어도 도움의 손길을 거두지 않았던 부동산중개인, 다른 직원들이 모두 공항을 떠난 다음에도 끈까지 남아 손님이 분실한 지갑을 찾으려고 애쓰던 승무원....

이 모든 사례에서 직무의 가치가 크게 올라간 것은 근무자가 자기 일에 남들보다 더 정성을 쏟아부어 거기서 남다른 의미를 끌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직무 수칙에 규정된 수준 이상으로 생각을 하고 배려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관심도 자연히 높아지기 마련이며 이러한 관심이야말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값진 자산이다.


노력하지 않으면 지겨운 일은 계속 지겨운 일로 남기 마련이다. 

어느 한구석도 소홀히 하지 않는 성실함으로 직무에 임하면서, 이런 조치는 과연 필요한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 정말로 필요한 일이라면 더 잘,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할 수는 없는가, 어떤 조치를 곁들여야 내가 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더 가치가 생길 수 있는가를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우리는 보통 불필요한 구석을 없앰으로써 일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무성인지를 생각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러나 그것은 근시안적 전략이다. 같은 정력을 일을 더 잘하는 방법을 생각하는데 쏟아붓는다면 일엣 느끼는 즐거움도 커질 테고 직장에서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누군가가 상황이 요구하는 수준 이상으로 관심을 기울이면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 우리의 삶을 뒤바꾸는 중대한 발견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이 워낙 흐트러져 있어서 무슨 일이 터져도 그 사건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넘어간다.


사소한 변화에 주목하면 위대한 발견을 낳을 수 있는 것처럼, 조금만 태도를 바꾸면 지긋지긋하고 넌더리나던 일이 빨리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날 정도로 기다려지는 환상적 활동으로 변모한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이해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지금의 방식이 업무에 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수동적 자세에서 탈피해야 한다. 

셋째, 대안을 모색하면서 더 좋은 방법이 나타날 때까지 실험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일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문제를 푸는 데 이런 식의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여러분은 이제 수긍이 갈 것이다. 몰입 경험에는 스트레스가 암적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맨 먼저 취해야 할 조치는 머리를 어지럽히는 각종 요구들 속에서 우선 순위를 매기는 일이다.

일을 잘 하는 사람은 자기가 처리해야 하는 사항을 메모로 조목조목 정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중요한 것은 자기에게 어울리는 전략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일이다.

일처리에 순서를 정하고 일을 끝내는 데 필요한 내용을 부석하며 해결 전략을 수립하는데 좀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 통제력을 잃지 않아여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다.


창조적인 사람들이 살아온 과정을 보면 자기가 원하는 쪽에 일을 맞추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이미 깔려 있는 길을 밟은 것이 아니라 걸어가면서 스스로 길을 만들어 냈다.

아무리 단순한 일을 하더라도 창조적인 사람들을 본받아 작업에 임하는 태도를 바꾸면 엄청난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스톡홀름 카롤린스카연구소의 종야생물학자 게오르크 클라인은 자기일을 좋아하지만 질색으로 여기는 두 가지일이 있다. 하나는 공항 대합실에서 즐을 서는 일, 또 하나는 정부 앞으로 연구비 지원신청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 둘은 회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두 가지를 하나로 결합시키려 했다.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연구비 지원 신청서를 쓰기로...

휴대녹음기를 이요하여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연구비 지원 신청서 내용을 구술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처리해야 하는 일은 그대로지만 통제력을 발휘한 덕분에 그것을 거의 놀이의 경지로 승화시킬 수 있었다. 


사람의 집중력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어서 일단 어떤 한 가지 목표에 주의를 빼앗기면 다른 곳에 관심을 돌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두 차원(일, 인간관계) 가운데 어느 하나를 무시하면서 행복을 누리기는 어렵다 


어느 집단에서든 사람들을 결속시키는 힘은 대체로 두 가지다. 

하나는 음식, 따뜻함, 신체적 보살핌, 돈이 제공하는 물질적 에너지

다른 하나는 상대방의 목표에 관심을 기울여주는 정신적 에너지이다.(정성)


같이 있는 시간이 정말로 즐겁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목표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모두가 공통의 목표에 정성을 쏟을 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이득이 되도록 돕는 것이 사실은 자기에게도 가장 득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인간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일과 인간관계에서 몰입을 경험하는 사람의 삶은 질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특별한 묘책도 없고 손쉬운 지름길도 없다. 자기한테 찾아온 기회를 함부로 내버리지 않고 잠재력을 끝까지 살리려고 노력하면서 삶을 풍부한 경험으로 가득 채우려는 사람만이 드높은 삶의 경지에 올라설 수 있다.



8. 자기목적성을 가진 사람

열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삶에 뛰어드는 사람의 성격을 자기목적성으로 충만해 있다고 말한다.


자기목적성을 뜻하는 영어 ‘autotelic’은 그리스어 ‘auto(자기)’ 와 ‘telos(목적)’가 결합한 말이다. 그 일 자체가 좋아서 할 때 그 일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될 때를 우리는 자기목적적이라고 한다.


자기목적성을 가진 사람은 원하는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보상이 되기에 별도의 보상이 필요하지 않다. 외부적 보상이 없어도 무방하다.

그러면서도 자기를 둘러싼 모든 것에 관여한다. 삶의 흐름에 깊숙이 빠져들 줄 안다는 소리다.


어떤 사람이 자기목적성을 가진 인간형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상황 속에서 그가 어떻게 처신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다.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주어진 상황에서 과제의 난이도가 높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실력이 있을 때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자기목적성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바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다.

사람은 몰입을 낳기에 좋은 활동, 곧 정신노동이나 능동적 여가 활동을 할 때 비로소 몰입을 경험하다.


자기목적성이 있는 청소년들은 집중을 더 잘하고 즐거움도 많이 느끼며 자긍심도 높고 자기가 하는 일이 미래의 목표 달성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자기목적성을 가진 사람이 반드시 더 행복한 건 아니지만 아무튼 복잡한 활동을 하고 있으므로 자신에 대한 만족감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자기목적성을 가진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가족과 지내는 시간이 유달리 많다는 점이다.

가정이 보호막과 함께 적절한 자극도 주는 상당히 정교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만 이러한 ‘사회적 미숙’ 기간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기목적성을 가진 사람들은 지칠 줄 모르는 정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남들보다 더 많은 걸 알아차리며 눈앞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그저 좋아서 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자기목적성을 중시하는 사람은 나라는 울타리를 가볍게 뛰어넘어 삶 자체를 향유할 수 있는 정식적 여유를 가지고 있다.

창조적인 사람은 대체로 자기 목적성을 중요시한다. 획기적인 업적이 그들의 머리에서 나오는 이유는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일에도 정력을 쏟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목적성을 중시하는 사람의 관심사가 수동적이거나 관조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중요한 것은 이런 관심을 사심 없이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어떤 사람이 기울이는 관심의 내용이 당사자의 목표나 야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을 때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포착할 기회를 잡게 된다.

관심을 사심 없이 기울일 줄 모르는 사람의 삶은 얼마나 삭막한가.

말로 하기는 쉽지만 사실 그 원칙을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건성으로 임할 게 아니라 정신을 집중하여 처리하는 습관부터 몸에 익히도록 하자.

단순한 일도 충분한 정성을 기울이면 응분의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그것들은 우리에게 정말로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시간이 부족해 보이는 것은 사실은 자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 하는 일 중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이 얼마나 될까? 

 우리의 관심을 흐트려놓는 판에 박힌 일들을 잘 추려서 우선 순위를 매긴다면 지금처럼 시간이 없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올까?‘

빠져나가는 시간을 수수방관하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늘 시간이 부족하다. 

우리에게는 시간을 잘 다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먼 훗날 재산을 불리고 안정을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삶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시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마음을 통제하는 힘이다.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먼저 관심을 기울이는 훈련을 해야한다.

우리가 어떤 대상에 흥미를 느끼는 건 그 만큼 거기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지 저절로 그렇게 되는건 아니다.

정보는 우리가 그것에 관심을 기울일 때만 우리에게 다가온다.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하여 그 현실성을 인정한 다음, 우리가 선택한 다른 대상으로 하루빨리 관심을 돌릴때만 우리는 고통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중요한 건 우리의 태도이다.

활동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결과는 대수롭지 않으며 나의 관심을 다스리는 데서 희열을 맛보면 그만이라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관심의 방향을 좌우하는 힘은 유전 명령과 사회 관습, 우리가 어릴 적에 익힌 버릇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무엇을 알게 되고 우리 의식에 어떤 정보가 들어올 것인가를 결정하는 주역은 나 자신이 아니다.


삶의 지배권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 자신의 의지가 원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기울이는 요령을 터득하는 것이다.



9. 운명애

진지한 유희의 정신이 살아 있고 근심과 겸손이 조화를 이루어야만 사람은 어딘가에 전념하면서도 무심함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몰입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는 게 좋다. 목표를 달성하는 게 중요해서라기보다는 목표가 없으면 한곳으로 정신을 집중하기가 어렵고 그만큼 산만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자신의 선택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니체 철학의 중심 개념이라 할 ‘운명애’에서 잘 들어난다

“운명애를 가진 사람은 위대하다는 게 나의 신조다. 운명애는 살아갈 날에서도, 살아온 날에서도, 달라지지 않기를, 아니, 영원히 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자세다. 불가피한 것을 견디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사랑할 줄 아는 태도다.”

“나는 피치 못할 일을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법을 자꾸자꾸 배우고 싶다. 그럼 나도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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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서평, 책을 가장 잘 기억하는 방법

생각이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상태입니다. 글이나 말로 구체화하기 전에는 그 정체를 알 수 없습니다.  5


서평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읽은 책을 기억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책을 좀 더 깊이 읽게 되고, 나의 생각과 더 가까이 마주하게 됩니다. 이 과정이 개인적인 독후감에 머무르지 않고 독자를 생각하는 서평으로 나아갈 때, 또 하나의 이유가 덧붙여집니다. 바로 소통입니다.  6-7




①어떤 책을 ②어떻게 읽었고, ③왜 처천하는지, 이 세 곡짓점을 정리했다면 서평으로서의 조건을 갖춘 셈입니다.  14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듯 책을 읽는 겁니다. 일종의 훑어보기랄까요. 당연히 읽고 나면 남는 게 적겠지요.  20


한나 아렌트가 말한 '무사유의 죄'  21


주입식 교육, 인터넷에서의 편의적 읽기에 길들여진 성인에게 주체적 공부와 글쓰기는 거쳐야 할 숙제입니다.  22


메이지 대학교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1분 감각>에서

'세상에는 무리해서 끝가지 책을 읽고도 그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것은 출력을 전제로 입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방식이라면 아무리 입력해도 좀처럼 몸에 익지 않을 것이다. 출력을 하려면 입력과 동시에 가공을 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들을 때도 그것을 제삼자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을 전제로 듣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키워드와 핵심에 집중해서 들을 수 있다. 입력할 때 어떻게 출력할지도 의식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25


과식하듯 이것저것 들춰보고 다 읽은 듯한 착각에 빠져봤자 3일을 못 갑니다.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체화하기 위해서도 토존과 서평은 필수 입니다. 생각을 진지하게 정리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37


<기다림>의 작가 하진은 명문장가로 유명합니다. 중국인임에도 완벽한 영문소설을 쓰는 작가죠. 퓰리처상을 받은 그의 문장은 담백하며 유려합니다. 어느날, 우연히 하진의 작품을 담당했던 편집자를 만났습니다. 그의 팬이라는 제게 편집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 문장을 100번쯤 고친다고 합니다." 순간, 아찔했습니다. 하진의 치열한 태도에 반하고 만 것입니다. 타고난 재능이 아닌 꾸준한 퇴고로 완성한 문장이니까요. 마치 수행자처럼 자기 문장을 고치는 작가의 얼굴을 떠올리니 뭉클했습니다.  43






책은 최소 두 번은 정성 들여 읽어야 합니다. 1차 독서 후엔 밑줄과 표시를 따로 빼서 정리합니다. 필사나 발췌 연습이 되겠지요. 

1차 독서 후에는 '조사'단계로 들어갑니다. 무엇을 조사할까요? 그렇죠. 이 작품의 배경, 작가 연구, 작품 해석, 언론이나 일반 독자의 서평을 살펴보는 과정입니다. 물론, 조사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나름대로 해석해보려 했는데 관련 자료와 리뷰에 휘둘린다면 조사 결과를 생략해도 됩니다. 하지만, 다른 리뷰를 보고 오히려 보는 관점이 넓어졌다면 조사 과정을 거쳐야겠지요. 다른 글을 읽으면서도 나의 감각을 깨워야 합니다. 내 생각을 단단히 곧추세우는 파수꾼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 다시 책을 펼 차례입니다. 다시 편 책의 상태는 어떨까요? 1차 독서할 때 밑줄 긋거나 표시하거나 메모한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요. 자칫 그 부분만 대충 읽게 될 수 있어요. 이땐, 표시한 부분을 다시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책의 핵심적인 내용인지 집필 의도가 잘 반영된 부분인지, 아니면 내 생각을 잘 표현한 구절인지 객관적으로 봐야 합니다. 또한 표시하지 않은 부분을 더 깊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 밑줄을 치거나 표시를 하지 않은 경우는 공감을 하지 못했거나 어려워서 넘어가게 되니까요. 내가 알지 못하거나 불편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꼼꼼히 2차 독서를 하면서, 빠른 독자는 서평의 얼개를 짜기도 합니다. 그게 어려운 분들은 2차 독서에서 발견한 이 책의 주요 키워드 혹은 내 서평에 담고자 하는 주제 키워드를 찾으시면 됩니다.  46-47



독일에서 아이를 키우며 그곳의 교육 현장을 몸소 경험한 박성숙의 이야기도 귀 기울여 들을 만합니다. <꼴찌도 행복한 교실>을 보면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작문 수업이 이루어지고, 단순한 이야기 짓기에서 시작해 학년이 올라갈수록 작품 분석과 비평까지 수업에서 배운다고 합니다. 교사들은 꼼꼼하게 과제를 첨삭하고 평을 달아주며 채점을 하고, 아이들은 체계적으로 글쓰기를 연습하고 훈련한 후 대학 시험에 임한다고 합니다.  56


독해 능력은 모든 지적 활동의 출발점입니다.  59


일본의 독서가 다치바나 다카시는 객관적인 정보를 주는 것이 서평의 목적이라고 말합니다. 한국의 대표적 인터넷 서평꾼 로쟈 이현우도 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객관적인 서평 쓰기를 지향합니다. 이밖에도 신문 매체에 실리는 저널리즘적 서평도 대체로 객관성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북섹션에서 볼 수 있는 서평은 다양한 형태를 띱니다. 한 문단 내용 요약 소개부터 필자의 생각이나 관점이 드러나는 칼럼형 서평까지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62


서평의 3분의 2는 객관적 정보, 나머지 3분의 1은 주관적 평가가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우선 서평에서는 책에 대한 정보를 스토리텔링하듯 요약 정리하면 되고, 그 다음에 책에 대한 평가를 덧붙이면 됩니다.  

쉽고 명쾌하게 쓰면 됩니다.  63


글쓰기에도 경험과 훈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줄리아 카메론은 <아티스트 웨이>에서 아침마다 일어나 손이 움직이는 대로 글을 써보라고 권합니다. '모닝 페이지'라고 부르는 이 방법은 글쓰기의 두려움을 없애주고, 자신 속에 잠재된 창의력을 일깨우기도 하지만 글 자체를 더 나아지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77


독후 활동이 부재한 상황에서 읽은 책은 자신의 사고와 성찰의 영양분이 되지 못할 채 지식의 창고에 무질서하게 쌓여가기만 한 것입니다.  83


책을 읽는 목적은 다양합니다. 실용적인 목적으로 정보를 취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책을 읽는 목적은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사고를 확장시키고,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이같은 목적은 결국 책을 읽고 사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유의 순간을 붙잡는 것이 바로 독후 활동입니다.  87


책이나 작가, 독자, 주인공을 데려와 '그들의 언어'로 말을 건네는 것이 바로 서평입니다.  93




서평을 쓰는 이유는 자기 관점을 정리하기 위해서입니다. 보통 서평과 관점의 관계는 세 가지로 추릴 수 있습니다. 첫째, 뚜렷한 관점으로 서평을 쓰는 경우. 둘째, 서평을 쓰면서 관점이 정리되는 경우. 셋째, 모호한 관점으로 마무리하는 경우 등입니다. 셋 다 나름의 소득이 있습니다.  99


<인간이 그리는 무늬>의 저자 최진석 교수는 '인문적 통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도대체 인문적 통찰을 하는 관건은 뭐냐? '자기가 자기로 존재하는 일'입니다. 이념이나 가치관이나 신념을 뚫고 이 세계가 자기 스스로 우뚝 서는 일, 이것이 바로 인문적 통찰을 얻는 중요한 기반입니다."  102



'나의 서평은 신변잡기적인 내용은 거의 없으며, 책의 내용에 관한 정보만을 채워 넣는다. 쓸데없는 것은 생략하고, 유효한 정보만을 압축하여 넣는다. 그 책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 읽을 가치가 있다면 어떤 점에서 가치가 있는가 하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요약과 인용을 통해 책 자체로 말한다. 나는 서평을 쓸 때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의 몇 배나 되는 노력을, 소개하려는 책을 고르고 요약하고 인용하는 과정에 쏟아붓는다. 목표는 그 책을 읽고 싶다는 기분이 들게 하여, 펼쳐보도록 하는 데 있다. 사야겠다는 기분까지는 들게 하지 목하더라도 어떤 책인가를 알려주어, 생각지도 못한 지식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고, 지적 우주를 확대해가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책을 읽는 즐거움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오호라' 하며 마음속에서 놀라움의 탄성을 지를 수 있게 하는 한 구절을 만났을 때의 기쁨이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136-137



서평 쓰기의 팁


① 책 내용을 '전부' 요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라. 

②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 정하라. 할 이야기가 명쾌하지 않은 서평은 단숨에 읽히지 않는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장황한 서평'은 고역이다.

③ 서평 쓰기 전에 밑그림 그리는 작업 즉, 구조 짜는 과정을 거쳐라.

④ 구조를 짜면서 '주제'가 살아 있는지 점검하라. 여기서 말하는 주제는 책의 주제가 아니라 서평의 '주제'다. 왜 이 서평을 쓰는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스스로를 설득시키지 못하면, 독자를 설득하지 못한다.

⑤ 서평의 '제목'에는 하고 싶은 말, 즉 주제가 드러나면 좋다.

⑥ 좋은 글은 고속도로처럼 빠르다. 중간에 '턱턱' 걸리거나, 장황하면 좋은 글이 아니다.  144-145



서평 구조 짜는 법

① 책을 읽은 후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

② 생각의 시간을 통해, 서평에 '무엇을 담고 싶은지' 정리한다.

③ 서평에 담고 싶은 키워드를 백지에 정리해본다.

④ 이 중 가장 하고 싶은 말 '한 가지'를 고른다. 나머지 키워드는 과감하게 '축소'한다.

⑤ 몇 단락으로 쓸 것인지, 단락 구성은 어떤 순서로 할 것인지 계획한다.

⑥ 단락 순서가'유기적으로' '매끄럽게' '단숨에' 연결되는지 살펴본다. 

⑦ 만들어 놓은 '구조'가 서평을 통해 하고 싶은 말, 즉 '주제'를 잘 전달하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145-146



퇴고란 글을 더 좋게 만드는 일입니다. 한 번에 좋은 글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글쟁이들도, 작가들도 초고는 '쓰레기'라고 말할 정도로 퇴고는 필수 불가결합니다.  179


퇴고를 잘하기 위해 중요한 또 한 가지 조건은 글을 보는 안목을 높이는 일입니다.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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